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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l NK: The Power ofThinking Without Thinking
Copyright @ 2005 by Malcolm Gladwell
AII rights reserved including the rights of reproduction in whole or in part in any form

Korean Translatio n Copyright @ 2005 by Book21


This Translation is published by arrangement with Malcolm Gladwell c/o Janklow & Nesbi t Associates through
Imprima Korea Agency

이 책의 한국어 판 저작권은 Imprima Korea Agency 를 통해 Malcolm Gladwell c/o Janklow & Nesbit
Associates 와의 독점 계약으로 북이십일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 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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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부모님조이스와

그레이엄 글래드웰에게 바칩니다


|김수를마치며|

세상을 꿰뚫어보는 첫 2 초에 주목하라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처음 느꼈던 감’이 정확하게 들어맞았

던 적이 있는가? 괜히 찜찜하게 느껴졌던 일들이 결국은 큰 손해를

초래했던 적이 있는가? 촉박한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산더미 같은 일

을섬광처럼 스치는판단으로처리해 본적이 있는가? 자료를뒤적

여 봐도머리만아프고미궁에 빠진 것 같을때, 눈앞에 보이는자료

보다도확실한 ‘느낌’을찾은적이 있는가?

당신이 이런 상황을 공감한다면, {블링크〉를 읽어라!

우리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매일 변화에 빠력1 적응해야

하고 관례와 규범에 의한 것이 아닌 창의적인 일처리를 요구받고 있


다. 그러나 인간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그l가 우리 주변의 복잡하

고 애매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우리가 또 다른 의식

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해결 과정과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산수블 ut ò<],,] I 7
바로여기에 있다

책 제목이기도 한 블링크 blink 는 2 초 안에 일어니는 순간적인 판단

을 말한다. 순간적 인 판단 snap judgment은 무의식의 영 역에서 일어니는

문제해결 방식으로, 우리가 보통 직관 또는 통찰이라고 부르는 능력

과 비슷하다. 이 책은 이 능력이 어떻게 나오는 것인지, 이 능력이

언제 필요하며, 언제 경계해야 하는지 를 이야기한다. 또 이 능력이

발휘된 순간과 이 능력의 오용으로 실패한 순간을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난생생한사례를가지고이야기한다.

사실 이 능력은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는 강’ 또는통찰

력 있는 사람을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뛰어난 직관력

으로 일을 추진하는 기업체 CEO들도 결국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통

해 자신의 순간적인 판단력을 믿고 활용하게 된 사람들이다. 얼굴만

보고도그사람의 모든것을포측L해내는미아리의 용한점쟁이도실

은순간적인 판단력이 아주강한사람이다 동%에서 이것을사주역

학으로 표현하였다면, 서%벼1 서는 과학적 심리학 연구로 풀어낸 것

이다. 경마조사원으로 일할 때 말의 표정을 읽고 경마 결과를 예측

히여 이것으로 뉴욕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된

톰킨스교수, 얼굴표정 관찰을통해 마음읽기 능력을보여준심리

학자폴에크만의 이야기는마치미국판 ‘관상쟁이’를연상시킨다.

심리학자 존 고트먼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부부의 15 분짜리

비디오테이프만 보고도 이 들이 15 년 뒤에 계속 부부로 있을 확률을

90% 이상 예측할 수 있었다. 고트먼은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히여 표

정을 하나하나 코드화하였다. 그리고 경멸의 감정이 이별의 징후임

81
을 알아내었다. 즉 얼굴에서 경멸의 신호만 읽어내도 그 결혼생활의

패턴까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보를 ‘앓게 조각내어’ 관

찰한 뒤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은 우리의 무의식 영역이 순간적으로

핵심 정보를파믿빼 내어 판단하는방식과같다고저자는말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블링크’를 경험하는 경우는 항상 아픈 추억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인들도 처음 무언가를 대했을 때 어떤 ‘느낌’을

받곤 한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이건 대박일 거라는 느낌 같

은 것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느낌을 놓치고 만다.

우리가순간판단능력을활용하기 어려운것은우리의 사고와행

동이 외부의 영호벼l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정신적 판단이나 의식

은단순히 외부의 자극을그대로반영하지 않으며, 독립적이지도않

다 저자는우리가자유의지라고생각하는것이 대부분착각이라고

꼬집는다

.대통령처럼 생긴’ 외모에 속아 미 국민들은 워렌 하딩을 대통령

으로 뽑았지만, 지금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

다. 워렌 하딩의 오류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순간 판

단의 실패 사례를금방찾을수있다. 키 크고잘생긴 남자의 능력

을 더 믿는 것, 여자이기 때문에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외모로 경제적 능력을 판단하는 것, 참신한 정치인이 구정치인보다

나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등이다. 이처럼 ‘블링크’는 편견과 차별

이 눈을가릴 때 제대로작동하기 어렵다.

《블링크》를 읽으면서 당신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아마 ‘어떻게

하면 순간 판단을 잘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그 답은 바로 당신이 얼

감수판 u~치며 19
마나 그 문제와 관련된 영역에 대해 감각을 키웠는가에 달려 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 능력은 다OJ한 자료들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스

스로의 마음을수련하는과정에서 생겨난다

일단 자신이 통상적으로 해왔던 문제해결 과정이나 지식에 대한

의문을 제시해야 한다. 안다고 믿는 것을 부정하고, 모르는 것에 대

해 마음을 열어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OJ한 사례 분석과

2댄이 경험하는 것에 대해 체계적으로 반추 reflection하고, 내적 감성

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기

를 모으는 작업이다.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문제 상황, 생활 속에서

지신이 직면한 문제를 분명하게 확인하고 해결책을 찾는 능력을 기

르는작업이다.

이렇게 하여 외부의 단서와 내적인 마음의 틀이 일치할 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이 완전히 다랙1

느껴진다. 통찰, 해탈, 깨달음, 또는 대오각성의 순간이다.

잘 학습된 합리적 사고는 안정된 상황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가변적이고 복합적인 경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생각하기 위

해 멈춰서는 순간 상황은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위와 권위

로만 무장한 전문가는 사이비다 진짜 전문가는 진리를 한순간에 꿰

뚫는순간판단력, 즉통찰력이 있다. 고수의 통찰과직관력은어떤

과학이나 정보의 통합보다 더 강력하다. 특히 사안이 정형화되어 있

지 않은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 통찰력이 있는 전문가의 시

대다. 이 책은 전문기들에게 필요한, 적은 단서들 속에서 우주의 진

10 I
리를 파의L해 내는 능력을 발견하게 해준다.

매일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조


직의 입장에서도 ‘블링크’는 새로운 탈출구가 될 것이다. 신속한 문
제해결 능력은 조직의 생존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정확하고 빠르며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조직원을 바란다면, ‘블링크’는 이런

바람을구체화시켜주는희망이다.

‘블링크’는 우리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어내는 힘이다.


여러분은이 책에서 안개와같이 분명하지 않고실타래처럼 엉켜 있
는복잡한사회에서 생존하는비법을발견할것이다.

황상민

연세대심리학과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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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병호가 입은 블링크 |

세계를 뒤흔든 순간 판단의 힘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I싫well은 국내 독자들에게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후속작 《블링크 Blink}는
출간되자마자 각종 베스트 순위를 휩쓸며 전 세계를 폭풍 속으로 몰
아넣었다. 이제 그 책을 국내 독지들에게 삽H 할 기회가 왔다.
《블링크 는 비즈니스 세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얼마나
직관과 통찰력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밝힌 책이다. 인간의 두뇌는 의
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윈다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주로 의식의 영역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처음 대면한 누
군가를 판단할 때나, 잠시 스치듯 미끄러져 내리는 아이디어를 포착

할 때, 긴급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순간


적인 판단을내리는가?단몇 초동안의 첫인상, 첫 느낌, 혹은말이
나 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아주 찰나에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 무엇’에 의존함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121
이런 순간적인 판단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연스럽게 익힌 독특

한 의사결정 장치다. 이 활동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며, 적은

양의 정보를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매우 민첩한 판단을 내리도록 돕

는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인간의 정신은 고도의 정교한 사고

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로 끌어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적응 무의식은 세상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 위험을 경고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면서도 능률적으로 행동에 착수케 하는 훌륭한 임

무를 수행한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불과 몇 초 동안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판단이

나 인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쉽다. 게다가 우리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은 오랜 시간을 투입할수록 성과가 좋아지리라 믿는

일종의 노동가치설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무의식이

핵심 정보를 순간 포착하여 내리는 판단이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찬찬히 설명한다.

필자를 포함해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게 될 것이

다. 여러분이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곰곰이 생각

해 보라 그리고 멋진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라. 아마도 엄청난 정보를 모은 뒤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 이런 저런 분석을 거친 다음에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님을쉽게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언제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하나

타임지가 말했듯, 말콤 글래드웰은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말콤

공병호가맑은블링크 I 13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이를 테면

사업가, 자동차 세일즈맨, 배우, 의사, 가구 디자이너, 음악가 등이

실제로 순간 포착을 활용해 어떻게 성공했는가에 대한 생생한 사례

를끊임없이 풀어나가며 독자들을흡입한다.

하지만 저자는 순간 판뺀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분명히 블+히고 있다. 우리가 드러내는 본능적 반응

은외부영향에 매우민감해서, 온갖종류의 홍미와정서, 감정과경

힐L해야 하기 때문이다. 순간 포착이 낳은 대표적인 오류 중 하나가

‘워렌 하딩의 오류’다. 로비스트 해리 도허티는 1899 년 오하이오 주

상원위원 당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워렌 하딩을 만나게 된다. 그는

키도 크고 잘생긴 워렌 하딩의 멋진 인상에 압도당한다. ‘대통령처

럼 생긴’ 그는 곧 상원위원이 되었고, 대통령 후보에 올랐으며, 정말

로 미국 대통령이 된다. 그러나 그는 취임 2 년 만에 돌연사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다. 해리 도허티를 포함해 그를 지지

한 미국 국민들이 범한 치명적인 실수는, 워렌 하딩의 출중한 외모

에 압도당한 나머지 본래 모습을 직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워렌 하딩의 오류는 신속한 인식이 가진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뿌리에는 오류가 있다. 구인광고를 한 뒤에

도적임자를뽑는일이 그토록어려운것도그때문이며. 지극히 평

범한 사람이 매우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

큼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와 첫

인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알아낸 것이

141
가끔은 몇 달 동안 연구한 결과보다 나을 수 있음을 받아들인디는

뜻이다- 그러나 동시에 신속한 인식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상황

또한존재한다는사실을인정하고이해해야만한다”

이 책은 무비판적으로 본능을 활용할 때의 위험을 이야기하고, 본

능을 활용할 때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다. 이

것이 저자가 말한 《블링크》의 두 번째 임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순간 판단력


누군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묻는다면 나는 대단히 실용적인 책이

라고 평가하고 싶다. 나는 저자가 이야기한 순간 판단력을 실제로

직업 세계에서 아주 잘 활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소에 그런 능력

을충분히 관리하고강화할수있다고믿어 왔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책의 주제를 구할 때, 논리적이

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엄청난 분량의 자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

다. 평소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독서하면서 주의 깊게 주변을 관찰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게 마련이

다. 그런 다음 약간의 검토 작업과 확인 작업을 거치면 훌륭한 집필

주제나 구상이 나왜1 된다.

강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청중의 욕구와

필요성을 알아차리는 데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물론 이 같은

순간 포착 능력도 컴퓨터처럼 시스템이 영킬 때가 있다. 그러므로, 무

엇이 순간 포착 능력을 저해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가에 대해

공병호사위은블덩크 15
정확히 알고있으면실수와오류의 가능성을줄여나갈수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세 번째 가장 중요한 임무는 순간적 판단과 첫인


상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흔히 흘려버릴 수 있는 사
실, 즉 ‘일상생활에서 아주 작은 요소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
잡한사정에 직면하거나긴급한상황에서 결정을내려야할때마다
자연스럽게 발동되는 순간적인 인상과 결론의 내막과 기원을 다룬
책’이다. 사실 오랜 세월 동안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거
창한 주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흘러가는 순간순간의
상세한 내막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만일 우리가 본능과 같
은 무의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관심을 기
울이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에게 대단한 변화가 일어날
게 틀림없다. 저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가 거
둘 수 있는 효과를 이렇게 확신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전쟁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반 위 물건들. 해

마다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심지어는 경찰들의 훈련 방식, 커플의

카운슬링 방식. 입사 면접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을 두루 모아 엮으면 마침내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

고 확신한다 나는 우리 자신과 우리 행동을 이해하려면 눈 깜짝하

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이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6 I
지금은순간판단력이 필요한시대
이 책의 구성은다음과 같다장과 2 장에서는순간포착및 순간

판단의 위력을 설명한다. 저자는 의심이 들더라도 믿어보라고 권한

다. “믿고 나를 따르라'" 하고 외치는 저자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어

보라 이 책의 본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3 장에서는 순간적인 판단이 오류를 낳는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다 4장에서 7 장까지는실제 사례 를 소개한다 첫인상과순간적인

판단의 결과에 맞서 싸운 사람들에 대한 이。찌 를 소개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성공했고 또 다른 사람은 실패했다. 이 책에 실린 수많

은사례 들은순간적인 판단이 낳은오류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정리

할수있도록도와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순간판단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리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더라도, 이야기 를 읽

는 가운데 순간 판단 능력을 한껏 활용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

야히는가를 볼수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변화가 극심한 시대 를 살아가는 우리는 빠

르고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말단 직원에서

출발해 한 단계 한 단계 위 로 올라가면 더 많은 책임을 젊어져야 한

다. 이것 은 달리 이。비하면 의사결정의 질을 호t상시켜야 할 과제 를

안게 됨 을 뜻한다. 동시에 기회와 위기를 감지할 능력을 키워야 함

을 뜻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받

을수있을것이다-

한마디로 직업 세계에서 현자賢흉가 되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

게권하고싶은책이다

공병호시 읽은간냉크 17
차례

감수를마치며 ... .7

공병호가 읽은 블링크 12

들어가며 -세상을움직이는 2초의 힘 ... 25

한 미술상이 쿠로스 상이라고 추정되는 오래된 석상을 가지고

폴게티박물관을 찾아온다. 박물관은 14 개월간의 조사 끝에 석

.ÃJ-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박물관을 방문한 한 미

술사학자가석상을 보자마자 '01 석상은 가짜라고 말한다. 그리

고 그의 주장은 옳았다. 도대체 그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1 장-한조각지식으로천리 내다보기 ... .45

한 심리학자는 부부의 대화 내용을 찍은 15분짜리 비디오만 보

고도 그 부부가 15 년 뒤에 여전히 부부로 살고 있을지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재빨리 파악해야 할 때마다 앓

게 조각내기’를 하게 된다 ‘앓게 조각내기’란수많은 정보 중 핵

심 정보만 관찰해 상황과 행동의 패턴을찾아내는 것이다.


I k

2장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81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의사를 결정할 때 근거를 밝히고 조목조목

설명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순

간적인 판단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

리의 사고와 행동은 우리가 생각히는 것보다 훨씬 더 외부의 영

향에 민감하다. 과연 우리의 무의식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3 장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히는가 111

워렌 하딩은 패통령처럼’ 생긴 남자였고, 후에 실제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하딩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힌다.

워렌 하딩의 오류는 펀견과차별이 순간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한

결과다. 잘생긴 사람을총명하고 성실한사중i이라고 판단하게 되

는 것은 외모가 정상적인 사고 작용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4장-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μ3

2000 년, 미국은 엄청난 돈을 들여 대규모 전쟁 게임을 계획한

다. 미국을 대표하는 청팀은 고성능 위성과 센서, 슈퍼컴퓨터를

지원받아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적국을 대표

하는 홍팀의 장군 폴 밴 라이퍼는 정보가 제한된 상황n서 순간

적인 감각에 의지해 결정을 내릴 것을 지시하는데 ...... 과연 결

과는?

5 장 - 케나의 딜레마 : 원하는 것을 묻는 올바른 방법 .. .1 97


시장조사는 과연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72 개의 잔에서 콜라

를 한모금씩 마시고 맛이 더 좋은 것을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

에서 대부분이 멜시콜라를 선택했다- 결과에 놀란 코카콜라는

곧 웹시콜라에 가까운 맛을 내는 ‘뉴 코크’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재앙에 7}까운 실패였다 코카콜라의 실패는무엇을뭇하는개


6장-브롱크스의 7 초 : 여백을 두고 마음을 읽어라... .2 47

1999 년 미국, 집 앞에서 밤공기를 씌고 있던 디알로를 경찰이 범

죄자로 오인해 총을 쓴 사건이 벌어졌다. 디알로는 마흔한 발의

총알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온 세상을 떠들쩍하게 했던 이

끔찍한사건은불확실한상횡에서 생사를 가르는 판단을 해야 했

던 경찰들의 실수인가, 인종차별인가? 경찰의 눈을 멀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7장-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 ..3 13

클래식 음악의 세계는 최근까지만 해도 남자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 사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오케스트라가

여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클래식 음악계의 혁명을 불러

온 것은 다름 아닌 장막 오디션이었다. 심사위원이 연주하는 사

람을 보지 못하게 되자, 그들의 진정한 연주를듣게 된 것이다.

부록-저자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 325

감사의 글.... 333 옮긴이의 글.... 337 참고문헌 340


들어가며

세상을움직이는 2 초의 힘
신속하고 간결 하게 | 몸속의 컴퓨터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1983 년 9 월, 장-프랑코 베치나Gian-Iranco Becchina라는 미술상이 캘
리포니아의 폴게티빅l물관을 찾아왔다. 기원전 6세기의 대리석상을

하나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쿠로스 상像←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뻗고 두 팔은 허벅지 양 옆에 내려붙인 청년 나체 입상 ­

이라고 알려진 석상이었다. 지금까지 세상 빛을 본 쿠로스 상은 고

작 2007H 정도인데, 그나마도 무덤이나 고고학 발굴지에서 심하게

훼손된 채 발굴된 게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입상은 보

존상태가거의 완벽했다 2 미터 가까운높이에,다른작품들과달리

밝은 색조의 광택을 띤, 사뭇 범상치 않아 보이는 유물이었다. 미술상

베치나는 1 ,000 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를 요구했다.

폴게티빅L물관은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들은 일단 쿠로스 상을 임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다른 쿠로스 상

들과비교해 모순되는점은없는가?

세 상윤움직이는 2 초의 힘 I 25
답은 ‘그렇다’ 쪽인 듯싶었다. 양식이 아테네국립고고학빅떨관의

아나비소스 쿠로스 상Anavys∞5 kouros을 연상시켰는데, 그것은 조각상

이 특정한 시대와 지역의 유물 같아 보인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 석상은 대체 언제 어디서 발굴된 것일까?

상세한 내력은 알 수 없었지만 베치나는 폴게티빅L물관 심의과에

조각상의 최근 궤적이 수록된 서류를 한 다발 제출했다. 기록에 따

르면, 이 쿠로스 상은 1930 년대 이래 스위스의 의사 로이펜버거

벼uffen야r맺r가 소장해 왔다. 로이펜버거는 루소스 Rous∞s 라는 유명한 그

리스 미술상한테서 입수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지질학자 스탠리 마골리스Stanley Ma때IS가 믿L물

관에 도착했다 그는 꼬박 이틀 동안 고해상도 입체현미경으로 석상

의 표면을 검사한 뒤, 석상 오른쪽 무릎 바로 밑에서 지름 1 센티미

터 , 길이 2 센티미터의 핵심 표본을 채취해 전자 현미경과 전자 마이

크로분석기, 질량분석계 x-레이 회절. x-레이 형광등최첨단기

기를 동원해 표본을 분석했다. 마골리스는 석상이 타소스 섬의 고대

케이프 배티 채석장에서 캐낸 백운석으로 만들어졌다고 결론지었

다. 석상 표면이 앓은 방해석 층으로 덮여 있었는데, 이는 매우 중요

한 사실이었다. 마골리스가 폴게티박물관 측에 설명하기를, 백운석

이 뺨석으로변하려면수천년은아니더라도최소한수백 년은지

나야 했다. 이 석상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최근에 만든 모조품은 아

니라는뜻이었다.

폴게티박물관측은결과에 만족했다.그리고죄}를시작한지 14
개월 만에 마침내 쿠로스 상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1986년 가을

26 I
조각상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1 면 기사

로 다루었다. 몇 달 후 폴게티빅L물관의 고미술품 큐레이터 매리언

트루 Marion T때는 예술잡지 《벌링턴 매거진Burlington Mag링ine}에 폴게티박

물관의 새로운 유물을 소개하는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트루는 “쿠로스 상은 움켜뀐 두 주먹을 허벅지에 딱 붙인 채 받침

대도없이 똑바로서서 당대 최고의 청년들의 자신감과활력을표현

하고있다고쓴뒤 , “신과인간의 경계를넘나드는이 조각상은서

양 미술 청년기의 넘치는 활력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의기

양양하게결론지었다.

하지만 이 쿠로스 상에는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이를

처음 지적한 사람은 폴게티박물관의 운영위원이던 이탈리아 미술사

학자 페데리코 제리 F어erico Zeri 였다. 1983 년 12 월 박물관의 복원실로

안내되어 조각상을 보는 순간, 제리는 자신도 모르게 석상의 손톱에

눈길이 머물렀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손톱이 이상했다. 다

음으로 문제를 발견한 사람은 그리스 조각의 세계적인 권위자 에블

린 해리슨 Evelyn Harrison 이었다. 빅L물관 측이 베치나와 거래를 성 λ씨키

기 직전에 폴게티박물관을 찾은 그녀는 당시의 기억을 이렇게 서술

한다.

“당시 저는 큐레이터 아서 휴턴 Aπhur Houghton 을 따라 내려가 조각상

을 보았습니다. 휴턴이 조각상의 덮개를 핵 벗기며 말했죠. ‘음, 이

물건은 아직 우리 소유가 아닙니다. 하지만 2 주 후면 우리 것이 되

죠.’ 다음 순간, 나는 말했습니다. ‘유감스런 일이군요’

해리슨은 무엇을 보았던 걸까? 해리슨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세상은음직이는 2 초의 힘 I 27
수 없었다. 휴턴이 덮개를 벗긴 바로 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

을본능적으로감지했을뿐이다. 몇 달후휴턴은뉴욕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관장을 지낸 바 있는 토머스 하빙 Thomas Hoving을 박물관의

보관실로 데려가 조각상을 보여주었다. 하빙은 흥미로운 뭔가를 처

음 볼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첫 단어를 메모해 두었는데, 그 쿠로스

상을 본 순간 떠오른 첫 단어는 평생 잊지 못할 표현이었다. 하빙은

이렇게회상한다.

“그건 새것fresh’이라는단어였지요. ‘새것’

그러나 새것’은 2 ,000 년 된 조각상에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나중에 가서야하빙은왜 그런 생각을했는지 이유를깨달았다.

“예전에 시칠리아에서 발굴 작업을 할 때, 이런 쿠로스 상의 조각

과 파편을 여렷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나옹 조각들은 전혀

모양이 달랐죠. 시칠리아에서 본 쿠로스 상 파편들의 질감과 빛깔은

스타벅스의 최고급 카페라테에 담갔다 꺼낸 듯했습니다

하빙이 휴턴을돌아보며 말했다.

패금은지불했습니까?"

하빙의 말에 휴턴은 아연실색한 얼굴이었다.

‘지불했다면 돈을 되찾을 방법을 찾아보세요. 아직 아니라면 주지

마세요

폴게티박물관은 갈수록 걱정이 되어 그리스에서 쿠로스 상에 관

한 특별 심포지엄을 열었다. 석상을 잘 포조F해 아테네로 옮기고 그

리스 최고의 조각 전문가들을 초빙한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당혹감을 표하는 합창 소리는 훨씬 더 커졌다.

28 I
해리슨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빅L물관장 게오르그 데스피니스

G∞rge Despinis의 옆에 서 있던 때의 일이다. 쿠로스상을쓰음훌어보던

데스피니스의 얼굴이 단번에 창백해졌다. 그가 해리슨에게 말했다.

“땅 속에서 나온 조각상을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누구든 저 물건

이 땅속에 묻힌 적이 없디는사실을알수있을겁니다

아테네 고고학회장 게오르기오스 돈타스Georgios Dontas도 석상을 보

는순간전율을느꼈다.

“그 석상을 처음 보았을 때 유리벽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느낌

이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돈타스의 바통을이어받은사람은아테네의 베나키

박물관 관장 앙겔로스 델리보리아스A얘elos Delivorrias 였다. 그는 조각상

양식이 타소스 섬 대리석으로 조각했다는 사실과 모순된다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한 뒤 논점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왜 이 조각상을

모조품이라고 생각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물건에 처음 눈길이 닿

는 순간 직관적인 반발 intuitive repulsion’의 파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이 끝날 즈음, 다수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폴게티박물관의

쿠로스 상이 받L물관에서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듯하다는 데 의

견이 일치했다. 폴게티박물관은고문변호사와과학자를동원해 십수

개월의 힘겨운 조사를 펼친 끝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고, 몇몇 세계

적인 그리스조각의 권위자들은석상을보는순간느낀 직관적인 반

발’을통해 또다른결론에 도달했다. 어느쪽이 옳았을까?

한동안 답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쿠로스 상은 미술 전문가

들 사이에 단골 논쟁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폴게티박물관 측의 근거

세상윤움직이는 2 초의 힘 I 29
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폴게티 측 변호사들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쿠로스 상

의 내력을 조심스럽게 추적한 결과, 쿠로스 상을 개인 소장했던 스

위스 내과의사 로이펜버거에 이르는 길을 찾는 데 사용한 편지들이

위조 서신임을 벌벼낸 것이다. 1952 년도 편지 중 하나셰 적힌 우편

번호는 그로부터 20년이나 후에 생겨난 것이었다. 1955 년의 또 다

른 편지는 1963 년에야 문을 연 은행을 거명했다. 또한 십수 개월간

의 흐탤조사 끝에 폴게티 분석팀은 이 쿠로스 상이 아나비소스 쿠로

스 상 양식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었는데 그조차도 의혹의 수렁에

빠졌다. 그리스 조각 전문가들이 자세히 살피면 살필수록 이 쿠로스

상이 각기 다른지역과다른시기의 몇 가지 양식을어지럽게 짜맞

춘 혼성품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졌다. 청년의 호리호리한 몽매는 뭔

헨의 한 박물관이 소장한 테네아 쿠로스 상 Tenea kouros과 많이 닮았고,

전형적인 구슬 모양의 머리카락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

한 쿠로스 상과 흡사했다. 두 발은 - 만일 그런 양식이 있다면 현

대식이었다.

이 쿠로스 상과 가장 닮은 쿠로스 상은 1990 년 영국 미술사가가

스위스에서 찾아낸 조금 작고 토막 난 석상이었다. 같은 종류의 대리

석을잘라만들었을뿐아니라조각방식도거의 유사했다. 하지만스

위스의 쿠로스상은고대 그리스작품이 아니었다. 1980년대 초반로

마의 모조품 제작소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렇다면 쿠로스 상 표면이

최소한 수백 년이나수천 년은 되어야만 생성된다던 폴게티박물관 측

의 과학적 분석은 어떻게 된 걸까?

30 I
쿠로스 상으로 추정되는 2, 600년 전 남자

석상 2002년 5월 발굴되었다 이처럼 쿠로


스 상은 훼손된 채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 연합뉴스

결국또다른사실이 빌L혀졌다. 한지질학자가더 깊이 분석한끝

에 감자 주형 potato mold을 사용하면 두 달 만에 석상 표면을 ‘오래 되

게’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 것이다 폴게티빅L물관의 카탈

로그에는 기원전 530 년경 혹은 근래의 위조품’이라는 설명과 함께

쿠로스 상의 사진이 실려 있다.

페데리코 제리와 에블린 해리슨과 토머스 하빙과 게오력오스

돈타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폴게티의 쿠로스 상을 보고 ‘직

관적인 반발’을 느꼈을 때, 그들은 절대적으로 옳았다. 그들은 처음

보는 2 초 동안에 - 단 한 차례의 눈길로-폴게티박물관의 조사팀

이 14 개월에 걸쳐 파헤친 것보다 조각상의 본질에 대해 더 정확하게

파악할수있었다.

서l 싱 ~t 유직이는 2 소의 힘 31
《블링크 Blink}는 바로, 그 첫 2 초에 관한 책이다.

신속하고간결하게
당신에게 아주단순한도박을제안했다고치자.

지금 당신 앞에 빨간 카드 둘, 파란 카드 둘, 총 네 벌의 카드가 놓

여 있다. 당신은카드를한장한장뒤집을때마다일정한돈을딸수

도, 잃을수도있다.당신이 할일은한번에 한장씩 카드를뒤집어

승리할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처음에 당신은 빨간색 카드 더

미가 지뢰밭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보상이 큰 만큼 빨간 카드로 지

면 크게 잃는다. 실제로 당신은 파란 카드를 뒤집어야만 이길 수 있

는데, 여기서 파란 카드 더미는 빨간 카드와 달리 괜찮은 수입과 적

당한 별점이라는 제법 균형 잡힌 수익률을 보장한다. 문제는 얼마

만에 이 사실을 알아채느냐다.

몇 년 전 아이오와대학의 과학자들。1 이 같은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대부분 약 50 장의 카드를 뒤집은 후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깨우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란 더미가 왜 좋은지 이유

는 몰라도 그게 더 나은 베팅이라는 것 정도는 확신하게 된다는 것

이다. 약 80 장의 카드를 뒤집으면 대부분 게임을 파악하고, 빨간 카

드더미가왜 안좋은지 정확하게 설명할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간단했다- 이를테면 약간의 경험을 한다, 그것들을 요

모조모 따져본다, 하나의 가설을 발전시킨다, 그런 다음 마침내 둘과

둘을 한데 묶어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아이오와의 과학자들은 또 다른 실험에 도전했다. 신기한 현상을

32 I
목격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들은 노름꾼 한 사람당 기계 한 대씩

을 붙여놓고 손바닥의 땀샘 활동을 측정했다. 다른 땀샘들처럼 손바

닥 땀샘도 온도뿐 아니라 스트레스에도 반응한다 우리가 신경을 쓸

때손을꼭쥐는것도그때문이다.

아이오와의 과학지들은 노름꾼들이 10 장째 카드에서 빨간 더미

쪽에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빨간 카드

더미가 뭔가 이상하다고 말하기까지 아직 40 장이나 남았는데 말이

다 더 중요한 건 손바닥에 땀이 나면서 행동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파란 카드를 선호했고, 갈수록 빨간 차드 더미를 피

했다. 다시 탤R 노름꾼들은스스로깨닫기도전에 게임을파악했으

며, 뭔가 조절해야겠다는 의식을 갖기 오래 전부터 이미 필요한 조

절을시작했다.

물론 아이오와의 실험은 스트레스 탐지기만을 동원해 소수를 대

상으로 진행한 단순한 카드 게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 정신의

작용방식에관한강력한예증이다.

일단 이 실험은 판돈이 크고 게임 속도도 신속하다. 즉 참가자들

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새롭고 혼란스러운 수많은 정보를 파믿L해야

만 한다 그렇다면 아이오와 실험이 딸뷰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순간에 우리 뇌가두가지 상이한전략을구사해 상황을파악한다는

점이다.

첫째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의식적인 전략이다. 지금까지

배워온 것들을 반추하다가 마침내 답에 도달한다. 이 전략은 논리적

이고 명확한 반면, 답에 이르려면 무려 80 장의 카드를 뒤집어야 한

세상을 웅직이는 2 소의 힘 33
다. 다시 탤H 속도가 느리고 많은 양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둘째 전략은 훨씬 더 빠르다. 적어도 열 번째 카드 정도부

터 작동을 시책R 그 예리함을 발휘한다. 빨간 카드 더미가 가진 문

제점을 순간에 포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처음에는 - 전적

으로 의식의 표면 아래에서 작동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테면 깨달

음의 메시지를 손바닥 땀샘 같은 묘한 간접 채널을 통해 전송했다. 뇌

는이미 결론에 도달했지만그사실을즉시 알리지 않는시스템이다.

에블린해리슨과토머스하빙,일련의 그리스학자들이 쿠로스상

에 취한 방식도 둘째 전략이었다. 그들은 자기 논리를 입증할 실마

리를 어떻게 찾을까 따위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들은 한눈에

잡히는 것만 생각했다. 인지심리학자 게르트 지거렌저 Gerd Gi맺rnzer가

‘신속하고 간결한fast ’ 사고라고 즐겨 부르던 사고방식이다.


and frugal

단지 한 번 쳐다보았을 뿐인데 뇌의 어떤 부분이 순간적으로 계산

을 한다. 노름꾼들 손바닥에 갑자기 땀이 배는 것처럼 어떤 의식적

사고가 작동하기도 전에 무언가를 느낀다.

토머스하빙의 경우에는얼토당토않은 ‘새것’이란단어가퍼뜩떠

올랐다. 앙겔로스 델리보리아스의 경우에는 ‘직관적인 반발’의 파동

을 느꼈다. 게오료기오스 돈타스에게는 자신과 쿠로스 상 사이에 유

리벽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그 쿠로

스상이 모조품이라는것을깨달았는지 논리적으로알고있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알았다.

34 I
폼속의 컴퓨터

단혐1 결론까지 도약하는 뇌의 영역을 적응 무의식혀aptive unconsCl OUS

영역이라 하는데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중요한 분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적응 무의식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묘사한 무의식, 즉 너무 큰 혼돈에 휩씨여 있어 의식적

으로사고하기 힘든, 욕망과기억과환상으로가득한음침한영역하

고는 다르다. 오히려 적응 무의식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데

필요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는 일종의 거대한

컴퓨터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느 날 산책을 나섰는데 갑자기 트럭이 당신을 덮쳤다고 치자.

그 순간 당신은 모든 선택지를 두루 검토할 시간이 있을까? 물론 없

을 것이다 인간이 오랫동안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극소량

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의사결정

장치를 발달시킨 덕분이다.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은 저서 《우리 안

의 신비 Stran맺rs to Ourselves}에서 이 렇게 말한다.

“인간의 정신은 고도의 정교한 사고를 많은 부분 무의식의 영역으

로 끌어내림으로써 효율성을 높인다 이는 마치 오늘날 찍식 있는’

인간조종사가거의 혹은아무런 입력을하지 않아도제트기가자동

항법장치만으로 비행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적응 무의식은

세상을 판단하고, 위험을 경고하며 ,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면서도

능률적으로행동에 착수케 하는등훌륭한임무들을수행한다

윌슨은 우리가 상황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 상태의 사고를 오가며

유연하게 대응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동료를 저녁 식사에 초대할

세상윤 옹식이는 2 초91 ~I 35


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의식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한

끝에 즐거운 자리가 될 거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동료를 초대한다.

똑같은 동료와 공박을 벌이는 자연스러운 결정은 뇌의 다른 영역에

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그 동기는 인간성의 또 다른 영역에서

유발된다.

우리는누군가를처음대면할때, 구직을위해 면접을볼때, 새로

운아이디어에 반응할때, 긴급한상황에서 선속하게 결정을내려야

할 때 뇌의 두 번째 영역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당신은 대학 시절에

특정 교수가 강의를 얼마나 잘하는지 판단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

이 필요했는가?한번, 혹은두번의 강의?아니면 한학기?

실제로 심리학자 낼리니 엠버디 Nalini Ambady는 학생들에게 교수 한

명당 10 초 분량의 비디오 세 편을 음을 소거한 채 보여주었는데 이

것만으후도 학생들이 교수의 자질에 등급을 매기는 데 아무런 어려

움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뒷부분을 잘라 각 5 초 분량의 비디오

를만들어 보여주었을때도결과는마찬가지였다.심지어 딱 2 초분

량을 보여주었을 때조차 평가는 거의 일치했다. 그 후 엠버디는 교

수에 대해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 학생들의 의견과 한 학기 수업을

모두 마친 학생들의 평가서를 비교하고 두 평가 모두 해당 교수의

자질에 대해 본질적으로 의견이 같음을 발견했다 교수를 전혀 만난

적 없는 학생이 2 초짜리 소리 없는 비디오를 보고 내린 결론이 한

학기 내내 강의를 수강한 학생이 내린 결론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바로이것이 적응무의식의 힘이다.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당신이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도

36 I
아마 똑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처음에 이 책을 얼마 동안 손에 들

고 있었는가72 초? 그럼에도 짧은 순간 동안 표지 디자인, 내 이름

에서 연상됐을지 모르는 어떤 것들, 또 조각상에 대한 이야기의 처

음 몇 문장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하나의 인상, 즉 생각과 이미지와

기대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지금까지 이 서문을 읽는

당신 태도의 밑바탕을 형성했을 것이다. 그 2 초 동안 무슨 일이 일

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사실 대다수는 2 초 운운하는 이 신속한 인식에 본능적으로 의심

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것은 어떤 결론의 옳고 그름이 공들인 시간

과 노력에 비례하리라 여기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진단이 난감할 때마다 다른 검사를 요구하고, 사람들은 귀로 들은

이야기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으면 또 다른 의견을 구한다.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가르치는가? 서두르면 망친다. 돌다리도 두

드려 보고건너라. 아는길도물어 가라

이처럼 우리는 되도록 많은 정보를 모아 가능한 한 심사숙고하는

편이 더 낫다고 믿는다. 다시 댐 의식적인 의사결정만신뢰한다. 하

지만서두른다고해도문제될 것이 없는비상시에는순간의 판단이나

첫인상이 세계를 파띤}는 훨씬 더 나은 도구 역할을 할 때가 있다.

《블링크》의 첫 번째 임무는 당신이 이 단순명료한 사실에 확신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신속한 결정이 일면에서는 신중한 결정만큼

이나좋을수있다는사실말이다.

그러나이 책은순간포착의 힘에 대해 단순히 찬사만늘어놓지는

않는다. 나는 본능이 우리를 배반하는 순간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지

세 상을웅직이는 2 소의 힘 I 37
고 있다. 일례로 폴게티의 쿠로스 상이 명백한 위조품이었다면, 아

니 최소한 문제 있는 물건이었다면 폴게티빅L물관은 왜 애초에 그것

을 사들였을까? 폴게티박물관의 전문가들은 어째서 조각상을 찬찬

히 조사-õ}는 14 개월 동안, 다른 전문가들과 달리 직관적인 반발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것이 바로 폴게티빅떨관 사건의 커다란 수수께

끼였다. 답은 그들。1 어떤 이유에선지 느낌에 빙해를 받았다는 것이

다. 거기에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거스를 수 없는 진리로 인식한 탓

도 있었다(지질학자 스탠리 마골리스는 자신의 분석을 너무 확신한 나

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앓
c디’le따
n띠t때i“ficκc싸 Ameri때
1

문의 글을싣기도했다) .

하지만 가장 큰 장애는 석상이 진품이기를 바라는 절실함이었다.

신생 박물관이었던 폴게티는 세계적 수준의 소장품을 열망했고, 그

쿠로스 상은 박물관 전문가들로 하여금 본능의 눈을 감게 할 만큼

진기한유물이었다

미술사가 조지 오티즈G∞rge 0πIZ가 한번은 고대 조각상에 관한 세

계 유수의 전문가인 에른스트 랑글로츠 Ernst Langlotz로부터 청동 조각

상을 하나 구입할 의향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가서 작품을 본

오티즈는 움찔했다 그가 보기에 볼품없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명백

한 모조품이었다. 그리스 조각상에 관해서라면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아는 랑글로츠가 왜 모조품에 속았을까? 오티즈의 설명에 의하면

그 조각상은 랑글로츠가 막강한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전인 아주 젊

은시절에 구입한물건이었다. 오티즈는말한다.

“아마도 링글로츠는 작품과 사랑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누

38 I
구나젊은시절에는자신의 첫 번째 구입품과사랑에 빠지죠. 아마그

물건이 랑글로츠의 첫사랑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토록 비상한지식

을가지고도자신의 처녀 평가에 의문을제기할수없었을겁니다

공상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고방식이 가진 근

본적인 무언가를 지적한다. 우리의 무의식은 강력하다. 그러나 오류

에 빠지기도 쉽다 우리 몸속의 컴퓨터도 늘 찬란한 빛으로 어떤 사태

의 ‘진실’을 그때 그때 곧바로 해독해낼 수는 없다. 보통 컴퓨터들처

럼 시스템이 영킬 수도, 빗나갈 수도, 고장 날 수도 있다. 우리의 본능

적 반응은종종온갖종류의 흥미와정서,감정과경힐빼야만한다

그렇다면 언제 본능을 믿고, 언제 경계해야 할까? 물음에 해답을

제시하는것이 《블링크)의 두번째 임무다.신속한인식 능력이 엇나

갈 경우 특정 집합의 이성도 일관되게 엇나간다 우리는 그 엇나간

이성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몸속의 강력한 컴퓨터에 언제 귀

를 기울이고 언제 경계해야 하는지 터득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책의 세 번째이자가장중요한임무는순간적 판단과첫인상을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물론 믿기 어렵다

는 것을 안다. 폴게티의 쿠로스 상을 본 해리슨과 하빙과 다른 미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강렬하고 정교한 반응을 느꼈지만 거세게 표

출하지는 않았다. 무의식의 명령이 없었던 탓일까? 그런 종류의 신

비한 반응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 가능하다 스스로 논

리적으로 심사숙고하라고 가강1 는 일이 가능하듯이, 스스로 순간

적인판단능력을키우고가트르치는일도가능하다.

이제 당신은 이 책에서 의사와 조L군, 코치, 가구 디재1 너, 음악

세상플 유석이는 2 초의 칭 I I 39
가, 배우, 자동차 세일즈맨 등 수많은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모

두 자신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자신의 무의식적 반응을

차근차근 구체화해 관리하고 교육한 덕으로 돌린다. 실제로 ‘처음 2

초의 기적’은 운 좋은 소수에게 마술처럼 주어지는 재능이 아니다.

이는 모두 스스로 갈고 닦을 수 있는 능력이다.

더나은세상을위하여

광범한 주제 속에서 멀찍이 떨어져 세계를 분석하는 책들이 있다.

《블링크》는 그런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상생활의 아주 작은 요소

들, 즉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복잡한 사정에 직면하거나 긴급한

상황에서 결정을내려야할때마다자연스레 발동하는순간적인 인

상과 결론의 내막과 기원을 다룬 책이다. 사실 자신과 세계를 이해

하는 작업에 임할 때, 우리는 거창한 주제에는 지나치게 관심을 기

울이면서 홀러가는 순간순간의 상세한 내막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

는다

우리가 본능을 진지하게 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일 쌍

안경을 들고 지평선을 탐색하는 대신에 매우 강력한 현미경을 통해

자신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정밀 검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 생각에는 전쟁을 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선반 위의 물건들, 해

마다쏟아져 나오는영회들, 심지어 경찰들의 훈련 방식, 커플의 카

운슬링 방식, 입사 면접 방식 등이 모두 달라질 것이다. 이 작은 변

화들을 두루 모아 엮으면 마침내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40 I
확신한다. 나는 우리 자신과 우리 행동을 이해하려면 눈 깜짝하는

동안의 순간적인 판단도 수개월에 걸친 이성적인 분석만큼 가치 있

음을인정해야한다고생각한다.그리고이 책 마지막쯤에는여러분

도나처럼 그사실을믿게 되기를바란다.

결국 쿠로스 상의 진실이 물 위로 떠올랐을 때, 폴게티박물관의

고미술품 큐레이터인 매리언 트루는 이렇게 말했다.

“그간나는심미적 판단보다과학적 견해가더 객관적이라고여겼

습니다 이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

세상을 움직이는 2 초의 힘 1 41
1자
o

한조각지식으로천리 내다보기
앓게 조각내기 | 결혼생활과모스부호 | 경멸은이별의 신호

침실의 비밀 | 고소당할 의사 알아내는 법 | 일견의 힘


몇 년 전에 어느 젊은 커플이 워싱턴대학의 심리학자 존 고트먼
John Gottman의 연구소를 찾아왔다. 랩시 있게 헝클어진 금발에 멋진

안경을 쓴 파란 눈동자의 20 대 남녀였다. 연구소에서 일하던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총명하고 매력적이며 익살과 반어를 재

치 있게사용할줄아는사람들이라쉽게 호감이 갔다고한다.그사

실은 고트먼이 만들어 둔 비디오테이프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남편은 - 앞으로 빌이라고 부르겠다 - 사랑스럽고 명랑한 사람이었

고, 아내 수전은 표정 없는 얼굴로 예리한 재치를 구사하는 여성이

었다.

그들은 별 특정 없는 2 층짜리 건물의 작은 방으로 안내되어 두 개

의 사무용 의째l 떨어져 앉았다 곧이어 그들의 손가락과 귀에 전

극과 센서가 부착되었다. 심장 박동, 땀 분비량, 피부 온도 등을 측

정하기 위해서였다. 의자 밑에서는 단 위에 놓인 ‘요동겨1 jiggle-o-meter’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 다보기 I 45
가 움직임을 측정했고, 비디오카메라 두 대가 한 사람씩 말과 행동

을 녹화했다. 잠시 후 그들은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결혼 후 다툼거

리가 되었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라는 지시를 받고 15 분 동안

카메라앞에남겨졌다.

빌과 수전의 문제는 개였다. 그들이 사는 곳은 작은 아파트였는데

어느 날 꽤 커다란 강아지가 생겼다. 수전은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빌은그렇지 않았다. 15 분동안그들은강아지를어떻게 할지 토론

을벌였다.

빌과 수전의 토론 테이프 첫 부분은 여느 커플이 일상적으로 주고

받는지극히 평범한대화의 무작위 표본같았다. 어느쪽도화를 내지

않는다. 사건도 없고, 대화의 결렬도 없고, 구세주의 출현도 없다.

“난단지 내가개를키울수 있는사람이 아니라는 거야

벌이 완벽하게 이성적인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연이어 조금 불평

을 내뱉는데, 수전이 아닌 개에 대해서였다. 수전도 불평을 했지만

두 사람은 때때로 자신들이 논쟁을 벌이기로 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예컨대 강아지한테 냄새가 나는지 안 나는지를 이야기하면

서도 입가에 웃음을 띠고 즐겁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수전 · 자기야! 알겠지만메리한테는냄새가안나.

빌 오늘맡아봇t어?

수전 : 그럼 좋기만 하던걸. 껴안고 쓰다듬어 줬는데 손에서 악취

는커녕 기름기도 안 느껴졌어 - 그러고 보면 자기 손에서도 기름

냄새 풍긴적 없지?

46 I
빌 ·응,그랬지.

수전 :난여태 메리 털에 기름기가끼도록놔둔적이 없어.

빌:응,그렇지 하지만메라는개잖아.

수전:내개는기 름기흐른적없어 조심히는게좋을거야

빌;아니 ,당신이나조심해.

수전 : 아니, 자기나조심해.내 강아지를기름투성이 취급하지 말

아줄래.

앓게조각내기

당신은 이 15 분짜리 비디오를 보고 수전과 빌의 결혼생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과연 그들의 관계

가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별할 수 있을까? 아마 대디수는 강아

지 이야기가 별 다른 정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게다가

시간도 15 분, 지극히 짧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결혼생활은 적어도

강아지 문제보다 중요한 일들, 이를테면 돈이나 섹스, 아이들, 일,

친척관계 등의 조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일으킨다. 때로는 둘

다 매우 행복하다. 그러다가 어떤 날은 싸운다. 어떤 때는 서로 죽일

듯한 감정을 느끼다가도 함께 휴가를 갔다 오면 신혼부부마냥 재잘

거린다. 그래서 우리는어떤 커플을잘 ‘알려면’, 빌과수전처럼 느

긋하게 노닥거릴 때뿐 아니라 행복하고 피곤하고 화나고 짜증나고

기쁘고신경쇠약에 걸리는등갖가지 상황을여러 주, 여러 달관찰

해야할것만같다. 즉결혼의 미래 같은진지한문제를정확히 예견

하려면 - 실제로는 어떤 종류의 예측이라도 - 많은 양의 정보를, 그

힌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I 47
것도 되도록 다OJ한 내용의 정보를 그러모。싸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존 고트먼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을 입증했다. 1980년

대 이후 고트먼은 3 , 000쌍이 넘는 부부를 불러 빌과 수전처럼 워싱

턴대학 캠퍼스 근처에 있는 ‘애정연구소’의 작은 방으로 들여보냈

다. 그런 다음 각각의 커플을 비디오로 촬영해 고트먼 스스로

SPAFFspeCific affect(명확한 감정)라고 이름붙인 시스템에 따라 결과를


분석했다. 그것은 부부가 대화 중에 표현할 법한 모든 감정을 스무

가지 범주로 나타내는 코드체계였다. 예를 들어 혐오감은 경멸은

2 화는 7 , 빙써 자세는 10 푸념은 11 슬픔은 12 의도적 회피는

13 , 특정이 없는 것은 14 하는 식이다.

고트먼은 연구원들에게 표정에 나타나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고 읽는 법과 모호하게 들리는 대화의 편린을 해석하는 법

을 가르쳤다. 연구원들은 비디오테이프를 보면서 매초마다 커플의

상호작용에 대해 SPAFF 코드를지정하고, 15 분동안의 갈등토론을

남편과 아내 별로 각각 9007H씩 모두 1,8007H 수치의 열로 전환했


다. 예를들어 ‘ 7 , 7 , 14 , 10 , 11 , 11 ’이라는표기는 6 초동안에 커플

중어느한쪽이 잠시 화를낸후이내 평정을찾고, 잠깐방어 자세를

보이다가이유고푸념을늘어놓기 시작했음을뜻한다. 동시에 전극과

센서로부터 나온 데이터들이 연산체계에 포함돼 남편 혹은 아내의 심

징}이 언제 두근거렸는지, 체옹은 언제 상승했는지, 둘 중 하나가 언제

폼을 움직였는지를 파염}고, 마침내 모든 정보가 하나의 복잡한 방


정식으로계산된다.

이러한 일련의 계산을 토대로 고트먼은 놀라운 사실을 증명했다.

48 I
한 시간 동안 남편과 아내가 나눈 대화만 분석해도 그 부부가 15 년

뒤에 여전히 부부로살지 여부를 95 퍼센트정확도로예측할수있었

다(1 5 분간 관찰할 경우 성공 확률은 약 90 퍼센트였다) . 최근에는 고트

먼과 함께 일하던 교수 시빌 카레르 Sybil Carrere가 비디오테이프 몇 개

를돌려보며 새로운연구를 구상하던 중부부의 대화를단 3 분만지

켜봐도 이혼할지 잘 살지 꽤 인상적인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결혼의 진실성을 일찍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존고트먼은작은키, 부영이 같은눈에 은발, 턱수염을깔끔하게

손질한 매력적인 중년 남자로, 구미가 당기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

면 - 거의 언제나 그렇지만 왕방울 같은 눈을 빛내며 더 크게 치

켜뜬다. 그는 베트남전 중에 양심적 병역 거부를 했던 이력답게 지

금도 1960 년대 히피 냄새를 풍기는데, 조그만 그물 모자 위에 가끔

씩 덮어 쓰는 모택동 모자만 봐도 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정규 교

육을 받은 심리학자인 동시에 MIT 에서 수학을 공부했으며 무엇보

다도그를움직이는것은분명히 수학의 엄격함과정확성이다. 내가

고트먼을 만났을 때 그는 야심만만한 저서이자 500 쪽짜리 난해한

전문서적 인 《이 혼의 수학깨e Mat벼 matics of Divorce)을 막 출간한 참이었

다 그는내 머리가흔돈속에서 제대로헤엄칠 때까지 종이 냄킨 위

에 방정식과 즉석 그래프를 연신 그려가며 찌이 주장하는 바의 요

지를 전달하그l자 했다.

고트먼의 예는 무의식에서 솟아나는 생각과 결정을 다루는 이 책

에서 다소 동떨어진 사례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의 접근방식에는 본

한 조샤 지석으 !ι ~1 바 내다보기 1 49
능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 순간적인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는 컴

퓨터 앞에 죽치고앉아끈기 있게 비디오테이프를초단위로분석한

다. 그의 작업은 의식적이고 신중한 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

나 고트먼은 우리에게 ‘앓게 조각내기 thin-sl icing’로 알려진 신속한 인

식의 매우 중요한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앓게 조각내

기’란, 매우 앓은 경험의 조각들을 토대로 상황과 행동의 패턴을 찾

아내는 우리 무의식의 능력을 말한다. 쿠로스 상을 보고 난데없이

“그 말을 들으니 유감이군요라고 말했던 에블린 해리슨도 ‘앓게

조각내기 ’ 를 하고 있었다. 겨우 10 장의 카드를 뒤집은 후 빨간 카드

더미에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낸 。}이오와의 노름꾼들 역시 그러했다.

‘앓게 조각내기’는 무의식을 눈부시게 만드는 빛들 중 하나다. 그

리고 신속한 인식에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복잡한 판댄1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일이 가능할까? 그렇다. 무의식이 진행하는 ‘앓게 조각내기’는 고트

먼이 비디오테이프와방정식으로하는작업을자동화하고기속화한

버전이다. 결혼생활을 정말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을까? 물론 가

능하다. 복잡해 보이는 다른 많은 상횡들도 그럴 수 있다. 결과적으

로 고트먼이 한 작업은 우리에게 ‘앓게 조각내기’ 의 방법과 가능성

을시사하고있다.

결흔생활과모스부호

얼마 후 나는 SPAFF 코드 입력자 훈련을 받은 대학원생 엠버 태

버리스Amber Tabares와 함께 빌과 수전의 비디오테이프를 보았다

50 I
대화를 먼저 시작한 건 빌이었다. 그는 전에 키웠던 개는 좋았다

고했다 새 강아지가맘에 들지 않을뿐이라는것이었다.그는화를

내거나적대감을보이지 않았다. 정말자신의 감정을설명하고싶을

뿐인듯했다.

하지만 태버리스는 주의 깊게 들어보면 빌이 매우 빙써적인 태도

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지적했다. SPAFF 언어에서 그는 불

만을 억누르면서 ‘그래 하지만’ 화술을 사용했다. 동의하는 것 같지

만 이내 되받는 말투였다. 빌은 처음 66초의 대화 중 40 초가 빙써

자세였다.

수전의 경우는 빌이 이。 þ7] 하는 동안에 최소 두 번 이상 눈알을

빠르게 굴렸다. 전형적인 경멸의 표시였다. 이어서 빌이 강아지 때

문에 집안 구조를 비꿔야 하는 데 대해 불평등}기 시작했다. 수전은

눈을 감는 것으로 대꾸했고, 선심 쓰듯 강의 조로 말을 받았다. 계속

해서 빌이 거실에 울타리가 있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수전은 “그거 가지고 다투고 싶진 않아” 하고 말하며 눈알을 굴렸

다. 또 한 차례 경멸의 표시였다. 태버리스가 말했다.

“보세요. 경멸의 코드가 많이 나와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인데

빌은 내내 방어 자세를 취하고 수전은 벌써 몇 차례나 눈알을 굴렸


어요”

대화가 계속되었지만 어느 한쪽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적은 한번도 없었다. 1 ~2초 동안묘한상황이 연출돼 태버리스가

테이프를정지하고손끝으로그부분을가리킨 것이 고작이었다. 어

떤 커플은 싸울 때 진짜 싸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분명하지가 않았

한 조각 지식으로 친러 내다보기 51
다. 빌은강아지가그들의 사회생활을침범한다고불평했다. 강아지

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 늘 빨리 귀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 수전은 ‘페리가 만일 뭔가 물어뜯을 생각이라면 한참 뒤가 아니

라 우리가 집을 나서고 15 분 안에 그 일을 저지를 걸 ” 하고 반박했

다. 빌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 그가 가볍게 과H 를 끄덕이며 “응, 그

래 하고는 다시 덧붙였다.

“승{지만 사리에 맞는 말은 아니야 난 그저 내 집에 개가 있는 게


λlN
i!i5~ I

태버리징} 비디오테이프를 가리켰다.

‘빌은 ‘응, 그래.’라는 말로시작했어요. 하지만그건 ‘그래 하지

만’입니다 수전의 말을인정하기 시작했으면서도계속개를좋아하

지 않는다고 말하죠. 그는 정말로 빚써적인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를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상대의 말을 흔쾌

히 인정했으니까요. 하지만 다음 순간, 벌이 ‘그래 하지만’ 화술을

쓴다는것을깨달았습니다. 잘못했다간속아넘어가기 십상이지요

빌이계속해서말했다.

“난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당신도 그 점을 인정해 줬으면 해. 지

난 주보다는 이번 주가 낫고, 날이 갈수록 좋아지잖아

태버리스가다시 불쑥끼어들었다.

“언젠가 신혼부부들을 관찰했는데, 결국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를

보면 어느 한쪽이 믿음을 요구할 때 상대측이 그걸 주려고 들지 않

더군요. 반면에 사이가 좋은 커플들은 믿음을 요구 받은 쪽에서 ‘그

래, 당신 말이 옳아.’ 하고말하지요.그점이 분명히 달랐습니다.고

S2 I
개를 끄덕이며 ‘으응’ 혹은 ‘그래’ 하는 건 지지의 표시인데 여기서

수전은 한 번도, 대화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도 그러질 않았어요.

코드 입력을 다 마칠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

다. 사실 불가사의했죠. 방 안에 들어올 때 행복하지 않은 커플처럼

보이지는 않았거든요. 대화를 마치고 토론 내용을 보라고 주었을 때

도빌과수전은그걸 유쾌하게 떠드는한토막의 대화쯤으로생각하

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전 모르겠어요. 그들

의 결혼생활은 이제 시작이죠. 아직 불꽃이 튀는 단계라는 말입니

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전이 매우 완강하다는 거예요. 지금은

개 를 두고 다투지만 진짜 쟁점은 의견 다툼이 있을 때마다 그녀가

보이는 지극히 완강한 태도입니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많은 해악을

유발할 만한 요인 중 하나죠. 나는 그들이 7 년의 벽을 넘길지 의문

입니다. 저기에 정말 긍정적이라고 할 만한 감정이 있나요? 긍정적

으로보이지만실제로는전혀 긍정적이지 않으니까요

태버리스가 빌과 수전에게서 찾고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기술적인 치원에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oJ:-을 측정했다. 결

혼생활이 지속되려면 일정 시간 동안 긍정적 감정 대 부정적 감정이

최소 5 대 1 은 돼야 한다는 것이 고트먼의 발견 중 하나였다. 하지만

보다 단순한 차원에서 태버리 v} 짧은 토론에서 찾고 있었던 건 빌

과 수전의 결혼생활 패턴이었다. 고트먼은 모든 결혼생활에는 특유의

패턴, 즉 무슨 이야기든 의미가 담긴 대화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일종

의 결혼 DNA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고트먼이 커플들에게 어떻게

만났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신들의 관

한 조삭 지 식!'_~ 천리 내다보기 53
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를 회상할 때 곧바로 그 패턴이 드러난

다는사실을발견한것이다.

고트먼은말한다.

“아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어제서야 이 테이프를 봤죠. 여

자가 말합니다. ‘우린 주말 스키조L에서 만났어요. 그는 친구들과 함

께 있었는데 그가 맘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함께 있기

로 약속했지요. 그런데 그는 술을 마시고 너무 취해서 곧장 집으로

가잠들어 버렸고, 나는세 시간이나그를기다렸어요. 저는그를깨

워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지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러자 말을 얼버무리며 정말 너무 많이

마셨다고하더군요

이는 첫 만남에서 곤혹스런 패턴이 형성된 사례로, 더 슬푼 진실

은 그 패턴이 관계가 지속되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

트먼이 말을이었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는, 어쩌

면 이 사람들이 기분이 엉망진창인 날에 우릴 만난 건 아닐까 생각

했지요. 하지만 예측 확률은 매우 높았고 다시 인터뷰를 해도 똑같

은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고트먼이 말하는 결혼생활은 모스 부호의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

들이 ‘필적“st’이라고 부르는 것을 유추하는 일과 비슷하다. 모스 부

호는 단점φt과 장점 dash으로 이루어지는데 각각 정해진 길이가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정해진 길이를 완벽하게 반복-o}는 사람은 없다.

메시지를 보낼 때 특히 스트레이트 키 the straight key나 버그 the bug 라

54 I
고 알려진 구식 수동 기계를 사용할 때 - 오퍼레이터들은 공백의 길

이를 달리 하거나 단점과 장점을 길게 늘여 빼거나 단점과 장점과

공백을 특유의 리듬으로 배합한다. 모스 부호도 일종의 화법이 있는

셈이다

제 2 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군이 수천 명의 이른바 도청잡이 Interceptor

를 모았다. 대부분 여자들로, 온갖 독일군 사단들의 무선 방송에 주파

수를 맞추고 밤낮 없이 듣는 것이 일이었다. 독일군은 물론 암호로 방

송을 했다. 그래서 최소한 개전 초기에는 - 무슨 말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용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래지 않아 도청잡

이들은 송신 전파의 리듬만 듣고 독일 오퍼레이터 특유의 ‘필적’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메시지 내용에 버금갈 만큼 중요한 정보

를알게 되었는데 바로 누가메시지를보내는가였다. 영국의 군사

연구자 니 즐 웨스트N뺑 West는 이렇게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같은 신호를 유심히 듣다 보니 부대마다 제각기

특정을 지닌 3~4 명의 오퍼레이터가 교대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언제나 메시지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인사말이나

불법적인 의사소통이 있었죠. 이를테면 오늘은 괜찮아? 여자친구는

잘 있고? 뭔헨의 날씨는 어때? 작은 카드에다 그런 온갖 정보를 다

받아 적는 거예요. 그러면 얼마 안 가 그 사람에 대한 일종의 신상정

보를확보하게됩니다”

이제 도청잡이들은 자신이 추적하는 오퍼레이터들의 ‘필적’과 화

법을 묘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오퍼레이터들 하나하나셰 이름

을 붙이고 성격에 대한 자세한 프로필을 모았다. 메시지 를 보내는

한 조삭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I 55
사람을 식별한 뒤, 신호를 보내는 위치를 추적했다. 그럼으로써 더

중요한 정보를 깨달았다-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웨스

트는계속해서말한다.

“언제부터인가 독일군 전신수들의 고유한 송신 습관을 파악하게

된 도청잡이들은 말 그대로 그들이 유럽 어디에 있든 쫓아다닐 수

있게 되었죠 그것은 전투 명령 작성에 매우 귀중한 정보였습니다.

