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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꿈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아
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일 겁니다. 건강을 잃
으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렇게 건강이 담보되면 부모님들의 관
심은 한 가지 문제로 쏠리게 됩니다.
“우리 아이의 재능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나아가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


나길 꿈꾸는 것입니다.
이때 부모님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타고난 재능이 저
마다 다르고, 관심을 가지는 공부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단 하나만큼은 반드
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생각하는 힘’이죠. 바꿔 말하면 사고력, 창의
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뇌 발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유아시기인 만3세까지 일생을 통틀어
가장 활발하게 발달된다고 합니다.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루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시
기에 아이의 뇌를 어떻게 골고루 자극시킬 수 있는지가 아이의 인생에 엄청
나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만3세, 우리 나이로 4세까지의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요? 사교육 업체의 광고처럼 영재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문제는 과도한 자
극은 아이의 두뇌를 발달시킬 수도 있지만, 아이의 두뇌에 과부하를 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소화시키지 못할 만큼의 다량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
시키다가는 정작 부작용만 일으킬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죠.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아닌 ‘놀이’입니다. 아이가 호기심을
느낄 다양한 자극과 경험을 부모님이 제공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중에서
도 가장 중요한 자극과 경험을 꼽으라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책 읽기만큼 중
요한 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3~5세 사이의 아직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 읽기
의 즐거움을 열려줄 수 있을까요? 방법은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아
이가 잠들기 전 침대에 함께 누워 책을 읽는 것입니다.
특히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유아기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오랜 시간 분량이 많은 책
을 읽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이의 집중력을 감안해 3분에서 5분 사이의
짧은 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죠. 짧은 시간 동안 코끼
리 코는 왜 긴지, 캥거루에게는 왜 아기주머니가 있는지, 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재밌는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아이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죠. 또한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고,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
기로 올바른 가치관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님과 함께하는 책 읽기는 아이의 뇌를 성장시켜 창의력과 사고
력을 높이는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의 다정한 목소리와 따뜻한
체온을 반복적으로 느끼는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돈독한 유대감을
형성시킬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정서 함양에도 큰 효과를 발휘하죠. 결과적으
로 하루 3~5분 아이와 함께하는 책 읽기가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뜻
입니다.
오랜 시간 동서양의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들을 엄선해 3~5분
동안 읽을 수 있게 만든 이 책이 부모님과 아이에게 행복한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 윤성규
차례

프롤로그
맛있는 죽
올빼미의 염색 가게
12간지 이야기
욕심쟁이 개
신기한 장갑
놋쇠 병정
코끼리 코는 왜 길까요?
게와 원숭이의 싸움
금화가 든 지갑
여우와 학
아기 돼지 삼 형제
게으른 기술
부자의 인사법
금도끼 은 도끼
토끼와 거북이
고양이 왕
엄마 게
일곱 명의 할아버지
프랑켄슈타인
새를 삼킨 할아버지
바보 이반
태양과 북풍
우물 안의 소녀
결정할 수 없었던 하이에나
큰 집 작은 집
미운 오리 새끼
북풍이 준 테이블보
장갑을 사러
헬렌 켈러
아이리의 이불
토끼 들쭉날쭉이
고양이가 밥을 먹은 후에 세수하는 이유
스호와 백마
주문이 많은 요리점
빨간 머리 연맹
이카로스의 날개
개구리의 무덤
여우 관세음보살
두 마리의 아기 염소
모든 것은 돈 나름
왕자와 거지
늑대와 일곱 마리의 아기 염소
캥거루에게 주머니가 생긴 이유
신 포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다섯 개의 완두콩
거짓말의 달인
아담과 이브
호랑이보다 강한 여우
빨간 구두
가짜 왕관
갈대와 올리브 나무
한밤중에 춤추는 고양이
거북 가족의 소풍
그림으로 그린 부인
노래하는 주머니
수탉의 모험
제퍼와 석상
코르뉴 할아버지의 비밀
마지막 유쾌한 거짓말
꽃 피우는 할아버지
현명한 의사
황금을 주운 형제
헨젤과 그레텔
숲의 임금님 콘테스트
세 마리 곰과 골디락스
늑대의 핑계
벌거벗은 임금님
그레텔의 지혜
지네의 의사 마중
게의 떡 찧기
값이 싼 점심
농민의 달걀
방울을 다는 것은 누구?
전서구 아르노
커다란 순무
하늘을 나는 융단
황금을 좋아하는 임금님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
호랑이의 탄생
목숨을 구해 준 은혜
까마귀와 항아리
즐거운 냇가
곰과 두 나그네
잠두콩의 검은 줄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와 개구리의 크기 싸움
소녀 폴리아나 포터
할 일 바꾸기
농부와 세 아들
말과 당나귀
해파리 심부름꾼
쥐의 혼례
헤엄치지 못하는 물고기
윌리엄 텔
사자와 곰의 닭 쟁탈전
로빈슨 크루소
벼룩 여인숙
동물이 준 수명
당나귀 도둑
무가 하얀 이유
옛날 옛적 한 마을에 마음씨 고운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
어요. 하지만 두 모녀는 너무 가난해서 먹을 것이 부족했죠.
어느 날 소녀가 마을 근처 숲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낯선
할머니가 나타나 소녀에게 말했어요.
“얘야, 이 신기한 냄비를 가지고 가렴. 이 냄비만 있으면 이제 음식 걱정을 하
지 않아도 될 거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냄비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냄비야 끓어라!’라고 말하면 맛있는 죽을 만들어 주고, 다 끓인 뒤에는 ‘냄
비야 멈추어라!’라고 말하면 된단다.”
냄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할머니의 말대로 해 보았어요.
냄비야 끓어라!
그러자 텅 빈 냄비에서 맛있는 죽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더니 금세 냄비가
죽으로 가득해졌어요. 그날부터 소녀와 어머니는 언제나 맛있는 죽을 먹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소녀가 외출한 동안 어머니가 맛있는 죽이 먹고 싶어졌어요.
냄비야 끓어라!

어머니의 말에 냄비가 맛있는 죽을 끓이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맛있는 죽


을 실컷 먹을 수 있었죠. 그런데 아뿔싸! 냄비를 멈추게 하는 주문이 생각이 나
질 않았어요.
“이, 이걸 어쩌지? 냄비를 멈추는 주문을 잊어 버렸어!”
어머니는 이렇게도 주문을 말하고 저렇게도 말해 보았지만, 죽은 냄비를 가
득 채우고도 모자라 넘쳐흐르기 시작했어요. 금세 집을 가득 채운 죽은 담장을
넘어 옆집까지 흘러갔고, 곧 마을 전체가 죽으로 뒤덮이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두면 마을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맛있는 죽으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몰랐죠. 마을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마침 집으로 돌아온 소녀가
깜짝 놀라 주문을 외웠어요.
냄비야 멈추어라!
그제야 냄비가 멈췄지만 마을은 이미 죽으로 가득 차 버린 뒤였어요. 그 뒤로
며칠 동안 마을 사람들은 외출을 할 때면 꼭 숟가락을 하나씩 들고 나갔어요. 한
숟갈 두 숟갈 죽을 떠먹으면서 길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옛날 옛적 어느 숲에서 올빼미가 염색 가게를 하고 있었어요. 염색이
란 하얀 천에 예쁜 색을 입히는 일을 말하죠. 숲속에 사는 알록달록 예쁜 새들은
전부 올빼미의 작품이었어요.
“올빼미야, 내 날개는 초록색으로 물들여 줘.”
“나는 목덜미를 화려하게 물들이고 싶어.”
“나는 부리 끝만 빨갛게 해 줘.”
매일매일 많은 새들이 염색 가게에 찾아와 원하는 스타일을 주문하는 바람에
올빼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상 바쁘게 일을 했는데, 어느 날 까마귀가 가게
를 찾아와 말했어요.
“흠, 이 염색 가게가 유명하다던데 나도 한번 염색을 해 볼까?”
그때만 해도 까마귀는 몸 전체가 하얀 멋쟁이였어요. 하얀 까마귀라니, 상상
이 되시나요?
“멋쟁이 까마귀 님, 어떤 색으로 염색을 해 드릴까요?”
올빼미의 물음에 하얀 까마귀가 말했어요.
“이 숲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둘도 없는 멋진 색으로 하고 싶어.”
“예, 알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멋진 색 말씀이시군요. 저를 믿고 맡겨 주세
요.”
올빼미는 자신 있게 말하며 까마귀를 염색하기 시작했어요.
‘무지개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일까? 아니면 태양처럼 환히 빛나는 색일
까?’
까마귀는 멋진 상상을 하며 염색이 끝나기를 기다렸고, 잠시 뒤 올빼미의 목
소리가 들려왔어요.

자 끝났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멋진 색입니다. 한번 보시죠.”


“ ,
까마귀는 기대에 찬 눈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리고 깜
짝 놀라 날개를 퍼덕이고 말았어요.
“이게 뭐야? 새까맣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이건 너무나 아름다운 검정색이랍니다.
둘도 없는 멋진 색이죠.”
올빼미의 말에 까마귀는 깍깍 시끄럽게 울며 화를 냈어요.
“아니야. 나는 검은색이 너무너무 싫다고! 그러니 빨리 다른 색으로 염색해
줘.”
“이를 어쩌죠? 검은색은 다른 색으로 바꿀 수가 없답니다.”
올빼미는 정중히 사과를 했지만, 그날부터 검은색이 된 까마귀는 올빼미를
볼 때마다 화가 나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결국 올빼미는 까마귀를 피해서 숲속
깊숙이 들어가 혼자 살게 되었죠.
올빼미가 다른 새들이 일어나는 아침에 거꾸로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눈을 뜨
고 먹이를 잡아먹게 된 까닭이 바로 까마귀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날 하느님이 자신이 창조한 동물들을 불러 말했
어요.
“1월 1일 아침이 되면 내게 새해 인사를 하러 오너라. 그러면 가장 처음 도착
한 동물부터 순서를 매겨 1년씩 인간 세계의 수호신으로 삼을 것이다.”
동물들은 자기가 제일 먼저 도착하겠다면서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어요. 그런
데 아뿔싸! 고양이가 그만 하느님이 말씀하신 날이 언제인지를 까먹고 말았어
요. 그래서 가장 친한 친구인 쥐에게 달려가 물었어요.
“쥐야, 쥐야. 하느님께 인사를 가는 날이 언제였지?”
“아이고 까먹을 걸 까먹어야지. 1월 2일이라고 했잖아!”
“고마워, 쥐야.”
고양이가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이상하네요. 하느님은 분명 1월 1일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은 쥐가 고양이를 따돌리기 위해 일부
러 속인거예요!
드디어 1월 1일 새 아침이 밝았어요. 하느님을 찾아가는 길에서 가장 앞선 것
은 어느 동물이었을까요? 빨리 달릴 수 있는 동물일까요, 아니면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동물일까요?

그러나 가장 앞선 동물은 신기하게도 언제나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였어요!


소는 자신의 걸음이 느린 것을 잘 알고 는 전날 밤에 미리 출발해 부지런히 걸었
던 것이죠. 이윽고 하느님이 살고 계신 집의 대문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예상처
럼 먼저 온 동물이 아무도 없었어요.
“음매~ 내가 1등이다!”
소가 기쁘게 울면서 문을 통과할 때였어요. 갑자기 소의 넓은 등에서 쥐가 폴
짝 뛰어내리더니 하느님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 인사를 하지 뭐예요!
“찍찍, 하느님 제가 1등이에요!”
약아빠진 쥐가 소의 등에 몰래 올라타고는 하느님이 사는 집까지 편하게 온
것이었어요. 그래서 밤새 열심히 걸어온 소는 아쉽지만 2등이 되고 말았죠. 그
다음으로 달려온 것은 호랑이였어요. 이어서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가 순서대로 도착했죠.
그러면 쥐에게 속은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고양이는 1월 1일 새해 아
침에도 쿨쿨 늦잠을 잤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느님에게 인사
를 하러 갔는데, 집에는 하느님이 없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쥐에게 감쪽같이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고양
이는 너무나 분해서 단단히 결심을 했어요.
“생쥐 녀석, 절대 너를 용서치 않을 거야! 앞으로 내 눈에 띄기만 하면 잡아먹
어버릴 테다!”
고양이가 쥐만 보면 쫓아가서 잡아먹는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12간지에 고
양이가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데, 믿거나 말거나랍니다.
먹음직스런 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정육점 앞에 언젠가부터 며
칠을 쫄쫄 굶은 개가 침을 줄줄 흘리며 고기를 훔쳐보고 있었어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은데 어쩌지? 좋아, 저 고기를 훔쳐야겠어.’
개는 정육점 주인이 한눈을 판 사이에 잽싸게 고기를 물고는 온 힘을 다해 도
망치기 시작했어요.
“저놈 잡아라!”
정육점 주인이 쫓아왔지만, 개는 무사히 도망쳐 마을을 벗어나 강에 도착했
어요.
‘휴, 정육점 주인도 여기까지는 못 쫓아오겠지?’
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다
리 아래를 내려다본 개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다리 아래에 자기랑 비슷하게
생긴 개가 보였기 때문이었죠.
‘얼레?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저 녀석은 누구지?’
다리 아래에 있는 개는 그 누구도 아닌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어요! 하
지만 개는 그것도 모르고 엉뚱한 생각을 했어요.
‘저 녀석이 가진 고기가 내 것보다 훨씬 큰 것 같은데…… 좋아, 저 고기도 내
가 먹어야겠어!’
욕심쟁이 개는 고기를 입에 문 채 아래에 있는 개를 향해 으르렁대며 위협을
했어요. 그러면 겁을 집어먹은 개가 고기를 버리고 도망칠 거라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다리 아래의 개도 으르렁대며 똑같이 자신을 위협하지 뭐예요.
‘저 녀석이 나를 위협하잖아! 이런 괘씸한 녀석!’
욕심쟁이 개는 화가 나서 사납게 짖기 시작했어요.
왕! 왕!
하지만 아뿔싸! 으르렁대며 짖는 바람에 입에 물고 있던 고기가 그만 물속으
로 풍덩, 하고 빠져 버리고 말았어요. 결국 배가 고픈 개는 구슬피 울며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숲속을 걷던 할아버지가 실수로 장갑을 한 짝 떨어뜨리자 쥐가 나타
나 말했어요.
“우아, 멋있는 집이다. 나 이제부터 여기서 살 거야.”
이번에는 개구리가 다가와 말했어요.
“이 멋진 장갑 속에 살고 있는 것은 누구니?”
“찍찍, 나는 쥐야. 너는 누구니?”
“나는 개굴개굴 개구리야. 나도 멋진 집에 들어가도 될까?”
“좋아 들어와.”
장갑 속에 쥐와 개구리가 들어가 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잠시 뒤 토끼가 깡
충깡충 뛰어와 물었어요.
“이 멋진 장갑 속에 사는 것은 누구니?”
“찍찍 쥐와 개굴개굴 개구리야. 너는 누구니?”
“나는 깡충깡충 토끼야. 나도 멋진 집에 들어가고 싶어.”
이렇게 해서 장갑 속에 세 친구가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여우가 다
가와 물었어요.
“이 멋진 장갑 속에 사는 것은 누구니?”
“찍찍 쥐와 개굴개굴 개구리, 깡충깡충 토끼야. 너는 누구니?”
“나는 멋쟁이 여우야. 나도 멋진 집에 들어갈래.”
이렇게 해서 장갑 속에는 네 친구가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늑대가
다가와 물었어요.
“이 멋진 장갑 속에 사는 것은 누구지?”
“찍찍 쥐와 개굴개굴 개구리, 깡충깡충 토끼와 멋쟁이 여우야. 너는 누구니?”
“나는 회색 늑대야. 나도 멋진 장갑에 들어갈래.”
“좋아, 들어와.”
이렇게 다섯 친구가 살고 있는 멋진 장갑에 멧돼지가 다가왔어요.
“이 장갑 속에 사는 것은 누구?”
“찍찍 쥐, 개굴개굴 개구리, 깡충깡충 토끼, 멋쟁이 여우, 그리고 회색 늑대야.
그러는 너는 누구니?”
“나는 송곳니 멧돼지야. 나도 들어갈래.”
장갑 속은 이제 많이 비좁았지만 멧돼지도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렇게 여섯
가족이 되었을 때였어요. 이번에는 곰이 나타나 물었어요.
“이 멋진 장갑 속에 사는 것은 누구니?”
“찍찍 쥐, 개굴개굴 개구리, 깡충깡충 토끼, 멋쟁이 여우, 그리고 회색 늑대와
송곳니 멧돼지야. 너는 누구지?”
“나는 느림보 곰이야. 나도 들어갈래.”
“어쩌지? 이제 여기는 꽉 차서 들어오기가 힘든데.”
“나도 좀 넣어 주면 안 돼?”
“할 수 없군. 그럼 구석으로 와.”
이렇게 일곱이 되자 장갑은 터질듯이 부풀어 올랐어요. 그때 할아버지가 개
와 함께 숲으로 돌아와 잃어버린 장갑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빵빵해진 장
갑이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았죠.
왕! 왕!
개가 짖는 소리에 동물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장갑 밖으로 도망쳤다고 합니
다.
옛날 옛적에 한 장난꾸러기 소년이 놋쇠로 만든 장난감병정 군대를 생
일 선물로 받았어요. 놋쇠는 옛날부터 그릇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인 은색의 금속
이에요. 그런데 스물다섯 개의 병정으로 이루어진 장난감 군대 속에 이상하게
생긴 병정 하나가 소년의 눈에 띄었어요.
“어, 저 녀석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잖아?”
사실은 병정 군대를 만들 때 놋쇠가 조금 모자라 마지막 병정의 다리 하나를
못만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소년은 상관하지 않고 테이블 위의 다른 장난감들
사이에 병정 군대를 늘어놓았는데, 외다리 병정의 눈에 자신처럼 다리 하나로
서 있는 인형이 보였어요. 바로 발레리나 인형이었죠.
발레리나 인형은 사실 다리가 두 개였지만 한쪽 다리를 높게 들고 있어서 꼭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던 거예요. 그것도 모르고 외다리 병정은 발
레리나 인형을 보고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어요.
“너도 나처럼 다리가 하나밖에 없구나. 그런데…… 너 정말 예쁘구나!”
병정의 말에 발레리나도 부끄러워하며 이야기했어요.
“고마워, 너도 늠름하고 멋진 모습이야.”
그날부터 외다리 병정과 발레리나 인형은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창가에 놓여 있던 병정이 갑자기 불어온 세찬 바람에 그만 창문 밖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놋쇠 병정은 사랑하는 발레리나가 기다리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장난감 주인인 아이는 놋쇠 병정이 사라진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결국 다른 아이가 놋쇠 병정을 발견해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죠.
“이 병정을 배에 태워 물에 띄우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종이로 만든 배에 놋쇠 병정을 태워 강물에 흘려보냈어요. 그리고 종
이배는 물에 흠뻑 젖어 찢어지고 말았죠.
“으악, 살려 줘!”
물속에 가라앉는 놋쇠 병정이 비명을 지를 때였어요. 커다란 물고기가 먹이
로 착각해서 병정을 꿀꺽 삼켜 버렸어요.
깜깜한 물고기 배 속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힘껏 헤엄치던 물고기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놋쇠 병정의 눈앞이 환하게 밝아지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머, 이게 뭐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장난꾸러기 소년의 어머니였어요. 어머니는 도마 위
에서 생선을 요리하던 중이었죠. 어부가 병정을 삼킨 물고기를 잡았고, 소년의
어머니가 시장에서 물고기를 사 온 것이었죠. 이렇게 놋쇠 병정은 우연한 사건
들을 겪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다시 널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
병정의 말에 발레리나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어요. 하지만 소년의 짓궂은
장난이 어디 갈까요? 장난꾸러기 소년은 병정을 난로에 던져 버렸어요. 뜨거운
불에 온몸이 녹아내리며 병정은 발레리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
죠.
그때였어요.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둘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듯 발레
리나도 난로 속으로 밀어 넣었고, 다음 날 난로 속에서 하트 모양의 납이 발견되
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코끼리의 코가 지금처럼 길지 않고 장화만큼만 길었
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호기심 많은 아기 코끼리가 타
조 아줌마를 만나 물었어요.
“아줌마의 꼬리털은 왜 그리 길어요?”
기린 아저씨를 만난 아기 코끼리는 또 이렇게 물었어요.
“아저씨 몸에는 왜 얼룩무늬가 있나요?”
그러나 아무도 속 시원히 대답을 해 주지 않았어요. “알 게 뭐냐?”라고 화를
내며 엉덩이를 걷어차는 게 고작이었죠.
“악어는 무엇을 먹고 살까?”
어느 날 또다시 궁금증이 도진 아기 코끼리에게 호로새가 말했어요.
“림포포 강가에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그래? 고마워, 호로새야.”
아기 코끼리는 호로새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며칠을 걸어 림포포 강에 도
착했어요. 림포포 강은 나무가 울창하고, 짙은 녹색을 띤 강이었어요. 아기 코끼
리는 악어를 본 적이 없어서 악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강가에
있던 뱀에게 물어보았어요.
“뱀 아저씨, 이 근처에 악어가 있나요?”
하지만 뱀은 대답 대신 꼬리로 아기 코끼리를 거칠게 밀어낼 뿐이었어요. 시
무룩해진 아기 코끼리는 강가를 터벅터벅 걷다가 긴 나무처럼 생긴 동물을 밟
고 말았어요. 아기 코끼리가 깜짝 놀라 사과를 했어요.
“미안해요. 그런데 혹시 이 근처에 악어가 살고 있나요?”
“내가 바로 악어다!”
“아하, 당신이 바로 악어군요. 저는 당신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왔어요.”
“그래? 후후후, 그럼 가르쳐 줄 테니 이리 가까이 오렴, 꼬마야.”
아기 코끼리는 악어가 시키는 대로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러자 악어가 코를
덥석 물지 뭐예요!
“내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다고? 나는 오늘 아기 코끼리를 먹을 거란다!”
“아야, 이러지 마세요.”
코를 물린 아기 코끼리는 너무 아파 뒷걸음질을 쳤어요. 하지만 배가 고픈 악
어는 좀처럼 코를 놓아 주지 않았죠.
악어와 아기 코끼리는 줄다리기를 하듯 힘을 주며 버텼어요. 그러자 아기 코
끼리의 코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서 힘이 빠
진 악어가 포기했을 때, 아기 코끼리의 코는 길쭉하게 늘어나 있었죠.
“어쩌지? 코가 늘어났잖아!”
아기 코끼리는 기다린 코를 보고는 울상을 지었어요. 하지만 곧 기다란 코가
벌레를 쫓거나 풀을 뜯어 입에 넣을 때 무척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
서 다른 코끼리들도 아기 코끼리처럼 긴 코를 가지기를 바라게 되었어요.
그 뒤부터 코끼리들은 림포포 강으로 가서 악어에게 코를 늘리게 되었고, 코
끼리들의 코가 지금처럼 길어졌답니다.
옛날 옛적에 엄마 게가 길가에 떨어진 커다란 주먹밥을 주워
먹으려는데 갑자기 원숭이가 나타나 말을 걸었어요.
“어머, 맛있는 주먹밥이구나. 나는 감의 씨를 주웠는데, 어때? 내 것과 주먹밥
을 바꾸지 않을래?”
“커다란 주먹밥이랑 조그만 감 씨를 바꾸자고? 말도 안 돼!”
엄마 게가 고개를 젓자 원숭이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어요.
“생각해 봐. 주먹밥은 먹어 버리면 그만이잖아. 하지만 감의 씨를 땅에 심으
면 어떻게 될까? 감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면 가을마다 맛있는 감을 먹을 수 있다
고.”
“아, 그렇구나! 원숭이 너는 정말 똑똑한 것 같아.”
엄마 게는 원숭이의 꾐에 넘어가 주먹밥을 원숭이에게 건넸어요. 원숭이는
신나게 주먹밥을 먹어 치웠고, 엄마 게는 감의 씨앗을 땅에 심었죠.
어서어서 싹을 틔워라. 그렇지 않으면 파내 버릴 테다~.
그날부터 엄마 게가 물을 주며 노래를 부르자, 겁이 난 감의 씨가 멋진 싹을
틔웠어요.
어서어서 자라나라. 그렇지 않으면 가위로 잘라 버릴 테다~.
엄마 게가 물을 주며 노래를 부르자, 겁이 난 감의 싹이 쑥쑥 자라 커다란 나
무가 되었어요.
어서어서 열매를 맺어라. 달콤하지 않으면 잘라 버릴 테다~.
가을이 되자 감나무에서 달콤한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어요. 그런데 아뿔싸!
엄마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무 위로 올라가 감을 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원
숭이를 찾아가 부탁을 했죠.
“원숭이야, 네가 나무에 올라가 감을 좀 따 주렴.”
“알았어. 내가 따 줄게.”
원숭이는 엄마 게의 부탁에 나무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원숭이는 엄마 게에
게 줄 생각을 않고 달콤한 감을 우걱우걱 먹어 치워 버렸어요!
“원숭이야, 그건 내가 힘들게 키운 감이야. 내게도 감을 줘.”
깜짝 놀란 엄마 게가 사정을 했지만, 원숭이는 코웃음을 치며 덜 익어 딱딱하
고 떫은 감을 따서 아래를 향해 던졌죠.
“시끄러워. 자, 이거나 먹으라고.”
엄마 게는 딱딱한 감에 맞아 그만 죽고 말았어요.
엄마! 엄마!”

엄마를 잃은 아기 게들은 슬퍼서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어요. 그러자 벌 한 마


리가 날아와 이유를 물었어요. 아기 게들은 엄마 게가 원숭이의 꾐에 빠져 억울
하게 목숨을 읽은 사연을 설명했죠.
“천하의 나쁜 원숭이를 이대로 둘 수는 없어!”
화가 난 벌은 친구들인 밤과 절구, 소똥과 힘을 합쳐 원숭이를 혼내 주기로 결
심하고는 원숭이 집에 몰래 숨어들었어요. 벌은 물동이 옆, 밤은 화로 안, 소똥
은 문 옆, 절구는 지붕 위에 숨어 원숭이가 오기를 기다렸죠. 시간이 얼마나 흘
렀을까요?
“아이고 추워라.”
집으로 돌아온 원숭이가 몸을 녹이려고 화로로 다가간 순간이었어요. 화로
안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밤이 튀어나와 냅다 원숭이의 얼굴을 때렸어요.
“앗, 뜨거워!”
깜짝 놀란 원숭이가 차가운 물에 얼굴을 식히려고 물동이로 뛰어갔어요. 그
러자 이번에는 물동이 옆에 숨어 있던 벌이 튀어나와 원숭이에게 벌침을 쏘았
어요.
“아야!”
화들짝 놀라 밖으로 도망가던 원숭이는 이번에는 소똥을 밟고 미끄러지고 말
았어요. 그 순간 지붕 위에 있던 절구가 원숭이 머리 위로 쿵 하고 떨어졌죠. 결
국 원숭이는 절구에 맞아 죽어 버리고 말았답니다.
어느 날 어린 수탉이 길을 가다가 금화가 가득 든 지갑을 주웠어요.
그때 한 농부가 다가와 말했어요.
“그 지갑을 내가 키운 보리와 바꾸지 않을래?”
당장 배가 고팠던 수탉은 지갑을 보리와 바꾸었어요. 하지만 집에 돌아온 수
탉은 아빠 수탉에게 꾸지람을 들었어요.
“금화를 보리와 바꾸다니, 이 어리석은 녀석! 당장 가서 지갑을 되찾아 오너
라.”
‘큰일이네. 농부에게서 금화를 어떻게 되찾지?’
고민에 빠진 어린 수탉이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을 때였어요. 맞은편에서 걸
어오던 늑대를 본 수탉은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그래서 늑대에게 사정
을 이야기하며 부탁을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내 배 속에 잠깐 들어와 주지 않을래?”
“그래, 좋아.”
수탉은 늑대를 배 속에 삼켰어요. 그리고 다시 길을 걷다가 여우를 만나자 아
까와 똑같은 부탁을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내 배 속에 들어와 주지 않을래?”
“그래, 좋아.”
수탉은 여우를 배 속에 삼켰어요. 늑대와 여우를 배 속에 삼킨 수탉은 농부의
집을 향해 가다가 넓은 강을 만났어요.
“음…… 이번에는 강을 삼켜야겠다.”
수탉은 넓은 강을 배 속에 삼켰어요. 이렇게 늑대와 여우와 강을 배 속에 넣은
수탉이 농부의 집에 도착해 부탁을 했어요.
“제발 지갑을 돌려주세요.”
하지만 농부는 들은 척도 않고, 오히려 수탉을 외양간에 가두어 버렸어요.
‘흥, 어디 두고 보자!’
밤이 되자 수탉은 배 속에서 늑대를 토해냈어요. 늑대는 농부가 키우던 소를
잡아먹었죠.
다음 날 아침 외양간을 본 농부는 깜짝 놀랐어요. 자기가 애지중지 키우던 소
가 감쪽같이 사라졌지 뭐예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없던 농부는 혹시
나 싶어 수탉을 닭장에 꽁꽁 묶어 가두었어요.
하지만 그날 밤 수탉은 배 속에서 다시 여우를 토해 냈어요. 여우는 손쉽게 닭
장에 있던 닭을 모두 잡아먹었죠.
다음 날 농부는 부들부들 떨며 닭을 뜨거운 부뚜막에 집어넣었어요. 이번에
는 누구 차례일까요? 맞아요. 바로 강물의 차례였어요.
수탉의 배 속에서 나온 강물은 부뚜막의 불을 모두 꺼 버렸어요. 그리고 농부
의 집과 밭을 차례로 집어삼켰죠.
“아이고, 사람 살려!”
농부가 헐레벌떡 도망가자 수탉은 지갑을 찾아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옛날 옛적에 나쁜 꾀로 친구들을 괴롭히는 여우가 산책을 하다가 학


