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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간 등 록 번 호

11-1261021-00005-10 ISSN 2005-7512

2014-14
정책연구과제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강선주 경제통상연구부 교수

목 차
요약
Ⅰ. 서론
Ⅱ. 중견국 외교의 이론과 실제
1. 중견국의 정의
2. 중견국 외교의 특징
Ⅲ. 중견국 외교의 환경
1. 중견국 외교의 국제체제적 조건: 양극체제
2. 중견국 외교의 국내정치적 조건
Ⅳ. 21세기의 중견국 외교
1. 국제체제적 조건: 미-중 양극체제
2. 중견국 외교의 대상 이슈
3. 중견국 외교의 집단적 조건: ‘2세대 중견국’의 등장과 단결성
Ⅴ. MIKTA의 외연 확장 전략
1. 비공식 중견국 협의체로서의 MIKTA
2. MIKTA의 지속 가능성 전략

* 본 연구는 본인의 “중견국 이론화의 이슈와 쟁점” (『국제정치논총』 55(1) (2015.3), pp. 137-174)의
일부를 포함하고 있음.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공공외교의 구현과 외교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작성된 것으로서, 외교부 및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요 약

한 국가의 외교 패러다임은 국가의 역사적 발전에 맞추어 변화하기 마련


이다. 건국 이래 한국의 외교 패러다임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 경제발전이
라는 국가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정되어 있었고, 그러한 외교 패러다임은 실
제로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이 세계 2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데에 유용
하였다. 이제 한국은 자신의 발전 상태를 반영하여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으
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은 국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기후변화, 빈곤 등 기존 강대국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
운 글로벌 이슈의 증가, 글로벌 권력 이동과 G7, BRICS 등 블록화 경쟁, 글
로벌 거버넌스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어서 공통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2013년에 한국은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실행기제로서 중견국 협의
체인 믹타(MIKTA: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를 출범시켰다.
MIKTA가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전부는 아니지만 MIKTA의 성공은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정착에 중요하다. 그리하여 신생 MIKTA가 21세기 글로
벌 정치 상황에서 성공하여 한국의 중견국 외교도 성공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중견국 외교의 활동 조건, 즉 어
떤 조건하에서 중견국 외교가 가능해지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가 능력과 외교 행태로 본 중견국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다자제도와
국제 규범, 중재 역할에서 적극성에 차이를 보인다. 중견국이 중견국 행동
주의에서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국제적 양극체제, 중견국들의 국제 규범에
대한 공유된 인식과 단결성, 개별 중견국의 경제상황, 국가의 물리적 위치
와 정책대안의 존재 여부, 국내 정치구조의 영향의 결과이다.
MIKTA가 활동하게 될 국제체제적 환경은 미국과 중국의 G2인데 냉전
시대와 다른 양극성으로 인해 중견국 외교가 성공할지 의문이다. 21세기의
중견국들은 20세기의 중견국들보다 다양하고 국제 규범에 대해 인식을 공
유한다고 볼 근거는 많지 않다. 다만 냉전 시기와 달리 강대국들로서도 다
루기 힘든 글로벌 이슈가 산적해 있다는 것이 21세기 중견국 외교에 유리한

2󰠳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점이다. MIKTA는 중견국의 단결성 문제를 극복하는 구심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MIKTA는 G7과 BRICS와의 협의 채널 구축을 통해 협력 파트너로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MIKTA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중간 범위의 해결책
을 찾는 데에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며, 범지역성에서 오는 다양성 속에
조화라는 연성권력을 공공외교에 적극 활용하여 글로벌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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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한 국가의 외교 패러다임은 국가의 역사적 발전에 맞추어 변화하기 마


련이다. 건국 이래 한국의 외교 패러다임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경제발
전이라는 국가 목표에 부합하도록 설정되어 있었고, 그러한 외교 패러다
임은 실제로 한반도의 안정과 한국이 세계 2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데에 유용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에 힘입어 한국의 국익이 다변화되
었을 뿐만 아니라 다변화된 국익의 실현에 필요한 능력도 축적하였다. 한
국의 발전 상태를 반영하여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외교적 열망을 ‘글로벌
코리아(Global Korea)’ 청사진에 담아 세계와 소통하였다. 2013년에 출
범한 박근혜 정부도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책임있는 중견국으로
서의 역할”을 표방하면서 중견국 외교를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으로 공식
선언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외교 패러다임이 중견국 외교로 전환된 것은 한국 자신의
변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국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
다. 현재 기후변화, 빈곤, 분쟁 등 기존 강대국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
려운 글로벌 이슈가 증가한 반면,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글로벌 권
력 이동과 G7, BRICS 등 블록화 경쟁, 비국가 행위자의 증대와 네트워크
파워, 글로벌 협상 교착 또는 거버넌스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어서 이의 해
결에 건설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한국은
이미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2011년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글로벌 이슈에 건설적인 기
여자임이 입증되었고, 공통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 또한 증가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3년 9월에는 한국의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작
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믹타(MIKTA: Mexico,
Indonesia, Korea, Turkey, Australia)’라고 명명된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
여하는 비공식(informal) 중견국 협력체의 출범이다. MIKTA는 68차 UN
총회를 계기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 호주 5개국 외교장관의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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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의로 출범하였는데 한국에게는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공식화 후에 달성


한 첫 번째 성과이다.
MIKTA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MIKTA가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전부는
아니며, MIKTA를 한국의 중견국 외교와 동일시할 것도 아니다. MIKTA는
한국의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일부이며 실행 기제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MIKTA의 상징성 때문에 MIKTA의 성패가 현 정권을 넘어서 중견국 외교
를 한국의 장기적인 외교 패러다임으로 정착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
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MIKTA의 성공은 그만큼 중요한 반면 그 성공이 자
동적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MIKTA가 성공할 수 있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21세기 글로벌 정치 상황에서 한국 외교의 실천적 처방으로서 중
견국 외교와 MIKTA를 운용하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21세기 한국 외교의 패러다임으로서 중견국 외교가 뿌리
내릴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외교정책 가이드로서 중견국 외교를 제시할 때에 간과했었던 측면인 중견
국의 활동 조건, 즉 어떤 조건하에서 중견국 외교가 가능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MIKTA를 당분간 한국의 중견국 외교의 중심에 놓고
MIKTA 성공의 필요조건으로서 외연 확장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MIKTA의 성공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외연 확장이 중요한 이유는
중견국의 전형적인 외교 행태인 중재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 글로벌 블록
화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MIKTA가 글로벌 블록화와 협상의 결
과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21세기 글로벌 정치에서 중견국 외교 패러
다임의 유용성이 평가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목적 하에서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2장
에서는 중견국과 중견국 외교 방식을 간략히 설명하고, 3장에서는 중견국
외교의 전개 조건을 설명하고, 4장에서는 21세기 글로벌 정치 상황과 중견
국 외교 전개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분석에 기초하여 한국의 중견
국 외교의 시금석이 될 MIKTA를 성공시키기 위해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MIKTA의 외연 확장 전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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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정책연구과제 2

Ⅱ. 중견국 외교의 이론과 실제

1. 중견국의 정의

외교 패러다임으로서 중견국 외교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중견국이 누구인


지에 대한 개념적 수용이 필요하다. 중견국 개념은 합당한 중견국 외교의
범주를 설정하는 데에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견국은 그 용어를 사
용하는 정치인 또는 학자마다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지, 그 범주에 동일한
국가들을 포함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2등그룹 국가, 강대국, 중간국가, 중
견국, 중간범위 국가, 지역 강대국 등 사용하는 용어도 다양하고 개념 정의
를 위해 동원한 방법도 다른데,”1 다음과 같은 방법을 가장 공통적으로 사용
하여 중견국을 정의한다.

가. 국가 속성(National Attributes) 접근법

중견국은 국가의 구성요소적인 특징(constitutive features) 또는 더 간


단히 말해서 국가 능력(capabilities)에 기반하여 정의될 수 있다. 국가 속
성/능력은 수치화하여 등수로 표시가 가능하므로, 물질적인, 수치화할 수
있는 국가 속성, 예를 들어서 지리, 인구, 군사, 경제, 기술 역량을 이용하여
상부도, 하부도 아닌 중간 위치로 중견국을 분류하는 것이다.
현대 국제정치이론에서 물질적 능력에 기반하여 국가를 분류하는 것은
오건스키(Organski)의 세력전이이론(Power Transition Theory)에서 시
작되었다. 오건스키는 국가 속성/능력을 지배국가(현재는 초강대국), 강대
국, 중견국, 약소국(dominant powers, great powers, middle powers,
and small powers)의 4계층의 국제 위계로 만들었고, 이 국제 위계에서 중
견국은 강대국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역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국
제 이슈에서 약소국을 넘어서 일정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로

1_ Detlef Nolte, “How to Compare Regional Powers: Analytical Concepts and


Research Topics,” Review of International Studies 36-4 (2010), p. 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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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제시하였다.2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마틴 와이트(Martin Wight)는 물질적


능력에 기반한 중견국 관념을 보여준다. 와이트는 중견국은 “어느 정도의
군사력, 자원 및 전략적 위치를 갖고 있어서, 평화 시에는 강대국이 지지를
확보하려고 하고, 전쟁 시에는 강대국에 맞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을지
라도 강대국이 공격하는 경우에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고 하였다.3 유사하게 태먼 외(Tammen et al.)는 중견국을 “무시될 수 있
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제적 관리에서 지배적인 국가에 도전하기
에는 부족한 자원을 가진 국가”로 규정하였다.4
이에 더하여, 수치화될 수 없는 덜 가시적인 비물질적 속성/능력, 질적인
특성, 예를 들어서 국가 구조, 내적인 단결, 국가 평판, 정치 또는 도덕적 영
향력, 동맹 또는 경제 또는 정치기구에서의 지위, 네트워크와 같은 외부적
요소를 중견국을 정의하는 데에 이용하기도 한다.5 그러나 물질적이든 또는
비물질적이든 능력에 기반한 중견국 정의는 위치적 개념이다. 중견국은 국
제정치의 소수의 강대국과 다수의 약소국 사이에 위치한 국가이다. 세계적
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great powers)에는 못 미치더라도 약소국
(small states)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물질적 능력을 갖춘 국가들을 중견국
으로 볼 수 있다.

