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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의 손님이라고?”
라스타가 차갑게 묻자, 랑트 남작이 ‘예’ 하고 대답했다. 라스타는 괜스레 치솟는 불안한 기분
에, 에벨리를 힐긋거리며 물었다.
“무슨 손님인데요?”
“그게…….”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문제란 겁니다. 황후 폐하께는 그에 맞는 예를 다하세요.”
“에벨리 양!”
‘곧 알게 되겠지.’
‘아!’
안으로 몇 발자국 들어서자마자 에벨리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소비에슈 황제의 외모 때문이었다. 원래 에벨리는 소비에슈 황제를 싫어했다. 저 황제 때문에
그녀가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고 흠모하는 분이 먼 나라로 떠나버렸으니까. 에벨리는 소비에
슈 황제가 아주 멍청하고 못됐으며, 그런 성격이 얼굴에도 뚜렷이 드러나리라 생각했다. 하지
만 실제로 본 소비에슈 황제의 얼굴은 잘생기다 못해 찬란할 정도였다. 잠시 주춤해 있자니,
뜻밖에도 황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걸 아직 듣지 못했느냐?”
“들었습니다.”
“뭐?”
“어느 쪽인가요?”
“어느 쪽도 아니다. 첫째, 난 황후를 미워하지 않아. 둘째, 설령 미워한다 해도 후원을 받았단
이유로 널 미워하는 건 부조리하지. 셋째, 내 정부가 되기에 넌 너무 어리다.”
“……예.”
“……예.”
“예, 폐하.”
“네.”
“상관없어요.”
“그러면…….”
“베르디 자작부인.”
라스타가 먼저 그녀를 불렀다.
“예, 황후 폐하.”
“물론입니다.”
“예?”
라스타의 뜻밖의 명령에 베르디 자작부인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뜬금없이 죄수의 아이라
니?
“예.”
“예…….”
“그리고 하나 더.”
“네, 황후 폐하.”
“남자 귀족들이요?”
“어. 남자 귀족들만.”
“서대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폐하!”
“경하드립니다.”
결국 부부는 이번에도 칼같이 인사를 했고, 하인리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뭐?
“정말인가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로즈가 고개를 기웃하자, 근처에서 창을 초립하던 마스타스가 얼른 끼어들었다.
“전 알 것 같습니다. 분명 그겁니다.”
“그거?”
“!”
* * * 트로비 공작부인은 난처한 기분에 이마를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