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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전래동화 우리 동네 옛날이야기
노원문화원
Nowon Culture Center
노원구
전래동화
우리 동네 옛날이야기
1. 벽운마을의 산신제
노원구 설화 지도
2. 소금장수의
행복 비법
1 상계1동
2 8
3
수락산 역 4 5
6. 솔개가 가르쳐준 상계3, 4동
신비한 우물
상계 상계9동
8동
당고개 역 9
마들 역 상계
5동
7. 대장장이를 살린 중계동
글한이의 장난 상계 6
7 상계 역
10동
상계
노원 역 2동
4호선 중계본동
중계
10
상계
14. 녹천대감의 현명한 판결 6, 7동 1동 11
중계
2, 3동
14 12
13 17 16
하계 하계1동
2동
월계2동
하계 역 공릉2동
15 공릉
1, 3동
15. 낙동대감의 쓸쓸한 굴참나무 무덤 월계1동 월계
3동 18
7호선
│
2 │
3. 수락이가 지키는 수락산
8. 선조 임금님의
효심이 깃든
덕릉고개
5. 복할멈 바위 이야기
4. 월이를 기다리는
호랑이 바위
9.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황당
12. 배미재마을의
슬픔
│
3 │
차례
노원구 설화 지도 2
상계동 샛말 이야기
2. 소금장수의 행복 비법 21
│
4 │
중계동 은행마을 이야기
10. 마을을 지켜주는 은행나무 103
공릉동 능골 이야기
16. 이대감의 지혜 171
공릉동 능골 이야기
17. 조선을 움직인 문정왕후의 태릉 181
│
5 │
누구에게나 친절한 새댁의 따뜻한 마음이
흉년이 든 마을을 구한 이야기
새댁 문둥병 남자 신령님
│
6 │
1
상계동 벽운마을 이야기
벽운마을의 산신제
벽운마을에 벌써 며칠째 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폭우로 올가을엔 벼에 달린 낟알이 얼마 되지 않아요.
겨울이면 식량이 모두 떨어질 텐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
8 │
마을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앉았습니다.
│
9 │
다들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지난봄에 시집온 새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
10 │
그 후 며칠이 지나, 신령님이 새댁의 꿈속에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
11 │
저기요, 제 말 좀 들어보세요.
│
12 │
새댁은 문둥병 때문에 지금껏 혼자 지냈을 남자가
가여웠습니다. 신령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남자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새댁이 건넨 따뜻한 말에 문둥병 남자는 마음의
문을 열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13 │
새댁은 마을 사람들에게 우물가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면서,
산신제를 열어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령님의 노여움이 풀려야 비가 그칠 테니까요.
│
14 │
그다음 날 모두들 팔을 걷어붙이고 산신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남자들은 청소를 하고 아주머니들은 커다란
솥을 걸고 고깃국을 끓였습니다. 아이들은 오순도순 모여
앉아 떡을 둥글게 빚었답니다.
│
15 │
산신제 준비가 끝나갈 무렵, 공짜로 밥을 준다는
소문에 배고픈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새댁이 우물가에서 만난 문둥병
남자는 보이지 않았어요.
│
16 │
그러자 신기하게도 문둥병 남자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
17 │
산신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새댁은 꿈속에서 환하게
웃으시는 신령님을 만났습니다.
│
18 │
한 뼘 더 높이
│
19 │
지혜와 용기가 행복의 비법임을 깨달은 소금장수 이야기
소금장수 별이 젊은이
│
20 │
2
상계동 샛말 이야기
소금장수의 행복 비법
샛말에 사는 소금장수는 유명인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죠.
왜냐하면, 외동딸 별이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다는 소문이
시장에 쫙 퍼졌거든요.
│
22 │
귀한 내 딸 별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문밖으로 나와서는
안 된다.
│
23 │
정씨로 말할 것 같으면 돈만 많을 뿐, 성격 급하고 이기적인
장사꾼입니다. 별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어요. 예의
바르고 웃는 얼굴이 정말 순수한 젊은이랍니다. 그러나
아버지께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버지처럼 소금을 팔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거든요.
아버지는 분명 싫어하실 거예요.
│
24 │
그러던 5월의 어느 날입니다. 오늘도 소금장수는 별이를 방
안에 둔 채 아침 일찍부터 마포나루에 나와 있습니다. 소금
배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소금을 빨리 받아서 서둘러
한탄강을 건너야 소금을 황태로 바꿀 수 있거든요. 배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을 때였어요. 등 뒤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르신 안녕하셨어요?
│
25 │
별이가 사랑하는 바로 그 젊은이입니다.
│
26 │
소금 배가 도착하자 소금장수와 젊은이는 제일 먼저
소금을 받아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꼬박
하루를 걸어 한탄강에 도착했는데, 이게 어찌 된 거죠?
