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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 네이버 블로그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 네이버 블로그
작은 지식상자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쿨하지 못해 미안 통계
2017. 8. 2. 15:23
0
동성애를 포용하지 못하고 불쾌하게 여기며 적대시하는 태도를 흔히 '호모포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비아(homophobia)', 다른 말로 '동성애 혐오' 또는 '동성애 공포'라고 한다. 호
모포비아는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와인버그가 1969년 처음 소개하였고, 197
2년 자신의 저서 『사회와 건강한 동성애자』에서 자세히 논의하면서 널리 사
용되기 시작했다.3)
1) Laurent, E. (2005). Sexuality and Human Rights: An Asian Perspective. Journal of Sexuality, 48(3-4), 1
63-225.
2) Laurent, 위의 글 참조.
3) Herek, G. M. (2000). The Psychology of Sexual Prejudi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9(1), 19-22.
4) George M. Herek (2004). Beyond "Homophobia": Thinking About Sexual Prejudice and Stigma in the
Twenty-First Century. Sexuality Research & Social Policy, 1(2): 6-24. ; Joseph H. Neisen (1990). Heterose
xism:. Journal of Gay & Lesbian Psychotherapy, 1(3), 21-35.
5)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ICJ) (2009),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and Internationa
l Human Rights Law. Geneva: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Eskridge Jr., W. N. (1999), Hardwick a
nd Historiography, University of Illinois Law Review, 1999(2), 631-701; Fyfe, B. (1983). "Homophobia" or
Homosexual Bias Reconsidered. Archives of Sexual Behavior, 12(6), 546-554 참조.
6) ICJ, 위의 글, 7 참조.
7) ICJ, 위의 글, 15 참조.
8) Lawrence v. Texas, 539 US 558 (2003)(6대3 위헌).
9) 0
Clarke, V., Ellis, S. J., Peel, E. & Riggs, D. W. (2010).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Queer Psycholog
y: An Introduc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참조.
10) 동성애에 대해 질병의 관점을 폐기한 story것에 by대한style - in solitude
자세한 내용은 이life 책의 4장 참조.
11)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ICJ) (2009),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and Internation
al Human Rights Law , 10 참조.
12) ICJ, 14 참조.
13) Laurent, 위의 글, 179쪽 참조.
14) Asal, V., Sommer, U. & Harwood, P. G. (2013) Original Sin: A Cross National Study of the Legality of
Homosexual Act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46(3), 320-351 참조.
15) 윤상민, 군형법상 성범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원광법학, 28(4), 185-208; 국방경비법(군정법률
제0호, 1948. 7. 5 제정, 1948. 8. 4. 시행); 군형법(법률 제1003호, 1962. 1. 20. 제정, 1962. 1. 20. 시행) 등
참조.
16) Fyfe, 앞의 글; 마사 C. 너스바움 (2016). 혐오에서 인류애로: 성적지향과 헌법. 서울: 뿌리와이파리 (원
서출판 2010); 한봉석 (2015).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를 통해 본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
역사문제연구, 33, 511-539 참조.
17) 마사 C. 너스바움 (2016). 혐오에서 인류애로: 성적지향과 헌법. 서울: 뿌리와이파리 (원서출판 2010).
18) Gettleman, J. (2011. 1. 27.). Ugandan Who Spoke Up for Gays Is Beaten to Death, New York Times,
http://www.nytimes.com/2011/01/28/world/africa/28uganda.html?_r=0 (2016. 5. 16. 방문).
19) 홍성수 (2015). 혐오표현의 규제: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규제대안의 모색. 법과 사회, 50,
287-336; 김지혜 (2015). 차별선동의 규제: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법적·비교법적 검토를 중심으로. 법조, 64
(9), 36-77 참조.
20) 유네스코한국위원회(2013).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위한 유네스코 가이드북: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원제: Good Policy and Practice in HIV and Health Education Booklet 8: Education Sector Res
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장서연 외(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
른 차별 실태조사(2014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21) Pew Research Center, 위의 글; 김지윤·봉영식·강충구·이지형 (2015). 한국 유권자와 이슈 III: 성소수자
(LGBT) 인식.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참조.
22) Pew Research Center (2013). The Global Divide on Homosexuality: Greater Acceptance in More Sec
ular and Affluent Countries, http://www.pewglobal.org/
23) Herek, G. M. & Capitanio, J. P. (1996). "Some of My Best Friends": Intergroup Contact, Concealable
Stigma, and Heterosexuals' Attitudes Toward Gay Men and Lesbia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2(4), 412-424; Herek, G. M. & Glunt, E. K. (1993). Interpersonal Contact and Heterosexuals' At
titudes Toward Gay Men: Results from a National Survey. The Journal of Sex Research, 30(3), 239-244
참조.
24) Herek, G. M. (2007). Confronting Sexual Stigma and Prejudice: Theory and Practice. Journal of Soci
al Issues, 63(4), 905-925 참조.
25) 서경석·이정림·차주환 (2006). 성역할태도, 종교성향, 권위주의 및 문화적 가치가 대학생의 동성애 혐
오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8(1), 177-199; 서경석·이정림·강재희·차주환 (200
7). 상담자의 동성애 혐오반응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9(2): 213-237; Aosved,
A. C. & Long, P. J. (2006). Co-occurrence of Rape Myth Acceptance, Sexism, Racism, Homophobia, Agei
sm, Classism, and Religious Intolerance. Sex Roles, 55(7-8), 481-492; Wayne W. Wilkinson (2004). Religi
osity, Authoritarianism, and Homophobia: A Multidimensional Approach. The International Journal for t
he Psychology of Religion, 14(1), 55-67; Herek, G. M. (2004). Beyond "Homophobia": Thinking About S
exual Prejudice and Stigma in the Twenty-First Century. Sexuality Research & Social Policy, 1(2), 6-24; P
arrott, D. J. Adams, H. E. & Zeichner, A. (2002). Homophobia: Personality and Attitudinal Correlates. Per
sonality & Individual Differences, 32, 1269-1278; Fejes, F. & Petrich, K. (1993). Invisibility, Homophobia
and Heterosexism: Lesbians, Gays and the Media. Critical Studies in Mass Communication, 10(4), 395-4
22; Weinberger, L. E. & Millham, J. (1979). Attitudinal Homophobia and Support of Traditional Sex Role
s. Journal
0 of Homosexuality, 4(3), 237-246 참조.
