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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발표문은 지난 2010. 2. 10.

한국법경제학회에서 발표한 문헌을 대폭 수정․


보완한 것으로서, 증권법연구 제11권 2호에 게재될 예정임을 밝힙니다.

사채저가발행의 배임죄 법리에 대한 법경제학적 고찰


: 2009년 삼성 SDS 판결을 중심으로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I. 서론
II. 사건 개요
1. 환송전판결
2. 환송판결
3. 환송후판결
III. 사채저가발행규제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
1. 사채저가발행 규제법정책 일반론
2. 환송판결의 법리 검토
3. 환송후판결의 법리 검토
IV. 결론

I. 서론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은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1)(이하 “SDS 사채”)를 주당 7,150
원에 발행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008년 10월 서울고법 판결(2008. 10. 10.선고
2008노1841 판결: 이하 “환송전원심”)을 파기․환송한바 있다(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8
도9436 판결: 이하 “환송판결”). 이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2009년 8월 서울고법은 환송판결
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i)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에 대해서는 주주배정 방
식이라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 위반(배임)과 관련하
여 무죄를 선고하고, (ii) SDS 사채 저가 발행에 대해서는 제3자배정방식이라는 이유로 특경법
위반(배임)을 인정한다고 하였다(서울고법 2009. 8. 14. 선고 2009노1422 판결: 이하 “환송후

1)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사채권 인수인에게 사채발행회사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사채를 말한다. 인수인


은 만기에 사채금액을 상환받을 수 있는 사채권과 동시에 정해진 기간에 따라 회사측에 미리 정해진 행사
가격으로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향후 발행시에 정해진 행사가
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잠재적 주식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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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또는 “환송후원심”). 환송후원심은 피고인들은 삼성 SDS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SDS 사채의 공정한 행사가격(14,230원)보다 현저하게 낮은 행사가격(7,150원)으로 피고인 이
○○의 직계비속을 포함한 인수인들에게 SDS 사채를 인수시킨 것은 임무위배행위로서, 인수인
들로 하여금 약 227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삼성 SDS에게 같은 금액 상당
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이 판결은 특별검사 및 피고인들 모두가 재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2)
2009년 삼성 SDS 판결3)은 삼성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판결(다수 6: 반대 4: 별개 1)4)과
함께 형사법과 회사법이 교차하는 난해한 쟁점에 대한 치밀한 검토 끝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
인다. 삼성 SDS 판결은 한국 대기업집단의 기업거버넌스5)(corporate governance)문제6)에 중
요한 법정책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바, 삼성 에버랜드 판결에 대해 이미 일련의 평석7)이 나

2) 연합뉴스 인터넷판 (2009. 8. 20.), “삼성특검 ‘SDS판결’ 재상고 포기…활동종료(종합),”


<http://www. yonhapnews.co.kr/bulletin/2009/08/20/0200000000AKR20090820109900004.HTML?did=1195r>.
3) 본고의 목적상 환송판결 및 환송후판결(또는 환송후원심)을 의미함.
4) 대법원 2009. 5. 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공2009하, 1079). 이 판결의 하급심으로는 서울고
법 2007. 5. 29.선고 2005노2371 판결; 서울중앙지법 2005. 10. 4.선고 2003고행1300 판결 등.
5) ‘Corporate governance’의 일의적 개념 정의는 존재하지 않으며, 통상적으로 기업의 내부적인 지배, 통
제, 경영, 감사 등뿐만 아니라 이에 영향을 미치는 법, 제도, 정책, 관행, 계약, 문화 등을 말한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형사제재 또는 각종 공법적 규제뿐만 아니라 기업문화까지도 ‘corporate
governance’에 속한다. 이처럼 ‘corporate governance’는 대단히 넓은 개념으로서, ‘governance’이
에 상응하는 적절한 한국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에 본고는 ‘corporate governance’를 ‘기업거버넌
스’로 쓰기로 한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집단의 내부적인 ‘소유지배구조(ownership structure)’ 또는
‘지배권(control right)’ 문제에 초점을 두어, ‘corporate governance’를 ‘기업지배구조’라는 용어
로 쓰는 경우가 많다. Corporate governance의 다양한 개념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Jonathan R.
Macey, Corporate Governa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8), pp. 279-280
6)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한국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특징으로는, 회장과 그 가족의 기업소유․직접경영․기
업승계, 이른바 가신(家臣) 이사들에 의한 경영, 순환출자 등이 있다. 한국 대기업집단의 경우 이른바
‘오너’인 회장이 주요 의사결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등 소유․경영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소유․경영
이 분리된 미국 대기업과는 달리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이른바 ‘본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부각되지 않는다. 한국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점에 관한 논의로는 다음을 참조. 김
건식, “재벌총수의 사익추구행위와 회사법,”『BFL』제19호 (2006. 9), 8-21면; 박상용, “한국 기업집단
의 지배구조 개선방안: 소유․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중심으로,”『한국사회와 행정연구』제15권 제4호
(2005), 179-201면; 박세일,『법경제학』 개정판(박영사, 2000), 525-528면; 신광식, 재벌개혁의 정책과
제와 방향 (한국개발연구원, 2000), 64-116면; 이영기, 『글로벌 경쟁시대의 한국 기업소유지배구조』(한
국개발연구원, 1996), 86-111면 등 참조. 미국 기업거버넌스의 정치적 측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Mark
J. Roe, “A Political Theory of American Corporate Finance,” 91 Colum. L. Rev. 10 (1991), pp.
31-53.
7) • 서울중앙지법 2005. 10. 4.선고 2003고행1300 판결(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제3자배정방식으로 보고,
사채저가발행으로 인한 회사 손해 발생 인정)에 대한 평석으로는 다음을 참조: ① 이철송, “자본거래와
임원의 형사책임,”『인권과 정의』제359호 (2006), 이철송, “자본거래와 임원의 형사책임의 재론,”『법
조』제55권 12호 (통권 603호) (2006) [주주에 대한 손해 발생은 가능하나 회사에 대한 손해는 발생할 수
없으므로 배임죄 성립이 불가하다는 견해], ② 장덕조, “전환사채의 저가발행과 회사의 손해,”『법조』
제55권 10호 (통권 601호) (2006) [회사에 대한 손해 발생이 가능하므로 배임죄 성립도 가능하다는 견해].
③ 곽노현, “배임특권의 법과 정치: 삼성에버랜드사안의 공소사실과 1, 2심 판결을 중심으로,”『민주법
학』제35호 (2007), 곽노현, “삼성 2심판결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판결: 경영권 탈세 승계 부추기는 눈
먼 법리,”『민주법학』제38호 (2008) [회사에 대한 손해 발생이 가능하므로 배임죄 성립도 가능하다는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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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 SDS 판결에 대해서도 다양한 평석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는 삼성 SDS 판결에 대한 다양한 시각 중 하나에 불과하며, 삼성 SDS와 같이 ‘제조업
분야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상장법인의 제3자배정방식의 사채 저가발행’ (이하 “사채저
가발행”)을 배임죄로 규율하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근본적 의문에서 출발하여, (i) 환송판결에
나타난 저가발행 배임죄 법리와 (ii) 환송후판결에 나타난 구체적인 배임죄 인정 기준과 관련
하여,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환송판결은 무엇보다도 사채저가발행은 회사에 손해를 가져올 수 있어 배임죄에 해당
될 수 있다는 이른바 ‘회사의 손해’ 도그마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사채저가발행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어떻게 입는 것인가? 회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둘째, 환송판결은 배임죄 성립에 필요한 회사에 대한 손해액 평가의 목적상 이른바 “현저하
게 불공정한 가액”이란 개념을 상정하였는데, “불공정한 가액”은 논리 필연적으로 “공정한 신
주인수권 행사가격”(이하 “公正價格”) 개념을 전제로 한다. 이로부터 사채저가발행 행위의 배
임 성립 여부는 결국 ‘공정가격’ 및 ‘현저성’ 판단 문제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공정
가격 및 현저성의 구체적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셋째, 환송후판결은 SDS 사채 발행 당시 공정가격 산정 관련 법령이나 확립된 판례가 없었
음을 인정하면서도, 공정가격 산정기준으로서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 시행세
칙’(1998. 11. 13. 개정된 것)(이하 “유가증권시행세칙”)8)을 채용하고, 현저성의 판단기준으로
서 실제행사가격이 공정가격의 ‘2/3’를 제시한 후, 배임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심적
인 부분을 ‘저가발행’ 그 자체로 보고, 배임의 고의 및 위법성 인식을 인정하였는데, 이러한 판
단이 타당한가?
순수 법리적 시각에서 본다면, 삼성 SDS 판결처럼 경영권 이전9)를 목적으로 한 사채저가
발행을 배임죄로 규율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기업의 자본조달(corporate finance)
과 관련한 배임죄 법리는 학계․실무계 모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는바, 사채발행이든 차
입매수(Leveraged Buyout: LBO) 기업인수10)든 자본조달 행위를 위태범인 배임죄11)로 규율

