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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bs ( )
2022 Ebs ( )
이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의 특징
일러두기 ❶
본 교재에 수록된 작품은 가급적 교과서 표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❷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고전 문학 작품을 현대어로 풀어서 수록한 경우가 있
고, 현대 문학 작품도 오늘날의 표기로 고쳐서 수록한 경우가 있습니다.
❸ 문학 작품은 원문에 따라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였지만,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일부 현대
어로 윤문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
문학
강 시의 표현과 형식
[교과서 개념 익히기] ‘문학’ 교과서와 교육 과정의 주요 내용을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
정리하여 ‘문학’ 과목의 기본 개념을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형상화
정서나 교훈, 삶의 이치 등과
•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형상화하는데기여하는일체의언어적표현을가리킴.
•비유(의인화포함),상징,역설,반어,대구,반복,설의,영탄,도치,열거,점층,우의,
같이 분명한 형체로 나타나 있지
풍자등의표현기법이있음.
[작품으로 이해하기] 기본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갈래별로 다 않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
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
•음악적인리듬이느껴지게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율격,시행,연등의요소가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표현하면서이루는전체적인형
태나구조를가리킴.크게고정된형식과자유로운형식으로구별됨.
표현과 형식의 관계 •시의형식은문화적으로형성된시고유의체계와관습에기반을두고있음.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
2부 적용 학습
러므로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 •갈래 :민요,시조,가사,자유시등
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담화 양식 :독백,대화,편지,전화통화의형식등
표현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문학적 기법 :아이러니(반어),알레고리(우의)등
•구조 :수미상관,선경후정,대칭등
고전 시가 • 01
•진술 형태 :정형시,자유시,산문시,이야기시,극시등
외형 :시행및연의배열등
[21001-0028]
3부 실전 학습
실전 학습 1 회
* 오조도 반포: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어버이에게 먹이를 먹여 준다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
* 구이경지: 오래도록 공경함.
정답과 해설
친구 벗은 좋아하며 제 일가(一家)는 불목(不睦)하며
병날 노릇 모다 하고 인삼 녹용 몸 보키와
주색잡기 모도 하야 돈 주정을 무진 허네
정답
부모과
조상해설
돈망 *허여 계집 자식 재물 수탐(搜探)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세한 해설을 제시하 ⑤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에는 말을 생략하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들에게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함은 물론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1강
였습니다. 작품 해제, 주제를 제시한 후, 구성이나 줄거리로 전 시의 표현과 형식 본문 8~10쪽 느낌인 여운을 조성한다.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01
02 ‘저문 들길’이 지상의 어두운 이미지로서 암울한 현실을
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정답이 정답인 이유’와 ‘오답이 오답
③
나타낸다면, ‘푸른 별’은 천상의 밝은 이미지로서 꿈과 이상
02 ⓐ: 희망/꿈/이상 또는 희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대조를
03 ㉠: ‘생활’은 슬퍼도 좋다 통해 힘든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과 함께 이상 추구를 통한
주제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구성
01 ③
02 ①
[ 21001-0001 ] 21001-0001
1. 아래 그래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재 자료실
100
80
[ 21001-0001 ]
한글다운로드
60
1. 아래 그래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40
20 100
0 80
60
40 교재이미지 활용
1 20 100
0
찰칵! 80
2 1 60
2 40
3 3 강의활용자료 20
4
0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부 적용 학습
1강 | 시의 표현과 형식 고전 시가
들길에 서서(신석정) 8
01 공무도하가(백수 광부의 아내) / 모죽지랑가(득오) 42
2강 | 시의 내용
02 가시리(작자 미상) / 정석가(작자 미상) 44
우리 동네 구자명 씨(고정희) 11
03 몽천요(윤선도) / 꿈으로 차사를 삼아 ~(이정보) 47
3강 | 소설의 서술상 특성
겨울의 환(김채원) 14 04 연작 시조로서 「방옹시여」의 창작 배경과 작품 구조
방옹시여(신흠) 50
4강 | 소설의 내용
날개(이상) 18 05 우국가(이덕일) 53
현대시
01 해당화 (한용운) / 한 (박재삼) 78
03 백록담(정지용)
저 산이 날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정희성) 82
01 도미 설화 (작자 미상) / 설씨녀 설화 (작자 미상) 110 10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양귀자) 184
12 순이 삼촌 (현기영) 192
03 국순전 (임춘) 117
3부 실전 학습
갈래 복합 1 회 [01~05] 오륜가
(김상용) / 우부가(작자 미상)
버려진 것들의 생명력(최성각) 270
01 속미인곡 (정철) / 자모사 (정인보) 222
1 회 [06~09]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이용악)
02 율리유곡 (김광욱) / 운금루기 (이제현) 225
성탄제(김종길) 274
03 용암정기 (남구만) 1 회 [10~12] 심생전(이옥) 277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됩니다 (정호승) 229
1 회 [13~15] 한데서 울다(공선옥) 280
04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 수라 (백석)
설해목 (법정) 233
2 회 [01~03] 동짓달 기나긴 밤을 ~(황진이)
05 나상 (이호철) / 북어 대가리 (이강백) 237 바람에 휘엿노라 ~(인평 대군)
백구야 말 물어보자 ~(김천택) 283
06 운영전(작자 미상) / 이모(권여선) 242
2 회 [04~06] 김수로왕 신화(작자 미상) 285
07 주객 대비 구도의 문학적 의의
(황조가 / 만전춘별사 / 심청가) 247 2 회 [07~11] 광야
(이육사) / 거산호 2(김관식)
죽은 새를 위하여(박완서) 288
08 조선 후기 문학의 세속화 경향
(발승암기 / 임이 오마 하거늘 ~ / 세상 사람들이 ~) 250 2 회 [12~15] 문 앞에서(이동하) 292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1대 1
1
문학
강 시의 표현과 형식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
형상화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체의 언어적 표현을 가리킴.
정서나 교훈, 삶의 이치 등과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대구, 반복, 설의, 영탄, 도치, 열거, 점층, 우의,
같이 분명한 형체로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 풍자 등의 표현 기법이 있음.
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
은 비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음악적인 리듬이 느껴지게 함.
형상으로 드러난다. •시어의 함축성을 높여 의미를 풍부하게 함.
•어떤 대상을 감각적으로 연상하게 함.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거나 깨뜨림으로써 지적 충격을 줌.
•재미를 느끼고 웃게 하거나 반대로 슬픈 감정을 환기하게 함.
•궁극적으로 화자의 정서나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여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율격, 시행, 연 등의 요소가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이루는 전체적인 형
태나 구조를 가리킴. 크게 고정된 형식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별됨.
표현과 형식의 관계 •시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시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두고 있음.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
러므로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 •갈래 : 민요, 시조, 가사, 자유시 등
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담화 양식 : 독백, 대화, 편지, 전화 통화의 형식 등
표현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문학적 기법 : 아이러니(반어), 알레고리(우의) 등
•구조 : 수미상관, 선경후정, 대칭 등
•진술 형태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이야기시, 극시 등
•외형 : 시행 및 연의 배열 등
•화자–청자의 관계 : 독백, 대화 등
•시상 전개 : 원경–근경, 외부 풍경–내면세계, 과거–현재–미래 등
작품으로 이해하기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21001-0001]
00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강
문학 시의 표현과 형식
정답과 해설 2쪽
[21001-0002]
[21001-0003]
강 시의 내용
1 화자의 정서
(1) 정서의 개념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을 가리킴. 흔히 말하는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대표적인 정서에 해당됨.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반영됨.
(2) 정서의 종류
•긍정적인 정서 : 사랑, 존경, 예찬, 환희, 동경, 희망, 기대 등
•부정적인 정서 : 미움, 분노, 공포, 비애, 우수, 절망, 원망 등
(3) 정서의 특징
•서정시는 다른 갈래에 비해 화자의 정서가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갈래이며, 정서는 시의 서정시(抒情詩)
서정은 본래 정서를 풀어낸다
주제가 되기도 함.
는 의미를 지닌다. 서정시는 개
•한 작품 안에는 여러 가지 정서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지배적인 정서가 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
있을 수 있음. 로 표현한 시를 가리킨다. 서사
시나 극시, 교술시도 있으나 대
부분의 시는 서정시에 해당된다.
2 소재
(1) 소재의 개념
•시를 창작하는 데 바탕이 되는 모든 사물, 인물, 현상, 경험 등을 뜻함.
•개인적 체험, 자연, 사회 현상, 인생 등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됨.
•한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소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제재라고도 함.
3 어조와 태도
•어조는 제재나 청자,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 주는 목소리의 결을 가
리키고, 태도는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화자가 대응하는 방식을 말함.
•어조에는 딱딱한/부드러운, 거만한/겸손한, 직설적/반어적 어조, 감탄/명령/부탁/간청/위
로/격려/보고하는 어조 등의 구별이 있으며, 이는 화자의 태도를 반영함.
01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강
문학 시의 내용
작품으로 이해하기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히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DIC 377s
[21001-0004]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006]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
시오.
377s_$[ScreenRuling]
맞벌이 부부인 남편 A 씨와 아내 B 씨는 자신들이 하는 가사 노동의 목록을 정리한 후 비교
해 보았다. 남편 A 씨가 적은 가사 노동은 ‘아이들의 등하교’, ‘설거지’, ‘아이들과 놀아 주기’
등 8개였던 것에 비해, 아내 B 씨는 190여 개의 가사 노동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 전달했다고 한
다. 이 중에는 ‘시댁 식구 생신 선물 및 음식 준비’, ‘행주 삶기’, ‘세탁기 청소’ 등과 같이 평소
남편인 A 씨가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도 적혀 있었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 자신의 삶
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직장인 여성의 비율은 25% 이내였는데, 이러한 조사 결과의 주요 원인
이 가사 노동에 대한 불평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신문
구자명 씨의 가사 노동 ( ⓐ )
구자명 씨의 현재 상황 ( ⓑ )에 빠져 있음.
한 식구의 안식이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음.
구자명 씨의 상황에 대한
↓표현 의도
화자의 현실 인식
( ⓒ )
01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
문학
강 소설의 서술상 특성
1 소설에서의 서술
사건의 내용을 언어로 나타내는 행위와 그 결과를 뜻하며, 크게 이야기의 구성과 이야
기의 전달로 나뉨. 전자는 사건과 사건의 선후 관계나 인과 관계를 짜는 방법이고, 후자는
시점과 거리,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문체 등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관련됨.
보여 주기
서술자가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그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사건을 제시하는 방법
(showing)
(3) 문체
작가가 언어를 구사하는 개성적인 방식을 가리킴. 구어와 문어, 관념적인 단어와 구체
적인 단어, 수식어가 많은 문장과 수식어가 별로 없는 문장, 긴 문장과 짧은 문장, 부드러
운 표현과 딱딱한 표현, 직설적 표현과 함축적 표현, 표준어와 방언 중 어떤 것이 주로 구
사되는지 등에 의해 결정됨.
(4) 어조와 태도
특정 인물이나 작중 현실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어조를 통해 나타남. 반어적·풍자
적·냉소적·비판적·동정적·호의적·낙천적·해학적 태도 등으로 나타남.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것입니다.
우리가 서양에서만 보던 서양의 잣나무와 솔바람을 품어 안는 소나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각,
우리가 이 시간 그리고 동양권인 이 공간 속에 태어났다는 것은 하나의 운명이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중략)
집에는 화투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원은 대개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섰다가 아닌 민화투로
377s_$[ScreenRuling]
서 작은 푼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판이 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화투를 짝
짝짝 다듬어 치다가 늦은 저녁때가 되면 다락문을 열고, 부엌에서 떨고 있는 동생과 내게 소리치셨
[A] 습니다. 다락문을 열어야만 부엌에 그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 얘 가혜야, 왜 아침에 먹던 된장찌개 있잖니? 거기다 된장을 한 숟가락 떠다가 더 풀고 두부 한
모 썰어 넣고 마늘 다져 넣고 보글보글 끓여라. 그리구 며루치도 좀 집어넣어라. 그래서 밥하구
상을 차려서 좀 가지구 들어와라, 응. 김치는 새것을 썰어라.”
부뚜막에서 졸듯이 쪼그리고 앉아 연탄 냄새를 맡고 있던 동생과 나는 비로소 부스스 몸을 일으켜 어
머니가 지시한 대로 막숟가락과 양재기를 하나 가지고 된장을 푸러 어두워진 장독대로 더듬어 갑니다.
그때 우리가 느낀 것은 손님 앞에서 큰 소리로 부엌에다 대고 소리치는, 교사까지 지낸 어머니의 교양
에 대한 반감이었을까요. 더구나 신비감도 없이 아침에 먹던 ㉠된장찌개에다가, 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은 정말 싫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을 땐 방이라고는 화투 치는 방뿐인데, 아이들이 있
을 곳이 없는 데 대한 배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바로 그 된장찌개를 이제 와서 자랑하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그 된
장찌개가 맛이 있었다면, 첫째는 우리 집의 장맛이 좋았을 것이고(그것은 어머니의 손이 단 데 연유했을
01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강
문학 소설의 서술상 특성
정답과 해설 3쪽
[21001-0007]
[21001-0008]
[21001-0009]
03 다음은 [A], [B]에 드러난 인물 제시 방식을 정리한 내용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윗글의 [A]와 [B]는 각기 다른 방식을 활용하여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부분
이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할머니’ 및 ‘선조의 여자들’과 대조되는 특징을 지닌 ‘어머니’에 대
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해당 부분 인물 제시 방식
[A] ( ⓐ )
[B] ( ⓑ )
01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4
문학
강 소설의 내용
서사(敍事) 1 인물
서사는 본래 ‘일을 순서대로
행하다.’, ‘일을 차례대로 펼치다.’
(1) 인물의 개념
라는 의미이다. 서사 문학은 두 •인물은 흔히 성격(character)이라고도 하지만, 인물은 외부에서의 관찰 대상을, 성격은
가지 이상의 사건이 선후 관계와
그 인물의 내적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둘을 구별하기도 함. 이때 성격은 작품에
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소설은
서사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형식 서 인물이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을 통해 드러나는 개성을 뜻함.
이다. •인물의 성격은 어떤 사건 속에서 보이는 그의 말과 생각, 행동,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서술
자의 서술을 통해 드러남.
2 사건
(1) 사건의 개념
작품 속에서 발생하고 진행되는 온갖 일들을 가리킴. 대개 한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결
합되어 연속적으로 전개됨. 인물들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행동이 곧 사건
으로 제시되기도 함.
(2) 사건의 연쇄
스토리와 플롯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후 관계만을 맺기도 하고 인과 관계를 맺기도 함.
여러 사건을 시간적 순서에 따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플롯이 만들어지고, 일반적으로 ‘발단–전개–위기–절
라 나열한 것을 ‘스토리(story)’라
고 하고, 여러 사건이 인과 관계
정–결말’의 단계를 거침.
를 맺고 있는 상태를 ‘플롯(plot,
구성)’이라고 한다. 뒤에 일어난
사건을 먼저 일어난 사건보다 더 3 배경
앞에 배치할 수도 있으므로, 하
나의 스토리도 서로 다른 플롯으
(1) 배경의 개념
로 제시될 수 있다. •공간적 배경은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지리적 위치나 구체적인 장소, 시간적 배경은 인물
의 행동이 연출되고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 시기, 계절, 밤/낮 등의 시간을 말함.
•사회 현실이나 역사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회적 배경,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
는 심리적 배경, 어떤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배경도 있음.
(2) 배경의 기능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
품의 주제 구현에 기여함. 또한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배경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함.
01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4강
문학 소설의 내용
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
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 내음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치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21001-0010]
01 다음은 근대인들이 겪는 문제 상황을 윗글에 나타난 ‘나’와 ‘아내’의 관계를 중심으로 추론하는 과
정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21001-0011]
[21001-0012]
02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5
문학
강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극의 특성
•극은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대본으로 삼아 인간의 갈등을 배우의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
하므로 ‘행동의 문학’ 또는 ‘현재화된 인생 표현’으로 불림.
•극은 배우와 무대, 촬영 기법, 관객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연행됨.
•극은 갈등의 예술이라 할 정도로 한 인물의 내면적 갈등이나 인물 간 갈등의 생성, 전개,
해결 또는 해소가 진행의 중요한 축이 됨.
•극에서 갈등은 개성적 혹은 전형적 성격을 지니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주동 인물과 그
를 방해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반동 인물 사이에서 주로 일어남. 주동 인물과 반동 인
물의 대사와 행동에서 갈등이 제시되어야 극적인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남.
2 희곡과 시나리오의 구성 요소
(1) 대사
•등장인물의 말을 가리키며, 인물 사이에 전개되는 대화, 상대역이 없는 가운데 등장인물
이 혼자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독백, 한 등장인물이 상대역이 듣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
고 관객에게 자신의 의도나 생각을 말해 주는 방백 등으로 구별됨.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생활 환경, 신분 등을 드러내고, 플롯을 진전시킴과 동시에 인물 간
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됨. 무대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시간도 대사에 의해서 드러
날 수 있음.
(2) 행동
•극에서 등장인물은 대사를 구사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상황을 만들고 의사를 표현함.
대사 없이 행동으로만 상황과 정서가 표현되는 경우도 있음.
지시문(지문) •등장인물의 행동은 표정이나 어조와 함께 지시문을 통해 알려 줌.
희곡에서 지시문은 행동 지시
와 무대 지시로 구분된다. 행동
지시는 등장인물의 동작, 표정,
3 희곡과 시나리오의 비교
어조, 위치 등에 관한 지시이고,
무대 지시는 무대 장치의 변화,
희곡 시나리오
소도구의 처리, 음향, 조명 등에
관한 지시이다. 시나리오에서는 •연극의 대본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
지시문이 촬영 현장의 여러 가지 •무대라는 조건으로 인해 시간적·공간적으로 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등
상황이나 촬영 기법, 편집 방식 약이 크고, 등장인물의 수도 제한됨. 장인물의 수에서도 제약을 덜 받음.
을 드러낸다.
[앞부분의 줄거리] 산간벽촌의 동막골 부락민들은 국군인 현철과 상상이 전하는 전쟁 발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러던 중 국군과 미군 조종사, 그리고 부락민이 함께 있는 촌장의 집으로 인민군 낙오병 치성, 영희, 택기가 들이닥친다.
S# 23. 다시 촌장 집 마당 N. / EXT. *
부락민들 사이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적군의 모습들. 싸늘한 기운이 흐르고…….
인민군 셋 침묵.
마을 사람들 인민군과 국군을 번갈아 보다가…….
02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2대
2
5강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중략 부분의 줄거리] 연합군이 동막골을 적진으로 오인해 폭격하려 한다. 인민군과 국군은 동막골 주민들을 구하고자 미
군 스미스를 연합군 기지로 보내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짜 기지를 만들어 폭격을 유도하는 작전을 펼친다. 이 작
전이 성공하여 연합군은 가짜 기지에 폭격을 가하는데, 영희와 상상이 폭탄과 총에 맞아 죽는다.
[21001-0013]
[21001-0014]
02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5강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정답과 해설 6쪽
[21001-0015]
강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교술 문학의 특성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진 문학 갈래로서,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사람들
도 쉽게 쓸 수 있음. 흔히 ‘수필’로 통칭되기도 함. 수필
수필(隨筆)은 ‘붓 가는 대로 쓴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글쓴이의 자기 성찰과 사유가 분명히 드러나고, 작품
글’이라는 뜻으로, 본래는 어떤
속의 ‘나’는 원칙적으로 글쓴이 자신임. 글의 갈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
•교훈이나 가르침[교(敎)], 설명이나 알림[술(述)]을 목적으로 창작되며, 다른 갈래에 비해 었다. 문학의 분류에 대한 이론
이 발전하면서 서정, 서사, 극을
글쓴이의 가치관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남. 제외한 나머지 산문적인 글을 통
•사고, 표현, 문체 등의 측면에서 글쓴이의 개성이 중시되는 갈래임. 칭하는 갈래 명칭으로 굳어져 쓰
이고 있다.
2 교술 문학의 구성 요소
(1) 형식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교술 문학의 특징임.
•일반적인 서술 외에도 일기, 편지, 기행문, 이야기, 극 등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함.
(2) 표현과 문체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등의 시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설명, 논증, 묘사 등
의 표현 기법도 동원하여 글쓴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
•대화를 삽입하여 소설이나 극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함.
•다양한 표현 자질들은 어휘의 종류, 문장의 길이 등에 의해 형성되는 문체적 특성과 결
합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함.
(3) 주제
•교술 문학의 내용과 주제는 일상적 경험에서 얻는 주관적인 감상에서부터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함.
•교술 문학의 내용은 대부분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그 주제에는 글쓴이의 개성적인 안목
을 바탕으로 포착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이 함축되어 있음.
•교술 문학은 다른 갈래에 비해 주제가 비교적 명시적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이 있음.
02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6강
문학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작품으로 이해하기
누구가 ‘나는 절대로 과실을 범치 않는다’고 양언(揚言)할 * 것이냐? 공인된 어느 인격, 어떤 학식, 지위
에서도 그것을 보장할 근거는 찾아내지 못한다.
(중략)
과실은 예찬할 것이 아니요, 장려할 노릇도 못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과실이 인생의 ‘올 마이너스’
일 까닭도 없다.
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淨化)되고 향기로워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어느 과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과실, 제 상처를 제힘으
로 다스릴 수 있는 비자반의 탄력—, 그 탄력만이 과실을 효용한다.
인생이 바둑판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 김소운, 「특급품」
01 다음은 윗글에서 발견되는 요소를 바탕으로 교술 문학의 특징을 서술한 것이다.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21001-0017]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② 나무 균열이 흔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제시하여 특급품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③ 비자반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평가하며 특급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특급품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인용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⑤ 비자반과 인생을 관련지어 질문을 던짐으로써 중심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377s_$[ScreenRuling]
[21001-0018]
02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7
문학
강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표현론 1 작가 맥락
작가 맥락을 중심으로 문학 작
품에 접근하는 관점을 ‘표현론’
(1) 자기표현으로서의 문학
이라고 한다. 일명 ‘생산론’이라 •작가는 불행한 일, 부끄러운 일, 자랑스러운 일, 감격적인 일 등 어떤 사건을 보거나 겪
고도 하며, 문학 작품에 대한 외
었을 때 소통의 욕구나 치유의 의지 등을 바탕으로 이런 경험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함.
재적 관점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은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의 표현물로 볼 수 있음.
•이때 작가의 창작 동기, 전기적 사실, 심리 상태 등이 작품 이해의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 독자는 ‘누가, 그 사람의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왜 썼는가? ’ 하는 물음을 통
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음.
효용론 2 독자 맥락
작품과 독자 맥락의 관계를 중
시하는 관점을 ‘효용론 ’이라고
(1) 문학의 미적, 인식적, 윤리적 효용
한다. 일명 ‘수용론’이라고도 하 •독자는 문학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정서적인 감흥과 미적인 감동을 얻고, 인간사에 대한
며, 문학 작품에 대한 외재적 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며 윤리적 교훈을 얻기도 함.
점 중의 하나이다.
•독자는 때때로 과거의 어느 독자가 경험한 감동과 교훈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이때 과거의 독자와 현재의 독자는 대화적 관계를
형성함.
* 부벽루: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에 있는 정자. * 천손: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을 가리킴.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부평초만은 매달린 꼭지가 없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汎汎水上行
언제나 바람에 끌려다닌다네 常爲風所曳
목숨은 비록 붙어 있지만 生意雖不泯
더부살이 신세처럼 가냘프기만 해 寄命良瑣細
377s_$[ScreenRuling]
연잎은 너무 괄시를 하고 蓮葉太凌藉
행채 *도 이리저리 가리기만 해 荇帶亦交蔽
똑같이 한 못 안에 살면서 同生一池中
어쩌면 그리 서로 어그러지기만 할까 何乃苦相戾
- 정약용, 「고시(古詩) 7」
[21001-0019]
03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7강
문학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정답과 해설 8쪽
[21001-0020]
[21001-0021]
•[A] 정약용이 바라본 백성들의 삶 : 정약용은 무거운 조세와 부역, 관리들의 갖은 착취와 횡포
로 고통과 괴로움에 놓여 있는 백성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관리들이 백성들을 위해 일을 해
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8
문학
1 문학사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의 개념
•문학 작품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문학의 갈래, 공동체의 정신과 상상력, 풍속과 사회
상 등의 문학사적 사실과 배경을 가리킴.
•한 편의 문학 작품은 일정한 언어문화의 지평 안에서 여러 가지 문학적 관습을 매개로
하여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소통됨. 한 작품은 선행하는 다른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창
작되고, 동시대의 수많은 다른 작품과 경쟁하고 공존하면서 문학사적 맥락에 편입됨.
•독자는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을 역사적인 안목으로 조망할
수 있음.
2 상호 텍스트적 맥락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상호 텍스트성이 성립함.
•패러디된 작품과 같이 주어진 작품 안에 다른 작품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상
호 텍스트적 맥락의 대표적인 사례임.
•상호 텍스트성은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거나 구성할 수도 있음. 이 경우 각 작품에 담긴
모티프, 이미지, 소재, 주제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하여 읽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거나 심화할 수 있음.
03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8강
문학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작품으로 이해하기
[21001-0022]
[21001-0023]
[21001-0024]
03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9
문학
반영론 1 사회·문화적 맥락
문학 작품을 현실 세계의 반영
이라 보고, 재현의 대상이 된 현
(1) 사회·문화적 맥락의 개념
실을 중심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한 사회에서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나 질서, 그들
관점을 ‘반영론’이라고 한다. 사
이 지닌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를 가리킴. 문학 작품에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회·문화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
이 작품의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 이 반영됨.
