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뺷한국언어문화학뺸 제9권 제1호(2012.6.30.

)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

*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를 중심으로 -

오정미
(건국대학교)

Oh, Jung Mi. 2012. Culture Education and Acculturation for Married
Immigrant Women - Focused on the case of <a daughter-in-law who
tames a mother-in-law> folktale.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Network
for Korean Language and Culture. Vol. 9-1. 153-172. Culture
education should be intended to reject conformity and pursue diversity
depending on the learners‘ patterns of behavior and attitude in
multicultural society. Conventionally the assimilation and the
integration model have been discussed for culture education but it’s
not enough to cover diversity for the learners.
This study has value in suggesting new approach to culture education
with the revolution model which can be defined as a type of
acculturation more oriented to immigrant culture because in the
revolution model, immigrants have successfully changed and affected
resident culture with their strong identity and communication. Hence
the revolution model in culture education has meanings as follows;
firstly, the conventional model has limitation of one way education, in
contrast the revolution model is mutual education between teachers
and learners. Secondly, object for culture education was changed from
only the immigrants to the residents and the immigrants together.
To support revolution model, folktale <a daughter-in-law who tames a
mother-in-law> was selected.
To talk about multicultural society, culture diversity should be
discussed and established. To do that, new model such as revolution
was induced from folktales that have well reflected our traditional life

*
이 논문은 국제한국언어문화학회가 주최한 2012년 봄 학술대회(2012.03.31.)의 발
표문을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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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미

style and this study will give guide line how to approach to culture
education in multicultural society. (Konkuk University)

주제어: 다문화사회(multicultural society), 문화교육(culture education),


문화적응(acculturation), 변혁(revolution), 설화(folktales)

1. 서론

문화교육은 다문화사회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일반적인 교육에는 학습


자와 교육자가 존재하지만, 문화교육에는 학습자와 교육자 외에도 이주자
와 정주자가 존재한다. 마치 다문화사회에 이주자와 정주자가 존재하듯
문화교육에도 이주자와 정주자가 존재하며, 그들은 모두 학습자이면서 동
시에 교육자가 된다. 그만큼 문화교육은 획일화된 방향의 교육이 아니라,
다문화사회의 학습자의 특성이 존중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교육은 학습자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방향과는 거리
가 멀다. 예컨대, 문화교육의 학습자는 이주자이고 교육자는 정주자인 경
우가 대부분이고, 문화교육의 방향도 이주자가 지식으로서 한국문화를 일
방적으로 배우고, 습득하도록 하는 동화주의적인 방향이 대부분이다. 물
론, 다문화사회의 정책이 동화에서 통합주의로 변화한 것처럼 문화교육의
방향도 동화에서 통합주의로 그 방향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문
제들을 가지고 있다.
먼저, 동화보다 통합주의적인 문화교육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문화교육
인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마치 동화주의보다 통합주의적인 방향이 모
두에게 해답처럼 제시되는 현상은 동화주의만을 고집하는 이전의 문화교
육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학습자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문화교육이란 그
만큼 다양한 방향의 문화교육이 개발되고 인정되어야 하는 것으로, 동화
혹은 통합주의인 것이 아니라 동화와 통합 모두를 인정하는 문화교육이
다문화시대에는 필요한 것이다. 학습자가 이주자인가 혹은 정주자인가부
터 시작해서 학습자의 국적, 나이, 직업, 성별 등의 다양한 요인이 고려되
어 문화교육의 방향을 결정지어야 한다. 문화교육은 이주자와 정주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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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만들어가는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사회처럼 그 교육 방향 또한 학습자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화와 통합 외에, 다른 방향의 문화교육에 대한 필요성이다. 마치
다문화사회의 정책처럼 문화교육의 방향도 동화와 통합만이 존재하는가이
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동화와 통합
주의적인 문화교육 외에 또 다른 제3의 문화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다문화사회의 주요 이론의 하나인 ‘문화적
응’을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다양성을 포함할 수 있는 문화교육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1) 문화적응(acculturation)은 문화적 근원이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접촉이 지속해서 일어날 때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결과로서 야
기되는 변화과정을 일컫는 개념이다(이아진 외 2011:73). 즉 문화적응은
원문화 속의 ‘나’와 새로운 이주문화 속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적응’
의 문제를 살피는 것인데(오정미 2012:21), 설화 속의 문화적응 양상들을
통해 제 3의 문화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와 타자의 관
계 속의 적응의 문제는 결국 새로운 인간관계의 문제이고, 다른 한 편에
서 문학 속 주인공들의 적응 문제에서 문화적응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
다. 그래서 문학이면서도 오랜 세월 동안의 문화가 가장 잘 형상화된 설
화 속에서 동화와 통합이 아닌 제 3의 문화적응 유형을 찾아보고, 새로운
방향의 문화교육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가장 효율적인 문화적응 텍스트
를 선정하고, 그 교육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설화에는 이주자와
정주자로 인물을 상정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온달과 평강공
주>, <선녀와 나무꾼>, <우렁각시> 등 다문화적 접근이 가능한 설화가