해] 등.
•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8도9436 판결(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주주배정방식으로 보고, 사채저
가발행으로 인한 회사 손해 발생을 부정)에 대한 비판적 평석으로는 다음을 참조: 곽노형, “대법원의 삼
성에버랜드 면죄부판결 비판: 비겁하고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이비법리의 극치,”『민주법학』제41호
(2009), 481-506면 [실질적으로 주주배정방식이 아니었으므로, 배임죄가 인정되었어야 했다는 견해].
8) 기업공개 등을 위한 유가증권의 분석 기준.
9) 우리나라 대기업집단의 가족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효율성 차원에서 다룬 문헌으로는 다음을 참조.
송옥렬, “기업경영권 승계의 사회적 효율성,” 『BFL』제19호 (2006. 9), 65-76면.
10) 기업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 인수자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나중에 피인수회
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기업인수. LBO와 관련한 판례는 다음을 참조: 대법원 2006.11.9. 선고 2004
도7027 판결(원심: 서울고법 2004. 10. 6. 선고 2003노3322 판결); 부산지법 2009. 2. 10. 선고 2008고합
482,516,656 판결. 최근 경영권 프리미엄과 배임 문제와 관련하여 상고 및 재상고가 반복된 사건: 대법원
2009. 10. 29선고 2008도11036 판결(“주식 거래와 관련한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의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주식 가치의 평가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그 평가 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주식의 가치가 구구하게 산
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쉽게 포기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가장 타당한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심리하여 손해
의 발생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주식 거래에 수반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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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경우 다른 경제범죄(예컨대, 횡령, 사기, 절도, 유가증권 위조) 처벌에 비해 무죄를 유죄로
잘못 기소․처벌하는 제1종 오류(type I error)12)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형사법의 기
본이념과 조화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대부분의 경영판단은 언제
나 손해 발생을 초래할 수 있는데, 배임죄는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바로 성립한다.
배임죄는 위태범이라는 법 도그마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모든 경영판단이 배임죄의
후보에 오르게 된다는 납득하기 힘든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이란 결국 인간인 자연인의 후생 증진을 위해 인간이 설립 및 운영하는 것이지, 인간이
기업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본고는 사채저가발행 문제의 경우, 합리적인
규제정책은 법인이 아닌 (i) 자연인으로서의 개인 후생(individuals’ well-being)과 무관한 공
정성(fairness) 관념(즉, ‘회사’에 손해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불공정가액)이 아니라 (ii) 자연인
의 후생 증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후생경제학(welfare economics) 관점13)에서 앞서 제
기한 문제들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본고는 먼저 삼성 SDS 환송판결과 그 전․후 판결의 요지를
소개하고(II), 그 다음 사채저가발행 규제 문제를 법경제학 및 법정책적 차원에서 살펴본 후
(III. 1), 환송판결 및 환송후판결을 검토한다(III. 2). 끝으로 필자는 경영권 이전 자체가 배임
이 아닌데도,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사채저가발행을 사후적(ex post) 관점에서 배임죄로
규율하는 것은 법정책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며, 환송후판결에 나타난 배임죄 판단 방식

를 함께 평가하는 경우에는 경영권 프리미엄 자체가 궁극적으로 거래 상대방과의 교섭조건, 교섭능력 등에


따라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이를 산정할 방법이 없어서 결과적으로 배임죄의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심리미진이나 이유모순 등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서
울고법 2008. 11. 13. 선고 2008노1296 판결; 대법원 2008.5.15. 선고 2005도7911 판결; 서울고법 2005.
9. 28. 선고 2005노473 판결 등. LBO와 배임죄 관련 문헌으로는 다음을 참조: 강희주, “LBO(Leveraged
Buyout: 차입매수)의 법적규제에 대한 소고,” 『증권선물시장 자율규제리포트』제5호 (2008); 전현정,
“LBO와 배임죄: 손해를 중심으로,”『BFL』24호 (2007. 7); 송종준, “회사법상 LBO의 배임죄성부와 입법
과제-신한 및 한일합섬 LBO 판결을 계기로 하여-,”『증권법연구』제10권 제2호 (2010).
11)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5679 판결;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배임죄에 있
어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
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12) 제1종 오류란 원래 통계학 용어로서 귀무가설(null hypothesis)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틀렸다고 판단하
는, 즉 참(true)을 기각하는 오류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제2종 오류는 틀린 귀무가설을 맞다고 판단하는,
즉 거짓(false)을 받아들이는 오류를 말한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조. Howell E. Jackson et
al., Analytical Methods for Lawyers (Foundation Press, 2003), pp. 511-514. 제1종 오류란 용어는 통계
학 용어를 넘어 사회과학 전반에서 참을 잘못 기각하는 오류를 지칭하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예컨대, 특
정 시장에 외부효과가 없어 규제할 필요가 없는데도 규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을 제1종
오류로 칭할 수도 있다.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 중 어느 하나를 줄이려면 다른 오류가 커질 수 있다. 제
1종 오류의 증가를 감수하고 제2종 오류를 감소시키는 것과 제2종 오류의 증가를 감수하고 제1종 오류를
감소시키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지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형사법과 관련하여, 무
죄(참)를 유죄로 잘못 판단하는 것을 제1종 오류로, 반대로 유죄를 무죄로 잘못 판단하는 것을 제2종 오류
라고 칭할 수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인권보호 차원에서 제2종 오류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제1종 오류를 최
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
다.”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13) 이러한 관점은 Louis Kaplow 및 Steven Shavell의 법정책 분석 기준과 유사하다. Louis Kaplow and
Steven Shavell, Fairness versus Welfar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2), p. 2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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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무죄를 유죄로 잘못 판단하는 제1종 오류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IV).

II. 사건 개요
먼저 삼성 SDS 사건 특별검사의 공소사실 요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들은 SDS 사채
를 적정가격(시가) 55,000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인수인들에게 넘겨줌으로써 그
들에게 SDS의 주식 총 3,216,780주를 주당 7,150원에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그
결과 그들이 신주인수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SDS 발행주식의 21.1%를 취득하게 되어 특정
인수인들로 하여금 SDS의 경영지배권을 확보하게 하고, 동시에 SDS에게 1,539억 2,292만
3,000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1. 환송전판결
(1) 제1심14)
제1심은 (i) SDS 사채 발행 당시 SDS 주식의 주당 시가가 55,000원이라는 특별검사의 입
증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ii) SDS의 경영진이 보고받아
파악하고 있었던 S회계법인의 주식평가보고서, SDS 사채 발행 당시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하 “상증법”) 시행령(1998. 12. 31. 대통령령 15971호로 개정된 것)15) 제56조 제1항 제2호,
SDS 사채 발행 당시 시행되던 증권거래법 및 그에 따른 금융감독위원회의 유가증권시행세칙
등에 따라 평가한 SDS 사채 발행 당시의 SDS 주식의 공정가치는 9,740원이며, (iii) 피고인들
이 인수인들에게 적은 자금으로 SDS의 지배권을 넘겨주기로 공모하여, SDS 사채를 발행, 배
정함에 있어 SDS 사채를 주식의 최소한의 공정가치인 주당 9,740원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인
주당 7,150원으로 정함으로써 매수인들로 하여금 SDS 사채를 인수하게 하여 4,416,319,468
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SDS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판단
하였다.
이에 제1심은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이득)액이 50억 원에 미달되므로 (i)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1호 위반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았고, (ii) 동법 제3조 제1항 제2
호 위반의 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하였다.

(2) 환송전원심16)
항소심은 “회사 경영자가 조세를 회피하면서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신주 등을 저가로 발
행한 경우에 있어서 회사의 경영자에 대하여 기존주주들에 대한 임무위배를 이유로 손해배상
을 청구하는(상법 제401조) 등의 방법을 통하여 그 책임을 묻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회사에
대한 임무위배를 이유로 업무상배임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SDS 사채가 “적
정가격보다 저가로 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이 아니라 조세를 회피하면서

14) 서울중앙지법 2008. 7. 16. 선고 2008고합366 판결.


15) 원칙: 거래 시가, 보충: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합계액을 단순평균한 가액.
16) 서울고법 2008. 10. 10. 선고 2008노184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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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에 있어서는.....회사인 삼성
SDS에게.....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삼성 SDS에게 그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
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에 대한 SDS 사채 관련 특경법 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
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이유로 환송전원심은 공정가격에 대한 심리․판단을 하지 않았다.

2. 환송판결17)
(1) 배임 판단 기준
대법원은 같은 날 선고한 삼성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하면서, “현저하게 불공정
한 가액으로 제3자에게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SDS 사채 발행은 “제3자 배정방식에 의한 것이 분명하므로, 만약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행사
가격인 1주당 7,150원이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경우에 해당한다면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에 관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힘으로써 배
임죄를 저질렀다고 보아야 할 것”임을 지적하고, 원심의 무죄 판단은 배임죄에 있어서의 임무
위배 및 손해에 관한 법리오해에 기한 것으로서 그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2)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산정방법


위와 같은 판단하에 대법원은 SDS 사채를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발행함으로 인하여 회
사가 입은 손해는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과 실제 신주인수
권 행사가격과의 차액에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발행할 주식수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에 의하
여 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라 함은 기존주식의 시가 또는 주
식의 실질가액을 반영하는 적정가격과 더불어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설시하였다. 그 다음 대법원은 원심이 SDS 사채의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SDS 사채의 저가발행과 관련하여 손
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한 것은 배임죄에서의 손해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에 기한 것
임을 지적하였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특경법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2008노1841)을 파기


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서울고법에 환송하였다.

3. 환송후판결18)
(1) 유가증권시행세칙에 따른 공정가격 산정
환송후원심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객관적이고 적정한 가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

17)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8도9436 판결.


18) 서울고법 2009. 8. 14. 선고 2009노142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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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평가방법과 기업가치분석 방법 등을 고려하고 그 각 방법들이 실정법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실태를 참작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였는데,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
가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채용되고 있는 자산가치법, 수익가치법, 비교가치법 등의 각 장단
점을 언급한 후, 법령상 요구되고 있는 비상장주식의 평가기준인 (i) 기업회계기준상의 비상장
주식의 평가방법(자산가치법), (ii) 상증법 시행령, (iii) 유가증권시행세칙 등을 언급하였다.
그 다음 환송후원심은 이 사건 SDS 주식에 관한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평가함에
있어서, 유가증권시행세칙을 준용하여 평가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고 보았다. 환송후
판결은 위의 시행세칙에 따라 SDS 주식의 1999. 1. 1. 현재 (i) 주당 순자산가치를 7,332원,
(ii) 순이익가치를 18,829원으로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주당 공정가격을 14,230원[{(7,332
원×1) + (18,829원×1.5)}/2]으로 평가하였다.

(2) 실제가격이 공정가격의 ‘2/3’면 일응 배임


환송후판결은 주당 가치가 14,230원인 주식의 신주인수권을 7,150원에 인수하도록 하였다
면 주당 가치의 약 1/2의 낮은 가액으로 인수하도록 한 것이 되어 상당히 저가로 인수하도록
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적정한 가액 외에 당시의 상황에서는 불가피하였던 다른 경영판단적
요소도 함께 고려될 수 있으므로, 주당 가치의 약 1/2의 저가로 인수하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곧바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도, 결
국 SDS 주식의 주당 가치가 14,230원임에도 그 1/2 정도의 저가에라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
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긴박한 사정이 SDS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 다음 환송후판결은 “주식 등 유가증권의 저가발행이 문제되는 사건에 있어서 배임행위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1주의 신주인수권의 공정한 행사가격과 실제 행
사가격과의 차액의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에 의하여 판단”된다고 설시한 후, “특별한 사정이 없
는 경우 실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평가에 의한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의 2/3, 다시
말하면 공정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실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의 1.5배에 이르는 정도가
일응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보았다. 결국 “이 사건의 경우에는 공
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14,230원이 실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7,150원의 1.99배에 이르러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발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온다고 판단되고, 그러한
규범적 판단이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3) 특경법위반(배임) 인정
환송후판결은 피고인들이 SDS 사채를 주당 7,150원에 인수인들에게 총 3,216,780주를 취
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여, SDS에게 합계 22,774,802,400원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고
보고, 피고인들에게 특경법위반(배임)을 인정하였다.

