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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13
제1화 부러진 날개 17
에필로그 223
작가 후기 227
해설 가토우쇼우지 229
기체 . 무기 해설 232
역자 후기 237
프롤로그
“이제와서얼굴을본다고뭐가달라지냐’'
미하일로프는돌아보지도않고대꾸했다.
‘‘진즉에끝난일이다.',
“그렇습니까?코아아.그렇지요.”
프롤로그 l 13
한 때 그 소녀와의 사이에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있었다 해도
그것을 끊어낸 것은 자신들 쪽이다. 그리고 지금은 명백한 적으로
서 그녀와 싸우고 격추한 끝에 나포했다.
그렇게 보면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은 오히려 나탈리아일지도
몰랐다.
“용태는어떻더냐'’
‘‘문제는 없을 겁니다. 부상 처치는 이미 끝났고 후유증도 보이지
않습니다. 자세한 보고를 원하시면 카르테를一.”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럼 내일이로군.”
“무엇이말입니까?”
그렇게물었지만나탈리이는대답을예상하고있었다.
“내일그계집애를가르나바쉬로보낼거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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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부러진 날개
각성은몽롱함과함께일어났다.
축 처진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모든 것이 애매모호한 정경. 그
는 눈을 힘겹게 깜빡거렸다.
.아,아아.. . . '
회색 세계 속에서 무엇인가-아니, 누군가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안 보인다,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그때 희미하게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여자...?
‘.리나?”
갈라진 입술이 열리고 말이 새어나온다. 얼어붙는 여성의 그림
자.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이 그의 뺨 위에서 뜨겁게 터진다.
그순간타츠야의 의식이 깨어났다‘
‘. ..키쿠노?”
소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는 몸을 일으켰다.
“. ..타츠야,씨?”
놀란 검은 머리 소녀의 앞에서 거칠게 어깨를 들썩거린다.
“괜찮,으세요?,'
“아.응.. ..”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필사적으로 가다듬는다. 뇌리를
제화 부러진 날개 l 17
스치는 온갖 영싱들-전투패주추락한 헬7F.
“여긴,어다...”
헐떡거리며타츠야는그렇게읊조렸다.
뺨을 어루만지는 눅눅한 바람과 다리를 찌르는 울퉁불퉁한 암반
의 단단한 감촉. 짙은 어둠 속에서 군용 램프 불빛이 두 사람의 주
위만을 간신히 비춘다.
‘철벽에서추락한것은기억하고계시지요?”
“일단은.”
욱신거리는두통을참으면서타츠야는고개를끄덕였다.
“그 지점에서 계곡을 따라 10킬로미터 정도 이동한 동굴이에요.
타츠야 씨의 구조와 치료를 우선하느라.”
‘동굴..,여기가?”
키쿠노의 말을 듣고 타츠야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군용
램프를 들고 어둠 속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울퉁붙퉁한 바위 바닥
과 벽면이 완만한 경사를 그리며 안으로 이어져 있다. 너무 높아서
빛이 닿지 않는 천장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아하, 그러고 보니 동굴 같긴 하네.”
시야 끝에서 정체 모를 벌레 같은 것이 지나갔다. 인싱을 구긴
타츠야는 숨을 살짝 내쉬고 현 상태를 재확인했다.
그가 속한 D.O.MS.는 무인AS (켄투리이)의 개발계획을 추적
한 끝에 이곳 가르나스탄 공회국의 쿠데타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쿠데타는 하루 만에 실패. 신생 D.OM.S는 국외로 탈출
을 꾀했지만 타츠야와 키쿠노 두 사람은 그 자리에 남겨지고 말았
고
18
蠟력두 사람. '
살며시 주변을 둘러본다. 주위에 이들 말고는 인기척이 없다.
“있잖아. 키쿠노..”
“예? ”
지l화 부러진 날개 19
.‘(레이븐)은어찌됐지?”
“두 대 다 밖에 위장시켜 뒀어요. 손상이 심하지만 움직일 수는
있을 거예요.”
‘‘알았어. 가자.”
일어서는 타츠야에게 키쿠노가 다가간다. 아직 휘청거리는 그를
지탱해주며 동굴 밖으로 유도한다,
싱쾌한 바람이 뺨을 살짝 어루만진다. 머리 위로 펼쳐진 반짝거
리는 별하늘 같은 어둠 속이리도 동굴 속과는 해방감이 달랐다.
“기체는저기에있어요.''
20 l
야경을 비추어냈다 조심조심 조종 스틱을 잡아당기자 그에 동조하
여 기체의 오른팔도 움직였다.
“후우一.”
짙은 어둠 속에서 타츠야 본인의 거친 숨소리가 AS의 좁은 콕핏
에 울린다
r적도우리의 대략적인 위치는눈치 챈모양이에요낸
통신기에서 들리는 키쿠노의 목소리는한없이 냉정했다.
r숫자도 많고요. 포위를 뚫는 것만으로도 애를 먹을 것 같군요.J
어듬 속에서 스크린에 비친 그녀의 4호기는 심하게 손상되어 있
었다.
중후한 실루엣을 뒤덮은 복합장갑 갑옷은 사방에 금이 가 있고
오른팔은 팔꿈치 아래가 없었다. 특징적인 서브 암도 왼쪽 어깨와
오른쪽 허리 외에는 가동되지 않았다.
타츠야의 (레이븐) 1호기도 엇비슷한 참상이었다. 비록 사지는
붙어 있지만 반응이 몹시 안 좋았다. 기체의 목숨이라고 불러야 할
애자일 스러스터도 모두 대파되었다.
겨우 기동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두 대 다 본래의 성능은 도저히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켄투리이)냐?’'
r아니요. 이 반응은(새비지)와 (섀도). 아마 가르나스탄 정규
군일 거예요낸
제1화 부러진 날개 l 21
“두 팀으로 갈라지자. 그 편이 도망치기 쉬울 거야.,'
r..예,듣고보니그게낫겠네요.J
타츠야의 제안에 잠시 생각한 후 키쿠노도 동의한다.
r저는 이쪽으로 직진할게요. 타츠야 씨는 북쪽으로 우회해주세
요. 합류 포인트는낸
22
것이나 다름없지만.
r서두르죠,타츠야씨코행운을빌어요.J
“그래.너도.”
낮은목소리로욕설을뱉는다.
그가 조종하는 (레이탐 1호기는 깎아지른 암벽에 달라붙어 있
었다. 그 발밑의 산길을 세 대의 (섀도)가 지나간다.
‘제발눈치 채지 말고그대로가줘,
숨을 죽이는 타츠야. 다행히도 1호기의 ECS(전자미채)는 아직
살아있다. 레이더나 적외선 등으로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나머지
는 밤의 어둠이 기체를 감춰주기를 기도하는 것뿐
천천히. 허나 분명히 아래를 지나가고 있는 세 대의 (섀도). 그
래, 잘 하고 있어. 이제 저 앞의 능선을 넘기만 하면一그렇게 기원
한 순간, 제일 뒷줄의 (섀도)가 돌아보았다.
1호기와 (섀도)의 광힉센서들. 다시 말해 ‘눈과 눈이, 부딪쳤다.
들켰다!
“에이씨!”
고함치며 타츠야는 페달을 힘껏 밟았다. 도약하는 1호기에게
(섀도)는 반응하지 못했다.
‘어쩌지?’
허를 찔리고 멈춰 선 (섀도). 망가진 (레이탐이리도 지금 이 순
제1화 부러진 날개 23
간이라면 무력화시킬 수는 있댜 그런 다음 도주할까?
혁몸을숙이고(섀도)의정면으로내려서는1호기.
‘어쩌지?어쩌지?'
오퍼레이터는틀림없이즉사했을것이다.
몇 번이고 갈등하고, 그리고 기피해 온 살인이리는 행위였지만
지금의 타츠야는 그 결과에 고민하기보다 페달부터 밟았다
1호기는 순식간에 몸을 돌렸다. 패시브식 암시장치가 포착한 두
대의 (섀도)를 확인.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지는 회피기동을
취하면서 한손으로 핸드건을 겨냥한다.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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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어딘지 현실감이 부족해 보였다 허나 타츠야가 트리거를 당기
는 것과 동시에 적기의 라이플도 불을 뿜었다.
황량한한밤중의 산과들에 단속적인 포성이 메아리쳤다.
거의 감에 맡긴 수동조준임에도 1호기의 사격은 (섀도) 한 대를
포착했다. 그러나 소구경 철갑탄은 흉부 장갑을 맞고 튕겨났다. 지
체 없이 연사. 두 발, 세 발, 네 발다섯 발째에 간신히 장갑을 뚫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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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의 일섬. 낮은 자세에서 내질러진 칼날은 조금 전과 마찬가
지로 콕핏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한순간 단말마처럼 크게 움직인 (섀도)지만 금세 직동을 정지했
다. 4호기가 클로 구속을 해제하자 옆으로 쓰러졌다.
짧고 격렬했던 전투는 끝나고 가르나스탄 신속에 한밤의 정적이
돌아왔다.
제1화 부러진 날개 l 27
r놓칠 수 없어! 놓쳤다간 현재 상황을 전부 들켜버리잖아! 그리
되면 모든 게 끝장이리고! 내 말이 틀려 키쿠노?!백
키쿠노가달래지만타츠야는요지부동이었다.
r니는아직죽을수없단말이야!!J
그 고함소리는 흡사 비명과도 같았다. 키쿠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 말없는 콕핏에서, 통신기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서서히 사그라진다. 키쿠노는 조심조심 타츠야에게
말을 걸었다.
“코진정하셨나요?''
r그래, 길울서두르자.. . . 미안해낸
28
‘‘별로'’
쌀쌀맞은 목소리로 아델리나는 짧게 대꾸했다. 그 말을 끝으로
헬기의 캐빈에 침묵이 돌아왔다.
귀에거슬리는엔진소리만낮게울린다.
아델리나나나탈리아둘다말이많은타입이아니다.그렇지만
두 사람이 입을 다문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타샤.. ..'
아델리나는속으로그녀의애칭을읊조렸다.
아델리나에게 있어 나탈리아는한때의 은인이자싱콴이며, 지금
은 수없이 포화를 겨누었던 적이다. 이번에 아델리나가 붙잡힌 직
접적인 원인 역시 바로 그녀였다. 아델리나와 (레이븐) 2호기가 탄
수송헬기가 나탈리아의 (레가투스)에게 저격당해 추락했던 것이
다.
그럼에도아델리나는나탈리아개인에게는분노를품지않았다.
그 이전에 그녀를 어찌 대해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차라리미워할수있다면편하련만.,
아델리나의 그러한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나탈리아는 헬기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읊조렸다.
“곧도착합니다.’'
“그런가.”
저ll화 부러진 날걔 l 29
방치되어 있는 파편더미, 길바닥에 새겨진 전차 바퀴자국 및 AS의
발자국, 힘없이 줄지어 서서 식량 배급을 받는 시민들.
“참혹하군.”
회피하려는 시선을 아델리나는 억지로 그 자리에 붙들어 매었
다.
그녀는 가르나바쉬 시가전에 참가하지 않았다. 가르나스탄 정규
3이
부대를 탐색과 추격에 내보냈다가 격퇴당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 ’,
다소 낮은 톤으로 대꾸하고 아델리나는 자리에 도로 앉았다. 순
간적인 놀라음이 사라진 지금 그녀의 단정한 얼굴은 언짢은 듯 일
그러져 있다.
제1화 부러진 날개 31
리는 소음 사방에서 세찬 불꽃이 튀고 있다.
그 폭력적이기까지 한 분위기는 미하일로프에게 익숙한 것이었
다.
“싱횡은어때?”
말을 걸자 요나탄 크루핀스키가 돌아보았다. 늘 보던 흰 가운에
헬멧 치림으로 작업을 감독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이는그대로지,사장.''
변함없이 호들깁스러운 동작으로 크루핀스키는 흰 가운을 입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워낙 심하게 혹사시키다보니 멀쩡해 뵈는 기체도 해체해서 검
사하지 않으면 위태로워서 써먹지를 못해 그래서 움직일 수 있는
기체는 우선적으로 그 장소로 보내고 있지. ''
“그런가. '’
예싱한대답이었다.
“다음임무가정해졌나?''
“동부 국경에 아직 러시아 쪽 부대가 남아 있다. 그걸 없애야
해”
“오호라,그전력만몰아내면한동안은평안할거다이거로군.”
D.O.MS.의 (켄투리에 부대는 가르나스탄군 비장의 카드다.
험준한 산악지대가 계속되는 동부 국경이라면 절대적인 전과를 올
릴 것이다.
미하일로프에게현안은다른곳에있었다.
“그보다는 도망친 (레이븐) 두 대의 추적을 고려하는 쪽이 낫지
않은가? 아직 잡히지 않았을 거 아냐.”
32 I
“...그렇군”
그 말에 미하일로프는 말문이 막혔다. 속내를 들켰다는 불쾌함
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저ll화 부러진 날개 l 33
인 아델리나와 함께 회수한 기체다.
“예전에 유콘 연구소에서 해석했을 때 예비 부품을 한 세트 복제
했거든. 거의 새로 하나 조립하는 수준이지만 수리는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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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지만 '.
그렇게떠들어대는크루핀스키를미하일로프가노려본다.
“이자식,무슨꿍꿍이냐...
‘‘아이고. 너무 그리 겁주지 말아줬으면 하는데一. 난 그냥. 맞
아. 그냥 든 생각이었을 뿐이라고, 다른 뜻은 없어 사장. 정말이라
니까. ”
식은땀을 흘리며 대꾸하는 크루핀스키. 예전에 미하일로프가 목
내밀어진태블릿PC화면을미하일로프가눈으로훑는다.
‘‘ ..(발리스트래?무슨뜻이지?”
“고대 로마군의 공성병기야. 굳이 설명하자면혁.’,
“또네놈의취향이냐.”
시작되려는 크루핀스키의 설명을 미하일로프가 단칼에 잘라버
렸다. 불만스러워 보이는 상대를 무시하고 태블릿의 도면을 확인한
다.
“이게뭐냐?”
34
소련에서 독립한 후로 가르나스탄 공화국은 아타예프 일족에 의
해 거의 완전한 독재체제가 확립되어 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종신제 발리쉬 아타예프 초대대통령의 사
후에는 딸인 무자 아타예프 현대통령이 97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어
취임했다.
“력이상으로보고들마치겠습니다,각하.',
“응.수고했어.''
제1화 부러진 날개 l 35
마침 가르나스탄이 발길질 당하는 장면을 본 외무장관의 표정이 굳
어졌 다
남 캅카스 각국은 기르나스탄과 혹해를 사이에 둔 맞은편에 위
치한다. 그러한 나리들과 공동으로 파이프라인을 설치하고, 천연
가스나 석유 등의 카스피해의 풍부한 자원을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유럽에 수출한다그 원대한 계획이 마침내 현실의 것
이 되려하는 것이다.
‘‘헌데,대행각하.무자각하말씀입니다만-.'’
‘‘엄마가왜?''
“요, 요양 중이리는 말씀은 들었습니다만. 어디가 어떻게 안 좋
으신지요?”
그 물음에 오르칸은 서명하던 손길을 멈췄다. 얼굴에 달리붙은
희미한 웃음기가 그 질감을 바꾼다.
“글쎄정무보기는아직어려운가보던데.”
“그건압니다.허나 .,'
결의한듯고개를들던외무장관은그자세그대로할말을잃었
다.
책상위에서오르칸이사인중이던서류를접고있었던것이다.
“대.대체무슨력.”
36
신음하는 외무징콴을 오르칸은 완전히 무시했댜 서류를 접었다
가 펴고, 또 다시 접고-어느새 서류는 종이비행기로 탈바꿈했다.
‘‘에잇.”
제1화 부러진 날개 l 37
헬리포트에 착륙한기체에서 내려서며 아델리나가읊조렸다.
쿠데타 때 시가전의 중심이었던 만큼 독립광징은 전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땅을 뒤덮은 깔끔한 타일 포장은 AS의 전투기동으로 산산이 부
서졌다. 유탄을 맞고 박살난 분수. 힘없이 쓰러진 사이프러스 나
무. 반파된 박물관은 천장과 벽의 큰 구멍을 통해 내부의 카펫이
드러나 보였다.
독립굉장 주변에는 공회국 궁전과 의회의 의사당. 주요관청 등
국정의 중심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러한 곳들조차 복구는 거의 손
도 못 대고 있었다.
이것이가르나스탄의현실이었다.
“흡사 이 나라의 축도(쎄혀Hl) 같군요.’'
“그럴지도.”
혼잣말하는 나탈리아에게 동의하는 아델리나. 예전 싱관의 뒤를
따라 그녀도 걸음을 내디텼다.
주위는 1개 분대 정도의 병사로 둘러싸여 있었다. 기는 곳은 공
회국 궁전 방향이다.
병사들이 총구를 겨누어도 아델리나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뻔뻔스럽기까지 한 태도였다. 태연하게 걸을 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도 있다.
광장에는 시민들 대신 무장한 병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차
와 장갑차. 그리고 AS도.
‘저건(켄투리애력당연한가.,
늘어선 AS 중에는 수차례 싸웠던 무인 AS의 모습도 있었다. 무
38
기질적인 움직임으로 보초를 서던 (켄투리oD 중의 한 대가 불현
듯 아델리나를 응시했다.
“ ?!”
저ll화 부러진 날개 l 39
“마중나온모양입니다.''
