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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요?”
“아.”
“알겠어요.”
“예.”
“하인리!”
놀라서 어깨를 붙잡자, 그는 나를 든 채 가뿐하게 한 바퀴를 돌고는, 웃으면서 내 배에 머리를 기댔다.
떨어질 것 같아서 그의 머리를 붙잡자, 하인리는 그것도 좋은지 아예 내 배에 머리를 비비적거리며
물었다.
“놀랐어요?”
“왜 맨날 숨어 있는 거예요?”
“싫은 건 아니지만…….”
“음…… 5 분 정도…….”
“5 분?”
“사실은 10 분이요.”
“10 분을 벽에 붙어 있었다고요?”
“있어요. 마침 잘됐어요.”
“뭔가요?”
“…….”
하인리의 표정이 굳는다. 그도 내 말의 중요성을 대번에 파악한 모양이었다. 나는 자세를 바로 하고서
그에게 나와 카프멘 사이의 거래를 알려주었다.
“그렇군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당연히 괜찮습니다.”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내가 눈에 힘을 주자 하인리는 얼른 덧붙였다.
“퀸. 다른 할 말은 없습니까?”
“말해봐요.”
“힌트는 부부입니다.”
“알겠어요.”
“알찬 계획서네요.”
“재미없나요?”
“고마워요.”
“그게, 제 것은…….”
“자신없나요?”
자세히 보니 얼굴도 그사이에 붉어져 있었다. 왜 이러지? 의아해서 쳐다보자, 하인리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사적인 이야기요?”
“잘 모르겠는데요, 무슨 말인지.”
“하인리. 여긴 내 자리입니다.”
“예?”
팔 치우라고.
“내 자리예요.”
“?”
“하인리?”
“!”
“하인리?”
“그게 뭐예요?”
“아침 식사요.”
그게 아니라, 왜 카트가 여기에……. 일어나서 가져온 건가? 놀라서 보고 있자니, 하인리는 포크에
오믈렛을 찍어서 내밀었다.
얼결에 입을 벌려 받아먹자, 그는 뿌듯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맛이 어때요?”
“맛이 있긴 한데…….”
“요리 잘하죠?”
“잘하네요.”
“취미예요.”
황족은커녕 귀족들만 되어도 요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신기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날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이상한 기분에 멍하니 있자니, 하인리가 다시 오믈렛을 찍어
내밀었다.
“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퀸?”
“다 해 줄 수 있나요?”
“당연히.”
“하인리.”
“네, 퀸.”
“?”
“그래요?”
“아버지가 무척 엄하셨는데, 이상하게도 음식은 꼭 먹여주셨거든요.”
“!”
“아.”
그럼 우리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도 하인리는 자기가 하나씩 다 음식을 떠먹여 주려나? 좀 귀여울 것
같기도 한데……. 그 순간. 위험한 생각이 떠올랐다.
“네, 퀸.”
“?”
“알로 태어나나요?”
“예, 폐하.”
카를 후작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라스타의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노예매매 문서가 공개된다면.
아니, 태어난 후에라도 공개된다면 아주 큰일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내야 했다. * * * 한편
그 시각. 라스타는 이미 제 발로 그 문서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소비에슈에게는 그를
위해 입을 다문 채 대신 움직여 줄 측근들이 많았지만, 라스타에게는 그런 이들이 없었다. 그나마
에르기 공작이 친구이지만, 그는 친구이지 부하가 아니었다. 그러니 직접 나서서 문서를 찾아보는
수밖에.
그러나 황후가 된 그녀를 못 알아보는 이들이 없다 보니, 은밀히 움직이기 불편했다. 라스타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다 허리 숙여 인사했다. 라스타가 먼저 나서서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이상 길게
대화가 이어지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남들의 시선이 쏠리는 만큼 행동에 한계가 있었다.
황후라면 응당 손가락 끝으로 사람들을 부려야 하는데. 라스타는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다. 그렇게 정문에서부터 본궁으로 쭉 이어진 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처음 보는 화려한
마차가 보였다.
‘누구지?’
남궁의 귀빈이 사용하는 마차인 줄 알았으나, 마차는 남궁으로 가는 길목을 지나쳐서 쭉 본궁으로
향했다. 보통은 이 안쪽까지 마차를 끌고 올 수 없기에, 라스타는 의아해져서 마차를 뚫어져라
보았다. 시선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마부는 근처까지 오자 마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얼른 마부석에서
내려 라스타에게 인사했다.
“저 안엔 누가 타고 있어?”
그런데 마부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냥 순순히 대답하면 될 텐데. 마부는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듯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렸다.
“누가 있길래 그래?”
“에벨리 양?”
라스타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노예일 적에는 몰랐는데.
황후가 된 후, 라스타는 이 세상엔 참으로 많은 귀족이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노예의 입장에서 보는
귀족과 황후의 입장에서 보는 귀족은 또 위치가 달랐다. 그런데 단순히 ‘에벨리’란 이름만 알려주면
어떻게 알아듣는단 말인가.
“에벨리 양이 누군데?”
참으로 고얀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