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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
목차
1. 원작 비틀기
2. 깨어진 순정
3. 편입생
4. 예쁜 복숭아
5. 충견
1. 원작 비틀기
발정한 오메가가 괴로움에 찬 비명을 질렀다. 알파 페로몬에 질퍽해진 내부는 아무런 저항감 없이 그것을
받아 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게 들어와 미끄덩한 애액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수치심에 어깨가 붉게 물들었다.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촘촘하게 입맞춤이 쏟아졌다. 여우희는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심술이 난 여진우는 손바닥으로 여우희의 엉덩이를 강하게 때렸다.
짐승끼리 흘레붙듯 엉덩이만 치켜세우고 있는 자세가 흐트러졌다. 여우희는 얼굴을 침대 시트에 문지르며
고통에 차 울었다. 매끈한 피부에 남은 손바닥 자국을 여진우가 움켜잡고 강하게 주물렀다.
여진우가 그의 뒷머리를 붙잡고 고삐처럼 잡아당겼다. 눈물에 젖은 얼굴은 눈가가 새빨갛게 짓물러 있었다.
여진우의 입술이 여우희의 귓가에 다가왔다. 혀가 귓바퀴를 훑고는 귓구멍으로 파고들었다.
“흡. 흐. 흑.”
“드디어…….”
“아!”
“안 돼. 흑. 형. 안 돼요.”
“왜 안 되는데. 내가 내 것 임신시키겠다는데.”
“넌 절대 나한테서 못 벗어나.”
“사랑해, 우희야.”
***
클럽 안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웠다. 여느 클럽과
다름없는 광경이지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정신없이 몸을 흔드는 클러버들이 다 남자라는 거였다.
댄스 플로어를 지나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우희는 괜히 알은척하는 남자들을 지나쳐 SM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룸으로 내려갔다. 한 마스터를 선택해 BDSM 커플을 맺으면 매번 상대를 찾지 않아도 될
텐데, 아직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을 수 없었다.
테이블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는 남자들이 은밀한 눈길을 보냈다. 어쩌면 우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죽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장이라도 자신에게 다가올 것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이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남자를 발견했다.
“헉, 나. 나? 정말 나랑요?”
“뭐 해요.”
“플레이 안 할 거냐고요.”
남자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는 바짓단에 손바닥을 문질러 땀을 닦았다. 우희는
짜증을 참고 지하철 의자에 앉았다. 남자가 옆자리에 바짝 다가와서 자신 쪽으로 얼굴을 숙였다. 초면부터
키스하려고 들다니 엄청난 비매너다.
“아, 씹. 뭐 하냐고요.”
“어떤 설정으로 할래요? 지하철 치한? 평소 따먹고 싶었던 부하 직원을 발견한 과장님?”
“지하철 치한이요.”
멍청하게 굴어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자신의 허리를 움켜잡은 그가 엉덩이골에 발기한
것을 문질렀다. 거구의 남자에게 가짜 지하철 문까지 밀려났다. 귓가를 간질거리는 헐떡임이 끈적거리고 뜨거웠다.
아무리 다른 것들이 완벽해도 좆까지 완벽해야 마스터로서 권위가 서는 것이다. 우희는 얼른 안전어를
외쳤다.
“고구마.”
“어? 어?”
헐. 대박 반전;;
미친 미친 미친.
혼란의 도가니탕.
***
“헉. 이게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환생? 그러면 말이 안 되는데. 갓난아기가 아니잖아. 빙의네, 빙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빙의야. 그래도 부잣집 같은데 잘된 건가? 아니야. 진짜 꼬맹이는 어쩌고 그 몸을 빼앗아.
나 악령이 된 건가?”
“도련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아빠랑 같이 밥 먹으려고요.”
그녀는 여우희가 여 회장의 아이라고 했다. 유전자 검사를 위해 아이의 상피세포를 채취했고, 99.9%
부자 관계라는 결과지를 받아 들게 되었다. 갑자기 여섯 살이나 먹은 아들이 생겨 버린 것이다. 많이 당혹스럽고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친아들인 여진우는 여우희가 꽤 마음에 드는지 옆에 끼고 놀아 줬다.
아내는 여우희를 탐탁지 않아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각인한 알파가 다른 오메가와 낳은 아들이었다.
아무리 천사같이 착한 그녀라도 아이를 사랑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여 회장은 굳이 아내와 여우희가 친하게
지내길 강요하지 않았다.
***
“형, 형아.”
“그래, 잘 잤어?”
겁먹은 아이가 커다란 눈으로 눈물을 우박처럼 떨궜다. 하도 울어서 부르튼 뺨은 빨갛게 익고, 코가
막혀서 입으로 쌕쌕 숨을 몰아쉬는데 이거 참 큰일이다 싶었다. 저렇게 예쁘게 우니 앞으로 자신이 얼마나 울리고
싶겠는가.
그는 우는 여우희의 눈물을 다정하게 닦아 줬다.
“네, 흑.”
***
‘응.’
‘네에.’
‘히히. 네.’
‘우희야, 이제 네 방에 가서 자야지?’
‘우희도 방이 있어요?’
‘여진우. 이게 무슨 짓이야.’
‘동생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그렇지. 그딴 짓은 나중에 좋아하는 오메가가 생기면 해라.’
전보다 더 꼼꼼히 여우희를 이불로 돌돌 만 여진우가 새끼를 지키는 살쾡이처럼 사나운 눈빛으로 여
회장을 노려봤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여진우는 계속 방에 여우희를 가둬 둘 수
없었다.
그러기 전까지 그는 여우희가 잠든 시간에 방을 찾아가 코코 귀여운 소리를 내는 모습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여우희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혹시 아가가 침대 밑에 굴러떨어졌나
바닥에 엎어져서 살폈다. 옷장을 열어 보고 화장실도 확인했다.
‘이게 뭐야.’
유치원에서 여우희가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밤마다 내일 아침을 걱정하지를 않나, 아내가 사 줘도
가지고 놀 줄 몰랐던 장난감을 마치 미끼처럼 들고 다녔다.
‘진우야, 난 네 아버지다.’
‘그래서요.’
‘우희는 네 동생이야.’
당장이라도 나이프를 들고 그에게 뛰어들 것만 같았다. 동생이란 단어를 오메가로 바꿔서 부르면 불륜
현장을 잡아낸 알파의 외침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여 회장은 아닐 거라고 현실을 부정했다.
여우희가 오메가로 벌써 발현이라도 한 걸까? 하지만 아무런 페로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은 왜 이렇게 바뀌었단 말인가. 왜 여우희를 자기 오메가라고 인지해 버린 걸까?
그는 여진우가 아직 어리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했다.
아니라면 여우희를 보육원에 보내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완벽한 우성 알파 아들을 되돌려놔야 했다.
어디서부터 이 광증이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지독한 집착과 광기를 잠재울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다.
***
“네? 저 아픈 데 없는데요?”
정신과 의사는 갑자기 생긴 동생 때문에 여진우의 마음에 상처가 생겨 그 반발심으로 집착하는 거라고
했다. 완벽한 헛소리였기에 귀담아듣지 않고 집으로 곧장 돌아왔다. 그런데 여우희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볼 수 있게 현관 앞에 서 있으라고 했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와서
그런 것 같았다. 여우희는 아직 아가이고 다리도 짧고 가느니까 오랫동안 서 있기 힘들 거다. 그가 이해하기로
했다.
“뭐야. 어디 있어.”
혹시 자신의 방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고 가 있는지 몰랐다. 자신의 방까지 달렸다. 그러나 방에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실성한 사람처럼 보이는 도련님의 모습에 놀란 사용인들이 사모님을 부르러 갔다. 김민정은 방에서 나온
아들의, 핏줄이 불거진 흰자를 마주했다. 섬뜩한 눈이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여우희 어디 있어?”
“말해!”
“…….”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책상에 앉아 숙제하고 문제집을 풀었다. 식사 시간에는 식당에 내려가 얌전하게
부모님과 밥을 먹었다. 그들은 눈치를 보며 자신의 기색을 살폈다.
“왜요?”
“안 괜찮을 건 뭐가 있겠어요.”
“으으으. 으으으.”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희야, 여우희. 어째서 그 아이가 없으면 괴로운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우희는 그가 태어날 때 잃어버린 반쪽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텼다. 부모님이 여우희를 보육원에서 데려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혀를
깨물고 자살하고 싶은 나날이었으나, 이를 악물고 일주일 동안 평온함을 유지하는 척 연기했다.
***
이 사건 때문에 여우희는 여 회장 댁으로 돌아가서도 부모와 사이좋게 지내지 못했다. 김민정은 자기를
적대시하는 여우희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고, 여 회장은 아내가 미워하는 사생아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아이 셋이 우르르 몰려왔다.
“맞아. 우리 말 안 들을 것 같아.”
“어쩌지?”
본명 강도희. 그는 힘든 보육원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이곳을 탈출해 훗날,
도희원이 된다.
어두운 술집 골목에 쭈그리고 있던 그를 양아버지가 줍는다. 소설에서 도희원은 그 술주정뱅이를
뒷바라지하느라 인간쓰레기가 되어 같은 학교 학생들한테 금품을 갈취하고 온갖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우희를 알아본 도희원은 그의 부모가 보육원에 데리러 왔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과거를
후회한다. 만일 그때 자신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자신도 친아버지를 만났을까 하고. 그래서 수소문 끝에 도희원은
뒤늦게 자기 아버지를 찾는다.
도희원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자기가 아들을 버렸다는 죄책감으로 마약과 술에 찌들어 죽어 가는 중이었다.
그는 조직을 정비하고 보육원에 찾아갔으나 아들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그 어디에서도 행방을 찾지 못했다. 보스
노릇까지 내팽개치고 아들을 찾아다니다 그 지경까지 간 것이다.
도희원은 그 사실을 여우희에게 말하며 그때 자신이 보육원을 도망치지 않았어야 했다고 고백하며 자기
정체를 밝힌다. 여우희는 도희원을 인간 취급하지 않았기에 ‘그래서 어쩌라고. 이 쓰레기 새끼야.’라고 말해
죽도록 얻어터진다.
강도희의 아버지는 흑곰파 보스였다. 그러나 조직에 반란 세력이 생겨 목숨을 위협받게 되었다.
