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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자 루이스 캐럴

기획 편집 최현

표지디자인 김지수

유통책임 이선영

펴낸 곳 이북스펍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한류월드로 408 킨텍스 제2전시장 오피스동 14층

전화 070-7510-8779

팩스 031-995-6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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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후마다 우린 느긋이 배를 타지

노는 둘 다 젓는 듯 마는 듯, 노를 젓는다고 해도, 작은 손으로 시늉만 내는 동안 우리는 정


처없이 흘러간다네.

아, 이런 셋이라니! 이런 시간에, 이런 꿈 같은 날씨에. 가녀린 숨결이 이야기를 들려달라


니. 가장 가벼운 깃털의 흔들림!

어찌 한 명의 작은 목소리가 셋이 함께 떠드는 소리를 이길까?

벼락같이 번쩍이는 가장 도도한 자세로 한 아이가 선언하듯 말했지 “시작해요"— 그 다음

아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원했지 "말도 안 되는 얘기여야 해요!"—

세 번째가 이야기에 끼어들자 한 시도 지체할 수 없게 되었어.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근사한 이야기를 따라 꿈꾸는 아이들은 땅을 가로질러 새로운 놀라


운 들판으로 갔지.

새들이나 동물같은 친근한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인 그런 이야기.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지 근사한 우물들이 말라버리고, 그리고 슬쩍 누군가 지친듯하여 화


제를 돌리려, "그럼 다음에 계속 -" "지금이 다음이예요!” 행복한 목소리로 소리질렀지.

그렇게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는 자랐어: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기묘한 일들이 튀어 나오고— 드디어 이야기는 끝을 맺었네, 즐겁

게 함께 어울려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는 저물어.

앨리스! 유치한 이야기를 들으렴, 상냥한 손을 건네 어릴 적 꿈에 뒤죽박죽인 이야기를 놓


아 두렴 기억나는 신화들의 묶음 속에, 필그림의 시든 꽃다발 같이

아주 먼 곳에서 뽑아온 것 말이야.



제1장 토끼굴 속으로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자


니 점차 몹시 지루해졌다. 언니가 읽는 책을 한두 번 곁눈질해 보았지
만,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어디다 쓴담. 그림도
없고 대화도 안 나오잖아?”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날씨가 더워서 몹시 졸리고 심심했던 앨리스는 데이지 꽃다발이나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


각하고 데이지 꽃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분홍 빛 눈을 한 하얀 토끼 한 마리가 뛰
어 왔다.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토끼였다. 앨리스는 심지어 토끼가 “아이쿠, 이런! 너무 늦겠어!”라


고 말하는 것을 듣고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았다.(앨리스는 나중에야 그게 정말 이상한 일
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그 때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토끼가 조끼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보며 허둥지둥 거리자, 지금껏 조끼를 입고 회중시계를 지닌 토끼는 본 적
이 없었기에 호기심이 나서 토끼 뒤를 쫓기 시작하였다. 앨리스는 들판을 가로질러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가 풀숲 굴 속으로 뛰어들어 가는 것을 보았다.

앨리스는 어떻게 다시 나올 수 있을 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굴 속으로 뛰어들었다.

토끼굴은 터널처럼 곧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푹 꺼지듯 밑을 향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생각


할 겨를도 없이 깊은 우물같은 토끼굴 바닥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토끼굴이 무척 깊었는 지
아니면 앨리스가 천천히 내려간 것인 지 모르지만 한 참을 내려갔다. 그래서 앨리스는 주위
를 둘러보며 다음엔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엔 밑을
보며 무엇이 다가오는 지 보려 하였다. 하지만, 너무 캄캄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번엔 옆을 보았다. 토끼굴 옆으로는 찻잔 받침들과 책을 올리는 선반들이 있었다. 앨리스는
벽 여기 저기에 지도며 그림들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앨리스는 스쳐 지나가는 선반 하나
에서 “오렌지 마멀레이드”라고 쓰인 단지 하나를 집었지만,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무
척 실망했다. 떨어트리면 아래에 있는 누군가가 맞아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단지를 던지지
않고 다음 번에 스쳐 지나가는 찻잔 위에 올려 두었다.

“와! 이렇게 떨어지면서도 대굴대굴 구르지도 않다니! 이걸 알면 집에서 모두 내가 정말 용


감하다고 할텐데! 지붕에서 뛰어내리는 것 보다 더 한데, 이걸 말해줄 사람이 없다니.”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이건 거의 그런 것이나 다름 없었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도 끝도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앨리스는 “내가 지금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하고 크게 외쳤다. “아마 지구 한 가운데 어디쯤인 거 같아. 어
디 보자, 내 생각엔 4천 마일 쯤 내려 온 것 같은데 - ”(보다시피 앨리스는 교실에서 여러 가
지를 배웠지만 지금은 앨리스가 알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기엔 적당한 때가 아닌 것 같다. 아
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습으로는 좋은 것 같다.) “그래, 맞아. 딱 그
정도 거리야. 그런데, 내가 있는 곳의 위도와 경도는 어떻게 나타내지?”(앨리스는 위도나 경
도가 무엇을 뜻하는 지는 조금도 몰랐지만 왠지 근사한 낱말이라고 여겼다.)
앨리스는 다시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구를 뚫고 지나가면 어떻게 될까? 정말
웃기겠다. 지구 반대편으로 나가면 걸어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머리가 밑을 향한 채 나가게
되잖아? 그러긴 싫은데 -”(앨리스는 이 번엔 이 말을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곳은 어떤 나라냐고 물어봐야
지. 실례합니다. 여기가 뉴질랜드인가요? 오스트레일리아인가요? 하고 말야.”(이렇게 말하면
서 앨리스는 무릎을 굽혀 인사하는 시늉을 했다. 이럴수가! 떨어져 내리며 공중에서 훌륭하
게 인사를 할 수 있다니! 여러분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철없는 꼬마 여자애가 내
게 묻겠지. 안돼, 묻는 건 딱 질색이야. 어딘가 적어 둬야겠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가는 동안 앨리스는 달리 할게 없어서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디


나가 날 그리워 할텐데. 맞아, 생각해야 했어.”(디나는 고양이이다.) “차를 마실 시간엔 디나
에게도 우유를 주는 걸 잊지 않으면 좋겠는데. 디나, 내 사랑! 같이 내려왔으면 좋았을 걸. 여
긴 쥐가 없는 게 걱정이지만, 너라면 박쥐라도 잡을거야. 너도 알다시피 쥐랑 비슷할거야. 그
런데, 고양이가 박쥐도 먹던가?” 조금있다가는 “박쥐가 고양이를 먹던가?”하고 말했다. 알다
시피 앨리스는 두 질문 모두 답할 수 없었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앨리스는
떨어지면서 졸기 시작했고, 디나와 손에 손을 잡고 걷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앨리스는 정
말 진지하게 물었다. “디나야 사실대로 말해줘. 박쥐 먹어본 적 있어?”갑자기 쿵! 쿵! 앨리스
는 마른 잎이 깔린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다 내려온 것이다.

앨리스는 아프지 않아서 깡총뛰어 바로 섰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


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지기 전에 토끼가 먼저 내려가는 것을 언듯 보았는
데,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쪽 구석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내 귀야,
수염아. 늦어버렸어.”앨리스는 뒤에서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고 뒤를 돌았지만 토끼는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자신이 천정에 램프가 달려 있는 아주 긴 복도에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복도 옆에는 여러 문이 있었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앨리스는 모든 문을 열어보았지만 열리


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다시 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가운데로 돌아왔다.
문득 다리가 셋 달린 탁자가 보였다. 탁자는 유리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아주 작은 금
열쇠가 있었다. 앨리스는 이 열쇠로 문들 가운데 하나를 열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맞추어 보
았지만 자물쇠가 너무 컸다. 아니면 열쇠가 너무 작은 거겠지. 이 열쇠로는 어떤 문도 열수
없었다.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찬찬히 주위를 살펴보다 커튼 뒤에 가려진 아주 작은 문을 보았
다. 높이가 고작 15 인치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쇠를 넣어보
았더니 딱 맞았다!

앨리스는 문을 열고 안을 보았다. 거기엔


작은 통로가 있었다. 통로는 토끼굴보다
크지 않았다. 앨리스는 무릎을 꿇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마치 덤불 속에 난 작은
통로 같았다. 어두운 통로 너머로 갑자기
환하게 밝아오며 꽃들이 활짝 핀 정원이
보였다. 하지만, 이 문으로는 머리도 집
어넣을 수 없었다. 앨리스는 “내 머리가
지나간다고 해도 어깨는 도저히 못 넣겠
는 걸. 아, 내가 망원경처럼 접힐 수 있으
면 좋겠네. 여기 들어가려면 그렇게 밖엔
안되겠어.”하고 생각했다. 이처럼 앨리스
는 말도 안되는 생각만 떠올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불가능한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게된 앨리스는 혹시 다른 열쇠가 있나 찾아보러 테이블로 돌아왔다.


아니면, 사람 몸을 망원경처럼 접을 수 있는 방법이 적힌 책이라던가. 이번엔 탁자위에 작은
병이 하나 있었다.(앨리스는 “이건 아깐 없었는데”하고 말했다.) 병목에 걸린 종이 레이블에
는 큰 글씨로 “날 마셔요”라고 적혀 있었다.
병에는 알기 쉽게 “날 마셔요”라고 적혀 있지만,
똑똑한 앨리스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먼저 좀
살펴보고.”하고 앨리스는 말했다. “어딘가에 ‘독’
이라고 적혀있는 건 아닌지 봐야지.” 앨리스는 작
은 아이가 불에 탔다거나 짐승에게 잡아먹혔다거
나 아니면 다른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이야기
몇 개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들에 나오는
간단한 규칙들은 기억해 두지 않으면 안된다. 발갛
게 달아오른 부지갱이를 오래 잡고 있으면 불에 타
게 될 것이고, 손가락이 칼에 너무 깊게 찔리면 잘
릴 수도 있다. 대부분은 피가 나고 말지만. 그리고
앨리스는 ‘독’이라고 쓰인 병에 든 것을 마시면 조
만간에 안 좋아진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
다.

하지만, 병 어디에도 ‘독’이라고 적혀있지는 않았기때문에 앨리스는 우선 맛을 보았다. 맛


이 정말 좋아서(버찌 타르트, 커스타드, 파인애플, 구운 칠면조, 땅콩 사탕, 버터를 바른 따끈
한 토스트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맛이었다.) 앨리스는 단숨에 마셨다.

“이 느낌은 뭐지? 난 망원경처럼 접히는 것 같아”하고 앨리스는 말했다.

정말 그랬다. 앨리스는 이제 작게 줄어들어 키가 10 인치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문을 지나


아름다운 정원으로 갈 수 있는 알맞은 크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앨리스는 먼저 몸이 더 줄
어들지는 않는 지 몇 분 동안 기다려 보았다. 앨리스는 약간 긴장해서 “이제 멈출 거야. 알잖
아. 양초 같아 져 버렸네. 그렇게 보이나?”하고 말했다. 그러면서 앨리스는 초에 불을 붙이고
나면 어떻게 보였었는지 기억하려 하였지만,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앨리스는 정원으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문 앞으
로 간 앨리스는 딱하게도 열쇠를 탁자 위에 그냥 두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탁자로 돌아왔
지만 이 번엔 탁자가 너무 커서 위를 살필 수 없었다. 더는 어찌 할 수 없게 된 앨리스는 주저
앉아 울었다.

