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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veteran
1. 중고차 시장 – 실내/낮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화려한 구두를 나란히 신은 남녀의 발이 등장! 남녀의 발을 따라가
면 화려한 슈퍼 카들을 지나며 이들에게 집중하는 사람들의 발이 보인다. 계속 흥겨운 발걸음으
로 걷는 남녀를 따라가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중고차 시장이 펼쳐진다. 전화 통화하는
딜러와 담배 피는 딜러와 호객행위 하는 딜러와 밥을 먹는 딜러와 차를 옮기는 딜러와 사람들에
게 사진 찍지 말라고 하는 딜러와 조폭같이 인사하는 딜러들을 지나치는데- 너도나도 손짓하는
업주들의 유혹을 뿌리치는 남녀의 앞길을 막아서는,
매장 업주
사장님? 아니면 사모님?
미스 봉
(사모님 소리에 어이없는 듯 손부채질 하다 도철을 잡아끌며)
가자 자기야.
매장 업주
(미스 봉을 막아서며)
어허, 가시긴 어딜 가?
(미스 봉이 보는 매장을 향해)
저긴 부부끼리, 여긴 애인끼리. 차종 빠진 게 벌써 틀리잖아요?
건너편 매장에서 구형 차종을 살펴보고 있던 중년 부부가 도철과 미스 봉을 보며 혀를 찬다.
서도철
(고급 중고차들을 둘러보고 실실 웃으며)
여자가 몰 거라 잔 고장 없었으면 좋겠는데, 엔진 좀 볼 수 있나?
매장 업주
우리 사장님 전문가시구나?... 양 실장!
(도철과 미스 봉에게)
커피? 녹차? 시원한 거?
보닛을 열고 엔진을 확인하는 도철. 엔진 고유넘버가 보인다. 이 위로-
매장 업주
이 차 내 논 사모님이 원래 자기 사위 줄라고 뽑아놓고 그냥 모
셔만 놓고 있었던 차거든. 키로수 보시면 알잖아. 그런데 사위가
미국서 갑자기 스카웃이 돼서 한국 못 들어온다고...
서도철

- 1 -
(벌써 운전석에 앉아 여기저기 살펴보는 미스 봉에게)
그러고 있으니까 인격에 펌핑 들어간다, 야. 요걸루 갈까?
미스 봉
(짝짝 껌 씹으며)
뭐... 중고지만... 장이라도 볼라면 타야지 뭐.
서도철
에이- 왜 또 장 보는 소리하고 자빠지고 그래...
(실실 웃으며 매장 업주에게)
시운전 해보고 콜.
시동 거는 손, 드라이브 모드로 들어가는 기어,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 올라가는 RPM, 화면을
가로지르는 고급 외제 차에서 화면 전환되면,
중고차 사무실.
계약서에 서명하는 도철의 손, 결제되는 카드, 출력되는 영수증, 넘겨지는 스마트 키,
사무실 안에서 매장 업주가 도철과 미스 봉에게 서류들을 넘기고 있고, 양 실장은 밖에서 트렁크
를 열어 차량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매장 업주
차량등록증, 보험, 내비, 다 확인하셨어요.
사무실 유리에 반사되어 보이는 양 실장의 행동을 지켜보는 도철.
트렁크 구석에 놓이는 소형 GPS.
출발하는 차를 향해 인사한 뒤 양 실장에게 똑같은 열쇠를 던져주는
매장 업주
작업 준비하자.
양 실장이 GPS 장치가 표시되는 소형 단말기를 보며 차량 이동경로를 확인한다.

2. 서울 도심 도로 – 실외/낮
단말기 내비게이션 위에 점멸하는 붉은 점이 빨간 신호등으로 바뀐다. 카메라 팬 하면, 좌회전
표시가 보이고 이어서 좌회전 표시가 노란불로 바뀐다. 사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좌회전하는 고
급 외제 승용차!
서도철 (소리)
야, 살살! 살살!... 내가 몇 번을 말 하냐?...

- 2 -
운전대를 잡은 미스 봉이 짜증난 표정으로 가발을 벗는다. 주위를 살피며 소리치는,
서도철
쫌 자연스럽게 연기 못하냐? 자연스럽게? 뒤에 자석 붙었는지 확인
좀 하고!
미스 봉
(운전대 잡고, 룸미러 보고, 부산하게 하이힐을 벗으며)
지금 빽 보면서 운전하잖아요! 지금 시집살이 시켜?
서도철
야, 운전하는데 신발을... 똑바로 안 해? 앞에! 앞에!
미스 봉
아, 그럼 선배가 핸들 잡던가!
서도철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발신자 확인하고 짜증)
... 또 쫀다, 또 쫘...
(전화 받으며 급 미소)
굿 에프타 누운~
하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새어나오는,
오 팀장 (소리)
얌마! 중간보고하라 그런지가 언젠데 두 놈이 다 전화가 없어?!! 문자
라도 하라고, 문자!

3. 광역수사대 강력팀과 서울 도심 도로 교차 – 실내,외/낮


팀장 자리에서 위장약과 각종 비타민을 먹으며 전화통화를 하는,
오 팀장
조회 때 내가 그렇게 교양했는데, 니네 붕어냐?
서도철
붕어가 뭐야, 붕어가... 지금 전화할라 그러는데 형님이 전화먼저
했다고...

- 3 -
오 팀장
이 새끼 또 말대답하는 거 봐, 이거... 입만 살아 움직이는 새끼가 변
호사나 개업하지 왜 이 짓하고 있냐?
서도철
일하는데 자꾸 진짜!... 차 빼왔다고...
(미스 봉의 운전이 불안한 듯)
야, 차선, 차선!
미스 봉
팀장님! 나 서 선배랑 이런 거 좀 묶지 마요! 진짜 안 맞아!
서도철
(미스 봉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안 맞아? 안 맞아? 니가 요새 안 뚜드려 맞아서 안 맞아? 맞고 나서
안 맞아? 콱!!!
미스 봉
(밀리지 않고 도철과 말 겹치며)
사고 나, 사고 나. 핸들 내가 잡았어.
오 팀장
이것들이 진짜... 야!!! 오늘 작업 시마이야, 연장이야?!!
서도철
석 달이나 끌었으면 됐지 뭘 더 작업해? 오늘 쫑!

4. 고급 오피스텔 주차장 – 실내/밤


고급 차량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주차장 안으로 스마트키를 든 손이 들어선다. 차량들을 향해 키
버튼을 누르며 앞으로 이동하는 손. 코너를 돌면 빽빽이 들어선 차량들이 나오고, 이들 사이에
섞인 고급 외제차가 삐빅 소리를 내며 열린다. 스마트키를 든 손 옆으로 다가오는 또 다른 남자!

5. 고급 오피스텔 경비실 – 실내/밤


CCTV 화면으로 모자를 푹 눌러쓴 매장 업주와 양 실장이 고급 외제차를 향해가는 모습이 보인
다. 미스 봉은 경비 아저씨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며 설렁탕을 먹는 중.
미스 봉이 텔레비전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코를 풀려고 휴지를 찾다가 모니터에 눈길을 주는,

- 4 -
경비 아저씨
저기, 형사 아가씨... 저 차 아녀?
모자를 눌러 쓴 매장 업주와 양 실장이 차를 몰고 나가는 모습이 모니터로 흐른다.
한 수저 가득 집어넣던 미스 봉, 모니터보고 놀라 뱉어내며 급히 전화를 꺼내든다.
입을 데인 듯 호들갑을 떨며 경비 아저씨를 마구 때려대며 통화하는,
미스 봉
붙었어요, 붙었어!!
(물을 쏟아 옷에 묻히자)
아이 씨...

6. 골목, 승합차 – 실외/밤


전화기를 귀에 댄 채 군만두를 집어먹으며 중국집 배달원에게 계산을 하던,
오 팀장
아이 씨발?... 사수하고 통화할 때 뭐 좀 먹으면서 통화하지 말라
고! 도철이는?...
(전화 끊으며)
붙었단다, 가자.
오 팀장이 승합차를 돌아보면, 각목과 쇠파이프를 곁에 둔 허당 왕 형사와 막내 윤 형사가
짜장면 랩을 열심히 뜯어낸 뒤 겨우 한 젓가락 입으로 가져가는 중이다.
왕, 윤 형사
에이씨-
오 팀장
오늘따라 이것들이 왜 이래?...
(오토바이에 오르는 배달부를 향해)
어이!... 우리가 다 못 먹어서 그러는데 남은 거 환불 안 되나?
배달부
왜 이러세요, 진짜... 벌써 반 그릇씩은 드셨잖아요...
오 팀장이 또 돌아보면, 왕 형사와 윤 형사가 그새 입 안 가득 짜장면을 우겨넣은 채 묵묵히 오
팀장을 보고 있다. 빈 그릇을 내주고 차에 오르는,
왕 형사

- 5 -
가시죠.

7. 한적한 창고 앞 – 실외/밤
고급 외제 승용차가 조용히 창고 건물을 향해 간다.
전화통화를 하며 기다리던 문지기가 차량 안의 매장 업주를 확인하더니 문을 열어준다.

8. 한적한 창고 – 실내/밤
고급 외제 승용차가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두 명의 차량 전문가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동식 장비들이 세팅되어 있는 곳에 멈추는 고급 외제 승용차. 작업 중인 다른 차들도 보인다.
매장 업주와 양 실장이 차에서 내리고 문지기가 들어오자 전문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차 번호판을 떼어내고, 엔진 고유번호를 위조하고, 주행거리를 0으로 조작하고, 색깔을 바꾸기 위
해 창문에 종이를 덮는다.
양 실장
잠깐만, 트렁크에서 GPS 좀 꺼내구요.
양 실장이 트렁크를 여는 순간- 안에서 튀어나오는,
서도철
화장실, 화장실...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후다닥 구석으로 달려가 쏴아- 오줌을 싸는 도철.
매장 업주를 비롯한 모두들 ‘이 상황은 뭐지?’... 하다가 각자 손에 연장을 들고 경계 들어가는데,
서도철
(시원하게 볼일을 마치고 돌아서며)
아... 나 진짜 바지에 쌀 뻔 했네... 좀 빨리 움직이지 그랬냐...
매장 업주
... 어?... 너 쉐에키... 아까 낮에... 사장님?
서도철
(전화기를 꺼내며)
우리 식구들 아직 안 왔냐?
양 실장
너 뭐야?

- 6 -
서도철
(쉿- 조용히 하라고 하며 전화 연결이 되자)
왜 안 와?...
매장 업주
야!!!... 누구시냐고?
서도철
(귀찮다는 듯 매장 업주를 향해 수갑을 던진 뒤 알아서 차라고 손짓을
해보이며 계속 통화하는)
주유소?! 기름도 안 넣고 상황대기하고 있었다고?... 빨랑 와. 배
고파 뒤지겄어...
(전화 끊고 돌아보며)
뭐하냐? 안 차고?
매장 업주가 든 수갑을 보고 모두 눈치를 살피는데, 양 실장은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젓는다.
매장 업주
(수갑 들어 보이며)
너 어디 식군데 요런 걸로 작업을 거냐?
패거리들 모두 도철을 향해 연장을 움켜쥔다.
서도철
에이- 그러지 마. 다쳐.
이때 도철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간 양 실장이 도철의 뒤를 노린다.
도철이 매장 업주의 눈동자가 슬쩍 돌아가는 것을 보고, 차 유리에 반사된 양 실장을 본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쇳덩이를 밟아 발등에 올린 뒤, 뒤로 돌며 양 실장을 향해 킥을 날리는 도철!
휙- 퍽! 도철의 뒤를 노리고 다가오던 양 실장이 쇳덩이에 머리를 맞고 바닥을 구른다.
동시에 차를 밟고 몸을 날려 문지기가 도철에게 날아들고- 도철이 차 문을 열며 뒤로 빠진다.
점프했다가 열린 문 위로 푹-! 끼어버리는 문지기! 고통스러운데...
연장을 들고 다가오던 문지기가 휘리릭 날아드는 번호판에 낭심을 맞고 쓰러진다.
이 뒤로 달려드는 전문가 1,2의 협공을 피하는 도철! 이때 매장 업주가 다시 덤비고-
또 매장 업주의 눈을 콕 찌르는 도철. 매장 업주는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억울하고 분하다.
다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전문가 1,2를 향해 도색용 분무기를 뿌리는 도철.
전문가 1,2가 휘청하는 사이 분무기를 들고 휘둘러 전문가 1을 때려눕힌다.
다시 분무기 줄을 거둬들여 전문가 2를 향해 휘두르는 도철. 헉! 분무기 줄이 짧다.
놀란 전문가 2가 그저 맞지 않았다는데 안심해서 한숨을 돌리는데-
옆에 놓인 자동차 휠 커버를 발로 걷어차 날리는 도철!

- 7 -
휘리릭 날아드는 휠 커버에 퍽! 맞고 쓰러지는 전문가 2.
휠 커버를 차다가 발등을 다친 도철이 발을 잡고 아파한다.
매장 업주가 이런 도철을 향해 연장을 휘두르는데 도철이 가볍게 피하자 중심을 잃고 휘청하며
도철 앞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선다. 중심을 잃은 매장 업주가 도철의 옷을 잡자-
서도철
옷 잡지 마, 옷 잡지 마. 메이커야 메이커!
매장 업주의 눈을 콕 찌르는 도철. 눈을 잡고 나뒹구는 매장 업주. 이 위로 들리는-
오 팀장 (소리)
동작 그만!!!
이때 오 팀장과 미스 봉, 왕 형사, 윤 형사가 도착!
문을 박차고 들어온 왕 형사가 고양이 낙법으로 구르는데- 이 모습을 한심하게 보며 짜증내는,
오 팀장
야, 그냥 걸어가!
(잘못 굴렀는지 허리를 잡으며 일어나는 왕 형사에게)
정신 사납게 왜 굴러 댕기고 지랄이야 지랄이?!
(도철을 향해)
차 안 상했냐?
서도철
(일부러 절룩이며)
형님이 이러니까 똥차 소리나 듣고 승진이 안 되는 거야. 내가
맨 날 그랬지? 사람 다쳤나 먼저 물어보라...
하는데 도철의 발을 쿡 밟고 지나가는 오 팀장. 도철의 아픈 발이다!
오 팀장
(고개 숙인 채 무릎 꿇고 있는 매장 업주를 내려 보며)
얘야?...
매장 업주
(먼지와 눈물로 범벅된 처절한 모습으로)
변호사 불러!
오 팀장과 형사들이 매장 업주를 본다. 다시 일제히 도철을 보는 형사들.
도철이 실실 쪼개며 매장 업주를 향해 다가가자, 형사들 모두 전화기를 들고 딴청을 피우며 각자
수갑을 채운 사람들을 끌고 밖으로 우당탕 나간다. 이상한 분위기에 둘러보는 매장 업주.

- 8 -
오 팀장
(전화기를 들고 도철에게 괜히 없는 말)
야, 나 통화하고 올 때까지 가만있어. 너 이번에도 애 병신 만들
면 내가 카바 못해 준다고. 저번에 하우스 털었을 때도 괜히 애
잡아가지고, 걔 지금 빵에서 밥 먹을 때 침 흘려서 턱받이하고
먹는대...
(전화기 붙잡고)
어, 미안해... 아니 당신 말고 서 형사... 얘가 사람 때리고 싶어서
형사된 놈이잖아... 맨 날 사고치고 그래서...
오 팀장이 통화하는 동안 매장 업주가 얼어붙는다.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뚜껑을 빼서 자기 이마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고, 머리카락까지 몇 가닥
뽑는 도철. 매장 업주가 멍하게 보는데, 도철이 자기 지문 안 묻게 쇠파이프를 잡고, 자신의 피와
머리카락을 쇠파이프에 묻혀서 매장 업주의 손에 꼭 쥐어준다. 매장 업주의 다른 손까지 잡아서
두 손으로 꼭 쥐게 만드는,
서도철
경찰을 때리면 어뜩하냐... 그것도 둔기로...
매장 업주
네?
서도철
(쇠파이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증거물 일단 내려놓고...
(쾅!- 문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매장업주를 향해 발차기 작렬!)
정당방위다 이 새끼야! 너 같은 건 존나게 팡팡 뚜들겨 맞아야!!
매장 업주
악! 악!... 말로 해요! 말로!
서도철
우리 그럼 보는 사람 없이도 대화하는 거야? 물으면 대답하고?
매장 업주
네, 네...
서도철
여기서 작업 끝내면 차 얼루 빼?

- 9 -
매장 업주
부산이요...
서도철
(낭심을 움켜쥐며)
우린 질서 없게 질문해도 질서 있게 대답하는 거 좋아한다.
매장 업주
넵! 그러니까...
(말하면서 살살 긴장 풀린다)
중간에서 다른 브로커 하나가 작업한 차들을 매달 15일에 파킹해
서 츄레라에 실어 나르는데요...
서도철
서울 차만 있는 거 아니지?
(매장 업주가 고개 끄덕이자)
앗쭈? 쫌 있으면 겸상하겄다? 까딱하네?
(매장 업주가 바짝 긴장해 살짝 무릎 자세를 바로하자)
다음 코스는?
매장 업주
러시아로 보내죠.
서도철
러시아? 러시아 애들이 직접 현장에 와? 러시아 마피아 그런 애들?
막 효도르, 크로캅 같은?
매장 업주
느낌 아신다...
서도철
서에 들어가서도 지금 한 얘기를 똑같이?
매장 업주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서도철
변호사 필요하다?
매장 업주
필요 없다, 없다.

- 10 -
서도철
오늘 나랑 대화 말고 다른 거?
매장 업주
안했다, 안했다.
서도철
(손가락 튕기고 일어나 밖에다 대고)
형님! 밥 먹으러 갑시다!!!
힘차게 뜨는 타이틀.
베테랑
veteran

9. 서도철의 집 – 실외,내/밤
전형적인 서민 아파트 단지로 들어와 빼곡하게 주차된 차들 사이로 주차하는 도철.
서도철 (소리)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애가 저기서 저러고 있냐?
도철의 집안.
도철의 아들(9)이 자고 있는 뒤로 심통 난 얼굴로 TV 앞에서 맥주 마시며 빨래를 개고 있는,
주연
당신 아들한테 물어 봐라.
서도철
(옷을 마구 벗으며)
거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들어온 사람한테...
주연
옷 그렇게 벗지 말라고! 먼지 나잖아! 당신만 일해?
서도철
... 알았어, 알았어... 왜 그냐 또...
(자고 있는 아들 옆으로 가 앉으며 주연에게)
복지관에서 뭔 일 있었어?

- 11 -
주연
우리 회산 아무 문제 없구요 당신 아들이 문제요, 당신 아드님이.
서도철
(자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왜 또?... 우리 아드님이...
주연
학교에서 애 때렸단다.
서도철
(주연을 보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웃고 아들에게 뽀뽀해대며)
난 또 뭐 큰일이라고... 애들 다 싸우면서 크는 거지...
(아들이 잠에서 깨자)
아들, 맞고만 다니지 마. 아빠가 때려서 깽값 무는 건 참아도, 쥐어
터져서 병원비 내는 건 못 참는다.
퍽! 날아든 양말 뭉치에 얻어맞는 도철.
주연
잘 가르친다, 잘 가르쳐... 엄마가 사회복지사고, 아빠가 경찰인데 애
깡패 만들 일 있니?
서도철
좀 고상하게 말 못하냐? 이번에 좋은 사건 하나 풀린다. 나 본청 들어
가면 사모님 소리 들을 사람이...
(다시 잠드는 아들을 안고 일어서며)
그치 아들?...
주연
인감부터 찾아 놓고 본청 가라.
서도철
인감은 왜?
주연
대출 갱신해야 돼.
서도철
뭔 대출?

- 12 -
주연
이 집 전세 대출!
서도철
왜 짜증을 내고 그래...
(아이 안고 방으로 들어가며)
그냥 대출 쫌 더 받아서 집 사, 사!
주연
씻구 방에 들어가!... 벌어오는 돈이나 흘리고 다니지 말지...
도철 아들의 방.
잠자는 아들을 침대에 눕히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는,
서도철
싸나이는 대출 이런 거 신경 쓰는 거 아니다. 크게 가. 크게.
(한 숨을 푹 쉬고 아들에게 뽀뽀하고 엉덩이를 긁적이며 일어서서 트
로트 가락 뽑듯)
근데 내가 인감을 어디다 뒀냐?... 무슨 대출을 씨바... 대출 이자
만 모아도 집 샀겄다...

10. 부산 도로 – 실외/낮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가 부산 도로를 달린다. 이 위로-
서도철 (소리)
장거린데, 공무수행이라고 많이 못 챙겨드려서 미안하네.
보조석에 앉아있는 도철. 작업복을 입고 있다. 그 옆에는 인상 좋은 배 기사가 운전을 하고 있고,
그들 사이에 배 기사의 아들(11)이 자고 있다.
배 기사
우리 같은 일당벌이들은 크나 작으나 안노는 게 장땡이죠...
서도철
(잠든 배 기사 아들의 불편한 자세를 잡아주며)
아니 기사 아저씨, 애 학교 안 보내?
배 기사

- 13 -
학교 갔다 왔죠. 학교 보낼라고 이 짓하는 건데...
(사람 좋은 미소 지으며)
근데 학원 보낼 돈이 없네?...
서도철
아직도 물류 쪽 경기 안 풀려요?
배 기사
형사님, 우린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업주하고 거래처 잘 만나야
돼. 일만 많으면 뭐해요. 제대로 받질 못하는데.
서도철
요즘도 일당 떼먹는 놈들 있어요?
배 기사
몇 십 년 회사에서 일한 사람들 모가지 날리는 것도 눈 깜짝 안
하는 세상인데, 일당 떼먹는 게 일인가...
서도철
하여간, 양아치 새끼들...
배 기사
근데, 오늘 험하게 뭐 그럴 일은 없죠?
서도철
그냥 차만 내려주고 가시면 된다니까.
배 기사
헤헤- 나야 괜찮은데... 차 다칠까 봐...
서도철
요샌 어디 가나 사람 다치는 건 신경도 안 쓰는구만...

