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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Journal of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Vol. 68 No.

2 (2022) 449-75
DOI: 10.15794/jell.2022.68.2.011

The Perception of Time in Bleak House:


The Effect of “Memory-Images” on the Present* 1

Jeong-mi Kim
(Chonnam National University)

ABSTRACT: This paper explores the perception of time on the effect of “memory-Images” on the
present in Charles Dickens’s ninth novel, Bleak House based on the theory of time by Augustine.
In Augustine’s analysis of the nature of time, he says the relation between past and present is one
of coexistence rather than succession. Based upon this notion, I will examine the past and the
present of various characters to explore how the past that has furtively kept restraining their lives
from leaping openly into the present. Furthermore, I will analyze how the past that entered the
present affects the lives of individuals’ present. Also, this paper discusses how those characters
come to extricate themselves from the menacing past and then discusses what kinds of resolution
Dickens offers for their problems. Dickens divides the characters harassed by the past into three
groups. The first group includes those who do not accept their present situation but merely adhere
to the incidents that had occurred to them in the past. As a result, they have no present life.
People of the second group stick to their present obstinately hiding their unpleasant pasts. This
results in a void and hollow present. Lastly, the third comprises those who also suffer from a
haunting past that resulted in self-depreciation and self-fragmentation. Nevertheless, they attempt
to come to terms with the painful memories cropping up constantly in their minds so that they
may eventually get over the traumatic past and recover stability in their lives.

Key Words: Bleak House, Charles Dickens, Perception of Time, Past, Memory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19S1A5B5A07105310).



Copyright 2022 EL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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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erly cited.
450 김 정 미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

—“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김 정 미
I. 서론
풀레(Georges 에 의하면, 중세 기독교인에게 “자신의 실존감”(the
Poulet)
sense of his existence)은 “자신의 존속감”(a sense of his continuance)을 앞서지
않았다(3). 그는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그 자신을 생각하기 위해 현재
에 살고 있는 그 자신을 먼저 발견할 필요가 없었다. 반대로 그에게는 그가 존재한
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기독교인들은
시간을 그의 육체를 흘러넘쳐서 영혼을 관통하는 강물로 느꼈고, 시간은 그들을 신
에게로 운반해 주었다. 그러나 르네상스기를 거쳐 근대에 들어오면서 시간은 인간
에게 전적으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제 개인의 고립을 발견한다. 영
원한 관계 속에 모든 생물체들이 정렬되었던 중세기의 조직체계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 생성 안”(within the cosmic becoming)에서의 “자발적인 상호교류
감”(feling of spontaneous intercommunication)은 사라졌다(Poulet 13). 신은 더
는 세상의 지배자가 아니었고 “복원자”(restorer)는 더욱 아니었다(Poulet 19). 이
제 인간은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그 자신을 생각하기 위해 현재에 살고
있는 그 자신을 먼저 발견해야만 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빅토리아조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신의 죽음”(the death
of God)과 대면한다. “신의 절멸”(the anihilation of God)은 인간의 모든 것을 변
화시킨다(Miler, The Form 31).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1812-70)가 블릭
하우스(Bleak House [1852-53])를 연재하던 시대의 영국이 사회적인 면에서 귀
족사회의 한계성을 드러낸 시기라면, 정신적인 면에서는 과학의 발달과 사고의 전
환으로 정신적인 혼란을 겪던 때이다. 지질학의 발달은 지구의 역사를 수백만 년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 451

전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시간상으로 본 인간 존재를 축소시켰고, 천문학자들의


발견은 별의 거리에 대한 지식을 무한한 광역으로 확장시킴으로써 그동안 견지해
왔던 인류에 대한 시각을 뒤흔들었다. 또한 1846년에 엘리엇(George Eliot)이 예
수의 생애(The Life of Jesus)라는 번역물을 내놓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과학적
사고의 방식이 성서의 연구에도 적용되었다. 그리고 계속된 생물학의 진보는 진화
론을 발전시켰으며, 다윈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 [1859])은 인간의
위상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nothingness)로까지 더욱 축소 시켰다. 이러한 상황
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에게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
고, 그 결과 그들은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해 깊이 사색했다. 디킨스는 그런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시간을 소재로 삼았고, 한 개인의 과거가 그의 현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시켜 독자와 소통하고자 했다. 이런 의미에서
“소설의 전적인 내면 활동은 ‘다름 아닌 시간의 힘에 대항한 투쟁’(nothing but a
struggle against the power of time)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루카치
(Georg Lukács)의 주장은 공감을 갖게 한다(122).
디킨스를 둘러싼 이런 시대적인 배경은 그가 겪은 특수한 개인적인 환경과 더
불어 그로 하여금 시간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갖게 했는데, 디킨스가 어린 시절
“빈곤과 지위 격하”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인 포
스터(John Forster)가 찰스 디킨스의 생애(The Life of Charles Dickens
[1872-74])를 출간하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Allan 10). 어린 시절 그가 가
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 다녀야만 했던 사건들은 그의 정신
적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고, 그러한 그의 과거는 성인이 되어 작가로서 새롭게 인
생을 시작하는 그에게 피할 수 없는 짐이었고 정신적인 압박이었다. 1

디킨스는 전체적인 의미에서의 과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디킨스의 과거 개


념은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에 기인하는 것으로 그에게 있어 과거는 언제나 극복해
야 할 그 무엇이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은 디킨스의 많
은 글 속에 드러나 있는데 그가 항상 과거를 의식하고 과거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영향력에 시달렸다는 것은 그의 글에 유독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고 과거의 망령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이 입증해준다. 단적인 예로서 가
1그 시절에 디킨스가 겪었던 심리적 갈등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밝힌 바 있는 자서전적인
소설 데이비드 커퍼필드(David Copperfield)에 잘 나타나 있다.
452 김 정 미
장 널리 알려진 작품인 「크리스마스 캐롤」(“A Christmas Carol”)을 들 수 있다.
그 소설에 차례대로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유령들의 이름이 “과거 유령,” “현재 유
령,” “미래 유령”이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유령들의 방문을 받은 스크루지
(Ebenezer Scrooge)가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살 것이다”라고 두 차례
나 외치는 것을 보면(110, 111), 디킨스가 시간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고대로부터 시작해서 많은 철학자들이 시간의 본성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심
스(Karl Simms)에 따르면 시간에 관한 철학적 이론은 근본적으로 두 종류이다. 하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물리학(Physics)에서 도입하여 칸트가 발전시킨 “합리주
의적”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4세기 후반에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가 자신
의 고백록(Confessions)에서 처음으로 개진시킨 일명 “현상학적” 이론이다(81).
“시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보면 명료해진다. “만일 아무도 나에
게 [시간에 관한 정의를] 묻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264).
이러한 난제에 부딪혀 그는 신을 뮤즈로 삼아 시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간
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시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것의 반
대개념을 찾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시간에게는 영원이란 반대개념이 있다. 시간의
고유한 본성은 흐르는 것인데 영원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과거 속으로 흘러 들어
가지 않는다. 시간 속에서 과거는 항상 미래에 의해 쫒기고, 미래는 항상 과거의 발
꿈치를 따라간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는 다 영원한 현재 안에서 그것들의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다”(261-62). 그러나 문제는 현재이다. 현재는 외연을 가지지 않아
측정 불가능한 개념으로 단 한 순간도 포착할 수 없다. 우리가 현재를 분리해내려
는 순간 그것은 이미 과거 속에 들어가 있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할 때마다 지
금이라는 그 시간은 이미 지나간 것이 되어 버린다. 이런 논리를 따르자면 엄밀한
의미에서의 현재, 과거,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내린 결론은 “시간이란 어떤
확장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며” 그 확장은 “정신 자체(mind itself)의 확장이라는
것”이다(274).
위와 같은 시간개념을 바탕에 두고 본 논문은 디킨스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블
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을 분석해 보고, 그 인식을 토대로 특정 인물들의 과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 453

