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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지식상자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쿨하지 못해 미안 통계
2017. 8. 2. 15:23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는 <2016년 제17회 퀴어문화축제>를 맞아 '혐오의


시대에 맞
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을 연재했습니다. 연재의 다른 글은 한국
성소수자
연구회(준)의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으며, 전체
내용을 담
은 PDF파일은 한국성소수자협회(준)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 동성애는 무엇인가요? | 섹슈얼리티의 다양성

현재 '동성애'를 둘러싼 열띤 논쟁이 진행 중이다. 다원주의를 지향하는 민주


주의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의 경우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2007년 법무부는 20가지 차별 금지 사
유를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 개신교 세력이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포함시켜선 안 된다고 압박했고, 그 결과 "차
별금지법" 법안에서 7가지 차별 금지 사유(언어,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범죄 및 보호 처분 경력, 성적 지향, 학력)가 삭제되었다. 이는 사실상 "차별용
인법"에 다름 아니었고, 그마저도 심의 없이 폐기되고 말았다. 이후 2010년,
2013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동성애를 반대하
는 보수 기독교의 개입으로 법 제정이 무산되었다. 동성애는 한국의 민주적
발전을 저해하는 유해한 행위일까? 인류가 존재한 이래 인간 섹슈얼리티 실
천 중 하나로 존재해 온 동성애에 대해 알아보자.
동성애와 동성애자
가장 단순한 의미에서 동성애는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의 감
정과 성적 친밀성을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애는 이성애나 양성애와 마
찬가지로 인류가 수행해 온 섹슈얼리티의 한 형태로 그 역사 또한 장구하다.
섹슈얼리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1) 첫째는 인간이
가진 성적 욕망(erotic desire)과 정서를 말한다. 성적 욕망과 이와 관련된 심
리, 판타지, 매력, 끌림 등을 포함하는 의미이다. 둘째로 섹슈얼리티는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을 의미하는데, 이는 성과 관련된 자기규정이나 성적
인 삶의 방식을 포함한다. 셋째는 성적 지위(sexual status)로, 이는 특정한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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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정체성, 관행, 욕망에 사회적으로 부여되는 지위, 즉 성과 관련된 위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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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지위를 의미한다.
이성애는 이성에게 성적 욕망과 정서를 갖는다는 뜻이며, 이를 실천하는 사
람은 스스로를 이성애자로 인지하면서 자신의 성적 지위를 인정받는다. 동성
애는 동성에게 정서적 끌림과 성적 친밀감을 갖는 것, 양성애는 남성과 여성
양쪽 모두에게 정서적 끌림과 성적 친밀감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성애자,
양성애자, 동성애자 등 성적 정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은 다양하다. 어떤 사
람은 생애 경로에서 성적 지향성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
의 사랑, 성적 욕망, 판타지 등에 대해 매우 확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가지기
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인가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인
가를 둘러싼 논쟁이나 이성애자인 사람이 평생 이성애만 실천한다는 전제 모
두 인간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인지하고 획득하는 다양한 과정을 포괄하지
못한다.
사실 동성애를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을 동성애자로 인정하는 것
은 아니다. 2014년 미국 정부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미국
인 가운데 자신을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인지한 응답자는 1.6퍼센트, 양성애
자로 인지한 응답자는 0.7퍼센트였다.2) 2011년 <윌리엄스 연구소>가 갤럽
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3.8퍼센트는 자신을 게이, 레즈비
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라고 말했다. 반면에 동성애적 행동을 해 본 적이 있
는 사람은 8.2퍼센트였고,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11퍼
센트에 이르렀다.3) 양적 조사에서 사회적 낙인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 집단
이 과소 표집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음을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조사는 성적
욕망과 행위, 성적 정체성 간의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 준다. 동성애와 동성애
적 성적 정체성을 갖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으며, 성적 친밀성의 대상이
동성이라도 곧장 자신의 정체성을 동성애자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동성애
자에 대한 사회적인 모욕과 차별이 만연하기 때문에 동성애적 정체성을 구성
하고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억압되어 왔다.
섹슈얼리티의 위계 구조와 동성애
인간 섹슈얼리티의 다양한 형태는 역사적으로 공존해 왔지만, 사회적 승인
여부에 따라 위계적으로 배열되어 왔다. 성적 욕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지만, 이런 성적 욕망을 실현하는 것은 사회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동성에게
매력과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자신의 성적인 매력을 얼마만큼 드러낼 것인
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정도로 성적 욕망을 드러낼 것인지 하는 것은 개인적
선택의 영역이다. 하지만 많은 사회에서는 동성애에 대하여 이런 개인적 자
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떤 사회는 동성애를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거나
제재하고 처벌하기까지 한다.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어떻게 인지
하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성애자의 경우 이성에 대한 낭만적 감정을 가지고 그에 따른 성적 욕망을
실천하며, 사회적으로 승인된 사회적, 성적, 경제적 제도인 결혼을 통해 안정
된 0이성애적 정체성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회적 지위와 승인을 얻는다. 이성
애에 근거한 성적 욕망의 추구, 성적 정체성의 구성, 출산 및 양육의 과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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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인간 삶의 형태라 간주되기 때문에 이것들 사이에 간
극이나 모순은 없는 것으로 전제된다. 많은 사회가 재생산과 생산의 기초 단
위로 이성애에 기반한 가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성애 이외의 인간 섹슈얼리
티는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때로는 위험하고 병리적인 행위로 처벌되
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동성에게 친밀한 감정을 갖고,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
동성을 상상하고, 자신을 동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보일 수 있게 노력한다
는 것 자체가 '문제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몇몇 국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
성 간의 사랑을 '결혼' 같은 안정적인 제도로 구현할 수 있는 길도 없다. 즉,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동성애는 인간 섹슈얼리티의 위계에서 하위에 배치된
다. 동성애자는 단순히 수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성애 중심 사회
에서 조직적으로 억압되기 때문에 무권력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에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젠더와 섹
슈얼리티에 근거한 차별을 문제화하고 그에 대한 대항 담론을 만들어 왔다.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무시와 차별을 당하는 것을 당연하
게 여기도록 강요되어 왔으며, 그러한 강제적 내면화가 사회가 함께 해결해
야 할 문제임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성소수자들은 LGBTAIQ, 즉, 레즈비언, 게
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인터섹스, 퀘스쳐너리의 이니셜로 성소
수자의 집단적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운동을 통해 무권력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동성애는 서구의 산물인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는 서구에서 '수입된' 퇴폐적인 성적 행위로 비난받는
경우가 있다. 또한 커밍아웃, 성전환, 공인된 동성애적 실천, 동성 결혼 등은
개인의 자유주의적 선택권을 옹호하는 민주주의가 발달된 서구 사회에서만
가능한 현실이라고 믿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수집된 인류학적
보고들에 의하면 동성애는 인류가 존재한 이후 현재까지 모든 곳에서 나타난
보편적인 현상이다.4) 예를 들어 몸바사나 케냐 지역의 부유한 무슬림 여성
들, 호주 원주민 사회에서 여자 사촌들 간의 성적 관계, 19세기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유행하던 '보스턴 결혼'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레즈비언
전통이 있음을 확인해 준다.5) 난디족을 비롯한 동 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
서는 '여성 간 결혼'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 지위와 부를 확보한 여성이
'여성-남편'이 되어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고 이 제도는 현재도 발견된다.6) 1
9세기 중국 남부 광동 지역의 비단 짜는 수천 명의 여성들 간에 광범위하게
수행되었던 동성애 관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금빛난초연합> 또는
<상호이해연합>을 만들어 공동주택에서 함께 살며 아프거나 죽음을 맞이할
때 서로를 돌봤다. 평생 남성과 혼인을 하지 않기로 맹세한 이 그룹에는 채식
을 하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채식주의 자매들'이라 불렸다. 이들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진 것은 1949년 중국 사회주의 혁명 이후이며, 그 때문에 이
여성들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으로 피신해야만 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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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간 동성애 실천의 다양한 형태 또한 전 지역에서 기록되고 보고되어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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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성인 남자들 간에 행해지던 동성애는 주로 연장
자 남성과 어린 남성 사이에 이루어졌는데, 이런 성관계는 교육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뉴기니의 삼비아족은 연장자와 연소자 남
성 간의 동성적 의례를 '성인'되기의 과정으로 승인했다.8) 중국의 경우 '동
지'라 불리는 남성 게이들의 오랜 역사가 존재하고,9) 한국에서도 '수동무',
'맞동무' 등 동성애 남성을 일컫는 용어가 사용되어 왔다. 또한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에도 동성애가 언급되었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 남성 동성애가 강원도 지역을 비롯해 광범위한 곳에서 행해
졌다. 1940년대까지 계층과 직업을 망라하여 행해졌던 동성애는 일제에 의
한 청년들의 강제 동원과 6.25전쟁으로 인한 청년들의 징집으로 급격히 사라
졌다.10)이렇듯 다양한 역사적 맥락과 장소에서 동성애는 동성 간 사랑, 상호
협력, 협상의 형태 혹은 이성애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자발적으로 선
택하는 성적 실천의 형태로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동성애가 수행되어 온 맥
락과 사회적 의미는 다양하다. 동성애는 서구의 산물이 아니라, 통시적이며
공시적으로 존재해 온 인간 사랑과 섹슈얼리티의 한 형태다.11)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
성적 욕망의 특정한 형태인 이성애는 어린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장려되고 인
정될 뿐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강화된 반면, 동성애에 대한 지식이나 사실
은 거론되거나 교육될 수 없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었다. 동성애에 대한 지식
은 동성애자들의 오랜 경험과 관점에서 만들어지기보다, 동성애자가 아닌 사
람들에 의해 구성되었다. 비동성애자들이 '동성애'에 대한 지식을 점유하고,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섹슈얼리티인지를 판단해 왔다. 즉, 동성
애에 대한 지식이 타자화, 편협한 인식과 편견, 사회적 낙인의 형태로 구성되
었기 때문에 동성애는 더욱 더 병리적인 형태의 섹슈얼리티로 규정되어 왔
다.
이성애만이 본질적이고 정상적이며 종교적 섭리라 믿는 이성애 중심주의(het
erosexism) 사회에서는 다른 형태의 섹슈얼리티를 실천하는 모든 존재들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이성애의 독보적 지위를 구성한다. 이성애 중심 사회
에서 '동성애자'를 다루는 방식 중 하나는 처벌이나 격리 등의 강압적 제재를
사용해 억압하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자를 '과잉 성애화된 존재'로 보며 이성
애자와의 문화적, 도덕적 차이를 부각하고, 이들의 성교를 병리적으로 담론
화하며 동성애자 집단을 사회적 위험 집단으로 낙인찍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 동성애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동성애를 '유전적으로 결정'된 것, 혹은 어쩔 수 없는 '결점'으로 간주하여 동
성애를 '포섭'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성애자는 원래 그렇게 태어난다'고
인식하며, 그 점을 인지하여 '우리'가 '그들'을 받아들이자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들 모두 동성애에 열등한 지위를 부여하여 이성애의 배타적 지위를 구성
하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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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에는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가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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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존재이며, '다문화주의' 관점에서 시민권을 보장해야 할 사회 구성원이라
는 점을 인정한다. 이러한 변화는 성소수자 운동의 성과이다. 성소수자들은
낙인된 타자로 규정당해 온 억압의 역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대표'하면서
인간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운동을 벌여 나갔다. 이와
함께 많은 문화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긍정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길이라는 사회적 신념과 합의가 생겨나고 있다.
성소수자가 받은 다양한 박해의 유형들, 즉, 혐오, 낙인, 부당한 구속, 구타, 고
문, 강간, 직장에서의 해고, 학교에서의 지속적인 괴롭힘, 사생활 침해, 벌금,
태형, 사형 등이 민주주의 사회의 인권 개념에 위배된다는 인식이 널리 수용
되고 있는 것이다. 성적 박해를 용인하고 방관하는 사회는 대외적으로 민주
주의적 가치를 옹호하는 사회라고 인정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흑인 지도자
인 넬슨 만델라는 1994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동성애자 인권을 언급했고, 남
아프리카 공화국은 성적 지향을 근거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헌법에 명시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12)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 또한 친밀
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길 원하며 이런 관계가 '결
혼'이나 '파트너십'과 같은 사회적 인정의 제도화된 통로를 갖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동성 결혼을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권리의 형태로 보장해 준다. 한국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다원주의라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보편적 인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성소수자
의 시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1) 조영미 (2007). 섹슈얼리티: 욕망과 위험사이, 여성학. 미래 M&B
2) Ward, B. W. et al.(2014). Sexual Orientation and Health Among U.S. Adults: National Health Intervie
w Survey, 2013. National Health Statistics Report, No. 77, available at http://www.cdc.gov/nchs/data/nh
sr/nhsr077.pdf (2016. 5. 23. 최종방문).
3) Gates, G. J. (2011). "How many people are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Williams Institut
e, University of California School of Law, available at http://williamsinstitute.law.ucla.edu/wp-content/up
loads/Gates-How-Many-People-LGBT-Apr-2011.pdf (2016. 5. 23. 최종방문).
4) Andrew P. Lyons and Herriet Lyons, eds (2011). Sexualities in Anthropology. West Sussex, UK: Blackw
ell Publishing.
5) 바네사 베어드 지음, 김고연주 옮김 (2007). 성적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후: 74(원서출판 20
07). 에스더 D. 로스블럼 , 캐슬린 A. 브레호니 외 지음, 알알 옮김 (2012). 보스턴 결혼 : 여자들 사이의 섹
스 없는 사랑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 이매진 (원서출판 1993). 
6) Oboler, R.S (1980). Is the Famale Husband a Man? Woman/Woman Marriage among the Nandi of K
enya. Ethnology 19(1): 69-88; Sacks, K. (1982). Sisters and Wives: The Past and Future of Sexual Equalit
y. Westport, CT: Greenwood Press.
7) 바네사 베어드 지음, 김고연주 옮김(2007). 성적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후: 86. (원서출판 20
07).
8) Hertd, Gilbert (1987). The Sambia: Ritual and Gender in New Guinea. Wadsworth Publishing.
9) Kong, Travis (2011). Chinese male homosexualities: memba, tongzhi, and golden boy. London; New
York: Routlege.
10) 박관수 (2006). 1940년대의 '남자동성애' 연구. 비교민속학, 31: 389-438.
11) 애너매리 야고스 저, 박이은실 역 (2015). 퀴어이론 입문. 서울: 도서출판 여이연: 19-20 (원서출판 199
7)
0
12) 바네사 베어드 지음, 김고연주 옮김(2007). 성적다양성, 두렵거나 혹은 모르거나. 이후: 54-55 (원서출
판 2007)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2. 트랜스젠더는 누구인가요? | 젠더의 다양성

트랜스젠더라는 말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1년 하리수 씨의


TV 광고 출연이 계기였다. 그와 더불어 트랜스젠더 인권 운동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여러 당사자들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법적 성별
정정에 관한 전향적 판결 등이 이루어지면서 트랜스젠더는 TV 속의 낯설고
신기한 존재를 넘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 그러
나 성별 이분법에 따른 고정관념과 이로 인한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들, 그
리고 엄격한 성별 정정 요건, 의료보장의 부재와 같은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의 온전한 성별 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는 어떤 삶을 살고 있으
며 어떤 오해와 차별을 받고 있는지 알아보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와 오해
현재의 신분 체계 속에서 모든 사람들은 출생 시 남성/여성 어느 하나의 성
별로 지정되어 출생 신고가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별 번호가 포함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출생 시 지정
된 자신의 성별에 큰 불편이나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중
에는 지정 성별에 따른 외모, 옷차림, 성역할, 신체 등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나아가 지정 성별과는 반대의 성별 또는 남/여가 아닌 독자적인 성별로 자신
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트랜스젠더는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용어이다.
트랜스젠더가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맥락은 한국과 외국에서 조금 차이가 난
다. 처음으로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미국1)을 비롯한 서구에서 트
랜스젠더는 '성별 표현, 성별 역할, 성별 정체성 등이 사회가 요구하는 성별
규범에 맞지 않는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Transgender Umbrell
a)로 사용된다.2) 이에 비해 현재 한국의 커뮤니티, 성소수자 운동 등에서 사
용하는 트랜스젠더는 정체성으로서의 면을 보다 강조하여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른 사람'3)을 가리키며 간성(Intersex), 크
로스드레서(Cross dresser) 등과 구분되는 범주로서 이야기된다. 보다 구체적
으로 좁게는 FTM/MTF를, 넓게는 FTM/MTF/젠더퀴어를 포함하는 범주로 이
해할 수 있다.
FTM/MTF와 같은 말들은 성별 정체성이 남성/여성인지에 따라서 트랜스젠더
를 구분하는 용어이다. FTM은 Female to Male의 약자로 출생 시에 여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하는 사람을 말하며, 반대로 MTF는 Male
to Female의 약자로 출생 시 남성으로 지정되었으나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
하는 사람을 말한다. 동일한 의미로 FTM/MTF라는 말 대신 트랜스 남성(Tran
sman)/트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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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Transwoman)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4) 한편 젠더
퀴어(Genderqueer)는 중성, 양성, 무성 등 남성/여성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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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독자적인 성별로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현재의 한국 커뮤니
티 등에서는 맥락에 따라 젠더퀴어를 트랜스젠더에 포함시키거나 트랜스젠
더와 교집합을 이루는 독자적인 범주로 사용하고 있다.5)
한편 현재 트랜스젠더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트랜스젠더는 모두 수술을 통
해서 자신의 몸을 바꾸었거나 바꾸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6) 그리고 이러
한 오해로 인하여 트랜스젠더가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생식기 관련 수술을 받을 것이 요구된다.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 여성의 경
우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트랜스젠더인 척하는 것이라 의심받거나 병역 이행
을 요구받는 일도 있다.7) 그러나 남성이라고 해서, 여성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외모, 성격, 신체 조건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성별 표현이나 성별 역
할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8) 트랜스젠더 중에는 수술 등을 통해 자신
의 신체를 전환한 사람도 있고, 수술이 아닌 호르몬 등 몇 가지 의료적 조치
만을 받은 사람도 있으며, 별도의 의료적 조치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외모와 성격 역시 여성/남성스러운 사람부터 중성적인 사람, 특정한 성별 특
징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수술 여부
나 현재의 외모, 신체 조건 등을 기준으로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는 어떻게 다른가?