지금까지 살펴본바와 같이, SDS 사채의 공정가격, SDS의 손해액, 배임 성립 여부 등을 심


급별로 정리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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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공정가격(B)
실제발행
손해액(L) 배임 여부
가격(A)
심급 평가기준 평가액

(특별검사) (시가) (55,000원) (1,539억) (기소)

상증법시행령 및 9,740원(B1) 무죄․21)


제1심 44억원20)
유가증권시행세칙 (B1 = A × 1.36) 면소22)

환송전원심 7,150원19) (심리·판단 없음) (심리·판단 없음) 없음 무죄23)

A가 B보다
여러 사정을 L = {(B-A)
환송판결 (심리·판단 없음) ‘현저히’ 낮으면
종합적으로 고려 × 주식수24)}
배임

A가 B의 ‘2/3’
14,230원(B2)
환송후판결 유가증권시행세칙 227억원25) 미만이면 일응
(B2 = A × 1.99 )
배임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공정가격 평가액은 ‘① 상증법시행령’과 ‘② 유가증권시행세칙’ 중


에서 어느 것을 어떻게 평가기준으로 적용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가액이 큰 폭으로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위의 ①을 적용한 피고인들의 추정가격(즉, 실제발행가액)은 7,150원(A)이고, 위의
① 및 ②를 적용한 제1심의 추정가격은 9,740원(B1)이며, 위의 ②를 적용한 환송후판결의 추
정가격은 14,230원(B2)이다. 이로부터 제1심 추정가격은 피고인들 추정가격의 1.36배(A:B1=1:
1.36)이고, 환송후판결 추정가격은 피고인들 추정가격의 1.99배(A:B2=1: 1.99)이며, 환송후판
결 추정가격은 제1심 추정가격보다 1.46배(B1:B2=1: 1.46)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추정가격 산정을 두고, (i) 법원(제1심과 환송후판결) 간의 추정가격 차
이(B1:B2)인 ‘1.46배’는 법원(제1심)과 피고인들 간의 추정가격 차이(A:B1)인 ‘1.36배’보다 더
크며, (ii) 법원 간의 추정가격 차액(B2-B1)은 4,490원으로서 제1심과 피고인들 간의 추정가격
차액(B1-A)인 2,590원보다 ‘1.7배’나 크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비상장기업의 사채발행에 있어
서 무엇이 공정가격인지는 법원 입장에서도 제대로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려웠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법원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추정가격을 근거로 배임죄를 묻는 것이 타당한지 의
문이다.

19) 평가기준: 구 상증법 시행령 소정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기초로 지배주주 프리미엄 가산.
20) 편의상 천만 단위 이하는 생략하였음.
21)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1호 위반의 점.
22)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 위반의 점.
23) 특경법 제3조 제1항 제2호 위반의 점.
24)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발행할 주식수.
25) 편의상 천만 단위 이하는 생략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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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사채저가발행규제에 대한 법경제학적 검토

1. 사채저가발행 규제법정책 일반론


삼성 SDS 판결에 나타난 법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기에 앞서, 환송판결 및 환송후판결 모
두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사채저가발행 규제법정책을 법경제학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1) 기업의 실체 문제
헌법은 명문으로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제119조 제1항)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민간기업
의 신주인수권부사채 행사가격 결정에 국가 개입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사채발행가격은 기업
내외의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기업’이란 무엇인가? 법 도그마의 관점에서 기업을 경영자나 주주와 구별되는 독립적 인격을
가진 실체(legal entity)로 보는 것이 타당한가?
기업이 독립적 인격을 가진 실체라는 것은 법적 의제(legal fiction)에 지나지 않는다. 헌법
이 보장하는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는 기업이 마치 자연인처럼 경제상의 자유를 누릴 수 있
는 독립된 인격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는 ‘기업 설립 및 운영을 통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옳다. 기업은 ‘누가’ 왜 설립하고 운영하는
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영리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한 생산을 위해 투자자가 설립하는 것이
보통이다. 투자자가 직접 경영자가 될 수도 있고(경영자가 투자자를 편취하는 본인․대리인 문
제가 발생하지 않음), 투자자가 경영자를 고용할 수도 있다(본인․대리인 문제 발생함). 한편 투
자자 또는 경영자는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있고,
노동력을 조달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가정의 실체가 ‘집’이 아니라 ‘가족’이듯이, 헌
법에 따라 경제상의 자유를 누리는 기업의 실체는 법인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투자자 및 경영
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기업의 경제활동에 채권자 및 피고용자의 역할도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 역시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법경제학계는 오래 전부터 ‘기업’을 (단순한 법인이 아니라) 경영자, 주주, 피고용인, 채권자
등 다양한 이혜관계인들 간에 체결된 복잡다기한 계약의 총체(nexus of contracts)라고 파악
해왔다.26) 경영자는 주주가 아닌 채권자, 근로자, 고객, 납품업자 등과 같은 이해관계인에 대

26) 예컨대, Ronald H. Coase, The Firm, The Market and the Law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8), p.
33; Frank H. Easterbrook & Daniel R. Fischel, The Economic Structure of Corporate Law (Harvard
University Press, 1991), pp. 1-39; Richard A. Posner, Economic Analysis of Law, 7th ed. (Aspen
Publishers, 2007), pp. 419-421; Oliver Williamson, “Corporate Governance,” 93 Yale L.J. 1197
(1984); Macey, supra note 5, p. 5 등 참조. 우리나라 대법원은 기업의 실체는 ‘법인’이라는 도그마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기업을 이혜관계인의 집합으로 보는 시각이 미국 법경제학계에서 처음 제기되었다고
해서, 이러한 시각이 곧 미국 회사법(state corporate laws)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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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도 여러 가지 형태의 법적 의무를 질 수 있다. 예컨대, 경영자는 채권자에게 원금과 이자
를 지불해야 하고, 근로자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며, 납품업자에게 거래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등의 의무를 부담한다. 최근 기업이 지역공동체에도 일정한 사회적 책임(예컨대, 불우이웃돕기,
지역환경개선)을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도의적(ex gratia)
행위일 뿐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 책임이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2) 사채발행과 신인의무 문제


우리나라 상법은 경영자에게 선관의무(제382조 제2항)와 충실의무(제382조의 3)27)를 부과
하고 있다. 삼성 SDS 사건처럼 사채의 “가격 결정”과 관련하여 법령과 정관에 어떠한 명문 규
정도 없는 경우, 경영자는 발행하고자 하는 사채를 특정 가격 이상으로 정해야할 의무가 있는
가? 충실의무는 법조항이 말하는 그대로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른 의무이므로, 위와 같은
경우 경영자는 사채가격결정에 있어 특정 가격보다 높게 가격을 설정해야할 ‘충실의무’를 부담
한다고 보기란 어렵다. 한편 ‘선관의무’는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요청되는 의무이므로,
경영자와 주주 간에 사채발행과 관련한 위임사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가격 결정과 관련하여
경영자가 선관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 설사 선관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이에 대한 위반을 곧 형사상 배임으로 보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사채발
행가격 설정에 있어서 주주에게 어떠한 법적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만약 법령, 정관, 계약 어디에도 사채발행가격과 관련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경영자는 선관의
무 및 충실의무 모두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경영자는 주주에게 이른바 신인의무(fiduciary
duty)28)를 부담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1943년 SEC v. Chenery Corp. 사건에서 미연방대법원 Frankfurt 대법관은 신인의무의 내

실제로 미국 회사법은 기업을 이해관계인들의 집합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 한편 경제상 자유를 누리는 기


업의 실체에 관한 논의는 이른바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논의와는 약간 그 성격이 다르다. 예컨
대,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과 같은 유럽계 국가 기업의 최고경영진(CEO)은 기업의 주인은 다양
한 이해관계인이며 특히 근로자의 고용유지를 가장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미국 기업의 CEO는 기업
의 주인은 주주라고 보며, 주주 배당을 가장 중시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기업들도
미국처럼 기업의 주인을 주주로 보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27) 상법상 선관의무 및 충실의무에 관한 문헌은 매우 많은데, 최근 문헌으로는 다음을 참조: 곽민섭, “이
사의 의무와 책임: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중심으로,” 『재판실무연구』(광주지방법원) (2004); 구회
근, “업무상 배임죄와 경영판단의 원칙 -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법조』제54권 11호 (통권 590호)
(2005); 구회근,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및 판례에 나타난 구체적인 사례 분석,”『사법연수
원논문집 제3집』(2006); 권재열, “상법 제382조의 3(이사의 충실의무)의 존재의의: 대법원 판례의 동향
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상사판례연구』제22집 제1권 (2009).
28) 본고에서 말하는 신인의무가 미국법상의 신인의무와 같은 것은 아니다. 본고는 사채저가발행과 관련하여
상법 소정의 선관의무와 충실의무와 구별되는 다른 제3의 의무를 경영자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 상법 규정 이외의 ‘제3의 의무’를 편의상 신인의무라고 칭하기로 한다. 본고는 신인의
무를 “정관 또는 계약의 흠결을 보충해주는 규칙”의 의미로 쓴다. Macey, supra note 5, p. 22-23 참조.
한편 미국법상 신인의무에 대해서는 다음 문헌을 참조. Frank H. Easterbrook and Daniel R. Fischel,
“Contract and Fiduciary Duty,” 36 J.L. & Econ. 425 (1993); Easterbrook and Fischel, supra note
26, pp. 9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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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지적한바 있다: “누군가가 신인의무를 진다는 점은 분석의 시작일 뿐이
다; 여기서부터 후속 질문이 시작된다. 그는 과연 누구에게 신인의무를 지는가? 그가 부담하는
신인의무의 내용은 무엇인가? 어떤 경우에 신인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가? 신인의무 위
반의 귀결은 무엇인가?”29) 이러한 Frankfurt 대법관의 언급은 사채저가발행과 관련한 신인의
무 문제와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채발행에 있어서 가격 결정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법령이나 정관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 경영자는 ‘누구’에게 신인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기업 설립 및 운영을 통한
경제활동의 자유를 누리는 실체는 결국 ‘투자자’와 ‘경영자’이다. 특히 주주는 기업 청산시 모
든 채권변제에 충당되고 남은 잔여 자산에 대해서만 마지막으로 청구권을 가질 뿐인데, 이러한
잔여청구권자(residuals claimant)로서의 주주는 기업의 이해관계인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사
채발행이나 경영권 이전 등을 포함한 경영자의 전반적인 경영판단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주주’에게 신인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30) 한편 경영자
는 피고용인에게 근로계약 및 노동법상의 의무를 부담할 뿐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신인의무를
진다고 보기란 어렵다. 채권자에 대해서도 계약에 따른 의무 이외에 어떤 신인의무를 진다고
보기란 어렵다. 기업 청산시 채권자와 피고용인은 자신들의 계약상 권리에 기하여 청구권을 충
분히 가진다. 경영자가 신인의무를 지는 대상은 잔여청구권자로서의 주주에 국한된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인간이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경영자가 회사 그 자체에
대해 어떤 신인의무를 진다고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한편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상법 제382조 제2항에 따르면, 경영자는 ‘회사’에 대해 민법 제
681조 소정의 선관의무를 진다.31) 따라서 경영자는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정관에 규정이 없더
라도 ‘회사’에 대해 선관의무를 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회사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회사는 곧 법인’이라는 도그마의 관점에서 보면 ‘회사’란 독립적 인격을 가진 실체이다. 이러
한 법 도그마의 시각에서는 경영자는 회사 그 자체에 대해서도 선관의무를 진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시각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인간이 회
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경영자가 회사 그 자체에 대해 선관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
은 지나친 의제다. 이에 필자는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경영자는 독립된 법인격으로서의 ‘회사’
가 아닌 잔여청구권자인 ‘주주’에게 선관의무를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상법 제382조 제2항의 입법의도가 경영자로 하여금 ‘회사’가 독립된 법인격체로서의 법인에
대해 선관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라면, 오히려 이러한 법조항은 개정 내지 폐지하는 것이 타당
하다고 생각한다.

