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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원의 구성과 성취 기준

소단원명 해당 성취 기준 연관 성취 기준

(1) 서정 갈래의 흐름 [12문학 03-03]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10국05-02] 갈래의 특성에 따른 형상화 방법을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한다.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구하고 감상한다. [10국05-03] 문학사의 흐름을 고려하여 대표적인 한국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2) 서사 갈래의 흐름
[12문학 03-04] 한국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
(3) 극 갈래의 흐름
황을 이해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9국05-05] 작품이 창작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한다.
(4) 교술 갈래의 흐름 탐구한다.

에서
학 답사
던 길’ 문
안동 ‘예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3
(1) 서정 갈래의 흐름 (2) 서사 갈래의 흐름
(3) 극 갈래의 흐름 (4) 교술 갈래의 흐름

(서울역)
이용했던 경성역

의 주인공
<만세전>

백석

박완서

이황
단원 설정의 이유
이 단원은 한국 문학의 갈래별 특징과 전개 양상,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에 대한 이
해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 문학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설정하였다.
한국 문학이 서정, 서사, 극, 교술이라는 문학의 기본 갈래 아래 다양한 역사적 갈래로 구
현되어 온 양상을 살펴보고, 한국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며, 문학과 역
사의 상호 영향 관계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개별 문학 작품을 풍부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둔 단원이다.

학습 목표

1.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하여 한국 문학의 갈래별 전개와 구현 양상을 탐


구하고 감상한다. 전체
소단원
2. 한국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
향 관계를 탐구한다.

이 단원에서는

한국 문학은 한국인의 사상과 정서를 담은 것으로서 오랜 세월


한국인의 삶과 함께 이어져 왔다. 원시 시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
지 우리 민족이 생산하고 향유해 온 방대한 분량의 우리 문학은 서
정, 서사, 극, 교술의 네 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기본 갈
래는 하위 갈래 또는 역사적 갈래를 거느린다. 예를 들어 <제망매
가>와 <가시리>는 기본 갈래로는 서정 갈래에 속하지만 하위 갈래
로는 향가와 고려 속요에 해당한다. 이러한 갈래 나누기는 문학사
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는 시대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그 반영
양상을 살피면 문학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 단원에서는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상하며 우리 문학사에서 이
네 갈래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를 살피고, 이와 더불어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에 대해 공부한다.

13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단원 한눈에 단원별 차시별
단원 한눈에 보기 보기> 영상 수업 지도안 수업 지도안

❶ 서경별곡 (작자 미상)


❷ 가 고인도 날 못 보고 (이황)
(1) 서정 갈래의 흐름 나 한숨아 셰 한숨아 (작자 미상)
❸ 모닥불 (백석)
❹ 농무 (신경림)

❶ 구운몽 (김만중)
(2) 서사 갈래의 흐름 ❷ 만세전 (염상섭)
❸ 겨울 나들이 (박완서)

❶ 봉산 탈춤 (작자 미상)
(3) 극 갈래의 흐름
❷ 파수꾼 (이강백)

❶ 일야구도하기 (박지원)
(4) 교술 갈래의 흐름
❷ 뒤지가 진적 (이희승)

<단원 한눈에
생활 속 문학 활동 우리 지역 문학 답사 보기> 정리

들어가기 전에
활동 안내 문학의 각 갈래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작품들을
활동 안내 학습자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이 단원을 학습하
떠올려 보게 하기 위한 활동이다. 학생들이 떠올린 작품들을
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
시대 순으로 정리해 보거나 각 작품의 역사적 갈래가 무엇인
를 통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도록 지도한다.
지 살펴보면서 본격적인 수업과 연계할 수도 있다.
•갈래별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씩 들 •이 단원에서 특히 흥미를 느끼는 것이나 알고
어 보자. 예시 답안| 싶은 것을 질문 형식으로 써 보자.
<별 헤는 밤>
서정: (윤동주) 서사: <허생전>(박지원)
예시 답안|•<한숨아 셰 한숨아>, <만세전>, <뒤지가 진적>
<규중칠우쟁론기>
극: <클래식>(곽재용) 교술: 이라는 제목은 각각 무슨 뜻일까?
(작자 미상)
•서정 갈래는 어떤 역사적 갈래로 전개되었을까?
•이 단원의 본문과 활동 제재를 창작된 시기별로 정리하면
그 순서가 어떻게 될까?
•문학 작품과 시대 상황은 어떤 관련이 있다고 •<겨울 나들이>는 어떤 시대 상황과 관련 깊은 작품일까?

생각하는가?
예시 답안| 활동 안내 문학 작품과 시대 상황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보
•문학 작품에는 작품이 창작될 당시의 시대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도록 유도하기 위한 활동이다. 문학을 보는 관점에는 내재적
•문학 작품에는 작가가 바라는 시대상이 반영되어서 사회의 변화를 관점과 외재적 관점이 있으며, 이 단원에서는 문학과 현실과
이끌어 내기도 해. 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문학 작품이 수용될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기도 해.
•작품 자체만으로는 시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는 것
같아. 단원의 길잡이 139
(1) 서정 갈래의 흐름
1.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하여 서정 갈래의 흐름을 파악한다.
2. 서정 갈래의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한다.
제재 개관
갈래 4구체 향가 주제 수로 부인에 대한 사랑의 고백
이 작품은 《삼국유사》에 신라 33대 왕인 성덕왕 때에 한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불렀다고 전해
지는 노래이다. 수로 부인은 절세미인이어서 때때로 신령한 존재에게 잡혀가기도 하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
해제
에서 노인이 벼랑 위에 핀 꽃을 꺾어 주는 것은 수로 부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큰 감동,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 각 열기 ◉ 다음은 신라 시대의 향가 <헌화가>와 그 배경 설화이다. 잘 읽고, 아래 활동을 해 보자.

활동 안내
신라 시대의 서정 갈래인 향가의 특징
‘향가’는 배경 설화를 통해 헌화가 獻花歌 낭송 듣기
향찰로 기록되어 전해 오는 우
노래로 불리었음을 확인할 향가
리 노래
수 있다. 배경 설화 속 상황
에서 노인이 어떤 심정으로 자줏빛 바위 가에 •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향유됨.
이 노래를 불렀는지 이야기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 문장
해 보고, 자신의 정서를 나타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전체를 적는 ‘향찰’이 사용됨.
낼 수 있는 노래나 시를 떠올
리면서 서정 갈래에 쉽게 접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4구체, 8구체, 10구체로 구분하거나,
상대적으로 짧은 ‘민요계 향가’와 보다
근할 수 있게 돕는 활동이다.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길고 짜임새가 잘 갖추어진 ‘사뇌가계
향가’로 구분함.
지도상의 유의점 《삼국유사》(김완진 해독)
<헌화가>의 상징적인 의미
에 대해 설명하기보다는 노 배경 설화_수로 부인의 남편 순정 공이 강릉 태수가 되어 부임해 가던 중 바닷가에서
래를 지어 부르는 ‘노인’의
정서에 주목하여 말해 보게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 곁에는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있었는데 그 위에 철쭉꽃이 활
한다.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제
짝 피어 있었다. 그것을 본 수로 부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꽃을 꺾어다 주기를 청했지
망매가>나 <가시리> 등으로 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인이 이 노래를 지어
작품을 교체하여 활동할 수
도 있다. 부르며 꽃을 꺾어 바쳤다.
<헌화가>의 향찰 표기
향찰은 대체로 개념을 나타내는 부분은
한자의 뜻을 빌리고, 조사나 어미 등의 문
(1) <헌화가>에 담긴 화자의 정서가 어떠한지 말해 보자. 법 관계를 나타내는 부분은 한자의 음을 빌
예시 답안|수로 부인에게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였다. 려 우리말 어순에 따라 기록하였다.
•<헌화가> 일부의 현대어 풀이
원문   花    
뜻    꽃   소리 울릴
꽃을
음    화     힐

(2) 현재 자신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노래나 시가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보자.


예시 답안|내 인생 요리 순서는 그러나 이 레시피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래와 같다 혹여 다른 레시피를 준비해 두지 않은
최고 산부인과에서 태어나 우리 부모님은 당황하실 것이다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부모님은 레시피가 어긋나는 건
각종 학원을 섭렵하면서 사춘기라는 특수 환경 탓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립 초등학교를 나와 메뉴판에 없는 새로운 요리가
특목 중학교를 거쳐 고객을 설레게 한다는 걸 모르는
특목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부모님에게 어떤 요리를 해 드릴까
일류대에 다닐 것이다 나는 색다른 레시피를 개발 중이다
- 김미희, <레시피 인생>
14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문학의 기본 갈래와 역사적 갈래
문학의 기본 갈래 문학의 역사적 갈래
인류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민족과 시대에 따라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문학 작품 갈래 문학 작품 갈래
서정, 서사, 극, 교술 향가, 고려 속요, 시조 등

앎 의 마당 서정 갈래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서정 갈래는 화자를 통해 작가의 생각과 정서를 주관적으로 표현하는 ‘노래하


기’의 갈래이다. 고대 가요에서 현대 서정시에 이르기까지, 서정 문학의 역사는

고대 고대 가요 한국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


<공무도하가>
<황조가>
삼국 구비 전승되던 민요가 고려의 궁중 음악으로 받아들여진
시대 5 서정 갈래의 흐름과 역사적 갈래 뒤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로 기록된 한글 가사의 노래
・ 향가
통일
<헌화가>, <제망매가>
신라 서정 갈래의 역사적 갈래에는 고대 가요, 향가, 민요, 한시, 고려 속요, 시조,

한시 신체시, 현대 시 등이 있다.
<촉규화>
고려 <송인> <공무도하가>, <황조가> 등 현재 전해지는 고대 가요는 서정 갈래에 속한다.
시대 고대부터 삼국 시대 초기까지의 노래
고려 속요
향찰로 기록된 차자 문학인 향가도 서정 갈래에 해당한다. 신라 노래인 향가는
<서경별곡>, <정석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린 향찰로 표기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 시가
시조 10 주로 《삼국유사》에 배경 설화와 함께 기록되어 전해진다. 또한 우리 민족의 삶
<이화에 월백 고> 향가의 전승상 특징
조선
전기 가사 과 함께하며 오랫동안 구비 전승되어 온 민요도 대부분 서정 갈래에 속한다.
구비 전승되는 민간의 노래 <정선 아리랑>
<상춘곡>
<속미인곡>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지식인은 주로 한문으로 문학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하

시조 였다. 그 중심에 한시가 놓여 있는데, 대부분의 한시는 서정시이다. 고려 속요는


조선 <고인도 날 못 보고> 한문으로 창작된 시
후기 <어부사시사>, <만흥> <서경별곡>, <동동>처럼 대부분 여러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연의 뒤
: 고려 속요의 특징
<묏버들 갈 것거>
15 에 후렴구가 붙어 있고, 작품 중간에 여음구가 들어 있는 것 등이 특징이다. 한
사설시조
<한숨아 셰 한숨아> 편 고려 중엽부터 조선 중엽까지 사대부들이 지었던 경기체가는 교술성과 서정
한시
<보리타작> 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어느 한 갈래에 포함하기 어려운 갈래이다. 시조는 고려
개화기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말에 성립되어 조선 시대에 크게 융성한 정형 시가로, 우리 문학사의 대표적인

신민요 서정 갈래이다. 조선 후기에는 사설시조가 유행하여 시조 문학의 폭을 넓혔다.


일제 시조의 초장과 중장이 길어져 장형화된 시조
<아리랑>
강점기 20 시조는 지금도 여전히 창작, 향유되고 있다. 한편 가사는 시조와 마찬가지로 4
현대 시
<불놀이>, <산유화> 음보 율격의 시가이지만 여러 갈래의 특성을 두루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의 갈
<모닥불>, <광야>
<쉽게 씌어진 시>
래에 넣기 어렵다.
해방
이후 신체시는 20세기 초 전통 시가의 정형성을 벗어나 자유시로 나아가는 과정에
<농무>, <봄눈 오는 밤> 최초의 신체시: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
<평상이 있는 국숫집> 나타난 과도기적 양식이다. 신체시를 이어 1910년대 중반 무렵에 이르면 현대 시
개화기 이후 최근까지 존재한 시(詩) 장르 전체
25 가 등장한다. 현대 시는 서구 문학과 활발하게 교섭하며 고전 시가의 정형성에
: 현대 시의 특징
■ 이 교과서 수록 작품은 파란색으로 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을 지향하였다. 현대 시는 한편으로는 전통을 계승하고
표시함.
한편으로는 창조를 모색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며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서정 갈래의 특성
•시적 화자가 자신의 감정을 주관적으로 표현한다.
‘노래하기’의
•비유와 상징을 이용하여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갈래
•운율 등을 활용하여 리듬감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41
활동 안내
<서경별곡>에서는 임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바위에 떨어져도 끊어지지 않는 ‘(구슬을 꿴) 끈’에 비유하였다. 그밖
에 변치 않는 사랑을 비유하기에 적절한 대상을 떠올리면서 서정 갈래의 대표적인 표현법인 비유를 연습해 보는 활동
이다.
제재 읽기 전에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랑을 빗대어 표현하고자 할 때 무엇에 비유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자.
➊ 다음은 이별하는 사람의 마음을 노래한 고려 속요이다. 이별에 처한 화자의 정서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살
피며 감상해 보자.
예시 답안|밤하늘의 별, 계절의 순환 등

서경별곡 西京別曲
낭송 듣기
작자 미상

해제 이 작품은 《악장가사》에 수록되어 있는 <서경별곡>의 전문이다. 대동강을 배경으로 하여 사랑하는 임을 보내


는 여인의 심정을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악률에 맞추기 위한 여음구. 행의 시작을 알려 줌. [현대어 풀이]


부록 323쪽에 <서경별 1연
셔경(西京)이 아즐가 셔경(西京)이 셔울히마르는 서경(西京)이 서울이지만
곡>의 현대어 풀이가 있음. 서경. 화자의 삶의 터전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여음구이자 후렴구.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구음. 행을 구별해 줌.
셔경 서경. 지금의 평양.
아즐가 악률(樂律)에 맞추
닷곤 아즐가 닷곤 쇼셩경 고 마른 (우리 사랑) 닦은 곳 작은 서울 사랑
하지만
기 위한 여음구.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셔울히마르는 서울이지만.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 여 므론 아즐가 여 므론 질삼뵈 리시고 이별할 바에는 길쌈과 베를 버리고

링디리 작품의 내용과 아 길쌈과 베, 또는 길쌈하던 베. 생계 수단

무런 관련이 없는 후렴구.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북소리의 의성어.
괴시란 아즐가 괴시란 우러곰 좃니노 다 사랑하므로 울면서 쫓습니다.
닷곤 닦은 곳. 낡고 헌 ‘사랑하신다면’으로 해석할 경우, 임의 사랑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임.
것을 손질하여 고친 곳.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 1연: 서경 노래 - 이별에 마음 아파함.
쇼셩경 소성경(小城京).
작은 서울. 서경(평양)을
가리킴.
고 마른 사랑하지마는.
‘괴요마른’의 오기로 추정. 제재 개관
여 므론 여의기보다는.
갈래 고려 속요
이별하기보다는. ① 적극적이고 솔직한 여성의 어조가 나타남.
성격 서정적, 서민적
질삼뵈 길쌈하던 베. ② 비유법, 설의법 등을 사용함.
제재 임과의 이별 특징
리시고 버리고. ③ 슬픔, 사랑, 원망 등 연마다 다른 정서를 드러냄.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다짐하면서도 떠 ④ 3음보 율격을 지니며, 후렴구와 여음구가 사용됨.
괴시란 사랑하신다면. 주제
난 임을 원망함.
사랑해 주신다면. 사랑하
므로. 각 연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
우러곰 울면서. 1연 2연 3연
좃니노 다 쫓아가겠습니
삶의 터전과 생업을 버리고서라도 임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을 애꿎은 사공을 원망하며 떠나는
다. 따르겠습니다.
임을 따라가려 함. 것이라고 다짐함. 임에 대한 원망을 드러냄.

고려 속요의 특징
고려 속요 •대개 구비 전승되던 민요가 궁중 음악으로 수용되면서 변화를 겪고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로 기록됨.
민간의 노래로
•주로 3음보 율격을 지님.
고려 시대에
•대부분 여러 개의 연으로 구성됨(분연체).
궁중 속악으로
•후렴구나 여음구가 포함된 작품이 많음.
편입되기도 했던 갈래
•평민들의 소박한 생활과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 많음.
14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여음구(조흥구). 특별한 의미 없이 흥을 돋우기 위해 사용함.
2연 구스리 아즐가 구스리 바회예 디신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원관념: 임과의 관계 원관념: 시련, 고난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긴힛 아즐가 긴힛 그츠리 가 나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원관념: 사랑, 믿음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즈믄 를 아즐가 즈믄 를 외오곰 녀신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구스리 구슬이.
신(信)잇 아즐가 신(信)잇 그츠리 가 나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바회예 바위에.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 2연: 구슬 노래 -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다짐함. 디신 떨어진들.
① 네 각시 음란한 줄 몰라서 긴힛 끈이야.
② 네까짓 것이 주제넘은 줄 몰라서
그츠리 가 끊어지겠습니까.
③ 네 각시도 강을 넘을지 몰라서
나 특별한 의미가 없지
3연 대동강(大同江) 아즐가 대동강(大同江) 너븐디 몰라셔 대동강 넓은 줄 몰라서
만 흥을 돋우기 위해 사용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된 여음구(조흥구). ‘나 ’
은 <정석가>와 <가시리>에
내여 아즐가 내여 노 다 샤공아 배를 내어 놓았느냐 사공아
도 쓰였다.
즈믄 천 년.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외오곰 외로이. 외따로. 홀로.
네 가시 아즐가 네 가시 럼난디 몰라셔 네 각시도 (언젠가는 강을) 넘을 녀신 살아간들.
줄을 몰라서 신잇 믿음이야.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너븐디 넓은지.
노 다 놓았느냐.
녈 예 아즐가 녈 예 연즌다 샤공아 가는 배에 (내 임을) 실었느냐 사
공아 가시 각시. 아내.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럼난디 ① 음란한지. 도리


에 벗어난 행동을 하는지.
대동강(大同江) 아즐가 대동강(大同江) 건넌편 고즐여 (내 임은) 대동강 건너편 꽃을 ② (강을) 넘을지.
녈 예 가는 배에. 떠나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는 배에.
연즌다 얹었느냐. 태웠느냐.
타들면 아즐가 타들면 것고리이다 나 배 타고 들어가면 꺾을 것입니다.
고즐여 꽃을.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 3연: 대동강 노래 -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을 드러냄. 것고리이다 꺾을 것입니다.
《악장가사》

제재 정리
<서경별곡>의 여음구
(1) 아즐가: 모든 행의 첫 음보 뒤에 ‘아즐가’를 붙여 행의 시작을 알려 준다.
(2)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모든 행의 뒤에 붙여 행을 구별해 준다. 이 여음구는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구음
으로 볼 수 있는데, 대체로 ‘두어렁’은 거문고 소리, ‘셩’은 바라나 징의 소리, ‘다링디리’는 대금 소리로 추측된다.
(3) 나 : 제6행 ‘긴힛 그츠리잇가 나 ’, 제8행 ‘신잇 그츠리잇가 나 ’, 제14행 ‘ 타들면 것고리이다 나 ’에만
쓰였다. <서경별곡>은 3음보 율격을 지니는데 노랫말이 3음보가 되지 않는 구절에 ‘나 ’을 첨가하여 음보를 맞추
었다고 볼 수 있다.

고려 속요에 나타나는 여음구(구음) 비교


작품 여음구(구음) 위치
<서경별곡>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 각 행의 마지막
<가시리> 위 증즐가 대평성대 각 연의 마지막
<청산별곡>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각 연의 마지막
<동동> 아으 동동다리 각 연의 마지막
<쌍화점>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각 연의 중간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43
활동 안내 1
<서경별곡> 각 연의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였는지 확인하는 활동이다. 문제가 제시하는 각 구절의 의미와 화자
의 정서를 파악함으로써 시 전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1 이 시의 내용과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1) 1연에서 화자가 “질삼뵈 리시고 ~ 괴시란 우러곰 좃니노 다”라고 한 까닭은 무엇일
까?
예시 답안|임과 이별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생계 수단을 버리고서라도 임을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다.

(2) 2연에 쓰인 다음 시어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예시 답안|
도움말
구슬 바위 끈
시어들의 관계를 고려하
여 의미를 파악한다.
두 사람을 두 사람 사이의
두 사람 사이의 관계
헤어지게 하는 시련 사랑 또는 신뢰

예시 답안|이 노래의 화자는 자신을 떠난 임을 원망하면서도 임에게는 화를 내지 못한다. 이는 임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걱정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화자는 임이 강을 건너게 해 준 사공을 원망하고 비난한
다.
(3) 3연에서 화자가 사공에게 하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화자의 심리를 짐작해 보자.
활동 안내 2
<공무도하가>와 <서경별곡> 제재 개관
은 모두 임과의 이별을 소재 갈래 고대 가요 주제 임을 잃은 슬픔, 이별의 정한
로 한 작품이다. 두 작품에
고조선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임의 죽음을 막으려고 했지만 임을 잃고 만 슬픔을
나타난 화자의 태도와 정서, 해제
연결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작품의 공간 배경 등을 비교
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
아보게 한다.
2 다음은 고대 가요 <공무도하가>이다. <서경별곡>과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자료실 고대 가요의 특징
고대 고대부터 삼국 시대
공무도하가: 고조선 때의 노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 _ 작자 미상 가요 초기까지의 노래
래. 백수 광부(白首狂夫)가
강을 건너다가 빠져 죽자 그 낭송 듣기 •구비 전승되다가 후대에 한문
의 아내가 이를 한탄하면서 으로 기록되어 전함.
임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公無渡河 •대부분 배경 설화와 함께 전함.
불렀다. 이를 곽리자고가 듣
•주로 집단 활동이나 제사 의식
고 그의 아내 여옥에게 들려 임은 마침내 강을 건너는구료. 公竟渡河 과 관련된 노래가 창작되다가,
주자, 여옥이 이를 듣고 공 물에 빠져 죽으니, 墮河而死 점차 개인의 서정을 담은 노래
후를 연주하면서 곡조를 만 가 창작되었음.
이 내 임을 어이할꼬. 當奈公何
들어 불렀다는 기록이 중국
진(晉)나라 최표의 《고금주》 《해동역사》

에 전한다. 작자를 여옥으로


보는 설도 있다.
(1) 위 노래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와 <서경별곡>의 1연에 나타난 화자의 태도가 어떻게 다른
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공무도하가>: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임을 보고 한탄하며 슬퍼함.
•<서경별곡> 1연: 이별의 상황에 마음 아파하며 임을 따라가고 싶어 함.

(2) 위 노래의 ‘물’과 <서경별곡>의 3연에 나오는 ‘대동강’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임과 나를 갈라놓는 장소

14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3 제재 개관
<정석가>와 <서경별곡>을 갈래 고려 속요 주제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비교함으로써 고려 속요의 특
이 작품은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이 와야지만 임과 이별하겠다고 함으로써 임에 대한 영
징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
해제 원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화자의 의지는 <서경별곡>과 유사한 마지막 연을 통해
다. 두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 연결
더욱 강조되고 있다.

3
식과 내용의 공통점을 파악하
고 그러한 공통점이 의미하는 다음은 고려 속요 <정석가>의 5, 6연이다. <서경별곡>과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바를 유추해 보도록 지도한다.
자료실
정석가: 고려 시대의 속요.
정석가 鄭石歌 _ 작자 미상 낭송 듣기
남녀 간의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한 것으로, 모두 6연으로
되어 있으며, 《악장가사》와 5연 6연
《시용향악보》에 실려 있다. 므쇠로 한 쇼를 디여다가 구스리 바회예 디신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작가와 연대는 알 수 없다.
므쇠로 한 쇼를 디여다가 구스리 바회예 디신
무쇠로 큰 소를 지어다가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텰슈산(鐵樹山)애 노호 다. 긴힛 그츠리 가.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철로 된 나무가 있는 산에 놓습니다.
그 텰초(鐵草)를 머거아 즈믄 외오곰 녀신
천 년을 외로이 살아간들
그 소가 철로 된 풀을 먹어야만
그 텰초(鐵草)를 머거아 즈믄 외오곰 녀신
그 소가 철로 된 풀을 먹어야만 천 년을 외로이 살아간들
유덕(有德) 신 님 여 와지 다 신(信)잇 그츠리 가
(임에 대한) 믿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고려 속요의 특징: 고려 속 유덕하신 임을 이별하고 싶습니다.
《악장가사 》
요는 대개 오랜 시간 구비
전승되어 온 민요 중 일부가 므쇠 무쇠. 노호 다 놓습니다.
궁중의 연회 음악에 수용되 한 쇼 큰 소. 텰초 철로 된 풀.
는 과정에서 변화를 겪으며 디여다가 지어다가. 주조하여다가. 유덕 신 님 여 와지 다 2~5연에서 반
이루어졌다. 고려에 이어 조 텰슈산 철로 된 나무가 있는 산. 복되는 후렴구이다.
선 시대에도 궁중 음악으로
연주된 고려 속요는 훈민정
음 창제 후에 한글로 기록되
(1) <정석가>와 <서경별곡>의 형식상 공통점을 말해 보자.
었다. 평민들의 소박한 생활
예시 답안|
과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 작
•한 편의 노래가 여러 개의 연으로 분절된다. <정석가> 총 6연, <서경별곡> 총 3연
품이 많다. 주로 3음보로 되 (분연체)
어 있고, 몇 개의 연이 연속 •반복되는 구절이 있다. <정석가> ‘므쇠로 한 쇼를 디여다가 / 므쇠
되는 분연체가 많다. 연이 •노랫말이 주로 3음보로 되어 있다. 로 한 쇼를 디여다가’
<정석가> ‘므쇠로∨한 쇼를∨디여다가∨’ <서경별곡> ‘셔경이 아즐가 셔경이 ……’
바뀌는 것을 알려 주는 후렴
<서경별곡> ‘닷곤 ∨쇼셩경∨고 마른∨’
구나 음악에 맞춰 흥을 돋우
는 여음구가 포함된 작품이 (2) <서경별곡>의 2연과 <정석가>의 6연이 유사한 까닭은 무엇인지, 고려 속요의 특징과
많다. 관련하여 짝과 함께 알아보자.
예시 답안|
•고려 속요는 민요 중의 일부가 궁중 음악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변화를 겪으며 이루어진 갈래라고 한다.
<정석가>와 <서경별곡>의
원래의 민요가 그대로 궁중 음악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어떤 작품은 노래 가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민
내용상 공통점
요 중에 ‘구슬 노래’가 있었는데, 이 노래를 사람들이 좋아해서 <서경별곡>에도 사용하고 <정석가>에도 사
‘구슬 노래’ 부분이 용했던 것 같다.
있음. •<정석가>를 지은 사람이 <서경별곡>을 보고 ‘구슬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가져와 사용했을 수도 있다.