다리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씨라는 사람이 불량배 여럿을 데리고 와서
다리를 끊어 놓았다지 뭐예요.
│
27 │
주막에 모인 장사꾼들은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
28 │
여기 계신 여러분들,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주위에 버려진
통나무가 많아요. 우리가 힘을 합하면 다리 하나쯤은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거예요.
│
29 │
소금장수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앉아서 화만 낼 것이
아니라 다리를 만들어 건너면 되는 거였어요. 소금장수는
갑자기 젊은이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를 옆에 두고 사랑하는 별이를 돈만 많은 정씨에게
시집보내려 했다니, 자신이 정말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어요.
│
30 │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별이와 젊은이를 서둘러
결혼시켰습니다. 행복의 비법이 돈이 아님을 알았거든요.
그 후 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한 뼘 더 높이
옛날 샛말 사람들은 마포나루에서
소금을 사다가 함경도로 가서 황태
와 바꾸었어요. 그러고는 다시 황
태를 동대문 시장에 내다 팔았지
요. 노원 지역은 남쪽과 북쪽을 잇
는 중요한 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
에 장사꾼들이 많이 오갔대요. 활
기찬 노원의 옛 거리, 우리 함께 상
상해 봐요.
│
31 │
'수락아, 수락아!' 수락이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수락산을 가득 채우게 된 이야기
│
32 │
3
상계동 갈월(갈울)마을 이야기
수락이가 지키는
수락산
옛날 갈월마을에 가난하지만 부지런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농사를 짓고,
해가 지면 호롱불 아래에서 짚신이나 광주리를 엮어 시장에
내다 팔았어요. 가끔은 산에 올라 나물과 약초를 캐기도
했답니다. 겨울이 되면 동네 어르신들께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어다 드리고, 산길에서 다친 동물들을 만나면 치료하고
돌봐줄 만큼 마음씨도 고왔답니다.
│
34 │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는 딱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기가 생기지 않는 거예요.
부부는 날마다 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렸습니다.
│
35 │
부부의 기도를 산신령님께서 들으신 걸까요? 마침내 아내의
배 속에 아기 씨앗이 살포시 자리 잡았습니다. 부부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처럼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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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열 달 후 진달래가 활짝 핀 어느 날, ‘응애, 응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청이 어찌나 큰지 온 산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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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
수락이가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 9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요즘 들어
호랑이가 마을에 자주 나타납니다. 동네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에요.
│
38 │
호랑이 이야기를 들은 수락이 아버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
39 │
다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젯밤 부모님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은 수락이는 아버지를 따라나서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
40 │
결국, 수락이와 아버지는 함께 호랑이를 잡으러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산속을 헤맸지만, 호랑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하늘까지
어둑어둑해지더니 큰 비가 세차게 내렸죠.
│
41 │
깜짝 놀란 아버지는 정신없이 산을 헤매며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습니다. ‘수락아! 수락아!’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메아리뿐이었죠. 그 뒤로 비만 오면 산에서 ‘수락아, 수락아’
하는 구슬픈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래서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산을 수락산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
42 │
수락이는 어디로 간 걸까요? 수락이는 곤히 잠든 아버지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호랑이를 유인해
깊은 산속으로 사라져 버렸답니다. 산신령님이 부부에게
주신 선물, 수락산의 정령 수락이. 지금도 수락이는 수락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수락산에 올라 ‘수락아, 수락아’
불러보세요. 수락이가 어디선가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한 뼘 더 높이
│
43 │
다정한 친구 월이를 기다리다가
바위가 되어버린 호랑이 이야기
월이 호랑이 월이 엄마 동네 할머니
│
44 │
4
상계동 갈월(갈울)마을 이야기
월이를 기다리는
호랑이 바위
월이는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산속
우물가에서 깨끗한 물을 떠다가 당집(신을
모셔두는 곳)에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마을에 큰 굿이 벌어지는 날이거든요.
│
46 │
월이가 찬바람을 맞으며 추수가 끝난 마들평야를 지날
때였어요. 갑자기 어디선가 ‘끄응’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살펴보니 길가 풀숲에 호랑이 한
마리가 심하게 다쳐서 쓰러져 있지 뭐예요.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퀄퀄 쏟아지고 있었어요.
│
47 │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월이는 창고에서 송진을 조금 꺼내
호랑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러고는 호랑이의 상처를 살핀
후 조심스럽게 약을 발라줬어요. ‘끙끙’ 신음 소리를 내는
호랑이가 가여워서 월이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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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월이의 어머니는 무당입니다. 월이의 친부모님은 월이가
아기 때 모두 돌아가시고, 지금의 양어머니가 월이를
키워주셨어요.
│
49 │
굿이 끝난 다음 날 새벽, 우물가로 달려간 월이는 큰 소리로
호랑이를 불렀습니다.