나. 행태적(Behavioral traits) 접근법

국가 속성에 대신하여, 국가 행태를 기준으로 중견국을 정의하기도 한다.


이 접근법은 간단히 말해서 국가가 중견국처럼 행동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서 중견국 지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중견국의 외교적 행태가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강대국 또는 약소국의 그것과 다름을 전제한다.

2_ Organski, A.F.K.,World Politics (New York: Alfred A. Knopf, 1958).


3_ Martin Wight, Power Politics, ed. Hedley Bull and Carsten Holbraad (London: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1978), p. 65.
4_ Ronald L. Tammen, Jacek Kugler, Douglas Lemke, Allan C. Stam III, Mark

Abdollahian, Carole Alsharabati, Brian Efird, and A.F.K. Organski, Power Transitions:
Strategies for the 21st Century (Washington D.C.: CQ Press, 2000), p. 7.
5_ Holbraad (1984), pp. 8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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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은 국제관계에서 비중견국과 구별되는 구체적이고 독특한 역할을 갖


고 있다는 것이다.
중견국의 특징적인 외교적 행태는 첫째, 규범기획자(norm entrepreneurship)
이다. 중견국은 다른 국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규범적 의지(impulse)를 공
유한다고 전제하고, 국가의 중견국 지위는 규범적 주장을 제시하는 행위 패
턴을 통해서 확인될 수 있다.6 중견국은 국제 규범을 옹호하고 국제사회 내
에서 국제 규범이 굳건하게 수립되게 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규범기획자는 특정 이슈에 대한 정책결정자들의 이해를 변화
시켜 그들의 행동을 수정하며, 규범에 들어있는 아이디어를 국가의 정체성
에 포함시키는 역할을 한다. 규범기획자는 단계적으로 규범을 상식처럼 만
든다는 희망에서 다수의 국가들이 규범을 채택하고 궁극적으로 내재화시키
는 노력을 경주한다.7
둘째, 행태에 기반한 또다른 중견국 정의 방식은 특정 종류의 외교 행위
(behavior)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중견국 지위를 결정하는 외교 행위는 중
재, 연합 형성, 다자주의 및 타협 도출과 같은 것이다.8 강대국과 약소국 사
이의 위치를 활용하여 중견국은 타협하고, 연합을 형성하며, 국제기구에 참
여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어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견국 외
교 행위를 통틀어서 ‘중견국정신(middlepowermanship)’으로 명명하기도
한다.9
마지막으로 중견국의 특징적인 외교 행태는 독특한 선덕(virtuousness)
의 보유이다. 이 중견국 정의의 중심은 중견국의 ‘선한 국제 시민(good
international citizen)’로 행동하려는 의지이다.10 중견국은 외교, 즉 국가

6_ Andrew F. Cooper, Richard A. Higgott, and Kim R. Nossal, Relocating Middle


Powers: Australia and Canada in a Changing World Order (Vancouver: UBC
Press, 1993).
7_ Christine Ingebritsen, “Scandinavia’s Role in World Politics,” Cooperation and
Conflict 37(2002): 11-23.
8_ Andrew Cooper, ed. Niche Diplomacy: Middle Powers After the Cold War (London:

Macmillan, 1997); Andrew F. Cooper, Richard Higgott and Kim Nossal (1993).
9_ Matthew Stephen, “The Concept and Role of Middle Powers during Global

Rebalancing,” Seaton Hall Journal of Diplomacy and International Relations


(Summer/Fall 2013), p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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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국가 이익의 성격부터 다르다고 본다. 이


것은 개별 국가 또는 동맹의 이익보다는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는
글로벌 목적을 대표하는 광의의 행동주의와 이타적인 외교 행태로 나타
난다.11
위의 접근법을 따르는 중견국 정의는 일견 간편해 보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견국을 전적으로 능력/속성에 초점을 둘 경우 국가의 규모
와 외교정책 이익 사이에 인과관계가 신빙성 있게 증명되지 않는다는 문제
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중간 규모의 국가 능력/속성을 가졌다는 것이 국가
의 외교 행태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12 국가 능력은 중간이라도 중견국적
으로 행위하지 않는 국가도 중견국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에 중견국
정의를 전적으로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것은 중견국 행태를 보이면 심지어는
속성/능력적으로는 강대국 또는 약소국일지라도 중견국으로 분류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 국가 속성/능력의 객관적 지표와 행태, 정체성에서 불일치를
보이는 국가의 예는 많다.13 그러므로 한 국가의 중견국 지위는 객관적 역
량뿐만 아니라 국가 스스로의 중견국 정체성(identity)에 기초하여 외교적
비전과 목표를 설정·추진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기준에 비추어, 보솔드와 하이넥(Bosold and Hynek)은 중견국 범
주는 상호연관된 차원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이론적인 접근법을
합성하여 중견국을 정의할 것을 제안한다.14 두 개의 기준을 좀 더 한정적

10_ Jennifer M. Welsh, “Canada in the 21st Century: Beyond Dominion and Middle
Power,” The Round Table 93-376 (2004), pp. 586-7.
11_ Robert W. Cox, “Middlepowermanship, Japan, and Future World Order,” International

Journal 44-4 (1989), pp. 823–62; Gareth Evans and Bruce Grant, Australia’s Foreign
Relations in the World of the 1990s (Carlton, Australia: Melbourne Univ. Press,
1991); Cooper et al. (1993); Cooper (1997).
12_ Ungerer (2007); Ravenhill (1998); Welsh (2004); Gecelovsky (2009).
13_ 브라질은 강력하게 중견국 명칭을 거부하는 가장 좋은 예이다. 대조적으로 일본과 인도는

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중견국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한다.


14_ David Bosold and Nik Hynek, “What is Canadia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How Should We Study It? Why Does it Matter?” in Nik Hynek and David Bosold
(eds.) Canada’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Soft and Hard Strategies of a Middle
Power (Don Mills, Canada: Oxford Univ. Pres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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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이면서도 직관적인 하나의 정의로 종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중견


국의 “첫 번째 관문은 중간 규모의 물질적 능력이다. 둘째, 중간 규모 능력
과 중견국정신이라는 행태적인 특징을 가진 국가들만이 중견국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중간 능력과 그에 부합하는 특징적인 외교 행태는 중
견국 지위의 필요조건이다. 두개 기준의 동시적인 충족만이 중견국으로 불
리기에 충분하다.”15 이 공식은 개념의 직관적 의미에 부합하고 경험적으로
쉽게 사용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상적인 중견국은 필요한 위치적 능
력을 소유하고 가정된 방식으로 행동할 뿐만 아니라 분석적으로나 전략적
으로 자신을 중견국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로 강화(self-reinforcing)
방식으로 국가적 역할 인식에 심는 경우이다.16

다. 현실에서의 중견국

국가 속성/능력과 행태적 접근법을 적용할 때에 어떤 국가가 중견국으로


지명되는지 경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능력/속성과 행태 개별적으
로, 그리고 두 가지를 결합하여 중견국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인 측정 기
준과 수치화된 지표로 분석한 국가 능력이 강대국과 다수의 약소국의 중간
에 해당하는 국가는 다음과 같다.17
첫번째 국가 속성/능력의 지표로 세계 경제적 생산에서 국가의 비중을 활
용한 경우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GDP는 국가 속성/능력으로서 유의미
하다. 첫째, GDP는 한 국가가 세금을 징수하고 관료, 현대화, 연구개발, 심
지어는 군사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자원의 정도를 반영한다. 그러한 맥락
에서, 미어샤이머(Mearsheimer)와 같은 극단적 현실주의자도 GDP가 부
와 인구 규모, 군사력을 포함하기 때문에 GDP가 국력을 가장 잘 반영한다

15_ Stephen (2013), p. 39.


