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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전 (작자 미상) (24 수특)

(본문 생략)

◼어구 풀이

[앞부분 줄거리] 병이 든 동해 용왕이 토끼의 생간이 약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토끼를 잡아 올 신하를 찾는다. ■간:
생명의 상징. 이에 자라는 용왕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서고 육지로 올라와 토끼를 만난다.[자라와 토끼의 만남.]

토끼는 쌩긋쌩긋 웃으며 말했다.


“내(내가) 형을(자라를) 보니 시체(時體) 사람은(요즘 사람은) 아니로다. ■시체: 그 시대의 풍습이나 유행. 의량이
넓고 위인이 관후하니 남을 속이지 않을 것 같소.[자라의 성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의량: 생각과 도량을 아울러
이르는 말. ■위인: 사람의 됨됨이. ■관후하다: 마음이 너그럽고 후덕하다. 나 같은 부생(浮生)을(떠돌이를) 좋은 곳에 천
거하니 감격하기 측량없으나 수부에 들어가서 벼슬하기가 쉬울쏘냐.”[토끼가 자라의 말에 솔깃하면서도, 벼슬하
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구심을 품음.] ■쉬울쏘냐: 설의. ■부생: 덧없는 인생. ■천거하다: 사람을 그 자리에 쓰도록 소개
하거나 추천하다. ■수부: 용궁을 가리킴.
자라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자라의 ‘웃음’은 토끼가 자신의 꾐에 속아 넘어가는 것에 대한 만
족감의 표현.]
‘요놈 인제야 속았구나.’
자라는 흔연히 대답했다. ■흔연히: 기쁘게.
“그대가 오히려 경력이 적은 말이다.[토끼가 용궁에 가서 벼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은 토끼의 경험이
부족한데서 나온 말이라고 함.] ■경력: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 역산에서 밭을 가시던 순임금도 당요(唐堯)의 천
자 위(位) 수선(受禪)하고,[순임금 고사 인용. 순임금은 산에서 밭을 갈다가 요임금으로부터 임금 자리를 물려받았
고] ■역산: 중국 장안의 동북쪽에 있는 산. ■당요: 중국의 요임금을 달리 이르는 말. 당(唐)이라는 곳에서 봉(封)함을 받은 데서
유래한다. ■수선하다: 임금의 자리를 물려받다. 위수에서 고기 낚던 강태공도 주문왕의 스승 되고,[강태공 고사 인
용.] ■강태공: 중국 주나라 초엽의 조신(朝臣)인 ‘태공망’을 그의 성(姓)인 강(姜)과 함께 이르는 말. ■주문왕: 중국 주나라 무왕
의 아버지. 산야에서 밭 갈던 이윤(伊尹)도 탕임금의 아형(阿兄) 되고,[탕임금 고사 인용.] ■이윤: 중국 은나라의 전
설상의 인물. 이름난 재상으로 탕왕을 도와 하나라의 걸왕을 멸망시키고 선정을 베풀었다. ■아형: ‘형’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
표모(漂母)에게 밥 빌던 한신도 한 태조의 대장이 되었으니,[한신의 고사 인용.] ■표모: 빨래하는 나이 든 여자. ■한
신: 중국 전한의 무장(武將)(B.C.?~B.C.196). 한(漢) 고조(한 태조 유방)를 도와 조(趙)ㆍ위(魏)ㆍ연(燕)ㆍ제(齊)나라를 멸망시키
고 항우를 공격하여 큰 공을 세웠다. 수부나 인간이나 발천하기는 마찬가지라.[용궁이나 인간 세상이나 출세하는 것
은 마찬가지라고 함.] ■발천하다: 앞길이 열려 세상에 나서다. 이런고로 밝은 임금이 신하를 가리고 어진 신하가 임
금을 가리나니[현명한 임금이 신하를 잘 선택하고, 어진 신하가 섬겨야 할 임금을 잘 만남.] 우리 대왕께서는 한
가지 재능과 한가지 지조가 있는 선비라도 벼슬 직책을 맡기시는지라.[용왕의 벼슬 임용 방식을 들어서, 수부에
서 벼슬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함.] 이렇기 때문에 나같이 재주 없는 인물도 주부 일품 자리에 외람히
올랐거늘 하물며 그대같이 고명한 자격이야 수군절도사는 떼어 놓은 당상이지.[자라가 자신과 토끼를 비교하며,
토끼의 ‘수군절도사’ 벼슬은 당연하다고 꾐.] ■일품: 품질이나 상태가 제일감. 또는 그런 물품. ■주부: 조선 시대에, 각 아문
의 문서와 부적(符籍)을 주관하던 종육품 벼슬. ■외람히: 분수에 지나치게. ■고명하다: 식견이 높고 사물에 밝다. ■수군절도사:
조선 시대에, 각 도의 수군을 통솔하는 일을 맡아보던 정삼품 외직 무관(外職武官) 벼슬. ■떼어 놓은 당상: 정삼품 이상의 벼슬
을 이미 떼어 놓았다는 뜻으로, 틀림없이 될 것이 확실한 것을 이르는 말. 또한, 신수 좋은 얼굴을 능연각(凌煙閣)에 걸