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조명해보겠다. 더 나아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


고 존재하는 과거가 개인들의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보고 각 개인의 과
거가 현재 속에 유입되는 방식과 그것에 대처해 나가는 자세에 따라 인물들의 삶을
나누겠다. 연후 각각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을 골라 그들의 현재와 과거의 관계 그
리고 과거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현재에 끼어드는지를 분석하고, 일단 그 모습을 드
러낸 과거가 현재를 잠식하는 과정을 고찰해 보겠다. 이 작업을 들뢰즈(Gilles
Deleuze)의 표현을 빌려 다시 부연하자면, 특정 인물들의 기억이 그들의 “현행적
현재”(present one) 안에 어떤 형태로 “재현전화”(represented)되었는지를 탐구하
고, 그 사건이 그들의 정신에 어떤 영상들을 남겨 그 결과 어떠한 현재를 만들어내
는지를 관찰해 보고자 한다. 더 나아가 오래전에 일어났던 과거가 다시 현재로 스며
들어와 그들의 현재가 되어 존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로 디킨스가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했는지를 연구하는 것을 이 글의 목적으
로 삼는다.

II. 기억의 종류와 블릭 하우스의 서술구조


우리가 과거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다가가는 곳은 기억의 영역이다. 기억은 자
신의 깊은 뿌리를 과거에 두고 있다. 베르그송(Henry Bergson)은 물질과 기억
(Matter and Memory)에서 우리에게는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두 가지 기억이 있다
고 한다. 하나는 습관과 관계된 기억으로서 “운동 기제들”(motor mechanisms) 속
에 존재하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기억”(memory-images)으로서 “독자적인 기억
들”(independent recollections) 속에 존재한다(78). 전자는 유기체 속에 고정되어
있어 우리를 현재적 상황에 적응하게 하는데, 그것은 기억이라기보다는 습관으로서
우리의 과거 경험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베르그송은 습관과 관계된 기억들에 대한
설명으로 어떤 것이 암기가 되는 과정을 예로 든다. 시를 암기하여 기억할 때, 우리
는 그것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단어와 단어들을 연결시킬 수 있고 마침내는 시 전체
를 기억하게 된다. 이런 방식은 습관이 가지는 특성들을 모두 갖는다(79). 습관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동일한 노력의 반복에 의해 획득된다. 그것은 걷거나 쓰는 습관
과 마찬가지로 기억에 새겨진다.
454 김 정 미
베르그송이 주장하는 또 다른 기억은 진정한 의미의 기억으로서 이 글에서 다
루려 하는 이미지-기억이다. 이 기억은 현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현재를 구성하
는 습관성 기억과는 달리 결정적인 과거 속으로 움직인다. 그것이 습관성 기억과
크게 다른 점은 그 이미지는 반복에 의해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며 전체기억
속에 단번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독서의 기억’으로 명명된 이 이미지-기억은 각각
고유한 개별성을 띤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과 비슷해서 생겨남에 따라 차례로 보존
되고 정렬되며, 각 사실에 그 위치를 남긴다. 이는 의 특성을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으로서 결코 반복될 수 없는 내 삶의 한 사건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본질상 하
나의 날짜를 지니며, 따라서 반복될 수 없다. 이후에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는 있
지만, 그 모든 일 들은 단지 원래 가진 본성을 변질시킬 뿐이다. 이 기억은 하나의
표상일 뿐이므로 우리가 우리 맘대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다(80-81).
블릭 하우스의 한 중심에는 개개의 인물들에게 이 이미지-기억을 형성하게
하는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있다. 하나는 유산상속을 둘러싸고 대법관청에서 벌어지
는 일들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 에스터(Esther Summerson)의 출생 비밀을 둘러
싸고 전개되는 일들이다. 이 사건들은 서사를 이끌어가는 두 명의 화자를 통해 전
개되는데, 하나는 전지적 3인칭 서술로 다른 하나는 1인칭 화자의 시각으로 서술된
다. 디킨스의 후기 작품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방대하고 구
성이 너무 복잡해서 그가 “마치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두세 편의 소설을 한꺼번에
쓰려 한 것같이 보인다”(Miller Charles Dickens 164)는 평을 받는다. 우선 장르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블릭 하우스는 서로 다른 세 가지의 형식을 띤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보자면 사회비판 소설(novel of social criticism)이며, 부분적으로는 개
인의 성장소설(Bildungsroman)이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이 소설은 탐정소설
(detective novel)의 성격을 띤다.
블릭 하우스의 서술구조와 시제는 시간에 대한 주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
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두 명의 화자는 각각 다른 시점과 시
제를 이용하여 서사를 진행한다. 삼인칭 화자는 현재시제를 사용하고 일인칭 화자
는 과거시제를 사용하는데, 그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리듬을 이루어 교차
한다. 이 중 현재시제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독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데, 이는
어떤 일이 현재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서술자도 아직 모른다는 점에
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감은 이미 결과가 나온 일을 편안한 마음으로 즐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55