16_ James Manicom and Jeffrey Reeves, “Locating Middle Powers in International
Relations Theory and Power Transitions,” in Bruce Gilley and Andrew O’Neil
(eds.) Middle Powers and the Rise of China (Washington, DC: Georgetown Univ.
Press, 2014), pp. 23-44.
17_ 현실에서의 중견국은 Stephen (2013), p. 40-45을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다.

10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고 주장한다.18 둘째, 대규모 경제는 대규모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을 레버


리지로 이용한 협상력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대규모 경제를 가진 국가는
전형적으로 무역 협상과 같은 다자경제 협상의 성공에서 중심축을 이룰 수
있다. 셋째, 세계 GDP에서의 비중은 글로벌 경제에 관한 체제적인 관점에
서 중요하다. 세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그들을 글로벌
경제에 체제적으로 중요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GDP 비중으로 볼 때 누가 중견국 후보인가? 여기서,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회원국들을 별개로 또는 집단적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중요한 차이가 발생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슈 영역에 따라 별개로 또는 하
나로 볼 수 있다. 세계 무역체제와 같은 몇몇 중요한 이슈 영역에서, EU 회
원국들은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를 통해서 단일 행위자로서
효과적으로 행동한다. 예를 들어서, WTO에서의 협상은 EU의 단일시장과
단일 무역정책을 반영한다. 그러나 국제금융규제와 같은 이슈 영역에서 유
럽 국가들은 별개로 행동한다. 국제적 능력 분포는 이슈에 따라 다르다. EU
를 집합적으로 다룬다면, 오늘날 경제력의 분포는 중국, EU, 미국이 세계
GDP에서 각각 14~20%를 차지하는 3극체제이다. 그 뒤를 인도, 일본과 같
은 중요한 2등 그룹, 그리고 그 뒤를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한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와 같은 국가들이 따르고 있다. 대체로 유럽 국가들
이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영역에서 상부와 중간에 위치한 국가들 사이에 분
명한 구별이 없으므로 중견국 후보국은 훨씬 덜 분명하다. 직관적인 고려는
중견국 지위는 캐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태리, 스페인, 폴란드, 러
시아, 터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한국, 호주, 인도네시아 중 어느
국가에라도 주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번째 국가 속성/능력의 지표로 군사력을 활용할 때에 군사 영역에서
또다른 중간적 능력을 가진 국가 그룹이 등장한다. 군사비 지출에 기초하였
을 때에, 미국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42%를, 중국이 8%를 차지하므로

18_ John J. Mearsheimer,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New York: W.W.
Norton, 2001), pp. 60-7.

󰠳 11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분명히 단극적인 권력 분포를 보인다. 비록 UN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


이사국(전통적인 군사 강국)은 최대 군사비 지출국으로 남아 있지만, 프랑
스와 일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브라질 사이에 차이는 크지 않다.
이것은 중국에서 브라질 또는 이태리를 아우르는 2등 그룹과 비교하여
미국이 그 자체로서 하나의 클래스를 이루는 분명한 단-다극 분포(uni-
multipolar distribution)를 보여준다. 다시, 중견국과 약소국 사이에서 분
명한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 번째, 위의 국가 속성/능력 지표들을 종합하여 볼 수도 있다. 이것은
Correlates of War의 국가능력종합지수(CINC: Composite Index of
National Capabilities)를 사용하는데, 국가능력종합지수는 인구, 도시화,
철강 생산, 에너지 소비, 군사비 지출, 군사 규모 6개 요소의 세계 총합에서
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에 기초한 상대적 능력의 측정이다. 국가능력종합
지수는 다른 국가로부터 영향 받는 것은 피하면서 다른 국가에게 영향을 행
사할 수 있는 국가 능력의 기초적인 지표이다. 2007년의 국가능력종합지수
에 따르면, 세계 10대 국가들이 세계 총능력의 61%를 차지하고, 세계 20대
국가들은 74%를 차지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지수 상으로 중국이 미국
에 상당히 접근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함께 세계 총능력의 1/3을 차
지하고, 하위 120개 국가들은 집합적으로 1% 미만을 구성한다. 인도가 미
국의 능력의 약 절반을, 중국의 능력의 1/3를 초과하는 것으로 보아 강대국
과 중견국 사이에 자연적인 구분선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견
국 후보국들은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러시아, 브라질, 한국, 터
키를 포함할 수 있다 (<그림 1> 참조).
이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현실에서 능력으로 본 중견국은 다양하고 확정
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강대국과 중견국, 중견국과 약소국 사이에 분명한
구분이 존재하지 않아, 중견국 후보 명단을 어디에서 시작하고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분명하지 않다. 그리고 하나의 국가 권력지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면, 철강 생산, 인구, 에너지 소비와 같은 요소들이 21세기에 권력
의 진정한 지표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다른 한편, 수잔 스트래인지(Susan
Strange)는 단일 국제 권력 구조가 아닌, 글로벌 정치경제에서 안보, 생산,

12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금융, 지식의 복수의 권력 구조에서 국가의 위치를 형성하는 생각할 것을


권장하였다.19 비교를 위해 GDP, 군사력, 인구 등과 같은 경제・물리적 능
력과 외교 행태 등을 수치화하는 것은 가능하나 종합적인 국가 능력 내에서
각각의 비중을 설정하는 것이 어렵고 맥락에 따라 중요성이 변화하기 때문
이다. 유사하게, 볼드윈(Baldwin)도, “특정 이슈 영역에 관련되어 있지 않
은 단일 총체적인 국제 권력구조 개념은 실제로 무의미한 권력 개념”이라며
세계를 강대국, 약소국, 그리고 중견국으로 분류하는 것은 그러한 용어가
구체적 상황에서의 권력이라기보다는 일반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
을 수 있으므로 최소한 구체적인 이슈 영역을 상정할 것이 주장하였다.20

<그림 1> 중견국 위계

출처: Bruce Gilley and Andrew O’Neil (eds.) Middle Powers and the Rise of China
(Washington, DC: Georgetown Univ. Press, 2014), p.5.
(밑줄은 Gilley and Andrew의 연구에 포함된 국가들을 나타냄)

19_ Susan Strange, States and Markets, 2nd Edition (London: Continuum, 1994).
20_ David Baldwin, “Power Analysis and World Politics: New Trends versus Old
Tendencies,” World Politics 31-2 (1979), pp 193.

󰠳 13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중견국은 물질적 지표뿐만 아니라 행태적 측면도 중요하다. 국가가 중견


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중견국적인 외교 행태를 보여주어야 한다. 중견
국적인 외교 행태는 수치화된 물질적 지표가 아닌 질적인 지표를 사용한다.
즉 중요한 글로벌 문제를 다루기 위한 공동 행동에서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기후변화는 어떠한 국제적 합의도 체
제적으로 중요한 많은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존하는 하나의 중요한
영역이다. 이 방법이 단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임시적으로 특정
영역에서 유력한 중견국 후보국들을 지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우
에 다양한 국제적 영향력 분포 지표에 기초하여 중견국으로 볼 수 있는 국
가들은 상당히 다양하다.
주목할 것은 전통적으로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중견국이라는
합의가 있어 왔는데, 이와 같은 지표들에 따르면 이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
고 있어서 전통적 선진 중견국의 지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
화국은 단 한번 등장하고(탄소 배출), 영국, 프랑스, 이태리, 캐나다, 멕시
코, 일본, 인도네시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는 3개 지표에 등장한다. 한국,
러시아, 터키는 5개중 4개 지표에 등장한다. 5개 지표 모두에 등장하는 유
일한 국가는 브라질이다. 중국과 인도를 중견국으로 보기에는 너무 크고,
경제적, 군사적으로도 중요하다. 이 지표들은 한 시점에서 영향력의 국제적
분포를 포착한 것인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 중견국 지위가 이동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견국 그룹은 진화한다는 증거이다.
중견국 그룹의 역사적 역동성을 포착하기 위해 중견국 그룹을 ‘traditional’
또는 ‘classical’과 ‘emerging’ 또는 ‘new’로 구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traditional’ 카테고리는 호주, 캐나다, 북유럽국가로 제한하고,
‘emerging’ 그룹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말레이시아, 남아공, 한국, 터키를
포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일하고도 분명한 중견국을 지명하는 것은 어렵다. 일반적
으로 국가의 물질적 지표와 질적인 지표, 또는 능력과 행동 사이에 일시적
또는 체계적 간격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문제는 중견국을 지명하는
데에서도 완화되지 않는다. GDP, 군사력, 인구 등과 같은 경제・물리적 능

14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력과 외교 행태 등의 비교는 중견국을 파악하는 데에 대략의 길잡이가 될


뿐이며 이슈 영역별로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 중견국은 개념적이라기보다
는 경험적 현실의 문제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2. 중견국 외교의 특징

중견국을 논의함에 있어서 수반되는 질문은 중견국과 중견국 외교가 국


제관계에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가이다. 달리 말해서 중견국 개념이 국제관
계 전반 또는 특정 국가의 외교정책을 설명하는 데에 추가적인 유용성을 갖
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중요한데 왜냐하면 외교 패러다임으로서 중
견국 외교의 가치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 중견국 국가 이익의 차별성

국가 속성의 인과적 중요성에 대해서 두 가지 설명이 존재한다. 국제관계


의 구조현실주의는 국제권력구조에서 국가의 위치가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
는 요소라고 규정한다.21 국가들의 핵심적인 이익(예, 안보) 자체는 동일하
지만 국가의 규모/권력이 국가가 핵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동원할 수
있는 수단(예를 들어서 군사력)에 차이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한 끝에는 패
권국 미국이, 다른 한 끝에는 초소형 국가들이, 자연히 그 중간에 중견국들
이 포함되어 있는 스펙트럼에서, 국가의 외교정책 행태는 하나의 연속선상
에서 국가들이 차지하고 있고 지점을 통해 구별된다고 기대한다.
이에 반해 중견국이론은 국제체제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위치가 국가 이
익의 성격 그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여 한걸음 더 나아간다.22
중견국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21_ Kenneth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New York: McGraw-Hill, 1979).
22_ Ramesh Thakur, “The Elusive Essence of Size: Australia, New Zealand, and Small
States in International Relations. in Richard Higgott and James L. Richardson
(eds.) International Relations: Global and Australian Perspectives on an Evolving
Discipline (Canberra: ANU Press, 1991).

