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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土日섹션 제 27211 호 2008년 6월 21-22일 토-일요일 가 C7

요즘 CEO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CEO 3명이 요즘 읽은 책은? 3명의 CEO에게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권영수 LG 디스플레이 사장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 창조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면서부터 시작 1200년 로마역사, 마라톤하듯 읽고 있어

‘눈사람 마커스’(잭 마이릭) ‘젊음의 탄생’(이어령)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지난 4월 중국 광저우 LCD 모듈 공장 많은 사람들이 창조에 대해 막연한 두 55세에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한 이래


준공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려움을 가지고 있고, 업무에서 어떻게 실 18회쯤 달리고 나니, 요즈음은 나를‘마라
서 이 책을 읽으면서 경영에 대해 많은 생 천해야 할지 고민한다. 톤 경영인’이라고 불러 주기도 한다. 전문
각을 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 최근에 읽은 이 책은‘창조는 어려운 경영인으로서 마라톤에서 얻는 교훈은“마
최고의 조선(造船) 장인(匠人)으로 꼽히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꾸는 단순한 실천 라톤 결승점의 환희와 좋은 경영 실적은
던 청년 마커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에서 시작한다’는 명쾌한 해답을 주는 책 모두 고난의 여정 끝에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날 최고의 부와 명예를 거머쥘 이기에 단숨에 읽고 나서 임직원들에게 ‘로마인 이야기’는 그 분량뿐 아니라
커다란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단, 배를 만 적극 추천했다. 내용까지 흡사 마라톤 같은 책이다. 1200
드는 시간은 12주. 그 안에 모든 일을 끝 이 책은‘창조적 발상은 당연한 것을 년간의 로마 역사는 결코 하루 아침에 이
마쳐야 하며 실패하면 3배의 위약금을 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역설한다. 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지도자들과
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예’,‘아니오’의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 시민들이 오랜 세월 동안 기반을 다지고
다시는 얻지 못할 일생일대의 기회가 한 기성 세대들에게 세상의 정답은 하나 위기를 극복한 결과임을 일깨워준다.
찾아왔지만, 직원들은 고된 작업에 하나 가 아니라 다양한 정답이 존재한다고 설 이 책은 총 15권으로 이뤄졌는데, 지난
둘 떠나고 배를 만들 사람을 구하지 못해 2006년 대규모 적자에서 작년 턴어라운드 득한다. 아울러 문화의 융합을 통해 새로 의지도 북돋는다. 무엇보다 고유가 등 해 9월부터 매월 한 권씩 2000여명의 임 하곤 한다.‘나와 우리 회사는 주주, 고객,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때 현인(賢人) 바 에 성공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 가치가 창출되는 사례를 IT₩바이오₩나 혼란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돌파구를 직원들과 함께 읽고 있다. 현재 제9권까 구성원, 그리고 사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나바스로부터“사람을 모을 수 있는 열쇠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며, 그 사람의 꿈과 노 기술로 설명해 공감을 더한다. 고민하는 기업과 구성원의 체질을 창조 지 읽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가,
는 바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 미래가 되어주어야 한다는‘눈사람 마커스’ 이 책은 창조를 원한다면 생각의 틀을 적으로 바꾸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더욱 42.195㎞를 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앞으로 글로벌(global) 성장을 위해 다양
는 것”이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겨본다.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실천 반갑다. 하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한 문화를 포용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 벨리니의‘청교도’