신입은 과거의 강도희처럼 부모를 믿었다. 그런 여우희가 자신처럼 느껴져 미련하고 화났다. 그는
주먹으로 여우희의 머리통을 때렸다.
“아야.”
“너도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포기하지 마. 무언가 사정이 있어서 늦으시는 걸 거야.”
“……내가 왜 그딴 걸 너랑 내기해.”
여우희는 보육원에서 제일 조그마한 아이에 불과했지만 대학생 영혼을 가지고 있었기에 집단따돌림을
보고도 겁먹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뭐 초등학생들이 괴롭혀 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무시가 담긴 오지랖이긴 했다.
“야, 손봐 주자.”
식사가 끝나고 강도희가 여우희의 식판까지 챙겨서 반납했다. 여우희는 잽싸게 자신을 예뻐하는
선생님에게 달려갔다.
여우희는 자신의 외모가 엄청난 무기라는 걸 알았다. 선생님의 소매를 붙잡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선생님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며 같이 슈퍼에 다녀오자고 했다.
슈퍼에 도착한 여우희는 빵 앞에서 “우웅~ 우웅~.” 하며 예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여우희는 크림빵 하나를 들어서 선생님을 빤히 올려다봤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일했으나, 그녀는
여우희에게 빵을 사 주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우와! 정말요? 선생님, 우희는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요.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천사 같고
예쁜 분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여우희의 포로가 되었다. 슈퍼 아줌마는 여우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이렇게나 예쁘게 생긴
아이가 마음씨도 착하구나, 하고 감격했다.
“대박. 맛있겠다.”
“크림빵 나! 나 크림빵 먹을래.”
보육원 아이들은 비닐봉지에 달라붙어서 빵과 우유를 뒤적거렸다. 선생님은 자신을 향한 아이들의 환호에
기분이 좋아졌다. 고작 만 원도 되지 않는 돈이었기에 앞으로 종종 사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우희에 대한
아이들의 적의 또한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보 삼총사는 자존심이 상하는지 가까이 다가가지 않다가 인원수대로 샀음에도 자기들 몫이 없어질세라
뒤늦게 달려들었다.
강도희는 보육원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여우희가 이곳을 점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폭력과 폭언을
사용하지 않아도 모두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 아이의 말을 들어줬다.
“도희 너도 먹어야지.”
“아니야, 난 너 먹는 것만 봐도 좋아.”
“아, 해.”
“…….”
“어서.”
강도희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여우희는 속으로 이때쯤이면 집에서 데리러 오겠구나 셈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싸구려 소시지 따위 대기업 회장님 댁에 들어가면 먹을 일도 없을 반찬이었다.
“우희야?”
여우희는 앉은뱅이 식탁에서 일어났다. 강도희는 불안한 눈으로 그런 여우희를 쳐다봤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가 복도에서 보육원 원장과 대화하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말라고.”
“우린 다시 만날 거야.”
“어?”
강도희의 죽은 눈은 익숙한 아버지의 냄새에 생생히 살아났다. 전율이 일었다. 여우희의 말처럼 계속
기다리니까 정말 데리러 왔다.
***
“죄송해요.”
순식간에 사용인을 악당으로 만든 여우희는 손걸레를 들고 계단에 엎어져서 닦았다. 여 회장은 여우희를
보육원에서 데려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잠시 집에 들렀다가 손걸레질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지.”
“아빠.”
“그만해. 이딴 걸 네가 왜 해!”
여 회장은 진심으로 화가 났다. 아무리 반쪽짜리여도 그의 피가 흐르는 아들이었다. 그런데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한다니!
“아.”
여우희에게 집착하는 여진우 때문에 그는 아내가 아이를 버리는 걸 허락했다. 그러나 여진우는 곧
정상적으로 돌아왔고, 자신의 아이를 버린 게 마음에 걸려서 다시 데려오게 했다. 일주일이란 시간은 몹시
짧았지만 여우희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 준 것이다.
“이게 무슨.”
그녀는 남편이 사생아에게 용서를 비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여 회장은 여우희의 손에서
손걸레를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 아이를 번쩍 안아 들고 방에 데려다주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친절하게 살았던 그녀였지만 다른 오메가와 낳은 아이에게 잘해 주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가 자신과 각인을 한 알파였기에 더욱 그랬다.
김민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 네일아트를 받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 기어이 피를 냈다. 분홍색
립스틱을 곱게 칠한 입술이 이 사이에서 짓이겨졌다. 머릿속에서 흉흉한 상상이 재생되었다.
화초처럼 곱게 자란 김민정은 여우희가 미워도 미워할 수 없으며, 이제 자신의 아들로 키워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을 쥐어뜯었다.
“흐흐흑. 흐흑.”
사생아라니.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그런데 얼굴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이마에 축축한 수건이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그래.”
여우희는 조금은 마음을 연 듯 보이는 김민정 몰래 씨익 웃었다. 귀엽게 생긴 어린아이라 그런지 약발이
잘 먹혔다. 김민정이 여린 성정의 오메가라 더욱 그런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이렇게나 착한 그녀가 여우희를
미워했던 걸 보면 역시 소설에서처럼 문제아 노선을 타서는 안 된다.
순조롭게 김민정을 자신 편으로 끌어들인 여우희는 물 받은 대야를 들고 나가다가 일부러 바닥에 엎어졌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김민정의 눈치를 봤다. 그녀가 사용인을 불러서 젖은 바닥을 닦게 했다.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우희가 배 아야 했어요.”
한 달? 그럼 엄청난 중상 아닌가?
김민정은 여우희를 와락 끌어안았다. 자신의 알파와 러트를 보낸 사용인은 증오하지만, 이 아이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녀는 평생 그 과거를 잊을 수 없겠지만 여우희만큼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
학교에서 돌아오니 기적처럼 여우희가 거실에 앉아 있었다. 여진우는 당장 여우희를 끌어안고 뽀뽀를
퍼붓고 싶었다. 다시는 사라지지 말라고 자물쇠가 달린 철창을 준비해 넣고 싶었다.
여우희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보육원에서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아가가
이렇게 성숙해 버렸을까. 그는 손톱에 난 거스러미를 뜯어내 기어이 피를 냈다.
***
설마!
“네에.”
“잘못한 짓이에요.”
여진우가 자기 책상에 가서 의자를 꺼냈다. 여우희의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다. 미친. 이렇게 맛 좋은데
안 먹으라고? 어떻게 안 먹고 배겨.
악역 수가 여진우를 탐내서 나태준을 괴롭힌 탓에 감옥에 갔건만 이렇게 완벽한 이상형을 어떻게
놓치겠는가. 너무 떨려서 손까지 달달 떨렸다. 자신이 겁에 질린 줄 알고 여진우가 형 화 많이 안 났다며 등을
쓸어 줬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가 펴 주는 노트에 삐뚤빼뚤 ‘형아 사랑해.’를 적었다. 여진우는 자신이 깜지를
쓸 동안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옆에서 감시했다.
여우희는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엉덩이를 들썩이며 글씨를 썼다. 백 번이라는 엄청난 횟수에 연필을 잡은
손가락이 떨어질 것처럼 저리기 시작했다. 잠시 연필을 놓고 손을 흔들었다.
“손 아파?”
“네에.”
완벽하게 자신을 옥죄고 소유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눈앞에 있었다. 거기다가 여진우는 자신을 이복형제로
알고 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게만 만들면, 억지로 가지려고 드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에게는 잠깐의 플레이가 아닌 삶 자체가 종속되어 끌려다니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태준은 괴롭히지 않으면 그만이고 회사는 아예 발걸음 하지 않으면 된다. 이런 매력적인 환경에서
순순히 물러나는 건 목줄을 보고도 개처럼 끌려다니고 싶어 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2. 깨어진 순정
“잘 잤니?”
“얼른 씻고 나와.”
“일어나셨어요. 도련님.”
“전주댁, 우리 우희 홍삼 가져와.”
“예, 사모님.”
전주댁이 ‘키가 쑥쑥 어린이 홍삼’이라고 적힌 포장지를 뜯어서 유리컵에 담았다. 여우희는 이미 174
라는 평균에 가까운 가졌음에도 우성 알파라고 집에 사기를 쳐 놓은 탓에 부모님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휴.”
우성이 아닌 보통 알파로 형질을 속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지속해서 가짜 검사지를 공급하려다 보니, 쉽게
얻을 수 있는 여진우의 형질을 따르게 되었다.
이곳은 14 세부터 1 년마다 학교에서 형질 검사를 했다. 19 세까지 계속 검사를 받는데 혹시 모를 오진을
걸러 내기 위해서였다.
유혹에는 노출이 최고지만 아쉽게도 그 스킬은 사용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지난여름에 짧은 반바지 좀
입었다고 온 집 안이 떠내려가라 여진우가 화를 낸 탓에 그 문제는 여 회장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자신이 핫팬츠를 입은 것도 아니고 고작 동그란 무릎이 드러나는 길이의 반바지를 입은 건데 말이다.
그걸 보면 또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해서 흡족하긴 했다.
목련이 핀 교정을 걸어서 인문대 건물로 들어갔다. 너무 공부를 잘한 탓에 명문대인 청하대학교에 입학해
버렸다.
“안녕.”
“우희 왔어?”
“미안해, 민철아. 경수랑 석진이가 일부러 나쁘게 말하려던 건 아닐 거야. 아마 속으로는 너희가 훨씬
잘생기고 예쁘다고 생각할걸. 어떻게 알파가 오메가보다 예쁘겠어. 그냥 나 놀리려고 그런 거야.”
아무리 페로몬을 숨기고 형질을 사기 쳐도 본능적으로 알파들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고, 오메가들은
질투를 느꼈다. 민철이가 기분 나쁘다며 한 소리 하고는 제자리에 앉았다. 친구들이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어깨에
팔을 올렸다.
가깝게 다가온 입술이 민철이 새끼 못생긴 게 성질 나쁘다며 험담을 늘어놓았다. 여우희는 대꾸해 주지
않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체육 강사가 들어오자 우희의 책상을 둘러싼 알파 친구들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떠났다.
여우희는 자신의 가슴을 보고 싶어서 환장하는 알파 친구들이 한심해서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다고
넘어갈까 보냐. 자신이 봐도 뭔가 음란한 구석이 많은 가슴인데 알파들이 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거다.