어 두고 춘추에 빛나는 이름을 죽백(竹帛)에 드리우리니, 이것이 기남자(奇男子)의 보배로운 영광이라.[좋은


얼굴을 누각에 걸어두고 역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기는 것이 재주 있는 남자의 영광이라고 말하며, 토끼를 꾐.] ■신수:
용모와 풍채를 통틀어 이르는 말. ■능연각: 중국 당나라 때에, 개국 공신 24명의 초상을 그려 걸었던 누각. ■춘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죽백: 서적(書籍) 특히, 역사를 기록한 책을 이르는 말.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 대쪽이나 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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겊에 글을 써서 기록한 데서 생긴 말이다. ■기남자: 재주와 슬기가 남달리 뛰어난 남자. 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소. ■설의.

토끼 가문 중에 시조(始祖)되기는 아무 염려 없는지라.”[토끼가 가문의 시조가 될 수 있다고 꾐.] ■시조: 한 겨레나


가계의 맨 처음이 되는 조상. ■자라의 말하기 방식: 자라는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발천한 사례를 중국의 여러 고사를 인용
하며 제시하고 있음. 이는 토끼가 지닌 명예욕을 자극하여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한 계책임을 알 수 있음.
토끼 웃으며 말했다.
“형의 말은 그럴듯하나, 어젯밤 꿈이 불길해 꺼림칙하도다.”[토끼가 꿈을 이유로 꺼림칙함을 드러냄.]
자라가 말했다.
“내가 젊어서 해몽하는 법을 약간 배웠으니 그대의 몽사를 들려주오.”[자라가 토끼의 꿈을 해몽해 주겠다고
함.] ■몽사: 꿈에 나타난 일.
토끼는 어젯밤 꿈 이야기를 했다.
“칼을 빼서 배에 대고 몸에 피 칠을 하니 아마도 좋지 못한 정상을 당할까 염려되오.”[불길한 꿈에 대한 토
끼의 염려.] ■꿈: 토끼가 용궁에 가서 죽을 위기에 처함을 암시함. ■정상(情狀): 딱하거나 가엾은 상태.
자라는 토끼를 책망하며 말했다. ■책망: 잘못을 꾸짖거나 나무라며 못마땅하게 여김.
“아주 좋은 몽사를 가지고 공연히 고민하는구려. 배에 칼을 댔으니 칼은 금이라 금띠를 띨 것이요, 몸에 피
칠을 했으니 홍포(紅袍)를 입을 징조라.[자라가 토끼의 불길한 꿈(흉몽)을 벼슬하는 꿈(길몽)으로 해석함.] ■금띠,
홍포: 벼슬의 상징. ■홍포: 조선 시대에, 삼품 이상의 벼슬아치가 입던 붉은색의 예복이나 도포. 이 어찌 공명할 길몽이 아
니겠소? ■설의. ■공명(功名)하다: 공을 세워서 자기의 이름을 널리 드러내다. ■길몽: 좋은 징조의 꿈. 장자의 나비 된 꿈은
달관의 꿈이요, 공명의 초당 꿈은 선각의 꿈이라.[장자와 제갈량의 꿈을 인용함.] ■장자: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
(*장자의 나비 된 꿈: 나와 외물(外物)은 본디 하나이던 것이 현실에서 갈라진 것에 불과하다는 이치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가 깬 뒤에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지 원래 나비였던 자기가 꿈속에서 장주가 되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장자 사상의 으뜸을 이룬다.) ■달관: 사소한 사물이나 일에 얽매이지 않고 세속을 벗
어난 활달한 식견이나 인생관에 이름. ■공명: ‘제갈량’의 자. ■초당: 억새나 짚 따위로 지붕을 인 조그마한 집채. ■선각: 남보다
먼저 사물이나 세상일에 대하여 깨달음. 그 외에 꿈이라 하는 것은 무비관몽(無非觀夢)이요, 개시허몽(皆是虛夢)이
로다.[다른 꿈들은 헛된 꿈임. 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 없으니, 모두가 헛된 꿈이로다.] ■무비관몽: 꿈으로 보이지 않
는 것이 없음. ■개시허몽: 모두가 헛된 꿈. 오직 그대의 꿈은 몽사 가운데 제일이니 수궁에 들어가면 만인 위에 거
한다는 것이니 어찌 아니 좋을쏜가.”[토끼의 꿈은 최고의 꿈이어서 용궁에 가면 최고의 벼슬에 오른다며 토끼를
꾐.] ■설의.
토끼는 점점 곧이듣고 희색이 만면해 말했다.[토끼가 자라의 해몽을 믿음.] ■곧이듣다: 남의 말을 듣고 그대로 믿
다. ■희색: 기뻐하는 얼굴빛. ■만면하다: 얼굴에 가득하게 드러나 있다.
“노형의 해몽하는 법이 귀신 아니면 도깨비라 할 만하오. ■노형: 처음 만났거나 그다지 가깝지 않은 남자 어른들 사
이에서, 상대편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여기서는 자라를 가리킴.) 소강절 이순풍이 다시 살아온들 이보다 더할
쏜가.[자라의 해몽 솜씨가 소강절이나 이순풍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뜻.] ■설의. ■소강절: ‘소옹’의 성(姓)과 시호를 함께
이르는 이름. (소옹: 중국 북송의 학자. 신비적 우주관과 자연 철학을 제창하였다.) ■이순풍: 판수 점쟁이의 조상으로 섬기는 맹
인신(盲人神)의 하나. 아름다운 몽조가 이미 나타났으니 내 부귀 어디 가랴.[토끼가 자라의 꿈 해석을 믿고 자신이