오랫동안 동성애자, 여장남성, 남장여성, 트랜스젠더는 구분 없이 하나의 범
주로 여겨져 왔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트랜스젠더라는 독자적인 범주가 만
들어지기 시작했으며,9)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이전까지도 트랜스젠더
와 동성애자를 뚜렷하게 구분하여 명명하지 않았다.10) 따라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혼동하여, 남성 동성애자들은 모두
화장을 하고 여성스런 행동을 한다 생각하거나 트랜스젠더가 성별을 바꾸려
는 것은 동성애로 인한 것이라는 오해를 하곤 한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개
념을 알 필요가 있다. 성적 지향은 '어떠한 성별을 가진 사람에게 성적, 감정
적으로 끌리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고, 성별 정체성은 '자신을 어떠한 성별
로 인식하는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11) 따라서 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
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이 어떤 성적 지향을 갖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트
랜스젠더라 할 수 있는 것이고, 자신과 같은 성별에 대한 성적 지향을 갖고
있다면 그 사람의 외모, 성격 등과는 무관하게 동성애자라 할 수 있다.12)
한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교차할 수 있다. 가령 트랜스 여성이라 해서
반드시 남성을 좋아하는 이성애자라고 할 수는 없으며, 같은 여성을 좋아하
는 동성애자거나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성소수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트랜스젠더 응답
자 0233명 중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응답한 사람은 48.4퍼센트에 불과하여, 트
랜스젠더 내에도 다양한 성적 지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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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니다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된 동성애와 달리 아직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신과 진
단은 남아 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최초의 의학적 정의는 1980년 < 미국정
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DSM-III)에서 성전환증(Transsexualism)과 아동의 성 주체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가 등재된 것을 기초로 하며, 이후 1993년 편람 4판(DSM-I
V)에서는 성 주체성 장애로 이름이 통합되었다.14) 그리고 현재 < 세계보건
기구(WHO) >의 국제 질병 분류 10판(ICD-10)15)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한국
표준 질병·사인 분류16) 역시 성전환증과 성 주체성 장애라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신과 진단 항목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트랜스젠더가 호르몬 치료나
외과 수술 등의 의료적 조치를 받거나 법적 성별 정정 혹은 병역 면제에 필요
한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17) 정신과 진단서를 제출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신과 진단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트랜스젠더 정
체성이 치료받아야 하는 정신과 질환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성 주체성 장애
진단을 받은 경우 권고되는 의료적 조치가 일반적인 정신질환처럼 약물이나
상담에 의한 증상 완화가 아니라 호르몬, 수술 등 성별 이행(transition) 관련
의료적 조치라는 점에서도18) 성 주체성 장애를 다른 정신질환과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으로 성 주체성 장애라는 진단명이 트랜스젠더라는 정체
성 자체를 병리화하고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낙인을
씌운다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19) 이에 <미국정신의학회>는 201
3년 편람 5판(DSM-V)에서 진단명을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으로 바
꾸면서,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 자체는 정신질환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이들
이 느끼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스트레스에 대한 진단과 지원이라는 점을 강
조하였다.20) <세계보건기구> 역시 이에 맞추어 2018년 개정될 질병 분류 1
1판(ICD-11)에서는 성 주체성 장애를 성별 불일치(Gender Incongruence)로
변경하고 정신 및 행동 장애가 아닌 성 건강의 범주에 위치시킬 예정이다.21)
따라서 트랜스젠더 정체성은 동성애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신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의료적 지원은 성별 위화감의
정도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호르몬 요법, 수술 등 의료적 조
치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임에도,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
진의 이해 부족과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로 이러한 의료 접근권이 사실상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22)
한편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 두어야 할 것은 정신과 진단에
의해서 트랜스젠더인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의사가
가진 지식과 상담 능력으로부터 일정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트랜스젠
더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무엇보
다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아야 한다.23)
트랜스젠더는
0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
트랜스젠더 인구는 얼마나 될까? 국가 수준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때문에 그 수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의학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인용되어 온 연구
는 1993년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에 따르면 트랜스 여성은 인구
11,900명 중 1명, 트랜스 남성은 30,400명 중 1명인 것으로 추정된다.24) 그
러나 이 연구는 병원에서 성전환증 진단을 받아 호르몬 요법이나 외과 수술
을 받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실제 인구수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 힘들다. 앞서 보았듯 모든 트랜스젠더가 동일한 정도의 의료적 조치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굳이 병원을 찾지 않는 트랜스젠더들도 존재하기 때문
이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 결과는 위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트랜스젠더들이 존재하
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령 2011년 미국의 연구는 매사추세츠 주와 캘리포니
아 주에서의 조사를 바탕으로 미국 내 트랜스젠더의 비율을 0.3퍼센트로 추
정하였고,25) 2009년 영국의 연구는 15세 이상의 트랜스젠더 비율을 0.6퍼센
트로 추정하였다.26) 한국 인구를 5,000만이라 하고 이들 비율을 적용할 경
우, 국내에 약 15만 명 전후의 트랜스젠더들이 존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상당히 적지 않은 수의 트랜스젠더들이 한국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
되지만, 실제로 자신의 주변에서 트랜스젠더를 접해 본 사람들은 극히 드물
고, 미디어에서도 연예인이나 유흥업 종사자로서의 트랜스젠더 이미지만을
주로 다루고 있다. 물론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경제적, 문화적 여건 등으로
특히 트랜스 여성들이 연예 산업이나 유흥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양한 직업군,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트랜스젠
더들은 존재하고 있다.27) 인간의 성별이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적 특징에 따
라 정해진다는 믿음, 성별이 남/여 두 가지만 존재한다는 믿음, 성별 이분법
에 기초한 이러한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별을 가진 개인들이 그
자체로서 존중받을 때, 우리 사회에서 보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의 다양한 목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1) Devor, H. (2002). Who are ''we''? Where sexual orientation meets gender identity. Journal of Gay & L
esbian Psychotherapy, 6(2), 8.
2)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APA). Answers to Your Questions about Transgender peopl
e, Gender Identity, and Gender Expression. updated in 2014; 운조 (2005). 트랜스젠더. 여/성이론, (12), 2
98.
3)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기획단 (2006).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보고서. 10-11; 한영희 (2007). 젠더사회
에서의 트랜스젠더 읽기. 문화/과학, 49, 92
4) APA, 앞의 글.
5) 그 외 트랜스젠더 관련 용어들에 대해서는 나영정 외 (2013). 트랜스로드맵 = Trans-roadmap: 트랜스
젠더 정보ㆍ인권 가이드북; 퀴어이론문화연구모임 WIG (2008).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 참조.
6) Spade, D. (2008). Documenting Gender. Hastings Law Journal, 59, 756
7) 김종오·신관우 (2014). 성전환증의 규범적 판단 - 병역법을 중심으로. 한국범죄심리연구, 10(3), 49-72.
8)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 (2011). 트랜스섹슈얼·트랜스젠더·성별비순응자를 위한 건
강관리실무표준 제7판, 5.
9) Drescher, J. (2010). Queer Diagnoses: Parallels and Contrasts in the History of Homosexuality, Gende
r Variance,
0 and the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Archives of Sexual Behavior, 39, 436
10) 루인 (2012). 캠프 트랜스: 이태원 지역 트랜스젠더의 역사 추적하기, 1960∼1989. 문화연구, 1(1), 261.
storyGender
11) APA, Definition of Terms: Sex, Gender, by style - in solitude
Identity, life
Sexual Orientation. updated in 2011. 
12) 다만 이러한 설명은 동성애자는 오직 성적지향, 트랜스젠더는 오직 성별정체성의 문제를 겪는다는 오
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다 자세한 논의는 루인(2006). 젠더를 둘러싼 경합들 Gende
r Dysphoria: 트랜스/젠더 정치학을 모색하며. 여/성이론, 15, 289-304; 김준우 (2008). 트랜스젠더의 경험
을 통해 본 젠더 정체성 형성 과정,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참조. 
13)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2014),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보고서, 한국게이인
권운동단체 친구사이, 99.
14) 이호림 외 (2015). 한국 트랜스젠더 의료접근성에 대한 시론, 보건사회연구, 35(4), 64-94.
15) WHO(2016). International Statistic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and Related Health Problems 10th Re
vision, 5th edition.
16)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통계청 고시 제2015-309호, 2015.9.24., 일부개정)
17)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국방부령 제757호, 2012.2.8., 일부개정) [별표2] 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 102.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습관 및 충동장애·성주체성장애·성적선호장애 등)
18) WPATH, 앞의 글.
19) Winters, K. (2005). Gender dissonance: Diagnostic reform of gender identity disorder for adults. Jo
urnal of Psychology & Human Sexuality, 17(3/4), 71--89.
20) APA (2013). Gender Dysphoria Fact Sheet. DSM-V.
21) Roberts, R. et al. (2015). Report of ICD-11 Revision Review ; WHO (2015). ICD-11 Update.
22) 이호림 외, 앞의 글; 이혜민·박주영·김승섭 (2014). 한국 성소수자 건강 연구. 보건과 사회과학, 36, 43-7
6.
23) The Yogyakarta Principles(2007). Principle 3 ; Parliamentary Assembly of The Council of Europe (20
15), Discrimination against transgender people in Europe, Resolution 2048, para 6
24) Bakker, A. et al. (1993). The prevalence of transsexualism in the Netherlands. Acta Psychiatrica Scan
dinavica, 237-238.
25) Gates, G. J. (2011). How many people are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Retrieved from h
ttps://escholarship.org/uc/item/09h684x2.
26) Reed, B. et al. (2009). Gender Variance in the UK: prevalence, incidence, growth and geographic dis
tribution. Gender Identity Research and Education Society, Retrieved from http://www.gires.org.uk/asset
s/Medpro-Assets/GenderVarianceUK-report.pdf.
27)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앞의 글, 100; 장서연 외(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158-159.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3. 커밍아웃, 왜 하는 걸까요? | 소통과 해방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그 해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슈가 유난히 많
았다. 드라마 <슬픈 유혹>의 남자 주인공이 동성애 연기를 해서 주목받았고
국내 동성애자 인권 모임인 <끼리끼리>와 <친구사이>가 홈페이지를 열기
도 했다. 가을에는 방송인 홍석천 씨가 커밍아웃을 하며 나라가 시끌벅적했
고, '커밍아웃'은 온 국민들 입에 한두 번은 오르내린 고유명사처럼 되어 버렸
다. 그리고 1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
고, '커밍아웃'이란 말은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여겨지고 있다.
어둡고 답답한 벽장에서 문을 열고 나오기
'커밍아웃'은 '벽장에서 나온다(coming out of the closet)'라는 말이다. '벽
장'은 성소수자들이 성적 지향을 숨긴 채 살아야 하는 시간과 공간을 뜻하며,
커밍아웃은 그 답답한 곳의 문을 열고 나온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성소
수자들에게 커밍아웃은 한 차례 벽장문을 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0 성적 지향을 발견하는 과정, 그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의 성적 지향을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정,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교류하는 과정 등1) 수차례 벽장문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커밍아웃의 형태나 과정에서 누구에게 먼저 커밍아웃을 하는
지, 대상이나 순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사
람도 있지만, 특정 단계를 건너뛰는 사람도 있다. 애초에 이 모든 단계를 동
시다발로 경험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개인에 따라 커밍아웃은 다양하게 해
석되기도 한다. A, B, C 세 명의 성소수자에게 커밍아웃 경험을 묻는다면, 아
마도 세 명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A는 처음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경험을, B는 처음으로 동성 파트너와 가졌던 성 경험을, 그리고 C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렸던 경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성
소수자들의 커밍아웃에는 각자의 삶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2)
벽장 문 안에서 망설이는 사람들
벽장 속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있어 보았다. 10분쯤 흘렀을까, 등에 식은땀이
나고 머리
는 어지러웠다. 무엇보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숨이 막히고 너
무 답답했
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성소수자들 중 대다수는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지만 차라리 답답하게 지내는
것이, 벽장문을 열고 만나게 될 세상에 대한 공포보다 낫다고 생각해 커밍아
웃을 주저한다. 편견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성소수자의 82퍼센트가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고, 88퍼센트가 형제나 자매에게 본인의 성적
지향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3) 이들은 가족들이 자신들을 수치스러워할까
봐, 혹은 상처를 주기 싫어서 커밍아웃을 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4) 그래서 성
소수자들은 차라리 벽장에서 사는 편을 택하며 가족과 친구, 주변 모두에게
비밀에 부친 채 살아갈 결심을 하는 경우가 많다.5) 하지만 이와 같이 커밍아
웃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경우, 계속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상황
에서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6) 즉,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는 스스로의 성적 지향을 오픈한 성소
수자보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더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족, 친구, 지인 들과 공유하면서
사회적 지지를 받는다. 특히, 성소수자들에게는 자신의 성적 지향을 다른 누
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지지의 유용성은
크게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성소수자가 성적 지향을 타인에게 공개하거나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스스로의 성적 지향에 대해서 긍정적인 감
정이나 태도를 갖는 경우 보다 나은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유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7) 또한 커밍아웃을 많이 할수록 성소수자의 우울 정도가 점점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8) 그러므로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 얻는 사회적 지
지는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 및 심리적인 안녕과 행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0
볼 수 있다.
'일방적 통보'가 아닌, '소통'으로서의 커밍아웃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하지만 이러한 커밍아웃이, 성소수자 당사자와 그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요소
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커밍아웃은 일방적인
통보라기보다는 소통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커밍아웃 상황에서 성소수자는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은 성소수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려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성소수
자 정체성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커밍아웃을 한 뒤 나타날 결과까지 책
임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상대방에게
는 커밍아웃이 일방적인 통보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커밍아웃 과정
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가족과 친구가 성소수자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될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하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친구나 상담가와 예행연습을 하고 편지를 쓰는 등의 준비를 한 뒤에 가
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기도 하며, 이러한 준비가 상대방이 겪는 충격을 완
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9)
일반적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성소수자는 상대방으로부터 수용적이고 지지적
인 반응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거부나 회피 같은 소통의 부재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커밍아웃이 수용되지 않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언어 및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기도 하고, 상당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겪기도 한다.10) 커밍아
웃은 일회성 사건이 아닌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과정
이기에 이러한 상처와 정신적 고통은 만성적인 정신건강의 문제로 이어지기
도 한다.11)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가족 내에서 커밍아웃을 했을
때, 가족의 반응 및 태도는 매우 부정적인 양상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거
부와 회피가 대부분이며, 이러한 태도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분노, 슬픔, 소외
감, 우울감, 두려움, 무력감, 자존감 하락, 자살 시도 등의 심리적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12)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해서 강한 거부를 경험한 청소년 성소
수자들은 가족에게 거부당하지 않았거나 약한 수준의 거부를 당한 집단에 비
해서 자살 시도를 하는 비율이 8배 이상, 우울증 호소하는 비율이 6배 이상,
불법적인 약물을 사용하는 비율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13) 특히 청소년 성
소수자들이 커밍아웃 후 소통의 부재를 경험한 경우, 가족 관계가 손상될 뿐
아니라 심각한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위험 행동을 보인다. 커밍아웃을 한 이
후 많은 성소수자들은 사회, 학교, 직장, 혹은 가족으로부터 차별을 당하거나
폭력에 노출되었던 경험을 토로하기도 한다. 2014년 총 3,159명의 성소수자
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들 중 16.2퍼센트가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어떤 식
으로든 드러낸 경우에는 73.7퍼센트가 그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14) 용
기를 내 벽장 밖으로 나온 성소수자들이 실제로 벽장 밖 세상과의 소통이 쉽
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외면과 거부로 인해 벽장 안에서보다 더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커밍아웃을 통해서 긍정적인 소통을 경험한 성소수자들의 경
우 0과거의 외로움과 우울이 감소되는 등 정신건강이 회복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15) 특히 가족으로부터 수용적인 태도를 경험한 성소수자는 심리적인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안정감을 느끼고, 커밍아웃 이전의 불안감이나 우울이 사라지고, 자살에 대
한 생각이 줄었다고 한다.16) 뿐만 아니라 가족과 부모가 수용적이고 지지적
행동을 보일 경우 성소수자가 약물이나 자살 등에 노출될 위험이 줄고 신체
적, 정신적 건강과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한다고 보고
된다.17) 커밍아웃의 과정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심리적 상처를 입고 고통
스러운 경험을 하지만, 궁극적으로 커밍아웃을 통해 얻는 '해방됨'은 여타의
부정적 결과와 비교할 수 없는 순기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18)
하지만 커밍아웃이 이러한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커밍아웃 당사자와
상대방 모두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커밍아웃이 이루어질 때 상대방은
그 사실을 수용하기까지 '충격-부정-죄책감-감정 표출-결단-용인'에 이르는
총 여섯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19) 이 모든 단계를 뛰어넘어 즉각적으
로 수용을 받는 경우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단계적 수용을 받는 경우에
도 성소수자들은 소통으로서의 커밍아웃을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면  
얼마 전 학생 한 명이 찾아왔다. 학교 친구가 자신에게 커밍아웃을 했는데 어
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힘들어했다. 술 마시는 자리에서 친구는 고민 끝에 망설이
다 커밍아
웃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처음에는
취한 척하
고, 학교에서 만나도 아무 일 없는 척 하고 지낸다고 했다. 자신이 그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정작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는
것이다.
성소수자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이성애자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인간사에 정답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밍아웃에도 뾰족한 답이 없다. 하
지만 분명히 지양해야 할 반응은 있다. 성소수자인 상대에게 실망했다는 식
의 발언, 성소수자 정체성이 확실한지 거듭 묻는 태도, 동성애 정체성을 고칠
수 있다는 식의 자세는 커밍아웃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지금 나에
게 말해 주어서 고맙다(혹은 기쁘다)', '지금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는
지?' 등의 반응이 적절한 대처의 예시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왜 그렇게 오
랫동안 숨어서 살았어?', '나한테 진작 말하지!' 등의 반응은 커밍아웃 당사자
에게 죄의식이나 부끄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양하는 것이 좋
을 것이다. 나아가 자녀가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 '우리에게 말해 주어서 고맙
다. 우리는 널 사랑하니까 네가 성소수자라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엄마
아빠에게 감추느라고 힘들었겠다' 등의 반응이 용기를 주는 부모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20) 하지만 이러한 몇 마디 말보다 더 필요한 것은 커밍아웃을 하
고 있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주는 자세다. 어설픈 말로 위로하
0
거나 설교하는 것보다는 그저 당사자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공감과 소통의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무 살 무렵 친구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 친구도 내
가 그 사실
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우리는 2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성 정
체성에 대
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 사랑과 결혼이
라는 매우 
일상적인 이야기들 앞에서 우리는 말은 하지 않지만 함께 고민해 왔다. 커밍
아웃이라
는 절차는 없었지만 이미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의 삶을
지지한다.
커밍아웃은 단 한 차례 이루어지고 말 순간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
로 상대와 소통하는 관계 형성의 시간이다. 부정과 긍정, 갈등과 화해의 단계
를 함께 공유하는 커밍아웃을 통해 성소수자들은 해방감뿐 아니라, 많은 질
곡의 시간과 관계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벽장 밖의 현실은 따뜻하고 밝지만은 않다. 그러기에 더욱 벽장 밖에서 성소
수자가 벽장문을 열기까지 겪었을 두려움과 아픔에 공감하고 그것에 대해 소
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성소수자가 오랜 고민 끝에 벽장문을
열고 나왔을 때 소통이 이루어질 우리 사회를 기대해 본다.
1) Jensen, K.L. (1999). Lesbian Epiphanies: Women Coming Out in Later Life. Binghamton, NY. Harringt
on Park Press.
2) Marcus, E. (2000). Coming Out: 300 Q&A about Gay and Lesbian People. Park Young-Yul. 
3) 국가인권위원회 (2015).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조사. 
4) Hetherington, L. & Lavner, J. (2008). Coming to terms with coming out: Review and recommenda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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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진이 (2016). 가족의 태도가 성소수자의 커밍아웃 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질적연구. 가톨릭대학
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6) 김성연 (2013). 대인관계 심리학적 모형으로 본 동성애자의 자살,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7)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08). Answers to Your Question: For a better understadning of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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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수진 (1996). 드러내기를 중심으로 본 동성애자의 정신건강특성.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9) Mallon, G. P. Practice with famlies where gender and sexual orientation is an issue: LGBT individuals
and their families. In Congress, E., & Gonzales, M. J. (2013). Multicultural Perspectives in Social Work Pr
actice with Families. Springer Publishing Company, New York.
10) Elizur, Y. (2001). Famiy support and acceptance, Gay male identity formation, and psychological adj
ustment, Family Process, 40 (2), 125-144. 
11) Johnston, L. B. & Jenkins, D. (2004). Coming out in mid-adulthood: Building a new identity. Journal
of Gay and Lesbian Social Services, 16(2), 19-42.
12) 김유니 (2006). 청소년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와 동성애적 성향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 우울
과 자살생각을 중심으로, 숭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김혜민 (2005). 청소년의 성적지향에 따른 자아존중
감, 스트레스, 심리적 안녕감의 차이, 명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3) Ryan, C., Huebner, D., Diaz, R. M., & Sanchez, J. (2009). Family rejection as a predictor os negative
health outcomes in white and Latino lesbian, gay and bisexual young adults. Pediatrics, 123, 346-352.:
허정은 0 (2004). 동성애자의 동성애 관련 스트레스 및 우울과 자살사고간의 관계,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14)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14). story by
한국style
LGBTI- in solitude
커뮤니티 life 욕구조사 최종보고서.
사회적
15) Oetjen, H. & Rothblum, E. (2000). When lesbian aren't gay: Factors affecting depression among les
bians. Journal of Homosexuality. 39 (1), 49-72. 
16) 김진이, 앞의 글
17) Ryan, C. Stephen, R. & David, H. (2010). Family acceptance in adolescence and the health of LGBT
young adults. Journal of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c Nursing, 23, 205-212. 
18) Marcus, E. (2000). Coming out, Coming home: Helping Families Adjust to a Lesbian and Gay Child.
Columbia University Press. 
19) Sauerman, T. (1995). Read this before you coming out to your parents. PFLAG. Philadelphia. 
20) 김준자 (2010). 커밍아웃 프롬더 클로젯- 가족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 화남.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4. 동성애는 정말 질병인가요? | 전환 치료의 허구성