야전에 나온 개별 군부대가 무얼 하고 있는지, 위치는 어디인지에

대한 일종의 도표였던 셈입니다. 특정한 무선 전신수가 처음에는 피

렌체에서 메시지 를 송신했는데 3 주 뒤에 오스트리아의 린츠에서 전

보를 날리는 걸 포착했다면, 그 부대가 북이탈리아에서 동부 전선으

로 이동했다고 추정히는 식이죠. 또 전차정비부대에서 일하는 오퍼

레이터가 매일 낮 12시에 어김없이 무전을 날린디는 걸 알고 있는데

큰 전투가 벌어지고 나서 낮 12시 , 오후 4시, 저녁 7 시에 연달아 등

장한다면, 그 부대에서 많은 일들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비상시에 누군가가 ‘독일 공군의 유별난

루프트와페 비행대대가 이탈리아가 아닌 북아프리카의 토브룩 외곽

에 있다는 걸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하고 다급하게 물으면,

‘그렇습니다 오스카 부대입니다. 단언컨대 분명합니다.’ 하고 답할

수있게되었습니다

‘필적 ’ 의 요체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무선 전신수는

일부러 독특한 소리를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 소리를

낼 뿐이다. 모스 부호의 키를 두드리는 과정에서 개성 일부가 자동

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또한 ‘필적’은 모스

56 I
부호의 아주 작은 샘플에서도 자신을 내보인다. 몇 가지 특정만 유

심히 듣고도 개개인의 패턴을 추출할 수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않으

며 , 통신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고, 특정 단어나 어

구에만 나타나지도 않는다- 도청잡이들이 얼마 안 되는 부호만 듣고

도 절대적인 믿음으로 그래요 오스카 부대입니다. 그 부대는 지금

토브룩 외곽에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그 때

문이다. 오퍼레이터의 ‘필적’은 변함이 없다.

고트먼이 말하도찌 하는 바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일종의 펠

적’ , 즉 자연스럽게 자동적으로 발생등1는 독특한 신호가 있다는 점

이다. 결혼생활을 쉽게 읽고 해독딴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 활동

의 중요한 부분에는 - 모스 부호 메시지를 두드리는 단순한 행위든,

누군가와 결흔을 하는 복잡한 행위든 - 독특하면서도 변함없는 패

턴이 있다. 모스 부호의 오퍼레이터를 추적하듯 이혼을 예측하는 일

도 일종의 패턴 인식 pattern recognrtron 이다.

‘자람 사이의 관계는 늘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는 긍정적인

감정이 우세한상태인데, 이 때는긍정적인감정이 성급함을억누릅

니다. 일종의 완충기와 같지요 배우자가 뭔가 나쁜 행동을 보일 태

세면 그들은 말합니다. ‘아, 이 사람은 기분이 별로일 뿐이야.’ 반면

에 부정적인감정이 우세하면상대가별다른감정 없이 댐도부정

적으로 인식합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무얼 해도 서로에 대한 결론이

변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긍정적인 일을 해도 전망 좋은 일만 하려

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되죠. 두 가지 상태를 변화시키기는

정말 어려워요. 한쪽이 사태를 수습하그l자 할 때 다른 한쪽이 그것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I 57
을 수습 노력으로 보느냐 악의적인 조작으로 보느냐는 어디까지나

당시의 상태에 따라 결정됩니다. 한 예로 제가 아내와 이야기 를 하

다가 아내에게서 내 말 좀 마저 들을래?’ 하는 말을 들었다 칩시다.

긍정적인 감정이 우세한 상태에서는 ‘아, 미안. 계속해.’ 하고 말하

지요.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우세한 상태에서는 ‘이런 젠장, 나도

말 좀 하고 살자. 못된 암캐 같으니라고. 당신은 당신 엄마를 쑥 빼

닮았어 !’ 하고 받아치겠죠

말을 하면서 고트먼은 종이 위에 주식시장의 일일 시세표와 비슷

한 그래프를 하나 그렸다. 설명에 따르면, 자기는 부부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수위 등락을 추적하는 일을 하는데 그래프

의 선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알아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아니라고했다.

“어떤 커플은 올라가고 어떤 커플은 내려가지요. 하지만 일단 부

정적인 감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하면 94 퍼센트는 계

속 내려갑니다. 애당초 코스를 잘못 잡은 것으로, 결국 바로잡지 못

합니다. 나는 이 를 당시의 순간적 상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

이 두사람의 관계를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표시인 거지요 ”

경멸은이별의선호

고트먼이 말한 성공 확률의 비밀 속으로 좀더 깊숙이 파고들어 보

자. 고트먼은 결혼생활에 독특한 징후가 있음을 발견했고, 커플의

상호작용에서 매우 상세한 감정 정보를 수집해 그 징후를 찾아냈다.

그러나 고트먼의 시스템에는 흥미로운 무엇이 있었다. 그가 예측 작

58 I
업을 단순화하는 데 성공한 것도 그것을 통해서였다. 나 역시 직접

커플들을 ‘앓게 조각내어’ 관찰해 보기 전까지는 이 일이 얼마나 중

요한지깨닫지못했다.

언젠가 고트먼이 찍은 테이프를 하나 보았는데 각각 다른 커플의

대화를 담은 3 분짜리 클립 107H 가 수록되어 있었다. 커플들 중 절반

은 촬영 후 15 년 내에 갈라섰다고 했다. 물론 나머지 절반은 여전히

함께살고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이흔한 절반과 남아 있는 절반을 알아맞혔을

까? 나는 그럴 거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틀렸다. 형편없는 성적이었

다. 고작해야 다섯 쌍을 맞혔을 뿐이다 다시 웹 동전을 던져도 그

정도확률은얻었으리라.

사실 내게 그 비디오 클립들은 당혹스럽게 느껴졌다.

남편이 신중하게 무언가를 말한다. 아내는 조용히 답한다. 얼굴에

묘한감정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간다. 남편이 무슨말을시작하려다

갑자기 멈춘다. 아내가 얼굴을 쩡그린다. 그가 너털웃음을 웃는다.

누군가가 무슨 말을 중얼거린다. 누군가가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테이프를 되감아 보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했다. 미소의 자취

도 보고 음조의 가벼운 변화도 포착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버거웠

다. 나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비율을 계산해 보려고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어떤 것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어

떤 것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계산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수전과 빌

의 경우에서 긍정적인 것처럼 보이는 많은 부분이 사실은 부정적인

것임을 알고 난 뒤였다. 또 SPAFF 도표에 스무 가지나 되는 별개의

한조샤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I 59


감정 상태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스무 가지 서로 다른 감정을
동시에 추적하는 일은 분명 어려웠다

물론 나는 결혼생활 카운슬러가 아니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나말고도 테이프를 본 사람이 200 명이나 더 있었다 결혼생활 치유

전문가, 결혼생활 연구자, 상담 목회자, 임상심리학 전공 대학원생

에다 신혼부부, 최근에 이혼한 사람들,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온 사람들도 있었다- 다시 탤R 200명 가까운 사람들 모두 나보다

는 결혼생활에 대해 훨씬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성

적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룹 전체 성적이 고작 538 퍼센트


로 확률을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었다. 심지어 패턴이 있다는 사실도

별반 소용이 없었다.3 분 동안 너무나 많은 다른 정보들이 빠른 속

도로 흘러가 패턴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트먼은 달랐다 그는 결혼생활을 앓게 조각내 관찰하는

데 능숙했던 나머지, 레스토랑에서 한 테이블 건너에 앉은 커플의

대화를 잠시 엿듣고도 그들이 지금 변호사를 고용하고 아이들 후견


권을 분할하는 일을 생각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일단 그는 모든 일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예를 들어 나는 비디오테이프를 볼 때 부정적인 감정을 계산하

는 일에 온 정신을 압도당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부정적인 감정

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트먼은 훨씬 선택적이었다. 그는 자

신이 4 명의 기수 Four Horsemen’라고 칭한 것들, 즉 방어 자세, 의도적

회피, 냉소, 경멸에만 초점을 맞춰도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아낼 수

60 I
있음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은 바로 경

멸이었다 고트먼은 부부 중 어느 한쪽 또는 둘 다 상대에게 경멸의

감정을 보일 경우, 결혼생활에 가장 중요한 적신호로 받아들였다

고트먼은말한다.

‘당신은 아마 냉소야말로 최악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실제로 냉소

는 인간의 성격 중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거니까요. 하지만 경멸은

냉소와 질적으로 다릅니다. 내가 아내를 냉소하며 당신은 귀 기울여

듣는 법이 없군. 정말 이기적이고 둔해삐졌어.’ 하고 말했다 칩시다.

그러면 그녀는 벙어 자세로 맞설 겁니다. 그것은 문제 해결이나 대화

에 아주좋지 않은상황을불러옵니다. 하지만이보다파괴적인 건 우

월한 위치에서 말하는 경우입니다. 경멸이란 보다 높은 곳에서 만들

어져 나오는 냉소라고 볼 수 있죠. 그것은 모욕일 경우가 많습니다.

‘암캐 같은 년. 넌 쓰레기야.’ 그것은 상대를 나보다 낮은 위치에 두

려는 행동입니다 위계를 두는 말인 거지요

고트먼은 실제로 결혼생활에서 경멸을 측정하면 부부가 얼마나

자주 감기에 걸리는지 같은 사소한 것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다시 빨H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경멸을 당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면역체계까지 영향이 미친다는것이다.

“경멸은 혐오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혐오나 경멸은 누군가를 공

동체로부터 완전히 거부하고 배제하는 행위로 연장됩니다. 사실 냉

소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는 커다란 남녀 차이가 있습니다. 여자가

보다 냉소적이라면 남자는 의도적 회피를 하는 경향이 짙죠. 이를테

면 여자가 어떤 문제를 꺼낼 때 남자는 짜증을 내고 외면하며 , 그 때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 다보기 1 61
문에 여자는 더욱 냉소적이 되는 악순환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경멸에 이르면 남녀 차이 따위는 사라집니다.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경멸은 특별하다. 경멸을 측정할 수만 있으면 그 순간 당신은 특


정 커플의 관계를 시시콜콜히 알 필요가 없다-

내 생각에 무의식은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대뜸 결정을 내리거나

퍼뜩 육감을 느낄 때, 무의식은 존 고트먼이 하고 있는 일을 알아서

행한다. 정말 중요한 것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이에 우리의 무의식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세밀하게 살펴 관계없는 것들은 몽땅 걸러낸

다. 무의식은 이 일에 정말 능숙하다. ‘앓게 조각내기’가 신중한 사

고방식보다더 나은답을내는경우가자주있는것만봐도알수있

지않은가.

침실의비밀

당신 상사가 나를 채용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치자.

내 이력을 보니 자격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상사는 내가 조직에

꼭 맞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 저 사람은 근면한 일꾼일까? 정직할

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일까? 그리고 질문

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당신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첫째는 당신에게 나와 막역한 사이가 될 때까지 1 년 동안 일주일

에 두 번씩 점심이나 저녁을 먹든 영화를 함께 보러 가든 어쨌든 만

나라는것이다(물론상사는정말지나친 요구를하고 있다). 둘째는내

가없는사이에 내 집에 들러 30분쯤집 안을둘러보라고 한다.


당신은어느쪽을택할까?

62 I
분명한 답을 얻으려면 첫째 방법 , 즉 두꺼운 조각thick slice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당신이 모으는 정보

가많아질수록더 나은답을얻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정말그럴까?

나는 지금쯤이라면 당신도 그런 접근법에 아주 조금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심리학자 새뮤얼 고슬링 Samuel

Gosling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가 특히 사람 성격을 판단하는 일

에서 놀랄만큼큰힘을발휘한다는점을입증해 보였다.

우선 고슬링은 대학생 80명에 대한 정밀 성격검사로 실험을 시작

했다. 여기서 빅파이브 조사목록 Big Five Inventory을 사용했는데, 이 조

사목록은 다섯 가지 범주에 걸쳐 사람들을 평가하는 다항목 설문으

로 그 유용함을 인정받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오|항성 : 당신은 사교적인가, 내향적인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

는가, 아니면 수줍어하는가?

2. 공감성 : 당신은 사람을 잘 믿는가, 의심한가? 사람들과 협

조하는가, 아니면 비협조적인가?

3. 성실성 : 당신은 조직적인가, 비조직적인가? 스스로 규율하는

가. 아니면 의지가 약한가?

4 정서 안정성 : 당신은 불안한가. 치분한가? 불안정한가, 아니

면안정적인가?

5. 새로운 경힘에 대한 개방성 : 당신은 상상력이 풍부한가, 현실

적인가? 독립적인가, 아니면 순응적인가?

한조각지식유로천리 내다.!.!..기 I 63
고슬링은 실험대상의 친한 친구들을 모아 설문 문항을 주고 실험

대상인 80명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도록 했다. 고슬링

이 알고자 했던 것은 친구들이 빅파이브 목록에서 80 명의 점수를 매

길 때 얼마나 사실에 접근하는가였다. 놀랄 일은 아니지만 친구들은

80 명의 학생들을 꽤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친구들과 두

꺼운 조각의 경험을 공유했고, 그것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객관적 인식으로 변환된 것이다.

그런 다음 고슬링은 그 80 명과 별로 가깝지 않은, 아니 그 80명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동원했다. 그들이 본 것이라고는

학생들의 기숙사 방이 전부였다. 고슬링은 평가자들에게 클립보드

를 주면서 15 분 동안 방을 둘러보고 방 주인에 관한 몇 가지 기초적

인 문항에 1 점에서 5 점까지 점수를 매기라고 했다-

이 방의 주인은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유형일까? 남의 흠을 잡

는 경향이 있는 사람일까? 일을 철저하게 하는 사람일까? 창의성이

풍부한가? 수줍음을 타는가? 다른 사람과 협조하는 이기적이지 않


은사람인가등등.

고슬링은말한다.

“나는 평가자들에게 내 의도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했

지요. 그래서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이게 설문지입니다. 방 안에 들

어가서 샅샅이 훌어보세요.’ 내가 보려고 한 것은 직관적인 판단 작

용이었으니까요

어했을까? 기숙사 관찰자들은 외호썽 평 7에서 친구들을 따라잡

지 못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활동적이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며 사

641
교성이 풍부한지 알려면 역시 직접 만나봐야 하는 듯했다. 또 공감

성 , 즉 누군가가 얼마나 사람들과 협조하고 사람을 믿는 편인지 평

가하는 부분에서도 친구들에 조금 못 미쳤다.

그러나 빅파이브의 나머지 세 가지 특성에서는 달랐다- 그 80 명을

모르는 사람들이 친구들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낸 것이다. 성실성 측

정도 더욱 정확했고, 학생들의 정서 안정성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예측은훨씬 더 정확했다. 종합적으로볼때, 결국모르는사

람들이 작업을 더 훌륭하게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리를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겨우 20분 동안 우리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 수년 간 우리를 알았던 사람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분명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저로 알기 위해’ 점심 믿똑을 잡거나 만남을 약속하는 일은 그만둬

도좋다.내가좋은직원이 될지 알려거든어느날불쑥내 집에 들

러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이 여느사람들과다르지 않다면 아마고슬링의 결론을덜킥

믿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은 모든 게 믿을 만한 결

론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존 고트먼의 교훈을 보자면 그렇다. 지금

말한 고슬링의 실험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의 또 다른 사례일

뿐이다. 우리의 개인 소유물에는 분명한 정보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

고 관찰자들은 바로 학생들의 개인적인 소유물들을 보았다.

예를 들어 고슬링은 침실이 주인의 성격에 대해 세 가지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우선은 스스로 세상에 어떻게 비치기를 원하는

지에 대한사려 깊은표현인신원증명이 있다. 예컨대 액자속에 들

한조삭 지식으~넌 센1 내다보시 I 65


어 있는하버드대학우등졸업장사본같은것이다.

다음은우리가뜻하지 않게 남기게 되는단서인 행동의 흔적이 있

다. 예를들어 마루위에 널브러진 더러운세탁물이나알파뱃순으로

배열한 CD 컬렉션 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공간에 머무를때 느끼는지루한기분을전환하기

위해 사적인 공간에 만들어두는 사고와 감정의 조절장치가 있다. 예

컨대 구석에 놓인 향초, 침대 위에 쌓아둔 장식용 베개 더미 같은 것

이다.

실제로 알파뱃순으로 배열한 CD 나 벽에 걸린 하버드대학 졸업증

서, 사이드테이블 위의 향초, 광주리 속에 깔끔하게 개어둔 세탁물

을보면 성격의 특정한면을금방알게 된다. 이는늘그와함께 시

간을 보내는 사람은 포착하기 힘든 측면이다. 새 여자친구나 새 남

자친구의 책장을 한 번이라도 훌어본 혹은 그 사람의 약 상자를

들여다본一사람은 누구나 이 말을 두말없이 이해한다 사적인 공간

을 흘끗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 앞에 비친 얼굴을 몇 시간이나 쳐

다보고 알게 되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유물을 통해 사람을 관찰할 때 어쩔 수 없이 놓치게 되

는 정보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누군가를 직접 대면하지 않

을 경우 우리는 판단을 망칠 혼란스럽고 복잡한, 그리고 결국 판단

과 관계 없는 온갖 정보의 파편들을 피하게 된다. 몸무게 125 킬로

그램의 미식축구 선수가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지성의 소유자일 거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운동선수는 머리가 비었

다는 전형적인 통념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해 본 것이

66 I
라고는 책장이나 벽에 걸린 미술작품이 전부라면 그런 문제는 생기
지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우

리는 대부분 자신에게 객관적 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

군가의 성격을평가할때, ‘당신은스스로를어떻게 생각하시오?"라

고 대놓고 묻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럴 때는 벅파이브 조

사목록처럼 효과적인 응답을끌어내도록신중하게 고안한설문지를

준다. 고트먼 역시 커플들에게, 그들의 결혼상태에 대해 단도직입적

인 물음을 던지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거나 어색

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더 중요한 건 그들이 사실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관계의 깊은 수렁에 빠져, 아니면 행복에 겨운 나머

지 자신들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못 볼 수도 있다. 시빌

카레르는말한다.

“그 부부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어떻게 들리는지 정말 몰라요. 그


들이 토론을 하면 우리는 비디오로 찍어 보여주지요. 최근 한 연구

에서 커플들이 조사에서 무얼 배웠나 인터뷰를 했는데 대부분 토론

중에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자신이 어떻게 의견을 전달하는지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지극히 감정적인 성격을 지닌 여자

분이 있었는데 자기가 그렇게 감정적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더

라고요. 자기는 냉정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다고 생각했답니

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요. 자신이 실제보다 더 외향적이거나, 아니

면 실제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런 사람들은 테이프를

보고나서야비로소자신의 의사소통방식이 잘못됐다는것을깨닫

한조각 지식으-~르 천리 내다보기 I 67


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대화가 어떻게 들리는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별로 없다. 고트

먼이 커플들에게 결혼생활이 어떤지 직접적으로 묻지 않고, 그 대신

에 최근 갈등했던 일 등 결흔생활과 관련이 있는 무언가를 주제로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커플의 행동에 대한 간접 측정치도 면

밀히 살폈다. 얼굴에 퍼뜩 스치고지나가는뚜렷한감정의 궤적, 손

바닥의 땀샘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의 기미, 심장박동 수의 갑작스

런 상승, 대화를 비집고 들어오는 묘한 어조 같은 것들이다. 즉, 고

트먼은 옆에서 슬그머니 새어나오는 현상들에 주목했다. 그것이 정

면으로 치받는 것보다 진실에 이르는 훨씬 더 효율적인 길임을 발견

한것이다.

앞의 실험에서 기숙사 관찰지들이 한 일은 존 고트먼이 행한 분석

의 아마추어 버전이다. 그들은 실험에 응한 대학생들의 ‘필적’을 찾

았다 . 15 분의 시간을주고방안의 모든것을샅샅이 옳으며 방주인

에 대한 육감을 얻도록 했다. 관찰지들은 기숙사 빙에 있는 간접 증

거들을 활용해 옆길로 질문의 답에 도달했다. 의사결정과정이 단순

화되면서 그들은 직접적인 대면에서 생겨날 수 있는 혼란스럽기만

한정보들에 미혹될 일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앓게 조각을내서 관

찰했다. 결과는 어댔을까? 고트먼의 경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의

예측은 정말로 훌륭했다.

681
고소당할 의사 알아내는 법
.앓게 조각내기’의 개념을한단계 더 진전시켜 보자.

지금 당신은 의사에게 의료사고 보험을 파는 보험회사에서 일한

다. 상사가 당신에게 회계상 이유를 들어 자회사 보험을 든 모든 의

사들 중에 고소당할 가능성 이 가장 큰 사람이 누군지 조사해 오라고

한다. 다시 한번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사항이 주어진다.

첫째는 의사의 훈련과정과 자격을 조사한 다음에 지난 몇 년 간

얼마나많은과실을범했는지 기록을분석하는것이다. 둘째는의사

와 환자 사이의 아주 짧은 대화 한 토막씩을 듣는 것이다. 지금쯤은

당선도 내가 후자를 권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렇다 그리

고이유는이렇다.믿거나말거나의사가의료사고로고소당할가능

성은 얼마나 많은 과실을 범히는가와 거의 관계가 없다 의료사고

소송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술은 뛰어난데 소송에 시달리는 의사

가 있는가 하면, 실수를 많이 해도 전혀 소송을 당하지 않는 의사도

있다. 동시에 의사의 부주의로 %L해를 입은 사람들 중 압도적 다수

가 의료사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다시 램 환자가 소를 제기

하는 경우는 조악한 진료에 /빼를 입었을 때가 아니라 거기에 더해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났을 때다.

뭔가 다른 일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개인적으로 의사에게

서 받은 대접이다. 의료사고 소송에서 거듭 반복되는 불평은 자기가

짐짝 취급받고 무시당하고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다- 의

료사고 소송 분야의 일급 변호사 앨리스 버킨 Alice Burkin은 이렇게 말

한다.

한 조각 지식5'_로 천 èl 내 다보7 1 I 69
‘자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의사는 절대 고소하지 않아요. 이 분

야에서 오래 일하는 동안 ‘나는 그 의사가 정말 좋아요. 이 짓을 하

려니 끔찍하지만 그래도 그를 고소하려고 합니다.’ 하고 말하는 사

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한 전문의를 고소하겠다는

고객에게 제 생각엔 그 의사 잘못이 아니라 당신 주치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도 그 고객은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 선생이야

어찌 했든 상관없습니다. 나는 그 분을 사랑하고, 또 그 분을 고소하

지 않을거니까요’

버킨에게는 유방 종양을 앓는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병원은 OJ-성

종양이 암으로 전이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녀는 진단을 지

연했다는 혐의로 자신의 내과 전문의를 고소하려 했다. 잠재적 책임

은 방사선의에게 있었다. 그러나 고객은 완강했다. 이유야 어쨌든

내과 전문의를 고소하겠다는 거였다. 버킨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내게 그 의사가 싫다고 하더군요. 시간을

내서 이야기하려 들지도 않고 다른 징후에 대해 물은 적도 없다는

거였습니다. 결국 ‘그 의사는 날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본 적이 없습

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사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다가 나쁜 결

과가 나오면 시간을 내서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하고 환자의 질

문에 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자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접해야

하는 거죠. 환자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의 λ까 소송을 당합니다

그러니 소송당할 가능성을 알기 위해 그 의사가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시시콜콜 알 필요는 없다. 알아야 "ð}는 건 의사와 환자의 관

계다

70 I
최근 의학자인 웬디 레빈슨 Wen이 Levinson 이 일단의 의사들과 환자들

사이의 대화를 수백 편 녹음한 일이 있었다. 의사 절반은 고소당한

적이 없었고 나머지 절반은 두 번 이상 고소당한 이들이었다. 레빈

슨은 대화만으로도 두 그룹의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

소당한 적이 없는 의사들은 고소 전적이 있는 의사들에 비해 환자

한 명과 함께 있는 시간이 3 분 이상 더 길었다(1 8 .3분 대 15 분) . 그들

은 “우선 진찰해 보고 나서 함께 문제를 이。t기해 봅시다페거나

“나중에 질문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으로 ‘환자를 편안하

게 배려하는’ 설명 방식을 즐겨 사용했다. 이 말들은 환자로 하여금

앞으로 진료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언제 질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도록 한다. 또한 그들은 “계속하세요. 그 이야기를 좀더 해주

시겠습니까?’ 같은말로적극적인경청 자세를보였고진료중에 웃

거나 익살을 떨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두 그룹 사이에 환자에게 주

는 정보의 양과 질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두 그룹의 차이

는순전히 ‘어떻게 이야기하는가였다.

분석을 좀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심리학

자 낼리니 엠버디는 외과의사와 환자 사이의 대화만 녹음한 레빈슨

의 테이프를 들었다. 그녀는 먼저 외과의사 한 사람당 환자 두 명과

의 대화를 골랐다. 그런 다음 각각의 대화에서 의사가 이。t기하는

부분을 담은 10 초짜리 클립을 2 개 선별했다. 그녀의 클립 조각은 모

두 힐L해 40 초 분량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클립 조각에서 ‘내용

을 걸러냈다 . 단어 하나하나를 인식할 수도 없도록 이야기에서 고

주파 읍호뇨을 제거했다는 뜻이다. 내용을 소거하니 억양과 음조와 리

한조샤지식으낭천리내다보기 71
듬만 남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조각들이었다. 이 조각들을 가지

고 - 오로지 이 조각들만 가지고 엠버디는 고트먼 식의 분석을 했

다. 감정가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조각들에서 따뜻함, 적대감,

우월감, 불안감 같은 속성들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이 평가만 가

지고도 어떤 외과의사가 고소를 당하고 고소를 당하지 않을지 예측

할수있음을발견했다.

엠버디는 자신과 동료들이 “이 결과에 정말 기절할 뻔했다고 말

했는데 그 이유를 알기는 어렵지 않다. 일단 감정가들은 외과의사의

기술 수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노련한지 ,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 어떤 방식의 수술을 선호하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의사가 환자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몰랐다. 그들이 예측에 사용

한거라고는외과의사들의 음조를분석한데이터가전부였다 아니,

실제로는 그보다도 훨씬 더 기초적인 것이었다. 외과의사의 목소리

에서 우월감이 느껴진다고 판단될 경우, 그 의사는 고소당하는 그룹

에 속할 가능성이 컸다. 반면 목소리에 우월감이 적고 근심이 더 배

어 있을 경우에는 고소딩승}지 않는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컸다. 그

보다 더 앓은 조각이 있을 수 있을까?

의료사고는 대단히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처럼 들린다. 그러

나결국문제의 핵심이 존중심으로귀결되고 , 그존중심이 소통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은 목소리의 음조를 통해서며, 의사가 낼 수 있는

최악의 음조는 우윌감이 밴 음조다. 그렇다면 엠버디는 음조를 골라

내기 위해 환자와 의사의 만남 전체에서 표본을 채집해야 했을까?

아니다. 진찰도 고트먼의 갈등 토론이나 학생의 기숙사 방과 유사한

721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찰과정이야말로징후가크고분명하게 울

려 나오는확실한표본이었다.

일이 생겨 당신이 의사를 찾아갔다고 하자. 의사가 이야기를 시작

하는데 당신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당신을 내려다보듯 말하

고,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 느낌에 귀기울여라. 그

를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면 아마도 그가 모자라는 사람임을 발견할

것이다.

일견의힘

‘앓게 조각내기’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

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중요한 능력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

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뭔가를 재빨리 파의L해야 하거나, 새로

운 상황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도 모르게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

를하게 된다. 숨겨진 ‘필적’이 많기 때문에, 단 1 초나 2 초라도세세

한 면에 조심스럽게 주의를 기울이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 우리는 능력에 의지한다.

경험의 좁디좁은 한 폭까지도 깊숙이 읽어내는 특별한 재능, 놀랍

게도이 세상에는이 재능을뜻하는어휘를사용하는직업이나분야

가무한정 많다.농구에서는주변에서 일어나는상황을죄다흡수해

파악히는 선수를 두고 ‘코트 감각’이 있다고 말한다. 군대에서는 빼

어난 장군들에게 ‘혜안 coup d’∞il ’이 있다고 말하는데, ‘c oup d’ oeil’은

프랑스어로 ‘한눈에 알아차리는 힘 ∞wer of the glance 을 뜻한다. 전황을

순식간에 파악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나폴레옹에게는 혜안이 있었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I 73
다. 패튼 Patton도 그랬다. 조류학자 데이비드 시블리 David Sibley는 뉴저

지 주의 케이프메이에 있을 때 200 미터 거리에서 날고 있는 새 한

마리를 보고 순간적으로 깝작도요 무리 중 희귀종인 목도리도요임

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날고 있는 목도리도요를 본 적도 없었고, 그

순간 새를 주의 깊게 관찰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조류 관

찰자들。1 새의 ‘지스9'55’ - 본질, 정수, 진수 라고 부르는 것을 포

착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시블리는말한다.

“조류 식별에는 일종의 주관적 인상이 크게 관여합니다. 날아가는

모양새와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본 순간적인 모습들, 모습이 변화하는

순서 같은 것들에 대한 느낌이죠. 새가 고개를 돌릴 때, 날아갈 때,

선회할 때 나타나는 각기 다른 형태와 각도 등이 하나로 결협해 독

특한 인상을 만들어내는데, 그건 정말 따로 떼어 생각할 수도 없고

말로설명할수도없지요. 이 분야에서 새를관찰할때는새를분석하

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래서 이 새는 이 종이 틀림없다’고 이야기

할 시간이 없습니다. 새의 식별은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측면이 강합

니다. 많은 훈련을 거친 후 새를 보면 뇌에서 작은 방이쇠가 당겨집니

다. 제대로 보이는 거지요. 한눈에 그게 뭔지 알게 되는 겁니다

20년 동안많은흥행 영화를제작해 온할리우드제작자브라이언

그레이저 B때 Grazer도 배우 톰 행크스를 처음 만났던 때를 이와 비슷

한 말로묘사한다. 때는 1983 년이었다. 당시 톰 행크스는사실상 무

명이었다. 출연한 작품이라곤 이제는 (당연히) 잊혀진 《친한 친구

B。∞m Bu며ies}라는 텔레비전 쇼가 전부였다.

741
“그가 들어와서 영화 《스플래시》의 대본을 읽었습니다. 바로 그

자리,그순간에본걸나는곧이곧대로말할수있습니다”

그레이저는 말한다. 그는 대면한 첫 순간에 톰 행크스가 특별하다

는것을알았다.

“수백 명에게 그 부분을 읽혔는데, 물론 그보다 재미있게 대본을

읽어내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행크스만큼 호감이 가진 않

았습니다. 마치 그의 몸속에 들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

요. 그의 문제가 마치 내 문제처럼 느껴졌으니까요. 알겠지만 사람

들을 웃게 만들려면 스스로 재미있어야 하고, 재미있으려면 비열한

짓도 서슴지 않아야 합니다 코미디는 분노에서 나오고, 재미는 성

내는 것에서 나오지요.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없어요. 그는 비열할

줄 알았고, 우리는 그를 용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누군가

를 용서할 줄도 알얘t 합니다. 마지막에 그가 여자를 차버리거나

아니면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어떤 선택을 한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그와함께 있어야하니까요 이 모든걸 당시에는말로표현할수없

었습니다. 나중에 가서야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직관적인

결론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톰 행크스에 대해 비슷한 인상을 받는 듯하다. 지

금 당신에게 그가 어떤 사람처럼 보이는지 물으면 아마 당신은 의젓

하고 믿음직스럽고 현실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당신은그에 대해 아는것이 없다. 당신은그사람친구도아

니고, 그저 영화 속에서 폭넓은 범주의 각각 다른 인물들을 연기하

는 그를 보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경험의 앓은 조각들 속에

한 조각 지식으로 전리 내다보기 I 75
서 톰 행크스에 대해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그 인상은 그의 영화를 경험할 때도 강력한 영힐뇨을 미친다. 그

레이저는 영화 《아폴로 13 호》에 행크스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이

렇게말한다.

“모두들 톰 행크스는 우주비행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죠 글셰

요, 난 행크스가 우주비행사로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

습니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위험에 빠진 우주선을 그런 영화로 보

았습니다. 그렇다면 세계는 누구를 가장 되찾아오고 싶어할까요? 미

국은 누구를 구하고 싶어할까요? 바로 톰 행크스지요 관객은 그가

죽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우린 그를 너무 좋아하니까요

만일 우리가 짧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할 수 없다면 - 정말로

몇 달을 알고 지내야만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면­

《아폴로 13 호》는 그 극적인 성격을 잃었을 것이며 《스플래시 》는 재

미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순식간에 복잡한 상

황을 파악할 능력이 없었다면 농구가 지리멸렬한 게임이 되었을 것

이며,들새 관찰자는대책 없이 우왕좌왕했을것이다.

얼마 전 심리학자들。1 이흔 예측 테스트 작업을 다시 한 적이 있

는데 나는 그 결과를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들은 고트먼의 커

플 비디오를 여러 장 골라 비전문가들에게 보여주었다. 한 번은 남

자에게, 한 번은 여자에게 초점을 두면서 말이다. 다만 이번에는 평

가자들에게 약간의 조언을 해주었다. 살펴볼 감정의 목록을 준 것이

다. 심리학자들은 테이프를 30 초짜리 조각으로 나누어 모든 평가자

들에게 각조각을두번씩 보게 했다.

76 I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테스트의 최종 결과에서 관찰자들은 어떤

부부가 결혼생활을 잘 유지할지 80퍼센트 이상 정확히 예측했다. 물

론 고트먼만큼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인상적이었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앓게 조각내기의 선수들인 것이다.

한 조삭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1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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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사전 주입된 행동 1 조목조목 설명할 수 없는 것들

흉;
세계 정상급 테니스코치 빅 브레이든Vic Bra야n은얼마전부터 경
기를 볼 때마다 이상한 경험을 했다. 테니스에서는 두 번의 서브 기

회가 주어지는데 그중 한 번은 꼭 성공시켜야 한다 두 번째 서브마

저 놓치면 ‘더블폴트’다. 브레이든은 선수가 더블폴트를 범할 경우

어김없이 자기가 그것을 눈치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수가 공을

띄우고 라켓을 뒤로 당겨 막 공을 치려는 순간, 브레이든이 불쑥 내

뱉는다.

‘아, 안돼. 더블폴트야

그 순간 너무도 확실하게 공은 옆으로 비껴 가거나 멀리 날아가거

나 네트를 맞힌다. 시합하는 사람이 남자든 여지든, 경기를 현장에

서 직접 보든 텔레비전으로 보든, 서브 넣는 선수를 얼마나 알든, 그

것은 문제가 아닌 듯했다. 브레이든은 말한다.

“언젠가는 생전 본 적도 없는 러시아 여자 선수에게 ‘더블폴트

순간적인 판단은어떻게 이루어지나 1 81


야!’라고외치고있었지요

단지 운만은아니었다 행운이란말은동전던지기에서 이겼을때

나 하는 말이다. 더블폴트는 드물다. 프로 선수는 한 경기에서 수백

번 서브를 넣지만 더블폴트는 서너 번이 고작이다. 어느 해인가 남

캘리포니아에 있는 브레이든의 집 근처 인디언웰스에서 대규모 프

로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 그는 작정하고 경기를 지켜보다가 관람한

경기에서 나온 더블폴트 17 개 중 167H 를 정확히 예견했다. 브레이

든은말한다.

“한동안 맘이 편치 않은 나머지 두려워지기까지 했습니다. 말 그대

로 겁이 나더군요. 하지만 마침내 20 개 중 207H 를 모두 맞히기에 이

르렀고, 누가 더블폴트를 거의 범하지 않는지까지 이야기하고 있었

습니다

브레이든은지금 70 대다. 젊었을때는세계 정상급테니스선수였

고, 지난 50년간 테니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들을 가트르치고 상

담하며 지냈다. 체구는 작지만 나이가 자기 절반인 젊은이만큼 활발

한 에너지를 지닌 못 말리는 사람이다. 만일 누구든 테니스계 인사

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빅 브레이든이야말로 경기의 미묘하고

세세한 면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

다 그러니 브레이든에게 서브를 한눈에 읽는 뛰어난 능력이 있디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폴게티빅L물관의 쿠로스 상을 보고 단

번에 모조품임을 알아채는 미술 전문가의 능력과 조금도 다르지 않

다. 선수들의 자세나 공을 올리는 방식이나 동작의 흐름에서 느껴지

는 그 무엇이 무의식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

82 I
로 더블폴트의 ‘지스g펴를 골라낸다. 서비스 동작의 어떤 부분을 앓

게조각을내서관찰해 눈깜짝할사이에! 그걸알아채는것뿐이

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브레이든이 낭패감을 느끼는 것

도 자신이 그걸 어떻게 아는지 전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말한다.

“내가 뭘 본 거지? 나는 침대에 누워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모르겠더군요- 그게 날 미치게 했습니다. 고문당하는

것 같았어요. 시간을되돌려 머릿속으로서브를되짚으며 그걸 알아

내려고 기를 썼습니다. 그 친구들이 비틀거렸나? 발을 한 번 더 땐

건가? 공에 바운드를 주었나? 동작에 뭔가 변화가 있었나7"

하지만 결론을 끌어내는 데 사용한 증거들은 무의식 어딘가에 묻

혀 있는 것 같았고, 그는 결국 그것을 잡아 올릴 수 없었다. 이것이

무의식으로부터 보글보글 솟아나는 생각과 결정에 관련된 두 번째

로중요한사실이다.

순간적인 판단은 굉장히 빠르다. 경험의 매우 앓은 조각에 의존하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무의식적이다. 아이오와의 도박

실험에서 노름꾼들은 스스로 빨간 카드 더미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

을 의식하기 훨씬 전에 이미 위험한 빨간 더미를 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식하기 시작한 뇌가 상황을 파악하기까지는 무려 70 장의

카E드가더필요했다.

해리슨, 하빙 등 그리스 전문가들도 쿠로스 상을 처음 대면했을

때 반발의 파동을 느끼거나 머릿속에 단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했고

해리슨은 “유감이군요 하는 말을 불쑥 내뱉었다. 최초의 의혹으로

순간적인 핀단은 어떻씨 이루어지나 I 83


가득 찬 순간, 그들은 어떻게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빙은 스스로 모조품 감정가fak매uster 라고

부르는 많은 미술 전문가들과 이야기해 봤는데 그들도 한결같이 미

술품의 진위를 파악하는 행위를 매우 불명확한 과정으로 설명했다

고 한다. 하빙은 말한다.

“그들은 미술 작품을 볼 때 일종의 지적 흥분, 쏟아지는 시각적 영

상이 머릿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드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어

떤 감정가는 눈과 감각이 마치 수십 개의 벌집을 들락날락하는 벌새

떼가 된 것 같다고 말했죠. 그 사람은 몇 분, 때로는 몇 초 내에 자신

을호f해 ‘조심해!’ 하고외치는듯한것들을빠짐없이 머릿속에 등록

했다고합니다

하빙은 미술사가 버나드 베렌슨 Bernard Beren∞n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는 때때로 동료들을 고민에 빠뜨렸습니다. 작품에서 보이는 미

미한 결함이나 모순을 어찌 그리 확실하게 꼬집어내서 덜떨어진 재

생품이라거나 모조품이라는 낙인을 찍는지 그 방법을 명료하게 표

현하지 못했던 거죠 그 친구는 법정 소송에서조차 그 느낌에 대해

‘속이 거북했을뿐’이라고답했죠. 그는귀 속에서 묘한울렴을느꼈

고, 순간적으로 맥이 풀리며 벙해지고 머리가 땅하면서 정신이 혼미

해졌습니다 다시 빨R 그럴듯한 위조품이나 모조품 앞에 서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

다 그러나적어도그것이 모조품이라는건 알수 있었지요.

순간적인 판단과 빠른 인식은 잠긴 문 저편에서 일어난다. 빅 브

레이든은 방의 내부를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는 밤을 꼬박 새우며

84 I
테니스 서브에 서서 자신의 판단에 미중물을 부은 것이 무엇인지 알

아내려 애썼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우리가 잠긴 문이라는 실재를 다루는 데 미숙하다고 생

각한다. 순간적인 판단, 앓게 자른 조각의 엄청난 힘을 ‘인정하는

것’과 그토록 불가사의해 보이는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전혀 별

개의문제다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George 5α。s의 이들은 말한다.

”아버지는 턱 하고자리를펼치고앉으셔서 당신이 이러저러하게

행동딴l 이유를 지론을 펼쳐가며 설명히실 겁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를본기억으로는적어도그절반은허풍이라고생각해요.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는 주식시장 등등에서 입장을 바꾸는 이유를

등이 쑤시기 시작하는 증상에서 찾으셨습니다. 그럴 때면 말 그대로

발작을 일으키셨는데 그것이 바로 조기 경보였지요

이는 조지 소로스가 자신의 일에 매우 유능하다는 증거 중 하나임

에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추론 결과의 가치를 아는 사람

이었다. 그러나 당신이나 내가 소로스와 공동 투자를 하려는데 그의

결정이 고작 등이 쑤시는 것에서 비롯된다면 아마 신경질이 날 것이

다. 잭 웰치처 럼 크게 성공한 CEO 는 회고록에 《잭 웰치 , 가슴으로

부터의 고백Ja야, 5tra;ψt from the Gut} (한국어판 제목은 《잭 웰치 , 끝없는 도

전과 용기》다) 같은 표제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뒷부분에 가

서 연1을 남다랙1 만든 건 가슴뿐 아니라경영, 시스템, 원칙을신

중하게 구축한이론덕이기도하다는사실을명백히 밝힐것이다.

우리가사는세상은의사를결정할때 근거를밝히고조목조목설

순간석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I 85


명하라고 요구한다. 어떻게 느끼는지 말하려면 왜 그런지 설명할 줄

도 알아야 한다. 폴게티박물관이 처음에 하빙과 해리슨과 제리 같은

사람들의 견해를 수용하기 힘들어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반

면 그들이 과학자와 변호사의 의견에 솔깃했던 것은 그 무리가 결론

을뒷받침하는수천장의 문서를준비했기 때문이다.

이제 의사결정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순간

판단의 불가사의한본질을인정해야한다. 어떻게 알았는지도모르면

서 무언가를 아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존중하고, 또 그럴 때 때

로는 -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사전주입된행동

예를 들어 내가 교수고, 어느 날 내가 당신에게 사무실로 와 달라

고 요청했다고 치자. 당신은 긴 복도를 따라 걸어와 출입문을 통과

해 테이블 앞에 앉는다. 당신 앞에 아래 표본과 같이 5 개의 단어가

한 묶음으로 된 목록 107H 와 종이 한 장이 놓여 있다. 이제 당신은

각각의 묶음에서 가능한 한 빨리 4 개의 단어 를 골라 문법에 맞는 문

장을 만들면 된다. 이른바 뒤죽박죽 문장 테스트라는 것이다.

준비됐는가? 그럼 시작해 보자

01 him was worried she always


그녀는 늠 :L쉰 걱정했다

02 from are F10rida oranges temperature


오렌지는 플로리다 산이다

861
03 ball the throw toss silently
공을조용히민져라

04 shoes give replace old the


낚은 신밥을비꾸어라

05 he observes occasionally people watches


~L는 이따금씩 사람틀을 관잘한다

06 be will sweat lonely they


:L갚은 외~위싣 것이다.

07 sky the seamless gray is


δFLr이 셋넷이다

08 should now withdraw forgetful we


우리는 이제 선수해야 한디

09 us bingo sing play let


빙고놀이를합시 다

10 sunlight makes temperature wrinkle raisins


햇빛이 건포도를 쭈글쭈딜하셰 만든다

별로 어렵지도 않거니와 그저 단순한 테스트처럼 느껴질지도 모

른다.하지만실제로는아니다.

믿거나 말거나 。}마 당신은 테스트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걸어 나

갈 때 들어올 때보다 한결 느리게 걷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테스트

가 당신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

자,목록을다시보자

순간식인 판단은어떻게 이루어지나 I 87


걱정했다wα때’ ‘플로리다 Florida’ ‘낡은 old ‘외로운 lonely’ ‘갯빛의

gray’ 빙고 bing。’ ‘쭈글쭈글한wn써e’ 같은 수상쩍은 단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당신은 내가 언어 테스트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당신 뇌 속의 큰 컴퓨터가- 당신의

적응 무의식이 - 노년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당신의 적응 무

의식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집착을 뇌의 나머지 영역에 알리지 않았

지만, 노년에 관한모든단어들을진지하게 받아들여 당신으로하여

금테스트를마치고복도로걸어 나갈때쯤노인처럼 행동하게 만들

었다. 그래서 천천히 걷게 된 것이다.

검사를 고안해 낸 사람은 총명한 심리학자 존 바그 John Bargh 다. 이

른바 사전주입실험 pnml

이 실험에 매력적인 변주를 수없이 거듭한 바 그 모든 실험과 변주

는 무의식의 잠긴 문 저편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진행되는지 보여

주는창이 되었다.

한번은 바그와 뉴욕대학의 두 동료 마크 첸 Mark Chen. 라라 버로스

Lara Burrows가 바그의 연구실 바로 옆 복도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뒤죽박죽 문장 테스트 중 하나

를 실시했다 첫 번째에는 ‘공격적으로맹gressively’ ‘대담한∞Id’ ‘무례

한r뼈e’ ‘괴롭히다∞t벼r’ ‘어지럽히다disturb’ ‘강요하다 intrude’ ‘침해하다

infnnge’ 같은 단어들을 흩어놓았다. 두 번째에는 ‘존경하다 respect’ 자

려 깊은 consr아ra써 감사하다a때reoate’ ‘참을성 있게 patiently’ ‘양보하다

yield’ .공손한 polite’ ‘예의 바른court∞녁 같은 단어를 흩어놓았다 물론

두경우모두의도를쉽게 알아차릴 만큼단어들을남발하지는않았

88 I
다(피실험자가 사전 준비를 의식하게 되면 당연히 사전 주입이 먹혀들

지 않는다) .

5 분 정도의 짧은 테스트가 끝나면 복도를 지나 연구실에 있는 실

험 진행자를 만나 다음 과제를 받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바그는 학생들이 연구실에 도착할 즈음 일부러 실험 진행

자를 바쁘게 만들었다. 한 공모자를 시켜 실험 진행자의 연구실 입

구를 떡 하니 가로막은 채 실험 진행자와 이야기 를 나누도록 한 것

이다 바二l가 알고 싶었던 건 공손한 단어를 주입받은 학생들이 무

례한단어를주입받은학생들보다얼마나더 오래 그들의 대화를참

아낼수있느냐였다.물론그는무의식의 영향력,그신비한힘을충

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두 그룹 사이에 차이가 있으리라는 것쯤은 알

았다. 다만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하리라 짐작했다.

바그는 이 인간 실험을 승인받으려고 찾아간 뉴욕대학의 위원회

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위원들은 실험을 하되 복도에서의 대화를 최대 10분으로 제

한하라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웃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농담으로 ‘우리는 1 ,000 분의 1 초 단위 차이

를측정할생각’이라고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은뉴요커죠 그냥멍

청히 서 있을 리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처음 생각에는 참아

야 몇 초, 아니면 기껏해야 1 분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바그와 동료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무례한 단어를 사전 주입받은

사람들은 결국 대화에 끼어들었다. 평균 5 분 정도 지나서였다. 그러

나공손함을주입받은사람들중압도적 다수인 82 퍼센트가대화를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푸어지나 1 89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만약 실험이 10 분 뒤에 끝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얼마나 더 오랫동안 공손하고 참을성 있는 미소를 머금고 복

도에 서 있었을지 아무도 모른다.

바그는회상한다.

‘질험 장소는 내 연구실 바로 옆 복도였습니다. 나는 새로운 피실

험자가 도착할 때마다 똑같은 대화를 계속 들어야 했지요. 정말 따

분했습니다. 학생들이 복도를 걸어옵니다. 그리고 입구에 버티고 서

서 실험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공모자를 봅니다. 거기서 공모자

는 하고 있는 일의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며 쉽 없이 말합니다.

10 분 동안 묻고 또 묻는 거죠. 예를 들어 ‘이건 어디에다 표시해야

하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바그는그때의 기억과묘한느낌에 넌더리를냈다.

‘질험은 한 학기 내내 계속되었지요. 공손한 테스트를 받은 사람

들은마냥그자리에서 있었고말이죠

여기서 사전 주입은 세뇌와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그l자 한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낮잠nap’이나 ‘젖병∞ttle’, ‘곰인형 t려dy 밟ar’ 같은

단어들을 사전 주입한다고 해서 당신으로부터 어린 시절에 관한 지

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끌어낼 수는 없다. 날 위해 은행

을 털도록 프로그래밍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전 주입의 영횡댄 의

외로막대하다.

언젠가 네덜란드 출신 연구자 두 사람이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지l 시한 추적 Triv、v때
x J

다로운 문제들에 답하도록 했다. 절반한테는 사전에 5 분이라는 시

90 I
간을줘서 내가교수가된다면’ 이라는생각을하며 마음속에떠오

르는 것은 무엇이든 적으라고 했다. 그 학생들은 문제의 55.6퍼센트

를 맞혔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그냥 앉아서 축구 흘리건을 생각하라

고 주문했다. 그들은 지시한 추적’ 문제의 426퍼센트를 맞혔다 그

렇다고 ‘교수’ 집단이 ‘축구 훌리건’ 집단보다 아는 게 많은 것도 아

니었다. 더 총명하거나 더 집중력이 뛰어나거나 더 진지한 것도 아

니었다. 그들은 단지 ‘총명한’ 기분을 느꼈고, 스스로 그 총명한 무

언가와 결부시킴으로써 - ‘시시한’ 문제가 나간 바로 그 긴장된 순

간에 - 문제들을 훨씬 쉽게 생각해 불쑥 정답을 내뱉았다 여기서

55.6퍼센트와 42 .6퍼센트의 차이는 굉장하다. 합격과 불합격을 가

르는차이일수도있다.

이어서 심 리 학자 클로드 스틸Cl aude Steele과 조슈아 아론슨Joshua

Aronson 이 흑인 대학생과 대학원 진학 표준시험인 졸업인증시험 Gr때뼈u떠a뾰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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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훨씬 더 극단적인 테스트를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사전 설문지에

인종을 발r히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 단순한 행위는 흑인 학생들에게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학업 성적에 관련된 온갖 부정적인 전형을 사

전 주입하기에 충분했고 그 결과 그들이 맞힌 문항 수가 절반으로

뚝떨어졌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시험이라는 것에 대단한 신뢰를 나타낸다 시

험이야말로 응시자가 가진 능력과 지식의 척도라고 생각해서다. 그

러나실제로그럴까?

명문 사립고 출신의 백인 학생이 도심 학교 출신의 흑인 학생에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1 91


비해 SAT(대학진학적성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치자. 정말

백인 학생이 더 뛰어나서일까? 아니면 백인으로서 명문고에 다니면

서줄곧 ‘총명하다’는생각을사전주입받아서일까?

훨씬 더 인상적인 사실은 사전 주입의 영향이 가진 불가사의함이

다 문장완성 테스트때 피실험자들은찌。1 ‘노년’에 대한생각을

주입받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단서가 아주 미묘했기

때문이다. 연구실을 나와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면서도 누구 한 사람

자신의 변화를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한번은 바그가 사람들에게 보드게임을 시킨 적이 있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서로 협력하는 법을 터득해야 했다. 참가자들에게


협동심을 사전 주입시켰더니 역시 훨씬 더 협조적이 되었고 게임도
훨씬 더 순탄하게 진행됐다.

바그는말한다.

“나중에 그들에게 얼마나협력을잘했는가, 얼마나협력을원했는

가 따위를 물어봤죠. 그런 다음 그들의 실제 행동과 대비해 봤더니

상호연관성이 제로더군요. 15 분짜리 게임이었는데 막판까지 사람들

은자기가무얼 했는지 알지 못했어요. 전혀 모릅니다. 그들의 설명

은두서없는헛소리 같았습니다. 내가놀란건그점입니다. 나는사

람들이 적어도 자신의 기억을 돌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론슨과스틸도지신의피부색을상기한뒤 현저하게성적이 떨어

진 흑인 학생들에게서 똑같은 점을 발견했다. 아론슨은 말했다.


“나중에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어떤 요인 때문에 성적이 떨어

921
졌느냐고 물었지요인종을 날1L히라고 주문해서 괴로웠느냐고 묻기

도 했습니다. 그게 그들의 성적에 지대한 영호탤 끼친 게 분명했으

니까요.하지만언제나 ‘아뇨.’라든가 ‘난그저 여기 있을만큼똑똑

하지 못한것뿐입니다.’라고대답했지요

획실히 이 실험 결과는 매우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자

유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 착각이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

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동조종장치에 의해 움직이는 셈이다. 우리


의 사고와 행동은 -순간의 자극에 따른 사고와 행동도 의식보다
외부의 영호벼1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무의식이 이처럼
은밀하게 자신의 역할을수행할때 우리가얻을수있는의미심장한

장점도있다.

앞의 노년에 관한 단어를 두루 동원해 가며 제시한 문장 완성 실

례에서 문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내가 추측하기에는 한

문장에 몇 초밖에 안걸렸으리라 과제에 집중하면서 정신을산란케


하는 요인들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단어 목록

을 샅샅이 훌고 가능한 문장들을 곰곰이 생각했다면 정신이 산란해

져 그렇게 빨리 완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 문장이 당신의 걸


음걸이를 느리게 만들었지만 별로 해될 건 없다. 당신의 무의식은

당신의 몸을 향해 이렇게 속삭였을 뿐이다.

‘지금몇 가지 단서를통해 우리가노년과관련 있는환경에 있음

을 깨달았다. 그에 따라 행동하자

이처럼 무의식은 일종의 정신적 시종 역할을 한다. 우리 삶의 정

신적인 부분을 소소한 것까지 모두 보살핀다. 주변에서 진행되는 모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 셰 이루어지나 I 93


든일을감시하고적절히 대응하게 하면서 당신이 중요한당면과제

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준다.

한번은 아이오와 도박 실험팀 책임자인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

지오Antonio Damasi。가사고의 너무많은부분이 잠긴 문저편에서 발생

할 때 일어나는 사태와 관련해 매혹적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코

뒤쪽에 있는 전두엽 피질이라는, 뇌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을 연구한 것이다. 알다시피 전두엽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

할을 하는 뇌의 일부다. 우연성과 관련성을 파악하고,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얻는산더미 같은정보를분류해 우선순위를정하며, 즉각

적인 관심을 요하는 일들에 각별한 표시를 해둔다.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완벽하게 이성적인 성향을 띤다. 그리고 지적 활동이


나 기능적 수행은 잘하지만 판단은 못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다
른 일에는 신경을 놓고 중요한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만드는 무의식

속의 정신적 시종이 파괴된 셈이다. 다마지오는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 Descaπes’ Error)에서 이런 부류의 뇌손상 환자와 의똑을 잡으려 애

쓴 상황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나는 약속 시간으로 다음 달의 두 날 중 하루를 제안했는데 두 날

은 서로 며칠 안 떨어져 있었다. 환자는 약속장을 꺼내더니 찬찬히

달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른 몇몇 조사자들도 목격했지만 그

가 뒤이어 보인 행동은 매우 주목할 만했다. 환지는 족히 30 분 동안

두 날짜가 좋다. 안 좋다 등 갖가지 이유를 늘어놓았다 선약, 다른

믿t속과의 근접, 예상되는 기상 조건 등등 날짜 하나를 잡으면서 생

941
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두루 열거했다. 그는 우리를 지루한 손익

분석, 끝없는 윤곽잡기, 선택과 가능한 결과에 대한 결말 없는 비교

속으로 끌고 다녔다. 탁자를 내리치며 ’그만 하라!’ 고 소리치지 않

고 그 말을 죄다 듣는 데는 대단한 인내가 필요했다

다마지오와 연구팀은 전두엽 환자들에게 도박 실험도 실시했는

데, 환자들도여느사람들과마찬가지로대부분빨간더미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했다. 하지만 손바닥에 땀이 배지 않았으며 파란 더미가

빨간 더미보다 낫다는 육감도 느끼지 못했다. 또한-심지어 게임을


파의빠고 난 뒤에도 전략을 바꿔 문제의 카드 더미 를 피하는 행동
을 취하지 않았다. 지적으로는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그 지식으로
게임 방식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 아이오와 팀의 연구자 중 하나인

안토이네 베차라Antoine Bechara는 이렇게 말한다.

“마약 중독자 같았어요. 마약 중독자는 자기 행동의 결과를 아주

잘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행동하지는 못하죠.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전두엽 손상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단절을 불러옵니다

그들에게 결여된 것은 말없이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동시에 손바닥 땀 분비 같은 감정의 작은 조력자를 덧붙여 그들이


그 일을 잘 해내고 있는지 확인해 주는 시종이었다. 판돈이 크고 판
이 빠르게 돌。까는 상황에서는 누구도 이 환자들처럼 순수하게 이

성적인사람이 되기를원하지 않는다.끝없이 선택 가능성만이야기


하며 가만히 있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때로는 잠긴 문 저편의 정신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서l 이우어시나 I 95


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편이 더 좋을 때도 있다.

조목조목설명할수없는것들

얼마 전 어느 상쾌한 봄날 저녁, 맨해튼의 한 술집 별실에서 남녀


24명이 스피드데이트speed-dat매라는 독특한 모임을 가졌다. 모두 20 대

의 전문직 종사자로 어설픈 월 스트리트 타입이었다. 의학도와 교사


도 있었고, 근처 앤 클라인 보석상 본사에서는 여자 4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여자들은 모두 빨간색이나 검은색 스웨터에 청바지나

짙은 색 바지를 입었고, 남자들은 한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맨해튼의

근무복인 군청색 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


한듯술잔만비웠는데, 이옥고큰키에 인상적인 외모의 진행자케
일린 Kailynn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녀는 모든 남자와 여자가 돌아가며 6분씩 대화를 나누게 될 것


이라고 선언했다 여자들은 방을 빙 둘러 붙여놓은 낮고 긴 소파에
앉는다. 남자들은 케일린이 벨을 울려 6 분이 지났다는 신호를 던지
면 자리를 옮겨가며 대화 상대를 바꾼다. 케일련은 상대가 맘에 들
면 상대 번호 옆 네모 칸에 표시를 하라고 말한 뒤 참가자들에게 뱃
지와 번호표, 간단한 표를 나누어주었다. 내가 누구를 점찍었는데
동시에 그 사람도 나를 찍으면 두 사람은 24시간 내에 서로 이메일
주소를통지받게된다.

방 안이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몇몇은 마지막 l 분을 남겨놓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케일린이 벨을 울렸다.

남자와 여자가 자리를 잡았고 방 안에는 금세 대화의 물결이 넘실

96 I
랬다. 남자 의자와 여자 의자 사이가 꽤 멀어 양편 모두 상체를 앞으

로 숙인 채 무릎에 팔꿈치를 얹어야 했다. 여자 한둘은 소파 쿠션 위

에서 몸을 동동거렸다.3 번 테이블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가

맥주를 상대의 치마에 쏟았다 1 번 테이블에서는 멜리사라는 까무잡

잡한 아기씨가 상대에게 말을 끌어내기 위해 연타로 질문을 퍼부었다.

‘당신에게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게 뭐죠? 형제자매는 있으신

가요?혼자사세요7 "

다른 테이블에서는 데이비드란 이름을 가진 비교적 어린 금발 남

자가 행사에 참가한 이유를 물었다. 여자가 대답한다.

“난 스물여섯이에요. 친구들 중엔 고등학교 때 알던 남자친구를

사귀는애들도많고, 약혼하거나벌써 결혼까지 한친구들도있거든

요.근데난아직혼자인데다또 아아

케일린은 한쪽 벽에 설치된 바 옆에 서 있었다. 그녀가 초조하게

대화를나누는커플들을쳐다보며 말했다.

“만남을 즐기면 시간도 빨리 지나갑니다. 그렇지 않으면 생애에서

가장긴 6분이 될 거고요. 가끔은신기한 일도 일어나죠. 지난 11 월

에는결코잊지 못할일이 있었어요.뀐스에서 온한남자가붉은장

미 열두 송이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대화를 나눈 모든

여자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 선물했는데 놀랍게도 예복을 입고 있더

군요.

그녀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금방이라도예식장으로달려갈준비가되어 있었던거죠

스피드데이트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다. 이

순사사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 나 I 97


유는 간단하다. 스피드데이트는 데이트라는 구태의연한 과정을 순

간적인 판단으로 증류한 만남이다. 참가자들은 모두 지극히 단순한

물음을던지고그에 대한답을찾는다. 이를테면 내가이 사람을다


시보고싶을까?같은

그에 답하는 데 저녁 시간이 전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정말 몇 분

이면 가능하다. 일례로 앤 클라인 보석상에서 온 여자 중 한 사람인

벨마는 결국 누구도 점찍지 않았는데, 보는 즉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그들은 ‘안녕하세요’ 하는순간날놓쳤죠

투자은행에서 금융분석가로 일하는 론은 두 여자를 점찍었는데

한 사람은 대화가 1 분 30초쯤 흘렀을 때 결정했고 2번 자리의 릴리


언은 앞에 앉는 순간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릴리언은 혀에 피어싱을 하고 있었어요. 이런 자리에 오는 여자

들은 대부분 변호사 같은 사람이 앞에 앉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녀는전혀 다른화제 를꺼냈지요

릴리언 역시 론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말한다.

“이유가 뭐냐고요? 그는 루이지애나 출신이에요. 나는 그쪽 악센

트가 좋거든요. 그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펜을 떨어뜨려 봤어요.


그랬더니 얼른 주워줬죠

나중에 날1L혀진 사실이지만 거기 나온 여자들 중 많은 수가 만나는

순간 론을 마음에 들어했고, 또 많은 남자들이 첫눈에 릴리언에게


호감을 느꼈다. 둘 다 사람의 이목을 끄는 매혹적인 불꽃을 지니고
있었던모양이다

981
파란 OJ-복차림의 의학도존은만남이 끝나자이런 말을했다.

“。μ1 겠지만 여자들은 진짜 눈치가 빠릅니다. 단박에 알지요. 이

남자가 맘에 드는지, 이 사람을 부모님께 선보일 수 있을지, 이 사람

이 세상물정 모르는바보인지

존은 꽤 정확했다. 눈치 빠른 것이 여자의 전유풀이라고 말한 부

분만 빼면 말이다. 사실 상대가 짝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또 ‘앓

게 조각을 내어’ 상대를 관찰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눈치가 빨라

지게마련이다

그러나 누군가 끼어 들어 스피드데이트의 규칙을 아주 조금 고친

다고 가정해 보자. 누군가 잠긴 문 저편을 들여다보기 위해 참가자

들에게 선택의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그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무의식적 사고의 메커니즘은 영원히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모하게 첫인상과 순간적인 판단

을 어떻게든 설명해 보라고 강요한다면 ?

이것이 바로 컬럼비아대학의 두 교수 시에나 이엔가르S뼈na Iyengar

와 레이먼드 피스만 Raymond Fisman 이 지금껏 해온 일이다. 그들은 사람

들에게 자신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면 매우 이상하고 곤혹스런 일이

벌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전에는 앓게 조각내는 훈련의 가장 투명

하고 순수한 형태처럼 보이던 일이 매우 혼란스럽게 변해버리는 것

이다.

