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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11월 금리인상 예고한 한은 ‘진퇴양난’…공급쇼크 확산, 경제학계도


‘신중론’
KDI에 이어 경제학계도 ‘금리인상 속도조절’ 주장

전 금통위원 “금리인상, 가계부채 억제 효과 미미”

“한은 11월 금리인상 이후 연속 인상 요인 낮아”

이재은 기자
입력 2021.11.14 06:00 | 수정 2021.11.15 06:00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학계가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억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속도 조절을 권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
DI)이 “금리인상으로 예상되는 부채증가율, 물가상승률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경제학자들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 제동을 건 것이다.

연이은 금리인상 ‘신중론’에 이달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도 난감한 기색이다. 한국


은행은 1800조원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부채로 누적된 금융불균형,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KDI와 일부 경제학자들이 물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가계부채 억제 효과를 능가할 수 있다고 평가하는 등 주요 경제 현안을 놓고 한국은행과 반대
되는 입장을 내고 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경제학계 안팎에서 커지면
서 한국은행의 내년 초 연속 금리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비둘기파 전 금통위원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

15일 경제학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리인상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보


다 경기 회복세 둔화라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행이 11월 금리인상 이후
서둘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신인석 중앙대 교수는 지난 12일 열린 한국경제학회 세


미나에서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안정이 목표라면 기준금리 인상은 적절한 정책수단이 아니라
고 주장했다.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하락이라는 부작
용을 감수해야 하는데, 관련 희생비용이 너무 크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
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면 성장률은 0.1%p 떨어지고, 주택 가격 상승률은 0.25%
p 하락한다.
신 교수는 “통화정책 대응에 따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둔화 대비 주택 가격 하락 비율은 2.5
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3.1~5.4에 비해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희생비율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평균 15억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 경우 원인 분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


는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해 조정이 필요하면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시급하다”며 “최근 5
년 가계부채 증가에 있어서는 전세자금대출이 중요한 원인이었고, 그 근저에는 다시 공적 보
증공급의 확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자금대출 보증액은 지난 2017년 47조5000억원에서 올해 6월 119조9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의 안정화 수단으로서 금리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이 정부의 정책의지로 공공기관을 통해
전세자금대출 공급을 늘린 것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 “11월 금리인상 이후 추가 인상 요인 제한적”

경제학자들은 물가 상황에 대해서도 한국은행과 시각 차이를 보였다. 현재의 높은 물가 상승


률이 일시적이며, 내년 중순 이후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 연속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까진
없다는 평가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처럼 2% 이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것보다는 당분간 적어도 2% 수준을 유지하는 게 낫다”면서 “내년 물가 전망이 1.5%
라면 이 정도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요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어가는 현재 거시정책 기조에서 통화정책 긴축 전환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소영 교수는 “현재 거시경제 정책이 조화롭지 않다”며 “재정은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확장하되, 통화정책은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한국경제학회가 12일 주최한 ‘최근 거시경제 상황 평가 및 통화정책의 쟁점’ 한국경제포럼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왼쪽부터) 하준경 한양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관호 고려대 교수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빠르다는 점도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년 만에 6%대로 치솟았는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6월
까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완료한 뒤 경제상황을 보고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금통위원)는 “11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이후에는


통화정책 정상화 급박성에 대한 논거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
화 속도는 다소 늦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빠른 감이 있다”고 했다.

◇ 시장, 한은 연속 금리인상 신호에 주목


반면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문제와 물가 상황을 보다 엄중하게 보고,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한
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년 1~2월 추가 금리인상
관련 시그널(신호)을 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이번 회복기는 과거에 본 적 없는 공급


병목이 나타나면서 생산활동이 제약되고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점이 특징”이라면서 당분간 예
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
월부터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고 지난달에는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
다.

한은이 이미 이달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했지만,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전보다 낮아


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들어 0.3%로 급격히
둔화된 데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
한국은행도 여유를 갖고 대응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은 테이퍼링 종료 전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내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 추이를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물가
상승폭이 점차 완만해진다면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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