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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수용과  생  산
(1) 문학 감상의 맥락
(2) 문학 활동의 이해
(3)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 황인숙,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에서
비판

사고


•창 의 적

의사 통


성 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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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같은 음식이라도 누가

문학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는지에 따라서 그 맛을 다르게 느

낄 수 있다. 문학도 이와 비슷하다. 문학 작품도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작


감상의 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며, 유사한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면 더 많은

맥락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작품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파악하고, 감상 맥락에 따

라 의미와 가치가 달라짐을 이해하며, 문학을 감상하는 힘을 길러 보도록 하자.

이 단원에서 배울 내용을
생각해 보자. 맥락을 고려해서 작품을 읽을 때의
‌문학 작품과 관련된 작가의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장점은 무엇일까?
이해하고 감상한다.
‌문학 작품과 관련된 사회ㆍ
문화적 배경의 맥락을 고
려하여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한다.
맥락이란 무엇을 작품의 이해와 감상에 필요한
말하는 것일까? 맥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문학 작품과 관련된 상호
텍스트성의 맥락을 고려하
여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
한다.

이 단원에서는 

1 〈이생규장전〉을 감상하며 문학 작품의 사회ㆍ문화적 배경 및 문학 작품이 다른 작품과 맺는


관계를 이해해 보자.

2 〈쉽게 씌어진 시〉를 감상하며 문학 작품과 작가가 맺는 관계를 이해해 보자.


문학 이론으로 학습한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5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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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시습 (1435  ~ 1493)
조선 전기의 문인.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수양 대군
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르자 승려가 되어 전국을
떠돌아다녔으며, 인간의 고뇌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을
남겼다.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집인 《금오신화》를 지
었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가?


 전쟁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⑴ 문학 감상의 맥락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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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규장전〉은 《금오신화》에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 가운데 하나로, 생사를 초월한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상호 텍스트성을 고려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이생규장전 (李生窺牆傳) | 김시습

앞부분 줄거리

개성에 사는 이생은 어느 봄날 우연히 담 너머로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되고, 여인(최 씨) 역시 이생에

게 마음이 끌린다.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결국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두 사람의 관계

를 눈치챈 이생의 아버지는 이생을 지방으로 보내고, 최 씨는 상사병을 얻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최 씨 5

의 부모는 간곡한 딸의 청에 따라 이생의 부모를 설득하고 결국 이생과 최 씨는 혼례를 올린다.

신축년에 홍건적이 고려의 서울인 개성을 점령하자 임금은 복주(福州)로 피란


을 갔다. 홍건적은 집을 불태우고 사람을 죽이고 가축을 잡아먹었다. 백성들은
부부, 친척끼리도 서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달아나 숨은 채 각자 자기
살기를 도모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10

이생도 가족들을 데리고 외진 산골로 숨었는데 도적 한 명이 칼을 빼 들고 그


들의 뒤를 쫓아왔다. 이생은 달아나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최 씨는 도적에게 사
로잡히고 말았다. 도적이 자신을 겁탈하려 하자 최 씨는 크게 꾸짖으며 말하였
다.
규장 (窺牆)  담 안을 엿봄.
신축년 (辛丑年)  고려 공민왕 10 “호귀(虎鬼)야, 나를 죽여 삼켜 버려라. 차라리 죽어 승냥이와 이리의 배 속에 15
년(1361년)을 말함.
홍건적 (紅巾賊)  중국 원나라 말 들어갈지언정 어찌 개돼지 같은 놈의 짝이 되겠느냐.”
기에 일어난 도둑의 무리. 머리
도적은 노하여 최 씨를 죽였다. 이생은 거친 들판에 숨어서 겨우 목숨을 보전
에 붉은 수건을 쓴 까닭에 이렇
게 부르며, 두 차례에 걸쳐 고려 하다가 얼마 후 도적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이 사시던 옛집을 찾아갔
를 침범하였음.
복주 (福州)  경상북도 안동시의
다. 그러나 집은 이미 전쟁 통에 불타 버린 후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 씨의 집
옛 이름.
으로 가 보았더니 행랑채만 덩그러니 남아 황량한 가운데 쥐들이 찍찍대고 새들 20
호귀 (虎鬼)  호랑이에게 물려 죽
은 귀신. 창귀라고도 함. 이 지저귀고 있었다.

6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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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은 슬픈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작은 누각에 올라가서 눈물을 훔치며 길
게 탄식할 뿐이었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그는 우두커니 홀로 앉아 지난날을
가만히 떠올려 보았지만 모든 게 한바탕 꿈만 같았다.
이경(二更)쯤 되어 달빛이 희미한 빛을 토하며 들보를 비추었다. 그런데 회랑
5 끝에서 웬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들려오더니 차츰 가까워졌
죽은 최 씨가 살아남은 이생을
다. 발소리가 이생 앞에 이르렀을 때 보니 바로 최 씨였다. 찾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이생은 그녀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도 사랑하는 나머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물었다.
“당신은 어디로 피란하여 목숨을 부지하였소?”
10 최 씨는 이생의 손을 잡고 한바탕 통곡하더니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어버이의 가르침을 받들어 수놓기와 바
느질에 힘쓰고 시서(詩書)와 인의(仁義)의 방도를 배울 뿐이었습니다. 오로지
규문의 법도만 알았을 뿐 어찌 집 밖의 일을 헤아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15 당신께서 붉은 살구꽃이 핀 담장 안을 한 번 엿보신 후 제가 스스로 푸른 바다
의 구슬을 바쳤지요. 꽃 앞에서 한 번 웃고는 평생의 은혜를 맺었고, 휘장 안
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은정이 백 년을 넘칠 것 같았지요.
말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슬프고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군요. 장차 평생을
함께하려고 하였는데 뜻밖의 횡액을 만나 구덩이에 뒹굴게 될 줄 어찌 생각이
20 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끝까지 짐승 같은 놈에게 몸을 내맡기지 않고 스
스로 진흙탕에서 육신이 찢기는 길을 택하였지요. 그건 천성이 저절로 그렇게
한 것이지 인정으로야 차마 견딜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답니다.
외진 산골짜기에서 당신과 헤어진 후로 짝을 잃고 홀로 날아가는 새의 신세
가 된 것이 너무 한스러웠습니다. 집도 없어지고, 부모님도 돌아가셨으니 고단
25 한 혼백조차 의지할 곳이 없었지만 절의는 귀중하고 목숨은 가벼우니 쇠잔한
몸뚱이일망정 치욕을 면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누가 마
이경 (二更)  하룻밤을 오경(五
디마디 끊어져 재처럼 식어 버린 제 마음을 불쌍히 여겨 주겠습니까? 그저 조 更)으로 나눈 둘째 부분. 밤 아홉
시부터 열한 시 사이.
각조각 끊어진 썩은 창자만 모아 두었을 뿐, 해골은 들판에 던져졌고 간과 쓸개 규문 (閨門)  규중(閨中). 부녀자
가 거처하는 곳.
는 땅바닥에 버려져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요. 가만히 지난날의 즐거움을
횡액 (橫厄)  뜻밖에 닥쳐오는 불
30 헤아려 보기도 하지만 오늘의 근심과 원한만이 마음에 가득 차 버렸습니다. 행.

⑴ 문학 감상의 맥락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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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연(鄒衍)이 피리를 불어 적막한 골짜기에 봄바람을 일으켰으니 저도
천녀(倩女)의 혼이 이승으로 돌아왔듯이 이곳으로 돌아오렵니다. 봉래산에서
십이 년 만에 만나자는 약속을 이미 단단히 맺었고, 취굴(聚窟)에서 삼생(三
生)의 향이 그윽이 풍겨 나오니 그동안 오래 떨어져 있던 정을 되살려서 옛 맹
세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어요. 만약 당신이 아직도 옛 맹세를 잊지 5

않으셨다면 저는 끝까지 잘해 보고 싶어요. 당신도 허락하시는 거지요?”


이생은 기쁘고도 감격하여 말했다.
“그건 바로 내가 바라던 바요.”
두 사람은 다정하게 마주 앉아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그러다가 재산을 얼마
나 도적에게 약탈당했는가에 관해 묻자 최 씨가 말하였다. 10

“조금도 잃지 않았어요. 아무 산 아무 골짜기에 묻어 두었답니다.”


이생이 또 물었다.
“양가 부모님의 유해는 어디에 있소?”
최 씨가 대답하였다.
“아무 곳에 그냥 버려져 있는 상태랍니다.” 15

두 사람은 그간의 정회를 다 나눈 후 나란히 잠자리에 들었다. 지극한 즐거움


이 예전과 같았다.
다음 날 최 씨와 이생은 함께 재물이 묻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과연 금은 여러
덩이와 얼마간의 재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또 양가 부모님의 유골을 수습
한 후 금과 재물을 팔아 각각 오관산 기슭에 합장하였다. 묘소에 나무를 심고 제 20

사를 드려 예를 극진히 갖추었다.
그 뒤 이생은 벼슬을 구하지 않고 최 씨와 함께 살았다. 목숨을 구하고자 달아
났던 종들도 다시 스스로 돌아왔다. 이생은 이때부터 인간사에 게을러져서 비록
추연 (鄒衍)  중국 전국 시대 제 친척이나 손님들의 길흉사에 하례하고 조문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문을 걸어 잠
(齊)나라의 음양오행설을 제창
한 사상가. 그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항상 최 씨와 더불어 시를 지어 주고받으며 금 25

천녀 (倩女)  당나라 진현우(陳


실 좋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갔다.
玄祐)가 지은 전기 소설 〈이혼기
(離魂記)〉에 나오는 인물로 영혼 어느 날 저녁 최 씨가 이생에게 말했다.
이 되어서도 애인과 함께 살았
던 여인. “세 번이나 좋은 시절을 만났지만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 어그러지기만
취굴 (聚窟)  중국 서해에 있다고
하네요. 즐거움이 다하기도 전에 갑자기 슬픈 이별이 닥쳐오니 말이에요.”
하는 신선의 거처.
금실 (琴瑟)  부부간의 사랑. 그러고는 마침내 오열하기 시작하였다. 이생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30

6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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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그러시오?”
최 씨가 대답하였다.
“저승길의 운수는 피할 수가 없답니다. 하느님께서 저와 당신의 연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또 저희가 아무런 죄악도 저지르지 않았음을 아시고 이 몸을
5 환생시켜 당신과 지내며 잠시 시름을 잊게 해 주신 것이었어요. 그러나 인간
세상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산 사람을 미혹시킬 수는 없답니다.”
최 씨는 시녀를 시켜 술을 올리게 하고는 <옥루춘(玉樓春)>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면서 이생에게 술을 권하였다.