이딴 허접한 알파들에게 주려고 구멍에 거미줄 치도록 지키는 게 아니었다. 자신을 협박하며 첫 개통을
시켜 줄 여진우가 먹어야 해서 미개봉으로 놔둔 거였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려 어떻게든 가슴을 보려고 드는
알파 친구들의 말을 무시하며 청바지 지퍼를 내렸다.
순간적으로 소름이 오싹 돋았다.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모른 척하며 뻣뻣한 손으로 청바지를 내렸다.
검은 드로어즈와 하얀 다리를 본 알파들이 앞섶을 두둑하게 부풀리고는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았다. 얼른 체육복
바지를 챙겨 입었다.
“목 돌리기도 잘하네.”
‘펠라 잘하겠네.’
“뜀뛰기 엄청 높게 뛴다.”
‘구멍으로 좆 물고 잘 뛰겠다.’
큰일이었다. 구멍에서 왈칵왈칵 애액이 흘러나왔다. 아침에 이미 망상을 해 축축하게 젖은 패드였다.
애액을 잔뜩 흡수한 그것이 묵직해지는 게 느껴졌다. 알파 친구들이 코를 킁킁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 나 아니야.”
김민철은 수치심에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채 장경수를 살폈다. 장경수가 그를 깔보는 시선으로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체육 강사가 말했다. 오메가 친구들이 울음을 터트리려는 김민철에게 와서 괜찮으냐고 물었다. 하지만
정말 그가 아니었다. 히트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침에 억제제까지 먹고 왔다. 김민철은 그에게 누명을
씌운 여우희를 째려봤다. 우성 알파가 보낸 눈짓 하나만으로 김민철은 칠칠치 못한 오메가가 되었다.
“나 아니라고.”
“뭐?”
김민철은 그쳤던 울음을 다시 터트리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우희! 그 여우 같은 새끼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낼 거다.
***
여우희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강당 화장실로 향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지 확인하고
오메가 전용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청바지를 내렸다. 드로어즈를 내리고 묵직한 패드를 떼어 냈다. 투명한
애액으로 범벅이 된 그것을 돌돌 말아서 휴지통에 버렸다. 끈적거리는 엉덩이골을 휴지로 닦아 내고 드로어즈에
새로운 패드를 붙였다.
“휴, 큰일 날 뻔했다.”
아무래도 곧 히트가 올 것 같다. 핸드폰으로 캘린더 어플을 켜서 확인했다. 역시나 일주일 뒤가 주기였다.
아직 억제제가 남아 있지만 다섯 알뿐이라 그것만으로는 히트를 버틸 수 없었다.
알파 친구들이 여진우를 욕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여진우는 아주 별난 형으로 낙인찍혀 있었다. 초중고
시절 내내 여우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집에 돌아가야 했다. 형이 영상 통화를 걸었을 때
방 안이 아니면 엄청나게 혼나기 때문이었다.
***
“응. 고마워.”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화장실에 들어가는 척했다. 친구들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학생회실로 빠르게 경보를
해서 돌아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우희는 총무 이은수가 놔두고 간 가방을 열어서 억제제를 찾았다.
‘하아, 다행이다.’
자신도 여진우의 감시만 아니었어도 다른 오메가의 억제제를 훔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 집, 학교만
오가야 하는 상황에서 제 형질을 아는 조력자 없이 억제제를 구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장경수가 벌떡 일어나서 김민철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 여우희를 비웃은 김민철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나는 내 마음대로 웃지도 못해? 그리고 세상이 여우희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나도 내
친구들이랑 대화하다가 웃을 수 있거든.”
김민철의 비꼬는 어투에 장경수가 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굴었다. 여우희는 장경수의 팔뚝을 잡아당겨
간신히 둘을 떼어 냈다.
“미안.”
“얘들아, 가자.”
“왜? 같이 가자.”
오메가 주제에 이렇게나 멋지다니. 여우희는 겁에 질린 척 어깨를 가녀리게 떨며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친구들이 당황해서 김민철을 쳐다봤다. 아무리 여우희가 우성 알파라고 형질을 사기 쳤더라도
그는 여전히 OL 그룹 자제였다.
나중에 회장님의 분노를 사서 그들의 집안이 다 망할지 몰랐다. 겁에 질린 오메가들은 여우희의 눈치를
보며 친구를 말렸다.
앞으로 이 영상을 지우지 않고 자신을 협박해 줄 걸 생각하니 엔도르핀이 샘솟았었다. 그런데 이 멍청한
오메가들이 기껏 얻은 영상을 그 자리에서 지우고 핸드폰을 확인까지 시켜 줬다. 뭐 이렇게 착한 녀석들이 다
있나 한심했다.
“으응.”
편입은 무조건 지하대로 가야겠다. 지하대로 편입하려면 부모님은 물론 여진우를 설득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된다. 한국대처럼 청하대보다 좋은 명문이면 몰라도, 자신이 꼴통들 소굴인 지하대로 편입 간다고
하면 무조건 반대할 게 분명했다.
보육원에서 자신을 구해 줬던 친구를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는 설정으로 가야겠다. 보육원 이야기를 꺼내면
엄마 아빠가 눈물을 펑펑 쏟겠지만 불효자는 원래 답이 없다. 가짜긴 하지만, 이미 형이랑 붙어먹기로 계획한
주제에 이런 걸로 부모님을 걱정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아니, 왜?”
***
“사실 제가 어렸을 때 헤어진 친구가 있는데, 지하대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소식을 들어서요. 제 목숨을
살려 준 정말 고마운 친구예요. 꼭 다시 만나서 학교를 함께 다니고 싶은데 교수님이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형이 무서운 분이라 저 학교 끝나면 무조건 집에 가야 해요. 그래서 학교가 아니면 그 친구랑 다시
만날 수 없어요.”
교수는 여진우 전무가 입학식 날 그를 불러서 한 명령을 떠올리며 말을 줄였다. 자신은 여우희에게
연애시킬 생각이 없으니, 수상한 낌새가 보이면 즉시 말해 줄 수 있겠냐고 했지. 그 역할을 잘해 내면 보상을 줄
거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을 줄 거라며 현찰 1 억 원을 건넸다.
교수는 심적으로 흔들렸다. 불쌍한 여우희의 앞날을 생각하면 절대 똥통 학교로 편입을 보내면 안 되는데,
여진우 전무가 일요일마다 불러 제대로 관찰 일지를 쓰지 못했다며 화풀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교수는 고작 그딴 이유로 똥통 대학교로 편입을 하겠다고 조르는 여우희를 더 이상 설득하지 않기로 했다.
여진우 전무의 덫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
지하대학교로 편입하는 일은 무척이나 쉬웠다. 학점은행제로 모자란 학점을 채우니 지하대학교 3 학년이
될 수 있었다. 청하대 출신인 여우희가 편입하고 싶어 하자, 직접 학과장이 그에게 전화해서 전액 장학생으로
모셔 가겠다고 했다.
학과의 특성상 3 학년은 실습을 해야 하는데 기초가 아예 없는 편입생이 잘 적응할 리 없었고, 그래서
학과장이 1 학년 수업부터 들으라며 배려해 줬다. 잘하면 지금 패션디자인과 1 학년인 나태준과 마주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더 자. 아직 일러.”
“조금 전에 왔어.”
혼자서 등교할 생각이었는데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하나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던 여진우의 얼굴에서 금이 가는 환상이 보였다. 머리를 쓰다듬던 손길이 멈췄다.
여우희는 꿀꺽 침을 삼켰다.
“죄송해요.”
“도희랑 같이 학교 다닐 거예요.”
“형, 잘못했어요.”
여우희는 어떻게든 용서를 받으려는 사람처럼 그의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볐다. 여진우는 귀여운 동생의
애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인에게 1L 생수를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여우희는 벌을 받기도 전에
세상이 끝난 것처럼 오열했다. 여진우는 사용인에게 생수병을 받으며 방문을 잠갔다.
그제야 그 누구도 자신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은 여우희가 얌전하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입 벌려.”
빨갛게 달아오른 눈가와 콧등, 광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도 울어서 코가 막혔는지 살짝 입을 벌리고
숨을 헐떡거렸다. 여진우는 우는 모습이 예쁘기 그지없는 동생을 보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 줬다.
어렸을 때부터 알아봤다. 자신의 것이 울 때 얼마나 예쁜지. 그래서 앞으로 자신이 무진장 울리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이리 되었다.
“아니, 아니에요.”
놀란 여우희의 어깨가 화들짝 튀어 올랐다. 고개를 내저으며 동그란 눈을 들어 여진우의 눈치를 살폈다.
착하고 순하고 공부도 잘하는 완벽한 동생이었다.
“뭐 해. 형 출근 준비 해야 해. 얼른 마셔.”
“흡. 흣. 훌쩍.”
“아니에요.”
싫은 주제에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거짓말이 들키지 않을 줄 아나 보다. 거짓말을 더럽게 못한다.
그는 침대 위에 걸터앉아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니요.”
귀엽기도 하지.
“이리 올라와.”
그는 여우희의 자세를 교정해 줬다. 등을 그의 상체에 기대게 하고, 다리는 M 자로 벌리게 하고 오금에
팔을 걸어 고정했다. 여우희가 불편하다며 칭얼거렸다. 여우희는 모르지만 앞으로 시도 때도 없이 침대 위에서
취해야 할 자세였다.
여진우는 동생이자 같은 알파인 여우희에게 발정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방학
때마다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도 이 병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형. 흐. 나. 나 오줌 마려워요.”
이 자세로는 조금만 시선을 내려도 가슴에 찰싹 달라붙은 실크 잠옷이 한눈에 보였다. 젖어서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야한 꼴이었다. 잠옷 상의를 찢어 버리고 우리 우희의 젖이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다.
“쉬. 쉬.”
그는 여우희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백색소음을 들려줬다. 가뜩이나 오줌이 마려운데 배뇨를
부추기는 듯한 소리까지 들려오자 여우희가 엉엉 큰 소리로 울었다. 여진우는 말랑말랑한 귓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다시 ‘쉬~.’ 했다.
“으으응. 안 돼. 안 돼.”
“흐응. 읏. 으으.”
마치 뒤로 애액을 흘리는 오메가처럼 감미로운 콧소리를 냈다. 여진우는 오줌을 다 싼 여우희를 일으켜
세웠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눈물을 닦아 내는 게 영락없이 그의 보호를 요하는 오메가의 모습이었다.
