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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1대 1

이 책의 특징과 구성

이 책의 특징

01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하여 국어영역 ‘문학’ 과목을 충실히 공부할 수 있도록


개발한 수능 연계 교재입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 및 교과서를 바탕으로 출제된 여러 문항
과 EBS 우수 문항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재와 유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02 ▶ ‘교과서 개념 학습 → 적용 학습 → 실전 학습’의 단계를 통해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인


학습이 가능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03 ▶ 갈래별로 다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고루 수록하였으며, 서답형과 수능형 문항을 통해 2022학


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일러두기 ❶
‌ 본 교재에 수록된 작품은 가급적 교과서 표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❷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를 참고하여 고전 문학 작품을 현대어로 풀어서 수록한 경우가 있
고, 현대 문학 작품도 오늘날의 표기로 고쳐서 수록한 경우가 있습니다.
❸ 문학 작품은 원문에 따라 표기함을 원칙으로 하였지만,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여 일부 현대
어로 윤문하였습니다.

이 책의 구성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
문학

강 시의 표현과 형식
[교과서 개념 익히기] ‘문학’ 교과서와 교육 과정의 주요 내용을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
정리하여 ‘문학’ 과목의 기본 개념을 익히도록 하였습니다. 형상화
정서나 교훈, 삶의 이치 등과
•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형상화하는데기여하는일체의언어적표현을가리킴.
•비유(의인화포함),상징,역설,반어,대구,반복,설의,영탄,도치,열거,점층,우의,
같이 분명한 형체로 나타나 있지
풍자등의표현기법이있음.
[작품으로 이해하기] 기본 개념의 이해를 바탕으로 갈래별로 다 않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
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
•음악적인리듬이느껴지게함.

양한 영역의 작품들을 읽고 서답형과 수능형 문항을 해결하는


은 비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형상으로 드러난다. •시어의함축성을높여의미를풍부하게함.
•어떤대상을감각적으로연상하게함.
•상식적인생각을뒤집거나깨뜨림으로써지적충격을줌.

과정을 통해 ‘문학’ 과목의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재미를느끼고웃게하거나반대로슬픈감정을환기하게함.


•궁극적으로화자의정서나시의주제를효과적으로표현하는데기여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율격,시행,연등의요소가시의주제나화자의정서를표현하면서이루는전체적인형
태나구조를가리킴.크게고정된형식과자유로운형식으로구별됨.
표현과 형식의 관계 •시의형식은문화적으로형성된시고유의체계와관습에기반을두고있음.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

2부 적용 학습
러므로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 •갈래 :민요,시조,가사,자유시등
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담화 양식 :독백,대화,편지,전화통화의형식등
표현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문학적 기법 :아이러니(반어),알레고리(우의)등
•구조 :수미상관,선경후정,대칭등

고전 시가 • 01
•진술 형태 :정형시,자유시,산문시,이야기시,극시등
외형 :시행및연의배열등

교과서 기본 개념을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 [01~03]


•화자–청자의 관계 :독백,대화등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시상 전개 :원경–근경,외부풍경–내면세계,과거–현재–미래등
가 公無渡河 임아 ㉠물을 건너지 마오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지난 5년간 시행된 모의 평가와 수능을 철 公竟渡河


墮河而死
임은 기어이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이제 임을 어이할꼬
저히 분석하여 대표적인 작품을 선별하고,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 - 백수 광부의 아내,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항으로 개념 적용 능력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나 간 봄 그리매


모 것 우리 시름
간 봄 그리워함에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 나토샤온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0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즈 살쯈 디니져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눈 돌칠 이예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맛보디 지리 만나 뵙도록 하리이다
낭(郞)이여 그릴  녀올 ㉡길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봊  잘 밤 이시리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양주동 역> <현대어 역>
- 득오, 「모죽지랑가(慕竹旨郎歌)」

[21001-0028]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자연물로 화자의 심리를 비유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대화를 통해 화자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특정 인물을 지칭하여 근심의 원인임을 제시하고 있다.
④ (가)는 반어적 표현으로, (나)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⑤ (가)는 시각적 심상으로, (나)는 청각적 심상으로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Structure

3부 실전 학습
실전 학습 1 회

교과서 개념 학습과 적용 학습에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버이 자식(子息) 이 하 삼긴 지친(至親)이라

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갈래별로 다양한 작품과 부모곳 아니면 이 몸이 이실소냐


오조(烏鳥)도 반포(反哺) * 니 부모 효도여라 <제1수>

형제(兄弟) 두 몸이나 일기(一氣)로 화시니


실전 문제를 실었습니다. 총 3회 분량을 제시하여 실전 감각을 인간(人間)의 귀(貴) 거시 이 외(外)예  잇가
갑 주고 못 어들 거 이인가 노라 <제4수>
익히고 ‘문학’ 과목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하였습니다. 벗을 사괴오 처음의 삼가야
날도곤 나으 니로 여 사괴여라
종시(終始)히 신의(信義) 딕희여 구이경지(久而敬之) *여라 <제5수>
- 김상용, 「오륜가(五倫歌)」

* 오조도 반포: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어버이에게 먹이를 먹여 준다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
* 구이경지: 오래도록 공경함.

나 내 말씀 광언이나 저 화상을 구경허게


남촌 한량(閑良) 개똥이 는 부모 덕에 편히 놀고
호의호식 무식허고 미련허고 융통하야
눈은 높고 손은 커서 가량없이 주제넘어
시체(時體) 따라 의관허고 남의 눈만 위허것다
(중략)
명조상 *을 떠세허고 * 세도 구멍 기웃기웃
염량 * 보아 진봉(進封) *허기 재업을 까불리고
허욕으로 장사허기 남의 빚이 태산이라
내 무식은 생각 않고 어진 사람 미워허기
후할 데는 박하야서 한 푼 돈에 땀이 나고
박할 데는 후하야서 수백 냥이 헛것이라
승기자(勝己者)를 염지(厭之)허니 * 반복소인(反覆小人) 허기진다
내 몸에 이(利)할 대로 남의 말을 탄(憚)치 않고

정답과 해설
친구 벗은 좋아하며 제 일가(一家)는 불목(不睦)하며
병날 노릇 모다 하고 인삼 녹용 몸 보키와
주색잡기 모도 하야 돈 주정을 무진 허네
정답
부모과
조상해설
돈망 *허여 계집 자식 재물 수탐(搜探)

인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270 1 교과서 개념 학습
부 국어영역 문학
EBS 수능특강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세한 해설을 제시하 ⑤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에는 말을 생략하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표현은 독자들에게 생략된 말이 무엇인지
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함은 물론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1강
였습니다. 작품 해제, 주제를 제시한 후, 구성이나 줄거리로 전 시의 표현과 형식 본문 8~10쪽 느낌인 여운을 조성한다.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01
02 ‘저문 들길’이 지상의 어두운 이미지로서 암울한 현실을
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정답이 정답인 이유’와 ‘오답이 오답

나타낸다면, ‘푸른 별’은 천상의 밝은 이미지로서 꿈과 이상
02 ⓐ: 희망/꿈/이상 또는 희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대조를
03 ㉠: ‘생활’은 슬퍼도 좋다 통해 힘든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과 함께 이상 추구를 통한

인 이유’까지 모두 설명하여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였 ■ 신석정, 「들길에 서서」


해제 이 작품의 화자는 저문 들길에 서서 자신의 생활을 돌아
극복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보며 삶에 대한 밝고 건강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작품은 주


03 <보기>에서 선생님의 설명은 이 작품의 ‘뼈에 저리도록
습니다. 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두 세계를 대립시키고 있는데,
하나는 ‘시적 자아가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곳은 이미 어두워
‘생활’은 슬퍼도 좋다’에 대한 것이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 생
활하는 것은 뼈에 저리도록 슬프기만 하다. 하지만 ‘-어도’라
진 공간이고, 뼈에 저리도록 생활이 슬픈 곳이기도 하다. 그러
는 가정이나 양보의 뜻을 나타내는 언어 표현을 사용하고 바
나 그 속의 ‘나’는 결코 연약하지 않아 푸른 산과 같이 든든하
로 뒤에 ‘좋다’라는 말을 이어지게 함으로써 작가는 고통스러
게 지구를 디디고 살고 있다. 두 번째 세계는 ‘푸른 하늘과 푸
운 현실을 비관하지 않는 화자의 긍정적 세계관을 보여 주고
른 별이 있는 세계’이다. 이 세계는 미래에 다가올 것이기에 고
달픈 현재가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있다.

주제 굳센 삶의 의지와 이상 추구
구성

•1~2연: 푸른 하늘을 우러르며 사는 숭고한 삶 2강 시의 내용 본문 11~13쪽

•3~4연: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


•5~6연: 푸른 별을 바라보며 사는 거룩한 삶 작품으로 이해하기 예시 답안

01 ③
02 ①

01 ‘일이냐’, ‘바라보자’의 경우 서술어의 종결 형식이 다를 03 ⓐ: 육아, 시어머니 병 수발, 만취한 남편 돌보기


ⓑ: 죽음의 잠
뿐, 두 표현 모두 슬픈 현실을 굳건히 견디며 미래에 대한 희
ⓒ: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
망을 잃지 않는 화자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① 의연함을 지닌 ‘산’과 이상적 공간에 존재하는 ‘별’ 등에 해제 이 작품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여성을 상징하는 ‘구자
‘푸른’이라는 색채어가 반복적으로 결합되어 미래에 대한 희 명 씨’를 통해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이다.
망적인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출근 버스에 오르자마자 졸기 시작하는 구자명
② 슬픈 현실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화자의 모습을 ‘산 씨의 모습을 관찰하며 직장 일과 가사의 이중 노동에 시달리는
림처럼’, ‘푸른 산처럼’과 같이 자연물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구자명 씨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유사한 통사 구조를 반복하여

EBS 교재 문제 검색 교사지원센터 교재 자료실


있다.
학생 교사
④ 이상적 공간인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 모습이나, 현실의 구자명 씨의 고단한 일상을 제시하면서, ‘부처님’, ‘팬지꽃’,
‘안개꽃’ 등에 비유하며 구자명 씨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공간인 ‘지구’를 디디고 사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향한 의지적

EBS 단추에서 문항코드나 사진으로 교재 문항 한글 문서(HWP)와


문제를 검색하면 푸리봇이 해설 영상을 제공합니다. 교재의
002 이미지 파일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 21001-0001 ] 21001-0001
1. 아래 그래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교재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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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01-0001 ]
한글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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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래 그래프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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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i 사이트 및 모바일에서 이용이 가능합니다.


※ 사진 검색은 EBSi 고교강의 앱에서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교사지원센터(http://teacher.ebsi.co.kr) 접속 후 ‘교사인증’을 통해 이용 가능
이 책의 차례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부 적용 학습

1강 | 시의 표현과 형식 고전 시가
들길에 서서(신석정)  8
01 공무도하가(백수 광부의 아내) / 모죽지랑가(득오) 42
2강 | 시의 내용
02 가시리(작자 미상) / 정석가(작자 미상) 44
우리 동네 구자명 씨(고정희)  11
03 몽천요(윤선도) / 꿈으로 차사를 삼아 ~(이정보) 47
3강 | 소설의 서술상 특성
겨울의 환(김채원)  14 04 연작 시조로서 「방옹시여」의 창작 배경과 작품 구조
방옹시여(신흠) 50
4강 | 소설의 내용
날개(이상)  18 05 우국가(이덕일) 53

5강 |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06 거창가(작자 미상) / 향산별곡(작자 미상) 56


웰컴 투 동막골(장진)  22
07 규원가(허난설헌) 61
6강 |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08 한양가(한산거사) 64
특급품(김소운)  27
09 수심가(작자 미상) 66
7강 |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부벽루(이색) / 고시 7(정약용) 30 10 가사계 잡가와 판소리계 잡가의 특징
영산가(작자 미상) / 소춘향가(작자 미상) 69
8강 | 작품의 문학사적·상호 텍스트적 맥락
청산별곡(작자 미상)  33 11 설중방우인불우(이규보) / 자술(이옥봉) 73

9강 |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12 고려 가요 「처용가」의 주술적 성격


다모전(송지양) 36 처용가(처용) / 처용가(작자 미상) 75

현대시
01 해당화 (한용운) / 한 (박재삼) 78

02 떠나가는 배 (박용철) / 들국 (김용택) 80

03 백록담(정지용)
저 산이 날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정희성) 82

04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박남수) / 생의 감각 (김광섭) 86

05 정념의 기 (김남조) /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88


06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현대 소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91
01 무정 (이광수) 152
07 폭포 (김수영) / 폭포 (이형기) 93
02 떡 (김유정) 155
08 농무 (신경림) / 신선 재곤이 (서정주) 95
03 돌다리 (이태준) 159
09 까치밥 (송수권) / 의자 (이정록) 98
04 제3인간형 (안수길) 162
10 다시 봄이 왔다 (이성복) / 성에꽃 (최두석) 101
05 비 오는 날 (손창섭) 166
11 가을 집 짓기 (홍윤숙)
06 강 (서정인) 170
섶섬이 보이는 방 - 이중섭의 방에 와서 (나희덕) 103
07 광장 (최인훈) 174
12 광장 (김광균) / 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107
08 어둠의 혼 (김원일) 178

고전 산문 09 무사와 악사 (홍성원) 181

01 도미 설화 (작자 미상) / 설씨녀 설화 (작자 미상) 110 10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양귀자) 184

02 화왕계 (설총) / 김 장관 댁 죽헌기 (유방선) 113


11 투명 인간 (성석제) 188

12 순이 삼촌 (현기영) 192
03 국순전 (임춘) 117

04 호질 (박지원) 120 극·수필


05 대관재몽유록 (심의) 124 01 흥보가 (작자 미상) 196

06 매화전 (작자 미상) 128 02 하회 별신굿 탈놀이 (작자 미상) 200

07 유충렬전 (작자 미상) 132 03 산성일기 (작자 미상) 203

08 열녀춘향수절가 (작자 미상) 136 04 포화옥기 (이학규) 206

09 채봉감별곡 (작자 미상) 139 05 산불 (차범석) 209

10 배비장전 (작자 미상) 143 06 라디오 스타 (최석환) 212

11 천지왕본풀이 (작자 미상) 146 07 김 씨 표류기 (이해준) 216

12 박태보전 (작자 미상) 149 08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신영복) 219


Contents

3부 실전 학습

갈래 복합 1 회 [01~05] 오륜가
 (김상용) / 우부가(작자 미상)
버려진 것들의 생명력(최성각) 270
01 속미인곡 (정철) / 자모사 (정인보) 222
1 회 [06~09]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이용악)
02 율리유곡 (김광욱) / 운금루기 (이제현) 225
성탄제(김종길) 274
03 용암정기 (남구만) 1 회 [10~12] 심생전(이옥) 277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됩니다 (정호승) 229
1 회 [13~15] 한데서 울다(공선옥) 280
04 산수유나무의 농사 (문태준) / 수라 (백석)
설해목 (법정) 233
2 회 [01~03] 동짓달 기나긴 밤을 ~(황진이)
05 나상 (이호철) / 북어 대가리 (이강백) 237 바람에 휘엿노라 ~(인평 대군)
백구야 말 물어보자 ~(김천택) 283
06 운영전(작자 미상) / 이모(권여선) 242
2 회 [04~06] 김수로왕 신화(작자 미상)  285
07 주객 대비 구도의 문학적 의의
(황조가 / 만전춘별사 / 심청가) 247 2 회 [07~11] 광야
 (이육사) / 거산호 2(김관식)
죽은 새를 위하여(박완서)  288
08 조선 후기 문학의 세속화 경향
(발승암기 / 임이 오마 하거늘 ~ / 세상 사람들이 ~) 250 2 회 [12~15] 문 앞에서(이동하) 292

09 사설시조 속 여성 형상의 제시 양상과 그 의미


한숨아 세한숨아 ~ (작자 미상) 3 회 [01~03] 종가(오장환) / 집(김영랑)  296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 (작자 미상) 3 회 [04~08] 여로형 소설의 이해 / 만세전(염상섭)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 (작자 미상)
삼포 가는 길(황석영) 299
저 건너 흰옷 입은 사람 ~ (작자 미상) 253
3 회 [09~12] 북천가(김진형) / 동명일기(의유당)  304
10 사평역에서 (곽재구) / 사평역 (임철우) 256
3 회 [13~15] 구운몽(김만중) 309
11 시 텍스트의 화자와 청자 / 일어서라 풀아 (강은교)
산길에서 (이성부) 260

12 현대 소설의 풍자 / 치숙 (채만식)


우리 동네 황 씨 (이문구) 263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1대 1

1
문학

강 시의 표현과 형식

1 시적 표현
(1) 시적 표현의 개념
형상화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는 일체의 언어적 표현을 가리킴.
정서나 교훈, 삶의 이치 등과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대구, 반복, 설의, 영탄, 도치, 열거, 점층, 우의,
같이 분명한 형체로 나타나 있지
않은 것을 다양한 방법이나 매체 풍자 등의 표현 기법이 있음.
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감 나게
그려 내는 것을 뜻한다. 문학에 (2) 시적 표현의 여러 가지 효과
서는 마음이나 윤리적 덕목과 같
은 비가시적인 대상도 구체적인
•음악적인 리듬이 느껴지게 함.
형상으로 드러난다. •시어의 함축성을 높여 의미를 풍부하게 함.
•어떤 대상을 감각적으로 연상하게 함.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거나 깨뜨림으로써 지적 충격을 줌.
•재미를 느끼고 웃게 하거나 반대로 슬픈 감정을 환기하게 함.
•궁극적으로 화자의 정서나 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기여함.

2 시의 형식
(1) 시의 형식의 개념과 특성
•율격, 시행, 연 등의 요소가 시의 주제나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이루는 전체적인 형
태나 구조를 가리킴. 크게 고정된 형식과 자유로운 형식으로 구별됨.
표현과 형식의 관계 •시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시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두고 있음.
시적 표현이라는 말의 의미는
그 폭이 매우 넓어서 형식의 의
(2) 시의 형식의 층위들
미를 포괄하는 경우가 많다. 그
러므로 표현과 형식을 별도의 개 •갈래 : 민요, 시조, 가사, 자유시 등
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형식을 •담화 양식 : 독백, 대화, 편지, 전화 통화의 형식 등
표현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
•문학적 기법 : 아이러니(반어), 알레고리(우의) 등
•구조 : 수미상관, 선경후정, 대칭 등
•진술 형태 :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 이야기시, 극시 등
•외형 : 시행 및 연의 배열 등
•화자–청자의 관계 : 독백, 대화 등
•시상 전개 : 원경–근경, 외부 풍경–내면세계, 과거–현재–미래 등

0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2쪽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신석정, 「들길에 서서」

[21001-0001]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푸른’과 같은 색채어의 반복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② ‘산림처럼’, ‘푸른 산처럼’과 같은 비유를 통해 자연물과 인간의 유사성을 제시하고 있다.
③ ‘일이냐’에서 ‘바라보자’로의 어조 변화를 통해 지난 삶에 대한 반성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하늘을 향하고’나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모습을 통해 현실 대응 방식을 담아내
고 있다.
⑤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와 같이 말을 생략하는 끝맺음을 통해 여운을 조성하고 있다.

00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1강
문학 시의 표현과 형식
정답과 해설 2쪽

[21001-0002]

02 윗글을 다음과 같은 구조로 파악할 때,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저문 들길 푸른 별
이미지
암울한 현실 대비 지향하는 ( ⓐ )

암울한 현실에서 ( ⓐ )을/를 지향하고 추구함.


DIC 377s

[21001-0003]

03 <보기>의 ㉠에 들어갈 시행의 구절을 윗글에서 찾아 쓰시오.


선생님 : 신석정의 「들길에 서서」에는 살기 힘든 현실임을 인정하면서도 삶을 비관하지 않는 화
자의 긍정적 인식과 태도가 잘 나타납니다. 가령, ‘( ㉠ )’을/를 보면 가
정·양보의 언어 표현을 활용하여 현실의 고통마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화자의 마
음가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0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
문학

강 시의 내용

1 화자의 정서
(1) 정서의 개념
일반적으로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이나 기분을 가리킴. 흔히 말하는
희로애락(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이 대표적인 정서에 해당됨.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반영됨.

(2) 정서의 종류
•긍정적인 정서 : 사랑, 존경, 예찬, 환희, 동경, 희망, 기대 등
•부정적인 정서 : 미움, 분노, 공포, 비애, 우수, 절망, 원망 등

(3) 정서의 특징
•서정시는 다른 갈래에 비해 화자의 정서가 핵심적인 내용이 되는 갈래이며, 정서는 시의 서정시(抒情詩)
서정은 본래 정서를 풀어낸다
주제가 되기도 함.
는 의미를 지닌다. 서정시는 개
•한 작품 안에는 여러 가지 정서가 동시에 공존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지배적인 정서가 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주관적으
있을 수 있음. 로 표현한 시를 가리킨다. 서사
시나 극시, 교술시도 있으나 대
부분의 시는 서정시에 해당된다.

2 소재
(1) 소재의 개념
•시를 창작하는 데 바탕이 되는 모든 사물, 인물, 현상, 경험 등을 뜻함.
•개인적 체험, 자연, 사회 현상, 인생 등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됨.
•한 작품 안에 있는 다양한 소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을 제재라고도 함.

(2) 소재의 함축적 의미 함축적 의미와 지시적 의미


함축적 의미는 지시적 의미와
•시에서 쓰이는 주요 소재는 대체로 함축적 의미를 지님.
동떨어진 채 형성되지 않고 오히
•소재의 함축적 의미는 작품 내외적 맥락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지시적 의미와 구별됨. 려 지시적 의미를 바탕으로 형성
•소재의 함축적 의미는 집단적으로 전승되어 공유된 것도 있고, 시인이 개성적으로 창조 된다. 따라서 함축적 의미를 이
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단어의
해 낸 것도 있음. 지시적 의미를 파악한 뒤 다른
시어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3 어조와 태도
•어조는 제재나 청자,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보여 주는 목소리의 결을 가
리키고, 태도는 시적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화자가 대응하는 방식을 말함.
•어조에는 딱딱한/부드러운, 거만한/겸손한, 직설적/반어적 어조, 감탄/명령/부탁/간청/위
로/격려/보고하는 어조 등의 구별이 있으며, 이는 화자의 태도를 반영함.

01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강
문학 시의 내용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히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DIC 377s

[21001-0004]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재형 시제와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구자명 씨를 향한 화자의 비판적 태도를 나타
내고 있다.
② 청유형 어미를 사용하여 구체적 청자에게 말을 건네면서 구자명 씨의 행동 변화를 촉구
하고 있다.
③ 시구를 반복하고 인물의 구체적 행위를 언급하며 구자명 씨의 상황에 대한 화자의 추측
을 드러내고 있다.
④ 문장의 어순을 도치하고 설의적 표현을 활용하여 구자명 씨를 바라보는 화자의 긍정적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⑤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시선의 이동과 배경의 전환을 통해 구자명 씨가 바라보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0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3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1 대-A앞면__DIC


[21001-0005]

02 윗글의 시어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출근 버스’는 구자명 씨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해 삶의 의욕을 회복하는 공간이군.
② ‘사계절’은 구자명 씨의 힘겨운 삶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군.
③ ‘진달래’와 ‘밤꽃’이 흐드러진 풍경은 졸기만 하는 구자명 씨의 모습과 대비되어 구자명
씨의 고달픈 삶을 부각하는군.
④ ‘십 분’은 구자명 씨가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시간과 관련이 있겠군.
⑤ ‘지붕마다 / 여자가 받쳐 든’은 구자명 씨가 겪고 있는 아픔과 멍에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닌 여성 전체의 문제임을 의미하는군.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006]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
시오.

377s_$[ScreenRuling]
맞벌이 부부인 남편 A 씨와 아내 B 씨는 자신들이 하는 가사 노동의 목록을 정리한 후 비교
해 보았다. 남편 A 씨가 적은 가사 노동은 ‘아이들의 등하교’, ‘설거지’, ‘아이들과 놀아 주기’
등 8개였던 것에 비해, 아내 B 씨는 190여 개의 가사 노동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 전달했다고 한
다. 이 중에는 ‘시댁 식구 생신 선물 및 음식 준비’, ‘행주 삶기’, ‘세탁기 청소’ 등과 같이 평소
남편인 A 씨가 무심히 지나쳤던 일들도 적혀 있었다. 최근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서 자신의 삶
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직장인 여성의 비율은 25% 이내였는데, 이러한 조사 결과의 주요 원인
이 가사 노동에 대한 불평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신문

구자명 씨의 가사 노동 ( ⓐ )
구자명 씨의 현재 상황 ( ⓑ )에 빠져 있음.
한 식구의 안식이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음.
구자명 씨의 상황에 대한
↓표현 의도
화자의 현실 인식
( ⓒ )

01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
문학

강 소설의 서술상 특성

1 소설에서의 서술
사건의 내용을 언어로 나타내는 행위와 그 결과를 뜻하며, 크게 이야기의 구성과 이야
기의 전달로 나뉨. 전자는 사건과 사건의 선후 관계나 인과 관계를 짜는 방법이고, 후자는
시점과 거리,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문체 등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관련됨.

2 서술상의 특성을 구현하는 요소들


(1) ‌시점
초점화자 소설 속의 인물 및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위치와 이야기 전달 방법에 따라 다음과
서술자가 특정 인물의 시각에
같이 구별됨.
의존해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그 특정 인물을 초점
이야기 전달 방법
인물 혹은 초점화자(焦點話者)라 인물 및 사건의 내면적 분석 인물 및 사건의 외부적 관찰
서술자의 위치
고 한다.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 주변 인물이 주인공의 이야기
거리 서술자가 작중 인물인 경우 를 서술하는 경우 를 서술하는 경우
거리는 소설을 매개로 한 소통 → 1인칭 주인공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에 참여하는 작가, 독자, 서술자,
인물 사이의 가깝거나 먼 정도를
서술자가 전지적 존재로서 이 서술자가 외부 관찰자로서 이
가리킨다. 대체로 1인칭 주인공 서술자가 작중 인물이 아닌 경우 야기를 서술하는 경우 야기를 서술하는 경우
시점의 소설에서는 서술자의 주 → 전지적 서술자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
관이 생생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서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가깝고,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에서는
(2) 사건과 인물 제시 방식
서술자의 객관적 태도로 인해 서 서술자가 사건이나 인물을 드러내는 서술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별됨.
술자와 독자의 거리가 멀어진다.
말하기 서술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직접 사건, 인물의 성격, 상황을 설명·해설·요약·논평하
(telling) 는 방법

보여 주기
서술자가 인물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그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사건을 제시하는 방법
(showing)

(3) 문체
작가가 언어를 구사하는 개성적인 방식을 가리킴. 구어와 문어, 관념적인 단어와 구체
적인 단어, 수식어가 많은 문장과 수식어가 별로 없는 문장, 긴 문장과 짧은 문장, 부드러
운 표현과 딱딱한 표현, 직설적 표현과 함축적 표현, 표준어와 방언 중 어떤 것이 주로 구
사되는지 등에 의해 결정됨.

(4) 어조와 태도
특정 인물이나 작중 현실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어조를 통해 나타남. 반어적·풍자
적·냉소적·비판적·동정적·호의적·낙천적·해학적 태도 등으로 나타남.

01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1 대-B뒷면__DIC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늙어 가는 사람의 떨림이란 좀 어색하지 않습니까. 늙어 가는 사람의 떨림이라기보다 늙어 가는 여자


의 떨림이란 말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이고 보면 제가 스스로를 언제나 사람이라고 느끼던 것에서 저의
성을 찾아 여자가 된 것이, 그 자각이 이제라도 기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비로소 여자에 눈떴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자각이 나 하나에서 머무는 것
이 아니라, 내 어머니와 할머니, 이분들은 내가 실제 보았던 인물들이고, 말로만 들었던 증조할머니 그
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선조의 여자들까지도 생각해 보게 되고, 인맥을 통해 면면히 흐르는 여자로서의
숙명 같은 것도 감지하게 되었습니다.
자궁을 가진 여자로서의 숙명감,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서의 모(母)라는 의미, 결연히 인생과 마주한
여자로서 서야 하는, 또한 그중에서도 동양의 여자, 소나무가 크고 있는 지역의 여자, 이런 의미들이 밀
려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복 받을 만한 서구의 자연, 그리고 그들의 깨어 있는 문화가 만들어 놓은
개인주의, 저는 한때 그 개인주의에 공감하고 그를 따르려 했습니다만 서구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미덕
과는 어쩔 수 없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그런 깨달음이 망연히, 그러나 어떤 확신감을 가지고 다가오는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것입니다.
우리가 서양에서만 보던 서양의 잣나무와 솔바람을 품어 안는 소나무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각,
우리가 이 시간 그리고 동양권인 이 공간 속에 태어났다는 것은 하나의 운명이기도 하지 않겠습니까.
(중략)
집에는 화투 손님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인원은 대개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섰다가 아닌 민화투로

377s_$[ScreenRuling]
서 작은 푼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판이 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화투를 짝
짝짝 다듬어 치다가 늦은 저녁때가 되면 다락문을 열고, 부엌에서 떨고 있는 동생과 내게 소리치셨
[A] 습니다. 다락문을 열어야만 부엌에 그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입니다.
“ 얘 가혜야, 왜 아침에 먹던 된장찌개 있잖니? 거기다 된장을 한 숟가락 떠다가 더 풀고 두부 한
모 썰어 넣고 마늘 다져 넣고 보글보글 끓여라. 그리구 며루치도 좀 집어넣어라. 그래서 밥하구
상을 차려서 좀 가지구 들어와라, 응. 김치는 새것을 썰어라.”
부뚜막에서 졸듯이 쪼그리고 앉아 연탄 냄새를 맡고 있던 동생과 나는 비로소 부스스 몸을 일으켜 어
머니가 지시한 대로 막숟가락과 양재기를 하나 가지고 된장을 푸러 어두워진 장독대로 더듬어 갑니다.
그때 우리가 느낀 것은 손님 앞에서 큰 소리로 부엌에다 대고 소리치는, 교사까지 지낸 어머니의 교양
에 대한 반감이었을까요. 더구나 신비감도 없이 아침에 먹던 ㉠된장찌개에다가, 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것은 정말 싫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을 땐 방이라고는 화투 치는 방뿐인데, 아이들이 있
을 곳이 없는 데 대한 배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감정들이 뒤엉켜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바로 그 된장찌개를 이제 와서 자랑하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정말 그 된
장찌개가 맛이 있었다면, 첫째는 우리 집의 장맛이 좋았을 것이고(그것은 어머니의 손이 단 데 연유했을

01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3강
문학 소설의 서술상 특성

것입니다만, 아니 그보다 할머니가 시골에서 쑤어 오신 메주에 달렸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아침에 먹


던, 의 바로 그 먹던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한번 끓였던 것에다 다시 끓이면 그만큼 재료
가 여러 가지 많이 들어간 결과가 되고, 아울러 푹 달구어진 맛이 우러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음식에서 늘 영양가를 우선으로 생각했고, 또 아무리 조금 남은 것이더라도 절대로 버리는
일이 없으므로, 그런 것들이 늘 찌개에 들어가게 마련이어서 두루뭉수리 독특한 찌개 맛을 자아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정의 내리듯 생각해 보지만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항상 음식에 대한 아쉬움을 품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즉, 된장찌개에 가장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지막에 파를 썰어 넣는 일이 대개 빠져 있었
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머니의 음식에서 항상 그 파와 같은 부분이 빠지는 것입니다.
음식점에서 장국밥을 처음 먹어 보던 날, 음식점 특유의 그 깔끔한 맛이 후춧가루와 깨소금, 파 같은 양
념들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후춧가루라는 처음 맛보는 양념에 거의 경의마저 품었을 지경이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왜 후춧가루와 파와 같은 부분을 생략했는가. 가난했던 탓일까. 그 당시는 전후로서 모두들
대강 그냥 끓여 먹고 살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해 보려 해도, 그 후 이웃집이나 친구들 집이 그런 것들을
점점 갖춘 생활로 변해 감에 비해 우리 집은 항상 그대로였습니다.
오히려 점점 더 빛을 잃은 뭉뚱그려진 음식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자랑을 제가 시큰둥하게 넘기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뿐더러 어머니의 음식이
설혹 맛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늘 우리에게 먹게끔 해 주었던 그런 따뜻한 밥상은 아니었다는 인상
때문입니다. 누구나 늘 따뜻한 손길 같은 것을 그리워하고 있듯이 누구나 다 바로 그 따뜻한 밥상을 그
리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조용히 일만 하고 있는 여인, 조용히 묵묵히 끝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여인, 아
플 때 와서 손을 얹어 주고 물을 떠다 주고, 그리고 매일매일 밀물처럼 닥쳐오는 세 끼의 밥을 따뜻이 먹
게끔 차려 주는 여인이 비치어 옵니다. 대부분의 옛 여인의 모습이 그랬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기억에 떠오르는 할머니가 그랬으므로 실지 제가 본 생생한 여인의 모습으로 다가듭니다.
어머니와 저는 그런 여인은 아닙니다. 그런 여인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밥상을 깨부수는 힘을 가지
[B]
고 있지 않은가 하는 솔직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니, 깨부순다는 표현이 너무 과격하다면 언제까
지나 부엌과 밥상에 친해지지 않는다고 할까요. 부엌에서 찬바람 같은 것이 돈다고 할까요.
 - 김채원, 「겨울의 환」

01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
(문학)_본문(2도)_02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3쪽

[21001-0007]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고백적 어조를 통해 서술자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② 서술자를 달리하여 과거 사건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③ 단정적 표현을 주로 사용하여 서술자의 신념을 강조하고 있다.
④ ‘나’에서 ‘우리’로 서술자를 확대함으로써 공감의 확장을 유도하고 있다.
⑤ 인물 간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인용하여 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을 부각하고 있다.

[21001-0008]

02 ㉠의 서사적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매개물이다.
② 어머니에 대해 거리감을 갖게 되는 계기이다.
③ ‘나’를 ‘부엌과 밥상’에 집착하게 하는 소재이다.
④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배려를 드러내는 소재이다.
⑤ 음식 솜씨에 대한 어머니의 자랑을 인정하게 되는 근거이다.

[21001-0009]

03 다음은 [A], [B]에 드러난 인물 제시 방식을 정리한 내용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윗글의 [A]와 [B]는 각기 다른 방식을 활용하여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부분
이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할머니’ 및 ‘선조의 여자들’과 대조되는 특징을 지닌 ‘어머니’에 대
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해당 부분 인물 제시 방식

[A] ( ⓐ )

[B] ( ⓑ )

01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4
문학

강 소설의 내용

서사(敍事) 1 인물
서사는 본래 ‘일을 순서대로
행하다.’, ‘일을 차례대로 펼치다.’
(1) 인물의 개념
라는 의미이다. 서사 문학은 두 •인물은 흔히 성격(character)이라고도 하지만, 인물은 외부에서의 관찰 대상을, 성격은
가지 이상의 사건이 선후 관계와
그 인물의 내적 속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둘을 구별하기도 함. 이때 성격은 작품에
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소설은
서사 문학의 가장 대표적인 형식 서 인물이 수행하는 고유한 역할을 통해 드러나는 개성을 뜻함.
이다. •인물의 성격은 어떤 사건 속에서 보이는 그의 말과 생각, 행동, 그리고 인물에 대한 서술
자의 서술을 통해 드러남.

(2) 인물의 말과 생각, 행동


•인물의 말과 생각에는 그의 자연관, 인생관, 인간관, 처세관 등의 가치관이 담겨 있음. 인
물의 말은 직접 인용의 형식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간접 인용의 형식으로 제시되기도 함.
•인물의 행동 또한 그의 가치관을 표상하며 어떤 의도나 상황의 산물임. 주로 서술자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남.

2 사건
(1) 사건의 개념
작품 속에서 발생하고 진행되는 온갖 일들을 가리킴. 대개 한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결
합되어 연속적으로 전개됨. 인물들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하고, 인물들의 행동이 곧 사건
으로 제시되기도 함.

(2) 사건의 연쇄
스토리와 플롯 •시간 순서대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선후 관계만을 맺기도 하고 인과 관계를 맺기도 함.
여러 사건을 시간적 순서에 따 •사건의 인과 관계를 바탕으로 플롯이 만들어지고, 일반적으로 ‘발단–전개–위기–절
라 나열한 것을 ‘스토리(story)’라
고 하고, 여러 사건이 인과 관계
정–결말’의 단계를 거침.
를 맺고 있는 상태를 ‘플롯(plot,
구성)’이라고 한다. 뒤에 일어난
사건을 먼저 일어난 사건보다 더 3 배경
앞에 배치할 수도 있으므로, 하
나의 스토리도 서로 다른 플롯으
(1) 배경의 개념
로 제시될 수 있다. •공간적 배경은 사건이 일어나는 곳의 지리적 위치나 구체적인 장소, 시간적 배경은 인물
의 행동이 연출되고 사건이 벌어지는 시대, 시기, 계절, 밤/낮 등의 시간을 말함.
•사회 현실이나 역사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사회적 배경, 작중 인물의 심리 상태를 의미하
는 심리적 배경, 어떤 상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배경도 있음.

(2) 배경의 기능
인물의 행동과 사건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작
품의 주제 구현에 기여함. 또한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며, 배경 자체가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함.

01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어디까지든지 내 방이 — 집이 아니다. 집은 없다. — 마음에 들었다. 방 안의 기온은 내 체온을


위하여 쾌적하였고, 방 안의 침침한 정도가 또한 내 안력을 위하여 쾌적하였다. 나는 내 방 이상의 서늘
한 방도, 또 따뜻한 방도 희망하지 않았다. 이 이상으로 밝거나 이 이상으로 아늑한 방을 원하지 않았다.
내 방은 나 하나를 위하여 요만한 정도를 꾸준히 지키는 것 같아 늘 내 방에 감사하였고 나는 또 이런 방
을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그러나 이것은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 하는 것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그날을
그저 까닭 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
았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 칸이다. 럭키 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
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 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 해지면서 나가 버린


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윗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오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들이
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쪼끄만 ‘돋보기’를 꺼내 가지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
미(휴지)를 끄실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 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초점에 모아 가지고 그 초점
이 따끈따끈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
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 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치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 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출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
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놓인 고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
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 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이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관능적인) 향기가 폐로 스

01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4강
문학 소설의 내용

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
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 내음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치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아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꽂히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아내 방에는 천장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아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렸다. 여러 가지 무늬가 보기 좋
다. 나는 그 여러 조각의 치마에서 늘 아내의 동(胴)체와 그 동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포즈를 연상하
고 연상하면서 내 마음은 늘 점잖지 못하다.
(중략)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그러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
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
어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허리가 따뜻하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
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 이상, 「날개」

0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4쪽

[21001-0010]

01 다음은 근대인들이 겪는 문제 상황을 윗글에 나타난 ‘나’와 ‘아내’의 관계를 중심으로 추론하는 과
정이다. ⓐ,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보편적 사고 부부는 평생을 함께하기로 언약한 가장 가까운 사이 중 하나이다.



작품 속 현실 ‘나’와 ‘아내’는 장지로 구분된 두 칸의 방에서 서로 떨어져 지낸다.

‘나’와 ‘아내’의 관계 ‘나’는 ‘아내’가 부재한 상황에서 ‘아내’의 방에 들어온다.

근대인들이 겪는
이 작품에 나타난 ‘나’와 ‘아내’가 ( ⓐ )되어 지내는 모습을 통해
문제 상황으로 확장하여
( ⓑ )된 삶을 살아가는 근대인들의 문제를 떠올려 보게 되었다.
도출한 결론

[21001-0011]

02 ‘나’의 ‘장난’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아내의 물건을 이용하는 행위라는 면에서, 아내와의 소통을 활성화하는 경로라고 할 수
있다.
②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행위라는 면에서, 사회관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동기라고 할
수 있다.
③ 싫증을 내면서 이어 가는 행위라는 면에서, 자신의 권태로운 상황을 의식하게 되는 계기
라고 할 수 있다.
④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행위라는 면에서, 자기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을 무산시키는 돌
발적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유희의 차원을 정신적인 차원으로 비약시키는 행위라는 면에서, 이상을 실현할 의지를
북돋우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21001-0012]

03 <보기>의 밑줄 친 ‘이곳’은 어디인지 윗글에서 찾아 쓰시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볕이 들지 않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무의미하고 무기력한 나
날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 날 ‘이곳’에 와서는 문득 현실에서 유폐된 채 억압된 삶을 영위했던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02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5
문학

강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극의 특성
•극은 희곡이나 시나리오를 대본으로 삼아 인간의 갈등을 배우의 대사와 행동으로 표현
하므로 ‘행동의 문학’ 또는 ‘현재화된 인생 표현’으로 불림.
•극은 배우와 무대, 촬영 기법, 관객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고 연행됨.
•극은 갈등의 예술이라 할 정도로 한 인물의 내면적 갈등이나 인물 간 갈등의 생성, 전개,
해결 또는 해소가 진행의 중요한 축이 됨.
•극에서 갈등은 개성적 혹은 전형적 성격을 지니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주동 인물과 그
를 방해하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반동 인물 사이에서 주로 일어남. 주동 인물과 반동 인
물의 대사와 행동에서 갈등이 제시되어야 극적인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남.

2 희곡과 시나리오의 구성 요소
(1) ‌대사
•등장인물의 말을 가리키며, 인물 사이에 전개되는 대화, 상대역이 없는 가운데 등장인물
이 혼자 자신의 내면을 말하는 독백, 한 등장인물이 상대역이 듣지 않는 것으로 약속하
고 관객에게 자신의 의도나 생각을 말해 주는 방백 등으로 구별됨.
•극 중 인물의 성격과 생활 환경, 신분 등을 드러내고, 플롯을 진전시킴과 동시에 인물 간
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단이 됨. 무대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 시간도 대사에 의해서 드러
날 수 있음.

(2) 행동
•극에서 등장인물은 대사를 구사함과 동시에 몸을 움직여 상황을 만들고 의사를 표현함.
대사 없이 행동으로만 상황과 정서가 표현되는 경우도 있음.
지시문(지문) •등장인물의 행동은 표정이나 어조와 함께 지시문을 통해 알려 줌.
희곡에서 지시문은 행동 지시
와 무대 지시로 구분된다. 행동
지시는 등장인물의 동작, 표정,
3 희곡과 시나리오의 비교
어조, 위치 등에 관한 지시이고,
무대 지시는 무대 장치의 변화,
희곡 시나리오
소도구의 처리, 음향, 조명 등에
관한 지시이다. 시나리오에서는 •연극의 대본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
지시문이 촬영 현장의 여러 가지 •무대라는 조건으로 인해 시간적·공간적으로 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등
상황이나 촬영 기법, 편집 방식 약이 크고, 등장인물의 수도 제한됨. 장인물의 수에서도 제약을 덜 받음.
을 드러낸다.

02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산간벽촌의 동막골 부락민들은 국군인 현철과 상상이 전하는 전쟁 발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러던 중 국군과 미군 조종사, 그리고 부락민이 함께 있는 촌장의 집으로 인민군 낙오병 치성, 영희, 택기가 들이닥친다.

S# 22. 조종사가 누워 있는 방 N. * / INT. *


갑자기 소란스러워진 밖이 궁금한 조종사, 부상당한 몸을 간신히 움직여 머리로 문을 밀어낸다.
겨우 열린 틈으로 밖을 내다본다. “저건 또 뭐하는 짓들이지? ”
평상 위에 부락민들이 죽 올라서 있는 이상한 행동을 보며 머리를 갸웃거리는 조종사.

S# 23. 다시 촌장 집 마당 N. / EXT. *
부락민들 사이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적군의 모습들. 싸늘한 기운이 흐르고…….

영희: (겁에 질린 투로) 상위 동지. 아니 군대 없대서 왔는데 결정하는 것마다 와 이렙네까?


치성: (이를 악문다.) ……!
택기: 열 발 안짝에 있습니다. 우린 셋이고 저게는 둘입니다. 확 까 치웁시다!
치성: 전사 동무, 그냥 내 뒤에 있으라우!
영희: 아새끼래 쫄랑거리며 일 맨들디 말구 가만 좀 있수라우.
상상: 수적으로 우리가 밀리는데 어떡해요? 그러게 그냥 지나쳐 가자니까 왜 여기까지 와 가지구…….
난 되는 게 없어. 니미.
현철: (무섭게 인민군을 노려보다 소리 지른다.) 야!

인민군 셋 침묵.
마을 사람들 인민군과 국군을 번갈아 보다가…….

달수: ㉠(인민군들에게) 안 들려요? 부르는 거 같은데…….


달수 처: (현철에게) 우리한테 말해요. 전해 줄 테니.
치성: 와? 방아쇠에 손가락 집어넣었으면 땡겨야지. 다른 볼일 있네?
영희: 상위 동지. 거 괜히 세게 나가디 마시라요. 우린 총알도 없는데…….
현철: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나가서 제대로 한번 붙자!
상상: 미쳤어요? 수적으로 밀린다니까.
현철: 죄 없는 부락 사람들 피해 주지 말고 일단 나가자!
석용: 우리 때문이면 괜찮아요.
촌장: ㉡(지긋이) 석용아…….