story by style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7.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 in solitude
안 되나요?life
|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평등과 차별 금지는 사회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삶
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국제법과 국내법은 차별 금지의 원칙
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은 보편적
으로 인정되는 차별 금지 사유로, 합당한 이유 없이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discrimination)'이란 같은 조건과 상황임에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말
한다. 반대로 평등의 원칙은 같은 조건과 상황이라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
다는 것이다.1)물론 다르게 대우한 이유가 합당하다면 차별이 아니다. 예컨
대, A가 B보다 그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더 적합해서 A를 합격시키고 B를
떨어뜨렸다면 A와 B를 다르게 대우했지만 차별은 아니다. 하지만 동일한 능
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 예를 들어 여성, 동성
애자, 트랜스젠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합격을 시켰다면 '불합리한 차
별'이 되는 것이다.
차별은 '소수자(minority)'의 문제이다.2) 동일한 조건과 상황에서 부당한 차
별을 받는 것은 대개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소수자 집단은 사회적, 경제적, 정
치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차별의 대상
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수자 집단은 신체적,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과
구분될 수 있는 집단적 특징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범주로
서 상정된다. 성소수자는 차별에 취약한 대표적인 소수자 집단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는 이유는?
'모든 시민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하
는 사회의 대원칙이며, 국제 인권법과 대한민국 헌법에도 가장 중요한 원칙
으로 명시되어 있다. 성소수자도 시민으로서 당연히 이러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다양한 차별적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성소수
자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를 제한당하거나,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본인의 정체
성을 드러내 놓고 살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동성애자가 AID
S 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낙인찍히거나, 치료를 강요받거나, 혼인할 자유를 침
해받는 것, 트랜스젠더의 성명/성별 정정이 불허되는 경우가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가 '시민으로서 평등한 지위'를 누
리고 살지 못하는 '차별적' 현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자, 도덕적, 법적 책무이다.
차별 금지 사유로서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원칙적으로 모든 차별은 금지된다고 할 수 있지만, 차별 금지를 법으로 시행
할 때는 '차별 금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개별 국가의 법제를 보면,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종교, 혼인 여부, 출신 국가/민족, 성적 지향, 성별 정
체성, 양심/신념, 가족관계, 전과, 병력, 문화, 언어, 신체 조건, 학력 등이 차별
금지0 사유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차별 금지 사유들은 보편
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과 국가별/지역별로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종
교, 혼인 여부, 출신 국가/민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정도가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는 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할 여지가 없이, 말 그대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국가가 그 국가의 고유한 전통이나 현실을 내세워,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
성에 따른 차별 금지의 예외를 주장하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가별, 지역별 상황에 따라서 달
리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차별적 현실에 직면한 소수자 집단의 종류가 구체
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보편적인 차별 금지 사유 외에 출신 지역, 용모,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
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인권 규범이나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대표적인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좀 더 자세
히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먼저 '성
적 지향(sexual orientation)'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3) 성적 지향은 특정 성
을 '(지)향하여' 매력을 느끼는 것을 뜻하며 이성을 향하여 성적 매력을 느끼
는 성적 지향(이성애), 동성을 향하여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지향(동성애),
남성, 여성에게 모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지향(양성애)으로 구분된다. 따
라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은 특정 성에 매력을 느낀다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동성애를 범죄화
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입학에서 불
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 결혼의 경우
에는 혼인에 있어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도 차별 금지 사유로 인정된다. 성별 정체성이
란 자신이 특정 성별에 속해 있다고 느끼거나 인식하는 것을 말하며,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과는 다른 성별에 속한다고 느끼고 인식하는 사람을 우리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부른다. 따라서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
지한다는 것은 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느끼고 인식하든 그 이유로 차별적 대
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대법원이 트랜스젠더의 이름/
성별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대법원 2006.6.22., 200
4스42), 트랜스젠더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
다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대한 국제 규범
반(反)차별 또는 차별 금지(non-discrimination)의 원칙은 국제 규범에 의해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다. "유엔헌장(United Nations Charter)"은 1조 2항과 3
항에서 유엔 결성의 목적 중 하나로 '차별 금지'와 '평등'을 명시하고 있고, 19
48년 "세계인권선언" 역시 1조와 2조에서 평등과 차별 금지의 원칙을 천명하
고 있다.4) "세계인권선언"을 구체화한 조약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
한 0국제 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의 2조 1항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의 2조 2항에도 평등과 차별 금지의 원칙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이 명시되어 있다.