“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여길 떠나게 도와줄께” 앨리스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앨리스는


자주 스스로에게 좋은 도움말을 했다.(그 말대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앨리스는 울
고 있는 자신에게 스스로 꾸짖곤 하였다. 앨리스는 마치 둘이서 하는 것처럼 혼자말을 하며
크로켓 게임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둘인 것처럼 하는 건 지금은 쓸모 없잖아. 왜 난 내가
한 사람인 것처럼 하는 게 힘든지 모르겠어.”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앨리스는 탁자 밑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는 작은 케이


크가 들어 있었고 케이크 위에는 “날 먹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좋아, 먹어주지. 만약 이걸
먹고 내가 커지면 탁자 위에 놓아둔 열쇠를 가지면 되고, 더 작아져 버린다면 문틈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정원으로 갈 수 있겠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어!”

앨리스는 케이크 한조각을 먹고 걱정하며 말했다. “어느 쪽일까? 어느 쪽일까?” 그러면서


앨리스는 자기 머리에 손을 얹어 키가 커지고 있는 지 알아보려 했지만, 키는 그대로일뿐이
었다. 이 케이크는 먹으면 누구나 커지는 케이크였지만, 앨리스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보통 일어나는 일은 따분하고 심심하니까.

그래서 앨리스는 재빨리 케이크를 먹어버렸다.



제2장 눈물 웅덩이

“이상하고 이상해!” 앨리스는 소리쳤다.(앨리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조


차 똑바로 하지 못했다.) “이젠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망원경 처럼 펼쳐
져 버렸어. 잘있어 - 내 발아!”(앨리스가 발을 쳐다 보니 까마득히 멀리
있어서 겨우 보일락 말락 할 지경이었다.) “아, 불쌍한 내 작은 발들. 이제
누가 내 발에 양말일 신겨 주고 신발을 신겨 준담. 난 못 할거야. 내가 너
희에게 하려니 너무 멀구나, 그러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길거야. 너희가 스
스로 하는 게 가장 좋지만, 내가 무어든 해야하겠지.”하고 앨리스는 생각
했다. “아니면 아마도 내 발들이 내가 가고 싶을 때 걷지 않으려고 할지도
몰라! 어쩌지? 얘들아, 크리스마스마다 새 신발을 사줄께.”

앨리스는 어떻게 선물을 줄 수 있을 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운송 회사를 불러야 할 거야. 그런데, 정말 우습게 보이겠지? 자
기 발에게 자기가 선물을 하다니. 주소는 또 얼마나 이상할까!

앨리스의 오른발 귀하

벽난로 깔개

난로 철망 옆

(사랑을 담아 앨리스가)

맙소사 내가 무슨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이 때 앨리스의 머리가 천정에 부딛혔다. 앨리스는 이미 키가 9


피트가 넘게 커져 있었다. 앨리스는 재빨리 탁자 위에 놓인 금열
쇠를 집어 문을 열었다.
불쌍한 앨리스! 앨리스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쪽으로 누워 한 눈으로 문 안을 들
여다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그 곳을 지나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었다. 앨리
스는 주저 앉아 다시 울기 시작하였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다 큰 소녀가 울다니.”하고 앨리스는 말했다.(이번엔 훌륭하게 말


했다.) “이렇게 울다니. 뚝! 그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땐 이미 앨리스가 흘린 눈물이 방안
에 가득 차서 큰 웅덩이가 되어 버렸다. 웅덩이 깊이는 4 피트나 되어 방 높이의 절반이나 되
었다.

이 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눈물을 훔치고 어떤 것이 다가오나 살펴보


았다. 아까 그 흰 토끼가 돌아오고 있었다. 토끼는 근사한 옷을 입고 한 손엔 흰 장갑 한 쌍을
들고 다른 손엔 큰 부채를 들고 있었다. 토끼는 깡총거리며 매우 급하게 다가오며 중얼거렸
다. “아, 공작 부인, 공작 부인. 내가 그녀를 기다리게 했다간 가만 두지 않겠지.”
앨리스는 누가 지나가든 제발 도와달라고 해야 할 때여서, 토끼가 다가오자 작고 낮은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저, 괜찮으시면 ……” 토끼는 깜짝 놀라더니 장갑과 부채를 떨어트리고는
허둥거리며 할 수 있는 한 재빨리 어둠 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앨리스는 부채와 장갑을 집어 들었다. 방이 너무 더워서 앨리스는 부채를 부치며 스스로에


게 말했다. “이런, 이런. 오늘은 참 별난 날이다! 어제는 모든 게 다 평범했는데. 밤이 되면 내
가 다시 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나는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랑 똑같은 난가? 난 뭔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느꼈던 걸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내가 아침의 나와
같지 않다면, 다음 질문은, 그럼 나는 누구지? 아! 엄청 복잡한 수수께끼다.” 그러면서 앨리
스는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렸을 때부터 지금 까지의 일들을 떠올리며 그 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든 바꿀 수 있는 지 살펴보았다.

“난 확실히 에이더는 아냐.” 앨리스가 말했다. “그 애 머리카락은 너무 긴 곱슬머리야. 내껀


곱슬거리지 않아. 그리고, 난 확실히 메이블이 될 수도 없어. 그 앤 너무 작아. 어쩜 그리 작
을 수 있담. 게다가 그 애 는 그 애고 나 는 나잖아, 그리고, 어… 아이쿠, 뭐든 왜 이리 복잡
한 수수께끼가 되는 거지! 내가 알던 모든 걸 다 알아야 할 것 같아. 어디보자, 4 곱하기 5는
20, 그리고 4 곱하기 6은 13, 4 곱하기 7은…, 아이쿠 20은 절대 아닌 거 같은데! 하지만,
구구단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까, 지리를 생각해 볼까? 런던은 파리의 수도, 파리는 로마의
수도 ……, 아니야. 몽땅 틀렸어. 확실해! 난 아무래도 메이블이 되어야 하나봐!

난 아마 ‘어쩜 이리 작을까’를 불러야 할거야. 그러면 그 애는 말하기를 배울 때처럼 두 손


을 엊갈려 무릎에 얹고 따라하겠지. 하지만 그 앤 이상한 쉰목소리를 내는데다 말도 다른 사
람이 하는 것처럼 하지 않는데…… '어쩜 이리 작을까’노래를 불러봐야겠다. 말하기를 배울때
처럼 두손을 엇갈려 무릎에 놓고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앨리스의 목소리는 거칠고
이상하게 나왔으며 노래가사도 원래와 다르게 나왔다

어쩜 이리 작은 악어가

이렇게 반짝이는 꼬리를 키워가

그리고 나일강에 뛰어가


모든 황금율 위에 가

어쩜 저리 방끗 웃는지

저렇게 날카로운 발톱을 펴고서

물고기야 어서와 인사하지

친절하게 웃음을 짓고서

“이건 확실히 제대로 된 말이 아니야.” 가여운 앨리스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메


이블이 되고 말꺼야. 그리고 그 허름한 집에 들어가 살게 되겠지. 장난감도 없고 놀지도 못할
꺼야. 아! 그리고 엄청나게 공부만 배우게 될거야. 아냐, 난 마음을 정해야 해. 내가 메이블이
라면 여기에 있을 거야!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얘야 어서 다시 올라오렴’해도 나는 먼저 ‘제
가 누구죠?’하고 물어볼꺼야. ‘만약 내가 나라면 올라갈 거지만, 아니면 그냥 여기 있을래요.
다시 내가 될때 까지요.’해야지. 하지만, 아이쿠!” 앨리스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냥
사람들이 머리나 숙여 줬으면! 여기 혼자 있어서 너무 너무 지쳤어.”

이렇게 말하며 앨리스는 자기 손을 내려다 보았다. 놀랍게도 앨리스는 말을 하는 동안 토끼


의 작은 흰 장갑을 두 손에 끼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앨리스는 생각했다. “다
시 작아진게 틀림없어.” 앨리스는 일어나 자기 키를 탁자와 견주어 보았다. 그리고 앨리스는
이제 자기 키가 2 피트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키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
다. 앨리스는 부채를 쥐고 있어서 키가 줄어들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이 세상 무엇보다 작
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재빨리 부채를 떨어뜨렸다.

“아슬아슬 했어!” 하고 앨리스가 말했다. 무서울 정도로 갑자기 변했지만 앨리스는 다행이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 이제 정원으로!” 앨리스는 전속력으로 작은 문을 향해 달렸다.
아뿔싸! 작은 문은 그 새 닫혀 있었고, 작은 금열쇠는 여전히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모든
게 나빠지기만 했잖아!” 앨리스는 생각했다. “난 이렇게 작았던 적이 없어. 한 번도! 이건 정
말 나빠, 나쁘다구!”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미끄러졌다. 그 순간 앨리스의 뺨에 짠물이 닿았다. 처음에 앨리
스는 바다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난 기차를 타고 돌아가야지.” 앨리스는 스스로에게 말했다.(앨리스는 딱 한 번 바


닷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은 잉글랜드 해안 어디나 그렇듯이 바다 위엔 여러 기계들이
떠있고, 아이들이 나무막대기로 모래를 파고, 그 뒤에 줄줄이 여관이 있고, 그 뒤로 기차역이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앨리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게 사실은 자기 키가 9피트일 때 흘렸던
눈물 웅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웅덩이를 헤엄치며 빠져 나갈 곳을 찾던 앨리스는 “그렇게 많이 울지 말았어야 했어”하고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려서 이런 벌을 받는 걸 거야. 진짜 이상한 일이다. 하지
만 오늘은 모든 게 다 이상한 날인걸.” 그 때 어디선가 첨벙거리며 헤엄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언가가 다가 오고 있었다. 앨리스는 처음에 그것이 바다코끼리 이거나 하마일 것이라고 생
각하였다. 그러나, 앨리스는 자신이 지금 작아져 있으니까, 헤엄쳐 오는 것도 그렇게 큰 동물
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잠시 후, 앨리스는 헤엄쳐 오는 동물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생쥐였다.
“이 생쥐랑 말할 수 있을까? 이 아랜 모든 게 다 이상하니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말 걸어
서 나쁠 것도 없지 뭐.” 이렇게 생각한 앨리스는 생쥐에게 말을 걸었다. “오, 생쥐야. 웅덩이
를 빠져나갈 길을 아니? 수영하느라 너무 힘들어. 오, 생쥐야.” (앨리스는 이게 생쥐에게 말
을 거는 알맞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예전에 한 번도 생쥐랑 말을 해 보지는 않았
지만, 예전에 오빠가 라틴어 문법을 배우며 “아 어 마우스 - 투 마우스, 아 마우스 - 오 마우
스”하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생쥐는 몹시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
라보고는 한 쪽 눈을 찡끗하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아마도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 듣나봐. 정복자 윌리엄이랑 함께 건너온 프랑스


쥐인가?”하고 생각했다.(앨리스는 역사에 쓰인 일들이 정확히 언제 있었고 얼마나 오래 된 일
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프랑스어로 말했다. “우 에 마 샤트?” 이 말은 앨리스의
프랑스어 책 처음에 적혀 있었다. 생쥐는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 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물 속
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앨리스는 자신이 가여운 동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다급히 외
쳤다. “용서해줘! 넌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걸 잊었어.”

생쥐가 날카롭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아. 네가 나라면 고양이가 좋


겠니?”