11. 다른 도로 차 안 - 실외/낮
비좁은 승합차 안에 작업복을 입은 형사들이 매장 업주를 데리고 이동하고 있다.
매장 업주 양 옆에 왕 형사와 미스 봉이 앉아있고, 뒤에 윤 형사가 앉아있다. 왕 형사를 괴로워하
는 매장 업주가 자꾸 자기 쪽으로 밀착하자 인상 쓰고 말하는,
미스 봉

- 14 -
다친다.
매장 업주가 미스 봉에게 미소를 짓는데, 왕 형사가 거칠게 자기 쪽으로 매장 업주를 바짝 당겨
앉힌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가 왕 형사의 살벌한 눈빛에 울상이 되는 매장 업주.
운전하는 양 실장 옆에 편안하게 앉아 있는,
오 팀장
러시아 애들하고 말은 어떻게 섞냐?
매장 업주
걔들이 한국말 잘해요.
오 팀장
그러니까 요샌 배워야 돼. 외국어 하니까 시장 키우는 거야. 나야 머
리 굳어서 안 되지만, 니들 승진시험 때만 벼락치기로 공부하지 말고
평소에 공부하라고.
미스 봉
학원비는 바라지도 않는데, 시간이라도 주시고 그런 말씀 하시지?
오 팀장
넌 시간 있으면 클럽 가잖어.
미스 봉
클럽에서 영어 배우는 애들 많아요.
오 팀장
그럼 클럽에 취직 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왕 형사
(수줍게)
클럽엔 언제 가?
매장 업주
제가 클럽에 아는 동생들 많은데...
미스 봉
너 징역 갔다 오면 아는 동생들 다 딴 일하고 있을 거니까 걱정
마라.
매장 업주

- 15 -
징역은 나오는 맛에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눈치 없이 끼어드는 매장 업주에게 살벌하게 눈빛을 날린 뒤 입 냄새 발포하고 급 표정 변환해
미스 봉 눈치를 보며 오 팀장에게 말을 건네는,
왕 형사
저기... 이따 작업 끝나고 회 한 접시 먹고 가면 안 됩니까?
오 팀장
저거 또 부산 왔다, 부산 왔어...

12. 부산항 자동차 수출입 구역 - 실외/저녁


싣고 온 컨테이너를 옮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서도철 옆에서 말을 건네는,
배 기사
이제부터 고생하시겠네. 암튼 불러줘서 고마워요.
서도철
수고하셨어. 조심해서 올라가시고. 수고비는 오늘 중에 수사지원
팀에서 계좌로 입금하니까 확인해 보세요.
(배 기사가 인사하고 차에 오르자)
애 좀 편하게 태우고 다녀요. 뒤에 누워서 자는 자리 있더만.
배 기사
애가 내 옆에 타는 거 좋아해서... 먼저 갑니다! 수고하세요!
서도철
(시동 거는 배 기사를 향해 차에 올라 명함 건네며)
돈 떼먹는 새끼 있으면 나한테 연락 주시고, 잠깐만.
(배 기사 아들에게 만 원 짜리 한 장을 건네주며)
휴게소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
배 기사
에헤이-
서도철
에헤이-
(배 기사 아들이 잽싸게 돈을 채가자)
그렇지! 남자는 상황 판단이 빨라야 돼!

- 16 -
배 기사 아들이 서투르게 꾸벅 인사하고 도철에게 손을 흔들자 미안해하는,
배 기사
고맙습니다, 인사를 크게 해야지...
(차에서 멀어지는 도철을 보며)
올라오시면 쏘주 한잔 살게요!

13. 러시아 화물선적 구역 - 실외/밤


대형 러시아 선박이 세워져 있는 가운데, 고급 중고 외제차들이 실린 컨테이너들이 선적 준비를
하고 있다. 매장 업주와 양 실장이 크로캅 같이 생긴 러시아 거래상과 함께 차량 상태를 점검한
다. 러시아 전문가가 차량 보닛을 열어 엔진 상태 등을 확인하고, 러시아 거래상은 태블릿 PC로
물품내역서와 실제 상태를 확인한다. 왕 형사와 미스 봉, 윤 형사를 비롯한 형사들 다섯 명도 부
두 노동자로 위장해 이들을 감시한다. 역시 부두 노동자로 위장한 도철이 지게차를 몰고 주변을
다니며 소형 카메라로 이들의 행동을 찍고 있다. 부두 곳곳에 러시아 거래상의 부하들 다섯 명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확인을 마친 러시아 거래상이 만족스럽게 서류를 꺼내자 매장 업주도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낸다.
러시아 거래상이 건네는 가방을 받아 가방 안에 든 달러를 확인하는 양 실장.
서도철
(앞으로 나가며 무전기 리시버에)
이쁘게 사인 끝내 주시고... 작업 시작합시다.
거래현장에 도철이 모습을 드러내자 양 실장에게서 현찰가방을 빼앗아 뒤로 빠지는 매장 업주.
서도철
커트! 잘 했다아~
러시아 거래상과 전문가가 뒤로 물러서는데, 요란한 사이렌과 함께 형사기동대 차량들이 등장!
러시아 거래상과 전문가가 도망치고, 매장 업주와 양 실장도 바로 달리기 시작한다.
이를 지켜보던 러시아 조직원 다섯 명도 사방으로 흩어져 달린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뛰기 시작하자 시선이 분산된 탓에 모두 놓쳐버리는 도철.
서도철
야! 뛸래면 모여서 한쪽으로 뛰어!...
오 팀장 (무전)
도철아! 니가 러시아 덩어리들 잡어.

- 17 -
서도철
예?... 나 힘들어...

14. 부두 상황실 - 실내/밤


감시 카메라 모니터를 보며 사방으로 달리는 범인들을 지켜보며 무전으로 지시하는,
오 팀장
힘드니까 니가 하라고. 딴 놈들은 지가 알아서 골대로 들어오니까.
모니터로 양 실장을 향해 접근하는 형사 기동대 차량과 매장 업주를 포위해 가는 미스 봉, 왕 형사
가 보인다.

15. 러시아 화물선적 구역 곳곳 - 실외/밤


1.
뒤를 보고 달리는 양 실장. 쫓아오는 사람이 없자 앞을 보고 냅다 뛰는데, 서라고 소리치며 뒤를
쫓는 윤 형사! 끼이익!- 그의 앞을 가로막는 형사 기동대 차량!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양 실장이
형사 기동대 차량 옆면을 쿵- 그대로 들이받고 바닥에 쓰러진다.
윤 형사
(차 부딪친 곳을 살피며 양 실장에게)
아... 왜 받구 자빠지구 지랄이여... 기냥 자빠지지... 우리가 너 받
은 거 아니다, 이. 니가 와서 받은 거지.
(운전대 잡은 선배 형사에게)
얘가 들이받아서 차 찌그러진 것도 사유서 씁니까?
2.
가방을 든 매장 업주가 필사적으로 뛰는데, 이 옆으로 왕 형사가 달려들다가 아슬아슬하게 놓친다.
둔한 왕 형사는 안타깝다는 듯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거리가 벌어진 매장 업주를 쫓는다.
왕 형사를 따돌린 매장 업주를 향해 ‘습파- 습파-' 호흡으로 성실하게 달리며 다가가는 미스 봉.
매장 업주는 미스 봉이 오는 것도 모르고 앞으로 그냥 뛰는데- 왕 형사가 거의 따라잡는다!
매장 업주를 향해 점프하는 왕 형사! 동시에 매장 업주가 눈에 보이자 몸을 날리는 미스 봉!
퍽!- 간발의 차이로 매장 업주가 비켜나가고 대신 매장 업주를 향해 달려든 왕 형사가 미스 봉의
이단 옆차기에 맞아 바닥을 나뒹군다. 안타깝게 외치는,
왕 형사
미이- 쓰으- 보오옹-!!!

- 18 -
3.
러시아 조직원들을 향해 곳곳에서 달려드는 형사들.
다섯 명의 러시아 조직원들이 온몸을 날려 달려드는 형사들에게 검거된다.
4.
컨테이너들이 즐비한 곳으로 도망친 러시아 거래상. 서도철이 이를 쫓아 컨테이너 미로 속으로
들어온다. 러시아 거래상과 도철의 미로 속 추격이 벌어진다. 톰과 제리처럼 쫓고 쫓기는 두 사
람. 도철에게 쫓기던 러시아 거래상이 좁은 컨테이너 구간을 지나가는데 도철이 컨테이너 사이에
끼어있는 것을 본다.
도철을 비웃으며 외투를 벗는 러시아 거래상.
컨테이너 사이에 끼어있던 도철이 퍽! 러시아 거래상의 낭심을 걷어차며 컨테이너 사이에서 빠져
나온다. 전혀 예상 못한 공격에 당한 러시아 거래상이 무너지며 도철의 어깨를 잡는데-
다시 한 번 도철의 낭심차기 작렬! 컥컥대는 러시아 거래상의 손목을 꺾으며 수갑을 채우는,
서도철
어디서 후까시를 넣고 지랄을...
이때 누군가 달려드는 소리. 돌아보면, 러시아 전문가가 빠루를 들고 도철을 향해 달려든다. 잽싸
게 몸을 틀어 러시아 거래상을 앞으로 내미는 도철.
순간, 러시아 전문가가 휘두른 빠루가 러시아 거래상을 퍽! 때리고-
쓰러지는 러시아 거래상의 몸을 축으로 이용해 러시아 전문가를 향해 회전 킥을 날리는 도철!!
도철의 킥에 맞아 쓰러지며 컨테이너 벽에 한 번 더 머리를 박고 쓰러지는 러시아 전문가.
도철이 두 사람의 손을 수갑으로 연결한다.
5.
미친 듯이 달리는 매장 업주 옆으로 경광등을 돌리며 따라붙는 승합차. 이를 보고 울상을 지으면
서도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매장 업주.
오 팀장
힘든데 타고 가.
(싫다고 도리질하며 뛰는 매장 업주에게 물 한 모금 마시고 권하는)
물 줘?
오 팀장이 건네는 물을 받아 입에 붓고, 마라톤 선수처럼 머리에 끼얹으며 계속 뛰는 매장 업주.
오 팀장
(수갑 던지며)
그냥 타고 가자. 나 올라가서 할일 많어.
매장 업주
(갑자기 달리기를 멈추더니 수갑을 차고 문을 열며)

- 19 -
아이고, 그래 갑시다, 가!
오 팀장
그래, 저기 니 친구들하고 같이 가면 좋잖아.
승합차 너머 러시아 거래상과 패거리들을 체포해 나오는 도철과 형사들이 보인다.

16. 광역수사대 - 실외/낮


각 언론사 보도차량들이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장비를 챙긴 기자들이 건물로 들어간다.

17. 광역수사대 강력팀 - 실내/낮


도철이 안으로 들어와 거울보고 머리를 다듬는 오 팀장 옆을 지난다. 체크무늬 정장 재킷에 머리
를 쫙 빗어 넘겼는데 이상하게 안 어울리는 오 팀장. 다른 팀원들은 범행 도구와 관련 증거물들
을 챙기고, 매장 업주와 러시아 거래상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앉혀놓고 리허설 중이다.
오 팀장
(머리가 마음에 안 드는 듯 계속 머리를 만지며)
드라이를 하고 발랐어야 되는데... 그래도 체크가 유행이라 안 버리길
잘했어...
서도철
이뻐 이뻐. 그냥 대충 하고 끝냅시다...
미스 봉
(내선 전화를 받고)
기자들 들어와도 되냐는 데요?
오 팀장
내가 안내한다고 그래. 아직도 브리핑 실에 증거물 안 갖다 놨
냐?
서도철
(용의자들에게)
니들 보도국 카메라까지 들어오니까, 쪽팔리기 싫으면 알아서 얼굴 가
리고, 허약한 크로캅 얘는... 통역 왔어? 통역 왜 안와?!
러시아 거래상 (한국말)

- 20 -
나 한국말 한다니까. 변호사 불러.
서도철
이거는 어디서 반말을 배워가지고.
미스 봉
통역 불러요?
서도철
그림 사이즈가 달라 보이잖냐. 통역이 와 있어야 좀 있어 보이지.
오 팀장
(브리핑 자료를 챙겨 나가며)
야, 그냥 직원 중에 하나 영어 좀 하는 애 일단 데려다 놔. 나 기
자들 데려온다.
용의자들은 모두 공식 포즈라도 되는 듯 외투로 얼굴을 가리고,
팀원들은 헤어스타일과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표정관리에 들어간다.
서도철
(밖으로 나가며 군밤타령 가락에 맞춰)
승진이 왔네~ 승진이 왔어~ 본청 책상에 내 이름 박고, 기름칠
하고~ 얼싸 좋네, 아 좋네 승진이야~ 에헤라 존나게 잘 나가는구
나~

18. 화물 중개소 - 실외/저녁에서 밤


화물 중개소 앞에서 화물 기사들이 시위하고 있고, 여직원은 문을 잠근 채 대치중이다.
화물 기사 1
전 소장 어딨냐고?! 아가씨도 자꾸 이런 식으로 몰라요, 몰라요 그러
면 같이 나쁜 사람 되는 거야!
중개소 여직원
진짜 나도 연락이 안 되니까 그렇죠...
화물 기사 2
단체가입 했다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하는 경우가 어딨어?! 밀린
임금이나 제대로 주던가?! 기름 값, 밥값, 다 내 돈 쓰고 일했다고!!!

- 21 -
중개소 여직원
왜 나한테 그래요! 나도 월급 받고 일하는 사람인데!
고래고래 악을 쓰는 사람들 뒤로 배 기사가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어 문다.
불을 붙이려는데, 라이터에 불이 안 붙는다.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담배를 집어넣는 배 기사.
시간경과, 어느새 밤.
어느새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여직원도 퇴근하고, 화물차들만 죽은 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화물차 안에서 바나나 우유와 편의점에서 파는 빵 조각을 앞에 두고 전화를 하고 있는,
배 기사
아직도 안자?... 빨리 자야 아침에 또 엄마랑 안 싸우지... 아빠 밥 먹
었어. 금방 들어갈 거야...
(사무실 쪽으로 승용차 한대가 들어와 멈추는 것을 보고)
엄마한테 아빠 금방 들어간다고 얘기 해. 아빠 끊을게.
사무실 앞에 선 승용차에서 덩치 좋은 사무소장이 중개소 여직원과 낄낄대며 내린다. 이 뒤로-
배 기사
소장님.
전 소장
어? 배 기사...
(같이 온 중개소 여직원을 의식하며)
이 시간에 어쩐 일이래?
배 기사
(눈치 빠르게 사무실로 들어가는 중개소 여직원을 보고)
왜 전화를 피하세요?
전 소장
내가 언제 전화를 피했다고 그래? 언제 나한테 전화했었어?
배 기사
전화도 안 받고, 사무실에서도 연결 안 해주니 만날 수도 없고...
전 소장
(씨익 웃으며 배 기사에게 다가가)
씨발 놈아 용건만 말해. 쓸데없이 주접떨지 말고.
배 기사

- 22 -
... 욕은 하지 맙시다...
전 소장
니가 먼저 욕 나오게 했잖아. 나 만나서 뭐 어쩌겠다고?
배 기사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보이며)
아니 일방적으로 문자로 뜩 계약해지를 하는 경우가 어딨어요?...
전 소장
내가 해지 한 거야? 본사에서 그렇게 하라는데 어떡해? 그러게
단체가입을 왜 해? 종북이야?
배 기사
... 그래도 줄 거라도 주고 통보를 하시던가...
전 소장
(배 기사의 머리와 가슴을 기분 나쁘게 툭툭 쳐대며)
가져 가. 가지고 갈 거 있으면 가져가라니까?
(주머니 털어 보이며)
가져가라고.
배 기사
(화를 꾹 억누르며)
... 말로 합시다... 말로...
전 소장
(계속 뒷걸음질 치는 배 기사를 밀어붙이며)
지금 말로 하잖아? 내가 때려? 그럼 진단서 떼... 내가 몇 번을
말해. 정 그러면 본사 가서 얘기하라고. 나도 돈 없다고...
(열이 올라 배 기사를 확 밀치며)
모텔 갈 돈 없어서 사무실 쳐 기어 들어와서 연애한다고!
(스탭이 엉켜 뒤로 쓰러지는 배 기사를 보며)
에구구?... 염병한다...
가방과 쇼핑백을 챙겨들고 나오던 중개소 여직원이 쓰러진 배 기사를 보고 피한다.
전 소장이 침을 퉤 뱉고 차에 타라고 손짓하자 재빨리 차에 올라타는 중개소 여직원.
쓰러진 배 기사 뒤로 부웅 전 소장의 차가 사라진다.
분을 삭이며 일어나다 지갑을 툭 흘리는 배 기사. 지갑을 들어 올리다 지갑 사이에 튀어나온 명
함을 본다. 꺼내보면, 서도철의 명함이다.

- 23 -
19. 파티장 입구, 로비 – 실외,내/밤
도철이 밖에서 두리번거리며 전화기를 드는데, 입구에서 나와 도철을 맞이하는 홍렬.
서도철
무슨 쫑파티를 이런 데서 하냐? 내가 끼어도 되는 거냐?
도철이 매니지먼트사 대표 윤홍렬과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서 지나치는 늘씬한 미녀들을 보
며 신난 도철.
윤홍렬
드라마 자문 해준 사람이 이런 자리 와야지 누가 와? 우린 스폰
이 또 죽이잖아. 내가 괜찮은 라인 하나 형 연결해줄라고 부른
거 아냐. 내 말 들으면 자다가도 뭐가 생긴다? 떡이 생긴다.
(도철의 휴대폰이 울리자)
급한 전화면 받고 들어가셔도 돼.
서도철
(발신번호를 확인하며)
기잔가?... 모르는 번호다. 근데 들어가서 물 안 좋으면 니 아구창
오만대.

20. 화물 중개소 - 실외/밤


전화기를 들고 있는 배 기사.
안내 멘트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힘없이 전화를 끊는 배 기사. 한 숨을 푹 쉬더니 자신의 차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21. 파티장 - 실내/밤


도철을 데리고 들어서는 홍렬. 안에서는 드라마 ‘여형사’의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파티가 진
행 중이다. 신나는 음악, 화려한 조명, 늘씬한 사람들을 지나 룸으로 들어가는 도철과 홍렬.
룸.

- 24 -
룸 안에는 조태오와 드라마 ‘여형사’의 작가, 감독, 그리고 조태오의 지인 두 사람까지 다섯 명의
남자들이 연예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들과 함께 뒤섞여 있다. ‘여형사’의 주인공 다혜는 태오 옆
에 서있고, 이들 가운데 엄청난 근육질의 이종격투 선수 두 명이 팔씨름을 하고 있다.
룸 안의 사람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팔씨름을 보고 있다. 테이블 위에는 백만 원 수표가 두 장
씩 넉 장 올라와 있다. 홍렬이 도철을 인사시키려는데, 조태오가 먼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도
철과 악수를 나누고 하던 거 집중한다. 약간 썰렁해진 도철. 태오가 코를 킁킁거리는 모습을 유
심히 살피다가 어색하게 팔씨름 상황을 본다. 자신이 응원하던 선수가 밀리기 시작하자 태오가
어린 애처럼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친다. 그래도 밀리자 태오가 피우던 담배를 상대 쪽 선
수 뒷덜미에 지진다. 순간, 상대선수가 놀라 힘이 빠지며 팔씨름에서 어이없이 꺾이자 모두 “에이
- 뭐야~” 하는데,
조태오
(아이처럼 손사래 치며)
장난이잖아 장난... 손님도 새로 오셨는데 자리 정리할까요?
윤홍렬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신데, 잠깐 소개시켜드릴 분이 있어. 우리
다혜가 전 소속사와 분쟁이 있었을 때 많은 도움을 주셨고, 또
이번 드라마 ‘여형사’에서 자문 역할로 도움을 주셨던 우리의 강
력형사 서도철 형사님!
사람들이 환영하며 박수를 치자 어색하게 일어나서 인사하는 도철.
윤홍렬
너무 좋은 형님이야! 좋은 사람들끼리는 이렇게 또 서로 연을 맺
어야... 우리 작가님하고 감독님은 자주 만났었고...
(서둘러 소개)
우리 회사 신인 배우들이고, 인사들 드려. 여기 이 형님은 강남에
서 성형외과 운영하시는 김종원 박사님이시고, 옆에 형님은 강원
도에서 콘도 사업 크게 하시는 이용훈 대표님. 그리고... 오늘 파
티 주인공, 우리 알바트로스 엔터테인먼트의 든든한 지주! 곧 신
진물산 부사장으로 승진하실 신진물산 조태오 기획조정실장!
도철이 조태오를 소개받자 약간 놀란다. 사람들 환호를 받으며 도철에게 술을 권하는 태오.
도철 옆에 앉은 앳된 막내와 태오 옆에 앉은 다혜가 툭탁거리며 장난을 주고받는다.
서도철
(조태오의 술을 받으며)
제가 아는 그 신진그룹 그...
조태오

- 25 -
왜 이러세요... 노는 자린데 잔 편하게 받으시고...
두 사람 대화하는데 다혜와 앳된 막내가 장난치는 게 자꾸 거슬린다.
서도철
근데 윤 대표하고 어떻게?...
윤홍렬
(다혜를 가리키며)
조 실장이 미국 유학 생활 할 때 다혜랑 촬영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우리가 신세 많이 졌거든. 그때 친해졌지.
조태오
밥 한번 산 거 가지고... 내가 나이는 훨씬 어려요.
서도철
야, 이거 재벌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근데 재벌은 좀 다르게 놀
줄 알았는데...
하는데, 태오가 갑자기 눈에 자꾸 거슬리던 앳된 막내의 옷 속에 얼음을 쏟아 넣고, 다혜를 잡아
과일안주를 한 움큼 집어 입에 처넣는다. 다혜 머리채를 잡고 일어서 바나나를 다혜 입속으로 넣
으며 쌍스런 포즈를 취하는 태오. 엉망이 되어버리는 두 여배우. 조태오의 이상한 광기에 사람들
모두 바라보기만 한다. 도철을 향해 낄낄대는,
조태오
재벌은 뭐 이렇게 놀아야 되나?
(도철과 기 싸움을 벌이다 도철이 귀엽다는 듯 씨익 웃자 같이
웃으며)
이야- 우리 형사님 안 속네?...
(사람들 모두 자신의 리드에 따라 웃기 시작하자 확 긴장 풀고)
베테랑이시네 베테랑. 멋있다! 터프해.
(다혜와 앳된 막내를 끌어안아주며)
놀랬어? 장난한 건데?
(폭탄주 말며 도철 들으라는 듯)
우리 할아버지가 사람은 간덩이보고 사귀라고 그랬거든요.
서도철
(태오가 내미는 폭탄주 잔을 받으며 장난치듯)
조태오 씨... 재밌게 사네... 근데 죄짓고 살지 마.
조태오

- 26 -
무섭잖아요. 장난인데...
(킁킁대며 홍렬에게 빈정대는)
형사랑 줄 있다고 애들한테 함부로 하지 말라 이거야? 무서워서
맘 놓고 술도 못 마시겠다, 야. 아는 검사는 없어?
윤홍렬이 난처해하는 가운데 서로 기 싸움을 벌이는 태오와 도철.