길 수 있게 하는 과거시제가 만들어주는 분위기와 두드러지게 대조된다. 이런 이중


서술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해서 많은 연구들이 발표됐는데 그 중에서도 이
러한 흐름을 “맥박의 고동”(pulsation)에 비유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의 효과”(the
systole and diastole effect)로 표현한 하비(W. J. Harvey)의 연구(967)와, 이것을
더 확장시켜 상세히 설명한 모슬리(Merritt Moseley)의 연구(40)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또한, 이 두 명의 화자는 서로의 존재는 의식하고 있지만—3장의 시작 부분에
서 에스터는 자신이 맡은 부분을 시작한다고 말하고, 7장에서 삼인칭 화자는 화자
로서의 에스터 존재를 언급하고 있다—이들은 “서로를 모르는 체하면서”(Collins
12) 상대방이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한다. 두 화
자가 다루는 주제나 어투 또한 확연히 다른데, 예를 들자면, 소설의 첫 장에 먼저
등장하는 삼인칭 화자의 어조는 풍자적이고 훈계적인 반면,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
하는 일인칭 화자의 어조는 감성적이고 자기성찰적이다. 화자의 음성과 시각 면에
서 보더라도 삼인칭 서술기법은 화자가 자신이 서술하는 이야기와 다소 거리를 둔
채 때로는 음성만을 남겨 두는 반면 일인칭 서술은 시각과 음성을 항상 일치시킨
다. 음성만이 남겨졌을 때의 삼인칭 서술의 효과는 소설의 첫 장에 잘 나타나 있다.
동사 대신 “분사”(participles)를 사용한 소설의 첫 장면은 아무도 바라보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 렌즈만이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 점은 “관찰자
와 화자로 하여금 펼쳐지는 그 광경으로부터 더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게 한
다”(Miller, Charles Dickens 165).
위의 두 화자 중 1인칭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에스터의 서술이 이 장
에서 다루려 하는 과거의 한 사건을 중심축으로 해서 전개된다. 주인공 에스터의
출생 비밀에 관계된 이 사건은 반복되어 일어나지 않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
건과 연루된 사람들 각 각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시간이 흐름에도 희미해지지 않고
그들의 현재를 조종한다. 베르그송에 따르면 이미지-기억은 “생겨난 모습 그대로
존속하며 절대적으로 자족적이고, 그것이 동반하는 모든 지각들과 함께 우리 역사
의 한순간을 구성”한다(80). 에스터의 출생 사건도 그 사건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에게 일어난 사실 그대로 하나의 그림처럼 단번에 포착되어 그들의 의식에 존속하
며, 그들의 과거가 되어 그들 역사의 한순간을 장식한다.
화자로서의 에스터가 맡은 역할은 많은 비평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녀 서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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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능을 “어른의 특정 폭력이 어린아이의 마음에 가한 단기 또는 장기의 영향
에 대해 상세하게 연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즈워들링(Alex Zwerdling)은 “디킨
스 후기 소설의 심리적인 소재는 전지적인 화자에 의해서 묘사되고 해석되어지기
보다는, 인물이 그 자신을 직접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기법”이 필요했기에
(432), 디킨스가 에스터를 화자로 사용한 것이라 부연한다. 반면 콜린스(Philip
Collins)는 소설의 반을 젊은 여자가 서술하게 한 디킨스의 심적 동기에는 그의
“정당화된 자부심”(justified pride)이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134). 디킨스는 바로
전 소설인 데이비드 커퍼필드(David Copperfield)에서 처음으로 실제적인 일인
칭 서술을 시도했는데, 그것이 성공하자 이번에는 젊은 여성에게 일인칭 서술을 맡
기는 “과감한 예술적 시도”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즉 데이비드 커퍼필드에서의
일인칭 화자는 작가의 자기 분신적인 인물로서, 디킨스 자신이 겪은 경험들을 토대
로 만들어낸 젊은 남성 화자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성(gender)부터가 다르고, 또한
자신과는 아주 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는 여성 화자에게 서술을 맡게 함으로써, 자
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계기로 삼았다는 것이 콜린스의 평이다.

III. 이미지-기억이 현재로 투입되는 방법과 현재에 미치는 영향


블릭 하우스에는 과거의 한 사건이 이미지-기억되어 그들의 현재에 출몰함

으로써 괴롭힘을 당하는 세 부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결과 이 이미지-기억은
현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그들의 현재 삶을 피폐하게 하고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게 만든다. 베르그송의 말처럼 과거에 일어난 한 사건은 영상화되어 기억 속에
보존되고, 의식 속에서 재생되면서 실재와 꿈을 혼합시킨다(84). 그것은 또한 그들
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타났다 사라지며 삶의 질을 변질시킨다(85). 이러한 이 이
미지-기억의 활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세 가지의 현재’ 이론 중에 ‘과거 일들의
현재’라는 개념과도 상통한다. 그에 따르면 시간은 “과거 일들의 현재”(a present
of past things), “현재 일들의 현재”(a present of present things), 그리고 “미래
일들의 현재”(a present of future things)라고 분류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269). 그
가 펼치는 논리의 바닥에는 정신이 기억(memory), 지각(perception), 그리고 기대
(expectation)라는 세 가지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깔려있다. 정신이 이런 능력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57

들을 보유하고 있기에 우리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개념들을 상정할 수 있


다. 기억은 과거를 거들고, 직접적 인식은 현재를 그리고 기대는 미래와 연관 속에
서 작동해 나간다. 즉 기억은 과거의 일을 생각나게 하고, 지각은 스쳐 지나가는 현
재를 인식하게 하고, 기대는 다가올 어떤 일에 대해 상상하게 하는 능력들을 지닌
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우리가 기억하는 순간, 지각하는 순간, 그리
고 기대하는 순간들은 모두 그 자체로 현재라는 점을 피력한다. 과거와 미래가 어
디에 있든 그것들은 적어도 과거와 미래로 존재한다기보다 ‘세 가지의 현재’로서
존재할 것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과거를 정확하게 묘사할 때, 그것은 우리 기억으로부터 이끌어 낸 과
거의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기억-영상들에 기초를 둔 단어들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사실들]이 일어날 때, 그것들은 감각-인식에 의해 우리의 마
음에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나의 유년 시절은 역시 더
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 속에 있다. 그러나 그 시절들을 기억하고 묘사할 때,
내가 자신에게 그것들을 그려내는 것은 현재 안에서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의
그림은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현재이기 때문이다.
When we describe the past correctly, it is not past facts which are
drawn out of our memories but only words based on our
memory-pictures of those facts, because when they happened they left
an impression on our minds, by means of our sense-perception. My
own childhood, which no longer exists, is in past time, which also no
longer exists. But when I remember those days and describe them, it is
in the present that I picture them to myself, because their picture is still
present in my memory. (267)

시간이 흘러 어떤 것을 기억해낼 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일어난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이 당시에 정신에 남긴 인상들이라는 설명은 우리 일상의 경험이 증
명해준다. 그 인상들을 현재 안에서 그려내기에 그것은 다시 우리의 현재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아우구스티누스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다 현재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시간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현재는 단지 생성되는 것이
고,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들은 마음속 이외에는 어디에서도 찾
을 수가 없다.
458 김 정 미
블릭 하우스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들의 과거는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현재

로 돌아와 그들을 과거의 포로로 만들어 이들의 현재를 위협하는데, 디킨스는 이들
의 과거가 현재로 유입되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첫째는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그 사건이 정신 속에 굳어져 그 순간부터 아예 과거
가 현재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고, 둘째는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의 흔적이나
인물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홀연히 다시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묻어 놓았던 과거
가 다시 현재 속에 들어오는 것이고, 셋째는 어떤 상황 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순간
적으로 되살아남으로써 특정 과거가 그들 현재 속으로 간헐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유입되는 과거는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
라 각각 다른 현재를 만들어낸다. 하나는 과거의 어떤 순간에 삶을 고착시켜 현재
를 말살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습을 드러낸 과거를 억압하고 방치하며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과거와는 단절된 상
태의 현재를 살아가게 되는 경우들이다. 이 마지막 부류들은 자유의지로 과거에 고
착되거나 과거를 부정한 것이 아니기에 기억 속에 시시각각 출몰하는 그 과거를 현
재와 연결시켜 안정된 삶을 찾아가게 된다. 그럼 먼저 과거의 삶 속에 어떤 커다란
사건이 발생해 그들 현재의 삶을 정지시켜버린 첫 번째의 경우를 살펴본다. 이들은
자진해서 자신들의 삶을 과거에 고착시킴으로써 그들의 현재를 거부한다. 현재가
없는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때 이른 죽음뿐이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그런 삶을
사는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스 바바리(Miss Barbary)와 니모(Nemo)가 있는데 과거
에 갇혀 현재를 영위하지 못하는 그들의 삶의 방식과 과거를 대하는 자세는 중복되
는 점이 많아 여기서는 바바리의 경우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2

