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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tio Cordis: The World of Reformation
Contritio Cordis: The World of Reformation
문병호(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 루터의 ‘자기’ 개혁
1) Hans J. Hillerbrand, The World of Reformation (Grand Rapids: Baker, 1981, rep.), 13.
루터가 ‘자기’ 수행을 통하여 얻은 과실(果實)은 ‘자기’에 대한 절망
(Anfechtung)이었다. ‘자기’를 텍스트로 삼았을 때 그것은 영혼이든 몸이든 ‘자기’의
상실을 초래했을 뿐이다. ‘자기’의 공로와 가능성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것은 ‘자기’ 파
멸을 의미하였다. 고행은 육체의 멍을 남기고 깨어진 유리와 같이 영혼에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과연 누가 스스로 갚아서 자기를 구원할 수 있겠는가? 과연 금전
을 치르고 공로를 산다고 한들 사망의 죄 값을 어떻게 치를 수 있겠는가? 루터는 자
기의 경험을 통하여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자기’에게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하여 비로소 성경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의
삶에 있어서 일대 전기(轉機)가 마련되었으니, 그의 텍스트가 ‘자기’로부터 성경으로
바뀌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자질이 아니라 고백으로의 전환, 수행이 아니라 들음으로
의 전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부터 ‘그리스도가 나를 위하여 무엇을 하셨는
가?’에로의 전환을 의미하였다.
루터의 발견한 ‘자기’ 개혁의 도식은 간단하다;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 믿음은
들음으로,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롬 1:16-17; 3:21-28; 10:17). 믿음의 말씀을
들음이 없이는 구원에 이를 자 아무도 없으므로 하나님은 자기의 백성이 차별 없이
그의 말씀을 듣게 하신다(롬 10:8, 14). 듣는 자에 따라 들음에 차별이 없는 것은 듣
는 자에게 아무 공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질에 따라 들어야 할 말씀도 다르
다고 주장하는 로마 가톨릭의 ‘진리의 계층질서’ 교리는 이와 양립될 수 없다. 루터가
개진한 만인제사장주의는 택함 받은 백성은 누구라도 제사장이 되어서 하나님의 말씀
을 차별 없이 듣게 된다는 사실과 오직 그리스도만이 자기 자신을 제물로 드리신 제
사장이 되신다는 사실을 모두 함의하는 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믿는 것이 그의
의를 전가 받는 유일한 길이 됨이 이로부터 도출된다. 이것이 루터가 오랜 역정을 거
쳐 찾아 낸 답이었다. 마음의 통회도, 입술의 고백도, 행위의 보속도 아닌—면죄부도
아닌—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그의 의를 전가 받아서 우리가 구원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 ‘자기’ 수행이 아니라 성경에 기록된 그리스도의 말씀—복음—을
을 듣고 믿을 때 그리스도와 죄인 사이에 “달콤한 변환(sweet exchange)”이 일어난
다는 사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