들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의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이
해할 수 있고, 삶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03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9강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중략 부분의 줄거리] 할머니에게 시동생인 젊은 생원이 술 담근 걸 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 다모는 아전에게 양반 집
에 술이 없었다고 거짓말한다. 한성부 앞에서 할머니를 고자질한 시동생을 만난 다모는 그의 따귀를 때린다.
[21001-0025]
[21001-0026]
02 다음은 윗글을 사회ㆍ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감상한 보고서이다. ㉠~㉢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내용을 <보기>의 ⓐ~ⓔ 중에서 고르시오.
[21001-0027]
03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3대 3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부
적용
학습
고전 시가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 간 봄 그리매 간 봄 그리워함에
모 것 우리 시름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 나토샤온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즈 살쯈 디니져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눈 돌칠 이예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맛보디 지리 만나 뵙도록 하리이다
낭(郞)이여 그릴 녀올 ㉡길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봊 잘 밤 이시리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양주동 역> <현대어 역>
- 득오, 「모죽지랑가(慕竹旨郎歌)」
[21001-0028]
[21001-0029]
[21001-0030]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3
고전 시가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날러는 엇디 살라 고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잡와 두어리마
선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셜온 님 보내노니 나
가시 도셔 오쇼셔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 작자 미상, 「가시리」
무쇠로 철릭 *을 말아 나난
무쇠로 철릭을 말아 나난
철사(鐵絲)로 주름 박오이다
* 접주하요이다: 접붙입니다.
* 철릭: 옛날에 무관이 입던 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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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031]
377s_$[ScreenRuling]
③ (가)와 (나)는 모두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여 임에 대한 화자의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다양한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임에 대한 화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5
고전 시가 02 정답과 해설 12쪽
[21001-0032]
[21001-0033]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나 ㉣꿈으로 차사(差使) *를 삼아 먼 데 님 오게 하면
비록 천 리라도 순식(瞬息)에 오련마는
㉤그 님도 님 둔 님이니 올동말동하여라
- 이정보
377s_$[ScreenRuling]
* 차사: 임금이 중요한 임무를 위하여 파견하던 임시 벼슬. 또는 그런 벼슬아치.
[21001-0034]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7
고전 시가 03
[21001-0035]
02 <보기>는 작가가 (가)를 지은 후 한시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보기>를 짓기 위해 창작 계획을 세웠다
고 가정할 때, <보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정답과 해설 13쪽
[21001-0036]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9
고전 시가 04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방옹시여」는 신흠이 광해군 때 정쟁에 연루되어 김포로 추방당한 뒤 정치적 좌절감과 소외감, 세상에
대한 염증과 대결 의지 등을 토로한 연작시이다. 작품의 창작 동기는 그가 남긴 「방옹시여서」 를 통해 알 수
있으니 그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내 이미 전원으로 돌아오매 세상이 진실로 나를 버렸고 나 또한 세상사에 진력났기 때문이다. 되돌아보
면 지난날의 부귀와 공명은 한갓 겨와 쭉정이나 두엄 풀같이 쓸데가 없는 것이어서 오직 사물에 접해 노
래하면 풍부 *가 수레를 내려 호랑이를 잡는 만용을 못 버리는 병과 같았다.”
「방옹시여」 는 모두 30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계절의 변화라는 시간적 흐름을 시상 전개의 기
본 틀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시상 전개의 틀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시간 관련 표지어를 주목해 보면 발
견할 수 있다. 작가는 자연물을 소재로 활용하여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기도 하고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기
도 하는 등 시적 표현의 다채로움을 구현하고 있다.
꽃 지고 속잎 나니 시절도 변(變)하였다
풀 속에 푸른 벌레 ㉡나비 되야 날아다닌다
뉘라서 조화(造化)를 잡아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고 <제26수>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眞實)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제29수>
- 신흠, 「방옹시여(放翁詩餘)」
[21001-0037]
[21001-0038]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1
고전 시가 04 정답과 해설 15쪽
[21001-0039]
[21001-0040]
04 (가)에 언급된 ‘시간 관련 표지어’에 주목하여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제1수>: 자연물인 ‘눈’을 통해 계절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달’이라는 소재를 통
해 화자가 처해 있는 고독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② <제6수>: 자연물인 ‘눈’을 시간 관련 표지어로 활용하여 계절적 배경이 겨울임을 알려 주고,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상에 대한 좌절감을 부각하고 있다.
③ <제8수>: 자연물인 ‘만산나월’을 통해 계절적 배경이 봄임을 알려 주고, 삶에 대한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제17수>: 자연물인 ‘화류’를 통해 계절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비’라는 소재를
통해 임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⑤ <제26수>: 자연물인 ‘꽃’과 ‘속잎’을 시간 관련 표지어로 활용하여 계절적 배경이 봄에서 여
름으로 넘어가는 때임을 알려 주고, ‘풀’이라는 소재를 통해 임을 향한 그리움의 정념을 표
출하고 있다.
[21001-0041]
나라에 못 잊을 것은 이 밖에 다시없다
의관문물(衣冠文物)을 이렇도록 더럽혔는고
이 원수(怨讎) 못내 갚을까 칼만 갈고 있노라 <제3수>
이는 저 외다 하고 저는 이 외다 하니
[A] 매일에 하는 일이 이 싸움뿐이로다
이 중에 고립무조(孤立無助)는 임이신가 하노라 <제14수>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3
고전 시가 05
[21001-0042]
[21001-0043]
02 <보기 1>을 참고하여 [C]와 <보기 2>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 시대에는 사화와 당쟁, 왜란과 호란 등 크고 작은 혼란이 끊임없이 있어 왔으며 그렇게 국내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것을 걱정하는 우국의 마음이 시조로 형상화되곤 하였다. 우국의
형상화 방식은 소재와 표현법, 화자의 어조와 작품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 버힐시고: 베었구나.
* 동량재: 대들보로 쓸 재목.
[21001-0044]
[21001-0045]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4대 4
고전 시가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거창지경(居昌之境) 둘러보니 삼가 합천 안의 지례
네 읍 중에 처하여서 매년 결복(結卜) * 상정(詳定)할 제
타읍은 열한두 냥 민간에 출질(出秩)하고
거창은 십육칠 냥 해마다 가증(加增)하네
타읍도 목상납(木上納) *을 호조혜청(戶曹惠廳) 봉상하고
본 읍도 목상납을 호조혜청 봉상하니
다 같은 왕민(王民)으로 왕세(王稅)를 같이하되
어찌타 우리 거창 사오 냥씩 가증하노
더구나 원통할사 백사장의 결복이라
㉠근래에 낙강성천(落江成川) 구산(丘山)같이 쌓였는데 *
절통타 우리 백성 재 * 한 짐 못 먹어라
재결(災結) *에 회감(會減) *함은 묘당(廟堂) 처분(處分) 있건마는
묘당 회감 저 재결을 중간투식(中間偸食) 뉘 하는고
가포(價布) * 중 악생포(樂生布)는 제일 심한 가포라
삼사 년 내려오며 탐학(貪虐)이 더욱 심하다
악생포 한 당번(當番)을 한 고을을 얽어매어 침탈하며
많으면 일이백 냥 적으면 칠팔십 냥
모야무지(暮夜無知) 남모르게 책방(冊房)으로 들여가니
이 가포 한 당번에 몇몇이 탕산(蕩産)한고
그 남은 많은 가포 수륙군병(水陸軍兵) 던져두고
선무포 제번포며 인리포 노령포라
명색(名色) 다른 저 가포를 백 가지로 침책(侵責) *하니
김(金)담사리 박(朴)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7
고전 시가 06
* 결복: 조선 시대에, 토지세 징수의 기준이 되는 논밭의 면적에 매기던 단위인 결, 짐, 뭇을 통틀어 이르는 말.
* 목상납: 나라에 바치던 세금이나 물건을 무명이나 광목으로 납부하던 일.
* 낙강성천 구산같이 쌓였는데: 강물이 범람하여 논밭을 덮어 버린 모래가 언덕과 산처럼 쌓여 있다는 말.
* 재: 논밭이 재해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받게 되는 조세 감면의 혜택.
* 재결: 가뭄,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재해를 입은 논밭.
* 회감: 서로 주고받을 것을 셈 쳐 보고 남은 것을 셈함.
* 가포: 조선 시대에, 역(役)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그 대신으로 군포에 준하여 바치던 베.
* 침책: 조선 시대에, 물품을 거두어들일 때 트집을 잡아 술이나 돈을 청하던 일.
* 김담사리 박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가짜 이름과 거짓 기록을 가리키는 말.
* 노방강시: 길가에서 얼어 죽은 시체.
* 가포탈: 수령과 아전들이 백성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받아내어 포탈하던 일.
* 상림원: 천자의 동산 이름으로, 여기서는 임금이 있는 궁궐을 말함.
- 작자 미상, 「향산별곡(香山別曲)」
[21001-0046]
[21001-0047]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9
고전 시가 06 정답과 해설 19쪽
[21001-0048]
03 <보기>는 (가)와 (나)를 감상한 학생이 작성한 글의 일부이다. 학생이 <보기>의 ⓐ~ⓔ와 같이 생각하
게 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나는 특히 (가)의 [A]와 (나)에 드러난 화자의 모습을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간은 어떠한 태
도를 취해야 하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타인의 탓을 하거나 ⓒ현실에 대한 절망감만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문
학 작품에서 흔히 만나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① ⓐ: (가)의 [A]에서 화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태평세계’가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② ⓑ: (가)의 [A]에서 화자는 ‘임금’이 자신의 소망을 외면하는 상황을 제시하며 ‘임금’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③ ⓒ: (가)의 [A]에서 화자는 자신의 처지와 반대되는 ‘외기러기’를 보며 현재 상황에 자포자기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④ ⓓ: (나)에서 화자는 관리가 부임한 뒤 ‘총명인자’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부임
전부터 학문 수양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⑤ ⓔ: (나)에서 화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목백성’을 언급하며 관리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DIC 37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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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에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꽃 피고 날 저문 제 정처(定處) 없이 나가 이셔
백마(白馬) 금편(金鞭) *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욱 알랴
377s_$[ScreenRuling]
인연(因緣)을 그쳤은들 생각이야 없을소냐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말으려믄
[B] 열두 때 김도 길샤 서른 날 지리(支離)하다
옥창(玉窓)에 심은 매화(梅花) 몇 번이나 피여 진고
겨울밤 차고 찬 제 자취눈 섞어 치니
여름날 길고 길 제 궂은비는 무스 일고
삼춘화류(三春花柳) 호시절(好時節)에 경물(景物)이 시름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蟋蟀)이 상(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물 속절없이 혬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하여 어이 하리
청등(靑燈)을 돌려놓고 녹기금(綠綺琴) 빗겨 안아
벽련화(碧蓮花) 한 곡조를 시름조차 섞어 타니
[C]
소상야우(瀟湘夜雨)의 대 소리 섯도는 듯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1
고전 시가 07
화표천년(華表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는 듯
옥수(玉手)의 타는 수단(手段) 옛 소리 있다마는
부용장(芙蓉帳) 적막(寂寞)하니 뉘 귀에 들릴소니
간장(肝腸)이 구곡(九曲) 되야 굽이굽이 끊쳤세라
㉤차라리 잠을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바람의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짐승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우는다
천상(天上)의 견우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혔어도
칠월 칠석(七月七夕) 일년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거든
우리 임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 가렸관대
[D] 오거니 가거니 소식(消息)조차 그쳤는고
난간(欄干)에 빗겨 서서 임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혀 잇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설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한 홍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임의 지위로 살동말동하여라
- 허난설헌, 「규원가(閨怨歌)」
[21001-0049]
[21001-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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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051]
377s_$[ScreenRuling]
심리학에서는 특정한 행동이나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귀인’이라고 한다. 이때, 내
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자질이 이유가 되어 행동이나 사건이 발생했
다고 보는 것이고, 외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외부 환경이나 타인, 운(運) 등의 영향으로 사태
가 일어났다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귀인’은 개인이 스스로에게 사태를 납득시키고자 가
동하는 심리적 기제로, 원인을 파악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귀인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3
고전 시가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정답과 해설 21쪽
[21001-0052]
[21001-0053]
* 고패: 꿩 잡는 틀에 목을 조르게 되어 있는 쇠.
[21001-0054]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5
고전 시가 09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1001-0055]
[21001-0056]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7
고전 시가 09 정답과 해설 22쪽
[21001-0057]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A]와 <보기>의 [B]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평안도 민요 「수심가」는 수많은 이형(異形)이 존재한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구전되면서 ‘인생
무상(人生無常)’과 ‘상사(相思)’의 주제 의식을 유지한 채 가창하는 사람에 따라 사설의 변형이 거듭
된 것에 기인한 결과로 추정된다. 이형 간 사설은 공유되거나, 같은 내용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기
도 했으며,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나타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수심가」의 한 이형이다.
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잡가’는 기존에 창작되었던 시조나 가사, 민요, 판소리 등 여러 시가 형태의 특성
을 지니고 있는 일종의 패러디 문학이라 볼 수 있는데, 패러디하는 선행 장르가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가사
인 경우를 ‘가사계 잡가’, 판소리인 경우를 ‘판소리계 잡가’라고 한다.
먼저 독립적으로 보이는 각각의 소절이 ‘영산가’라는 제목 아래 유기적으로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나)는
4음보 연속체라는 형식과 ‘자연’과 관련된 삶을 노래하며, 한자어나 중국 고사와 같은 상류층의 언어를 사
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대부 가사와의 공통점을 지니지만, 형식의 파격이 나타나거나 자연을 단순한 유흥
및 풍류의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대부 가사와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요소를 활용하여
사대부의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편 판소리계 잡가는 「춘향가」 를 패러디한 (다)와
같이 선행했던 판소리의 대목 중 향유층이 좋아하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선택적으로 패러디하면서 축약, 변
형, 확대하고, 그것을 논리적 연관성이 없이 자연스럽게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중요 대목의 담론을 강조하
는 특성이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9
고전 시가 10
삼천궁녀를 시위하여 몇만 년을 살자 하고
만리장성 굳게 쌓고 기천만 년 살잤더니
사구평대(沙丘坪臺) 저문 날에 여산청초(驪山靑草) 속절없다 *
이러한 영웅들은 사후유명(死後留名) 되려니와
나와 같은 초로인생 한번 끔쩍 죽어지면 / 칠성포 *로 질끈 묶어 소방상 * 댓돌 위에
두렷이 메고 갈 때 한 모퉁이 돌아가니 / 궂은비는 세우 섞어 함박으로 퍼붓는데
[E]
무주공산 터를 닦아 청송(靑松)으로 울을 삼고 / 두견새로 벗을 삼아 주야장천 누웠으니
산은 요요 물은 쾅쾅 이것이 낙이로다 / 이러한 일 생각하면 아니 놀고 무엇 하리
노류장화(路柳墻花) *를 꺾어서 들고 마음대로만 놀아 보세
- 작자 미상, 「영산가(令山歌)」
다 춘향의 거동 보아라
오른손으로 일광을 가리고 / 왼손 높이 들어 저 건너 죽림 보인다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라 / 동편에 연당(蓮塘)이요 서편에 우물이라
노방(路傍)에 시매오후과(時買五侯瓜) *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 *라
긴 버들 휘늘어진 늙은 장송 / 광풍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추니
저 건너 사립문 안에 삽살개 앉아
먼 산만 바라보며 꼬리 치는 저 집이오니
황혼에 정녕 돌아오소
떨치고 가는 형상 사람의 뼈다귀를 다 녹인다
너는 웬 계집이건대 나를 종종 녹이느냐
너는 웬 계집이건대 장부의 간장을 다 녹이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華時) *에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추야(梧桐秋夜) 긴긴 달에 밤은 어이 수이 가노
일월무정(日月無情) 덧없도다 ㉡옥빈홍안(玉鬢紅顔) 공노(空老)로다
우는 눈물 받아 내면 배도 타고 가련마는
지척동방 천 리인가 어이 그리 못 보는고
- 작자 미상, 「소춘향가(小春香歌)」
* 노방에 시매오후과: 길가에서는 때에 맞게 오후들이 오이를 팔고 있음. 오후는 권세 있고 부귀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
* 문전에 학종선생류: 문 앞에는 오류 선생을 본받아 버드나무를 심음. 오류 선생은 도연명의 호이며, 자기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
를 심었다고 함.
* 녹음방초승화시: 우거진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아름다운 때. 여름철 화사한 때를 말함.
[21001-0058]
[21001-0059]
[21001-0060]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5대 5
고전 시가 10 정답과 해설 24쪽
[21001-0061]
04 <보기>는 판소리 「춘향가」 사설의 일부이다. (가)와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
지 않은 것은?
[21001-0062]
[21001-0063]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3
고전 시가 11 정답과 해설 26쪽
[21001-0064]
03 <보기>는 한시의 일반적 구성 방법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보기>의 맥락에서 (가)와 (나)를 이해한 내
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행 구 역할
1행 기(起) 어떤 대상을 보거나 떠올리면서 일어난 생각을 제시한다.
2행 승(承) 기(起)에서 제시한 생각을 이어받아 보충한다.
3행 전(轉) 기존의 시상을 틀어 전환한다.
4행 결(結) 시상의 흐름을 하나로 묶으면서, 정서를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나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
둘은 내 것이었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 처용, 「처용가(處容歌)」
다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바늘도 실도 없이 바늘도 실도 없이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A]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십이 제국이 모두 모여 세운
아, 처용아비를,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버찌야, 오얏아, 녹리야
[B] 빨리 나와 내 신코를 매어라
안 매어 있으면 나올 것이다, 나쁜 말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5
고전 시가 12
동경 밝은 달과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C] 아, 둘은 내 것이거니와 둘은 누구의 것인가
이런 때 처용아비가 보시면
열병신이야 횟거리 *로다
천금을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칠보를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
[D]
천금 칠보도 그만두오
열병신을 날 잡아 주소서
산이나 들이나 천 리 외에
[E] 처용아비를 피하여 가고져
아, 열병대신의 발원이시로다
- 작자 미상, 「처용가(處容歌)」
[21001-0065]
④ (나)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대구를 활용해 화자의 외양을, (다)는 열거를 활용해 대상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21001-0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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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s_$[ScreenRuling]
[21001-0067]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7
현대시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1001-0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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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070]
377s_$[ScreenRuling]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과 마찬가지로, 시를 읽을 때도 수식언, 즉 관형어나 부사어의 의미 및
기능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효과적인 독법(讀法)이 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관형어나 부사어에는
그것이 수식하는 다양한 존재, 시·공간이나 상황, 동작이나 상태 등에 대한 화자의 관점과 태도가
반영되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① ⓐ는 ‘말하기로’를 수식하는 말로,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들과 갈등을
겪는 상황을 지시하고 있군.
② ⓑ는 ‘봄바람’을 수식하는 말로, 외면하고 싶었던 시간의 경과를 인지시킨 존재에 대한 원망
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군.
③ ⓒ는 ‘주워서’나 ‘대고’를 수식하는 말로, 자신의 간절한 기다림이 허망해져 버린 상황에서
화자가 느끼는 서글픔을 반영하고 있군.
④ ⓓ는 ‘사람’을 수식하는 말로, 대상에 대해 화자가 지닌 연모의 감정을 짐작하게 해 주고 있군.
⑤ ⓔ는 ‘설움’을 수식하는 말로, 대상으로 인해 갖게 된 한스러움이 화자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짐작하게 해 주고 있군.
가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정답과 해설 30쪽
[21001-0071]
[21001-0072]
① ‘나 두 야 간다’를 통해 ‘안’의 공간을 떠나려는 사람이 화자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군.
② ‘이 젊은 나이’는 외부 공간으로 떠나고자 하는 화자의 선택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는군.
③ ‘발에 익은 묏부리’는 화자의 삶의 터전인 ‘안’의 공간에 해당하며 화자가 쉽게 떠나지 못하
는 미련과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군.
④ ‘쫓겨 가는 마음’은 일제 강점기 현실로 인해 ‘밖’의 공간으로 떠나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
는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는군.
⑤ ‘앞 대일 언덕’은 화자가 아직 떠나지 않은 ‘안’의 공간으로, 일제 강점기 현실에 대한 화자
의 고뇌가 투영되어 있군.
[21001-0073]
가 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굴만 갸웃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
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爛
漫)하다. 산 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
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髑髏) *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위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 여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 소를, 송아지가 어미 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 새끼를 낳느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
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는 움매애 움매애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
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아 솨아 솔 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칡넌출 긔여간 흰 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삿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 식물을 새기며
취(醉)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어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
가 갔다. 쫓겨 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
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祈禱)조차 잊었더니라.
- 정지용, 「백록담」
나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 정희성, 「저 산이 날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21001-0074]
[21001-0076]
[21001-0077]
― 진작 죽었더라면 / 이런 꼴 /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나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A]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B]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D]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 김광섭, 「생의 감각」
[21001-0078]
[21001-0079]
[21001-0080]
현대시 05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가
`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김남조, 「정념의 기(旗)」
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21001-0081]
[21001-0082]
[21001-0083]
[21001-0084]
가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21001-0085]
[21001-0086]
[21001-0087]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 소리를 부른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 떨어진다
- 김수영, 「폭포」
나 그대 아는가 / 나의 등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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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21001-0088]
[21001-0089]
[21001-0090]
가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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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림, 「농무」
377s_$[ScreenRuling]
㉣‘재곤이가 만일에 제 목숨대로 다 살지를 못하게 된다면 우리 마을 인정은 바닥난 것이니, 하늘의 벌
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두루 이러하여서, 그의 세 끼니의 밥과 치위 *를 견딜 옷과
불을 늘 뒤대어 돌보아 주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갑술년이라던가 을해년의 새 무궁화 피기 시작하는 어느 아침 끼니부터는 재곤이의 모
양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일절 보이지 않게 되고, 한 마리 거북이가 기어 다니듯 하던 살았을 때의 그
무겁디무거운 모습만이 산 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마다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줄
천벌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거듭 바뀌어도 천벌은 이 마을에 내리지 않고, 농사도 딴 마을만큼은 제대로 되어, ㉤신
선도(神仙道)에도 약간 알음이 있다는 좋은 흰 수염의 조 선달 영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재곤이는 생
긴 게 꼭 거북이같이 안 생겼던가. 거북이도 학이나 마찬가지로 목숨이 천 년은 된다고 하네. 그러니, 그
긴 목숨을 여기서 다 견디기는 너무나 답답하여서 날개 돋아나 하늘로 신선살이를 하러 간 거여……”
그래 “재곤이는 우리들이 미안해서 모가지에 연자 맷돌을 단단히 매어 달고 아마 어디 깊은 바다에 잠
겨 나오지 않는 거라”던 마을 사람들도 “하여간 죽은 모양을 우리한테 보인 일이 없으니 조 선달 영감님
말씀이 마음적으로야 불가불 옳기사 옳다”고 하게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두루 그들의 마음속에
* 치위: 추위.
[21001-0091]
[21001-0092]
02 <보기>는 (가)를 감상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이다. 이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
은 것은?
고전 산문 정답과 해설 39쪽
[21001-0093]
[21001-0094]
나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 한 소식 던지신다
[21001-0095]
[21001-0096]
[21001-0097]
03 <보기>는 ‘의자’를 시화한 또 다른 작품이다. (나)와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 조병화, 「의자 7」
[21001-0098]
[21001-0099]
[21001-0100]
가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 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 생애 버려뒀던 빈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만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묵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 홍윤숙, 「가을 집 짓기」
나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 *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 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질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 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현대시 11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 - 이중섭의 방에 와서」
[21001-0101]
[21001-0102]
[21001-0103]
① ‘엷어지’기 시작한 ‘전나무 그늘’과 ‘국화꽃 한두 송이’가 환기하는 계절적 이미지는, 가을을
맞아 지난 삶을 성찰하는 화자의 현재 상황을 보여 주는군.
② ‘돌아가야’ 할 ‘빈집’을 ‘한 생애 버려뒀’다고 한 것은, 화자가 본연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살
아왔다는 반성적 인식을 나타낸 것이겠군.
③ ‘무너진 담’이 고쳐져 ‘만월’의 충만한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화자가 상처 입은 영
혼을 다독임으로써 평안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주는군.
④ ‘부서지는 열기’가 환기하는 뜨거운 이미지는, 집 짓기를 통해 본연의 자아를 회복하려는 화
자의 치열한 노력을 나타낸 것이겠군.
⑤ ‘가을’이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고 한 것은, 화자가 자신의 참모습을 받아들임으
로써 방황하던 과거를 극복하고 성숙에 이르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군.
[21001-0104]
[그림 1] 「서귀포의 환상」 [그림 2]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그림 3] 「게와 물고기가 있는 가족」
① [그림 1]의 풍경에서 연상되는 공간을 고려할 때, (나)에서 ‘아이들’이 ‘새를 타고 날아다니’
는 풍경은 이중섭의 그림에 나타난 이상 세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겠군.
② [그림 1]의 색채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나)에서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은 이중섭의 그림에 전란 중에 그가 꿈꾸었을 평화가 구현되어 있다는 시인의 생각을 나
DIC 377s
타낸 것이겠군.
③ [그림 2]에 나타난 형상을 고려할 때, (나)에서 ‘게와 물고기’가 ‘아이들과’ 노는 장면은 이중
섭이 그려 낸 동심의 세계를 생동감 있게 형상화한 것이겠군.
④ [그림 3]에 담긴 이중섭의 소망을 고려할 때, (나)에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은 이중섭
이 가족과의 재회를 바라며 외롭게 지내던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군.
⑤ [그림 3]에 사용된 기법을 고려할 때, (나)에서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은 시인이 이중섭의
창작 방법에 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시적 대상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드러낸 것이겠군.
가 ㉠비인 방에 호올로
대낮에 체경(體鏡)을 대하여 앉다.