치성, 자신의 빈총이 의식됐는지 고민하다 이를 악물고 수류탄을 빼 든다.

02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2대
2

5강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치성: 내 말 잘 딛으라우! 괴뢰군 아쌔끼나 부락 사람이나 조금만 허튼짓했단 그 즉시 직살하는 거야! 지


금 한 말 허투루 딛디 말라!

영희와 택기도 눈치챘다. 옆으로 총을 집어 던지고 모두 수류탄을 꺼내 든다.


부락민들 치성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저 수군거리고만 있다.

치성: 뭐 이런 것들이…… 야 말 같디 않네! (버럭) 전체 손 버쩍 들라우!

부락민들 서로 눈치를 보다 하나둘 손 올린다. 왼손을 드는 사람, 오른쪽 손을 드는 사람.


현철의 소총 가늠자로 보이는 흥분한 치성의 얼굴. 옆으로 팬 *하면 손에 들린 수류탄이 보인다. 무슨 이유에선
지 불안한 표정이 되는 현철.

[중략 부분의 줄거리] 연합군이 동막골을 적진으로 오인해 폭격하려 한다. 인민군과 국군은 동막골 주민들을 구하고자 미
군 스미스를 연합군 기지로 보내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짜 기지를 만들어 폭격을 유도하는 작전을 펼친다. 이 작
전이 성공하여 연합군은 가짜 기지에 폭격을 가하는데, 영희와 상상이 폭탄과 총에 맞아 죽는다.

S# 122. 산등성 N. / EXT.


그들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거대한 포탄 밑에서 서로를 보는 세 사람. 치성, 현철, 택기.
그렁그렁 눈물 맺힌 눈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주인공들. “우리 잘한 거지? ”

S# 123. 동막골 N. / EXT.


산 너머 먼 하늘에 섬광이 일고 있다. ㉢신비한 듯 보고 있는 동막골 사람들.
멍한 표정의 김 선생. 뒤돌아서며 욕지거리를 하는 노모. 표정 없이 보는 촌장.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평화로운 동막골.

S# 124. 숲 어딘가 N. / EXT.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도 내지 못하고 들풀을 쥐어뜯으며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스미스.
그 모습을 보는 한국군 2.(F.O.)

S# 125. 산등성 아침 EXT. (눈이 내린)


다음 날 아침.
간밤에 내린 눈으로 전날 밤의 치열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허수아비만이 비죽 튀어나와 있다.
짙게 깔린 안개.
안개 속에서 점차로 드러나는 형태들. 수색 나온 토벌대다.
폭격 지점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군홧발들.
문득, 그들 중 누군가의 시선. 눈 속에 파묻힌 인민군 군복이 얼핏 보인다.

02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5쪽

그런데 그 옆에는 국군의 군복도 보인다.


알 수 없다는 듯 갸웃거리는 그의 표정에서 카메라 서서히 빠져 공중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나비 다섯 마리가 스윽 날아오른다.

현철(소리): 우리가 이긴 거…… 맞죠?


치성(소리): 고럼. 완전히 대승이디. 하하하.
상상(소리): 나 솔직히 아까는 도망가고 싶었어요. 노을이 딱 지는데 미치겠더라구.
택기(소리): 지금 생각해 보니까 잘했다고 생각되지비?
상상(소리): 도망갔으면 자세 안 나오지.
영희(소리): 아새끼래, 아까 우는 거 다 봐서야…….
 - 장진, 「웰컴 투 동막골」

* N.: 밤(night) 장면.


* INT.: 실내 장면.
* EXT.: 실외 장면.
* 팬(PAN.): 카메라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이는 촬영 기법.

[21001-0013]

01 ‘S# 122~124’의 내용을 참고하여 ⓐ가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 서술하시오.

[21001-0014]

02 윗글을 영상으로 만든다고 할 때, 감독의 연출 계획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S# 22는 문틈으로 보이는 방 밖에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방 안에 있는 인물의 행동을 연
결하여 상황에 대해 의아해하는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야겠어.
② S# 22에서 S# 23으로 전환할 때에는 카메라의 위치를 이동하여 같은 공간에서 대치하고
있는 인물들 간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화면에 담아내야겠어.
③ S# 124에서 S# 125로 전환할 때에는 어두움과 밝음이 대비되는 방식으로 장면을 연결하
여 시간의 경과를 보여 주어야겠어.
④ S# 125의 수색 장면에서는 눈 속에 파묻힌 ‘인민군 군복’과 ‘국군의 군복’을 함께 비추어
주는 화면을 통해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환기해야겠어.
⑤ S# 125의 대화 장면은 전쟁의 참혹함이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긴박감 넘치는 배경 음악과
결합하여 ‘소리’들을 효과음으로 제시해야겠어.

02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5강
문학 극의 특성과 구성 요소
정답과 해설 6쪽

[21001-0015]

03 <보기>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웰컴 투 동막골」에서는 국군과 인민군, 미군이 동시에 ‘동막골’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보전하
기 위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이들이 지키려는 가치는 ‘동막골’로 대표되는 평화와 인간애이며,
이를 위해 이념 대립과 정치적 목적은 제거된다. 즉 ‘동막골’은 정치적 대립이 없는 상상의 공
간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적 판타지는 6·25 전쟁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오
히려 전쟁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는 효과가 있다.

① ㉠은 ‘동막골’이 처한 위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달수’의 대사를 통해, ‘동막골’이 전


쟁의 대립에서 비켜나 평화가 보전되는 공간임을 보여 주고 있군.
② ㉡은 ‘석용’이라는 인물을 제지하는 모습을 통해, ‘촌장’이 다른 부락민들과 달리 자신들
이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있는 인물임을 보여 주고 있군.
③ ㉢은 ‘동막골’ 주민들이 폭격을 경이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통해, 다른 부락의 희
생으로 자신의 부락이 평화를 유지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군.
④ ㉣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 채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을 통해, ‘동막골’이
이념적 대립이 생기기 이전의 순수한 인간관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공간임을 떠올리
게 하는군.
⑤ ㉤은 국군과 인민군이 ‘동막골’의 보전을 위해 함께 희생하는 상황을 목격한 인물의 심정
표현을 통해, 전쟁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우회적으로 고발하고 있군.
DIC 377s

02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6
문학

강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1 교술 문학의 특성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표현 방식을 가진 문학 갈래로서,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사람들
도 쉽게 쓸 수 있음. 흔히 ‘수필’로 통칭되기도 함. 수필
수필(隨筆)은 ‘붓 가는 대로 쓴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글쓴이의 자기 성찰과 사유가 분명히 드러나고, 작품
글’이라는 뜻으로, 본래는 어떤
속의 ‘나’는 원칙적으로 글쓴이 자신임. 글의 갈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
•교훈이나 가르침[교(敎)], 설명이나 알림[술(述)]을 목적으로 창작되며, 다른 갈래에 비해 었다. 문학의 분류에 대한 이론
이 발전하면서 서정, 서사, 극을
글쓴이의 가치관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남. 제외한 나머지 산문적인 글을 통
•사고, 표현, 문체 등의 측면에서 글쓴이의 개성이 중시되는 갈래임. 칭하는 갈래 명칭으로 굳어져 쓰
이고 있다.

2 교술 문학의 구성 요소
(1) 형식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교술 문학의 특징임.
•일반적인 서술 외에도 일기, 편지, 기행문, 이야기, 극 등의 형식이 차용되기도 함.

(2) 표현과 문체
•비유(의인화 포함), 상징, 역설, 반어 등의 시적인 표현은 물론이고 설명, 논증, 묘사 등
의 표현 기법도 동원하여 글쓴이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
•대화를 삽입하여 소설이나 극의 형식을 취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기도 함.
•다양한 표현 자질들은 어휘의 종류, 문장의 길이 등에 의해 형성되는 문체적 특성과 결
합하여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형성함.

(3) 주제
•교술 문학의 내용과 주제는 일상적 경험에서 얻는 주관적인 감상에서부터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함.
•교술 문학의 내용은 대부분 일상적인 경험이지만, 그 주제에는 글쓴이의 개성적인 안목
을 바탕으로 포착된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이 함축되어 있음.
•교술 문학은 다른 갈래에 비해 주제가 비교적 명시적으로 제시된다는 특징이 있음.

02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6강
문학 교술 문학의 특성과 구성 요소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비자반(榧子盤) * 일등품 위에 또 한층 뛰어 특급품이란 것이 있다. 반재며, 치수며, 연륜이며 어느 점


이 일급과 다르다는 것은 아니나, 반면에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 가 보이면 이게 특급품이다. 알
기 쉽게 값으로 따지자면, 전전(戰前) 시세로 일급이 2천 원(돌은 따로 하고) 전후인데, 특급은 2천4, 5
백 원—, 상처가 있어서 값이 내리는 게 아니라 되레 비싸진다는 데 진진한 묘미가 있다.
반면이 갈라진다는 것은 기약지 않은 불측의 사고이다. 사고란 어느 때, 어느 경우에도 별로 환영할
것이 못 된다. 그 균열의 성질 여하에 따라서는 일급품 바둑판이 목침감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그
러나 그렇게 큰 균열이 아니고 회생할 여지가 있을 정도라면 헝겊으로 싸고 뚜껑을 덮어서 조심스럽게
간수해 둔다.(갈라진 균열 사이로 먼지나 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단속이다.)
1년, 이태 ―, 때로는 3년까지 그냥 내버려 둔다. 계절이 바뀌고 추위, 더위가 여러 차례 순환한다. 그
동안에 상처 났던 바둑판은 제힘으로 제 상처를 고쳐서 본디대로 유착(癒着)해 버리고, 균열진 자리에
머리카락 같은 희미한 흔적만이 남는다.
비자의 생명은 유연성 이란 특질에 있다. 한번 균열이 생겼다가 제힘으로 도로 유착, 결합했다는 것은
그 유연성이란 특질을 실지로 증명해 보인, 이를테면 졸업 증서이다. 하마터면 목침감이 될 뻔했던 것이,
그 치명적인 시련을 이겨 내면 되레 한 급이 올라 특급품이 되어 버린다. 재미가 깨를 볶는 이야기다.
더 부연할 필요도 없거니와, 나는 이것을 인생의 과실(過失) 과 결부시켜서 생각해 본다. 언제나, 어디
서나 과실을 범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을 매양 꽁무니에 달고 다니는 것이, 그것이 인간이다.
과실에 대해서 관대해야 할 까닭은 없다. 과실은 예찬(禮讚)하거나 장려할 것이 못 된다. 그러나 어느
DIC 377s

누구가 ‘나는 절대로 과실을 범치 않는다’고 양언(揚言)할 * 것이냐? 공인된 어느 인격, 어떤 학식, 지위
에서도 그것을 보장할 근거는 찾아내지 못한다.
(중략)
과실은 예찬할 것이 아니요, 장려할 노릇도 못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과실이 인생의 ‘올 마이너스’
일 까닭도 없다.
과실로 해서 더 커 가고 깊어 가는 인격이 있다.
과실로 해서 더 정화(淨化)되고 향기로워지는 사랑이 있다. 생활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다. 어느 과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은 아니다. 제 과실, 제 상처를 제힘으
로 다스릴 수 있는 비자반의 탄력—, 그 탄력만이 과실을 효용한다.
인생이 바둑판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될 말인가.
 - 김소운, 「특급품」

* 비자반: 윗면을 비자나무 판자로 대어 만든 바둑판.


* 양언할: 공공연하게 소리 높여 말할.

0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6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2 대-A앞면__DIC


[21001-0016]

01 다음은 윗글에서 발견되는 요소를 바탕으로 교술 문학의 특징을 서술한 것이다. ⓐ~ⓓ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이 작품 속의 ‘나’는 글쓴이 자신으로, 자연물의 생리가 담겨 있는 ( ⓐ )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인생을 성찰한 후, 인생에 대한 자신의 ( ⓑ )을/를 드러내고 있다. 교술 문학은 글
쓴이가 특별한 ( ⓒ )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에, 사고와 표현, 문
체의 측면에서 글쓴이가 지닌 ( ⓓ )이/가 잘 드러난다.

[21001-0017]

02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일급과 특급의 시세 차이를 구체적으로 밝혀 비자반의 가치를 비교하고 있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② 나무 균열이 흔적으로 변하는 과정을 제시하여 특급품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다.
③ 비자반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평가하며 특급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④ 특급품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인용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⑤ 비자반과 인생을 관련지어 질문을 던짐으로써 중심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377s_$[ScreenRuling]
[21001-0018]

03 흉터 , 유연성 , 과실 을 중심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타인에게 ‘과실’을 저지르면 그것이 곧 자기 자신에게도 지울 수 없는 ‘흉터’가 될 수 있


으므로, ‘과실’의 발생을 줄일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군.
② 한 개인의 삶이 지닌 가치는, ‘과실’을 저질렀을 때 타인에게 ‘흉터’가 생기게 두느냐 ‘유
연성’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회복해 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군.
③ 자신의 삶이 ‘흉터’가 있는 목침감이 되느냐 ‘흉터’가 없는 특급품이 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이 저지른 ‘과실’에 대해 ‘유연성’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군.
④ 어떤 ‘과실’을 저질렀을 때 그것이 영원히 삶의 ‘흉터’로 남을 수 있으므로, 그 ‘과실’에서
오는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유연성’을 발휘하여 삶의 ‘흉터’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군.
⑤ 잘 아문 ‘흉터’가 있어야 특급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과실’을 저질렀다고 해도 ‘유연성’
을 발휘하여 발생한 ‘과실’에 대해 잘 대처하면 특급품 같은 삶을 가꿀 수 있다는 것이군.

02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7
문학

강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표현론 1 작가 맥락
작가 맥락을 중심으로 문학 작
품에 접근하는 관점을 ‘표현론’
(1) 자기표현으로서의 문학
이라고 한다. 일명 ‘생산론’이라 •작가는 불행한 일, 부끄러운 일, 자랑스러운 일, 감격적인 일 등 어떤 사건을 보거나 겪
고도 하며, 문학 작품에 대한 외
었을 때 소통의 욕구나 치유의 의지 등을 바탕으로 이런 경험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함.
재적 관점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문학 작품은 작가의 체험, 사상, 감정의 표현물로 볼 수 있음.
•이때 작가의 창작 동기, 전기적 사실, 심리 상태 등이 작품 이해의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 독자는 ‘누가, 그 사람의 어떤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왜 썼는가? ’ 하는 물음을 통
해 작품에 접근할 수 있음.

(2) 작가 맥락으로 접근할 때의 유의점


•작가는 한 개인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특정한 계층, 시대, 성, 세대를 대표하는 존재로 간
주되기도 하므로 작가가 처한 사회·문화적 상황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함.
•작가의 전기적 사실이나 실제적인 체험이 항상 있는 그대로 작품으로 재현되는 것은 아
니므로, 작품과 작가 사이의 거리도 고려해야 함.
•작가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작가 맥락에 기반한 작품 해석이 절대적
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함.

효용론 2 독자 맥락
작품과 독자 맥락의 관계를 중
시하는 관점을 ‘효용론 ’이라고
(1) ‌문학의 미적, 인식적, 윤리적 효용
한다. 일명 ‘수용론’이라고도 하 •독자는 문학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정서적인 감흥과 미적인 감동을 얻고, 인간사에 대한
며, 문학 작품에 대한 외재적 관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며 윤리적 교훈을 얻기도 함.
점 중의 하나이다.
•독자는 때때로 과거의 어느 독자가 경험한 감동과 교훈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이때 과거의 독자와 현재의 독자는 대화적 관계를
형성함.

(2) 독자 맥락으로 접근할 때의 유의점


•작품이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곧 그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증명하
는 것이 아님을 고려해야 함.
•작품에 대한 특정 독자의 이해가 그 작품에 대한 온전한 접근이 아닐 수도 있음을 고려
해야 함.

03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2 대-B뒷면__DIC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昨過永明寺


잠시 부벽루 *에 올랐네 暫登浮碧樓
텅 빈 성엔 조각달 떠 있고 城空月一片
천년의 구름 아래 바위는 늙었네 石老雲千秋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니 麟馬去不返
천손 *은 지금 어느 곳에서 노니는가 天孫何處遊
돌다리에 기대어 길게 휘파람 부노라니 長嘯倚風磴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山靑江自流
 - 이색, 「부벽루(浮碧樓)」

* 부벽루: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에 있는 정자. * 천손: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을 가리킴.

나 풀이면 다 뿌리가 있는데 百草皆有根


浮萍獨無蔕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부평초만은 매달린 꼭지가 없이
물 위에 둥둥 떠다니며 汎汎水上行
언제나 바람에 끌려다닌다네 常爲風所曳
목숨은 비록 붙어 있지만 生意雖不泯
더부살이 신세처럼 가냘프기만 해 寄命良瑣細

377s_$[ScreenRuling]
연잎은 너무 괄시를 하고 蓮葉太凌藉
행채 *도 이리저리 가리기만 해 荇帶亦交蔽
똑같이 한 못 안에 살면서 同生一池中
어쩌면 그리 서로 어그러지기만 할까 何乃苦相戾
 - 정약용, 「고시(古詩) 7」

* 행채: 연못이나 늪에 나는 마름과의 한해살이풀.

[21001-0019]

01 (가)와 (나)의 시상 전개상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적 대상의 구체적 행위를 열거하고 있다.
② 근경에서 원경으로 시선을 확대해 가고 있다.
③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모하는 대상을 서술하고 있다.
④ 공간 이동에 따른 화자의 인식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⑤ 대상의 모습과 그것에서 비롯된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031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7강
문학 작품의 작가 및 독자 맥락
정답과 해설 8쪽

[21001-0020]

02 (가)를 읽고 <보기>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쓰시오.


선생님 :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이색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면서 본 적막한 풍경으
로부터 느낀 바를 「부벽루」에 담았어요. 그는 상상 속의 말인 ‘기린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
다는 ‘천손’, 즉 고구려 시조 동명왕에 대한 회고에 이어, 자연사와 대비되는 인간사에 대한
생각을 노래했지요. 이 작품이 원나라의 침입 이후 고려의 국력이 심히 약화한 상황에서 작
가가 느끼고 소망한 바를 담은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에 이 작품을 읽고 작가의 생각
에 공감했던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한번 추론해 볼까요?

[21001-0021]

03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고시 7」은 정약용이 유배 시절에 창작한 작품으로, 자료 [A]나 자료 [B]의 내용이 작품에 나
타나 있다고 볼 수 있다.

•[A] 정약용이 바라본 백성들의 삶 : 정약용은 무거운 조세와 부역, 관리들의 갖은 착취와 횡포
로 고통과 괴로움에 놓여 있는 백성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관리들이 백성들을 위해 일을 해
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B] 정약용의 벼슬 생활 : 정약용이 벼슬을 그만두겠다고 올린 소(疏)들을 보면, 그는 자신을 모


함하고 배척하는 여러 신하의 괴롭힘 때문에 조정에서 편할 날이 없었고, 이로 인해 결국은
벌을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여
러 신하에게는 기쁨이고 자신도 그들의 표적 안에 들 염려가 없을 것이라면서 고향에서 성정
(性情)을 기르며 살고자 하는 뜻을 임금에게 밝혔다.

① [A]와 관련지어 보면, ‘부평초’는 편안히 살지 못하는 백성들을 의미하겠어.


② [B]와 관련지어 보면, ‘바람에 끌려다닌다네’는 고향에서 성정을 기르며 살겠다는 작가의
생각이겠어.
③ [A]와 관련지어 보면, ‘더부살이 신세처럼 가냘프기만 해’는 무거운 조세와 부역에 시달
리는 백성들의 상황을 의미하겠어.
④ [B]와 관련지어 보면, ‘연잎’, ‘행채’는 모두 작가를 괴롭히는 신하들을 의미하겠어.
⑤ [B]와 관련지어 보면, ‘서로 어그러지기만 할까’는 신하들이 조정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신하를 배척하는 현실을 의미하겠어.

03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3 (문학)_본문(2도)_03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8
문학

강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
(1) 문학사적 맥락의 개념
•문학 작품의 존재 방식을 규정하는 문학의 갈래, 공동체의 정신과 상상력, 풍속과 사회
상 등의 문학사적 사실과 배경을 가리킴.
•한 편의 문학 작품은 일정한 언어문화의 지평 안에서 여러 가지 문학적 관습을 매개로
하여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소통됨. 한 작품은 선행하는 다른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창
작되고, 동시대의 수많은 다른 작품과 경쟁하고 공존하면서 문학사적 맥락에 편입됨.
•독자는 문학사적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을 역사적인 안목으로 조망할
수 있음.

(2) 문학사적 맥락의 요소


•역사적 갈래의 전개 과정 : 문학 작품들은 특정한 갈래로 분류되는데, 그 갈래는 역사적으 이론적 갈래와 역사적 갈래
서정, 서사, 극, 교술은 어떤 문
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게 됨. 각각의 갈래에는 내용, 형식, 표현의 측면에서 다른
화권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갈래와 구별되는 고유의 문학적 관습이 있음. 는 점에서 ‘이론적 갈래’라고 한
•문학사적 영향 관계 : 문학 작품은 앞선 시대의 문학 작품이 지닌 내용, 형식, 표현의 영향 다. 이에 비해 특정한 역사적 시
기에 특정한 문화권에 존속했던
을 받음. 그 영향은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잠재되어 있을 수도 있음. 특정한 문학 문학 양식을 가리켜 ‘역사적 갈
적 요소들은 긍정적으로 계승되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계승되기도 함. 래’라고 한다. 가령 시조는 한국
의 문학사에 자리 잡고 있는 역
•사회·문화적 상황, 역사·시대적 상황 : 문학 작품은 그 작품이 창작되고 향유되는 시기의
사적 갈래의 명칭이지만, 이론적
사회·문화적 상황을 반영하게 되며, 개별적인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상황에 대한 대응 갈래로는 주로 서정 갈래에 포함
으로 창출됨. 된다.

2 상호 텍스트적 맥락
•모든 문학 작품은 잠재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때 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서 상호 텍스트성이 성립함.
•패러디된 작품과 같이 주어진 작품 안에 다른 작품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상
호 텍스트적 맥락의 대표적인 사례임.
•상호 텍스트성은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거나 구성할 수도 있음. 이 경우 각 작품에 담긴
모티프, 이미지, 소재, 주제 등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하여 읽음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거나 심화할 수 있음.

033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8강
문학 작품의 문학사적, 상호 텍스트적 맥락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애 살어리랏다 어듸라 더디던 돌코 누리라 마치던 돌코


[A] 멀위랑 래랑 먹고 쳥산애 살어리랏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래 살어리랏다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래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졍지 가다가 드로라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사미 대예 올아셔 금을 혀거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야 나즈란 디내와손뎌 가다니 브른 도긔 설진 강수를 비조라


[B]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 엇디 호리라 조롱곳 누로기 와 잡와니 내 엇디 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작자 미상, 「청산별곡(靑山別曲)」

[21001-0022]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B]와 달리 자연 속 사물을 제시하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화자의 정서를 담
아내고 있다.
② [A]는 [B]와 달리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는 단어를 반복하여 화자의 심정을
강조하고 있다.
③ [B]에는 [A]와 달리 참담한 고독을 경험하며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제시되
어 있다.
④ [B]에는 [A]와 달리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이 세상 물정 몰랐던 존재였음을 자탄하는 화자가
나타나 있다.
⑤ [A]는 특정한 공간에 대한 태도를 통해, [B]는 시간적 배경 속 정황을 통해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0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정답과 해설 8쪽

[21001-0023]

02 화자가 처한 상황을 중심으로 ㉮와 <보기>를 비교하는 활동을 할 때, 빈칸에 들어갈 적절한 말을


쓰시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 /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묘지 가고요 ― /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
 - 현진건, 「고향」 중에서

선생님 : ㉮와 <보기>는 모두 현실 상황에 대한 화자의 정서가 나타나 있어요. 그런데 정서를 드


러내는 방법은 다소 다릅니다. 화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시하는 방법을 중
심으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생각해 볼까요?
학생 : 네. 제가 생각할 때는, ㉮의 화자는 자신이 느끼는 정서를 다른 대상에 이입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면, <보기>의 화자는 ( )

[21001-0024]

03 다음은 발표의 일부이다. 발표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청산별곡」에서 몇몇 시어는 그 의미가 명확하게 해석되지 않기 때문에 감상자에 따라 작품
에 관한 이해가 달라집니다. ㉯는 ‘사미’를 ‘사슴이’로 해석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의미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가다가 가다가 듣노라 외딴 부엌 가다가 듣노라
ⓐ사슴이 장대에 올라서 해금을 타는 것을 듣노라
그렇다면 왜 화자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노래에 담은 것일까요? 저는 먼저
이 노래 속 화자를 고려 후기 빈번한 전란 등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래서 현실적 절망
감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랐던 유랑민으로 가정해 보았습니다. 이를 감안한다면 여러분, 화
자는 ⓐ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요?

① 사슴이 장대에 오른 것을 전해 듣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대상에


대한 동병상련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② 사슴이 해금을 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기를 바라는 심정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③ 사슴이 장대에 서 있던 위험한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현실적 삶을 고통
스러워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④ 사슴이 장대에서 화자를 부르는 가상적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사슴을 통해 현실의 고통
을 위로받고자 하는 화자의 바람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⑤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장대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보는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고달픈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숙명에 대한 심정을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035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9
문학

강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반영론 1 사회·문화적 맥락
문학 작품을 현실 세계의 반영
이라 보고, 재현의 대상이 된 현
(1) 사회·문화적 맥락의 개념
실을 중심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한 사회에서 같은 문화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싼 사회적 제도나 질서, 그들
관점을 ‘반영론’이라고 한다. 사
이 지닌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를 가리킴. 문학 작품에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맥락
회·문화적 상황, 역사적 배경 등
이 작품의 현실을 구성하는 요소 이 반영됨.
들이다. •독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여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의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이
해할 수 있고, 삶의 보편성과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음.

(2) 사회·문화적 맥락의 요소


•당대의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 : 문학 작품은 작가가 살아가는 특정한 시기, 특정한 사회의
다양한 이념이나 사상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함.
•당대의 사회 제도, 문화적 관습 : 문학 작품은 특정한 시기, 특정한 사회의 사회 제도, 문화
적 관습을 반영하기도 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함.
•사회 질서에 대응하는 화자나 인물의 삶의 방식 : 작품 속 화자나 인물들은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 사회의 질서에 대항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존재로 형상화됨.

사회·문화적 맥락과 역사 2 역사적 맥락


적 맥락의 관계
두 종류의 맥락이 분명한 차이
(1) 역사적 맥락의 개념
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추 •한 작품을 창작하는 계기가 되거나 그 작품의 배경이 되는 특정한 시기의 역사적 사건을
상적이고 포괄적인 사회·문화적
가리킴.
맥락에 비해 역사적 맥락은 구체
적이다. 그래서 종종 사회·문화 •독자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작품을 읽음으로써 작품에 담긴 주제 의식을 더 깊이
적 배경은 드러나더라도 구체적 있게 이해하고, 역사에 대응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음.
인 역사적 맥락은 숨어 있는 경
우가 있다. 가령 일제 강점기에
창작된 김유정의 「봄·봄」에는 전
(2) 역사적 맥락의 요소
통적인 농촌의 사회·문화적 맥 •역사적 사건 : 왕조 교체, 식민 통치, 전쟁 등 국가 및 민족 단위의 사건은 물론이고 한 공
락은 나타나지만 일제 강점기와
동체 구성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적 사건이 작품의 배경이나 소재가 됨.
같은 특정한 역사적 맥락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특정한 역사적 시기의 물질적·정신적 환경 : 새로운 문물의 도입이나 생성, 기존 문물의 소
멸, 그리고 이에 따른 인간 생활의 변화와 물질적·정신적 환경의 변화가 작품에 반영됨.

03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품으로 이해하기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김조이는 한성부(漢城府) *의 다모(茶母) *다.


임진년(1832)에 경기와 호서 및 황해 세 곳에 큰 기근이 들어, 한성부에서는 대소(大小)의 백성들에게
술을 빚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이를 어기는 자는 죄의 경중을 가려 유배를 보내든지 벌금을 물리
든지 했다. 아전으로서 밀주(密酒)를 빚은 자를 일부러 감춰 주고 체포하지 않을 경우, 그 아전에게도 벌
을 내리고 용서하지 않았다. 이에 아전들은 죄인을 잡지 못할까 걱정하다가 급기야 백성들에게 밀주 빚
은 자를 몰래 고해바치게 한 후 벌금의 10분의 2를 나누어 주었다. 이런 까닭에 신고하는 자는 아주 많
았으며 아전들은 귀신같이 적발할 수 있었다.
어느 날 한성부의 아전 하나가 남산 아래 어느 거리의 외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전은 다모를
가까이 부르더니 시내 위로 놓인 다리 끝에서 몇 번째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저긴 양반 집이라 내가 마음대로 들어가 볼 수가 없거든. 그러니 네가 먼저 안채로 들어가 쓰레기를
뒤져 보고 술지게미가 있거든 고함을 치거라. 그러면 내가 당장 들어가마.”
다모는 그 말대로 살금살금 까치걸음으로 들어가 집 안을 수색했다. 과연 석 되들이쯤 되는 항아리에
새로 늦가을에 담근 술이 들어 있었다.
다모가 항아리를 안고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는 기겁을 하며 땅에 엎어졌다. 눈이
빛을 잃고 입가에 침을 흘리며 사지가 마비되고 얼굴이 파래졌다. 기절한 것이었다. 다모는 항아리를 내
려놓고는 할머니를 끌어안고 뜨거운 물을 급히 가져다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잠시 후에 할머니가 정신
을 차리자 다모가 질책했다.
“나라에서 내린 명령이 어떠한데 양반 신분인 분이 이처럼 법을 어긴단 말입니까? ”
할머니는 사죄하며 말했다.
“ 우리 집 양반이 지병을 앓고 있는데, 술을 못 마시게 된 이후로 음식을 삼키지 못해 병이 더욱 고질이
됐네. 가을부터 겨울까지 며칠씩 밥도 못 짓고 살다가 며칠 전에 마침 쌀 몇 되를 어디서 얻어 왔어.
노인의 병을 구완할 생각으로 감히 법을 어겨 술을 빚고 말았지만, 어찌 잡힐 줄 생각이나 했겠나. 선
한 마음을 가진 보살께서 제발 우리 사정을 불쌍히 보아 주시기 바랄 뿐이네. 이 은혜는 죽어서라도
꼭 갚겠네.”
다모는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항아리를 안고 가서 잿더미에 술을 쏟아 버렸다. 그러고는 사발을 하나
손에 들고 문밖으로 나왔다. 아전은 다모를 보고 물었다.
“어찌 됐느냐? ”
다모는 웃으며 말했다.
“술 담근 걸 잡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 송장이 나오게 생겼소.”
다모는 곧장 죽 파는 가게로 가서 죽 한 그릇을 산 뒤 다시 양반 댁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죽을 건네주
었다.

037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9강
문학 작품의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

“할머니가 음식도 못 해 잡수신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워 드리는 겁니다.”


다모는 그렇게 말한 뒤 여기서 몰래 술 담근 걸 누가 또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할머니에게 시동생인 젊은 생원이 술 담근 걸 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 다모는 아전에게 양반 집
에 술이 없었다고 거짓말한다. 한성부 앞에서 할머니를 고자질한 시동생을 만난 다모는 그의 따귀를 때린다.

다모는 손을 쳐들어 생원의 따귀를 때리더니 침을 뱉으며 꾸짖었다.


“ 네가 양반이냐? 양반이란 자가 형수가 몰래 술을 담갔다고 고자질하고는 포상금을 받아먹으려 했단
말이냐? ”
거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이들 주변을 빙 둘러서서 구경을 했다. 아전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집 주인 할멈의 사주를 받아 나를 속이고 술 빚은 걸 숨겨 주고는 도리어 고발한 사람을 꾸짖어? ”
아전은 다모를 붙잡아 주부 * 앞에 가서 다모의 죄를 고해바쳤다. 주부가 심문하자 다모는 사실대로
모두 자백했다. 주부는 성이 난 척하며 말했다.
“술 담근 일을 숨겨 준 죄는 용서하기 어렵다. 곤장 20대를 쳐라!”
오후 6시 무렵 관청 일이 끝나자 주부는 조용히 다모를 따로 불러 엽전 열 꿰미 *를 주며 말했다.
“ 네가 숨겨 준 일을 내가 용서해서는 법이 서지 않기에 곤장을 치게 했다만, 너는 의인이로구나. 참
갸륵하다 여겨 상을 내리는 것이다.”
다모는 돈을 가지고 밤에 남산의 그 양반 댁으로 가서 주인 할머니에게 건넸다.
 “제가 관청에 거짓 보고를 했으니 곤장 맞는 거야 당연한 일입니다만, 할머니가 술을 담그지 않으
셨더라면 이 상이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그러니 이 상은 할머니께 돌려드릴게요. 제가 보니 할머
[A] 니는 겨우내 춥게 지내시는 모양인데, 이 1천 전 * 돈으로 반은 땔나무를 사고 반은 쌀을 사시면
추위와 굶주림 없이 겨울을 나시기에 충분할 거예요. 다만 앞으로는 절대 술을 담그지 마셔야 합
니다.”
주인 할머니는 한편으로는 부끄러워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돈을 사양했다.
“ 다모가 우리 사정을 봐 준 덕택에 벌금을 면하게 된 것만도 고마운데, 내가 무슨 낯으로 이 돈을 받는
단 말인가? ”
할머니가 굳이 사양하며 한참 동안이나 받지 않자 다모는 할머니 앞에 돈을 밀어 두더니 뒤도 돌아보
지 않고 떠났다.
 –송지양, 「다모전(茶母傳)」

* 한성부: 조선 시대에, 서울의 행정·사법을 맡아보던 관아.


* 다모: 조선 시대에, 일반 관아에서 차와 술대접 등의 잡일을 맡아 하던 관비. 한성부나 포도청의 다모는 수사관의 역할을 하기도 했음.
* 주부: 조선 시대에, 각 아문의 문서와 부적(符籍)을 주관하던 종육품 벼슬.
* 엽전 열 꿰미: 열 냥.
* 1천 전: 동전 1천 개이니, 열 냥에 해당함.

03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9쪽

[21001-0025]

01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모는 주인 할머니가 잘못을 저지른 것을 알았지만 일단 그것을 숨겨 주려 했다.
② 주부는 다모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다모에게 벌을 주었다.
③ 주인 할머니는 아무리 법이 엄중해도 양반 신분이면 처벌을 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④ 젊은 생원은 다모에게 따귀를 맞은 것이 억울해서 주부에게 다모의 죄를 고해바쳤다.
⑤ 아전은 주인 할머니를 체포하게 되면 벌금의 2할을 다모에게 떼 주기로 약속했을 것이다.

[21001-0026]

02 다음은 윗글을 사회ㆍ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감상한 보고서이다. ㉠~㉢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내용을 <보기>의 ⓐ~ⓔ 중에서 고르시오.

「다모전」을 읽을 때 고려해야 할 역사적 맥락으로 조선 후기 삼도(三道)의 기근 때문에 시행


되었던 3금(禁) 정책(소의 도살, 밀주, 소나무 채벌 금지)을 들 수 있다. ( ㉠ )은 그와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된다.
아울러 밀주 금지 시책에 수반된 포상금을 두고 이권에 개입한 부패한 관리들과 밀고를 일삼
는 무리들이 결탁하는 등의 당대의 사회적 혼란상도 「다모전」 창작의 주된 배경이다. ( ㉡ )
은 그러한 사회적 배경이 작품에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 사회는 남녀의 구별이 매우 엄격한 사회였다. 범죄자라도 안채에 들어가 있으면 포교와
포졸이 들어가 검거하기 어려웠으며 범죄 관련자가 여성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어려움
을 해결하기 위해 있었던 것이 다모였다. ( ㉢ )은 당대의 사회 제도와 문화적 관습에서 비
롯한 일이다.

ⓐ 주인 할머니의 집이 양반가인데도 몹시 가난한 것


ⓑ 아전이 다모를 시켜 주인 할머니의 집을 수색하게 한 것
ⓒ 주인 할머니가 병든 남편을 위해 술을 빚은 일이 범법 행위가 된 것
ⓓ 주부가 다모에게 공개적으로 벌을 주고, 나중에 따로 불러 상을 준 것
ⓔ 아전들이 고발한 사람에게 벌금의 일부를 포상금으로 주고, 그 포상금을 노려 젊은 생원이
형수를 고발한 것

[21001-0027]

03 [A]의 발화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대방의 과거 행동을 칭찬하여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군.
②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며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당부하려는 것이군.
③ 자신의 원대한 계획과 포부를 밝혀 상대방이 자신을 따르게 만들려는 것이군.
④ 자신이 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여 상대방과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것이군.
⑤ 자신이 겪은 사건을 의도적으로 확대하여 상대방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려는 것이군.

039
[1부] 교과서 개념 학습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3대 3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부

적용
학습
고전 시가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公無渡河 임아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기어이 물을 건너시네
墮河而死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이제 임을 어이할꼬
 - 백수 광부의 아내,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나 간 봄 그리매 간 봄 그리워함에
모 것 우리 시름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데
아 나토샤온 아름다움을 나타내신
즈 살쯈 디니져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 하옵내다
눈 돌칠 이예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맛보디 지리 만나 뵙도록 하리이다
낭(郞)이여 그릴  녀올 ㉡길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이
다봊  잘 밤 이시리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이까
<양주동 역> <현대어 역>
 - 득오, 「모죽지랑가(慕竹旨郎歌)」

[21001-0028]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대상과의 문답을 통해 화자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DIC 377s

② (가)와 (나)는 모두 의인화한 특정 자연물에 화자의 정서를 투영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대상을 지칭하여 그 대상이 근심의 원인임을 부각하고 있다.
④ (가)는 반어적 표현으로, (나)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주제를 나타내고 있다.
⑤ (가)는 청각적 심상으로, (나)는 촉각적 심상으로 시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0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0쪽

[21001-0029]

02 ㉠,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꿈꾸는 이상 세계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② ㉡은 상대방과 재회하려는 화자의 소망을 형상화하고 있다.
③ ㉠과 ㉡은 모두 화자가 겪게 될 비극적 사건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④ ㉠과 ㉡의 등장으로 인해 화자들은 상대방과 함께 지내는 것을 방해받고 있다.
⑤ ㉠에는 갈등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에는 갈등을 회피하는 소극적 태도가 담겨 있다.

[21001-0030]

03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모죽지랑가」는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의 죽지랑에 대한 이야기 끝부분에 실려 있다. 죽지랑은
신라의 삼국 통일에 공을 세운 화랑이었고, 득오는 죽지랑의 낭도였다. 어느 날 득오가 익선이라는
관리에게 급히 징집되어 죽지랑에게 미처 알리지도 못하고 힘든 부역에 동원되었는데, 득오가 보
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죽지랑이 이 사정을 알고 직접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다른 낭도들과
함께 득오를 찾아가 위로하였다고 한다. 일연은 득오가 일찍이 죽지랑을 그리워하여 지은 노래라
설명하며 이 작품을 기록해 두었다.

① ‘봄’은 득오가 죽지랑과 함께할 수 있었던 과거의 한때라고 이해할 수 있겠군.


② 죽지랑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득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겠군.
③ ‘아 나토샤온’ 얼굴은 죽지랑의 훌륭한 인품을 외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④ ‘살쯈 ’은 죽지랑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는 득오의 자괴감을 의미하는 것이겠군.
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은 죽지랑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득오의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3
고전 시가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날러는 엇디 살라 고
리고 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잡와 두어리마
선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셜온 님 보내노니 나
가시  도셔 오쇼셔 나
위 증즐가 대평셩(大平盛代)
 - 작자 미상, 「가시리」

나 삭삭기 세모래 벼랑에 나난


삭삭기 세모래 벼랑에 나난
구운 밤 닷 되를 심고이다
그 밤이 움이 돋아 싹 나거시아
그 밤이 움이 돋아 싹 나거시아
DIC 377s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2연>

옥(玉)으로 연꽃을 사교이다


옥(玉)으로 연꽃을 사교이다
바위 위에 접주(接柱)하요이다 *
그 꽃이 삼동(三同)이 피거시아
그 꽃이 삼동(三同)이 피거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3연>

무쇠로 철릭 *을 말아 나난
무쇠로 철릭을 말아 나난
철사(鐵絲)로 주름 박오이다

0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3 대-A앞면__DIC


그 옷이 다 헐어시아
그 옷이 다 헐어시아
유덕(有德)하신 임을 여의아와지이다 <4연>

구슬이 바위에 지신들


구슬이 바위에 지신들
끈잇단 그츠리잇가
즈믄 해를 외오곰 여신들
즈믄 해를 외오곰 여신들
신(信)잇단 그츠리잇가 <6연>
 - 작자 미상, 「정석가(鄭石歌)」

* 접주하요이다: 접붙입니다.
* 철릭: 옛날에 무관이 입던 관복.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031]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의문형 문장을 사용하여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말을 건네는 어투를 사용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다.

377s_$[ScreenRuling]
③ (가)와 (나)는 모두 유사한 시구를 반복하여 임에 대한 화자의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다양한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비유적 표현을 통해 임에 대한 화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5
고전 시가 02 정답과 해설 12쪽

[21001-0032]

02 <보기>의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학생들이 대답한 것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가시리」의 ‘셜온 님’은 ‘서러운 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서러워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나를 서럽게 하는 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서러워하는 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모두 있었습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어느 해석이 더 자연스러운지 비교해 보고 자신의 의견을 말
해 봅시다.
학생 :

① 2연에서 어찌 살라고 하느냐고 애원한 것을 보면 임과의 이별로 화자는 난처하고 슬픈 상황


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보이니, ‘나를 서럽게 하는 임’이라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② 3연에서 화자가 임을 잡아 두고 싶다고 하고 있으니, ‘나를 서럽게 하는 임’이라 말하며 이별
의 아픔을 노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③ 4연에서 화자가 임에게 가자마자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나를 서럽게 하는 임’이
라 말하며 임과 헤어져 있는 시간의 괴로움을 노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④ 1, 2연에서 임의 행동이 어떤 것을 버리고 가는 것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아, ‘서러워하는 임’
이라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⑤ 4연에서 화자가 임에게 돌아오라고 당부하면서도 그를 보내는 것은 임에게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서러워하는 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21001-0033]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랑과 이별을 다루는 작품들은 시간 의식과 연관된 경우가 많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방과
관계를 맺어 왔던 기간을 특별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그 관점에서 과거의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
고 미래를 내다보기도 한다.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과 상대방의 지난날에 의미를 부여해 보기도 하
고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 앞으로도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기대, 사랑하는 상대
방을 곁에 두고픈 소망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다.

① (가)의 1연에서 화자는 상대방과 관계를 맺어 온 기간이 미래에 이어지지 못할 것임을 느끼


고 있군.
② (가)의 2연에서 화자는 불안감에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의 지난날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군.
③ (가)의 4연에서 화자는 다시 만날 날을 앞당겨 임을 어서 곁에 두고픈 소망을 드러내고 있군.
④ (나)의 2~4연에서 화자는 앞으로도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군.
⑤ (나)의 6연에서 화자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현재의 관계를 이어 가려는 의지를 드러
내고 있군.

0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03
정답과 해설 13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3 대-B뒷면__DIC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샹해런가 꿈이런가 백옥경(白玉京)의 올라가니


㉠옥황(玉皇)은 반기시나 군선(群仙)이 꺼리다
두어라 오호연월(五湖煙月)이 내 분(分)일시 올탓다

㉡풋에 꿈을 꾸어 십이루(十二樓)에 드러가니


옥황은 우스시되 군선이 꾸짇다
어즈버 백만억 창생(百萬億蒼生)을 어늬 결의 무르리

하히 이저신 제 * 므슴 술(術)로 기워 낸고


㉢백옥루(白玉樓) 중수(重修) 제 엇던 바치 * 일워 낸고
옥황께 와보쟈 * 더니 다 몯야 오나다
 - 윤선도, 「몽천요(夢天謠)」

* 이저신 제: 이지러졌을 때. * 엇던 바치: 어떤 공인(工人), 목수.


* 와보쟈: 여쭈어보자.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나 ㉣꿈으로 차사(差使) *를 삼아 먼 데 님 오게 하면
비록 천 리라도 순식(瞬息)에 오련마는
㉤그 님도 님 둔 님이니 올동말동하여라
 - 이정보

377s_$[ScreenRuling]
* 차사: 임금이 중요한 임무를 위하여 파견하던 임시 벼슬. 또는 그런 벼슬아치.