1) 본고에서의 ‘문화적응(acculturation)’은 Gibson(2001)과 Graves(1967), 특히,


Berry(1997)의 문화적응을 근거로 연구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변형 및 확장한 용어
이다. 기존의 문화적응은 ‘동화ㆍ통합ㆍ분리ㆍ주변화’의 4가지 유형 안에서 이주자
의 문화적응 양상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본고에서의 문화적응은 문화교육을 위한
주요한 이론으로 활용하면서, ‘변혁과 종속’ 유형이 추가되어 총 6가지 유형 속에
서 이주자의 문화적응을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소개될 변혁유형의 문화적
응은 2012년에 발표한 연구자의 학위논문의 주요 이론을 따르고 있음을 밝힌다.
오정미(2012),뺷설화에 대한 다문화적 접근과 문화교육뺸, 건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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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만, 이 중에서도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에서의 문화적응과 가장


긴밀한 관계 속에 놓인 이야기를 선정하고자 한다.
따라서 결혼이주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이면서도, 동화와 통합이
아닌 이주자 중심의 문화적응을 하는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를 선
정하였다.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의 문화적응 양상을 분석한 후,
문화적응이 가지는 문화 교육적 의미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2. 현재의 문화교육 방향과 동화유형의 문화적응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 현실은 통합과 관리를 주축으로 하는 동화중심의


통합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이현주 2010:7) 통합을 지향하지만, 동화중심
의 다문화사회가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다문화사회의 특
성은 문화교육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
는 문화교육을 살펴보면, 한국 음식 만들기, 한국의 역사 알기, 한국의 문
화체험 등과 같은 동화주의적인 문화교육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동화주
의적인 문화교육이란 ‘문화적응’에서의 ‘동화(assimilation)’유형의 정의를
살펴보면 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많은 학자가 수용하는
Berry(1987)의 문화적응 이론에 의하면 동화(assimilation)는 이주자가 자
신의 원문화에 대한 정체감을 유지하지 않고 정주문화를 일방적으로 따르
는 문화적응이다(정진경 외 2004:104).2) 그래서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의
음식과 가치관 등을 일방적으로 배우게 하는 현재의 문화교육 방향은 동
화유형의 문화적응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교재와 방송 미디어에서 직ㆍ
간접적으로 실행되는 문화교육의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1. 교재에서의 문화교육 방향

2) <표1> 베리(Berry)의 문화적응


차원 1 원문화에 대한 정체감과 특성을 유지할 것인가
차원 2 그렇다 아니다
주류 사회와 관계를 그렇다 통합 동화
유지할 것인가 아니다 분리 주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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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언어교육용 교재와 같이 본격적인 문화교육용의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교재는 현재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기존의 한국어교육 교재에서 문화교육
의 내용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거나 혹은 언어교육을 위한 예문들이 간접
적인 문화교육의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논의들을 토대
로 문화교육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문화교육 내용이
지나치게 생활 문화적인 내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본래의 취지가 언
어교육을 위한 책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예문으로 제시되는 문화교육의 내
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언어교
육과 문화교육은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기에, 비록 언어교육용 교재일지
라도 편중된 생활문화의 예문은 문화 교육적인 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생활문화의 교육적 방향이
동화유형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생활문화라는 항목의 특성상, 모두
정주문화인 한국의 생활문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생활문화는 식생활과 관련하여 한국 음식의 종류와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에


관하여 간단하게 설명한다. 주생활은 온돌 사용과 관련하여 신을 벗고 생활하
고, 청소할 때 방을 쓸고 닦는 행동이 필요하며, 이불과 요를 사용하는 등의 생
활 방식을 주제로 설명한다(김수현 2006:336).

