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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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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회차 :126 화. 노란 싹 파란 싹
 126 화. 노란 싹 파란 싹
 125 화. 동시에 찾아오다
 124 화. 아주 중요한 질문
 123 화. 너는 또 누구야
 122 화. 얼굴을 보여주고 와
 121 화.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사랑해.
 120 화. 두 사람의 고백
 119 화. 혼란에 빠진 두 남자
 118 화. 건강해질 수 있어요
 117 화. 첫날밤
 116 화. 초대 황후
 115 화. 그런 생각은 하지 마시길……
 114 화. 소비에슈와 하인리의 식사
 113 화. 카프멘의 까만 심장
 112 화. 날 떠나지 말아요
 111 화. 카프멘 대공은 왕비를 싫어해
 110 화. 카프멘과 하인리
 109 화. 미남계
 108 화. 돌아와 줘, 나비에
 107 화. 소비에슈의 결혼식
 106 화. 소비에슈의 충격 (4)
 105 화. 다시 만난 소비에슈
 104 화. 동대제국으로 가는 길
 103 화. 소비에슈의 충격 (3)
 102 화. 고통받는 카프멘
 101 화. 은혜 갚는 나비
 100 화. 시작되는 균열
 99 화. 계속 귀여워해 주세요
 98 화. 라스타의 불안
 97 화. 진실을 알다
 96 화. 결혼식 드레스
 95 화. 자꾸만 어색해진다
 94 화. 감동
 93 화. 분수대의 남자
 92 화. 나비에의 의심
 91 화. 하인리가 해보고 싶던 것
 90 화. 같은 전략
 89 화. 심란한 동질감
 88 화. 이질감
 87 화. 자세가 좀
 86 화. 소비에슈의 충격 (2)
 85 화. 같이 충격 받은 하인리
 84 화. 소비에슈의 충격 (1)
 83 화. 재혼 승인을 요구합니다.
 82 화. 이혼 전날 밤
 81 화. 혼자인 시간은 짧을 겁니다
 80 화. 행복만 바라보며 살아요
 79 화. 숨겨왔던 이야기
 78 화. 저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 77 화. 내가 왜 그쪽 형님…?
 76 화. 서왕국에서 만나다
 75 화. 두 쌍의 부부
 74 화.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 73 화. 파란 새에 관한 의심
 72 화. 우리 사이는 비밀로
 71 화. 이곳으로 오지 마라
 70 화. 생각보다 좋아했다
 69 화. 정말로 내가 왕비였으면 좋겠어요?
 68 화. 제가 눈이 높아서
 67 화. 가장 위대한 게 사랑인가
 66 화. 들어버리다
 65 화. 태풍이 불겠구나
 64 화. 비밀을 막으려는 자
 63 화. 건드리면 터지는
 62 화. 나도 그대의 것인데
 61 화. 과거를 지울 기회
 60 화. 닮고 싶다
 59 화. 퍼뜨리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
 58 화. 무슨 말을 원해?
 57 화. 또다른 비밀
 56 화. 에르기 공작의 제안
 55 화. 뺏어야 한다
 54 화. 이번의 선택 다음의 선택
 53 화. 내 말이 맞다면 사과해
 52 화. 침묵으로 하는 비난
 51 화. 내가 날 지켜야 해
 50 화. 황족이 될 수 없다니!
 49 화. 선물의 의미
 48 화. 불가능한 일일까?
 47 화. 서왕국의 왕
 46 화. 카프멘 대공의 제안
 45 화.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
 44 화. 떠나는 하인리
 43 화. 그대는 황후이니까
 42 화. 소비에슈의 분노
 41 화. 심란한 남자들
 40 화. 좋은 손님 나쁜 손님
 39 화. 동정심뿐인가요?
 38 화. 은혜
 37 화. 격변
 36 화. 질투하지 않아?
 35 화. 붉은 드레스는 누가
 34 화. 비자금
 33 화. 하인리의 특기
 32 화. 홍염의 반지
 31 화. 사막의 꽃
 30 화. 에르기 공작의 경고
 29 화. 투아니아 공작부인
 28 화. 제가 유혹해 볼까요?
 27 화. 얼음 인형?
 26 화. 울지 마, 퀸
 25 화. 사교계의 나비
 24 화. 사교계의 뼈다귀
 23 화. 변하지 않는 사람
 22 화. 철벽 방어
 21 화. 퀸이 좋아하는 것들
 20 화. 비밀을 아는 자
 19 화. 로테슈 자작
 18 화. 비밀 친구
 17 화. 물을 마시고 싹은 튼다
 16 화. 눈물도 물이기에
 15 화. 하인리의 분노
 14 화. 이렇게 찾아가는 중입니다.
 13 화. 이미 다 아는 사실
 12 화. 퀸만이 아는 눈물
 11 화. 헛소문
 10 화. 호기심
 9 화. 내기할까요?
 8 화. 나의 퀸은 어디에
 7 화. 나의 둥지
 6 화. 그가 내게 이럴 줄이야
 5 화. 시녀 사건
 4 화. 황제의 정부 황후의 선물
 3 화. 누구와 비교하고 있나요?
 2 화. 바람 초기 증상
 1 화. 황후자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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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6 화. 노란 싹 파란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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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화. 노란 싹 파란 싹 2020.01.13.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라스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었다. 알렌은 조심스럽게 걸어