󰠳 15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국가이다. 중견국은 국제 문제에 대해 다자적 해결책을 찾고, 국제분쟁에


서 타협을 포용하고, 그들의 외교에 ‘선한 국제 시민(good international
citizenship)’ 관념을 포용하는 경향으로 해석된다. 오랫동안 중견국 행태
가 평화 유지, 인권, 개발과 연결되면서 중견국은 강대국보다 도덕적이라고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중견국들은 연관된 행위적 특성을 보인다. 중견국들
이 촉매자, 간사(facilitator) 또는 관리자로 행동하면서 개별 영역에서 영향
력을 행사하는 것은 ‘틈새외교’ 또는 ‘중견국 행동주의’ 등으로 다양하게 묘
사되는 적극적인 외교를 생산한다.23
그러나 중견국이론의 기대와 달리, 중견국의 제도와 규범 수립, 타협과
중재 행태의 기원과 결과에서 강대국과 차별화되는, 중견국들이 공유하는
긍정적인 의도, 윤리성은 근거가 약할 수 있다. 국가 능력/속성의 중견성과
국가 이익/의도 사이에 근본적인 연관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견국의 외교적 행태도 국가 능력에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홀
브라드(Carsten Holbraad)는 약소국과 공유하는 국제적 압력에 대한 취약
성과 강대국과 공유하는 국제체제에서의 영향력이 중견국의 외교적 행위
패턴을 확률적으로 생산한다고 설명한다.24 즉 중견국의 특징적인 행태는
단지 개연성으로만 존재하고 실행은 다른 여건에 달려 있다. 중견국의 외교
적 행태는 국가 이익과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결합하여 선택된다는 것
이다.25 중견국들은 전적으로 실용적인 이유에서 타협을 포용하고 중재하
는 것일 수 있다.26 중견국들은 중견국이론의 예측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같은 논리로 약소국과 심지어는 강대국까지도 중견국이 아니면서 중견국과
같은 행태를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중견국의 외교적 행태는 국가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강대

23_ Cooper, (1997).


24_ Holbraad (1984).
25_ Cooper (1997).
26_ Cooper et al. (1993); Nossal, Kim R..“‘Middlepowerhood’ and ‘Middlepowermanship’”

in Nik Hynek and David Bosold (eds.) in Canada’s Foreign and Security Policy:
Soft and Hard Strategies of a Middle Power (Don Mills, Canada: Oxford Univ.
Press, 2010).

16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국에 비해서는 제한되어 있고 약소국에 비해서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음


에 의해 요구되는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 이의 가장
대표적인 증거가 중견국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다
자 제도 또는 유사국가들의 임시적인 연합을 통해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
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이슈에서 중견국들은 다자주의 선호 경향을 보인
다.27 중견국들은 글로벌 이슈에 관여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글로벌
다자제도와 규범 수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함에 있어
서, 그들은 구체적인 레버리지 원천(source)에서의 상대적인 불리함을 보
상하기 위해서 기획가적인 재능, 기술적인 유능함, 효과적인 소통, 도덕적
설득력을 활용하는 오늘날 연성권력이라고 불리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28 동시에, 연성권력 영역에서도 강대국에 비해서 제한되어 있기 때
문에 중견국들은 강대국의 주도를 따르거나 그들의 다자주의적인 노력을
소수의 기능적인 틈새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중견국이 규범을 강조하며 ‘선한 국제주의자(good internationalist)’로
서 책임있게 행동하는 특징적인 외교 행태도 “이타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
라 중견국의 최우선 국익이 지배적인 국가의 야망과 달성을 제한하는 질서
있고 예측가능한 세계 환경에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29 이는 국제체
제의 질서와 안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 자신의 국익이
실현될 수 있는 국제체제로 질서있는 변화를 촉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중견국들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향상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입을 것이기
때문에 중견국의 행태는 계몽된 이기주의(enlightened self-interest)의
표현일 수 있다.

27_ Pratt, Cranford. (1990) Has Middle Power Internationalism a Future? in Cranford
Pratt (ed.) Middle Power Internationalism: The North South Dimension (Montreal:
McGill-Queen’s Univ. Press, 1990); Thakur (1991); Cooper et al. (1993).
28_ Cooper et al. (1993); Daniel Flemes, Emerging Middle Powers’ Soft Balancing

Strategy: State and Perspectives of the IBSA Dialogue Forum (Hamburg: GIGA,
2007).
29_ Cox (1989), p. 824; David R Black, “Addressing Apartheid: Lessons from Australian,

Canadian, and Swedish Policies in Southern Africa,” in Andrew Cooper, ed. Niche
Diplomacy: Middle Powers After the Cold War (London: Macmillan, 1997).

󰠳 17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나. 중견국 외교의 실제

중견국의 ‘선한 국제 시민’ 명제는 경험적으로 테스트될 수도 있는데, 예


를 들어서 중견국이 대중적인 글로벌 목표를 포용하고 ‘선한 국제 시민’으
로서 수고하는 정도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첫째, 중견국은 자신을 규범기획
자(Norm Entrepreneurship)로 상징해 왔다. 규범과 사회화의 역할은 협
동적인 행위를 조성하는 데에 중요하므로 중견국은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강한 역할을 부여한다. 국제법과 국제기구에 의해서 상호작용은 더 예측가
능해지고, 예측가능성은 중견국들에게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당대의 국제
규범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국가의 행동을 제한하는 규제적인 규범(regulative norms)과 국가에게 적
합한 행위를 제안하는 처방적인 규범(prescriptive norms)은 글로벌 거버
넌스에 기여와 국제질서에 참여를 권장할 것이다.30 그러나 중견국들의 글
로벌 거버넌스 참여로 그들이 당대에 통용되는 규범으로 사회화된 정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둘째, 중견국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와 기여이다. 국제관계의 구조현
실주의는 국가의 글로벌 거버넌스에의 참여는 그의 상대적인 권력과 생존
과 독립을 위한 이중적인 동기에 의해 결정됨을 시사한다. 특히, 구조현실
주의는 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여에 관심
을 가진다고 함축한다: (1) 그렇게 하는 것이 국익일 때; (2) 안보를 저해함
이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그리고 (3) 글로벌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자율적으로 행동할 역량이 없을
때. 그리하여 충분한 능력을 가진 강대국, 특히 패권국가는 글로벌 거버
넌스를 다루는 국제질서를 세우고 유지하는 것보다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31 반면에 중견국들은 태생적으로 자신들의 생존을 보
장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세계에서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충분히
강력하여 독자적으로 비판적인 발전의 방향을 설정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30_ Wang and French (2013), p. 991.


31_ Waltz (1979).

18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그들은 글로벌 거버넌스 이슈를 다루는 협력적인 노력에 관여하는 것을 선


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독자적으로 행동할 능력
을 결여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과 협동하고 다자기구를 통해서 활동함으
로써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32 그렇다고 한다면 중견국은 다자
및 초국가적 기구와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런데 국가들의 글
로벌 거버넌스에의 기여를 다자기구와 구상에 인적 기여, 금융적 기여 및
지적 기여 3개의 범주로 보았을 때에 중견국들의 기여도는 범주별로, 중견
국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33
셋째, 중견국은 국제체제의 보호자이고, 협력과 화해를 조성하여 그것을
더 안정적이고 유용하게 하기 위해 개혁을 권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유
주의 국제관계이론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국가들의 행동에 강한 영향을 미
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연결된 국가들은 유익한 경제
적 교환이 지속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서 평화의 보전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본질적으로 상호의존적인 국가들에게 전쟁은 비용을 높이므로 그
들은 국제적 문제에 평화적인 해결을 찾을 동기를 갖는다. 같은 논리로, 대
부분의 중견국들은 기존 국제질서에서 특권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장기간
동안 체제를 보전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고 현존 질서를 향상시키는 데에
민감하다. 중견국들의 목표는 국제체제가 그들에게 이롭게 작동하게 하는
것이고, 그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사회도 이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제
체제의 규칙과 제도에 이르면 중견국들은 현상유지 세력이 된다. 일반적으
로 국제체제를 완전히 분해하고 대체하기 보다는 개혁을 목표로 한다는 의
미에서 중견국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34
마지막으로, 중견국은 국제체제, 즉 강대국의 배열상태에 대해 특정한 선

32_ Robert O. Keohane, “Lilliputians’ dilemmas: Small States in International Politics,”


International Organization 23 (1969): 296.
33_ Hongying Wang and Erick French, “Middle Range Powers in Global Governance,”

Third World Quarterly 34-6 (2013), pp 985– 999.


