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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위저드 베이커리
초판 1쇄 발행 2009년 3월 27일
초판 49쇄 발행 2018년 4월 17일
지은이 | 구병모
펴낸이 | 강일우
책임편집 | 이지영
펴낸곳 | (주)창비 등록 | 1986년 8월 5일 제85호
홈페이지 | www.changbi.com
전자우편 | ya@changbi.com
트위터 | @changbi_books
페이스북 | www.fb.com/changbi
하고 있습니다.
일러두기
일 수 있습니다.
illust | 권신아
design | 정효진
저자 사진 | ⓒ 이영균
구병모(具竝模)
등의 소설을 펴냈다.
차례
프롤로그
개암나무 가지
악마의 시나몬 쿠키
땅콩버터 맛 대보름빵
체인 월넛 프레첼과 마지팬 부두인형
몽마의 습격
타임 리와인더
Y의 경우
N의 경우
작가의 말
프롤로그
빵은 지긋지긋해.
아파트 단지에서 100미터쯤 내려오면 마을버스 정류장 근처에 24시간
며 이 속에 뭐가 들었느냐고 묻기 전까지는.
그때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간. 말린 거.”
점장이 보였다.
었다.”
주었다.
말했다.
보이는 것을 가리켰다.
대체 누가 어린애라는 건데.
다.
서…….”
작될 법한, 민담 속에 나오는 그런 숲.
**
게 하지 못한다.
***
그들이 쫓아온다.
몇 개의 작은 소용돌이무늬로 요철이 난 운동화 바닥이 빠르고 거칠게
땅과 마찰한다. 생고무 타는 냄새가 뺨을 할퀴며 어깨 너머로 날아간다.
다.
피치 못하게 또는 어쩌다 보니 그 가게의 단골이 되기는 했는데, 나는
간 영업을 해요?
늘 바빠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사이에, 시간과 시간 사이에 문득
문을 민다.
갓 구운 빵들의 열기로 가게 안이 후끈거린다. 그가 수정과 색 눈으로
다.
“나 좀 숨겨줘.”
야.
그는 전후 맥락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렇다고 달리 입을 열거나 고개
럼 보였다.
다른 빵집의 계산대 뒤편에 보이는 제빵실과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 없
이름이다.
가운데 하나다……
라.
했나.
라는 거였다.
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래? 곱게 포기해, 응?
다.
었다.
기 전까지는.
었다.
“……아닌데요.”
별걸 갖고 다 트집이야. 그 이상 오래 마주 보아서는 곤란하겠다고 생
인데.
라는 것도 아니잖아.”
이런 말들이 단순히 가사노동의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비판 및 대안 제
시 차원이라면 마땅히 존중하는 게 가정의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될 듯하여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집 전체를 너 혼자 전세 냈다고 생각하지 마라. 여름이라 덥다고? 선
섞여 드는 소리를 들었다.
대체로 자정이나 되어야 들어오는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자정 직전쯤 나는 방의 불을 꺼버리고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고, 현관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이눔 시끼는 아버지 오는데 내다보지도 않고 천
날 만날 처자빠져 자느냐는 아버지의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아버지, 그건 아세요? 당신의 부인이,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현관문에
내가 나란히 서는 것조차 싫어한다는 걸. 어쩌다 천년 만에 ‘가족’끼리 밥
상을 함께하는 날이면, 국그릇을 올려놓다 내 손과 닿는 것조차 벌레 보
듯 한다는 걸. 그 몇 번 안 되는, 참을 수 없이 단란한 식탁에서 나는 식탁
보의 사방연속무늬에 시선을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거 알잖아.
그래, 얼마 남지 않았어, 길어야 이 년.
내가 두렵고 불편했던 것은 배 선생이 대놓고 내 머리를 욕조 속에 처
박는 게 아니라 지능적으로 피를 말리기 때문이었다. 인정받는 학교 선생
다갈색 핏자국이었다.