“마중?''
궁전 문 앞에 병사들이 급하게 모여들었다. 쿠데타 때 반란부대
AS의 공격을 받아 정문이 흔적도 없이 부서진 탓인지 병사들은 그
옆의 부엌문 같은 조그만 문 앞에 도열했다.
“야아,오랜만이야.아델리나양이라고부르면되려나?”
“허어.. ..”
그인물을보고아델리나는놀랐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 것은 단 한 번뿐, 그것도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한낱 포로를 보러 국가지도자께서 친히 왕림하시다니. 어지간
히 한가한가 보군?”
4이
조금 전의 (켄투리oD와 비슷한 무엇인가를 느낀 것이다.
“어쨌든환영해”
“일단여기로와봐.”
아델리나와 나탈리아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오르칸의 뒤를 따
라 공화국 궁전 복도를 걸었다.
한걸음한걸음내디딜때마다폭신한카펫에군화발꿈치가파
묻혔다 빨깅을 베이스로 삼은 카펫에는 새와 짐승, 그리고 사람
등의 디자인이 추상화처럼 정교하게 수놓아져 있다.
아델리나와나탈리아를중심으로그주위를무장한병사1개소
대가 에워싸고 있다 궁전 복도는 이들이 횡대를 짤 수 있을 만큼
넓었지만 장식 자체는 몹시 간소했다.
천장과 벽을 덮은 카펫과똑같은 양식의 천들 기둥에 새겨진 정
교한 기하학 무늬들 기껏해야 그 정도가 고작이었다.
‘뜻밖인데.,
독재자가 거처하는 궁전이라기에 보나마나 역겨운 악취미와 졸
부 취미 덩어리일 것이 틀림없다혁그러한 편견을 품었었기에 한
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복도 모퉁이에서 오르칸이 걸음을 멈
췄다. 문 앞에서 경비하는 병시들을 돌아본다.
‘‘이제됐어.너희들은그만가봐.”
“예?위험합니다’대통령대행각하.”
오르칸의 명령에 병사들은 당혹김을 김추지 못했다.
‘‘염려마.그냥친구랑이야기하는것뿐이니까.”
제1회 부러진 날개 l 41
‘‘친구라니요-.''
여전히 물고 늘어지는 병사들 그야 그럴 태지. 오르칸이 말한
친구혁다시 말해 아델리나는 포로이므로
덧붙이자면나탈리아도신용할수없는용병이다.
‘그건그렇고친구라니원.’
다소 지겨워진 아델리나지만 그 말에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친구, 발언은 아델리나와 오르칸이 짧게 접촉한 그 만남
을 비꼬는 말이리라. 그 자리에 있던 자는 두 사람 외에 타츠야와
또 한 명-.
‘소라야는어찌됐을까?’
가르나스탄 육군 소위인 소라야 팔미슈. 반란 주모자인 팔미슈
장군의 외동딸이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오르칸의 심복이면서도
그를 배신하고 반란에 투신한 여자.
팔미슈 장군이 어지러운 전투 속에서 전사했다는 사실은 가르나
스탄 정부가 이미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소라야에 대해서는 아무
런 언급도 없었다.
42
“아이고혁, 많이 기다렸지 케렌스카야양. 들어와. 들어와.”
딴 사람처럼 발랄한 표정과 태도로 바뀌는 오르칸. 직접 문을 열
고 두 여자에게 권유한다.
‘‘이럴경우엔죽기아니면까무러치기획라고하던가.,'
들리지 않게끔 작은 목소리로 전에 배운 동양 속담을 읊조리면
서 아델리나는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복도와마찬가지로실내또한몹시간소했다.
“일단편하게앉아.”
솔선해서 소파에 앉은 오르칸의 눈길이 아델리나의 수갑에 멎는
다.
“하긴그런걸자고있으면편하진않으려나?”
‘‘편하지않다고하면풀어줄거냐?''
“그건코.'’
‘‘一당연히안되지않겠습니까.’.
오르칸의 대답을 가로막듯 나탈리아가 단언했다. 평소의 그녀답
지 않은 성급한 말투였다.
어쩌면 오르칸이 ‘수갑을 풀어도 좋아, 리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꺼낼 것을 우려하여 기선을 제압한 것인지도 모른다.
“별문제없다.”
아델리니는 그렇게 대꾸하고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취향에 비
하면 지나치게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불평할 입장이 아니었다.
넉실좋게 소파에 몸을 턱 버티고 앉는 아델리나를 보고 오르칸
은 어깨를 실짝 떨고는 리모컨을 집었다.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방
이 살짝 흔들렸다.
제1화 부러진 날개 l 43
‘‘이건?',
“지진? 아니.”
“뭘까?”
당황하는 아델리나와 나탈리아를 오르칸이 히죽거리며 쳐다본
다. 바르르 떨리는 방과 어지럼증과도 비슷한 희미한 감각. 설마
이것은 .
“방자체가하강하고있는겁니까?완전히엘리베이터군요.”
“정답이셔.”
나탈리아의 말을 오르칸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긍정했다.
“...어이없군.”
기가막힌나머지아델리니는넌더리가나고말았다.
“우리 할아버지가 만들게 시켰다나봐. 이 지경까지 오면 완전 에
도가와 란포의 세계 아냐?”
“시대극도 그렇지만 일본의 서브컬처에 관심이 지대한 모양이
야. ”
“그런셈이지.죽은아빠가그런걸좋아했거든어이쿠.”
약간 큼직한 진동과 함께 엘리베이터로 변한 방이 하강을 멈추
었다. 연극 같은 태도로 오르칸이 몸을 일으킨다.
“란포 선생의 작품이라면 보나마나 퇴폐와 배덕의 지하욍국이
펼쳐지기 마련일 텐데 어떡할래? 숙녀분들께는 약간 자극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보시렵니까? 강요는 안 할 거야. ”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데려온 걸 테지. 씨구려 연극 같은
태도는 집어치우고 얼른 가기나 해.''
협박 같기도 하고 부채질 같기도 한 오르칸의 말에 아델리나는
44
털끝만큼도 동요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나탈리아는 말없이 안경 너머로 씨늘한 시선을 오르칸에게 보냈
다.
“재미없게스리一.”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오르칸이 직접 문을 연다. 그 너머로 펼쳐
진 광경을 보고 아델리니는 눈썹을 꿈틀했다.
“이건.. . . ’'
휑뎅그렁한 거대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천장도 벽도
바닥도 회색 콘크리트 일색인 것이 지독하게 살풍경했다.
“할아버지가 말년에 지은 자랑스러운 핵 셸터지. 아무튼 이쪽으
로 와봐. ',
제1화 부러진 날개 l 45
“그날은세상이멸망하는날이겠지.”
“내말이.”
아델리나는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으나 오르칸은 재미있다는
듯 맞징구쳤다.
따로 노는 대화에 울화가 치미는 동시에 희미한 불안감도 솟았
다.
아델리나가눈에힘울주는순간전등이한꺼번에켜졌다.
“코!”
46
며 눈을 세차게 깜빡거린다. 서서히 회복되는 시야에 문 너머가 비
치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었다. 너비도 높이도 돔 구장 정도는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
“(켄투리아).. ..”
주기자세를 취한 십여 대의 무인 AS.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아
델리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AS격납고냐?셸터속에?”
‘‘본래 계획으로는 AS용 공창까지 만들 예정이었나 보더라. 대단
하지? 이게 바로 할아버지의 원대한 꿈이라고.''
66 ”
이쯤되자아델리나는할말이없어졌다.
“루마니아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차우셰스크의 퀸콤 지하요새 말인가”
나탈리아의 말에 아델리나는 예전에 카이시르 프로젝트를 좇아
잠입했던 루마니아를 떠올렸다. 그녀와 재회했던 그 장소 또한 미
완성 지하시설이 무대였었다.
‘아하, 듣고보니 비슷하네.'
마찬가지로 구 공산권 진영의 독재자가 건설한 거대한 지하요새
다. 어긋난 야심과 몸보신이 만들어낸 장대하고도 공허한 미궁.
권력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몰락에 대한 병적이기까지 한 수준
의 공포 그런 것들이 한데 섞인 심리란 대체 어떠한 것일까?
아델리나는알지도못할뿐더러알고싶지도않았다.
‘그렇다면'
제화 부러진 날개 l 47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그러한 집칙을 강요당한 소년의 심리는
대체 어떠할7W
“어디보자一.”
‘‘응, 저자”
오르칸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웅크리고 있던 AS 한 대가 일어섰
다.
“저건?”
48
독립광장에서 본 (켄투리애에게서 느껴졌던 위화감. 그와 같으
면서도 훨씬 밀도 높은 감각이었다.
머리의카메라아이가아델리나에게초점을맞춘다.
‘이 녀석, 니를-?'
제'화 부러진 날개 l 49
못 알아먹은 모양이야. 저자도 너한테 집착이 장난이 아닌가본데.
아니, 정확하게는 너와 우리. 그 공통의 친구에거F라고 해야 하
나. '’
의미심장한말투는숨은의도를알아차리기에충분했다.
“타츠야말인가.”
‘‘정답이셔. ''
내밀어진 오르칸의 오른손이 아델리나의 뺨에 닿았다. 미지근한
살갗의 감촉에 그녀는 소름이 돋았다.
“너도이것저것협력해줘야겠어,이것저것말이지,'
허리를 살짝 숙여서, 넘어진 아델리나에게 손을 내미는 오르칸
그 자세는 기묘할 만큼 정지한 (투리누스)와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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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J
50 I
아버지인 쿠르츠가 보내온 볼트액션식 라이플이다. 그 자신이
가진, 아끼는 오래된 총의 복제판이라고 했다.
클라리는 지금껏 그 총구를 사람에게 겨눈 적이 없다. 그러기는
커녕 신생 D.O.MS의 사장이 된 후로는 손에 들 기회조차 멀리해
왔었다.
타츠야와 아델리나, 베르트랑이 보여주는 애정과 배려를 알기
에.
“있잖아, 나는력.',
“...실례하마.”
클라라의 말은 나직한 목소리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끊어졌다.
노크도 없이 열린 문으로 들어온 자는 정장 차림의 청년과 메이드
저l화 부러진 날개 51
차림의 처녀였다
라시드욍국제3왕자유스프알케트리와그메이드로있는사미
라 빈트 하산이다.
“유스프와사미라냐.”
“그러하다.”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는 클라라에 비해서 유스프의 태도는
의젓함 그 자체였댜 신생 D.O.M.S의 사장과 스폰서의 대면치고
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난부른적없다만,,
“. ..사장이늦기에조식올가져왔다.”
어두운 방을 보고 메이드사미라 빈트 하산은 슬며시 눈실을
찌푸렸다. 그러나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든쟁반을조그만테이블위에놓는다.
‘필요없다.”
쌀쌀맞은 클라라의 반응을 낑그리 무시하고 사미리는 칭문에 걸
린 두터운 커튼을 걷었다.
“얌마,뮐멋대로一으악?!”
쏟아지는 강한 햇살을 뒤집어쓰고 클라리는 얼굴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고 유스프는 고개를 저었다.
“맙소사,동굴에들어박힌구울도아닐터인데.”
‘‘. ..나리.여자에게그런밀은지독한실례야.”
진즉에 떠오른 사막의 태양이 강렬한 열과 빛을 발산하고 있었
다. 칭문으로 보이는 구름 한 점 없는 선명한 푸른 히늘과 말린 벽
돌로 지어진 중동의 거리, 그리고 그 너머로 펼쳐진 메마른 대지.
52
이곳은쿠르디스탄공회국의오아시스도시아론드에위치한‘알
아이유브.리는 호텔이며, UN이 지은 후 쿠르디스탄에 주류하는 평
회유지부대의 사령부로 쓰이는 곳이다.
가르나스탄 작전에 실패한 클라라의 신생 D.O.MS.는 간신히
목숨만 건지고 탈출했다. 예전부터 ‘보험으로서 비밀리에 연릭을
취해둔 미해군 특수부대 NAVY SEALs에게 구조된 것이다.
그렇게 쿠르디스탄으로 철수한 후로 계속 이 호텔에 머물고 있
는 것인더F.
“조식은하루활력의근원.필히섭취해야해.',
“너네들이무슨우리엄마냐.안먹고싶다고했 . ''
뾰로통해진 클라라가 반항적으로 입을 연 순간 소녀의 배가 사
랑스럽게 꾸르륵 울렸다.
아무래도소녀의위장은주인의의지를배신한모양이었다.
“
. . . . . . .... ..풉”
민망한상횡으로인해굳어진클라리틀사미라가사정없이비웃
었다. 입가를 가린 조심스러운 동작이 더 괘씸했다.
시족으로 유스프는 예의 바르게 무시해주었지만 이것은 이것대
로 성질을 긁었다.
“이’이자식들 .',
움켜쥔 조그만 주먹을 바르르 떠는 클라라. 허나 이내 단념한 듯
고개를 떨군다.
저ll회 부러진 날개 l 53
“그러거나말거나.”
새빨간 얼굴로 자리에 앉은 소녀의 맞은편에 유스프도 살짝 앉
았다. 사미라는 묵묵히 식사 접시를 옮겼다.
영국과 미국의, 볼륨이 풍부한 메뉴다. 알맞게 구워진 두툼한 토
스트에 바삭바삭한 베이컨, 말랑말랑한 스크램블 에그, 베이크드
빈즈 등이 잔뜩 곁들여져 있다.
“..커피와홍차중에어떤걸로할래?”
“응-’우유없냐?있으면그걸로줘.”
‘‘. ..알았음.”
54
“.........그래.”
자신의 주인에게 시선만으로 묻는 사미라. 유스프는 선선히 고
개를 끄덕였다.
“. ..그럼기꺼이.”
사미라가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물론 그녀와 유스프가 먹은 것
은 빵과 커피뿐이었지만
“나름대로이것저것생각해봤어.,’
삥을 먹던 손길을 멈추고 클라라는 유스프와 사미라에게 말했
다. 아니 . 정확하게는 두 사람에게 말하는 것과는 약간 달랐다.
그보다는 자신의 애매한 생각을 어느 정도 명확한 상태로 정리
하고자 억지로 말로 해본디는 느낌에 가까웠다.
“있잖아,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거나, 해야
만 하는 일이라거나, 뭐 그런 게 집탕이 돼서 .”
“중요한것울하나잊고있나보군.”
‘‘엉?”
제1화 부러진 날개 l 55
수 없었다.
“그건코그말은.. .’,
소녀의눈이벽에걸린라이플로향했다.
“나는“나도-.”
“..실례.',
56 l
꺼냈다.
“그렇게괴상망측한장식은처음봤다.”
“. ..이또한전통과격식.나리 .”
“음.지금은해야히는일부터해결해야겠지.”
재빨리단말기의스케줄을훑어보는유스프.
“오후에는그손님이올터그대도옷을갈아입고준비하도록”
“안다니까. 사장으로서 빠릿하거F.’.
기운차게 대답하던 클라라의 말이 문득 끊어졌다.
“그때까진 아직 시간이 있잖아? 밥 다 먹으면 나랑 잠시 어디 좀
가줄래?”
“. ..그건. ,’
살짝식어버린토스트에클라라가재차달려들었다.
제1화 부러진 날개 l 57
“..솔직히안믿어져.’'
사미라의 목소리는 평소대로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감출 길 없
는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이딴건별거아냐.”
말로는 그렇게 대꾸하면서 클라라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
다. 장거리 사격도 이쯤 되면 집중력과 체력의 소모가 많은 모양이
었다.
‘‘우리 파파는 같은 거리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1센트 동전을 도넛
으로 만들 수 있다구. 나 같은 건 아직 멀었어. 그건 그렇고력.”
클라라는 훈련장을 둘러보았다. 황량하고 메마른 들판이 저 끝
까지 펼쳐져 있다.
“왜 도시 안에 이토록 휑뎅그렁한 사격장이 있는 거냐? AS 일개
소대도 충분히 훈련하겠네”
‘‘. ..여기전에는호텔골프장.”
‘골프장?그런것치곤엉망인데.,'
‘‘사실 이 호텔은 쿠르디스탄이 이라크에서 독립하기 전에 세워
진 것이라.”
“아항.,'
유스프의설명에클라리는납득했다.
사족으로 당시의 이라크를 지배하던 군시독재정권은 20세기말
에 벌어진 걸프전쟁 때 붕괴. 그것을 계기로 발생한 제5차 중동전
쟁의 혼란 속에서 쿠르디스탄一쿠르드인은 염원하던 독립을 손에
넣었다.
물론클라라가태어나기전의이야기다.
58 l
“이 호텔은 본디 이라크 정부요인의 건깅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
다. 당시에는 최신 관개설비로 골프장을 유지했었고. ”
“독립후에는보다시피이꼬락서니”
‘‘사막 한복판에서 이토록 넓은 골프장의 잔디에 물을 줬었단 말
이야?”
기가막힌클라리는새심스레주위를응시했다.
“뭐그런쓰잘머리없는낭비를,'
“나라가멸망할만하잖느냐.”
“M ..신은내리시고,또다시뺏어가셨도다.',
어째선지사미리는대단히엄숙한표정과목소리와몸짓으로나
직하게 읊조렸다.
“뭐, 됐어. 모처럼 간만에 쏴서 감을 되찾을 수 있었는데 여기다
불평을 했다간 천벌을 받겠지. ”
손에 든 라이플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클라리는 그렇게 말했다●
그 귀여운 얼굴에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맞아, 나한테도확실한힘이 있어. 그러니까, 분명혁.”