이엔가르와 피스만은 묘한 커플이다. 이엔가르는 인디언의 후손

이고 피스만은 유태인이다. 이엔가르는 심리학자고 피스만은 경제

학자다. 그들이 스피 드데이트에 관계하게 된 연유는 오로지 어떤 파

순간적인 판단은 어떻셰 이루어지나 99


티에서 중매결혼과 연애결혼의 상대적 장점에 관해 벌인 논쟁 때문
이다

‘쟁각해 보면 우리는 긴 로맨스 하나를 키워왔다고 할 수 있지요

피스만이 내게 말했다. 그는 10대 소년처럼 호리호리한 체격에

삐딱한유머 감각을지녔다.

“나는 그 점에 자부심을 느껍니다. 유태인의 천국에 들어가는 데는


분명히 셋만있으면 되죠. 그러니 난길을잘잡은거죠”

두 교수는 컬럼비아대학 맞은편 브로드웨이의 혜스트엔드 바 별

실에서 나름대로 스피드데이트 밤을 운영했다. 그들이 주최한 행사

는 뉴욕의 여느 스피드데이트 밤과 다를 바 없었다. 데이트를 하고

나서 ‘좋다’, ‘아니다 칸에 표시만하고끝나는게 아니라는점만제

외하면 말이다. 두 사람의 스피드데이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스피드

데이트가 시작되기 전, 행사가 끝난 후, 스피드데이트의 밤 행사 뒤

한달후, 6개월 후, 이렇게 총네 차례에 걸쳐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일련의 항목에 1 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설문에 응해야 한

다. 항목은매력,공통의 관심사,재미 또는유머 감각,성실성,지성,


야망등으로이루어졌다.

또한 참가자들은 ‘데이트’가 끝날 때마다 똑같은 항목에 기초해

방금 만난 사람을 평가한다. 그리하여 피스만과 이엔가르는 밤 행사


가끝날때마다참가자들이 데이트중에 받은느낌에 대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밀한 그림을 갖게 된다. 이상한 일이 시작되는 건 바로

그그림을볼때다.

예를 들어 컬럼비아의 모임에서 나는 창백한 피부에 금발 고수머

100 I
리를가진 여인과초록눈동자에 긴 갈색 머리카락을가진 훤칠하고

활달한남자에게 특별히 주목했다. 이름을모르니 메리와존이라하

자. 나는 데이트 내내 그들을 주시했는데 언뜻 봐도 메리가 존을 좋


아하고, 존도 메리를 정말 좋아-o}는 것 같았다.

존이 메리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들은 살짝 눈을 감았다. 메리는

수줍은 듯 눈길을 떨어뜨렸고 다소 초조한 얼굴이었다. 그녀가 앉은

채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외부에서 볼 때 그것은 순간적인 이끌림

의 완벽한사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서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해보자. 첫째, 존의

인성에 대해 내린 메리의 평가가 저녁 만남 전에 그녀가 원한 이상

형에 부합하는가? 다시 탤H 그녀는 X댄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

지 얼마나 잘 예견했을까?

피스만과이엔가르는정말쉽게 질문에 답했다. 스피드데이트신

청자들이 원한다고 말한 인성과 실제 끌린 인성이 서로 맞아떨어지

지않았다.

일례로 메리가 만남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지적이고 성실한 남자

를 원해요라고 말했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지적이고 성

실한 남자에게만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마음에

들었던 존이 특별하게 성실하거나 똑똑한 남자는 아닌 것으로 벌벼

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만일 메리가 스피드데이트에서 최종적으로 꼽은 남자가 총명하고

성실하기보다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다음날 메리는

분명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남자를 지신의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꼽

순간적인 판단은어떻게 이루어지나 101


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날뿐이다. 한 달 후에 다시 물으면 그녀는

다시 되돌아가지적이고성실한사람을원한다고 할것이다.

눈치겠을지 모르지만 이게 바로 그 혼란스럽다는 부분이다. 어느

날 메리가 이상형을 말한다. 그런 뒤 무수한 선택의 가능성이 펼쳐

지고 정말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난다. 그 순간 그녀는 이상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뒤에는 다시

원래로 되돌아간다. 그렇다면 메리가 남X때게서 정말로 원하는 것

은무엇일까?

이엔가르는이렇게 답했다.

“모르겠군요. 처음 이상형을설명한메리가진짜메리일까요?’

그녀가말을멈추자피스만이 입을열었다-

“행동에 의해 드러난 내가 진짜 나입니다. 경제학자가 할 수 있는

말은이겁니다

이엔가르는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칩리학자가할수있는말은 ‘모르겠다’입니다

그들은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

리에게 이상형이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불완전할 뿐이다.

그녀가 처음 설명한 것들은 차분히 앉아 생각할 때 원한다고 믿는

것, 즉 의식적인 이상형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대면하는 순간 선호

도를 형성하는 데 사용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 그

정보는 잠긴 문 저편에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든도 프로 운동선수를 연구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

는 몇 년에 걸쳐 수많은 세계 정상급 테니스 선수들을 만나면서 왜,

1021
어떻게 그런 식으로 경기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같이

실망스러웠다. 브레이든은 말한다.

“자신의 동작을정확히 알고일관되게 설명히는선수는하나도없


었습니다. 그때 그때 다른 대답을 하거나 의미 없는 답변을 할 뿐이
었죠

그는 선수들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다음, 그들의 동작을 디지

털화해 컴퓨터상에서 한 프레임씩 분석했다 브레이든은 이 작업을

통해 피트 샘프라스 Pete Sampras가 대각선 방향의 백핸드를 구사할 때

어깨를 몇 도나 트는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브레이든이 디지털화한

테이프 중에 포핸드를 날리는 위대한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아가시

Andre Agassi 의 동영상도 있었다. 그 영상은 별거벗겨졌다. 아가시의 몸

에서 살을제거하고골격만남겼는데 그럼으로써 그가공을치기 위

해 몸을 움직일 때 신체의 모든 관절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샅샅이

살피고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아가시의 테이프는 우리가 순간적으

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묘사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완

벽하게 보여주었다. 브레이든은 말한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프로들이 포핸드를 칠 때 손목으로 라켓을

틀어 공을 때린다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무얼 본 걸까

요?자,보십시오

브레이든이 화면을가리키며 말을계속했다.

“공을 칠 때를 보십시오. 우리는 디지털 영상 덕에 손목이 8 분의 l

정도로 미세하게 돌아가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들의 손목은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얼마나 미동이 없는지 보십시

순간식인 판단은어떻게 이루어지나 I 103


오. 공을 치고 나서 한참 뒤까지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자신은 충격

을 받을 때 손목을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만 실제 로는 충격을 받고

난 후에도 한참 동안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금껏 속아옹 걸까요? 사람들은 코치들에게 수백 달러씩

을 내며 어떻게 손목을 틀어 공을 치는지를 배우는데 실력이 늘기는

커영 오히려 그때문에 팔부상이 급격히 늘고 있죠

브레이든은 야구선수인 테드 윌리엄스에게서도 똑같은 문제를 발

견했다. 윌리엄스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라 해도 손색이 없는

선수로, 타격 기술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방망이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볼 수 있으며 ,

방망이에 부딪히는 순간까지 공을 추적할 수 있다고 늘 말해왔다.

그러나 브레이든이 테니스에 대해 연구해 보니 그것은 불가능한 일

이었다. 선수를 횡해 날아오는 테니스공은 최종 1 .5미터를 비행하는

동안 너무 가깝고 너무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그 순간 선수는 사실

상 장님이 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방망이를 향해 날아오

는공을볼수없다.브레이든은이렇게 말한다.

“테드 윌리엄스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둘 다 시어즈 Sears 소

속일 때라서 같은 이벤트장에서 보게 되었죠. 그때 내가 물었습니

다. ‘어이, 테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 벙금 우리 팀이 인간은

방망이로 날아오는 공을 추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네. 그건

1 ,000 분의 3 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야.’ 그가 솔직하게 말하더군

요. ‘그래,내가그렇게 말한건그럴 수있을것 같은느낌이 든것

뿐일거야’

1041
테드 윌리엄스는 역사상 최고의 타자였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분명한확신을갖고설명할수있었다. 그러나그설명이 행동과꼭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이상형과 순간적으로 끌린 사람이 일치하지

않았던 메리와 똑같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데 따르

는 문제가 많다. 정말 설명하지 못하는 일들을 설명하기에 우리는

너무빠른편이다.

오래 전에 심리학자노먼 메이어 Norman R. F. Maier가온갖종류의 연

장, 물건, 가구로 가득한 방 천장에 긴 맛줄을 2 개 매달고 실험을 했

다. 맛줄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한쪽 맛줄의 끝을 잡으면 다른 쪽

맛줄은 아무리 기를 써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두 맛줄 끝을

한데 묶는 방법이 과연 몇 가지일까?

답은 4 개였다. 첫째는 맛줄 하나를 최대한 다른 맛줄 쪽으로 잡아

당겨 의자 등에 묶어둔 다음 다른 맛줄을 마저 가져오는 것이다. 둘

째는 제3 의 긴 줄을 가져와 그것을 한쪽 맛줄의 끝에 묶어 다른 맛

줄에 닿을 만큼 길이를 늘이는 것이다. 셋째는 한 손에 맛줄 하나를

잡고 다른 손으로 기다란 막대 같은 도구를 들어 다른 맛줄을 끌어

오는것이다.

메이어는사람들이 대부분이 세 가지는아주쉽게 알아낸다는것

을 발견했다. 그러나 마지막 해결책 - 한쪽 맛줄을 진자처럼 흔든

뒤에 다른 쪽 맛줄을 잡아오는 방법 은 불과 몇 사람만 알아차렸

다. 다른 사람들은 난감한 얼굴이었다. 메이어는 그들을 앉혀놓고

10 분 간 애를 태운 다음 말없이 방을 가로질러 창 쪽으로 가면서 무

순간적인 판단은어떻게 이푸어지나 I 105


심한 척 맛줄 하나를 건드려 앞뒤로 흔들었다 과연 대다수의 사람

들이 갑자기 ‘아하’ 하며 진자 운동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메이어가

어떻게 그걸 생각해 냈는지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자 그중 한 사

람만정확한 이유를 댔다. 메이어는 이렇게 적고 있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설명했습니다. ‘돌연한 깨달음이었어요.’


‘남은 건 그 방법뿐이었죠.’ ‘추를 달면 맛줄이 왔다갔다 하리라는

걸 깨달았죠.’ ‘물리 수업 때 배운 것을 떠올린 모양입니다.’ ‘줄을

당길 방법을 생각해 봤는데 흔드는 방법밖에 없겠더라고요.’ 한 심

리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죠 ‘다른 방법은 다 나왔으니 다음은

맛줄을 흔드는 거였습니다. 나는 맛줄을 타고 강을 가로찌르는 상황

을 생각했습니다. 나무에서 나무로 그네를 타며 이동하는 원숭이의

모습도 떠오르더군요. 이런 이미지 들이 해결책과 동시에 떠오른 거

지요. 완벽한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들일까? 힌트를 받고 나서야 문제를 풀

수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 쑥스러웠던 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메이

어의 암시는 너무나 미묘해 무의식 차원에서만 포착할 수 있었을 뿐

이다. 그것은 잠긴 문 저편에서 진행된 일이었고, 그래서 설명을 요

구받았을 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설

명을 만들어내는 것이 전부였다.

이것이 우리가 잠긴 문의 무수한 혜택들에 지불하는 대가다. 우리

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생각 특히 무의식으로부터 나오는 생각

을 설명하라고 요구할 때, 그 대답에 대한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

다. 일단 연애를 하게 되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우

106 I
리가사랑에 빠지게 될 사람이 어떤 부류일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데이트를 하는 이유다. 데이트를

통해 자신을 매료시키는 사람에 대한 가설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또

한 테니스나 골프를 배우고 악기를 연주하그l자 할 때는 단지 말뿐

아니라폼으로보여주는전문가를찾는편이 낫다고생각한다. 말로

하는 교육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으므로 본보기나 직접적인 경험

을통해배우는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삶의 또 다른 측면에서 잠긴 문의 신비함과

이야기하는 데 따르는 문제의 위험성을 항상 중시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때때로상대에게 설명이 불가능한것을설명하라고요

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다음 장들에서 상세히 살펴보겠지만

그런 요구들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조슈아

아론슨은말한다 .

..심슨O. J. Simpson 평결이 끝난 뒤 , 한 배심원이 텔레비전에 출연해

확고한 신념을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지요. ‘인종 관념은 내 결정과

절대 무관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대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거

죠? 인종 사전 주입과 시험 성적에 대한 내 연구, 대화 방해째 대한

바그의 연구, 맛줄을 이용한 메이어의 실험은 죄다 사람이 자신의 행

동에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무지하고 또 나아가 자신들이 무지하다


는 것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죠 결국 우리는 무지

를 인정하고 ‘모른다는 말을 더 자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메이어의 맛줄 실험에는 또 다른 소중한 교훈이 담겨 있다.

그의 실험 대상들은 난감해했다 10 분간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

순간적인 판단은어떻개 이루어지나 I 107


고, 그중 다수는 자신이 중요한 테스트에 불합격했으며 지신이 바보

라는 사실을 폭로당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왜일까?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가 아닌 2개의 정신 세계를 갖고 있었으며, 의식 세계가

장벽에 막혀 있는 동안 무의식은 내내 방 안을 꼼꼼히 살피고, 가능

성을 세밀하게 타진하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단서를 가공했다. 그


리고 답을 발견한 즉시 무의식은 그들을 조용히 확실하게 - 해결
책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1081
3장

우리는왜커크고잘생긴
남자어1게반하‘는가
앓게 조각내기의 어두운 면 1 무의식적 연상 테스트

고객을 소중히 대하라 | 애송이 점찍기 | 킹 박사를 생각하라


1899 년 어느 이른 아침 오하이오 주 리치우드의 글로브호텔 후원
에서 번쩍거리는 구두를 신은 두 남자가 만났다. 한 사람은 주도인

콜럼버스에서 온 변호사이자 로비스트인 해리 도허티 Harry Daugherty 였

다 땅딸막한 체구에 곧은 흑발을 가진 그 홍안의 재사는 오하이오

정계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전형적인 막후 실력자로, 어떤 인물 또

는 최소한 그가 가진 정치적 기회에 대해 누구보다도 예리한 통찰력

을지녔다는평을받았다.

또다른사람은오하이오의 소도시 매리언의 한신문편집장으로,

당시 오하이오 주 상원의원 당선을 일주일 남겨두고 있었던 워렌 하

딩 Warren Harding 이었다. 도허티는 하멍을 보고 그 인상에 압도당했다다.

신문기자 마크 설 E
리1 번 Mark 삐
S u미메삐川11뼈’
li뻐뻐、
IVv갱/써a

이렇게묘사했다.

우리는 왜 커 크고 잘생긴 남자에 '11 반히는사 111


하딩은 어딜 보나 눈길을 끄는 인물로, 당시 서른다섯 실μ쯤。l 었

다- 머리, 얼굴, 어깨. 체격 모두 시선을 사로잡기에 딱 좋았다. 그

비율 하나하나가 실로 잘생겼다는 것 이상의 표현을 듣는 게 딩연

할 만한 그런 효고l를 만들어냈다. 몇 년 후 지역사회 너머에까지 그

존재를알리게 되었을때, 사람들은그를묘사하면서 종종 ‘로마인’

이라는단어를사용했다 단상에서 걸어 내려올때. 두다리는기막

히게 균형 잡힌 미끈한 폼을 든든히 받치고 있었다- 거기에 신의 은

총을 받은신체와남자다운 인상, 경쾌한걸음걸이. 끗끗한자세, 편

안한 거동이 더해졌다 장대하띤서도 유연한 골격, 광채 나는 큼직

하고 시원스러운 눈, 짙은 흑발. 선명한 구릿빛 얼굴은 잘생긴 인디

언 같은 풍모를 풍겼다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의 정중함

은 모든 인류를 향한 진실한 우정의 표현처텀 느껴졌다- 목소리는

울림이 크고 남자다우면서도 따스했다 구두닦이의 솔질에 관심을

보인디는 것은 소도시 사람으로서는 드물게 의상에까지 신경을 쓴

다는 표시였다 립을 주는 그의 태도는 물질적 풍요와 진실한 온정

에서 비롯된 후한 인심과 나눔의 정신의 발현이었다.

그 순간 도허티는 하딩을 가늠해 보면서 어디 미국 역사를 한번

배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 사람이 위대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법이 있는가?

사실 워렌 하딩은 그다지 지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포커 게

임과 골프, 술, 특히 여자 사냥을 즐겼다 실제로 그의 성욕은 전설

적이었다. 정치적인 지위가 높이졌을 때도 결코 자신의 입장을 드러

112 I
미국 제29대 대통령 원렌 G 하딩 알래스카 주 유세를
마치고 돌아오던 중 샌프란시스코에서 급사하였다 취임
2년 3개월 만이었다 @ 연합뉴스

내는 법이 없었으며 정책 사안에 대해서도 모호하고 양면적인 태도

를 취했다. 그의 연설은 한때 ‘아이디어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

는한떼의 화려한단어들”이라는조롱을받기도했다. 1914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후, 당대의 두 가지 커다란 정치적 쟁점이던

여성 참정권과 금주법 토론에 불참했다. 그나마 오하이오 정계에서


꾸준히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내 플로렌

스의 부추김과 책략가 해리 도허티의 발판 작업 덕이었고,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그외모가뇌쇄적이라할만큼출중해졌기 때문이다.

한번은어떤 연회에서 누군가이렇게 외쳤다.

“봐, 저 자식, 꼭 상원의원처럼 생겼잖아

그리고 그는 상원의원이 되었다. 하딩의 전기작가 프랜시스 러슬

Francis Rus띄은 중년 초반인 그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짙고 풍성한 눈셉은 은회색 머리카락과 좋은 대조를 이루어 힘

있는 인상을 주었고 떡 벌어진 어깨와 구릿빛 얼굴은 건강한 느낌을

우이는 해 71 드L고 잔생긴 남자에셰 반히는가 113


더해주었다

러슬에 따르면 하딩은 《줄리어스 시저 》 연극에서 토가를 걸치고

무대 위를 걷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도허티는 1916 년 공

화당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하딩에게 연설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이 눈으로 하딩을 직접 보고 그 나직이 울리는 멋진

목소리를듣기만 하면 그가더 높은자리를 맡기에 손색없는 인물이

라고 확신하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1920 년에 도허

티는 하딩의 올바른 판단(자신이 대통령 후보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행을 설득했다. 도허티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진지했다.

설리번은 이렇게 쓰고 있다.

“도허티는 하딩을 만난 이래 내심 하딩이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었다.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보다 정확한 표현을

써서 ‘위대해보이는대통령’이라고말하기도했다”

그해 여름 하딩은 여섯 후보 중 여섯째로 공화당 전당대회에 진입

했다. 도허티는 개의치 않았다. 대회는 선두 후보 2 명의 치열한 경

합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고 도허티는 대의원들이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으리라 내다보았다 그 절망적인 순간에 상식과 위엄, 그

리고 일거수일투족이 대통령 같은 인상을 내뿜는 하덩이 아니면 다

른 누구에게 눈을 돌리겠는가?

이 른 아침, 시카고블랙스톤호텔의 연기 자욱한별실에 모인 공화

당 각 계파의 보스들이 마침내 두 손을 들었다. 그리고 물었다 우리

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후보는 없을까? 이름 하나가 즉시 떠올랐

1141
다 하딩!그야말로대통령후보처럼생겼잖아-

그리하여 상원의원 하딩은 대통령 후보 하딩이 되었고, 그해 가을

오하이오 주 매리언에 있는 자기 집 현관에서 선거유세를 한 뒤 대

통령 하딩이 되었다. 그리고 2 년 동안 대통령으로 일하다가 돌연사

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였다는 것이 역사가

들의중론이다.

앓게 조각내기의 어두운 면

지금까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

는지 이야기했다. 사실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 밑 정황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토머스 하

빙과 에블린 해리슨 같은 미술 전문가들은 모조품 제작자들이 가진

탁월한 솜씨의 이면을 한눈에 보았다 수전과 빌은 처음에는 행복하

고 다정한 커플의 전형으로 보였지만, 유심히 대화를 들어보며 긍정

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비율을 측정한 결과 숨겨진 정황들이 드

러났다. 낼리니 엠버디의 연구는 벽에 걸린 자격증과 흰 가운이 아

니라 목소리 음조가 어떻게 그 의사를 고소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그런데 신속한 사고 회로가 무언7에 의해

빙L해를 받는다면 어떨까? 물 밑 사정을 전혀 파익승}지 않은 상태에

서 순간적인 판뺀 도달한다면 어떻게 될까?

앞 장에서 존 바그의 실험이 보여주었듯이 우리는 특정한 단어들

(예컨대 ‘플로리다’ , ‘갯빛의’ , ‘주름’ , 빙고’ 등)과 매우 강한 연상 고리

를 7찌고 있어서 그것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이 변할 수 있다.

우υ]; -- 애 시 긍l고 잘생{! 념사에세 반하는가 115


키나 체격, 피부색, 성별 같은 외모에도 그와 유사한 강렬한 연상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있다. 실제로 워렌 하딩을 본 사람들 중 많은 수

가 놀랄 만큼 출중한 외모를 보자마자 아무 경계심 없이 그를 용기

있고 총명하고 성실한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물 밑을 들여

다보지 않았다. 외모가 너무 많은 강렬한 의미를 동반한 나머지, 정

상적인 사고 작용을 마비시켰다.

워렌 하딩의 오류는 신속한 인식이 가진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뿌리에는 오류가 있다. 구인광고를 한 뒤에도

적임자를 뽑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며, 지극히 평범

한 사람이 매우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이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와 첫인상

을진지하게 받아들이는것은눈깜짝할사이에 알아낸것이 가끔은

몇 달 동안 연구한 결과보다 나을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다. 그러나 동시에 신속한 인식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상황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무의식적 연상테스트

지난 몇 년 사이 여러 심리학자들이 즐겨 ‘암묵적’ 또는 내재적’

이라 부르는 이런 종류의 무의식적인 연상들이 우리의 믿음과 행동

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다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업 중 다수는 이른바 .암묵적 연상 테스트 Implicit Association Test , IAT’ 라


불리는 아주 매혹적인 수댄1 기대어 진행되었다lAT는 앤서니 그

린월드 Ar뼈

116 I
Brian Nosek 이 고안한 테스트로, 얼핏 보기에는 명백하면서도 일면 심

원한 관찰에 토대를 두고 있다.

우리는 생소한 개념의 짝들보다는 머릿속에서 이미 연결되어 있

는 개념의 짝들을 훨씬 더 빨리 연결짓는다. 예를 하나 들겠다.

여기에 단어 목록이 있다. 연필이나 펜을 들고 단어의 왼쪽이나

오른쪽H 표시를 하여 분류해 보라. 손가락으로 톡톡 짚어가며 분류

해도 상관없다 어쨌든 가능한 한 빨리 작업을 마치되 단어들을 건

너뛰어서는 안 된다. 물론 실수쯤은 염려할 필요 없다.

남자 여자

{
=
'-

보브

에이미

흘리

조안

데릭

페기

제이슨

리사

매트

사라

!f- 21 는 외l 키 3고 상생 긴 넘 X써1711 만ó}는사 I 117


쉽지 않은가?사실 ‘존’이나 ‘보브’, ‘흘리’ 같은이름은남자이름

인지 여자 이름인지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존 같은

이름과남성, 리사같은이름과여성 사이에 강렬한사전 연상고리

를가지고있다.

이건 워밍업이다. 이제 진짜 IAT를 완수해 보자. 원리는 워밍업과

같은데 이번에는 전혀 별개의 범주 두 가지를 뒤섞었다. 각 단어의

오른쪽이나 왼쪽에 표시를 해서 단어가 속하는 범주에 놓아보자.

남자또는직업 여자또는가정

리사

매트

세탁물

기업가

-

상인

보브

자본가

흘리

조안

회사

형제자매

118 I
페기

제이슨
닙。4
1=격

집안일

부모

사라

데릭

추측하건대 조금어려워졌다는생각은들어도여전히 빠른속도로

단어들을 분류했을 것이다. 자, 이제 이걸 해보자.

남자또는가정 여자또는직업

아기

사라

데릭

상인

고용

{
=
'-

보브

흘리

가사

기업가

우리는 왜 키 크고 삼생끼 남시에l 새 'i~8I-i O/I I 119




-」
1」
T
페 샌옆
]|

은모
제이슨

리사

회사

매트

차이를 깨달았는가? 이 테스트가 앞의 테스트보다 어렵지 않았는

가? 당신도 여느 사람과 비슷하다면 직업’ 이 ‘여자 와 짝지어졌을

경우에 ‘직업’이 ‘남자와 짝지어졌을 때보다 기업가를 직업’ 범

주에 놓는 데 시간이 좀더 걸렸을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직업과 여

자다움보다는직업과남자다움사이에 훨씬 더 강한심리적 연상고

리를가지고있다. ‘남자’와 ‘자본가는머릿속에서 ‘보브’와 ‘남자

와다를바없이 동행한다.그러나범주가 ‘남자또는가정’일때 ‘상

인’ 같은단어를마주치면 결정을내리기 전에 단수십만분의 1 초라

도 동작을 멈추고 생각을 해야만 한다.

심리학자들은 IAT 를 시행할 때, 대개 빙L금처럼 종이와 연필을 사

용하는 대신 컴퓨터상에서 테스트를 한다. 단어들이 한 번에 하나씩

스크린 위에 나타나는데, 주어진 단어가왼쪽줄에 속할경우 e를치

120 I
고오른쪽줄에 속할경우 i 를친다lAT를컴퓨터상에서 할때의 이

점은 응답 시간을 1 ,000 분의 1 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다. 그 수치들로 수검자의 점수를 매긴다.

예컨대 당신이 두 번째 일/가정 lAT를 마치는 데 첫 번째 lAT 때

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면 당신은 남자와 노동력 사이에 보통

수준의 moderate 연상 고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테

스트를 마치는 데 시간이 상당히 더 걸렸다면 당신은 노동력이라는

개념을생각할때 자동적으로남자를강하게 연상히는사람이다.

최근몇 년사이에 lAT가연구수단으로유명해진 이유는측정 후

드러나는 결과가 그다지 신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테스

트에서 속도가 느려진 것을 느낀 사람들이 입증하듯이 머T는 그 결

론으로 당신의 머리를 탁 치게 하는 도구다. 그린월드는 말한다.

‘자전 연상 고리가 강할 때 사람들은 1 ,000분의 400 에서 600초

사이에 답을 하지요 그렇지 않을 때는 그보다 1 , 000 분의 200 에서

300초가 더 걸립니다. 이런 실험에서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동료

심리학자 중 하나는 이를 일컬어 해시계로도 측정할 수 있는 영향이

라고설명하더군요

여기서 잠깐 사이트를 하나 소개하겠다. 만일 컴퓨터화된 lAT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www.implicit.harvard려u를 찾아보라. 이 사이

트에 현재 lAT 중 가장 유명한 인종 lAT를 포함해 몇 가지 테스트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나는그중에서도인종lAT를여러 차례 해봤는

데 끝나고 나면 언제나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테스트의 서두에서 당신은 일단 흑인과 백인에 대한 태도를 질문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간 남자에게 만히는가 I 121


받는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두 인종이 동등하다고 답했다.

이욱고 테스트가 시작된다 테스트를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라는 권

고 뒤에 워밍업 테스트가 나온다. 스크린 위에 얼굴 사진이 연달아

등장한다. 검은 얼굴이 보이면 e를 눌러 왼쪽 범주에 놓는다 흰 얼

굴이 보이면 i를 눌러 오른쪽 범주에 놓는다. 테스트는 순식간에 연

속으로 진행된다. 그 순간은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음고

첫 번째 테스트가 등장한다.

백인또는나쁜것 흑인또는좋은것

해치다

악한

영광스런

훌륭한

1221
순간적으로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단어와 얼굴을 오른쪽11 놓

는 일이 별안간 어려워졌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을

해야 했다. 때로는 이 범주에 놓을 생각이었으면서도 다른 범주에 놓았

다. 나는 최대한 노력했고 마음 밑바닥에서 굴욕감 같은 것이 자라났

다. ‘좋은것’이 ‘흑인’과짝지어 있을때 ‘영광스런’이나 ‘훌륭한 같은

단어를 ‘좋은 것’ 범주에 놓는 일, 혹은 ‘나쁜 것’이 ‘백인’과 짝지어 있

을 때 ‘악한이라는 단어 를 ‘나쁜 것’ 범주에 놓는 일이 왜 그토록 곤혹스

러웠을까? 이어서 두 번째 테 스트다. 이번에는 범주가 뒤바뀌어 있었다.

백인또는좋은것 흑인또는나쁜것

해치다

'2l-송l
’」

영광스런

훌륭한

우리는 왜 키 크고 산생낀 넘시에 '11 만BH::-사 I 123


이번엔 굴욕감이 한층 더 커졌다. 조금도 곤혹스럽지 않았던 것
이다.

악한?흑인또는나쁜것.

해치다? 흑인 또는 나쁜 것

훌륭한?백인또는좋은것.

나는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보았다. 이어서 세 번째, 네 번째, 끔


찍한 편견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며 테스트를 거듭했다. 그러나 차이

는 없었다. 이제까지 테스트를 받은 사람들 중 80퍼센트 이상이 백

인 선호 연상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나쁜 것을 흑인과 연


결지으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보다 좋은 단어를 ‘흑인’ 범주에 놓으
라는주문을받았을때 응답시간이 더 걸렸다는뜻이다. 나는썩 나

쁜편은아니었다. 인종 IAT에서 나는 ‘보통수준의 백인 자동선호

도’를 지닌 것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나도 반은


흑인이다(어머니가 자메이카인이니까).

그렇다면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내가 인종주의자, 자기

혐오에 빠진 흑인이라는 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는 인종이나 성


별 같은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태도가 두 가지 차원에서 작용한다는
것을말한다.

첫 번째는 의식적인 태도다. 우리가 선택해 믿는 것이다. 이는 우

리가공식 표명하는가치로서, 우리는여기에 입각해 신중하게 행동

방침을 정한다. 이를테면 남아프리카의 인종분리 정책이나 흑인의

투표권을 제한한 미국 남부 주의 법이 의식적인 차별 표현에 속한


다. 인종주의나 시민권 투쟁 이。찌를 할 때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1241
것도이런종류의차별이다

그러나 IAT는 태도의 두 번째 차원인 무의식 차원의 인종에 대한


태도, 즉 미처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불쑥 튀어나오는 즉각적
이고 자연발생적인 연상을 테스트한다. 사실 무의식적인 태도를 심
사숙고해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장에서도 기술했듯이 심지어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다. 거대한 무의식의 컴퓨터는 경험한 것


들, 만난 사람들, 배운 교훈들, 읽은 책들, 본 영화들, 그 옹갖 것들

에서 나온 모든 데이터를 조용히 씹어 하나의 견해를 형성한다 IAT

에서 표출되는것도바로견해의 총집합이다.

테스트 결과에 마음이 심란해지는것은 우리의 무의식적 태도가

때때로 우리가공식 표명한의식적인 가치와완전히 모순될 수도 있


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스트를 받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5 만 명 중 절반 정도가 나처럼 흑인보다는 백인 쪽에 더 강

한 동류의식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현재 우리는 연일 백

인과좋은것을하나로여기게 만드는문화메시지의 중심 북아메리

카에살고있다.

IAT 연구의 선두주자 중 한 사람으로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마자린 바나지는 말한다.

“물론당신은지배집단과적극적으로사귀는쪽을선택하지는않
을 겁니다. 하지만 늘 그러라는 요구를 받지요. 사방을 둘러봐도 그

집단이 좋은 것들하고만 짝지어 있거든요. 신문을 펼쳐 들든, 텔레

비전을 켜든, 당신은 거기서 달아날 수 없습니다


IAT는 태도에 대한 추상적인 수치 이상이며 특정한 유형의 자연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가1 만히는가 I 125


발생적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강력한 예고다. 예
컨대 당신이 강렬한 백인 선호 패턴을 가졌다면 그것은 흑인에 대한
당신의 행동에도 영호t을 미친다. 물론 말이나 느낌까지는 아닐지 모
른다. 십중팔구 당신은 백인이 아닌 흑인 앞에서는 조금이나마 달라
진다는 사실을 의식조차 못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당신은 폼을 앞으로 조금 덜 숙이거나 그에게


살짝돌아설 것이며, 봄을조금움츠리고, 자기표현을좀줄이고, 눈
을 덜 마주치고, 좀더 떨어져 서고, 미소를 줄이고, 말을 좀 망설이
거나 더듬고, 농담을 해도 조금 덜 웃을 것이다. 그게 문제가 되느냐
고?물론이다.

입사 면접을 하고 있다 치자. 그리고 지원자가 흑인이라고 하자.


그는 당신이 가진 불안정감과 거리감을 눈치첼 것이며, 그로 인해

당신은 그가 가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조금 떨어뜨리고, 자신감을


조금 갑아먹고, 그를 조금 덜 친근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핸지 그 지원자가 필수적인 자질이
정말 부족하거나, 다소 냉담한 사람이거나, 어쩌면 그가 일자리를 원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빨H 무의식적인 첫
인상의 영향으로그의 입사면접은가망없는길로빠져들고만다
또 다른 예로, 당신이 면접한 사람이 키가 크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의식적인 차원에서는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똑같이 대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키, 그 중에서도 남자의 키가 특정한
경향의 매우 긍정적인 무의식 연상을 일으킨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
거들이 많다. 미국에서 가장 큰 회사들의 리스트인 포춘 500F。ηune

126 I
500 리스트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회사들에 설문을 돌려 각 회사의
CEO에 관해 질문한적이 있다.
그 결과 대기업 총수의 비율 면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새삼스럽지
않겠지만 -백인이 압도적이었다. 모종의 암묵적인 편견이 반영된
것이 틀림없다. 또한 대부분 키가 컸다. 내 표본을 보면 남자 CEO
들의 평균 키가 무려 182 센티미터다. 미국 남자 평균 키가 약 175 센
티미터인 것을 김안하면 CEO 집단의 키가 평균보다 7 센티미터나

더큰셈이다.
더 상세히 따져보면, 미국 인구 중에서 키가 182 센티미터 이상인
사람은 약 14 .5퍼센트다. 하지만 포춘 500 기업의 CEO들은 그 비
율이 58퍼센트다. 더 놀라운 것은 미국 전체 성인 남자 중 키가 188
센티미터 이상인 사람은 3.9퍼센트인데 CEO 표본 중에서는 3 분의
1 가까운 수가 188 센티미터 이상。1 라는 사실이다.
최고 경영진 중에 여자나 소수 인종이 별로 없다는 건 최소한 그
럴듯한 설명이라도 있다. 차별이나 문화 패턴과 연관된 수많은 이유
들로 인해 오랫동안 여자나 소수 인종이 미국 기업의 경영진 대열에
진입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최고 경영자 후보
중에 여자나 소수 인종이 적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 말은 키 작은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큰 회사의 임직원
을 전부 백인만으로 채울 수는 있어도 키 작은 사람을 빼는 것은 불
가능하다. 키 큰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키 작은 사람이 경영진의 반열에 오른 경우는 드물다.
키가 167 센티미터가 안 되는 미국인 남자는 수천만 명이지만 내 표

우리는왜 키 크고 살생긴 남사에 '11 만히는까 I 127


본에서 CEO 단계까지 오른 사람은 모두 합해 10명뿐이었다. 다시
말해 작은 키가 그 사람이 여자나 아프리카겨l 미국인인 것만큼 기업
에서 성공하는 데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셈이다(당당한 예외가 있기
는 하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CEO 케니스 체놀트Kenneth Chena미t는 키
도 175 센티미터로 크지 않은 편인데다 흑인이다 그는 두 가지 워렌 하

딩의 오류를 훌륭하게 극복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의도된 선입견일까? 물론 아니다. 누구도 키가 작다는 이


유로 역량 있는 CEO 후보를 탈락시키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는
IAT가 짚어낸 것과 비슷한 무의식적 편견인 게 분명하다 우리는 대
부분 스스로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도력’을 당당한 체
격’과 연계한다. 리더는 이런 모습일 거라는 감이나 정형화된 상이
매우 ζL해 누군가가 그 상에 부합할 경우 함께 고려해야 할 다른 측
면들에는눈을감아버리는것이다.

이런 현상은 경영진 선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얼마 전 몇몇 연


구자들이 출생기부터 성인기까지 수천 명의 일생을 추적하는 방대
한 조사와 연구 끝에 나이와 성별과 몸무게 등의 변수를 보정할 경
우 키 2 .5센티미터는 연봉 789 달러의 값어치가 있음을 계산해 냈다.
다른 조건들이 같을 경우 키 185 센티미터인 사람은 키 167 .5센티미
터인 사람보다매년 평균 5 ,523 달러를더 별게 된다는뜻이다.
키-연봉 연구의 입안자 중 하나인 티모시 저지Timothy J띠ge는 이렇
게지적한다.

“이 수치를 30년 경력에 적용하고 이자를 복리로 계산하면, 말


그대로 키 큰 사람이 수십만 달러의 소득을 더 올리게 된다는 이야

128 I
기입니다”

당신도 ‘저렇게 평범한사람들이 어떻게 회사나조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올랐을까?’ 하고의아해한적이 있는가?그것은중요한직책

을 맡을 인물을 결정할 때조차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덜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키 큰 사람에게

약하다

고객을소중히대하라

뉴저지 주의 중심도시 플레밍턴에 있는 플레밍턴 닛산 Flemington

Nissan 대리점의 판매 책임자 보브 골롬 Bob Golomb은 키 작은 50 대 남자

로, 숱 적은 검은 머리에 철테 안경을 쓰고 있다. 또 평소에 입는 짙

은 색 수수한 OJ:복 때문에 마치 은행원이나 주식중개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10여 년 전 ;7,}동차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한 달 평균 20 대의 차를 파는 놀라운 저력의 사나이다. 이는 자동차

세일즈맨 평균 판매량의 두 배가 넘는 실적이다 골롬의 책상 위에

는 5 개의 황금 별이 한 줄로 놓여 있다. 그의 실적을 인정해 대리점

에서 치하한 것이다. 자동차 판매업계에서 골롬은 단연 거장이다.

골롬처럼 성공한 세일즈맨이 되려면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능

력이 비상하게 요구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누군가가 어쩌면 일

생을 통틀어 가장 비싼 쇼핑이 될지 모를 일을 결심하면서 대리점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어떤 사람은 불안정하고 어떤 사람은 신경질

적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어

떤 사람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개중에는 차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우리는 왜 키 크고 살생긴 남자에세 1사히는시 I 129


선심 쓰는 듯한 어조로 설명하는 세일즈맨에게 기분이 상하는 사람

도 있다. 반면 누군가 손을 잡아끌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절차를 거쳐 자신을 납득시켜 주기를 갈I핸}는 사람도 있다. 만일

성공을 원한다면 모든 정보를 모아 예컨대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딸 사이의 역학관계를 알아내어 - 처리하고 그에 맞추어 행동을 조

절해야 하는데, 그 모든 일을 만나고 나서 처음 몇 분 안에 해내야


한다.

보브 골롬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일쯤은 별 힘 안 들이고 해

내는 부류임에 틀림없다. 그는 자동차 판매 분야의 에블린 해리슨이

다. 그에게는 차분하면서도 주의 깊은 지성과 공손한 매력이 있다.

그는 생각이 깊고 주도면밀하다. 그는 홀륭한 경청자다. 그는 자신

의 일거수일투족을안내하는세 가지 단순한규칙이 있다고말한다

“고객을 소중히 대하라. 고객을 소중히 대하라. 고객을 소중히 대


하라

당신이 골롬에게 차를 한 대 산다면 그는 다음 날 전화를 걸어 모

든 게 이상 없는지 확인할 것이다. 당신이 대리점에 들렀다가 아무

것도 사지 않고 그냥 가면 다음 날 그는 들러주어서 고맙다고 전화
를 할 것이다. 그는 말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항상 최고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합니


다. 고객에게 남는 것은 그 얼굴입니다. 설사 집에 끔찍한 일이 있었
다 해도 고객에게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내가 골롬을 만났을 때 그는 링이 3 개 박힌 두툼한 바인더 하나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여러 해 동안그에게 만족감을표한고객들한태

130 I
서 받은편지 뭉치들을철한것이었다.그가말했다.

‘편지 하나하나사연이 있습니다”

그는 편지 주인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 같았다. 그가 무심코 바인

더를넘기다가타이프로친짤막한편지를가리켰다.

“1992 년 11 월 말 토요일 오후. 커플. 이 사람들은 풀이 죽은 얼굴

로 대리점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말했지요 ‘손님들, 종일 차를 보고

다니셨군요’ 그렇다는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무도그들을진지하

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들에게 차를 한 대 팔았는데, 말하자

면 로드아일랜드쯤 되는 곳에서 그 차를 가져와야 했습니다. 저는

64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운전기사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무척 행

복해했죠”

그가또한장의 편지를가리켰다

‘여기 이 신사 분. 우리는 1993 년 이래 이분께 차를 여섯 대나 인

도했습니다. 그는 차를 받을 때마다 편지를 한 장씩 보냄니다. 이것

말고도 편지가 많아요. 이 친구는 여기서 64 킬로미터 떨어진 뉴저지

주의 키포트 근처에 사는데 제게 가리비를 한 접시 보내왔습니다

골롬의 성공에는 훨씬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는 고객

의 욕구와 기분에 대해서는 순간적인 판단을 수없이 내렸지만 결코

외모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

오는 사람은 누구나 차를 살 가능성이 똑같다고 상정한다.

“이 비즈니스에서는사람들을예단할수없습니다

그는 이 말을 계속 되풀이했는데, 그 때마다 얼굴은 강한 확신으

로 가득했다 골롬은 말한다.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냥 ::<1에게 만하는가 I 131


“예단은 죽음의 입맞춤입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시도

를 해야 합니다. 풋내기 세일즈맨은 고객을 보고 이렇게 생각합니

다. ‘이 사람은차를살것처럼 보이지 않아/ 이것은최악의 자세입

니다. 때로는 전혀 살 것 같지 않던 사람이 대박인 경우도 있거든요.

제 주요 고객 중에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시는데 여러 해 동안 그에게

모든 종류의 차를 다 팔았습니다. 악수를 하면서 계약을 끝내고 나

면 그는 제게 100 달러 지폐를 한 장 건네며 말합니다. ‘내 농장으로

보내주십시오’ 우리 사이에는 배송 계약서도 필요 없습니다. 당신

이 지금 이 자리에서 쇠똥 묻은 작업복을 걸친 그를 본다면 아마 귀

한 고객이라고 생각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 업계의 표현

을 빌리자면 그 사람은 현찰 덩어리죠. 또 사람들은 10 대 아이들을

내쫓아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날 밤 그 아이들이 엄마, 아빠

를 대동하고 와서 차를 고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물론

다른세일즈맨이죠

골롬의 이야기는 대다수의 세일 즈맨이 전형적인 워렌 하딩의 오

류에 쉽게 빠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은 누군가를 볼 때, 어찌 된

일인지 외모에서 받은 첫인상에 휘둘려 이럭저럭 긁어모은 다른 모

든 정보 조각들을 떠내려 보내고 만다. 그에 반해 골롬은 정보들을

엄선하그l자 노력한다. 안테나를 세우고, 저 사람이 확신에 차 있는

가 아니면 불안정한가, 아는 게 많은가 아니면 순박한가, 믿는 기질

인가 아니면 의심하는 기질인가 따위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앓

게 조각내어 관찰해서 얻어낸 홍수 같은 정보 중에 오로지 외모에서

받은 인상만큼은 걸러내려고 애쓴다 골롬의 성공 비결은 워렌 하딩

132 I
의 오류에 맞서 싸우기로결심한데 있다

애송이 점찍기

보브 골롬의 전략은 왜 그렇게 잘 먹힐까?

자동차 판매 비즈니스에서는 비록 널리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워

렌 하딩의 오류가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0년대

시카고의 법학 교수인 이안 에이어스 lan Ayers가 수행한 괄목할 만한

사회실험을예로 들어보자.

에이어 스는 38 명의 팀을 썼다 18 명은 백인 남자, 7 명은 백인 여

자, 8 명은 흑인 여자, 5 명은 흑인 남자였다. 에이어스는 이들이 가능

한 한 비슷하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모두 30 대 중반이었고, 모두

평균 정도의 매력을 지녔다. 에이어스는 모두 수수한 캐주얼 차림을

하라고 지시했다. 여자는 블라우스와 H 라인 스커트에 굽 없는 신

발, 남자는 폴로셔츠나 남방셔츠에 평상복 바지 차림, 평상회를 신

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똑같이 꾸며낸 이야기를 전달했다. 그들은 시카

고 일대의 총 242 개 자동차대리점을찾。까깎1을시카고근교의

멋진 마을 스트리터빌에 사는,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 전문가(표본

직업 : 은행의 시스템 분석가)로 소개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그들이 할

일에 대한 지침은 훨씬 더 명확했다. 걸어 들어간다. 세일즈맨이 다

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전시실에 있는 차 중 가장 싼 것을 가리키며

“이 차를 샀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세일즈맨의 최초 제시

가를 들은 뒤에 세일즈맨이 제의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더 이상의 흥

우i.' 1 는해 키 크고 잔생긴 남자에게 반하는가 I 133


정을 거부할 때까지 밀고 당기며 흥정을 계속한다 예상 소요 시간

은약 40 분이었다.

에이어스는 매우 명확한 한 가지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다른 모

든 요소들이 절대적으로 같을 때, 피부색이나 남녀 차이가 자동차

세일즈맨이 제시히는가격에 얼마나큰영호탤미칠까?

결과는 기절초풍할 만했다. 백인 남자가 세일즈맨한테서 받은 최

초 제시가는 딜러의 송장(즉, 대리점에서 제조사에 지불한 차량 가격)

보다 725 달러 높았다. 백인 여자는 송장보다 935 달러 높은 가격을

제시받았다. 흑인 여자가 처음 제시받은 가격은 송장보다 평균

1 , 195 달러 높았다 그리고 흑인 남자는? 최초 제시가가 송장보다 무

려 1 ,687 달러나높았다. 그리고 40 분의 흥정 끝에 흑인 남자가겨우

깎은 값도 평균 잡아 송장보다 1 , 551 달러 높았다. 결국 에이어스의

흑인 남자 피실험자들은 지루한 협상을 거치고도 백인 남자들이 말

한마디 않고 제시받은 것보다 거의 800 달러 높은 가격에서 흥정을

끝내야만했다.

이 결과를 어떻게 봐야 할까? 시카고의 자동차 세일즈맨들은 믿

기 힘들 정도의 성차별주의자거나 완강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

람들일까?

이것은 현상에 대한 매우 극단적인 설명임에 틀림없다. 자동차 판

매 비즈니스에서는 누군가에게 정가(전시실의 자동차 차창에 붙어 있

는 가격)대로 받아내거나 가죽 시트와 사운드 시스템, 알루미늄 휠

등 풀 프리미엄 패키지를 택하게 만들면, 집요하게 흥정을 벌일 태

세가 되어 있는 5-6 명의 고객들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커미션을

1341
잘 속는 고객 한 사람에게서 챙길 수 있다. 다시 뺨 세일즈맨은 누

구나 애송이를 점찍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자동차 세일즈맨 사이에

서는정가대로지불하는고객을부르는특별한단어까지 있다 이른

바 ‘왕건이 layφwn’다. 에이어스의 연구로 해석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자동차 세일즈맨들이 여자와 흑인은 ‘왕건이’라는 포괄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들은 고객이 백인 남자가 아닐 때, 속으로 이렇

게생각한다.

“아하! 이 사람은 멍청하고 순진하니까 이참에 돈을 왕창 뜯어낼

수있을거야

그러나 이 해석은 그다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에이어스의 흑인과

여자 구매자들은 X낸이 멍청하고 순진한 인간이 아니라는 분명한

표시를 차례로 드러냈다. 그들은 대학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었고

유망한 직업을 갖고 있었다. 또 부촌에 살았다. 성공한 사람의 차림

이었다 40 분이나 흥정을 벌일 만큼 지식이 충분했다. 이중 무엇이

애송이 냄새를 풍기는가?

사실 에이어스의 연구가 의식적인 차별을 입증하는 거라면 시카

고의 자동차 세일즈맨들은 극악무도한 편견에 사로잡힌 인간들이거

나(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 단서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잊어버리는

무지몽매한 인간들이어야 한다(역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에

는 보다 미묘한 뭔가가 그들의 인식 속에 흐르고 있는 듯하다.

어떤 이유에서든 - 경험에서든, 자동차 판매 지식이나 다른 세일

즈맨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든 - 그들이 ‘왕건이’와 ‘여자나 소

수 인종’ 사이에 자연발생적이고 강한 연상 고리를 갖고 있다면 어

우리는 왜 키 크고 장생간 남자에서l 만하는가 I 135


떨까? 미국인 수백만 명이 인종 IAT에서 ‘악한’과 범인’을 아프리

카계 미국인과 연결지었듯이, 그들도 두 가지 개념을 머릿속에서 무

의식적으로 연결지어 여자나 흑인이 문으로 걸어 들어올 때 본능적

으로 ‘애송이’라고떠올린다면?

세일즈맨들은 어쩌면 의식적으로는 인종이나 성 평등에 대해 강

렬한 헌신성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십중팔구는 아마 고객들의

성격을 세심하게 분석해 그를 토대로 가격을 조금씩 조정해 제시하

는 것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고객이 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이 내린 결정은 다른 종류였다. 그것은 무의식적

인 반응이었다. 그들은구매자들에 관한매우즉각적이고명백한사

실들 - 성별과피부색 을조용히 골라들고는여러 방면의 새롭고

모순되는 증거들을 무시한 채 그 판단을 고수했다. 1920 년 대통령

선거에서 워렌 하딩을 한 번 본 뒤에 곧바로 다른 사고를 멈춰버린

유권자들처럼 말이다. 결국 유권자들이 저지른 오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세일즈맨들의 경우에는 여

자와 흑인에게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부름으로써 차를 샀을지도 모

르는고객들을멀찌감치 밀어냈다.

골롬은 모든 고객을 조금도 다르지 않게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인종이나 성별이나 외모에 입각한 순간적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지 잘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더러운 작업복을 걸친 인상 나쁜 농부

가 1 , 600헥타르의 대농장을 소유한 거부인 경우도 있고. 10 대 소년

소녀가 나중에 엄마, 아빠를 대동하고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젊은 흑인이 하버드 MBA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어린 금발

13δ l
소녀가가족의 차를선택할때도있다 때로는은발에 듬직한어깨,

각진 턱의 소유자가별볼일없는사람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골롬은 ‘왕건이’ 를 점찍으려 하지 않는다. 그는 차 한 대에

서 높은 마진을 얻는 것을 포기하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값을 부르

며 양으로 승부한다. 골롬이야말로 공평하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

서 실적 3 분의 1 이 만족한 고객들의 추천에서 나올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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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얼핏 보고서 ‘이 사람이 차를 살 사람일까?’ 하고 말하

는 게 가능합니까? 그럴 수 있으면 정말좋겠지만나로서는 알길이

없습니다. 가끔은 완전히 허 를 찔립니다. 한 사내가 수표책을 흔들

며 들어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당장차를사러 왔습니다.가격만맞

으면 오늘 사겠습니다.’ 결과는 어떨까요7 10 명 중 9 명은 사지 않습

니다

킹박사를생각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워렌 하딩의 오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사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종류의 편견들은 그렇게 명명백백한 것

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흑인은 백인과 같은

샘에서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법전이 있다면 그 법을 바꾸는 것

이 훌륭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무의식적인 차별은 조금 까다롭다.

1920 년의 유권자들이 워렌 하딩의 훌륭한 외모에 속아 넘어가는 것

을 몰랐듯이, 에이어스의 시카고 자동차 딜러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지독하게 여자와 소수 인종을 속이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이사

우리는왜키크고잠생긴넘지에셔1 만하는가 I 137


회 역시 자신들이 키 큰사람들에게 얼마나어처구니없이 강한호의

적인 편견을 품고 있는지 인식하지 못했다. 이처럼 의식 바깥에서

벌어지는 잘못은 어떻게 바로잡。싸 하는가?

답은 우리가 첫인상 앞에서 무조건 속수무책인 건 아니라는데 있

다. 무의식에서 - 우리 뇌 속의 잠긴 문 저편에서 - 첫인상이 솟아

날 수는 있다. 하지만 뭔7까 의식 바깥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제어

불가능한것만은아니다. 예를들어 인종 IAT 나직업 IAT는반복하

며 노력해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그러나 믿건 안 믿건 IAT를

하기 전에 마틴 루터 킹이나 넬슨 만델라나 콜린 파월 같은 이들의

사진이나기사를훌어보면 반응시간이 달라지는것을느끼게 된다.

긍정적인 것들에서 흑인을 연상하는 일이 갑작스레 그다지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바나지는 말한다.

“매일같이 습관처 럼 IAT를 하는 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삼아

테스트를 계속 하면서 그저 데이터를 한번 모아보자는 거였지요. 그

러던 어느 날, 흑인에 대해 긍정적인 연상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는

말하더군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모두 IAT 점수를 변화시키려고 기를 써봤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까

요. 하지만그는육상팬이었고, 결국자신이 그날아침에 올림픽 경

기를지켜보며 시간을보냈다는사실을깨달았습니다

첫인상은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된다. 그 인상을 형성히는 경험들

을 변화시킴으로써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앓게 조각내어 관찰

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모든 면에서 흑인을

동등하게 대하고 싶어히는 사람이라면, 백인에 대해 갖고 있는 것만

138 I
큼 흑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연상들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평등에 대한 단순한 언급 이상이 필요하다. 소수 인종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의 좋은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그들과 만나

고 약속하고 이야기할 때나 그들을 채용하고자 할 때 망설임이나 불

안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당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신

속한 인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좋든 나쁘든 첫인상이

우리의 삶에 행사하는 믿기지 않는 힘을 인정하고자 한다면. 능동적

인 걸음을 내디뎌 첫인상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장은첫인상과순간적인 판단의 결과에 맞서 싸운사람들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다 어떤 사람은 성공했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는 일의 놀라운 힘을 어

떻게 더 잘이해할수있고, 또그놀라운힘과어느정도선에서 타

협할수있는지 중대한교훈을준다.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반하는가 I 139


4장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페르시아 만의 어느 아침 | 즉흥극을 이끄는 규칙

반추의 위험성 | 진짜 환자 알아내기

적은것이 더 나을때 | 밀레 니엄 첼린지, 제2부


폴 밴 라이퍼 Paul Van Riper는 대머리에 철테 안경을 쓴, 훤칠하고
깡마른 남자다. 어깨를 쭉 펴고 걸으며 목소리는 거칠면서도 당딩하

다. 친구들은 그를 립 Rip 이라고 부른다. 그와 쌍둥이 형제가 열두 살

이던 어느 날,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아버지가신문에서 한국전쟁 이

야기를 읽다가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이제 전쟁이 곧 끝나겠다. 트루먼이 해병대를 보냈거든

밴 라이퍼가 커서 해병대원이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 때였다.

베트남에 처음 갔을 때, 그는 사이공 근교의 벼논에 있던 북베트남

군의 기관총을끌어내다가대포알에 맞아하마터면 반토막이 날뻔

했다.1968 년 마이크 부대 (해병 1 사단 제7 해병 3 대대)의 부대장이 되

어 베트남에 돌아왔다. 주둔지는 남베트남의 벼논과 언덕이 혼재하

는 농촌 지역, 해병대가 다지시티 D여맺 City와 애리조나 테리토리 Arizona

Territory 라고 부르는 두 위험지대 사이였다. 거기서 북베트남군이 다낭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43
에 로켓포를 쏘지 못하게 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가 오기 전에는 일

주일에 한 번, 어떤 때는 두 번까지 로켓포 공격이 있었지만 그가 매

복해 있던 3개월 동안에는딱한번 공격이 있었을뿐이다

마이크 부대에서 밴 라이퍼의 포병상사로 있던 리처 드 그레고리


Richard Gregory는 말한다.

“그를 처음 만난 때가 어제처럼 선연합니다. 다낭의 남동쪽 근교 ,

55 번 고지와 10번 고지 사이 였지요. 우린 악수를 했습니다. 나지막

한 중간 톤의 목소리가 힘 있고 분명하더군요. 단도직입적이었습니

다. 간명했고요. 더할 나위 없이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런 사람이었

는데, 그 전쟁 통에도 태도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는 전투 지역에

초가집으로 지은 사무실을 두었지만 거기서 그를 본 적이 단 한 번

도 없어요. 늘 들판에 나가거나 벙커 근처를 거닐며 다음 할 일을 생

각했거든요. 그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주머니 속에 늘 넣어 다니

던 종잇조각에 그걸 적어두었지요. 그러다가 회의가 열리면 주머니

에서 7 ~ 8 장의 종잇조각을끄집어냈습니다. 우리 둘이 강에서 몇 미

터 떨어진 정글에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는 강 하류의 어떤 지역

을 정찰하고 싶어했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덤불숲이 가로막고 있

었거든요.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신발을 벗어던지고는 강으로 뛰

어 들더니 강 한복판으로 나。}가 선 채로 헤엄을 치며 하류 쪽을 살

폈습니다

1968 년 11 월 첫째 주, 마이크부대는머릿수가 훨 씬 우세한북베

트남군 부대와 힘겨운 전투를 벌였다. 당시 부대의 소대장 중 하나

였던 존 메이슨j야n Mason은 당시 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1441
“전투 중에 부상자 몇 명을 후송해 갈 헬리콤터 한 대를 불렀습니

다. 헬리콩터가 착륙하려는 순간 북베트남군이 로켓포를 발사해 지

휘소 요원들을 싹쓸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순식간에 12 명이 죽어나

갔습니다. 나쁜 상황이었죠. 사나흘 후에 겨우 빠져 나오면서 보니

사상자가 전부 45 명이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55 번 고지를 탈환했고 바로 다음 날 분대 전술과 정찰 훈련, 그리고

믿거나 말거나 신체 단련PT 을 했습니다. 당시 젊은 중위였던 나로서

는 정글 속에서 PT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러나 우리는 그렇게 했습니다. 숲 속에서 소대 전술, 분대 전술, 총검

술훈련을하는것 역시 상상할수없는일이었지만우리는했습니다

전투 후에는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다음에는 곧장 일상으로 돌

아가훈련을했습니다.그게 립의 부대지휘 방식이었습니다

밴 라이퍼는 엄격했다 그리고 공정했다 그는 전투 중에 부하들

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가진 전쟁학도였

다. 마이크부대의 또다른병사는회상한다.

“그는 총잡이였습니다.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앞장 서서

부대원을 이끄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는 늘 공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시킨 일이라면 전 부대원들이 거리낌없이 니섰습니다.

언젠가 l 개 분대를 이끌고 야간 매복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선

장.skip야 r(해병대에서 부대장을 부르던 호칭)’한테서 무전 연락이 왔어

요. 난쟁이 북베트남군이라는 뜻 - 121 명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

으니 격퇴하라고 말이죠. 나는 말했습니다. ‘선장, 지금 우리는 다

해야 9 명입니다.’ 그러자그는만약필요하면자신이 반격 부대를이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45
끌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그게 그의 방식이었지요. 적이 나타났습니

다. 아군 9 명에 적군은 121 명이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적과 맞서

씨워야 한다는 데 추호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선장이 작전하는 곳곳

에서 적들은 그의 전술에 격퇴당했습니다. 그는 ‘나도 살고 적도 살

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요

2000 년 봄 국방부 고위 관리 들이 밴 라이퍼를 찾아왔다 그는 발

군의 긴 경력을 두루 거치고 퇴임한 사람이었다. 당시 국방부는 밀

레니엄 첼린지 ’ 02Mil lenium 다allenge ' 02 라고 칭한 전쟁 게임의 입안 초

기 단계에 있었다. 그 게임은 역사상 규모가 가장 크고 돈도 가장 많

이 들어가는프로젝트였는데, 연습이 무대에 올려질 2 년 6 개월 뒤까

지 총 2 억 5 ,000 만달러를투입할예정이었다. 눈치겠겠지만웬만한

나라의 국방 예산 총액보다도 많은 액수다-

밀레니엄 첼런지 시나리오에는 악당 군 지휘자 하나가 페르시아

만 어딘가에 있는 자기네 정부에 반기 를 들고 떨어져 나와 그 일대를

전쟁에 빠뜨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는 강력한

종교적, 민족적 충성심을 바탕으로 상당한 권력 기반을 갖추었고, 서

로다른 4 개의 테러 조직에 은신처 를 제공하며 후원하고 있었다. 그

는 악성 반미주의자였다. 폴 밴 라이퍼는 밀레니엄 첼린지에서 - 결

국 고무적인(혹은 관점에 따라서는 참담한) 캐스팅 작품으로 드러난

이 게임에서 악당사령관역을맡아달라는요청을받았다.

페르시아 만의어 느 아침

미 군부에서 전쟁 게임을 지휘하는 그룹은 연합군사령부Joint F。

1461
Command 였는데 흔히 ]FCOM 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JFCOM 은 워

싱턴에서 남동쪽으로차로몇 시간거리인 버지니아주서팍의 굽이

진 도로 끝, 별다른 특정 없는 나지막한 콘크리트 건물 두 동을 차지

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보이지 않는 주차장 입구 바로 앞혐1 작은

경비초소가 있고 그 경계에 쇠사슬 담장이 둘러져 있다.

]FCOM의 내 부는 지극히 평범한 사무용 건물 같다. 회의실과 칸

막이 방들이 줄지어 있고 카렛 없는 기다란 복도에는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그러나 ]FCOMO l 히는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곳은

국방부에서 군 조직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새로운

군사작전을실험하는장소다.

전쟁 게임 기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0 년 여름이었다.

]FCOM 은 수백 명의 군사 분석가와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불러 모았다 전쟁 게임 언어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청팀 Blue Team 으

로 불리고 적국은 늘 홍팀 R려 Team 이라 불린다 .]FCOM 은 각 팀의 종

합명세를만들었는데 아군의 전력과적의 전력에 관한모든사항이

두루포함되어 있었다

게임에 앞서 몇 주 동안 홍군과 청군은 결전에 대비한 일련의 ‘돌

풍’ 훈련에 참가했다. 악당 사령관은 갈수록 호전적이 되었고 미국

의 상황은갈수록걱정스러워졌다.

7 월 말, %택은서팍에 도착해 JFCOM 본부건물 1 층의 테스트실

로 알려진 창문 없는 큰 방들에 설비를 차렸다. 전국의 여러 군사기

지에 있는 육해공 부대들이 홍팀과 청팀 지휘관들의 명령을 집행하

기 위해 대기했다. 가끔씩 청팀이 미사일을 쏘거나 비행기를 발진시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147
킬 때마다 실제로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비행기가 이륙했고, 그러지

않을 때는 42 개의 각각 독립된 컴퓨터 모델 중 하나가 그 행동을 하

나하나너무나도정확하게 모사해 방안에 있는사람들은종종실제

인지 아닌지 분간조차 못 할 정도였다. 게임은 2 주일 반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차후의 분석을 위해 ]FCOM 의 전문가 팀이 대화 내용

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니터했으며, 컴퓨터 한 대가 발사된 모든

탄환과 미사일, 배치된 탱크를 일일이 추적했다. 이는 실험 이상이

었다년도 채 안 되어 - 강력한 민족적 권력 기반을 갖고 있으며

테러리스트들을 숨겨두고 있다고 추정되는 악당 사령관이 있는 한

중동 국가를 미국이 침공했을 때 - 분명해졌지만 이것은 철저한 전

쟁연습이었다.