[21001-0034]

01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대구적 표현과 대조적 의미를 지닌 시어를 사용하면서 ‘군선’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② ㉡: 공간의 이동에 따른 상황의 변모 양상을 제시하며 ‘옥황’에게서 느끼는 거리감을 나타내
고 있다.
③ ㉢: 구체적 공간을 언급하고 의문형 진술을 활용하여 ‘엇던 바치’가 지닌 능력의 한계를 드
러내고 있다.
④ ㉣: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대상으로 사물화하여 제시하면서 ‘님’이 처한 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⑤ ㉤: 동일한 시어를 반복하여 대상의 상황을 제시하면서 ‘님’이 보일 행동에 대한 화자의 생
각을 드러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7
고전 시가 03
[21001-0035]

02 <보기>는 작가가 (가)를 지은 후 한시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보기>를 짓기 위해 창작 계획을 세웠다
고 가정할 때, <보기>에 반영되지 않은 것은?

꿈인가 생시인가 한번 백옥경에 오르매 하늘문이 열리니 夢耶眞耶一上玉京閶闔開


옥황은 반기시나 군선이 꺼리도다 玉皇靑眼群仙猜
두어라 오호연월을 한가로이 배회하도다 已矣乎五湖煙月閑徘徊

야인이 나비로 화하여 나풀나풀 십이루로 날아드니 野人化蝴蝶翩翩飛入十二樓


옥황은 웃음 띠셨으나 군선이 꾸짖는구나 玉皇含笑群仙尤
어즈버 백만억 창생의 일을 어느 겨를에 물으리 吁嗟乎萬億蒼生問何由

구천(九天)이 이지러졌을 제 무슨 기술로 기워 내었는고 九重天有缺時補綴用何謨


백옥루 중수하던 날 어떤 장인바치가 이루어 내었는고 白玉樓重修日何工成就乎
옥황께 아뢰어 보려 했더니 물을 겨를 없는지라 돌아와 欲問玉皇無暇問歸來空一吁
하릴없이 한숨짓노라

① 옥황이 있는 장소는 (가)와 마찬가지로 ‘백옥경’으로 유지하되, <보기>에서는 옥황을 만나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곳을 추가해야겠군.
② 옥황을 만난 후 화자의 반응은 (가)와 마찬가지로 ‘오호연월’과 관련지어 제시하되, <보기>
에서는 화자의 생각 대신 행동을 제시하는 것으로 교체해야겠군.
③ 옥황을 만나는 장소는 (가)와 마찬가지로 ‘십이루’로 제시하되, <보기>에서는 화자를 의미하
는 인물이 변신의 과정을 거쳐 옥황을 만나는 상황으로 교체해야겠군.
④ 옥황과 나누고 싶은 대화 내용은 (가)와 마찬가지로 ‘백옥루’의 중수와 관련지어 제시하되,
<보기>에서는 묻고 싶은 질문을 하지 못한 이유를 추가해야겠군.
⑤ 옥황을 만나고 난 뒤의 생각은 (가)와 마찬가지로 ‘두어라’, ‘어즈버’와 같은 감탄사를 활용
하여 제시하되, <보기>에서는 옥황을 만나기 위한 화자의 노력을 추가해야겠군.

04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4 (문학)_본문(2도)_04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13쪽

[21001-0036]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문학 작품에서 ‘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통로로, 작품 속 인물들은 꿈속에서 현실의 문제 상
황을 해결하거나 현실에서 억제된 만남과 바람을 실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꿈속 상황이 자신의 현
실 상황과 차이가 없거나, 꿈에서 깨어난 후의 상황이 꿈을 꾸기 전과 변함이 없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에 꿈은 작품 속 인물들이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① (가)의 화자가 꿈을 통해 옥황이 있는 ‘백옥경’을 올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꿈이 시간과 공간


을 초월한 통로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② (가)의 화자가 꿈에서 만난 군선의 반응을 본 후 ‘오호연월’이 자신의 분수임을 깨닫고 있다
는 점에서, 꿈이 화자가 자신의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③ (가)의 화자가 꿈에서 만난 옥황에게 ‘백만억 창생’의 일을 물으려 한다는 점에서, 꿈이 화자
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얻는 수단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④ (나)의 화자가 임에게는 다른 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자의 현실 상황과 꿈속
상황 모두 임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⑤ (나)의 화자가 꿈에서는 천 리나 되는 먼 곳에 있는 임이 순식간에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는 점에서, 꿈이 현실에서의 바람을 실현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49
고전 시가 04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방옹시여」는 신흠이 광해군 때 정쟁에 연루되어 김포로 추방당한 뒤 정치적 좌절감과 소외감, 세상에
대한 염증과 대결 의지 등을 토로한 연작시이다. 작품의 창작 동기는 그가 남긴 「방옹시여서」 를 통해 알 수
있으니 그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내 이미 전원으로 돌아오매 세상이 진실로 나를 버렸고 나 또한 세상사에 진력났기 때문이다. 되돌아보
면 지난날의 부귀와 공명은 한갓 겨와 쭉정이나 두엄 풀같이 쓸데가 없는 것이어서 오직 사물에 접해 노
래하면 풍부 *가 수레를 내려 호랑이를 잡는 만용을 못 버리는 병과 같았다.”
「방옹시여」 는 모두 30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계절의 변화라는 시간적 흐름을 시상 전개의 기
본 틀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시상 전개의 틀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시간 관련 표지어를 주목해 보면 발
견할 수 있다. 작가는 자연물을 소재로 활용하여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기도 하고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기
도 하는 등 시적 표현의 다채로움을 구현하고 있다.

* 풍부(馮婦): 옛날에 호랑이 퇴치로 유명했던 중국 사람.

나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柴扉)를 여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그의 벗인가 하노라 <제1수>

초목(草木)이 다 매몰(埋沒)한 제 송죽(松竹)만 푸르렀다


풍상(風霜) 섞어 친 제 네 무슨 일 혼자 푸른가
두어라 내 성(性)이어니 ⓐ물어 무엇 하리 <제3수>

어젯밤 눈 온 후(後)에 달이 좇아 비추었다


눈 후(後) 달빛이 맑음이 그지없다
엇더타 천말부운(天末浮雲) *은 ⓑ오락가락하느뇨 <제6수>

서까래 기나 짧으나 ⓒ기둥이 기우나 트나


수간모옥(數間茅屋)을 작은 줄 웃지 마라
어즈버 만산나월(滿山蘿月) *이 다 내 것인가 하노라 <제8수>

시비(是非) 없은 후(後)이라 영욕(榮辱)이 다 불관(不關)타 *


금서(琴書) *를 다 흩은 후(後)에 이 몸이 한가하다
㉠백구야 기사(機事) *를 잊음은 너와 낸가 하노라 <제14수>

한식(寒食) 비 온 밤의 ⓓ봄빛이 다 퍼졌다

05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4쪽

무정(無情)한 화류(花柳)도 때를 알아 피었거든


엇더타 우리의 님은 가고 아니 오는고 <제17수>

창(窓)밖의 워석버석 님이신가 일어나 보니


혜란(蕙蘭) 혜경(蹊徑) *에 낙엽(落葉)은 무슨 일인고
어즈버 유한(有恨)한 간장(肝腸)이 다 끊길까 하노라 <제19수>

꽃 지고 속잎 나니 시절도 변(變)하였다
풀 속에 푸른 벌레 ㉡나비 되야 날아다닌다
뉘라서 조화(造化)를 잡아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고 <제26수>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眞實)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제29수>
 - 신흠, 「방옹시여(放翁詩餘)」

* 천말부운: 하늘 끝자락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구름. * 만산나월: 산 가득 풀 덩굴에 비친 달빛.


* 불관타: 상관없다. * 금서: 거문고와 책.
* 기사: 욕심. * 혜란 혜경: 난초 핀 좁은 길.

[21001-0037]

01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제3수>에서는 의문형 표현을 통해 화자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② <제6수>에서는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장면을 제시하고 있다.
③ <제14수>에서는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삶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제17수>에서는 자연과 인간을 대비하여 화자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⑤ <제29수>에서는 역설적 발상을 통해 화자의 인식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21001-0038]

02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경계하는 대상이고, ㉡은 예찬하는 대상이다.
② ㉠은 화자가 기쁨을 느끼는 대상이고, ㉡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대상이다.
③ ㉠은 이상적 세계의 모습을, ㉡은 도덕적 삶의 태도를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④ ㉠은 화자가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⑤ ㉠은 화자가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이고, ㉡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하는 소재이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1
고전 시가 04 정답과 해설 15쪽

[21001-0039]

03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겨울에 송죽만 푸른 것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다.
② ⓑ: 조화로운 자연 풍경을 어지럽히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인식을 보여 준다.
③ ⓒ: 화자가 거처하는 집의 만듦새가 엉성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④ ⓓ: 한식날 밤, 비 내린 뒤에 봄꽃이 만개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⑤ ⓔ: 시름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노래의 효용에 대한 화자의 긍정적 인식이 담겨 있다.

[21001-0040]

04 (가)에 언급된 ‘시간 관련 표지어’에 주목하여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제1수>: 자연물인 ‘눈’을 통해 계절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달’이라는 소재를 통
해 화자가 처해 있는 고독한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② <제6수>: 자연물인 ‘눈’을 시간 관련 표지어로 활용하여 계절적 배경이 겨울임을 알려 주고,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상에 대한 좌절감을 부각하고 있다.
③ <제8수>: 자연물인 ‘만산나월’을 통해 계절적 배경이 봄임을 알려 주고, 삶에 대한 무상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제17수>: 자연물인 ‘화류’를 통해 계절적 배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비’라는 소재를
통해 임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⑤ <제26수>: 자연물인 ‘꽃’과 ‘속잎’을 시간 관련 표지어로 활용하여 계절적 배경이 봄에서 여
름으로 넘어가는 때임을 알려 주고, ‘풀’이라는 소재를 통해 임을 향한 그리움의 정념을 표
출하고 있다.

[21001-0041]

05 (가)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제3수>는 ‘송죽’과 ‘초목’을 비교하며, 불의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화자의 대결 의지
와 정신적 태도를 부각하고 있군.
② <제8수>는 ‘수간모옥’에 대한 세간의 비웃음을 반박하며, 세상사에 진력이 난 화자가 전원
생활에서 얻은 삶의 만족감과 정신적 위로를 드러내고 있군.
③ <제14수>는 ‘시비’를 다투는 세상에서 멀어진 후에 얻은 만족감을 제시하며, 정쟁의 경험이
화자가 세상에 염증을 느낀 이유 중 하나임을 알려 주고 있군.
④ <제19수>는 ‘간장’이 다 끊어지려 한다는 관습적 표현을 사용하여, 정치적으로 소외된 화자
가 삶을 성찰하면서 느끼는 후회의 감정을 강조하고 있군.
⑤ <제29수>는 유사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노래’의 효용을 추측해 보면서, 작품의 창작 동기가
화자가 겪은 정치적 시련과 관련이 있음을 드러내고 있군.

05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05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학문(學文)을 후려 치우고 반무(反武) *를 한 뜻은


삼척검(三尺劍) 둘러메고 진심보국(盡心報國)하려 했더니
한 가지 일도 한 것이 없으니 ㉠눈물겨워 하노라 <제1수>

나라에 못 잊을 것은 이 밖에 다시없다
의관문물(衣冠文物)을 이렇도록 더럽혔는고
이 원수(怨讎) 못내 갚을까 칼만 갈고 있노라 <제3수>

어와 서러운지고 생각거든 서러운지고


국가 간위(艱危) *를 알 이 없어 ㉡서러운지고
아무나 이 간위 알아 구중천(九重天) *에 사뢰소서 <제6수>

이는 저 외다 하고 저는 이 외다 하니
[A] 매일에 하는 일이 이 싸움뿐이로다
이 중에 고립무조(孤立無助)는 임이신가 하노라 <제14수>

말리소서 말리소서 이 싸움 말리소서


[B] 지공무사(至公無私) *하게 말리소서 말리소서
진실로 말리고 말리시면 탕탕평평(蕩蕩平平) *하리이다 <제16수>

나라가 굳으면 집조차 굳으리라


[C] 집만 돌아보고 나랏일 아니 하네
하다가 명당(明堂)이 기울면 어느 집이 굳으리오 <제26수>

공명(功名)을 원(願)찮거든 부귀(富貴)인들 바랄소냐


일간모옥(一間茅屋)에 고초(苦楚)히 혼자 앉아
밤낮의 우국상시(憂國傷時)를 ㉢못내 설워하노라 <제28수>
 - 이덕일, 「우국가(憂國 歌)」

* 반무: 문관이 무관이 됨.


* 간위: 어려움과 위기.
* 구중천: 하늘을 아홉 방위로 나누어 이르는 말. 여기서는 ‘임금’을 뜻함.
* 지공무사: 지극히 공정하여 사사로움이 없음.
* 탕탕평평: 싸움, 시비, 논쟁 따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함.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3
고전 시가 05
[21001-0042]

01 [A]와 [B]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는 문제 상황의 원인을, [B]는 문제 상황이 초래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② [A]는 문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B]는 문제 상황 해결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③ [A]는 문제 상황과 관련해 상대방의 과오를 비판하고, [B]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다.
④ [A]에 제시한 문제 상황과 관련해 [B]는 그 해결의 책임이 화자 자신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
⑤ [A]에 제시한 문제 상황을, [B]에 언급한 역사적 사례를 참고해 해결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21001-0043]

02 <보기 1>을 참고하여 [C]와 <보기 2>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 시대에는 사화와 당쟁, 왜란과 호란 등 크고 작은 혼란이 끊임없이 있어 왔으며 그렇게 국내
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것을 걱정하는 우국의 마음이 시조로 형상화되곤 하였다. 우국의
형상화 방식은 소재와 표현법, 화자의 어조와 작품 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어와 버힐시고 * 낙락장송(落落長松) 버힐시고


저근덧 두던들 동량재(棟梁材) * 되리러니
어즈버 명당(明堂)이 기울거든 무엇으로 버티려뇨
 - 정철

* 버힐시고: 베었구나.
* 동량재: 대들보로 쓸 재목.

① [C]와 <보기 2>는 모두 반복되는 표현을 통해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② [C]와 <보기 2>는 모두 탄식의 어조를 통해 우국의 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③ [C]와 <보기 2>는 모두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나라의 위기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④ [C]와 <보기 2>는 모두 가정법을 사용하여 미래의 상황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C]와 <보기 2>는 모두 의문의 형식을 활용하여 나라의 혼란이 야기할 부정적 상황을 부각
하고 있다.

0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7쪽

[21001-0044]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에서 화자는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회한의 정서를 느끼고 있다.
② ㉡에서 화자는 나라의 위기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무감각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③ ㉢에서 화자는 불우한 처지에도 한결같이 나라를 근심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④ ㉡에 담긴 화자의 정서는 ㉠과 달리 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⑤ ㉢에 담긴 화자의 정서는 ㉡의 정서를 유발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1001-0045]

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우국가」 28수는 광해군이 어지러운 정치를 펴고 있을 당시, 이덕일이 고향 함평에 머물면서 나
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지은 작품이다. 그는 임진왜란 때 무과에 급제한 인물로, 이순신의 막하에
들어가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시조인 「우국가」는 전체적으로 ‘서사–본사–결사’의 구조를 지
닌다. <제1수>는 서사로서 자신의 생애와 작품 창작의 동기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제28수>
는 결사로서 혼탁한 현실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다. 그 사이에 관료의 무능과 붕당 간
정쟁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임금을 향한 근심과 애정, 전란의 체험을 통해 얻은 실제적인 구국의 방
안 등이 비분강개한 어조로 제시되고 있다.

① <제1수>에서 ‘반무를 한 뜻’이 ‘진심보국’하려는 데 있었다는 표현은 화자가 학문을 버리고


무를 선택하게 되었던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② <제3수>에서 ‘원수’를 갚기 위해 ‘칼만 갈고 있노라’라고 한 것은 임진왜란 때 무관으로 참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를 침범한 적들을 향한 비분강개한 심정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③ <제14수>에서 ‘이 중에 고립무조는 임이신가 하노라’라고 한 것은 붕당 간 정쟁에 대한 비판
과 그로 말미암아 고달픈 처지에 놓인 임금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표현된 것으로 볼 수 있
겠군.
④ <제16수>에서 ‘말리소서 말리소서’라고 한 것은 전란의 체험에서 얻은 실제적인 구국의 방
안으로서 화자가 임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제28수>에서 ‘공명’도 ‘부귀’도 바라지 않는다고 한 것은 혼탁한 현실을 바라보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이 순수한 우국지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각한 표현으로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4대 4

고전 시가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사 문학의 세계에서 태평성대와 성은(聖恩)을 노래했던 조선 전기의 문학적 경향과는 달리 조선 후기에


는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는 가사 작품이 등장하였다. 특히 19세기 전반은 왕권이 약해지고
전국적으로 수령과 아전에 의한 수탈이 심해져, 백성들은 부당하게 징수된 세금을 마련하다 경제적인 어려
움을 겪거나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하여 관아에 끌려가 형벌을 받기도 하였다. 가장을 잃은 가정의 고난은 더
가중되었는데 심지어 죽은 사람의 이름을 군적(軍籍)과 세금 대장에 올려놓고 군포(軍布)를 받던 백골징포
(白骨徵布)로 인해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작품이 (가)와 (나)이다. 전
자는 경상도 거창의 수령 이재가와 아전들이 백성들에게 수탈과 횡포를 일삼는 상황을 제시하며 당대 백성
들의 고난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고, 후자는 지방 하층 사족(士族)으로 추정되는 작가가 관리–백성의 관계
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측면에서 두 작품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가 거창지경(居昌之境) 둘러보니 삼가 합천 안의 지례
네 읍 중에 처하여서 매년 결복(結卜) * 상정(詳定)할 제
타읍은 열한두 냥 민간에 출질(出秩)하고
거창은 십육칠 냥 해마다 가증(加增)하네
타읍도 목상납(木上納) *을 호조혜청(戶曹惠廳) 봉상하고
본 읍도 목상납을 호조혜청 봉상하니
다 같은 왕민(王民)으로 왕세(王稅)를 같이하되
어찌타 우리 거창 사오 냥씩 가증하노
더구나 원통할사 백사장의 결복이라
㉠근래에 낙강성천(落江成川) 구산(丘山)같이 쌓였는데 *
절통타 우리 백성 재 * 한 짐 못 먹어라
재결(災結) *에 회감(會減) *함은 묘당(廟堂) 처분(處分) 있건마는
묘당 회감 저 재결을 중간투식(中間偸食) 뉘 하는고
가포(價布) * 중 악생포(樂生布)는 제일 심한 가포라
삼사 년 내려오며 탐학(貪虐)이 더욱 심하다
악생포 한 당번(當番)을 한 고을을 얽어매어 침탈하며
많으면 일이백 냥 적으면 칠팔십 냥
모야무지(暮夜無知) 남모르게 책방(冊房)으로 들여가니
이 가포 한 당번에 몇몇이 탕산(蕩産)한고
그 남은 많은 가포 수륙군병(水陸軍兵) 던져두고
선무포 제번포며 인리포 노령포라
명색(名色) 다른 저 가포를 백 가지로 침책(侵責) *하니
김(金)담사리 박(朴)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

05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어서 가고 바삐 가자 향작청(鄕作廳)에 잡혔단다
㉡앞마을에 짖는 개는 아전 보고 꼬리 치며
뒷집에 우는 아기 아전 왔다 우지 마라
일신양역 원통 중에 황구첨정(黃口簽丁) 가련하다
생민가포(生民價布) 던져두고 백골징포(白骨徵布) 무슨 일고
황산고총(荒山古塚) 노방강시(路傍僵屍) * 네 신세 불쌍하다
너 죽은 지 몇 해관대 가포 돈이 어인 일고
관문(關門) 앞에 저 송장은 죽음도 원통커든
죽은 송장 다시 파서 백골징포 더욱 설다
가포탈 *할 제 원정(冤情)을 호령하여 쫓아내니
㉢월락삼경(月落三更) 깊은 밤과 천음우습(天陰雨霫) 슬픈 밤에
원통타 우는 소리 동헌(東軒) 하늘 함께 운다
청산(靑山) 백수(白首) 우는 과부 그대 울음 처량하다
엄동설한 긴긴 밤에 독수공방 더욱 설다
남산(南山)에 농사지은 밭을 어느 장부 갈아 주며
동원(東園)에 익은 술을 뉘 데리고 화답(和答)할고
어린 자식 아비 불러 어미 간장 녹여 낸다
엽엽히 우는 자식 배고파 설워하며
가장(家長) 생각 설운 중에 죽은 가장 가포 난다
흉악하다 저 주인 놈 과부 손목 끌어내어
가포 돈 던져두고 차사(差使)의 관습 먼저 찾아
필필이 짜는 베를 탈취하여 가단 말가
(중략)
청천(靑天)의 외기러기 어디로 향하느냐
소상강을 바라느냐 동정호를 향하느냐
북해상에 높이 올라 상림원(上林園) *을 향하거든
구름 없는 하늘 종이에 세세민정(細細民情) 그려다가
인정전 임금 앞에 나는 듯이 올려다가
[A] 우리 임금 보신 후에 별반(別般) 처분 내리소서
더디도다 더디도다 암행어사 더디도다
바라고 바라나니 금부도사(禁府都事) 내리나니
자루 쌈에 잡아다가 길가에 버리소서
어와 백성들아 연후(然後)의 태평세계(太平世界)
만세만세 억만세로 여민동락(與民同樂)하오리라
 - 작자 미상, 「거창가(居昌歌)」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7
고전 시가 06
* 결복: 조선 시대에, 토지세 징수의 기준이 되는 논밭의 면적에 매기던 단위인 결, 짐, 뭇을 통틀어 이르는 말.
* 목상납: 나라에 바치던 세금이나 물건을 무명이나 광목으로 납부하던 일.
* 낙강성천 구산같이 쌓였는데: 강물이 범람하여 논밭을 덮어 버린 모래가 언덕과 산처럼 쌓여 있다는 말.
* 재: 논밭이 재해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받게 되는 조세 감면의 혜택.
* 재결: 가뭄,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재해를 입은 논밭.
* 회감: 서로 주고받을 것을 셈 쳐 보고 남은 것을 셈함.
* 가포: 조선 시대에, 역(役)에 나가지 않는 사람이 그 대신으로 군포에 준하여 바치던 베.
* 침책: 조선 시대에, 물품을 거두어들일 때 트집을 잡아 술이나 돈을 청하던 일.
* 김담사리 박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 가짜 이름과 거짓 기록을 가리키는 말.
* 노방강시: 길가에서 얼어 죽은 시체.
* 가포탈: 수령과 아전들이 백성들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세금을 받아내어 포탈하던 일.
* 상림원: 천자의 동산 이름으로, 여기서는 임금이 있는 궁궐을 말함.

나 문무 양반 목민(牧民) 중의 학민(虐民) *하는 원님네들


㉣이내 말씀 배척 말고 마음 새겨들어 보소
성(城)안에서 들을 제는 총명인자(聰明仁慈)하다더니
근무지에 도착해서 어이 저리 다르신고
내려갈 제 돈 썼는가 들어갈 제 돈 썼는가
기생에 빠졌는가 간사한 아전과 함께인가
술에 삭았는가 고량진미에 막혔는가
있던 총명 어디 가고 없던 어두움 내었으며
있던 인자 어디 가고 없던 포악 내었는고
㉤내 모를가 자네 일을 자네 일을 나는 아네
착한 본성 잃은 속에 자기 욕심 길러 내어
사단지목(四端之目) * 다 모르고 욕심 있는 마음뿐이로다
선사양전(善事兩銓) * 그만하고 자목백성(字牧百姓) *하여 보소
DIC 377s

 - 작자 미상, 「향산별곡(香山別曲)」

* 학민: 백성을 가혹하게 다룸.


* 사단지목: 사람의 본성에서 나오는 네 가지 마음.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이름.
* 선사양전: 이조 전랑과 호조 전랑을 잘 섬김.
* 자목백성: 고을의 수령이 백성을 사랑으로 돌보아 다스림을 이르던 말.

05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8쪽

[21001-0046]

01 (가)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오 냥씩 가증’하는 거창의 상황을 제시하며 ‘원통’함을 표현한 부분은, 수탈을 일삼는 이
들에 대해 백성들이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② 나라의 정책과 상관없이 ‘중간투식’하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당대 거
창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이 수령에게 있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③ ‘탐학’이 가해진 기간 동안 ‘본 읍’에 일어난 변화를 제시한 부분은, 백성들이 비리의 주체들
로 인해 세금을 마련하다가 파산하는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④ ‘김담사리 박담사리 큰 애기며 작은 애기’를 부르며 ‘어서 가고 바삐 가자’고 권하는 부분은,
아전들로부터 수탈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⑤ ‘그대’가 짠 ‘베를 탈취’하는 ‘주인’의 모습을 언급한 부분은, 백골징포로 여성들이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해 관아에서 형벌을 받는 사례를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001-0047]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지형이 변화한 모습을 묘사하여 자연재해를 입은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② ㉡: 특정인에 대한 동물과 인간의 반응을 차례로 제시하여 특정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
고 있다.
③ ㉢: 자연물에 화자의 감정을 투영하여 현재 상황이 지닌 비극성을 부각하고 있다.
④ ㉣: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 어투를 활용하여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하는 발화 의도를 드러
내고 있다.
⑤ ㉤: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상대방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자신
의 경험을 부각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59
고전 시가 06 정답과 해설 19쪽

[21001-0048]

03 <보기>는 (가)와 (나)를 감상한 학생이 작성한 글의 일부이다. 학생이 <보기>의 ⓐ~ⓔ와 같이 생각하
게 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나는 특히 (가)의 [A]와 (나)에 드러난 화자의 모습을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간은 어떠한 태
도를 취해야 하는가? ’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타인의 탓을 하거나 ⓒ현실에 대한 절망감만 드러낸다. 이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문
학 작품에서 흔히 만나는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① ⓐ: (가)의 [A]에서 화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태평세계’가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② ⓑ: (가)의 [A]에서 화자는 ‘임금’이 자신의 소망을 외면하는 상황을 제시하며 ‘임금’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③ ⓒ: (가)의 [A]에서 화자는 자신의 처지와 반대되는 ‘외기러기’를 보며 현재 상황에 자포자기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④ ⓓ: (나)에서 화자는 관리가 부임한 뒤 ‘총명인자’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부임
전부터 학문 수양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⑤ ⓔ: (나)에서 화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자목백성’을 언급하며 관리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DIC 377s

06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07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4 대-A앞면__DIC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엊그제 젊었더니 하마 어이 다 늙거니


소년행락(少年行樂)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없다
늘거야 설운 말씀 하자 하니 목이 멘다
부생모육(父生母育) 신고(辛苦)하여 이내 몸 길러 낼 제
공후배필(公候配匹) 못 바라도 군자호구(君子好逑) 원(願)하더니
삼생(三生) *의 원업(怨業)이오 월하(月下) *의 연분(緣分)으로
장안유협(長安遊俠) 경박자(輕薄子)를 꿈같이 만나이셔
[A] 당시(當時)의 용심(用心)하기 살어름 디디는 듯
삼오(三五) 이팔(二八) ㉡겨오 지나 천연여질(天然麗質) 절로 이니
이 얼굴 이 태도(態度)로 백년기약(百年期約)하였더니
연광(年光)이 훌훌하고 조물(造物)이 다시(多猜) *하여
봄바람 가을 물이 뵈오리 북 지나듯
설빈화안(雪鬂花顔) ㉢어디 가고 면목가증(面目可憎) * 되거고나
내 얼굴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괼소냐
스스로 참괴(慚愧)하니 누구를 원망(怨望)하랴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삼삼오오(三三五五) 야유원(冶遊園)에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꽃 피고 날 저문 제 정처(定處) 없이 나가 이셔
백마(白馬) 금편(金鞭) *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원근(遠近)을 모르거니 소식(消息)이야 더욱 알랴

377s_$[ScreenRuling]
인연(因緣)을 그쳤은들 생각이야 없을소냐
얼굴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말으려믄
[B] 열두 때 김도 길샤 서른 날 지리(支離)하다
옥창(玉窓)에 심은 매화(梅花) 몇 번이나 피여 진고
겨울밤 차고 찬 제 자취눈 섞어 치니
여름날 길고 길 제 궂은비는 무스 일고
삼춘화류(三春花柳) 호시절(好時節)에 경물(景物)이 시름없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蟋蟀)이 상(床)에 울 제
긴 한숨 지는 눈물 속절없이 혬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 하여 어이 하리
청등(靑燈)을 돌려놓고 녹기금(綠綺琴) 빗겨 안아
벽련화(碧蓮花) 한 곡조를 시름조차 섞어 타니
[C]
소상야우(瀟湘夜雨)의 대 소리 섯도는 듯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1
고전 시가 07
화표천년(華表千年)의 별학(別鶴)이 우니는 듯
옥수(玉手)의 타는 수단(手段) 옛 소리 있다마는
부용장(芙蓉帳) 적막(寂寞)하니 뉘 귀에 들릴소니
간장(肝腸)이 구곡(九曲) 되야 굽이굽이 끊쳤세라
㉤차라리 잠을 들어 꿈에나 보려 하니
바람의 지는 잎과 풀 속에 우는 짐승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우는다
천상(天上)의 견우직녀(牽牛織女) 은하수(銀河水) 막혔어도
칠월 칠석(七月七夕) 일년일도(一年一度) 실기(失期)치 아니거든
우리 임 가신 후는 무슨 약수(弱水) * 가렸관대
[D] 오거니 가거니 소식(消息)조차 그쳤는고
난간(欄干)에 빗겨 서서 임 가신 데 바라보니
초로(草露)는 맺혀 잇고 모운(暮雲)이 지나갈 제
죽림(竹林) 푸른 곳에 새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설운 사람 수없다 하려니와
박명(薄命)한 홍안(紅顔)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
아마도 이 임의 지위로 살동말동하여라
 - 허난설헌, 「규원가(閨怨歌)」

* 삼생: 전생(前生), 현생(現生), 내생(來生)인 과거세, 현재세, 미래세를 통틀어 이르는 말.


* ‌‌월하: 부부의 인연을 맺어 준다는 전설상의 늙은이. 중국 당나라의 위고(韋固)가 달밤에 어떤 노인을 만나 장래의 아내에 대한 예언을 들었
다는 데서 유래함.
* 다시: 시기(猜忌)가 많음.
* 면목가증: 얼굴 생김생김이 남에게 미움을 살 만한 데가 있음.
* 백마 금편: 흰말과 금 채찍. 사내의 호사스러운 기마 풍류를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
* 약수: 중국 서쪽의 전설 속의 강. 길이가 3,000리나 되며 부력이 매우 약하여 기러기의 털도 가라앉는다고 함.

[21001-0049]

01 [A]~[D]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 과거를 회상하며 비유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조심스러웠던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② [B]: 자연물을 묘사하여 화자의 외로움이 시간을 경과하며 계속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③ [B]: 의문문의 형식으로 임을 기다리는 화자의 처지에 대한 한탄을 드러내고 있다.
④ [C]: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어려움을 이겨 내려는 화자의 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⑤ [D]: 옛이야기 속 주인공과 화자의 처지를 대조하여 화자가 처한 상황의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다.

06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4 대-B뒷면__DIC
정답과 해설 19쪽

[21001-0050]

02 문맥을 고려할 때, <보기>의 ㉮, ㉯와 관련지어 ㉠~㉤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규원가」에는 ㉮규방에서 홀로 지내는 외로움과 돌아오지 않는 임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뿐만 아
니라, ㉯쓸쓸한 현재의 나날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젊은 날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인생의 무상함
에 대한 씁쓸함도 나타나 있다.

① ㉠의 ‘엊그제’는 젊은 날이 지나가 버렸음을 안타까워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시어로, ㉯의 주


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② ㉡의 ‘겨오’는 아름다운 용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간절한 태도를 강조하는 시어로, ㉯의
주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③ ㉢의 ‘어디’는 아름답던 자신의 외모가 사라져 씁쓸해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시어로, ㉯의 주
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④ ㉣의 ‘어디어디’는 임의 행방을 짐작하기 어려워 한탄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시어로, ㉮의 주
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⑤ ㉤의 ‘차라리’는 현실에서는 임을 만날 수 없어 체념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시어로, ㉮의 주
제 의식을 뒷받침한다.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051]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시구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77s_$[ScreenRuling]
심리학에서는 특정한 행동이나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귀인’이라고 한다. 이때, 내
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자질이 이유가 되어 행동이나 사건이 발생했
다고 보는 것이고, 외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외부 환경이나 타인, 운(運) 등의 영향으로 사태
가 일어났다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귀인’은 개인이 스스로에게 사태를 납득시키고자 가
동하는 심리적 기제로, 원인을 파악할 때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귀인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

① ‘삼생의 원업이오 월하의 연분으로’에는 사건을 해석하는 데에 운이라는 외적 요인을 중시


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② ‘내 얼굴 내 보거니 어느 임이 날 괼소냐’에는 임과의 관계가 악화된 이유가 화자 자신에게
있다고 하며 내적 요인으로 사건을 설명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③ ‘무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우는다’에는 화자 자신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잘못
된 판단을 내려 귀인 오류를 범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④ ‘우리 임 가신 후는 무슨 약수 가렸관대’에는 임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위해 외적
요인으로 사건을 설명하려는 모습이 드러난다.
⑤ ‘박명한 홍안이야 날 같은 이 또 있을까’에는 이별이라는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 내
적 요인으로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3
고전 시가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우리나라 소산들도 부끄럽지 않건마는


타국 물화(物貨) 어울리니 백각전(百各廛) * 장할시고
칠패의 생선전에 각색 생선 다 있구나
민어 석어 석수어며 도미 준치 고등어며 / 낙지 소라 오적어며 조개 새우 전어로다
(중략)
도자전(刀子廛) 마로저재 금은보패 놓였구나
용잠(龍簪) 봉잠(鳳簪) 서복잠(瑞福簪)과 간화잠(間花簪) 창포잠(菖蒲簪)과
앞뒤 비녀 민죽절 *과 개고리 앉힌 쪽비녀며
㉡은가락지 옥가락지 보기 좋은 밀화지환(蜜花指環) *
금패 호박 가락지와 값 많은 순금지환
노리개 볼작시면 대삼작과 소삼작과
옥나비 금벌이며 산호가지 밀화불수
[A]
옥장도 대모장도 빛 좋은 삼색실로
꼰 술 푼 술 갖은 매듭 변화하기 측량없다
광통교 아래 가게 각색 그림 걸렸구나
보기 좋은 병풍차(屛風次) *의 백자도 요지연과
곽분양 * 행락도며 강남금릉 경직도며
㉢한가한 소상팔경(瀟湘八景) * 산수도 기이하다
다락벽 계견사호 장지문 어약용문
해학반도 십장생과 벽장문차 매죽난국
㉣횡축(橫軸)을 볼작시면 구운몽 성진이가
팔선녀 희롱하여 투화성주(投花成珠) 하는 모양
주나라 강태공이 궁팔십 노옹으로
사립을 숙여 쓰고 곧은 낚시 물에 넣고
때 오기만 기다릴 제 주문왕 착한 임금
어진 사람 얻으려고 몸소 와서 보는 거동
㉤한나라 상산사호(商山四皓) * 갈건야복 도인 모양
네 늙은이 바둑 둘 제 제세안민(濟世安民) 경영이라
 - 한산거사, 「한양가(漢陽歌)」

* 백각전: 조선 시대 정부에서 관리하던 상점들. * 민죽절: 아무 모양도 새기지 않은 대나무 비녀.


* 밀화지환: 보석의 일종인 호박으로 만든 가락지. * 병풍차: 병풍을 꾸밀 그림이나 글씨.
* 곽분양: 당나라의 명장으로 높은 공을 세우고 많은 복을 누린 사람으로 유명함.
* 소상팔경: 중국 소수와 상수 일대의 여덟 군데 빼어난 경치. * 상산사호: 중국 진나라 말기 상산에 숨어 살던 네 명의 은사(隱士).

06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5 (문학)_본문(2도)_05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21쪽

[21001-0052]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쉽게 전달하고 있군.
② 가사의 4음보 율격에서 벗어난 개성적인 형식을 보여 주고 있군.
③ 목격한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감추고 청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군.
④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대상을 사실적으로 소개하고 있군.
⑤ 시각적 심상과 청각적 심상을 결합해 공간의 분위기를 생생히 묘사하고 있군.

[21001-0053]

02 [A]와 <보기>를 비교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장끼란 놈 거동 보소. 콩 먹으러 들어갈 제 열두 장목 펼쳐 들고, 꾸벅꾸벅 고개 조아 조츰조츰
들어가서 반달 같은 혓부리로 들입다 꽉 찍으니 두 고패 * 둥글어지며, 머리 위에 치는 소리 박랑사
에서 진시황제 저격하다 버금 수레 맞히는 듯 와지끈 뚝딱 푸드푸드득 변통 없이 치었구나.
 - 작자 미상, 「장끼전」

* 고패: 꿩 잡는 틀에 목을 조르게 되어 있는 쇠.

① [A]와 <보기>는 모두 시대 상황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② [A]와 <보기>에는 모두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 당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③ [A]에는 대상에 대한 감탄이, <보기>에는 대상을 희화화하는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④ [A]에는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부심이, <보기>에는 타자의 행위에 대한 조롱이 나타나고 있다.
⑤ [A]에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이, <보기>에는 궁핍한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나고 있다.

[21001-0054]

03 <보기>의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한양가」  는 조선 후기 한양의 생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자료입니다. 한
양의 지리와 관청이 자세히 소개되기도 하고, 시장의 모습이 묘사되어 당시 사람들이 소비했던
물품들도 알 수 있지요. 자, ㉠~㉤을 통해 당시 한양 사람들의 문화를 추리해 볼까요?

① ㉠을 보니 다른 나라의 생산품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었군요.


② ㉡을 보면 당시 값비싼 패물들도 소비가 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③ ㉢을 보니 외국의 명승지를 그림을 통해 완상하기도 했었나 보네요.
④ ㉣을 보면 소설의 인상적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감상한 것을 알 수 있어요.
⑤ ㉤을 보니 바둑이 이 시기에 전파되어 새로운 놀이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군요.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5
고전 시가 09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근래안부(近來安否)가 문여하(問如何)요 ㉠월도사창(月到紗窓)에 첩한다(妾恨多) *인데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약사몽혼(若使夢魂)으로 행유적(行有跡)이면 * ㉡문전석로(門前石路)가 반성사(半成砂) *로구나


생각을 하니 임의 화용(花容)이 그리워 나 어이 할까요

㉢강산불변재봉춘(江山不變再逢春) *이요 임은 일거(一去)에 무소식이로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인생일장(人生一場)은 춘몽(春夢)이 되고 세상공명(世上功名) 꿈밖이로구나


차마 진정코 세월이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추야공산(秋夜空山) ㉣다 저문 날에 모란 황국이 다 피었구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덩달아 나 어이 할까요

㉤일락서산(日落西山) 해 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 솟아 온다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아연(啞然)하여 나 어이 할까요

친구가 본판은 남이련만은 어이 그다지도 유정(有情)탄 말이오


보면 반갑고 아니 보며는 그리워 아 어쩌잔 말이오

계변양류(溪邊楊柳)는 사사록(絲絲綠)이요 무릉도화(武陵桃花)는 점점홍(點點紅)이로구나


생각 사사로 이미롭지 못하여 나 어이 할까요
[A]
난사(亂事)로 난사로다 난사 중에도 겹난사로구나
어느 때나 좋은 시절을 만나여 잘 살아 볼까요

청포(靑袍)로 일상만리선(一上萬里船) *하니 동정여천(洞庭如天)이 파시추(波始秋) *로구나


생각 사사로 마음 뜻대로 못 하여 어이 사드란 말이오

산천의 초목은 젊어만 가고 인간의 청춘은 늙어만 가누나


생각을 하니 세월 가는 것 서러워 나 어이 할까요

아 자귀야 우지를 마라 울 량이면 너 혼자 울 거지


여관한등(旅館寒燈) 잠들은 날까지 왜 깨운단 말이오

06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22쪽

무심(無心)한 기차야 소리 말고 가거라 아니 나던 임 생각 저절로 나누나


청춘홍안(靑春紅顔)을 애연(哀然)타 말고 마음대로 노잔다
 - 작자 미상, 「수심가(愁心歌)」

* 월도사창에 첩한다: 첩은 달빛 흐르는 창가에 기대어 한이 많음.


* 약사몽혼으로 행유적이면: 만약 나의 꿈속의 혼이 자취 있다면.
* 문전석로가 반성사: 임의 집 앞 돌길이 닳아서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것임.
* 강산불변재봉춘: 강산은 변하지 않는데 봄은 다시 옴.
* 청포로 일상만리선: 청포를 입고 만 리를 가는 배에 오름.
* 동정여천이 파시추: 동정호에 이르니 물빛이 하늘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림.

[21001-0055]

0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민요에서 자주 나타나는 후렴은 사설의 각 연(聯) 끝부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가리
킨다. 후렴은 한 단어로만 된 것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행 단위 이상의 길이로 되어 있으며 무의미
한 소리나 말로 된 것, 유의미한 말로 된 것, 그 둘이 섞인 것으로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후렴은
리듬을 조성하고 내용상 연과 연을 구분하게 해 주는 한편, 사설부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과
정서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민요에서 사설부의 정서가 구체적이고 일시
적이라면 후렴부의 정서는 지속적이면서 집약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① 후렴에서 의문의 형식을 반복적으로 활용하여 화자의 근심을 강조한다.


② 후렴이 연과 연을 분명하게 구분 지어 줌으로써 시적 상황이 달라졌음을 보여 준다.
③ 후렴의 구절이 동일하게 반복되기도 하고, 유사한 구절로 변주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④ 후렴은 각 연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사설부의 정서를 공통된 정서로 집약하여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⑤ 후렴은 행 단위 정도의 길이로 되어 있으며, 대체로 무의미한 음성 상징어와 유의미한 말이
섞여 나타나고 있다.

[21001-0056]

02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첩한다’를 통해 남성 화자가 여성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② ㉡: ‘반성사’라는 과장된 표현을 통해 임을 보고 싶어 하는 화자의 간절함을 드러내고 있다.
③ ㉢: ‘강산’이 가지고 있는 불변성을 통해 화자를 향한 임의 사랑이 영원함을 형상화하고 있다.
④ ㉣: ‘저문 날’에 ‘모란 황국’이 피어난 모습은 화자가 임과의 재회를 확신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⑤ ㉤: ‘해’와 ‘달’과 관련된 현상을 의미가 중복되게 표현하여 떠나 버린 임에 대한 화자의 원
망을 강조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7
고전 시가 09 정답과 해설 22쪽

[21001-0057]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의 [A]와 <보기>의 [B]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평안도 민요 「수심가」는 수많은 이형(異形)이 존재한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구전되면서 ‘인생
무상(人生無常)’과 ‘상사(相思)’의 주제 의식을 유지한 채 가창하는 사람에 따라 사설의 변형이 거듭
된 것에 기인한 결과로 추정된다. 이형 간 사설은 공유되거나, 같은 내용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기
도 했으며,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나타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수심가」의 한 이형이다.

인생일장은 츈몽이 되고 세상공명은 꿈밖이로구나


아니 놀고 아니나 쓰지는 못하리로구나
아생편곡군지부 일락인간만종수 *라
인생 백 년을 생각을 하면 츈몽이로구나
[B]
명산대천에 불공을 말고 타관객리에 외로운 사람의 괄시를 말어라
일구월심에 밋을 곳이 발나서 * 못 사리로구나
남산 송정에 홀로 앉아 우는 졉동아
임 죽은 혼신인지 이내 심사를 수심케 하누나

* 아생편곡군지부(兒生便哭君知不) 일락인간만종수(一落人間萬種愁): 아이가 태어날 때 왜 우는지 아는가. 인간 세상에 한번


태어나면 만 가지 근심이 시작되네.
* 발나서: ‘없어서’의 방언.

① [A]에서는 ‘자귀’가, [B]에서는 ‘졉동’이 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직접적인 매개가 된다는 점


에서 유사하다고 할 수 있군.
② [A]의 화자는 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지만 [B]의 화자는 놀고 싶은 의지를 끝내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군.
③ [A]에 나타나는 특정 노랫말이 [B]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형 간에 사설
을 공유한 사실을 알 수 있군.
④ [B]와 달리 [A]에서는 ‘임’이 유일한 ‘상사’의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내용적인 차
이를 보이고 있군.
⑤ [A]와 [B] 모두에서 ‘인생무상’을 종교에 대한 헌신을 통해 극복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화자
의 태도가 일치하고 있군.