과 마주쳤어요.
“학아, 안녕?”
여우가 학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어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오늘은 저 녀석
에게 어떤 재미난 장난을 칠까?’ 하고 못된 생각을 했죠. 그때 멋진 꾀가 생각났
어요.
“학아, 우리 같이 점심 먹지 않을래? 내가 맛있는 음식을 줄 테니 우리 집으로
가자.”
“그래? 좋아.”
아무것도 모르는 학이 기뻐하며 여우네 집에 놀러갔어요.
“음식을 준비해 올 테니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렴.”
“응, 그래.”
잠시 후 여우가 맛있는 수프를 가지고 왔어요.
“자, 맛있게 먹으렴.”
하지만 학은 수프를 먹을 수가 없었어요. 수프가 편평한 접시에 담겨 있어서
학의 기다란 부리로는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 모습을 본 여우가 깔깔
대며 웃기 시작했어요.
“왜 그래? 수프가 먹기 싫은 거야? 그럼 내가 대신 먹어 줄게.”
여우는 학에게 주었던 수프를 모두 먹어 치웠어요.
‘나쁜 녀석, 어디 두고 보자!’
화가 나 집으로 돌아간 학은 다음 날 여우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어요.
“어제 나를 초대했으니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지 않을래?”
여우는 학에게 했던 나쁜 짓을 까먹고는 학의 집으로 갔어요. 학의 집에 들어
서 자 맛있는 냄새가 났어요.
‘우아, 정말 향긋한 냄새구나! 학이 어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한 걸까?’
여우가 잔뜩 기대하고 있을 때였어요.
“오래 기다렸지? 자, 많이 먹어.”
학이 음식을 들고 나왔는데, 맙소사! 음식이 가늘고 긴 호리병 속에 담겨 있
지 뭐예요! 학은 기다란 부리를 호리병 속에 집어넣어 음식을 꺼내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우는 호리병 속에 손을 넣을 수도 없고, 입을 넣을 수도
없었어요. 음식을 먹으려고 발버둥치는 여우를 보던 학이 웃으며 말했어요.
“여우야, 네가 좋아하는 고기인데 왜 안 먹니? 먹기 싫으면 내가 먹어 줄게.”
‘으윽, 이 녀석이 나한테 복수를 하는구나!’
여우는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답니다.
옛날 옛날에 엄마 돼지와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엄마
돼지는 아기 돼지들이 무럭무럭 자라자 독립을 시키기로 결정했어요.
“이제부터 너희들은 각자 집을 짓고 살아야 한단다.”
엄마 돼지의 말에 첫째 돼지는 하루 만에 볏짚으로 뚝딱 집을 지었어요. 둘째
돼지도 나뭇가지로 이틀 만에 집을 완성했죠. 하지만 막내 돼지는 튼튼한 벽돌
로 집을 짓는 바람에 사흘이 지나도 완성할 수가 없었어요.
“바보, 아직도 집을 못 지었니?”
첫째 돼지가 비웃자 둘째 돼지도 따라 웃었어요.
“정말 돼지처럼 느리구나. 너 때문에 우리 돼지가 게으르다고 욕을 먹는 거
야.”
하지만 막내 돼지는 형들의 비아냥에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집을 지었어
요.
“나는 튼튼하고 강한 집을 만들 거야.”
그런데 며칠 뒤 굶주린 늑대가 나타나 볏짚으로 만든 첫째 돼지의 집 문을 두
드렸어요.
“착한 아기 돼지야, 내가 좀 들어가도 되겠니?”
“안 돼. 들어올 수 없어!”
첫째 돼지의 말에 화가 난 늑대는 “이런 집 따위는 식은 죽 먹기지!”라면서
입으로 세게 바람을 불었어요.
후우~ 후우~!
그러자 볏짚으로 된 집이 단숨에 무너져 버렸어요. 늑대는 첫째 돼지를 맛있
게 잡아먹었죠. 그래도 배가 고파 이번에는 나뭇가지로 만든 둘째 돼지의 집으
로 가서 물었어요.
“착한 아기 돼지야, 내가 좀 들어가도 되겠니?”
“안 돼. 들어올 수 없어!”
둘째 돼지의 말에 화가 난 늑대가 다시 “이런 집 따위는 식은 죽 먹기지!”라
면서 바람을 불었어요.
후우~ 후우~!
이렇게 둘째 돼지까지 잡아먹은 늑대는 아직도 배가 고파서 막내 돼지의 집
으로 갔어요.
“착한 아기 돼지야, 내가 좀 들어가도 되겠니?”
“안 돼. 들어올 수 없어!”
늑대는 이번에도 바람을 불어 집을 날려 버리려고 했어요.
후우~ 후우~!
하지만 아무리 세게 바람을 불어도 벽돌로 만든 집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바보, 이 집이 그깟 입으로 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
늑대는 막내 돼지의 말에 화가 나 굴뚝 위로 올라갔어요.
“흥, 굴뚝으로 내려가서 너를 잡아먹어 주마!”
그런데 그만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늑대는 굴뚝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어
요. 그때 막내 돼지는 벽난로에 커다란 냄비를 걸고 뜨거운 물을 끓이고 있었죠.
풍덩~!
늑대는 펄펄 끓는 냄비 속에 빠졌고, 아기 돼지는 재빨리 냄비 뚜껑을 닫아 버
렸어요. 결국 늑대는 욕심을 부리다가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세상에는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매일매일 게으름을 피
우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터키’라는 나라의 한 마을에 이런 말이 전해 내려
왔어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은 죄악이다. 게으른 것이야말로 행
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마을에 사는 한 남자는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평생 동안 아주 열심히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바로 마흔
살이 넘은 아들에게 진정으로 게으른 생활을 가르치고 싶은데, 마땅한 선생님
을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러던 어느 날 남자가 커다란 저택을 지나가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저택의 주인은 전혀 일을 하는 법이 없다지 뭐예요!
“옳거니, 저 집의 주인이야말로 내 아들의 선생님으로 맞춤이군!”
남자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정원에 할아버지 한 분이 느긋하게 누워 있었
어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남자는 잠시 할아버지를 지켜보았어요. 그리고 잠시 뒤 무릎을 치고 말았어
요. 할아버지 옆에는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자 무화과
열매 하나가 땅으로 툭 떨어졌어요. 할아버지는 누운 채 손만 뻗어 열매를 집어
들더니 와그작와그작 맛있게 먹었죠. 할아버지는 무화과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
다리고 있었던 것이에요.
‘저분이야말로 내 아들의 게으름 선생님으로 안성맞춤이야!’
남자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부디 아들의 게으름 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부탁
했어요.
“좋네, 가서 아들을 이리로 데려오게.”
할아버지가 허락하자 남자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아들을 데리고 다시 저
택을 찾았어요.
그런데 누워서 무화과를 먹는 할아버지를 본 아들이 코웃음을 치는 게 아닙
니까?
“흥, 저게 무슨 게으름이라고?”
그러더니 아들이 나무 아래 누워 쩍 입을 벌렸어요.
얼마 뒤 무화과 열매가 떨어져 아들의 입속으로 쏙 들어갔어요. 아들은 열매
를 맛있게 먹고는 다시 떡 입을 벌렸어요. 열매가 떨어질 때까지 말이죠. 열매가
얼굴옆에 떨어져도 아들은 손을 뻗기 귀찮아 모른 척했어요.
“땅에 떨어진 열매를 줍는 것도 귀찮잖아요. 그냥 저는 입속에 들어오는 것만
먹을래요. 무화과야, 입속으로 떨어져라.”
할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는 이렇게까지 게으른 기술을 생각해 내지 못했는데 정말 훌륭하군. 더 이
상 가르칠 것이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게.”
그 후 아들과 아버지는 계속해서 게으른 기술을 생각해 내어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으리으리한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마을의 논과 밭
이 모두 부자의 땅일 정도였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멀리서 부자의 그림자만
보여도 허리를 굽혀 인사하기 바빴어요. 혹시라도 부자의 눈에 잘못 보이면 큰
일이 났기 때문이죠.
“흥, 자네 저번에 주막에서 우리 집 강아지가 아무 데나 똥을 싼다고 흉을 보
았다지? 내년부터는 자네에게 농사지을 땅을 빌려주지 않겠네.”
“아이고, 나리, 제발 한번만 살려 주십시오!”
부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못살게 괴롭혔어요. 그런데 딱 한
사람만 부자에게 굽실대지 않았는데, 바로 청렴하고 가난한 젊은 선비였어요.
선비는 길에서 부자를 만나도 인사는커녕 모른 체했죠. 그래서 부자는 생각하
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 단단히 결심을 했어요.
‘먹을 게 없어 나무뿌리를 캐어 먹는다는 놈이 뭐가 잘났다고 뻣뻣이 고개를
들고 다니지? 다시 만나기만 해 봐라. 내 단단히 혼을 낼 테니!’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부자와 가난한 선비가 딱 마주쳤는데 이번에도 선비
가 아는 척을 않자 부자가 물었어요.
“자네, 나를 모르는가?”
“당연히 알죠. 마을에서 가장 큰 기와집에 사는 분 아닙니까?”
“잘 알고 있구먼. 그런데도 자네는 왜 나한테 인사를 하지 않는가?”
부자의 물음에 선비가 웃음을 터뜨리며 되물었어요.
“하하하, 당신이 부자인 것과 내가 인사를 하는 것과 무슨 상관입니까? 혹시
당신이 내게 엽전 하나라도 준 적이 있습니까?”
선비의 말에 부자는 화가 났지만 맞는 말이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하
지만 선비에게서 꼭 인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 부자가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그럼 내가 자네에게 내 재산의 십 분의 일을 준다면, 인사를 하겠는가?”
부자는 당연히 선비가 감사한 마음에라도 인사를 할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
만 선비의 허리는 정말 꼿꼿했어요.
“그만한 일로 어찌 선비가 머리를 숙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자가 다시 제안을 했어요.
“그럼 내 재산의 반을 준다면?”
“그럼 당신과 내가 재물이 같은데,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굽실거릴 필요가 없
지 않겠습니까?”
부자는 이래도 싫고 저래도 싫다는 선비의 말에 약이 바짝 올라 마지막으로
물었어요.
“만, 만약 내 재산을 다 준다면?”
부자는 이번에는 기필코 선비가 인사를 하리라 확신했어요. 하지만 이어진
선비의 말에 부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았죠. 선비가 대체 어떤 말을 했기 때
문이었을까요?
“쯧쯧, 그럼 당신은 가난뱅이가 되고 나는 부자가 되는데, 내가 왜 당신에게
인사를 하겠습니까? 인사란 재물로 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성품으로 받는다
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겠습니까?”
가난한 선비는 이렇게 말을 하고는 유유히 부자를 남겨 두고 떠났다고 합니
다.
마음씨 착한 나무꾼이 연못 근처에서 나무를 베다가 그만 실수로 도
끼를 풍덩, 하고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어요.
“이 연못은 너무 깊어 도끼를 건질 수가 없는데, 이 일을 어쩌지?”
나무꾼이 시름에 젖어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산신령이 나타나 물었어요.
“무슨 일인데 내 연못 앞에서 그리 괴로워하느냐?”
“제가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습니다. 도끼가 없으면 나무를 할 수가 없
으니 괴로워하던 중입니다.”
“그것 참 안됐구나. 그러면 내가 그 도끼를 찾아 주마.”
나무꾼의 딱한 처지에 연못 속으로 사라졌던 산신령이 도끼를 들고 나타났어
요.
“네가 잃어버린 도끼가 이것이냐?”
산신령이 내민 도끼는 번쩍거리는 금으로 만든 도끼였어요. 하지만 나무꾼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것은 제 도끼가 아닙니다.”
산신령은 다시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가 은으로 된 도끼를 들고 나타났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나무꾼은 고개를 저었고, 산신령이 마지막으로 가져온 볼품없
는 무쇠도끼에 반갑게 소리쳤어요.
“맞습니다. 바로 그 도끼가 제 도끼입니다!”
나무꾼이 크게 기뻐하자, 산신령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너는 참으로 정직하고 마음이 고운 사람이로구나. 상으로 금도끼와 은 도끼
를 모두 주겠노라.”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욕심쟁이 나무꾼은 한 가지 꾀를 내었어요.
“무쇠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고 나는 금도끼와 은 도끼를 받아야지.”
욕심쟁이 나무꾼은 곧바로 연못으로 달려가 쇠도끼를 일부러 빠뜨리고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산신령이 나타나 물었어요.
“너는 왜 울고 있느냐?”
“소중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려 나무를 할 수가 없어 울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그 도끼를 찾아 주마.”
연못 속으로 사라진 산신령이 반짝이는 금도끼를 들고 나타났어요.
“네가 잃어버린 도끼가 이것이냐?”
“예, 맞습니다. 바로 그 도끼가 제 도끼입니다.”
나무꾼이 희희낙락하며 손을 내밀었어요. 하지만 산신령은 금도끼를 주지 않
고 나무꾼의 욕심에 실망해 모습을 감춰 버렸죠. 결국 욕심쟁이 나무꾼은 금도
끼는커녕 쇠도끼마저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어느 날 들판을 깡충깡충 뛰어가던 토끼가 느릿느릿 걸어가는 거북
이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어요.
“거북아, 너는 왜 그렇게 천천히 걷니? 정말 바보 같아.”
토끼의 비웃음에 기분이 상한 거북이가 말했어요.
“나는 원래 이렇게 걸어. 너는 네가 굉장히 빠른 줄 알지? 하지만 나는 너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뭐라고? 네가 나보다 빠르다고? 말도 안 돼!”
거북이의 말에 토끼는 깔깔대며 웃었어요. 그러자 거북이가 제안을 했어요.
“그럼 저 언덕 위까지 경주를 해 보면 어떨까?”
“진심이야? 네가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그건 모르는 일이야.”
이렇게 해서 토끼와 거북이는 누가 먼저 언덕 위에 도착하는지 경주를 하기
로 했어요.
“셋, 둘, 하나, 출발!”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시작했어요. 역시 발이 빠른 토끼가 앞으로 달려 나
갔어요. 잠시 뒤 열심히 뛰고 있던 토끼가 뒤를 돌아보니 거북이가 멀리서 느릿
느릿 걸어오고 있지 뭐예요!
“아이고, 저 느림보 걸음으로 나를 이기겠다고? 거북이가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 멀었으니, 나는 잠깐 쉬었다 갈까?”

토끼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누워 잠시 쉬려고 했어요. 하지만 솔솔 불어오


는 바람에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죠.
토끼가 낮잠을 자는 동안에도 거북이는 쉬지 않고 걸었어요. 한 발 두 발 열심
히 걸음을 옮긴 거북이는 쿨쿨 잠을 자고 있는 토끼도 지나쳤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토끼가 잠에서 깨어났어요.
“아함, 내가 깜박 잠이 들었구나. 이제 슬슬 출발해 볼까? 어차피 거북이는 한
참 뒤에 있을 거야.”
토끼는 언덕 위를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거북이가 먼저 언덕 위
에 도착해 있지 뭐예요!
“토끼야, 내가 이겼지?”
거북이의 말에 토끼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답니다.
몹시 추운 어느 겨울밤이었어요. 무덤지기의 부인과 고양이 톰은 난
롯가에 앉아 꾸벅꾸벅 졸면서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죠. 시간이 얼
마나 흘렀을까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황급히 물었어요.
“당신, 톰 틸드람이 누군지 알아?”
부인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물었어요.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그 사람이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요?”
그러자 남편은 조금 전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무덤을 파다가 잠시 쉴 겸 졸고 있는데 어디선가 야옹, 하는 고양이 울음소
리가 들리는 거야.”
그러자 난롯가에 있던 톰이 흉내라도 내듯 야옹, 하고 울었어요.
“ 맞아, 바로 저렇게! 아무튼 그때 고양이 아홉 마리가 줄을 맞춰 나타나더라
고. 톰과 똑같이 생긴 검은 고양이들이 검은 천을 덮은 관을 매고 있었는데, 관
위에는 황금 왕관이 놓여 있었어. 그리고 소리를 맞춰서 야옹, 하고 우는 거야.”
톰이 다시 야옹, 하고 울었고 무덤지기는 계속 말을 이었어요.
“고양이들의 초록색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점점
다가올수록 그들의 울음소리가 커졌어.”
야옹~ 또다시 톰이 울자 남편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어요.
“맞아, 바로 저 목소리였다니까! 고양이들이 내가 파 놓은 무덤 앞에 멈추더
니 나를 바라보더군. 맞아, 톰의 눈과 똑같았어.”
“그,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부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남편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대답했어요.
“맨 앞에 있던 고양이가 내게 이렇게 말을 하더군.”

톰 틸드람에게 전해 주게. 틸 톨드람은 죽었다고.


“그래서 너무 놀라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온 거야. 그런데 당신 톰 틸드람이
누군지 알아? 톰 틸드람이 누군지 알아야 소식을 전해 줄 텐데 말이야.”
바로 그때였어요.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검은 고양이 톰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사람처럼 말하는 것이었어요.
“틸 톨드람이 죽었다고?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고양이 왕이라는 것인가?”
그러고는 검은 고양이 톰이 큰 소리로 야옹, 하고 울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
다고 합니다.

아기 게가 개펄을 걷고 있을 때였어요. 아기 게의 걷는 모습을 지켜


보던 엄마 게가 말했어요.
“너는 왜 그렇게 옆으로 걷니? 똑바로 앞으로 걸어야지!”
아기 게가 멈춰 서서 대답했어요.
“알겠어요. 똑바로 걸을 테니 잘 보세요.”
아기 게는 자신 있게 말하고는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엄마 게
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냐, 계속 옆으로 걷고 있잖니. 그렇게 옆으로 걸으면 모두가 널 비웃을 거
야.”
“내가 걷는 게 그렇게 이상해요? 그럼 다시 해 볼 테니까 잘 보세요.”
아기 게는 똑바로 걸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이번에도 엄마 게는 아기 게를 나
무랄 뿐이었어요.
“아냐, 아니라고! 안 되겠다. 똑바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연습을 하렴.”
“알겠어요, 엄마.”
착한 아기 게는 계속해서 똑바로 걷는 연습을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고, 그때마다 엄마 게는 화를 냈죠.
“너는 도대체 왜 똑바로 걷질 못하는 거니? 연습을 제대로 안 한 것 아냐?”
“엄마, 아무리 연습해도 이렇게밖에 걷지 못하겠어요. 엄마가 걷는 것을 보고
따라할 테니, 엄마가 한번 걸어 보지 않을래요?”
아기 게의 말에 엄마 게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내가 시범을 보이면 알기 쉬울 거야. 자, 똑똑히 잘
보렴.”
엄마 게는 자신 있게 말하고는 아기 게 앞에서 걷는 시범을 보였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이죠? 글쎄 엄마 게의 걸음도 아기 게의 걸음과 똑같았답니다.
이것 참…… 어쩌면 좋죠?
아주 오래전에 한 남자가 여행을 하다가 커다란 농장에 도착했어요.
농장에는 성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집이 있었죠.
“이곳이라면 하룻밤을 편하게 쉬어 갈 수 있겠군.”
남자가 기대를 하며 문을 두드렸어요.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기척이 없어
남자는 실례를 무릅쓰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러자 회색 수염을 기른 할아버
지가 남자의 앞에 나타났어요.
“안녕하세요? 밤이 깊어서 그런데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을 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부엌에 있는 내 아버지에게 물어보시오.”
남자는 할아버지의 말에 부엌으로 갔어요. 그러자 좀 전의 할아버지보다 조
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난로 옆에 앉아 불을 쬐고 있는 게 보였어
요.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을 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거실에 있는 내 아버지에게 물어보시오.”
남자가 거실로 가니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어요.
좀 전의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는 추운지 살짝 몸을 떨
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을 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저쪽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아버지에게 물어
보시오.”
남자가 의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좀 전의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
는 할아버지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침대에 누워 있는 내 아버지에게 물어보시
오.”
남자가 안방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늙은
할아버지가 누워 있었어요.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요람에 누워 있는 내 아버지에게 물어보시
오.”
남자가 요람이 있는 곳으로 가자 요람 안에 갓난아기 크기의 화석처럼 깡마
른 할아버지가 누워 있는 게 보였어요.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하자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나는 이 집의 주인이 아니라오. 벽에 걸린 뿔피리 속의 내 아버지에게 물어
보시오.”
남자가 벽을 보자 과연 뿔피리가 걸려 있었어요. 뿔피리 안에는 하얀 것이 들
어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의 얼굴이었죠.
“안녕하세요? 하룻밤만 재워 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가 부탁하자 뿔피리 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그, 그렇게 하시오.”
그제야 남자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편히 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도시 제네바에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
운 생물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바로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었죠.
어느 추운 겨울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마침내 키가 2미터 50센티미터나 되
는 인간을 닮은 생물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어요.
하지만 2년에 걸쳐 만든 생물은 너무나 끔찍한 모습이었어요. 피부 아래로 근
육과 혈관이 다 보이고, 얼굴은 쭈글쭈글하고 입술은 새까맸죠. 박사는 자기가
만든 생물인데도 너무나 무서워서 결국 실험실에서 도망을 치고 말았어요.
그런데 몇 개월 후, 기운을 차리고 알프스로 여행을 떠난 박사의 앞에 괴물이
나타났어요.
“너는 왜 나를 하필이면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만들었느냐? 내가 얼마나 괴
로운 줄 아느냐?”
괴물은 자신을 만든 박사를 향해 원망을 쏟아내며 그동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야기했어요.
박사가 도망친 후, 괴물도 실험실 밖으로 나와 바깥세상을 떠돌았어요. 하지
만 배가 고파 음식을 얻기 위해 들어간 집에서는 아이가 비명을 지르고, 엄마는
기절을 해 버렸죠. 괴물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쳐
버리기 일쑤였어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
괴물은 다행히 앞을 못 보는 노인과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노인의 가
족들이 괴물을 발견하는 바람에 다시 도망칠 수밖에 없었죠.
“나는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인간들은 하나같이 나를 두려워 도망치기만
할 뿐이다. 만약 나처럼 추하게 생긴 괴물이 있다면, 나와 사이좋게 지낼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못생긴 아내를 만들어 다오. 그러면 인간에게 해를 끼
치지 않고 둘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살겠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의 부탁을 거절했어요. 괴물끼리 결혼을 해
서 아이를 낳으면 점점 괴물의 숫자가 늘어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네 멋대로 나를 만들어 놓고 나 혼자 살아가라는 것인가? 그럼 너 역시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괴물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한 박사에게 저주를 퍼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
렸어요.
세월이 흘러 박사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결
혼식날, 괴물은 다시 박사 앞에 나타나 신부를 죽여 버리고 말았어요.
“이제 너도 외톨이가 되었구나.”
괴물은 박사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옛날 옛적에 일본의 한 마을에 늙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오순도순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한 뒤에 점심을 먹고 있었어
요. 점심은 할머니가 만든 맛있는 시루떡이었죠. 할아버지는 시루떡을 실컷 먹
고도 떡이 남자 떡을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낮잠을 잤어요.
그때 작은 새가 짹짹짹짹~ 울면서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았는데, 그만 시루떡
에 발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어요.
“쯧쯧, 조심 좀 하지 그랬니? 가만히 있으렴. 내가 너를 풀어 주마.”
잠에서 깬 할아버지는 떡에 달라붙은 작은 새를 보고는 불쌍해서 입으로 떡
을 떼어 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만 실수로 떡에 붙어 있던 작은 새까지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어요.
“아이고, 답답해~!”
작은 새는 할아버지 배 속이 너무 갑갑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고 버둥대다가 할아버지의 배꼽으로 꼬리가 툭 튀어나왔어요. 깜짝 놀란 할아
버지가 꼬리를 잡아당기자 글쎄 엉덩이에서 짹짹짹짹~ 방귀 소리가 나지 뭐예
요!
“허허허,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할멈에게도 들려줘야겠군.”
할아버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배꼽 밖으로 나온 새의 꼬리를 잡아당겼어
요. 그러자 짹짹짹짹~ 어김없이 예쁜 방귀 소리가 났죠.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배꼽이 빠져라 웃으며 말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방귀 소리를 성주님에게도 들려주는 게 어때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할아버지는 다음 날 성으로 찾아가 문지기에게 말했어요.
“저는 일본 제일의 방귀쟁이입니다. 성주님께 제 방귀 소리를 들려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배꼽의 꼬리를 잡아당기자 엉덩이에서 짹짹짹짹~ 방귀 소
리가 났어요.
“하하하, 진짜 재미있고 신기하군. 성주님도 좋아하실 게 분명해!”
문지기는 웃으며 할아버지를 성으로 들여보내 주었어요. 잠시 뒤 일본 제일
의 방귀 소리를 듣기 위해 성주와 신하들이 모두 모였죠.
“자네가 일본 제일의 방귀쟁이라고? 어디 한번 들어 보지. 어서 방귀를 뀌어
보게나.”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배꼽의 꼬리를 잡아당겼어요. 그러자 짹짹짹짹~ 새소리를 닮은
방귀 소리가 터져 나와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어요.
“으하하하, 진짜 재미있군. 재미있어!”
성주도 크게 웃으며 몇 번이나 방귀 소리를 듣고는 할아버지에게 큰 상을 내
렸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돈이 아주 많은 농부가 살고 있었어요. 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는 세몽, 둘째는 타라스, 그리고 막내가 이반이었
죠. 농부는 죽을 때가 되자 아들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공평하게 물려주려 했어
요. 그런데 욕심 많은 두 형은 이반의 몫까지 탐을 냈어요.
“형들이 네 재산까지 탐을 내는데, 너는 어떻게 하겠니?”
“형들을 위해서라면 저는 괜찮습니다.”
아버지의 물음에 이반은 흔쾌히 자신의 몫까지 나누어 주었어요. 결국 남은
거라고는 비쩍 마른 말 한 마리뿐이었지만 이반은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이반의 착한 행동에 악마는 화가 났어요. 악마가 좋아하는 것은 나쁜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악마는 부하 악마 셋을 보내 형제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
고, 부하 악마들의 달콤한 꾐에 빠진 욕심꾸러기 형들은 결국 무일푼이 되어 이
반의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어요.
악마는 이번에는 이반이 화를 내며 형들을 쫓아낼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반은 악마의 훼방에도 형들을 받아 주고 묵묵히 열심히 일만 했어요. 오히려
얄팍한 꾀를 내는 부하 악마들을 붙잡기까지 했죠.
부하 악마들은 이반에게 어떤 병도 고칠 수 있는 나무뿌리와 두드리면 군대
가 튀어나오는 보릿단, 문지르면 돈이 쏟아지는 떡갈나무 잎사귀를 주며 제발
살려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좋아, 너희들을 용서해 주지.”
이반의 허락에 악마들은 흙 속으로 도망친 후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
았어요.
하지만 욕심쟁이 형들은 이번에도 이반이 얻은 보물을 빼앗아 나누어 가졌어
요. 세몽은 군대가 나오는 보릿단으로 세계 제일의 왕이 되었고, 타라스는 돈이
나오는 떡갈나무의 잎사귀로 세계 제일의 상인이 되었죠. 하지만 이반은 여전
히 바보처럼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뿐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나라의 이곳저곳에 포고문이 붙었어요.
공주님의 병을 낫게 해 주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이반은 자기가 가진 어떤 병도 고치는 나무뿌리로 공주님의 병을 고쳐 주려
고 했어요. 하지만 이반은 성으로 가는 길에 만난 가난한 여자의 병든 손을 고치
느라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나무뿌리를 쓰고 말았어요.
악마의 두목은 화가 나서 다시 형들의 재산을 모두 빼앗았어요. 그러면서 이
번에야말로 착한 이반도 형들을 용서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모든 것을 잃
은 형들은 집으로 돌아와 이반에게 말했어요.
“이제부터는 우리도 농사를 짓고 싶다.”
이반은 형들을 어떻게 맞이했을까요? 이반은 흔쾌히 다시 형들을 맞이했어
요. 형제들을 싸움 붙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던 악마는 결국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어요.
“역시 이반은 진짜 바보다. 욕심이 없는 바보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구나.”
악마는 절망하며 그 길로 사라져 버렸어요. 그 후 형제들은 사이좋게 오래오
래 살았다고 합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북풍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이었어요. 겨울이
깊을수록 힘이 세져 기세가 등등해진 북풍이 하늘을 날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해님을 보고는 비웃듯이 말을 건넸어요.
“해님은 하늘 위에서 빛나고 있지만, 힘은 별로 세지 않은 것 같군요.”
북풍의 잘난 척에 해님이 웃으며 물었어요.
“과연 그럴까요?”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해님보다 훨씬 더 강하죠. 내가 힘을 내면 나무도
꽃도 동물도 몸을 부들부들 떤답니다. 마음만 먹으면 집도 날려 버릴 수 있고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북풍이 으스대자 해님이 말했어요.
“당신 말처럼 나는 집을 날려 버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나보다 강한
지는 모르겠군요.”
“그럼 누구 힘이 더 센지 겨루어 볼까요?”
북풍은 맨날 하늘 꼭대기에서 잘난 척하는 해님의 콧대를 꺾어 줄 좋은 기회
라고 생각해 제안을 했어요. 해님도 북풍의 내기에 고개를 끄덕였죠.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 겨루겠다는 것이죠?”
북풍이 땅 아래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저 아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남자의 코트를 벗기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


면 어떨까요?”
“좋아요. 재미있겠군요.”
해님의 대답에 북풍이 세찬 바람을 일으
키며 말했어요.
“ 그럼 내가 먼저 하겠습니다.”
북풍이 힘차게 남자를 향해 바람을 불기
시작했어요.
“으으으, 추워. 무슨 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 거야?”
남자가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단단히 잠갔어요.
“흥, 그래봤자 소용없을걸. 내가 그 코트를 기필코 벗겨 주마.”
북풍은 더욱 세찬 바람을 일으켰어요. 하지만 남자는 손으로 옷깃을 여미며
버텼죠.
“흥, 이번에야말로!”
북풍은 더욱더 세찬 바람을 일으켰어요. 하지만 남자는 바람이 강하면 강할
수록 더 단단히 옷깃을 여미고 길을 걸을 뿐이었죠. 결국 북풍은 지쳐서 남자의
코트를 벗기는 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자, 이번엔 내 차례군요.”
해님이 방긋 웃으며 따뜻한 햇볕을 내리쬐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남자가 단
단히 여몄던 코트의 단추를 풀며 말했어요.
“우아, 바람이 멈추고 해가 나왔구나. 이게 얼마만의 햇살이지? 아, 기분 좋
다.”
해님은 다시 방긋 웃으며 좀 더 따뜻한 햇볕을 내리쬐기 시작했어요.
“어휴, 많이 덥네. 코트를 벗는 게 낫겠군.”
남자가 코트를 벗고 땀을 닦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에 해님이 방긋 웃으며 북
풍을 돌아보았어요.
“어때요? 아무래도 제가 이긴 것 같지 않나요?”
북풍은 아무 말도 못하고 풀이 죽고 말았어요. 자기 힘만 믿고 으스댔지만,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랍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돌로 만든 우물이 있었어요. 우물물은 오래전에 말
라 버렸고, 대신 ‘우드렛’이라는 이름의 집 없는 소녀가 우물 속에서 살고 있었
죠. 우드렛은 춥고 어두운 우물 속에서 매일매일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렸어요.
“하느님,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느님이 우드렛을 찾아와 물었어요.
“우드렛, 잘 지내니? 우물 속에서 사는 게 행복하니?”
“네, 하지만 조금만 더 따뜻한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 착한 일을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란다.”
우드렛은 하느님의 말씀처럼 착한 일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자 어느 날
감사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 보니, 깜깜한 우물 속이 아니라 환한 햇
살이 비치는 따뜻한 집에 자신이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아, 하느님께서 내 소원을 들어주셨구나!”
우드렛이 기뻐할 때 다시 하느님이 찾아와 물었어요.
“우드렛, 잘 잤니? 따뜻한 집이 생겨 행복하니?”
“네, 하지만 암소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맛있는 우유와 버터를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착한 일을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란다.”
우드렛은 늘 그렇듯이 감사 기도를 드리고 따뜻한 집에서 잠이 들었어요. 그
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암소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었어요.
“아, 정말 멋진 암소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우드렛이 감사 기도를 드리고 암소에서 짠 우유를 마실 때였어요. 다시 하느
님이 찾아와 물었어요.
“우드렛, 암소가 있어 이제 행복하니?”
“네, 하지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착한 일을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란다.”
우드렛은 다시 감사 기도를 드리고 따뜻한 집에서 잠이 들었어요. 다음 날 아
침, 침대 옆에는 아름다운 드레스가 놓여 있었죠.
“아, 너무나 아름다워!”
우드렛이 감사 기도를 드리자 또다시 하느님이 찾아왔어요.
“우드렛, 잘 잤니?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으니 이제 행복하니?”
“네, 하지만 멋진 남편이 있으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요?”
“착한 일을 하면 소원이 이루어질 거란다.”
그날 밤, 집의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어요. 예쁜 드레스를 입은 우드렛
이 문을 열자 멋진 청년이 웃으며 말했어요.
“우드렛, 나와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우드렛은 너무 기쁜 나머지 감사 기도를 하지 않고 그만 잠이 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 아침, 우드렛은 우물 속에서 다시 깨어났어요. 집도, 암소도, 예쁜 드
레스도, 멋진 남자도 모두 꿈처럼 사라져 버리고 없었답니다.
배가 고픈 하이에나가 아프리카의 초원을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어
요. 여러분은 하이에나가 무엇을 먹는지 알고 계신가요? 맞습니다. 하이에나는
힘들게 직접 사냥을 하기보다는 죽은 동물의 고기를 주로 먹죠. 어딘가에 죽은
동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달려가는 게 바로 하이에나입니다.
그날도 하이에나는 죽은 동물을 찾고 있었는데, 때마침 어디선가 죽은 동물
의 냄새가 났어요.
“좋아,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겠군.”
하이에나는 서둘러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어요. 그런데 하이에나의 앞에
두 갈래로 나뉜 길이 나타났어요.
“음…… 어느 쪽 길로 가야 하지?”
하이에나는 냄새가 나는 방향을 알아보려 코를 내밀었어요.
일단은 오른쪽을 킁킁~ 다음은 왼쪽을 킁킁~!
하지만 냄새가 어느 쪽에서 나는지 아리송했어요.
“그래, 오른쪽이야! 분명 오른쪽에서 냄새가 나고 있어.”
한참 동안 코를 킁킁대던 하이에나가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어요. 그런데 조
금 가다 보니 왠지 냄새가 점점 옅어지지 뭐예요. 하이에나는 서둘러 갈림길로
돌아와 다시 냄새를 맡았어요.
일단은 오른쪽을 킁킁~ 다음은 왼쪽을 킁킁~!
“이런 바보, 왼쪽에서 냄새가 나잖아!”
하이에나는 이번에는 왼쪽 길로 달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가다 보니 또다
시 냄새가 점점 옅어지지 뭐예요! 하이에나는 서둘러 갈림길로 되돌아가서 다
시 냄새를 맡았어요.

일단은 오른쪽으로 킁킁~ 다음은 왼쪽으로 킁킁~!


“ 뭐야? 역시 처음 생각이 맞았잖아!”
오른쪽 길로 뛰어가던 하이에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어요.
“아냐, 역시 아닌 것 같아.”
갈림길로 돌아간 하이에나는 왼쪽 길로 가다가 또 고민에 빠졌어요.
“아냐, 역시 아닌 것 같아.”
그렇게 몇 번이나 왔던 길을 돌아갔을까요?
‘그래, 양쪽 길을 한꺼번에 가면 되잖아!’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 하이에나는 오른쪽 손과 오른쪽 발로는 오른쪽 길
을, 왼쪽 손과 왼쪽 발로는 왼쪽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두 길이 점점 멀
어지기 시작했어요.
“으윽, 팔다리가 너무 아파! 하지만 맛있는 고기를 위해서라면 참아야 해.”
꾹꾹 참으며 길을 걷던 하이에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에는 뿌지직~ 오
른쪽과 왼쪽으로 몸이 찢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옛날에 정체를 숨긴 채 인간 세상을 여행하던 하느님이 하룻밤을 묵기
위해 으리으리하게 큰 집의 문을 두드리며 부탁을 했어요.
“밤이 깊어 그런데 하룻밤만 재워 주시오.”
하지만 큰 집의 주인은 하느님의 허름한 옷을 보고는 “오늘은 빈 방이 하나도
없소” 하고 대답하며 거절을 했어요.
하느님은 이번에는 큰 집 맞은편에 있는 작은 집의 문을 두드렸어요. 작은 집
에는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부부는 반갑게 하느님을 맞아들이고는 따
뜻한 식사까지 대접했어요. 그리고 자신들의 잠자리까지 내어 주었죠.
“손님, 오늘 밤은 침대 위에서 편히 쉬세요. 저희는 바닥에서 자면 됩니다.”
다음 날 아침, 부부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하느님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말
했어요.
“나를 재워 준 대가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네. 뭐든 좋으니 말해 보게나.”
하지만 남편은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부족하지만 매일 먹을 양식이 있고, 건강한 몸이 있으니, 저희는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허허허, 그래도 너의 마음이 갸륵하니 내가 이 집을 새집으로 만들어 주지.”
하느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낡고 작은 집이 눈 깜짝할 사이에 큰 집으로 변
했어요. 하느님은 행복해 하는 가난한 부부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다시 여행을 떠났죠.
한편, 부자는 낡고 작은 맞은편 집이 자기 집보다도 훨씬 멋지고 커다란 집으
로 바뀌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그래서 곧장 맞은편 집을 찾아가 자초
지종을 듣고는 서둘러 말을 타고 하느님을 쫓아갔어요.
“어제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하느님, 다음에 저희 마을에 오실 때는 부디 저
희 집에 머물러 주십시오.”
부자의 속 보이는 부탁에 하느님이 빙그레 웃으며 물었어요.
“허허허, 자네도 소원을 빌고 싶어서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다음까지 기다
릴 필요가 있겠는가? 자네의 소원을 세 가지 이야기해 보게. 내 곧장 들어주지.”

하느님의 허락에 부자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며 생각에 잠겼어요.


