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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종교개혁500주년 기독신문 연재 3]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문병호(총신대학교 신대원)

1. 믿음,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는다.’ 이신칭의(以信稱義), 이를 루터는 교회


가 서고 넘어지는 근본조항이라고 주장하였고, 칼빈은 구원의 문이 돌아가는 중심축
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믿음’은 무엇인가? 칼빈은 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믿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굳고 확실한 지식이다. 이 지식


은 그리스도 안에서 거저 주신 약속의 진리에 기초하는 것으로 성령을 통해
서 우리의 마음에 계시되고 우리의 심장에 새겨진다.”(<기독교 강요>, 3.2.7)

믿음은 단지 추상적인 관념이나 심리적 정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성령의 역


사로서, 거듭남의 은혜로부터 흘러나오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믿는 것(credere, to
believe)은 성령의 역사로 말미암아, 말씀을 듣는 것(audire, to hear)이다. 그 들음
은 귀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다. 믿음은 말씀으로부터 나오고, 말씀에 머물며, 말씀을
지향한다.

“믿음을 떠받쳐서 지탱하는 기초는 말씀이다. 말씀이 빗나가면 믿음은 쓰러진


다. 그러므로 말씀을 제거한다면 결단코 아무 믿음도 남지 않는다.”(<기독교
강요>, 3.2.6)

빛이 태양의 소산이듯이 믿음은 말씀으로부터 나오는 거역할 수 없는 진리를


실어 나른다. 믿음은 말씀을 통한 성령의 효과적인 작용으로 말미암는다. 이 점에 있
어서, 칼빈은 믿음을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감화(persuasio, persuasion)”라고 부른
다.

“믿음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선하심을 아는 지식과 그 선하심이 실재함에


대한 확실한 감화이다.”(<기독교 강요>, 3.2.12)

이렇듯 “믿음의 역사”는(살후 1:11) 성령의 감동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말씀


을 받아들여, 택함 받은 백성이 불가항력적인 은혜로 구원을 얻게 되는 전적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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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역사’이다. 하나님은 성자로서 스스로 말씀이시고, 성령으로서 스스로 말씀하시
되, 우리에게 믿음을 주셔서 그 말씀의 은혜를 누리게 하신다. ‘구원의 역사’가 오직
여기에만 있다. 믿음이 없이는 구원이 없고, 말씀을 들음이 없이는 구원에 이르는 믿
음이 없다(롬 10:17).

2. 믿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유일한 것

하나님은 아들의 다 이루신 의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되, 그들의 믿음을 보


신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한다(히 11:6). 우리는 거룩한 하나님
의 백성으로서 ‘성도(聖徒)’라고 불리고, 교회의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교인(敎人)’이
라고 불린다. 이러한 칭호들이 주어지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아들
을 믿는 ‘신자(信者)’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서 찾으시는 것은 믿음밖에 없다. 주님이 이 땅에 오셔서
유일하게 칭찬하신 것은 믿음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이
방황하던 열 두해 혈루병을 앓고 있는 여인도(막 5:25-34), 변방에 내버려져 나그네
의 적선으로 살아가던 맹인 거지 바디매오도(막 10:46-52), 최전선에서 전쟁을 주도
하며 자기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를 그저 운명에 맡기고 연명하던 이방 백부장도(눅
7:2-10),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이스라엘에
서 이만한 믿음을 본적이 없다,” 라고 하시면서 칭찬하셨다. 믿음만 있으면 칭찬하셨
다. 반면에 주님은 믿음 없음만 나무라셨다.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막 4:40),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에게 참으리요”(눅
9:41),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8:26), 하시면서 불신(不信)을
책망하셨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진 말(馬)의 힘이 세다고도 우리의 다리가 억세다고도 기
뻐하지 아니하시고 오직 그를 경외하고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를 기뻐하신다(시
147:10-11). 즉 우리의 소유도 자질도 문제 삼지 아니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행위
를 요구하지 아니하시고, 그 자신이 친히 행하신 일을 우리가 인정하기를 원하신다.
그가 우리에게서 찾으시는 것은 우리의 공로, 자질, 족보, 신분이 아니라, 우리의 믿
음이다. 여기에 구원의 대원리가 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
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니라”(요 1:12-13).