도움말 (3) 오늘날 대중가요 가운데 <정석가>와 표현 방식과 주제가 유사한 노랫말이 있는지
<정석가>는 현실에서는 모둠원들과 함께 찾아보자.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을 가정 예시 답안| <사랑이 멈출 때> 유키스(2012) <느리게 하는 일> 아이유(2010)
하여 임과 영원히 이별하지
저 넓은 바다가 마를 때 조금만 더 사랑할게요
않겠다는 의지를 노래하고
태양이 빛을 잃을 때 그땐 또 모르죠 조금만 더 기억할게요
있다. 이 사랑 멈추게 될지 바닥에 흘린 이 눈물이
첫눈이 천 번쯤 내릴 때 마를 때까지만
별이 비처럼 쏟아질 때 그땐 알겠죠 오늘만 더 견뎌 볼게요
그대만 향한 나의 이 마음을 오늘만 더 기다릴게요
아프도록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 내 생각나고 그러면
나는 이별이란 말 몰라요 언제든지 보러 와 줘요
또 삶이 다해 다시 태어나도 가끔은 그대가 미워요
문득 혼자라고 느껴질 때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45
별 거 아닌 일에 울고 말 때 그럴 때
<서경별곡>은 <가시리>, <청산별곡> 등과 함께 고려 속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조선 전기까지 궁정
에서 애창되었다. 고대 가요 <공무도하가>와 <황조가>, 고려 속요 <가시리>, 현대 시 <진달래꽃> 등과 함께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로도 꼽힌다. 임과의 이별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한 화자는 이 노래
에서 임에 대한 미련, 의심, 원망하는 마음 등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서경별곡>은 감정 표현을 절제하
이별의 정한을 드러낸 다른 노래들이 대체로 감정 표현을 절제한 것과 달리, <서경별곡>은 다양한 감정을 드러냄.
며 이별의 정한을 드러낸 다른 노래들과 구별된다.
‘위 두어렁셩 두어렁셩 다링디리’와 ‘아즐가’, ‘나 ’은 각각 고려 속요의 형식상 특징인 후렴구와 여음구에 해당한
후렴구 여음구
다. 2연은 후렴구와 여음구를 제외하면 고려 속요 <정석가>의 6연과 같은데, 이 부분은 한문으로 번역되어 고려 문
인인 이제현의 문집 《익제집》에 실려 있다. 제재 정리
제재
형성 평가
참고 자료 이제현이 한문으로 번역한 <정석가> 6연
縱然巖石落珠璣(종연암석낙주기)  가령 바윗돌이 구슬에 떨어진다 해도
纓縷固應無斷時(영루고응무단시)  실은 응당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
與郞千載相離別(여랑천재상이별)  그대와 서로 천년 이별하더라도
一點丹心何改移(일점단심하개이)  일편단심이야 어찌 변하리오

자료 창고 대동강과 우리 문학

대동강은 예로부터 우리 노래와 이야기의 단골 배경이다. 특히 대동강은 아름다운 경치


로 유명해서, 명나라 사신이 대동강가에 자리한 연광정에 “천하제일강산(天下第一江山)”
이라는 문구를 현판으로 남겼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정지상의 <송인(送人)>을 비롯
하여 임제의 <패강곡>, 이색의 <부벽루> 등은 대동강을 바라보며 이별의 슬픔이나 인생무
상의 쓸쓸한 심정을 읊은 작품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중 <취유부벽정기>, 또 《옥단
춘전》, 《이춘풍전》, 《오유란전》 등의 옛이야기들도 대동강을 주요 배경으로 삼았다. “저어
라 배를, 멀리서 잠자는 능라도까지, 물살 빠른 대동강을 저어 오르라.”라고 노래한 주요
한의 <불놀이>, “다락에는 제일강산이라, 부벽루라, 빛 낡은 편액들이 걸려 있을 뿐, 새 한
마리 앉아 있지 않았다.”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태준의 <패강랭> 등 근현대 문학 작품에 정선, <연광정도>
도 대동강은 자주 나온다.

엮어 읽을 작품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고려 속요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한시


임과 헤어진 화자의 외로움과 슬픔을 노 고려 시인 정지상이 지은 한시이다. 과장
래한 고려 속요이다. 서사에 해당하는 1연 법을 사용하여 이별의 슬픔을 표현한 작품
<동동(動動)> <송인(送人)>
에 이어 정월에서 십이월까지 차례대로 열 으로, 고려, 조선을 이어 오늘에 이르기까
작자 미상 정지상
두 연을 펼쳐 놓은,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지 이별시의 절창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월령체(달거리 형식) 노래이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14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한국의 대표 정형시인 시조를 배우기에 앞서, 시조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 봄으로써 시조에
대한 이해를 점검하는 활동이다.
제재 개관
제재 읽기 전에 시조의 특징과 관련하여 알고 있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 보자.
갈래 연시조, 사대부 시조
➋ 다음은 조선 시대에 창작된 평시조와 사설시조이다. 평시조와 사설시조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성격 의지적, 교훈적, 도학적
제재 고인이 가던 길[道]
예시 답안|송순의 <십년을 경영하고>, 윤선도의 <오우가>,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에> 등과 같은 작품이
시조에 해당한다. 조선 시대에 주로 지어진 정형시이다. 4음보 율격을 지닌다. 사대부뿐만 아니라 기생이나 평 고인의 삶을 본받고
민들도 시조를 지었다. 등 주제 자 하는 의지(학문 수양
에 대한 의지)
① 고인이 깨닫고자 했

고인도 날 못 보고
작가 소개
낭송 듣기 던 도(道)를 고인이
영상
가 걷던 길에 비유함.
이황 특징 ② 설의법을 활용하여
화자의 의지를 표현
해제 이황의 연시조 <도산십이곡> 중 ‘언학(言學)’ 제3수이다. ‘언학’은 학문에 대해 말한다는 뜻으로 ‘언학’에 속한
함.
여섯 수의 시조는 학문의 즐거움과 학문하는 자세, 학문에 대한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그중에서 <고인도 날 못 보고>
③ 4음보 율격을 지님.
는 옛사람, 즉 성현이 가던 길을 자신도 본받아 따라가겠다는 의지를 소박한 언어로 표현하였다.

옛사람. 공자나 맹자, 주자 등의 성현 : 연쇄법


자료실
초장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대구법) ▶ 초장: 고인과 나 사이의 먼 거리
성현들과 ‘나’는 서로를 직접 보거나 만날 수 없음.
시조: 시조는 한국 고유의
중장 고인을 못 봐도 녀 길 알픠 잇 ▶ 중장: 고인과 나 사이를 이어 주는 길 정형시이다. 사대부는 물론
(고인이) 가던 길. 학문 수양의 길 평민과 기생, 왕족과 임금도
종장 녀 길 알픠 잇거든 아니 녀고 엇졀고 (설의법) ▶ 종장: 고인이 가던 길을 나도 가겠다는 결심 시조를 지었다. 고려 말에
고인의 삶을 본받겠다는 의지 《청구영언》 형성되어 조선 시대에는 악
[현대어 풀이] 기 반주와 함께 가창되는 세
가 의 표현상 특징
옛 사람도 날 못 보고 나도 옛 사람을 못 보네
대구법 고인도 날 못 보고 나도 고인 못 뵈 련된 양식으로 발전했고, 현
옛 사람을 못 뵈어도 가던 길 앞에 있네
가던 길 앞에 있거든 아니 가고 어쩌겠는가 [초장] 고인 못 뵈 / [중장] 고인을 못 봐도 녀 대 시조로 계승되어 오늘날
연쇄법 까지 창작되고 있다.
길 알픠 잇 / [종장] 녀 길 알픠 잇거든 …

설의법 아니 녀고 엇졀고(아니 가고 어쩌겠는가?)


고인 옛사람. 여기서는 공
자, 맹자, 주자와 같은 성현
이황 (李滉, 1501~1570) 을 이름.
조선 중기의 문신, 문인. 호는 퇴계(退溪). 성리학 연구에 전념하여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겼 녀 길 가던 길. 학문을
으며 도산 서당을 세워 많은 제자를 길러 냈다. <도산십이곡>을 비롯한 시조와 <매화시(梅花詩)> 실천하던 길.
와 같은 빼어난 한시를 다수 남겼다. 저서에 《퇴계집》 등이 있다. 알픠 앞에.

시조의 특징
시조 •시대별 변화: 고려 후기에 발생한 시조는 조선 시대에 크게 발전하였으며, 조선 후기
에는 평시조보다 긴 사설시조가 유행하고 향유층이 확대됨.
고려 후기에
•향유층: 초기에는 사대부를 중심으로 하여 창작・수용되었으나, 조선 전기에 기생도
발생한 우리나라
창작에 참여하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중인에 이르기까지 향유 계층이 확대됨.
고유의 정형 시가
•기본 형식: 3장 6구 45자 내외의 4음보 율격을 지니며, 종장 첫 구는 3음절로 고정됨.

시조의 종류
평시조 시조의 기본 형식을 지닌 시조 <이화에 월백 고>(이조년)
연시조 두 개 이상의 평시조가 하나의 제목으로 엮이어 있는 시조 <도산십이곡>(이황)
초・중・종장의 형식을 지니지만 4음보 율격에서 벗어나 현저
사설시조 <한숨아 셰 한숨아>(작자 미상)
하게 길어진 시조

<고인도 날 못 보고> 이해하기


감상에 •이황은 조선 성리학을 체계화하여 발전시킨 인물임.
고려할 •이황이 고향에서 독서와 저술에 전념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시기에 지음.
만한 맥락 •<도산십이곡 발>에서 ‘언학(言學, 학문을 말한 것)’이라고 구분한 작품에 포함됨.
시구의 의미 파악
이 작품은 ‘고인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의지’, ‘학문 수양에 대한 의지’를 표현함.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47
나 한숨아 셰 한숨아 낭송 듣기
작자 미상
해제 이 작품은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로, 한숨을 의인화하여 한숨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문’이나 ‘창문’과 관련된 사물을 열거하여 장형화한 중장이 인상적인데, 여기에서 사설시조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한숨’을 의인화하여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을 씀.


[현대어 풀이] 초장 한숨아 셰 한숨아 네 어 틈으로 드러온다 ▶ 초장: 한숨이 나옴.
한숨아 가는 한숨아, 네 어 들어오느냐. 화자가 한숨을 쉬는 것을 집 밖에서 한숨이 들어오는 것으로 표현함.
느 틈으로 들어오느냐 중장 고모장 셰살장 가로다지 여다지에 암돌져귀 수돌져귀 목걸새 닥
고미장지, 세살장지, 가로
문이나 창문의 종류 문을 여닫거나 잠그는 장치
닫이, 여닫이에 암톨쩌귀, 수
톨쩌귀, 배목걸쇠 뚝딱 박고,
박고 용(龍) 거북 물쇠로 수기수기 엿 듸 병풍(屛風)이라 덜걱 져븐 족
용과 거북 수놓은 자물쇠로
꼭꼭 채웠는데, 병풍이라 덜
자(簇子)ㅣ라 글 다네어 틈으로 드러온다 ▶ 중장: 한숨을 막으려는
한숨을 막으려 하지만 막지 못함. 노력이 실패로 돌아감.
컥 접은 족자처럼 대굴대굴
말았느냐 네 어느 틈으로 들
종장 어인지 너 온 날 밤이면 못 드러 노라 ▶ 종장: 한숨을 원망함.

어오느냐 시적 화자가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깊은 시름에 젖어 있음. 《청구영언》


어찌 된 일인지 너 온 날
밤이면 잠 못 들어 하노라 제재 정리

: 문을 닫아 한숨을 막으
려는 행동을 과장함으
로써 화자가 근심에 잠
겨 있는 상황을 해학적
으로 표현함.

참고 자료 제재 개관
종장의 상황과 관련 깊은 갈래 사설시조 ① 생활 속의 사소한 사물들을 열거하여 진솔하고
한자 성어 생동감 있게 정서를 표현함.
성격 해학적, 정서적
전전반측(輾轉反側). 특징 ② 한숨을 의인화하여 고달픈 삶의 애환을 해학적으
제재 한숨, ‘문’이나 ‘창문’에 관련된 사물들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뒤 로 표현함.
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 주제 그칠 줄 모르는 시름 ③ 4음보 율격에서 이탈하여 장형화된 형식을 지님.

<한숨아 셰 한숨아> 이해하기


실제의 한숨 내면에 근심이나 괴로움 등이 있어서 한숨을 내쉼.

여러 사물로 잠에 들지 못함.
외부에서 한숨이
한숨을 막으려 (근심이나 괴로움
이 작품의 들어옴.
하지만 실패함. 등이 생김.)
한숨

자신의 내면에 그칠 줄 모르는 시름이 있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함.

셰 한숨 가는 한숨. 돌져귀 돌쩌귀. 문짝 수기수기 숙게 숙게. 꼭꼭. 몇 번이나 확인하


드러온다 들어오느냐. 을 문설주에 달아 여 며 꼭꼭 채우는 것을 나타내는 말.
고모장 고미장지. 고미다락의 장지. 장지는 닫는 데 쓰는 두 개의 엿 듸 채웠는데.
방과 방 사이 또는 방과 마루 사이에 칸을 막 쇠붙이. 암짝은 문설 져븐 접은.
아 끼우는 문을 뜻함. 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는다. 글 댁대굴. 대굴대굴. 작은 물건이 계속
셰살장 세살장지. 가는 살을 가로세로로 좁 목걸새 배목걸쇠. 두 배목(문고리를 거는 구르는 모양.
게 대어 짠 장지. 데 또는 문고리를 문짝에 다는 데 쓰는 물건) 다 말았느냐.
가로다지 가로닫이. 가로로 여닫는 창이나 문. 을 양쪽에 박고 문고리를 걸도록 만든 쇠. 어인지 어찌 된 일인지.

14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1
두 시조에 나타난 화자의 상황과 심리를 확인함으로써 기본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이다.

1 가, 나
예시 답안|
두 시조의 화자가 처한 상황과 심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화자의 상황 화자의 심리

가 고인을 볼 수 없음. 고인을 본받고자 함.

나 한숨이 나옴. 답답함. 시름에 잠김.

활동 안내 2
‘녀 길’과 ‘고인’을 중심으로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는 활동이다.
지도 방법
이황에게 ‘고인’의 ‘녀
2 가 <고인도 날 못 보고>의 주제와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길’은 학문 수양의 길을 의미
했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자
(1) ‘녀 길’이 의미하는 바를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의 주제를 말해 보자.
신의 ‘롤 모델’을 떠올려 보 예시 답안|‘녀던 길’은 ‘고인’이 평생 추구하고 노력했던 일로, 이 작품에서는 특히 성현이 세상의 이치를 깨
고 그 사람이 추구하고 노력 닫고 인격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 평생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일을 말한다.
하는 일을 본보기로 삼을 수 → 이 작품의 주제: 고인의 삶을 본받고자 하는 의지(학문 수양에 대한 의지)
있게 지도한다.
자신의 ‘고인’에 대해 적어
(2) 화자에게 ‘고인’이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지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고인’이 될 만한 사
보는 활동을 할 때는, 구체적
인 인물을 적고 그 사람이 자 람은 어떠한 사람인지 생각하여 적어 보자.
신에게 ‘고인’이 되는 이유에 예시 답안|
대해 발표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
화자의 ‘고인’ 나의 ‘고인’
•상상 속의 세계를 실감 나게 구현해 낸 영
본받고 싶은 옛사람, 화감독
공자, 맹자, 주자와 같은 성현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남긴 건축
가 가우디

활동 안내 3
‘한숨’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작품의 내용을 파악하고, 작품에 대해 짝과 이야기하면서 표현의 묘미를 알아보
는 활동이다.
지도 방법
① 화자가 ‘한숨’을 쉬는 까
3 나 <한숨아 셰 한숨아>의 내용과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닭은 작품에 나타나 있지 (1) 화자가 ‘한숨’을 쉬는 까닭이 무엇일지 짐작하여 말해 보자.


않다. 한숨이 나오는 여러
예시 답안|
가지 상황을 상상해 보며
•짝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하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아서 등
게 한다.
② 화자가 ‘한숨’을 막기 위
해 한 일과 그 일이 실패 (2) 화자가 ‘한숨’을 막기 위해 한 일과, 그 일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짝과 함께 이야기해
한 이유를 이야기할 수
보자.
있다면, 왜 그렇게 표현했
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예시 답안|
해 볼 수 있다. 학생 1: 화자는 ‘한숨’을 막기 위해 문이나 창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 잠갔다고 했어.
학생 2: 하지만 ‘한숨’은 내 몸속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이지 바람처럼 바깥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
니기 때문에, 아무리 문이나 창문을 잘 닫고 자물쇠로 잠근다고 해도 한숨을 막을 수는 없지.
학생 1: 그런데 화자가 정말로 문이나 창문을 닫고 자물쇠로 걸어 잠그는 행동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냥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아.
학생 2: 어쩌면 한숨이 나오는 답답한 일이 바깥에 있으니까, 그 일을 피하고 싶어서 문이나 창문을 꼭꼭 닫
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인지도 몰라.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49
활동 안내 4
사설시조의 특징을 설명한 글을 읽고 개별 작품에서 그 특징을 찾아보고, 더 나아가 재구성을 통한 사설시조
창작에까지 이를 수 있도록 구성한 활동이다.

4 다음은 평시조와 구별되는 사설시조의 특징을 설명한 것이다. 이를 참고하여 아래 활동


을 해 보자.

•사설시조는 대개 종장은 평시조와 비슷한 틀을 유지하되, 초・중장 혹은 그중


평시조와 구별되는 사설시
어느 일부가 4음보 율격의 정제된 구조에서 현저하게 이탈하여 장형화되어
조의 특징
길이와 음보율 있다.
초・중・종장의 형식을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일상적 삶 속
지니지만 4음보 율격에서
벗어나 현저하게 길어짐. 의 갑남을녀들에 대한 관찰, 고달픈 생활과 세태에 대한 해학・풍자 등이 그
내용 주요 내용을 이룬다.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
•일상적 언어와 하찮고 잡다한 사물들이 사설시조에서는 흔하게 등장한다. 이
에 대한 관찰
•고달픈 생활과 세태에 러한 언어 요소들은 작품에 진솔하고 구체적인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때로는
대한 해학・풍자 등
경쾌한 익살과 재담의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잡다한 사물과 숨 가쁘게 나
언어와 소재
일상적 언어, 하찮고 잡 열하는 표현의 결합은 이런 효과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다한 사물 - 김흥규, 《사설시조의 세계》에서
→ 생동감 증대, 익살과 재
담의 효과

가 와 나 의 비교 (1) 가, 나 두 시조의 형식을 비교해 보고,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말해 보자.


구분 가 나 예시 답안|
갈래 연시조 중 1수 사설시조 • 가 에 비해 나 의 중장이 훨씬 길다.
• 가 에 비하면 나 의 초장 역시 조금 길다.
조선 시대
조선 시대의
작자 몰락 양반, 중인,
유학자, 양반
평민 등
일반적인 평시조에 비해
길이
평시조 길이임. 중장이 훨씬 긺. (2) 가 와 비교할 때, 나 시조의 소재와 표현이 갖는 특징을 말해 보자.
•유 교 적 삶 의 •잡 다 한 사 물 예시 답안|
자세를 드러 을 나열함. • 나 의 중장에는 창과 자물쇠 같은 잡다한 사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소재와
냄. •고 달 픈 삶 을 • 나 는 한숨이 나오는 답답하고 고달픈 삶을 노래하면서도 이를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표현
•해 학 적 이 지 해학적으로
않음. 표현함.
학문 수양에 그칠 줄 모르는
주제
대한 의지 시름

표현

(3) 나 <한숨아 셰 한숨아>의 중장 부분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고쳐 써 보자.


도움말
현재 자신의 생활에서 ‘한
숨’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을 한숨아 셰 한숨아 네 어느 틈으로 들어오느냐
떠올려 보고, 그 ‘한숨’을 막
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예시 답안|현관문 방문 창문 온 집 문을 꼭꼭 닫고 마스크 선글라스 이어폰까지 했는데 미세먼지
지 생각해 본다. 라 들어오느냐 초미세먼지라 들어오느냐 네 어느 틈으로 들어오느냐
지도 방법
중장은 <한숨아 셰 한숨아>
를 모방할 수도 있지만, 다른 어찌 된 일인지 너 온 날 밤이면 잠 못 들어 하노라
사설시조들을 참고하여 전혀
다르게 써 볼 수도 있음을 안
내한다.

15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고인도 날 못 보고>는 조선 시대의 사대부 이황이 지은 12수로 된 연시조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의 제9곡이
다. 이황은 <도산십이곡>을 전 6곡과 후 6곡으로 나누고 앞의 것을 ‘언지(言志)’, 뒤의 것을 ‘언학(言學)’이라 하였다. ‘언
지’는 자연을 사랑하여 거기에 사는 마음을, ‘언학’은 학문과 수양을 통해 바른 성정을 기르려는 뜻을 각각 읊었다. <고인
도 날 못 보고>는 ‘언학’에 속하는 것인데, ‘고인’ 한 낱말을 제외하고는 전부 순우리말을 사용하여, 선인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자 하는 뜻을 뚜렷이 드러내었다. 제재
제9곡의 주제: 학문과 수양의 길 제재 정리
형성 평가

<한숨아 셰 한숨아>는 아무리 막아도 틈을 뚫고 들어오는 한숨을 통해, 한숨을 토하게 만드는 근심과 설움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사설시조이다. 중장에서는 사물을 나열하는 열거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설시조에
비슷한 내용의 어구를 여러 개 늘어놓아
서 자주 보이는 특징이다. 제재
전체적인 내용을 강조하는 수사법 제재 정리
형성 평가

자료 창고 조선 시대 가집의 탄생, 《청구영언(靑丘永言)》

조선 시대에 시조는 노래로 향유되었다. 특히 시조를 우아하고 느린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가곡창은 조선 후기에 유행했고 요즘도
공연되고 있다. 조선 전기에 사대부들 중심으로 향유되던 시조는 점점
향유층이 확대되었는데, 조선 후기에는 중인들 사이에서 시조를 잘 짓
고 가곡창도 잘 부르는 전문적인 가객(가수)들이 등장했다. 가객들은
노래로 즐겨 불리는 시조를 모아 가집(歌集)을 편찬하기도 했다.
그런 가객을 대표하는 김천택은 고려 말 이래 다양한 신분의 남녀
가 지은 시조 580수를 수집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1728년에 책
한 권을 내놓았다. 이 책이 바로 조선 시대 최초의 가집 《청구영언》
이다. ‘청구(靑丘)’는 우리나라를, ‘영언(永言)’은 노래를 뜻한다. 《청구영언》

김천택은 발문에서 “무릇 문장과 시는 세상에 간행되어 영구히 전해지므로 천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러
나 노래는 한때 입으로 불리고 자연히 사라져 후세에는 연기처럼 없어지니 어찌 슬프고 안타깝지 않은가?”라고 책을 만든
뜻을 밝혔다. 이후 수많은 가집이 편찬되었는데, 그 가운데 《청구영언》, 《해동가요》(김수장 편찬), 《가곡원류》(박효관・안민
영 편찬)를 조선 시대 3대 가집으로 꼽는다.

엮어 읽을 작품

사대부가 지은 또 다른 연시조 비슷한 표현이 사용된 다른 작품


이이가 황해도 해주 석담에 은거하며 지 이 시조는 답답한 가슴에 창문을 내고
<고산구곡가 은 10수의 연시조이다. 첫 수에서는 자연 <창 내고쟈 싶다는 내용의 사설시조로, <한숨아 셰 한
(高山九曲歌)> 속에서 벗과 함께 학문을 닦겠다는 마음을 창 내고쟈> 숨아>와 중장의 표현이 비슷하다. <창 내
이이 밝히고, 나머지 아홉 수에서는 석담의 아 작자 미상 고쟈 창 내고쟈>는 ‘창 노래’, <한숨아 셰
홉 곳 경치를 그리는 한편, 자연을 벗하여 한숨아>는 ‘벽 노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가르치고 공부하는 학자의 고아한 삶을 노 도 한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래하였다.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51
제재 개관

갈래 현대 시, 서정시, 산문시 활동 안내
성격 묘사적, 회상적, 산문적 <모닥불>의 소재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활동이다.
제재 모닥불 제재 읽기 전에 ‘모닥불’ 하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평등과 어울림의 정 ➌ 다음은 여러 사람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불을 쬐는 상황을 그린 시이다. 시적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감상
신과 할아버지의 슬픈 해 보자.
주제
역사(우리 민족의 슬픈
예시 답안|추운 가운데 따뜻한 느낌, 밝고 강렬한 느낌, 파괴, 위험한 느낌, 수련회 마지막 날 캠프파이어 할 때의 느
역사)
낌, 여러 사람이 모여 흥겨운 느낌 등
특징
① 평안도 방언을 사용하여 사실
성과 향토성을 높이고 있음.
② 열거의 방식으로 대상을 제
시하고 있음.
모닥불 낭송 듣기 시인 백석의
생애와 작품 세계 백석
③ 지금 이곳의 상황 묘사와 과 해제 이 작품은 신분, 나이, 성별, 사람과 짐승의 벽을 넘어 모두가 평등하게 모닥불을 쬐는 상황을 제시하는 한편,
거 회상으로 이루어져 있음. 모닥불과 관련된 ‘슬픈 력사’를 환기하고 있다. 이 시의 시적 상황은 차별 없는 평등과 어울림으로 따뜻하면서도 그
④ 근대적 평등 의식이 중심에 ‘슬픈 력사’의 회상으로 차가운,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놓여 있음.

새끼오리 새끼줄, ‘오리’는 1연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
‘올’의 평안 방언. : 모닥불에 타는 사물들 열거. 당시 농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보잘것없는 것들이 모닥불에 탐.
갓신창 가죽신의 밑창. 락닢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
개니빠디 개의 이빨. 평안
방언.
는 모닥불 ▶ 1연: 보잘것없는 것들이 타는 모닥불

너울쪽 널빤지.
짚검불 지푸라기.
닭의 짗 닭의 깃털. 2연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 열거. 신분이나 나이 등에 차이가 있지만 함께 모닥불을 쬠. → 따뜻한 공동체
재당 제사를 지내거나 문중
회의를 할 때 일을 주관하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던 학덕 높은 집안의 어른.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 2연: 평등하게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과 동물들
초시(初試) 과거의 첫 시 : 모닥불을 쬐는 짐승들 열거. 크기, 나이(성장 정도)에 차이가
험에 급제한 사람. 여기서 있지만 사람과 함께 불을 쬠. → 평등과 화합의 이미지 강화
는 노인을 높여 부르는 말
로 쓰임.
3연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
문장 문중에서 항렬과 나
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력사가 있다 ▶ 3연: 모닥불에 얽힌 할아버지의 슬픈 역사
이가 제일 위인 사람. 할아버지가 고아가 된 것 할아버지의 불행했던 과거 《사슴》
몽둥발이 몽동발이. 딸려 또는 화상을 입은 것에 → 이 작품이 일제 강점기에 창작되었다는 점을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대한 표현 고려할 때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환기하기도 함.
제재 정리
몸뚱이만 남은 물건.

참고 자료 <모닥불>의 표현상 특징과 효과


‘몽둥발이’의 두 가지 뜻 평안 방언 사용 조사 ‘도’의 반복
① 딸려 붙었던 것이 다 •새끼오리: 새끼줄. •1연: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 •개니빠디: 개의 이빨. •2연: 재당도 초시도
은 물건
② 손가락이 없거나 오그
라져서 펴지 못하는 •시적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형상화함. •내용 면: 평등하게 불을 쬐는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함.
손을 가진 사람을 낮 •지역의 향토성을 부각함. •형식 면: 운율을 형성함.
잡아 이르는 말
→ 이에 따라 ‘몽둥발이’ 백석 (1912~1996)
라는 시어의 의미를
시인. 평안 방언을 의식적으로 사용하여 고향 사람들의 소박한 삶과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시
고아 또는 화상과 관
련지어 해석함. 를 많이 썼다. 대표작으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흰 바람벽이 있어>, <국수> 등이 있다. 시집
《사슴》을 냈고, 토마스 하디의 소설을 번역한 《테스》를 남겼다.

15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1
1~3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초점을 중심으로 하여 이 시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1 이 시의 내용과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1) 1연에 나열된 사물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쓸모가 없는 보잘것없는 것들이다.

(2) 2연에서 모두가 둘러서서 모닥불을 쬐는 시적 상황의 의미에 대해 말해 보자.


예시 답안|신분, 나이 등의 구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어우러져 모닥불을 쬐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움말
‘재당’과 ‘초시’처럼 짝을
이루고 있는 존재들의 관계
가 어떠한지에 주목하여 생
각해 본다.
(3) 3연에서 ‘슬픈 력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개인적 차원과 공동체적 차원으로 나
누어 짝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예시 답안|
도움말
시가 창작된 시대를 고려
개인적 차원 공동체적 차원
하여 추측해 보자. 이 시는
1936년 간행된 시집 《사슴》
(어린 시절에 겪은) 슬픈 력사
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 민족의 불행
할아버지의 불행

활동 안내 2
이 시의 주요한 표현상 특징인 평안 방언 사용과 조사 ‘도’의 반복 사용에 주목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표준어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하거나 다른 조사 또는 쉼표 등을 사용한 경우와 비교하여 어떠한 특징이
나타나는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2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을 중심으로 하여 작품을 감상해 보자.

도움말 (1) 이 시에는 ‘새끼오리, 개니빠디’ 같은 평안 방언이 많이 사용되었다. 다음을 참고하여 시


작가의 고향, 작가가 살았 인이 방언을 사용한 의도가 무엇일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던 시대, 문체적 효과 등을
고려하여 다양하게 추론해
본다.
백석은 시에 평안 방언을 사용하여 고향 마을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향토적
정서를 환기하였으며, 친족 공동체의 삶을 생생하게 그렸다.

예시 답안|
•시적 상황을 보다 사실적으로 형상화하기 위해 시 속의 인물들이 사용하는 평안 방언을 사용하였을 것이다.
•지역 말을 의도적으로 살려 씀으로써 이 지역의 향토성을 부각하고자 하였을 것이다.