슬픈 도시(都市)엔 일몰(日沒)이 오고
시계점(時計店) 지붕 위에 ㉡청동(靑銅) 비둘기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
나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 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 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21001-0105]
[21001-0106]
[2100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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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띤 채 살아가는 개인들이 모인 현대 도시 공간의 성격을 보여 주는군.
④ (가)에서 ‘바람’이 환기하는 차가운 이미지는 화자가 도시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상황을, (나)
에서 ‘이글거리는 불’이 환기하는 뜨거운 이미지는 화자가 도시에서 편리를 누리는 상황을
함축하는군.
⑤ (가)에서 ‘모색에 젖어’ 있는 모습으로 쓸쓸하게 묘사된 풍경과, (나)에서 ‘플라스틱 물건처
럼 느껴질 때’라고 하는 화자의 말에는 도시 문명 속에서의 삶에 대한 자아의 정서적 반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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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영되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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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간 ㉥말을 보고 크게 한숨 쉬고 눈물을 흘렸다. 이때에 가실이 교대되어 왔는데 뼈만 남도록 마르고
옷이 남루하여 집안사람들도 모르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였다. 가실이 바로 앞에다 쪼개진 거울을 던지니,
설씨녀가 받아 가지고 소리 내어 울었으며, 아버지와 집안사람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마침내 다른 날을 정
하여 혼인하고 일생을 해로하였다.
- 작자 미상, 「설씨녀(薛氏女)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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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자리: 국경을 지키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병사를 이르던 말.
[21001-0108]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1
고전 산문 01 정답과 해설 47쪽
[21001-0109]
[21001-0110]
고전 산문 0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3
고전 산문 02
나 영천(永川)의 토질은 대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여, 민가에서는 대를 심어 가꾸기도 하고 울타리를 만
들기도 한다. 온 고을이 다 그러하나 그들은 대나무의 본성을 진실로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전 장관 김영지는 사족(士族)으로 본래 대나무를 사랑하였다. ㉠해직한 뒤로부터 고향에 물러앉아 남이
알아주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수의 남쪽에 터를 잡아 침실 동쪽에 정자를 짓고 대를 곁에 심었다. 그리고
그것을 편안히 쉬는 거처로 정함과 동시에 그 이름을 ‘죽헌(竹軒)’이라 하였다.
무릇 대나무란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온갖 초목 가운데 홀로 특색을 보존한다. 그 곧은 것은 능히
풍속을 고칠 만하고 그 건장한 것은 능히 나약함을 일으켜 세울 만하다. 겨울에는 눈 속에서 그 차가운 소리
가 창에 뿌리고, 여름에는 바람 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탑 자리에 가득하다.
㉡연기와 아지랑이가 자욱하여 소상강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고, 별과 달이 비치고 빛나서 상쾌한 것은
마치 선경이 사람의 정신을 융화하게 하는 것 같다. ㉢시를 읊으면 흥취가 더욱 더해지고 귀한 손님을 대하
면 오가는 말소리가 따라서 맑아지니, 이것이 다 누각 죽헌의 공이다.
세상이 오얏과 연꽃을 봄과 여름의 구경거리로 삼고, 국화나 매화를 가을과 겨울의 완상으로 삼지만 간혹
대나무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오얏과 연꽃은 부귀한 사람에게 어울리고, 국화나 매화
는 똑같이 풍월을 읊는 데에 소중할 따름이다. 대나무는 곧고 화사하지 않으며 고고하여 속되지 않다. 또한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은 절개로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빛이다.
세상 사람은 대개 위와 같이 이것들의 ㉣자태의 곱고 아름다움과 이슬에 젖은 꽃망울의 향기만을 사랑하
여, 자기도 모르게 사치할 마음과 간사한 뜻이 생겨 방탕하고 음란함에 빠지는 줄을 알지 못한다.
아, 대나무는 그렇지 않다. 대나무를 보면 야비하고 인색한 마음이 없어진다. 대나무의 덕성을 본받으면
선비의 행실이 다듬어진다. 비나 이슬은 그 화려함을 대나무에 보태 주지 못하고, 바람과 서리는 대나무의
절개를 바꾸지 못한다.
다만 대나무에는 붉은색의 현란함과 향기가 없는 까닭에,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다. 비유하자면
소인이 사람을 대할 때면 그 안색을 갖추고 그 언어를 비위에 맞게 하여 대하므로 아부하는 자가 많은 반면
에, 군자가 사람을 대할 때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것을 높게 하면서 점잖기 때문에 따르는 자가 적
은 것과 같다. 이로 보아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당연하다.
㉤지금 김 군이 홀로 대나무를 사랑하여 이를 정원에 심고, 밤낮으로 대하며 성정을 가꾸고 더러운 것을
씻고 있다. 따라서 그 가슴속의 맑고 더러움은 진실로 이미 구별되었을 것이다.
그가 대나무의 절개를 본받아 임금을 섬기면 그 충성은 변하지 않고, 어버이를 섬기면 그 효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니, 나는 그의 이런 점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남쪽으로 귀양살이를 갔을 때, 운 좋게 그 누각을 한 번 가서 보고, 김 군의 삶을 고상하게 여겼었다.
이 때문에 나는 내 글이 졸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지어 그 누각에 걸게 하려 한다.
- 유방선, 「김 장관 댁 죽헌기(金場官宅竹軒記)」
[21001-0111]
[21001-0112]
[21001-0113]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5
고전 산문 02 정답과 해설 49쪽
[21001-0114]
[21001-0115]
① 대나무의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곧’고 ‘건장한’ 속성은 ‘절개’의 의미로 추상화되
고 있다.
② 대나무가 ‘고고하여 속되지 않’은 모습은 인간 세상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선비’의 모습과
유사하다.
③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은 이유로부터 군자를 ‘따르는 자가 적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④ 대나무를 사랑하는 ‘김 군’의 삶은 곧 대나무가 가진 ‘절개를 본받’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연
결된다고 할 수 있다.
⑤ 대나무와 같이 ‘임금을 섬기면 그 충성은 변하지 않고, 어버이를 섬기면 그 효도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 있다.
국순(麴 醇)의 자(字)는 자후(子厚)다. 그의 선조는 농서(隴西) 지역 출신이다. 국순의 90대 조상인 모(牟)
는 후직(后稷)을 도와서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도록 한 공로가 있었다. 『시경(詩經)』에서 “우리에게 밀과 보
리를 주었구나.”라고 한 구절은 ㉠이러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모는 처음에는 숨어서 벼슬하지 않고서
“나는 반드시 농사를 지어 먹고살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골에서 살았다. 뒷날 임금이 모의 소문을 듣고, 조
서를 내려 안거(安車) *를 보내 모를 불렀다. 그리고 임금이 지방에 명령을 내려 모가 가는 곳마다 후하게 예
물을 보내도록 하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모의 집을 방문하도록 했다. 그러자 모는 사람들의 귀천을 가리
지 않고 친분을 맺었으며,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감추고 사람들과 뒤섞여 살았다. 이에 훈훈한 기운이 사람
들에게 점점 스며들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넓어지고 온전해지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자 모는 기뻐하면
서 “나를 완성하는 것은 벗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정말 옳구나.”라고 말했다. 점점 모의 맑은 덕이 알려지
면서, 임금님이 모의 마을에 정문(旌門)을 세워 주었다. 그 뒤 모는 임금을 따라 환구에서 제사를 지냈다.
임금은 그 공으로 모를 중산후(中山侯)로 책봉하고, 식읍(食邑) 1만 호와 식실봉(食實封) 5천 호를 내려 주었
으며, 국씨(麴氏)라는 성을 하사했다.
모의 5세손은 성왕(成王)을 도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그러
나 강왕(康王)이 즉위한 뒤, 모의 5세손을 홀대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모의 5세손의 후손
들 중에서 유명한 사람이 없어졌고, ㉡모두 민간에 숨어 살게 되었다.
(중략)
순(醇)의 재주와 도량이 크고 깊으며 넓기가 만경창파(萬頃蒼波)와 같아, 맑게 하려 해도 맑아지지 않고
흔들어도 흐려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풍류적인 성격은 한 시대를 기울게 했고, 사람들에게 기운을 매
우 더해 주었다. 순이 섭법사(葉法師) *에게 나아가 하루 종일 담론을 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모
두 졸도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니, 사람들이 순을 국처사(麴處士)라 했다.
공경대부, 신선, 방사(方士)로부터 머슴, 목동, 오랑캐, 외국인까지 순의 향기와 이름을 마신 사람은 모두
순을 사모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매번 성대하게 모일 때마다 순이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두 근심하여
“국처사가 없으면 즐겁지 않다.”라고 말했으니, 사람들이 순을 사랑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태위 ⓐ산도(山濤) *가 물건을 감식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일찍이 순을 보고 “어떤 늙은 할미가 이렇게 훌
륭한 아이를 낳았는가? 천하 사람들을 장차 잘못되게 할 사람은 바로 이 아이가 틀림없다.”라고 했다. 공부
(公俯)에서 순을 불러 청주종사(靑州從事) *로 임명했으나, 위가 막히기 때문에 담당할 수 있는 것이 못 되었
다. 그리하여 평원독우(平原督郵) *로 벼슬을 고쳤다. 순이 오래 있다가 한탄하기를, ㉢ “ 내가 닷 되의 쌀 때
문에 허리를 굽혀 시골의 어린아이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며, 마땅히 술 단지와 도마 사이에 서서 담론할 뿐
이다.”라고 했다. 그때 ⓑ관상을 잘 보는 어떤 사람이 순에게 “그대는 붉은 기운이 얼굴에 있으니 뒤에 반드
시 귀하게 되어 천종록(千鐘祿)을 누릴 것이다. 마땅히 기다려 좋은 값에 팔라.”라고 말했다.
진(陳)나라 후주(後主) 때에 좋은 집의 자식들을 주객원외랑(主客員外郞)으로 임명했다. 당시 임금이 순
의 사람됨을 남다르게 여겨, 장차 순을 크게 쓸 뜻이 있었다. 그리하여 금으로 사발을 덮어 순을 선발해 광
록대부(光祿大夫) 예빈경(禮賓卿)에 임명하고 작(爵) *을 올려 공(公)으로 삼았다. 무릇 임금과 신하들이 회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7
고전 산문 03
의를 할 때마다, 임금이 반드시 순으로 하여금 그것을 짐작하도록 했다. 순이 나아가고 물러나고 응대하는
것이 조용히 뜻에 맞으니, 임금이 순의 의견을 널리 수용하면서, “경이 말하는 것은 모두 곧고 맑아, 내 마
음을 열어 주고 내 마음을 풍부하게 해 주는구려.”라고 했다. 순이 권력을 잡은 뒤 어진 사람과 사귀고 손님
을 접대하고 늙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었으며, 귀신에게 제사 지내고 종묘에 제사 지낼 것을 강력하게 주
장했다.
임금이 저녁에 연회를 베풀면서 순과 궁인(宮人)들만 참석하게 하고, 비록 가까운 신하라도 참석하지 못
하게 했다. 이로부터 임금이 주사에 빠지고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자 순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
다. 그리하여 예법을 아는 선비들이 순을 원수처럼 미워했지만, 임금이 매번 순을 보호했다. 순이 세금을
거두는 것을 좋아하고 재산을 모으는 데 힘을 쓰니, 당시의 여론들이 순을 비천하다고 했다. 임금이 순에게
“그대는 어떤 버릇이 있는가? ”라고 물으니, 순은 “옛날에 두예(杜預)는 『좌전(左傳)』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
었고, 왕제(王濟)는 말[馬]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었으며, 저는 돈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
다. 임금이 크게 웃으면서 순을 더욱 마음에 두었다.
일찍이 순이 임금의 면전에서 보고를 했는데, 순은 평소에 입내가 있었다. 임금이 그것을 싫어해 순에게
“그대는 나이가 많고 기운이 고갈되어 나의 쓰임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순은 관(冠)을 벗
고 사죄하기를 “제가 받은 관직을 사양하지 않으면 임금님을 속이게 될까 두렵습니다. 바라건대 제가 관직
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셔서 제가 만족한 상태에서 그만둘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했
다. ㉣임금이 좌우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순을 부축해서 나가도록 했다. 순은 집으로 돌아온 뒤, 갑자기 병
이 생겨서 그날 저녁에 죽었다.
순은 아들은 없었고, 친척 동생인 청(淸)이 당나라에서 벼슬하여 관직이 내공봉(內供奉)에 이르렀다. 그
리하여 그의 자손이 중국에서 다시 번성하게 되었다.
사신(史臣)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국씨의 선조는 백성들에게 공이 있었고, 청렴결백을 자손들에게 남
겼다. 예를 들어 창(鬯) *은 주나라에서 아름다운 덕을 하늘에 이르도록 했으니, 할아버지의 풍도가 있었다.
그러나 순은 괄병(恝甁)의 지혜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 금 그릇의 선거에 뽑혀 ㉤술 단지와 도마
에 서서 담론하면서도, 임금에게 옳은 말을 하여 잘못을 바로잡고 잘못된 것을 폐지하도록 하지도 않았으
니, 그로 인해 왕실이 혼란해지고 엎어져도 붙잡지 못하여 마침내 천하의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거원(巨源)
의 말이 정말 믿을 만하구나.”
- 임춘, 「국순전(麴 醇傳)」
[21001-0116]
[21001-0117]
[21001-0118]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8대 8
고전 산문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북곽 선생은 마을에서 학식이 높기로 유명한 선비이나, 한밤중에 과부와 밀회를 하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들
킬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범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온다.
* 유(諛): 아첨할 유.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1
고전 산문 04
[21001-0119]
[21001-0120]
[21001-0121]
[21001-0122]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3
고전 산문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시대를 한탄하며 지내던 선비 심의가 팔을 베고 잠이 들어 꿈속 세계로 들어가는데,
천자는 최치원, 수상은 을지문덕, 좌우상은 이규보와 이제현, 대제학은 이색, 각각의 관직도 유명한 문인들이 맡고 있는 왕국이
었다. 심의 또한 천자의 총애를 받게 되어 금자광록대부와 벽부학사라는 관직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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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서로 떠날 수가 없었다. 조금 있으니 상국 이색이 등을 쓰다듬으며 협실로 꾀어 들여서 나를 난초 탕에
목욕시키고는 금 칼로 나의 오장육부를 갈라놓고 갈아 놓은 먹물 몇 말을 들어부으며 말했다.
“40여 년을 기다리면 꼭 여기에 다시 돌아와 함께 부귀를 누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배가 칼로 찌르는 듯이 아파 갑자기 깨니, 배가 북처럼 부풀어 올랐고, 잔등은 가물가물하는데 병든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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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곁에 누워 앓는 소리를 할 뿐이었다.
아! 사람이 세상에 나서 궁달(窮達)은 팔자소관이니 어찌 꿈을 깨는 자가 있을 것인가! 괴이쩍은 이야기를
드러내어 꿈에 겪었던 일을 적는다.
가정(嘉靖) 8년 12월 상한에 심의는 대관재에서 쓰다.
- 심의,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5
고전 산문 05
※ <보기>를 참고하여 01번과 02번 두 물음에 답하시오.
⇒ ⇒
㉮ 현실 세계 ㉯ 꿈속 세계 ㉰ 현실 세계
입몽 각몽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소설 중 몽유록 소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우선, 작가를 대변하
는 서술자가 자신의 동일성과 의식을 유지한 채 꿈속 세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꿈속 세계에서 일련의
일을 겪은 이 서술자는 본래의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체험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몽유록 소설
에서의 꿈은 작가의 바람이나 현실의 불만을 드러내는 수단이나 역사적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한 주관적 판
단을 제시하는 방법이 된다.
[21001-0123]
[21001-0124]
02 다음은 윗글의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자료이다. 다음 자료와 ㉠을 관련지어 ㉯의 상황 설정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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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있던 이색의 공적을 세상에 알리려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겠군.
⑤ ㉯에서 최치원과 이색에게 높은 지위를 부여한 것은, 은둔하여 제 뜻을 펼치지 못한 인물들
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상황을 작가가 그려 보고자 했기 때문이겠군.
377s_$[ScreenRuling]
[21001-0125]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7
고전 산문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경기도 장단군에 사는 김 주부에게 매화라는 무남독녀가 있었다. 조정의 간신들이 김 주부의 도술을 두려워
하여 해치려고 하자 매화를 남장을 시켜 길거리에 두고 김 주부 내외는 구월산으로 들어간다. 부모를 잃은 매화는 연안골 성인
동에 사는 조 병사 집 시비에게 발견되어 그 집 아들인 양유와 함께 글공부를 하면서 행복하게 자란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9
고전 산문 06
가로되,
“ 전일 상객이 이러이러하니 내두 길흉을 어찌하리오. 매화는 양유와 동갑이요, 인물이 비범하니 혼사함
이 어떠하리이까.”
부인이 변색하여 가로되,
ⓔ“병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양유는 사부 후계요, 매화는 유리걸식하는 아이라, 근본도 알지
못하고 어찌 인물만 탐하리까.”
병사 옳이 여겨 가로되,
“부인의 말씀이 옳도다. ㉤일후에 장단골 가서 매화 근본을 알리라.”
- 작자 미상, 「매화전(梅花傳)」
[21001-0126]
[21001-0127]
① ㄱ, ㄴ, ㄷ ② ㄱ, ㄷ, ㄹ ③ ㄴ, ㄷ, ㄹ ④ ㄴ, ㄹ, ㅁ ⑤ ㄷ, ㄹ, ㅁ
[21001-0128]
[21001-0129]
04 <보기>는 윗글에서 서사적 흥미가 구현되는 방식을 설명한 자료이다. <보기>를 참고하여 ⓐ~ⓔ를 감
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1
고전 산문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3
고전 산문 07
의 손을 잡고 위로하기를,
“ 과인이 불명하여 역적의 말을 듣고 충신을 먼 곳에 보냈으니 무슨 면목으로 경을 대면하리오. 그러하나
지난 일은 물론(勿論)하오.”
이때 황태후 승상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야 어찌 다 말로 하리.
- 작자 미상, 「유충렬전(劉忠烈傳)」
[21001-0130]
[21001-0131]
[21001-0132]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9대 9
고전 산문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좋아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요염하고 정숙하여 월태화용이 세상에 무쌍이라. 얼굴이 조촐하니 청강(淸
[B]
江)에 노는 학이 설월(雪月)에 비친 것 같고, 흰 치아 붉은 입술이 반개(半開)하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은 듯, 자주 치마 고운 태도 어린 안개 석양에 비치는 듯 푸른 치마가 영롱하여 무늬는 은하수
물결 같다. 고운 걸음걸이 정히 옮겨 천연히 누각에 올라 부끄러이 서 있거늘 통인 불러 말하기를,
“앉으라고 일러라.”
춘향의 고운 태도 용모 단정히 하고 앉는 거동 자세히 살펴보니 백색창파(白色滄波) 새 비 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 별로 단장한 일 없이 천연한 절대가인이라. 아름다운 얼굴을 상대하니 구
름 사이 명월이요, 붉은 입술 반개하니 연못에 떠 있는 연꽃이로다. 신선을 내 몰라도 영주(瀛州)에 놀던 선
녀가 남원에 귀양살이 왔으니, 월궁(月宮)에서 모시던 선녀 벗 하나를 잃었구나.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
물 아니로다.
이때 춘향이 추파(秋波) *를 잠깐 들어 이 도령을 살펴보니 금세(今世)의 호걸이요 세상의 기이한 남자라.
이마 한가운데 높았으니 소년공명(少年功名)할 것이요, 이마며 턱이며 코와 광대뼈가 조화로우니 보국충신
이 될 것이매 마음에 흠모하여 눈썹을 숙이고 무릎을 단정히 하고 앉을 뿐이로다. 이 도령 하는 말이,
“성현(聖賢)도 같은 성끼리는 혼인하지 않는다 일렀으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
“성은 성(成)가옵고 연세(年歲)는 십육 세로소이다.” / 이 도령 거동 보소.
“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들어 보니 나와 동갑 이팔이라. 성씨를 들어 보니 하늘이 정한 인연일시
분명하다. 두 성씨 결합하여 좋은 연분 평생동락(平生同樂)하여 보자. 너의 부모 모두 살아 계시냐? ”
“편모슬하로소이다.” / “몇 형제나 되느냐? ” / “육십 세를 맞은 나의 모친 무남독녀(無男獨女) 나 하나요.”
“너도 남의 집 귀한 딸이로다. 하늘이 정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만년락(萬年樂)을 이뤄 보자.”
춘향이 거동 보소. 고운 눈썹 찡그리며 붉은 입술 반개하여 가는 목 겨우 열어 옥성으로 여쭈오되,
“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고 옛글에 일렀으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한 계집이라. 한번 정을 맡긴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숙공방(獨宿空房)
홀로 누워 우는 한(恨)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구일꼬? 그런 분부 마옵소서.”
- 작자 미상,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
* 명매기: 제빗과의 여름 철새. * 추파: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은근히 보내는 눈길.
[21001-0133]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7
고전 산문 08 정답과 해설 57쪽
[21001-0134]
[앞부분의 줄거리] 평양 김 진사의 딸 채봉은 아버지가 서울로 간 사이 이웃의 선비 장필성과 우연히 만나 혼약을 맺는다. 서울
에서 김 진사는 허 판서에게 돈과 딸을 주기로 하고 관직을 얻지만, 채봉은 아버지의 뜻에 따르지 않고 도망한다. 한편 김 진사
는 돈을 준비해 가던 길에 화적의 습격을 받아 재산을 모두 잃고 만다. 채봉은 아버지를 위해 몸값을 받고 기생 송이로 살아가
다가, 이 감사의 눈에 띄어 관아로 일하러 오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9
고전 산문 09
이며, 허 판서가 저를 별실로 달라는 것을 김 진사는 허락하였으나 저는 장 씨와의 약속을 지키느라고 만리
교에서 도망한 일, 그 후 모친이 찾아 내려와서 몸을 팔아 돈을 주어 올려 보내고, 기생이 된 후에도 장 씨를
잊지 않고 글을 써 해답할 사람을 구해 장 씨를 다시 만나 몸을 허락한 일 등을 다 말한다.
“대감의 하늘 같은 은혜는 결초보은해도 잊지 못하겠나이다.” / 하며 엎드려 운다.
감사가 송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 송이야, 송이야, 울지 마라. 네 사정이 그런 줄 알지 못했구나. 그러나 오늘에야 알게 되었으니 어찌 네
소원을 못 풀어 주겠느냐. 이제 보니 장필성도 사정이 있어 이방(吏房)으로 들어온 것이로구나. 내일은 장
필성을 불러 네가 볼 수 있게 해 주겠다.”
눈물이라 하는 것은 인정(人情)의 지극한 이슬이라. ㉡그러므로 억울하고 그리워도 눈물이 나고 좋고 반
가워도 눈물이 나는 법이다. 송이는 이 감사의 말을 들으며 다시 눈물이 떨어짐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부모 생각이 새로 나서 다시 감사에게 말을 한다.
“ 이렇게 보살펴 주시니 하정(下情)이 망극합니다. 그런데 소녀의 부모가 소녀로 인하여 곤경에 처했으나,
아직 소식을 모르오니 이 또한 원한입니다.”
감사가 이 말을 듣고 송이를 더욱 기특하게 여기며,
“ 허허,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가상하구나. 효열지심(孝烈之心), 이른바 천심(天心)에서 나오는 말
이로다. 오냐, 그것도 급히 주선해 알게 할 터이니 염려 말거라.”
하고, 안방으로 건너와 혼자 누워 ㉢송이가 주지에 쓴 「추풍감별곡」을 여러 번 보며 칭찬을 그치지 않는다.
이튿날 조조(早朝)에 이 감사가 장필성을 부르니, 필성이 속으로 생각하되,
‘사또께서 이처럼 일찍 부르시는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로 이같이 부르시나? ’
하고 이 감사께 문안한다.
이 감사가 반가운 얼굴로,
“별당으로 들어오라.”
하니, 필성이 더욱 이상하게 여기고 따라 들어간다.
DIC 377s
감사가 방으로 불러들여 앉히고 송이를 부르니, 송이가 별당으로 들어온다. 필성과 서로 만나자 소스라
치게 놀라고는 말없이 마주 앉으니, 이른바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事兩人知) *라. ㉣감사의 앞이라 감히 말
을 못 하니 그 곤란한 지경이 어떠할까.
이 감사가 껄껄 웃고 필성을 보며,
“ 필성아, 네가 송이를 보기 위해 이방의 천역(賤役)을 자원하고 들어온 지가 예닐곱 달이 되어도 못 보다
가 오늘에야 서로 만나 보니 어떠하냐? ”
㉤필성이 더욱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일어서 절을 한다.
- 작자 미상,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21001-0136]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138]
377s_$[ScreenRuling]
함을 풀고자 고을 수령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 고을 수령이 사건을 해결하여 원한을 풀어 주는
내용을 포함한 소설이다. 신원 모티프 소설의 한 부류는 사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고을 수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유형이고, 또 한 가지 부류는 피해자 여인의 사연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강조하는 유형이다. 보통은 무력하게 죽임을 당한 여인이 귀신이 되어 수령을 찾아가 도
움을 청하는 구조였으나, 후대로 오면서 점차 주인공 여인이 죽지 않고 사건 해결의 일부분을 담당
하는 이야기로 발전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1
고전 산문 09 정답과 해설 59쪽
[21001-0139]
04 <보기>는 윗글에 언급된 「추풍감별곡」의 일부이다. 윗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시구를 이해한 것으로 적
절하지 않은 것은?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는 틀렸으니, 불쌍한 그대 목숨 나로 하여 죽게 되니, 내가 죽고 살릴 터면 그 아니 살려 줄까.”
배비장 애걸하며 이른 말이,
“ 옛날 진 궁녀는 형가의 큰 주먹에 소매 잡혀 죽을 진왕 탄금(彈琴)하여 살렸으니, ㉡낭자도 의사 내어 날
살리게. 제발 덕분 날 살리게.”