“음, 아마 안 좋아할 거야.”하고 앨리스는 생쥐를 달랬다. “화내지 마. 난 우리 고양이 디나


가 보고 싶어. 너도 디나를 보면 좋아하게 될 꺼야. 정말 사랑스럽거든.”앨리스는 반쯤은 스
스로에게 말하며 천천히 헤엄쳤다.
“디나는 불 옆에 앉아서 정말 근사하게 가르랑 거려. 발톱을 감춘 발바닥으로 얼굴도 부비
는데 정말 말랑말랑해. 그리고, 쥐를 정말 잘 잡아 -- 아, 미안해!”앨리스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생쥐는 이 번엔 화가 난 것 같았다. 이 번에 한 말은 무례했다. “네가 싫다면 디나 애
기는 그만 해야 하겠다.”

“그러자!”하고 생쥐가 늘어뜨린 꼬리 끝을 떨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 얘기는 관두자!


우리 가문은 고양이 같은 더럽고 천한 아래것들은 싫어해! 다신 내게 고양이 이름을 말하지
마!”

“알았어.” 앨리스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너 -- 너는 개 -- 개는 좋아하니?” 생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앨리스는 열심히 말했다. “진짜 멋진 개가 우리 옆 집에 사는데. 난 그 개를
보는 게 정말 좋아. 너도 알겠지만, 눈이 약간 밝은 색인 테리어야. 아, 곱슬거리는 갈색 털!
무얼 던지면 달려가서 다시 주어와. 그리곤 앉아서 먹을 걸 달라고 해. 뭐든 다 가져오는데
-- 무엇 무엇이었는 지 반도 기억이 안난다. -- 너도 알겠지만, 그 개는 농부 아저씨가 길러.
농부 아저씨는 그 개가 정말 쓸모 있고, 값도 몇 백 파운드나 되는 좋은 개랬어! 농부 아저씨
는 그 개가 쥐도 잘 잡고 또 -- 아이쿠!” 앨리스는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또 네 마음
을 상하게 했나봐!” 생쥐는 첨벙거리며 물살을 만들면서 헤엄치면서 재빨리 가버렸다.

앨리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생쥐야! 돌아와. 싫어하면 고양이나 개 얘긴 안할께.”하고 말


했다. 생쥐는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헤엄쳐 돌아왔다. 생쥐는 얼굴이 창백해 진 것 같았다.(앨
리스는 열도 나는 것 같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생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웅덩
이를 벗어나자. 그럼 내 이야기를 해 줄께. 그러면 너도 내가 왜 고양이랑 개를 싫어하는 지
알게 될꺼야.”

한 참을 가다보니, 웅덩이엔 다른 동물과 새들도 빠져 있었다. 오리 한 마리, 도도새 한 마


리, 앵무새 한 마리, 어린 독수리 한 마리, 그리고 신기한 동물들 몇 마리가 있었다. 앨리스는
이 동물들과 함께 웅덩이를 빠져 나왔다.

제3장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

웅덩이를 벗어나 둑에 모인 동물들은 한 패가 되어 새들은 깃을 말리고,


동물들은 몸을 떨어 물기를 털어냈다. 모두 물에 흠뻑 젖어 불편해 했다.

첫 번째 문제는 당연히 어떻게 다시 몸을 말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동물들은 이것을 해


결하기 위해 회의를 했다. 그러다 보니 앨리스도 이 동물들과 평생 알고 지낸 것처럼 자연스
럽게 끼어들어 말할 수 있었다. 사실, 앨리스는 앵무새와 오랫동안 말다툼을 했는데, 앵무새
는 “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내가 더 잘 알아.”라는 말만 되풀이 했기 때문이다. 앵무새
가 자기 나이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앨리스는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른다고 했지만,
앵무새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마침내 동물들 가운데 가장 권위있어 보이는 생쥐가 말하기 시작했다. “모두 앉아서 내 말
좀 들어봐. 그러면 너희들 몸도 금방 마를거야.” 동물들은 대번에 생쥐 주변에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앨리스도 몸을 얼른 말리지 않으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서, 눈을 크게 뜨고 생쥐를
바라보았다.

“에헴!” 생쥐는 헛기침을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준비됐어? 이게 내가 아는 가장 매마른


이야기야. 조용히 좀 해! ‘교황의 총애를 받는 정복자 윌리엄에게, 지도자를 원했고 약탈당하
고 정복당하는데 너무나 익숙했던, 잉글랜드 사람들은 곧바로 복종했다. 메르시아와 노섬브
리아의 에드윈과 모르카르 백작은 -- ’”

이 때 앵무새가 “콜록”하고 기침을 하며 몸을 떨었다.

생쥐는 눈살을 찌뿌렸지만, 정중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뭐라고 말했니?”

“아냐!”하고 양무새는 황급히 대답했다.

“뭐라고 한것 같은 데, 그냥 계속 이야기 하지. ‘메르시아와 노섬브리아의 에드윈과 모르카


르 백작은 윌리엄을 따르겠다고 선언했고, 애국적인 켄터베리 대주교 스티건드 마저도 그것
이 타당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 ’”

“뭘 발견했다고?”하고 오리가 물었다.

“그걸 발견했다고.”하고 생쥐가 대답했다. “당연히 그게 무얼 뜻하는 지는 알겠지.”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잘 알지. 내가 무얼 발견하면, ‘그것’은 대게 개구리나 벌레야. 그


런데, 대주교는 무얼 발견한 거지?”하고 오리가 말했다.
생쥐는 오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계속 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대주교는 에드가 에설
링이 윌리엄을 찾아가 왕관을 건내야 한다’고 하였다. 윌리엄은 애초에 정중하게 행동하였지
만, 오만한 노르만인들은 ‘여긴 어쩐 일로 오셧오?’-- ” 이번엔 앨리스가 끼어들었다.

“온통 다 젖었어. 그 이야기가 날 말려주는 것 같지는 않아.”

도도새가 일어서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 난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이 회의를


미루겠어.”

“좀 알아듣게 말해!”하고 어린 독수리가 말했다. “무슨 소리인지 반도 못 알아듣겠네. 그렇


게 길게 말하지만, 너도 무슨 소린지 모르는 것 같은데?” 다른 새 몇 마리가 킥킥 거리며 웃
었다.

“내가 하려는 말은”하고 도도새가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몸을 말리는 데는 코커스


경주를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거야.”

“코커스 경주가 뭐야?”하고 앨리스가 물었다. 사실 앨리스는 그다지 꼭 알아야 하겠다는 생


각이 들진 않았지만, 도도새는 다른 새들 중에 누군가가 말을 하려는 지 살피며 뜸을 들였다
가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왜?”하고 도도새는 되물었다. “그것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해 보는 거야.”(여


러분 스스로 한 겨울에 그걸 해보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여기서 도도새가 한 방법을 설명해
둔다.)

우선 작은 원을 그려서 경주로를 만든다.(도도새는 “꼭 정확한 원은 아니어도 돼”라고 말했


다.) 그리고 경주로 여기 저기에 모두 자리 잡는다. 그리고선 “하나 둘 셋” 하고 출발하면 된
다. 뭐 꼭 하나 둘 셋 이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튼 그 것 비슷하게 출발해서 한 시간 정도
쯤 달린다. 당연히 언제 경주가 끝나게 되는지 알기 힘들었지만, 도도새가 갑자기 “경주 끝!”
이라고 외쳤을 때는 모두 몸이 말라 있었다. 경주로 여기 저기에 털썩 주저앉은 동물들은 “그
런데, 누가 이겼지?”하고 물었다.

도도새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어서 한 손가락을 이마(그림에 그려진 셰익스피어가 짚고 있


는 그 곳)에 대고 오랬동안 생각했다. 그 동안 동물들은 말 없이 기다렸다. 마침내 도도새는 “모
두가 이겼어. 그러니 모두 상을 받아야지.”하고 말했다.

“그러면 상은 누가 주는데?”하고 모두들 물었다.

“왜? 이 아이가 줄거야.”하고 도도새는 앨리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모든 동물들


이 “상 줘! 상 줘!”하며 앨리스에게 몰려들었다.

앨리스는 어찌할 지 몰라 손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그런데, 주머니 안에는 사탕 한 봉지


가 있었다.(다행히 사탕은 소금물에 녹지 않았다.) 앨리스는 동물들에게 사탕을 상으로 주었
다. 사탕의 갯수는 딱 맞았다.

“하지만, 얘도 사탕을 받아야 하잖아,”하고 생쥐가 말했다.

도도새는 “물론이지.”하고 매우 진지하게 대답하고는, “주머니에 뭐 남아있는 게 없니?”하


고 앨리스에게 물었다.

“골무 한 개 뿐이야.”하고 앨리스가 대답했다.

도도새는 “이리 줘 봐.”하고 골무를 받았다.


그러자 모두 다시 한 번 앨리스의 주위에 모였다. 도도새는 “이 우아한 골무를 받아주세요.”
하며 앨리스에게 골무를 건냈고, 모두 박수를 쳤다..

앨리스는 이 모든 게 터무니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들 매우 진지했기 때문에 웃을


수 없었다. 앨리스는 달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짝 절을 하고 진지하게 골무를 받아 들었다.

다음 문제는 사탕을 먹는 것이었다. 모두 이 일 때문에 한 마디씩 하며 소동이 일어났다. 큰


새들은 간에 기별도 안 온다며 투덜 거렸고, 작은 동물들은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사탕을 깨
뜨리려고 애썼다. 어쨌거나 결국엔 모두 사탕을 먹었고, 다시 둥그렇게 모여 앉아 생쥐에게
이야기를 더 해달라고 졸랐다.

“네 이야기를 해 준댔잖아.”하고 말하며 앨리스는 작은 목소리로 “넌 왜 고-- 하고 강-- 을


싫어하는데?”하고 덧붙이고는 혹시나 다시 생쥐를 마음 상하게 한 건 아닌 지 눈치를 보았다.

생쥐는 앨리스를 돌아보며 “이건 정말 길고 슬픈 이야기야.”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앨리스는 “그래 분명 긴 이야기야.”라고 말하며 생쥐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궁금해 하


면서 “그런데 왜 슬픈 이야기야?”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앨리스는 생쥐가 하려는 이야기가
이런 건 아닌지 생각했다. “똥개 ‘화딱지’가 말했지.

생쥐에게.

집에서 생쥐를 만나면 법대로 해야지.

난 너를 고소 할 거야.

이봐, 부정할 수 없을 걸.

법정에 가자구.

‘오늘 아침엔 난 정말 아무 것도 안했어.’ 하고 생쥐가 말하겠지.

‘이보세요. 배심원도 판사도 없는 법정이라뇨’ 그러면, 늙은 똥개 화딱지는 이렇게 말하겠


지.

‘넌 모든 게 유죄야. 그러니까 사형이다.’

“딴 생각하고 있는 거지?”하고 생쥐가 앨리스에게 꾸짓듯이 물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니?”

앨리스는 “미안해”하고는 “다섯 번째 쯤 이야기를 한거니?”하고 물었다.

생쥐는 매우 화난 목소리로 “안 했거든!”하고 외쳤다.


앨리스는 언제나 그렇듯 “이런!”하고 스스로에게 말하고는 낙담하여 “내가 한 말을 취소하
게 해 줘!”라고 말했다.

생쥐는 “그렇게 할 수 없어”하고는 일어나 “넌 말도 안되는 소리로 날 모욕했어!”라고 말하


며 떠났다.

가여운 앨리스는 “그런 뜻이 아냐! 그나저나, 너 정말 잘 삐진다!”하고 항의하였다.

생쥐는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앨리스가 “제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마저 해줘”라고 말하자, 모여 있던 동물들도 다 같이 “제


발 이야기 해줘”하고 졸랐다. 하지만 생쥐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며 종종 걸음을 쳤다.