“. ..그건무리.”
사미라가딱잘라말했다.
“야,난아직한마디도코..’
“보나마나 나도 사징z으로서 AS를 타고 싸우고 싶다. 그 말이겠
지?”
“윽.. .”
제1화 부러진 날개 l 59
배웠어! 너네들도 알잖아?!”
“알다마다. 그대가 아직 (섀도)의 사지를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
한다는 것쯤은.”
‘‘타츠야와의 모의전에서 허를 찔러서 한 번 이겼을 뿐이라는
것도. ''
주종의지적에클라리는반론하지못했다.
“. ..네 저격 실력은 인정해 진짜 천재. 나 같은 건 고사하고 나리
나 리나도 너에게는 못 미칠 거야.’'
“어,응.”
담담한 칭찬을 듣고 클라라는 눈을 깜빡거렸다. 180도 다른 태
도에 어찌 반응해이할지 몰랐던 것이다.
“허나 그것뿐이다. 설령 지금의 그대가 (섀도)를 타고 전장에 나
선들 단순한 표적에 불과해. ”
“내가그냥과녁이라고?',
고개를 숙인 클라라가 조그만 어깨를 떤다. 그녀를 깨우치듯 사
미라가 말을 이었다.
“. ..지금의 너에게는 사격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전술과 경험이
없어. 그것을 보충하지 않는 한-.’,
불현듯말이끊어진다.
“왜,사미라.”
의아하게 여긴 클라라가 고개를 들자 사미라는 몹시 진지한 표
정으로 흔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 ..전술,경험..보충한다?
“야.사미라?왜그러는거냐?”
6이
대
3
“ ,.지금은아직 아무것도아냐.,,
뒷말을흐린사미라가시계를확인한다.
“...벌써손님이올시간.”
“이크, 서둘러야겠네. 베르한테 또 야단맞겠다.',
클라리는 급히 호텔 본관으로 뛰어갔다. 그 뒤를 따르며 유스프
가 사미리룰 돌아보았다.
“사장의시중은내게맡기거라.”
‘‘. ..나리?”
‘‘그러고 보니하산이 예배 차 거리에 나간다고 했다. 그대도
따라가 봄이 어떠한가. ',
“...그래도.”
망설이는사미라에게 유스프가살며시 웃는다.
“무슨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 아니냐? 그렇다면 그것을 살릴 시
간이 필요할 터.,’
66 "
62
클라라와 유스프는 고개를 미주 끄덕인 다음 단숨에 로비를 가
로질러 계단을 뛰어올랐다.
폭주하는롤리타펑크와곁을따르는귀공자에게사방에서기이
하다는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들이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좋아’도차-.”
“기다리게!”
돌진하던 기세 그대로 회의실 문을 발로 차려는 클라라. 그 뒷덜
미를 유스프가 붙든다.
“므흡?!”
“무슨짓이야?목돌아갈뻔했잖아.',
울싱을짓는클라리를달래듯유스프가손가릭을세웠다.
‘급할수록 돌아갈 필요가 있다. 교섭상대에게 이쪽의 초조힘을
보이는 사태는 피해야하느니.”
“그’그런가.알았어.”
깊이심호흡하고클라라는시계를확인했다.
“지금이다.''
“오케이!”
저ll화 부러진 날개 l 63
로 이끌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트랑이다.
“웬만담이십니까.사장님은그렇다치고유스프전하까지.''
“아혁, 이건 .”
“내불찰이다.”
보아하니 복도에서 나눈 대화가 실내까지 들렸던 모양이었다.
클라리와 유스프는 겸연쩍게 눈길을 피했다.
“손님께서오신지가언제인데 .”
“아뇨아뇨,저는싱콴없습니다.'.
‘뭐야. 말이 통하는 양반이네, 아저씨.’,
히죽 웃은 클라라는 ‘손님’의 맞은편에 힘차게 걸터앉았다. 무슨
말을 꺼내려던 베르트랑이 단념한 듯 입을 다문다.
‘‘오랜만입니다. 지금은당신이 ‘마오사장님'이시지요.”
일본육상자위대의시모무라사토루대령은의젓한태도로말했
다. 물론 그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지만.
‘‘우선은이걸뵈주게”
비좁은회의실에시모무라대령은가져온모바일PC를조작하며
말했다. 모니터에 비친 동영싱을 클라라 일행이 들여다본다.
동영싱은 상당히 거칠고 정신없이 흔들렸다. 보아하니 헬기에서
지상을 촬영한 것 같았다.
“이거혹시.”
64
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포장된 아스팔
트 도로도 난데없이 끊어져 있다.
문제는 이곳이 D.QM.S. 멤버들에게 눈에 익은 풍경이리는 것
이었다.
‘‘시가지 훈련장이군요. 일본입니까?”
베르트랑이묻자시모무라가고개를끄덕였다
‘‘여기서부터다.”
카메라 시점이 화면 위아래로 이동했다. 훈련장에 드리워진 그
림자의 방향과 모니터 한구석에 표시된 촬영시각으로 보건대 북쪽
일 것이다.
제화 부러진 날개 65
클라라가 그렇게 말하자 시모무리는 동영싱을 일시정지 시켰다.
정지한 모니터를 클라라가 가만히 노려본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D.O.MS가 맡아온 (레이
븐) 1호기부터 4호기까지와는 무엇인가 다르디는 느낌이 든 것이
다.
‘‘5호기인가?”
“아니야.”
고개를 가로저은 것은 AS1 개빌주임인 미조로기 카츠로였다.
‘‘D.O.M.S.에서 쓰는AS-1은 개발계획이 동결되기 전에 완성된
부품을 모아 만든 거다. 예비 부품이나 추가 무장 패키지는 둘째치
고 기체 자체는 네 대밖에 없어.',
본래는 일본 쪽 인간이어야 할 미조로기가 지금은 옵저버 자격
66 l
사의 하야카와 군이 아직 젊은데도 어찌나 우수한지”
“하야카와라고오?!''
거칠고 웅얼거리는 미조로기의 말투와는 대조적으로 시모무라
의 말투는 또렷했다 허나 그 내용은 몹시 무례한 것이었다.
이무리 해외에 나가있다 해도 기술주임을 무시하고 계획을 진행
시켰음을 당당하게 인정했으므로
“그록임포새끼가.. . . ,’
“계속하마.”
불온한분위기를무시하고시모무리는동영싱을재생했다.클라
라 일행이 모니터를 보는 가운데 미조로기도 마지못해 따랐다.
“어디꼬락서니나보자.”
부스트 가속으로 질주하던 (레이븐)은 스피드를 떨어뜨리지 않
고 시가지훈련장으로 직진했다.
제'화 부러진 날개 l 67
다. 물론 미조로기만은 시시하다는 듯 화면을 노려보았지만.
(레이븐)은감속하며왼쪽방향으로점프했다.
몹시 짧은 거리를 도약하면서 다시 스러스터를 뒤쪽으로 돌린
다. 착지. 대로의 아스팔트를 박차는 것과 동시에 스러스터가 동작
하여 전방으로 재기속한다.
지싱을 부스트 기동으로 이동하면서 (레이븐)은 시가지로 돌입
했다.
“허어,제법인걸.''
자신도 (레이븐) 3호기를 모는 몸이지만 유스프는 칭찬을 아끼
지 않았다
토라진듯턱을괴고미조로기가끼어들었다.
“본디 양산형 (레이븐)에는 TAROS가 아니라 간이형 스러스터
조종 시스템을 실을 예정이었어. 우리가 모은 실전 데이터를 기초
로 세미오토 방식으로 움직이는 물건인데 말이야.”
“아하, M9 (인핸스트)의 테이머 시스템 방식이군요''
68
베르트랑이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올시다. 외형은그럴싸한모양이다만...”
대조적으로 미조로기의 표정은 벌레 씹은 듯 씁쓸했다.
‘‘이래선 못 써먹어. 소울이리곤 먼지만큼도 없잖아. 악보 그대로
연주만 하다니, 엿 먹으라지.”
“그런가?이건이것대로제법펑크하다싶은더F.”
미조로기와 클라라의 몹시 감상적인 평가를 시모무라의 헛기침
이 가로막는다.
“DO.M.S. 제군들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자네들의 협력이 있었
기에 AS-1을 여기까지 완성할 수 있었어.”
그렇게 말한 시모무리는 책상에 손을 대고 고개를 깊이 조아렸
다.
“보다시피 자네들에게 의뢰한 AS1의 운용 데이터 수집은 완료
되었다. 나머지는 우리가 할 일이지.”
“그말은력.”
제1회 부러진 날개 69
거운 옷으로 몸 선을 감추고 머리에는 히집을 썼다.
“많이기다렸느냐’사미라.”
‘‘. ..아버지.늦어.”
진땀을 닦으며 현관에서 나타난 통통한 아랍인 남성-하산 빈
자심을 사미라가 부루퉁하게 쳐다본다.
“미안하다. 놀랍게도 이맘(교새이 옛 친구였지 뭐냐. 이것도 알
라의 인도하심이다 싶어서 나도 모르게 옛날이야기로 꽃을 피우느
라 그만. ”
“...그럴줄알았어.”
“어쩔까,택시라도탈vW”
LE 9)
시간과혼잡스러운인피를확인한사미리는고개를가로저었다.
“. .아마걷는편이빠를거야.”
“하긴.',
그말에하산도동의했다.
중심가를부녀가나란히걷는다.
“...그러고보니아버지.”
“응?”
7이
하산도 라시드 왕국의 육군 장교 자격으로 파병부대에 종군했던 것
이다.
“왜그러느냐’사미라.”
문득 걸음을 멈춘 딸을 하산이 돌아본다. 사미리는 거리 한 구석
에 선 AS를 보고 있었다.
약간각진외견의제2세대형AS다.
“M6아니냐 .”
“.육상자위대(JGSDF)의96식Bjl(Tjpe96i)”
그녀가불쑥대답했다.
“ .일본밖에서는약간레어.”
‘‘음.”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움트고 있는 중동에서 현재의 쿠르디스
탄은 치안이 대단히 안정되어 있으며, 태풍의 눈 같은 고요함 속
에 있었다. UN과 미국이 독립의 뒷배였던 까닭에 국민들 대다수가
저l'화 부러진 날개 I 71
PKO를 환영한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였다.
때문에 정치적 사정으로 인하여 해외활동이 비전투지역으로 한
정된 자위대라도 쿠르디스탄에는 적극적으로 부대를 파견할 수 있
었다. 여담이지만 시모무라 대령이 쿠르디스탄을 찾이온 것도 명목
상으로는 현지부대 시찰로 되어 있다.
‘‘그래전하께서도그리생각하시겠지.’,
“. . . . . .?,'
72
음을 쳤다.
제화 부러진 날개 l 73
“받들어모십죠,공주님.'’
쓰게 웃으며 로니는 클라라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클라라는 힘차게 침대로 뛰어들었
다.
“얍!’'
“일본이(레이븐)을돌려달래.”
“아아,역시그거구나.''
“알고있었냐.''
“그정도야당연히알지.”
어깨를으쓱하고로니가대꾸했다.
“너는어쩌고싶은데?”
“몰라,’
다리를내리고클라리는침대에납작달리붙었다.
‘‘이대론우린더이상못씨우게돼'’
“나개인으로서는그편이좋은데말이지.,'
“뭐?''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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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든클라라에게로니가웃음짓는다
“당연하잖아. 만약 네가 다치기라도 해봐 보나마나 디들 날 목
졸라 죽이려들걸?”
‘‘야.”
‘‘뭐 농담은둘째 치고혁.”
“정말농담이냐?내눈울보고밀해.’'
76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 나도 그래.”
소녀는 꼬물꼬물 몸을 일으키고는 침대 위에 정좌했다.
“내가 결정한 일이야. 내가 가르니스탄과 붙겠다고 결정했고, 그
래서 타츠야와 리나가 그렇게 됐어.”
지금까지외는 180도 디른 침통한 목소리. 로니는 팔짱을 꼈다.
“이치노세 타츠야. AS1 1호기의 오퍼레이터군 루마니아 작전
때 딱 한 번 봤었지.”
‘‘내탓이야.헌데도나만도망치다니...”
고개를 숙인 클라라의 어깨를 로니가 가볍게 두드렸다.
“아직 시간은 있어. 아까한 말, 숙고해줘.''
저ll화 부러진 날개 l 77
구 소련군 시절의 정찰기지다.
냉전 시대에 국경의 감시용으로 설치된 것이나, 독립과 국제정
세의 변화 때문에 방치된 지 오래다. 적어도 가르나스탄 측 서류상
에는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격납고로군.”
r예.꽤
격납고구석에쌓인것은AS용보급물자였다.
머슬 패키지와 충격흡수제 등의 소모품에 무기, 탄약뿐 아니라
그러한 것들을 움직이기 위한 긱종 작업차량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이러한 물자들은 쿠데타의 주모자인 팔미슈 소장이 준비해둔 것
이다. 반란의 장기화에 대비한 그는 이렇게 폐기된 기지를 복구시
켜서 거점이나 물자 집적지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다.
주기자세를 취한 (레이븐)에서 타츠야가 내려섰다. 이제는 목숨
줄이 된 보급물자를 확인하면서 신생 D.O.M.S를 초대한 노장군
의 풍모를 떠올려본다.
“팔미슈소장에게감사해야겠네요.”
“그건그렇겠지만문제는코.”
산더미 같은 물자를 응시하며 타츠야가 인싱을 썼다.
78 l
“우리에게는 일제 AS밖에 없는데 저기에 갖춰진 것은 러시아제
보급물자. 분명 난감하기는 하네요.,'
키쿠노또한눈실을찌푸렸다.
구 서빙측 기체와 구 공산권 부품의 조합. 설계 사싱부터 규격까
지 완전히 디른 것이다.
“그래도할수있는데까지는해뵈야지.”
“예.그렇기는하지요.’,
불안해 보이는 키쿠노를 무시하고 타츠야는 작업차량으로 성큼
성큼 다가갔다.
“시작하자.”
“이그.알았어요,타츠야씨”
그후의작업은싱장이싱으로힘들었다.
이미 날이 밝을 시간이지만 창과 셔터가 닫힌 탓에 격납고는 여
전히 어두웠다. 눅눅한 공기가 뺨을 어루만지고 금이 간 바닥 때문
에 발이 걸린다. 어디에선가 시큼한 냄새까지 떠돌았다.
그 속에서 타츠야와 키쿠노는 쓸데없는 생각을 않고 눈앞의 일
에만 집중했다.
예를들면 .
“이 머슬 패키지는 크기는 딱 맞지만 길이가 약간 모자란걸 이
걸 어쩐다?”
“여기에 소켓이 있네요. 이걸로 연장하면 될 거예요.”
“아하, 이리 줘봐”
호으-
퀴느 o
제1회 부러진 날개 l 79
“콘덴서상태가안좋아서바꾸고싶은데기체와규격이안맞네
요 ?'
그렇게밀하며두사람은차가운콘크리트바닥에앉았다.
“커피마실래요?”
‘‘응.부탁해.”
키쿠노의물음에타츠야가고개를끄덕인다.
“잠시만기다려주세요.”
살며시 웃고 키쿠노는 소형 군용 스토브를 꺼냈다. 타츠야도 군
용 코펠을 준비하고 폴리에틸렌 용기에서 물을 따랐다. 어둠 속에
고형연료 위의 불이 춤을 춘다.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중기
8이
를 타츠야는 멍하니 응시했다.
“앞으로 낮에는 쉬도록 하죠. 그러다가 해가 지면 행동을 재개하
고요 ”
턴트 커피가루를 넣고 있었다.
“설탕과프림은어떻게할까요?,’
.‘음.설탕은반스푼.프림은두스푼넣어줘,'
타츠야가그렇게대답하자마자키쿠노가손을멈추었다
‘‘왜그래?”
“아.아뇨혁약간놀라서요.”
당혹한듯,혹은쓸쓸한듯키쿠노는웃었다.
‘‘타츠야씨의취향이그애와-아키리와똑같거든요.''
v9
제1화 부러진 날개 81
거북한 침묵이 찾아온다. 어둡고 답답한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타츠야는 들으리는 양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보다그커피나줘.”
“예?아아력예”
억지웃음을 지은 키쿠노가 김을 피워 올리는 머그컵을 내밀었
“타츠야씨..,왜,그러세요?”
“ 99
82 I
몸속 깊은 곳이 단숨에 뜨거워진다.
“타츠야씨...안돼요一.”
제1화부러진날걔l83
‘내가무슨짓을한거야 ,
열에 들떴던 머리가 간신히 진정되었다. 자신의 행위를 반추해
본다.
그의 내부에서 다 타지 못한 장작불처럼 부지직거리던, 전투에
서 쌓인 고양감과 초조함. 그것을 키쿠노에게 터트리려 했다.
유린하고짓밟으려했다.
키쿠노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수치심에 몸 둘 비를 모르게
된 타츠야는 그대로 웅크리고 앉았다.
그등을나긋나긋한손가락이상냥하게어루만진다.
“미안,키쿠노.”
고개를들지도못하고타츠야는쉰목소리로신음했다.
“난뭐가뭔자”나도모르겠어혁미안해,정말미안해”
“괜찮아요”
띄엄띄엄하게 되풀이하는 타츠야에게 키쿠노가 살며시 속삭였
다.
“저는괜찮야요.”