│
50 │
그 후부터 월이와 호랑이는 매일같이 우물가에서
만났습니다. 둘은 단짝 친구가 됐거든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
51 │
그런데 어쩌죠?
월이와 호랑이가 헤어져야만 한데요. 월이 어머니가 원인
모를 큰 병에 걸려 갑자기 돌아가셨거든요. 마을 사람들은
홀로 남겨진 어린 월이를 무당의 딸이라며 구박하고
받아주지 않았어요. 돌봐줄 친척 한 명 없는 월이는 어쩔 수
없이 절로 들어가게 됐답니다.
│
52 │
집을 떠나기 전날 밤, 월이는 호랑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
53 │
그러나 월이가 떠난 후에도 호랑이는 우물가로 내려와 계속
월이를 기다렸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가여웠던지 동네
할머니 한 분이 호랑이를 달랬습니다.
│
54 │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월이를 기다리던 호랑이가 우물가에 앉아 돌이 되어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겁니다. 수
백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우물가에는 집채만 한 호랑이
바위가 월이를 그리워하며 꿈쩍 않고 앉아있답니다.
한 뼘 더 높이
호랑이 바위
│
55 │
자신의 목숨과 용이의 미래를 맞바꾼 할머니 이야기
│
56 │
5
상계동 갈월(갈울)마을 이야기
복할멈 바위 이야기
유난히 박쥐와 빈대가 많은 가재골 옛 절터 근처에 눈먼
할머니와 예쁜 손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계셨어요.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면
해결방법을 찾아주시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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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
이뿐만이 아닙니다. 할머니는 매일 너른 바위 앞에
물 한 그릇을 떠놓고 기도를 드렸어요. ‘갈월마을
│
59 │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어느 가을날,
꽹과리와 북소리가 요란합니다. 황 부자 집 아주머니가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들을 낳아서 동네잔치가
벌어졌거든요. 할머니도 손녀딸과 함께 황 부자 집을
찾았답니다.
│
60 │
그런데 잔칫집에 도착한 할머니는 아기를 잠시 품에 안아
어르시더니, 부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61 │
세월이 흘러 황 부자 집 아들 용이가 태어난 지 천 일이
지났습니다. 약속대로 할머니를 찾아온 부부에게 할머니는
어렵게 말을 꺼내셨어요.
│
62 │
무슨 부탁입니까? 용이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이라도 내놓겠습니다.
│
63 │
두 밤이 지나고, 부부가 할머니 댁을 찾았을 때 할머니는
바위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기도드리는 자세 그대로, 용이의
불행을 대신 짊어 메고 세상을 떠나신 겁니다. 황 부자는
할머니의 희생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장례를
정성스럽게 치러드렸답니다.
│
64 │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가 기도드리던 바위에 복할멈 바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바위의 신비한 힘을 믿고 마음을 다해 섬겼다고 하네요.
한 뼘 더 높이
│
65 │
솔개가 가르쳐준 우물물로 어머니의 피부병을 치료한
효자 대성이의 이야기
대성이 어머니
│
66 │
6
상계동 원기동(원 터)마을 이야기
솔개가 가르쳐준
신비한 우물
대성이는 노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지런쟁이입니다.
아침에는 산에 올라 나물을 캐고, 낮에는 남의 집에서
농사일을 거듭니다. 그리고 밤에는 버려진 땅을 일구어 밭을
만들지요. 손끝도 야무져서 못 만드는 게 없답니다.
│
68 │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대성이지만 요즘은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어머니께서 몸에 난 부스럼 때문에
몸져누우셨거든요.
│
69 │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산길을 몇 시간이나 걸었더니
피로가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잠시 앉아서 쉰다는 것이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죠.
│
70 │
꿈속에서 대성이는 커다란 솔개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솔개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대성이의 머리 위를 빙빙
돌더니, 한참을 날아가 어느 우물가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러고는 우물물을 마시라는 시늉을 했어요. 대성이는
솔개가 시키는 대로 우물물을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지칠 대로 지친 몸이 가뿐해지지 뭐예요!
│
71 │
이 신비한 물이라면 어머니의 피부병을 고칠 수 있겠어! 솔개야,
정말 고마워. 빨리 마을로 내려가서 물통을 빌려와야겠다.
어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
72 │
다음 날 아침, 대성이는 일어나자마자 솔개가 알려준 우물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물가 풍경이 낯설지 않았어요.
│
73 │
대성이는 어머니 입에 우물물을 조금씩 흘려 넣어 드렸어요.
그리고 우물물에 깨끗한 천을 적셔 부스럼이 난 몸을 닦아
드렸죠. 그랬더니 하루가 지나자 고름이 멎고 일주일째에는
부스럼이 깨끗이 사라졌어요. 그리고 열흘 후, 어머니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셨답니다. 예전처럼 대성이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시면서 말이에요.