디킨스는 어떤 사건의 이미지-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해 현재를 아예 잠식시켜버


린 경우를 보여주기 위해 바바리라는 인물을 설정한다.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로
2 니모는 3인칭 화자가 진행하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로서, 바바리의 경우처럼 과거의 한 사건
에 갇혀 현재를 부정하고 정지된 채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인물이다. 바바리가 신앙에 의지해 현재의 부
재가 만들어내는 허탈감을 막아보려 한다면 니모는 아편에 의지해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 보려 한다.
그가 이 소설에 실질적으로 등장한 것은 10장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 단 한 번이지만, 시신이 발견
되었을 때의 상태로부터 그의 과거를 역추적해 나가는 방법으로 그의 삶을 파헤쳐 볼 수 있다. 그가 자
신의 이름마저도 없애버리고, “그 누구도 아닌 자”(nobody)라는 이름을 택한 것과 아편 과다복용으로
삶을 마쳤다는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그 또한 바바리처럼 과거의 사건에 사로잡혀 현재가 부재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59

인해 자신의 현재를 포기하는 그녀의 삶은 현재의 부재를 발생시킨다. 과거의 어떤


순간에 고착되어 앞으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그녀의 생활 태도는
자신의 삶을 극단으로 모는 결과를 낳는 것은 물론이며 한 아이의 성장발달에도 심
각한 정신적인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바바리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상세히 서술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방법은 3인칭
화자의 객관적인 서술과 1인칭 화자의 주관적인 서술을 통해서이다.
자신의 여동생이 사생아를 낳자, 그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정지시켜 버린 바바
리는 인간의 도덕적 타락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
을 중단한다. 자신의 여동생이 치욕의 징표를 세상에 내보내는 순간부터 그녀의 현
재는 멈추어 버려 그녀의 몸은 현재에 존재하지만, 정신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
태이다. 결혼도 하지 않은 자기 동생이 아이를 낳아 사회에서 금기시하는 도덕적인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도저히 그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이며 죄였다. 타인의
과거를 자신의 과거로 만들어 현재를 구속시키는 그녀의 삶은 이미 정신적으로 사
형선고를 받은 것으로서, 고통이 끝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에 비유될 수 있
다. 이와 같은 바바리의 삶의 방식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에스터의 삶에 크게 영향
을 미치는데, 이는 한 개인의 행동이 그가 사라진 뒤에도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타인의 현재가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시간은 단지 정신의 확장일 뿐이다. 그는 시간이 기
억과 사유에 의한 확장을 통해 우리의 정신 속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우
리의 정신이라는 영역은 과거가 현재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미래가 이미 들어와서
함께 놓여 있는 장소이다. 그리하여 과거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한없이 연장될 수
있고 현재와 공존한다. 그러나 바바리의 경우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공존하는 상태
가 아니라 과거가 현재를 잠식시켜 현재의 부재 상태를 만든다. 과거에 그녀 주변
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의 이미지-기억은 아주 막강해서 그녀의 정신세계에는 현재
의 삶이 끼어들 공간이 없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에 고착되어 살아가는 바바리의 상태는,
어느 날 저녁 시간 후 함께 난로 앞에 앉아있던 시간을 묘사한 에스터의 서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적막 속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에스터가 고개를 들어 바
바리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에스터, 이 어린 것아, 네 생일이 없었더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의미의 표정을 읽었다고 전한
460 김 정 미
다. 이 서술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적막과 똑딱거리는 시계 소리, 그리고 난로
3

불타는 소리의 묘사로 인해 더 확대되어 느껴지는데, 이 숨 막히게 하는 적막함 속


에서는 어린아이의 순수함도, 인간의 희망도 현재의 삶도 모두 질식해 버리는 듯
하다.
바바리의 정신은 온통 과거의 죄와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의 이 같은
도덕 관념은 당시의 “복음 교회”(Evangelical Church), 혹은 “저교회”(Low
Church)라고 불렸던 신앙과 관계가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인간 본성의 타
락”(corruption of human nature)과 “속죄의 효능”(efficacy of atonement)을 강조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Brown 46-47), 바바리가 추구하는 바가 바로 이런 것들이
다. 인간은 기독교적 시각으로 보자면 모두가 원죄를 갖고 태어났다. 그 중에도 여
성은 이브의 타락으로 인해 그 죄의 원천이 된다. 이브의 죄는 여성들에게 확장되
어 모든 여성의 과거가 된다. 바바리에게 동생의 도덕적 타락은 이브의 타락에 버
금가는 것이다. 그 죄는 너무 커서 누군가가 대신 속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스
도가 인간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졌듯이 누군가는 동생을 위하여 속죄의 십자가를
대신 져야 한다. 디킨스는 이 종교적인 원죄설을 바바리의 삶 속에 투영시켜 바바
리로 하여금 동생을 대신해 고행을 자처하게 하고 순교자의 길을 걷게 만든다. 그
녀가 쓰러지면서 외친 “그러므로 경계하라! 그가 홀연히 나타나서 자고 있는 너를
발견하지 않도록. . . 경계하라!”라는 성경 구절은 그녀 삶의 좌우명이었다(21). 그
녀는 “매주 일요일마다 세 번씩 교회에 가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아침 기도
에 참석하고, 강연이 있을 때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사람”으로 그녀에게 종교 생활
은 삶 그 자체이다(17). 또한 에스터로 하여금 “매일 밤 9시에 큰 소리로 성경을
읽게 하며 항상 얼굴을 찡그리고 다니는” 바바리의 삶은 수도자의 고행 그 이상이
다(20).
과거에 고착된 바바리의 삶은 단편적인 에스터의 기억을 통해서 드러난다. 바
바리가 죽음을 맞이한 그 날의 상황을 보면 그녀가 끝내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죄의식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그녀에게 돌을 던지게 하라”라는 성경 구절을 듣던 중 홀연히 일어나 쓰러진
대모의 삶은 그녀가 죽음의 순간까지도 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3 Charles Dickens, Bleak House (London: Norton, 1977) 19. 앞으로 이 책에서의 인용은 본문에
쪽수만 표기한다.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 461

