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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골짜기에서
낮은 가지 끝에 내려도 아름답고
험한 산에 내려도 아름다운 새벽눈처럼
내 사랑도 당신 위에 그렇게 내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당신의 문을 두드리며 내린 뒤
여기서 거기까지 걸어간 내 마음의 발자국 그 위에 찍어
당신 창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당신을 향해 이렇게 가득가득 쌓이는 마음을 모르시면
당신의 추녀 끝에서 줄줄이 녹아
고드름이 되어 당신에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래도 당신이 바위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그래도 당신이 저녁산처럼 돌아앉아 있으면
바람을 등에 지고 벌판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었노라는 몇 줄기 눈발 같은 소리가 되어
하늘과 벌판 사이로 떠돌며 돌아가겠습니다.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사연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인차리 5
인차리를 돌아서 나올 때면
못다 이룬 사랑으로 당신이 내게
슬픔을 남기고 떠나갔듯
나 또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남기고 떠나야 하는 때가 있음을 생각한다.
사랑으로 인해 꽝꽝 얼어붙은 강물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풀리지 않으리라
오직 한번 사랑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영원히 사랑해야 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확실히 살아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엔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번은 꼭 다시 만나야 하는 그날
우리 서로 무릎을 꿇고 낯익은 눈물 닦아주며
기쁨과 서러움으로 조용히 손잡아야 할
그때까지의 우리의 사랑을 생각하는 때문이다.
사랑의 길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
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
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
강 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
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
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렸었지
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
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깊었는데
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
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
영영 갈라져버린 뒤론
당신으로 인한 가슴 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
눈물 한 방울까지 사랑하였지
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
당신으로 인한 비어있음과
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홍매화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을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돌아가는 꽃
간밤 비에 꽃 피더니
그 봄비에 꽃 지누나
그대 곁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잠시
아침 햇빛에 아름답던 것들
저녁 햇살로 그늘지리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벚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오월편지
여린 가지
가장 여린 가지가 가장 푸르다.
둥치가 굵어지면 나무껍질은 딱딱해 진다.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임은 둔해지고
줄기는 나날이 경직되어 가는데
허공을 향해 제 스스로 뻗을 곳을 찾아야 하는
줄기 맨 끝 가지들은 한 겨울에도 푸르다
모든 나무들이 자정에서 새벽까지 견디느라
눈비 품은 잿빛 하늘처럼
점점 어두운 얼굴로 변해가도
북풍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가지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엄동에도 초록이다.
해마다 꽃망울은 그 가지에 잡힌다.
벗 하나 있었으면
홀로 있는 밤에
이것이 진정 외로움일까
다만 이렇게 고요하다는 것이
다만 이렇게 고요하게 혼자 있다는 것이
흙 위에 다시 돋는 풀을 안고 엎드려
당신을 생각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홀로 깊이 어두워져가고 있는 다만 이 짧은 순간을
외로움이라 말해도 되는 것일까
눈물조차 조용히 던지고 떠난 당신을 생각하면
진정으로 사랑을 잃고 비어 있는 것은 내가 아닌데
나도 당신으로 인해 이렇게 비어 있다고
내가 외롭다 말해도 되는 것일까
새로 돋는 풀 한 포기보다도 떳떳치 못하고
돌아오는 새들보다 옳게 견디지 못한 채
이것을 고독이라 말해도 되는 걸까
저 길고 긴 허공을 말없이 떨어져
어둔 땅 너머로 빗발들은 소리없이 잠겨가는데
빗방울 만큼도 참아내지 못하면서
겨우 몇 날 몇 해 홀로 길 걷는다고
쓸쓸하다 말해도 되는 것일까
흔들리기만 하면서 흔들리기만 하면서
고독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겨울나기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그대 잘 가라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 짓는 것이 아름다와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끊긴 전화
나도 그러했었다 나도 이 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 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 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전하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 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 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 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닫고
침을 삼키듯 목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 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다시 떠나는 날
당신과 가는 길
초저녁달이 떴습니다.
당신과 헤어지던 팔월입니다.