(2) 1연과 2연에서 반복되고 있는 조사 ‘도’가 작품의 내용과 형식 면에서 어떤 효과를 낳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내용 면: 다양한 사물이 함께 모닥불에 타고 또 다양한 존재가 평등하게 그 불을 쬐는 상황을 생생하게 표
현하였다.
•형식 면: 같은 소리를 반복하여 운율을 형성함으로써 작품의 음악성을 높인다.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53
활동 안내 3
안도현의 <모닥불>과 백석의 <모닥불>을 비교하여 감상해 봄으로써 두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
한 활동이다. 전대 작품의 특징을 이어받거나 새로운 특징을 보이면서 문학이 발전해 나간다는 것도 이를 통해
연결
확인할 수 있다.

3 다음은 백석의 <모닥불>에서 영향을 받아 창작된 시이다. 백석의 <모닥불>과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제재 개관
모닥불 _ 안도현
갈래 현대 시, 서정시 낭송 듣기
고단하게 살아가는

주제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쌀밥에 더운 국 말아 먹기 전에
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하는 의지 어두운 청과 시장 귀퉁이에서 무장 독립군들 출정가 부르기 전에
해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압록강 건너기 전에
이 작품은 ‘모닥불’을 주요 소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배부른 그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재로 삼아 힘겹게 살아가는 사
람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눈길을 철야 농성한 여공들 가슴속에서 쓸데없는 책들이 다 쌓인 다음에
보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
에서 ‘모닥불’은 힘겹게 살아가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 12~20행: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때
는 사람들의 곁에서 피어오르며 가난한 양말에 구멍 난 아이 앞에서 언 땅바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어둠을 밝히고 온기를 전하며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존재 비탈진 역사의 텃밭가에서 훅훅 입김을 하늘에 불어넣는
로 그려진다. 마지막 행에서는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에서 죽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키는
‘한 그루 향나무’에 비유되며 이
러한 이미지가 더욱 숭고하게 모여 있는 곳에서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키는
표현되고 있다.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그날까지 끝까지 울음을 참아 내는
▶ 1~11행: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곳
얼음장이 강물 위에 눕는 섣달에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낮도 밤도 아닌 푸른 새벽에 한 그루 향나무 같다
▶ 21~26행: 한 그루 향나무 같은 모닥불
동트기 십 분 전에
《모닥불》

(1) 위 시에 나타난 ‘모닥불’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곳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때

지도 방법
•가장 추운 때
작품 마지막에 나오는 ‘죽 •어둡고 춥고 가난한 변두리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직전
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되는 쓸모없는
키는’,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지식을 넘어 실천에 나아가려는 때
키는’ 두 부분에 특히 유의하
여 ‘모닥불’의 의미를 이해하
도록 이끈다.

도움말 (2) (1)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에서 ‘모닥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말해 보자.


위 시에 나타난 현실과 시 예시 답안|어둡고 춥고 가난한 변두리에서 소외된 삶을 사는 착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마음, 그런
대 상황 등을 고려하여 ‘모 현실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진보적 의지를 뜻한다.
닥불’의 의미를 파악해 본다. (3) 이 작품이 백석의 <모닥불>의 어떤 점을 계승하고 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
해 보자.
예시 답안|
•이 작품도 백석의 <모닥불>과 마찬가지로 ‘모닥불’을 중심 제재로 삼고 있어.
•백석의 <모닥불>에서 조사 ‘도’를 반복하고 모닥불에 타는 소재들을 열거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에
서’, ‘에’, ‘-는’과 ‘모닥불은 피어오른다’를 반복하고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곳과 피어오르는 때를 열거하고
있어.
•백석의 <모닥불>에서 ‘새끼오리’, ‘헌신짝’ 같은 보잘것없는 것들과 ‘나그네’, ‘붓장사’, ‘땜쟁이’ 같은 소외된
이들에게 동등한 관심과 시선을 준 것처럼, 이 작품도 ‘공사장’, ‘쓰레기장’, ‘여공’, ‘양말에 구멍 난 아이’와
15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같이 소외된 존재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 있어.
이 시의 특징 ①
<모닥불>은 추운 겨울날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시이다. 이 시에서 두드러진 점은 열
거법을 사용한 것이다. 1연에서는 모닥불 속에서 타고 있는 사물들을, 2연에서는 모닥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과 짐
승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이러한 열거법은 판소리와 사설시조 등의 옛 문학에서 자주
쓰인 것으로 전통 계승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징 ②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시인의 고향인 평안도의 방언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끼오리’, ‘개니빠디’ → 현실성, 향토성 높임.
백석은 자신의 시에서 평안 방언을 의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평안도 사람들의 삶과 문
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는데, 이 작품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징 ③ 내용의 측면에서 이 시는 1, 2연과 3연의 두 부분으로 확연하게 나뉜다. 1연과 2연에
서 모두가 평등하게 모닥불을 쬐는 평화로운 장면을 그리다가 3연에서는 모닥불에 얽
1~2연: 지금 이곳의 상황 묘사. 근대적 평등 의식이 중심에 있음.
힌 할아버지의 슬픈 사연을 제시하는데, 이는 개인의 아픔을 넘어 우리 민족의 슬픈 현
3연: 할아버지의 불행했던 과거 <모닥불>이 실린 시집 《사슴》
실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1936년)

제재
제재 정리
형성 평가

자료 창고 백석 시를 좋아한 일본 시인

<모닥불>을 비롯한 백석의 시는 김소운과 김종한이 일본어로 번역하여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번역된 작품을 읽고 백석을
좋아하게 된 사람 가운데 노리타케 가즈오(則武三雄, 1909~1990)라는 일본 시인이 있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말 신의주에서 살
면서 압록강 건너 중국 안둥(단둥)에 사는 백석을 여러 차례 만난 적도 있다고 한다. 노리타케는 1960년대 중반 무렵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백석을 그리워하며 <파〔葱〕>라는 시를 지었다. 다음은 이 시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파〔葱〕 _ 노리타케 가즈오

파를 들고 있었던 백석(白石) / 백(白)이라는 성에, 석(石)이라는 이름의 시인


나도 쉰세 살이 되어서 파를 들어 보았네 / 뛰어난 시인 백석 무명인 나 / 아득히 이십 년 세월이 흐르고 있네
친구 백석이여 살아 있는가 / 살아 있어 주게 / 백이라는 성 석이라는 이름의 조선 시인

- 와타나베 기이치로(심종숙 옮김), <일본의 한 지방 시인과 식민지 한국 체험>에서

엮어 읽을 작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방언을 사용한 다른 작품


시인의 고향 말인 평안 방언의 적절한 두만강 건너 북간도의 주막에서 만난 함
사용을 통해 일가친척이 모인 명절날의 정 경도 사나이와 전라도 바닷가 출신 젊은
<여우난골족> <전라도 가시내>
겨운 풍경을 눈에 보이듯 그린 작품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시이다. 곳곳에 함
백석 이용악
토속적 소재들을 나열하여 고향의 정취와 경 방언이 쓰여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공동체적 삶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55
제재 개관 활동 안내
이 활동은 이 작품 속 인물들이 답답함과 고달픔, 원통함 등을 느껴 농무를 추듯이, 학생들이 이들과 유사한 심정을
갈래 현대 시, 서정시, 농민 시
제재 느낄 때 무엇을 하는지 말해 봄으로써 시적 상황에 좀 더 쉽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성격 사실적, 묘사적, 비판적
➍ 읽기 전에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답답할 때, 그런 기분을 풀기 위해 주로 무엇을 하는지 말해 보자.
제재 농무
다음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1970년대 농촌 현실을 그린 시이다.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감상해 보자.
산업화 과정에서 소
주제 외된 농민들의 현실과 예시 답안|
그에 대한 비판 •몇 시간이고 잠을 잔다. •고음을 내지르는 노래를 부른다.
•아주 맵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친구나 가족들에게 하소연을 한다.
특징
•방 구석구석을 살피며 대청소를 한다.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놀이 기구를 탄다. 등
① 농민들의 소외된 현실을 직

농무
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② 역설적인 상황을 통해 농민 낭송 듣기 작가 소개 팔순의 시인, 신경림
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 農舞 영상 시인을 만나다 신경림
러냄.
③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해제 이 작품은 막다른 지경에 내몰린 농민들의 절망, 분노, 비애를 통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당대 농촌 현실을
나오는 인물들을 끌어들이고 증언하고 있다. 특히 그런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울분과 한을 품고 있는 신명을 통해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있음.
④ 쉬운 일상어를 사용하여 내
용을 이해하기 쉬움.
시행
① 작품의 시작과 동시에 공연이 끝나서 허탈감을 느끼게 함.
첫 행의 시구는 어떤 분 1행1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② 농촌의 쇠락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음.
위기를 자아내는가?
예시 답안|작품이 시작되는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부분인데 바로 공연의 끝을 : 공간의 이동
알리는 내용이 나와서 갑자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기 뚝 끊기는 느낌이 나며, 쓸쓸함을 불러일으킴. 이 역시 농촌의 쇠락을 표현한 구절로 보기도 함.
허탈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자아낸다. 화자가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우리’로 자칭함. → 농민 전체의 현실을 문제 삼음.
5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화자의 정서를 직설적으로 표현함. ▶ 1~6행: 공연이 끝난 후 술을 마시며 원통해함.
7행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난 상태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10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 7~10행: 장거리에서 농악을 울림.
: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11행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의 등장인물과 관련된
표현. 두 인물은 성격이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달랐지만 모두 당대 현
실에 분노하여 저항의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삶을 살았음.

화자의 체념과 자포자기의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심정이 드러남. 자조적 표현. 이렇게 살아 봐야 보람이 없다는 한탄
15 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가설무대 임시로 만든 무대. 당시 농촌의 현실
꺽정이 임꺽정. 조선 명종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때의 의적. 홍명희가 쓴 소 ▶ 11~16행: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자포자기함.
설 <임꺽정>의 주인공. 17행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① 신명이 나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표현을
서림이 임꺽정의 책사.
쇠전 소를 사고파는 장.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통해 농민들의 엄청난 울분을 드러냄.
울분과 한을 품고 있는 신명 ② 현실을 잠시 잊고 일시적으로 신명이 나 울
도수장 고기를 얻기 위해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분을 풀어냈다고도 볼 수 있음.
가축을 잡아 죽이는 곳.
신명 흥겨운 신이나 멋. 20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농무》
▶ 17~20행: 신명이 나 농무를 춤.

제재 정리

15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당대의 시대 상황과 <농무>
1960~1970년대의 시대 상황 <농무>의 시적 상황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공업에 주력하는 발버둥 치며 농사를 짓는다 한들


정책을 펼쳤고, 농민이 소외되어 살기 어려워짐. 비룟값도 안 나옴.

농민들이 대거 농촌을 떠나 농악을 울리며 장거리에 나가도


도시로 향함. 조무래기들만 따라붙음.

시적 상황에 대한 화자의 원통함, 울분 등이 표출됨으로써


소외된 농촌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태도가 드러남.

<농무>의 정서
농촌의 현실에 대한 답답하고
공연 뒤의 울분과 한을
분노(울분), 체념, 고달픈 삶에
쓸쓸함, 허탈감 품고 있는 신명
자포자기 대한 원통함

참고 자료 <농무>의 ‘농무’와 ‘신명’


애초 울분과 설움, 그리고 격앙된 감정과 술기운 때문에 춤판에 휩쓸렸던 농민들은, 춤판이 고조되면 될수록 자기
도취적인 무아경에 빠져든다. 애초에는 춤이랄 것도 없는 몸부림에 가까웠던 그들의 동작은 점차 격렬한 농악 장단
과 어우러지면서 점차 ‘신명’으로까지 고조되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농무’가 온전한 의미에서 해방과 카타르시
스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이 ‘농무’는 애초부터 현실에 대한 체념의 표현이고, 농무가 끝나
는 순간 다시금 일상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무>는 현실에 대한 농민들의 집단적인 불만과
분노가 위악적인 몸부림을 거쳐 점차 신명으로 승화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농민들의 쌓이고 맺힌 한, 울분
과 체념은 이윽고 춤판이 벌어지면서 집단적인 한풀이의 축제로 승화되어 가는 것이다.
- 오성호, <시의 언어와 사물의 구체성>, 《서정시의 이론》, 실천문학사, 2006

신경림 (1936 ~ )
시인. 농민을 비롯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자주 다루었으며, 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고
비판하는 시를 많이 썼다. 저서에 《농무》, 《남한강》, 《가난한 사랑 노래》 등이 있다.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57
활동 안내 1
공간의 이동에 따라 이 시의 시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인물들의 행동, 생각, 감
정 등을 중심으로 해당 공간에서의 시상을 파악해 보게 한다.

1 공간의 이동에 따른 이 시의 시상 전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운동장 소줏집 장거리 도수장

농악에 맞춰 농무를 추며
술을 마시면서
농무 공연이 나아가면서 울분과 한을
원통함을
끝남. 분노, 자포자기 품고 있는
표현함.
등에 빠짐. 신명을 느낌.

활동 안내 2
제시된 글을 통해 1970년대의 농촌 현실을 파악하고, 당대의 시대 상황과 이 시의 관계를 살펴보는 활동이다.

2 다음 글을 참고하여, 이 시를 당대의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이해해 보자.

자료실
저곡가 정책(농산물 저가격
1960 ~ 1970년대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는 사회 계
정책): 1950년대 이후 정부
가 농산물 가격을 낮은 수준 급 구조를 바꾸었다. 1960년대 전체 인구 가운데 58.3%를 차지했던 농민은 미국
으로 유지하여 안정화하고 에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잉여 농산물과 저곡가 정책으로 생계비조차 마련하
자 한 농업 정책의 기조.
기 어려웠다. 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은 차츰 농촌을 떠났고, 농업 인구는 1970년
참고 자료 전체 인구의 44.7%에서 1975년에는 37.5%로 크게 줄었다. 전체 산업에서 농업
1960~1970년대 시대 상황
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줄었고 빚을 지고 있는 농가는 1971년 전체 농가 가운데
1965년부터 진행된 베트남 파병
에 의해 전쟁 특수를 탄 우리 경제 75.7%에 이르렀다.
는 공업화에 의한 수출 주도형 체 - 역사학연구소, 《함께 보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제로 전환하면서 경제 수치상으로
볼 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
다. 제2차 경제 개발 5개년 사업이
끝난 1971년의 1인당 국민 총생산
(GNP)은 시작 연도인 1966년의 두 (1) 산업화 때문에 생계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농민의 상황이 드러난 시구를 찾아보자.
배를 넘었으며, 수출도 목표치의 두 예시 답안|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배를 넘는 성과를 보였다. <중략>
통계에 의하면 1969년에서 1977
년까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수
가 800만 명에 이른다. 이것은 농
촌의 붕괴와 도시 빈민의 증가를
단적으로 알려 주는 수치다. 정부
(2) 농민들의 이농으로 쓸쓸해진 농촌의 풍경을 형상화한 시구를 찾아보자.
는 쌀값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예시 답안|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위해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
으로 농민들에게 쌀을 수매하였다.
도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이었지만 이것은 신경림의 <농무>
에 나오는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
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
겨 두고”라는 구절처럼 농업에 대 (3) (1), (2)를 바탕으로 하여 이 시를 통해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일지 짝과 함
한 환멸감과 이농의 충동을 젊은이 께 의견을 나누어 보자.
들에게 불어넣었다. 이 시기에 농
예시 답안|
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농민의
•농민들을 분노와 절망 속에 몰아넣는 소외된 농촌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수가 증가된 것은 이러한 농업 정
•조선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맞서 싸웠던 임꺽정과 서림을 끌어들인 걸 보면, 시인은 적극적으로 현실에
책의 결과였다. 그래서 농업의 희
저항해서 이런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생 위에 공업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 오세영 외, 《한국 현대 시사》,
민음사, 2007

15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3
농촌 노동자인 농민의 현실을 그린 시와 도시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시를 함께 살핌으로써 1970년대 민중 시
연결
에 속하는 이 작품의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활동이다.

제재 개관 3 다음은 도시 노동자의 현실을 그린 시이다. <농무>와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갈래 현대 시, 서정시
가난한 도시 노동자
주제
의 슬픔과 체념 저문 강에 삽을 씻고 _ 정희성
해제
낭송 듣기
1978년에 발표된 이 시는 산
업화 시대의 가난한 도시 노동
자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시적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화자는 하루 일을 끝내고 강변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에 나가 삽을 씻으며 자신의 슬
픔도 퍼다 버린다. 그러나 어두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워지면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듯이 암담한 생활 속으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13~16행: 체념하며 먹을 것 없는
로 돌아가서 계속 살아가야 하 일이 끝나 저물어 《문학사상》
마을로 돌아감.
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 1~8행: 하루 일을 마치고 강에 삽을
참고 자료 <저문 강에 씻으며 무력감을 드러냄.
삽을 씻고>와 <농무> 비교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도시 빈민의 대다수를 형성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하고 있는 일용직 막노동꾼의
고단하고 곤궁한 삶과 거기에 샛강 바닥 썩은 물에
서 오는 그들의 슬픔을 노동자
의 목소리로 그려 낸 작품이 달이 뜨는구나 ▶ 9~12행: 썩은 물에 뜬
달빛을 보며 체념함.
다.  <중략>  시적 화자
는 철저히 자신의 현실에서 소
외되어 있고 마지막 위안으로
찾아드는 강가마저도 썩은 물
과 어둠이 내리깔린 부정의 공
간이다. 바로 이 시의 화자는
이제 이렇게 완전히 뿌리 뽑힌
삶을 살 수밖에 없는 도시 빈
민의 현실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신경림의 (1) 두 시의 화자가 처한 상황을 비교해 보자.
시들에 등장하는 농민들의 정
예시 답안|<농무>의 화자는 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다가 울분에 차서 농무를 추며, <저문 강에 삽을
서와는 또 다른 것이기도 하 씻고>의 화자는 도시에서 하루 일을 끝낸 뒤 삽을 씻고 체념하면서 먹을 것 없는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다. 신경림의 농민 시들은 농
민들이 느낄 비애감과 울분 속
에서도 그들의 삶을 긍정하는
든든한 농민의 생명력을 보여
준다. 하지만 위의 시는 어둠 (2) 두 시의 화자가 ‘나’가 아니라 ‘우리’라고 자칭한 까닭을 말해 보자.
과 절망의 강도가 훨씬 심하 예시 답안|농민 또는 도시 노동자 어느 한 사람의 현실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당대 한국 사회의 농민
다. 삶의 위안이 되거나 지친 전체 또는 도시 노동자 전체의 현실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보듬어 줄 자연이나 공동
체적 정서도 그에게는 남아 있
지 않다.
- 황정산, <70년대의 민중 시>,
민족문학사연구소 현대문학 (3) 두 시에서 부정적 현실에 대한 화자의 정서와 태도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비교해 보자.
분과, 《1970년대 문학 연 예시 답안|<농무>의 화자는 부정적 현실에 대해 체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노하고 있지만, <저문 강에 삽
구》, 소명출판, 2000 을 씻고>의 화자는 그러한 현실을 슬퍼하면서도 그저 체념하고 있다.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59
1962년에서 1986년까지, 5차에 걸쳐 시행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은 공업 중심의 근대화 정책이었음.
<농무>는 1970년대 초 농촌 현실을 노래한 시이다. 공업 중심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답답하고 고
달픈 삶, 그런 현실에서 비롯된 울분과 절망을 ‘농무’를 통해 드러내었다. 산업화 이전의 농촌 사회에서는 공동체 구
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의 마당에서 농민들의 흥겨운 신명을 표현하던 농무가, 지금은 울분과 절망을 드러내는
성격의 것으로 변하였다는 것이다.
<농무>에는 홍명희의 대하소설 <임꺽정>의 등장인물인 ‘임꺽정’과 ‘서림’이 나오는데, 소설 속 두 인물의 특성을
빌려 농무를 추는 농민들의 모습을 잘 드러내었다. 이는 앞선 문학의 창조적 계승에 해당하는 보기라 하겠다.
농민의 어두운 현실을 증언하는 <농무>의 중심에는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지향하는 진보적인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에서 <농무>는 이후 우리 시의 한 주류로 떠오르게 되는 현실 참여적 민중 시의 선구라 할 수 있다.
제재
제재 정리
형성 평가

자료 창고 민중 현실과 참다운 시

신경림은 민중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아야 ‘살아 있는 시, 살아 있는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음 글에 이러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담배밭에서 수건으로 얼굴을 싸매고 담뱃잎을 따는 여인에게서, 메나리를 부르며 김을 매는 농부들
에게서, 쇠전에서, 광산에서, 공사장에서, 백중날, 잔칫날, 혹은 운동회 날, 끈질기고 꿋꿋한 생명력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제게 더없는 기쁨이었습니다. → 민중에 대한 시인의 깊은 애정이 드러남.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현실, 이러한 삶이 빠져 있는 시가 어떻게 참다운 시가 될 수 있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이러
한 현실, 이러한 삶이 시로 이어지고 형상화되어야만 그 시가 정말로 살아 있는 시, 살아 있는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
니다.
바꾸어 말하면, 저는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번 얘기한 바 있습니다만 우리의 시는 민중의 삶 속에 깊이 뿌리박은 것이 아
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신경림, <나는 왜 시를 쓰는가>에서

엮어 읽을 작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1970년대 현실을 반영한 소설


이 시에서의 ‘파장’은 “시장이 끝남. 또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고단한 삶을 살
는 그런 때.”를 뜻하는 말이어서 그 자체로 아온 세 인물의 행로를 통해 1970년대 급
<파장> <삼포 가는 길>
쓸쓸한 느낌을 담고 있다. 이처럼 이 시는 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하층민의 현
신경림 황석영
쓸쓸한 파장 무렵의 시골 장터를 배경으로 실을 반영한 소설이다.
하여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농촌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16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정리하기 작품 속 어휘를 떠올리며 소단원 학습을 정리하는 활동이다. 작품 속 어휘가 옛말이나 방언이라면, 표기된 어휘 그대로 적거나 그
에 해당하는 표준어를 적어도 같은 어휘로 취급하여 동그라미 표시를 하게 해 준다.

이 단원에서 감상한 작품 속 어휘로 짝과 함께 빙고 게임을 해 보자.

[게임 방법]
예시 답안|
① 이 단원에서 새롭게 알게 된 어휘, 작품 속 중요 어휘 등을
중심으로 하여 16개의 어휘를 선정한다. 돌쩌귀 서경 향나무 쇠전

② 선정한 어휘를 오른쪽 빙고 판에 적절히 나누어 넣는다.


가설무대 개니빠디 도수장 출정가
③ 짝과 번갈아 가며 어휘를 하나씩 말하고, 자신 또는 짝이 말
한 어휘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이때 어휘의 뜻을 서로 이
고인 농무 몽둥발이 수기수기
해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④ 가로・세로・대각선으로 한 줄씩 완성하여 총 네 줄이 완성 배목걸쇠 나 신체시 갓신창
되면 ‘빙고’를 외친다. ‘빙고’를 먼저 외친 사람이 이긴다.
빙고!

점검하기
활동 안내 학생들이 스스로 이 단원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 단원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해 보자.

학습 요소 점검 내용 학습 이해도
서정 갈래의
•서정 갈래의 흐름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이해하였으며, 서정
흐름과 하 중 상
갈래의 특징이 각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파악하였다.
구현 양상

•문학 작품이 당대의 시대 상황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려하


문학과
여 작품을 감상하였으며,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적절 하 중 상
시대 상황
하게 탐구하였다.

활동 안내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성취한 것을 확인하고, 이후의 학습 계획을 세우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 더 알아보고 싶은 점


예시 답안| 생략 예시 답안| 생략

소단원 소단원
형성 평가 서술형 평가
( 1 ) 서정 갈래의 흐름 161
(2) 서사 갈래의 흐름
1.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하여 서사 갈래의 흐름을 파악한다.
2. 서사 갈래의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작품을 감상한다.

활동 안내
주어진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연상해 보는 활동이다. 그림에서 연상되는 하나의 사건들을 서로 연결하여 사건
들 사이의 선후 관계 또는 인과 관계를 만들고, 이야기에 꼭 필요한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도록 지도한다.

생 각 열기 ◉ 모둠원들과 함께 다음 그림 가운데 네 장을 골라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이야기


에 꼭 필요한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말해 보자.
지도상의 유의점
학생들은 자신이 알고 있
예시 답안|
는 기존의 이야기를 바탕으 ①
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 모둠이 만든 이야기
중에 어떤 것이 흥미로운지
자유롭게 말하면서 이야기의
구성 요소를 정리해 보는 기
회로 삼는다.

이야기에 꼭 필요한 구성
④ ③
요소: 이야기에는 사건이
일어나야 하고, 그 사건을
겪는 인물이 있어야 하며,
사건들 사이에는 인과 관
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건의 전개가 너무 뻔하
면 흥미를 끌지 못한다.

① 강준과 미소는 학교 뒤뜰에 나무를 심는 일을 하게 되었다.


② 둘은 땅을 파다가 상자를 하나 발견하고, 호기심에 상자를 열어 보았다.
③ 상자를 열자마자 둘은 상자 안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그 안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④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 두 사람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함께 소설로 써서 유명한 감독에게 보냈는데, 결
국 두 사람이 겪은 모험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16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서사 갈래의 특성 ① 서술자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사건을 전달한다.
‘이야기하기’의
②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허구의 이야기이다.
갈래
③ 소설의 구성은 인물, 사건, 배경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앎 의 마당 서사 갈래는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

서사 갈래는 서술자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하기’의 갈래이다. 현실


세계와 그 속에서 영위되는 인간의 삶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서사 문학은, 설
서사 갈래의 특성
고대 신화 화에서부터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갈래를 낳으며 펼쳐져 왔다.
<단군 신화>, <주몽 신화>
서사 무가
삼국
시대
<바리공주>* 5 서사 갈래의 흐름과 역사적 갈래
・ 설화・한문학
통일
<조신 설화>, <화왕계> 서사 갈래의 역사적 갈래에는 설화, 서사 무가, 판소리계 소설, 고전 소설, 개화기
신라
<용소와 며느리바위>*
소설, 현대 소설 등이 있다. 신적인 존재가 주인공인 이야기
단군 신화, 고주몽 신화 등
고려 가전 구비 문학인 설화는 신화, 전설, 민담을 아우르는 말이다. 신화는 건국 시조 신화
시대 예로부터 구전되어 온 신화, 전설, 민담과 같은 이야기
<공방전>, <국선생전>
가 대표적인데 ‘영웅의 일생’이라는 서사 구조로 되어 있다. 전설은 일정한 시간과 장
10 소를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가 펼쳐지며 구체적인 증거물과 결부되어 있다. 민담은
조선
전기
한문 소설 전설과 달리 구체적인 증거물을 가지지 않는다. 서사 무가는 굿을 할 때 무당이 구연
《금오신화》 굿을 할 때 무당이 구연하는 무가 가운데 서사성을 지닌 무가
하는 노래로, <바리공주>가 대표적이다. 한편 사물을 의인화하여 전기(傳記) 형식으
로 서술한 가전(假傳)은 고려 중엽 무렵에 나타나 조선 후기까지 창작되었는데, 서사
조선
한글 소설 성과 교술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어느 하나의 갈래에 넣기 어려운 독특한 양식이다.
후기
<홍길동전>, <구운몽>
판소리계 소설 15 문학 작품으로서의 판소리는 판소리 사설을 일컫는 것인데 이후 소설화되기도 하
<춘향전>, <흥부전>
한문 소설 였다.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등의 판소리계 소설이 이에 해당한다. 고전 소
<허생전>, <양반전> 판소리 사설을 바탕으로 형성된 고전 소설
설은 일반적으로 개화기 소설이 등장하는 19세기 말까지의 소설을 일컫는다. <구운
개화기 개화기 소설 신소설(개화기 소설)과 구분지어 고전 소설을 고소설이라 하기도 함.
<혈의 누> 몽>을 비롯하여 1,000여 종의 고전 소설이 전해진다.
개화기 소설은 고전 소설과 현대 소설의 사이에 놓여 있는 과도기의 소설로 신소
일제 현대 소설 첫 개화기 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1906)
강점기 <무정>, <만세전> 20 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화기 소설은 고전 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 현대 소설로
나아가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현대 소설은 개화기 소설 다음의 소설을 총칭하는 것
인데, 일제 강점기, 해방, 6・25 전쟁, 분단 시대,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 세계화
해방
이후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 전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펼쳐져 왔다.
<유자소전>, <비 오는 날
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겨울 나들이> 참고 자료 ‘영웅의 일생’ 구조
①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남.
② 잉태나 출생이 비정상적임.
■ 이 교과서 수록 작품은 파란색으로 ③ 어려서부터 비범함.
표시함. ④ 일찍 버려지거나 죽을 고비에 이름.
■ 시대를 특정하기 어려운 작품에는 ⑤ 구출・양육자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남.
* 표시함. ⑥ 자라서 다시 위기에 부딪침.
⑦ 위기를 투쟁적으로 극복하고 승리자가 됨.