창과 방패가 눈에 가득한 싸움터 이 노래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10 옥이 부서지고 꽃도 흩날리고 원앙도 짝을 잃네.

여기저기 흩어진 해골을 그 누가 묻어 주랴.

피에 젖어 떠도는 영혼 하소연할 곳 없어라.

무산 선녀가 고당에 한 번 내려온 후

깨졌던 거울이 다시 갈라지니 마음만 쓰려라.

15 이제 한번 이별하면 둘 사이 아득하니

하늘과 인간 사이에 소식마저 막히리라.

최 씨는 한 마디씩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삼키느라 곡조를 제대로 이어가


지 못하였다.
이생도 슬픔을 걷잡지 못하여 말하였다.
20 “내 차라리 당신과 함께 저세상으로 갈지언정 어찌 무료히 홀로 살아남을 수
있겠소? 지난번 난리를 겪은 후 친척과 종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돌아가신 부
모님의 유해가 들판에 버려져 있을 때 당신이 아니었다면 누가 부모님을 묻어
드릴 수 있었겠소? 옛 성현이 말씀하시기를 ‘어버이 살아 계실 때는 예로써 섬
옥루춘 (玉樓春)  악곡의 이름.
기고, 돌아가신 후에는 예로써 장사 지내야 한다.’라고 했는데 당신의 천성이 무산 선녀 (巫山仙女)  중국 전설
에 등장하는 아름답다는 선녀.
25 효성스럽고 인정이 두터웠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오. 고당 (高唐)  중국 초나라 때 운
몽택(雲夢澤, 지금의 호남성 동
당신의 정성에 너무도 감격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부끄러움을 참을 길
정호) 가운데 있던 누대(樓臺)의
이 없었소. 부디 그대는 인간 세상에 더 오래 머물다가 백 년 후 나와 함께 흙 이름.

⑴ 문학 감상의 맥락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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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돌아가시구려.”
최 씨가 대답하였다.
‌“당신의 목숨은 아직도 한참 더 남아 있지만 저는 이미 귀신의 명부에 이름
이 실렸으니 이곳에 더 오래 머물 수가 없답니다. 만약 제가 굳이 인간 세상
을 그리워하며 미련을 두어 운명의 법도를 어기게 된다면 단지 저에게만 죄 5

과가 미치는 게 아니라 당신에게도 누를 끼치게 될 거예요. 다만 제 유해가


아무 곳에 흩어져 있으니 만약 은혜를 베풀어 주시려면 그것이나
거두어 비바람과 햇볕 아래 그냥 나뒹굴지 않게 해 주세요.”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눈물만 줄줄 흘렸다.
“서방님, 부디 몸 건강하세요.” 10

말을 마친 최 씨의 자취가 점차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생은 그녀의 유골을 거두어 부모님 무덤 곁에 묻어 주었다.
장사를 지낸 뒤 이생도 최 씨와의 추억을 생각하다 병을 얻어 몇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5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마다 애처로워하며 그들의 절의를 사


모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명부 (名簿)  어떤 일에 관련된
사람의 이름, 주소, 직업 따위를
적어 놓은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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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생규장전〉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의 주요 사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홍건적에 의해 수년간 같이 이생은 최 씨를


잊지 못하다
최 씨가 죽음. 지냄.
죽음.

⑵ 이 작품에 나타난 비현실적인 내용이나 상황을 말해 보자.


문학에서 현실적인 인간의 생
활을 벗어나 비현실적인 사건이
전개되는 것을 ‘전기성(傳奇性)’
이라고 한다. 환상적인 세계를
무대로 하거나 초현실적인 요소
가 포함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2 사회ㆍ문화적 배경의 맥락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에 나타난 당시 사회ㆍ문화적 상황은 어떠했을지 정리해 보자.

역사적 배경과 관련된 상황 남녀 간의 애정과 관련된 인식 당시 여성상과 관련된 가치관

⑵ 다음 내용에 나타난 최 씨의 성격을 알아보자. 그리고 ⑴에서 정리한 사회ㆍ문화적 상황


소설에서 ‘인물’은 사건을 이
에서 이러한 성격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끌어 가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물은 말이나 행동 또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저는 본디 양가의 딸로서 어려서부터 어버이의 가르침을 받들어 수놓기와 바느질
자신의 성격을 나타내며, 소설
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을
에 힘쓰고 시서(詩書)와 인의(仁義)의 방도를 배울 뿐이었습니다. 오로지 규문의 법
투영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도만 알았을 뿐 어찌 집 밖의 일을 헤아릴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당신께서 붉은
살구꽃이 핀 담장 안을 한 번 엿보신 후 제가 스스로 푸른 바다의 구슬을 바쳤지요.” 교과서
61쪽

⑴ 문학 감상의 맥락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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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척전〉은 조선 시대에 조
3 다음은 고전 소설 〈최척전〉의 줄거리이다. 〈이생규장전〉과 비교하면서 감상해 보자.

위한이 쓴 소설로, 주인공 최척 남원의 가난한 유생 최척은 부친의 친구인 정 상사의 집으로 공부하러 다닌다. 정
과 옥영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
상사의 친척이자 과부 심 씨의 딸 옥영은 최척에게 마음이 끌려 시를 써서 보내고, 이
으로 하며, 전란으로 인한 가족
의 이산(離散)과 기적적인 재회 들은 곧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한다. 그러나 최척이 의병으로 참전하여 혼인 날짜가 지
를 그리고 있다. 나도 돌아오지 않자, 심 씨는 옥영을 부잣집에 시집보내려 한다. 하지만 옥영은 최척
을 기다리고, 드디어 두 사람은 혼인한다.
이후 정유재란으로 남원이 함락되면서 최척과 옥영, 첫아들 몽석은 뿔뿔이 흩어진
다. 옥영은 왜병의 포로로 일본에 잡혀간 후 장사를 돕게 되고, 최척은 중국에서 살게
된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최척은 친구 송우와 함께 상선을 타고 떠돌아다니다 우연히
안남(지금의 베트남)에서 아내 옥영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중국 항주에 정착하고 둘
유생 (儒生)  유학을 공부하는 선 째 아들 몽선을 낳아 기르며 십여 년간 행복한 생활을 누린다.
비.
몽선이 성장하여 혼례를 올린 이듬해 호족이 침입하여, 최척은 가족과 이별하고 명
정유재란 (丁酉再亂)  조선 시대
에, 임진왜란 휴전 교섭이 결렬 나라 군사로 출전하였다가 호족의 포로가 된다.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조선에서 출전
된 뒤, 선조 30년(1597)에 왜장 했다가 역시 호족의 포로가 된 첫아들 몽석을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가토 기요마사 등이 14만의 대
수용소를 탈출하여 고향으로 향한다. 한편 옥영은 몽선과 더불어 어려운 고비를 겪으
군을 이끌고 다시 쳐들어와 일
으킨 전쟁. 며 고국으로 돌아오고, 가족이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간다.
호족 (胡族)  오랑캐.

⑴ 두 작품의 내용상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자.

•공통점:

•차이점:

⑵ ⑴에서와 같이 문학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하며 감상하였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생


각해 보자.

01

〈이생규장전〉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소재가 유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작자 미상의 〈운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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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윤동주 (1917~1945 )
시인. 순수한 감성과 성찰적 태도로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로 썼다. 주요 작
품으로 〈서시〉, 〈참회록〉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다.

윤동주 시인의 다른 시를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삶을 시로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⑴ 문학 감상의 맥락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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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시〉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간 한 청년의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한 시이다.
문학 작품에 작가의 삶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육첩방 (六疊房)  일본식 돗자리 나는 무얼 바라


인 다다미 여섯 장을 깐 작은 방.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다다미는 보통 너비 석 자에 길
이 여섯 자 정도의 직사각형 모
양으로 만듦. 한 자는 약 30.3cm
에 해당함.
침전 (沈澱)  의식이나 사고, 행
동 등이 내부에 가라앉음.

6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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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속살거리다  남이 알아듣지 못
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다.

⑴ 문학 감상의 맥락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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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쉽게 씌어진 시〉를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1~4연 5~7연 8 ~10연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식
함.

내가 이 시의 시적 화자
라면 어떤 어조로 이야기할까?
어조란 쉽게 말하면 말투, 태도
등의 말하기 방식인데 이 시에
⑵ 이 작품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어조는 어떠한지 말해 보자.
드러난 화자의 상황과 생각을
고려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2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에서 시적 화자의 신분이나 처지를 알 수 있는 시구를 찾아보자.

⑵ 이 작품의 창작 시기를 고려하여 다음 구절의 의미를 파악해 보자.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교과서
69쪽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⑶ 다음은 작가의 성격에 대한 글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쉽게 씌어진 시〉의 의미는 무엇인
시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
지 밑줄 친 부분과 관련지어 써 보자.
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
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시적 화
자를 설정한다. 외유내강, 동주 형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나 그를 이렇게 표현하는 데 이의가 없을 것
이다. 그는 대인 관계에서 모가 나는 일이 없었고 따라서 적이 없었다. 누구도 그를 지
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는 엄격하였다.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변명하는 일에는 너그러웠지마는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은 없었다.
- 정병욱, 〈동주 형의 편모〉에서
외유내강 (外柔內剛)  겉으로는 부드럽고 순하게 보이나 속은 곧고 굳셈.