‘어떤 소원을 말할까? 아이고, 고민돼 죽겠네. 헤헤헤!’
부자가 꿈에 부풀어 있을 때였어요. 갑자기 타고 있던 말이 날뛰는 바람에 부
자는 혀를 콱 깨물었고, 얼마나 아픈지 화가 나 이렇게 말해 버렸죠.
“이 멍청한 말 같으니라고! 당장 목을 쳐 버리고 싶구나!”
그 순간 말의 목이 진짜로 툭 끊겨 버리지 뭐예요!
‘아이고 망했다. 내 말을 첫 번째 소원으로 생각해 들어주었구나!’
부자는 말이 죽는 바람에 집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값비싼 안
장이 아까워 부자는 어깨에 안장을 짊어지고 길을 가려고 했는데, 무거운 안장
을 짊어지고 가야 할 생각을 하니 부자는 짜증이 나고 말았어요. 그래서 엉겁결
에 이렇게 투덜대고 말았죠.
“이런 안장 따위 집에 있는 마누라 엉덩이에 철썩 붙어 버렸으면 좋겠어!”
그러자 갑자기 등에 있던 안장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어요.
‘설, 설마 두 번째 소원은 아니겠지?’
부자가 서둘러 집에 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부인의 엉덩이에 안장이 찰싹
붙어 있었어요.
“여보, 이게 뭐예요? 어서 이놈의 안장 좀 떼어 주세요!”
‘아이고, 난 망했다!’
부자는 결국 세 번째 소원을 부인의 엉덩이에서 안장을 떼어 내기 위해 사용
해야만 했답니다.
풀숲 깊숙한 곳에 숨겨진 둥지에서 엄마 오리가 여러 개의 알을 품고 있
었어요.
꽥꽥~ 꽥꽥~!
얼마 뒤 알에서 새끼 오리들이 태어났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알 하나가
깨어날 생각을 않고 그대로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마침내 마지막 알에서도 새끼가 태어났어요. 알을 깨고 나온 막
내를 본 어미 오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엄청 크고 못생긴 녀석이네. 마치 칠면조처럼 생겼잖아?’
다음 날 어미 오리는 새끼 오리들을 연못으로 데리고 갔어요. 어미 오리를 따
라 새끼들이 하나둘 연못 속으로 뛰어들었죠. 못생긴 막내 오리도 연못으로 뛰
어들어 헤엄을 쳤어요. 그제야 어미 오리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호호호, 자맥질을 하는 걸 보니 역시 내 새끼가 틀림없구나!’
하지만 다른 새끼 오리들은 자신들과 생김새가 다른 막내 오리를 괴롭혔어
요.
“너는 우리랑 달라.”
“너 같은 건 없는 편이 나아.”
형제 오리들에게 매일매일 미움과 괴롭힘을 받던 새끼 오리는 결국 도망을
치고 말았어요.
집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던 어느 날, 새끼 오리는 우연히 눈이 나쁜 할머니
와 고양이, 그리고 암탉이 살고 있는 집에 들르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눈이 나빠
새끼오리를 살찐 암컷 오리로 착각했어요.
“호호호, 이제부터 오리 알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지만 고양이와 암탉이 못생겼다고 자꾸만 놀리며 괴롭히는 바람에 새끼 오
리는 다시 집을 떠나야 했죠.
그러던 어느 가을 저녁이었어요. 새끼 오리는 수풀 속에서 하늘로 훨훨 날아
오르는 아름다운 새의 무리를 발견하고 탄성을 터뜨렸어요.
“아, 너무나 아름다운 새들이구나!”
다시 시간이 흘러 어느새 추운 겨울이 되었어요. 외톨이 새끼 오리는 먹을 것
이 없어 굶주림에 시달렸지만, 꿋꿋하게 참아 내며 겨울을 무사히 버틸 수 있었
어요. 그리고 마침내 햇살이 따뜻해지며 봄이 찾아왔죠.
어느 기분 좋은 날, 새끼 오리는 넓은 연못을 유유히 헤엄치는 세 마리의 커다
란 새를 보았어요. 바로 지난가을에 본 적이 있던 아름다운 새였죠. 새끼 오리는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다가갔어요.
“안녕하세요? 당신들은 저 같은 못생긴 새와 달리 정말 아름답군요.”
새끼 오리의 말에 아름다운 새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어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도 우리랑 똑같은 백조잖아. 너는 여태껏 네 모습
을 본 적이 없니?”
새끼 오리는 그제야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
요!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비친 것은 못생긴 새끼 오리가 아니라 희고 아름다운
백조였기 때문이죠.
새끼 오리, 아니 백조는 그제야 자신이 아름다운 백조라는 것을 깨닫고 친구
들과 함께 훨훨 하늘을 날아갔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에 ‘한스’라는 이름의 소년이 몸이 약한 어머니와 살고 있
었어요. 가난했지만 두 모자는 사이좋게 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한스가 빵
을 만들려고 다락에서 밀가루를 꺼내는데, 차갑고 거센 북풍이 불어와 밀가루
를 모조리 날려 버렸어요.
“내 밀가루를 돌려주세요!”
한스는 필사적으로 북풍을 쫓아가며 외쳤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당신이 날려 버린 밀가루를 돌려주세요. 제게는 너무나 소
중한 밀가루예요. 밀가루가 없으면 빵을 만들 수가 없고, 그러면 엄마와 저는 굶
어 죽게 돼요.”
그러자 북풍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어요.
“이를 어쩌지? 밀가루는 이미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 대신 내가 마법의 테이
블보를 주지. ‘테이블보야, 맛있는 것을 다오!’라고 하면 맛있는 음식이 나올 거
란다.”
북풍에게 테이블보를 얻은 한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여관에 묵게 되
었어요. 그리고 테이블보를 시험해 보았는데 정말 테이블보 위에 맛있는 음식
이 가득 차려졌어요. 그런데 아뿔싸! 그 장면을 여관 주인이 문틈으로 훔쳐보고
있었죠.
“흐흐흐, 저 테이블보만 있으면 힘들게 일을 할 필요가 없겠군.”
여관 주인은 한스가 잠든 틈을 타 평범한 테이블보와 마법의 테이블보를 감
쪽같이 바꿔치기했어요. 그것도 모르고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어머니에게 맛있
는 음식을 주기 위해 주문을 외웠죠. 하지만 평범한 테이블보가 음식을 만들어
낼 리가 있겠어요? 결국 한스는 다시 북풍을 찾아가 부탁했어요. 그러자 북풍이
이번에는 양을 주며 말했어요.
“그럼 이 양을 주마. ‘양아, 금화를 다오!’라고 말하면 금화를 줄 거란다.”
한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다시 같은 여관에 묵으며 양을 시험해 보았
어요. 그러자 양이 금화를 토해 냈어요. 당연히 여관 주인은 이번에도 한스를 몰
래 훔쳐보고 있다가 양을 바꿔치기했죠.
집으로 돌아온 한스는 주문을 외웠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또다시 북풍을 찾아
갔어요.
“흠, 그럼 이 지팡이를 주지. ‘지팡이야, 나쁜 사람을 혼내 주거라!’ 하고 말하
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나쁜 사람을 계속 때릴 거란다.”
한스는 지팡이를 들고 이번에도 같은 여관에 묵었어요. 한스가 진짜 바보냐
고요? 한스는 잠이 든 척하고 있다가 여관 주인이 들어와 지팡이를 잡는 순간
버럭 외쳤어요.
“지팡이야, 나쁜 사람을 혼내 주거라!”
그러자 지팡이가 여관 주인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어요.
“으악, 내가 잘못했어. 훔친 것들을 전부 돌려줄 테니 제발 살려 줘!”
결국 여관 주인은 울면서 한스에게 테이블보와 양을 돌려주고 말았어요. 이
렇게 해서 한스는 북풍이 준 세 가지 선물을 모두 가지고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
았다고 합니다.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살고 있는 숲에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
어요. 추운 겨울이 찾아온 것이죠.
아침이 되자 굴 밖으로 나온 아기 여우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온 세상이 하
얗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죠. 간밤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던 거예요.
눈을 처음 본 아기 여우는 신이 나서 새하얀 눈밭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뛰어
놀았어요. 잠시 뒤 굴속으로 들어온 아기 여우가 빨갛게 언 손을 엄마 여우에게
내밀며 말했어요.
“엄마, 손이 너무 차가워요. 손이 꽁꽁 얼어서 못 놀겠어요. 더 놀고 싶은데 어
쩌죠?”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의 꽁꽁 언 손을 보며 생각했어요. 밤이 되면 우리 아가
손에 딱 맞는 장갑을 사 줘야겠다고 말이죠.
이윽고 밤이 되자 어둠이 까만 보자기처럼 숲을 감쌌어요. 굴속에서 나온 엄
마 여우가 아기 여우에게 말했어요.
“아가야, 한쪽 손을 내밀어 보렴.”
아기 여우가 오른손을 내밀자 엄마 여우가 손을 잡고 요술을 부렸어요. 그러
자 아기 여우의 오른손이 귀여운 여자 아이의 손으로 변해 있지 뭐예요! 엄마 여
우가 아기 여우의 손에 돈을 쥐어 주며 말했어요.
“아가야, 마을에 가서 장갑을 파는 가게 문을 똑똑 두드리렴. 그러면 주인이
문을 열어 줄 거란다. 그 문틈으로 오른손을 내밀고 ‘이 손에 맞는 장갑을 주세
요’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네, 엄마. 걱정 마세요!”
아기 여우는 엄마의 말을 따라 숲 밖으로 뛰어가 반짝이는 불빛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마을로 들어섰어요. 그리고 장갑을 파는 가게가 보이자 똑똑 문을 두
드렸어요.
잠시 뒤 문이 살짝 열리고 환한 불빛이 새어 나왔어요. 그런데 아기 여우는 환
한 불빛에 당황해 그만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을 문틈으로 집어넣으며 말했어
요.
“이 손에 맞는 장갑을 주세요. 그럼 돈을 줄게요.”
가게 주인은 깜짝 놀랐어요. 털이 복슬복슬하고 손톱이 뾰족한 여우 손이 장
갑을 달라고 하니 안 놀랄 수가 없죠. ‘여우가 돈을 주겠다고? 말도 안 돼. 분명
나뭇잎을 들고 장갑을 사러 온 걸 거야!’라고 생각한 가게 주인이 말했어요.
“먼저 돈을 줘야 장갑을 줄 수 있단다.”
“여기 있어요.”
아기 여우는 손에 쥐고 있던 동전 두 개를 가게 주인에게 건넸어요. 가게 주인
은 손바닥 위로 짤랑 소리를 내며 떨어진 동전 두 개를 보고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어요.
‘맙소사, 여우가 진짜 동전을 주잖아! 이를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나는
돈을 받았으니 장갑을 주는 것뿐이라고.’
고민을 하던 주인은 결국 어린이용 털장갑을 가져와 아기 여우의 손에 끼워
주었어요. 아기 여우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신이 나서 숲으로 돌아와 엄마 여
우에게 말했어요.
“엄마, 사람은 전혀 무섭지 않아요. 글쎄 제가 당황해서 진짜 손을 내밀었는
데도 이렇게 제 손에 딱 맞는 따뜻한 장갑을 끼워 주었잖아요.”
아기 여우는 장갑을 낀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미국의 앨라


배마 주에 헬렌 켈러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헬렌은 원인 모를 고열 때문에 태어난 지 1년 9개월 만에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어요. 귀가 들리지 않으니 말하는 법도 모르게 되었죠. 결
국 헬렌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아갈 수밖
에 없게 되었어요. 얼마나 답답할지 상상이 가나요?
그런 헬렌에게 한 줄기 빛이 드리운 것은 일곱 살 때 가정교사로 온 설리반 선
생님이었어요. 부모님은 그동안 헬렌이 불쌍해서 어리광을 모두 받아 주고 있
었어요. 하지만 설리반 선생님은 달랐어요. 예전에는 밥을 먹을 때면, 헬렌은 사
방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는 나쁜 버릇이 있었어
요. 그래도 부모님은 헬렌을 막지 않았죠.
하지만 선생님은 헬렌의 나쁜 행동을 막았어요. 헬렌이 접시에 손을 뻗어 음
식을 집어 먹으려고 할 때마다 선생님은 헬렌의 손등을 찰싹 때렸어요. 그리고
헬렌을 의자에 앉힌 뒤 손바닥에 ‘앉아’라고 썼어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
님이 헬렌이 불쌍해 어쩔 줄을 모르자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어요.
“부모님들은 여기서 나가 주세요.”
헬렌은 선생님을 물기도 하고, 물건을 발로 차며 의자에 앉기 싫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헬렌은 억지가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때부터 설리반 선생님은 헬렌의 손바닥에 글자를 쓰며 글을 가르쳤어요.
하지만 헬렌은 글자의 모양을 외울 수는 있어도 어떤 뜻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
었어요.
그때 선생님의 머릿속에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요. 선생님은 헬렌의 손을 시
냇물에 담그고는 다른 손에 ‘물’이라고 썼어요. 헬렌은 선생님의 손바닥에 글자
를 따라쓰면서 ‘물’이라는 글자가 차가운 액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죠.
모든 물건에 이름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헬렌은 모자, 풀 같은 수많
은 물건을 만지면서 언어를 익힐 수 있었어요.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헬렌
은 영어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도 할 수 있고, 대학까지 졸업할 수 있
었죠.
이러한 헬렌의 모습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답니다.
북극과 가까운 나라 핀란드의 겨울은 온통 은세계예요. 핀란드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귀여운 부인 아이리는 남편인 칼을 위해 따뜻한 양털 이불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칼의 생일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따뜻한 이불을 선물할 거야.”
드디어 시간이 흐르고 멋진 이불이 완성되었어요. 이불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감탄을 터뜨리기 바빴어요.
“이렇게 멋진 이불을 선물 받는 칼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칼도 아내가 만들고 있는 푹신푹신한 이불을 보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어요.
“사랑스러운 아내를 둔 나는 핀란드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하지만 행복한 칼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아이리가 사실
은 엄청난 덜렁이라는 것이었죠.
드디어 칼의 생일날 밤이 되었어요. 그날은 유독 날이 추워 칼은 마침 아이리
가 선물한 이불을 덥고 자기로 했어요.
“아이리, 오늘은 당신이 만들어 준 이불 덕분에 푹 잘 수 있을 거야.”
“호호호, 고마워요 칼. 그럼 좋은 꿈꾸세요.”
칼은 아이리가 선물한 새 이불을 얼굴까지 끌어 올렸어요. 그런데 아뿔싸! 이
불밑으로 발이 쑥 튀어나오지 뭐예요! 덜렁이 아이리가 그만 칼의 키보다 더 작
게 이불을 만들었던 것이에요.
다음 날 아침 칼이 아이리에게 은근슬쩍 말했어요.
“저기…… 당신이 만들어 준 이불 말인데, 얼굴을 덮으면 발이 튀어나오더라
고. 윗부분은 충분한데 아랫부분이 모자란 것 같아. 미안하지만 좀 고쳐 주지 않
을래?”
칼의 말에 아이리는 미안해하면서 이불을 어떻게 고칠까 고민했어요.
‘칼이 윗부분은 충분하다고 했지? 그럼 윗부분을 잘라서 아랫부분에 덧대면
되겠네?’
아이리는 가위로 이불의 윗부분을 잘라 그것을 아랫부분에 덧대었어요. 그리
고 일을 하고 돌아온 칼에게 말했어요.
“칼, 이불을 고쳐 놓았어요. 오늘 밤에는 이불을 푹 덮고 잘 수 있을 거예요.”
“착한 아이리, 너무 고마워.”
칼은 행복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어 이불을 덮었어요. 하지만 이불을 얼굴
까지 끌어 올리자 또다시 발이 쏙! 튀어나오지 뭐예요. 분명 아이리가 이불을 수
선했다고 했는데 말이죠.
다음 날 아침 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이리에게 물었어요.
“이상해, 아이리. 이번에도 역시 윗부분은 충분한데 아랫부분이 모자란 것 같
아.”
“그래요? 이상하네…… 아무튼 저한테 맡겨 놓으세요.”
아이리는 또다시 이불의 윗부분을 잘라 그것을 아랫부분에 덧대었어요. 그러
니 어떻겠어요? 칼이 얼굴을 이불로 덮으면 또다시 발이 튀어나올 수밖에요.
그날부터 아이리는 매일매일 이불의 윗부분을 잘라 그것을 아랫부분에 덧대
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해도 결과는 똑같을 뿐이었죠.
여러분, 칼의 몸을 모두 덮을 수 있는 따뜻한 이불은 언제쯤 완성될까요?
늪 옆에 엄마 토끼와 아기 토끼가 오순도순 살고 있었어요. 아
기 토끼의 이름은 ‘들쭉날쭉이’였죠. 어릴 때 커다란 뱀에게 왼쪽 귀를 물리는
바람에 귀가 들쭉날쭉하기 때문이었어요.
토끼의 적은 뱀 말고도 무척 많아요. 여우, 개, 산고양이, 스컹크, 곰, 족제비,
총을 쏘거나 덫을 놓는 인간, 매와 솔개, 올빼미도 모두 토끼를 노리는 적이죠.
그래서 숲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토끼에게는 많은 지혜가 필요했어요.
“적이 가까이 있으면 바위처럼 움직이지 말아야 한단다.”
“적에게 쫓기게 될 경우에는 얼른 수풀 속으로 숨어야 한단다.”
엄마 토끼는 매일매일 조금씩 들쭉날쭉이에게 숲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
쳐주었고, 들쭉날쭉이도 엄마의 가르침을 흉내 내며 여러 가지를 배웠죠.
들쭉날쭉이는 머리가 똑똑해서 ‘토끼 통신’에 능했어요. 토끼 통신이란 이런
것이에요. 예를 들어 뒷다리를 한 번 탕! 치면 주의하라는 신호예요. 천천히 탕!
탕! 두 번 치면 괜찮다는 신호이고, 탕! 탕! 탕! 세 번 치면 위험하다는 신호죠.
재빨리 탕! 탕! 탕! 탕! 계속 치면 목숨이 위험하니 빨리 도망가라는 신호였어
요.
숲에서 살아남는 생존법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들쭉날쭉이는 아주 멀리 떨
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어요. 적이 자신의 냄새를 맡으면 빠
른 속도로 도망가는 방법과, 울타리를 멋지게 뛰어넘는 법, 동굴 속으로 도망가
는 법도 능숙해 졌죠.
그러던 어느 가을날이었어요. 수토끼 한 마리가 들쭉날쭉이에게 결투를 신청
했어요. 수토끼는 똑똑하지는 않지만 무척 힘이 세서 들쭉날쭉이가 맞서기에는
힘이 부족했어요. 들쭉날쭉이는 결국 상처를 입은 채 항복을 하고 말았는데, 그
뒤로 수토끼는 혼자 먹이를 차지하고는 둘쭉날쭉이의 엄마도 마구 괴롭혔어요.
‘어떻게든 저 나쁜 녀석을 숲에서 쫓아 버려야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들쭉날쭉이가 시름에 젖어 고민할 때였어요. 들쭉날쭉이의 머릿속에 멋진 생
각이 떠올랐어요. 바로 수토끼 쪽으로 사냥개를 유인하는 것이었죠. 어떻게 되
었을까요? 작전은 대성공! 수토끼는 사냥개에게 잡혔고, 들쭉날쭉 이 가족은 다
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어요.
시간이 흘러 늪에 겨울이 찾아왔어요.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이었어
요. 배가 고픈 여우가 먹이를 찾아 늪을 어슬렁거렸는데, 거센 눈바람 소리 때문
에 엄마 토끼도 들쭉날쭉이도 여우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토끼 가족
을 발견한 여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들었죠.
“들쭉날쭉아, 어서 숨어!”
엄마 토끼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늪 속
으로 뛰어들어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그 사이 들쭉날쭉이는 무사히 도망
칠 수 있었죠.
“흑흑, 제가 엄마 몫까지 열심히 살아갈게요.”
들쭉날쭉이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던진 엄마를 그리며 다시 용기를 낼 수 있
었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찾아왔어요. 드디어 훌륭한 수토끼로 자란 들쭉
날쭉 이는 어여쁜 신부를 맞아 귀여운 아기 토끼들까지 낳게 되었어요. 들쭉날
쭉이는 새로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왜 밥을 먹기 전에 세수하지 않고, 먹은 후에 세수를 할까요?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에요.
날씨가 좋은 어느 날이었어요. 참새 한 마리가 농부의 집 정원을 찾아 보리알
을 쪼아 먹고 있었어요. 그때 농부가 키우던 고양이가 참새를 발견했어요.
“오오, 맛있는 먹이가 있군. 야옹!”
고양이는 재빨리 달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참새를 덥석 낚아챘어요. 그리고
참새를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참새가 날개를 파닥대며 다급하게 소리쳤
어요.
“고양이님,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무엇을 기다리라는 거냐?”
“저를 잡아먹을 생각이신가요?”
“당연하지. 아니면 내가 왜 너를 힘들게 잡았겠느냐?”
고양이는 더 이상 참새와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참새의 머리를
덥석 깨물려고 했어요. 그때 참새가 이상한 질문을 했어요.
“고양이님은 창피하지 않나요?”
“뭐가 말이냐?”
“손과 얼굴을 씻는 것을 잊으셨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당신을 기르는 인간들
은 모두 밥을 먹기 전에 손과 얼굴을 씻잖아요. 그건 먼저 깨끗하게 씻어야 맛있
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요.”
“음, 듣고 보니 그렇구나. 자 그럼 깨끗이 손을 씻어 볼까?”
고양이는 참새의 말이 그럴듯해서 손을 깨끗이 씻기 위해 잡고 있던 참새를
놓았어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참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죠.
“이런, 놓쳐 버렸잖아!”
그제야 참새의 꾀에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고양이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
들 떨었어요. 그리고 다음과 같이 굳게 맹세를 했죠.
“다음부터는 절대 속지 않겠어! 나는 인간들과 다르게 밥을 먹고 난 후에 세
수를 할 거야!”
그 후부터 고양이는 밥을 먹은 후에 얼굴을 씻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마두금(馬頭琴)이라는 악기를 알고 있나요? 마두금은 악
기의 끝부분이 말의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기타와 비슷
한 몽골의 전통 악기인데, 마두금이 만들어진 데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답
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 몽골의 초원에 ‘스호’라는 이름의 소년이 할머니와 살고
있었어요. 스호는 가난했지만 할머니를 도와 하루하루 열심히 양을 돌보았죠.
그러던 어느 날 스호는 초원 위에 쓰러진 갓 태어난 하얀 망아지를 발견해 집
으로 데려왔어요. 망아지는 스호의 정성 어린 보살핌에 다행히 기운을 차리고
훌륭한 백마로 자라날 수 있었죠. 스호는 언제나 멋진 백마와 함께 초원을 질주
하며 양을 지켰어요.
그리고 몇 년 후, 몽골에 엄청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어요. 몽골의 왕이 말
달리기 시합을 개최하는데, 1등을 하면 공주와 결혼을 시키겠다는 소문이었죠.
“좋아, 우리도 시합에 참가하자고!”
스호도 백마와 함께 시합에 참가하기로 결정했어요. 시합에서 1등을 해 예쁜
공주님과 결혼을 하면, 할머니를 편히 모실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드디어 시합 날이 되었어요. 몽골 곳곳에서 최고라고 자신하는 말 수천 마리
가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어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1등을 차지한 것은 바로 스호를 태운 백마였어요! 다른 말들은 쫓아오지도
못할 만큼 백마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당당히 1등을 차지했죠.
그런데 뛰어나도 너무나 뛰어난 실력 때문이었을까요? 왕은 그만 백마를 가
지고 싶은 욕심이 나고 말았어요. 게다가 백마의 주인을 보니 가난한 청년이지
뭐예요. 그래서 왕은 약속을 어기고 스호에게 은화 세 닢만을 던져 주며 백마를
빼앗으려고 했어요.
가난한 네게는 이 돈이면 충분할 것이다. 대신 그 말은 두고 돌아가도록 하

라.”
“말도 안 됩니다. 저는 제 말을 절대 팔 생각이 없습니다!”
“흥, 여봐라. 저놈을 당장 쫓아내 거라!”
왕은 병사들을 시켜 스호를 마구 때려 쫓아냈어요. 그러고는 기분 좋게 웃으
며 빼앗은 백마 위에 올라탔죠. 하지만 스호가 두들겨 맞는 것을 본 백마는 앞발
을 높이 쳐들어 왕을 땅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어요.
“감히 나를 떨어뜨리다니 저놈을 당장 죽여 버려라!”
단단히 화가 난 왕의 명령에 병사들이 칼을 들고 백마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백마는 병사들을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죠. 병사들도 말을 타고 뒤를 쫓았지만
그 어떤 말도 질풍처럼 내달리는 백마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저놈에게 화살을 날려라!”
결국 병사들은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고, 화살들이 백마의 등에 꽂히기 시작
했어요. 하지만 백마는 쓰러지지 않고 멀리멀리 도망을 쳤어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었죠.
그날 밤 공주와의 결혼은커녕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를 빼앗긴 스호가 집으로
돌아와 슬피 울 때였어요.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어요. 문을 열어 보니 백
마가 화살에 맞아 피를 흘리며 서 있지 뭐예요! 백마는 심한 부상을 입고서도 스
호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었어요. 스호는 눈물을 흘리며 정성을 다해 간호했지
만, 다음 날 아침 백마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그날 이후 백마를 잃은 슬픔에 스호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어요. 그 어떤 약
으로도 스호의 슬픈 마음과 병든 몸을 치유할 수는 없었죠. 그러던 어느 밤이었
어요. 스호의 꿈속에 백마가 나타나 말했어요.
“내 뼈와 가죽, 그리고 털을 이용해 악기를 만들어 주세요. 그러면 우리는 언
제나 항상 함께 있을 수 있답니다.”
스호는 백마가 시킨 대로 악기를 만들었어요. 이것이 바로 마두금이죠. 그날
이후 스호는 백마가 보고 싶을 때면 마두금을 탔고,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답니다.
여러분도 마두금의 아름다운 음색을 들어 보세요. 마음에 평온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랍니다.
사냥용 총을 든 두 남자가 사냥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사냥을 하고 있었
어요. 하지만 산 깊숙이 들어가도 사냥감은 한 마리도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산이 너무 험해 그만 길을 잃고 말았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숲속을 얼마나 떠돌았을까요. 두 사람의 눈에 갑자기
멋진 음식점이 들어왔어요. 깊은 산 속에 음식점이라 무척 이상한 일이었죠. 유
리로 된 현관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었어요.
서양 요리점 ‘산 고양이’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특히 통통하게 살이 찐 분과 젊은 분은 대환영입니다.
우리는 환영 받겠는걸? 우리는 젊은데다가 살도 쪘으니 말이야.”

두 사람은 기뻐하며 문을 열었어요. 그러자 복도 끝에 난 문에 노란 글자로 또
이런 글이 씌어 있었어요.
이곳은 주문이 많은 요리점입니다.
문을 열자 그다음 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고, 아래에는 굵은 빗이 놓여 있었
어요.
머리를 풀고 신발에 묻어 있는 흙을 털어 주십시오.
문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두 사람은 총과 총알을 놓고, 모자와 코트, 신발을
벗고 안경과 지갑을 놓았어요. 다음에는 유리로 된 항아리가 있었어요.
항아리 안에 있는 크림을 얼굴과 손에 바르십시오.
두 사람은 얼굴과 손에 크림을 발랐어요. 배가 고파 얼굴에 바르는 척하면서
남은 크림을 먹기도 했죠.
이제 곧 요리가 완성됩니다. 곧 먹을 수 있습니다. 자, 어서 병 안에
있는 향수를 얼굴에 뿌리십시오.
향수에서는 식초 냄새가 났어요.
주문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몸에 소금을 문지르
십시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어요.
“설, 설마…….”
두 사람의 예상처럼 이곳은 사람을 요리해서 먹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어요.
그들 앞에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문이 더 남아 있었고, 열쇠 구멍으로 파란 눈동
자가 보이며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손님, 어서 오세요. 부모님이 나이프를 들고 입맛을 다시며 손님들을 기다리
고 있습니다.”
그때 “멍멍” 하는 소리가 들리며 개 두 마리가 문을 부수고 뛰어들었어요. 그
러자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방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
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은 추위에 떨며 풀밭에 서 있었어요. 세찬 바람
이 불어와 풀과 나뭇잎, 그리고 나무가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 빨간 머리 연맹’이라는 클럽을 아십니까? 제가 이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셜록 홈즈의 사무실에서였습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와튼이라고 합니다. 제 친구인 셜록 홈즈는 세
계적으로 유명한 명탐정이죠.
그날도 전당포를 운영하는 윌슨이라는 중년 신사가 사건을 의뢰하러 사무실
에 찾아왔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두 달 전의 신문 광고를 보여 주었습니다.
빨간 머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우리 ‘빨간 머리 연맹’에 결원이 생겼습니다.
간단한 일만 하면 월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빨간 머리를 가진 건강한 21세 이상의 남성을 찾고 있습니다.
윌슨의 머리는 마치 불타는 것처럼 빨갰습니다.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스폴딩이라는 남자가 이 광고를 제게 보여 주더군요.
스폴딩은 자신도 빨간 머리였다면 꼭 지원했을 텐데 아쉽다면서 말이죠. 그래
서 호기심에 한번 신청을 해 보았는데 그만 제가 덜컥 뽑힌 겁니다.”
‘빨간 머리 연맹’에 뽑힌 윌슨은 오전 열 시에서 오후 두 시까지 빨간 머리 연
맹사무소에서 간단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사무소에는 월슨 말고 다른 직원이
없었지만, 토요일이 되면 꼬박꼬박 돈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윌슨이 출근을 하고 두 달째 되는 날 아침, 사무소에 가니 문에 ‘빨간
머리 연맹은 해산한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는 겁니다.
“이렇게 좋은 일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부디 ‘빨간 머리 연
맹’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윌슨이 의뢰한 사건이었습니다. 제 친구 명탐정 셜록 홈즈는 윌슨에
게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빨간 머리 연맹에 대해 알려 준 스폴딩은 언제부터 가게에서 일했습니까?”
“석 달 전입니다. 머리가 좋고 일도 잘하고, 게다가 월급도 반만 주면 된다고
해서 고용을 했죠.”
“정말 훌륭한 남자군요. 그런데 당신이 ‘빨간 머리 연맹’에서 일하는 동안 전
당포는 어떻게 했습니까?”
“스폴딩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윌슨의 말에 저와 홈즈는 윌슨의 전당포를 방문했습니다. 전당포는 런던에서
제일 큰 대로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바로 뒤는 한 은행과 맞닿아 있었죠. 홈즈는
전당포에서 일하고 있는 스폴딩을 유심히 관찰한 후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제게 말했습니다.
“오늘 밤 전당포 뒤에 있는 은행에 강도가 들 거야. 경찰에 신고해!”
홈즈의 예상처럼 그날 밤 은행을 털려던 강도들이 체포되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스폴딩과 ‘빨간 머리 연맹’의 리더였습니다.
“ 자네는 어떻게 은행에 강도가 들 것을 알았는가?”
제가 궁금해 묻자 홈즈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빨간 머리 연맹’ 광고는 윌슨을 전당포에서 내보내기 위한 미끼
였던 거야. 그들은 윌슨이 없는 전당포에서 은행의 지하실로 통하는 땅굴을 파
고 있었던 거지. 스폴딩이 입고 있는 바지의 무릎 부분이 닳아서 너덜너덜하더
군. 그건 그가 땅굴을 파고 있었다는 증거라네.”
그리스의 크레타 섬을 통치하는 미노스 왕은 머리는 소이고, 몸
은 사람인 미노타우루스라는 괴물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었어요. 그래서 다이
달로스라는 현자를 초청해 부탁을 했어요.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 주시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 왕의 부탁대로 미로를 만들어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빠
져나올 수 없게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테세우스라는 이름의 젊은 영웅이 미노타우루스의 소문을 듣
고는 괴물을 해치우기 위해 크레타 섬을 찾아왔어요. 미노스 왕의 딸인 아리아
드네는 용감한 테세우스에 한눈에 반해 다이달로스에게 부탁했어요.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루스를 없애도 미로 속에서 길을 잃으며 어쩌죠?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커다란 실 뭉치가 필요합니다. 실의 끝을 입구에 묶고 미로에 들어갔다가 풀
린 실을 따라 나오면 길을 잃을 걱정이 없습니다.”
다이달로스의 조언에 따라 미노타우루스를 해치운 테세우스는 무사히 미로
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리아드네와 섬에서 도
망을 쳤죠. 사랑하는 딸을 잃은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를 향해 불같이 화를 냈
어요.
“내 소중한 딸이 없어졌다. 대체 너는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와 그의 어린 아들인 이카로스를 높은 첨탑에 가두어
버렸어요. 하지만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을 모아 커다란 날개를 만들어 도망
칠 계획을 짰는데, 이카로스에게 날개를 달아 주며 단단히 일렀어요.
“아들아, 하늘 높이 올라가면 뜨거운 태양 때문에 깃털을 붙인 밀랍이 녹아
버리니 조심해야 한단다.”
네 아버지. 조심할게요.”
“ ,
날개를 어깨에 붙인 두 사람은 하늘 위로 날아올랐어요. 드디어 첨탑에서 도
망을 치게 된 거예요.
그런데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된 이카로스는 너무나 신이 나 그만 아버지의
경고를 잊고 점점 더 높이 올라갔어요. 결국 아버지의 경고처럼 날개를 붙였던
밀랍이 녹아 버려 이카로스는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죠.
“이카로스, 어디에 있니? 이카로스!”
다이달로스는 뒤늦게 아들을 찾았지만 이카로스는 이미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뒤였어요. 바다 위에는 깃털 몇 개만이 떠다니고 있었답니다.

옛날 옛적 우리나라의 어느 시골 마을에 엄마 청개구리와 아들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어요.
개울 건너에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는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
는 단풍이 지는 아름다운 산이 있었죠. 엄마 청개구리와 아들 청개구리가 살고
있는 개울은 벌레가 많아서 끼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엄마 청개구리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아들 청개구리
가 지독하게 엄마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어요.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무조건 반대로 행동했어요.
“아들, 오늘은 수영 연습을 하렴.”
엄마 청개구리가 말하면 아들 청개구리는 산으로 가서 나무 타는 연습을 했
죠.
“저녁으로 먹을 벌레를 잡아 보지 않을래?”

엄마 청개구리가 이렇게 부탁하면 아들 청개구리는 작은 물고기를 잡았어요.


“들판에는 뱀이 많으니 절대 가지 말거라. 뱀은 개구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눈
에 띄면 큰일 난단다.”
엄마가 걱정스럽게 말하면 아들은 “뱀은 어떻게 생겼지? 궁금해서 못 참겠
네”라고 말하며 겁도 없이 들판으로 뛰어갔죠.
그래서 엄마 청개구리는 언제나 아들 청개구리 걱정뿐이었어요. 너무 걱정이
되어서 잠도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였어요. 결국 엄마 청개구리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죽을 병에 걸리고 말았어요.
‘내가 죽으면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 밑에 묻히고 싶은데…… 하지만 아들
은 내가 하는 말과 정반대로 행동하겠지?’
엄마 청개구리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아들 청개구리를 불러 말했어요.
“아들아, 내가 죽으면 꼭 개울가에 묻어다오. 알겠니?”
“네, 엄마 말을 꼭 들을게요.”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
아 엄마 청개구리는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개굴개굴, 엄마 죽지 마세요!”
아들 청개구리는 죽은 엄마 옆에서 울고 또 울었어요.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매
일 속만 썩이던 바보 같은 모습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죠.
“그래, 엄마의 마지막 소원만큼은 꼭 들어드리자.”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의 마지막 유언만은 지키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개울
가에 엄마의 무덤을 만들었죠.
한여름 비가 오면 청개구리의 개굴개굴 우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이것은 비
가 오면 개울가에 있는 엄마 개구리의 무덤이 떠내려갈까 걱정하는 아들 청개
구리의 울음소리라고 합니다.
옛날 옛적 어떤 절에 덕이 높은 고승과 나이 어린 동자승이 살고 있었
어요. 어느 날 고승이 마을에 볼일이 있어 출타를 하며 동자승에게 말했어요.
“해가 지기 전에 말을 끌고 산 아래로 나를 데리러 오거라.”
날이 저물어 저녁 무렵이 되자 동자승은 말을 끌고 고승을 마중하기 위해 절
을 나섰어요.
동자승이 산 아래 도착하자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었어요. 그리고 깜깜한 풀
숲에서 갑자기 고승이 나타나 “멀리까지 고생이 많았다”라고 칭찬하며 말 위에
올라탔어요.
“스님,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조심하세요.”
동자승은 말에 고승을 태우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깜깜한 밤길을 걷
는 게 너무 힘이 들었지만, 흠모하는 고승이 행여나 말에서 떨어질까 걱정돼 동
자승은 눈을 부릅뜨고 한 걸음 한 걸음 산을 올랐죠. 그리고 마침내 절에 도착한
동자승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요.
“스님, 절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리시지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고승이 말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깔깔깔 웃으며 숲으로
도망쳐 버리는 것이었어요! 동자승은 그제야 고승의 정체를 깨닫고 화가 났어
요.
“이런, 여우가 스님으로 변해서 나를 속인 거였구나!”
동자승의 말처럼 잠시 후 진짜 고승이 지친 모습으로 절로 돌아와 화를 내며
물었어요.
“왜 나를 데리러 오지 않았느냐?”
동자승이 여우에게 속은 이야기를 들려주자 고승이 그제야 화를 풀며 말했어
요.
“그랬구나. 네 말도 들어 보지 않고 화를 내서 미안하구나.”