│
74 │
그 후 우물물에 대한 소문이 퍼져 몸이 아픈 사람들이 줄을
지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우물물을 마신다고 해서 모두
병이 낫는 건 아니었어요. 솔개가 가르쳐준 우물물은
대성이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착한 사람에게만 신비한 힘을
보여주었답니다.
한 뼘 더 높이
│
75 │
장난꾸러기 글한이의 징 도둑질이
어려움에 놓인 대장장이를 살린 이야기
대장장이 글한이
│
76 │
7
상계동 원기동(원 터)마을 이야기
대장장이를 살린
글한이의 장난
조선시대 원기동(원 터)마을에 글한이라는 장난꾸러기 소년이
살았답니다. 얼마나 짓궂은지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이런저런 말썽이 끊이지 않았죠. 친구들과 자주 다투어
얼굴은 늘 상처투성이였어요.
│
78 │
글한이네 집에서 서당 가는 길목에는 대장간이 있습니다. 그
앞을 매일 오가는 글한이가 그냥 지나칠 턱이 없겠죠? 대장간
앞을 기웃기웃하더니 어느 날부턴가 징(말굽에 박는 쇠못)을
슬그머니 집어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1개였다가
나중에는 3~4개씩 손에 잡히는 대로 신나게 훔쳐갔죠.
│
79 │
글한이의 장난이 갈수록 심해지자 보다 못한 대장장이는
못된 버릇을 고쳐주기로 했어요. 그래서 시치미를 뚝 떼고 징
한 개를 불에 달구어 글한이 앞에 살짝 놓아뒀죠. 아무것도
모르는 글한이는 슬그머니 뜨거운 징을 집어 들었습니다.
앗, 뜨거워! 내 손! 내 손!
│
80 │
그러나 이렇게 혼이 나고도 글한이의 장난은 멈출 줄
몰랐어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났습니다.
│
81 │
그 말을 들은 글한이는 대장장이를 찾아갔습니다.
저도 진지해요. 저를 한 번만 믿어보세요.
│
82 │
대장장이를 집으로 데리고 온 글한이는 창고 문을 열어
그동안 훔쳤던 징을 대장장이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모아 놓았는지 넓은 창고가 징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
83 │
어려운 일을 당하셨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이 징으로 빚도 갚고
대장간 일을 다시 시작하세요. 아저씨의 징 만드는 솜씨는 우리
마을 최고니까요.
│
84 │
이렇게 해서 대장장이는 대장간 문을 다시 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노원 지역을 거쳐 가는 사람들이 먼 길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튼튼한 징을 만들어주었다고 해요.
한 뼘 더 높이
│
85 │
덕흥대원군의 무덤이 '덕릉'으로 불리게 된 이야기
선조 어린 선조 왕손1 왕손2
│
86 │
8
상계동 덕릉고개 이야기
선조 임금님의
효심이 깃든 덕릉고개
선조는 조선시대 열네 번째 임금님으로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지혜로웠습니다. 어느 날 명종 임금님께서 어린 왕손들을
모아놓고 엉뚱한 말씀을 하셨데요.
│
88 │
그런데 신이 나서 익선관을 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린 선조 임금님께서는 두 손으로 익선관을
받든 채 이렇게 말했어요.
│
89 │
선조 임금님은 현명할 뿐만 아니라 효심 또한 매우
깊었습니다. 명종 임금님이 후손 없이 세상을 떠나자, 왕위에
오른 선조 임금님은 돌아가신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무덤을
│
90 │
그래서 선조 임금님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수락산 고개를 넘는 장사꾼들에게 ‘어디서
한 뼘 더 높이
│
91 │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던 오누이가
서낭신의 도움으로 꿈을 이루게 된 이야기
선비 보름이
│
92 │
9
상계동 당고개 이야기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황당
수락산 깊은 골짜기 오두막집에 가난한 선비와 여동생
보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집안 형편마저 넉넉하지 않아서, 나물과 약초를 캐며 힘들게
생활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편할 날이 없지만, 선비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꼭! 급제해 보름이를 잘
보살펴야 하거든요.
│
94 │
선비와 보름이가 매일 넘어 다니는 고갯마루에는 성황당이
있습니다. 성황당은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신을 모시는
곳인데요, 서낭신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요.
│
95 │
선비도 재미 삼아 작고 예쁜 돌을 주워다가 탑을 여러 개
쌓았습니다. 그리고 여동생 보름이와 함께 소원을 빌었죠.
│
96 │
겨울이 지나고 개나리가 예쁜 꽃망울을 터트릴 무렵,
나라에서 과거시험을 본다는 방이 붙었습니다.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 선비는 근심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시험을 잘 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매일 먹을거리를 찾으러 다녀야 해서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
97 │
그러던 어느 날 밤, 보름이가 선비를
다급하게 흔들어 깨웠습니다.