이처럼 교재에서의 문화교육의 방향은 이주자가 일방적으로 한국의 생


활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동화유형이며,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문화교육도
다를 바 없다. 국립국어원에서 출간한 뺷여성결혼이민자와 함께하는 한국
어뺸의 5단원의 문화 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2> 뺷여성결혼이민자와 함께하는 한국어뺸5단원의 문화 편 주제


주제
1권 인사 예절 생일 문화 교통 문화 음식 문화 태극기와 애국가
2권 한국의 지리 쇼핑 문화 건강의생활 집안일
3권 주택 출산 공공기관 한국인 교육
4권 명절 관혼상제 직장생활 학교 세계 속의 한국

교재 내용은 결혼이주여성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생활문화가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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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다. 교재의 목차에서 알 수 있듯,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정보로서


제공하는데 교육의 목표가 있다. 그러다보니 지식으로 가르치기에 모호하
거나 정형화하여 규정하기 어려운 가족관계 문제와 같은 가족문화는 교재
에서 제외되어 있다. 결혼이주여성의 적응 문제와 가장 긴밀한 관계에 놓
인 시부모와의 관계 형성, 남편과의 관계 형성과 같은 고맥락 차원의 가
족문화는 그 비중이 매우 빈약하게 편성되어 있다.
한국의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는 결혼이주여성의 입장에서는 가장 실제
적이고 필요한 문화적응의 문제이다. 세계 보편적인 고부관계 외에도 한
국에서의 고부관계, 부부관계, 부자관계 등은 문화적인 측면의 문제로, 개
인에게 책임을 묻는 인간관계의 차원이 아니라 이주자와 정주자의 문화적
응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화 교육적 차원의 문제이다. 수많은 결혼이주여
성이 경험하는 가족 간의 갈등을 통해서도 가족관계 속에서의 문화적응은
문화교육의 차원에서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예컨
대,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보다는 동남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한국의 가
부장적이고 부계적인 가족제도와는 다른 양계적인 가족제도를 가진 국가
이다(박진옥 2011:22). 그러다 보니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은 상대적으로 부계적인 가족제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보다 한국의 가족
문화를 동화유형의 방향 안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심각한 문화충격과 문
화적응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문화교육용 교재에서 다루
어야 할 내용은 학습자의 국적과 나이 등을 고려한 문화적응에 기초한 문
화교육이어야 한다. 현재의 동화유형의 교육방향 외에, 다양한 방향의 교
육이 제시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2. 미디어 방송에서의 문화교육 방향

미디어 방송에서의 문화교육은 교재에서의 문화교육과는 다른 모습이


다. 미디어 방송에서의 문화교육은 직접적인 교육방식 대신 간접적인 교
육의 형태이다. 그러나 간접적인 문화교육의 형태임에도 드라마와 시사,
다큐멘터리에서 형상화한 다양한 한국인들의 삶은 결혼이주여성에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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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교육으로서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다.

“중국에는 한국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 한국 드라마 속에 나오는


시어머니들은 엄격하고 며느리에게 무섭게 하며 많이 울게 됐습니다. 결혼을 하
고 나니 난 우리 시어머님도 드라마 속에 나오는 모습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은
됐고 나뿐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이 많이 걱정을 됐습니다.”
(김대숙 2008:275에서 재인용)

방송 미디어의 특성상, 의도와 상관없이 학습자 입장의 결혼이주여성들


은 방송을 통해 한국의 가치문화, 특히, 고부관계와 부부관계를 비롯한 가
족문화에 대하여 배우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KBS의 <러브 인 아시아>와 같은 프로그램은 결혼이주여성이 타자
적 입장에서 한국의 가족문화를 배워나갈 뿐 아니라 주체가 되어 현재의
자신의 문화적응 척도를 가늠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같은 처지의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
로 성찰하게 되고, 한국에서 문화적응의 의미를 재확인하게 된다. 그만큼
<러브 인 아시아>는 문화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방송 중 하나로, 이와
관련한 기존의 논의들에 기대어 문화교육의 방향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러브 인 아시아>에서는 언제나 한국생활에 잘 적응한다고 판단되는
결혼이주여성이 주인공이다.3) 이때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는 결혼이주여성
은 대부분이 동화유형의 문화적응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 음식을 능숙하
게 잘하는 모습, 아픈 시부모를 지극히 봉양하는 결혼이주여성의 모습 등,
동화유형의 문화적응 속에서 긍정적인 적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결혼이주여성이 원문화를 포기하고 정주문화인 한국의 문화대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한국사람 다 됐다.’며 그녀들을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적응자로 형상화한다.
그래서 한국의 가족문화와 원문화를 통합적으로 조율하며 적응해 나가
는 결혼이주여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단계 나아가 결혼이주여

3)
물론, 결혼이주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결혼이주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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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자신의 원문화 속에서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는 문화적응의 사례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동화유형의 문화적응 외에는 한국사회에서 적응하
며 살아갈 방법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래서 동화유형으로 획일화된
문화교육의 방향은 그 외의 다른 양상의 문화적응을 하는 결혼이주여성들
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준다. 더불어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두려움과
오해만을 증폭시키게 만든다. 따라서 동화뿐 아니라 통합 나아가 이주자
중심의 다양한 문화적응을 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조명할 필요가 있으
며, 이것은 앞으로 지향해야 할 문화교육의 방향이기도 하다.