다음 날 밤이 되자 동자승은 다시 말을 끌고 산 아래로 내려갔어요. 그러자 이


번에도 고승으로 변한 여우가 걸어와 말에 올라탔어요. 여우는 절에 도착하면
어제처럼 말에서 뛰어내려 동자승을 놀려 주고 도망을 가려고 했죠. 하지만 동
자승은 절에 도착하자 마자 문을 걸어 잠가 버렸어요.
“캥캥, 이번에는 들킨 건가?”
당황한 여우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절 안으로 쏜살같이 도망을 쳤어요. 절
안에는 수많은 관세음보살상이 있었는데, 동자승이 샅샅이 뒤져도 여우의 모습
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혹시나 싶어 일일이 수를 세어 보니 관세음보살
상이 하나 더 있지 않겠어요!
‘여우 녀석이 관세음보살님으로 변신을 했구나! 어디 두고 보자.’
동자승은 여우가 관세음보살로 변신한 것을 눈치채고도 모르는 척 이렇게 말
했어요.
“관세음보살님, 제가 관세음보살님이 좋아하시는 팥밥을 가지고 왔습니다.
얼른 혀를 쏙 내밀어 보세요.”
그러자 여우가 ‘아하, 관세음보살님은 팥밥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는 긴 혀를 내밀었어요.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동자승은 재빨리 혀를 쏙 내민 관세음보살을 붙잡아 기둥에 묶어 버렸어요.
그러자 여우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말았어요.
“예끼, 앞으로 다시는 못된 짓을 하면 안 된다.”
고승과 동자승은 여우를 야단치면서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어요.
“캥캥,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여우는 두 번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는 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 깊고 험한 산에 염소 한 마리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
은 길이 있었어요.
어느 날 길 오른쪽에서 아기 염소 흰둥이가, 길 왼쪽에서 아기 염소 검둥이가
걸어왔어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길은 염소가 한 마리밖에 지나갈 수가 없잖아
요. 두 아기 염소는 길 한가운데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어요.
“어이, 비켜.”
흰둥이가 날카로운 뿔로 검둥이를 밀쳤어요.
“네가 비켜.”
검둥이도 날카로운 뿔로 흰둥이를 밀쳤어요.
“내가 먼저야.”
흰둥이가 침을 튀기며 말했어요.
“내가 먼저라고!”
검둥이도 침을 튀기며 말했어요.
“나는 급한 볼일이 있단 말이야.”
흰둥이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어요.
“나도 급한 볼일이 있다고.”
검둥이도 지지 않고 대꾸했어요.
“빨리 가지 않으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흰둥이가 울상이 되어 사정을 했어요.
“빨리 가지 않으면 나는 아빠한테 혼난단 말이야.”
검둥이도 울상이 되어 말했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흰둥이와 검둥이는 길 한가운데서 생각에 잠겼어요.
“맞아!”
흰둥이가 갑자기 얼굴을 들며 말했어요.
뭔데?”

검둥이가 얼굴을 들고 물었어요.


“이렇게 하지 않을래?”
흰둥이가 한 가지 제안을 했어요.
“좋아, 그렇게 하자.”
검둥이가 찬성을 했어요.
“자, 간다.”
흰둥이가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말했어요.
“좋아, 달려와!”
검둥이가 몸을 숙이며 말했어요. 곧바로 달려온 흰둥이가 검둥이를 휙~ 하고
뛰어넘었어요. 그러자 흰둥이 검둥이의 자리가 뒤바뀌었어요.
“그럼 또 보자.”
흰둥이가 웃으며 말했어요.
“응, 또 보자.”
검둥이도 환히 웃으며 말했어요. 이렇게 두 마리의 염소는 좁디좁은 산길을
무사히 갈 수 있었습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돈은 많지만 성격이 조금 별난 남자가 살고 있었어


요. 남자는 어느 날 왕이 살고 있는 성 바로 앞에 성보다 더 큰 집을 짓고는 문에
이렇게 써 놓았어요.
모든 것은 돈 나름
왕은 자기의 성보다 더 큰 집을 지은 남자가 괘씸했어요. 그래서 멋진 집을 지
은 남자를 축하하는 척 찾아와 물었어요.
“참으로 훌륭한 집을 지은 것을 보니 자네는 돈이 아주 많은가 보군.”
왕이 비꼬아 말하자 남자가 고개를 저었어요.
“당치 않은 말씀입니다. 폐하께서 이 집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당장 부수어
버리겠습니다.”
“허허허, 그럴 것까지야. 그런데 자네는 정말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3일 안에 성에 있는 내 딸과 만나 대화를 나눠 보게. 성공
하면 내 딸을 자네에게 주겠네. 하지만 실패하면 자네 목을 내놓게. 어떤가?”
왕의 내기를 남자는 거부할 수가 없었어요. 겉으로는 부드럽게 이야기했지
만, 왕의 눈빛은 내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기를 당장 죽이려는 의도가 역력
했거든요. 왕이 성으로 돌아가고,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러다가는 목을 내놓아야 할 텐데…… 어떡하지?”
왕의 내기는 쉬운 듯했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공주가 성 깊숙한 곳에 있기 때
문에 그녀를 만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죠.
하루하루 시간이 흘렀지만 남자는 도저히 성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딱 하루만 더 지나면, 남자는 왕에게 목숨을 빼앗길 처지에 놓이
고 말았죠. 그런데 그때 한 할머니가 찾아와 남자에게 마실 물을 부탁했어요. 그
리고 남자가 건넨 물을 마신 할머니가 감사의 인사로 물었어요.
“몹시 괴로운 얼굴이군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요?”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사정을 이야기하자 할머니가 말했어요.
“내일 아침 제가 다시 올 테니 안심하세요. 제가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
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약속대로 다시 남자의 집에 찾아왔는데, 할머니는 바
퀴가 달린 커다란 거위 모양의 인형을 가지고 왔어요. 인형은 속이 텅 비어 있었
고, 부리로 여닫을 수 있었죠. 할머니가 남자에게 말했어요.
“바이올린을 가지고 이 안으로 들어가세요. 그리고 제가 부리를 여닫는 시늉
을 하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겁니다. 알았죠?”

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 ,
남자가 거위 인형 속으로 들어가자 할머니는 인형을 끌고 거리로 나갔어요.
할머니는 거위 인형의 입을 여닫으며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요. 그 모습이 마치 거위가 진짜 아름답게 노래를 부르는 듯했죠. 자연히 신기한
구경거리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신기한 거위 인형에
대한 소문은 성 깊숙한 곳에 있는 왕과 공주의 귀에도 들어갔어요.
“아바마마, 저도 그 거위 인형을 보고 싶어요.”
“음, 그렇다면 노파와 거위 인형을 성안으로 들여라!”
이렇게 할머니와 거위 인형은 성으로 들어와 공주의 방으로 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남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거위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공주님, 폐하에게 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전해 주십시오.”
다음 날 아침, 공주로부터 남자의 이야기를 들은 왕은 깜짝 놀라며 감탄을 터
뜨렸어요.
“허허허, 거위 인형 안에 들어가 나를 감쪽같이 속였구나! 돈만 있는 줄 알았
더니 지혜도 있는 녀석이로군. 아주 마음에 들어.”
왕은 약속한 대로 공주와 남자를 결혼시켰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영국 런던에서 얼굴이 똑같이 생긴 두
명의 남자아이가 태어났어요. 한 명은 왕자인 에드워드, 다른 한 명은 거지의 아
들로 태어난 톰이었죠.
시간이 흘러 소년이 된 톰은 아름다운 궁전을 구경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병
사들은 남루한 옷차림의 톰이 궁전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죠. 바로 그
때, 멋진 옷을 입은 왕자가 나타나 병사들을 다그쳤어요.
“어린 소년한테 무슨 짓이냐! 배가 고파 보이니 이리 데리고 오거라.”
궁전에 초대된 톰은 난생처음 보는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왕자에게 거리의
생활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바깥세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왕자는 톰을 부러워하며 말했어요.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밖에서 놀아 보고 싶구나.”
“ 저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왕자님처럼 멋진 옷을 입고 궁전에서 살아 보고
싶습니다.”
“으음…… 그럼 이 방법은 어떠냐?”
에드워드 왕자는 톰에게 딱 하루만 각자의 생활을 살아 보자고 제안을 했어
요. 서로의 옷을 바꿔 입고 에드워드는 왕궁 밖의 생활을, 톰은 왕궁 안의 생활
을 경험해 보는 것이었죠.
“좋, 좋습니다, 왕자님!”
톰의 찬성에 에드워드 왕자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정원으로 나갔어요. 그
때 병사들이 다가와 말했어요.
“이봐,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거라!”
병사들이 왕자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둘의 얼굴이 똑같았기 때문이었죠.
“어허, 무엄하다. 내가 바로 왕자다!”
왕자는 화를 냈지만 아무도 왕자의 말을 믿어 주지 않았어요. 결국 왕자는 성
밖으로 내쫓기고 말았어요. 남루한 옷을 왕자는 성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
갈 수가 없게 된 것이었죠. 톰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나는 왕자가 아니라니까요!”
톰이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던 거예요. 성 밖으로 도망을 치려
고 해도 병사들 때문에 도망칠 수가 없었죠.
그러는 사이 왕이 갑자기 병을 앓아 세상을 떠나게 되었어요. 톰은 결국 왕의
일까지 해야만 했고, 점점 왕자 행세에 익숙해 졌어요. 의외로 일을 척척 잘 해
냈기 때문에 신하들도 톰을 존경할 정도였죠.
드디어 새로운 왕을 정하는 날이 다가왔어요. 그때 진짜 왕자인 에드워드가
톰과 신하들의 행렬 앞에 뛰어들며 소리쳤어요.
“기다려라, 내가 진짜 왕이다!”
갑자기 뛰어든 왕자를 향해 병사들이 달려들 때였어요. 톰이 병사들을 말리
며 소리쳤어요.
“기다려라, 저분이야말로 진짜 국왕이시다!”
톰은 왕좌에서 내려와 에드워드 왕자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이렇게 진짜 왕
자는 무사히 왕이 될 수 있었고, 톰도 특별한 임무를 맡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옛날 옛적에 엄마 염소와 일곱 마리의 아기 염소가 행복하게 살고 있었
어요. 어느 날, 엄마 염소가 먹이를 구하러 숲에 가며 아기 염소들에게 말했어
요.
“얘들아, 늑대가 오면 절대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단다. 늑대는 목소리가 거칠
고, 발은 시커멓단다. 그러니 조금만 신경을 쓰면 금방 알아챌 수 있어. 알았
지?”
“네~~!”
아기 염소들이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엄마 염소는 안심하고 외출을 했어요.
그런데 엄마 염소가 집을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똑똑 문을 두드렸어요.
“아가들아, 엄마란다. 문 좀 열어다오.”
그런데 엄마 목소리랑 다르게 목소리가 아주아주 거칠었어요.
“우리 엄마 목소리는 그렇게 거칠지 않아. 너는 늑대지?”
아기 늑대들의 생각처럼 문을 두드린 정체는 늑대였어요.
“흥, 이 녀석들. 어디 두고 보자!”
아기 염소들을 속이는 데 실패한 늑대는 곱게 간 분필을 먹고는 다시 집을 찾
아와 문을 두드렸어요.
“얘들아, 엄마야. 문 좀 열어다오.”

늑대의 목소리는 아까와 달리 아주 고왔어요. 하지만 아기 염소들은 문틈으


로 시커먼 발을 똑똑히 보았죠.
“흥, 우리 엄마 발은 그렇게 까맣지 않아. 너는 늑대지?”
“으으으, 어디 두고 보자!”
늑대는 이번에는 발에 하얀 밀가루를 바르고 다시 염소네 집으로 가서 문을
똑똑 두드렸어요.
“ 얘들아, 엄마야. 문 좀 열어다오.”
“발을 보여 줘.”
늑대는 밀가루를 발라 하얗게 변한 발을 보여 주었어요. 결국 아기 염소들은
깜박 속아 문을 열었고, 늑대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어요.
“으아악, 살려 줘!”
깜짝 놀란 아기 염소들은 책상 아래, 침대 밑, 난로 속, 장롱 안, 벽시계 속에
몸을 숨겼어요.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늑대는 아기 염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잡아먹었어요. 벽시계 속에 숨은 막내 염소만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
죠.
얼마 뒤 외출한 엄마 염소가 돌아왔어요. 그리고 벽시계 속에서 나온 막내 염
소가 사정을 이야기했어요.
엄마 염소는 아기들을 찾으러 달려갔어요. 그리고 초원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늑대를 찾아냈어요.
“어쩌면 아기 염소들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라.”
엄마 염소는 가위로 몰래 자고 있는 늑대의 배를 갈랐어요. 그러자 배 속에서
아기 염소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뛰어 나왔어요.
“늑대가 깨기 전에 돌을 주워 오너라.”
엄마 염소는 늑대의 배 속에 아기들이 가져온 돌들을 채우고 재빨리 꿰맸어
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잠에서 깬 늑대는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시려고 했어요. 그런데 배가 너무 무거
워서 풍덩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답니다.
캥거루의 배에 주머니가 없던 아주 먼 옛날이었어요. 엄마 캥거루
는 아기 캥거루를 키우는 일이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아
기 캥거루가 펄쩍펄쩍 초원을 뛰어다녔기 때문이에요. 초원에는 아기 캥거루에
게 위험한 것들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말이죠.
‘어휴, 힘들어. 배에 아기 캥거루를 집어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으면 얼마
나 좋을까?’
엄마 캥거루가 말썽꾸러기 아기 캥거루 뒤를 쫓아다니며 한숨을 지을 때였어
요. 저 멀리서 늙은 오소리가 비틀비틀 걸어오더니 엄마 캥거루 앞에서 풀썩 쓰
러지지 뭐예요.
“어머, 오소리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깜짝 놀란 엄마 캥거루가 부축을 하자 오소리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 나는 이제 끝이야. 눈이 안 보여서 먹이를 찾을 수도 없어. 이대로라면 곧 죽
을거야.”
“힘을 내세요. 제가 먹을 것과 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요.”
엄마 캥거루는 뛰어노는 아기 캥거루가 걱정됐지만, 오소리가 좋아하는 개구
리, 두더지, 들쥐같은 작은 동물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오소리를 데리고 갔
어요. 며칠을 쫄쫄 굶었던 늙은 오소리는 시원한 물과 신선한 먹이들을 마음껏
먹고 살아날 수 있었죠.
“친절한 자네 덕분에 이제 살겠군.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호호호, 괜찮답니다. 그나저나 아기 캥거루가 걱정되네요. 여기서 잠시 쉬고
계세요.”
엄마 캥거루가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자 아니다 다를까, 아기 캥거루가
보이지 않았어요. 이곳저곳을 허겁지겁 뒤진 끝에야 나무 아래에서 쿨쿨 자고
있는 아기 캥거루를 발견할 수 있었죠.
“어휴, 저 녀석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살지!”
엄마 캥거루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오소리에게 돌아갔어요. 그런데 무서운
사냥꾼이 오소리를 사냥하고 있지 뭐예요! 오소리는 너무 늙어 사냥꾼의 날카
로운 창을 피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 캥거루는 이번에도 오소리를 구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어요. 엄마 캥거
루는 사냥꾼의 이목을 끈 뒤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려 동굴 속으로 들어가
가까스로 사냥꾼을 피할 수 있었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주위를 살피던 사냥꾼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엄마
캥거루는 다시 아기 캥거루에게 돌아갔어요. 다행히 아기 캥거루는 막 잠에서
깨어나던 참이었어요.
엄마 캥거루는 아기 캥거루를 데리고 오소리를 찾으러 갔어요. 그런데 오소
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어요.
“오소리 할아버지가 무사해야 할 텐데…….”
엄마 캥거루는 오소리가 부디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어요. 그런데
엄마 캥거루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어요. 바로 오소리가 하느님이 변신한 모습
이었다는 것이죠.
엄마 캥거루의 따뜻한 마음과 용기에 감동한 하느님은 엄마 캥거루가 가장
원하던 것을 선물로 주었어요. 바로 아기 주머니였죠. 그날부터 캥거루의 배에
는 아기캥거루를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며칠째 쫄쫄 굶어 배가 고픈 여우가 숲속 길을 걷고 있었어요.


“어디 맛있는 게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먹을 것을 찾던 여우의 눈에 커다란 포도나무가 보였어요. 나
무에는 먹음직스런 포도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죠.
“우아, 포도가 잔뜩 달려 있잖아! 저 포도를 먹으면 배도 부르고 갈증도 사라
질거야!”
여우는 기뻐하며 포도나무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이걸 어쩌죠? 포도송이는
여우의 키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달려 있었어요.
“어? 입이 닿질 않네?”
여우는 깡충 뛰어올랐지만 포도를 딸 수가 없었어요. 화가 난 여우가 발로 포
도나무를 차며 분통을 터뜨리고는 다시 한 번 힘껏 뛰어올랐어요.
“이번에야말로 먹고 말 테다!”
하지만 또다시 실패하고 말았어요! 계속해서 뛰어올라도 번번이 실패만 거듭
할 뿐이었죠. 하지만 여우는 쉽게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번에는 멀리서 뛰어와 점프를 해 보자!”
여우는 멀리서 달려와 힘껏 점프를 했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야야!”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세게 엉덩방아를 찧은 게 전부였어요. 여우는 결국 화
를 내며 이렇게 말했어요.
“쳇, 저 포도는 맛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 시어 빠진 포도가 틀림없어.”
여우는 포도 먹는 것을 포기하고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맞아, 나는 원래 포도를 싫어했어. 처음부터 먹고 싶지도 않았다고. 시고 벌
레먹은 포도 따위 누가 먹으라고? 공짜로 줘도 난 싫어.”
여우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왔던 길을 터덜터덜 되돌아가고 말았답니다. 아까
보다 더 홀쭉해진 배에서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말이죠.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훌륭한 임금님이 살고 있었어요. 임금님은 나
라를 잘 이끌어 백성들 모두가 임금님을 존경했죠.
그런데 임금님에게는 사람들에게 절대 밝히고 싶지 않은 창피한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임금님의 귀가 엄청나게 크고 길쭉하다는 사실이었어
요. 당나귀 귀처럼 말이죠.
‘백성들이 우스꽝스럽게 생긴 내 귀를 보면 나를 바보 취급할 게 분명해!’
임금님은 이렇게 생각하며 항상 커다란 모자로 귀를 가렸어요. 하지만 딱 한
경우에만 모자를 벗을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머리를 자를 때였죠. 그래서 임금
님은 자신의 전용 이발사에게 단단히 일렀어요.
“내 귀에 대해서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발설하면 감옥
에 가둘 것이다. 알겠느냐?”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맹세합니다, 폐하.”
이발사는 절대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했어요. 임금님의 비밀
을 소문냈다가는 진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으니까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이발사는 입이 근질근질해서 더는 견딜 수가 없게 되
었어요. 혼자만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은 정말 너무너무 힘든 일이었어요. 다른 사
람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있잖아, 폐하의 귀는……”이라고 말하고는 황급히 입
을 다물곤 했죠. 날이 갈수록 이발사는 점점 더 입이 근질거려 잠을 잘 수도 없
고,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정도가 되고 말았어요.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큰 소리로 외쳐 보고 싶다!’
결국 이발사는 궁리 끝에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갔어요. 그리고
땅에 깊은 구멍을 판 뒤 얼굴을 붙이고는 큰 소리로 외쳤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이발사는 답답한 속이 후련해 질 때까지 외치고 또 외쳤어요. 그리고 흙을 덮
어 구멍을 메웠죠.
그런데 며칠 뒤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이
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에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바람결에 실려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귀를 쫑긋댔어요. 결국 소문이 조
금씩 퍼졌고, 임금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죠. 임금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명령했어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찾아내 거라!”
신하들은 나라 곳곳을 뒤진 끝에 소리가 나는 언덕을 찾아내 임금님을 그곳
으로 안내했어요. 임금님이 이발사가 팠던 구멍에 도착한 순간,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풀이 흔들리며 소곤거리기 시작했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왕은 맥이 풀려 웃고 말았어요.
“허허허, 풀이 말한 것이니 어찌할 방도가 없구나.”
결국 임금님은 비밀을 지키는 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답답한 모자를
벗어버렸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임금님의 걱정처럼 백성들이 당나귀 귀라고 비웃었을까
요? 아니었어요. 자신들을 사랑해 늘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왕을 비웃는 백성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콩깍지 안에 다섯 개의 완두콩이 사이좋게 나란히 들어있었어요.
연두색이었던 콩깍지가 노랗게 익어가던 어느 날이었어요. 갑자기 콩깍지가
요동을 쳤어요. 누군가 콩깍지를 비틀어 깐 것이었죠.
“드디어 답답한 콩깍지 밖으로 나가는구나!”
완두콩들은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리고 마침내 활짝 열린 콩깍지 밖으로 완
두콩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어요.
그들이 나온 곳은 한 소년의 손바닥 위였어요. 소년은 새총의 총알로 쓰기 위
해 완두콩을 깐 것이었죠.
“나는 넓은 세계로 날아갈 거야!”
“나는 해님에게 갈 거야!”
소년이 쏜 완두콩들이 하나둘 멀리멀리 날아가고, 마지막 다섯 번째 완두콩
의 차례가 되었어요.
“나는 어떤 곳에 가든지 열심히 노력할 거야!”
하늘 높이 날아오른 다섯 번째 완두콩은 어느 집 창문 아래로 떨어졌어요. 그
리고 또르르 굴러서 나무판자 사이로 쏙 들어갔죠. 그곳에는 흙이 아주 조금밖
에 없어서 뿌리를 내리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완두콩은 실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완두콩이 살기 시작한 집에는 가난한 어머니와 몸이 아픈 소녀가 살
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낮에는 일을 하러 밖에 나가야 해서 소녀는 언제나 혼자
침대에 누워 외롭게 시간을 보냈죠.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초록색의 작은 싹을 발견했어요.
“엄마, 저게 뭐예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엄마가 깜짝 놀라 말했어요.
“어머, 완두콩 싹이 왜 저기서 피었지? 나무판자 사이에서 힘들게 싹을 틔웠
구나.”
“너무 예뻐요.”
엄마는 오랜만에 미소 짓는 소녀를 위해 침대를 창가 쪽으로 옮겨 주었어요.
그러면 완두콩이 잘 보이니까요. 그날부터 소녀는 침대 위에 누워 완두콩이 자
라는 것을 보았어요.
“엄마, 오늘은 햇살이 좋아서 완두콩이 쑥쑥 자랐어요. 나도 완두콩처럼 건강
하게 자랄 수 있을까요?”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면 소녀는 웃으며 완두콩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그리
고 씩씩하게 자라는 완두콩처럼 소녀도 건강을 되찾는 꿈을 꾸기 시작했죠.
이윽고 완두콩이 하얀 꽃을 피우던 날, 소녀는 자신의 말처럼 침대에서 일어
설 수 있었어요.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죠. 엄마는 건강을 되찾은 소녀를 보고 눈
물을 흘렸어요.
“하느님이 너를 낫게 하려고 완두콩을 심으신 거야.”
“완두콩아, 고마워.”
완두콩은 기뻐하는 소녀와 어머니를 보며 너무나 행복했답니다.
옛날 일본의 어느 마을에 거짓말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아무리 ‘이번에는 절대 안 속는다!’ 하고 단단히 결심을 해도 그만 깜
박 속아 넘어갈 만큼 남자는 거짓말의 달인이었죠. 그런데 이 소문을 들은 한 양
반이 흥, 하고 코웃음을 쳤어요.
“누구라도 속아 넘어간다고? 나는 똑똑해서 그딴 거짓말에 절대 안 속아!”
양반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현명함을 자랑하고 싶어서 거짓말의 달인을 집으
로 초대해 말했어요.
“자네가 거짓말의 달인이라고 들었네. 어떤가? 나를 한번 속여 보지 않겠나?
나를 속이면 아주 좋은 술을 한 병 주겠네.”
“그것참 감사합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 참 큰일이군요.”
“무슨 일인가?”
양반이 묻자 거짓말의 달인이 난감한 듯 말했어요.
“사실 저는 거짓말을 적어 놓은 책을 보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아 거짓말을 할 수가 없으니 이를 어찌할
지 모르겠습니다.”
“허, 그것참 큰일이군. 그런데 그 거짓말 책은 어디에 있나?”
양반이 묻자 달인이 대답했어요.
“집에 두고 왔습니다.”
“그럼 내가 하인을 시켜 가지고 오게 하겠네. 집의 어디에 있나?”
“집의 불단 밑에 있는 서랍의 두 번째 칸 안쪽에 숨겨 놓았습니다. 제 아내에
게 이야기하면 꺼내 줄 겁니다.”
달인의 자세한 설명에 양반의 명령을 받은 하인이 달인의 집으로 뛰어가서
아내에게 말했어요.
“당신 남편의 거짓말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거짓말 책이라고요? 우리 집에 그런 건 없는데요.”

달인의 아내가 고개를 갸우뚱대자 하인은 불단 밑의 서랍을 뒤져 보았어요.


그런데 서랍에는 거짓말 책이라고는 없었어요. 심지어 집 구석구석을 뒤졌지만
그런 책은 눈에 띄지 않았죠.
“진짜 거짓말 책이란 것은 없다니까요. 다시 한 번 자세히 물어보고 오세요.”
아내의 말에 빈손으로 돌아온 하인이 양반에게 말했어요.
“어르신, 달인의 집을 아무리 뒤져도 거짓말 책은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어요. 달인이 양반에게 키득거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속으셨죠? 거짓말 책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답니다. 하하하!”
“아차, 당했구나!”
양반은 그제야 달인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힘없이 어깨를 떨어
뜨리고 말았어요.
“그럼, 술 한 병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거짓말의 달인은 맛있는 술 한 병을 가지고 유유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답
니다.

태초의 세계는 아주 깜깜하고 조용했어요. 그곳에 하나님이 나타


나 말했어요.
“빛이여, 나오라.”
그러자 한 줄기 환한 빛이 나타났어요. 하나님은 그 빛을 ‘낮’이라 부르고, 빛
이 비치지 않는 어둠을 ‘밤’이라 했어요. 그렇게 밤과 낮을 만든 하나님이 말했
어요.
“생물이여, 바닷물에 번성하라. 새들도 하늘에 번성하라.”
그러자 바닷속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하늘에는 아름다운 새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날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나님은 7일 동안 이 세계와 수많은 생물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지
막으로 인간을 만들어 ‘아담’과 ‘이브’라는 이름을 붙인 뒤 하나님이 만든 낙원
인 에덴에서 살게 했어요.
에덴은 하나님의 종인 천사들도 부러워 할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어
요. 그런데 하나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딱 하나 지켜야 할 약속을 말했어요.
“에덴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 열매를 마음껏 먹어도 괜찮단다. 하지만 ‘선악
과’만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선악과를 먹으면 인간은 앞으로 죽음이라는 운
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단다. 알겠느냐?”
“네, 절대 선악과를 먹지 않겠습니다. 하나님.”
아담과 이브는 하나님에게 굳게 약속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이브에게 뱀이 다
가와 혀를 내밀며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님은 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선악과’는 사실 엄청 맛있는 과일이야.
그걸 먹는다고 인간이 죽는 것도 절대 아니야.”
뱀의 유혹처럼 선악과는 아주아주 먹음직스런 과일이었어요. 하지만 이브는
하나님과의 약속을 떠올리고는 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어요.
“안 돼! 하나님이 선악과를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고.”
“쳇, 그놈의 하나님은. 어디 내 유혹에 안 넘어오나 보자!”
뱀은 그날부터 이브를 꾀기 시작했어요. 온갖 달콤한 말로 이브가 선악과를
먹게 만들었죠. 결국 이브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그만 선악과를 한 입 베어 물
고 말았어요. 사랑하는 이브를 찾으러 온 아담도 선악과를 먹고 말았죠.
“아아……!”
선악과를 맛본 순간, 행복밖에 몰랐던 아담과 이브의 마음에 슬픔이 찾아왔
어요. 벌거벗고 살아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던 아담과 이브는 창피함을 느끼고
무화과 잎으로 자신들의 몸을 가렸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에게 물었어요.
“너희들은 왜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것이냐?”
“죄, 죄송해요, 하나님. 뱀에게 그만 깜박 속았습니다.”
둘의 말에 화가 난 하나님이 뱀에게 말했어요.
“너는 평생 땅을 기어 다니며 모두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아담과 이브에게도 말했어요.
“너희들은 앞으로는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지 못할 것이다. 당장 에덴동산에
서 추방돼 땀을 흘리며 일을 해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아담과 이브는 결국 아름답고 평화로운 낙원에서 쫓겨나게 되었어요. 인간이
땀을 흘리며 힘들게 일을 하고 나이를 먹으면 죽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호랑이는 정글의 왕이에요. 어떤 동물이든 호랑이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죠. 커다랗고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눈 깜짝할 사이에 늑대든 곰이든 전
부 갈기갈기 찢어 버리기 때문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가 유유히 정글을 걷고 있을 때였어요. 여우 한 마리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왔어요. 여우는 들쥐를 쫓고 있어서 호랑이가 있는 줄 몰
랐던 거예요.
“어흥, 감히 내 앞을 얼쩡거리다니 이런 무례한 놈을 봤나. 너를 당장 잡아먹
어야겠다!”
화가 난 호랑이는 고함을 치며 여우를 잡아먹으려고 했어요. 그러데 이게 어
찌된 일일까요? 무서워서 벌벌 떨어야 할 여우가 오히려 당당한 태도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흥, 너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신이 나를 동물의 왕으로 선택한 것을?”
“뭐, 뭐라고? 이 녀석이 어디서 거짓말이야!”
호랑이가 당황해 버럭 화를 냈어요. 하지만 여우는 여유 만만한 얼굴로 말했
어요.
“나를 잡아먹으면 너는 신의 벌을 받을 거야. 내가 이 정글에서 제일 위니까
말이야. 위대하신 신이 정한 거라고.”
“거짓말하지 마. 신이 그렇게 정할 리가 없다고!”
여우의 당당한 태도에 호랑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하지만 여우를
잡아먹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요. 여우를 잡아먹었다가 정
말로 신에게 벌을 받으면 큰일이니까요.
‘킥킥, 호랑이 녀석 겉만 무섭지 별것 아니구나!’
여우는 마음속으로 호랑이를 비웃으며 다시 말했어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면 나를 따라와 보든가. 모두들 내가 무서워서 도망치
는 모습을 보여주지.”
“좋, 좋아. 만약 아니면 너를 가만두지 않을 테다.”
호랑이는 여우 뒤를 쫓아가 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정글 속의 동물들이 진짜로 여우를 보고는 황
급히 도망을 치는 것이었어요! 잠시 뒤 으스대며 걷는 여우 앞에 덩치가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늑대는 여우를 보면 분명 달려들 거야!’
호랑이는 이번에야말로 여우의 콧대를 납작하게 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요. 하지만 평소라면 당장 여우에게 달려들었을 늑대마저 꽁지가 빠지게 도망
을 치는 것이었어요.
“어때? 나를 보고 모두 도망치지? 모든 동물이 나를 동물의 왕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호랑이는 결국 여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진짜 동
물들이 여우가 무서워서 도망쳤던 것일까요?
사실은 동물들은 여우 뒤를 어슬렁대며 따르는 호랑이를 보고 무서워 도망쳤
던 것이에요. 자기 때문에 무서워서 동물들이 도망치는 것도 모르고 호랑이는
바보처럼 여우를 정글의 왕으로 인정하고 말았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카렌이라는 이름의 예쁜 소녀가 엄마와 함께 행복
하게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엄마가 병으로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죠.
그런데 어머니의 장례식 날, 낯선 할머니가 찾아와 카렌을 가엾게 여기며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이 아이는 제가 맡아서 키우도록 하지요.”
할머니는 카렌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애지중지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교회에서 카렌의 성인식을 치르는 날이 다가왔어요.
“할머니, 교회에 신고 갈 구두를 사러 가요.”
“호호호, 그래. 예쁜 구두를 사 주마.”
할머니와 카렌은 구둣가게를 찾아 구두를 구경했어요. 그때 카렌의 눈에 너
무나 예쁜 빨간 구두가 보였어요. 카렌은 빨간 구두가 탐이 났어요. 하지만 교회
에는 검정 색깔의 구두를 신고 가야만 했어요. 빨간 구두를 신고 하느님 앞에 서
는 것은 금지된 일이었죠.
‘어쩌지? 나는 빨간 구두를 꼭 신고 싶다고!’
욕심이 난 카렌은 그만 나쁜 생각을 하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늙어서 눈이 나
쁘니 검정 구두를 빨간색이라고 해도 믿을 거라고 말이죠. 그렇게 카렌은 할머
니를 속여 기어코 빨간 구두를 사게 되었죠. 그런데 성인식 날, 카렌이 빨간 구
두를 신고교회 앞에 도착했을 때였어요.
“예쁜 빨간 구두를 신고 왔구나. 춤을 추면 구두가 발에서 떨어지지 않을 테
니 신나게 춤을 추거라.”
교회를 지키던 늙은 병정이 카렌의 빨간 구두를 보고는 이상한 주문을 외웠
어요. 그러자 어찌된 일인지 카렌의 발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빨간
구두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죠.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한 카렌이 구두를 벗으려고 했지만, 빨간 구두는 절대 벗겨지지 않았어
요. 오히려 제멋대로 빙글빙글 춤을 추며 마을을 벗어나 언덕을 넘어 앞으로 나
아갈 뿐이었죠. 카렌은 낮에도 밤에도,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상처투성이가
되어 끊임없이 춤을 출 수밖에 없었어요.
얼마 뒤 할머니의 집에서는 장례식이 열렸어요. 사라진 카렌을 걱정하며 시
름시름 앓던 할머니가 그만 돌아가시고 만 것이죠. 하지만 카렌은 여전히 춤을
출 뿐이었어요.
“흑흑, 나 때문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할머니 죄송해요.”
카렌은 서글피 울었지만, 빨간 구두 때문에 카렌은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참
석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카렌은 숲에 사는 망나니의 집 앞에 도착했
어요. 카렌은 망나니에게 간절히 부탁했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구두를 벗을 수가 없으니 제 발을 잘라 주세요.”
“휴,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알았다. 네 부탁을 들어주마.”
망나니는 커다란 도끼로 빨간 구두를 신은 카렌의 발을 잘랐어요. 그리고 나
무로 목발을 만들어 주었죠.
마침내 빨간 구두에서 벗어난 카렌은 목발을 짚고 여러 마을을 떠돌다가 교
회를 찾았어요. 그리고 열심히 교회 일을 도우며 하느님에게 기도를 드렸어요.
“하느님, 저는 할머니를 속이고 빨간 구두를 신고 교회에 간 나쁜 아이입니
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카렌의 기도가 하느님에게까지 닿은 것일까요. 하늘에서 눈부신 빛이 내려오
더니 천사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밝은 빛에 감싸인 카렌은 하느님이 계신 곳으
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옛날 그리스의 시라쿠사라는 도시에 아르키메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아르키메데스는 여러분이 학교에 가면 공부하게 될 ‘원주율’을 발견
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발명을 한 천재였죠.
어느 날 왕이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말했어요.
“내가 왕관을 금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는데, 나쁜 놈들이 금의 일부를 빼돌리
고 은을 섞어 왕관을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왕관의 무게는 내가 준
금의 무게와 똑같은데, 왕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낼 수 있겠는가?”
“폐하, 왕관을 제게 보여 주시겠습니까?”
아르키메데스는 왕이 건넨 왕관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
르지 않았어요.
“폐하, 겉만 봐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어허, 그래서 천재라고 불리는 자네에게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걸세. 단, 절
대 왕관을 망가뜨려서는 안 되네.”
왕의 지엄한 부탁에 아르키메데스는 거절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천재 아르키메데스도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아르키메
데스는 목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갔어요. 욕조에 몸을 집어넣자 뜨거운
물이 밖으로 넘쳐흘렀죠. 그때 아르키
메데스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어요.