06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잡가’는 기존에 창작되었던 시조나 가사, 민요, 판소리 등 여러 시가 형태의 특성
을 지니고 있는 일종의 패러디 문학이라 볼 수 있는데, 패러디하는 선행 장르가 사대부들이 향유했던 가사
인 경우를 ‘가사계 잡가’, 판소리인 경우를 ‘판소리계 잡가’라고 한다.
먼저 독립적으로 보이는 각각의 소절이 ‘영산가’라는 제목 아래 유기적으로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나)는
4음보 연속체라는 형식과 ‘자연’과 관련된 삶을 노래하며, 한자어나 중국 고사와 같은 상류층의 언어를 사
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대부 가사와의 공통점을 지니지만, 형식의 파격이 나타나거나 자연을 단순한 유흥
및 풍류의 공간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대부 가사와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요소를 활용하여
사대부의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편 판소리계 잡가는 「춘향가」 를 패러디한 (다)와
같이 선행했던 판소리의 대목 중 향유층이 좋아하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선택적으로 패러디하면서 축약, 변
형, 확대하고, 그것을 논리적 연관성이 없이 자연스럽게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중요 대목의 담론을 강조하
는 특성이 있다.

나 영산홍록(映山紅綠) *에 봄바람 넘노나니 황봉백접(黃蜂白蝶)


[A] 붉은 꽃 푸른 잎은 산양산기(山陽山氣)를 자랑하고
가는 새 오는 나비 춘기춘흥(春氣春興)을 조롱한다
죽장(竹杖)을 짚고 망혜(芒鞋)를 신어라
천리강산 들어가니 만장폭포도 좋거니와
여산(廬山)이 여기로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의시은하낙구천(疑是銀河落九天) *은 옛글에도 일러 있고
[B]
타기황앵(打起黃鶯) 아이들은 막교지상(莫敎枝上)에 한을 마라
꾀꼬리 탓이 아니더냐 황금 같은 저 꾀꼬리
황금 갑옷 떨쳐입고 세류영(細柳營)에 넘노는 듯
벽력같이 우는 소리 깊이 든 잠 다 깨운다
산 절로 수 절로 하니 산수 간에 나도 나도 절로
이 중에 절로 난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
화류 장대(章臺) 고운 여자
[C] 너희 얼굴 곱다 하고 자랑하지 말려무나
뒷동산 피는 꽃은 명춘 삼월 피려니와
나와 같은 초로인생(草露人生) 한번 끔쩍 죽어지면
다시 갱생 어려워라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이 몇몇이냐
[D]
통일천하 진시황은 아방궁(阿房宮)을 사랑 삼고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69
고전 시가 10
삼천궁녀를 시위하여 몇만 년을 살자 하고
만리장성 굳게 쌓고 기천만 년 살잤더니
사구평대(沙丘坪臺) 저문 날에 여산청초(驪山靑草) 속절없다 *
이러한 영웅들은 사후유명(死後留名) 되려니와
나와 같은 초로인생 한번 끔쩍 죽어지면 / 칠성포 *로 질끈 묶어 소방상 * 댓돌 위에
두렷이 메고 갈 때 한 모퉁이 돌아가니 / 궂은비는 세우 섞어 함박으로 퍼붓는데
[E]
무주공산 터를 닦아 청송(靑松)으로 울을 삼고 / 두견새로 벗을 삼아 주야장천 누웠으니
산은 요요 물은 쾅쾅 이것이 낙이로다 / 이러한 일 생각하면 아니 놀고 무엇 하리
노류장화(路柳墻花) *를 꺾어서 들고 마음대로만 놀아 보세
 - 작자 미상, 「영산가(令山歌)」

* 영산홍록: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무성하여 산을 붉고 푸르게 덮음.


* ‌비류직하삼천척 / 의시은하낙구천: 삼천 척이나 되는 폭포가 나는 듯이 곧장 쏟아져 내리니 마치 저 높은 하늘에서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하네. 이백(李白)의 「망여산폭포」의 한 구절.
* 사구평대 ~ 속절없다: ‘사구평대’는 진시황이 죽은 곳, ‘여산’은 진시황이 묻힌 곳으로, 인생무상을 의미함.
* 칠성포: 시신을 염습한 다음에 묶는 끈으로 사용하는 삼베.
* 소방상: 좁은 곳에 사용하는 작은 상여.
* 노류장화: 아무나 쉽게 꺾을 수 있는 길가의 버들과 담 밑의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다 춘향의 거동 보아라
오른손으로 일광을 가리고 / 왼손 높이 들어 저 건너 죽림 보인다
대 심어 울하고 솔 심어 정자라 / 동편에 연당(蓮塘)이요 서편에 우물이라
노방(路傍)에 시매오후과(時買五侯瓜) *요 문전(門前)에 학종선생류(學種先生柳) *라
긴 버들 휘늘어진 늙은 장송 / 광풍에 흥을 겨워 우줄우줄 춤을 추니
저 건너 사립문 안에 삽살개 앉아
먼 산만 바라보며 꼬리 치는 저 집이오니
황혼에 정녕 돌아오소
떨치고 가는 형상 사람의 뼈다귀를 다 녹인다
너는 웬 계집이건대 나를 종종 녹이느냐
너는 웬 계집이건대 장부의 간장을 다 녹이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華時) *에 해는 어이 더디 가고
오동추야(梧桐秋夜) 긴긴 달에 밤은 어이 수이 가노
일월무정(日月無情) 덧없도다 ㉡옥빈홍안(玉鬢紅顔) 공노(空老)로다
우는 눈물 받아 내면 배도 타고 가련마는
지척동방 천 리인가 어이 그리 못 보는고
 - 작자 미상, 「소춘향가(小春香歌)」

07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정답과 해설 23쪽

* ‌노방에 시매오후과: 길가에서는 때에 맞게 오후들이 오이를 팔고 있음. 오후는 권세 있고 부귀한 사람들을 뜻하는 말.
* ‌문전에 학종선생류: 문 앞에는 오류 선생을 본받아 버드나무를 심음. 오류 선생은 도연명의 호이며, 자기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
를 심었다고 함.
* ‌녹음방초승화시: 우거진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아름다운 때. 여름철 화사한 때를 말함.

[21001-0058]

01 (나), (다)의 표현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대상을 의인화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친밀감을 드러내고 있다.
② (다)는 대상에 감정을 이입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③ (나)는 (다)와 달리 색채어의 대비를 통해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을 제시하고 있다.
④ (다)는 (나)와 달리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청자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⑤ (나)와 (다)는 모두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주변 풍경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21001-0059]

02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 ㉡은 모두 화자에게 삶의 무상함을 환기하고 있다.
② ㉠은 ㉡과 달리 화자의 시선이 자신의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③ ㉡은 ㉠과 달리 화자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다.
④ ㉠은 화자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반면, ㉡은 화자의 두려움을 상쇄시키고 있다.
⑤ ㉠은 화자가 부정적 현실을 자각하는 원인이며, ㉡은 화자가 부정적 현실을 이겨 내려고 결
심하는 이유이다.

[21001-0060]

03 (가)를 참고하여 (나)의 [A]~[E]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는 봄날의 풍경을 언급하며 공간적 배경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에 관해 노
래한다는 점에서 사대부 가사와의 공통점에 해당하겠군.
② [B]는 옛글을 활용하여 풍경을 묘사하고 있고, [D]는 고사를 활용하여 삶에 대한 태도를 드
러내고 있는데, 이는 모두 상류층의 언어를 활용하여 주제를 전달하는 사대부 가사의 특징
에 해당하겠군.
③ [C]에서 화자는 자신을 ‘초로인생’에 비유한 후 이를 [E]에서 반복하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사대부 가사와 다른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해당
하겠군.
④ [B]와 [C]는 [D], [E]와 달리 4음보의 형식에서 벗어나는 구절이 나타나는데, 이는 형식의 파
격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기존의 사고방식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에 해당하겠군.
⑤ [B]~[E]에서는 [A]에서 제시한 풍경을 즐기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 노래가
‘영산가’라는 제목 아래 유기적으로 통일성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5대 5

고전 시가 10 정답과 해설 24쪽

[21001-0061]

04 <보기>는 판소리 「춘향가」 사설의 일부이다. (가)와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
지 않은 것은?

○ 춘향이 몽룡에게 자신을 찾아오라고 전하는 장면


- 글씨, 방자야 꽃이 어찌 나비를 따라간단 말이냐? 너나 어서 건너가 도령님께 기러기는 바다
를 따르고, 나비는 꽃을 찾아들며, 게는 구멍을 좇는다고 여쭈어라.

○ 방자가 몽룡에게 춘향의 집을 알려 주는 장면


- 방자 좋아라고 손을 들어 춘향 집을 가리키난디, 저 건너 저 건너 춘향 집 보이난디, 양양한
향풍이요, 점점 찾어 들어가면 기화요초난 선경을 가리우고, 나무 앉은 새는 호사를 자랑헌
다 ~ 송정죽림 두 사이로 은근히 보이난 것이 저것이 춘향의 집이로소이다. ‘좋다, 좋다! 장
원이 정결허고 송죽이 울밀허니 여기지절개로다. 이애, 방자야. 책실로 돌아가자.’ 도련님이
책실로 돌아와서 글을 읽되, 혼은 벌써 춘향 집으로 건너가고 등신만 앉어 노루글로 뛰어 읽
것다.

○ 춘향이 한양으로 떠난 몽룡을 그리워하는 장면


- 행국결월상심색허니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
식불감미 밥 못 먹고, 침불안석 잠 못 자니 이게 모두가 임 그리운 탓이로구나. 앉어 생각, 누
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전혀 없이, 모진 간장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이리 앉
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① 「춘향가」에서는 몽룡을 그리워하는 춘향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다)에서는


이를 축약하여 몽룡을 그리워하는 춘향의 심정을 제시하고 있군.
② 「춘향가」에서는 춘향이 자연물에 빗대어 몽룡에게 자신을 찾아오라고 전하고 있지만, (다)에
서는 이를 변형하여 춘향이 몽룡에게 자신의 집을 찾아올 것을 직접적으로 전하고 있군.
③ (다)에서는 자신의 집을 알려 주고 돌아서는 춘향을 원망하는 듯한 몽룡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춘향가」의 해당 장면을 확대하여 춘향에 대한 몽룡의 마음을 강조하는 것에
해당하겠군.
④ (다)에서는 「춘향가」 중 춘향과 몽룡이 만나는 장면과 사랑하던 두 사람이 이별한 후의 장면
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두 부분이 당시의 향유층이 좋아하는 인상적인 장면에 해당하기
때문이겠군.
⑤ (다)에서는 춘향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몽룡의 심정과 서로의 만남이 짧은 것을 아쉬워하는
인물의 심정을 연달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춘향가」의 장면을 논리적 연관성 없이 편집하
여 제시한 것에 해당하겠군.

07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11
정답과 해설 25쪽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雪色白於紙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 擧鞭書姓字
바람아 불어서 땅 쓸지 마라. 莫敎風掃地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 주렴. 好待主人至
 - 이규보, 「설중방우인불우(雪中訪友人不遇)」

나 근래의 안부는 어떠신지요. 近來安否問如何


사창에 달 떠오면 하도 그리워, 月到紗窓妾恨多
꿈속 넋 만약에 자취 있다면 若使夢魂行有跡
문 앞 돌길 모래로 변하였으리. 門前石路已成沙
 - 이옥봉, 「자술(自述)」

[21001-0062]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 모두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여 화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② (가)는 (나)와 달리 특정 상황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보다 과장하고 있다.
③ (가)는 (나)와 달리 두 소재의 유사점을 기준으로 정도의 차이를 비교하고 있다.
④ (나)는 (가)와 달리 화자가 청자에게 바라는 점을 구체적 지시로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정적 이미지와 동적 이미지를 대비하여 표현 효과를 높이고 있다.

[21001-0063]

02 (가)와 (나)의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눈빛’은 계절적 배경을, (나)의 ‘달’은 시간적 배경을 알려 준다.
② (가)의 ‘땅’과 (나)의 ‘사창’은 공간적 배경으로 화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드러낸다.
③ (가)의 ‘이름’과 (나)의 ‘자취’에는 대상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다.
④ (가)의 ‘주인’과 (나)의 ‘넋’은 화자가 떠올린 대상으로 현실 인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⑤ (가)의 ‘채찍’은 행위의 도구를, (나)의 ‘모래’는 반복적 행위의 결과물을 떠올리게 한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3
고전 시가 11 정답과 해설 26쪽

[21001-0064]

03 <보기>는 한시의 일반적 구성 방법을 표로 정리한 것이다. <보기>의 맥락에서 (가)와 (나)를 이해한 내
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행 구 역할
1행 기(起) 어떤 대상을 보거나 떠올리면서 일어난 생각을 제시한다.
2행 승(承) 기(起)에서 제시한 생각을 이어받아 보충한다.
3행 전(轉) 기존의 시상을 틀어 전환한다.
4행 결(結) 시상의 흐름을 하나로 묶으면서, 정서를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① (가)는 눈을 보고 ‘종이’를 떠올리면서, (나)는 대상의 ‘안부’를 떠올리면서 시상을 일으키고


있군.
② (가)는 ‘종이’와 관련된 행위를, (나)는 떠올린 대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언급하며 시상을
이어 가고 있군.
③ (가)는 ‘바람’이 부는 상황을, (나)는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떠올림으로써 기존의 시상을
전환하고 있군.
④ (가)는 ‘종이’와 ‘바람’의 공통적 의미를, (나)는 ‘사창’과 ‘꿈속’의 유사한 상황을 연결해 시
상의 흐름을 하나로 묶고 있군.
⑤ (가)는 ‘바람’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나)는 ‘꿈속’에서의 행동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화
자의 정서를 제시하고 있군.
DIC 377s

07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1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향가 「처용가」 는 『삼국유사』 에 실려 있는 작품으로, 신라 시대 처용이 직접 지어 부른 것이다. 관련 설


화에 따르면, 처용은 집안에 침범한 역신을 보고 화를 내지 않고 다만 노래를 부르고 물러나는데, 이에 감복
한 역신은 ‘처용의 얼굴을 그린 것만 보아도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하고 도망친다.
고려 가요 「처용가」 는 향가 「처용가」 의 관련 설화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작품으로, 위협이나 명령
을 통해 ‘벽사진경(辟邪進慶) * ’을 달성하려 한다는 점에서 주술적 성격 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지
닌 무가(巫歌)들은 대체로 ‘신을 모시는 청배’, ‘신을 찬사하는 찬신’, ‘악귀를 쫓는 축귀’, ‘제주(祭主)의 소
원을 비는 발원’의 구조를 지니는데, 고려 가요 「처용가」 도 이와 유사한 구성을 따른다.
고려 가요 「처용가」 에 대한 어구 풀이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다음과 같이 두 명의 화자로 구분하는 경우
가 있다. 이 경우, 향가 「처용가」 와 관련된 상황이 나타난 부분의 ‘나’는 ‘처용아비’로 보지만, 후반부의 ‘나’
는 ‘제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려 가요 「처용가」에서 ‘처용아비’는 ‘열병신’을 쫓아
낼 수 있는 강력한 신(神)으로 대상화되어 있기에, ‘제주’는 ‘처용아비’를 통해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달성하
고자 하는 것이다.

* 벽사진경: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함.

나 동경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러라.
둘은 내 것이었고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리오.
 - 처용, 「처용가(處容歌)」

다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바늘도 실도 없이 바늘도 실도 없이
처용아비를 누가 지어 세우는가
[A]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십이 제국이 모두 모여 세운
아, 처용아비를, 많고 많은 사람들이여
버찌야, 오얏아, 녹리야
[B] 빨리 나와 내 신코를 매어라
안 매어 있으면 나올 것이다, 나쁜 말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5
고전 시가 12
동경 밝은 달과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C] 아, 둘은 내 것이거니와 둘은 누구의 것인가
이런 때 처용아비가 보시면
열병신이야 횟거리 *로다
천금을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칠보를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
[D]
천금 칠보도 그만두오
열병신을 날 잡아 주소서
산이나 들이나 천 리 외에
[E] 처용아비를 피하여 가고져
아, 열병대신의 발원이시로다
 - 작자 미상, 「처용가(處容歌)」

* 횟거리: 횟감. 회를 만드는 데에 쓰는 고기나 생선.


* 천금을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 칠보를 주겠습니까 처용아비여: 본문과 달리 ‘천금을 드릴까요 처용아바 / 칠보를 드릴까요 처용아바’
로 해석하여, 뭇사람이 처용을 달래는 말로 보는 경우도 있음.

[21001-0065]

01 (나)와 (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와 (다)는 모두 자문자답의 방식으로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② (나)는 (다)와 달리 어순을 바꾸는 방식으로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③ (다)는 (나)와 달리 유사한 형태의 질문을 반복하여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DIC 377s

④ (나)는 반어적 표현을 통해, (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대구를 활용해 화자의 외양을, (다)는 열거를 활용해 대상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07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시가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5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27쪽

[21001-0066]

02 (가)를 바탕으로 (나)와 (다)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의 ‘누구’는 작품 안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C]의 ‘누구’는 작품 안에서 ‘열병
신’으로 구체화되어 있군.
② (나)의 상황을 [C]에 동일하게 제시한 것은 관련 설화를 떠올리게 하여 [D]에 나타난 문제 상
황이 해결될 수 있는 것임을 환기하려는 것이군.
③ (나)의 마지막 두 행이 이미 일어난 문제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라면, [D]의 마지막 두 행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적극적 심리를 드러내는 것이군.
④ (나)에서는 처용과 역신이 가진 힘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지만, (다)에서는 [C]와 [D]에서 역
신에 대한 처용의 우위가 확인되고 있군.
⑤ (나)의 관련 설화에서 역신이 처용에게 한 약속은, (다)의 [D]와 같이 ‘천금’이나 ‘칠보’를 바
쳐야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변용되고 있군.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377s_$[ScreenRuling]
[21001-0067]

03 (가)의 주술적 성격 과 관련지어 [A]〜[E]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처용아비’를 두고 ‘십이 제국이 모두 모여 세’웠다고 하여 그 위대함을 드러낸다는 점
에서 ‘찬신’에 해당하는 부분이겠군.
② [B]는 ‘신코를 매’라는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드러내, ‘열병신’으로 인해 궂은일
이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겠군.
③ [C]는 ‘열병신’이 ‘자리’에 나타난 상황을 언급해, 집안에 불화를 일으키는 악귀로서 ‘열병
신’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겠군.
④ [D]는 ‘열병신을 날 잡아 주소서’라는 소망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제주의 ‘발원’
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겠군.
⑤ [E]는 ‘처용아비를 피’해 가고 싶은 ‘열병대신’의 생각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축귀’에 성공하
리라는 화자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부분이겠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시가 077
현대시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습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한용운, 「해당화」

나 ㉡감나무쯤 되랴, /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꺼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前生)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全)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 박재삼, 「한(恨)」

[21001-0068]

01 (가)와 (나)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나)와 달리 도치법을 활용하여 특정 대상을 부각하고 있다.
② (가)는 (나)와 달리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③ (나)는 (가)와 달리 색채 이미지를 통해 애상적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④ (나)는 (가)와 달리 경어체를 구사하여 경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자연물에 건넨 화자의 말을 인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07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28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5 대-B뒷면__DIC


[21001-0069]

02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당신’이 화자에게 맡겨 둔 사물이고, ㉡은 ‘그 사람’이 화자에게 건넨 선물이다.
② ㉠은 화자가 ‘당신’에 대해 가진 의구심을 드러내고, ㉡은 화자가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신
뢰를 가리킨다.
③ ㉠은 부정적 현실을 극복할 화자의 의지를 상징하고, ㉡은 화자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의미한다.
④ ㉠은 시간과 관련하여 ‘당신’이 화자에게 했던 약속을 환기하고, ㉡은 공간을 초월하여 ‘그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화자의 바람을 보여 준다.
⑤ ㉠은 화자에게 성찰의 계기를 제공하여 점진적인 성숙으로 이어지게 하고, ㉡은 대상과의
관계에서 화자의 돌발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낸다.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070]

03 <보기>를 바탕으로 ⓐ~ⓔ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77s_$[ScreenRuling]
일상생활에서의 의사소통과 마찬가지로, 시를 읽을 때도 수식언, 즉 관형어나 부사어의 의미 및
기능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효과적인 독법(讀法)이 될 수 있다. 작품 속에서 관형어나 부사어에는
그것이 수식하는 다양한 존재, 시·공간이나 상황, 동작이나 상태 등에 대한 화자의 관점과 태도가
반영되어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① ⓐ는 ‘말하기로’를 수식하는 말로, 화자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들과 갈등을
겪는 상황을 지시하고 있군.
② ⓑ는 ‘봄바람’을 수식하는 말로, 외면하고 싶었던 시간의 경과를 인지시킨 존재에 대한 원망
의 감정이 투영되어 있군.
③ ⓒ는 ‘주워서’나 ‘대고’를 수식하는 말로, 자신의 간절한 기다림이 허망해져 버린 상황에서
화자가 느끼는 서글픔을 반영하고 있군.
④ ⓓ는 ‘사람’을 수식하는 말로, 대상에 대해 화자가 지닌 연모의 감정을 짐작하게 해 주고 있군.
⑤ ⓔ는 ‘설움’을 수식하는 말로, 대상으로 인해 갖게 된 한스러움이 화자의 삶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짐작하게 해 주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79


현대시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나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 산그늘도 다 도망가 불고
산 아래 집 뒤안 /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 가고 / 저 달 금방 져 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 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 김용택, 「들국」

08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6 (문학)_본문(2도)_06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30쪽

[21001-0071]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적 배경을 통해 애상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② 동일한 시구를 반복하여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③ 영탄법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경외감을 표현하고 있다.
④ 대구의 방식을 통해 긍정적 미래에 대한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⑤ 색채 대비를 활용하여 현실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21001-0072]

0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에서는 ‘안’과 ‘밖’의 대립 구조가 드러난다. 화자가 아직 떠나지 않은 삶의 터전이 ‘안’, 장차
떠나서 향하려는 외부가 ‘밖’이 된다. 삶의 터전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외부 공간으로 떠나려는 선
택은 화자가 처한 일제 강점기 현실에 대한 고뇌를 드러낸다.

① ‘나 두 야 간다’를 통해 ‘안’의 공간을 떠나려는 사람이 화자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군.
② ‘이 젊은 나이’는 외부 공간으로 떠나고자 하는 화자의 선택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는군.
③ ‘발에 익은 묏부리’는 화자의 삶의 터전인 ‘안’의 공간에 해당하며 화자가 쉽게 떠나지 못하
는 미련과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군.
④ ‘쫓겨 가는 마음’은 일제 강점기 현실로 인해 ‘밖’의 공간으로 떠나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
는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는군.
⑤ ‘앞 대일 언덕’은 화자가 아직 떠나지 않은 ‘안’의 공간으로, 일제 강점기 현실에 대한 화자
의 고뇌가 투영되어 있군.

[21001-0073]

03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단풍’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대상이지만 고독한 화자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하
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② ‘물빛’과 ‘허연 서리’는 모두 심리적 고통을 겪는 화자의 처지와 대비되는 자연의 모습이라
고 할 수 있다.
③ ‘초생달’은 사랑하는 임을 떠올리게 하고, ‘하얀 들국’은 여전히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에 대
응된다고 볼 수 있다.
④ ‘마른 지푸라기’는 기다림의 고통을 겪는 화자의 내면 상태를 빗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⑤ ‘어둠 천지’는 임의 부재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81


현대시 03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1
절정(絶頂)에 가까울수록 뻐꾹채꽃 키가 점점 소모(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굴만 갸웃 내다본다. 화문(花紋)처럼 판(版) 박힌다. 바람이 차
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星辰)처럼 난만(爛
漫)하다. 산 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
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丸藥)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아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髑髏) *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위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 여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 소를, 송아지가 어미 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어진다.

6
첫 새끼를 낳느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아났다. 물도 마르
기 전에 어미를 여읜 송아지는 움매애 움매애 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구 매어 달렸다.
우리 새끼들도 모색(毛色)이 다른 어미한테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는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 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
로 구르는 소리, 먼 데서 바다가 구길 때 솨아 솨아 솔 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칡넌출 긔여간 흰 돌바기* 고부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주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삿갓나물 대풀 석용(石茸)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 식물을 새기며
취(醉)하며 자며 한다. 백록담 조찰한 물을 그리어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엄하다. 소나기
놋낫 *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며 궁둥이에 꽃물 이겨 붙인 채로 살이 붓는다.

08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정답과 해설 31쪽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늘이 돈다. 불구(不具)에 가깝도록 고단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
가 갔다. 쫓겨 온 실구름 일말(一抹)에도 백록담은 흐리운다. 나의 얼굴에 한나절 포긴 백록담은 쓸쓸하
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祈禱)조차 잊었더니라.
 - 정지용, 「백록담」

* 촉루: 해골. * 숭없지: 말이나 행동 따위가 불쾌할 정도로 흉하지.


* 흰 돌바기: 흰 돌 박힌. * 놋낫: 빗발이 굵고 곧게 뻗치며 내리쏟아지는 모양.

나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 정희성, 「저 산이 날더러 - 목월 시 운을 빌려」

[21001-0074]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설의법을 통해, (나)는 영탄법을 통해 화자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② (가)는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미래를 예측하며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③ (가)는 하강적 이미지로, (나)는 상승적 이미지로 계절의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④ (가)는 동일한 시행의 반복으로, (나)는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리듬감을 주고 있다.
⑤ (가)는 시행을 나누지 않는 산문 형식으로, (나)는 수미상관의 구조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83


현대시 03
[21001-0075]

02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 ㉡은 모두 화자의 흥취를 북돋우는 역할을 한다.
② ㉠과 ㉡은 모두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투영된 존재이다.
③ ㉠은 긴박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은 고조되었던 분위기를 이완한다.
④ ㉠은 화자가 처한 상황의 분위기를 돋우고, ㉡은 화자가 느끼는 정서를 심화한다.
⑤ ㉠은 자연의 섭리를 부각하는 존재이고, ㉡은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는 존재이다.

[21001-0076]

03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백록담」 에는 작가가 한라산의 정상인 백록담에 다녀왔던 경험이 드러나 있다. 비유적 표현과 다
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등반 과정이나 한라산의 자연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일
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자는 한라산의 정상
인 백록담의 맑고 깨끗한 정경을 묘사한 후, 정상에서 느끼는 정서를 드러내면서 시상을 마무리하
고 있다.

① ‘화문처럼 판 박힌다.’, ‘흩어진 성신처럼 난만하다.’ 등은 한라산 등반 과정에서 화자가 바라


본 뻐꾹채꽃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군.
② ‘풍란이 풍기는 향기’, ‘솨아 솨아 솔 소리’, ‘흰 돌바기 고부랑길’ 등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
지를 활용하여 한라산의 자연물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군.
③ ‘어미를 여읜 송아지’가 ‘마구 매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우리 새끼들도 모색이 다른 어미한
테 맡길 것을’ 떠올리는 것은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군.
④ ‘가재도 긔지 않는’ ‘푸른 물’이 ‘실구름 일말에도’ ‘흐리운다’는 것은 백록담이 작은 구름에
도 흐려질 정도로 맑고 깨끗한 곳임을 강조한 것이군.
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다는 것은 한라산 정상에서 바라본 혼탁한 세상의 모습에 대
한 화자의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이군.

08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정답과 해설 32쪽

[21001-0077]

04 (나)와 <보기>를 비교하여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 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신경림, 「목계 장터」

① (나)는 <보기>와 달리 물질적 궁핍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가족의 비참하고 치열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군.
② <보기>는 (나)와 달리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이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달픈 삶에 대한
애환을 드러내고 있군.
③ (나)와 <보기>는 모두 특정한 조사나 어미의 반복 및 시행이나 시구의 대구를 통해 시적 리
듬감을 드러내고 있군.
④ (나)와 <보기>는 모두 누군가가 화자에게 하는 말을 전달하는 형식의 말투를 활용하여 화자
의 처지나 상황을 드러내고 있군.
⑤ (나)와 <보기>는 모두 인간의 삶을 자연적 소재에 빗대어 소재의 속성과 유사한 삶을 살아가
길 바라는 화자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85


현대시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방공호 위에 / 어쩌다 핀
㉠채송화 꽃씨를 받으신다.

호(壕) 안에는 / 아예 들어오시질 않고


말이 숫제 적어지신
할머니는 그저 노여우시다.

― 진작 죽었더라면 / 이런 꼴 / 저런 꼴
다 보지 않았으련만……

글쎄 할머니 /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


숫제 말이 적어지신 / 할머니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었다.

할머니 꽃씨를 받으신다.


인젠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
할머니는 역시 살아 계시는 동안은
그 작은 꽃씨를 받으시리라.
 - 박남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나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A]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B]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C]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D]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 김광섭, 「생의 감각」

08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정답과 해설 33쪽

[21001-0078]

01 ㉠과 ㉡을 비교하여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과 ㉡은 불안정한 현실에서 화자가 낙관적 태도로 일관할 수 있게 한다.
② ㉠과 ㉡은 자연을 파괴하는 현대 문명과 대비되어 생명의 고귀함을 상징한다.
③ ㉠과 ㉡은 불행한 현실에 처한 존재에게 생명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갖게 한다.
④ ㉠은 생명이 파괴된 현실을 상징하고, ㉡은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모습을 상징한다.
⑤ ㉠은 화자가 일체감을 느끼는 대상이고, ㉡은 화자가 자신과 괴리된 존재로 인식하는 대상
이다.

[21001-0079]

0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6·25 전쟁은 강대국들의 힘겨루기와 극단적인 이념 대립 속에서 같은 민족끼리 첨예하게 대립
하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준 민족적 비극이었다. 전쟁 이후 이와 같은 민족적 비극을 전
쟁 체험을 기반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다. 이런 경향을 지닌 문학 작품들은 전
쟁에서 비롯된 민족의 비극적 상황을 그리면서, 동시에 그로 인한 상처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아울러 전쟁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경험하고, 또 경험할 수 있는 가혹한 상
황을 초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였다. 박남수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또한 이런
경향을 지닌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① ‘방공호’는 이 시가 전쟁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것임을 짐작하게 해 주는군.


② ‘이런 꼴 / 저런 꼴’은 전쟁으로 인해 민족이 겪은 비극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겠군.
③ ‘말이 숫제 적어지신’은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분노에서 비롯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④ ‘그걸 어쩌란 말씀이셔요.’는 전쟁의 상처를 휴머니즘으로 극복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겠군.
⑤ ‘지구가 깨어져 없어진대도’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혹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겠군.

[21001-0080]

03 [A]〜[D]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청각적 심상과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새롭게 시작되는 상황이 주는 생동감 넘치는 분
위기를 환기하고 있다.
② [B]는 [A]에서 언급하고 있는 대상을 화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냄으로써 화자를 중심으로
한 세상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③ [C]는 [A]에 나타난 희망적인 분위기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암담한 분위기의 이미지를 형상
화하고 있다.
④ [C]에서 [D]로의 상황적 변화를 통해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⑤ [D]는 공간적 배경과 그곳에서 관찰한 대상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화자의 위태로운 상황과
그것의 극복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87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6대 6

현대시 05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견디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는 이제금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가
` 맑게 가라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
보는 이 없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김남조, 「정념의 기(旗)」

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08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34쪽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 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21001-0081]

01 (가)와 (나) 화자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풍자하고 있다.
② 자신의 삶에 대한 고뇌와 방황을 드러내고 있다.
③ 과거를 회상하며 그리움의 대상을 떠올리고 있다.
④ 사물이 지닌 인간적 덕성에 예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⑤ 타인의 삶에 비추어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반성하고 있다.

[21001-0082]

02 (가)와 (나)의 시상 전개 방식을 설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시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화자의 심리적 추이를 드러내고 있고, (나)는 공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화자의 행동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② (가)는 공간의 대비를 통해 화자가 느끼는 내면적 갈등을 보여 주고 있고, (나)는 동일한 행
동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③ (가)는 계절에 따른 대상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고, (나)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물에 대한 시선 이동을 통해 화자의 인식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④ (가)는 다양한 사물에 빗대어 화자가 추구하는 내면의 상태를 보여 주고 있고, (나)는 미래의
시점을 가정하여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한 내면적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⑤ (가)는 원경에서 근경으로 시선을 이동하여 공간의 풍경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고, (나)
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역전을 통해 화자의 심리 변화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89


현대시 05 정답과 해설 35쪽

[21001-0083]

03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화자의 마음속 상태를 사물을 통해 구체화하여 나타내고 있다.
② ㉡: 의문형 표현을 사용하여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③ ㉢: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화자가 초탈하고자 하는 정서를 보여 주고 있다.
④ ㉣: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화자가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바를 형상화하고 있다.
⑤ ㉤: 행동의 나열을 통해 화자가 염원하는 바에 대한 간절한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21001-0084]

04 <보기>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르네 지라르는 인간의 욕망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이미 욕망한
것을 자신도 향유하려는 바람에서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욕망은 주체와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타자, 이른바 욕망의 중개자에 의해 중개된다. 예를 들어 학업에서 경쟁 관
계에 있는 A와 B 학생이 있다고 하자. 그중 A가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학원에 등록하려 한다는 이
야기를 듣고 B가 부모님에게 자신도 그 학원에 등록해 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이때 B는 순수하게
자신의 학업 향상을 위해 학원 등록을 원했다기보다는 단지 경쟁자인 A가 그 학원에 등록하려 했
기 때문에 이를 원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욕망의 주체는 B이고, 욕망의 대상은 학원,
그리고 욕망의 중개자는 A가 된다.
DIC 377s

지라르의 관점에서 이런 관계를 통해 추구되는 욕망은 결국 허영심일 뿐이다. 또한 이런 모방된


욕망은 중개자에 대한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고, 이러한 경쟁심이 과열될 때 주체와 중개자
사이의 차이가 소멸되면서 개인의 정체성이 약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① 화자가 세운 ‘너무나 많은 공장’은 화자가 추구했던 수많은 욕망들을 표현한 것일 수 있겠군.


② 화자가 가진 것이 ‘탄식밖에 없’게 된 것은 자신이 욕망한 것이 허영심이었기 때문일 수 있겠군.
③ 화자를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은 이유는 화자가 욕망의 중개자임을 알았기 때문일 수 있
겠군.
④ 화자가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
임을 말하는 것일 수 있겠군.
⑤ 화자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내면의 욕망을 주체적으로 자각
하지 못하여 정체성이 약화된 상황에 대한 자각일 수 있겠군.

09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06
정답과 해설 36쪽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21001-0085]

01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는 명령형 어미를 활용하여 화자의 단호한 의지와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② (가)는 1, 2연과 3, 4연의 내용을 대조적으로 제시하여 시상의 전환을 이끌어 내고 있다.
③ (가)는 대립적인 의미를 지닌 시어를 사용하여 시어 속에 내재된 의미를 부각하고 있다.
④ (나)는 과거형 어미를 활용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화자의 깨달음의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⑤ (나)는 특정 대상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그 대상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91


현대시 06 정답과 해설 36쪽

[21001-0086]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껍데기는 가라」는 4·19 혁명의 정신이 퇴색해 가는 현실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1960년대 참
여 문학의 대표작이다. 작가는 4·19 혁명과 동학 농민 운동의 정신이 회복되길 바라는 소망과 이
러한 정신을 훼손하는 모든 불의와 거짓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을 강렬하게 외치고 있다. 또한 평
화롭고 순결했던 우리 민족의 삶을 되찾길 바라는 기원을 형상화한 ‘아사달’과 ‘아사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성취해야 할 민족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분단된 민족의 현실을 극복하
고자 하는 염원을 표출하고 있다.

① 4·19 혁명을 상징하는 ‘사월’과 동학 농민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뜻하는 ‘동학년’을 통


해 현실적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② 4·19 혁명과 동학 농민 운동의 정신을 훼손하는 모든 불의와 거짓을 함축하는 ‘껍데기’는
화자가 사라지길 바라는 대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군.
③ ‘동학년’의 ‘그 아우성만 살고’에서 ‘사월’의 ‘알맹이’를 회복하려면 동학 농민 운동의 정신
이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는 화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군.
④ ‘아사달’과 ‘아사녀’의 ‘맞절’에서 평화롭고 순결한 우리 민족의 삶이 회복되기를 기원하는
화자의 마음을 느낄 수 있군.
⑤ ‘한라에서 백두까지’ ‘흙 가슴만 남’길 바라는 화자의 마음에서 분단된 민족의 현실을 극복
하고자 하는 염원을 짐작할 수 있군.
DIC 377s

[21001-0087]

03 (나)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라고 화자가 자신을 평가한 것은 시인으로서의 화자의 성찰적 자세
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②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 서울역 앞’, ‘남대문’ 등을 통해 화자가 이동한 공간을 확
인할 수 있다.
③ 사람들이 오가는 ‘시장’에서 ‘생각나고 있었다.’라는 표현을 통해 화자는 자신이 구하던 답을
사람들의 삶 속에서 찾게 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④ 화자는 진정한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에서 언급한 다양한 가치들 중에서 ‘인정’을 가장 우
선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⑤ ‘알파’, ‘고귀한 인류’, ‘영원한 광명’이라고 표현한 것은 화자가 ‘그런 사람들’의 삶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0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07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6 대-A앞면__DIC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 떨어진다
 - 김수영, 「폭포」

나 그대 아는가 / 나의 등판을

377s_$[ScreenRuling]
어깨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 전율 끝에 단말마 *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 /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 석탄기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 박살 나는 맹목(盲目)의 물보라

그대 아는가 /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 이형기, 「폭포」

* 단말마: ‘임종(臨終)’을 달리 이르는 말. 숨이 끊어질 때의 모진 고통.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93


현대시 07 정답과 해설 37쪽

[21001-0088]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동일한 시어를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② 대립적인 색채어의 관계를 바탕으로 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③ 의문형 진술을 활용하여 현실과 이상의 거리감을 드러내고 있다.
④ 여정에 따른 공간의 이동을 통해 외부 세계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⑤ 계절의 흐름에 따른 대상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21001-0089]

02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무서운 기색도 없이’는 거침없는 폭포의 모습을 부각하여 두려움 없는 강인한 정신을 드러
내는 표현이다.
② ‘규정할 수 없는’은 고정된 형태를 지니지 않은 폭포의 모습을 통해 구속에 얽매이지 않는 자
유로움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③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쉴 사이 없이’는 지속적으로 흐르는 폭포의 모습을 통해 변함
없는 일관된 정신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④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은 ‘밤’의 상황을 구체화하여 폭포가 내는 소리에 더 주목하
게 하는 효과를 주는 표현이다.
⑤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는 빠르게 낙하하는 폭포의 모습을 통해 빠르게 목표를 달
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21001-0090]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시인은 대상이 지닌 속성에 주목하여 그 대상을 낯익은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대상의 속
성과 동떨어진 낯선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외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
석에 따라 동일한 대상도 다르게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대상의 속성에서 얻게
된 깨달음을 전달하기도 하고, 낯설게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의식을 드러내거나 시적 상황에
서 유발되는 정서 등을 부각하기도 한다.

① (가)에서는 폭포가 지닌 ‘떨어’지는 속성에 주목하여 주제 의식을 표출하고 있군.


② (가)에서는 ‘곧은 소리를 내’는 폭포를 통해 깨달은 ‘고매한 정신’에 대해 전달하고 있군.
③ (나)에서는 폭포의 모습을 ‘장수잠자리의 추락’이라는 낯선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군.
④ (나)에서는 ‘그대’가 폭포에 가하는 ‘칼자욱’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군.
⑤ (나)에서는 ‘맹목의 물보라’로 ‘박살 나’며 ‘자멸’하는 폭포를 통해 ‘단말마’의 정서를 부각하
고 있군.

09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08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6 대-B뒷면__DIC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비룟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 신경림, 「농무」

나 땅 우에 살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재곤(在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앉은뱅이 사내가 있었습니다. 성한


두 손으로 멍석도 절고 광주리도 절었지마는, 그것만으론 제 입 하나도 먹이지를 못해, 질마재 마을 사람
들은 할 수 없이 그에게 마을을 앉아 돌며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 하나를 특별히 주었었습니다.

377s_$[ScreenRuling]
㉣‘재곤이가 만일에 제 목숨대로 다 살지를 못하게 된다면 우리 마을 인정은 바닥난 것이니, 하늘의 벌
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생각은 두루 이러하여서, 그의 세 끼니의 밥과 치위 *를 견딜 옷과
불을 늘 뒤대어 돌보아 주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갑술년이라던가 을해년의 새 무궁화 피기 시작하는 어느 아침 끼니부터는 재곤이의 모
양은 땅에서도 하늘에서도 일절 보이지 않게 되고, 한 마리 거북이가 기어 다니듯 하던 살았을 때의 그
무겁디무거운 모습만이 산 채로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마다 남았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하늘이 줄
천벌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가 거듭 바뀌어도 천벌은 이 마을에 내리지 않고, 농사도 딴 마을만큼은 제대로 되어, ㉤신
선도(神仙道)에도 약간 알음이 있다는 좋은 흰 수염의 조 선달 영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재곤이는 생
긴 게 꼭 거북이같이 안 생겼던가. 거북이도 학이나 마찬가지로 목숨이 천 년은 된다고 하네. 그러니, 그
긴 목숨을 여기서 다 견디기는 너무나 답답하여서 날개 돋아나 하늘로 신선살이를 하러 간 거여……”
그래 “재곤이는 우리들이 미안해서 모가지에 연자 맷돌을 단단히 매어 달고 아마 어디 깊은 바다에 잠
겨 나오지 않는 거라”던 마을 사람들도 “하여간 죽은 모양을 우리한테 보인 일이 없으니 조 선달 영감님
말씀이 마음적으로야 불가불 옳기사 옳다”고 하게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두루 그들의 마음속에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95


현대시 08
살아서만 있는 그 재곤이의 거북이 모양 양쪽 겨드랑에 두 개씩의 날개들을 안 달아 줄 수는 없었습니다.
 - 서정주, 「신선 재곤이」

* 치위: 추위.

[21001-0091]

01 (가),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는 화자가 이동하는 공간을 따라가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나)는 특정 인물의 삶과 죽음을 산문시의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③ (가)는 화자의 상황 인식을 통해, (나)는 인물들의 말을 통해 시적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④ (가)와 (나)는 모두 과거를 회상하는 한 인물을 통해 다른 인물들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제시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21001-0092]

02 <보기>는 (가)를 감상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이다. 이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
은 것은?

ㄱ.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농무’는 본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며 농민들이 신명 나게 어울리는 행


위였다. 그러나 작품이 창작된 1960∼70년대의 상황, 즉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이촌향도 현
상,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당대 농촌의 현실 상황과 관련지으며 작품 속에서 농무는 또 다른 맥
락적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ㄴ. 홍명희는 「임꺽정」에서 임꺽정, 서림 등을 등장시켜 과거 민중의 생명력과 저항 의식을 역동적


으로 그렸다. 주요 인물을 살펴보면 백정 출신인 임꺽정은 탐관오리의 재물을 빼앗아 빈민에게
나누어 주는 등의 개혁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인물이고, 아전 출신인 서림은 임꺽정의 참모였
으나, 관군에 잡힌 후 결국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순응해 임꺽정을 배신한 인물이다.

① ㄱ을 참고하면, 농무와 ‘텅 빈 운동장’을 연관 지은 것은 풍요와 안녕에 대한 기원을 농무에


담지 못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부각하는 것 같아.
② ㄱ을 참고하면, ‘쪼무래기들’만 따라붙는 상황을 제시한 것은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가 버린 현실을 암묵적으로 말하는 것 같아.
③ ㄱ을 참고하면, ‘비룟값’에 대한 농민의 생각을 언급한 것은 농사를 통해 삶을 유지하기 어
려운 당대 농촌의 상황을 보여 주는 것 같아.
④ ㄴ을 참고하면, 농민의 모습을 ‘꺽정이’에 대응시킨 것은 당대 현실에 대한 민중의 울분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아.
⑤ ㄴ을 참고하면, ‘서림이’처럼 밝게 웃는 농민의 모습을 제시한 것은 민중의 생명력이 회복되
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담아낸 것 같아.

09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7 (문학)_본문(2도)_07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고전 산문 정답과 해설 39쪽

[21001-0093]

03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학생 : 이제 발표를 정리할까 합니다. 저는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 물결 속에서 시인이 『질마재
신화』 를 노래했음에 주목했습니다. 자연의 상실, 공동체의 파괴, 인간 존엄의 추락, 유구히 흐르
던 전통 의식의 단절 등과 같은 산업화의 폐해 속에서 시인은 그만의 신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는 일상 속 비천한 인물들의 삶을 포착하고 이러저러한 그
들의 삶을 그의 시편들 속에서 신화적 단계로 끌어올림으로써 ‘신성하다’는 말이 환기하는 엄숙
함을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전통성을 회복하고, 이와 더
불어 오래된 공동체를 지속할 수 있는 비밀을 현재의 삶에서 구현하고픈 열망을 드러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① ‘앉은뱅이’인 재곤이를 시적 대상으로 삼은 것에서 신성함과는 거리가 있는 일상 속 비천한


인물을 포착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군.
② 재곤이에게 밥을 빌어먹고 살 권리를 준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동체가 파괴되기 전의
전통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군.
③ 재곤이가 사라진 것을 마을의 인정이 바닥났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공동
체 지속의 비밀인 인정을 형상화하려 한 것을 엿볼 수 있군.
④ 재곤이가 하늘로 ‘신선살이’를 하러 갔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천한 인물이 신
화적 단계로 끌어올려졌음을 엿볼 수 있군.
⑤ 재곤이가 미안해서 바다에 잠겨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추락한 현실을 엿볼 수 있군.