(2) 서사 갈래의 흐름 163


제재 개관 활동 안내
<구운몽>의 주인공이 겪는 것과 유사한 경험을 떠올려 보게 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꿈을 꾸는 동안과 꿈을 깨고
고전 소설, 장편 소
갈래 나서의 느낌 등을 이야기하게 하면서 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간접 경험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꿈의 기능을 인
설, 몽자류 소설
식하게 할 수 있다. 이 활동을 통해 <구운몽>의 주인공이 꿈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성격 환상적, 불교적
제재 읽기 전에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는 꿈을 꾼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시간: 중국 당나라 때
➊ 다음은 꿈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주인공이 깨달은 바를 강조하여 드러낸 고전 소설이다. ‘현실 - 꿈 - 현실’의
•공간: 현실 - 중국 남
배경 악 형산 연화봉
구조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꿈속 - 장안(당나라의 예시 답안|
수도), 변방 지역 등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너무 보고 싶었는데, 공연을 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시점 3인칭 전지적 시점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시험이 없어지는 꿈을 꾸었다.

연화봉 승려 성진이

구운몽
제재 꿈속에서 양소유가 되어
겪는 다양한 일과 깨달음
작품 줄거리 작가 소개
꿈을 통해 부귀영화의 九雲夢 영상 영상 김만중
주제 덧없음을 깨닫고 삶의
해제 <구운몽>은 조선 후기에 김만중이 창작한 고전 소설로, 승려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가 되어 여덟 명의 여성과
진정한 가치를 추구함.
인연을 맺고 부귀공명을 누린 다음, 꿈에서 깨어나 그것이 허망한 것임을 깨닫는 내용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은
특징 <구운몽>의 입몽 단계와 각몽 단계에 해당한다.
① 꿈과 현실을 오가는 환몽 구
조를 지님. 꿈꾸기

앞부분의 줄거리 5
② 현실 공간과 꿈속 공간이 모 시간적 배경: 중국 당나라 때
두 환상적으로 그려짐. 발단 당나라 형산 연화봉에서 육관 대사가 절을 짓고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었다. 어느 날 육관 대
③ 조선 시대 사대부의 입신양
사의 제자 성진은 동정호 용왕에게 인사를 드리러 가고, 위 부인의 시녀들인 팔선녀는 육관 대사에
명에 대한 욕망이 투영됨. 선녀인 위 부인이 다스리며 동정호 용왕이 와서 설법을 듣는 곳
④ 불교적 색채가 두드러짐. 게 인사를 드리러 온다.
→ ‘현실’의 공간이지만 환상적으로 묘사되어, 성진의 삶과 양소유의 삶 중에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모호하게 만듦.

‘구운몽’이라는 제목이 이때 성진이 동정호에 이르러 물결을 헤치고 수정궁(水晶宮)에 들어가니 용왕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비현실적
예시 답안| 이 크게 기뻐하며 몸소 궁문 밖에 나아가 맞이하였다. 성진을 상좌에 앉히고 진찬 10

•제목의 한자를 보면 ‘아홉


구름의 꿈’이라는 뜻인 것 을 갖추어 잔치를 열어 대접하여 용왕이 손수 잔을 들어 권하자 성진이 가로되,
같다.
•주인공이 아홉 가지의 꿈 “술은 마음을 흐리게 하는 광약(狂藥)이라 불가에서는 크게 경계하는 것이니
을 꾸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아홉 사람이 꾸는 구름과 감히 파계를 하지 못하겠나이다.”
같은 꿈을 의미하는 것 같
다. 용왕이 가로되,
“부처가 다섯 가지 계율로 술을 경계하는 줄을 내 어찌 모르리오만, 궁중에서 15

쓰는 술은 인간의 광약과 달라서 자못 사람의 기운을 화창케 하고 마음을 방탕


하게 아니하나이다.”

진찬(珍饌) 진수. 진귀하 성진이 용왕이 지성으로 권하니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잇따라 석 잔을 기울였
고 맛이 좋은 음식. 불교의 계율을 어기고 술을 마심.

광약 사람을 미치게 하는
다. 용왕께 하직하고 바람을 타고 연화봉을 향하여 돌아오다 산 아래에 이르러,
약. ‘술’을 달리 이르는 말 스스로 깨닫기를 술기운이 올라 낯이 달아오르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20
이기도 함.
파계(破戒) 계(戒. 죄를 금 ‘만일 얼굴이 붉으면 사부께서 이상하게 생각하여 크게 꾸짖지 않으리오.’
하고 제약하는 것.)를 받은
하고 즉시 냇물로 내려가 웃옷을 벗고 두 손으로 물을 움켜 취한 낯을 씻는데, 문
사람이 그 계율을 어기고
지키지 아니함. 득 기이한 향내가 코에 진동하여 향로(香爐) 기운도 아니요, 화초(花草) 향내도
다섯 가지 계율 오계. 살생
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 아닌데 사람의 뼛속에 사무쳐 정신이 호탕하여 능히 표현할 수 없었다.
행(淫行, 음란한 행실)하지
성진이 생각하기를, 25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이 물의 상류에 무슨 꽃이 피었기에 이런 신기한 향이 물에서 나는가?’

16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글의 구성
승려 성진이 팔선녀와 만난 후 속세의 부귀영화에 마음이 끌리자 그것을 알아챈 육관 대사가 성진을
꿈꾸기 전 계율을 어기고 벌을 받는 성진
인간 세계로 추방하는 벌을 내린다.
성진은 양소유로 환생하여 함께 환생한 팔선녀와 차례로 만나 인연을 맺는 한편, 과거에 급제하고 반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꿈 란을 평정하여 승상이 된다. 평생 부귀영화를 누린 양소유는 어느 날 문득 인생의 허망함을 느껴 불교에
부귀공명을 누리는 양소유
귀의하고자 결심하고 이때 호승이 나타난다.
꿈깬후 깨달음을 얻는 성진 꿈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은 성진은 대중을 교화하는 데 힘쓰다 극락왕생한다.

고전 소설의 개념
고전 소설 일반적으로 개화기 소설이 등장하는 19세기 말까지의 소설을 가리킴.

고전 소설의 특징과 <구운몽>


고전 소설의 일반적인 특징 <구운몽>의 특징
인물 재자가인(才子佳人)이나 영웅적 기질을 지닌 주인공이 많음. 성진은 젊고 총명한 승려이며, 양소유도 문장과 무예에 능통함.
성진의 삶과 양소유의 삶 모두 비현실적이고
사건 전개 비현실적・우연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음.
우연적인 사건이 전개됨.
배경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함. 중국 당나라를 배경으로 함.
대체로 권선징악적 주제를 지니며 권선징악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주제와 결말
행복한 결말을 맞이함. 주인공이 부귀영화를 모두 누리고, 마지막에는 깨달음을 얻음.
대체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인공의 일생이 전개되는 작품 전체는 환몽 구조,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구성
일대기적 구성을 보임. 양소유의 삶은 일대기적 구성을 보임.

제목의 의미
九 아홉 구 雲 구름 운 夢꿈몽
아홉 사람의 덧없는
아홉 구름의 꿈 꿈 이야기 또는
아홉 사람이 인생이
아홉 명의 인물 덧없는 인생 꿈 또는 꿈 같은 인생 덧없다는 것을
성진과 팔선녀 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인물이 꿈속 경험을 꿈을 통해 깨닫는
(양소유와 여덟 아내) 구름은 덧없는 세상일을 이를 때 통해 인생이 덧없다는 것을 이야기임.
쓰이는 경우가 많음. 깨달음.

다시 의복을 정제한 다음 물을 따라 올라가니, 이때에 팔선녀가 석교 위에 앉아


서 서로 말하고 있었다. 성진과 팔선녀가 서로 만나니, 성진이 육환장을 놓고 공
손히 재배하며 말하였다.
“여보살이여, 빈승은 연화도량 육관 대사의 제자로 스승의 명을 받들어 산 밑
5 에 나갔다가 장차 돌아오는 길이옵니다. 좁은 석교 위에 보살님들이 앉아 있어, 육환장(六環杖) 승려가 짚
남자와 여자가 같은 길에 함께 있을 수 없으니, 부디 잠시 발걸음을 옮겨 주시 는, 고리가 여섯 개 달린
지팡이.
면 길을 빌리고자 합니다.” 빈승(貧僧) 도학(道學)이
깊지 못한 승려.
팔선녀가 답례하여 말하기를,
도량(道場) 부처나 보살이
“우리는 위 부인의 시녀들이옵니다. 부인의 명을 받들어 육관 대사께 문안을 도를 얻는 곳. 또는 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 불
10 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첩들이 들으니 ‘길에서 남자는 왼쪽으로 가고 여자는 도를 수행하는 절이나 승
《예기(禮記)》의 ‘내칙(內則)’ 중 한 구절 인용
려들이 모인 곳을 이르기
오른쪽으로 간다.’ 하였으나 이 다리가 매우 좁고 첩들이 이미 먼저 앉았으니
도 한다.
도인의 말씀이 마땅치 아니하니, 바라건대 다른 길로 행하소서.” 석교(石橋) 돌다리.

(2) 서사 갈래의 흐름 165


성진이 답하기를,
“냇물이 깊고 다른 다리가 없으니 빈승으로 하여금 어느 길로 가라 하십니까?”
팔선녀가 가로되,
“옛날 달마 존자(達磨尊者)는 갈잎을 타고 바다를 건넜다고 하였사옵니다. 화
상께서 육관 대사에게 도를 배웠다면 반드시 신통한 도술이 있을 것이니, 어찌 5

이런 조그마한 냇물을 건너지 못하여 아녀자와 더불어 길을 다투시나이까.”


성진이 웃으며 대답하되,
“여러 낭자의 뜻을 보니 행인으로 하여금 길값을 받고자 하려는 듯싶소. 그러
나 가난한 중에게 어이 금전이 있으리오. 마침 명주(明珠) 여덟 개가 있으니 이
것으로 길값을 치르겠나이다.” 10

손을 들어 복사꽃 가지 하나를 꺾어 팔선녀 앞에 던지니, 그 여덟 봉오리 땅에


떨어져 여덟 개의 명주로 화하였다. 팔선녀가 각각 주워 손에 쥐고 성진을 돌아보
: 환상적 장면. 팔선녀가 성진이 만들어 준 명주를 받아가는 것은 이들 사이에 인연이 맺어졌음을 암시
며 찬연히 한 번 웃고 몸을 솟구치더니 바람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성진이
석교 위에서 오랫동안 팔선녀가 가는 곳을 바라보더니 구름 그림자가 사라지고
향기로운 바람이 가라앉았다. 바야흐로 성진이 석교를 떠나 스승을 가서 뵈니, 스 15

승이 늦게 온 이유를 묻기에 대답하기를,


“용왕이 심히 후하게 대접하고 떠나는 것을 만류하니 차마 떨치고 일어나지 못
술을 마신 일이나 팔선녀와 언어로 희롱한 일을 감춤.
성진이 스승에게 있었던 하였습니다.”
일을 모두 말하지 않은 까닭
은 무엇일까? 대사가 더는 묻지 않고 말하기를,
예시 답안|승려의 몸으로
“물러가 쉬어라.” 20
술을 마시고 팔선녀를 만나
말을 주고받으며 희롱하는
하여, 성진이 자신의 선방(禪房)에 돌아오니 날이 이미 어두워졌다. 성진이 여덟
등 자신의 행동이 불교의 계
율에 어긋남을 인식하고, 스
선녀를 본 후에 정신이 자못 황홀하여 마음에 생각하되,
승이 이를 알게 되면 꾸지람
유교의 성현인 공자와 맹자
을 듣거나 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로 세상에 태어나서 어려서는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자라서는 요순(堯
고대 중국의 태평성대를 이룩했던 요임금과 순임금
舜) 같은 임금을 섬겨, 나가서는 장수가 되고 들어와서는 정승이 되어, 비단 옷
출장입상(出將入相)
달마 중국 남북조 시대의 을 입고 옥대를 차고, 옥궐에 조회(朝會)하고, 눈에 고운 빛을 보고 귀에 좋은 25

양나라 승려. 중국 선종의


소리를 듣고, 은택이 백성에게 미치고 공명을 후세에 드리우는 것이 또한 대장
시조. 은혜와 덕택 입신양명(立身揚名).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떨침.
존자 학문과 덕행이 뛰어 부의 일이라. 우리 부처의 법문은 한 바리때의 밥과 한 병의 물과 두어 권의 경
난 부처의 제자를 높여 이 : 승려로서 실행할 수 없는 세속적 삶. 유교적 이상, 조선 시대 양반의 이상과 통함.

르는 말.
문과 백팔 염주뿐이니 비록 그 도가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불교 법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고 한탄함.
명주 빛이 고운 아름다운 생각을 이리하고 저리하여 밤이 깊었는데 문득 눈앞에 팔선녀가 서 있어 놀라
구슬.
선방 참선하는 방. 서 다시 보니 이미 간 곳이 없더라. 성진이 크게 놀라 뉘우치며 생각하되, 30

16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부처의 공부는 뜻을 바르게 함이 제일 큰 공부이거늘, 내가 출가한 지 이미 십
년에 일찍이 털끝만큼도 불가의 법을 어기고 구차한 마음을 먹지 않았는데, 이
세속적 출세와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
제 이렇듯 잘못된 마음을 가지면, 어찌 내 앞날에 해롭지 않겠는가.’
향로에 전단(旃檀)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교과서 170쪽의 성진이 꿈
: 성진의 꿈이 시작되는 부분 에서 깨어나는 장면과 비교
5 굴리며 일천 부처를 외우는데, 갑자기 창밖에서 동자가 부르되, 할 때, 이 부분에서부터 꿈이
시작됨을 알 수 있음.
“사형은 주무시나이까? 대사께서 부르시나이다.” 다만, 구성 단계는 표면상
크게 변화를 맞이하는 부분
성진이 놀라 생각하기를, 을 기준으로 하여, 성진이 양
소유로 환생하는 부분부터
‘깊은 밤에 나를 부르시니 반드시 까닭이 있도다.’ ‘꿈’으로 구분하였음.

동자와 함께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육관 대사가 모든 제자를 모아 놓고 등촉을


10 낮같이 켜고 성진을 꾸짖기를,
“성진아, 네 죄를 아느냐?”
성진이 섬돌 아래에 내려가 꿇어앉아 대답하되,
“소자가 사부를 섬긴 지 십여 년이 되었사오나 지금까지 조금도 불순히 행한 적
이 없었으니, 진실로 어리석고 아득하여 지은 죄를 알지 못하겠나이다.”
15 대사가 이르기를,
예시 답안|
“중의 공부에는 세 가지 행실이 있으니 몸과 말씀과 뜻이라. 네가 용궁에 가서
•몸: 술에 취했다.
•말씀: 팔선녀를 만나 언어
술에 취하고, 석교에서 팔선녀와 만나 언어로 수작하고, 꽃가지를 던져 희롱하
로 수작했다.
•뜻: 남자로 태어나 장수나
고 돌아온 후에도 오히려 팔선녀의 미색을 사랑하여 세상의 부귀를 흠모하고
정승이 되는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적막하게
불가의 적막함을 싫어하니, 이는 세 가지 행실을 한꺼번에 무너트려 버림이
지냄을 한탄했다.
20 니라.” ▶ 발단: 성진이 속세의 욕망에 번뇌하다가 대사의 노여움을 삼. 성진이 저지른 세 가지
잘못은 무엇인가?

꿈속 생략된 부분의 줄거리


꿈속의 공간적 배경 가운데 하나
전개・위기 성진은 저승의 염라대왕에게 끌려가 인간 세계로 추방되는 벌을 받고 중국 회남도 수주 땅에서 양소
유로 태어난다.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한 뒤 반란을 평정하는 등 나라에 공을 세워 높은 벼슬에 오르고
팔선녀
황제의 동생인 난양 공주를 비롯한 여덟 여인을 만나 인연을 맺는다. 평생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린 양
전단 인도에서 나는 향나
25 소유는 어느 날 자신의 집 누대에 올라 문득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며 자신의 심정을 이야기한다. 무의 하나. 목재는 불상을
▶ 전개・위기: 성진은 양소유로 환생하여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만드는 재료로 쓰고 뿌리
부귀공명을 누리나, 어느 날 문득 인생의 허망함을 느낌.
는 가루로 만들어 단향(檀
절정 1 “소유는 본디 하남(河南)의 베옷을 입은 미천한 선비로, 성천자의 은혜를 입어 香)으로 쓴다.
벼슬 없는 가난한 선비 덕이 높은 천자 방장 화상(和尙), 국사(國
벼슬이 장상(將相)에 이르렀으며 낭자들과의 은정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만 師) 등의 고승(高僧)이 거
은혜로 사랑하는 마음
처하는 처소.
일 모두 전생 숙연으로 모였다가 인연이 다하여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
지난 세상에서 맺은 인연 장상 장수와 재상을 아울
일이라. 우리가 돌아간 백 년 후에 높은 대가 무너지고 굽은 연못이 메워지며 러 이르는 말.

참고 자료 양소유와 인연을 맺은 여덟 여인(2처 6첩)


•진채봉: 진 어사의 딸 •가춘운: 정경패의 여종
•계섬월: 낙양의 이름난 기생 •난양 공주: 이름은 이소화. 황제의 여동생
(2) 서사 갈래의 흐름 167
•적경홍: 하북의 이름난 기생. 계섬월의 친구 •심요연: 토번왕이 보냈던 자객
•정경패: 정 사도의 딸. 태후가 양녀로 삼아 영양 공주가 됨. •백릉파: 동정호 용왕의 딸
예시 답안|양소유는 부귀공
가무하던 땅이 변하여 거친 산과 쇠한 풀이 되면 초부와 목동이 그곳을 오르내
명을 누렸지만 문득 삶이 영
원하지 못하며 죽은 뒤 시간
리며 탄식하여 가로되, ‘여기는 옛날 양 승상이 여러 낭자로 더불어 놀던 곳이
이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이 사
라질 것을 생각했기 때문에
라. 승상의 부귀 풍류와 여러 낭자의 옥용화태는 이제 어디 갔느냐?’ 하리니 어
인생이 덧없다고 느낀 것이다.
양소유가 인생이 덧없다 찌 인생이 덧없지 아니한가?
고 느낀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니 천하에 유도(儒道)・선도(仙道)・불도(佛道)가 가장 높으니 이 5
이 소설의 사상적 배경
를 삼교(三敎)라고 이른다. 유도는 생전(生前)의 사업과 신후(身後)에 이름을
사후. 죽고 난 이후
승상 (丞相) 옛 중국의 벼 전할 뿐이요, 신선은 예로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시황・한 무제・현종
슬. 우리나라의 정승에 해
황제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벼슬에서 물러난 후로부터 밤에 잠이 들면 꿈속
당한다.
옥용화태(玉容花態) 옥과 에서 매양 포단 위에서 참선하는 모습을 보니 이는 필연 불가와 인연이 있는 것
같은 얼굴과 꽃과 같은 자 성진으로 살았던 때의 기억
태라는 뜻으로, 아름답게 이라. 내가 장차 장자방이 적송자(赤松子)를 따른 것을 본받아 집을 버리고 스 10

생긴 여자를 이르는 말.
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세음보살을 찾고, 오대(五臺)에 올라 문수보살(文
제도 미혹한 세계에서 생
사만을 되풀이하는 중생을 殊菩薩)께 예를 하여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도를 얻어 진세 고락을 벗고자 하
건져 내어 생사 없는 열반
의 언덕에 이르게 함.
되, 그대들과 반평생을 해로하다가 갑자기 이별하려 하니 슬픈 마음이 자연스
쾌사(快事) 통쾌하고 기쁜 레 곡조에 나타난 것이오.”
일.
호승 인도나 서역의 승려. 모든 낭자들이 다 전생에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또한 세속 인연이 다할 때니 15
낭자들은 전생에 팔선녀였음.
① 성진과 양소유가 동일인 이 말을 듣고 자연히 감동하여 이르되,
임을 환기시킴.
② 양소유로서의 삶이 성진 “상공께서 부귀 번화를 누리는 가운데도 이렇듯 청정한 마음을 가지셨으니 상
의 꿈임을 암시함.
③ 어떤 삶이 현실이고 어떤 공에게 어찌 장자방을 견주리오? 우리 자매 팔 인은 마땅히 깊은 규중에서 분
삶이 꿈인지 모호하게 함.
향 예불하여 상공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옵니다. 상공께서 이번에 가
시면 반드시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시리니, 득도한 후에 부 20

디 첩 등을 먼저 제도(濟度)해 주소서.”
승상이 몹시 기뻐하며 말하기를,
“우리 아홉 사람의 뜻이 같으니 쾌사라. 과
인은 내일 떠날 것이니, 오늘은 모든 낭자들과
더불어 취하도록 술을 마시리라.” 25

모든 낭자들이 말하기를,
“첩들이 각각 한 잔씩 받들어 상공을 전송하오리다.”
▶ 절정 1: 인생무상을 느낀 양소유가 불문에 귀의할 것을 결심함.
절정 2 잔을 씻어 다시 부으려 하는데, 홀연 막대 던지는 소리
가 났다. 모든 사람들이 의아히 여기며 생각하기를, ‘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가?’ 하였다. 한 호승(胡僧)이 눈썹이 길 30

16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 꿈속의 양소유가 육관대사를 만나게 되지만,
고 눈이 맑고 얼굴이 괴이하였다.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아보지 못함.

엄연히 좌상에 이르러 승상에게 예를 하며 말하기를,


‘호승’은 누구일까?
“산야(山野) 사람이 대승상을 뵈옵니다.”
예시 답안|육관 대사
태사가 이인(異人)인 줄 알고 황망히 답례하기를, 좌상(座上)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
5 “사부는 어느 곳으로부터 오셨나이까?” 고인(故人) 오래전부터 사
호승이 웃으며 대답하기를, 귀어 온 친구.
토번(吐藩) 중국 당나라ㆍ
“평생 고인을 몰라보시니 일찍이, ‘귀인은 잊기를 잘한다.’라는 말이 옳소이 송나라 때에, ‘티베트족’을
이르던 말.
다.”
화상(和尙) 승려를 높여
승상이 자세히 보니 과연 얼굴이 익은 듯하였다. 문득 깨달아 능파 낭자를 돌아 이르는 말.
법좌 설법, 독경, 강경(講
10 보며 말하기를, 經), 법화(法話) 따위를 행
하는 자리.
“내가 지난날 토번을 정벌할 때 꿈에 동정 용궁의 잔치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
경사(京師) 서울. 한 나라
에, 한 화상이 법좌(法座)에 앉아서 경을 강론하는 것을 보았는데 노승이 바로 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

그 노화상이냐?” : ‘꿈속의 꿈(몽중몽)’ 내용

호승이 박장대소하고 가로되,


15 “옳도다, 옳도다. 비록 그 말이 옳으나 꿈속에서 잠깐 만난 일은 기억하고 십
년 동안 같이 살았던 것은 기억하지 못하니 누가 양 장원을 총명하다 하였는
가?”
승상이 망연자실하여 말하기를,
“소유는 십오륙 세 이전에는 부모의 슬하를 떠난 적이 없고, 십육 세에 급
20 제하여 곧바로 직명을 받아 관직에 있었으니, 동으로 연나라에 사신으
로 가고 토번을 정벌하러 떠난 것 외에는 일찍이 경사를 떠나지 아니하
: 성진의 꿈 내용이
였거늘, 언제 사부와 함께 십 년을 상종하였으리오?”
요약적으로 드러남.

노승이 웃으며 말하기를,


“상공이 아직도 춘몽을 깨지 못하였도다.”
25 승상이 말하기를,
“사부는 어찌하면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실 수 있나이까?”
노승이 이르기를,
“이는 어렵지 않도다.”
하고 손에 잡고 있던 석장(錫杖)을 들어 돌난간을 두어 번 두드
30 렸다. 갑자기 네 골짜기에서 구름이 일어나 누대(樓臺) 위를

(2) 서사 갈래의 흐름 169


: 양소유가 성진으로 돌아오는 장면
→ 하룻밤 꿈을 꾼 사이에 양소유의 일생이 펼쳐짐.
뒤덮어 지척을 분변하지 못하였다.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가운데에
술에 취하여 자는 동안에 꾸는 꿈
있는 듯하여 한참 만에 소리를 질러 말하기를,
“사부는 어찌하여 정도(正道)로 소유를 인도하지 아니하고 환술(幻術)로써 희
올바른 길 남의 눈을 속이는 기술
롱하시나이까?”
예시 답안 |교과서 167쪽 승상이 말을 마치지 못하여 구름이 걷히는데 노승은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 5
4~5행 ‘향로에 전단을 다시
피우고 의연히 포단에 앉아 보니 팔 낭자도 간 곳이 없었다. 승상이 매우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중에 높은
정신을 가다듬어 염주를 굴
리며 일천 부처를 외우는데’ 대와 많은 집들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자기의 몸은 작은 암자의 포단 위에 앉았는
시간의 경과: 깊은 밤 → 새벽
데, 향로에 불은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가에 비치고 있었다.
꿈깬후 ▶ 절정 2: 성진이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옴.
결말 자신의 몸을 보니 백팔 염주가 걸려 있고 머리를 손으로 만져 보니 갓 깎은 머
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요 전혀 대승상의 위의가 아니 10

성진이 꿈에서 깨어나는 위엄이 있고 엄숙한 태도나 차림새

장면을 단서로 할 때, 꿈이
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야 비로소 제 몸이 연화도량의 성진 행자(性眞行
불도를 닦는 사람
시작되는 부분은 어디인가? 者)임을 깨달았다.

한림학사(翰林學士) 중국 그리고 생각하기를, ‘처음에 스승에게 책망을 듣고 풍도옥으로 가서 인간 세상


도가에서 ‘지옥’을 이르는 말.
당나라 때에, 한림원에 속
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이 되었다. 그리고 장원급제를 하여 한림학사를 한 후 출
하여 조칙의 기초를 맡아
보던 벼슬. 장입상(出將入相), 공명신퇴(功明身退)하여 두 공주와 여섯 낭자로 더불어 즐기 15

출장입상 나가서는 장수가 공(功)을 세워 이름을 떨치고 벼슬에서 물러남.

되고 들어와서는 재상이
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로다. 이는 필연 사부가 나의 생각이 그릇됨을 알고 나로
된다는 뜻으로, 문무를 다 하여금 이런 꿈을 꾸게 하시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무한 일임을 알게
갖추어 장상(將相)의 벼슬 꿈을 통해 성진이 깨달은 것
을 모두 지냄을 이르는 말. 한 것이로다.’

17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참고 자료 호접지몽
어느 날 장자(장주)가 근심 없는 나비가 되어 즐겁게 날아다니는 꿈을 꿨는데, 잠에서 깨어난 후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꿨는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이제 꾸기 시작했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
‘호접지몽’은 만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기 때문에 현실과 꿈, 타자와 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장
자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오늘날 인생의 덧없음(무상함)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함.

