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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최준원

실종일자 2000년 4월 4일 (당시 6세)


장소 서울시 중랑구 망우1동 염광아파트 놀이터
착의사항 흰색 머리띠, 청자켓, 주황 쫄바지, 청색 운동화
특징 어금니 전부 은색 도금, 갸름한 얼굴형
중간이 끊기고 끝이 처진 눈썹, 큰 귀

연락처
경찰청: 국번없이 112, 182
실종아동전문센터: 02-777-0182
Contents
4 Fore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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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Afterword
Foreword

4
저는 가끔 가만히 누워 제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합
니다. 방 안에서 혼자 카드를 자르고 붙이며 내가 만든 마술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요즘 세상에 누가 마술을 믿겠느냐며
자책하고는 합니다.

마술이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억울한 죽음


의 원인을 밝히려 종일 시체와 대면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빈민을 위한 주택
을 설계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의 비밀을 발견해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다 당장 내 눈앞에
떨어진 카드 조각들을 보면 가끔 저 자신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이 세상에 조금


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에 소개된 세 가지 아이디어는 따라 하기도 쉽고 기믹도 사용되지 않으며 현


상 또한 명확해서 개인적으로 아끼던 것들이지만, 전에 발매했던 작품들과 색
깔이 맞지 않아서 몇 년간 공개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만나 소중한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거나 표지와 함께 불법으로 복제되어도 좋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퍼져서 많은 사람이 이 책의 존재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도 이 책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2022/5/3
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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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Pascali와 영상통화로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중, 굉장히 흥미로운
마술을 보게 되었습니다. Nick Trost의 Matched Picture Cards라는 셀프워
킹 마술이었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카드 열 장을 섞어서 뒷면으로 내려놓고, 신
호를 주면 숫자와 색깔이 같은 카드끼리 배열이 맞춰지는 연출입니다.

원래 셀프워킹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트릭이 진행되는 원리가 마음에 들


었습니다. 다시 해보니 굳이 카드를 뒷면으로 내려놓지 않고 앞면으로 연출해
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리만 남겨놓고 모든 연출을 고쳐서
제 버전의 Matched Picture Cards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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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와 색깔이 같은 카드를 두 장씩 총 열 장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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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으로 카드를 들고 세 장-두 장-두 장-세 장 순서로 내려놓아 섞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내려놓은 카드를 모아서 왼손으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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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엄지로 한 장을 오른쪽으로 밀고 오른손 엄지로 두 번째 카드와 세 번째


카드를 한꺼번에 잡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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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엄지로 두 장을 밀어 오른손으로 잡아 방금 내려놨던 카드 뭉치 위에 내


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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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두 장을 내려놓아 카드의 배열이 섞인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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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세 장의 카드를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맨 아래 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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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장을 겹쳐 신호를 준 뒤에 왼손 엄지로 한 장을 밀어 들고 있던 카드가 바뀐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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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는 카드를 한꺼번에 카드 뭉치 위에 내려놓습니다. 한 번 더 신호를 주


고 위에 있는 카드 두 장을 잡아 옆으로 치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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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두 장씩 잡아 옆으로 치우며 모든 카드의 배열이 맞춰진 것을 보여주다


가, 네 장이 남았을 때 카드를 살짝 눌러 왼쪽으로 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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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마지막 카드까지 배열이 맞춰진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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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Thoughts

카드의 배열이 섞인 것을 보여주며 내려놓을 때 카드가 정말 섞인 것처럼 느끼


게 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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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면 A…. 9….”

초반에 카드를 내려놓으며 실제로 보이는 카드들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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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8…. 4……. 3…. 이런 식으로 카드가 섞여 있습니다.”