戀人을 그리워하는 狂亂의 노래


박종호 오페라 평론가 면 너를 위해 붉은 벨벳의 전용 좌석을 만 음성에 맞추어진 고난도의 곡이다.
들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오페라‘노르마’로 유명한 벨리니가 생
과거 청계천 중고시장에서는 미개봉 영 의 거친 물살을 가르며 흘러가는 배 위에 애 마지막에 남긴 오페라가 이 작품이다. 벨
화가 비디오테이프로 거래되곤 했다. 20여 서서 한 손에는 최고급 시가를 든 채 미소 칸토 시대의 오페라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
년 전 그 시장에서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를 띠고 혼자 오페라에 취하는 무일푼의 피 답고 유려한 멜로디를 지닌 작품으로 많은
인기가 높았던 작품 중‘피츠카랄도(Fitz- 츠카랄도, 그는 비록 사업에서는 졌지만 인 사랑을 받고 있다.
carraldo,1982)’라는 독일 영화가 있다.명생에서는 승리한 멋진 사나이로 관객들의 그러나 벨리니는 이 오페라의 초연(初演)
장(名匠)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연출한 가슴에 각인되었다. 8개월 뒤 자신의 34회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작품으로 당시에 테이프 하나가 30만원을 영화 속에서 피츠카랄도가 듣던 그 최고 간암(肝癌)으로 짧고 열정적인 생애를 마
호가했다. 의 오페라가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감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피츠카랄도는 실존 ‘청교도’였다. 그리고 영화에 흘러나오는 오페라 청교도는 16세기 후반 영국의 종
인물로, 남미 아마존 유역의 소도 교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원제
시에 살던 유럽 사업가였다. 오페 (原題)가‘청교도와 왕당파’이
라광(狂)인 그는 아마존의 밀림
성악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작품의 하나 듯이 종교적인 대립을 둘러싼
메트로폴리탄 극장의‘청교도’공연 모습. 제1막 피날레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광란의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박종호 제공
속에 오페라하우스를 지어 베르 작품 너무 어려워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두 세력, 즉 개혁을 부르짖는 청
디의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이 소 교도(淸敎徒) 군대와 왕을 수구
원이었고, 실제로 꿈을 이룬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부활 하는 왕당파(王黨派) 군대의 전 이 오페라는 성악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영화 속의 피츠카랄도는 사업 쟁 와중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 작품의 하나로 콜로라투라(악기 같이 정교 DVD= 메트 판 (2007년, DG) 뉴욕
■ 추천 음반
에 크게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는 마지 노래가 바로 찬란한 테너 아리아‘사랑하는 기다. 하고 빠르고 화려한 고난도의 기교)를 보여 메트로폴리탄 극장 실황
막 남은 돈으로 당시 남미를 순회 중이던 이여, 그대에게 사랑을(A te, o cara, amor 청교도 장교인 리카르도는 청교도 요새 주는 전시장과도 같다. CD= 보닝 판 (1974년, 데카) 안나 네트렙코(엘비라), 에릭 커틀러
이탈리아 오페라단의 1회 공연을 산다. 그 talora)’이다. 의 영주 딸인 엘비라를 사랑하지만, 사실 엘 이런 어려움으로 청교도는 한 동안 무대 조안 서덜랜드(엘비라), 루치아노 파바 (아르투로), 프랑코 바살로(리카르도),
리고 배 위에 오페라단을 불러 단 한 사람 “내 사랑하는 이여, 한 때 나는 그대를 향 비라가 사랑하는 남자는 왕당파의 기사 아 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어려운 로티(아르투로), 피에로 카푸칠리(리카르 존 렐리아(조르조) / 지휘 : 패트릭 서
즉 자신만을 위한 공연을 시킨다. 그는 선 해 남몰래 눈물지었지만, 이제 사랑의 신은 르투로다. 그녀는 아르투로와 결혼을 하게 작품을 다시 오페라하우스로 불러들인 이 도), 니콜라이 기아우로프(조르조) / 지휘 머스 / 메트로폴리탄 극장 오케스트라
장에게 두 가지를 사오라고 시키는데, 하나 승리와 기쁨 속에서 나를 그대에게 인도하 되지만, 아르투로는 감금된 전 왕비를 구출 가 바로 위대한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 : 리차드 보닝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연출 : 산드로 세퀴
는 붉은 벨벳으로 된 의자요, 다른 하나는 고 있소. 이제 그대는 나의 것이오….”우여 하느라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왕비와 다. 1950년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리 추천 이유 : 서덜랜드는 완벽한 기교 추천 이유 : 네트렙코의 독무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가 한 갑이었다. 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신랑이 신부 도망친다. 사랑을 잃은 엘비라는 충격으로 바이벌 공연에서 칼라스는 충격적이고 완 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파바로티의 토록 어려운 역할을 자연스러운 표정과
강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 위에서 오페라 를 찬양하며 자신의 사랑을 노래하는 이 곡 정신착란에 빠지게 되고, 그녀가 떠나간 연 벽한 노래와 연기로 이 사장(死藏) 되었던 청아한 음성은 눈부시고 1막의 아리아 힘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가창, 그리
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는 벨벳 의자에 앉 은 가장 아름다운 벨칸토 아리아의 하나이 인을 그리워하며 연기하는 광란(狂亂)의 노 레퍼토리를 완전히 부활시켰다. 그녀의 뒤 는 감동적이다. 비록 가성을 쓰지만 3 고 몰입된 연기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
지 않는다. 그 의자는 자신이 골방에서 축 자, 벨리니의 최고 명곡 중 하나이다. 특히 래들이 이 오페라의 중요한 대목을 차지하 를 조안 서덜랜드, 몽세라 카바예, 에디타 막의 하이 F는 기막히게 아름답다. 카 은 대단하다. 커틀러는 비록 하이 F는 생
음기(蓄音機)를 들을 때마다 곁에 와서 함 클라이맥스의 하이C(높은 도)를 향해 점점 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엘비라는 아르투로 그루베로바, 파트리차 초피, 안나 네트렙코 푸칠리와 기아우로프의 아리아는 벨벳 략하고 좀 불안하지만 대단한 미성으로
께 듣곤 하던 돼지를 위한 것이었다. 그는 나아가는 긴장미는 실로 만점으로서, 당시 와 재회하지만, 이미 관객들은 너무나 많은 등이 계승하여 이제 청교도는 세계의 오페 처럼 부드럽기 그지없다. 분위기를 크게 살린다.
돼지에게“언젠가 오페라하우스를 짓게 되 전설적인 테너 조반니 바티스타 루비니의 눈물을 흘린 이후다. 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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