'동성애는 죄악입니다. 만약 그들이 변하길 원한다면 사악한 삶으로부터 치


료될 수 있
습니다.'이런 말들은 제 아들 바비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바비에
게 해 준 
말이었습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고 말했을 때 제 세계는 무너졌습니다. 저
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했습니다. 8개월 전, 제 아들은 다리에서 뛰어내
려 자살했
습니다. 저는 게이와 레즈비언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는 걸 깊이 후회합니다.
제가 듣고 
배웠던 모든 것들이 편협한 생각과 비인간적인 모함이었습니다. 바비의 죽음
은그부
모가 가지고 있던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中
동성애가 정신질환 목록에서 제외된 지 40년이 지났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73년, < 미국정신의학
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가 전 세계적으로 정신과 진단의 표준
을 제시하는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DSM-III, Diagnostic and Statist
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III)1)에서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
제하기로 결정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2)
"동성애가 그 자체로 판단력, 안정성, 신뢰성, 또는 직업 능력에 결함이 있음
을 의미하
지 않으므로, <미국정신의학회>는 고용, 주택, 공공장소, 자격증 등에서 동성
애자에 대
해 행해지는 모든 공적 및 사적 차별에 개탄하며, 그러한 판단력, 능력, 신뢰
성을 입증
해야 하는 부담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동성애자에게 더 많이 지워서는 안 된
다고 선언
0
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나아가 <미국정신의학회>는 지방, 주, 연방 수준에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서 동성애
자인 시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장되는 수준으로 동일한 보호를 받도록 보
장하는 민
권 법이 제정되는 것을 지지하고 촉구한다. 또한 <미국정신의학회>는 서로
합의한 성
인들 사이에 사적으로 행해지는 성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모든 법률을 철폐할
것을 지지
하고 촉구한다."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가 지난 40년 동안 의학, 심리학,
사회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제의 연구 결과로 지속적으로 축적되면서,3) 오늘
날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주장은 상식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어떤 권
위 있는 정신과 학회도, 어떤 정신과 교과서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거
나 '동성애가 질병인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학적 결정에도 불구하고 몇몇 반(反)동성애 운동 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는 질병이다' 혹은 '동성애가 질병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
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자, 이와 같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2016년 3월
< 세계정신의학회(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는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
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성명서를 발표했다.4)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영속시킨 불행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대 의학이 동
성을 대상
으로 한 성적 지향과 행동을 병리화하는 것을 그만둔 지는 이미 수십 년이 지
났다(APA 
1980). <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는 동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지
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인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WHO 1992). <유엔
인권이사
회>는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의 인권을 존중한다(2012). 두
주요 진
단 및 분류 체계(국제 질병 사인 분류 ICD-10와 DSM-5)에서는 동성에 대한
성적 지향, 
끌림, 행동, 그리고 성별 정체성이 병리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처럼 학회, 학술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라는 점에는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반(反)동성애 운동 진영의 전문가들은
'동성애가 질병이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여러 근거를 왜곡해서 사용하고 있
다. 그중 하나는 <세계보건기구>가 국제 질병 분류 10판(ICD-10)에서 '자아
이질적 성적 지향(F66.1 Egodystonic sexual orientation)'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오역이다. 이 진단명은 스스로는 자
신의 성적 지향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것을 긍정할 수 없어서 심리적, 사
회적으로
0
고통 받는 경우를 뜻한다.5) 예를 들어 스스로는 동성애자라고 확
신하지만, 자신이 속한 보수적인 기독교 커뮤니티가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아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정체성과 소속감 사이에서 고통 받는 경우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이
다. <세계보건기구>는 혹시라도 이러한 진단명이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주장
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자아 이질적 성적 지향'의 상위
항목인 '성적 발달 및 지향과 관련된 심리, 행동적 질환(F66. Psychological a
nd behavioural disorders associated with sexual development and orientati
on)'에서 '성적 지향 자체는 질병이 아님(Sexual Orientation by itself is not t
o be regarded as a disorder)'을 명시하고 있다.6)
반(反)동성애 운동 진영의 또 다른 주장은 1973년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한 지 4년이 지난 1977년,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를 근거로 든다.7) 당시 조사에 참가한 정신과 의사 중 69퍼센트가 '동성
애가 정상적이라는 데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나머지 31퍼센트만이 동성애
가 질병이 아니거나 질병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답했다는 주장이다. 그러
나 이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여 주는 일화일 뿐, 2016년 현재 전문가들
이 동성애를 질병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없다. 1977년 조사
에 참가한 미국 정신과 전문의들의 경우, 의과 대학과 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서 동성애가 여전히 질병 목록에 포함된 편람(DSM-II이나 DSM-I)으로 배우
고 훈련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설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의과 대학
시절 수업과 정신과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 동성애를 질병이라고 배웠던 이들
가운데도 31퍼센트는 동성애가 질병이 아니거나 질병인지 여부가 불확실하
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로 <미국정신의학회>가 정신과 전문
의들을 대상으로 동성애가 질환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는 소식은
들은 바 없다. 이미 수십 년 전 논쟁을 끝내고 모든 의학 교과서와 정신의학
회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현한 내용에 대해 더 이상의 설문은 필요치 않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성적 지향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
인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어 왔다. 동성애와 관련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었고,8) 어린 시절의 특정한 경험이 동성애자
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지만,9)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이와 관
련해 학계에서 합의된 내용은 없다. 그러나 동성애가 선척적인 것인지, 후천
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쟁과는 별도로, 성적 지향이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인가와 관련해 <미국소아과학회>는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리하고 있다.
"최신 문헌과 이 분야와 관련한 대다수 학자들은 성적 지향이 스스로의 선택
에 의한 것
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즉, 개인은 선택에 의해 동성애자 또는 이성애자가 되
지 않는다
는 뜻이다. ......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성적 지향은 대개 아동기 초기
에 형성된
다."10)
0
즉, 성적 지향은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인 요소가 함께 작용하여 아동기 초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기에 형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성적 지향이 유전이나 환경
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성적 지향을 인지하게 되는 십 대에는 이미
개인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심리학회> 역시 지난 2011년, 그간의 과학적 연구 성과
를 바탕으로 성적 지향과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문서
를 발간했다.11) <미국심리학회>는 이 문서에서 "개인의 성적 지향이 이성
애, 양성애, 동성애로 발달되는 정확한 이유에 관해 과학자들 간에 일치된 의
견은 없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나아가 "성적 지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
전적 요인, 호르몬상의 요인, 그리고 발달 및 사회문화적 요인에 관한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지만, 성적 지향이 특정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지
을 수 있는 연구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국심리학회>는 결론
에서 "많은 이들이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 모두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한다는 감
각을 느끼지 않거나, 아주 약하게 경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12)
동성애 전환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바꿀 수 없는 성적 지향을 외부적인 힘을 빌려 강제로 바꾸려는
시도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동성애 전환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
다.
다양한 형태의 '동성애 전환 치료'가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 집단을 중심으로
계속 시행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
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근본주의적 보수 기독
교 집단에서조차 동성애 전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극단적인 주장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 주는 사례는 < 엑소더스 인터내셔
널(Exodus International) >에 내려진 폐쇄 조치이다. <엑소더스 인터내셔널
>은 1976년 설립된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 250개 지부를 두고 그 밖의 17개
국에 150여개 지부를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탈동성애 운동(Ex-gay movemen
t) 단체로, 동성애 전환 치료를 주도해 왔다. 그런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이
지난 2013년 6월, 그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13) 그 사과문에서 <엑소더
스 인터내셔널>의 회장인 알란 챔버스는 자신들이 무지로 인해 동성애를 치
료의 대상으로 여겨왔고, 그 결과 성소수자들에게 도움보다는 상처를 주었다
고 고백했다.
<미국심리학회>는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의료진과 동성
애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2008년 「성적 지향에 대한 올바른
치료적 대응(Appropriate Therapeutic Responses to Sexual Orientation)」이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출간했다.14) 이 보고서는 그동안 학술지에 영어로 게
재된 동성애 전환 치료 관련 논문 83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정리하여, 학
회 0차원에서 동성애 전환 치료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학회가 내린 결론
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 즉 현재까지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 치료는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치료는 치료 대상자의 우울,
불안, 자살 시도 등을 증가시켜 오히려 동성애자의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15)
<미국심리학회>뿐 아니라 다양한 보건, 의료, 심리, 상담 관련 전문가 단체들
역시 위와 같은 입장을 반복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미국의사협회>는 "의료
인들이 성적 지향과 행동에 대해 편협하지 않은 인식을 가질 때, 건강한 사람
에게도 아픈 사람에게도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동성애를
그 자체로 정신 장애(mental disorder)로 가정하거나 환자가 자신의 동성애
적 성적 지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선험적 가정에 근거한 소위 '교정 치료(repa
rative therapy)' 또는 '전환 치료(conversion therapy)' 사용에 반대한다"는 내
용의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16)
1)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1980).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3rd e
dition.
2)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05). Homosexuality and civil rights: Position statement. Retrieve
d November, 1973. 17: p. 71-80.
3) Gonsiorek, J. C. & Weinrich, J. D. (1991). Chapter 8. The empirical basis for the demise of the illness
model of homosexuality in Homosexuality: Research Implications for Public Policy. Sage Publications; R
isman, B., & Schwartz, P. (1988). Sociological research on male and female homosexuality. Annual Revie
w of Sociology, 125-147.; Tikkinen, K. A., Leinonen, J. S., Guyatt, G. H., Ebrahim, S., & Järvinen, T. L. (201
2). What is a disease? Perspectives of the public, health professionals and legislators. BMJ open, 2(6), e
001632.
4) World Psychiatric Association (2016.3). WPA Psition Statement on Gender Identity and Same-Sex Ori
entation, Attraction, and Behaviours. http://www.wpanet.org/detail.php?section_id=7&content_id=1807
5) "The gender identity or sexual preference (heterosexual, homosexual, bisexual, or prepubertal) is not
in doubt, but the individual wishes it were different because of associated psychological and behaviou
ral disorders, and may seek treatment in order to change it."
6) http://apps.who.int/classifications/icd10/browse/2016/en#F66.1
7) Time (1978.2.20.). "Sick Again? Psychiatrists vote on gays"; 민성길 (2015). 동성애, 과연 선천적인가?.
<동성애⦁동성혼 문제, 어떻게 봐야하나> 토론회 발제문.
8) Kallmann, F. J. (1952). Comparative twin study on the genetic aspects of male homosexuality. The Jo
urnal of Nervous and Mental Disease, 115(4), 283-298.; Hamer, D. H., Hu, S., Magnuson, V. L., Hu, N., &
Pattatucci, A. M. (1993). A linkage between DNA markers on the X chromosome and male sexual or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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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lity: Absence of linkage to microsatellite markers at Xq28. Science, 284(5414), 665-667.
9) Saewyc, E. M., Skay, C. L., Pettingell, S. L., & Reis, E. A. (2006). Hazards of stigma: The sexual and phy
sical abuse of gay, lesbian, and bisexual adolescent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Child Welfare, 8
5(2), 195.; Socarides, C. W. (1970). Homosexuality and medicine. JAMA, 212(7), 1199-1202.
10) Frankowski, B.L. (2004). Committee on Adolescence. Sexual orientation and adolescents. Pediatrics.
113, 1827-1832.
11)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1). Sexual orientation and homosexuality: Answers to your
questions for a better understanding. 
12) 위의 글.
13) 황재하 (2013. 6. 21.). 美 기독교 단체 '동성애 치료, 무지의 소산" 사과 - 설립 37년째 '엑소더스 인터
네셔널' 해산 발표, 머니투데이, http://news.mt.co.kr/mtview.php?no=2013062115134098211&type=1&V
ML
Melissa
0 Steffan (2013. 6. 21.) "Alan Chambers Apologizes to Gay Community, Exodus International to S
hut Down". Christianity Today, http://www.christianitytoday.com/gleanings/2013/june/alan-chambers-ap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ologizes-to-gay-community-exodus.html?paging=off
14)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1998). Appropriate therapeutic responses to sexual orientation
in the proceedings of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Incorporated, for the legislative year 19
97. American Psychologist. 53(8), 882-939.
15) 위의 글.
16)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2010). Health Care Needs of Homosexual Population. AMA policy r
egarding sexual orientation.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5. 동성애는 HIV/AIDS의 원인인가요? | 조작된 낙인과 공포


UN 산하 에이즈 전담 기구인 UNAIDS는 HIV/AIDS의 낙인으로 인한 차별, 또
는 성별이나 성적 지향 등 섹슈얼리티로 인한 차별이 HIV/AIDS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에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보여 주며,
그 근거에 기반해 HIV/AIDS 감염인과 취약 계층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을
HIV/AIDS 대응의 주된 비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HIV/AI
DS에 대한 낙인과 공포를 이용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이들의 활동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낙인과 공포, 차별을 없애기 위
한 첫 걸음은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HI
V/AIDS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HIV/AIDS 예방과 치료, 성소수자와
HIV/AIDS 감염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
1981년 첫 AIDS 환자 보고, 그 원인은 동성애가 아닌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
스(HIV)였다
AIDS 환자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1년 6월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
치한 몇몇 병원에 동성애자 남성 다섯 명이 각각 내원했고, 그들이 일반인들
은 쉽게 걸리지 않는 폐포자충폐렴(Pneumocystis carinii pneumonia)을 비롯
한 여러 기회 감염에 걸렸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부터다. 그 다섯 명은 공통
적으로 T-림프구 숫자가 현저히 떨어져 있어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였다. 당
시에는 원인인 바이러스의 존재를 몰랐기에, 동성애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
는 감염병이라는 뜻으로 동성애 질환(Gay-Related Immune Deficiency; GRI
D)으로 불리기도 했다.1)
그로부터 2년 뒤 1983년, 원인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
rus,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가 발견된다.2) 그리고 HIV 감염 이후에 질병이
진행되면 면역 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가 파괴되어 환자의 면역력이 약화
되어 여러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 규명되면서, HIV 감염 이후 질병의
진행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AIDS (Acquired Immune Deficien
cy Syndrom, 후천성면역핍증)로 부르게 된다.3) 일반적으로 항바이러스제 치
료를 받지 않은 성인의 경우, HIV에 감염되고 AIDS로 진행되기까지 평균 10
년이 걸린다.
의학적으로 발견된 첫 AIDS 환자는 1981년 미국의 동성애자였지만, 1970년
대 후반에 이미 케냐를 비롯한 중앙아프리카 국가에서 성매매 여성을 중심으
로 0HIV 감염이 널리 퍼져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원인 바이러스 규명과
더불어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며 HIV 감염을 동성애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은 의학적 근거를 잃는다.
<한국질병관리본부>의 HIV/AIDS 관리 지침4)에 따르면, 현재까지 HIV가 사
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경로는 3가지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첫째는 질 성
교 및 구강, 항문 성교 등을 포함한 성 접촉이다. 단 가벼운 키스나 포옹으로
는 전파되지 않으며, 콘돔 등을 사용하지 않고 HIV 환자와 성관계를 했을 경
우에도 HIV에 감염될 확률은 0.01퍼센트 이하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HIV
감염인의 피를 수혈 받거나 감염인의 피가 남아 있는 주사기를 사용했을 때
와 같은 혈액을 통한 전파이다. 마지막으로 HIV에 감염된 여성이 출산했을
때 아기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전파 경로, 즉 성
생활, 혈액이 노출되는 경우, 임신 등에 있어서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하면 H
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
동성애는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다
동성애는 HIV 감염의 원인이 아니다. 동성끼리 성관계를 갖는다고 HIV가 생
겨나지 않는다.5) 동성애 집단에서 HIV 감염 유병률이 비동성애자들에 비해
높은 것은 동성 커플이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Unprotected sex)를 갖는 경우
에 HIV 감염인인 파트너로부터 전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감염인인 파트너와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갖는 경우 똑같이
HIV에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바꿔야 하는 것은 동성애 자체가 아니라 안전
하지 않은(unprotected) 성관계이다. <질병관리본부> 보고에 따르면, 한국 H
IV/AIDS 감염인들 중 95퍼센트 이상은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었기 때문에, 콘
돔 사용 등의 예방법을 활용한다면 HIV는 효과적으로 예방 가능하다.6) 따라
서 의학계가 권장하는 안전한 성관계를 갖는 한, 동성 커플에서 HIV는 전파
되지 않는다.7)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한
성관계를 맺을 때라야 HIV 감염의 전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각종 의학
연구 결과들이 말해 주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낙인이 HIV 감염 위험을 높인다
동성애에 대한 낙인과 혐오에 기반하여 동성애를 HIV 감염과 연관 짓는 것은
HIV/AIDS의 예방과 치료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오히려 그 유병률을 높이
는 결과를 낳는다.8)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만연한 사회에서 동성애
자를 비롯해 HIV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집단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적극적으
로 드러내고 필요한 예방 수단에 접근하거나,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아
니라, 오히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고 음지에서 행동하게 된다.
전 세계 115개국에 거주하는 3,340명의 남성 동성애자를 조사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성애를 처벌하는 나라에 거주하거나 높은 수준의 성적 낙
인(Sexual stigma)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HIV/AIDS를 예방하는 주요한 방법인
콘돔과 윤활젤을 사용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낮으며 HIV 검사에 대한 접근
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9) 또한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사회문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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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가진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 중에서도 동성애
를 처벌하는 국가의 HIV/AIDS 유병률이 처벌하지 않은 국가의 유병률보다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10) 즉, 현실에서 HIV/AIDS 유병률을 증가시키는 원인
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와 동성애자에 대한 낙인 및 제도적 차별이
다. 2015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한 「2015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
념 및 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도에 일반인들이 AIDS 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가하는 수준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진행된 4년의 조
사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1) 한국에서 HIV/AIDS 유병률을 낮추
기 위해 필요한 일은 질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낙인
찍기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HIV 감염을 동성애자 집단의 문제로만 국한해 생각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연
구들이 HIV 감염을 사회적으로 배제된 특정 집단의 질병으로만 생각할 경우
그 취약 집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H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
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켜 그들을 오히려 위험에 노출시킨다고 말하고 있다.1
2) 즉, 이성애자 간의 성관계에서도 HIV가 전염될 수 있음에도 자신은 이성애
자이니 '동성애자들의 질병'인 HIV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착각하며, 안전
하지 않은 성관계를 지속하고 HIV 검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13)
HIV 감염은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
HIV 감염은 의학적으로 더 이상 치명적인 죽음의 질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다.14) 1981년에 첫 AIDS 환자가 보고된 이래 지난 30년간 HIV/A
IDS에 대한 연구와 치료법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1995년 다양한
약제를 병용하여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내성을 방지하는 칵테일
요법이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15) 칵테일 요법 덕분에 HIV
감염인의 질병 진행 속도를 매우 늦출 수 있게 되었고, 이미 AIDS 관련 질환
이 발병한 경우에도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개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치료들이 HIV에 감염된 이들의 평균 수명에 미친 영
향을 검증하고 있다. 2008년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진행된 국제 협력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 20살에 HIV에 감염이 확인
된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평균적으로 감염 이후 32-50년을 더 살아
간다고 발표했다.16) 보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는 스무 살의 HIV 감염인이 적
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70대 초반까지, 즉 감염되고도 평균적으로 5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17) 비록 완치는 힘들다 할지라도 치료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HIV/AIDS라는
질병의 성격이 변화한 것이다.
1) 조병희 (2008). 섹슈얼리티와 위험 연구. 서울: 나남.
2) Barre-Sinoussi, F., et al. (1983). Isolation of a T-lymphotropic retrovirus from a patient at risk for acq
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Science, 220(4599), 868-871.
3) 위의 글. 
4) 질병관리본부 (2013). HIV/AIDS 관리지침. 
5) Simon, V., Ho, D.D. & Karim, Q. A. (2006). HIV/AIDS epidemiology, pathogenesis, prevention, and tre
atment.
0 Lancet, 368(9534), 489-504.
6) 질병관리본부, 앞의 글. 
7) Silverman, B.G. & Gross, T.P. (1997).story by style
Use and - in solitude
effectiveness life during anal intercourse: a revi
of condoms
ew.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 24(1): p. 11-17.
8) Mahajan, A.P., et al., Stigma in the HIV/AIDS epidemic: a review of the literature and recommendatio
ns for the way forward. AIDS, 2008. 22 Suppl 2: p. S67-79.
9) Arreola, S., et al. (2014). Sexual Stigma, Criminalization, Investment, and Access to HIV Services Amo
ng Men Who Have Sex with Men Worldwide. AIDS and Behavior, 19(2), 227-234.
10) UNDP, H. & Group, A. (2012). Global commission on HIV and the law: risk, rights and health. New
York: UNDP.
11) 이병관·오현정 (2015). 에이즈에 대한 지식·태도·신념 및 행태 조사. 질병관리본부대한에이즈 예방협회.
12) Weinstein, N.D. (1989) Optimistic biases about personal risks. Science, 246(4935), 1232-1233.
13) Riley, G.A. & Baah-Odoom, D. (2010). Do stigma, blame and stereotyping contribute to unsafe sexu
al behaviour? A test of claims about the spread of HIV/AIDS arising from social representation theory
and the AIDS risk reduction model. Soc Sci Med, 71(3), 600-607.
14) Deeks, S.G., Lewin, S.R. & Havlir, D.V. (2013). The end of AIDS: HIV infection as a chronic disease. La
ncet, 382(9903), 1525-1533; Rosenbrock, R., et al. (2000). The normalization of AIDS in Western Europe
an countries. Soc Sci Med, 50(11), 1607-1629.
15) Rosenbrock, 앞의 글. 
16) Antiretroviral Therapy Cohort, C. (2008). Life expectancy of individuals on combination antiretrovira
l therapy in high-income countries: a collaborative analysis of 14 cohort studies. Lancet, 372(9635), 29
3-299.
17) Samji, H., et al. (2013). Closing the Gap: Increases in Life Expectancy among Treated HIV-Positive In
dividua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Plos One, 8(12).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6. 동성애 혐오도 권리인가요? | 편견과 인간의 존엄성


동성애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퍼뜨려 편견을 조장하고 적개심을 부추기는
말들이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태도는 분명
전 세계적 흐름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많은 나라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역사
적인 낙인과 차별을 철폐하고 있는 동안, 한국에서는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
한 낙인과 차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며, 동성애 포용도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것도 사실
이다. 혐오 발언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는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 혐오이다

동성애 혐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다. 모든 시대, 모든 종교, 모든


문화에서 동성애에 혐오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
다. 동성애 혐오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불교 문화권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드러나지 않는다.1) 한국의 경우에도 동성애 혐오가 언제나 있었던 것이 아
니다. 오히려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과거에 왕이나 귀족을 중심으
로 동성 간의 성적 관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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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를 포용하지 못하고 불쾌하게 여기며 적대시하는 태도를 흔히 '호모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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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homophobia)', 다른 말로 '동성애 혐오' 또는 '동성애 공포'라고 한다. 호
모포비아는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 와인버그가 1969년 처음 소개하였고, 197
2년 자신의 저서 『사회와 건강한 동성애자』에서 자세히 논의하면서 널리 사
용되기 시작했다.3)

이 말의 등장은 연구자들의 초점이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더 이상 동성애를 문제 삼지 않고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회적 태도에 주목하
기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연구를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 반응들이 사
실은 편견에서 비롯된 막연한 공포에서 나온다는 점을 지적하게 되었다.4)
이러한 공포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자.