34_ Eduard Jordaan, “The concept of a Middle Power in International Relations:

Distinguishing between Emerging and Traditional Middle Powers.” Politikon 30


(2003), p. 169.

󰠳 19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호를 가질 수 있다. 즉 중견국들은 두 강대국에 의한 지배와 비교하여 다극


적인 세계 질서를 선호한다. 데이비드 드윗과 존 커튼(David Dewitt and
John Kirton)은 다극체제가 더 많은 중견국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측
면에서 다극체제가 중견국에게 이익이라고 말한다.35 중견국들은 (단극체
제의) 거미집보다는 (다극체제) 벌집과 같이 보이는 세계를 건설하기를 선
호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조건에서 더 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더욱이
목적으로서의 다극체제는 중견국들이 선호하는 수단인 다자주의와도 일맥
상통한다. 이것은 국제체제 전체적으로 국가 능력/속성의 분포의 변화의 시
기에 중견국의 행태가 중립적, 중재자이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중견
국들은 강대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구상을 시도하면서 복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중견국들이 선호할 변화의 방향은 중견국들 자신의
국가 속성/능력의 변화와의 관계에서 선택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전통적
인 중견국으로 영향력의 감소를 경험하는 중견국과 현대의 부상하는 중견
국이 동일한 변화 방향을 선호할 것으로 기대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Ⅲ. 중견국 외교의 환경

중견국 외교를 외교 패러다임으로 채택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고


려할 사항의 하나는 그의 효과성일 것이다. 중견국 외교의 적극성과 효과성
은 시대적으로, 그리고 중견국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 역사적으로 중견국
외교가 상대적으로 더 효과적이었던 시기가 있었고, 수치화된 국가 능력에
서는 유사한 두 개의 중견국이 중견국 외교의 적극성에서는 차이를 보이기
도 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중견국 외교가 다양하고 변화 가능한 것이다. 그
렇다고 한다면 이러한 중견국들의 적극성과 효과성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
는 것인가, 중견국 외교 채택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을

35_ David B. Dewitt and John J. Kirton, Canada as a Principal Power: A Study in
Foreign Policy and International Relations (Toronto; New York: Wiley, 1983).

20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수 없다. 중견국의 적극성과 효과성은 국제체제적 환경과 중견국 국내 정치


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데, 국제와 국내 환경은 중견국의 적극성과
효과성에 자극과 제약을 제공하는 양가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36

1. 중견국 외교의 국제체제적 조건: 양극체제

중견국 외교에 대한 현대적인 개념화는 냉전 시기의 지정학적인 긴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냉전적인 양극체제가 중견국 외교에 미친 영
향에 대해 두 가지 설명이 존재한다. 하나는 냉전이 중견국 외교에 유리하
였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냉전이 중견국 외교에 불리하였다는 입장이
며, 각각은 냉전 종식이 중견국 외교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당연히 정반대
입장을 내놓는다.
냉전 기간에 중견국의 중요성이 제고되었다는 입장은 냉전 시기에 국가
들의 구분선, 국제사회를 분열시키는 이슈가 분명했고 중견국들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견국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의 세계질서의 성격상, 초강대국의 직접적인 대결이 가능한 양극체제로부
터 나오는 긴장과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에 관심을
두어야 했다. 그리하여 냉전시기에 중견국들은 국제적 논쟁에서 명백하게
소련이나 미국 편을 들기를 거부하는 데에서 외교적 틈새를 발견하였다. 그
들은 적대적인 초강대국의 상반된 정책을 수용하는 데에서 상대적인 자율
을 행사하였다. 비동맹운동은 미국과 소련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중
견국들의 대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견국들은 실용주의와 양측과
일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평판 때문에 효과적인 규범기획자일 수 있었다.
그 예로 중견국들은 중재와 평화유지와 같은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
수단뿐만 아니라 UN, NATO 및 다른 다자제도와 같은 복잡한 국제 정치와
전략 기구들을 발전시키는 데에 관심을 가졌다.37

36_ Cooper et al. (1993), p. 62.


37_ Janis Van Der Westhuizen, “South Africa’s Emergence as a Middle Power,” Third
World Quarterly 19-3 (1998), pp. 435–55.

󰠳 21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위의 입장은 역으로 전통적인 중견국의 행동주의를 촉진한 환경이 냉전


종식과 함께 사라졌음을 내포한다. 냉전의 분명한 지리적 구분선이 없어진
상태에서 중견국들은 그들이 수행해 온 일관된 틈새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
워졌기 때문이다. 중견국들은 자신들이 자본주의에도, 공산주의에도 속하
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 전체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규범을 촉진할 독특
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들을 소개해 왔다. 그러나 냉전 종식으로 정치
적, 지리적 구분선이 더 이상 분명하지 않게 되었고, 중견국들은 중재라는
자신들의 익숙한 행동을 하기가 어려워졌다. 중견국들은 지배적인 국가의
지지자,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자(counterfoil)로 행동했다.38 그리고 중견
국으로 여겨지는 국가들은 과거보다 덜 단결하게 되어 국제 규범을 촉진할
수 있는 능력도 상실하였다. 냉전 시기에 규범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견국들이 항상 단결하였던 것은 아닐지라도, 탈냉전 시기에 잠재적인 중
견국들 사이에 나타난 분열은 중견국들이 국제관계에서 독특한 그 무엇인
가를 제시할 수 있다는 관념을 잠식하였다. 데이비드와 루셀(David and
Roussel)은 중견국이 중재자와 평화유지자로서 역할을 하는 데에 냉전이
중요한 요소였으나 냉전 종식으로 새로운 컨서트 오브 파워(Concert of
Powers)와 같은 발전, 강대국의 지역 분쟁 직접 개입, 안보 이슈 성격의 변
화 (특히 국내전의 부상), 그리고 강대국에게 다자제도와 임무의 중요성 증
대가 국제체제의 안보 문제에 있어서 중견국들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기회
를 감소시켰다고 평가한다.39
위와 반대로 냉전은 중견국 외교에 불리하였으며 초강대국 긴장 완화와
궁극적으로 냉전 종식이 중견국 행동주의에 더 유리하였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홀브라드(Holbraad)는 중견국이 활동할 수 있는 체제적 환경의 변화
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에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 사이에 점진적

38_ 안보 영역(1차 걸프전), 경제영역(GATT에서 WTO의 이동), 사회이슈(인권, 민주화) 중견


국은 미국의 추종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인지뢰,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소년병과 같은 선택적인 틈새에서 중견국은 미국을 상대로 연합을 형
성할 상당한 공간과 인센티브를 가졌다.
39_ David and Roussel (1996).

22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인 긴장완화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국제체제 내 초강대국 사이의 협


력적인 관계가 중견국이 중재 역할에 적극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40 그리고 1970년대에 신국제경제질서(NIEO: New International
Economic Order)에 대한 요구에 반영된 글로벌 경제의 혼란은 중견국 행
동주의와 중재에 새로운 범위를 제공했다. 더 나아가서 1980년대 중반부터
는 미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이 완화되기 시작하여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절정을 이루었다. 국제체제에서 이러한 중요한 전환은 초강대국 사
이에서 중심적인 전략적 균형에 대한 우려를 감소시키고, 국제 어젠다의 위
계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중견국에게 적극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자유를 제공한 것이다.
냉전 종식에 의해서 도입된 체제적 유동성의 증가, 즉 국제정치에서 행위
자와 이슈 영역의 증가는 중견국 외교의 부상과 단결성에 새로운 행태적 경
향을 주도하는 힘이 되었다. 안보 영역에서 두드러졌던 국가 권력의 요소와
경세의 도구들이 국제체제의 전환 이후의 새로운 어젠다에 관한 외교정책
목표의 추구에 반드시 적합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에 더 적합한 것
은 중견국이 보유한다고 주장되는 속성, 분석 역량, 지적 리더십을 제공하
고 개혁 지향적인 연합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탈냉전 시기에
중견국의 존재감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41 그리고 1980년대 후반 미국 패
권의 상대적 쇠퇴 속에서 다른 국가들의 외교정책 행태에 더 큰 중요성을
지닌 것은 미국의 쇠퇴 지표 자체보다 국제체제에서 미국의 변화하는 역할
에 대한 인식이었다. 특히 개방적인 글로벌 경제의 공공재를 제공하는 데에
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할 역량과 의사를 갖고 있느냐에 대한
인식이었는데, 중견국들은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
문이다.

40_ Holbraad (1984), p.140.


41_ Cooper et al. (1993), pp. 5-6.