(21).프랭크(Lawrence Frank)는 이 돌연한 죽음의 근본 원인을 에스터가 보낸


“침묵의 비난”(muted accusation)이라고 주장한다(103). 디킨스가 이 부분을 쓰면
서 그가 만들어낸 인물이 겪는 심리적 고뇌를 충분히 인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
다. 어린 에스터의 비난에 찬 눈빛이 바바리를 죽게 했는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지
나친 죄의식이 그녀를 죽게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바바리가 죽어가면서
예수의 재림을 암시하는 성경 구절을 반복해서 읊조렸다는 것은 그녀가 평소에 어
떤 생각을 하며 살았었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그림자에 갇혀 현재와 미래를 직시하지 못하는 바바리의 정신 상태는
이 소설 첫 장에 묘사된 안개 낀 장면과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안개 낀 상태에서
우리가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것처럼, 과거의 사로잡혀 어두운 세계에 갇혀 있는
그녀도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파악할 분별력이 없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하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마저도 상실해버린 세계 속에 갇혀 있는 그녀의
상황은 바로 블릭 하우스의 세계와도 유사하다. 블릭 하우스의 세계는 “말의
의미조차도 퇴락해 버린 그런 세계”이다(Cockshut 960).
이미지-기억이 현재를 사로잡아 현재의 부재를 초래한 앞의 경우와는 달리 이
번에 살펴볼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앞의 경우가 과거의 일에 함몰되어 현재
의 부재를 초래한 경우라면 이번에는 과거를 부정하고 억압해 공허한 현재를 만들
어낸 상황이다. 그 결과 공존해야만 하는 과거와 현재의 끈이 끊어져 조화를 이루
지 못함으로 이러한 삶을 꾸려가는 인물에게 남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 디킨스는
과거에 너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서 더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과거
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무시하고 단절시키려는 존재들에게도 영향
력을 행사함을 이들을 통해 시사한다. 이미 만들어진 과거를 부정하려는 시도 앞에
서 과거는 자신의 모습을 변장하여 드러낸다.
“과거의 망령은 과거를 무찌르려는 시도에서 오는 것”(37)이라는 말로우
(James E. Marlow)의 지적은 그 망령이 사랑의 부재나 순진한 사람들의 망상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과거를 잘못 처리한 결과로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의미한다. 과거의 어떤 순간에 멈춰 현재를 이어가는 것이 죽음 같은 삶을 사는 셈
이라면, 과거는 억누른 채 현재만을 영위하는 것 또한 그에 버금가는 공허한 삶만
을 살아가는 것이다. 공허한 삶은 과거의 한 단면을 고의적으로 숨기거나 운명에
462 김 정 미
의해 과거와 단절된 채 살고 있음에서 기인한다.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그들은 감
당할 수 없을 만한 사건이 일어나면 쉽게 현재 삶을 포기하고 만다. 대표적인 인물
로는 레이디 데드락(Lady Dedlock)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 올바른 자리를 내주지 않은 데서 기인한 “삶의 공허함”은 레이디 데드
락이 현재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레이디 데드락을 둘러 싼 현재가 아무
리 화려하다 한들, 과거를 삭제해 버린 것 같은 그녀의 현재는 알맹이가 없는 껍데
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기 세계를 정복한 것 같이 보이는 그녀가 거기에
안주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세계에 동결된 채로 있는 것”이다(13). 그녀가 느끼는
이 허탈감은 “알렉산더 대왕이 더는 정복할 세계가 없음을 알고 울었다는 일화처
럼 무엇인가를 잃은 상실감에서 오는 허탈”이다(12). 알렉산더 대왕이 느끼는 허탈
이 정복할 미래가 없음에서 기인한 것이라면 레이디 데드락의 상실감은 과거를 되
돌릴 수 없다는 것에서 유래한다. 과거와 단절된 삶을 사는 그녀가 현재를 정복하
고 얻은 전리품들은 “소진한 침착함과 지쳐버린 차분함이고 더불어 흥미나 만족감
으로 흔들리지 않을 나른한 평정심”일 뿐이다(13).
들뢰즈는 과거도 미래도 정확히 현재 자체의 서로 다른 차원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그가 내세우는 흉터에 대한 설명은 적절
하게 보인다. 그는 흉터를 “과거에 당한 부상의 기호가 아니라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는 현재적 사실의 기호”로 바라본다. 즉 “흉터는 부상에 대한 응시”이다(77).
그가 보기에 과거의 상처는 지나간 사실을 대변해주는 흔적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
를 말해주는 생생한 현재이다. 이렇듯 시간은 늘 현재 안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아
이러니하게도 그 현재는 과거에 근거를 둔다. 그는 “그것[과거]은 더는 실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실존하지 않으나, 자신을 주장하면서 내속하고 공속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것은 실존한다.”(It no longer exists, it does not exist, but it
insists, it consists, it is. 82)고 과거에 대해 설명한다. 이 같은 논리에서 보자면 과
거에 뿌리를 두고 있는 현재에 있으면서 그 과거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공허함과 허
탈감만이 남겨질 것이다.
과거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 때도 자신을 끈질기게 주장하면서 현재와 공존
한다”(82)는 들뢰즈의 이론은 레이디 데드락의 경우와 잘 들어맞는다. 영원한 망
각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과거는 어떤 형태로든 인물의 내면에 숨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적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희미해진 그녀의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63

