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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ing by A Winter Field by Oh
Standing by A Winter Field by Oh
겨울들녘에서서/오세영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It is always
time
that teaches me.
Nodding my head, I stand in the winter sea.
겨울바다/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Not alone.
Nobody is alone.
Neither am I.
In fact, even when I stood alone under the sky,
hasn’t the sky at least stood with me?
설일(雪日)/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달뜨기재/ 이성부
지리산에 뜨는 달은
풀과 나무과 길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눈물자국을 비춘다
초가을 별들도 더욱 가까워서
하늘이 온통 시퍼런 거울이다
이 달빛이 묻은 마음들은
한줄로 띄엄띄엄 산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귀신들도 오늘은 떠돌며 소리치는 것을 멈추어
그림자 사이로 고개 숙이며 간다
고요함 속에서 나를 보고도 말 걸지 않는
고개에 솟는 달 잠깐 쳐다보았을 뿐
풀섶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밝음과 그림자가 함께 흔들릴 때마다
잃어버린 사랑이나 슬픔 노여움 따위가
새로 밀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Jiri Mountain is located in the southern region of South Korea, spanning three provinces: North and
South Jeolla, as well as Gyeongsang. Throughout Korean history, the mountain has taken up a
variety of different meanings, reflecting many writers’ desires and needs of different moments in
time. For some Korean writers, Jiri Mountain is a tragic figure of tumultuous modern Korean history.
For others, it has been a figure of the magical, the sacred, the abundant, and the motherly. For others,
Jiri Mountain has been metaphorized as a mountain of the people and resistance, but also as a
mountain of death and resentment, where fierce battles were fought between the end of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Korean War, slaughtering many Koreans. And still yet, for others, the mountain
is a space of life and hope that renews the lives of today and tomorrow.
Posted in Lee Sung-bu | Tagged Jiri Mountain, Moon | 1 Reply
Jiri Mountain is located in the southern region of South Korea, spanning three provinces: North and
South Jeolla, as well as Gyeongsang. Throughout Korean history, the mountain has taken up a
variety of different meanings, reflecting many writers’ desires and needs of different moments in
time. For some Korean writers, Jiri Mountain is a tragic figure of tumultuous modern Korean history.
For others, it has been a figure of the magical, the sacred, the abundant, and the motherly. For others,
Jiri Mountain has been metaphorized as a mountain of the people and resistance, but also as a
mountain of death and resentment, where fierce battles were fought between the end of Japanese
colonial rule and the Korean War, slaughtering many Koreans. And still yet, for others, the mountain
is a space of life and hope that renews the lives of today and tomorrow.
Posted in Heo Su-kyung | Tagged Jiri Mountain, Persimmon | Leave a reply
Oh, one rusty sickle and that long poverty that I embraced, crying,
and those who left, leaving behind
the futile promise of return–
oh, that which still wails in my heart!
지리산 /김지하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얼어붙은 겨울 밑
시냇물 흐름처럼 갔고
시냇물 흐름처럼 지금도 살아 돌아와
이렇게 나를 못살게 두드리는 소리여
옛 노래여
눈 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샆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아아 지금도 살아서 내 가슴에 굽이친다
지리산이여
지리산이여
Posted in Kim Ji-ha | Tagged Jiri Mountain, Korean mountain poem | 1 Reply
천왕봉/ 김영재
오르는 길 멀고 길지만 머무를 시간 너무 짧구나
이제껏 오르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본 곳
단 한번 꼭 오르고 싶었던
내 삶의 정수리
내 대신 누가 험한 산길 오르고 오르겠느냐
두 무릎 꺾이며 꺾이며 어리석었던 나를 버렸다
산아래 고요히 누운 세상
아! 그걸 보며 나를 또 꺾는다
Posted in Kim Young-jae | Tagged Heavenly King Summit, Jiri Mountain, Korean mountain poem | 2Replies
무간지옥이 따로 있간디
차라리 죽여달랑께, 할 법도 한데
고로쇠, 고로쇠는 말이 없다
담황색 꽃을 피우고
아기 손바닥 같은 잎은 내저으며
고로쇠는 고로쇠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그해 늦가을
단풍놀이 온 인간들에게
말라비틀어진 검은 잎을 보여줄 뿐
단풍잎 하나 없는 지리산이 곧
아비지옥이란 것을 깨우쳐줄 뿐
지리산(智異山)/ 이시영
나는 아직 그 더벅머리 이름을 모른다
밤이 깊으면 여우처럼 몰래
누나 방으로 숨어들던 산사내
봉창으로 다가와 노루발과 다래를 건네주며
씽긋 웃던 큰 발 만질라치면
어느새 뒷담을 타고 사라지던 사내
벙뎀이 감시초에서 총알이 날고
뒷산에 수색대의 관솔불이 일렁여도
검은 손은 어김없이 찾아와 칡뿌리를 내밀었다
기슭을 타고 온 놀란 짐승을 안고
끓는 밤 숨죽이던 누나가
보따리를 싸 산으로 도망간 건 그날밤
노린내 나는 피를 흘리며 사내는
대창에 찔려 뒷담에 걸려 있었다
지서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대밭에 숨고
집이 불타도 누나는 오지 않았다
이웃 동네에 내려온 만삭의 처녀가
밤을 도와 싱싱한 사내애를 낳고 갔다는 소문이 퍼졌을 뿐
Posted in Lee Si-young | Tagged Jiri Mountain, jirisan mountain | Leave a reply
옛동산/ 이시영
우리 고향 웃사둘 마을에는 감이 익겠지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무에 올라
주린 배를 참으며 노래 불렀지
가을볕 부신 햇살에 감이 익어라고
푸른 하늘 한가득 서리 묻은 감이 익어라고
가지 가지 사이로 머리통을 흔들며
노래 슬픈 노래 불렀지
아 길태는 어데 갔노
저녁이 지날 때까지 나무에 달라붙어
연기 오르지 않는 빈 굴뚝을 바라보며
작은 주먹으로 눈물 훔치던
아 길태는 어데 갔노
다리 저는 홀어머니 감나무 밑에 남겨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