생쥐가 가버리자 앵무새는 “그냥 가버리다니 섭섭하군”하고 말했고, 게는 자기 딸에게 말할


기회를 잡았다. “얘야. 이걸 보고 왜 툭하면 화를 내지 않아야 하는지 깨달으렴.” “잔소리 하
지 마세요, 엄마!”하고 어린 게가 말했다. “굴 처럼 참아라 하는 말은 지겨워요!”

앨리스는 아무도 듣지 않게 혼잣말로 말했다. “우리 디나가 여기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러


면 생쥐를 재빨리 붙잡아 올텐데.”

하지만 앵무새가 이 말을 듣고는 “그런데 디나가 누구지? 알려 주겠니?”하고 물었다.

앨리스는 언제나 자기 애완 동물에 대해 이야기 싶어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대


답했다. “디나는 우리 고양이야. 쥐를 정말 잘 잡아. 상상도 못할 껄! 디나가 새를 잡는 걸 보
여줘야 하는데! 디나는 왜 새만 보면 그렇게 순식간에 잡아먹을까!”
모여 있던 동물들 모두 앨리스가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떤 새들은 허둥지둥 도망
갔다. 까치는 잔뜩 움추리면서 “집이 있어야 해! 밤 공기가 내 목에 좋지 않군. ”하고 말했다.
카나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들을 부르며 “얘들아, 이제 잘 시간이야”하고 휑하니 떠났
다. 모든 새들이 부산을 떨며 떠나고 나니 앨리스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디나 얘기는 괜히 꺼냈어”하고 앨리스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래에선 아무도 디나


를 좋아하지 않네. 하지만, 디나는 정말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고양이란 말야! 아, 내 귀여운 디
나! 내가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며 가여운 앨리스는 다시 울기 시작하였다. 앨
리스는 정말 외로웠고 기분이 가라 앉았다. 이렇게 울먹이며 앉아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앨리스는 생쥐가 마음을 바꿔 이야기 마저 하
려고 돌아 오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제4장 토끼가 작은 빌을 보내다

돌아 온 것은 토끼였다. 토끼는 두리번 거리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


언가 찾고 있었다. “공작 부인! 공작 부인! 아, 내 발! 내 가죽! 내 수염! 난
처형당하고 말꺼야. 족제비 처럼 되겠지! 내가 그걸 도대체 어디다 떨어뜨
렸을까?” 앨리스는 토끼가 아까 떨어뜨린 부채와 장갑을 찾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그것들이 어디있나 살펴 보았지만, 어디로 갔
는 지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가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동안 모든 것이 변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유리 탁자와 작은 문이 있던 큰 방도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야 토끼는 앨리스가 있다는 걸 알아보았다. 토끼는 화를 내며 “어쩐 일이야? 메리 앤,


여기서 뭐하는 거지? 얼른 집에 가서 부채와 장갑을 가져와 줘. 빨리! 당장!”하고 말했다. 앨
리스는 겁이 나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보았다는 말을 할 겨를 도 없이 토끼가 가리키는 곳으로
뛰어갔다.

앨리스는 뛰어가며 “날 하녀로 알아봤나봐.”하고 혼잣말을 했다. “내가 하녀가 아닌 걸 알


면 얼마나 놀랄까? 하지만 먼저 부채와 장갑을 찾아 주어야 하겠지. 찾을 수 있다면 말이야.”
이렇게 말하며 가고 있는데 말쑥하게 지어진 작은 집이 나왔다. 대문에는 밝은 빛이 나는 놋
쇠로 만든 문패가 달려 있었다. 문패에는 “하얀 토끼”라고 적혀 있었다. 앨리스는 진짜 메리
앤이 거기에 있어서 부채와 장갑을 내주길 바라며 노크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앨리스는 “참 이상한 일이네. 내가 토끼를 위해 메세지를 전하게 되다니. 다음 번엔 디나가


내게 메세지를 전해 올 수도 있겠네!”하고 혼잣말을 하였다. 그러면서 앨리스는 진짜 그런 일
이 일어나면 어떨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앨리스 양, 당장 이리와서 산책 준비를 하세요.’‘유
모, 얼른 이리로 와요. 난 쥐구멍 속에 들어간 쥐를 감시하느라 못 움직여요. 그나 저나 이 쥐
가 나올 생각을 안하네.’ 디나가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부려먹으면 아마 집 안에 살지 못하게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보니 앨리스는 창가에 탁자가 놓여 있는 아주 작은 방에 들어가 있
었다. 탁자 위에는 앨리스가 바란 것 처럼 부채와 몇 벌의 흰 장갑이 놓여 있었다. 앨리스는
그것들을 집고 나오다 탁자 위에 작은 병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번엔 “나를 마셔요”같
은 표찰이 붙어 있지는 않았지만, 앨리스는 “내가 뭔가를 먹거나 마실 때 마다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났으니까 이 번 것도 그럴꺼야. 이 번엔 몸이 커졌으면 좋겠는데, 작은 건 이제
딱 질색이야.”하고 생각하며 병에 든 것을 마셨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앨리스가 병에 든 것을 반쯤 마시자 앨리스의 머리가 천정에 닿았


다. 앨리스는 너무 커져서 목이 부러질 지경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얼른 병을 내려 놓았다.“이
제 됐어. 더 커지진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랬다간 이 문으로 나가지도 못 할 거야. 내가 너무
많이 마신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뿔싸! 앨리스의 바램대로 되기엔 이미 늦었다. 앨리스는 점점 커져 방을 가득 채울 지경


이 되었다.
방이 너무 비좁아 졌기때문에 앨리스는 한쪽 팔꿈치는 문에 닿고 다른 한쪽은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드러누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앨리스는 점점 커져갔다. 앨리스는 한
쪽 팔은 창문 밖으로 빼고, 발은 굴뚝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이젠 뭐가 되었든 아무 것도 못
하겠어. 난 어찌되는 걸까?”

다행히 작은 병에 든 약의 효과가 끝나고 앨리스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커


져버린 앨리스는 방 밖으로 다시 나갈 방법도 없이 불편한 자세로 있어야 하였다. 앨리스는
자신이 불운하다고 생각하였다.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하면서 생쥐나 토끼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 것보다는 그냥 집에 있는


게 났지. 토끼굴엔 괜히 뛰어내렸나 봐. 하지만--, 하지만, 알잖아. 이건 너무 궁금해. 다음
번엔 내게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동화책을 읽을 땐 그런 이상한 일은 절대로 진짜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여기서 난 그런 일들 한 가운데 있는 걸! 마치 책에서 툭 튀어나
온 것 같아. 툭하고 말야. 나중에 자라면 그런 책을 써야겠다. 하지만 지금은 더 자라야지. 하
지만, 이 방엔 내가 더 자랄 수 있는 여분이 없네.”

앨리스는 계속 생각했다. “그런데, 난 더이상 나이를 먹을 수 없는 건가? 11살은 맘에 들


어. 나이 든 여자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럼 계속 공부를 해야 하잖아? 그건 싫어!”

“바보, 앨리스!”하고 앨리스는 혼잣말을 계속하였다.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그


래? 혼자 있기도 비좁은데, 교과서를 놓을 곳이 어디 있다고!”

앨리스가 이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듯 혼자서 말하고 있는 사이에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앨리스는 혼자말을 멈추었다..

밖에서 나는 목소리는 “매리 앤! 매리 앤!”하고 앨리스를 부르며 “지금 당장 내 부채와 장갑


을 건내줘.”라고 말했다. 발자국 소리가 현관문에서 멈추자 앨리스는 토끼가 집에 왔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앨리스가 토끼보다 수 천배는 더 커졌기 때문에 몸을 한 켠으로 돌리자 집이
흔들 거렸다.
토끼는 현관문을 열려고 했지만, 현관문은
안 쪽으로 열리는 문이었고 안에선 앨리스
의 팔꿈치가 문을 막고 있기 때문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토끼가 “그럼, 돌아
서 창문으로 들어가야 겠다.”하고 말하는 소
리를 들었다. 앨리스는 “그러지 못할텐데”하
고 생각하며 창 밖으로 뻗어두었던 손을 휙
하고 움직였고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앨리스 손이 토끼와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무언가가 창틀에 부딪혀 유리창 깨지는 소
리가 들렸다.

이렇게 되자 토끼가 화난 목소리로 “팻! 팻!


어디있어?”하고 말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앨
리스가 한 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가 “여기
있습죠. 저야 물론 사과를 심을 구멍을 뚫고
있어요, 나리.”하고 대답했다.

“사과 심을 나무, 그렇지!”하고 토끼는 화를 내며 말했다. “여기 와서 나 좀 도와!”(목소리가


유리 깨지는 것보다 컸다.)

“펫, 말해봐. 창문에 저게 뭐지?”

“예, 그건 팔인뎁쇼, 나리”(펫은 ‘폴’이라고 발음했다.)

“팔이라고! 이 바보야, 저렇게 큰 팔이 어디 있다고 그래! 창문 하나를 꽉 채우고 있잖아!”

“예, 그렇구 말굽쇼, 나리. 하지만 저건 팔이 맞는뎁쇼.”


“흠, 크기야 상관없지. 가서 저 것 좀 치워!”

그리고 오랫 동안 조용했다. 앨리스는 무언가 속닥거리는 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예, 그건 좋지 않은뎁쇼, 나리. 진짜로 진짜로요.”같은 소리였다. 마침내 앨리스는 다시 한
번 손을 휙하고 움직여 무언가를 움켜쥐려 했다. 이번엔 둘이 내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비명
은 유리가 깨지는 소리보다 컸다. 앨리스는 “오이 장식을 한 창틀들이 그대로 있어야 하는데!
저들이 다음에 무얼할까? 창문으로 날 끄집어 내 줬으면! 그럴 수 있었으면! 나도 여기 더 있
기는 싫다고! ”하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다른 무엇도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기다렸다. 조


금 더 지나니 수레를 끄는 소리며 여럿이 모여 웅성거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사다리 한 개가 더 어디 있지? 왜 하나 밖에
안가져 왔을까? 빌이 하나 더 갖고 있지 -- 빌, 여기 사다리 좀
건내줘. -- 빌, 여기 말야. 여기 구석에 새워봐. 아니, 먼저 두
개를 엮어야지. 하나 가지곤 높이가 모자라. -- 그래 그 정도면
되겠네. -- 여기야, 빌. 거길 밧줄로 좀 묶어. -- 지붕이 견딜
까? 기와가 깨지는 건 싫은데 -- 아, 떨어진다. 머리가 땅으로
향했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 누구였지? 빌인게로군. --
안돼! 난 못해! 네가 해! -- 내가 하려던 게 그거야. 빌, 거기
아랫쪽으로 가봐. -- 여기야, 빌! 주인님 말씀이다! 굴뚝 아래
로 내려가!”

“어? 그러니까 빌이 굴뚝으로 내려오는 거야?”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왜 모든 걸 빌에게만 시키지? 하지만, 난 여기에 빌
이랑 같이 있기는 싫어. 여기 화덕이 확실히 작기는 하지만, 조
금 걷어차 볼 수 있을 것 같아.”

앨리스는 벽난로에 집어 넣을 수 있는 만큼 발을 집어 넣고서는 작은 동물(그게 어떤 동물


일지는 몰라도)이 발위에 올라 꿈틀거리자 “이게 빌이로군”하고 말하며 걷어차 버렸다.
그러자, 밖에 있는 모두가 “저기 빌이다!”라고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고, 잠시 후에 토끼가 “빌
을 잡아, 거기 피해!”하고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여기 저기서 어지럽게 “거기 머리를
좀 잡아, 이제 브랜디를 좀 먹여 -- 누르지 말고 -- 좀 어때? 무슨 일이 있었는 지 말해줘.”