밀레니엄 첼린지가 표방한 목적은 어떻게 전쟁을 치를지에 대한

새롭고 꽤 급진적인 일련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것이었다 1991 년

미국은 자막의 폭풍 작전 Ope떼。n De없 Storm’을 통해 쿠웨이트에서 사

담 후세인의 세력을 뿌리 뽑았다. 그러나 그것은 철저한 재래식 전

쟁이었다. 중무장하고 완전 편제된 두 군대가 탁 트인 전장에서 만

나 싸우는 방식이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이 끝난 뒤에 국방부는 그

런 식의 전쟁은 곧 시대착오가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앞으로

는 순전히 군사적인 전투 방식으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할 어리석

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미래의 분쟁은 산개전이다. 전장만큼이나

도시에서도 빈번하게 전투가 벌어질 것이고, 사상이 무기 못지않게

전쟁을 유발할 것이며, 문화와 경제가 전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군

대만큼이나 커질 것이다. ]FCOM 의 한 분석가는 이렇게 쓰고 있다.

148 I
“다음 전쟁은 군대를 기반으로 하는 군사적인 형태가 아닐 것이

다. 얼마나 많은 탱크를 때려부수느냐, 얼마나 많은 배를 침몰시키

느냐,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격추하느냐가 승패의 결정 요인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결정 요인은 적의 시스템을 어떻게 해체하느냐

다. 적의 전투 능력을 추적하기보다는 전쟁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주

의를기울여야한다. 그들의 군사시스템은경제 시스템과연결되어

있고, 경제 시스템은 문화 시스빔과 연결되어 있으며, 문화 시스템

은 개인 사이의 관계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모든 시스템 간의 연

계 고리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밀레니엄 첼린지에서 당시 청팀은 어쩌면 역사상 어떤 군대보다

도 클지 모를 지적 지원을 제공받았다. ]FCOM 은 ‘작전용 그물망

평 가0야rational Net Assessment 라는 도구를 고안했다. 이 는 적을 군사, 경

제, 사회, 정치 시스템 등일련의 시스템으로분해한뒤에 모든시스

템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그 시스템 중 어떤 고리가 가장 취

약한지 보여주는 매트릭스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의사결정 도구였

다. 또한 청팀 지휘관들은 ‘효과 베이스 작전 Effects-ßased Ope때ons’ 이라

는 도구도 제공받았다. 적의 군사력을 표적으로 삼아 파괴하는 종래

의 군사적 방식을 뛰어넘어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도구였다. 공통작

전도Common Relevant Operational Picture , CROP 라는 실시간 종합 전투상황 지


도, 함께 대화하며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도구도 주어졌다. 미국

정부 구석구석에서 나온 전례 없이 엄청난 정보와 지식, 그리고 논

리적이고 체계적이고 합리적이고 엄격한 방법론도 제공되었다. 국

방부병기창에서 나온온갖장난감들도그들차지였다.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49
]FCOM 사령관 윌리엄 커넌 William F. Kernan 징받은 전쟁 게임이 끝

난 뒤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적의 환경 정치적 , 군사적 ,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 제

도적 환경 - 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빠짐없이 살

펴보았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아주 종합적으로 관찰했습니다. 우리

의 각 기관이 보유한 지식이나 도구 중에는 그들의 능력을 차단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통신을 두절시키고 그 국민들에게 힘을

제공하며 국민들의 의지에 영향을 미쳐… 그들에게서 권력을 빼앗

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2 세기 전 나폴레옹은 ‘조L군이 확실하게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

며, 적을 똑똑히 보지도 못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기록했다. 전쟁은 늘 안개에 덮여 있다. 밀레니엄

첼린지의 초점은 고성능 위성과 센서와 슈퍼컴퓨터를 충분히 활용

해 안개를 걷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밴 라이퍼가홍팀의 사령관으로선택된 것이 여러 면에서 무척 고

무적이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밴 라이퍼는 밀레니염 첼린지

의 입장을 반대하는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쟁의 안개를 걷

어낼 수 있다는 이론을 믿지 않았다.

버지니아에 있는 그의 집 2 층 서재에는 복잡성 이론과 군사 전략

에 대한 저작들이 줄줄이 꽂혀 있다. 베트남에서의 경험과 독일의

군사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Carl von Clausewitz의 책 읽기를 통해 ,

그는 전쟁이야말로 본디 예측불가능하고 뒤죽박죽이며 직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밴 라이퍼는 1980 년대에 종종 훈련

150 I
에 침여했는데, 그 역시 군사 교범에 입각해 ]FCOM 이 밀레니염 첼

린지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의사

결정방식을 따르도록 요구받았다 그는 그게 싫었다 그러자면 시간

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는 말한다.

“언젠가 훈련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사단장이 말하더군요. ‘정

지. 적이 어디 있는지 봅시다.’ 우리는 8 시간인가 9 시간을그자리에

있었고 적은 이미 우리 뒤편에 와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워놓은 계

획은수포로돌아가고말았지요

하지만 밴 라이퍼가 모든 합리적인 분석에 넌더리를 낸 것은 아니

었다. 전투 중에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전쟁의 불확실

성과시간의 압박이 여러 선택지를차분히 비교하는일자체를불가

능하게 만든다는 거였다.

1990 년대 초 버지니아 주 관티코에 있는 해병대학 학장으로 있던

시절, 그는 게리 클라인Gary Klein 이라는 남자와 친해졌다. 클라인은 오

하이오에서 컨설팅 회사를 경영하면서 의사결정에 관한 고전적 저

작의 하나인 《권력의 원천 Sources 01 power)을 저술했다. 클라인이 간호

사, 집중치료요원, 소방관, 그 밖의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

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전문가들 대다수가 결정

을 내릴 때 가능한 한 모든 선택지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비교하

지 않는다는 거였다. 결정할 때는 그렇게 하라고 교육 받지만 실생

활에서는 그 방식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클라인의 간호사와 소방

관은 대부분 즉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경험과 직관, 일종의 거친

정신적 모의실험에 입각해 행동했다. 밴 라이퍼에게는 그것이 전장

생각하기 위해 임춰 서지 말라 I 151
에서 내리는 결정에 대한 훨씬 더 정확한 묘사인 듯했다.

한번은 밴 라이퍼와 클라인, 그리고 10 명이 넘는 해병대 장군들이

호기심에서 뉴욕 상업거래소 Mercantile Exchange로 날아가 거래 현장을

찾았다. 밴 라이퍼는 속으로 전시의 군사지휘소를 제외하면 이런 아

수라장은 처음이라고- 여기서 뭔가를 배울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날의 마감 벨이 울린 뒤에 장군들이 플로어로 내려가 거래 게임

을 했다. 그런 다음 선물거래인들을 대동하고 월스트리트에서 뉴욕

만을 가로질러 거버너스 섬의 군사기지로 가서 컴퓨터로 전쟁 게임

을했다

거래인들의 솜씨는 정말 훌륭했다. 전쟁 게임은 그들에게 정보가

제한된 초긴장 상태에서 중요한 결정을 속사포 쏘듯 빠랙1 내릴 것

을 요구했는데 그들이 하루종일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어서

밴 라이퍼는 거래인들을 관티코로 데리고 가 탱크 속에 앉힌 뒤 실

제로 사격 연습을 시켰다. 밴 라이퍼에게는 이 ‘과체중의 쑥대머리

장발족’들과 해병대 간부들이 기본적으로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다

는 생각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유일한 차이는 한 그룹은 돈을, 다른

그룹은목숨을건다는것뿐이었다. 게리 클라인은말한다.

‘전물거래인들과 조낸끊이 처음 만나던 때가 생각납니다. 각테일

파티에서였는데 정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한쪽은 해병대

원들, 별을 둘이나 셋씩 단 장군들이었죠. 해병대 정꾼들이 어떤 사

람들이라는 건 누구나 압니다. 개중에는 뉴욕 땅을 밟아본 적이 없

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또 다른 한쪽은 선물거래인들 20 대나 30 대

의 시건방진 청년 뉴요커들입니다 방안을둘러보니 2~3 명씩 짝을

152 I
지었는데, 한쪽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그룹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들은그저 예의를갖추는게 아니라서로활기차게 이야기를나누

고 있었지요. 정보를 교환하며 관계를 트고 있었습니다 나는 속으

로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마음의 친구들이구나 그들은 서로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밀레니엄 첼린지는 한낱 두 군대의 싸움이 아니었

다. 그것은 완전히 반대되는 두 군사철학의 싸움이었다. 청팀은 적

의 의도와 능력을 체계적으로 이해히는 데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와

매트릭스와 방법론을 갖고 있었다. 반면 홍팀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

르고 사람들을 밀치며 한 시간에도 1 ,000 번이나 순간적인 결정을

내리는 선물거래인, 그 직감적인 쑥대머리 장발족들에게 진정한 동

료의식을 느낀 그런 사내의 지휘하에 있었다.

전쟁 게임 개막일, 청팀은 수만 명의 군대를 페르시아 만에 쏟아

부었다. 일단 홍팀의 본국 바로 앞 해안가에 헝공모함 전투단을 정

박시켰다. 그들은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며 밴 라이퍼에게 이른바

항복을 요구하는 포인트 8 의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들은 자신만만

했다 i작전용그물망평가의 매트릭스가홍팀의 취약지, 예상되는

홍팀의 다음 움직임, 홍팀의 선택지 등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러나 밴 라이퍼는 컴퓨터의 예측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청팀은 밴 라이퍼의 마이크로파 송신탑을 파괴하고 광섬유 라인

을 잘랐다. 그러면 홍팀이 위성통신이나 통화구역 방식의 이동전화

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며 , 그럼으로써 그들의 통신을 모니터할 수

있으리라는가정이었다

생각하기 위해 밍취 시지 말파 I 153
밴라이퍼는회상한다.

“그들은 홍팀이 그 사태에 경악할 거라고 말했지요. 경악? 글써1

요. 어느정도보고들은게 있는사람이라면 누구도그런 기술에 의

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 겁니다. 그건 청팀의 사고방식이었지

요. 아프E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고 난 뒤에도 이동전화나 위성통신으로 교신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

니까? 우리는 밀사를 오토바이에 태워 보내는 식으로 교신했고 메

시지는 기도문 속에 숨겼습니다. 그들이 묻더군요. 어떻게 조종사

와 관제탑의 통상적인 교신도 없이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이륙시켰

습니까?’ 나는 답했습니다. ‘당신들도 제 2 차 세계대전을 기억하지

않소? 우리는 조명장치 를 쓰기로 했소”’

청팀은 갑자기 펼쳐진 책처럼 뻔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던 적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알쏟달쏟해지는것을느꼈다. 그때 홍팀은뭘 하고

있었을까? 보통 사람이라면 덩치 큰 적의 출현에 겁을 먹고 납작 웅

크리고 있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그러기에 밴 라이퍼는 너무 대단한

총잡이였다. 전쟁 둘째 날, 그는 페르시아 만에 소형 보트 한 선단을

띄워 침공을 시도한 청팀 해군 함정 들을 추적했다. 그런 다음 경고

도 없이 한 시간 동안 그 함정들에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홍팀의 기습 공격이 끝났을 때는 이미 미군 함정 16 척이 페르시아

만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밀레니엄 첼린지가 예행연습이 아니라

실제 전쟁이었다면 미군 병사 2 만 명이 총 한 방 싹보지 못하고 물

귀신이되었을것이다.

밴라이퍼는말한다.

154 I
“홍군 사령관으로 그 자리에 있다 보니 청팀이 선제공격 전략을

쓸 거라던 말이 실감나더군요. 그래서 먼저 공격했죠. 우리는 그 함

정들이 얼마나많은크루즈미사일을처치할수있을지 상세히 계산

해 봤습니다. 그런 디음에 단순히 그보다 많은 수의 미사일을 각기

다른 방호벼1 서, 내륙에서, 해안에서, 공중에서, 바다에서 쏘아댔던

거지요. 아마도 절반은 미사일에 맞았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

하는 배 들을 골라잡았습니다. 항공모함. 가장 큰 순양함. 그리고 상

륙정이 6 척 있었는데 그중 5 척을파괴했습니다

다음 몇 주, 아니 몇 달 동안. ]FCOM 의 분석가들은 7월의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을 무수히 시도했다. 이 를

단순히 전쟁 게임’이 만들어낸특수한산물로치부하는사람도있

었고, 진짜 전쟁에서는 배 들이 게임 때만큼 취약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설명도 청팀이 대재앙을 맞았다는 사실

만큼은바꾸지 못했다.

악당 사령관은 악당 사령관이 할 일을 했다. 그는 단지 맞서 싸운

것뿐인데 어찌 된 일인지 이것이 청팀을 경악시켰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쿠로스 상에 대한 폴게티박물관의 실패담과 유사하다 그들

은상상가능한우연적 요소들을모두포괄하는, 철저하게 합리적인

분석을 행했지만 어찌 된 연유에선지 본능적으로 포측L해야 마땅했

던 한 가지 진실을 놓쳤다. 페르시아 만에서의 그 순간, 홍팀의 신속

한 인식 능력은 온전했다- 반면 청팀은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그런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55
즉흥극을이끄는규칙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어느 토요일 저녁, 즉홍 코미디 그룹 ‘마더

Mother’가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한 슈퍼마켓 지하 소극장에서 공연

을 했다. 추수감사절 직후 눈 내리는 저녁시간이었지만 극장은 가득

갔다. ‘마더’의 단원은총 8 명인데, 여자셋에 남자가다섯이고모두

20 대나 30 대였다. 무대 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흰색 접이의자 6 개만

달랑놓여 있었다.

‘마더’의 공연은 즉흥극계에 ‘해롤드 Har이d’로 알려진 형식의 극이

었다. 배우들은 자신이 어떤 인물을 연기할 것인지, 어떤 플롯을 펼

쳐 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을 비운 채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

고 객석에서 아무 제안이나 불쑥 받아 한 순간의 협의조차 없이 백

지 상태에서 30 분짜리 극을 만들어간다.

단원 하나가 객석을 향해 제안을 하라고 외쳤다. 누군가 소리쳤다

.‘로봇!"

즉흥극에서 제안을 연기하는 것은 단어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과

는 다른데, 그 당시 제안을 듣고 연기를 처음 시작한 여배우 제시카

는 ‘로봇’이라는 말을 듣고 감정의 이탈과 기술이 관계에 어떤 영향

을 미치는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곧장 무대 위로 걸어 나가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날아온 고지서를 읽는 척했다. 무대에

있던 또 한 사람의 남자 배우는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곧이어 그들이 이야기를시작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어떤 역을 연기하는지 알았을까? 전혀 몰랐

다. 제시카도 객석의 누구도 몰랐다. 그러나 어찌어찌하더니 그녀는

156 I
아내고 남자는 남편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고지서에 적힌 케이블

텔레비전 포르노 영화 시청료를 보고 정신이 이찔해진 것이다. 그는

10 대 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응수했고, 잠시 활기찬 밀고

당기기가이어졌다.

그때 또 다른 배우 2 명이 무대 위로 달려 올라와 같은 이야기의

또 다른 두 배역을 연기했다. 그중 한 사람은 위기에 처한 가족을 돕

는 정신과 의사였다 장면이 바해고 화가 난 배우 하나가 의자에 푹

쓰러지며 말했다.

“난지금저지르지도않은죄에 대해 벌을받고있어

그는 부부의 아들이었다. 대사가 끝나는 순간 모두 말문이 막히거

나 폼이 얼어붙거나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 일련의 연기는 마치

며칠 동안 연습한 듯 매끈하게 펼쳐졌다. 가끔은 말과 행동이 정확

하게 맞아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무척 재미있었고 관객은 웃

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극은 매순간 매혹적으로 펼쳐졌다. 방송

카메라하나없는무대 위, 우리 바로눈앞에서 극을만들어가는 8

명의단원이 있었다.

즉흥 코미디는 ‘순간 포착’ 이 어떤 식의 사고인지 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거기에는 어떤 종류의 대본이나 플롯의 도움 없이

순간적인 감각만으로 매우 복잡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즉

흥극이 배우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솔직히 말하자면 무시

무시하게 만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만일 당신에게 어떤 극을 한 달 동안 연습한 뒤 관객들 앞에서 공

연하라고 하면 대부분 안 하겠다고 할 것이다. 무대 공포증이 있으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157
면 어쩨나?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나? 관객이 야유를 보내면 어쩌

나? 그러나 전통적인 연극에는 적어도 체계가 있다. 모든 말과 동작

이 대본에 낱낱이 쓰여 있다. 따라서 배우들은 누구나 예행연습을

해야 하고, 그 옆에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어떻게 연기하라고 이야

기하는책임감독이 있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당신에게 공연을 요청한다. 다만 이번에는 극

본도 없고, 당신이 무슨 역을 하는지 , 무슨 말을 하기로 되어 있는지

어떤 실마리도 없고, 그러면서도 관객이 재미있으리라는 기대로 당

신을 쳐다볼 것이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당신은 차라리 불타는 장작

위를 걷겠다고 펄쩍 띔지도 모른다. 즉흥극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지

는 것은 임의적이고 무질서해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무대 위에 올

라가 즉석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내야만 할 듯하다.

그러나 진실은 다르다. 즉흥극은 절대로 임의적이고 무질서하지

않다 예컨대 당신이 ‘마더’의 출연진과한자리에 앉아충분히 이야

기를 나눠본다면 그들이 어릿광대 같고 충동적이고 기분 내키는 대

로 하는 사람들, 당신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상상했던 사람들괴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진지하고, 심지어 어리숙하기까지 하다- 그들은 매주 모여서 긴 시

간동안연습을하며, 공연이 끝날때마다무대 뒤에 모여 서로의 연

기를 냉정하게 비판한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많은 연습을 할까? 즉흥극은 일련의 규칙이

적용되는예술형식이며, 배우들은지신이 무대에 섰을때 무대 위의

모든이들이 반드시 규칙을따라주기를원하기 때문이다.

158 I
“우리는 이 일이 농구 경기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마더’의 배우중하나가이렇게 말했는데 더없이 적절한비유다.

농구는 몇 분의 1 초를 다투는, 자연발생적인 판단으로 가득한 복잡

미묘하고 속도감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자연발생적인 판단은 모든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 슛하고 드리

블하고 패스하고 달리는 플레이를 거듭 반복하며 완성해 가는 훈

련 - 에 참여하고 코트 위에서 세심하게 규정된 역할을 할 때 비 로

소 가능해진다. 이는 즉흥극의 귀중한 교훈인 동시에 밀레니엄 첼린

지의 퍼즐을 이해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자연발생성이란 결코 제멋

대로를뜻하는말。l 아니다.

밴 라이퍼의 홍팀은 상대보다 더 총명하거나 운이 좋아서 이긴 것

이 아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 신속한 인식을 요하는 초긴장 상태

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가는 훈련, 규칙, 예행

연습에달려 있다.

예 를 들어 즉흥극을 가능케 하는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동

의의 개념이다. 즉, 이야기나 유머 를 만들어내는 매우 간단한 방법

은등장인물로하여금자신에게 일어나는모든일을순순히 받아들

이게 하는 것이다 즉흥극 창시자 중 한 사람인 키스 존스턴 Keith

J이nstone은 이 렇게 쓰고 있다.

“어느 날 당신이 잠시 책읽기를 멈추고 당신이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어떤 일을 생각했다고 치자. 그

순간 당신은 이미 무대에 올리거나 영화로 찍을 만한 무언가를 생각

한 셈이다 우리는 레스토랑 문을 열었다가 날아오는 커스터드 파이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59
에 얼굴을 맞고 싶어하지 않는다. 또 할머니의 휠 체어가 갑자기 절

벽 끝을 향해 굴러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

는 그런 사건이 나오는 공연은 돈을 내고 보러 간다 우리는 대부분

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즉흥극 교

사들은 이 능력의 방향을 역전시켜 천성적으로 ‘타고난’ 즉흥 연기

자들을 만들어낸다 뛰어나지 못한 즉흥 연기자들은 흔히 수준 높은

기량으로 행동을 차단하지만 뛰어난 즉흥 연기자들은 그 행동을 발

전시킨다”

존스턴이 가르르치던 반에서 두 배우가 주고받았던 즉흥 대화를 예

로 들어보A .

A: 내 다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B : 아무래도 절단해야 할 것 같은데요.


A: 그럴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

B : 왜죠?

A: 오히려 내가 다리에 붙어 있는걸요

B : (낙담한표정으로) 자, 자, 진정하세요

A: 내 팔도같은병이거든요, 선생님.

두배우는곧심한좌절감에 삐졌다 상황을더 이상이어나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 A가 농을 던졌지만- 꽤 창의적인 농담이었

다( “내가 오히려 다리에 붙어 있는걸요끼-장변 자체는 재미있지 않

았다.존스턴은그들을제지하고문제점을지적했다. 배우 A가동의

160 I
의 규칙을 어긴 것이다. 상대역이 제안을 했는데 그것을 묵살했다.

그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

그래서 둘은 다시 시작했다 다만 이번에는 대사를 동의하는 말로

바꿨다

A : 아아!

B 무슨일이죠?

A : 제다리요,선생님.

B : 심해 보이는군요. 절단해야겠습니다

A : 지난번에 선생님이 절단한 다리인걸요

B : 그럼 그나무다리가아프다는말인가요?

A : 예,선생님.

B : 그게 무슨의미인지는아시죠?

A: 나무좀벌레는 아니죠. 선생님 1

B : 아니, 맞습니다 온옴에 퍼지기 전 에 제거해야겠어요


(A 의 의자가폭삭주저앉는다.)

B : 저런 1 가구에까지 번지고 있군요!

이는 앞의 극에서와 똑같은 두 배우가, 똑같은 수준의 능력으로,

똑같은 배역을, 똑같은 내용으로 연기한 것이다. 첫 연기는 미숙한

결말에 이르렀지만 이번에는 장면마다 가능성이 넘친다. 어떤 단순

한 규칙을 따름으로써 A와 B 가 재미있어졌다. 존스턴은 쓰고 있다.

“좋은 즉흥 연기자는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다. 만사가 미리 정

생각하기 위해 임춰 서지 말리 I 161
해진 것처럼 보인다. 이는 모든 제안을 - ‘보통’ 사람이라면 할 리

없는 제안까지도 - 모두 수용하기 때문이다.

즉흥극의 또 다른 아버지인 텔 클로즈Del 디。5e가 마련한 워크숍에

서 벌어진 사례를 하나 더 살펴보자. 한 배우는 강도였고, 다른 배우


는그를추격하는경찰역을맡았다.

경찰 : (혁혁거리며) 어이 - 난벌써 쉰 살인데다몸도축났어. 잠

시쉬었다가면안될까?

강도 : (혁혁거리며) 쉬는 사이에 날 붙잡지 않을 거죠?

경찰 : 믿E속하지. 몇 초만쉬자고 - 셋을셀게. 하나, 둘, 셋.

이 장면을 연기하는 데 유난히 재치 있거나 머리가 좋거나 동작이

기민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는 매우 직선적인 대화다.

유머란 전적으로 무대 위 연기지들이 어떤 제안도 부정할 수 없다는

규칙을 얼마나 확고하게 지키는가에서 나온다 이처럼 올바른 뼈대

만 있다면 즉흥극은 부지불식간에 유창하고, 힘들지 않고, 순발력

있게 대회를 끌어가기가 훨씬 쉬워진다. 폴 밴 라이퍼가 밀레니엄

첼린지에서 이해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자신의 팀을 덩그러니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들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재미있는 대화가 뒤

어나오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자연발생성이 잘 구현될 조

건을만들어냈다.

1621
반추의위험성

밴 라이퍼가 처음 동남아시아에 도착해 남베트남군의 고문 역할

을 하며 오지에 나가 있을 때였다 종종 멀리서 대포 소리가 들려왔

다. 당시 그는 전장에 갓 투입된 젊은 중위였기 때문에 대포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무전기를 켜고 야전 부대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

러나 몇 주가 지나자 그는 야전부대 사람들도 자신과 다름없이 그

대포 소리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포 소리

는 그저 대포 소리일 뿐이었다. 물론 그것은 무슨 일인가의 시작이

었다. 그러나 그 무슨 일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밴 라이퍼는 묻기를 그만두었다.

베트남에 두 번째로 갔을 때, 이제 밴 라이퍼는 대포 소리가 들려

올 때면 늘 기다렸다. 밴 라이퍼는 말한다.

“소리가 들리면 나는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대포 소리는

앞으로 5 분 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들도 도

움이 필요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댈 테니까요. 또 5 분이 지나고

사태가 진정되어도 나는 여전히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병사들

이 스스로 상황을 파믿L해 사태를 이해하도록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입니다. 호출은 자칫 실수의 원인이 됩니다. 병사들이 비난을 면하

기 위해 그때 그때 주워담는 말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행동할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호출은 그들의 신경을 분산시컵니다. 이제

그들은 땅 대신 하늘을 봅니다. 그들의 자체적인 상황 처치를 방해

하게 되는거지요

밴 라이퍼는 홍팀을 맡았을 때도 이 교훈을 명심하고 있었다. 밴 라

생각하기 위해 냉춰 서지 말라 I 163
이퍼는 경영 교사 케빈 켈리 Kevin Kelly의 말을 인용하며 말했다.

‘내가야전부대 참모들에게 처음한말은지휘는받되 관리당하지

않을 거라는 말이었습니다. 전반적인 방침과 의도는 나와 최고 지휘

부에서 정해주지만 야전 부대들은 상부의 세세한 명령에 의존하지

말라는 뜻이었지요. 그러자 갈수록 자신들의 독창성을 활용하면서

새로운면모를보였습니다 홍팀의 공군사령관은색다른아이디어를

거의 매일같。1 제안해 왔지요. 그는 각각 다른 방햄서 청팀을 질리

게 만드는 수법들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상세한 부분에서 나한테

특정한지침을받은적이 없습니다.의도만전달받았지요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밴 라이퍼는 반추를 원하지 않았다. 긴 회

의도, 설명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참모들에게 우리는 청팀이 쓰는 용어는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평상시에 대화할 때를 빼고는 ‘효과’라

는단어도듣고싶지 않았죠. 작전용그물망평가 이야기도마찬가

지입니다. 우리는 기계적인 절차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람들의 지혜

와경험, 훌륭한판단을활용할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관리체계에는 분명히 위험이 따른다. 밴 라이퍼가 휘하

부대들이 뭘 하려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방식은 부하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산만한’ 의사결정방식이었다. 그러나 모든 단점을 상쇄

하고도남을만한장점이 있었다.부히들이 자신의 행동을해명할필

요없이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든것이다. 이는결과적으로즉흥

극에서의 동의 규칙과유사하다. 그것은신속한인식을가능케 한다.

164 I
매우 단순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오늘 마지막으로 식사한 레스토

랑에서 당신의 시중을 든 웨이터, 혹은 오늘 버스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의 얼굴을 머릿속에 그려보라. 아니면 최근에 처음 본 어떤 사

람도상관없다.

자, 이제 경찰이 용의자 대열에서 그때 본 사람을 가려내라고 하

면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가능하지 싶다. 누군가의 얼굴을 알

아본다는 것은 무의식적 인식의 전형적인 예다. 그에 대해 생각할

필요J} 없다. 얼굴이 그냥우리 머릿속으로뛰어 들어온다.

그러나 펜과 종이를 주면서 생김새를 가능한 한 상세히 적어보라

고 했다 치자. 얼굴 생김새는? 머리는 무슨 색이었지? 뭘 입고 있었

지? 장신구 같은 것은 있었나? 믿거나 말거나 그 일을 하고 난 뒤에

는 용의자들 얼굴을 봐도 가려내기 힘들 것이다. 얼굴을 묘사하는

행위가 오히려 얼굴을 힘들이지 않고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

렸기 때문이다.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한 심 리 학자 조나단 스쿨러 Jonathan W. Sch∞ler는

이를 일컬어 언어의 음영 verbal ove때때wlng 이라고 한다. 사람의 뇌에는

언어로 생각하는 부분인 좌뇌와 그림으로 생각하는 부분인 우뇌가

있는데, 얼굴을 언어로 묘사하면 시각 메모리가 우뇌에서 좌뇌로 이

동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생김새를 글로 적은 뒤에 다시 용의자들을

보았을 때 당신이 그리고 있는 상은 눈으로 본 워l 이트리스의 모습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말로 표현한 그녀의 모습에 관한 기억이다. 즉,

얼굴을 기억하는 일에 관한 한 언어로 묘사하는 능력보다는 시각적

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훨씬 탁월하다.

생각하기 위해 엄춰 서지 말라 I 165
만일 마릴린 먼로 Mari lyn Monr∞나 앨버트 아인슈타인 AI아π Einstein의 사

진을 봤다고 하자. 당신은 몇 분의 1 초 만에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것이다. 또한 그 즉시 상상 속에서 두 얼굴을 거의 완벽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로는 그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마릴린 먼로의 얼굴에 관한 글을 한 단락 써 놓고 그게

누구를 묘사한 글인지 적어놓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알아맞힐 수 있

을까?

우리는 모두 얼굴에 대한 본능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면 생각과 느낌을 설명하면 - 스스로 그 본

능과분리된다.

얼굴을 알아보는 일은 매우 특수하게 느껴지지만, 스쿨러는 ‘언어

의 음영’이 여러 문제 해결 방식에 두루 영호탤 미친다는 점을 입증

해 왔다. 다음 퀴즈를 풀어보라

한남자와그아들이 심각한자동차사고를당한다. 아버지는죽

고 아들은 응급실로 급송된다 도착하는 순간, 당직 의사가 아이를

보고 숨이 넘어갈 듯 소리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입니다 1" 의사는

과연누굴까?

이것은 통찰력 퀴즈다. 연필과 종이로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수학

문제나 논리 문제와 다르다. 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답이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뿐이다 여기서 의사는 항상

남자라는자동적인 가정을뛰어넘을필요가있다. 물론의사가항상

1661
남자인 것은 아니다. 의사는 소년의 어머니다! 통찰력 퀴즈를 하나

더풀어보자.

거대한 철제 삼각뿔이 뒤집어진 채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살짝만 움직여도 삼각뿔은 넘어진다 삼각뿔 밑에는 100 달러짜리

지폐가 한 장 있다. 피라미드를 건드리지 않고 지폐를 치울 방법이

있을까?

잠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1 분쯤 뒤에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는지, 당신의 전략, 당신의 접근방식, 혹은 당신이 생각해

낸 해결책을 되도록 자세히 적어보자. 스쿨러는 이 실험에서 생각을

설명하도록요구받은사람들이 그렇지 않은사람들보다 30 퍼센트나

문제를 덜 맞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요컨대 생각을 적으면 해답을

찾아내는데 필요한섬광같은통찰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웨이트

리스의 얼굴을 말로 묘사했을 때 용의자 대열에서 그녀를 골라내기

힘들어지는 것과 똑같다(그건 그렇고 삼각뿔 문제의 답은 어떻게든

태우든찢든 - 지폐를파괴해 없애는것이다).

논리적인 문제에서는 생각을 설명하는 일이 해답을 찾는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섬

광 같은 통찰력을 요하는 문제는 다르다. 스쿨러는 말한다.

“스포츠에서 과정을 분석하면 오히려 무력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과정을 반추하기 시작하면 당신의 능력은 흐름을 잃고 잠식당합니

다. 우리에게는 그런 절차에 취약한, 유동적이고 직관적이며 언어로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과 I 167
표현하기 힘든유형의 특정한경험들이 있습니다

인간은통찰과본능을비상하게 도약시킬 능력이 있다. 얼굴을기

억에 담을 수 있고 순식간에 퍼즐을 풀 수도 있다 그러나 스쿨러가

이야기하는 것은 이 모든 능력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취약하다는 점

이다. 통찰은 머릿속을 환히 밝히는 백열전구가 아니다. 그것은 쉽

게 꺼져버릴 수도 있는 깜박이는 춧불이다.

언젠가 의사결정 전문가 게리 클라인 Gary Kleln 이 클리블랜드의 한

소방서장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초를 다투는 냉혹한 결정을 내

려야 했던 때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인터뷰에서

소방서장은 소방서 부서장으로 일하던 몇 년 전에 있었던, 얼핏 보

기에는별다를바없어 보이는출동에 관한일화를꺼냈다.

주거 지역의 한 단층집 뒤편 주방에서 불길이 일었다 부서장과

대원들은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가 호스를 끌어와서는 주방의 불꽃

에 물을 끼얹으며 소방관들의 용어로 ‘불길을 막았다’고 생각했다.

그 즈음이면 불꽃이 줄어들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불길은 여전했다.

그래서 다시 물을 뿌려댔다. 역시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소방대원

들은아치형 통로를통해 거실로물러났다. 갑자기 뭔가가잘못되었

다는 생각이 부서장의 뇌리를 스쳤다. 그가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나가자, 당장'"

밖으로 뛰쳐나오기 무섭게 그들이 서 있던 마룻바닥이 무너져내

렸다. 불은 지히실에서 난 것으로 날벼졌다.

클라인은회상한다.

“소방서장은 자기가 왜 대원들에게 나가자고 소리쳤는지 몰랐습

168 '
니다. 그는 ES Pextrasensory 어ception (영감)라고 믿었지요. 그는 진지했어

요. 연1 에게 ESP 가 있고. ESP 덕분에 소방관 생활을 하는 내내 보

호를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라인은 철학박사 학위를 가진 의사결정 연구자로 매우 명석하

고 사려 깊은 사람이다. 그는 소방서장의 말을 답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에 두 시간 동안 계속해서 그 소방서장을 그

사건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가 알았던 것, 몰랐던 것을 정확하게 수

집히려는의도에서였다.

“첫째는 그 불길이 으레 짐작되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입

니다

클라인의 말이다 주방에서 난 불이라면 당연히 물에 반응해야 했

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클라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그들은 거실로 물러났습니다. 소방서장은 불이 얼마나 뜨거운지

감을 잡으려고 늘 귀 가리개를 세워두는 사람이었는데, 그 불은 하

도 뜨거워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주방 불이라면 그렇게 뜨거울

리가 없었던 거죠. 나는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밖에 다른 것은요?

전문지식이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알아차리는 능력이죠. 그를 또 한

번 놀라게 한 것은 불이 시끄럽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불이 무척

조용했던 거지요. 불이 아주 뜨거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일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예외들은 완벽하게 이해가 된다 주방에 물을 쏘

아도 불길이 반응하지 않았던 것은 불길의 진원지가 주방이 아니었

기 때문이다.불이 조용한것은소리가마룻바닥에 막혔기 때문이다.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69
거실이 뜨거웠던 것은 거실 밑에 있던 불길에서 열기가 올라왔기 때

문이다. 그러나 소방서장은 당시에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연결지어

생각할 수 없었다 모든 생각이 무의식의 잠긴 문 저편에서 전개되

고있었던것이다

이것이 행동과 관련된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의 훌륭한 예다.

소방관의 몸속 컴퓨터는 아수라장에서 즉각 하나의 패턴을 힘들이

지 않고 찾아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하마터면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뻔했다는 사실이다. 소방서장이 즉각 행동을 취하지

않고 대원들과 사태를 논의했다면, 상황을 점검하면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면, 다시 빨R ‘까다로운 문제 앞에서

리더는 모름지기 이래야 돼.’ 하고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일들을 했


더라면 아마 그는 많은 대원들을 잃었을 것이다.

밀레니염 첼린지에서 청팀이 범한 실수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들

은 일단 멈춰 서서 상황을 논의하고 일 전개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논리를 요구하는 문제였다면 시스템은 。봐 훌륭하

게 작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밴 라이퍼는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혹

독한 선물들을 던져주었다. 청팀은 밴 라이퍼의 통신을 감청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밴 라이퍼는 오토바이를 이용해 인편으


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밴 라이퍼가 비행기를 발진

시키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라이퍼는 잊혀진 제2차 세계대전

전술을 빌려와 조명장치를 사용했다. 청팀은 라이퍼 측이 자기들 함

정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밴 라이퍼는 PT

용 소형 보트들을 페르시아 만에 가득 풀었고, 이어서 밴 라이퍼의

170 I
야전 지휘관들이 순간적인 감각에 따라 공격을 감행했다. 청팀이 생

각하기에 흔해빠진 ‘주방의 불’ 같던 것이 자기들의 방정식에 전혀

산입할 수 없는 것들이 되고 말았다. 통찰력으로 문제를 풀어야 했

지만그들의 통찰력은사라진지 오래였다.

밴라이퍼는말한다.

“나는 청팀이 모든 것에 대해 길게 토론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정치 상황이 어떤지 판단하그l자 했고, 위아래로 화살표가 가

득한 차트를 준비했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잠깐만요. 당

신들은 전투 와중에도 그런 짓을 하고 있을 겁니까? 그들은 이 모든

것을 두문자어로 표현했습니다. 국력의 요소에는 외교력, 정보력,

군사력 , 경 제 력 diplomatic , informational , m뼈

을 DIME 라고 부릅니다. 그들은 늘 청팀의 DIMEBlue DIME 이야기를

했지요. 다음은 정치, 군사, 경제, 사회, 기반, 정보 기구들어itical ,

military , economic , 따ial , infrastructure. information instruments , 즉 PMESI 가 있습니

다. 그래 놓고 우리 DIME 대 저들의 PMESI 가 어디쯤에 있을까 하

는 식의 끔찍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재갈을 물리고 싶었지

요. 당신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까? 그러다가는 형

식에, 매트릭스에, 컴퓨터 프로그램에 사로잡혀 풍덩 빠져버리고 맙

니다.’ 그들은 기술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느라 문제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사안은 자꾸 찢어발기다 보면 그 의미를 잃게 되

지요

전쟁 게임과관련된 ]FCOM 의 고위 책임자중하나인 딘 캐시Dean

Ca매 소장은 훗날 이 렇게 말했다.

생각하기 위해 엄춰 서지 말라 I 171
“작전용 그물망 평가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알 수 있도록 하기 위

해 만든도구였습니다

하지만그도인정했다

“그것은명백한실패였습니다

진짜환자알아내기

시차고 도심에서 서쪽으로 3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웨스트해리슨

가에 지난 세기 초반에 지은 요란한 장식의 건물 하나가 블록 한 면

을 다 차지하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 100 년의 태반을 룩카운티 Cook

County 병원의 본거지 노릇을 해왔다. 세계 최초의 혈액은행이 문을

연 곳도 여기였고, 코발트빔 요법 cobalt 아am t야rapy을 처음 개발한 곳도

여기였다. 외과 의사들이 절단된 손가락 4 개를 한꺼번에 접합한 곳

도 여기였으며, 트라우마 센터가 하도 유명해서 - 또한 주변 갱들의

총상과 상처를 치료하느라 너무 분주해서 텔레비전 시리즈 (ER)

의 동기를제공한곳도바로여기였다.

1990년대 말묵카운티 병원은거대한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프로

젝트는 언젠가 있었던 비슷한 업적들 중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만한

놀라운 것이었다. 룩카운티는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

에 대한 진찰 방식을 바꾸었는데, 그들이 어떻게, 왜 그랬는지 살펴

보면 폴 밴 라이퍼의 예기치 못한 승리를 또 다른 각도에서 이해할

수있다.

룩카운티의 대규모 실험은 브렌던 레일리 Brendan Reilly라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 병원 의료원장으로 부임하던 1996년부터 시작되었다.

172 I
당시 레일리가 물려받은 의료원은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도시 제

일의 공공병원이던 룩카운티는 건강보험이 없는 수십만 시카고 시

민들의 마지막 기댈 곳이었지만 물자가 바닥나고 동굴 같은 병동들

은 전 세기의 유물처럼 황폐했다. 개인 병실은커녕 환자들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는 앓은 합판 칸막이가 전부였다. 카페도 없고

홀 끝 공중전화가 전부일 뿐 개인 전화도 없었다. 야사에나 나올 법

한 이야기지만 한때 의사들이 집 없는 사람들을 훈련시켜 일상적인

연구검사를시행했다고도한다.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병원의 한 내과의사는 말한다.

“옛날에는 한밤중에 환자 한 명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병동 전

체에 불을 켜야 했습니다. 큰 건물에 전등 스위치가 달랑 하나뿐이

었기 때문이죠. 개별 전등이 달린 것은 1970 년대 중엽에 들어서였

습니다. 에어컨 대신 커다란 팬들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소음이 얼마

나 엄청났는지는 쉽게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룩카운티는 경찰이

죄수 환자를 데려오는 곳이라 늘 주위에 온갖 경찰들이 바글거렸습

니다. 쇠사슬로 침상에 묶인 죄수들도 있었지요. 뿐만 아닙니다. 환

자들이 텔레비전과 라디오를 가지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 소리가 홀

안에 광광 울리기 일쑤였고, 답답하다 보니 환자들이 여름날 저녁

현관에 앉은것처럼 복도에 덩그러니 앉아있었어요.복도마다환자

들이 가득한데 욕실은 하나라서 모두 IV(약물 점적 장치)를 질질 끌

며 복도를오르내렸습니다. 그나마단추를눌러 간호사를부르는호

출 벨이 있기는 했는데 말할 것도 없이 간호사가 부족했습니다. 벨

은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울려대는데 그런 상태에서 누군가의 심장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73
박동이나 숨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이지 미칠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레일리는 본래 다트머스대학 의료센터에서 의사 일을 시작한 사

람이었다. 다트머스 의료센터는 뉴햄프셔의 바람이 솔솔 불고 파도

처럼 굽이치는 언덕들 사이에 자리잡은 아름답고 유망한 최첨단 병

원이었다. 워l 스트해리슨가는 또 다른 세계, 일종의 충격이었다. 레

일리는회상한다.

“여기 처음 온 것이 1995 년이었는데, 그해 여름 시카곡에 열파가

몰아쳐서 수백 명이 죽었죠. 물론 병원에는 에어컨 시설이 없었습니

다. 병원 안 온도계를 보니 놀랍게도 섭씨 49도였습니다. 병원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려고 기를 쓰는 환자들이 있었어요. 나는 도착

하자마자 병원 관리자 하나를 병동으로 끌고 가서 그저 홀을 걷고

홀 한복판에 서 있도록 했습니다. 딱 8 초를 견디더군요

눈앞에 직면한 문제들은 끝이 없었다. 레일리의 눈에는 그 중에서

도 응급진료부 Emergency Depaπment , ED 야말로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목놓아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 룩카운티 환지들은 건강보험에 가입

한 사람이 극소수여서 대부분 응급진료부를 통해 병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환자들은 아침에 눈 뜨기 무섭게 점심과 저녁

을 싸들고 이곳으로 달려오는데, 홀에 늘 기다란 줄이 늘어서고 방

들은북새통이었다 해마다무려 25 만명의 환자가 ED 를통해 병원

에들어왔다.

레일리는말한다.

‘짐지어 ED 가 꽉 차서 걷기조차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바퀴 달

174 I
린 침대를 포개놓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돌볼까 하

는압박엠 매일같이 가슴을짓눌렀지요 환자들은허락을받。싸

만 입원할 수 있었는데 일이 복짙L해지는 것도 그 때부터입니다. 물

자의 압박이 너무심했기 때문이지요 누구에게 어떤 약이 필요한지

어떻게 안답니까?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물자를 쓰게 할 방법을 어

떻게알겠습니까?’

시카고는 미국에서 천식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래서 레일리는 직원들과 함께 천식 환자들을 효율적으로 처치하

기 위한특별 프로토콜을개발했고, 집 없는사람들을위한또다른

프로그램들도 만들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심장 발작 환자 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전면에 대

두했다 .ED 에 줄지어 들어오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평균 잡아 하

루에 약 30 명이 - 심장 발작을 의심했다. 그 30 명이 비좁은 침상과

부족한 인원을 붙들어댔고 다른 환자들보다 병원에 훨씬 오래 머물

렀다. 흉부 통증 환자에게는 물자도 많이 필요했다. 치료 프로토콜

도 길고 복잡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심장 발작은 미쳐버릴만큼 판단

이 잘되지 않았다

환자가 가슴을 움켜쥐고 들어온다. 간호λ까 혈압을 챈다. 의사는

환자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환자의 폐에 물이 갔는지 여부를 알

려주는 독특한 버스럭 소리 - 심장이 펌프질 임무를 지속하는 데 곤

란을 겪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 를 듣는다. 의사가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죠? 어느 부위가

아품니까?운동할때 더 그런가요?전에도심장이 이픈적이 있었습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아 I 175
니까? 콜레스테롤 수치는 얼마인가요? 마믿t은요? (심장병과 강한 연
관이 있는) 당뇨가 있습니까?

그 때쯤 기술자 하나가 탁상용 컴퓨터 프린터만한 작은 기기 하

나를 손수레에 싣고 들어온다. 이어서 기술자는 고리가 달린 작은

플라스틱 스티커들을 환자의 팔과 가슴 위의 정확한 위치에 올려

놓는다 스티커마다 전극이 부착되고 스티커가 심장의 전기 활동을

‘읽어’ 분햄 그래프지 위에 패턴으로 찍어낸다. 이것이 심전도

electrocardiogram , ECG q. 이론상으로는 건강한 사람의 심장은 산맥 윤곽

같은 - 일관된 패턴을 만들어낸다.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에는 패턴이 일그러진다. 보통은 올라가던 선이 갑자기 내려가기도

하며, 적당한 굽이를 이루던 선이 직선이 되거나, 굽이가 길어지거

나, 갑자기 위로 치솟기도 한다. 환자가 심장 발작으로 심한 고통을

겪을 경우에는 ECG 기록이 눈에 띄는 두 가지의 특수한 패턴을 형

성하는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되어 있다’이다 .ECG 는 완벽과 거리가 멀

다.ECG가 정상이어도 심각한 질환을 앓을 수 있고, ECG 가 끔찍

하게 나와도 전혀 이상이 없을 수도 있다 사실 심장 발작이 있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알려면 특수 효소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결과를 얻

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고통스러워하

는 환자들과 대면하고 복도에 수백 명의 다른 환자들을 대기시키고

있는 의사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다. 따라서 흉부 통증 환자를

맞이하면 의사들은 대개 현장에서 되도록 많은 정보를 수집해 추정

을내리는데,문제는추정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는것이었다.

176 I
레일리가 룩카운티에서 벌인 작전 초기에 전형적인 병력을 지닌

흉부 통증 환자 20 명의 병력을 모아 의사들 - 심장병 의사, 내과 전

문의,응급실 의사, 레지던트 - 다시 탬 흉부통증추정 경험이 많

은 사람들에게 보냈다.20 건의 사례 중 실제 심장 발작 환자가 누군

지에 대해 얼마나 의견이 일치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포인트였으

며, 레일리는 의견 일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아냈다.

답은 지도 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똑같은 증상의 환자를 한 의사

는 집으로 돌려보내고 다른 의사는 집중치료실로 보내는 식이었다.

레일리는말한다

“우리는 의사들에게 두 가지 추정을 부탁했습니다. 하나는 각각의

환자가 격렬한 심근경색(심장 발작)을 일으킬 확률이고, 하나는 환

자가 3 일 안에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중대한 합병증에 걸릴 가능

성이었죠 0 부터 100 까지의 확률로 추정해 달라고 했는데, 답을 받

아 보니 0부터 100 까지 폭넓게 걸친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정말 이

상한일이었지요

의사들은 스스로 사리에 맞게 판단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딜 보나

그것은 추측에 훨씬 가까웠다. 추측은 실수로 이어진다. 미국 병원

들도 진짜 심장 발작 증세가 있는 환자 가운데 2 ~ 8 퍼센트를 집으로

돌려보낸다. 진찰하는의사가어떤 이유에서든환자에게 이상이 없다

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대부분 만약에 대비해 자신

들의 심각한 오진 가능성을 보완한다. 환자에게 심장 발작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누군들 그 문제를 무시함으로써 위험을 감수하려

들겠는7}?

생각하기 위해 멈춰 시지 만파 177
레일리는말한다.

“당신이 어느 날 응급실에서 가슴에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를 맞았다고 칩시다. 나이도 많고 흡연자에다 혈압도 높습니다 언뜻

‘이런, 이건 심장이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렇게 어림한 뒤 ECG 검사를 해보니 정상으로 나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

사람은 흉부 질환 위험이 많은 노인네야 .ECG 는 믿을 게 못 돼’

최근 몇 년 사이에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사람들에게 심부전증

에 관한 교육을 너무 훌륭하게 실시한 나머지 작은 징후만 보여도

다들 냉큼 병원으로 달려오는 것이다- 의사들도 오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갈수록 작은 징후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결과 요즘은

심부전증 의심으로 입원을 허락받은 사람들 중 실제 심부전증 환자

로 판명되는 비율은 고작 10 퍼센트 정도다.

이것이 레일리의 문제였다 이제 그는 다트머스나 시카고 북부의

호화스런 사립병원처럼 돈은 별 문제가 안 되는 곳에 있는 게 아니

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은 룩카운티였다.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운

영해야 하는 룩카운티 말이다. 그런데 병원은 그저 의심 때문에 병

원을 찾는 가짜 심장 발작 환자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게 되

었다.

예를 들어 룩카운티의 심장치료 병동 침상은 하나당 비용이 하룻

밤에 대략 2 , 000 달러다. 전형적인 흉부 통증 환자는 3 일 정도 입원

하는데 그 순간만 생각하면 병원으로서는 나뿔 게 전혀 없다. 룩카

운티의 의사들은 자문했다.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으로 병원을 꾸려

178 I
7싸하는가?

레일리는말한다.

“1996년에 일련의 연쇄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당시에는 흉부 통

증 환지들이 누울 침상조차 태부족이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환자에

게 무엇이 필요한가를두고줄곧씨름했습니다

당시 묵카운티에는 심장치료 병동에 8 개의 침상이, 잠정적 심장

치료 병동이라 부르던 곳에 127H 의 침상이 있었다. 후지는 치료 강

도가 조금 낮고 비용도 조금 싸며(하룻밤에 2 , 000 달러가 아니라

1 ,000 달러) 심장병 전문의 대신 간호사가 병상을 돌보았다. 하지만

침상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관찰 병동을 개설해 환자

들을 한 나절쯤 입원시키고 아주 기초적인 진료만을 제공했다. 이어

서 레일리는다음과같이 말했다.

“우리는 더 낮은 등급의 제 3 의 선택지를 만들면서 말했지요. ‘어

디 지켜봅시다. 도움이 되는지 한번 보자고요.’ 하지만 얼마 못 가

누가 관찰 병동에 들어갈지를 두고 씨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나는 밤새 전화를 받。싸 했지요. 입실을 결정하는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게 문제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레일리를 소개하그l자 한다. 그는 달리기 선수처럼 늘

씬한 체구에 키가 훤칠하다. 뉴욕 시에서 고전적인 제주이트 교단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고등학교인 레지스스쿨에서는 4 년 동안 라

틴어와 그리스어를, 포드햄대학교에서는 고전부터 비트겐슈타인과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책을 두루 섭렵했다. 그는 의학 분야에

정착하기 전에 철학자의 길을 고민했다고 한다. 다트머스의 조교수

생각하시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79
시절, 외래 환자를 맞이할 때 부딪히는 일상적인 문제들 - 현기증,

두통, 복통 등의 처치 에 관한 체계적인 교과서가 전혀 없다는 사

실에 좌절했다. 그래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자유로운 저녁 시간과 주

말을 이용해 그 주제에 관한 800 쪽짜리 교과서를 쓴 다음, 일반 수

련의라면 누구나 마주칠 법한 문제들에 관한 사례와 증언을 공들여

검토했다. 레일리와 함께 흉부 통증 프로젝트 작업을 했던 친구이자

동료 아서 에번스Arthur Evans는 말한다.

“그는 철학이든, 스코툴랜드 시든, 의학사든 늘 다른 주제를 탐구

했습니다. 보통 다섯 권의 책을 동시에 읽었고, 다트머스에서 안식

휴가를 받을 때면 소설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죠

만일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더라면 동부 해안에 눌러앉아 시원한

에어컨 시설이 있는 방에서 이런저런 논문을 쓰며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룩카운티에 끌렸다 ‘가장 가난하고 결핍된 사

람들을돌보는병원’이라는타이틀은 ‘가장가난하고결핍된사람들

에게 봉사하기를 원하는 간호사나 의샤를 끌어당기게 마련이다. 레

일리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룩카운티는 상대적 궁핍으로 말미

암아 급진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변화를 좋아하

는사람에게 그보다매력적인 곳이 어디 있겠는가?

레일리가 맨처음 한 일은 리 골드만 Lee Goldman 이라는 심장병 학자

의 연구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1970 년대에 골드만은 수학자들을 알

게 되었는데, 그 수학자들은 아원자 입자 등을 구별할 때 적용하는

통계상의 규칙에 관심이 무척 많았다. 그들이 말한 수학적 원리 일

부가 심장 발작 환자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180 I
골드만의 뇌리를 스쳤다. 그리하여 그는 수백 건의 사례를 컴퓨터에

집어넣고 어떤 증상이 실제 심장 발작을 예측하는지 살펴보기 시작

했고, 곧이어 흉부 통증 처치 시 추정 작업에 이용할 수 있을 법한

알고리즘 방정식 을 도출해 냈다. 골드만은 다소 부정확한 ECG


의 결과를 다음과 같은 ‘급박한 위험 요인’과 결합하면 진단의 정확

도가크게 후L상된다고결론지었다.

급박한위험요인

(1) 환자가 불안정한 협심증의 고통을 느끼는가?

(2 ) 환자의 폐에 물이 갔는가?

(3 )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100 이하인가?

이어지는 작업은 위의 요인들을 하나씩 조합하기 위한 의사결정

분지도de떠on tree를 그리는 일이었다. 골드만은 분지도에 따라 각각

의처치방법을권했다.

예를 들어 ECG 는 정상인데 세 가지 급박한 위험 요인이 모두 양

성 반응을 보이면 잠정 병동으로 보낸다 .ECG 가 심한 국소빈혈 증

세를보여도(즉,심장근육이 피 를충분히 공급받지 못해도) 위험 요인

이 하나 이하인 환자는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간주해 단기체류 병동

으로 보낸다 . ECG 가 국소빈혈에 %뇨성 반응을 보이고 위험 요인이

둘 또는 셋인 환자는 곧바로 심장치료 병동으로 보낸다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l갈라 I 181


골드만은 여러 해 동안 이 결정 분지도 작업을 꾸준히 다듬어 완

성해 갔다. 그러나 학술 논문들 끝에는 임상 작업에 활용하려면 실

제적인 연구작업이 더 많아야한다’는서글픈문구가붙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연구를 자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골드

만이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몸담았던 하버드 의대도, 이 작업을 완

성한 그 못지않은 권위를 가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도 마

찬가지였다. 골드만이 해낸 엄밀한 계산과 결과에도 불구하고 방정

식이 숙련된 의사보다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믿으려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놀랍게도 초기 연구 자금의 큰 덩어리는 의학계가 아닌 해군에서

나왔다. 전국 모든 병원에서 생명을 구하고, 진료의 질을 개선하고,

수십억 달러의 진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애쓴 이 사람에게 흥미를 느

낀 유일한 집단이 국방부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아마 여

러분도 고개를 가우뚱할지 모르겠다. 왜 국방부였을까? 이유는 꽤

나신기했다.

당신이 짐수함을타고대양밑바닥으로나가적진의 물속에서 조

용히 염탐하고 있는데 대원 하나가 가슴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당신은 수면 위로 올라가 (지신의 위치를 포기하고) 그를 급히 병원

에 데리고 갈 것인지, 아니면 물 속에 머물면서 그에게 진통제 두 알

을 쥐어주고 잠자리로 보낼 것인지 무척 알고 싶을 것이다.

레일리는 달랐다. 그는 골드만의 발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의학

계의 염려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현재 앞뒤를 따져볼 틈

이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곧바로 골드만의 알고리

182 I
즘을 묵카운티 ED 의 의사들과 의료원 의사들에게 건네준 뒤 콘테

스트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처음 몇 달 동안 의사들은 늘 해왔던 대

로 깎l의 판단에 기대어 흉부 통증을 진단했다. 그러다가 차츰 골

드만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두 시스템의 진단과 치료

결과를비교할수있게되었다.

2 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해 그들은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골드

만의 규칙이 완승을 거둔 것이다. 실제로 심장 발작 증세가 있는 환

자 발견 부분에서는 골드만의 방식이 옛 방식보다 무려 70 퍼센트나

앞섰다. 게다가 더 안전했다.

흉부 통증 예측의 요체는 중대한 합병 증세를 보이는 환자를 즉시

심장치료 병동이나 잠정 병동에 확실하게 배정하는 것이다. 여전

히 찌의 판단을고수하는의사들의 중증환자추정 비율은 75 퍼센

트에서 89 퍼센트였지만 골드만의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95 퍼센트

이상이었다. 레일리로서는 필요로 하던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셈이

었다.

그는즉시 ED 규칙을바꾸었다.2001 년 룩카운티 병원은흉부통

증 진단에 골드만의 알고리즘을 전면적으로 채택한 전국 최초의 의료

기관이 되었다. 지금도 룩카운티의 응급실에 가면 심장 발작의 결정

분지도사본이 벽에 걸린것을볼수있다

적은것 이 더나을 때

룩카운티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믿

생샤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183
는다. 전문가들이 더 많은 검사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할 경우, 그

것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밀레니엄 첼린지에서

청팀은 자신들의 정보가 홍팀보다 많으니 스스로 적잖이 우위에 있

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청팀에 무적 분위기를 만연시켰다. 그들은

밴 라이퍼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었으며 더 많이 알았다 그러나

골드만의 알고리즘은그정반대를말한다.

가외 정보는 사실상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 복잡한 현상 밑바

닥에 깔린 신호를 찾아내려면 극히 조금만 알아야 한다. 심장병 의

사인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ECG 결과와 혈압, 폐 속의 물, 불안정

한협심증뿐이다.

물론 이것은 급진적인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응급실을 찾아와 계단

을 오를 때마다 가끔 5 분에서 3 시간까지 왼쪽 기슴에서 간헐적인 통

증이 느껴진다고 호소하는 남자가 있다고 치자. 흉부 검사, 심장 검

사, ECG 는 정상이고 수축기 혈압은 165 이다. 급박한 위험 요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60 대인데다 업무 부하가 심한 중역이다.

그는 끊임없이 압박을 받고 있다. 담배를 피운다. 운동은 하지 않는

다 여러 해 동안 고혈압을 앓았다. 과체중이다 2 년 전에 심장 수술

을 받았다 땀을 흘린다. 곧바로 심장치료 병동에 입원시켜야 할 것

처럼보인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가외 요인들

은 장기적으로는 분명히 문제가 된다 환자의 상태와 식사와 생활습

관이 다음 몇 년 사이에 심장병을 일으킬 심각한 위험을 안고 있다

심지어 그 요인들이 기묘하고 복잡한 작용을 일으켜 다음 72 시간 내

1841
에 무슨 일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드만의 알고리즘이 지적

히는 바는 그런 요인들도 당장 환X때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알아

내는 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서 그 없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있다는것이다.

사실 - 이것은 그날 페르시아 만에서 청팀이 괴멸한 상황을 설명

하는 핵심 포인트인데 - 가외 정보는 쓸모없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해로우며 사안을 어지럽게 만든다. 의사가 심장 발작을 예측할 때

바보가되는것은너무많은정보를김안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정보의 문제점은 의사들이 왜 가끔씩 심장 발작을 완전

히 놓치는지 , 이 를테면 왜 중대한 심장질환 합병증이 막 시작되려

하거나한창진행중일 때 그것을인지하지 못하는지 를 연구한결과

에서도 나타난다. 놀랍게도 의사들은 여자나 소수 인종에게 더 지주

실수를 범한다. 물론 성이나 인종이 심장 질환과 아무 연관이 없다

고는할수없다. 인종에 따라전반적인위험 $댐이 다르고,여자의

심장 발작은 남자에 비해 더 나이가 들어 나타나는 경횡t이 있다. 문

제가 발생하는 것은 성과 인종이라는 부가 정보가 개별적인 환자의

진단에 산입될 때다. 그것은 의사를 더욱 질리게 만든다 이럴 경우

의사는 환째 대해 아는 게 적을수록 다시 탬 쩨이 진찰하는

사람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전혀 모를 경우 - 더

올바른 진단을 하게 된다.

골드만의 생각이 그토록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것도 무리는 아

니다. 매우 유효한 정보처럼 보이는 것들을 무시함으로써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니 언뜻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레일리는

생각하기 위해 밍춰 서지 말라 I 185
말한다.

“골드만의 결정 규칙이 비판받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의사들로서

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주장이었던 거죠 그들은 말합니다. ‘이 진

단 과정은 분명히 ECG를 들여다보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보

다 복잡할 거야. 왜 이 규칙에는 당뇨 이야기가 없지? 나이도 없군.


심장 발작 전력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이것은 의도가 명백한 물음
들입니다. 그들은 규칙을 보고 말합니다. ‘이건 넌센스야. 이걸 가지
고결정을내릴수는없어’

생사결정은힘들게 내려야맞다고믿는경향이 의사들사이에 자

연스럽게 퍼져 있다고아서 에번스는지적한다.

찍사들은 어떤 지침을 따르는 것을 지나치게 평범하다고 생각합


니다. 스스로 결정에 도달해야 훨씬 만족스러운 거죠 누구라도 알
고리즘을 따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으음,

난분명히 이보다잘할수있어.사람목숨을다루는게 이렇게 단순

하고 능률적일 수는 없지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이 왜 나한테 그렇


게 많은돈을지불하겠어 7'"

다시 빨R 그들은 알고리즘이라는 형식 자체를 옳다고 느끼지 않


는다.

여러 해 전에 스튜어트 오스캠프Stuaπ Oskamp 라는 연구자가 유명한


연구를실시했다

그는 심리학자들을 모아놓고 조지프 키드Joseph Ki며라는 스물아홉


살짜리 전쟁 베테랑의 사례를 생각하게 했다. 실험 첫 번째 단계에

서는 키드에 관한 기본 정보만 제공했다 그 다음에는 어린 시절에

1861
관한 한 쪽 반 분량의 정보를 주었다. 세 번째에서는 키드의 고등학
교와 대학교 시절의 성장 배경에 관한 두 쪽 분량의 정보를 더 주었

다. 마지막으로키드의 군대 시절과그후의 활동에 관한상세한기

록을건네주었다.