동성애 혐오의 역사적 기원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태도의 기원은 우선, 성에 대해 엄격했던 종교적 윤리


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 이전의 기독교는 임신과 출산 목적 이외의 모든 성
행위를 죄악시하는 엄격한 성윤리를 적용했다. 이런 교리에 따라 중세 유럽
에서는 임신 및 출산과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성적 행위를 '소도미(sodom
y)'라 하여, 동성 간, 이성 간을 막론하고 엄벌로 다스렸다.5) 13세기에는 유럽
전역에서 임신과 출산 목적 이외의 성행위가 사형이 가능한 범죄로 취급되었
다고 한다.6)

영국에서는 1533년에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도입하였고 1967년이


되어서야 이를 폐기했다. 반면 프랑스와 같이 일찌감치 종교와 정치를 분리
한 국가에서는 이런 종류의 법이 빠르게 철폐될 수 있었다. 프랑스는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1791년에 소도미법을 철폐하였다.7) 미국 연방대법원은 한
참 뒤 2003년 동성애 처벌법을 폐기하였는데, 이때 '다수가 국가의 권한을 이
용하여 종교적 신념을 사회 전체에 강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8)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던 과거의 정신의학적 관점도 동성애 혐오에 영향을 주


었다. 19세기 말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정신의학계가 동성애를 정신질환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동성애가 '비정상'이라는 관념이 널리 퍼졌다. 병리적 관
점에서 볼 때 동성애는 치료 대상이었고, 정신분석, 호르몬 요법, 거세와 음핵
제거, 전두엽 절제술 등이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시도되었다.9) 그러
다가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내용의 성
명서를 발표하고 이어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의 진단명에서 동
성애를 삭제하였고, < 세계보건기구(WHO) > 역시 1990년 국제 질병 분류
체계(ICD)에서 동성애를 삭제하면서 의학계가 동성애를 병리적 관점에서 바
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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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이 철폐되었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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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던 역사도 있다. 1930~4
0년대 독일 나치 치하에서는 동성애자가 '상습적 비행자'로 취급돼 강제수용
소로 보내지고 학살당했다.11) 한편, 1950년대 냉전 시대에 미국에서 공산주
의에 대한 공포가 극도로 커졌을 때에는 동성애자가 공산주의자와 내통하는
국가 안보상 위험인물로 여겨져 연방 공무원직에서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1
2) 또 1949년 중국에서는 동성애를 '부르주아 타락의 신호'로 보고 정반대의
이유로 동성애자들을 억압했다.13) 결국 동성애자들이 배척의 대상이 된 것
은 동성애라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으로 위험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다르
다'는 이유에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를 부도덕한 것, 비정상인 것, 사회적으로 위험한 것이라고 보는 관점


들은 이와 같이 종교적, 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는 이러한 편견과 낙인을 벗어나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수호하
는 쪽으로 발달해 왔고 그렇게 진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전 세계 70여
개 국가들에서 동성애는 처벌의 대상인 게 사실이다. 이들 중 상당히 많은 나
라들은 식민지 시대에 영국에서 이식된 동성애 처벌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14) 이제는 유럽의 모든 국가가 동성애를 더 이상 처벌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군형법에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남아 있다. 소위


'계간'죄라고 불리던 이 조항은 1962년 군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오래된 조항
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8년 미군정 시대에 제정된 군정 법률인 "국방
경비법"(1928년 미국 전시 군법을 번역하여 도입된 것)에서 기원한다.15) 이
조항이 현재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로 남아 "항문 성교나 그 밖의 추행(醜
行, '추한 행위'라는 뜻)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취급하여 형벌로 다스리던 구시대적 태도가 우리 법 제
도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동성애 혐오는 편견에 기초한 차별과 폭력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 혐오는 흔히 동성애를 성 중독, 소아 성범죄,


공산주의, 또는 소위 '종북'과 연관지어 부르는 형태로 표출된다. 동성애라는
개념이 '더러운', '항문', '수간' 등의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사람들이 이처럼 동성애자를 혐오스럽게 묘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런 말
은 왜 문제가 될까? 무엇보다 이런 종류의 단어를 동성애와 엮어서 표현할
때 발생하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성소수자와 교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을 통해 알
수 없는 공포감을 품기 쉽다.16) 흔히 그렇듯이, 말이 사람에 대한 편견을 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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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편견이 형성되면 사람들은 그 편견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착각해 특정
집단에 불이익을 주고 그 집단을 불평등하게 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게다가 사람을 '병균, 오물, 동물'처럼 취급하다 보면, 사람이 사
람에게 할 수 없는 매우 잔인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인류에 대한
대량 학살이 이런 비인간화의 과정을 통해 일어났다는 점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독일 나치는 유대인을 혐오스러운 곤충, 병균, 암세포, 오염과 타락의
존재로 묘사했고,17) 르완다에서는 소수민족을 '바퀴벌레'라며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선동했다. 학살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집단적 적개심을 부추기는 말을 혐오 발언(hate speech)


이라고 한다. 혐오 발언은 말이란 것이 어떻게 사람을 해치는 잔인하고 위험
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
유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심지어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난다. 2011
년 우간다에서는 동성애자 인권 활동가 데이비드 카토가 살해되었다. 한 신
문사가 동성애자로 지목된 100명의 사진을 신문에 싣고 '동성애자들이 학교
에서 아이들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공포를 조성하는 기사를 실은 지 얼마 지
나지 않아 발생한 일이었다.18) 이처럼 혐오 발언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단순
히 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차별과 잔혹한 폭력을
부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19)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과 적개심이 실제로 행동으로 옮겨져 구체적인 범죄


로 나타날 때, 이를 혐오 범죄 또는 증오 범죄(hate crime)라고 한다. 최근에
여러 대학에서 성소수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훼손되었던 사건이 대표적인
혐오성 재물 손괴 범죄이다. 퀴어문화축제나 공청회 등 성소수자 관련 모임
이나 행사장을 물리적으로 막고, 소음으로 방해하고, 심지어 인분을 뿌리기
도 하는 등의 혐오 범죄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혐오성 폭력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가 청소년이다. 학교 폭력의 형태로 나타나는 동성
애 혐오성 괴롭힘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교육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20)

그렇다면 동성애자를 혐오할 권리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헌법과


국제 인권법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
을 분명하게 채택하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며
동성애자들을 사회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로 묘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부정이며 심각한 차별이자 폭력이다. 결국 '동성애자
를 혐오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인간을 차별하고 폭력을 행사할 권리'를 주
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존엄성, 평등, 민주주의, 평화 등 이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 원칙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다. 인간을 혐오할 권리가 존재하
지 않듯, 바로 그 이유로 동성애자를 혐오할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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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벗고 사람을 만나기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2013년 한국에서 '그


렇다'고 응답한 사람은 39퍼센트였다.21) 2007년에 같은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18퍼센트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황이 두 배 가까이 나아졌다
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39퍼센트라는 포용 수준은 OECD 국가는 물론이고
전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도 여전히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22)
스페인은 88퍼센트, 독일은 87퍼센트, 캐나다는 80퍼센트가 동성애를 받아들
여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일본도 한국보다 높은 54퍼센트가 포용적 태도를
보였다. 2013년에 조사한 39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동성애 포용도가 낮은 나
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러시아, 터키, 우간다 등이었다.

동성애자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에 의하면,


동성애자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 도움이 된다.23) 성소수자의 삶과 경
험을 듣고 인간적으로 교류하면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과 경
험을 얻게 될 것이다.24) 또 남성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성차별주의나 특정
인종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주의와 같이, 이성애가 동성애보다 우
월하다고 생각하는 '이성애주의'가 내 안에 있는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도 있
다.

요컨대 동성애자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허위 사실과 편견 대신 정확한


지식을 알고, 동성애자를 인간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하고, 모든 인간이 똑같
이 소중하다는 평등 의식을 가질 때,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감을 덜어 내고 포
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존중과 포용은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장애
인, 이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요청되는,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이다.

1) Laurent, E. (2005). Sexuality and Human Rights: An Asian Perspective. Journal of Sexuality, 48(3-4), 1
63-225. 
2) Laurent, 위의 글 참조. 
3) Herek, G. M. (2000). The Psychology of Sexual Prejudice.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9(1), 19-22. 
4) George M. Herek (2004). Beyond "Homophobia": Thinking About Sexual Prejudice and Stigma in the
Twenty-First Century. Sexuality Research & Social Policy, 1(2): 6-24. ; Joseph H. Neisen (1990). Heterose
xism:. Journal of Gay & Lesbian Psychotherapy, 1(3), 21-35. 
5)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ICJ) (2009),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and Internationa
l Human Rights Law. Geneva: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Eskridge Jr., W. N. (1999), Hardwick a
nd Historiography, University of Illinois Law Review, 1999(2), 631-701; Fyfe, B. (1983). "Homophobia" or
Homosexual Bias Reconsidered. Archives of Sexual Behavior, 12(6), 546-554 참조.
6) ICJ, 위의 글, 7 참조. 
7) ICJ, 위의 글, 15 참조. 
8) Lawrence v. Texas, 539 US 558 (2003)(6대3 위헌). 
9) 0
Clarke, V., Ellis, S. J., Peel, E. & Riggs, D. W. (2010). Lesbian, Gay, Bisexual, Trans and Queer Psycholog
y: An Introduc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참조.
10) 동성애에 대해 질병의 관점을 폐기한 story것에 by대한style - in solitude
자세한 내용은 이life 책의 4장 참조. 
11) 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 (ICJ) (2009), Sexual Orientation, Gender Identity and Internation
al Human Rights Law , 10 참조. 
12) ICJ, 14 참조. 
13) Laurent, 위의 글, 179쪽 참조. 
14) Asal, V., Sommer, U. & Harwood, P. G. (2013) Original Sin: A Cross National Study of the Legality of
Homosexual Act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46(3), 320-351 참조. 
15) 윤상민, 군형법상 성범죄 규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원광법학, 28(4), 185-208; 국방경비법(군정법률
제0호, 1948. 7. 5 제정, 1948. 8. 4. 시행); 군형법(법률 제1003호, 1962. 1. 20. 제정, 1962. 1. 20. 시행) 등
참조. 
16) Fyfe, 앞의 글; 마사 C. 너스바움 (2016). 혐오에서 인류애로: 성적지향과 헌법. 서울: 뿌리와이파리 (원
서출판 2010); 한봉석 (2015). 서울시민 인권헌장 사태를 통해 본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성소수자 문제.
역사문제연구, 33, 511-539 참조. 
17) 마사 C. 너스바움 (2016). 혐오에서 인류애로: 성적지향과 헌법. 서울: 뿌리와이파리 (원서출판 2010). 
18) Gettleman, J. (2011. 1. 27.). Ugandan Who Spoke Up for Gays Is Beaten to Death, New York Times,
http://www.nytimes.com/2011/01/28/world/africa/28uganda.html?_r=0 (2016. 5. 16. 방문). 
19) 홍성수 (2015). 혐오표현의 규제: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규제대안의 모색. 법과 사회, 50,
287-336; 김지혜 (2015). 차별선동의 규제: 혐오표현에 관한 국제법적·비교법적 검토를 중심으로. 법조, 64
(9), 36-77 참조. 
20) 유네스코한국위원회(2013).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위한 유네스코 가이드북: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원제: Good Policy and Practice in HIV and Health Education Booklet 8: Education Sector Res
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장서연 외(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
른 차별 실태조사(2014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21) Pew Research Center, 위의 글; 김지윤·봉영식·강충구·이지형 (2015). 한국 유권자와 이슈 III: 성소수자
(LGBT) 인식.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참조. 
22) Pew Research Center (2013). The Global Divide on Homosexuality: Greater Acceptance in More Sec
ular and Affluent Countries, http://www.pewglobal.org/ 
23) Herek, G. M. & Capitanio, J. P. (1996). "Some of My Best Friends": Intergroup Contact, Concealable
Stigma, and Heterosexuals' Attitudes Toward Gay Men and Lesbian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2(4), 412-424; Herek, G. M. & Glunt, E. K. (1993). Interpersonal Contact and Heterosexuals' At
titudes Toward Gay Men: Results from a National Survey. The Journal of Sex Research, 30(3), 239-244
참조. 
24) Herek, G. M. (2007). Confronting Sexual Stigma and Prejudice: Theory and Practice. Journal of Soci
al Issues, 63(4), 905-925 참조. 
25) 서경석·이정림·차주환 (2006). 성역할태도, 종교성향, 권위주의 및 문화적 가치가 대학생의 동성애 혐
오에 미치는 영향.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8(1), 177-199; 서경석·이정림·강재희·차주환 (200
7). 상담자의 동성애 혐오반응에 관한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19(2): 213-237; Aosved,
A. C. & Long, P. J. (2006). Co-occurrence of Rape Myth Acceptance, Sexism, Racism, Homophobia, Agei
sm, Classism, and Religious Intolerance. Sex Roles, 55(7-8), 481-492; Wayne W. Wilkinson (2004). Religi
osity, Authoritarianism, and Homophobia: A Multidimensional Approach. The International Journal for t
he Psychology of Religion, 14(1), 55-67; Herek, G. M. (2004). Beyond "Homophobia": Thinking About S
exual Prejudice and Stigma in the Twenty-First Century. Sexuality Research & Social Policy, 1(2), 6-24; P
arrott, D. J. Adams, H. E. & Zeichner, A. (2002). Homophobia: Personality and Attitudinal Correlates. Per
sonality & Individual Differences, 32, 1269-1278; Fejes, F. & Petrich, K. (1993). Invisibility, Homophobia
and Heterosexism: Lesbians, Gays and the Media. Critical Studies in Mass Communication, 10(4), 395-4
22; Weinberger, L. E. & Millham, J. (1979). Attitudinal Homophobia and Support of Traditional Sex Role
s. Journal
0 of Homosexuality, 4(3), 237-246 참조.
story by style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7. 왜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 in solitude
안 되나요?life
| 차별 금지의 법적 근거
평등과 차별 금지는 사회에서 다양한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의 삶
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국제법과 국내법은 차별 금지의 원칙
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은 보편적
으로 인정되는 차별 금지 사유로, 합당한 이유 없이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discrimination)'이란 같은 조건과 상황임에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말
한다. 반대로 평등의 원칙은 같은 조건과 상황이라면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
다는 것이다.1)물론 다르게 대우한 이유가 합당하다면 차별이 아니다. 예컨
대, A가 B보다 그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더 적합해서 A를 합격시키고 B를
떨어뜨렸다면 A와 B를 다르게 대우했지만 차별은 아니다. 하지만 동일한 능
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특정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 예를 들어 여성, 동성
애자, 트랜스젠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합격을 시켰다면 '불합리한 차
별'이 되는 것이다.
차별은 '소수자(minority)'의 문제이다.2) 동일한 조건과 상황에서 부당한 차
별을 받는 것은 대개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소수자 집단은 사회적, 경제적, 정
치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차별의 대상
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수자 집단은 신체적,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과
구분될 수 있는 집단적 특징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범주로
서 상정된다. 성소수자는 차별에 취약한 대표적인 소수자 집단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되는 이유는?
'모든 시민은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하
는 사회의 대원칙이며, 국제 인권법과 대한민국 헌법에도 가장 중요한 원칙
으로 명시되어 있다. 성소수자도 시민으로서 당연히 이러한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다양한 차별적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게 사실이다. 성소수
자라는 이유로 취업 기회를 제한당하거나,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본인의 정체
성을 드러내 놓고 살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동성애자가 AID
S 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낙인찍히거나, 치료를 강요받거나, 혼인할 자유를 침
해받는 것, 트랜스젠더의 성명/성별 정정이 불허되는 경우가 한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성소수자가 '시민으로서 평등한 지위'를 누
리고 살지 못하는 '차별적' 현실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자, 도덕적, 법적 책무이다.
차별 금지 사유로서의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원칙적으로 모든 차별은 금지된다고 할 수 있지만, 차별 금지를 법으로 시행
할 때는 '차별 금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 개별 국가의 법제를 보면,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종교, 혼인 여부, 출신 국가/민족, 성적 지향, 성별 정
체성, 양심/신념, 가족관계, 전과, 병력, 문화, 언어, 신체 조건, 학력 등이 차별
금지0 사유로 나열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차별 금지 사유들은 보편
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과 국가별/지역별로 특수한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될 수 있는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종, 성별, 장애, 연령, 종
교, 혼인 여부, 출신 국가/민족,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정도가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는 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할 여지가 없이, 말 그대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예컨대 어떤
국가가 그 국가의 고유한 전통이나 현실을 내세워,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
성에 따른 차별 금지의 예외를 주장하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가별, 지역별 상황에 따라서 달
리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차별적 현실에 직면한 소수자 집단의 종류가 구체
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보편적인 차별 금지 사유 외에 출신 지역, 용모, 학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
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 인권 규범이나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를
대표적인 보편적 차별 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좀 더 자세
히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먼저 '성
적 지향(sexual orientation)'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3) 성적 지향은 특정 성
을 '(지)향하여' 매력을 느끼는 것을 뜻하며 이성을 향하여 성적 매력을 느끼
는 성적 지향(이성애), 동성을 향하여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지향(동성애),
남성, 여성에게 모두 성적 매력을 느끼는 성적 지향(양성애)으로 구분된다. 따
라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은 특정 성에 매력을 느낀다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동성애를 범죄화
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입학에서 불
이익을 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 결혼의 경우
에는 혼인에 있어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도 차별 금지 사유로 인정된다. 성별 정체성이
란 자신이 특정 성별에 속해 있다고 느끼거나 인식하는 것을 말하며,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과는 다른 성별에 속한다고 느끼고 인식하는 사람을 우리는
'트랜스젠더(transgender)'라고 부른다. 따라서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
지한다는 것은 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느끼고 인식하든 그 이유로 차별적 대
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대법원이 트랜스젠더의 이름/
성별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대법원 2006.6.22., 200
4스42), 트랜스젠더 역시 한 명의 인간으로 존엄하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
다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대한 국제 규범
반(反)차별 또는 차별 금지(non-discrimination)의 원칙은 국제 규범에 의해
확고하게 인정되고 있다. "유엔헌장(United Nations Charter)"은 1조 2항과 3
항에서 유엔 결성의 목적 중 하나로 '차별 금지'와 '평등'을 명시하고 있고, 19
48년 "세계인권선언" 역시 1조와 2조에서 평등과 차별 금지의 원칙을 천명하
고 있다.4) "세계인권선언"을 구체화한 조약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
한 0국제 규약"(이하 "자유권규약")의 2조 1항과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의 2조 2항에도 평등과 차별 금지의 원칙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이 명시되어 있다.
이 규약의 각 당사국은 자국의 영토 내에 있으며 그 관할권 하에 있는 모든
개인에 대하
여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
적 출신, 재
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이 규약에
서 인정되는 
권리들을 존중하고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 ("자유권규약" 2조 1항)
이 규약의 당사국은 이 규약에서 선언된 권리들이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
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
에 의한 어
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사회권규약" 2
조 2항)
다만 구체적인 차별 금지 사유가 국제 규범에 빠짐없이 제시되어 있다고 보
기는 어렵다. 이는 일종의 '예시적' 규정이며, 국제 규약 제정 이후의 변화된
상황과 인권의 발전 정도에 근거하여 구체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성
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국제 조약에 명문 규정은 없지만, 국제 인권 기구
의 권위 있는 '해석'을 통해 인정되어 온 차별 금지 사유라고 할 수 있다.5) 그
동안 <자유권위원회>6),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7), <아동권리
위원회>8), <고문방지위원회>9), <여성차별철폐위원회>10) 등 국제 인권 기
구들이 차별 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이 포함된다는 것을 공식 문서를 통해 일
관되게 확인한 바 있으며, 한국에 대한 국제 인권 기구의 권고 내용 가운데에
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1
1)
특히 최근에는 유엔 차원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
하는 각종 결의문과 보고서가 연달아 채택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2011년 6월 17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
체성"이라는 결의안이 채택되었고,12) 12월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적 법과 현실 및 개인에 대한 폭력적 행위"라는 보고서가 제
출되었다.13) 또한 2014년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금지에
대한 의지를 밝히는 결의안이 채택되었다.14)
이러한 공식적인 논평, 결의, 보고서 외에도 유엔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에 근거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자유와 평등(Free & Equal)
캠페인"15)을 전개하며 다양한 홍보 자료를 배포하고 활동해왔으며,16) 작년
9월 유엔 총회에서는 <유니세프>, <국제보건기구>, <유엔인권최고대표>, <
국제노동기구> 등 유엔 내 12개 기구가 모여 "성소수자(LGBTI)에 대한 폭력
과 차별을 종식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반
기문 0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취지의 공식 연설을 수차례 행한 바 있다.17)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에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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닙니다. 
폭력과 차별을 끝내기 위한 투쟁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투쟁입니다. 당신
들에 대한

모든 공격은 유엔과 내가 수호하고 지키기로 맹세한 보편적 가치들에 대한


공격입니
다. 오늘, 저는 당신들의 편에 섭니다. 그리고 모든 국가와 사람 들에게 당신
들 편에 함
께 서라고 요청합니다."
이러한 국제 기준에 따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영
국,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도 "차별금지법"에 차별 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을
명시하고 있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대한 국내 규범
우리 헌법과 법률도 국제 규범에 준하는 평등과 차별 금지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
하여 정치적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
법 11조 1항)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