이 규약의 각 당사국은 자국의 영토 내에 있으며 그 관할권 하에 있는 모든
개인에 대하
여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
적 출신, 재
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
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존중하고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 ("자유권규약" 2조 1항)
이 규약의 당사국은 이 규약에서 선언된 권리들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
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
에 의한 어
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사회권규약" 2
조 2항)
다만 구체적인 차별 금지 사유가 국제 규범에 빠짐없이 제시되어 있다고 보
기는 어렵다. 이는 일종의 '예시적' 규정이며, 국제 규약 제정 이후의 변화된
상황과 인권의 발전 정도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
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국제 조약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국제 인권 기구
의 권위 있는 '해석'을 통해 인정되어 온 차별 금지 사유라고 할 수 있다.5) 그
동안 <자유권위원회>6),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7), <아동권리
위원회>8), <고문방지위원회>9), <여성차별철폐위원회>10) 등 국제 인권 기
구들이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이 포함된다는 것을 공식 문서를 통해 일
관되게 확인한 바 있으며, 한국에 대한 국제 인권 기구의 권고 내용 가운데에
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1
1)
특히 최근에는 유엔 차원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
하는 각종 결의문과 보고서가 연달아 채택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2011년 6월 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
체성"이라는 결의안이 채택되었고,12) 12월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법과 현실 및 개인에 대한 폭력적 행위"라는 보고서가 제
출되었다.13) 또한 2014년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14)
이러한 공식적인 논평, 결의, 보고서 외에도 유엔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자유와 평등(Free & Equal)
캠페인"15)을 전개하며 다양한 홍보 자료를 배포하고 활동해왔으며,16)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는 <유니세프>, <국제보건기구>, <유엔인권최고대표>, <
국제노동기구> 등 유엔 내 12개 기구가 모여 "성소수자(LGBTI)에 대한 폭력
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반
기문 0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취지의 공식 연설을 수차례 행한 바 있다.17)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닙니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입니다. 당신
들에 대한
1) 차별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은 데버러 헬먼 (2016).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은 언제 나쁘고 언제 그렇지
않은가, 파주: 서해문집;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이준일 (2012). 차별없는 세상과 법, 서울: 홍문사 참조.
2) 소수자에 대한 정의는 박경태 (2008). 소수자와 한국사회, 서울: 후마니타스, 제1장; 안경환 (1995). 법치
주의과 소수자 보호, 법과사회, 12, 6-15 참조.
3)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간략한 정의는 유엔자유권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http://www.hrc.org/r
esources/sexual-orientation-and-gender-identity-terminology-and-definitions, 2016. 5. 1. 최종방문)
4) 1조
0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
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story 규정된
by style
모든- in권리와
solitude
자유를life향유할 자격이 있다.
5) 이에 대해 자세한 것은 김지혜 (2012).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국제인권법 동향과 그 국내적 적
용, 법조, 674, 181-222 참조. 유엔인권최고대표 웹페이지에는 그동안 성소수자에 관한 각종 유엔 문서가
정리되어 있다. http://www.ohchr.org/EN/Issues/Discrimination/Pages/LGBTUNResolutions.aspx, 2016. 5.
1. 최종방문)
6) Tonnen v. Australia, Communication No. 488/1922, U.N. Doc/CCPR/C/50/D/488/1992 (1994); young
v. Australia, Communicaton No. 941/2000, U.N. Doc. CCPR/C/78/D/941/2000 (2003); X v. Colombia, Co
mmunication No. 1361/2005, U.N. Doc. CCPR/C/8/D/1361/2005 (2007).
7) CESCR, General Comment No. 14: The Right to the Highest Attainable Standard of Health (Art. 12 of
the Covenant), U.N. Doc.E/C.12/2000/4 (2000. 8. 11.), para. 18; CESCR, General Comment No. 15: The R
ight to Water (Arts. 11 and 12 of the Covenant), U.N. Doc. E/C.12/2002/11 (2003. 1. 20.), para. 13.; CES
CR, General Comment No. 18: The Right to Work (Art. 6 of the Covenant), U.N. Doc. E/C.12/GC/18 (20
06. 2. 6.) para. 12(b)(i).; CESCR, General Comment No. 19: The Right to Social Security (Art. 9 of the Co
venant), U.N. Doc. E/C.12/GC/19, (2008. 2. 4.), para. 29.; CESCR, General Comment No. 20, supra note 2
4, para. 32.
8) CRC, General Comment No. 4, Adolescent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Context of the Conventio
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 Doc. CRC/GC/2003/4 (2003. 7. 1.), para. 6.
9) Committee Against Torture [CAT], General Comment No. 2, Implementation of Article 2 by States Pa
rties, U.N. Doc. CAT/C/GC/2 (2008. 1. 24.), para. 21.
10) CEDAW, General Recommendation No. 28 on the core obligations of States parties under article 2
of the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U.N. Doc. CEDA
W/C/GC/28 (2010. 12. 16.), para. 18.
11)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권고문(E/C.12/KOR/CO/3,
2009년 12월 17일);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7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EDAW/C/KOR/
CO/7, 2011년 7월 29일); 아동권리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RC/C/K
OR/CO/3-4, 2011년 10월 6일) 중
12)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 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adopted
17 June 2011) - A/HRC/RES/17/19.
13) HRC,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 on Discriminat
ory Laws and Practices and Acts of Violence Against Individuals Based on Their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U.N. Doc. A/HRC/19/41, (2011. 11. 17.)
14)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 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adopted
26 September 2014) - A/HRC/RES/27/32
15) https://www.unfe.org/
16) 대표적으로 2010년 인권의 날 캠페인, <차별금지에 목소리를 높이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근거
한 차별에 맞서 싸우기> (http://www.un.org/en/events/humanrightsday/2010/, 2016. 5. 1. 최종방문) 참
조.
17) 대표적으로, 2012년 3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패널 토의 22차 회의에서의 대표연설 참조
(번역문: http://transproms.tistory.com/70 참조)
18) U.N. General Assembly 64th Session, Official Records, 65th plenary meeting, A/64/PV.65 (2010. 12.
18.), pp.11-14; General Assembly 64th Session, Official Records, 71st plenary meeting, A/65/PV.71 (201
0. 12. 21.), pp. 11-20 참조.