“형, 보지 마세요.”
여우희가 허벅지 사이를 붙이고 분홍색 좆을 손으로 숨겼다. 여진우는 잠옷 상의를 들쳐서 보다 잘
보이게 했다.
“뭐 어때. 형한테 숨기는 거 있으면 안 돼. 우희가 형한테 숨기는 거 생겨서 혼났잖아. 그런데 아직도
숨기고 싶은 게 있어?”
“아, 아니요.”
“하아.”
단추가 한 개씩 풀릴 때마다 잠옷이 벌어지며 뽀얀 우윳빛 피부가 드러났다. 잘록한 허리와 귀여운
배꼽이 보였다. 그가 좆을 넣어 주면 이 아래가 불룩해져 존재를 알릴 터다. 오메가들의 자궁이 위치한
자리이기도 하다. 손으로 그 소중한 부위를 둥글게 쓰다듬어 주고 단추를 마저 풀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탐스러운 가슴이 있었다. 여진우는 손으로 덥석 여우희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부드럽게 뭉크러지는 가슴 감촉에 소름이 돋았다. 젖을 내기 위해 존재하는 오메가의 가슴처럼 말랑말랑하다.
이런데 알파일 리가 없다.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분홍색 유두를 본 순간 참을 수 없었다. 덮치듯 여우희를 바닥에
넘어트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형, 형아!”
여우희가 발로 바닥을 파닥파닥 두드리며 반항했다. 여진우는 여우희의 가슴에 달라붙어 젖꼭지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한 침이 입 안 가득 고였다.
“읏. 형! 형 싫어요!”
여우희가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렸다. 여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여우희의 다리를 벌려 냈다.
그의 밑에 깔려 무기력하게 눈물만 흘리는 가여운 동생을 보며 바지 지퍼를 내리던 찰나였다. 잠가 둔 방문이
열렸다.
그는 활짝 웃으며 여 회장을 도발했다. 인생의 절반을 정신병원에 갇혀서 지냈다. 그곳은 그의 광기를
억누를 수 있는 치료소가 아닌, 온종일 여우희를 떠올리게 하는 생각의 방일 뿐이었다.
여진우가 찢어진 입가를 손으로 문질러 일부러 상처를 더 찢었다. 여 회장은 첫째의 반항심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여 회장은 이 미치광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사용인을 불러 여진우를 정신병원에 가두라고 했다.
여진우는 자동차 뒷좌석에 밀어 넣어져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정신병원 가는 길을 차창 너머로 바라봤다.
“하아.”
운전기사는 여진우 전무의 혼잣말을 듣고 소름이 돋아 얼른 룸미러를 향했던 시선을 치웠다. 여진우가
하하하 큰 소리로 웃었다.
***
불투명한 유리에 동그란 분홍색 구멍이 들러붙었다가 떨어질 때마다 찐득거리는 애액이 쏟아져 나왔다.
허벅지 사이로 흘러내린 점액질은 느릿느릿 안쪽을 기어가다가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 으으.”
밖에서 여 회장과 여진우가 싸우고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 놓고 신음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탐스러운
복숭아 같은 엉덩이가 연신 유리 벽에 짜부라졌다가 탄력 있게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흣.”
“아빠, 형은 어디 갔어요?”
설마 진짜 정신병원에 보낸 건 아니겠지?
그럼 또다시 동생을 자기 오메가처럼 지독하게 통제하며 집착했다. 우성 알파의 무서운 성격과 흉포한
페로몬에 이 집안사람들은 꼼짝을 못 한 채 숨을 죽이며 살아갔다.
여우희가 보육원에서 돌아온 뒤, 얼마나 그들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했는지 알기에 여 회장과 아내도 불쌍한
둘째를 품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지금도 미움받을까 봐 고개를 푹 숙인 채 샤워 가운 밑단을
만지작거리는 여우희다. 인간이라면 아무리 내 새끼가 귀해도 여우희를 내칠 수는 없었다.
“네?”
“네에, 흑. 알아요.”
“그래.”
“전주댁, 우리 여희 홍삼 가져와.”
“예, 사모님.”
“뭐! 그게 무슨.”
여우희는 제 발끝을 노려보며 눈물을 짜냈다. 여진우가 자신을 따먹을 것처럼 굴어 놓고 미국으로 떠난
걸 떠올리니까 금방 울 수 있었다.
보육원 원장이 정부 보조금을 빼돌려 아이들은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선생들도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해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했으며, 그러한 환경에서 지낸 아이들은 약한 아이들한테 집단 폭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3. 편입생
그는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탈 것처럼 생겼다. 아니다. 우유를 난잡하게 입가로 흘리며 마실
음란한 오메가처럼 생겼다.
각기 다른 인상으로 봤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편입생이 무척이나 단아하면서도 청초한 미인이라는 거였다.
강성태는 맛있는 먹이가 제 발로 기어 들어왔다며 입맛을 다셨다.
저것을 화장실로 끌고 가 발가벗기고 좆질을 하다가 부하들이랑 돌려먹을 거다. 동영상 촬영을 해 두면
그가 부를 때마다 달려와 정액받이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강성태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강간 따위로는 처벌받지 않았다. 수많은 오메가들이 그의 아이를
배고 낙태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는 책상 아래 넓게 벌린 다리를 달달 떨며 가운데를 불룩하게 세웠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청하대학교에서 김민철 패거리에게 순한 맛으로 괴롭힘당했을 거다. 눈물을
머금고 화장실에서 우연한 만남을 가장해 양아치를 만나 보기로 했다. 원래 이런 똥통 학교에 오면 괜히 못 본
뉴페이스를 오줌 싸던 불량배가 툭툭 건드리며 시비 거는 게 클리셰이니 말이다.
“가시죠.”
“다가오지 마! 떨어져!”
경호 팀장이 머뭇거리다가 회장님께 연락을 드리겠다며 핸드폰을 잡았다. 여우희는 회장님이 통화하고
싶어 한다는 말에 얼른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괜찮아요. 얼른 가세요.”
“나 화장실 좀 가자고요.”
두근두근 떨리는 심정으로 오줌 지린내 나는 화장실을 두리번거렸다. 소변기 앞에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싸고 있던 불량한 알파들이 입에 담배를 문 채 여우희를 쳐다봤다.
“와, 씹. 존나 꼴리네.”
“이 뉴페이스는 뭐야.”
피우던 담배를 퉤, 뱉어서 화장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린 그들이 싱글벙글하며 우희에게 걸어왔다.
우희는 겁에 질린 척 오들오들 떨며 발걸음을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뭐야. 거기 누구야!”
“괜찮아?”
“아. 응.”
“난 나태준이라고 해.”
“어…… 나는 여우희.”
“그럼 너는?”
“난 사물함에 또 있어.”
여우희는 소설과 완전 다르게 진행된 강도희와 나태준의 관계가 신기했다. 여우희가 돈으로 도희원을,
그러니까 현재의 강도희를 매수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된 거였다. 강도희는 어릴 때도 남 챙기는 걸 좋아하더니
그대로 잘 자란 듯싶었다.
“왜?”
“뭐? 말도 안 돼. 아, 미안.”
“야, 너 지금 얼마 있어.”
“으응.”
***
‘우희야, 거기서 잘 지내? 나는 네가 아직도 가끔 생각나. 넌 거기서도 천사처럼 착해서 모두의 사랑을
받겠지?’
아버지는 약속대로 보육원으로 강도희를 데리러 왔다. 강도희는 여우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아버지에게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전하길, 여우희가 교통사고로 죽었단다.
“으으. 못 해. 흣. 흑.”
***
박보윤은 지선유의 머리채를 놨다. 울고 있던 지선유는 자신을 구하러 나타난 천사를 멍하니 올려다봤다.
지선유는 자신같이 하찮고 볼품없는 존재를 아름답고 누구나 동경할 법한 여우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뛰었다.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옷 만드는 일을 그가 인정해 준 것도 감동 포인트였다.
“강도희?”
“…….”
꼭 보육원에서 만났던 그 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녀석이었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대고 알파들의 추파를
되받아친 맹랑한 오메가가 있다고 해서 어떻게 생겼나 했더니, 이렇게 생겼었구나.
헉!
***
여우희는 오랜만에 만난 강도희가 신기해서 힐끔 곁눈질로 쳐다봤다. 호랑이 동굴에 뛰어들었는데 무사히
빠져나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아쉽긴 했지만, 자신이 며칠 다녀 보니 지하대는 기회의 땅이었다.
“너…… 혹시 나 기억해?”
“우리가 만난 적 있었나?”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의무실에 도착한 지선유는 침대에 누웠다. 심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응, 고마워.”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구나.
오메가들 끌고 가서 삥 잘 뜯고.
할 말 못 할 말 구별 안 하는 무개념에 욕 잘하고.
강도희는 그대로 의무실을 나왔다. 그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멍하니 걸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복도
끝에 도착해 있었다.
“알파를 싫어한다고?”
「오늘 고마웠어!」
***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놀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생이
아닌 흑곰파 차기 후계자인 강도희는 양복을 빼입고 클럽에 출근했다.
“형님 오셨습니까.”
강도희는 흑곰파 조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클럽으로 들어섰다. 그는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지만
벌써 이태원에 있는 클럽을 맡아서 관리하는 관리자였다. 사장실에 들어가 업무를 보기 전 연락을 넣었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편히 앉아.”
“넵. 감사합니다.”
“넵. 알겠습니다.”
김두협은 우직하게 대답하고 슬쩍 강도희의 눈치를 살폈다.
“저 형님. 혹시 관심 있는 오메가입니까.”
강도희는 보고서를 기다리는 내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시계를 쳐다봤다. 두 시간 뒤에 김두협이
나태준에 대한 완벽한 보고서를 들고 돌아왔다. 일반인에 불과한 오메가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는 일쯤은 프로인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뭐?”
***
그는 그것을 열어 봤다.
“하. 하. 하.”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그 아이를 그리워하면서 산 세월이 억울해 눈물이 났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으나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안 죽었잖아.”
“네? 그게 무슨.”
“아버지가 날 속인 걸까.”
“넵.”
“알겠습니다.”
강도희는 아무것도 없는 납골 항아리를 제자리에 뒀다. 그리고 액자에 들어 있는 여우희의 어린 시절
사진을 챙겼다.