3. 새로운 문화교육 방향과 변혁유형의 문화적응

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존의 문화교육이 이주자가 한국문화를 일


방적으로 배우고 따르는 ‘동화유형’의 문화적응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형
태의 문화적응, 즉 제3의 문화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동화
유형의 문화적응이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문화교육 방향의 하나이지만, 획
일화된 동화유형의 문화교육은 경직되고 폭력적인 문화교육으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이주자의 비판적 사고가 가
능한 것이고, 이를 위해 문화교육의 방향도 동화 혹은 통합 외에도 다양
한 양상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에 이 글에서는 6개의 문화적응 유형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통해 새로운 문화교육의 방향을 제시
하고자 한다.4) 동화유형의 문화교육이 정주문화 중심이고, 통합유형의 문

4) < 여섯 개의 문화적응 유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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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화교육이 이주와 정주문화 모두를 아우르는 방향이라면, 이주문화 중심의


문화교육도 21세기 다문화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라 판단되기 때문
이다. 이에 설화를 통해 이주문화 중심의 변혁유형 문화적응을 모색하고,
문화 교육적 의미까지 마련하고자 한다.

3.1. 변혁유형(revolution)의 문화적응의 소개

기존의 문화교육 방향은 동화와 통합유형의 문화적응이다. 정주문화 중


심과 이주자와 정주문화를 상호 통합하는 방향의 문화교육으로, 정부의
다문화정책과도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다.

ㆍ 동화(주체성-, 소통+): 이주자가 자신의 주체성을 포기한 채, 정주문화와 소통


만을 지향한다. => 정주문화 중심의 문화적응
ㆍ 통합(주체성0, 소통+): 이주자가 상호주체성을 가지고 정주문화와의 소통을
지향한다. => 상호문화 중심의 문화적응

한편, 변혁유형(revolution)은 새로운 방향의 이주문화 중심의 문화적응


유형이다. 이주자가 강한 주체성을 가지고 정주문화와 성공적으로 소통
하여 정주문화를 이주문화로 흡수하거나 새롭게 변화시키는 여섯 개의 문
화적응 유형 중의 하나이다.

ㆍ 변혁(주체성+, 소통+): 이주자가 원문화를 바탕으로 주체성을 발휘하며 소통


도 함께 지향한다. =>이주문화 중심의 문화적응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이 새로운 방향의 문화교육이라는 점은 이주문화


중심의 적응 양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은 동화와
통합과 달리 이주문화 중심의 문화적응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주문화로 편입하는 이주자는 보통 소수자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주자가 이주문화 중심으로 정주문화를 전복시키는 일은 매
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강한 주체성과 함께 소통을 지향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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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미

주자 입장의 설화 속 인물들은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확인시켜 준다. 시


어머니의 시집살이 때문에 한스럽게 죽어간 며느리 대신 시어머니를 교화
시키거나 새롭게 시집문화를 변화시키는 이주자격의 며느리들은 변혁유형
의 문화적응을 하는 이주자들을 표상한다.5) 그래서 설화는 문학적 상상뿐
아니라 사실적 경험이 강하게 반영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설화 속 변혁유
형 이주자들의 삶은 현대의 다문화사회의 이주자들과 정주자들에게 의미
하는 바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이 가지는 문화 교육적 방향과 의의에 대하
여 고찰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교수ㆍ학습한다는 점에서 본연의 교육으로서의 목적과 의의를 실천한다.
정부의 정책으로서의 문화적응은 동화와 통합이 이상적일 수 있으나, 정
책이 아닌 교육에서 변혁유형은 동화와 통합이 가지지 못한 새로운 방향
의 문화교육을 제시하기에 교육적 의의를 가진다.
특히, 대부분의 학습자가 이주자라는 점에서, 마치, 학습자 중심의 교육
방향과 같이 이주자 중심의 변혁유형 문화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의미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게 된다. 초기의 교육방향이 교육자가 학습자에게 지
식을 가르치는 교육자 중심의 일방향적 교육이었다면, 최근에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학습자들이 능동적인 경험을 통하여 자
신에게 적합한 지식을 구성한다는 점에서(길형석 2006:53)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방향의 문화교육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학습자
가 주도적으로 새롭게 지식을 구성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이 가지는 문화교육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한다. 기존의 정주문화
중심의 동화유형의 문화교육이 교사 중심의 문화교육이었다면, 변혁유형
은 학습자인 이주자 중심의 문화교육이라는 점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5)오늘날의 다문화적 상황은 국적을 초월하여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로, 인종,