적 신분, 
출신 지역(출생지, 등록 기준지, 성년이 되기 전의 주된 거주지 등을 말한다),
출신 국
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 조건, 기혼·미혼·별거·이혼·사별·재혼·사실혼 등 혼
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또는 가족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前科), 성적(性的) 지향, 학력, 병력(病歷) 등을 이유로 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국가인권위원회법" 2조의 3)
이외에도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제5조),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제6조)은 차별 금지 사유로 '성적 지
향'을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러한 취지를 담아 차별 금지 사
유를 정하는 사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5조)와 "어린이/청소년 인권조례"(제7조)는 성적 지향과 함께 성별 정체성
을 차별 금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한국은 위와 같이 국내법으로 성소수자 차별 금지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으
며,0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각종 국제 결의에서도 성소수자에 대
한 차별 금지에 찬성하는 표를 던졌다. 실제로 2011년 유엔의 "인권, 성적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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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과 성별 정체성" 결의안에도 찬성했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 금
지 사유로 언급한 2009년 "국제 인권 조약에 관한 결의안"과 2010년 "비사법
적, 약식, 자의적 집행에 관한 결의안"에도 찬성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18)
이렇게 국제법과 국내법이 명시적으로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차별 금지의 원칙을 분명히 천명하고 적절히 집
행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2015년 11월 5일에는 < 유엔자
유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가 한국 성소수자의 인권 현실
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권고한 바도 있다.19)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가 종교에 대한 차별인가?
최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종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일례로 어떤 제과점에서 레즈비언 결혼식에 케이
크를 판매하는 것을 거절한 경우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을 들 수 있다. 일
단, "차별금지법"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 아니다. "차별금지
법"은 제과점 주인이 종교적, 양심적으로 레즈비언 결혼식에 대해 어떻게 생
각하는지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종교적·양심적 신념이 외부로 표출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
을 끼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실제로 "차별금지법"은 종교적
신념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 재화·서비스·교통·주거의 공급, 교육 등과
관련하여 특정한 사람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규제하는 법이다. "차별
금지법"은 다양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의 (국가) 공동
체에서 살아갈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상호 존중과 평등 대우의 원칙을 담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르자면 케이크를 만들어 특정 종교의 신자들에게만 개인
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상품을 공
급하거나 채용을 할 때,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만약, 개신
교 신자가 운영하는 제과점은 개신교 신자들에게만 빵을 팔고, 불교 신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불교 신자들만 채용하고, 가톨릭 신자가 설립한 학교는 가
톨릭 신자에게만 입학을 허가하고, 원불교 신자가 운영하는 버스 회사에서는
원불교 신자만 탑승을 허용할 때 세상이 어떻게 될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종
교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것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특정 종교를 차별하는
외부적 행위를 용인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차별 금지 원칙은 모든 시민이 각
자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고 평등하게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공존
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1) 차별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은 데버러 헬먼 (2016). 차별이란 무엇인가: 차별은 언제 나쁘고 언제 그렇지
않은가, 파주: 서해문집;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이준일 (2012). 차별없는 세상과 법, 서울: 홍문사 참조.
2) 소수자에 대한 정의는 박경태 (2008). 소수자와 한국사회, 서울: 후마니타스, 제1장; 안경환 (1995). 법치
주의과 소수자 보호, 법과사회, 12, 6-15 참조. 
3)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간략한 정의는 유엔자유권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http://www.hrc.org/r
esources/sexual-orientation-and-gender-identity-terminology-and-definitions, 2016. 5. 1. 최종방문)
4) 1조
0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
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story 규정된
by style
모든- in권리와
solitude
자유를life향유할 자격이 있다.
5) 이에 대해 자세한 것은 김지혜 (2012).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한 국제인권법 동향과 그 국내적 적
용, 법조, 674, 181-222 참조. 유엔인권최고대표 웹페이지에는 그동안 성소수자에 관한 각종 유엔 문서가
정리되어 있다. http://www.ohchr.org/EN/Issues/Discrimination/Pages/LGBTUNResolutions.aspx, 2016. 5.
1. 최종방문)
6) Tonnen v. Australia, Communication No. 488/1922, U.N. Doc/CCPR/C/50/D/488/1992 (1994); young
v. Australia, Communicaton No. 941/2000, U.N. Doc. CCPR/C/78/D/941/2000 (2003); X v. Colombia, Co
mmunication No. 1361/2005, U.N. Doc. CCPR/C/8/D/1361/2005 (2007).
7) CESCR, General Comment No. 14: The Right to the Highest Attainable Standard of Health (Art. 12 of
the Covenant), U.N. Doc.E/C.12/2000/4 (2000. 8. 11.), para. 18; CESCR, General Comment No. 15: The R
ight to Water (Arts. 11 and 12 of the Covenant), U.N. Doc. E/C.12/2002/11 (2003. 1. 20.), para. 13.; CES
CR, General Comment No. 18: The Right to Work (Art. 6 of the Covenant), U.N. Doc. E/C.12/GC/18 (20
06. 2. 6.) para. 12(b)(i).; CESCR, General Comment No. 19: The Right to Social Security (Art. 9 of the Co
venant), U.N. Doc. E/C.12/GC/19, (2008. 2. 4.), para. 29.; CESCR, General Comment No. 20, supra note 2
4, para. 32.
8) CRC, General Comment No. 4, Adolescent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Context of the Conventio
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 Doc. CRC/GC/2003/4 (2003. 7. 1.), para. 6.
9) Committee Against Torture [CAT], General Comment No. 2, Implementation of Article 2 by States Pa
rties, U.N. Doc. CAT/C/GC/2 (2008. 1. 24.), para. 21.
10) CEDAW, General Recommendation No. 28 on the core obligations of States parties under article 2
of the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U.N. Doc. CEDA
W/C/GC/28 (2010. 12. 16.), para. 18.
11)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권고문(E/C.12/KOR/CO/3,
2009년 12월 17일);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7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EDAW/C/KOR/
CO/7, 2011년 7월 29일); 아동권리위원회, 한국 정부의 제3차, 제4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 권고문(CRC/C/K
OR/CO/3-4, 2011년 10월 6일) 중
12)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 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adopted
17 June 2011) - A/HRC/RES/17/19.
13) HRC, Report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 on Discriminat
ory Laws and Practices and Acts of Violence Against Individuals Based on Their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U.N. Doc. A/HRC/19/41, (2011. 11. 17.)
14) Human Rights Council resolution - Human rights,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adopted
26 September 2014) - A/HRC/RES/27/32
15) https://www.unfe.org/
16) 대표적으로 2010년 인권의 날 캠페인, <차별금지에 목소리를 높이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근거
한 차별에 맞서 싸우기> (http://www.un.org/en/events/humanrightsday/2010/, 2016. 5. 1. 최종방문) 참
조.
17) 대표적으로, 2012년 3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대한 패널 토의 22차 회의에서의 대표연설 참조
(번역문: http://transproms.tistory.com/70 참조)
18) U.N. General Assembly 64th Session, Official Records, 65th plenary meeting, A/64/PV.65 (2010. 12.
18.), pp.11-14; General Assembly 64th Session, Official Records, 71st plenary meeting, A/65/PV.71 (201
0. 12. 21.), pp. 11-20 참조.
19) Human Rights Committee,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fourth periodic report of the Republic
of Korea, 2015.11.5;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보도자료, 2015.11.7. (http://lgbtact.org/?p=875) 참
조.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8. 트랜스젠더는 왜 법적으로 성별을 변경하려고 하나요? | 법 앞의 인정


0
"개인이 스스로 규정한 성적story 지향과 by style - in solitude life
성별 정체성은 인격의 일부이며, 자기 결
정, 존엄
성, 자유의 가장 기본적인 측면 가운데 하나이다. 법적으로 성별 정체성을 인
정받기 위
한 요건으로 의료적 시술, 예컨대 성전환 수술이나, 불임, 호르몬 요법 등이
강제되어서
는 안 된다. 결혼이나 자녀 여부와 같은 상태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법적 인
정을 막기 위
한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 "요그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 중 제 3 원칙 법 앞에 인정받을
권리(Principle 3. The Rights to Recognition before the Law)
법적 성별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일치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사회적 삶을 영위하기를 바
라며, 이를 위해 일정한 시점에서 성별 이행(transition)의 과정에 들어간다.
복장을 포함하여 외형적인 모습을 바꾸거나, 호르몬 요법을 통하여 2차 성징
을 변화시키거나, 혹은 외과적 수술로 신체적인 전환을 하고자 한다. 어떠한
선택을 하는가는 각자의 성별 위화감(gender dysphoria) 정도 등에 따라 다
르다. 성별 이행을 한 트랜스젠더는 여성 또는 남성으로 통하는(passing) 모
습을 가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느 한 쪽으로도 보이지 않는 중성적인 모습
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트랜스 여성이 여성으로 통하거나 트랜스 남성이 남성으로 통하는 성별 이행
을 거치면서 사회관계에서 기존의 신분증상 성별과 외모가 불일치하는 문제
가 발생할 수 있다. 동시에 법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 법
적 성별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 및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회적 성별과 불일치
하는 문제도 생긴다.
먼저, 신분증이나 여권 등 공문서상의 성별 표기가 자신의 성별 성체성과 일
치하지 않아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신분 확인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
로 인해 신분증 제시가 필요한 모든 상황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기 어려워지거
나 제시하여도 본인 여부를 의심받게 되어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을 받는
다. 단순한 예로 구청이나 주민 센터 등의 행정기관 및 법원, 경찰서와 같은
공공 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워지고, 보험회사나 은행 같은 금융 기관을 이용
할 때, 구직 활동이나 취업 등을 위해 노동 현장을 찾을 때, 병원을 갈 때, 선
거를 위해 투표할 때,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학교 진학 등을 위해 교육 기관을
이용할 때, 해외 출입국 시 심사를 받을 때, 주류나 담배를 구입하거나 음주
운전 단속 등에 걸렸을 때처럼 일상에서 신분증 확인이 필요한 모든 순간, 모
든 상황이 문제시된다.
우리나라는 성별 정보가 포함된 주민등록번호를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1) 더욱 큰 제약을 받는다. 특히 생계에 필
수적인0 취업 과정에서 외모와 일치하지 않는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있는 것
은 치명적이다. 면접에서 성별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으며, 그 과정에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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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취급을 당하거나 채용이 거부되기도 한다. 취업에 성공한 경우라도 정
체성으로 인해 해고되거나 사직을 종용받는 등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
는 경우도 많다. 트랜스젠더 취업자의 고용 형태가 열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
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에서 수입이 있는 일에 종사하는
임금 근로자 중 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20대가 65.5퍼센트로 나타나는데, 2
0대 트랜스젠더 취업자의 경우 정규직 비율은 약 3분의 1 수준인 23.1퍼센트
이다. 30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30대 취업자 중 정규직이 66.7퍼센트인 반
면, 30대 트랜스젠더 취업자 중 정규직 비율은 31.3퍼센트에 그치고 있다.2)
또한 법적으로 성별에 따라 다른 취급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문제로 남는다.
공적 영역에서의 각종 여성 할당제나 고용 할당제 등 여성 차별 철폐를 위한
정책, 행형법상 교도소 수용을 비롯한 형사법상 문제나 근로관계상 여성 근
로자 보호 등 법적 성별을 기준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영역에서 법적 성
별이 남성으로 되어 있는 트랜스 여성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행법
이 법적 혼인을 지금처럼 이성 간의 관계에 한정시키는 한, 이성애자 트랜스
젠더는 법적 성별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혼인이 불가능하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의 두 가지 문제는 동시에 발생하거나 해결된다. 법적 성
별 변경과 신분증상 성별 표기 변경이 동일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기 때문
이다. 현재 현행법과 판례상으로 트랜스젠더가 법적 성별과 신분증상 성별
표기를 변경하려면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 정정을 신청하고, 이에
대해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된다.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이 법적 성별로 간
주되는 동시에 주민등록번호상 성별 표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자신의 성별에 따른 법적 권리를 누리기 위
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할 권리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의해
보장된다. 성별이란 개인이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정체성의 일부이자, 사회
에서 타인이 그 개인을 인지하고 그와 관계 맺는 방식의 일부이기도 하다. 따
라서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사회적 관계를 맺
으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것은 그 개인이 자신의 성별 정체성
에 따른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자 자기 삶에 대한 결정이다. 자
기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를 인지하는 방식인 정체성은 인격의 일부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개개인이 자기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 국가 공권력에 의해 방
해받아선 안 된다. 따라서 신분증상 성별 표기와 법적 성별을 변경하지 못하
게 함으로써 트랜스젠더들이 일상생활 전반과 법적 영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삶을 영위할 자기결정권을 침
해하는 것이다.
2006년 6월 22일 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이 인간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0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
다. 따라서 구舊"호적법"(현행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상 호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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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부) 정정 관련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해(2004스42), 이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대부분 성별 정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다만, 법적 성별 변경을 위한 요건을 규정한 법률은 제정되어 있지 않다. 과
거 2002년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에 관한 특례 법안"(2002.11.4. 김홍신 의원
대표 발의)과 2006년 "성전환자의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 법안"(2006.10.1
2. 노회찬 의원 대표 발의)이라는 이름으로 법률 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두 차
례 모두 통과되지 않았다. 현재에는 실질적으로 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에 따라 허가 여부
가 결정되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 예규는 행정규칙으로 대외적 구속력을 가
지지 않기 때문에 각 법원에 따라 다른 판단 기준을 제시하기도 하고 제출 서
류의 보정 권고 및 명령 등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인 사항이 행정규칙으로 규정되는 상황도 문제적이지만,3) 현실적으로
도 신청인이 법원의 요구 서류나 판사의 판단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때로
는 불필요하거나 명백히 인권 침해적인 방식으로 성전환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생식기관 제거 수술 증명서를 제
출하였음에도 생식 능력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서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
하는 경우라든가, 외부 성기 관련 수술 증명서를 제출하였음에도 수술한 외
부 성기 사진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법원에 따
라 제출 요구 서류가 다르거나 동일한 조건에서 법원에 따라 허가 여부가 달
라지기도 한다(예를 들어 성년자에 대한 부모 동의서를 요구하지 않는 곳도
있으나, 부모 동의서 제출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이 내려지기
도 한다). 한편 2013년 3월 15일 서울서부지법 결정4) 이후 트랜스 남성에게
외부 성기 성형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 추세가 다른 지방 법원에까지 확산되
고 있다.
동 예규가 제시하는 기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사건
의 심리를 위한 조사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대한민국
국적자·19세 이상 행위능력자·현재 혼인 중이 아니며 미성년인 자녀가 없는
경우 2. 성전환증 여부 3.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 4. 생식 능력을 상실하거나 향후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5. 범죄 또는 탈법 행위에 이용할 의
도나 목적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며, 이를 증명할 각종 첨부 서류를
명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모의 동의서가 추가된다.
이중 특히 주요하게 문제가 되는 기준은 1. 미성년자 자녀 여부 2. 의료적 요
건(성전환증에 대한 정신과 진단, 생식 능력 제거, 성전환 수술) 3. 성년자에
대한 부모 동의서이다. 이와 같이 현실과 괴리된 엄격한 기준들로 인해 트랜
스젠더 중 법적 성별 변경을 한 경우는 13.2퍼센트에 그치며, 특히 58퍼센트
가 외부 성기 성형 수술, 31.3퍼센트가 생식 능력 제거 수술, 28.4퍼센트가 성
년에 대한 부모 동의서 요구로 인해 법적 성별 변경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
했다.0
성별 정정을 담보로 국가가 불필요한 외과 수술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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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치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현행
기준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되도록 최대한의 의료적 조치를 모두 했을 경우
에만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수술을 포함한 외과적 조치가 필요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
지 않은 사람도 있고, 특히 외과적 수술을 동반하는 생식기 수술은 가장 마지
막으로 고려되는 사항이다.6) 그럼에도 사실상 가능한 모든 외과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그 개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외과적 조치를 필요로 하지만, 건강상 이유나 경제상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사실상 성별 정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국민건강보험 및 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함으로써 막
대한 수술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 수술 합병증과 부작용을 감내해야 하
는 문제, 그리고 신분증상 성별과 외모가 일치하지 않고 사회적 차별이 만연
하여 취업과 직장생활이 쉽지 않은 문제에 직면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결국 위와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른 삶을 영위
할 권리를 포함하여 헌법상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
다.
이는 권리의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의료적 측면에서도 비판받을 수 있다.
7) 트랜스젠더 개인이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사회관계를 맺고 자신에게 필요
한 의료적 조치들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사회적 환경
이 마련되어야 한다. 만약 성별 정정을 위해 외과적 조치가 반드시 요구된다
면, 불필요한 수술을 강요하거나, 혹은 외과적 조치가 필요한 경우라도 자신
에게 맞는 시기가 아니라 지나치게 늦거나 빠른 시기에 수술을 강요하는 결
과를 낳는다.
비교법적으로 보면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법률 개정이나 헌법 불합치 결정
등을 통하여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는 요건이 철폐되고 있는 추세이다.8) 현
재 의료적 요건으로 외과적 수술을 요구하지 않는 국가는 영국, 독일,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폴란드, 벨라루스,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우루과이, 헝가리,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이 있다.
9)
이러한 경향은 국제 인권법 규범상으로도 확인된다. 2011년 제17차 <유엔인
권이사회>가 채택한 "인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결의안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보고서는 성별 변경을 인정
하는 각국의 규정에서 생식 능력 제거 수술을 요구하는 것을 문제시하고 있
으며,10) <유엔고문특별조사위원>는 2013년 2월 1일 보고서에서 트랜스젠
더에 대한 강제적 불임 요구가 고문(torture)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11) 국
가가 신분증상 성별 변경 및 법적 성별 변경을 담보로 트랜스젠더로 하여금
자녀를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박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0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2015년 <유엔자유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의 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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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변경에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는 대한민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였다.1
2) 한편, 유럽 평의회 의원 총회는 공문서상 성별 변경에 대하여 '불임을 비롯
하여 성전환 수술이나 호르몬 요법과 같은 기타 다른 의료적 절차를 그 선행
조건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13) 이와 같은 요구가 개인의 신체
적 온전성(physical integrity)에 대한 존중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1
4)
법적 성별 변경을 막는 것이 개인과 가족을 불행하게 한다
또 한 가지 유의해서 보아야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상황에 따라 트
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 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미성년자 자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성별 변경을 불허하거나,
성년자에 대해 부모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미성년자 자녀를 가지고 있는 트랜스젠더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
별 정정을 불허하였다. 대법원은 2011년 9월 2일 미성년자 자녀의 복리를 이
유로 가능한 모든 의료적 조치를 마친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불허하였다
(2009스117). 그러나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트랜스젠더인 부모의 성별 정정
을 막는 것은 트랜스젠더 본인의 온전한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자녀에게까지 불이익을 전가시킨다. 이미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트랜스젠더가 최대 20여 년
간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하고 외모와 신분증이 불일치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15)
이는 트랜스젠더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판결일 뿐만 아니라,
자녀를 부양하는 트랜스젠더 부모로서 자녀 양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어 미성년자 자녀를 그 부모가 겪고 있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무방비
하게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아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반한다. 해외의 연구에
서도 부모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자녀의 복리나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나타난다.16) 이 요건은 비교법적으로 일본 외의 다
른 나라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요건이기도 하며, 일본 내에서도 지속적인 비
판을 받아 개정의 움직임이 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할 것이다.17)
나아가, 서류 제출의 형태로 요구되고 있는 부모 동의서는 부모의 지지가 없
는 성년자인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을 어렵게 한다. 최근 트랜스젠더 자녀
를 가진 부모 모임이 만들어지는 등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자녀가 트랜스젠더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그로 인해 가족과 절연하거나, 더 나아가 가정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
도 있다. 이는 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가 처
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준이기도 하다. 이 기준은 최소한 성별 정
정이 법제화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요건이다.