그러자 작고 찍찍거리는 목소리가 말했다.(앨리스는 “아마 빌 일거야”하고 생각했다.) “글


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 고맙습니다. 이제 좀 살 것 같군요. -- 제가 말씀드릴만한 거라곤
-- 무언가 깜짝 상자에서 튀어나온 광대인형처럼 내게 달려들더니 내가 하늘을 나는 로켓처
럼 솟구쳐 올랐다는 것뿐이예요.”

모두 “정말 그랬어.”하고 맞장구를 쳤다.

“아무래도 집을 태워버려야 하겠어!”하는 토끼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앨리스는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그랬다간 디나를 보낼꺼야!”하고 소리쳤다.

갑자기 바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앨리스는 “다음엔 또 뭘 하려고 할 지 알 수가 없네.


생각이 좀 있다면 지붕을 뜯어내면 될텐데.”하고 생각했다. 얼마지나자 밖이 다시 웅성거리
기 시작했고, 토끼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수레 가져와!”

“무얼 한 수레 가져오라는 거야?”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작은 자갈들이 창문을


통해 쏟아지자 앨리스는 한 수레 가져온 게 무언지 곧바로 알게 되었다. 앨리스의 얼굴을 맞
춘 것도 몇 개 있었다. 앨리스는 “그만 두게 해야겠어.”하고 혼잣말을 하고는 큰 소리로 “다
신 안 그러는 게 좋을 걸!”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바깥은 다시 조용해졌다.

문득 앨리스는 쏟아져 들어와 바닥 여기 저기에 널린 자갈들이 사실은 케이크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앨리스는 “내가 이걸 먹으면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겠지? 하지만 커지게 할 것 같
지는 않아, 아마 작아질 거야.”하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케이크 한 개를 집어 먹어 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몸이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앨
리스는 작아져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집 밖으로 나오자 여러 작은 동물들과 새
들이 모여 있었고, 그 가운데 기니피그 두마리가 가여운 작은 도마뱀 빌에게 무언가를 마시
게 하며 부축하고 있었다. 앨리스가 나타나자 동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고, 앨리스는 재빨리
도망쳐 깊은 숲 속으로 숨었다.

“우선, 내 몸이 원래 크기가 되도록 커져야해. 그런 다음엔 아까 보았던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앨리스는 숲 속을 해메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건 더 말할 나위없이 훌륭한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이렇게 나무 사이에 있기만 해서는 그


렇게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 어디선가 다급히 짖는 소리가 들렸다.

엄청나게 큰 강아지가 커다란 눈으로 앨리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발을 내


밀어 앨리스를 만지려 하였다. 앨리스는 달래는 목소리로 “가여운 것!”하고 말하며 휘파람을
불려고 하였다. 하지만, 앨리스는 만약 저 강아지가 몹시 배가 고픈 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앨리스를 낼름 잡아 먹을 것 같아 정말 무서웠다.
앨리스는 어찌할 줄 몰라 하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어 강아지에게 내밀어 보았다. 강아
지가 곧바로 나뭇가지를 잡으려 뛰어들자 앨리스는 더 걱정이 되었다. 앨리스는 강아지가 덥
치지 못하게 커다란 엉겅퀴 뒤에 숨어서 한 켠으로 나뭇가지만 내밀었다. 강아지는 다시 달
려들어 나뭇가지를 물려고 하였다. 앨리스는 강아지와 게임을 하듯 나뭇가지를 내밀었다가
엉겅퀴 뒤로 숨기를 반복하였다. 강아지는 점점 느려졌다. 그러다가 앨리스가 나뭇가지를 휙
하고 집어던지자 강아지는 앨리스에게서 눈을 때고 컹컹 짓으며 나뭇가지를 잡으러 달려갔다.

앨리스는 이 틈을 타 숨도 쉬지 않고 힘껏 달려 도망쳤다. 얼마가 지나자 강아지가 멀리서


짖는 소리가 들렸다.

앨리스는 “하지만, 정말 귀여운 강아지였어.”하고 말하며 미나리아재비에 기대어 쉬면서 잎


을 하나 따 부채질을 하였다. “내가 나뭇가지를 잘 잡도록 가르쳐 줄 수도 있을텐데, 내가 원
래 크기였다면 말야. 아이쿠! 내가 다시 커져야 한다는 걸 잊어버렸네. 어떻게 하지? 무언가
먹어야 할 텐데, 무엇을 먹어야 하지?”

무얼 먹어야 할까? 앨리스는 주변을 살펴 보았지만 꽃들과 풀만 있을 뿐 먹거나 마실 수 있


는 것은 없었다. 앨리스는 옆에 있던 큰 버섯으로 다가갔다. 버섯은 앨리스의 키만큼 컸다.
앨리스는 버섯 이쪽 저쪽을 살펴보고 아래쪽을 샅샅이 뒤져본 다음, 까치발로 버섯 위를 바
라보았다. 버섯 위에는 파란 애벌레하나가 팔짱을 낀 채 물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앨리스에
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5장 애벌레의 충고

애벌레와 앨리스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이윽고 애벌레가


물담배를 입에서 떼고 나른하고 졸린 목소리로 인사하였다.

애벌래가 “넌 누구지?”하고 물었다.

이건 대화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수줍어 하며 대답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엔 최소한 내가 누군지는 알았던 것 같은데, 여러 번 바뀐 뒤로는 잘 모르
겠어.”
애벌래는 “무슨 뜻이지?”하고 물으며 “스스로를 설명해봐!”하고 말했다.

“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어. 그게 두려워. 보다시피 난 내가 아니거든.”

애벌레는 “난 앞이 안보여.”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정확한 설명이 아닐 지 모르지만, 난 오늘 너무 여러 차례 몸 크기가 변해서 혼란


스러워.”하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

“아마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그럴 꺼야. 하지만 나비가 되려고 번데기로 변하면 좀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겠어?”

“전혀.”

“나랑은 느끼는 게 많이 다르네. 난 내가 변하는 게 너무 이상해.”

애벌레는 앨리스를 업신여기며 “너! 너는 누구지?”하고 말했다.

대화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버리자 앨리스는 애벌레가 퉁명스레 짧게 말하는 것에 약간


화가나서 “그러는 네가 먼저 소개를 해야지.”하고 말했다. "왜?"하고 애벌레가 물었다.

또 다시 수수께끼가 나오자 앨리스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앨리스는 애벌레가 마음


이 몹시 언짢은 것 같아 보여 뒤돌아 가기 시작했다.

“돌아와! 네게 들려 줄 중요한 말이 있어.”하고 애벌래가 말했다.


앨리스는 이 소리를 듣고 곧바로 애벌레에게 돌아갔다.

애벌레는 “화 좀 가라앉혀.”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할 수 있는 한 차분한 목소리로 “그게 다야?”하고 물었다.

“아니.”

앨리스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애벌레가 무슨 말이든 할 때 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말 없이 몇 분이 흘렀다. 이윽고 애벌레는 물담배를 입에서 떼
고 팔장을 풀고서는 “그러니까, 네가 변했다고 생각한다는 거지? 그렇니?”하고 물었다.

“그런 것 같아 무서워. 내가 어땠는 지 기억도 못하겠고 -- 몸 크기가 10분도 안 돼서 달라


지기만 하는 걸.”

“무얼 기억 못한다는 거지?”

“그게, ‘부지런한 꼬마 꿀벌’을 부르는데 부를 때 마다 달라.” 앨리스는 매우 처량한 목소리


로 말했다.

“‘늙은 신부 윌리엄’을 불러봐.”

앨리스는 팔짱을 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젊은이가 말했지,

“윌리엄 신부님, 늙으셨군요. 머리카락은 백발이 되었건만, 여전히 물구나무를 하고 다니네


요. 그리 하는게 옳으신가요? 연세도 드셨건만.”

윌리엄 신부가 말했지, "내가 자네만할 때는, 머리를 다칠까 걱정도 했지. 하지만 절대로 그
럴리 없어, 지금은 왜냐면, 나는 이걸 하고 또 했으니.”
젊은이가 말했지,

“말씀드렸잖아요. 늙으셨어요. 게다가 남달리 뚱뚱하거만, 아직도 재주를 넘으며 문으로 들


어오네요. 맙소사, 무슨 비결이 있나요?”

윌리엄 신부는 자물쇠를 흔들며 슬기롭게 말했지.

“내가 자네만할 때부터, 팔다리를 유연하게 가꾸었지. 이 연고를 바르면서 말이야 -- 한 상


자에 한 푼이라네 --두 상자 사려나?”

젊은이가 말했지,

“늙으시면 턱도 약해져, 비계덩이 말고는 씹지도 못하실 것 같건만, 거위 한 마리를 뼈까지


다 드시네요. 맙소사, 어찌하면 그리할 수 있나요?”

신부가 말했지.

“내가 자네만할 때부터, 이 턱으로 마누라랑 말다툼을 했거든. 그 덕에 턱 근육이 튼튼해졌


지. 결국 마누라가 먼저 갔지만.”
젊은이가 말했지,

“그 연세에 그러시기 힘든데, 시력도 여전히 좋으시군요. 아직도 뱀장어를 코에 올리고 균


형을 잡으시네요. 어쩜 그리 총명하세요?”

“벌써 세 번이나 물음에 답해줬으니, 그쯤이면 되었지.”

신부가 말했지,

“헛소리는 이제 그만. 내가 이런 쓰잘데 없는 말을 온 종일 들어야겠나? 그만 가지 않으면


걷어차겠어.”

“맞지 않은 걸”하고 애벌레가 말했다.

앨리스는 “딱 맞지는 않은 거 같아”라고 말하고, “낱말 몇 개가 바뀌었지”하고 덧붙였다.

애벌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어”하고 곧이곧대로 말했고, 다시 몇 분 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애벌레가 다시 먼저 말을 꺼냈다.
“얼마만한 크기가 되고 싶은데?”

“아, 딱 정해진 크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알다시피 크기가 너무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


다는 거야.”

“난 몰라.”하고 애벌레가 말했다.

앨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앨리스는 이렇게 딱 잘라 아니라고 말하는 상대를 처음


만났고, 맥이 빠졌다.

애벌레는 “지금 정도면 좋아?”하고 물었다.

“지금 보다는 조금 더 커졌으면 좋겠어. 괜찮다면 한 3 인치 쯤이면 좋을 것 같아.”

“물론 그게 딱 좋은 키이긴 하지”하고 애벌레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애벌레의 키가 딱 3인치


였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하지만 난 그랬던 적이 없어. 난 너무 자주 바뀌지 않았으면


해.”

“언젠간 그렇게 될 꺼야”하고 말하며 애벌레는 다시 물담배를 빨고는 연기를 내뿜었다.

앨리스는 이번엔 애벌레가 다시 말을 할 때까지 참고 기다렸다. 일이분쯤 지나 애벌래는 물


담배를 입에서 때고 헛기침을 몇 번 한 다음 몸을 흔들어 버섯에서 내려왔다. 애벌레는 “한쪽
편을 먹으면 커지고 다른 쪽을 먹으면 작아져”라고 말하며 풀섶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한쪽 편과 다른 쪽이라니? 무엇의 한쪽을 말하는 거지?”하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앨리스가 이 질문을 소리내어 말하자마자 “버섯 말야”하는 애벌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지만 애벌레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한 동안 버섯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서 어느 쪽이 한쪽 편이고 어느 쪽이 다른 쪽


인지를 살펴 보았다. 하지만 버섯 기둥은 완전히 동그래서 어느 쪽을 분간하기란 쉽지 않은
수수깨끼였다. 하지만, 앨리스는 결국 버섯 기둥을 두 팔로 끌어 안고 두 손이 닿는 부분을
움켜쥐어 뜯어 내었다.