부귀를 누릴 것이라고 믿음.] ■설의. ■몽조: 꿈에 나타나는 길흉의 징조. 떼어 놓은 당상은 좀이나 먹지.[자신의 벼슬
은 ‘떼어놓은 당상’보다도 더 확실하다는 것임.] 하지만 만경창파를 어찌 득달하오?”[넓고 넓은 바다를 어떻게 지
나서 도착할 수 있겠냐고 걱정함.] ■만경창파: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이르는 말. ■득
달하다: 목적한 곳에 도달하다.
“그대는 조금도 염려 마오. 내 등에만 오르면 순식간에 득달할 터이니, 그런 걱정은 행여 하지도 마소.”
토끼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천만뜻밖에 그대 같은 군자를 만나 어두운 곳을 떠나 밝은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는 하늘이 도우심이
라.[토끼가 산 속(어두운 곳)을 떠나서 용궁(밝은 곳)으로 가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드러냄.] ■하늘이 도우심: 천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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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天佑神助). 성인이 성인을 안다 했으니, 나 같은 영웅을 형 같은 영웅이 아니면 어찌 능히 알리오?[토끼의 교
만(우쭐함.)이 나타남. 토끼가 자신과 자라를 ‘성인’, ‘영웅’으로 빗댐.] 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헛되이 산중에서 늙
을 뻔했고, 나 아니었다면 수중 백성들은 어진 관원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토끼의 교만.]
▶자라의 말에 속아 용궁에 들어가려고 하는 토끼