성진이 서둘러 세수하고 의관을 정제히 하여 방장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여 있었다. 대사가 큰 소리로 묻기를,
“성진아, 인간 부귀를 겪어 보니 과연 어떠하더냐?”
성진이 꾼 꿈의 내용을 다 알고 있음. 예시 답안|<구운몽>의 환몽
성진이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하는 말이, 구조에 따르면 성진의 삶이
현실이고 양소유의 삶이 꿈
5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가 불초하여 생각을 그릇되게 하여 죄를 지었 에 해당하지만, 성진은 동정
호의 용왕을 만나고 복사꽃
으니 마땅히 인간 세상에 윤회하는 벌을 받아야 하거늘, 사부께서 자비하시어 을 명주로 바꾸기도 하며, 나
중에는 극락세계로 가는 인
하룻밤 꿈으로 제자의 마음을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는 천만겁이 지나도 물로 그려져 있어서 성진의
삶도 마치 꿈속의 삶처럼 비
갚기 어렵나이다.” 현실적이다. 육관 대사가 인
용한 ‘장주의 꿈’은 이러한
대사가 말하기를, <구운몽>의 특징과 맞물려
꿈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하
10 “네가 흥을 타고 갔다가 흥이 다하여 돌아왔으니 내가 무슨 간여할 바가 있겠느 며 무의미함을 알려 준다.
‘장주의 꿈’은 이 소설의
냐? 또 네가 말하기를, ‘인간 세상에 윤회한 것을 꿈을 꾸었다.’라고 하니, 이는 내용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꿈과 세상을 다르다고 하는 것이니, 네가 아직도 꿈을 깨지 못하였도다. 옛말에
불초(不肖)하다 못나고 어
‘ 장주(莊周)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가 다시 나비가 장주가 되었다.’라고 하니, 리석다.
‘장주의 꿈(장주지몽)’ 내용. 《장자》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고사를 인용함.
윤회(輪廻)하다 수레바퀴
어느 것이 거짓 것이고, 어느 것이 참된 것인지 분변하지 못하나니, 이제 성진
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15 과 소유에 있어 어느 것이 참이며 어느 것이 꿈이냐?” → 현실과 꿈에 대한 구분이 무의미하 같이, 중생이 번뇌와 업에
고, 삶도 꿈과 같은 것이므로 헛된 의하여 삼계 육도(三界六
성진이 이에 대답하기를, 욕망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깨우
道)의 생사 세계를 그치지
치고자 함.
“제자 성진은 아득하여 꿈과 참을 분별하지 못하겠사오니, 사부는 설법을 베풀 아니하고 돌고 돌다.
천만겁 아주 길고 오랜 세월.
어 제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소서.” 장주 장자의 본명.

(2) 서사 갈래의 흐름 171


대사가 응낙하여 이르기를,
“이제 마땅히 《금강경》 큰 법을 베풀어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할 것이다. 잠시 후
지혜의 정체(正諦)를 금강의 견실함에 비유하여 해설한 불경
에 새로 들어올 제자들이 있을 것이니 너는 잠깐 기다리라.”
이때 문지기 도인이 들어와 아뢰기를,
“어제 왔던 위 부인의 시녀 팔선녀가 또 와서 사부께 뵙기를 청하나이다.” 5

대사가 들어오라 하니, 팔선녀가 대사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사뢰기를,


“제자들이 비록 위 부인을 모시고 있으나 실로 배운 것이 없어 세속 정욕을 잊
지 못하였는데, 대사의 자비하심을 입어 하룻밤 꿈을 꾸어 크게 깨달았나이다.
팔선녀도 성진과 같은 꿈을 꿈.
이제 제자들이 위 부인께 하직하고 불문(佛門)에 돌아왔사오니 사부의 밝은 가
르침을 바라나이다.” 10

대사가 말하기를,
“여선들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이 깊고도 머니, 큰 역량과 큰 발원이 없
으면 쉽게 이르지 못할 것이니, 그대들은 모름지기 스스로 헤아려서 하라.”
팔선녀가 물러나와 얼굴에 칠한 연지분을 씻어 버리고 각각 소매에서 금전도
(金剪刀)를 내어 흑운 같은 머리를 깎아 버렸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 대사께 사뢰 15
세속의 삶을 상징하는 연지분과 머리를 깎아 불문에 들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힘.
기를,
“제자들이 이미 얼굴을 고쳤사오니, 맹세코 사부의 가르침과 분부를 게을리하
지 않겠나이다.”
대사가 이르기를,
“좋도다, 좋도다. 너희 팔 인이 능히 이렇듯 하니 진실로 좋은 일이로다.” 20
굳은 의지를 보여 주니
고두(叩頭) 공경하는 뜻으 드디어 대사가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백호(白毫) 빛이 세계에 쏘이고 하
로 머리를 땅에 조아림.
발원(發願) 신이나 부처에
늘의 꽃이 비같이 내렸다.
게 소원을 빎. 또는 그 소원.
백호 부처의 두 눈썹 사이
뒷부분의 줄거리
에 있는 희고 빛나는 가는
터럭. 이 광명이 무량세계 깨달음을 얻은 성진은 육관 대사의 뒤를 이어 연화도량에서 설법을 하며 대중을 교화하였고, 이후
를 비춘다. 팔선녀와 함께 극락세계로 갔다. ▶ 결말: 성진과 팔선녀는 깨달음을 얻게 되고, 함께 극락세계로 감. 25
(정신적인 면에서의) 행복한 결말
《구운몽》
→ 고전 소설의 특징을 보여 줌.
제재 정리

김만중(金萬重, 1637~1692)
조선 후기의 문신. 문인.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형과 함께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여 대
제학에까지 이르렀지만 당쟁에 휘말려 유배지에서 생을 마쳤다. 고전 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
기>를 지었으며, 저서에 《서포만필》, 《서포집》 등이 있다.

17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1
교과서에 제시된 부분에서 주인공 성진 또는 양소유가 거쳐 가는 장소를 ‘환몽 구조’의 도식에 맞게 찾아 쓰는
활동이다. 도식을 완성한 후에는 성진이 연화봉에 있을 때부터 꿈이 시작된다는 점이나, 동정호, 석교에서 성진이
한 행동, 양승상의 집에서 어떻게 꿈을 깨게 되었는지 등을 공간에 따라 떠올리게 하여 이 작품의 구조와 내용을
재확인할 수 있다.
1 이 소설의 서사 구조를 고려하여 주인공의 공간 이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꿈꾸기 전 꿈속 꿈깬후

연화봉
연화봉
동정호
저승
연화봉
석교
양승상의 집

연화봉

활동 안내 2
속세의 부귀공명을 흠모하던 등장인물이 이를 누리는 인생을 덧없다고 여기게 된 맥락을 파악하고, 인물이 깨
달은 바를 통해 이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한 활동이다.

2 다음 말들을 참고하여, 짝과 질문하고 답하며 이 소설의 주제를 파악해 보자.

(가) “남자로 세상에 태어나서 어려서는 공맹(孔孟)의 글을 읽고,


… 공명을 후세에 드리우는 것이 또한 대장부의 일이라.
우리 부처의 법문은 … 그 도가 높고 아름다우나 적막하기
심하도다.”

(나) “소유는 본디 하남의 베옷을 입은 미천한 선비로, 성천자의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에 이르렀으며 낭자들과의 은정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 어찌 인생이 덧없지 아니한가?”

예시 답안|

문 (가), (나)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한 말이었지?

(가)는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고 돌아와서 마음속으로 한 말이었고,


답 (나)는 양소유가 부귀공명을 다 누린 후 부인들에게 한 말이었어.

문 왜 (가)에서 (나)로 생각이 바뀌었을까?

승려일 때는 할 수 없는 일
이 많았는데, 꿈속에서는 양
소유가 되어서 마음껏 부귀 답
공명을 누릴 수 있었지. 그런 문 꿈에서 깬 성진이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데 인간은 죽기 마련이고 그
런 부귀공명도 영원하지 않 꿈에서 깬 성진이 한 말을 보면 ‘인간 부귀와 남녀 정욕이 다 허무한 일’이라는
으니 덧없다고 느낀 것 같아. 걸 깨달은 것 같아. 또 육관 대사와 대화하면서 “꿈과 참을 분별하지 못하겠사오
답 니”라고 했는데, 아마 삶도 꿈과 같다는 것을 깨달은 게 아닐까?

(2) 서사 갈래의 흐름 173


활동 안내 3
이 활동은 ‘조신 설화’와 <구운몽>을 환몽 구조에 따라 살펴보고 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
다. 두 작품은 모두 서사 갈래에 해당하지만 역사적 갈래로는 각각 신라 때의 ‘설화’와 조선 시대의 ‘고전 소설’에
연결
해당하므로, 역사적 갈래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활동이기도 하다.

3 다음은 《삼국유사》에 실린 ‘조신 설화’를 요약한 것이다. 잘 읽고, 꿈의 기능에 주목하여


<구운몽>과 비교해 보자.

신라 때 조신이라는 승려가 태수 김흔의 딸을 깊이 연모하여 낙산사 관음보살


앞에 나가 그 여인과 인연을 맺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러나 몇 년 뒤 그 여인은
자료실
다른 사람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조신은 법당에 가서 관음보살이 자기의 소원을
조신 설화: 《삼국유사》 권 3
탑상(塔像) 제4에 수록되어 들어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며 날이 저물도록 슬피 울었다. 그러다 지쳐 얼마 뒤
있다. 이 설화는 정토사를 선잠이 들었다.
세우게 된 인연을 설명하고
꿈에 갑자기 김 씨의 딸이 조신에게 다가오더니, 일찍부터 조신을 사모하여 잊
있다는 점에서 ‘사찰 연기
설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조 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였다. 이에 조신은 기뻐하며 그 여인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
신이 하룻밤 동안 꾼 꿈을 가 부부의 연을 맺고 40여 년을 살면서 자식 다섯을 두었다. 그러나 점점 가난해
통해 깨달음을 얻는 구조이
져 식구들을 이끌고 구걸하러 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고, 그러던 중 열다섯 살 된
므로 ‘환몽(幻夢) 설화’라 할
수 있다. 큰아들이 굶어 죽어 길가에 묻게 되었다. 또 열 살 된 딸이 부모를 대신하여 구걸
을 다니다가 개에게 물려 드러눕자 부부는 탄식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리고 각기 아이를 둘씩 나누어 데리고 헤어지기로 하였다.
홀연히 꿈을 깨니 희미한 등불이 어른거리는 밤이었고, 수염과 머리가 하얗게
세어 있었다. 이에 마치 백 년의 괴로움을 겪은 듯하여 세속을 탐하는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참회하고, 꿈속에서 큰아들을 묻었던 곳을 파
제재 개관
보니 돌미륵이 있었다. 조신은 돌미륵을 가까운 절에 모시고,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설화, 환몽 설화, 사찰
갈래 정토사(淨土寺)를 짓고서 수행했다. 그 후에 아무도 조신의 종적을 알지 못했다.
연기 설화, 전설
애정을 성취하고자 - 일연, 《삼국유사》에서
주제 하는 세속적 욕망의 덧
없음
해제
(1) 두 작품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비교해 보자.
이 작품은 승려 조신이 김흔
예시 답안|
의 딸을 연모하다가 하룻밤 동
안 그녀와 부부가 되어 40여 년 꿈꾸기 전 꿈속 꿈깬후
을 살며 온갖 고생을 하는 꿈을
•성진이 바라던 것 •양소유가 겪은 것 •성진이 깨달은 것
꾼 뒤 세속적 욕망이 덧없음을
부귀공명을 누리는 것 과거에 급제하고 반란을 부귀영화의 허무함
깨닫는 이야기이다. 환몽 구조
평정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
를 지닌 설화로, 이후 창작된 몽
으며 여덟 부인을 만나 부
자류 소설의 뿌리가 된 작품이
귀영화를 누림.
라고 할 수 있으며, 정토사를 세
우게 된 인연을 설명하고 있는
•조신이 바라던 것 •조신이 겪은 것 •조신이 깨달은 것
‘사찰 연기 설화’인 동시에 돌미 태수 김흔의 딸과 혼인하 김흔의 딸과 혼인하여 40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륵, 정토사와 같은 구체적인 증 는것 여 년을 살았지만 점점 가 탐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거물을 제시하고 있어 ‘전설’로 난해져 극심한 고통을 겪은 세속적 욕망의 허무함
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끝에 헤어짐.

(2) 두 작품에서 ‘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자.


예시 답안|
•꿈은 주인공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지만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경험해 보게 하는 장치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의 삶만 경험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없고 자신이 직접 겪어 보지 못하
는 일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꿈을 통해서 다른 삶을 살아 보면서 그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
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17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구운몽>은 조선 후기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창작한 고전 소설로,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하여 지었다고 한다.
유배지로 떠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근심과 걱정을 위로하기 위해
김만중은 당쟁에 휘말려 평생 세 번이나 유배 생활을 하였는데, 두 번째 유배지인 선천에서 <구운몽>을 지었다.
1687년(숙종 13년) 9월부터 이듬해 11월 사이의 일이다. 현실 세계의 주인공인 승려 성진이 꿈속에서 양소유라는
인물이 되어 여덟 명의 여성과 인연을 맺고 크게 출세하는 등 부귀공명을 누리는데, 꿈에서 깨어난 뒤 그것이 허망
한 것임을 깨닫는다는 것이 <구운몽>의 중심 내용이다. 현실 세계에서 몽중 세계(꿈속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입몽
(入夢), 꿈에서 깨어 현실 세계로 나오는 것을 각몽(覺夢)이라고 한다. <구운몽>은 이처럼 ‘현실-꿈-현실’의 환몽
구조(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 전개 구조)로 되어 있는 작품이며, 제목에 ‘몽(夢)’ 자가 들어 있어 ‘몽자류 소설’이
라고 한다. 또, 꿈 부분은 액자 내부에 해당하고, 현실 부분은 액자 외부에 해당한다고 보아 액자식 구성의 작품이
라 하기도 한다. 환몽 구조는 현대 소설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나타나는 우리 소설의 대표적인 형식 가운데 하나
‘몽자류 소설’은 한국 고전 소설 가운데 제목의 마지막이 ‘몽(夢)’으로 끝나는 소
이다. 설들을 주로 일컫는 말. 주로 주인공이 꿈속에서 현실과 다른 존재로 태어나 현실 제재 정리
제재
형성 평가
과 전혀 다른 일생을 겪은 다음 꿈에서 깨어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음.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구운몽>, <옥련몽>, <옥루몽>, <옥선몽> 등이 있음.

자료 창고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지극한 효자인 김만중은 두 번째 유배지에서 <구운몽>을, 세 번째 유배지에서 <사씨남정기>를 지어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하였


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시도 많이 지었는데 아래 작품은 그 가운데 하나로, 마지막 유배지인 남해 노도에서 지
었다.

사친시(思親詩) _ 김만중

오늘 아침 어머니 그립다는 말 쓰자고 하니


글자도 되기 전에 눈물 이미 흥건하다.
몇 번이나 붓을 적셨다가 도로 던져 버렸던가
문집에서 남해 시(南海詩)는 반드시 빼 버려야 하리.
《서포집》
남해 노도의 김만중 유배지

엮어 읽을 작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구조가 유사한 작품


김만중이 유배지 남해에서 지은 고전 소 조선 전기 김시습이 지은 한문 단편 소
설이다. ‘남정기(南征記)’, ‘사씨전(謝氏 설집인 《금오신화》에 실려 있는 소설 중
<사씨남정기> <용궁부연록>
傳)’이라 불리기도 한다. 선인인 사 씨와 한 편이다. 글재주가 뛰어난 선비 한생이
김만중 김시습
악인인 교 씨를 대비하여 권선징악의 주제 용궁에 초대받아 가서 글을 지어 주고 돌
를 드러내었다. 배경은 중국 명나라이다. 아온 일을 그리고 있으며, 환몽 구조로 되
어 있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2) 서사 갈래의 흐름 175


활동 안내
제재 개관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이 아주 다양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갈래 현대 소설, 중편 소설
제재 읽기 전에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인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자.
사실적, 비판적, 자기
성격 ➋ 다음은 ‘만세(萬歲)’ ‘전(前)’ 곧 3・1 운동 직전의 현실을 그린 소설이다. 작품에 그려진 당대 현실의 양상과 주인
반성적
공의 현실 대응 태도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시간: 만세(3・1 운동) 예시 답안|
전해의 겨울. 1918년 •일본인들에게 핍박을 당하면서 서럽고 가난한 생활을 했을 거야.
배경
•공간: 일본과 식민지 •일제에 순응하는 척하면서 독립 운동을 펼치기도 했겠지.
조선 •적극적인 순응이나 저항 없이 자신의 생활을 충실하게 해 나갔을 수도 있어.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아.

만세전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
작품 줄거리 작가 염상섭과
제재 이 동경에서 서울로 오는
과정에서 겪은 일 萬歲前 영상 사실주의 문학 염상섭
일본 식민 지배의 폭 →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3・1 운동 직전임을 강조.
력성에 대한 비판과 식 (본래 제목인 <묘지>는 당대 조선의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강조)
주제
민지 조선 지식인의 자
해제 <만세전>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여 일본에 유학 중인 조선인 ‘나(이인화)’가 동경에서 경성(서울)으로
기 성찰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무덤’과도 같은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새
특징 롭게 알게 되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① 주인공이 겪은 일, 보고 들은
것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 앞부분의 줄거리 5
발단・전개 ▶ 발단・전개: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하는 길에 아는 여성들을 만남.
음.
②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일본에 유학 중인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길에 오른다. 나는 도쿄에서 기차로
식민 지배의 폭력성을 비판 시모노세키까지 와서 관부 연락선에 올라 배 안의 목욕탕에 들렀다. 위기 1
하고 있음.
③ 주인공의 반성적 자기 성찰
이 뚜렷함.
④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어
려운 한자어가 많이 쓰임. “그래 그런 훌륭한 직업이 무엇인데, 어디 있어요?”
※ ‘글의 구성’은 교사용 교과서 조선의 노동자를 일본 공장에 팔아넘기는 일
178쪽 참고 이번에는 그 시골자의 동행인 듯한 사람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욕탕에서 시뻘
겋게 단 몸뚱어리를 무거운 듯이 끌어내며 물었다. 그자도 물속에서 불쑥 일어서 10
그자가 목소리를 낮추어 노동자 모집인
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서 수건을 등 뒤로 넘겨서, 가로잡고 문지르며, 한 번 욕실을 휙 돌아다보고, 그 3
주변을 경계하는 태도
인 이외의 사람들이 자기들의 대화에는 무심히 한구석에 앉았는 것을 살펴본 뒤
관부 연락선 제2차 세계
대전 종료 시까지 부산과 에, 안심한 듯이, 비로소 목소리를 낮추며 입을 벌렸다.
일본의 시모노세키(下關)
사이를 운항하던 연락선. “실상은 쉬운 일이에요. 나도 이번에 가서 해 오면, 세 번째나 되오마는, 내지
188쪽 ‘자료 창고’ 참
의 각 회사와 연락해 가지고, 요보들을 붙들어 오는 것인데…… 즉 조선 쿠리 15
고. 조선인을 업신여기는 태도가 드러남.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하층 노동자
내지(內地) 외국이나 식민 (苦力) 말씀이에요. 노동자요. 그런데 그것은 대개 경상남북도나 그렇지 않으
지에서 본국을 이르는 말.
여기서는 일본을 가리킴.
면 함경, 강원, 그다음에는 평안도에서 모집을 해야 하지만, 그중에도 경상남
요보 일제 강점기에 일본 도가 제일 쉽습니다. 하하하.”
인들이 한국인을 낮추어
부르던 말. 그자는 여기 와서 말을 끊고, 교활한 듯이 웃어 버렸다.
: 가련한 조선 노동자들의 상황 보조관념
협잡 옳지 아니한 방법으
나는 여기까지 듣고 깜짝 놀랐다. 그 가련한 조선 노동자들이 속아서, 지상의 20
로 남을 속임. 원관념 조선 노동자들에 대한 연민의 심정이 드러남.
부랑배 일정하게 사는 곳 지옥 같은 일본 각지의 공장으로 몸이 팔려 가는 것이, 모두 이런 도적놈 같은 협
과 하는 일 없이 떠돌아다 당대 조선인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고통을 겪었던 곳. ‘나’의 분노와 관련이 있음.
니는 무리. 잡 부랑배의 술중(術中)에 빠져서 그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제 나는 다시 한번
: 노동자 모집원 또는 그의 일부를 부정적으로 표현 → 그(일본인)에 대한 분노를 드러냄.
군조(軍曹) 일본군의 계급
그자의 상판대기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운데 하나. 하사관으로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
서 ‘중사’에 해당함. ‘옳지, 그래서 이자의 형이 헌병 군조라는 것을 듣고, 이용할 작정으로 이러는
조선인 노동자를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골자 형의 힘을 빌리려는 것임.
예시 답안|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이 말하
는 내용이 매우 귀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시골자와 그의 동행이 자신의 말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효과를 의
도하기도 했을 것이다.
17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현대 소설의 개념
신소설 이후에 창작되기 시작한 본격적인 근대 소설. 근대적인 국문체로 쓰였고 등장인물이 개성 여로 구조
현대 소설
적이고 입체적이며 사건 전개 방식이 일정한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특징이 있음. •개념: ‘여로(旅路)’란 ‘여행
길’을 뜻하며, 이런 여행길
게로군!’ 을 따라 펼쳐지는 소설의
구조를 ‘여로 구조’라 함.
나는 이런 생각도 하여 보며,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앉았었다. •특징: 여로 구조의 소설은
어리둥절하여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게 분량을 똑같이 나누어
주로 여행길에서 주인공이
궐자는 벙벙히 듣고 앉았는 그 두 사람의 얼굴을 등분(等分)해 보고 빙긋 웃고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 이
어느 한 사람의 얼굴을 더 오래 보지 않고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봄.
를 통해 겪는 생각의 변화
나서, 또다시 말을 계속한다. 를 다룸.
•대표작: 염상섭의 <표본실
5 “왜 남선 지방에, 응모자가 많고 북으로 갈수록 적은고 하니, 이 남쪽은 내지인 의 청개구리>, 김승옥의
: 노동자 모집에 응하는 사람이 남선 지방에 많은 이유 - 일본인이 많이 있어서 식민 지배가 심함.
<무진기행>, 황석영의 <삼
이 제일 많이 들어가서 모든 세력을 잡기 때문에, 북으로 쫓겨서 남만주로 기어 포 가는 길> 등
대한 해협 남쪽, 일본 후쿠오카현 서북쪽에 있는 바다
들어가거나, 남으로 현해탄을 건너서거나 두 가지 중에 한 가지밖에 없는데, <만세전>의 여로 구조
일본으로 간다는 뜻 •주인공 ‘나(이인화)’가 동경
누구나 그늘보다는 양지가 좋으니까 ‘제미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농사를 지어야 에서 경성(서울)으로 왔다
가 다시 원점인 동경으로
주린 배를 불리긴 고사하고 반년짝은 강냉이나 시래기로 부증이 나서 뒈질 지 돌아가려는 데서 끝남.
일제의 수탈로 인해 피폐해진 조선 농촌의 현실 → 원점 회귀형 구조
10 경이면, 번화한 대판, 동경으로 나가서 흥청망청 살아 보겠다.’는 수작으로, 나 •‘나’는 이 여행을 통해 ‘무
‘도쿄[東京]’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 덤’과도 같은 식민지 조선
두 나두 하고 청을 하다시피 해 오는 터인데, 그러나 북선 지방은 인구도 적거 의 현실을 새롭게 알게 되
‘오사카[大阪]’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이름 며 정신적으로 성장함. 그
니와, 아직 우리 내지인의 세력이 여기같이는 미치지를 못했으니까, 비교적 그 렇지만 이러한 현실에 적
극적으로 저항하지는 않음.
놈들은 평안히 살지만, 그것도 미구에는 동냥 쪽박을 차고 나서게 되리다. 하
얼마 오래지 아니함.
하하.” : 일본의 세력이 북선 지역으로 확장되면 그곳 조선인들도 오래지 않아 살기 어려워져 살길을 찾아 ‘궐자’의 말에서 알 수 있
일본이나 만주로 가려고 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며 즐거운 듯한 태도를 보임. 는 당시 조선의 현실은 어떠
15 자기 강설에 열복하는 듯이, 연해 “옳지! 옳지!” 하며 들어주는 것이, 유쾌하기 한가?
강론하여 설명함. 기쁜 마음으로 복종하는
예시 답안|일본의 식민지가
도 하고, 자기의 견문에 자기도 만족하다는 듯이 또 한 번 깔깔깔 웃었다. 되었지만 북선 지방은 남선
보거나 듣거나 하여 깨달아 얻은 지식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
“그래 그렇게 모집을 해 가면, 얼마나 생기나요?” 본인의 세력이 덜 미친 상태
이다. 또 조선, 특히 남선 지
촌뜨기는, 구수하다는 듯이 침을 흘리며 듣는다. 방의 조선 농민들은 중노동
앞에서 등장했던 ‘시골자’를 지칭함. ‘촌뜨기’는 ‘촌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임.
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가난
“얼마가 뭐요. 여비가 있지, 일당이 또 있지, 게다가 한 사람 모집하는 데에 일 과 굶주림에 시달려 기회만
여행하는 데에 드는 비용
있으면 살길을 찾아 만주로
20 원 내지 이 원이니까 — 그건, 회사와 일의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가령 방적 가거나 일본의 도시로 진출
실을 뽑는 일. 또는 실을 뽑아 피륙을 짜 내기까지의 모든 일
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회사의 여공 같은 것은 임금도 싼 데다가, 모집원의 수수료도 제일 헐하고, 광
값이 싸고
부 같은 것은 지금 시세로도 일 원 오십 전으로 이 원까지라오. 가령 지금 천 명
만 맡아 가지고 와서 보구려. 이삼 삭 동안 여비나 일당에서 남는 것은, 그까짓
개월
건 다 제하고라도, 일천삼사백 원, 잘만 되면 근 이천 원은 간데없는 것일 게
25 니…… 하하하, 나도 맨 처음에 — 그건 제주도에서 모집해 갔지만 — 그때에 오
백 명 모아다 주고, 실살고로 남긴 것이, 팔구백 근 천 원이었고, 둘째 번에는
올가을에 팔백 명이나 홋카이도 탄광에 보내고, 근 이천 원 돈이 들어왔다우.” 궐자 (厥者) ‘그’를 낮잡아
: 조선인을 물건처럼 말하며 그 모집 수익이 좋다는 것을 강조 → 조선인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
이르는 말.
노동자 모집원이라는 자는 입의 침이 마르게 천 원, 이천 원을 신이 나서 뇌며 부증(浮症) 부종. 몸이 붓

목욕탕 속에서 나왔다. 는 증상.


실살고 겉으로 드러나지
30 “에, 에.” 하며, 일평생 들어 보지도 못하던 천 원 이천 원 소리에, 눈을 휘둥그 아니한 실제의 이익액.

(2) 서사 갈래의 흐름 177


렇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앉았던 시골자는, 때를 다 밀었는지, 그 장대한 동색(銅
구리색
色) 거구를 벌떡 일으켜, 다시 욕탕 속에 출렁 집어넣으면서, 만족한 듯이 또다시
말을 붙였다.
“그래 조선 농군들이 가서, 그런 공사일을 잘들 하나요?”
임은 임금. 근로자가 노동
“잘하구 못하는 것은, 내가 상관할 것 무엇 있소마는, 하여간 요보는 말을 잘 듣 5
의 대가로 사용자에게 받 노동자들을 넘기고 돈만 받으면 된다는 태도
는 보수. 고 힘드는 일을 잘하는 데다가 임은(賃銀)이 헐하니까, 안성맞춤이지. 그야 처

글의 구성
발단 동경 유학 중인 주인공 ‘나’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국 준비를 한다. 동경
전개 ‘나’는 동경의 술집이나 고베에 들러 아는 여성들을 만난다. 고베
교과서
위기 ‘나’는 시모노세키에서 탄 관부 연락선 안에서 식민 지배의 폭력적인 실상을 알고 분노한다. 시모노세키
수록 부분
부산에서 경성(서울)으로 오면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더 잘 알게 된 ‘나’는 큰 분노, 깊은 환 부산,
절정
멸에 사로잡힌다. 김천, 대전
결말 경성에서 아내의 죽음을 지켜본 ‘나’는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여로에 오른다. 경성(서울)

목욕탕 대화 부분에 드러난 당대 조선인의 상황


조선에서 일본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 때문에 갈수록 살기 어려워져 만주나 일본으로 떠나
높은 품삯과 쉬운 일을 기대하고 일본으로 오지만, 낮은 품삯을 받고
는 사람이 많음.
탄광 같은 곳에서 중노동에 시달림.
•힘들게 농사를 지어도 굶주리다 죽게 됨.

<만세전>의 의의 - 자기반성의 정신
•주인공 이인화는 일본에서 유학하는 동안 평온 목욕탕에서 •자신이 ‘책상 도련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하게 지내면서 조선의 현실, 우리 민족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화를 을 똑바로 보고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에
관심이 적었음. 듣고 조선인의 나아감.
•밭을 가는 것도 ‘시’이며 행복한 일이라고 하는 실상을 알게 됨. •중노동에 시달리는 가난한 농민의 삶과 같은
등 실상과 관계없는 시를 썼음. 실제 현실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함.

청년 지식인의 이 같은 자기반성은 염상섭 초기 문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문학사의 진전을 이끄는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님.