“그럼, 이제 어느 쪽이 어느 쪽일까?”하고 말하며 앨리스는 오른손에 든 버섯을 한 입 먹어


보았다. 그러자 앨리스의 키가 갑자기 줄어들어 턱이 발에 닿을 것 같았다. 이 번엔 반대쪽
버섯을 먹자 갑자기 키가 커지면서 턱이 솟구쳤다. 앨리스는 턱을 다물기 힘들었지만 가까스
로 다시 오른쪽 버섯을 삼킬 수 있었다.

앨리스는 밝은 목소리로 “이제야 머리를 좀 가눌 수 있겠네”라고 말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


다. 앨리스는 한 참 아래에 초록색 나뭇잎들이 바다처럼 펼쳐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초록색 나는 것들은 뭐지? 그리고 내 어깨는 어디로 간거야? 아 불쌍한 내 손, 어디 갔


는 지 안 보이네.” 앨리스는 손을 움직여 보았지만 저 밑 나뭇잎 사이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
리만 들릴 뿐 보이지 않았다.

앨리스는 손을 들어 올리기 힘들 것 같자 머리를 숙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기다래진 목을 숙여 나무 사이를 뱀처럼 구불 구불 움직이며 살펴 보았다. 앨리스는 아무 것
도 찾지 못했지만 나무 꼭대기에 무언가 이상한 게 있는 것이 보여 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 때 커다란 비둘기 한마리가 급히 달려와 날개로 앨리스의 얼굴을 마구 때렸다.

“뱀이야!”
앨리스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뱀이 아니야. 나 좀 내버려 둬.”

비둘기는 “다시 봐도 뱀이야!”하고 말했지만, 이 번엔 좀 누그러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무리 살펴봐도 딱 뱀인걸!”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하고 앨리스가 말했다.

비둘기가 “나무 뿌리에도 우듬지에도 어디나 뱀 뿐이야! 잔인한 것들!”하고 말하자 앨리스
는 더욱 알송달송해졌지만, 비둘기랑 더 무슨 이야기를 나누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알들이 다치지 않도록 낮이나 밤이나 뱀이 나타났는 지 살피지. 그래서 일주일 내내
잘 때도 한 쪽 눈만 감고 자.”

앨리스는 비둘기가 왜 그랬는지 알게 되자 “성가시게 해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계속해서 화난 목소리로 “그래서 제일 높은 나무를 골랐건만, 그래서 마침


내 뱀 걱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건만, 여길 오려면 하늘을 기어 올라와야 할테니. 그런데,
뱀이라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뱀이 아냐. 말했잖아! 나는 -- 나는 --”

“그럼 뭔데? 적당히 둘러대려는 거잖아.”

앨리스는 “난, 난 어린 소녀야.”라고 대답했지만, 하루 동안 너무 자주 변해서 이게 맞는 지


자신할 수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난 수 많은 어린 소녀를 봤지만, 목이 너처럼 생긴 소녀는 처음 봐! 아
냐, 아냐! 넌 뱀이야! 아니라고 해 봐야 소용없어! 알을 먹는 건 꿈도 꾸지마!”

“분명 알을 먹어 본 적은 있어.” 참으로 정직한 어린이인 앨리스는 사실대로 말했다. “하지


만 알다시피 어린 소녀들도 뱀만큼 알을 먹는걸.”

“못 믿겠어.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내 입장에선 어린 소녀들도 모두 뱀이야.”

이 말은 앨리스가 생각하지 못 한 것이어서, 앨리스는 잠깐 생각을 해 보았다. 그 사이에 비


둘기는 “네가 알을 노린다면 나로선 그걸로 충분해. 네가 뱀인지 어린 소녀인지가 무슨 상관
이겠니?”하고 덧붙였다.

“내겐 큰 상관이 있지.”하고 앨리스가 서둘러 말했다. “그리고 난 알을 노리고 있는 것도 아


니고. 만약 내가 알을 먹는 다고 해도 네 것은 아냐. 난 익히지 않은 알은 안 먹어.”

비둘기는 “그럼, 가버려!”하고 소리치고는 다시 둥지에 앉았다. 앨리스는 할 수 있는 한 목


을 구부려서 나무 사이로 머리를 숙였다. 그러다가 아직 버섯을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
았다. 앨리스는 알맞은 크기가 되기 위해 조심스레 양 손에 든 버섯을 조금씩 맛보면서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정도를 살폈다.

앨리스가 원래 키가 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의 원래 키로 돌아왔을 무렵 앨리


스는 늘 했던대로 스스로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계획했던 일 절반이 되었네. 이
변화들은 참 신기해! 매 순간마다 내가 어떻게 될 지 생각하지도 못하겠어! 하지만 나는 알맞
은 크기가 되어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야지. 거기선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앨리스는 이렇
게 말하며 걷다가 탁 트인 곳에 이르렀다. 거기엔 4 피트 높이의 집이 한 채 있었다. 앨리스
는 “여기엔 누가 살까? 이런 크기로 갔다간 웃음거리가 될 지도 몰라” 하고 말하며 양 손의
버섯을 조금씩 먹어 키가 9 인치가 되도록 맞추었다.

제6장 돼지와 후추

앨리스가 다음엔 무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숲에서 제복을 입은 하인이


달려나와, (앨리스는 제복을 입었으니까 하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얼굴만
보면 영락없는 물고기였다.) 주먹으로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러자 둥
근 머리에 커다란 눈을 가진 개구리 얼굴을 한 하인이 문 밖으로 나왔다.
두 하인은 모두 양털로 만든 곱슬머리 가발을 쓰고 있었다. 앨리스는 이
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몹시 궁금하여 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숲 밖으
로 나왔다.
물고기 하인은 자기 몸만큼이나 큰 편지를 가지고 와서 한 손으로 건내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공작부인께, 여왕 폐하께서 크로켓 경기에 참여하라는 전갈이오.” 개구리 하인 역시
근엄한 목소리로 물고기 하인의 말을 받아 말하였다. “영왕 폐하께서, 공작부인이 크로켓 경
기에 참여하라는 전갈이오.”

그리고 둘은 깊숙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였고, 곱슬머리 가발이 서로 얽히고 말았다.

앨리스는 자기 목소리가 둘에게 들리지 않도록 숲속으로 뛰어들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가 살펴보니 물고기 하인은 이미 가고 없었고, 개구리 하인은 문 밖에서
물끄러미 하늘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앨리스는 슬그머니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하인은 “문을 두드려도 소용없어.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첫째는 내가 너 있는 쪽에 같이 있


기 때문이고, 둘째는 안쪽이 몹시 시끄러워서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지.”하
고 말했다. 확실히 안쪽은 몹시 소란스러웠는데, 우는 소리와 재채기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
는 가운데 간간히 접시며 주전자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지?”

“문을 두드리는 것도 그럴듯한데.”하고 하인은 앨리스는 쳐다 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우리


가 문을 사이에 두고 있다면, 알다시피, 반대로 네가 안쪽에서 문을 두드리면 내가 문을 열고
널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겠지.” 하인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하늘만 바라볼 뿐이었다. 앨리
스는 하인이 몹시 무례하다고 생각하며 혼잣말을 하였다. 앨리스는 “하지만, 하인이 그렇게
해줄 것 같지는 않은걸. 하지만 어쨌든 대답은 하네.”라고 말하다가 큰소리로“어떻게 들어가
지?”하고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다.

개구리 하인은 “난 여기 앉아 있어야돼. 내일까지--”하고 단호하게 말하였다.


이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큰 접시하나가 휙하고 날아와 개구리 하인의 코를 스치고는 뒷편
나무에 부딪혀 박살이 났다.

개구리 하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아무래도 모레까지--”하고 같은 말투로 말하였다.

앨리스는 큰 소리로 “어떻게 들어가지?”하고 다시 물었다.

개구리 하인은 “들어가는 거? 그건 맨 처음에 물었던 거잖아.”하고 말하였다.

앨리스는 개구리 하인이 하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앨리스는 “어휴 불쾌해. 말투가 저


게 뭐야. 미친거 같네!”하고 혼잣말을 하였다.

개구리 하인은 말을 좀 바꾸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난 날마다 여기 앉아 있어야해.”하


고 말했다.

“하지만, 난 뭘하지?”하고 앨리스가 물었다.

개구리 하인은 “하고 싶은 대로 하렴.”하더니 휘파람을 불기 시작하였다.

앨리스는 “얘기를 해봐야 소용이 없네. 완전 바보야.”하고 말하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문 건너편에는 큰 부엌이 있었다.


부엌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연기가 꽉 찼는데, 공작부인은 한 가운데 있는 다리 셋 달린 의
자에 앉아 아기를 보고 있었고, 주방장은 수프가 가득 들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마솥을 펄
펄 끓이고 있었다.

앨리스는 재채기를 하며 “수프에 후추를 너무 많이 넣은 게 틀림없어.”하고 혼잣말을 하였


다.

공기에도 후추가 잔뜩 섞여 있었다. 공작부인도 간간히 재채기를 하였고,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를 하며 울어댔다. 재채기를 하지 않는 건 주방장과 화로가에 앉아 입이 귀까지
걸려 웃고 있는 커다란 고양이 뿐이었다.

앨리스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실례하지만 저 고양이는 왜 저리 웃


고 있는 거지요?”

공작부인은 “체셔 고양이니까 그런거야. 돼지야!”하고 대답하였다.


앨리스는 돼지라고 욕을 먹자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다시 보니 앨리스에게 돼지라고 한 게
아니라 아기에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앨리스는 용기를 내어 다시 말하였다.

“저는 언제나 웃는 체셔 고양이는 몰라요. 사실, 전 고양이가 웃는 지도 몰랐어요.”

공작부인은 “고양이는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내키면 늘 웃지.”하고 말하였다.

앨리스는 “전 그런 줄 몰랐어요.”하고 공손하게 말하면서 대화를 계속해 나가려고 했다.

공작부인은 “넌 모르는 것 투성이구나. 그게 사실이야,”하고 대답하였다.

앨리스는 공작부인이 너무나 단호하게 말하는 게 싫어서 화제를 바꾸려고 하였다. 앨리스
가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데, 주방장이 솥단지를 화로에서 꺼내고는 부지깽이며 냄비, 접시들
을 공작부인에게 마구 던져댔다. 공작부인은 날아온 것들에 맞을 때까지 아무것도 알지 못했
고, 아기는 아까부터 계속 울어대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에 맞았는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
았다.

엄청나게 커다란 단지가 날아가자 앨리스는 무서워하며 “맙소사, 무얼 하는 거예요? 귀여


운 아기 코에 맞겠어요!”하고 소리쳤다.

공작부인은 쉬고 화난 목소리로 “누구나 자기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세상은 보다 빨리 돌


아가기 마련이지.”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지식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잡고“좋은 점이 없는 소리예요.”라며 말을 이었다. “어


떻게 밤과 낮이 생기는 지 생각해 봐요.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돌
아요--”
공작부인은“돌았다고?”라고 말하더니, “저 아이의 목을 쳐라!”하고 명령하였다.

앨리스는 애타는 마음으로 주방장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듣지 못했는 지 수프가


든 솥단지만 휘젓고 있었다. 그래서 앨리스는 다시 큰 소리로 말을 하였다. “24시간인 것 같
아요. 20시간인가? 아니면 -- ”

공작부인은 “아, 지겨워. 그런 얘기는 못참겠어.”하더니 다시 아기를 어르기 시작하였다.