19) Human Rights Committee,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fourth periodic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 2015.11.5;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보도자료, 2015.11.7. (http://lgbtact.org/?p=875) 참
조.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0.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 모두를 위한 교
육
물론
0 학교 울타리 안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철저히 외면당하기만 한 것은 아
니었다. 비록 공식적 교육과정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2001년 당시 교육인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적자원부가 발간한 학교 급별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에는 동성애 개념
이 등장한다. 중학교용 지도 지침서의 경우 동성애를 일탈 행동이 아닌 "하나
의 인간적인 삶인 동시에 애정의 형식"이라는 발전적인 정의를 수용하고 있
었다.4) 그러나 같은 해에 출간된 고등학교용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
는 정신병리학적 관점에 입각하여 동성애를 기술하고 있고, 동성애가 에이즈
의 주범이라는 해묵은 오해와 편견을 내비치고 있었다. 교육 당국이 성소수
자 개념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5)
그러다가 2014년 중학교 '도덕'과 '보건' 교과서,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과 윤
리' 등 총 15개 교과서에 등장하는 동성애 관련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
했다. 이 논란은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성소수자의 지위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 준 예였다. 교과서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지지한 기독교 보수 단체 및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들 교과서
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고 비난하면서, "동성애자들의 불행한 삶", 다시 말해 동성애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측면을 반드시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6) 그리고 이 같은 사회적, 정치
적 압박으로 인해 급기야 일부 교과서의 동성애 관련 기술 내용이 부분 삭제
되거나, 처음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재서술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의 이 같은 현실은 2000년대 이후 지구촌 사회에서
유엔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 강령과 정면으로 배치된
다.7) 공교롭게도 2011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역사적인 "인권,
성적 지향, 성 정체성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한국은 찬성표를 던진 인권 이
사국 중 하나였다. 교육 당국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의 사회적 존재
가 침묵과 금기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이 성소
수자에 대한 혐오적 관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 안에서 일상화된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
서구의 경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및 폭력에 관해
상당히 많은 연구물이 축적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학교 안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삶과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경험 연구는 무척 드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집단 따돌림,
폭력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실 중 하나로 2012
년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이 교육부에 의해 수립되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 실태는 이 대책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00년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및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자체 보고서 등을 통해 성
소수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면 우리
의 학교가 성소수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꽁꽁 숨길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학교의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가 침묵과 금기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면,0 생활 공간으로서의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는 보다 노골적인 조롱과 폭력
의 대상이라는 점이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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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엔은 그간의 국제 비교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
성과 관련된 심각한 수준의 차별과 폭력이 전 세계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관
찰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homophobic bullying)'과
'트랜스젠더 혐오성 괴롭힘(transphobic bullying)'을 학교 내 주요한 폭력 유
형으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8) 청소년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태도
면에서 성소수자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 이성애자들도 이러한 유형의 괴롭힘
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잘 갖추어진 미국에서도 학교 안 성소
수자들은 종종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연구 문헌들은 학교 울타리 안의 일상적 삶이 철저히 이성애적 규범의 지배
를 받아 성소수자는 '괴짜' 또는 '변태'의 낙인을 받고 있으며, 교실 수업 및
학생 또래 문화 내에서 농담의 소재가 되거나 심하면 집단적 따돌림이나 물
리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9) 특히 남성 중심적 이성애
주의 담론에 의해 지배되는 서구 학교의 학생 문화는 또래보다 덩치가 큰 학
교 운동부(예: 농구, 럭비, 미식축구) 남학생들의 마초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그것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동성애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강화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10)
한국의 학교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와 폭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인권 상황 개선 요구 메시지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심각한 수준이
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Educational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
ying」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
러 나라의 LGBT 청소년 인권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 주목하면서 "안
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 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
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있다고 강조했다.11) 한 마디로 우리나라
학교 문화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는 암묵적
인 원칙에 근거하여 학교 안에서 철저히 부정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학생들
은 교사나 학생 모두로부터 차별과 괴롭힘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
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용역 보고서인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의 98퍼센트가 학교에서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혐오 표현'을 접하였고, 응답자 중 54퍼센트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알려진 뒤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응답자의 19퍼센트는 소속 학교에 동성 교제 금지 정책이 있다고 보고했
고, 응답자 중 4.5퍼센트는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학생의 이름을 적어 내게 하
는 속칭 '이반 검열'을 경험한 바 있다고 했다.12) 특히 이반 검열과 관련하여,
2015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어느 중학교의 동성
애 설문조사지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설문지에서 학교 당국은 학생들
로 하여금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동료 학생의 학년과 실명을 적도록 하는 일
종의 '이반 검열'을 유도했으며, 동성애 학생에 대해 학교가 취할 조치 중 하
0
나로서 무기정학 및 퇴학을 문항 보기에 제시하여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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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한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정신적·육체적
으로 겪는 고통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마땅한 창구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의 학교 문화 속에 고립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정체성 형성과
관련하여 엄청난 혼란과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시스템이 일선 학교에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학교
교원들 역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 무지한 상황에 가
깝다.13) 성소수자 인권 관련 인터넷 사이트만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의지
할 만한 유일한 안내자이자 상담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에 엄연히 존재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오늘날 제대로 된 국가 교육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방치되고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은 결과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과 학업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5년 13살~23살 연령대의 동성애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 연구는 우리나라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심
각한 자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14) 조사 대상자의 70퍼
센트 이상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경험이 있고, 18.1퍼센트가 '매우 자주 해
봤다'고 응답했으며, 실제 자살을 시도해 본 비율이 45.7퍼센트로 절반 가까
이에 이르렀다. 또한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는 세계 여
러 나라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이 궁극
적으로 성소수자의 학업 성취를 저하시키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밝혔으며, 위에서 언급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의 보고서에도 이와 유사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15)
그런데 한국의 관련 사례를 검토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경향은 성소수자 혐오성 괴롭힘에 있어서 교사와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의 학교 내 성소수자 괴롭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경우에는 교사
가 수업 시간과 조회 및 종례 시간에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희화
화, 그리고 강도 높은 언어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빈도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16) 이 같은 경향은 이성애주의와 성소수자 혐
오적 태도가 우리 학교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학교 안 성소수자의 인권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정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교원의 태도와 관점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
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시사하고 있다.
