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Documents
Culture Documents
(본문 생략)
◼어구 풀이
[앞부분 줄거리] 병이 든 동해 용왕이 토끼의 생간이 약이 된다는 얘기를 듣고 토끼를 잡아 올 신하를 찾는다. ■간:
생명의 상징. 이에 자라는 용왕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서고 육지로 올라와 토끼를 만난다.[자라와 토끼의 만남.]
- 1 -
겊에 글을 써서 기록한 데서 생긴 말이다. ■기남자: 재주와 슬기가 남달리 뛰어난 남자. 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소. ■설의.
부귀를 누릴 것이라고 믿음.] ■설의. ■몽조: 꿈에 나타나는 길흉의 징조. 떼어 놓은 당상은 좀이나 먹지.[자신의 벼슬
은 ‘떼어놓은 당상’보다도 더 확실하다는 것임.] 하지만 만경창파를 어찌 득달하오?”[넓고 넓은 바다를 어떻게 지
나서 도착할 수 있겠냐고 걱정함.] ■만경창파: 만 이랑의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한없이 넓고 넓은 바다를 이르는 말. ■득
달하다: 목적한 곳에 도달하다.
“그대는 조금도 염려 마오. 내 등에만 오르면 순식간에 득달할 터이니, 그런 걱정은 행여 하지도 마소.”
토끼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천만뜻밖에 그대 같은 군자를 만나 어두운 곳을 떠나 밝은 곳으로 가게 되었으니 이는 하늘이 도우심이
라.[토끼가 산 속(어두운 곳)을 떠나서 용궁(밝은 곳)으로 가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드러냄.] ■하늘이 도우심: 천우신
- 2 -
조(天佑神助). 성인이 성인을 안다 했으니, 나 같은 영웅을 형 같은 영웅이 아니면 어찌 능히 알리오?[토끼의 교
만(우쭐함.)이 나타남. 토끼가 자신과 자라를 ‘성인’, ‘영웅’으로 빗댐.] 형이 아니었다면 나는 헛되이 산중에서 늙
을 뻔했고, 나 아니었다면 수중 백성들은 어진 관원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토끼의 교만.]
▶자라의 말에 속아 용궁에 들어가려고 하는 토끼
(중략)
날이 저물어 잔치가 파하자(끝나자) 용왕이 토 처사에게 말했다. ■처사: 예전에, 벼슬을 하지 아니하고 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여기서는 토끼를 높여 일컬은 말.)
“토공이 과인의 병만 낫게 하면 천금 상에 만호후를 봉하고 부귀를 한가지로 누릴 것이니 속히 나아가 간
을 가져오라.”[간을 육지에 꺼내놓고 왔다는 토끼의 말에 속은 용왕이 다시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함.] ■용왕의 어리
석음. ■토공: 토끼를 높여 부르는 말. ■과인: 덕이 적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임금이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 ■만호
후: 일만 호의 백성이 사는 영지(領地)를 가진 제후라는 뜻으로, 세력이 큰 제후를 이르는 말.
토끼가 취한 중에 ‘한 번 속기도 원하거든(원통하거든) 두 번 속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토끼가 다시는 속
지 않겠다고 다짐함.]
“대왕은 염려 마시옵소서. 대왕의 은혜를 만분지일이라도 갚고자 하오니 급히 별주부를 같이 보내어 소신의
간을 가져오게 하옵소서.”
이튿날 왕에게 하직하고 별주부의 등에 올라 만경창파 큰 바다를 순식간에 건너 육지에 내리자[토끼가 용왕
을 속이고 무사히 돌아옴.] 토끼가 자라에게 말했다.
“내 너의 다리뼈를 추려 보내고 싶지만[토끼가 자신을 속여서 용궁에 데려간 자라에 대한 분노를 드러냄.] ■추리
다: 섞여 있는 것에서 여럿을 뽑아내거나 골라내다. 용서하노니[토끼의 용서.] 너의 용왕에게 내 말 전해라. 세상 만
물이 어찌 간을 임의로 꺼냈다 넣었다 하리오. 신출귀몰한 나의 꾀에 너의 미련한 용왕이 잘도 속았다 해라.”