1) 한상희 외(2005), 주민등록번호 사용현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2) 장서연
0 외(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139- 1
47.
3) 박진완·박새미(2015), 성전환자의 권리보호에 story by style - in solitude
대한 검토, 법학논고,life 52, 54-56.
4)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성전환자 성별정정의 요건과 쟁점-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허가한
서울서부지방법원 결정을 중심으로- (제1회 SOGI 콜로키움 자료집), 2013.6.29.< http://www.sogilaw.or
g >. 참조. 구체적인 결정이유를 명시한 서울서부지방법원 2013.11.19. 2013호파1406 등 다수.
5)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2014),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보고서, 한국게이인권
운동단체 친구사이, 74.
6)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 (2011). 트랜스섹슈얼·트랜스젠더·성별비순응자를 위한
건강관리실무표준 제7판; Nicholas M Teich(2012), Transgender 101: A Simple Guide to a Complex Issue,
Columbia University Press, 45-55.
7) WPATH Board of Directors, June 16, 2010. < www.wpath.org >
8) 홍성필·이승현(2013), 성전환자의 법적 성별 변경허용시 의료조치 강제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서울서
부지방법원 2013.3.15. 2012호파4225등 결정을 계기로-, 국제법학회논총, 58(2). 
9) Open Society Foundations(2015), License To Be Yourself: Forced Sterilization, Open Society Foundati
ons; Transgender Europe, Trans Rights Europe Map & Index 2015<http tgeu.org="" trans-rights-europ
e-map-2015="" style="box-sizing: border-box; font-size: 16px;">; 홍성필·이승현(2013), 앞의 글; 이준일
(2008),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헌법적 문제, 고려법학, 50; 오미영(2013),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에
관한 고찰- 각국의 입법례 및 판례의 분석을 중심으로, 미국헌법연구, 24(3).
10) UN Doc. A/HRC/19/41, para. 72.
11) Human Rights Council,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
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Juan E. Mendez, A/HRC/22/53, 1 February 2013, para. 39.
12) 대한민국 네번째 정기보고서에 관한 유엔 자유권위원회 최종권고(CCPR/C/KOR/CO/4, 2015. 12. 3.)
13) Parliamentary Assembly of Council of Europe, Resolution 1728 (2010): 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 29 April 2010, para. 16.11.2.
14)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f the Council of Europe(2009), Human Rights and Gender Identi
ty, Issue Paper, 18-19; AGIUS Silvan, et al(2012), Human rights and gender identity: best practice catalo
gue, ILGA-Europe, 23.
15) 최성경(2013),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기준과 그 입법적 제안-대상결정: 대법원ᅠ2011.9.2.자 2009스
117ᅠ전원합의체 결정, 가족법연구, 27(1). 
16) Richard Green(1978), Sexual Identity of 37 Children Raised by Homosexual or Transsexual Parents,
AM. J. PSYCHIATRY 135 ; Sheelagh McGuinness, Amel Alghrani(2008), Gender and parenthood: The cas
e for realignment, Oxford University Press, 16 Med. L. Rev. 16 (2008); White, T. & Ettner, R.(2006), Adap
tation and adjustment in children of transsexual parents, European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y, 1
6, 215-221. 
17) 김선일(2012), 미성년자인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신청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 사법, 19, 179-1
89.</http>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9. 왜 동성 간에 결혼을 하려고 하나요? | 동성 결혼과 평등권

인류학자들은 한 세기 넘게 여러 문화권과 역사적 시기를 넘나들며 가구와


친족 관계, 
그리고 가족에 대한 연구를 해 왔지만, 문명이나 지속 가능한 사회질서가 오
로지 이성애에만 
기초한 제도로서의 결혼에 의존하고 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발견하지 못

다. 거꾸로, 인류학적 연구는 동성 결합 관계에 기초한 가족들을 포함하여, 
매우 방대한 가족 형태들이 안정되고 인도적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결
론에0 도달했다.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미국인류학회> 성명서, 2004년 2월1)
동성 결혼은 이미 현실이다
세계의 여러 문화권이나 과거 특정 시기에 동성 결합이 존재했으며 법적으로
인정받은 사례 역시 드물지 않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2)21세기 지구촌에서 동성 결혼은 이미 현실로 존재한다. 이주와 인
적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지구화 시대에는 자국 시민들의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자국 경계 내의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
정하고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 정부가 동성 결혼
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최근 주한 미군의 동성 배우자에게도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SOFA)"상의 피부양자 지위를 정식으로 인정하게
된 현실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3) 이는 지난 2013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 결혼 커플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규정한 연방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동성 결혼 장병에게 이성 부부와 동일한 혜택을 부여해 온 미국 국방부가
한국 정부에 요청하여 받아들여지게 된 결과이다. 
동성 결혼 법제화의 현황과 역사
2016년 4월 1일 기준으로 동성 간에 결혼할 수 있는 국가는 영국과 미국, 프
랑스, 아르헨티나 등 22개 국가(2017년 3월 시행예정인 핀란드를 포함하면 2
3개국)이며, 결혼이 아닌 시민 결합 제도를 통해서 동성 커플을 법적으로 인
정하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하면 43개 국가가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
하고 있다(표 1 참조). 동성 간의 법적인 결합을 인정하는 법 제도는 크게 결
혼과 유사한 권리와 혜택을 동성 커플에게 주는 별도의 법을 신규로 제정하
는 방법과 기존의 혼인 제도를 동성 커플에게 개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
다. 위의 국가들은 사회 문화적·법적·정치적 맥락에 따라 구체적인 법제화 방
식에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인권과 평등권이라는 관점에서 동성 커플
의 법적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만들어 왔다.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라는 요구가 공식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의 일이었다. 1970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의 대학생이던 리처드
베이커와 제임스 맥코넬은 미네소타 주의 법률은 결혼이 남성과 여성 간의
결합이라는 명시적 조항을 담고 있지 않다면서 혼인 신고서를 발급해 줄 것
을 법원에 신청하였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미국 어느 주의 법률에도 결혼이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서 1973년 메릴랜드 주를 필두로 1994년까지 미국의 상당수 주에서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하는 명시적 조항을 법률에 포함시키도록 만드는 역작용을 낳기
도 했다. 법원은 끝내 베이커와 맥코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들
의 혼인 신고서 접수가 동성 결혼 법제화 운동에서 중요한 사건이었음은 분
명하다. 유럽에서도 1970년대를 거치면서 동성애 차별 금지와 동성 결합 관
계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 결과 네덜란드
에서는 1979년 임대차 문제 등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동성 커플에게 법적 권
리를0
인정하는 법률이 제정되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4)
1980년대는 동성애 차별 금지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시기였다.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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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최초로 상속과 사회복지, 세금 영역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을
법률을 제정하였으며, 1989년 덴마크에서는 입양할 권리와 교회에서 결혼할
권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성 간의 혼인과 거의 유사한
종류의 권리를 인정하는 "파트너십등록법(The Registered Partnership Ac
t)"을 도입하였다. 이 법은 로마의 테오도시우스 법전이 동성 결혼을 금지한
이래 최초로 동성 결합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5) 그 뒤를 이어 1990년대를 거치면서 노르웨이, 아이
슬란드, 그린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 북부 지역의 여러 국가에서 동성
커플에게 결혼과 유사한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법이 제정되었으며, 스페인의
경우 카탈로니아와 아라곤 주를 필두로 동성 결합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6년 연방 차원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
지 않는 "결혼방어법(The Defense of Marriage Act)"에 서명하는 와중에서도
개별 주에서는 동성 결합에 대한 법적 인정을 확대해 갔다. 

한편 세계 최초로 결혼 자체가 반드시 이성 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


며 동성 간의 결합을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을 제정한 것은 네덜란드였
다. 2000년 네덜란드는 결혼에 대한 기존 법안을 그대로 둔 채 '동성'이라는
단어 하나를 추가하여, "혼인은 동성이나 이성인 2인에 의하여 체결될 수 있
다"는 "혼인제도개방법(Act Opening the Institute of Marriage)"을 제정했다.
현재는 벨기에, 캐나다,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 전 세계 20여 개국 이상
에서 동성과 이성을 구분하지 않고 2인의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2013년 결혼이 반드시 성별이 다른 두 사람 사이의 결합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법은 서로에게 헌신하기로 한 두 사람의 결합
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연방대법원이 '결혼방어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6) 2015년 미국 전 지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될 수 있는 길을 열
었다. 2015년 아일랜드는 결혼이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내용으
로 헌법을 개정하는 안건을 놓고 국민투표를 거행하였으며, 62퍼센트의 찬성
을 얻어서 입법이나 소송을 통해서가 아닌 시민들의 표결을 통해 결혼의 정
의를 바꾼 세계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표 1. 동성 결혼/결합 제정 현황 (2016.06 기준)


한국에서의 동성 결혼
한국에서는 2013년 9월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영화인 커플 김조광수-
김승환의 결혼식이 공개적으로 치러지며 동성 결혼의 문제가 대중적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들은 2013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에 맞춰 서울
서대문구청에
0
혼인 신고서를 냈지만, 구청은 '민법상 동성혼은 혼인으로 인
정할 수 없다'며 이를 반려했다. 이에 김 씨 부부와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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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이듬해인 2014년 5월 21일 '부부의 날'을 맞아 서울
서부지법에 구청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 2016년 5월 이
신청이 각하되어 항고 예정이다. 이들은 민법에는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으며, 혼인과 가족생활을 규정한 헌법 역시 두 당사자가 이성이어
야 혼인이 성립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한 현재 상태에서 동성
커플은 몇 년을 함께 살았어도 법적 부부가 아니기 때문에 수술 동의서도 써
줄 수 없고, 전세 자금 대출도, 국민연금도, 심지어 항공사 마일리지도 공유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낡은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구성
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7) 

김-김 부부가 동성 결합과 결혼의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공개적인 동성 결혼이나 동성 결합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
다. 2002년 레즈비언 커플의 공개 결혼식이 잡지에 보도된 바 있고,8) 2004년
에는 게이 커플이 공개 결혼 후 혼인 신고서 수리를 구청으로부터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9) 성소수자 단체들은 2005년 호주제 철폐를 계기로 동성 결합
과 관련한 사례를 연구하고 행사를 개최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그중에
서도 동성 결합을 포함하여 현재의 규범적 가족제도로부터 배제된 집단들의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고, 가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목
적으로 만들어진 <가족구성권연구모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족구성
권연구모임>은 2006년 8월 당시 민주노동당의 제안으로 구성되었는데, 가족
제도가 만들어 내는 현실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단체
및 정당, 활동가, 연구자,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연구 모임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현실에 맞는 동성 결합의 실천 방식을 고민하는 한편으로, 청년들과
1인 가구의 주거권, 비혼자들의 권리를 모색하였고, 동시에 이성애 제도를 공
고화하며 비규범적인 가족 형태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는 국가주의적 인구 정
책에 비판을 가해 왔다.10)
이렇게 볼 때 한국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동성 결혼에 대한 요구가 단지 외
래 담론의 영향을 받아서 나온 의제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측
면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요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현실에
서 나타나는 친밀함의 실천들은 매우 다양하기에 동성 결혼의 법제화를 추진
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며, 특히 결혼의 의미가 강조
되는 사회에서 결혼 제도 바깥을 꿈꾸는 사람들이 더욱 주변화되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고, "차별금지법"조차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성 결혼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물론 존재하다.11)
그러나 한국의 동성 결혼 논의는 유독 강고한 가족 규범이 제도의 안팎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 다양한 차별을 해소하고, 개인들이 실제로 맺고 있는 다양
한 친밀성의 관계들을 법적 보호의 테두리 안으로 불러들일 방안을 모색해
온 0노력의 역사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규범 밖에서는 동성 결합
관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정은커녕 최소한의 복지나 권리조차 누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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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동성 결혼은 사회적 지원이나 혜택이 없기 때문에
관계를 가시화할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으며, 가시화되지 않기 때문에 주변
화 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는 여러 노력 중 중요한 한 가지 경로가 될 것이다.
굳이 결혼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세계적으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법제화하는 국가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결혼의 본질과 정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였
다. 이 가운데 동성 결혼을 금지해야 한다는 측에서 내세우는 반대 논거들을
살펴보면, 결혼이란 전통적으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합이라는 주장, 결혼
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고안된 틀이라는 주장, 동성 결혼을 허용한다면
근친상간이나 일부다처와 같은 현상이 증가하면서 결혼 제도가 붕괴하리라
는 주장, 동성 결합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굳이
결혼을 하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이 있다.12)
사실 여기서 사회질서에 위협이 되며 전통적인 미풍양속에 해가 될 수 있다
는 주장은 새로운 평등권의 요구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낯익은 수사(修辭)
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학계에서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
다. 특히 가족에 대한 역사적·인류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과 여성 1인이
교제 과정을 거쳐 자유의지로 서로를 선택한 후 배타적으로 평생을 함께한다
는 결혼 관념은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인간들이 혼인하는 형태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한 사회
의 정치경제적 구조에 따라 계속 새로이 만들어지고 변화한다.13) 주어진 환
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해 온 인간의 역사를 감안할
때, 이는 당연한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동성 결혼 법제화 역시 사회적 가치
의 변화에 직면하여 결혼 제도가 보여 주는 적응성과 유연성의 한 사례일 뿐
이라는 것이 많은 가족 연구자들의 견해이다.14) 동성 결혼이 가족 제도 자체
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비혼이나 이혼이 느는 것은 동
성 결합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며, 동성 결혼은 오히려 가족 제도
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반박한다.15) 실제로 동성 결혼이 가족 이데올
로기나 결혼에 대한 낭만적 환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생겨나는 상황
이라는 것이다.16) 

이처럼 동성 결혼을 전통과 가족 제도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주장은 별


근거가 없지만, 반면 동성 결합을 보호하는 장치가 왜 반드시 결혼이어야 하
는가에 대해서는 답변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은 동성 결혼을 옹호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결혼을 동성 결합의 유일한
형태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혼
인이란 인간의 행복 추구를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기본권이며, 개인
들은 혼인의 형태와 상대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혼인의
0 정의는 이러한 자유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형태여야 하며, 남녀의 결
합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17) 다시 말해, 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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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개인들이 혼인을 통하여 하나의 사회적 단위로 결합하고 가족을 구성
하는 원리를 확장하려는 시도이지, 동성 결혼이라는 결합 형태에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거나 특정한 형태로 동성 간의 결합을 제한하고자 함이 아니
다.
물론 동성 결합을 결혼과는 다른 범주로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상황이라 할지
라도 동성 커플의 권리가 전혀 인정되지 않던 시대와 비교한다면 진일보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과 사회적·법적 결합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형식으로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그 관계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현재 얼마나 많은 권리와 특권,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 결혼과 '거의' 유사하거나 결혼에 '준'할 뿐 결혼 자체
는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명백한 차별이며 불평등이 따를 수밖에 없
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심리학회>는 2004년 "동성 커플이 결혼제도
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거부하는 것은 특히 연령, 인종, 장애, 성, 성 정체
성, 종교, 사회경제적 지위 등으로 차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결의문을 냈고, 이를 2010년에 거듭 확인한 바 있다.1
8) 결혼이라는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없게 하는 것은 동성 커플 중에서도 사
회경제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더 큰 위험을 안겨 준다는 것이
다. 결국 동성 결혼은 한 사회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잣대이자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로서 2000년대 이후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동성 결혼과 자녀의 양육
동성 결혼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쟁점은 자녀의 양육과 관련된 것이다. 일반
적으로 법적인 결혼으로 인정받지 못할 때 겪게 되는 가장 큰 제약이 입양과
자녀에 대한 권리 확보 문제로 알려져 있다.19) 이성 결합으로 이루어진 부부
가 결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녀를 낳아 기르는 문제가 중요한 만큼 동성
결혼의 경우에도 자녀의 양육은 큰 관심사이다. 이에 대해 동성 결혼을 반대
하는 사람들은 자녀들의 복리가 저해될 수 있다는 근거를 내세운다. 그렇게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비록 사례가 대부분 북미 지역에 집중되어 있기
는 하지만 동성의 부모가 양육하는 자녀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축적된 편이
다.20)
물론 동성 부부의 자녀들이라고 해서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인 것은 아니다.2
1) 동성 부부 내에도 인종적·계층적 차이가 나타나며,22) 레즈비언 커플인지
게이 커플인지에 따른 차이도 크고,23) 거주 지역에 따른 차이도 크다.24) 또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도 삶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는 자녀들의 삶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치
게 된다. 예를 들어 가족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백인이고 사회경제적 지위
가 높을수록 의료적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출산을 하거나 대리모 출산
을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비백인으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속할수록
동성 0
결혼 이전의 관계에서 출산한 자녀를 기르는 경우나 위탁 아동을 돌보
는 경우가 많다.25) 또한 동성 결합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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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트랜스젠더나 바이섹슈얼 가정, 단독 양육자 혹은 복
수의 양육자 가정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26)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동성 부부에게서 양육되는
아이들은 이성 부부에게서 양육되는 아이들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거나 더
잘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동성 부부의 자녀들을 25년 이상 추적한 한 연
구는 부모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아이들의 정서적, 정신적, 행동적
적응 사이에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양심적이고 교육
적인 성인이라면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상관없이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으며, 아이가 한부모 혹은 동성 부부 슬하에서 자라는
것이 그 자체로 아이들이 잘못 성장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27) 또
다른 연구는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난 레즈비언 가정의 자녀들을 17년 동
안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성취를 더 많이 보이며, 공
격성이나 문제 행동이 훨씬 적었음을 보고하기도 한다.28) 

이렇게 동성 결합 가정의 자녀들이 더 나은 성취를 보이는 이유는 동성 부부


가 자녀들에게 사회적 규범에 순응할 것을 덜 요구하고, 대신 자녀와 공통의
관심사나 활동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29) 한편
동성 결합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을 인터뷰한 연구는 그들이 성장하면서 겪었
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낙인과 보이지 않는 장벽에 따른 고립이었음을 보
여 준다.30) 그러나 동시에 이들은 가정 내에서 낙인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
을 함께 논의하거나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다른 동성 결합 가정과 모임을
만들어 자녀들끼리도 어울리게 하는 방식으로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었다.31) 

결국 이러한 연구들은 양육에서 중요한 것은 자녀와 맺는 관계의 질이지 양


육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므로 이상적인 양육자와 양육 환경의 상을 규범적으로 강요하면서 차별
을 조장하는 것보다는 모든 가정이 그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리되
어려움은 극복해 갈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적절한 물질적·제도적 지원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1) The Statement from the Executive Board of the 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 (2004. 2. 24.)
미국 인류학회는 전 세계의 1만 명 이상의 인류학자가 정회원으로 소속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인류학 연
구자 단체로서, 당시 결혼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한정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하고자 했던 G. Bush 대통
령의 시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집행부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2) Eskridge Jr., W. N. (1993). A history of same-sex marriage. Virginia Law Review, 79: 1419-1513; Neill,
J. (2008). The Origins and Role of Same-Sex Relations in Human Societies. McFarland; Boswell, J. (201
3). Same-Sex Unions in Pre-Modern Europe. Vintage.
3) "정부, 주한미군 동성 배우자에도 'SOFA 지위' 인정", <연합뉴스>, 2016. 4. 18. 
4) "Gay Marriage Around the World," Pew Research Center, Washington, DC, USA. http://www.pewfo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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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5) Waaldijk, K. (2005). More or less together: levels of legal consequences of marriage, cohabitation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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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Paris, France: Institut National d'Études Démographiques.
6) Merin, Y. (2010). Equality for Same-Sex Couples: The Legal Recognition of Gay Partnerships in Europ
e and the United States. University of Chicago Press.
7) http://www.supremecourt.gov/opinions/12pdf/12-307_6j37.pdf
8) 신청인 김광수·김승환, 혼인신고 불수리처분에 대한 불복신청서. 2014. 5. 21. 더 자세한 내용은 성소수
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누리집 http://gagoonet.org/ 을 참조할 것. 
9) "국내 처음 공개 결혼식 올린 레즈비언 커플", <여성동아> 2002년 12월호.
10) "남성 동성애자 공개 결혼식 열려", <한겨레신문> 2004. 3. 6.
11) 가족구성권연구모임 5주년 자료집, 2011. 9.
12) 동성 결합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자료집, <당연한 결혼식> 기획단·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주최. 201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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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Gay Marriages Fit into This Adaptable Institution, op-ed by Robert Myers, USA Today, March 14, 2
004.
16) Badgett, MV Lee. (2016). 동성 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 (김현경, 한빛나 옮김). 민음사 (원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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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Tribe, L. H., & Matz, J. (2012). The constitutional inevitability of same-sex marriage. Maryland Law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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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Sexual Orientation and Marriage", Adopted by the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Council of
Representatives July 28 & 30, 2004. Reaffirmed by Council Aug. 11 & 15, 2010.
20) Shapiro, J. (2013). The law governing LGBT-parent families. LGBT-Parent Families. Springer New Yor
k, 291-304; 한국에서도 남녀, 기혼, 미혼, 자식의 유무를 불문하고 성년의 개인이라면 누구나 양부모가 될
수 있는 일반입양자 제도와는 달리 친양자 입양제도에서 양부모 자격은 3년 이상 혼인 중의 부부로서 공
동 입양할 때로 제한되어 있다. 알기쉬운 생활법령정보시스템 http://oneclick.law.go.kr/ 입양의 성립요
건 항목 참조. 
21) Moore, M. R., & Stambolis-Ruhstorfer, M. (2013). LGBT sexuality and families at the start of the t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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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Lubbe, C. (2013). LGBT parents and their children: non-western research and perspectives. LGBT-P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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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0. 학교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요? | 모두를 위한 교

학교는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암울하고 폭력적인 공간이다. 1990년대 이후


다양성의 가치를 비롯해 '나', '우리'와 다른 '타인' 및 '타 집단'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정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는 한국의 학교 교육과정에
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는 학교 교육의 주요 영역(예: 학교 내 문화, 교육과정, 교사)에서 여전
히 침묵과 금기의 주제로 머물러 있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괴
롭힘과 폭력이 학교 안에 존재하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안전해야 할 학교라
는 공간에서 성소수자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불평등하고 불안전한 삶을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공간에서 성소수자는 구체적으로 어떠
한 존재이며, 어떠한 차별적인 경험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환경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침묵의 대상이자 금기의 주제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이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


은 젊고 건강하며, 남성 중심적 성향의 '이성애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
고 이러한 암묵적인 이성애적 인간상은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를 존재감이 결
여된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버린다.1)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고시된 제 7차 교육과정 이후 '다양성의 가치', '타
집단 및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시민교육 관련 교육과정의 핵심 키워
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07년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부터는 중등학
교 사회 및 도덕 교과 교육과정에 사회적 약자로서의 소수자, 그리고 그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불평등을 조명하는 내용을 포함했다.2)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사회적 소수자의 한 유형으로 온당히 다루어지지 못했다. 더 정
확히 이야기하자면, 성소수자의 개념은 한국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전형적인
영 교육과정(null curriculum)의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3) 국가 교육
과정을 규정한 문서와 각 출판사별 검정 교과서상에서 성소수자는 여전히 소
수자 중의 소수자로, 수면 아래에 감추어지고 배제돼 있다.