󰠳 23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2. 중견국 외교의 국내정치적 조건

중견국 외교의 적극성과 효과성의 또다른 결정 요인은 국내적 맥락이다.


왜 유사한 중간 규모의 국가 능력을 국가들이 중견국 정체성을 갖는 데에
차이를 보이거나, 중견국으로 활동해온 국가들도 시기별로 중견국 행동주
의에서 차이를 보이는가? 분명히 국제체제적 구조는 국가들에게 선택지를
제한하고, 구조에서의 변화, 예를 들어서 양극체제에서 단극체제로의 이동
과 같은 변화는 선택지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국제체제적 결정주의는 국가
의 행동을 부분적으로만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중견국 외교의
적극성은 국제체제에 더하여 국내정치, 경제, 문화적 조건에도 의존하는 것
이다.42
첫째, 국가가 중견국적으로 행동하는 데에 있어서 국내 그룹의 외교 이슈
에 대한 관심이 작용한다. 1970년대 초반 이후에 국제 어젠다에 급격한 변
화에 연동되어 국내 정치와 외교정책 사이의 구분이 점차로 모호해졌고 부
분적으로 대중의 외교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였다. 브레튼우즈 통화체
제의 붕괴, 곧 이은 1차 석유파동, 신국제경제질서(NIEO) 요구, 외교 어젠
다로 경제 이슈의 중요성 증가, 1980년대부터 국제 어젠다에서 상위에 위
치한 무역 자유화는 외교정책 결정이 직접적인 국내적 반향을 갖는 전형적
인 예에 해당한다. 이에 더하여, 환경, 인권, 민주화와 같은 ‘새로운 어젠다’
는 국내 행위자들, 특히 비정부기구(NGO)의 관심을 끌었고 국제 관계에 대
한 대중의 증가된 관심은 외교정책의 민주화를 요구했다.43
같은 논리로 국내적 상황의 변화가 중견국 외교를 약화시키기도 한다. 특
별한 중요성을 갖는 국내적 상황 변화는 경제침체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두
가지 방식으로 중견국 외교에 영향을 준다. 하나는 외교정책 어젠다를 변화
시킨다. 대중이 경제적 불확실성에 몰두하게 되면서 환경과 같은 국제문제
에 관심을 덜 갖게 된다. 예를 들어서 고용 필요와 갈등하는 것으로 여겨질

42_ Ravenhill (1998).


43_ Maxwell A. Cameron and Maureen Appel Molot (eds.), Democracy and Foreign
Policy: Canada among Nations 1995 (Ottawa: Carleton Univ. Press, 1995).

24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때에 인권 신장, 환경 보호와 같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어젠다를 희생시킨


사례는 많다. 고용에 대한 우려가 환경 이슈를 잠식한 반면에 외교정책에
대한 국내 관심을 유지시켜준 다른 어젠다는 국제체제의 변화와 함께 사라
지기도 하였다. 비핵화 이슈가 이에 상당한 정도로 해당한다. 경제적 어려
움이 중견국 외교에 영향을 주는 또다른 방식은 국제 이슈와 관련된 정부
재정이다. 경제침체는 국제 이슈에 대해 재정 축소 압박을 가져오는데 가장
쉬운 타겟이 ODA 규모와 수혜대상국가 변경 요구이다.
유사한 규모의 중견국들이 외교 행태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는 또다른 요
인은 국가들의 물리적 위치와 대안의 존재 여부와 관련 있다. 앤드류 쿠퍼
는 국가의 프로파일(profile), 대외경제정책 선택의 범위, 글로벌 경제에서
그들의 위치에 대한 심리적/인지적 평가가 그 국가의 중견국 행태와 연합
형성에 상이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44 한 국가의 중견국 외교에 영향
을 미치는 외부 환경적 변화는 주관적인 해석을 거치게 마련이다. 동일한
외부적 변화를 국가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중견국
외교 행태에 긍정적일 수 있는 환경적 변화도 다른 요소들, 예를 들어서 국
내 환경에 의해서 상쇄될 수 있다. 그리하여 국제체제적인 환경은 개별 중
견국에게 획일적이지 않고 상이한 영향을 가진다. 예를 들어서, 냉전 종식
후 1990년대 초에 미국과 유럽에서 지역무역협정의 체결 또는 심화가 가져
온 글로벌 통상 블록화 위협은 동류국가이면서도 대안을 갖고 있던 캐나다
와 그렇지 않은 호주가 1990년대를 통해서 중견국 외교에서 차이를 보이게
하였다.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중견국의 공통점은 정책 대안의 존재와 같은
요소들에 쉽게 압도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견국 행태는 부분적으로는 국내 정치구조에서 나오는 것
이다. 국가의 국제적 활동은 국내 정치 문화와 정체성을 반영하게 되는데
이것은 국가의 국제적 행동에 정당성을 강화하고 상이한 영역에서 정치적
가치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해준다. 중견국 외교는 국민 대중이 그를 이해하
고 지지할 때에, 특히 세계 속에서 국가의 지위와 미션에 대한 자기 인식과

44_ Cooper et al. (1993), pp. 64-65.

󰠳 25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양립가능할 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전통적인 중견국들은 사회민


주주의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한 국내 정치조직이 국제사회에서 합의 형성
에 대한 관심, 도덕적 나침반으로서의 행동, 집단적 책임감의 제시에 자신
을 내놓게 하였다.45 스웨덴의 경우, 정부는 국제기구에서 목표와 행동을
위한 전략문서를 작성하여 중견국 외교정책에 대해 정부 전체적으로 접근
하였다(a whole-of-government approach). 분명하고도, 공개적이며, 적
극적으로 스웨덴 정부의 목표와 의도를 공식 문서에 발표한 것은 스웨덴의
주도적인 중견국으로서의 지위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대중의 중견국 외교에 대한 헌신의 깊이에 부침이 있음을 고려할
때에 국가의 정치적 정체성만으로 중견국 외교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저변의 정치적 정체성에 귀속시킨 중견국 외교는 실제로는 특정 정부
의 약속, 심지어는 특정 정치 지도자의 의사를 더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관찰되는 중견국 외교는 국가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통틀
어서 공유되는 포괄적인 약속이라기보다는 정파성을 띤 특별한 외교 스타
일 또는 접근법이 된다. 중견국 외교는 정부와 특히 정부 수반의 헌신이 필
수적이다. 정부 수반과 외교장관 개인들의 관심과 성격도 중견국 외교의 적
극성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Ⅳ. 21세기의 중견국 외교

중견국 외교의 특성과 조건에 대한 이해는 20세기 후반부의 국제정치 상


황으로 도출된 것이다. 그러한 중견국 외교가 21세기의 글로벌 정치 상황에
서도 통용될 것인지가 관심이다. 21세기 글로벌 정치의 특징이 중견국 외교
의 공간을 어떻게 확장 또는 축소시키는지 볼 필요가 있다.

45_ Pratt (1990), p. 5.

26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1. 국제체제적 조건: 미-중 양극체제

중국이 부상하고 확고히 수립된 세력 사이에 글로벌 재균형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은 중견국의 중요성을 부활시킬 것인가 아니면 쇠퇴시킬 것인
가? 미국과 서구 전반의 상대적 쇠퇴와 중국을 위시한 비서구의 부상으로
세력전이가 진행중이고,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평화로운 세력전이는 직접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 외에도 모든 국가들을 이해상관자로 만들고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데에 참여하게 한다.46 냉전 종식이 중견국 외교의 부상과
단결성에서 새로운 행태적 경향을 주도하는 힘이 되었던 것처럼, 중국의 부
상은 중견국처럼 행동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재규정할 세계 정치
의 새로운 변화중의 하나이다.
현재의 글로벌 재균형은 어느 방향으로든 중견국의 역할에 심대한 영향
을 미칠 것이다. 미-중의 G2 시대가 중견국에 유리할 것인지 불리할 것인
지는 3개 조건에 달려 있다: (1) 글로벌 갈등의 부재; (2) 책임있는 역할을
맡으려는 중견국의 의지; (3) 중견국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중견국들의 이익
과 조화시키려는 강대국의 욕구이다.47 둘째 조건은 중견국 자체와 관계된
것인데, 아래에서 보겠지만 중견국 집단 차원과 개별 중견국 차원으로 나누
어지고 각 차원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첫째와 셋째 조건은 세계 무대에
서 미국과 중국의 의지에 의존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패권이 쇠퇴하고 권력이 광범위하게 분
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다극체제를 강화하는 근본적인
이동에 불편해 하고 있다. 국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광대한 개입주의에
국내적 제약이 있는 상태에서, 중견국과의 관계 강화에 기초한 전략은 미
국의 외교정책에 유용한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2008년 이후의 환경에
서 미국은 더 많은 파트너와 거버넌스 권위와 글로벌 공공재 제공 부담을

46_ 손열 (2014) “박근혜 정부의 중견국 외교 평가 및 과제” 「박근혜 정부 1년, 통일·외교·안


보 정책의 평가와 과제」(한국국제정치학회 기획학술회의 2014.2.25)
47_ Nayef H. Samhat, “Middle Powers and American Foreign Policy: Lessons from

Irano-U.S. Relations, 1962-77,” Policy Studies Journal 28-1 (2000), pp. 11-26.