성소수자와 비(非)성소수자 모두를 위한 교육: 변혁적·성찰적 시민 교육과정
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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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흥겨움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관습적인 질서에 도전하는 문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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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축제(festival)란 흥겨운 유희의 틀 안에 다양한 정서와 목표, 목소리를 담아내
는 뿌리 깊은 문화 형식이다. 축제는 정기적으로 공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
면서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연행(performance)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공
동체의 존재 의미를 집단적으로 모색하고 실험하는 장이 된다. 시대와 지역,
주제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과 구분되는 축제의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기존의
사회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축제에 참가하는 사회 구성원
들은 기존 질서의 변혁을 꿈꾸고 스스로 변화하기도 한다. 또한 축제에서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과장되고 응축된 상징의 형태로 표현되며 교차하고 충돌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1) 프라이드 퍼레이드, 퀴
어 페스티벌 등으로 불리며 세계적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자 문화로 보편성을
띠어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문화 축제는, 특수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상
적인 질서를 뒤집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규범적 이성애(heteronor
mativity)와 획일적인 성별 이분법 등의 관습적인 사회질서와 지식에 도전한
다는 점에서 축제라는 문화 형식에 잘 부합된다.
축제와 퍼레이드를 통해서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차이를 자랑스럽게 표현
한다
'프라이드'라는 말로 대표되듯,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나 축제의 가장 대표적
인 특징은 차이 드러내기(가시화)와 자긍심이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의 영역
이라 여겨지는 성 정체성의 차이를 굳이 공공의 장소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체, 기질, 성향, 소속 등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다양한
차이들 중에서,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의 차이 때문에 낙
인(stigma)을 부여받고 정상, 보통, 자연스러움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이들의
차이는 종종 병리적인 것으로 간주되거나 죄악시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차
이를 숨기고 주류 사회의 양식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비규범적인 성의 실
천을 철저히 사적인 영역에 제한함으로써 일상적인 차별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의 대가는 가볍지 않다. 개인의 정체성 중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성을 벽장 속에 가둠으로써 자아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는
가 하면, 제한되고 경직된 인간관계, 공공연하게 표현되는 혐오와 편견 앞에
느끼는 모멸감, 노출에 대한 공포와 자기혐오 등의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져
야 한다. 또한 소수자 개개인이 차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주류 사회
구성원에게 그런 소수자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착시 현
상을 불러일으키며, 따라서 소수자들 각각의 고립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온존시키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의 축제는 자신들의 차이와 존재를 공적인 장소
에서 드러내는 가시성(visibility)의 실천이며 집단적인 커밍아웃이라 볼 수 있
다.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여기에서도 확인하는' 행사"2)인 축
제를0
통해 주류 사회는 평소 간과해 왔던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처음엔 막연히 성소수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일반인들도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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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잦아지면서 거부감이 차츰 사라지고, 나와 다르
지만 '같은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3)에서 축제는 애초의 낯섦
을 익숙함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소속
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거리나 광장 등의 공적인 공간에 성소수자
라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공공장소에 각인된 이성애 정상 가족 규범의 획
일성에 저항하여 이질적이고 다양한 성적 주체를 드러내고,4) 성적 시민권5)
을 주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에게 노출과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한 용
기와 자기 탐색을 요구하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드
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퍼레이드에
서의 걷기는 단순한 이동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다. 그것은 음지에서 나와 즐
겁고 당당한 성소수자로서의 존재가 되어 가는(becoming) 자신을 확인하는
경험이며, 그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는 작품적 행위이다.6) 이들은 스스로를
드러냄으로써 평소에 성소수자를 침묵시키는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 도전
하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
공동체를 추구하는 집단의 일원이 된다.7)
스스로의 차이를 드러내며 자긍심을 느끼는 프라이드 행사의 기폭제가 된 것
은 1969년의 스톤월 항쟁이다. 1960년대 이전 미국의 동성애 옹호 단체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사회적인 인정을 요구하면서도, 동성애자의 차이를
축소하고 감춤으로써 주류 사회의 관용과 승인을 구하려고 하였다. 동성애자
들은 동성 간의 성을 선호한다 뿐이지 이성애자와 다를 것이 없으며, 기존의
질서에 방해가 될 일이 없는 모범 시민이라는 식이었다. 이 시기의 주도적인
전략은 동화주의(assimilationism)와 정적주의(quietism)로, 동성애자들이 주
류 사회의 가치관과 행동 규범에 스스로를 맞추고(동화주의), 자신들의 요구
나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조용히 주류 사회가 받아들이기를 기다려야 한다
(정적주의)는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병리
적 현상으로 취급하는 기존 질서의 권위에 복종하고 침묵함으로서 주류 사회
의 관용을 구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불만은 경찰이 뉴욕 시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Ston
ewall Inn)을 급습한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스톤월 인은 동성애자들이
나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 등의 성소수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바였으
며, 당시 경찰이 게이 바를 급습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날 진압 중
인 경찰에 대한 손님과 구경꾼의 저항이 폭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톤월 항
쟁은 이렇게 쌓여온 불만이 누군가의 조직이나 선동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터
져 나온 사건으로, 성소수자들에겐 동화의 거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뉴욕은 물론 미국 각지에서 이전까지의 동화 운동이 아닌 해방 운동
으로서의 성소수자 운동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해
세계0
곳곳에서 5~6월 사이의 기간에 성소수자 축제, 퍼레이드가 열린다. 각
지의 성소수자 운동과 결합한 형태로, 성소수자들은 축제와 퍼레이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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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차이를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긍지의 원천으로 표현한다. 현재 유
럽, 미대륙,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150여개 도시에서 퍼레이드나
페스티벌뿐 아니라 영화제, 스포츠 경기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행해지고
있으며8), 아시아에서는 한국 이외에도 일본, 홍콩, 인도, 타이완, 필리핀 등지
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를 아우르는 축제로 성
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부터 서울에서, 2009년부터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행
해지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강명진 조직위원장의 소개에 따르면, 서울