부드러운 목소리는 타츠야의 울음소리가 쌔근거리는 숨소리로
바뀔 때까지 계속되었다.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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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 있는 곳이다.
86 I
그말에키쿠노는눈을휘둥그레떴다.
“아니, 저기, 평소 같으면 아가씨 말투라고 하나, 엄청 정중한 경
어를 썼잖아? 근데 지금은 꽤 평범한 허물없는 밀투다 싶어서.”
“그건-.'’
입을가리고눈을낌빡거리는키쿠노.
“혹시 그게 네 본디 밀투야?”
“실은그렇사외요아니,그래.”
당혹스러운듯,혹은부끄러워하듯키쿠노는실짝웃었다.
“딱히 의식한 적 없지만 듣고 보니 아키라와는 곧잘 이런 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아. ',
“그렇구나.”
“정말나리는애는허세에만정신이팔려서 .”
자조적으로웃는키쿠노.타츠야도쓰게웃는다.
“난어느쪽이든상관없는데.”
“그럴 꺄요혁아니, 그럴까?',
“태도나 외견을 꾸미지 않는 사림은 없는걸. 게다가 나도 .”
말문이막힌듯타츠야는뒷말을흐렸다.
‘봬?”
“아니,아무것도아냐.”
‘어제그런추태를드러내기도했고.라는말은못하겠군.’
솔직히 키쿠노가 그 일을 잊은 사람처럼 행동해주는 것은 고맙
기도 했지만 약간 무섭기도 했다.
그러한 타츠야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키쿠노는 살랑거리는
몸짓으로 일어섰다.
제1화 부러진 날개 l 87
“그럼슬슬가볼까요,타츠야씨.”
“결국그말투로가는거냐.”
“예.그러도록하겠사와요.”
그녀는풍만한가슴께를살며시눌렀다.
“어,응.”
타츠야도고개를끄덕이고자리에서 일어났다.
‘칼까.,’
“예.'
짧은 대회를 나누고 타츠야는 1호기 밑으로 다가갔다.
“이제얼마안남았어.',
만신창이가 된 애기에게 말하며 기체에 주먹을 갖다 댄다
‘‘한번만더 힘내줘 파트너..'
88
제2화 기병W幾묫)의 본령(本윤퇴
조그만방에아델리나의거친숨소리가울린다.
‘‘49, 50, 51 .”
오른손 하나로 필굽혀펴기. 금색 머리에서 빙울져 떨어진 땀이
딱딱한 마릇바닥에 스며든다.
지하 셸터에서 돌아온 그녀는 공회국 궁전의 어떤 방에 연금되
었다. 6평 가량의 칭문 없는 빙과 기울어진 조악한 침대, 한쪽 구석
에는 변기와 세면대가 칸막이도 없이 설치되어 있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아델리나는 묵묵히 트레이닝을 뱐복했다.
오른팔 다음은 왼팔 그것도 끝나면 복근 .
r수고가많네혁벤
천장 스피커에서 울리는 일그러진 목소리는 오르칸의 것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아델리니는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듣고싶지 않은목소리였다.
r이제 곧 저녁시간이라 같이 먹을까 싶어서. 마침 할 말도 있고
말이지낸
아델리나가안내받은‘식당'은지하셸터의AS격납고였다.
“아이고-, 왔다갔다하게 만들어서 미안해혁.”
격납고로 운반된 흑단으로 만든 만찬 테이블. 그 호스트석에서
오르칸이 쾌활하게 웃으며 아델리니를 맞이했다.
“상관없다..'
입으로는 그렇게 대꾸했지만 사실은 긴장했다. 오르칸의 뒤에
(투리누스)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낮에 이 셸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몸이 살짝 굳어졌다. 그
90
“너도마실래?”
‘됐다.알코올은뇌세포를파괴한다.”
그렇게대답하면서아델리니는주의깊게오르칸을관찰했다.
낮에 셸터에서 보여준 태도는 아직까지는 자취도 보이지 않았
다.
‘‘모처럼콜키스의포도주를골라봤는데말이야코.”
벌써취기가도는지흐릿한눈으로오르칸이말했다.
“솔직히그런방에집어넣어서미안하다싶기는해그래도보안
상의 문제 같은 게 골치 아파서 말이지.”
“상관없다.공항에서의하룻밤에비하면훨씬낫다.''
은 나이프와 포크로 구운 연어를 잘게 썰면서 대꾸하는 아델리
‘들켰어?!'
전율과 놀라움 때문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솟았다. 오르칸이 느
긋한 목소리로 아델리나에게 말했다.
“손이 멈췄는데 무슨 일 있어? 혹시 곁들인 피클이 입에 안 맞았
나? 신맛이 좀 세긴 하지, 특히 순무가 말이야.',
“ .아니,아무것도아니다.,,
오르칸의 이 행동거지가 본성인지, 아니면 연기인지조차 아델리
나로서는 일쏭달쏭했다.
“그런가. 원하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웬만한 건 해줄 테니
까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의말투가슬며시바뀌었다.
‘지금부터가본론이라는건가.,
미네랄워터로입술을적시고아델리나는디음말에대비했다.
“동쪽 국경은 아직 좀 어수선하거든. 그래서 약간 진지하게 대처
하기로했어.”
“병력울동쪽으로보낼작정인가?”
“그게 곤란하단 말이야. 국내의 말썽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
라. ”
쓰게 웃는 오르칸의 술기운으로 붉어진 얼굴에서는 그 내심과
본심을 읽어낼 수 없었다.
“웬만하면너도협력해줬으면하는데,어때?”
“협력?나에게뭘하리는거냐.”
“실은우리친구도그쪽으로가고있는모양이더라고.”
92
“타츠야가?”
오르칸의 말에 아델리니는 무의식중에 몸을 일으키려다가 간신
히 자제했다. 설령 뻔히 들여다보였다 해도 이 이싱은 약점을 드러
낼 수 없다.
‘‘확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암튼 어떡할래?''
“그건-.”
다시 고쳐 앉고 아델리나는생각에 잠겼다.
‘나를인질로써먹을심산인가.'
고민하는아델리나를지켜보던오르칸은,
“임튼생각좀해봐.,'
그렇게중얼거리고치켜든와인글라스를실짝흔들었다.
‘‘그럼 아름디운우정에 건배력아하하하하.”
무엇이 우스운지 느닷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오르칸을 아델리나
가 시들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아아, 친구라고 하니혁.
문득그녀의 마음에 어떤 의문이 되살아났다.
‘‘왜그러지?''
“...아니.”
“OK,알았어.라저.''
과장스러울만큼밝은말투로오르칸은군복주머니에서휴대단
말기를 꺼냈다.
“그래도 있지이, 아무리 너라도아니, 너니까. 려나?-지금의
소라야랑 직접 대면시킬 수는 없어. 미안해.”
그렇게 늘어놓으며 오르칸은 단말기를 조작했다. 만찬 중에 참
으로 예의 없는 행동이었지만 아델리나로서는 나무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뭐 염려스러우면 소라야의 활발한 모습은 보여줄게.
자. ”
오르칸이몸을내밀고단말기를보여준다.그화면을보고아델
94
리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곳에 비친 것은 휑뎅그렁한 방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독립
굉장의 야경으로 미루어보아 이 공회국 궁전의 어느 방이리라. 그
거의 중앙에 설치된 덮개 달린 침대에 소라야가 앉아 있었다.
빙은 아델리나가 연금된 곳괴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었고, 또한
지나칠 만큼 호회롭게 꾸며져 있었다. 아델리나가 편견을 품었던
독재자의 역겨운 졸부 취향 그 자체였다.
그곳에 홀로 남겨진 소라야의 모습은 흡사 고풍스러운 미니어처
하우스에 방치된 인형괴도 같았다.
‘‘리얼타임 영상이야.”
그렇게 말하며 오르칸은 단말기 화면을 수없이 손가락으로 긁었
다. 그때마다 실내 영상이 정신없이 바뀐다.
위에서, 밑에서, 옆에서, 대각선으로 온갖 시점과 시야로 송신
된 영싱은 모든 구도와 각도로 실내를혁정확하게는 그 속의 인물
을 비춰주었다.
‘대체카메리를몇대나설치한거야?'
편집적인 숫자의 영상 속에는 방에 딸린 욕실과 화장실도 섞여
있었다. 아델리나는 할 밀을 잃었다.
이것은이미감시도도촬도아니다.관찰이다.
“어때,이제안심해줬으려나.”
오르칸의 공허한웃음소리가끝없이 울려 퍼졌다.
96
군대와 연락을 취하는데 시간을 뺏긴 것이다.
“력이상으로보고를마칩니다.’,
“그래''
‘‘동부국경으로전력을이동한다라,또어지러워지겠군”
그는서류를대충홅으면서중얼거렸다.
“어찌됐든 수고했다. 내일부터는 다시 바빠질 테지. 오늘은 이만
일찌감치 쉬어둬.''
그렇게 말하고 미하일로프는 다시 서류 작업으로 돌아가려 했
다. 그러나 나탈리아는 퇴실하지 않았다.
“사장님一아뇨.대위님.”
.‘왜”
“그렇다면왜죠?설마그(켄투리oH리는AS를“.,’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는 장난감이긴 하다만. 애당초 사람이 죽
지 않는 군대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재미있는 개그 아니냐.”
“농담하지마십시오.''
웬일로농을던지는미하일로프.니탈리아가인상을찌푸린다.
“애당초 그런 것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일부의 선진국뿐입
니다. 제3세계의 내전과 분쟁으로 흐르는 피의 양은 거의 변함없을
겁니댜”
‘과연 그럴까? 지금은 그렇다 치고 그 카이사르 프로젝트라는
것이 현대전이 다다를 미래의 모습이리는 것은 맞는 말일 거다. 그
렇게 되면 우리 같은 인간은 전장에서조차 있을 곳이 없어질지 몰
라. ''
“대위남...”
나탈리아는 할 말을 잃었다가 분위기를 바꾸려는듯 말을 이었
다.
“더더욱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지오트론에 협
력하시는 겁니까? 대위님은 그걸로 만족스러우십니까?”
98l
‘클쎄다.”
100
66 "
102
“그게,음.''
잠시 생각하던 크루핀스키가 휴대단말기를 꺼낸다.
“홈, 그러면 이런 수는 어떨까.'’
“이건 .”
표시된데이터를보고오르칸이 휘파림을불었다
‘‘멋진데一, 멋져一. 엄청 어이없고 훌륭하잖아. 좋고 말고, 얼마
든지 하자구.”
“좋았어. 실제 계획은너에게 맡기마”
“그래, 알아.”
완전히 취기가 가신 머리로 다음 수단을 생각하던 오르칸이 문
득 말했다.
잔의내용물을단숨에비우고미조로기는신음했다.약간딱딱
한소파등받이에칠칠치못하게몸을기댄다
“아직아무것도끝나지않았어.오히려이제부터라고.”
맞은편에앉은시모무리는제복깃을풀면서대꾸했다.
‘‘AS1프로젝트도최종단계다.실기조달과부대배치.자네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어. 한시라도 빨리 일본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그렇게말하며시모무리는사이드테이블로손을뻗었다.
와인쿨러에서차가워지고있는것은시모무라가가져온일본주
시고빙(주'), 미조로기가좋아하는호쿠리쿠의 명주(”뼙)다.
사족으로안주는자위대의전투식량I형다시말해통조림이었
다. 쇠고기 간장조림. 참치. 닭 내장 채소찜. 단무지 등이다.
주,)시고빙:凶숨姬일본술의병단위1고(合)(약1데ml)가네번들어가는악720ml의병이다.
104 l
일본주는 일본식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는 시모무라의 집착인
지, 아니면 미조로기에게 오랜만에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
다는 일종의 배려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그가 귀찮았던 것뿐인지.
그로서도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채 미조로기는 시모무라의
잔을 받았다. 병을 든 시모무라도, 잔을 든 미조로기도 둘 다 한손
이리는 격식 없는 모습이다.
“다음은됐어.혼자멋대로자작할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차갑고 시큼한 술을 끌꺽 마신다. 역시 맛있다.
맛있긴 한데 뇌의 이상한 부분에 취기가 돌았다.
에이.무슨상관이람.
“3호기만이라도 실전에서 좀 더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실은 미
국님들의 특수부대에서 은근슬쩍 오퍼를 받았거든’'
“SEALs말인가?.'
“그렇지. 놈들은 앞으로도 무인기를 상대로 싸우려나 보더라고
3호기의 전자전 능력이 (켄투리애를 상대할 비장의 카드가 된다
나. 괜찮은 이야기잖아 미국님들한테 빚을 지워주고 그 김에 실전
테스트도 할 수 있으니까. ”
농담처럼 운을 떼어본다. 시모무리는 가볍게 술잔을 입에 대고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역시 3호기에 눈독을들였군 대단해”
표면상으로는 상대를 칭찬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진의를 미조로기는 알아차렸다.
“안되나?”
그말에시모무라는말없이고개를끄덕였다.
106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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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뷰뇽룐
쏀
코~ 훈F훈훈훈흥릎흥륙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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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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잖8
벼
Uq%
“D.O.MS.에서 얻은AS-1의 운용 데이터는 대단히 귀중해 나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교도 때문에라도 계약을 연장하고 싶을 정도
야. ”
“흥.,,
시시하다는듯미조로기가콧방귀를뀌자시모무라도자신의잔
에 입을 댔다.
‘‘미음에걸리는건이치노세군이려나.”
108
“난 그냥 13년 전에 주운 물건그 분실물 소유자에게 도달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울 뿐이리구.”
‘‘TAROS말인가.”
13년 전의 AS 테러사건 때 노획한 소속불명의 하얀 AS에 탑재
되어 있던 TAROS리고 불리는 신비한 장치. 오퍼레이터의 정신활
동을 특수한 전기신호로 바꾸는 그 시스템은 미조로기 본인의 손으
로 해석 복제되어 AS-1의 기체제어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미조로기는 자신이 TAROS의 전모를 해석했다고는 생각
하지 않았다. 오히려 TAROS를 연구하면 할수록 개발자의 의도조
차 모르겠다는 답답함만이 쌓여갔다
그렇기에 그가 이는 어느 누구보다도 TAROS를 잘 다루는 타츠
야와 1호기에 그가 바라던 대답의 일부가 있지 않을까 추측정확
하게는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타츠야와 1호기를 잃음으로써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110
격분한 유스프가 테이블 위의 물병을 집어 들었다가 복잡한 심
경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전하-.”
일울시작하기도어렵지만끝맺기도어렵다.
신생 D.O.MS의 사장보죄로서 실무를 홀로 떠맡아 온 베르트
랑은 지금 그 사실을 온몸으로 절감하고 있었다.
r흐응-’그냥이렇게끝나버리는구나.레
“예,그렇게됩니다.”
전화에서 들리는 요염한 여성의 목소리에 베르트링은 고개를 숙
112
는 그때 하지요.’,
'오케이혁낸
산차의 목소리에서 지금까지의 활기가사라졌다.
r리나네일은안됐어낸
“예.''
r클라라코사장은괜찮아?풀많이죽었지?J
‘‘그건.. ..”
114 l
“여기,여기-이걸봐봐!얼른얼른얼른!!”
“알겠습니다.그러니진정하세요.”
완전히 흥분한 소녀를 의아하게 여기며 베르트랑도 단말기 화면
을 들여다보았다.
“위성사진이군요”
허나그럼에도전장8미터짜리인간형을식별하기에는충분하고
도 남았다.
“이’이건.. . . ''
산속을 바짝 달리붙어 나아가는 두 대의 AS. 파랑과 연지색 기
체는 베르트랑이 잘 이는 것이었다.
“(레이븐) 1호기와4호기?!”
자신의 PC로 위성화상의 세계지도를 검색한다. 가르나스탄 남
부 국경의 산악지대를 확대하여 송출된 위성사진과 조합한다.
이러한 해석 작업은 그의 특기였다. 이윽고 일치히는 지형이 검
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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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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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제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긴장감을 안고 있었다
애당초 쿠르드인은 나리를 갖지 못한 민족으로, 터키 동부나 이
란 남부, 이라크 북부의 산악지대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5차 중동전쟁의 혼란 속에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인이 거주하
던 지역이 쿠르디스탄 공회국으로서 염원하던 독립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터키와 이란에는 여전히 다수의 쿠르드인이 소수민족으
로 살고 있다. 두 나리는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존재가 국내의 쿠르
드인 문제를 자극하고 있다고 보고 독립 이래로 온갖 압력을 가했
다.
터키와 이란은 중동의 대국이다. NATO 가맹국인 터키는 그렇
다 쳐도 만약 이란이 ‘그럴 마음을 품었을, 경우 쿠르디스탄은 잠시
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 때문에 쿠르디스탄 국내의 mv PKo부대는 주로 북부의 국경
지대에 주둔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육군이주둔하는소란기지도그중하나였다.
‘‘후아아코아앙?”
시각은새벽.짙은아침안개가주변에자욱했다.
초계 임무를 맡은, M6의 콕핏에서 하품을 집어삼키던 오퍼레이
터 스미스 상사는 별안간 이맛실을 찌푸렸다.
r왜그러십니까,상시님.J
“아아,아니一아무것도아니다중사.',
다른 M6의 통신에 스미스는 거만하게 대꾸했다. 불과 30미터
떨어진 아군기는 우유빛 안개 때문에 희미한 실루엣으로만 보였다.