17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참고 자료 <묘지> 3회
음 데려갈 때에는 품삯도 많고, 일은 드러누워서 떡 먹기라고 푹 삶아야 하긴 와 ‘신석현(新潟県) 사건’
조선인들에게 한 거짓말. 감언이설(甘言利說.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
흥미로운 것은 <묘지> 3회
하지만, 그래도 갈 노자며, 처자까지 데리고 가게 하고, 게다가 빚까지 갚아 주
의 조선인 노동자 송출 문제가
이때의 비용은 일종의 당겨쓴 돈으로서 조선인 노동자들을 구속하는 족쇄가 됨.
사실은 1922년 발표 당시 실제
는 데야 제 아무런 놈이기로 안 따라나설 놈이 있겠소. 한번 따라나서기만 하면
로 일어났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22년 8
야, 전차(前借)가 있는데, 그야말로 독 안에 든 쥐지. 일이 고되거나 품이 헐하
월 1일 《동아일보》가 처음 보
도하면서 조선 사회를 흔들어
5 긴 고사하고 굶어 뒈진다기루 하는 수 있나…… 하하하.” 놓은 이 사건은 이른바 ‘신석
: 조선인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음. → 무책임하고 악랄한 면모가 잘 드러남.
현 사건’이라고 불린, 재일 조
벌써 부하가 되었다는 듯이, 득의만면하여 모집 방법의 비술까지, 도도히 설명 선인 노동자 학살 사건이었다.
남몰래 비밀히 전해 오는 술법
일본인 모집원으로부터 40원
을 해 주고 앉았다. 의 선급과 월 80원의 임금을
약속받고 신석현의 발전소 공
나는 좀 더 들으려고, 일부러 머뭇머뭇하며 앉았으려니까, 승객이 다 올라탔는 사 현장으로 간 조선인 노동자
들이 17시간의 강제 노동과 학
지, 별안간에 욕객의 한 떼가 디밀어 들어오기에, 금시초문의 그 무서운 이야기 대, 모집원들의 임금 착복을
목욕하러 오는 손님 바로 지금 처음으로 들음.
견디다 못해 도망치는 일이 빈
10 를, 곰곰 생각하며 몸을 훔치기 시작하였다. 번했고, 그 과정에서 조선인
‘책상 앞에 앉아 글공부만 하여 세상일을 잘 모르는 사람’을 의미하는 듯함.
100여 명이 살해당했다는 소
스물두셋쯤 된 책상 도련님인 그때의 나로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식을 동경 요리우리 신문 인용
일본인들의 대화를 통해 조선의 참담한 현실을 알게 되어 놀람.
으로 보도한 것이었다.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이 어떠하니 인간성이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해야, 다만 - 최태원,
<<묘지>와 <만세전>의 거리>,
심심파적으로 하는 탁상의 공론에 불과할 것은 물론이다. 아버지나, 그렇지 않으 《한국학보》 27권 2호, 2001
탁상공론(卓上空論).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면 코빼기도 보지 못한 조상의 덕택으로, 공부 자(工夫字)나 얻어 하였거나, 소설
예시 답안|관부 연락선의
목욕탕에서 들은 노동자 모
15 권이나 들춰 보았다고, 인생이니 자연이니 시니 소설이니 한대야 결국은 배가 불 집원의 말

러서, 포만의 비애를 호소함일 따름이요, 실인생 실사회의 이면의 이면, 진상의 ‘나’가 조선의 비참한 농
넘치도록 가득함. 촌 현실을 알게 된 계기는
진상과는 아무 관계도 연락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지금 하는 것, 이로 무엇인가?
: 공부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실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달음.
부터 하려는 일이 결국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차 뒷날에 받을 돈을 기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애를 쓰고도, 반년짝은 시래기로 목숨을 이어 나가지 않으 일 전에 당겨 씀.
조선의 농민들이 처한 참혹한 현실 득의만면(得意滿面)하다
20 면 안 되겠으니까…….’ 하는 말을 들을 제,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심이 날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 기쁜
만치, 나는 귀가 번쩍하였다. 나도 팔구 세까지는 부모의 고향인 충청도 촌 속에 표정이 얼굴에 가득하다.
심심파적으로 심심풀이
서 자라났고, 그 후에 1년에 한 두어 번씩은, 촌락에 발을 들여놓아 보았지만, 설 로.
소작인 다른 사람의 농지
마 그렇게까지, 소작인의 생활이 참혹하리라고는, 꿈에도 들어 본 일이 없었다.
를 빌려 농사를 짓고 그 대
‘시를 짓는 것보다는 밭을 갈라고 한다. 그러나 밭을 가는 그것이 벌써 시가 아 가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사람.
25 니냐. …… 사람은 흙에서 나와서 흙에 돌아간다. 흙의 방순한 냄새에 취할 수 방순(芳醇)하다 향기롭고
진하다.
있는 자의 행복이여! 흙의 복욱(馥郁)한 생기야말로, 너 인간의 끊임없는 새 생
복욱하다 풍기는 향기가
명이니라…….’ : 흙과 농사를 예찬하는 내용으로, 조선 농민들의 실상과 관계없는 낭만적인 시 그윽하다.
천려 생각이 얕음. 또는 얕
이러한 의미로 올봄에 산문시를 쓰던, 자기의 공상과 천려(淺慮)가 도리어 부 은 생각.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봄. 또는 그런 생각
끄러웠다. 흙의 냄새가 방순치 않다는 것도 아니다. 그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가 조반 (朝飯) 아침밥.
고등유민(高等遊民) 고등
30 행복스럽지 않다는 것도 아니다. ‘조반 후의 낮잠은 위약(胃弱)’이라는 고등유민 실업자.
위에 탈이 났을 때 먹는 약. 소화제 따위

(2) 서사 갈래의 흐름 179


참고 자료 계급의 유행병에나 걸릴까 보아서, 대팻밥모자에 연경(煙鏡)이나 쓰고, 아침저녁
건강을 염려하여 취미로 농사일을 하는 것
<만세전>과 문학사의 진전
으로 호미 자루를 잡는 것이 행복스럽지 않고 시적(詩的)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
<표본실의 청개구리>, <암야>
등이 대표하는 염상섭 초기 소 다. 그러나저러나, 일 년 열두 달, 우마(牛馬) 이상의 죽을 고역을 다 하고도, 시
설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치열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굶주림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난한 농민의 비참한 삶
한 자기반성의 정신이다. 그 래기죽에 얼굴이 붓는 것도 시일까? 그들이 삼복의 끓는 햇볕에, 손등을 데면서
같은 자기반성의 정신이 소설 : ‘시’에 대한 진지한 성찰
적 육체를 풍성하게 확보한 경 호미 자루를 놀릴 때, 그들은 행복을 느끼는가? 그들은 흙의 노예다. 자기 자신의 5
우가 걸작 <만세전>이다. <만
세전>은 한편으로는 식민 지 생명의 노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만 땀과 피뿐이다. 그리고 주림뿐
배 체제의 정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러 일본의 영향력 이다. 그들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뛰어나오기 전에, 벌써 확정된 유일한 사실은,
이 조선 사회 구석구석을 빈틈
없이 채우고 있으며, 다른 한 그들의 모공이 막히고 혈청이 마르기까지, 흙에, 그 땀과 피를 쏟으라는 것이다.
편으로는 봉건적인 가치관과
관습 등 봉건적 제 요소가 여
그리하여 열 방울의 땀과 백 방울의 피는 한 알의 나락을 기른다. 그러나 그 한 알
전히 맞서 싸우기 어려운 권위
로서 군림하고 있는 당대 현실
의 나락은 누구의 입으로 들어가는가? 그에게 지불되는 보수는 무엇인가.— 주림 10
을 가로지르는 젊은 정신의 나
아갈 길을 찾는 탐구와 반성의 ▶ 위기 1: ‘나’는 관부 연락선 안에서 일본인들의
만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그의 받을 품삯이다. 대화를 듣고 조선의 현실을 깨닫게 됨.
여행, 치열한 고뇌의 여행을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농민들의 처지
그린 작품이다. 때로는 더 이
위기 2 나는, 몸을 다 훔치고 옷 입는 터전으로 나왔다.
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신념화한 척도로써 대상을 재
나는 사람 드는 사람, 한참 복작대는 틈에서, 부리나케 양복바지를 꿰며 섰으려
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판
단 유보의 태도를 견지한다.
니까, 어떤 보지 못하던 친구가, 문을 반쯤 열고 중절모자를 쓴 대가리를 불쑥 디
이 같은 판단 유보의 태도는
그가 탐구와 반성, 고뇌의 과
정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는 데
밀며, 황당한 안색으로 방 안을 휘휘 둘러보더니, 15

서 비롯된 것인데, 바로 이 점
이 전 단계 문학과 염상섭 문
“실례올시다만, 여기 이인화(李寅華)란 이가 계십니까?” 하고 묻는다.
주인공 ‘나’의 이름
학을, 그리고 당대의 다른 문
학들과 염상섭 문학을 가르는
“네에, 나요. 왜 그러우?”
요인이다.
- 정호웅, 《문학사 연구와
나는 궐자의 앞으로 두어 발자국 나서며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궐자는 한참 찾
문학 교육》, 푸른사상, 2012
아다니다가, 겨우 만난 것이 반갑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으며, 문을 활짝 열어젖히
대팻밥모자 나무를 대팻
밥처럼 얇게 깎아 꿰매어
고 서서, 이리 좀 나오라고 명령하듯이 소리를 친다. 학생복에 망토를 두른 체격 20

만든 여름 모자. 이며, 제딴은 유창하게 한답시는 일어의 어조가, 묻지 않아도 조선 사람이 분명하
연경 알의 빛깔이 검거나
누런색으로 된 색안경. 나, 그래도 짓궂이 일어를 사용하고 도리어 자기의 본색이 탄로될까 봐 염려하는
고역(苦役) 몹시 힘들고
듯한 침착지 못한 행색이, 나의 눈에는 더욱 수상쩍기도 하고, 근질근질해 보이기
고되어 견디기 어려운 일. : ‘궐자’는 체격과 말투로 보아 조선인임이 분명한데 그 사실이 드러날까 보아 불안해함.
삼복(三伏) 여름철의 몹시 도 하였다. 나의 성명과 그 사람의 어조를 듣고, 우리가 조선 사람인 것을 짐작한
더운 기간. ‘나’와 ‘궐자’는 일본어를 사용하지만 주변의 일본인들은 두 사람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림.
나락 ‘벼’의 방언. 여러 일인의 시선은, 나에게서 그자에게, 그자에게서 나에게로 올지 갈지 하는 모 25

짓궂이 장난스럽게 남을
양이었다. 말하자면 우리 두 사람은, 일본 사람 앞에서 희극을 연작(演作)하는 앵
괴롭고 귀찮게 하여 달갑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은 우스꽝스러운 희극 연기와 같음. (자조적 희화화)
지 아니하게. 무새의 격이었다.
탄로(綻露)되다 숨긴 일이
드러나다.
“무슨 이야긴지, 할 말 있건 예서 하구려.”
연작하다 ‘연기하다’의 뜻. 나는 기연가미연가하며, 역시 일어로 대답하였다.
기연가미연가 ‘긴가민가’
의 본말. “하여간 이리 좀 나오슈.” 30

18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말씨가 벌써 그러한 종류의 위인인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
언사의 오만한 것이 위선 귀에 거슬려서, 다소 불쾌한 어조로,
“그럼 문을 닫고 나가서 기다리우.” 하며 소리를 지르고, 다시 내 자리로 와서
주섬주섬 옷을 마저 입기 시작하였다. 여러 사람의 경멸하는 듯한 시선은, 여전히
조선인인 ‘나’를 향한 일본인들의 시선
5 내 얼굴에 거미줄 늘이듯이 어리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아까 이야기하던 세 사
목욕탕에서 대화하던 노동자 모집원, 시골자, 시골자의 동행
람은,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는 것이 분명했으나, 나는 도리어 그 시선을 피하였
다. 불쾌한 생각이 목구멍 밑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 같을 뿐 아니라, 어쩐지 기운
이 줄고 어깨가 처지는 것 같았다.
조선인으로서 부당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옷을 다 입고 문 밖으로 나오니까, 궐자는 맞은편에 기대어, 웅숭그리고 서서
10 기다리는 모양이다.
“미안합니다만, 나하고 짐을 가지고 저리 좀 나가십시다.”
뒤를 쫓아오면서 애원하듯이 말을 붙이는 양이, 아까와는 태도가 일변하였다.
오만 → 애원
“댁이 누구길래, 어딜 가잔 말요?” (고자세 → 저자세)

“에에, 참, 나는 ××서(署)에서 왔는데, 잠깐 파출소로 가시지요.”


15 자기의 직무도 명언하지 아니하고, 덮어놓고 가자고 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듯
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가 일인 행세를 하는 것이, 내심으로 부끄럽고, 또한 나
에게 ‘노형이 조선 양반이 아니오?’ 하고, 탄로나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어서
앞이 굽는다는 듯이, 언사와 태도는 점점 풀이 죽고 공손해졌다. 이것을 본 나는,
: 궐자의 태도가 갑자기 공손해진 까닭으로 ‘나’가 짐작한 것
예시 답안|한편으로는 불쾌
도리어 불쌍하고 가엾은 생각이 나서, 층계를 느런히 서서 내려가다가, 궐자의 얼
하게 여기지만 다른 한편으
죽 벌여서.
로는 불쌍하고 가엾게 생각
20 굴을 쳐다보았다. 아무 의미 없이 빙글빙글 웃는 그 얼굴에는, 어색해하는 빛이
한다.

역력히 보였다. 나는 잠자코 자기 자리로 가서 순탄한 말로, 일본인 행세를 하는 ‘궐


자’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
“나는 나갈 새도 없고, 짐이라곤 이것밖에 없으니, 혼자 가지고 가서 조사할 게 각하는가?

있건 조사하고, 갖다 주슈.” 하고, 가방 두 개를 들어내서 주었다.


“안 돼요, 그건. 입회를 해 주셔야 이걸 열죠.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나가 주세 언사 (言辭) 말이나 말씨.
웅숭그리다 춥거나 두려
25 요. 이건 내가 들고 갈 테니.” 워 몸을 궁상맞게 몹시 움
츠러들이다.
선실 내의 수백의 눈은, 모두 나에게로 모여들었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
수많은 선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만 홀로 짐 조사를 당할 상황에 놓임. 일변(一變)하다 아주 달라
리도 들렸다. 나는 얼굴이 화끈화끈해 더 섰을 수가 없었다. 지다. 또는 달라지게 하다.
‘나’가 큰 수치심(또는 창피함, 불쾌감 등)을 느낌. 명언(明言)하다 분명히 말
“내가 도적질이나 한 혐의가 있단 말이오? 가지고 가서 마음대로 하라는 데야, 하다.

또 어쩌란 말이오. 정 그럴 테면, 이리로 들어와서 조사를 하라고 하구려. 배는 입회(立會) 어떠한 사실이
발생하거나 존재하는 현장
30 떠나게 되었는데 나가자는 사람도 염치가 있지…….” 에 함께 참석하여 지켜봄.

(2) 서사 갈래의 흐름 181


나는 분이 치밀어 올라와서 이렇게 볼멘소리를 질렀다.
“그러지 마시고 오늘 이 배로 꼭 떠나시게 할 테니, 제발 잠깐만 나가 주세요.
자꾸 시간만 갑니다. 여기선 창피하실까 봐 그러는 것입니다.”
“창피하다? 흥, 창피? 얼마나 창피하면, 예서 더 창피할꾸. 그런 사폐 볼 것 없
이 마음대로 하슈.” 5

홧김에 이렇게 소리는 질렀으나, 그 애걸하는 양이, 밉살스러운 중에도 가엾어


보이지 않은 것도 아니요, 어느 때까지 승강이만 하다가는 궐자 말마따나, 이로울
것도 없고, 시간만 바락바락 가겠기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웃저고리를 집어 입
고 나서, 어떻게 될지 사람의 일을 몰라서, 아까 사 가지고 들어온 벤또 그릇까지
‘나’가 매우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임을 잘 보여 줌.
‘나’가 처음엔 거부하다 가지고, 가방을 들고 앞서 나가는 형사의 뒤를, 따라섰다. 10
가 결국 형사의 뒤를 따라선
까닭은 무엇인가? 형사가, 큰 성공이나 한 듯이 득의만면하여,
예시 답안|‘궐자’를 가엾게
생각하는 마음이 들었고, 시
“진작 그러시지요.” 하며, 웃는 그 얼굴에는, 달래는 듯하기도 하고 빈정대는
간이 지체되면 관부 연락선
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걱정
듯한 빛이 보였다. 나는 무심중에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을 하였기 때문이다.
갑판으로 나와서, 승강구까지, 불러다가 조사를 하게 하려 해 보았으나, 그것
죄인의 두 다리를 한데 묶고 다리 사이에 두 개의 주릿대를 끼워 비트는 형벌
도 들어주지 않아서, 화가 나는 것을 주리 참듯 참고, 결국 잔교(棧橋)로 내려 15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안간힘을 다해 참음.
섰다. ▶ 위기 2: ‘나’가 짐을 조사해야 한다는 형사를 따라서 배에서 내림.

생략된 부분의 줄거리


위기 3 배에서 내린 나는 학생복 입은 형사와 함께 인버네스를 입은 형사 그리고 양복에 외투를 입은 형
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하루 묵고 갈 것을 강요하지만 나는 유치장에서 욕을 볼 것을 걱정
하며 거절한다. 그러자 그들은 그곳에서 나의 가방을 연다. 20

사폐 개인의 사사로운 정. 어린아이 관(棺) 같은 정방형의 트렁크를, 유리창 그림자가 환히 비치는 하물


승강이 서로 자기주장을 정사각형 짐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
쌓인 밑에다가 열어 놓고 들쑤시는 동안에, 그 옆에서 인버네스는 조그만 손가방
인버네스를 입은 형사
벤또 도시락이라는 뜻의 을 조사하고 앉았다. 나는, 이편에 느런히 서 있는 학생복 입은 자와 함께, 두 사
일본어.
잔교 부두에서 선박에 닿 람의 네 손길만 내려다보고 섰었다. 큰 트렁크를 맡은 자는 잠깐 쑤석쑤석하여 보
양복에 외투를 입은 형사
을 수 있도록 해 놓은 다리
더니, 그 위에 얹어 놓은 양복이며 화복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휙휙 집어서, 내 옆 25
모양의 구조물. 이것을 통
하여 화물을 싣거나 부리 에 선 형사에게 주섬주섬 던져 주고 나서, 그 밑에 깔렸던 서류 뭉텅이와 서적 몇
고 선객이 오르내림. 학생복을 입은 형사
인버네스(Inverness) 소 권을 분주히 들척거리고 앉았다. 조그만 트렁크 속에서 소득이 없었던지 그대로
매 대신에 망토가 달린 남
뚜껑을 닫아서 옆에 놓고 인버네스도 다시 큰 가방으로 달려들어서 들여다보고
자용 외투.
화복 일본 옷. 앉았다가, 양복쟁이의 분부대로, 서적을 하나씩 들어 보아 가며, 일일이 책명을
지식인 선객의 경우 그가 지닌 서적에 대해 매우 자세히 검열했음을 알 수 있음.

18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나’의 짐이 조사당하는 부분에 드러난 당대 조선인의 상황
조선인 유학생인 ‘나’의 짐이 •사회주의나 독립운동에 대한 감시가 심했음.
불시에 조사를 당함. •국가 권력에 의한 검열이 일상화되어 있었음.

수첩에 기입하며 앉았다. 가방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형사의 네 손은, 1분 2분 시 ※ 교과서 184쪽의 “원래 나
에게는 … 나의 전공하는
간이 갈수록 가속도로 움직인다. 나는 또 무슨 망령이나 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 학과만 보아도 알 것이었
다.”라는 부분을 보면 형
과 의혹을 가지고, 전광에 벌겋게 번쩍이는 양복쟁이의 곁뺨을 노려보고 섰었다. 사 일행이 ‘나’의 가방을
전등의 불빛 뒤지는 까닭을 짐작할 수
여덟 눈과 네 개의 손은 앞에 뉘어 놓은 트렁크 한 개에 모든 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5 1초간의 빈틈없이 극도로 긴장했으면서도, 여덟 입술은 풀로 붙인 듯이, 아무도


예시 답안|사회주의나 독립
입을 벌리려는 사람이 없었다. 절대 침묵이 한 칸통쯤 되는 컴컴한 골짜기에, 밀 운동과 관련된 서적이나 물
건을 소지하고 있는지 알아
운(密雲)같이 가득히 찼다. 비릿한 해기(海氣)를 품은 차디찬 저녁 바람이, 귓가 보기 위해서이다. 이를 통해
두껍게 낀 구름 국가 권력에 의한 검열이 일
로 솔솔 지날 때마다, 바삭바삭하는 종잇장 구기는 소리밖에, 나에게는 들리지 않 상화되어 있던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다.
았다. 그보다 큰 배에 짐 싣는 인부의 소리도, 잔교 밑에 와서 부딪는 출렁출렁하 형사들이 ‘나’를 조사하
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이
10 는 파도 소리도, 아마 이 네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무겁고 찌뿌드
: 짐 조사에 열중하는 동안 ‘나’와 형사들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함. → 매우 긴장되고 적막한 분위기 를 통해 알 수 있는 당시의
드한 침묵 속에 흐릿한 불빛에 싸여서, 서고 앉고 하여 꾸물꾸물하는 양이, 마치 시대 상황은 어떠한가?

바다에 빠진 시체를 건져 놓고, 검시(檢屍)나 하는 것같이, 처량하고 비장하며 엄 검시 사람의 사망이 범죄


때문인지를 판단하기 위하
숙히 보였다. 그러나 1분, 2분, 3분, 5분, 10분…… 시간이 갈수록, 나의 머릿속
‘나’는 배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매우 초조하고 불안함. 여 수사 기관이 변사체를
은 귀와 반비례로 욱신욱신해졌다. 그 세 사람이, 일부러 느럭느럭하는 것은 아니 조사하는 일.

(2) 서사 갈래의 흐름 183


건만, 빼앗아 가지고, 내 손으로 하고 싶을 만치 초초했다. 나는 참다못해 시계를
꺼내 들고,
“인제는 2분밖에 안 남았소. 난 갈 테요.” 하고 재촉을 하였다. 그제야, 양복쟁
이는 눈에 불이 나게 놀리던 손을 쉬고, 서류 뭉텅이를 들어 뵈면서,
“이것만은 잠깐 내가 갖다가 보고, 댁으로 보내 드려도 관계없겠지요?” 하고 5

일어선다.
나는 언하(言下)에 쾌락하였다. 사실 그 속에는, 집에서 온 최근의 편지 몇 장
과 소설 초고와 몇 가지 원고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를 써서 기록한 서류라
야, 원래 나에게는 사회주의라는 ‘사’ 자나 레닌이라는 ‘레’ 자는 물론이려니와, 독
: 형사 일행이 ‘나’의 가방을 뒤지는 까닭은 ‘사회주의’, ‘독립(운동)’과 밀접함을 짐작할 수 있음.
립이라는 ‘독’ 자도 없을 것은, 나의 전공하는 학과만 보아도 알 것이었다. 아니 10
문학 관련 학과로 추정됨.
설령 내가 볼셰비키에 관한 서적을 몇백 권 가졌거나 사회주의를 연구하거나, 그
것은 학문의 연구라, 물론 자유일 것이요, 비록 독립사상을 가진 나의 뇌 속을, X
광선 같은 것이나 심사법(心寫法)으로 알았다 할지라도, 실행이 없는 다음에야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투시하여 알아내는 방법
조사하기로, 소용이 무엇인가.—이러한 생각은 나중에 한 것이지만, 그 당장에는
예시 답안|‘나’는 분노에 차
있는 한편 자신이 고독하며
하여간 무사히 방면되어 배에 오르게 된 것만 다행히 여겨, 궐자들과 같이 허둥지 15
불행하다고 느끼는 등 머릿
속이 복잡하다.
둥 행구를 수습하여 가지고 나섰다.
찬바람을 쐬어 가며 웅숭 : ‘나’가 급하게 다시 배에 올라타면서 무사히 풀려났다는 데 안도감을 느낌.
그리고 갑판 위에 서 있는 ‘나’ 짐을 가볍게 해 준 트렁크를 두 손에 들고, 어서 올라오라는 선원의 꾸지람을
의 심리 상태는 어떠한가?
들어 가며 겨우 갑판 위에 올라오자, 기를 쓰는 듯한 경적과 말 울음〔馬嘶〕소리 같
쾌락(快諾)하다 남의 부탁 은 기적 소리가 나며, 신경이 재릿재릿한 징 소리가, 교향적으로, 호젓이 암흑에
이나 요청 따위를 기꺼이
들어주다.
싸인 부두 일판에 처량하고도 요란하게 울렸다. 배는 소리 없이 미끄러져 벌써 두 20
: ‘나’의 심정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는 표현
볼셰비키(Bol’sheviki) 다 어 칸통이나 잔교를 떨어졌다. 전송하러 온 여관 하인들이며 인부들의 그림자가
수파라는 뜻으로, 1903년
에 제2회 러시아 사회 민 쓸쓸한 벌판에 성기성기 차차 조그맣게 눈에 띄고, 잔교 위에서 휘두르며 가는 등
주 노동당 대회에서 레닌
불이, 쓸쓸한 바람에 불려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다.
을 지지한 급진파를 이르
던 말. 나는 선실로 들어갈 생각도 없이 으스름한 갑판 위에, 찬바람을 쐬어 가며 웅숭
방면(放免)되다 가두어졌
던 사람이 풀려나다. 그리고 섰었다. 격심한 노역과 추위에 피곤하여 깊은 잠에 들어가는 항구는, 소리 25

행구(行具) 행장. 여행할


없이 암흑 속에 누웠을 뿐이요, 전시(全市)의 안식을 지키는 야광주는, 벌써부터
때 쓰는 물건과 차림.
호젓이 후미져서 무서움 졸린 듯이 점점 불빛이 적어 가고 수효가 줄어 가면서, 깜작깜작 졸고 있다. 나는
을 느낄 만큼 고요하게.
일판 어떤 지역의 전부.
인간계를 떠나서 방랑의 몸이 된 자와 같이, 그 불빛의 낱낱이 어떠한 평화로운
자신을 고독하고 불행한 존재에 비유 →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음을 보여 줌.
전시 도시 전체.
가정의 대문을 지키고 있으려니 하는 생각을 할 제, 선뜩선뜩한 별보다도 점점 멀
야광주(夜光珠) 어두운 데
서 빛을 내는 구슬. 리 흐려 가는 불빛이 따뜻이 보였다. 나의 머릿속은 단지 혼돈하였을 뿐이요, 눈 30

18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은 화끈화끈할 뿐이다.
: 머릿속이 복잡하고,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나'의 상태
외투 포켓에다가 두 손을 찌르고, 어느 때까지 우두커니 섰는 내 눈에는, 어느덧
뜨끈뜨끈한 눈물이 비어져 나와서, 상기가 된 좌우 뺨으로 흘러내렸다. 찬바람에
분노, 무력감, 고독감, 슬픔 등이 응축되어 있음.
산뜩산뜩 스며들어 가는 것을, 나는 씻으려고도 아니하고 여전히 섰었다.
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함.
▶ 위기 3: ‘나’는 형사들에게 무단 검문을 받은 후, 배에 올라 눈물을 흘림. 염상섭 (1897~1963)
5
뒷부분의 줄거리 소설가. ‘현실 폭로’, ‘개
성 옹호’ 등을 강조하는 문
절정・결말 관부 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부산에 도착한 나는 다시 기차에 올라 서울로 향한다. 그 상경
학관을 바탕으로 하여 당대
길에서 나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며 전에는 잘 몰랐던 식민지 현실에 대해 알게 되는데,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
나는 그 현실을 ‘무덤’과 같다고 느낀다. 서울 집에 도착하고 며칠 뒤 아내는 마침내 죽고 만다. 나는 설을 많이 썼다. 저서에 《만
장례를 치른 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려고 집을 나선다. 소설은 주인공(나)이 경성역(서울역)에서 기 세전》, 《견우화》, 《삼대》,
10 차를 기다리고 있는 데서 끝난다. ▶ 절정, 결말: 부산에서 경성(서울)으로 와 아내의 죽음을 《일대의 유업》 등이 있다.
지켜본 ‘나’는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는 여로에 오름.
《만세전》

제재 정리

‘뜨끈뜨끈한 눈물’의 의미
뜨끈뜨끈한 눈물

식민 지배의 식민지
현실 대응과
폭력성에 대한 사람으로서의
관련한 무력감
분노 고독감, 슬픔 등

‘묘지(무덤)’의 상징성

묘지
(무덤)

당대(1910년대 후반) 조선의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을 상징함.

•식민 지배 세력이 조선인들에게 무도하고 폭력적으로 굶.