알았다! 방법을 찾아냈어!”



아르키메데스는 다음 날 왕을 찾아가 말했어요.
“폐하, 왕관을 만든 자에게 주신 금과 똑같은 양의 금을 제게 잠시 빌려주십
시오.”
“그렇게 하라.”
왕의 명령에 아르키메데스는 왕관을 만들 때 사용됐다는 똑같은 양의 금덩이
를 건네받았어요. 그러고는 왕관과 금덩이를 각각의 물통에 천천히 집어넣었
죠. 그러자 신기하게도 왕관을 넣은 통에서만 물이 밖으로 넘쳐흐르는 것이었
어요!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왕관을 넣은 통에서만 물이 넘쳐흐르는구나.”
왕이 묻자 아르키메데스가 대답했어요.
“폐하, 금은 은보다 더 무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무게의 금과 은일 경
우은의 부피가 더 커지게 됩니다.”
“옳지!”
“따라서 폐하가 주신 금을 모두 사용했다면 이렇게 한쪽 물통의 물만 넘치지
는 않을 것입니다. 즉, 이 왕관은 가짜입니다.”
“하하하, 역시 아르키메데스로구나! 당장 가짜 왕관을 만든 놈들을 잡아들여
라!”
이렇게 아르키메데스는 가짜 왕관을 증명했고, 이것을 ‘아르키메데스의 원
리’라고 해요.
여러분도 목욕을 하다가 아르키메데스처럼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을지
도 모른답니다.
커다란 호숫가에 서 있던 굵은 올리브 나무는 가느다란 몸으로 힘
들게 살아가는 갈대를 항상 비웃었어요.
“나는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똑바로 자라고 있지. 툭하면 휘청대는 너보
다 훨씬 낫다고.”
올리브 나무가 비웃었지만, 갈대는 대답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이리저
리 흔들기만 했어요.
“억울하면 무슨 말이라도 해 봐. 하긴 이렇게 약한 바람에도 몸이 흔들리니
창피해서 할 말이 없겠지.”
갈대는 올리브 나무의 험담에도 입을 꾹 다물었죠.
그러던 어느 날 호숫가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어요. 그러자 갈대의 몸이 이
리저리 마구 흔들렸어요. 올리브 나무는 그 모습을 보며 다시 갈대를 비웃었어
요.
하하하, 이깟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다니. 그러다가 뿌리째 뽑힐까 걱정이구

나.”
그런데 바람이 점점 강해지자 갈대를 무시하던 올리브 나무도 조금씩 흔들리
기 시작했어요.
“흠, 이렇게 강한 바람이 불다니! 하지만 나는 지지 않고 견뎌 낼 거야.”
올리브 나무는 힘을 주어 바람에 맞섰어요. 하지만 갑자기 엄청나게 강한 돌
풍이 몰아쳤고, 올리브 나무는 그만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몸통이 부러지고 말았
어요.
“으아악!”
올리브 나무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럼 갈대는 어떻
게 되었을까요?
세찬 바람에 당장이라도 뿌리가 뽑힐 듯이 마구 흔들렸지만, 갈대는 기어코
버텨낼 수 있었죠. 바람을 이겨낸 갈대는 쓰러진 올리브 나무를 보며 말했어요.
“너는 단단한 몸을 자랑했지만, 강한 바람이 불 때는 바람에 맞서기보다 몸을
맡기는 것이 좋아.”
올리브 나무는 갈대의 말에 후회를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일이었답니다.
옛날 옛적에 한 남자가 볼일을 보러 이웃 마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밤하늘에는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떠올라 등불이 없어도
길을 걸을 수 있었죠. 남자가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때였어요. 남자의 눈에 무언
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니 지붕 위에 쌓인 볏짚이 바람에
솨~ 솨~ 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어요.
‘어째 기분이 으스스한데…… 기분 탓인가? 에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
야? 얼른 집에나 가자고!’
남자가 다시 걸음을 떼는 순간이었어요. 지붕 위의 볏짚 사이에서 검고 작은
그림자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것은 바로 고양이들이었어요. 호랑
이 같은 줄무늬 고양이도 있고,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도 있었어요. 전부 합하
면 열 마리 이상인 것 같았는데, 남자가 깜짝 놀란 것은 고양이들이 마치 사람처
럼 모두 뒷다리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때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로 피리를 들더니 멋지게 불기 시작했어요. 다른
고양이들은 피리 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죠. 그 모습이 진짜 사람이 춤
을 추는 것만 같았어요. 겁에 질린 남자는 꼼짝도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
에 없었죠.
춤이 끝나자 이윽고 고양이들이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분명 인간
의 말이었어요.
“오늘은 타마가 안 왔네?”
“뜨거운 것을 먹다가 입을 덴 모양이야.”
남자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나온 ‘타마’라는 말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서
둘러 집을 향해 달려갔어요. 집에 도착하니 고양이 타마가 복도에 누워 자고 있
었죠.
‘우리 집에서 키우는 저 귀여운 타마가 고양이 귀신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본 건 꿈이었을 거야!’
남자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부인에게 물어보았어요.
“여보, 오늘 타마에게 뜨거운 것을 먹였어?”
“네, 뜨거운 죽을 줬어요.”
“아…… 맙소사!”
고양이들이 말한 대로였어요. 좀 전에 본 것은 절대 꿈이 아니었던 거예요. 밤
새도록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남자는 다음 날 아침 타마에게 말
했어요.
“네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걸 알아. 우리 집에서 고양이 귀신을 키울 수는
없어. 미안하지만 나가 줬으면 좋겠구나.”
남자의 말을 들은 타마는 꼬리를 치켜들고는 유유히 집 밖으로 나갔어요. 그
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옛날 옛날에 아빠 거북, 엄마 거북, 그리고 아기 거북이 살고 있었
어요. 어느 날 거북 가족이 소풍을 가기로 했어요.
먼저 소풍 준비! 커다란 바구니에 맛있는 샌드위치와 마실 것을 준비했어요.
돗자리도 잊으면 안 되죠. 아빠 거북은 바구니에 엄마 몰래 슬쩍 와인도 집어넣
었어요. 모두모두 신이 나서 막 집을 나섰을 때는…… 놀라지 마세요. 소풍을
준비한 지 7년이 지난 후였어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거북이라서 뭐든 느릿
느릿하기 때문이었죠.
집을 나선 거북 가족은 도시락을 먹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으려고 했어요. 당
연히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은 곳이 좋겠죠? 가족이 도시락을 먹기에 좋은 곳을
찾은 때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사실 이것도 엄청 빠른 편
이랍니다.
거북 가족은 마침내 돗자리를 펴고 바구니 안에서 그릇과 음식을 꺼냈어요.
그러는 사이 또 반년이 지나갔어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거북 가족이 감사 인사를 하고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였어요. 엄마 거북이 소
리쳤어요.
“소금을 깜빡했네!”
이것 참 큰일이 아닐 수 없네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하기
때문이죠.
거북 가족은 누가 소금을 가지러 갈지 회의를 했고, 아기 거북이 정해졌어요.
아기 거북이 그나마 가족 중에서 가장 걸음이 빨랐기 때문이죠. 아기 거북이 걱
정스레 말했어요.
“엄마, 아빠. 내가 집에 갔다 올 동안 음식을 다 먹어 버리는 것은 아니겠죠?”
“네가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을게. 약속하마.”
아빠 거북의 약속에 아기 거북이 소금을 가지러 집으로 출발했어요. 그리고 7
년이 지났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기 거북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빠 거북과 엄마
거북은 점점 배가 고파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더는 못 참겠어. 나는 음식을 먹어야겠어.”
아빠 거북이 샌드위치에 손을 뻗을 때였어요. 그때 바로 옆 수풀에서 아기 거
북이 나와 이렇게 말했어요.
“흥, 역시 먼저 먹을 줄 알았어요. 이럴 줄 알고 내가 집에도 못 가고 수풀 속
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요!”
옛날 옛적에 한 나무꾼이 아름답고 현명한 여인을 부인으로 얻었어요.
그런데 부인이 어찌나 예쁜지 나무꾼은 매일매일 부인의 얼굴만 바라볼 뿐 일
을 하지 않았어요. 부인의 얼굴만 보면 배도 고픈지 모를 정도였죠. 결국 부인은
자신의 얼굴을 똑같이 그린 그림을 나무꾼에게 주며 말했어요.
“이 그림을 가지고 산에 나무하러 가세요. 그러면 제가 옆에 있는 것처럼 생
각될 거예요.”
“그러면 되겠군. 진짜 당신과 똑같아!”
다음 날부터 나무꾼은 그림을 가지고 산에 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산에서 나무를 베고 있는데 돌풍이 불어 그만 부인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가 훨훨 날아가 버렸어요. 게다가 하필이면 그림이 떨어진 곳이 성
안의 연못이어서 연못가를 산책하던 성주가 우연히 그림을 보고 말았죠.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니! 여봐라, 당장 이 여인을 찾아 나에
게 데려오너라.”
성주의 명령에 신하들은 마을을 샅샅이 뒤진 끝에 나무꾼의 부인을 찾아냈어
요.
“성주님의 명령이다. 성으로 같이 가자.”
나무꾼은 부인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성주의 명령에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을 어쩐단 말이오? 흑흑…….”
나무꾼이 슬피 울 때였어요. 병사들에 끌려 집을 떠나던 부인이 나무꾼에게
조용히 속삭였어요.
“서방님, 마당의 복숭아나무에서 열매가 열리면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파세요.
그러면 저를 다시 볼 수 있을 거랍니다.”
성주는 신하들이 데려온 부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했어요. 하
지만 부인은 성주 앞에서는 절대로 웃는 일이 없었죠. 한눈에 사랑에 빠진 성주
는 부인을 웃게 하기 위해서 금은보화를 선물하고, 이야기꾼을 불러 재미난 이
야기를 들려주었지만 모두 허사였어요.

시간이 흘러 복숭아가 탐스럽게 익는 가을이 되었어요. 나무꾼은 부인의 말


대로 잘 익은 복숭아를 따서 시장에 팔러 나갔어요.
“복숭아 사세요. 맛있는 복숭아가 있어요.”
복숭아를 파는 목소리가 성안에까지 들려왔어요. 그러자 나무꾼 부인이 방긋
웃었고, 그것을 본 성주는 깜짝 놀라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럴 수가! 처음으로 아름다운 부인이 웃다니! 나도 복숭아 장수 흉내를 내
서 그녀를 웃게 해 주고 싶구나.’
성주는 신하들에게 복숭아 장수를 성으로 데려오게 했어요. 그리고 아무에게
도 말하지 않고 복숭아 장수와 옷을 바꿔 입었어요. 나무꾼은 성주의 옷을 입고
는 부인의 옆에 앉고, 성주가 복숭아 장수 흉내를 내며 말했어요.
“복숭아 사세요. 맛있는 복숭아가 있어요.”
그러자 부인이 방긋 웃었어요. 기분이 좋아진 성주는 더 큰 소리로 외쳤죠. 그
런데 그때 성주의 옷을 입은 나무꾼이 신하들을 불러 이렇게 명령을 하는 것이
었어요.
“이제 그만 복숭아 장수를 물러가게 하라.”
“네, 알겠습니다. 폐하!”
신하들은 복숭아 장수 차림의 성주를 쫓아내고는 성문을 닫아 버렸어요.
“내가 이 성의 성주다! 당장 문을 열어라!”
성주는 화를 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성주는 두 번 다시 성안으로 들어
가지 못했어요. 남의 아내를 탐내다가 벌을 받은 것이에요. 그렇게 나무꾼은 성
주가 되어 아름다운 부인과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 한 마을에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소녀가 개울가에서 빨래를 하고 돌아오다가 금반지를 놓고 왔다는 것을 깨
달았어요.
“아빠가 주신 소중한 금반지를 두고 왔잖아!”
소녀는 서둘러 개울가로 돌아갔어요. 하지만 반지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낯
선 할머니가 앉아 있었어요.
“할머니, 혹시 여기서 반지를 보지 못하셨나요?”
“반지? 어떤 반지를 말하는 거냐?”
“금반지예요. 아버지가 주신 제 소중한 보물이죠.”
“아, 그 반지라면 이 주머니 안에 넣어 두었단다.”
소녀가 기뻐하며 할머니의 회색 가죽 주머니 속을 들여다본 순간이었어요.
소녀는 갑자기 주머니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어요.
“영차!”
할머니는 소녀를 집어삼킨 주머니를 어깨에 메며 말했어요.
“이제부터 너는 주머니 안에 있다가 내가 노래를 부르라고 하면 노래를 부르
는 거야. 알겠니?”
마을로 들어간 할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주머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말했어요.
“마법의 주머니여, 노래하지 않으면 때려 줄 테다!”
그러자 소녀는 겁에 질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개울에서 잃어버린 금반지도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네.
사람들은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목소리에 놀라 너
도 나도 할머니에게 돈을 주었어요. 그렇게 할머니는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소녀를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다시 소녀가 살던 마을로 돌아와 소녀에게 노래를
시켰어요.
개울에서 잃어버린 금반지도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네.
우연히 노랫소리를 들은 소녀의 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 빨래를 하러 갔다
가 사라진 딸의 목소리가 분명했기 때문이었죠.
‘저 늙은 마녀가 내 딸을 납치했던 것이로구나!’
딸을 구할 방법을 찾던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부러운 듯이 말했어요.
“정말 멋진 주머니로군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요술 주머니죠. 호호호.”
“오늘밤 우리 집에 머물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신다면
많은 돈을 드리겠습니다.”
할머니는 기뻐하며 집으로 갔어요.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이며 환심을 샀죠. 그리고 할머니가 잠자리에 들자 몰래 딸을 주머니에서 구
해 낼 수 있었어요.
‘나쁜 마녀를 어떻게 혼을 낸다? 옳지, 그 방법이 있었구나!’
아버지는 딸을 빼낸 주머니 속에 개와 고양이를 몰래 넣었어요. 다음 날 그것
도 모르고 이웃 마을로 간 할머니는 평소처럼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말했어요.
“마법의 주머니여, 노래하지 않으면 때려 줄 테다!”
그런데 주머니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이었어요.
‘요 계집애가 내 말을 안 듣다니!’
화가 난 할머니가 지팡이로 주머니를 마구 때린 순간이었어요.
멍멍~~! 야옹야옹~~!
주머니에서 갑자기 개와 고양이가 뛰쳐나왔어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화가
난 개는 마녀의 엉덩이를 와락 깨물고, 고양이는 얼굴을 할퀴었답니다. 깜짝 놀
란 마녀는 앗 뜨거워라 하고 도망을 치고 말았답니다.
젊고 힘이 센 수탉 한 마리가 있었어요. 수탉은 작은 병아리 때부터
닭은 절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어요. 그래서 스스로도 자
신은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을 했죠.
하지만 먹이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던 어느 날, 수탉은 자신의 튼튼한 날개를
보며 생각에 잠겼어요.
‘이 정도 날개면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수탉은 젊고 힘이 넘쳤기 때문에 튼튼하고 멋진 날개로 하늘을 훨훨 날 수 있
을 것만 같았어요.
“좋아, 당장 날아 보자고!”
수탉은 숲속으로 달려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힘차게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죠. 수탉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숲에서 뛰어놀고 있던 까치가 수탉의 모습을 보고는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
했어요. 왜냐하면 수탉이 아무리 날개를 열심히 퍼덕여도 얼마 못 가 땅으로 곤
두박질쳤기 때문이에요.
“하하하, 저 녀석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어이, 너는 절대 하늘을 날 수 없
다고. 그만 포기해.”
까치의 말에도 수탉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몇 번이나 나뭇가지 위로 올
라가 날아올랐죠.
“호호호, 세상에 닭이 하늘을 날려고 하네? 제정신인가?”
까치뿐만 아니라 방울새도 수탉을 비웃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숲에서 들은
적 없던 닭의 울음소리에 호기심이 인 산비둘기는 찾아와 수탉을 응원했어요.
“조금만 더 해 봐! 조금만 더!”
수탉은 산비둘기의 격려에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였죠. 결국 산비둘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날아가 버렸어요.
이렇게 너무 열심히 날개를 퍼덕인 탓인지 수탉은 금세 배가 고파지고 말았
어요. 하지만 나무에 달린 열매와 나무 깊숙이 살고 있는 벌레들은 모두 하늘을
나는 새들의 차지였어요. 숲에서는 아무도 수탉을 위해 모이를 주지 않았죠.
하늘을 날 수도 없고, 먹을 것도 없자 수탉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어요. 다
른 새들이 높이 나는 것은 먹이를 찾기 위해서임을 말이죠.
옛날 한 마을에 제퍼라는 남자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그런
데 집이 너무너무 가난해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제퍼는 통 일을 하지 않
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게으름뱅이 제퍼에게 어머니가 아름다운 천을 내어 주
며 말했어요.
“ 이제 집에 남은 것이라고는 이 천밖에 없구나. 그러니 이것을 팔아 돈으로
바꿔오너라. 단, 아무 말 없이 돈을 주는 사람에게 천을 팔아야 한단다. 사사건
건 트집을 잡아 천을 싸게 사려는 말 많은 사람에게 천을 팔아서는 안 된다. 알
겠니?”
“예,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퍼가 천을 들고 시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어요. 낯선 할머니가 제퍼
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 천을 좀 보여주게. 값이 적당하면 내가 사겠네.”
“안 돼요. 우리 어머니가 아무 말 없이 돈을 주는 사람에게 천을 팔라고 했어
요.”
그다음에는 젊은 남자가 제퍼에게 말을 걸었어요.
“그 천 얼마에 팔 건가? 값이 싸면 내가 사겠네.”
“안 돼요. 아무 말 없이 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면 팔 수 없어요.”
그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천의 아름다운 무늬에 반해 말을 걸었지만 제퍼는
그때마다 거절을 했어요. 이런 식이니 천이 팔릴 리가 없었죠.
‘쳇, 왜 모두 말이 많은 거지? 빨리 팔아 버리고 집에 가서 늘어지게 잠이나
자고 싶은데…… 귀찮아 죽겠네!’
천을 팔지 못해 투덜대던 제퍼가 작은 광장에 들어섰을 때였어요. 광장 중앙
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얗게 분칠을 한 사람이 서 있지 뭐예요. 제퍼가 그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당신은 이 천이 필요 없나요?”
제퍼의 질문에 이상하게 생긴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당연한 일이
었어요. 그것은 진짜 사람이 아니라 석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멍청한 제퍼는
그것도 모르고 눈을 반짝였어요. 진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고 말
이죠.
“이 천을 사지 않을래요?”
제퍼가 다시 물었지만 석상은 역시 대답이 없었죠. 제퍼는 천을 팔 사람이 나
타났다는 생각에 싱글벙글대며 천을 석상에 둘둘 감고는 보란 듯이 외쳤어요.
“드디어 말이 없는 사람을 찾았으니 당신에게 천을 팔아야겠어요. 그러니 이
제 돈을 주세요.”
하지만 석상은 이번에도 묵묵부답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쳇, 진짜 말이 없는 사람이네. 그럼 돈은 내일 주세요. 알았죠?”
제퍼는 석상에게 말하고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어머니 말씀대로 깜짝 놀랄 만큼 말이 없는 사람에게 천을 팔았어요. 돈은
내일 받으러 갈 거예요.”
“진짜니? 틀림없이 돈을 받아올 수 있겠지?”
어머니가 걱정스레 묻자 제퍼는 가슴을 탕 탕 두드리며 호기롭게 외쳤어요.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다음 날 아침 제퍼는 다시 광장으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석상에 감아 두었던
천은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어요.
“얼레, 천이 어디로 갔지? 아무튼 나는 당신한테 천을 팔았으니 얼른 돈을 주
세요.”
제퍼의 말에 석상은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 약속했잖아! 당장 돈을 주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줄 알아!”
제퍼는 그래도 묵묵부답인 석상 때문에 불끈 화가 치밀었어요. 그래서 굴러
다니던 쇠막대기를 쥐어 들고는 석상을 향해 휘둘렀어요. 당연히 와장창, 하고
석상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죠.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죠? 깨진 석상 안에서
금화가 가득 담긴 항아리가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하하하, 그럼 그렇지. 미리 돈을 준비해 놓았었구나. 진작 말을 했으면 때리
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된 건 다 당신 책임이라고.”
제퍼는 부서진 석상에게 이야기를 하고는 금화가 든 항아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어머니, 그 사람이 처음에는 돈을 안 주려고 했는데 제가 막대기로 치니까
이렇게 돈을 내놓더라고요.”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니? 큰 소란이 일어나진 않았겠지?”
“아뇨, 전혀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그러면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거라.”
“네!”
제퍼는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늘어지게 늦잠을 자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황당하게 돈을 번 일도 있었답니다.
풍차들이 늘어선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있던 일이에요. 마을
사람들은 밀을 수확해 풍차의 힘으로 밀가루로 만들며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마을에서는 밀가루 포대를 등에 실은 당나귀가 활기차게 오가고, 풍성하게 자
란 포도를 수확해 달콤한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흔한 풍경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근처에 아주 큰 밀가루 공장이 들어섰어요. 공장은 풍차
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많이 밀을 빻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풍차 방앗간에 밀을
가지고 오는 농부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죠.
결국 방앗간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고, 방앗간이 있던 자리는 올리브 밭과 포
도밭으로 변해 갔어요. 이제 더 이상 열심히 밀 포대를 나르던 당나귀도 찾아볼
수 없고, 사람들의 활기찬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죠.
그런데 단 하나의 방앗간은 계속해서 풍차를 돌리고 있었는데, 바로 언덕 위
코르뉴 할아버지의 방앗간이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일도 없는 방앗간을 왜 돌
리냐고 물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공장에 있는 것은 악마의 기계야. 하지만 내 풍차는 달라. 그것은 하느님의
숨결인 산과 들의 바람으로 일을 하니 말일세.”
하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얼마 후에는 손녀인 비비에트마저 할아버지의 곁을 떠났어요. 일거리가 없으
니 돈을 벌려면 어쩔 수가 없었죠. 그런데 풍차 방앗간에서 홀로 생활하던 할아
버지가 어느 날부터 당나귀 등에 밀가루 포대를 싣고 어딘가로 가는 것이었어
요. 그러고는 빈 수레를 끌고 돌아왔죠.
‘이상하네. 대체 어딜 갔다가 오시는 거지?’
마을 사람들은 훌륭한 일꾼이었던 할아버지가 이상해진 것 같아 걱정이 들었
어요. 그 무렵, 마을의 모든 밀은 공장에서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마을 사람들은 궁금했지만 할아버지가 방앗간 문을 꼭꼭 닫아 놓았기 때문에
안을 들여다볼 수가 없었어요. 창가에는 삐쩍 마른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을
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소문을 들은 비비에트가 걱정이 돼서 연인과 함
께 풍차 방앗간을 찾아왔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참이라 방앗간
문은 꽁꽁 닫혀 있었죠. 그래서 두 사람은 사다리를 가져와 창문으로 올라가 방
앗간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방앗간 안에는 밀이
한 톨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대신 방앗간 안에 가득한 것은 거미줄과 모래주머
니뿐이었어요.
“아…….”
비비에트는 그제야 할아버지가 매일 당나귀 등에 싣고 나르던 게 밀가루가
아니라 모래였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죠.
“휴, 일을 얼마나 하고 싶으셨으면 모래를 날랐을까?”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우리가 너무 무심했어.”
마을 사람들은 이득만을 생각해 공장으로 향했던 자신들의 행동이 후회스러
웠어요. 그래서 공장으로 가져가던 밀을 조금씩 덜어 할아버지에게 가져가 부
탁을 했어요.
“코르뉴 할아버지, 이 밀을 밀가루로 만들어 주세요.”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온 밀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며 입가에 미
소를 지었어요.
‘좋은 밀이군. 바로 일을 시작해야겠어.’
때마침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날 이후 할아버지는 다시
풍차를 돌려 밀가루를 만들었어요. 언덕 위에 있는 풍차와 함께 말입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거짓말의 달인’이라 불리는 남자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남자는 지독한 거짓말쟁이어도 사람들에게 욕을 얻어먹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남자는 다른 사람을 슬프고 화나게 만드는 나쁜 거짓말은 절대로 하
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사람을 웃기는 달인’이라고도 불
렀죠.
세월이 흘러 어느새 할아버지가 된 남자는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깨
달았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어요.
“달인이 이번에는 어떤 거짓말을 하려나? 정말 기대되는구먼.”
마을 사람들이 한껏 기대를 품고 모이자 거짓말 달인이 말했어요.
“ 저는 이제 곧 죽습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신세를
진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모여 달라고 했습니
다.”
그러자 누군가가 웃으면서 말했어요.
“하하하, 이제 그런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고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러니 얼마 뒤 내가 죽으면 이 집의 마루 밑을 파 보세
요. 그러면 단지 하나가 있을 텐데, 단지 안에 들어 있는 보물을 여러분이 나누
어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거짓말의 달인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맙소사, 거짓말 달인이 죽는다는 말은 정말이었잖아!”
“그럼, 마지막으로 참말을 한 것인가?”
마을 사람들은 달인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진짜였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마루 밑에 보물이 있다는 말도 정말일까?”
“궁금한데 우리 한번 파 보세.”
모두가 달인의 집으로 달려가 마루 밑을 파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달인이 말
한대로 흙 속에서 단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람들이 단지 뚜껑을 열자
안에는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어요.
“종이가 들어 있어. 읽어 보자고.”
사람들이 궁금해서 펼쳐 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여러분, 이것이 저의 마지막 거짓말입니다. 그럼 부디 잘 지내세요.
달인의 마지막 거짓말에 이내 모두가 크게 웃고 말았어요. 마을 사람들은 거
짓말의 달인이 쓴 종이를 단지에 넣어 오래오래 소중히 간직했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시로’라는 이름의 개
를 소중하게 기르며 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시로가 마당 한 구석에서 시
끄럽게 짖으며 앞발로 땅을 파는 시늉을 하는 것이었어요.
“허허허, 시로가 꼭 여길 파 보라고 하는 것 같지 않아?”
“그러게요. 우리 한번 파 볼까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누는 말에 시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마치
진짜 그런 뜻이라는 것처럼 말이죠. 잠시 뒤 시로가 가리킨 땅을 파던 할아버지
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정말로 금화가 우르르 나왔기 때문이에요!
“세상에나! 시로가 우리에게 선물을 주려고 했던 거예요.”
“고맙구나, 시로야.”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로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요. 그런데 옆집
에 사는 욕심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 장면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지 뭐예
요! 둘은 며칠 뒤 거짓말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속여 시로를 자기 집으로 데려
갔어요. 그러고는 목에 줄을 매고 이곳저곳을 끌고 다니며 다그치기 시작했어
요.
“자, 어디를 팔까? 어디를 팔까?”
욕심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시로가 짖을 때마다 땅을 팠어요. 하지만 땅
속에서 나온 것은 깨진 기와나 그릇 같은 것이 전부였죠.
며칠 뒤 친절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시로를 돌려 달라고 찾아왔어요. 하지
만 욕심쟁이 할아버지가 내어 준 것은 싸늘하게 죽은 시로였어요.
“말도 안 듣는 엉터리 개잖은가. 화가 나서 그만 죽여 버렸다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슬피 울면서 시로를 뒷마당에 묻고, 그 위에 작은 소나
무를 심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나무는 점점 크게 자라 훌륭한 거목이 되
었어요.
“할멈, 이 나무로 절구를 만들어 떡이라도 찧으면 어떨까?”
“분명히 시로도 좋아할 거예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나무를 잘라 절구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절굿공이를 찧을 때마다 절구 안에서 크고 작은 금화가 짤랑짤랑 튀어나왔어
요! 그리고 욕심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또다시 그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
었죠.
둘은 이번에도 억지로 절구를 빌려가서 떡을 찧었어요. 하지만 절구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소똥, 말똥이 전부였어요. 결국 욕심쟁이 부부는 화가 나서
절구를 불태워 버렸죠.
“시로 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절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슬퍼하며 절구를 불태우고 남은 재를 가지고 집
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집 앞에 다다랐을 때였어요. 휭~ 바람이 불더니 절구를 태운 재가 하
늘로 흩날렸어요. 그리고 재가 묻은 마른 나뭇가지마다 예쁜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아아, 이 예쁜 벚꽃이야말로 시로가 준 선물이로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기뻐하며 눈물을 흘릴 때였어요.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벚꽃인가? 훌륭하군, 훌륭해!”
집 앞을 지나가던 마을의 원님이 아름다운 벚꽃을 보고는 기뻐하며 할아버지
와 할머니에게 많은 상을 내렸어요.
그리고 그것을 본 욕심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남아 있던 재를 모은 뒤 원
님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재를 뿌리며 외쳤어요.
“꽃을 피워라, 꽃을 피워!”
하지만 꽃이 피기는커녕 원님의 눈에 재가 왕창 들어가고 말았죠. 욕심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결국 큰 벌을 받았다는군요.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 어마어마하게 뚱뚱한 여자가 살고 있었어
요. 여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음식을 먹는 것도, 길을 걷는
것도 너무 힘들어지자 멀리 떨어진 마을에 있는 유명한 의사를 찾아가 부탁을
했어요.
“의사 선생님, 제발 제게 살이 빠지는 약을 주세요.”
여자의 부탁에 의사 선생님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어요.
“이를 어쩐다? 오늘 진료는 끝났답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집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힘들어 죽을 뻔했는데, 내일 다시 오라고요?”
여자는 제발 한 번만 진료를 해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하지만 의사는 매정하
게 병원 문을 닫아 버렸죠. 그래서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 다음 날 새벽같이 일어
나 다시 병원을 찾아와야 했어요.
“어디 보자…….”
의사는 하마처럼 뚱뚱한 여자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펴보았어요. 그
리고 입 속을 들여다보고 손과 발을 만져본 후 심각하게 말했어요.
“부인, 저는 어제 부인이 돌아간 뒤 많은 책을 읽고, 점도 보았습니다. 그 결과
부인의 목숨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약도 소용이 없
으니 그냥 집에 돌아가 죽음을 기다리세요.”
의사의 말에 여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어요.
‘내가 일주일 뒤에 죽는다고?’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너무나 무서워 맛있던 밥도 먹을 수가 없고, 잠을 잘 수
도 없었어요. 그래서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아니 한 시간이 지날 때마다 살이
쏙쏙 빠지고 말았죠. 그리고 마침내 의사가 말한 일주일째가 되었어요.
‘드디어 내게 죽음의 신이 찾아오는 날이구나!’
여자는 가만히 앉아 죽음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기다
려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다음 날이 되어도, 그 다음 날이 되어도 여
자는 죽지 않았죠.

간신히 허기만 달래며 죽음을 기다리기를 열흘째가 되던 날이었어요. 여자는


참을 수가 없어 다시 의사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의사가 있는 병원을 향해 걸으
며 여자는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열흘 전에는 병원에 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는
데, 오늘은 한결 발걸음이 가벼웠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병원에 도착한 여자는
의사를 보자마자 벌컥 화를 냈어요.
“당신은 돌팔이 의사로군요. 죽는다는 날로부터 열흘이나 지났는데 저는 이
렇게 멀쩡합니다. 당신한테 지불한 비싼 진찰료를 돌려주세요!”

그러자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어요.


“부인, 당신은 열흘 전보다 살이 쪘습니까? 살이 빠졌습니까?”
“보시다시피 이렇게 살이 쪽 빠졌죠. 너무 겁이 나서 사랑하던 밥도 먹을 수
가 없었거든요.”
여자의 말에 의사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요.
“맞아요. 바로 그것이 살이 빠지는 약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렇게 살이 빠
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부인은 저를 돌팔이라고 하실 겁니까?”
“아……!”
여자는 의사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며 이렇
게 생각했답니다.
‘저분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의사야!’