[21001-0094]

04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중의적 표현을 통해 시적 상황과 화자의 정서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② ㉡: 체념적 한탄을 통해 현실에 대한 화자의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③ ㉢: 내면적 정서와 대비되는 감정 표현을 통해 화자의 현실 인식을 담아내고 있다.
④ ㉣: 인간의 행위를 초자연적 존재와 관련지음으로써 바람직한 처신으로 이끌고 있다.
⑤ ㉤: 신성한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갈등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97


현대시 09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고향이 고향인 줄도 모르면서 / 긴 장대 휘둘러 까치밥 따는


서울 조카아이들이여 / 그 까치밥 따지 말라
남도의 빈 겨울 하늘만 남으면 / 우리 마음 얼마나 허전할까
살아온 이 세상 어느 물굽이 / 소용돌이치고 휩쓸려 배 주릴 때도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어 주는 / 그것은 따뜻한 등불이었으니
철없는 조카아이들이여 / 그 까치밥 따지 말라
사랑방 말쿠지 *에 짚신 몇 죽 걸어 놓고
할아버지는 무덤 속을 걸어가시지 않았느냐
그 짚신 더러는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되고
한밤중 동네 개 컹컹 짖어 그 짚신 짊어지고
아버지는 다시 새벽 두만강 국경을 넘기도 하였느니
아이들아, 수많은 기다림의 세월 / 그러니 서러워하지도 말아라
눈 속에 익은 까치밥 몇 개가 / 겨울 하늘에 떠서
아직도 너희들이 가야 할 머나먼 길
이렇게 등 따숩게 비춰 주고 있지 않으냐.
 - 송수권, 「까치밥」

* 말쿠지: 말코지. 물건을 걸기 위하여 벽 따위에 달아 두는 나무 갈고리.

나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이정록, 「의자」

09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40쪽

[21001-0095]

01 (가)와 (나)를 묶어 시 낭송회를 하려고 할 때, 낭송회 제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성현의 말씀에 담긴 교훈을 찾아서
-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② 가슴 따뜻한 유년의 기억을 찾아서
- 어른이 되어 순수함을 잃어버린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③ 삶의 언저리에 있는 자연의 신비를 찾아서
- 분주한 일상으로 인해 지쳐 가고 있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④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 도시적 공간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⑤ 인생의 경험 속에 녹아 있는 삶의 자세를 찾아서
- 배려하고 의지하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21001-0096]

02 <보기>는 인터뷰의 일부이다. 이를 참고하여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나눔’의 실천을 자신의 몫이 줄어드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혹은 자발적이지 않은
나눔 상황에 놓여 아까움을 생색으로 대신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나눔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제 몫이라는 개념이 없더라고요. 요즘 세상이 각박해짐에 따라 따뜻한 인정이 담긴
나눔을 선행의 실천으로만 평가하고는, 미담으로 포장해 세상에 알리기에 급급한 이들마저 있습니
다. 예전에는 밭에 콩을 심을 때 콩 심을 자리에 콩을 세 알씩 뿌렸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알은 땅속의 벌레가 먹고, 또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마지막 한 알은 싹을 틔워 사
람이 먹으려 했다는 겁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전통적 공동체의 삶 속에는 생
색내지 않는 공존의 철학이 마치 불문율처럼 배어 있었습니다.

① ‘조카아이들’은 ‘까치밥’을 남기는 것을 자신들의 몫이 줄어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군.


② ‘외로운 길손의 길보시’가 된 할아버지의 ‘짚신’은 제 몫이라는 개념이 담기지 않은 것이겠군.
③ 세 알의 콩알을 심던 사람들의 마음처럼 ‘까치밥’에는 불문율 같은 공존의 철학이 담겨 있겠군.
④ ‘까치밥’을 남겨 놓아야 한다는 화자의 배려에는 전통적 공동체에서 비롯된 삶의 태도가 배
어 있겠군.
⑤ 아이들이 고향이 왜 고향인지 이해한다면 ‘까치밥’에 담긴 배려를 세상에 알려야 할 미담으
로 포장하겠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099


현대시 09 정답과 해설 41쪽

[21001-0097]

03 <보기>는 ‘의자’를 시화한 또 다른 작품이다. (나)와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 드리지요.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어요.

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

지금 어디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의자를 비워 드리겠습니다.
 - 조병화, 「의자 7」

① (나)는 <보기>와 달리 ‘의자’에 대한 말을 듣는 표면적인 상대방을 설정하여 시상을 전개하


고 있다.
② (나)는 <보기>와 달리 ‘의자’에 담긴 함축적 의미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물이 교감하는 모습
을 제시하고 있다.
③ <보기>는 (나)와 달리 ‘의자’를 비워 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인식을 담아내고
있다.
④ <보기>는 (나)와 달리 ‘의자’를 의인화하여 시적 대상에게 의자의 역할을 다할 것을 권면하
고 있다.
⑤ (나)와 <보기>는 모두 ‘의자’라는 일상적 소재를 상징적으로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
고 있다.

10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10
정답과 해설 42쪽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비탈진 공터 언덕 위 푸른 풀이 덮이고 그 아래 웅덩이 옆 미루나무 세 그루 갈라진 밑동에도 푸른 싹


이 돋았다 때로 늙은 나무도 젊고 싶은가 보다
기다리던 것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누가 누구의 목을 껴안듯이 비
틀었는가 나도 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때로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굽은 등에 푸른 싹이 돋을까 묻고 또 묻지만 비계처럼 씹히는 달착지근한
혀, 항시 우리들 삶은 낡은 유리창에 흔들리는 ㉠먼지 낀 풍경 같은 것이었다
흔들리며 보채며 얼핏 잠들기도 하고 그 잠에서 깨일 땐 솟아오르고 싶었다 세차장 고무호스의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며 아우성치며 울고불고 머리칼 쥐어뜯고 몸부림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돼지 목 따는 동네의 더디고 나른한 세월, 풀잎 아래 엎드려 숨죽이면 가슴엔 윤기
나는 석탄층(石炭層)이 깊었다
 - 이성복, 「다시 봄이 왔다」

나 새벽 시내버스는 /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 성에꽃 한 잎 지우고 /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최두석, 「성에꽃」

[21001-0098]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계절적 배경에서 비롯된 현상의 묘사로부터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감각의 전이를 활용하여 시적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상반된 속성을 지닌 공간들의 모습을 대비하여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대상을 호명하는 방식의 표현을 활용하여 그리움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1인칭 복수형의 주어를 사용하여 화자 이외의 다른 이들도 시적 상황에
함께 처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101


현대시 10 정답과 해설 42쪽

[21001-0099]

02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호감을 느끼는 대상의 모습을, ㉡은 화자가 경이감을 느끼는 대상의 모습을 보
여 준다.
② ㉠은 화자가 집착하는 세속적 가치를, ㉡은 화자가 현실에서 발견할 수 없는 이상적 가치를
표상한다.
③ ㉠은 화자가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공간의 속성을, ㉡은 화자가 목격하고 있는 공간의 속성
을 보여 준다.
④ ㉠은 화자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장애를, ㉡은 화자가 극복하고자 하는 현실의 장
애를 표상한다.
⑤ ㉠은 화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은 화자가 관찰하는 대상에 대한 예찬적 태
도를 보여 준다.

[21001-0100]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70, 80년대를 거치며 한국 사회는 군부 정권의 주도하에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 그
러나 한편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었고 인간 소외와 부의 편중이 심화되는 문
제가 나타났다. (가)와 (나)는 이렇게 시대적 아픔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의 시인들의 현실
인식과 삶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가)는 생기 있는 삶을 기대할 수 없는 불모의 세
계를 그려 내면서,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한 채 권태롭게 살아가는 자아의 내면을 보
여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 내기를 바라는 잠재된 욕망을 포착하고,
그 양상을 보여 준다. 한편 (나)는 서민들이 가난을 견뎌야 하고 비판과 저항의 행위가 용인되지 않
는 냉혹한 세계를 보여 주면서, 그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리고 그들
의 고되지만 치열한 삶의 모습을 떠올리며 역설적으로 감동을 경험하는 화자의 정서적 반응을 그
려 내고 있다.

① (가)에서 화자가 현실을 ‘더디고 나른한 세월’이라고 표현한 것은, 생기 있는 삶을 보여 주는


‘푸른 싹’과 달리 ‘우리’가 불모의 세계를 살아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군.
② (가)에서 화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고 단언하는 데에서, ‘돼지 목 따는
동네’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시대적 아픔에 공감하려는 화자의 의지가 드러나는군.
③ (가)에서 화자가 자신의 내면을 ‘석탄층’에 비유하는 데에서, ‘길길이 날뛰는 물줄기처럼’ 치
열하게 현실을 살아 내기를 바라는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억눌려 있음이 드러나는군.
④ (나)에서 화자가 현실을 ‘엄동 혹한’이라고 표현한 것은, ‘막막한 한숨’을 내쉬며 고되게 살
아가는 서민들과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가 처한, 냉혹한 시대 상황을 떠올렸기 때문이겠군.
⑤ (나)에서 화자가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본 광경에 ‘취한다’고 하는 데에서, 서민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는 정서적 반응이 드러나는군.

10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1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돌아가야지
전나무 그늘이 한 겹씩 엷어지고
국화꽃 한두 송이 바람을 물들이면
흩어졌던 영혼의 양 떼 모아
㉠떠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한 생애 버려뒀던 빈집을 고쳐야지
수십 년 누적된 병인을 찾아
무너진 담을 쌓고 창을 바르고
상한 가지 다독여 등불 앞에 앉히면
만월처럼 따뜻한 밤이 오고
내 생애 망가진 부분들이
수묵으로 떠오른다
단비처럼 그 위에 내리는 쓸쓸한 평화
한때는 부서지는 열기로 날을 지새고
이제는 수리하는 노고로 밤을 밝히는
가을은 꿈도 없이 깊은 잠의
평안으로 온다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
 - 홍윤숙, 「가을 집 짓기」

나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 *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 온 모래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질처럼 입을 다물던 방,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 껍질을 그릇 삼아 상을 차리는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10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7대 7

현대시 11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 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서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질에 세 든 소라게처럼
 -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 - 이중섭의 방에 와서」

* 아고리와 발가락군: 화가 이중섭과 그의 아내가 서로를 부르던 애칭.

[21001-0101]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과장된 표현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도치된 문장으로 시상을 마무리하여 여운을 자아내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가상의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특정한 종결 어미를 반복하여 화자의 다짐을 강조하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원경에서 근경으로의 시선 이동을 통해 화자가 지향하는 세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10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43쪽

[21001-0102]

02 ㉠과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타인과의 소통을 경험하는 공간이고, ㉡은 시적 대상인 ‘아고리’가 혼자만의 시
간을 보내던 공간이다.
② ㉠은 화자가 떠나와 그리워하는 공간이고, ㉡은 시적 대상인 ‘아고리’가 떠나온 곳을 그리워
하며 떠돌던 공간이다.
③ ㉠은 화자가 머물며 고뇌하는 속세의 공간이고, ㉡은 시적 대상인 ‘아고리’가 속세를 벗어나
머무르던 은둔의 공간이다.
④ ㉠은 화자가 억압적 상황을 견디는 시련의 공간이고, ㉡은 시적 대상인 ‘아고리’가 자유로움
을 느끼던 희망의 공간이다.
⑤ ㉠은 화자가 자신의 관념을 투영한 내면 공간이고, ㉡은 시적 대상인 ‘아고리’가 가난 속에
서 생계를 이어 가던 생활 공간이다.

[21001-0103]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는 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인이 젊은 날을 돌아보며 그동안의 고뇌와 방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의 화자는 가을, 밤이라는 계절적, 시간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이
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지나온 삶 속에서 상처 입은 영혼을 다
독여, 본연의 자아가 지니고 있던 평안의 상태를 회복하려는 과정을, 집을 고쳐 짓는 행위에 빗대
어 보여 주고 있다. 집 짓기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참모습을 온전히 마주하고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성숙에 이른다.

① ‘엷어지’기 시작한 ‘전나무 그늘’과 ‘국화꽃 한두 송이’가 환기하는 계절적 이미지는, 가을을
맞아 지난 삶을 성찰하는 화자의 현재 상황을 보여 주는군.
② ‘돌아가야’ 할 ‘빈집’을 ‘한 생애 버려뒀’다고 한 것은, 화자가 본연의 자아를 잃어버린 채 살
아왔다는 반성적 인식을 나타낸 것이겠군.
③ ‘무너진 담’이 고쳐져 ‘만월’의 충만한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화자가 상처 입은 영
혼을 다독임으로써 평안의 상태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 주는군.
④ ‘부서지는 열기’가 환기하는 뜨거운 이미지는, 집 짓기를 통해 본연의 자아를 회복하려는 화
자의 치열한 노력을 나타낸 것이겠군.
⑤ ‘가을’이 ‘따뜻하게 손을 잡는 이별로 온다’고 한 것은, 화자가 자신의 참모습을 받아들임으
로써 방황하던 과거를 극복하고 성숙에 이르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105


현대시 11 정답과 해설 44쪽

[21001-0104]

04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중섭은 일본인 아내와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으며, 6·25 전쟁의 발발로 가족들과 함께 제
주도에 잠시 정착하여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지만, 이듬해 일본에 건너가게 된 식구들과 이별한다.
평생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다 간 그에게, 역설적으로 당시의 삶은 행복했던 마지막 시절로 남았다.
[그림 1]은 밝은 색채로 꿈꾸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유화이다. 아이들이 새를 타고 하늘을
날며 복숭아를 따는 평화로운 해변의 풍경은 지상 낙원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림 2]는 간결한 데
생과 담채 기법으로 동심의 세계를 그려 내고 있다. 벌거숭이의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고 게에게 물
리기도 하며 한데 뒤엉겨 행복하게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림 3]은 은박지를 재료로 한 독창
적 기법을 통해 가족과의 결합에 대한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나)에는 이러한 그림들에서 시인이
떠올린 이중섭의 삶과 예술 세계에 관한 상념이 드러나 있다.

[그림 1] 「서귀포의 환상」 [그림 2]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그림 3] 「게와 물고기가 있는 가족」

① [그림 1]의 풍경에서 연상되는 공간을 고려할 때, (나)에서 ‘아이들’이 ‘새를 타고 날아다니’
는 풍경은 이중섭의 그림에 나타난 이상 세계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겠군.
② [그림 1]의 색채와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나)에서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은 이중섭의 그림에 전란 중에 그가 꿈꾸었을 평화가 구현되어 있다는 시인의 생각을 나
DIC 377s

타낸 것이겠군.
③ [그림 2]에 나타난 형상을 고려할 때, (나)에서 ‘게와 물고기’가 ‘아이들과’ 노는 장면은 이중
섭이 그려 낸 동심의 세계를 생동감 있게 형상화한 것이겠군.
④ [그림 3]에 담긴 이중섭의 소망을 고려할 때, (나)에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한 날’은 이중섭
이 가족과의 재회를 바라며 외롭게 지내던 상황을 나타낸 것이겠군.
⑤ [그림 3]에 사용된 기법을 고려할 때, (나)에서 ‘은박지 속의 바다와 하늘’은 시인이 이중섭의
창작 방법에 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시적 대상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드러낸 것이겠군.

10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1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비인 방에 호올로
대낮에 체경(體鏡)을 대하여 앉다.

슬픈 도시(都市)엔 일몰(日沒)이 오고
시계점(時計店) 지붕 위에 ㉡청동(靑銅) 비둘기
바람이 부는 날은 구구 울었다.

늘어선 고층(高層) 위에 서걱이는 갈대밭


열없는 표목(標木) 되어 조으는 가등(街燈)
소리도 없이 모색(暮色)에 젖어

엷은 베옷에 바람이 차다.


마음 한구석에 벌레가 운다.

황혼을 좇아 네거리에 달음질치다.


모자도 없이 광장(廣場)에 서다.
 - 김광균, 「광장」

나 제 손으로 만들지 않고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 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 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 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107


현대시 12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직지사 해우소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똥덩이처럼 느껴질 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문득
어딘가 걸려 있고 싶다
 - 김광규, 「대장간의 유혹」

[21001-0105]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시상의 반전을 통해 시적 상황이 변화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대립적 관계에 있는 시어들을 활용하여 화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강조하
고 있다.
③ (가)와 (나)는 모두 시행의 끝에 동일한 시어를 반복적으로 제시하여 화자의 태도를 강조하
고 있다.
④ (가)는 (나)와 달리 화자의 행동을 묘사하여 그 행동에 따르는 공간의 이동을 보여 주고 있다.
⑤ (나)는 (가)와 달리 하루 동안의 시간 변화를 환기하는 이미지를 통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
황을 보여 주고 있다.
DIC 377s

[21001-0106]

0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화자가 ‘호올로’ ‘앉’아 있는 공간으로서, 화자의 외로운 처지를 부각한다고 볼 수 있다.
② ㉡: ‘슬픈 도시’를 배경으로 ‘울었’던 소재로서, 화자가 느끼는 비애감과 조응한다고 볼 수
있다.
③ ㉢: 화자가 ‘찾아가고 싶다’고 하는 장소로서, 화자가 미지의 대상에 대해 느끼는 호기심을
환기한다고 볼 수 있다.
④ ㉣: 화자가 ‘되’고 싶다고 하는 사물로서, 화자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⑤ ㉤: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부끄러워지’는 상황을 비유한 소재로서, 화자의 반성적 현실
인식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1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시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7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45쪽

[21001-0107]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현대 도시는 익명성을 띤 개인들이 모인 공간으로, 개인들은 도시 문명의 질서 속에서 편리를 누
리기도 하지만, 삶의 주체성을 잃고 소외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와 (나)는 이러한 도시의 삶에서
비롯된 자아의 정서적 반응을 다양한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1930년대에 창작된 (가)는, 황량하게 묘사된 도시 한복판에서 방황하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일제
강점기 도시의 낯선 환경 속에 놓인 자아의 고독감과 방향 상실감을 보여 준다. 이에 비해 고도의
도시화가 이루어진 1990년대에 창작된 (나)는, 도시적 일상을 돌아보는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소
모적이고 몰개성적인 삶에 대한 비판과 가치 있는 존재로 거듭나고 싶은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① (가)에서 ‘네거리’가 나 있는 ‘광장’에 멈춰 선 화자의 모습은, 도시의 낯선 환경 속에서 개인


이 느끼는 방향 상실감을 환기하는군.
② (나)에서 ‘시퍼런 무쇠 낫’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모적이고 몰개성적인 도시적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이 거듭나고자 하는 화자의 욕망을 보여 주는군.
③ (가)에서 ‘고층’의 건물이 늘어서 있는 모습과, (나)에서 ‘현대 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은 익명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성을 띤 채 살아가는 개인들이 모인 현대 도시 공간의 성격을 보여 주는군.
④ (가)에서 ‘바람’이 환기하는 차가운 이미지는 화자가 도시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상황을, (나)
에서 ‘이글거리는 불’이 환기하는 뜨거운 이미지는 화자가 도시에서 편리를 누리는 상황을
함축하는군.
⑤ (가)에서 ‘모색에 젖어’ 있는 모습으로 쓸쓸하게 묘사된 풍경과, (나)에서 ‘플라스틱 물건처
럼 느껴질 때’라고 하는 화자의 말에는 도시 문명 속에서의 삶에 대한 자아의 정서적 반응이

377s_$[ScreenRuling]
투영되어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시 109


고전 산문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도미(都彌)는 백제인이었다. 비록 벽촌의 보잘것없는 백성이지만 자못 의리를 알며 그 아내는 아름답고


도 절개가 있어, 당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개루왕이 듣고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
이 제일이지만, 만일 어둡고 사람이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사람의 정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의 아내 같은 사람은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이를 시험하려고 일이 있다 하여 도미를 머물게 하고, 가까운 신하 한 사람에
게 왕의 의복과 말·종자를 빌려주어 밤에 그 집에 가게 했는데, 먼저 사람을 시켜 왕이 온다고 알렸다. 가짜
왕이 와서 그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래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도미와 내기 장기를 두어 이겼다.
내일은 너를 데려다 궁녀로 삼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어지러이 굴려고 하였다. 부인이 말하기를 “국왕에겐
망령된 말이 없습니다. 내가 감히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는 먼저 방으로 들어가소서. 내가
옷을 고쳐 입고 들어가겠습니다.” 하고 물러와 한 ㉠여종을 단장시켜 들어가 수청을 들게 하였다.
후에 개루왕이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를 죄로 얽어 두 눈동자를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작
은 배에 싣고 물 위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그 부인을 억지로 불러들였는데, 부인이 “지금 남편을 잃어버렸
으니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어김이 있겠습니까? 그러
나 지금은 몸이 좋지 않으니 다른 날 깨끗이 ㉡목욕하고 오겠습니다.” 하니, 왕이 믿고 허락하였다. 부인은
바로 도망하여 강어귀에 이르렀으나 건너갈 수가 없어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는 중 홀연히 한 척의 ㉢배가
물결을 따라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배를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그 남편을 만났는데 아직 죽지 아니
하였다. 풀뿌리를 캐어 먹으며 드디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 산산(蒜山) 아래에 이르니, 고구려 사람들이
불쌍히 여기며 음식과 옷을 주어 구차스럽게 살면서 객지에서 일생을 마쳤다.
 - 작자 미상, 「도미(都 彌) 설화」

나 설씨녀는 율리(栗里)의 평민 여성이다. 비록 한미하고 고단한 집안이지만, 용모가 단정하고 마음과 행


실이 의젓하였다. 보는 이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는 이가 없었지만 감히 범접하지 못하였다. 진평왕
때에 그 아버지의 나이가 많은데도 정곡(正谷)에서 수자리 * 살 차례가 되었는데, 딸은 아버지가 노쇠하고
병들었으므로 차마 멀리 떠나보낼 수 없고, 또 여자의 몸이라 대신해 갈 수도 없어, 극심하게 번민하기만 하
였다. 이때 사량부(沙梁部)의 젊은이 가실(嘉實)이 비록 가난하고 궁핍하나 마음가짐은 곧은 남자로서, 일
찍부터 마음속으로 설씨녀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면서도 감히 말하지 못하였다. 설씨녀가 아버지가 늙어 종
군하게 된 일을 근심한다는 말을 듣고 가서 말하기를 “내가 한낱 용렬한 남자이지만 일찍부터 의지와 기개
로써 자처하여 왔으니, 불초한 몸으로 아버님 일을 대신하기를 원한다.”라고 하였다. 설씨녀가 매우 기뻐하
여 들어가 아버지에게 고하였다.
아버지가 이끌어 말하기를 “그대가 이 노인을 대신하여 가려 한다 하니 기쁘고도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무엇으로 갚을까 생각하는데, 만일 그대가 나의 어린 딸을 어리석고 누추하다 하여 버리지 않는
다면 아내로 삼아 그대를 받들게 하고 싶다.”라고 하니, 가실이 두 번 절하고 “감히 청할 수 없는 일이거늘,
진정으로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가실이 물러 나와 혼인할 기약을 청하니 설씨녀가 말하기를

1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47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7 대-B뒷면__DIC


“혼인은 인간의 윤리라 창졸간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내가 마음으로 허락한 이상 죽어도 변하지는 않겠
으니, 그대가 수자리 살러 갔다가 교대하여 돌아온 후에, 날을 받아 성례하여도 늦지 않겠습니다.” 하고,
㉣거울을 가져다 절반씩 나누어 각기 한 조각씩을 가지며 말하기를 “이것으로 신표를 삼는 것이니 후일에
합하여 봅시다.”라고 하였다. 가실은 말 한 필을 가지고 있었는데, 설씨녀에게 이르기를 “이것은 천하의 좋
은 말이니, 후에 반드시 쓸 때가 있을 것이오. 지금 내가 간 뒤에 이 말을 기를 사람이 없으니 간직해 두었다
가 소용이 되게 하시오.” 하고 작별하고 떠났다.
그런데 마침 나라에는 사유가 있어 군사들을 교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가실은 6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아니하였다. 아버지가 딸에게 이르기를 “처음에 3년으로 기약을 하였는데, 지금 기한이 넘었으니 다른 집
으로 시집가야 하겠다.”라고 하였다. 설씨녀가 “예전에 아버지를 편안케 하기 위하여 가실과 굳게 약속하였
고, 가실도 그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종군하여 여러 해 동안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하물며 국경
에 바싹 가 있어 손에 병기를 놓지 않고, 범의 아가리에 가까이 있는 것처럼 언제나 물릴까 두려워하고 있는
데, 신의를 저버리고 식언하는 것이 어찌 인정이겠습니까? 아버지의 명령은 감히 끝까지 따르지 못하겠사
오니 다시 말씀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아버지는 자신이 늙고 딸이 장성했지만 배필이 없다
고 하여, 억지로 시집을 보내려 하여 비밀히 마을 사람과 혼인을 약속하였다. 이미 날을 정하여 그 사람을
맞아들이니, 설씨녀는 굳게 거절하고 몰래 ㉤도망하려고 하였으나 이루지 못하였다. 마구간에 가서 가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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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간 ㉥말을 보고 크게 한숨 쉬고 눈물을 흘렸다. 이때에 가실이 교대되어 왔는데 뼈만 남도록 마르고
옷이 남루하여 집안사람들도 모르고 다른 사람이라고 하였다. 가실이 바로 앞에다 쪼개진 거울을 던지니,
설씨녀가 받아 가지고 소리 내어 울었으며, 아버지와 집안사람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마침내 다른 날을 정
하여 혼인하고 일생을 해로하였다.
 - 작자 미상, 「설씨녀(薛氏女) 설화」

377s_$[ScreenRuling]
* 수자리: 국경을 지키는 일이나 그 일을 하는 병사를 이르던 말.

[21001-0108]

01 (가)와 (나)의 인물에 대해 평가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에서 도미의 부인은 남편에 대한 정절을, (나)에서 설씨녀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② (가)에서 도미는 부인의 마음을 끝까지 믿었지만, (나)에서 가실은 설씨녀의 마음을 때로는
의심하였다.
③ (가)에서 도미의 부인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에서 설씨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
하는 모습을 보였다.
④ (가)에서 도미는 권력 앞에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했지만, (나)에서 가실은 자신의 사랑을 쟁
취하기 위해 스스로 어려움을 떠맡았다.
⑤ (가)에서 왕은 도미와 그의 부인의 결합을 반대했지만, (나)에서 설씨녀의 아버지는 설씨녀
와 가실의 결합을 위해 끝까지 협력하였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1
고전 산문 01 정답과 해설 47쪽

[21001-0109]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과 ㉡은 모두 도미의 부인이 강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었다.
② ㉠은 도미의 부인을 위해, ㉥은 설씨녀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였다.
③ ㉡은 도미의 부인이 댄 핑계이고, ㉤은 설씨녀가 행동으로 옮기고자 했던 계획이다.
④ ㉢은 도미와 그의 부인의 재회에, ㉣은 설씨녀와 가실의 재회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⑤ ㉣과 ㉥은 모두 설씨녀와 가실이 앞날을 기약하며 상대방에게 전해 준 것이다.

[21001-0110]

03 <보기>의 선생님의 요청에 대한 학생의 대답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사회적 약자 문제나 부당한 권력의 횡포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문학은 현재 우리 공동체가 어떤 문제들을 안고 있는지를 파
악하고 이를 둘러싼 다양한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도미 설
화」와 「설씨녀 설화」에서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① (가)에서는 권력을 이용하여 남의 아내를 강제로 빼앗으려는 개루왕의 모습에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어요.
② (가)에서는 자신 대신 왕의 수청을 들라는 도미 부인의 명령을 따르는 여종의 모습에서 신분
의 차이가 백성의 삶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③ (가)에서는 고구려 땅에서 구차스럽게 살면서 일생을 마친 도미와 그의 부인의 모습에서 백
성들 개인의 삶이 국가 권력 간의 갈등에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어요.
④ (나)에서는 설씨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마을 사람과의 혼인이 진행되는 모습에서 집안일을
결정할 때 당사자 개인의 생각보다 가부장적인 권위가 우선시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⑤ (나)에서는 노쇠하고 병들었음에도 수자리를 살아야 하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설씨녀의 모습
에서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부과되는 국가에 대한 의무가 백성들에게 큰 부담이 되
었음을 알 수 있어요.

1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8 (문학)_본문(2도)_08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고전 산문 0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화왕(花王)이 처음 이 세상에 왔다. 모란이었다. 향기로운 동산에 심고 푸른 휘장으로 둘러치고선 임금


님으로 받들어 모셨다.
바야흐로 따스한 봄이 돌아왔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화왕은 곱고 탐스러운 꽃을 피웠다. 꽃 중
의 꽃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여러 가지 꽃들이 다투어 화왕을 뵈러 왔다. 깊고 그윽한 골짜기의 맑은 정기를 타고
난 탐스러운 꽃들과 양지바른 동산에서 싱그러운 향기를 맡으며 피어난 꽃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들었다.
문득 한 가인이 앞으로 나왔다. 붉은 얼굴과 옥 같은 이에 신선하고 탐스러운 감색 나들이옷을 차려입고,
방랑하는 무희처럼 얌전하게 걸어 나왔다. 가인은 임금에게 아뢰었다.
“ 이 몸은 설백(雪白)의 모래사장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라났습니다. 봄비가 내리면
목욕하여 몸의 먼지를 씻고, 상쾌하고 맑은 바람 속에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름은 장
미(薔薇)라 하옵니다. 전하의 높으신 덕을 듣자옵고, 꽃다운 침소에 그윽한 향기를 더하여 모시고자 찾아
왔습니다. 전하께서 이 몸을 받아 주실는지요? ”
이때, 베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띠를 두르고 손에는 지팡이, 머리에는 백발을 인 장부 하나가 둔중한 걸
음으로 나와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 이 몸은 서울 밖 한길 옆에 사는 놈으로서 이름은 백두옹(白頭翁)이라 하옵니다. 아래로는 창망한 들판
을 내려다보고 위로는 우뚝 솟은 산 경치를 의지하고 있습지요. 가만히 보건대, 좌우에서 보살피는 신하
는 고량진미(膏粱珍味)와 향기로운 차와 술로 수라상을 받들어 전하의 식성을 흡족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해 드리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또한 저장되어 있는 것이 있다면 보자기를 풀어, 좋은 약으로는 전하의 양
기를 돕고 나쁜 돌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전하의 몸에 있는 독을 제거해 올려야 할 줄 아옵니다. 그래
서 말하기를, ‘비록 명주나 삼베가 있어도 군자 된 자는 거적이나 띠풀이라고 해서 버리는 일이 없고, 부
족에 대비하지 않음이 없다.’ 하옵니다. 전하께서도 이러한 뜻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한 신하가 아뢰었다.
“두 사람이 왔사온데, 전하께서는 누구를 취하고 누구를 버리시겠습니까? ”
화왕이 입을 열었다.
“장부의 말도 도리가 있긴 하나 가인은 얻기 어려우니 어찌할꼬? ”
장부가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 제가 온 것은 전하의 총명이 모든 사리를 잘 판단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오나 지금 뵈오니 그렇지
않으시군요. 대체로 임금 된 자로서 간사하고 아첨하는 자를 가까이하지 않고 정직한 자를 멀리하지 않는
이는 드뭅니다. 그래서 맹자(孟子)는 불우한 가운데 일생을 마쳤고, 풍당(馮唐)은 낭관으로 파묻혀 머리
가 백발이 되었습니다. 예부터 이러하오니 전들 어찌하오리까.”
화왕은 비로소 깨달은 듯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잘못했다.”
 - 설총, 「화왕계(花王戒)」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3
고전 산문 02
나 영천(永川)의 토질은 대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여, 민가에서는 대를 심어 가꾸기도 하고 울타리를 만
들기도 한다. 온 고을이 다 그러하나 그들은 대나무의 본성을 진실로 깊이 알지는 못할 것이다.
전 장관 김영지는 사족(士族)으로 본래 대나무를 사랑하였다. ㉠해직한 뒤로부터 고향에 물러앉아 남이
알아주는 것을 바라지 않고, 이수의 남쪽에 터를 잡아 침실 동쪽에 정자를 짓고 대를 곁에 심었다. 그리고
그것을 편안히 쉬는 거처로 정함과 동시에 그 이름을 ‘죽헌(竹軒)’이라 하였다.
무릇 대나무란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온갖 초목 가운데 홀로 특색을 보존한다. 그 곧은 것은 능히
풍속을 고칠 만하고 그 건장한 것은 능히 나약함을 일으켜 세울 만하다. 겨울에는 눈 속에서 그 차가운 소리
가 창에 뿌리고, 여름에는 바람 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탑 자리에 가득하다.
㉡연기와 아지랑이가 자욱하여 소상강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고, 별과 달이 비치고 빛나서 상쾌한 것은
마치 선경이 사람의 정신을 융화하게 하는 것 같다. ㉢시를 읊으면 흥취가 더욱 더해지고 귀한 손님을 대하
면 오가는 말소리가 따라서 맑아지니, 이것이 다 누각 죽헌의 공이다.
세상이 오얏과 연꽃을 봄과 여름의 구경거리로 삼고, 국화나 매화를 가을과 겨울의 완상으로 삼지만 간혹
대나무에 대해서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오얏과 연꽃은 부귀한 사람에게 어울리고, 국화나 매화
는 똑같이 풍월을 읊는 데에 소중할 따름이다. 대나무는 곧고 화사하지 않으며 고고하여 속되지 않다. 또한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은 절개로 예나 지금이나 같은 빛이다.
세상 사람은 대개 위와 같이 이것들의 ㉣자태의 곱고 아름다움과 이슬에 젖은 꽃망울의 향기만을 사랑하
여, 자기도 모르게 사치할 마음과 간사한 뜻이 생겨 방탕하고 음란함에 빠지는 줄을 알지 못한다.
아, 대나무는 그렇지 않다. 대나무를 보면 야비하고 인색한 마음이 없어진다. 대나무의 덕성을 본받으면
선비의 행실이 다듬어진다. 비나 이슬은 그 화려함을 대나무에 보태 주지 못하고, 바람과 서리는 대나무의
절개를 바꾸지 못한다.
다만 대나무에는 붉은색의 현란함과 향기가 없는 까닭에, 이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다. 비유하자면
소인이 사람을 대할 때면 그 안색을 갖추고 그 언어를 비위에 맞게 하여 대하므로 아부하는 자가 많은 반면
에, 군자가 사람을 대할 때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바라보는 것을 높게 하면서 점잖기 때문에 따르는 자가 적
은 것과 같다. 이로 보아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당연하다.
㉤지금 김 군이 홀로 대나무를 사랑하여 이를 정원에 심고, 밤낮으로 대하며 성정을 가꾸고 더러운 것을
씻고 있다. 따라서 그 가슴속의 맑고 더러움은 진실로 이미 구별되었을 것이다.
그가 대나무의 절개를 본받아 임금을 섬기면 그 충성은 변하지 않고, 어버이를 섬기면 그 효도가 변하지
않을 것이니, 나는 그의 이런 점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남쪽으로 귀양살이를 갔을 때, 운 좋게 그 누각을 한 번 가서 보고, 김 군의 삶을 고상하게 여겼었다.
이 때문에 나는 내 글이 졸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지어 그 누각에 걸게 하려 한다.
 - 유방선, 「김 장관 댁 죽헌기(金場官宅竹軒記)」

11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48쪽

[21001-0111]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초현실적 인물을 사건에 개입시켜 인물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있다.
② 등장인물에 대한 외양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③ 공간적 배경에 대해 감각적으로 묘사하여 인물의 감정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④ 대조적인 성격을 지닌 소재를 활용하여 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⑤ 자연물에 대해 작중 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관점들을 절충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21001-0112]

02 (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왕은 백두옹과 장미 사이의 선택을 두고 망설이지 않고 장미를 선택한다.
② 화왕은 신하와 백두옹의 거듭되는 충고로 말미암아 자신의 생각을 반성한다.
③ 장미는 자신의 성장 환경과 정갈한 모습을 내세워 화왕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④ 백두옹은 자신을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장미가 무지하다는 점을 들어 폄하한다.
⑤ 백두옹은 화왕에 대해 기존에 들어서 알고 있던 바와 동일하게 화왕을 평가한다.

[21001-0113]

03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전통적인 글쓰기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사물에 대한 글쓴이의 경험과 사색을 독자에
게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글쓰기는 특정한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라고 해도 독자
들에게 교훈을 주거나 그들을 설득하려는 의도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글쓴이
는 교훈의 전달과 설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글쓰기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가령 과거의
의미 있는 인물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이나 어떤 유래가 얽혀 있는 말을 인용하거나 비유적인 수사
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등과 같은 방법들이다.

① (가)에서 ‘군자 된 자’가 지켜야 할 덕목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교훈적인 성격을 띤 글


쓰기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② (가)에서 ‘맹자’, ‘풍당’과 같은 과거의 의미 있는 인물들이 한 말을 직접 인용하여 설득의 효
과를 높이고 있음을 찾을 수 있다.
③ (가)에서 ‘임금 된 자’의 도리를 밝혀 과오를 경계하기 위해 꽃을 의인화하고 있는 것으로부
터 비유적인 수사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나)에서 ‘나’가 ‘남쪽으로 귀양살이를 갔을 때’ 김 군의 ‘죽헌’을 방문한 사실을 밝힌 것으로
부터 직접 경험한 일을 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나)에서 ‘나’는 ‘김 군의 삶을 고상하게 여’겨서 그 뜻을 글로 지어서 누각에 걸기 위함이라
는 특정한 목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5
고전 산문 02 정답과 해설 49쪽

[21001-0114]

04 ㉠~㉤에 대해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김영지’에 대한 글쓴이의 안타까움과 동정이 드러나 있다.
② ㉡: 글쓴이가 상상력을 동원하여 대상의 아름다움을 부각하고 있다.
③ ㉢: 글쓴이가 ‘김영지’가 지은 죽헌에 대해 칭찬하며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④ ㉣: 외적인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세태에 대한 글쓴이의 경계가 나타나 있다.
⑤ ㉤: 글쓴이가 ‘김영지’의 행위를 바탕으로 하여 그의 고결한 성품을 짐작하고 있다.

[21001-0115]

05 <보기>를 바탕으로 (나)의 ‘대나무’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문학 작품에서 어떤 자연물은 다음과 같은 사고 과정을 거쳐 글쓴이의 주장을 드러내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자연물의 인간 세상에서 자연물과 자연물의


의미를  유사한 대상을  유추 대상을  함축적 의미로부터
추상화하기 유추하기 연결하기 주장 드러내기

① 대나무의 ‘네 계절을 통하여 변하지 않고’ ‘곧’고 ‘건장한’ 속성은 ‘절개’의 의미로 추상화되
고 있다.
② 대나무가 ‘고고하여 속되지 않’은 모습은 인간 세상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선비’의 모습과
유사하다.
③ 대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적’은 이유로부터 군자를 ‘따르는 자가 적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④ 대나무를 사랑하는 ‘김 군’의 삶은 곧 대나무가 가진 ‘절개를 본받’고자 하는 삶의 태도와 연
결된다고 할 수 있다.
⑤ 대나무와 같이 ‘임금을 섬기면 그 충성은 변하지 않고, 어버이를 섬기면 그 효도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 있다.

11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03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국순(麴 醇)의 자(字)는 자후(子厚)다. 그의 선조는 농서(隴西) 지역 출신이다. 국순의 90대 조상인 모(牟)
는 후직(后稷)을 도와서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도록 한 공로가 있었다. 『시경(詩經)』에서 “우리에게 밀과 보
리를 주었구나.”라고 한 구절은 ㉠이러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모는 처음에는 숨어서 벼슬하지 않고서
“나는 반드시 농사를 지어 먹고살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골에서 살았다. 뒷날 임금이 모의 소문을 듣고, 조
서를 내려 안거(安車) *를 보내 모를 불렀다. 그리고 임금이 지방에 명령을 내려 모가 가는 곳마다 후하게 예
물을 보내도록 하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모의 집을 방문하도록 했다. 그러자 모는 사람들의 귀천을 가리
지 않고 친분을 맺었으며,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감추고 사람들과 뒤섞여 살았다. 이에 훈훈한 기운이 사람
들에게 점점 스며들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넓어지고 온전해지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자 모는 기뻐하면
서 “나를 완성하는 것은 벗이라고 했는데, 이 말이 정말 옳구나.”라고 말했다. 점점 모의 맑은 덕이 알려지
면서, 임금님이 모의 마을에 정문(旌門)을 세워 주었다. 그 뒤 모는 임금을 따라 환구에서 제사를 지냈다.
임금은 그 공으로 모를 중산후(中山侯)로 책봉하고, 식읍(食邑) 1만 호와 식실봉(食實封) 5천 호를 내려 주었
으며, 국씨(麴氏)라는 성을 하사했다.
모의 5세손은 성왕(成王)을 도와 국가에 충성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그러
나 강왕(康王)이 즉위한 뒤, 모의 5세손을 홀대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결과 모의 5세손의 후손
들 중에서 유명한 사람이 없어졌고, ㉡모두 민간에 숨어 살게 되었다.
(중략)
순(醇)의 재주와 도량이 크고 깊으며 넓기가 만경창파(萬頃蒼波)와 같아, 맑게 하려 해도 맑아지지 않고
흔들어도 흐려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의 풍류적인 성격은 한 시대를 기울게 했고, 사람들에게 기운을 매
우 더해 주었다. 순이 섭법사(葉法師) *에게 나아가 하루 종일 담론을 했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모
두 졸도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순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니, 사람들이 순을 국처사(麴處士)라 했다.
공경대부, 신선, 방사(方士)로부터 머슴, 목동, 오랑캐, 외국인까지 순의 향기와 이름을 마신 사람은 모두
순을 사모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매번 성대하게 모일 때마다 순이 가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두 근심하여
“국처사가 없으면 즐겁지 않다.”라고 말했으니, 사람들이 순을 사랑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태위 ⓐ산도(山濤) *가 물건을 감식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일찍이 순을 보고 “어떤 늙은 할미가 이렇게 훌
륭한 아이를 낳았는가? 천하 사람들을 장차 잘못되게 할 사람은 바로 이 아이가 틀림없다.”라고 했다. 공부
(公俯)에서 순을 불러 청주종사(靑州從事) *로 임명했으나, 위가 막히기 때문에 담당할 수 있는 것이 못 되었
다. 그리하여 평원독우(平原督郵) *로 벼슬을 고쳤다. 순이 오래 있다가 한탄하기를, ㉢  “ 내가 닷 되의 쌀 때
문에 허리를 굽혀 시골의 어린아이에게 향하지 않을 것이며, 마땅히 술 단지와 도마 사이에 서서 담론할 뿐
이다.”라고 했다. 그때 ⓑ관상을 잘 보는 어떤 사람이 순에게 “그대는 붉은 기운이 얼굴에 있으니 뒤에 반드
시 귀하게 되어 천종록(千鐘祿)을 누릴 것이다. 마땅히 기다려 좋은 값에 팔라.”라고 말했다.
진(陳)나라 후주(後主) 때에 좋은 집의 자식들을 주객원외랑(主客員外郞)으로 임명했다. 당시 임금이 순
의 사람됨을 남다르게 여겨, 장차 순을 크게 쓸 뜻이 있었다. 그리하여 금으로 사발을 덮어 순을 선발해 광
록대부(光祿大夫) 예빈경(禮賓卿)에 임명하고 작(爵) *을 올려 공(公)으로 삼았다. 무릇 임금과 신하들이 회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7
고전 산문 03
의를 할 때마다, 임금이 반드시 순으로 하여금 그것을 짐작하도록 했다. 순이 나아가고 물러나고 응대하는
것이 조용히 뜻에 맞으니, 임금이 순의 의견을 널리 수용하면서, “경이 말하는 것은 모두 곧고 맑아, 내 마
음을 열어 주고 내 마음을 풍부하게 해 주는구려.”라고 했다. 순이 권력을 잡은 뒤 어진 사람과 사귀고 손님
을 접대하고 늙은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었으며, 귀신에게 제사 지내고 종묘에 제사 지낼 것을 강력하게 주
장했다.
임금이 저녁에 연회를 베풀면서 순과 궁인(宮人)들만 참석하게 하고, 비록 가까운 신하라도 참석하지 못
하게 했다. 이로부터 임금이 주사에 빠지고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자 순은 입을 닫고 말을 하지 않았
다. 그리하여 예법을 아는 선비들이 순을 원수처럼 미워했지만, 임금이 매번 순을 보호했다. 순이 세금을
거두는 것을 좋아하고 재산을 모으는 데 힘을 쓰니, 당시의 여론들이 순을 비천하다고 했다. 임금이 순에게
“그대는 어떤 버릇이 있는가? ”라고 물으니, 순은 “옛날에 두예(杜預)는 『좌전(左傳)』에 심취하는 버릇이 있
었고, 왕제(王濟)는 말[馬]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었으며, 저는 돈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했
다. 임금이 크게 웃으면서 순을 더욱 마음에 두었다.
일찍이 순이 임금의 면전에서 보고를 했는데, 순은 평소에 입내가 있었다. 임금이 그것을 싫어해 순에게
“그대는 나이가 많고 기운이 고갈되어 나의 쓰임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그러자 순은 관(冠)을 벗
고 사죄하기를 “제가 받은 관직을 사양하지 않으면 임금님을 속이게 될까 두렵습니다. 바라건대 제가 관직
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허락하셔서 제가 만족한 상태에서 그만둘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했
다. ㉣임금이 좌우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순을 부축해서 나가도록 했다. 순은 집으로 돌아온 뒤, 갑자기 병
이 생겨서 그날 저녁에 죽었다.
순은 아들은 없었고, 친척 동생인 청(淸)이 당나라에서 벼슬하여 관직이 내공봉(內供奉)에 이르렀다. 그
리하여 그의 자손이 중국에서 다시 번성하게 되었다.
사신(史臣)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국씨의 선조는 백성들에게 공이 있었고, 청렴결백을 자손들에게 남
겼다. 예를 들어 창(鬯) *은 주나라에서 아름다운 덕을 하늘에 이르도록 했으니, 할아버지의 풍도가 있었다.
그러나 순은 괄병(恝甁)의 지혜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 금 그릇의 선거에 뽑혀 ㉤술 단지와 도마
에 서서 담론하면서도, 임금에게 옳은 말을 하여 잘못을 바로잡고 잘못된 것을 폐지하도록 하지도 않았으
니, 그로 인해 왕실이 혼란해지고 엎어져도 붙잡지 못하여 마침내 천하의 웃음거리를 만들었다. 거원(巨源)
의 말이 정말 믿을 만하구나.”
 - 임춘, 「국순전(麴 醇傳)」

* 안거: 노약자나 부녀자가 앉아서 타고 갈 수 있게 만든 수레.