심리학자들은 각 단계마다 키드에 관한 25 항목 다지선다형 질문

에 답했다. 오스캠프는 정보를 많이 주면 줄수록 X댄의 판뺀1 대

한심리학지들의 확신이 극적으로증가한다는사실을발견했다 그

렇다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 실제로 점점 정확해졌을까? 결과는 그

렇지 않았다. 그들은 새로운 데이터 를 제공받을 때마다 8 개나 9 개,

107H 문항의 답을 다시 고쳤지만 전체적인 정확도는 일정하게 대략

30 퍼센트선이었다.

오스캠프는 결론지었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수록 판단에 대한 확신이 판단의 실제

정확성과점점 더 멀어졌습니다

응급실 의사들도 비슷하다 그들은 실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고려한다. 그래야 확신이 강해지기 때문이

다. 그들은 누군가의 목숨이 달린 문제인만큼 더 강한 확신이 필요

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확신에 대한 욕구가 판단의 정확성을 떨

어뜨린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들은 머릿속에 만들어둔 포화 상태

의 방정식에 가외의 정보를 집어넣으면서 더 멍해지고 만다.

요컨대 룩카운티에서 레일리와 그의 팀이 하려던 일은 응급실의

자동 대처를 가능케 하는 모종의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

알고리즘은 의사들이 너무 많은 정보의 늪에 빠지지 않게 보호하는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187
일종의 규칙이다 이는 즉흥극 배우들의 동의의 규칙 같은 것이었
다. 그 알고리즘은 의사들을 압빽l서 해방시킴으로써 긴박한 순간
에 반드시 내려야 히는 여타의 결정들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만일 심장 발작이 아니면 뭐가 잘못되었나? 이 환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나, 아니면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누군가에
게 관심을 돌려야 하나? 나는 이 사람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고 어
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사람이 나한테 필
요로하는것은무엇일까?

에번스는말한다.

“레일리가 직원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환자들과 이。t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신체검사를 매우 신중하고 철저하게
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많은 훈련 프로그램들
에서 간과해 온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행동들이 관계 맺기
면에서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 같았습
니다. 그는 환자들의 환경 - 그들의 집 , 이웃, 삶 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을 돌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요 또한 의술에는 의사
들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측면이
많다고생각합니다

레일리는 의사라면 마땅히 환자를 한 인간으로서 이해해야 한다


고믿으며, 의사와환자사이의 공감과존중심을중요시한다면 마땅
히 그럴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다른 영
역에서의 의사결정 압박을 줄이는 일이 무척 중요했다.
여기에는두가지 중요한교훈이 있다.

1881
첫째,정말좋은결과를가져오는의사결정은신중한사고와본능

적인 사고의 균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보브 골롬이 위대한 자동

차 세일즈맨일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의 의사와 필요와 감정을 한눈에

직관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과정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 즉 특정한 유형의 순간적 판단을 의식적으로 물리쳐야 할 때

를잘알았기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룩카운티의 의사들도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가능

한 한 모든 정보 조각을 공들여 평가한 리 골드만의 노력 덕에 연일

북적거리는 응급실에서 직분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충분하고 컴퓨터의 힘도 빌릴 수 있고 작업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

을 때는 신중한 사고가 훌륭한 도구다. 그리고 신중한 사고를 거친

분석의 열매가 신속한 인식의 무대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둘째, 좋은의사결정에는간소화가필요하다는것이다. 존고트먼

은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한 요소들로 분해했다 극히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나 문제도 밑바닥에는 식별 가능한 패턴이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골드만의 연구는 패턴을 추출하려면 적은 것이 더 낫다

는 사실을 입증했다. 의사결정자들에게 정보를 너무 많이 주면 그

정수를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다시 웰R 좋은 결과를 내는 의

사결정자가 되려면 좋은 편집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앓게 조각내어 관찰할 때, 패턴을 인식하고 순간적

인 판단을할때, 무의식적으로편집 작업을한다. 처음쿠로스상을

보았을 때 토머스 하빙의 눈을 잡아끈 것은 조각상이 너무나 새것처

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페데리코 제리는 본능적으로 조각상의 손톱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89
에 눈길이 닿았다. 즉, 하빙과 제리는 조각상에서 보이는 그 밖의 천

가지 고려사항들을 무시하고 그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이야기


해 주는 특정한 한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는 편집 과정이

교란될 때 편집을 할 수 없거나, 무엇을 편집해야 할지 모르거나,


환경이 그것을빙F해할때 - 곤혹스러워진다.

스피드데이트를 연구한 시에나 이엔가르를 기억하는개

한번은 그녀가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일단 캘리포니아 벤로


파크의 고급 식품점 드래거즈에 시식대를 차리고 그 위에 다OJ한 챔
들을 올려놓았다. 어떤 때는 6종의 챔을, 어떤 때는 24종의 챔을 진

열했다. 선택할 수 있는 쟁의 수가 판매에 영힐탤 미치는지 보고 싶


었던것이다.

전통적인 경제 상식은 선택 가능성이 높을수록 물건을 살 가능성


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욕구에 딱 들어맞는 물건을 찾기

가 더 쉽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이엔가르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발


견했다.

챔이 6종인 부스에 멈춰 선 사람들은 30퍼센트가챔을사간반면 ,


24종인 부스에 멈춰 선 사람들은 겨우 3 퍼센트만 챔을 사갔다. 이유
가무엇일까? 챔을사는것은순간적인결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본능적으로 난저걸사고싶어.’ 하고자신에게 속삭인


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즉 무의식이 너무 많은 것을 고려

해야 하면 모든 것이 마비되어 버린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순간적인

판단은 취약하다. 순간적인 판단을 보호하려면 그 취약성을 보호하


는조치를취해야만한다

190 I
밴 라이퍼가 홍팀에서 이해한 것도 이런 부분이었다. 그와 참모들

도 분석을 했지만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모두 끝냈다. 밴 라이퍼는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관계없는 정보를 너무 많이 주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회의는 짧았다. 사령부와 야전 지휘관 사이에 통신이 제

한되었다. 밴 라이퍼는신속한인식이 가능한환경을원했다.

반면에 청팀은 정보를 포식했다. 그들은 4만 종의 정보가 각각 별

도의 범주로 기입되는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했다. 심지어 전투 지역

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스크린인 CROP까지 있었다. 정부

구석구석의 온갖 전문가들을 마음껏 활용했으며 최첨단 인터페이스

로 4 군사령관들과밀착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적의 다음움직임

에 관한정확한분석을그때 그때 제공받았다

그러나 일단 총성이 울리면 모든 정보는 짐이 되었다. 밴 라이퍼

는말한다.

“나는 청팀이 사용하는 개념이 전투 계획을 짤 때 어떻게 활용될

지 압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게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러

지 못할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분석적 의사결정과 직관적

의사결정 중에 좋고 나쁜 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을 부적절

한 상황에 부적절하게 쓰면 나쁜 것이 됩니다- 한 소총 부대가 기관

총 포화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부대장이 부대

원들을 불러놓고 ‘사령부에 연락해서 결정을 받아와.’ 하고 말한다

면 그건 미친 짓입니다.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고, 또

다음 절차를 밟아.oþ.지요 청팀과 같은 절차를 거쳤더라면 우리도 일

하는 데 시간이 두 배는 걸렸을 테고, 어쩌면 네 배가 걸렸을지도 모

생각하시 위해 임취 시지 까라 I 191
릅니다. 공격은 6 일이나 8 일 뒤에 행해졌을 테죠 절차가 사람을 옥
죄는 겁니다. 당신은 모든 것을 해체하고 찢어발기지만 결코 전체를
종합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날씨처럼 말입니다. 사령관은 기압이나
바람, 아니 온도조차도 알 필요가 없어요. 예보만 알면 됩니다. 정보
생산에 몰입하다가는 데이터에 빠져 죽습니다

폴 밴 라이퍼의 쌍둥이 형제인 제임스도 해병대에 입대해 대령까


지 오른뒤 퇴역한인물이다. 그역시 밴 라이퍼를잘아는여느사
람들과 마찬가지로 밀레니엄 첼린지의 결과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
다. 제임스 밴 라이퍼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

.어떤 사람들은 지능이 좀더 좋아지면, 그러니까 우리가 모든 걸

다 알 수 있게 되면 결코 패하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형은


늘 말하지요. 어이, 자네가 장기판을 보고 있다 치자고 어디 눈에
안 보이는 말들이 있나? 없지. 그렇다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나? 천
만의 말씀. 아무리 봐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
않나.’ 갈수록 많은 지휘관들이 정보를 탐식하면서 그 생각의 포로
가 되고 있습니다. 갇혀버리는 거지요. 그들은 결코 모든 걸 다 알
수는없습니다

그렇다면 홍팀보다 몇 배나 컸다는 청팀 군대의 규모는 무엇이란


말인가? 제임스 밴 라이퍼는 말한다.
‘《걸리버 여행기 G패
u띠매빠
11

규칙과 규제’ 절차에 묶입니다. 소년은요?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제


하고 싶은 대로 하지요

192 1
밀레니엄 첼린지 , 제 2부

페르시아만에서 홍팀으로부터 기습공격을받은뒤, 하루하고한

나절 동안 ]FCOM 기지에는 불안한 침묵이 드리웠다. 그러고는

]FCOM 간부들이 끼어들어 시계를 되돌려놓았다. 페르시아 만 바


닥에 가라앉아 있던 청팀의 잃어버린 함정 16척이 다시 물 위로 떠

올랐다. 첫 번째 공세에서 밴 라이퍼는 청팀 부대들이 상륙하려 한

페르시아 만 지역의 여러 항구에 전역 탄도 미사일 1271 를 발사했

다. 그러나 미사일 1271 모두 신종 미사일 빚써체계에 걸려 불가사

의하고도 신비스럽게 격추되었다고 ]FCOM 은 말했다. 밴 라이퍼는

역내의 친미 국가 지도자들을 암살했다. 그는 암살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들었다.

밴라이퍼의 말이다.

“공격 이튿날 사령실에 들어갔더니 내 부관이었던 녀석이 내 팀에

전혀다른명령들을내리고있더군요 마치이러는것같았습니다.청

팀이 뺨받지 않도록 레이더를 꺼라. 해병대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상륙하도록 지상 부대를 이동시켜 라. 나는 물었지요. ‘V22(전투

용헬리콩터) 한대를격추해도되나? ’ 그가말했습니다. ‘안됩니다.

V22 는 한 대도 격추할 수 없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젠장할, 대

체 어떻게 된 거야? ’ 그가 대답하더군요. 장군님, 프로그램 책임자

한테서 완전히 다른 방침을 내리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2 회전은

모두 대본에 쓰여 있었습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바꿔서 다시 할거였고요

밀레니엄 첼린지 속편은청팀의 완승으로끝났다. 두번째로놀랄

생각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I 193
일도 없었고, 통찰력 문제도 없었고, 실제 세계의 복잡성과 혼돈이
국방부의 실험을 훼방할 기회도 없었다. 속편이 끝나자 ]FCOM 과
국방부의 분석가들은 환호했다. 전쟁의 안개는 걷혔다. 군대는 변모
했고, 국방부는 자신 있게 진짜 페르시아 만으로 관심을 돌렸다. 악
당 독재자 하나가 그 지역의 안정을 위협했다. 그는 악성 반미주의
자였다. 그는 강력한 종교적, 민족적 충성심을 바탕으로 상당한 권
력 기반을 갖추었으며 테러 조직들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를 갈아치워야 했고, 그의 나라는 안정을 회복해야 했다. 그들이
옳은 일을 하는데 {그들에게는 CROP와 PMESI 와 DIME가 있는
데 - 그게 그렇게 어렵겠는가?

1941
5장

케나의딜레마:
원히는 것을묻는올바른방법
시장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 웹시의 도전

장님을 인도하는 장님 | ‘죽음의 의자 | 전문지식과 훈련된 기준

“레코드 회사들은 당신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어요”


록 음악가 케나Kenna는 버지니아 해변에서 에티오피아 이민 2세
로 자라났다. 아버지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경제학 교

수였다. 가족이 모두 모여 피터 제닝 스 Peter Jennings와 CNN 을 보았고

거실에 음악이 흐른다 싶으면 케니 로저스 Kenny Rogers 였다. 케나는 설

명한다.

“아버지는 케니 로저스를 무척 좋아하셨죠. {노름꾼 T얘 Gambler} 같

은 노래는 메시지가 있었으니까요. 그의 노래 들은 하나하나가 교훈

과 돈, 세상 만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그

런 노래를 들려주신 것은 모든 면에서 내가 그들보다 낫기 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해요

이따금씩 케나의 삼촌이 찾아와디스코같은춤이나마이클잭슨

같은 다른 것들을 보여 주었다. 그럴 때마다 케나는 말했다.

“삼촌, 뭐가뭔지 이해가안돼요

케나의 딜레마 I 197


케나의 주된 관심은 스케이트보드였다. 뒷마당에다 램프를 만들

어두고는 길 건너편에 사는 친구를 데려와 함께 놀았다. 그러던 어

느 날 친구가 침실을 보여주었다. 벽에는 케나가 생전 보도 듣도 못

한 밴드의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소년은 케나에게 U2 의 《여호수아

나무깨e Joshua Tr굉 테이프를 주었다. 케나는 말한다.

“그 테이프, 하도 많이 들어서 결국 망가졌죠. 당시만 해도 그런 음

악이 있을거라고는생각해 본적도없었습니다. 열한살인가열두살

때였는데 음믿L에 눈을뜬겁니다”

케나는 훤칠한 키에 기막힌 미남인데 머리를 깔끔하게 밀고 턱수

염을 길렀다. 그는 록 스타처럼 생겼지만 록 스타의 거드름이나 허

풍, 과장 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부드럽다고나 할까? 그는 정중하

고 생각이 깊고 놀랄 만큼 겸손하며 이야기할 때면 마치 대학원생처

럼 진지해진다. 어느 날 케나에게 큰 행운이 다가왔다. 세간의 호평

을 받던 밴드 ‘노다웃 No Doubt’의 록 콘서트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그때 그는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 매니저의 표현처럼 청중에게 이

름을 열+히는 것을 잊었거나, 스스로 말하듯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끝날 때쯤 팬들이 드디어 “당신은 누구

죠7" 하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처럼 케나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는 부류의 인간이

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그를 흥미로운 존재로 만들고 또 한편으로는

경력을불투명하게 만드는요인이 되었다.

케나는 10 대 중반까지 피아노 연주를 독습했다. 또 창법을 배우고

싶어 스티비 원더와 마빈 게이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는 탤런트

198 I
쇼 talent show 에 나갔다. 오디션에는 피아1ζ가 있었는데 쇼에는 막상

없어서 무대에 올라가 。}카펠라로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노래를 불

렀다. 그는 작곡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돈을 긁어모아 스튜디오 하

나를세내어 데모음반을녹음했다.

그의 노래는 정말 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괴이, 아니 특이했다.

도무지 분류가 곤란한 곡들이었다. 사람들은 가끔씩 케나를 리듬앤

블루스 rhythm 때 blues 범주에 놓고싶어하는데, 그럴 때면 케나는화가

난다. 자기가 흑인이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들

을 수록해 둔 몇몇 인터넷 서버를 보면 어디는 대안읍악a메떠


Itt따e잉엔rn떼
a

으로로’ 어디는 전자음악 electronica 부문으로, 또 어디는 미분류 부문으

로 분류해 놓았다. 심지어 한 모험심 강한 록 비평가는 그의 음악을

1980 년대 영국 뉴례이브 음악과 협합의 이종교배라고 함으로써 문

제를풀려고했다.

케나의 노래를 분류하는 일은 까다로운 문제지만 적어도 처음에

는 이것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케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를 통

해 운 좋게 음악 비즈니스를 하는 몇몇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케나

는말한다.

‘내 삶은모든게 아귀가잘맞아떨어지는것 같습니다

그의 노래는 이른바 A&RAπ1St a떠 Re야π。ne 맨 - 레코드 회사에 재능

있는 가수를 찾아주는 사람 의 손에 들어갔고, 그를 통해 데모 CD

가 애틀랜틱레코드 Atlantic Recαds의 공동사장 크레이그 캘먼 Craig Kallman

의 손에까지 흘러들어갔다. 그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캘먼은 20 만

장의 레코드와 CD 를 소장한 자칭 음악광으로, 주중에 새로운 아티

케나의 딜레마 199


스트들한테 100 곡에서 200 곡 정도의 노래를 건네받은 다음, 주말이

면 집에 죽치고 앉아 한곡 한곡 들어본다. 이 곡은 그다지 먹히지 않

을 거야, 그는 순식간에 알아차린다. 그렇게 해서 대다수의 노래들

이 5 ~ 10 초 안에 CD 플레이어에서 꺼내진다. 하지만그의 귀 를 사


로잡는 곡이 주말마다 최소한 몇 곡은 있다. 이주 드물게 그를 펄쩍

뛰어오르게 만드는 가수나 노래도 있다. 케나가 바로 그런 경우였

다.캘먼은회상한다.

“한 방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친구를 꼭 만나。얹l다고 생

각했지요. 즉시 그를 뉴욕으로 불렀습니다. 그가 내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캘먼은 손을 앞으로 뻗어 60 센티미터나 될까 하는 거리를

표시했다

“말그대로얼굴을맞댄채 로요”

케나는 프로듀서로 일하는 친구와 함께 우연히 녹음 스튜디오에

들렀다가 당시 전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그룹 중 하나였던 림프비

즈킷렀Lin뼈
F

대니 위머 Danny Wimmer를 만났다. 잠시 후 케나의 음악을 듣고 단번에

매료된 대니는곧장더 스트에게 전화를걸어 케나의 노래 《자유시간

Freetir써을 수화기로 들려주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당장 계약해 ,"라

는 더스트의 외침이 흘러 나왔다 얼마 안 되어 세계 최대의 록밴드

U2 의 매니저인 폴 맥기니스 Paul McGuinness가 케나의 레코드를 듣고 당

장 만나자며 그를 아일랜드로 초청했다. 그 후에 자신의 노래들 중

하나를 골라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뮤직 비디오를 만든 케나는

200 I
가수케냐@연합뉴스

MTV의 보다 진지한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채널 Mπ12 에 가지고

갔다. 사실 레코드 회사들은 MTV에 비디오를 방영하기 위해 수십

만 달러의 추진비를 쓰고, 그렇게 해서 100 회나 200회 정도 빙k경되

면 무척 운이 좋은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케나는 맨손에 비디오만

달랑 들고 혼자 찾아갔는데도 MTV에서 다음 몇 달 동안에 걸쳐 그

비디오를총 475 회나방영했다.

케나는 완전한 앨범을 다시 만들어 캘먼에게 주었고, 캘먼은 애

틀랜틱의 간부 전원에게 그 앨범을 주었다. 캘먼은 회상한다.

“모두 그걸 원했어요. 놀랄 만큼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케나가 ‘노다웃’ 콘서트에서 호평을 받으며 선을 보인 직후, 로스

앤젤레스의 록음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나이트클럽 록시로부

터 연락이 왔다. 다음 날 밤에 출연해 줄 수 있겠냐는 제의였다. 케

나는 그러겠다고 대답한 뒤 자신의 홈페이지에 록시 출연을 알리는

메시지를띄웠다. 그때가쇼전날 4 시 30 분이었다. 케나는 말한다.

케나의 딜레마 1 201


“다음날오후에 록시에서 전화가왔습니다.사람들을돌려보내고
있다더군요. 나는 기껏해야 100 명쯤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
만 클럽은 입추의 여지 없이 꽉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무대 앞쐐

선 사람들이 가사를 모두 외웠는지 노래를 따라 부르더군요! 나는


완전히 넋을 잃었지요

달리 말하자면 정말음악을아는사람들, 이를테면 레코드 라벨을

찾아다니고 클럽에 가고 음악 비즈니스를 잘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케나를 사랑한다. 그들은 그의 노래를 한 곡 듣는 순간 야아! 하고

외치게 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케나의 노래를 듣는 순간 본능적


으로 ‘이 사람은 사람들 -음악을 구입하는 청중들 - 이 좋아할 부

류의 아티스트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케나가

문제에 부딪히는 지점이다.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 것 같은 본능, 그

것을 입증하는 순간 어떤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케나의 앨범은뉴욕음반시장을한바퀴 돌면서 간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외
부 시장조사 회사에 넘겨졌다. 앨범이 성공을 거두려면 음악이 라디

오를 통해 방송되어야 하는데, 라디오 방송국은 시장조사에서 청취

자들에게 - 방송 즉시 절대적으로-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입증된 소수의 노래만을 방송한다. 따라서 레코드 회사들은 아티스

트와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기 전에 수천 달러를 들여 라디오


방송국과 같은 기법으로 그 사람의 음악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들어 웹에 신콕을올려놓고웹사이트를들러 그음악을듣는

202 I
사람들의 평가를 수집, 분석하는 식이다. 어떤 회사들은 평 7}자들에

게 전화로 노래를 들려주거나 견본 CD 를 보낸다. 수백 명의 음악

청취자들이 마침내 투표를 통해 특별한 곡들을 골라내며 , 해를 거둡

하면서 평가 시스템도 놀랄 만큼 정교해졌다. 워싱턴 근교의 평가

서비 스 회사인 ‘픽더 히츠 Pickιick


야k 뼈 thh벼e 에H바싸
1tη

만 명을 기반으」로료 하고 있는데’ 어떤 노래가 톱 40 라디오에서 1 에

서 4 까지의 평점( ‘이 곡이 싫다’가 1 점) 중 평균 3.0 이상을 얻으면

히트할가능성이 대략 85 퍼센트라는것을알아냈다

케나의 레코드가 넘겨진 곳도 이런 부류의 서비스 회사였다. 결과

는 비참했다. 일단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시장조사 회사 뮤직리서

치 Music Re잊하ch 가 나이 , 성별, 인종별로 미리 선정한 2 ,000 명에게 케

나의 CD를 보냈다. 그리고 3 일 후 전화를 걸어 케나의 음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0 에서 4 까지 평점을 매겨달라고 했다.

그에 대한 반응은 25 쪽 분량의 케나’ 리포트의 결론에 정중하게

기술했듯이 ‘낮은 편 su벼U어’이었다. 케나의 유망한 곡 중 하나인 《자

유시간》은 록 음악 방송국 청취자들에거1 1.3을 받았고 R&B 방송국

청취자들에게는 0.8 을 받았다. 픽더히츠’가 앨범 수록곡 전체를 평

가했을 때는 두 곡만 평균 이상이었으며 나머지 여닮 곡은 평균 이

하를 기록했다. 결론은 훨씬 더 무뚝뚝했다

“아티스트로서 케나와그의 곡들은핵심 청취자층이 결여되어 있

으며 라디오방송시에도그다지 주목받을가능성이 없다

한 번은 케나가 콘서트장 무대 뒤에 있던 U2 의 매니저 폴 맥기니

스에게 달려갔다. 맥기니상} 케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케나으1 년러 I"} I 203


“이 사람을주목하십시오. 이 친구가세상을바꿔놓을 겁니다
그 말은 본능적인 느낌이었다. U2 같은 밴드의 매니저라면 적어
도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다. 케나가 바꿔놓기 로 되어 있던 세상 사

람들은 더 이상 의견의 불일치 를 드러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


나 소비자 조사 결과들이 종합되는 순간, 한때 유PJ-하던 케나의 경력
은 느닷없이 진초써l 빠져버 렸다. 라디오 방송망을 타려면 대 중이 그
를 좋아할 거라는확고한 증거가 있어야했는데 그 증거가없었다.

시장조사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정치 여론조사원 생 활을 회고한 《백악관의 뒤편 Behi떠 the Oval 아fice}
에서 , 저자 덕 모리스Dick Morris는 1977년 아칸소로 날아가 서 른한 살
의 주 검찰총장을 만났던 일을 회고하고 있다. 젊은 검 찰총장은 다
름 아닌 야심찬청년 빌 클린턴이었다.

나는 친구 덕 드레스너 Dick Dresner가 한 영화사를 대신해 시행한 여


론조사에서 이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영화사는 새로운 제임스 본

드영화나그속편부터 《조스》에 이르기까지, 영회를만들기 전이면


늘 드레스너를 고용해 각각의 플롯을 요약한 뒤 선호도를 조사하라

고 부탁했다 드레스너는 응답자들에게 영화의 성안된 PR 문구나

슬로건을 읽어주고 나서 어느 게 가장 잘 먹힐지 알아내는 작업을

했다- 심지어 엔딩을 달리해 읽어주거 나 같은 장면을 어느 방향에

서 찍으면 좋을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 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클린턴이물었다.

2041
“그러니까 이 기법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니는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설명했다

..정치 광고라 한들 같은 기법을 쓰지 못할 이유가 뭐 있습니 까?

대중 연설도 마찬가지고 쟁점 토론은 말할 것도 없지요. 각각의 진

술이 끝날 때마다 유권자들에게 다시 누구한테 표를 던질지 묻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주장이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을 움직이

고 어떤 유권7-1들이 그주장에 움직이는지 알수있지요.

우리는 4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책상에서 함께 점심

을 먹었다. 나는 클린턴 에 게 내 가 해옹 여론조사 표본을 보여주었

다- 그는즉시 그표본에 매 료되었다 그가쓸수있는도구, 그알

수 없는 정치의 길을 과학적인 테스트와 평가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클린턴이 대통령 당선자가 된 뒤에 모리스는 클린턴의 핵심 자문

역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많은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대

한 클린턴의 집착을 문셋거리로 - 리더십을 창출하면서 원칙에 입

각해 행동하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의무감이 사라졌다며 - 삼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그것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었다 모리스는 단

지 비즈니 스 세계의 지침이 되는 개념 하나를 정치 세계에 가져옹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타인이 그들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보이는 신

비롭고강렬 한반응을포착하고싶어한다. 예를 들어 영화나자동차

나음악을만드는사람은한결같이 타인이 자기 제품을어떻게 생각

하는지 알고 싶어하지 않는가. 케나를 사랑하는 음악계 인사들이 본

케나의 딜레마 I 205


능적인 감정대로 행동할 수만은 없었던 것도 그런 까닭에서였다. 대
중이 무엇을 원하는7}에 대한 본능적인 감정은 너무나도 신비롭고

너무나도 불확실하다. 케나의 음악이 시장 조사자들의 평가를 받은


것도 직접 물어보는 것만이 소비자들의 느낌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길이라고여겼기 때문이다.

그게 과연 진실일까? 여기서 존 바그의 실험을 기억해 보자. ‘공

손하라’를 사전 주입 받은 학생들은 문 앞 복도에서 오랫동안 인내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참을 수 있었느냐고 물

으면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오와의 노름꾼들에게 왜


파란 더미의 카드를 선호하느냐고 물어도 최소한 80장의 카드를 뒤
집기 전까지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을 것이다.

샘 고슬링과 존 고트먼은 직접 묻는 것보다 몸짓 언어와 얼굴 표

정을 관찰하거나 책장과 벽에 걸린 그림을 보았을 때 그 사람이 어


떤 생각을 하는지 훨씬 더 잘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빅 브
레이든은 누군가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자청해서 능란하게
이야기할경우그설명이 반드시 정확하지는않으며, 특히 무의식에
서 발원하는 자연발생적인 견해나 결정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

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그런 설명들이 별 근거없이 추출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시장 조사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상품에 대한 반응을 방금 들은 노래나 빙L금 본 영화나 방금
들은 정치가의 연설 등에 대해 물으면서 그들의 답변을 얼마나 신
뢰해야하는걸까?

대중이 록 음악 하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내는 일 정도는 무

206 I
척 쉬워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 또 포커스 그룹 focus

group이나 여론조사 직원들이 늘 이런 사실에 민감한 것도 아니다. 케

나의 음악이 얼마나 좋은 음믿엔가 하는 문제의 진상에 접근하려면

순간적인 판단의 복잡 미묘한 내부를 깊숙이 파고밝 71야 한다.

펠시의도전
1980년대 초, 코카콜라는 미래에 대한 심각한 불안에 휩싸였다.

한때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웹시콜라가 코카콜라의

우위를 꾸준히 잠식하기 시작했다.1972년에는 청량음료 소비자 중

18퍼센트가 코카콜라만 n댄다고 답했고, 웹시만 n댄다고 한 사람

은 4퍼센트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초부터는 판도가 조금씩 바

뀌기 시작했다. 코카콜라지지층이 12퍼센트로 떨어진 반면, 웹시는

11 퍼센트로 급상승한 것이다. 코카콜라가 웹시보다 거대한 유통망

을가지고 있고광고비로매년 펠시보다최소한 1 억 달러 이상을더

쓰는데도말이다.

격변의 와중에 랩시가 코카콜라와 정면 대결을 선포하는 텔레비

전 광고를 전국에 배포했다. 이른바 펠시 첼린지 Pepsi Challen맺’ 였다.

내용은다음과같았다.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두 잔에서 한모금씩 시음하라는 요청을 받

는다. 한 잔에는 Q 마크, 한 잔에는 M 마크가 찍혀 있다. 코카콜라

애호가들은 어느 쪽을 택했을까? 그들은 거의 시종일관 M 을 택했

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M은 매번 웹시콜라인 것으로 벌벼졌다.

케나의 딘러lu} I 207


웹시 첼린지에 대한 코카콜라의 초기 반응은 그에 대한 논박이었

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은밀하게 맛 대결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를


해본 결과 웹시 측과 똑같은 결과가 나오자 코카콜라 측도 아연실색

하기에 이르렀다. 코카콜라와 웹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구에 시

음자 중 다수 57퍼센트-가 웹시 쪽이 더 좋다고 말한 것이다. 숫


자로만봐도 57퍼센트와 43 퍼센트의 차는상당히 크다 특히 0.1 퍼
센트에 수백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코
카콜라 경영진에게 이 소식이 얼마나 참담함을 안겨줬을지 상상하
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코카콜라의 신비로운 맛은 초창기부터

변후l없이 지켜온 유명한 비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제


코카콜라의 시대는갔다는논박할수없는증거가대두한셈이었다
코카콜라경영진은연달아몇 가지 추가시장조사를시작했다. 갈
수록 더 나쁜 소식이 들려오는 듯했다. 당시 미국 사업본부장 브라
이언 다이슨B때 Dyson은이렇게 말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코카콜라를 다른 음료와 차별화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특징일지 모르는 톡 쏘는 맛을 깨무는 것처럼 거칠다고 묘사
합디다. 제련됐다’, ‘부드럽다’는 단어를 쓸 때는 웹시를 말했습니
다. 아마도갈증을해소하는방식이 변한모양입니다

당시 코카콜라 소비자 마케팅 연구국장이었던 로이 스타우트 Roy


Stout는 웹시 첼린지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자는 주장을 펼쳤다.

그가코카콜라의 최고경영진에게 물었다.

“우리는 웹시보다 자판기가 두 배나 많고, 진열 공간도 더 크고


광고비도 더 많이 쓰고, 가격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시장

208 I
점유율이 떨어질까요? 이제는 웹시 첼린지를 직시하고 소비자들에

게 맛에 대해 물어야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뉴 코크 New Coke’의 기원이다 코카콜라의 과학자

들은 옛날로 돌아가 전설적인 비법을 주물럭거리며 콜라를 조금 더

붉고 달게 一 펠시와 더 유사하게 - 만들었다. 코카콜라 시장 조사자

들은 곧바로 맛이 개선된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초기 모델 맛 비

교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코카콜라가 랩시와 균형을 이루는 쾌거를

거두었다. 연구원들은 새로운 모델을 조금 더 만지작거렸고. 1984

년 9 월 드디어 반격에 나서 마침내 뉴 코크의 최종판이 될 제품을

테스트했다.

신제품은 북아메리카 전역에서 수천, 아니 수십만의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펠시와의 맛 대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6~8 퍼센트

차로 완승을 거두었다. 코카콜라 경영진은 고무되었다. 새 음료는

초록 불을 받았다 CEO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Roberto C. Goizueta는 뉴

코크의 발매를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신제품을 ‘회사 역사상 가장

확실한진전’이라평했고, 그의 말에 의심을품는사람은아무도없

었다. 맛 테스트 과정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반응해 달라고 요청받은 소비자들 역시 대다수가 옛 코카

콜라는 별로였지만 새 코카콜라는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러니 뉴

코크가 어찌 실패하겠는가?

그런데 실패했다. 그것은 재앙이었다.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뉴 코

크에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항의가 잇따르면서

코카콜라는 위기에 빠졌고, 불과 몇 달 뒤에 ‘클래식 코크 Classic Coke’

케나의 딜레마 I 209


라는 이름으로 전통 비법을 되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시점엔

가 뉴 코크의 매출이 사실상 소멸했다. 뉴 코크의 예견된 성공이 실

패로 돌아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뒤바꿀 수 없을 듯했던 웹시

의 상승세 시장조사에서도 매우 분명하게 나타난 추세 가 현실

로실현되지 못했다는점이다.

코차콜라는지난 20년 동안웹시와맛테스트정면대결에서 늘열

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세계 제일의 청량음료다. 다시 돼 뉴 코크

이야기는사람들의 진짜생각이 뭔지 알아내는일이 얼마나복잡한

가를보여주는좋은실례라고하겠다.

장님을인도하는장님

웹시 첼린지의 결과를 해석하기가 까다로운 것은 그 결과가 ‘한모

금 테스트 51p 연5t 또는 CLTcentral I。떼。n te5t (중심가 테스트)’ 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음자들은 캔 전체를 n써지 않는다. 각 브랜드

의 컵에서 한모금씩 마실 뿐이다.

자, 이제 조금 다른 방식으로 청량음료 테스트를 해보자. 당신에

게 음료한상자를집에 가지고가서 모조리 n낸 뒤에 몇 주후소

감을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과연 당신의 의견이 바뀔

까? 아마 그럴 것이다. 웹시의 신제품 개발에 여러 해 동안 침여한

캐럴 달러드Carol Dollard는 말한다.

''cLT와 자택 사용 테스트가 정반대의 결과를 내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죠. CLT에서는 나란히 놓인 서너 가지 제품을 각각 한두 모

금씩 맛봅니다. 선 채로 한모금 마시는 것은 내킬 때 편안히 앉아서

210 I
음료 한 병을 전부 들이키는 것과는 매우 다르지요 때때로 한모금

은 좋은데 한 병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자택 사용 테스트가

가장 믿을 만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소비자들은 결코 맛 테스트 때

처럼 인위적인 세팅 속에서 살지 않습니다. 집에서 텔레비전 앞에

앉아 음료를 마실 때 어떤 분위기를 느끼느냐, 바로 이런 느낌이 구

매 행동에 영호노을 미치죠

달러드는 한모금 테스트 때는 단맛에 편향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

적했다

“소비자들은 한모금 테스트 때는 더 달콤한 제품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병이나 캔을 통째로 마실 때는 오히려 단맛에 물릴 수도 있

지요

웹시는 코카콜라보다 달다 그래서 한모금 테스트에서 우세했다.

웹시는 코카콜라의 건포도와 바닐라가 뒤섞인 진한 맛과 달리 감률

향을 확 풍긴다. 그러나 한 캔을 다 들이키면 확 풍기는 맛이 흩어져

버린다. 요컨대 랩시는 한모금 테스트에서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진

음료다

그렇다면 웹시 첼린지는 일종의 사기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다

만콜라에 대한서로다른두가지 반응이 있을뿐이다 하나는한모

금을 마신 뒤의 반응, 다른 하나는 한 캔을 다 마신 뒤의 반응이다.

사람들의 콜라 판정을 이해하려면 먼저 둘 중 어느 쪽이 우리의 중

점 관심 사항인지를정해야할필요가있다.

20 세기 마케팅계의 걸출한 인사인 루이스 체스킨Louis Cheskin 이 만

들어낸, 이른바 감각 전이 sensation transference 라는 개념이 있다. 그는 사

시|나91 ~)èll \l~ 1211


람들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사이에 제품의 포장에서 받은느낌이나인상을제품자체로

전이시킨다고 확신했다. 달리 표현하면 대부분 무의식 차원에서

는 - 포장과 제품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체스킨이 보기에 물

건은포장과제품의 결합체였다

체스킨이 수행한 프로젝트 대상 중 하나는 마가린이었다. 1940년

대 말만 해도 마가린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소비자들은 n까린을

먹는 데도, 사는 데도 관심이 없었다. 체스킨은 호기심이 동했다. 사

람들은 왜 마가린을 좋아하지 않을까? 음식 자체의 문제일까? 아니

면 마가린에서 연상되는 그 무언가가 문제일까? 그는 그것을 알아


보기로결심했다.

그 시절에 마가린은 흰색이었다. 일단 체스킨은 마가린에 버터와

비슷한 노란색을 입혔다. 그런 다음 주부들과 함께하는 간단한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마가린을 테스트하는 자리라는 사실은 언급

하지 않고 몇몇 주부들을 이벤트에 초대하는 형식을 취했다. 현재

체스킨이 설립한 컨설팅 회사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데이비스 메이

슨 Davis Masten은 말한다.

“여자들은 모두 작은 흰 장갑을 끼고 왔습니다. 체스킨은 이야기

꾼들을 데려오고 음식을 날라 왔죠. 일부에게는 작은 버터 를 몇 조

각 주고, 일부에게는 작은 마가린을 몇 조각 주었습니다. 우리는 마

가린에 노란색을 입히고 질감도 버터처럼 만들어 사람들이 차이를

깨닫지 못하게 했어요. 이벤트가 끝나고 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야기꾼과 음식이 어했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버터’가

212 1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전 시장조사는 n까

린에 미래가 없다고 램준 바 있었습니다 체스킨은 ‘보다 간접적

인 방식으로접근해 보자.’고했지요

이제 ‘어떻게 하면 o}가린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

해답이 훨씬 분명해졌다. 체스킨은 의뢰인에게 ‘황제 마가린 1m∞rial

Margarine’이라는 제품명을 지어주었고, 그리하여 포장지에 위엄 있어

보이는 왕관을 그려넣었다. 점심 이벤트에서도 드러났듯이 무엇보

다도 색깔이 중요했다. 체스킨은 마가린을 노란색으로 하되 반드시

포일로 싸라고 이야기했다. 당시에는 포일 포장이 고급스러운 분위

기 를 풍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흰색 마가린을 바른 빵과

포일에 싼노란황제 마가린을바른 빵을줄경우, 두번째 빵조각

이 선호도면에서 매번 우위를차지한다는사실이 확실히 드러났다.

메이슨은말한다

“소비자들한테 ‘포일로 쌀까요, 싸지 말까요?’ 물을 필요는 없습

니다.돌아오는대답이란 ‘글셰요’, 뭐그럴것까지야일테니까요.

그냥 어느 쪽이 맛이 더 좋은지만 물으면 됩니다. 그렇게 간접적인

방식으로사람들의 진짜동인을파악하는거지요

체스킨의 회사는 몇 년 전에 감각 전이의 매우 멋진 사례를 또 하

나 선보였다. 중저가 브랜디의 경쟁 브랜드인 크리스천 브라더스

Cαhri
때 s

게 ‘편안한 예수 Easy Jesus' 4 불리는데 두 브랜드가 속한 시7-J-에 잘 어울

리는 별명이다) 체스킨의 고객 크리스천 브라더스는 오랫동안 이 시

장 최고의 브랜드였던 자신들이 왜 시장점유율에서 E&G 에 뒤지게

케나의 딜레마 213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값이 더 비싼 것도, 점포에서 찾

기가 더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광고를 덜 하는 것도 아니었다(중저

가 브랜디는 거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장에서 밀리는 이유

가무엇일까?

체스킨은 200 명의 브랜디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맛 비교 블라인드

테스트에 착수했다. 두 브랜디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체스킨

은 몇 걸음 더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회사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대

럴 레아 Darrel Rhea는 그때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우리는거리로나가 200 명을대상으로또하나의 테스트를진행

했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게 크리스천 브라더스고 어떤

게 E&G 인지 말해주었죠. 그랬더니 이름에서 감각 전이가 일어나면

서 크리스천 브라더스쪽손을들어주는사람이 늘더군요

사람들은 분명 E&G 보다는 크리스천 브라더스라는 이름에 더 긍

정적인 연상을 하고 있었다. 의혹은 더 깊어졌다 브랜드 이미지는

강한데 왜 시장점유율에서는뒤지는걸까?

“그래서 200 명을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을 했습니다. 각각의 술병

을 잔 뒤에다 놓았지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E&G 의 선호도가 더

높게 나오더군요 이로써 우리는 크리스천 브라더스의 문제를 짚어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품도 아니고 브랜드도 아닌 포-^J-이었지요

레아가 당시 실험한 두 회사의 브랜디 병을 쩍은 사진 한 장을 꺼

냈다. 크리스천 브라더스는 와인 병 같았다. 주퉁이가 길고 호리호

리하며 빛바랜 흰색 라벨이 있는 단순한 디자인이었다. 그에 비해

E&G 의 병에는 장식이 많았다. 백포도주 병 모양의 작달막한 연청

2141
색 유리병에 주퉁이에는 포일을 둘렀으며 라벨도 색이 짙고 질감이

두툼했다.

자신들의 견해를 입증하그l자 레아와 동료들은 한 가지 테스트를

더 실시했다 E&G 병에 크리스천 브라더스 브랜디를 담고, 크리스

천 브라더스 병에 E&G 브랜디를 담아 200 명에게 준 것이다. 결과

는 E&G 병에 담긴 크리스천 브라더스 술의 완승이었다. 맛좋은 술

이 디자인 좋은 병에 담기면서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다. 결국 크리

스천 브라더스는 E&G 병과흡사하게 술병을다시 디자인했고 당연

히 문제는해결되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메이슨과 레아는 나를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에

데리고 갔다 메이슨이 진열대 사이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

“우리는 거의 모든 통로에서 테스트를 했죠

눈앞에 음료 코너가 있었다. 레아가 몸을 숙여 세븐업 캔을 집어

들었다.

“한번은 세븐업 테스트를 했습니다. 제품에 몇 가지 변화를 준 것

들이 있었는데, 패키지의 초록색에 노란색을 15 퍼센트 더 섞으면 소

비자들이 라임이나 레몬 맛이 더 많이 느껴진다고 이。t기한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패키지 색만 좀 바뀌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좀 당혹스

러워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세븐업을 배규고 있구나! 나한테는 ‘뉴

코크. 같은 건 필요 없단 말이야!’ 하고 말이죠. 맛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는데 병에서 다른 감각이 전이되어 온 겁니다 이 경우는 그다

지 좋다고만은할수없죠”

우리는 캔 제품 통로로 걸음을 옮겼다. 메이슨이 ‘셰프 보야르디

~i1나의 딘이1"~ 215


라비올리 Chef Boyardee Ravioli ’ 캔을 집어 들더니 라벨에 그려진 요리사를

가리켰다.

“이 사람 이름은 헥토르따tor 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많이 봐

왔죠. 오빌 레덴바허 Orville R어e뼈cher나 베티 크로커 Be띠 Crocker나 선메

이드 레이진스Sun-Maid Raisins 패키지 위의 여자들 말입니다. 일반적으

로 소비자들은 음식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수적이 됩니다. 헥토

르의 경우, 그는 정말 실제 인물처럼 보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헥토

르라는 인물을 알아보고, 또 그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기를

원합니다. 대체로 얼굴 클로즈업 사진이 전신 사진보다 잘 먹히죠.

우리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헥토르를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외모에

변화를 줌으로써 라비올리를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거였

죠. 예컨대 그를 만화로 표현했다가는 십중팔구 낭패를 봅니다. 사

진 속의 그가 만화 속 인물 같은 비현실적인 존재로 격하되는 거지

요. 헥토르가 만화 속 인물이 되어갈수록, 추상화될수록 라비올리의

맛과질을실감나게 하는효과도떨어집니다

메이슨은호멜Hormel 통조림을집어 들었다.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멜 로고를 테스트해 보았지요

그가 r 과 m 사이의 피슬리 잔가지를가리키며 말했다.

“이 작은 파슬리 조각 하나가 통조림 음식에 신선감을 더해주더

군요

레아는 클래시코Classic。 토마토소스 병을 꺼내 들고는 다OJ:한 종류

의 용기에 담긴 의미들을 설명했다.

“텔몬트 Del Monte 복숭아를 깡통에서 꺼내 유리 용기에 담으면 사람

2161
들은 ‘아, 이건 할머니가 전에 만들어 주시던 것 같은데.’라고 말합니

다.사람들은복숭아가유리 용기에 담겼을때 더 맛있다고말합니다.

사각 패키지 아이스크림이 원통형 용기에 담겨 나올 때와 비슷한 이

치지요. 사람들은 이쪽이 더 맛있을 거야, 기대하면서 5 센트나 10 센

트를 기꺼이 더 지불합니다- 순전히 포장의 힘이죠

메이슨과 레아는 첫인상을 조작하는 법을 가르치는데 그 일에는

모종의 불안좌L이 따른다.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치자 초

콜릿 칩 크기를 두 배로 키운 다음 패키지에다 ‘신제품! 더욱 커진

초콜릿 칩!’이라고 쓰고 값을 5 센트나 10 센트올리면 어떨까? 아마

도 대다수는 정직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편, 사각 용기

아이스크림을 둥근 용기에 담아놓고 값을 올리면 눈속임처럼 느껴

진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실상 둘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는

더 맛있는 아이스크림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 그리고 아

이스크림 용기를 둥글게 님P규면 아이스크림의 초콜렛 칩 크기를 키

우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게 ‘저 아이스크림은 더 맛있을 거야.’ 히는

확신을 준다. 지금 우리는 한 가지 개선점은 의식하면서, 다른 개선

점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 차이가 그렇게 중요할까? 아이스크

림 회사로서는 소비자가 의식하는 부분만을 개선해 이익을 남겨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당신은 ‘으음, 저치들이 우리를 등쳐먹고 있

군.’ 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를 속이는 것은 누굴까?

아이스크림 회사? 아니면 우리 자신의 무의식?

메이슨이나 레아 모두 잘 만들어진 포장이 맛을 상쇄할 수는 없다

고 생각한다. 제품 자체의 맛은 굉장히 중요하다. 요지는 무언가를

케나의 딜레마 I 217


입에 넣고 순간적으로 맛을 판정할 때, 우리는 맛봉오리와 침샘의

반응뿐아니라눈과기억과상상에도반응한다는것이며, 한차원만
보고 다른 차원은 무시하는 일은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카콜라의 ‘뉴 코크’ 오류는 가장 악명 높은 사례

다. 한모금 테스트를 지나치게 중시해서가 아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의 원리 자체가우습기 때문이다 그들은 ‘올드코크’가맛비교에서

뒤진 것에 크게 신경 쓰지 말이야 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나타


난 웹시의 우세가 현실로 옮겨지지 않은 것도 전혀 놀랄 게 없다. 실
제 세계에서는 누구도 눈을 감은 채 콜라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브랜드 이미지, 캔, 심지어 로고의 고유한 빨간색까지 코가

콜라에 대해 가진 무의식적 연상 일체를 코카콜라에 대한 감각에 전


이시킨다. 레아는 말한다.

“코카콜라의실수는웹시에시장지분을빼앗긴불행을전부제품

탓으로 돌린 데 있습니다. 콜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미

지인데 그걸 놓친 거죠. 그들이 내린 결정은 제품 자체에 변화를 주


는것이었던 데 반해, 웹시는젊은층에 초점을맞춰 마이클잭슨같

은 유명 인사를 대변인으로 삼는 등 브랜드 이미지에 신경을 썼습니

다. 한모금 테스트에서는 사람들이 더 단맛이 나는 제품을 좋아합니


다. 하지만 한모금 테스트로 제품 구입을 결정하지는 않죠. 코카콜

라의 문제는 실험실 가운을 걸친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았다는 데 있


습니다

케나의 경우도실험실 가운을걸친사람들이 문제였을까?

시장 검증자들은 그의 노래 한 곡 혹은 일부를 누군7r에게 들려주

2181
고 그 반응만 살피면 음반 구입지들의 느낌을 알 수 있다고 가정했
다 다시 탤R 음악 애호가라면 몇 초 만에 신곡을 ‘앓게 조각내어’

살필 수 있으리라 생각한 셈인데, 물론 원리상으로는 맞다. 그러나


앓게 조각내어 살피는일은정황을감안해서 이루어져야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떤 커플의 결혼생활을 빨리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탁구를 치는 모습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그들이 자신들의 관

계와 연관된 어떤 일을 논의할 때 관찰해야 한다. 또 짧은 한 토막의


대화를 근거로 어떤 의사의 의료사고 소송을 재빨리 점치는 일은 가

능하다- 그러나 반드시 환자와 나눈 대화여야만 한다.


케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은 한결같이 정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록시와 ‘노다웃’ 콘서트에 온 사람들은 눈으로 그를 생생하
게 보았다. 크레이그 캘먼은 자기 사무실, 바로 눈앞에서 케나의 노

래를 들었다. 프레드 더스트는 X낸이 신뢰하는 동료가 길길이 흥분

하는 모습에서 케나를 보았다. 케나를 계속 불러냈던 MTV 시청자

들은 이미 그의 비디오에 매료되어 있었다 결국 아무런 부가 정보


없이 케나를 판정하는 것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웹시와 코카콜라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죽음의의자’
몇 년 전, 가구업체 허먼밀러 Herman ,
Miller lnc 가 빌 스텀프 Bill Stumpf라

는 산업 디자이너를 고용해 새로운 사무용 의자를 만들게 했다. 스


텀프는 이전에도 허먼밀러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에르곤

Ergon과 에콰 Equa 라는 의자 두 종을 개발R 명성을 날린 바 있었다.

"11 나91 년이1"[ I 219


그러나 스텀프는 두 작품에 만족하지 않았다. 잘 팔리기는 했으나
스텀프가 생각하기에 에르곤은 어색하고 미숙한 작품이었으며, 에
콰는 그보다 나았지만 출시 이후 모방품이 쏟아져 나와 더 이상 특
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텀프는 말한다.

“전에 만든 의자들은 모두 비슷한 모양이었어요. 니는 무언가 색


달라 보이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에어론Aeron 이라는 이 름을 붙였다. 이 에


어론 이야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평가할 때 알아야 할 두 번째이자
보다 깊숙한 문제를 잘 설명해 준다. 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
한 느낌을 설명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스텀프의 아이디어는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훌륭한 의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에콰를 만들 때 비슷한 작업


을 시도한 바 있었다. 에어론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가기로 결심했
다. 예를 들어 의자 디자이너 들이 좌면 seat pan이라고 부르는 부분과
의자등받이를연결하는장치에 어 D써마한양의 작업을시도했다.
전형적인 의자에서는 의자에 등을 기댈 수 있도록 둘을 단순한 경
첩으로 연결한다. 그런데 경첩은 의자와 엉덩이가 돌아가는 방향이
달라서 몸을 기울이면 바지에서 셔츠가 비어져 나오고 등에 과도한
압력이 실린다는 문제점이 있다. 에어론에서는 좌면과 등받이가 복
잡한 메커니즘을 거쳐 각기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뿐만 아니었다.
허먼밀러의 디자인 팀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팔걸이를 원했는
데, 그러자면 좌면 아랫부분보다 등받이에 부착하는 편이 훨씬 나았

다 또 한 어깨 를 편안하게 받치기 위해 의자 등받이 윗부분을 아랫

220 I
부분보다 넓게 만들었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대부분의 의자들과

정반대였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의자를 원했다. 스텀프는 말한다.

‘빌짚모자와 고리버들 가구 같은 걸 관찰했습니다- 나는 피륙을

뒤집어쓴 발포 의자가 늘 싫었습니다- 럽고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니

까요. 피부는 숨을 쉬는 하나의 기관입니다. 그래서 밀짚모자처럼

피부가 숨을 쉴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흥미를 돋우었죠

그는 마침내 특수 공학실험을 거친 앓고 탄력 있는 망상 직물을

플라스틱 뼈대에 팽팽히 잡아당겨 걸치기로 했다. 그물망을 통해 들

여다보면 좌면 밑 레버, 기계장치, 딱딱한 플라스틱 부품들이 훤히

보였다.

허먼밀러는 여러 해 동안 소비자들과 더불어 의자를 연구하고 만

들면서 사람들이 대부분사무용의지를고를때 자동적으로권위 있

어 보이는 의자, 이를테면 쿠션이 두툼하고 등받이가 높고 당당한

의원석이나 왕좌 같은 의자에 끌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에어론은어댔을까?

그 반대였다. 검은 플라스틱과 묘한 돌기들과 그물망의 호리호리

하고 투명한 혼합물은 마치 선사시대 거대한 곤충의 골격을 연상시

켰다.스텀프는말한다.

“미국에서는 레이지보이 La-Z-Boy 안락의자가 편안함의 대명사가 되

었죠 독일인들은 미국인들이 자동차 시트에 뚱뚱하게 속을 집어넣

는 걸 보고 농을 던집니다. 사실 미국인들에게는 부드러움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있어요 그럴 때면 나는 늘 디즈니가 미키마우스의 손

케나의 딜레 마 1 221
에 끼워준 장갑을 떠올립니다. 만일 미키마우스에게서 진짜 발톱을

보았다면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하고 있던

일은 그 부드러움에 대한 생각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었지요

1992 년 5 월, 허먼밀러는 자용 검사u잊 testi맹’ 에 착수했다. 에어론

시제품을미시간서부의 지방회사들로가지고가사람들을시켜 최

소 한나절 동안 앉아 있게 한 것이다. 처음 반응운 그다지 긍정적이

지 않았다. 허먼밀러는 사람들에게 의자가 얼마나 편안한지 l 점에

서 10 점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시장에 내놓기 전에

꼭 받고 싶었던 점수는 최소 7.5점이었는데 4 .7 5 전후의 점수를 받

았다.

심지어 허먼밀러의 한 직원은 장난싶L아 슈퍼마켓 타블로이 드 신

문 표지 모형에 ‘죽음의 의자: 여기 앉는 사람은 예외 없이 죽는다’

는표제 를 달아의자사진을실은다음, 에어론 초기 연구보고서 중

하나의 표지로 삼았다. 사람들은 가느다란 뼈대 를 보면서 과연 저

의자가 내 몽을 지탱할 수 있을까 의아해했고, 망상 직물을 보고는

과연 편안함을 줄 수 있을까 궁금하게 여겼다 당시 허먼밀러의 연

구 디자인 담당 선임 부사장이던 로브 하비 R매 Harvey는 말한다.

‘자람들은 의자 프레임이 가늘면 의자가 몸을 지탱하지 못할 거라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앉기 망설이게 되지요. 앉는 것은 매우 친밀한

행위입니다. 의자와친근하게 접촉하면서 감지되는온도나견고성 같

은 수많은 시각적 신호들이 인식을 유도하게 되지요

허먼밀러가 디자인을 조금씩 손보면서 보다 나은 시제품들을 내

놓자 사람들의 불안감도 차츰 사라지고 점수도 오르기 시작했다 허

2221
먼밀러가 출시 태세 를 갖추었을 즈음에는 편안함 면에서 사실상 8

점을 넘었다. 좋은 소식이었다.

해1 만 나쁜 소식도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의자를 괴물 같다

고 생각한 것이다. 에어론의 연구 책임자 빌 도웰Bill Dowell은 말했다.

“처음부터 아름다움 점수는 편안함 점수에 한참 뒤처졌습니다.

예외적인 일이었지요. 우리는 수십만 명을 의자에 앉혀본 결과, 늘

편안함과 아름다움이 강력한 상관관계를 이룬다는 걸 발견했죠. 그

런데 이 의자는 그렇지 않았어요. 놀랍게도 편안함 점수는 8 점을 넘

었는데 아름다움 점수는 2점과 3 점 사이에서 시작해 6점을 넘지 못

했습니다. 무척 당혹스럽고 불안했지요. 전에 에콰라는 의자 있지

않습니까. 그 의자도 논란이 많았어요. 하지만 적어도 늘 아름답다

는평은받았습니다

1993 년 말 허먼밀러는 의자의 발매 를 준비하면서 전국에서 포커

스 그룹들을 차례로 불러모았다. 가격 책정과 마케팅에 관한 약간의

아이디어 를 얻으면서 동시에 의자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대한 광범

한 지지 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패널 로

등장했는데 대체로 수용하는 쪽이었다. 도웰은 말했다.

“그들은이 의자가얼마나급진적인지 깨달았죠. 아름답다고여기

지는 않았어도 그런 모양일 수밖에 없겠다는 점은 이해했습니다

다음으로 시설 관리자와 인체공학 전문가 집단에 의자를 선보였

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의자의 상업적 성공을 책임질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번에는 냉담한 기운이 감돌았다. 도웰은 말한다.

커|나의 딘러l 마 223


“그들은 이 의자의 미학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허먼밀러는 에어론을 츰춤한 피륙으로 싸야 하며, 현재 상태로는
판매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한 시설 관리자는 의자를
론 퍼니처 lawn furniture와 구식 자동차 시 f르커버에 비유했고, 또 다른 관
리자는 《로보캅》 세트에서 7}.져온 것 같다고 비아냥거 렸다. 어떤 관
리자는 이 의자가 재생자원만 써서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도웰은회상한다.

“스탠퍼드대학의 한 교수가 생각납니다. 그는 의자의 개념과 기능


은 인정하면서도 ‘미학적으로 세련된 시제품’이 나오면 다시 초대받

고 싶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거울 뒤에서 ‘결코 미학적으로 세련된


시제품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라고 중얼댈 수밖에 없었죠
잠시 허먼밀러의 입짙L에 서보자.

의자 전문가인 당신은 오랜 시간 동안 참신한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해 왔다. 막대한 돈을 들여 가구 공장도 재설비했고, 예컨대 망
상 직물을 쓰면 등이 따끔거리지 않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람들이 망사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그들은 의자가 못생겼다고 생각했으며 , 당신은 다년간의 경
험을 통해 사람들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의자를 사지 않는다는 것
을알고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 만든 의자를 전면 폐기할 수도


있다. 아니면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멋진 발포 천으로 커버를
씌울 수도 있다. 아니면 본능을 믿고 그대로 돌진할 수도 있다.
허먼밀러는세번째 길을택했다.돌진,그결과는어했을까?

224 I
허언밀러의 에어론 체어 인체공학

을 접목시켜 편안한 자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였으나 그 때문에 독특
한 외형을 갖게 되었다 초기에 혹
평을 받았으나 현재 에어론 체어
는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로

물리고있다 @연합뉴스

처음에는 별로였다. 에어론은 어쨌든 못생긴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못생긴 의자가 최첨단 분야인 디자인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결국 에어론은 미국 산업디자인협회로부터 1990 년

대 디자인상을받았고캘리포니아와뉴욕에서, 광고업계와실리콘밸

리에서 새로운 경제의 홀딱 벗은 미학에 부합승}는 일종의 컬트 상품

이 되었다. 영화와 텔레비전 광고에 에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바로 여기서부터 이미지가 구축되고 향상되고 꽃피었다. 1990 년대

말이 되자 매출이 무려 연간 50 ~ 70퍼센트씩 상승했다. 허먼밀러

사람들은 갑자기 자기들이 만들어낸 못생긴 의자가 회사 역사상 최

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안 가 에어론은 가장 많

은 모방품이 나온 사무용 의 X까 되었다. 의자 만드는 사람은 누구

나거대한선사시대 곤충골격처럼 생긴의지를창조하고싶어했다.

한데 에어론은 요즘 아름다움 점수를 얼마나 받고 있을까78 점이

다. 한때 ‘못생겼던 의자가 ‘아름다운 의자가 된 것이다.

fil 냐의 딘러Iu~ 225


한모금 블라인드 테스트 사례에서 첫인상은 영호t을 미치지 않는

다. 콜라란 눈을 감고 한모금 마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모금 블라인드 테스트는 콜라를 앓게 조각내어 살피는 올바른 방

식이아니다-

에어론의 경우, 제대로 된 첫인상을 수집하는 데 실패한 것은 조

금 다른 이유에서였다. 의자의 첫인상을 모니터한 사람들이 자신의

느낌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들은 첫인상을 싫다고 말했지만, 진

짜의미는의자가너무새롭고별나서 익숙하지 않다는것이었다.

물론이 사례가우리가못생겼다고하는모든사물에 두루적용되

는것은아니다. 1950 년대 포드의 유명한실패작에드셀을보자. 이

차 역시 우습게 생겼다는 평 때문에 실패했다. 그러나 2~3 년 뒤에

의자 회사들이 에어론을 모방한 것처럼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갑자

기 에드셀처럼 생긴 차를 만들지는 않았다. 에드셀은 처음에도 못생

겼고, 나중에도 여전히 못생긴 차였다. 같은 맥락에서, 처음 볼 때

싫은 영화들이 있는데 그 영화들은 2 ~3 년 뒤에도 미움을 받는다.

나쁜 영화는 언제나 나쁜 영화다. 문제는 싫다고 느껴지는 것들 중

에 단지 별나게 생겼다는 이유로 그 범주에 들어가는 제품들이 있다

는 점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신경을 돋운다. 실제로 좋은지 알려면

시간이 조금걸린다.

도웰은말한다

“제품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은 찌 물건에 깊이 빠져 있기 때문

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다는 사실을 염

두에 두기가 어렵습니다. 소비자들은 그때 그 자리에서 그 물건을

226 I
경험합니다. 역사도 전혀 모르고, 그 미래를 상상하기도 어렵습니

다. 뭔가 지금까지의 것과 매우 달라 보이는 물건은 더욱 그렇지요.

에어론의 사례가 그랬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사무용

의자는 특정한 미학을 갖고 있어요. 푹신푹신하고 커버가 씌워져 있

지요. 에어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력l 생겼어요. 어느 것도 친숙

하지 않습니다. ‘못생겼다는말은어쩌면 ‘다르다’는뜻의 대용이었

던거지요

이게 바로 시장조사의 문제점이다. 나쁜 것과 그저 다른 것의 차

이를짚어내기에 너무무딘 방법일 수도 있다.

1960 년대 말, 시나리오 작가 노먼 리어 N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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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aml
께il얘
y}이라는 쇼의 텔레비전 시트콤 시안을 만들었다. 당시 텔레

비전에 방영되던 프로들을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급진적인 프로그

램이었다. 신랄하고 정치적인데다 그 무렵 텔레비전이 피해 가려고

기를 썼던 사회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었다

리어는 결국 ABC 에 그 시안을 보냈고, ABC 측은 할리우드의 한

극장에 염선한 시청자 400 명을 불러놓고 시장 검증을 했다. 시청자

들이 쇼를보며 매우재미없다’, 재미없다’, ‘보통이다’, ‘좋다’, ‘매

우 좋다’를 표시한 다이얼을 돌리면 그들의 반응이 l 부터 100까지

의 점수로 환산되어 나왔다. 드라마는 대개 60 점대 후반이 좋은 점

수였다. 코미디는 70 점대 중반이었다.{온 7}족》은 40 점대 전반의

점수를받았다.