29) 318 U.S. 80 (1943), pp. 85-86 (“[T]o say that a man is fiduciary only begins analysis: it gives
direction to further inquiry. To whom is he a fiduciary? What obligations does he owe as a
fiduciary? In what respect has he failed to discharge these obligations? And what are the
consequences of his deviation from duty?”).
30) Macey, supra note 5, p. 23 참조.
31) 상법 제382조 제2항: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 제681조:
“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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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이유로 본고는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경영자는 오로지 ‘주주’에 대해서만 일정한
신인의무 또는 선관의무를 질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는 곧 경영자가 결정한 사채발행가격에
주주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경영자는 그 누구에게도 사채발행가격과 관련하여
어떠한 법적 의무도 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신인의무와 민법상의 선관의무 양자는 서로 같은
것이 아님은 분명하지만, 이하에서부터는 편의상 양자 모두를 신인의무라고만 칭하기로 한다.

(3) 신인의무의 내용 문제
사채의 가격 결정에 있어 경영자는 주주에게 신인의무를 진다고 가정할 때, 어떤 내용의 신
인의무를 지는가? 이 질문은 곧 경영자는 사채발행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주주에 대한 신인의
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라는 물음과 같다. 사채저가발행이 신인의무 위반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低價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基準價’가 있어야만 한다. 실제발행가격이
기준가에 비해 어느 정도 낮을 때, 신인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1) 최적가격 문제
사채저가발행이 신인의무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논리필연적으로 ‘기준
가’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만 한다. 기준가란 무엇인가? 만약 경영자와 주주 간에 별다른 약정
이 없다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 또는 최적화하는 주식 평가액 또는 주식 가치를 가장 정확하
게 평가한 액수를 기준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편의상 이를 “最適價格(optimal
price)”이라 칭하고자 한다.
최적가격 수준은 사채를 발행하고자 하는 각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A라는 비상장기업이 t
라는 특정 시점에서 사채를 발행하고자 할 때 최적가격은 그 개념 정의상 오로지 단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는 사채를 최적가격으로 발행할 의무를 진다고 볼 수 있겠는
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A기업의 경영자가 t시점에서 최적가격을
알아낼 수 있는지 여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만약 경영자가 최적가격을 어떤 방
법을 통해서도 알아낼 수 없다면, 경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
면 경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이라는 신인의무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법은 불가능한 것을 요
구할 수 없다). 반대로 경영자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최적가격을 알아낼 수 있다면, 경
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을 기대할 수 있고, 그렇다면 경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의무를 부담시키
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32) 이하에서는 합리주의(rationality) 가설과 행태주의
(behavioralism) 가설33)에 따라 최적가격발행의무 문제를 검토해보기로 한다.

32)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무 위반시 형사제재가 적절한지, 행정제재가 적절한지, 아니면 민사제재가 적절한
지 문제가 남는다.
33) 행태주의 가설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실세계에서 인간은 불확실성하에서의 복잡한 의사
결정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과정과
더불어 발달한 간편 추론 방식인 ‘휴리스틱(heuristic)’에 따른다. 휴리스틱은 ‘엄지손가락법칙(rules
of thumb)’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복잡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단축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으나 다른 한편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인지편향(cognitive bias)’이라는 부정적 효과도 가져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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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효율적자본시장이론34)을 포함하는 전통적인 합리주의 가설35)에 의하면, 場의 內·外
불문하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가 곧 최적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적가격은 경영자
뿐만 아니라 주주나 기타 제3자도 알 수 있다. 만약 경영자가 주주의 동의 없이 자신 또는 기
타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시가(최적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채를 발행하였다면, 주주를 보
호하기 위해 경영자에 대한 일정한 제재가 필요할 것이다. 합리주의 모델에 따르면, 경영자,
주주, 법원 모두 최적가격이 얼마인지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으므로, 경영자에게 ‘최적가격
발행’이라는 신인의무를 부과하더라도 별 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주주의 동의 없이 최적가
격 이하로 사채를 발행했을 경우 신인의무 위반을 이유로 일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제1종
오류의 위험 없이) 경영자의 기회주의적 행위를 적절히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자본시장의 비효율성36)과 인간 행위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는 행태주의 가설에 따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가 곧 최적가격은 아니다.37)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고자 하겠지만, 통계적 확률로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38)으로 가득한 기업환경에서

있다. 인지편향으로부터 발생하는 인간행위의 비합리성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 능력 한계로
부터 체계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 현상이다. 흔히 합리주의경제학과 행태경제학은 서로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행태경제학은 합리주의 경제학을 완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합리주의 가설
을 완화시킴으로써 합리주의경제학을 보완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보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조. Colin
F. Camerer & George Lowenstein, “Behavioral Economics: Past, Present, Future,” in  Colin F.
Camerer et al., Advances in Behavioral Economic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4), pp. 3-4;
Christine Jolls, “On Law Enforcement with Boundedly Rational Actor,” in Francesco Parisi and
Vernon L. Smith (ed.), The Law and Economics of Irrational Behavior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5), p. 269. 한편 행태주의 금융법경제학에 대한 소개로는 다음을 참조. 주진열,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에 있어서 적합성 문제에 대한 비교법경제학적 고찰,”『저스티스』통권 제115호 (2010), 220-22면.
34) 효율적자본시장이론은 1960년대부터 주창되어 행태금융경제학(behavioral finance)이 학계로부터 인정받
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 주류 금융경제학의 지위를 차지하였다. 1980년대부터 미국 자본시장에서 나타난
과도한 격변성을 겪으면서 자본시장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 Andrei Shleifer, Inefficient Markets: An Introduction to Behavioral Finance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pp. 1-27.
35) 인간은 완전한 합리성을 갖고 효용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설.
36) 자본시장은 시장참여자의 비합리성으로 인해 비효율적이며, 자본시장의 비효율성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
라 오히려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가설. 행태금융경제학에 대한 대표적 문헌으로는 특히 다음을 참조:
Shleifer, supra note 34; Nicholas Barberis & Richard Thaler, “A Survey of Behavioral Finance,” in
Richard Thaler (ed.), Advances in Behavioral Finance, Vol. II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5).
37) 한편 행태주의 모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있다: (i) Posner, supra note 26, p. 17 (인간은
인지편향으로 인해 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비합리성은 체계적 현상이 아니라 예외적 현상이라는
비판); (ii) John D. Hansen & Douglas A. Kysar, “Taking Behavioralism Seriously: The Problem of
Market Manipulation,” 74 N.Y.U. L. Rev. 630 (1999), p. 715 (비합리적 행위를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일관된 이론적 설명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하에서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를 예
시적으로 제시할 뿐이라는 비판); (iii) Jean Tirole, The Theory of Corporate Fina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6), p. 9 (기업의 금융행위를 설명함에 있어서 아직까지 행태주의 금융경제학은 기
존의 합리주의 금융경제학에 비해 일관된 이론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등. 주진열, 전게논문,
222면 참조.
38) Frank H. Knight는 통계적 확률로 미리 예측 가능한 리스크(risk)와 달리 그 본질상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것을 ‘진정 불확실성(true uncertainty)’이라 칭한바 있다. 그는 불확실성을 흔히 리스크와 같은 의미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진정 불확실성은 통계적 확률로 예측될 수 없다고 본다. Knight는 19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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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39)으로 인한 인지편향(cognitive bias)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 의사결정이 결과적으로는 주주에게 큰 손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경영자, 주주, 경제전문가, 법원 그 누구도 주주의 이익을 최
대한 보장해줄 수 있는 최적가격을 사전적(ex ante)으로 알아낼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경
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을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신인의무로서 최적가격발행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오늘날 주류 금융경제학은 여전히 합리주의 가설을 전제로 한 가격이론임은 분명하나, 자본


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분석과 관련하여 최근 행태주의 가설도 그 설득력을 점점 더 얻어가
고 있다. 이론적 차원에서만 본다면 합리주의 가설과 행태주의 가설 중에서 어느 것이 다른 것
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란 힘들다.40) 다만 최소한 한국 금융시장과 관련하여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경험적 사실에 비추어 행태주의 모델이 합리주의 모델에 비해 현실 설명력이
더 뛰어나다고 본다.41) 최적가격이란 개념은 재무이론 차원에서 추상적 개념으로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실 세계에서 경영자는 최적가격이 무엇인지 결코 알아낼 수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경영자에게 최적가격발행의무를 신인의무로
서 부과할 수 없다고 본다.