3. 전적인 은혜의 선물로 주어지는 믿음

믿음 외에는 하나님께 나아갈 길이 없다. 이는 오실 예수를 바라보던 구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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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 하나님의 백성에게도 다를 바 없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후손
을 자기 백성 삼으시되, 그들의 믿음을 그 의로 여기셨다(창 15:6). 아담의 타락 이후
모든 인류는 생래적으로 사망에 속하고 전적으로 무능하고 전적으로 부패하여 그 무
엇으로도 스스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은혜의
언약으로 그 길을 여셨으니, 그것은 오직 믿음으로 사는 길이었다. 의인은 없되, 하나
도 없고, 여호와를 찾는 이도 없지만(시 14:1-4; 53:1-4), 하나님은 믿음을 의로 여기
셔서 택함 받은 자기 백성을 살려내고자 하셨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 참조. 합 2:4; 갈 3:11).

생명은 율법에 계시된 하나님의 명령에 스스로 순종함으로써 취해지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의를 다 이루신 그리스도 예수를 믿음으로써 주어진다. 우리가 의롭다
함을 받는 것은 율법의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는다(롬 3:28). 우리 구원을 위
하여 “오직 믿음의 법”이 역사한다(롬 3:27).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모
든 믿는 자에게 미치는 하나님의 의” 외에는 구원의 의가 없다(롬 3:22). 이를 위하여
아버지가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구원을 위한 “큰 일”을 자
기와 하나이신 아들을 통하여 친히 이루셨다(행 2:11; 요 10:30; 참조. 시 126:2-3).

“하나님이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신 것은 우리


로 하여금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의가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후 5:21).

하나님은 오직 우리의 믿음만 헤아리신다. 무조건적인 은총을 베푸시되, 오직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그리하신다. 믿음이 공로는 아니나,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
쁘시게 할 수가 없다. 어거스틴이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은 주지 않으신 것은 찾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믿게 하시고, 우리 안에서 믿음을 찾으신다. 그러므로 믿
음도 은혜이며, 은혜가 믿음보다 앞선다. 달리 말하면, 믿음은 오직 은혜로만 역사한
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


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약
2:5).

4. 믿음은 도구일 뿐 공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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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전적인 은혜의 선물로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을 선물로 받
았다는 것을 믿는 것, 곧 우리 속에 믿음이 주어져 있음을 믿는 것이 믿음의 시작이
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영접하는 것조차 우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태생이나 의지나 뜻으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우리가 창세 전에 하나님의 택함
을 받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이기 때문이다(요 1:13). 그러므로 믿음 이전
에 은혜가 있고, 은혜 이전에 영원한 작정이 있다.
칼빈은 예정론을 통하여 이를 확정함으로써 종교개혁의 신학적 체계를 완성
시켰다. 하나님은 정하신 자를 부르시고, 부르신 자를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자
를 영화롭게 하시는 바(요 8:30), 정하신 자에게 믿음을 주심으로써 그리하신다. 구원
에 이르는 믿음은 오직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부여된다(살전
1:4-5; 딛 1:1). “단번에 주신 믿음의 도”로 성도는 온전한 구원에 이르게 되는 생명
의 길에 서게 된다(유 1:3).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믿음은 ‘거짓 믿음’
이며(마 15:13), ‘참 믿음’을 가지고 끝내 파선(破船)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딤전
1:19; 3:9).
믿음이 없이는 구원에 이를 수 없지만, 믿음에는 아무 공로도 없다. 유일한
공로, 유일한 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 밖에 없다. 믿음은 공로를 얻는 도
구일 뿐, 공로 자체가 되지 못한다. 아들을 믿고 그의 공로에 대하여 ‘아멘’하는 것이
(고후 1:20) 믿음의 본질을 이룬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


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 11:1-2).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 곧 소망의 실상이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


의 증거”이다. 우리는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고 참는다. 그것만이 참 소망이기 때문
이다(롬 8:24-25). 믿음은 항상 소망과 함께 하며(벧전 1:21), 오직 사랑으로써 역사
한다(갈 5:6). 이렇듯,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가 모두 전적
인 은혜이다(살전 1:3). 아멘.

영원히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올립니다(Soli Deo gloria in aeter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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