각지에서 한 달 정도의 기간에 걸쳐 퀴어 영화제, 전시회, 세미나 등의 행사
가 열리며, 퍼레이드 당일에는 각종 부스가 설치되어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할 것 없이 성소수자의 실태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문화 컨텐츠를 접
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공존과 상생의 공동체, 미래를 꿈꾸는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행사 개최 지역의 지역 발전 위원회, 상인 연합회 등
과의 공조로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놀이와 학
습, 대화를 통해 차이 속의 집단성을 경험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시위나 법적 투쟁 등 다른 사회운동의 형식이 제공하기 어려운 축제만의 강
점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까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일반 대중과 미디어의 반응은 적대적이라
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첫 해 50여 명에서 4회 400여 명, 8회 8
00여 명 등 축제에 참여하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9) 주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참여로만 이루어져 왔다. 퀴어문화축제가 일반과 언론의 대대적
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4년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에서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대대적인 반대 집회를 열어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되면
서이다. 이는 한국 사회 내 혐오 행동이 본격적으로 정치화되었음을 보여주
면서 한국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가 얼마나 우려스러운 수준
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10)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존재에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던 일반인들이 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반응하여 성소수자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등,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대
중과 언론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설적인 효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한국 현대사에서 사회운동과 변혁을 상징하
는 서울광장에서 열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중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던 역대 최대의 행사였다. 개막식에는 유럽
연합 대표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6개 국가의 대사관이 참여
하여 축하와 지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11) 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12),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13)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성소수자 반대 집회와 공연에도 굴하지 않고 '혐오에 즐겁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계에서도 성소수자
혐오가
0
종교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퀴어 문화 행
사에 참여하거나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를 자체적으로 열기도 하고 있다.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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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에는 25개 개신교계 단체 소속의 기독교 신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퍼
레이드 참여자들을 보호하려고 참여하였으며,14) 축제 기간에 조계종 노동위
원회에서는 석가탄신일을 기념하여 성소수자 초청 법회를 열었다.15)
축제 중의 표현은 기존의 성 규범과 젠더 규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축제에서 보이는 현란한 의상이나 노출, 동성 간의 애정 표현 등
이 선정적이라거나 비도덕적이고,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라며 비
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화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집회와 결사, 의견과 표
현의 자유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
며,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다.16)
사실 '공중도덕'이나 '불편함'이라는 감각 또한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기준
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문화적으로 학습되
는 것,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이성 간
의 애정 표현, 사회가 '아름답다'고 규정하는 여성의 신체 노출, 미디어에서의
성적 묘사 등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하
지만 비슷한 수준의 유사 행위가 성소수자에 의해 표현될 때 사람들은 불편
함을 느낀다. 이 불편함은 상당 부분 규범적 이성애와 획일적인 젠더 이분법
(애정 표현은 이성 간에만 일어나야 한다, 남성은 남성다워야 하고 여성은 여
성다워야 한다, 남성 중심의 이성애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신체에만 노출을
허용할 수 있다)에서 벗어난 표현에 대한 낯섦과 충격에서 온다.
성소수자들이라고 해서 일상적으로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행동이나 차림을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일상의 질서가 전복되고 의미와 상징을
통한 소통이 일어나는 축제의 장에서 기존의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대로 기존의 도덕관념이 과
연 사회 성원 모두에게 공정한 것인가, 다수의 '편함'을 위해 소수자들의 권리
나 실존을 희생하는 사회는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축제라는 특수한 시간-공간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당연시되던 질서
에 의문이 제기되며, 왁자지껄한 유희의 장에서 다양한 의미가 교차하고 충
돌이 일어난다.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들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은 그 불편함
에 대한 대화와 성찰을 통해, 보다 포용적이고 열린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
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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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ed Handbook. Bauman, R.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41-49. ; Manning, F. E. (1992).
Spectacle. Folklore, Cultural Performances, and Popular Entertainments: A Communication-Centered Ha
ndbook. Bauman, R.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91-299.
2) 신윤동욱 (2011), 퀴어의 계절이 왔다 - 제 12회 퀴어문화축제. 플랫폼, 88-91.
3) 한유석. (2013). 성소수자들의 공간 전유과 커뮤니티 만들기: 이태원 소방서 골목 사례 연구. 서울도시
연구, 14(1), 253-269.
0
4) 김현철, (2015), 성적 반체제자와 도시공간의 공공성 - 2014 신촌 퀴어퍼레이드를 중심으로. 공간과 사
회, 25(1), 12-62.
5) 토리 (2010). 한국사회 LGBT의 성적시민권-비판과 story by style전망.
- in 여/성이론,
solitude life
23, 10-28
6) 김현철, 위의 글.
7) 배재훈 (2014). 게이 남성 합창단의 문화정치학. 여/성이론, 31, 140-161; 조수미. (2016). 유희를 통한
정치적 실천과 성소수자 집단정체성의 변화: 오사카(大阪)의 한 오키나와(沖縄) 전통무용 동호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아태연구, 23(1), 175-215.
8) http://www.gaypridecalendar.com/
9) 저자미상 (2008). Interview-퍼레이드 프로그래머 홍기훈. Korean Queer Culture Festival Official Maga
zine 2008 v.2.
10) 나영 (2014).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진보평론,
61, 161-175; 김성진 (2015). 퀴어문화축제와 동성애 혐오의 정치 - 퀴어문화축제에서 커밍아웃한 한국의
동성애 혐오세력(Homophobic). 플랫폼, 8-15.
11) 허핑턴포스트,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16개국 대사관이 참석해 성소수자 권리 지지를 선언하다" htt
p://www.huffingtonpost.kr/2015/06/10/story_n_7549894.html. 2015.6.10. (2016.5.6. 접속)
12) 2014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13) 2015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14) 뉴스앤 조이, "퀴어 퍼레이드, 동성애자 편에 선 기독교인들: 차세기연·섬돌향린교회 등, '인간 띠 잇
기'로 반대 시위자 차단... '예수는 차별 없는 사랑 실천' " 뉴스앤 조이, http://www.newsnjoy.or.kr/news/art
icleView.html?idxno=1994112015.6.29. (2016.5.6. 접속)
15) 허핑턴포스트, "조계종, 부처님오신날 기념 성소수자 초청 법회 연다" http://www.huffingtonpost.kr/2
015/06/08/story_n_7540204.html. 2015.6.8. (2016.5.6. 접속).