* 섭법사: 중국 당나라 때의 도사. 도술로 술독을 사람으로 변하게 한 뒤 같이 술을 마셨다고 함.
* 산도: 중국 진(晉)나라 때의 학자·정치가.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사람으로 자(字)는 거원(巨源)임.
* 청주종사: 배꼽 밑까지 시원하게 넘어가는 좋은 술. ‘높은 벼슬’을 뜻함.
* 평원독우: 명치 위에 머물러 숨이 막히는 좋지 않은 술. ‘낮은 벼슬’을 뜻함.
* 작: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제사 때 쓰던 술잔.
* 창: 제사의 강신(降神)에 사용하는 술.

11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50쪽

[21001-0116]

0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순의 선조가 백성들의 삶에 도움을 주었음을 보여 준다.
② ㉡: 외압으로 인해 모의 가문이 고난을 겪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③ ㉢: 순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④ ㉣: 순이 벼슬에 대한 미련 때문에 임금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⑤ ㉤: 순이 조정에 진출하여 임금 곁에서 머물렀음을 의미한다.

[21001-0117]

02 ⓐ와 ⓑ의 공통된 기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내적 갈등을 표출하도록 돕고 있다.
② 작중 상황의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키고 있다.
③ 인물에 대한 생각을 반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시대적 배경을 언급하여 사건의 전개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⑤ 인물의 앞날을 예고하여 독자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하도록 하고 있다.

[21001-0118]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국순전」에는 작가인 임춘의 처지와 그가 세상에 대해 가졌던 불만이 드러나 있다. 임춘은 문장
실력이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과거 급제에 실패하자, 숨어 살면서 술로 자신의 불우한 삶
을 달랬다. 이 과정에서 그는 즐겨 마시는 술을 의인화하여 그 생애를 서술한 가전(假傳)을 창작하
였고, 이를 통해 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숨어 지내며 존경받는 것이 벼
슬을 하다가 망하는 것보다 낫다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합리화, 당시의 부패한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아냈다.

① 임금이 순을 아끼게 된 이유를 통해 작가가 인지한 술의 긍정적인 기능이 드러나고 있다.


② 벼슬에 오른 순이 죽게 된 과정을 통해 벼슬을 하다 몰락한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③ 당시의 여론들에 개의치 않는 임금의 모습을 통해 사리분별이 밝지 못한 지도자로 인한 부
패한 정치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④ 거원의 말에 대해 동의를 표하는 사신의 논평을 통해 충언을 하지 못하는 신하에 대한 작가
의 비판적 견해가 드러나고 있다.
⑤ 예법을 아는 선비들이 순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그릇된 인재 등용 제도에 대해 침묵하는 당
대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1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8대 8

고전 산문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북곽 선생은 마을에서 학식이 높기로 유명한 선비이나, 한밤중에 과부와 밀회를 하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들
킬 위기에 처한다. 때마침 범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내려온다.

북곽 선생은 몹시 놀라 뺑소니를 치면서도 남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다리를 들어


목에 걸치고는 귀신처럼 춤추고 귀신처럼 웃더니, ㉡대문을 나서자 줄달음치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에 빠
져 버렸다.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와 고개를 내놓고 바라보았더니, 범이 길
을 막고 있었다.
범은 얼굴을 찌푸리며 구역질을 하고, 코를 막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숨을 내쉬고는,
“선비는 구린내가 심하구나!”
하였다.
㉢북곽 선생이 머리를 조아리고 기어 와서, 세 번 절하고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고는,
“㉣범의 덕이야말로 지극하다 하겠사옵니다. 대인(大人)은 그 가죽 무늬가 찬란하게 변하는 것을 본받고,
제왕은 그 걸음걸이를 배우며, 사람의 자식은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지요. 명성이 신령
스러운 용과 나란히 드높아, 하나는 바람을 일으키고 하나는 구름을 일으키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
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그러자 범은 이렇게 꾸짖었다.
 “가까이 오지 말라! 예전에 듣기를 유(儒)는 유(諛) *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너는 평소에 천하의 못된 이
름을 다 모아 함부로 나에게 갖다 붙이다가, 이제 급하니까 면전에서 아첨을 하니, 장차 누가 너를 신뢰
하겠느냐?
무릇 천하의 이치란 한가지다. 범이 실로 악하다면, 사람의 본성도 악할 것이다. 사람의 본성이 선하
다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네가 하는 수천수만 마디의 말들은 오륜에서 벗어나지 않고, 네가 훈계하거나 권고하는 것도 항상 사
강(四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도읍 일대에 형벌을 받아 코가 베였거나 발이 잘렸거나 얼굴
에 자자(刺字)한 채 다니는 자들은 모두 오륜을 따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죄인을 묶는 굵은 동아줄과 처
형할 때 쓰는 도끼나 톱을 날마다 쉴 새 없이 제공해도 저들의 악을 막을 수 없으나, 범의 집안에는 본
래 이런 형벌이 없느니라. 이로써 보자면 범의 본성이 어찌 사람보다 낫지 않겠느냐?
범은 나무나 풀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누룩으로 빚은 술과 같이 풍기를 문란하
게 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며, 새끼를 배거나 알을 품은 하찮은 생물들에게 잔인하게 굴지도 않는다. 산
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을 사냥하고 들판에서는 말이나 소를 사냥하되, 한 번도 먹고사는 데 급급하거
나 음식 때문에 남과 다툰 적이 없다. 그러니 범의 도의야말로 어찌 광명정대하지 아니한가!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으면 너희는 범을 미워하지 않지만, 범이 말이나 소를 잡아먹으면 사람들
[A]
은 범을 ‘원수’라고 부른다. 이 어찌 노루나 사슴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은혜가 없으나 말이나 소는 너희
에게 공로가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하지만 만약 말이나 소에게 수레를 끄는 노고와 주인을 사모하며 충성을 다하는 정성이 없으면, 날마

1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다 도살하여 부엌을 가득 채우면서 쇠뿔이나 말의 갈기조차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도 마침내 또 나의 노
루나 사슴까지 침탈하여, 내가 산에서도 먹을 것이 모자라고 들에서도 먹을 것이 없도록 만드니, 만약 하
늘이 세상을 공평하게 다스리기로 한다면, 너를 잡아먹어야 되겠느냐, 아니면 놓아주어야 되겠느냐?
무릇 제 것이 아닌데도 가지는 것을 ‘도(盜)’라 부르고, 생물을 잔인하게 해치는 것을 ‘적(賊)’이라 부
른다. 너희가 하는 짓이란 밤낮으로 허겁지겁하면서 팔을 휘두르고 눈을 부릅뜬 채 남의 것을 낚아채고
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돈을 ‘형님’이라 부르거나, 아내를 죽이고 장수 자리를 얻으니,
인륜 도덕을 다시 논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런 데다 또 황충(蝗蟲)에게서 먹을 것을 빼앗고, 누에한
테서 옷을 빼앗으며, 벌을 물리치고 꿀을 빼앗는다.
범은 한 번도 표범을 잡아먹은 적이 없다. 이는 진실로 같은 무리에게 차마 하지 못할 짓이 되기 때문
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은 것을 헤아려 보아도, 사람들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은 것
처럼 많지는 않다. 범이 말이나 소를 잡아먹은 것을 헤아려 보아도,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처럼 많
지는 않다.”
(중략)
북곽 선생은 경의를 표하기 위해 앉은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넙죽 엎드리고, 물러나면서 두 번 절하고 머리
를 거듭 조아리면서,
“ 『맹자』에 아무리 추악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목욕재계하면 하느님께 제사 드릴 수 있다는 말이 있사옵니
다. 그러니 하계에 사는 이 천한 신하는 감히 그 아랫자리에서 모시고자 하옵니다.”
하였다.
이어서 숨을 죽이고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한참 지나도 아무런 명령이 없었다. 실로 황공
해하며 두 손 맞잡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하고 나서 고개를 쳐들고 살펴보았더니, 동쪽이 훤히 밝았
고 범은 이미 가 버리고 없었다.
아침에 밭을 갈던 어떤 농부가,
[B]
“선생님은 어째서 새벽부터 들에서 경배를 드리고 계십니까? ”
하고 물었더니, 북곽 선생이 이렇게 말하였다.
“내 들었노라, ‘하늘이 어찌 높지 않으냐 하지만 감히 몸을 굽히지 않을 수 없고 땅이 어찌 두텁지 않
으냐 하지만 감히 조심스레 걷지 않을 수 없네.’라고 말이다.”
 - 박지원, 「호질(虎叱)」

* 유(諛): 아첨할 유.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1
고전 산문 04
[21001-0119]

0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자신을 알아볼까 봐 위장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행동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이다.
② ㉡: 위기에서 벗어나려다가 실수하는 모습으로,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③ ㉢: 위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취하는 행동으로, 당황하여 판단력을 잃은 모습이다.
④ ㉣: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짐승의 덕을 과장하는 것으로, 물리적 힘 앞에 비겁한 모습이다.
⑤ ㉤: 살아남기 위해 거짓된 겸손을 보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아첨하는 모습이다.

[21001-0120]

02 <보기>의 밑줄 친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을 [A]에서 찾아 정리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우화(寓話)는 동식물이나 사물 등에 인간성을 부여하여 그들의 행동이나 말로써 인간 사회
에 던지고자 하는 교훈을 전달합니다. 이 중 인간성을 부여받은 동물이 인간 사회를 비판하는 작
품들에서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라는 구도가 역전되어 동물이 인간보다 우월한 것으로
나타나고, 동물이 가진 특성들이 미덕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윗글에서는 그런 구도
DIC 377s

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찾아봅시다.

① 음식을 두고 다투지 않는 범의 특성이 남들과 끊임없이 다투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② 먹을 것에 급급해하지 않는 범의 습성이 벌레에게서까지 먹을 것을 얻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③ 형벌의 제도가 없는 동물 사회의 모습이 형벌이 있어도 악행이 지속되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④ 술과 같이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동물의 성질이 술을 담가 먹는 인간과 대
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⑤ 오륜과 사강을 지키지 않는 동물의 본성이 오륜과 사강에 대해 가르치고 전파하는 인간과
대조되는 미덕으로 드러나 있다.

12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51쪽

[21001-0121]

03 [B]를 읽은 학생들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북곽 선생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학식을 자랑하려 하고 있군.
② 북곽 선생은 범의 말을 듣고 나서도 자신의 위선적 태도를 전혀 반성하지 않았군.
③ 농부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북곽 선생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군.
④ 범이 가고 난 후 북곽 선생은 또다시 아첨을 일삼는 변함없는 면모를 보여 주고 있군.
⑤ 범이 있는 줄 알고 예를 갖추어 절하는 북곽 선생의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있군.

[21001-0122]

04 윗글의 ‘범’과 <보기>의 ‘게’의 말의 공통점으로 적절한 것은?


“ 나는 게올시다. 지금 무장공자(無腸公子)라 하는 문제로 연설할 터인데, 무장공자라 하는 말은
창자 없는 물건이라 하는 말이니, 옛적에 포박자라 하는 사람이 우리 게의 족속을 가리켜 무장공
자라 하였으니 대단히 무례한 말이로다. 그래, 우리는 창자가 없고 사람들은 창자가 있소? 시방
세상에 사는 사람 중에 옳은 창자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소? 사람의 창자는 참 썩고 흐리고
더럽소. 의복은 능라주의로 지르르 흐르게 잘 입어서 외양은 좋아도 다 가죽만 사람이지 그 속에
는 똥밖에 아무것도 없소. 좋은 칼로 배를 가르고 그 속을 보면, 구린내가 물큰물큰 나오. 지금
어떤 나라 정부를 보면 깨끗한 창자라고는 아마 몇 개가 없으리다. 신문에 그렇게 나무라고, 사
회에서 그렇게 시비하고, 백성이 그렇게 원망하고, 외국 사람이 그렇게 욕들을 하여도 모르는 체
하니 이것이 창자 있는 사람들이오? ”
 - 안국선,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

① 기존에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단서를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한다.


② 인간이 자신들에 대해 내린 평가가 부당하다는 점을 질문을 통해 밝히고 있다.
③ 규범을 지키는 자신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 주어야 함을 질문을 통해 역설하고 있다.
④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인간들의 세태를 질문을 통해 일깨우고 있다.
⑤ 그간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무엇인가를 질문을 통해 돌아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3
고전 산문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벼슬에 오르지 못하고 시대를 한탄하며 지내던 선비 심의가 팔을 베고 잠이 들어 꿈속 세계로 들어가는데,
천자는 최치원, 수상은 을지문덕, 좌우상은 이규보와 이제현, 대제학은 이색, 각각의 관직도 유명한 문인들이 맡고 있는 왕국이
었다. 심의 또한 천자의 총애를 받게 되어 금자광록대부와 벽부학사라는 관직을 맡게 된다.

황제가 변란을 듣고 매우 근심하여 거의 병이 될 지경이었다. 경내의 백성을 다 모으고 무기 창고의 무기


를 다 꺼내어 친정을 하여 토벌하고자 했다. 대제학 이색이 비밀히 아뢰었다.
“ 바라옵건대 벽부학사 심 아무개를 보내어 순리를 거스른 행위를 깨우치게 하시면, 군사들이 피를 흘리
지 않고도 스스로 그치게 할 것이니, 옥체를 수고롭게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천자가 재계하고 장대를 쌓고 나를 대장군에 임명하며 말씀하셨다.
“장군에게 몇만의 군사를 임의로 쓰게 하노라!”
나는 명을 듣고 무릎을 쳤으며, 충성심이 우뚝 솟아 나도 모르게 호언장담을 하였다.
“ 신은 무기란 상스럽지 못한 것이라고 들었기에 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달밤에 휘파람으로 읊조
리는 남모르는 방법이 있어 추운 겨울에 우레를 일으키고 더운 여름에 얼음을 만들며, 짐승들을 거두어
희롱하고, 귀신을 삼키고 뱉을 수 있어, 앉아서 만 명의 적을 대적할 수가 있습니다.”
천자께서는 공경을 거느리고 북쪽 교외로 행차하여 길제사를 베풀어 전별하고는 비단 주머니 한 개를 꺼
내어 그것을 차게 하시었다. 나는 감사하여 무릎을 꿇고 말하였다.
“ 전쟁은 신속한 것을 귀하게 여깁니다. 마땅히 난적을 바람이 불면 풀이 쏠리듯이 감화를 시킬 뿐입니다.
어찌 번거롭게 전쟁을 꾀하겠습니까!”
바로 그날 단기로 길을 떠났는데, 다만 첨두노 * 몇 명만 데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갔다. 열흘이 채 못
되어 적의 성채로 달려갔더니 무기가 햇빛에 번쩍이며 세 겹으로 에워싸고 있었다. 내가 기를 돋우어 입술
을 벌리고 한 번 휘파람을 불었더니 적은 용기를 잃었고, 두 번 불었더니 만 명의 기병이 북쪽으로 달아났
다. 휘파람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채색 구름이 자욱하게 가리었고, 난새와 봉이 엇갈리어 날았으며, 바다와
산이 변색하고 천지가 떨리고 흔들렸다. 몇 되지 않은 모든 반적들은 바람에 쓰러지듯이 달아나고 흩어졌
DIC 377s

다. 적장 김시습은 두 손을 앞으로 묶고 투항하며 말했다.


“뜻밖에 사단(詞壇) *의 노장 심 공께서 오셨구려!”
나는 노포를 걸고 「첩개가」를 불렀다. 천자께서는 크게 기뻐하시고 상을 내리셨으며, 좌우를 돌아보며,
“옛날에 긴 휘파람으로 호기를 물리친 일이 있었거늘, 이제 경에게서 그것을 보았노라.”
하고는, 배식사문 경륜일시 진국공신의 호를 내리게 하고, 안동백에 봉했으며, 몇만의 큰 상을 내리시고 김
시습을 폐하여 좌선을 삼았다.
이로부터 위명이 날로 드러나고 임금의 총애가 더욱 커서 매일 새벽에 출근하여 밤에 들어오며 마음을 다
하여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였다. 벼슬한 지 10년에 아들을 낳고 손자를 길러 문벌이 빛났으며, 많은 녹을 받
아 집안 재산이 넘쳤다. 공경 중에 누가 명함을 내고 보기를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번번이
“신하 된 도리로 사사로이 교제할 수가 없습니다.”
하고는 읍하고 사양했다. 조정에 있으면 모든 일을 맡아보았고 시를 읊었다. 사치가 몸에 배었지만 나와 같

12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8 대-A앞면__DIC


이 청렴하고 검소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논란거리가 되겠는가. 나는 늘 우승상 이규보를 허물하여 대궐에
가서 항소하기를,
[A]“이 아무개는 문장이 경솔부박하며 나약하고 뼈대가 없어, 비록 귀신처럼 날래지만 귀하지 못합니다.
다른 것은 적지 않습니다.”
라고 하였더니 천자께서 그 아뢴 것이 옳다 하여 나에게 오거서(五車書) *를 내리고 영경연으로 특진을 시키
시었다.
(중략)
며칠이 지나 낮 시강(侍講) *을 마치고, 천자께서 정색을 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소차 하나를 보라고 하셨
는데 바로 한림 선생이 나를 탄핵하는 상소문이었다.
[B]“심 모는 속세의 허물을 벗지 못하여 사사로운 욕심이 너무 지나칩니다. 나머지는 적지 않습니다.”
라고 하였다. 천자께서는,
“한때의 부질없는 논의를 어찌 마음에 두리오!”
하고는 대관 선생이란 호를 내리고 고향에 돌아가라고 하면서 손에 술잔을 잡고 [나에게] 주며 말씀하셨다.
“ 풀과 나무며 산과 강을 함부로 침범하지 마시오. 조물이 공을 꺼리는 것이 있습니다. 경의 첩 옥란은 다
시 주식(酒食)을 맡게 되어 내 명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공은 옛날 직분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머리를 섬돌에 부딪치고 하직하였는데, 눈물이 옷을 적시었다. 집안 식구를 돌아보아 생각하니 차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마 서로 떠날 수가 없었다. 조금 있으니 상국 이색이 등을 쓰다듬으며 협실로 꾀어 들여서 나를 난초 탕에
목욕시키고는 금 칼로 나의 오장육부를 갈라놓고 갈아 놓은 먹물 몇 말을 들어부으며 말했다.
“40여 년을 기다리면 꼭 여기에 다시 돌아와 함께 부귀를 누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배가 칼로 찌르는 듯이 아파 갑자기 깨니, 배가 북처럼 부풀어 올랐고, 잔등은 가물가물하는데 병든 아내

377s_$[ScreenRuling]
가 곁에 누워 앓는 소리를 할 뿐이었다.
아! 사람이 세상에 나서 궁달(窮達)은 팔자소관이니 어찌 꿈을 깨는 자가 있을 것인가! 괴이쩍은 이야기를
드러내어 꿈에 겪었던 일을 적는다.
가정(嘉靖) 8년 12월 상한에 심의는 대관재에서 쓰다.
 - 심의, 「대관재몽유록(大觀齋夢遊錄)」

* 첨두노: 여기서는 글을 쓰는 ‘붓’을 이름.


* 사단: 문인(文人)들의 사회. 문단.
* 오거서: 다섯 수레에 실을 만한 책. 많은 장서.
* 시강: 왕이나 동궁 앞에서 학문을 강의하던 일. 또는 그런 사람.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5
고전 산문 05
※ <보기>를 참고하여 01번과 02번 두 물음에 답하시오.

다음과 같이 현실 세계에 살던 주인공이 꿈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구조를 흔히 환몽


구조라고 한다.

⇒ ⇒
㉮ 현실 세계 ㉯ 꿈속 세계 ㉰ 현실 세계
입몽 각몽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소설 중 몽유록 소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우선, 작가를 대변하
는 서술자가 자신의 동일성과 의식을 유지한 채 꿈속 세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꿈속 세계에서 일련의
일을 겪은 이 서술자는 본래의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체험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때 ㉠몽유록 소설
에서의 꿈은 작가의 바람이나 현실의 불만을 드러내는 수단이나 역사적 사건 또는 인물에 대한 주관적 판
단을 제시하는 방법이 된다.

[21001-0123]

01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의 ‘벽부학사 심 아무개’는 ㉰의 ‘심의’로 깨어난다는 점에서 작가가 자신의 동일성과 의
식을 유지한 채 만들어 낸 주인공이라 할 수 있겠군.
② ㉯에서 ‘나’가 받은 ‘대관 선생’이라는 호는 ㉰의 ‘심의’가 꿈속 내용을 기록한 ‘대관재’와 연
결된다는 점에서 현실 세계와 꿈속 세계의 관련성을 높이는 장치가 되겠군.
③ ㉯에서 ‘나’가 ‘많은 녹을 받아 집안 재산이 넘’치는 상황으로 그려진 것은 서술자가 현실 세
계에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투영된 것이겠군.
④ ㉯에서 ‘천자’가 ‘나’를 두고 ‘조물이 공을 꺼리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서술자의 삶이
㉮∼㉰ 모두 순탄하지만은 않음을 암시하는 장치가 되겠군.
⑤ ㉯에서 ‘40여 년을 기다리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것은 ㉰에 이른 서술
자가 ㉮에서와 달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임을 드러내는군.

12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8 대-B뒷면__DIC
정답과 해설 52쪽

[21001-0124]

02 다음은 윗글의 인물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자료이다. 다음 자료와 ㉠을 관련지어 ㉯의 상황 설정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천자(최치원) : 통일 신라 말기의 문장가. 당나라 빈공과에 급제하였으며, 반란군 황소를 비판하는


‘토황소격문’을 지어 이름을 높였다. 신라에 돌아온 후 가야산에 은거하여 종적을 감추었다.
•이색 : 고려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 고려의 멸망과 함께 은둔하였다.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고 뛰
어난 제자들을 배출하여 성리학의 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김시습 : 조선 초의 문장가이자 생육신(生六臣)의 한 사람. 어려서부터 천재로 불렸으나,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비분강개하여 승려가 되어 전국을 유랑하며 일생을 보냈다.

① ㉯의 천자, 이색, 김시습 등은 서로 다른 시기에 실존했던 인물들이지만, 작가는 이상적 문


인 왕국을 그려 내기 위해 동시대의 인물로 설정한 것이겠군.
② ㉯에서 심 아무개가 첨두노(붓) 몇 명만 데리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정한 것은, ‘토황소격
문’을 지어 이름을 높였던 최치원의 일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겠군.
③ ㉯에서 김시습의 투항을 받는 것이 매우 간단한 일로 표현된 것은, 어려서부터 천재로 불린
김시습의 능력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작가의 주관적 판단이 투영된 것이겠군.
④ ㉯에서 이색을 심 아무개가 꿈을 깨는 것을 돕는 인물로 그려 낸 것은, 이제까지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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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있던 이색의 공적을 세상에 알리려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겠군.
⑤ ㉯에서 최치원과 이색에게 높은 지위를 부여한 것은, 은둔하여 제 뜻을 펼치지 못한 인물들
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상황을 작가가 그려 보고자 했기 때문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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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125]

03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와 [B]는 모두 누군가의 문제를 들추어내기 위해 쓴 것이다.
② [A]는 [B]와 달리 타인을 평가할 때 그의 문장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③ [B]는 [A]와 달리 천자의 결심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④ [A]가 인물에 대한 ‘나’의 평가라면, [B]는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이다.
⑤ [A]로 인해 ‘나’는 더 높은 벼슬을 얻지만, [B]로 인해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7
고전 산문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경기도 장단군에 사는 김 주부에게 매화라는 무남독녀가 있었다. 조정의 간신들이 김 주부의 도술을 두려워
하여 해치려고 하자 매화를 남장을 시켜 길거리에 두고 김 주부 내외는 구월산으로 들어간다. 부모를 잃은 매화는 연안골 성인
동에 사는 조 병사 집 시비에게 발견되어 그 집 아들인 양유와 함께 글공부를 하면서 행복하게 자란다.

이때에 양유 매화를 찾아 학당으로 돌아오매 매화 눈물 흔적 있거늘 양유가 가로되,


“ 그대 어찌하여 먼저 왔으며 슬픈 기색이 있느뇨. 아마도 곡절이 있도다. 오늘 사람들이 여자가 남복을
입었다 하니 그 일로 그러한가 싶으니 그럼 여자가 분명한가? ”
하더라. ㉠매화 흔연히 웃으며 가로되,
“ 어린아이 부모를 생각하니 어찌 아니 슬프리오. 또 내 몸이 여자면 여자로 밝히고 길쌈을 배울 것이지
남복을 입고 남을 속이리오. ⓐ본디 골격이 연연하매 지각없는 사람들이 여자라 하거니와, 일후 장성하
여 골격이 웅장하면 장부 분명하올지라.”
하고 단정히 앉아 풍월을 읊으니 소리 웅장하여 호치(皓齒)를 들어 옥반(玉盤)을 치는 듯 진시 남자의 소리
같은지라. ⓑ양유 그 소리 들으며 남자가 분명하되 이향(異香)이 만당(滿堂)하여 다만 매화의 태도를 보고
마음만 상할 따름일러라.
이때는 놀기 좋은 춘삼월이라. 춘풍을 못 이겨 양유 매화를 데리고 경개(景槪)를 따라 놀더니 서로 풍월
지어 화답하매 매화 양유 글을 받아 보니 하였으되,

양유는 먼저 봄빛을 얻었는데, 楊柳先得春


매화는 어찌 즐겁지 아니하는고. 梅花何不樂

하였더라. 양유가 매화의 글을 받아 보니 하였으되,

나비가 꽃을 알지 못하고, 胡蝶未知花


[A]
원앙새가 물을 얻지 못하였도다. 鴛鴦不得水

하였거늘 이에 양유가 그 글을 받아 보고 크게 놀라 기뻐하여 가로되,


“그대 행색이 다르기로 사랑하였더니 풍모가 정녕 여자로다. 그러하면 백년해로 어떠하뇨.”
매화 고개를 숙이고 수색(愁色)이 만안하여 * 가로되,
“ 나는 과연 여자이거니와 그대는 사부(士夫) 집 자제요, 나는 유리걸식하는 사람이라. 어찌 부부 되기 바
라리오. 낸들 양지작을 모르리오마는 피차 부모의 명이 없삽고 또한 예절을 행치 못하면 문호에 욕이 되
올 것이니 어찌 불효 짓을 하리오. ㉡부모의 명을 받아 백년해로한다면 낸들 아니 좋으리까.”
양유 희색이 만안하여 가로되,
“그대 말이 당연하도다.”
마침 이때에 시비 옥란이 급히 와 여쭈오되,

1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9 (문학)_본문(2도)_09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외당에 상객 *이 왔으매 생원님이 급히 찾나이다.”


양유 매화를 데리고 외당으로 들어가매 과연 상객이 있는지라. 병사가 가로되,
“두 아이 상을 보라.”
한대 상객이 가로되,
“매화의 상을 보니 여자로소이다.”
병사가 가로되,
ⓒ“그대 상을 잘못 보았도다. 어찌 여자라 하리오.”
상객이 가로되,
“여자가 남복을 입고 남을 속이려니와, 내 눈에 어찌 벗어나리오.”
매화 무료하여 학당에 돌아가니라. 양유의 상을 보고 가로되,
“ 내두(來頭)에 일국의 재상이 되었으되, 불쌍코 가련토다. 나이 16세 되면 호식(虎食) *할 상이오니 어찌
가련치 아니하리오.”
병사가 크게 놀라 가로되,
“어디서 미친놈이 상객이라 하고 왔도다.”
하인을 불러 쫓아내라 한대 ㉢상객 일어나 두 걸음에 인홀불견(因忽不見) *이거늘 실로 고이하여 살펴보
니 상객 앉았던 자리에 한 봉서 놓였거늘 즉시 개탁(開坼) *하니 하였으되,
‘양유와 매화로 부부 아니 되면 임진 3월 초삼일에 필연 호식(虎食)하리라.’
하였더라. 병사 견필(見畢)에 대경하여 무수히 슬퍼하다가 매화를 불러 가로되,
ⓓ“너를 보고 여자라 하니 실로 고이하도다.”
하시고 무수히 슬퍼하시거늘 매화 두 번 절하고 가로되,
“ 소녀 어찌 기망(欺罔)하오리까. 소녀 과연 여자로소이다. 일찍 부모를 이별하옵고 일신을 감출 길 없사
와 남복을 입고 기망하였사오니 죄를 범하였나이다.”
하거늘 병사 크게 놀라며 또한 크게 기뻐하여 더욱 사랑하여 가로되,
㉣“오늘부터 내당에 들어가 출입지 말라.”
하시고 매화의 손을 이끌어 내당에 들어가 부인을 대하여 가로되,
“매화는 여자라 하니 어찌 사랑치 아니하리오. 행실을 가르치라.”
하거늘 최 씨 부인이 크게 기뻐하여 연연하더라. 이때 병사 외당에 나가 양유를 불러 가로되,
“매화는 여자라 하니 일후는 매화로 더불어 한자리에 앉지 말라.”
하신대 양유 어찌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리오.
차설이라. 매화는 여복을 입고 내당에 거처하고, 양유는 학당에 있으매, 시서(詩書)에 뜻이 없고 다만 생
각이 매화뿐이로다. 월명사창(月明紗窓) * 빈방 안에 홀로 앉아 탄식할 제,
“ 매화야 너는 무슨 일로 남복을 입고 나를 속였느냐. 부모의 명이 지엄하시니 뉘로 하여금 공부하며 뉘로
하여금 노잔 말가.”
이렇듯이 자탄할 제, 이때 최 씨 부인 양유의 계모라 매화의 인물 탐하여 매일 사랑하시더니 제 상처 *한
남동생 있으매 혼사할 뜻이 있어 모계(謀計)를 꾸미더라. 하루는 병사 내당에 들어와 부인 최 씨를 대하여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29
고전 산문 06
가로되,
“ 전일 상객이 이러이러하니 내두 길흉을 어찌하리오. 매화는 양유와 동갑이요, 인물이 비범하니 혼사함
이 어떠하리이까.”
부인이 변색하여 가로되,
ⓔ“병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양유는 사부 후계요, 매화는 유리걸식하는 아이라, 근본도 알지
못하고 어찌 인물만 탐하리까.”
병사 옳이 여겨 가로되,
“부인의 말씀이 옳도다. ㉤일후에 장단골 가서 매화 근본을 알리라.”
 - 작자 미상, 「매화전(梅花傳)」

* 만안하여: 얼굴에 가득하여. * 상객: 관상을 보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관상쟁이.


* 호식: 사람이 범에게 잡아먹힘. * 인홀불견: 언뜻 보이다가 갑자기 없어짐.
* 개탁: 봉한 편지나 서류를 뜯음. * 월명사창: 달이 밝게 비치는 규방의 창.
* 상처: 아내의 죽음을 당함.

[21001-0126]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매화는 남자 같은 목소리로 풍월을 읊어 자신의 정체를 감추었다.
② 양유는 여자가 남복을 입었다는 소문을 듣고 매화의 정체를 의심했다.
③ 상객은 매화의 관상을 봄으로써 병사가 매화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④ 최 씨는 양유를 아끼는 마음 때문에 매화의 근본을 핑계 삼아 둘의 혼인을 반대했다.
⑤ 병사는 양유에게 닥칠 불행을 피하기 위해 양유와 매화가 서로 혼인하게 하려는 마음을 품
었다.

[21001-0127]

02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ㄱ. 양유와 매화를 자연물에 빗대 표현함으로써 두 인물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ㄴ. 화자의 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상대방의 다음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ㄷ. ‘못하다’라는 부정 표현을 반복 사용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불행한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ㄹ. 주인공 남성과 여성을 각각 ‘나비’와 ‘꽃’에 비유한 것에서 여성을 수동적 존재로 보았던 당대의
관습적 사고를 짐작할 수 있다.
ㅁ. ‘원앙새’가 부부를 뜻하는 상징적 소재임을 고려할 때 양유와 매화가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① ㄱ, ㄴ, ㄷ ② ㄱ, ㄷ, ㄹ ③ ㄴ, ㄷ, ㄹ ④ ㄴ, ㄹ, ㅁ ⑤ ㄷ, ㄹ, ㅁ

13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정답과 해설 54쪽

[21001-0128]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양유의 질문이 어리석다고 여기는 매화의 태도가 나타나 있다.
② ㉡: 부모의 허락을 전제로 청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매화의 혼인관이 드러나 있다.
③ ㉢: 상객이 신비한 인물임을 보여 주어 그의 예언에 대한 병사의 태도를 변화하게 한다.
④ ㉣: 병사가 남녀유별의 유교적 관점에 따라 내린 결정이다.
⑤ ㉤: 병사가 최 씨의 의견을 수용하여 내린 결정으로 양유와 매화의 혼인이 유보되는 계기가
된다.

[21001-0129]

04 <보기>는 윗글에서 서사적 흥미가 구현되는 방식을 설명한 자료이다. <보기>를 참고하여 ⓐ~ⓔ를 감
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매화전」 에서 볼 수 있는 주요한 대중 소설적 특성은 서사 진행에서 수시로 활용되고 있는 인물


간 또는 인물과 독자 간의 ‘속고 속임.’, ‘감추고 드러냄.’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정황을 해당
사건 당사자는 모르고 주변 인물은 알고 있다든지,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과 독자만 알고 사건을 겪
는 인물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속고 속임.’ 또는 ‘감추고 드러냄.’의 방식은 진
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언제쯤 그 비밀이 탄로 날지, 어떤 식으로 당사자가 알게 될지 흥미를 강
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① ⓐ를 통해 매화가 감추려는 사실을 양유는 모르고 있지만 독자는 알고 있겠군.


② ⓑ에서 탄로 날 뻔한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되면서 서사적 흥미가 강화되겠군.
③ ⓒ는 병사는 알고 있는 사실을 상객이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발화이겠군.
④ ⓓ는 양유와 매화, 독자는 알고 있는 사실을 병사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나온 발화이겠군.
⑤ ⓔ에서 부인 최 씨가 감추려는 사실을 독자는 알고 있지만 병사는 모르고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1
고전 산문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이때 낭자, 연심이 잡혀갔단 말을 듣고 신세를 자탄하더니 뜻밖에 관비 십여 명이 나와 잡아다가 계단 아


래에 엎드리니, 원수 창문을 열고 낭자의 상을 보니 낯이 익은 듯하고 심신이 비감하여 자세히 보니, 의상은
남루하나 기생(妓生) 되기로 마음먹을 것 같지 않고 천인 자식 아깝도다.
원수가 소리를 나직이 하여 낭자더러 말하기를,
“ 거동을 보니 천인 자식이 아니요, 여자의 말을 들었거니와 수절을 한다 하니 뉘 집 자손이며 낭자는 누
구건대 청춘소년에 수절을 하며, 무슨 일로 저리 되어 관비의 양여자 *가 되었는지 진정을 숨겨 꺼리지 말
고 날더러 이르면 알 일이 있으리라. 말을 자세히 하라.”
하니, 이때 낭자 계단 아래에 엎드리어 원수의 말을 들으매 낭군과 이별할 때 하직하고 가던 말이 두 귀에
쟁쟁하여 일분도 다름이 없는지라.
낭자 전일은 도망하여 왔기로 성명과 거주를 속였더니, 마음이 자연 비감하여 진정으로 여쭈오되,
 “소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이 골 월계촌 사는 강 승상의 무남독녀이옵더니 부친이 만 리 연경에 귀양
간 유 주부를 위하여 상소하였더니, 만고역적 정한담이 충신을 모함하여 승상을 옥문관에 귀양하고 소
[A] 녀의 모녀를 잡아 궁비 속공 *하려 하고 금부도사 와 잡아갈 제, 청수에 야간도주하여 모친은 물에 빠져
죽고 소녀도 죽으려 하더니, 영릉 관비가 외촌에 갔다 오는 길에 데리고 제집에 와 험악이 무수하되 연
심의 힘을 입어 이때까지 살았으나 오늘은 이 말을 원수 전에 고하고 하릴없이 자결코저 하나이다.”
원수 이 말을 듣고 당에 뛰어 내려서며,
“이게 웬 말인가.”
영릉 태수 바삐 불러 강 승상을 오시라 하니라.
이때 강 승상이 처자를 생각하여 잠을 못 자니, 몸이 곤하여 졸더니 뜻밖에 원수 오시란 말에 놀래어 들어
오니 원수가 말하기를,
“이게 강 낭자 아니오니까. 강 낭자가 살아왔나이다.”
승상이 이 말을 듣더니 정신이 아득하여 천지가 캄캄한지라. 원수가 이별할 때 서로 주던 신표를 내어놓
고 서로 견주어 살펴보니 일호(一毫)도 의심이 없는지라. 승상이 낭자의 목을 안고 궁글며 말하기를,
“ 내 딸 경화야, 청수에 죽었다더니 혼백이 살아왔느냐. 꿈이냐 생시냐. 너의 낭군 유충렬이 왔으니 소식
듣고 찾아왔느냐. 우리 집이 소(沼)가 되어 양류청청(楊柳靑靑) 푸른 가지 빈터만 남았으니 슬픈 마음 어
찌 다 진정하리.”
원수가 낭자를 보고 하는 말이며 세세정담(細細情談)을 어찌 다 기록할까.
이때 장 부인이 내동헌(內東軒)에 있다가 이 기별을 듣고 급히 나와 보니, 낭자 고부지례(姑婦之禮)로 문
안하고 살아난 말씀을 자세히 하니 장 부인이 손을 잡고 말하기를,
“세상 사람이 고생이 많다 하나 우리 고부 같을쏘냐.”
이때 낭자 데려간 관비는 혼백이 상천(上天)하고 간장이 녹는 듯, 원수 동헌에 높이 앉아 관비를 잡아들여
죄를 헤아려 묻기를,
“ 너를 죽일 것이로되, 너 같은 천기(賤妓) 년이 사람을 알아볼쏘냐. 청수에 가 낭자 구한 일로 풀어 주니

13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덕인 줄 알라.”
연심을 불러 무수히 치사하고 보내려 하니 낭자 곁에 앉았다가 하는 말이,
“연심은 나와 백년 은인이니 일시 치사뿐 아니라 평생을 함께 지내고저 하니 황성으로 데려가사이다.”
원수 그 말을 옳이 여겨 연심을 불러,
“부인을 착실히 모시라.”
연심이 황공하여 하더라.
원수가 전후사연을 낱낱이 기록하여 나라에 장계하고 길을 떠나올새 장 부인은 금덩 *을 타고, 강 낭자와
조 낭자는 옥교를 타고 좌우로 모시고, 강 승상은 수레 타고 오국 사신이 모셨는데, 원수는 일광주 용린갑에
장성검을 들고 대완마(大宛馬) 위에 높이 앉아 오마대로 행군하여 완완히 나오니, 그 거동과 그 영화는 천고
에 처음이라.
게양역을 지내어 청수 가에 다다르니 소 부인 죽던 곳이라. 원수가 승상을 위하여 영릉 태수 바삐 불러 제
물을 장만하여 승상을 주인 삼고 조 낭자는 집사 되어, 원수는 축관(祝官) 되고 축문을 읽으며 통곡하는 말
이 회수에서 모친 제사할 때와 다름없더라.
제를 파한 후에 행군하여 올라올 제, 이때 천자와 황태후며 연왕과 조정에서 충렬을 가달국에 보내고 주
야 생각하며 장 부인을 찾아오는가 하여 일야(日夜) 한탄하더니, 뜻밖에 원수의 장계를 보고 즐거운 마음 측
량없으며 장안 백성들이 이 말을 듣고 각각 자식을 보려 하고 다투어 나오더라.
천자와 태후와 연왕이 백 리 밖에 나와 맞을새, 원수의 위엄을 보니 서천 삼십육 도며 남만 오국이며 금은
예단과 일등 미색들이 차례로 말을 타고 오국 사신이 선봉 되어 낭자하게 들어오고 그 가운데 금덩 옥교 떠
오는데, 강 낭자는 좌편이요, 조 낭자는 우편이라. 좌우 푸른 깃발 고였는데 수놓은 비단으로 만든 양산(陽
傘)대는 반공에 솟았도다.
강 승상이 수레 위에 높이 앉아 오며 군사 전후에 나열하고 그 뒤에 따르는 이 십장 홍모 사명기는 한가운
데 세워 오고, 용이 그려진 기 봉황이 그려진 기 대장기며 깃발과 창검, 삼천 병마 전후에 대열을 짓고, 승전
의 북소리와 행군의 북소리는 원근 산천에 진동하며, 도원수는 일광주 용린갑에 장성검 높이 들고 천사마
비껴 타고 황룡수를 거스르고 봉의 눈을 반만 떠서 군사를 재촉하니, 웅장한 거동은 일대 장관이요, 천추에
표문(表文)이라.
이때 장안 만민이 남적에게 잡혀갔던 며느리며 딸이며 동생들이 본국에 돌아온단 말을 듣고 호산대 십 리
뜰에 빈틈없이 마주 나와 각각 만나 옥수(玉手) 나삼(羅衫) 부여잡고 그리던 그 정을 못내 즐겨 하여 울음소
리 웃음소리 반공에 뒤섞이어 호산대가 떠나갈 듯, 원수를 치사하고 장 부인을 치사하는 소리 낭자하여 요
란하고, 금산성 아래 다다르니 천자와 황태후 옥련(玉輦) *에서 바삐 내려 장막 밖에 나서니, 원수 갑주를 갖
추고 군의 예로 현신하니 천자와 태후 원수의 손을 잡고 못내 치사하며 말하기를,
 “과인의 수족을 만리타국에 보내고 주야 염려하더니 이렇듯이 무사히 돌아오니 즐거운 마음 어찌 다 칭
[B] 찬하며, 회수에 죽은 모친 데려온다 하니 만고에 없는 일이며, 옥문관에 강 승상과 청수에 죽은 강 낭자
를 살려 오니 천추에 드문 일이라. 그대의 은혜는 백골난망이라. 그 말이야 어찌 다 하리오.”
황태후 원수를 치사한 후에 강 승상을 부르시니 강 승상이 바삐 들어와 땅에 엎드리니, 천자 내려와 승상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3
고전 산문 07
의 손을 잡고 위로하기를,
“ 과인이 불명하여 역적의 말을 듣고 충신을 먼 곳에 보냈으니 무슨 면목으로 경을 대면하리오. 그러하나
지난 일은 물론(勿論)하오.”
이때 황태후 승상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야 어찌 다 말로 하리.
 - 작자 미상, 「유충렬전(劉忠烈傳)」

* 양여자: 양녀(養女). 수양딸.


* 궁비 속공: 죄인의 아내나 딸 등을 관아의 노비로 넘김.
* 금덩: 황금으로 호화롭게 장식한 가마.
* 옥련: 왕이 거둥할 때 타고 다니던 가마.