7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0 2018. 11. 7. 오후 2:09


3  는 현대시 〈파랑새〉이고,
 를 읽고, 이를 참고하여
 는 작가가 〈파랑새〉를 창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 글이다.
에 대한 감상을 말해 보자.

고향 땅 함흥에 돌아왔으나 이 꼴
〈파랑새〉는 현생에서 자유 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더욱 동리
와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안타 나는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서 도저히 밝은
까운 마음을 ‘파랑새’에 담아 표
나는 낮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진종일 밤
현한 작품이다.
죽어서 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람이 안 다니는
파랑새 되어 들에서 종일 굶으며 기다려야 했다. 이
제는 정말로 나환자가 된 설움이 가슴
푸른 하늘 을 찢는다. 나환자 생활로 입학하는 분
푸른 들 함과 서러움에 하루 종일 잔디에서 울
날아다니며 었다. 내가 나를 생각해 보아도 내 값
이 정말로 한 푼어치도 되지 않는 것
푸른 노래 같다. 이제는 인간 폐업령이 내려졌
푸른 울음 다. 이 원한을 피를 토하며 통곡하였
울어 예으리. 다. 몇 백 번 고쳐 죽어도 자욱자욱 피
맺힌 서러움과 뉘우침이 가득 찬 나환
나는 자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밤이
나는 어두워진다. 모든 것을 검게 가려 주는
죽어서 밤이 온다. 나는 여기서 인간의 자유와
파랑새 되리. 이상과 동경을 상징하는 노래로 〈파랑
- 한하운, 〈파랑새〉
새〉라는 시를 읊으며 인간의 행복을
빌었다.
- 한하운, 《나의 슬픈 반생기》에서

나환자  (癩患者)  나병을 앓고 있는 사람. 나병은 나


병균에 의하여 감염되는 만성 전염병을 뜻함.

02

〈쉽게 씌어진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윤동주의 〈참회록〉

시대적 배경이 유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육사의 〈절정〉

⑴ 문학 감상의 맥락 71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1 2018. 11. 7. 오후 2:09


(1 ) 문학 감상의 맥락
앞에서 감상한 문학 작품을 떠올려 보고, 다음 글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할 것인가.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해야 할까? 앞 단원에서 우리는 내용과 형식의 유기적 결합 관
계를 살핌으로써 작품을 감상해 보았는데, 이는 문학의 내적 구조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품 자체에만 관심을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절대주의적 관점에서는 가장 적절한 방법
이다. 그렇지만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는 작품 외부의 세계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데, 이 작품
외적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작품의 총체적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어느 한 단면만
을 보는 데 그칠 수 있다. 작품이 외부 세계와 맺는 관련성을 ‘맥락’이라고 하는데, 맥락에는 작가, 사
회ㆍ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결국 문학 작품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깊이 감상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를 모두 살펴봐야 하며, ‘맥락의 이해’는 외적
요소를 고려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맥락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작가는 대개 자기 삶의 경험, 사상, 감정 등을 바탕으로 하여 개성적 표현법을 발

48)  휘하며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였고 어떤 취미나 사상,


별과 시》(19
과 바람
과 1편의
《하늘 시 집으로, 3 종교를 가졌는지는 자연스럽게 작품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작가에 대한
의 유고
윤동주 있다. 이해는 문학 작품을 보다 풍부하고 효과적으로 이해하며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수록되어
작품
작가에 대해 알고 작품을 읽을 때와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 채 작품을 읽을 때
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단원을 통해 우리는 윤동주의
삶과 사상을 알게 된 뒤에 〈쉽게 씌어진 시〉 68쪽를 감상했을 때 작품에 대한 이
해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하였다.

시인 윤동주의 삶을 알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면 감동의 깊이가 달라진다.

7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2 2018. 11. 7. 오후 2:09


사회·문화적 배경의 맥락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사회ㆍ문화적 배경’이란 문학 작품이 창작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역사적 사건, 문화적 현상 등을
의미한다. 문학 작품이 어떤 시대에 어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창작되었는지, 어떤 사회ㆍ문화적 사
건이나 사고를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풍부하게 감상
할 수 있다. 〈이생규장전〉 60쪽 을 삶과 죽음까지 넘어서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이해하고
감동할 수도 있지만, 홍건적 침입기의 역사적 상황이나 김시습이 활동하던 조선 전기의 사회ㆍ문화적
사건이나 현상을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보다 입체적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상호 텍스트성의 맥락에서 작품을 감상한다.


‘상호 텍스트성’은 하나의 작품이 다른 작품과 맺고 있는 관계, 즉 작품 간의 상호 관련
성을 말한다. 이와 같은 상호 텍스트성은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작품 간에 영향을 주
고받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비교하는 것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작품을 감상한 후 유사한 작품을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독
자는 다양한 텍스트를 경험하여 감상의 범위를 확장하게 된다. 〈이생규장
전〉과 〈최척전〉 66쪽은 전란과 그로 인한 이산(離散)의 문제를 다룬 작품
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두 작품을 함께 읽으면 각각에 대해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다.

《금오신화》 
〈이생규장전〉을 포함하여 〈만복사저포기〉, 〈취
유부벽정기〉, 〈용궁부연록〉, 〈남염부주지〉 등
5편이 수록되어 있다.

평가
점검 사항
상 중 하

문학 작품과 관련된 작가의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이 단원에서
문학 작품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배경의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이해하고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며
감상할 수 있다.
점검해 보자.
문학 작품과 관련된 상호 텍스트성의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
할 수 있다.

⑴ 문학 감상의 맥락 73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3 2018. 11. 7. 오후 2:09


우리는 평소에 노래를 즐겨 듣는다. 조용한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신나

문학 는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노래에 자신만의 가사를 붙여 보기도 하고 나

만의 랩을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문학 작품을 읽거나 쓰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


활동의 다.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으로 문학 작품을 수용하거나 창작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 해석과 표현을 할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작품을 적극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문학 작품을 재구

성 또는 창작하면서 타인과 상호 소통하는 경험을 해 보자.

이 단원에서 배울 내용을 문학 작품을


공감적ㆍ비판적으로 작품 생각해 보자. 재구성하거나 창작하려면
을 수용하고, 그 결과를 다 무엇이 필요할까?
른 사람과 소통한다.
창의적인 시각과 주체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재구성하
거나 창작한다. 문학 작품을 읽고
자신의 관점에서 다른 사람과 어떻게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무엇일까?

이 단원에서는 

1 〈스노우맨〉을 감상하며 문학 작품을 수용할 때 필요한 태도를 생각해 보자.

2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감상하며 자신의 관점과 방법으로 재구성하거나 창작하는


활동을 해 보자.

문학 이론으로 학습한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7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4 2018. 11. 7. 오후 2:09


1

서유미 (1975 ~ )
소설가.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등단했다.
현대인들의 소외 의식과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한 단
면을 재치 있는 비유와 진솔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쿨하게 한 걸음〉, 〈끝의 시작〉 등
이 있으며, 소설집 《당분간 인간》 등이 있다.

눈이 쌓인 풍경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


는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것 같은 작


품을 읽어 본 적이 있는가?

⑵ 문학 활동의 이해 75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5 2018. 11. 7. 오후 2:09


〈스노우맨〉은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독특한 설정을 통해 그려 낸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을 공감적ㆍ비판적으로 수용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스노우맨 | 서유미

앞부분 줄거리

새해 첫 출근 날,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 ‘남자’는 밤새 내린 눈이 허리를 넘어설 만큼 쌓여 출근할 수

없게 된다. 초조함 속에서 하루를 더 보낸 남자는 결국 눈을 파헤치며 회사로 향하지만 금세 지쳐 버린

다. 상사의 압박에 불안감을 느끼던 남자는 우수 사원인 유 대리 역시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5

유 대리에게 전화해 보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빨리 안 오고 뭐 해. 과장의 문자가 도착했다. 어느새 두 시였다. 남자는 삽을


쥐고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눈을 치우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지쳤다. 눈 속에 앉아서 쉬고 있으면 드러누워서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 순간에는 눈이 딱딱하고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공원에 있 10

는 나무 벤치 같았다. 심지어 솜이불처럼 포근하게 느껴져서 안으로 한없이 파


고 들어가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남자는 쭈그리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한기
때문에 경기하듯 깨어났다.
남자의 삽 끝에 폐지 묶음이 걸렸다. 얼어붙은 종이 뭉치는 돌덩이처럼 무거
‘중국집 스티커’가 하는 기능은 웠다. 삽으로 떠내는데 그 사이에 들어 있던 중국집 스티커가 남자의 구두 위에 15

무엇일까?
툭 떨어졌다. 손바닥만 한 광고지에는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하얀 눈 위에서 그 까맣고 빨간 색상은 너무나 선명했다. 남자는 자신이
아침, 점심도 거른 채 삽질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에서 짜장면과 짬뽕의
냄새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그건 아주 먼 옛날에 먹었던 것처럼 아득하고 그리
운 맛이었다. 입 안에 따뜻한 침이 고였다.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만 먹고 나면 20

회사까지 갈 힘이 생길 것 같았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아닌가. 남자는 홀린


경기 (驚氣)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다. 듯 휴대 전화를 꺼냈다.