공작부인은 우스운 자장가를 부르며 한 연이 끝날 때 마다 거칠게 아기를 흔들었다.

귀여운 아기에게 고함쳐

재채기 하면 때려줘

아기는 귀찮아 할 뿐이야

장난인 걸 아니까

합창(주방장과 아기가 함께):

“와, 와, 와!”

공작부인은 2절을 부르면서 아기를 사납게 위로 던졌다 받기 시작하였고, 아기가 너무나


크게 울었기 때문에 앨리스는 가사를 거의 듣지 못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기가 재채기하면 때리지

즐기라고 하는 거야

후추줄까? 아가야!

합창:

“와, 와, 와!”
공작부인은 “아기 보는 게 좋다면! 이젠 네가 돌보렴.”하고 말하며 아기를 앨리스에게 던졌
다. 그러고는, “난 여왕님 크로켓 경기나 가야겠다.”라고 말하며 나가버렸다. 주방장이 공작
부인에게 프라이팬을 던졌지만 맞추지는 못했다.

앨리스는 아기를 간신히 받아내고는 팔 다리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정말 묘하게 생겼는데,


앨리스는 “불가사리 같이 생겼네.” 하고 생각했다. 아기는 불쌍하게도 증기 기관처럼 숨을 들
이마셨다 내쉬었기 때문에, 앨리스는 얼마 동안 아기를 안고만 있었다.

잠시 뒤 앨리스는 아기를 제대로 얼르려고 하였


다. (매듭진 끈이 아기 오른쪽 귓가부터 왼쪽 발
까지 칭칭 감겨있어서, 앨리스는 그것 부터 풀
었다.) 앨리스는 아기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뒤
“데리고 다닐 수는 없을 텐데. 놔두면 하루 이틀
이 안 돼서 죽겠지?”하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생
각한 것의 끄트머리를 입밖으로 말했는데, 아기
가 “꿀꿀”하고 대답하였다. 앨리스는 “꿀꿀거리
는 건 너를 소개하는 좋은 방법은 아니잖아.”하
고 말했다.

아기는 다시 꿀꿀거렸다. 앨리스는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스러워하며 아기 얼굴을 바라보
았다. 아기라고 하기엔 코는 뒤로 완전히 재쳐
져 있고 눈은 너무 작았다. 앨리스는 “하지만 그
냥 우는 소리였을 거야.”하고 생각하며 아기 눈
가에 눈물이 있는 지 살폈다.

하지만, 눈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앨리스는 “돼지가 돼 버린 거니? 맙소사! 이제 내가 널


데리고 있을 이유가 없구나!”하고 말했다. 돼지는 우는 건지 꿀꿀거리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
는 소리를 내다가 잠잠해졌다.
앨리스가 “내가 집에 돼지를 가지고 가서 뭘하지?”하고 생각하는데 다시 돼지가 사납게 꿀
꿀거렸다. 앨리스가 다시 한 번 얼굴을 살펴보니 이젠 영락없는 돼지였고, 앨리스는 더 이상
돼지를 돌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돼지를 땅에 내려 놓고는 숲 속으로 보냈다. “저 돼지가 자라면 정말 무섭


고 못생긴 자식들을 낳겠지. 하지만 그 중엔 잘생긴 돼지도 한 마리는 있을 거야.”라고 생각
하면서 앨리스는 알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 돼지처럼 생긴 애들을 떠올리다가, “그 중에 하나
만 변하는 방법을 안다면 --”하고 말하면서 주위를 살폈다. 조금 떨어진 나무 위에 체셔 고양
이가 앉아있었다.

고양이는 앨리스를 바라보며 웃기만 하였다. 앨리스는 고양이가 발톱도 날카롭고 이빨도
많았지만 왠지 착해 보였기 때문에 잘 대해 주고 싶었다.

앨리스는 고양이 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체셔 야옹아.” 하고 불러보았다. 고양


이는 조금 더 크게 웃기만 하였다.

앨리스는 “이런, 조금 머네”라고 생각하며 고양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서 나가는 길을


알려주지 않을래?”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 지에 달렸지.”

“어디든 --”하고 앨리스가 말하자,

고양이는 “그럼 어느 방향으로 가든 상관없잖아.”하고 대답했다.

앨리스는 “--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하고 덧붙였다.


고양이는 “그거야 갈 수 있을 만큼 멀리 걸으면 되는 걸.”하고 대답했다.

앨리스는 부정할 수가 없어서 다른 질문을 하였다. “여긴 어떤 사람들이 살지?”

고양이는 오른발을 긁으며 말했다. “그 쪽엔 모자장수가 살아. 저 쪽엔 삼월 토끼가 살고.


어디든 찾아가면 좋지. 모두 미쳤으니까.”

“하지만 난 미친 사람들 있는 곳은 가기 싫은데.”

“소용없어. 여긴 모두 미쳤으니까. 너도 미쳤고 나도 미쳤지.”

“내가 미쳤는 지 어떻게 아는데?”

“틀림없어. 미치지 않았으면 여기 없을테니까.”

앨리스는 고양이 말이 올바른 증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질문을 하였다. “네가 미


친 건 어떻게 아는데?”

“처음부터. 개들은 안 미쳤지. 인정하지?”

“그럴 수도 있겠네.”
"그렇지, 개들이 으르렁거릴 땐 화가난 거고, 꼬리를 흔들면 기쁜거잖아. 하지만, 난 기쁠
때 으르렁거리고 화가 났을 때 꼬리를 흔들지. 그러니까, 난 미친거야."

"난 그걸 갸르릉거린다고 해. 으르렁이 아니라."


"네가 뭐라고 부르든. 그런데, 너 오늘 여왕과 크로켓 경기 하니?"

“그랬으면 좋겠지만, 초대 받지 않았어.”

체셔 고양이는 “거기서 날 볼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며 사라졌다.

앨리스는 이제 어떤 이상한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고양이가 사라지는 것


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앨리스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는데, 고양이는 갑자기 다시 나타
났다.

“그런데, 아기는 어떻게 되었지? 물어 본다는 걸 깜빡했네.”

앨리스는 고양이가 갑자기 돌아온 것만큼 빠르게 “돼지가 됐어.”하고 말했다.

고양이는 “그럴 것 같더라.”하고 말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앨리스는 고양이가 다시 돌아오


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기다렸다가, 삼월 토끼가 산다는 쪽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모자 장수는 본 적이 있느니까, 삼월 토끼가 더 재미있을 꺼야. 그리고 지금은 오월이니까
최소한 삼월보다는 덜 미쳐있겠지.”

그 때, 고양이가 다시 나타나서 물었다. “아까 돼지라고 한거야, 되지라고 한거야?”

“돼지라고 말했어. 그리고, 그렇게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때문에 어


지러워.”

고양이는 “알았어.” 하더니, 이 번엔 아주 천천히 사라졌다. 고양이는 꼬리서 부터 점점 사


라져 가면서 마지막으로 입만 보이게 되더니, 이윽고 아주 사라졌다.

앨리스는 “이런! 웃지 않는 고양이야 많이 보았지만, 웃는 고양이라니! 이렇게 신기한 것은


난생 처음 봐!” 하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얼마 가지 않아 3월 토끼의 집에 다다랐다. 앨리스는 그 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


는데, 굴뚝은 귀 모양으로 생겼고 지붕은 털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집이 무척 커보여서 앨리
스는 왼손에 든 버섯을 조금 뜯어 먹어 키를 2 피트로 키웠다. 앨리스는 조심 조심 다가가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주 난리가 날 정도로 미쳐 있지 않을까? 그냥 모자 장수네 집으로 가
는 게 좋을 것도 같은데…”

제7장 미치광이 다과회

집 앞 나무 아래 다과상이 차려져 있고, 삼월 토끼와 모자장수는 차를 마


시고 있었다. 둘 사이에 겨울잠 쥐가 꾸벅꾸벅 졸며 앉아 있었는데, 둘은
겨울잠쥐를 쿠션 삼아 그 위에 팔꿈치를 걸치고는 머리 위로 얼굴을 마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앨리스는 “겨울잠쥐가 몹시 불편하겠네.
그런데 자고 있잖아? 별로 상관도 하지 않는 것 같군”하고 생각했다.

탁자는 무척 커서 나무는 한 쪽 끝만 덮을 수 있을 뿐이었다. 삼월 토끼와 모자장수는 앨리


스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자리 없어! 자리 없어!”하고 외쳤다. 앨리스는 화를 내며 “자리
많네!”하고는 탁자 한켠에 놓인 큰 팔걸이가 달린 의자에 앉았다.

“포도주 마셔봐.”하고 삼월 토끼가 격려하는 말투로 말했다.

앨리스는 주위를 살펴 보았지만 탁자 위엔 차 밖에 없었다. “포도주는 안보이는데?”하고 앨


리스가 말했다.

“없지.”

“그럼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지.”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덥썩 앉아 버리는 게 더 실례야.”

“이 탁자가 네 것인줄 몰랐어. 나무보다 훨씬 더 큰데 말이야.”


아까부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앨리스를 바라보던 모자장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머리
카락 좀 잘라야 겠다.”

앨리스는 “사적인 것을 지적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워야겠다. 정말 무례한 거야.”하고 말했다.

이 말은 들은 삼월 토끼는 눈이 동그래졌지만, 정작 말한 건 “까마귀가 왜 책상같은 줄 알


아?”라는 질문이었다.

앨리스는 “좋아, 재미있게 놀아야지. 수수깨끼 놀이를 하고 있어나 봐.”하고 생각하다가


“알 것 같다고 생각해 -”하고 소리내어 말했다.
삼월 토끼는 “그러니까 지금 답을 알아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하고 다시 물었다.

“물론이지.”

“그럼 네가 하려는 말이 뭔지 말해봐.”

“내가 하려는 말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너도 알다시피 같은 말이잖아.”

“조금도 같지 않아! 네가 말하는 식대로 하면 ‘난 내가 먹는 것을 보고 있어’랑 ‘난 내가 보


는 것을 먹고 있어’가 같은 뜻이라는 소리가 되잖아!”

삼월 토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하는 식대로 하면 ‘난 내가 가진 걸 좋아해’하


고 ‘난 내가 좋아하는 걸 가졌어’도 같은 뜻이 된다고!”

그러자 겨울잠쥐가 잠꼬대를 하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하는 식대로 하면 ‘난 잘 때


숨쉬어’하고 ‘난 숨쉴 때 자’도 같은 뜻이 된다고!”

모자장수가 “넌 그게 그거잖아.”하고 끼어들었고, 이야기가 끊겼다. 모두 얼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앨리스는 까마귀와 책상에 대해 떠올려 보았지만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모자장수가 다시 입을 열더니 “오늘이 몇 일이지?” 하고 앨리스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모자


장수는 회중시계를 주머니에서 꺼내 불안한 듯 바라보다 이리 저리 흔들어 보더니 귀에 대고
소리를 들어보기까지 하였다.

앨리스는 잠깐 생각하다 “4일 이야”하고 대답했다.


모자장수는 “이틀이나 잘못되었네!”하고 한숨을 지으며 말하고는, 삼월 토끼를 화가난 얼굴
로 바라보며 “버터로는 안 된다고 했지!” 하였다.

삼월 토끼는 풀이 죽어서 “그렇지만 그게 가장 좋은 버터였다구.”하고 대답하였다.

모자장수는 “아마도 찌꺼기가 섞여 있었나 보군. 빵칼 같은 걸 써서 집어 넣어선 안되는 거


였어.”하고 투덜거렸다.