옛날 옛적 우리나라의 한 마을에 사이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어요. 형


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읜 뒤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았는데, 어찌나 우애가
좋은지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어요.
옆집 할머니가 고구마와 떡을 주면, 형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에게 조금이라
도 더 먹이려고 할 정도였죠. 가을이 되어 벼를 베어 나를 때도 두 사람은 조금
이라도 더 자기가 짊어지려고 했어요.
그런 형제에게는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바람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서울 구
경을 해 보는 것이었죠. 그래서 형제는 봄에는 쑥을 캐서 떡을 만들고, 여름에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가을에는 감을 말려 곶감을 만들고, 겨울에는 볏짚으로
짚신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며 조금씩 돈을 모았어요.
드디어 돈을 모두 모아 서울로 여행을 가는 날이었어요. 형제는 옆집 할머니
에게 닭을 돌봐 줄 것을 부탁하고, 도시락으로 준비한 떡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서울을 향해 출발했어요. 그런데 얼마 뒤 고갯길을 오르던 형이 길가에 작은 돌
부처가 서있는 것을 보고 말했어요.
“아우야, 부처님께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잘 돌봐 달라고 부탁을 드리자.”
“그래, 형. 그게 좋겠어.”
형제는 부처님께 떡을 바치며 무사히 여행이 끝나기를 기도드렸어요. 그리고
사흘 동안 쉬지 않고 걸어 마침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었죠.
형제는 임금님이 사시는 대궐을 구경하고, 시장에 즐비한 신기한 물건들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신나는 곡예를 구경하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어요.
그렇게 재미난 여행을 마친 형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줄 선물로 엿을 사서 고
향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여행을 떠날 때 기도를 드렸던 부처님 앞을 지나게 되
었죠.
“아우야, 부처님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끝낼 수 있었으니 엿을 바치고 기도를
드리자.”
“그래, 형. 그게 좋겠어.”
형제가 감사한 마음으로 머리를 조아릴 때였어요. 부처님 뒤에서 반짝 빛나
는 것이 보였어요.
“저게 뭐지?”
형제가 살펴보니 그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이었어요. 그것도 엄청난 크기
의 금덩이였죠. 뜻밖의 횡재에 형은 곰곰이 고민을 했어요. 혹시라도 황금 때문
에 동생과의 우애가 어그러질까 걱정이 되었건 거예요.
“아우야, 우리들은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잖니? 그러니까
이 황금은 형편이 곤란한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형의 말에 동생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형 말이 맞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자.”
마음씨 좋은 형제가 황금을 다시 부처님 뒤편에 돌려놓으려고 할 때였어요.
갑자기 황금이 번쩍 빛나며 두 조각으로 갈라지지 뭐예요! 깜짝 놀란 형제는 결
국 부처님의 뜻이라고 여기고 황금을 나눠 가지고 마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
어요.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형의 걱정처럼 욕심에 눈이 멀어 우애가 깨졌을까
요? 아니랍니다. 형제는 황금으로 학교와 병원을 지었어요. 가난해서 배우지 못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돈이 없어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도운 것
이에요. 그렇게 형제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힘쓰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에 나무꾼 부부와 두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오빠는 헨
젤, 여동생은 그레텔이었죠.
어느 날 밤이었어요. 남매가 자고 있을 때 나무꾼 부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요.
“먹을 것이 다 떨어졌어. 이를 어쩌지?”
“숲속에 아이들을 버리고 와요. 아니면 우리까지 굶어 죽을 거예요.”
잠에서 깨어 있던 헨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집에서 나와 하얗게 빛나
는 돌멩이를 한 줌 주워 주머니에 숨겼어요.
다음 날, 나무꾼은 나무를 하러 숲으로 가며 어쩐 일인지 남매를 데리고 갔어
요.
“건너편에서 나무를 베고 오마.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리렴.”
나무꾼이 남매를 두고 숲속으로 사라졌어요. 하지만 밤이 되어도 나무꾼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오빠, 어떡하지?”
그레텔이 걱정스럽게 묻자 헨젤이 말했어요.
“걱정 마. 오는 길에 빛나는 돌을 떨어뜨려 놓았으니 그 돌을 따라 돌아가자.”
헨젤과 그레텔은 하얀 돌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숲에 아이들을 버릴 계획이 어그러진 나무꾼은 이튿날 다시 아이들을 숲으로
데려갔어요. 당연히 이번에는 헨젤이 빛나는 돌을 마련할 시간을 주지 않았죠.
하지만 헨젤은 다시 꾀를 내어 점심으로 가져온 빵을 조금씩 찢어 길에 떨어뜨
리기 시작했어요.
나무꾼이 사라지자 헨젤과 그레텔은 빵 조각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려 했어
요. 그런데 아뿔싸! 숲속의 새들이 그만 빵 조각을 다 먹어 버렸지 뭐예요.
길을 잃은 남매가 깜깜한 숲속을 헤맬 때였어요. 멀리서 불빛이 반짝였어요.
남매가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과자로 된 집이 보였어요. 지붕은 푹신푹신한 스펀
지 케이크였고, 벽은 비스킷, 창은 사탕으로 만든 예쁜 집이었죠. 배가 고픈 헨
젤과 그레텔이 허겁지겁 집을 떼어 먹을 때였어요.
“호호호, 귀여운 아이들이 길을 잃고 숲속을 헤매고 있었구나. 우리 집에서
쉬었다 가렴.”
집에서 나온 할머니가 남매를 초대해 맛있는 음식과 침대를 내어 주셨어요.
“고맙습니다, 할머니.”
남매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할머니의 초대를 받아들였죠.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남매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
운 마녀였어요. 마녀는 도망치지 못하게 헨젤을 튼튼한 우리에 가둬 두고, 그레
텔에게는 물을 긷는 일을 시켰어요.
마녀는 헨젤에게 좋은 음식을 먹여 살을 찌운 뒤에 잡아먹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눈이 좋지 않아 헨젤의 손가락을 만져 살이 쪘는지 안 쪘는지를 확인했
죠. 그때마다 헨젤은 작은 뼈를 내밀며 위기를 모면했어요.
흥 아직 살이 찌지 않았잖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불을 피워 그만 잡아
“ ,
먹어야겠다.”
마녀는 좀처럼 헨젤의 살이 찌지 않자 그레텔에게 화덕에 불을 피우게 했어
요.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마녀가 화덕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레텔은 마녀를 화덕에 밀어 넣고 문을 닫
아버렸어요.
“아악, 나 살려!”
화덕에 갇힌 마녀는 결국 불에 타 죽고 말았어요. 헨젤과 그레텔은 마녀의 보
석을 손에 넣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동물들이 모여서 숲을 다스리는 임금님을 뽑는 회의를
시작했어요.
“지금까지는 가장 힘이 센 동물이 임금님이 되었지. 하지만 가장 힘이 센 게
가장 훌륭한 것은 아니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결정하자.”
여우의 말에 동물들이 모두 찬성을 했어요.
“맞아, 힘이 세다고 가장 훌륭한 것은 아니야. 그럼 임금님을 어떻게 결정하
지?”
모두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원숭이가 말했어요.
“가장 춤을 잘 추는 동물을 임금님으로 삼으면 어떨까?”
“춤을 잘 추는 임금님, 그거 재밌겠다!”
동물들은 모두 찬성을 했어요. 그리하여 숲의 광장에서 춤 경연 대회가 열리
게 되었어요.
첫 번째로 춤을 춘 것은 여우였어요. 하지만 임금님이 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였을까요? 힘을 잔뜩 줘 쌩쌩 도는 바람에 어지러워서 여우는 그만 꽈당 넘
어지고 말았죠.
다음으로 너구리, 사슴, 다람쥐 등등 여러 동물들이 순서대로 춤을 추었어요.
누가 가장 춤을 잘 췄냐고요? 모두 엉망진창이라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았어요.
“그럼 내가 춤을 춰 보지.”
그때 원숭이가 앞에 나서더니 손이랑 발을 구불구불 움직여 재밌게 춤을 추
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박수를 칠 정도였죠.
“원숭이가 재미있게 잘 추는데?”
“가장 춤을 잘 춘 것은 원숭이니까, 원숭이를 새로운 임금님으로 뽑자.”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어요. 결국 원숭이가 숲속의 새로운 임금님이 되었죠.
하지만 임금님이 되지 못한 여우는 기분이 상했어요.
“원숭이가 임금님이라니 말도 안 돼!”
화가 나 숲을 깡충깡충 뛰어가던 여우의 눈에 사냥꾼이 친 덫이 보였어요.
“옳지, 저 덫으로 원숭이를 골탕 먹여야겠다.”
여우가 꾀를 내고는 원숭이를 찾아가 말했어요.
“임금님, 임금님. 제가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습니다. 저와 같이 가서 드실래
요?”
“하하하, 네가 이제야 나를 숲의 왕으로 인정하는구나!”
여우는 기뻐하는 원숭이를 덫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말했어요.
“임금님, 이 음식은 임금님의 것입니다. 자, 드십시오.”
“좋아, 수고했다.”
원숭이는 신이 나 덫에 놓여 있는 음식에 손을 대었어요. 그러자 덜컹, 하고
덫에 손이 끼고 말았죠.
“네 이놈, 숲속의 임금인 나를 속였구나! 당장 나를 풀어 주지 못하겠느냐!”
원숭이가 손이 너무너무 아파 꽥꽥댔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흥, 그렇게 간단히 속아 넘어갈 만큼 지혜가 없는 임금님은 진짜 임금님이
아니거든!”
여우는 원숭이를 비웃어 주고는 숲속으로 달아나 버렸답니다.
옛날 옛적에 숲속 오두막에 곰 세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몸집이 작은
곰, 중간 곰, 큰 곰 이렇게 세 마리였죠.
어느 날 아침, 맛있는 죽을 끓인 곰 세 마리가 죽이 먹기 좋을 만큼 식을 때까
지 숲으로 산책을 나갔어요. 그때 골디락스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숲에서 길
을 잃고 떠돌다가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을 발견했어요.
똑! 똑! 똑!
문을 두드렸지만 인기척이 없자 골디락스가 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맛있는
죽이 가득 담긴 그릇 세 개를 테이블 위에서 발견했어요. 배가 고픈 골디락스가
큰 그릇에서 죽을 떠 한 입 먹었어요.
“앗 뜨거워! 너무 뜨거워 먹을 수가 없잖아.”
골디락스는 다시 중간 크기의 그릇에서 죽을 한 입 떠먹었어요.
“으으, 이것도 아직 뜨겁잖아.”
골디락스는 마지막으로 작은 그릇에서 죽을 한 술 떴어요. 죽은 적당히 식어
있어 맛있게 먹어 치울 수 있었죠.
굶주림을 면한 골디락스는 그제야 주인 없는 집을 구경하게 됐는데, 옆방에
서 나란히 서 있는 의자 세 개를 보고 눈을 반짝였어요. 의자도 죽 그릇처럼 크
기가 제각각 다르지 뭐예요!
골디락스는 우선 큰 의자에 앉아 보았어요. 하지만 딱딱해서 앉기가 불편했
어요. 다음으로 중간 크기의 의자에 앉았지만, 이번에는 너무 푹신해서 또 불편
했어요. 마지막 의자는 앉기에 딱 좋았죠. 하지만 잠시 뒤 의자가 그만 부서지고
말았어요.
골디락스는 이번에는 2층으로 올라가 보았어요. 그리고 죽 그릇, 나무 의자처
럼 크기가 다른 침대 세 개가 보였죠. 큰 침대에 누운 골디락스는 곧장 일어나야
했어요.
“머리가 높아서 눕기 어렵네.”
다음에는 중간 침대에 누워 보았지만 또 금세 일어났어요.
“발이 높아서 눕기 어려워.”
작은 침대는 골디락스가 눕기에 딱 좋아 그만 쌔근쌔근 잠이 들고 말았어요.
얼마 뒤 산책에서 돌아온 곰 세 마리가 놀라 외쳤어요.
“누군가 내 죽을 먹으려고 했어!”
큰 곰이 큰 목소리로 외치자 중간 곰이 중간 크기 목소리로 말했어요.
“누군가 내 죽을 먹으려고 했어!”
그러자 작은 곰이 작은 소리로 외쳤어요.
“누군가 내 죽을 다 먹어 버렸어!”
이번에는 옆방을 살펴본 큰 곰과 중간 곰이 말했어요.
“누군가 내 의자에 앉았어!”
작은 곰도 말했어요.
“누군가 내 의자를 부숴 버렸어!”
곰 세 마리는 2층에 올라가서 침대도 살펴보았어요.
“누군가 내 침대에 누웠었군!”
큰 곰과 중간 곰의 말에 작은 곰이 침대를 들여다보며 말했어요.
“누군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어!”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뜬 골디락스는 곰 세 마리를 보고는 까아악, 하고 비명
을 지르며 집 밖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답니다.

배가 고픈 늑대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며 맛있는 먹잇감을


찾고 있을 때였어요. 그때 강가에서 물을 마시던 어린 양 한 마리가 늑대의 눈에
띄었어요.
‘ 흐흐흐, 맛있는 아침을 발견했군. 그런데…… 저렇게 귀여운 녀석을 잡아먹
으려니 마음에 걸리는군. 뭔가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잡아먹는 게 좋겠어.’
늑대는 이렇게 마음먹고 어린 양에게 다가갔어요.
“이봐, 어린 양아. 네가 강물을 휘젓는 바람에 물이 흐려져서 내가 물을 마실
수가 없잖아. 그런 나쁜 놈은 잡아먹어야 해.”
늑대가 트집을 잡자 어린 양이 말했어요.
“늑대님, 아니에요. 저는 강물을 입술로 살짝 핥기만 했는걸요. 게다가 늑대
님이 강 상류에 계시잖아요. 강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기 때문에, 설사 제
가 물을 휘저어도 늑대님이 계신 곳의 물은 흐려지지 않는답니다.”
늑대는 어린 양의 말이 한 치도 틀리지 않아 곤란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트집을 잡았어요.
“이봐, 어린 양아. 물은 괜찮다고 치자고. 그렇지만 네가 작년에 내 아버지 험
담을 했었지?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너처럼 나쁜 녀석은 내가 잡아먹어야겠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린 양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늑대님, 저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어요. 게다가 작년에는 제가 아직 태어나
지도 않았는걸요.”
어린 양의 말에 또다시 곤란해진 늑대가 이번에도 다른 핑계를 대었어요.
“이봐, 어린 양아. 그렇지만 너는 내 목장의 풀을 몰래 뜯어먹었잖아! 너는 나
쁜 도둑이라고. 그런 놈은 내가 먹어 주겠어.”
늑대의 계속되는 말도 안 되는 트집에 어린 양이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어
요.
“늑대님, 저는 너무 어려서 아직 엄마 젖밖에 먹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어떻
게 풀을 뜯을 수 있겠어요?”
어린 양의 대답에 늑대는 할 말이 없었어요. 하지만 늑대에게는 커다란 무기
가 하나 있었어요.
“이봐, 어린 양.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너는 그럴듯한 대답을 늘어놓는구나. 하
지만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지. 그건 바로 내가 너를 잡아먹기로 결심했다는 것
이란다. 나는 배고픈 늑대니까.”
늑대는 이렇게 말하며 어린 양을 잡아먹어 버렸답니다.

옛날 옛날에 허영심 많고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에게 사기꾼 두


명이 찾아와 말했어요.
“저희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감을 짜는 재봉사입니다. 그렇지만 저
희들이 짜는 옷감은 어리석은 자에게는 결코 보이지 않는 신기한 옷감이랍니
다.”
“오호, 그거 매우 흥미롭구나!”
임금님은 자신을 위해 멋진 옷을 만들라고 명령하며 많은 돈을 주었어요. 돈
을 챙긴 사기꾼들은 텅 빈 베틀 앞에서 열심히 옷감을 짜는 흉내를 내었죠. 그것
도 모르고 임금님은 옷감을 빨리 보고 싶어 늙은 신하에게 명령을 내렸어요.
“재봉사들이 옷감을 어느 정도 짰는지 보고 오너라.”
늙은 신하가 작업장에 들어서자 사기꾼들이 옷감 짜는 시늉을 하며 물었어
요.
“어떻습니까? 색깔도 무늬도 너무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내 눈에는 옷감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바보란 말인가?’
당황한 신하는 “참으로 훌륭하군. 멋진 옷감일세!”라고 칭찬을 하고는 임금
님께 돌아와 아뢰었어요.
“전하, 옷감이 아주 멋지게 만들어지고 있사옵니다.”
임금님은 얼마 뒤 영리한 젊은 신하를 다시 재봉사들에게 보냈어요. 하지만
영리한 신하도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 자기
가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영리한 신하도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며 임금님께 말했죠.
“정말로 세상에 다시없을 훌륭한 옷감입니다!”
임금님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옷감이 완성되기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얼마
못 가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이번에는 직접 옷감을 보러 갔는데, 깜짝 놀라고 말
았어요. 있지도 않은 옷감이 눈에 보일 리가 있겠어요! 그러면 임금님이 화를 벌
컥 내었을까요?
아니에요. 임금님도 늙은 신하와 젊은 신하처럼 허허허 웃으며 사기꾼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군. 다음 행차에 입을 수 있도록 서둘러 준비해 주게.”
옷감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 자신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 때문이었죠. 사
기꾼 재봉사들은 이렇게 임금님의 허영심을 이용한 것이랍니다!
그리고 드디어 임금님의 행차 날이 다가왔어요. 사기꾼들은 있지도 않은 옷
을 임금님께 입히는 흉내를 내었어요. 보이지 않는 훌륭한 옷을 걸친 임금님은
당당하게 행차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죠.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옷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못하고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하기 바빴어요.
“이 얼마나 훌륭한 옷입니까?”
“정말이지 너무나 멋진 옷이구나!”
그때였어요. 한 어린아이가 큰소리로 외쳤어요.
“이상하네? 임금님이 왜 벌거벗고 있지?”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구나,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한 거로군.’
‘맞아, 사실은 내 눈에도 옷 따위는 보이지 않아.’
그리고 모두가 이렇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임금님은 벌거숭이다. 임금님은 벌거숭이다~!”
모두의 목소리가 임금님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어요. 하지만 임금님은 가슴
을 펴고 당당하게 계속 걸음을 옮겼어요. 속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죠. 임금
님 노릇하기도 참 힘들군요!
옛날 옛적 어느 집에서 주인이 그레텔이라는 요리사에게 말했어요.
“오늘 밤 귀한 손님이 집에 올 테니 닭 두 마리로 맛있는 요리를 부탁하네.”
그레텔은 날이 저물자 닭을 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닭이 노릇노릇 잘 익어
도 손님은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이제 먹을 때가 되었는데, 손님이 오지 않았으니 불에서 닭을 내려놓을까
요?”
“흠, 그렇게 하게. 그럼 나는 잠시 나갔다 오겠네.”
주인이 손님을 맞으러 밖으로 나갔어요.
“뜨거운 불 옆에 서 있으니 목이 마르네.”
그레텔은 지하실에 내려가 포도주 한 잔을 마셨어요. 그러고는 주인이 손님
을 데려올 시간이 되자 부엌으로 돌아와 닭을 다시 불에 올리고, 버터를 발라 꼬
챙이를 뱅글뱅글 돌렸어요.
“아, 향긋한 냄새! 요리사라면 요리의 맛을 알아야지.”
그레텔은 손가락에 묻은 소스를 날름 핥아 먹었어요.
“아, 맛있네. 지금이 가장 먹기 좋을 때야.”
하지만 주인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었어요. 그때 닭의 날개 한쪽이 익다 못
해 타기 시작했어요.
“쯧쯧, 새까맣게 탄 곳은 내가 먹어 버리는 편이 낫겠지?”
그레텔이 닭 날개 하나를 먹어치웠어요. 그래도 여전히 주인은 돌아오지 않
고 있었죠.
‘날개가 하나 없는 닭은 차라리 다 먹어 버리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레텔은 이렇게 생각하고는 나머지 날개도 먹어치우다가 그만 닭 한 마리를
홀랑 다 먹어 버리고 말았어요.
“큰일이군. 이제 닭이 한 마리밖에 없네. 주인님이랑 손님이 닭 한 마리를 두
고 누가 더 먹나 눈치를 보는 것만큼 서글픈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차라리
두 마리 전부 먹어치우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레텔은 이렇게 말하고는 남은 한 마리도 다 먹어 버렸어요. 그때 주인이 돌
아와 말했어요.
“이제 곧 손님이 도착하실 테니 준비한 닭을 내오게.”
주인이 그레텔에게 명령을 하고는 닭을 자르기 위해 커다란 식칼을 갈기 시
작했어요. 이미 닭을 모두 먹어치운 그레텔은 어떻게 이 위기를 모면했을까요?
잠시 뒤 손님이 도착하자 마중을 나간 그레텔은 다음과 같이 손님에게 소곤소
곤 말했어요.
“ 조용히 하고 제 말을 들으세요. 주인님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당신의 양쪽
귀를 자를 계획이랍니다. 잘 들어 봐요, 식칼을 가는 소리가 들리죠?”
그 말을 듣고 손님은 깜짝 놀라 도망을 쳤어요. 그리고 그레텔은 주인에게 가
서 천연덕스럽게 말했어요.
“그것 참, 이상한 손님이네요. 글쎄 제가 내어놓으려던 닭을 두 마리나 훔쳐
서 달아났지 뭡니까.”
“이런 그거 좀 심하군. 적어도 내가 먹을 것만큼은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 텐
데.”
실망한 주인이 식칼을 손에 든 채로 손님을 쫓으며 외쳤어요.
“기다려 주게! 그러지 말고 하나만이라도 내놓고 가게!”
손님은 주인의 말을 귀 하나만이라도 넘기라는 뜻으로 생각하고 더 황급히
도망을 쳤답니다.
옛날 옛날에 벌레들이 한 집에 모여 사이좋게 놀고 있었어요. 그런
데 갑자기 벌레 한 마리가 배를 잡고 데굴데굴 뒹굴었어요.
“아이고, 배 아파!”
벌레 친구들은 난리가 났어요.
“어떻게 된 거지? 이거 큰일인걸.”
잠시 상태를 지켜보아도 좋아지지 않자 누군가가 말했어요.
“의사를 불러와야겠어.”
그렇지만 앞으로 나서는 벌레가 아무도 없었어요.
“메뚜기가 빠르잖아.”
“아니야, 꿀벌이 더 빠를걸?”
그렇게 누구를 보내야 할지 왁자지껄 의논하고 있는데, 나이 많은 벌레가 멋
진 의견을 내었어요.
“발이 가장 많은 지네가 제일 빠르지 않을까?”
지네는 자그마치 발이 백 개나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백 개나 되는 발을 한꺼
번에 움직이면 엄청나게 빠를 것 같았어요.
“그래, 지네라면 순식간에 갔다 올 거야.”
모두가 대찬성이었어요. 결국 의사를 데리러 가는 것은 지네로 결정되었죠.
“좋아, 내가 서둘러 의사를 모셔 오지.”
지네는 재빨리 방을 나섰어요. 남은 벌레들은 괴로워하는 벌레를 간병하며
말했어요.
“정신 차려. 곧 의사가 올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지네가 돌아오지 않았어요. 당연히 의사도 오지 않
았죠.
“어떻게 된 거지? 길을 헤매는 것은 아닐까?”
“혹시 최고의 의사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점점 걱정이 된 벌레들이 밖을 살피러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죠? 현관 앞에 지네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자네 이제 돌아온 건가? 그런데 의사는 어디 있어?”
그러자 지네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어요.
“무슨 소리야?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이제 신발을 반 신었으니, 반만 더 신
으면 된다고.”
지네는 의사를 불러서 돌아오기는커녕 아직 신발도 다 신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벌레들은 그제야 깨달았어요. 발이 많기 때문에 가장 빠를 거라고 생각
한 게 커다란 착각이었다는 것을.
옛날 옛적에 못된 원숭이가 게를 찾아가 말했어요.
“우리 밭에 떨어진 이삭 주우러 가지 않을래?”
“좋아, 그런데 이삭을 모으면 어떻게 할 거야?”
“많이 모아서 떡을 찧자. 갓 찧은 떡은 맛있거든.”
“그거 좋네. 얼른 가자.”
“그럼 나는 이 바구니를 쓸 테니, 너는 저 바구니를 쓰렴.”
원숭이는 미리 밑에 구멍을 뚫어 놓은 바구니를 게에게 건넸어요.
밭에 도착한 원숭이와 게는 이삭을 줍기 시작했어요. 게는 열심히 이삭을 주
워 바구니에 넣었어요. 하지만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 이삭은 아래로 떨어질
뿐이었죠. 원숭이는 얌체처럼 게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떨어진 이삭을 주워 자
기 바구니에 담았어요.
‘풋, 이렇게 쉽다니!’
원숭이는 몰래 웃으며 바구니 안을 이삭으로 가득 채웠어요. 잠시 뒤 원숭이
가 게에게 물었어요.
“많이 주웠니?”
“이제 슬슬 바구니 가득 찰 거야…… 어라?”
바구니를 들여다본 게는 깜짝 놀랐어요. 이삭이 조금밖에 없었기 때문이에
요.
“미안해, 아직 얼마 없네.”
게가 사과하자 원숭이가 화를 내는 척하며 말했어요.
“나는 이렇게 가득 주웠는데 너무 게으른 거 아냐? 내가 이삭을 나눠 줄 테니
까 너는 대신 절구와 절굿공이를 준비해서 떡을 찧어.”
“그, 그래. 알았어.”
게는 절구와 절굿공이를 갖고 와서 떡을 찧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원숭이는
쿨쿨 낮잠을 잤어요. 잠시 후에 힘들게 떡을 다 찧은 게가 원숭이를 깨웠어요.
“떡이 다 되었어.”
잠에서 깬 원숭이는 게에게서 떡을 빼앗아 나무에 올라갔어요. 그리고 우물
우물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원숭이야, 내게도 떡을 나눠 줘.”
게가 나무 밑에서 부탁을 했지만, 원숭이는 콧방귀를 뀌며 게를 놀렸어요.
“먹고 싶으면 이리로 올라오렴.”
나무에 올라갈 수 없는 게는 그제야 원숭이가 자기를 속이고 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어요. 게는 어떻게 하면 복수를 할까 생각하다가 한 가지 꾀를 내었
어요.
“그러고 보니 떡은 나뭇가지에 걸어 두고 먹으면 맛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그 말을 들은 원숭이가 호기심에 나뭇가지에 떡을 걸어 보았어요. 그러자 떡
이 주르륵 늘어나더니 나무 밑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어요. 그 순간 게가 떡을 잡
아 얼른 작은 땅 구멍 속으로 도망쳤어요.
“이 녀석이 감히 나를 속였겠다!”
원숭이가 떡을 되찾으려고 구멍에 손을 집어넣었어요. 하지만 너무 깊어 떡
을 잡을 수가 없었죠.

“어디 이래도 안 나오나 보자!”


화가 난 원숭이가 구멍에 엉덩이를 대고 방귀를 뀌려고 할 때였어요. 구멍에
서 나온 게가 집게발로 원숭이의 꼬리를 싹둑 잘라 버렸어요.
“아얏!”
너무 아픈 나머지 원숭이는 도망을 가고 말았답니다.
어느 작은 마을의 레스토랑에 멋진 옷을 입은 손님이 들어왔어요.
옷차림을 보니 큰 부자처럼 보였죠.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레스토랑 주인이 친절하게 손님을 맞았어요. 레스토랑이 있는 곳은 작은 마
을이라서 부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은 아주 드물었어요. 오랜만에 돈을 벌 좋은
기회였던 것이에요.
“우선 내 주머니 안의 돈만큼 맛있는 고기 수프를 주게. 그리고 내 주머니 안
의 돈만큼 스테이크와 샐러드도 주게.”
손님이 거드름을 피우며 주문을 하자 레스토랑 주인은 눈을 반짝이며 생각했
어요.
‘흐흐흐, 분명 주머니에 많은 돈이 들어 있겠지? 그러니까 음식을 맛있게 만
들어서 큰돈을 벌어야지.’
레스토랑 주인은 돈을 왕창 벌 욕심에 값비싼 와인까지 권했어요. 그러자 손
님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좋아, 내 주머니 안의 돈만큼 맛있는 와인을 주게.”
“네, 손님!”
그때부터 남자는 테이블에 올라오는 최고급 음식들을 배가 터지게 먹었어요.
그리고 드디어 음식 값을 내는 순간이 다가왔어요. 남자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
내어 주인에게 건넸어요. 그런데 남자가 건넨 돈을 본 주인이 깜짝 놀라 물었어
요.
“하하하, 농담이시죠? 이 정도 돈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열 배를 받아도 모
자란답니다.”
하지만 손님은 태연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어요.
“나는 분명 ‘내 주머니 안의 돈만큼’이라고 말했었네. 이게 내 주머니 안의 돈
전부라네.”
남자의 말에 주인은 불끈 화가 치솟았어요. 하지만 손님의 말이 맞으니 대꾸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한 주인이 남자에게 말했어요.
“속상하지만 점심은 손님에게 베풀어 드린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부
탁이 있습니다. 이 돈마저 돌려 드릴 테니 옆집 레스토랑에서도 똑같이 해 주십
시오.”
레스토랑 주인은 옆집 레스토랑 주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자기도 속아
서 큰 손해를 봤으니, 옆 레스토랑도 자기처럼 손해를 보기 바랐던 것이죠.
“좋네.”
남자는 빙긋 웃으며 대답하고는 돈을 돌려받아 주머니에 넣었어요. 그리고
밖으로 나가다 말고 고개를 돌려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이미 옆 가게에는 다녀왔다네. 물론 ‘주머니 속의 돈’으로 식사를 했지.
그리고 자네 가게에 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네. 하하하~!”
남자의 말에 주인은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젊은 농부가 멜대(물건을 양쪽 끝에 달아서 어깨에 메는 데 쓰
는 긴 나무) 양쪽에 바구니 두 개를 걸어 어깨에 지고는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
했어요. 바구니 안에는 오늘 아침 닭이 낳은 달걀이 백 개나 들어 있었죠. 닭이
많은 달걀을 낳았기 때문에 농부는 기분이 좋았어요.
‘시장에서 달걀을 다 팔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새끼 돼지 한 마리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농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가볍게 발걸음을 뗐어요.
‘수퇘지보다는 새끼를 낳는 암퇘지가 좋겠지? 암퇘지는 새끼를 얼마나 낳을
수 있을까? 스무 마리일까, 서른 마리일까? 서른 마리 정도 낳으면 좋을 텐데.’
농부는 바구니 안의 달걀들이 서로 부딪히며 달그락대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
장 아름다운 소리처럼 들렸어요.
‘서른 마리 새끼 돼지가 다 자라면 다시 시장에 내다 팔아야지. 그럼 얼마에
팔 수 있을까? 서른 마리나 파니까, 훌륭한 말 한 마리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야.’
농부는 멋진 말에 올라탄 자신을 상상하면서 황홀한 표정을 지었어요.
‘말을 사고도 돈이 남으면 멋진 옷을 사야지. 멋진 옷을 입고 말을 타면 마을
에서 제일 예쁜 미인과 결혼할 수도 있을 거야.’
농부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인과 결혼하는 상상을 하며 히죽히죽 웃음을 지
었어요. 함께 길을 걷던 사람들은 농부가 저 혼자 실실 웃는 모습을 이상하게 쳐
다보았죠. 그것도 모르고 농부의 상상은 계속되었어요.
‘ 아이가 태어나면 무슨 이름을 지을까? 그래, 보그단이 좋겠어. 참 좋은 이름
이야.’
그때 저 멀리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농부는 열심히 상상의 날개를 펴느라 바구니 안의 달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상상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져서 발걸음이 하늘을 나는 것만 같
았죠.
‘내가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아름다운 미소로 나를 맞겠지? 그리고 작고 귀여
운 보그단이 아버지 어서 오세요, 하며 뛰어올 거야. 그러면 나는 사랑스러운 미
소로 두 사람을 껴안을 거야!’
농부는 마치 두 사람이 진짜 자기 앞에 있기라도 한 듯이 크게 양팔을 벌렸어
요.
그 순간이었어요. 멜대 양쪽 끝에 걸려 있던 바구니들이 그만 땅바닥으로 떨
어지고 말았어요.
와르르, 퍼석!

소중한 달걀이 전부 깨져 버렸어요. 농부의 꿈이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였답


니다.
옛날 옛적에 많은 쥐가 살고 있는 집에 쥐를 아주 잘 잡는 고양이
한 마리가 이사를 왔어요. 그날부터 쥐들은 고양이에게 잡아먹힐까 봐 벌벌 떨
며 두려워했어요.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만 생각하면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다고.”
“나도 고양이 생각에 잠을 잘 수 없다니까.”
쥐들은 고양이가 두려워 보금자리에서 나올 수 없었어요. 그래서 먹을 것도
찾지 못해 배를 쫄쫄 굶고 말았죠.
“찍찍, 너무 배가 고파. 이러다가는 모두 굶어 죽을 거야. 우리 모두 모여서 얘
기를 해 보자.”
쥐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을 했어요.
“좋은 의견이 있는 생쥐는 손을 들고 말해 주세요.”
사회자 쥐의 말에 맨 처음 손을 든 것은 무리 중에서 가장 용감한 쥐였어요.
“용기를 내어 함께 고양이와 싸우는 것은 어떨까? 한꺼번에 덤비면 고양이도
놀라지 않을까?”
하지만 용감한 쥐의 말에 찬성하는 쥐는 아무도 없었어요.
“우리가 달려든다고 커다란 고양이를 이길 리가 없잖아? 틀림없이 모두 잡아
먹힐 거야.”
그 뒤로도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좀처럼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구석에 있던 쥐가 말했어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어떨까요?”
“방울? 그게 무슨 말이야?”
쥐들이 무슨 뜻이냐는 얼굴로 묻자 의견을 낸 쥐가 설명을 했어요.

“방울을 달면 고양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면 재빨리 도망가면 되고요.”
이 제안에 모두가 눈을 반짝였어요.
“정말 멋진 아이디어야!”
“야호, 드디어 걱정 없이 마음껏 음식을 찾을 수 있겠어!”
쥐들의 얼굴이 밝아졌어요.
그때였어요. 무리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쥐가 고개를 갸웃대며
물었어요.
“분명 좋은 생각이기는 한데…… 대체 누가 방울을 고양이 목에 달 텐가?”
그 순간 모두가 입을 다물고 말았어요. 함께 싸우자고 말했던 용감한 쥐도 마
찬가지였죠.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는 쥐는 아무도 없었답니다.
아르노는 아주아주 뛰어난 전서구(우편물을 배달하는 비둘기)였어
요.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또랑또랑한 눈, 오래오래 날 수 있는 튼튼한 날개와 단
단한 가슴을 자랑하는 아르노는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가장 빠른 전서구를 뽑는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어요. 그때 상으로 받은 은으로 만든 발찌에는
‘2590C’라고 새겨져 있었죠.
그 어떤 비둘기보다도 먼저 하늘로 날아올라 목적지까지 쏜살같이 날아갔다
가 돌아오는 전서구로 자란 아르노는 어느 날 다른 비둘기 두 마리와 함께 유럽
행 배에 올랐어요. 바다 위를 날아 집으로 돌아오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였죠.
표식 하나 없는 망망대해를 비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
데 짙은 안개까지 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어요. 결국 아르노와 비둘기들
은 안개가 걷힐 때까지 배에서 기다려야 했어요.
그런데 뉴욕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였어요. 갑자기 배의 엔진이 고
장나는 큰 사고가 일어났어요.
“이대로 가면 다른 배와 충돌할지도 몰라. 빨리 구조 요청을 해야 해!”
당황한 선원들은 아르노와 비둘기들의 발목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달아
날려 보냈어요. 훈련을 하려고 배에 탔다가 진짜로 구조 요청을 하게 된 것이죠.
아르노는 타고난 예리한 감각으로 방향을 파악해 빠르게 바다를 날기 시작했
어요. 예상처럼 구조 요청 편지를 배달한 것은 아르노 한 마리뿐이었어요. 아르
노 덕분에 배는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어요.
그날 이후로 아르노는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중요한 문서들을 배달했어
요.
그런데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날아가는 레이스를 벌일 때였어요. 열두 시간이
나 비행한 탓에 무척 목이 마르던 아르노의 눈에 낯선 비둘기 집이 보였어요.
아르노는 물을 얻어먹으려고 잠시 그곳에 내려앉았어요. 하지만 터줏대감 비
둘기들이 싸움을 걸었고, 비둘기 집이 시끄러워지자 무슨 일인가 싶어 주인이
찾아왔어요. 주인 남자는 낯선 비둘기 아르노의 날개에 쓰인 기록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아, 이 비둘기가 바로 유명한 아르노구나! 아르노의 새끼라면 미국 제일의
전서구가 될 게 틀림없어.”
욕심이 난 남자는 아르노를 잡아 암컷과 결혼을 시켰어요. 그리고 새끼가 태
어날 때까지 가두어 두었어요. 아르노는 무려 2년 동안 갇혀 지낸 뒤에야 간신
히 도망을 칠 수 있었죠.
아르노는 한달음에 자신의 오두막으로 날아갔어요. 하지만 불운하게도 사냥
꾼이 쏜 총알이 날개에 맞는 바람에 그만 매의 먹이가 되었어요. 딱 5분만 더 날
아가면 오두막이었는데 말이죠. 매의 둥지에서 ‘2590C’라고 새겨진 발찌가 발
견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답니다.