•조선인들이 생기를 잃은 채 마치 망량(魍魎, 도깨비)이나 무덤 속 구더기처럼
순종적이고 무기력하게 살아감.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음.

(2) 서사 갈래의 흐름 185


활동 안내 1
사건 전개 양상과 관련지어 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이해하는 활동이다.

1 이 소설의 사건 전개 양상을 살피며, 각각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나’의 심리를 파악해 보자.
예시 답안|

‘나’의 상황 ‘나’의 심리

크게 놀라며 자신의
악독해 보이는 얼굴의 사람과 촌뜨기의 대화를 들음. 일에 대해 의문과 불안,
부끄러움을 느낌.

궐자에게 불쾌감과 분노,


궐자(형사)의 호출을 받음.
연민 등을 느낌.

도움말 무슨 망령을 부릴까 봐


배 밖으로 나와 인버네스, 양복쟁이에게 가방 검사를 받음. 불안해하고 배를 타지
인물의 심리가 어떠한지 못할까 봐 초조해함.
직접 표현되어 있지 않은 경
우에는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안도감, 고독감, 슬픔 등을
바탕으로 하여 추측해 보자. 서류 뭉치를 양복쟁이에게 건네주고 다시 배에 올라탐.
느낌.

활동 안내 2
소설에 사용된 언어, 조선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부분, 주제 등과 관련지어 시대 상황을 추측해 보게 한다.
지도 방법
이 작품에서 시대 상황을
2 이 소설에 나타난 당대의 시대 상황과 관련하여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알 수 있는 어휘나 구절은 매 (1)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어휘나 구절을 찾아보자.


우 많다. 한정된 답을 찾기보 예시 답안|
다 시대 상황이 비교적 뚜렷 •요보, 조선 쿠리, 내지인, 노동자 모집원, 사회주의, 독립사상 등
하게 드러난 어휘나 구절을 •그 가련한 노동자들이 … 몸이 팔려 가는 것이, 일 년 열두 달 죽도록 농사를 … 뒈질 지경이면, 학생복에
찾은 다음, 그 어휘나 구절에 망토를 … 근질근질해 보이기도 하였다. 등
서 어떤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2) 당대 조선인의 현실이 드러난 부분을 찾아보자.
데 중점을 둔다.

예시 답안|•식민 지배의 폭력성과 조선 농민들의 비참한 현실에 대한 증언


•청년 지식인의 자기반성과 식민지 현실에 대한 비판
예시 답안|이 작품 전반을 (3) ( 1 ), (2)를 바탕으로 하여 이 소설의 주제가 무엇일지 말해 보자.
통해 당대의 조선인들이 일
본의 폭력적인 식민 지배를 활동 안내 3
받으며 멸시받고 고난을 당
‘시’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정리하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 보는 활동
했음을 알 수 있다. 표현
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평소 문학관과 관련지어 자유롭게 감상을 말해 보도록 지도한다.
특히 목욕탕 대화 부분에
서 당대 조선 농군들이 힘들 3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목욕탕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시’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
게 농사를 지어도 굶주리다 다.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리해 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적어 보자.
죽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잘
예시 답안|
살기 위해 일본에 와서도 낮
은 품삯을 받고 중노동에 시 ‘시’에 관한 생각의 변화 자신의 감상
달렸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나’가 짐 조사를 당하는 부
‘나’는 밭을 가는 것이 시라는 둥 ‘흙’을 예찬하며 ‘나’는 자신이 알거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바탕
분에서는 당대에 국가 권력
가난한 농민의 비참한 현실과 동떨어진 시를 썼었 으로 하여 그 나름의 진실을 담아 ‘흙’을 예찬하는
에 의한 검열이 일상화되어
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후 ‘실인생 실사회의 시를 썼을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졌다 하더라도 자
있었고, 사회주의나 독립운
이면의 이면, 진상의 진상’과는 무관한 시는 좋은 신이 생각하거나 느낀 바를 진솔하게 표현했다면
동에 대한 감시가 심했다는
시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드러난다.

추가 예시 답안|주인공 ‘나’처럼 나도 현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쓰고 싶


은 내용을 표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공감을 얻고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시가 좋은 시인 것 같
다. 그래서 ‘나’의 생각 변화가 참 바람직해 보인다.

18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4
이야기 밖에서 작가가 직접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이 작품의 특징과 당대의 시대 상황을 이해해 보는 활
동이다.
도움말 4 다음은 <만세전>이 일제의 검열에 걸려 삭제된 사건과 관련된 자료이다. 이와 관련하
<만세전>이 <묘지(墓地)> 여 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란 제목으로 잡지 《신생활》
에 연재되던 때 검열에 걸려
연재 3회분이 전문 삭제되
었다. 잡지의 편집자는 “상 묘
섭 군의 <묘지>는 더 말할
수 없는 참살을 당하였습니 지
다.”라는 말로 분노를 드러 이

(
하 제
내었다. 이때 삭제되었던 십 3
‘연재 3회분’은 이후 단행본 육 회

)
에 담겼다. 교과서 수록 부 삭
분은 이 가운데 일부이다. 제

頁(엽)은 ‘책 면’을 뜻하는


한자이다.
<묘지(제3회)> 16면이 삭제되었음을 알리는 《신생활》의 지면. <묘지>는 <만세전>의 원래 제목이다.

참고 자료
삭제된 <묘지> 3회의 내용 (1) 자신의 글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작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추측해 보자.
《신생활》 8호에 수록된 <묘
예시 답안|놀람, 당혹, 분노, 두려움, 저항 의지 등으로 매우 복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 2회는 ‘나’가 ‘N子’(고려공
사본의 을라)를 만난 뒤 그녀
의 기숙사를 나오는 데서 끝난
다. 《신생활》 9호에 수록 예정
이었다가 전문 삭제된 <묘지>
3회는 주인공이 그녀와 작별
하고 나와 고베역 앞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저녁
연락선을 타러 가는 데서 시작 (2) 이 소설이 일제의 검열에 걸린 이유를 당대의 시대 상황과 관련지어 이야기해 보자.
하여, 일본 형사들로부터 검문 예시 답안|식민지 통치 세력의 입장에서는 감추고 싶은 조선인 노동자 모집의 현실, 검문 장면의 구체적인
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묘사 등을 통해 식민 통치의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에 오른 뒤 갑판 위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데서 끝난다.

활동 안내 5
표현 라디오 방송, 텔레비전 방송, 기자회견, 항의 시위 등의 상황을 가정하고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볼 수 있다.

5 이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모둠원들과 함께 가상의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목욕탕에서
• ‘나’가 들은 이야기와 형사들에게 소지품 검사를 받은 일을 고발의
중심 내용으로 정한다.
• 사건의 개요, 논평을 중심으로 하여 내용을 구상한다.

•사회자는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고, 기자는 사건을 소개하거나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가상의 인터뷰를 진행한다.
•사건에
• 대한 논평으로 고발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예시 답안|※ 지도서(하) 130~131쪽 참고

(2) 서사 갈래의 흐름 187


<만세전>은 일본에 유학 중인 식민지 지식 청년 ‘나(이
인화)’의 여로(旅路)를 따라 펼쳐지는 ‘여로 구조’의 작품 ❻경성(서울) 동해
❶동경
이다. 동경에서 서울로 왔다가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기 위 대전❺ ❹
❹김천
(도쿄)
: 원점 회귀형 여로 구조를 지님.
해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데서 끝나는 여행에 ❸부산 고베

서 주인공은 많은 것을 겪으며 현실을 새롭게 알게 된다.



식민 지배 세력은 무도하고 폭력적이며, 많은 조선인은 순 시모노세키
: 당대 조선의 현실
종적이며 무기력하다. 이처럼 전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주인공 ‘ 이인화 ’의 여로
‘나’의 마음은 환멸감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당대의 조선
당대 현실을 ‘무덤’, 자신을 포함한 조선인들은 그 무덤 속 ‘구더기’와 같은 존재들이라 생각함.
현실을 ‘무덤’ 같다고 한 것은 이 같은 환멸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나’는 이 환멸의 여행을 통해 정신
적으로 성장한다. 이 점에서 <만세전>은 정신의 성장을 다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1920년대 이후 우리 소설은 주로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데 그 앞머리에 <만세전>이
특히 염상섭, 채만식, 현진건의 소설이 대표하는 비판적 사실주의의 소설, 이기영, 김남천의 소설이 대표하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소설이 두드러짐.
놓여 있다.
제재
제재 정리
형성 평가

자료 창고 관부 연락선(關釜連絡船)

1905년에서 1945년까지 부산과 일본의 시모노세키 사이를


운항하던 연락선을 말한다.
1918년 겨울 시점 관부 연락선은 시모노세키에서 두 번 그
리고 부산에서 두 번, 하루에 모두 네 번 출항하였다. 시모노
세키에서는 오전 10시 40분과 오후 10시에 두 번 출항하여 각
각 같은 날 오후 9시 40분과 다음 날 오전 9시 부산항에 입항
하였다. 123마일(약 200km)에 이르는 대한 해협(현해탄) 바닷길을 11시간 걸려 건넜던 것이다. <만세전>의 ‘이인화’는 시
모노세키에서 밤에 떠나는 배를 타 다음 날 아침에 부산에 도착했으므로, 시모노세키에서 밤 10시에 떠나는 관부 연락선을
탔음을 알 수 있다.

엮어 읽을 작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식민지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린 다른 작품


1920년대 초 서울에 거주하는 한 청년 통제가 심해지는 등 갈수록 살기 힘들어
지식인의 하루를 그린 단편 소설이다. 이 지던 일제 강점기 막바지 현실을 비판적으
<암야> <패강랭>
작품에는 당대 현실을 상징하는 ‘무덤’이 로 그린 작품이다. 일본의 식민 통치에 순
염상섭 이태준
나오는데, 이 점에서 ‘무덤’을 통해 당대 현 응하는 인물과 비판적인 인물 사이의 대립
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만세전> 이 작품 구성의 중심이다.
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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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겨울 나들이>는 타자와의 소통을 통해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활동을
통해 학습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제재 읽기 전에 낯선 사람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해 본 경험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제재 개관
➌ 다음은 전쟁과 분단 때문에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현대 소설, 단편 소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생각하며 감상해 보자. 갈래
설, 전쟁 분단 소설
예시 답안| 사실적, 비극적, 심리
•진로 콘서트의 상담 부스에서 졸업한 학교 선배를 만나 그 선배에게 진로 걱정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성격
성찰적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친구와 첫인사 때부터 통하는 게 있어서 취미 활동이며 가족 등에 대해 스스럼없이
전쟁과 분단의 상처,
대화했던 적이 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제재
겨울 여행

겨울 나들이
전쟁과 분단의 상처
작품 줄거리 작가 박완서와
에 대한 증언과 그 상처
영상 그의 작품 세계 박완서 주제 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애
정의 소중함.
해제 이 작품은 한국 전쟁과 분단으로 말미암은 두 집안의 상처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시간: 현재 - 1970년
등장인물들의 상처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통해 전쟁과 분단의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잘 보여
대 중반 겨울
주고 있으며, 그 상처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애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배경 과거 - 1950년대 초
반 한국 전쟁 때
•공간: 서울, 온양
5 앞부분의 줄거리
6・25 전쟁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발단・전개 나의 남편은 난리 통에 어린 딸 하나만 데리고 남쪽으로 온 이북 출신으로, 북쪽에 아내를 두고 온
특징
사람이다. 나는 그와 결혼하여 엄마를 잃은 어린 딸아이를 보살펴 출가시키기까지 제 아이와 다름없 ① 실존했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이 키웠다.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남편이 그린 딸의 초상화를 보고, 남편이 헤어질 당시 젊었던 전처를 한 실명(實名) 소설임.
② ‘전(傳)’의 형식을 취함으로써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남편과 살아온 세월이 헛되다는 느낌에 빠진다. 나는 마음을 달래 한국 문학의 전통을 계승함.
10 고자 무작정 온천이 있는 온양으로 여행을 떠나왔으나 모두로부터 쫓겨난 듯한 기분에 마음이 내내 ③ 방언을 사용하여 향토적인
‘나’가 겨울 나들이에 정서를 드러내고 비속어를
불편하다. ▶ 발단・전개: ‘나’가 헛살았다는 느낌에 빠져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지인
나서게 된 계기 사용하여 풍자와 비판의 효
충남 온양의 온천장에서도 서러움과 허망함을 느낌.
과를 나타냄.
※ ‘글의 구성’은 교사용 교과서
위기 나는 다시 허둥지둥 딴 골목을 찾아들었다. 역시 인기척이라곤 없는 골목 저만
191쪽 참고
치 대문이 열리고 문전이 정갈한 ‘여인숙’이란 간판이 붙은 집이 보였다. 대문간
엔 연탄재가 쌓여 있고 안마당 빨랫줄엔 흰 빨래가 이상한 모양으로 비틀어진 채
무척 추운 날씨임을 짐작하게 함.
15 얼어붙어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주인을 찾았다. 오십 대의 정갈한 아주머
예시 답안|할머니 댁에 찾
아가면 할머니가 ‘아주머니’
니가 안채에서 반색을 하며 나타났다. 나는 그 아주머니를 보자 내 집에 온 것처
처럼 반가워해 주신다. 할머
니에게서는 늘 포근하고 따
럼 마음이 놓이고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어졌다. 참 묘한 분위기를 지닌 아주머
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니였다. 솜옷처럼 너그럽고 착하고 따뜻하게 사람을 감싸는 무엇이 있었다. 나는 내 주변에서 ‘아주머니’
와 같은 분위기를 지닌 사람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엇인가가 다시 나에게 찾아드는 것처럼 느꼈다. 은 누구인지 떠올려 보자.
헛살았다는 느낌에 젖어 이곳으로 떠나온 주인공이 따뜻한 분위기를 지닌 아주머니를 만나 마음이 편안해짐.
20 “좀 녹여 가고 싶은데 따뜻한 온돌방 있어요?”
아주머니는 얼른 줄행랑처럼 붙은 손님방 중 한 방으로 먼저 들어가 아랫목에 반색 매우 반가워함. 또는
그런 기색.
깔아 놓은 다후다 포대기 밑에 손을 넣어 보더니 따뜻하긴 한데 외풍이 세어서 어
줄행랑 대문의 좌우로 죽
쩌나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내가 되레 안돼서 내가 그렇게 추워 보여요? 벌여 있는 방.
‘나’의 처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다후다 태피터(taffeta). 광
하면서 웃으려고 했지만 뺨이 얼어붙어서 제대로 웃어지지가 않았다. 택이 있는 얇은 평직 견직
추운 날씨에 숙소를 찾아 오랫동안 헤맸기 때문
25 “네, 꼭 고드름 같아 보여요. 참 안방으로 들어가십시다. 구들도 따뜻하고 난로 물. 여성복이나 양복 안감,
넥타이, 리본 따위를 만드
도 있어요.” 는 데에 쓴다.

(2) 서사 갈래의 흐름 189


그러더니 친동기간처럼 스스럼없이 나를 안채로 잡아끌었다. 난로가 있는데도
삥 둘러 방장을 쳐 놔서 안방은 마치 동굴 속처럼 침침하고 아늑했다. 처음엔 아
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차츰 어둠에 눈이 익자 아랫목에 단정히 앉았는 한 노파를
볼 수 있었다. 미라에다 옷을 입혀 놓은 것처럼 바싹 마른 노파는 무표정하게 나
를 바라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를 거부하는 몸짓 같아서 나는 어색하게 멈 5
노파의 도리질에 대한 ‘나’의 첫인상 - 어색함
칫댔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한사코 나를 아랫목으로 끌어다 앉히고 손을 노파가
추워 보이는 ‘나’를 위한 배려
깔고 있는 포대기 밑에 넣어 주었다. 노파의 입이 조금 웃었다. 그러나 고개를 저
어 도리질을 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나에게 우리 시어머니예요, 하
고는 노파에겐 손님이에요, 하도 추워하시기에 안방으로 모셨어요, 했다. 그것으
로 노파와 나와의 인사 소개는 끝났으나 노파는 여전히 도리질을 해 쌓았다. 아주 10

머니는 노파의 도리질에 대해 나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노파의 도리질을 보는 노파는 수척했으나 흰머리를 단정히 빗어 쪽 찌고, 동정이 정갈한 비단 저고리
‘나’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
지에 주목하여 읽어 보자. 에 푹신한 모직 스웨터를 걸치고 꼿꼿이 앉았는 모습에 특이한 우아함이 있었다.
예시 답안|처음에는 자신을
그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우아함이기도 했다. 도리질도 처음 내가 봤을 때보다
거부하는 몸짓이라고 생각했
으나, 노파가 풍기는 ‘특이한
훨씬 유연해져 꼭 미풍에 살랑이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저러다가 멎으려니 했으 15
우아함’을 느끼고는 그런 불
편한 생각이 서서히 사라진다.
나 아무리 기다려도 멎지는 않았다. 몸이 녹자 잠이 오기 시작했다. 누가 죽인대
도 우선 한잠 자 놓고 볼 일이다 싶게 꿀 같은 잠이 덮쳐 왔다.
“이제 어지간히 몸도 녹았으니 아까 그 방에서 한잠 잘까 봐요. 참, 온천장으로
나가는 버스는 몇 분만큼씩이나 있나요?”
“몇 분은요. 겨울엔 아침나절에 두 차례, 저녁나절에 두 차례밖에 안 다니는데, 20

타고 들어오신 게 아침나절 막차니까 이따 네 시 반에나 있을걸요. 그리고 저


어, 점심은 어떡허시겠어요. 준비할 테니 드시고 가셨으면…….”
친동기간 같은 부모에게
오로지 졸리다는 생각뿐 밥 생각 같은 건 전연 없었으나 그렇게 하라고 했다.
서 난 형제자매 사이.
방장(房帳) 방문이나 창문 아주머니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까짓 밥 한 상 팔아서 얼마나 남겠
에 치거나 두르는 휘장. 흔 아주머니가 얼마 안 되는 돈을 바라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하는
히 겨울철에 외풍을 막기 다고 저렇게 굽실대나 싶어 속으로 측은했다. 손님방으로 내려온 나는 따끈한 맨 25
것으로 오해하고 불편하다 못해 가여운 생각까지 하게 되었음.
위하여 침.
바닥에 다후다 포대기만 하나 덮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쪽 시집간 여자가 뒤통수
에 땋아서 틀어 올려 비녀 깨어나자마자 웬일인지 도리질하던 노파 생각이 먼저 났다. 꿈에서 봤던가, 현
를 꽂은 머리털. 또는 그렇 노파의 멈추지 않는 도리질에 대한 궁금증 때문

게 틀어 올린 머리털.
실에서 봤던가 그것조차 아리송한 채 메마른 노파가 고개를 젓던 모습만 선명히
동정 한복의 저고리 깃 위 떠올랐다. 졸음 때문에 미루었던 궁금증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시계를 보니 아
에 조붓하게 덧대어 꾸미
는 하얀 헝겊 오리. 직 두 시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30

19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손님, 아직도 주무세요? 시장하실 텐데.” 글의 구성

‘나’는 남편이 의붓딸


미닫이 밖에서 아주머니의 나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인기척을 내며 미닫이 을 그린 초상화를 보고,
남편이 북에 두고 온 아
를 열었다. 행주치마를 두른 아주머니가 내가 이 집에 찾아들었을 때 반가워했던 발단 내를 그리워하고 있다
고 생각하고는 헛살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가 잠에서 깬 걸 반가워해 주는 것이었다. 너무 반가워해 다는 느낌에 빠져 여행
을 떠남.
5 저 아주머니 혹시 나를 약이라도 먹고 영영 잠들려는 손님으로 오해했던 게 아닌
‘나’는 여행지인 충남
전개 온양의 온천장에서도 서
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러움과 허망함을 느낌.
곧 점심상이 들어왔다. 장에 삭힌 깻잎이나 풋고추, 더덕 등 짭짤한 솜씨의 밑 호숫가 여인숙에서
: 정성을 기울여 만든 정갈한 음식을 대하고 아주머니에 대한 오해와 경계심이 조금씩 풀리게 됨. 도리질하는 노파와 그
위기
반찬과 김치, 깍두기, 뭇국 등은 조금도 영업집 밥상 같지 않고 시골 친척집에 들 녀의 며느리인 주인아
주머니를 만남.
러서 받는 밥상 같아서 흐뭇했다. 그러나 입 속은 칼칼하고 식욕도 일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에게 노
파의 도리질에 얽힌 사
10 뭇국만 훌쩍대는 걸 보고 아주머니는 더운 뭇국을 또 한 대접 갖고 들어왔다. 나 연과 소식이 끊어진 아
절정 들을 만나러 서울 가는
는 같이 좀 들자고 아주머니를 내 옆에 붙들어 앉혔다.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
려고 애쓴 사정 이야기
“원 별말씀을요. 저는 어머님 모시고 벌써 먹은걸요.” 를 들음.
고부의 삶을 통해 가
아주머니가 먼저 노파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노파의 이상한 족에 대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깨달은 ‘나’는 자
도리질에 대해 물을 수가 있었다. 결말
신이 헛살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집으로 돌
15 “할머니께서 제가 몹시 못마땅하셨나 보죠? 말씀은 안 하셨지만 제가 안방에 아가기로 마음먹음.
할머니의 도리질에 대한 ‘나’의 해석
있는 내내 고개를 젓고 계셨어요.”
“벌써 이십오 년 동안이나 그러고 계신걸요.”
“이십오 년 동안이나!”
나는 기가 막혀서 벌린 입을 못 다물었다.
20 “네, 이십오 년 동안이나 허구한 날, 자는 시간만 빼놓고…….”
특별한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게 함.
나는 아주머니의 눈이 젖어 오는 것처럼 느꼈으나 말씨는 침착하고 고즈넉했다.
▶ 위기: 호숫가의 여인숙에서 주인아주머니와 도리질하는 ‘노파’를 만남.
절정 1 그녀의 시어머니는 이십오 년 동안을 자는 시간만 빼고는 허구한 날 도리질을
: 25년 동안 계속해 온 노파의 도리질에 대한 설명 → 도리질이 노파의 마음 깊이 맺힌 한과 관련된 것임을 보여 줌.
하는 게 일이란다. 건강과 기분이 좋을 때는 미풍에 살랑이는 것처럼 보일 듯 말
듯 유연하게, 건강이 나쁠 때는 동작이 크고 힘들게, 마음이 불안하거나 집안이
25 뒤숭숭할 때는 동작이 좀 더 크고 단호하게, 마치 “몰라 몰라. 정말 모른다니까.”
하고 발악이라도 하듯이 죽자구나 도리머리를 어지럽게 흔든다. 그것 때문에 없
는 돈, 있는 돈 긁어모아 한약도 많이 써 보았고 용하다는 침도 많이 맞아 봤지만
시어머니의 도리질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함. 고즈넉하다 고요하고 아
허사였다. 먼저 지친 것은 그녀 쪽이었고 시어머니는 마치 죽는 날까지 놓여날 수
늑하다.
없는 업보처럼 그 짓을 고통스럽게, 그러나 엄숙하게 감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리머리 도리질.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싫다거나 아
30 그것은 6・25 동란 통에 발작한 증세였다. 동란 당시 젊은 면장이던 그녀의 남 니라는 뜻을 표시하는 짓.

(2) 서사 갈래의 흐름 191


편은 미처 피난을 못 가서 숨어 살아야 했다. 처음엔 집에 숨어 있었지만 새로 득
인민군
세한 패들의 기세에 심상치 않은 살기가 돌기 시작하고부터는 집에 숨겨 놓는다
는 게 암만해도 불안했다.
어느 야밤을 타 그녀는 남편을 집에서 이십 리쯤 떨어진 광덕산 기슭의 산촌인
그녀의 친정으로 피신을 시켰다. 시어머니와 그녀만이 알게 감쪽같이 그 일은 이 5
전쟁 상황에서 누구도 믿기 어려워 남편의 행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침.
루어졌다. 어떻게 된 게 세상은 점점 더 못되게만 돌아가 이웃끼리도 친척끼리도
아무개가 반동이라고 서로 고자질하는 짓이 성행해,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일이
이 마을 저 마을에 하루도 안 일어나는 날이 없었다. 끔찍한 나날이었다. 이렇게
되자 그녀는 시어머니까지도 못 미더워지기 시작했다. 어리숙하고 고지식하기만
시어머니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제시함.
해 생전 남을 의심할 줄 모르는 시어머니가 행여 누구 꼬임에 빠져 남편이 가 있 10

는 곳을 실토하면 어쩌나 싶어서였다. 시어머니 같은 사람이 살 세상이 아니었다.


하도 험한 세상이어서 시어머니 같은 사람이 잘 적응하여 탈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는 말
그녀는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구굿셈을 익혀 주듯이 끈질기게 허구한 날 시어
: 혹시라도 시어머니가 남들에게 속아 남편이 있는 곳을 말하게 될
머니에게 ‘모른다’를 가르쳤다. 까 봐 철저하게 입단속을 시킴.
→ 이러한 노력이 오히려 남편을 위험에 빠뜨리게 됨.
“어머님은 그저 모른다고만 그러세요. 세상 없는 사람이 물어도 아범 있는 곳
은 그저 모른다고 그러셔야 돼요. 난리 나던 날 집 나가고 나선 어떻게 됐는지 15
6・25 동란
모른다고 딱 잡아떼셔야 돼요. 입 한번 잘못 놀려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예시 답안|인민군 치하에서
세상이에요. 큰댁 식구들이나 작은댁 식구들이 물어도 그저 모른다고 그러셔
고생했던 사람들은, 인민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당시 분위기 암시
이 확실히 물러났다는 것을
야 돼요. 이쁜이 할머니가 물어도, 개똥이 할머니가 물어도 그저 모른다고 그러
확인하기 전에는 그들에 대
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들의
셔야 돼요. 아무도 믿으시면 안 된다구요. 네, 아셨죠, 어머님?”
생각과 감정을 남 앞에 쉽게
드러내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힘차게 도리질까지 곁들여 가며 거듭거듭 이 ‘모른다’를 교습했다. 시어 20
마을에 찾아온 정적 이
후, 사람들은 왜 대화를 꺼 머니는 늘상 겁먹고 외로운 얼굴을 해 가지고 혼자 있을 때도 “몰라요, 난 몰라
렸을까?
요.” 하며, 역시 도리질까지 해 가며 열심히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난리가 났다고는 하지만 순박하던 마을 사람들이 무슨 도척의 영신이라도 씐
반동(反動) 진보적이거나 것처럼 서로 죽이고 죽는 것 외에는 대포 소리 한번 제대로 난 적이 없던 마을에
발전적인 움직임을 반대하
여 강압적으로 가로막음. 별안간 비행기가 날아와 기총 소사와 폭탄을 쉴 새 없이 퍼붓고 앞산 뒷산에서 총 25
: 유엔군의 공격으로 인민군이 물러나고 난 뒤의 고요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음.
도척의 영신이라도 씐 것
소리가 며칠 계속해 콩 볶듯이 나더니만 이어서 죽은 듯한 정적이 왔다. 집 속에
처럼 춘추 전국 시대의 큰
도적인 도척(盜跖)의 혼령 쥐 죽은 듯이 처박혔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조심조심 고개를 내밀었다간 재빨
이라도 씐 것처럼.
기총 소사(機銃掃射) 비행
리 움츠러들었다. 아직은 서로의 대화를 꺼리고 있었다. 빨갱이가 물러갔다는 증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
기에서 목표물을 비로 쓸 거도 안 물러갔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쪽에 붙어서 세도 부리던 패거리들의 모습
어 내듯이 기관총으로 쏘
는 일. 은 안 보였지만 인민 위원회가 쓰던 이장 집 마당 깃대 꽂이엔 아직도 그쪽 기가 30

192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펄럭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어중간하고 모호한 때에 벌써 성질이 급한 남편은 야밤을 타서 집에 돌아
인민군이 물러났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는 때
와 있었다. 서울이 이미 수복됐는데 제까짓 것들이 여기서 버텨 봤댔자 며칠을 더
1950년 9월 28일 유엔군은 인천 상륙 작전 성공의 여세를 몰아 서울을 되찾았는데 이를 서울 수복이라고 함.
버티겠느냐는 거였다.
: 성질이 급한 아주머니의 남편은 서울 수복으로 인민군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여 집에 돌아옴.
5 텃밭엔 이미 김장 배추를 간 뒤였지만 울타리엔 기름이 잘잘 흐르는 애호박이
한창 잘 열 찬바람내기였다. 아침 이슬을 헤치며 뒤란으로 애호박을 따러 나갔던
수복(收復) 잃었던 땅이나
시어머니가 별안간 찢어지는 소리를 냈다. 권리 따위를 되찾음.