22. 광수대 체력 단련실 - 실내/아침


운동복을 입은 도철과 오 팀장이 체력단련실로 들어온다.
실내에는 건장한 경찰들이 땀을 흘리며 살벌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왕 형사가 돋보인다.
서도철
해장국이나 먹자니까 이 시간에 뭔 운동이야 운동은...
오 팀장
(팔팔하게 뛰는 동시에 운동기구를 살피며)
누군 이 짓하고 싶어서 하냐?
(무거운 아령을 하나 들었다가 바로 내리며)
이번에 간부들 체력테스트 인사고과에 들어간다니까 모가지 지키
려면 해야지. 요즘 같은 인사철엔 어느 구름에 비 맞을지 모른다.
서도철
(벤치 프레스에 자리 잡는 오 팀장을 보며)
팀장도 간부야?
오 팀장
얘는 회사생활 기본이 안됐는데 어떻게 계속 다니나 몰라...
(선수처럼 양쪽 봉 끝을 손가락 뺨으로 재서 봉을 잡고)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이거나 잡어.
오 팀장이 드는 벤치 프레스의 봉을 잡고 보조를 맞춰주는 도철. 딴 생각 한다.
힘겹게 벤치 프레스를 드는 오 팀장. 가슴으로 내리지 못하고 계속 파르르 떨며 버틴다.
서도철
형님...
오 팀장
(순간 기회를 잡았다는 듯 벤치 프레스를 다시 제자리에 탕- 걸치며)
왜 운동하는데 말을 걸어! 호흡 틀어지잖아!

- 27 -
(벙 찌는 도철의 시선을 피해 자리를 옮기며)
유산소부터 해야 돼. 유산소. 살살 몸 풀고.
러닝머신 앞에 서는 도철과 오 팀장. 도철은 가볍게 세팅하고 걷는데, 오 팀장은 무리하게 올린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쿵쾅대며 뛰기 시작하는 오 팀장.
그 옆의 젊고 몸 좋은 형사들이 자연스럽게 뛰는 모습과 대비된다.
서도철
형님, 신진물산 조태오라고 알아?
오 팀장
(숨을 헐떡거리며)
... 신진... 그룹... 둘짼가... 셋째 아냐... 그거... 망나니라고... 소문
났던데... 유학 갔다 와서... 사고... 많이 치고... 댕긴다고...
서도철
누가 그래?
오 팀장
... 기자... 들...
(점점 더 숨이 차오르자 거칠게 호흡을 뱉으며)
... 사업하는... 애들... 사이서... 유...명하...지... 아이고...
서도철
나 걔랑 어제 술 마셨거든.
도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 팀장이 우당탕! 러닝머신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져 주저앉
는다. 체력단련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오 팀장을 본다. 웨이트 하던 왕 형사가 달려온다.
쪽 팔린 듯 주위를 살피며 오 팀장에게 다가가 속삭이는,
서도철
바로 일어나지 마, 일어나지 마. 더 시선 끌어. 가만있어. 앉아서
스트레칭 해 스트레칭.
도철의 지시대로 일부러 그랬다는 듯 앉아서 바로 스트레칭에 들어가는 오 팀장. 도철도 같이 앉
아서 스트레칭 하는데,
오 팀장
아포...
서도철

- 28 -
잠깐 아프고 말어. 한 달 내내 쪽팔리지 말고.
왕 형사
(웨이트 하다 달려와)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오 팀장
뭐, 왜?
왕 형사
아니... 저기... 팀장님 등에서 피 나십니다...

23. 광수대 샤워장 내 사우나 - 실내/아침


부지런히 운동하는 오 팀장을 보는,
서도철
형님, 근데 타박상 입고 사우나 안 좋을 거 같은데?...
오 팀장
(몸을 풀며)
원래 이런 타박상은 좀 불려야 금방 낫는다고. 약해 빠져가지고...
서도철
형님... 그 조태오... 냄새가 나...
오 팀장
(무릎 꿇은 채 의자에 대고 팔굽혀펴기를 하며)
니 까짓 게 어떻게 조태오 같은 사람 냄새까지 맡을 수가 있는
거냐? 나도 그 냄새 함 맡고 싶다...
서도철
여형사 주인공 매니저하는 윤홍렬이. 걔가 드라마 쫑파티 오라고
갔다가 만났는데, 이 새끼 딱 몽타주부터 느낌이 우리 관할이야.
오 팀장
(일어나서 쉐도 복싱과 스트레칭을 연달아하며)
걔도 니 몽타주 안 좋아 할 거다. 나 어제 경찰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청장님하고 악수했다. 이번 사건 이쁘게 마무리 될 때
까지만 사고치지 말자.

- 29 -
서도철
킁킁대는 게 약쟁이 같어...
오 팀장
(오리 뜀뛰기를 하며)
축농증, 비염.
서도철
(일어나는 오 팀장을 보며)
재벌 집 자식이 다 컸는데 축농증, 비염?
오 팀장
어제 니가 술값 냈어? 왜 지랄이야? 재벌이 코 킁킁 대는 거 가
지고 영장 받아올 자신 있으면 니 맘대로 하고, 아니면 빨리 올
라가서 밀린 보고서나 써!
왕 형사
(사우나로 들어오다 나가는 오 팀장을 잡으며)
팀장님, 진짜 괜찮으십니까?
오 팀장
또 왜에-? 넌 니 갑빠나 신경 써!...
왕 형사
타박상 입고 바로 사우나 하면 어떡하십니까?... 등이 부어 오르
셨지 말입니다...

24. 신진그룹 본사 도로, 입구, 로비 – 실외,내/아침


최 상무 비서가 운전을 하고 최 상무가 보조석에 조태오가 뒷자리에 앉아있는 가운데, 경제학 여
교수가 태오 옆에 앉아 태블릿 PC를 들고 주요 뉴스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제학 여 교수
...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12일 금융사나 신용정보회사...
(조태오가 어수선하게 넥타이와 머리를 만지며 듣기 싫은 눈치를
보이자)
회사와 직접 연관된 기사만 추린 건데 나중에 들으시겠어요?
조태오

- 30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갑자기 임원들 비상회의 소집을
왜 한다는 거예요?
고급 승용차들이 연달아 입구에 들어서며 신진그룹 계열사 중역들이 모여든다.
최 상무의 차도 도착하며 최 상무와 조태오가 차에서 내린다.
최 상무
이번 검찰조사 들어가기 전에 회장님께서 그룹 조직개편을 마무
리 지으시려는 것 같은데?
조태오
그럼 통신 쪽 우리가 넘겨받는 건가?
임원들의 급작스런 도착에 어수선한 로비. 임원들 회의 참석으로 일반 사원들은 승강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흐르는 가운데 조태오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걷는,
최 상무
너무 내색하진 말자고. 아무래도 장시간 회의가 될 것 같으니까
회의 중에 갈증 나도 참고.
화장실.
각 중역의 비서들이 자신이 모시는 중역들에게 패드를 건넨다. 최 상무에게 패드를 건네받는,
조태오
이걸 차라고?
최 상무
(화장실로 들어가는 중역들을 보며)
원래 중역회의는 다 차고 들어가. 중간에 화장실 갈 순 없잖아.
화장실 칸에 들어간 중역들이 패드를 차고, 조태오도 패드를 착용한다. 패드를 착용하고 나오는
사람들. 조태오 바지가 꽉 낀다.

25. 신진그룹 본 회의장 - 실내/아침


나이든 중역들과 함께 섞여있는 조태오. 태오의 누나와 형도 보인다.
중역들 긴장하며 있는 가운데 흐르는,
안내방송 (소리)
본 회의장에 알려드립니다. 그룹 중역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셨던

- 31 -
회장님께서 검찰 일정이 잡히신 관계로 오늘 회의는 취소되었음
을 알려드립니다. 임원 여러분께서는 이 시각 이후 발생되는 상
황에 긴급 대처하기 위해 비상대기 체제를 유지해주시기 바랍니
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안내방송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열 받은 조태오.

26. 신진물산 도로 – 실외/낮


최 상무가 직접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은 케이스에 든 하얀 가루를 흡입하는,
조태오
사람들 다 모아놓고 이렇게 갑자기 들어가 버리면 어쩌자는 거
야?...
뒷좌석 모니터에 태오의 아버지 조 회장의 검찰출두 뉴스가 나오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지팡이
에 의지해 차에서 나와 휠체어에 앉아 링거를 맞으며 등장하는 전형적인 재벌의 출두 모습.
조태오
아버지 저렇게 들어가면 통신 쪽은 누나한테 넘어가는 거 아냐?
최 상무
일단 보자고. 그게 또 주주총회도 열어야하고, 생각처럼 쉽게 넘
어가진 못해. 검찰 조사도 시간이 꽤 걸리고...
조태오
주총이고 나발이고, 형, 누나, 나 셋 중 하나가 이번에 통신 쪽
받는 건데 우리 쪽엔 아무 정보가 없잖아요! 우리 정보력이 이거
밖에 안 돼?!
최 상무
고모부 땜에 고모도 예민하셔서...
조태오
형님. 지금 업무시간 아닌가?...
최 상무
어?... 회장님 때문에 사모님께서...
이때 울리는 태오의 전화벨. 확인해보면, ‘아파트 모델’이란 이름과 함께 다혜의 사진이 뜬다.

- 32 -
최 상무 말이 끊긴다. 귀찮은 듯 수신거부를 누르고 답답한 듯 창문을 여는 태오.
최 상무의 차가 신진물산 본사로 들어서려는데,
신진물산 본사 앞에 화물차를 주차한 채 피켓을 들고 일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배 기사가 회사 경
비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배 기사 옆에는 배 기사 아들도 있다.
조태오
저건 또 뭐야?
최 상무
어?... 별거 아냐.
조태오
내가 회사 돌아가는 거 알면 안 되는 건가요, 최 상무님?
최 상무
그게 아니라, 하청업체에서 임금체불 됐다고 본사에 항의하러 왔
다는데, 법적으로 우리 쪽 문제는 없어서 가급적 경찰 부르지 않
고 해결하려고... 경찰 불러서 바로 처리하면 되지 뭐...
신진물산 건물 안으로 들어가며 답답하다는 듯 대화를 이어가는,
조태오
복잡하게 그러지 말고 나한테 올려 보내요.
최 상무
에?...
조태오
지금 우리 이미지 관리 잘못하면 힘들어요. 말 안 새게 그냥 내
부에서 해결합시다.

27. 신진물산 사내 – 실내/낮


배 기사가 겁먹은 아들과 함께 피켓을 든 채 최 상무와 네 명의 수행원들에게 끌려온다. (수행원
중 두 명은 팔씨름하던 이종격투 선수들이다.)
수많은 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기획조정실장실을 향해 가는 배 기사와 아들. 이 위로-
조태오 (소리)
아드님이 아주 잘 생겼네요. 이쁜 아들이랑 어떻게 길에서...

- 33 -
28.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낮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는 배 기사 아들과 잔뜩 긴장한 배 기사가 응접테이블에 앉아있다.
최 상무와 네 명의 수행원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비서가 커피와 주스를 내어준다. 어
쩔 줄 모르며 찻잔을 받는 배 기사. 배 기사 아들에게는 사탕과 과자 선물 세트를 준다. 사무실
한쪽에 태오가 키우는 사냥개가 배 기사와 아들을 노려보고 있다. 리모컨으로 음악 볼륨을 조절
하며 맞은편에 다가와 앉는,
조태오
그렇게 험한 말을 하시고... 식사는 하셨어요?
배 기사
... 죄송합니다.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조태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면요?
배 기사
조합에 가입했다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하시면...
최 상무
우리가 계약해지 한 게 아니잖아. 그쪽이 우리하고 계약했어?
배 기사
밀린 임금은요? 실장님 저희 화물은 진짜 남는 게 없어요.
(조태오가 과자를 잘라 배 기사 아들에게 주는데)
기름 값도 없어서 끼니 건너뛰면서 일하는데, 사무실에서는 본사
에서 돈이 안 나와서 그런다고 그러고...
조태오
(사냥개에게 나머지 과자 조각을 먹이며)
다 어려워요. 난 어릴 때부터 매년 올해 감기가 제일 지독하고,
올해 경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을 한 해도 안 빼먹고 들었어요.
그래서 죽었나요? 안 죽었잖아...
(자신의 책상 위 고급 미니카를 보는 배 기사 아들을 보고 고급
미니카를 가리키며)
너 저거 갖고 싶구나?
(자리에서 일어나 배 기사 아들이 보던 미니카를 가져가며)
얼마나 밀리셨다고요?

- 34 -
배 기사
(주머니에서 계약서 종이를 꺼내며)
아... 네, 순서대로 말씀을 드리면...
조태오
(배 기사 아들에게 미니카를 건네며)
총액 만 불러요. 총액만.
배 기사
(태오의 눈치를 살피며)
좀 되는데... 사백... 이십...
조태오
사백이십? 사백이십... 억?
(배 기사가 놀래 고개를 가로젓자)
사백이십... 만?
배 기사
예...
조태오
... 기사님, 맷돌 손잡이 알아요?
(배 기사가 무슨 말인지 몰라 대답을 못하자)
맷돌 손잡이를 어이라고 그래요. 어이. 맷돌에 뭘 갈려고 집어넣
고 맷돌 돌리려고 하는데,
(만년필을 뚜껑에서 뾱 꺼내며)
손잡이가 빠졌네? 이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 그래요. 황당하잖아.
아무 것도 아닌 손잡이 땜에 해야 될 일을 못하니까. 지금 내가
그래. 어이가 없네.
하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리더니 전 소장이 들어와 최 상무에게 인사한다. 태오가 누구냐는 듯
쳐다보자 서둘러 말하는,
최 상무
하청업체 소장입니다.
전 소장
(배 기사를 보고 인상 쓰고는 바로 태오에게 꾸벅 인사하는)
죄송합니다, 대표님.
조태오

- 35 -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향해가며)
큰일 날 소리 하시네... 내가 왜 대표예요, 이 양반아.
전 소장
(태오의 명판을 보고)
죄송합니다... 실장님...
(배 기사에게)
내가 이번 주에 준다고 그랬잖아.
배 기사
언제요?
이때 “어이!” 부르는 소리와 함께 전 소장과 배 기사에게 날아드는 글러브. 두 사람 모두 얼떨결
에 글러브를 받는다. 리모컨으로 음악을 바꾸는,
조태오
소장님, 기사님들 돈 슈킹하셨어?
전 소장
아닙니다! 아닙니다!
조태오
(배 기사에게 다가가며)
끼어요. 두 양반 다.
조태오가 최 상무에게 손짓하자 최 상무가 직원들에게 손짓해 테이블과 의자들을 치운다.
최 상무가 감시카메라 아래서 문자를 전송한다.
경비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경비.
조태오 사무실 집기들을 한쪽으로 치우는 모습이 모니터로 흐르다 꺼진다.
배 기사 앞에 다가선,
조태오
우리 기사님도 파이팅 함 합시다.
(얼떨결에 일어난 배 기사가 아들과 자신을 번갈아 보자 웃으며)
괜찮아요.
(배 기사 아들 손을 잡고 데려가며)
협박해서 돈 뜯어낼 생각하지 말고 땀 흘려서. 파이팅 있게.

- 36 -
배 기사
(아들을 잡아채고 글러브를 내보이며)
지금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배 기사 아들이 놀라서 울먹이자 사냥개를 끌고 와 배 기사 아들을 안고 물러서는,
조태오
애 놀래잖아요... 괜찮아, 괜찮아. 어른들 다 이렇게 돈 벌어. 아빠
가 얼마나 힘들게 돈 버는지 봐야 효도하지...
(자신의 책상 앞에 서서 돌아보며)
자- 준비들 되셨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장식 종을 땡- 치며)
자- 파이트!!!
하지만 뭘 어째야할지 모르는 배 기사와 전 소장.
최 상무
붙으라구 붙어!!! 남자답게!!!
조태오
(날뛰는 최 상무를 말리며)
에에에-! 소장님 제대로 안하면 내용증명 날아가요.
배 기사
(앞으로 나서며)
애 보는 앞에서 이게 무슨 짓들이에요!
전 소장이 배 기사를 가로막으며 주먹을 날린다. 우당탕 쓰러지는 배 기사.
너무 놀라 얼어버리는 배 기사 아들 옆에서 손뼉 치며 소리치는,
조태오
전 소장 3점!
멍멍! 사냥개가 짖는다. 쓰러진 배 기사를 보는 사람들.
조태오
(배 기사에게)
아저씨, 그렇게 편하게 맞기만 하면 돈 못 받아요. 글러브 끼어.
돈 받으러 왔대 메요? 아들도 보고 있는데 힘냅시다!
(배 기사 아들에게)
너네 아빠 저렇게 힘들게 돈 번다. 아빠 파이팅, 한번 하자. 아빠

- 37 -
파이팅!
배 기사
(이를 악물고 일어나 아들에게 다가가며)
애는 내보내고 얘기합시다...
하는데 퍽퍽! 배 기사를 다시 밀어붙이는,
전 소장
정신을 못 차려!
결국 배 기사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자 최 상무에게 휴지를 던져주는,
조태오
상무님, 우리 기사님 이빨 다치겠다. 휴지 물고하라 그래요.
배 기사가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잡고 늘어지자 이를 밀쳐내며 배 기사를 후려치는,
전 소장
어딜 잡어!
최 상무가 배 기사를 일으켜 입속에 휴지 뭉치를 집어넣고 다시 전 소장에게 밀어준다.
조태오
아저씨 팔 올려야 돼! 팔!
전 소장
(배 기사를 때리며)
그러게 왜 일을 크게 만들어, 이 병신아!
조태오
아저씨 뒤로 빠져요. 움직여 계속! 숨 쉬고!
얻어맞던 배 기사가 결국 주저앉는다. 코와 입술에서 피가 터진 배 기사. 처참한 모습이다.
조태오
(최 상무에게 지갑을 달라고 하며 배 기사에게 다가가)
아저씨.
(지갑에서 백만 원 수표 다섯 장 꺼내며)
이건, 아저씨 얘기한 사백 이십. 내가 더 얹었어요.
(천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더 꺼내며)

- 38 -
이건 애기 과자 값이랑 오늘 약값. 이제 우리 사이 정리 끝.
(수치심에 치를 떠는 배 기사를 보고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하지 않기.
배 기사가 아들을 바라본다. 배 기사 아들을 데리고 가며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최 상무
자, 일들 합시다. 점심 뭐 먹지?

29. 광수대 구내식당 – 실내/낮


도철과 오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배식 줄을 서 있다. 주변은 경찰들로 시끌벅적-
텔레비전에서는 다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형사 시즌 2’의 예고편과 하이라이트가 흐른다.
오 팀장
우리 회사에 저런 친구 좀 안 들어오나?...
미스 봉
아휴~ 저거 작가가 나 모델로 쓴 거잖아요...
오 팀장
(미스 봉을 팍 째리며)
그나저나 우리 조카 땜에 미치겠다. 연예인 된다고 여기저기 오
디션인가 뭔가 보러 다닌다는데, 도철이 너 연예 기획사 다리 좀
놔줄 수 있지?
서도철
여자?
오 팀장
남자 놈인데, 인물은 좋아. 키도 백 팔십온가...
미스 봉
난 키 너무 커도 싫더라. 요새 길거리에 그런 애들 천지에요. 오
디션 프로 봐. 요즘 애들 다 인물 좋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
고...
오 팀장
넌 그냥 하던 거 해.

- 39 -
왕 형사
(버럭)
미스 봉한테 왜 그러십니까?!
오 팀장과 왕 형사의 짧은 기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머지 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식
을 진행한다.
서도철
그냥 기술 배우라 그래. 개나 소나 연예인 한다고.
오 팀장
개나 소?
서도철
(하는데 휴대폰이 울리자 발신자 확인한 뒤 목소리 깔고 전화 받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 2팀 서도철입니다... 예? 누구라고?
(밖으로 나가며)
아니 울지 말고 찬찬히 말해봐, 또박또박...

30. 신진 의료센터 수술실 복도 – 실내/낮


병원으로 거칠게 들어서는 도철. 저 멀리 의자에 앉아있는 배 기사 아들을 발견한다.
배 기사 아들에게 다가가는 도철. 배 기사 아들이 도철을 쳐다보고,
도철은 배 기사 아들이 들고 있던 자신의 명함을 본다. 배 기사 아들 옆에 앉는,
서도철
아빠가 어떻게 됐다고?
인터컷 – 신진물산 비상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배 기사.
배 기사 아들 (소리)
아빠가... 계단에서 떨어졌대요...
뒤편에서 경찰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와 대화를 나누던 배 기사의 처가 도철을 본다.
배 기사 아들
아빠 지갑에 아저씨 명함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서도철
... 잘했어, 잘했어. 밥은 먹었어?

- 40 -
배 기사 처
(도철에게 다가오며)
누구...시죠?
서도철
예... 저 배 기사님하고 잠깐 일했던... 아니,
(신분증을 보여주며)
경찰입니다.
배 기사 처
(흘렸던 눈물을 훔치며)
경찰들은 오셨는데...
이들 뒤로 조사하던 경찰들이 다가오자 경찰들에게 신분증 보여주는,
서도철
광수대 직원이에요.
수술실 앞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담당 경찰이 건넨 증거품을 받아보는 도철. 배 기사가 남긴 문자
메시지를 본다.
‘미안해 여보. 배고파서 힘들고, 억울해서 힘들다.’
인터컷 - 신진물산 화장실에서 입에 물었던 휴지를 빼내며 울고 있는 배 기사.
손에 쥔 수표를 본다. 배 기사 아들은 배 기사를 기다리고 있다.
- 신진물산 앞에서 아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배 기사.
신진 물산 구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배 기사.
‘먹고 살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사람 같이 살고 싶은데... 돈 몇 푼
때문에 인간 이하 취급 받으면서 이렇게는 못 살겠다. 힘없는 놈
이 힘 있는 놈들 죄받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용서해라.’
도철과 담당 경찰이 배 기사 가족들과 떨어져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담당 경찰
(기록한 메모들을 확인하며)
임금체불 때문에 본사에서 항의하다가 비상계단에서 투신했는데,
인터컷 – 신진물산 비상계단. 아래로 투신하는 배 기사.
계단 난간에 몸이 부딪치며 아래로 추락한다.

- 41 -
담당 경찰 (소리)
다행히 계단 난간에 한번 걸려서 죽지는 않았어요. 의식은 현재 없는
상태고.
다시 현재.
서도철
어쨌건 신진물산에서 책임 져야 되는 상황이죠? 돈 떼먹다 이런
건데.
담당 경찰
(안타깝게)
그게 이쪽 주장인데, 이게 참... 신진물산 쪽 법무팀이 바로 들어
왔는데 법적으로 이 양반이 신진물산하고 아무 관계가 없어요.
(아직도 수술실 앞에 대기하고 있는 배 기사 처와 아들을 보며)
하청업체하고 계약이 된 건데 계약서도 임의 계약이라 애매하
고... 결정적으로 오늘 수표로 하청업체 소장이 돈도 줬대요. 당사
자가 의식이 없으니까 정확한 투신 이유도 모르고...
(완전히 풀이 죽어있는 배 기사 아들을 보는 도철 위로)
애도 어린데 참...