세탁기를 돌리려는데 내 빨랫감 속에 잘못 섞여 들어온 무희의 속옷이
보였다. 핏자국이 점점이 남은 자리는 그대로 말라 늦봄 바닥에 떨어져
밟힌 목련꽃의 잔해를 떠올리게 했다. 손에서 빨래 바구니가 미끄러졌고,
관문을 열었다.
뛰쳐나가기 직전에, 아직도 코피를 흘리며 방문 앞에 쭈뼛거리고 서 있
는 무희와 눈이 살짝 마주친 것 같았다.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지만 적
요?)
상세 정보: 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세요. 평균 2시간
외어주십시오.)
com이었다.
본질적으로 달랐다.
에 보고 만들어서 좀 바빴거든.”
자.
배로 보내졌다.
어떤 사람들이 대체 이런 빵을 찾는 걸까?
다.
귀어주었다든가 하는 것들이었다.
는 걸 꼽아보자면 이랬다.
마인드 커스터드푸딩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
것입니다.
노 땡큐 사브레 쇼꼴라
요.
메모리얼 아몬드 스틱
에버 앤 에버 모카 만주
도플갱어 피낭씨에
다.
니리라.
네댓 개의 카테고리 아래 이십여 가지에 이르는 물품이 있었으나, 모든
저 나아갔을 뿐.
이리로 들어가면, 영화에서 본 적 있는 옷장 너머 세계의 나니아 같은
도 눈에 띄었다.
침대 위로 올라가 본들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은 천장. 한순간 숨죽일
“어, 거기 서서 뭐해?”
“아…….”
“앉아.”
앉아? 왜? 아니 그럴 만도 하다. 남의 방에서 계속 불안정하게 서서 오
가는 것도 왠지 똥줄 타는 고양이처럼 보일 거고 실례다. 나는 불과 이십
분 전까지 내게 일어난 일을 잊은 채 그가 가리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자세를 잡자 그가 내 앞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손.”
“……?”
마치 강아지를 훈련시키면서 손 내놔 봐, 하는 것 같았다.
“손, 보자고. 다쳤잖아.”
아, 그거. 그러나 그저 좀 긁힌 정도인데. 나는 파랑새의 날개가 긁은
손등을 앞으로 내밀었다. 깃털 가운데 날카로운 부분이 스치고 지나가 아
주 조금 피가 맺혀 있었다.
모양이다.
“그럼 이제 말하지. 경찰이 왔다 갔어.”
나는 셔츠 앞으로 손을 조심스럽게 가져가 꼭 눌렀다. 아직도 배 선생
에게 멱살이 잡힌 느낌이 남아 있었다. 눌러서 막지 않으면, 지금껏 차곡
를 표시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내 양어깨를 붙들고는 강압적으로 말했다.
“아니, 애들은 이 시간엔 잠을 제대로 자야 돼! 그리고 나는 밤에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네가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문 너머에서 뒤척거리면 신
경이 쓰여. 잠 오는 가루를 뿌려서 강제로 재울 수도 있지만 최대한 배려
이미 참지 못하고 있는데 뭐.
“그러니까 소리 내도 된다고. 그보다 팔로 좀 가리지 말고 고개 들어
봐.”
고개를 들자 그는 내 턱 밑에 투명한 유리 시험관을 갖다 대었다. 영문
고 그러네.”
그랬지, 계산대 소녀가 점장보다 상대적으로 손님에게 친절하고 호의
적이었던 것을 나는 기억해냈다. 그는 어깨 위에 올라앉은 파랑새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을 거다.
“그럼…… 다, 알, 고 있……는 거, 거예요?”
“천만에. 신도 초능력자도 아닌걸.”
그 대답은 나의 기대를 조금 무너뜨렸다. 그는 채취한 눈물을 들고 타
박타박 실험대 앞으로 걸어가더니 조심스럽게 마개를 덮었다. 그런데 왜
안 물어봐?
“궁금하지도 않아. 인간의 일은.”