“반드시 널 지킬게.”
***
강도희는 이연두가 넘겨준 자료를 마우스로 클릭했다. 학생 명단에 있는 이름을 차례대로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패션디자인과 3 학년에서 그 이름을 발견해 냈다.
“여우희.”
안심한 강도희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여우희가 나태준의 명찰을 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진짜로 타인의 삶을 훔쳐서 사는 건 아니라는 거였다.
“여우희. 또 찾았습니다.”
민설우는 찾은 정보를 강도희의 컴퓨터로 넘겼다. 강도희는 이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여기도 여우희요”
“넵. 알겠습니다.”
김두협은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윗사람의 명령에 토 달지 않고 행동해 출세가 빨랐다.
이연두가 14 년 전 여우희의 사망신고서를 찾아보다가 그때 자료를 보고 강도희를 힐끔거렸다. 전자상으로 저장된
자료가 매우 수상했다.
“뭐야. 왜 그래.”
민설우가 강도희와 똑같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강도희는 여우희가 겪은 일에 분통이 터져서
욕하는 것이긴 하지만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고민해 봤다. 정말 여진우가 미친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단 여진우가 정신 병력이 있는지 알아보자. 혹시 있다면 뭐 때문에 무슨 치료를 받는지도. 폭력성이
강해서 치료받고 있다면 당장 그 집에서 우희를 구해 줘야 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여 회장이랑 김민정 인맥 파서 연결된 정신과 의사를 찾아낼게요. 여진우 이
새끼, 자기 이름으로 치료 안 받아요. 그랬으면 진작 소문났겠죠. 분명 아는 사람 도움받아서 몰래 치료받고
있을 거예요.”
***
폐쇄된 공간에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장소에서 유일하게 변하는 건
아홉 살 아이가 이제 스물세 살 성인이 되었다는 것뿐.
진료실로 들어온 여진우는 정신병원에 갇힌 환자가 맞나 의심될 정도로 매끈한 얼굴로 싱글벙글 웃었다.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는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사랑하는 진우 형에게.
우리 집에서 경비를 서는 아저씨들도 찾아와서 무섭게 굴어서 그런지, 지하대에 있는 무서운 학생들도
저한테 꼼짝을 못 한답니다. 하긴 우성 알파인 저를 누가 괴롭힐 수 있겠어요. 그러니까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만 편지 줄일게요.
형이 보고 싶은 우희가.」
이건 여진우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여진우와 부모, 형의 학대를 당연하게 여기는 여우희까지
한꺼번에 심리 치료를 해 나가지 않으면 절대 고칠 수 없었다.
“마치 오메가처럼요?”
“예.”
여진우는 방심하고 있던 순간에 훅, 하고 들어온 질문을 막아 내지 못했다. 당황해 풀어진 표정을 다잡고
얼른 말을 바꿨다.
초등학생 형이 동생의 사망신고를 했다. 부모는 동생을 초등학교에 보낼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 여
회장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다그치니, 여진우는 여우희가 자기 동생이 아니어야 결혼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은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 그가 증거를 보여 주자 그때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장난삼아
해 봤어요.’라는 거짓말을 했다.
“어서요. 우리 우희가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선생님도 두 눈으로 보시면 절 믿으실
거예요.”
“오!”
“…….”
“아니요. 스무 살이요.”
닥터 윤은 쉽게 넘어오지 않았다.
아무리 잔잔한 클래식을 듣고 신나는 노래를 따라 부른다고 여진우가 여우희를 포기할 일은 없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치료를 진행하는 정신과 의사도, 여 회장도 어리석었다. 그는 도망치듯 진료실을 나가 버린
정신과 의사 덕분에 핸드폰을 환자복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다.
1 인실 병실에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사랑하는 여우희에게 보이스톡을 걸었다. 그냥 전화로 걸면 로밍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한국에 있는 걸 들켰다.
-형!
“우희 안녕.”
-……네에.
“맞아. 그러니까 혼나야지. 형이 당분간은 한국에 없어서 우희를 못 혼내 주니까 미션을 내려 줄게. 강
집사한테 승마 운동기구를 구해 달라고 해서 이제 매일 한 시간씩 말 타는 연습 해. 형이 영상통화로 검사할
거야.”
-히익! 싫어!
-네. 형아.
“아아, 어서 빨리 집에 가서 우리 우희 구멍 먹고 싶다.”
***
“네, 들어오세요.”
그는 머릿속으로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저…… 집사 아저씨…….”
강 집사는 향긋한 냄새를 맡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여우희가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쭈뼛거리고 있었다.
강 집사는 보고 있던 자료를 덮고 둘째 도련님을 친절한 미소로 맞이했다.
여우희가 손가락을 꾸물거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소심한 여우희가 말하기 전까지 채근하지 않았다.
***
용어 하나를 외우고 핸드폰을 보고, 용어 하나를 외우고 핸드폰을 보길 반복하던 중에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너무 바로 받으면 자신이 반기는 것처럼 보일까 봐 속으로 30 번까지 셌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핸드폰 화면에 잘생긴 우성 알파의 얼굴이 가득 찼다. 여우희는 그의 얼굴이 보자마자 얼굴이 펑 터져
버릴 것처럼 빨개졌다.
여진우가 그윽한 목소리로 웃는 소리가 듣기 좋았다. 여우희는 불안한 사람처럼 핸드폰 카메라를 보지
못하고 자꾸 산만하게 굴었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형에게 물었다.
“형아. 진, 진짜 옷 벗어요?”
-여우희.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방문 잠그고 와.
핸드폰을 필통에 받쳐서 고정했다. 여진우는 여우희가 충실한 개처럼 책상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잠그는
모습을 감시했다. 책상 앞에 돌아온 여우희는 어쩔 줄을 모른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벗으라고 했다.
매끈한 실크 잠옷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동그란 어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우희의 가슴에는 그날
여진우가 잘못 본 게 아니라 말하듯 분홍색 젖꼭지가 있었다. 여진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마저 벗어야지.
-가까이 와.
여우희가 뒤돌아서 뽀얗게 살 오른 엉덩이를 잡고 벌렸다. 그렇게 했는데도 구멍이 잘 보이지 않아,
여진우는 자세를 교정시켰다.
여우희는 “흐읏. 흑.” 입술을 비집고 나가는 발정 소리를 울음으로 가장했다. 여진우는 오밀조밀하게
닫혀 있는 분홍색 구멍을 보며 좆 기둥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여진우는 여우희의 구멍을 실컷 감상하다가 같은 자세를 유지하느라 힘들어하는 여우희를 일으켜 세웠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승마 운동기구가 천천히 움직였다. 여우희는 그 위에서 출렁출렁 움직이며 떨어지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꼭 잡았다.
-허벅지로 말안장을 꽉 조이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리듬을 타는 거야. 그렇게 뻣뻣하게 허리를 쓰면
어떡해. 똑바로 못 해!
-여우희. 형 화낸다.
“흡!”
그래도 재능이 있었다. 금세 말안장 위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여진우는 승마 운동 기구의
강도를 2 단계로 높이라고 했다. 1 단계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기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흣. 읏. 흣.”
알몸으로 허리를 들썩거리는 여우희를 반찬 삼으니 최고로 맛 좋은 자위가 되었다. 눈가가 붉어진
여우희가 입술을 짓씹는 모습은 야하기 그지없었다.
“흐으, 흣. 으응.”
-여우희. 가슴 내밀어.
큰 소리를 내고 나서야 여우희가 잔뜩 가슴을 내밀었다. 하얀 눈밭에 꽃잎이 떨어진 것처럼 자리한
젖꼭지 주변으로 물컹한 가슴살이 출렁출렁 흔들렸다. 진짜 알파였다면 가슴이 근육질이라 돌처럼 딱딱해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유선이 발달한 오메가나 말랑한 가슴을 가졌다. 여우희는 분명 오메가였다. 그의 몸이 말해 주고 있다.
“이거 놔! 놓으라고!”
여우희를 보고 자위하던 여진우의 병실에 알파 간호사들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핸드폰 화면이 까맣게
물들었다.
‘씨발, 여진우.’
“네에.”
-아…….
여진우가 하는 교묘한 거짓말에 정신과 의사인 그가 넘어갈 줄이야. 이미 여우희라는 희생양을 보고도 여
회장은 여진우의 가스라이팅 실력이 믿기지 않았다.
-예! 지금 절 속여서 여진우 전무 감금 행위에 동참시킨 거면 아무리 회장님이라도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
여 회장은 정신이 제대로 돌아 버린 여진우 때문에 아픈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전 여우희가 그의 무릎에 앉았다고 식탁 위에 올라가 있던 나이프를 들고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고 들었지.
“그 말이 믿겼습니까?”
-…….
핸드폰…… 그래, 맞다. 자신은 여진우가 핸드폰을 왜 가져오라 시켰는지 알아보려고 그에게 그것을
건넸다. 그런데 여진우의 말에 당황해 회수하지 못했다.
소매가 길어서 등 뒤에서 묶을 수 있는 구속복을 입으면 환자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재벌을 이렇게
험하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닥터 윤은 여진우로 인해 그가 상실해야만 했던 모든 것에 분노했다.
그는 여진우를 휠체어에 태우고 진료실로 끌고 갔다. 반드시 여진우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그가 14 년 동안 허송세월한 게 아니라고, 뜻깊은 일을 해냈노라 증명하겠다.
“아니요. 그런 적 없어요.”
회사에서 돌아오니, 여우희가 정원에서 복숭아를 짓이겨 물들인 것처럼 분홍빛을 띠는 팔꿈치와 무릎을 다
내놓고 있었다.
***
쨍쨍한 햇빛에 정원에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들이 빠짝 말라 갔다. 병충약을 살포했는데도 매미가 온종일
찌르찌르 울었다. 저것들이 저렇게 시끄러운 까닭은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하기 위함이라고 들었다. 여름이란
그토록 뜨겁고 야한 짓을 하고 싶은 계절인 게다.
수사자가 암사자의 등에 올라타서 열심히 번식 활동을 했다. <애니멀 킹덤>을 보며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깔려야 하나 머릿속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갑자기 텔레비전이 꺼졌다. 강 집사가 손에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그럼 나는 뭐 봐요. 드라마도 못 보고, 연예인 나오는 연예 뉴스도 안 되고, 9 시 뉴스만 봐요?”