저 계집 흉계 꾸며 큰 자루는 언제 하여 두었던지 가로 아구리를 벌리며,
377s_$[ScreenRuling]
“여기나 드시오.”
㉢“거기는 왜 들어가라오? ”
“그리 들어가면 자연 살 도리가 있으니 어서 바삐 드시오.”
배비장이 절에 간 새악시 모양이라, 반색 못 하고 들어가니, 그 계집이 배비장을 자루에 담은 후 자루 끝
을 모두어, 상투에 감아 매어 등잔 뒤 방구석에 세워 놓고 불 켜 놓으니, 저놈이 왈칵 문을 열며 서뿐 들어서
사면을 둘러보더니,
“저 방구석에 세워 둔 것이 무엇이냐? ”
“그것은 알아 무얼 할라오.”
“이년아, 내가 물으면 대답을 할 것이지 반색이 무엇이냐. 주리 방망이 맛을 보고 싶어서.”
“거문고에 새 줄 달아 세웠읍네.”
저놈이 눙치는 체하고,
“응 거문고여, 그러면 좀 쳐 보세.”
하며, 대꼭지로 배부른 통을 탁 치니, 배비장이 질색하여 아프기 측량없으되 참 거문고인 체하고 자루 속에서,
“둥덩둥덩.”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3
고전 산문 10
“그 거문고 소리 장히 웅장하고 좋다. 대현을 쳤으니 소현 또 쳐 보리라.”
냅다 코를 탁 치니,
㉣“둥덩 지덩.”
“그 거문고 이상하다. 아래를 쳐도 위에서 소리가 나고, 위를 쳐도 위에서 소리가 나니 괴상하다.”
저 계집 대답하되,
“ 무식한 말 하지도 마오. 옛적 여화씨 적에 생황(笙簧) 오음 육률을 내실 적에 궁상각치우를 청탁(淸濁)으
로 울리오니 상청음(上淸音)도 화답이랍네.”
이놈이 옳게 듣는 듯이,
“ 네 말이 당연하다. 세사는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는 주일배(酒一杯)라. 사정 강상월이요, 동각 설중매
라. 술 한잔 날 권하고 줄 골라라. 오늘 밤에 놀아 보자. 내 소피하고 들어오마.”
하고, 문밖에 나와 서서 기척 없이 귀를 기울이고 엿듣는다.
배비장 자루 속에서 가만한 소리로 하는 말이,
“여보오, 궐자(厥者)가 거문고를 좋아하는 수가 분명 내어 볼 듯하니, 다른 데로 나 이사 좀 시켜 주오.”
저 여인 거동 보소. 윗목에 놓인 피나무 궤를 열고,
“예나 바삐 드시오.”
배비장 궤를 보고 문자는 놓지 아니하고 쓰던 것이었다.
“체대궤소(體大櫃小)하니 하이은신(何以隱身)고? ”
저 계집 하는 말이,
“그 궤가 밖으로 보기는 적사오나 속이 널러 은신할 만하니 잔말 말고 바삐 드시오.”
배비장 하릴없이 궤 문 열고 두 눈 감고 들어가니, 굽도 접도 못하여서 몸을 곱송그리고 생각하니,
㉤‘한심하고 설운지고. 이놈의 흉계를 누가 알리. 날 같은 호색 남자 궤 중에 고혼 되기로 누구를 원망하
리.’
저 여인 궤 문 닫고 쇠 채우니, 함정에 든 범이요 우물에 든 고기로다. 답답 궤 중 어찌 살리. 이렇듯 자탄
할 제 저놈이 다시 들어오며 하는 말이,
“ 아무것도 흥황 없다. 내 아까 눈이 절로 스르르 감기면서 꿈을 꾸니 백수노인이 나를 불러 이르되, 네 집
의 거문고와 피나무 궤가 있느냐 하시기로, 내 말이 있노라 한즉, 그 노인 가로되 금신(金神)이 혈입궤중
(穴入櫃中)하여 무수작란(無數作亂)하니 그 궤가 유즉여가망(有則汝家亡)이요 무즉여가흥(無則汝家興)이
라. 역력히 현몽하니 저 궤를 불에 소화하리라. 짚 한 동 갖다 불 놓아라.”
- 작자 미상, 「배비장전(裵裨將傳)」
정답과 해설 59쪽
[21001-0140]
[21001-0141]
[21001-0142]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5
고전 산문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천지왕이 가만히 들어 보니 소성 옥황태자의 태도가 너무나 완강하여 오히려 지상 세계의 혼란을 가중시
킬 수 있음이라. 하지만 저토록 강한 의지를 가진 저 아들이 방향만 제대로 잡아 주면 대성 옥황태자보다 훨
씬 의욕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서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오히려 따스한 바람이 아니겠는가? ”
하고 생각을 하였다. 천지왕은 미처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총맹 부인에게 상의하였다. 마침 총맹 부
인이 천지왕에게 해결책을 마련해 주니 천지왕은 두 아들에게 세 가지 업을 부여하고 누가 현명하게 처리하
는지를 시험하여 그 아들에게 이승의 일을 맡기기로 하였다. 천지왕은 두 형제를 불러 인(仁), 용(用), 지
(知) 세 단어를 주고는 인간들을 도륙하며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두 마리의 흑룡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아 오
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제를 너희에게 내려 주고 삼 일 동안 말미를 주니 해결 방법을 찾아오라.”
두 형제는 삼 일이 지나자 마침내 천지왕의 앞에 나아가 흑룡을 처리한 문제 해결 방법을 고하게 되었다.
먼저 소성 옥황태자가 자신만만하게 이르기를,
“천상천하의 최고신이시며 지고의 모든 힘을 지니신 아비시여. 저는 우선 흑룡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A] 어디가 약점인지 알아내고(知), 무슨 무기를 쓸 것인지(用)를 결정하여 번개와 같이 그 괴물을 처치함으
로써 아비의 통치가 인(仁)의 시대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천지왕이 만리경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니 흑룡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한 곳의 인간들이 소성
옥황태자의 은혜를 칭송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소성 옥황태자를 높이 칭찬하고 다시 대성 옥황태
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해결 방법을 생각하였느냐? ”
“예. 저는 장차 화룡이 인간 세상의 모든 액운을 막아 내는 큰 인물로 사용될 수 있다(用)고 판단하여 화
룡의 아픈 곳과 그렇게 사람들을 해하는 이유를 찾아내어(知) 그를 아비의 나라에서 순종하고 충성을
[B]
다하는 신하로 만들어서 장차 아비의 어지심과 인자하심이 천상천하에 가득하고 태평성대를 여시는 데
(仁) 작은 보탬이 되도록 하였나이다.”
천지왕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만리경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니 삼라만상이 모두 천지
왕의 인자하심과 성스러움을 찬양하고 천지왕의 공덕을 찬양하니 사해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옳거니. 그래 대성 옥황태자 너의 해결 방법이 참 곱기도 하였도다. 너의 현명함이 천하를 구하는구나.”
다 이긴 것으로 생각했던 소성 옥황태자는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창피한 마음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천지왕은 대성 옥황태자를 물리시고 총맹 부인과 마주하여 자신의 결정을 말한다. 소성 옥황태자는 자기가
이번에 꼭 이승의 통치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아비와 어미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그러나 총맹 부인 역
시 대성 옥황태자 편을 들자 소성 옥황태자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어느 날 소성 옥황태자는 지상의 서역 끝 뜨거운 사막에 살고 있는 독성이 매우 강한 뱀을 찾아가서는 뱀
과 은밀한 밀약을 한다.
“ 네가 만약 나의 청을 들어 대성 옥황태자의 숨을 끊어 놓는다면 내 너에게 숲을 다스리는 권능을 주리라.”
[21001-0143]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7
고전 산문 11 정답과 해설 61쪽
[21001-0144]
[21001-0145]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9
고전 산문 12
“네가 어찌 임금을 업신여기는 부도(不道)를 하였느냐? 네가 어찌 임금이 한 말을 허망하다고 하느냐?”
“신이 어찌 임금을 업신여기겠습니까. 그렇지만 신은 내전께서 비록 언어에 과실이 있으나 적발하여 큰
죄를 주심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항간에 처와 첩을 둘 다 둔 사람 중에 가장이 치우쳐서 집안
[B]
다스리기를 잘못하여 가정의 도를 무너뜨린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제 전하께서 후궁을 매우 사랑하
시니 혹 그러하실까 싶습니다. 신이 어찌 감히 왕의 말을 허망하다고 하오리까.”
이렇게 문목에 대한 대답을 두어 가지 했는데, 박태보 공이 조금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상이 더욱 크게 노하여 죄인을 어좌 가까이 오게 하고는 크게 소리쳐 하교하였다.
“ 네가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하느냐. 내가 첩을 총애하다가 참소를 믿어서 죄 없는 내전을 폐한다는 말이
냐. 그러면 나는 죄 없는 자를 고발한 이광한같이 되는구나.” / 상이 또 말하였다.
“ 조그만 놈이, 전에도 나를 거스르고 힘들게 하던 놈이 네놈 아니냐. 내가 너를 깊이 미워하였으나 특별
히 분노를 참아 네 머리를 베지 않았더니, 오늘 또 네가 나를 욕보이는구나. 간특한 부인을 위하여 이렇듯
방자하니 흉한 반역이 아니냐? ” / 박태보 공이 아뢰었다.
“군신과 부자는 의가 똑같습니다. 전하께서 어찌 이런 하교를 하십니까. 임금과 어버이가 비록 같지 않
지만 충과 효는 다름이 없습니다. 아비가 만일 어미를 내치면 자식 된 자로서 간하겠습니까, 순순히 듣
[C] 겠습니까? 이제 전하께서 전에 없던 잘못된 일을 하셔서 중궁께서 장차 기울어지게 되니 신하 된 자가
죽기를 무릅쓰고 간하여 들으시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어찌 전하를 배반하옵고 중궁을 위하는 것이
겠습니까. 중궁을 위한 것이 곧 전하를 위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기를,
“이러한 독한 물건은 바로 베어도 안 될 것이 없다. 원정을 받지 않을 것이니 바로 엄한 형벌을 내리라.”
하니, 우의정 김덕원이 아뢰었다.
“원정을 받지 않고 때리기를 먼저 하면 나중 폐단이 매우 클 것입니다.” / 상이 말하기를,
“이런 흉물을 두고 문초하여 진술 받기를 어찌 기다리겠는가. 어서 엄하게 형벌을 가하라.”
하고, 판의금부사를 불러 하교하였다.
- 작자 미상, 「박태보전(朴泰輔傳)」
[21001-0146]
[21001-0147]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5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0대 10
현대 소설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1001-0150]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3
현대 소설 01 정답과 해설 64쪽
[21001-0151]
① 영채가 부친의 말씀을 받들어 형식을 ‘섬겨야 할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은 봉건적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겠군.
② 영채가 ‘죽을 결심’을 했던 것은 근대적 가치를 추구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기 때문이겠군.
③ 영채가 말한 ‘고성의 교훈’은 전근대적 여성이 추구했던 봉건적 가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
겠군.
④ 영채가 형식에 대해 ‘잘못 생각하였던 것을 깨닫는’ 것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것
이기도 하겠군.
⑤ 영채가 추구할 ‘참생활’은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시하는 근대적 삶이라고 볼 수 있겠군.
[21001-0152]
거리에서 ‘영채’는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 작품을 읽으면서 ‘형식’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
‘관념 속의 형식’과 ‘현실 속의 형식’으로 나눠 보는 활동을 해 볼까요?
[학습 활동]
㉠ ∨ ①
㉡ ∨ ②
㉢ ∨ ③
㉣ ∨ ④
㉤ ∨ ⑤
[중략 부분의 줄거리] 배고픔에 시달리던 옥이는 지주인 도사댁 생일잔치에 가는 개똥 어머니의 뒤를 따라나선다. 잔칫집에 모
여든 동네 계집들은 그런 옥이를 박대하는데, 도사댁 작은아씨는 웃으면서 옥이에게 큰 대접에 국밥을 말아 준다. 작은아씨는
옥이가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떡들을 차례로 내어 준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5
현대 소설 02
방바닥에 가 눕더란다. 그 배를 건드리지 않도록 반듯이 눕는데 아구 배야 소리를 복고개 *가 터지라고 내지
르며 냉골에서 이리 때굴 저리 때굴 구르며 혼자 법석이다. 그러나 뺨 위로 먹은 것을 꼬약꼬약 도르고는 필
경 까무러쳤으리라. 얼굴이 해쓱해지며 사지가 축 늘어져 버린다. 이 서슬에 어머니는 그의 표현대로 하늘
이 무너지는 듯 눈앞이 캄캄하였다. 그는 딸을 붙들고 자기도 어이구머니 하고 울음을 놓고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몇 번 그래 소리를 치다가 아무도 돌봐 주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허겁지겁 곤두박질을 하여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의 생각에 이 급증을 돌리려면 점쟁이를 불러 경을 읽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듯싶어서
이다. 물론 대낮부터 북을 뚜드려 가며 경을 읽기 시작하였다. 점쟁이의 말을 들어 보면 과식했다고 죄다 이
래서는 살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이것은 음식에서 난 병이 아니라 늘 따르던 동자상문 *이 어쩌다 접해서
일테면 귀신의 놀음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건대 옥이가 도사댁 문전에 나왔을 제 혹 귀신
이 접했는지도 모른다. 왜냐 그러면 옥이는 문 앞 언덕을 내리다 고만 눈 위로 낙상을 해서 곧 한참을 꼼짝
않고 고대로 누웠었다. 그만치 몸의 자유를 잃었다. 다시 일어나 눈을 몇 번 털고는 걸어 보았다. ㉣다리는
천 근인지 한번 딛으면 다시 떼기가 쉽지 않다. 눈까풀은 뻑뻑거리고 게다 선하품은 자꾸 터지고. 어깨를 치
올리어 여전히 식, 식, 거리며 눈 속을 이렇게 조심조심 걸어간다. 삐끗만 하였다가는 배가 터진다. 아니 정
말은 배가 터지는 그 염려보다 우선 배가 아파서 삐끗도 못 할 형편. 과연 옥이의 배는 동네 계집들 말마따
나 헐 없이 애 밴 사람의, 그것도 만삭된 이의 괴로운 배 그것이었다. 개울 길을 내려오자 우물이 눈에 띄자
애는 갑작스레 조갈을 느꼈다. 엎드려 바가지로 한 모금 꿀꺽 삼켜 본다. 이와 목구멍이 다만 잠깐 저렸을
뿐 물은 곧바로 다시 넘어온다. 그뿐 아니라 뒤를 이어서 떡이 꾸역꾸역 쏟아진다. 잘 씹지 않고 얼김에 삼
킨 떡이라 삭지 못한 그대로 덩어리 덩어리 넘어온다. 우물 전 얼음 위에는 삽시간에 떡이 한 무더기. 옥이
는 다시 눈 위에 기운 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이러던 애가 어떻게 제집엘 왔을까 생각하면 여간 큰 노력이
아니요 참 장한 모험이라 안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옥이네 집을 찾아간 것은 이때 썩 지어서 *이다. 해넘이의 바람은 차고 몹시 떨렸으나 옥이에 대한
소문이 흉함으로 퍽 궁금하였다. 허둥거리며 방문을 펄떡 열어 보니 어머니는 딸 머리맡에서 무르팍에 눈
을 비벼 가며 여지껏 훌쩍거리고 앉았다. ㉤냉병은 아주 가셨는지 노상 노렇게 고민하던 그 상이 지금은 불
DIC 377s
콰하니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놈은 쭈그리고 앉아서 나를 보고도 인사도 없다. 팔짱을 떡 찌르고는 맞은 벽
을 뚫어 보며 무슨 결끼나 먹은 듯이 바아루 위엄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일찍 나온 것을 보면 나무도 잘 판
모양. 얼마 후 놈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여보게 참말 죽지는 않겠나 하고 물으니까 봉구는 눈을 끔벅끔
벅하더니 죽기는 왜 죽어 한나절토록 경을 읽었는데 하고 자신이 있는 듯 없는 듯 얼치기 대답이다.
- 김유정, 「떡」
* 난 상부른가: 나은 성싶은가.
* 비대발괄: 하소연하여 간절히 청함.
* 주악: 웃기떡의 한 가지. 찹쌀가루에 대추를 잘게 다져 섞어 꿀에 반죽하여 깨나 팥 등의 소를 넣고 송편처럼 빚어서 기름에 지진 떡.
* 복고개: 보꾹. 지붕 밑과 천정 사이의 빈 공간.
* 동자상문: 사내아이의 죽은 귀신.
* 지어서: 지나서.
[2100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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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 서술자가 전지적인 관점에서, 인물 외양이 변화한 양상과 변화한 이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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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154]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7
현대 소설 02 정답과 해설 65쪽
[21001-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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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자시면서였다.
“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제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이서 거들던 돌인
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절을 씨름을 허다니!” / “나무다리가 있는데 건 왜 고치시나요? ”
“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 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니? 서울루 공부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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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니?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니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잘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말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건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 “네? ”
“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
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구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 게 있구, 독
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 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 마당엣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를 설 때마다 난 그 어른들 동상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
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 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 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 “…….”
“ 네가 뉘 덕으루 오늘 의사가 됐니? 내 덕인 줄만 아느냐? 내가 땅 없이 뭘루? 밭에 가 절하구 논에 가 절
해야 쓴다. 자고로 하눌 하눌 허나 하눌의 덕이 땅을 통허지 않군 사람헌테 미치는 줄 아니?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눌을 파나 다름없는 거다.” / “…….”
“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섭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눌은 차라리 못 믿을 때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9
현대 소설 03
두 많다. 그러나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세상에 흔해 빠
진 지주들, 땅은 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다 도회지에 낭비해 버
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
야. 땅이 말을 할 줄 알어 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을 테냐? 해마다 걷어만 가구, 땅은 자갈밭이
되니 아나? 둑이 떠나가니 아나? 거름 한 번을 제대로 넣나? 정 급허게 돼 작인이 우는 소리나 해야 요즘
너이 신의들 주사침 놓듯, 애꿎은 금비 *만 갖다 털어 넣지. 그렇게 땅을 홀댈 허군 인제 죽어서 땅이 무서
서 어디루들 갈 텐구!”
창섭은 입이 얼어 버리었다. 손만 부비었다. 자기의 생각은 너무나 자기 본위였던 것을 대뜸 깨달았다. 땅
에는 이해를 초월한 일종 종교적 신념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들의 이단적인 계획이 용납될 리 만무였다. 아
버지는 상을 물리고도 말을 계속하였다.
“ 너루선 어떤 수단을 쓰든지 병원부터 확장허려는 게 과히 엉뚱헌 욕심은 아닐 줄두 안다. 그러나 욕심을
부련 못쓰는 거다. 의술은 예로부터 인술이라지 않니? 매살 순탄허게 진실허게 해라.” / “…….”
“ 네가 가업을 이어 나가지 않는다군 탄허지 않겠다. 넌 너루서 발전헐 길을 열었구, 그게 또 모리지배의
악업이 아니라 활인허는 인술이구나! 내가 어떻게 불평을 말허니? 다만 삼사 대 집안에서 공들여 이룩해
논 전장 *을 남의 손에 내맡기게 되는 게 저윽 애석헌 심사가 없달 순 없구…….”
(중략)
“ 자식의 젊은 욕망을 들어 못 주는 게 애비 된 맘으루두 섭섭허다. 그러나 이 늙은이헌테두 그만 신념쯤
지켜 오는 게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말어 다구.”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담배를 피우며 다리 고치는 데로 나갔다. 옆에 앉았던 어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쭈
루루 흘리었다. / “너이 아버지가 여간 고집이시냐? ”
“아뇨. 아버지가 어떤 어룬이신 건 오늘 제가 더 잘 알었습니다. 우리 아버진 훌륭헌 인물이십니다.”
그러나 창섭도 코허리가 찌르르하였다. 자기가 계획하고 온 일이 실패한 것쯤은 차라리 당연하게 생각되
었고,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는 때문이었다. / 아들은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 버리었다.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양을 지키고 섰을
때, 아버지의 마음도, 정말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한편 ⓑ불안스러운 심사조차 설레었다.
- 이태준, 「돌다리」
* 금비: 돈을 주고 사서 쓰는 거름. * 전장: 논밭.
[21001-0156]
정답과 해설 66쪽
[21001-0157]
[21001-0158]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1
현대 소설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미이? ”
석은,
“그 미이인가? ”
하고 가볍게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네.”
미이는 조운을 따라다니던, 석도 잘 아는 문학소녀였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미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명랑한 문학소녀였으나, 전쟁 중 집안이 몰락하자 부산으로 피란을 와서
취직자리를 구하던 중 우연히 조운을 만나게 된다. 조운은 미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녀를 도울 방법을 궁리해 본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3
현대 소설 04
조운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난 석은, 여기 올 때까지 그렇게 호기심을 끌었고 기대의 대상이 되었던 그에게
는 이젠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그의 고민 같은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석의 뇌와 마음은 강렬한 미이의 인상으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미이가 조운의 마음에 던져 준 충격 이상의 충격을 석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안주가 좋아서만이 아니었다. 그 강렬한 배갈도 석을 취하게 하지 못했다.
역시 마음이 미이로 말미암아 팽팽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운의 차로 집에 돌아와서도 석은 큰소리를 탕탕 치거나 울거나 하지 않았다. 얌전하게 자리에 들어가
가족들을 들볶지 않았다.
그의 엄숙한 태도에 가족들은 또 술을 먹었다고 잔소리를 할 수 없었다.
자리에 드러누워 그는 생각하였다.
‘조운의 말대로 조운은 사변의 압력으로 그의 사명을 포기했고, 사변을 통하여 미이는 용감하게 시대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러면 나는? ’
눈을 감았다 뜨며 석은 중얼거렸다.
“사명을 포기치도 그것에 충실치도 못하고 말라 가는 나는? 나도 사변이 빚어낸 한 타입이라고 할까? ”
- 안수길, 「제3인간형」
[21001-0159]
01 다음은 윗글의 사건들을 정리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배열할 때 세 번째에 올 것은?
ⓐ 석과 조운이 전쟁 통에 신문사에서 헤어지다.
ⓑ 석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 취직하다.
ⓒ 미이가 간호 장교 시험을 준비하려고 대구로 떠나다.
ⓓ 조운이 제안한 일에 대해 미이가 시간을 두고 숙고하다.
ⓔ 조운은 오래간만에 만난 석을 처음에 잘 알아보지 못하다.
① ⓐ ②ⓑ ③ⓒ ④ⓓ ⑤ⓔ
[21001-0160]
[21001-0161]
[21001-0162]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5
현대 소설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를 떠올린다. 6·25 전쟁 피란지 부산의 거리에서 원구는 친구 동욱을 만
나는데, 그는 여동생 동옥과 함께 살면서 동옥이 그린 초상화를 미군 부대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마가 계속되던 어
느 날 원구는 외진 곳의 낡은 목조 건물에 사는 동욱 남매를 찾아가지만, 다리를 심하게 저는 동옥이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는
것을 느낀다. 그 뒤 원구는 종종 동욱의 집에 드나들며 동옥과도 점차 친해진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7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1대 11
현대 소설 05
거리며 돌아서는 원구의 등에다 대고, ㉤중요한 옷가지랑은 꾸려 가지고 간 모양이니 자살할 의사는 없었
음이 분명하고, 한편 병신이긴 하지만 얼굴이 고만큼 뱐뱐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
냐고 주인 사나이는 지껄이는 것이었다. 얼굴이 고만큼 뱐뱐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
느냐는 말에 이상하게 원구는 정신이 펄쩍 들어,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고 대들 듯한 격분을 마
음속 한구석에 의식하면서도 천 근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듯한 육체의 중량을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이키었다.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
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 넝쿨 우거진 밭두둑 길을 앓고 난 사람 모양 허전거
리는 다리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 손창섭, 「비 오는 날」
[21001-0163]
[21001-0164]
정답과 해설 69쪽
[21001-0165]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9
현대 소설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웬 사람들이슈? ” / “돈 주께 술 파시오.”
“하하, 여기선 술을 안 파는데요. 이다음 집에 가 보슈.” / “여기선 뭘 파우? ”
“여긴 여인숙이오.” / “정말 그렇군. 간판이 없는데, 낮에 본 간판 말야.”
“여인숙 간판은 있을 거 아냐? ” / “아, 간판 없이 손님을 받죠.”
“그럼 대문이라도 따 놔야지.” / “아홉 시 막버스가 지나가면 손님이 없습죠.”
“우린 손님 아니우? ” / “우린 이 집 손님이 아니지. 이다음 집 손님 아냐? ”
“난 이 집 손님이 됐으면 좋겠어. 한숨 자고 싶은데.”
김 씨는 벌써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학생. 하, 학생? ”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마당이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저편에 시
커먼 마루가 있고 불빛이 비친 방문이 있다. 그 방문이 열리고 남폿불이 쑥 나온다. 그는 그리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마루에 걸터앉는다. 소년이 남포를 기둥에 걸고 방을 치운다. / “들어가두 괜찮으니? ”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루 위로 오른다. 걷기보다는 몸을 위로 올리기가 더 힘들다. 바깥이 조용해
진다. 아마 주사와 선생은 술집으로 간 모양이다. 소년이 책 나부랭이를 챙겨 가지고 나온다. 부러진 연필
토막이 희미한 남포 불빛을 받아 눈에 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허리를 굽히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어둡고
냄새가 고약하다. 소년이 불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벽 중간께에 있는 못에다가 건다. 호야 *가 양철에 부
딪치면서 소리를 낸다. 소년이 나간다. 그는 불 건너편 벽에 기대앉아서 담배를 피워 문다. 연기를 내뿜는
다. 불꽃이 한참 있다가 흔들린다.
