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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화. 동시에 찾아오다 2020.01.10.

공식적인 환영 인사가 끝난 후. 나비에에게 함께 가자는 하인리의 제안에, 트로비 공작은 조


심스럽게 부탁했다.

“폐하께서 괜찮으시다면, 나비에가 없는 곳에서 잠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급한 일


은 아니지만…….”

하인리가 거절할 수도 있다 여기는 듯 굳은 표정이었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하인리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도 트로비 공작 부부는 안심하지 못했다. 그들이 하인
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딸을 잘 부탁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님의 당부였다. 그러나 상대
가 어엿한 일국의 황제이다 보니, 평범한 사위 대하듯 말해도 좋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이
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는 두 부부는 나비에가 너무 걱정되었다. 코샤르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이지만, 코샤르에 대한 문제는 하인리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었다.

코샤르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이지만, 코샤르에 대한 문제는 하인리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


었다. 코샤르는 자기 자신을 단속해야 할 일이었으니. 그러나 결혼생활은 달랐다. 부부 중 한
쪽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다른 한쪽이 엉망이라면 결혼생활은 끔찍해지거나 깨지고 만다. 그
러니 염치를 불구하고, 황제에게 결혼생활에 대한 당부를 하려는 것이었다. 동대제국과 그 황
실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기에 코샤르와 나비에를 따라 서대제국에 귀화하진 않았으나, 부부
는 두 아이를 몹시 사랑했으니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하인리는 트로비 공작의 간절한 부탁에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당연한 말씀을 하십니까, 장인어른도.”

“당연한 일 같지만 당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전 부인을 사랑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짝사랑이지만요.”

“!”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안심하세요.”

마지막 말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한 하인리는, 뒤이어 ‘내가 몇 번이나 이 이야기를 했는데


왜 아직도 안 믿으십니까?’라고 따라붙을 뻔한 말을 가지치기했다. 첫 번째 사위가 엉망이어
서 저러는 것이겠지. 몇 년 늦게 태어나버려서 두 번째 사위로 밀렸으니, 저 불신을 삭이려면
행동으로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하인리는 앞으로의 일을 구구절절 다짐하는 대신, 이 일을 기회로 삼아 물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두 분께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무엇입니까?”

트로비 공작부인이 약간 긴장한 채 날카롭게 물었다. 하인리는 그 모습에서 다시금 나비에를


발견하고는, 기분이 좋아져서 밝게 물었다.

“부인이 뭘 좋아합니까?”

트로비 공작 부부는 당황해서 서로를 곁눈질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어서
질문이 끝도 없이 튀어나왔다.

“부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부인이 뭘 싫어합니까? 아, 놀리려는 게 아니라 피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부인이 새를 좋아하나요?”

“부인의 옛날 초상화라든가, 그런 게 남아 있을까요?”

“부인이 혹시 제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까?”

트로비 공작 부부는 하나하나 성의 있게 대답해주었다. 관심이 없는 것보단 많은 게 나으니


까. 그러나 ‘나비에는 커다란 개를 길렀습니다. 생일이 같아서 아주 예뻐했지요’라고 말한 후.
하인리가 ‘그 개는 어떻게 생겼습니까?’라고 물었을 때에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옅은 금색 털에 키가 크고 아주 잘생겼다…… 고 말하려다 보니, 꼭 눈앞에 있는 어디 황제의


외모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분위기도 많이 비슷했다.

“왜 두 분 다 갑자기 말씀을 안 하시는지…….”

방긋방긋 웃으면서 묻는 황제 사위를 보다가, 트로비 공작 부부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
부모님과 함께한 저녁 식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아버지가 또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
다. 어머니는 평소처럼 아버지를 말리셨지만, 감정이 북받치시는지 이따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나이프만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하인리가 그걸 보고서 표정이 묘해졌지만, 그 모습조
차 모르실 정도로. 그래도 두 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부모님과 무슨 이야기를 했어요?”

“퀸이라 해도 그건 비밀입니다.”

“우린 부부인데, 내 부모님과 한 대화조차 비밀인가요?”

“나와 부모님 사이에도 의리란 게 있습니다.”

“…….”

“흉 안 봤어요, 퀸. 그렇게 가자미눈으로 쳐다보지 마요.”


“알아요. 그냥,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서 그래요.”

그래. 도대체 날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건지, 하인리와 부모님 사이가 부쩍 가까워진 듯


보여서 궁금했다. 마음을 터놓고 하하호호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대제국에 있을 때보
다는 하인리를 덜 부담스러워하시는 듯했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예의를 지키려 하셨지만.

“내가 부모님과 가깝게 지내는 게 싫나요, 퀸?”

“그럴 리가요.”

하인리는 조용히 웃더니, 자기 옆을 톡톡 두드리며 졸랐다.

“그런데 부인, 언제까지 책만 볼 겁니까?”