여진우는 교육상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여우희에게 연예인이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금지했다. 강 집사가
어린이 프로를 틀어 주겠다며 텔레비전을 다시 틀었다. 그러나 그가 어린이 프로 채널 번호를 몰라서 열심히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던 중, 드라마 장면이 나왔다.
알파와 오메가가 키스하고 있었다. 강 집사는 너무 놀라 리모컨을 떨어트렸다. 여우희는 처음 보는
광경에 자세를 잡고 남자끼리 열심히 키스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 건 김민정의 의견이 아니라 여진우의 의견이었다. 강 집사는 곤란해서 식은땀만 흘렸다.
“종일 집 안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었더니 머리 아파요. 정원에 나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산책할래요.
아빠한테도 허락받을게요. 네?”
착하고 순하며 사용인들에게 친절한 둘째 도련님을 아끼는 강 집사는 큰마음을 먹었다. 그는 여 회장과
김민정에게 연락을 넣어 미리 허락을 구했다.
“고마워요. 집사 아저씨!”
“네!”
까르르. 옥구슬 굴러가듯 웃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강 집사는 여우희에게 여름옷을 가져다주길
잘했다며, 고작 이런 변화에 행복해하는 둘째 도련님을 불쌍히 여겼다.
호스를 가지고 노느라 물에 젖은 반소매는 반쯤 투명해져 있었다. 여우희의 가슴과 배에 달라붙어 통통한
젖꼭지와 동그란 배꼽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였고, 하얀 팔뚝은 그대로 노출됐다.
여진우가 여우희의 옆에 있던 정원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정원사는 더러운 흙바닥에 넘어졌다. 완벽한
양복 차림의 여진우는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처럼 열심히 발길질하되, 얼굴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차릴 수
없게 무표정했다.
혹시라도 그의 화가 자기한테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무기력하게 물러난 여우희는 큰 눈으로 눈물만
뚝뚝 떨어트렸다.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정원사가 기절했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앞니가 보이지 않았다. 여진우는 계속
발길질하느라 양복바지 안에서 허벅지가 터질 듯 단단해진 것밖에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가 우는 여우희를 돌아보며 물에 젖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앗!”
“반바지 입으면 이렇게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기 쉽다고. 그런데 우리 우희가 헤프게 입고 다니면 형이
걱정되겠어? 안 되겠어?”
“걱정돼요.”
“형, 형 나 손목 아파요.”
“닥쳐.”
여우희는 옷이 젖은 채 에어컨 바람을 맞아서 극심한 추위를 느꼈다. 솜털이 일어서고 이가 달달 떨었다.
상의만큼 짧은 하의라는 의식이 여진우의 뇌리에 바늘로 새기듯 강하게 박혔다. 그는 버클을 풀고 가죽
허리띠를 바지에서 뽑아냈다.
“말 안 해? 그럼 너희 다 오늘 맞아 뒈질 줄 알아.”
“강 집사.”
“예, 전무님.”
“옛날에 머슴이 잘못하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멍석에 말아서 죽을 때까지 때렸어. 근데 현대에는 주인이
머슴을 때려서 죽이면 그게 죄래.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이긴 한데, 이 나라 법이 그따위이니 어째. 안 죽이고
살려야지.”
“아아악!”
여우희는 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이러다가 여진우가 강 집사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전신을
휘감았다. 엉금엉금 기어서 여진우의 다리에 매달린 여우희가 애원했다.
“형, 형아. 집사 아저씨 때리지 마요. 내가 잘못한 거예요. 내가 여름옷 구해 달라고 했어요.”
여우희는 여진우의 허벅지 뒤에 얼굴을 파묻고 비볐다. 동생의 애교가 기꺼웠으나 여진우는 강 집사를
때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네. 전무님.”
강 집사는 방금까지 그에게 맞은 적 없다는 듯 충실한 사용인의 얼굴로 대답했다. 여진우는 가져온 책을
차곡차곡 바닥에 쌓아 올렸다.
“여우희. 책 위에 올라가.”
“흡흐흑. 흐흑.”
여우희가 우느라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팔이 뒤로 묶여 있어서 가뜩이나 균형을 잡기 힘든데
높은 책 탑은 조금만 움직여도 위태롭게 흔들렸다. 거기다 아직 오후 3 시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아홉 시간이나
서 있는 건 고문에 가까웠다.
여진우가 이렇게까지 무섭게 화낼 줄 몰랐던 여우희는 슬레이브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엄청난 공포감에 휩싸였다.
“다시.”
사용인들에게 소식을 듣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온 여 회장과 김민정은 거실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고
기함했다. 귀로 들었던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니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잘 생각하셨어요. 어머니.”
“맞다. 내가 허락했어.”
“아버지, 맞으실래요?”
“뭐?”
“네, 형아.”
여우희는 순하게 대답하며 얼굴을 여진우의 가슴에 문질러 애교를 부렸다. 잘 교육된 개를 보는 것 같다.
여진우는 여우희를 자신의 방에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엎어 놓았다. 동그랗게 올라붙은 엉덩이와 커다란
골반 때문에 허리가 더욱 가늘어 보였다. 뒤치기 하면 기가 막히겠다.
“우희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네? 뭐가요?”
“어…… 형 나 사랑 안 해요?”
여우희는 누가 빼앗아 먹을세라 급하게 초콜릿 포장지를 뜯어서 입에 넣었다. 연달아 다섯 개를 먹더니
그제야 여진우가 생각났는지 쳐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형도 드실래요?”
“아니야. 우리 우희 많이 먹어.”
“네. 헤헤.”
자기가 생각해도 부끄러운지 뺨이 복숭앗빛으로 발그레 달아올랐다. 여진우는 초콜릿 박스에 정신이 팔린
여우희의 얼굴을 얼른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사진 찍히는 게 일상이 된 여우희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초콜릿을 먹다가 초콜릿
박스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좋아?”
***
“선생님, 그거 아세요?”
“뭐가 말입니까.”
“선생님은 5 분 뒤에 죽을 거예요.”
간호사들이 괴한들에게 공격당해 비명 지르는 소리가 진료실까지 들려왔다. 죽음에 대한 공포로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으아! 아아아아!”
“어떻게 처리할까요.”
“불태워. 흔적 안 남게.”
“예, 알겠습니다.”
***
목적지에 거의 도달했을 때였다. 김두협은 멀리서도 보이는 불길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껐다.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 그는 근처에 있는 줄기가 굵은 나무 뒤에 차를 숨겼다.
GPS 에 찍힌 장소가 불타고 있었다. 건물을 빠져나온 여진우는 지그시 불길을 감상하다가 시선을
바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웃어? 갑작스러운 불길에 놀라서 도망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예술가가 자기 작품에
만족하는 것처럼 느긋하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원하는 게 뭐야!
-정말 뭐 하는 놈이야. 너.
그런데 자신은 눈앞에 두고도 몰라봤다. 의무실에 왕따를 데려다주면서 여우희가 그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 혹시 나 기억해?’
‘우리 만난 적이 있었나?’
아아, 젠장.
강도희는 후회로 가득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머리칼을 거칠게 헝클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내일 학교에 가면 여우희에게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할 거다. 네가 죽은 줄 알아서 몰라봤다고
사과하고 다시 그와…….
***
이불을 뒤집어쓴 커다란 덩어리에게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다. 덩어리 위에 올라타 이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여우희의 바지를 벗겨 내고 구멍에 좆을 넣어서 오메가인지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했다. 하얀 사슴의 다리처럼 쭉 뻗은 다리가 아닌 두툼하고 딱딱한 근육질 다리가 만져졌다.
여진우는 거칠게 이불을 벗겨 냈다. 여우희의 침대에 여 회장이 누워 있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라 여진우는 당황하고 말았다.
여 회장은 자신이 자식을 잘못 키운 죄로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는 자책에 꼼짝 안 했다. 주름진 눈가에
참담함을 담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 죽여요. 쫄긴.”
여진우가 여우희의 가방을 애틋하게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자기 동생을 강간하고 싶어서 발정 난 아들을
보며 여 회장은 침음을 삼켰다. 정말 이 녀석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네가 사람을 죽이고 정신병원을 태운 걸 강도희가 알고 있어. 강도희가 이 동영상을 나한테 보내며 바란
건 단 하나다. 우희의 안전. 그걸 어기면 감옥에 가게 될 거다.”
여진우는 가벼운 말투로 말했으나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떻게 자신이 있는 곳을
알아냈고 하필 범죄를 저질렀을 때를 포착한 걸까.
계속 감시하고 있던 걸까? 왜?
여우희는 편지에서 강도희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강도희는 여우희를
알아봤고 지키려고 한다.
강도희를 홧김에 죽였다가는 아버지 강성회가 가만있지 않을 거다. 분하고 짜증 나지만 동영상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여우희를 건드릴 수 없었다.
여 회장은 우성 알파인 둘째와 자신의 오메가가 한 침대에서 자는데도 전혀 불쾌하거나 불안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단지 여우희가 자신의 아들이니까, 라고 그 문제를 넘겼으나 여진우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여우희가 형질 검사지를 조작할 수는 있을지언정 이런 형질인의 본능까지는 속이지 못했다. 알파는 알파고
오메가는 오메가다.
“……그럴까 그럼?”
여진우는 여우희의 오금과 등을 받치고 들어 올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데려가도 되는데 일부러
오랫동안 안고 있고 싶어서 계단을 올랐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가슴에 닿아 심장이 간질거렸다.
“내 예쁜 복숭아. 쑥쑥 자라라.”
***
그 시각, 꿈에서 여우희는 근육질 가슴에 와이셔츠 단추가 터질 것처럼 벌어진 여진우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알몸의 여우희는 구멍에 강아지 꼬리가 달린 플러그를 끼운 채 엉덩이를 들썩였다.
‘너 같은 노예 필요 없어!’
여진우가 여우희를 발로 뻥 찼다. 여우희는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다. 으흑흑. 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채
너무 좋아서 울었다. 몸을 웅크린 채 개 꼬리가 박힌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진짜 개가 주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재롱을 부리는 것 같았다.
‘일어서.’
‘흐읏. 죄송합니다.’
현실에서 여진우 몰래 사정한 여우희는 꿈에서 그 잘못을 혼나고 있었다. 여진우가 검은 가죽 케이스를
가져와 열었다. 붉은 벨벳이 깔린 가죽 케이스 안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스테인리스 카테터가 들어 있었다.