과거는 어느 날 법률 서류의 글씨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가 바로 과거


가 현재로 유입되는 순간이고 정지했던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시점이다. 상류사회
의 패션계를 이끌어가며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사는 레이디 데드락의 이야기는 3인
칭 전지적인 서술자가 이끌어간다. 준남작(baronet) 레스터 경(Sir Leicester)의 정
숙한 귀부인인 그녀는 “모든 종족 중에서 가장 잘 가꾸어진 여인으로 세상 사람들
의 눈에 비친다”(13). 그녀는 파리를 오가며 패션계를 이끌고, 음악회, 오페라, 극
장 그리고 각종 모임 등에 참석하며 사교계를 누비는 귀부인이다. 삼인칭 화자의
이 같은 화려한 수식은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레이디에게는 새롭지 않으며, 그 진
부한 천국(worn-out heaven) 아래서 따분해 죽을 지경이다”(139)는 그 다음의 서
술에서 그녀에게 깊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겉의 화려함과는 달리 공허한 내
면을 갖고 있음을 알려주는 이 말은 그 후로도 독자가 그녀의 내면 상태를 확실히
인식할 때까지 여러 차례 언급된다. 이 문구는 레이디 데드락에 대한 일종의 수식
어로서 “죽을 만큼이나 따분한 이 감정”은 레이디 데드락의 모든 일상생활에 영향
을 끼친다.
이런 상태의 나른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디 데드락에게 그녀를 치장하고 있던
평정심이 깨질 찰나가 다가오는데, 그 시점은 오랜 기억 속에 묻어 둔 과거가 이미
지-기억이 되어 현재에 모습을 드러내는 때이다. 유산소송 서류를 보다가 발견한
낯익은 필체는 그녀가 그 글씨체를 알아본 순간부터 과거는 망령이 되어 그녀를 사
로잡는다. 들뢰즈에 의하면 “과거는 본질적으로 잠재적이어서, 그것이 어둠으로부
터 빛으로 솟아 나오면서 현재적 이미지로 피어나는 운동을 우리가 따르고 채택할
때만” 우리에게 과거로 포착될 수 있다(233). 레이디 데드락이 서류의 글씨를 알아
보고 그것이 자기가 알고 있는 사람의 글씨체임을 인정하는 순간, 그녀의 과거는
빛으로 솟아올라 그녀의 현재가 되었으며, 그 순간은 바로 과거가 오랫동안 숨죽이
고 있다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이를 시작점으로 그녀의 과거는 이미
지-기억이 되어 끊임없이 현재와 공존한다.
오랫동안 부정했던 과거가 현재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둘 사이에는 심한 충돌
이 일어난다. 그 사이의 골이 크면 클수록 그 마찰은 강하다. 자기가 낳은 딸이 살
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 사이에서 절규한다.
에스터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레이디 데드락의 절규는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다시
현현해 현재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어떠한 과거도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
464 김 정 미
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녀의 탄식이 암시한다. “오 내 아기, 내 아기! 내 잔인한 언
니가 말했듯이 낳자마자 죽은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나와 내 이름을 부정한 후에,
그녀에 의해 가혹하게 길러진, 오 내 아기, 오 내 아기!”(364), 그녀의 현재는 그녀
의 과거를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그녀의 탄식은 현행적 현재 안에 재현전
화된 그녀의 과거가 그녀의 현재를 와해시키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한번 밝혀지기 시작한 과거는 그녀의 힘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과
거가 재현전화 될 때 그것을 현재와 조화시키지 못하면 삶의 균형이 깨진다. 진실
이 밝혀지는 것을 더는 막을 수 없을 때 그녀의 현재는 그녀의 과거에 굴복한다.
이것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간의 흐름과 타당한 관계를 갖지 못했을 때 필연적으
로 따라오는 “형체없음으로의 하강”(the descent into formlessness)이라 하겠다
(Miller, Charles Dickens 203).
한 개인의 현재는 곧 그 개인의 과거이자 미래인 것이다. 이렇듯 상호 연결 속
에 존재해야 할 이것들의 불가분한 관계가 서로 단절되었을 때 개인들의 삶에는 혼
란이 야기된다. 필자는 이제까지 과거와 현재의 고리를 자의적으로 단절시킨 경우
이러한 시도들이 현재에 미치는 결과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번에 살펴볼 경우
는 앞선 경우들과는 좀 다르다. 이 경우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단절된 과거를
가진 개인들이 자신들의 끊긴 과거를 현재와 이어보려는 노력 속에서 벌어지는 일
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알아낼 수 없는 과거를 알아내기 위해 단편적으로
생각나는 어린 시절 기억들에 사로잡혀 있다. 과거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그들의
상황과 그와 관련된 타인의 부정적인 언급은 이미지-기억이 되어 끊임없이 그들의
현재에 삽입된다. 이러한 상황은 그들에게 정신적인 외상이 되어 그들의 현재를 분
열시키고 자존감을 위축시킨다. 정신적 외상은 외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 “그 사건
을 의식적으로 망각해도 암묵적 기억 속에 남아”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Yang
681). 디킨스는 이미지-기억이 개인의 현재에 미칠 수 있는 이 같은 영향력을 보여
주기 위해 에스터라는 인물을 설정한다.
지나간 20년간의 삶을 회상하며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일을 순차적으로 기록하
고 있는 에스터는 이 소설의 절반에 해당하는 서술을 맡은 인물이다. 자신이 이 이
야기의 일부 서술을 맡았음을 밝히는 시작 부분을 보면 현재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
의 자긍심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이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 커다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17). 그러나 그 뒤에 바로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65

덧붙이는 말에 따르면 그녀는 어릴 적 인형에게 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한다.


이 진술들은 서로 상충되는 것으로서 그녀 내면의 분열성을 느끼게 하고 서술의 진
실성에 의심을 품게 한다. 자신이 영리하지 못하다고 고백하는듯하면서 동시에 이
야기 경험이 많음을 자랑하는 이 맥락은 독자가 서술자에게 마땅히 느껴야 할 신뢰
감에 혼란을 야기한다. 이러한 상황은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나온 변명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데 그 후에도 이런 일들은 여러 번 반복 된다. 블릭 하우스에
도착해 잔다이스(John Jarndyce)에게 하는 다음의 말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의 신중함에 대해서 당신은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나는 당
신이 나를 잘못 알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영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당신
이 실망할까 봐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사실입니다. 만일 내가 정
직하게 실토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곧 알아차릴 것입니다.
“[Y]ou may not trust too much to my discretion. I hope you may not
mistake me. I am afraid it will be a disappointment to you to know that

I am not clever but it really is the truth; and you would soon find it out
if I had not the honesty to confess it.” (90)

또한 서술자인 에스터가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남들의 연애감


정은 중요하게 다루면서 반면 정작 이성에 대해 느끼는 자신의 감정은 내보이지 않
는데, 이런 그녀의 서술전략은 무언가에 위축되어 있는 그녀의 상태를 드러낸다.
그녀는 14장에서 처음 7살 위인 우드코트(Woodcourt)를 만나 그 후로 그가 “자신
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눈치 챘음”에도 일체 그런 언급을 하지도 않는
다(214). 그러다가 36장에 와서 자신의 외모가 망가져서 더는 미련을 갖지 못할 때
에야 “이제 나는 지금까지 숨기려고 노력했던 작은 비밀 하나를 밝혀야만 하겠다.
나는 때로 우드코트씨가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고 전한다(443). 게다가 즈워들
링의 말처럼 주인공인 그녀가 이 소설의 중심 남성 인물 중의 하나인 “리처드
(Richard Carstone)의 짝이 될 가능성을 단 한순간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신기
한 일”이다(431). 종합해 보자면 자신의 감정보다는 항상 남의 감정에 더 신경을
쓰는 에스터의 행동은 화자로서의 신중함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466 김 정 미
이런 일들은 에스터가 교육을 받기 위해 레딩(Reading)으로 떠날 때도 일어난
다. 대모가 죽은 뒤 하녀였던 레이첼과 같이 지냈던 에스터는 헤어지게 되었을 때
몹시 운다. 그러나 레이첼은 전혀 감정을 나타내지 않는데, 에스터는 그녀의 그런
반응에 스스로 비참해하고 자책한다. 레이첼이 냉담한 것은 그녀의 차가운 성격에
서 기인했을 것이고 전후 상황상 그녀에게 에스터는 단지 귀찮은 짐에 불과했을 것
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한없이 우는 에스터의 행동에 어이없어하며 잔다이스가 “빌
어먹을 레이첼! . . . 빗자루를 타고 거센 바람 속으로 날아가 버리라고 해라”고 대
꾸한 것을 보면 레이첼의 성품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25). 게다가 이 말을 한 사람
이 잔다이스고 보면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 소설의 등장인
물 중에 편견이 없고 사리분별이 정확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
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에스터가 이런 레이첼조차 너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고, 모든 잘못이 자기에게 있다고 자책하는 것을 미덕으로 간주하기에
는 지나친 감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케이스(Alison Case)가 말하는 “역설적인 진술”(paradoxical
paralipsis)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지만(313), 간단히 그렇게 해석하기
에는 지나친 점이 있다. 화자가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특정 정보를 생략하거나
틀리게 재현하는 역설적인 진술에는 문맥상 자연스러움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이
글의 서술을 담당하고 있는 에스터는 화자로서의 에스터이지,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에스터가 아니다. 그녀는 “작중인물로서의 화자”(homodiegetic
narrator)로서 어린 시절의 자신에 대해 진술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대모와 레
이첼이 선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대모를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거나 레이첼을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좋은
여자”라고 표현한다(17). 이는 앞뒤 문맥상 너무 부자연스러운 진술로서 그것은 차
라리 고의로 자신을 조롱거리로 삼거나 자기를 비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
로 보인다.
에스터가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언급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
지 않는다는 점 또한 자긍심의 부족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녀는 그린리프
(Greenleaf)에서 교육을 받던 시절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는데, 그 시절에 “새로운
학생이 기가 죽어 오거나 우울한 채 그 곳에 들어오면 어찌 된 일인지 반드시 자기
와 친해지려 했고, 또한 모든 신입생은 자기의 보호를 받고 싶어 했다”고 말하면서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67