7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6 2018. 11. 7. 오후 2:09


배달이 될까 의심하면서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번호를 눌렀다. 신호
가 가는 소리가 길어지자 절대로 전화를 받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가
전화하는 건 짜장면을 먹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래서
“여보세요.”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튀어나왔을 때 남자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
5 지 못했다. “여보세요.” 상대가 한 번 더 말한 뒤에야 “거기가 중국집 맞습니
까?” 하고 물었다.
“네, 진성각입니다.”
“혹시, 지금 배달이 됩니까?”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10 중국집 주인은 도시가 눈으로 덮여 버렸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태연하게 물었
다. 여기 주소가……. 남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가정집이 아니라 대로변인데 가능하겠습니까? 근처에 ○○ 병원하고 부동산
이 있습니다.”
“아, 거기요. 예, 배달됩니다. 짜장 곱빼기 하나요? 네, 알겠습니다.”
15 전화를 끊은 뒤에도 남자는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배 속에서 나는 꼬르륵 남자가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
던 까닭은 무엇일까?
소리가 요란했다. 통화하면서 나눈 말들은 모두 장난이고 배고픔만 진짜인 것
같았다. 배달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흐르지 않고 어깨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대로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어깨가 뚝 부러져 버릴 것 같았다.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차가 사라지고 상가들이 문을 닫은 도시는 고요
20 했다. 어디에서도 짜장면을 싣고 오는 오토바이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짜장면
이 정말 올까. 휴대 전화를 꺼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했다. 눈 때문에
출근도 못 하는데 배달이 될 리가 없지. 남자는 눈을 한 주먹 떠서 입에 쑤셔 넣
었다가 도로 뱉었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이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때 오른쪽 골목 끝에서 안전모를 쓴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빠른 속도
25 로 눈을 파내면서 걸어왔다. 그 사람이 삽으로 파내는 것은 언 눈이 아니라 가볍
고 보드라운 밀가루인 것 같았다. 노를 젓는 것처럼 몸의 움직임이 유연하고 리
듬감이 넘쳤다. 덕분에 남자와의 거리는 금세 가까워졌다. 안전모에는 ‘신속 배
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안전모를 쓴 배달원이 남자를 보곤 오른팔을 번쩍 들었
다. 거짓말 같은 상황에 남자는 눈만 껌벅거렸다. 안전모에 쓰인 문구 그대로 신
30 속하고 정확한 배달이었다.  

⑵ 문학 활동의 이해 77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7 2018. 11. 7. 오후 2:09


철가방을 내려놓고 안전모를 벗은 배달원은 뜻밖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
년이었다. 눈 속을 뚫고 오느라 어깨와 신발이 눈투성이였다.
“먹고 그릇은 그냥 버리시면 됩니다.”
“대단하시네요. 이런 날까지 배달을 하시고…….”
“눈이 와도 먹고는 살아야죠.” 5

배달원은 그릇을 건네자마자 다시 안전모를 쓰고는 바쁘게 걸어갔다. 짜장면


위에 쿠폰 한 장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손이 얼어서 젓가락은 짝짝이로 쪼개졌다. 짜장의 고소한 냄새와 일회용 용기
의 따뜻함은 너무 생생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젓가락을 쥐고 짜장면을 비
비면서 남자는 코를 훌쩍거렸다. 엉거주춤하게 서서 짜장면을 먹는 동안 남자는 10

남자가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 세상이 자신을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다. 자신처럼


다고 의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다급한 상황
에 처했을 때 보여 줄 법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즐기기 위해서. 정말 그런 거라
쿠폰 (coupon)  교환권. 어떠한
면 남자는 지금 자신이 그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줄줄
서비스나 상품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표. 흐르는 콧물을 손등으로 닦으면서 젓가락질을 했고 그릇까지 먹어 치울 기세로 15

7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8 2018. 11. 7. 오후 2:09


허겁지겁하다 젓가락을 한 짝 떨어뜨리기까지 했으니까. 그걸 찾으려고 눈 속을
파헤쳤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남은 짜장면은 젓가락 한 짝으로 긁어 먹었다. 그
래도 양념까지 깨끗하게 비웠다. 부끄러움이나 자괴감 같은 걸 느낄 겨를도 없
었다.
5 회사까지의 거리는 이제 삼 분의 일쯤 남아 있었다. 남자는 과장의 문자와 부
장의 전화를 한 번씩 받지 않았다.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아내의 전화도 받
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파고 걸었다. 쉴 때는 허리를 펴고 목을 좌우로 돌리면
서 거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10 맞은편에 불 꺼진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간판을 보자 온장고에 든 따뜻한
캔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얼마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저 눈 밑에 파묻혀 버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편의점 앞에는 남자의 키
만 한 눈사람이 서 있었다. 동그란 눈과 웃는 입 모양을 한 눈사람이었다. 그 웃
는 얼굴을 보고 남자는 잠시 멈춰 섰다. 눈이 재앙이 되고 눈 때문에 일상이 무너
15 진 곳에 서 있는, 웃는 얼굴의 눈사람은 김새는 농담 같았다. 남자는 자신도 모
르게 그 입 모양을 흉내 냈다. 말라붙어 있던 입술이 툭 터져서 피가 찔끔 새어
나왔다.
한참 속도를 내고 있는데 삽 끝에 딱딱한 게 또 걸렸다. 시간은 촉박하고 마음
은 급한데 발로 눌러도 삽날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는 일 미터쯤 떨어
20 진 곳에 다시 삽을 꽂았다. 한 삽 떠내고 나자 또 삽이 들어가지 않았다. 생활 정
보지 함이나 자전거가 쓰러진 게 아니라 공룡이라도 묻혀 있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방향을 옆으로 틀어서 팠다. 그때 어디선가 메아리처럼 음악 소리가 들
려왔다. 가느다란 목소리의 여자가 부르는 곡인데 멜로디가 익숙했다. 남자는
잠시 손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록 벨 소리이긴 하지만 그날 처음
25 으로 듣는 음악이었다. 주머니 속에서 휴대 전화의 진동이 울렸지만 남자는 무 음악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 것
일까?
시해 버렸다. 음악 소리는 멈추었다가 눈을 퍼내자 다시 시작되었다. 아까와 같
은 멜로디였고 눈을 퍼낼수록 소리가 점점 커졌다. 남자는 길이 아니라 소리를
찾아서 삽을 움직였다. 손으로 눈을 쓸어 낸 뒤에야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낼 수
진원지 (震源地)  사건이나 소동
있었다. 그것은 눈 속에 파묻힌 누군가의 휴대 전화였고 공교롭게도 빳빳하게
따위를 일으킨 근원이 되는 곳
30 언 양복바지 안에 들어 있었다. 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⑵ 문학 활동의 이해 79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79 2018. 11. 7. 오후 2:09


남자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삽과 손으로 눈을 파냈다. 판박이 스티커를 천천
히 벗겨 낼 때처럼 눈 속에서 검은색 구두와 발, 모직으로 된 양복바지가 차례대
로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언 손으로 조심스럽게 눈을 파
헤쳤다. 입에서는 입김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양복 차림의 사람은 눈의
중간쯤에 화석처럼 묻혀 있었다. 양복 웃옷과 와이셔츠는 주름을 그대로 간직한 5

채 얼어붙었고 검붉은색의 실크 넥타이는 오래전에 흘린 피처럼 굳어 있었다.


양손 다 눈을 그러쥐고 있어서 손가락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몸을 둥글
게 말고 있는 모습이지만 상반신 일부는 아직도 눈 속에 묻혀 있었다. 쌓인 눈의
그러쥐다  그러당겨 손안에 잡
다. 두께로 봐서는 그가 쓰러진 뒤에도 눈이 계속 내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8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80 2018. 11. 7. 오후 2:09


해가 빠르게 기울고 있었다. 몸은 추운데 남자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었다. 흘
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남자는 조심스럽게 눈을 치웠다. 고대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손이 떨렸다. 눈을 쓸어 내자 어깨와 목, 안경을 쓴 얼굴이 차례로
나타났다. 혹시라도 맥박이 뛰는지 확인하려던 남자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
5 다. 눈 속에서 화석이 된 사람은 집에도 없고 전화도 받지 않던 유 대리였다. 이
봐. 남자는 유 대리의 몸을 흔들었다. 턱에서 땀이 툭 떨어졌다. 일어나. 휴대 전 눈 속에 묻힌 사람이 유 대리라
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남자의
화에서 다시 익숙한 멜로디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봐!” 유 대리를 부르는 남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 대리의 전화기를 주워 귀에 댔지만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 눈 속에, 유 대리가 있어요.’ 하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
10 지 않고 남자의 입 안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해가 기울고 주위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이대로 한 시간 정도만 파고 가
면 회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자는 회사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
신이 파고 온 길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다시 돌아가기에도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게다가 남자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는 유 대리의 옆에 쪼그리고
15 앉아서 숨을 골랐다. 졸음이 밀려왔지만 졸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떴다. 눈 더미
는 딱딱하거나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그저 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 같았다. 시야
가 구겨진 종이처럼 뭉개지고 있었다.

⑵ 문학 활동의 이해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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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노우맨〉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에 제시된 ‘눈’의 상징적 의미를 말해 보자.


이 작품에서 남자는 ‘눈’
때문에 힘겹게 출근하고 있어.
남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
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⑵ ‘남자’,  ‘유 대리’,  ‘과장’이 상징하는 인물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남자 유 대리 과장

눈을 파면서 회사에 출 눈을 파며 회사로 가는 ‘남자’에게 회사에 빨리


근하려고 하지만 중간에 도중 눈에 파묻힌다. 출근하라고 재촉한다.
지쳐서 멈춘다.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으 ‌ ‌


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인물

⑶ 다음 내용을 참조하여 이 작품의 제목인 〈스노우맨〉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 보자.