“어쩐지발소리가들린것같아서.그것도AS말이다.”
118
r헤에, 미아가 된 M9놈들이 이제야 돌아왔나 보군요.J
최근 일주일 동안 소란 기지에서는 야간에 M9부대를 출격시켜
서 이란과의 국경 코앞에서 정보수집 및 경계라인 구축 등을 실시
해왔다.
가르나스탄 분쟁으로 인한 긴장을 이유로 들기는 했지만 실싱은
스릴감 있는 야간훈련이었다. 한 시간 전에 M9부대의 통신이 끊어
진 지금도 기지에 별다른 긴장감은 없다.
사족으로 오스트레일리아는 영연방 가맹국이지만 전차와 헬기.
AS등의 중장비들은 태반이 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그렇다면좋겠다만”
r도대체가 제3세대를 타는 엘리트님들 주제에 뭘 하는 건지 모르
겠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교대시간이 늦어지고 있는데 말이죠.J
국경지대 근처답게 기지사령부에서는 M9으로 수색대를 편성하
게 되었다. 그 전력추출 때문에 통상임무 로테이션이 새로 짜이면
서 초계 임무 교대시간이 2시간 정도 늦어진 것이다.
r하여튼지들만잘났지.J
“그쯤해두 .”
결국 부하를 나무라려던 순간 이번에는 정말로 발소리가 울렸
다.
“뭐야혁?!',
r. ..상사님.저걸보십쇼.백
묘하게 낮은 목소리로 밀하며 아군기의 실루엣이 전방을 가리켰
다. 스미스 상사는 그쪽을 보다가 말문이 막혔다.
120 l
“전고수십미터짜리AS리고?무슨말도안되는%,’
그러나대위의당혹김은금세날아갔다.
122
“으..음...끅혁.”
머리 가운데에 둔중한 아픔이 똬리를 들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초점이 흔들리고 끊임없이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띠끔따끔한목
은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을 호소했다.
한마디로완전한숙취상태였다.
.이런’나잇값도못하고폭음했네.'
가져온 시고빙 두 병과 잇쇼빙(주2) 한 병이 하룻밤 만에 동나고
말았다 자기혐오의 감정이 스멀스멀 밀려들었지만 지금은 생각하
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이대로 침대 속으로 도로 파고들어서 하루
종일 나른하게 늘어져 있고 싶었다. 진심이었다. 그 달콤한 유혹과
망상에 시모무리는 약 1분간 심신을 맡겼다.
그로부터약10분후 .
“좋은아침이야, D.O.MS. 제군들. 늦어서 미안하네.,'
평소처럼 말끔하게 제복을 입은 그는 어제의 클라라처럼 회의실
에 3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안색은 안 좋지만 거동만은 여
느 때와 똑같았다.
‘‘시모무라아저씨가지각하다니별일도다있네.,’
“하하, 어젯밤에는약간괴음을해서. 면목이 없구만''
클라라의 말에 쓴웃음으로 답한다. 물론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코끼리와 하마가 탭댄스를 추고 ‘술이리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
도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러한 시모무리를 보고 미조로기는 히죽 웃었다. 숙취의 악영
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가 대주가리는 것은 시모무리도 알지
만 오늘만큼은 그 불공평함에 화가 치밀었다.
주2) 잇쇼빙: 升姬 버(쇼)는 10고(合)로 약 18L의 병을 의미한다.
124
1호기와 4호기를 찍은 위성사진. (레이븐) 1호기와 4호기가 찍
힌 단말기 화면을 구멍이 뚫릴 정도로 사납게 노려보던 그가 마침
내 고개를 들었다.
“이걸믿으란말씀이신지?”
126
이터가 숨을 죽이고 보고했다
r베어1라저.레
보고를받은대장기M9이답신한다.
r베어1으로부터각기에.TI은포인트D-2에서공격한다.J
r베어3라저낸
r배저7라저J
r배저2一.핵
소란 기지의 AS는 M9과 M6를 합쳐서 20대 정도. 그들은 병영
및 격납고 그늘에 몸을 숨기며 산개, (발리스트리)의 침공에 맞서
포위망을 펼쳤다.
그러한 움직임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발리스트리)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킬존으로 설정한 곳으로 침입하기를 오스트레일리아
군 병사들이 숨을 죽이며 기다린다.
r발사아아아눼!핵
명령을 받고 라이풀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20대 남짓한AS에
서 쏟아지는 농도 짙은 탄막이 (발리스트리)에 집중되고 그 태반
이 명중했다.
그리고그모든것이튕겨났다.
r아니-.J
r이럴수가?!핵
r젠장,저거체에는역시!뾔
통신회선을 흐르는 경악 어린 비명. (발리스트라)의 전신을 뒤
덮은 복합장갑의 방어력은 전차의 그것에 필적했다. 40밀리미터
AS라이플 갖고는 모기에 물린 것이나 다름없다. (발리스트래는
r아니,아직멀었어!J
검은 연기 저편에서 (발리스트래가 태연자약하게 나타난다. 손
상된 곳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M9의 우수한 센서는 잡아냈다. 미사일이 명중하기 직전에 (발
리스트라)의 거체에서 발사된 비상체가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요
격했다는 것을.
능동방어 시스템 미사일이나 로켓탄 등의 공격을 종래처럼 장
갑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명중하기 전에 파괴할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방어용 병기다.
r이런-낸
128
r대.대피!!대-낸
폭포수 같은 화력이 오스트레일리아군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
렸다. 공간 그 자체를 메워버릴 듯한 압도적인 탄막이 무시무시한
정확성과 함께 AS 각 기에 쇄도했다.
기관포를 뒤집어쓰고 벌집이 되는 M6 속사포의 철갑탄으로 상
반신과 하반신이 생이별한 M9AI (아머드 건즈) 견디지 못하고
등을 돌린 M9은 대전차 미사일의 직격으로 가루가 되었다
아비규환의 지옥도로 변한 기지에서 한 대의 AS만이 냉정힘을
잃지 않았다. M9A2 (인핸스트 건즈). 아군기가 차례로 격추되는
가운데, 특기인 기동성과 스텔스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파편으
로 변하고 있는 건축물들의 그늘을 누비고 (발리스트래의 뒤로
돌아 들어갔다.
손에 든 것은 단분자 커터와 대전차 대거. 동귀어진할 각오로 저
괴물을 해치우려는 것이다.
음향센서가 여유롭게 걷는 (발리스트래의 발소리를 포착했다.
(인핸스트)가 몸을 숨긴 병영의 잔해 옆을 통과一지금이다!
차폐물에서 튀어나오는 (인핸스트). 무방비하게 노출된 (발리
스트래의 등을 향해 총알 같은 기세로 드높이 도약했댜
그러나 디음 순간, 뒤에서 날이온 포탄이 (인핸스트)를 꿰뚫었
다. 격추당하고 닉하하는 M9.
r이럴 수가, 대체 어디서 .백
땅에 내동댕이쳐진 (인핸스트)의 뒤에서 공간이 꾸불텅 일그러
졌다. 나타난 것은 십자 모양 광힉젠서를 번뜩이는 AS의 모습.
r불가시형 ECS? 적기가 또 있었단 말인가!핵
13이
‘봬?’,
“앗 !!”
무인AS (켄투리애와 함께 나타난 규격외의 초대형 AS. 디국적
군기지를 일방적으로 유린하고 전투기마저 격추하는 그 맹위를 목
도하고 클라리는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왜그래,클라라혁사장.''
난데없는 큰소리에 놀란 로니의 눈앞에서 클라리는 자신의 태블
132
릿PC를 꺼냈다.
“나, 이 녀석 알아!’'
“뭐?”
‘‘진짜야! 이거 봐로니, 그리고 대장님도!'’
말하기가 무섭게 소녀는 태블릿Pc를 로니와 그 상사인 티운젠
트 대위에게 내밀었다.
“아, 알았어-이건”
“응,그래.틀림없어.”
타운젠트의 물음에 클라라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끄덕였다. 한
편 로니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다문다.
“그러나.. . ''
다시금그도면을응시하면서베르트랑이읊조렸다.
“이만한 크기의 AS를 정말로 운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솔직
히 말하면 실제로 보아도 안 믿깁니다. 보행은 고사하고 직립조차
“왜그래,시모무라아저씨?',
“실례지만대령님.상태가안좋으신듯합니다만”
사림들이 말을 걸자 시모무라는 생기가 결여된 눈으로 돌아보았
다
“아니.아무것도아니다.. ..”
힘없이대꾸하고는고개를픽숙인다.
“가능하고못하고로따지면불가능은아니겠구만.’,
도면을확인하던미조로기가그렇게말했다.
“요즘의 재료공학은 엄청난 속도로 진보하는 중이야● 저 크기의
AS라도 보다시피 직립까지는 가능할 거라고. 문제는 힝공모함 한
척에 맞먹을 만큼 황당하게 많은 돈이 들 거리는 거지● 저런 최전
선에서 AS사냥에 쓰기엔 수지가 전혀 안 맞아.”
“즉 그러한 비용 대 효과를 도외시하면 운용 자체는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10년 전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
힘축성 담긴 발언과 함께 미조로기는 시모무라 쪽을 흘끔 보았
다. 그는 초췌해진 표정으로 힘없이 끙끙거리고 있었다●
134 I
그것을본클라라가이상하다는듯두사람에게물었다
‘‘저기, 혹시 두 사람도 저 덩치를 알고 있어?”
“일단은.”
담배를문미조로기는떨떠름한얼굴로고개를끄덕였다.
“그래봤자별로대단한걸아는건 .”
‘‘. ..나는.봤다.”
별안간시모무라가낮은소리로말했다.
“14년 전이다. 당시의 나는 AS 오퍼레이터로서 96식의 중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6월 26일 심야. 우리
부대는 도쿄에서 벌어진 AS테러를 수습하리는 명령을 받았다.”
소곤거리는 낮은 목소리였다. 일동은 얼굴을 마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니만은 다소 험악한 표정으로 시간을 확인했지만 타운젠트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간단한 임무라고 믿었다. 테러리스트의 본거지는 오다이바의
부두에 정박 중인 회물선으로 판명되었고 그 전력도 Rk92 한 대
우리도 나와 부하 두 명의 기체밖에는 출동하지 못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믿었다. 헌데, 거기어F거기어F.”
“저것과똑같은거대AS가나타났다는밀씀입니까.,'
말을 못 잇는 시모무라에게 베르트랑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
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시모무리는 잠시 후에 이야기를 계속했
다.
“뭐가 뭔지 모르겠더군. 갑판을 잡아 찢고 저 녀석이 일어섰다.
어찌나 큰지 처음에는 그게 AS리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지. 오른
어색한침묵속에서가장먼저입을연사람은타운젠트였다.
“귀중한정보감사드립니다’대령님.그러나이대로는14년전과
똑같은 일이 이 나라에서 반복될 테지요. 제멜바이스 하사..'
“옙.”
136
내려왔습니다 ”
“제 분야가 아니라고는 하나 군용기의 폭격을 되받아치는 녀석
이 상대라면 타당한 판단이기는 할 터.”
팔찡을 낀 유스프가 조용히 동의했다. 뒤이어 로니가 재차 (베히
모스)의 화면을 불러낸다.
“이 도면이 정확하다면 (베히모스)라는 녀석도 (켄투리이)와마
찬가지로 무인기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역시一.”
“우리의 조력을 얻고 싶다는 말이렷다. 알겠노라.’'
약간 성급한 태도로 유스프가 대꾸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
는 타운젠트를 확인하고 하산을 쳐다본다.
‘들은 대로다. 무슬림 동포에게 강압적인 위기가 도래하는 이때,
좌시하는 것은 내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이니.”
“그야,음코.”
하산도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하나.
“시모무라 대령, 다시 한 번 (레이븐) 3호기를 우리에게 맡겨주
실 수 없겠소? 저 간악한 무리에게는 천벌을 내려야만 하오.”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는 유스프를 시모무라가 느릿느릿 돌이본
다.
“ .AS-1이 저 괴물에게?”
“그렇소. 3호기에는 그것을 이룰 만한 힘이 있지. 실제로 그 기
체를 다뤄본 나는 그리 확신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러는 것이오.''
말하기가무섭게유스프는고개를깊이조아렸다.
“위기에 처한 무고한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리고 목숨을
잃은 귀관의 부하들의 영흔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도.”
138
“96식2j틀?허나그기체는_.”
“두말하면잔소리.,,
시모무라의 대딥을 기다리지 않고 사미라가 밀을 가로막았다.
그 조용한 시선이 클라리를 향한다.
‘, ..나?’
고개를 갸웃히는 클라라에게서 의식을 떼고 사미리는 놀리운 장
광설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 ..우선은一.”
그녀가제안한아이디어는그대로작전에채용되었다.
“그럼 출격 시간은1O30입니다. 서두르십시오.”
그렇게 고하고 티운젠트와 로니는 잰걸음으로 회의실에서 나갔
다. 남은 SEALS대원과 의논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서두르죠. 현장까지는 미군이 이동수단을 준비해줄 모
양이지만 그래도 . ”
“이번에는나도동행하고싶다.,'
그말에모두가놀랐다.
“시모무라대령님.왜당신이?,'
“작전에 참견할 생각은 없다. 허나 이번만은 내가 지켜뵈야 해.”
‘‘후, 그 미음가짐에 반드시 부응해 보이리다.”
“그렇지?!그럼니는-.,'
“당신은집을지켜야죠.사장님.”
“엥一.”
그 선언에 클라리는 입을 삐죽이며 항의했지만 베르트랑은 상대
로터가대기를잡아찢는소음과터보샤프트엔진이웅웅거리는
소리 등이 군용헬기의 캐빈에 울렸다. 베르트랑은 작업하던 손길을
멈추고 캐빈 칭문으로 바깥 경치를 내다보았다.
푸른 하늘을 대형 수송헬기들이 선행하고 있었다. 이들이 탄 중
형 범용헬기보다도 한 둘레 이상 크다.
그때 수송혤기가 일렁이더니 대기로 녹아들듯 모습을 감추었다.
불가시형 ECS를 전개한 것이다. 이쪽의 범용헬기도 ECS를 직동시
킨 탓에 창밖 풍경이 보라색을 띤 세피아색으로 물든다.
“시작되는군요.”
“예.”
맞은편에 앉은 시모무라의 말에 베르트링은 가볍게 대꾸했다.
선행하는 수송헬기에는 AS가 한 대씩 탑재되어 있다. SEALS의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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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체로. 전선에서 (베히모스)와 맞서 씨우는 AS를 백업하게 된
다. 물론 SEALs의 대장인 타운젠트가 M9 (시그매에 탑승하고
있는 데다 지휘통제기인 (레이븐) 3호기도 함께 하는 고로 만약을
대비한 것이기는 했지만.
142 I
r각 대원 들어라. 이제 곧 피크닉 시간이다낸
티운젠트의 통신이 베르트링을 현실로 되돌렸다.
r외출 준비는 다 됐겠지, 보이즈. 게스트 여러분들도.J
r셉템버2,문제없을J
r여기는셉템버6, 언제든갈수있습니다.J
r오시라5,잘부틱드리오낸
r. .오시라7,알았음.J
대답들을확인하던베르트링은작은의문에사로잡혔다.
“시모무라대령님.”
‘봬그러나?”
“아까 96식던jr를 대여해 주십사 부탁드렸을 때 말씀을 머뭇거리
시는 것 같았습니다만.”
그렇게물어보자시모무리는의외로선선히 인정했다.
“아아, 그거. 별 것 아니네. 그 기체도 포함해서 쿠르디스탄에 파
견된 96식EjK에는 이번 작전엔 필요 없는 장비가 탑재되어 있어서.'’
‘‘그게뭡냐7W''
“우리나라가독자개발한시가지경비용내비게이트시스템이다.
성능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조작이 복잡한 것이 옥에 티랄까. 덕
분에 조종사 이외에 전용 내비게이터도 태울 필요가 있더라고',
그말에베르트랑은이맛실을찌푸렸다.
“그럼 저 96식레K는복좌식이란말입니까?,,
“그렇지. AS치고는 드물지 않나? 원래는 훈련용 기체였던 것을
쓴 거다 보니, 중량이나 작전행동시간이왜 그러는가?..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뇌를 풀가동시키는 베르트랑. 무엇인가가
“. ..이제곧시작될거야.'’
“어,응,얼른빨리시작했으면.”
뒷좌석의 클라라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떤다● 조그만
그 몸은 마스터 슈트에 쏙 들어가 있었다.
“..한 번 더 확인할게. 작전대로 지정된 포인트까지는 내가 이
96식旼를 조종. 도착 후에는 조종계통을 바꾸어 사장님이 조종해
서 적 목표를 저격.”
그것이사미라가제안한진짜작전이었다.
이 96식歆의 뒷좌석에는 본디 정보해석용 내비게이터가 타게 되
어 있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뒷좌석에서도 조종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여전히 미숙한 클라라의 AS조
종기술을 보완하고자 기본적인 기체 조직은 사미라가 담당. 그리고
저격 때만 조종을 클라라에게 맡긴다.
클라라가 지닌 천부적인 저격 스킬(기프트)一그것을AS의 실전
에서 살리기 위한 방책이었다.
144
이것으로도 충분했다. 사족으로 이 ‘작전'의 진짜 내용을 알고 있는
자는 두 사람 외에는 유스프뿐이다.
“...칙륙 후에는 셉템버6-제멜바이스 하사의 호위 하에 저격 포
인트까지 갈 거야. 그에게 들키지 않게끔 통신시에 주의해.”