그들은 자기를 “대단히 온유한”(so gentle) 사람으로 평했다고 말한다(26). 다른 사


람들의 그녀에 대한 칭찬은 이후로도 자주 언급되는데, 그녀가 교육을 마치고 그곳
을 떠날 때 자신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를 설명하기에 급급해서 심지어는 과묵
한 정원사마저 슬퍼했다고 말한다(28). 여행 도중에 들른 젤러비 부인 집에서 일어
난 일에 대해 전하는 내용—“에스터는 그들의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그들을 간호
했고, 그들을 달래서 잠재웠고, 옷을 입혔고,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 줘서 그들을 조
용하게 만들었으며, 그들에게 조그만 선물도 사주었습니다”(62)—을 보면 에스터
의 이미지는 천사에 버금간다. 이처럼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 칭찬을
빠뜨리지 않고 언급함으로써, 그것으로 자신을 포장해 자신이 아무 존재도 아니라
는 열등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에스터의 분열과 위축은 과거의 한 이미지-기억에서 기인한다. 자신이 처한 환
경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의 이
야기를 서술하는 그녀는 생일의 의미를 채 알기도 전인 첫 생일날, 생일이 없었더
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것이라는 대모의 말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도 모르게 자신이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사고가 그녀의 현재
를 그늘지게 하며 그녀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대모가 하는 다음의 말은
에스터의 그런 생각들을 확고하게 만든다.
에스터, 너의 어머니는 너의 치욕이며 너 또한 그녀의 치욕이다. 네가 이것

을 더 잘 이해하고 또한 여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때가 곧 올 것이다. 나는 그녀를 용서했다.”
“Your mother, Esther, is your disgrace, and you were hers. The time will
— —
come and soon enough when you will understand this better, and will
feel it too, as no one save a woman can. I have forgiven her.” (19)

에스터의 기억 속에 각인된 이 말은 생모에 대해 묻는 그녀에게 대모가 던진 대답


이었다. 이것이 준 상처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는 것은 그녀의 회상 속에
이 말이 여러 번 반복된다는 것으로도 증명이 된다. 즈네뜨(Gerard Genette)가
“반복서사”(repeating narrative)라고 이름 붙인 이 기법은 서사 빈도에 관한 것으
로서, 단 한 번 일어난 일을 여러 번 반복해서 언급하는 것이다(116). 반복 그 자
468 김 정 미
체가 그 사건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듯이, 어느 이야기를 서술함에 있어 한 번 일
어난 일을 여러 번 반복한다는 것은 그것이 그 이야기의 중심 주제임을 암시한다.
에스터 인생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사생아 신분”이다. 정당하게 태어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그녀는 태어남과 동시에 죄인이었다. 자신이 왜 남들과 다른 환경
에 놓이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에스터는 성장해 가는데, 그녀가 성인이 되면서 떠
올리는 기억들은 그녀의 현재와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
아나는 이 시점들은 “에스터의 정체성과 성격의 발전 과정에서 과거가 미래로 흘
러 들어가는 중요한 순간이다”(Rosenberg 11).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을 기억
하는 순간 과거는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들어 간다. 그녀의 대모이자 이모가 만
든 어린 시절의 이러한 기억은 많은 비평가들이 말하고 있듯이, 에스터에게 평생의
질환으로 정신적인 상처를 입히고 그녀의 현재 상태를 위축시킨다. 서술하는 과정
에서 나타난 지나친 자기변명이라든지 “의미 있는 사람”(somebody)으로 남고자
하는 끊임없는 그녀의 노력은 그녀의 현재 상태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를 잘 보
여준다.
기억 속에 각인된 이미지-기억이 얼마나 개인의 현재에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던
디킨스는 이야기의 후반에 가면서 과거를 찾아내고 그것을 현재에 투입시켜 시간
의 균형을 되찾은 인물로서 에스터의 삶을 재조정한다. 그녀는 이 소설에서 단절되
었던 과거를 복원하고 그것을 현재에 연결시켜 안정을 찾고 자기긍정을 이룬 유일
한 인물이다. 이 점은 디킨스가 즐겨 쓰는 이야기 방식을 생각할 때 상당히 특이하
다. 그는 과거에 시달림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디킨스가 생각하는 과거의 힘은 치명적이다. 그에게 있어서 과거의 의미는
행복했던 시간을 회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가급적이면 묻어두고 살고 싶은
어떤 것이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
는데, 특히 블릭 하우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더욱 그러하다. 과거를 상세히 말
할 필요가 없는 몇몇 인물들을 빼고는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 대부분이 불행한 과
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터는 마침내 이 모든 갈등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병을 앓는
동안 겪은 혼수상태는 그녀로 하여금 인생과 자신의 처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얻게 만든다. 그 후에 나타난 생모의 존재는 그런 그녀에게 과거와의 끈을 이어줘
삶의 뿌리를 내리게 했으며,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사랑과 인정은 그녀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 469

가 갖고 있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후 “내 행


복(welfare)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함께 엮어졌는지 나는 명확히 깨달았다”
고 말한다(454). 또한 “나의 출생이 여왕의 그것만큼이나 순수하다는 것을 나는 깨
달았다. 신 앞에서는 내가 출생 때문에 벌을 받지도 않을 것이고, 여왕이 그것 때문
에 상을 받지도 않을 것이다”는 서술 속에 그녀가 과거를 극복했음이 시사된다
(454-55).
그녀가 겪는 깨달음의 단계는 병에 걸려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시작되는
데, 꿈같기도 한 그 환영은 그녀의 무의식 세계가 표출된 것이다. 이 단계는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것으로서, 환영을 통해
자신의 삶 속에서 단절된 형태로 남아 있던 시간의 연관성을 보게 된다.
내가 몹시 아팠던 동안에, 시간의 이 구분들이 서로 섞여 혼란스럽게 된 이
방식은 내 마음을 지독히 괴롭혔다. 어린이며, 다 자란 소녀이며, 동시에 또
그렇게도 행복한 작은 여인이었던 나는 각각의 단계에 맞춰진 근심과 어려움
들로 시달렸을 뿐만이 아니라, 그것들을 화합시키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커다
란 혼란으로 시달렸다.
While I was very ill, the way in which these divisions of time became
confused with one another, distressed my mind exceedingly. At once a
child, an elder girl, and the little woman I had been so happy as, I was
not only oppressed by cares and difficulties adapted to each station, but
by the great perplexity of endlessly trying to reconcile them. (431)

