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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아트의 이론과 실제 – 최종 레포트

Describing Communication in
“Universal” Context
2003-12142 조승연

1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 별 너머에는 또 다른 별이, 그리
고 그 별 너머에는 또 다른 별이 있으리라
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그 우주의 끝에는 무
엇이 있을까에 대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구형으로 된 벽이 있을지, 걷어낼 수 있는
장막이 있을지, 혹은 건드리면 터지는 비
누거품인지와 같은 부질없는 상상들을 하
고 있었다.
물론 나는 많은 학자들이 같은 고
민을 하며 나름의 가설을 내놓았다는 사실
을 알고 있다. 끝이 존재한 채 닫혀 있는
거대한 유리구슬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었고, 또 끝이 없이 무한히 열려있는 공
간이라고 주장하는 자도 있었다. 또 다른
학자는 끝이 없으나 무한하지 않은, 한 쪽
방향으로 가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오는 형
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는 문득 그러한 가설들이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공간은 다른 공간과는 달랐다. 벽과 벽 사
이에 있는 날카로운 직선의 경계! 그러한
끝이 있던 일반적인 공간과 이 곳과는 차
이가 있었다. 분명히 유한한 공간이지만
무한을 보여주는 공간. 끝없는 공간을 보
여주는 것 같았지만 이 곳은 닫힌 공간이
었다.
프랑스의 수학자 푸앙카레는 우주
의 공간이 어떻게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멀리 여행
을 떠나, 한 바퀴를 돌아왔을 때 지금의
우주는 예전의 우주와 달라져 있을까? 그
수학자는 그러한 변화의 존재 여부가 우주
의 구조에 대한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보고 있는 밤하늘 역시 처음
과는 달랐다. 내가 이 곳에 들어왔을 때에
이 공간은 사막의 한 가운데였다. 그리고
초원과 도시를 거쳐 지금의 밤하늘이 되었
다는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이 공간이 어
떠한 세계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 공간에는 또 다른 것이 있었다.

2
이 공간에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사실 이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
른다. 이 존재는 나와 비슷한 면이 있었지
만 분명 다른 구석도 있었다. 언제부터 또
다른 내가 있었을까? 기억을 되살려 보건
대 내가 이 공간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
터였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이 존재는 나
를 충실히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 ‘또 다른 나’는 마치 내가 어떻
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또 다른 나 역시 오
른쪽으로 움직이고, 내가 왼쪽으로 움직이
면 같이 왼쪽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이 존
재는 때로는 혼자 움직이기도 했고, 때로
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
다.
이 또 다른 나는 빛이었다. 나는
문득 이 빛이 나에게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빛은 예전부
터 메시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산 위에 불을 피워 적이 위협해
오는 것을 알리곤 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
서도 빛은 메시지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더욱 복잡한 빛
을 이용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찾아
내곤 했다.
마샬 맥루한이라는 학자는 미디어
가 메시지라고 했다. 빛 역시 나에게는 어
떠한 종류의 미디어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 미디어에는 받는 이가 있었다. 그래,
이 공간에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있
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빛
을 가지고 있었다. 이 빛들은 서로 나름대
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빛은
메시지였으며, 미디어였으며, 또 그 미디
어를 주고 받는 주체였다.
학교에서 전자의 파동을 전달하는
매질은 빛이라는 이야기를 배운 적이 있었
다. 그리고 그 빛과 메시지들은 각자의 울
림의 주기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메시지들은 다른 빛과 닿지 못했다. 이윽
고 메시지들은 그 자신을 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이 세계를 둘러싸고 있던 사
막이 서서히 초원으로 바뀔 때쯤, 빛은 곧
바로 자신을 다른 빛에게 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배경이 도시로 바뀔 때
에 즈음해서는 빛이 자신을 울려 불특정
다수의 빛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빛은 입자에서 파동으로 변화하며 자신 나
름대로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다. 빛
은 전자기파의 매질이었으며, 매체였으며,
미디어였으며, 즉 메시지였다.