성, 소수자 등의 문제까지 포함할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고부갈등으로 표현한 시
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도 다문화적으로 접근해 보면, 정주자와 이주자의 접
촉에서의 갈등, 즉 며느리의 문화적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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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닮아 있다. 즉 일반적인 교육 방향의 변화와 같이 변혁유형은 동화와 통


합과 함께 앞으로 전개될 미래지향적인 문화교육의 방향이다. 특히, 서로
의 문화가 개방적으로 열려 있는 최근의 다문화사회에서 한국의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동화유형의 문화교육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도 변혁유형은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될 문화 교육의 방향이다.
다음으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은 이주자뿐 아니라 정주자에게도 문화교
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교육적 의의를 가진다. 최근에
문화교육의 학습자는 이주자에서 정주자로 확대하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문화교육에서 그녀들의 남편을 대상으로 하
는 문화교육이 실천되고 있는 것인데, 일종의 통합유형의 문화교육 형태
이다. 결혼이주여성 뿐 아니라 그녀들의 남편들도 아내 나라의 문화를 배
우고 익히는 상호문화교육이 실행되고 있는 것인데, 교육의 효과와 내용
이 소극적이고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포용은 다문화가정에서 나아가 정주문화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일차적으로는 결혼이주여성의
한국 가족이 주요한 학습자이지만, 다문화사회에 대한 새로운 열린 시각
을 위해서는 정주자인 한국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총체적인 문화교육도 함
께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매매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대신 새로운 문화 속으로 편입한 씩
씩한 이주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주자라는 새로운 시각은 지금의 통합
유형의 문화교육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제시될 때 가능할 것이다. 시혜적
인 차원에서의 문화교류 대신 이주자를 향한 긍정적인 존경, 이주문화의
유익함에 대한 경험이 전제될 때, 경직된 이주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변화할 것이다. 이에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토대로 한 옛이야기는 이주
자가 정주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인물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
자뿐 아니라 정주자에게도 문화교육적 효과를 가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설화에서는 이인형 인물을 통해 변혁유형의 문화
적응을 하는 이주자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오정미 2012:43). 예컨대, <온
달과 평강공주>에서 평강공주는 온달의 세상을 변화시킨 변혁유형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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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미

화적응을 하는 이주자이다. 평강공주는 온달의 세상 속으로 편입하여 자


신의 원문화를 바탕으로 강한 주체성을 발휘하고 끊임없이 온달과 소통하
는 이주자의 문화적응을 보여주고 있다. 또는 시집을 변화시키는 변혁유
형의 문화적응을 하는 며느리를 통해, 정주문화를 변화시키는 이주자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변혁유형은 강한 주체성과 성공적인 소통 능력을 바
탕으로 이주자가 정주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양상으로, 설화에서 이주
자 중심의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이주자가 오히려 정주문화를 변화 및 발전시킬 수 있다는 변혁
유형의 문화적응은 이주자에게 자존감을 향상시켜줄 뿐 아니라 이주자를
향한 정주자의 시혜적인 태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유도할 것이다. 실제
로 우리의 삶 속으로 편입한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은 농촌의 변화, 가정의
변화를 주도하는 변혁유형의 이주자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변혁유
형의 문화적응은 이주자와 함께 정주자의 문화교육을 위한 적극적인 형태
의 교육 방향으로 제시될 필요가 있다.

3.2.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의 문화적응과 문화


교육

한국의 며느리가 가지는 가장 첫 번째 이미지는 ‘효부’일 것이다. 시부


모에게 순종하고, 집안을 위해 희생하는 며느리 모습은 가장 전통적인 이
미지의 며느리상이다. 지렁이 국을 끓여 시부모를 봉양하는 며느리에서부
터 시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아들을 호랑이에게 던져주는 며느리까지, 그
모습은 다양하지만 모두 ‘효부’이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속 며느리의 대
부분의 모습이 효부라는 점도 이 사실을 모두 단적으로 이야기해준다.
그러나 설화에는 전형적인 효부의 모습뿐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
나는 며느리도 함께 존재한다. 정주문화인 시집의 문화를 바꾸어 새로운
시집을 만들어가는 변혁적인 모습의 며느리가 설화에 존재하는 것이다.
예컨대, 도둑질만 일삼는 집안으로 시집온 며느리가 시집의 문화를 몸소
바꾸어 새로운 시집문화를 형성해나가기도 하고 혹은 어려운 이웃에게 절

164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대 베풀지 않는 시아버지를 교화시켜 결국 시집을 더욱 번성시키는 며느