“염려 말라니까. 로니 녀석은완전둔하다고.”
“..그래'.
경솔한 클라리를 사미라는 의미심장하게 응시했다. 그러나 뒷말
을 입에 올리기 전에 수송헬기의 후부해치가 삐걱거리며 열렸다.
밀려드는 난기류 그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과 메마른 대지를
사미리는 확인했다.
“. ..이게무슨소리지?”
‘‘왜그래?”
146
는 기체. 2차 개산 자세제어.
디지털식 고도계의 수치가 삽시간에 줄어들면서 스크린에 비치
는 바위산의 광경이 확대되기 시작한다.
“살려줘어어어!!살려줘마마아아아!!”
착지.
아니혁.
r이게 어찌된 일이지?J
통신기에서 들리는 험악하게 굳은 목소리.
이내 96식旼의 뒤에서 공간이 일렁거리며 배어나오듯 AS의 날
렵한 기체가 나타난다.
셉템버6로니가탄(시그매다.
r방금 그 목소리, 클라라지? 왜 그 애가 거기 있는 거야?핵
‘..들켰네.’
역시 조금 전의 통신이 새어나갔던 모양이었다.
다시 확인하자 로니의 통신은 두 기체에만 통하는 회선이었다.
보아하니 부대 전체에 흘러나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클라라의 입징을고려한조치이리라.
r...이상낸
사미라의짧고간결한설명을듣고로니는한숨을쉬었다.
“오호라. 그렇게 된 거로군.”
하지만내용자체는예싱한그대로였다.
미숙한AS오퍼레이터의저격기술올최대한으로활용코자복좌
식으로 운용한다. 그 발상 자체는 괜찮았다.
탑승자가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의 민간인이고, 거기다 그의 동
생 같은 존재만 아니었다면야.
“너는-너희들은 헬기에게 회수하러 오리고 해. 이유는 기체 트
러블이든 뭐든 상관없고 저격임무는 내가 맡을게.”
r. ..당신이할수있겠어?백
148 l
P.그래선안돼.다가가면의미가없어.J
“그건 너희들괴는 상관없는 일이야. 만약 후퇴하지 않겠다면 내
가 대장에게 보고할 거다.',
r. ..잠깐만.겔
“그만됐어,타임오버다-.”
이야기를 끊고 로니가 타운젠트의 (시그매에 통신을 넣으려던
찰나였다.
r잠깐만..,로니력.래
통신기에서 흘러나온 가날픈 소녀의 목소리. 로니는 조종 스틱
의 통신 다이얼을 조작하던 손길을 멈추었다.
‘클라라.니.'.
r. ..시장님,몸은어때?백
r응,괜찮아낸
사미라의 목소리는 진심으로 클라리를 염려하는 것이었다. 그러
한 것은 그도 알 수 있었다. 클라라가 지금의 D.O.MS.에서 얼마
나 소중하게 다뤄지는지도.
그렇기에분노가더컸다.
‘그런데 왜 클라리를 전장에 끌고 나온 거야!? 저런 어린애를 이
렇게 위험한 장소에! 기가 막혀서 원 . '
인종적이고도종교적인욕설은되도록삼간다.
r사미리한테 화내지 마. 내가 억지를 부린 거니까. 얘는 그 억지
를 어떻게든 해주려고 고생한 것뿐이야낸
‘그 정도는 나도 알아. 자, 이제 됐으니 돌아가, 클라라.”
r안돼.로니.내가시작한일이니까내가끝내야해.'..J
그말에로니는말문이막혔다.
‘아아’그런가.'
하찮은,시시한고집과자존심.
허나어떻게든관철하고싶은고집과자존심.
결국지금의클라리는그때의 .
r로니?J
클라라의 불안한 듯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로니는 타운젠트에게
통신을 넣었다.
“여기는셉템버6.셈템버1,응답하라.''
r무슨 일인가셉템버6. 정시 연락시간에서 한참늦었다낸
150 l
“죄송합니다, 약간문제가있어서一.”
96식레r로 시선을 보내며 말을 잇는다
“하지만 해결됐습니다. 현재 오시라7과 지정한 포인트로 이동
중. 이상.”
r알았다.핵
그 보고를 끝으로 통신을 끊고 로니의 (시그매는 달려 나갔다.
그러다가 멍하니 서 있는 96식레r를 돌아본다.
“뭐해,서두르자.’,
r어,응.J
r..알았음.핵
완전히닙득한것은아니다.
웬만하면인정하고싶지도않았다.
허나그럼에도지금싱황에서로니가할수있는일은단하나.
‘저애를지키는것,그것뿐이다.’
(시그마)와96식레I는전진을개시했다.
“드디어시작되는군”
헬기 캐빈에서 미조로기가말했다.
어깨의 힘을 빼고 릴랙스한 태도로 연기를 내뿜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전이리는 도박판이나 헬기를 타는 기분에는 완전히 익
숙해지고 말았다.
“그래.. ..”
옆자리의시모무리는그와대조적이었다.
깍지 낀 두 손을 얼굴에 대고 손톱을 깨물고 있다. 거기다 두 다
‘무리도아닌가.,
152
14던 전의 AS테러에 대해서 시모무라의 입으로 직접 듣기는 처
음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건의 관계자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또한 AS-1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의 원동력이 그곳에 있다는 것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AS-1프로젝트가최종단계로접어든바로지금(베히모
스)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지금의그로서는14년전의망령과대면한심정이리라.
“..당신의AS-1을믿어봐.”
미조로기는나지막한목소리로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대장. 이럴 때를 위해서 AS1을 만들려고
한 거 아냐? 내 말이 들렸나?”
시모무리는미조로기를멍하니올려다보았다.
“어.어어-그랬지.'’
끄덕이는시모무라. 그 얼굴에 조금씩 핏기가돌아왔다.
“분명그랬어.”
154
“이건?!”
2시방향에몹시작지만부자연스러운열분포가존재했다.ECS
범위 밖으로 홀러나온 팔리듐 리액터의 열이다. 거리는불과 100
미터 미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었다.
이 위치, 이 타이밍. (켄투리아)가 들림없으리라. 적도 예측된
교전에 대비하여 출력을 순항 레벨에서 전투 레벨로 올린 결과 기
체의 발열이 ECS 처리능력을 웃돈 것이다.
한순간의기회를유스프는놓치지않았다.
패시브센서에서홀러나오는희미한정보를토대로3호기의AI
는 (켄투리이)의 가상 이미지를 스크린 상에 표시했다. 애자일 스
러스터를 작동시키지 않고 도약하여 바로 위에서 소리도 없이 뛰어
내린다.
소리 없는기습을적기는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역수로 쥔 사브르 모양의 단분자 커터를 (켄투리아)와 몸과 일
체화한 경부 뒷부분에 내리꽂는다. 일반적인 AS라면 콕핏이 존재
할 위치에 (켄투리oD는 고성능의 통신용 안테나가 달려있었다.
허공에 보라색 스피크가 번뜩였다. 손싱을 입고 ECS 기능이 해
제되면서 (켄투리애의 모습이 드러났다. 안테나를 파괴당함으로
써 네트워크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무인기는 크게 한 번 꿈틀거리고
는 멈췄다.
회심의고힘을지르는유스프
3호기의 강력한 연산기능은 시체가 된 (켄투리이)의 전 기능을
재빨리 장악. 그곳부터 거슬러 올라가 (켄투리아)들을 연결하는
데이터링크혁임페리엄 네트워크를 덥석 물었다.
제로 콤마 이하의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격렬한 전자전의 응
156 I
복좌식으로 꾸며진 96식孜의 앞좌석에서 사미라가 조용히 대답
했다.
“어,어떡해-?!''
초조힘을 감추지 못하는 클라라. 그때 나란히 달리던 로니의 (시
그마)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r당분간은 예정대로 전진한다. 스케줄이 밀리긴 했지만 주변 경
계는 게을리 하지 않도록J
“..알았一.,'
사미라가그렇게대답하려했을때였다.
r멈춰!J
딴사람처럼험악한목소리와함께(시그매가96식Ejl의오른쪽
으로 튀어나갔다. 그러면서 기체의 죄측 반신을 드러낸다.
거의동시에오른쪽에서뻗어온불길이(시그마)를덮쳤다.
“헉?!”
“. ..기습?불찰!”
“잠깐,로니,그게무슨소리야?”
r무슨 소리긴. 적 무인기가 저기 와 있어. 본대는 덩치를 상대하
“자,잠깐,로니 .”
r그렇게까지 큰 소리를 쳐놨으니 맡은 임무 열심히 하리구!J
고함과 함께 끊어지는 통신. 그리고 전투의 소음이 뒤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도착했다. ”
“ . . .그러게. ',
지정된 포인트를 확보하고 클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갯길을 내려다보는 꺾c}지른 봉우리의 그림자. 광학센서를 최
158
대로 높이자 (베히모스)와 SEALS가 교전하는 모습이 작게 보였
다. 그 속에는 유스프의 3호기도 있었다.
전횡은 SEALs의 열세로 짐작되었다. 결코 그들이 익한 것이 아
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격을 견디고 피해내면서 과감하게 응
전 중이었다.
160
신했다.
“별것도아닌목각인형주제에.’,
내뱉는 것과 동시에 (베히모스)가 쓰러졌다. 그 거체는 두 번 디
시 일어나지 못했다.
“해냈구나.클라라.”
데이터링크를 통하여 (베히모스)가 격파되었음을 알고 로니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허리의 밸런서가 손상되어 웅크리고 앉은 그의 애기(愛1썲 그
앞에 거의 동귀어진 상태로 격파한 (켄투리이)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클라리를 감싸느라 손싱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실전에서 이토록
궁지에 몰린 적은 처음이었다. 승부의 천칭이 조금만 더 저쪽으로
기울어졌더라면 격파당한 것은 자신과 (시그nD였을 것이다.
도저히 예전에 루마니아에서 교전했을 때와 같은 기체라고는 생
각할 수 없었다.
‘‘경험을통해성장하는전투AI라.,.
새삼스럽게 그 무서움을 실감했지만 로니의 마음속에 공포는 없
다. 자신들은 SEALs.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이므로
‘이렇게우쭐대는건나답지않지.'
쓰게웃으며로니는통신을넣었다.
‘‘여기는 셉템버6. 기체가 대파되어 자력 귀환이 어렵다. 아군의
회수를 바란다.''
r다행이다. 무사했구나. 로니!J
“부드럽게부탁해.”
아무래도 세계 최강의 특수부대 대원보다는 그녀의 오빠로 계속
있을 수 있는 길이 훨씬 어려울 듯했다.
“하하,저것들이해냈구만!”
그광경을확인하고미조로기는주먹을불끈쥐었다.
“말했잖아, 대령 나리. 저놈들이라면틀림없이 ”
곁의시모무리를돌아보다가밀문이막힌다.
“..울고있었냐,,
“이거-볼썽사나운꼴울”
162
제3화 전사의 체통
“괜찮아,버틸수있어!’'
먼저 도약한 (레이븐)은 흗뿌려진 로켓탄의 산포 범위에서 간신
히 벗어났다. 공격이 무유도 로켓탄이어서 살았다.
도약한 최고 높이에서 ,호기는 적의 전투헬기에 BK 라이플一보
급기지 물자에서 조달한 것이다력의 포문을 겨누었다. 스크린에
허둥지둥 회피기동을 취하는 혤기와 레티클이 겹쳐진다.
반격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트리거에 건 손가락에 힘을 담는 타
츠야. 그러나 그 직전에 전날의 전투가 뇌리를 스쳤다.
“큭!”
1여
또똑같은일을반복할것인가?
축이지않으면내가죽어.,
타츠야는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되뇌었다.
“죽일수밖에없어.”
트리거를 당긴다. 풀오토 포성이 귀를 찔렀다. 흩뿌려진 37밀리
미터탄 중 한 발이 멋지게 헬기를 맞혔다
균형을 잃은 헬기는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불시착. 탑승자의 생
명은. . . .
‘그런 걸 어떻게 일일이 신경 써.'
자신의 정신이 놀라울 만큼 삭막해졌음을 실감했다. 그것을 깨
달은들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착지. 충격흡수장치로도 부담을 다 죽이지 못해서 혹사를 계속
해온 오른쪽 다리의 프레임이 살며시 삐걱거렸다.
r괜찮으세요, 타츠야씨?쾌
“그래, 오른쪽 혤기는 격추했어. 이제 문제없지?”
r예낸
r예.아마그럴거예요낸
키쿠노가그렇게대꾸하는것과거의동시였다.
r전투행동 중인 AS 각 기에 경고한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육
군이다낸
현지어와 억양이 강한 영어로 두 번 반복했다. 그와 동시에 M6
들이 기관포를 일제히 겨누었다.
r네놈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영토와 주권을 침범 중이다! 즉시 기
l66 l
체를 세우고 투항하라!J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기세외는 달리 그것은 (레이븐)이나 (새
비지)에서 멀리 떨어진 들판에 착탄했다
일단은위협사격인모양이었다.
“뭐뭐히는거야너?!”
r타츠야 씨도 얼른 기체에서 내려외요! 기체를 세우리는 것이 저
쪽의 요구니까요.J
그 말에 타츠야는 기억해냈다. AS 오퍼레이터에게 있어서, 기체
에서 내려와 맨몸을 드러내는 행위는 적의가 없음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사인이라는 것을.
“그, 그래도 뒤에서 총알이 날아오는데!”
r이대로는앞에서도맞아요낸
하긴 그랬다. 망설일 여유는 없다.
“에잇,될대로되라지!”
반쯤 포기한 고힘을 지르고 타츠야도 주기자세를 취하고 해치를
열었다. 강렬한 전장의 소음이 그의 맨몸을 두들겼다.
168
아프가니스탄군의 AS가 (레이븐)을 포위했다. 그것도 몹시 비
우호적인 태도로
‘그도그렇겠지.,
납득한 타츠야는 다시금 무선통신 회선을 열고는 아프가니스탄
군에게 말했다.
“나는 민간군사회사(PMC) D.O.MS에 소속된 AS 오퍼레이터
이치노세 타츠야다. 보다시피 저항할 의사는 없다. 귀국의 지원
이 아니라 보호-도 아니고, 망명코은 더욱 아니고... , 아 씨! 아무
튼 그런 걸 요구한다.”
엉뚱하기 짝이 없는 타츠야의 요구에 M6부대는 당혹스러운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r타츠야 씨, 그래서는 뭘 원하는지 전혀 못 알아들을 거예요4
키쿠노의목소리도어이없다는뉘앙스로가득했다.
170 I
직은 읊조림은 본인 이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r잠시만오른쪽을봐, 형아.J
(부시마스터)의 오퍼레이터가 채근하자 타츠야는 마지못해 오
른쪽을 보았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건...”
고갯길에서 내려다보이는 깊은 계곡. 동쪽에서 비쳐 든 햇실을
받고 자욱하게 낀 안개가 스르륵 걷힌다.
짙은 안개의 베일 밑에서 나타난 것은 자그마한 농촌의 풍경이
었다.
꺾c}지른 산들의 선명한 녹색과 계곡 밑 시냇물의 짙은 파랑색
그 틈새에 달리붙듯 농지가 펼쳐져 있다.
논밭의 보리가, 말린 벽돌로 지은 농가가 태양 밑에서 황금색으
로 빛난다.
“어머나,멋져라..’
지금까지잠자코있던키쿠노가탄성을질렀다.
r어때형아,볼만하지?봬
“응,그러네.,,
(부시마스터)의 득의양양한 통신에 타츠야도 수긍했다. 날카로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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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져 있던 마음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스며들었다
보아하니 이 앞길은 고개를 따라 저 마을과 연결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마을의 바로 북쪽, 계곡의 입구를 딱 막는 형태로 소규모
기지가 세워져 있다.
“저기가댁들의기지인가?
r일톤기지라고해. 얼마안남았다고했잖아셈
대열은계곡사이로내려갔다.
174
까. 거짓말이나 눈속임은 도움이 안 될 거다.,
“알고있습니다.”
타츠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련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팔미슈 징군의 반란군에 고용되어 가르나스탄 국내로 잠입했던
것. 러시아의 개입 등의 사고가 겹쳐지면서 쿠데타가 실패한 것.
동료들은 철수에 성공했지만 자신들은 남겨지고 말았기에 자력으
로 탈출을 시도했다는 것.
“아一,그건一.,’
타츠야는 질문을 듣고 약간 당황했다. 바로 이 순간까지 가르나
스탄을 탈출히는 데만 신경 쓰느라 그 뒤의 구체적인 방책은 생각
하지 않았던 것이다.
탈출한 신생 D.O.M.S.의 본대, 다시 말해 클라라와 유스프 일행
과 합류하고 싶다 쳐도 그에 필요한 수단은 .
“통신입니다.',
대답한것은키쿠노였다.
“본대와 연릭을 취히고 싶지만 지금의 저희들에게는 장거리 통
신을 할 만한 기재가 없습니다. 우선은 그 설비를 빌릴 수 없을지
요”
“코이리는말이리도할줄알았나?”
낮고 험악한 목소리로 깠k샤프 소령이 말했다.
“네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혐의가 걸려있는지 아나? 지작극을 벌
여서 이 나라에 잠입하려는 가르나스탄의 척후일지도 모른다. 아니
면 러시아의 스파이일 가능성도 있지.”