맞은편에 불 꺼진 편의점이 있었다. 편의점 간판을 보자 온장고에 든 따뜻한 캔 커


피가 마시고 싶어졌다. 얼마 전까지 일상이었던 것들이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저 눈
밑에 파묻혀 버렸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편의점 앞에는 남자의 키만 한 눈사람이
서 있었다. 동그란 눈과 웃는 입 모양을 한 눈사람이었다. 그 웃는 얼굴을 보고 남자는
잠시 멈춰 섰다. 눈이 재앙이 되고 눈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 곳에 서 있는, 웃는 얼굴
의 눈사람은 김새는 농담 같았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입 모양을 흉내 냈다. 말라
교과서 붙어 있던 입술이 툭 터져서 피가 찔끔 새어 나왔다.
79쪽

8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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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감적ㆍ비판적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는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에 제시된 항목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이 작품에서 공감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부분


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눈이 와도
인물의 행동 이 작품은 출근해야 하는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이 이해돼.
상황을 설정한
사건의
전개 것 같아.
표현 방법

⑵ 다음 자료와 관련된 내용이 이 작품에 어떻게 드러나 있는지 찾아보자. 그리고 주체적인
관점에서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디스토피아(dystopia):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허구로 그려 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 작품. 또는 그 사상. ‘역(逆)유토피아’라고도 함.

눈이 내려도 회사에 가야 ⑶ 자신의 주변에서 이 작품에 나타난 상황과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자.
만 하는 주인공의 상황은 잠시
의 여유조차 없는 각박한 현대
사회의 현실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나의 경험에서
주변에도 유사한 상황이 많이
있는 것 같아.

소설이나 영화 등
다른 매체에서

⑵ 문학 활동의 이해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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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창의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결말의 내용을 이어서 창작해 보자.

⑴ 이 작품의 결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⑵ ⑴의 내용이 잘 드러나게 이 작품의 결말을 이어 써 보자.

01

〈스노우맨〉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서유미의 〈쿨하게 한 걸음〉

표현 방법이 유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조지 오웰의 〈1984〉

8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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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인숙 (1958  ~ )
시인. 1984년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로 등단하
였다. 참신하고 경쾌한 상상력으로 일상과 현실을 풍자
하는 시를 주로 썼다. 시집으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등이 있다.

고양이를 관찰해 본 경험이 있는가?




만약 자신이 고양이로 태어난다면 무엇




을 하고 싶은가?

⑵ 문학 활동의 이해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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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는 새로운 삶에 대한 지향을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참신하게 표현한 시이다.
문학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창작하는 방법을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 황인숙

이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 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 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톡 건드려
놀래 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8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86 2018. 11. 7. 오후 2:10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 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스산하다  날씨가 흐리고 으스


스하다.
낟가리  나무, 풀, 짚 따위를 쌓
은 더미.

⑵ 문학 활동의 이해 87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87 2018. 11. 7. 오후 2:10


1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에서 ‘참새’는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자.

이 시의 고양이가 집에서 ⑵ 이 작품에서 다음 구절이 뜻하는 바를 써 보자.


키우는 평범한 고양이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않으리라’라고 ① ②
말한 내용을 살펴보면 답을 찾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들쥐도 참새도 가 버리고
을 수 있을 것 같아.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2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의 일부를 재구성하는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의 시적 화자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고 있다. 자신은 무엇이 되
고 싶은지 이유를 들어 말해 보자.

자신이 되고 싶은 대상 이유

8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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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 ⑴에서 자신이 이야기한 대상이 ‘하고 싶은 것’과 ‘하지 않을 것’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하고 싶은 것 하지 않을 것

• •

• •

• •

이 작품은 두 개의 연으 ⑶ 을 고려하여 이 작품의 1연을 재구성해 보자.


로 구성되어 있어. 1연은 낮, 2연
은 밤을 배경으로 해.
•자신이 되고 싶은 대상의 속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
•반복적 표현을 사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할 것.
•‘~(으)로 태어나리라’, ‘~을/를 하리라’, ‘~을/를 하지 않으리라’ 등의 표현을 사용할 것.

⑷ 재구성한 작품을 친구들과 바꾸어 낭독해 보고, 표현이 재미있거나 발상이 참신한 작품
을 선정하여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자.

⑵ 문학 활동의 이해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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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체적인 관점에서 문학 작품을 창작해 보자.

⑴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감상한 후,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구상을 해 보자.


나에게
인상적이거나
의미 있었던 내용은
자신이 문학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소재나 주제
무엇이 있었지?

⑵ 자신이 창작할 내용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갈래와 구성, 표현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자.

나는 소설을
갈래 창작해
보고 싶어.

구성

소설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 볼
까? 어떤 표현법이
좋을까?
표현 방법

9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0 2018. 11. 7. 오후 2:10


⑶ ⑴, ⑵를 바탕으로 하여 작품을 써 보자.

내가 쓴
소설이야. 읽은
소감이 어때?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구나.

⑷ 창작한 작품을 친구들과 감상하고, 작품에 대한 소감을 나누어 보자. 그리고 친구들의 의
견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작품을 다듬어 보자.

02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황인숙의 〈칼로 사과를 먹다〉

소재가 같은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

⑵ 문학 활동의 이해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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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 활동의 이해
앞에서 감상한 문학 작품을 떠올려 보고, 다음 글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독자는 문학 작품을 주체적으로 수용한다.


문학 작품을 읽으며 우리는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평가한다.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소설
속 주인공의 행동에 감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필에서 알 수 있는 작가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같은 작품을 읽으면서도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독자는 작가
가 그린 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비판적ㆍ창
의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독자는 공감적·비판적·창의적으로 작품을 수용한다.


작가의 손을 떠난 문학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단 발표된 문학 작
품은 독자가 자기 생각과 방식으로 읽고, 공감하거나 비판적ㆍ창의적으로 수용한다는 의미이다. 문학
작품의 수용에서 독자가 갖는 몫은 매우 크고 중요하다. 따라서 독자는 작가가 전달하는 내용을 그대
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태도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공감적ㆍ비판적ㆍ창의적인 태도
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독자의 적극적인 태도는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이
를 통해 작가와 독자는 상호 소통을 하며 다양한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으로 연
결된다.
서유미의 소설 〈스노우맨〉 76쪽을 읽고, 어떤 사람은 눈 속을 헤치고 회사로
가는 주인공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껴 깊이 공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폭설 속에서 짜장면을 배달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비판
을 할 수도 있다. 또 눈 속을 뚫고 가야 한다는 설정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
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날카롭게 현실을 비판한 작
가의 발상을 높게 평가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유 대리가 이대
로 눈 속에 파묻힌 것이 못마땅하다고 여기는 독자는 작품의 결말을 바꾸
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감적ㆍ비판적ㆍ창의적 태도로 작품을
수용한다면 독자는 자기가 감상한 문학 작품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9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2 2018. 11. 7. 오후 2:10


문학 작품의 생산은 재구성에서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문학 작품을 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고, 문학 작품은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문학 작품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도 않으며 누구나 쓸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의 첫걸음은 자
신이 읽은 작품을 자기 나름의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는 것이다. 문학 작품의 재구성은 문학 작품을
읽고 내용, 형식, 갈래, 맥락, 매체 등을 바꾸어 쓰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활동이므로
수용 활동이자, 다시 쓰는 활동이므로 생산 활동에도 해당한다. 앞에서 우리는 〈나는 고양이로 태어
나리라〉 86쪽를 감상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작품 일부를 재구성해 보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
시 자신의 시각과 방법으로 문학 작품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재구성 활동을 통해 우
리는 문학 작품을 꼼꼼하게 읽고 깊이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주체적인 관점에서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


문학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
의 삶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험들을 찾아내고, 그 경험에서 자신만의 생각
과 느낌을 끌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문학 형식과 매체를 정
한다. 창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여러 가지 표현법이나 구성 방
법도 익혀 두고,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 주고 스스로 되돌아
보는 활동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평가
점검 사항
상 중 하

공감적·비판적으로 작품을 수용하고, 그 결과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이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며
점검해 보자. 창의적인 시각과 주체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창작할 수 있다.

⑵ 문학 활동의 이해 93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3 2018. 11. 7. 오후 2:10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라고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통해 배우며

문학의 성장하게 된다. 문학 작품도 이와 비슷하다. 문학 작품은 예술, 인문, 사회 등 여러

분야와의 관계 속에서 더욱 풍부하고 다양하게 변화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접 변화 속에서 문학은 다양한 매체로 소통되었다.

분야와 이 단원에서는 문학이 다양한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련성을 이해하고, 전달 매체

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입체적인 태도로 문학 활동을 해 보자.

매체

이 단원에서 배울 내용을 매체에 따라


문학 작품을 표현하고
생각해 보자.
수용하는 방법이
문학 작품은 다양한 인접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달라질까?
있음을 이해한다.
전달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
여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인접 분야를 고려해서
문학과 관련된 문학 작품을 수용·생산할 때
인접 분야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어떤 것이 있을까?

이 단원에서는 

1 〈저녁에〉를 감상하며 문학 작품과 인접 분야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해해 보자.


2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감상하며 매체의 특성이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이해해 보자.

문학 이론으로 학습한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9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4 2018. 11. 7. 오후 2:10


1

김광섭 (1905  ~ 1977)
시인. 국권 상실의 좌절과 절망을 읊은 〈고독〉이라는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 창작을 하였다. 이후에도
고독과 불안, 허무 의식을 담은 시를 많이 발표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성북동 비둘기〉, 〈산〉 등이 있다.

 저녁 무렵에 하늘을 바라본 경험이 있는

가?
 시를 다른 예술로 표현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는가?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95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5 2018. 11. 7. 오후 2:10


<저녁에>는 저녁 하늘을 쳐다보고 깨달은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담담하게 그린 시이다.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고려하는 입체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해 보자.