리도 있다. 이처럼 설화에는 시집의 문화에 순응 혹은 동화되어 시부모를
봉양하는 며느리 외에도 새로운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며느리들이 있다.
일종의 긍정적인 파격성을 가진 며느리들인데 이들을 ‘나쁜 며느리’ 혹은
‘못된 며느리’라고 보지 않고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하는 며느리라고 정
의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 때문이다.
먼저, 며느리들의 변혁적인 모습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타당한 이
유가 포함되어 있다. 며느리는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자신의 것을 주장하
지 않고 정주문화도 함께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시집문화의 부당한 점을 개선하는 취지에서 변화를 추
구한다. 둘째, 며느리의 파격적인 행동은 그녀를 죽거나 내쫓기게 하지 않
고, 결국엔 시집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더욱 잘 살아가게 만든다. 변혁유형
의 문화적응을 하는 며느리들은 시집에서 함께 잘 살아가는 적응자의 모
습으로, 원혼이 되어 죽거나 내쫓기는 며느리들과는 대조적이다.
파격적인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하는 며느리는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에서도 만날 수 있다. 설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설화는 보통
의 며느리들이 쉽게 행할 수 없는 삶, 변혁유형을 통해 시집으로 편입하
는 며느리의 이야기이다.
먼저,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의 공통적인 서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며느리를 들일 때마다 내쫓기만 하는 시어머니(시아버지)가 있다.


2) 가난한 처녀가 그 집 며느리로 시집간다.
3) 며느리가 시부모를 길들인다.
3-1)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더 엄한 사관을 요구한다.
3-2)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여종을 때리며 시어머니에게 겁을 준다.
3-3)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시어머니를 때리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4)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며 잘 산다.

며느리는 시집온 이주자이다. 물리적 이주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 소수


자로서 정주문화 로 편입한 이주자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설화 속에

165
오 정 미

서 며느리들은 힘없이 내쫓기는 소수자의 모습이다. 소수자로서의 이주자


의 모습과 설화에서 형상화한 며느리의 모습은 닮아있다. 반면, 시부모는
정주문화를 대표하는 정주자와 같다. 이유가 없이 계속 며느리를 내쫓는
시부모는 이주자를 거부하는 배척주의적인 정주자의 모습이다. 배척주의
란 인종 혹은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을 분리하고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이
다. 초기 다문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처음 며느리를 대하는 시
부모의 모습에서 배척주의적인 정주자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비
혈연의 시부모와 며느리의 이야기에서 이주자의 문화적응 양상을 발견하
게 된다.

지금도 그라제마는 구식엔 그 신성고(晨省)이 있어. 새북에 인사를 드려. 신부가


시아부지한테 시어머니한테나. 그란디 심술쟁이를 어따 내부리요? 그 하루에 고
달프고 인자 지지리 왔으니께 그 뒷 날 아직에 인자 인사를 받을 것인디 인자
지지리 왔으니께 그 뒷 날 아직에 인자 인사를 받을 것인디 인자 그런디 12시
막 지냉께 종을 시캐서, ‘신부가 어뜨곰 거동하고 있는가 봐라.’ 그래 신부는 미
리서 알고, 심정이 고약한 줄 알고 딱 대비를 허제. 잠은 못 자재. 속은, 시수를
하고 화장 단장을 딱 하고, ‘아이 저 시아버지께서 신성 그 새북에 인사를 안
드린다고 말씀헙디다.’ ‘그래 그라믄 가서 아부지보고 사당에 댕겨 와셨냐고 물
어봐라.’ 그런께 대체 생각해본께 4대를 모신 즈그 선조의게는 절을 안하고 지
가 절을 몬자 받을 꺼시여? 생각해본께 그렇거든, 대체로. 사당에 가서 인자 인
사를, 봉창을 하고 맏 앉은께, ‘아부지 인사드립니다.’ 신성예를 한다 그 말이여.
(한국구비문학대계 6-5, 시아버지의 버릇 고친 며느리)

‘신성(晨省)’이란 시집 간 며느리가 아침 일찍 시부모의 침소에 가서 밤


새의 안부를 묻는 일로, 설화에서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심한 사관을 요
구한다.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예(禮)의 차원이 아닌 며느리를 괴롭히기
위한 차원으로 신성을 요구하고, 이 모습은 배척주의적인 정주자와 닮아
있다. 이에 며느리는 순응을 기반으로 한 동화 유형대신 강한 주체성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취한다. 그리하여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먼저 예법을 조상에게 행해야 자신도 시아버지에게 신성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주장한다. 결국, 시아버지는 며느리보다 더 일찍 일어나
조상에게 예를 갖추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이로 인해 시아버지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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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변하게 된다. 즉 무조건 시집문화를 따르는 형태의 문화적응이 아니라 며