3
이윽고 나는 이러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무엇일
까? 타인과 생각과 사상을 주고받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인가? 타인은 존재하는가? 이
공간에서는 타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타인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스의
철학자 고르기아스는 이 세상에 자신밖에
없으며 자신 외의 모든 것은 내 머리에서
만들어낸 창조물이라는 유아론을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한 극단으로 가지 않는다
면 타인의 존재성은 분명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인가?
나는 다시 한 번 학교에서 배운
것을 떠올렸다. 기계와 기계가 커뮤니케이
션을 할 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그 중 가장 안전한 방법은 세 단계를 거치
는 것이다: 하나,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하
고, 둘, 커뮤니케이션의 요청을 수락한다.
셋, 커뮤니케이션을 요청하는 쪽에서 커뮤
니케이션이 성립되었음을 알린다. 빈센트
체르프와 밥 칸이라는 두 학자는 기계가
이러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처음 제
안한 바 있으며, 이를 TCP(Transmission
Communication Protocol)라 불렀다. 하지
만 인류는 이러한 기계의 소통 방식 훨씬
이전에 같은 방식으로 소통한 바 있다. 바
로 사랑이다.
교감이 없이는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TCP의 앞 두 단계는 두 명의 사
랑이 피어나는 시기이고, 나머지 한 개의
단계는 그 사랑을 확인하고 확정하는 단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계에서 나는 결
국 기계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최대한 추
상화시킨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돌이켜보면 이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 역시
사랑의 단계를 밟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에 이 세계가 사막으로 규정
되던 시절,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
면서 사막에 푸른 물이 들어 초원으로 변
하고 가장 즉각적인, 그리고 물리적으로
연결된(하지만 필수불가결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윽고 초원은 도시로 변
하게 되고, 굳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
지 않아도 사랑-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고
상한 형태-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공
간의 또 다른 나들은 메시지와 커뮤니케이
션을 표현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가장
존귀한 모습인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던 것
이다.

4
이때쯤 나는 공간의 풍경에 집중
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
술을 예술로 표현하던 사람들은 왜 없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신의 완벽함
과 그 전지전능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
윽고 인간들 사이의 사랑을 다루는 예술가
들이 나타났다. 낭만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인간들 사이의 일들, 사랑하고, 서로 싸우
고, 식사를 하고,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그 모든 일들을 예술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토마스라는 사람이 증기기
관을 발명하고 인류의 문명을 기계가 뒷받
침해주는 형태가 된 이후에도, 예술은 사
람들 사이의 일을 다루고 있었다. 레오나
르도 다 빈치가 자연과 인체의 아름다운
비례를 예술로 이야기한 것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앤디 워홀이라는 예술가는
기계가 만들어내는 문명, 객체, 그리고 상
품들의 일을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
떤 예술가도 기술을 뒷받침하는 이론, 과
학자와 기술자들의 지식에 관한 것은 다루
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을 때, 나는 이 공간이
내가 배워온 것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학교에서 배워온
공학적 지식은 분명히 아름다운 것이었다.
아름다운 것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일진대,
그 것을 멋진 비유와 아름다운 경험으로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전화기는
무엇인가? 답이 무선(무서운) 전화기라는
유치한 유머가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그
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기술의 본질을 여
는 것이 두렵다고,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전유물인 기술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 두
렵다고 한 적이 있다. 판도라의 상자, 혹
은 그 내용물이 베일에 싸인 블랙박스. 기
술의 본질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의미였던 것 아닐까?
결국 놀랍게도 이 공간은 기술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변변한 통신기
술이 없던 시절, 그리고 모든 것이 직관적
으로 연결되어 유선으로 통신을 하던 시절.
그리고 무선통신이 발달하며 모두가 모두
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기. 이 모든 흐
름, 혹은 역사를 또 다른 나인 빛이 이야
기하고 있었다.

5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저 별 너머에는 또 다른 별이, 그리
고 그 별 너머에는 또 다른 별이 있으리라
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한 생
각을 할 즈음, 밤은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나의 시야에는 구름이 펼쳐졌다.
그리고 나와 타인의 또 다른 나들도 가장
높은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교감하지 못하던 시대, 그리고 물
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만 교감할 수 있
던 시대. 그리고 정신적으로 교감하던 시
대를 거쳐 이제는 모든 것이 하나가 된 시
대가 왔다. 내가 있는 공간이 구름 위로
올라가면서, 교감하지만 멀리 있던 존재들
역시 모두 그 거리를 느끼지 못하고 진정
한 교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
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정신 중 이성
은 그 시대가 되기 전 이미 구름 위에 올
라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지식을 기억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
지 않는다. 인류의 지식은 이미 많은 부분
이 서로 모여 공유되며, 웹 브라우저를 통
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인류의 이성이 공
유되고 그 다음은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인류의 감성이 공유되는 것이 다음 단계임
을 확신할 수 있다.
인류는 지식의 합일 공동체에 있
어 교감의 합일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구름 위에서 사유하고, 교감하며,
또 사랑한다. 우리의 인간관계 중 일정 부
분은 구름 위에서 합일된 상태로 이루어
지며, 또 새로운 인간관계가 그 곳에서 만
들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이후의 인
류는 또 어떻게 변화된 형태로 교감할 것
인가? 이러한 의문을 남기며 나는 이 공간
으로부터 빠져 나오고 있었다. 이 공간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이, 이 공간을 빠져
나가는 과정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공간이 모든 것의 마
지막 모양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다.

Reference
1. 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승산. 2005
2. James Munkres, Topology, Prentice
Hall, 2000
3. Marshall McLuhan, Understa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 1964
4. Richard Stevens, TCP/IP Illustrated,
Addison-Wesley Professional,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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