‘흐아아앙.’
여우희는 젖꼭지를 발발 흔들며 신음을 질렀다. 여진우가 그런 여우희의 뺨을 때렸다. 바닥에 패대기가
치듯 넘어졌다. 구멍에 제대로 플러그를 담고 있지 못한 노예에게 분노한 마스터가 무릎에 여우희를 엎어 놓고
손으로 구멍을 때렸다.
‘흐아. 아아.’
아직 현실에서 동정 탈출도 못 한 여우희는 꿈에서 형에게 구멍을 맞으며 매도당하느라 핸드폰 알람이
울려도 무시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맞고 일어날래.
“…….”
혹시 미국에서 자신보다 잘생기고 말 잘 듣는 노예를 구한 걸까? 그래서 자신에 대한 흥미가 사라진 걸까?
아니다. 그랬다면 집에 이렇게 빨리 돌아오지 않았겠지.
자신이 걸레처럼 행동해서 흥미가 식은 게 틀림없다. 하긴 열렬히 싫다고 거부했어야 했는데 기다렸다는
듯 승마 운동 기구에 올라탔다. 여진우 같은 성향은 상대를 찍어 누를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말이다.
그러니 자신이 여진우의 통제를 따르지 않으려고 하면 정복하기 위해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태준이랑도 놀러 다니고 학교에 가서 공강 시간마다 전화로 보고도 안 해야 한다.
이러한 반항에는 형의 성적 학대가 싫었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붙이면 된다. 자유로운 일상은 끔찍할
테지만 이대로 완벽한 마스터를 놓칠 순 없었다.
***
“여우희, 뭐 하는 짓이야.”
드로어즈 안에서 구멍을 움찔움찔 조이며 기대했다. 하얀 양말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데
여진우가 이를 악무는 모습이 보였다.
여우희가 베개를 들고 여진우의 침대로 들어갈 때마다 그는 자신을 품에 꼭 끌어안아 주곤 했다. 하늘이
자신을 도운 것인지 며칠 지나지 않아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렸다. 창밖을 적시는 굵은 빗줄기를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랜만에 형의 침대에 들어갈 예정이라 억제제를 먹고, 샤워할 때 젖꼭지와 구멍을 깨끗이 닦았다.
드로어즈도 패드를 부착하지 않고 입었다.
‘나 정말 버림받은 건가?’
“우희야.”
우르르. 콰광!
여우희가 열리지 않는 방의 문고리를 잡고 흔들었다. 여진우는 바지를 내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시끄러운 빗소리와 간간이 울리는 천둥소리에서 그 어떠한 클래식 음악보다 감미로운 여우희의 울음소리를 찾아내
귀를 기울였다.
“흐. 으읏.”
‘젠장. 귀여워.’
여진우는 방문에 이마를 박고 귀두를 손으로 감쌌다. 좆 기둥에 돋아난 혈관이 꿈틀거렸다.
얼굴이 붉어진 여우희가 간드러진 콧소리를 섞어서 대답했다. 눈가와 광대, 콧등이 빨개진 모습이
미치도록 야했다. 두 손으로 잔을 받은 여우희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다가 인상을 찡그렸다.
어두운 새벽, 탐해서는 안 되는 동생을 가지고 싶어서 그는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침대 위에서 시트가
벗겨질 정도로 발을 찼다. 목덜미에 있는 페로몬 샘을 벅벅 긁으며 좆을 세웠다.
여진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 씻었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양복을 차려입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사용인에게 복숭아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소심한 동생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눈가가 도홧빛으로
물들었다. 제대로 자지 못한 얼굴이 수척해서 평소보다 가련해 보였다.
5. 충견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우희가 그 집에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도 여진우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어요. 여진우를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여 회장밖에 없다 싶었고요.”
남의 후계자 싸움에 자신의 아들이 끼어들어 희생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강도희는 여우희를 지키기
위해 이미 마음을 굳힌 모양이지만 말이다.
어쩌겠는가. 아들이 아무짝에도 이득 없는 싸움에 뛰어들어 주인을 섬기는 개처럼 여우희를 지키겠다는 걸.
여우희가 죽었다고 믿으며 우울하게 지냈던 예전의 모습으로 아들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
여 회장은 건방지고 당돌했던 강도희를 떠올렸다.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집으로 돌아온 여진우가
여우희를 강간하는 걸 막지 못했을 것이다. 협박범이긴 하나, 어렸을 때 둘째를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이자
친구였다.
대신 그들이 여우희 편이니 네가 둘째 아들을 버릴 생각이 없으면 한배에 타자는 제안을 한다. 여 회장이
한 말 또한 그대로 돌려줬다.
정말 영리한 사람이다. 그러나 흑곰파 강성회가 오해하는 게 하나 있었다. 여진우는 여우희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에게 발정하고 있었다. 하긴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형이 동생을 취하고자 한다는
걸.
“아아.”
***
유도부 주장의 깔이 편입생을 빵 셔틀 시키려 한다며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켜보고 있던 지선유가
용기를 내서 여우희 쪽으로 다가왔다.
“태, 태준아. 우희한테, 그런, 딸꾹, 심부름, 딸꾹, 시키지 마. 우리랑 동갑이어도 3 학년이래.”
“뭐래, 이 병신은.”
나태준이 지선유를 돌아보며 낄낄 비웃었다. 지선유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달아올랐다. 여우희는 마땅히
자신을 향해야 하는 괴롭힘이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의자를 끌며 일어나 나태준을
노려봤다.
“응. 알았어.”
여우희는 맥이 빠졌다. 하지만 나태준은 소중한 돈줄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여우희에게 팔짱을 끼며
잡아당겼다.
“아침 안 먹었어?”
***
그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건강해서 굶어도 상관없지만, 할머니는 한 끼라도 안 먹으면 쓰러질지 몰랐다.
알바도 하고 꾸준히 오메가들한테 삥을 뜯긴 했지만, 돈은 모이지 않았다.
할머니 병원비, 월세, 학교 등록금, 교통비, 식비, 핸드폰비…… 아직 학생에 불과한 그가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었다.
“오늘 늦잠 잤어?”
“젠장. 배 터지겠네.”
***
그러나 그는 가난과 불운 속에서 태어나 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유일한 터전인 35 만 원짜리 월세방마저
잃게 생겼다.
“1 인당 만 원이에요.”
“글치. 울 똥강아지가 공부를 억수로 잘해서 장학금 받았지. 할미가 깜빡했다. 우리 태준이가 효자야,
효자.”
그놈의 돈 걱정 때문이었다.
“할머니도 얼른 먹어.”
“이제 우리 웃짠대.”
-여보세요.
“여우희. 나 나태준인데 여기 가윤동에 있는 옥천 찜질방이거든. 지갑 가지고 튀어 와라. 안 오면
죽는다.”
초조함을 숨기기 위해 찜질방에서 낱권으로 돌아다니는 만화책을 펼쳤다. 내용도 모르고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데 읽는 척했다. 30 분이 흘렀다. 제복을 입은 여우희가 찜질방에 들어왔다.
“야, 지갑 내놔.”
“돈 내놓으라고 했다.”
“……어.”
여우희의 질문에 나태준은 한풀 기가 죽어서 대답했다. 여우희가 카운터에 가서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나태준은 무슨 이야기를 하나 엿듣기 위해 접근했다. 그러나 이미 대화가 끝나서 들을 수 없었다.
“태준아. 계산했어.”
“그래. 이제 가.”
“넌 학교 안 가?”
“난 오늘 자체 휴강이야. 너 이제 꺼져.”
찜질방에 있는 매트로 돌아가 드러누웠다. 등을 돌리고 있다가 여우희가 돌아갔나 확인하기 위해 돌아봤다.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눈앞이 깜깜했다.
***
“뭔데?”
***
할머니는 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았다. 우리가 돌아갈 곳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하겠다는
걸 온갖 짜증을 내며 돌려보냈다. 가난한 가윤동 사람들은 다 나태준처럼 강수 피해로 물에 잠긴 집을
복구하겠다며 힘든 노동을 해 나갔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은행 어플에 200 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알람이 떴다. 찜질방에 할머니를
두고 나태준은 혼자 부동산을 찾았다. 나태준처럼 월세를 살던 세입자들이 새로운 방을 알아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오피스텔은 얼만데요?”
“1000 에 60.”
“헥.”
나태준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런다고 해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고 싶었다. 이 엿 같은 인생 살고 싶지 않은데 자신이 할머니를 책임져야 했다.
그때 운명처럼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안 받을까 했다가 부동산 아저씨가 시끄럽다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받아 버렸다.
“뭐야. 너 누구야.”
찜질방 복장 그대로 학교까지 뛰어갔다. 그렇게 발걸음이 가벼울 수 없었다. 이놈의 학교를 왜 다니나
했는데 학생이라며 이렇게 도와줄 줄 몰랐다. 정말 지하대에 다녀서 다행이었다.
지선유가 환멸을 느끼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는 하얀 봉투를 건넸다. 나태준은 그 자리에서 돈 봉투를
열어 봤다.
“어…… 어…….”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
교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태준은 주먹으로 쥐고 있는 수표가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가 자존심 상할까 봐 지선유를 동원해 거짓말까지 할 존재는 한 명밖에 없었다.
여우희.
여우희가 강도희를 보고 웃었다. 창문으로 들이친 바람이 여우희의 머리칼을 흔들었다. 강도희가 눈가를
접으며 그 모습을 따스하게 바라봤다. 그가 손으로 여우희의 앞머리를 넘겨 줬다.
“고마워. 도희야.”
“뭘. 이런 걸 가지고.”
심장이 찌릿찌릿 아파 왔다. 나태준은 둘 사이로 끼어들어서 갈라놓았다. 어쩌면 자신은 아주 힘겨운
짝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
여진우의 속을 뒤집어 놓기로 작정한 여우희는 강의가 끝나고 강도희와 놀러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왈왈
짖어 대는 나태준을 끌고 다니는 재미가 더 쏠쏠했지만 새로 이사한 오피스텔을 정리하느라 바쁘니 어쩔 수 없었다.
“우희야! 같이 가!”
지선유가 나태준을 경계하며 자신에게 팔짱을 꼈다. 나태준도 이에 질세라 자신의 반대쪽 팔에 매달렸다.