물론
0 학교 울타리 안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철저히 외면당하기만 한 것은 아
니었다. 비록 공식적 교육과정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2001년 당시 교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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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원부가 발간한 학교 급별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에는 동성애 개념
이 등장한다. 중학교용 지도 지침서의 경우 동성애를 일탈 행동이 아닌 "하나
의 인간적인 삶인 동시에 애정의 형식"이라는 발전적인 정의를 수용하고 있
었다.4) 그러나 같은 해에 출간된 고등학교용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
는 정신병리학적 관점에 입각하여 동성애를 기술하고 있고, 동성애가 에이즈
의 주범이라는 해묵은 오해와 편견을 내비치고 있었다. 교육 당국이 성소수
자 개념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5)
그러다가 2014년 중학교 '도덕'과 '보건' 교과서, 그리고 고등학교 '생활과 윤
리' 등 총 15개 교과서에 등장하는 동성애 관련 내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
했다. 이 논란은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성소수자의 지위가 여전히 개선되고
있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 준 예였다. 교과서를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이를 지지한 기독교 보수 단체 및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들 교과서
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고 비난하면서, "동성애자들의 불행한 삶", 다시 말해 동성애의 부정적이고
어두운 측면을 반드시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6) 그리고 이 같은 사회적, 정치
적 압박으로 인해 급기야 일부 교과서의 동성애 관련 기술 내용이 부분 삭제
되거나, 처음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에서 재서술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의 이 같은 현실은 2000년대 이후 지구촌 사회에서
유엔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 강령과 정면으로 배치된
다.7) 공교롭게도 2011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역사적인 "인권,
성적 지향, 성 정체성에 대한 유엔 결의안"에 한국은 찬성표를 던진 인권 이
사국 중 하나였다. 교육 당국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의 사회적 존재
가 침묵과 금기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이 성소
수자에 대한 혐오적 관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교 안에서 일상화된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
서구의 경우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및 폭력에 관해
상당히 많은 연구물이 축적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학교 안에 존재하는
성소수자의 삶과 경험을 구체적으로 보고하는 경험 연구는 무척 드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집단 따돌림,
폭력의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결실 중 하나로 2012
년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이 교육부에 의해 수립되었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 실태는 이 대책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2000년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 및 성소수자 인권 단체가 자체 보고서 등을 통해 성
소수자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산발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보면 우리
의 학교가 성소수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꽁꽁 숨길 수밖에
없는 공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학교의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가 침묵과 금기의 주제로 다루어졌다
면,0 생활 공간으로서의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는 보다 노골적인 조롱과 폭력
의 대상이라는 점이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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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엔은 그간의 국제 비교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
성과 관련된 심각한 수준의 차별과 폭력이 전 세계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관
찰되고 있음에 주목하면서,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homophobic bullying)'과
'트랜스젠더 혐오성 괴롭힘(transphobic bullying)'을 학교 내 주요한 폭력 유
형으로 명명하기에 이르렀다.8) 청소년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태도
면에서 성소수자 성향을 보이는 청소년 이성애자들도 이러한 유형의 괴롭힘
과 폭력에 노출돼 있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잘 갖추어진 미국에서도 학교 안 성소
수자들은 종종 악몽과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연구 문헌들은 학교 울타리 안의 일상적 삶이 철저히 이성애적 규범의 지배
를 받아 성소수자는 '괴짜' 또는 '변태'의 낙인을 받고 있으며, 교실 수업 및
학생 또래 문화 내에서 농담의 소재가 되거나 심하면 집단적 따돌림이나 물
리적 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9) 특히 남성 중심적 이성애
주의 담론에 의해 지배되는 서구 학교의 학생 문화는 또래보다 덩치가 큰 학
교 운동부(예: 농구, 럭비, 미식축구) 남학생들의 마초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그것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동성애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고 억압하는 행위를 통해서도 강화된다는 점이 보고된 바 있다.10)
한국의 학교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규제와 폭력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인권 상황 개선 요구 메시지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심각한 수준이
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Educational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
ying」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
러 나라의 LGBT 청소년 인권이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 주목하면서 "안
전해야 마땅할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서 조차도, 학생들과 교사들이 동성애혐
오로 인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고"있다고 강조했다.11) 한 마디로 우리나라
학교 문화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묻지도 말고, 대답하지도 말라'는 암묵적
인 원칙에 근거하여 학교 안에서 철저히 부정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학생들
은 교사나 학생 모두로부터 차별과 괴롭힘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
14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용역 보고서인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의 98퍼센트가 학교에서
교사나 학생들로부터 '혐오 표현'을 접하였고, 응답자 중 54퍼센트는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알려진 뒤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응답자의 19퍼센트는 소속 학교에 동성 교제 금지 정책이 있다고 보고했
고, 응답자 중 4.5퍼센트는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학생의 이름을 적어 내게 하
는 속칭 '이반 검열'을 경험한 바 있다고 했다.12) 특히 이반 검열과 관련하여,
2015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어느 중학교의 동성
애 설문조사지 내용을 빼놓을 수 없다. 해당 설문지에서 학교 당국은 학생들
로 하여금 동성애자로 추정되는 동료 학생의 학년과 실명을 적도록 하는 일
종의 '이반 검열'을 유도했으며, 동성애 학생에 대해 학교가 취할 조치 중 하
0
나로서 무기정학 및 퇴학을 문항 보기에 제시하여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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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한 많은 네티즌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학교 안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정신적·육체적
으로 겪는 고통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마땅한 창구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성소수자 혐오의 학교 문화 속에 고립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정체성 형성과
관련하여 엄청난 혼란과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시스템이 일선 학교에 거의 전무한 상황이고, 학교
교원들 역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 무지한 상황에 가
깝다.13) 성소수자 인권 관련 인터넷 사이트만이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의지
할 만한 유일한 안내자이자 상담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학교에 엄연히 존재
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오늘날 제대로 된 국가 교육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방치되고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은 결과적으로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정신 건강과 학업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5년 13살~23살 연령대의 동성애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 연구는 우리나라 청소년 동성애자들이 심
각한 자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14) 조사 대상자의 70퍼
센트 이상이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 경험이 있고, 18.1퍼센트가 '매우 자주 해
봤다'고 응답했으며, 실제 자살을 시도해 본 비율이 45.7퍼센트로 절반 가까
이에 이르렀다. 또한 유엔 산하의 국제기구 <유네스코(UNESCO)>는 세계 여
러 나라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여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이 궁극
적으로 성소수자의 학업 성취를 저하시키고, 학업을 중도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밝혔으며, 위에서 언급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
의 보고서에도 이와 유사한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15)
그런데 한국의 관련 사례를 검토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경향은 성소수자 혐오성 괴롭힘에 있어서 교사와 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의 학교 내 성소수자 괴롭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경우에는 교사
가 수업 시간과 조회 및 종례 시간에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희화
화, 그리고 강도 높은 언어폭력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빈도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16) 이 같은 경향은 이성애주의와 성소수자 혐
오적 태도가 우리 학교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음을 보여 줌과 동시에,
학교 안 성소수자의 인권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
정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교원의 태도와 관점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
요하다는 점을 아울러 시사하고 있다.
성소수자와 비(非)성소수자 모두를 위한 교육: 변혁적·성찰적 시민 교육과정
의 모색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 개개인이 인종, 성, 계급, 종교 등과 관련된 편견과 차


별의 관행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나아가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안전
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관이다. 그러나 가장 공정
하고
0 안전해야 할 일상 공간에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
며, 죽음을 고민할 정도의 엄청난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학교라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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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안에서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유형의 폭력에 더욱 더 민감해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가 행복한 교육은 어떠한 교육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성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고, 성소수자
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공존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변혁적·성찰적 시민교
육'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17) 이 변혁적·성찰적 시민교육을 실현하기 위
한 첫 번째 단추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가 남성 중심적 이성애주의
담론에 내재하는 폭력성을 비판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상하
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라는 주제는 단기적인 계기
수업과 같은 수준에서 벗어나, 주류 한국 사회 내부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
는 남성 중심적 이성애주의 이데올로기의 재생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분석
하는 교육 프로젝트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 프로젝트는 성소수자의
존재와 인권 문제를 개별적인 수업 소재가 아닌, 보다 포괄적인 학교 시민교
육과정의 틀 안에서 조명하고 통합시킨다. 이제 시민교육, 인권 교육 담당 교
사와 전문가, 정책 결정자들은 보다 정교한 성소수자 인권 교육 모델 및 프로
그램, 그리고 교수법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실천적 교육 사례를 축적 및
확산시키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반(反)편견 교육과 인권 감
수성 함양 교육은 이 과정에서 그동안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돼 있던 성소수
자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
이다. 또한 관용과 배려의 윤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타자로 규정된 사람들에
대한 '나'와'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정립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변혁적·성찰적 시민교육과정의 개발 및 정착에 중요한 두 번째 단추는 '교
원'이다. 학교 교원은 이데올로기적이고 논쟁적인 주제에 대하여 국가 이상
으로 늘 강력한 자체 검열 기관의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일부 교사들은 성소
수자 괴롭힘의 가해자이기도 했다.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학교 교육에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상응하는 교원의 태도와 관점상의 변화가 아울러 수반되어야 한다.1
8) 따라서 변혁적·성찰적 시민교육과정이 학교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
해서는 일선 교사, 교직 문화, 그리고 교사 교육의 차원에서 의미 있는 사고
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
행정가들의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요청되며, 특히 예비 및 현직
교사들이 성소수자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차별과 폭력의 관행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학교 안에서 관찰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현상이
단순히 단위 학교나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인류적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시스템을 해체하는 작업은 학교 내부의 변화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학교와
연계된 가정, 지역사회, 국가, 지구촌 사회 각 수준에서의 변화 및 협력 관계
를 0필요로 한다.19) 일반적인 학교 폭력의 발생 원인이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
자 간의 문제만이 아닌, 해당 사회 고유의 역사 및 교육 시스템의 특성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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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설명되어야 하는 것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학교 내 차별과 폭력도 학교 차
원의 노력과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보완, 그
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문화의 개선을 통해 점차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1) 국내외 교육과정에 나타난 성소수자의 지위와 관련된 구체적인 분석의 사례는 다음 글들을 참조할 것-
-김지혜 (2016). 성소수자 아동청소년을 위한 포용적 교육. 동향과 전망, 96, 153-178; 조대훈 (2006). 침묵
의 교육과정을 넘어서: 성소수자의 인권과 사회과교육. 시민교육연구, 38(3), 211-239.
2) 이와 관련된 각 교육과정 개정 시기별 중등학교 도덕 및 사회과 교육과정 문서 내용은 국가교육과정정
보센터 홈페이지(http://ncic.go.kr/mobile.dwn.ogf.inventoryList.do) 게시자료를 참고. 
3) 영 교육과정(null curriculum)은 미국의 교육학자 아이즈너(Elliot W. Eisner)가 명명한 교육과정 용어로
서, 공식적 교육과정에서 다루어지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배제된 교육과정의 개념, 주제, 사고방식 등을 일
컫는다. 성소수자 관련 개념들은 국내외 학교 교육과정에서 전형적인 영 교육과정의 사례에 해당한다. 이
와 관련된 교과서 분석 연구는 중등학교 사회과 검정 교과서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사회적 소수자 관
련 단원에서 아예 다루어지지 않고 있거나, 설령 다루어지더라도 등장 빈도나 깊이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한 가지 예외적인 사례는 2007 개정 교육과정기에 출간된 K출판
사의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사례이다. 해당 교과서는 한국 교과서 역사상 보기 드물게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중단원 수준에서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는 유일한 교과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관
련 연구: 설규주(2013). 교과서 속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연구-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중심으로. 다문화교육연구, 6(3), 55-83; 조대훈 (2014).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타난 다문화교육의 관점 분석. 교육연구, 59, 67-87). 
4) 교육인적자원부 (2001a), 중학교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 서울: 교육인적자원부). 
5) 교육인적자원부 (2001b). 고등학교 성교육 교사용 지도 지침서. 서울: 교육인적자원부.
6) (관련기사) 한겨레21 제 1032호(2014년 10월 15일자), "동성애 조장하는 교과서, 뜯어고쳐라?". (출처: h
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116.html); 프레시안 2013년 8월 22일자 인터넷판, "'동
성애 혐오' 기독교 의원들, 고등 교과서 수정 요구--동성애자 불행한 삶도 교과서에 실어라" (출처: http://
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7173); 국민일보 2013년 10월 10일자 인터넷판, "'생활과윤리'
이어 '보건' 교과서도 동성애 옹호"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7640559&co
de=23111111) 
7)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와 인권 신장을 강조하는 유엔의 기본 입장에 관해서는 다음 자료들을 참고
할 것: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2010년 연설(제목: Confront Prejudice, Speak Out against Violence)(출
처: http://www.tongcenter.org/nondiscrim/sogi/ban2010) 및 2013년 연설(제목: Struggle for LGBT right
one of the great, neglected human rights challenges of our time)(출처: http://www.ohchr.org/EN/Issue
s/Discrimination/Pages/LGBTVideos.aspx); 2011년 6월 17일 유엔인권이사회의 '인권, 성적지향, 성정체성
에 관한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http://www.un.org/ga/search/view_doc.asp?symbol=A/HRC/RES/17/19) 
8)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역) (2013).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위한 유네스코 가이드북) 동성애혐오성 괴롭
힘 없는 학교(원제: Education sector responses to homophobic bullying). 서울: 유네스코한국위원회.(출
처: https://www.unesco.or.kr/upload/data_center/2013_동성애혐오성괴롭힘없는학교.pdf) 
9) Balsam, K. F., Huang, B., Fieland, K. C., Simoni, J. M., & Walters, K. L. (2004). Culture, trauma, and well
ness: a comparison of heterosexual and lesbian, gay, bisexual, and two-spirit native Americans. Cultural
Diversity and Ethnic Minority Psychology, 10(3), 287-301; Bickmore, K. (2002). How might social educati
on resist heterosexism? Facing the impact of gedner and sexual identity ideology on citizenship. Theor
y and Research in Social Education, 30(2), 198-216; Crocco, M. S. (2002). Homophobic hallways: Is any
one listening? Theory and Research in Social Education, 30(2), 217-232; Kosciw, J. G., Greytak E. A., and
Diaz, E. M. (2009). Who, What, Where, When, and Why: Demographic and Ecological Factors Contribu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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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 gender and sexuality in a middle school U. S. history unit. Theory and Research in Social Edu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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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Gilbert, R. & Gilbert, P. (1998). Masculinity goes to school. London: Routledge; Lesko, N. (2001).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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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y styleM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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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ill, M. (1994). The making of men: Ma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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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역) (2013), (모두에게 안전한 학교를 위한 유네스코 가이드북) 동성애혐오성 괴
롭힘 없는 학교, 4쪽 .
12)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에는 총 227명이 응
답을 하였고, 이 중 실제 분석에 사용된 유효표본은 200명이었다. 본 실태조사 이외에도 학교 안에서 벌어
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한 주요 현황 자료로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인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성적소수자 인권 기초현황조사」 및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성소수
자 공동행동의 「성적 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 모음집 2011」 등을 들 수 있다(관련 자료: 장서연•김정혜•
김현경•나영정•정현희•류민희•조혜인•한가람 (2014).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조여울•나루•정정훈•케이•한채윤 (2005).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성적소수자
인권 기초현황조사.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사례집모음팀 (2011). 성적 소수자 학교 내 차별사례 모음
집 2011. 서울: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13) Little, J. N. (2001). Embracing gay, lesbian, bisexual, and transgendered youth in school-based setti
ngs. Child & Youth Care Forum, 30(2), 99-110.
14) 강병철•하경희 (2005). 청소년 동성애자의 동성애 관련 특성이 자살 위험성에 미치는 영향. 청소년학
연구, 12(3), 267-289.
15)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13),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25-29쪽 및 장서연 외(2014),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36-42쪽 참조. 
16) 장서연 외 (2014), 조여울 외 (2005), 차별사례집모음팀 (2011)의 관련 사례 내용 참조. 
17) 여기서 소개하는 변혁적•성찰적 시민교육과정은 새로운 교육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이와 같은 접근방
식을 취하고 있는 기존의 여러 교육과정 관점/접근법을 종합하여 일컫는 용어에 해당한다. 즉, 우리 사회
에 내재해 있는 암묵적 가정, 관행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편견, 차별, 불평등과 권력
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궁극적으로 관용과 배려, 인권, 정의 및 세계시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학
생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의 역할을 취할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시민교육과정의 관
점을 통칭한다. 
18) 성소수자에 대한 교사의 관점 및 태도-인식 변화를 다루고 있는 최근 연구로 다음 논문들을 참조--신
경희 (2015). 성소수자 문제와 미국의 다문화 교사교육에 관한 탐색적 연구. 교사교육연구, 54(3), 496-50
7; 신경희•강미옥 (2014). 성소수자에 대한 예비교사의 인식변화 연구. 교사교육연구, 53(4), 723-739; 이연
선•김태경•연희정 (2015). 예비유아교사의 동성애에 대한 이미지 유형연구. 한국보육지원학회지, 11(4), 21
1-237; 조대훈 (2011). 동성애에 대한 교수적 태도의 영향 변인 연구-다문화교육과 교사교육에 대한 시사
점. 시민교육연구, 43(1), 205-237. 
19)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역) (2013), 동성애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 , 68-74쪽 참조.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1. 성소수자들은 왜 축제를 하는 걸까요? | 가시성과 자긍심