ABC 는 리어의 시안을 거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CBS 로 가져갔

다. 그들은 ‘프로그램 분석기 Program Analyzer 라는 자사 고유의 시장조

케나의 딜레마 I 227


사 프로토콜로 시안을 평가했다. 시청자들에게 빨강과 초록 단추를

누르게 함으로써 보고 있는 쇼의 인상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결

과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조사국은 등장인물 아치 벙커 Archie B뼈er를

온화한 말투를 쓰는 교육적인 아버지로 바꾸는 게 좋을 거라고 권고

했다

CBS 는 첫 시즌 방영 전에 《온 가족》을 홍보하는 수고조차 기울이

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결국 쇼는 공중파를 탔다. 방송

사 사장 로버트 우드 R。때 W∞d 와 프로그램 책임자 프레드 실버만 Fr어

Silverman 이 공교롭게도 그 쇼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네트워

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니 방송사가 그 쇼에 모험을 걸어볼 만한 여

유가있다는거였다.

같은 해 CBS 는 메리 타일러 무어가 출연하는 새로운 코미디 쇼

를 검토했다. 역시 텔레비전 프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이전의 모든

여주인공들이 그랬던 것과 달리 주인공 메리 리처즈 Mary R때rds는 결

혼에 관심이 없고 자기 일을 고집하는 젊은 독신 여성이었다 CBS

는 첫 번째 쇼를 프로그램 분석기에 걸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메리

는 질패자였다. 그녀의 이웃 로다 모겐스턴Rh어a Morgenstern은 ‘몹시

거슬렸고’ , 쇼에 나오는 또 한 명의 여자 주인공 필리스 린드스트롬

Phyllis lindstrom 은 ‘믿을 수 없는’ 인물로 평가됐다.{메리 타일러 무어

쇼 The Mary Tylor Moore Show} 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CBS

가쇼를테스트할당시 이미 그프로가방송일정에 잡혀 있었기 때

문이다. 셀리 베텔 Sally B뼈ell.Smith은 실버만의 전기 《진공관은 작동중

Up t벼 Tu아》에서 이 렇게 쓰고 있다.

2281
“ MTM 이 만일 방송이 결정된 프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압도적

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도 살아남지는 못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온 가족》과 《메리 타일러 무어 쇼》는 에어론 의자의 텔

레비전 판이었다. 시청자들은 싫다고 말했지만 텔레비전 역사상 가

장 성공한 프로그램들이 되었다. 이 같은 반전에서 금방 확인할 수

있듯이 시청지들은 그 프로를 싫어한 게 아니었다. 다만 어리둥절했

을 뿐이다. CBS 시장조사단은 그 모든 시끌벅적한 기술들을 동원하

고도매우다른두가지 감정을구별하지 못했다.

물론 시장조사가 언제나 틀리는 것은 아니다. 만일 《온 가족》이

좀더 전통적인 프로였다면, 에어론이 이전의 의자들에 사소한 변형

만 가했더라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측정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

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혁명적인 제품이나 아이디어 를 테스트하

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성공하는 회사들은 그런 경우 소비자들의

첫인상은해석이 필요하다는점을이해한다.

우리는 시장조사를 좋아한다. 점수로, 예측으로 획실하게 보여주

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결정에 대해 이유를 물었을 때 수치

로보여줄수도있다.그러나아주중요한결정에서는확실한것이 있

을 수 없다는 게 진실이다. 케나의 음악은 시장조사에서 형편없는 결

과를 얻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나? 어쨌든 그의 음악은 새롭고 달

랐다.시장조사에가장취약한것은언제나새롭고다른것들이다.

전문지식과훈련된기준
어느 화창한 여름날 뉴저지 주에서 센서리스펙트럼 Sensory 5야ctrum 이

'11 나91 ~1 ,1I\l~ I 229


라는 회사를 경영히는 두 여인과 점심을 먹었다. 그들의 이름은 게

일 밴스 시빌Gail Vance Ci씨Ile과 주디 헤일먼Judy Heylmun 이었고, 음식 맛을

보며 먹고산다. 예컨대 프리토레이 Fritπtto-

야 칩을 내면 그 시제품이 토르티야 칩 판테온 어느 위치에 놓일지

를판단한다.

그들의 다른 도리토스Doritos 변종들과 얼마나 다른가? 케이프 코

드 토르티 야 칩 Ca야 C여 T。πilla Chip과 비교하면 어떤가? 소금을 더 칠

필요가 있겠는가? 시빌과 헤일먼은 프리토레이가 맛보기로 보낸 칩

을모니터한다-

잘 알겠지만 전문적으로 음식 맛을 보는 사람들과 점심을 함께 먹

는다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다. 생각 끝에 나는 맨해튼 중심가

에 있는 르 마르디 Le Mardi 레스토랑을 만날 장소로 정했다. 그 식당은

오늘의 특별 메뉴 리스트를 읽는 데만도 5 분이 걸리는 곳이다.

도착해 보니 헤일먼과 시빌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비

즈니스 정장 차림을 한 멋진 전문직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어느새

혜이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시빌이 특별 메뉴를 기억해

두었다가 내게 탤R 주었다. 점심식사를 고르는 데 실로 수많은 생각

들이오갔다

헤일먼은 마침내 셀러리와 양파를 흩뿌린 구운 호박 차우더에 파

스타, 이어서 네모난 호박으로 장식하고 베이컨을 넣어 묶은 넌출월

률 열매와 크렘 프레셰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빌은 셀러드에 이어

프린스 에드워드 섬 홍합과 마닐라 대합을 넣은 리조또가 따라 나오

고 오징어 먹물로 마무리하는 식사를 골랐다(르 마르디에서는 어떤

230 I
방식으로든 ‘마무리’ 하거나 어떤 종류의 ‘변형’ 으로든 장식을 하지 않

는 요리가 드물다) . 주문을 마치자 혜이터가 헤일먼에게 수프 떠먹

는 스푼을 갖다 주었다. 시빌이 손을 들어 스푼을 하나 더 달라며

말했다.

“우리는 뭐든 함께 먹어요

그러자헤일먼이 말했다

“우리가센서리 사람들과무리지어 나갈때 모습을보셨어야하는

데 우리는 각자의 빵 접시를 한 바퀴 빙 돌려요. 자기 식사 절반

하고 모든 사람의 식사 조금씩으로 배를 채우죠

수프가 나왔다. 둘은 조심스레 떠먹기 시작했다.

“오,굉장한데

시빌이 탄성을지르며 눈길을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내게 스푼을

건네며말했다.

“맛좀보세요

헤일먼과 시빌은 둘다 음식을 조금씩 빨리 떠먹었으며, 먹으면서

계속 대화를 나누었다. 오랜 친구마냥 서로 말을 자르기도 하고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마구 넘나들었다. 대화는 생동김L에 넘쳤고 말하

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그러나 이야기가 먹는 행위를 방해하지는

않았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말을 하는 것은 오로지

다음 한 입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 위한 행동처럼 보였고, 다음 한 입

을 넣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완전히 몰입한 표정이었다. 헤일먼과

시빌은 음식의 맛만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음식을 생각하고

음식에 관한 꿈을 꾼다. 그들과 점심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요요마

케나의 딜레마 I 231


와첼로를사러 가는것이나어느날뭘 입을지 결정해야할 때 아르

마니에 들르는 것과 같다. 시빌은 말했다.

“남편 이 그러더군요. 나와 사는 게 마치 ‘1 분 맛기행’처럼 느껴진

다고요. 우리 가족은 모두 미치려 들죠. 여보, 이제 그 이야기 좀 그

만 하면 안 될까? 영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에서 식당 장면 아

시죠?음식이 좋을때, 나도그런 감정을느껴요”

웨이터가 디저트를 제안해 왔다. 크렘 브룰레, 망고와 초콜릿 셔

벗, 샤프란색 딸기와 사탕수수 바닐라 젤라티였다. 헤일먼은 한참

동안 크렘 브룰레를 고민했지만 결국 바닐라 젤라티와 망고 셔벗을

골랐다. 그녀가 말했다.

“크렘 브룰레는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기준이 됩니다. 바닐라 질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죠. 하지만 나는 크렘 브룰레를 좋아하지 않아

요. 이것저것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원재료 질을 맛볼 수 없거든요

시빌에게 에스프레소가 나왔다. 첫 모금을 마실 때 거의 감지하기

힘들 만큼 미세하게 움찔하는 표정이 얼굴을 스쳤다. 그녀가 말했다.

“좋은데 대단하지는 않군요. 온전한 와인의 질감을 놓치고 있어

요. 럽럽한 맛이 좀 강합니다

헤일먼은 이어서 ‘재가공 rework’ 이야기를 시작했다. 재가공이란

일부 식품공장에서 구워낸 제품 중 남은 것이나 버려진 재료를 다음

제품을 구울 때 재생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녀가 말했다.

“누가 어떤 쿠키나 크래커를 주면 나는 그게 어느 공장에서 나왔

는지는물론, 그들이 어떤 재가공을히는지까지도알수있죠”

이때 시빌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유명 브랜드 둘을 거명하더니 지

232 I
난 밤 그 회사들 쿠키를 먹었다고 했다

“재가공품 맛이 나더 군요

그녀는표정을바꾸더니 말을이었다.

“우리는 맛보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의 20 년을요. 의사들 훈련 과정하고 맞먹죠. 우리 역시 인턴 생활

을 거친 뒤 레지던트가 됩니다. 어떤 제품을 두고 그것이 얼마나 단

지, 얼마나 쓴지, 얼마나 캐러멜화됐는지, 감률류의 속성이 얼마나

있는지, 감률류로 말할 것 같으면 레몬 맛인지, 라임 맛인지, 그레이

프프루트 맛인지 , 오렌지 맛인지 아주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실습에 실습을 거듭합니다

다시 말해 헤일먼과 시빌은 전문가였다. 그들이 웹시 첼린지에 속

는 일이 있을까? 물론 절대 없다. 그들이라면 크리스천 브라더스의

포징}에 미혹되지도 않을 것이며, 좋아하지 않는 것과 별나다고 느끼

는 것의 차이를 쉽게 혼동하지도 않는다. 전문지식이라는 크나큰 재

능이 그들로 하여금 무의식의 잠긴 문 저편에서 진행되는 일을 훨씬

잘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것이 케나 이야기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케나 이

야기는 업계 내부인사들과 록시의 군중 MTV2 시청자들의 열광적

인 반응 대신 시장조사에 많은 비중을 둔 평가가 왜 큰 실수였는지

를 설명해 준다 전문가들이 느끼는 첫인상은 분명 다르다. 전문가

들의 취향이 범인들과 다르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아주 부인할 수

는 없지만 말이다. 어떤 일에 전문가가 될 때 우리의 심미안은 더 심

오하고 복잡해진다. 전문가들의 반응을 믿을 만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나의 딜레마 233


사람은오직 전문가뿐이라는것이다

앞 -^J에 등장했던 조나단 스쿨러가 한번은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과 함께 이 차이를 아름답게 예증한 실험을 시도했다. 딸기챔을 소


재로한실험이었다.

그들은 〈소비자 보고서 Consumer Re∞πs)에서 식품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44종브랜드의 딸기챔을주고질감과맛이라는특정한척도에

따라 l 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기게 했다. 그리고 그중 1 등, 11


등, 24등, 32 등 44 등 한 챔을 골라- 노츠 베리 팝 Knott’s Berry Farm , 알

파 베타Alpha Beta , 페더워l 이트 Featherweiφt , 아크메 Acme , 소벨 리지 Sorrel l

Ridge-또 다른 대학생 집단에 주었다 학생들의 등수 매김이 전문가

들에 얼마나근접한가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답은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나왔다. 학생들은 노츠 베리 팝에 2등

을 주고 알파 베타에 1 등을 주었다(처음 두 챔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이다) . 페더웨이트가 3등이라는 데는 전문가들과 의견이 일치했다.

아크메와 소렐 리지가 다른 챔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전문가들과 비슷했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전문가들은 소렐 리지가


아크메보다더 뒤진다고본반면학생들은그반대였다.

학자들은 흔히 상관관계값
C∞α。orr때
r

른 요인을 얼마나 근접하게 예견하는지 평가한다. 학생들이 매긴 등

수와 전문가들이 매긴 등수의 상관관계는 0 .5 5 로 꽤 높은 수치였다.

다시 웰R 챔에 대한 일반인의 반응은 상당히 정확했다. 챔 전문가


가 아니라도 일단 맛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설문지를 주고, 유독 그 챔이 다른 챔보다 좋은 이유를 열

234 I
거해 보라고 하면 어떨까? 일대 재앙이 일어난다. 물론 윌슨과 스쿨

러는 이 실험도 했다. 또 다른 그룹의 학생들을 모아 등수를 매기라

고 한 뒤 그 이유까지 적어 제출하게 했다. 결과는 엉뚱했다. 전문가

들이 최고의 챔으로 뽑은 노츠 베리 팝에 꼴찌에서 두 번째 등수를

주는가 하면, 전문가들이 최악이라고 평가한 소렐리지에 3등을 주

었다 이로써 전체적인 상관관계가 0.11 로 뚝 떨어졌다. 어딜 봐도

학생들과 전문가들의 평가 사이에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이는

밴 라이퍼 이야기에서 설명한 바 있는 스쿨러의 실험을 연상시킨다.

거기에서는 반추가 통찰력을 파괴했다. 윌슨과 스쿨러는 사람들에

게 챔을 생각하라고 요구함으로써 그들을 챔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요만큼도 없는 사람들로 바그~놓았다.

자, 앞서 진행한 논의에서 나는 우리의 문제 해결 능력을 떨어뜨

리는 요소들을 언급했다. 지금은 훨씬 더 근본적인 능력 , 즉 우리의

마음을 아는 능력을 이。찌하고 있다. 더욱이 이 경우에는 반추가

왜 우리의 반응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지 훨씬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어떤 사물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설명


할 능력이 없다. 우리는 좋은 챔을 무의식적으로 깨닫는다. 그건 노

츠 베리 팡이다. 그런데 갑자기 용어 목록에 따라 그 이유를 조목조

목 설명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왜 그걸 생각해야 하지?’ 고개를 가

우뚱하게 된다. 게다가 그 용어들은 우리에게는 뜻 모를 소리들이

다 질감이라고?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우리는 일찍이 어떤 챔을

봐도 질감이 어떻니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질감이 무엇을 의

미하는지도 확실하게 모른다. 질감은 깊은 차원에서 보면 우리 스스

케나의 딜레마 I 235


로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질감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혔다. 우리는 결정을


내릴 때 그것을동시에 생각해야한다. 으음, 질감이 분명 조금낯설

어 . 어쩌면 내가 실제로는 이 챔을 좋아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 윌슨


이 지적했듯이, 어떤 걸 왜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를 생각해 버린다 그러고는 그럴듯한 이유에 맞춰 진짜


선호도를조정한다

챔 전문가들은 챔에 대한 느낌을 설명할 때 이런 문제를 겪지 않


는다. 식품감정 전문가들은 매우 명확한 용어를 교육받고, 그 용어
를 통해 특정 식품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예컨

대 마요네즈는 6개 범주의 외관(색깔, 색의 농도, 채도, 광택, 응고, 거

품)과 107B 범주의 질감(점착도, 굳기, 밀도등). 147B 범주의 맛과향

에 따라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맛과 횡t은 다λ13 개의 하위 그룹, 즉

향(달갈 냄새, 겨자 냄새 등)과 기본 맛(한맛, 신맛, 단맛) . 화학적인

느낌(화끈거림, 얼얼함, 오그라옮)으로 나뀐다. 그리고 각 요소들을


다시 15 점을척도로평가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식품을 입에 넣고 질감을 설명하도l자 한다. 살피

려는 성질 중에 미끈거리는 정도가 있다. 미끈거림 척도 15 점에서 0

은 전혀 미끈거리지 않는 것이고 15 는 매우 미끈거리는 것이다. 유


。아}스식1 인 거버스 비프G않

le
erb어
er“ B않연f와 비프 그E러레1비1 。이l베
비1 Be힐
H e상f Gravy는 2다다. 휘트

니 Wh에비lηtn떼
e야y의 바닐라 요구르트는 7.5고 미라클 휩 Miracle Whip은 13 이다.

어떤 제품이 미라클 휩만큼 미끈거리지는 않지만 휘트니의 바닐라


요구르트보다 더 미끈거릴 경우, 당신은 그 제품에 10 점 안팎의 점

236 I
/ - ‘ '2 .:;<../λ‘ (')lrl
T격흐 딛를 TÃλ L-f

파삭파삭함을 보자. 퀘이커 Quaker의 저지방 추이 초콜릿 청크 그래

놀라 바 Chewy Chocolate Chunk Granola Bar는 2 고, 키 블러 클럽 파트너 스 크

래커 Keebler Club Partners Cracker는 5 며, 켈로그 콘플레이크는 14다. 슈퍼

마켓의 모든 제품을 이 같은 식으로 분석할 수 있고, 감정가들도 다

년간 척도를 갖고 일하다 보면 그 척도가 무의식 속에 각인된다. 헤

일먼은말했다.

“우린 방금 오레오 Ore。를 분석했습니다. 그걸 아흔 가지 성질의 외

관, 맛과 향, 질감으로 쪼겠죠

그녀가잠시 말을멈추었다‘ 나는그녀가오레오의 느낌을머릿속

에서 재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판의 여지가있는성질이 총열한가지 짚이는군요”

우리의 무의식 반응은 잠긴 방에서 나온다. 우리는 그 방 안을 들

여다볼 수 없다. 그러나 경험을 거치다 보면 행동과 훈련을 이용해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 뒤에 있는 것들을 해석, 해독하는 일에 숙달

하게 된다 정신분석에 종사등}는사람들처럼 말이다.

정신분석 종사자들은 자기 정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협F기

시작할 때까지 여러 해 동안 숙련된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한다. 헤일먼과 시빌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다른

게 있다면 자신들의 감정 대신에 마요네즈와 오레오 쿠키에 대한 느

낌을 정신분석해 온 것뿐이다.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모든 전문가는 이 일을 하고 있다.

고트먼은 커플들에 대한 자신의 본능적 반응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

+11 나의 덜러lu} 237


래서 수천 명의 남녀를 비디오로 촬영한 다음 테이 프를 초 단위로

분해해 데이터를 컴퓨터에 넣고 돌렸다 이제 그는 레스토랑에서 커


플 옆자리에 가만히 앉아서도 자신있게 그들의 결혼생활을 추측할
수 있다- 테니 스 코치 빅 브레이든은 누군가가 더블폴트를 하려는
순간 그걸 알아채기는 하는데 어떻게 아는지 몰라 깊이 좌절했다
이제 그는 프로 테니스 선수들의 서브 동작을 촬영해 디지털 분석을
하는 몇몇 생체역학 전문가들과 팀을 이루어 일한다. 브레이든이 선
수들의 동작에서 무의식적으로 짚어낸 게 뭔지를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다. 처음 2초 만에 쿠로스 상이 가짜라고 확신한 토머스 하빙

은 어떻게 된 걸까? 그것은 평생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고대 조각품


들을 보면서 머릿속을 스치는 첫인상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법을 터
득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내가 그 행운을 얻은 건 메트(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두


해째 일할 때였습니다 유럽 출신 큐레이터가 부임해 사실상 모든
일을 나와 함께 했던 거지요. 우리는 매일 저녁 상자들에서 물건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일한 곳
은 지하 보관실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수천 가지 물건이 있었죠. 내
말은 우리가 매일 밤 10시까지 거기 있었다는 건데, 그것은 일상적
인관찰정도가아니었습니다.정말뚫어져라살피고또살피는작업
이었지요

보관실에서 밤을 보내며 그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일종의 데이터


베이스를 차곡차곡 쌓았다. 어떤 물건에서 자신이 받는 느낌과 공식
적으로 인정되는 그 물건의 양식 , 배경 , 가치를 일치시키는 법을 터

238 I
득하고 있었다. 우리가 스스로 능숙한 어떤 일 - 우리가 신경 쓰는
어떤 일 - 에 빠지게 되면 분명히 그 경험과 열정이 첫인상의 성격
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열정과 경험 없이 나오는 반응은 언제나 그르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반응의 깊이가 얄을 뿐이다 그것은 설명하기 어렵고 쉽게 교

란된다. 그것은 실제 이해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 예컨대 당신은


코카콜라와 웹시의 차이 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사실 그것
은 놀랄 만큼 어렵다. 물론 시빌과 헤일먼 같은 식품 감정가는 그들
끼리 OOOdegr않。f-difference (차이도) 척도라고 부르는 개념을 이용해
같은 범주 안에 있는 제품들을 비교한다 000는 0부터 10까지인

데 10은 두 가지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나 2는 같은 제품이지만


다른 가마에서 구웠다는 것 정도의 차이를 뜻한다. 와이즈Wi풍와 레

이 Lay의 소금과 과실초 감자칩은 000 가 8 이다(헤일먼은 이렇게 말

한다. “오저런, 이 둘은너무다르군요 와이즈는진하고레이는고르고

연해요’

다. 그런데 코카콜라와 웹시는 고작 4 이며, 어떤 경우에는 그 차이


가더 줄기도한다. 개봉한지 좀지나탄산도가떨어지고바닐라맛
이 약간 더 도드라지면서 자춧빛 액체가 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이는 코카콜라와 웹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라는 요청에 대

한 우리의 답이 대부분 쓸모없는 수준임을 뜻한다. 그게 좋은지 싫


은지 정도는 말할 수 있다 탄산도나 향, 단맛, 신맛에 대한 모호하
고 일반적인 평 말이다.0004 란 콜라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사람
만이 구별할수있는미묘한차이다.

케나의 딜페마 I 239


내 상상으로는 지금쯤이면 이 책을 읽는 사람들 중 일부, 특히 중
독에 가까운 콜라광들이 격분을 터뜨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사
실 이건 다소 모욕적인 발언임에 틀림없다. 당신은 아마 자신이 정
말로 웹시와 코카콜라를 구별할 줄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좋다 한
걸음양보해 정말그럴 수 있다고치자 DOD 가 4 정도밖에 안되는
데도말이다-

나는 당신에게 강력하게 자가 테스트를 권한다. 친구에게 부탁해


한 잔에는 웹시를. 다른 한 잔에는 코카콜라를 따르게 한 다음 그걸
구별해 보자. 아, 당신이 그걸 해냈다 치자.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
제 형식을 조금 바꾼 테스트를 다시 한번 해보자 이번에는 잔을 3
개 준비하게 한뒤, 두잔에는한가지 콜라를따르고세 번째 잔에
는 다른 콜라를 따르게 하자. 음료업계에서 이른바 삼각 테스트
triangle test 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어느 것이 코카콜라고 어느 게 랩시

인지 구분하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세 잔의 음료 중 어느 게 다른
두 잔과 다른지 맞혀보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당신은 그게 믿
기지 않을만큼어려운일이라는사실을깨닫게 될 것이다 1 ,000 명
에게 테스트해 보면 3 분의 1 을살짝넘는정도만이 답을맞힌다. 확
률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 즉, 추측이나 디름없는 수준이다.
삼각 테스트를 처음 알았을 때, 나는 곧바로 내 친구들에게 시험
해 보았다. 물론 그들 중 누구도 답을 맞히지 못했다. 모두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생각도 깊고, 대부분 정기적으로 콜라를 마시는 사
람들이었다.

그들은 도무지 결과를 믿으려 들지 않았고 길길이 날뛰었다 심지

240 I
어 내가자기들을속였다고비난했다. 이 지역 랩시와코카콜라제조

업자들에게 뭔가 미심쩍은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다고 주장하거나,

세 잔의 순서를 조작해 알아맞히기 어렵게 했다는 식이었다. 그들 중

어느누구도답을맞히지 못했다는사실을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의 콜라에 대한 지식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얄팍했다. 콜라

가 두 잔일 때는 두 잔의 첫인상만 비교하면 된다. 그러나 세 잔이

되면 첫 번째 콜라, 두 번째 콜라의 맛을 기억에 담。뮤어야 하고,

비 록 간략하게나마 스쳐 지나가는 감각을 어떻게든 뭔가 영원한 것

으로 변환시켜야 한다. 그러자면 맛의 어휘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헤일먼이나 시빌 같은 사람들은 삼각 테스트쯤은 깃

발 휘날리며 의기양OJ'하게 통과할 수 있다. 전문지식이 그들의 첫인

상을 다시 튀어 나오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친구들은 그렇

게 운 좋은 사나이들이 아니었다. 콜라를 많이 마실지는 몰라도 콜

라에 대해 진정으로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들은 콜라 전문

7까 아니었으며, 그들에게 콜라 전문가가 되라고 요구하는 것은 ­

너무많은것을묻는건 - 그들의 반응을더 쓸모없게 만든다.

케나에게 일어난일도이런 종류가아닐까?

“레코드 회사들은 당신에게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어요”

케나는 여러 해 동안 출발과 정지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했다. 첫 앨범은 《새롭고 신성 한 암소 New Sacr려 Cow}였

다. 처음으로 투어를 떠나 미국 서부와 중서부의 14 개 도시를 돌며

노래를 불렀다 아주 수수한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밴드에 출

111 니 91 \), 11"} I 241


연해 35 분동안공연을했다. 청중들중에 많은수가그의 이름이 프

로그램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노래를 듣는 순간, 그들은 열

광했다.

케나는다시 노래를한곡골라뮤직비디오를만들었는데 그작품

이 VH-l 에서 주는음악상후보로지명되었다. 대학방송국마다 《새

롭고신성한암상를틀기 시작하면서 대학차트에서도상승세를탔

으며 그 후 텔레비전 토크쇼에도 몇 차례 출연했다. 그러나 여전히

큰 상은 그를 비켜 갔고 앨범은 뜨지 않았다 첫 번째 싱글 앨범이

톱 40 라디오를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게일 밴스 시빌이나 주디 헤일먼 같은

사람들은 케나를 사랑했다- 크레이그 캘먼은 데모 테이프를 듣고 전

화로 ‘지금 당장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드 더스트는 그

의노래한곡을전화로듣고 ‘바로이것!’이라고결정했다.폴맥기

니스는 그를 아일랜드로 날아.2Jll 했다.

첫인상을 체계화할 줄 아는 사람, 첫인상을 포착할 어휘를 아는

사람, 첫인상을 이해하는 경험을 지닌 사람들은 케나를 사랑했다.

만일 이곳이 완전한 세상이었다면 의심스러운 시장조사 결과보다는

그런 것들을 더 중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라디오의 세계는 식품 세

계나 허먼밀러의 가구업체만큼도 소식에 정통하지 못했다. 그들은

유망한 것을 평가따 못하는 딱딱하고 고정된 시스템을 선호했다.

케나는말한다.

“추측인데 아마 포커스 그룹으로부터 ‘아니오. 그건 히트하기 어

렵습니다.’ 하는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품

2421
에는 돈을 들이지 않죠. 그건 이 음악에 어울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음악은 믿음을 택해요. 그런데 음악 비즈니스는 더 이상 믿음 따위

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정말 절망적이고, 또 당혹스럽습니다. 요즘

은 통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은 달리고 있어요. 달리 방

도가 없으니 공연에 나섭니다- 아이들의 반응이 실로 너무 강렬하고

아름다워서 다음날 다시 일어나 싸우게 되죠. 쇼가 끝나면 아이들이

날 찾아와서 말합니다. ‘레코드 회사들은 당신에게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우리가 있잖아요. 우리가 모

두에게 이야기할게요’

케나의 딜레마 1 243


6장

브롱크스의 7초:
여백을두고 n쁨을읽어라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 | 마음 읽기론

얼굴에 답이 있다 |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

마음의눈을멀게하는 것 | 여백의부족

“ 마음 속 무언가가 아직 쏘지 말라고 말했다 " I 휠러가의 비극


남브롱크스 λ댄드뷰 지역의 휠러가 1100블록 폭 좁은 거리에
는 수수한 2 층집과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한쪽 끝에 그 지역 중심

상가 거리인 혜스트체스터가가 있고, 거기서부터 200 미터쯤 뻗어

나간 블록 길 양편에는 가로수와 두 줄로 주차한 차들이 늘어서 있

다 건물들은 지난 세기 초반에 지은 것들로 대부분 전면을 붉은 벽

돌로 장식하고 너뱃 계단을 올라 현관문에 다다르는 구조다. 이곳은

주로 빈곤층과 노동계급이 살았던 곳이며 . 1990 년대 말에는 마약

밀거래가 성행했다 웨스트체스터가와 거리 하나 너머의 엘더가는

암흑세계에서 특히 유명한 지역이었다. 사운드뷰는 값싸고 지하철

가까운 거처를 찾는 뉴욕 이민자들이라면 응당 들러보는 곳이었다

기니 출신 이민자 아마도 디알로 Am때u Diall。가 휠러가에 흘러들어온

것도그때문이었다.

1999 년에 스물두 살이던 디알로는 맨해튼 저지대 14 번가 인도에

브롱크스의 7 초 I 247
서 비디오테이프와 양말과 장갑을 파는 노점상으로 일했다. 그는 키

가 165 센티미터 남짓한 자그만 체구의 평범한 청년으로, 휠러 가

1157 번지에 있는비좁은아파트 2 층에 살았다

1999년 2 월 3 일 밤 자정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 디알로는 룸메이

트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건물 입구의 층계에

서서 밤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몇 분 뒤, 사복 경찰이 일반인 승용차로 보이는 포드 타우루스를

타고 휠러가로 천천히 방호뇨을 돌려 들어왔다. 경찰은 넷이었는데,

모두백인이었으며 진 바지와보온스웨터 차림에 야구모자와방탄

조끼, 허리에는 경찰용 9 밀리미터 반자동 권총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은 도시 빈민가 ‘우범 지대’ 순찰을 전담하는 뉴욕 경찰청의 특

별 부서 , 이른바 ‘거리범죄 단속반 5tr딴 ’ 소속이었다. 치를 운


Crime Unit

전한 사람은 켄 보스Ken Boss로 스물일곱 살이었고, 그 옆에는 서른다

섯 살의 신 캐럴 5ean Carroll 이, 뒷좌석에는스물여섯 살동잡내기인 에

드워드 맥멜런 Edward McMellon과 리처드 머피 Richard r삐

처음 디알로를 발견한 것은 캐럴이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말했다.

‘'7}만, 가만. 저 사람,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캐럴은 훗날 그 순간 두 가지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하나는 디

알로가 방문객을 가-^J-해 아파트에 밀치고 들어가는 빌치기 강도’의

망꾼이 아닐까하는거였고,다른하나는디알로의 행색이 l 년전쯤

그 일대를 활개치고 다닌 연쇄 강간범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캐럴

은이렇게회상했다

·‘디알로는 그냥 거기 서 있었어요. 층계참에 가만히 서서 벽 뒤로

248 I
머리를 디밀었다 쨌다 하며 동네를 아래위로 훌고 있었지요. 아래를

내려다보다 똑바로 앞을 보다가 하면서 잠깐 사이에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가 접근하니까 출입문 쪽으로 뒷걸음

질치는 모습이 꼭 눈에 띄지 않으려는 행동 같았습니다. 저는 거길

지나치면서 대체 무슨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도대체

이 자가무슨짓을하려는걸까?"

보스가 차를 세운 뒤 휠러가 1157 번지 바로 앞까지 후진했다 디

알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훗날 캐럴은 그가 도망치지 않는

걸보고 ‘깜짝놀랐다’고진술했다.

“그래 맞아,지금여기서 분명히 무슨일인가벌어지고있는거야,

하는느낌이었죠

캐럴과 맥멜런이 차에서 내렸다. 맥멜런이 배지를 들어올리며 소

리쳤다.

‘경찰입니다 말씀좀여쫓까요?"

디알로는 대답이 없었다. 뒤에 벌1L혀졌지만 디알로는 말더듬이었

다. 그 순간 디알로는 무슨 말이든 하려 애썼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를 않았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영어에 서 툴렀고, 또 최근 아

는사람이 한무리의 무장강도들에게 당했디는소문까지 들은터라

공포에 떨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서 있는 곳은

이속한밤우범지대의 중심이었다. 게다가방탄조끼로가슴을떡 부

풀리고 야구 모자를 쓴 거구의 두 남자까지 ;;z}-:8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디알로는 잠시 멈칫하다가 냄다 현관 안으로 뛰어

들었다. 캐럴과 맥멜런이 뒤를 쫓았다. 디알로는 안쪽 문에 이르러

브등크스의 「초 249
왼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았고, 동시에 경찰들이 진술한 바에 따르면

몸을옆으로틀더니 다른손으로호주머니를 뒤졌다. 캐럴이 소리


쳤다.

“손을빼!"

맥멜런도 고함을 질렀다.

“주머니에서 손 빼 ! 안 그러면 빌어먹을 네 녀석을 작살내 버리


겠다'"

그러자 디알로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했고 캐럴 역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몸을 옆으로 트는 디알로의 행동이 오른손을 감추려는 수


작으로보였기 때문이다.

캐럴이 기억을더듬었다.

“우리는 디알로가 현관 맨 위 계단쯤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에 그를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그자가 몸을 돌려 우릴 쳐다보았어

요. 여전히 한 손으로는 문손잡이를 붙든 채였습니다. 그리고는 오

른쪽에서 시커먼 것을 꺼내려 했죠. 내 눈에 보인 것은 그 끝 부분

뿐이었는데 꼭 검은 권총의 슬라이드 부분 같았습니다 이전의 경

험과훈련, 이전의 체포경력이 저건총이야’ 하고말하는것 같았


습니다

캐럴이소리쳤다.

“총이다! 저자가 총을 가지고 있어 '"

디알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물건 빼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드디어 경찰 쪽을 힐t해 시커먼 물건을 들어올렸다.

캐럴이 사격을 개시했다. 맥멜런이 반사적으로 계단 아래쪽으로 옴

250 I
을 날렸다가 뒤로 나동그라지며 총을 쏘았다 맥멜런이 쏟 총탄이

현관 여기저기를 스칠 때 , 캐럴은 그것을 디알로의 총탄이라고 생각

했고 맥멜런이 뒤로 나동그라지자 디알로의 총에 맞았다고 생각했

다. 그래서 훈련받은 대로 ‘중심부 center mass’를 조준하고 계속 사격을

퍼부었다. 시벤트 파편과 나무 조각이 사방팔방 튀었다. 총구의 섬

광과 탄환 불꽃으로 대기에 전류가 흘렀다.

보스와 머피도 차에서 내려 건물을 호t해 달려왔다 4 명의 경관들

이 결국 1 급 과실치사와 2 급 살언죄로 기소되어 재판정에 섰을 때,

보스는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에드 맥벨런이 보였어요. 현관 왼쪽에 있던 그가 층계에서 탁 퉁

겨 오르더니 계단 아래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동시에 오른쪽11 있던

신 캐럴이 계단을 뛰어내려왔습니다. 미친 듯이 말이죠. 층계를 달

려 내려오는 그의 움직임은 정말이지 맹렬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도

망쳐 나오는 모습이었지요 맥멜런은 바닥에 있었고 , 총격은 계속되

었습니다. 니는 뛰었습니다.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맥멜런이 총에

맞았습니다. 내가 본 건 그게 전부입니다. 맥멜런이 총을 쏘고 있었

고, 캐 럴도 현관 안쪽을 향해 발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디알로

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현관 깊숙한 곳, 안쪽 문이 나 있는 뒷

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문에서 살짝 비껴나 몸을 웅크린 채였죠.

웅크린 몸에서 손이 뻗어 나와 있었는데 총이 보였습니다. 나는 말

했지요. ‘맙소사, 끝이구나. 그리고 뒤로 주춤하면서 총을 쏟 후에

왼쪽으로 뛰었습니다. 사격 방호벼1 서 벗어나려고 말입니다. 그때 그

의 무릎이 꺾이고 등이 곧추섰습니다. 꼭 작은 표적을 겨누는 자세

브롱크스의 7 초 I 251
처럼 보였지요. 사격 자세 중 하나 같았는데 경찰학교에서 배운 것
과똑같은동작이었습니다”

그지점에서 검사가보스의 말을가로막으며 물었다.

“그의 손은 어떤 상태였습니까?"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쭉 뻗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의 손에서 어떤 물건을 봤다고 했는데 확실하게 보았나요?"

“예. 그의 손에 총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눈에 보인 것은 진

짜 총이었습니다. 각진 무기가 들려 있었지요. 총소리와 권총 연기

가 난무하고 에드 맥멜런이 고꾸라진 직후 그 짧은 순간에 느낀 건

그가 총을 들고 있고, 방금 맥멜런을 쏘았고, 다음은 내 차례구나 하


는거였어요

캐럴과 맥멜런은 각각 열여섯 발을 쏘았다. 탄창 하나를 모조리

비운 것이다. 보스는 다섯 발을 쏘았고, 머피는 네 발을 쏘았다. 침

묵이 흘렀다. 그들은 총을 빼 들고 층계를 올라 디알로에게 다가갔


다. 보스가 나중에 말했다

“오른손이 보였는데 몸통에서 쭉 뻗어 나와 있었습니다. 손바닥을


편 채로요 그런데 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지갑이 있었습니다. 나는
말했지요. ‘젠장할!총은어디에있는거야?"’

보스는 거리를 달려 웨스트체스터가 쪽으로 뛰어갔다. 현장의 외

침과 총성에 넋이 나가 길을 잃고 만 것이다. 잠시 후 구급차가 도착


했을 때 그는 정신이 혼미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252 I
캐럴은 층계 위, 총상으로 벌집이 된 디알로의 시체 옆에 주저앉

아흐느끼기 시작했다.

세가지치명적인실수

다른사람에 대해 내리는판단과다른사람한테서 받는인상은신

속한 인식의 가장 흔한 형태다 우리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 눈앞에

있는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느낌을 받았는지 끊임없이 예견하고

추측한다.

누군가가 “난네가좋아라고말할때, 우리는상대의 눈을들여다

보며 그 사람의 진심을 판단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

다. 우리는 종종 미묘한 신호를 포칙해 나중에 상대가 평소와 다름없

이 다정하게 이야기 를 건네는데도 “그는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라거나 “그녀는그렇게 행복한것 같지 않아라고말한다.

우리는 표정의 복잡 미묘한 차이들을 쉽게 분석해 낸다. 일례로

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생글거리면 모두 내가 즐거워한다고 생각한

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입 꼬리가 팽팽해질 정도로 과장되게

웃으면 내가 놀림을 받고 냉소적으로 반응한다고 받아들인다. 만일

눈길이 마주쳤는데 내가 살짝 미소를 던진 뒤 눈을 아래로 깔며 시

선을 돌린다면, 아마 당신은 내가 수작을 걸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다. 내가 짧은 미소로 답한 다음 고개를 계속 끄덕이거나 가웃거리

면 당신은 내가 방금 다소 거슬리는 말을 하고 나서 그 말을 거두고

싶어한다고 결론내릴 것이다‘


사실 당신은 이런 결론들에 도달하기 위해 내가 하는 어떤 말도

II ‘&크스의 -'} 1 253


들을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순간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마루에 앉아 놀고 있는 두 살배기 아기에게 다가가 손을 부
여잡는 다소 수수께끼 같은 행동을 했다고 치자. 아이는 즉각 고개
를 들어 당신의 눈을 들여다볼 것이다. 이유가 뭘까? 당신이 한 행
동에는 설명이 필요한데 아기는 당신의 얼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대의 동기와 의도를 추론하는 행위는 앓게 조각내어 관


찰하기의 전형이다. 미묘하고도 순간적인 단서들을 포착해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인데, 이만큼 기본적이고 자연발생적인 충동도
거의 없거니와 대개 이를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러나 1999년 2월 4 일 한밤중에 휠러가를 순찰하던 경찰들
은 이 가장 기본적인 과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들은 디알로의 마
음을읽지않았다.

먼저 신 캐럴은 디알로를 보고 차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저 사람


저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그 답은 디알로가 바람을
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캐럴은 얼핏 살펴본 것만으로 그를
수상쩍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첫 번째 실수였다. 차를 후진시켰을
때, 디알로는그대로서 있었다 캐럴은후에 ‘깜짝놀랐다’고 말했
다. 얼마나 뻔뻔스럽길래 경찰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을까 하는 거였
다. 하지만 디알로는 뻔뻔스러운 게 아니라 그저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다. 그것이 경찰들이 저지른두번째 실수였다.

캐럴과 머피는 층계참에 서 있는 디알로를 호t해 걸어가다가 그가


살짝 몸을 돌려 호주머니를 뒤지는 것을 보았다. 그 찰나의 순간 그

2541
들은디알로를위험 인물로낙인찍었다 그러나그는위험한인물이
아니라 겁을 먹었던 것뿐이었다 그것이 세 번째 실수였다 보통은

순간적으로저 사람이 수상쩍은지 그렇지 않은지,뻔뻔한건지 호기


심을 느끼는 건지 분별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특히 겁먹은
사람인지 위험한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더더욱 쉽다. 도시의 늦
은 밤거리를 걷는 사람은 누구나 쉴새없이 그렇게 순간적인 계산을
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날 밤 4명의 경찰들은 그 가장
기본적인 능력조차 잃고 말았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사실 이런 유형의 착오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마음 읽기의 착

오는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무수한 언쟁과 불화, 오해, 반감의 뿌리


저변에 바로그것이 있다. 이런 착오들은매우순간적이고불가사의

해서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알길이 없다.

디알로총격사건이 있고난후몇 주그리고몇 달동안, 이 사건이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일을 두고 많은 논쟁들이 양
극단을 오가며 충돌했다. 어떤 사람들은 끔찍한 사고일 뿐이며 때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생사를 가르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경찰의 입
징써1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디알로 사건 법정
배심원단도그렇게 결론지었다 보스와캐럴과맥벨런과머피 모돼
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명백한 인종차별로 보
았다. 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전개되었고, 디알로는 희생자로 추모되
었으며 , 휠러가는 디알로 거리 Am혀ω Diallo Place로 이름이 바뀌었다. 심
지어 브루스 스프링 스틴Bruce Springsteen은 {41 발41 Shots}이 라는 디 알로

추모곡을 작사, 작곡했는데 코러스에 ‘당신들은 살해되고 나서야 비

브롱크스의 7 초 I 255
2000년 2월 24일, 미국 뉴욕 주 올버니법원 배심단이 이민자인 아마도 디알로 살해 혐의로 기소된
4영의 백인 경찰관에 대해 무죄 영결을 내렸다 수백 영의 인권E쩌| 회원들은 경찰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 연합뉴스

로소 미국인으로 살 수 있다는 가사를 넣었다.

이 설명들 중에 특별히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 사실 경찰 4명이


나쁜사람이거나인종주의자라서 디알로를해코지하려 했다는증거
는 없다. 그 총 사냥을 단순 사고로 치부하는 것도 옳지 않은 듯한
데, 경찰의 모범적인 직무 수행이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들은자기 집 앞에서 바람을씌는사람을잠재적인 범죄자로가정한
첫 번째 실수를 비롯해 일련의 중대한 오판들을 저질렀다.

다시 빨H 디알로 총격사건은 회색 영역, 즉 고의와 우연 사이의


중간 지대에 있다. 마음 읽기의 착오는 때 때 로 그런 식으로 나타난
다. 그것은 여타의 신속한 인식의 착오와 달리 늘 분명하고 극적인
것은 아니다. 이 착오는 미묘하고 복잡하며 놀라우리만큼 흔하게 일

256 I
어나는데, 휠러 7에서 발생한 사건은 마음 읽기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얼마나 끔찍하게 빗나가는지 - 를 보여

주는강력한사례라고할수있다.

마음읽기론

우리가 마음 읽기를 이해하게 된 것은 많은 부분 비범한 두 과학

자 실번 톰킨스 Silvan Tomkins 와 폴 에크만 Paul Ekman 덕분이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으로톰킨스가스승이다.

톰킨스는 지난 세기가 시작될 즈음 필라델피아에서 러시아 출신

치과의사의 이들로 태어났다. 키가 작고 허리는 통통하며 사자 갈기

같은 백발에 커다란 검정 뿔테 안경을 썼다. 프린스턴과 러트거스 대

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쳤고 《정서, 표상, 의식 Affect , 1m행ery. Consciousness}

을 저술했다. 그 네 권짜리 저작은 너무 난해해서 독자군이 내용을

이해하고 훌륭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히는 사람들로 양분된다.

톰킨스는 전설적인 이야기꾼이었다. 각테일 파티가 끝날 무렵이

면 사람들이 톰킨스의 발아래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누군가 “질문

하나만더 해도되겠습니까 1" 하고소리치면 모두몇 시간이고더 눌

러앉아 이어지는 톰킨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예컨대 만화책이나 텔레비전 시트콤, 감정의 생물학, 칸트에 대한

고민, 최신 유행하는 다이어트에 대한 열광 이 모든 것들이 연장된

반복악절 속에 겹겹이 포개져 있다.

그는 대공황기에 하버드대학 박사 과정을 다니며 한 경마조합의

브동크스의 7 초 1 257
예상기자로 일하다가 거기서 큰 성공을 거두어 맨해튼의 어퍼 이스

트사이드 Up야r East Side 에서 호화롭게 살았다. 스탠드에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쌍안경으로 말들을 관찰하던 경마장에서 그는 ‘교수’로

불렸다. 에크만은 이렇게 회상한다.

“그분은 어떤 말 양옆에 어떤 말이 섰는가, 그 말들의 감정적 관계

를 토대로 경주마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예 를 들어 어떤 수말이 첫해 혹은 둘째 해에 어떤 암말에게 패한

적이 있을경우,경기에서 그암말과출발선상에 나란히 서면여지없

이 망한다는것이다(그런 식이었는데 실은아무도확신하지 못했다) .

무엇보다도 톰킨스는 얼굴이야말로 -심지어 말의 얼굴까지도 ­

내면의 감정과동기에 대한귀 중한 단서라고믿었다. 항간의 소문에

따르면 그는 우체국에 걸어 들어가 지명 수배자 벽보를 훌어보고 얼

굴사진만으로도그들이 어떤죄 를저질렀는지 말할수있었다고한

다. 그의 아들 마크 Mark는 회상한다.

“아버지는 《사실은T。 떠 I the Truth}을 볼 때마다 누가 거짓말을 히는

지 뀌신같이 알아맞히셨습니다. 한번은 프로듀서에게 문제가 너무

쉽다고 지적하는 편지를 써 보냈더니 그 사람이 아버지 를 뉴욕으로

초청해 무대 뒤에서 솜씨를보여달라고했죠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버지니아 데모스V맹nia Demos는

1988 년 민주당 전당대회 중에 톰킨스와 긴 대화를 나누었던 일을

이렇게기억했다.

“우리는 죽치고 앉아 전화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 예 를 들어

제시 잭슨 Jesse Jackson 이 마이클 듀카키스 Mic때 Dukakis와 이야기 를 니눌

258 I
때면 수화기 속 그의 말소리가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얼굴

을 읽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했는데 실로 의미심장했지요

에크만이 톰킨스와 처음 만난 것은 1960 년대 초였다. 에크만은

당시 대학원을갓나온젊은심리학자로서 얼굴연구에 흥미가있었

다 그는 궁금했다. 과연 인간의 얼굴 표정을 관할하는 일반적인 법

칙이 존재할까?

톰킨스는 그렇다고 믿었지만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반대였다. 표

정은 문화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당시의 통념이었다. 다시 탤R 학

습한사회적 관습체계에 따라얼굴을사용한다는것이다. 에크만은

어느 견해가 옳은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심지어 극동 정글에 사는 오지 종족까지

찾아다니며 갖가지 독특한 얼굴을 가진 남녀 사진을 찍어 날랐다. 그

리고놀랍게도찾아간곳이면 어디에서나온갖표정들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가지고있다는사실을깨달았다 톰킨스가옳았던것 이다.

얼마 후에 톰킨스가 샌프란시스코의 연구실에 있는 에크만을 찾

아왔다 언젠가 에크만은 바이러스학자 칼턴 가이듀섹 Carleton Gajdusek

이 파푸아뉴기니의 깊은 정글에서 찍은 30 킬로미터 길 이의 필름을

추적한 바 있었다. 일부는 평화롭고 다정한 시우스포 South Fore 부족을

찍은필름이었고, 나머지는사춘기 소년들이 부족성인 남자들의 매

춘부 노릇을 하는 풍습이 있는 난폭하고 잔인한 쿠쿠쿠쿠싸ukuku 부

족을 찍은 필름이었다 6 개월 동안 에크만과 조수 윌리스 프리즌

Wallace Frie않n 은 필름을 옳으며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고 부족민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두 집단의 얼굴 표정을

브봉크스의 7 초 259
비교했다.

에크만이 프로젝터를 설치하는 동안, 톰킨스는 뒤에서 기다렸다.

그는 부속들에 관한 어떤 정보도 들은 바 없었다. 또한 정황을 파악

할만한장면은모두편집한상태였다

톰킨스는 안경 너머에 나타나는 장면들을 골똘히 살폈다. 필름이

다 돌아가자 톰킨스는 스크린으로 다가가 사우스포 족의 얼굴을 가

리키며 말했다.

“이들은 다정하고 온화한 부족이로군요. 무척 관대하고 평화롭습


니다”

그러고는 쿠쿠쿠쿠족의 얼굴을 가리켰다.

“이 집단은 사납고, 또 동성애를 암시하는 증거가 다분합니다

30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에크만은 그때 톰킨스가 한 말이 놀랍

기만하다. 에크만은회상한다.

“그럴 수가! 그때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톰킨

스 교수님, 도대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러자 톰킨스 교수는 스크

린으로 다가가우리에게 느린 동작으로 필름을되감게 하고나서, 자

신이 판단을 내리는 데 사용하는 얼굴의 특별한 불거짐과 주름을 가

리켰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지요. ‘그래, 얼굴을 해독해야겠구나!’ 그

것은 만인이 무시해 온 정보의 금광이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었습니다. 이사람이볼수있다면다른사람들도볼수있을거야.’” ‘

바로 그 자리에서 에크만과 프리즌은 얼굴 표정 분류법을 창안하

기로결심했다.그들은얼굴근육과관련된의학서적들을섭렵하면

서 얼굴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독특한 근육 운동들을 하나하나 확인했

260 I
다. 그 운동에는 총 마흔세 가지가 있었는데 에크만과 프리즌은 그

것들을 작동단위 actlon unit 라고 명명했다.

그 다음에는 날마다 마주 앉아 교대로 각 작동단위를 조작하기 시

작했다. 먼저 근육의 위치를 숙지한 다음 공들여 그것을 분리해 내

면서 서로가까이 관찰하고, 거울을들여다보며 그움직임들을대조

하고, 각 근육의 운동에 따라 얼굴 주름이 어떻게 변하는지 메모하

면서 움직임을 비디오로 촬영해 기록해 두었다. 아주 드물게 특정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에는 옆방의 UCSF(샌프란시스쿄 캘리

포니아대학) 해부학과사무실을찾아갔는데, 그곳에 가면 친분이 있

는 외과의사가 그들의 얼굴을 바늘로 찌르면서 뺏뺏한 근육에 전기

자극을 가해주었다. 에크만은 회상한다.

“전기 자극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각각의 작동단위를 숙지한 에크만과 프리즌은 한 운동을 다른 운

동에 겹쳐보면서 작동단위를 조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과정에

만 모두 7년이 걸렸다. 에크만은 말한다.

“우리 얼굴은 2 개의 근육만으로도 3007~.지 조합이 생겁니다. 세

번째 근육을 추가하면 4 ,000 가지가 넘지요 우리는 5 개 근육까지

조힐L해 봤는데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얼굴 형상이 l 만가지가넘더

군요.

물론 1 만 가지 표정 중 대다수는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의 무표

정한 얼굴과 같다. 그들은 각 작동단위들을 조합해 가면서 뭔가 의

미 있는것처럼 보이는 약 3 ,000 가지의 표정을식별해 냈다. 동시에

사람 얼굴의 필수적 인 감정 표현 목록까지 완성했다.

브롱크스의 7 초 1 261
폴 에크만은 이제 60 대다. 그는 저지 주의 뉴어크에서 소아과 의

사의 아들로자라나열다섯 살에 시카고대학에 들어간수재로, 미간

이 좁은 이마에 굵고 짙은 눈셉, 깔끔하게 면도한 턱이 인상적이다.

또한 거동에서 완강하고 듬직한 면이 느껴져 체격은 보통인데도 훨

씬 커 보인다. 그는 말을 신중하게 하며 웃기 전에도 살짝 사이를 둔

다. 마치 허락을 구하듯이 말이다. 그는 리스트를 만들고 번호를 매

기며 주장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그가 쓴 학술 논문은 정연한

논리를 갖추었고, 말미에는 엇나간 반론과 문제를 하나하나 목록으

로 작성해 놓았다. 1960 년대 중엽 이후로 에크만은 현재 교수로 있

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허름한 빅토리아 풍 도시 주택

바깥에서 작업을 해왔다. 나와 만났을 때 그는 사무실에 앉아 매우

오래 전에 터득한 작동단위의 형상들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에크만은 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며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

다. 등 뒤 벽에는 그의 두 영웅 톰킨스와 찰스 다윈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누구나작동단위 4 는할수 있습니다”

그가 시작했다. 자신의 눈살근과 눈셉내림근, 눈썽주름근을 써서

눈엽을아래로내혔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9 도 할 수 있지요

그가 윗입술콧방울올림근을 써서 코를 쩡그렸다.

강도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가윗눈꺼풀올림근을수축시켜 윗눈꺼풀을들어올혔다.

나는 그를 따라하려고 애썼다.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마음씨

262 I
좋게말했다.

강를 참 잘 하시는군요. 눈이 깊이 박혀 있을수록 5 번을 보기 어

렵습니다. 다음은 7 번입니다

그가곁눈질을했다.

12

그가큰광대근을움직여 살짝미소지었다. 두눈셉의 안쪽부분이

치켜올라갔다.

“이것이 1 입니다. 고뇌, 고민의 표정이죠

그런다음이마근의 바깥쪽부분을써서 두눈셉의 바깥쪽절반을

치켜올렸다.

“이것이 2 고요. 만들기 무척 어려운데 별 쓸모는 없습니다. 가부

키 극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말이지요 .23 번은 내가 좋아하는 표정

중하나입니다. 입술의 붉은부위를좁히는건데, 화가났다는걸 상

징하는 무척 믿을 만한 표시입니다. 이건 일부러 만들기가 매우 어

렵습니다

그가입술을좁혔다.

“한 번에 한쪽 귀를 움직이는 것도 매우 어려운 표정 중 하나입니

다. 나도 정말 집중해야만 합니다. 온 신경을 다 기울여야 하는 거지


..l.L.
.
그가웃었다.

“그리고이건내 딸아이가자기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안되느냐고

늘 조르던 겁니다- 바로 이거죠”

그가 왼쪽 귀를 좌우로 흔들더니 이어서 오른쪽 귀를 흔들었다.

브 'è3!o9 1 7 초 1 2δ3
에크만은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주의 깊고 침착한

정신분석학째 가까운데, 그럼에도얼굴을그토록쉽고빠랙l 변

화시킬수있다는게놀라웠다 그가계속했다.

“못 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39지요. 다행히도 내 박사 과정을 이

수한 제자 하나가 그걸 할 줄 알게 되었더군요. 38 은 콧구멍을 넓히

는 겁니다 .39 는 그 반대지요. 콧구멍을 오므리는 근육입니다

그때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나를 보았다.

“오오! 당신은 환상적인 39를 갖고 있군요. 여태까지 본 것 중에

최고 수준입니다. 그건 유전이지요. 당신 가족들 중에도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당신은 있군요, 당신은 갖고 있


어요 1"

그가다시 웃음을터뜨렸다.

“그건 충분한 자랑거리입니다. 그래요. 싱글들이 모이는 바에 가

서 그걸 한번 꼭 해보세요

에크만은 한 작동단위 위에 다른 단위를 겹치면서 우리가 일반적

으로 감정이라고 인식하는 보다 복잡한 표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했

다. 예를 들어 행복은 6과 127}- 필수적이다. 뺨을 들어올리는 근육

들(눈둘레근안와부)과큰광대근을함께 수축시켜 입 꼬리 부분을끌

어올리는것이다

공포는 124 가 필수고, 보다 완전한 표현에는 1 , 2 , 4 에 5 , 20 이

추가되며, 25 , 26 , 27은 때에 따라 쓰인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속눈

셉 올리기(이마근 내측부) , 더하기 눈셉 올리기(이마근 외측부) , 더하

기 눈셉을내리는눈셉내림근, 더하기 윗눈꺼풀을올리는윗눈꺼풀올

2641
림근, 더하기 입술을 집아 늘이는 입꼬리당김근, 더하기 두 입술 벌리

기(입술내림근) , 더하기 턱을떨어뜨리는깨물근이다.

혐오는? 그건 주로 9 , 즉 코 쩡그리기(윗입술콧방울올림근)의 몫

이다 때로는 10 이 쓰일 때도 있으며 둘 중 어느 것이 쓰이든 거기에

15 , 16 , 17 이 결합하기도 한다.

에크만과 프리즌은 마지막으로 모든 조합들과 이를 읽고 해석하

는 규칙들을 한데 모아 FACS , 즉 얼굴작동 부호화시스템 F acial Action

Coding System 을 만든 다음 500 쪽짜리 문서로 집대성했다. 그것은 입술

의 가능한 움직임들(늘이기, 줄이기, 좁히기, 넓히기, 납작하게 하기, 쑥

내밀기, 오므리기,벌리기) , 눈과뺨사이 피부의 네 가지 다른변화(불

거짐, 처짐, 부옮, 주름) , 눈 아래 고랑과 코입술 고랑 사이의 중요한

차이 같은섬 세한관찰로가득한묘한매력이 있는작업이었다.

앞서 l 장에서 결혼생활을 연구한 존 고트먼은 여러 해 동안 에크

만과 공동 작업을 한 뒤 FACS 의 원리를 활용해 커플들의 감정 상태

를 분석했다. 다른 연구:A}들도 정신분열증부터 심장병에 이력까

지 수많은 연구에 에크만의 시스템을 활용해 왔다. 심지어 픽사

Pixar((토이 스토리 Toy Story}) 와 드림원스 Dream Works ( {슈렉 Shrek} )의 컴퓨

터 애니메이터들도그의 시스템을사용했다.

이 FACS 를 완전하게 숙달하려면 여러 주가 걸리는데 전 세계에

서 이 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500 명뿐이다. 그

러나 일단 시스템을 숙달하면 사람들이 서로 눈을 들여다보며 주고

받는 메시지에 대해 범상치 않은 통찰을 얻게 된다.

에크만은 1992 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출 기간에 빌 클린턴을 처

브동크스의 7 초 I 265
음본순간을이렇게회상한다.

“그의 표정을 지켜보다가 아내에게 말했지요. ‘이 친구는 악동

Peck ’ s B떠 Boy(미국 작가 G. W. Peck의 {Peck’ s Bad Boy and His Pa}에서)

이야.’ 실로 그는 과자 단지에 손을 넣고 싶어 안달하면서도 사람들

이 어떻게든 자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그런 사내였지요. 그가 즐겨

짓는 표정 중에 이런 게 있었습니다. 과자 단지에 손을 집어넣고 ‘엄

마 날 사랑해 줘, 난 장난꾸러기잖아.’ 하는 표정이었지요. 12 , 15 ,

17 , 24 에 이어 눈알을 굴리는 겁니다

에크만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그 별난 연속 표정을 자신의 얼굴

위에 재구성해 보였다. 큰광대근을 오므려 작동단위 12 로 전형적인

미소를 지은 다음, 15 의 삼각형근으로 입꼬리를 끌어내렸다 그러고

는 17의 턱끝근을 움직여 뻗t을 올리고 24 로 두 입술을 살포시 포개

어 물더니 마지막으로 눈알을 굴렸다. 별안간 슬릭 윌리 Slick Willie (빌


클린턴의 별칭)가방안에 있는것처럼 느껴졌다.

“한번은 클린턴의 대외연락 참모로 일하는 사람을 알게 되어 연락

을 취해 만난 다음 이렇게 말했지요. ‘봐요. 클린턴은 어떤 표정을

지은 다음 이렇게 눈알을 굴리는 버릇이 있는데 그 표정은 ‘난 악동

입니다’ 하는 느낌을 줘요. 내 생각에 좋은 버릇은 아닌 것 같습니

다. 나는 두세 시간이면 그 표정을 짓지 않도록 고쳐줄 수 있습니

다.’ 그러자 그가 말하더군요. ‘으음, 우린 그가 속입수의 명수로 알

려지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에크만의 목소리는 사라져갔다. 그는 클린턴을 꽤 좋아했으므로

클린턴의 표정이 별 의미 없는 얼굴상의 그저 그런 특정으로 보였으

2661
면 했던 게 분명했다. 에크만은 어깨를 으씀하며 말했다-

“불행히도 그는 덜미가 잡힐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결국덜미를잡혔지요

얼굴에답이 있다

에크만이 한이야기의 요지는감정 면에서 얼굴만큼풍부한정보

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훨씬 더 대담한 주장-표정이야

말로 마음 읽기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중심 고리

의 하나라는 주장 - 을 펼쳤다. 우리 얼굴에 나타나는 정보가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어떤 일의 신호를 넘어 어떤 의미에서는 그 일 자

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찰을 얻은 것은 에크만과 프리

즌이 마주 앉아 분노와 고뇌의 표정을 지어 보일 때였다. 프리즌은

말한다.

“모두온종일 한가지 표정만지었던 몇 주뒤에 우리 중한사람

이 마침내 끔찍한 느낌이 들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자 나머지도

자기 역시 기분이 나쨌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그래서 그걸 추적하

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그 때를 돌이키며 , 특수한 얼굴 운동을 할 때 신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속눈썽을올리는 1 과뺨을올리는 6 , 입꼬리를내리는 15

를한다고합시다

에크만은말을끝내고세 가지를모두해 보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표정만으로도 자율신경계에 지정된 변화를

브팡크스의 7 초 I 267
일으킬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처음 이 현상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거든요. 우리

둘에게 그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무서웠습니다. 우리는 슬픔

과 고뇌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눈캡을 내리고 (4) , 윗눈꺼풀을


올리고 (5) , 눈꺼풀을 좁히고(7), 두 입술을 압착시키면 (24) 화가 생

성됩니다. 심장 박동이 IO ~ 12 회까지 올라가더군요. 손은 뜨거워지

고요. 그럴 때면 그 시스템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불쾌했

습니다. 아주불쾌했어요

에크만과 프리즌, 다른 동료 로버트 레벤슨Rφeπ Levenson- 존 고트

먼과여러 해 동안함께 일했다.심리학계는좁다 은이 효과를상

세히 기록-o}7] 로 결심했다. 그들은 일군의 자원자들을 모아 몸 곳곳

을 분노, 슬픔, 공포 같은 생리적 신호라고 할 수 있는 심장 박동과


체온을 측정하는 모니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자원자 절반에게는 유

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경험을 기억해 내라고 요구하고, 나머

지 절반에게는 분노, 슬픔, 공포 같은 스트레스 감정에 해당히는 표

정만 일러주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두 번째 집단, 즉 연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첫 번째 집단과 똑같은 생리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심장 박동과 체온이 첫 번째 집단과 똑같이 상승했다.