소년이 침구를 안고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을 편다. 일어설 때 보니 가슴에 훈장이 달려 있다. 그는
그를 가까이 불러서 그 훈장을 들여다본다. 둥근 바탕에 가로로 5년 2반이라 씌어 있고 그것을 가로질러서
세로로 반장이라 씌어 있다. 조잡한 비닐 제품이다.
“너 공부 잘하는구나.” / “예. 접때두 일등 했어요.”
DIC 377s
* 호야: 남포등.
[21001-0166]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1
현대 소설 06
[21001-0167]
㉮ ㉯ ㉰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
[21001-0168]
[학생들의 답변]
ㄱ. 대화 사이에 한 인물의 회상을 길게 서술함으로써 사건 진행의 흐름을 늦추고 있어요.
ㄴ. 소외된 등장인물들의 지난 경험을 삽화 형식으로 나열함으로써 서사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
어요.
ㄷ. 대화 상대 없이 한 인물이 혼잣말을 길게 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서사의 흐름의 속도감을
늦추는 효과를 주고 있어요.
ㄹ. 현재형 어미와 과거형 어미를 반복하여 시간 진행에 혼란을 줌으로써 서사 진행에 대한 독자의
예측을 방해하고 있어요.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ㄱ, ㄹ ④ ㄴ, ㄷ ⑤ ㄷ, ㄹ
[21001-0169]
•자료 3 : 「황무지」
- 영국 작가 엘리엇의 작품으로 작가는 기름으로 오염된 ‘템스강’을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실한
황무지로 묘사하여, 강을 현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 낸 오욕의 대상으로 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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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료 1을 참고할 때, ㉠에서 ‘템스강’에 불을 지른다는 것은 삶에 대한 개인적 열망이 현실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② 자료 2를 참고할 때, ㉠에는 ‘강’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과정을 형상화하
고자 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③ 자료 3을 참고할 때, ㉠에는 소년을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오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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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④ 자료 1과 자료 2를 참고할 때, ㉠에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삶에서 아무나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⑤ 자료 1과 ‘그’의 심리를 고려하면, ㉠에는 소년의 열망이 미래에는 현실화될 수 없다는 ‘그’
의 비애감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3
현대 소설 07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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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
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준다고 바다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 준다는 것도 허황하고 가지거니 함도
철없는 일. 바다와 한 잔의 물. ㉢그 사이에 놓인 골짜기와 눈물과 땀과 피. 그것을 셈할 줄 모르는 데 잘못
이 있었다. 세상에서 뒤진 가난한 땅에 자란 지식 노동자의 슬픈 환장. 과학을 믿은 게 아니라 마술을 믿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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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게지. ㉣바다를 한 잔의 영생수로 바꿔 준다는 마술사의 말을. 그들은 뻔히 알면서 권력이라는 약을 팔
려고 말로 속인 꾀임을. 어리석게 신비한 술잔을 찾아 나섰다가, 낌새를 차리고 항구를 돌아보자, 그들은
항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참을 알고 돌아온 바다의 난파자들을 그들은 감옥에 가둘 것이다.
㉤못된 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 최인훈, 「광장」
[21001-0170]
01 ‘명준’과 ‘선장’의 대화가 갖는 서사적 기능을 ‘명준’의 입장에서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자신의 처지를 수난자 같은 모습으로 연상하게 한다.
② 석방자들과 뱃사람들이 유대감을 쌓는 방법을 알게 한다.
③ 지난날의 쓰라린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④ 선장에게 자신이 겪어 온 지난날의 삶을 토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⑤ 낯선 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5
1
현대 소설 07
[21001-0171]
[21001-0172]
정답과 해설 72쪽
[21001-0173]
04 <보기 1>은 윗글이 개작되기 전의 [A]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보기 2>를 바탕으로 [A]와 <보기 1>을 이
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상처를 건드린 실수를 사과하는 그런 태도에 그들로서는 습관인지 모르나 퍽 교양이
있는 사람의 세련된 몸짓이 얼핏 스치는 것을 느꼈다. 선장이 잠시나마 어색한 기분을 가지게 한
것을 명준은 미안스럽게 여겼다. 양쪽으로 트인 창으로 바람이 달려 들어오며 핀으로 꽂은 해도의
가상자리를 바르르 떨게 했다. 갈매기들은 바로 배 옆을 날으면서 창으로 구획진 공간을 우에서 아
래로 강하하고 아래서 우로 치솟으며 대각선을 긋고 선미를 향하여 휙 사라지곤 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7
현대 소설 08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1001-0174]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9
현대 소설 08 정답과 해설 73쪽
[21001-0175]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1
현대 소설 09
“ 기침 소리가 들리더군. 그래서 난 계획대루 만세를 불렀지. 첫 번째 만세는 잘된 것 같은데 그 뒤의 만세
들은 나두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었어. 동지들에게 면목이 없네. 나를 모두들 원망하구 있겠지? ”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고맙게 생각했다.
(중략)
일규는 기범과 부닥치자 가장 불길하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음모였지만 나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 도둑놈아, 억지 쓰지 마라. 너는 파렴치범에 불과하지만 일규는 전신으로 세상을 산 놈이다. 아무리
네가 잡아 흔들어도 일규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 천만에, 나는 안다. 그놈은 운 좋은 삼류 무사(武士)에 불과했다. 뽑아 본 일 없는 칼을 차고 질 수 없
는 전쟁만 멋들어지게 해 온 놈이다. 나는 세상이 가장 혼탁할 때는 일규가 어디 있는지 본 일이 없
다. 그놈이 칼을 뽑았을 때는 누군가가 위기를 제거해서 세상이 더없이 편안해진 후다. 이것이 바로
무사의 허풍스런 참모습이고 무사가 너희한테 존경과 사랑받는 소치인 것이다.”
[B] “너는 그럼 그런 일규를 왜 허공에서 찾은 거냐? 왜 일규가 없어진 지금 살맛이 없다구 하는 거냐?”
“ 세상은 주인이 필요하다, 광대 같은 주인 말이다. 무대에 누군가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무대를 비
워 둘 순 없지 않냐? 내가 일규를 필요로 하는 건 그 녀석이 무대 위에 서서 너희들이 살아가는 간판
구실을 잘 해내기 때문이다.”
“좋다, 네 쪽은 그렇다 치자. 허지만 일규 쪽에서는 왜 너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냐? ”
“ 무사가 칼을 차고 지나가면 그 뒤엔 그를 칭송할 악사(樂士)가 필요한 법이다. 칼이 허리에서 절그럭
거려서 무사는 자기 입으로는 자찬의 노래를 읊을 수가 없다. 악사는 바로 이런 때를 대비했다가 무
사의 눈짓이 날아올 때 재빨리 악기를 꺼내 황홀한 음악을 탄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사와 악
사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사이좋게 살아가는 우정이다.”
- 홍성원, 「무사(武士)와 악사(樂士)」
[21001-0178]
[21001-0179]
[21001-0180]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2대
12
현대 소설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략 부분의 줄거리] 그는 자신의 집수리를 마친 임 씨와 함께 동네 형제 슈퍼에서 맥주를 마시게 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임
씨가 스웨터 공장주에게 연탄값 80만 원을 받지 못한 사정과 연탄값을 떼먹은 공장주가 가리봉동에 큰 공장을 차렸더라는 이
야기를 듣게 된다. 임 씨는 술에 취한 채 떼인 돈 80만 원을 받으러 일감이 없는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형씨, 형씨는 집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토끼띠면 어쩔 거여. 집이 있는데, 어디 집값이 내리겠소? ”
“저런 것도 집 축에 끼나…….”
이번엔 또 무슨 까탈을 일으킬 것인지, 시도 때도 없이 돈을 삼키는 허술한 집이라고 대꾸하려다가 임 씨
의 말에 가로채여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 난 말요, 이 토끼띠 사내는 말요, 보증금 백오십만 원에 월세 삼만 원짜리 ⓑ지하실 방에서 여섯 식구가
살고 있소. 가리봉동 그 새끼는 곧 죽어도 맨션아파트요, 맨션아파트!”
임 씨는 주먹을 흔들며 맨션아파트라고 외쳤는데 그의 귀에는 꼭 맨손아파트처럼 들렸다.
“ 돈 받으러 갈 시간도 없다구.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벽돌 찍는 공장에 나댕기지, 나는 나대로 이 짓 해서
벌어야지. 그래도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 놓고 못 먹는 세상!”
임 씨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술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해서 그는 선뜻 임 씨에게 잔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돌고 도는 돈 본 놈 있음 나와 보래! 우리 같은 신세는 평생 이 지랄로 끝장이야.
돈? 에이! 개수작 말라고 해.”
임 씨가 갑자기 탁자를 내리쳤다. 그 바람에 기우뚱거리던 맥주병이 기어이 바닥으로 나뒹굴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참고 살다 보면 나중에는…….”
㉤“모두 다 소용없는 일이야!”
임 씨의 기세에 눌려 그는 또 말을 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중에는 임 씨 역시 맨션아파트에 살게
되고 달걀 프라이쯤은 역겨워서, 곰국은 물배만 채우니 싫어서 갖은 음식 타박에 비 오는 날에는 양주나 찔
끔거리며 사는 인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천 번 만 번 참는다고 해서 이 두터운 벽이, 오를
수 없는 저 꼭대기가 발밑으로 걸어와 주는 게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그 누구인가.
그는 임 씨의 핏발 선 눈을 마주 보지 못하였다. 엉터리 견적으로 주인 속이는 일꾼이라고 종일토록 의심
하며 손해 볼까 두려워 궁리를 거듭하던 꼴을 눈치채이지는 않았는지, 아무래도 술기운이 확 달아나 버리
는 느낌이었다. 제아무리 탄탄해도 라면 가닥으로 유지되는 사내의 몸뚱이는 술 앞에서 이미 제 기운을 잃
고 있음이 분명했다. 임 씨의 몸이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점차 술이 깨고 있었다.
“ 어떤 놈은 몇 억씩 챙겨 먹고 어떤 놈은 한 달 내내 뼈품을 팔아도 이십만 원 벌이가 달랑달랑한데, 외제
자가용 타고 다니며 꺼덕거리는 놈, 룸싸롱에서 몇십만 원씩 팁 뿌리는 놈은 무슨 재주로 그리 사는 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5
현대 소설 10
야? 죽일 놈들. 죽여! 죽여!”
임 씨의 입에 거품이 물렸다.
“비싼 술 잡숫고 왜 이런당가요, 참으시오. 임 씨 아저씨. 쪼매 참으시오.”
김 반장이 냉큼 달려들어 빈 술병과 잔들을 챙겨 갔다. 임 씨는 탁자에 고개를 처박고서 연신 죽여, 를 되
뇌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사내의 빛바랜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죽일 놈들’ 속에는 그 자신
도 섞여 있는 게 아니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사내의 어깨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 양귀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21001-0181]
[21001-0182]
[21001-0183]
[21001-0184]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7
현대 소설 1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만수의 조부는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개운리에서 숨어 살게 되고, 만수의 부친은 힘들게 농사지으며 살아
간다. 만수의 형인 백수는 대학에 진학하고, 돈을 벌려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죽는다.
너에게는 아무런 흠도 없었다. 너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심신에 가족이 너 때문에 무엇을 희생할까 염
려해 혼자 힘으로 입신하려는 의지로 뭉쳐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강건하던 네가 왜 이국에서 ㉡풍토병으
로 죽는단 말이냐.
군인이라면 전장에서 총검으로 생사를 결하고 눈먼 포탄에 혹 사지가 결딴이 나는 수가 있다. 전우를 구
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으로 적탄 앞에 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렇게 죽어 간 많은 병사들, 장
군도 장교도 아니고 이름 없는 수많은 소모품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진 존재라고 한다면 억울한 중
에도 이해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젊고 건강한 네가 풍토병에 걸려서 죽었다니, 전장에서 죽지 못하고 병원
에서 죽었다고 명예로운 죽음으로도 치지 않는 병사라는 걸 어찌 믿으란 말이냐.
너의 불쌍한 부모를 어찌하느냐. 너의 가련한 아우들을 어찌하느냐. 짐승과 초목들도 호곡하는구나. 비
바람도 슬프게 흐느끼는구나. 온 식구들이 울고 온 집안의 생명이 울고 온 마을이 울고 땅이 울었다.
아, 하늘이시여, 어찌 늙은 내게 이런 참혹한 슬픔을 주시나이까. 어서 나를 데려가소서. 나를 죽이소서.
내 뼈를 꺾어 바수고 불로 남김없이 태워 재를 만들고 지옥의 바람에 날리소서. 나를 죽이소서. 제발 나를
죽이고 우리 모두의 백수를, 귀하디귀한 금강석을 돌려주소서.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을 흘리고 있는 게 달랐다.
저녁에는 어두워져도 불을 켜지 않았다. ㉤석유를 사 오곤 하던 형이 생각이 나서인지 아버지가 불을 켜
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말없이 저녁을 먹은 우리는 숙제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아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각자 웅크리고 바람 소리 같은 한숨과 신음을 내뿜었다.
377s_$[ScreenRuling]
공부를 아무리 잘하면 뭘 하나. 형은 공부를 잘했다. 아는 것도 많았다. 물어보면 모르는 게 없었다.
효도를 하면 뭘 하나. 형은 어떤 집에서도 부러워하던 효자였고 모범적인 아들이고 모범적인 손자였다.
글을 잘 쓰면 뭘 하나. 형은 국민학교 때부터 백일장에 나가서 빠짐없이 상을 타 왔다. 어디에 가든 일
기를 썼고 편지도 잘 썼다. 실험도 잘했고 호기심도 많았다. 동생들한테 잘해 주면 뭘 하나. 형은 누나
[A]
들이나 만수, 옥희한테 그럴 수 없이 다정하고 살뜰하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었다. 글이며 노래, 바
둑, 한글을 가르쳐 주고 하모니카를 사 주고 책을 읽게 했다. 나무 이름, 풀이름, 별자리를 가르쳐 주었
다. 어릴 적부터 식구들을 대표해 아버지한테도 할 말을 했다. 우리의 우상이 되었다. 마침내 밤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변치 않고 빛나는 별이 되어 버렸다.
형은 툭하면 꿈에 나타났다. 형은 군복을 입고 혼자 베트콩 일개 연대를 무찌르고 무공 훈장을 탔다.
고시에 패스해서 판사가 되었고 나를 한심한 놈이라고 판결했다. 부모님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
면서 그 기대를 배신하면 감옥에 처넣고 굶겨 죽일 것이라고 했다. 형은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
[B]
어내리면서 삐라를 뿌렸다. 금빛 삐라가 공중에서 날아 내리는 것을 보고 수천 명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뛰어갔다. 형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날아갔다. 알약을 보여 주면서 한 알만 먹으면 일주
일 동안 굶어도 된다고 했다. 형을 볼 때마다 약이 올랐다.
점점 집이 싫어졌다.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게 무섭고 싫었다. 내가 날이 이슥하도록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9
현대 소설 11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 가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지만 관심도 없었다.
- 성석제, 「투명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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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188]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고,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각자 웅크리고 바람 소리 같은 한숨과 신음을 내뿜’는 장면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가족과 개인에게 부과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군.
④ ‘베트남 전쟁 기간 중’ ‘고엽제를 지상에서’ ‘직접 가루 형태로 구석구석’ 뿌린 ‘인간 중에 상
당수가 한국군이었습니다.’라는 장면에서 ‘형이 월남에 갔다가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온’ 사건
이 한국인이 공유하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성격의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군.
377s_$[ScreenRuling]
⑤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다.’라고 생각하며 울고,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게 무섭고 싫’다고 느끼는 장면에서 타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윤리가 통용되지 않는 우
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1
현대 소설 1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의 제사에 맞추어 고향인 제주에 내려간 ‘나’는 친척인 순이 삼촌 *이 얼마
전 삼촌 자신의 옴팡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소식을 계기로 제삿날에 모인 집안 어른들은 ‘나’의
어린 시절에 벌어진, 순이 삼촌의 죽음과 관련 있는 30여 년 전의 양민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극 · 수필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30년 동안 여태 단 한 번도 고발되어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
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떨어져 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
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 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
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
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 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
이었다. 그들은 가해자가 쉬쉬해서 30년 동안 각자의 어두운 가슴속에서만 갇힌 채 한 번도 떳떳하게 햇빛
을 못 본 원혼들이 해코지할까 봐 두려웠다.
섣달 열여드레 그날 해 질 녘이 다 되어서 군인들이 두 대의 스리쿼터에 분승해서 떠난 다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운동장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조회대 뒤 우익 가족이 있는 데로 몰려 살아남은 가족
끼리 서로 붙안고서 마을에서 들려오는 타 죽는 소 울음보다 더 질긴 울음을 입에 물고 있었다. 내 입에
서도 겁먹은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운동장의 진창 흙은 함부로 내달린 스리쿼
[B]
터 바퀴 자국으로 여기저기 무섭게 패어 있고, 벗겨진 만월표 고무신짝들이 수없이 널려 있었다. 그 위
로 불타는 마을의 불빛이 밀려와 땅거죽이 붉게 물들었다. 교실 창이 이내 벌게졌다. 그러나 마을 사람
들은 하늘 가득히 붉은 노을처럼 번져 가는 불기운에 압도되어 더욱 서럽게 곡성을 올릴 뿐 누구 하나
울타리께로 가서 불타는 마을을 직접 내려다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중략)
그날 밤 사람들은 한기를 피해 모두 한 교실로 몰려 들어가 서로 붙안고 밤을 지새웠는데, 밤중에 우리들
은 두 번 호되게 놀랐었다. 한 번은 마을에서 대밭이 타면서 마구 터지는 폭죽 소리를 총소리로 잘못 알고
놀랐고, 또 한 번은 죽은 줄만 알았던 순이 삼촌이 살아 돌아와 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렸을 때였다. 삼촌은
밤이 이슥해진 그때까지 시체 무더기 속에 파묻혀 까무러쳐 있었던 것이다. 교실 안에 들어선 당신은 이상
하게도 사람들에게 접근하려 들지 않았다. 길수 형이 가서 소매를 잡고 끌어도 막무가내로 뿌리치고 저만
치 홀로 떨어져 웅크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울지도 않았다. 두 아이를 잃고도 울음이 나오지 않은 것
은 공포로 완전히 오관이 봉쇄되어 버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 울음은 공포가 물러가는 며칠 후에야 둑
이 터지듯 밀려 나올 것이었다.
- 현기영, 「순이 삼촌」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3
현대 소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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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190]
[21001-0191]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5
극 · 수필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중모리>
흥보가 좋아라, 박흥보가 좋아라고, 돈 한 꾸러미를 손에다가 들고 춤을 추면서 논다.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을씨고.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 *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니,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여봐라,
큰자식아. 건넛마을 건너가서, 너의 큰아버지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간에 보자, 얼씨구나 절씨구.
엊그제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더니, 오늘날 부자가 되어 석숭 *이를 부러워하며, 도주공 *을 부러
워하리?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아, 우리 집을 찾아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민 *을 줄란다, 얼씨구나 절씨
구.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아니리>
한참 좋아라고 절굿대춤 *을 추었것다.
“여보시오, 마누라. 우리 굶주리던 속에, 쌀 본 김에 밥이나 좀 해 먹읍시다. ㉡아, 우리 권속 *이 몇이제?
내가 자식 놈들이 어찌 많던지 몇 놈이 된 줄을 모르겄어. 가만히 있자. 음, 아리롱이, 다리롱이, 거맹이,
노랭이, 백산이.”
아, 이 흥보가 아들 이름을 짓는데 개 이름으로 전부 지었것다.
“가만히 있거라. 세 보자. 옳지. 자식이 아홉, 우리 내외 합하니 열하나로구나. 아, 굶던 속에 한 사람 앞
에 쌀 한 섬씩 못 먹겠는가? 쌀 열한 섬만 밥을 해라.”
밥을 해제껴 논 것이 닷 마지기 거름 무더기보다도 더 크것다. 흥보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자식 놈들
굶주렸던 속에 함부로 밥을 먹다 탈이 날까 싶어서, 밥 영(令)을 내리는디,
“너 이놈들! 내 영전에 밥을 먹었다가는 밥으로 목을 베리라!”
해 노니까, 그래도 자식 놈들이 자기 아부지 영을 꼭 지켰던가, 내, 그저 왼통 철환 나가듯이 할라고 그냥 팍
쭈그리고 앉아서, 자기 아부지 영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적에,
“너 이놈들! 숨 쉬어 감서 밥 먹어라!”
허니까 왼통 철환 나가듯이 ‘웽’ 소리만 났제, 자식 놈들은 하나도 없어졌것다. 아, 이놈들이 다 어디로 도망
갔을까? 아, 이놈들이 그냥 어떻게 세게 갔던지, 밥 속으로 가서 푹 박혀 가지고, 속에서 벌거지 그저 나무
좀먹듯 먹고 나오는디, 참, 자식 놈들 밥 먹는 것 기가 막히게 먹는구나.
“여보시오, 마누라, 내 평생에 원이니, 나 그 꾀 *를 몽땅 벗고, 나도 밥 속으로 가서 폭 파묻혀서 먹어 볼
라요.”
“아이고, 영감, 그러면 나도 그럴라요.”
“허허, 이 사람아. 자네가 남녀가 유별한디, 행여라도 그렇게 하면 못쓰는 것이니, 자네는 여기서 밥 먹는
구경이나 허고, 조금만치씩 먹소.”
흥보가 밥을 먹는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똘똘 뭉쳐 가지고 훅 어깨 너머로 던져 가지고 두꺼비
파리 잡듯 딸깍딸깍 받아먹는디, 밥 먹는디 무슨 박자가 있으랴마는, 그 밥 먹는 데도 휘모리로 달아 놓고,
밥을 먹어 보것다.
<아니리>
흥보 자식들이 밥 먹느라고 자기 아버지 죽는 꼴도 못 보것다. 이때 흥보 큰아들놈이 썩 들어오며 제
낏밥 * 먹듯 허것다.
“여, 밥판이 어떻게 되얐소? ” / “아이고, 이 녀석아. 밥이고 뭣이고, 느그 아부지 죽는다!”
“밥 먹다 죽는 게 뉘 아들놈한테 원망을 헌단 말이오? ”
“너 이 녀석아,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 ”
“아, 밥 먹고 죽으면 죽었제, 쓰겄소, 거? 그래, 아부지 이 배가 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스럽게
생겼으니, 한번 튕겨 봅시다.”
‘탁’ 튕겨 노니까, 어떻게 밥을 먹어 놨던지, 뱃가죽이 장구 가죽 되야 갖고 ‘땡그랑’ 소리가 나게 밥을
[A] 먹었던가 보더라. 배꼽에 있는 때가 녹두 알맹이로 그저 똘똘 뭉쳐서 나가는디, 핑기쳐 나가는 소리가
‘팽 팽’ 소리가 나고, ‘땡그랑’ 소리가 나는디 기가 막히것다. 흥보 자식들이 밥을 먹다 땡그랑 소리에
깜짝 놀래 갖고, 우 달려들어 이놈이 땡그랑 탁 튕기고, 저놈이 튕겨서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장단이 맞게 되얐것다. 흥보 자식들이 어떻게 좋던지, 거 여 배를 누르면서 꾹 누르는 것이, ㉣이
때 흥보가 어디 살았는고 하면 팔량치 재 밑에 살았것다. 똥 줄기가 운봉 연재로 그냥 넘어 달아오니까,
그 농군들이 논에서 일을 하다가, 아, 무지갯살같이 그저 불그스름히 넘어오니까 어떻게 놀래 놨던지,
‘황룡 올라간다.’ 하고 전부 절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그해가 운봉 시절은 그냥 몇 해에 풍년이 들어 갖
고 잘되얐제. 이건 잠시 동안에 소리하는 선생, 잠시 저 재담이었다. 흥보가 좋아라고 둘째 통을 들여놓
고 타는디,
<진양조>
“㉤시리렁 실건, 톱질이로고나. 에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르르르. 실건 실건으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
드면,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은금보화가 나오너라! 은금보화가 나오거든 형님 갖다가 드릴란다.”
흥보 마누래 화를 내며, 톱 머리를 시르르르르르르 놓고, 뒤로 주춤 물러서서 자기 영감을 물끄러미 보더
니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안 탈라요. 여보, 영감, 형제간이라 잊었소? 동지섣달 추운 날에, 자식들을 맨발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197
극 · 수필 01
을 벗기여, 몽뎅이 무서워 쫓겨나던 일을 죽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안 탈라요.”
- 작자 미상, 「흥보가(興甫歌)」
* 생살지권: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리. * 석숭, 도주공: 중국의 큰 부자. * 기민: 굶주린 백성.
* 절굿대춤: 팔만 벌리거나 몸의 관절만 움직이거나 또는 아래위로만 움직이며 제멋대로 추는 춤.
* 권속: 한집에 거느리고 사는 식구. * 꾀: 옷. * 제낏밥: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밥.
[21001-0192]
[21001-0193]
[21001-0194]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19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3대
13
극 · 수필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5과장 양반·선비 마당
초랭이: 양반요, 나온 김에 서로 인사나 하소. (인사하는 행동)
양반: 여보게 선비, 우리 통성명이나 하세. / 선비: 예, 그러시더.
(양반과 선비가 서로 절을 하려고 할 때, 초랭이가 양반 머리 위에 엉덩이를 돌려대고 선비에게 자기가 인사를 한다.)
(선비는 부네를 부르고 자리에 앉는다. 양반도 앉는다. 부네는 가만히 선비에게로 가 선비의 어깨를 주무른다. 선비
는 부네가 주무르는 손을 어루만지며, 양반이 보란 듯이 다정스레 대한다. 양반은 선비의 그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다. 초랭이는 이러한 양반의 마음을 읽고 그를 놀려 주기로 생각한다.)