31. 신진 의료센터 식당 – 실내/낮


배 기사 아들 앞으로 돈가스를 들고 오는,
서도철
싸나이는 먹고 힘내서 이런 상황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내야 싸나이야.
아빠 수술하면 금방 낫는다니까 걱정 말고.
(돈가스를 내밀며)
자, 먹자...
(배 기사 아들이 고개를 숙이고 먹질 않자)
아빠하고 아침에 같이 있었다면서? 학교 안 갔어?
배 기사 아들
개교기념일이라...
서도철
아빠랑 따로 왔다며? 어떻게 왔어?

- 42 -
배 기사 아들
아빠가 먼저 들어가라고... 택시 태워줬어요...
서도철
야, 택시도 혼자 타고 다니고 다 컸네.
배 기사 아들
... 아빤... 나 땜에 택시도 못타고... 아빠... 잘못한 거 없는데...
서도철
누가 아빠가 잘못했대?! 어떤 놈이! 아빤 잘못한 거 없어...
배 기사 아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맞아요?
서도철
맞아?
배 기사 아들
거기 실장 아저씨가 자기 방에서 책상 같은 거 치우고 글러브 끼
고 싸우라고 시켰어요.
서도철
... 그걸 봤어?
(뚝뚝 눈물 흘리는 배 기사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 마, 울지 마... 아저씨가 나쁜 놈들 다 혼내줄게... 거기 다른 아
저씨들도 있었니?
배 기사 아들
... 양복 입은 아저씨들하고... 우리 아빠 일 주는 소장님... 그 소
장님이 아빠 때렸어요...
서도철
(잠깐 생각하더니 스마트 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며)
저기... 그 실장 아저씨란 사람...
(스마트 폰을 보여주며)
이렇게 생겼니?
도철이 내민 스마트 폰에 검색된 화면. 신진물산 기획조정실장 조태오의 프로필이다.
배 기사 아들이 사진을 보고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급기야 울음보가 터진다.

- 43 -
서도철
알았어, 알았어. 일단 밥 먹자. 나쁜 놈들하고 싸우려면 밥 먹고 힘내
야 돼. 그래야 엄마도 지켜주지.
배 기사 아들
(눈물 훔치고 고개 가로저으며)
아빠가 나 때문에 떨어진 거 아니죠?
서도철
무슨 개소리!... 아니, 아니... 누가 그래?! 절대 그런 거 아냐.
(배 기사 아들의 입에 돈가스를 넣어주고 달래며)
지금 아저씨한테 한 얘기 아까 온 경찰 아저씨들한테도 했어?

32. 경찰서 (신진물산 관할) – 실내/낮


바쁜 사람들 틈에서 찾아온 서도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담당 경찰
구타요?!
서도철
애가 현장에서 다 목격을 했대요. 애도 놀라고 엄마도 놀라서 제
대로 이런 상황을 전달 못 받으셨을 거 같아서...
담당 경찰
아... 제가 당장이라도 애를 한번 만나볼게요. 아깐 그냥 애가 놀
라서 울기만 하더라고요. 근데 어떻게 관련자 진술에 그런 내용
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진술서 파일을 꺼내며)
관련자들 진술서 보시면 아시겠지만요...
서도철
일단 그 건물 CCTV로 관련자들이 기획실장 방으로 들어갔는지
부터 확인하고...
담당 경찰
다 확인했는데, 그 시간에 시설점검이 있었대요.
서도철

- 44 -
예?
담당 경찰
하필 그게 딱 겹치는 게 우리도 황당한데, 개인재산 건물에 폐쇄
회로 화면 기록 의무도 없는 걸 계속 파고들기도 그렇고...
경찰 하나가 내선 전화를 받고 담당 경찰에게 도철을 빨리 내보내라고 사인을 준다. 경찰이고 피
의자고 도철에게 약간 짜증이 나있다.
서도철
수표는요? 수표 줬다는 사람은 만났어요? 어디서 발행한 건지 확
인했고?
담당 경찰 반장
아,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너무하네. 같은 직원이라고 지금 너무
한 거 아뇨?
(사람들에게 포위된 것 같은 도철을 밀어붙이는)
계속 이러면 우리도 정식으로 그쪽에 항의합니다. 우리 관할서
담당 식구들은 바봅니까?
서도철
(난처해진 담당 경찰이 말리는데)
아니 새로운 증언이 나와서 도와주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담당 경찰 반장
여기 상황 안보여? 돕긴 누가 뭘 도와?! 사정 아는 사람이 우리
식구들 손발 모자라서 이러고 있는데 사건 청탁이나 하고 있고
말야!
서도철
지금 말 다했어요?! 청탁이라니! 수사협조 해주는 거 아냐?!
담당 경찰 반장
뭐? 너 계급이 뭐야?! 광수대 있다고?!
담당 경찰
(도철을 데리고 나가며)
참으세요, 참아...
담당 경찰 반장
일에 순서가 있지, 우리도 일하고 있다고! 정 그러면 정식으로 사

- 45 -
건 받아가던가!
(밖으로 나가는 도철을 향해)
욱해서 뛰어내린 사람 못 말렸다고 그 건물 있던 사람들 다 자살
방조로 엮어? 뭐 어떡해야 되는데?

33. 신진물산 앞, 비상계단 – 실외,내/저녁


거대한 신진물산 빌딩 앞에 선 도철. 건물이 주는 위압감에 도철이 왜소해 보인다. 계속 밀어붙
이는 게 맞나?... 고민하다가 일단 들어가는 도철.
서도철이 배 기사가 투신했던 바닥 내부를 훑어보고 있다. 이미 바닥 청소가 되어있는 상태다.
인터컷 - 도철이 돌아보는 시선을 따라 수술실에서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배 기사의 모습이 보
인다. 처참한 배 기사의 모습을 바라보는 도철.
위로 올라가 8층 계단을 살피는 도철. 사무실 쪽으로 가려고 문을 여는데 비상계단으로 나오던
경비원과 마주친다. 이 위로-
최 상무 (소리)
광수대 서도철? 광수대면 관할도 아니잖아?

34. 신진물산 사내 – 실내/저녁


법무팀 직원들 두 명을 대동하고 빠르게 사내를 가로질러 가는 최 상무에게 보고하는,
경비 책임
기획조정 실장님하고 친한 사이랍니다.
최 상무
형사 나부랭이가 어디서 헛소릴 늘어놓고 있어...
(법무팀 직원에게)
법무팀 소송검토 언제쯤 나와? 여차하면 우리 쪽에서 먼저 업무
방해로 소송 치고 나갈 준비해야 돼.

35. 신진물산 로비 - 실내/저녁


경비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서도철에게 다가가는,

- 46 -
최 상무
(명함을 건네며)
최대웅 상뭅니다. 기획조정 실장님 만나러 오셨다는데 무슨 일
로?...
서도철
(최 상무 명함을 보고)
상무님이시구나... 그럼 우리 태오보다 높으신 건가?...
(당황하는 최 상무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오늘 우연히 일보다가 태오네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
다고 그래서... 뭐 도울 일은 없을까하고 지나던 길에 들렀어요.
최 상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건 맞지만 법적인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서도철
그래도 사람 사는 게 그게 아닌데... 태오가 많이 바쁜가?
최 상무
서로 불편한 상황 안 만드셨으면 좋겠는데. 기업에서 벌어진 사
건이라고 재밌는 생각 하시는 거라면 그럴 일 없습니다.
서도철
재밌는 생각할 게 뭐 있어요? 누가 사람이라도 때렸나?
최 상무가 움찔하는데, 이때 울리는 구내방송.
“기획조정실장님께서 3번 승강기를 이용하고 계십니다. 직원여러
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로비에 있던 경호원들과 직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 진다. 서둘러 도철을 내보내려는,
최 상무
제가 연락처 받았으니까 협조 요청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드
리겠습니다.
서도철
아니, 온 길에 얼굴이나 보고 가자는데, 잠깐만요...

- 47 -
하는데 조태오가 수행원들과 함께 승강기에서 내려 로비를 가로질러 간다. 이를 발견하는,
서도철
어?! 어이 태오 씨! 나야 서도철! 어이 조태오!
조태오가 돌아보려는데, 순식간에 수행원들이 태오를 둘러싸 장벽을 치며 시야를 가린다. 조태오
는 도철을 못 알아보고 소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지나간다. 도철을 말리는,
최 상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사람들에게)
여기 잡아!
최 상무와 경비원들, 그리고 법무팀 직원들이 모두 도철을 잡는다.
도철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수행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나가는 태오. 궁금한지 옆에 있는
수행원에게 뭔가 물어본다. 수행원들에 의해 철벽 보호를 받는 태오는 다가가기 힘든 상대다.
사람들에 의해 끌려가며 실랑이를 벌이는 도철. 옷 잡지 말라고 소리치다가 발목이 삐었다며 발
목을 잡고 드러눕는다. 완전히 진상부리는 도철을 들고 나가는 사람들.
최 상무가 서둘러 태오를 뒤따라 나간다.
로비 앞.
최 상무가 서둘러 밖으로 나오는데, 태오를 태운 차가 출발해버린다.
인상을 구기며 따라 나온 직원들에게 신경질 부리는,
최 상무
일들 똑바로 못해?!
(명함 건네며)
경찰청 라인 빨리 연결해서 이 친구 신상 파악해.

36. 피트니스 센터 – 실내/밤


퍽퍽- 소리와 함께 각종 트레이닝 장비에 매트까지 깔린 피트니스 시설을 개인 시설처럼 조태오
가 쓰고 있다. 퍽퍽! 파박-! 클럽에서 팔씨름하던 이종격투 선수를 상대로 스파링을 하는 조태오.
운동하러 들어오던 회원 몇 명이 조태오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서 간다.
다른 팔씨름 한명은 매트 위에서 코치를 하며 태오를 지도해주고 있다. 상대가 잘 받쳐주는 덕분
에 태오의 실력이 수준급으로 보인다. 그 옆에는 거의 비키니에 가까운 운동복을 입은 미모의 여
자 트레이너도 있다. 한쪽 구석에는 태오의 회사 간부직원 남녀 다섯 명이 정장 차림을 한 채 태
오의 결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태오의 사냥개도 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태오

- 48 -
(스파링 파트너가 제대로 반격을 하지 않자 동작을 멈추며)
지금 나 무시하니? 이런 식으로 하라고 월급 주는 줄 알아?
태오의 말에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코치를 보는 스파링 파트너. 코치가 눈치껏 하라고 신호를 주
자 태오의 공격을 받으며 반격을 가한다. 퍽!- 스파링 파트너가 휘두른 주먹에 입술이 터지는 태
오. 직원들 모두 경악하고-
조태오
(괜찮다고 손짓하며)
그렇지... 이렇게 하라고... 제대로...
하다가 갑자기 퍽!퍽! 스파링 파트너를 때리기 시작하는 태오. 스파링 파트너가 반격을 하려하자
조태오가 움찔한다. 움찔했던 조태오와 눈이 마주치는 스파링 파트너. 태오가 자존심이 상한 듯
눈이 돌아가며 마구 공격을 해댄다. 스파링 파트너는 더 이상 반격하면 안 되겠단 생각에 그저
얻어맞기만 한다. 분이 안 풀린 태오의 공격이 점점 거칠어진다.
태오의 거친 공격에 눈살을 찌푸리는 간부직원들. 스파링 파트너가 쓰러지자 암바 기술에 들어가
는 태오. 잡힌 선수가 바닥을 치며 탭을 하는데도 계속 힘을 준다. 이를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태오의 광기에 얼어붙는다. 우두둑- 끝내 선수의 팔을 부러뜨리는 태오. 선수는 “으아악!!!” 비명
을 지르고- 사냥개는 짖어대고-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는 선수가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킨다.
조태오
그래가지고 무슨 선수를 하고 경호를 한다고... 적성에 맞는 일
찾아.
(간부들을 향해 웃으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컨펌 할까요?
잠시 후- 직원들이 대형 모니터를 끌고 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태오 앞에 설치한다.
코치가 돕는 가운데 상체 웨이트를 드는 태오. 그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신진물산 아파트 CF
가 흐른다. 예쁜 여주인공 다혜가 나와 고품격 생활의 우아함과 편리함을 강조한 광고다. 결재를
기다리는 직원 하나는 사냥개를 돌보느라 쩔쩔매고 있다. 태오가 광고 영상을 보는 동안 최 상무
가 급하게 들어선다. 여자 트레이너에게 수건을 빼앗아 땀을 닦는,
조태오
난 저 아파트에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데?
계약 담당 여자 간부
심의 일정이 촉박해서 이번만 광고 내보내고 조정하겠습니다.
조태오
(여자 간부를 보다가 사냥개에게)
물어.

- 49 -
(사냥개가 여자 간부에게 달려들자 사냥개를 잡고 낄낄대며)
장난이에요 장난... 그만해. 모델 좀 프레쉬한 애로 바꿉시다.
(사냥개를 데리고 다음 코스 기구에 자리 잡으며)
난 요즘에 사악한 미녀들에서 막내로 나오는 애 매력 있던데...
다혜랑 소속사 같은 거 같더라고요.
태오의 한 마디에 모두 수첩을 꺼내 기록하는 간부들. 최 상무가 이들 뒤로 다가선다.
모니터가 치워지고, 간부들이 사냥개를 데리고 나간다. 복근 운동을 하는 태오 옆에서 보고하는,
조태오
아까 회사에서 왜 시끄러웠던 거예요?
최 상무
혹시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라고 알아? 개인적으로 안다고 찾아
와서 겨우 막긴 막았는데...
조태오
(힘들게 호흡하며)
형사?... 누구지?... 오늘 사건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최 상무
조 실장하고 개인적으로 친하다고 도움 줄 일 있으면 돕겠다면서
조 실장 만나겠다고 왔었거든.
조태오
병신들 누가 누굴 도와...
최 상무
기업 사건이라 떡값 좀 챙겨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고 검찰이 요즘 움직이니까 경찰까지 설치
는 거야. 내 선에서 처리할게.
조태오
(운동을 멈추고 짜증)
이놈에 나란 어떻게 돌아가는 게 기업해서 돈 버는 사람들은 전
부 죄인취급이야. 우리 세금으로 나라 굴리는 거 아냐?
(자리에서 일어나며)
병원은요?
최 상무

- 50 -
사무실에서 생긴 타박상은 진료기록에 안 남게 해놨어. 추락하면
서 생긴 상처들이 자연스러우니까... 담당의사 소견으로는 깨어날
확률은 희박하다니까 가족하고 빨리 만나서 위로금 정리하고, 법
무팀이 우리 피해상황 뽑으면 내일 아침엔 깔끔해 질 거야.
조태오
(샤워실로 향하며)
센스 있게 합시다, 좀 센스 있게.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
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그랬어요.

37. 신진 의료센터 중환자실 – 실내/밤


여전히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누워있는 배 기사. 간호사가 환자들을 확인하고 나간다. 이 위로-
서도철 (소리)
쫌 이따 들어가, 들어가... 나 이번 달 할당 채웠잖아...

38. 신진 의료센터 중환자실 복도 – 실내/밤


김밥을 우걱우걱 먹으며 식료품을 사들고 전화통화를 하는 도철. 병원으로 들어선다.
오 팀장 (소리)
그건 그거고, 너 어디서 하루 종일 무슨 짓을 하고 다니 길래 위
에서 나한테 전화가 와?! 너 다른 구역에서 설치고 다녔어?!
서도철
(복도로 꺾어지다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다급하게)
들어가서 설명할게, 바쁘니까 끊어 형님!
전화 끊고 걸어가는 도철 너머로 배 기사 처가 담당 경찰과 최 상무를 만나고 있다.
서도철
(최 상무를 확인한 뒤 배 기사 처의 손에 쥐어진 봉투를 보고)
어이, 어이! 거기 지금 뭐하는 거요?
최 상무
(다가오는 도철을 보고 서둘러 배 기사 처에게 인사)
어려운 일 생기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용기 내셔야 합니다.

- 51 -
서도철
(최 상무를 잡으며)
지금 뭐하는 거냐고?
의자에서 불편하게 잠든 배 기사 아들이 뒤척인다.
최 상무
서도철 경사님. 서로 조심합시다.
서도철
(수행원과 함께 등 돌리고 가는 최 상무에게)
야!
담당 경찰
병원에서 큰 소리 나게 이거...
서도철
(간호사까지 달려와 조용히 하라고 하는 걸 무시하고 배 기사 처
에게 다가가)
쟤들이 돈 줬죠? 받았어요? 쟤들이 뭐 사인하라 그랬어요?
배 기사 처
아니... 저는... 저분들이...
담당 경찰
(도철을 잡아끌며)
나랑 나가서 얘기합시다.
서도철
놔...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39. 신진 의료센터 앞 – 실외/밤


최 상무의 차가 병원을 빠져나가고, 이 뒤로 도철이 달려온다. 도철을 잡고 상황을 설명하는,
담당 경찰
그나마 신진이니까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병원 입원도 시켜주고
다만 얼마라도 챙겨준다는 거잖아요...
서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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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변호사가 제대로 따져서 받아야지 왜 경찰이 중간에서 다리
를 놔 줘요?
담당 경찰
변호사가 따지고 자시고 할 게 뭐가 있어요? 투신자살 시돈데...
서도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이 투신해서 저러고 있는데, 신문 기
사 한 토막이 안 실려. 관련 회사는 하루도 안 지나서 합의하겠
다고 돈으로 막고...
담당 경찰
(정색하며)
합의는 무슨 합의? 위로금이라니까.
서도철
왜 뛰어내렸는지를 밝혀야 합의건 위로건 하는 거 아냐? 지금 저
기 누워있는 저 양반, 조태오 사무실에서 구타당했다고.
담당 경찰
(열 올리며)
왜 남에 관할에서 자꾸 소설을 써? 우리도 다 조사해서 맞춰봤다
고. 오히려 투신 때문에 신진물산 법무팀이 업무방해로 입은 피
해 고소한다는 걸 조태오 실장이 막은 거야!
서도철
... 니네 돈 먹었지?
담당 경찰
(당황해서 오버해 도철 멱살을 잡으며)
근데 진짜 식구라고 보자보자 하니까...
서도철
(담당 경찰의 손목을 쳐내고 급소를 꺾어 눌러 제압하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질
짓 하지 말자.

40.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밤


조태오가 늦은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방안 가득 자료들을 펼쳐놓은 채 경제학 교수들 세 명(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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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1)의 브리핑을 받고 있다. 마치 조태오가 과외학습을 받는 분위기다.
남 교수 1
내일 점심 때 대화내용 예상 시나리옵니다. 카드에 예상되는 질
문과 답을 정리했는데요,
(지도를 가리키며)
이곳이 인도 뭄바이입니다.
여 교수
이번 뭄바이 건설 수주를 5억 달러 내외로 따낼 수 있다고 가정
했을 때,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와의 경제협력 기조에도 큰 영향
을 미치게 됩니다.
여 교수가 얘기하는 동안 울리는 조태오의 휴대폰. ‘아파트 모델’이란 이름과 함께 다혜의 사진이
뜬다. 귀찮다는 듯 수신 거부하는 태오. 눈치껏 못 본 척 하는,
남 교수 2
회장님과 검찰과의 관계 개선에도 이번 협상이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신진물산의 그룹 내 영향력도 당연히 커집니다. 내일 예상
되는 주 대화내용은 카드를 보시면...
하는데, 다시 울리는 태오의 휴대폰. 이어지는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인상 쓰며 전화 받는,
조태오
여보세요.

41. 석촌 호수 - 실외/밤
야경이 보이는 도심을 배경으로 전화하는,
최 상무
그 형사 말이야... 돈 달라고 그러는 게 아닌 것 같아...

42.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과 석촌 호수 – 실내,외/밤


창밖에서 조태오의 사무실이 보인다. 자리를 비켜주는 교수들.
골치 아프다는 듯 통화를 이어가는,
조태오

- 54 -
그래서요?
석촌 호수에서 담배를 물며 통화하는,
최 상무
... 그래서 정 고문님이 경찰청장 출신이잖아. 조 실장이 나한테
직접 오더 내린 걸로 해주면...
(뒤에 있던 누군가 담배 불을 붙여주는데- 담당 경찰이다!)
내가 정 고문님 뵙고, 관할 서장 통해 그쪽 라인에서 알아서 정
리할 수 있도록 해볼까 하는데...

43. 신진 잔디 구장 – 실외/새벽
중년 남자들이 활기차게 축구를 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맹 활약을 펼치는 관할 서장. 단상 위
에서 이를 태오와 함께 이를 지켜보는,
정 고문
김 서장 저 친구 은퇴하고 정계진출 욕심이 있어서 벌써부터 저
렇게 뛰어. 이 조기축구회가 김 서장 지역구 표밭이거든.
최 상무가 지휘하는 가운데, 담당 경찰과 반장, 운전비서가 조기축구회 본부석에서 축구팀 새 유
니폼을 박스로 나르고 있다.
정 고문
미팅하기엔 좀 그런 것 같아도 이렇게 직접 만나면 또 티가 나요.
관할 서장
(경기를 마치고 단상 아래로 다가오는)
아이고- 이거 바쁘신 분이 직접 이 시간에 어떻게...
태오 일행이 관중석에서 담당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관할 서장과 인사를 나눈다.
조태오
조태옵니다. 벌써 찾아뵀어야 했는데, 정 고문님께 말씀 많이 들
었습니다.
경기를 끝낸 회원들이 관할 서장에게 ‘오늘 구장 죽인다!’며 감사 인사를 하고 간다.
관할 서장
별말씀을... 덕분에 오랜만에 선배님도 만나고. 그나저나 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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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힘써준 덕분에 우리 회원들이 이렇게 좋은 구장에서 뽈을
찼네? 하하...
조태오
언제든지 말씀 하시고 와서 운동하세요.
관할 서장
요즘 아버님 회사 일 때문에 복잡하실 텐데... 회사에서 안 좋은
일까지 생겨서 많이 힘들죠?
조태오
제가 좀 더 잘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합니다.
관할 서장
보내주신 자료는 다 검토했는데, 저희는 이미 서류 결재 끝냈습
니다.
정 고문
지금 광수대에서 개인행동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는데...
관할 서장
얘기 들었어요. 다행히 그 총경이 저하고 수원에서 같이 근무했
던 친한 선배하고 동문이에요. 지금도 같은 산악회 활동하고. 참
고로 그 총경 딸내미가 음대 졸업하는데 무슨 발표횐가 연주횐가
한답니다. 저희 아들놈도 이번에 졸업하면 취직 준비한다는데...
정 고문
아들이 벌써 그렇게 됐나? 전공이 뭐였지?
관할 서장
체대 졸업하는데 이놈이 전공은 안 살리고 일반기업 시험을 보겠
다네요. 애비 입장에서야 전공 살리면 좋겠지만, 본인 뜻이 그렇
다면 또 신진그룹 같은 곳에서 조 실장님 같이 능력 있는 젊은
사업가한테서 뭔가 배우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조태오
아드님 회사로 한 번 찾아오라 그러세요.
(뒤쪽에 자리한 최 상무를 한번 쳐다보고)
어차피 기획조정실 이번에 구조개편해서 새 얼굴 찾고 있는 중이
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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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할 서장
아이고, 뭘... 어쨌건, 조 실장님 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은 회사 쪽
진술이 사실이잖아요? 우리가 추가로 살펴볼게 더 없는 것 같던
데?
(최 상무와 정 고문을 번갈아보며)
아, 그리고 괜히 말 나올 수 있으니까 현장에 있었던 소장하고
직원들은 잠깐 어디 밖에 내보낼 수 있으면 보내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오와 악수를 하며)
지금 출근하면서 내가 전화 한 통 할 거니까 너무 걱정 맙시다.