상상 속 자신은 엉덩이와 허벅지에 빼곡한 낙서의 흔적들을 달고 있었다. 하얀 정액들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하도 사용해 망가진 구멍으로 살려 달라고 외쳤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님들도 강의 때마다 들어와서 자신에게
좆을 박았다.
“뭐야. 넌. 죽을래?”
나태준의 껄렁한 말에 뜨끔한 여우희의 어깨가 솟아올랐다. 나태준은 자기 때문에 여우희가 겁먹은 줄
알고 입을 얼른 닫았다. 지선유가 고자질하듯 여우희를 쳐다봤다. 나태준은 자신을 향한 촉촉한 여우희의 갈색
눈동자에 숨이 멎었다.
“교문까지는 같이 갈 수 있거든.”
“너 집 정리하고 다 같이 놀면 되지.”
“하하. 알았어.”
나태준이 발로 맨땅을 헛발질하며 화풀이했다. 강도희는 표정을 굳히고 여우희가 짊어진 가방을 가져가
한쪽 어깨에 멨다.
강도희가 여우희의 팔목을 잡고 끌고 가 버렸다. 이대로 완전히 나태준과 관계가 틀어지면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강도희는 나태준이 걱정되어서 그런 줄
알고 자신에게 “저런 놈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쟤 사람 안 돼.” 했다. 꼭 자기는 착한 모범생인 것처럼
말이다.
지선유가 명찰을 찾았는지 자신을 쫓아왔다. 나태준에게 “너 몰랐냐? 우희가 나 좋아하는 거.” 하며
비싼 밥 먹고 신소리를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건 오로지 무서운 마스터 성향의 좆 큰 새끼밖에 없는데 말이다.
“우희야!”
“여우희.”
“우, 우희야.”
“…….”
***
“아니…… 그냥 어서 먹자.”
파스타 가게 앞에서 여우희는 강도희에게 자신의 가방을 돌려받겠다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가 “이제
어디 갈까.” 하며 말을 돌려 버렸다. 모른 척 대꾸했다.
“제복 사러 가야 해.”
“뭐 해? 안 오고.”
“그건 왜 물어?”
“아니다. 얼른 가자.”
“감사합니다.”
여우희는 하복을 포함해서 나태준의 춘추복과 동복을 구매했다. 오늘 보니까 흙탕물에 빠진 걸 비누로
빨아 입었는지 누렇게 색이 변해 있었다. 구김도 많아서 엄청 꼬질꼬질해 보였다.
그가 이사하게 된 오피스텔 주소를 택배 용지에 적었다. 보내는 사람에 ‘지하대학교 학생회 일동’
이라고 적었다. 강도희가 자신의 어깨 너머로 그걸 보더니 계산할 때 자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이 녀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멋있게 보이려는 기질이 있었다.
“이걸 네가 왜 내.”
“그럼 너는 왜 내는데. 여우희.”
“난 태준이 친구니까.”
“이야. 이거 든든한데.”
“흐윽.”
강도희가 팔을 움켜잡고 주저앉았다. 오토바이는 빠른 속도로 달려서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런 범죄는
영화에서나 봤던 거라 실감 나지 않았다.
어딘가 현실감이 없는 채로, 여우희는 침착하게 핸드폰으로 119 를 부른 다음, 경찰서에 신고했다.
“우희 너 진짜 멋지다.”
여우희는 손수건을 꺼내 강도희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줬다. 구급차가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오는 게 보이자, 우희는 두 손을 번쩍 들어서 외쳤다.
“여기예요. 여기!”
“네. 걸을 수 있어요.”
통행을 도와주는 차주들 덕분에 빠르게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의사가 강도희의 팔뚝에서
테이프로 감아 놓은 토익 문제집을 가위로 잘라 냈다. 간호사가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며 그를 데려갔다.
다른 환자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팔에 깁스를 한 강도희가 응급실로 걸어왔다. 멀쩡해 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팔은 어떻대?”
“의사 선생님이 응급조치를 잘해서 수술은 안 해도 될 것 같대. 금 갔는데 어긋난 게 없고 깁스 한 달만
하면 된다네.”
“휴우. 다행이다.”
“고마워. 우희야.”
자꾸 사람을 비행기 태워서 부끄러웠다. 강도희가 핸드폰으로 운전기사를 불렀다. 자신도 불러야 하나
전화를 드니까 그가 말렸다.
“아…….”
여우희는 굳이 호의를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은 학교 성적에 진심이었다. 만점이 아닌 성적이란 완벽한
설정 플레이를 하는 데에 있어서 심각한 오점이었다.
“너도 몸조심해.”
검은 차량의 뒤꽁무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으로 얼굴을 확인한
사용인이 대문을 열어 줬다.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기 위해 문고리를 손으로 잡았다. 그런데 문고리를
돌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어? 형?”
“우희야. 늦었네.”
“7 시요.”
여진우가 살벌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봤다. 그가 손목에 찬 시계를 눈앞에 들이밀고 말했다.
“7 시 10 분인데.”
“……네. 7 시 10 분요.”
“내가 지금 시간을 몰라서 너한테 물었을까? 방에 올라가 있어. 형은 이렇게나 대학생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는 게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대학생은 세상천지에 우희 너밖에 없을 거야.”
무거운 가방을 메고 있느라 아픈 어깨를 주물럭거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화는 났는데 자신이 무거운
걸 드는 꼴은 못 보는 여진우가 가방을 빼앗아 갔다.
“입 벌려.”
“더 크게 벌려.”
“으읍.”
“으으으으. 으흐흥.”
“으으읏. 으으.”
그는 깊게 쑤셔 넣었던 가지를 입 안에서 뽑았다가 다시 처넣었다. 머리채를 붙잡힌 여우희가 도망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그의 벌은 이제 시작이었다.
***
“으으. 흐흣.”
“흐흑. 흐윽.”
우느라 정신없는 여우희의 입에서 가지를 빼냈다. 겨우 가지 가지고도 버거워하니 나중에 어떻게 그의
좆을 빨까 걱정되었다. 이러니 그가 미리부터 훈련을 안 할 수가 없는 거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결한 몸을
열려고 하면 여우희가 크게 다칠 테니 말이다.
“흑. 아니요.”
“네. 흑. 네에.”
“흐응. 으으응.”
목구멍에 가지가 쑤셔지고 있는데 좆이 건드려진 여우희가 간드러진 비음을 냈다. 고개를 내려 단추를 두
개나 푼 와이셔츠를 눈에 담았다. 칼라 꽃처럼 우아하고 긴 하얀 목덜미가 봉숭아 물을 들이듯 색을 입어 갔다.
잔뜩 벌어진 와이셔츠 옷깃 때문에 여우희는 조금만 몸을 숙여도 분홍색 젖꼭지와 말랑한 감촉일 게
분명한 하얀 가슴이 보였다. 여진우는 입맛을 다시며 발바닥에 힘을 줬다.
“으으. 으으흐흥.”
“침대로 올라가.”
여우희가 후들거리는 몸짓으로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여진우는 꼼꼼하게 이불로 자신의 것을 감싸서
숨겼다.
“들어와.”
“거기.”
“……네?”
“우희야, 어서 나와.”
사용인이 무엇을 가져왔나 확인하려는 눈짓이 다급했다. 수세미 열매 크기를 보고는 도로 이불을 머리
위에 뒤집어썼다.
“무슨. 무슨 중간 과정이요?”
“네가 해내야 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하는 디딤돌. 넌 나중에 저거보다 두껍고 긴 걸
입에 넣고 빨아야 해.”
“흡.”
“흐잇. 안 돼요. 형아. 우희 버리지 마세요. 우희가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 피울게요.”
“네에. 조금 무서웠어요.”
“어? 어어?”
“형아?”
다정했던 여진우가 돌변해 바닥으로 밀어 버리자 여우희가 꼼짝을 못 했다. 그의 눈치를 보며 무릎을
꿇고 얌전히 입을 벌렸다.
“힉.”
“네? 사, 사정이요?”
여진우는 여우희가 당연히 처음부터 목구멍이 쑤셔지면서 사정할 수 없다고 생각해 내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음란한 몸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애액을 쏟아 내는 여우희에게 그건, 오히려 사정하지 않는 쪽이 난도 99
짜리 체벌이었다.
딥 스로트를 하는데 발정하지 말라니. 지금도 구멍이 벌렁거리며 애액이 나와 엉덩이가 찝찝했다. 만일
여진우가 여우희의 뒤를 살펴볼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가짜로 싫어하는 척한다는 걸 들켰을 거다.
혹시라도 자신이 사정해서 그의 방에서 펠라 훈련을 받지 못할까 봐 눈물이 났다. 여진우가 표정을
굳히며 손에 들고 있던 수세미 열매를 바닥에 던졌다.
“주워 와.”
“윽.”
바닥에 넘어진 여우희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애액을 흘리지 않기 위해 구멍을 단단히
오므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네발로 기어서.”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우희의 동그란 엉덩이가 알파의 애간장을 녹이듯 흔들거렸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화낼 알파는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라고 여진우는 확신했다.
“아앗.”
여진우는 강하게 젖꼭지를 꼬집었던 손을 놓았다. 한쪽만 빨갛게 부어올라 짝가슴이 되었다. 그는 옷을
입을 때마다 한쪽 젖꼭지만 쓸려서 아파할 여우희를 떠올리며 당장 해야 할 일을 실행했다.
여우희의 허리를 한쪽 팔로 휘감고 미세하게 크기가 달라진 오른쪽 젖꼭지를 입으로 물었다. 앞니로
젖꼭지를 잘근잘근 씹으며 미인도처럼 선이 고운 몸에서 유일하게 포동포동하고 커다란 엉덩이를 빈손으로
움켜잡았다.
“내가 뭘 할 줄 알고 안 된대.”
다리를 벌리려는 여진우와 다리를 좁히려는 여우희의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여우희는 이대로 그가 자신의
다리를 벌리면 흠뻑 젖은 구멍을 보고 그동안 해온 연기를 들킬 거란 생각에 사력을 다했다.
“전무님. 강 집사입니다.”
“나중에 마저 하자.”
2 권에 이어서.
저 자 | 3 월의고양이
발 행 처 | BLYNUE 블리뉴
출판신고 | 제 2018-000089 호
연 락 처 | 문의 및 투고 blynu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