(중략)
날이 저물어 잔치가 파하자(끝나자) 용왕이 토 처사에게 말했다. ■처사: 예전에,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여기서는 토끼를 높여 일컬은 말.)
“토공이 과인의 병만 낫게 하면 천금 상에 만호후를 봉하고 부귀를 한가지로 누릴 것이니 속히 나아가 간
을 가져오라.”[간을 육지에 꺼내놓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속은 용왕이 다시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함.] ■용왕의 어리
석음. ■토공: 토끼를 높여 부르는 말. ■과인: 덕이 적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임금이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 ■만호
후: 일만 호의 백성이 사는 영지(領地)를 가진 제후라는 뜻으로, 세력이 큰 제후를 이르는 말.
토끼가 취한 중에 ‘한 번 속기도 원하거든(원통하거든) 두 번 속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토끼가 다시는 속
지 않겠다고 다짐함.]
“대왕은 염려 마시옵소서. 대왕의 은혜를 만분지일이라도 갚고자 하오니 급히 별주부를 같이 보내어 소신의
간을 가져오게 하옵소서.”
이튿날 왕에게 하직하고 별주부의 등에 올라 만경창파 큰 바다를 순식간에 건너 육지에 내리자[토끼가 용왕
을 속이고 무사히 돌아옴.] 토끼가 자라에게 말했다.
“내 너의 다리뼈를 추려 보내고 싶지만[토끼가 자신을 속여서 용궁에 데려간 자라에 대한 분노를 드러냄.] ■추리
다: 섞여 있는 것에서 여럿을 뽑아내거나 골라내다. 용서하노니[토끼의 용서.] 너의 용왕에게 내 말 전해라. 세상 만
물이 어찌 간을 임의로 꺼냈다 넣었다 하리오. 신출귀몰한 나의 꾀에 너의 미련한 용왕이 잘도 속았다 해라.”
[죽을 고비를 벗어난 토끼가 용왕의 어리석음을 조롱함.] ■대조: 신출귀몰한 나의 꾀 ↔ 미련한 용왕. ■약자인 피지배
계층이 지배 계층에 대해 승리한 통쾌함이 드러남. ■임의로: 마음대로. ■신출귀몰: 귀신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그 움직임을 쉽게 알 수 없을 만큼 자유자재로 나타나고 사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라가 하릴없이 뒤통수 툭툭 치고 무료히 회정(回程)하니■자라의 처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하릴없
이: 어찌할 도리 없이. ■무료히: 부끄럽고 따분하게. ■회정하다: 돌아오는 길에 오르다. 용왕의 병세와 별주부의 소식을
다시 알 길이 없더라.[용왕과 자라의 후일담에 해당함.] ■서술자의 개입(편집자적 논평).
토끼는 별주부를 보내고 희희낙락하며 너른 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에 겨워 말했다. ■희희낙락하다: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다.
“인제 살았구나, 수궁에 들어가서 배 째일 뻔했는데 내 꾀로 살아 돌아와서 예전 보던 만산 풍경 다시 보
고, 옛적 먹던 산의 열매며 나무 열매 다시 먹을 줄 알았더냐.”[토끼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기쁨을 만끽
함.]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육지에 돌아와 기뻐함.