44. 광역수사대 총경실 - 실내/아침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딸과 함께 찍은 총경 사진 앞으로 떨어지는 결재 서류. 이 뒤에 선 도철과
오 팀장에게 소리치는,
광수대 총경
서도철이 너 왜 이렇게 까불고 다녀? 내 얼굴에 자꾸 이렇게 똥칠 할
거야? 요즘 이쁘다이쁘다 해줬더니...
총경이 결재 서류판을 휘리릭 던지자 도철이 쓱 피하고 오 팀장이 턱- 잡아서 책상 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오 팀장
그게 아니라 말입니다. 러시아 중고차 절도단 사건 때 도와줬던...
광수대 총경
이젠 말도 끊냐?
(도철이 뭐라 하려는데 도철을 쿡 찌르며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오 팀장을 보고)
니가 저쪽 직원한테 돈 받았냐고 그랬다며? 스타 됐다고, 조직은
안중에도 없어? 너 혼자 경찰이야?!...
(다른 파일 하나를 들고 일어나며)
버르장머리 없는 놈에 새끼... 신진물산 투신사건 가지고 한번만
더 내 귀에 들어와 봐.
(오 팀장에게 파일 하나를 건네며)
쟤 까불지 못하게 이번 주까지 주부 도박단 사건 처리해.

45. 사회복지관 사무실 - 실내/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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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 할머니와 손자를 상담하고 있는 가운데 이 옆으로 다가오는,
주연 동료
언니 손님 찾아오셨네요.
주연
손님?

46. 사회복지관 앞 카페 - 실내/낮


주연이 최 상무와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다.
최 상무
서도철 형사님이 저희 회사에서 투신하신 분과 개인적인 연이 있
어서 그런 건 알지만... 서 형사님께서 좀 도를 지나치시는 것 같
아서요... 그게 과연 누구한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겠고...
주연
남편이 하는 일은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죠.
최 상무
(가져온 종이 백 상자를 건네며)
최근에 집 때문에 은행 대출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저희가 도
와드릴 수 있습니다.
(주연이 상자 안을 뜯어보자 어색하게 웃으며)
자녀분 교육도 대학 입학 때까지 저희 교육 사업부에서 지원해드
릴 수 있구요.
(주연이 상자 안의 핸드백을 보고 약간 놀라자 웃으며)
남편 분 잘 설득해주세요. 감정은 정의가 아니잖아요. 저희도 남
편 분께서 저희를 수사 대상으로 삼으시면, 투신하신 분 가정에
회사차원의 지원이 힘들어요.
(핸드백 안에 가득 든 5만원 지폐를 보고 있는 주연에게)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주연
(한 동안 갈등하듯 핸드백을 바라보다가)
... 그런데요... 나 이거 집에 있는데... 내께 중국 짝퉁인가? 쫌 다
른 거 같기도 하고...
(최 상무는 보지도 않고 명품 백을 뒤적이며)
그리고 이게 웬만한 옷이랑 구두 맞추기가 힘들어요.

- 58 -
최 상무
... 그건 저희가 맞춰드리면 되죠.
주연
이게 보기엔 뭐가 많이 들어갈 거 같은데...
(주섬주섬 안에 있는 5만원 다발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놓으며)
생각보다 안 들어가더라구요... 봐 이거 얼마나 되려나?...
주연을 보는 카페 안 사람들. 종업원들도 테이블 위에 놓이는 5만원 다발을 보고 수근 거린다.
최 상무
굳이 여기서 확인하실 필요가...
주연
그럼 굳이 왜 여기서 주시는 거예요? 이거 영수증 드려야 되나?
우리 복지관에서 장애우 체육행사 때 협찬 좀 해달라고 그렇게
괴롭혀도 들은 척도 안하더니, 이건 뭐 1년 행사비로 써도 되겠
네... 맨 날 돈으로 사람 흔드는 거 너무 빤하지 않아요? 좀 창의
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 없나?
최 상무
이러다 후회 하십니다.
주연
(명품 백을 흔들어 보이며)
이 양반아. 내가 그 인간하고 결혼하고 내 인생이 후회야. 더 이상 후
회할 것도 없으니까 남 걱정 마셔.
주연이 최 상무 앞에 명품 백을 던진다.

47. 광역수사대 강력팀 - 실내/낮


퍽!- 책상 위에 주부 도박단 관련 자료를 던져놓는,
서도철
아무리 그래도 쪽 팔리게 주부 도박단이 뭐야, 주부 도박단이! 나
안 해!
오 팀장

- 59 -
(밖으로 나가는 도철에게 소리치는)
야, 까라면 까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공산당이냐? 일루 안 와?!
하는데, 쾅! 문이 열리며 들리는,
주연 (소리)
야! 서도철!
나가려다 주연이 밀고 들어오자 뒷걸음질 치는 도철. 계속 몰아붙이며 쏘아대는,
주연
너 나한테 결혼할 때 뭐라고 그랬어? 잘 사는 건 몰라도 쪽 팔리게
살진 않게 해준다고 그랬지? 근데 회사까지 사람들 찾아와서 나 쪽팔
리게 만들어?
서도철
회사까지 와서 이게 뭐하는...
오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 모두 주연을 보고 어색하게 인사하며 눈을 피해 뭔가 바쁜 척 한다.
주연
우리 전세금 모자라서 대출 받아야 되는 거 동네방네 떠들고 다
니냐?
서도철
뭐?
주연
신진물산인가 뭐시긴가 하는데서 나 찾아왔더라. 우리 도와준다
고 명품 백에 오만 원 짜리 다발로 채워서.
서도철
이런, 개 미친... 어떤 새끼가?
주연
그건 당신이 형사니까 알아서 찾아내시고, 당신이나 나나 서로 각자
일하는 거 터치 안하기로 했지만 내가 한마디만 한다. 우리 쪽 팔리게
살진 말자.
(자신이 할 말을 끝내고 나가려다 도철이 “야!”하고 소리치자 도
철에게 저벅저벅 다가가)
내가 정말 쪽팔렸던 게 뭔지 아니? 내 앞에 명품 가방하고 돈다

- 60 -
발 올려 졌을 때 흔들리더라... 나도 사람이고 여자야. 알았어?!

48. 고급 레스토랑 - 실내/낮


조태오가 앞서 미팅을 준비했던 교수들, 인도 바이어들과 식사를 하며 미팅 중이다. 유창한 영어
를 구사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태오.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으로 이루어진 인도 바이어들은 태
오의 유머에 무척 즐거워한다.
이러는 사이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태오가 돌아보면, 서도철이 지배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
지배인
여긴 멤버쉽 카드가 있어야...
(도철이 경찰 신분증을 내밀자)
아무리 경찰이라도 이런 식으로 함부로...
하는데 도철이 지배인을 밀쳐버린다.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태오의 경호책임자(이종격투 트레이너)가 도철을 막아서자 바로 낭심을
걷어차 버리는 도철. 다른 비서들과 함께 태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가 도철을 막아서는,
최 상무
지금 얼마나 심각한 행동을 하는 건지 알아요?
하는데 사정없이 최 상무의 손을 꺾은 뒤 테이블에 꽂아버리는 도철. 와장창- 테이블 위의 음식
물들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지는 최 상무. 도철이 태오 앞으로 다가선다. 실내에 있던 사람들 모
두 도철을 전염병 보균자 보듯 쳐다본다. 이에 반해 여유 있게 도철을 바라보는,
조태오
아!... 그쪽이구나... 근데 형사는 법도 없어요?
서도철
누구 앞에서 법 타령이야?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대체
무슨 짓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형사 나부랭이 마누라한테까지 찾
아와서 돈 뿌리고 다니는 거냐?
조태오
외국에서 오신 손님들 앞에서 지금 너무 무례한 거 아녜요? 이
분들이 그쪽 형사라는 거 알면 대한민국에 대한 인상이 어떻겠
어?
서도철

- 61 -
(경비원들이 달려들어 잡아당기자)
드럽겠지, 새끼야. 놔, 노라고. 간다고...
조태오
대체 그쪽은 나한테 왜 이러는데? 나한테 이러고 뒷감당 할 수
있겠어요?
서도철
조태오, 폭행사주 처벌 얼마 안 해. 그냥 제대로 사과하고, 피해
자 가족들 책임져 주고 끝내라.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 태오.
더 이상 싸울 생각을 접고 사람들을 뿌리치며 나가는 도철. 식당 안 사람들 모두 당황해하며 지
켜보고, 도철을 보던 태오는 엉망이 된 최 상무를 경멸어린 눈으로 본다.

49. 법원 로비 - 실내,외/낮
재판을 기다리는 취재진들이 보이는 가운데, 도철이 안으로 들어와 박 기자를 만난다.
흡연 공간.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박 기자
우리 회사도 그렇고 다른 매체 경찰출입 기자들도 그날 단신 송
고했는데, 다들 데스크에서 포털에 안 띄웠다네. 근데 이거 그냥
임금분쟁 투신사건 아냐?
서도철
그게 아니라니까... 작업할 수 있게 조태오 관련정보 증권가 찌라
시건 뭐건 싹 긁어주면, 신진물산 투신사건 시나리오하고 배역
다 넘겨줄게. 요거 드라마 돼.
박 기자
먼저 미끼를 줘야 내가 물지.
서도철
... 투신 전에 폭행사건이 있었던 것 같아. 조태오가 직접 사주하
고 현장에도 있었고.
박 기자

- 62 -
설정 좋아.
서도철
현장에 있던 피해자 아들만 진술이 엇갈려.
박 기자
어린 아들? 배역 좋고!
서도철
근데 관할서에서는 빨리 종결하려고 하고, 나도 담당이 아니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네... 여론몰이하면 밀어붙일 수도 있는데...
박 기자
그림 좋다! 이거 딴 데 흘리지 마.

50. 전 소장 아지트 – 실외,내/낮


터프한 중국인 거리로 최 상무의 차가 들어온다. 조선족 사람들은 최 상무의 차에 아랑곳하지 않
고 거리를 걷고...
최 상무의 차가 전 소장의 아지트 입구 앞에 선다.
전 소장의 아지트에서 수행원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최 상무. 옥상에 있던 전 소장이 최 상무를
부른다.
아지트 옥상.
수행원을 뒤에 세워둔 채 버려진 소파에 앉아 양꼬치를 구우며 소주를 마시는 전 소장에게 말을
거는,
최 상무
상황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돌아가네. 우리가 경비는 책임질 테니
까, 물 건너 나가서 바람 좀 쐬고 들어옵시다.
전 소장
이 양반들이 또 뼈에 사무치는 소리 늘어놓고 계시네... 나도 피
해잔데 내가 왜 도망을 다녀요? 벌써 이렇게 감옥생활 하는 거
안보여?
최 상무
나도 알지. 근데 여기서 괜히 꼬리 잡히면 서로 득 될게 없잖아
요. 우리가 그냥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 63 -
전 소장
나도 듣는 귀가 있어요, 상무님아... 나 이래봬도 맘모스 파 식구
였던 사람이야... 까놓고 통제 안 되는 형사 한 놈 때문에 우리가
다 이 고생하는 거 아뇨?... 여기 배고프고 성실한데, 겁 없는 애
들 많아. 배타고 넘어오기 전에 지네 살던 데서도 주민등록 같은
게 안 된 애들이라 신분추적이 아예 안 되는 그런 애들. 공사하
기 안전하지.
최 상무
공사?
전 소장
(손으로 목을 그으며)
확실하게 없애고 나가주는 게 서로 좋지 않아요? 어차피 그 형사
놈이 나 찾는 건 시간문젤 거라고. 혼자 쑤시고 다닌다며? 그 형
사 놈이 나 찾아왔는데, 나한테 돈 받으러 온 외국 애들이 그 형
사를 나로 착각하고 쑤셔서 보냈어. 그럼 어쩔 건데?
최 상무
... 공사견적은 뽑아 봤어요?
전 소장
네고 없이 달라로 큰 거 다섯 장. 필리핀에서 5억 정도 총알 있
으면 자신 있게 산다니까. 깨끗하게 사라져 드릴게.
최 상무
... 너무 위험한데... 거기다 이정도 사안은 조 실장 결재도 받아야
하고...
전 소장
위험한 건 목숨 거는 내가 위험하지 당신들이 위험한가?

51. 신진의료센터, 다혜의 밴 안 – 실외,내/저녁


신진의료센터 정문.
병원 정문에 태오의 스포츠카가 거칠게 도착하자 최 상무와 비서가 달려와 태오의 차 문을 연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들어가는 태오의 전화벨이 울린다.
병원 로비.

- 64 -
걸려온 전화를 확인하는 태오. ‘아파트 모델’이란 이름과 함께 보이는 다혜의 사진.
‘전 소장 잘 만나고 왔는데... 어쩌고...’ 눈치 없이 보고하는 최 상무에게 한발 물러나라는 손짓을
하며 전화 받는,
조태오
우리 이렇게 통화하지 않기로 했는데...
다혜의 밴 안.
다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도 전화하고 싶어 한 거 아니니까. 나...
병원 로비.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며 전화통화를 하는,
조태오
... 임신을 하셨다?...
(엘리베이터를 잡고 기다리는 경호원들을 보며 여유 있게)
그래서 나한테 시집이라도 오시려고?
다혜의 밴 안.
다혜가 차가운 표정으로 전화기를 들고 태오의 말을 듣고 있다.
병원 로비,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최 상무, 경호원 둘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조태오
생각하고 저질러. 저지르고 생각하지 말고. 한번만 더 이따위 수
작 부리면 진짜 죽어.
환자가 침대에 실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경호원 둘이 막아서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다.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한 사람 중에 배 기사의 처도 보인다.
다혜의 밴 안.
다혜
... 아, 씨바- 안 먹히네...
윤홍렬
(옆에 앉아 전화기 집어던지는 다혜를 달래며)
다혜야, 무리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하자.

- 65 -
다혜
지금 그게 매니저가 할 소리야? 현실이 뭔데?
(차 문을 열고 촬영준비 중인 현장으로 나가며)
나 스캔들 터지면 나만 무너지는 줄 알아?

52. 신진의료센터 특실 – 실내/저녁


태블릿 PC 화면에 뜬 ‘신진물산 하청업체 노동자 투신, 소리 없는 항변' 기사 작성문. 이 위로-
조 회장
명성일보 석 회장이 전화 왔어.
(태오가 태블릿 PC를 최 상무에게 넘기는 것을 보고)
명성일보에 한동안 끊었던 광고 다시 트고 기사 막았다.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로 이뤄진 특실에 환자복을 입은 조 회장과 정 고문이 무거운 분위기로 자
리하고 있다.
조 회장
얘,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최 상무
죄송합니다.
조 회장
넌 니 아버지처럼 인사만 하다가 인생 종칠래? 정 고문은 뭐한
거야? 이럴 때 문제 잘 해결하라고 우리 회사에서 명함 파준 거
아닌가? 거기 써져 있는 거 어디까지 사실이야?
조태오
아니라면 믿으실 거예요?
조 회장
... 엎드려.
최 상무
네?... 깍지 낄까요?...
조 회장이 말없이 지팡이를 들자 깍지까지 끼고 엎드리는 최 상무.
태오와 정 고문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지켜보고 있다.

- 66 -
퍽! 퍽! 퍽! 최 상무의 뒤 허벅지를 지팡이로 때리며 말을 잇는,
조 회장
대체 보좌를 어떻게 했으면! 회사 기획실장 방에서! 하청업체 직
원이! 구타당해서 투신을 했다는데! 니들이 지금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알면서! 이런 일이 생겨! 최 상무! 너는! 상황이! 이 지경
이 되는 동안! 뭘 하고 있었어?!
최 상무
(고통을 참고 부르르 떨며)
죄송합니다... 책임지고 회사에 누가 안 되도록 해결하겠습니다.
조 회장
제보자는?
최 상무
(엎드린 채 고통 참으며)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은 문제없는 친구들입니다. 다른 직원들도
통화기록하고 이메일까지 다 확인했는데 외부 기자와 접촉한 흔
적은 없습니다.
조 회장
(다시 퍽! 퍽! 때리며)
그럼 기자가 새벽기도 하다가 영빨로 기사 썼냐?!!
(구타에 못 이겨 쓰러지는 최 상무를 보고)
이 따위 정신으로 무슨 놈의 세계 경영이고 나발이야?!
정 고문
(재빨리 원위치 하는 최 상무를 보고 조 회장을 말리며)
이러다 진짜 혈압 터지십니다...
조 회장
(씩씩대며 최 상무에게)
계열사 홍보팀 총 동원해서 더 이상 여론에 새지 않게 막아. 계
열사 마케팅 관련 업무도 이거랑 엮어서 물 타기 하고.
(정 고문에게)
자넨 우리 집사람한테 얘기해서 홍 검사네 안사람하고 식사자리
마련해. 그 여편네 그림에 그렇게 환장한다며.
(태오에게)
넌 이 사건 관련된 직원들 전부 해외발령 보내고, 너도 조용히
외국 나가 있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번만 더 사고 치면 회사에

- 67 -
서 십 원짜리 한 장 못 가져간다는 것만 알아 둬.

53. 화물 중개소 - 실내/밤


박 기자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도철.
‘서 형사 미안해. 데스크가 꿈쩍도 안 해. 신진에서 움직이고 있
어. 서 형사도 적당한 선에서 빠져. 위험할 것 같다.’
한숨을 푹 내쉬는 도철의 모습 위로-
중개소 여직원
(혼자 탕짜면 가져와 문자 메시지 확인하며)
소장님 며칠째 연락 안 되신다니까요... 저도 이게 뭐예요 진짜...
퇴근도 못하고...
서도철
(문자 메시지 확인하는 여직원에게 전화기 뺏으며)
아가씨, 전화기 좀 잠깐 빌립시다. 밧데리가 나가서 그래.
중개소 여직원
거기 사무실 전화 있잖아요!
서도철
국제 전화 안 써. 걱정 마.
(휴대폰을 뒤적이며 뒤에서 난리치는 여직원에게)
어라? 십분 전에 전 소장 전화 왔었네?
중개소 여직원
네?
서도철
(걸렸다는 듯 씨익 웃으며)
아가씨. 우린 아침에 사람 시체보고 내장탕 먹으러가는 사람들이
야. 맘만 먹으면 탈탈탈탈 털어서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 보내
고 그래. 옛날에 그랬다고 옛날에...
(문을 잠그고 중개소 여직원 휴대폰을 뒤져보니 전 소장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여럿 나온다)
여기서 내가 전화 한통하면 소장하고 언제 통화했는지 무슨 문자
했는지 다 나와. 이메일도 싹 뒤져서 내용까지 출력해 가져다줄

- 68 -
까? 나한테 잘못 걸려서 3대가 감옥에서 오붓하게 살고 있는 집
도 있어... 소장 어딨는지만 말해.

54. 신진 의료센터 주차장 – 실외/밤


조태오가 은색 케이스를 꺼내 가루를 터는데 비어있자 케이스를 집어던진다.
최 상무가 절룩거리며 주차장으로 다가온다. 조태오의 차를 보고 다가가는 최 상무.
조태오가 차안에서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최 상무가 노크를 하고 차문을 연다.
차아래 떨어져있는 은색 케이스를 보는 최 상무. 불안해하는 태오를 보고 재빨리 주위를 살핀 뒤
은색 케이스를 자기 주머니에 넣고 차에 오른다.
최 상무
운전하지 마. 사람 붙여줄게.
조태오
지금 그게 문제야?... 그 소장이란 사람이 견적 뽑아준 공사 있잖
아요. 진행합시다.
최 상무
... 조 실장... 태오야. 그거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조태오
... 형도 나 무시하는 거야? 둘째 마누라 자식이라고?
최 상무
그거 아닌 거 알잖아. 회장님께서 직접 손을 쓰시는데 굳이 그렇
게까지...
조태오
그럼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해결 못해주는 건데? 형이나 나나
이 집안에서 버텨내려면 알아서 강해지는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도 해결 못한다고 소문나면, 그나마 쥐고 있는 것도 형하고
누나한테 내줘야 돼.

55. 광역수사대 강력팀, 화물 중개소 앞 – 실외,내/밤


광역수사대 강력팀 복도.
양복 입은 두 남자가 복도를 걸어가 강력팀 문을 연다.

- 69 -
화물 중개소 앞.
화물 중개소를 나오며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서도철
또 왜?!
광역수사대 강력팀.
오 팀장이 강력팀에 와있는 두 명의 양복쟁이(감찰반)에게 양해를 구하며 통화를 이어간다.
오 팀장
(감찰반 직원들에게)
집에 통화할 일이 있어서 잠깐만...
(밖으로 나가며)
어, 저기... 내가 이따 마트 들릴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화물 중개소 앞.
자신의 차에 오르며 통화하는,
서도철
마트? 간식 사다 줘? 치킨?
광역수사대 강력팀 복도.
복도로 나와 빠른 걸음으로 주위 눈치를 살피며 통화하는,
오 팀장
잔소리 말고 내 말 들어. 너 지금 무슨 사고치고 다니는지 모르
겠는데, 지금 감찰계에서 너 만난다고 나왔어. 일단 오늘 회사 들
어오지 마.
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오 팀장의 어깨를 잡는다. 돌아보는 오 팀장의 전화기를 뺏어 드는,
감찰반 1
서도철 형사님. 동료들 힘들게 하지 마시고 들어오세요.