몇 년 뒤에 독일의 한심리학자팀이 비슷한연구를수행했다. 그들

은 피실험자들로 하여금 만화를 보면서 일부는 %꽤 웃음 근육이 웃

지 못하게 입술로 펜을 물게 했고, 일부는 강제로 웃음을 짓게 하기

위해 이로 펜을 물고 있게 했다. 그랬더니 이로 펜을 문 사람들이 만

화를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는사실이 날1L혀졌다.

2681
어쩌면 이런 결과들은 믿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연히 마

음으로 감정을 느낀 후에야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

긴다. 그렇지만 이 연구는 그 과정이 반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

준다. 얼굴에서 감정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시 뺨 얼굴

은 내적 감정의 이차적 게시판이 아니다. 얼굴은 감정의 대등한 파

트너다.

이 중요한 사안은 마음 읽기 면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내포한다.

일례로 폴 에크만은 의사 경력 초기에 정신질환자 40 명의 필름을

찍었다 그 중에 마흔두 살의 주부 메리가 있었다 그녀는 세 차례나

자살을기도했는데, 약물로죽으려 했던 마지막기도에서 간신히 살

아남았다. 다행히도 어떤 사람이 적시에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옮긴

덕이었다. 당시 메리는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자녀들은 성장해

집을 떠났고 남편은 무심했다. 병원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마냥 앉

아서 울기만 했는데 치료는 잘 듣는 것 같았다.3주 뒤에 그녀는 의사

를 만나 기분이 많이 좋아졌으니 주말에 외출해서 가족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는 결국 외출을 허락했지만 병원을 나서기 직전

에 메리는 주말 외출을 원하는 진짜 이유를 고백했다. 또 한 차례 자

살을기도하기 위해서였다.

몇 년 후, 젊은 정신과의사들이 에크만을 찾아왔다. 자살을 기도

하는 환자들이 거짓말하는 걸 알 수 있느냐는 거였다. 에크만은 곧

장메리를찍은필름을기억해 내고는거기에 답이 있을지 알아보기

로마음먹었다. 얼굴이 정말로감정의 믿을만한안내자라면 메리가

브롱크스의 7 초 1 269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거짓말을 마땅히 알아첼 수 있지
않을까하는추론에서였다. 에크만과프리즌은필름을분석하며 단서
를 찾기 시작했다. 수십 시간 동안 필름을 반복해 돌려가며 느린 동작
으로 제즈;처와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 마침내 그들은 찾고 있던 것

을발견했다. 의사가미래의 계획을묻자그녀의 얼굴위로거의 갑지


하기 힘들만큼빠랙1 극심한절망의 표정이 스치고지나갔다.
에크만은 그런 식으로 스쳐 지나가는 표정을 미세 표정 mlcro exp

이라고 불렀다. 미세 표정은 얼굴 표정 중에 매우 특별하고 중요하


다. 이를테면 표정 중에는 마음대로 지을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
누군가를 호되게 야단치면서 엄격하게 보이려면 어렵지 않게 그럴

수 있고, 상대도 내 표정을 해석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얼굴은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표정을 만들어내는 개별적 시스
템의 지배 또한 받고 있다. 일례로 슬픔의 표시인 작동단위 1 을 임

의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에크만의 지적에 의하면 유일한


예외가 있기는 하다. 바로 우디 앨런이다. 그는 이미근 내측부를 써서 자

신의 독점상표인 희극적 고뇌 를 만들어낸다) . 하지만 우리는 불행할

때면 특별한 생각 없이 속눈셉을 치켜 올린다. 막 울려고 하는 아기


를 보면 이마 안쪽이 마치 줄에 매달린 듯 치켜 올라가는 것을 종종
보게된다.

유사한예를들어보자. 혹시 19세기 프랑스신경학자길로메 뒤센


G비 Ilaume Du대enne을 아는가? 그는 얼굴 근육의 움직 임을 최초로 카메라

에 담은 인물로, 에크만은 그를 기려 어떤 표정에 ‘뒤센의 미소’라는


이름을붙였다

270 I
그 표정은 이런 거다. 만일 당신에게 웃어보라고 하면 당신은 큰

광대근만 수축시키게 된다. 반면 진짜 감정 이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웃으면 큰광대근과 동시에 눈을 둘러싼 눈둘레근 안와부도 죄게 된

다. 그런데 이 눈둘레근 안와부는 맘대로 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

며 반대로 즐거운 일이 있어 웃을 때 그 근육이 죄어들지 않게 하는

것도 똑같이 어렵다. 이에 대해 뒤센은 이런 종류의 미소는 찍지에

복종하지 않는다”고썼다. “그런 미소가없다는것은그사람이 거

짓된 친구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면 그 때마다 얼굴 근육들이 자동적

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그 반응은 몇 분의 l 초 동안 어른거리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에 전자 감지기를 부착해야 할 정도로 짧게 나타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다.

톰킨스는 언젠가 “얼굴은 페니스와 같다!"고 일갈하며 강의 를 시

작한 적이 있다. 얼굴도 페니스처럼 다분히 그 자체로서 마음을 갖

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얼굴을 전혀 조절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수의근 체계를 활용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표정 반응을 조금이나마

억제할 수는 있다. 다만 그렇게 억제된 감정 특히 아무리 부정해

도 정말로 불행한 것 같은 감정 - 은 대다수 잠시나마 새어 나왜

마련이다. 메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의식적 표현체계는 자신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전한다. 하

지만 오히려 여러 변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무의식적 표현체

계다 이는 진짜 감정을 전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발달시켜 온 방식

이다

브강크스의 7 초 27 1
에크만은말한다.

“누군가 당신 표정에 대해 뭐라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어떤 표정

을 짓고 있는지 몰랐던 경험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이

‘뭐 안 풀리는 일 있어?라거나 ‘왜 그렇게 실실 웃어?’ 하고 묻습니

다. 당신은 자기 목소리는 들어도 얼굴은 보지 못해요. 우리가 만일

자기 얼굴 표정을 잘 알았다면 아마 표정 숨기는 일에도 더 익숙해

졌을 겁니다 그러나 그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죠. 우리가 얼굴 표정

을 마음대로 감출 수 있는 스위치를 가졌다고 칩시다. 그 스위치가

아기에게 있다면 우리는 아기의 상태를 잘 몰라 곤란을 겪을 겁니

다. 또 당신이 스위치를 가진 어떤 사람과 결혼한다고 칩시다. 그건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나는 짝짓기와 볼입과 우정과 친밀감은 그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는이상생성 자체가불가능하다고생각


합니다

에크만이 O.J. 심슨 평결 테이프를 VCR에 밀어 넣었다 심슨의

집에 머물렀던 럽석 머리 손님 카토 카일린 Kato K빠n 이 사건 담당 선

임 검사 마르시아 클라크Marcia Clark의 심문을 받는 장면이었다. 카일

린은 멀뚱한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아 있다. 클라크가 불리한 질문을

던진다 카일린이 몽을앞으로숙이며 부드러운말투로답한다.


‘저것봤어요?"

에크만이 물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카토는 카

토일 뿐 전혀 악의 없고 수동적인 모습이다. 에크만이 테 이프를 정

지하고 되감아서 느린 동작으로 다시 보여주었다. 화면에서 카일린

이 답을 하려고 몸을 내민다 1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그의 얼굴이

2721
완전히 뒤바뀐다 윗입술콧방울올림근을 수축시키면서 코를 쩡그린

다 이가 드러나고 눈썽이 내려간다. 에크만이 말했다.

“거의 완전한 9 입니다. 여기서는 분노를 통반한 혐오감을 말하지

요. 눈셉이 밑으로 내려갈 때는 대개 눈이 여기서처럼 크게 떠지지

않는데 이 사람은그렇습니다. 올라간윗눈꺼풀은혐오가아니라분

노의 요소지요. 매우짧게 나타납니다

에크만은 테이프를 정지했다가 되감아 다시 재생시키고는 화면을

뚫어져라바라보았다

“보세요. 꼭으르렁거리는사냥개 같지 않습니까

에크만이 또 하나의 클럽을 보여주었다. 1955 년 해럴드 컴’ 필비

Harold Kim ’ Ph뼈의 기자회견 장면이었다. 당시 필비는 아직 소련 스파


이라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두 동료 도널드 매클린 Donald Maclean

과 가이 버지스Guy Burgess는 이미 소련으로 망명한 직후였다. 필비는

짙은 색 양복과 흰 셔츠 차림이었다. 곧은 머리카락은 왼쪽에서 가

르마를타고얼굴에서는특권층의 거만함이 묻어났다

기자가묻는다.

“필비 씨, 외무장관 맥밀런 씨는 당신이 버지스와 매클린에게 정

보를 제공했으리라 추정할 만한 이른바 제 3 의 인물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당신을 배제한 것에 만족하시나요?’

필비가영국상류층특유의 우렁찬말투로자신 있게 답한다.

“예,만족합니다

“그럼 , 만에 하나 제 3 의 인물이 있다면 당신이 사실상 그 제 3 의

인물일까요?’

브콩크스의 7 초 I 273
필비가여전히 강력한어조로말한다.

“아니오. 난아닙니다

에크만이 테이프를 되감아 느린 동작으로 다시 재생했다.

“이걸 보세요

그가화면을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반역죄 여부를 묻는 중대한 질문을 받은 뒤 두 차례나 능글

맞게 웃습니다. 마치 카나리아를잡아먹은고양이 같죠

그 표정은 겨우 1 ,000 분의 몇 초 동안 살짝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4 분의 1 배속으로 테이프를 돌리자 얼굴에 그 표정이 역력

했다. 두 입술을 압착시킨 모습이 독선 그 자체였다. 에크만이 계속

했다.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이지요? 나는 이것을 ‘속이는 기쁨’이

라고부르는데, 다른사람을속이면서 얻는스릴을말하지요

에크만이 VCR을 다시 재생했다.

“보여줄 게 또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는필비가대답을하고있었다.

“버지스 매클린 사건은 결과적으로 대단히 (잠시 사이를 둔 뒤)

‘민감한 문제를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에크만이 필비가 잠시 사이를 둔 시점으로 테이프를 되감아 정지

시키고말했다.

“여겁니다. 매우 미묘하고도 미세한 고뇌와 불행의 표정이죠 그

표정은 눈첩에만 나타납니다. 실제로는 한쪽 눈셉에만요

필비의 오른쪽 속눈썽이 틀림없는 작동단위 1 형태로 치켜 올라

274 I
가 있었다. 에크만이 말했다.

“이 표정은 매우 짧게 나타납니다. 그는 결코 의식적으로 이 표정

을 지은 게 아닙니다. 또한 이 표정은 당당한 자신감과 독선에 전적

으로 위배되지요. 이런 표정은 자신이 정보를 제공해 준 버지스와

매클린 이야기를 할 때 나타납니다 위험 지점에서 ‘귀에 들리는 말

을 믿어서는 안 돼 ’ 하고 암시를 주는 거죠

에크만이 사실적인 감각으로 기술한 모든 것들은 우리가 다른 사

람들을 어떻게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는지에 대한 생리적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이나 사회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이 바로 눈앞의 얼굴이나 형세에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폴 에크만이나 실번 톰킨스 같은 사람들만큼 탁월하게 얼

굴 표정을 읽어내거나 하지는 못한다. 카토 카일린이 으르렁거리는

개로 변모하는 것과 같은 미묘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기는 어려울 것

이다. 그러나 얼굴에는 일상적으로 미음을 읽어내기에 충분한, 접근

가능한 정보들이 있다. 누군가가 “난 네가 너무 좋아 하고 말할 때

우리는 곧바로 그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얼굴을 보면 그 감정

이 진짜인지 아닌지,적어도더 많은정보를얻을수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얼굴에서 부드러움과 즐거움이 느껴지는가? 아니면 번

민과 불행의 미세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는가? 아기의 두 손을 쉴 때

당신은 작동단위 6과 12(눈둘레근 안와부와 함께 큰광대근)를 수축시

켜 행복감을나타내는가? 아니면 작동단위 1 . 2. 4. 5. 20 (이마근내


측부와 이마근 외측부, 눈셉내림근, 윗눈꺼풀올림근, 입꼬리당김근)을

브닝→크스91 -; 쇼 275
수축시켜 아기들조차 직관적으로 ‘공포’라고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표정을보이는가?

우리는 매일같이 아무 의식 없이도 이런 종류의 복잡미묘하고 빠

른 계산을 능숙하게 하면서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아마도 디알로

사건의수수께끼다.

1999 년 2월 4 일 꼭두새벽, 신 캐럴과 동료 경관들은 이것을 놓쳤

다. 디알로는 겁에 질려 있었을 것이며 얼굴 구석구석에 그런 감정들

이 빠짐없이 드러났을게 틀림없다.하지만경찰들은하나도보지 못

했다.

그이유는무엇일까?

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


자폐증은 마음을 읽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잘 보

여주는 전형적인 모텔이다.

자폐증에 걸리면 영국의 심 리학자 사이먼 배런 코헨Simon Baron-Cohen

의 말처럼 ‘마음의 눈이 먼다 자폐증환자들은자연스럽고자동적

인 마음읽기에 많은어려움을느낀다. 이를테면제즈二처나표정처럼

말로 표현되지 않는 단서들을 해석하거나 다른 사람의 머릿속 생각

을 유추하는 일 등 글자 그대로 감춰진 어떤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

한다 그들의 첫인상 장치는 근본적으로 고장이 난 상태며, 따라서

자폐증 환자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마음 읽기 능력을 상실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매우 잘 보여준다.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학 아동연구센터에 가면 미국 최고의 자

276 I
폐증 전문가인 에이미 클린 Ami Klin 을 만날 수 있다 클린은 배우 마틴

쇼트 Martin Sh。π를 빼다박은 듯한 외모에 이스라엘인과 브라질인 피가

반반씩 흐르며 말투에 특이한 악센트가 강하게 나타난다. 그는 이

대학의 교수로서 환자 한 명을 여러 해 동안 연구해 왔다. 여기서는

그 환자를 피터 Peter 라고 부르겠다

피터는 40 대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았고 혼자 일하며 산다. 클린

은설명한다.

“그는 특출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매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요. 그는 논지가 매우 명료한데 사물에 대한 직관력은 없습니다. 그

래서 세상을 설명해 주는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요

그는 여러 해 동안 피터를 관찰해 오면서 피터의 상태를 짐짓 배

려하거나거리를두는대신 그증상을성격상의 사소한특정처럼 솔

직하게묘사했다.

“나는 매주 그를 만니는데 이야기 를 나누면서 무슨 짓을 해도 된

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코를 후벼파거나 바지를 벗을 수

도 있고,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어요. 그가 날 보고 있기는 하지만

주시나 관찰을 받는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만 정신을

집중해요. 말은 그에게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이

얼굴 표정이나 그 외 단서들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마음 속에서 진행되는 그가 관찰할 수 없는 모든 것

이 그에게는 일종의 퀴즈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의 심리요법사일

까요? 정말 아닙니다. 보통 심리요법은 상대가 스스로 동기유발 기

제를 통찰할 능력이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의

브롱크스의 7 초 1 277
경우에는 통찰이라는 게 소용이 없어요. 그러니 문제 해결에 보다

가깝다고할수있지요”

클린이 피터에게서 알아내고자 한 것 중 하나는 그런 사람들은 세

상을 어떻게 이해할까였다. 그래서 클린과 동료들은 독창적인 실험

을 고안했다. 피터에게 영화를 한 편 보여주면서 스크린을 볼 때 그

의 시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해 보기로 한 것이다. 그들이 고

른 영화는 에드워드 올비 Edward Albee 극본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싸 966 년판 필름이었다. 리처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

러가 남편과 아내로 등장하고 조지 시걸과 샌디 데니 67} 초대받은

젊은커플역을연기하며, 결국광란의 밤으로막을내리는영화다

“나는 그 영화 극본을 늘 좋아했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리처

드 버튼도 아주 훌륭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사랑하지요

클린의 설명이다. 그 영화는 그의 의도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자폐증 환자들은 기계적인 물체에 몰두하는데, 이 영화는 배우들에

초점을 맞추고 무대는 빈약하게 꾸미는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

었다.클린은말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네 사람과 그들

의 마음이지요. 자폐증 환자의 정신을 산란케 할 생명 없는 사물들

은 거의 없습니다. 만일 총이 주인공인 《터미네이터 2}를 표본으로

썼다면 그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 ‘

려워하랙는 의미와 감정과 표정 등 여러 차원에서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인간들의 상호작용이 전부인 그런 영화지요. 우리가 알고자

한 것은 환자들이 의미를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그 작품을 선택한

278 I
것도 그 때문이었지요. 나는 자폐증 환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

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클린은 피터에게 작은 카메라 두 대 를 부착한,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시선추적 장치 모자를 씌웠다 카메라 하나는 피터의 망막중

심오목 - 눈의 가장 중요한 부분 - 의 움직임을 기 록했고, 다른 카

메라는 피터가 보고 있는 것을 쫓아가며 기록했다. 그런 다음 두 이

미지 를 합성했다. 클린은 영화의 프레임마다 피터가 봤던 지점을 선

을 그어가며 확인했다. 다음에는 보통 사람들에게 같은 방법으로 영

화를 보게 한다음피터의 눈움직임과비교했다.

한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닉(조지 시걸)이 정중하게 대화를 나누

다가 집주인 조지 (리처 드 버튼)의 서재 벽을 가리키며 “저 그림을 그

린 화가가 누구죠?’ 하고 묻는다. 우리가 그 장면을 보는 방식은 직

선적이다. 일단 닝이 가리키는 방호탤 따라 그림에 머물렀다가 조지

의 눈으로선회해 답을듣고, 다시 닉의 얼굴로돌아가그대답에 대

한 반응을 본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며 , 클린의 시선 추적도

의 응시 선도 닉에서 그림을 거쳐 조지로, 이어서 다시 닉으로 돌아

가는깨끗한직선삼각형을이룬다.

그렇지만 피터의 패턴은 조금 다르다 응시 지점이 닉의 목 근처

에서 출발했지만 결코 닉의 팔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지 않았다.

손끝으로 가리키는 제 즈;처를 해석하려면 순간적으로 그 배우의 마

음 속에 들어갔다 나와야 한다. 다시 빨R 가리키는 사람의 n냄을

읽어야 하는데 자폐 증 환자들은 그럴 수 없다. 클린은 말했다.

‘깅0 개월이 되면 아이 들조차 가리키는 제즈;처에 반응합니다. 하지

브봉크스의 7 초 279
만 그는 나이 마흔두 살에 매우 명석한 사람인데도 그러지 못했죠.

。}이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히는 종류의 자극을 놓치고 마는 겁니다

그러면 피터는 어떻게 했을까?

그는 ‘그림’과 벽’이라는 단어를 듣고 벽 위의 그림들을 쳐다본

다. 그 근처에 그림이 석 점 걸려 있다. 그 그림은 어떤 걸까? 클린

의 시선 추적도는 피터의 시선이 이 그림에서 저 그림으로 정신없이

오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는 사이에 대화는 이미 다음으로 넘어

갔다. 피터가 그 장면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닉이 자신의 의

도를완벽하게 풀어서 설명하는경우, 즉 ‘저기 사람하고개 그림 왼

편에 있는 그림을 그런 화가가 누구죠?’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이처

럼 상대가 조금이라도 의도를 문자로 완벽하게 표현하지 않을 경우

자폐증 환자는 길을 잃고 만다

중요한 교훈이 또 하나 있다. 조지와 닉이 이야기를 나눌 때 일반

관객들은 등장인물들의 눈을 보았다. 에크만이 그토록 공들여 목록

작업을 한 표정의 뉘앙스들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피터는 누

구의 눈도 보지 않았다.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장면, 조지와 마사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격정적인 포옹에 몰입했을 때도 피터는 키스

하는 커플의 눈 대신- 당신이나 나는 아마 눈을 보았을 것이다- 그

들뒤 벽에 있는전등스위치를보았다. 그것은피터가사람들을거

부해서도, 친밀한 행위에 반감을 가져서도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읽거나 그 마음에 접근할 수 없으면 눈과 얼굴을 봐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달리 없기 때문이다

역시 예일대학에서 일하는 클린의 동료 로버트 슐츠R。에 T. Schultz

280 I
가 어느 날 FMRlfιh
“‘uαJnct
장치를이용해 한가지 실험을했다 그장치는피가뇌 어느부분을

흐르는지 뇌의 어느 부분이 사용되고 있는지 - 보여주는 매우 정

교한뇌 스캐 너다. 슐츠는사람들을 FM Rl 장치에 들여보낸 뒤에 여

러 쌍의 얼굴이나 물체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쌍을 이룬 얼굴이나

물체가 같은지 다른지 단추를 눌러 표시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결과 일반인들은 얼굴들을 보고 있을 때 가락모양이랑이라는

뇌 영역을 사용했다. 가락모양이랑은 아는 얼굴들을 수천 개 이상

구별하도록 하는, 뇌 소프트워l 어의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한 부분이

다(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머리에 그려보라 떠올랐는가? 방금 당신은

가락모양이랑을사용했다). 의자를볼때는전혀 다르고덜 강력한뇌

영역을 사용했다. 아래관자이랑으로, 평상시 물체만 식별하는 영역

이다(예 를 들어 중학교 친구 셀리는 40 년이 지나도 알아보지만 공항의

원형 수하물 컨베이어에서 당신 가방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바로 두

영역의 정교도 차이 때문이다). 자폐증 환자들을 상대로 같은 실험을

한 슐츠는 그들이 사물과 얼굴에 모두 물체인식 영역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초적인 신경학 차원에서 볼 때 자폐증 환자는

얼굴을또하나의 물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셈이다

한 의학 서적을 보면 자폐증 환자에 대해 언급한 초기 기술 중에

이런구절이 있다

“그는 결코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

들과 관계를 가질 때도 그들 또는 그들 옴 일부를 마치 물건처럼 취

급했다. 그는 손을 써서 자신을 인도했다. 놀 때는 마치 베개에 머

브홍크스의 7초 1 281
리를 부딪히듯 어머니를 들이받았다. 그는 보모에게 옷을 입히도록

허락한다음에도그녀에게 털끝만큼의 관심도비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피터는 마사와 조지의 키스 장면을 보고도 두 얼굴에

자연스러운관심을느끼지 않았다. 그가본것은세 개의 물체, 즉한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일 뿐이었다. 그 중에서 공교롭게

도 전등 스위치를 선호했다. 클린은 말한다.

“피터의 삶에서 전등 스위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등 스

위치를 보고 거기에 관심이 쏠린 거죠. 당신이 만일 마티스Matis잊 전

문가라면 많은 그림들을 보고 아아, 저기 마티스가 있구나 하고 그

쪽으로 호t하는 것과 똑같죠. 그 역시 저기 전등 스위치가 있구나 하

고 그 쪽으로 향한 것뿐입니다. 평상시의 의미와 체계를 찾으려고

노력한 거죠 그는 혼돈을 싫어해요. 우리 모두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심을 쏟습니다. 대다수에게 그것은 사람이지만, 사

람이 별 의미를 주지 못한다면 의미 있는 다른 것을 찾게 되겠죠

드디어 영화에서 가장 신랄한 장면이 등장했다. 마사가 닉 옆에

앉아 그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노골적으로 시시덕거린다. 뒤에

는분노와질투에 사로잡힌 조지가그들에게 살짝등을돌린 채 그

광경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장면이 펼쳐지면 일반 관객들의 시선

은 거의 완전한 삼각형을 그리며 마사의 눈에서 닉의 눈을 거쳐 조

지의 눈으로 향했다가 다시 마사의 눈으로 되돌아온다. 방 안의 온

도가오르는 것을느끼며 세 사람의 감정 상태를주시하는것이다.


그러나피터는?

그의 시선은 닉의 입에서 출발해 닉의 손에 들린 잔으로 떨어졌다

2821
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마사의 스웨터 에 꽂힌
브로치로 향한다. 그는 조지에게 전혀 눈길을 주지 않으며 그로 인

해 장면 전체가감정상의미를상실한다.

클린과 함께 실험한 워 렌 존스Warren J。얘S는 말한다.

“조지가 이성을 잃기 직전의 장면이 있어요. 벽장으로 가 시렁에

서 총을 꺼내와서는 마사를 정면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겁니다. 하

지만 총신에서는 총알 대신 우산이 팡 뒤어나오며 펼쳐져요 우리는


그 총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진짜 공포의 순간인 거죠. 그런데 놀랍게도 전형적인 자폐증 환자들

은 이 장면에서 크게 소리 내어 웃습니다. 그 순간을 진짜 코미디로


파악하는 겁니다. 이처럼 그들은 행위의 감정적 바탕을 놓칩니다.
그가 방。}쇠를 당기고 우산이 튀어나오는 표피만 읽고는 사람들이

지금 재미있게 놀고 있구나 생각하는 거죠


피터의 영화실험은마음을읽지 못할때 벌어지는일을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피터는 매우 명석한 사람이며 권위 있는 대학을 졸


업했다.IQ도 보통 사람보다 한참 높았고 클린 역시 그에게 진짜 존
경을 나타낸다. 하지만 매우 기본적인 한 가지 능력, 즉 마음을 읽는

능력이 결여된 탓에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장면들

을 선사받았을 때 사회적인 변에서 참담할 만큼 완전한 빵점을 맞았


다. 하지만 우리는 피터가 이런 유형의 실수를 범하는 것을 이해해

야 한다. 그는 영원히 마음을 읽지 못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우리도 순간적으로 피터와 다름없어진다- 만

일 자폐증- 마음을 읽는 능력의 상실 이 만성병이 아니라 일시적

上~ 'è크스으 1 7 소 I 283
인 질환일 수 있다면? 정말 그렇다면 평소에 정상적인 판단을 내렸
을 사람들이 가끔씩 참담할 만큼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사건들을 설
명할수있을까?

마음의눈을멀 게하는 것

영화나 텔레비전의 탐정물에서는 늘 총을 쓴다. 그들은 쏘고 또


쏘고 추격해서는 수시로 타인을 죽이며, 그러고 나서 시체 를 밟고

담배 한 대를 피운 다음 술집으로 가 파트너과 함께 맥주를 마신다.


할리우드 식으로 보면 총 쏘기는 꽤나 일상적이고 단순한 행위다.
그렇지만 사실은 다르다 대다수의 경찰들이 - 90퍼센트 이상이 ­
경찰직에 종사하는동안총알한방쏘지 않는다. 또총을싹본적이
있는 사람들은 발포 경험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점에서 총 쏘기가 일시적인 자폐증을 일으킬 만한 경험인지


아닌지 묻는 것이 합리적일 거라고 늘상 이야기한다.

여기 미주리대학의 범죄학자 데이비드 클링거 David Klin맺r가 매혹적


인 저서 《킬존 속으로 Into the Kill Zone) 집필을 위해 경찰관들과 나눈 인
터뷰 발훼문을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는 파트너 댄 Dan을 위협한 자
에게 총을쏟한경찰의 이야기다.

그자가나를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아, 제기랄

“아, 제기랄, 겁나네가 아니 었어요. “아, 제기랄, 죽일 놈이 또

하나 있군 하는 거였지요. 그는 진짜 공격적이고 비열한 인상이

284 I
었습니다 그가 댄의 머리에 겨누고 있던 총부리를 내 쪽으로 틀었

습니다‘ 모든 것이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지요 1 ,000분의 몇 초나


될까 동시에 나도 총을 빼 들었습니다 댄은 여전히 그자와 몸싸움
을하고있었고머릿속에는 “오, 하느님, 댄이 맞지 않게 해주세요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나는 다섯 발을 쏘았습니다 총을 쏘기 시
작하는 순간, 시야가 달라지더군요. 용의자의 머리를 빼고 모든 풍

경이 사라졌습니다. 댄도 없었고, 보이는 거라고는 오로지 용의자

의머리뿐이었습니다-

나는다섯 발중네 발이 명중되는것을보았어요 첫 번째 총알


은 왼쪽 눈캡을 맞혔습니다. 눈썽에 구멍이 뚫리면서 그자의 머리
가 뒤로 핵 꺾였습니다 “우욱 히는 것이 마~l ‘네가 날 쳤어 ," 하

는 것 같았습니다. 여전히 내 쪽으로 총구를 돌리고 있었습니다 나


는 두 번째 총알을 쏘았습니다 그의 왼쪽 눈 바로 밑에 빨간 점이

보이더니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한 발을 쏘았습니다 총

알이 왼쪽 눈 둘레에 맞으면서 눈알이 파열해 튀어나오더군요. 네


번째 총알은 그자의 왼쪽 귀 바로 앞부분을 맞혔습니다. 세 번째 총

알이 머리를 옆으로 더 틀어놓는 바람에 네 번째 발포 때는 머리 옆


부분에 빨간 구멍이 열렸다가 이내 닫히는 게 보였습니다. 마지막

총알은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그런 다음 나는 그자가 뒤로 털썩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하나의사례 를 보자.

브롱크스의 7 초 , 285
그가 우리를 호t해 뛰어오는 순간, 그 움직임이 마치 슬로비디오

처럼 보이면서 모든 게 압축된 초점 속으로 들어가더군요. 그가 움

직일 때마다 내 몸이 팽팽하게 긴장했습니다. 가슴 속에 어떤 느낌

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모든 신경이 내 표적을 주


시하며 반응히는 쪽으로 집중되었어요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는

건 바로 그런 걸 말할 겁니다! 만물이 조여들고, 내 모든 감각이 총

을 들고 우리를 챙H 뛰어오는 남자 쪽으로 종t했습니다 나의 시야


는 그의 몸통과 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의 왼손은 뭘 했는지조

차 말할 수가 없어요 생각이 나지를 않거든요 나는 총을 주시했습

니다 총이 그의 가슴께로 내려오고, 내가 첫발을 쓴 것도 바로 그


때였습니다.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아무 소리도요 내가 처음 두 발을

쏠 때 앨런Alan 도 첫 발을 왔는데 나쓴 그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내가두번째로방아쇠를딩길 때 그도두번을더 당겼지만나는단

한 발의 총성도 듣지 못했어요 그가 바닥에 쓰러져 내 쪽으로 미끄


러져 오는 순간. 우리는 사격을 멈추었습니다- 다음 순간 나는 그의
몸통 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올라간 것조차 기억이 안

납니다. 아는 거라고는 어느 순간 내가 그의 몸통 위에 두 발을 올려
놓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는 것뿐입니다. 내가 어떻게 거기에

갔는지. 손을 짚고 올라선 건지, 아니면 무릎으로 올라섰다가 몸을

일으킨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서 있으니 소리들이 다시 들

려왔습니다. 총알의 돗쇠가 여전히 타일 바닥에 챙강거렸습니다.


그제서야 시간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총을 쏘는 동안에는 시간

2861
이 느리게 흘렀지요 그현상은그가우리를향해 뛰어오는순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친 듯 뛰어오는데도 마치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

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껏본것중에서 가장지랄같았지요

아마 당신은 이 이야기를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첫 번째 사례를 보자 경찰은 정말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자기가 쓴 총알이 누군가에게 맞는 걸 본다는 말인가? 자기
총에서 총알 나가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다음 사람의 주장 역시

이상하기는 매한가지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람을 싹본 경찰들과 인터뷰해 보면 이 같은

세세한 이야기들이 거듭거듭 반복된다 극히 명료해지는 시각, 동굴

같은시야,사라지는소리,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느낌 등등. 이는

인체가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납득이 가

는이야기들이다.

우리의 마음은 생명을 위협받을 경우 처리해야 히는 정보의 범위

와 %뇨을 극적일 만큼 제한한다. 소리와 기억과 보다 넓은 사회적 이

해 따위는 눈앞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자각을 고조시키기 위해 망

각의 제물로 바쳐진다. 중요한 의미로, 클링거의 책에 실린 경찰들

은 감각을 좁힌 덕에 임무를 더 잘 수행했다. 눈앞의 위협에만 집중

할수있었던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반응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까? 전 육군중령이자 《죽이기 On Killing}의 저자인 데이브 그로스만Dave

Grossman은심장박동이 분당 115 에서 145 사이가되면 f각성 arousal’ 의

브상크스의 7 초 287
최적 상태 ~긴장이 성취도를높이는범위 -’에 들어선다고주장했
다. 실제로 최고 저격수 론 에이버리 Ron Avery의 박동수를 재어보니 야
전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맥박이 그 범위 최고치에 있었다고 한다.
농구 슈퍼스타 래리 버드 Larry Bird는 게임 중 중요한 순간에는 코트가
조용해지면서 선수들이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회고했
다. 그 역시 임무를 수행할 때의 론 에이버리처럼 각성의 최적 범위
에서 경기를 한 게 분명하다. 그러나 래리 버드처럼 코트를 또렷하
게 볼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최적의 범위에
서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압박을 받으면 지나치게
각성하고, 일정 수위를 넘으면 폼이 너무 많은 정보원을 차단하면서
스스로 속수무책 상태에 빠뜨리고 만다.

그로스만은말한다.

145 를 넘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운동기

능이 마비되는 거죠 한 손으로 무슨 일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


다…. 175 가 되면 인식 작용이 전면 붕괴합니다 전뇌가 문을 닫
고 중뇌 - 모든 포유류가 갖고 있는 뇌 - 가 전면에 나서서 전뇌의
자리를 낚아캡니다. 화가 나거나 놀란 사람과 토론해 본 적 있으신
가요? 아마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차라리 개하고 논쟁을
벌이는편이 나을정도죠

일단 지나친 각성 상태가 되면 시야가 훨씬 좁아진다. 행동이 부


당할 만큼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총탄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구토한
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실제로 그런 경우가 놀랄 만큼 많다.
심장 박동이 175 나 그 이상으로 뛰는 고도의 위험 수위가 되면 신체

288 I
가구토를막는생리적 억제 작용을불필요한활동으로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피가 바깥 근육 층에서 빠져 나와 핵심 근육에

집중된다. 가능한 한 근육을 단단하게, 이 를테면 근육을 일종의 갑

옷으로 만들어 상처가 날 때 출혈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되면 몸이 뺏뺏하게 굳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로스만은 이런 이유 때문에 평상시에 119 다이얼 돌리는 연습

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상시가 되면 수화기를 들고도 지극히 기

본적인 번호 누르는 동작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장

박동 수가 치솟고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언뜻 기억나

는 숫자, 즉 119 대신 114 을 누르거나, ‘통화£떼’ 단추 누르는 것을

잊거나, 때에 따라서는 어떤 숫자도 떠올리지 못한다. 그로스만은

말한다

“연습을 해야 합니다. 연습만 해두면 119 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많은 경찰서에서 최근 고속추격을 금지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

서다. 추격 중에 죄 없는 구경꾼을 다치게 할 위험뿐 아니라(물론 우

려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추격 중 사고로 매년 300 명의 미국인이

’살해당하니’ 말이다) 추격 후에 일어나는 폭력 검거 때문이기도 하

다 용의자를고속으로추격하는일은경찰관을위험할만큼높은각

성 상태로몰아간다. 수많은경찰만행 사건에서 증언해 옹 NYPO(뉴

욕 경찰청)의 훈련 책임자 제임스 파이프James Fyfe는 말한다.

‘tA 폭동은 경찰들이 고속추격 끝에 로드니 킹에게 가한 행위가


발단이 되었습니다. 1980 년 마이애미의 리버티시티 폭동도 추격전

끝에 경찰이 한 행위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경찰들이 한 사내를

브닝→3.:':-"1 ï 초 I 289
두들겨패 죽였지요. 1986 년 또다시 마이애미에서 일어난 폭동도 경

찰이 추격 끝에 벌인 행동이 발단이었어요- 지난 4 반세기 동안에 이

나라에서 일어난 대규모 인종 폭동 세 가지가 모두 추격 후 행위가

원인이 된셈입니다

LAPD의 고위 경찰로 일한 보브 마틴8φ Martin도 말한다.

“고속으로 달릴 때, 특히 주거지역을 고속 주행하면 더럭 겁이 납

니다. 시속 80킬로미터만 되어도 그래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심

장이 미친 듯이 펌프질을 해대기 시작하지요. 달리기 선수 수치하고

거의 맞먹습니다- 일종의 도취 상태가 되는 겁니다. 그럴 때는 누구

나 시야를 상실하고 추격전의 포로가 됩니다. 옛 속담에 자냥 중인

개는 벼룩을 긁어내려고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요.

추격 중인 경찰의 무선 송수신 테이프를 들어보면 목소리에서 그걸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고함을지르는 것 같아요. 신참 경찰일 때는

거의 히스테리 상태죠. 나 역시 첫 번째 추격전을 기억합니다. 경찰

학교를 나온 지 두 달밖에 안 된 때였어요. 주거지역을 관통하는 추

격전이었습니다. 두 번이나 공중에 붕 뜨기까지 했지요. 우리는 결

국그자를붙잡았습니다. 나는차로돌아가무전기에다일이 잘됐다

고 전하려 했어요. 그런데 무전기를 집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사

시나무 떨리듯 요동치고 있었던 거죠

마틴의 말에 따르면 킹 구타사건은 Od=측이 { 양쪽 다 심장 박동 수

가치솟고심장혈관계의 반응이 야수처럼 변하는상태에서 -추격전

끝에 부딪히면서 의당예정되어 있던사건이었다 마틴은말한다.

”중요한 지점에서 스테이시 문Stacey K∞n(체포 현징L에 있던 선임 경

290 I
찰 중 하나)이 다른 경찰들에게 물러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경찰들은 무시했어요. 왜일까요?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던 겁니다.

그들은문을닫아건 상태였어요

파이프는 최근 추격전 끝에 한 젊은이를 총으로 쏘아 죽인 시카고

경찰 사건에서 증언했다고 했다. 경찰의 총에 죽은 젊은이는 로드니

킹과 달리 체포에 저항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차 안에 그

냥앉아있었을뿐이다

“죽은 청년은 노스웨스턴 출신 축구 선수였습니다. 이름은 로버트

러 스 Robert Russ 였고요. 사건은 조니 코크란 Johnnie Cochran 이 정 착금

2 ,000 만 달러를 갈취해 달아난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지 경

찰이 또 한 명의 아이를 총으로 쏟 그날 밤이었죠. 경찰은 러강} 불

안하게 차를 몰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스는 경찰의 추격을 받

으며 앞서 가면서도 그렇게 고속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t쪽 다 시

속 110 킬로미터를 넘기지 않았어요. 잠시 후 경찰이 러스의 차를 도

로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댄 라이언 고속도로 위에서 그의 차를 천

천히 세웠지요. 차량 정지 시의 지침은 매우 상세해요. 차에 가까이

다가가는 대신 운전지어내l 밖으로 나오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데 경찰둘이 앞으로돌진해 조수석 옆문을열었어요. 또한명의 머

저리는 반대쪽에서 러스에게 문을 열라고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러

스는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

릅니다. 어쨌든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자 경찰이 차 왼쪽 뒤유리창

을깨고한방을쏠니다. 그총알이 러스의 손과가슴에 명중했지요.

그 경찰 이야기를 들으니 러스가 ‘무슨 일인데요, 무슨 일인데요?

브풍크스의 7 ε 291
하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는 러:::Sl} 총을 집어 들려 했다고 주장

했습니다만 사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나로서는 경찰의 주장을 믿

을 수밖에요. 그러나 그건 요점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정당화될

수 없는 사살이었죠 그는 차 근처에도 접근하지 말았어야 해요. 차

창을깨지 말아야했습니다

이 경찰은 과연 러스의 마음을 읽으려고나 했을까? 그럴 리 없다.

일단 마음을 읽으면 상대의 의도에 대한 내 인식을 조절하고 갱신할

수 있게 된다. 조지가 뒤에서 질투심 가득한 눈초리로 모든 것을 숨

어서 지켜보는가운데 마사가닉과시시덕거리는영화장면에서, 우

리의 눈은 마사의 눈에서 조지의 눈으로, 다시 념의 눈으로 옮겨 다

니며 돌고 돈다. 조지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

리는 답을 찾고 싶어서 계속 그에 관한 정보를 모은다. 그러나 클린

의 자폐증 환자는 닉의 입에 이어 그의 음료, 그 다음에는 마사의 브

로치를 보았다. 머릿속에서 사람과 물체를 같은 식으로 처리했다.

감정과생각이 있는하나하나를보지 않는셈이다.또한그는방안

의 움직이지 않는물체들을보고그것들을설명하는시스템 - 조지

가 마사를 호t해 총을 쏘았을 때 우산이 튀어나오자 크게 소리 내어

웃는, 딱딱하고 메마른 논리로 해석하는 시스템 - 을 구축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댄 라이언 고속도로의 과잉 행위도 같은 맥락

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추격전이라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그는 러스의 마음 읽기를 중단했다. 그의 시야와 생각은 좁아졌다.

‘경찰을 보고 달아나는 차 안의 흑인 남자는 위험한 범죄자인 게 틀

림없다’는딱딱한시스템을구축했으며, 평상시에는고려 요인이 되

2921
었을 모든 반대 증거들 - 러스가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시속

110 킬로미터를 넘긴 적이 없다는 사실 - 쯤은 전혀 마음에 새겨지

지 않았다. 과도한 각성 상태가 마음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여백의부족

로널드 레이건 암살 기도 비디오테이프를 본 적이 있는가? 1981

년 3 월 30 일 오후. 레이건이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막 연설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 나와 리무진을 호f해 걸어가고 있다. 그가 군중을 향해

손을흔든다. 연호가터져 나온다.

“레이건 대통령 ! 레이건 대통령 ,"

그때 존 헝클리 John 에nckley 라는 젊은 남자가 22 구경 피스톨을 쥔 손

을불쑥내밀고정변에서 레이건의 수행원들을향해 여섯 발의 탄환

을쓴다.격투끝에 헝클리가바닥에 쓰러진다. 한발은레이건의 공

보담당 비서 제임스 브래디 James Brady의 머리에 맞는다. 두 번째 탄환

은 경찰관 토머스 델라헌티 Thomas Delahanty의 등을 맞힌다. 세 번째 총

알은 비밀경호요원 티모시 D매R?


카}λ
시샤himot

째 총알은 리무진을 스치고 날아가 레이건의 심장 바로 옆 폐를 관통

한다

헝클리 총격사건의 수수께끼는 그가 어떻게 그토록 쉽게 레이건

에게 접근했는가다. 대통령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경호

원들은 당연히 존 헝클리 같은 사람을 경계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실 대통령을잠깐보기 위해 차가운봄날호텔 밖에서 기다리는

부류는 대개 대통령의 행운을 비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경호원의 임

브상크스의 7 소 293
무는 그 군중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전혀 행운을 빌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을 주시하는 것이다. 경호원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얼굴, 그리고 마음을 읽는 일이다. 그런데 왜 헝클리의 마

음을읽지못했을까?

비디오를 보면 답은 명백하다. 이것이 바로 마음을 읽지 못하는

두번째 중요한원인이다. 바로시간이 없다는점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보안 회사를 경영하며 《공포의 선물 The Gift 01

Fear}을 쓴 개빈 드베커 Gavin de Be야er는 경호의 핵심을 ‘여백빼rte space

의 양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여백’은 표적과 잠재적인 습격자 사이

의 거리를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여백이 많을수록 경호원이 대응할

시간은 많아진다. 시간이 많을수록 잠재적인 습격자의 마음을 읽어

내는 능력도 힘냉된다. 그러나 헝클리 총격사건에는 여백이 없었다.

헝클리는 대통령의 반경 1 ~2 미터 안에 몰려 있던 기자들 무리에

섞여 있었다. 비밀경호 요원들은 그가 총을 쏘기 시작해서야 그를

알아보았다. 경호원들이 저격이 시작되었음을 깨달은 첫 순간부

터 - 보안 비즈니스에서는 ‘인지 순간 moment 01 recognition’이라고 한

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게 된 시점까지 걸린 시간은 총 1.8 초였다.

드베커는말한다.

“레이건 저격사건에서는 몇몇 사람이 영웅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럼에도 헝클리는 그쯤은 상관없다는 듯이 탄환을 모두 싹댔어요.

그런 대응이 아무런 차이도 빚어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유는 그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여기 비디오테이프를 보세요. 경호원이

하나 보입니다. 그는 서류가빙벼l 서 기관총을 꺼내 들고 서 있습니

294 I
다. 또 한 명도 총을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호t해 쏘지요?

상황끝인데

1.8 초 안에 경호원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자

동적인 충동 자신의 무기를 빼 드는 것 - 에 따라 움직이는 것뿐

이었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거나 예견할

기회조차 없었다. 드베커는 말한다.

지간이 없으면 가장낮은질의 직관적 대응을하기 쉽습니다

우리는 삶과 죽음이 오가는 상황에서 시간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 거의 없다. 할리우드 탓일 수도 있다. 영화의 ‘영화처럼

만들어진’ 장면들이 격렬한 교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총싸움은 길게 늘어지

는 느낌이다. 경찰이라면 동료에게 멋들어지게 휘파람을 불 시간이

있고, 악당이라면 도전장을 들이밀 시간이 있으며, 목숨이 .2J}는

총싸움조차 마침내 파괴적인 결말을 맞을 때까지 느린 속도로 진행

된다. 총챔 이떠를 말로 풀다 보니 일어나는 일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 기

도사건을설명하는베커의 말을들어보자

“자리에서 일어나던 암살자가자신의 다리를씁니다. 일은그렇게

시작됩니다. 이미 그는 이성을 잃고 흥분한 거죠. 그런 다음 대통령

을 후E해 총을 쏘는데 빗나가 영부인의 머리에 맞습니다 영부인은

옆으로 쓰러집 니다. 그때 경호원이 일어나 응사해요. 빗나갑니다.

그는 합창단 소녀를 맞히죠. 실수가 연발합니다. 모든 일이 다 어그

러졌지요”

브롱크스의 7 초 I 295
모든 일이 진행되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 15 초? 20 초? 아니 . 3 .5

초였다.

우리는 시간에 쫓기면 일시적으로 자폐증 환자가 된다. 한 예로

심리학자키스페인Keith Payne 이 한번은사람들을컴퓨터 앞에 앉히고

존 바그처럼 컴퓨터 화면 위에 검은 얼굴이나 흰 얼굴을 살짝 비추

어 사전 주입을 시켰다. 그런 다음 피실험자들에게 총 사진이나 렌

치 사진을 보여주었다. 상은 화면 위에 0.2 초 동안 나타났고 그 정도

면 누구나 t펌 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는 디알로 사건에서 자

극을 받아 행한 실험으로, 결과는 당신이 예상하는 대로였다. 검은

얼굴을 사전 주입받은 사람들은 흰 얼굴을 사전 주입받은 사람들보

다좀더 빨리 총을식별했다.

페인은 속도를 높여 다시 실험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페이스대

로 답하게 하는 대신 0 .5초 내에 판단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오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얼굴을 먼저 본 경우에 총을 총

이라고 히는 속도가 비교적 빨랐다. 그러나 렌치를 총이라고 하는

것 역시 빨랐다 시간에 쫓겨 지나치게 각성된 사람들과 똑같은 행

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감각의 실증 대신에 딱떡하게 굳

은 체계인 고정관념에 입각해 판단하기 시작했다.

페인은말한다.

“l 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되면 대부분

고정관념과 편견, 심지어 지지하거나 믿지 않는 관념의 인도를 받기

쉽습니다

페인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편견을 줄여보고자 했다. 일단 피실험

29δ |
자들에게 나중에 한 급우가 그들의 성적을 세밀하게 검토할 거라고

말했다. 최선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어댔을까?

편견이 더 심해졌다. 또 일부에게는 실혐의 목적을 정확하게 알려주

면서 인종에 따른고정관념을피하라고분명하게 말했다. 소용이 없

었다. 결국 페인은 유일하게 차이를 유발하는 것은 실험의 속도를

늦추어 물체를 식별할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방법뿐임을 발견했다

앓게조각을내어관찰하는우리의능력 순간적인판단능력은아

주 비상하다. 그러나 의식 속의 거대한 컴퓨터조차도 제대로 작동하

려면 순간이나마 시간이 필요하다. 폴게티박물관의 쿠로스 상을 판

별한 미술 전문가들도 시속 90 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서 조각상

을흘끗스쳐봤다면 진위를어림짐작할수밖에 없었을것이다.

바로이런 이유에서 많은경찰서들이 근래 2 인조순찰차를 1 인 순

찰차로 바꾸었다 언뜻 좋지 않은 대안처럼 보인다. 둘이 함께 일하

는 게 분명히 더 합리적일 듯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이 서로 뒷

받침해 주고문제의 상황을보다쉽고안전하게 처리할수있으리라

생각한다.하지만두경우모두답은 아니다’이다.

파트너가 있는 경찰은 혼자 있는 경찰보다 결코 더 안전하지 않

다. 게다가 2 인조 경찰팀의 경우 쫓는 상대에 대해 불만이 쌓일 가

능성이 더 높다. 경찰이 둘일 때 범죄자와 충돌하면 체포하거나 체

포당하는 사람의 부상, 경찰에 대한 고소로 끝날 가능성이 훨씬 높

다 혼자 있을 때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속

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드베커는 말한다.

“모든 경찰은 2 인조 차를 원해요 이야기를 나눌 상대, 동료가 있

브풍크스의 7 초 297
으니까요. 하지만실제로는 1 인 차가곤경에 처히는경우가더 적습

니다. 허세가 줄어들거든요. 경찰도 혼자면 전혀 다르게 접근합니

다. 잠복 급습은 잘 안 해요 돌진하지도 않고요. ‘다른 경찰들이 도

착하기를 기다릴 생각입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보다 친절하게 행

동하고더 많은시간을가져요

만일 시카고의 차 안에 있던 러스가 딱 한 명의 경찰과 맞닥뜨렸

다면 과연 지금처럼 목숨을 잃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한 명의

경찰은 비록 뜨거운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을지라도 - 잠시 사이

를 두고 지원대를 기다렸을 것이다. 경찰 3 명이 차로 돌진하는 허세

를 부린 것은 다수가 안전하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었다. 파이프는

말한다.

“상황을 늦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교육해

요. 러스사건 소송에서 경찰측변호인들은급작스런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급작스럽게 만든 건 바로 경찰입니다. 러

스는 강제로 차를 세운 경찰들의 말을 잘 따랐고 아무 데도 가려 하

지 않았습니다

경찰 훈련은 기껏해야 곤혹스런 일에 걸려들지 않는 방법, 즉 순

간적으로 자폐증에 걸리는 위험을 피하는 법을 가르칠 뿐이다 예를

들어 차가 서면 차 뒤에 주차해야 한다. 밤이면 똑바로 차를 호f해 순

찰차의 헤드라이트를 켠다. 그러고는 운전석 쪽으로 걸어가다가 걸

음을 멈추고 운전자 바로 뒤에 서서 플래시를 어깨 위에 쳐들고 운

전자의 무릎을 비춘다. 나도 종종 이런 일을 겪는데 그럴 때마다 무

시당하는느낌이다.

2981
경찰은 왜 보통 사람들처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이유는경찰이 뒤쪽에 서 있어야범죄지들이 경찰을향해 총을뽑아

들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플래시가 무릎을 비추고 있으니

경찰은 운전자의 손이 어디에 있으며 총을 집어 들려고 하는지 어

떤지 알 수 있다. 설사 총을 집는다고 해도 좌석에서 거의 완전히 몸

을 틀어 창문 밖으로 내밀면서 문기둥 너머 경찰을 호f해 총을 쏘아

야 하며 - 또 빛에 눈이 부셔 앞이 보이지 않음을 잊지 마라- 모든

행동이 경찰의 시야에 들어온다. 다시 탤R 경찰의 절7-}는 어찌 보

면 상대를 위한 것이다. 경찰이 총을 뽑아드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

은 그가 봅시 꾸물거리거나 총을 뽑아 드는 등 너무 분명한 일련의

동작을취할때뿐이라는뜻이다.

파이프는 경찰과 민간인 사이에 유별나게 자주 폭력사건이 일어

났던 플로리다의 데이드 카운티에서 한 가지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당시 그 폭력이 유발한 긴장은 엄청났다. 커뮤니티 그룹들에서는 경

찰을 둔김L하고 인종차별적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분노와 l:Ic써


l 로

대응했다. 그들은 폭력을 경찰 업무의 슬프지만 불가피한 영역이라

고 말했다. 너무나 귀에 익은 대본이었다. 그렇지만 파이프의 반응

은 논쟁은 피하고 연구만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는 참관인들을 순찰

차에 태워 경찰의 행동이 정규 교육지침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러닝

스코어를기록하게 했다.그는말했다.

“이를테면 ‘경찰이 이용 가능한 엄폐물을 이용했는가?’ 같은 것이

었습니다. 우리는 경찰들에게 자신을 가능한 한 작은 표적으로 만들

라고 가르칩니다. 그래야 악한에게 총을 쏠지 말지 결정할 여지를

브풍크스의 7 죠 I 299
줄 수 있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관찰했습니

다. 경찰들이 이용 가능한 엄폐물을 이용했는가, 아니면 그냥 정문

으로 걸어 들어갔는가? 항상 사람한테서 총을 비껴 들고 있었는가?

플래시를 주로 사용하는 손의 반대 손에 들었는가? 주거침입 호출

이 왔을때 다시 전화를걸어 추가정보를요청했는가, 아니면 그냥

알았다고 했는가? 지원 요청을 했는가? 당신이 싹, 내가 엄호해 줄

게 식으로 접근방법을 협의했는가? 근처를 두루 살폈는가? 건물 뒤

편에 또 다른 차를 배치했는7}? 플래시 불빛을 호빼 총알이 날아오

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건물 안에 있을 때 플래시의 불빛이 비스듬히

비치도록 했는가? 차가 정지한 후, 운전지에게 접근하기 전에 차의

뒤편을 살폈는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파이프가 알아낸 것은 경찰들이 용의자와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

나 용의자를 구금해 두고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아주 훌륭하게 이루

어진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92 퍼센트가 ‘올바프랜l ’ 일

했다 그러나 공포를 느끼는 곳에 접근할 때는 겨우 15 퍼센트의 성

적을 냈다. 그것이 문제였다 모두 일시적인 자폐증을 피하는 데 필

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데이드 카운티가 용의자와 부딪

히기 전에 경찰이 해야 할 일을 개선히는 데 초점을 맞추자 경찰을

상대로 한 고소 건수와 경찰과 민간인 부상자 수도 뚝 떨어졌다. 파

이프는말한다.

“자신을 지키는 길이 다른 사람을 호f해 총을 쏘는 것뿐인 상황에

자신을 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반사 행동에 의

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이 다칩니다. 그것도 불필

300 I
요하게 말이지요. 하지만 지능과 엄폐물을 이용하면 본능적인 판단

을 할 일이 거의 없어집니다

“마음 속 무언가가 아직 쏘지 말라고 말했다”


파이프의 진단에서 가장귀한것은그진단들이 경찰총격에 관한

통상적인 논의를 어떻게 180 도 돌려놓고 있는가다.

경찰의 과잉행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변함없이 경찰 개개인의 의

도에 초점을 둔다. 주로 인종차별과 의식적 편견 같은 것이다. 반면

경찰 비호자들은 변함없이 파이프가 일순간 증후군 split-second syndrome

이라고부르는것에서 피난처를찾는다.

가능한 한 빨리 현장에 간다. 악한을 본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행동한다. 이 시나리오는 실수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요

구한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관점은 모두 패배자다. 그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일단 발동이 걸리면 그것을 정지시키거나 제어할 수 없다

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우리의 본능적 반응이 관여하면 아

쉽게도 그런 견해들이 너무 상식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 가정은

잘못이다. 무의식적 사고도 중요한 한 가지 변에서만큼은 의식적 사

고와 다르지 않다. 둘 다 훈련과 경험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능력

을개발할수있다는점이다.

정말로 긴박한 상황에서는 극단적인 각성을 피할 수 없을까? 마음

의 눈이 멀 수밖에 없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요인 경호 서비스 회사

를 운영하는 드베커는 보디가드들에게 X댄이 스트레스 접종 stress

noculation 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을 거치게 한다.

브팡크스의 7 초 301
“테스트는 이렇습니다. 일단 요인(경호받는 사람)이 ‘어이,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무언가를 살피려

고모퉁이를돌아야합니다. 그때 팩! 하고총에 맞습니다. 물론실


제 총이 아니라 플라스탁 캡슐이지만, 일단 맞으면 총에 맞은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당신은 그 뒤로도 계속 임무 수행을 해야 합니
다. 그런 다음 우리가 말하죠. ‘자넨 다시 해야겠어.’ 이번에는 집 안

으로 들어갈 때 우리가 당신을 쏠니다. 그렇게 네 번이나 디섯 번쯤


모의 총을 맞으면 훈련이 끝납니다

드베커는 훈련생들에게 사나운 개와 반복해서 맞서야 할 때와 비


슷한 상황 훈련도 실시했다.

‘처음에는 심장 박동 수가 175 입니다. 똑바로 보지도 못해요. 하


지만 두 번째나 세 번째에 가면 120 다음에는 110 이 됩니다. 그러
면 임무를수행하기가수월해집니다

특정한 종류의 훈련을 거듭 반복하고 여기에 실제 세계의 경험이


결합되변 경찰이 격한 충돌에 대응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마음 읽기 역시 훈련으로 증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마음 읽기의
최고 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실번 톰킨스의 경우에는 진정한
훈련광이자 훈련 강박자였다. 그는 아들 마크가 태어나자 프린스턴

에서 안식년을 받았다. 그리고 저지 쇼어에 있는 집에 머물며 아들


의 얼굴을 긴 시간 동안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생애 처음
몇 달 동안 아기의 얼굴을 스쳐가는 감정의 패턴들 - 관심과 기쁨,
슬픔, 분노의 사이클- 을 포착했다. 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표정의
사람 얼굴 사진을 수천 장 수집해서 고랑과 주름과 구김살의 논리,

302 I
웃기 전과울기 전의 묘한차이들을홀로익혀나갔다.

폴 에크만의 경우는 마음 읽기 능력을 간단히 테스트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 개발했다. 한 테스트는 자기들이 실제로 했거나 하지 않

은 어떤 일을 똑같이 했다고 주장하는 10 여 명의 짧은 클립을 틀어

주는 형식으로, 수검자의 임무는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것

이다. 테스트는 놀랄 만큼 어렵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확률 수준의

성적을낸다

물론 잘하는 사람이 있다 누군지 궁금한7}? 바로 훈련을 받은 사

람들이다.

예컨대 말하기 능력을 잃은 뇌일혈 환자들의 경우 그 방면의 대가

라고 할 수 있다. 말할 수 없다는 결함이 사람 얼굴에 쓰인 정보에

훨씬 더 민감해지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뇌일혈 환자들과 마찬7찌로 그들 역시 마음을

읽는 까다로운 기술을 훈련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리거나 폭력적인

부모의 마음을 읽어야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에크만은 실제로 법집행 기관들을 위한 세미나를 운영하면서 사

람들에게 마음을 읽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가르친다. 심지어

그는 30 분의 훈련만으로도 미세한 표정을 포착하는 일에 능숙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에크만은 말한다.

“훈련 테이프가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무척 좋아합니다. 처

음에는 어떤 표정도 알아보지 못하다가 3 0 분 뒤에는 모두 알게 되

지요. 그 테이프는 이것이 접근 가능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말해줍

니다”

브콩크스의 7 초 I 303
데이비드 클링거의 인터뷰를 보면 베테랑 경찰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 그 경찰은 일하는 동안 폭력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지만 긴박

한 순간에도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었던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

경찰의 이야기는 초긴장의 순간도 손만 잘 쓰면 어떻게 완전히 일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례라고 하겠다.

땅거미가지는저물녘, 그는 10 대 갱단세 명을추적하고 있었다.

하나는 담장을 넘었고, 둘째는 차 앞에서 달아났다. 셋째는 불빛에


얼어붙어 그의 눈앞에 꼼짝 못하고 섰다. 겨우 3 미터 앞이었다 경
찰의회고다.

조수석 밖으로나오는데 녀석이 막오른손을허리띠 속으로 집어

넣더군요. 다음 순간 손이 사타구니를 지나 왼쪽 허벅지 쪽으로 내

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짓가랑이에 매달아 둔 무언가를 움켜쥐

려고하는것같았어요.

녀석이 나를 횡f해 돌아서면서 바지춤에서 뭔가를 낚아 올렸습니

다. 그의 눈이 똑바로 나를 향했고 나는 그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소


리쳤습니다.

“멈춰!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1 움직이지 마'"

내 파트너도그를횡f해 소리쳤습니다.

”멈춰! 멈춰! 멈춰'"

나는 그에게 명령하면서 권총을 뽑아 들었습니다. 녀석의 15 미

터 앞으로 다가서서 보니 손에 크롬 도금 2S 구경 자동권총이 들려

있더군요. 다음 순간, 그의 손이 복부쯤 올라오는가 싶더니 결국 보

304'
도 위에 총을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그를 구금했고 그것으로 끝

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를 쏘지 않았던 건 녀석의 나이 때문이었습

니다 열네 살이었는데 마치 아홉 살처럼 보이더군요 만약에 녀석

이 어른이었다면 십중팔구 쏘았을 겁니다 분명히 총의 위협을 감

지했거든요. 총을 똑똑히 보았죠. 크롬 도금이었고 손잡이는 진주

였습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쏠 수 있는 자세였다는 걸 알았기에 잠

깐일지언정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가 너무 어

려 보였기 때문이죠 내 생각에는 경험이 많았던 게 판단에 많은 영

호노을 미친 것 같습니다 나는 얼굴에 공포가 기득한 걸 보았고 다른

정횡들에서도 그걸 느꼈습니다- 그것이 잠깐 동안 시간을 주변 저

아이가 나로 히여금 총을 쏘지 않는 선택을 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지요 중요한 것은 내가 그플 지켜보고

있고, 그의 바짓가랑이에서 뭔가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고. 그것이 총

이라는 걸 알아보았고, 총이 보였을 때 총구가 어디로 향히는지를 보

고 있었디는 거였어요 그의 손이 만일 허리춤에서 조금만 더 올라왔

더라면, 그 총이 만일 복부플 지나 총구가 나를 호t하는 것이 내 눈에

보일 정도였다면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총신은

올라오지 않았고, 내 마음 속의 무언가가 아직 쏘지 말라고 소리쳤

습니다

이 만남은 대강 얼마나 걸렸을까?2 초71 .5초?

이제 당신은 경험과 기량이 그로 하여금 어떻게 그 순간을 잡아

上L 닝 3.-':으 I 7 소 305
늘여 상황을 늦추고 가능한 한 마지막 순간까지 정보를 계속 모으도

록했는지볼수있다.

총이 나오는 것을 본다. 총의 진주 손잡이를 본다. 총구의 방협

추적한다. 아이가 총을 들지 그냥 떨어뜨릴지 결심하기를 기다린다.

그와중에도,심지어 총의 움직임을추적하면서도경찰은아이의 얼

굴까지 관찰하면서 위험인물인지 아니면 그냥 겁을 먹은 건지 살폈

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 판단의 전례가 또 있을까?