느리는 시집의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정주문화에 적응하는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한다. 이때 시아버지를 향한 며느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시아
버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소통의 의미로, 강한 주체성과 함께 성공적으
로 문화적응을 하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다음으로 앞선 며느리보다 더욱 파격적인 양상으로, 요컨대, 직ㆍ간접적
인 폭력을 동원하여 시어머니를 길들이는 며느리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성질이 포악하여 며느리 둘을 쫓아낸 시어머니가 있었다. 아무도 그 집


에 딸을 보내지 않았는데, 한 처녀가 자청하여 그 집 막내아들에게 시집을 갔
다. 그 여자는 미리 하녀로 하여금 시댁 손님 앞에서 술잔을 엎지르게 한 다음,
무섭게 매질을 하였다. 며느리가 무섭다는 소문이 나서 시댁 식구들이 긴장하는
데, 며느리는 보란 듯이 험악한 욕설을 해대면서 난폭하게 집안일을 하는 것이
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그 행실을 구멍으로 몰래 엿보다가 며느리가 황토
흙으로 구멍을 막는 바람에 그만 벌떡 자빠지면서 오줌을 싸고 말았다. 시아버
지가 놀라서 떨고 있는데 며느리가 상을 차려오는 걸 보니 소담하기 짝이 없었
다. 시어머니를 꼼짝 못하게 휘어잡은 며느리는 그 후 효부 노릇을 톡톡히 했다
고 한다.(신동흔, 2000, 71-86쪽: 한국구비문학대계 5-6, 사나운 시어머니를 이긴
효부.)

옛날에 어느 딸이 아버지에게 노여움을 타서 고약한 시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시집을 갔다 며느리가 밥을 해야 하는데 시어머니가 식구 수에 비해 턱없이 적
은 쌀을 내주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물을 잔뜩 부어 죽을 만들어 올렸다. 사랑
방에서는 아무 일 없이 밥을 먹는데 안방에서 큰소리가 나고 야단이 벌어졌다.
그러자 며느리가 다짜고짜 시어머니 머리를 끌고 나가 부엌에 쑤셔박는 것이었
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맞았다며 발악을 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 시어머니는 그만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그때 며느리가 조용히 시
어머니를 찾아 사죄를 하고 지성껏 대하니, 그 뒤로부터는 시어머니의 간섭이
없었다. 그 후로 그 여자는 며느리 노릇을 훌륭하게 하였다 한다.(신동흔, 2000,
71-86쪽: 한국구비문학대계 4-5, 억센 시어머니 길들인 세째 딸.)

간접적인 폭력에서 나아가 시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아 폭력을 행사하는


며느리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며느리의 모습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
다. 거의 패륜과도 같은 충격적인 장면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

167
오 정 미

한 설화 속 며느리를 전승자들이 지지한다는 점이다. 구전하는 사람들의


평가나 설화의 서사에서 전승자들의 며느리를 향한 지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규모 있고 알뜰하게 잘 허지. 그런 메너리가 있더랴.” (한국구비문학대계 4-5,


억센 시어머니 길들인 셋째 딸, 428-34)
“자기도 인자 자기 손으로 하니께 풍부히 밥도 배불리 묵고 그래서 씨엄씨를 딱
정신을 차리게 하고 잘 살었드라우.”(한국구비문학대계 6-5, 시어머니 버릇 고친
며느리, 509-513)
“거시도 옳기만 그리만 거시만 됐어.”(한국구비문학대계 7-15, 거센 시어머니 길
들인 며느리, 220-224)

시부모를 향한 며느리의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승자


들은 하나같이 며느리의 파격적인 행동을 탓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오히
려 며느리의 행위를 시부모와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한 행동으로 수용하고
있다. 폭력을 폭력으로 보지 않고 시집에서의 적응을 위한 하나의 삶의
전략으로 보며, 그녀를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즉 설화 속 며느리의 폭력
은 적응을 위한 이주자의 강한 주체성과 소통의 의미로, 민중들에게 상징
화되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적응의 관점에서 보면, 며느리는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하
는 이주자이다. 며느리는 앞서 쫓겨난 며느리들과 달리 매우 강한 주체성
을 바탕으로 정주문화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게다가 며
느리는 소통이라는 문화적응의 중요한 요소도 함께 발휘하고 있다. 소통
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며느리의 직
간접적인 폭력은 모두 시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함으로 소통을
상징한다. 복수 혹은 갈등을 의미하는 폭력이 아니라, 설화 속에서 폭력은
시어머니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소통의 의미이다. 결국, 며느리는
시어머니와의 상호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에는 강한
주체성과 성공적인 소통을 통해 정주문화에 적응한 변혁유형의 이주자가
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함
께 어울려 살아가는가는 설화의 서사이면서도 문화적응이다. 설화는 살아

168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있는 문화적응의 이야기로, 현재의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특히,