까만 밤이었고 창 밖으로는 희미하게 빗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원래 오늘은 새벽까지 궁정인


들에 대한 자료를 볼 생각이어서, 하인리에게 먼저 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인리가 곁에 있
어 달라며 잡아끄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마석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는 옆
에서 책을 읽으라더니. 막상 옆에서 책을 읽고 있자 읽지 말라며 저러는 것이다.
“잠이 올 때까지?”

솔직하게 대답하자,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슬금슬금 몸을 이동해서 내 바로 옆까지 왔


다. 그러고는 슬며시 다리 위에 머리를 올리고는, 자연스럽게 종아리에 입을 맞추는 게 아닌
가.

  방해하지 말라고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그는 오히려 야하게 웃으면서 자기 옷고름


을 잡아 풀었다.

“배운 거 다 까먹겠습니다, 부인. 복습도 해야 하고 응용도 해야 하는데, 자꾸 홀로 남겨둘 건


가요?”

힐긋 내려다보니, 그는 아예 작정한 듯 가운을 내리면서 내 손목을 가져다가 손목 안쪽의 여


린 살에 입을 연거푸 맞추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끝까지 나를 쳐다보았다. 이래도 내버려 둘
거야? 물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다 싶어서 한숨을 내쉬자, 그는 한쪽 입꼬리를 삐
뚜름하게 올리며 승리에 찬 미소를 짓고는, 자연스럽게 내 손에 들린 책을 집어 옆으로 치웠
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번엔 그가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놀랄 틈도 없이, 하인리는 손
을 뻗어 내 머리카락 안쪽을 쓸더니 이마에 한 번, 눈꺼풀에 한 번, 귓가에 한 번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제대로 배웠나 확인해줘요.”


 

하인리와 아침을 먹은 후 내 방으로 돌아오니, 하녀들이 이미 욕조 안에 목욕물을 준비해 둔


상태였고, 로라는 내 목욕 시중을 들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목욕 시중을 들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로라에게 그렇게 말하고서 방으로 돌아가 쉬라고 했다.

“앗, 그러면 여기서 기다리다가 옷 입는 걸 도와드릴게요!”

로라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말한 후 그녀를 돌려보냈다. 대신 이따가 옷


을 입는 건 주베르 백작부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로라는 시무룩해서 돌아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몸이 얼룩덜룩해서……. 어색하게 방 안을 서성이다가 나는 서둘러 욕실로 들
어가 가운을 벗었다. 거울에 비친 몸은 보는 것만으로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자꾸 입으로 몸
여기저기에 입을 맞추려 드는 것도 새의 습성일까? 새들이 부리로 털을 골라주는 것처
럼…….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하나? 궁금하지만 이런 건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
겠지. 새벽의 일이 떠올라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서둘러 따뜻하게 데워진 물 안에 들
어갔다. 아침에 하인리가 팔다리 근육을 풀어주어서일까, 따뜻한 물 안에 들어가 앉으니 다시
잠이 쏟아졌다.
몇 번이나 물 속에서 꾸벅거리다가, 주베르 백작부인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서야 놀라
서 정신을 차렸다.

“황후 폐하?”

시계를 보니 욕실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놀라서 욕조에서 일어난 후 얼른


커다란 수건으로 온몸을 덮었다. * * * 조앤슨은 걱정스럽게 방 안 탁자를 맴돌았다. 그러다가
거실과 작은 응접실, 자신의 방과 동생의 방, 부엌, 욕실, 정원, 그리고 다시 거실로…… 그의
몸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이동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기적으로 편지를 보
내 안부를 묻던 동생이 오래도록 연락이 없다. 먼 곳에 사는 것도 아니고, 코앞의 궁전에서 사
는 동생이었다. 심부름꾼을 통하면 길어봐야 몇 시간 내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그런 가까운
거리에 사는 동생이다. 그런데 왜 연락이 없지? 동생이 궁전에 하녀로 들어간 이후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걱정되네. 자식, 진짜 괜찮은 건가?’

처음엔 동생이 서대제국 황제와 황후의 결혼식에 따라간 줄 알았다. 동생은 새로운 황후인 라
스타에게는 하녀가 자신까지 포함해서 고작 두 명뿐이라고 했으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조앤
슨이 ‘참으로 검소한 분이구나!’ 하고 감탄한 터라, 그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홀몸이
아닌 채로 먼 나라까지 다녀오는 여정이니 당연히 하녀를 모두 데려갔겠지. 조앤슨은 이렇게
생각하며 아주 약간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황후와 황제가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동생의 소식은 없었다. 두 번째 정부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만 있을 뿐. 일이 이렇게 되고 보
니 조앤슨도 동생의 행방이 몹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조앤슨은 직접 궁전에 동생의 행방
을 묻기로 했다. 기자 활동으로 몇 번 취재를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경비는 조앤슨의 얼굴을
알아보고 안으로 바로 들여보내 주었다. 조앤슨은 복잡한 절차를 걸쳐서 궁내부 담당 관리에
게 직접 동생 이야기를 했다.
“델리스라고, 내 동생이 한 달이나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요. 아, 동생은 여기서 일합니다.”

“동생이요?”

“예. 황후 폐하의 하녀로 있습니다.”