저녁에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김광섭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코튼에 유채, 236 × 172cm, 1970

9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6 2018. 11. 7. 오후 2:10


1 〈저녁에〉를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이 작품의 내용 전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1연 2연 3연

별과 ‘나’가 서로 바라보며 밝음과 어둠에 의해 별과 별과 ( )하고


인연을 맺음. ‘나’가 ( ). 싶은 ‘나’의 소망을 드러냄.

⑵ 이 작품에서 ‘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다음 글을 읽고, 문학과 다른 예술 분야의 관련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1960년대 말. 뉴욕에 살고 있던 화가 김환기는 어느 날 오랜 친구였던 김광섭의 시


김환기는 한국의 서양화가로,
초창기 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를 읽었습니다. 당시 김환기는 가난과 고독에 지쳐 있었습니다. 그럴 무렵 긴 투병 끝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와 미국 에 놀라운 기적으로 소생한 김광섭이 펴낸 시집에서 그는 눈이 번쩍 띄는 시를 발견하
에서 활동하며 한국 미술의 국
제화를 이끌기도 했다. 한국 현
게 됩니다. 최근에 어떤 가수가 작곡해서 노래로 불리기도 한 이 시를 읽는 순간 김환
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으 기는 자신이 버림받은 존재라는 것을 이겨 내고 그립고 다정한 얼굴들을 생각하며 점
로, 서구 모더니즘에 한국 회화
과 선이 무수히 반복되어 찍혀지는 점묘화를 그리게 됩니다.
의 정체성을 접목하여 구현해
- 최인호,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에서
내었다.

⑴ 화가가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 무수한 점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


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화가도 독자의 한 사람 ⑵ 화가 김환기가 시의 제목이 아닌 시의 구절을 그림의 제목으로 삼은 까닭은 무엇인지 생


으로서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
각해 보자.
고, 이를 그림으로 새롭게 해석
한 것 같아. 작품을 능동적으로
해석했을 때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어.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97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7 2018. 11. 7. 오후 2:10


3 다음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려 낸 시이다. 문학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사이버 공간〉은 가상의 공


간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마지막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오늘의 검색 항목은 ‘사랑’
시적 화자의 모습을 통해, 현대 주소에 엔터 키를 치면 자꾸만 자꾸만 달아나는 너를 좇아
인에게 익숙해진 사이버 공간의
모니터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공간, 윈도우를 열어 보지만
본질적 속성을 그린 작품이다.
그 공간에도 비는 오는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너의 빈
빗속의 너는 자꾸만 멀리 달아나는데 사이버 공간
가냘픈 코드를 붙들고 - 오세영, 〈사이버 공간〉

덧없이 서핑을 반복한다


세상은 거대한 월드 와이드 웹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씌우며
인연을 확인한다

⑴ 이 작품에 나타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말해 보자.


문학은 시대적ㆍ사회적 상황
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예술 분
야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ㆍ문화
현상 등과도 관련을 맺는다.
⑵ 이 작품처럼 문학 작품을 통해 표현할 만한 사회 현상이나 역사적 사건에는 어떤 것이 있
을지 생각해 보고, 그 이유를 설명해 보자.

나는 을/를 문학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어.

그 이유는

(이)기 때문이야.

01

〈저녁에〉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주제가 유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김춘수의 〈꽃〉

9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8 2018. 11. 7. 오후 2:10


2

조세희 (1942  ~ )
소설가. 산업화의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상
징적이고 환상적인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 소설 〈뫼비우스의 띠〉,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이 있다.

박진숙 (1947  ~ )
드라마 작가. 1981년에 소설 〈지다위〉로 등단하였으
며, 현재는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
로 〈아들과 딸〉, 〈방울이〉 등이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있는가?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99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99 2018. 11. 7. 오후 2:10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장이 가족의 고달픈 삶을 통해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전달 매체의 특성이 표현과 심미적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고려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원작,  박진숙 극본

등장인물 난장이(아버지, 김불이),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

앞부분 줄거리

영수, 영호, 영희 남매의 가족은 무허가 판자촌에 집을 짓고 산다. 수도 배관공인 아버지는 키가 작아 5

주변 사람들에게 ‘난장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집은 늘 가난하

다. 영수와 영희는 학업을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집안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엎

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 개발 계획이 발표되어 영수네 집은 철거될 위기에 처한다.

S# 12 난장이네 집 마당(밤)

난장이와 어머니는 마당에 있는 평상에서 저녁을 먹고 있다. 집으로 들어오는 영호, 10

밥상 앞에 털썩 앉는다.

영호 (밥상을 보며) 아이고. 이거 먹고 힘쓰겠나, 어디. 아이, 고기 좀 먹고 삽

시다, 네?
어머니 들개마냥 쏘다니다 들와선.

영호 뭐 좋은 일 볼 거라고 맨날 집구석에 기어들어 와. 15

어머니 (영호에게 눈을 흘기며) 나쁜 놈, 아버지 앞에서 할 말이야?


난장이  현재 표준어는 ‘난쟁이’
영호 돈 벌어다 준다니까 그러네.
지만 발표 당시의 제목을 따라
‘난장이’로 표기함. 어머니 그래 말 잘했다, 이놈아. 고기반찬 먹고 싶으면 사지 육신 멀쩡한 네놈이
평상 (平牀/平床)  나무로 만든
침상의 하나. 밖에다 내어 앉거
돈 벌어 와. 고기반찬 아니라 소라도 잡는다. 지 형 지 동생은 착실하게
나 드러누워 쉴 수 있도록 만든
일하는데 저만 뭐가 그리 잘나. 20
것으로, 살평상과 널평상의 두
가지가 있음. 영호 (인상을 찌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이 씨, 또 그 소리! 아, 나 김영호요.

10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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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거 안 합니다. 다들 아실 만한
양반들이 자꾸들 그러시네.
어머니 (영호를 위아래로 흘겨보며)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난장이에게 수저를 건네


5 며) 어서 드셔.

통장이 난장이네 안으로 들어온다.

어머니 (놀란 목소리로) 통, 통장님!

통장 아, 마침 있었네. 자네 얼굴 본 지 오
래됐네. (평상에 앉으며) 이거 아무래
10 도 내가 직접 전해 줘야 될 것 같아
서. (서류 봉투에서 종이를 찾으며) 어
디 보자. 김불이가, 김불이……. 어,
여기 있다. (종이를 난장이에게 건네
주며) 이거, 저, 철거 계고장일세.

15 불안한 눈으로 계고장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난장이. 이내 난장이는 떨리는 손으로 철거 계
고장을 받아 든다.(클로즈업)

통장 그쪽에서는 20일 안에 결정을 보라


고 하는데……. 아이고, 이거 참 내
20 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뭐, 돈을 좀
구해 가지고 아파트 입주를 하든지,
아님, 뭐 입주권을 어디다가 비싸게
팔든지……. 이런 거 전하는 나도 영
사람 꼴이 아니네.

계고장 (戒告狀)  행정상의 의무 이행을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클로즈업 (close - up)  등장하는 배경이나 인물의 일부를 화면에 크게
나타내는 일.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1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1 2018. 11. 7. 오후 2:10


영호, 난장이에게서 계고장을 휙 빼앗아 버린다.

영호 잘됐네, 잘됐어. 지긋지긋한 이놈의 동네……. 확 떠 버리라, 이거네. 어?


통장 (평상에서 일어나 난장이에게 손짓을 하며) 나 가네.

통장이 대문을 나서다 집에 들어오던 영수와 마주친다.

5
통장 (영수를 보며) 응, 이제 오나?

영수는 통장에게 인사를 한다.

영호 (빈정대는 말투로) 어이, 장남 오셨네. (한 손으로는 철거 계고장을 흔들고

한 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이 집 대들보, 장남!

통장, 영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 주고 집을 나간다. 영수는 가족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10

S# 13 안방(밤)

어머니는 쌈짓돈을 세다가 철거 계고장을 보고는 이내 크게 한숨을 쉰다. 옆에 누워


있던 난장이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S# 14 마당(밤)

평상에 앉아 고민하는 영수. 영호, 화장실을 가려고 마당으로 나온다. 15

영호 (바깥 날씨에 어깨를 움츠리며) 아유, 그게 고민한다고 되냐? 그냥 들어가 자.


대들보  지붕의 무게를 지탱하
기 위하여 기둥과 기둥 사이에
미동도 없이 계속 앉아 있는 영수.
건너지른 큰 들보. 여기서는 한
나라나 집안의 운명을 지고 나
갈 만큼 중요한 사람을 비유적
영호 (다시 한 번 돌아서 영수를 바라보며) 아이, 거 진짜. 지지리 궁상을 떨어요.
으로 이르는 말로 사용됨.

10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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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15 영희의 작업 공장(새벽)

새벽 3시를 가리키는 시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들. 기계를 만


지는 직공들의 분주한 손길. 기계에서는 열기가 뿜어 나오고 엄청난 소
음이 귀를 괴롭힌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기계음에 섞여 웅웅 댄
5 다. 영희, 깜박깜박 졸고 있다. 조장, 공장 안을 이리저리 다니며 졸고
있는 여공들의 팔을 옷핀으로 찌른다. 졸고 있던 영희도 옷핀에 찔린
다. (클로즈업) 영희의 작업복 팔 부분에 한 점 빨간 피가 묻어난다.

영희 (깜짝 놀라 팔을 움켜쥐며) 아야!

조장 (앙칼진 목소리로) 정신 차려, 정신! 기계가 멈추면 공장이

10 손해고, 공장이 멈추면 우리가 다 손해야! 정신 차려, 정신!

영희, 호주머니에서 잠 깨는 약을 꺼내 꿀꺽 삼킨다. 옆에 있던 파마


아줌마가 영희에게 다가간다.

파마 아줌마  영희야!

영희 (못 듣고)
15 파마 아줌마  (어깨를 툭 치며) 야, 김영희!