옛날 옛날에 농부할아버지가 밭에 순무를 심었어요. 할아버지는 꼬박


꼬박 물을 주며 순무를 소중하게 길렀죠.
“순무야, 매일매일 쑥쑥 훌륭하게 자라는 거다. 알았지?”
할아버지의 바람처럼 순무는 쑥쑥 크게 자랐어요. 잎이 할아버지 키보다 높
게 자랄 정도였어요.
“이제 뽑아서 먹을 때가 되었네. 자, 이제 뽑아 볼까.”
할아버지는 다 자란 순무 잎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어요.
영차~ 영차~!
그러나 아무리 잡아 뽑아도 순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할머
니가 할아버지를 당기고, 할아버지가 순무를 당겼어요.
영차~ 영차~!
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순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누가 좀 도와줘!”
할머니가 부르자, 이번에는 손녀딸이 뛰어나왔어요. 손녀딸이 할머니를 당기
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당기고, 할아버지가 순무를 당겼어요.
영차~ 영차~!
그러나 아무리 잡아당겨도 이번에도 순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누가 좀 도와줘!”
손녀딸이 부르자, 이번에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뛰어나왔어요.
개가 손녀딸을 당기고, 손녀딸이 할머니를 당기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당
기고, 할아버지가 순무를 당겼어요.
영차~ 영차~!
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순무는 여전히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멍멍, 누가 좀 도와줘!”
개가 부르자, 이번에는 고양이가 뛰어나왔어요.
고양이가 개를 당기고, 개가 손녀딸을 당기고, 손녀딸이 할머니를 당기고, 할
머니가 할아버지를 당기고, 할아버지가 순무를 당겼어요.
영차~ 영차~!
그러나 아무리 잡아당겨도 순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야옹, 누가 좀 도와줘!”
고양이가 부르자, 이번에는 쥐가 뛰어나왔어요.
쥐가 고양이를 당기고, 고양이가 개를 당기고, 개가 손녀딸을 당기고, 손녀딸
이 할머니를 당기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당기고, 할아버지가 순무를 당겼어
요.
영차~ 영차~!
그때였어요.
쑥~!
드디어 순무가 뽑혔어요. 그리고 모두가 뒤로 벌러덩 넘어져 엉덩이가 엄청
아팠답니다.

먼 옛날 인도에 살탄이라는 왕이 살고 있었어요. 살탄에게는 세 명


의 왕자가 있었는데 첫째는 알리, 둘째는 하산, 막내가 후세인이었죠. 살탄은 죽
은 남동생의 딸인 누렌나할도 왕녀로 삼아 애지중지 키웠어요.
누렌나할은 아름답고 현명한 왕녀로 자랐고, 세 왕자는 모두 누렌나할과 결
혼하기를 원했어요. 그래서 살탄은 왕자들에게 문제를 내었어요.
“각자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 많은 것을 본 뒤 가장 놀랍다고 생각되는 것을
가지고 오너라. 가장 귀한 것을 가져온 왕자에게 결혼을 허락해 주마.”
세 명의 왕자는 아름다운 누렌나할을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다른 길로 여행
을 떠났어요.
첫째 알리 왕자는 여행에서 ‘하늘을 나는 융단’을 손에 넣었어요.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 하늘을 나는 융단이야말로 얼마나 놀라운
물건인가요!
둘째 하산 왕자는 여행 중에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상아로 만든
망원경’을 손에 넣었고, 셋째 후세인 왕자는 냄새를 맡기만 하면 어떤 병도 낫는
‘마법의 사과’를 얻을 수 있었죠.
여행을 끝내고 다시 만난 왕자들이 자신이 얻은 보물이 가장 진귀하다고 자
랑을 늘어놓을 때였어요.
“누렌나할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내가 얻은 상아 망원경으
로 한번 살펴볼까?”
하산 왕자의 말에 알리 왕자와 후세인 왕자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맞아, 아름다운 누렌나할을 보고 싶어!”
세 왕자들은 곧바로 상아 망원경을 통해 멀리 떨어진 누렌나할의 모습을 보
았어요. 그리고 깜짝 놀라고 말았죠. 왕녀가 큰 병에 걸려 누워 있었기 때문이에
요.
“형,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누렌나할이 죽으면 어떡하지?”
후세인 왕자의 걱정에 알리 왕자가 웃으며 말했어요.
“내가 얻은 하늘을 나는 융단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하산, 후세인 얼른 융
단에 올라타. 빨리 누렌나할에게로 돌아가자!”
왕자들은 하늘을 나는 융단을 타고 곧장 왕녀에게 날아왔어요. 그리고 후세
인 왕자가 구한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는 마법의 사과로 죽음의 문턱에서 왕녀
를 구할 수 있었죠.
“허허허, 세 가지 물건 중에 어느 하나라도 없었다면 왕녀가 목숨을 잃었을
테니 이번 시합은 무승부로구나. 어쩔 수 없이 가장 멀리까지 화살을 쏘아 보낸
이를 왕녀와 결혼시키겠다.”
살탄의 말에 왕자들은 활쏘기 시합을 벌였어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승은 둘째 하산 왕자가 차지했어요. 하산 왕자가 쏜 화살은 알리 왕자의 화
살보다 멀리 날아갔어요. 후세인 왕자가 쏜 화살은 행방이 묘연했어요. 화살을
잘못쏴 숲속으로 떨어졌던 거예요.
누렌나할 왕녀와 하산 왕자가 결혼하자, 다툼을 원하지 않는 알리 왕자는 수
도승이 되어 조용히 살았어요. 그럼 후세인 왕자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화살을
발견한 아름다운 요정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옛날 옛적 어느 나라에 황금을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고 있었어요.
“아아, 금은 얼마나 아름답단 말인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이
여!”
임금님은 금으로 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모았어요. 그래서 궁전에는 금으로
된 테이블, 금으로 된 악기가 즐비했어요. 갑옷이나 칼도 모두 금으로 장식되어
있었죠. 하지만 온통 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임금님은 성이 차지 않았어요.
“내 손에 닿은 게 모두 금이 된다면 얼마나 멋질까?”
임금님이 탄식을 터뜨릴 때였어요. 임금님의 앞에 아름다운 여신이 나타나
말했어요.
“그토록 금을 좋아하니 네 소원을 들어주지. 지금부터 네가 손을 대는 것은
모두 금으로 바뀔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임금님은 여신의 선물에 환호성을 질렀어요. 그리고 곧바로 밖으로 나가서
화원에 핀 꽃을 손으로 만져 보았어요. 그러자 여신의 말처럼 꽃이 아름다운 황
금 꽃으로 바뀌는 것이었어요!
임금님은 화원을 우아하게 걷고 있던 공작새도 슬쩍 만져 보았어요. 그러자
역시 공작도 눈부신 황금 공작으로 바뀌었죠.
“식물만이 아니라 동물까지 금으로 바뀌다니, 이 얼마나 멋진 능력인가!”
정원에 있던 꽃과 동물들을 모두 금으로 바꾼 임금님은 기분이 좋아 외쳤어
요.
“하하하, 이토록 좋은 날을 기념하지 않을 수가 없지. 당장 술과 안주를 준비
하라!”
곧바로 산해진미가 커다란 식탁에 가득 놓였어요. 그런데 임금님이 술잔을
드는 순간, 술이 걸쭉한 금으로 바뀌지 뭐예요!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도 임금님
이 만지는 순간, 딱딱한 금덩어리가 되어 버렸어요.
“이, 이래서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잖아?”
임금님이 울상을 짓자 공주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어요.
“아바마마,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휴, 그게 말이다…….”
임금님이 한숨을 내쉬며 무심코 공주님의 어깨에 손을 얹었어요. 그 순간 이
번에는 공주님이 금으로 된 조각상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맙소사!”
임금님은 금 조각상이 된 공주님을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공주, 공주야, 사랑하는 공주야! 제발 눈을 떠 주렴. 제발 대답해 주렴!”
임금님은 울면서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했어요.
“여신이시여,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발 공주를 원래대로 돌려주십시오. 모
든 것을 금으로 만드는 이 저주 받은 능력을 없애 주십시오!”
그러자 여신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강으로 가서 손을 깨끗이 씻어라. 그리고 금이 되어 버린 것들에 강물을 뿌
리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임금님은 곧바로 강으로 달려가 손을 씻었어요. 그리고 금으로 바뀐 것들에
강물을 뿌리고 원래대로 되돌렸어요. 임금님은 그 뒤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
든 것을 소중히 여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울창한 숲의 입구에서 당나귀가 사자 가죽을 주웠어요.
당나귀는 호기심에 머리부터 꼬리까지 사자 가죽을 뒤집어 써 보았어요. 그
러자 진짜 살아 있는 사자 같지 뭡니까! 당나귀는 사자로 변한 자기 모습을 보고
는 한 가지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어요.
“후후, 이 가죽을 쓰면 모두가 나를 사자로 착각하겠지? 숲속 동물들을 놀라
게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당나귀는 사자 흉내를 내며 어슬렁어슬렁 숲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다급하
게 외쳤어요.
“큰일이야! 사자가 왔어!”
“도망쳐, 도망쳐!”
숲의 동물들은 당나귀를 보고는 진짜 사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어요. 토끼랑
다람쥐처럼 작고 약한 동물들은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쏜
살같이 도망을 쳤어요. 평소에는 잘난 척하던 늑대도, 힘이 센 곰도 사자는 질색
인 듯 줄행랑을 놓았죠.
“아이고, 재미있어. 모두들 겁쟁이구나!”
당나귀는 자기가 진짜 사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좋아, 숲속의 다른 동물들도 모두모두 놀라게 해야지.”
당나귀는 숲속 깊숙이 들어가며 사자 흉내를 내며 동물들을 괴롭혔어요. 그
리고 얼마 뒤 강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여우를 발견했어요.
“흥, 저 여우 녀석도 나를 보면 꽁지가 빠져라 도망갈 게 틀림없어.”
당나귀는 여우가 자기를 볼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
려도 여우는 당나귀가 옆에 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아이고 답답해! 빨리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옳지, 내가 여기에 있
다는 것을 알려 주자.”

당나귀는 사자처럼 가슴을 쭉 펴고 큰 소리로 울었어요.


이히히힝~ 이히히힝~!
하지만 사자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당나귀 울음소리가 숲을 울렸어요. 사자
가죽을 둘러썼다고 목소리까지 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러자 물을
마시던 여우가 고개를 들고 당나귀를 향해 인사를 했어요.
“당나귀님, 안녕하세요.”
여우는 명랑하게 인사를 하고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어요.
“당나귀님이 울어 주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당신이 말없이 계속 서 있었다면
저는 진짜 사자가 왔다고 생각해서 도망도 못 치고 굶어 죽고 말았을 거예요.”
“아…….”
당나귀는 그제야 여우가 꼼짝도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당나귀님은 왜 사자 가죽을 쓰고 계신 건가요? 혹시 추워서 그런가
요?”
당나귀는 너무 부끄러워서 사자 가죽을 벗어 던지고 멀리멀리 도망치고 말았
답니다.
옛날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멋들어진 수염을 자랑하는 왕과 아름다
운 왕비가 살고 있었어요. 두 사람 옆에는 항상 네 명의 대신과 충직한 신하 한
명이 붙어 그들을 모시고 있었죠.
나라는 매우 부유해 백성들은 근심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편하게 보내고 있
었어요. 하지만 왕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는데, 바로 나라를 지킬 군대가 없
다는 것이었죠. 혹시 다른 나라가 쳐들어오면 큰일이 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
에요.
고민을 하던 왕은 먼 나라에 사는 훌륭한 승려를 찾아가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 승려로부터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멋진 마법을 배우려고 생각했던 것이죠.
“당신 없이 제가 어떻게 지내겠어요? 제발 저도 같이 데리고 가 주세요.”
“폐하, 저희들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하하, 그럽시다.”
왕비와 신하들은 왕이 혼자 먼 나라로 가는 것이 걱정돼 함께 길을 떠나게 되
었어요.
왕과 왕비, 네 명의 대신과 한 명의 신하는 일주일이 넘게 걸어 무사히 승려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승려의 밑에서 열심히 수행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마
법을 배우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변신 마법’은 특히나
어려웠죠. 원하는 것은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지만, 주문을 100번이나 외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왕과 신하들은 열심히 연습을 해서 마침내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왕의 일행은 승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다시 자신들의 나라를 향해 출
발을 했어요. 그런데 산을 넘고 강을 건넌 후 정글을 통과하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요.
“폐하, 모두 변신 마법을 써서 강한 동물이 되면 어떨까요? 그러면 배가 고파
도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충직한 신하가 한 가지 멋진 아이디어를 내자 왕과 다른 신하들이 고개를 끄
덕였어요.
“오호,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군.”
그래서 왕과 일행들은 주문을 외워 한 마리의 강한 동물로 변신을 시작했어
요.
신하는 꼬리가 되고, 네 명의 대신은 튼튼한 다리가 되었고, 왕비는 아름다운
몸통으로 변신을 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이 멋진 수염을 가진 머리가 되어
그때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동물이 탄생했어요.
그 동물은 튼튼한 네 다리로 달리며 꼬리로 먹이를 찾았는데, 기이한 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몸통과 멋진 수염은 숲속의 왕에 걸맞은 모습이었어요.
하지만 이 동물은 자신들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숲속에서 살게
되었어요. 이것이 바로 호랑이의 탄생에 얽힌 전설이랍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세 명의 왕자가 살고 있었어요. 첫째와 둘째 왕자


는 성격이 제멋대로였지만, 막내 왕자는 성격이 아주 상냥했죠. 그런데 어느 날
여행을 떠난 세 왕자가 개미무덤을 발견했어요.
“개미무덤을 무너뜨려서 입구를 막아 버리자.”
“오호, 그거 재미있겠다!”
첫째와 둘째 왕자가 재미로 개미무덤을 무너뜨리려고 하자 막내 왕자가 당황
해서 형들을 말렸어요.
“그럼 개미들이 죽잖아. 형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쳇, 막내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막내 왕자 때문에 형들은 개미무덤을 버려두고 다시 여행을 계속했어요. 그
리고 얼마 뒤 세 왕자는 오리 떼가 헤엄치는 호수에 이르렀어요.
“배도 고픈데 우리 오리를 잡아 구워 먹을까?”
“오, 멋진 생각이야!”
두 형이 오리를 잡아먹으려고 하자 이번에도 막내 왕자가 형들을 말렸어요.
“그럼 오리들이 죽잖아. 형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형들은 결국 오리를 포기하고 말았어요. 세 사람은 다시 여행을 계속했고, 이
번에는 꿀벌이 만든 커다란 벌집을 발견했어요.
“벌집 아래 불을 피우면 연기 때문에 꿀벌들이 도망칠 거야. 그러면 벌꿀을
얻을 수 있겠지?”
“하하, 그럼 달콤한 꿀을 먹을 수 있을 거야.”
형들이 불을 피우려고 하자 또다시 막내 왕자가 앞으로 나서 형들을 말렸어
요.
“그럼 벌들이 집을 잃잖아. 형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아.”
“어휴, 막내 너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
형들은 투덜거렸지만 결국 착한 막내 왕자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그
렇게 여행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요? 세 왕자의 눈앞에 낯선 성이 보였어요. 그
런데 성에는 돌로 변한 사람들만 가득했어요. 심지어 마구간의 말도 돌로 변해
있었죠. 그때 왕자들 앞에 석판을 든 난쟁이가 나타나 말했어요.
“여러분은 세 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답니다. 문제를 모두 풀면 성의 저주가
풀리지만, 만약 틀리면 여러분도 돌로 변할 것입니다.”
나쁜 난쟁이가 낸 첫 번째 문제는 해질녘까지 숲의 이끼 아래 감춰진 천 개의
진주알을 찾아오는 것이었어요.
두 형들은 숲으로 달려가 열심히 진주를 찾았지만 실패하는 바람에 그만 돌
이 되고 말았어요.
이제 막내 차례였는데 그 역시 진주를 모두 찾을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때
개미무덤의 왕이 오천 마리의 개미를 끌고 와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천 개의 진
주알을 모아 선물을 했어요.
“저희 개미무덤 왕국을 구해 준 보답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성에 살던 공주의 침실 열쇠를 찾아오는 것이었어요. 막내 왕
자는 이번에도 목숨을 구해 준 오리들이 열쇠를 찾아 주는 바람에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었죠.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돌로 변한 세 명의 공주들 중에서 막내 공주를 알아맞
히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왕녀들은 똑같이 생겨서 구분을 할 수 없었어요. 단서
라고는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달랐다는 것인데, 첫째 공주는 설탕을 한 조각
먹었고, 둘째 공주는 시럽을, 막내 공주는 벌꿀을 먹었다고 했어요.
막내 왕자가 문제를 못 풀고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꿀벌 공주가 날
아와 벌꿀을 핥은 공주의 입술에 앉으며 말했어요.
“셋째 공주는 바로 이 사람이랍니다. 목숨을 구해 준 보답입니다.”
이렇게 막내 왕자는 성의 저주를 모두 풀고 형들을 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막내 왕자는 막내 왕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 사막에 까마귀 한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사막은 원래 비
가 자주 내리지 않는 곳이지만, 그해 여름은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아 오아시스도
말라붙은 지 오래였죠.
“아아, 목말라…….”
삼 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을 먹지 못한 까마귀가 비틀비틀 힘겹게 하늘을 날
고 있을 때였어요. 저 멀리 물이 찰랑대는 호수가 보이지 않겠어요!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까마귀는 젖 먹던 힘을 내어 호수를 향해 날아갔어요. 그런데
아무리 날고 또 날아도 호수는커녕 온통 모래언덕뿐이었어요.
“아, 이게 신기루(빛의 굴절로 사물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라는 것이
구나. 흑흑, 이제는 더 이상 하늘을 날 힘도 없어.”
힘이 빠진 까마귀는 그만 사막 위로 털썩 떨어졌어요. 그런데 떨어진 자리에
속이 깊은 낡은 항아리가 하나 있지 뭐예요.
쳇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항아리잖아.”
“ ,
화를 내던 까마귀의 눈에 항아리 속에서 반짝 빛나는 게 보였어요.
“물이다! 물이 들어 있어!”
까마귀의 말처럼 항아리 바닥에 물이 찰랑대고 있었어요. 목이 마른 까마귀
는 허겁지겁 부리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하지만 항아리가 너무 깊어 부리가 물
에 닿지 않았어요.
“아아, 물이 있는데 부리가 닿지 않아!”
다급한 까마귀가 항아리를 옆으로 쓰러뜨리려고 발로 찼어요. 하지만 항아리
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힘이 빠진 까마귀는 울고만 싶어졌어요. 바로 앞에 물
이 있는데 먹지를 못하다니요!
그때 까마귀의 눈에 모래언덕을 굴러다니는 작은 돌멩이들이 보였어요.
“이거야, 이거!”
까마귀는 부리로 돌멩이를 물어 항아리 속에 떨어뜨렸어요. 첨벙! 돌멩이가
항아리에 빠졌어요.
“좋았어! 하나 더.”
까마귀는 쉬지 않고 돌멩이를 물어 항아리에 넣었어요. 첨벙첨벙 돌멩이가
빠질 때마다 물이 조금씩 위로 차올랐어요. 그리고 마침내 부리에 물이 닿았죠.
“부리가 물에 닿아! 물을 마실 수 있다고!”
까마귀는 환호성을 지르며 폴짝폴짝 뛰었어요. 시원한 물을 마시고 갈증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른 아침 두더지가 봄맞이 대청소를 합니다. 빗자루로 쓱싹쓱싹
더러운 바닥을 쓸고, 의자와 사다리에 올라가 벽과 천장의 먼지를 탁탁 털었죠.
벽의 얼룩은 회반죽으로 구석구석 칠을 했어요. 금세 두더지의 멋진 검정색 모
피가 먼지투성이가 되었어요. 온몸도 근질근질 가려워졌죠. 결국 청소를 하던
두더지는 코트도 입지 않은 채 굴 밖으로 달려 나갔어요.
밖은 봄기운이 가득했어요. 작은 새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질였
죠. 두더지는 들뜬 기분으로 들판을 걸으며 생각했어요.
“아아, 대청소가 없는 봄은 얼마나 즐거울까?”
두더지는 토끼들이 사는 구역을 지나 강에 도착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강
을 본 두더지는 깜짝 놀라 말했어요.
“이런 멋진 강에서 살면 정말 좋을 텐데…… 우아, 강 건너편에 살기에 안성
맞춤인 구멍이 있네?”
그때 강 건너 땅 구멍 안에서 무언가 반짝 빛을 냈어요. 밤하늘의 별은 아닐
테고, 혹시 밤인 줄도 모르는 바보 반딧불이가 꽁지에서 빛을 내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것은 별도 반딧불이도 아닌 한 쌍의 눈이었어요! 눈의 주인은 고지


식해 보이는 둥근 얼굴에 덥수룩한 갈색 털을 가진 강에 사는 강쥐였죠.
“안녕 두더지야, 이쪽으로 오지 않을래?”
“나는 강을 건너는 법을 몰라.”
두더지의 말에 강쥐는 별수 없이 집 앞에 매어 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왔어요.
“얼른 배에 올라와.”
배를 처음 본 두더지는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어 강쥐의 배에 올라탔어요. 강
쥐는 물을 무서워하는 두더지가 바보 같았어요. 강쥐는 배를 타고 한가롭게 뱃
놀이를 할 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었죠.
“우리 집에서 점심 도시락 싸서 소풍을 가자. 어때?”
“야호, 좋아!”
두더지는 강 건너편에 도착해 강쥐의 보금자리에 초대를 받았어요. 강쥐의
집은 물가가 내려다보여 아주아주 멋져 보였어요.
“얼른 맛있는 도시락을 싸서 놀러 나가자!”
두더지와 강쥐는 도시락을 싸서 다시 배에 올랐어요. 그리고 물결이 느린 모
래톱 위로 올라가 점심을 먹기 시작했죠.
바구니에는 닭고기랑 소의 혀 냉채, 햄과 소고기, 피클 샐러드에 물냉이 샌드
위치, 진저비어에 레모네이드까지 맛있는 음식이 가득했어요. 마침 모래톱 옆
을 지나던 수달도 두더지와 강쥐의 소풍에 끼어들었어요.
“정말 따스한 봄이야.”
두더지와 강쥐는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랍니다. 두더지는 그날부터 강쥐의
집에 함께 살기 시작했어요. 두꺼비와 오소리와도 친구가 되었죠.
때로는 무모한 모험도 했지만, 강가 생활에 완전히 빠진 두더지는 그만 크리
스마스가 될 때까지 자기 집에 돌아가는 것을 잊어버렸다는군요.
두 남자가 함께 여행을 시작하며 서로를 향해 말했어요.
“우리는 친구니까 언제 어디서나 서로 돕자.”
“물론이지. 진정한 친구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서로 도와야지.”
두 남자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굳게 약속을 했어요.
얼마 뒤, 두 남자가 사이좋게 산길을 걷고 있을 때였어요. 숲속에서 갑자기 커
다란 곰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그런데 먼저 곰을 발견한 남자가 친구에게 알리지도 않고 급히 나무 위로 도
망을 치지 뭐예요!그러고는 높은 곳까지 올라간 뒤에야 “곰이야!”하고 소리를
쳤어요.
“맙소사, 무서운 곰이잖아!”
남은 친구는 그제야 곰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알아채고는 나무 위로 올라가
려고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죠.
어 어떻게 하지? 맞아, 곰은 살아 있는 싱싱한 고기만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 ,
들은 적이 있어!”
친구는 언젠가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고는 나무 위로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풀 위에 드러누워 죽은 척을 했어요. 제발 곰이 자기를 잡아먹지 않기를 하느님
께 빌고 또 빌면서 말이죠.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어슬렁어슬렁 다가온 곰이 죽은 척하는 친구


를 잡아먹는 대신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유유히 숲속으로 돌아가 버리지
뭐예요!
곰이 사라지자 나무 위로 도망쳤던 남자가 밑으로 내려와 말했어요.
“친구, 자네가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죽은 척했던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없이 일어날 뿐이었어요.
“그런데 곰이 자네에게 무슨 말을 했나?”
나무 위로 도망친 남자가 궁금해 물어도 친구는 묵묵부답 길을 걷기만 했죠.
답답해진 남자가 친구를 다그쳤어요.
“이봐 친구, 곰에게 무슨 얘길 들었냐니까? 나한테 가르쳐 주고 싶지 않으니
까 잠자코 있는 거지? 우린 친구잖아, 얼른 가르쳐 줘.”
그제야 친구가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궁금하면 가르쳐 주지. 곰이 이렇게 말하더군. 친구라고 하면서 정작 위험해
지니까 자기만 살려고 도망치는 사람을 친구로 두면 안 된다고. 그런 사람과 함
께 여행하면 안 된다고 말일세. 그러니까 난 이제 혼자 여행을 할 거네. 잘 있
게.”
죽은 척했던 친구는 나무 위로 도망친 남자를 두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
버렸다는군요.
옛날 옛적 한 마을에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할
머니가 잠두콩을 삶아 먹으려고 부엌에서 깨끗이 콩을 씻고 있을 때였어요. 그
만 잠두콩 한 알이 바가지에서 빠져나와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갔어요.
“한 개쯤은 괜찮아.”
할머니는 상관하지 않고 불을 피우러 마당에 짚을 가지러 나갔어요. 그때 바
람이 휙 불어와 지푸라기 한 줄기가 날아갔어요.
“한 개쯤은 괜찮아.”
할머니는 신경 쓰지 않고 부뚜막에 불을 피웠어요. 그러자 활활 타오르는 아
궁이에서 숯이 하나 툭 튀어나와 잠두콩과 지푸라기가 있는 곳으로 굴러갔어
요.
“우리 함께 마을에 놀러 가지 않을래?”
“좋아, 가자.”
셋은 나란히 외출을 했어요.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얼마나 걸었을까요? 셋 앞
에 강이 나타났어요. 그런데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강 너머로 건너갈 다리가 보
이지 않았어요. 그러자 지푸라기가 말했어요.
“내가 다리가 될 테니 내 위로 건너가.”
“지푸라기야, 고마워.”
잠두콩이 인사를 하며 지푸라기 위를 건너려고 할 때였어요. 갑자기 숯이 말
했어요.
“내가 먼저 건널 거야.”
“아니, 내가 먼저 건널 거야!”
잠두콩이 되받아치자 숯이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어요.
“내가 먼저라니까! 내가 먼저야!”
숯이 잠두콩을 밀치고 지푸라기 위를 건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가운데까
지 왔을 때였어요.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본 숯은 그만 털썩 주저앉고 말았어요.
혹시라도 강물에 빠질까 봐 너무 무서워 걸음을 옮기지를 못했던 것이죠.
“앗 뜨거워. 숯아, 빨리 내 위를 건너가!”
지푸라기가 뜨거워 울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잠두콩에게 화를 내며 활활 타
오르기 시작했던 숯은 불을 끌 수가 없었어요. 결국 지푸라기가 불에 타 끊어지
며 둘은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쌤통이다. 벌을 받은 거라고!”
강가에서 이를 보고 있던 잠두콩이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런데 너무 심하게
웃은 탓에 잠두콩의 뱃가죽이 그만 뿌지직 찢어졌어요.
“아이고, 내 배야. 나 살려~!”
때마침 지나가던 바느질집 아저씨가 잠두콩에게 다가와 물었어요.
“이런, 왜 울고 있니?”
잠두콩이 사연을 이야기하자 아저씨가 잠두콩의 배를 실로 촘촘히 꿰매 주며
말했어요.
“이제부터 남을 보고 비웃으면 안 된단다.”
하지만 아저씨에게는 검은 실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잠두콩의 줄기는
검정색이랍니다.
변호사 어터슨은 어느 날 지킬 박사에게서 “유언장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런데 유언장을 본 어터슨은 너무나도 이상한 내
용에 깜짝 놀랐어요.
만일 지킬 박사가 죽든가 행방불명이 되면 전 재산은 친구이자 은인
인 하이드 씨의 것이 된다.
“도대체 하이드 씨가 누구죠?”
어터슨이 궁금해 묻자 지킬 박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어요.
“궁금하겠지만 더 이상 묻지 말아 주게.”
며칠 후 어터슨은 친구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며칠 전 한밤중에
길가에서 몸집이 작은 남자가 소녀와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었죠. 그런
데 남자는 땅에 쓰러진 소녀를 일으켜 세우는 대신 한 번 더 짓밟았다지 뭐예요.
그래서 화가 난 친구가 남자를 붙잡자 남자가 소녀를 치료하라면 수표를 주었
는데, 수표에 지킬 박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죠. 불길한 예감에 어터슨
이 남자의 이름을 묻자 친구가 말했어요.
“하이드라는 이름을 가진 소름 끼치게 무섭게 생긴 남자였어.”
그리고 1년 후, 끔찍한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요. 몸집이 작은 남자가 길을 묻
는 노신사를 지팡이로 때려죽이고 도망을 친 것이었죠. 목격자인 여성은 범인
을 정확히 지목했어요.
“아주아주 추하고 무섭게 생긴 하이드가 바로 범인이에요!”
그 무렵 지킬 박사는 아예 집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있었어요. 오랜
친구가 찾아가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죠.
그렇게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어요. 지킬 박사의 집
사가 어터슨의 집을 찾아와 간청을 했어요.
“제발 저희 주인님을 구해 주십시오. 주인님은 이미 살해당했을지도 모릅니
다.”
어터슨은 서둘러 지킬 박사의 저택으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지킬 박사는 서
재의 문을 굳게 잠그고 목소리만 들려줄 뿐이었어요.
“제발 부탁이네. 못 본 척해 주게.”
하지만 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저것은 지킬 박사가 아니라 하이드의 목소리입니다!”
어터슨은 결국 문을 부수고 서재로 들어갔어요. 어터슨이 본 것은 쓰러진 한
남자의 모습이었어요. 방금 독을 마신 듯했는데, 남자는 지킬 박사와는 조금도
닮지 않은 소름 끼치는 얼굴이었어요. 지킬 박사는 저택 어디에도 없었죠.
며칠 후 어터슨에게 지킬 박사가 보낸 편지가 도착했어요.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항상 나쁜 짓을 동경했네. 결국 외모를 바꿀 수 있
는 약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 나는 하이드로 모습을 바꿔 여러 가지 나
쁜 짓을 저질렀어. 하지만 신이 천벌을 내렸는지 나는 원래의 내 모습
으로 되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네. 이제 다 끝났어…… 잘 있게.
무시무시한 악인 하이드는 바로 지킬 박사의 또 다른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네 마리의 어린 개구리 형제들이 연못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 때였
어요.
“연못 밖은 어떤 곳일까? 우리 함께 나가 볼까?”
개구리 한 마리가 말을 꺼냈어요.
“가 보자.”
“좋아, 가 보자.”
어린 개구리들은 연못에서 폴짝 뛰어나와 들판에서 즐겁게 뛰어놀았어요. 그
런데 갑자기 커다란 소가 다가와 우물우물 풀을 뜯어 먹지 뭐예요!
“우아, 엄청 큰 놈이다!”
“산처럼 커!”
“이렇게 큰 놈은 본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소를 본 적이 없던 어린 개구리들은 난리가 났어요.
“발에 밟히면 큰일 나.”
“도망쳐, 도망쳐!”
어린 개구리들은 어마어마한 소의 덩치에 놀라 서둘러 연못으로 돌아왔어요.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연꽃잎 위에 앉아 즐겁게 노래를 부르던 아빠 개구리를 발견한 어린 개구리