│
98 │
오누이는 곧장 호랑이 뼈를 찾으러 집을 나섰습니다. 어두운
밤길, ‘어우, 어우’ 산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달빛마저 붉게 물들어 으스스했지만, 용기를 내어
성황당으로 향했어요. 그리고 보름이가 말한 대로 성황당
근처 풀숲에서 호랑이 뼈를 발견했습니다. 선비는 성황당을
향해 큰절을 올렸답니다.
│
99 │
드디어 과거시험 날이 밝았습니다. 선비는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다시 한번 성황당에 들려 돌탑 위에 작은 돌
하나를 더 쌓았습니다.
│
100│
그 후 어떻게 됐을까요?
선비는 장원급제하여 자신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훌륭한 관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보름이는 덕릉 고개 너머
잘생긴 신랑을 만나 아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한 뼘 더 높이
101│
│
양평군 용문사의 부러진 은행나무 가지가
노원구의 수호신이 된 이야기
할머니 스님
│
102│
10
중계동 은행마을 이야기
마을을 지켜주는
은행나무
어머니의 품 같은 따스한 들판과 맑은 강이 흐르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신기하게도 가뭄이나 태풍 한번 없이
매년 풍년이 들었어요. 과일은 달콤하고 꽃은 탐스럽고
아이들은 씩씩하게 자라났죠.
104│
│
큰일 났군. 땅의 모양이 변하고 있어. 이러니 마을에
나쁜 기운이 몰려올 수밖에.
│
105│
예전에 없던 이상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자 큰할머니는
서둘러 길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에
용문사라는 절이 있는데 진심을 담아 열심히 기도하면
부처님께서 보살펴 주신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산길을 따라
걷고 또 걷기를 열흘, 큰할머니는 겨우겨우 용문사에 도착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큰할머니는
뒤로 나자빠질 만큼 깜짝 놀랐어요.
106│
│
어이쿠, 이게 뭔가! 혹시 신령님이신가?
│
107│
할머니, 정말 용하십니다. 이 나무는 신라 마의태자가
심었다고도 하고,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자라난
것이라고도 합니다. 나라에 나쁜 일이 생기면 며칠씩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답니다. 신비한 능력을 가진 나무임은 틀림없어요.
108│
│
큰할머니는 이 신령스러운 은행나무 가지 하나만 얻어
가게 해달라며 스님에게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저었어요.
109│
│
그러나 마을을 걱정하는 큰할머니의 진심 어린 마음에
스님은 결국 지난번 폭우 때 부러진 바짝 마른 가지 하나를
건넸습니다.
│
110│
큰할머니는 은행나무 가지를 소중히 안고 서둘러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111│
│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은행나무 가지를 심고
살뜰히 가꾸었습니다. 깨끗한 물을 듬뿍 주고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돌봤어요. 10월이 되면 시루떡을 쪄놓고 제사도
지냈죠.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112│
│
주원이 엄마가 또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과수원에는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렸고, 그 앞을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신명 납니다. 게다가 올해는 마을에 송아지가
열 마리나 태어났지 뭐예요. 풍년이 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한 뼘 더 높이
은행나무
113│
│
서로 나누고 양보하는 마음을 일깨워 준
시내의 돌동자승 이야기
시내 시내 할머니 동자승
114│
│
11
중계동 광석마을 이야기
116│
│
동자승을 만들 생각이에요. 아버지가 하루빨리 돌아오실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할 거예요.
117│
│
동네 사람들은 시내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무엇이든 살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손재주가 있거든요.
118│
│
시내는 개울가에서 주워온 돌을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
동자승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시내가 만든 동자승이 마을 사람들 꿈에
나타나 ‘조만간 가뭄이 들 테니 우물물을 사이좋게
나눠쓰세요.’라는 거예요.
119│
│
여름이 되자 정말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우물물이 점차 말라가자 사람들은 서로 물을 차지하겠다며
밤낮으로 싸웠어요. 가족같이 지내던 광석마을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시내는 예전처럼 마을에 웃음소리만
가득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죠. 그랬더니 며칠 후, 시내의
꿈속으로 동자승이 찾아왔습니다.
120│
│
마을 사람들은 동자승이 말한 대로 엄나무 밑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먹을 것을 양보해가며
모두 한 마음으로 일했어요. 그러자 이틀 후 마른 땅에서
시원한 물이 솟구쳐 올라왔답니다.
한 뼘 더 높이
광석마을 엄나무
121│
│
마을에 퍼진 헛소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은실이네 이야기
122│
│
12
하계동 배미재마을 이야기
배미재마을의 슬픔
옛날 배미재마을에 아들 삼 형제를 둔 할아버지 한 분이 살고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부자는 아니지만, 이웃을 살뜰히
챙기는 마음씨 따뜻한 분이셨어요. 또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날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이며 골목길을
청소하셨답니다.