(양반의 ‘오냐’ 소리에 초랭이는 부네의 흉내를 내듯 양반의 어깨를 몇 차례 주무르다가 무릎으로 양반의 어깨를 짓
누르기 시작한다. 양반은 초랭이의 우악스러운 안마에 더 이상 못 참겠던지 초랭이를 뿌리친다.)
(초랭이는 뒤로 나동그라진다. 다시 일어서 양반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려는 행동을 한다. 부네는 어깨 주무르는
것을 그만두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중략)
양반: 얘 부네야, 그래 우리 춤이나 한번 추고 놀아 보자.
(상쇠의 가락에 맞춰 양반, 선비, 부네, 초랭이가 어울려 ‘노는 춤’을 추며 마당은 곧 흥에 넘친다. 그러나 양반과 선
비는 부네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하여 춤은 두 사람이 부네와 같이 춤추려는 내용으로 이어져 간다. 부네는
요염한 춤을 추며 양반과 선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의 심경을 고조시킨다. 이것을 간파한 초랭이는 양반과
선비를 싸움 붙이려는 계략을 꾸민다. 우선 양반에게로 가 무언가를 얘기한다. 이에 양반은 초랭이가 시키는 대로 선비
에게로 가 그를 데리고 그 무언가를 얘기하면 선비는 관중석에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한다. 이를 기회로 양반은 부네와
춤을 계속 추게 된다. 관중 속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던 선비는 부네와 어울려 춤추는 양반을 보고는 ‘속았다’는 생각
에 노발대발하여 양반을 부른다.)
[21001-0195]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1
극 · 수필 02 정답과 해설 82쪽
[21001-0196]
것은?
1637년 1월 18일
18일에 홍서봉, 최명길, 윤휘에게 국서를 주어 적진에 보내니 용골대가 “마부대가 다른 데에 나갔으
니 받지 못하노라.” 하고 또 이르기를, “내일이나 모레 두 날 중에 싸우리라.” 했다. 이때 국서의 내용
은 이와 같았다.
1637년 1월 19일
19일에 최명길과 윤휘가 적진에 가서 국서를 전했으나 끝내 답서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상 * 이하
(以下)가 그냥 돌아오니 참판 한여직이 일렀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3
극 · 수필 03
“ 국서에 한 글자를 쓰지 않았으니 내 이미 답서를 주지 않을 줄 알았노라. 한 글자는 실로 클 ‘거(巨)’ 자
라. 이제 김 공이 하처로 나갔으니 이때를 타서 그 글자를 급히 써야 할 것이오.”
그러자 명길이 “그 말이 옳다.” 하고는 ‘신(臣)’ 자 쓰기를 정하였다. (하략)
1637년 1월 21일
21일 동틀 무렵에 우상 이하가 적진에 가서 국서를 전하고 저녁에 다시 나아가 답서를 받으려 했다. 그러
나 출성하기와 척화 신하들을 잡아 보내는 일을 임금께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적들이 크게 노하여 국
서를 그냥 보내고 ㉠답을 주지 않았다. (하략)
1637년 1월 23일
23일에 임금에게 병이 있어 몸이 불편하였다. 내국이 가져온 약재가 다만 정기산 열 첩뿐이었다. 정
기산 두 첩을 지어 진어하니 즉시 나으셨다.
적이 척화신을 보내지 않는다고 화친을 허락하지 않으니, 체부 * 중군 신성인과 남양군 홍진도, 구굉
[B]
이 밤새도록 적진에 왕래하며 가만히 의논하였다. 그런 후에 수원, 죽산의 장관(장수) 등과 훈련도감 초
관 수백 명을 부추겨 먼저 체부에 갔다. 그리고 칼을 어루만지며, 임금 앞에 가서 척화신을 내놓으라 할
것을 보챘다. 대개 수원 부사는 구인후요, 죽산 부사는 구인기, 군병은 구굉에게 속했고, 신경진이 훈련
대장이었는데, 이것이 모든 군병의 뜻은 아니었다. (하략)
- 작자 미상, 「산성일기(山城日記)」
[21001-0198]
[21001-0200]
[21001-0201]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김상헌이 밖에서 들어와 그 글을 보고는 통곡하면서 찢어 버리고, 인하여 입대(入對)하기를 청
해 아뢰기를, (하략)
•이조 참판 정온(鄭蘊)이 대죄(待罪)하기를, / “신 또한 화친을 배척하였으니, 청나라 진영에 나
아가 죽게 하소서.” / 하니, 상이 따르지 않았다.
•눈이 크게 왔다.
377s_$[ScreenRuling]
㉯ 『인조실록』 1637년 1월 23일 기사 일부
•예조 판서 김상헌이 관을 벗고 대궐 문밖에서 짚을 깔고 엎드려 적진에 나아가 죽게 해 줄 것
을 청하였다.
•세자가 인마(人馬)를 정돈하여 오랑캐 진영에 나가게 하도록 하라고 급히 영을 내리니, 묘당이
회달(回達)하였다. / “신자로서 차마 듣지 못할 일이기에 감히 영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수원(水原)의 장관(將官)들이 정원(政院) 문밖에 모여 화친을 배척한 신하를 내보내도록 청하
였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5
극 · 수필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낙하생: 글쓴이의 호.
[21001-0202]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①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② 질병에 걸리지 않는 좋은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③ 거처를 정할 때에 다른 사람들과 다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④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⑤ 주변에서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77s_$[ScreenRuling]
[21001-0203]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7
극 · 수필 04 정답과 해설 86쪽
[21001-0204]
03 윗글의 구조와 맥락을 <보기>와 같이 나타냈을 때, 이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갈래
극 · 수필
복합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점례: (갑자기 일어서며) 선생님! 선생님! 안 돼요. (하며 뛰어가려 하자 몇 사람이 붙들고 말린다.)
쌀례네: 참어! 점례! 정신을 차리라니까. / 점례: 나도 같이 타 죽을 테야. 대밭으로 보내 줘.
양 씨: (이제 지칠 대로 지쳐서) 아이구, 이 자식아.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네 말대로 팔아나 버릴 것을.
(이때 “저놈 잡아라.”, “누구야.” 하며 외치는 군인들의 목소리. 그와 함께 총소리가 연달아 일어난다. 모두들 겁에
질려서 오른편으로 물러간다. 점례는 그 자리에 서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9
극 · 수필 05
김 노인: 오늘은 귀가 신통히도 잘 들리는구나. 무슨 사냥이냐? 멧돼지 고기에 소주는 제맛이다만…….
(이때 사병 A와 B가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규복을 질질 끌고 나온다. 군중들 사이에 새로운 파동이 퍼진다. 규복을
마당 복판에 눕힌 다음 사병은 군중을 휘돌아본다.)
사병 A: 이 사람이 누구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사병 A: 손을 대지 마요.
점례: (거의 무표정하게) 내가 손을 댔다고 시체가 되살아나서 말을 하진 않을 거예요. 모든 것은 재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하며 서서히 일어선다.)
(하늘이 피보다 더 붉게 타오르자 규복의 얼굴에도 반영되어 한결 처참하게 보인다. 멀리서 까치 우는 소리. 마루 끝
에 앉아 있던 김 노인이 또 밥을 재촉한다.)
-막-
- 차범석, 「산불」
[21001-0205]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1
극 · 수필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하고 손을 흔든다.
(jump* )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계속 흐르고 있다. 최곤, 김 양이 배달해 온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 양,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에 젖어 든다. 석영이 최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양: 아저씨, 이 노래 한 번만 더 틀어 주면 안 돼?
최곤, 보면
그때 석영이 들어온다.
석영: 나와요.
김 양: 손님 다 마실 때까지 옆에 있는 거예요.
최곤 말에 깜짝 놀라는 김 양.
김 양: 아저씨 뭔 이야기를 해?
최곤: 엄마 십팔번이라며. 엄마 이야기해.
밖에서 듣고 있던 박민수와 박 기사가 놀란다. 최곤, 김 양에게 얘기하라고 손짓한다. 석영, 화난 표정으로 최곤을
바라본다.
박 양: 김 양이다.
손님 1: 쟤 저기서 뭐하는 거냐?
김 양(E.* ): 저, 먼저…… 평소 터미널 다방을 이용해 주시는 손님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
INS. 영월 시내 철물점. 철물점 사장,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얘기를 듣고 당황한다. 옆에서 철물들을 정리하던
사장의 와이프가 남편을 째려본다.
스튜디오, 김 양의 말 계속 이어진다.
석영,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최곤을 노려본다. 최곤, 석영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김 양에게 계속 말하
라고 손을 흔든다. 김 양, 잠시 말을 멈추더니 표정이 무거워진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3
극 · 수필 06
김 양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석영의 표정이 동정으로 변한다.
INS. 지국장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사연을 듣고 있는 지국장의 표정 슬프다.
하고는 무너져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최곤이 김 양을 바라보다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을 내보낸다. 김 양의
흐느낌이 노래에 묻힌다. 최곤, 부스를 나온다. 석영이 김 양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최곤이 창가에 선 박민수에게 다가
가면 박민수의 눈이 젖어 있다.
최곤: 뭐야?
박민수: 장마가 지려나?
* jump : 시나리오 용어. 같은 신 내에서 의도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끊는 편집 방식을 의미함.
* INS.(Insert) : 시나리오 용어. ‘일련의 화면 중간에 삽입된 화면’을 의미함.
* E.(Effect) : 시나리오 용어. ‘효과음’을 의미함.
[21001-0208]
[21001-0209]
[21001-0210]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4대 14
극 · 수필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 김 씨는 한강에서 투신하려다 우연히 살아남아 무인도인 밤섬에서 깨어난다. 밤섬
에서 탈출하려던 남자는 버려진 오리 배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쓰레기 속에서 짜장 라
면 양념 가루를 발견한 남자 김 씨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한편 여자 김 씨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
고 방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방 안에서 사진 찍기인데, 우연히 밤섬 쪽을 찍다가 남자 김 씨를 발견한다.
그 후 여자 김 씨는 남자 김 씨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와인병을 이용하여 편지를 보내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S# 75. 숲(낮)
숲속.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와인병. 화면 안으로 남자의 손이 드러나며 와인병을 집어 든다. 보면, ㉠한참 동안 숲
을 뒤진 듯 남자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헉헉헉……. 마침내 발견한 와인병에 뛸 듯이 기쁜 남자. 꼴딱 마른침을 삼키고,
급하게 뚜껑을 열어 병 안에 든 종이를 꺼낸다. 마음을 애써 진정하며 돌돌 말린 종이를 펴는 남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한 남자의 표정. 남자의 손에 들린 종이 위에는 인쇄된 글씨, ‘FINE, THANK YOU AND YOU? ’가 적혀 있다.
S# 76. 모래사장(낮)
모래사장에 글씨를 쓰고 있는 남자. / 남자가 쓰고 있는 글씨는, ‘FINE, THANK YOU.’
S# 77. 밭(오후)
언제나처럼 말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은 남자는 웬일인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고 있다.
뭔가 기억이 안 난다는 듯. 그러던 순간, 기억이 떠오른다.
남자: 아, 맞다. 마니또. 왜 우리 어렸을 때 마니또 게임이라고 있었잖아. 누군지 모르는 애한테서 편지도 받
고, 선물도 받고. 누굴까 궁금해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응? 근데 ㉡누군지 막상 알게 되면, 또 그냥 그
렇고 그래. (배시시) 그러니까, 마니또 게임은 누군지 모르고 있을 때, 딱 그때가 좋은 거야. 그치? 아,
펜팔! 펜팔도 그런 거잖아!
허수아비 : ……. / 남자 : 맞아, 그럼 되는 거야. 그치? 누군지 그런 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안 그래?
이때, 허수아비의 머리가 바람에 슬며시 돌아간다. 그 품새가 영락없는 외면. 남자, 갑자기 정색하며 일어선다.
남자, 허수아비 얼굴을 잡고 돌리려는데, 허수아비 뒤로 비쭉 튀어나온 잎사귀. 남자가 천천히 허수아비를 뽑으면 어
느 틈에 자란 키 큰 식물은,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옥수수. ㉢바라보던 남자의 표정이 점점 환해지기 시작한다.
남자, 허수아비를 번쩍 들어 왈츠를 추듯 빙글빙글 돈다. / 밭 한가운데 그렇게 빙글빙글 돌며 환호하는 남자와 허수아비.
(중략)
S# 98. 짜장면 완성(오후)
모래사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을 그릇에 담는 남자. 양념 가루를 들어 조심스럽게 찢는다. ㉣찢는 손길이 가볍게
떨린다. 툭 툭 툭 양념 가루의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털어 낸다. 잘 익은 노란 면 위에 뿌려지는 검은 양념 가루. 나무젓가
락을 꺼내 쓱쓱 면과 양념 가루를 비비는 남자. 금세 시커멓게 변하는 면발. 마침내 어느 정도 비벼진 면을 잠시 바라보
는 남자. 남자의 표정은 설명할 수 없는 감격으로 가득하다. 작게 벌린 입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호흡이 가늘게 떨린다.
드디어 완성된 남자만의 짜장면을 한 젓가락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후루룩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면발. 우걱우걱 씹
는 남자의 감정이 어느 순간 북받친다. 감정을 누르고 다시 한 젓가락을 입속에 넣는다. 우걱우걱 씹을수록 점점 더 뜨거
워지는 눈시울. 다시 북받치는 감정. 어느새 뚝뚝 떨어지는 굵은 눈물. 남자, 입가가 시커멓게 되도록 짜장면을 욱여넣어
보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길 없다. 애써 웃어 보려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이제껏 흘려 본 적 없는 눈물. 말
하자면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눈물이다. 그렇게 입안 가득 짜장면을 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남자.
S# 99. 방(오후)
여자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남자의 사진들로 도배된 벽면. 방금 인쇄한 남자의 사진을 붙이는 여자. 보면, 짜장면을 한가득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얼굴. 바라보는 여자의 눈가도 투명하게 촉촉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사진 속 남자의 눈물을 쓱 닦
아 주는 여자. 여자의 눈에서 한 줄 ⓑ눈물이 흐른다.
S# 101. 방 안(밤)
달빛이 드리운 한밤의 방 안. 드르륵 조용히 미닫이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방 한복판 맨발로 선 여자. 쓰레기들을
한쪽으로 대충 밀치고 자리를 잡고는 천천히 몸을 눕힌다.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커튼. 창가를 바라보던 여자. 시선이
어느새 평온하게 감긴다.
- 이해준, 「김 씨 표류기」
[21001-0211]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7
극 · 수필 07 정답과 해설 89쪽
[21001-0212]
[21001-0213]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9
극 · 수필 08
니다. 우리들이 맺는 인간관계의 넓이가 곧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의 크기입니다. 그러기에 그
것은 우리들의 일상(日常)에 내장되어 있는 ‘안이한 연루(連累)’를 결별하고 사회와 역사와 미래를 보듬는
너른 품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그동안 만들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만나는 연대의 장
소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발의 임자를 깨닫게 하는 ‘교실’입니다. 만약 ㉣당신이 대학이 아닌
다른 현장에 있다면 더 쉽게 그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수능 시험 성적 100점은 그야말로 만점인 100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올해 당
신과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67만 5천 명의 평균 점수입니다. 당신은 친구들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간은 풍요한 자리입니다. 수많은 곳,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보다 더 큰 자유와 낭만은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다가 넓고 밝은 길로 나오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실개천도 이윽고 강을 만나고 드디어 바다를 만나는 진리를 감사하였습니다. 주춧돌에서부터 집을 그리는
사람들의 견고한 믿음입니다. 당신이 비록 지금은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
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로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
리라 믿고 있습니다. 드높은 삶을 ‘예비’하는 진정한 ‘합격자’가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어
디쯤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신영복,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21001-0214]
[21001-0215]
[21001-0216]
① ㉠: ‘대학의 강의실’이나 ‘공장의 작업대’와 같은 장소의 구분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군.
② ㉡: ‘당신’이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사회’로 진출한 것이라면 실천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현장’에 있다는 의미이군.
③ ㉢: ‘대학의 교정’에서는 ‘더 많은 발’이 의미하는 실천이 아닌, 이론과 실천이 이루는 조화
와 그것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이 가장 우선시된다는 의미이군.
④ ㉣: ‘다른 현장’에서는 ‘당신’이 곧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욱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군.
⑤ ㉤: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한 노력이 필요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하다는 의미이군.
377s_$[ScreenRuling]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21
갈래 복합 0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뎨 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텬샹(天上) 옥경(白玉京)을 엇디야 니별(離別)고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어와 네여이고 이내 셜 드러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가마 /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젼혀 업서 / 이야 교야 어러이 돗디
[A]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다신고 /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여니
내 몸의 지은 죄 뫼티 혀시니 /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조믈(造物)의 타시로다
글란 각 마오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 믈 얼굴이 편실 적 몃 날일고
츈한고열(春寒苦熱)은 엇디야 디내시며 / 츄일동텬(秋日冬天)은 뉘라셔 뫼셧고
쥭조반(粥早飯) 죠셕(朝夕) 뫼 녜와 티 셰시가 /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님다히 쇼식(消息)을 아므려나 아쟈 니 /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둘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롬은니와 안개 므 일고 / 산쳔(山川)이 어둡거니 일월(日月)을 엇디 보며
지쳑(咫尺)을 모거든 쳔 리(千里) 라보랴 / 하리 믈의 가 ㉢ 길히나 보랴 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강텬(江天)의 혼자 셔셔 디 구버보니 / 님다히 쇼식(消息)이 더옥 아득뎌이고
㉣모쳠(茅簷)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 반벽쳥등(半壁靑燈)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헤며 바자니니 / 져근덧 녁진(力盡)야 픗을 잠간 드니
졍셩(精誠)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 옥(玉) 얼굴이 반(半)이 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 니 /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며
졍(情)을 못다 야 목이조차 몌여니 / 오뎐된 계셩(鷄聲)의 은 엇디 돗던고
어와 허(虛事)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창(窓)을 열고 라보니 /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낙월(落月)이나 되야 이셔 / 님 겨신 ㉤창(窓) 안 번드시 비최리라
각시님 이야니와 구비나 되쇼셔
- 정철, 「속미인곡(續美人曲)」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 밤송인 쭉으렁: 우리 속담에 ‘쭈그렁밤송이 삼 년 간다’는 말이 있음. 병이 많은 사람이 그대로 목숨을 이어 가는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임.
* 바릿밥: 여자의 밥그릇에 담긴 밥으로, 어머니 몫의 더운밥을 뜻함.
* 보공: 관 속에 시신을 눕힌 다음 관의 빈 곳을 채우는 물건. * 욱은: 우거진.
377s_$[ScreenRuling]
[21001-0217]
[21001-0218]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3
갈래 복합 01 정답과 해설 93쪽
[21001-0219]
[21001-0220]
갈래 복합 0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도연명(陶淵明) 죽은 후에 또 연명(淵明)이 나단 말이
밤마을 옛 일홈이 마초아 틀시고
도로와 수졸전원(守拙田園) *이야 긔오 내오 다르랴 <제1곡>
㉠질가마 조히 씻고 바위 아래 물 길어
팥죽 달게 쑤고 저리짐 끄어내니 *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노라 <제5곡>
어와 저 백구(白鷗)야 무슨 수고 하고냐
갈대숲으로 서성이며 고기 엿보기 하는구나
나같이 군마음 없이 잠만 들면 어떠리 <제6곡>
추강(秋江) 밝은 달에 일엽주(一葉舟) 혼자 저어
낚대를 떨쳐 드니 자는 백구(白鷗) 다 놀란다
어듸셔 ㉡일성어적(一聲漁笛)은 조차 흥(興)을 돕나니 <제9곡>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5
갈래 복합 02
에, 이익을 노리는 사람은 시장에 묻혀, 비록 형(衡)·여(廬)·호(湖)·상(湘)이 굽어보고 쳐다볼 수 있는 가
까운 거리에 널려 있어 장차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그런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
면, 사슴만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 돈만 움키느라 사람을 보지 못하고, 아주 작은 것은 살피면서도 수레
의 짐은 보지 못하니, 이는 마음에 쏠리는 일이 있어 눈이 다른 데를 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좋아하
는 세력 있는 사람들은 관(關)을 넘고 진(津)을 건너 터를 잡고는 ㉣산수놀이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고매(高
邁)한 체하지만, 강락(康樂)이 길을 내자 주민들이 놀랐고, 허사(許汜)가 집터를 묻자 호사(豪士)들이 꺼렸
으니, 그러지 않는 것이 도리어 고매하다.
서울 남쪽에 너비가 1백 묘(畝)쯤 되는 못이 있는데, 살림하는 여염집들이 빙 둘러 있어 즐비하고, 이거나
지고 타거나 걸어 그 옆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앞뒤에 연락부절한다. 어찌 뛰어나게 그윽하고 훤칠하게
넓은 지역이 이 안에 있을 줄 알랴? 후(後) 지원(至元) 정축년 여름 연꽃이 만발했을 때에 현복군(玄福君) 권렴
(權廉)이 보고는 사랑하여 바로 못 동쪽에 땅을 사서 누각 을 세웠다. 높이는 두 길이나 되고, 연장(延長)은
세 발[丈]이나 되는데, 주추가 없이 기둥을 마련하였음은 썩지 않도록 한 것이요, 기와를 덮지 않고 띠로 이었
음은 새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 서까래는 다듬지 않았지만 굵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며, 벽토는 단청(丹靑)
하지 않았지만 화려하지도 않고 누추하지도 않아 대략 이러한데, ㉤온 못의 연꽃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이에 그의 아버지 길창 공(吉昌公)과 형제·인아(姻婭)들을 초청하여 그 위에서 술을 마시며 화평하고 유
쾌하게 놀아 하루해가 지는데도 돌아갈 줄 몰랐는데, 대자(大字)를 잘 쓰는 아들이 있으므로 ‘운금(雲錦)’ 두
자를 쓰도록 하여 누각 이름으로 걸었었다.
나는 한번 가 보니 향기로운 붉은 꽃과 푸른 잎의 그림자가 가없이 펼쳐져 이슬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
며, 연기 낀 파도에 일렁이어 소문이 헛되지 않다고 할 만했다. 어찌 그것뿐이랴? 푸르른 용산(龍山)의 여러
봉우리가 처마 앞에 몰렸는데 밝은 아침 어두운 저녁이면 매양 형상이 달라지며, 건너편 여염집들의 집자
리 모양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으며, 지거나 이고 타거나 걸어 왕래하는 사람들 중의 달려가는 사람, 쉬
는 사람, 돌아다보는 사람, 손짓해 부르는 사람과 친구를 만나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 존장(尊長)을 만나
자 달려가 절하는 사람들이 또한 모두 모습을 감출 수 없어 바라보노라면 즐겁기 그지없다. 저쪽에서는 한
갓 못이 있는 것만 보이고 누각이 있음은 알지 못하니, 또한 어찌 누각에 있는 사람을 알겠는가? 진실로 올
라가 구경할 만한 경치가 반드시 궁벽하고 거리가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조정이나 시장에만 마음
이 쏠리고 눈이 팔려 우연히 만나면서도 있는 줄을 알지 못한 것이며, 또한 하늘이 만들고 땅이 숨겨 경솔히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권렴은 허리에 만호후(萬戶侯)의 병부(兵符)를 차고 외척(外戚)의 권세를 누리면서, 나이는 아직 옛날 강
사(强仕)하던 나이가 채 못 되니, 부귀와 이록(利祿)에 빠져도 취하기 십상인데도 능히 인자(仁者)와 지자
(智者)들이 좋아하던 바를 좋아하며, 주민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도 않고 호사(豪士)들에게 꺼림을 받지도 않
으면서, 갑자기 뛰어나게 그윽하고 훤칠하게 넓은 지역을 시장이나 조정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이 미
치지 못하는 곳에서 찾아내어 소유해서 어버이를 즐겁게 하고 손님에게까지 미치며, 자신을 즐겁게 하고
남에게까지 미치니, 이야말로 가상하다. 익재 거사(益齋居士) 아무는 기한다.
- 이제현, 「운금루기(雲錦樓記)」
[21001-0221]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7
갈래 복합 02 정답과 해설 95쪽
[21001-0224]
[21001-0225]
① (가)의 화자는 ⓐ를 활용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 이름을 근거로 자신의 귀거래 이후의 삶
이 도연명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② (가)의 화자는 ⓑ를 활용하여 자신이 강산과 풍월이 있는 전원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일어나
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③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가까운 곳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있어도 이를 발견하지 못
하는 당시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④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강락과 허사와 같이 스스로 고매한 척하는 삶의 태도를 지니
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⑤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속세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사랑하
는 마음을 지닌 권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나타내고 있다.
가 서생 숙 이라는 자가 서울의 번화하고 부유한 곳에서 생장하였으나 정신이 한가롭고 마음이 고요하여
물건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과 가산의 유무(有無)가 무슨 일인지 묻지 않으며, 장기와 바둑, 오만함
과 방탕함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오직 문을 닫고 책만 읽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에 일찍이 나에게 글을 배웠는데 중간에 병으로 공부를 중지하였고, 또 황제와 기백의 의술을
익혀서 다소 그 의취를 알았는데, 알고 지내던 유력자에게 만류당하여 고습과 도검 *의 사이에 종사한 지가
10여 년이 되어 절충장군의 품계를 얻었으나 장차 노쇠한 나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는 개연히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글을 배웠으나 이루지 못했고, 의술을 배웠으나 통달하지 못했고, 군문에서 일하였으나 또한 공을
세우고 업적을 세우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이가 빠지고 머리가 세었으며 지기(志氣)가 저하되
어 당세에 써먹을 수가 없으니, 차라리 넓고 조용하고 적막한 물가에 스스로 물러나서 한가롭고 편안하
게 소요하면서 제 몸을 마쳐야 할 것입니다. 가평의 조종현 비렴산 아래에 살 곳을 정하니, 이곳에는 큰
냇가에 큰 바위가 솟아 있는데, 두 뿔이 우뚝 솟아 꿈틀꿈틀하여 마치 물을 마시는 용 모양과 같으므로 용
암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저는 그 위에 한 칸의 정자를 짓고 마음대로 구경하며 회포를 부치는 장소로
삼았습니다.