영희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왜요, 아줌마.

파마 아줌마  아유, 살살 말해. 너 이러다 시집 못 간다. (영희의 손

에 들린 약을 가리키며) 야, 나도 저 독한 조장한테 옷핀에

찔리기 전에 하나 줘라. 졸려서 돌아가시겠다.

해당 장면을 클로즈업하면 어
20 잠 깨는 약을 동료 아줌마에게 주는 영희. 떤 효과가 있을지 생각해 보자.

S# 16 공장 앞(이른 아침)

퇴근하는 직원들 사이로 영희와 파마 아줌마가 보인다.

파마 아줌마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며) 어이, 잘 가.

선하품  몸에 이상이 있거나 흥


영희는 선하품을 하는 파마 아줌마와 팔짱을 끼고 함께 걸어간다.
미 없는 일을 할 때 나오는 하품.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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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마 아줌마  야, 이제 밤 근무는 진짜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영희 아줌마, (밝은 얼굴로) 그래도 다음 주엔 낮에 근무하는 거네?


파마 아줌마  (영희를 보고 웃으며) 응. (영희의 팔을 살피며) 야, 찔린 데는 괜찮냐?

괜찮다는 듯 파마 아줌마에게 웃음을 보이는 영희.

S# 17 난장이네 집(아침) 5

어머니가 콩나물을 다듬다가 콩나물을 다듬고 있던 어머니. 집 걱정에 콩나물 다듬기를 멈추고 한숨을 쉰다. 영
한숨을 쉬는 까닭은 무엇일까?
희, 지친 얼굴로 집에 들어오다가 망연자실해 있는 어머니를 본다.

영희 (짐짓 밝은 목소리로) 엄마!

어머니 (기운 없이) 어, 이제 오냐?

영희 (어머니 표정을 보며)……? 10

난장이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고, 어머니와 영수는 마루에 앉아 있다. 영희는 그


옆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 있고, 영호는 샌드백을 툭툭 건드리고 있다.

영호 에휴, 미련 없이 뜨는 거야, 미련 없이. 행복동? 이름부터가 웃겼다고.


영희 (영호를 보며) 여기가 우리 집인데 가긴 어딜 가. 그리고 갈 데도 없잖아.

어머니 선거철만 되면 시커먼 양복들 쫙 빼입고 와서는, 허가 내준다고, 정식 허 15

가 내준다고. 어쩜 그렇게 지키지도 못할 일들을 쉽게 그러는지……. 아


이구, 참…….

어머니의 뒤편으로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난장이의 모습이 보인다. 영수의 얼굴 역


시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영호 (영수에게 다가와 빈정대는 말투로) 아유, 이럴 땐 책에선 뭐라 그러나? 20

영수 (영호를 보며)…….

영호 형, 뭐라고 말 좀 해 보슈.
샌드백 (sandbag)  권투에서, 치
는 힘을 기르고 치는 방법을 연
습하기 위하여 천장에 매단 모
답답한 마음에 영호와 영수를 바라보는 영희.
래주머니.

10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4 2018. 11. 7. 오후 2:10


영호 책 속에 해답이 다 있는 거라며?
영수 (영호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며) 취직자린, 알아보고 있는 거

야?
영호 (버럭 소리를 지르며) 걱정 마. 형보다 돈 많이 벌어 올 테니까!

5 어머니 목소리들 낮춰. 아버지 앞이다.

난장이 …….

어머니의 다그침을 듣고 딴청을 피우는 영호.

영수 죄송해요.
어머니 (평상에서 내려와 난장이 앞에 쪼그려 앉으며) 당신 생각은 어때요? 어떻게

10 하면 좋겠어요?

난장이, 아무 말 없이 공구를 집어 들고 집 밖으로 나선다. 가족들, 안쓰러운 표정으


로 난장이를 바라본다.

영호 (신경질적으로 샌드백을 치며) 아유, 대책 없어, 대책 없어. 돈만 있으면

다 해결되는 거 아니야.
뒷부분 줄거리

투기업자의 농간으로 입주권값이 뛰자, 영수네는


15 하늘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 영희.
시(市)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약간의 웃돈을

받고 투기업자에게 입주권을 판다. 그러나 빚을 갚고


영호 가족회의는 무슨 얼어 죽을. 나니 남는 것이 없다. 결국, 난장이 가족의 집은 헐린

다. 어머니는 허드렛일을 하고, 영수와 영희는 공장에


영희가 집 앞으로 걸어 나온다. 집 앞의 건물은 이미 헐려 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아버지도 일하며 적은
서 빈터만 남았다. 동네 전체가 공사판이고 흙무더기이다. 돈이나마 벌고자 하였으나, 그마저도 사람들의 무시
걸어가던 영희 눈에 쓰러진 꽃이 보인다. 꽃을 다시 세워 땅 와 편견으로 하기 어렵게 된다. 한편 입주권을 돌려주
20 에 묻으며 주변 풍경을 둘러본다. 겠다는 약속을 받고 철거에 참여했던 영호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투기업자를 찾아간다. 투기업

자에게 복수하려던 영호는 영수의 설득에 행동을 멈

추지만, 도망치던 투기업자가 자신의 실수로 불길에

휩싸인다. 영수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방화죄를 뒤집

어쓰기로 한다.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5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5 2018. 11. 7. 오후 2:10


1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감상하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 소재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설명해 보자.

문학 작품에서 반어, 상징과 낙원구


같이 우회적인 표현 방식을 활 행복동
용하면 직접적인 표현보다 더
효과적으로 주제 의식을 전달할
수 있다.
난장이

⑵ 이 작품의 S# 15에서 알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2 영상 매체의 표현상 특징에 주목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⑴ 다음은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일부이다. 소설과 드라마


가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말해 보자.

“형은 이상주의자야.” 책 속에 해답이


다 있는 거라며?
말을 하고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나도 형만
큼 자랐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
과 달리 어려운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나는 고민하는 이상주의
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대는 어그러졌다. 형
은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그때 형이 화를 내야 하
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10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6 2018. 11. 7. 오후 2:10


⑵ 다음은 원작 소설에는 없는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이러한 장면을 삽입한 까닭을 생각해
보자.

3 다음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소재로 하여 창작한 노래이다. 원작 소설의 내용을


생각하며 노래를 듣고, 노래 가사에 나타난 표현상 특징을 파악해 보자.

듣기 대본 332쪽
선생님과 함께 노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를 들어 보자.

C G Am E7 F G7sus4G7 C

F G7 C F G7 C

아주작은 공 을가 졌 던 나의 아 버지는 난 장이

F G7 C F G7 C

저 하 늘 을 보 시며 내게 말 씀하셨 죠

02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하기

나의 책방 키우기
작가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박진숙의 〈마당 깊은 집〉(김원일 원작)

주제가 유사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7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7 2018. 11. 7. 오후 2:10


(3)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앞에서 감상한 문학 작품을 떠올려 보고, 다음 글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점검해 보자.

문학은 인접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다.


문학은 인간의 다양한 활동 가운데 하나로, 다른 분야와 관련을 맺으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
며 발전해 왔다. 문학에서 다룬 소재가 인간의 삶이라는 점에서 역사, 철학 등의 인문 분야와 관련이
있고, 문학이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예술 분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ㆍ사회적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 문화 현상 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는 문학 활동을 풍요롭게 한다.


문학은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등 문학과 다른 표현 수단을 사용하는 예술 분야와 소재나 주
제를 공유한다. 때로는 서로에게 창작의 원천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문학은 인간을 탐구하고 성찰
한다는 점에서 역사나 철학 등의 인문 분야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인문 분야의 성과를 받아들이거나
인문 분야에 자극을 주면서 함께 발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인 작가와 독자는 특정한 사
회ㆍ문화적 환경 속에서 작품을 생산하고 수용하기 때문에 사회ㆍ문화 현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때로는 문학 작품 자체가 사회ㆍ문화 현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문학의 인접 분야에 대한 이해는 문학 작품의 수용과 생산을 더욱 풍요롭게 한
다. 우리는 〈저녁에〉 96쪽라는 시와 김환기의 미술 작품을 통해서 문학과 예술을 더욱 입
체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고, 문학 활동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화가 김환기(위쪽)가 시인 김광섭(오른쪽)에게 보낸 편지

10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8 2018. 11. 7. 오후 2:10


문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매체를 통해 문학 작품을 접하게 되
는지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시집이나 소설책을 떠올
릴 것이며, 어떤 사람은 문학 작품이 실린 신문이나 잡지
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다양한 매체가 사용되는 요즘
에는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애니메이션, 인터넷, 휴대
전화 등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학 작품을 전
달하는 매체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므로, 문학
작품의 효과적인 창작과 수용을 위해서는 여러 매체의 특
성과 그 효과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문학 작품을 수용한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구마를 찌거나 말리거나 굽는
등 어떻게 조리하는가에 따라 고구마의 맛이 다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은 어떤 매체로 구
현되는지에 따라 미적 특성이나 독자의 감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는 전달 매체마다 표현 방법이나
심미적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매체 시대에는 구현된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문학 작품을 해
석하고 감상해야 한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00쪽은 1970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로 구현된 경우이다. 따라서 영상 매체의 특성에 맞추어 소설이 어떻게 변화하
여 전달되는지를 살펴보면 이 작품에 대한 이해나 감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평가
점검 사항
상 중 하

문학 작품은 다양한 인접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떠올리며
점검해 보자. 전달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⑶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9

고등문학(056~113)2단원(교)입.indd 109 2018. 11. 7. 오후 2:10


1 다음 작품은 호랑이를 등장시켜 당시 사회의 세태를 풍

(1) ‘문학 감상의 맥락’에서는 자한 고전 소설이다. 작품 속 ‘호랑이’를 통해 작가가 비판


〈이생규장전〉과 〈쉽게 씌어진 시〉를 감상하며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사회·문화적 맥락을 중심으로
문학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였다. 생각해 보자.