56. 광역수사대 조사실 - 실내/밤


조사실 밖.
팀원들이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는 가운데, 오 팀장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조사실 안.

- 70 -
동영상 카메라가 돌고 있는 가운데 도철이 감찰반 1,2에게 조사를 받고 있다.
도철 앞에 놓인 태블릿 PC에서 인터뷰가 흐르고 있다. 궁지에 몰리는 도철과 이를 압박하는 감
찰반들의 대결 기류가 실내를 채운다.
동영상 인터뷰.
매장 업주
내가 분명히 무릎 꿇고 손까지 들었는데 발로 걷어차고 했다니까
요. 형사란 말도 없었어... 수갑부터 던지는데...
(바지를 벗으며)
여기 멍, 멍... 이게 많이 가신 거라고. 병원에서 진단도 못 받게
하고.
양 실장
(이마의 상처를 보여주며)
쇳덩이를 나한테 집어던져서 이렇게 됐다니까요... 그리고 사람
패는데... 묵비권이니 변호사 선임이니 그런 거 알았으면 이러질
않죠!
러시아 거래상 (러시아어)
누구라고 밝히지도 않고 둘이 있는데 급소를 걷어찼어... 조사를
받는데 변호사도 없었고, 통역도 부르지 않았어...
경찰병원에서 러시아 전문가가 머리 상처를 카메라에 보이고 있다.
담당 의사
(카메라에 차트를 보여주며)
이 환자의 경우 강한 충격에 의한 뇌진탕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
다.
러시아 전문가 (러시아어)
미란다 고지고 뭐고 의식을 잃고 깨어나 보니 경찰서에 잡혀와
있었어요. 난 그냥 일을 하다가 사람들이 우리 보스에게 달려들
어서 구해주러 갔던 건데...
조사실 밖.
팀원들과 멀어지며 통화하는,
오 팀장
아이고, 형님...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좀
급해서 그러는데요, 저희 식구 중에 서도철이라고 왜 예전에 조폭 단

- 71 -
속 때 저하고 움직이던 놈 기억하시죠? 감찰계에서 이놈을 감찰한다
고 나왔는데 혹시 형님이 감찰계 계시니까 어떤 사안인지 좀... 아, 여
기 온 친구가 두 명인데 이름이...
조사실 안.
감찰반 2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이 욕먹고, 회사 이
미지 떨어지는 거 아냐?!
감찰반 1
감정적으로 이러지들 마시고. 서 형사님, 부인께서 신진물산 최대
웅 상무 만나셨더라고? 곤란하게 된 게 커피숍에서 최 상무가 부
인께 명품 백 전달하는 걸 본 사람이 있네? 요즘 신진물산 관련
해서 서 형사님이 담당도 아닌데 파고든다는 첩보도 있고. 우리
입장에선 해석의 여지가 생기지 않겠어요?
감찰반 2
오늘 낮에도 조태오 실장 찾아가서 협박했지? 당신이 신진 찔러
대서 떡고물이라도 챙기려는 바람에 지금 신진물산 관할서 식구
들이 얼마나 곤란한지 알아?
감찰반 1
(기록되던 카메라를 끄고)
신진물산 더 이상 개입하지 말아요. 서도철 씨가 여기서 더 개인
적으로 움직이면 청장님까지 곤란해져. 조직전체를 불편하게 만
들 이유가 없잖아요? 내사 아직 정식으로 시작된 게 아니니까 도
철 씨가 입장정리만 잘 해주면, 우리도 더 파고들지 않을게.
서도철
... 쪽 팔린 줄 알아. 식구라고 하면서 식구들 등에 칼 꽂지 말고.
감찰반 2
진짜 옷 한번 벗게 해줘? 당신 가족들, 광수대 식구들, 한번 탈탈
털어볼까? 당신 하고 주변 사람들 엮어서 똘똘 마는 거, 일도 아
닌 거 알잖아.
하는데 조사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오 팀장
이거 봐, 서도철 감찰조사 어디서 결재 받고 온 거라고?

- 72 -
감찰반 2
얘기중인 거 안 보여요?
오 팀장
내가 지금 감찰계 통화했는데 정식 첩보가 올라온 게 없다는데?
감찰반 1
우리 청장님 직속인 거 몰라서 이래요? 청장님하고 통화하셨단
겁니까?
오 팀장
(전화기 꺼내며)
알았어, 우리 대장하고 함 얘기해 봅시다. 자신 있으면 서 형사 그쪽
으로 데려가시던가.
감찰반 1
(눈치를 살피다)
아니, 그럴 필욘 없고... 우리가 알아야 될 정보는 다 알았어요.
서도철
하던 얘긴 끝내고 가.
감찰반 2
(감찰반 1과 함께 나가며)
다음엔 팀 전체가 추울 겁니다. 조심들 하세요.
서도철
야! 사람 앉혀놨으면 일으켜놓고 가라고!
오 팀장
(도철을 말리며)
됐어, 됐어... 계급이 깡팬데 어뜩하냐.
이때 조사실 문을 열고 눈치를 살피며 들어오는,
미스 봉
괜찮아요?...
오 팀장
넌 지금 이게 괜찮아 보여?!

- 73 -
미스 봉
일 땜에 그러는데 왜 저한테 그래요?!
왕 형사
(눈치 없이 끼어드는)
왜? 왜?
미스 봉
(도철에게 퉁명스럽게)
아까 선배 핸드폰 연결 안 된다고, 화물 중개소 여직원이 사무실
로 전화 했어요. 중개소 소장한테 연락 왔었다고만 전해달래요.
서도철
쒸바 다 죽었어, 개쌔끼들!

57. 광역수사대 – 실외/밤


전화통화를 하며 밖으로 나오는,
서도철
전 소장한테 언제 전화 왔었다고?

58. 전 소장의 차 안 – 실내/밤


도철과 전화통화를 하는,
중개소 여직원
저기... 이거 진짜 제가 연락한 거라고 하시면 안돼요... 지금 소장
님 급하게 외국 나가는데, 계좌로 돈 좀 부쳐 달라고 연락이 와
서요... 저한테 피해 오는 거 아니죠?...
중개소 여직원의 시선을 따라 화면 빠지면, 전 소장이 보이고, 그 옆으로 살벌하게 생긴 조선족
살수 둘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직원에게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전 소장.

59. 광역수사대 – 실외/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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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차로 다가가며 통화 마무리하는,
서도철
걱정하지 말고 문자로 주소 찍어서 보내줘.
전화 끊고 차에 타려는데 도철을 부르는,
오 팀장
얌마! 서도철! 일루 안 와?!
서도철
왜?!
오 팀장
(도철에게 다가오며)
이번에 진짜 승진할 줄 알았는데, 너 진짜 왜 내 인생에 들어와
서 이러냐... 억울해서 투신까지 한 사람 사정도 알겠고, 너 빡치
고 돌아버리는 것도 알겠는데... 지금까지 대기업 회장 라인은 경
찰에서 건드린 역사가 없어. 검찰이면 몰라도. 안 돼. 어차피 안
된다고. 해봐야 안 될 일을 왜 이렇게 벌려?
서도철
쫄지 마, 씨바. 안 죽어. 판사는 판결로 죽이고, 형사는 조서로 죽
이는 거라 메? 내가 조서로 죽여주면 될 거 아냐.
오 팀장
조서를 누가 결재하는데?... 너나 나나 자식 대학 갈 때 까진 벌
어야지... 이만하면 너도 할 만큼 했어. 그러니까 일단 올라가자.
서도철
(잡아끄는 오 팀장을 뿌리치고 차에 오르며)
형님은 그렇게 서장까지 가요. 난 어차피 서장 못해먹을 팔자니
까.
오 팀장
(움직이는 도철의 차를 따라 움직이며)
야이 새끼야! 막말로 이게 니 사건이야? 서대문서 내 동기 재작
년에 재벌 하나 잘못 건드렸다 탈탈 털려서 옷 벗고, 이혼 당하
고, 깡통 차고, 지금 고기 집에서 숯불 피우면서 고시원 산다고!
(부웅- 도철이 차를 타고 빠져나가자)
저 새끼가 진짜...

- 75 -
60. 전 소장 아지트 입구, 전 소장의 아지트 – 실외,내/밤에서 새벽
전 소장의 아지트 골목으로 들어서는 도철. 휴대폰을 확인하며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전 소장의 아지트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도철. 건물 안을 살핀 뒤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이 뒤를
누군가 따라와 도철의 어깨를 잡는다. 순식간에 파박- 몸을 돌리며 팔을 쳐내고 몸을 빼는 도철.
도철의 손을 쳐내며 오 팀장! 살짝 놀라며 여긴 어쩐 일이냐는 표정의 도철이 한심하다는 듯,
오 팀장
같은 팀원들끼리는 방구 냄새도 같아야 되는 거야.
서도철
(안으로 들어가는 오 팀장을 보며)
오우- 오 서장~
(옆에 따라붙는 윤 형사에게)
넌 웬일이냐?
윤 형사
이따 집까지 운전해 달라구 해갔구 죽겄슈 진짜. 아~ 오늘 데이
트 있는디...
서도철
니네 집 반대방향 아니냐?
전 소장의 아지트 건물로 들어서는 도철. 계단에 달린 철문을 수갑으로 채운 뒤 안으로 들어간다.
전 소장의 아지트 앞, 내부.
문 앞에 서는 도철. 오 팀장과 윤 형사도 따라 선다. 쾅쾅 문을 두드리는,
서도철
계세요?... 계세요?...
집안에서 들리는,
전 소장 (소리)
누구야?!
서도철
시설공단에서 나왔는데요, 이 건물 하수에 문제가 생겨서 긴급시

- 76 -
설 점검하러 나왔어요. 좀 나와 보세요.
문 앞에 도철이 서고, 오 팀장과 윤 형사가 양 옆으로 선다.
전 소장 (소리)
이 시간에 무슨 개소리야?
철커덕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동시에 도철이 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도철보다 먼저 튀어나온 손이 도철의 멱살을 잡아채고 안
으로 끌고 들어가려한다.
순간 달려들어 안에서 튀어나온 손을 쳐내는 윤 형사. 동시에 다른 손 하나가 윤 형사의 뒷덜미
를 잡아채 안으로 끌어당기는데- 으악! 윤 형사의 비명이 들린다. 오 팀장이 달려들어 문을 열어
제치면- 안에서 칼을 들고 있던 전 소장과 그 뒤에 조선족 살수 둘이 당황해 서있다.
조선족 살수 1 (어설픈 한국말)
한 놈이 아이네?
배에 칼을 맞은 윤 형사가 바닥에 뒹굴고 있고- 이를 보고 눈이 돌아가는,
서도철
이 개새끼들이!!!
도철이 벽에 걸린 거울을 집어던지며 안으로 치고 들어간다. 난감해하며 따라 들어가는 오 팀장.
조선족 살수들과 함께 밀고 나오는 전 소장.
우당탕탕! 실내에서 벌어지는 3대 2의 격투!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며 칼잡이들을 상대하는 도철.
칼잡이 1을 쓰러뜨리고 수갑을 채운다. 칼잡이 2와 위험한 대결을 벌이는 오 팀장.
도철과 오 팀장의 콤비플레이 작렬! 엉뚱하게 밀리자 창을 부수며 밖으로 나가는 전 소장.
전 소장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건물 사이로 기어올라 옥상으로 향한다.
오 팀장이 칼잡이 2에게 수갑을 채우자 전 소장을 쫓아 밖으로 나가는,
서도철
형님, 뒤처리 좀!
쓰러진 윤 형사와 눈을 마주치고 창밖으로 나가는 도철.

61. 전 소장 아지트 옥상, 이웃집 마당 – 실외/새벽


옥상으로 올라온 전 소장이 욕을 내뱉고 달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전화를 받지 않자 음성

- 77 -
사서함에 메시지를 남긴다.
전 소장
나 전 소장인데 지금 좆됐어! 전화 좀 받아!
도철이 바짝 붙은 건물 벽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간다.
옥상을 달리는 전 소장. 이 뒤로 도철이 맹렬하게 쫓는다.
도철이 거리를 좁혀오자 계단으로 향하려던 전 소장이 아래 쪽 난간으로 뛰어내린다. 아슬아슬한
착지! 도철이 욕을 내뱉으며 뒤따라 뛰어내리는데- 퍽! 전 소장이 구석에 놓여있던 빨래판으로
도철을 후려친다. 전 소장의 공격에 아래로 떨어지는 도철.
전 소장이 떨어진 도철을 보고 다시 달린다.
옆 건물 아래로 내려가던 전 소장이 아래로 다시 점프!
밖으로 냅다 뛰는데- 이때 왕 형사가 전 소장을 향해 달려든다!
전 소장이 가만히 서있는데 왕 형사가 그 옆으로 날아가며 바닥으로 쿵! 떨어진다. 전 소장은 계
속 달리는데, 퍼억!- 연이어 등장한 미스 봉의 시원한 킥이 작렬! 전 소장이 바닥을 구른다.
뒤에서 나타난 도철이 전 소장을 덮친다.
서도철
죽는 줄 알았잖아!
전 소장
알았어, 알았어... 다 줄게요!!! 죽이지만 말아요!!!
서도철
(수갑을 채우며)
가만 안 있어?!
전 소장
누... 누구신데 이러세요?
서도철
칼 맞은 형사 선배다 새끼야.
전 소장
예? 형사요? 그럼 경찰이라고 말씀을 하셨어야죠! 전 저한테 돈
받으러 온 놈들이 저 죽이려고 하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전 아
까 제 집에서 외국 애들한테 감금당해 있었던 거라구요!
이때 전 소장의 핸드폰이 울린다. 전 소장을 꼼짝 못하게 누르고 전 소장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도철. 최 상무의 메시지. ‘무리하지 말고 공사 중단’

- 78 -
서도철
딱 걸렸다 븅신들아.

62. 광역수사대 강력팀 - 실내/아침


의자에 털썩 앉는 전 소장. 피곤에 절은 도철이 전 소장을 노려보고 있다. 전 소장과 조선족 살
수들은 바짝 긴장해 취조를 받는 중이다.
전 소장
글쎄 몇 번을 말해요... 전 이 사람들한테 감금당해 있었고, 최 상
무한테 돈 빌려달라고 전화했던 거라니까요.
옆에서 출근하다 오 팀장 약을 올리듯 말을 건네는,
1 팀장
막내 칼침 맞았다며? 쟤야?
오 팀장
어, 왕 형사야, 천장에 거미줄이 쳐졌네?
왕 형사
예!
왕 형사가 재빨리 의자를 가져다 감시 카메라가 있는 곳 천장에 빗자루를 들고 선다. 빗자루로
천장 청소를 하는 듯 하며 감시카메라를 가리는 왕 형사. 형사들이 재빨리 돌아가며 전 소장과
조선족 살수들을 쥐어박는다. 우당탕탕 하는 사이 문이 쾅! 열리고 총경이 들어온다.
광수대 총경
우리 막내 칼침 놓은 새끼가 누구야?
미스 봉이 의자를 들고 전 소장을 찍으려다 총경의 기세에 눌려 슬며시 내려놓는다.
전 소장을 알아보고 씩씩거리며 다가와 전 소장 앞에 서서 따귀를 짝- 날리는,
광수대 총경
니가 우리 막내 칼침 놨어?
(일어선 오 팀장의 정강이를 걷어차며)
너흰 뭐하고 있었어?! 쪽팔리게 경찰이 이런 것들한테 당해도 돼?!
서도철

- 79 -
뒤에 빽줄이 있습니다.
광수대 총경
얘, 빽은 하나님이야? 어디서 대한민국 경찰을 건드려? 내가 책
임질 테니까, 막내 수술대 내려오기 전까지 사주한 새끼 내 앞에
데려와!
서도철
(총경이 나가자 오 팀장과 팀원들을 향해)
들었지? 형사 살인교사로 판 뒤집혔다.

63.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아침


최 상무의 보고를 받고 입을 다문 채 최 상무를 외면하고 있는 태오.
화를 참지 못하겠는지 골프채를 들고 씩씩대며 때리지도 못하고 부르르 떤다.
옆에 있던 사냥개가 멍멍- 눈치 없이 짓는다.
갑자기 사냥개를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는 태오!
최 상무가 놀라서 움찔하고, 태오는 눈이 뒤집혀 사냥개를 패 죽인다.

64. 광역수사대 휴게 공간 - 실외/낮


자판기에서 커피 두 잔을 뽑으며 배 기사 처에게 다가가는,
서도철
앉으세요, 앉으세요. 식사는 하셨구요?
배 기사 처
(드링크제 상자를 내밀며)
아, 네... 제가 진작 찾아뵀어야 하는데 경황이 없어서 죄송해요...
서도철
아이고, 뭐가 죄송하세요. 이런 거 사오지 마시지. 배 기사님은
좀 어떠세요? 중환자실에서 나오려면 아직 멀었죠?
배 기사 처
네... 뭐...
서도철
병원에만 계시면 병나요. 이렇게 바람이라도 쐬러 나오셔야지. 바

- 80 -
람 쐬긴 좀 그런 데지만... 애기는 할머니 집에 잘 있어요?
배 기사 처
네, 덕분에...
서도철
그놈 되게 의젓하던데... 근데 하실 말씀이...
배 기사 처
(망설이다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며)
... 그이가 저한테 보낸 문자요... 계속 보고 또 보고 했는데, 정신
이 드니까 좀 이상하더라구요. 이렇게 긴 문자를 써본 적이 없던
사람인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해도, 이 사람이 원래
맞춤법이 되게 틀려요.
도철이 배 기사 처가 들고 온 휴대폰을 들고 배 기사가 보낸 문자들을 본다.
마지막 메시지와 그 전에 메시지들이 확연한 차이가 난다. 계약해지 문자도 보인다.
나름 문장으로 정리된 마지막 메시지와는 달리 얼마 안 되는 이전 메시지들은 단문 위주고 그나
마 긴 문자들은 맞춤법이 엉망이다. 이 위로-
배 기사 처
그리고 마침표 이런 거 문자할 때 전혀 안 쓰던 사람이거든요.
사내들이 핸드폰 쥐고 뭐 하는 거 꼴 보기 싫다고 아예 문자하는
걸 못하던 사람인데...
서도철
배 기사님 휴대폰도 가지고 계시죠?

65. 신진의료센터 특실 – 실내/낮


태오가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 무거운 얼굴로 태오와 마주앉아 있는 조 회장. 시계를 본다.
다급하게 복도를 걸어가는 최 상무. 특실 앞을 지키는 경호원들과 인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최 상무 (소리)
죄송합니다. 지난 밤 상황은 경찰에 변호사 바로 보내서 계속 대
응하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4인분 황제 도시락을 세팅하는 여자의 손.
세팅을 끝낸 여직원이 인사를 하고 나가자 최 상무의 어깨를 툭 치며 자리에 앉는,

- 81 -
조 회장
일단 앉아. 밥도 못 먹었지? 밥 먹자.
의외로 미소까지 지으며 차분하게 나오는 조 회장의 태도에 더욱 긴장하며 자리에 앉는 최 상무.
정 고문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먹을 건 잘 먹고 다녀야지... 들어.
조 회장
(눈치 보며 젓가락을 드는 최 상무에게 자기 장어를 얹어주며)
난 이 집 장어가 좋더라고... 오늘 사고 난 경찰, 죽은 건 아니지?
최 상무
네... 부상은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고, 소장이나
현장에 있었던 친구들도 끝까지 말을 맞추지 못하면, 자기들이
위험하게 되는 것을 아는 상황이라 변호사들하고 잘 대응하고 있
답니다. 해결 가능한 상황입니다.
조 회장
... 고모부라고 따뜻한 밥 한번 같이 못 먹고... 사는 게 뭔지 참...
너 보면 네 아버지 생각나. 우직하게 일하는 게 부자가 똑같아.
대웅이 너를 아들처럼 여겨 달라고 부탁하고 세상을 떴는데... 내
가 너나 네 부친한테 면목이 없다.
최 상무
제가 더 잘해야죠...
조 회장
대웅아... 우리 식구지? 이번에 대웅이가 우리 식구 노릇 한번 하
자.
긴장하는 최 상무가 태오를 본다. 태오가 최 상무에게 미소를 지으며 장어 꼬리를 최 상무 밥 위
에 얹어준다. 최 상무의 표정이 어둡다.

66. 광역수사대 뒤쪽 주차장 - 실외/낮


주차장 구석에서 전 소장의 차를 뒤지고 있는 왕 형사와 미스 봉. 이 뒤로 드링크제를 건네며 다
가오는,

- 82 -
서도철
뭐 좀 나왔냐?
왕 형사
(드링크제를 받아들고 트렁크를 보이며)
대박 하나 나왔죠.
보면, 트렁크에서 커다란 가방이 나오고 그 안에 100 달러 지폐가 다발로 들어있다.
미스 봉
달라로 받아서 일처리 끝나면 외국으로 튀려고 했네, 이거. 여권
하고 필리핀 티켓도 봐봐 이거.
왕 형사
다행히 지폐 끈이 안 풀려 있으니까 여기 찍힌 은행 확인해서
CCTV 추적하면 바로 아스바리 걸릴 것 같은데요.
서도철
... 이 돈 추적하는 김에 신진물산 가서 배 기사 사건 당일 기록
다시 확보하고, 119 기록도 좀 필요하다.

67. 광역수사대 입구, 복도 - 실외,내/저녁


도로를 달리는 최 상무의 차. 뒷좌석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 최 상무.
광역수사대 안으로 최 상무의 차가 들어선다. 홀로 차에서 내려 광역수사대로 저벅저벅 들어가는
최 상무의 모습 위로-
조 회장 (소리)
저번 투신 사건하고, 이번 형사 사건...

68. 신진의료센터 특실과 광역수사대 계단, 복도 – 실내/낮


광역수사대 안을 저벅저벅 걷는 최 상무의 모습 위로 교차되는,
조 회장
대웅이 니가 안아줘라. 나 담당하는 변호사들 너한테 한명도 빠
짐없이 붙일 거야. 좀 피곤하기야 하겠지만, 결국 집행유예로 정
리 될 거다. 네 고모는 애들하고 애들 엄마가 아빠 힘든 모습 보
는 거 힘드니까 다 영국에 유학 보내주면 어떻겠냐고 하던데...

- 83 -
이번 일 끝내면 신진 모터스 핸들, 대웅이 니가 잡아. 니 아버지
도 못한 사장 명함 한번 박아야지.