나가 라스타에게 아기를 건넸다. 라스타는 어색하게 아기를 안아 들었다. 그녀를 꼭 닮은 얼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라스타는 아기의 까만 눈을 보자마자 공포에 질렸다. 아기는 누가 봐도 자신의
아기였다. 모자로 머리카락을 다 감싸고 있지만, 알렌이 아기의 잘린 머리카락을 준 적이 있었다. 이
아기는 머리카락마저 라스타와 꼭 닮았다.
“참으로 귀엽군.”

옆에 앉은 소비에슈가 아기의 얼굴을 보며 감탄했다. 라스타는 그 목소리에 더욱 겁에 질려서 아기의


얼굴을 감추듯 꽉 끌어안았다. 칭얼거리던 아기는 신기하게도 라스타에게 안기자마자 조용해졌다.
그러나 라스타는 아기를 안고 있으니, 축 늘어진 조그만 시체를 끌어안던 생각이 났다. 그때의 일이
떠오르며 속이 메슥거리고 소름이 돋았다. 짙은 공포감이 몰려왔다. 당장에라도 품 안의 아기가 피를
토하며 죽어버릴까 봐 손이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게다가 소비에슈. 옆에서 소비에슈가 아기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이렇게 닮은 아기를 보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결국 라스타는 견디지
못하고 알렌에게 떠넘기듯 아기를 도로 건넸다.

“아기가 예쁘네요.”

알렌은 얼른 다가와 아기를 소중하게 받아들었다. 라스타는 그를 빠르게 노려보고서 얼른 시선을


피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녀는 차마 소비에슈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소비에슈는 이미 저 아기가 라스타의 아기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자신의 아기를 늘 그리워하고 사랑한다 여겼기에, 라스타의 굳은 표정도
미화해서 받아들였다. 그는 라스타가 자신의 아기를 보자 그립고 애절해서 저런 표정을 지은 것이라
생각해, 오히려 안타깝게 여겼다. 라스타가 생각했던 것처럼 착하지 않단 건 인정했지만, 적어도 이런
애정만큼은 순수하고 진실해 보였다. 알렌과 라스타, 소비에슈 모두가 각기 다른 생각에 잠긴 사이.
부관은 알렌에게 차례가 끝났으니 물러나란 신호를 보냈다. * * *

“안. 너희 엄마가 널 보니 슬픈가 보다.”

알현실을 빠져나온 알렌은 긴 복도를 빠져나오며 아기에게 속삭였다.

“너랑 같이 있지 못해서 슬픈가 봐.”

아기는 울지 않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알렌의 목을 끌어안으려 짧은 팔을 버둥거렸다. 알렌은 문득


슬퍼졌다. 라스타의 옆에 앉아 있어야 하는 건 자신인데. 왜 라스타는 다른 남자와 나란히 앉아 있는
걸까. * * * 그사이, 부관은 조앤슨에게 앞으로 나아가라 지시하는 중이었다. 평민 기자인 조앤슨은
얼른 정해진 자리까지 나아가 공손하게 황제 부부에게 인사를 올렸다.