[죽을 고비를 벗어난 토끼가 용왕의 어리석음을 조롱함.] ■대조: 신출귀몰한 나의 꾀 ↔ 미련한 용왕. ■약자인 피지배
계층이 지배 계층에 대해 승리한 통쾌함이 드러남. ■임의로: 마음대로. ■신출귀몰: 귀신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그 움직임을 쉽게 알 수 없을 만큼 자유자재로 나타나고 사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자라가 하릴없이 뒤통수 툭툭 치고 무료히 회정(回程)하니■자라의 처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하릴없
이: 어찌할 도리 없이. ■무료히: 부끄럽고 따분하게. ■회정하다: 돌아오는 길에 오르다. 용왕의 병세와 별주부의 소식을
다시 알 길이 없더라.[용왕과 자라의 후일담에 해당함.] ■서술자의 개입(편집자적 논평).
토끼는 별주부를 보내고 희희낙락하며 너른 들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흥에 겨워 말했다. ■희희낙락하다:
매우 기뻐하고 즐거워하다.
“인제 살았구나, 수궁에 들어가서 배 째일 뻔했는데 내 꾀로 살아 돌아와서 예전 보던 만산 풍경 다시 보
고, 옛적 먹던 산의 열매며 나무 열매 다시 먹을 줄 알았더냐.”[토끼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기쁨을 만끽
함.]
▶토끼가 용왕을 속이고 육지에 돌아와 기뻐함.
- 3 -
올 줄 알고 양식을 모아 놓았다면서, 양식이 무용지물이 될까 보아 원통하니, 어서 가서 먹자는 것임.]
“무슨 음식이 있다고 감언이설로 날 속이려 하느냐? 나는 수궁 용왕이 아니거든 내 어찌 너한테 속을쏜
가?”[독수리가 용왕처럼 미련하게 속아 넘어가지 않겠다고 함.] ■설의. ■감언이설: 그럴 듯한 말.
“여보, 수리 아주머니! 토진(吐津)하는 정담 들어 보시오.■토진: 숨김없이 털어놓다. ■정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
한 이야기. 사돈도 이리할 사돈이 있고 저리할 사돈이 있다 함과 같이 수부의 왕은(용왕은) 아무리 속여도 다시
못 볼 사이지만 우리는 종종 서로 만날 사이거늘 어찌 감히 속이겠소.[토끼가 용왕은 다시 안 볼 사이여서 속였
지만, 독수리는 종종 볼 사이이므로 속이지 않는다는 것임.] ■ 사돈도 이럴 사돈 저럴 사돈 있다: 같은 경우라도 사람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야 한다는 말. 건넛마을 이 동지가 납제(臘祭) 사냥하느라 나를 심히 놀래기로 그 원수 갚
기를 생각하더니, 금년 정이월에 그 집 맏배 병아리 사십여 수를 둘만 남기고 다 잡아 왔소.[토끼가 자신을 놀
린 이 동지에게 원수를 갚으려고, 이 동지가 처음 낳은 병아리 38마리를 다 잡아왔으니 그거 먹으러 가자는 것임.] ■
납제: 한 해의 농사일을 신에게 알리는 제사. ■맏배: 짐승이 새끼를 낳거나 까는 첫째 번. 또는 그 새끼. 또 제일 긴한(필요
한) 용궁에 있던 꾀주머니도 내게 있으니, 아주머니는 듣도 보도 못한 물건이오니 가지기만 하면 조화가 무궁
하지만 내게는 다 부당한 물건이오.[토끼가 용궁에서 가져온 주머니는 끝없이 신통한 일을 꾸밀 수 있는데, 자신에
게는 필요없는 물건이므로, 그것도 주겠다며, 용궁의 보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독수리를 꾐.] 아주머니에게는 모
두 긴요한(필요하고 중요한) 것이니 나와 함께 어서 갑시다. 음식 도적은 매일 잔치를 한대도 다 못 먹을 것이
고 꾀주머니는 가만히 앉았어도 평생을 잘 견디게 해주니 어찌 아니 좋겠소?”[음식(병아리 요리)과 꾀주머니(용
궁에 있던 주머니)를 수단으로 독수리를 유혹함.]
미련한 독수리가 솔깃해하며 말했다.[‘미련한 독수리’에는 독수리에 대한 서술자의 부정적 평가가 담겨 있음.]
“아무려나 가 보세.”
독수리가 토끼의 처소 찾아가니,[토끼가 거처하는 곳으로 이동했음.] 바위 아래로 들어갈 때 조금만 놓아달라
고 토끼가 부탁하자 독수리가 말했다.
“조금 놓아주다가 아주 들어가면 어쩌나?”[독수리의 의심.]
토끼가 대답했다.
“그러면 조금만 늦춰 주오.”