“한 달이나 연락이 안 된 게 확실한 거요?”

“그게…… 대략 한 달이란 거지 정확한 건 아닙니다. 좀 더 됐을 수도 있고 좀 덜 됐을 수도 있


고…….”

궁내부 담당 관리는 귀찮다는 듯 쯧 혀를 차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얼굴이 반반한 하녀라면 보나 마나 어느 기사와 눈이 맞아서 달아난 거겠지요.”


조앤슨은 네가 내 동생 얼굴을 언제 봤다고 그따위로 말하냐고,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꾹 참느
라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 되었건 그는 소란을 피울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좀 알아봐 주시지요.”

조앤슨의 손에서 몇 개의 은화가 넘어가자, 궁내부 담당 관리는 거들먹거리며 물었다.

“그래, 동생이 어디 소속이오?”

아까 이미 한 번 설명했던 질문이었다. 관리는 이전엔 조앤슨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았던 것


이다. 조앤슨은 발끈했지만,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대답했다.

“서궁에서 황후 폐하를 모시고 있습니다.”

조앤슨은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주었다. 궁내부 담당 관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


덕이고서, 관리들의 명단을 살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쪽 동생 이름이 델리스라 했지? 그 아가씨는 이미 퇴사한 걸로 나오는데?”

조앤슨은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따졌다.

“그럴 리가요! 자세히 봐 보십시오!”

관리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그쪽 동생은 여기 없어.”

별 성과 없이 돌아온 조앤슨은, 다음으로는 황후궁에 직접 연락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최측근


하녀는 두 명뿐이겠지만, 여러 가지 잡일을 도와주는 궁정인들이 많을 터. 누군가는 동생의
행방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동생은 찾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걱정이 된 조앤슨은 다시 초조하게 방 안을 맴돌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한데…… 뭘 어
떻게 해야 하지? 동생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궁전이니 그곳을 수색해보아야 하는데. 개방
된 장소라면 몰라도, 황후의 궁전인 서궁까지 그가 뒤져볼 수는 없었다.

‘방법을 생각해 내자. 방법을.’

꿋꿋하게 머리를 짜낸 결과, 조앤슨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라스타 황후. 평민들을 몹시도 사랑하는 그 황후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터였다. 서궁을 뒤적


거리는 것보다 오히려 그게 더 쉬운 일이었고. 판단을 끝내자마자 조앤슨은 알현 서류를 신청
해 넣었다.

“어느 정도 기다려야 합니까?”

“대기자가 많아서요. 짧더라도 일주일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 후에는 알현 순서를 바꾸어 줄 사람을 찾아다녔다. 다들 오랜 시간을 기다려 황제 부부에


게 하소연하러 가는 것이기에, 웬만해서는 순서를 바꾸어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집요하
고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조앤슨은 최대한 순서를 앞당길 수 있었다. 바로 이틀 뒤였다. 그리
고 알현실에 가는 날. 조앤슨은 단정하게 차려입고서 본궁에 위치한 알현실로 갔다. 알현실은
저 안쪽으로 황제와 황후의 옥좌가 나란히 있고, 그 앞으로 긴 카펫이 깔려 있는 구조였다. 사
람들은 그 카펫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가, 순서가 되면 앞으로 나아가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 것이다. 조앤슨은 빨리빨리 자신의 순서가 되길 기다렸다.
그의 동생이 어디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마음이 자꾸 조급하
고 초조해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줄이 빨리 빠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멍하니 서 있기만 하자
다리가 아프고 좀이 쑤실 정도였다.

“안, 착하지? 쉿…… 그래, 착하다, 우리 아기.”

그래도 혼자 기다리는 조앤슨은 형편이 나았다. 알현실 안에는 아기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
았는데, 바로 앞 순서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게다가 제법 덩치가 큰 아기는, 내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냈다. 남자는 그때마다 곤란스러워하며 ‘안, 착
하지? 안, 왜 이래’ 하고 달래느라 바빠 보였다.

‘차라리 저 모자를 벗겨주면 아기가 덜 울 텐데.’

조앤슨은, 보는 사람이 갑갑할 정도로 커다란 모자를 쓴 아기를 보며 혀를 찼다. 그렇지만 굳


이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진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줄은 조금씩 조금씩 줄어
들어서, 마침내 아기를 안고 있는 아빠의 차례가 되었다.

“이쪽으로 와서 두 분 폐하께 인사를 올리시오.”


황제의 비서가 알리자, 아기를 안은 아빠는 앞으로 나아가 소비에슈 황제와 라스타 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 순간. 조앤슨은 황후의 표정이 무섭게 굳는 걸 발견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황후의 표정은 칼날의 끝처럼 무서웠다.

‘왜 저러시지?’

의아해하는 사이, 아기를 안은 아빠가 간절한 목소리로 황후에게 청했다.

“황후 폐하. 이 아기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어머니 품에 안겨보지 못한 아기입니다. 황후 폐


하께서는 동대제국의 어머니와 같은 분이니, 부디 어머니가 된 것처럼 한 번만 아기를 안고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황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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