당신과 함께 죽음에 맞서 싸우던 그 뜨겁던 여름 석달처럼
올해도 뜨거운 여름입니다
당신에게서 얻은 겨자씨만한 사랑을
이 세상에 심고 가꾸는 일이 어찌 이리 어렵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는 죽음으로 가는 길까지도 하나 되어가지만
미워하는 사람 어두운 사람들의 밭에
씨앗 하나 가꾸고 풀 한 포기 뽑아내는 일이
이 세상에서는 어쩌면 이리 어렵습니까
크고 하나인 것을 사랑하는 것보다
작은 여럿인 것을 사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으로 가는 길은
초저녁달이 구름을 헤치고 가는 것처럼
그렇게 가는 길이 아닙니다.
풀벌레 울음이 깊은 밤의 가운데를 뚫고 가는 것처럼
그렇게 은은히 가지 않습니다.
자식을 찾는 어머니의 애끓는 목청처럼 갑니다.
모래밭에 쓰러진 이에게 마지막 남은 내 몫의 물을 내어주고
내가 타는 목으로 가듯 가는 길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던 그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일보다
이 세상을 두루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더 어려운지
알게 하시려는 뜻으로 새기며 조용히 견디고 있습니다.
지금은 나를 여기 가두고 창 밖으로 흐르는 세월을 봅니다.
비가 내리다 그치고
아홉 가지 기도
나는 지금 나의 아픔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아픔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나의 절망으로 기도합니다.
그러나 오직 나의 절망만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깊은 허무에 빠져 기도합니다
그러나 허무 옆에 바로 당신이 계심을 알게 하소서
나는 지금 연약한 눈물을 뿌리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남을 위해 우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죄와 허물 때문에 기도합니다
그러나 또 다시 죄와 허물로 기도하지 않게 하소서
나는 지금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내 이웃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영원한 안식을 기도합니다
그러나 불행한 모든 영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게 하소서
나는 지금 용서받기 위해 기도합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나는 지금 굳셈과 용기를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더욱 바르게 행할 수 있는 자 되게 하소서...
어떤 편지
당신이 처음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는 이것이 이별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내 안에 있고
나 또한 언제나 당신이 돌아오는 길을 향해 있으므로
나는 헤어지는 것이라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는 이것이 이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별은 떠날 때의 시간이 아니라
떠난 뒤의 길어지는 시간을 가리키는 것인가 합니다.
당신과 함께 일구다 만 텃밭을
오늘도 홀로 갈다 돌아옵니다
저물어 주섬주섬 짐들을 챙겨 돌아오면서
나는 아직도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당신이 비록 내 곁을 떠나 있어도
떠나가던 때의 뒷모습으로 서 있지 않고
가다가 가끔은 들풀 사이에서 뒤돌아 보던 모습으로
오랫동안 내 뒤를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가도
이 세상이 다 저물기 전의 어느 저녁
그 길던 시간은 당신으로 인해
한 순간에 메꾸어 질 것임을 믿고 있습니다.
접시꽃 당신
남은 날을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종이배 사랑
이 흐름 속에 몸을 쉴 모래톱 하나
우리 영혼의 젖어 있는 구석구석을 햇볕에 꺼내 말리며
머물렀다 갈 익명의 작은 섬 하나 만나지 못해
내 너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그물을 들고 먼 바다로 나가는 시간과
뱃전에 진흙을 묻힌 채 낯선 섬의
감탕밭에 묶여 있는 시간 더 많아도
비 내리는 밤
우리가 사는 이 짧은 동안
잃지 않고 얻는 것은 없으며 최후엔 또 그것마저 버리게 됩니다.
깊은 물
어떤 날
맑은 물은 있는 그대로를 되비쳐 준다
만상에 꽃이 피는 날 산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잎 하나 남지 않고 모조리 산을 등지는 가을 날은
쓸쓸한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다.
푸른 잎들이 다시 돌아오는 날은 돌아오는 모습 그대로 새들이 떠나는 날
은 떠나는 모습 그대로
더 화려하지도 않게 구태여 더 미워하지도 않는다
당신도 그런 맑은 물 고이는 날 있었는가
가을 오고 겨울 가는 수많은 밤이 간 뒤
오히려 더욱 맑게 고이는 그대 모습 만나지 않았는가
어릴 때 내 꿈은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셕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 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가죽나무
만들 수만 있다면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남길 수만 있다면
부끄럽지 않은 기억만을 남기며 삽시다.
만들 수만 있다면
아름다운 기억만을 만들며 삽시다.
먼 발치서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