아마도 그는 내 짐작이 맞다면, 정말로 존재 이전의 존재거나 존재 이
상의 존재라면, 아주아주 오랫동안 살아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속의 인
까지 들어온 건 네가 처음이야.”
그의 말은 신랄하고 거침없었지만, 어깨를 덮은 차렵이불은 푹신한 데
다 부드러웠고, 손안에 든 약병은 따뜻했다. 나는 이렇게 버려진 개처럼
어쩔 수 없이 주워져 부담만 줄 게 아니라 뭔가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
기에 애프터서비스라도 해달라고?”
그는 교복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전자레인지에 큰 머그잔을 넣고는 작
동 버튼을 눌렀다. 기분이 어쨌든 간에 손님으로 온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쌀쌀맞게 굴 건 없잖아.
생각은 아니겠지?”
보다 못한 반장이 친구를 일으켜 양호실에 넘기고 도망치듯 나가 버렸
이나 지나 있었다.
이렇게 두 과목 시험을 내리 망친 것은 둘째 치고, 그날로 이 소문이 전
지 기다렸다.
렸다.
끝내자고.”
은 이번에는 꾹 참는 듯했다.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재미 반 호기심 반, 아이디어숍에서 엽기 상
그걸 샀는데?”
내 책임이라는 거야?”
다.
“……너 이 쿠키에 매겨진 별점이랑 사용 후기 안 봤어? 효과 백 프로인
거 안 봤어?”
“봤죠. 제품을 띄워주려는 알바생들의 댓글인 줄 알았죠.”
“좋을 대로.”
면…….”
다.
“너는 이만 들어가 봐.”
빵이라면 지긋지긋해.
유리문 앞을 지날 때 무심코 손을 넣어본 교복 바지 주머니 속에서 오
았다.
이때는 제과점 남자의 정체를 몰랐을뿐더러 영문 흘림체로 적힌 가게
았다.
라푼첼의 비듬과 고양이 혓바닥 얘기를 들은 뒤로도 이틀에 한 번쯤은
다.
듯이 더듬거렸다.
“아, 아, 아니.”
는 듯한 얼굴이었다.
빵이라면 지긋지긋해.
쳐줬을 리 없다.
었는데.
(아마도) 십 분이 지났다.
(어쩌면) 다시 십 분이 지났다.
엄마 큰일 보나.
(틀림없이) 세 번째로 십 분이 지났다고 생각될 무렵, 나는 머릿속에 의
리가 울려 흠칫했다.
넣었다.
“아가, 엄마 잃어버렸니?”
휴게용 의자 옆에 있는 작은 매점 부스 안에서 한 아줌마가, 바쁘게 델
안 잊어먹어요.”
두 시간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델리만주 아줌마는
계속했다.
“저기 계단 내려가면 역무원 아저씨 있어. 가서 엄마 찾아달라고 하면
집어치워.
플랫폼 끝 쪽의 휴게 의자에 가 앉았다. 델리만주 앞에 있는 의자보다
이로 비집어 넣었다.
나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상식량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
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그렇게 뜯어먹는 사이에 무언가 손에 미끈거리는 게 묻었다. 손가락을
도 그랬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나는 그 상태로 역무실에서 만 하루를 내
다.
그런데 이튿날. 나를 데려다 줬던 사마리아인들이 출근할 때 창문 너머
면 너는 죽었을지 몰라.”
경찰의 말에 그들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가로저었다.
엄마 아빠는 둘 다 지나치게 흔한 이름이었다. 지금처럼 주민들의 신상
소매를 내려주었다.
그 뒤로도 엄마는 한 달에 보름 정도는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고,
아빠는 엄마가 병에 걸렸으니까 엄마를 귀찮게 괴롭히지 말라고 나한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엄마와 전혀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것이
미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체인 월넛 프레첼과 마지팬 부두인형
새가 된다.
그때부터 점장의 밤 업무는 시작된다. 그는 잠을 거의 자지 않는다. 낮
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째서 그처럼 호화로운 침대가 필요한가 하면, 한 달에
즐긴다.