이것은 훈련과 전문지식의 선물, 즉 경험의 가장 앓은 조각에서

방대한 양의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 내는 능력이다. 초심자에게는

이 사건이 그저 모호한 상태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모호한 것이 아니었다. 순간순간은 따로따로 움직이는 일련의

부분들로 이루어지고, 그 부분들 하나하나가 조정과 혁신과 교정의

기회를제공한다.

휠러 가의비 극

그리하여 거기에 신 캐럴, 에드 맥멜런, 리처드 머피, 켄 보스가

있었다. 늦은 밤이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사우스 브롱크스. 거기서

흑인 청년을 보았는데 행동이 이상한 것 같았다. 그들은 차를 몰고

지나갔고 그래서 그를 잘 볼 수 없었다. 그들은 곧바로 흑인의 행동

을 설명할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그는 체격이 크지

않다. 상당히 작다. 드베커가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들을 상상하

며말한다.

“체구가 작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건 총을 가졌다는 뜻이다.

3061
그는밖에 혼자나와있다. 밤 12시 30 분에. 이 범죄 소굴에. 혼자서.

흑인 청년이 그는 총을 가졌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 있을 리가 없

다. 게다가 작다.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한밤중에 나와 서 있는 걸까?

대충이런스토리죠

그들은차를후진시킨다. 캐럴은나중에 디알로가여전히 거기 서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대개 악당들은 경찰을 가득 태운 7-}를

보면 도망치지 않던가? 캐럴과 맥멜런이 차에서 내린다. 맥멜런이

소리친다.

‘경찰입니다. 말씀 좀 여쫓까요?’

디알로는 멈칫한다. 그는 무섭다. 얼굴 가득 공포가 씌어 있다. 이

지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구의 두 백인이 오밤중에 눈앞에 들이

닥쳤다. 그러나 두 백인은 n냄을 읽을 순간을 놓쳤다 디알로가 돌

아서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제 추격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캐럴과 맥멜런은 진주 손잡이 권총이 자신을 횡닝}는 것

을 지켜본 그 경찰처럼 노련하지 않았다. 그들은 풋내기다. 브롱크스

에 새로왔고, 거리범죄 단속반신참이며, 어두컴컴한복도에서 무기

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추격하는 상상 불허의 긴장 상황을

겪어본적도없다. 심장박동수가치솟는다. 주의력이 좁아진다.

휠러가는 브롱크스의 구시 7}.지다 보도가 연석과 맞닿아 있고 디

알로의 아파트건물은보도와접해 있다. 그사이에는계단 4 개짜리

층계참이 있을뿐이다. ‘여백’이 전혀 없다. 맥멜런과캐럴이 순찰차

에서 나와거리에 섰을때, 그들과디알로사이의 거리는불과 3~4

미터였다. 이제 디알로끼} 띈다. 추격이다! 캐럴과 맥멜런은 이미 조

브풍크스9 1 7 초 I 307
금 흥분한 상태였다. 박동 수는 얼마일까717572007 디알로는 이
제 현관 안, 건물의 안쪽 문에 붙어 서 있다. 그가 몸을 옆으로 비틀

며 주머니를 뒤진다. 캐럴과 맥멜런은 엄폐물도, 은폐물도 없다. 그


들을 기려주고 시간을 지연시킬 차의 문기둥도 없다. 그들은 사격
방향에 있고, 디알로의 손과 검은 물건의 끝이 캐럴의 눈에 들어온

다 공교롭게도 그것은 지갑이다. 그러나 디알로는 흑인이고, 시간


이 늦었으며, 장소는 사우스 브롱크스고, 시간은 이제 1 ,000분의 l
초 단위로 측정된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는 지갑이 틀림없이 총으

로 보인다는 것을 안다. 디알로의 얼굴은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있었

겠지만 캐럴은 디알로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 설령 본다 해도 본

것을 이해할지 분명치 않다 그는 이제 마음을 읽고 있지 않다. 사실


상 자폐증에 걸렸다 피터가 조지와 마사의 키스 장면에서 전등 스
위치의 포로가 되었듯이, 그게 뭐든 디알로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

는 물체의 포로가 되었다. 캐럴이 “그가 총을 가졌다!"고 소리친다.


그리고 총을 쏘기 시작한다. 맥멜런도 뒤로 나동그라지며 총을 쏘기

시작한다. 총을 가졌다는 외침과 함께 사람이 뒤로 나동그라지는 모

습을 본 캐럴의 해석은 한 가지로 좁혀진다. 맥멜런이 총에 맞았다!


그래서 캐럴은계속해서 총을쏘고, 캐럴을본맥멜런도계속쏘며,

보스와머피는캐럴과맥멜런이 총을쏘는것을보고차에서 뛰쳐나

와함께총을든다.

다음날신문이야이들이 마흔한발의 탄환을쏘았다는사실만대


서특필했지만더 특종감은네 사람이 반자동권총을마흔한발쏘는
데 고작 2 .5초가 걸렸다는 점이다. 사실상 사건 시작부터 종료까지

308 I
는아마이 단락을읽는시간보다도짧았을것이다. 그러나그몇 초

안에는 한평생을 채우기에 충분한 단계와 판단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캐럴과 맥멜런이 디알로를 소리쳐 부른다 일천일. 그가 집 안으

로 돌아간다. 일천이 . 그들이 보도를 건너 계단을 오르며 그를 추격

한다. 일천삼. 디알로가 복도에 서서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일

천사. 캐럴이 “二L7} 총을 가졌다,"고 소리친다. 총구에 불이 붙는다

일천오. 일천육. 탕! 탕! 탕! 일천칠. 침묵. 보스가 디알로에게 달려

가 삐죽 나온 지갑을 보고는 “젠장할! 총은 어디에 있는 거야7" 하

고 외친다. 그러고는 거리를 내달려 웨스트체스터가 쪽으로 뛰어간

다. 외침과 총소리에 지신이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잃은 것이다. 캐

럴은 총알로 별집이 된 디알로의 시체 옆 계단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앙크스의 7 소 I 309
(~

7장

편견의 눈을감으면 세싱비 바뀐다


클래식 음악의 혁명 | 순수한 2 초를 포착하라
아비 코난트Abbie Conant가 직업 음악가로 첫발을 내디딜 무렵 , 그
녀는 이탈리아의 토리노 로열 오페라뺀1 서 트롬본을 연주하고 있

었다 때는 1980 년 여름, 그녀는 유럽 전역의 다OJ=한 오케스트라 일

자리를 찾아 열한 군데에 지원서를 냈다. 회신이 온 곳은 단 한 군

데, 뭔헨 펼하모니 오케스트라뿐이었다. 그런데 편지는 이상하게도

‘아비 코난트씨에게’로시작되었다. ‘아비 코난트%에게’라고쓰는

게 맞았다. 돌이켜보면 그 실수가 이미 코난트의 마음에 충분히 경

종을 울린 게 틀림없었다.

오디션은 뭔헨 도이치박물관에서 열렸다. 오케스트라의 문화센터

가 아직 공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자는 33 명이었는데 선발위원

회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한 사람씩 막 뒤로 가서 연주했다. 당시 유

럽에서 장막 오디션양reen혀 audition은 드문 일이었는데 장막 오디션을

택한 이유는 지원자 하나가 뭔헨 오케스트라 단원의 이들이었기 때

편건의 눈을 산으면 세상이 바뀐다 313


문이다.

코난트는 16번이었다. 코난트는 독일에서 오디션 단골 작품인 페

르디난드 다비드 Ferdina떠 David의 트롬본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안타깝

게도 한 음을 실수했다 (G에서 째지는 소리를 냈다) . 그녀는 속으로

“끝났어 하고 생각하고는 무대 뒤에서 짐을 꾸려 집에 갈 채비를

했다.

위원회의 생각은 코난트와 달랐다. 그들은 연주에 넋을 잃었다.

오디션은 앓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의 전형적인 순간이다. 노련한 클

래식 음악가들은 연주자가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거의 순간적으

로 어떤 경우에는 처음 몇 마디만으로, 어떤 경우에는 심지어 첫

음 하나만으로 - 알 수 있다고 한다. 코난트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녀가 오디션 룸에서 나간 뒤 , 필하모니의 음악감독 세르주 첼리비

다케앓rgiu Celibidache가 소리쳤다.

“바로저사람이야'"

위원회는 오디션 차례를 기다리던 나머지 17 명을 곧바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어떤 사람이 무대 뒤로 찾아와 코난트를 찾았다. 그녀

가 오디션 룸으로 되돌아가 막 앞으로 걸어 나가자 바이에른 특유의

탄성이터져나왔다

“이게 뭐야? 젠장! 저런! 맙소사 !Was ist’n des? Sacra di ! Meine Goetter! Um

Gottes Willen!

그들은 코난트 찌’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사

람은난데없는코난트 ‘양’이었다.

그것은 좋게 탤R 도 어색한 상황이었다. 음악감독 첼리비다케는

3141
보수적인 지휘자로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 누가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명확한 생각을 가진 오만하

고 완강한 남자였다. 더욱이 이곳은 고전음악이 태동한 땅, 독일이

었다.

제 2 차세계대전 직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 때도 빈 펼하모

니에서 장막오디션이 있었는데, 오케스트라의 전임 단장오토스트

라서Otto Strasser는 회고록에서 오디션이 괴이한 상황’으로 막을 내렸

다고묘사했다

“한지원자가놀라운실력을보였는데 막이 올라가고보니 다름아

닌 일본인이 서 있었습니다

스트라서에게 일본인이 유럽 작곡가의 혼과 격조가 담긴 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그 자체로 불가능하게 여겨졌다. 마찬가지로 첼리비

다케에게도 여자가 트롬본을 연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뭔헨 필하모니에 여자가 한두 명은 있었다. 바이올린과 오보에

쪽에 말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여성적인 악기였다. 트롬본은 남자

악기다. 군악대에서 연주하는 악기다. 오페라 작곡가들은 트롬본으

로 지하세계를 나타냈다. 베토벤은 5 번과 9 번 교향곡에서 소음을 내

는 악기로 트롬본을 썼다. 코난트는 말한다.

‘집지어 지금까지도 전형적인 직업 트롬본 연주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당신은 어떤 종류의 장비를 연주합니까? 하고 물어요. 바이

올리니스트가 ‘난 블랙앤데커 BI라k and Decker (악기 회사 이름)를 연주합

니다.’라고 말하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나요?’

오디션이 두 차례 더 있었다. 코난트는 두 번 다 승승장구로 통과

펜션의 눈을 간으면 서!상이 바뀐다 I 315


했다. 그러나 첼리비다케와 다른 위원들이 그녀를 직접 본 순간부터

옹갖 오래된 편견들이 그녀의 연주 첫인상과 다투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오케스트라에 합류했지만 첼리비다케는 속이 탔다 한 해가

지났다. 1981 년 5 월 코난트는 회의에 불려 나갔고 그 자리에서 제2

트롬본 역할을 맡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없었다. 코난트는 1

년 동안 검정을 받으며 다시 자신을 입증해 보였다. 소용이 없었다.

첼리비다케는그녀에게 말했다.

“문제가 뭔지 알지 않소. 솔로 트롬본에는 남자가 필요합니다

코난트는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사건 개요에서

오케스트라 측은 이 렇 게 주장했다.

“원고는 트롬본 섹션 리더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육체적 힘이

없습니다

코난트는고팅거 폐 클리닉에서 광범한검사를 받았다. 특수장비

를 불어보고, 혈액 표본을 채취해 산소 흡입 능력을 측정하고, 흉부

검사도 받았다. 평균치를 너끈히 넘기는 수치였다. 간호사는 심지어

운동선수가 아니냐고 묻기까지 했다.

사건은 시간을 질질 끌었다. 오케 스트라 측은 코난트가 모차르트

의 《레퀴엠 》에 나오는 유명한 트롬본 솔로를 연주할 때 “호흡이 짧

아 듣기 거북하다고 주장했다. 연주를 지휘한 객원 지휘자가 코난

트 하나만 찍어 칭찬했는데도 말이다.

한 트롬본 전문가 앞에서 특별 오디션이 마련되었다. 코난트는 트

롬본 레퍼토리 중 가장 까다로운 악절 7개를 연주했다 전문가는 감

동을 받았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측은 그녀를 믿을 수 없으며 직업

316 I
의식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이었다 8 년 후에 그녀는 제 1 트

롬본으로복귀했다.

그러나 또 한 차례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 싸움은 다시 5 년을 갔

다. 악단에서 그녀에게 남자 동료들과 똑같은 급료를 지급할 수 없

다고 거절한 것이다. 이번에도 코난트가 이겼다. 그녀는 모든 소송

에서 유리한 입장이었다. 뭔헨 필하모니가 반박할 수 없는 논거들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다 그녀의 능력에 불만을 품었던 남자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일찍이 완벽하게 객관적인 조건하에서 그녀의

연주를 듣고 “바로 저 사람이야," 하면서 남은 트롬본 연주자들을

돌려보낸 바 있었다. 아비 코난트는 장막의 구원을 받은 셈이다.

클 래 식 음악의 혁 명

클래식 음악의 세계, 특히 유럽 본고장은 극히 최근까지도 백인

남자들의 영역 이 었다. 여자는남자만큼연주할수없다는믿음이 지

배했다. 힘도 약하고, 자세도 안 돼 있고, 특정 악기를 다룰 수 있는

탄력도 부족하다는 거였다. 입술도 다르고, 폐도 튼튼하지 못하며,

손도 더 작았다 그것은 편견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실인 듯했다 지

휘자와 음악감독과 마이스트로가 오디션을 할 때면 언제나 남자 소

리가 여자보다 나은 것처럼 들렸다. 오디션이 어떻게 행해지는지 큰

관심을기울이는사람도없었다 음악전문가를음악전문가로만드

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순간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연주의 질

을 평가할 만한 능력을 지녔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펀견의 눈을 상으연 세상이 바뀐 다 I 317


주요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은 때때로 지휘자의 분징실이나 그가 도

시를 지날 때 머무는 호텔 방에서 행해지기도 했다. 연주자들은 5 분

이나 2 분 10분 동안 연주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음악은 음악이

었다.

실제로 빈 필하모니의 콘체르트마스터 라이너 퀴흘"Rainer Kuchl 은 남

자와 여자 바이올리니스트의 차이를 눈 감고도 알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노련한 귀가 여성 스타일의 부드러움과 유

연함을 짚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지난몇십 년사이, 클래식 음악계는혁명을겪었다. 맨 처

음 미국에서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조합을 만들어 정당한 계약과 건강보험, 임의 해고의 부

당함을 주장했으며 더불어 공정한 채용을 요구했다 음악가들 중 많

은수가지휘자들이 권력을남용해 좋아승}는사람에게만연주를시

킨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오디션 절차의 공식화였다. 지

휘자 혼자 결정하는 대신 공식적인 오디션 위원회를 구성하라는 뜻

이었다. 어떤 곳에서는 심사관들이 오디션 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행

동을 금지등}는 규칙이 제정되었다. 한 사람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견해에 영호노을미치지 않도록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음악가들은 이름이 아니라 순번으로 식별되었다. 위원회와

지원자들사이에 막이 드리워졌고, 오디션을받는사람이 목을가다

듬거나 식별 가능한 어떤 소리를 낼 경우-예를 들어 구두를 신고

카렛이 깔리지 않은마룻바닥을밟을경우 - 퇴장시킨후새로운번

호를부여했다. 이런 새로운규칙들이 전국적으로시행되면서 범상치

318 I
않은 일이 일어났다. 오케스트라가 여자를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0 년 사이 장막이 일상화되면서 미국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

라에 여자 단원 수가 다섯 배나 늘었다.1960년대 중엽에 뉴욕 메트

로폴리탄 오페라뺀1 서 블라인드 오디션 blind a빼。n 도입 씨움을 이끌

어온 메트 오페라의 튜바 연주자 허브 웹슬블랫 Herb Weksleblatt은 회상

한다.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 첫 오디션 때였죠. 우리는 4명의 바이올리

니스트를 구했는데 선발된 사람이 모두 여자였어요. 전에는 꿈도 못

꿨던 일이지요 그 때까지만 해도 오케스트라 전체를 둘러봐도 여자

는 셋뿐이었습니다. 새 단원으로 여자 4명을 선발했다는 발표가 있


은 뒤에 한 친구가 나한테 노발대발하던 게 생각납니다. 그는 이렇

게 말했습니다. 이제 너는 오케스트라에 여자를 끌어들인 개책으

로기억될거야!’”

결국 클래식 음악계는 스스로 순수하고 강렬한 첫인상이라고 생

각했던 것←누군가의 연주를 듣는 것 이 사실은 가망 없을 정도

로 오염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수없이 많은 오디션을 경험한 한

베테랑음악가는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실제 소리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입

니다. 표정에 자신감이 넘치고 자세도 좋기 때문이죠. 어떤 사람들

은 소리만 크게 내면서 장엄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

은 연주할 때 온 힘을 다 기울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리에서는 그

걸 느낄 수 없을 때도 있지요.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에는 언제

나 불일치가 존재합니다. 오디션은 그 모습을 보는 첫 순간에 시작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서1 싱이 바뀐다 I 319


됩니다. 대다수 ‘저 촌뜨기는 누구야?’라거나 ‘이 친구는 자신이 어

떻다고생각할까? 하는생각을합니다. 그저 악기를들고걸어 나오


는모습만보고서 말이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뺀1서 제 1 프렌치호른을 연주하는 줄

리 랜즈먼 J비ie Lanclsman은 어떤 사람의 입 모양 때문에 정신이 산란해

진적이 있다고말한다.

“누군가가 마우스피스를 별난 위치에 끼우고 있으면 당신은 즉각


‘어라, 저러면 소리가 잘 안 나올 댄데 ’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우의 수는 매우 많아요. 호른 연주자 중 일부는 황동 악기를 쓰고,

일부는 니켈과 은 합금을 쓰지요. 그 호른의 종류는 출신 도시, 스

승, 학교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그런 신원이 알게 모르게 견해에

영향을 미칩니다. 나는 장막이 없는 오디션을 여러 차례 해보았습니

다 그리고 스스로 선입견을 갖게 되더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

니다. 눈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눈이 판댄11 영횡t을 미치지 않을 리


없지요. 음악을 듣는 진정한 방법은 오로지 귀와 가슴을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워싱턴 D.C. 의 국립교향악단도 프렌치호른 연주자로 실비아 앨

리메나Sylvia Alimena를 채용했다. 그녀는 막이 등장하기 전에 채용되었

을까? 물론 아니다. 프렌치호른은 트롬본과 마찬가지로 ‘남성적인

악기다. 더욱이 앨리메나는 키가 150 센티미터로 작은 체구다. 실제

로 그것은 별 상관없는 일이다. 또 다른 유명한 호른 연주자에 따르

면 ‘질비아는집채도불어 무너뜨릴수있을정도”라고하니까.그러

나 연주를 듣기 전에 그녀를 본다면 그런 힘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320 I
눈에 보이는 것이 귀에 들리는 것과 너무 모순되기 때문이다. 실비

아 앨리메나를 정확하게 순간 판단할 방법은 딱 한 가지, 막을사이

에 두고 평가히는 것뿐이다.

순수한 2초를포착하라

클래식 음악의 혁명에는 커다란 교훈이 하나 있다. 왜 그렇게 오

랜 기간동안지휘자들은자신들의 순간판단이 오염되었다는사실

을까땅게 잊었을까?

그것은우리가대부분자신의 신속한인식 능력을조심성 없이 다

루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첫인상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거나,

아니면 정확한 의미 를 모른다. 그래서 그것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

식하지못할때가있다

신속한 인식 능력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은 우리 무의식의 산물을

변화시키거나 훼손하는 미묘한 영호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

라는 의미다. 음악을 평가하는 일은 매우 단순한 작업인 듯하다. 그

러나 콜라를 홀짝이거나 의자를 평가하거나 챔을 맛보는 것보다 결

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막이 없었다면 아비 코난트는 한 읍절도 연

주하기 전에 퇴장당했을 것이다.

오케 스트라들은 자신들의 선입견과 대면했을 때 어떻게 했는가?

그들은 나서서 문제 를 풀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두 번째 교훈이

다. 우리는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너무 자주 묵인한다.

우리는 무의식에서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우리 스스로 조절

할만한능력이 없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우리에게는그럴 능력이

띤견의 눈플 감으면 서l 상。l 바뀐다 321


충분하고신속한인식이 일어나는환경만조절하면신속한인식도조

절할 수 있다. 전쟁을 하거나 응급실에 사람을 배치하거나 거리의 치

안을유지하는사람들이 실수를저지르지 않도록만들수있다.

토머스하빙은말한다.

“나는 예술 작품을 보러 갈 때마다 미술상에게 검은 천을 씌워두

었다가 내가 들어설 때 획 벗겨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래야 그 특정

한 작품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메트로폴리탄에 있

을 때는 내 비서나 다른 큐레이터를 시켜 구입을 고려하는 작품들

을 가져다가 깜짝 놀랄 만한 곳에 박아두게 했어요 문을 열면 갑자

기 눈에 들어오는 옷장 같은 곳에 말이죠. 그러면 작품에 대해 더

정확한 느낌을 받거나 전에는 알지 못했던 점이 별안간 눈에 띄었

습니다

하빙은 무의식적 사고의 결과를 매우 중시한 나머지 특수한 단계

를 밟아가며 자신의 초기 인상을 가능한 한 홀륭한 상태로 유지했

다. 무의식의 힘을 마법의 힘으로 보는 대신 보호하고 조절하고 교

육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본 것이다. 그리하여 쿠로스 상을 일별했

을때 하빙은이미 준비가되어 있었다.

교향악맨 여 X까 참여하게 된 것은 사소한 변화가 아니다. 기회

가 차단되었던 한 집단에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매

우 중요하다. 또한 첫인상을 오디션의 본질에 맞게 교정함으로써 -

순전히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됨으로써 - 오케스트라가 더욱

실력 있는 음악가를 채용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곧 더 좋은 음악으로

이어진다.

322 I
그렇다. 우리가 더 좋은 음악을 듣게 된 것은 클래식 음악 사업을

전면 재고하거나 새로운 콘서트홀을 짓거나 수백만 달러의 신규 자

금을 쏟아 부어서가 아니다. 지극히 섬세한 일인 오디션의 처음 2 초

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가능해졌다.

줄리 랜즈먼이 메트로폴리탄의 제 1 프렌치호른 연주자 오디션에

지원했을 무렵은 장막 오디션 초기였다. 당시 오케스트라의 브라스

섹션에는 여자가 전혀 없었다. 여자가 남자만큼 호른을 잘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을 만인이 다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랜즈먼은 나와서

자리를 잡고 연주했다. 그것도 굉장히 훌륭하게. 그녀는 말한다.

“마지막라운드가되자그들이 댐주기 전에 이미 내가이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마지막 작품을 연주한 방식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맨 마지막의 높은 C를 아주 오랫동안 끌었는데 그들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의심을 남김없이 걷어내기 위해서였지요. 그랬더니 그들

이 웃기 시작하더군요. 사실 그건 의무사항이 아니었거든요

합격자를발표한뒤 그녀가막을젖히고걸어 나오는순간장내에

숨넘어가는 소리가 가득했다. 코난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시에

는 여성 호른 연주자가 희귀했던 것이다.

그들이 놀란 것은 대담하게 늘여 뺀 높은 C , 즉 남자에게서만 기

대할 수 있는 그 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일전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랜즈먼은 전에 메트로폴리탄에서 대

역으로 연주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오로지 귀로 그녀의 연

주를 듣기 전까지는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연주자인지 몰랐다. 장막

이 순수한 ‘순간포착’의 시간을만들어냈을때, 작은기적이 일어난

면견의 눈플 상으1션 시1 상이 바뀐다 I 323


셈이다.

그것은 우리가처음 2 초를신중하게 살필 때, 언제나가능했던 작

은 기적이었다. 그들은 그녀의 진면목을 본 것이다.

324 I
| 부록- 저자 말콤 글래드웰과의 인터뷰 |

“동양인들은 이미 《블링크》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2005년 10월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침석한 저자 말콤 글래드웰

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티펑 포인트&는 어떤 상품이 갑자기 뜨게 되는 과정에 대한 책으

로출간후전세계에큰반향을불러 일으켰습니다. (블링크@도올해초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라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

고요. (티펑 포인트l와 (블링크)는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십시오.

《티핑 포인트순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7}에 대한 책입니다. 어

떤 것에 대해 왜 , 어떻게 그들이 결심을 바꾸게 되는가, 어떤 생각이

집단을 움직이게 하는7에 대한 책입니다. 그에 비하면 《블링크》는

집단보다는 개인에 대해 훨 씬 더 관심을 가지고 쓴 책으로, 개인이

어떻게 판단을내리는가에 대한것입니다 개인과집단의 행동사이

부복 I 325
말콤글래드웰

에는일치점이 없지만, 개인이나집단의 행동모두우리가생각하는

것보다훨씬 더 강력하게, 훨씬 더 많이 주위 환경의 영호t을받습니

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의 판단은 우리 내부의 어떤 것과 관련이 있

다고 느껴왔죠. 그런데 그 두 권의 책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내

부의 요소보다는외부환경, 즉사회의 압력이나타인의 영향을받

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논리적 근거 를 가지고 행동을 결

정한다는 관점이 주위 환경의 지배를 받는 결과물이라는 관점으로

바뀐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동OJ문화권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서 OJ문화권

사람들보다 이러한 생각을 훨씬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미국

에선 우리가 외부의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고 설득하기가 어렵습

니다. 미국인들은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환상’ 을 훨씬 더 많이 가지

326 I
고 있어요. 동양인들은 이런 시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우

리의 행동이 주위 환경의 산물이라는 관점에 대해 훨씬 개방적이에

요. 그래서 - 제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이 두 권의 책

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블링크)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첫인상과 순간 판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 있습니다. 그 전엔 제 머리가 굉장히 짧았거든요. 제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하니, 경찰들이 검문을 위해 절 불러세우기 시작했습니

다. 한번은 제가 과속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저를 빙 둘러싸더

군요 경찰들이 저를 범죄자일 거라고 생각한 거죠 왜, 저 같이 생

긴 사진 있죠? (웃음) 제 모습 중 아주 작은 변화가 다른 사람에게

전혀 다른 순간 판단을 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머리 스타일

하나바꿨다고세상이 저를다르게 대하더군요. 그게 재미있다고생

각했어요. 이런 순간적인 판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순간적인 판단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매우

크게 의존하는 부분이니까요. 제가 머리를 부풀려 기르기로 결심한

이후로 세상이 절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던 그 당황스러웠던 경험

에서 이 책이 시작된 거죠.

jF ’+ I 327
(블링크&에서 말히는 순간적인 판단snap Judgment , 즉 “ blink"는 직감
lntuition괴는 어떻게 다른가요?

직감이라는 단어는 때로 ‘비이성적’ 결정이나 행동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죠. 직감은 감성이고, 굳건한 기반 위에 있지 않는 그냥 ‘느

낌’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이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생각’,


다시 말해 ‘직관적 사고’란 말을 더 좋아합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이

성적인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빠른 것이 덜 다듬어지거나 덜 이

성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죠. 순간의 미덕이라고나 할까요? 그


것은훨씬 빨리 많은것을사고하도록하는두뇌의 무의식 영역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무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강력한 진실이


라고말할수있습니다.

순간판단을잘하는방법은무엇입니까?

순간판단을잘하기 위한몇 가지 방법이 있죠. 첫째는판단에 필

요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무엇을하는지에 대한판단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의식을교


육시켜나가는 거죠. 계속해서 정보를 축적시키고, 축적시킨 정보와

경험을 빠른 속도로 사용해 보는 거죠. 훌륭한 축구 선수가 있다고

합시다. 그는 운동장에 뛰어 나가서 놀랄 만큼 빠른 시간 안에 정확

한판단을내립니다. 공을어디로찰건지, 어떻게 찰건지, 공을가

328 I
지고 어떻게 할 건지 등등. 그 사람들은 그게 가능해요 왜냐면 수

천, 수만 시간 동안 축구를 했으니까요. 즉, 스스로의 본능을 교육시

켜 온 거죠.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인 선수가 될 수 있죠.

축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빠르게 판단하기도 힘들고, 본능을 통

해 판단하는것도불가능합니다. 경험 없이 순간판맨 기대는건

매우 조심해야 할 사항입니다. 순간적인 판단은 어떤 분야에 있어서

특별한 전문성을 찌고 있어야만 하는 정말 특별한 것입니다.

또한 저는 본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쁘거나

잘못된 것들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말이죠. 그리고 이건 제가

책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인데, 장막 오디션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남

자들의 영역이던 오케스트라에 여성 연주자들이 채용되기 시작했습

니다 장막을 치면 심사위원은 오디션을 받는 사람들이 남자인지 여

부복 I 329
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 남녀차별주의처럼 우리의 판단을 흐리는 것

들을걷어낼 때, 사람들은여성이 연주하는진정한음악을들을수

있는 것입니다. 장막을 침으로써 판단을 방해하는 장막을 걷어낼 수

있고, 이것은 순간 판단의 효율성을 높여 줍니다.

판단을 잘하고 싶다면, 우리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환경

이 우리에게 주는 영호벼1 개입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확한 판단을

도와줄 흑기사가 저만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문제

가 되지 않습니다. 채용 면접을 할 때 어떻게 하죠? 어떻게 만나고,

누구를 만나고, 언제 만나고 하는 모든 사항들이 우리가 그 사람의

채용 여부를 결정짓는 데 강력한 영호t을 줍니다. 저는 우리가 이 문

제에 대해서 상당히 게을렀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라는 건 생각

하는 것이기도 하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죠. 좀 더 복잡한

얘기가되겠지만..

-15 분만 커플을 관찰하면 15 년 뒤에 계속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

을지, 이혼할지를알수있다고했는데 ..... .

누구나 15 분만 관찰하면 판단을 내릴 수 있어요.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30 년이 지나고 만나보면 어떤 사람들이 아직 같이 살고

있고, 어떤 사람들이 이혼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죠. 제가 되짚어

드리고 싶은 것은 많은 것을 빠른 시간 안에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람들의 행동에는 연속적인 패턴이 있죠. 그 패턴을 끄집어내면 아

주성공적인순간판단을할수있어요.

330 I
→블링크)는 출간 후 전 세계 사람들의 큰 반응을 얻었습니다. {블링

크〉의 영향으로 생긴 좋은 변화가 있습니까? 예를 들어 마케팅이라든지,

비즈니스부분에서요.

몇 가지가 있죠 마케팅 포커스 그룹의 모임에 가서 강연을 한 적

이 있습니다. 한국에도여러 가지 포커스그룹이 있죠?미국에는무

수히 많은 포커스 그룹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별로 좋은 것이라고

는 생각지 않아요. 일전에 마켓 리서치 관련자 모임에 가서 강연을

한 적이 있죠. 물론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광고 관련 종사자들이었

습니다. 거기 가서 그랬습니다. 이런 모임은 금지되어야 한다고. 그

러면 좀 더 나아질 거라고 말이죠. 그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어요.

그때는 기본적으로 적의가 있었어요. 이런 모임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결정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타락시키는 거라고 겨우 설득

을 했어요. 아마도 내 이야기가 그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포커스 그룹 모임에서, 이미 지신의 분

야에서 완전히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본능을 믿는 사람들에

게 불필요한 격려를 하고 있었죠. 마치 다리가 멀쩡한 사람에게 목

발을갖다주려고하는격이었습니다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시대에, 첫인상과 순간 판

단에대한책을집펼한이유는무엇입니까?

우리는 결론을 내릴 때 아주 짧은 시간에 많은 극적인 변화를 겪

부」쥬 331
습니다. 아주 중요한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기하급수적으

로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 멀티미디어나 인터넷

을 통해서 얻는 정보들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것이죠. 우리는 엄

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압니다. 멀티미디어

나인터넷을통해서 얻는정보들은우리가결정, 특히 순간판단을

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줍니다. 저는 책에서 지나친 정보 과잉으로

생기는 폐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우리는 산적

한 정보를 걸러내고 통제해 나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

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인터뷰번역 김진회

332 I
|감사의글|

몇 년 전, {블링크》에 칙수하기 전에 머리를길게 길렀다. 매우짧

고 고리타분하게 잘려 있던 머리였다 그런데 변덕이 나서 10 대 때

처럼 야성적으로 길러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아주 작

지만 의미심장하게 변했다. 전에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속

도위반 딱지를 받기 시작했다. 특별 검사를 받기 위해 공항 안전선

에서 끌려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맨해튼 중심부의 14 번가를 따라 걷고 있는데 경찰 밴이

보도에 서더니 경찰 셋이 뛰쳐나왔다. 강간범을 찾고 있는데 그들

말에 따르면 나하고 많이 닮았디는 거였다. 그들이 스케치와 인상착

의에 대한 메모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걸 본 뒤에 나는 강간범이 나

하고 전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능한 한 친절하게 지적했다.

그는 나보다 키가 훨씬 크고 체중도 한참 더 나가고 열다섯 살쯤

이나 젊 어 보였다(그리고 허망한 유머로, 인상 좋은 것으로 치면 더더

감사의 글 I 333
욱 딴판이라고 덧붙였다). 공통점이라고는 고수머리의 큰 머리통뿐

이었다.20분쯤 뒤에 경찰들은 마침내 내 의견에 동의하며 날 풀어


주었다.

물론 나는 큰 견지에서 이것이 극히 사소한 오해였음을 안다. 미


국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훨씬 더 큰 모욕을 다반사로 당한다.
그러나 충격적인 것은 내 경우 그 정형화가 얼마나 불가해하고 터무
니없는가였다. 피부색이나 나이나 키나 체중처럼 명확하게 드러나

는어떤 것이 아니라오로지 머리카락이라니. 내 머리카락에서 형성


된 첫인상의 무엇인가가 강간범을 추적할 때 다른 모든 고려사항을
배제해버린것이다.

거리에서의 그 에피소드는 나로 하여금 첫인상, 그 괴이한 힘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생각이 《블링크》로 이어졌다. 그러니 다른 모


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에 앞서 세 경찰에게 감사승}는 게 지
당할듯하다.

이제 진짜 감사의 글이다. {뉴요커 New Yorker}의 편집장 데이비드


렘닉 David Remnick은 매우 고맙게도, 그리고 느긋하게. {블링크》 작업을
하는 1 년 동안 내가 편안하게 잠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모든 사

람들이 데이비드처럼 훌륭하고 관대한 상사를 둔다면 그야말로 엄


청난 행운일 것이다. {티핑 포인트깨e Ti매ing Point}결 작업할 때 날 왕
자처럼 대해준 출판사 리틀브라운 little, Brown은 이번에도 고마운 모습
을 보여주었다. 마이클 피에시 Mic때 Pietsch. 제프 샌들러 Geoff Sha찌ler
헤더 페인Heather Fain . 그 중에서도 이 원고가 넌센스에서 의미 있는 글

로 상승할 수 있도록 능숙하고 사려 깊고 쾌활하게 이끌어준 빌 필

3341
립스Bill Phillips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나는 지금 몸을 숙여 내 첫아이

빌을부르고있다.

다음에 줄줄이 나열한 친구들이 다양한 장면들에서 원고를 읽고

귀한조언을해주었다. 사라리올 Sa때 Lyall , 로버트매크럼 R。∞πMcCrum ,

브루스 헤들램Bruce Headlam , 데보라 니들맨Deborah Needleman , 제이콤 워1 이


스버그 Jacob Weis생g 조 로젠펠드 Zoe R。똥nfeld , 찰스 랜돌프 Charles Ran뼈마 ,

제니퍼 워치텔 Jennifer Watch떼, 조시 리버슨Josh 뼈rson , 엘레인 블레어

티ain Blair , 타냐 사이먼Tanya Simon 이 그들이다. 에밀리 크롤 Er빼


를 위해 CEO 의 키 조사를 해주었고, 조슈아 아론슨Joshua Aron∞n과

조나단 스쿨러 Jonathan Sch∞ler는 마음 넓게 자신들의 전문 학술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보이의 멋진 직원들은 창가의 테이블

에서 긴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캐슬린 라이언 Kathleen

Lyon은 나를 내내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내 저자 사진을

찍어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작가 브루크 윌리엄스

Br∞ke Williams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특별한 감사를 받을 사람이 또 있다. 테리 마틴Terry Martin과 헨리 파

인더 Henry Fi뼈r는 《티핑 포인트》 때 그랬던 것처럼 초고를 읽고 나서

길고도 범상치 않은 비평을 써주었다. 그렇게 뛰어난 두 친구를 두

었다니 역시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 틀림없다. 수지 한센 Suzy Hansen과

비길 데 없는 파멜라 마살Pamela Marshall도 초점과 논지를 명확히 해 나

를 낭패와 오류에서 구해주었다 티나 베넷 Tina Ben빼으로 말하자면

그녀를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로지명하거나대통령에 출마시키거

나, 아니면 재치와 지성과 우아함을 살려 세계의 문제들을 책임지는

fμ}의 글 I 335
자리에 임명하라고 제안하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나는
더 이상 훌륭한 대리인을 옆에 두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어

머니 조이스와 아버지 그레이엄 글래드웰Joyce and Graham GI때well은 오


직 부모만이 해줄 수 있는 방식으로, 헌신과 정직과 애정으로 이 책
을 읽어주셨다. 그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336 I
|옮긴이의글|

모두가 세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면

순간의 선택이 장고 끝의 선택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한눈에 내린

결정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보다 더 탁월할 수 있다? 글래드웰의 도

발적인문제제기다.

어디에서 낚아온건지, 글래드웰은사방팔방에서 수많은사례들

을 끌어와 우리의 머리를 연타한다. 오랜 동안의 치밀한 분석 끝에

진품으로 간주된 고미술품이 한눈에 모조품으로 판별된다. 단 15 분

간의 대화 관찰로 결혼생활의 롱런 여부가 파악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짧은 대화 한 토막으혹 의사가 고소당할지 여부가 판명난다.

테니스 선수의 순간적인 서브 동작에서 더블폴트 여부가 감지된다.

온갖첨단장비와기술들을동원, 분석하여 구상한작전이 본능적인

판뺀1 일거에 무너진다. 신비한 레퍼토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

비밀은무엇일까?

직관에 따른 순간 판단, 실상은 우리가 늘 하는 거다. 사람을 처음

;(;{!O]9] ,t 337
만날 때나, 어느 곳에 처음 도착했을 때나,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때

나,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늘 순간적인 판단을 내린다. 문제는 그 순

간 판단이 정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눈썰미가 있다느니, 눈이 어둡다느니, 판단이 빠르다느니, 미

련 곰탱이 같다느니, 혜안이 있다느니 하는것들이 모두그와연관

된 말이다. 왜 어떤 사람은 빠르고 정확한 데 반해서 어떤 사람은 느

리고부정확한걸까?

글래드웰은 그 비밀의 근원을 파고든다. 설명은 간단치 않지만,

원리는 사실 단순하다. 가지치기와 정수 추출이다. 판단을 흐리는

쓸데없는 가지들은 가차없이 쳐내 버리고 핵심이 되는 요소들만 뽑

아내 일별하는 것이다. 그러면 직관이 가능해지고, 신과 같은 혜안

도가질수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모든 일을 순간 포착하여 판단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어찌 될까? 빠른 사람, 느린 사람, 큰 사람, 작은 사

람, 검은 사람, 흰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두뇌파와 노력파, 재

치파와 숙고파가 두루두루 엉켜 살며 일구어가는 곳이 인간세상일

진대, 질기고 느린 사람들이 설 땅은 어디일까? 세상이 그렇게 단순

명쾌하게 해석되고 그 처방도 분명해질 수 있는데, 세상은 늘 왜 이

다지도 복잡하고 사람들은 천차만별인 걸까?

거기에 순간포착의 이면이 있다. 웹시의 도전이 그좋은예다. 한

모금만 맛볼 경우에는 단맛의 랩시가 우세한데, 한 병을 다 마실 경

우에는사정은달라진다. 순간판뺀1 의존한코카콜라의 섣부른결

정은 회사의 미래를 망칠 뻔했다. 편견에 사로잡힌 경찰들의 순간

338 I
판단은 한 흑인 청년의 폼뚱이에 마흔한 발의 총알구멍을 냈다. 핵

심과 정수를 놓친 순간 판단은 위험하다.

그렇다면판단의 속도와정확성을겸비하는비결은?실햄F지 마

시라. 그것은 뼈를 깎는 노력과 숙고와 고뇌의 산물이다. 타인의 노

력을자신의 재산으로삼을수도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과타

인의노력의산물이다.

평범한 진리 아니냐고? 진리는 원래 평범한 데 있다. 널려 있는

진리의 자양분들을 누군가가 잘 모아서 정리, 분석해 놓으면, 그것

이 진리가 되는 거다. 글래드웰은 순간 포착과 판단, 직관의 힘을 분

명하게 인식하고 그 힘의 근원을 파악하고 그 한계를 적시하며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

는한수레분의 흥미진진한사례들은당신의 잠을빼앗으며 당신을

책 속으로 빨아들일 것이다. 글래드웰의 옹갖 사례들 속에 담긴 수

많은전문기들의 뼈를깎는노력, 그의 치밀한정리 분석 노력이 눈

깜짝할사이에 당신의 몸속으로흘러 들어와당신의 순간판단능력

을배 OJ=해줄것이다.

우리 모돼겐 숨겨진 능력이 있다. 사람과 세상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을 잘 배양하고 활용하는 이는 성공하고 그

러지 못하는 이는 고만고만한 삶을 산다. 자, 당신의 순간 판단은?

2005 년 10 월

대풍농원에서 이무열

;삶긴이의 끌 I 339
|잠고문헌|

들어가며 세상을 움직이는 2초의 힘

마골리스 (Margolis) 는 자신의 발견을 〈사이 언티픽 아메리칸 (Scientψc

America η)) 지에 당당하게 기사로 발표했다 Stanley V Margolis ,


‘ Authenticating An cient Marble Sculpture ," Scient띠c Americaη 260 , no , 6
0une 1989) ‘ 104- 110
쿠로스상이야기는여러 곳에서 언급되어 왔다 가장좋은기술은토머스하
벙 (Thomas Hoving) 저, False Impressions: Th e Hunt for Big Time Art Fakes

(London: An dre Deutsch , 1996 ) 의 제 18 장이다 아테네에서 쿠로스상을 본 미


술 전문가들에 관한 기록은 Th e Gretty Kouros Colloquium: Athens, 25-27
May 1992 (Malibu: J , Paul Getty Museum and Athens: Nicholas P
Goulandris Foundation Museum of Cycladic Art , 1993) 에 모아져 있다
Michael Ki mmelman “ Absolutely Real ? Absolutely Fake?" New York Times ,
August 4 , 1991 과 Marion True ‘A Kouros at the Getty Museum ," Burlingtoη
Magazine 119 , nO , 1006 (J anuary 198 7): 3-11 , George Ortiz
Connoisseurship a η dA η tiquity: Small Bronze Sculpture from th e
Ancieη t World (Malibu: J , Paul Getty Museum , 1990) , 275-278 , Robert
Steven Bianchi Saga of the Getty Kouros ," Archaeology 47 , no .3 (MayIJune
‘’

340 I
1994): 22-25 도 보라
빨간색과 파란색 카드 더미를 가지고 한 도박 실험은 Anthoine Bechara

Ganna Damasio Daniel Tranel and Antonio R. Damasio. “ Deciding

Advanrageously Before Knowing the Advantageous Strategy' Sceince


275 (February 199 7): 1293-1295 에 기술되어 있다 이 실험은 사실, 다양한 종
류의 흥미진진한 주제의 훌륭한 통로이다 더 알고 싶으면 안토니오 디마지오

(Antonio Damasio) 의 Descartes Erγor (New York: HarperCo Jlins. 1994) ‘


212 를보라

‘신속하고 간결하게’ 의 바탕이 되는 개념은 Gerd Gigernzer. Peter M. Todd

ABC Research Group. Simple Heuristics Th at Make Us Smarτ (New York


Oxford U niversi ry Press. 1999) 에서 찾아볼수 있다.
적응 무의식에 관해서 폭넓게 사고하고 우리들 마음 속의 ‘컴퓨터’ 에 대해 가

장알기 쉽게 기술해온사람은심리학자티모시 윌슨 (Timothy Wilson) 이다 나

는 그의 훌륭한 저술‘ Str,αηgers to Ourselves discovering the Adaptiνe

UηconsclOμs(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ry Press ‘ 2002) 에 큰 빚을


졌다 윌슨은 또 아이오와의 도박 실험에 관해서도 꽤 길게 논한다

엠버디 (Ambady) 의 교수들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는 Nalini Ambady and

Rovert Rosenthal ‘ Half a Minute: Predicring Teacher Evaluations from Thin


Slices of Nonverbal Behavior and Physical Attractiveness:' journal 01
Personaliηaηd Social Psychology 64. no. 3 (1 993): 431 -441 을보라

1 장 한 조각 지식으로 천리 내다보기

존 고트먼 Qohn Gottman)은 결혼생활과 관계에 관한 폭넓은 글을 써왔다

개요를 보려면 www.gottman . com을 보라 가장 앓은 조각에 대해서는 Sybil

Carrere and john Gottman. ‘ Predicting Divorce Am ong Newlyweds from the
fìrsr Three Minutes of a Marital Conflict Discussion:' Family Process 38. no .3
(1 999): 293-301 을 보라
www . nigelwest.com 에서 니즐 웨스트(Nigel West) 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구

할수있다

잔고운힌 1 341
결혼카운슬러나심리학지들이 결혼의 미래를정확하게 판단할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Rachel Ebling and Robert W Levenson , ‘ Who Are the Marital
ExpertsT journal 0/ Marriage aηdFamψ 65 , no.1 (February 2003): 130-
142를보라.

침실 연구에 관해서는 5amuel D. Gosling , 5ei Jin Ko , et 상 .. ‘ A Room with


a Cue: Personaliry Judgments Based on Offìces and Bedrooms ," journal 0/
Peηoη alityaη d Social Psychology 82 , no .3 (2002) : 379 -3 98 을보라
의료사고 소송과 의사들 문제에 대해서는 버클리 라이스 (Berkeley Rice)의 제
프리 앨런 Q effrey AJlen)과 앨리스 버킨 (AJice Burkin) 인터뷰, ‘ How Plaintiffs'

Lawyers Pick Their Targets , Medical Ecoη omics (April 24 ‘ 2000); Wendy
Levinson et al. , ''p hysician- Patient Communication: The Relationship with
Malpractice Claims Among Primary Care Physi --c ians and 5urgeons ," journal
0/ the Medical Associαttoη 277 , no .7 (1 997): 552-559 와 Nalini Am bady et
al “ Surgeons" Tone of Voice: A Cl ue to Malpractice History ," Surgeη 132 ,
no.1 (2002): 5 -9를 보라

2장순간적인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베렌슨 (Berenson) 등에 관한 하빙 (Hoving) 의 설명에 대해서는 False


lmpressioηs: Th e Hμη t 0/ Big Time Art Fakes (London ‘ Andre Deutsch
1996) , 19-20 을 보라

뒤죽박죽 문장 테스트에 관해서는 Thomas K. 5rull and Robert 5. Wyer ,


''r he Role of Category Accessibility in the Interpretation of Information About
Persons: 50me Determinants and Implications ," jourηα lo/Peηoη alityaηd
Social Psychology 37 (1 979): 1660-1672 를 보라

존 바그 Qohn Bargh) 의 흥미진진한 연구는 John A. Bargh , Mark Chen , and

Lara Burrows “ Automaticity of 50cial Behavior: Direct Effects of Trait


Construct and 5tereotype Activation on Action ," journal 0/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1 , no.2 (1996): 230-244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시한 추적’ 연구에 관해서는 Ap Dijksterhuis and Ad van Kn ippenberg ,

342 I
The Relation Between Perception and Behavior , or How to Win a Game of
Trivial Pursuit , jourηα 10/ Perso ηα lityaη d Social Psychology 74 , no ,
4(1998) : 865 을보라
흑백 테스트 결과와 인종 사전주입에 관한 연구는 클로드 스틸 (Claude

Steele)과 조슈아 아론슨 Qoshua aronson) 의 ‘’Stereorype Threat and Intellectual


T esr Performance of African Am ericans ," journal 0/ Personalμyaη d Social
Psychology 69 , no , 5 (1 995): 797-811 에 나와 있다
도박에 관한 연구들은 안토니오 다마지오 (Antonio Damasi 이의 걸작,

Desc r1 es’ Eη’or: Emotion, Reasoη, and the Human Brain (New York:
HarperCollins , 1994) ‘ 193 에 수록돼 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L!.^} 히는 인간의 욕구에 대한 기술로 가장 유명

한 것은 1970 년대의 리처드 니스뱃(Ri chard Nisbett)과 티모시 윌슨 (Timothy

Wilson) 의 저술이다 그들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예측의 관점과 조절에 관한

주관적 감정에서 우리가 그런 접근을 한다고 믿는 것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럽

다 어떤 사람의 삶의 발자취와 인식 과정이 이루어질 당시에 존재하는 자극을

잘 아는 외부자보다. 자신의 마음의 작용에 관한 특정한 지식이 더 많지 않은 사

람은 없다고 믿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Ri chard E , Nisbett and Timorhy D ,


Wilson , 'ìelling More Than We Can Know ’ Verbal Reporrs on Mental
Processes ," Pνchological Reαew 84 , no .3 (1 977): 231 -259 를 보라
흔들리는 맛줄 실험에 관해서는 Norman R , F , Maier “ Reasoning in
Humans : II. The Solurion of Problem and Irs Appearance in Consciousness ,
journal o/Comparative Psychology 12 (1 931): 181-194 를 보라

3장 우리는 왜 키 크고 잘생긴 남자에게 브!<5~는가

워 렌 하딩 (Warren Harding) 에 관해서는 탁월한 책들이 많다 몇 권을 들자연

다음과 같다 Francis Russell , Tb e Shadolν 0/ Blooming Grove: Warren G


Hardiηg in His Ti me (New York: McGraw-Hill , 1968); Mark Sullivan , Our
Ti mes: Tb e United States 1900-1925 , vol 6 The Twenries(New York

Charles Scribner’ s Sons , 1935) . 16; Har깨 M , Daugherry , Tb e lnside Story 0/

잠고운헌 343
the Harding Tragedy (New York: Ayer , 1960); and Andrew Sinclair ‘ Th e
Aαlil,α b/eMιη Th e Life Behind the Masks c!l Warγ'(!n C.ι maliel Hardiηg

(New York: Macmillan , 1965)

IAT에 대해서 더 알고 싶으면 Anthony G , Greenwald , Debbie E , McGhee ‘

and jordan L K Schwartz “ Measuring lndividual Differences In Implicit


,

Cognition: The lmplicit As sociation Test:joumal ofpeηonality and Social


Psychology74 , no , 6 (1 998): 1464-1480 을 보라

키 문제를 탁월하게 다룬 책으로는 Nancy Etcoff , Survival ofthe Prettiest


Th e Science of Beauty (N ew York: Random House , 1999 ), 172를 보라
키-급료 연구는 Timothy A , Judge and Daniel M , Cable , ‘ The Effect of

Physical Height on Workplace Success and lncome: Preliminary Test of a

Theoretical Model ," joumal of Applied Psychology 89 , no , 3 aune 2004):


428-441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카고의 자동차 대리점 연구에 대한 설명은 Ian Ayres , Pervasive Prejudice?
uηconveη t10ηal Evideη ce of Race αηdGeη der Discrimiηαtion (Chicago:

Universiry of Chicago Press , 2001) 에 나와 있다-


당신이 선입견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증거로는 Nilanjana Dasgupta and

An thony G. Greenwald “ On the Malleabiliry of Automatic Attiτudes : Com-


bating Automatic Prejudice with Images of Admired and Disliked Individuals ,
jour,ηα lofPeηonalitya ηd Sociα 1 Psychology 81 , no. 5 (2001): 800-814 를

보라. 유사한 결과를 입증해 보인 다른 연구도 많다 Irene V Blair et al"


'lmagining Stereorypes Away : The Moderation of Implicit Stereorypes Through
Mental Imagery ," jou rηα 1 of Persoηalitya ηd Social Psychology 81 , no ,

5 (200 1): 828-841; 그리 고 Brian S. Lowery 와 Curris D. Hardin "Social


Influence Effects on Automatic Ra cial Prejudice ," joumal of Peηoηalityand
Social Psychology 81 , no , 5 (2001): 842-855 와 같은 것들이다

4장 생ζh하기 위해 멈춰 서지 말라

청팀의 전투 철학에 관한 홀륭한 설명은 William A , Owens , Lifting the Fog

344 I
0/\ναr (New York: farrar , Straus , 2000 l. 11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의사결정에 관한 클라인(K1ein) 의 걸작은 Sources 0/ P01νer (Cambridge ,


Mass.: MIT Press , 1998) 이다
즉홍극의 규칙에 관해서는 Keith Johnstone , Jmpro: Jmprovisαtìoη and the
Theιtre (New York: Theatre Arts Books , 1979) 를 보라

논리 퍼즐에 관해서는 Chad S. Dodson , Marcia K. J 이lnsom , and Jonathan


W Schooler , “ The Verbal Overshadowing Effect: Wh y Descriptions Impair
Face Recognition ," Memory&Cognition 25 ‘ no.2 (1 997): 129-139를 보라
‘언어의 그늘. 에 관해서는 Jonathan W. Schooler , Stellan 0삐sson , and Kevin

brooks “ Thought Beyond Words: Wh en Language Overshadows Insight ,"


joumalo/E.'xjμ꺼mentalps)ιhology 122 , no. 2 (1 993): 166-183 을 보라
소방관과 그 밖의 이야기들은 ‘'T he Power of Intuition ," chap. 4 in Gary
K1 ein' s Sources 0/ POlν'er(Cambridge. Mass:MIT Press ‘ 1998) 에 거론돼 있다
레일리 (Reilly) 의 연구에 대해서는 Brendan M Reilly , Arthur T. Evans ,
J effrey J. Schaider , and Yue Wang , “ Triage of Patients with Chest Pain in the
Emergency Department: A Comparative study of Physician' s Decisions ,
Ameηcaη joumal 0/ Medicine 112 (2002): 95-103 과 Brendan Reilly et al. ,
‘ ìmpact of a Clinical Decision Rule on Hospital Triage of Patients with
Suspected Acute Cardiac Ischemia in the Emergency Department ," joumal 0/
the Ameηcan Medical Associαtion 288 (2002) ‘ 342--3 50 을 보라

골드만 (Goldman) 은 자신의 알고리즘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썼다 Lee

Goldman rt al ‘ ’ A Computer-Derived Protocol to Ai d in the Diagnosis of


Emergency Room Patients With Acute Cheat Pain." New Eη~gland joumal 0/
Mediciηe ,
307 no . 10 (1982): 588-596; and Lee Goldman et a r., ‘ Prediction
of the Need for Intensive Care in Patients Who Come to Emergency
Departments with Acute Chest Pain New Eηgland journal 0/ Medicine
334 , no. 23 (1 996) ’ 1498-1504 와 같은 것들이 있다
성별과 인종에 대한 숙고로는 Kevin Schulman et al ‘'Effect of Race and
Sex on Physicians ’ Recommendations for Cardiac Catheterization ," Neω

침고문힌 I 345
Eη!glaη d joumal 0/Medicine 340 , no , 8 (I 999): 618 -ti 26 을 보라
오스캄프 (Oskamp)의 유명한 연구는 Sruarr Oskamp ‘ “Overτonfidence in
Care Study ]udgments ," jou r.η al 0/ Consulting Psychology 29 , no. 3 (I 965):
261-265 에 기술되어 있다.

5장케나의 딜레마

달라지는 음악 산업에 관해서는 많은 글이 씌어져왔다, 다음 기사가 도움이


된다 La ura M. Holson , ''With By-t he-Numbers Ra dio , Requests Are a Dying
Breed ," Nezν York Ti mes , J 비y , 11 , 2002 ,
닥 모리스 (Dick Morris) 의 회고록은 Behind the 0νal OjJice: Getting

Reelected Agaiηst AII Odds (Los An gless: Renaissance Books , 1999) 이다

코카콜라 스토리 를 가장 잘 이야기하고 있는 책으로는 Thomas Oliver , 7b e


Real Coke, 7b e Real Stoη (New York: Ra ndom House , 1986) 을 보라
체스킨 (Cheskin) 에 관해서 더 알려면 Thomas Hine , 7b e Total Package

7b e Secret Histoη aηd Hidden Me,αη ings 0/ Boxes, Bottles, Cans, a ηd

Other Persuasive Containers (New York: Lmle Brown , 1995) 와 Louis


Cheskin and L. B , Ward , 'lndirect Approach to Market Reactions ," Harvard
Business Reα'ew (September 1948) 을 보라

생리 베들(스미스, Sally Bedell[Smith]) 이 쓴 실버만 (Silverman) 전기는 [ψ


the Tube: Pη me- η me TV in the Silverman Years (New York: Viking ,
1981) 이다

시빌 (Civille) 과 헤일먼 (Heylmun)의 맛보기 방법에 관해서는 Gail Vance

Civille and Brenda G . Lyon ‘ Aroma and Flaνor Lexicon /0 1' Seηsory
Evaluation (West Conshohocken , Pa.: American Society for Testing and
Matenal 1996) 과 Morren Meilgaard , Gail Vance Ci ville , B , Thomas Carr

Senso η Evι luatio η Techniques , 3rd ed. (Boca Raton , Fla. ‘ CRC Press
1999) 에 더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챔 시식에 관해서 더 알려면 Timothy Wilson and Jonathan Schooler ,


''r hinking Too Much: Introspection Can Reduce the Quali <y of Preferences

346 I
and Decisions:' jourηal of Perso η ailty and Social Psychology 60 , no , 2
(1 991): 181-192 와 “'Strawberry Jams and Preserves ," Consumer Reports ,
August 1985 , 487-489를 보라

6장브롱크스의 7초

마음을 읽는 사람들에 관해서 더 알고 싶으면 Pa비 Ekman Telling Lies


Clues to Deceit in the Markeφlace, Politics, aη d Marriα!ge (New York:

Norton , 1995) 와 Frirz Strack , ‘ lnhibiting and Facilitating Conditions of the


Human Smile: A Nonobtrusive Test of the Facial Feedback Hyporhesis ,
joumal of Personality α nd Social Psychology 54 , no , 5 (1 988): 768-777 ,
Pa미 Ekman and Wallace V. Friesen , Facial Action Coding System , pa η 1 and
2 (San Francisco: Human Interaction Laboratory , Dept. of Psychiatry ,
University ofCalifornia , 1978) 을 보라
클린 (KJin) 은 〈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Who' s Afrα id o}’ Virginia
Woolf?)를 활용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 많은 기사를 써왔다 가장 포괄적인 글은
아마도 Am i KJin , Warren Jones , Robert Schultz Fred Volkmar , and Donald
Cohen , "Defìning and Quantifying the Social Phenotype in Aurism
Americaη jourηal of Psychiatη 159 (2002): 895 -9 08 일 것이다

마음 읽기에 관해서는 또 Robert T. Sch비 rz et al “Abnormal Ventral


Temporal Cortical Activity During Face Discrimination Among Individuals
with Autism and As perger’ s Syndrome ," Archiνes ofGeηeral Psychiatry 57
(April 2000)도 보라
데이브 그로스만 (Dave Grossman) 의 훌륭한 비디오 시리즈는 The
Bulletproof Mind. Prevailing in Violeηt Encouηters ... and Afte냄+ 불린다
총을 쏘는 경찰들에 관한 이야기는 데이비드 클링거 (David KJinger)의 탁월

한 책 , lnto the Kill Zoη e: A Cop s Eye Vielν of Deadly Force (San
F rancisco : J ossey-Bass ‘ 2004) 에서 발훼했다.
인종적 편견과 총을 탐구해온 연구들을 많은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B
Keith Payne , Al an J. La mbert , and La rry L. Jacoby , ’Best-Laid Plans ’ Effects of

?!고문헌 I 347
Goals on Accessibi lir y Bias and Cognirive Conrrol In Race-Based
Misperceprions of Weapons ‘ journalojEχ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8
(2002) ‘ 384-396 , Al an J. Lamberr , B. Keirh Payne , Larry L. Jacoby , Lara M.
Shaffer er al “ Srereorypes as Dominanr Responses ’ On rhe ’Social

Facia \i rarion ’ of Prejudice in Anricipared Public Conrexrs" Journal of


Personaliry and Social Psychology 84 ‘ no. 2 (2003): 277-295; Keirh Payne ,
'Prejudice and Perceprion: The roll of Auromaric and Conrrolled Processes in
Misperceiving a Weapon' journal oj Personality aηd Social Psychology 81 ,
no. 2 (2001) 182-192. Anrhomy Greenwald , ''rargers of Discriminarion
Effecrs of Race in Responses ro Weapons Holders ," journal oj Experimentιl
Sociα I Psychology 39 (2003): 399 -4 05; Joshua Correl , Bernaderre Park
Charles Judd , and Bernd Wirrenbrink “ The Police Officer’ s Dilemma
journal oj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 (2002): 1314-1329 다 이

연구는 모호한 위치에 출현하는 백인과 흑인을 향해 총을 쏠 건지 말 건지를 플레

이어가 결정해야 하는 비디오게임이다. hrrp:/ /psych .colorado .edu/%7ejcorrel l/

rpod/hrml로 들어가 한번 해보라 정신이 번쩍 든다

마음 읽는 법 익히기에 관해서는 Nancy L. Ercoff , Paul Ekman Li e

Derecrion and Language Comprehension ," Nature 405 (May 11. 2000) 을 보라
2 인조 순찰에 관해서는 Carlene W t!son Research on 0η e-a ηd Two-
Perso η Patrols: Distinguishing Facl From Ficlion (Sourh Ausrralia:
Ausrralasian Cenrre for Policing Research ‘ 1991) 과 Scorr H. Decker and Al len
E. Wagner , ‘'r he Impacr of Parrol Sraffing on Police-Cirizen Injuries and
Disposirions ‘ "journal ojCriminaljustice 10 (1 982): 375-382 를 보라

7장 편견의 눈을 감으면 세상이 바뀐다

코난트 (Conanr) 에 관한 최고의 기록은 코난트의 남편 , 윌리엄 오스본

(W illiam Osborne) 이 쓴 ‘、'ou Sound like a Ladies Orchesrra." 이다 그들의 웹


사이트 www .osborneτonanr .org!l adies .hrm 에서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계의 변화들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들이 특히 유용하다 Evelyn

348 I
Chadwick , 'Of Music and Men ," 7b e Strad (December 1997): 1324-1329;
Claudia Goldin and Cecilia Rouse 'Orchestrating Impartialiry: The Impacr of
Blind' Audirions on Female Musicians." Ameηcaη Ecoηomic Revielν 90
nO , 4 (Seprember 2000): 715-741; Bernard Holland , “Th e Fair , New World
of Orchesrra Audirions ," Nelι York Times , January 11 , 1981 ,

참고분헌 I 349
KI신서 733

블링크-첫 2초의 힘

지은이!말콩글래드웰
옮긴이 l 이무열
김수|황S멘
해저11 공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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