소령이 턱짓하자 타츠야를 데려온 병사가 움직였다. 뒤에서 두
사람의 어깨를 난폭하게 붙잡고는 일으켜 세우려 한다.
“설령 너희들의 말이 맞다 해도 가르나스탄에서 인도를 요구하
면 응해야만 한다. 가르나스탄에 트집 잡을 구실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
순순히 일어선 두 사림을 사야프 소령이 노려보았다.
“어찌됐든 그런 쪽 판단은 내 소관이 아니다. 얌전히 있으면 당
분간은 안전울 보장할 테니 안심해라. 아마도 말이지만.”
그 말에는 일종의 유머가 담겨 있었지만 타츠야와 키쿠노는 전
혀 웃을 수 없었다.
176
“그렇게 비관적인 싱황은 아니에요, 타츠야 씨. 이만한 경비라면
탈출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
‘‘. ..일을벌일생각으로가득늉규만’.
이런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키쿠노에게 타츠야가 낮은 소리로
태클을 건다.
“당분간은 적의 공격과 추적x든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뵈니 일단
은 몸을 쉬어두도록 하죠. ”
“믿음직한걸 하긴 그 말이 맞긴 하지만.”
그렇게 읊조리고 타츠야는 독방 안을 둘러보았다. 살풍경한 콘
“영어잘하시네요”
“고마워. 요즘 세상에 이 나라에서 출세하려면 역시 영어를 할
줄 알아야겠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공부한 거야. 그 덕분에 형아들
의 감시를 억지로 떠맡게 되었지만.”
“그거.. .,미안하게됐다.”
“아력아냐一거짓말이야, 거짓말. 빙금 한 말은 취소. 사실은 형
이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거야.”
하리리의말에타츠야와키쿠노는서로마주보았다.
“우리하고요?”
“그건또왜’'
“아니一. 그게 있지, 형아들이 타고 온 AS가 죽여주게 멋지더라
고. 저것 좀 봐.''
178
하리리가 창밖을 가리킨다. 다시 발돋움을 하여 창밖을 보는 타
츠야와 키쿠노.
“(새비지)군요”
키쿠노가이상하디는듯읊조렸다.
다구. ”
타츠야가 쌀쌀맞게 외면하자 하리리는 쇠칭살에 매달린 재 그렇
게 호소했다. 제3자가 보면 누가 죄수인지 헛갈릴 정도였다.
“이렇게 폴짝 점프해서 헬기의 공격을 피하고 두다다다! 코하고
반격. 바로 격추해버리더라. 그렇게 멋진 AS의 움직임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니까. 실은 형은 알고 보면 에이스 .”
“그만해!”
완전히흥분한하리리를큰소리로야단치는타츠야.
“어.저가...”
험악한 상대의 반응에 놀라면서도 하리리는 붙임성 좋게 웃으려
했다. 그러한 소년병을 무시하고 타츠야는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180
를 골리올 테니 한숨 푹 자고 개운해지거든 이야기를 들려줘,'
멋대로 해석하고 소년은 쇠뿔도 단김에 뺄 기세로 달려 나갔다.
타츠야와 키쿠노를 영창에 단둘이 남겨두고.
‘‘저 애, 자신이 파수병이라는 자각은 있는 걸까요?',
그렇게중얼거린키쿠노가타츠야를돌아본다.
“타츠야 씨,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위로하고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애쓴
다는 것은 타츠야도 잘 알고 있다.
“그건 전쟁이었어요. 타츠야 씨의 말처럼 그때 쏘지 않았다면 죽
은 것은 우리였겠지요. ”
“고마워, 키쿠노.”
하지만 그녀의 말은 그의 심금을 전혀 울리지 못했다.
“하리리의 말마따나 지친 것 같아. 쉬어도 될까.'.
“. ..예.”
웅크린 타츠야에게서 키쿠노는 시선을돌렸다.
n
걷
‘‘실례지만어떻게처리하실생각이십니까?”
“으응?”
“설마쿠르디스탄에서있었던일을되풀이하시려는건....”
“무슨소린xF.”
노골적으로 시치미를 떼는 오르칸의 태도에 대령은 삠을 붉혔
다.
“그, 그 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곤경에 처했는지 아십니까?! 이
이싱은코.” ,
저도 모르게 힐문하려던 대령. 오르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
진다.
“자네,시끄러워.,'
딱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그는 책상 서립을 열었다. 그 속에
든 것을 꺼내어 대령에게 겨눈다.
“가.각하..?,'
182
오르칸이 손에 든 구식 리볼버. 그 총구 앞에서 대령은 멍해졌
다.
‘‘분명이만돌아가도된다고했을텐데?''
“하’하지만.. . .”
“계속할거야?”
“시.실례하겠습니다.”
오르칸의 깨나른한 표정에서 진심을 감지했는지, 대령은 헐떡이
면서 재빨리 퇴실했다.
‘‘흥.”
코웃음을 치고 오르칸은 리볼버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었다. 정
면으로 보이는 실린더에 총알은 한 발도 장전되어 있지 않았다.
“눈치못챌거리도아니잖아?하여튼.. .”
고시랑고시랑 투덜거리며 그는 책상 위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
다.
“미하일로프 사장? 싱황에 변회카 약간 생겨서 말야. 실은一.”
“왜그러십니까,사장님.”
“아니,아무것도아니다.”
마음속의구심을그는입에올리지않았다.
‘크루핀스키는 대체 누구의 지시로 움직이는 거지? 지오트론의
모건인가? 가르니스탄의 오르칸? 아니면-. '
184
r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크루핀스키 박사낸
휴대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표면상으로는 냉정함을 가장하
고 있지만 숨길 수 없는 찌증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물으면 일이라고 밖에는 대답할 말이 없는데. 굳이 그런
질문에 시간을 할애할 만큼 회장직은 한가한가 보네.”
전화 상대는 지오트론 일렉트로닉스의 로버트 모건 회장. 세계
에서 손꼽히는 거대 콩글로머릿의 CEO가 상대여도 크루핀스키의
말투는 평소의 시건방진 태도 그대로였다.
어떻게보면수미일관적인거물이라할수있겠다.
r허어, 일이라. 그런 것치고는 꽤 쓸데없는 데까지 손을 뻗치고
있나 본데 누가 그렇게까지 하라고 했을까?왜
“우린 전쟁을 하고 있는 거리구. 당신의 명령으로 말이야. 예상
외의 사태는 당연히 일어니는 법이고 그런 사태에 임기응변으로 대
처할 필요도 있어야지”
r.... . ..J
“통신이나 정보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머나먼 미국 본토에서
전화 한 통으로 이쪽 사정을 관리한다는 건 억지스러워. 그 부분은
현지의 판단에 맡겨주지 않으면 우리로서도 힘든 일 천지리구.”
세치 혀로 궤변을 늘어놓는 크루핀스키에게 모건은 침묵으로 답
했다. 얼마 후, 다시 말을 잇는다.
r...이제그쯤해둬.J
무엇을, 이리고는크루핀스키도묻지 않았다.
r빅사, 자네는 ‘카이사르 프로젝트에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다소의 장난은 눈감아 준 것이고.J
‘‘이상인데무슨질문있나.”
‘‘이건...진심입니까?”
공회국 궁전 지하 셸터의 격납고, 오르칸이 직접 말한 ‘작전’ 내
용을 듣고 나탈리아의 안색이 바뀌었다.
186
“일단은 그런데? 사장한테는 익숙한 일일 테니 꼭 받아들여줬으
면 해..'
“..동부로출병하는것이확실한가.”
“사장님!”
나탈리아의목소리를무시하고미하일로프는고개를끄덕였다.
“그렇게대답해줄줄알았어.,'
“응’ ‘저자’.”
뜸을들이며오르칸은미하일로프의표정을살폈다
“그러고 보니 시장도 타츠야에게 이래저래 집착하는 눈치던데.
역시 마음에 걸리나 봐? 자신이 찍은 먹잇감을 남이 가로채는 건
싫다코같은 느낌이거든 ”
“상관없다,하고싶은대로해.”
하지만미하일로프의대답도여느때와다름없이쌀쌀맞았다.
“이치노세 타츠야가 그 정도로 사냥당할 자라면 내 눈이 삐었다
는 소리일 뿐이니까.”
“흐응 ,아그러셔.’'
대답이쉽게나오자오르칸은흥미를잃고등을돌렸다.
“정말시시한사람이라니까.미하일로프사장.”
그 말을 남기고 오르칸이 떠난 후, 남겨진 나탈리아가 미하일로
프에게 말했다.
“이런비겁한작전을진심으로받아들일작정이십니까.'’
‘‘분명 정당한 군사행동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제 와서 우리에게
불평할 자격은 없을 텐데.”
내뱉는밀투에나탈리아는눈올내리깔았다.
188
“역시대위님은변하셨군요.”
“대위가,아니란말이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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舞 :\술뺙혹寧
鰥 舜
“익몽을꿨어.. . . ’'
“이’이제됐어.’'
초조해진 타츠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달콤한. 그러나 어색한
분위기를 쇠창살 너머의 발소리가 깨뜨린다.
‘‘이봐륙물가져왔어一어어?!’,
물통을 들고 헐떡이며 달려온 소년병 하리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타츠야와 키쿠노 두 사람을 번갈아 쳐
다본다.
“우와, 타츠야 형아도, 키쿠노 누나도 어른이구나.”
“얌마,뭘오해하고앉았냐?!”
타츠야가 초조한 나머지 소리쳤을 때 기지 전체에 경보가 울려
퍼졌다.
‘‘뭐야?”
192
“싱황을보고올테니기다리고있어.”
‘‘야 .”
일톤기지는불타고있었다.
차례로 폭염을 내뿜는 병영. 붉은 불꽃을 받고 서 있는 세 대의
낯선 AS를 아프간군 병사들이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다.
r기,기습이다!!J
r가르나스탄인가?!J
허를찔려당황하는외중에도병사들의대처는신속했다.
AS 오퍼레이터들은 격납고에서 자신의 기체에 올라타고. 디른
병사들도 그것을 원호하려고 잡다한 병기를 손에 들었다.
“진정해라, 이 자식들아!!”
기지사령부에서사야프소령이통신기에대고고함쳤다.
“아무리 신형이라 해도 적은 세 대력알겠냐’ 고작 세 대다! 우리
경례를붙이는부관을남기고사야프는사령부에서튀어나갔다.
잰걸음으로 격납고로 서두르며 십자 굉학센서를 빛내는 적 AS를
증오스럽다는 듯 노려본다.
“가르니스탄의비밀무기였구니-흥!”
혹시 그 두 포로를 탈환하러 온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들은 터무
니없는 역귀를 떠맡고 만 셈이다.
타츠야와키쿠노의모습을떠올리고시야프는신음했다.
‘도대체가 그렇게 어린 계집애가 그런 차림으로 군인이라니 발칙
하게. 여자라면 여자답거F.'
194
“변명은됐다!나갈테니따라와!,’
“잠깐만요,포로가-꾸웹?!”
A뺘프는 하리리의 목깃을 잡아끌고 거지반 질질 끌다시피 하며
뛰어갔다. 그의 머리에서 포로 두 사람의 싱황은 잊혀진 지 오래였
다.
“야’이거위험하잖아?!'’
별안간전투가시작되자타츠야는초조해졌다.
“하리리! 누구 없어?! 도망 안 칠 테니 꺼내줘! 이대론 깔려죽는
다고! ”
목청껏외치지만달려오는자도,대답하는목소리도없다.
창밖의 포성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어쩔수없군요,자력으로탈출하지요.''
진지한표정으로키쿠노가말했다.
“어떻게?”
‘‘이걸',
그녀가손에든것을보고타츠야는아연해졌다.
“프플리스틱폭탄?!”
예전에 D.O.M.S.에서 아델리나가 쓰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
었다. 조그만 튜브에 채워진 찰흙 모양의 그것은 군용 C-4폭약이
분명했다.
‘‘이런흉흉한걸용케갖고들어왔네.''
“그야감출곳은많이 있으니까요.”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며 키쿠노는 낡은 쇠칭살의 열쇠 구멍에 찰
“가요,타츠야씨.”
“그래.,'
폭파를 알아차린 아프간군이 달려올 줄 알았는데 그런 기색은
없었다. 습격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도없는감옥을뒤로하고두사림은달려나갔다.
전횡은적에게압도적으로유리하게홀러갔다.
침공한 여러 대의 ‘십자 눈들은 아프가니스탄군의 AS부대를 마
음껏 휘젓고 돌아다녔다.
“뭐야, 저 녀석들?”
기지가 내려다 보이는 계곡 위에 서서 (부시마스터)의 하리리는
놀라움을 김추지 못했다.
‘십자 눈'은 이미 불가시형 ECS의 위징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안
1“ l
방처럼 마구 날뛰고 있었다.
r끄어어어억!!J
“소령님?!”
“다행이다. 늦지 않았어.”
하리리와 (부시마스터)가 무사힘을 확인하고 타츠야는 안도했
다
198
가는 기지를 침통하게 둘러보았다.
r타츠야씨. 지금은적에게 집중하세요.4
“응,그럴게.”
“(레이븐) 2호기?”
‘T
스
20이
r가르나스탄이 격추된 2호기의 잔해를 회수해서 수리했다는 뜻
인가. J
“예, 그런 다음 (켄투리이)와 마찬가지로 무인기로 만든 걸 테
죠”
‘타츠야씨는나보다더크게놀랐을텐데’
가르나스탄에서 단둘이 피신히는 동안 그가 보여준 아델리나에
대한 마음과 회한의 몸부림을 떠올려본댜 그 기억이 마음을 갈기
갈기 찢었지만 키쿠노는 개의치 않고 타츠야에게 물었다.
“저어침착하시네요,타츠야씨.”
r침착해?누가?젠
담담한타츠야의목소리가별안간낮아졌다.
r나는뚜껑 열렸어.센
그말에키쿠노는오한에사로잡혔다.
r리나를죽였을뿐만아니라그녀석의2호기를빌어먹을인형으
로 만들어서 나한테 보내? 미친 거 아니야?겐
“타츠야싸...”
2호기의 새까만 악의와, 그것마저 웃도는 타츠야의 고요한 분노
와 격정. 키쿠노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느꼈다.
r없애버릴테다오른쪽이야, 키쿠노!J
“아.옙!”
‘타츠야씨,조금전에는일부러?’
누적된 키쿠노의 경험과 직김은 1호기가 보여준 빈틈이 타츠야
의 낚시임을 알려주었다 그것에 낚이듯 돌진하는 2호기.
그 오른손이 등에 멘 10식 단분자 커터를 잡아 뽑는다. 라이플로
견제하면서 단숨에 몰아치는 발도 돌격. 스러스터의 속도를 최대한
으로 살린 공격법이었다.
겹쳐지는(레이븐)들의그림자.그직전에1호기가움직였다.
2호기의 기동을 완전히 꿰뚫어보고 칼날이 내질러지는 바로 그
타이밍에 몸을 내준 것이다. 2호기의 참격을 오른쪽 어깨로 받아내
면서 왼쪽 다리를 축으로 우측 반신을 뒤로 당긴다.
세찬 파쇄음과 불꽃, 깎여나간 오른쪽 어깨의 장갑. 그러나 결코
치명싱은 아니다. 1호기는 원의 움직임으로 2호기의 돌격을 받아넘
기면서 그 한 번의 동작으로 상대의 등 뒤를 뺏었다.
“멋져요!”
키쿠노는저도모르게찬사를보냈다.
202
2호기의 등 뒤에서 1호기의 라이플이 불을 뿜었다 지근거리에
서 발사된 풀오토 사격을, 키쿠노도 4호기의 기관포발사로 원호했
다.
“아라?’'
두세 차례 눈을 깜빡거린다. 딱딱한 시트에 고정되어 있던 감각
204
츠야의 말은 빗나갔지만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투리누스)는 TAROS에 의한 사고제어를 실현한 AS지만, 오퍼
레이터인 오르칸이 기체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머릿속으로 하나하
나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략적인 이미지를 TAROS가 읽어내
고 그것을 AI가 실현시키는 것이다.
r어디 그 낯찍을 보여 봐, 치킨 자식아! 그럴 배짱이 있다면 말이
야!J
티츠야의 서투른 도발이 오르칸의 심술궂은 마體 지극했다.
“좋아, 타츠야. 얼굴을 내밀면 되잖아.''
r뭐?J
“눈깔똑똑히뜨고자알보라고.”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오르칸의 의지는 다시금 멀리 떨어진 (레
이뵘 2호기로 빨려 들었다.
‘‘저게뭐야?”
r모르겠지만지금은신중해야해요낸
키쿠노와 통신을 니누는 사이에 2호기의 등 부분에서 해치가 열
렸다. 훤히 드러나는 콕핏 내부.
r저건혁.J
206 l
확대되는 1호기의 스크린, 그곳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타츠야는
숨을 삼켰다.
초췌해진표정혁.
흐트러진금빛머리카락-.
마스터슈트에구속된몸-.
“라..리나?,'
헐떡이는듯한목소리로타츠야가신음했다.
r어때, 김동의 대면 아냐?핵
악의로 가득한 오르칸의 목소리와 함께 2호기가 또다시 몸을 일
으켰다.
r피해줘!핵
아델리나의절규가타츠야를제정신으로되돌렸다.
“어,어어어?!''
2호기가 내지른 검의 번뜩임이 스크린에 이로새겨진다. 타츠야
는 순간적으로 조종스틱을 잡아당겨 1호기를 뒤로 물렸다.