서 하루 종일 자면서 무슨 꿈을 꿀까.
께 있어주었다.
여름방학은 벌써 삼 주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곳에서 더 오래 지체할
일쯤 되었을 무렵
“아직도 마음 못 잡았냐?”
채근하지 않았다.
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달려 있는지.
것 같았다.
“……불……편해…… 보여.”
혼잣말로 중얼거리는데 파랑새가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꾹 찔렀다. 파
가게는 어둠침침했다.
“하……지만…… 그, 그렇게…….”
만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해.”
되겠니.”
다.
을.
무형의 의지라는 것이 자신의 삶의 자리를 결정할 수만 있다면. 그럼
않았을까.”
그때였다. 바깥에서 덧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발로 차는 바람에 우주 만
파랑새가 나를 보며 고갯짓했다.
“들어가 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열어주고 얘기해야겠어.
문과 덧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손님. 오늘은 보시다시피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빵도 거
의 다 떨어져서 어제 구운 것밖에 없네요.”
시면 최대한 빨리 처리해드릴게요.”
여자는 얼마 전 교복이 앉았던 그 자리에 가방을 털썩 내려놓고는 길바
의 과자.
마지팬 속에는 여러 가지 색의 젤리로 인체의 장기를, 빼빼로 같은 긴
과자로 대략의 뼈대를 표현했다. 세공한 인체 앞면에는 칼집을 작게 넣어
띠고는 말했다.
“부두인형은 현재 재고가 없고요, 온라인숍에서 주문해주셔야 그때 만
들기 시작합니다. 부두인형뿐 아니라 모든 물건이 주문과 동시에 제작에
라보고 있었다.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흑마법이니까 특히 조심해서 취급해야 한답니
주세요.”
점장은 아직 정신이 완전히 맑아지지는 않은 듯,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입을 열었다.
해.
이 손님은 아마도 굵고 짧은 사랑을 한 모양이다. 첫눈에 마음에 든 상
대에게 체인 월넛 프레첼을 선물한 뒤 접근에 성공. 그 감정의 유통기한
니.
때로는 한없이 어리석지만 그것밖에는 선택할 수 없는 남들의 바람을
이루어지게 도와주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소원이 없는 사람. 남들의 감
사만 받아도 모자랄 마당에 단지 뒤틀린 결과 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하는
사람.
사람들은 아마 이렇게 탓할 상대가 있어서 편할 것이다.
‘당신이 그런 수상쩍은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
“……저 여자 다신 안 와.”
등을 돌린 채로 그가 중얼거렸다. 자는 거 아니었어?
“못 오지. 인간의 몸은 그 자체가 우주라지만, 사랑을 위해서조차 내놓
기에 턱없이 작고 모자라. 그런데 고작 증오를 위해 내놓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다시 졸음 속으로 묻혀가는 듯 그의 목소리는 피아니시모로 점점 작게
잠겼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너는 행여나 쓸데없
는 짓 하지 마라.”
지 못했다.
바로 타임 리와인더였다.
시간을 되감는 쿠키.
에도 담을 수 없다.
구가 덜 끝난 품목인 줄 알았다.
이 물품은 언제 입고되느냐는 질문이 게시판에 꾸준히 올라오기는 했
다.’
이 달라졌다.
그랬다. 실은 문제의 타임 리와인더는 이미 개발이 끝난 제품이었고,
지의 생각은 그랬다.
포춘 쿠키.
일반적인 포춘 쿠키는 얇은 월병 형태로, 월병 제조 과정에서 반죽을
끼워 넣을 수 있다.
있었다.
Date . .
Time :
간절히 되돌리고 싶은 시간을 마음속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한입 크기
천히 녹일 것.
않고도?
“너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알면 묻지 마.
“왜…… 이, 이렇게…….”
“뭐라고?”
장, 장사꾼……처럼.”
