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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고등학교 오인석

현대시 > 1990년대


거룩한 식사 / 황지우 출전 :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

■ 본문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 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 발을 건져 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 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것이다.

몸에 한 세상 떠 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제재 : 혼자 밥을 먹는 사람
• 성격 : 연민적, 영탄적, 역설적
• 주제 : 쓸쓸한 식사에 대한 연민과 먹는 일의 거룩함에 대한 인식
• 구성 :
- 1연 :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목이 메는 나이 든 남자의 식사
- 2연 : 혼자서 국밥을 먹는 노인을 보며 느끼는 연민
• 특징 :
① 특정 대상에서 일반적 대상으로 대상의 확장이 이루어짐
② 역설적 발상으로 외로운 식사의 거룩함을 표현함
③ 대상에 대한 시적 자아의 연민의 정서가 표출됨

■ 작품 해설 1
이 시는 밥을 먹는 행위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거룩한 의미를 보여 준다. 1연에서 그리고 있는
분식집 풍경, 즉 ‘나이 든 남자’의 식사 장면은, ‘그’라는 3인칭 속에 숨어 있지만 실은 화자 자신에 대한 진술
일 가능성이 높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식은 밥을 두고 동생과 숟갈 싸움을 하던 배고픔의 기억이 갑자기
북받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연민은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에 대한 것으로 그 대상이 한층 확장되고, ‘먹는 일의 거룩함’을 새삼 느끼게도 해 준다. 국밥을 먹는 노
인을 보며 느끼는 눈물겨움 역시 그와 같은 연민과 깨달음의 바탕 위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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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고등학교 오인석

서 이 작품은 일차적으로 가난의 기억에 대한 시이며, 나아가 사소한 일상이 실은 얼마나 거룩한 절차인지를
표현한 시라고 할 수 있다.
- EBS 수능완성 해설 참고

■ 작가 소개
황지우 ­ 한국현대문학대사전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34084&cid=41708&categoryId=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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