들이 말했어요.
“아빠, 들판에서 엄청나게 큰 놈을 봤어요.”
“아빠, 산처럼 큰 놈이 성큼성큼 우리에게 걸어왔어요.”
“너무너무 무서워서 죽을 뻔했어요.”
어린 개구리들의 호들갑에 아빠 개구리가 콧방귀를 뀌며 어깨를 으쓱였어요.
“흥, 그래 봤자 나처럼 크진 않겠지?”
그러자 아기 개구리들이 고개를 나란히 옆으로 저었어요.
“아니에요. 아빠보다 훨씬 더 컸어요.”
“뭐라? 그럼 이 정도로 컸다는 말이냐?”
아빠 개구리가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배를 확 부풀렸어요. 아기 개구리들의
이야기에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에요.
“아니, 더 컸어요.”
어린 개구리들은 다시 고개를 저었어요.
“그, 그럼 이 정도? 후우읍!”
아빠 개구리는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힘껏 배를 부풀렸어요. 그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아빠 개구리의 배가 터지고 말았답니다.
폴리아나는 열한 살이에요. 어릴 적에 어머니를 여의고, 한 달 전에는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죠. 그래서 하나뿐인 친척 폴리 아줌마가 키우게 되었는
데, 아줌마는 폴리아나를 반기지 않았어요.
폴리 아줌마의 집에는 크고 아름다운 방이 많았지만, 폴리아나는 좁고 답답
한 커튼도 없는 다락방에 짐을 풀어야 했죠. 마음씨 착한 가정부 낸시는 그런 폴
리아나를 불쌍하게 생각했지만, 폴리아나는 창밖을 보며 신이 나 말했어요.
“저것 봐, 낸시! 경치가 정말 멋지지 않아? 벽에 그림이 없어서 실망했지만,
경치가 그림보다 훨씬 멋져! 커튼이 없으니 유리창이 꼭 액자 같아. 그리고 벽에
거울이 없는 것도 잘됐어. 이제 얼굴에 난 주근깨를 보지 않아도 되잖아.”
폴리아나가 허름한 방을 보고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던 낸시는 깜짝 놀랐어
요. 더 놀라운 일은 폴리아나가 창문 밖으로 나가 나무를 타고 아래로 내려간 것
이었어요. 여자아이가 무섭지도 않은지 말이죠. 하지만 폴리아나는 그만 폴리
아줌마에게 딱 들키고 말았어요. 화가 난 폴리 아줌마는 낸시에게 말했죠.
“오늘 저 아이 저녁은 없어요. 대신 부엌에서 빵이랑 우유를 먹이세요.”
폴리아나는 시무룩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낸시에게 오늘의 모험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았어요.
“하지만 아가씨, 덕분에 저녁 식사는 이것뿐이에요.”
낸시의 말에 폴리아니는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나는 빵이랑 우유를 진짜 좋아해. 무엇보다 낸시랑 함께 먹을 수 있다니 최
고야!”
낸시는 폴리아나의 말에 신기해하며 물었어요.
“아가씨는 어떻게 그렇게 기뻐할 수 있나요?”
“이건 말이지 게임이야.”
“게임?”
“ 그래, 좋은 것 찾기 게임. 우리 아빠가 고안한 놀이야. 있지, 난 인형을 갖고
싶었어. 하지만 우리 집은 돈이 없어서 위문함(집에서 필요 없어진 것을 기부할
때 넣는 함)에 들어 있는 것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 그래서 난 ‘인형을 주세요’라
고 하느님께 빌었어. 하지만 위문함에 들어 있던 건 목발이었어. 난 실망했지.”
“그랬겠네요.”
낸시가 안쓰러운 얼굴로 맞장구를 쳤지만, 폴리아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어
요.
“하지만 아빠는 ‘잘됐다’라고 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 ‘목발이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하니까 기쁘지 않아?’라고 말이야.”
“아아, 그렇군요!”
“그렇지? 그 후로 우리는 언제나 좋은 일을 찾는 게임을 했어. 아빠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찾기 어려웠지만 그 덕분에 이렇게 낸시랑 만났잖아. 좋은 일
을 찾은 거야!”
폴리아나의 말에 낸시는 눈앞의 소녀가 좋아졌어요. 그래서 함께 ‘좋은 일 찾
기게임’을 하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약속했죠. 그리고 폴리아나는 낸시뿐만
아니라 온 마을에 이 게임을 퍼뜨렸답니다.
한 마을에 화를 잘 내고 항상 저기압인 아저씨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아저씨가 평소처럼 아내에게 고함을 질렀어요.
“오늘도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군!”
그러자 아내가 답답한 얼굴로 말했어요.
“그렇게 화만 내지 말아요. 내가 한 일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내일은 일을 바꿔
해봅시다. 나는 풀을 벨 테니 당신은 집안일을 하세요.”
“흥, 좋고말고. 그렇게 하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아내는 풀을 베러 나가고, 아저씨는 집안일을 시작
했어요.
우선 아저씨는 버터를 만들기 위해 우유를 저었어요. 하지만 갑자기 목이 말
라 맥주를 꺼내러 지하실로 내려갔죠. 아저씨가 커다란 맥주통의 코크를 열자
시원한 맥주가 콸콸 쏟아졌어요. 그때 위에서 돼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어
요.
“아뿔싸, 돼지 녀석이 집 안에 들어왔구나! 녀석이 우유를 다 먹어치울지도
몰라!”
아저씨는 서둘러 돌아갔지만 나무통은 이미 뒤집어져 있고, 돼지가 우유를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어요. 정신없이 돼지를 쫓아내고 한숨을 내쉬던 아저씨는
아차 싶었어요.
“맙소사, 맥주통의 코크를 열어 놨었지!”
아저씨는 다시 서둘러 지하실로 내려갔어요. 하지만 이미 바닥은 쏟아진 맥
주로 흥건했어요. 별수 없이 아저씨는 창고에서 다시 우유를 가져와 주걱으로
저으며 버터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 아저씨의 머릿속에 이번에는 헛간의
소가 떠올랐어요.
“참, 소를 가둬 둔 걸 깜박했군. 아직 풀이랑 물도 주지 못했는데 어쩐다?”
소를 풀밭까지 데려가기가 귀찮은 아저씨에게 멋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우리 집 지붕에 먹기 좋은 풀이 많이 자랐잖아!”
마침 집 옆은 경사가 급한 비탈길이었어요. 아저씨는 비탈길에서 지붕 위로
판자를 얹어 소를 지붕에 올리고는 풀을 뜯게 했어요.
“소에게 물을 줘야 하는데, 돼지 녀석이 걱정이네.”
아저씨는 우유 통을 아예 등에 짊어지고 우물로 갔어요. 하지만 물을 길어 올
리려고 우물에 몸을 기울인 순간, 그만 우유가 쏟아지고 말았어요.
“휴, 버터 만드는 것은 포기해야겠어. 그냥 죽이나 쑤자고.”
집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냄비를 난롯불에 올려 죽을 쑤다가 또 다른 걱정거
리가 떠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소가 지붕에서 떨어지면 큰일이잖아. 어떡하지?”
아저씨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지붕 위의 소를 밧줄로 묶어 놓았어요. 그리고
밧줄을 굴뚝 안으로 떨어뜨린 후 자기 발목에 동여맸죠.
“휴, 이제 안심하고 죽을 쑬 수 있겠네.”
하지만 잠시 뒤 풀을 뜯던 소가 지붕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그러자 밧줄에
발목이 묶인 아저씨가 거꾸로 굴뚝 안으로 빨려 올라가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
죠.
“에구머니나, 저게 뭐야?”
때마침 점심을 먹으러 돌아온 아내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소가 허공에 대
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니까요! 아내가 서둘러 낫으로 밧줄을 끊으니 아저씨가
굴뚝 아래로 쿵, 하고 떨어졌어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앗, 뜨거워!”
아저씨는 펄펄 끓는 죽 냄비에 머리를 박고 말았어요. 그 후로 아저씨는 아내
의 일에 절대로 불평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군요.
옛날 어느 마을에 늙은 농부와 세 명의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농부는
젊었을 때부터 열심히 일을 해서 가을이 되면 탐스러운 포도가 알알이 열리는
넓은 포도밭을 장만할 수 있었죠. 농부는 한평생의 노력이 담긴 포도밭을 보며
어깨가 뿌듯해지고는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농부는 예전만큼 힘이 나지도 않고, 조금만 일을 해도 쉽
게 피곤해졌어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죠. 농부는 죽음을 앞두고 시
름에 빠지고 말았어요.
‘내가 죽어 버리면 어쩌지? 나의 자랑인 포도밭은 황폐해질 테고 더 이상 맛
있는 포도도 열리지 않을 텐데…….’
농부는 어린 아들들에게 일을 가르쳐서 포도밭을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지혜를 짜내다가 좋은 생각을 떠올렸어요.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지!’
농부는 곧바로 세 아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얼마 후면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포도밭에 보물을 묻어 두었
다. 너희 셋이서 그 보물을 찾아 보거라. 분명 멋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
다.”
세 아들은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
물이야기에 귀가 솔깃했어요.
‘대체 어떤 보물일까? 아버지는 부자이니까 분명 엄청난 보물을 묻어 두셨을
거야.’
얼마 뒤, 아버지는 정말로 하늘나라로 돌아가고 말았어요. 형제들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버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슬픔
이 조금씩 가라앉자 이내 포도밭을 파헤치며 보물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버지가 숨긴 보물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휴, 대체 어디다가 묻어 놓으신 거야? 찾기 쉬운 곳에다가 묻어 놓으면 좀 좋
아?”
“그러게 말이야. 하지만 별수 없잖아. 보물을 찾을 때까지 열심히 땅을 파는
수밖에.”
첫째와 둘째 아들이 투덜대고 있자, 막내가 채근을 했어요.
“형님들 그렇게 쉬지만 마시고 빨리빨리 일해요!”
세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밭을 구석구석 파헤쳤어요. 하지만 몇 날 며칠 포도
밭을 헤집어도 역시 보물은 나오지 않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세 아들이 열심히 밭을 파헤친 덕에 그해 포도밭에서는
평소보다도 엄청나게 풍성한 포도가 열렸어요. 포도 맛도 훨씬 더 좋았죠.
“찾으려는 보물은 못 찾았지만, 그 덕에 포도가 잘 열렸네.”
“그러게 말이에요. 빨리 포도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다 팝시다.”
세 아들은 포도를 수확해 시장으로 가지고 갔어요. 그러자 너도나도 형제의
포도를 사기 위해 난리가 났죠. 그 덕에 세 아들은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어요. 보
물을 찾지 못했는데도 큰 부자가 된 것이에요.
자, 이제 농부가 밭에 숨긴 보물이 무엇인지 아시겠나요? 이 이야기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소중한 보물임을 가르쳐 주고 있답니다.
어느 마을에 말과 당나귀를 함께 기르는 집이 있었어요. 집주인은
처음에는 말을 기르고, 그 다음에는 당나귀를 기르기 시작했죠. 주인은 말과 당
나귀를 똑같이 보살피고, 똑같이 먹이를 주며 아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주인이 여행을 떠나려고 하자 당나귀가 신이 나서 말에게 말
했어요.
“주인님이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어. 우리도 함께 가게 될까?”
“긴 여행을 떠나려면 짐이 많을 거야. 당나귀 너는 짐을 나르고, 나는 주인님
을 등에 태우고 함께 여행하게 되겠지.”
말의 예상대로 주인은 말과 당나귀를 데리고 집을 나섰어요. 당나귀는 짐을
등에 지고, 말은 주인을 등에 태웠죠. 긴 여행이었기 때문에 주인과 말과 당나귀
는 이 마을 저 마을을 옮겨 다녔어요. 때로는 밖에서 자기도 했죠.
어느 날 한 마을에서 많은 식료품을 산 주인은 평소보다 무거운 짐을 당나귀
등에 실었어요.
“오늘은 크고 무거운 짐을 나르니 너무 힘들어.”
긴 여행에 지친 당나귀가 힘들어 했지만 말은 당나귀를 못 본 척했어요. 그렇
게 얼마나 걸었을까요. 무거운 짐 때문에 당나귀는 점점 더 힘이 들어 말에게 부
탁을 했어요.
“말아, 미안하지만 내 짐을 좀 나눠서 지지 않을래? 무거워서 다리가 후들거
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나르기 싫었던 말은 당나귀의 부탁을 못 들은 척했어요.
결국 얼마 못 가서 당나귀가 그만 풀썩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리고 다시는 일어
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죠.
“짐을 나르던 당나귀가 죽었으니 어쩔 수 없군. 짐을 모두 말이 짊어질 수밖
에.”
주인은 무거운 짐뿐만 아니라 당나귀 가죽까지 벗겨 내 말 등에 실어 버렸어
요.
“맙소사, 당나귀가 갖고 있던 짐에다가 가죽까지 등에 짊어지게 됐잖아!”
그날 이후로 말은 갖은 고생을 하며 여행 내내 구슬프게 울었답니다. 바로 이
렇게 말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당나귀를 도와줄걸. 난 정말 바보였구나. 흑흑.”
바다 용궁에 사는 용왕의 딸이 그만 큰 병에 걸렸어요. 바다의 유명한
의사들이 모두 한 번씩 진찰을 했지만 공주의 병은 갈수록 깊어만 갔죠. 그때 용
왕 앞에 똑똑한 참치가 나타나 말했어요.
“이 병은 원숭이의 간을 먹으면 말끔히 나을 수 있습니다.”
용왕은 뛸 듯이 기뻐하며 해파리를 불러 명령을 했어요.
“공주가 낫기 위해서는 원숭이의 간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나. 육지로 가서 원
숭이를 잡아 오너라.”
하지만 꾀가 많고 몸이 날렵한 원숭이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오는 것은 쉬
운 일이 아니었어요. 해파리는 어떻게 하면 원숭이를 잡을 수 있을까 궁리하며
원숭이가 사는 섬에 도착했어요. 원숭이는 한창 나무 위에서 맛있게 열매를 먹
고 있었죠. 해파리가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어요.
“맛있어 보이는 열매로군요.”
“어떻게 발견한 열매인데! 절대 나눠 주지 않을 거야.”
해파리는 원숭이가 음식에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뇨, 그런 맛없게 보이는 열매 따위는 필요 없어요. 제가 살고 있는 바닷속
용궁에는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이 가득하니까요.”
“용궁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고? 그게 정말이야?”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원숭이가 침을 꿀떡 삼키며 물었어요.
“저는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아요. 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도미와 광어
가 지느러미로 흐느적흐느적 추는 춤을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해파리의 말을 들은 원숭이는 용궁에 가 보고 싶어졌어요.
“자, 제 등에 타시죠.”
원숭이가 해파리의 등에 폴짝 올라타며 물었어요.
“용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뭐지?”
해파리는 원숭이가 쉽게 따라오자 너무 기쁜 나머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
어요.
“뭐니 뭐니 해도 원숭이 간이 최고죠. 얼마나 대단하냐면 공주님의 병도 고칠
수 있대요.”
‘뭐라고? 원숭이 간이라고?’
원숭이는 해파리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이대로 용궁에 도착했다가는
자신의 간을 빼앗기고 말 테니까요. 그래서 원숭이는 꾀를 내어 해파리에게 이
렇게 말했어요.
“맙소사, 이를 어쩌면 좋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잠깐 내 간을 꺼내 나무에 널
어두었는데, 그걸 그대로 두고 와 버렸어.”
“뭐, 뭐라고요? 휴, 그럼 어쩔 수 없죠. 다시 섬으로 돌아갑시다.”
해파리는 힘이 빠져 다시 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섬으로 돌
아온 원숭이는 재빨리 나무 위로 도망을 쳐 버렸어요. 그러고는 멍청한 해파리
를 놀리기 시작했죠.

“이 어리석은 해파리 녀석아, 간이 어떻게 몸 밖으로 나올 수 있겠니? 내 간을


훔치려 하다니!”
용왕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해파리에게 화가 나서 큰 벌을 내렸어요. 어떤
벌이냐고요? 글쎄 몸속에 있는 딱딱한 뼈를 모두 빼 버리는 벌이었죠. 그래서
지금도 해파리는 뼈가 없이 흐물흐물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답니다.
옛날 옛적 어느 땅에 생쥐 부부가 예쁜 딸을 키우며 살고 있었어요.
시간이 화살처럼 쌩쌩 흘러 어느덧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어요. 부부는 누구
에게 딸을 시집보내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어요.
“옆집에 사는 젊은 생쥐는 어떨까요?”
아내의 말에 남편 생쥐가 고개를 저었어요.
“아니야. 예쁘고 정숙하게 키운 딸을 그깟 생쥐에게 시집보낼 수는 없지. 세
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편감이 아니면 안 돼.”
아빠 생쥐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멋진 생각을 떠올렸어요.
‘그래, 하늘에 떠 있는 해님이 좋겠어. 해님은 언제나 세상을 밝게 비춰 주니
말이야.’
아빠 생쥐는 곧장 딸을 데리고 해님에게 가 말했어요.
해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시니 제 딸을 아내로 맞아 주십시

오.”
“하하하,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내가 아니라 구름
입니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햇빛을 비추어도 구름은 제 빛을 쉽게 막아 버리니
까요.”
해님이 겸손을 떨자 아빠 생쥐는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이번에는 구름을 찾아
갔어요.
“구름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제 딸을 아내로
맞아주십시오.”
“아닙니다, 저는 바람을 이기지 못한답니다. 바람이 불면 저는 훨훨 날아가
버리니까요.”
구름이 말하자 아빠 생쥐는 그 말 또한 맞는 것 같아 바람에게 갔어요.
“바람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제 딸을 아내로
맞아주십시오.”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벽입니다. 제가 아무리 세게 휘몰아쳐
도 벽은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바람이 시무룩하게 하는 말에 아빠 생쥐는 세상에는 참 훌륭한 것도 많다고
생각하며 벽에게 가서 말했어요.
“벽님,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니 제 딸을 아내로 맞
아 주십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아무리 굳세게 서 있어도 생쥐에게는 당할 수 없
답니다. 생쥐들은 벽을 갉아서 구멍을 내니 말이죠.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훌륭
한 것은 당신 같은 생쥐들이 아니겠습니까.”
아빠 생쥐는 벽의 말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구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생쥐들이었군.”
얼마 뒤 생쥐 부부의 딸은 옆집에 사는 젊은 생쥐와 결혼해 많은 아기 생쥐들
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옛날 어느 나라에 짐이라는 남자가 애완용 송어 한 마리를 키우
고 있었어요. 짐은 물을 가득 넣은 수조에 송어를 풀어 놓고는 ‘토미’라는 이름
까지 붙인 후 애지중지 키웠죠. 하지만 게으른 짐은 꼬박꼬박 수조의 물을 가는
것이 귀찮아 어느 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 물이 없어도 토미가 살 수 있게 가르치자.”
짐은 이삼 분 정도 토미를 수조에서 밖으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것을 반
복했어요. 그러자 얼마 후 토미는 젖은 풀잎 위에서도 꽤 오랫동안 견딜 수 있게
되었어요. 또 며칠 뒤에는 밤새도록 수조에서 꺼내 놓아도 끄떡없을 정도가 되
었죠.
짐이 낚시에 쓸 미끼를 잡으러 갈 때도 토미는 마치 애완견처럼 짐의 뒤를 따
라갔어요. 마침내 토미는 먹이를 스스로 잡고, 물이 없어도 살 수 있게 되었죠.
가끔씩 물로 목을 축이면서 말이죠.
토미는 짐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어요. 토미를 본 어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고, 아이들은 꺅꺅 비명을 지르며 짐과 토미를 쫄랑쫄랑 쫓아왔
죠.
그날도 짐과 토미가 함께 외출을 한 길이었어요. 강에 도착한 둘은 다리를 건
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강을 다 건넌 짐이 뒤를 돌아보니 토미의 모습이 보이
지 않았어요.
“토미! 토미! 어디 있니?”
짐이 큰 소리로 토미의 이름을 불렀어요. 하지만 이름을 부르면 꼬리지느러
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타나던 토미가 감감무소식이었어요.
“이상하군. 어디로 간 거지?”
다리로 돌아가 주위를 살피던 짐의 눈에 다리에 난 커다란 구멍이 보였어요.
“설마 이 구멍으로 떨어진 건가?”
짐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글쎄 토미가 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지 뭐예요!
“토미, 너 물 속에서 뭐 하니? 헤엄을 치면 되잖아?”
짐이 깜짝 놀라 외쳤지만 토미는 헤엄을 치지 못했어요. 어느새 헤엄치는 법
을 까맣게 잊어 버렸던 거예요. 결국 숭어 토미는 가엽게도 물에 빠져 죽고 말았
답니다.
오래전 스위스에 윌리엄 텔이라는 사냥꾼이 살고 있었어요. 그는
활의 명수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냥감도 단숨에 명중시킬 수가 있었죠.
어느 날 윌리엄 텔이 여섯 살 아들을 데리고 시내에 갔는데, 광장 한가운데에
모자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엉뚱하
게도 모자에게 넙죽넙죽 절을 하고 있었죠.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웃 나라에서 이곳의 통치자로 온 못된 관리의 명령이라네. 자기가 쓰던 모
자 앞을 지날 때마나 절을 하라는 것이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붙잡아 사형에 처
한다고 하면서 말일세.”
‘이웃 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것도 화가 나는데, 못된 관리가 쓰던 모자에게
절을 하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화가 난 윌리엄 텔은 절을 하지 않고 모자 앞을 그냥 지나갔어요. 그러자 병사
들이 우르르 나타나 윌리엄 텔 부자를 붙잡아 못된 관리 앞으로 데리고 갔어요.
관리는 괘씸한 윌리엄 텔을 죽이려고 하다가, 그가 활의 명수라는 말을 듣고
는 이렇게 말했어요.
“네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얹고 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활을 쏘아 보거라. 사
과를 맞추면 너희 부자를 놓아 주겠다. 아니면 당장 모두 사형시키겠다.”
관리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윌리엄 텔은 화살 두 자루를 꺼내 들었어요. 저
멀리 보이는 나무 밑에는 머리에 사과를 얹은 아들이 오들오들 떨며 서 있었죠.
화살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아들의 머리를 꿰뚫을 게 분명했어요. 아무리 백
발백중 사냥의 명수인 윌리엄 텔이라고 해도 손이 떨리지 않을 수가 없었죠.
“흥, 활을 쏘지 못 하겠느냐? 이 나라 놈들은 모두 겁쟁이로군.”
못된 관리가 윌리엄 텔을 비웃을 때였어요. 윌리엄 텔의 아들이 아버지를 향
해 소리쳤어요.
“아버지! 아버지는 성공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저의 자랑입니다!”
윌리엄 텔은 아들의 응원에 활시위를 당겼어요. 그리고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팽팽히 당겨진 시위를 놓았죠.
피웅!
화살은 멋지게 사과에 명중했어요. 사람들은 사과를 꿰뚫은 윌리엄 텔의 엄
청난 실력에 환호를 터뜨리며 박수를 쳤죠.
“흥, 어쩔 수 없군. 약속한 대로 너를 놓아 주겠다. 그런데 왜 화살을 두 대나
들고 간 거지?”
관리가 궁금한 얼굴로 묻자 윌리엄 텔이 피식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어요.
“만약 실패하면 두 번째 화살로 너를 쏠 생각이었다.”
“뭐, 뭐라? 이 무엄한 놈을 당장 잡아라!”
화가 난 관리가 외쳤지만, 윌리엄 텔은 병사들을 피해 무사히 도망을 칠 수 있
었어요. 그 후, 윌리엄 텔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관리를 무찌르고 스위스를 평화
로운 나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에 어느 숲속에서 닭이 벌레를 맛있게 잡아먹고 있을 때였
어요. 배고픈 곰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닭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어요.
“토실토실 살찐 닭이 벌레를 잡아먹고 있구나. 그럼 나도 저 닭을 잡아먹어볼
까?”
곰이 입가에 침을 줄줄 흘리며 닭을 향해 다가갈 때였어요. 때마침 맞은편에
서 사자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다가 닭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어요.
“오호, 마침 잘됐군. 배가 출출해 간식을 먹고 싶었는데 저 닭을 잡아먹어야
지.”
곰이 닭을 향해 걸어갔어요. 사자도 닭을 향해 걸어갔어요.
곰이 닭에게 손을 뻗었어요. 사자도 닭에게 손을 뻗었어요.
그제야 서로를 확인한 곰과 사자가 으르렁대기 시작했어요.
“이봐, 뭐 하는 거야? 이건 내 닭이라고.”
곰이 말했어요.
“너야말로 뭐 하는 거야? 이건 내 닭이야.”
사자도 지지 않고 맞장구를 쳤어요.
“뭐라고? 이 건방진 놈!”
곰이 화가 나 두툼한 손으로 사자를 한 대 때렸어요.
“아야! 동물의 왕을 때리다니! 이 겁도 없는 놈이!”
사자도 화가 나서 앞발로 곰을 때렸어요.
엎치락뒤치락~~!
곰과 사자는 곧바로 서로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여우가 지
나가다가 그 광경을 보았어요. 곰과 사자가 싸우고 있고, 그 옆에는 토실토실 살
이 많아 맛있어 보이는 닭이 있었죠.
“아이고, 하루 종일 배가 고파 죽을 뻔했는데 내가 저 닭을 잡아먹어야지.”
여우는 살금살금 다가가 닭을 낚아채고는 재빨리 도망을 치기 시작했어요.
“이 여우 녀석, 그건 내 닭이야!”
“교활한 여우 녀석, 그건 내 닭이야!”
여우는 뒤를 돌아보며 한심한 표정으로 곰과 사자에게 말했어요.
“쯧쯧, 처음부터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으면 될 것을.”
서로 온 힘을 다해 싸우느라 힘이 빠진 곰과 사자는 여우를 쫓아갈 힘이 없었
어요. 곰과 사자는 결국 사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로빈슨 크루소는 어릴 때부터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떠돌며 모험을 하
는 멋진 꿈을 꾸었어요. 아버지는 변호사가 되길 바랐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
었죠.
그래서 성인이 되자마자 로빈슨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모험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프리카를 향해 항구를 떠난 지 십이 일째 되던 날,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닥쳐 배가 그만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어요.
“당장 배에서 탈출하라! 저기 멀리 섬이 보인다. 저 섬까지 가야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선장의 탈출 명령에 로빈슨은 겨우겨우 헤엄을 쳐서 섬에 도착할 수 있었어
요.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자기 외에는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
았어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은 로빈슨 단 한 사람뿐이었던 것이죠. 절망한
로빈슨은 지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어요.
다음 날, 잠에서 깬 로빈슨은 자신이 탔던 배가 암초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
어요.
“다시 태풍이 몰려오기 전에 필요한 것을 가지고 와야겠다.”
로빈슨은 밀려온 판자와 나뭇조각을 밧줄로 묶어 뗏목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배로 가서 먹을 음식과 무기, 목공 도구와 옷 같은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돌아왔
어요.
그런 다음 섬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이곳저곳을 둘러본 로빈슨은 한숨을 내
쉬고 말았어요. 섬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어요.
“먼저 비바람을 피할 집을 만들어야 해.”
절벽 아래에서 적당한 크기의 동굴을 발견한 로빈슨은 주위에 촘촘히 말뚝을
박아 벽을 만들고, 판자로 지붕을 덮었어요. 그리고 동굴 안에 기둥을 세워 해먹
을 달아 잠자리를 마련했어요. 이제 태풍이 몰아쳐도 아무 문제가 없었죠. 근처
에는 깨끗한 물이 퐁퐁 솟아나는 샘도 있어 물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어요.
섬을 탐험하며 로빈슨은 포도와 오렌지, 레몬과 야자 같은 맛있는 과일들이
탐스럽게 열린 숲을 찾을 수 있었어요. 야생 염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것도
발견했죠. 고기랑 우유, 버터, 치즈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에요.
로빈슨은 잡아온 염소를 키우며 매일 갓 짠 우유를 마시고, 모닥불을 피워 신
선한 생선과 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그리고 달콤한 과일을 따서 디저트로 먹었
죠.
그렇게 몇 년 동안이나 무인도에서 목숨을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어요. 로빈
슨은 해변에서 커다란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했어요.
“혹시 말로만 듣던 식인종이 아닐까?”
로빈슨이 걱정스런 눈으로 발자국을 바라보았지만, 사실은 섬 반대편에 원주
민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에요. 그 후 로빈슨과 원주민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지만……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서점에 가서 책을 사 볼까요?
어느 여름날 여행을 하고 있던 사스케 할아버지가 한 여인숙에 머물
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인숙에 벼룩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지 뭐
예요!
“돌아가는 길에도 여기서 묵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벼룩이 많아서야……
이를 어쩐다?”
다음 날 아침밥을 먹은 사스케 할아버지는 여인숙 주인 할멈에게 넌지시 이
렇게 말을 건넸어요.
“쯧쯧, 이 여인숙을 보니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구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마을에 있는 약국에서는 벼룩을 비싼 값에 사서 약을 만든다네. 할멈의
여인숙에 이렇게 벼룩이 많은데 왜 잡아서 팔지 않는 거지?”
“벼룩으로 약을 만든다고요?”
암 만들고말고.”
“ ,
“어디에 듣는 약인데요?”
“두통, 베인 상처, 종기, 화상, 코 막힘 등등 어디든 다 듣는다네.”
“손님, 그러면 부디 우리 집 벼룩을 좀 가져다가 팔아 주세요.”
“좋아, 내가 삼 일 후에 다시 이 여인숙에 묵을 예정이니 그때까지 가능한 한
많은 벼룩을 잡아 놓게. 그러면 내가 우리 마을에 가져다가 팔아 주지.”
사스케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그리고 삼 일 후, 다시
왔을 때 여인숙에는 벼룩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어요. 여인숙 주인인 할멈이
벼룩을 몽땅 잡았기 때문이죠. 덕분에 사스케 할아버지는 벼룩에 물리지 않고
아침까지 푹 잠을 잘 수 있었어요.
다음 날 아침, 사스케 할아버지가 여인숙을 나서려는데 할멈이 할아버지를
불러 세웠어요.
“무슨 일인가?”
할아버지가 묻자 할멈이 종이봉투를 내밀며 말했어요.
“당신이 시킨 대로 벼룩을 몽땅 잡아 놓았어요. 얼른 마을로 가지고 가서 팔
아주세요.”
할아버지는 봉투 속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이렇게 많이 잡다니, 정말 훌륭하군!”
그러고는 봉투를 다시 할멈에게 돌려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깜빡했는데, 벼룩을 이대로는 사지 않는다네. 스무 마리씩 꼬치에 꿰어
야 약국에서 사지.”
“아, 그렇군요. 그럼 내가 벼룩을 꼬치에 다 꿰어 놓을 테니까 다음에 꼭 다시
오시구려.”
“허허허, 알았네.”
사스케 할아버지는 할멈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는 마을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다시는 여인숙에 오지 않았죠.
그렇다면 할멈을 속인 할아버지는 나쁜 사람일까요? 벼룩이 없어진 여인숙
은 엄청나게 장사가 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할아버지를 원망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닐까요?
별빛마저 얼어 버릴 듯 추운 겨울밤, 말과 소와 개가 오들오들
몸을 떨면서 길을 걷고 있었어요.
“온몸이 꽁꽁 얼어 버릴 것 같아.”
“나도 그래. 당장 추위를 피할 곳을 못 찾으면 우리는 얼어 죽을 거야.”
그때 멀리 환히 불을 밝히고 있는 집이 보였어요.
“저기에 따뜻해 보이는 집이 있어!”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부탁해 볼까?”
집 앞에 도착한 동물들은 용기를 내어 문을 두드렸어요.
“죄송합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이런 추운 밤에 대체 누구요?”
저희는 말과 소와 개입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집에서 몸을 녹이게 해 주세

요.”
“아이고 가엾어라. 어서어서 들어와.”
주인은 집 안으로 동물들을 맞아 따뜻한 난로 옆에 앉혔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고맙습니다.”
“배고프지 않니?”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나요.”
동물들이 배가 고프다고 말하자 주인은 맛있는 음식을 잔뜩 만들어 주었어
요. 말에게는 보리, 소에게는 야채, 개에게는 수프에 적신 빵을 내어 주었죠.
“아, 너무 맛있다. 행복해!”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주인이 갑자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어요.
“무슨 일이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나는 이제 곧 죽을 거란다. 너희들도 알고 있지? 모든 생명에게는 수명이라
는 것이 있단다. 주어진 수명이 지나면 죽어야만 하지.”
주인의 이야기를 들은 말과 소와 개가 의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잠시 뒤 말
이 웃으며 말을 건넸어요.
“슬퍼하지 마세요.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 준 당신을 위해 우리의 수명을 나누
어 드리겠습니다.”
뒤이어 소가 말했어요.
“우리는 수명이 10년만 있으면 충분해요.”
마지막으로 개가 말했어요.
“나머지 수명은 당신에게 드리겠어요. 우리 몫까지 살아 주세요.”
자기가 가진 수명을 나눠 준다는 동물들의 말에 주인은 고마워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말아, 너에게서 받은 수명은 내가 젊을 때 쓰마. 말처럼 건강하고 곧게 살아
가기 위해서.”
“소야, 너에게서 받은 수명은 한창 일할 때 쓰마. 소처럼 쉬지 않고 열심히 일
하기 위해서.”
“그리고 개야, 너에게서 받은 수명은 나이가 들어 죽음이 다가올 때 쓰마. 집
에 있으면서 가족들을 지켜 주기 위해.”
이때부터 인간은 동물보다 오래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옛날 인도의 어느 마을에 마음씨 좋은 항아리 장수가 시장에서 당나
귀를 한 마리 사게 되었어요. 당나귀는 어리고 건강한데다가 값까지 무척 쌌죠.
“하하하, 오늘은 운수가 아주 좋은 날이구나!”
항아리 장수는 당나귀 목에 밧줄을 묶은 뒤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발걸음
을 서둘렀어요. 그런데 두 도둑이 이를 몰래 훔쳐보며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
었어요.
“저 항아리 장수 기분이 좋아서 한껏 들뜬 상태군.”
“잘만 하면 당나귀를 빼앗을 수 있을 거야.”
두 도둑은 계획을 세우고는 항아리 장수에게 다가갔어요. 항아리 장수는 아
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죠.
이윽고 한 도둑이 당나귀 목에 묶인 밧줄을 풀어 자신의 목에 묶었어요. 그동
안 다른 도둑은 당나귀를 끌고 도망을 쳤죠.
잠시 뒤 목에 밧줄을 걸고 있던 도둑이 밧줄을 잡아 당겼어요. 그러자 항아리
장수가 뒤를 돌아보았는데, 당나귀 대신 웬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이고, 당나귀가 사람으로 변했구나!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항아리 장수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도둑이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는 아버지를 험담하다가 저주에 걸려 당나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마음씨 좋은 사람이 저를 사 주는 바람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죠. 정
말 감사합니다.”
“아하,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군. 이제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으니 정말 다행
입니다. 그럼 안녕히 가시오.”
도둑이 우스꽝스런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항아리 장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도둑의 목에 묶인 밧줄을 풀어 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항아리 장수는 다시 당나귀를 사러 시장에 갔어요. 그런데 어
제 산 당나귀와 똑같이 닮은 당나귀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도둑들이 어제 훔
친 바로 그 당나귀였죠. 하지만 항아리 장수는 이를 까맣게 모르고 갑자기 화를
내며 당나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아버지 험담을 하다가 당나귀가 되었다던 어제 그 녀석이로구나! 그런데 또
다시 당나귀가 된 것을 보니 이번에는 어머니 험담이라도 한 것이냐? 미안하지
만 오늘은 너를 사지 않겠다. 두 번이나 손해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느닷없이 항아리 장수에게 봉변을 당한 당나귀는 슬픈 듯 울음을 울었어요.
하지만 항아리 장수는 당나귀를 사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밭에 사는 당근, 우엉, 무는 사이가 좋은 친구들이었어요.


어느 날 모두가 함께 목욕을 하려고 장작을 패고 불을 피워 목욕물을 데웠어
요.
“ , 자 그럼 순서대로 들어가기로 하죠. 무 씨가 먼저 들어가실래요?”
“ 아닙니다. 우엉 씨가 먼저 들어가시죠.”
“아니에요. 당근 씨가 먼저 들어가셔야죠.”
당근과 우엉, 무는 아무도 먼저 들어가려고 하지를 않았어요. 왜냐하면 목욕
물이 너무 뜨거웠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옥신각신하던 셋은 결국 당근, 우엉, 무
의 순서대로 뜨거운 목욕물에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어요.
맨 처음 당근이 목욕물에 살짝 발을 넣어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물이 훨씬
더 뜨거웠어요. 하지만 당근은 겁쟁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 반대로 이야기했
어요.
“이 정도는 뜨거워야 목욕을 하는 기분이 나지.”
당근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 꾹 참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온몸이 따끔거리더
니 목욕물에서 나왔을 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빨간 색으로 변해 있었어
요. 하지만 온몸이 빨개진 당근은 여전히 아닌 척하며 말했어요.
“어험, 물이 아주 좋더군요.”
자, 다음은 우엉이 들어갈 차례였죠. 물은 아직도 뜨거웠어요. 그래서 물속에
뛰어든 우엉은 그만 “앗! 뜨거워!” 하고 소리치며 밖으로 뛰쳐나왔어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몸이 시커먼 상태로 말이죠. 온몸이 시커먼 우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어요.
“무 씨, 오래 기다리셨죠? 저는 목욕을 포기했으니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마지막으로 무의 차례가 되었어요. 조금 식기는 했지만 물은 여전히 뜨거웠
죠. 하지만 무는 꾀를 내었어요. 차가운 물을 부어 목욕하기 딱 좋은 온도로 만
든 것이죠.
“딱 좋군. 기분이 좋아.”
무는 물속에 앉아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씻기 시작했어요.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꼼꼼하게 씻은 무는 어느새 새하얀 색이 되었어요.
이런 이유로 지금도 당근은 빨갛고, 우엉은 까맣고, 무는 하얗다고 합니다.
하루 3분,
엄마 아빠가 읽어 주는
세계 명작 동화 101가지
<상상력편>
초판 1쇄 인쇄 2020년 7월 15일
초판 1쇄 발행 2020년 7월 20일
엮은이│윤성규
펴낸이 | 안숙녀
편집 | 신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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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창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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