124│
│
그런데 며칠 전부터 누군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나와서 집 앞
골목길을 쓸어놓고 가는 거예요. 하루도 빠짐없이, 그것도
아주 깨끗하게 말이죠.
125│
│
도대체 누굴까요? 할아버지는 담장 아래 숨어서 몰래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요, 은실이
엄마가 빗자루를 들고 와 조용히 골목길을 청소하지 뭐예요!
어두운 얼굴로 비질하는 모습이 정말 슬퍼 보였답니다.
126│
│
은실 어멈이군. 얼마나 배가 고프고 힘들었으면 그랬을꼬.
127│
│
할아버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고 꼭
갚을게요.
│
128│
그 일이 있고 난 뒤 은실이 엄마는 이불빨래, 김장,
대청소, 가을 추수까지 할아버지네 집안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베풀어 주신 은혜를
이렇게나마 갚고 싶었던 거죠.
129│
│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은실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나쁘게 말했어요.
130│
│
이렇게 은실이 엄마에 대한 헛소문이 온 마을에
퍼져버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은실이 엄마에게
손가락질했고 아이들도 등이 굽은 은실이를 놀려댔죠.
등에 혹 난 못난이는 저리 꺼져버려!
131│
│
은실이 엄마는 할아버지께서 은실이를 살려주셨으니, 그저
감사한 마음에 집안일을 거들어드린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일로 사랑하는 딸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요. 은실이 엄마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132│
│
참다못한 은실이네는 결국 눈 내리는 추운 겨울밤, 작은 가방
하나만 든 채 정든 마을을 뒤로했습니다. 떠나는 은실이네의
쓸쓸한 뒷모습을 감추려는 것일까요? 그날따라 새하얀 눈이
소리 없이 펑펑 쏟아졌다고 합니다.
한 뼘 더 높이
133│
│
아픈 연희 누나를 일어서게 한 용두산 산신제의 기적
돌배 연희 누나 연희네 아빠 연희네 엄마
│
134│
13
하계동 용동마을 이야기
기적을 일으킨
용두산 산신제
부드러운 햇살이 초가지붕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가을입니다. 은개 늪에 모인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고 있네요.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솥을 걸어놓고 생선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마을에 잔치가 벌어질 모양이에요.
│
136│
9살 돌배는 윗집에 사는 연희 누나가 참 좋습니다. 동글한
얼굴도, ‘돌배야’ 불러주는 목소리도 너무 예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옆 마을로 시집간 누나가 갑자기 다리를 못 쓰게
돼서 돌아왔지 뭐예요.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뭔가 나쁜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137│
│
아니, 다리가 왜 저렇게 됐대?
138│
│
용동마을 사람들은 매년 용두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제사를
지내는데요, 연희 누나네 부모님은 아픈 딸을 위해
산신령님께 값비싼 소머리를 바치기로 했습니다.
│
139│
용두산 제삿날이 밝았습니다. 연희 누나네 부모님은
소머리를 제사상에 올린 후 몸을 깨끗이 하고 산에 올랐어요.
그리고는 열심히 기도를 드렸죠.
140│
│
늦은 밤, 용두산 산신제가 모두 끝났습니다. 아픈 딸 걱정에
서둘러 산에서 내려온 연희 누나네 부모님은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연희 누나가 수줍게 웃으며 두 다리로 서 있는 게
아니겠어요!? 달 같이 예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죠.
한 뼘 더 높이
용두산 산신제 터
141│
│
녹천대감의 지혜로운 판결 덕분에
행복한 가족을 꾸리게 된 돌이네 이야기
돌이 녹천대감 망쇠 누나
142│
│
14
월계동 녹천마을 이야기
녹천대감의
현명한 판결
마을 공터에 아이들이 모여 앉아 심각한 얼굴로 속닥거리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볼까요?
녹천대감이 누군데?
144│
│
돌이는 그렇게 대단한 분이 뭣 하러 가난한 시골 마을로
오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녹천대감은 돈만 많을 뿐, 성격이 고약한 심술쟁이
할아버지래요. 왜 하필 돌이네 동네로 온다고 해서 이
난리일까요?
145│
│
봄부터 초여름까지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떡 하니 지어놓고,
드디어 녹천대감이 이사를 왔습니다.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구경 나와 봤더니 끝없이 이어지는 이삿짐 행렬이 얼마나
장관인지 모릅니다. 녹천대감은 인자한 얼굴로 동네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답니다.
146│
│
누나, 지금까지 내가 들었던 녹천대감님과는 전혀 다른걸.
왠지 마을에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지 않아?
147│
│
그런데 어쩌죠? 돌이의 기대와 달리 녹천대감이 이사를
오자마자 마을에 큰 홍수가 났습니다. 농작물이 비바람에
쓰러지고 내년에 심을 씨앗마저 빗물에 쓸려가 버렸어요.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집이 거의 없었습니다. 먹을 것이
없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펴 뭣 하겠어요.