한참 이렇게 노닐 적에 난데없는 독수리가 살 쏘듯이 달려들어 사족을 훔쳐 들고 반공에 높이 나니 토끼의


위급이 경각에 달했다.[갑작스럽게 독수리가 달려들어 토끼를 물고 공중에 날아 올라 토끼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
함.] ■독수리: 토끼를 위협하는 존재로서, 용왕과 유사한 인물임. ■살 쏘듯이: 화살처럼 빠르게. ■사족: 짐승의 네발. ■반공:
땅으로부터 그리 높지 아니한 허공. ■위급: 위태롭고 급함. ■경각: 눈 깜빡할 사이. 또는 아주 짧은 시간.
토끼는 스스로 생각했다.
‘간을 달라 하던 용왕은 좋은 말로 달랬는데 이 미련하고 배고픈 독수리는 무슨 수로 달래리오.’(토끼의 생
각)[토끼가 독수리를 속일 생각을 함.]
토끼는 창황망조(蒼黃罔措) 한 중에 문득 한 꾀를 내어 말했다. ■창황망조: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
“여보, 수리 아주머니![독수리를 애교 넘치게 부름.] 내 말 좀 잠깐 들어 보오. 아주머니 올 줄 알고 몇몇 달
경영해 모은 양식이 쓸데없어 한이니,(원통하니) 오늘 이렇게 늦게나마 만났으니 어서 바삐 갑시다.”[독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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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줄 알고 양식을 모아 놓았다면서, 양식이 무용지물이 될까 보아 원통하니, 어서 가서 먹자는 것임.]
“무슨 음식이 있다고 감언이설로 날 속이려 하느냐? 나는 수궁 용왕이 아니거든 내 어찌 너한테 속을쏜
가?”[독수리가 용왕처럼 미련하게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고 함.] ■설의. ■감언이설: 그럴 듯한 말.
“여보, 수리 아주머니! 토진(吐津)하는 정담 들어 보시오.■토진: 숨김없이 털어놓다. ■정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
한 이야기. 사돈도 이리할 사돈이 있고 저리할 사돈이 있다 함과 같이 수부의 왕은(용왕은) 아무리 속여도 다시
못 볼 사이지만 우리는 종종 서로 만날 사이거늘 어찌 감히 속이겠소.[토끼가 용왕은 다시 안 볼 사이여서 속였
지만, 독수리는 종종 볼 사이이므로 속이지 않는다는 것임.] ■ 사돈도 이럴 사돈 저럴 사돈 있다: 같은 경우라도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는 말. 건넛마을 이 동지가 납제(臘祭) 사냥하느라 나를 심히 놀래기로 그 원수 갚
기를 생각하더니, 금년 정이월에 그 집 맏배 병아리 사십여 수를 둘만 남기고 다 잡아 왔소.[토끼가 자신을 놀
린 이 동지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이 동지가 처음 낳은 병아리 38마리를 다 잡아왔으니 그거 먹으러 가자는 것임.] ■
납제: 한 해의 농사일을 신에게 알리는 제사. ■맏배: 짐승이 새끼를 낳거나 까는 첫째 번. 또는 그 새끼. 또 제일 긴한(필요
한) 용궁에 있던 꾀주머니도 내게 있으니, 아주머니는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오니 가지기만 하면 조화가 무궁

하지만 내게는 다 부당한 물건이오.[토끼가 용궁에서 가져온 주머니는 끝없이 신통한 일을 꾸밀 수 있는데, 자신에
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므로, 그것도 주겠다며, 용궁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독수리를 꾐.] 아주머니에게는 모
두 긴요한(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니 나와 함께 어서 갑시다. 음식 도적은 매일 잔치를 한대도 다 못 먹을 것이
고 꾀주머니는 가만히 앉았어도 평생을 잘 견디게 해주니 어찌 아니 좋겠소?”[음식(병아리 요리)과 꾀주머니(용
궁에 있던 주머니)를 수단으로 독수리를 유혹함.]
미련한 독수리가 솔깃해하며 말했다.[‘미련한 독수리’에는 독수리에 대한 서술자의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음.]
“아무려나 가 보세.”
독수리가 토끼의 처소 찾아가니,[토끼가 거처하는 곳으로 이동했음.] 바위 아래로 들어갈 때 조금만 놓아달라
고 토끼가 부탁하자 독수리가 말했다.
“조금 놓아주다가 아주 들어가면 어쩌나?”[독수리의 의심.]
토끼가 대답했다.
“그러면 조금만 늦춰 주오.”
독수리 생각에 ‘조금 늦춰 주는 거야 어떠하리’ 하고 한 발로 반만 쥐고 있었더니[같은 의미를 표현만 약간
바꾸었는데도(조금 놓아줌 → 조금 늦춰 줌)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독수리의 미련함이 나타남.]■독수리의 미련함과
방심. 토끼가 바위 아래로 점점 들어가다가 톡 채치며 말했다.[토끼가 독수리로부터 벗어났음.] ■채치다: ‘채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채다: 재빠르게 센 힘으로 움직이다.)
“바로 요것이 꾀주머니지.”■용왕과 마찬가지로 강자인 독수리의 어리석음을 조롱(우둔함을 폭로)하는 말임. 극적이고
해학적인 대화. ■꾀주머니(=용궁에 있던 꾀주머니): 토끼가 자신의 ‘꾀 = 지혜’를 가리킨 말. 실제 형체가 없는 대상으로
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끼가 꾸며낸 것임.
▶토끼가 꾀를 써서 독수리로부터 빠져나감.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거듭 승리하는 것을 통해 해학성과 통쾌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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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정리

1)인물 요소
■인물

인물의 성격 주제의식 및 교훈
재치 있고 위기 대처 능력이 좋지만, 경솔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토끼 며 명예욕이 강하다. → 서민층을 상징(약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심(공명심) 경
자, 가난한 민중을 대변함) 계
충성심이 강하지만 우직하여 결국에는 토끼의 유교적 충성심
별주부
속임수에 속아 넘어감. 속고 속이는 인간 세태 풍자
권위를 내세우며 탐욕이 지나치고 자신의 목
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무 지나친 탐욕, 맹목적 권위 의식 경계
용왕
능하고 어리석음. 집권층의 무능함 폭로
→지배층을 상징(민중의 희생을 강요함)

■인물의 대비
-자라(별주부):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신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남을 속이고 해칠 수도 있는 인물 → 양면성
-토끼: 미천한 신분. 영리함 → 양면성.

