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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하지만 하인리는 흔쾌히 허락했다. 그래도 트로비 공작 부부는 안심하지 못했다. 그들이 하인
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딸을 잘 부탁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님의 당부였다. 그러나 상대
가 어엿한 일국의 황제이다 보니, 평범한 사위 대하듯 말해도 좋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던 것이
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는 두 부부는 나비에가 너무 걱정되었다. 코샤르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지이지만, 코샤르에 대한 문제는 하인리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었다.
“!”
“무엇입니까?”
“부인이 뭘 좋아합니까?”
트로비 공작 부부는 당황해서 서로를 곁눈질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시작일 뿐이었다. 이어서
질문이 끝도 없이 튀어나왔다.
“?”
부모님과 함께한 저녁 식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아버지가 또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
다. 어머니는 평소처럼 아버지를 말리셨지만, 감정이 북받치시는지 이따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나이프만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하인리가 그걸 보고서 표정이 묘해졌지만, 그 모습조
차 모르실 정도로. 그래도 두 분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게다가…….
“퀸이라 해도 그건 비밀입니다.”
“…….”
“그럴 리가요.”
“황후 폐하?”
처음엔 동생이 서대제국 황제와 황후의 결혼식에 따라간 줄 알았다. 동생은 새로운 황후인 라
스타에게는 하녀가 자신까지 포함해서 고작 두 명뿐이라고 했으니까. 그 이야기를 들은 조앤
슨이 ‘참으로 검소한 분이구나!’ 하고 감탄한 터라, 그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홀몸이
아닌 채로 먼 나라까지 다녀오는 여정이니 당연히 하녀를 모두 데려갔겠지. 조앤슨은 이렇게
생각하며 아주 약간 불안한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황후와 황제가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동생의 소식은 없었다. 두 번째 정부이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만 있을 뿐. 일이 이렇게 되고 보
니 조앤슨도 동생의 행방이 몹시 걱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조앤슨은 직접 궁전에 동생의 행방
을 묻기로 했다. 기자 활동으로 몇 번 취재를 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경비는 조앤슨의 얼굴을
알아보고 안으로 바로 들여보내 주었다. 조앤슨은 복잡한 절차를 걸쳐서 궁내부 담당 관리에
게 직접 동생 이야기를 했다.
“델리스라고, 내 동생이 한 달이나 연락이 안 되고 있어서요. 아, 동생은 여기서 일합니다.”
“동생이요?”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걱정이 된 조앤슨은 다시 초조하게 방 안을 맴돌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 확실한데…… 뭘 어
떻게 해야 하지? 동생이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 궁전이니 그곳을 수색해보아야 하는데. 개방
된 장소라면 몰라도, 황후의 궁전인 서궁까지 그가 뒤져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혼자 기다리는 조앤슨은 형편이 나았다. 알현실 안에는 아기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
았는데, 바로 앞 순서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게다가 제법 덩치가 큰 아기는, 내내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알아듣기 힘든 소리를 냈다. 남자는 그때마다 곤란스러워하며 ‘안, 착
하지? 안, 왜 이래’ 하고 달래느라 바빠 보였다.
‘왜 저러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