저는 이미 문장을 잘하지도 못하고 무예를 잘하지도 못하여 한 사람의 곤궁한 늙은이일 뿐이니 이곳이
훌륭한 인물을 만나 명승지로 일컬어지게 할 수가 없으며, 이곳 또한 궁벽한 산중의 황폐한 곳일 뿐 깨끗
하고 수려하며 빼어난 구경거리가 없어서 시인과 일사(逸士)들이 놀고 감상할 장소가 될 수 없으니, 진실
로 시부(詩賦)에 읊조리고 문장에 나타내어 후세에 전할 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지위의 높고 낮
음에 관계없이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자를 군자라 하고, 땅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남이 빼앗으려고 다
투지 않는 곳을 고요하고 한가롭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진실로 이 땅을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이 땅도 저를 만난 것을 꼭 불행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니, ㉠공은 저를 위하여 용암정 기문을 지어 주
시겠습니까? ”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러고말고. 내 그대의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내가 병조 판서를 맡았을 때에
그대도 편비가 되었는데, 그때 그대와 같이 있던 무리들 중에는 재주 있고 민첩하여 일을 맡길 만하다고
이름나 그대보다 우위에 있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그 사람들의 소행을 평소 살펴보면 혹
은 파리 머리만 한 작은 이익을 사모하여 죽을 곳으로 달려가 형벌을 받고 질곡에 빠진 자가 있으며, 혹은
분수에 맞지 않는 복을 바라고 무망한 사람 *을 본받아서 끝내 몸을 죽이고야 마는 형벌을 당한 자도 있
다. 그런데 오직 그대만은 홀로 물욕 밖에 초연하여, 살아가는 일을 한 바위 위에 맡겨서 비록 오랫동안
곤궁하고 굶주려도 마음에 달게 여기고 후회함이 없으니, ㉡지난날 재주 있고 민첩하여 일을 맡길 만하
다고 이름났던 자들에게 비한다면 그 득실이 어떠한가?
내 들으니 용이라는 물건은 본래 숨고 감추는 것을 덕으로 여겨서 혹은 깊은 못 속에 칩거하고 혹은 더
러운 진흙 속에 서려 있으며, 또 혹은 변하여 북이 되고 사람의 손톱 속으로 들어오기도 하는 바 *, 이는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9
갈래 복합 03
모두 자취를 감추어 그 몸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라 한다. ㉢지금 그대가 이 정자에 처하기를 깊은 못에
처하고 진흙 속에 처하듯 하고 북 같고 손톱같이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이 정자에 올라 바라볼 때에 산천
이 두 손을 마주 모아 읍하는 듯한 형세와 마주치게 되며 아지랑이와 구름이 변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
다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하였으니 말할 만한 것이 없고, ㉣비록 말한다 하더라도 또 어찌
그대에게 보탬이 되겠는가.”
서생이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하므로 마침내 이것을 써서 용암정 기문으로 삼는 바이다.
- 남구만, 「용암정기(龍巖亭記)」
* 고습과 도검: 고습은 군복의 아랫도리를, 도검은 두 종류의 병서를 이르는 말로, 병법에 조예가 깊음을 뜻함.
* 무망한 사람: 무망은 의외(意外)와 같은 말로, 바라서는 안 될 것을 바라는 사람을 이름.
* 용이라는 물건은 〜 하는 바: 선율사라는 사람이 손톱을 치니 흑룡 한 마리가 손톱 속에서 나와 날아갔다는 고사를 빌려 옴.
[21001-0226]
[21001-0227]
[질문의 네 가지 종류]
대답하기 쉽다.
ⓑ ⓐ
깨달음이 없다. 깨달음이 있다.
ⓒ ⓓ
대답하기 쉽지 않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5대 15
갈래 복합 03 정답과 해설 96쪽
[21001-0228]
① (가)가 ‘은거’라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고 있다면, (나)는 ‘생명이 있는 존재’
라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고 있군.
② (가)에서 ‘용’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속성은 ‘서생’이 앞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덕성과 연결이
되어, 글쓴이가 ‘서생’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활용되고 있군.
③ (가)에서 ‘용’이 변하여 북이 되고 손톱 속에서 지내는 것과 ‘서생’이 자취를 감추어 몸을 온
전히 하는 상황을 유추로 연결하는 과정에는 결함이 나타나고 있군.
④ (나)의 ‘꽃들’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품성은, 글쓴이에게 수렴되어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여러 가지 품성으로 연결되고 있군.
⑤ (나)의 글쓴이가 말하는 ‘꽃들’에 대한 평가 역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두
대상의 모든 측면을 동일하게 대응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군.
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 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3
갈래 복합 04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 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물을 떠다 주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을 들어
주는 데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그에게는 백천 마디 좋은 말보다는 다사로
운 손길이 그리웠던 것이다.
이제는 가고 안 계신 한 노사(老師)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노사의 모습이다.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
떡 않던 아름드리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
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A]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 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정
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
럼 수척하다.
사밧티의 온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시킨 것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
력이 아니었다. 위엄도 권위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였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 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 법정, 「설해목」
[21001-0230]
[21001-0231]
[21001-0232]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5
갈래 복합 04 정답과 해설 98쪽
[21001-0233]
[21001-0234]
가 [앞부분의 줄거리] ‘나’는 ‘철’에게 어느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둔감하고 좀 모자란 형과 그런 형을 외면하며
살아가던 동생은 6·25 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북쪽으로 끌려가던 길에 만나게 된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그러나 이튿날 저녁이면, 형은 더욱 신명이 나서 밥 한 덩이를 전부 동생 앞에 내밀었다.
“자, 너 다 묵어.” / 동생이 반을 가르려 들면,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난, 때때루 아침에두 얻어먹잖니? 아침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능 거다. 널 안 줄래 안 주는 게 아니구……
다른 새끼덜 눈이 있어 놔서…… 이렇게 밤까지 기대릴람 하루 종일 주머니다 넣어 둬야 되겠으니, 손으로
377s_$[ScreenRuling]
주물럭거려서 손때가 다 옮아 오르구…… 또 사실 견딜 수가 있니? 목이 닳아서, 히히히…….”
동생도 형의 고집을 아는 터라 혼자서 다 먹곤 했다.
㉤형은 벌쭉벌쭉 웃으며, 동생 손에 있는 밥 덩이를 만져 보면서,
“좀 퍼뜩퍼뜩 먹으려무나, 오무작오무작거리지 말구. 어떠니? 오늘 저녁 건 쌀알이 좀 많니? 좀 괜찮은
것 같니? ”
이러면서 침을 꿀컥 삼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엔 이렇게 동생이 한 덩이를 다 먹어 치웠을 때 형은 갑자기 또 울음이 터졌다.
“……? ” / 동생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형은 동생의 허벅다리를 마구 꼬집어 뜯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는 사이에 동생은 이런 형 앞에 지난날 스스로가 간직하고 있었던 오연함을 그대로 유
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이 남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물론, 좀 어처구니없었으
나 이런 형인 까닭으로 해서 도리어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헤죽하게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싱거운
뒷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형의 모습이긴 하다! 생각하며, 이런 꼬락서니로 형과 만나진 데 쓴웃음을 지으
면서도 이런 형일수록 오히려 형다운 것이, 어처구니없는 즐거움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종래의
모든 것을 철저히 단념해 버리고 잃어버린 지금 마음 밑바닥에 철저한 무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자신하면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7
갈래 복합 05
서도 이런 형의 그 마음 가락에 휩쓸려 들어가는 스스로를 의식하며 벅차게 서러워 오고 지난날의 형에 대
한 스스로가 후회되며, 더불어 엉뚱한 향수 같은 것이 즐거움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지금 이런 형에
게서 의지 논리로써 얻어진 신념 같은 것이 멀리 미치지 못할 어떤 위엄 같은 것조차 느껴지는 것이었다.
- 이호철, 「나상」
나 [앞부분의 줄거리] 트럭에 상자를 옮기는 일을 하는 창고지기 자앙은 꼼꼼하고 성실하지만, 동료인 기임은 일을 대충 처
리한다. 기임은 트럭 운전수의 딸인 다링과 사귀며 술에 취해 들어오고, 자앙은 기임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북어 해장국을 끓
여 준다. 창고지기 생활에 싫증이 난 기임은 상자 하나를 일부러 잘못 실어 보내 놓고 자앙에게 이야기한다. 자앙은 상자 주인
에게 편지를 써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고, 기임은 다링을 따라 창고를 떠나려고 한다.
(창고 밖으로 상자들을 옮기고 있던 자앙과 트럭 운전수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다. 자앙은 트럭 운전수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도록 간청하고 운전수는 목청을 높여 가며 거절의 이유를 설명한다.)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기임: (자앙에게서 스웨터를 받아 몸에 대본다.) 근사한데!
다링: (자앙의 침대 밑을 바라보며) 좋은 건 이 속에 다 있잖아요! 이걸 가져가도 돼요?
기임 : 안 돼, 그건 손대지 마. / 자앙 : 가져가요.
다링: (자앙의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낸다.) 이건 뭐죠?
377s_$[ScreenRuling]
자앙: 북어 대가리죠. 그건 가져가세요. 꼭 필요할 겁니다.
다링: 북어 대가리……?
기임: 이게 왜 필요한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상자를 열어서 북어 대가리를 하나 꺼내 자앙에게 준다.) 난
너한테 이것밖에 줄 게 없군. 내 생각이 날 거야, 항상 곁에 두고 보라구.
자앙: (북어 대가리를 받으며) 그래, 언제나 내 곁에 두고 볼게.
(창고 밖에서 트럭의 재촉하는 경음기가 울린다. 미스 다링은 서둘러서 물건들을 담요에 담는다.)
(기임과 미스 다링, 창고 밖으로 나간다. 자앙은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놓고, 떠나는 기임을 바라본다. 창고 문 앞
에서 자앙과 기임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9
갈래 복합 05
(창고 밖으로 떠나는 것이 즐겁다는 기임의 환호성이 들린다. 트럭 운전수와 다링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잠시 후, 트
럭이 경음기를 울리며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창고는 조용해진다. 자앙, 식탁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늙고 허약해진
모습이다. 그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북어 대가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앙: 그래, 나도 너처럼 머리만 남았군. 그저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만…… 덜
렁…… 남은 거야. (두 손으로 북어 대가리를 집어서 얼굴 가까이 마주 바라보며) 말해 보렴, 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토록 오랜 나날…… 나는 이 어둡고 조그만 창고 속에서…… 행복했었다. 상자들
을 옮겨 오고…… 내보내며……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뿌듯한…… 그게 내 삶
을 지탱해 왔었는데…… 그러나 만약에…… 세상이 엉뚱하게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창고 속
에서의 성실함이…… 무슨 소용 있는 거지? (사이) 북어 대가리야, 왜 말이 없냐?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 왜 대답이 없어?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아냐, 내 의심은 틀린 거야. 덜렁 남은 머릿속
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잘못됐다구 판단해선 안 돼. (핸들 카에 실린 상자를 서류와 대조하며 혼자서 쌓기
시작한다.) 제자리에 상자들을 옮겨 놓아라! 정확하게 쌓아! 틀리면 안 돼! 단 하나의 착오도 없게. 절
대로 틀려서는 안 된다!
(자앙, 느릿느릿 정성을 다해 상자들을 쌓는다. 무대 조명, 서서히 자앙에게 압축되면서 암전한다.)
-막-
- 이강백, 「북어 대가리」
[21001-0235]
[21001-0236]
정답과 해설 100쪽
[21001-0237]
① 자앙이 ‘편지를’ ‘제발 보내야 해요!’라고 하면서 ‘상자 주인에게는 반드시 알려 줘야죠. 엉뚱
하게 바뀐 상자 하나 때문에 뭔가 잘못 만들어지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하며 걱정하는 것으
로 보아 주어진 일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난 말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싣고 왔다가 그냥 실어 가는 거라구.’라는 운전수의 말
과 ‘제자리에 상자들을 옮겨 놓아라! 정확하게 쌓아! 틀리면 안 돼! 단 하나의 착오도 없게.’라
는 자앙의 말을 통해 기계의 부품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운전수가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노름꾼이라 하듯이 나도 그들을 별명으로만 불러.’
라고 하면서 ‘분배 반장’을 ‘딸기코’로, ‘접수 반장’을 ‘외눈깔’로 부르는 것을 통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④ ‘막상 떠나려니까 조금은 서운하군.’이라고 하면서 창고를 떠나려는 기임에게 ‘제발 가지 말
아! 이 창고도, 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잖아? ’라고 말하며 말리는 것으로 보아 세상과 자신
의 관계에 대해 자각하지 못했던 자앙이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음을 확
인할 수 있군.
⑤ 자앙이 ‘머리만…… 덜렁…… 남은’ ‘북어 대가리를’ 보며 ‘만약에…… 세상이 엉뚱하게 잘
못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창고 속에서의 성실함이…… 무슨 소용 있는 거지? ’라고 말하
는 모습을 통해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무기력한 현대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1
갈래 복합 06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의 줄거리] 남궁에서 생활하던 궁녀 열 명 중 운영과 자란을 비롯한 궁녀 다섯 명이 안평 대군의 명으로 서궁으로
옮긴다. 이로 인해 운영은 김 진사에게 편지를 전할 길이 없어지고, 자란은 빨래를 빌미로 궁 밖으로 소풍을 가는 행사 때, 무녀
를 만나 김 진사에게 편지를 전하는 꾀를 낸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남궁의 궁녀들은 장소 문제로 서궁 궁녀들과 다투고, 자란
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홀로 남궁을 찾는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3
갈래 복합 06
까 네 시외삼촌 말이다, 걔가 가끔 들락거렸는데, 걔가 돈 사고 치면, 그래, 이제 너한테 못 할 말이 어디
있겠냐, 그러면 언니가 몇 번 물어 주고 그랬지. 그러다가…….”
우리는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 서너 명이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
다. 어머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야 다시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게 재작년 가을인가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편지 한 장만 써 놓고 사라졌다. 자기를 절대 찾지 마라,
당분간 모든 관계를 끊고 살겠다,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 마음이 변하면 돌아오
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참 내용도 놀라웠지만, 그러니까 그게 뭐냐? 너는 글을 쓰니 알겠지. 그걸
뭐라고 그러냐? ” / 나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글에 담긴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글자도 아니고, 글씨체도 아니고.” / “문체요?”
“문체? 그런 걸 문체라고 하냐? 나는 모르겠다. 우리 언니도 옛날엔 글쟁이가 되고 싶어 했지. 널 보면 반
가워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언니 편지를 읽는데, Ⓐ 문체인지 뭔지에 깃들어 있는 마음이나 기분 같은
게 으스스하게 느껴지는데, 못된 말을 쓴 것도 아니고 다 평범한 말뿐이었는데, 이상하게 무섭고 서럽더
라. 난 그게 뭔지 궁금하다. 도대체 그게…….”
[중략 부분의 줄거리] ‘나’는 시이모님의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21001-0240]
[21001-0241]
[21001-0242]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5
갈래 복합 06 정답과 해설 103쪽
[21001-0243]
① (가)와 (나)에는 사회 구조의 모순을 인식하고, 이에 저항하여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진취적
인 여성상이 나타난다.
② (가)와 (나)에는 개별적 존재로서 여성의 삶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삶에 우선하는 사
회적 분위기가 나타난다.
③ (가)에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나)에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부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④ (가)에는 불합리한 사회 제도로 인해 개인의 욕망을 억압받는 여성이 등장하고, (나)에는 관
습적 차원에서 남성 중심주의로 차별받는 여성이 등장한다.
⑤ (가)에는 자신의 삶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하고, (나)에는 제도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삶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21001-0244]
05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의 서술상 특징을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는 소풍 장소 문제로 인한 궁녀들의 갈등이 주요 사건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그 사건의 서술
자는 장면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궁녀들과 동료 관계에 있는 운영으로 설정되어 있고, (나)는 시
이모님의 기구한 삶이 주요 사건으로 제시되어 있고, 시이모님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나’
가 서술자로 설정되어 있다.
주관화의 장르인 서정시에서는 대개 자아의 상황과 정서를 중심으로 사물이나 사건 등 외부의 세계를 해
석하고 수용한 결과를 노래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이때 ㉠자아는 외부의 세계를 자신의 상황이나 정서와
동일시하거나, 반대로 서로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배치하게 된다. 그중에서 후자를 일러 주객 대비 구도라
한다면, 이러한 구도를 가진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우리의 문학사에서 이를 가장 먼저 보여 주는 작품은 유리왕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황조가」이다.
불특정 다수의 입으로 전해지는 소박한 민요에 연원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짧은 시구에서 확인되는 것
은, 정답게 어울려 노는 꾀꼬리 한 쌍과 외로운 이내 몸의 선명한 대비이다. 충족되고 조화로운 외부의 세계
와 무엇인가가 결핍된 화자 자신의 대비인 셈이다.
이와 같은 발상은 모든 서정시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민요에서도 두루 발견되며, 민요의 흔적을 강하게
지닌 고려 속요에서도 종종 보인다. 가령 「만전춘별사」의 2연은 다음과 같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7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6대 16
갈래 복합 07
여기에서 이미 죽은 아내는 해, 꽃, 이슬 등의 자연물과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는 조화를 이룬 세계와 결
핍을 느끼는 인물 간의 대비로 나아가며, 심 봉사의 입장에서 아내와의 사별이라는 상황은 더없이 고독한
삶의 조건으로 각인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에 자신을 비추어 줄 거울을 대면하면 자기 자신을 더욱
선명히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한계인 동시에 삶의 이치이다. 이때 자신의 처지와 대비되는 외부의 풍경이
나 사건은 이러한 인간에게 자신의 반면(反面)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의 유한성이나
불완전성이 자연의 무한성이나 완전성과 병렬되면서 대비될 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비극적 존재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문학에서의 주객 대비 구도는 인간이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신을 보는 시력이 남
을 보는 시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의 문학적 구현으로 볼 수 있다.
[21001-0245]
[21001-0246]
[21001-0247]
[21001-0248]
① [A]의 ‘꾀꼬리’가 화자의 상황과 대비되는 것과 달리, <보기>의 ‘귀또리’는 화자의 ‘뜻’을 알
고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군.
② [A]에서는 ‘꾀꼬리’에 대한 화자의 시선이 단일한 데 비해, <보기>에서는 ‘두어라’를 기점으
로 하여 ‘귀또리’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전환되고 있군.
③ [B]의 ‘도화’와 <보기>의 ‘귀또리’는 모두 조화로운 세계를 표상하는 소재로서 화자의 결핍
된 정서나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군.
④ [C]의 ‘동지 대한 긴긴밤’과 <보기>의 ‘지는 달 새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인물이나 화자
의 결핍감과 유기적으로 조응하고 있군.
⑤ [C]에서 ‘마누라’와 사별한 상황과 <보기>에서 화자가 ‘무인 동방’에 놓여 있는 상황은 모두
삶의 유한성이나 불완전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군.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9
갈래 복합 08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임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 나서 대문 나가 문지방 위에 치달아 앉아 이마에 손을 짚고 오는가 가는가 건넛산 바라보니 거
뭇희끗 서 있거늘 저야 임이로다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 벗어 손에 쥐고 곰비임비 임비곰비 천방지방
[B]
지방천방 진 데 마른 데 가리지 말고 워렁충창 건너가서 정(情)엣말 하려 하고 곁눈으로 흘깃 보니 작년
칠월 열사흗날 갉아 벗긴 주추리 삼대 살뜰히도 날 속여거다
모쪼록 밤이기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웃길 뻔하괘라
[B]에는 임을 기다리는 조바심이 장황한 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임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은
근하게 그려 냈던 전통과는 다르게 이 노래는 부박(浮薄)해 보이는 범속한 행위를 낱낱이 그려 냄으로써 상황
적 정서를 극대화하고 있다. 더욱이 종장에서는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의 정서마저 희화화된 표현으로 드
러낸다. 이러한 인간상의 문학적 형상화는 조선 전기의 노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양상이다.
[C]에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이름난 거부(巨富)인 석숭과 전설적인 애주가인 유령, 이 두 인물을 근거로 하
여 인생무상을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시적 대상을 향한 비난의 어조가 은근하게 이어지는데, 그 대상이
‘먹고 놀 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어서 결국에는 화자 자신이 향락주의에 경도된 범속한 인간임을 드러내게
된다. 이 역시 조선 후기 문학에서 새롭게 출현한 문학적 경향의 일단이다.
이와 같은 범속한 인간형의 출현은 실존 인물이든 문학적으로 가공된 인물이든 모두 조선 후기의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상업 및 유흥 문화의 발달, 화폐 경제의 활성화와 천박한 부자들의 대두, 애정과 같은
현실적 욕망에 대한 긍정, 개인적 삶의 가치에 대한 각성 등이 당대의 사회적 기류를 이루었던 역사적 사실
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조선 후기의 문학 작품을 이러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 비추어 읽는 것도
그 실상에 접근하는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 후기 이전의 문학이 대체로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된 이상적 인간과 이상적 삶을 그려 내는 경향이
우세했다면,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 문학은 한편으로는 그 흐름을 이어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배적
이념의 권위에 대해 의심이 섞인 질문을 던지면서 일상적 삶에 더욱 가까운 인간을 형상화하는 흐름을 보였
던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나 가치를 보여 주는 이런 인물들이 더욱 다
양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은 문학적 근대에 다가서는 한 움직임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21001-0249]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1
갈래 복합 08 정답과 해설 106쪽
[21001-0250]
[21001-0251]
[21001-0252]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어인지 너 온 날 밤이면 잠 못 들어 하노라
- 작자 미상
377s_$[ScreenRuling]
다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 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가운데 똑 끊어지었거늘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홈빨며 * 감빨아 *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
끝 마주 잡아 비부쳐 *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 끊어져 갈 제 모시같이 이으리라
- 작자 미상
* 홈빨며: 흠뻑 빨며.
* 감빨아: 이로 감아 빨아.
* 비부쳐: 비벼서.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3
갈래 복합 09
건 *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 하시는고
- 작자 미상
마 ㉡저 건너 흰옷 입은 사람 잔밉고도 * 얄미워라
작은 돌다리 건너 큰 돌다리 넘어 밥 뛰어 * 간다 가로 * 뛰어 가는고 어허 내 서방(書房) 삼고라쟈
진실(眞實)로 내 서방 못 될진데 벗의 님이나 되고라쟈
- 작자 미상
* 잔밉고도: 몹시 얄밉고도.
* 밥 뛰어: 바삐 뛰어.
* 가로: (다리를) 가로질러.
[21001-0253]
01 (나)의 화자를 여성으로 볼 때, (가)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화자의 심정을 부각하고 있군.
②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제시하고 있군.
③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군.
④ 추상적 대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여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군.
⑤ 행위를 나열하여 내적 갈등이 해소되기까지의 과정을 점층적으로 보여 주고 있군.
[21001-0254]
[21001-0255]
[21001-0256]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④ (다)는 이별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화자의 불만을 여성의 노동에 빗대어 희극적으로 표
현하고 있군.
⑤ (마)는 현실에서는 문제 상황의 해결에 실패했지만 체념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적극적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군.
377s_$[ScreenRuling]
[21001-0257]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5
갈래 복합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7
갈래 복합 10
거렸고, 농부는 이번엔 늙은이의 가슴을 쓸어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년 사내와 청년도 말없이 난롯가로
되돌아갔고 맨 뒤로 몇 발짝 따라 나왔던 미친 여자는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며 도로 의자 위로 엉덩이를 주
저앉힌다.
그사이, 열차는 쿵쾅거리며 플랫폼을 통과하고 있다. 차 내부의 불빛과 승객들의 미라 같은 형상들이 꿈
속에서 보듯 현란한 흔적으로 반짝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위는 아까처럼 다시금 고요해졌
고, 창밖으로 칠흑의 어둠이 잽싸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온다. 열차가 사라진 어둠 저편에서 늙은 역장의 손
전등 불빛이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아까와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은 방금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열차의 불빛이 아직 자신의 망막에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어느 찰나에 피어올랐다가 소리 없이 스러져 버린 눈물겨운 아름다움 같은 거였다고 청년은 생각한
다. 어디일까. 단풍잎 같은 차창들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마지막 가 닿
는 곳은 어디쯤일까. 그런 뜻 없는 질문을 홀로 던지며 청년은 깊숙이 가라앉은 시선을 창밖 어둠을 향해 던
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대합실 벽에 붙은 시계가 도착 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넘긴 채 꾸준히
재깍거리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창밖엔 싸륵싸륵 송이눈이 쌓여 가고 유리창마다
흰 보랏빛 성에가 톱밥 난로의 불빛을 은은하게 되비추어 내고 있을 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댕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
고 있다.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
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 임철우, 「사평역」
[21001-0258]
[21001-0259]
04 (나)는 (가)를 원작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다음을 (나)의 작가가 쓴 구상 노트라고 가정할 때, (나)에서
실현되지 않은 것은?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9
갈래 복합 1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 일어서라 풀아 /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어영차 / 천지에 뿌려라
일어서라 풀아 / 일어서라 풀아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 빗물 마시고
흰 눈으로 펑펑 퍼부으면 / 가슴 한아름
쓰러지는 풀아 / 영차 어영차 / 빛나라 너희
죽은 듯 엎드려 / 실눈 뜨고 있는 것들
-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21001-0262]
[21001-0263]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1
갈래 복합 11 정답과 해설 112쪽
[21001-0264]
[21001-0265]
가 문학에서 현실을 반영하는 형식 중 하나가 풍자이다. 풍자는 표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의 특징, 현실을
바라보는 주체의 태도,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다른 형식과는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풍자가 표현하려
는 것은 현실의 부정적 측면이다. 사회적 모순이나 가치의 전도가 현실의 문제로 인식될수록 문학은 이를 풍
자로 대응하고자 한다. 이때 풍자의 주체가 취하는 태도는 현실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주
체는 인식적·가치적 우위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폭로하고 공격한다. 주목할 점은 풍자에서 비판은 웃음
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풍자의 웃음은 대상을 비웃거나 업신여기는 냉소로, 이를 위해 풍자의 주체는 현실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희화화나 자기 폭로 등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풍자는 현실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독자가 그러한 현실에 냉소하게 하는 문학 양식이다.