삼월 토끼는 회중 시계를 집어 들고 침울하게 바라보더니, 찻잔에 집어 넣고는 다시 바라보


았다. 하지만 별다른 수가 없게 되자, 삼월 토끼는 처음 했던 말을 되풀이 하였다. “가장 좋은
버터였다구. 알잖아.”

앨리스는 궁금해서 삼월 토끼의 어깨 너머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말 웃기는 시계네! 날


짜만 알려주고 시간은 나오지 않다니!”

모자장수는 “그게 어때서? 네 시계도 몇 년인지는 알려주지 않잖아?”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그렇진 않지.” 하고 대답한 다음 재빨리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랫 동안


흘러도 연도는 대게 같잖아.”

모자장수는 “내 경우에도 그래.”라고 대꾸하였다.

앨리스는 정말 복잡한 수수깨끼라고 생각했다. 모자장수가 한 말은 앨리스가 말하려던 뜻


하고는 조금도 맞지 않지만, 그 말도 분명 틀린 것은 아니었다. 앨리스는 최대한 정중하게 “무
슨 말인 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하고 말했다.

모자장수는 “겨울잠쥐가 아직도 자고 있네”하더니 겨울잠쥐의 코에 뜨거운 차를 조금 뿌렸


다.
겨울잠쥐는 못견뎌하며 머리를 흔들고 눈을 뜨더니 “물론이지, 물론이야. 그냥 나 혼자 하
는 말이었어.” 하고 말했다.

모자장수는 앨리스를 보며 “수수깨끼 답은 생각해봤어?”하고 물었다.

앨리스는 “아니. 포기할래. 답이 뭐야?”하고 되물었다.

모자장수는 “나도 딱 맞는 답은 몰라.”하고 대답했고, 삼월 토끼는 “나도.” 하고 맞장구를


쳤다.

앨리스는 살며시 한숨을 쉬고는 “답도 없는 수수깨끼를 내서,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는 더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말했다.

모자장수는 “네가 나 만큼 시간을 잘 안다면, 버린다고 하면 안 돼. 시간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하였다.

모자장수는 “안 되고 말고.”하며 비웃듯이 머리를 치켜 세우고는 “너는 시간이랑 말해 본


적도 없을 껄!”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조심스럽게 대답하였다. “아마도 없겠지. 하지만 난 음악 시간에 배워서 시간 맞


추어 박자 치기를 할 줄 알아.”

모자장수는 “아, 그건 쳐 주지.” 하더니 “그는 뭘 치거나 하지는 않지만 말야. 지금, 네가 그
와 조건을 잘 맞출 수 있다면, 그는 시계를 가지고 네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지.
예를 들면, 아침 아홉 시엔 수업을 시작하지. 시간을 이걸 알려주느라 반짝이며 시계를 돈단
말야. 그러다 절반에 이르면 저녁 시간이지!”라고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군”하고 삼월 토끼가 속삭였다.)

앨리스는 “분명 멋있을 거야. 하지만, 알다시피, 난 그때 배 고파선 안 될 것 같은데.”하고


말했다.

“아마 처음부터는 안 되겠지만, 반 바퀴 돈 때를 네가 좋아하는 만큼 늘릴 수 있어.”

“네가 조절할 수가 있다고?”

모자장수는 슬픈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하고 대답하고는 말을 이었다. “지난 삼월


에 크게 다투었거든. 알겠지만, 그래서 그는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나서 - ”(하면서 모자장수
는 차숟가락으로 삼월 토끼를 가리켰다.) “난 하트 여왕이 개최한 커다란 공연에서 노래를 불
렀지.”
반짝 반짝 작은 박쥐

어디있는 지 모르겠다!

“이 노래 알지?”

“비슷한 걸 들은 것 같은 데.”

“그 다음엔 이렇게 불렀어.”

세상 꼭대기로 날으네

하늘 속 쟁반 같구나

반짝 반짝 --

겨울잠쥐가 듣더니 졸면서 따라 불렀다. “반짝, 반짝, 반짝, 반짝 --”겨울잠쥐는 꼬집히고


나서야 그만 두었다.

모자장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간신히 1절을 다 불러가는 데, 여왕이 소리치더군.‘저 자가


시간을 죽였다. 목을 쳐라!’”

앨리스는 소스라치게 놀라 “끔찍해!”하고 외쳤다.

모자장수는 풀이 죽어서 “그 뒤론 시간이 아무리 해도 내 말을 안들어. 이젠 언제나 여섯시


야.”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그제야 이해하게 되어 “그래서 여기에 이렇게 다과 용품이 많은 거야?”하고 물었


다.
“그래 맞아. 이제 늘 다과회 시간이거든. 그리고 우린 다른 일로 허비할 시간이 없지.”

“그러면 계속 돌기만 하겠네?”

“정확히 그렇지. 아무 것도 소용없어.”

앨리스는 “하지만, 처음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하고 과감하게 물었다.

“화제를 바꾸자.”하고 삼월 토끼가 하품을 하며 끼어들었다. “그 이야긴 지쳤어. 꼬마 아가


씨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 주는 것에 한 표.”

앨리스는 그 소리를 듣고 “미안하지만, 난 하나도 아는 게 없는데.”하고 말했다.

그러자 둘은 “그럼 겨울잠쥐가 해야지! 일어나, 겨울잠쥐!”하고 소리치며 양쪽에서 겨울잠


쥐를 꼬집었다.

겨울잠쥐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쉰목소리로 자그맣게 “나 안잤어. 너희들 하는 말 다 들었


다구.”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줘!”하고 삼월 토끼가 말했다.

“그래! 제발 해줘!”하고 앨리스도 맞장구를 쳤다.

모자장수도 “빨리 하라구 안그러면 또 자버릴 거야.”하고 거들었다.

겨울잠쥐는 서둘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옛날에 세 자매가 있었어. 그 아이들 이름은 엘


시, 레이시, 틸리이었어. 그 아이들은 우물 아래 살았어. --”
앨리스는 늘 먹고 마시는 문제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무얼 먹고 살았는데?”하고 물었
다.

겨울잠쥐는 잠깐 생각하고는 “당밀을 먹고 살았어.”하고 대답했다.

앨리스는 “그런 걸 먹으면 안 되잖아. 병이 날거야.”하고 말했다.

“그랬지. 몹시 아팠어.”하고 겨울잠쥐가 말했다.

앨리스는 자기도 그렇게 이상하게 살 수 있나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지만, 왜 우물 밑에 살았는데?”하고 물었다.

삼월 토끼는 엘리스에게 매우 정중하게 “차 한 잔 더해”하고 권했다.

앨리스는 “난 아직 한 잔도 못 마셨어. 그런데 더 마시라니?”

삼월 토끼는 “덜 마시실 수는 없잖아. 그러니 더 마실 수 밖에 없다고.”하고 대꾸하였다.

앨리스는 “아무도 네 생각을 묻지 않았어.”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모자장수는 “이제 누가 사적인 걸 지적하고 있지?”하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앨리스는 모자장수가 무슨 말을 하는 지 깨닫지 못했다. 앨리스는 차와 버터 바른 빵을 먹


고 겨울잠쥐에게 다시 물었다. “하지만, 왜 우물 밑에 살았는데?”

겨울잠쥐는 다시 잠깐 생각하더니 “그건 당밀 우물이었어.”라고 대답했다.


앨리스는 화가나서 “그런게 어디 있어!”하고 소리쳤고, 모자장수와 삼월 토끼는 “쉬, 쉬”하
며 조용히 하라고 했다. 그러자 겨울잠쥐는 “예의바르게 듣지 않을 거면, 네가 스스로 이야기
를 끝마쳐 보던가.”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냐, 계속해 줘. 다시는 안 끼어들께. 한 마디도 안 할거야”하고 앨리스는 말했다.

겨울잠쥐는 화를 내며 “한 마디도! 알았어!”하고 말한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 자매는 그


리기를 배우고 있었어. 알겠지만 --”

“무얼 그리고 있었는데?” 앨리스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입을 열었다.

“당밀.” 겨울잠쥐는 이 번엔 잠시도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깨끗한 잔이 필요해.” 이 번엔 모자장수가 끼어들더니 “한 칸씩 옮기자.”하고 말했다.

모자장수가 말하자마자 일어나 움직이자, 겨울잠쥐는 모자장수를 따라 한 칸 옆으로 갔고,


삼월 토끼는 겨울잠쥐 자리로 옮겼다. 앨리스도 할 수 없이 삼월 토끼 자리로 갔다. 자리를
바꾸어 유리한 건 모자장수뿐이었고, 삼월 토끼가 자리를 옮기며 우유병을 가져가 버려서 앨
리스는 가장 나쁘게 되었다.

앨리스는 다시 겨울잠쥐를 화나게 하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하지만 이해를 못하겠어. 무얼


로 당밀을 그리지?”하고 물었다.

모자장수가 “우물에서 나온 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잖아. 그러니 당밀 우물에서 나온 당밀


로 그리면 되지. 멍청아.”하고 말했다.
앨리스는 아까 들은 경고를 잊고 “하지만, 그 아이들은 우물 안에 있는걸?”하고 겨울잠쥐에
게 물었다.

겨울잠쥐는 “당연히 그 아이들은 우물 안에 있지.”하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앨리스는 몹시 헛갈리게 되었지만, 겨울잠쥐가 이야기를 계속하도록 두었다.

겨울잠쥐는 몹시 졸린듯 눈을 꿈벅이고 비벼가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 아이들은 그리기를


배우는 중이었는데, 디귿으로 시작하는 모든 것을 그리게 되었어. --”

“왜 디귿인데?”하고 앨리스가 물었다.

“왜 안 되는데?”하고 삼월 토끼가 말했다.

앨리스는 더 묻지 않았다.

이 때 겨울잠쥐가 다시 눈을 감더니 졸기 시작하였다. 모자 장수가 얼른 꼬집었고, 겨울잠


쥐는 깨어서 다시 이야기 하였다. “그러니까 디귿으로 시작되는 걸 그리기 시작했는데, 덫,
달, 단상, 다량 같은 것들을 그렸지. 너 다량이 뭔지는 알지? 많다는 뜻의 다량말이야. 다량을
그리는 걸 본적이 있니?”

한참 헛갈려 하던 앨리스는 “이제야 내게 물어도 보는 구나.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


하고 말을 시작했다.

“그럼, 말하지마.”하고 모자장수가 말했다.

모자장수가 무례하게 굴자 앨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일어나버렸고, 그 사이 겨울잠


쥐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잠이 들고 말았다.
앨리스는 두어 발자욱 걷다가 그들이 다시 불러주길 바라며 뒤를 돌아보니, 삼월 토끼와 모
자장수는 겨울잠쥐를 차주전자에 집어넣고 있었다.

앨리스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긴 다시 안 가겠어!”하고 말하며 숲 속으로 들어섰다. “내


가 살아온 중에 가장 멍청한 다과회였지 않나?”

앨리스는 이 말을 하면서 나무 하나에 문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앨리스는 “정말 이상해!


하긴 오늘은 모든 게 이상하긴 하다.”하고 생각하고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 들어가니 다시 작은 유리 탁자가 있는 큰 방이 나왔다. “이번엔 잘 해야지.”하고


말하며 앨리스는 작은 금열쇠를 집어들고 정원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 앨리스는 양쪽 주머니
에 두었던 버섯을 뜯어내어 섞은 후 키가 1 피트가 되도록 먹었다. 그리고 나서 앨리스는 작
은 복도를 지나 마침내 화려한 꽃이 피고 시원한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설 수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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