퀴어 페스티벌, 프라이드 퍼레이드 등으로 불리는 축제는 성소수자 인권 운
동이자 문화 형식으로서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며 보편성
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부터 서울에서, 2009년부터 대구에서
매해 퀴어문화축제가 행해지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왜 '축제'라는 형식을 택
했을까? 축제를 통해 표현하고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될 수도 있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의 차이를 왜 굳이 공
적인 공간에서 드러내고자 할까? 이러한 축제 형식의 성소수자 운동의 기원
은 무엇이며, 한국에서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이 글에서는 이러한 질문들
에 답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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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흥겨움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로 관습적인 질서에 도전하는 문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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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축제(festival)란 흥겨운 유희의 틀 안에 다양한 정서와 목표, 목소리를 담아내
는 뿌리 깊은 문화 형식이다. 축제는 정기적으로 공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
면서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와 연행(performance)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공
동체의 존재 의미를 집단적으로 모색하고 실험하는 장이 된다. 시대와 지역,
주제의 차이는 있지만, 일상과 구분되는 축제의 공간은 참여자들에게 기존의
사회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축제에 참가하는 사회 구성원
들은 기존 질서의 변혁을 꿈꾸고 스스로 변화하기도 한다. 또한 축제에서는
다양한 메시지들이 과장되고 응축된 상징의 형태로 표현되며 교차하고 충돌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1) 프라이드 퍼레이드, 퀴
어 페스티벌 등으로 불리며 세계적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자 문화로 보편성을
띠어가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문화 축제는, 특수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상
적인 질서를 뒤집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규범적 이성애(heteronor
mativity)와 획일적인 성별 이분법 등의 관습적인 사회질서와 지식에 도전한
다는 점에서 축제라는 문화 형식에 잘 부합된다.
축제와 퍼레이드를 통해서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의 차이를 자랑스럽게 표현
한다
'프라이드'라는 말로 대표되듯, 성소수자들의 퍼레이드나 축제의 가장 대표적
인 특징은 차이 드러내기(가시화)와 자긍심이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의 영역
이라 여겨지는 성 정체성의 차이를 굳이 공공의 장소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신체, 기질, 성향, 소속 등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다양한
차이들 중에서,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의 차이 때문에 낙
인(stigma)을 부여받고 정상, 보통, 자연스러움의 범주에서 제외된다. 이들의
차이는 종종 병리적인 것으로 간주되거나 죄악시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차
이를 숨기고 주류 사회의 양식과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비규범적인 성의 실
천을 철저히 사적인 영역에 제한함으로써 일상적인 차별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의 대가는 가볍지 않다. 개인의 정체성 중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성을 벽장 속에 가둠으로써 자아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는
가 하면, 제한되고 경직된 인간관계, 공공연하게 표현되는 혐오와 편견 앞에
느끼는 모멸감, 노출에 대한 공포와 자기혐오 등의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져
야 한다. 또한 소수자 개개인이 차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것은 주류 사회
구성원에게 그런 소수자들이 존재하지 않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착시 현
상을 불러일으키며, 따라서 소수자들 각각의 고립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온존시키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소수자들의 축제는 자신들의 차이와 존재를 공적인 장소
에서 드러내는 가시성(visibility)의 실천이며 집단적인 커밍아웃이라 볼 수 있
다.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여기에서도 확인하는' 행사"2)인 축
제를0
통해 주류 사회는 평소 간과해 왔던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처음엔 막연히 성소수자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일반인들도 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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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들과의 일상적인 접촉이 잦아지면서 거부감이 차츰 사라지고, 나와 다르
지만 '같은 동네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3)에서 축제는 애초의 낯섦
을 익숙함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 성소수자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소속
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거리나 광장 등의 공적인 공간에 성소수자
라는 존재로 등장하는 것은, 공공장소에 각인된 이성애 정상 가족 규범의 획
일성에 저항하여 이질적이고 다양한 성적 주체를 드러내고,4) 성적 시민권5)
을 주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에게 노출과 그로 인한
차별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상당한 용
기와 자기 탐색을 요구하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드
러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퍼레이드에
서의 걷기는 단순한 이동으로서의 걷기가 아니다. 그것은 음지에서 나와 즐
겁고 당당한 성소수자로서의 존재가 되어 가는(becoming) 자신을 확인하는
경험이며, 그것을 만천하에 보여 주는 작품적 행위이다.6) 이들은 스스로를
드러냄으로써 평소에 성소수자를 침묵시키는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 도전
하고,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며,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
공동체를 추구하는 집단의 일원이 된다.7)
스스로의 차이를 드러내며 자긍심을 느끼는 프라이드 행사의 기폭제가 된 것
은 1969년의 스톤월 항쟁이다. 1960년대 이전 미국의 동성애 옹호 단체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사회적인 인정을 요구하면서도, 동성애자의 차이를
축소하고 감춤으로써 주류 사회의 관용과 승인을 구하려고 하였다. 동성애자
들은 동성 간의 성을 선호한다 뿐이지 이성애자와 다를 것이 없으며, 기존의
질서에 방해가 될 일이 없는 모범 시민이라는 식이었다. 이 시기의 주도적인
전략은 동화주의(assimilationism)와 정적주의(quietism)로, 동성애자들이 주
류 사회의 가치관과 행동 규범에 스스로를 맞추고(동화주의), 자신들의 요구
나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조용히 주류 사회가 받아들이기를 기다려야 한다
(정적주의)는 것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을 잠재적인 범죄자, 병리
적 현상으로 취급하는 기존 질서의 권위에 복종하고 침묵함으로서 주류 사회
의 관용을 구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불만은 경찰이 뉴욕 시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Ston
ewall Inn)을 급습한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스톤월 인은 동성애자들이
나 트랜스젠더, 크로스드레서 등의 성소수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바였으
며, 당시 경찰이 게이 바를 급습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날 진압 중
인 경찰에 대한 손님과 구경꾼의 저항이 폭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톤월 항
쟁은 이렇게 쌓여온 불만이 누군가의 조직이나 선동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터
져 나온 사건으로, 성소수자들에겐 동화의 거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뉴욕은 물론 미국 각지에서 이전까지의 동화 운동이 아닌 해방 운동
으로서의 성소수자 운동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러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해
세계0
곳곳에서 5~6월 사이의 기간에 성소수자 축제, 퍼레이드가 열린다. 각
지의 성소수자 운동과 결합한 형태로, 성소수자들은 축제와 퍼레이드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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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차이를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 긍지의 원천으로 표현한다. 현재 유
럽, 미대륙,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150여개 도시에서 퍼레이드나
페스티벌뿐 아니라 영화제, 스포츠 경기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행해지고
있으며8), 아시아에서는 한국 이외에도 일본, 홍콩, 인도, 타이완, 필리핀 등지
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의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를 아우르는 축제로 성
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0년부터 서울에서, 2009년부터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가 행
해지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강명진 조직위원장의 소개에 따르면, 서울
각지에서 한 달 정도의 기간에 걸쳐 퀴어 영화제, 전시회, 세미나 등의 행사
가 열리며, 퍼레이드 당일에는 각종 부스가 설치되어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할 것 없이 성소수자의 실태와 문화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문화 컨텐츠를 접
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공존과 상생의 공동체, 미래를 꿈꾸는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행사 개최 지역의 지역 발전 위원회, 상인 연합회 등
과의 공조로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놀이와 학
습, 대화를 통해 차이 속의 집단성을 경험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시위나 법적 투쟁 등 다른 사회운동의 형식이 제공하기 어려운 축제만의 강
점이라고 볼 수 있다.
2013년까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일반 대중과 미디어의 반응은 적대적이라
기보다는 무관심에 가까운 것이었다. 첫 해 50여 명에서 4회 400여 명, 8회 8
00여 명 등 축제에 참여하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9) 주로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참여로만 이루어져 왔다. 퀴어문화축제가 일반과 언론의 대대적
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4년 서울과 대구의 퀴어문화축제에서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대대적인 반대 집회를 열어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되면
서이다. 이는 한국 사회 내 혐오 행동이 본격적으로 정치화되었음을 보여주
면서 한국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찍기가 얼마나 우려스러운 수준
에 이르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10)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존재에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던 일반인들이 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반응하여 성소수자들에게 지지를 보내는 등,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대
중과 언론의 관심도를 높이는 역설적인 효과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2015년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한국 현대사에서 사회운동과 변혁을 상징하
는 서울광장에서 열렸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축제 기간
중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던 역대 최대의 행사였다. 개막식에는 유럽
연합 대표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6개 국가의 대사관이 참여
하여 축하와 지지의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11) 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은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12),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13)이라는
구호에 걸맞게, 성소수자 반대 집회와 공연에도 굴하지 않고 '혐오에 즐겁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계에서도 성소수자
혐오가
0
종교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퀴어 문화 행
사에 참여하거나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를 자체적으로 열기도 하고 있다.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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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에는 25개 개신교계 단체 소속의 기독교 신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퍼
레이드 참여자들을 보호하려고 참여하였으며,14) 축제 기간에 조계종 노동위
원회에서는 석가탄신일을 기념하여 성소수자 초청 법회를 열었다.15)
축제 중의 표현은 기존의 성 규범과 젠더 규범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일각에서는 축제에서 보이는 현란한 의상이나 노출, 동성 간의 애정 표현 등
이 선정적이라거나 비도덕적이고,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라며 비
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화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집회와 결사, 의견과 표
현의 자유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으
며, 공공질서와 공중도덕이라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국제
인권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다.16)
사실 '공중도덕'이나 '불편함'이라는 감각 또한 객관적이거나 절대적인 기준
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문화적으로 학습되
는 것,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손을 잡거나 포옹을 하는 등의 이성 간
의 애정 표현, 사회가 '아름답다'고 규정하는 여성의 신체 노출, 미디어에서의
성적 묘사 등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하
지만 비슷한 수준의 유사 행위가 성소수자에 의해 표현될 때 사람들은 불편
함을 느낀다. 이 불편함은 상당 부분 규범적 이성애와 획일적인 젠더 이분법
(애정 표현은 이성 간에만 일어나야 한다, 남성은 남성다워야 하고 여성은 여
성다워야 한다, 남성 중심의 이성애적인 쾌락을 제공하는 신체에만 노출을
허용할 수 있다)에서 벗어난 표현에 대한 낯섦과 충격에서 온다.
성소수자들이라고 해서 일상적으로 페스티벌에 등장하는 행동이나 차림을
하는 건 아니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일상의 질서가 전복되고 의미와 상징을
통한 소통이 일어나는 축제의 장에서 기존의 규범에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대로 기존의 도덕관념이 과
연 사회 성원 모두에게 공정한 것인가, 다수의 '편함'을 위해 소수자들의 권리
나 실존을 희생하는 사회는 윤리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와 같이 축제라는 특수한 시간-공간 안에서는 일상적으로 당연시되던 질서
에 의문이 제기되며, 왁자지껄한 유희의 장에서 다양한 의미가 교차하고 충
돌이 일어난다. 일상적이지 않은 표현들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은 그 불편함
에 대한 대화와 성찰을 통해, 보다 포용적이고 열린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
회가 될 수 있다.
1) Stoeltje, B. J. (1992). Festival. Folklore, Cultural Performances, and Popular Entertainments: A Commu
nication-Centered Handbook. Bauman, R.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62-271; Bauman, R.
(1992). Performance. Folklore, Cultural Performances, and Popular Entertainments: A Communication-C
entered Handbook. Bauman, R.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41-49. ; Manning, F. E. (1992).
Spectacle. Folklore, Cultural Performances, and Popular Entertainments: A Communication-Centered Ha
ndbook. Bauman, R.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91-299. 
2) 신윤동욱 (2011), 퀴어의 계절이 왔다 - 제 12회 퀴어문화축제. 플랫폼, 88-91. 
3) 한유석. (2013). 성소수자들의 공간 전유과 커뮤니티 만들기: 이태원 소방서 골목 사례 연구. 서울도시
연구, 14(1), 253-269. 
0
4) 김현철, (2015), 성적 반체제자와 도시공간의 공공성 - 2014 신촌 퀴어퍼레이드를 중심으로. 공간과 사
회, 25(1), 12-62. 
5) 토리 (2010). 한국사회 LGBT의 성적시민권-비판과 story by style전망.
- in 여/성이론,
solitude life
23, 10-28 
6) 김현철, 위의 글. 
7) 배재훈 (2014). 게이 남성 합창단의 문화정치학. 여/성이론, 31, 140-161; 조수미. (2016). 유희를 통한
정치적 실천과 성소수자 집단정체성의 변화: 오사카(大阪)의 한 오키나와(沖縄) 전통무용 동호회의 사례를
중심으로. 아태연구, 23(1), 175-215.
8) http://www.gaypridecalendar.com/
9) 저자미상 (2008). Interview-퍼레이드 프로그래머 홍기훈. Korean Queer Culture Festival Official Maga
zine 2008 v.2. 
10) 나영 (2014). 2014년 퀴어문화축제의 경험, 성적 혐오의 조직화를 방관해서는 안 되는 이유. 진보평론,
61, 161-175; 김성진 (2015). 퀴어문화축제와 동성애 혐오의 정치 - 퀴어문화축제에서 커밍아웃한 한국의
동성애 혐오세력(Homophobic). 플랫폼, 8-15. 
11) 허핑턴포스트,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에 16개국 대사관이 참석해 성소수자 권리 지지를 선언하다" htt
p://www.huffingtonpost.kr/2015/06/10/story_n_7549894.html. 2015.6.10. (2016.5.6. 접속)
12) 2014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13) 2015년 퀴어문화축제 슬로건
14) 뉴스앤 조이, "퀴어 퍼레이드, 동성애자 편에 선 기독교인들: 차세기연·섬돌향린교회 등, '인간 띠 잇
기'로 반대 시위자 차단... '예수는 차별 없는 사랑 실천' " 뉴스앤 조이, http://www.newsnjoy.or.kr/news/art
icleView.html?idxno=1994112015.6.29. (2016.5.6. 접속)
15) 허핑턴포스트, "조계종, 부처님오신날 기념 성소수자 초청 법회 연다" http://www.huffingtonpost.kr/2
015/06/08/story_n_7540204.html. 2015.6.8. (2016.5.6. 접속). 
16) 요그야카르타 원칙 (Yogyakarta Principles) 19항과 20항 참조 (http://www.tongcenter.org/nondiscri
m/sogi/yogyakarta)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12. 종교인은 성소수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불교와 기독교
성소수자를 둘러싼 많은 갈등과 논쟁은 종교적 대립으로 비추어지곤 한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가장 가까이에서 위안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종교일 때
도 많다. 종교인이 성소수자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두 학자의 글
을 소개한다. 불교 부분은 효록 스님(동국대학교 외래강사, 자아초월상담학
박사)이, 기독교 부분은 강남순 교수(텍사스 크리스쳔 대학교 브라이트 신학
대학원)가 집필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만약 스승의 가르침을 후대에 전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
겠는가? 있는 그대로를 남길 것인가? 윤색할 것인가? 스승이나 선·후배 그리
고 동료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기록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성(sexuality)에 대한 내용은 더욱 비밀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붓다의 제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인 경장(經藏) 외 당시 승가(僧家)에서 일어났
던 신체와 그 행동에 관한 것들 즉, 육체적이고 생리적인 문제를 율장(律藏)
에 자세히 기록하고 이를 후대에 전하고 있다.
율장에는 수동적이건 능동적이건 음행과 성적 욕망 그리고 애착에 관한 풍부
한 내용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안에는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붓다 당시 초기 승단에서는 성소수자도 똑같이 출가하여 수행한
평등한 존재로 존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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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과 관련해 붓다가 주로 문제를 삼은 것은 출가한 사람의 도덕적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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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해서였지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평가를 거의 하
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재가자의 성생활은 출가자의 생활을 기록해 놓은
율장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고대 인도문헌에서는 성적 묘사에서 오늘날 문명화된 사회처럼 그 표현에서
억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소 외설적 표현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들이 기록
되어 있다. 고대 인도인들은 성적으로 꾸밈없는 언어를 사용했고, 이에 대해
오늘날 우리처럼 두려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에게 불필요하게 숨김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설과 음탕에 대한 낙인은 실제로 율장에서는 찾아보
기 힘들다.1)
붓다는 출가자의 성적 교섭에 반대했고 그것을 금지시켰다. 그 이유에 대해
붓다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은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
으며 위험은 더욱 많기 때문이라고 설하고 있다.2) 스리랑카 출신의 모한 위
자야라트나(Môhan Wijayaratna)는 성 관계에는 사회적인 책임과 가정적인
책임이 뒤따르고, 그로 인해 명상에 장애가 되는 번뇌를 야기하기 때문이라
고 언급하고 있다.3)
율장에 따르면 비구의 성적 대상으로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성 외 동성, 양성,
빤다까를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성적 교섭의 길로 성기 외 항문이나 구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상적인 것은 항문이나 구강을 성기에 비
해 더 하열한 기관이라고 폄하하거나 문제 삼지 않고 나란히 두고 있고, 성적
대상으로 반드시 이성만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4)
빤다까(paṇḍaka)는 어원적으로는 불분명하지만 '알이 없는 사람(apa-aṇḍa-k
a)' 즉, 고환이 없는 자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붓다고싸(Bud
dhaghosa)5)는 빤다까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빤다까의 출가를 율
장에서 금지시키는 것은 동성애나 유사 성행위로 교단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
을 염려했기 때문이다.6) 하지만 율장이 빤다까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
다는 것은 초기에는 이들 역시 출가하여 공동체 생활을 함께 했었다는 뜻으
로 유추할 수 있다. 팔리어 율장에 의하면 남성 동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양
성애자, 성전환자 등에 대한 차별은 보이지 않고, 다만 빤다까와 남녀추니에
대해서는 양가적이고 차별적인 입장을 지니고 있다.
율장은 남성 동성애, 여성 동성애 외 성-변환(트렌스젠더)에 대한 내용도 언
급하고 있다.7) 초기 불교 경전들은 어떤 사람의 성은 생(生)과 생 사이에서뿐
만 아니라 한 생 안에서도 변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8) 비구나 비
구니가 자신의 성(性)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 그 사람에 대해서는 자비롭게
해결하였다. 율장에 의하면, 그 비구니는 더 이상 비구니 승가에 있을 수가
없어서 새롭게 비구로서의 구족계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어떤 비구가 성적
으로 여성이 되었을 때, 그는 비구니 구족계를 다시 받아야 한다.9) 두 사례에
서 붓다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전에 비구였던 비구니는
비구니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전에 비구니였던 비구는 비구의 규칙을 따라
야 0한다고만 말할 뿐이다.10) 주석서를 보면 어떤 사람의 성은 임신 순간에
결정되지만 바뀔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11) 성-변환의 원인은 본질상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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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業)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담마빠다'의 주석서에는 한 비구에게 성적으로
끌려 그 즉시 여성으로 변해 버린 한 남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난 후, 다시 남자로 돌아와 그 비구의 용서를 구한 다음 계속 정
진하여 아라한이 된다.12)
만일 불교 교단 안에서 동성애가 비난을 받는다면 그것은 동성과 성행위를
하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계율로 금지된 성행위 일반을 즐겼다는 사실에
서 비롯되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불교는 깨달음의 달성에 장애가 되
는 그릇된 욕망의 대표적 상징인 성행위(동성애도 포함됨)를 금기시했지 특
정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는 동성애 행위만을 별도로 거론한 적은 없다는 말
이다.13) 기억해야 할 것은 율장은 일반 대중을 위해서 송출되거나 기술되어
서는 안 되고, 오직 순결을 맹세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자들을 위해 송출되거
나 기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율장이 송출되고 기술되어 온 동기는 충
격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청정하지 못하고 감각적 쾌락과 같은 탐욕
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14) 팔리어 율장에 따르면, 승단 초
기에는 성소수자도 일반 사람과 똑같이 출가하여 공동체 생활을 하였고 구족
계를 받는 것이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후에 출가 조건이나 구족계를 받는 조
건이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소수자,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기독교인'을 간결하게 정의하자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다. 따라
서 '기독교인'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지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예수의 정신이 무엇인가,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예
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What Would Jesus Do)'는 1896년 찰스 쉘돈(Charl
es Sheldon) 목사가 자신의 설교를 묶은 책인 『예수의 발자취를 따라서(In Hi
s Steps)』의 부제로 사용했던 것이다. 이후 이 표현은 'WWJD'라는 약자로 대
중화되면서 기독교인들에게 던져지는 중요한 물음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개
신교도들이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를 드러내고 그것이 점점 폭력화되고 있
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이 '구주'로 고백하는 예수는 과연 성소수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 것은 긴급한 과제이다.
동성애를 저주하고 그것이 죄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이 인용하는 성서 구
절들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이 있다. 첫째, 성소수자 혐오에 인용
되는 구절 중 정작 '예수'로부터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종종 인
용되는 성서 구절은 『창세기』 14장, 『레위기』 18:22, 『레위기』 20:13, 『로마
서』 1:27, 『고린도전서』 6:9~10, 『디모데전서』 1:10, 『히브리서』 13:4 등이
다). 둘째, 성소수자 혐오의 근거로 인용되는 성서 구절 중 그 어느 것도 여성
과 여성끼리의 관계, 또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이는 성
서가 쓰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극도로 가부장제적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내
는 것이지만, '문자적'으로 성서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논리적 오
류'를 범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성서를 문자적으로 해
석하고자
0
한다면, 레즈비언이나 양성애는 성서에 언급되지 않았으니 죄가 아
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동성애(homosexuality)'라는 개념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은 19세기에야 독립된 개념으로 등장하게 된다. 즉 성서가 쓰인 시대에는 물
론 19세기 이전까지는 '동성애'라는 것이 분명한 개념으로 형성되지 않았다.
그런데 남성끼리의 동성애가 그렇게 심각한 죄였다면 왜 예수는 그 문제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을까?
예수의 가르침이 제시하는 핵심적 메시지는 '사랑, 환대, 연민, 연대'라고 할
수 있다. 타자를 사랑하는 것과 신을 사랑하는 것이 동일한 것임을 예수는 그
의 말과 행동으로 분명하게 전한다. 이러한 예수 정신을 분명하게 담고 있는
『마태복음』 25장은 '최후 심판'으로 불리는 텍스트이다. 예수가 소위 '최후 심
판'의 6가지 기준을 제시하는 이 텍스트는 심오한 종교적, 사회정치적, 윤리
적,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첫째, 최후 심판의 기준에 우리가 생각하는 '종
교적' 항목은 전혀 없다. 개인의 종교가 무엇인지, 기독교 교리를 믿는지, 교
인 등록을 했는지 등 흔히 교회에서 가르치는 '구원 조건들'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죄'의 개념을 근원적으로 급진화한다. 악한 일을 '하는 것(sin b
y commission)'만이 죄가 아니라 '해야 할 것'을 안 하고 '생략하는 것(sin by
omission)'도 죄라는 것이다. '최후 심판'을 통해 '구원/영생'의 길로 나아갈지,
'영원한 형벌'을 받을지가 결정되며, 그것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으로서의
'해야 할 것'은 다음 여섯 가지이다. 타자가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주는 일; 목
이 마를 때 마실 것을 주는 일; 나그네와 이방인을 환대하는 일; 헐벗을 때 입
을 것을 주는 일; 병들었을 때 돌보는 일; 그리고 감옥에 갇혔을 때 찾아 주는
일이다. '영원한 형벌'을 받도록 결정된 이들이 '내가 언제 당신이 그렇게 되
었을 때에 외면했는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예수는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T
he Least)에게 하는 것이 곧 신/예수에게 하는 것이라고 답을 한다. 예수는
'종교'가 아니라 내가 타자와 어떠한 관계 속에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
다. 예수 정신의 핵심을 담고 있는 이 텍스트는 연민, 사랑, 배려, 환대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실천이라는 것을 '최후 심판'이라는 강력한 언어로 명시하
고 있다. 성서를 거론하며 자신과 성적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 대
한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을 예수가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성소수자, 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의 답은 간단하다.
예수는 성소수자를 포함하여 누군가를 그렇게 혐오하고 정죄하는 것을 주저
함 없이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또한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회정치적
이고 종교적인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대할 것이다. 데스몬드 투투(De
smond Tutu) 주교는 '나는 동성 혐오적 천당에 가기를 거부하겠다. 나는 신
이 만약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그러한 신을 예배하지 않겠다'라면서, 동성애
혐오에 저항하고 싸우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저항하
여 싸우는 것과 동일한 차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동성애 혐오 사상을 주장하
는 기독교인들은 이 투투 주교의 선언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예수는 모
든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이웃은 물론
'원수'까지 모든 타자들과 사랑과 연민과 환대를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0
있다. 여기에서 종교적 저항의 중요한 근원은 종교적 상상력이다.
예수는 성소수자들을 향하여 폭력적인 혐오감을 표출하는 '예수 믿는 이들'
story by style - in solitude life
앞에서, 성소수자들과 함께 서서 그 혐오자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
다.
1) 전재성 역주 (2015b).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 한국빠알리성전협회, 58-59 해제 참조.
2) 전재성 역주, 위의 글, 1640. 
3) 모한 위자야라트나 (1998). 비구니 승가 (온영철 옮김). 서울: 민족사, 167.
4)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150-151. 
5) 5세기 전반에 활동한 인도의 대논사. 팔리어 불교의 근본성전으로서의 율장 · 논장의 전부와 경장의 대
부분에 대한 주석서 및 팔리어 불교의 교리 · 학설을 집대성한 『청정도론』 저술. 
6)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151 각주 참조. 
7) 전재성 역주 (2015a). 빅쿠니비방가-율장비구니계. 서울: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역주(2015b) 등
참고.
8) Harvey, P. (2014). 불교윤리학 입문: 토대, 가치와 쟁점 (원제: An Introduction to Buddhist Ethics-Foun
dations, Values and Issu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허남결 옮김). 서울: 씨아이알 (원서출판 2000),
751.
9) 모한 위자야라트나, 앞의 글, 179-180; 전재성 역주 (2015b), 520; Harvey, 앞의 글, 751 참조. 
10) Harvey, 앞의 글, 751.
11) Aṭṭhasālinī[Buddhaghosa's commentary on Dhs.](Th.); (tr. Pe. Maung Tin), The Expositor, 2vols., Lond
on, PTS, 1920 and 1921. 
12) Harvey, 앞의 글, 751-752.
13) 허남결 (2008). 동성애와 불교의 입장: 역사적 사례와 잠정적 결론. 불교연구, 28: 262.
14) 전재성 역주 (2015b), 앞의 글, 58-59 참조.

쿨하지 못해 미안
사회·정치

몸 크고 얼굴 크고 마음도 큰 지구인 남자를 기다리는 외계인 남자.. 게이이며 모솔인 생명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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