등장인물 소개
중년 주부. 그동안의 삶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여인숙 주인의 사연을 듣고 갈등을 해소한다.
중견 화가. 6・25 전쟁 때 북의 아내와 생이별하고 딸을 데리고
‘나’의 남편
월남했다가 ‘나’와 결혼했다.
여인숙 주인. 6・25 전쟁 때 남편을 잃음. 시어머니를 극진히
아주머니
봉양하고 서울로 유학 간 아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한다.
‘아주머니’의 6・25 전쟁 때 충청도 어느 지역의 면장. 처가에 피신했다가 서
남편 울 수복 후 집으로 돌아온 뒤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아주머니’의 시어머니. 6・25 전쟁 때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도
노파 (2) 서사 갈래의 흐름
리질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 193
<겨울 나들이>의 구성 - 액자식 “몰라요, 몰라요. 정말 난 모른단 말예요.”
구성
외부 이야기 소름이 쪽 끼치고 간담이 서늘해지는 처참한 비명이었다. 그녀도 뛰어나가고
‘나’의 겨울 여행
내부 이야기
그녀의 남편까지도 엉겁결에 뛰어나갔다. 잠깐 아무도 분별력이 없었다. 저만치
시어머니의 비명 소리에 놀랐기 때문
노파의 도리질에 얽힌 사연
뒷간 모퉁이에 패잔병인 듯싶은 지치고 남루한 인민군 서너 명이 일제히 총부리
•한국 전쟁 중 면장이던 아주 를 시어머니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들도 놀란 것 같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누굴 5
머니의 남편이 집을 떠나 처 시어머니의 예상치 못한 과민 반응 때문에
가로 피신함. 해치려고 나타났다기보다는 그냥 시어머니와 마주쳤거나 마주친 김에 옷이나 먹
•아주머니는 어리숙하고 고지
식한 시어머니가 꼬임에 빠 을 것을 달랄 작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들이 무슨 말을 걸기도 전에 시어
져 남편이 가 있는 곳을 실토
하면 어쩌나 싶어서 ‘모른다’ 머니는 그 자리에 꼼짝도 못 하고 못 박힌 채 고개만 미친 듯이 저으며 “몰라요,
를 가르침.
•인민군이 채 물러나지도 않 난 몰라요.”를 딴사람같이 드높고 새된 소리로 되풀이했다. 패잔병 중 한 사람의
았는데 남편이 집에 돌아옴.
•뒤란에서 인민군을 맞닥뜨린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가 하는 순간 총이 그녀의 남편을 향해 난사됐다. 그녀의 남 10
시어머니가 도리질을 하며
“몰라요, 난 몰라요.”를 되풀 편은 처참한 모습으로 나동그라지고 그들도 어디론지 도망쳤다. 이런 일은 일순
이함. : 비행기 공습을 앞세운 유엔군의 공격에 밀려 후퇴하기 직전의 상황이기에 인민군들은 극도
•놀라 뛰어나갔던 아주머니의 에 일어났다. 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었음.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리자 그들도 놀란 것으로
남편이 인민군의 총에 맞아 볼 수 있음.
죽음. 그 후로 시어머니의 도 그 후 거의 실성하다시피 한 시어머니를 오랫동안 극진히 봉양한 끝에 어느 만
리질은 고질병이 됨.
큼 회복은 됐지만 그때 뒷간 모퉁이에서 죽길 기를 쓰고 흔들어 대던 도리질만은
노파가 도리질을 계속하 그때 같은 박력만 가셨다 뿐 멈출 줄 모르는 고질병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도리 15
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들을 잃은 깊은 충격(전쟁으로 인한 상처)
예시 답안|자신의 바로 앞 도리 할머니라는 이 동네 명물 할머니가 됐다.
에서 아들이 살해당하는 것
을 목격한 충격이 워낙 컸기 아주머니는 이런 얘기를 조금도 수다스럽지 않고 담담하고 고즈넉하게 했다.
때문이다. 자기 때문에 아들 아주머니의 인품을 보여 주는 동시에, 오랜 세월 그 상처를 견뎌 와 이제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게 됨을 보여 줌.
이 죽었다는 생각에서 비롯 “이젠 고쳐 드려야겠다는 생각보단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된 죄책감이 그 까닭의 하나
라는 해석도 해 볼 수 있지 “도와드리다니요? 어떻게요?”
만, 그녀가 이런 죄책감을 가
졌는지를 작품에서 확인할 “당신 임의로는 못 하시는 일이고, 얼마나 힘이 드시겠어요. 삼시 잡숫는 거라 20

수는 없다.
도 정성껏 잡숫게 해 드리고 몸 편케 보살펴 드리고, 뭐, 그런 거죠. 대사업을
시어머니의 대사업 - 아들을 지키기 위해 도리질을 하는 것
완수하시고 돌아가시는 날까지 그거야 못 해 드리겠어요.”
치매가 된 채 허구한 날 도리질이나 해 대는 걸 ‘대사업’이라고 하는 아주머니의
농담에 웃으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주머니의 태도가 조금도 농담 같지 않아
: ‘나’는 아주머니가 사명
감과 긍지를 지니고 노 서였다. 정말 대사업을 힘껏 보필하는 이의 사명감과 긍지로 아주머니의 얼굴이 25
파를 돕는 것이야말로
‘대사업’이라고 생각하 은은히 빛나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어쩌면 이 아주머니야말로 대사업을 하고 있
며 크게 감동함. 아주머니의 대사업 -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는 일
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등골에 전율이 지나갔다.
▶ 절정 1: 아주머니에게 노파의 도리질에 얽힌 사연을 들음.

새되다 목소리가 높고 날
절정 2 점심값과 방값이 도합 팔백 원이라고 했다. 나는 천 원을 내주면서 그냥 넣어
카롭다. 두세요, 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불쾌할 만큼 굽실굽실 고마워했다. 아까 점심을
고질병 오랫동안 앓고 있
어 고치기 어려운 병. 시킬 때도 그랬지만 통틀어 천 원인데 몇 푼 떨어지겠다고 저렇게 비굴하게 구나 30
: 아주머니가 다시 굽실굽실한 태도를 보이자, ‘나’가 그것이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부분.
이 오해는 이후의 '나'의 아주머니에 대한 이해를 더욱 부각하는 기능을 함.

194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싶었다. 아주머니의 비굴한 태도가 싫은 건 그만큼 내가 아주머니를 아끼고 좋아
: ‘나’가 ‘비굴한 태도’라고 생각한 것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함.
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비굴한 태도는 몸에 배지 않고 어
색하게 겉돌아 더 보기 흉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준 돈 천 원을 소중하게 스웨터 주머니에 넣고 나더니 지극히
5 안심스럽고 감사한 얼굴을 하고는 또 한 번 이상스러운 소리를 했다.
“이걸로 노자 해 가지고 서울 갈 겁니다, 오늘요.”
“서울을요? 왜요? 하필이면 이 추운 날.”
나는 나중 이 추운 날 소리를 하고는 내가 여행을 떠난다고 할 때 남편이 놀라
면서 나에게 하던 말과 똑같은 말을 내가 했구나 생각했다. 문득 남편이 서럽도록
10 보고 싶어졌다. ‘나’가 문득 남편을 보고
싶어 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 아들이, 외아들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어요. 그때 즈이 아버지가 예시 답안|추운 겨울에 여
아버지가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었을 때 행을 떠나는 자신을 걱정하
그 지경 당하는 걸 내 등에 업혀서 무심히 보던 녀석이 벌써 그렇게 자랐거든 여 남편이 ‘하필이면 이 추운
날’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
요. 군대도 갔다 오고 삼 학년인데 아주 착실하고 좋은 애죠.” 자 남편에게 가졌던 서운한
이 작품의 시간 배경: 대학생의 과외가 자유로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풀렸기 때
“그렇지만, 지금은 겨울 방학 중일 텐데요.” 1970년대 → 아주머니의 아들은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 문이다.
주기 위해 돈을 버느라 서울에 있었음을 알 수 있음.
15 “네, 그렇지만 학비라도 보탠다고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어 못 내려오죠.
한국 전쟁이 등장인물의 삶에 미
여기서 내가 제 학비쯤은 실컷 벌 수 있는데 글쎄 그 녀석이 그런답니다. 겨울 친 영향
여인숙
동안만 여기가 이렇게 쓸쓸하지 봄부터 가을까지는 여기 장사도 꽤 괜찮거든 ‘나’
아주머니
전쟁 중 전쟁 중
요. 관광 철에 공일이라도 낀 날은 방이 모자라 법석인걸요. 새 학기 등록금이
이북에 아내와 인민군의 총에
노부모를 두고 남편이 죽고
랑 하숙비까지 다 해서 꽁꽁 뭉쳐 놓았답니다. 겨울날 양식이랑 밑반찬도 넉넉
어린 딸 홀로
하나만 업고 시어머니를
20 하구요. 딴 영업집들은 이렇게 벌어 놓으면 겨울엔 문을 닫고 집에 가서들 쉬
내려온 모시며
지금의 남편과 외아들을
죠. 우린 여인숙이고 또 여기가 살림집이기도 해서지만 늘 한두 방쯤 불을 때
결혼함. 키워 옴.

놓고 손님을 기다리죠. 돈 벌자고가 아녜요. 가끔 손님처럼 멋모르고 호숫가를


한국
찾는 이에게 더운 방을 내 드리는 게 그저 좋아서요. 정말이에요. 그럴 땐 돈 생 전쟁이
가족의 사망 또는
이산으로 인해 가족이
삶에
각 같은 건 정말 안 한다니까요. 그야 몇 푼 주시고 가면 어머님 고기라도 사다 미친
해체되고 깊은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됨.
영향
25 드리면 좋긴 하지만요. 근데 오늘은 그게 아니었어요. 돈 계산부터 츱츱하게 하
면서 손님을 기다렸답니다. 정말이지 손님이 안 드셨으면 어쩔 뻔했을까 모르
아주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은 까닭을 알 수 있음.
겠어요. 손님, 고마워요.”
이번에는 굽실대는 대신 내 손을 꼬옥 잡았다. 굽실대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
았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츱츱하다 너절하고 염치
30 “어제 글쎄 서울서 이상한 편지가 왔답니다.” 가 없다.

(2) 서사 갈래의 흐름 195


“아드님한테서요?”
“아뇨, 아들이 하숙하고 있는 주인집 아주머니한테서요. 벌써 일주일이 넘도록
아들을 걱정하는 이유
아들이 하숙집에 들어오지를 않는다는군요. 평소 품행이 허랑한 학생 같으면
: 하숙집 주인이 보낸 편지의 주요 내용
이만 일로 고자질 같은 건 않겠는데 하도 착실한 학생이었던지라 만에 하나라
도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알리는 거니 어머니가 한번 올라와 수소문을 5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사연이었어요. 허랑한 학생 아니더라도 제집도 아니


예시 답안|아들을 걱정하는
고 하숙집이것다 나가서 친구 집 같은 데서 며칠 자고 들어올 수도 있는 일 아
마음이 너무 커서 도저히 감
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니겠어요? 그만 일로 편지질을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하는 하숙집 주인도 주인이
올랐기 때문에 이런 마음을
스스로 진정하기 위해 미신
지만 나도 나죠, 괜히 온갖 방정맞은 생각이 다 나지 뭡니까. 어젯밤에 한잠도
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아주머니가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했다는 뜻
아주머니는 왜 미신을 못 자고 뒤척이면서 온갖 주접을 다 떨다 미신을 하나 만들어 냈는데, 글쎄 그 10
만들어 냈을까?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노심초사함. 전전반측(輾轉反側)
게…….”
“미신이라뇨?”
“네, 주책이죠. 오늘 우리 여인숙에 손님이 들어 그 돈으로 노자를 해 갖고 서울
허랑(虛浪)하다 언행이나 :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만들어 낸 미신의 내용
상황 따위가 허황하고 착 가면 아들의 신상에 아무 일이 없을 게고, 꽁꽁 뭉쳐 놓은 돈을 헐어서 노자로
아주머니가 바라는 상황
실하지 못하다.
쓰게 되면 아들의 신상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게고, 뭐 이런 거랍니다. 이렇게 15
점괘 점을 쳐서 나오는 괘.
이 괘를 풀이하여 길흉을 정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려니 어찌나 초조하고 애가 타는지 혼났어요. 그런데
판단함.
손님이 내가 만든 미신의 좋은 쪽 점괘가 돼 주신 거죠. 정말 고마워요.”
‘나’ 때문에 서울행 노자를 마련할 수 있게 되어 아들에게 아무 일이 없을 것이라 믿게 되었음.

여행이 끝나 갈 무렵 ‘나’의 깨달음


시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고 소식이 끊긴 아들을 지극히 염려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연민을 느낌.

•가족과 더불어 서로 사랑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


‘나’의 가는 삶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임을 깨달음.
깨달음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남편과 의붓딸을 위해 정성
껏 살아온 자신의 삶 역시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음.

서울행을 결심(‘나’의 내면적 갈등 해소)

196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아주머니는 또 한 번 고마워했다. 나는 그런 기묘한 방법으로 외아들의 신상에
대한 크나큰 근심을 달래려 들었던 이 과부 아주머니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이 찐
▶ 절정 2: 아주머니에게 아들에
했다. 내가 점괘가 됐다는 게 조금도 언짢지 않았다. 대한 이야기를 들음.

결말 “그럼 곧 떠나시겠네요.”
5 “네, 준빈 다 됐어요. 이웃 사람에게 어머님 부탁도 해 놨구요. 이제 곧 온천장
으로 나가는 네 시 반 버스만 오면 돼요.”
“동행하게 됐군요.”
예시 답안|아주머니의 마음
“참, 그렇군요. 네 시 반 버스로 온천장으로 나가신댔지…….”
을 이해하고 그녀를 연민하
게 되면서 동시에 이산의 아
“아뇨, 서울까지 동행할 거예요.”
픔을 품고 살아 온 남편의 마
갑작스럽게 행선지를 온천에서 집으로 바꿈.
음을 이해하고 가족의 소중
10 오늘 안으로 서울로 가리라는 결정을 나는 순식간에 내렸고, 그러자 마음이 그
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렇게 편안해질 수가 없었다. 아주머니가 시어머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러 ‘나’가 서울로 가겠다는


결정을 순식간에 내린 까닭
들어갈 때 나도 따라 들어갔다. 고부간의 비슷하게 늙은 손이 서로 꼭 맞잡았다. 은 무엇인가?

“어머님, 저 서울 좀 다녀오겠어요. 물건 살 것도 좀 있고 방학인데도 공부 핑계


시어머니가 걱정할까 염려하여 서울에 가는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음.
로 안 내려오는 태식이 녀석도 보고 싶고 해서요. 어머님은 뒷집 삼순이가 잘 고부간 시어머니와 며느
리 사이.
15 보살펴 드릴 거예요. 아무 걱정 마시고 진지 많이 잡수셔야 돼요.” 맥맥이 끊임없이 줄기차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노파는 여전히 고개만 살래살래 흔들었다. 나 게.
감지덕지(感之德之) 분에
에겐 그 도리질이 “몰라요, 몰라요.”가 아니라 “며늘아, 태식이 녀석에겐 아무 일 넘치는 듯싶어 매우 고맙
게 여기는 모양.
도 없어, 글쎄 아무 일도 없다니까. 우리가 무슨 죄가 많아서 그 녀석에게까지 무
슨 일이 있겠니.” 하는 것처럼 보였다.
20 나는 불현듯 아직도 마주 잡고 있는 고부의 손 위에 내 손을 포개 보고 싶어졌
다. 남남끼리이면서 가장 친한 두 손, 대사업의 동업자끼리이기도 한 이 두 손 사
이를 맥맥이 흐르는 그 무엇을 직접 내 손으로 맥 짚어 보고, 느끼고, 오래 기억해 박완서(1931~2011)
소설가. 가족사를 바탕으
두고 싶었다. 마치 이 세상 온갖 것 중 허망하지 않은 단 하나의 것에 닿아 볼 수 로 하여 6・25 전쟁의 참상
가족에 대한 사랑
을 증언하고 그 상처의 회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도 되는 듯이 나는 감지덕지 그 일을 했다. 거칠지만
복을 희구하는 소설, 중산
25 푸근한 두 손 위에 내 유약한 한 손이 경건하게 보태졌다. 층의 허위의식을 비판하는
소설을 많이 썼다. 저서에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나목》, 《부끄러움을 가르

노파는 고개만 살래살래 흔들었지만 나는 노파가, “너는 결코 헛살지만은 않았 칩니다》, 《엄마의 말뚝》,
: ‘나’가 노파로부터 받은 위로와 격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
어. 암, 헛살지 않았고말고.” 하는 것처럼 느꼈다. 까》 등이 있다.
▶ 결말: ‘나’는 고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함. 《배반의 여름》

: 여인숙의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지만 함께 비참


제재 정리
한 일을 겪었고 그로 인한 상처를 함께 견디며 살아온 가장 친한 사이임.
→ ‘나’는 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경, 감동의 마음을 그들이 마주잡은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는 행위로 표현함.

(2) 서사 갈래의 흐름 197


활동 안내 1
‘나’의 생각 변화를 중심으로 소설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는 활동이다.

1 노파와 아주머니에 대한 ‘나’의 생각의 변화를 중심으로 하여 이 소설의 내용을 다음과 같


이 정리해 보자.
예시 답안|

아주머니의 이야기 내용

노파의 도리질을 노파의 도리질에 노파가 도리질을 하는


처음 봤을 때의 생각 얽힌 사연 사연을 들은 뒤

자신을 거부하는 몸짓이 6・25 전쟁 중에 인민군 전쟁의 상처가 측은하면


라고 생각함. 에 의해 아들을 잃은 뒤 거 서, ‘나’는 아주머니가 ‘대사
의 실성하여, 이십오 년 동 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안 자는 시간만 빼놓고 계
속 도리질을 함.

아주머니의 굽실굽실 아주머니의 아주머니의 아들


하는 태도에 대한 생각 아들 이야기 이야기를 들은 뒤

밥을 팔기 위해 굽실굽실 서울에 있는 외아들이 일 아주머니가 굽실굽실하


한다고 생각하여 불쾌하게 주일이 넘도록 하숙집에 들 는 이유를 알고 그녀를 연
여기는 한편 측은하게 생각 어오지 않음. 그래서 아주머 민하는 마음을 갖게 됨.
함. 니는 여인숙에 손님이 들어
번 돈으로 서울에 가면 아
들의 신상에 아무 일이 없
을 것이라는 미신을 만들어 냄.

활동 안내 2
소설의 주제를 함축하고
2 이 소설에 나오는 ‘대사업’이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하며 아래 활동을 해 보자.

있는 단어 ‘대사업’의 의미를 (1) 노파와 아주머니의 ‘대사업’이 뜻하는 것이 각각 무엇인지 파악해 보자.
생각해 보게 하는 활동이다. 예시 답안|
소설을 꼼꼼히 읽고 나름대
로 답하도록 이끈다. 아주머니가 말한 노파의 ‘대사업’ ‘나’가 생각한 아주머니의 ‘대사업’
지도 방법
‘대사업’이라는 말의 의미
를 단정하여 말하기는 매우 도리질을 멈추지 않는 일.
어려우므로 자신의 생각을 (노파의 도리질에는 외부 폭력으로부터 시어머니의 상처 입은 마음을 깊이 연민하면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가족을 지키려는 의지와 책임감, 시어머니를 정성껏 보살피는 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2)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가 상상한 노파의 말을 고려할 때, ‘나’의 대사업은 무엇일
지 말해 보자.

나는 노파가, “너는 결코 헛살지만은 않았어. 암, 헛살지 않았고말고.” 하는 것


처럼 느꼈다.

도움말
예시 답안|•허망하지 않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지 •가족과 더불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것
어 생각해 본다. (3) (1)과 (2)를 바탕으로 하여 이 소설에서 ‘대사업’이란 어떤 삶을 가리키는지 말해 보자.
예시 답안|
•상처 입어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이해하고 도우는 삶
•가족 간에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삶

198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3
가상 인터뷰를 통해 전쟁에서 비롯된 인물들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해 보는 활동이다. 등장인물 개개인의 아픔
을 잘 파악한 다음, 그 아픔의 내용에 맞게 묻고 답하도록 한다.

도움말 3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전쟁에서 비롯된 아픔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
모둠원 수에 따라 ‘나’의 모둠 안에서 역할을 나눈 뒤, 아래와 같이 가상의 라디오 인터뷰를 만들어 보자.
‘남편’, ‘진행자 2’ 등의 역할 예시 답안|
을 추가할 수 있다.
역할 진행자 ‘나’ 아주머니 ( ‘나’의 남편 )
참고 자료
한국 전쟁과 공포의 상황
모둠원 ( 정수아 ) ( 유정현 ) ( 김민지 ) ( 이현수 )
6・25가 터지고 나서 우리
고향에는 한동안 우리 경찰대
와 지방 공비가 뒤죽박죽으로
마을을 찾아드는 일이 있었는
데, 어느 날 밤 경찰인지 공빈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또 마
을을 찾아들어 왔다. 그리고 오늘은 조금은 특별한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은 우
가족 이야기를 해 주실 분을
리 집까지 찾아들어 와서 어머 안녕하세요.
니하고 내가 잠들고 있는 방문 모셨습니다.
을 열어젖혔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전짓불을 얼굴에다 내리
비추며 어머니더러 당신은 누
구의 편이냐는 것이었다. 하지
만 어머니는 그때 얼른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전짓불 뒤에
가려진 사람이 경찰대 사람인
지 공비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
기 때문이었다. 대답을 잘못
했다가는 지독한 복수를 당할
것이 뻔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상대방이 어느 쪽인
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채 대답
을 해야 할 사정이었다. 어머 진행자 전쟁이 끝난 지는 오래되었지만 그 아픔은 아직도 우리 삶 곳곳
니의 입장은 절망적이었다. 나
에 흔적을 남기고 있지요.
는 지금까지도 그 절망적인 순
간의 기억을, 그리고 사람의
나 맞습니다. 저도 북쪽에서 월남한 남편 와/과 살고 있어요.
얼굴을 가려 버린 전짓불에 대
한 공포를 생생하게 간직하고
진행자 그럼, 북쪽에는 남편분의 가족이 살고 있을 수 있겠네요? .
있다.
- 이청준, <소문의 벽>, 그렇습니다. 북쪽에서 결혼한 아내가 살고 있다고 합니다. 남편이 북쪽에 있는
나 .
《병신과 머저리 외》, 전처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서 속이 상했습니다.
동아출판사, 1995
진행자 이번에는 평생 혼자서 시어머니를 돌봐 오신 아주머니께 질문을
드려 보죠.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평생은 아니고요, (웃음) 전쟁 끝난 뒤부터죠.


진행자 아, 그럼 남편분께도
질문을 드려 봅니다. 아내
진행자 남편분은 전쟁 때 돌아가셨다고 들었어요.
분께서 말씀하신 대로 전
부인이 그리우셨나요?
아주머니 네, 그 후로는 시어머니와 둘이서 살아왔지요. 남편은
‘나’의 남편 가끔씩 생각은
났었죠. 분단의 아픔으로 전쟁 통에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었고, 시어머님은 그 충격으로
거든요.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 거의 실성하다시피 해서 저 혼자서 모실 수밖에 없었
는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진행자 너무 힘들어서 멀리 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없었습니까? .
저와 제 딸에게 극진한 사
랑을 베풀어 준 지금의 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 가여운 분을 내가 끝까지
아주머니 .
내가 전 고맙고 그런 아내 정성을 다해 모셔야지 하는 생각만 하며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2) 서사 갈래의 흐름 199


<겨울 나들이>는 자신이 허망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을 못 견뎌 혼자 떠난 겨울 여행길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만
난 고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소설이다. 그 만남에서 알게 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처절한 사연은 전쟁의 상처
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뚜렷이 보여 준다. 한편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아들의 죽음에 충격받아 정신을 놓치고
평생 도리질을 하며 살아온 시어머니를 깊은 연민의 마음으로 껴안고 보살피는 며느리의 태도는 인간이 존엄한 존
‘아주머니’가 보여 준 이타적 태도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기희생적 태도는 인간이 존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함.
재라는 사실을 새삼 알게 한다.
6・25 전쟁을 다룬 우리 소설 가운데에는 이 작품과 같이 전쟁의 참혹함을 증언하면서 전쟁 때문에 상처 입은 사
람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내용의 작품이 많다. 제재 정리
제재
: 이러한 작품의 예: 윤흥길의 <장마>, 황석영의 <한 씨 연대기>, 형성 평가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김원일의 <어둠의 혼> 등

자료 창고 박완서 소설에서의 분단 문제
작가의 오빠가 6・25 때 죽은 일을 가리킴.
박완서는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빠를 잃은 비통한 가족사를 여러 편의 소설에서 다루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엄마의 말뚝 2>로 이상문학상(1981년)을 수상하였다. 다음은 ‘수상 소감’의 한 부분이다.

우리 겨레의 분단은 이제는 하나의 기정사실입니다. 분단은 오래전에 피 흘리


기를 멈추고 굳은 딱지가 된 채 통일을 꿈꾸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통일이란 말은 도처에 범람하고 있습니다만 산 채 분단된 자의 애절한 꿈으로
서가 아니라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구호로서 행세하고
있을 뿐입니다. 통일이 직업인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구호를 만들어 내어
: 작가가 분단의 상처를 계속해서 다루는 까닭
분단을 치장하면 되겠지만 진실로 통일이 꿈인 사람은 끊임없이 분단된 상처를
쥐어뜯어 괴롭게 피 흘리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통스럽지만 방법은 그것밖에 없습니다. 토막 난 채로 아물어 버리면 다시는
이을 수 없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아물었으되 피 흘리고 있음을, 딱지 앉았으되 곯고 있음을, 잘 차려입었으되
헐벗었음을, 춤추고 있으되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도 문학이
숙명처럼 걸머진 형벌이자 자존심이라면 저도 잠시 한낱 비통한 가족사를 폭로
한 것 같은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늠름해지고자 합니다.
: 문학은 피하고 싶은 것까지 드러내는 괴로운 - 박완서, <나에게 소설은 무엇인가>에서
일이기에 ‘형벌’이지만, 진실을 파헤쳐 드러냄으
로써 자부심을 갖게 하므로 ‘자존심’이기도 함.

엮어 읽을 작품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


남아 선호 사상을 지닌 사람들의 말과 삼팔선을 넘어 서울에 자리 잡은 북한
행동을 그린 앞부분, 그 반대로 모두를 귀 출신 월남민 가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린
<해산 바가지> <오발탄>
한 생명이라 여겨 남아와 여아를 차별하지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실성하
박완서 이범선
않는 시어머니의 고귀한 마음을 부각한 뒷 여 내지르는 ‘가자’라는 ‘외마디 소리’에 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향민의 한이 압축되어 있다.

작품 보기 작품 보기

200 3. 한국 문학의 갈래와 흐름


활동 안내
정리하기 인상 깊은 등장인물의 정보를 떠올리고 인물을 직접 그려 봄으로써 단원에서 학습한 작품의 내용을 정리해 보는 활동이다. 인물
의 모습을 그릴 때에는 등장인물의 특징이나 성격이 드러나게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 단원에서 감상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가운데 인상 깊었던 인물의 주요 정보를 떠올려 그 모습을 그리고, 짝
과 비교하며 이렇게 그린 까닭을 말해 보자.
예시 답안|

• 작품: 겨울 나들이
• • 인물의 모습: 생략

• 인물(이름): 여인숙 주인아주머니


• 인물의
• • 성격: 몸을 녹이고 싶은 ‘나’에게 외풍이 센 손님방 대

신 안방으로 안내하는 것으로 보아 친절하고 자상한 데다 인

정이 많음.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하는 모습으로 보아 헌신

적이고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큼.

점검하기
활동 안내 학생들이 스스로 이 단원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해 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 단원의 학습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해 보자.

학습 요소 점검 내용 학습 이해도
서사 갈래의
•서사 갈래의 흐름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이해하였으며, 서사
흐름과 하 중 상
갈래의 특징이 각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파악하였다.
구현 양상

•문학 작품이 당대의 시대 상황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고려하


문학과
여 작품을 감상하였으며,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계를 적절 하 중 상
시대 상황
하게 탐구하였다.

활동 안내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성취한 것을 확인하고, 이후의 학습 계획을 세우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자신의 학습 과정을 돌아보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새롭게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 더 알아보고 싶은 점


예시 답안|생략 예시 답안|생략

소단원 소단원
형성 평가 서술형 평가
(2) 서사 갈래의 흐름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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