1호기의 머리 위를 단분자 커터의 칼날이 아슬이슬하게 통과했
다.
부러진 라이플이 허공 높이 날아올랐다. 균형을 잃고 꼴사납게
엉덩방아 찧는 1호기. 조금 전처럼 일부러 보여준 꾐수가 아니다.
“리나어떻게...너,어떻거F.”
흔란에 빠진 타츠야. 조금만 생각해도 알 만한 대답이 나올 생각
을 않는다. 마비된 것 같은 뇌로 멍하니 2호기를 올려다본다.
아니, 그러한 타츠야에게도 이 상황에서 단 하나 이해할 수 있는
208 l
점이 있었다.
r뭐 하는 거냐. 타츠야?! 얼른 일어나!J
눈앞의아델리나가의심할여지없는본인이라는것 .
“으.으아아아악!”
r이해되셨나?핵
통신기의 목소리가 아델리나에서 오르칸으로 전환된다. 동시에
내가리나에게죽어?!말도안돼-.
r어림없어요!봬
21이
r그러고싶은마음은굴뚝같지만기체가내조종을안듣는다낸
“어쩔수없군요.',
어깨의 서브 암을 꺼내어 크게 휘두른다. 그 끝에서 열렸다 닫히
는 격투용 클로.
“이대로 콕핏을 찌부러뜨리면 타츠야 씨는 저만의 것이 되겠네
요
r야!뾔
일쏭달쏭한 익살에 아델리나의 목소리가 굳어졌다. 물론 어디까
지나 농담이다.
‘‘갑니다.”
후려쳐진 클로가 노리는 곳은 2호기의 콕핏이 아니라 머리였다.
목의 이음매를 비들어버리면 AS는 그 구조상 확실하게 작동을 멈
춘다.
그러나력.
r비켜,키쿠노!!J
“예?!”
그순간2호기가폭발했다.
4호기에게 깔린 채 애자일 스러스터를 최대출력으로 가동. 막대
한 추력을 견디지 못하고 4호기의 거대한 몸이 퉁겨 날아갔다.
‘‘꺄악!!,’
212 I
전장에 설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목숨을 이 손으로
뺏었다. 그래놓고서 지금의 그는 결별했다고 믿은 일상의 논리와
윤리관을 여태껏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어중간한 것이 아
니고 무엇이랴.
“이봐.오르칸.”
r왜?J
“너는이미안멀쩡한거냐?”
r. .... . . . . . . . . . .하하낸
긴침묵후.오르칸에게서돌아온것은웃음소리였다.
r하하,하하하하하.. ..J
낮고 은은하게 울리는 그 목소리는 마치 우는 것 같기도 했다.
r하하하하효f당연하잖아셈
웃음이끊어짐과동시에어조가180도바뀌었다.
r이런 싱황에서 어떻게 멀쩡하게 있을 수 있겠어낸
그가감정 없이 말하는것과동시에 2호기가움직였다.
손에 든 10식 단분자 커터를 약간 높은 위치에서 고쳐든다. 그
칼끝은 1호기의 콕핏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r이제 됐다. 뒈져버려, 이 어중간한자식아낸
‘어중간한자식이라-그래.그말이맞아.’
결국 지금의 타츠야는 평회로운 나날과도. 가혹한 전징괴도 진
정한 의미에서 익숙해질 수 없었다. 양도 늑대도 되지 못한 채 양
쪽의 경계선에서 벌벌 떨며 돌아다닐 뿐인 어중간한 녀석이었다.
그렇다면 그 어중간한 녀석은 지금 이 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할
까.
그렇다면해답은하나밖에없다.
‘내손으로리나를구할테다.’
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아니, 해야만 한다.
타츠야는숨을깊이들이마셨다.
r이제야할마음이들었나?핵
오르칸의 도발도, 엎어진 키쿠노의 4호기도, 사로잡힌 아델리나
의 존재도 전부 머리에서 사라졌다.
지금의 타츠야가 보고 있는 것은 스크린에 비친 빨간 2호기의 모
습, 오직 그것뿐이었다.
r그런거라면一죽어라.책
214
츠야인 것이다.
본인이냐복제된AI냐하는차이는있어도.
‘. ..그렇다면!'
집중코.
r끝이다!겐
r무,무모하긴一죽을생각이냐?!책
“뭔소리야.이건전쟁이라고.”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다. 차례로 다운되는 스크린 너머로 2호
기를 노려보며 조종스틱을 쥔 양팔에 힘을 담는다.
거의 시체 상태에 가까운 1호기는, 그럼에도 오퍼레이터의 의지
에 부응해 주었다. 그 양팔이 2호기에 얽혀든다.
“이렇게된이상끝까지무모해야살아남겠지!”
2호기를 단단히 압박한 채 1호기가 단분자 커터를 뽑았다. 역수
로 쥔 공격이 2호기의 콘덴서를 꿰뚫는다.
r타一타츠야아아아!!J
일그러진오르칸의목소리가뚝끊어졌다.
아델리나의 2호기는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가 이내 정지했다.
주저앉으려는 기체를 1호기가 상냥하게, 그리고 힘차게 떠받친다.
한데 얽힌 두 대의 (레이븐)은 흡사 재회의 포옹을 나누는 것 같
기도 했다.
216
그 짧은 시간에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타츠야. M .,타츠야....”
그 목소리를 듣고 그는 정신을 차렸다. 역광 속에서 소녀의 그림
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늘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와 춤추는 금빛 포니테일. 예리하고 단
정한 이목구비가 눈물로 얼룩져 있다.
가르나스탄에서 생이별을 한 지 보름도 안 지났음에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너였구나.리나.”
‘‘타츠야.... '’
낙천적으로 웃는 타츠야. 아델리나는 당황했다. 마스터 슈트를
벗고 그녀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서와.”
“..응.'’
고개를 살짝 숙이고 아델리나는 그 손을 맞잡았다. 서로의 고동
이, 온기가 하나로 녹이든다.
“미안하다’타츠oF고맙다.”
“됐어.게다가인사해야할사림은나야.”
“뭐?''
온화한미소를머금고타츠야는아델리나와맞잡은오른손을물
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난 AS에 대한 내 재능을 시시한 것이라 여겨왔어. 파
괴와 살육 밖에 못하는 재능이라며 꺼렸었지. '
“. ..알아.”
“너무하세요,타츠야씨”
고개를 숙이고 알기 쉬운 거짓울음을 터트리면서 키쿠노는 타츠
야에게 몸을 기댔다.
“아델리나 씨가 돌아오니 저는 이제 쓸모없다는 건가요?! 그 날
一저를 그토록 격렬하게 갈구하신 그날 밤의 일은 전부 거짓이었
단 말인가요? ! ”
“야,키쿠노一.”
“이게무슨소리냐,타츠야?”
초조해하는타츠야를보고아델리나가쌍심지를돋운다.
“내가없는사이에키쿠노와무슨일이있었던거냐?”
‘‘아니,그게...난네가죽은줄만알고그러다보니,그만-.',
‘축어?!내가죽어서뭘했다는거냐너는!oF.”
“그,그러니까.그거F아얏?!''
218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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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츠야의 오른손에 엄청난 힘이 담긴다. 쌍심지를 켠 아델리나
가 혼신의 힘으로 움켜쥔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렸는지 키쿠노도 고개를 들었다. 눈시울을 닦더니
이번에는 엷은 미소를 짓는다.
“저는언제까지고이래도싱관없는데요.물론우리셋이서요.''
bb
“타츠야,통신이들어왔다.”
“어?아아’정말이네.,,
아델리나의 지적에, 타츠야는 1호기의 통신기에 무사한 왼쪽 귀
를 갖다 댔다. 오른쪽 귀가 안 들려서 지금까지 몰랐는데 자세히
220 l
들어보니 소년의 목소리가 홀러나오고 있었다.
r이보F,들려,형아?J
“그목소리’하리리냐.”
활짝 열린 해치를 통해 바깥을 보자, 뒤집어진 (부시마스터)가
뒤집어진 자세 그대로 오른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야너,살아있었냐.”
r우와.너무해낸
큰소리로불평하는하리리.
r뭐 됐고, 것보다 형아한테 통신이 들어와 있어.J
“..통신?니한데?”
몇번이고,몇번이고혁.
‘‘정말.인가 .’'
“시작됐나.,'
222 l
에필로그
그방은횡금으로만들어진새장이었다.
호사스럽고화려하게 장식된 실내. 그러나그림도, 조각도, 세간
도 그 어느 것도 이 방의 주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방의 모든 것은 그 주인까지 포함해서 단 한 사람의 인간을
위한 것이므로.
그러한공허한세계의주민혁소라야팔미슈는덮개달린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간을 새기는 벽시계. 달력이 없는 실내에서는 손을 꼽아 뵈도
날짜가 지나가는 감각이 흐릿해질 뿐 그저 낮과 밤만이 조용히 흘
러갔다.
그때 방문이 난폭하게 열어 젖혀졌다. 누구냐고 물을 필요조차
없다. 정확한 시각에 운반되는 식사를 제외하고 이 방을 찾을 인간
은 단 한 명뿐이므로.
“...오르칸?”
에필로그 l 223
“위험해!”
불안한말투로오르칸은나불니불지껄였다.
“그만해... . ',
224
“아’그건아냐.''
그는손을살량살랑흔들어서소라야의말을가로막았다.
“절대그건아냐.아마팔미슈아저씨는내가지옥에떨어지기를
거기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걸.”
“그럴리없어!아버지는-.,,
“왜냐면아저씨를쏴죽인게나니까.”
아무렇지도않게튀어나온평범한말투였다.
“코뭐'’
소라야로서는처음안사실이었다.
그리고어렴풋이예상하던사실이었다.
또한믿고싶지않은사실이었다.
‘‘아아크.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며 오르칸에게 달려가 치켜든 오른 손바닥을 내리치
려 한다.
그러나 .
‘‘위험하잖아크.”
에필로그 225
내리쳐진오른손목을오르칸은간단하게잡아냈다.
“있잖oF, 이래 봬도 니는 남자거든? 마음만 먹으면 여자인 너
는 죽어도 못 이긴다구. ”
다음 권에 계속 一
226
작가 후기
작가 후기 l 227
그렇다고는 하나 r풀 메탈 패닉!J이라는 작품 자체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계속될 겁니다.
r슈퍼로봇대전J에는 마침내 대망의 원작 직품이 참전하게 되었
2014년12월
오오쿠로 나오토
228 l
해설
해설 l 229
내고 마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계속 떨떠름하단 말이xF.
사족으로 권말과 핀업의 ‘AS해설'은 1권부터 전부 가토우가 쓰고
있습니다. 한 번씩 돌아보다가 스펙 등에서 뼈아픈 실수를 알아차
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전부 가토우의 탓입니다. 죄송합니다
(뛔.
그러고보니!
이 책이 나올 무렵에 같은 F.E.A.R.사의 로봇물 TRPG r메탈릭
가디언J에서 풀메탈 RPG와 콜라보한 리플레이책이 나올 예정인가
봅니다.
아, 사족으로 r메탈릭 가디언J이란 간단히 말해 슈퍼로봇 비스무
리한 잡탕 로봇월드에서 한바탕 날뛰어보자! 라는 기치의 게임입니
230
말았습니다.
괜찮으시면부디뵈주세요!
그리고 이미발매 중인 풀메탈 RPG의 리플레이책 r언더커버J에
는 플레이어로서 시키 씨와, 세상에! 텟사의 목소리를 들려주셨던
유카나 씨가 출연했습니다! 이쪽도 아직 안 보셨으면 부디 뵈주세
요I
2015년1월
가토우 쇼우지
해설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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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매베m빼빪떫훈훑촐옳
크루핀스키가 설계한
곌계한 (켄투리아) 시리즈의 상위기체. i 전투에서 학습한 경험을 즉석에서 공유하여, 전투 중
크루핀스키 씨에게는
ll게는 로마제국 취미가 있는지, 이 기 l 에 보다 강력한 부대로 진화할 수 있다.
체는 로마군의 켄투리아(백인대)와 레가투스(군단장) , 이러한 (켄투리아) 부대의 중핵이자 의사결정을 내리
체 n!으슬그人트人ol 71조며은 뜨⊇매큰
를 통솔하는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가족명을 유래로
아우구스투스의 lI 는 황제의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이 (투리누스)다‘
삼고 있다. ,l 유인기로서 최고의 성능을 자랑할 뿐 아니라, TAROS
(켄투리아)나 미하일로프가 탑승하는 (레가투스)에서 !I. 의 원용(援用)에 의한 ‘탑승자와 네트워크와의 완전한
확인된 성능을 고려하면, 이 기체는 아마도 M9A2SOP , ,결합,을 실현시키고 있다. 최고지휘관인탑승자가 ‘이
(시그마 엘리트)룔 읏도는 운동성, 공격력 스텔스성
l 러고 싶다고 생각한 전술을 (켄투리아) 부대는충실
을 겸비했을 뿐 아니라 최첨단 콘셉트에 맞추어 설계 I 하게 이행한다. 그때문에 (투리누스)에 탑재된 AI에는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르!.
l 한정적이지만 유체금속소재알의 본체와 같은 기술)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어난 부분은 병기유닛의 네트워크 I 사용되어 있어서 마치 하나의 독립된 개인처럼 행동
화와 지능화다. (켄투리아)는 .단순한 독립된 무인AS l 할 수 있다
가 아니라 전장에‘ 배치된 모든 기체가 한 개의 유기적 I 그 AI의 소체로 다른 기체의 TAROS에서 수집한 ‘천재
인 머신으로서 기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예롤 들어 l 적인 소질을 지닌. AS 조종자의 데이터가 쓰이고 있
한 대를 희생하여 적 두 대를 확실하게 섬멸한다는 어 I 다.
려운 판단을 이 기종의 (임페리엄 네트워크)는 순식간
금
▶가료우뺘쀼폐폐벎籬F槪뺨I
이 r어나더J에는 신유국가의 왕자님이나독재국가의 왕자님 등의 기체가 나오
는 까닭에 본가 풀메탈의 상식으로는 거의 상싱도 못할 AS가 등징합니다. 말은
그렇지만
~='☜I느 말리터리성과
르느I느H트Uo솔i 대중성의
느IH⊂⊂→ 양립은
◎브Z 워낙에
힘귀터니에 어려워서 에비카와 씨의
밀l드]R'니.UII닌III똑I 사I뤼 밸런
큰뉼
두오溫 4.뼙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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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도움안되는역자후기입니다.
돌아보니 어느새 10권이군요. 뭔가 파란만장한 모험담이 계속된
건 알겠는데 언제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진행됐는지. 세월 참 빠릅
니다(더불어 흐려져 가는 제 기억력도 한몫하겠고요)
클라이맥스로 접어드는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되니 넘어가고, 라
이트노벨에서 기장 기본적인 이야기인 “누가 진짜 여주인공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하자면, 당연히 진짜 여주인공은
금발소녀 A일 것입니다. 포지션적으로나 뭘로 보나 그쪽이 진짜 여
주인공이 맞을 것이며, 저로서도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라고 해
놓고 은근슬쩍 A가 진짜 여주인공일 것이라고 주징).
허나 처음엔 적 포지션인 줄만 알았던 흑발소녀 K말인데,권수
를 거듭할수록 귀여워지지 않겠습니까. 처음에는 분명 팜므파탈적
인 캐릭터일 거라고만 생각해서 신경을 안 썼는데, 어느샌가 이러
저러한 경위를 거친 끝에 주인공을 정신적으로 케어해주는 흘륭한
아가씨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입죠. ..좋지 아니한가.
다만 본가의 경우도 그렇고 이번 권의 흐름을 뵈도 그렇고, 이무
래도 이런 쪽 아가씨한데 승리의 미주가 돌아갈 일은 드물겠지요.
역자 후기 l 237
그러다가 얼마 전에 G로 시작되는 유명 로봇 애니메이션의 최신
회를 시청하던 중 일부다처제를 몹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에피
소드를 보자마자 무릎을 탁 쳤습니다.
. . .리는 도움 안 되는 후기였습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6년 1월
민유선
238
리 턴
풀 머l탈 패닉! 어나더 10
2016년 2월 8일 초판 인쇄
2016년 2월 15일 초판 발행
원안&감수.ShoujlGatou
저자.NaotoOkulD
일러스트.Shikidouji,KanetakeEbikawa
역자.민유선
발행인안현동
편집인.황민호
출판사업본부장.박종규
책암편집.성명신신우미김지연이수현장연지
마케팅본부장.김구회
마케팅 . 이싱훈 김학관 김종국 반재완 이수정 정승환
국제업무 . 이주은 김준혜 장희정 오선주 박경진 위지명
제작.심싱운최택순성시원
한국판디자인.디자인우리
발행처.대원씨아이(주)
서울특별시용산구한강로3가4아456
대표전화:02言2071-2패FAX:02-797녹1야3
편집부벎02-2071 2104FAX:02-794-2105
영업부:O22071-2061 F켜X:02-794-7771
1992년5월11일등록앉563호
http://www.dwci.co.kr/
원제FULI_MEKL熙NICIANOTHER10
ⓒSmuliGatouNaotoOkulo,Shkidoul .KanetakeEbkawa1bshiakj hara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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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권은대원씨아이(주)의독점소유입니다.
ISBN97와11-334-1蝨-2여버O
ISBN97389-672옮838-2(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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