헛짓거리 하는 꿈은 깨는 게 좋을 거다.”
초콜릿이었다.
이사이로 들린 것은…….
그가 등을 돌리고 제빵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였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면…….”
적당한 눈속임이 아닌 진짜 마법을 파는 사람한테 반 사기꾼 취급하는
“아…… 미, 미안…….”
“알았으면 사과는 점장에게 해.”
입에 넣었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시간을 되감는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나올 하
찮은 기술인 것 같지?”
아니, 어느 영화에서고 간에 그걸 과학적으로 하찮다고 말한 적은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내가 인류 멸망을 각오하고 육 년 전으로 시간을 되
될 수도 있다.
아무것도 확실하게 보장해주지 못하는 마법 아이템이라니, 가격에 비
“어, 그, 저기…….”
“응?”
안마 좀 해줄까요? 말 대신 나는 양손으로 허공에 대고 도마질을 해 보
였다.
“응.”
“초, 초콜, 릿…….”
“아, 그래. 마저 먹었어?”
신기한 초콜릿이었다. 먹을 때 입속에서 난 소리는 단지 오래된 레코드
썼는데.”
그 말대로 나는 초콜릿 세 개를 한꺼번에 먹을 만큼 단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결코 실패작이라고만은 볼 수
없었다. 나 같은 사람에게 딱 어울린다. 잡음이 너무 많고 버퍼링이 심한
었다.
“아, 그, 그게, 맛이.”
“응.”
“맛, 있었……다고.”
“그래. 잘됐네.”
“그, 그리고…….”
“응?”
“미, 미, 미안……해요.”
“뭐가?”
“어, 저, 오해…….”
“소심하기는.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런 생각 하는 게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어깨를 안마하는 내 손가락을 가볍게 쥐었다.
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
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치 통조림만도 못한
주제에.
을 읽을 수도 없고 말이다.
그 제목을 클릭한 것은 우연이었다. 게시물 제목이 이랬으니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어놓았다.
없네요.”
게 먼저 말했다.
그게 다야?
움도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내가 못 믿을 사람이야? 이
그때 점장이 내 팔을 붙들었다.
“가만있어. 지금 말고 내일. 줄 거 있으니까.”
철컹 소리가 무거웠다.
빠른 시일 내로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문서를 출력했다.
데.
그러다 순간 갑작스럽게 어떤 생각에 닿아 고개를 들었다. 이들은 아마
야.”
는 오븐 속에서 나올 수 없게 되고 마니까.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일은 견디기 힘들다.
“인간들의 세상에서 우리의 물품 판매 기록이나 그 손님의 주장은 기껏
해야 정황 증거밖에 되지 않으니까 별 상관은 없어. 과자를 가져다가 아
“한 번, 딱 한 번.”
해가 점점 기울어질 시간이었다. 파랑새는 말할 수 없는 새로 돌아가기
려준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한편 그는 여러 죽어가는 것들을 살리다가 결국 하나의 내밀한 욕망에
가닿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식물을 살리면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
─한 번만, 딱 한 번만.
입술로는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사실 그가 뇌까린 한 번이란, 본격적인
새 남편.
하류 인생의 식상한 삼류 복수극. 그는 그렇게 간주하고 처음에는 시치
미를 뚝 뗐지만, 경찰이 찾아와 사진을 내밀었을 때 더는 그렇게만 생각
할 수 없게 되었다.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던 이란성 쌍둥이 자매. 그는 기본적으로 어떤 손
하기 시작했다.
그 뒤 가게에 홧김에 일으킨 화재와 함께 그의 인명 재생 프로젝트는
다.
아침에 날이 밝으면 돌아가야 한다. 처음 이곳에 뛰어들어 왔을 때와
디밀었다.
렸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닮게 만들 건 없잖아.
“이건…….”
“나…….”
조심스럽게 포장해주었다.
“그렇게 해.”
단지 그것뿐이다. 제발 정신 차려, 그가 뭐라고 말하기를 바란 거야? 아
“잠깐 실례합니다.”