2) 주주만족가격
위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제한적 합리성과 인지편향으로 인해 그 누구도 최적가격을 알아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경영자는 사채발행시 ‘주주를 납득․만족시킬 수 있는 가격’을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가격을 편의상 ‘주주만족가격’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경영자 자신이 바로 주주인 경우가 많고, 주주의 수도 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경영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주주가 원하는 수준의 행사가격을 쉽게 알
아낼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에게 주주만족가격발행의무라는 신인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정당

자신의 저서에서 기업의 이윤에 관한 이론은 리스크가 아니라 진정 불확실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쓰고 있
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Knight의 불확실성’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Frank H. Knight, Risk,
Uncertainty, and Profit (Houghton Mifflin Company, 1921), p. 19 (“[U]ncertainty must be taken in a
sense radically distinct from the familiar notion of risk); Id., p. 20 (“[U]nmeasurable
[uncertainty]...is..."true" uncertainty...which forms the basis of a valid theory of profit...”).
39) 제한적 합리성 이론은 불완전 정보하에서 의사결정자는 제한된 합리성으로 인해 문제해결의 최선책을 찾
을 수는 없고 그 대신 수용가능한 차선책을 찾아낸다고 본다. Herbert Simon, “A Behavioral Model of
Rational Model,” 69 Quarterly of Journal of Economics (1955) 참조.
40) 예컨대, 20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자본시장에서의 효율적자본시장이론과 행태주의이론의 격돌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으로는 다음을 참조. Justine Fox, The Myth of the Rational Market (HarperCollins
Publisher, 2009), pp. 287-308 참조.
41) 실제로 행태주의 모델에 근거하여 한국 주식시장을 분석한 연구로는 다음을 참조: 길재욱·이봉수,
“Can Behavioral Models Explain the Behavior of Korean Stock Prices?” 『한국증권학회지』제33권 제4
호 (2004); 길재욱 외,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주체별 거래행태에 관한 분석,” 『한국증권학회지』제35권
제3호 (2006)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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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될 수 있다. 만약 주주가 사전에 경영자가 제안한 가격에 동의했다면, 주주만족가격발행의무
는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써 경영자의 신인의무는 만족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이다.
설사 경영자가 주주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채발행가격을 정했다고 하더
라도, 만약 주주가 사후적으로 이를 받아들인 경우라면, 사적자치 원칙을 존중하여 경영자에게
신인의무 위반을 추궁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단, 사기죄에 해당할 경우 이에 대한 처벌은 별
론으로 한다). 즉 경영자가 주주와 ‘합의’하여 가격을 정했다면, 설사 사채발행가격이 최적가격
추정치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경우라도, 경영자에게 어떠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사채발행과 관련하여 경영자가 주주이익 극대화 또는 주주보호라는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주주가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포기한 이상 경영자가 주주에 대해 어
떤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영자가 원하는 사채발행가격 수준과 주주가 원하는 사채발행가격 수준이 서로
다른 경우라면 어떠한가? 만약 법령이나 정관에 이러한 문제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경
영자는 반드시 주주가 원하는 가격을 따라야만 하는가? 아니면 경영자의 경영판단을 존중하여
주주가 원하는 가격보다 낮게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법정책적 관점에서 다양한 대답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만약 입법자 또는 법원이 주주보호와
함께 경영자․주주 간 분쟁의 예방을 중시한다면, 주주만족가격발행의무 위반을 곧 경영자의 신
인의무 위반이라고 봄으로써, 경영자로 하여금 어떠한 경우에라도 반드시 주주와의 사전협의를
거쳐 가격을 결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존중한다
면, 경영자가 사채발행가격을 어떻게 정했더라도 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있다.

3) 소결
경영자의 경영판단은 기업 도산 및 평판(reputation) 훼손이라는 시장의 가혹한 심판을 받
지만, 법관의 경영판단(즉, 경영자의 의사결정이 신인의무를 충족하고 있는지에 대한 법적 판
단)은 시장으로부터 그 어떤 심판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관보다는 경영자가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인센티브가 훨씬 크다.42) 만약 경영자가 경영권 이전 또는 승계를 위해 사채를
저가로 발행하더라도, 주주가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사적자치의 원칙상 당해 저가발행에 대
해 경영자는 주주에 대해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편 경영자가 곧 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경영자가 대주주로서의 자신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사채발행가격을 설정할 인센티브가 없다. 따라서 본인-대리인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경영자에게 신인의무를 물을 실익이 전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대주주가 경영자인 기
업의 사채발행 가격은 원칙적으로 경영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고, 이에
대한 형사 또는 행정적 규제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4) 사채저가발행 규제 문제

42) Easterbrook and Fischel, supra note 26, p. 24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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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기업의 경영자가 사채를 고가에 발행하든 저가에 발행하든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
소정의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로서, 국가가 규제를 통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다만 사채저가
발행이 법이 보호하는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에는,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음
은 물론이다. 이때 규제 방법으로서 크게 (i) 당해행위의 범죄화를 통한 형사제재, (ii) 행정제
재, (iii) 민사제재 등의 수단43)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이들 규제수단 중에서 어
느 것을 선택함에 있어서 이른바 ‘자유주의적 개입자(libertarian paternalism)’44)로서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45) 이하에서 형사제재, 행정제재, 민사제재 중 어느 것이 법정책적 차원에
서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한다.

1) 형사제재
먼저 형사제재에 대해서 본다. 범죄화의 필요조건은 도덕적․사회적 비난가능성이고, 형사제
재의 충분조건은 구성요건의 명확성 및 죄형법정주의 원칙이다. 필요조건이 충족된다고 하더라
도, 충분조건이 만족되기 힘들면, 범죄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간의 지나친 탐욕이 모
든 경제범죄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지나친 탐욕을 가진 자는 처벌한다’는 식의 처벌규정을
만들 수는 없다. 왜냐하면 지나친 탐욕을 도덕적·사회적으로 비난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무엇이 탐욕인지 어느 정도가 지나친 것인지에 대해 국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 때
문이다.
사채저가발행과 관련하여, 행사가격이 ‘저가’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수범자로서의
경영자가 예측가능한 단일한 ‘기준가’(최적가격)를 산정해낼 수 있는 단일한 방법이 있어야 한
다. 그러나 앞서 지적하였듯이 현실 세계에서 최적가격을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산정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불확실성하에서도 확률론․수리통계학 등을 이용46)하여 기준가를 추정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추정치는 다수 존재할 수 있는바, 그 이유는 推定價格을 산정하는
방법 그 자체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예컨대, 환송후판결에서 언급된 자산가치법, 수익가치
법(배당환원방식, 현금흐름방식), 비교가치법 등}. 더욱이 동일한 산정방법을 채용하더라도, 관

43) 경영자에 대한 제재로서 민사제재와 형사제재의 법경제학적 논의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John C.
Coffee Jr, “Does Unlawful Mean Criminal: Reflections on the Disappearing Tort/Crime Distinction in
American Law,” 71 B.U. L. Rev. 193 (1991); John C. Coffee, Jr, “Paradigms Lost: The Blurring of
the Criminal and Civil Law Models-And What Can Be Done About It,” 101 Yale L.J. 1875 (1992); Alvin
K. Klevorick, “Legal Theory and the Economic Analysis of Torts and Crimes,” 85 Colum.L.Rev. 905
(1985); Kenneth Mann, “Punitive Civil Sanctions: The Middleground Between Criminal and Civil
Law,”101 Yale L.J. 1795 (1992) 등.
44) Cass R. Sunstein and Richard H. Thaler, “Libertarian Paternalism Is Not an Oxymoron,” 70 U.
Chi. L. Rev. 1159 (2003) 참조.
45) 예컨대, 미국에서는 Enron, WorldCom 사건을 계기로 기업회계부정으로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강력한
규제입법이 요청되자, 2002년 Sarbanes-Oxley Act가 제정되었다. 그러나 최근 당해 법률의 실효성에 의문
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Stephen J. Choi, “Law and Finance Lessons?”『금융연구』제22권 제2호
(2008), p. 77 참조. 최근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금융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내용
으로 하는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개혁 및 투자자보호에 관한 법률(Dodd–Frank Wall Street Reform and
Consumer Protection Act)’법이 통과되었으나, 이러한 규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46) 오늘날 주류 실증 경제학 또는 경영학이 택하고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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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 데이터의 취사선택에 따라, 분석결과에 대한 다양한 가치판단적 해석에 따라, 추정가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A라는 동일한 산정방법을 채용하더라도, 추정가격은 50원,
100원, 200원 등으로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다. 더욱이 시장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인지편향을
고려한다면, 추정가격이 ‘어떤 기준’에 비해 낮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자에게 배임죄를 추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어떤 기준’인 공정가격 자체가 불확실성 및 인지편
향의 결과로 잘못 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47)
더욱이 경영자는 John M. Keynes가 1930년대에 자신의 저서에서 적절하게 지적한바와 같
이 때로는 이른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48)에 이끌려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의사결정은 주주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막대한 손해를 가져다 줄 수
도 있다. 기업의 영속성이라는 동태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영자가 결정한 가격이 법원이 사후
적으로 정한 어떤 기준에 비해 낮다고 해서 주주에게 반드시 손해가 된다고 보기란 힘든 면이
있다.
이처럼 제한적 합리성, 인지편향, 자본시장의 비효율성, 추정방법의 다양성, 데이터 왜곡 가
능성, 경영자의 야성적 충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최적가격 추정에 있어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추정가격은 말 그대로 ‘추정’치에 불과하며, 더욱이 다수
존재할 수 있는 추정치를 근거로 배임죄를 논한다면 구성요건 명확성 원칙과 행위자의 예측가
능성을 요청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합치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49) 형사처벌의 목적상 추
정가격 산정에 관한 명확하고도 단일한 기준이 법령에 미리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예컨대
경영자가 가장 보수적인 산정방법, 즉 사채발행가격을 가장 낮게 산정하는 방법을 채용했다고
해서, 그리고 그 가격이 사후적 시점에서 국가(검찰, 법원)가 산정한 추정가격보다 낮다는 이
유로,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기업환경을 고려
할 때, 경영자에게 사후적으로 법원이 판단하기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최적가격
에 근접하게 사채발행가격을 정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경영자가 결정한 사채발행가격이 사후적(ex post) 판단에 따른 어떤 기준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경영자에게 배임죄를 묻는 것은 사실상 무과실 형사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책임
형법이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합치되기 힘들다. 추정치는 민사상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으
로 사용될 수는 있어도, 형사책임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47) 공정한 기준을 설정함에 있어서도 인지편향에 노출될 수 있음을 지적한 문헌으로는 다음을 참조. Kaplow
and Shavell, supra note 13, pp. 50.
48) Cf. John M. Keynes, 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MacMillan, 1936), pp.
161-62(“Most, probably, of our decisions to do something positive, the full consequences of which
will be drawn out over many days to come, can only be taken as the result of animal spirits-a
spontaneous urge to action rather than inaction, and not as the outcome of a weighted average of
quantitative benefits multiplied by quantitative probabilities.”(강조 첨가). 최근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계기로 현대 자본시장분석에 있어서 ‘animal spirit’에 대한 재조명은 다음을 참조: George A.
Akerlof and Robert J. Shiller, Animal Spirit: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9); Robert Skidelsky, Keynse: The
Return of the Master (PublicAffairs, 2009) 등.
49) 이때 경영자는 거의 무한대의 법위반회피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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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행정제재
그 다음 행정제재에 대해서 본다. 사채저가발행의 도덕적․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고, 민사제
재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에는, 과징금과 같은 행정제재 수단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규제당국은 법수범자로서의 경영자가 별다른 비용
지불 없이 법위반을 회피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산정기준을 미리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추
정가격 산정에 관한 단일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채발행가격이 저가인지 여부를 판
단할 수 있는 기준가와 관련하여 다수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추정치를 행정제
재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만약 사채저가발행을 행정입법으로 규제한다면,
어떤 기업의 사채발행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한 최종적 판단 권한은 실질적으로 국가가 갖게 되
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이 보장하는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된다.