16) 요그야카르타 원칙 (Yogyakarta Principles) 19항과 20항 참조 (http://www.tongcenter.org/nondiscri
m/sogi/yogyakarta)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2. 종교인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불교와 기독교
성소수자를 둘러싼 많은 갈등과 논쟁은 종교적 대립으로 비추어지곤 한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가장 가까이에서 위안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종교일 때
도 많다. 종교인이 성소수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두 학자의 글
을 소개한다. 불교 부분은 효록 스님(동국대학교 외래강사, 자아초월상담학
박사)이, 기독교 부분은 강남순 교수(텍사스 크리스쳔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
대학원)가 집필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만약 스승의 가르침을 후대에 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
겠는가? 있는 그대로를 남길 것인가? 윤색할 것인가? 스승이나 선·후배 그리
고 동료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기록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성(sexuality)에 대한 내용은 더욱 비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붓다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인 경장(經藏) 외 당시 승가(僧家)에서 일어났
던 신체와 그 행동에 관한 것들 즉,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문제를 율장(律藏)
에 자세히 기록하고 이를 후대에 전하고 있다.
율장에는 수동적이건 능동적이건 음행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애착에 관한 풍부
한 내용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붓다 당시 초기 승단에서는 성소수자도 똑같이 출가하여 수행한
평등한 존재로 존중받았다.
0
성(性)과 관련해 붓다가 주로 문제를 삼은 것은 출가한 사람의 도덕적인 생활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에 대해서였지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평가를 거의 하
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재가자의 성생활은 출가자의 생활을 기록해 놓은
율장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고대 인도문헌에서는 성적 묘사에서 오늘날 문명화된 사회처럼 그 표현에서
억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소 외설적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들이 기록
되어 있다. 고대 인도인들은 성적으로 꾸밈없는 언어를 사용했고, 이에 대해
오늘날 우리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에게 불필요하게 숨김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설과 음탕에 대한 낙인은 실제로 율장에서는 찾아보
기 힘들다.1)
붓다는 출가자의 성적 교섭에 반대했고 그것을 금지시켰다. 그 이유에 대해
붓다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은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
으며 위험은 더욱 많기 때문이라고 설하고 있다.2) 스리랑카 출신의 모한 위
자야라트나(Môhan Wijayaratna)는 성 관계에는 사회적인 책임과 가정적인
책임이 뒤따르고, 그로 인해 명상에 장애가 되는 번뇌를 야기하기 때문이라
고 언급하고 있다.3)
율장에 따르면 비구의 성적 대상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성 외 동성, 양성,
빤다까를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 교섭의 길로 성기 외 항문이나 구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상적인 것은 항문이나 구강을 성기에 비
해 더 하열한 기관이라고 폄하하거나 문제 삼지 않고 나란히 두고 있고, 성적
대상으로 반드시 이성만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4)
빤다까(paṇḍaka)는 어원적으로는 불분명하지만 '알이 없는 사람(apa-aṇḍa-k
a)' 즉, 고환이 없는 자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붓다고싸(Bud
dhaghosa)5)는 빤다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빤다까의 출가를 율
장에서 금지시키는 것은 동성애나 유사 성행위로 교단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
을 염려했기 때문이다.6) 하지만 율장이 빤다까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
다는 것은 초기에는 이들 역시 출가하여 공동체 생활을 함께 했었다는 뜻으
로 유추할 수 있다. 팔리어 율장에 의하면 남성 동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양
성애자, 성전환자 등에 대한 차별은 보이지 않고, 다만 빤다까와 남녀추니에
대해서는 양가적이고 차별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율장은 남성 동성애, 여성 동성애 외 성-변환(트렌스젠더)에 대한 내용도 언
급하고 있다.7) 초기 불교 경전들은 어떤 사람의 성은 생(生)과 생 사이에서뿐
만 아니라 한 생 안에서도 변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8) 비구나 비
구니가 자신의 성(性)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 그 사람에 대해서는 자비롭게
해결하였다. 율장에 의하면, 그 비구니는 더 이상 비구니 승가에 있을 수가
없어서 새롭게 비구로서의 구족계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어떤 비구가 성적
으로 여성이 되었을 때, 그는 비구니 구족계를 다시 받아야 한다.9) 두 사례에
서 붓다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전에 비구였던 비구니는
비구니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전에 비구니였던 비구는 비구의 규칙을 따라
야 0한다고만 말할 뿐이다.10) 주석서를 보면 어떤 사람의 성은 임신 순간에
결정되지만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11) 성-변환의 원인은 본질상 업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業)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담마빠다'의 주석서에는 한 비구에게 성적으로
끌려 그 즉시 여성으로 변해 버린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난 후, 다시 남자로 돌아와 그 비구의 용서를 구한 다음 계속 정
진하여 아라한이 된다.12)
만일 불교 교단 안에서 동성애가 비난을 받는다면 그것은 동성과 성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계율로 금지된 성행위 일반을 즐겼다는 사실에
서 비롯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불교는 깨달음의 달성에 장애가 되
는 그릇된 욕망의 대표적 상징인 성행위(동성애도 포함됨)를 금기시했지 특
정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는 동성애 행위만을 별도로 거론한 적은 없다는 말
이다.13) 기억해야 할 것은 율장은 일반 대중을 위해서 송출되거나 기술되어
서는 안 되고, 오직 순결을 맹세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자들을 위해 송출되거
나 기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율장이 송출되고 기술되어 온 동기는 충
격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정하지 못하고 감각적 쾌락과 같은 탐욕
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14) 팔리어 율장에 따르면, 승단 초
기에는 성소수자도 일반 사람과 똑같이 출가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였고 구족
계를 받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후에 출가 조건이나 구족계를 받는 조
건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소수자,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독교인'을 간결하게 정의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다. 따라
서 '기독교인'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지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예수의 정신이 무엇인가,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예
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What Would Jesus Do)'는 1896년 찰스 쉘돈(Charl
es Sheldon) 목사가 자신의 설교를 묶은 책인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In Hi
s Steps)』의 부제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WWJD'라는 약자로 대
중화되면서 기독교인들에게 던져지는 중요한 물음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개
신교도들이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내고 그것이 점점 폭력화되고 있
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구주'로 고백하는 예수는 과연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 것은 긴급한 과제이다.