‘누구지?’

라스타는 조앤슨을 보며 어디서 본 얼굴이라 떠올렸다. 곧 그녀는 결혼식 전에 만났던 기자 무리를


떠올렸다. 그래. 저 남자는 평민 기자였다. 확실했다. 자신이 평민들을 위해 살 거라 말하자 몹시
감동하며 온갖 찬양을 퍼부었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다음 날 기사에 라스타를 두고
동대제국의 미래이자 평민들의 빛이고 희망이라 칭송했다. 라스타는 안심해서 웃었다.
‘날 지지하는 사람이니 괜한 소리는 하지 않겠지.’

마음이 편해지자 입가에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아까 아기를 떠올리면 여전히
두렵지만, 그 일도 점차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알렌이 아기를 데려온 건 보나마나
협박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자신이 며칠 전 로테슈 자작을 매정하게 대한 일 때문이겠지. 자기들 손에
아기가 있단 걸 상기시키려는 것일 터. 적당히 달랜다면 괜찮을 것이었다.

“무슨 일로 왔지?”

“제 동생은 황궁에서 일을 하는데, 한 달 전부터 소식이 끊어졌습니다. 늘 안부를 주고받았기에


걱정이 되어 인사관리 담당자를 찾아갔더니, 이미 퇴사 처리가 되어 있단 이상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조앤슨이 꺼낸 말은 영 이상했다. 그가 자신을 찬양할 거라 여겼던 라스타는 미간을 찡그렸다.


뜬금없이 동생이라니? 게다가 제법 심각한 일인 듯하다. 소비에슈 역시 진중한 얼굴로 조앤슨의 말에
귀 기울였다.

“계속 말해보라.”

“동생은 여기서 나고 자랐기에 일을 관두었다 한들 다른 곳으로 갈 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싸운 적도


없고, 싸울 만한 일도 없었고요. 인사 담당자는 제 동생이 어느 기사와 눈이 맞아 달아난 게 아니냐고
하지만, 동생은 미혼인데 기사와 눈이 맞았다고 달아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귀족들이야 대놓고 정부를 두고 지내니, 기사 쪽이 기혼이라고 해서 달아날 이유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일리가 있다.”

소비에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동생이 어디에서 근무한 누구이지?”

“황후 폐하의 측근 하녀인 델리스입니다.”

조앤슨의 말에 라스타의 얼굴이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하얘졌다. 소비에슈는 힐긋 라스타를 보았다.


라스타는 옥좌 손잡이를 움켜쥔 채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슬픈 표정을 지어내고서
조앤슨을 바라보았다. 소비에슈는 라스타의 측근 하녀란 말에, 조앤슨의 동생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라스타의 옆에서 일하던 그 키 큰 하녀를 말하는 것일 터. 소비에슈는 속으로 혀를 찼다.
라스타가 그 하녀의 혀를 잘라 감옥에 가두라 명령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군요.”


라스타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황후 폐하, 혹시 제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십니까?”

조앤슨은 황급히 라스타에게 물었다. 그는 여전히 라스타를 믿고 있어서, 라스타에게 매달리면


동생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라스타는 고개를 저으며 안타깝다는 듯 대답했다.

“나는 측근 하녀가 둘뿐이다 보니, 하녀들의 일이 무척 많습니다. 델리스는 이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었구요. 이후로는 나도 그녀가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일을 그만두었다면 집으로 왔어야지요!”

“그러니까요. 참으로 이상한 일이군요.”

라스타의 말에 조앤슨이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소비에슈는 라스타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술술


거짓말하는 걸 지켜보다가, 느릿하게 끼어들어 기자에게 말했다.

“그 일은 내가 철저하게 조사해 줄 테니 안심하라.”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감사합니다, 황후 폐하!”

황급히 인사를 한 조앤슨이 나간 후, 다시 평범한 알현이 이어졌다. 라스타는 다시 평범한 표정을


꾸며냈다. 그러나 알현이 끝나자마자 라스타는 소비에슈에게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정말로 그 기자에게 사실대로 알려줄 거예요?”

황후의 권력을 사용한 일이기에, 라스타는 자신이 델리스에게 벌준 일을 소비에슈가 모르리라 여기진
않았다. 소비에슈는 차갑게 되물었다.