설화 속에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찾아보고, 문화교육으로 환원하는 일
은 다문화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문화교육을 실천한다는 점에
서 현재의 의미로 쓰이게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문화교육
방향은 통합유형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동화유형의 문화적응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 대상의 문화교육 경우, 동화유형
의 문화적응 속에서 적응과 부적응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가장 전
통적이라 믿는 옛이야기인 설화 속에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확인하는
과정은 지금의 문화교육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주는 일이라 판단된다.
가장 우리의 것이라고 믿는, 그리고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믿는 설화 속
에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열어 놓아야
할 문화교육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나아가 다문화사회에 대하여 말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4. 결론

본고에서는 현재의 문화교육 방향이 동화유형으로 획일화되어 있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방향의 문화교육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통합유형을 기반으로 한 상호문화교육이 제시되고 있지만, 동화유형
이 문화교육의 대부분 방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양한 방향의 문화교육을 위해, 제3의 문화교육의 방향으로서 ‘변
혁’유형을 제시하였다. 변혁유형은 기존의 문화적응 이론을 변화 및 발전
시켜 새롭게 모색한 이주자 중심의 문화적응이다. 기존의 문화교육이 정
주자 중심의 동화유형 방향이라면, 변혁유형은 이주자가 정주문화를 변화
시키고 포섭하는 형태의 이주자 중심의 새로운 문화교육 방향이다.
다음으로 변혁유형의 문화교육을 실제화하고자,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에서 변혁유형의 서사와 특성을 확인하고, 변혁유형의 문화교육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변혁유형의 특성은 이주자가 자신의 원문화
를 바탕으로 강한 주체성을 발휘하고 또한 정주자와의 소통에 성공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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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화 속 며느리도 순응과 동화적 태도 대신 며


느리는 주도적으로 시부모를 제압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지혜와 폭력이
라는 상징적인 행동들은 며느리의 주체적 행위이자 소통의 방식으로, 정
주자인 시부모를 변화시킨다. 결국, 며느리는 새롭게 변화시킨 시집문화
속에 편입하여 시부모를 잘 모시며, 적응한 이주자가 된다.
따라서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에서 모색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은 새
로운 문화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적응’의
문제를 새롭게 보도록 하여, 획일화된 문화교육에 다양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강한 이주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화를 통해 확인하였다. 나아가 이 글에서는 결혼
이주여성으로 그 대상을 제한하였지만 정주자인 그녀들의 시집식구들과
한국사회가 다양한 양상의 문화적응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은, 그것 자
체가 잠재적인 문화 교육적 의의라고 하겠다. 즉 다양한 양상의 이주자의
삶, 다양한 양상의 문화적응을 보여주고 교육하는 일이 진정 다문화시대
의 문화교육으로, 변혁유형은 하나의 단초를 마련하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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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미
건국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서울시 광진구 화양 1동
143-701
전화번호: 010-2014-7862
전자우편: pupu76@daum.net

투고일: 2012. 4. 27.


심사일: 2012. 5. 30.
게재 확정일: 2012. 5. 31.

171
<국문초록>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문화교육과 문화적응


-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를 중심으로 -

오정미(건국대학교)

이 논문에서는 현재의 문화교육이 동화와 통합유형의 방향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제 3의 문화교육의 방향으로 ‘변
혁유형’의 문화교육을 제시하였다. 변혁유형의 문화교육은 기존의
정주자 중심의 문화교육과 달리 이주자 중심의 문화교육으로 이주
자가 정주문화를 새롭게 변화 및 발전시키는 방향이다. 그래서 이
주자는 동화와 통합보다도 더욱 강한 주체성과 정주자와의 성공적
인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만큼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은 현실 속에
서 실현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해서 문화교육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화
교육적인 측면에서 변혁유형은 21세기 다문화사회에 반드시 제시
되어야 할 방향으로, 이주자와 정주자 모두에게 유의미한 문화교육
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설화 <시부모 길들인 며느리>에서 이주자인 며느리는 지혜와 폭
력이라는 주체성과 소통의 상징적인 행동들을 통해 시부모를 변화
시키며 함께 잘 살아갔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전승되어 온 설화
속에서 변혁유형의 문화적응을 하는 이주자를 만날 수 있었고, 변
혁유형의 문화적응이 허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즉 설화 속 며
느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순응과 합의 형태의 시집에서의 적응이
아닌 변혁이란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제시된 문화교육과 달리 변혁유형의 문화교육은 이주
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공존을 제시해 줄 것이다. 변혁유형의 문
화교육을 통해 더욱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기대해 본다.

주제어: 문화교육, 문화적응, 설화, 변혁유형, 다문화사회, 이주자,


정주자, 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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