(2) ‘문학 활동의 이해’에서는


〈스노우맨〉과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감 호질(虎叱) _ 박지원
상하며 주체적인 관점에서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생산하는 활동을 하였다. 앞부분 줄거리  범은 지덕을 겸비하였으며 용맹스러운 존재이다. 어느 날

범이 먹을 것을 구하려고 하니, 범에게 잡아먹혀서 예속된 존재인 창귀가 의


(3)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에서는 원, 무당 등을 추천한다. 그러나 범은 이들이 각기 먹을 만한 것이 못 되는 이
〈저녁에〉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감 유를 말하였다.
상하며 문학이 다른 분야나 매체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살펴보았다.
정(鄭)나라의 도읍에 벼슬을 하찮게 여기는 선비가 있었
는데 ‘북곽 선생(北郭先生)’이라고 하였다. 나이는 마흔 살
로, 손수 교열한 책이 일만 권이며, 유교의 아홉 가지 주요
따라서 우리는 이 단원에서 문학의 수용과 생 경전의 뜻을 해설하여 다시 일만오천 권의 책을 저술하였
산을 이해하고 문학 활동을 해 보면서 능동적으
다. 천자는 그의 절의를 가상하게 여겼으며, 정나라 제후는
로 문학을 향유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앞에서
그의 명성을 흠모하였다.
활동한 내용을 떠올리며 더 알아보고 싶은 점을
또한 도읍 동쪽에 아름다운 젊은 과부가 있었는데 ‘동리
간단하게 써 보자.
자(東里子)’라고 하였다. 천자는 그녀의 절개를 가상하게 여
겼으며, 정나라 제후는 그녀의 현숙함을 흠모하여 도읍 주
변 사오 리의 땅을 하사하고는 ‘동리(東里)의 과부가 사는 마
을의 문’이라는 정려문을 세워 표창하였다.
동리자는 과부로서 정절을 잘 지켰다. 하지만 아들 다섯
을 두었으며, 그들은 제각기 다른 성을 지녔다. 하루는 다섯
아들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기를,
“강 북쪽에선 닭이 울고, 강 남쪽에선 샛별이 빛나는데,
방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네. 어쩌면 그리도 북곽 선생과
목소리가 닮았을까!”
하고는, 오 형제가 번갈아 문틈으로 엿보았다.

11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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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청하기를, 범이 길을 막고 있었다.
‌“선생님의 덕을 오랫동안 흠모하였습니다. 오늘 밤 선생 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구역질을 하고, 코를 막고 고개를
님께서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싶사옵니다.” 왼쪽으로 돌리며 숨을 내쉬고는,
하니, 북곽 선생이 옷깃을 가다듬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 “선비는 구린내가 심하구나!”
경》을 읊었다. 하였다.
북곽 선생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어 와서, 세 번 절하고 무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져 있고 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는,
반짝반짝 반딧불 날아다니는데 ‌“범의 덕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사옵니다. 대인(大人)은
크고 작은 이 가마솥들은 그 가죽 무늬가 찬란하게 변하는 것을 본받고, 제왕은 그
누구를 모형 삼아 만들었나? 걸음걸이를 배우며, 사람의 자식은 그 효성을 본받고, 장
수는 그 위엄을 취하지요. 명성이 신령스러운 용과 나란
그러고 나서 히 드높아, 하나는 바람을 일으키고 하나는 구름을 일으
“이는 흥(興)이로다.” 키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하였다. 모시고자 하옵니다.”
다섯 아들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기를, 하였다. 그러자 범은 이렇게 꾸짖었다.
‌“《예기(禮記)》에 과부의 집 문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법이 ‌“가까이 오지 말라! 예전에 듣기를 유(儒)는 유(諛)라더
라고 했는데, 북곽 선생은 현자가 아니신가.” 니, 과연 그렇구나. 너는 평소에 천하의 못된 이름을 다
‌“정나라 도읍의 성문이 허물어진 곳에 여우가 굴을 파고 모아 함부로 나에게 갖다 붙이다가, 이제 급하니까 면전에
산다더라.” 서 아첨을 하니, 장차 누가 너를 신뢰하겠느냐?” <중략>
‌“여우가 천 년을 묵으면 요술을 부려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다더라. 그러니 이는 여우가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게 뒷부분 줄거리  북곽 선생은 자신을 꾸짖는 범에게 경의를 표하고 머리를

아닐까?” 조아린다. 하지만 한참 만에 고개를 들자 범은 이미 가 버리고 없었다. 밭을

갈던 농부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자 북곽 선생은 하늘과 땅에 예를 갖추


하고는, 서로 함께 모의하기를,
고 있었노라고 둘러댄다.
‌“여우가 쓰던 모자를 얻은 사람은 그 집에 천금의 부(富)
가 굴러 들어오고, 여우가 신던 신발을 얻은 사람은 대낮
에도 종적을 감출 수가 있으며, 여우의 꼬리를 얻은 사람
은 홀리기를 잘하여 사람들이 반하게 된다더라. 그러니
어찌 이 여우를 죽여서 나누어 갖지 않으랴!” 호질 (虎叱)  호랑이의 꾸짖음.
교열 (校閱)  글의 내용 중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침.
하였다. 경전 (經典)  옛 성현들의 사상과 교리를 써 놓은 책.
이에 다섯 아들들이 함께 에워싸고 공격하니, 북곽 선생 흠모 (欽慕)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며 사모함.
정려문 (旌閭門)  충신, 효자, 열녀 등을 표창하기 위해 그 집 앞에 세우던 문.
은 몹시 놀라 뺑소니를 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시경 (詩經)  고대 중국의 시가를 모아 엮은 시집.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다리를 들어 목에 걸치고는 귀신처럼 흥 (興)  《시경》에서 말하는 한시의 여섯 체(體) 가운데 하나.

춤추고 귀신처럼 웃더니, 대문을 나서자 줄달음치다가 그만 예기 (禮記)  의례에 대한 해설과 음악·정치·학문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예의
근본정신에 관하여 서술한 중국의 고전.
들판의 구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
하계 (下界)  사람이 사는 이 세상.
다. 구덩이에서 기어올라 와 고개를 내놓고 바라보았더니, 유 (儒)는 유 (諛)라더니  선비 ‘유(儒)’ 자는 아첨 ‘유(諛)’의 뜻이라더니.

대단원 마무리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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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음 두 편의 작품은 존재의 본질을 노래한 현대시와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이를 원작으로 하여 재구성한 현대시이다. 원작을 어떤 관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
점에서 해석하고 재구성하였는지 살펴보자. _ 장정일

꽃 _ 김춘수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전파가 되었다.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그에게로 가서 나도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무엇이 되고 싶다. 라디오가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11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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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음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각색하여 만 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
든 애니메이션이다. 영상 매체의 특성이 작품의 창의적 표 운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
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자. 화 장 보고는 제천이다.
조 선달 후우. (담배 연기 뿜으며)

생원도 제천으로?
메밀꽃 필 무렵 _ 이효석 원작, 안재훈 극본
생원, 나귀 위의 짐을 주섬주섬 챙
앞부분 줄거리  봉평 장터에서 조 선달과 함께 충줏집을 찾은 허 기더니 고개 돌려 동이를 쳐다보며

생원은 그곳에서 어린 장돌뱅이인 동이가 충줏집에게 수작을 거는


허 생원 오래간만에 가보고 싶어.
것을 보고 심하게 나무란다. 세 사람은 대화 장터로 가는 길을 동행
(고개 돌린 후) 동행하려
하게 되고,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동이
나, 동이?
는 자신의 성장 내력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허 생원은 동
동이 (보이스오버) 저야 가는
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충격에 개울을 건너다 발을 헛디
길이니까요.
뎌 물에 빠진다. 동이는 물에 빠진 허 생원을 업고 개울을 건넌다.
허 생원은 동이가 들고 있는 채찍

S# 20 개울가(밤) 이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에 들려 있


다는 것을 발견한다.
개울을 건너 물 밖에 나온 두 사람. 동이의 등에서 내린 허 생 순간적으로 동이의 얼굴에서 성 서방네 처녀의 얼굴이 보인
원이 고맙다는 듯이 웃으며 동이의 등을 토닥인다. 다. 자신의 왼손에 들려 있는 채찍을 내려다보던 생원은 나지막
이 동이를 부른다.
조 선달 진종일 실수만 하니 웬일이요, 생원. 허어허.

허 생원 동이, 자네…….
어쩐지 허 생원은 조 선달의 놀림에 변명을 한다.
동이 (보이스오버) 네?
허 생원 나귀야 ! 나귀. 나귀 생각하다 실족을 했어. 말 안 허 생원 아, 아닐세.
했던가?
저만치 먼저 위로 올라가 있던 동이 쪽으로 올라가는 허 생
풀을 열심히 뜯어 먹고 있는 당나귀들이 보인다. 원. 세 사람은 하얗게 드넓은 메밀밭을 걸어간다.

허 생원 저 꼴에 제법 새끼를 얻었단 말이지.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말일세.
피마 (-馬)  다 자란 암말.
허 생원은 물에 젖은 옷을 벗어 힘줘 짜낸다. 동이도 목에 메 보이스오버 (voice - over)  텔레비전 또는 영화 등에서 화면에 모습을 보이
고 있던 바지를 탈탈 턴다. 지 않으면서 다만 대사, 해설 등을 설명하는 목소리만 들리도록 하는 일.

허 생원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는 것이 나귀 새끼같

이 귀여운 것이 있을까. 그것 보러 나는 일부러 읍


내를 도는 때가 있다네.
조 선달 사람을 물에 빠트릴 젠 대단한 나귀 새끼군.

허 생원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

대단원 마무리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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