3) 소결: 민사제재 원칙
국가가 사전에 무엇이 기준가격인지를 획일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이상 사채저가
발행을 형사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법수범
자에게 준법 기준을 미리 명확하게 제시해주지 못한다면, 형사규제는 물론이고 행정규제도 지
양해야 한다.
사채저가발행을 반드시 법적으로 규제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필자는 차선책으로서 민사로
규율(즉, 손해배상)50)하는 것이 법정책적 차원에서 그나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51) 민사사건의
경우 소위 ‘우세한 증거’ 원칙(preponderance of evidence)52)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면 되기
때문에, 설사 기준가에 대한 추정치가 다수라고 할지라도, 형사사건에서와 같이 명확성 문제는
제기되지 않는다. 한편 비상장기업의 경우 주주와 경영자가 소수이며, 경영자가 곧 주주이기도
한 경우가 많음을 고려하면,53) 주주인 경영자가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고의적으로 손해를 입
히기 위해 사채를 저가 발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사채저가발행과 관련한 손해배상이 실제로 문제된다면, 기준가의 추정치를 두고 원고와 피고

50) 예컨대, 상법 제401조 제1항 “이사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그 임무를 해태한 때에는 그 이
사는 제삼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51) 설사 사채저가발행에 대해 손해배상 이상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경우라도, 형사
제재나 행정제재가 아니라 차라리 징벌적 배상제도로 규율하는 것이 규제의 폐해가 덜하다고 생각한다(필
자가 징벌적 배상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52) 영미법상 증거법 용어인 ‘preponderance of evidence’의 의미는 두 증거 중에서 한 증거가 다른 증거
에 비하여 증명력(weight of evidence)에 있어서 약간이라도 우세하다면(예컨대, 각 증거가 진실일 확률이
A 증거가 51%, B 증거가 49%인 경우, A증거가 B증거에 비해 증명‘력’에 있어 1% ‘우세’하다고 말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세한 증거(preponderant evidence)’에 기하여 사실인정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 영
어 ‘preponderance’는 ‘어떤 무게나 힘 또는 數가 優勢함’를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본고는
‘preponderance of evidence’를 ‘우세한 증거’ 원칙으로 번역하여 쓰기로 한다.
53) 비공개기업의 거버넌스 특성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Easterbrook and Fischel, supra note 26, pp.
228-232; Posner, supra note 26, pp. 4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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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에 다툼이 예상되며, 이때 마치 가격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산정 문제처럼 복잡한 경제적
증거 평가 문제54)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상과 같은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2009년 삼성 SDS 판결을 살펴보기로 한다.

2. 환송판결의 법리 검토
(1) 불공정가액과 공정가격
대법원은 (삼성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회사가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로 인하여 회사에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히게 되면,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하였다. 이로부터 사채저가발행의 배임죄 성립 여부 판단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에 따라 좌우됨을 알 수 있다.
“불공정한 가액”은 공정가격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는바, 공정가격은 본고 ‘III.1.(3).1)’에서
살펴본 기준가와 같은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 및 인간의 인지편향 등
으로 인해 경영자가 “불공정한 가액”의 전제가 되는 공정가격이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 대단히 어려움은 앞서 지적한바와 같다.
한편 “불공정한 가액”에서 ‘불공정’이라 함은 ‘누구’에 대해 불공정하다는 것인가? 사채저가
발행에 대한 배임죄 처벌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손해를 입는 자가 ‘회사’이므로 ‘불공정’하다는
것도 자연히 ‘회사’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환송판결에 나타난 “불공정한 가액”
이라는 개념에 내포된 공정성(fairness) 관념은 정의 또는 법이라는 직관적 감정의 차원에서
보면 흠잡을 때 없다. 그러나 Louis Kaplow와 Steven Shavell이 지적한 것처럼, 자연인으로
서의 개인의 후생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성(fairness) 관념55)은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음56)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채저가발행으로 실제로 손해를 입은 자연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개인의 후생 감소
없음), 발행가격이 ‘회사’의 입장에서 ‘불공정’하고 그 결과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의제하여
경영자를 배임죄로 처벌하면, 결과적으로 경영자만 처벌됨으로써 전체적인 사회적 후생이 감소
될 수 있다.57)

54) 주진열, “공정거래소송에 있어서 경제적 증거 평가에 대한 일고찰,” 『경쟁법연구』제19권 (2009),


174-175면 참조. 물론 사안이 복잡한 경우 담당법관은 감정인 또는 전문심리위원의 도움을 얻어 추정가격
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나, 군납류 가격담합 손해배상사건 제1심(서울중앙지법 2007.1.23.선고 2001가합
10682 판결)처럼 소송당사자와 감정인의 추정치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에는, 우세한 증거(preponderance of
evidence)원칙에 따르더라도 사실인정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제1심은 감정인이 제시한
계량경제적 증거를 받아들였는데, 최근 항고심에서 서울고법은 제1심이 채택한 계량경제적 증거를 배척한
바 있다(서울고법 2009. 12. 30.선고 2007나25157판결, 2010년 6월 현재 상고심 계속 중).
55) Kaplow and Shavell, supra note 13, p. 39 (“Notion of fairness have the property that evaluations
relying on them are based exclusively - and sometimes are not dependent at all - on how legal
policies affect individuals' well-being”; “[F]airness...that does not depend solely on the
well-being of individuals”). 여기서 ‘individuals’은 법인이 아닌 자연인을 의미한다.
56) Id., p. 52 참조.
57)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 후생 증감은 오로지 자연인의 후생 증감에만 의존함을 전제로 한다. Id., pp.

- 19 -
(2) 추정가격
대법원은 공정가격을 “기존주식의 시가 또는 주식 실질가액을 반영하는 적정가격과 더불어
회사의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평가,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가능성 등 여
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되는 가격”(이하 “종합적․합리적기준”)이라고
보았다. 대법원은 비상장주식 저가발행 관련 특경법위반(배임) 사건인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5도856 판결]에서 이미 위와 유사한 ‘종합적․합리적기준’ 접근방식을 취한바 있다.58)
그런데 종합적․합리적기준에 따르더라도, 예컨대 A라는 비상장회사의 주식 주당가치를 추정
함에 있어서 편차가 큰 여러 개의 추정치(예컨대, 50원, 100원, 200원)가 존재할 수 있다. 이
러한 점에서 종합적․합리적기준에 따라 산정된 가격은 본고 ‘III.1.(4).1)’에서 살펴본 ‘推定價格’
과 유사하다. 이 사건 제1심의 추정가격은 9,740원이고 환송후판결의 추정가격은 14,230원으
로서, 법원이 인정한 추정가격 간에도 서로 ‘1.4배’ 차이(차액: 4,490원)가 존재한다. 이 차이
는 피고인들의 추정가격 7,150원과 제1심의 추정가격 9,740원 간의 차이인 ‘1.33배’ (차액:
2,590원)보다도 더 큰 차이라는 점에 주목을 요한다.

(3) ‘회사의 손해’ 도그마 문제


대법원은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제3자에게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
위배행위에 해당”하며, “그로 인하여 회사에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취
득하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힌 이상 이사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다”고 하였
다. 이는 형법 제355조 제2항 소정의 배임죄 구성요건 중 손해를 입은 “본인”59)에 ‘회사’가
포함된다는 전제하에, 판례법상 확립된 ‘회사의 손해’ 도그마(dogma)60)에 근거하여, 사채저가
발행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물론 법 도그마 차원에서만 본다면,
경영자와 회사의 관계에서 법인인 ‘회사’를 배임죄 규정 소정의 “본인”으로 못 볼 것은 아니