148│
│
녹천대감은 굶고 있는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곡식 창고를 털어 배고픈 이들에게 쌀을
나누어 주기로 했어요.
149│
│
그런데 며칠 후, 녹천대감님 댁 하인 망쇠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쌀을 도로 걷어가는 게 아니겠어요!
│
150│
다음 날 아침, 녹천대감은 재물에 눈이 먼 망쇠가 마을
사람들을 속여 몰래 쌀을 거두어 들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무척 화가 난 대감은 ‘나무에 묶어 두고 어떤 음식도
│
151│
캄캄한 밤, 돌이는 망쇠 아저씨가 걱정됐습니다.
152│
│
그러나 영원한 비밀이란 없나 봅니다. 얼마 후, 망쇠
아저씨에게 다녀온 일이 녹천대감에게 딱 들켜버리고
말았어요.
│
153│
한참을 말없이 오누이를 지켜보던 녹천대감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154│
│
이렇게 해서 돌이에게 매형이 생겼습니다. 두 달 후면 귀여운
조카도 태어날 겁니다. 현명하고 마음씨 고운 누나가 곁에
있으니 이제 매형도 실수하지 않겠죠? 녹천대감님의 현명한
판결 덕분에 돌이네 집은 언제나 행복했답니다.
한 뼘 더 높이
155│
│
트집쟁이 낙동대감의 무덤이 굴참나무로 뒤덮이게 된 이야기
낙동대감 송이 아빠 엄마
156│
│
15
월계동 벼루말마을 이야기
낙동대감의 쓸쓸한
굴참나무 무덤
옛날 옛적 벼루말마을에 낙동대감이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땅이 얼마나 많은지 낙동대감에게 논과 밭을
빌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죠. 그런데 낙동대감은 욕심쟁이에
트집 잡기 선수였어요.
158│
│
어느 날 무영이네 식구들이 밭에서 새참을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마침 낙동대감이
팔자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네요.
무영이네 할아버지는 대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159│
│
지금 나보고 이걸 먹으라는 게냐?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싸구려 술을 건네는 것이냐!
160│
│
무영이네 뒷집에 사는 송이는 아버지께 드릴 새참을 챙겨서
어머니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좁은 논두렁길을 따라 한
10분쯤 걸었을까요? 저 멀리서 송이를 발견한 아버지가 손을
흔들어 주시네요.
우리 똥강아지, 아빠 보러 왔구나?
161│
│
어머니가 미안한 표정으로 고구마가 담긴 바구니를 아버지께
건넵니다.
│
162│
우연히 이 모습을 지켜본 낙동대감은 갑자기 심술이 부리고
싶어졌습니다. 송이네 가족이 행복해 보여서 배가 아픈 거죠.
얼굴을 잔뜩 찌푸린 낙동대감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깜짝
놀란 송이 어머니는 고구마 바구니를 등 뒤로 숨겼습니다.
무영이네가 낙동대감에게 당한 이야기를 일찌감치 들었기
때문이에요.
│
163│
대감, 안녕하십니까? 두루 평온하시지요?
164│
│
이놈들아, 지금 너희가 누구 덕분에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데
괘씸하게 먹을 것을 숨겨? 당장 내 땅에서 썩 나가거라!
165│
│
그 뒤로도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낙동대감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일 이랬다저랬다 말을 바꾸고 억울한
누명을 씌워 매질까지 했습니다. 안 좋은 일을 당한 사람을
보면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죠.
166│
│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니, 낙동대감 역시 나중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167│
│
그런데 어쩌죠? 낙동대감은 무덤을 두 개나 만들 필요가
없었어요. 낙동대감이 죽고 나자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왔어요. 아무도 낙동대감의 무덤에 관심을 두지
않았죠.
168│
│
결국, 돌보는 사람 하나 없는 낙동대감의 무덤은 수십 년 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렸어요. 지금은 잡초와
굴참나무만 무성한 동산으로 변해버렸답니다.
한 뼘 더 높이
굴참나무 열매
169│
│
능골과 사노리 마을 사람들을 화해시켜 준 이대감의 지혜
이보국 대감 외아들 진 돌개
170│
│
16
공릉동 능골 이야기
이대감의 지혜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사노리 마을에
이보국이라는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대감은 왕족의
후손으로 행동이 바르고 마음 씀씀이가 너그러운
분이셨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대감의 외아들 진은
온갖 장난을 다 치고 다니는 말썽쟁이였답니다.
172│
│
8월의 어느 날, 말을 타고 능골 앞을 지나는 장난꾸러기 이진
도령의 얼굴이 살짝 굳어있네요. 긴장한 모양입니다.