“이런 일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했느냐?”

“델리스가 먼저 잘못을 저질렀는걸요!”

“그럼 그 말을 그 애의 가족 앞에서도 할 수 있었어야지.”

“라스타는…… 황후니까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황후 자리는 그런 자리잖아요. 이런 데 쓰라고


황실 모욕죄가 있는 거잖아요.”

“할 수는 있지.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라스타는 잘못한 게 없어요, 폐하!”


그렇지만 라스타는 소비에슈가 몇 번이나 방에 부르는 걸 거절한 상태였다. 자신이 깃털을 뽑은 파란
새가 아직도 소비에슈의 방에 있는데. 그 새가 자신을 보고 이상한 반응을 보일까 봐 겁이 나서였다.
만약 새가 자신을 피한다면, 소비에슈는 새의 깃털을 뽑은 게 델리스가 아니란 걸 바로 눈치챌
터였다. 소비에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일부러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려주지 않고
가버렸다. 라스타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결국 겁에 질려 에르기 공작을 찾아갔다. * * *

“공작님!”

라스타는 둘만 있게 되자, 울면서 에르기 공작을 불렀다. 에르기는 문을 닫다 말고 라스타가 그를


애처롭게 부르자 어리둥절해졌다.

“라스타 님? 무슨 일입니까?”

라스타는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얼른 탁자 앞으로 가 앉았다. 에르기 공작은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라스타가 평소 좋아하던 간식거리를 챙겨 가져왔다. 라스타는 에르기 공작이 곁에 앉길 기다렸다가
알현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라스타의 하녀 중 한 명이, 라스타를 저주하려 해서 크게 벌을 준 적이 있어요.”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것처럼 에르기 공작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런 사람을 용서해주었다간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애의 오빠가 기자였나 봐요. 그것도 라스타와 인터뷰를 했던 평민 기자요.”

“아.”

에르기 공작이 작게 탄식했다. 그 태도에 라스타는 겁이 나서 더욱 울상을 지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알현실에 찾아와서 자기 동생이 없어졌다고 찾아달라 해요. 어떡해요?”

“동생이 어디에 있는데요?”

“감옥에요…….”

“무슨 무슨 죄 때문에 가두었다고 알려주지 그랬습니까.”


“죄가 있어 가두었다 해도 그 사람은 믿지 않을 거잖아요. 죄가 있단 걸 인정해도 라스타를 미워할
건데…….”

“그럼 폐하께서 해결해 주실 겁니다.”

라스타는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폐하께선 라스타가 그 애를 벌한 일로 화가 나셨어요. 그 하녀는 제법 예쁘게 생겨서, 사실 폐하께서


남몰래 마음에 두고 있었거든요.”

에르기 공작은 다시 눈썹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그 하녀도 폐하를 흠모했고요.”

라스타는 힘없이 말하다가 얼른 덧붙였다.

“그 일 때문에 라스타가 그 하녀를 벌준 건 아니에요.”

“당연히 그렇겠지요.”

라스타는 울상을 지으며 에르기 공작을 바라보았다.

“폐하께선 라스타를 돕지 않을 거예요. 아무 말도 없이 화만 내고 가셨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고 무서워요.”

에르기 공작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달래는 목소리를 냈다.

“라스타 님은 황후이시니, 일이 잘못되면 황실의 위엄도 같이 떨어집니다. 복중엔 아기님도 계시니,


말만 그렇게 할 뿐 결국 나서서 처리해주실 겁니다. 안심하세요.”

상냥한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어서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라스타는


안심이 되어서 배를 감싸 안다가,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에르기 공작을 바라보았다.

“라스타는 공작님이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라스타 님께 힘이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에르기 공작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대답했다. 그 대답이 믿음직스러워서 라스타는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에르기 공작의 태도는 냉담한 소비에슈의 반응과 전혀 달랐다. 에르기 공작은 가늘게 떨리는
라스타의 등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라스타는 잠시 놀랐으나 곧
말없이 에르기 공작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가련한 사슴처럼 그녀는 에르기 공작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에르기 공작의 눈꼬리가 가늘게 휘었다. * * * 아직 내 집무실이 없기에, 나는 국서보관함의
장부 열 권을 모두 내 방에 가져와 쌓아 놓고 보았다. 고용된 사람들의 월급과 하는 일 등을 정리하다
보니, 차라리 장부와 같이 비교하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이 일들을 다 끝내기도
전에, 맥켄나가 내게 또 다른 서류를 가져와 내밀었다.