26-27 참조.
58) “비상장주식을 거래한 경우에 있어서 그 시가는 그에 관한 객관적 교환가치가 적정하게 반영된 정상적
인 거래의 실례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거래가격을 시가로 보아 주식의 가액을 평가하여야 할 것이나, 그러한
거래사례가 없는 경우에는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여러 가지 평가방법들을 고려하되 거래 당시 당해 비상장
법인 및 거래당사자의 상황, 당해 업종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59)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
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60) 회사의 손해 도그마는 이른바 1인 회사에 있어서 1인주주가 회사에 대한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례에 잘 나타나 있다. 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주식회사의 주식이 사실상
1인 주주에 귀속하는 소위 1인 회사에 있어서도 행위의 주체와 그 본인은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므로, 그
본인인 주식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을 때 배임의 죄는 기수가 되는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그 손해가
주주의 손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봄); 대법원 1984. 9. 25. 선고 84도1581 판결; 대법
원 2006 .6. 16. 선고 2004도7585 판결 등. 필자의 소견으로는 오히려 위의 대법원 83도2330 전합판결에
의해 폐기된 [대법원 1974. 4. 23. 선고 73도2611 판결]의 논리가 더 타당했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73도
2611 판결은 실질적인 1인회사의 1인주주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도 없이 회사의 중요한 영업재산을 양도한
경우에 회사의 손해는 바로 그 주주 한 사람의 손해인 것이니 회사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하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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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하여, 회사의 실체를 경영자와 주주로 본다면, 사채저가발행으로 회사
그 자체가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란 극히 힘들다.
논의의 단순화를 위해, A라는 비공개기업의 경영자 甲이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주당 110
원의 가치가 있는 신주인사권부사채 100,000 주를 주당 10원에 제3자 乙에게 넘긴 사례를 생
각해보자.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A 회사는 배임죄 규정의 ‘본인’이고, 갑은 1천만원{(110원
- 10원) × 100,000 주} 상당의 손해를 A 회사에 입혔다고 볼 수 있으므로, 갑은 배임의 죄
책을 진다. 그런데 여기서 법인인 A 회사가 1천만의 손해를 입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그마’
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법인이 저가발행으로 인해 1천만의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가? (예컨대 甲이 乙 소유의 자동차를 고의로 파손시켰다면, 손해를 입은 것은 어디까
지나 乙이라는 사람이지, 파손된 자동차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 사채저가발행으로 회
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은 저가발행자를 배임죄로 처벌하기 위해 필요한 의제에 불과하다.
오래된 도그마가 그러하듯, 회사의 손해 도그마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의 손
해 도그마는 형법 제241조 간통죄 도그마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간통의
문제는 민사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일부일처제 유지, 성문란
방지 등을 위해 1990년,61) 1993년,62) 2001년,63) 2008년64) 모두 4차례에 걸쳐 간통죄는 필
요하다는 견해를 유지하여 왔다.65) 과연 간통죄가 폐지되면 성문란이 일어나 일부일처제가 위
협받겠는가? 물론 모든 도그마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예컨대, 고문금지 도그마처럼 인간의 존엄
성과 가치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그마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회사의 손해 도그마가 인간사회에 기여하는바가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손해 도그마를 폐지하더라도 기업의 이해관계인 그 누구에게 어떤 손
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굳이 이러한 도그마를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회사 의 손해 도
그마가 기업의 이해관계인의 후생 증진(예컨대, 주주의 이익 보호, 피고용인의 고용 유지, 채권
자의 채권 회수)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회사의 손해 도그마는 인간사회가 아
닌 기업 그 자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채저가발행과 같은 사안에서 정
작 피해를 입은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면서까지 회사 그 자체
를 반드시 보호해야만 하는 실익은 전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배임죄 규정이 존
속하는 한 회사의 손해 도그마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철폐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
한다.66)
회사의 손해 도그마를 벗어나서, 배임죄 소정의 “본인”이 회사 그 자체가 아니라면, 사채저
가발행으로 누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가? 피고용인은 계약에 따른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는 이
상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채권자 역시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지급받는 이상 어떤

61) 헌법재판소 1990. 9. 10. 선고 89헌마82 결정.


62) 헌법재판소 1993. 3. 11. 선고 90헌가70 결정.
63) 헌법재판소 2001. 10. 25. 선고 2000헌바60 결정.
64) 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7헌가17,21,2008헌가7,26,2008헌바21,47(병합) 결정.
65) 현재 법무부는 간통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66) 회사의 손해 도그마는 배임죄 처벌을 위한 것이므로, 배임죄 규정이 폐지된다면 회사의 손해 도그마를
논의할 이유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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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잔여청구권자(residuals claimant)로서의 주주는 어떠
한가? 만약 주주가 乙이 주주에게 장기적으로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하여, 乙을 적극
영입하기 위해서 110원의 가치가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10원에 넘기는데 동의하였다면, 주
주 역시 저가발행으로 인해 어떤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만약 주주가 주당 110
원으로 발행할 것을 주장했는데도, 甲이 10원으로 저가 발행했다면 어떠한가? 이 경우 주주는
어떤 손해를 얼마나 입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만약 동태적(dynamic) 관점에서 본다면, 乙의
뛰어난 경영능력으로 인해 주주가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으므로, 사채저가발행으로 주주가 손
해를 입었다고 단정하기란 힘들 것이다. 다른 한편 乙의 경영실패로 주가하락 또는 배당금 감
소 등이 발생하여 주주가 실제로 손해를 입었다고 하자. 이때 주주가 입은 손해는 乙의 경영실
패로 인한 것이지 사채저가발행 그 자체로 인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乙의 경영실패로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주주가 사채저가발행으로 인해 1천만원{(110원 - 10원) ×
100,000 주}의 손해를 입었다고는 볼 수 없다. 불확실한 현실세계에서 경영판단은 항상 재산
상의 손해 위험을 동반하므로, 경영자의 오판으로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배임죄를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4) 현저성 요건
‘회사의 손해’라는 도그마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제시한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에서의
“현저성” 요건은 무죄를 유죄로 잘못 처벌하는 제1종 오류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 역할
을 할 수 있다. 다만 현저성 판단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행사가격이 추정가격에 비
해 어느 정도 낮아야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67)
형사법 차원에서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유죄를 무죄로 잘못 처벌하는 제2종 오류보다도 제1
종 오류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손해’ 도그마가 폐기되지 않는 한, “범죄
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의 정신에 비추어 실제발행가격이 보수적으로 가장 낮게 산정된 공정가격보다도 예컨대,
최소한 ‘1/3’ 보다 더 낮은 경우에만 현저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3. 환송후판결의 법리 검토
환송후판결은 회사의 손해 도그마에 기초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일단 회사의 손해 도그마가
타당하다는 전제하에 환송후판결을 살펴보기로 한다.

67) 형법 제349조 제1항(“사람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을 취득한 자는.....”)과
같이 ‘현저성’을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범죄도 있다. 대법원은 부당이득죄에 있어서의 ‘현저성’은 “단
순히 시가와 이익과의 배율로만 판단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개별적 사안에 있어서 일반인의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며,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질서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사적 계약
자유의 원칙을 고려하여 그 범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요한다.”고 판시한바 있다(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도8577 판결: 아파트 건축사업이 추진되기 수년 전부터 사업부지 내 일부 부동산을
소유하여 온 피고인이 사업자의 매도 제안을 거부하다가 인근 토지 시가의 40배가 넘는 대금을 받고 매도
한 사안에서, 부당이득죄의 성립을 부정한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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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대가능성
환송후원심은 먼저 “비상장주식에 대한 객관적이고 적정한 가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다양
한 주식평가방법과 기업가치분석 방법 등을 고려하고 그 각 방법들이 실정법에서 실제로 적용
되고 있는 실태를 참작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SDS 사채의 공정가격 산
정기준으로서 유가증권시행세칙을 적용하였다.68) 환송후원심은 유가증권시행세칙이 “유가증권
의 가치를 되도록 보수적으로 낮게 분석,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행세칙은 어디까지나 유가증권의 인수업무에 관한 것이지, 배임죄와 같은
형사처벌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송후판결이 SDS 사채 발행 당시 “비상장법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경우 따라야
할 공정한 신주인수권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확립된 판례 등이 존재하지 아
니하였”다고 지적한 점은 매우 타당하다. 명확성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이념을 보다 적극적으
로 고려한다면, 이러한 사정은 충분히 무죄 선고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
송후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을 양형요소로 참작하는데 그쳤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제한적 합리성, 인지편향 등, 자본시장의 비효율성, 기준가 추정방법의
다양성, 데이터의 왜곡 가능성, 추정결과에 대한 가치판단적 분석 등으로 인해, 대법원이 제시
한 ‘종합적․합리적기준’에 따르더라도, 서로 편차가 큰 여러 개의 추정가격이 존재할 수 있다.
더욱이 환송후판결이 스스로 인정하였듯이 SDS 사채발행 당시에는 배임죄 처벌의 목적상 행
사가격 산정에 관한 객관적 기준이 법령이든 기타 어떠한 형식으로든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사채발행시 배임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환송후판결이 채택한 평가방법
에 따라 발행가격을 산정해야만 했었다고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사채저가발행에 대한 배
임죄 인정여부의 기준이 되는 공정가격 산정을 두고 법원들조차 판단이 나뉘는 현실에서, 경영
자에게 배임죄를 범하지 않기 위한 사채발행가격을 정확히 산정하도록 기대하는 것 자체가 현
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환송후판결이 피고인들이 채용한 상증
법시행령 소정의 보충적 평가방법을 배척한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이념에 합치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2) 고의 및 위법성 인식
환송후판결은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에 있어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
심적인 부분은 저가발행”이라 강조하고, 피고인들이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령에 근거를 둔
세액만을 징수할 수 있는 조세징수권자의 입장에서 평가한 가액에 따라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하였다면 저가발행의 가능성을 용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 적어도
저가발행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하면서, 고의를 인정하였다.

68) 환송후판결은 그 이유로서 유가증권시행세칙은 “보통주식의 본질가치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각각 1


: 1.5로 하여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으로 하여 수익가치에 가중치를 두어 평가하고 있는데, SDS와 같은 정보
기술산업에 속하는 회사의 주식 가치평가에 있어서 수익가치를 더 중요시하여야 하는 측면이 있어 위 규정
의 평가방법이 이에 부합하며.....위 규정과 그 시행세칙의 규정취지는.....유가증권의 가치를 되도록 보
수적으로 낮게 분석, 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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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환송후판결은 피고인들이 SDS 사채 발행시 “비상장법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
행할 경우 따라야 할 공정한 신주인수권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확립된 판례
등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음을 언급하고, 이에 더하여 “여러 가지 평가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
황”이었음을 인정하고, SDS 주식 평가시 “위법은 아닌 것으로 피고인들이 인식할 수 있었”음
을 인정하였으나, 결국 “피고인들의 행위정황과 인식능력 및 사회적 지위에 비추어.....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위법의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
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
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위법성 인식을 인정하였다.
미연방제7항소법원의 Richard Posner 판사가 지적한 것처럼, 犯意(criminal intent)는 단순
한 인식(awareness)과 구별된다. 예컨대, 철도사업자가 매년 기차사고로 수 명이 사망함을 알
면서도 기차를 운행시켰다고 해서 살인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69) 법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형사책임과 관련한 범의는 적극적으로 자원을 투자하여 금지된 것을 얻고자 하는 심리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70) 이러한 범의는 정보비용의 차원에서 설명될 수도 있다.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분명하게 아는데 얼마의 비용이 소요되는
지를 참조함으로써 주관적 심리 상태인 犯意의 존재 여부를 추측할 수 있다. 만약 형사처벌 요
건이 극히 모호하여 일반 법수범자가 법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즉, 법준수비
용)이 비정상적으로 크다면, 문제된 행위에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당해 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범의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당해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만 범의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71)
환송후판결은 피고인들이 주당 7,150원에 삼성 SDS 사채를 발행한 것으로부터 배임의 고
의를 인정하였는데, 비상장법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경우 따라야 할 공정한 신주인수
권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확립된 판례 등이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
들이 주당 가격을 9,486원{14,230원 × (2/3)}72)보다 낮게 설정하면 일응 배임에 해당된다는
점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더욱이 법원이 인정한 공정가격 간에도 무려 ‘1.4배’
차이(차액: 4,490원)73)가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피고인들이 행사가격을 7,150원으로
정했다고 해서, 배임의 고의 및 위법성 인식을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송후판결이 위와 같은 논리로 배임의 고의 및 위법성 인식을 인정한
것은 고의범의 책임을 사실상 불법행위법상의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으로 변경시킨 것과 같
은 결과를 초래한다. 환송후판결의 논리를 견지한다면, 예컨대 키코(KIKO)처럼 장외파생금융
상품은 회사에 손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장외파생금융상품을 구입한 행위 자체에 배임의 고의
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상품을 적정가격보다 현저히 낮게 판매하는 것은 회사에 손
해를 가하는 것임이 분명하므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초저가 덤핑 판매에도 배임의 고의

69) Posner, supra note 26, p. 233.