173│
│
그래서 사노리 사람들에게 능골은 무서운 곳입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괜히 주눅이 들거든요.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말을 타고 있는 것이냐?
174│
│
소란이 일어나자 순식간에 사노리와 능골 사람들이 주위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돌개에게 닥칠 일을
걱정했죠.
│
175│
잠시 후 이대감이 사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176│
│
엄한 표정으로 돌개를 바라보던 이대감은 술 한 동이를
가져오게 하더니, 돌개에게 한 바가지 가득 떠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주위에 모여든 사노리와 능골 사람들에게도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게 했죠.
│
177│
지금 너희들은 술을 나눠 마셨다. 이제부터는 모두 한
식구이니라. 사노리 사람들은 나를 믿고 능골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고, 능골 사람들은 태릉을 믿고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함부로 하지 말거라.
│
178│
이대감의 지혜로운 판결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노리와
능골 사람들은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불만과 미움을
모두 털어버렸다고 합니다.
한 뼘 더 높이
✽광 릉은 세조 임금
님과 정희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으
로, 유일하게 하마
비가 남아있는 왕
릉이랍니다.
광릉의 하마비, 사적 제197호(사진 출처: 문화재청)
179│
│
어린 명종을 대신해 8년간 조선을 다스린 여장부,
문정왕후의 태릉 이야기
문정왕후 승려 보우
180│
│
17
공릉동 능골 이야기
조선을 움직인
문정왕후의 태릉
1501년 12월 2일, 윤지임의 집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고, 어쩜 이리 코가 오뚝할까?
182│
│
모든 이들의 기대 대로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17살이
됐습니다. 정원을 거니는 걸음걸이는 나비처럼 사뿐하고
말하는 모습에는 기품이 넘쳤습니다. 결국, 궁궐에까지
│
183│
문정왕후는 아들 명종이 12살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한동안 나랏일을 대신 돌봤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남자와 여자가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신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발을 내렸다고 해요. 그래서
이를 수렴청정이라고 부르죠. 수렴청정(垂簾聽政)의
184│
│
명종이 20살이 되자 문정왕후의 수렴청정도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문정왕후는 승려 보우에게
마지막 부탁의 말을 남깁니다.
185│
│
보우는 중종 임금님의 무덤인 정릉 옆에 문정왕후의 능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어요. 그런데 비만 오면 무덤에 물이
고이지 뭐예요. 땅을 아무리 높여도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1565년 숨을 거둔 문정왕후는 정릉 옆이 아니라 공릉동의
태릉에 잠들어 계신답니다.
186│
│
한 뼘 더 높이
재된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
화유산이랍니다.
187│
│
욕심쟁이 가짜 중이 하늘의 벌을 받아 이무기가 된 이야기
가짜 중 나무꾼 할머니
│
188│
18
공릉동 새술막마을 이야기
이무기가 된
욕심쟁이 가짜 중
옛날 옛적에 불암산에서 나무를 잘라 동대문 시장에 내다
파는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동대문까지
가려면 산과 들을 몇 개나 지나야 해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190│
│
그러던 어느 날 기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중랑천을 건널 수 있는 돌다리가 생겼다지
뭐예요! 다리를 건너면 동대문까지 곧장 갈 수
있으니 정말 편하겠죠?
191│
│
어이, 거기 나무꾼! 이 돌다리를 건너려면 세 푼을 내시오.
여기 통행세는 한 푼 아니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을까요?
192│
│
제발 한 푼 드릴 테니 건널 수 있게 해주시오. 이
나무를 팔지 못하면 우리 식구들은 굶어야 하오.
193│
│
그렇게 몇 달이 흘렀습니다. 나무꾼이 돌다리 앞을
지나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가짜 중 앞에서 쩔쩔매고
계시네요.
│
194│
나이 많으신 할머니한테까지 통행세를 내라고 하다니요!
│
195│
할머니는 나무꾼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떡을 조금
떼어 나무꾼에게 나눠주었어요. 이 모습을 본 중이 가만히
있을 리 없겠죠?
196│
│
그만하시오. 할머니와 어린 손주들이 불쌍하지도 않소?
│
197│
나무꾼은 깜짝 놀라 가짜 중을 구하려 했어요. 그러나 갑자기
하늘에서 우르르 쾅쾅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서 세찬 물길이 가짜 중을 어디론가 데리고
가버렸답니다. 그 후로 가짜 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됐고,
돌다리 역시 무너져 내렸다고 해요.
198│
│
한 뼘 더 높이
│
199│
우리 동네 옛날이야기 노원구 전래동화
ⓒ 노원문화원 / 서울특별시문화원연합회
발행일 2018. 1.
발행처 서울특별시문화원연합회
발행인 김태웅
기획 노원문화원
글·취재 김현아
그림 이유경
출판 ㈜컬처플러스
ISBN 979-11-962789-0-8 (65090)
[비매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