[21001-0130]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에서는 앞일을 추측하며 자신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고, [B]에서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바
탕으로 자신의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② [A]에서는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있고, [B]에서는 고사
를 인용하며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③ [A]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요약적으로 진술하며 자신의 요청을 전달하고 있고, [B]에서는 상
대방의 과거 행적을 근거로 상대방의 요청을 수용하고 있다.
④ [A]에서는 구체적 장소와 인물을 열거하며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고, [B]에서는 구
체적 장소와 인물을 언급하며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다.
⑤ [A]에서는 비유적 표현을 활용하여 상대방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고, [B]에서는
물음의 방식을 활용하여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드러내고 있다.

[21001-0131]

02 윗글의 인물들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연심은 강 낭자의 조력자로, 유충렬을 만나기까지 강 낭자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다.
② 영릉 관비는 강 낭자의 양어머니로, 강 낭자를 구해 준 후 집으로 데려와 험하게 대하였다.
③ 장 부인은 강 낭자의 시어머니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은 강 낭자를 위로하고 있다.
④ 강 승상은 강 낭자의 아버지로, 정한담의 모함으로 귀양 간 후 강 낭자가 청수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믿고 있었다.
⑤ 유충렬은 강 낭자의 남편으로, 강 낭자와 이별할 때 주고받았던 신표를 본 후 강 낭자가 자
신의 부인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1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정답과 해설 55쪽

[21001-0132]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유충렬전」에서는 유충렬의 영웅적 행위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겪는 가족의 분리와 재회 과정을
제시하며 국가의 위기와 전란(戰亂)으로 인해 고통을 겪은 우리 민족의 고난과 이에 맞서는 민중의
꿈과 복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유충렬과 그의 가족이 겪는 고통은 당시 우리 민중이 겪었던
경험에 근거한 것으로, 국가의 위기와 전란으로 인한 가족의 이산(離散)과 그 고통의 실체는 상하
층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편 이 작품에서 이산 후 재회하는 가족들의 범위는 유충렬의
가족에서 그 주변으로 점차 확대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가족의 문제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해
당하는 특수한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두루 해당하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① 가달국으로 떠난 유충렬이 헤어졌던 모친과 장인, 부인 등과 만나는 것은 주인공이 분리되


었던 가족과 재회하는 과정에 해당하겠군.
② 유충렬과 헤어진 후 관비의 양녀가 되어 고통을 겪는 강 낭자의 모습을 통해 국가의 위기와
전란으로 인해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충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유충렬의 귀환 소식을 듣고 자신들의 가족을 보기 위해 다투어 나오는 장안 백성의 모습을
통해 국가의 위기와 전란으로 인해 이산의 고통을 겪은 민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④ 천자가 가족과 함께 돌아온 유충렬을 치하하면서 건네는 말을 통해 일반 백성보다 상류층이
국가의 위기와 전란으로 인한 가족의 이산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⑤ 헤어진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장안을 떠났던 유충렬의 귀환 이후 백성들이 헤어졌던 가족과
상봉하는 것은 이산 후 재회하는 가족들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09대 9

고전 산문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여봐라, 이 애 춘향아!” / 부르는 소리에 춘향이 깜짝 놀래어,


“무슨 소리를 그따위로 질러 사람의 정신을 놀래느냐.”
“이 애야, 말 마라. 일이 났다.” / “일이라니 무슨 일? ”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에 오셨다가 너 노는 모양 보고 불러오란 영이 났다.” / 춘향이 화를 내어,
“ 네가 미친 자식이로다. 도련님이 어찌 나를 알아서 부른단 말이냐. 이 자식 네가 내 말을 종달새가 삼씨
까먹듯 하였나 보다.”
 “아니다. 내가 네 말을 할 리도 없지만 네가 그르지 내가 그르냐. 너 그른 내력을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이 그네를 탈 양이면 네 집 후원 담장 안에 줄을 매고 타는 게 도리에 당연함이라. 광한루 멀잖고
또한 이곳을 논할진대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 방초는 푸르렀는데, 앞내 버들은 초록 휘장
[A] 을 두르고 뒷내 버들은 연둣빛 휘장을 둘러 한 가지 늘어지고 또 한 가지 펑퍼져 광풍을 겨워 흐늘흐늘
춤을 추는데 광한루 구경처에 그네를 매고 네가 뛸 제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백운 간(白雲間)에 노닐 적
에 붉은 치맛자락이 펄펄, 백방사(白紡紗) 속옷 갈래 동남풍에 펄렁펄렁, 박속 같은 네 살결이 백운 간
에 희뜩희뜩 도련님이 보시고 너를 부르실 제 내가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잔말 말고 건너가자.”
춘향이 대답하되,
“ 네 말이 당연하나 오늘이 단옷날이라. 비단 나뿐이랴. 다른 집 처자들도 예 와서 함께 그네를 탔으되 그
럴 뿐 아니라 설혹 내 말을 할지라도 내가 지금 기생이 아니니 여염집 사람을 함부로 부를 리도 없고 부른
다 해도 갈 리도 없다. 당초에 네가 말을 잘못 들은 바라.”
방자 이면에 볶이어 광한루로 돌아와 도련님께 여쭈오니 도련님 그 말 듣고,
“기특한 사람이로다. 말인즉 바른말이다. 다시 가 말을 하되 이리이리하여라.”
방자 전갈을 모아 춘향에게 건너가니 그새 제집으로 돌아갔거늘 저의 집을 찾아가니 모녀간 마주 앉아 점
심밥이 방장이라. 방자 들어가니, / “너 왜 또 오느냐? ”
“ 황송하다. 도련님이 다시 전갈하시더라. ‘내가 너를 기생으로 앎이 아니라 들으니 네가 글을 잘한다기로
청하노라. 여가에 있는 처자 불러 보기 듣기에 괴이하나 의심하지 말고 잠깐 와 다녀가라.’ 하시더라.”
춘향의 너그러운 마음에 연분이 되려고 그러한지 홀연히 생각하니 갈 마음이 나되 모친의 뜻을 몰라 깊이
생각하여 한참 말 않고 앉았더니, 춘향 어미 썩 나앉아 정신없게 말을 하되,
“ 꿈이라 하는 것이 모두 허사가 아니로다. 간밤에 꿈을 꾸니 난데없는 청룡 하나 벽도지(碧桃池)에 잠겨
보이거늘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하였더니 우연한 일 아니로다. 또한 들으니 사또 자제 도련님 이름이 몽
룡이라 하니 꿈 몽(夢) 자 용 룡(龍) 자 신통하게 맞추었다. 그러나저러나 양반이 부르시는데 아니 갈 수
있겠느냐. 잠깐 가서 다녀오라.”
춘향이가 그제야 못 이기는 체로 겨우 일어나 광한루 건너갈 제, 대명전(大明殿) 대들보의 명매기 *걸
음으로, 양지(陽地) 마당의 씨암탉걸음으로, 흰모래 바다의 금 자라 걸음으로, 월태화용(月態花容) 고운
태도 완보로 건너갈 새 월(越)나라 서시(西施)가 토성(土城)에서 배우던 걸음으로 흐늘흐늘 건너올 제
도련님 난간에 절반만 비껴서서 완완히 바라보니 춘향이가 건너오는데 광한루에 가까운지라. 도련님

13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57쪽

좋아라고 자세히 살펴보니 요염하고 정숙하여 월태화용이 세상에 무쌍이라. 얼굴이 조촐하니 청강(淸
[B]
江)에 노는 학이 설월(雪月)에 비친 것 같고, 흰 치아 붉은 입술이 반개(半開)하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은 듯, 자주 치마 고운 태도 어린 안개 석양에 비치는 듯 푸른 치마가 영롱하여 무늬는 은하수
물결 같다. 고운 걸음걸이 정히 옮겨 천연히 누각에 올라 부끄러이 서 있거늘 통인 불러 말하기를,
“앉으라고 일러라.”
춘향의 고운 태도 용모 단정히 하고 앉는 거동 자세히 살펴보니 백색창파(白色滄波) 새 비 뒤에 목욕하고
앉은 제비 사람을 보고 놀라는 듯, 별로 단장한 일 없이 천연한 절대가인이라. 아름다운 얼굴을 상대하니 구
름 사이 명월이요, 붉은 입술 반개하니 연못에 떠 있는 연꽃이로다. 신선을 내 몰라도 영주(瀛州)에 놀던 선
녀가 남원에 귀양살이 왔으니, 월궁(月宮)에서 모시던 선녀 벗 하나를 잃었구나. 네 얼굴 네 태도는 세상 인
물 아니로다.
이때 춘향이 추파(秋波) *를 잠깐 들어 이 도령을 살펴보니 금세(今世)의 호걸이요 세상의 기이한 남자라.
이마 한가운데 높았으니 소년공명(少年功名)할 것이요, 이마며 턱이며 코와 광대뼈가 조화로우니 보국충신
이 될 것이매 마음에 흠모하여 눈썹을 숙이고 무릎을 단정히 하고 앉을 뿐이로다. 이 도령 하는 말이,
“성현(聖賢)도 같은 성끼리는 혼인하지 않는다 일렀으니 네 성은 무엇이며 나이는 몇 살이뇨? ”
“성은 성(成)가옵고 연세(年歲)는 십육 세로소이다.” / 이 도령 거동 보소.
“ 허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들어 보니 나와 동갑 이팔이라. 성씨를 들어 보니 하늘이 정한 인연일시
분명하다. 두 성씨 결합하여 좋은 연분 평생동락(平生同樂)하여 보자. 너의 부모 모두 살아 계시냐? ”
“편모슬하로소이다.” / “몇 형제나 되느냐? ” / “육십 세를 맞은 나의 모친 무남독녀(無男獨女) 나 하나요.”
“너도 남의 집 귀한 딸이로다. 하늘이 정하신 연분으로 우리 둘이 만났으니 만년락(萬年樂)을 이뤄 보자.”
춘향이 거동 보소. 고운 눈썹 찡그리며 붉은 입술 반개하여 가는 목 겨우 열어 옥성으로 여쭈오되,
“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지아비를 바꾸지 않는다고 옛글에 일렀으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한 계집이라. 한번 정을 맡긴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숙공방(獨宿空房)
홀로 누워 우는 한(恨)은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누구일꼬? 그런 분부 마옵소서.”
 - 작자 미상, 「열녀춘향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

* 명매기: 제빗과의 여름 철새. * 추파: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은근히 보내는 눈길.

[21001-0133]

01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방자는 춘향의 부정적인 성격을 부각하여 이 도령이 춘향과 만나는 것을 말리고 있다.
② 이 도령은 춘향의 환심을 얻으려고 방자에게 춘향의 글재주에 대한 평판을 언급하게 한다.
③ 춘향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춘향 어미가 한 요청에 따라 이 도령을 만나러 가게 된다.
④ 춘향 어미는 자신이 꾼 꿈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춘향이 이 도령과 만나는 것을 우려한다.
⑤ 이 도령은 춘향과 자신의 성씨가 다른 것은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나이 문제로 잠시 갈등하
게 된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7
고전 산문 08 정답과 해설 57쪽

[21001-0134]

02 <보기>를 참고하여 [A], [B]를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판소리계 소설에는 판소리의 구연적 성격이 남아서 나타난다. 판소리를 공연하며 창자는 흥미로
운 부분을 특별히 확대 부연하기도 하는데 이를 장면의 극대화라고 한다. 이러한 판소리 창자의 장
면 극대화에 따른 장황한 사설은 하나의 범주 내에 소속될 수 있는 세부 항목들이 거의 유사한 통
사 구조를 지닌 채 반복, 열거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 경우 각각의 항목은 서로 물리적 혹은 개념적
으로 근접해 있거나 혹은 의미상의 등가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① [A]는 봄의 정경과 ‘그네’를 타는 춘향의 역동적인 모습을 두 축으로 하여 장황한 사설의 범


주를 구성하고 있다.
② [A]의 ‘붉은 치맛자락’, ‘백방사 속옷’, ‘박속 같은 네 살결’은 색채를 동반한 외양 묘사라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근접해 있다.
③ [B]는 여성의 걸음걸이를 여러 가지 자연물의 모습에 비유하여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④ [B]의 ‘흰 치아’와 ‘붉은 입술’은 여성의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범주 안에 소속된 세부 항목들
로서 물리적으로 근접해 있다.
⑤ [B]의 ‘청강에 노는 학’과 ‘안개 석양에 비치는 듯’은 춘향의 화려한 옷차림에 대한 비유적
묘사로서 의미상의 등가를 이루고 있다.
[21001-0135]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열녀춘향수절가」를 비롯하여 수많은 이본이 작품군을 이루는 「춘향전」은 이본의 수만큼이나 주
제에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는 대체로 여성의 정절에 대한 강조, 남녀 간의 아름다운 사랑,
지배 계층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서민의 항거, 민중의 신분 상승 욕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
한 주제의 다양성은 「춘향전」을 수용하는 계층의 성격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층민들은 천민인 춘
향이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에서 대리 만족을 얻을 수 있었고, 양반들은 유교적 봉건 윤리에
DIC 377s

부합하는 춘향의 언행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① 춘향이 이 도령과 ‘둘이 만’나 서로 호감을 키워 가는 것에서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주제 의


식을 다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춘향이 ‘천한 계집’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넘어 이 도령과 ‘연분’을 이루어 가는 모습에서 하
층민들은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겠군.
③ 춘향이 이 도령을 ‘흠모하’면서도 ‘눈썹을 숙이고’ 앉아 있기만 한 데에서 지배 계층의 부당
한 요구에 항거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군.
④ 춘향이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고 한 말은 유교적 봉건 윤리에 부합하였으므로 양
반 계층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었겠군.
⑤ 춘향이 이별의 상황을 가정하여 ‘일편단심 이내 마음’, ‘독숙공방 홀로 누워 우는 한’을 언급
한 것에서 여성의 정절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13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09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평양 김 진사의 딸 채봉은 아버지가 서울로 간 사이 이웃의 선비 장필성과 우연히 만나 혼약을 맺는다. 서울
에서 김 진사는 허 판서에게 돈과 딸을 주기로 하고 관직을 얻지만, 채봉은 아버지의 뜻에 따르지 않고 도망한다. 한편 김 진사
는 돈을 준비해 가던 길에 화적의 습격을 받아 재산을 모두 잃고 만다. 채봉은 아버지를 위해 몸값을 받고 기생 송이로 살아가
다가, 이 감사의 눈에 띄어 관아로 일하러 오게 된다.

아득한 정신은 기러기 소리를 따라 멀어지고 몸을 책상머리에 엎드렸는데 깜빡 잠이 든다. 주사야몽 꿈이


되었는지, 꿈속에서 송이는 장주의 나비같이 두 날개를 펼치고 바람을 따라 하늘에 떠다니며 사면을 살핀다.
오매불망하던 장필성이 적막공방에서 혼자 전날의 답장 글을 꺼내 놓고 보며 울고 또 울며 보고 전전
반측(輾轉反側) 누워 있기에, 달려 들어가 마주 붙들고 운다. 꿈 가운데 우는 소리가 잠꼬대가 되어 아
주 내처 울음이 된다.
사람이 늙으면 누구나 잠이 없는 법이다. 이때 이 감사는 나이가 팔십여 세일 뿐 아니라, 일도(一道)
방백(方伯) *이 되어 밤이나 낮이나 어떻게 하면 백성의 원망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국은(國恩)에 보답
[A]
할까 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송이가 있는 방 쪽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란다.
속으로 짐작하되,
‘지금 송이의 나이가 십팔 세라.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 저러나 보다.’
하고, 가만히 나와 본다.
송이가 남창을 열고 책상머리에 누웠는데 불을 켜 놓고 책상 위에 무엇을 써서 펼쳐 놓았다. 이상한 생각
이 들어 가만히 들어가 주지(周紙)를 펼치고 보니, 「추풍감별곡」이라.
이 감사는 그 글을 대강 보고는 손으로 송이를 흔들어 깨운다. 송이가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이 감사다.
대경실색(大驚失色)해 일어선다.
이 감사가 종이를 말아 들고,
“ 송이야, 놀라지 마라. 비록 상하지분(上下之分) 있으나 내가 너를 친딸이나 다름없이 귀히 여기고 있으
니, 무슨 사정이 있거든 내게 말하면 좋겠구나. 오늘 심중에 미한(微恨) *한 일을 다 말하여라. 이 자식아,
나는 너를 딸같이 생각하는데 너는 나를 아비같이 생각지 않고 이 같은 원한을 가지고도 말을 안 하고 있
단 말이냐.”
㉠송이는 당황해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겨우 입을 연다.
“소녀의 죄가 만사무석(萬死無惜) *입니다.”
이 감사가 허허 웃으며,
“내가 너의 소회를 듣고자 하니, 마음에 있는 대로 다 말하여라.”
송이가 한출첨배(汗出沾背) *하고 몸이 떨려 말을 못 하고 서 있으니 감사가 또 말을 재촉한다.
“이처럼 물어보시니 어찌 감히 기망하겠습니까? ”
하고, 눈물을 닦고 두 손을 모아 단정히 선다. 그리고 당초에 후원에서 장필성과 글을 화답하던 일과, 그 모
친이 장 씨를 불러 혼인을 약속한 일, 김 진사가 서울로 올라가서 벼슬을 구하다가 허 판서와 관계가 된 일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39
고전 산문 09
이며, 허 판서가 저를 별실로 달라는 것을 김 진사는 허락하였으나 저는 장 씨와의 약속을 지키느라고 만리
교에서 도망한 일, 그 후 모친이 찾아 내려와서 몸을 팔아 돈을 주어 올려 보내고, 기생이 된 후에도 장 씨를
잊지 않고 글을 써 해답할 사람을 구해 장 씨를 다시 만나 몸을 허락한 일 등을 다 말한다.
“대감의 하늘 같은 은혜는 결초보은해도 잊지 못하겠나이다.” / 하며 엎드려 운다.
감사가 송이의 등을 어루만지며,
“ 송이야, 송이야, 울지 마라. 네 사정이 그런 줄 알지 못했구나. 그러나 오늘에야 알게 되었으니 어찌 네
소원을 못 풀어 주겠느냐. 이제 보니 장필성도 사정이 있어 이방(吏房)으로 들어온 것이로구나. 내일은 장
필성을 불러 네가 볼 수 있게 해 주겠다.”
눈물이라 하는 것은 인정(人情)의 지극한 이슬이라. ㉡그러므로 억울하고 그리워도 눈물이 나고 좋고 반
가워도 눈물이 나는 법이다. 송이는 이 감사의 말을 들으며 다시 눈물이 떨어짐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부모 생각이 새로 나서 다시 감사에게 말을 한다.
“ 이렇게 보살펴 주시니 하정(下情)이 망극합니다. 그런데 소녀의 부모가 소녀로 인하여 곤경에 처했으나,
아직 소식을 모르오니 이 또한 원한입니다.”
감사가 이 말을 듣고 송이를 더욱 기특하게 여기며,
“ 허허,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가상하구나. 효열지심(孝烈之心), 이른바 천심(天心)에서 나오는 말
이로다. 오냐, 그것도 급히 주선해 알게 할 터이니 염려 말거라.”
하고, 안방으로 건너와 혼자 누워 ㉢송이가 주지에 쓴 「추풍감별곡」을 여러 번 보며 칭찬을 그치지 않는다.
이튿날 조조(早朝)에 이 감사가 장필성을 부르니, 필성이 속으로 생각하되,
‘사또께서 이처럼 일찍 부르시는 일이 없었는데 무슨 일로 이같이 부르시나? ’
하고 이 감사께 문안한다.
이 감사가 반가운 얼굴로,
“별당으로 들어오라.”
하니, 필성이 더욱 이상하게 여기고 따라 들어간다.
DIC 377s

감사가 방으로 불러들여 앉히고 송이를 부르니, 송이가 별당으로 들어온다. 필성과 서로 만나자 소스라
치게 놀라고는 말없이 마주 앉으니, 이른바 양인심사양인지(兩人心事兩人知) *라. ㉣감사의 앞이라 감히 말
을 못 하니 그 곤란한 지경이 어떠할까.
이 감사가 껄껄 웃고 필성을 보며,
“ 필성아, 네가 송이를 보기 위해 이방의 천역(賤役)을 자원하고 들어온 지가 예닐곱 달이 되어도 못 보다
가 오늘에야 서로 만나 보니 어떠하냐? ”
㉤필성이 더욱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일어서 절을 한다.
 - 작자 미상,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

* 방백: 조선 시대에 둔, 각 도의 으뜸 벼슬. * 미한: 조금 한스러움.


* 만사무석: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음.
* 한출첨배: 몹시 부끄럽거나 무서워서 흐르는 땀이 등을 적심.
* 양인심사양인지: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안다’는 뜻으로, 옛 시 구절을 인용한 것임.

14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9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58쪽

[21001-0136]

01 [A]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필성이 ‘울고 또 울며’ 잠을 설치는 것을 송이가 꿈에서 보는 것을 통해 필성을 생각하는 마
음을 알 수 있다.
② ‘밤이나 낮이나’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이 감사를 통해 훌륭한 관리로서의 면모를 알 수 있다.
③ 이 감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송이의 지난 사정에 대해 알게 된다.
④ 송이가 꿈을 꾸며 울다가 ‘흐느껴 우는 소리’를 낸 것은 관아로 들어온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⑤ 이 감사는 울음소리를 예사로 넘기지 않고 ‘분명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송
이의 글을 발견하게 된다.
[21001-0137]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 인물의 심리에 대해 서술자가 설명하며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② ㉡: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동정과 격려를 표현하여 독자들의 감상을 유도하고 있다.
③ ㉢: 등장인물의 행동을 묘사하여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평가를 드러내고 있다.
④ ㉣: 독자들이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⑤ ㉤: 인물이 특정 행동을 한 이유가 되는 인물의 속마음을 연결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21001-0138]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채봉감별곡」은 억울하게 가족과 임을 잃은 여인이 억울함을 풀게 되는 이야기로, 일종의 신원
(伸寃) 모티프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신원 모티프 소설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인이 자신의 억울

377s_$[ScreenRuling]
함을 풀고자 고을 수령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 고을 수령이 사건을 해결하여 원한을 풀어 주는
내용을 포함한 소설이다. 신원 모티프 소설의 한 부류는 사건에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고을 수령의
능력을 강조하는 유형이고, 또 한 가지 부류는 피해자 여인의 사연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강조하는 유형이다. 보통은 무력하게 죽임을 당한 여인이 귀신이 되어 수령을 찾아가 도
움을 청하는 구조였으나, 후대로 오면서 점차 주인공 여인이 죽지 않고 사건 해결의 일부분을 담당
하는 이야기로 발전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① 채봉과 채봉 가족의 사연을 통해 관직을 매매하는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알 수 있군.


② 기생이 된 채봉이 이 감사를 통해 처지를 벗어나게 된 것은 사건 해결 과정의 일부라 볼 수
있군.
③ 이 감사가 채봉의 훌륭한 인품을 알아보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한 것에서 해결사적 면모를
알 수 있군.
④ 이 감사가 채봉을 관아로 데려오는 내용은 여인이 수령을 찾아가는 전형적인 신원 모티프
소설과 차이가 있군.
⑤ 채봉이 가족을 위해 희생을 하며 사건 해결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신원 모티프 소설의 발전
된 형태로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1
고전 산문 09 정답과 해설 59쪽

[21001-0139]

04 <보기>는 윗글에 언급된 「추풍감별곡」의 일부이다. 윗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시구를 이해한 것으로 적
절하지 않은 것은?

어젯밤 바람 소리는 가을 분위기 뚜렷하다.


외로운 잠자리에서 임 그리던 꿈을 깨어
대살로 만든 창문을 반만 열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크나큰 허공에 여름 구름은 흩어지고
천년이나 된 강산에 찬 기운이 새로워라.
         (중략)
지루한 이별 생각할수록 끝이 없네.
인연이 없어 못 보는지 정이 있어 그리워하는지
인연이 없었으면 정이 있은들 어떠며
정이 없었으면 그리워한들 어떻겠는가.
연분도 없지 않고 정도 있건마는
같은 성안 남북촌에 있으면서 어이 그리 못 보는고.
         (중략)
임과 이별하던 날에 나는 어찌 못 죽었나.
대천 바다 깊은 물에 풍덩 빠지련만
지금까지 산 것은 부모와 정든 임 만날지 모름이라.
하늘이 미워하고 조물주도 시기하는구나.
소리가 귀에 쟁쟁해 생각지 말자 해도 생각나고
태도가 눈에 아른거려 잊자 해도 잊기 어렵구나.
상사의 중한 병을 어찌하면 고쳐 낼꼬.

① ‘외로운 잠자리에서 임 그리던 꿈’은 늦은 밤까지 임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처지를 표현


한 것이로군.
② ‘같은 성안 남북촌에 있으면서’는 이방으로 들어와 있는 장필성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처지를 형상화한 것이로군.
③ ‘지금까지 산 것은 부모와 정든 임 만날지 모름이라.’는 가족과 임을 다시 만나고픈 마음을
나타낸 것이로군.
④ ‘하늘이 미워하고 조물주도 시기하는구나.’는 자신과 가족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운명 때문
이라 여기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군.
⑤ ‘상사의 중한 병’은 허 판서의 별실 자리와 장필성의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로군.

1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10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09 대-B뒷면__DIC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방자 놈이 언성을 변하여 고함하고 들어가며,


“불 켜 놓고 문 열어라. 항문볼랑은 내 막으마.”
소리 하니 저 여인 놀라는 체 일신을 떨며 황황할 제, 방자 놈 언성 높여,
“요기롭고 고이한 년, 내 몸 하나 움쩍하면 문 앞에 신 네 짝 떠날 날이 없으니, 어느 놈과 둘이 미쳐서 두
런두런하느냐. 이 연놈을 한주먹에 쇄골 박살하리라.”
장담하고 들어오니 배비장 혼겁하여 황황하나 외문 집이라, 도망할 수 바이없어 알몸으로 이불 쓰고 여자
더러 이른 말이 죽어도 문자는 쓰던 것이었다.
㉠“야장과반(夜將過半)에 내호개문(來呼開門)하니 호령자(號令者)는 수야(誰也)오? ”
저 여인 답하되,
“오가출두천(吾家出頭天)이오.”
“그게 본부 낭군이오? 성품이 어떠한고?”
“성정은 제일 악남(惡男)으로 미련하기는 도척이요, 기운은 항우 같고, 술 즐기고 새암 발라 제 마음에 화
를 내면 백주발검(白晝拔劍) 칼 쓰기를 홍문연 번쾌 방패 쓰듯, 상산 조자룡 장창 쓰듯, 공중용검 휙 지르
면 맹호라도 쇄골하고 철벽이라도 뚫어지니, 그대 말고 옛날 장비 복판 떼는 범강 장달이라도 살아 보기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는 틀렸으니, 불쌍한 그대 목숨 나로 하여 죽게 되니, 내가 죽고 살릴 터면 그 아니 살려 줄까.”
배비장 애걸하며 이른 말이,
“ 옛날 진 궁녀는 형가의 큰 주먹에 소매 잡혀 죽을 진왕 탄금(彈琴)하여 살렸으니, ㉡낭자도 의사 내어 날
살리게. 제발 덕분 날 살리게.”
저 계집 흉계 꾸며 큰 자루는 언제 하여 두었던지 가로 아구리를 벌리며,

377s_$[ScreenRuling]
“여기나 드시오.”
㉢“거기는 왜 들어가라오? ”
“그리 들어가면 자연 살 도리가 있으니 어서 바삐 드시오.”
배비장이 절에 간 새악시 모양이라, 반색 못 하고 들어가니, 그 계집이 배비장을 자루에 담은 후 자루 끝
을 모두어, 상투에 감아 매어 등잔 뒤 방구석에 세워 놓고 불 켜 놓으니, 저놈이 왈칵 문을 열며 서뿐 들어서
사면을 둘러보더니,
“저 방구석에 세워 둔 것이 무엇이냐? ”
“그것은 알아 무얼 할라오.”
“이년아, 내가 물으면 대답을 할 것이지 반색이 무엇이냐. 주리 방망이 맛을 보고 싶어서.”
“거문고에 새 줄 달아 세웠읍네.”
저놈이 눙치는 체하고,
“응 거문고여, 그러면 좀 쳐 보세.”
하며, 대꼭지로 배부른 통을 탁 치니, 배비장이 질색하여 아프기 측량없으되 참 거문고인 체하고 자루 속에서,
“둥덩둥덩.”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3
고전 산문 10
“그 거문고 소리 장히 웅장하고 좋다. 대현을 쳤으니 소현 또 쳐 보리라.”
냅다 코를 탁 치니,
㉣“둥덩 지덩.”
“그 거문고 이상하다. 아래를 쳐도 위에서 소리가 나고, 위를 쳐도 위에서 소리가 나니 괴상하다.”
저 계집 대답하되,
“ 무식한 말 하지도 마오. 옛적 여화씨 적에 생황(笙簧) 오음 육률을 내실 적에 궁상각치우를 청탁(淸濁)으
로 울리오니 상청음(上淸音)도 화답이랍네.”
이놈이 옳게 듣는 듯이,
“ 네 말이 당연하다. 세사는 금삼척(琴三尺)이요, 생애는 주일배(酒一杯)라. 사정 강상월이요, 동각 설중매
라. 술 한잔 날 권하고 줄 골라라. 오늘 밤에 놀아 보자. 내 소피하고 들어오마.”
하고, 문밖에 나와 서서 기척 없이 귀를 기울이고 엿듣는다.
배비장 자루 속에서 가만한 소리로 하는 말이,
“여보오, 궐자(厥者)가 거문고를 좋아하는 수가 분명 내어 볼 듯하니, 다른 데로 나 이사 좀 시켜 주오.”
저 여인 거동 보소. 윗목에 놓인 피나무 궤를 열고,
“예나 바삐 드시오.”
배비장 궤를 보고 문자는 놓지 아니하고 쓰던 것이었다.
“체대궤소(體大櫃小)하니 하이은신(何以隱身)고? ”
저 계집 하는 말이,
“그 궤가 밖으로 보기는 적사오나 속이 널러 은신할 만하니 잔말 말고 바삐 드시오.”
배비장 하릴없이 궤 문 열고 두 눈 감고 들어가니, 굽도 접도 못하여서 몸을 곱송그리고 생각하니,
㉤‘한심하고 설운지고. 이놈의 흉계를 누가 알리. 날 같은 호색 남자 궤 중에 고혼 되기로 누구를 원망하
리.’
저 여인 궤 문 닫고 쇠 채우니, 함정에 든 범이요 우물에 든 고기로다. 답답 궤 중 어찌 살리. 이렇듯 자탄
할 제 저놈이 다시 들어오며 하는 말이,
“ 아무것도 흥황 없다. 내 아까 눈이 절로 스르르 감기면서 꿈을 꾸니 백수노인이 나를 불러 이르되, 네 집
의 거문고와 피나무 궤가 있느냐 하시기로, 내 말이 있노라 한즉, 그 노인 가로되 금신(金神)이 혈입궤중
(穴入櫃中)하여 무수작란(無數作亂)하니 그 궤가 유즉여가망(有則汝家亡)이요 무즉여가흥(無則汝家興)이
라. 역력히 현몽하니 저 궤를 불에 소화하리라. 짚 한 동 갖다 불 놓아라.”
 - 작자 미상, 「배비장전(裵裨將傳)」

1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0 (문학)_본문(2도)_10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59쪽

[21001-0140]

01 <보기>와 관련하여 윗글의 상황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 ㉰
 
여인의 방 안 자루 안 피나무 궤 속

① ㉮, ㉯, ㉰에 있을 때 발발한 상황은 배비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② ㉮에서 ㉯를 거쳐 ㉰로 들어가며 배비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 커진다.
③ ㉮에 있던 배비장이 ㉯로 들어가는 것은 여인의 흉계에 빠지는 일이었다.
④ ㉮와 달리 ㉯와 ㉰에서 배비장은 여인의 행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⑤ ㉮, ㉯와 달리 ㉰에서 배비장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1001-0141]

02 ‘형가’, ‘여화씨’, ‘백수노인’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여화씨’와 ‘백수노인’은 ‘형가’와 달리 현학적 태도를 지닌 인물이다.
② ‘형가’와 ‘여화씨’는 ‘백수노인’과 달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인물이다.
③ ‘형가’는 방자, ‘여화씨’는 여인에 대응되지만, ‘백수노인’에 대응되는 인물은 없다.
④ ‘백수노인’은 ‘형가’나 ‘여화씨’와 달리 지시의 이유를 드러내기 위해 제시된 인물이다.
⑤ ‘형가’는 여인, ‘여화씨’는 방자, ‘백수노인’은 배비장을 설득하기 위해 언급한 인물이다.

[21001-0142]

03 <보기>와 관련지어 ㉠∼㉤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인물의 희화화란 인물의 외양이나 성격 또는 인물이 처한 상황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 서술자는 대상의 말이나 행동, 대상이 지닌 특징을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때로
는 왜곡한다. 인물의 희화화를 잘 사용하면 인간 생활의 부조리나 불합리, 혹은 허위나 허세와 같
은 부정적 양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풍자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또한 진행되는 사건을 재미있게
전달하여 작품에 해학성을 부여할 수 있다.

① ㉠과 같이 어려운 문자를 쓰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인물의 허위의식을 강조하고 있군.


② ㉡과 같이 남에게 의탁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희화화해 인물의 특징을 제시하고 있군.
③ ㉢과 같이 상대의 의도를 이해한 듯 질문하는 모습을 통해 인물의 허세를 부각하고 있군.
④ ㉣과 같이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며 위기를 벗어나려는 모습을 통해 작품에 해학성을 부여
하고 있군.
⑤ ㉤과 같이 탄식만 하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인물에 대한 비판적 인
식을 드러내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5
고전 산문 1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천지왕이 가만히 들어 보니 소성 옥황태자의 태도가 너무나 완강하여 오히려 지상 세계의 혼란을 가중시
킬 수 있음이라. 하지만 저토록 강한 의지를 가진 저 아들이 방향만 제대로 잡아 주면 대성 옥황태자보다 훨
씬 의욕적으로 일을 처리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몸에서 옷을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오히려 따스한 바람이 아니겠는가? ”
하고 생각을 하였다. 천지왕은 미처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 문제를 총맹 부인에게 상의하였다. 마침 총맹 부
인이 천지왕에게 해결책을 마련해 주니 천지왕은 두 아들에게 세 가지 업을 부여하고 누가 현명하게 처리하
는지를 시험하여 그 아들에게 이승의 일을 맡기기로 하였다. 천지왕은 두 형제를 불러 인(仁), 용(用), 지
(知) 세 단어를 주고는 인간들을 도륙하며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두 마리의 흑룡을 처리하는 방법을 알아 오
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제를 너희에게 내려 주고 삼 일 동안 말미를 주니 해결 방법을 찾아오라.”
두 형제는 삼 일이 지나자 마침내 천지왕의 앞에 나아가 흑룡을 처리한 문제 해결 방법을 고하게 되었다.
먼저 소성 옥황태자가 자신만만하게 이르기를,
 “천상천하의 최고신이시며 지고의 모든 힘을 지니신 아비시여. 저는 우선 흑룡의 성질을 잘 파악하여
[A] 어디가 약점인지 알아내고(知), 무슨 무기를 쓸 것인지(用)를 결정하여 번개와 같이 그 괴물을 처치함으
로써 아비의 통치가 인(仁)의 시대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듣고 천지왕이 만리경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니 흑룡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한 곳의 인간들이 소성
옥황태자의 은혜를 칭송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에 소성 옥황태자를 높이 칭찬하고 다시 대성 옥황태
자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해결 방법을 생각하였느냐? ”
 “예. 저는 장차 화룡이 인간 세상의 모든 액운을 막아 내는 큰 인물로 사용될 수 있다(用)고 판단하여 화
룡의 아픈 곳과 그렇게 사람들을 해하는 이유를 찾아내어(知) 그를 아비의 나라에서 순종하고 충성을
[B]
다하는 신하로 만들어서 장차 아비의 어지심과 인자하심이 천상천하에 가득하고 태평성대를 여시는 데
(仁) 작은 보탬이 되도록 하였나이다.”
천지왕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셨다. 만리경을 열어 세상을 바라보니 삼라만상이 모두 천지
왕의 인자하심과 성스러움을 찬양하고 천지왕의 공덕을 찬양하니 사해에 웃음이 가득하였다.
“옳거니. 그래 대성 옥황태자 너의 해결 방법이 참 곱기도 하였도다. 너의 현명함이 천하를 구하는구나.”
다 이긴 것으로 생각했던 소성 옥황태자는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창피한 마음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천지왕은 대성 옥황태자를 물리시고 총맹 부인과 마주하여 자신의 결정을 말한다. 소성 옥황태자는 자기가
이번에 꼭 이승의 통치자가 되고 싶은 욕심에 아비와 어미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그러나 총맹 부인 역
시 대성 옥황태자 편을 들자 소성 옥황태자는 음모를 꾸미게 된다.
어느 날 소성 옥황태자는 지상의 서역 끝 뜨거운 사막에 살고 있는 독성이 매우 강한 뱀을 찾아가서는 뱀
과 은밀한 밀약을 한다.
“ 네가 만약 나의 청을 들어 대성 옥황태자의 숨을 끊어 놓는다면 내 너에게 숲을 다스리는 권능을 주리라.”

1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정답과 해설 61쪽

이 말을 들은 뱀은 크게 동하여 기꺼이 이 일을 맡아 한다. 깊은 밤이 되자 소성 옥황태자는 뱀에게 명령


하여 대성 옥황태자의 침실에 몰래 들어가게 한다. 뱀은 곤히 잠들어 있는 대성 옥황태자의 침실로 몰래 들
어가서는,
“ 내 주인이신 소성 옥황태자께서 너를 없애 나라의 액운을 막고자 함이니 목숨을 아끼지 말고 선뜻 내놓
거라.”
하며 가슴을 물어 독을 퍼트린다.
크게 괴로워하며 죽어 가던 대성 옥황태자는 어깨에 있는 청색별을 뽑아 들고 뱀의 몸을 쳐 낸다. 뱀은 다
리가 잘리고 겨우 침실을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하여 숲으로 숨었다. 다음 날 대성 옥황태자의 죽음을 안 천
지왕은 그 아픔이 오장육부를 오려 내는 통증과도 같았다. 천지왕은 그 슬픔을 누르고 지붕 위로 천군신장
을 오르게 하여 옥황상제와 대천제에게 아들의 죽음을 고하게 하시고 천하대장군과 지하대장군을 호출하
여 사건 조사를 명하였다. 이때 낸 법으로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 망자의 혼을 세 번 부르면서 겉옷을 흔들게
하였다. 한편 대성 옥황태자의 인덕에 감화하여 순종하게 된 흑룡은 자신이 향후 모든 인간의 위험을 지켜
주는 수호자가 되겠다고 대성 옥황태자에게 약속한다. 이때 낸 법으로 지상의 인간들은 태어나면 자신들의
길흉화복을 청룡과 흑룡에게 의탁하는 법이 생겨나게 되었다. 배후 인물은 가려진 채 뱀의 소행으로 결론
나자 천지왕께서는 모든 뱀에게 춥든 덥든, 습하건 건조한 곳이건 평생 땅을 기어 다니게 하시고 일 년에 한
번씩 허물을 벗으면서 고통을 맛보게 하시었다. 이때부터 뱀은 두 다리로 걷지 못하고 늘 몸통으로 땅을 비
벼 가며 움직이는 법이 생겨났다.
천지왕께서는 대성 옥황태자를 대신하여 소성 옥황태자에게 이승의 혼란과 무질서를 바로잡는 임무를 내
리시고 소별왕으로 명하시었다. 죽은 대성 옥황태자에게는 대별왕으로 봉하시고 죽은 자들을 다스리는 저
승의 왕으로 명하시었다.
 - 작자 미상, 「천지왕본(天地王本)풀이」

[21001-0143]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와 [B]를 통해 두 아들 모두 인간을 위협하는 흑룡을 처리하는 데 성공하였음을 알 수 있다.
② [A]와 [B]에서 두 아들이 ‘인, 용, 지’라는 세 단어를 활용하라는 조건을 달성하였음을 알 수
있다.
③ [A]에서 ‘흑룡’은 처치해야 할 괴물로 표현되었음을, [B]에서 ‘흑룡(화룡)’은 충신이 될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A]에 나타난 과정이 ‘인’이나 ‘지’보다 ‘용’을 중시한 것이라면, [B]에 나타난 과정은 ‘용’이
나 ‘지’보다 ‘인’을 중시한 것이다.
⑤ 천지왕과 총맹 부인이 대성 옥황태자를 선택하려고 한 것을 볼 때, [B]에 대한 두 사람의 평
가가 [A]에 대한 평가보다 높았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7
고전 산문 11 정답과 해설 61쪽

[21001-0144]

0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천지왕본풀이」 속에 포함된 화소(話素)의 성격을 나누어 보면, 각 화소는 신화의 주요 기능인 존
재론적 기능, 인식론적 기능, 가치론적 기능을 공유하고 있다. 존재론적 기능이 우주의 기원과 각
종 천체 및 만물이 생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화소와 관련된다면, 인식론적 기능은 지식의 본질,
신념의 합리성과 정당성 등을 밝혀 주는 부분으로 지식에 눈을 뜨거나 문제 해결의 합리성을 드러
내는 화소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편 가치론적 기능은 사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규범과 윤리 도
덕 등을 언급하는 화소에서 확인된다.

① 대성 옥황태자와 소성 옥황태자의 능력을 시험하는 화소는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의 합리성


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식론적 기능을 하고 있군.
② 형제에게 해를 가한 소성 옥황태자가 이승을 다스리게 되는 화소는 가족 윤리보다 사회 규
범의 중요성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가치론적 기능을 하고 있군.
③ 대성 옥황태자에게 감화를 받은 흑룡이 인간의 수호자가 되는 화소는 인간이 길흉화복을 다
른 대상에 의탁하는 까닭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인식론적 기능을 하고 있군.
④ 뱀이 천지왕으로부터 벌을 받게 되는 화소는 뱀이 기어 다니게 된 기원을 밝히고 있다는 점
에서 존재론적 기능을 하고 있군.
⑤ 이승의 혼란과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왕을 임명하는 화소는 더 살기 좋은 세상에 대한 지
향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가치론적 기능을 하고 있군.

[21001-0145]

03 <보기>와 관련지어 윗글의 ‘천지왕’이 ㉠과 같이 말한 까닭을 추측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길을 가는 나그네를 두고 ‘해님’과 ‘바람’이 누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지 내기를 했다.
먼저 바람이 나서서 입김을 세게 불었다. 그러자 나그네는 춥다며 오히려 외투를 여몄다. 이번에는
해님이 나섰다. 햇볕을 강하게 내리쬐자 나그네는 너무 덥다며 외투를 벗었다.