70) Id.
71) Id., p. 235 참조.
72) 원 단위 미만 버림.
73) 제1심이 인정한 공정가격은 9,740원, 환송후판결이 인정한 공정가격은 14,2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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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지 의문이다.
환송후판결이 이 사건에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저가발행”이
라고 한 점 또한 의문이다. 왜냐하면 배임죄의 존재이유는 결국 대리인의 기회주의적 행위로
인한 본인의 손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배임죄는 결국 이른바 ‘본인․대리인 문제
(principal-agent problem)’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인의 기회주의적 행위(즉 배임)를 형사처벌
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임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기회주의적 행위 그 자체(예컨대, 저가발행)가 아니라 그로 인해 발행할 수 있는 ‘본인에 대한
손해’이어야 한다. 대법원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 위배의 인
식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범의가 있어야”한다고 설시한바 있다.74) 따라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면,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서는 곤란하다. 즉 경영자가 사채저가발행이 본인인 회사에게 오히려 이
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저가발행을 한 경우라면 어떻게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
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점을 고려해보면, 사채발행과 관련한 배임죄 성립
여부를 논함에 있어 저가발행 그 자체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대리인 agent)이 사채저가발행으로 삼성 SDS(본인 principal)에 손해
를 가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소유․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 대기업집
단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이른바 ‘오너’인 회장이 자신의 회사에 고의로 손해를 가하기 위해
사채저가발행 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렵다. 더욱이 사채저가발행의 목적이 경영
권 이전에 있다면, 더더욱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란 힘들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경영권 이
전 그 자체가 배임이 아니라면, 이를 위한 사채저가발행도 배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태적 시각에서 볼 때 경영권 이전 또는 승계로 회사에 더 큰 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채저가발행 행위만으로 배임의 고의를 추정할 수는 없다. 설사 대기업집단의
경영권 이전이 개인 또는 사회적 후생 감소를 명백히 초래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위태
범인 배임죄로 규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민사로 규제하는 것이 타
당하다고 본다(물론 문제된 행위가 조세포탈죄에 해당된다면 형사제재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
에 더하여 사채발행에 있어서 경영자는 잔여청구권자인 ‘주주’에 대해서만 신인의무를 부담한
다고 볼 때, 삼성 SDS의 주주들이 SDS 사채저가발행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발행을 어떻게 배임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3) ‘2/3’ 기준
환송후판결이 “단순히 실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 평가에 의한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
격보다 저가라는 점만으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함으로써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점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된
다. 그런데 환송후판결은 실제행사가격이 공정가격의 2/3, 즉 공정가격이 실제행사가격의 1.5

74) 대법원 1996. 5. 28. 선고 95도161 판결; 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도33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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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이르면 ‘현저성’이 일응 인정되고, 이 사건의 경우 1.99배에 이르므로 현저성이 충족된다
고 보고, 이러한 판단이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아니한다”고 하였다. 그
러나 공정가격의 추정치는 다수 존재할 수 있다는 점, 법원이 인정한 공정가격 간에도 무려
‘1.4배’ 차이(차액: 4,490원)가 발생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법수범자로서의 입장에서 위
와 같은 판단에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확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사채저가발행을 배임죄로 규제할 경우 제1종 오류 위험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배임죄 적
용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배임죄 적용이 불가피하다면, 제1종 오류를 최소화시킬 필
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법정책적 차원에서 대법원이 설시한 “현저성” 요건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SDS 사채발행가격이 제1심의 평가액인 9,740원의 ‘1/3’ 수준
인 ‘3,246원’75) 또는 환송후판결의 평가액인 14,230원의 ‘1/3’ 수준인 4,743원보다 낮은 경우
현저성을 인정하는 것이 그나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다면 SDS 사채발행
가격은 7,150원으로서 3,246원 또는 4,743원보다 높은 가액이므로, 현저성 요건이 충족된다
고 보기 힘들다.

SDS 사채 발행 당시 “비상장법인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할 경우 따라야 할 공정한 신


주인수권행사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법령이나 확립된 판례 등이 존재하지 아니하였”음에
도 불구하고 환송후판결이 유죄를 인정한 것은, (i) 경영권 편법승계를 처벌하라는 사회적 여
론 및 (ii) 무죄를 선고할 경우 법원이 재벌기업을 노골적으로 비호한다는 사회적 비난 등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느 정도 고려되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막연하게나마 추측해본다.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환송후판결의 논리는 마치 최근 2010년 4월 미국 정부
가 2008년 금융위기를 이유로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를 사기죄로 기소76)한 논리와 유
사한 것으로 보인다.77)

75) 원 단위 미만 버림.
76) 미국 사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투자은행이 지목되고 있는바, 오바마 정부의 골드만 삭스 기
소는 위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골드만 삭스
에 대한 사기죄 기소 배경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을 참조. Jesse Westbrook, “SEC Said to Vote
3-2 to Sue Goldman Sachs Over CDOs (Update2),” Bloomberg Businessweek (April 19, 2010),
http://www.businessweek.com/news/2010-04-19/sec-said-to-vote-3-2-to-sue-goldman-sachs-over-
cdo-disclosures.html; Joshua Gallu and Christine Harper, “Goldman Sachs Sued by SEC for Fraud Tied
to CDOs(Update4),” Bloomberg Bisinessweek(April 16, 2010), http://www.businessweek.com/news/
2010-04-16/goldman-sachs-sued-by-sec-for-fraud-on-mortgage-backed-cdos. html.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의 기소장 내용은 다음을 참조. SEC, SEC Complaint, http://www.sec.gov/litigation/complaints
/2010/comp-pr2010-59.pdf; SEC, Litigation Release No. 21489/April 16, 2010: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v. Goldman, Sachs & Co. and Fabrice Tourre, 10 Civ. 3229 (BJ) (S.D.N.Y. filed April 16,
2010), http://www.sec.gov/litigation/litreleases/2010/lr21489.htm.
77) 미연방제7항소법원의 Richard Posner 판사는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미연방대법원은 일반법원과는 달리
‘정치적 법원(political court)’이고, 연방대법관들은 자신의 결정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연방대법관은 ‘정치적 법관(political judges)’이며, 여론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고 언
급한바 있다. Richard A. Posner, How Judges Think (Harvard University Press, 2008), pp. 269-274. 한
국의 경우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민감한 사안에 법관이 여론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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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결론
1.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중국이나 프랑스 같은 사회주의 국가
헌법으로 개정하지 않는 이상 국가는 원칙적으로 기업의 사채발행가격 설정에 개입해서는 아
니 된다. 삼성 SDS 판결은 기본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회사의 손해라는 도그마에 근거
한 것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오래된 도그마로부터 벗어나기란 지극히 힘들다. 인간이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바, 회사의 손해 도그마가 인간사회에 기여하는바가 도대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회사의 손해 도그마가 주주의 이익 보호, 피고용인의 고용 유
지, 채권자의 채권 회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함으로써 사회적 후생을 증진시킨다는 그 어떤 증
거도 없다. 회사의 손해 도그마에서 벗어나 ‘회사’의 실체를 투자자와 경영자로 본다면, 경영자
는 주주 이외의 다른 제3자에게 어떤 의무를 진다고 보기란 대단히 힘들다. 위태범인 배임죄
법리로 사채저가발행 문제를 규율할 경우 무죄를 유죄로 잘못 판단하는 제1종 오류가 빈번하
게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형사법의 기본 이념에 반한다.
2. 이 사건 SDS 사채발행과 관련한 가격 결정에 있어서 경영자는 ‘주주’에게 일정한 의무
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잔여청구권자인 주주가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한 저가발행
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저가발행이 배임이라고도 볼 수 없다. SDS 사채저가발
행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것인데, 이와 관련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은 별론으로 하고, 주주들이
경영권 이전에 반대하지 않은 이상, 경영권 이전을 배임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저가발행을 배
임으로 볼 수도 없다. 설사 임무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가발행 행위에 주주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동태적 관점에서 볼 때 경영권
이전을 위한 SDS 사채발행으로 인해 주주가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경
영권 이전으로 주주에게 손해가 되는지 이익이 되는지 여부는 시장이 판단할 사안이지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저가발행으로 인한 차액만큼 주주 또는 기업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견해는 역동적인 기업경제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동태적 관점에서
보면 주주가 손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채저가발행을 회사의 손해라는
도그마에 근거하여 배임죄로 규율한다면 과잉형벌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3. 배임죄의 존재이유가 대리인의 기회주의적 행위로 인한 본인의 손해 예방이라면, 사채저가
발행과 관련한 배임죄의 성립요소인 사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저가발행이라는 행위가 아니
라 ‘본인의 손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환송후판결처럼 저가발행 행위 자체를 배임죄 성립요
소가 되는 사실의 핵심 부분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배임죄가 목적범은 아니지만, 사채저가발행
과 관련하여 배임의 고의는 사실상 목적범의 경우와 유사할 정도(예컨대, 회사에 적극적으로 손
해를 가한다는 인식)로 매우 엄격하게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본질적으로 사인 간의
계약 문제를 형사화하고 있는 배임죄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배임죄가 폐지되지
않는 한, 기업환경의 불확실성과 제한적 합리성 그리고 인지편향 가능성 등을 적극 고려하여, 주
주에 대한 경영자의 임무의 범위는 가능한 한 좁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끝-

리라고 추측된다. 물론 이에 대한 실증적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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