독수리 생각에 ‘조금 늦춰 주는 거야 어떠하리’ 하고 한 발로 반만 쥐고 있었더니[같은 의미를 표현만 약간
바꾸었는데도(조금 놓아줌 → 조금 늦춰 줌)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독수리의 미련함이 나타남.]■독수리의 미련함과
방심. 토끼가 바위 아래로 점점 들어가다가 톡 채치며 말했다.[토끼가 독수리로부터 벗어났음.] ■채치다: ‘채다’를
강조하여 이르는 말. (채다: 재빠르게 센 힘으로 움직이다.)
“바로 요것이 꾀주머니지.”■용왕과 마찬가지로 강자인 독수리의 어리석음을 조롱(우둔함을 폭로)하는 말임. 극적이고
해학적인 대화. ■꾀주머니(=용궁에 있던 꾀주머니): 토끼가 자신의 ‘꾀 = 지혜’를 가리킨 말. 실제 형체가 없는 대상으로
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끼가 꾸며낸 것임.
▶토끼가 꾀를 써서 독수리로부터 빠져나감.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거듭 승리하는 것을 통해 해학성과 통쾌감을 느끼게
한다.)
- 4 -
◼핵심 정리
1)인물 요소
■인물
인물의 성격 주제의식 및 교훈
재치 있고 위기 대처 능력이 좋지만, 경솔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토끼 며 명예욕이 강하다. → 서민층을 상징(약 분수에 넘치는 헛된 욕심(공명심) 경
자, 가난한 민중을 대변함) 계
충성심이 강하지만 우직하여 결국에는 토끼의 유교적 충성심
별주부
속임수에 속아 넘어감. 속고 속이는 인간 세태 풍자
권위를 내세우며 탐욕이 지나치고 자신의 목
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음. 무 지나친 탐욕, 맹목적 권위 의식 경계
용왕
능하고 어리석음. 집권층의 무능함 폭로
→지배층을 상징(민중의 희생을 강요함)
■인물의 대비
-자라(별주부): 우직하고 충성스러운 신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남을 속이고 해칠 수도 있는 인물 → 양면성
-토끼: 미천한 신분. 영리함 → 양면성.
■공간의 대비
-용궁: 토끼가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가 기지를 발휘하는 공간.
-만수산: 토끼의 일상적 삶의 공간.
-백옥경: 용왕과 토끼에 대한 옥황상제의 처분이 이루어지는 공간.
■배경에 따른 인물의 태도
배경 수궁(용궁) 육지(땅 위)
배경의 의미 지배 관료층의 세계 피지배 서민층의 세계
토끼가 살아남기 위해 온갖 꾀를 생각 토끼가 위기를 모면하여 별주부를 준엄
중심 사건
해 내며 용왕에게 정성을 다함. 하게 꾸짖으며 의기양양해함.
토끼: 공손함 (열세) 토끼: 의기양양함 (우세)
인물의 태도
별주부: 거만함 (우세) 별주부: 풀이 죽음 (열세)
3)서술 요소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대화를 통한 사건 전개.
■우화적, 풍자적: 동물을 의인화하여 우화적인 기법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 5 -
■한자어 사용: 고사성어와 한자어가 다수 사용된 것은 판소리를 양반과 평민이 함께 향유했기 때문이다. 판소리가 소
설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양반 문화와 평민 문화가 함께 수용된 결과이다.
■주제
-(토끼의 입장) 허욕에 대한 경계.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의 중요성.
-(용왕의 입장) 탐욕스럽고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비판.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배층에 대한 비판.
-(자라의 입장) 그릇된 충성심에 대한 비판.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배층에 대한 비판.
-(독수리의 입장) 약자를 위협하는 강자에 대한 비판. 허욕에 대한 비판.
■작품의 교훈성
-분수에 넘치는 허욕을 버려야 한다: 명예욕에 사로잡히면 위태로울 수 있다.
-위기에 처해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충성을 다해야 한다: 유교적 지배 이념을 권장하고 있다.
-경솔하게 행하지 말아야 한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토끼가 생각없이 날뛰다가 독수리에게 잡힌 일(또는 그물에 걸린
일).
■주제의 양면성: 중세적 절대 지배 논리에 의한 충성심과 이러한 충(忠)에 대한 조선 후기 서민의 풍자와 비판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자라의 충성심과 토끼의 침착성을 둘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이것은 판소리 수용자인
양반 계층과 서민 계층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이다.
■서민 의식의 발현: 17-8세기는 귀족 지배 관료층의 무능과 부패로 서민들의 불만이 쌓여가던 때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민중들은 풍자⋅해학의 방법과 우화적 수법을 통해 지배층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으며, 웃음을 통해 현실
적 욕구 불만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서민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