■갈등 관계: 토끼와 자라, 토끼와 독수리 사이의 갈등.

2)구성 요소(배경, 사건, 소재 등)


■배경: 옛날 옛적, 용궁⋅바닷가⋅산 속
■반복⋅대립 구조에 의한 전개: 작품의 배경이 ‘수궁 → 육지 → 수궁 → 육지’로 반복되면서 전개되며, 수궁(용궁)과
육지(땅 위)가 대립적 세계로 설정되어 있다.
■공간의 대비
-수궁: 지배층의 세계 → 부패하고 무능함
-육지: 하위 서민층, 피지배층의 세계 → 지배층을 우롱함.

■공간의 대비
-용궁: 토끼가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가 기지를 발휘하는 공간.
-만수산: 토끼의 일상적 삶의 공간.
-백옥경: 용왕과 토끼에 대한 옥황상제의 처분이 이루어지는 공간.

■배경에 따른 인물의 태도

배경 수궁(용궁) 육지(땅 위)
배경의 의미 지배 관료층의 세계 피지배 서민층의 세계
토끼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꾀를 생각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여 별주부를 준엄
중심 사건
해 내며 용왕에게 정성을 다함. 하게 꾸짖으며 의기양양해함.
토끼: 공손함 (열세) 토끼: 의기양양함 (우세)
인물의 태도
별주부: 거만함 (우세) 별주부: 풀이 죽음 (열세)

3)서술 요소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대화를 통한 사건 전개.
■우화적, 풍자적: 동물을 의인화하여 우화적인 기법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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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사용: 고사성어와 한자어가 다수 사용된 것은 판소리를 양반과 평민이 함께 향유했기 때문이다. 판소리가 소
설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양반 문화와 평민 문화가 함께 수용된 결과이다.

■주제
-(토끼의 입장) 허욕에 대한 경계.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중요성.
-(용왕의 입장) 탐욕스럽고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비판.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배층에 대한 비판.
-(자라의 입장) 그릇된 충성심에 대한 비판.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배층에 대한 비판.
-(독수리의 입장) 약자를 위협하는 강자에 대한 비판. 허욕에 대한 비판.

■작품의 교훈성
-분수에 넘치는 허욕을 버려야 한다: 명예욕에 사로잡히면 위태로울 수 있다.
-위기에 처해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충성을 다해야 한다: 유교적 지배 이념을 권장하고 있다.
-경솔하게 행하지 말아야 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토끼가 생각없이 날뛰다가 독수리에게 잡힌 일(또는 그물에 걸린
일).
■주제의 양면성: 중세적 절대 지배 논리에 의한 충성심과 이러한 충(忠)에 대한 조선 후기 서민의 풍자와 비판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자라의 충성심과 토끼의 침착성을 둘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것은 판소리 수용자인
양반 계층과 서민 계층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이다.
■서민 의식의 발현: 17-8세기는 귀족 지배 관료층의 무능과 부패로 서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민중들은 풍자⋅해학의 방법과 우화적 수법을 통해 지배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으며, 웃음을 통해 현실
적 욕구 불만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갈래: 판소리계 소설, 우화 소설


■성격: 풍자적, 우화적, 해학적, 교훈적
■형성 과정: 근원 설화(구토지설) → 판소리(수궁가) → 고전 소설(토끼전) → 신소설(토의 간)
■판소리계 소설의 양면성
-주제의 양면성: 용왕으로 대표되는 무능한 지배층에 대한 비판 → 민중의식
별주부와 같은 우직한 충성심 긍정 → 유교 사상
-표현의 양면성: 해학과 골계를 활용한 서민적 표현.
사자성어, 고사성어 등 양반 취향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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