󰠳 27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공유할 명백한 제도의 타협을 통해서 이슈별로 권위 행사를 지속할 수 있


을 것이다.48 그런데 미국은 지정학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외교정책 전통
에서 협력국가를 선택함에 있어서 중견국 관념보다는 지역 차원에서 우
월한 지역 강대국(regional powers) 관념에 의존할 수 있다.49 지역 차원
의 강대국은 세계 차원에서 중견 또는 강대국 지위를 가질 수 있고, 그 반
대 상황, 즉 세계 차원의 중견국은 지역 차원의 강대국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견국들은 중국의 부상의 결과를 결정할 국제체제를 재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의 부상에서 중견국은 이중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50 하나는 중견국이 국제체제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
준이 되어 왔듯이 중견국의 외교 행태는 중국의 부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을 할 수 있다. 국제정치의 영향력있는 대리자로서 중견국들
은 중국의 부상이 진전되는 방식을 조정하고 방향을 재설정할 잠재력을 갖
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중견국들의 대응은 단순히 재정렬이 아닌, 질
서있는 국제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다방한 구상으로 독특한 중
견국 경향(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중견국들은 국제체제에
서 독특한 지위의 결과로 중국의 부상으로부터 유사한 경제, 안보, 정치적
도전을 받고 있다. 물질적 능력 때문에 약소국보다는 중국이 원하는 것에
관해 이의를 더 제기할 수 있고, 그러나 중국의 영향력을 일방적으로 균형
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은 강대국보다 부족하기 때문에, 중견국은 그들의 선
호를 강대국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동류국가들과 연합을 형성하는 것을 강
조하면서 외교적 수단에 의존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대응은 중국의 외

48_ Andrew Cooper, “Squeezed or Revitalized? Middle Powers, the G20 and the
Evolution of Global Governance,” Third World Quarterly 34 (6) (2013), pp.
964-965.
49_ David Cooper and Toshi Yoshihara, “US Responses to Middle Powers and

China” in Bruce Gilley and Andrew O’Neil (eds.) Middle Powers and the Rise
of China (Washington, DC: Georgetown Univ. Press, 2014), pp. 63-83.
50_ Bruce Gilley and Andrew O’Neil, “China’s Rise through the Prism of Middle

Powers,” in Bruce Gilley and Andrew O’Neil (eds.) Middle Powers and the Rise
of China (Washington, DC: Georgetown Univ. Press, 2014), pp. 1-22.

28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교정책에 직접적이고 측정할 수 있는 영향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중국의 부


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적 맥락을 형성할 것이다.

2. 중견국 외교의 대상 이슈

21세기 글로벌 정치가 중견국 외교에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은 중견국 외교


가 다루어야 할 이슈에 있다. 20세기 후반에 중견국 외교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미-소 냉전 상황이 제공한 국제사회의 뚜렷한
구분선 덕택이었다. 중견국들은 국제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목적으로 개별
적으로 활동하면서, 특정 사안(mission)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들 중견국
이 중재, 조정 및 합의 도출 역량을 발휘한 분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분
쟁(노르웨이, Oslo Accords I & II, 1993, 1995), UN 평화유지군(스웨덴,
캐나다), 지역안보/신뢰구축(핀란드, Helsinki Accord/CSCE, 1975), 비확
산(호주, 원자력물질 수출 통제)이었다.
반면에 21세기에 중견국 외교의 대상 이슈는 특정 국가에 관련된 사안
보다는 통상, 기후변화, 개발협력 등 글로벌 이슈이다. 기후변화, 빈곤, 질
병, 자원 고갈 등은 강대국의 능력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들이다. 그
리고 이들 글로벌 이슈들은 규범 창출(rule-making)과 관련된 경우가 대
부분이고 그리하여 새로운 글로벌 질서 구축과 연결되어 있다. 글로벌 질
서 지배를 놓고 경쟁하는 강대국들은 개별 이슈와 지역 차원에서 비강대
국의 기여와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글로벌 이슈들은 물리력을 적용
하여 해결될 수 없고, 네트워크권력과 연성권력이 문제 해결에 더 효과적
일 것이다. 중견국은 네트워크권력과 연성권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글로
벌 이슈에서 기획가적인 역할(entrepreneurship)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
리고 있다.

3. 중견국 외교의 집단적 조건: ‘2세대 중견국’의 등장과 단결성

중견국이 다자제도를 통해서 규범을 촉진할 수 있다는 관념은 최소한 부

󰠳 29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분적으로 국제사회 또는 기본 가치에 대해 공유된 인식에 의존한다. 공유된


인식은 독자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불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중
견국들이 협동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스웨
덴, 핀란드로 구성된 전통적 중견국 또는 ‘1세대 중견국’에게는 이 분석이
해당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서구 전통을 갖고 있으며, 공유된 인식과 유
사한 행태에 의존하여 미-소 냉전 시기에 국제체제의 안정적 관리를 목적
으로 개별적으로 중견국 외교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전통적인 중견국들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고, 새로운 중견국이 등장하는 21세기에 중견국들이
국제사회 전체를 통해서 규범을 촉진하는 데에 시각을 공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1세기의 중견국은 ‘2세대 중견국’으로 분류된다. 앞에서 중견국을 지
명하는 과정에서도 보았지만, 잠재적인 ‘2세대 중견국’ 명단은 너무 길어
서 실제로는 무의미할 수 있다. ‘2세대 중견국’은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오며 다양한 역사,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외교, 다자제
도의 역할, 또는 공유된 규범에 대한 가치에 대한 기본 관념이 다르므로,
공통의 정책 전망을 갖고 있다고 선험적으로 가정할 이유가 없다. 둘째,
이들 국가들이 단결되어 있고 국제사회에서 규범을 촉진할 수 있도록 위
치되어 있다고 가정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중견국들은 전통적인 중견국
들이 중견국 외교의 효과성을 발휘하는 데에 가졌었던 최소한의 공통성
을 달성하는 데에 실패할 수 있다. 새로운 중견국 그룹은 규범적인 목표
를 달성하기 위해서 독특한 외교 접근법을 제공하고 그들의 지위를 수단
으로 삼는 데에 덜 단결되고, 그러나 국가 이익과 단기적 계산에 따라 외
교적 결정을 수시로 변화시키는 국제적인 그룹이 될 수도 있다. 셋째, 규
범에 대한 개념화가 중견국에게 갖는 중요성을 인정할 때에, 새로운 중
견국 그룹은 그들의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 현대 국제정치에서 규범 자
체를 검토할 필요를 제기할 수 있다. 강대국으로 또는 중견국으로 부상
하는 국가들의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의 목적은 국제질서의 보전보다는
대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견국들 사이에 공유된 특징의 결여는 중견
국이 국제체제에서 규범기획자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

30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는지, 그리고 당대에 누가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


을 제기한다.51

Ⅴ. MIKTA의 외연 확장 전략

1. 비공식 중견국 협의체로서의 MIKTA

한국 차원에서 볼 때에 MIKTA는 한국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실험대이


다. MIKTA의 출범과 함께 한국은 중견국 외교를 공식화하였을 뿐만 아니
라 느슨한 양자관계에 머물 수 있는 중견국 파트너 네트워크를 체계화시키
는 효과를 얻었다. 다른 한편, MIKTA는 한국을 넘어서 글로벌 차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MIKTA의 출범은 21세기에 들어서 확연해진 글로벌 권력
이동과 그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질서 수립과정에 2세대 중견국의 참여를
상징한다.
MIKTA는 향후 글로벌 이슈에서 유사한 목표를 지향하고 그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들이 형성할 글로벌 연대(coalition)의 구심점을
형성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중견국은 개별적인 활동으로 자신에게 유리하
게 국제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국제질서에 영
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다자 무대에서 제도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라도 조
직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견국 기준의 모호성과 다양성이 중견국이 건
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단결성을 저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MIKTA는 그러한 장벽을 극복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MIKTA는 범지역
적(cross-regional)이면서도 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② 국제사회에서 영
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능력의 기준인 1조 달러 규모의 GDP,
③ UN 안보리 이사국처럼 강대국이 아니며 핵 비보유, ④ 2008년부터 G20

51_ Jeremy Youde and Tracy Hoffmann Slagter, “Creating “Good International
Citizens”: Middle Powers and Domestic Political Institutions” Seaton Hall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Summer/Fall 2013), pp. 123-133.