69. 광역수사대 조사실 - 실내/저녁


도철이 씩씩대며 조사실로 들어간다.
조사실 문이 벌컥 열리자 변호사들과 함께 있는 최 상무가 오 팀장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서도철
뭐하는 짓이야? 자수를 한다고?!
오 팀장
야, 서 형사...
변호사 1
현재 저희 의뢰인께서는 이미 상당한 죄책감으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있습니다.
오 팀장
서 형사, 일단 조사하면서...
서도철
최대웅 씨. 이거 아니잖아. 왜 이러는 건데?
변호사 2
의뢰인께서는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으러...
서도철
조태오가 지가 한 짓 다 덮어쓰면 당신 인생 책임져 준대? 폭행
사주에 경찰 살인교사까지? 당신 몇 년 받을 줄 알아?
변호사 1
자수하러 온 시민한테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경찰 살인교사라
뇨?!
총경실.
광수대 총경이 모니터로 조사실 상황을 지켜보며 메신저를 보낸다. “살살해”
관찰실 컴퓨터로 메시지를 전달받은 왕 형사와 미스 봉이 안으로 들어가 오 팀장에게 사인을 준
다.

- 84 -
최 상무
(변호사를 안심시키고 오 팀장을 보며)
다친 형사 일은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요. 내가 전 소장이 한 말
을 잘못 알아들었어. 해결해준단 말이 죽인다는 뜻인 줄은 몰랐
거든.
서도철
당신 얼마나 받고 이런 짓 하는 거야?
변호사 1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면 우리 관할서로 이동해서 진행합니
다!
서도철
관할서에서 사건종결해서 이리 온 거 아냐?!
오 팀장
서도철!
서도철
잠깐만요. 한 가지만 물읍시다. 최대웅 씨. 당신이 생각해도 이상
하지 않아? 미안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일이 어떻게 이렇게 커
질 수가 있지? 사회적으로 욕먹고 사는 거 당신들 익숙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일을 벌려가면서 막는 거야?
최 상무
그래서 내가 자수하러 왔잖아요. 더 크게 벌리지 않으려고.
서도철
니네 증말 나쁜 새끼들이다...

70. 광수대 총경실 - 실내/저녁


총경과 독대하고 있는,
오 팀장
네?
광수대 총경

- 85 -
지금까지 진행하던 사건들 전부 1팀으로 넘기라고.
오 팀장
아니... 막내 윤 형사 살인미수는...
광수대 총경
(나갈 준비하며)
자수자 나왔잖아. 서도철이 쑤시고 다니던 신진물산 관련 사건들
도 1팀으로 다 인계해. 오 팀장 넌 본청 수사과로 승진발령 떨어
졌고, 나머지 팀원들은 곧 발령 나올 거야.
오 팀장
(나가는 총경을 잡으며)
우리 팀 해산하란 겁니까?
오 팀장이 잡은 손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총경. 오 팀장이 놀라서 얼른 손을 놓자 총경이 문을
쾅! 닫고 나간다.

71. 경찰병원 – 실내/밤


벌컥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서는 도철. 누워있는 윤 형사 침대 주변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어대
는 팀원들이 보인다. 오 팀장 앞에 서는,
서도철
지금까지 진행하던 거 다 넘기고 우리 팀 전체 발령 낸다고?
오 팀장
어?.... 그게 아니고... 야, 옷 벗는 것도 아닌데, 내일 사무실에서
얘기하자.
서도철
우리가 왜 옷을 벗어? 쟤네들 쫄아서 저런 식으로 나오는데? 여
기서 손 털면 우리 진짜 쟤들한테 당하는 거 밖에 안 돼!
오 팀장
야! 자수해서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는데 뭐가 또 문제야?
서도철
자수가 아니니까 그렇지! 미스 봉 내가 시킨 거 알아봤어?

- 86 -
오 팀장
애들한테 그새 뭐 시켰어?
서도철
(눈치 보는 미스 봉에게)
옷을 벗어도 내가 벗어. 시킨 거 알아봤냐고.
미스 봉
... 신진물산에서 119센터에 처음 접수됐다 취소된 신고전화하고
배 기사님 문자 전송 시간하고 안 맞아요.
(팀원들 이목이 집중되자 수첩을 꺼내 확인하며)
정식 신고 접수가 된 건 사건당일 오전 11시 39분인데,
인터컷 - 신진물산 관할 119 센터에서 담당자를 만나고 있는 미스 봉의 모습 위로-
미스 봉 (소리)
신진물산 건물에서 다른 전화로 1차 신고가 있었어요. 근데 접수
중간에 전화가 끊겼고,
인터컷 - 119 담당자가 콜백하는 모습 위로 흐르는 시계 이미지.
미스 봉 (소리)
119에서 콜백한 시간이 11시 22분이에요.
인터컷 - 신진물산 관할 119 센터에서 통화기록을 확인하는 미스 봉의 모습 위로-
미스 봉 (소리)
콜백 했을 땐 신고자가 접수신청을 안 했어요.
동료들에게 설명하는 미스 봉 위로 배 기사의 휴대폰 문자화면에 뜬 시간이 보인다.
미스 봉
그런데 배 기사님이 아내 분한테 문자 전송한 시간은 11시 37분
이에요. 만약 1차 신고 시각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배 기사님이
사고를 당하고 나서 문자를 보냈단 소리죠.
왕 형사
그리고... 그날 기획조정실장실이 있는 층에 점심시간도 평소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시작했답니다. 사고 시각에 층을 비운 거죠.
서도철

- 87 -
(오 팀장에게)
사건이 첨부터 잘못됐다니까. 하루만 시간 벌어줘. 아니면 내 집
이라도 걸게 진짜.
왕 형사
선배님 집 전세 아니십니까?

72. 구치소 면회실 - 실내/아침


교도관과 함께 복도를 걸어 나오는 최 상무의 모습 위로-
최 상무 (소리)
아침부터 이렇게 사람 괴롭히셔도 되나? 변호사 없이 우리 말 섞
으면 안 되는 걸로 아는데?
자리에 앉는 최 상무를 바라보는,
서도철
조사하러 온 게 아니라 면회하러 온 거잖아.
최 상무
어차피 한 얘기 또 하는 걸 텐데 이럴 시간에 가족하고 밥이라도
먹어요. 애들 금방 커.
서도철
생각 잘해. 당신 정말 자수 할 거야? 배 기사 폭행사주에 경찰
살인사주...
최 상무
경찰 살인은 나도 모르던 거라고 했었잖아. 그 형사 죽은 것도
아니라며?
서도철
정말 그게 다야?
최 상무
잠자리가 불편해서 잠을 설쳤어요.
(일어나려 움직이며)
이런 얘기할거면 정식으로 합시다.

- 88 -
서도철
앉아! 당신들 왜 그랬어?
(멀뚱히 보는 최 상무에게)
배 기사, 자기가 투신한 거 아니잖아!
(최 상무가 그냥 보고만 있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어. 말 한마디면 해결될 수도 있는 상황
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풀어갈까? 근데 그럴 이유가 있었더만.
최 상무
(자리에서 일어나며)
여기 면회 끝났어요!
서도철
(벌떡 일어나서)
여기 내 구역이야. 까불지 말고 앉아있으라고! 당신이 뭘로 자수
한 건지는 알아야지.
(차갑게 노려보는 최 상무를 보며)
배 기사가 전 소장한테 맞고, 당신들한테 돈 받고, 애를 택시에
태워서 보냈어. 근데 배 기사는 너무 분하고 억울했지. 그래서 다
시 올라가. 여기까지 서로 확인된 사실이야. 그런데..

73. 사건당일의 몽타주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낮
흥분한 배 기사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직 떠나지 않은 전 소장과 수행원들이 함께 있는 가운데, 배 기사를 보는 최 상무와 조태오.
배 기사가 받은 돈을 뿌려버린다.
서도철 (소리)
그때 그냥 말 한마디 잘 했으면 됐는데, 거기서 사고가 난 거야.
난동을 부리려는 배 기사를 막는 사람들.
시끄러운 상황에 열 받은 조태오가 사람들을 헤치며 배 기사를 폭행하기 시작한다.
서도철 (소리)
조태오가 배 기사한테 손을 댄 거지.
배 기사가 조태오에게 저항하자 사람들이 말리고,
조태오는 사람들을 뿌리치며 배 기사를 잡아 거칠게 폭행하다 기술을 걸어 넘겨버린다.
응접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지며 이중 충격을 받는 배 기사.

- 89 -
의식을 잃은 배 기사를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 조태오도 어이가 없어 굳은 표정으로 웃는다.
서도철 (소리)
당황해서 방안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119 신고를 하는데, 방안
에 있던 머리 잘 돌아가는 사람하나가 상황을 뒤집어.
앞에서 조태오와 스파링을 하다가 팔이 부러졌던 이종격투 수행원이 든 전화기를 빼앗는 최 상
무. 조태오가 이종격투 수행원을 노려본다.
신진물산 비상계단 - 실내/낮
수행원들과 최 상무가 의식을 잃은 배 기사를 끌고 온다.
배 기사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전송하고 손수건으로 지문을 닦아내는 최 상무.
배 기사 지문을 휴대폰에 묻힌 뒤 배 기사의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는 최 상무. 수행원들이 배 기
사를 아래로 떨어뜨린다.
서도철 (소리)
배 기사는 투신을 한 게 아니라 당신들이 투신으로 위장한 거야.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낮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어지럽혀진 사무실을 청소용역들이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태오.

74. 구치소 면회실 - 실내/낮


최 상무
... 시나리오 잘 쓰셨네. 근데 증거는 있으시고?
서도철
증인이 있지.
(뒤에 대고)
들어와!
왕 형사가 조태오에게 팔이 부러졌던 이종격투 수행원을 데리고 들어온다. 이종격투 수행원은 깁
스를 하고 있다. 이를 보고 굳어버리는 최 상무.
서도철
운동한 사람들이 겁이 많아요. 저 친구 전화로 119에 1차 신고
기록이 돼있더라고. 바로 끊겨서 119가 콜백까지 했는데 접수는
안 됐고. 근데 아무리 비정규직이라도 그렇지 눈치 없이 신고하
고 운동하다 팔 부러졌다고 그 자리서 사람을 자르나?

- 90 -
최 상무
저 친구 법정까지 세울 자신 있어?
서도철
다른 선수도 있지. 지금 구치소에 같이 있는 전 소장도 먼지가
많아. 당신 먼지도 좀 묻었고.
최 상무
전 소장이 우릴 협박한 걸 내가 깜빡하고 말 안했네.
서도철
당신들 돈으로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최 상무
알량한 형사 신분으로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서도철
일단 허위자백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부터 다시 시작할 거거든?
최 상무
당신이 계속 내 사건 담당한다는 보장이라도 있어?
서도철
폭행치사 3년 이상에 투신으로 가장한 살인미수 5년 이상, 경찰
살인교사 최소 5년 이상. 담당이 누가 되건 안 바뀌는 사실이야.
이래도 자수할래?
최 상무
... 생각보다 많이 순진하시네... 이 사람아. 장사꾼들은 보이는 걸
팔고, 사업가들은 보이지 않는데 투자를 해. 난 지금 내 시간을
여기 투자하는 거야. 충분한 이자 계산하고.
서도철
그럼 투자 잘못하셨네.
최 상무
(나가는 도철 뒤에 대고)
조 실장 내일 새벽이면 싱가폴로 떠. 출국금지 신청도 못할 텐데
오늘 밤 안에 잡을 자신이나 있어?!
서도철

- 91 -
(일행들과 나가며)
당신은 나한테 투자했어야 돼.

75. 조태오 사무실 (기획조정실장실) – 실내/낮


조태오가 헤어 커팅을 받고 있는 뒤로 태오의 경호책임자가 전화를 받는다.
경호책임자
어, 어쩐 일이야? 팔은 좀 괜찮냐?...

76. 광역수사대 조사실 - 실내/낮


팀원들 앞에서 통화 중인,
이종격투 수행원
... 예... 형님도 잘 모르시는 구나... 아니에요, 그냥 형님 스케줄
어떠신지 해서... 조 실장 나가면 좀 한가해지시겠네. 편할 때 연
락 주세요.
(전화 끊고)
내일 새벽 출국은 확실하구요, 떠나기 전에 모임이 있대요.
서도철
그 모임이 얘기했던 그 모임이야?
이종격투 수행원
아마...
서도철
시간하고 장소는?
이종격투 수행원
그게... 워낙 까다로운 모임이라 경호팀들한테도 시간하고 장소가
미리 안 나와요. 오히려 거기 참석하는 다른 멤버들 통해서 알아
보는 게 확실한 텐데...
서도철
멤버들 누구?
이종격투 수행원

- 92 -
여자 애들이죠 뭐. 요즘 다혜가 조 실장하고 뭐 있던데...

77. 방송국 - 실내/낮


윤홍렬이 한손에 커피를 다른 한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바쁘게 통화하며 방송국을 걷는데, 맞은편
에 서도철과 왕 형사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잽싸게 화장실로 들어가려는
홍렬. 이 뒤로-
서도철
어이 윤 사장!... 윤홍렬!
똥 씹은 표정으로 몸을 돌리는 홍렬.
방송국 구석.
사람들 눈을 피해 홍렬을 몰아붙이는,
서도철
다혜 임신했다며?
윤홍렬
예?!
서도철
뺑끼 쓰지 마 새꺄. 조태오 경호팀에 있었던 애가 다 불었어. 그
쪽엔 벌써 다혜가 조태오 돈 뜯어먹으려고 그런다고 소문 다 났
고. 좀 알아보고 덤볐어야지. 조태오는 정식으로 결혼하기 전까지
맘 놓고 놀겠다고 정관수술해서 애를 못 가져요. 너하고 다혜하
고 지금 협박범 된 거야.
윤홍렬
형 또 왜 이래요...
서도철
기사로 내용 확인해라.
(전화기 꺼내며)
전 기자 전화번호가... 야, 왕 형사야 전 기자 번호 있지?
윤홍렬
(도철을 잡으며)
형님, 진짜 전 몰랐어요. 최근에 다혜가 말해서 그런가보다 하

- 93 -
고...
서도철
다혜가 그래서 조태오가 너네 회사 막내로 갈아탄 거냐?
윤홍렬
예?
왕 형사
형님, 서에 가서 얘기하시죠.
윤홍렬
맞아요, 맞는데 진짜 왜 이러시는 건데요... 연애하는 게 무슨 죄
는 아니잖아요.
서도철
연애하면서 죄를 지으면 문제지. 다혜랑 막내하고 너네 소속사
여자 애들 조태오가 하는 파티에 자주 갔었지? 파티에서 애들 주
사 맞는 거 알았어, 몰랐어?
(홍렬이 답을 못하고 주저하자)
생각 잘 해. 팔다리 끊어서 니 목숨이라도 살릴 건지, 아니면 그
냥 썩게 놔뒀다가 머리하고 심장까지 끊어낼 건지.
윤홍렬
... 뭐가 필요하신 건데요...
서도철
오늘 너네 애들 조태오 만나러 어디로 가냐?
윤홍렬
... 형님... 저는 진짜 그 동안에 애들 소개만 시켜준 겁니다. 주사
고 뭐고 전 몰랐던 거예요.
서도철
오늘 너 하는 거 봐서 정리하자.

78. 광역수사대 총경실 – 실내/낮


오 팀장과 도철에게 결재 서류를 집어던지며 역정을 내는,

- 94 -
광수대 총경
너희 지금 항명하는 거야?!
오 팀장
항명이 아니라 수사하는 거잖습니까.
서도철
보고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애초 사건방향이 잘못됐습니다. 지금
최대웅 상무 자수로 처리해버리면, 살인미수 사건이 단순폭행으
로 끝나버려요.
광수대 총경
다 좋아. 그렇다 쳐. 근데 지금 이정도 증언 가지고는 체포영장
못 받아. 그렇다고 동네 양아치들처럼 무턱대고 잡아왔다가 뒷감
당 어떡하려고 그래? 당장 내일 새벽에 조태오 싱가폴인가 어디
로 나간다며? 걔 국적도 미국국적 아냐?
서도철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습니다.
광수대 총경
뭐?
서도철
최근까지 조태오 경호원으로 일했던 친구한테 진술 받았습니다.
인터컷 - 의사 가운을 입고 자신의 병원 약품실로 들어가는 김 원장.
약품실에서 앰플을 꺼내 가방에 넣는 김 원장.
서도철 (소리)
김종원이라고 조태오랑 친한 의사 하나가 자기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할 때, 일반 환자들한테 필요한 양보다 많이 처방
해서 남은 걸 빼돌려 왔습니다.
인터컷 - 펜트하우스 파티장에서 조태오와 만나 앰플을 담은 가방을 건네는 김 원장.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취해있다.
서도철 (소리)
그렇게 빼돌린 앰플은 조태오한테 공급되고, 조태오는 그걸로 환
각파티를 열어서 주변 VIP 인맥관리를 합니다.

- 95 -
도철이 말을 끝내고 지원요청을 하듯 쿡 찌르자 정신 차리고 말을 잇는,
오 팀장
아, 예. 성매매 특별법,
거친 스틸 이미지. 펜트하우스에서 즐겁게 웃고 있는 앳된 막내의 얼굴 위로-
오 팀장 (소리)
아동청소년 성보호 특별법,
거친 스틸 이미지. 앰플 클로즈 업. 주사 맞는 사람들.
오 팀장 (소리)
메인 메뉴는 마약성분 진통제 염산 페치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계속 설명을 이어가는,
오 팀장
내일 조태오가 신진그룹 전용기를 타고 싱가폴로 나가면 현지에
서 혈액세척을 받을 수도 있답니다. 그럼 마약 흔적도 없어지고...
서도철
경호원 중에서도 최 측근에서 활동하던 친굽니다. 이 친구가 현
재 경호팀한테 확인한 바로는 오늘 밤 파티가 열려요.
광수대 총경
야, 니들 정황은 알겠는데 아무리 망나니라도 이런 상황에서 환
각파티를 한다는 게 말이 돼?
서도철
이런 상황이니까 자기가 자리를 비울 때 커버해줄 인맥 관리를
확실히 해놓고 가겠다는 거죠. 거기 예상 VIP 명단 보시면...
광수대 총경
(서류를 살피다 놀라며)
정말 이런 사람들 모인 현장 덮쳤는데 아니면?
서도철
저희가 백업 작전도 준비 안하고 판 벌립니까?

- 96 -
광수대 총경
... 쓸 떼 없는 소리들 하지 말고 정 마지막으로 건수 올리고 싶
으면 주부 도박단 사건이나 처리해.
서도철
예?
오 팀장
형님! 진짜 이러실 거예요!
광수대 총경
난 분명히 주부 도박단 처리하라 그랬다.
오 팀장
내가 형님한테 언제 서운하게 한 거 있어요? 집안 경조사 누가
다 챙겼어?! 형님 결혼식에 아들 딸 백일에 돌에 입학, 졸업, 아
버님 상당했을 때 장지까지 따라가고, 장인 장모 상도 나하고 우
리 팀 애들이 다 치렀잖아!
(배를 까뒤집어 상처를 내보이며)
여기, 이거. 형님 딸내미 졸업식은 챙겨야 된다고 나 혼자 현장
나갔다가 안산에서 비 오는데 칼침 맞은 거.
광수대 총경
(열 받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건 니가 혼자 지랄 떨다 그런 거 아냐?! 그렇게 따지면 이거
봐봐.
(머리를 까뒤집어 땜빵 자국을 보이며)
가리봉동에서 너 카바해 주다가 대가리 빵꾸난 나는?!
서도철
(바지 내려 허벅지에 난 상처를 보이며)
아, 진짜 형님들. 나 인천 포목점 앞에서 다리 이렇게 될 때 사우
나 있었잖아요! 나 지금도 비 오면 쑤셔서 잠을 못 자.
오 팀장
우리가 뭐 큰 거 바래요? 우리 일 하게 좀 해달라고! 우리 이렇
게 책상 빼게 놔 둘 거야?!
광수대 총경
그러니까 자식아! 주부 도박단 애들 전국 방방곡곡 안 가는 데가
없다며?! 조태오 나와바리에 걔네들 뜨지 말란 법 있어?! 오늘

- 97 -
밤에 잡아야 된단 새끼들이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들 있냐?! 난
분명히 니들 주부 도박단 처리하라 그랬다.

79.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관할 지구대 - 실외,내/저녁


오 팀장의 차가 지구대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차에서 내리는,
오 팀장
빨랑 안내려?
윤 형사
진짜 아직 병원서 쉬라 그랬는디... 죽겄네...
오 팀장
옆구리 살점 좀 떨어져 나갔다고 안 죽어. 우리 땐 병원에 어떻
게 누워있어? 그냥 빨간 약 바르고 붕대 감고서는 곰탕 한 그릇
먹고 땡쳤지.
(지구대 문 열고 들어서며)
수고 많으십니다!

80.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 실외/저녁에서 밤


서울 도심에 어둠이 깔리며 저녁에서 밤으로 바뀐다.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서도철이 발렛 파킹 맨으로 위장해 건물을 살피고 있다.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펜트하우스 건물은 오픈하지 않았는데도 경비가 삼엄하다.
고급 세단과 밴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조태오의 차가 보인다. 차를 맡기고 앳된 막내와 함께
들어가는 태오를 보며 무전 하는,
서도철
조태오 들어간다. 들어가는 차들 빼놓지 말고 찍어.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왕 형사가 펜트하우스 건물로 들어가는 차들을 확인하며 사진을 찍는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조태오의 차가 왕 형사의 카메라에 찍힌다.

- 98 -
81. 펜트하우스 – 실내/밤
극장 스크린에 몽환적인 영상이 펼쳐지고 있고, 각종 술과 물 담배와 귀한 안주들이 넘쳐나고 있
다. 디제이가 틀어대는 현란한 음악에 맞춰 상류사회 젊은 남녀가 춤을 추고 뒤엉키고-
이들 사이에서 앳된 막내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하는 조태오.

82.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관할 지구대 – 실내/밤


팀원들과 파출소 순경들은 저녁을 시켜먹고 있다. 눈치 살피며 어렵게 말을 꺼내는,
관할 순경 1
제가 듣기론 일반 조폭보다 도박단 조직이 훨씬 빡세다고 들었는
데 주부 도박단이라고 전부 주부들만 있는 건 아닐 거 아닙니까?
오 팀장
그렇지,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온 거야.
관할 순경 2
(관할 순경 1의 눈치를 살피며)
그럼... 저희... 방검복 같은 거 준비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윤 형사
(배를 까 보이며)
형사는 몸으로 역사를 만드는규.
오 팀장도 아무렇지 않게 슬쩍 배를 까뒤집어 상처를 보인다.
관할 순경 둘의 표정이 급 침울해진다.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전화기를 꺼내드는,
관할 순경 1
... 여보... 나야...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 애는 안 보채?...
이 위로 도철의 무전이 들어온다.
서도철 (소리)
상황대기.

