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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갈월(갈울)마을 이야기

월이를 기다리는
호랑이 바위
월이는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산속
우물가에서 깨끗한 물을 떠다가 당집(신을
모셔두는 곳)에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마을에 큰 굿이 벌어지는 날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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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가 찬바람을 맞으며 추수가 끝난 마들평야를 지날
때였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끄응’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니 길가 풀숲에 호랑이 한
마리가 심하게 다쳐서 쓰러져 있지 뭐예요.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퀄퀄 쏟아지고 있었어요.

아이 가여워라.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니? 내가 약을 가지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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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월이는 창고에서 송진을 조금 꺼내
호랑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러고는 호랑이의 상처를 살핀
후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줬어요. ‘끙끙’ 신음 소리를 내는
호랑이가 가여워서 월이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참 용감한 호랑이구나, 많이 아팠지? 오늘은 마을에 큰 굿이


있는 날이야.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렴.

월이는 호랑이의 등을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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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의 어머니는 무당입니다. 월이의 친부모님은 월이가
아기 때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의 양어머니가 월이를
키워주셨어요.

그래서 월이는 5살 때부터 어머니의 무당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머니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칼춤을 추는 동안에도 전혀 굿판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월이의 머릿속은 온통 호랑이 걱정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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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 끝난 다음 날 새벽, 우물가로 달려간 월이는 큰 소리로
호랑이를 불렀습니다.

호랑아, 호랑아! 어디 있니?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호랑이가 풀숲에서


뛰어나왔습니다. 월이는 호랑이가 너무나 반가워서 와락
껴안았어요.

상처가 많이 나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다음부터는 다치지 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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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부터 월이와 호랑이는 매일같이 우물가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단짝 친구가 됐거든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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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쩌죠?
월이와 호랑이가 헤어져야만 한데요. 월이 어머니가 원인
모를 큰 병에 걸려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홀로 남겨진 어린 월이를 무당의 딸이라며 구박하고
받아주지 않았어요. 돌봐줄 친척 한 명 없는 월이는 어쩔 수
없이 절로 들어가게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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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떠나기 전날 밤, 월이는 호랑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호랑아, 나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돼야 해. 너도 이제 우물가로


내려오지 말고 네 갈 길을 가렴.

갑작스러운 이별, 월이와 호랑이는 너무나 서글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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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월이가 떠난 후에도 호랑이는 우물가로 내려와 계속
월이를 기다렸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여웠던지 동네
할머니 한 분이 호랑이를 달랬습니다.

호랑아, 왜 이렇게 슬피 울고 있니? 이제 그만하고 산으로


돌아가렴.

호랑이가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은 걸까요? 그다음 날부터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호랑이가 산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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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월이를 기다리던 호랑이가 우물가에 앉아 돌이 되어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겁니다. 수
백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물가에는 집채만 한 호랑이
바위가 월이를 그리워하며 꿈쩍 않고 앉아있답니다.

한 뼘 더 높이

호랑이 바위는 지하철 마들역과 수락산역 사이, 노원초등학교 뒤


쪽에 있습니다. 현재는 호랑이 바위의 신비한 힘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서 소원을 빌거나 굿을 벌이는 장소로 이용된다고 해요.

호랑이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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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숨과 용이의 미래를 맞바꾼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 손녀 황부자 황부자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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