󰠳 31
2014년 정책연구과제 2

정상회의 참여를 통해 중견국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호주는 개별적으로 보다는 집단으로 활동
할 필요성에서 MIKTA를 결성한 것이다. 향후에 MIKTA 외에 다른 중견국
협의체들이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MIKTA는 2세대 중견국 그
룹들 가운데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이렇듯 MIKTA는 글로벌 차원에서 상징적 중요성을 갖고 있지만 MIKTA
의 진정한 중요성은 MIKTA가 비공식 협의체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기록
하고 장기 존속할 때에 확인될 것이다. 비공식 협의체(IIGO: Informal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는 조약이나 상설사무국을 설치하지 않
은 상태에서 제한된 수의 국가들이 정기적인 회합을 통해서 국제 협력을 유
지하는 것으로 정의된다.52 IIGO는 기존 거버넌스의 무기력 또는 불만을
우회하기 위해 설립되는 경우가 많다. 1945년 이후에 다양한 목적을 위해
다수의 IIGO가 설립되었고 또한 유명무실해졌다. IIGO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는 G7인데, G7은 상설화하지 않은 상태로 40여년을 존속하면서 전세계
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서구의 전반적인 쇠퇴와 함께 G7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에 반해 2009년에 출범한 BRICS
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BRICS가 G7처럼 성공적일지를 예단하는 것은 시
기상조이나, BRICS는 부상하는 신흥개도국으로 구성되어 있고 G7을 벤치
마킹하면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획득하고 있다. G7과 차이점이 있다면
BRICS는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과 같은 공식기구 설립을
통해 제도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MIKTA는 IIGO 정의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런데 IIGO로서 MIKTA가
다른 IIGO처럼 유명무실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MIKTA는 G7 및
BRICS와 비교하여 구조적인 취약성을 갖고 있고, 국제체제에서 그들의 구
조적인 한계 때문에 초강대국 또는 일반적인 강대국만큼 영향력을 보유하
고 있지 않다. MIKTA는 중견국 IIGO로서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더 크다고

52_ Felicity Vabulas and Duncan Snidal, “Organization without Delegation: Informal
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s (IIGOs) and the Spectrum of Intergovernmental
Arrangements,” Review of International Organizations 8(2) (June 2013).

32 󰠳
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볼 수 있다. MIKTA의 유명무실화는 한국을 포함한 MIKTA 각국의 중견국


외교 패러다임의 유명무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MIKTA는 중견국
외교와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MIKTA의
지속 가능성과 효과적인 리더십은 다음의 전략으로 부분적으로 가능할 것
으로 보인다.

2. MIKTA의 지속 가능성 전략

가. 국제적 인정(International Recognition) 획득

MIKTA는 그것이 활동하는 국제체제와 분리될 수 없다. MIKTA의 성공


은 미-중 G2 시기에 국제체제에서 전반적인 구조적 권력 배분에 의해 영향
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달리 말해서 MIKTA가 강대국, 특히 미국과 중국의
인정 또는 최소한 암묵적인 동의 없이는 성공할 것같지 않다는 의미이며,
그리하여 MIKTA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파트너로서
인정을 획득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협력 파트너로
서의 인정은 글로벌 무대에서 MIKTA의 가시성을 높이고, MIKTA의 이니
셔티브에 비중을 실어줄 뿐만 아니라 MIKTA의 활동 범위를 확장시켜주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MIKTA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MIKTA는 협력 파트너로서 미
국과 중국의 외교정책 채널에 자리잡고 있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MIKTA 측에서 적극적으로 미국과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 MIKTA는 무조
건적인 현상유지도, 불확실한 변경도 아닌 기존 국제질서의 근본 구성요소
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황에 맞게 글로벌 거버넌스를 향상시키려는 존재
임을 미국과 중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정책 채널에 MIKTA가 등록되는 방안은 MIKTA-미
국, MIKTA-중국의 협의채널 구축을 통해서 이다. MIKTA-미국, MIKTA-
중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 간의 협의채널이 마련되어야 한다. 글로벌 이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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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정책연구과제 2

관해서는 해당 다자기구의 대표부의 협의도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외에도


MIKTA의 국제적 인정 획득은 MIKTA+1의 형식으로 G7과 BRICS의 회원
국들로 확대되어야 하며, 그룹 대 그룹, 즉 MIKTA-G7와 MIKTA-BRICS
의 협의도 필요하다.

나. 전략적 의제 선택과 신속외교 활용

MIKTA가 지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은 글로벌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고 그


렇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의제 선택이 필요하다. MIKTA의 지속성, 글로벌
리더십, 그리고 전략적인 의제 선택은 선순환 관계에 있다.
MIKTA에게 전략적 의제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MIKTA는 글로벌 이슈을
온전히 짊어지고 해결할 능력이나 국제적 준수를 강요할 수 있는 레버리지
를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 특히 초강대국의 국가 안보나 경제
적 이익과 연결되어 있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때에 MIKTA의 이니셔티브
는 국제적 지지를 획득하지 못할 수 있다. 과거에 중견국들이 미국의 반대
에도 불구하고 중견국이 선호하는 조치들을 제도화하는 데에 성공한 예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의 대부분은 그들이 미국의 근본 이익과 반대되지
않았던 특정 영역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약소국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약소국들은 국가 안보보다는 국내정
치에의 영향으로서 주권 잠식에 민감하다. 외부로부터의 이니셔티브는 현
지화(localization), 즉 관련 당사자들에게 수용되고 현지 관행에 접목될 수
있을 때에 더 효과적이다. MIKTA는 다양한 지역과 국가의 정치적 우려를
고려하여 이니셔티브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MIKTA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 중간 범위(middle-range)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중간 범위의 이슈를 선택하여 리더십을 보이는 전략
을 선택해야 한다. 글로벌 이슈는 정치, 경제, 환경, 기술, 문화가 복합적으
로 얽혀 있고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중간 범
위의 해결책이란 글로벌 이슈의 특정 측면에 대한 해결책을 의미한다. 중견
국 외교를 흔히 ‘틈새 외교(niche diplomacy)’라고 칭하지만 어디에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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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 외교 전략: MIKTA의 외연(外緣) 확장을 중심으로

가 있는지, 무엇을 틈새로 보아야 하는지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복합적


인 글로벌 이슈의 특정 측면에 대한 해결책 제시를 목표로 삼는 것이야 말
로 틈새일 수 있다. 복합적인 글로벌 이슈의 특정 측면에 대한 해결책 제시
는 성과를 내기에도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
다른 한편, MIKTA는 합의에 기초한 정책결정을 우회할 수 있는 동류연
합이 이미 존재하거나 새로이 만들어진 제도적 프레임워크 내에서 ‘신속 외
교(fast-track diplomacy)’ 구사가 가능할 수 있는 의제를 선택하여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신속 외교는 구체적인 목적에 헌신하는 연합이 필요
한 다수를 구성할 수 있고, 합의를 추구하기 보다는 신속한 내부 절차에 의
해 그 제안을 신속히 통과시킬 수 있는 경우이다. 그 예는 UN 평화유지군
에서 발견된다. UN에서 새로운 제안은 초강대국을 포함하는 회원국들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우려에 의해서 자주 중단되었었는데, 덴마크가 이끄는
중견국 연합은 신속 외교를 이용하여 UN의 평화유지 활동을 위한 ‘신속대
응여단 (SHIRBRIG 1996-2009: Standby High-Readiness Brigade)’ 설
치에 성공한 바 있다.53

다. 연성권력에 기초한 공공외교의 활용

MIKTA는 광범위한 국제적 청중에게 MIKTA의 연성권력과 그것을 알리


는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MIKTA의 다양성과
지역 연계성을 공공외교의 컨텐츠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서구 중견국들인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캐나다는 개별적으
로 중견국 외교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중립적’,
더 정확하게는 ‘신뢰할 수 있고 객관적인 중간자’ 프로필을 가진 매우 긍
정적인 연성권력을 유지하였기 때문이다.54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캐나

53_ Ronald M. Behringer, “Middle Power Leadership on the Human Security Agenda.”
Cooperation and Conflict 40(3) (2005), pp. 305–342.
54_ Jan Melissen, “Concluding Reflections on Soft Power and Public Diplomacy in

East Asia,” in Sook Jong Lee and Jan Melissen (ed.) Public Diplomacy and Soft
Power in East Asia (New York: Palgrave Macmillan, 2011), p.247-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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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정책연구과제 2

다의 이러한 이미지에 대한 국제적 인정은 그들의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


지의 배경을 제공하였다.
MIKTA는 그룹 차원과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 연성권력을 갖고 있다고 보
인다. MIKTA 그룹 차원의 연성권력은 MIKTA의 다양성 속에 조화이다.
MIKTA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범지역적이고, 그리하여 다양하
면서도 공통성을 갖고 협력한다는 것은 MIKTA 외부의 세계에 대해 연성권
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MIKTA의 범지역성은 MIKTA 국가들
이 각자가 속한 지역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글로벌 이슈의 해결책 모
색에서 지역적 필요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어 국제적 지지
를 획득하기에 용이할 수 있다. MIKTA 개별 회원국 차원에서의 연성권력
은 각국의 독특한 이미지와 발전 경험에 있다. 호주는 MIKTA 내에서 가장
긴 민주주의의 전통을 갖고 있고 한국은 한 세대만에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를 달성한 모범적인 사례이다. 또한 인도네시아와 터키는 이슬람과 민주주
의의 공존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고, 멕시코는 사회적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권위주의로 회귀하지 않고 민주정체를 유지하고 있다.
MIKTA는 그룹 전체로서 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로서 공공외교를 실시할 연
성권력 자산을 갖고 있으며, 이를 MIKTA가 제시하는 중간 범위의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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