갑자기 카드 내에 존재하지 않는 카드 몇 장을 말합니다. 관객은 연출자가 말


한 카드를 찾으려 바닥에 내려놓은 카드와 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번갈아 보
며 머릿속에서 혼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 혼돈은 결국 카드가 섞여 있는 느낌
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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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카드를 두 장씩 걷어내는 것 대신에 오른쪽으로 한꺼번에 스프레드


를 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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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선택한 카드가 조커 사이에 잡히는 샌드위치 마술 장르는 만들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도 여러 바리에이션이 나오고 있고, 아
무리 마술을 만드는 데 관심이 없는 마술사도 대부분 자신만의 샌드위치 아이
디어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Daniel Garcia의 Portal을 보게 되었습니다. 관객이 고른 카


드가 조커 두 장 사이에서 세로로 나오는 프로덕션인데, 개인적으로 Daniel
Garcia의 아이디어를 좋아하다 보니 비슷한 원리로 바리에이션하게 되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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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두 장을 왼손으로 사진과 같이 잡습니다. 왼쪽에 있는 조커 뒤에는 관객


이 고른 카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왼손으로 카드를 눌러 구부리고 오른손 검지를 사이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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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엄지로 관객이 고른 카드를 아래쪽으로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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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오른쪽으로 빼며 관객이 고른 카드를 오른쪽으로 돌립니다. 카드가 90


도 돌아갔을 때 검지로 잡아서 관객이 고른 카드가 조커 사이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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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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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고른 카드가 나오는 대신에 에이스 네 장을 미리 세팅해놓고 한 장씩


꺼내 에이스 프로덕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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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트레 핑크를 발매했을 때, 구매자들을 위해 마킹을 이용한 마술을 하나 만들
어야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판매를 위해 마술을 만드는 것을 싫어하지만, 직
업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가 있습니다.

대충 아무 마술이나 만들어서 알려주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그렇다고 엄청 좋


은 마술을 만들어버리면 나중에 발매될 렉쳐를 위해서 아껴야 하므로 그사이
어딘가에 적절한 마술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다 관객이 뒷면만 보고 빨간색 카드와 검은색 카드를


구분하는 마술인 Out Of This World과 마킹의 특성을 섞으면 재미있는 게 나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한 Out Of This World는 마술 전에 검은
색과 빨간색을 미리 분리해놓아야 하고, 관객이 색깔을 구분해놓은 카드의 앞
면을 공개할 때 어느 정도 제약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킹을 사용한다면 관객
이 카드를 섞은 상태에서 제약 없이 앞면을 공개할 수 있었습니다.

만들어놓고 보니 너무 괜찮아서 이 마술은 나중에 다른 렉쳐에서 공개해야겠다


생각하고 다른 마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이 마술을 필트레 핑크 추가 해법 영상으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이 마술의 원리만 잘 이용한다면 굳이 마킹이 없어도 연출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마킹을 사용했을 때보다 약간 번거로운 부분
이 있지만, 이 정도의 연출이면 충분히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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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섞은 카드를 받은 뒤, 카드를 앞면으로 펼쳐 검은색과 빨간색 카드를


각각 한 장씩 내려놓으며 맨 위에 있는 카드의 색깔을 외워놓습니다. (예시:
빨간색)

“지금부터 관객님과 함께 카드의 앞면을 보지 않고 어떤 색인지 맞혀보


도록 하겠습니다. 이 카드는 빨간색입니다. 제 직감이 맞은 것 같습니
까?”

맨 위에 있는 카드를 들고 방금 미리 봤던 카드의 색깔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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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관객이 “예.”라고 말한다면 미리 앞면으로 내려놨던 빨간색 카드 위에 내


려놓습니다.

만약 관객이 “아니요.”라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틀린 카드는 옆에 치워놓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며 앞면으로 놓인 카드 옆에 뒷면으로 버립니다.

관객이 “아니요.”라고 말했다는 가정에 따라 연출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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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고 있는 카드를 앞면으로 놓인 카드 옆에 뒷면으로 버리면서, 왼손으로


들고 있는 카드의 맨 위 장을 엄지로 살짝 밀어 Bubble Peek을 합니다. 맨 위
장이 살짝 뜨면서 앞면이 보이면 어떤 색깔인지 외워놓습니다. (예시: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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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는 검은색입니다. 제 직감이 맞은 것 같습니까?”