동성애를 저주하고 그것이 죄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이 인용하는 성서 구
절들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다. 첫째, 성소수자 혐오에 인용
되는 구절 중 정작 '예수'로부터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종종 인
용되는 성서 구절은 『창세기』 14장, 『레위기』 18:22, 『레위기』 20:13, 『로마
서』 1:27, 『고린도전서』 6:9~10, 『디모데전서』 1:10, 『히브리서』 13:4 등이
다). 둘째, 성소수자 혐오의 근거로 인용되는 성서 구절 중 그 어느 것도 여성
과 여성끼리의 관계, 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성
서가 쓰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극도로 가부장제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
는 것이지만, '문자적'으로 성서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논리적 오
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
석하고자
0
한다면, 레즈비언이나 양성애는 성서에 언급되지 않았으니 죄가 아
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동성애(homosexuality)'라는 개념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은 19세기에야 독립된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즉 성서가 쓰인 시대에는 물
론 19세기 이전까지는 '동성애'라는 것이 분명한 개념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남성끼리의 동성애가 그렇게 심각한 죄였다면 왜 예수는 그 문제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까?
예수의 가르침이 제시하는 핵심적 메시지는 '사랑, 환대, 연민, 연대'라고 할
수 있다. 타자를 사랑하는 것과 신을 사랑하는 것이 동일한 것임을 예수는 그
의 말과 행동으로 분명하게 전한다. 이러한 예수 정신을 분명하게 담고 있는
『마태복음』 25장은 '최후 심판'으로 불리는 텍스트이다. 예수가 소위 '최후 심
판'의 6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이 텍스트는 심오한 종교적, 사회정치적, 윤리
적,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첫째, 최후 심판의 기준에 우리가 생각하는 '종
교적' 항목은 전혀 없다. 개인의 종교가 무엇인지, 기독교 교리를 믿는지, 교
인 등록을 했는지 등 흔히 교회에서 가르치는 '구원 조건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죄'의 개념을 근원적으로 급진화한다. 악한 일을 '하는 것(sin b
y commission)'만이 죄가 아니라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생략하는 것(sin by
omission)'도 죄라는 것이다. '최후 심판'을 통해 '구원/영생'의 길로 나아갈지,
'영원한 형벌'을 받을지가 결정되며, 그것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으로서의
'해야 할 것'은 다음 여섯 가지이다. 타자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는 일; 목
이 마를 때 마실 것을 주는 일; 나그네와 이방인을 환대하는 일; 헐벗을 때 입
을 것을 주는 일; 병들었을 때 돌보는 일; 그리고 감옥에 갇혔을 때 찾아 주는
일이다. '영원한 형벌'을 받도록 결정된 이들이 '내가 언제 당신이 그렇게 되
었을 때에 외면했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예수는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T
he Least)에게 하는 것이 곧 신/예수에게 하는 것이라고 답을 한다. 예수는
'종교'가 아니라 내가 타자와 어떠한 관계 속에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
다. 예수 정신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 텍스트는 연민, 사랑, 배려, 환대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실천이라는 것을 '최후 심판'이라는 강력한 언어로 명시하
고 있다. 성서를 거론하며 자신과 성적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
한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을 예수가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성소수자,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간단하다.
예수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누군가를 그렇게 혐오하고 정죄하는 것을 주저
함 없이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회정치적
이고 종교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다. 데스몬드 투투(De
smond Tutu) 주교는 '나는 동성 혐오적 천당에 가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신
이 만약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그러한 신을 예배하지 않겠다'라면서, 동성애
혐오에 저항하고 싸우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
여 싸우는 것과 동일한 차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혐오 사상을 주장하
는 기독교인들은 이 투투 주교의 선언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수는 모
든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모든 타자들과 사랑과 연민과 환대를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0
있다. 여기에서 종교적 저항의 중요한 근원은 종교적 상상력이다.
예수는 성소수자들을 향하여 폭력적인 혐오감을 표출하는 '예수 믿는 이들'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앞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 서서 그 혐오자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다.
1) 전재성 역주 (2015b).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 한국빠알리성전협회, 58-59 해제 참조.
2) 전재성 역주, 위의 글, 1640.
3) 모한 위자야라트나 (1998). 비구니 승가 (온영철 옮김). 서울: 민족사, 167.
4)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150-151.
5) 5세기 전반에 활동한 인도의 대논사. 팔리어 불교의 근본성전으로서의 율장 · 논장의 전부와 경장의 대
부분에 대한 주석서 및 팔리어 불교의 교리 · 학설을 집대성한 『청정도론』 저술.
6)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151 각주 참조.
7) 전재성 역주 (2015a). 빅쿠니비방가-율장비구니계. 서울: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역주(2015b) 등
참고.
8) Harvey, P. (2014). 불교윤리학 입문: 토대, 가치와 쟁점 (원제: An Introduction to Buddhist Ethics-Foun
dations, Values and Issu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허남결 옮김). 서울: 씨아이알 (원서출판 2000),
751.
9) 모한 위자야라트나, 앞의 글, 179-180; 전재성 역주 (2015b), 520; Harvey, 앞의 글, 751 참조.
10) Harvey, 앞의 글, 751.
11) Aṭṭhasālinī[Buddhaghosa's commentary on Dhs.](Th.); (tr. Pe. Maung Tin), The Expositor, 2vols., Lond
on, PTS, 1920 and 1921.
12) Harvey, 앞의 글, 751-752.
13) 허남결 (2008). 동성애와 불교의 입장: 역사적 사례와 잠정적 결론. 불교연구, 28: 262.
14)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58-5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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