이 환각 속에서 에스터는 지독히 혼란스러워하는 자신을 이중적으로 발견하는데,


한번은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서이고, 또 한 번은 자신이 그것들을 화합시키려고 끊
임없는 노력을 하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시도했을 노력을 그녀의 무의식은 이미 실
행하고 있었다.
에스터가 병에 걸린 상태에서 경험한 또 다른 환각들은 우주 속에서 우리 인간
이 처해 있는 숙명을 깨닫게 하고, 더 나아가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하게 한다. 분리되고 싶어도 분리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것에 묶여
그것의 일부”가 되는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 이 환
영은(432), 인간 모두가 얽혀 있는 상호 관계성을 절감케 한다. 에스터는 사경을 헤
470 김 정 미
매며 인간관계의 본질을 꿰뚫은 것이다.
앨런(Janice M. Allan)에 의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에스터가 자신을 놓아버
리지 않고 지켜나갈 수 있었던 데는 또 다른 두 가지의 요소가 있다. 그것은 어린
시절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인형과 글쓰기 작업으로서, 인형은 에스터에게 “과도
기적 대상”(transitional objects)으로서 역할을 해 어머니의 부재를 채워 주었고,
그녀의 서술 작업은 그녀가 받은 정신적인 외상을 치료해 하나의 “주체”(subject)
로서 그녀를 성장하게 했다(88-89). 혼미한 상태에서 사물의 이치를 깨달은 에스터
는 그 후에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게 되는데, 이미 정신적으로 강해
진 그녀에게 생모의 출현은 더는 그녀가 감당하지 못할 사건이 아니다. 혼미한 의
식 속에서 일어난 이 정신적 준비과정은 그녀가 자신의 과거와 맞부딪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이에 더하여 두 남자의 사랑—잔다이스의 부성애적 사랑과 우드
코트가 보여주는 진실한 사랑—은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데 충분한 밑거름이
된다.

IV. 결론
빅토리아 중기에 들어서면서 성서를 새롭게 해석하는 풍조가 일고, 과학의 발
달로 인해 인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 결과 영원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
면서 “시간은 빅토리아인들의 의식의 한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Marlow 13). 이런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디킨스는 그의 독자들과 영적 교감을 갖기 위해 “빅토리
아 시대의 상상력의 최전면에 위치한 시간과 의식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Marlow 27).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인간의 상황을 생각할 때 시간에 대
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비단 작가에만 한정된 일은 아닐지라도 “실험을 통
하여 형식적이고 기교적인 면에서 소설의 발전에 기여한 대부분의 소설가들이 이
상하게도 시간에 대한 문제에 집착해 왔다”(16)는 멘딜로우(A. A. Mendilow)의
관찰은 타당하다 하겠다.
시간이 블릭 하우스의 끊임없는 중심 주제라고 말한다는 것은 이 소설에 대
한 특별한 주장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에 시간에 관련된 언급이 수백 번이나
나온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다. 크리비(Patrick J. Creevy)는 블릭 하우스에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 471

서 시간 밖에 사는 ‘비자아들’(nonselves)은 결코 건강한 방식으로 시간 안으로 들


어가지 않을 것이고, 시간 안에 사는 ‘자아들’(selves)은 결코 기품 있게 시간 밖으
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64). 시간의 안과 밖이라 말할 때의 시간은 물리
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개념이다. 무엇엔가 집착해 시간에 쫓기고 있을 때 우리는
시간 안에 있는 것이고, 이와 반대로 집착하는 것이 없이 느슨한 상태로 있을 때는
시간 밖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경우들처럼 과거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간 안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들이다.
블릭 하우스에는 과거의 이미지-기억에 쫒기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세 부
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 첫 번째 부류는 미스 바바리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이들로
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난 어떤 사건에 사로잡혀 그 시절에 멈춘 채 현재를 받
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거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과
거에 갇혀 지낸다. 과거의 기억이 그들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해서 살아 숨쉬
는 현재는 그들에게서 사라지고 현재의 부재만을 남길 뿐이다. 두 번째로 살펴본
부류들은 과거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숨긴 채 과거와는 단절된 현재를 살고 있거
나 과거를 방치한 채 현재의 생활만을 영위하는 인물들이다. 레이디 데드락으로 대
변되는 이 부류들은 과거와 대면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한다. 그 결과 그들의 현재
는 과거와 단절된 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허황한 삶만을 영위해 공허한 현재만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과거와 대면했을 때 그들의 현재는 힘없이 무너지고 현재는 사
라지고 만다. 마지막으로는 에스터로 대변되는 부류로서 그들은 타의에 의해 과거
와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인들이 숨기고자 하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자 하는 그들의 질문은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기억이 되어 그들에게 외상을 입
힘으로써 그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은 해를 입고 그들의 정신세계는 분열과 위축을
겪는다. 그러나 디킨스는 이들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현재를 압박하는 과거
의 그늘에서 벗어나 안정된 삶을 찾는 방법은 결론적으로 과거를 인정하고 현재와
공존시키는 것이 옳은 길임을 보여 준다.
디킨스는 시간은 하나의 통합된 연관성을 가지고 존재해야 하며 그것은 또한
과거, 현재, 미래로 적절히 균형 있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임의로
분류해 놓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개념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이다. 그것들의 관계가 어떤 계기에 의해 단절되었을 때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과거는 현재를 위협하고, 위협받은 현재는 미래를 불안하게 만
472 김 정 미
든다. 과거는 현재에 종속되어야만 하고, 현재도 과거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법이
다. 그렇지 않고 서로가 분리되어 존재할 때 삶의 균형이 깨진다. 이 논문에서 살펴
본 인물들 모두는 과거와 분리된 현재를 살고 있었다. 그들 중에 과거가 등장했을
때 그것을 현재와 이어준 인물들만이 균형 잡힌 삶을 되찾는다. 에스터의 경우 자
신의 생모가 나타나 과거를 고백할 때 그녀를 용서하고 받아들임으로써 과거와 현
재를 통합시켜 과거와 현재의 끈을 이었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은 과거를 현재 속
에 종속시키지 못하는데, 그들은 과거가 현재 속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인간이 그것
들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물 자체가 주도권을 잡아” 인간은 알지 못한 채
그것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상황은 “쇠락과 해체의 긴 자연적 과정”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Miller, Charles Dickens 191).
<전 남 대>
주제어: 블릭 하우스, 찰스 디킨스, 시간 인식, 과거, 기억
블릭 하우스에 나타난 시간 인식—“이미지-기억”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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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on Contributor:

Jeong-Mi Kim was a Lecturer in the Department of English and Literature at Chonnam
National University. She has been working on British novels in particular Charles
Dickens. Her research interests include the different theory of time and memory.
Through the philosophies of Augustine, Bergson and Deleuze she explores the concepts
of pure memory and the relation of past and present.

Email: ledao1@hanmail.net

Received : April 27, 2022.


Reviewed: April 30, 2022.
Accepted : May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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