“너 그거 내려놔.”
데. 당신이 주인인가?”
어.”
“너희 둘, 귀 막아.”
“잠깐.”
“그거 갖고 가.”
떼어 펼쳐보았다.
이것을.
타임 리와인더.
준 의미는 무얼까.
거다.
바지 주머니 속에 줄곧 들어 있던 집 열쇠는 따뜻했다. 집이란 곳이 이
의도는 바로.
“아, 아…… 그…….”
“……뭐하는 짓들이야?”
등 뒤에서부터 서늘한 목소리가 어깨를 타고 넘어왔다. 문간에서 망연
건, 제발,
“네놈이…… 다 네놈 때문에!”
그러니까 왜 그게 다 나 때문이냐고. 배 선생이 나한테로 몸을 던지는
규하고 있었다.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돌아가!”
Y의 경우
잘해줄 양반이다.”
다.
이밀었다.
서도 안 되나요?”
야 아는 거니까.”
안고 왔는데.”
“다녀올게요.”
는 텅 빈 집이라는 걸 애써 잊기 위한.
다.
던 거다.
아버지 덕분에 나는 다음 주에 멀리 떨어진 학교로 전학까지 가게 됐
다.
뛰고 갔다.
“아니, 나는 싫어요.”
다.
서. 그렇지?”
것만 같았다.
아버지는 지나간 일을 이야기할 때면 엄마가 나를 청량리역에 내버렸
회하지 않는다.
길 건너편에 마침 마을버스가 도착했다. 그것이 유턴해서 이쪽으로 오
어? 누구한테 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양옆으로 돌려보았으나 빵집 여자애한테 마주 손을 흔들
“아, 네!”
주임의 명령이 떨어지자 나는 갈색의 둥근 플라스틱 쟁반에 물 컵을 세
“네.”
에게로 바삐 걸어갔다.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에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생 면접을 보았을 때, 주
한, 그날 이후로.
방을 얻게 되었다.
었다.
거였다.
섰다.
바로 어제까지 냉동실 안에 모셔두고 있었던 부두인형.
게 콩밥 먹일 준비를 하고 있던 배 선생 앞에 한마디 말도 없이 내민 종이
하지도 않았다.
는 아무 데도 쓸 수 없는 그저 머랭 쿠키 조각밖에 안 되는 것과, 나를 닮
은 부두인형.
덮였다.
다.
그리고 삼 년.
풀어져 나갔다.
“안 받고 뭐해요?”
“저, 이게, 뭡니까?”
“명함이지 뭐예요.”
“그런데 왜, 주십니까?”
“자기 대학생이야?”
여자는 갑자기 말을 놓았다. 손님들이 계산서나 서비스나 음식에 들어
“아닌데요.”
“어머, 그럼 고딩?”
“졸업, 했습니다.”
“(일행을 둘러보며) 그럼 범죄는 아니네. 그렇지? 자기 연락처 좀 줄래?
“제 연락처, 무슨 일로.”
“은근 답답한 애네. 명함을 주는 이유는 내가 꽃뱀이 아니라 이런 회사
“야, 너.”
“네.”
여자가 나를 향해 비닐봉지에 싼 작은 뭉치를 던졌다. 한 팔에 쟁반을
“아, 네. 감사합니다.”
뭔지도 모르고 무심결에 받아 앞치마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다용도실에서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가
참이었다.
“잠깐만요!”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미안한데 산 거 아냐. 전철역 앞에 새로 생긴 빵집에서 나눠주던데.”
“야!”
나는 주임을 돌아보았다. 주임은 나를 한번 보고 가게 한번 둘러보고
“네!”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그리고 달린다. 전방 600미터 앞에 있는 전철역
걸어줄 수 있나요.
것’이에요.
가공(加工)할 재료의 목록을 적어 내려가던 그는 레씨피를 덮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힘들겠어, 당신한테는.
니야.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2009년 3월
구병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