“서왕국이 서대제국이 되었으니, 그에 맞는 위상을 갖추어야 합니다. 휴, 황후 폐하께서는 관련된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서 다행입니다. 정말로 살았어요.”

서류에는 새롭게 정비해야 할 일들이며 없어지는 직군과 생겨날 직군, 통합되거나 분리될 직군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임시 처리일 뿐이라며, 맥켄나는 그걸 실용적으로 바꾸어 달라
부탁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내가 멍하니 바라보자, 맥켄나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슬쩍 올라간 입꼬리를 보니, 그가 일손을 덜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결국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되어서 하루가 몹시 바빴다. 게다가 부모님이
아직 서대제국 안에 있어서, 매일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부모님과 식사를 하려다 보니 시간은 더욱
부족했다. 내가 펜 세 개와 노트 여섯 개를 늘어놓은 채 일하는 걸 처음 본 로즈와 마스타스는
기겁했지만, 로라는 오히려 즐거워하며 말했다.

“그 여자가 황후 폐하처럼 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요.”

주베르 백작부인 역시 고소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요. 소비에슈 폐하께서 고생 좀 하시겠어요.”

그런데 한창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온 사람은 하인리의 비서였다.

“무슨 일인가요?”

의아해서 묻자, 그는 기쁜 낯을 억지로 감추는 표정으로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황후 폐하께 보여드리고 싶은 곳이 있으니 모셔오라 하셨습니다.”

보여주고 싶은 곳? 말을 듣자마자 어디인지 짐작이 갔다. 내 집무실! 할 일 목록을 보여주었을 때,


하인리는 집무실을 정비하고 부관을 구하는 건 자신이 해야 할 일 아니냐고 웃으면서 물었다.
그러고는 서둘러 준비해 주겠다고 했지. 굳이 부르는 걸 보니 집무실이 완성된 게 분명했다.

“가지요.”

하인리의 비서가 날 데려간 곳은 하인리의 집무실이었다. 하인리와 같이 집무실을 구경하라는 건가?


그러나 아니었다. 뜻밖에도 하인리의 집무실 맞은편 방 문이 열리며 하인리가 나온 것이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웃으면서 ‘이쪽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가 나온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벽 전체를
책꽂이가 뒤덮고 커다란 책상이 창가 앞에 놓인 훌륭한 집무실이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방 앞으로
작은 대기실이 있고, 집무실 안쪽으로 휴게실까지 딸려 있었다. 방은 초록색과 금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아…….”

“마음에 드나요?”

“몹시. 몹시 마음에 들어요.”

진심으로 감탄해 고개를 끄덕이자, 하인리는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

“부관은 직접 고르는 게 나을 듯해서, 우선 후보만 골라 두었습니다. 모두 성적이 우수하고 성실한


인재들이니 마음에 들 겁니다, 퀸.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 아예 다시 골라도 되고요.”

기쁜 마음에 손을 쥐었다 폈다 하고 있자니, 커다란 손이 내 손바닥에 겹쳐졌다. 옆을 보자, 그는


자연스럽게 깍지를 끼고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 * * 우리는 잠시 창틀에 나란히 앉아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화제가 크리스타에 대해 흘러갔다. 하인리는 크리스타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굳어졌으나, 곧 어색하게 피로연 때 크리스타의 행동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러고는 내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크리스타를 황명으로 컴프셔에 보내고 싶은데, 형의
유언이 있고 그 유언을 들은 사람이 많다 보니 골치 아파하는 듯했다. 나 역시 덩달아
당혹스러워졌다. 하인리는 대놓고 ‘형수님이 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대신, 크리스타의 행동에
대해서만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크리스타가 지금 누구를 마음에 담고 있는지 알기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들으니 집무실을 보며 들떴던 기분이 푹 꺼지듯 가라앉았다.
크리스타가 하인리를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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