이때 풍자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주체는 대부분 서술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식을 대변하는 서술자
를 내세워 부정적 인물의 행동을 희화화하거나 그러한 인물을 비난하는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부각하
[A]
면서 독자의 비판적 인식을 끌어낸다. 반면 서술자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작품도 있다. 이런 작품에서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비난이나 조롱은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서술자의 부정적 측면은 그의
말하기에서 무지와 부도덕함이 드러나는 자기 폭로의 방식으로 부각되며 독자의 냉소를 끌어낸다.
이러한 풍자를 우리 문학사에서 수준 높게 구사한 작가로 채만식과 이문구를 들 수 있다. 채만식은 「태평
천하」, 「치숙」 등의 작품을 통해 일제 강점기 총독부의 우민화 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전도된 가치
의식을 비판하였다. 채만식의 풍자를 계승하는 이문구는 1970년대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산업화되고 근대
화되면서 농촌 공동체가 연대 의식을 잃고 속물화되는 문제를 소시민적 인물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독자의
냉소를 이끌었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7대 17
갈래 복합 12
내지인 학교라야지 죄선 학교는 너절해서 아이들 버려 놓기나 꼭 알맞지요.
그리고 나도 죄선말은 싹 걷어치우고 국어만 쓰고요.
이렇게 다 생활 법식부터도 내지인처럼 해야만 돈도 내지인처럼 잘 모으게 되거든요.
(중략)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 “아첨이요? ”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
수대루 살어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 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건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
가 부른 건 아니니까.” / “그건 무슨 뜻인데요? ”
“네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성명까지 갈고 모든 생활 법도를 일본화하겠다는 것이 말이다.”
“네, 그게 좋잖어요? ”
“그것이 말이다, 진실로 깊은 교양이나 어진 지혜의 판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그도 모를 노릇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보매, 네가 그런다는 것은 다른 뜻으로 그러는 것 같다.”
“다른 뜻이라니요? ” / “네 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이웃의 비위를 맞추고 하자고…….”
“그야 물론이지요! 다이쇼의 신용을 받어야 하고, 이웃 내지인들하구도 좋게 지내야지요. 그래야 할 게
아니겠어요? ” / “…….”
“아저씨는 아직두 세상 물정 을 모르시오. 나이는 나보담 많구 대학교 공부까지 했어도 일찌감치 고생살
이를 한 나만큼 세상 물정은 모릅니다. 시방이 어느 세상인데 그러시우? ”
“이 애? ” / “네? ”
“네가 방금 세상 물정이랬지? ” / “네.”
“앞길이 환하니 트였다구 그랬지? ” / “네.”
“환갑까지 십만 원 모은다구 그랬지? ” / “네.”
“네가 말하는 세상 물정하구 내가 말하려는 세상 물정하구 내용이 다르기도 하지만, 세상 물정이란 건 그
야말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 “네? ”
“사람이란 건 제아무리 날구 뛰어도 이 세상에 형적 없이 그러나 세차게 주욱 흘러가는 힘, 그게 말하자
면 세상 물정이겠는데, 결국 그것의 지배하에서 그것을 따라가지 별수가 없는 거다.” / “네? ”
“쉽게 말하면 계획이나 기회를 아무리 억지루 만들어 놓아도 결과가 뜻대루는 안 된단 말이다.”
- 채만식, 「치숙」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5
갈래 복합 12
ⓒ남대문 표는 삼 년을 입어두 새물내만 납디다유. 공중 * 넘우세스럽게시리 * 이유 삼지 말구 얼릉 딴 디
나 가 보유.” / “…….”
두 여자는 입이 모자라 말밑을 못 대는지 잠잠했으나, 그냥 두면 나중엔 별 못 할 소리가 없을 것 같았다.
김이 말했다.
“아따나…… 챙근 엄니두 에지간허슈. 애초 저기헌 사람허구 저기했으야 말이지…… 야중 *에 다 저기허
는 수 있으니께 그냥 주는 대루 받어 나오슈. 이러다가는 일 품 매구 해넘이허겄슈.”
그 말을 계제 * 삼아 창근 어매가 말했다.
“ⓓ남댑문이구 앞댑문이구 간에 수재민 고쟁이 걱정허는 사람은 팔도강산에 느티울 춘자 아버지뿐일뀨.
확실히 ⓔ우리게는 꽃동네 새동네여.”
- 이문구, 「우리 동네 황 씨」
[21001-0266]
④ 아저씨는 ‘나’에게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는 ‘세상 물정’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⑤ 아저씨는 ‘세상 물정’을 사람의 의지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세계의 지배적인 힘이라고 생각
한다.
[21001-0267]
[21001-0268]
[21001-0269]
[21001-0270]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7
DIC 377s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7 대-A앞면__D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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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s_$[ScreenRuling]
문학
학습
실전
3부
수능특강 국어영역
실전 학습 1 회
* 오조도 반포: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어버이에게 먹이를 먹여 준다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
* 구이경지: 오래도록 공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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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자 미상, 「우부가(愚夫歌)」
377s_$[ScreenRuling]
* 승기자를 염지허니: 재주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하니.
* 돈망: 까맣게 잊어버림. * 경계판을 짊어지고: 시비를 가리기 좋아한다는 말.
* 용전여수: 돈을 물처럼 흔하게 씀. * 자장격지: 남에게 시키지 아니하고 손수 함.
[3부] 실전 학습 1 회 271
실전 학습 1 회
[21001-0271]
[21001-0272]
정답과 해설 115쪽
[21001-0273]
[21001-0274]
[21001-0275]
[3부] 실전 학습 1 회 273
실전 학습 1 회
가 우리 집도 아니고 / 일갓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 눈빛 미명은 고요히 / 낯을 덮었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성탄제」
[21001-0276]
[21001-0277]
[3부] 실전 학습 1 회 275
실전 학습 1 회
[21001-0278]
[21001-0279]
[3부] 실전 학습 1 회 277
실전 학습 1 회
* 인정: 밤에 통행을 금지하기 위하여 종을 치던 일. * 파루: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
[21001-0280]
[3부] 실전 학습 1 회 27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8대 18
실전 학습 1 회
“뭐? 집을 발견했다구?”
“그렇다니까. 앞마당은 볼품없지만 뒷마당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몰라.”
“무궁무진?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는 쓰지 말고 좋게 말해 봐.”
정희로서는 ‘무궁무진’이라는 표현이 자기가 써 놓고도 자기가 놀랄 만큼 기가 막힌다고 무릎을 칠 지
경인데 남편은 또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쉬운 말로 좋게 말하란다. 좋게! 나쁘게, 사람 신경질 나는 말로
하지 말라는 거다. / “내 말이 나빠? ”
“기분 나빠. 사람 우습게 만드는 소리 작작 하라구. 집이 있는데 웬 놈의 집? ” / “…….”
정희는 이런 게 ‘집’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는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를 않았다. 대신
눈물만 줄줄 흘러나오는 데는 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정작 환장하겠다는 소리는 남편에게서 나왔다.
“내가 이거 환장하겠구만. 다른 여자들은 말이야, 어떻게 하면 이 집 밑천 삼아 더 좋은 집, 더 큰 집
장만할 생각, 재산 늘릴 생각, 아이들 공부시킬 생각으로 다들 눈이 벌건 세상인데 겨우 집 장만하니
까 이 집 싫다고 딴 집 보러 다녀? 막말로 시골 이사 가면 누가 우리 환영해 준대? 누가 우리 먹여 살
려 준대? ”
[중략 부분의 줄거리] 도시의 집을 세를 준 후 정희의 식구들은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러나 평안하고 조용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골에서도 번개탄 장수의 소음으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정희는 다시 도시로의 이사를 위해 시내로
나가 집을 보러 다니던 중 무례한 남자에게 봉변을 당하며 분노와 서러움을 느낀다. 정희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자
신을 불안하게 만들던 소음 중의 하나인 사냥꾼의 총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3부] 실전 학습 1 회 281
실전 학습 1 회
정답과 해설 120쪽
[21001-0283]
나 바람에 휘엿노라 굽은 솔 웃지 마라
춘풍(春風)에 피온 꽃이 매양에 고아시라 *
풍표표(風飄飄) 설분분(雪紛紛) *할 제 네야 나를 부르리라 *
- 인평 대군
* 고아시라: 곱겠느냐.
* 풍표표 설분분: 바람 속에 눈이 펄펄 날림.
* 부르리라: 부러워하리라.
[21001-0286]
[3부] 실전 학습 2 회 283
실전 학습 2 회
[21001-0287]
[21001-0288]
화될 때도 있다. 이러한 화자와 자연의 다양한 관계 양상은 작품에 따라 독백의 형태로 나타나
기도 하고, 문답이나 대화의 형식을 빌려 제시되기도 한다.
① (나)의 ‘굽은 솔’은 세상의 이치를 구현한 절대적 존재로서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삶의 가
치를 상징하고 있다.
② (나)의 ‘춘풍에 피온 꽃’은 화자가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자연과 하나 된 만족감을 보
여 주고 있다.
③ (다)에서 ‘백구’의 대답은 이상적인 자연에 대한 화자의 동경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④ (다)의 ‘명구승지’는 향유의 대상이 되는 자연으로 화자에게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
⑤ (나)는 (다)와 달리 표면적인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체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앞부분의 줄거리] 임인(壬寅, 기원후 42)년 3월 계욕일(禊浴日)에 아홉 간(干)이 다스리는 땅의 북쪽 구지(龜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백성들이 모였다. 그 소리는 자신을, 하늘이 이곳의 임금으로 명한 존재라고 말하며 백성들이 산봉우리 꼭대
기의 흙을 파며 노래를 부르면 곧 대왕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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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또 가야국(伽耶國)이라고도 하니, 이는 곧 여섯 가야 중의 하나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가서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니 동쪽은 황산강, 서남쪽은 창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이며 남
쪽은 나라의 끝이었다. 그는 임시로 대궐을 세우게 하고 거처하면서 다만 질박하고 검소하니 지붕에
이은 이엉을 자르지 않고, 흙으로 쌓은 계단은 겨우 3척이었다.
즉위 2년 계묘(癸卯, 기원후 43)년 정월에 왕이 말하기를, “내가 서울을 정하려 한다.” 그러곤 이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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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궁궐의 남쪽 신답평(新畓坪)에 나가 사방의 산악을 바라보다가 좌우 사람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 땅은 협소하기가 여뀌 잎과 같지만 수려하고 기이하여 가위 십육 나한(羅漢)이 살 만한 곳이다.
더구나 하나에서 셋을 이루고 그 셋에서 일곱을 이루니 일곱 성인(聖人)이 살 곳으로 가장 적합하다.
여기에 의탁하여 강토를 개척해서 마침내 좋은 곳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
여기에 1,500보 둘레의 성과 궁궐과 전당 및 여러 관청의 청사와 무기고와 곡식 창고를 지을 터를 마
련한 뒤에 궁궐로 돌아왔다. 두루 나라 안의 장정과 공장(工匠)들을 불러 모아서 그달 20일에 성 쌓는
일을 시작하여 3월 10일에 공사를 끝냈다. 그 궁궐과 옥사(屋舍)는 농사일에 바쁘지 않은 틈을 이용하니
그해 10월에 비로소 시작해서 갑진(甲辰, 기원후 44)년 2월에 완성되었다. 좋은 날을 가려서 새 궁으로
옮겨 가 모든 정사를 다스리고 여러 일도 부지런히 보살폈다. / 이때 갑자기 완하국(玩夏國) 함달왕(含
達王)의 부인이 아기를 배어 달이 차서 알을 낳으니, 그 알이 변해서 사람이 되어 이름을 ㉡탈해(脫解)라
했는데, 이 탈해가 바다를 따라 가락국에 왔다. 그는 키가 3척이요, 머리둘레가 1척이나 되었다.
그가 기꺼이 대궐로 나가서 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왕의 자리를 빼앗으러 왔소.” / 하니 왕이 대답했다.
“하늘이 나를 명해서 왕위에 오르게 한 것은 장차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려 함이니,
감히 하늘의 명을 어겨 왕위를 남에게 줄 수도 없고, 또 우리 백성을 너에게 맡길 수도 없다.”
[3부] 실전 학습 2 회 285
실전 학습 2 회
[21001-0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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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생 과정을 거쳐 성장한 존재임을 알 수 있군.
[21001-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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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신화는 나라를 처음 세운 왕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
다. 가야의 건국 신화인 윗글에서도 당대의 사회 모습과 국가의 성립 과정,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
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윗글에서 신라의 신화와 다르게 기록된 부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후대 사람들이 건국 신화를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드러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① 왕이 서울의 궁궐을 공사하는 시기를 정하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을 통해 가야가 농경을
중시한 사회였음을 알 수 있군.
② 왕이 등장하기 전에 땅을 다스린 사람들의 정체를 통해 가야는 부족 사회를 토대로 형성
된 국가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군.
③ 왕이 수도에 새 궁을 쌓으며 마련한 건물들의 용도를 통해 가야는 건국 초기부터 국가의
사무가 분리된 정치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군.
④ 왕이 임시 궁전을 지어 놓고 왕후를 기다리게 된 이유를 통해 가야는 건국 초기 왕의 세
력과 왕후의 세력 간 갈등으로 인해 혼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군.
⑤ 왕과 탈해의 만남에 관한 기사를 신라의 것과 비교한 점을 통해 가야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기록하여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군.
[3부] 실전 학습 2 회 287
실전 학습 2 회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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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려고 애썼다. 높게 짓지 않으려 했고, 외벽도 흙벽의 부드러운 질감을 닮은 마감재를 썼으며,
황토색과 초가지붕 빛깔의 중간쯤 되는 부드러운 색으로 칠했다. 자연 친화적 좋아하네. ⓑ창살도 없는
통유리창을 어쩔 것인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이렇게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착취하다가는 결국
인간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것을 초목이나 산짐승이 알아듣는다면 그런 인간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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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주의에 아마 구역질이 날 것이다. 자연과 문명은 어차피 적대적인 것이 아닐까.
촌구석에서 태어난 내가 처음으로 문명과 충돌한 것도 유리창을 통해서였다. 어머니에 의해 서울로
끌려오다시피 하다가 경유한 소도시 개성에서 나는 처음으로 유리창이라는 걸 보았다. 석양을 반사한
유리창은 화염을 내뿜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엄마 치마꼬리에 매달렸다. 그전부터 나에게 유
리와 불의 이미지는 따로가 아니었다. 오빠가 읍내 소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받아 온 학용품 중 화경
(火鏡)이 내가 난생 처음 본 유리였다. ㉤하필이면 그 볼록한 유리의 쓸모가 불을 만드는 거라니. 화경을
통해 까만 종이 위에 햇빛을 모으면 연기가 모락모락 나면서 타들어 가 구멍이 생겼다. 그걸 가지고 어
른 몰래 장난을 치다가 짚 더미에 불이 옮겨 붙어 집을 태울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무섭고 불길한 물건으
로 온통 창을 싸바른 기차를 타고 도시로 온 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영이별하는 것이었다.
아차산에는 온갖 새들이 산다. 그러나 생긴 걸 보고 이름을 알 수 있는 새는 까치, 참새, 굴뚝새 등 동
네로 자주 내려오는 새들이고, 소리로 무슨 새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소쩍새와 뻐꾹새가 고작이다. 봄부
터 지금까지 산에 온갖 잡새들이 별의별 소리로 지저귀지만 어떻게 생긴 새인지 그 모습을 본 적은 없
다. 나는 혜경이랑 산에 갈 때마다 새소리에 홀린 나머지 죽어서 무언가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새로 태
[3부] 실전 학습 2 회 289
실전 학습 2 회
[21001-0292]
[21001-0293]
[21001-0294]
[21001-0295]
① (가)에서 ‘까마득한 날’의 ‘광야’는 원시적 국토의 모습을 나타낸 공간으로, 일제의 침략
이전 평화를 누리던 민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는군.
② (가)에서 ‘지금’의 ‘광야’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함축하는 공간으로, 암담한 현실 속에서
도 희망을 좇고자 하는 작가의 지향을 반영하고 있군.
③ (가)에서 ‘천고의 뒤’의 ‘광야’는 조국의 미래를 형상화한 공간으로, 작가가 꿈꾸던 민족
사적 가치가 실현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군.
④ (다)에서 ‘이 집’은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되게 하려는 의도에 따라 지어진 공간으로,
글쓴이가 자신의 위선적인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장소이기도 하군.
⑤ (다)에서 ‘아차산’은 죽은 새가 살고 있었으리라고 짐작되는 공간으로, 현대 문명의 폭력
성에 의해 침탈되고 있는 자연을 연상하게 하는군.
[3부] 실전 학습 2 회 29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8p_19대 19
실전 학습 2 회
갑자기 놀이터가 시끌덤벙해졌다. 아이들 한 떼거리가 몰려든 것이다. 계집애들이 재빨리 그네를 차
지해 버리자 사내아이들은 미끄럼틀 쪽으로 우르르 밀려갔다. 지금까지 혼자서 그네에 매달려 있던 꼬
마가 여자애들에게 슬며시 자리를 내주고는 그 옆의 시소로 옮겨 앉았다. 그러고는, 약간 겁먹은 것 같
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표정하며 인상이 조금은 낯익은 기분이어서 그는 은연중에 미소를 띠었다. 노인도 그 모양을 지켜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불쑥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니, 저 아 좀 보래이. 머스마가 우예 저렇기 숫기가 없을꼬? 맴 여린 거 하고, 꼭 니 어릴 때 겉다 카이!”
“제가 말입니까? ”
그도 소리 내어 웃었다.
“하모. 영판 저랬다 아이가. 동네 아이들한테 치이 가주고 삽짝 밖을 잘 안 나갈라 캤디라. 죽은 니 할
매가 마실 갈 때마둥 억지로 데불꼬 댕기고 그랬다 카이. 소핵교 당기면서부텀 쪼매씩 나아지던 거로.”
할머니와 어머니의 치맛자락만 맴돌면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그는 잠시 회상하였다. 하지만 또렷하게
잡혀 나오는 기억은 없었다. 여름 장마철이면 잡풀이 무성하게 돋아나던 안마당이 잠시 떠올랐다. 가을
이면 그곳은 타작마당이 되어 버렸다. 새벽부터 기세 좋게 돌아가곤 하던 탈곡기 소리를, 그는 어렴풋하
게 환청으로 들었다. 언제쯤이던가, 아침에 일어나 뒤란으로 돌아가 보면, 감꽃이 지천으로 떨어져 땅바
닥을 하얗게 뒤덮고 있던 때가? 여름 한철, 높다란 대청마루에 누워서 마음이 흠씬 젖도록 귀 기울이곤
하던 소나기 소리, 매양 코끝에 알싸하게 감겨들던 흙냄새…… 일테면, 삽짝 밖을 벗어나지 않고도 결코
지겹지 않았던 세계다. 그러나 지금은, 문밖에서 나는 좀 피곤하다, 짜증스럽다 하고, 그는 속으로 투덜
댔다.
DIC 377s
[3부] 실전 학습 2 회 293
실전 학습 2 회
[21001-0297]
[21001-0298]
[21001-0299]
[21001-0300]
[3부] 실전 학습 2 회 295
실전 학습 3 회
나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날르다 얼른 돌아오라
처마 난간이
늬들 가여운 속삭임을 지음(知音) *터라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아배 간 뒤 머언 날
아들 손자 잠도 깨우리
㉡문틈 사이 늬는 몇 대째 설워 우느뇨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하늘 날던 은행잎이
정답과 해설 128쪽
㉢좁은 마루 구석에 품인 듯 안겨 든다
자고로 맑은 바람이 거기 살았니라
오! 내 집이라
열 해요 스무 해를
앉았다 누웠달 뿐
㉣문밖에 바쁜 손[客]이
길 잘못 들어 날 찾아오고
[21001-0301]
[3부] 실전 학습 3 회 297
실전 학습 3 회
[21001-0302]
[21001-0303]
나 “네, 우리 형님은 아직 군조예요. 니시무라(西村) 군조, 혹 형공도 아시는지? 그런데 형공은 조선에
오래 계신가요? ” / “네. 난 십여 년래로 그저 내 집같이 드나드니까요.”
하고 궐자 *는 시골자를 한참 멀뚱멀뚱 치어다보다가,
“암, 대구 헌병대의 그 양반이야 알구말구요. 그 양반은 나를 모르실지 모르지만…….”
어째 그 말눈치가 안다는 것보다도 모른다는 말 같다.
“어쨌든 십 년이라면 한밑천 잡으셨겠구려.” / 이번에는 상인 비슷한 자가 입을 벌렸다.
“웬걸요. 이젠 조선도 밝아져서 좀처럼 한밑천 잡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어때요? ”
“요보 * 말씀요? 젊은 놈들은 그래도 제법들이지마는, 촌에 들어가면 대만(臺灣)의 생번보다는 낫다면
나을까. 인제 가서 보슈…… 하하하.”
‘대만의 생번’이란 말에, 그 욕탕 속에 들어앉았던 사람들은 나만 빼놓고는 모두 껄껄 웃었다. 그러나
나는 기가 막혀 입술을 악물고 치어다보았으나 더운 김이 서리어서 궐자들에게는 분명히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욕객은 차차 꾸역꾸역 쏟아져 들어온다. / 사실 말이지, 나는 그 소위 우국지사는 아니나
자기가 망국 백성이라는 것은 어느 때나 잊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학교나 하숙에서 지내는 데는 일본 사
람과 오히려 서로 통사정을 하느니만큼 좀 낫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때가 많다.
[3부] 실전 학습 3 회 299
실전 학습 3 회
* 궐자: ‘그’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요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조선인을 비하하여 부르던 말.
[3부] 실전 학습 3 회 301
실전 학습 3 회
[21001-0304]
[21001-0306]
[21001-0307]
[21001-0308]
[3부] 실전 학습 3 회 30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20대 20
실전 학습 3 회
[3부] 실전 학습 3 회 305
실전 학습 3 회
[21001-0309]
[21001-0310]
[3부] 실전 학습 3 회 307
실전 학습 3 회
[21001-0311]
[21001-0312]
[앞부분의 줄거리] 연화도량의 수행자이던 성진은 금욕적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다가 스승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인간 세
상으로 환생하게 된다. 훌륭한 청년 양소유로 자라난 그는 어느 날 과거를 보겠다는 뜻을 밝히고 모친의 만류에도 불구하
고 먼 길을 떠나는데, 한 누각 앞의 아름다운 버드나무를 보고 「양류사(楊柳詞)」를 읊다가 아름다운 여인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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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가 얼굴이 아름다움이 옥 같아 무리 중에 섞이지 않을 것이니 네 부디 친히 보고 편지를 전하라.”
유랑이 가로되,
“삼가 소저의 명대로 하려니와 타일에 노야가 물으시면 무엇이라 하리이까? ”
소저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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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내 감당할 것이니 너는 염려 말라.”
유랑이 나가다가 도로 들어와 가로되,
“만일 낭군이 취처(娶妻) *를 하였거나 정혼한 데 있으면 어이 하리이까? ”
소저가 침음(沈吟) *하다가 이르되,
“불행히 취처하였으면 내 남의 둘째 아내 되기를 혐의치 아니하거니와, 이 사람이 나이가 매우 젊어
뵈니 실가(室家) *가 없을까 하노라.”
유랑이 객점에 가 「양류사」 읊던 상공을 찾으니, 양생이 마침 점문 밖에 나섰다가 나이 많은 부녀가 저
를 찾음을 보고 바삐 묻되,
“「양류사」 지은 수재는 곧 소생이거니와 노랑이 찾음은 무슨 뜻이냐? ”
유랑이 양생의 얼굴을 보고 다시 의심이 없어 다만 이르되,
“이곳이 말할 곳이 아니로소이다.”
양생이 유랑에게 읍하여 객방에 앉히고 온 뜻을 물으니 유랑이 되묻되,
“낭군이 「양류사」를 어디 가서 읊으셨나이까? ”
양생이 답 왈,
“소생은 먼 땅 사람이라. 처음으로 서울에 와 풍경을 두루 구경하더니 큰길 북녘 누각 앞에 수양 수풀
[3부] 실전 학습 3 회 309
실전 학습 3 회
누각 앞에 버들을 심어 樓頭種楊柳
낭군의 말을 매어 머물게 하렸더니 擬繫郞馬住
[A]
어찌하여 꺾어 채를 만들어 如何折作鞭
재촉하여 장대 * 길로 내려가뇨. 催下章臺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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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가: 집, 가족, 아내 등을 뜻함. 여기서는 아내.
* 명감: 뛰어난 식견.
* 품명: 윗사람의 명령을 받는 일.
* 장대: 한나라 때 번화가가 있던 곳으로, 기방이 많았던 거리로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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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313]
[3부] 실전 학습 3 회 311
실전 학습 3 회
정답과 해설 133쪽
[21001-0314]
[2100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