83.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 실외/밤

- 99 -
펜트하우스 건물 앞.
경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주차장 쪽으로 차를 몰고 이동하는 김 원장.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펜트하우스 건물을 바라보며 무전 하는,
서도철
물건 도착. 주차장 쪽으로 이동.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김 원장의 차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무전 하는,
왕 형사
성형외과 원장 차량 번호판 확인했습니다. 주차장 진입합니다.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서도철
오케이. 대기... 저거 뭐야?! 확인해!
빠른 속도로 펜트하우스를 향해 가는 차량 한 대. 경비원들이 막아서는 것을 뚫고 주차장 쪽으로
빠르게 진입한다.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카메라로 재빠르게 찍는 왕 형사. 다혜의 모습이 찍힌다.
왕 형사
정다혜 들어가는데요?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서도철
걔가 지금 여길 왜 와?!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왕 형사
저는 모르죠...

84. 펜트하우스 – 실내/밤

- 100 -
김 원장이 경호책임자와 함께 펜트하우스에 도착한다.
경호책임자의 안내를 받으며 조태오에게 향하는 김 원장. 사람들과 인사를 한다.
조태오와 만난 김 원장이 가방을 들어 보인다. 조태오가 씨익 웃으며 구석으로 안내한다.
구석에 자리 잡고 가방을 여는 김 원장. 가방 안에는 준비해 온 앰플이 가득 들어있다.
이때 다른 경호원이 경호책임자에게 다가와 뭔가 보고하고, 경호책임자가 서둘러 조태오에게 뭔
가 보고한다. 조태오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보면,
다혜가 경호원과 함께 펜트하우스를 들어오고 있다.

85.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 실외/밤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무전으로 대화하는,
왕 형사
형님, 다혜 때문에 돌발변수 생기면 어떡하죠? 지금 개시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서도철
주사 맞는 시간은 기다려야 될 거 아냐? 약만 있고 주사 맞은 놈
들이 없으면 꽝이야.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왕 형사
다혜가 조태오한테 꼰지르기라도 하면요?

86. 펜트하우스– 실내/밤


다혜를 데리고 계단을 오르는 태오.
파티 룸.
광란에 휩싸이는 사람들 사이로 앳된 막내가 김 원장을 따라간다.
개인 룸.
문이 벌컥 열리며 다혜가 밀려들어온다. 문을 닫으며 체인까지 걸고 서는 태오.

- 101 -
구석 공간.
김 원장이 앳된 막내 앞에서 주사기를 꺼내든다. 수줍은 표정으로 팔을 내미는 앳된 막내.
개인 룸.
다혜를 몰아세우는,
조태오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다혜
경찰에 신고한다고 그랬다. 왜?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당신 애
가진 사람한테?
조태오
오늘 여기서 떼 줄까?
다혜
니가 인간이니?
조태오
(다혜의 목을 움켜쥐며)
돈 몇 푼 때문에 뱃속에 애 아버지도 바꾸려는 너는 인간이냐?

87.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 실외/밤


펜트하우스 근처 건물 옥상.
왕 형사
판단하시죠.
펜트하우스 맞은 편 발렛파킹 부스.
펜트하우스 건물을 올려다보는 도철. 하지만 안쪽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

88. 펜트하우스 개인 룸 - 실내/밤


폭행당한 다혜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가운데, 씩씩대며 자신의 팔뚝을 묶고 주사기를 드는 태오.

- 102 -
89.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 실외/밤
결정하고 리시버에 대고 말하는,
서도철
미스 봉 준비됐지?

90. 공중전화부스 – 실외/밤


미스 봉이 공중전화부스 앞에 차를 세워놓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완전 몰입해서 따라 부
르는데, 노래를 듣느라 리시버가 귀에서 빠져있다. 음악에 묻혀 작게 들리는 무전 소리.
서도철 (소리)
미스 봉? 봉양아?
노래 부르느라 못 듣는 미스 봉. 잠시 후 전화벨이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놀라서 라디오를
꺼버리는 미스 봉. 화들짝 전화를 받는,
미스 봉
네! 서울 광역수사대 경장...
서도철 (소리)
야이 미친년아! 무전기 똑바로 안 켜놔?!!!
잽싸게 전화 부스로 달려 들어가 112를 누르는,
미스 봉
으아아악!!! 저기... 여기 건물에서 사람이 죽어요!!! 성폭행에...
여자가 엄청 맞고 있어요! 빨리 좀 와주세요!!! 남자들이 막 제
옷을 찢고... 무서워요...
(주변을 마구 두드려대며)
꺄악!!! 여기 주소가요...

91. 펜트하우스 건물 주변 관할 지구대 – 실내/밤


112 출동 신고를 접수하는,
관할 순경 1

- 103 -
예? 폭력사건이요?... 예, 출동합니다.
오 팀장
뭔 일 있어요?
관할 순경 1
아니, 요 앞 대로변 건물에서 누가 여자를 성폭행하고 죽이려고
든다고...
윤 형사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 웅변 투로)
주부 도박단 애덜이 사고치는 거 같은디? 빨랑 같이 가보시쥬!
슬픈 표정의 관할 순경 1,2.

92. 펜트하우스– 실내/밤


개인 룸.
엉망이 된 다혜의 머리채를 잡아 거울 앞에 세우는,
조태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거울 보면 그렇게 놀란단다. 자기가 사
람인 줄 알았는데 개새끼라서. 남에 애 가져놓고 협박하는 니가
사람이니 개새끼니?
다혜
오빠, 이러지 말자... 우리 좋았잖아...
(책상 서랍을 열어 뭔가 꺼내는 태오를 따라가며)
그냥 나 광고만 연장하게 해 줘. 그럼 조용히 애 알아서 지우고
닥치고 있을게.
조태오
(주사기를 꺼내들어 보이며)
나는 너랑 항상 좋고 싶은데, 넌 왜 날 이용만 하려고 그러니...
오늘 그냥 이쁘게 놀다 가.

93. 펜트하우스 건물 입구 – 실외/밤


건물 앞으로 순찰차와 오 팀장의 차가 도착한다. 경호원들이 밖으로 나와 경찰들을 맞이한다.

- 104 -
도철과 왕 형사가 길을 건너 펜트하우스 건물을 향해 달려간다.
순경과 오 팀장의 팀원들이 경호원들과 대치중이다.
입구 경호원
글쎄 여긴 아무 일 없다니까 그러시네.
관할 순경 1
그게... 신고접수가 돼서...
입구 경호원
수색영장 있어요?
서도철
(뒤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영장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112 신고접수가 됐으면 영장 없이
현장 수색하게 돼있어. 접수번호 알려줘?

94. 펜트하우스 – 실내/밤


계단.
다혜를 폭행한 조태오가 계단을 빠르게 내려간다. 다혜가 저항을 했는지 얼굴에 상처가 나있다.
파티 룸.
조태오가 김 원장을 찾아 뭐라고 얘기하는데, 경호책임자가 태오에게 다가온다.
경호책임자와 함께 서둘러 자리를 옮기는 태오. 김 원장은 개인 룸 쪽으로 향한다.
개인 룸.
다혜가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가운데 김 원장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놀라서 다혜에게 달려가 흔들어대는 김 원장. 일단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모니터 룸.
경호책임자와 함께 건물 입구에서 경찰들이 도착한 것을 확인하는,
조태오
나 뿐 아니라 여기 있는 친구들 다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방
법은 난 모르겠으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경호책임자

- 105 -
(조태오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무전으로)
112 신고고 나발이고 여긴 그런 일 없다 그러고 영장 없으면 무
단침입으로 고소한다 그래!

95. 펜트하우스 건물 입구 – 실외/밤


점점 늘어나 15명 정도로 늘어난 경호원들을 보는,
오 팀장
당신들 이거 공무집행 방해야.
입구 경호원
우리도 사유재산 지키고 있는 거 아닙니까.
서도철
밀자.
서도철이 밀치고 들어가려는데, 입구 경호원이 도철을 잡아 던진다.
도철이 휘청하는데, 왕 형사가 달려들어 입구 경호원을 밀쳐낸다. 동시에 “막아!” 하는 고함 소리
와 함께 달려드는 경호원들. 관할 순경들은 놀라서 뒤로 넘어가고, 지원 요청을 해대고, 오 팀장
은 뭔가 꺼내려는데 경호원들에 붙잡혀 들리고, 도철은 이 와중에 빠져나가 안으로 들어가고, 윤
형사는 옆구리를 살짝 맞자 안 되겠는지 “경찰 친다!” 소리치며 드러눕는다.
왕 형사
니들 선빵 쳤어, 선빵!
경호원들을 상대로 화려한 테크닉을 선보이며 분노한 왕 형사가 둘러치고 메치고 하는데-
왕 형사가 위기에 빠진다. 순간, 이들 뒤에서 나타나 몸을 날리며 왕 형사를 구하는 미스 봉!
덩치들 사이에 낀 미스 봉이 힘겹게 싸우다 우당탕 쓰러지는데-
탕! 허공에 총을 쏘는 오 팀장. 총 소리에 깜짝 놀라 싸우던 사람들 모두 몸을 움츠린다.
오 팀장
(엉켜있는 왕 형사와 윤 형사에게 권총 들어 보이며)
내가 안 쏠라 그랬는데... 니들도 장비 써.
왕 형사
팀장님만 장비 챙기셨습니까?

96. 펜트하우스 입구 복도 – 실내/밤


- 106 -
외투를 걸치고 급히 걸으며 전화기에 대고 소리치는,
조태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나 지금 급하게 먼저 좀 나가야 되니
까 전용기 대기해줘... 싱가폴 안 되면 홍콩이건 말레이시아건 당
장 뜰 수 있는 걸로. 한 시간 안에 공항 도착할 거야.

97. 펜트하우스 건물 로비 – 실내/밤


진입에 성공한 형사들이 승강기를 향해 달리는데, 건물 안쪽에 있던 경호원들 10여명이 달려 나
와 형사들을 막는다. 경호원들을 상대로 싸우는 형사들. 오 팀장이 다시 권총을 꺼내려는데 입구
경호원이 오 팀장을 잡고 밀어붙이자 오 팀장이 또 권총을 빼들지 못한다.
오 팀장
얘들 또 이러네... 일단 놔! 놔!
경호원 세 명이 무전 연락을 받으며 주차장으로 향하는 것을 보는,
서도철
빨리 뚫어!
하고 주차장을 향해 가는 경호원들을 쫓는 도철. 이 뒤로 탕!- 다시 울리는 총소리.
오 팀장
내가 니들 그만하라 그랬지?

98. 펜트하우스 건물 지하 주차장 - 실내/밤


경호원들이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비상 승강기를 향해 달려가는데-
도철이 이를 쫓는다. 경호원들을 따라잡으며 공격하는 도철.
경호원들과 도철의 3대 1 결투! 화가 난 도철이 경호원들의 급소를 차고 찌르고 꺾어대며 쓰러뜨
린다! 이때 뒤에서 쿵!- 도철을 덮치는 경호책임자! 도철이 바닥을 구른다. 도철에게 고급 레스토
랑에서 당했던 경호책임자가 도철을 아예 죽일 듯 달려든다. 제대로 된 공격을 해대자 밀리는 도
철. 이때 비상 승강기 문이 열리며 조태오가 주차장으로 나타난다. 태오를 보고 눈이 돌아가는
도철. 태오가 자신의 차를 향해가며 경호책임자에게 잡혀있는 도철을 보고 씨익 웃는다.

- 107 -
99. 펜트하우스 – 실내/밤
쾅! 경호원들이 밀리며 바닥으로 쓰러지고, 그 뒤로 경찰들이 들어선다.
약과 술과 음악에 취한 사람들은 쓰러진 경호원과 경찰들에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윤 형사
헐~ 대에~ 박
오 팀장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래... 저기요... 경찰인 데요!!!
오 팀장이 허공에 탕! 위협사격을 가하는데, 사람들은 효과음인 줄 알고 더 신나서 놀고-
쾅!- 대형 스피커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박살난다. 왕 형사가 다른 스피커까지 바닥으로 집
어 던진다. 찌잉- 귀를 찢는 소음. 사람들 놀라서 돌아본다. 눈 풀린 인간들, 아직 십대로 보이는
앳된 막내, 바닥에 굴러다니는 앰플 병과 주사기 등을 둘러보는,
오 팀장
우리 경찰인 데요, 여러분 지금 마약류 관리에 의한 법률 위반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딱 걸리셨거든요? 좆 되
신 거예요 지금.
개인 룸.
미스 봉이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계단 위로 올라간다.
방문을 열고 들이닥치는 미스 봉. 바닥에 쓰러진 다혜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김 원장이 보인다.
엉망이 된 다혜를 붙잡고 있는 김 원장의 모습이 마치 성폭행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미스 봉을
본 김 원장이 자기가 아니라고 도리질하는데-
미스 봉
이런 좆같은 새끼가!
퍽! 김 원장을 걷어차는 미스 봉!

100. 펜트하우스 건물 지하 주차장 - 실내/밤


가까스로 경비책임자의 급소를 쳐내 밀쳐내는 도철. 마무리 공격을 힘겹게 펼쳐 경비책임자를 쓰
러뜨리고 조태오 쪽을 보는 순간, 바앙-! 굉음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태오
의 차. 도철이 태오의 차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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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펜트하우스 건물 입구 – 실외/밤
주차장 입구를 순찰차 두 대가 막아서는데, 바아앙-! 빠른 속도로 안에서 달려 나오는 태오의 차.
순찰차 안에 있던 경찰들이 달려오는 태오의 차를 보다가 멈출 기색이 없자 당황한다.
쾅! 순찰차 사이를 뚫고 나오는 태오의 차.
반대편에서는 연락을 받고 오는 경찰 지원팀 차량이 진입하고 있다. 순찰차 한 대와 순찰 오토바이
두 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리는 태오의 차. 앞서오던 순찰 오토바이가 태
오의 차를 피하며 쓰러지고, 순찰차 역시 태오의 차를 피하려다 태오의 차와 부딪치며 길가로 쳐
박힌다. 뒤에 오던 오토바이도 바닥을 뒹굴고- 태오의 차는 이들을 스치며 계속 달린다.
건물을 빠져나온 도철이 엉켜있는 차들을 보다가 쓰러진 순찰 오토바이를 향해 달려간다. 순찰 오
토바이를 일으켜 세워 달리는 도철.

102. 펜트하우스 건물 근처 도로 – 실외/밤


바아아앙- 태오가 차를 몰고 큰길로 들어서는데, 큰 길에서 음주단속 중이다. 이를 무시하고 달리
는 태오. 음주 단속중인 경관 둘을 치고 나간다. 앞에서 차량을 안내하던 마지막 경찰관이 이를 피
하지 못하고 태오의 차에 치이며 매달린다. 경찰관을 매달고 그대로 달리는 태오. 얼굴 상처 때
문에 더욱 기괴해 보인다. 경찰관이 삼단봉을 꺼내 태오에게 휘두르자 이를 빼앗아버리는 태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태오의 차 옆으로 신호를 받고 차 한 대가 들어서는데, 이를 피하려고
태오가 핸들을 꺾자 매달렸던 경찰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태오의 차를 추격하던 음주 단속 순
찰차 한 대가 바닥으로 떨어진 경찰관을 피하다가 멈추고, 다른 한 대는 바뀐 신호를 받고 들어
오던 차량과 추돌한다. 주위에서 대기 중이던 택시 기사들이 이 모습을 지켜본다.
택시기사 1
저게 뭔 일이래?...
택시기사 2
저거 잡으면 개인면허 받는 거 아녀?
택시 기사들 몇몇이 차에 올라 태오의 차를 쫓는다.
이 뒤로 순찰 오토바이를 타고 맹렬히 추격하는 도철!

103. 도로 – 실외/밤
미친 듯이 차를 몰고 도심을 질주하는 태오. 큰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는데, 신호를 받고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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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차량이 태오의 차 때문에 엉켜버린다. 아슬아슬하게 엉킨 차들을 피해 태오의 차를 따라붙
는 택시들.
택시기사 1
야이 미친놈아! 차 세워!!!
핸들을 팍- 꺾으며 택시를 위협하는 태오. 본능적으로 피하는 택시. 이때 다른 두 대의 택시가
태오의 차를 포위하며 달린다. 피했던 택시가 앞으로 치고 달려 태오의 차를 가로막는다. 다른
두 대의 차도 태오의 차 옆에 바짝 붙여 세운다. 포위된 태오가 욕을 해대며 후진을 하는데-
순찰 오토바이를 몰고 달려오던 도철이 후진하는 태오의 차를 향해 돌진한다. 오토바이를 쓰러뜨
리며 옆으로 구르는 도철. 순찰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며 후진하던 태오의 차 밑으로 깔린다. 태오
의 차가 순찰 오토바이를 타넘으며 끼이익- 멈춘다. 바닥에서 바퀴가 떠버려 오도가도 못 하게
된 태오의 차.
주위 상가 술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태오의 차 주위를 둘러싼다.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일으키는 도철.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태오의 차를 향해 간다. 태오를 향
해가는 동안 주위 시민들과 거리 CCTV 카메라를 확인하는 도철.
태오가 삼단봉을 들고 차 밖으로 나온다.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핸드폰을 꺼내 이 광경을 찍는다.
태오를 쫓던 택시기사가 태오를 잡으려하는데, 광분한 태오가 택시기사를 향해 삼단봉을 겨누고
휘두른다.
서도철
그만 해 새끼야!
(쌍욕을 퍼부으려다 카메라들을 의식하며)
조태오 씨.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성매매 특별법 위반,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과속, 음주, 공공시설 파손, 공
무집행 방해, 배철호 기사 폭행 및 살인미수, 경찰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 합니다. 지금부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지금부터 하는 모든 말은 법정에
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조태오
(도철이 수갑을 들고 다가오는 도철에게 휙- 삼단봉을 휘두르며)
뭐라고?
(피하는 도철에게 퍽퍽! 쉴 틈 없이 삼단봉을 휘둘러 가격하며)
뭐? 다시 말해봐! 뭐라고?!
CCTV 카메라와 시민들의 카메라에 태오가 도철을 폭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참다못해 달려들어 삼단봉을 쳐내어 막아내며 주먹을 치켜세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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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철
아프다고! 씨발 진짜!!!
태오에게 위협 당했던 택시기사가 바닥에 떨어진 삼단봉을 얼른 발로 차 자동차 밑으로 숨긴다.
주위 시민들과 카메라를 보고 한숨을 내쉬며 주먹을 거두는 도철.
퍽! 조태오의 주먹이 도철을 때린다. 이어지는 태오의 공격. 도철이 태오에게 미친 듯이 얻어맞고
바닥을 구른다. 쓰러진 도철을 보고 비웃으며 돌아서는 태오. 이 위로-
서도철 (소리)
조태오!
태오가 돌아보면, 도철이 바닥에 떨어졌던 수갑을 들고 있는 힘을 다해 일어나고 있다.
서도철
경관폭행 추가야 씨팔 새끼야.
태오가 도철을 비웃으며 빠져나가려는데, 구경하던 시민들이 태오를 둘러싼다.
조태오
비켜.
덩치 좋은 운동복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서며)
거 젊은 양반이 말씀이 많이 짧으시네...
서도철
여러분!!! 지금 제가 공무집행 중입니다. 죄송하지만 카메라 좀
잠깐 치워주시겠습니까?
운동복과 택시 기사 등이 카메라를 가려주고, 시민들도 카메라를 치운다.
서도철
이제부턴 정당방위다.
태오가 도철에게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연속 기술을 먹인다.
하지만 도철이 빠르고 유연한 아웃복서처럼 샤샤샥- 귀신 같이 공격을 피하며 태오를 지치게 만
든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며 태오의 급소를 하나씩 때리며 힘을 빼는 도철.
흥분한 태오가 도철을 쓰러뜨리기 위해 무리하게 큰 공격을 감행하는데,
태오가 휘두르는 주먹을 머리로 들이받는 도철! 빠각! 태오의 주먹이 부러진다.
머리가 아프지만, 이 틈을 이용해 태오의 하체를 공격하는 도철! 휘청하는 태오를 잡아채 온 힘
을 다해 함께 태오를 집어 넘겨 함께 바닥을 구른 뒤 태오를 짓누르는 도철. 태오가 도철과 뒤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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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 구르며 도철을 마구 폭행한다. 태오에게 너무 맞아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인 도철.
태오가 몸을 일으키는데, 도철이 자신의 손목과 태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이 앞으로 사이렌이 울리며 순찰차가 다가온다. 사람들을 뚫고 들어오는 오 팀장과 왕, 윤 형사
미스 봉이 태오를 포위한다. 이들을 비웃는 태오. 도철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조태오
(채워진 수갑을 들어 보이며)
이거 푸는데 시간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삼십 분? 길어야 한 시
간?
이 뒤로 들리는 우렁찬 목소리!
미스 봉 (소리)
야이 새끼야!!!
말리는 형사들과 실랑이 벌이는 미스 봉에게 소리치는,
서도철
야야!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이미 허공으로 붕 떠오른 미스 봉! 발차기 작렬!
퍼억! 태오가 미스 봉의 점프 킥에 맞아 나가떨어지자 동시에 도철도 바닥을 뒹군다.
미스 봉
이십 년 걸린다, 이 새끼야!
조태오
(피식 웃으며)
... 나... 참... 어이가 없네...
미스 봉을 지나치며 도철에게 다가가는,
오 팀장
(도철 쪽을 보며)
야, 야! 괜찮냐?! 안 다쳤어?
(도철이 수갑 찬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이자)
아니 너 말고 조태오.
도철이 수갑 찬 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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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신진 의료센터 휴게실 - 실내/낮
뉴스 화면.
대형 텔레비전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폭행과 살인미수, 경찰 살인교사와 마약투여 혐의로 서도철
에게 긴급 체포된 조태오의 모습이 보인다. 이어서 펜트하우스 마약파티에 관련된 자료 화면과
자막들이 이어지고- 도로 CCTV 카메라와 시민들의 휴대폰 카메라에 담긴 태오의 도철 폭행 자
료 화면도 흐른다. 계속해서 재판을 받으러 재판정에 들어가는 최대웅 상무의 모습과 함께 초기
에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들이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 신진그룹의 추가 비자
금이 확인됐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카메라 천천히 빠지면,
배 기사 처가 아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105. 신진 의료센터 중환자실 – 실내/낮


눈을 감고 힘겹게 호흡을 하는 배 기사. 호흡이 안정되어 있다. 눈꺼풀이 떨리며 천천히 눈을 뜨
는 배 기사. 조심스레 눈동자를 움직여 자신의 손을 본다. 배 기사의 손가락이 까닥하고 움직인
다. 다시 힘을 내어 자신의 발을 보는 배 기사. 배 기사의 발가락이 까닥하고 움직인다. 이 위로
시원한 음악 터지며-

106. 에필로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활약상이 화면 위로 펼쳐지며 크레디트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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