방금 미리 봤던 카드의 색깔을 말합니다. 이후 10~15장 정도 관객의 답변에


따라 카드를 내려놓거나 버리면서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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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카드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버려져 있는 카드들을 앞면으로 보여주고 덱 안에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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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관객님께서 직감을 사용해서 한 선택들입니다. 관객님께


서 검은색이라고 말한 카드는 검은색 카드 쪽에, 빨간색이라고 말한 카
드는 빨간색 카드 쪽에 내려놨습니다.”

내려놓은 카드의 앞면을 공개하며 모든 카드가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구분된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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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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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전에 미리 종이에다가 ‘3 하트만 틀린다.’라고 적어놓고 네 번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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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직감을 이용한 마술입니다. 하지만 제 직감이 틀릴 수도 있으


므로, 미리 보험을 하나 들어놓도록 하겠습니다.”

미리 적어놓은 종이를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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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섞은 카드를 받은 뒤 빨간색 카드와 검은색 카드를 찾는 척 3 하트가


있는 부분에서 컷을 해서 맨 위로 올립니다. 검은색과 빨간색 카드를 각각 한
장씩 테이블 위에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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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가 카드의 앞면을 보지 않고 어떤 색인지 맞혀보도록 하겠


습니다. 이 카드는…. 검은색입니다.”

맨 위에 있는 3 하트를 들고 일부러 예언 카드의 색상과 반대로 말해서 내려놓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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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겁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 이 많은 카드의


색깔을 구분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관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후 연출은 같습니다. 관객의 답변에 따라 10~15장 정도 카드를 내려놓거나


버리면서 반복하고, 버려진 카드들을 덱 안에 넣습니다. 빨간색 카드 쪽부터 한
장씩 공개하고, 검은색 카드를 위에서부터 한 장씩 공개하다가 맨 마지막에 3
하트가 나오며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보험 종이를 펼치며 이
모든 것이 설계되어있던 것처럼 연출하며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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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대사에는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습니다. 관객이 검은색이라고 말한 카
드는 검은색 카드 쪽에, 빨간색이라고 말한 카드는 빨간색 카드 쪽에 내려놓
은 게 아니라 단지 “예.” 혹은 “아니요.”를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선택에
관객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전부 거짓도 아닙니다. 결국, 진실과 거짓이 섞여
마술이 끝나고 관객의 머릿속에는 모든 선택을 본인이 한 것처럼 느끼게 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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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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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길을 걷다 청소미화원이 벽에 붙은 실종아동 포스터를 떼서 버리는 것
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소미화원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만, 누군
가가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의 얼굴이 담긴 종이를 쓰레기와 함께 버리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게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을 텐데….’ 생


각하며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평소에 영화를 틀어놓고 기믹을 만들기 때문에
볼 영화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준원이의 이야기가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라진 준원이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포스터를 붙이는 가족의 모습을 보


고 예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러면 누군가가 뗄 텐데…. 비가 오면 젖을 텐
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던 찰나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책 표지를 포스터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책을 작업했습니다. 마술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읽어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비교적 쉬운 마술을 넣었습니다. 누군가가 이 책에
수록된 마술 중 하나를 떠올렸을 때, 마술의 이름보다 책의 제목으로 기억되기
를 원해서 모든 마술의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뜻깊은 일이라며 아무 대가 없이 책 편집을 도와준 아르카나의 박중수 님, 책


표지 디자인을 도와준 임태상 님, 책에 삽입된 사진을 촬영해준 정희수 님, 준
원이를 책 표지로 사용하게 해주신 준원이의 아버지 최용진 님 감사합니다.

준원이가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35
최준원
2022년 5월 25일 초판 1쇄 발행

지은이 PH
사진 정희수
편집디자인 박중수

이 책은 판매용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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