① <보기>의 ‘바람’처럼 강한 면모를 지닌 소성 옥황태자의 의욕을 일단 꺾어야겠다고 생각하


고 있다.
② 대성 옥황태자에 대한 미련 때문에, <보기>의 ‘해님’ 같은 소성 옥황태자의 장점을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③ 소성 옥황태자를 다그치고 있는 자신으로 인해, 그가 <보기>의 ‘나그네’처럼 마음을 닫아 버
릴까 염려하고 있다.
④ <보기>의 ‘해님’처럼 따스한 면모를 지닌 대성 옥황태자에게 지상 세계를 맡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⑤ 앞으로 두 아들을 대할 때, <보기>의 ‘해님’과 같은 방법이 아니라 ‘바람’과 같은 방법을 쓰
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14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12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도사가 나장을 거느리고 금호문 밖에 나와 크게 소리쳤다. / “집필한 박태보 *는 어디 있느냐? ”


공이 여러 사람 가운데에서 일어나 말하기를, / “내가 여기 있노라.”
하고 스스로 큰칼을 가져다 쓰고, 망건과 담뱃대를 종에게 주면서, / “이것을 가져다 모친께 드려라.”
하고 띠와 부채를 소매에 넣는데, 그 몸놀림은 편안하고 얼굴빛이 변하지 않으며 걸음걸이도 조용했다.
이인엽, 조대수, 김몽신 세 사람이 손을 잡고 말했다.
“이 무슨 때인가. 자네 어찌 혼자 담당할까. 우리도 당당히 같이 들어갈 것이라.”
박태보 공이 말하기를, / “자네들이 함께 들어갈 의가 무엇인가. 짓고 쓰기는 다 내가 한 것이라.”
하니, 세 사람이 한꺼번에 말하기를,
“원정 *을 장차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제발 서로 의논하세.” / 하였으나, 박태보 공이 말했다.
“ 내 원정은 내가 할 것인데 어찌 의논하리오. 차라리 혼자 죽을지언정 어찌 다른 사람과 함께하리오. 내
마음은 이미 정하였으니 자네들은 염려 마시게.” / 이돈이 소매를 잡고 말했다.
“태보야, 어찌 이리 경솔한가? ” / 박태보 공이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웃으며 말하기를,
“ 남자가 이때를 당하여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리오. 우습다. 영감의 말이여! 내가 마음을 한번 정하였으니
어찌 죽기를 무서워하리오.”
하고는 드디어 들어가니, 국문장 바깥에 있던 오두인 공과 이세화 공이 박태보 공의 오는 거동을 보고 말했다.
 “슬프다! 우리는 벼슬이 높고 늙어서 죽게 되었으니 한번 죽어서 나라에 은혜를 갚음이 후회될 것 없지
만, 자네는 젊고 명망이 있으며 집에 두 노친이 계시니 헛되이 죽는 의리가 우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자
[A]
네, 이제 원정을 잘하여 다 우리에게 미루고 살 도리를 생각하시게. 그리하지 않으면 면치 못할 것이니,
원정을 같이 의논함이 어떠한가? ”
박태보 공이 이렇게 대답했다.
“ 영감께서는 그런 말씀 마옵소서. 제 원정을 어찌 영감의 말씀대로 하겠습니까. 사람이 되어 이 자리에
이르러 죽을 따름이지 어찌 기교를 짜겠습니까. 제 마음은 이미 정하였으니 어찌 변하겠습니까.”
박태보 공의 말씀과 기운이 더욱 강개하고 정신은 더욱 강렬하니, 누군들 슬퍼하지 않으며 이상히 여기지
않겠는가. / 이윽고 들어가니 문랑이 상 아래에 서서 큰 소리로 문목 *을 읽었다.
“ 상소 중에 ‘핑계하여 거짓말을 꾸민다.’ 한 것은 무슨 말이며, ‘설사 내전께서 과실이 있은들 꿈을 말한
것이니 말실수에 불과하고 실제 일로 드러난 것이 아닌데 적발하여 망극한 죄명을 씌운다.’ 한 것은 무슨
말이며, ‘서로 다투고 서로 핍박한다.’는 것은 무슨 말이며, ‘한 몸의 사심을 따른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이
며, 비망기로 하교하신 것이 확실한데도 이렇게 꾸민 것은 무슨 까닭이냐? 누가 가르치더냐? 이런 흉한
말을 어디에서 들었느냐? 이러한 흉한 상소는 누구와 더불어 의논하였으며, 누가 상소를 주장하여 임금
을 배반하고 죄상이 드러난 사람을 위해 절개를 세우고자 하였느냐? 숨기지 말고 바로 아뢰라.”
문목을 다 읽으니 상이 나장으로 하여금 어깨에 몽둥이를 가로지르고 엄히 물으라 하였다. 박태보 공이
옷깃을 여미고 기운을 낮추어 소리를 조용히 하여 아뢰었다.
“이미 문목으로 물으시니 바로 아뢰겠습니다.” / 상이 말하였다.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49
고전 산문 12
“네가 어찌 임금을 업신여기는 부도(不道)를 하였느냐? 네가 어찌 임금이 한 말을 허망하다고 하느냐?”
 “신이 어찌 임금을 업신여기겠습니까. 그렇지만 신은 내전께서 비록 언어에 과실이 있으나 적발하여 큰
죄를 주심이 마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항간에 처와 첩을 둘 다 둔 사람 중에 가장이 치우쳐서 집안
[B]
다스리기를 잘못하여 가정의 도를 무너뜨린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제 전하께서 후궁을 매우 사랑하
시니 혹 그러하실까 싶습니다. 신이 어찌 감히 왕의 말을 허망하다고 하오리까.”
이렇게 문목에 대한 대답을 두어 가지 했는데, 박태보 공이 조금도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상이 더욱 크게 노하여 죄인을 어좌 가까이 오게 하고는 크게 소리쳐 하교하였다.
“ 네가 어찌 감히 이런 말을 하느냐. 내가 첩을 총애하다가 참소를 믿어서 죄 없는 내전을 폐한다는 말이
냐. 그러면 나는 죄 없는 자를 고발한 이광한같이 되는구나.” / 상이 또 말하였다.
“ 조그만 놈이, 전에도 나를 거스르고 힘들게 하던 놈이 네놈 아니냐. 내가 너를 깊이 미워하였으나 특별
히 분노를 참아 네 머리를 베지 않았더니, 오늘 또 네가 나를 욕보이는구나. 간특한 부인을 위하여 이렇듯
방자하니 흉한 반역이 아니냐? ” / 박태보 공이 아뢰었다.
 “군신과 부자는 의가 똑같습니다. 전하께서 어찌 이런 하교를 하십니까. 임금과 어버이가 비록 같지 않
지만 충과 효는 다름이 없습니다. 아비가 만일 어미를 내치면 자식 된 자로서 간하겠습니까, 순순히 듣
[C] 겠습니까? 이제 전하께서 전에 없던 잘못된 일을 하셔서 중궁께서 장차 기울어지게 되니 신하 된 자가
죽기를 무릅쓰고 간하여 들으시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어찌 전하를 배반하옵고 중궁을 위하는 것이
겠습니까. 중궁을 위한 것이 곧 전하를 위한 것입니다.”
왕이 말하기를,
“이러한 독한 물건은 바로 베어도 안 될 것이 없다. 원정을 받지 않을 것이니 바로 엄한 형벌을 내리라.”
하니, 우의정 김덕원이 아뢰었다.
“원정을 받지 않고 때리기를 먼저 하면 나중 폐단이 매우 클 것입니다.” / 상이 말하기를,
“이런 흉물을 두고 문초하여 진술 받기를 어찌 기다리겠는가. 어서 엄하게 형벌을 가하라.”
하고, 판의금부사를 불러 하교하였다.
 - 작자 미상, 「박태보전(朴泰輔傳)」

* 박태보: 조선 숙종 때의 문신으로 사간원 정언, 이천 현감, 파주 목사 등을 지냄.


* 원정(原情): 사정을 하소연함. * 문목: 죄인을 신문하는 조목.

[21001-0146]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대화를 통해 인물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② 서술자가 개입하여 인물에 대해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③ 인물의 행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④ 주인공이 이동하는 공간의 변화에 따라 사건의 긴박감이 강화되고 있다.
⑤ 역순행적 서술을 통해 주요 사건의 원인보다 결과가 더 부각되도록 하고 있다.

15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정답과 해설 62쪽

[21001-0147]

02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박태보는 상소문을 쓴 동료들의 죄를 대신하려고 임금 앞에 나서게 되었다.
② 임금은 박태보가 임금 자신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했다.
③ 박태보는 벼슬길에 올라서 처음으로 임금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 되었다.
④ 임금은 자신의 과실을 수긍하고 있었기에 박태보의 원정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⑤ 박태보는 중궁에게 잘못이 전혀 없으므로 임금을 위해 중궁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었다.
[21001-0148]

03 [A]~[C]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는 상대방의 개인적인 처지를 이유로 하여 상대방이 취하려는 행위를 만류하고 있다.
② [B]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부정한 일을 상대방도 저지르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③ [C]에서는 자신의 판단이 윤리적으로 정당함을 밝히면서 상대방의 생각이 오해임을 주장하고
있다.
④ [A]와 [B]에서는 모두 사회적 제도가 가진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여 새로운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⑤ [B]와 [C]에서는 모두 가정 안에서 지켜져야 할 윤리가 임금에게도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하
고 있다.
[21001-0149]

0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박태보전」 은 실제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삼아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대부 계층
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와 혼돈의 시기에 사대부로서의 올바른 정체성을 모색하여 확립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지어졌으므로 작품 속에서 주인공 박태보는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표상하는 사회적 인물로 이상화되어 나타난다. 이에 임금의 불의한 행위에
맞서 충간을 멈추지 않으면서 임금의 진노 앞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박태보의 모습은 충신의 진정
한 도리를 밝힌 것이라 할 수 있다.

① ‘남자가 이때를 당하여 어찌 죽기를 두려워하리오.’에서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적 가치를 표


상하는 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② ‘간특한 부인을 위하여 이렇듯 방자하니 흉한 반역’에서 사대부들이 혼돈의 시기에 정체성
의 위기를 겪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전에 없던 잘못된 일을 하셔서’에서 주인공 박태보가 충신으로서 임금의 불의한 행위에 맞
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④ ‘신하 된 자가 죽기를 무릅쓰고 간하여 들으시기를 기다리는 것’에서 주인공이 충신의 진정
한 도리를 밝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이런 흉물을 두고 문초하여 진술 받기를 어찌 기다리겠는가.’에서 멈추지 않는 신하의 충간
을 수용하지 못하고 진노하는 임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고전 산문 15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0대 10

현대 소설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랑하느냐 하는 말에 영채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과연 자기가 형식을 사랑하였는가 ― 알 수가 없다. 자


기는 다만 형식이란 사람은 ㉠자기가 찾아야 할 사람, 섬겨야 할 사람으로 알았을 뿐이요 칠팔 연래로 일찍
형식을 사랑하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다만 어서 형식을 찾고 싶다, 어서 만나면 자기의 소원을 이루겠
다, 만나면 기쁘겠다 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영채는 멀거니 여학생을 보다가
“그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어요. 어려서 서로 떠났으니까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였는데…….”
“ 그러면 부친께서 너는 아무의 아내가 되어라 하신 말씀이 있으니깐 지금껏 찾으셨습니다그려― 별로 사
모하는 생각도 없었는데…….”
“ 예. 그리고 어렸을 때에 정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되어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어째 그리운 생각이
나요.”
“ 그것이야 그렇겠지요. 누구든지 아이 적 생각은 안 잊히는 것이니깐. 그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생각도
나시지요? ”
영채는 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 예. 여러 동무들의 생각도 나요. 그러나 그의 생각이 제일 정답게 나요. 그랬더니 일전에 정작 얼굴을 대
하니깐 생각던 바완 다릅데다. 어쩐지 이전에 정답던 것까지도 다 깨어지는 것 같애요. 왜 그런지 모르겠
어요. 그래서 그날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는 어떻게 마음이 섭섭한지 울었습니다.”
잘 알아들은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말하기 어려운 듯이
“그러면 지금은 그에게 대해서는 별로 사랑이 없습니다그려.”
영채는 저도 제 생각을 모르는 모양으로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 글쎄요, 만나니깐 반갑기는 반가운데 어쩐지 ㉡기다리고 바라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애요. 내 마음속에
그려 오던 사람과는 딴사람 같애요. 저도 웬일인가 했어요. 또 ㉢그이도 그다지 저를 반가워하는 것 같지
도 아니하고…….”
“알았습니다.”
하고 여학생은 눈을 감는다. 무엇을 알았단 말인고 하고 영채도 눈을 감는다. 여학생이
“그런데 왜 죽을 결심을 하셨어요? ”
“아니 죽고 어떡헙니까. 그 사람 하나를 바라고 지금껏 살아오던 것인데, 일조에 정절을 더럽히고.”
괴로운 빛이 얼굴에 나타나며
“다시 그 사람을 섬기지도 못하겠고…… 이제야 무엇을 바라고 사나요.”
하고 절망하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인다.
“나는 그것이 죽을 이유라고는 생각하지 아니합니다.”
“그러면 어찌하고요? ”
“살지요! 왜 죽어요!”
영채는 깜짝 놀라 여학생을 본다. 여학생은 힘 있는 목소리로
“ 첫째 영채 씨는 속아 살아왔어요. 이형식이란 사람을 사랑하지도 아니하면서 공연히 정절을 지켜 왔어

15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63쪽

요. 부친께서 일시 농담 삼아 하신 말씀 한마디 때문에 영채 씨는 칠팔 년 헛된 절을 지킨 것이외다. 사랑


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피차에 허락도 아니 한 사람을 위해서 절을 지키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니야요?
마치 죽은 사람, 세상에 없는 사람을 위해서 절을 지키는 것이나 다름이 있어요? 영채 씨의 마음은 아름
답지요, 절은 굳지요, 그러나 그뿐이외다. 그 아름다운 마음과 그 굳은 절을 바칠 사람이 따로 있지 아니
할까요. 허니깐 지금 영채 씨가 그이를 사랑하시거든 지금부터 그에게 몸과 마음을 바치실 것이요, 만일
그렇지 않거든 다른 남자 중에 구하실 것이지요, 그런데…….”
“그러나 지금토록 마음을 허하여 오던 것을 어떻게 합니까. 고성(古聖) *의 교훈도 있는데.”
한다.
“ 아니요, 영채 씨는 지금까지 꿈을 꾸고 지내셨지요. 허깨비를 보고 지내셨지요. 얼굴도 잘 모르고 마음
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떻게 마음을 허합니까. 그것은 다만 그릇된 낡은 사상의 속박이지요. 사람은 제 목
숨으로 삽니다. 제가 사랑하지 않는 지아비가 어디 있겠어요. 허니깐 영채 씨의 과거사는 꿈입니다. 이제
부터 참생활이 열리지요.”
영채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열녀라는 생각과 틀리는 것 같다. 그러나 그 말이 옳은 것 같다. 과연 지금토
록 일찍 형식을 사랑한 적은 없었고 다만 허깨비로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들어 놓고 ㉣그 사람의 이름을
형식이라고 짓고 그러고는 그 사람과 진정 형식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 사람을 찾는 대신 이형식을
찾다가 ㉤이형식을 보매 그 사람이 아닌 줄을 깨닫고 실망하고 나서는 아아, 이제는 영구히 형식을 보지 못
하겠구나 하고 실망한 것이라. 이렇게 생각하매 영채는 잘못 생각하였던 것을 깨닫는 생각과 또 아주 절망
하였던 중에 새로운 광명이 발하는 듯하였다. 그래서 영채는
“참생활이 열릴까요? 다시 살 수가 있을까요?”
하고 여학생을 보았다.
 - 이광수, 「무정」

* 고성: 옛날의 성인.

[21001-0150]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서술자를 교체하여 한 사건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
② 서술자가 자신의 과거 사건을 회상하면서 현재 상황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③ 전지적 서술자가 상황에 대한 인물의 판단과 심리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④ 신빙성이 부족한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독자의 비판적 이해를 유도하고 있다.
⑤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인물과 사건에 거리를 두면서 인물 간의 대화만을 전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3
현대 소설 01 정답과 해설 64쪽

[21001-0151]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정」  은 봉건적 가치와 근대적 가치가 혼재된 당대의 현실을 재현하면서 개인이 어떠한 가치를
지향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가치 선택의 문제는 영채의 삶에서 잘 드러난다.
영채는 정절을 잃고 형식과 맺어질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다. 하지만 병욱이라는 여학생을 만나
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전개는 영채가 봉건적 가치에서 벗어나 남녀의 수평적
관계, 사랑의 진정한 의미, 개인의 자율성 등의 근대적 가치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준다.

① 영채가 부친의 말씀을 받들어 형식을 ‘섬겨야 할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은 봉건적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겠군.
② 영채가 ‘죽을 결심’을 했던 것은 근대적 가치를 추구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기 때문이겠군.
③ 영채가 말한 ‘고성의 교훈’은 전근대적 여성이 추구했던 봉건적 가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
겠군.
④ 영채가 형식에 대해 ‘잘못 생각하였던 것을 깨닫는’ 것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것
이기도 하겠군.
⑤ 영채가 추구할 ‘참생활’은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시하는 근대적 삶이라고 볼 수 있겠군.

[21001-0152]

03 <보기>는 윗글을 자료로 한 수업의 일부이다. [학습 활동]의 내용 중,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윗글에서 ‘영채’에게 ‘형식’은 두 차원으로 존재합니다. 하나는 ‘영채’가 재회하기 전 마음
속에서 기대하고 소망했던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재회를 통해 실제로 경험한 ‘형식’입니다. 전
자를 ‘관념 속의 형식’, 후자를 ‘현실 속의 형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요, 이 두 ‘형식’ 사이의
DIC 377s

거리에서 ‘영채’는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 작품을 읽으면서 ‘형식’과 관련된 부분을 찾아
‘관념 속의 형식’과 ‘현실 속의 형식’으로 나눠 보는 활동을 해 볼까요?

[학습 활동]

부분 ‘관념 속의 형식’ ‘현실 속의 형식’

㉠ ∨  ①
㉡ ∨  ②
㉢ ∨  ③
㉣ ∨  ④
㉤ ∨  ⑤

1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여보게 이 겨울엔 어떻게 지내려나. 올엔 자네 꼭 굶어 죽었네. 하면 친구 대답이 이거 왜 이랴, 내가 누구


라구, 지금은 밭뙈기 하나 부칠 거 없어도 이랴 봬두 한때는 다 ― 하고 펄쩍 뛰고는 지난날 소작인으로서
땅 팔 수 있었던 그 행복을 다시 맛보려는 듯 먼 산을 우두커니 쳐다본다. 그러나 업신받는 데 약이 올라서
자네들은 뭐 좀 난 상부른가 * 하고 낯을 붉히다가는 풀밭에 슬며시 쓰러져서 늘어지게 아리랑 타령. 그러니
까 내 생각에 저것도 사람이려니 할 수밖에. 사실 집에서 지내는 걸 본다면 당최 무슨 재미로 사는지 영문을
모른다. 그 집도 제 것이 아니요 개똥네 집이다. 원체 식구라야 몇 사람 안 되고 또 거기다 산 밑에 외따로
떨어진 집이라 건넌방에 사람을 들이면 좀 덜 호젓할까 하고 빌린 것이다. 물론 그때 덕희도 방을 얻지 못해
서 비대발괄 *로 뻔찔 드나들던 판이었지만. 보수는 별반 없고 농사 때 바쁜 일이나 있으면 좀 거들어 달라
는 요구뿐이었다. 그래서 덕희도 얼씨구나 하고 무척 좋았다. 허나 사람은 방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이 집 건넌방은 유달리 납작하고 비스듬히 쏠린 헌 벽에다 우중충하기가 일상 굴속 같은데 겨울 같은 때
좀 들여다보면 썩 가관이다. 윗목에는 옥이가 누더기를 들쓰고 앉아서 배가 고프다고 킹킹거리고 아랫목에
는 화가 치뻗친 아내가 나는 모른단 듯이 벽을 향하여 쪼그리고 누워서는 꼼짝 안 하고 놈은 아내와 딸 사이
에 한 자리를 잡고서 천장으로만 눈을 멀뚱멀뚱 둥글리고 들여다보는 얼굴이 다 무색할 만치 꼴들이 말 아
니다. 아마 먹는 날보다 이렇게 지내는 날이 하루쯤 더할는지도 모른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배고픔에 시달리던 옥이는 지주인 도사댁 생일잔치에 가는 개똥 어머니의 뒤를 따라나선다. 잔칫집에 모
여든 동네 계집들은 그런 옥이를 박대하는데, 도사댁 작은아씨는 웃으면서 옥이에게 큰 대접에 국밥을 말아 준다. 작은아씨는
옥이가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떡들을 차례로 내어 준다.

만약 이 떡의 순서가 주악 *이 먼저 나오고 백설기 팥떡 이렇게 나왔다면 옥이는 주악만으로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러고 백설기 팥떡은 단연 아니 먹었을 것이다. ㉡너는 보도 못하고 어떻게 그리 남의 일을 잘 아
느냐. 그러면 그 장면을 목도한 개똥 어머니에게 좀 설명하여 받기로 하자. 아 참 고년 되우는 먹읍디다. 그
밥 한 그릇을 다 먹구 그래 떡을 또 먹어유. 그게 배때기지유. 주악 먹을 제 나는 인제 죽나 부다 그랬슈. 물
한 모금 안 처먹고 꼬기꼬기 씹어서 꼴딱 삼키는데 아 눈을 요렇게 뒵쓰고 꼴딱 삼킵디다. 온 이게 사람이
야, 나는 간이 콩알만 했지유. 꼭 죽는 줄 알고. 추워서 달달 떨고 섰는 꼴 하고 참 깜찍해서 내가 다 소름이
쪼옥 끼칩디다. 이걸 가만히 듣다가 그럼 왜 말리진 못했느냐고 탄하니까 제가 일부러 먹이기도 할 텐데 그
렇게는 못 하나마 배고파 먹는 걸 무슨 혐의로 못 먹게 하겠느냐고 되려 성을 발끈 낸다. 그러나 요건 빨간
거짓말이다. 저도 다른 계집 마찬가지로 마루 끝에 서서 잘 먹는다 잘 먹는다 이렇게 여러 번 칭찬하고 깔깔
대고 했었음에 틀림없을 게다.
옥이의 이 봉변은 여지껏 동리의 한 이야깃거리가 되어 있다. 할 일이 없으면 계집들은 몰려 앉아서 그때
의 일을 찧고 까불고 서로 떠들어 댄다. 그리고 옥이가 마땅히 죽어야 할 걸 그래도 살아난 것이 퍽이나 이
상한 모양 같다. 딴은 사날이나 먹지를 못하고 몸이 끓어서 펄펄 뛰며 앓을 만치 옥이는 그렇게 혼이 났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짜장 가슴을 죄인 것은 그래두 옥이 어머니 하나뿐이었다. 아파서 드러누웠다 방
으로 들어오는 옥이를 보고 고만 벌떡 일어났다. ㉢왜 배가 이 모양이냐 물으니 대답은 없고 옥이는 가만히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5
현대 소설 02
방바닥에 가 눕더란다. 그 배를 건드리지 않도록 반듯이 눕는데 아구 배야 소리를 복고개 *가 터지라고 내지
르며 냉골에서 이리 때굴 저리 때굴 구르며 혼자 법석이다. 그러나 뺨 위로 먹은 것을 꼬약꼬약 도르고는 필
경 까무러쳤으리라. 얼굴이 해쓱해지며 사지가 축 늘어져 버린다. 이 서슬에 어머니는 그의 표현대로 하늘
이 무너지는 듯 눈앞이 캄캄하였다. 그는 딸을 붙들고 자기도 어이구머니 하고 울음을 놓고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몇 번 그래 소리를 치다가 아무도 돌봐 주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허겁지겁 곤두박질을 하여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의 생각에 이 급증을 돌리려면 점쟁이를 불러 경을 읽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듯싶어서
이다. 물론 대낮부터 북을 뚜드려 가며 경을 읽기 시작하였다. 점쟁이의 말을 들어 보면 과식했다고 죄다 이
래서는 살 사람이 없지 않느냐고. 이것은 음식에서 난 병이 아니라 늘 따르던 동자상문 *이 어쩌다 접해서
일테면 귀신의 놀음이라는 해석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건대 옥이가 도사댁 문전에 나왔을 제 혹 귀신
이 접했는지도 모른다. 왜냐 그러면 옥이는 문 앞 언덕을 내리다 고만 눈 위로 낙상을 해서 곧 한참을 꼼짝
않고 고대로 누웠었다. 그만치 몸의 자유를 잃었다. 다시 일어나 눈을 몇 번 털고는 걸어 보았다. ㉣다리는
천 근인지 한번 딛으면 다시 떼기가 쉽지 않다. 눈까풀은 뻑뻑거리고 게다 선하품은 자꾸 터지고. 어깨를 치
올리어 여전히 식, 식, 거리며 눈 속을 이렇게 조심조심 걸어간다. 삐끗만 하였다가는 배가 터진다. 아니 정
말은 배가 터지는 그 염려보다 우선 배가 아파서 삐끗도 못 할 형편. 과연 옥이의 배는 동네 계집들 말마따
나 헐 없이 애 밴 사람의, 그것도 만삭된 이의 괴로운 배 그것이었다. 개울 길을 내려오자 우물이 눈에 띄자
애는 갑작스레 조갈을 느꼈다. 엎드려 바가지로 한 모금 꿀꺽 삼켜 본다. 이와 목구멍이 다만 잠깐 저렸을
뿐 물은 곧바로 다시 넘어온다. 그뿐 아니라 뒤를 이어서 떡이 꾸역꾸역 쏟아진다. 잘 씹지 않고 얼김에 삼
킨 떡이라 삭지 못한 그대로 덩어리 덩어리 넘어온다. 우물 전 얼음 위에는 삽시간에 떡이 한 무더기. 옥이
는 다시 눈 위에 기운 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이러던 애가 어떻게 제집엘 왔을까 생각하면 여간 큰 노력이
아니요 참 장한 모험이라 안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옥이네 집을 찾아간 것은 이때 썩 지어서 *이다. 해넘이의 바람은 차고 몹시 떨렸으나 옥이에 대한
소문이 흉함으로 퍽 궁금하였다. 허둥거리며 방문을 펄떡 열어 보니 어머니는 딸 머리맡에서 무르팍에 눈
을 비벼 가며 여지껏 훌쩍거리고 앉았다. ㉤냉병은 아주 가셨는지 노상 노렇게 고민하던 그 상이 지금은 불
DIC 377s

콰하니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놈은 쭈그리고 앉아서 나를 보고도 인사도 없다. 팔짱을 떡 찌르고는 맞은 벽
을 뚫어 보며 무슨 결끼나 먹은 듯이 바아루 위엄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일찍 나온 것을 보면 나무도 잘 판
모양. 얼마 후 놈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여보게 참말 죽지는 않겠나 하고 물으니까 봉구는 눈을 끔벅끔
벅하더니 죽기는 왜 죽어 한나절토록 경을 읽었는데 하고 자신이 있는 듯 없는 듯 얼치기 대답이다.
 - 김유정, 「떡」

* 난 상부른가: 나은 성싶은가.
* 비대발괄: 하소연하여 간절히 청함.
* 주악: 웃기떡의 한 가지. 찹쌀가루에 대추를 잘게 다져 섞어 꿀에 반죽하여 깨나 팥 등의 소를 넣고 송편처럼 빚어서 기름에 지진 떡.
* 복고개: 보꾹. 지붕 밑과 천정 사이의 빈 공간.
* 동자상문: 사내아이의 죽은 귀신.
* 지어서: 지나서.

15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고전 산문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0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64쪽

[21001-0153]

01 <보기>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 작품의 서술자는 작중 인물로서 자신이 목격한 바와 그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전달하지만, 종
종 시점의 제약을 넘어서 말하기도 한다. 다른 작중 인물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을 취하여 직접 목
격하지 못한 사건에 관해 말하는가 하면, 나아가 전지적인 관점에서 인물의 외양이나 행동뿐 아니
라 사건의 세부적 양상과 인물들의 내면 심리까지 언급하기도 한다. 한편 자신이 서술하고 있는 상
황에 관해 언급하거나, 독자를 작품 속에 끌어들여 그 반응을 가정해서 진술을 이어 가기도 하는
데, 이러한 다채로운 서술 방식은 사건의 전모를 현장감 있게 보여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① ㉠: 서술자가 직접 관찰한 내용을 자신의 주관적 판단과 함께 서술하고 있다.


② ㉡: 서술자가 독자의 질문을 가정하고 주변 인물의 말을 전달받아 사건을 설명하는, 서술 상
황을 드러내고 있다.
③ ㉢: 서술자가 작중 인물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④ ㉣: 서술자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운, 인물의 감정까지 드러내어 현장감
을 느끼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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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 서술자가 전지적인 관점에서, 인물 외양이 변화한 양상과 변화한 이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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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154]

02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옥이는 도사댁 문전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도중에 조갈을 느껴 우물물을 마셨다.
② 덕희는 ‘나’가 자신의 집에 문병 온 것을 보고 반기며 옥이의 상태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③ 옥이 어머니는 ‘나’에게 옥이가 아픈 이유가 귀신의 놀음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 봉구를 불렀다.
④ ‘나’는 옥이가 고통스러워하며 방에서 뒹굴던 모습을 직접 본 뒤 옥이가 다 나았는지 궁금해
했다.
⑤ 봉구는 자신이 노력한 결과 옥이의 병증이 곧 나을 것임을 자신하는 태도로 덕희의 질문에
대답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7
현대 소설 02 정답과 해설 65쪽

[21001-0155]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1930년대는 일제의 식민지 농업 정책의 결과 농민들의 빈곤이 극에 달했던 시기이다. 농촌 공동
체가 붕괴했으며, 자작농은 소작농으로 몰락했고 소작농은 땅을 잃고 유랑하게 되었다. 또한 전망
없는 현실 속에서 저항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다수 하층민들은 대책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연명해
나가야 했다. 「떡」은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옥이네 가족의 빈궁한 삶의
현장과 판단력이 부족한 옥이의 무리한 행동, 이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몰인정한 태도 등을 형상
화함으로써 당시 농촌 현실의 아픈 단면을 보여 준다. 특히 굶주림에서 비롯된 욕구를 채우려는 어
린아이의 행위가 도리어 위기를 불러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당대 농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부각하
는 효과를 낳으며, 비극적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되묻게 한다.

① ‘지난날 소작인으로서 땅 팔 수 있었던’ 덕희가, ‘자네들’의 처지가 자신보다 더 나은 듯싶냐


고 외치는 대목에서, 일제 농업 정책의 폐해를 덕희가 속한 농촌 공동체의 구성원들도 함께
겪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겠군.
② 딸이 굶주리는데도 불구하고 ‘꼼짝 안 하고’ 누워 있는 옥이 어머니와 ‘천장으로만 눈을 멀
뚱멀뚱 둥글리고 들여다보는’ 덕희의 모습에서, 현실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지 못한 채 하
루하루를 살아가던 당대 하층민들의 일면이 드러나는군.
③ 다른 음식을 잔뜩 먹고서도 ‘주악’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삼키는 옥이의 무리한 행동에
서, 굶주림이 극에 달한 옥이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든 암담한 시대 상황이 떠올라
안타깝게 느껴지는군.
④ ‘옥이의 이 봉변’을 수수방관한 개똥 어머니나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동정하기보다 ‘이상한’
일로 치부하며 화젯거리로 삼는 동네 계집들의 언행에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몰인정한 세태가 엿보이는군.
⑤ ‘점쟁이를 불러 경을 읽’게 하여 ‘눈 위에 기운 없이 쓰러’진 옥이가 낫기를 비는 옥이 어머니
의 모습에서, 당대 농민들의 무지와 판단력 부족이 옥이가 비극적 사건을 겪은 원인이 되었
음을 추론할 수 있겠군.

15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03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0 대-B뒷면__DIC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 방법을


이르듯이, 냉정히 차근차근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외아들인 자기가 부모님을 진작 모시지 못한 것이 잘
못인 것, 한집에 모이려면 자기가 병원을 버리기보다는 부모님이 농토를 버리시고 서울로 오시는 것이 순
리인 것, 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 가나 입원실이 부족되어 오는 환자의 삼분지 일밖에 수용 못 하는 것,
지금 시국에 큰 건물을 새로 짓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마침 교통 편한 자리에 삼층 양옥이 하나 난 것,
인쇄소였던 집인데 전체가 콘크리트여서 방화 방공으로 가치가 충분한 것, 삼층은 살림집과 직공들의 합숙
실로 꾸미었던 것이라 입원실로 변장하기에 용이한 것, 각 층에 수도·가스가 다 들어온 것, 그러면서도 가
격은 염한 것, 염하기는 하나 삼만 이천 원이라 지금의 병원을 팔면 일만 오천 원쯤은 받겠지만 그것은 새집
을 고치는 데와, 수술실의 기계를 완비하는 데 다 들어갈 것이니 집값 삼만 이천 원은 따로 있어야 할 것, 시
골에 땅을 둔대야 일 년에 고작 삼천 원의 실리가 떨어질지 말지 하지만 땅을 팔아다 병원만 확장해 놓으면,
적어도 일 년에 만 원 하나씩은 이익을 뽑을 자신이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땅은 이담에라도, 서울 가까이라
도 얼마든지 좋은 것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놓고야 들어와 그도 점심상을 받았다.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제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이서 거들던 돌인
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절을 씨름을 허다니!” / “나무다리가 있는데 건 왜 고치시나요? ”
“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 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니? 서울루 공부 갈

377s_$[ScreenRuling]
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니?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니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잘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말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건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 “네? ”
“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
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구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 게 있구, 독
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 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 마당엣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를 설 때마다 난 그 어른들 동상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
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 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 쪽으로
사 모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 “…….”
“ 네가 뉘 덕으루 오늘 의사가 됐니? 내 덕인 줄만 아느냐? 내가 땅 없이 뭘루? 밭에 가 절하구 논에 가 절
해야 쓴다. 자고로 하눌 하눌 허나 하눌의 덕이 땅을 통허지 않군 사람헌테 미치는 줄 아니?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눌을 파나 다름없는 거다.” / “…….”
“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섭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눌은 차라리 못 믿을 때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59
현대 소설 03
두 많다. 그러나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세상에 흔해 빠
진 지주들, 땅은 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다 도회지에 낭비해 버
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
야. 땅이 말을 할 줄 알어 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을 테냐? 해마다 걷어만 가구, 땅은 자갈밭이
되니 아나? 둑이 떠나가니 아나? 거름 한 번을 제대로 넣나? 정 급허게 돼 작인이 우는 소리나 해야 요즘
너이 신의들 주사침 놓듯, 애꿎은 금비 *만 갖다 털어 넣지. 그렇게 땅을 홀댈 허군 인제 죽어서 땅이 무서
서 어디루들 갈 텐구!”
창섭은 입이 얼어 버리었다. 손만 부비었다. 자기의 생각은 너무나 자기 본위였던 것을 대뜸 깨달았다. 땅
에는 이해를 초월한 일종 종교적 신념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들의 이단적인 계획이 용납될 리 만무였다. 아
버지는 상을 물리고도 말을 계속하였다.
“ 너루선 어떤 수단을 쓰든지 병원부터 확장허려는 게 과히 엉뚱헌 욕심은 아닐 줄두 안다. 그러나 욕심을
부련 못쓰는 거다. 의술은 예로부터 인술이라지 않니? 매살 순탄허게 진실허게 해라.” / “…….”
“ 네가 가업을 이어 나가지 않는다군 탄허지 않겠다. 넌 너루서 발전헐 길을 열었구, 그게 또 모리지배의
악업이 아니라 활인허는 인술이구나! 내가 어떻게 불평을 말허니? 다만 삼사 대 집안에서 공들여 이룩해
논 전장 *을 남의 손에 내맡기게 되는 게 저윽 애석헌 심사가 없달 순 없구…….”
(중략)
“ 자식의 젊은 욕망을 들어 못 주는 게 애비 된 맘으루두 섭섭허다. 그러나 이 늙은이헌테두 그만 신념쯤
지켜 오는 게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말어 다구.”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담배를 피우며 다리 고치는 데로 나갔다. 옆에 앉았던 어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쭈
루루 흘리었다. / “너이 아버지가 여간 고집이시냐? ”
“아뇨. 아버지가 어떤 어룬이신 건 오늘 제가 더 잘 알었습니다. 우리 아버진 훌륭헌 인물이십니다.”
그러나 창섭도 코허리가 찌르르하였다. 자기가 계획하고 온 일이 실패한 것쯤은 차라리 당연하게 생각되
었고,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는 때문이었다. / 아들은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 버리었다.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양을 지키고 섰을
때, 아버지의 마음도, 정말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한편 ⓑ불안스러운 심사조차 설레었다.
 - 이태준, 「돌다리」
* 금비: 돈을 주고 사서 쓰는 거름. * 전장: 논밭.

[21001-0156]

01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아버지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소재이다.
② 아버지에게 고향에 대한 슬픔을 상기하는 소재이다.
③ 아버지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게 만드는 소재이다.
④ 아버지로 하여금 가족의 역사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이다.
⑤ 아버지가 신봉하는 세속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소재이다.

16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1 (문학)_본문(2도)_11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66쪽

[21001-0157]

02 ⓐ,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는 아버지가 땅에 대해 갖고 있는 ‘일종 종교적 신념’을 창섭이 확인한 것을 전제하는 것
이군.
② ⓐ는 아버지를 ‘훌륭헌 인물’로 생각하면서도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것을 느
끼는 창섭의 모순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군.
③ ⓐ는 자신의 계획을 ‘이단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듯한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같은 생각은
가질 수 없는 창섭의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군.
④ ⓑ는 아들의 ‘젊은 욕망’을 들어주지 못하겠다는 자신의 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한 아버지의
불편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군.
⑤ ⓑ는 선대로부터 ‘공들여 이룩해 논 전장’을 지키지 못하고 ‘남의 손에 내맡기’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버지의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군.

[21001-0158]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돌다리」에서 서사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이다. 아버지와 아들 창섭의 갈등
은 전통적·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근대적 합리성 중 무엇을 추구하는가와 같은
가치관의 대립으로 인한 것이다. 이는 병원 확장과 관련된 아들의 제안, 제안에 대한 아버지의 거
절과 그에 대한 이유 등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런데 작품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합치되기 힘든 세대 간의 관계는 인물 간의 대화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
한 채 전개되는 양상, 인물들의 생각을 제시하는 화법이나 어조의 차이를 통해 드러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작가가 보존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가치가 무엇인가를 암시함과 동시에 근대적
합리성에 대한 성찰과 같은 작품의 주제 의식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① 이익 산출의 대상으로 병원을 생각하는 창섭의 가치관은 그가 땅을 대하는 관점에서도 유사


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군.
② 각자가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면 상대방은 그것을 묵묵히 듣기만 하는 등의 상호 소통이 아닌
대화 상황에서, 두 세대가 일정한 거리를 지닌 합치되기 어려운 관계임을 짐작할 수 있군.
③ 돈만 있으면 언제든 좋은 땅을 살 수 있다는 아들의 의견에 다소 격정적인 어조로 땅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데서, 세대 간 갈등의 원인과 갈등 해결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아버지
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군.
④ 아들의 의견은 간접 화법의 방식으로 제시된 데 반해 아버지의 견해는 직접 화법을 통해 보
다 풍부하고 생생하게 제시된 것에서, 작가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빌려 전통적 가치의 보존
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군.
⑤ 자신의 견해를 하늘의 덕, 보답을 하는 땅 등을 근거로 역설하는 아버지와, 땅을 팔아야 하는
이유로 부모님의 도시로의 이주, 가격이 싼 건물이 매물로 나온 것 등의 근거들을 합리적이고
냉정한 태도로 나열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인물 간의 대립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1
현대 소설 04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네. 그간 고생 몹시 했지? 학교에서 문 열구 나오는 자넬, 자네루 알아 못 보았었


네. 어쩌면 그렇게 훈장 티가 꼭 뱄나? ”
“ 일 년 못 돼 훈장 티가 배어 뵌다면야 슬픈 일이네마는…… 알아 못 보긴 자넨 게 아니라 내였네. 상큼한
콧날과 움푹 팬 눈이 자네 얼굴의 특징이었었는데, 콧날은 없어지고 눈마저 변했더면 통 알아 못 볼 뻔했
네.”
“…….”
“그렇게 변한 자네의 삼 년이 알고프네. 6·25 나던 때, 신문사서 갈라진 게 마지막이 아닌가? ”
“그랬던가? 내 얘긴 차차 하고 자네 지낸 일 들어 보세.”
그러는데 요리가 들리어 들어왔다.
“자, 들게.”
흰 알잔에 따른 빼주가 쿡 코를 찌른다. 둘은 함께 들어 조금씩 마시었다. 조운의 젓가락은 해삼 요리에
먼저 갔다. 호르몬제라고 중국 요리를 먹을 때마다 죄 없는 화젯거리가 되는 음식이다.
석은 문득 그것을 생각하고 빙그레 웃음을 띠는데, 조운은 큰 놈 한 개를 집어 입에 넣고 씹으면서,
“삼 년 동안 나는 타락했네.”
하였다.
“타락이라니? 난 자네의 세계가 넓어지고 커졌으리라 기대하고 있는 판인데…….”
조운은 얼굴에 또 복잡한 표정이 서리더니, 잔에 술을 부어서 먼저 들이마시고 빈 잔을 석에게 건넸다.
잔은 왔다 갔다 하였다.
석은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거나해 간다. 한 달 만에 접구하는 것이라 좋은 안주에 술맛을 한결 돋우었다.
말하기 꼭 좋았다.
“ 나는 이를테면 넓은 데서 좁은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 옴짝달싹 못 하고 기진맥진하고 있는 터이지마는,
자네야 넓은 세계에 활활 날아다니는 셈 아닌가? 작품 세계가 커지고 힘차리라고, 오늘 자네를 대할 때부
터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네.”
“작품? ”
“그래!”
잠깐 머리를 푹 숙이었다가 조운은 갑자기 일어나더니, 벗어 못에 걸어 놓았던 외투 안주머니에서 종이에
싼 것을 끄집어냈다.
“이걸 보게.”
내미는 종이 꾸러미를 펴 보고 석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뭔가? ”
거기에는 새것인 ㉠검정 넥타이 위에 흰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이 나타났다.
봉투에는 ‘조운 선생님’이라고 틀림없는 여자의 글씨가 단정하게 씌어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 앉았는 석에게, 조운은 편지를 집어 알맹이를 내어 주었다.

16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읽어 보게.”
“읽어두 괜찮은가? ”
“읽게.”
펴 보니 간단한 문면이었다.

선생님 호의는 뼈에 사무치오나 제가 취할 길은 이미 작정되었습니다. 그사이 저는 선생님 몰래 간호


장교 시험에 지원했습니다. 시험은 월요일 대구에서 치르나, 준비 때문에 지금 떠납니다…….
그때 그 넥타이는 집과 함께 재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 대신입니다. 선생님은 역시 검정 넥타이를 매
셔야 격에 어울립니다. 안녕히.
미이 올림

“미이? ”
석은,
“그 미이인가? ”
하고 가볍게 놀라면서 물었다.
“그렇네.”
미이는 조운을 따라다니던, 석도 잘 아는 문학소녀였다.

[중략 부분의 줄거리] 미이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명랑한 문학소녀였으나, 전쟁 중 집안이 몰락하자 부산으로 피란을 와서
취직자리를 구하던 중 우연히 조운을 만나게 된다. 조운은 미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그녀를 도울 방법을 궁리해 본다.

나는 다방을 하나 차려 줄 것에 생각이 미치었네. 이것이면 내 힘으로 자금 유통도 되고, 미이의 명랑


성도 센스도 살릴 수 있고, 수입 면도 문제없다고 생각했네. 이 계획을 말했더니,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듣고, 얼굴에 희망의 불그레한 홍조까지 떠올리던 미이였으나, 다음 날 오 일간의 생각할 여유를 달라
는 것이었었네. 더 생각할 여지도 없는 일일 터인데 망설이는 것이 수상쩍었으나, 그러마 하고 나는 동
아극장 옆에 있는 마침 물려주겠다는 다방 하나를 넘겨 맡기로 이야기가 다 되었었네. 그 닷새 되는 날
이 오늘이고, 정한 시각에 연락 장소인 다방엘 갔더니, 레지가 내민 것이 종이 꾸러미였었네. 펴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다른 길과 달라 간호 장교이고 보니, 생활 방편을 위한 것이 아님이 대뜸 짐작
[A]
이 갔고, 더욱 나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 검정 넥타이였었네. 그러면 미이가 첫날 다방에서 ‘사명 운운’
했던 것은 그 길을 말함이었던가? 나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네. 검정 넥타이를 들고 나는 비로소 삼 년
동안 내가 정신적으로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었네. 미이가 말하는 그 사명을
찾는 길, 사명을 다하는 일을 나는 사변이라는 외적인 격동 때문에 포기하고 만 것일세. 가장 잘 생각하
는 체하던 나는 가장 바보같이 생각했고, 부박하다고 세상을 모른다고 여기었던 미이는 사변에서 키워
졌고 굳세어졌고, 올바른 사람이 된 것일세.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를 굴러떨어지
는 듯했네. 구르면서 걷어잡으려고 한 것이 친구의 구원이었네. 자네를 찾은 것은 이 때문일세…….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3
현대 소설 04
조운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난 석은, 여기 올 때까지 그렇게 호기심을 끌었고 기대의 대상이 되었던 그에게
는 이젠 아무런 흥미도 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그의 고민 같은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석의 뇌와 마음은 강렬한 미이의 인상으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미이가 조운의 마음에 던져 준 충격 이상의 충격을 석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안주가 좋아서만이 아니었다. 그 강렬한 배갈도 석을 취하게 하지 못했다.
역시 마음이 미이로 말미암아 팽팽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운의 차로 집에 돌아와서도 석은 큰소리를 탕탕 치거나 울거나 하지 않았다. 얌전하게 자리에 들어가
가족들을 들볶지 않았다.
그의 엄숙한 태도에 가족들은 또 술을 먹었다고 잔소리를 할 수 없었다.
자리에 드러누워 그는 생각하였다.
‘조운의 말대로 조운은 사변의 압력으로 그의 사명을 포기했고, 사변을 통하여 미이는 용감하게 시대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러면 나는? ’
눈을 감았다 뜨며 석은 중얼거렸다.
“사명을 포기치도 그것에 충실치도 못하고 말라 가는 나는? 나도 사변이 빚어낸 한 타입이라고 할까? ”
 - 안수길, 「제3인간형」

[21001-0159]

01 다음은 윗글의 사건들을 정리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배열할 때 세 번째에 올 것은?
ⓐ 석과 조운이 전쟁 통에 신문사에서 헤어지다.
ⓑ 석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에 취직하다.
ⓒ 미이가 간호 장교 시험을 준비하려고 대구로 떠나다.
ⓓ 조운이 제안한 일에 대해 미이가 시간을 두고 숙고하다.
ⓔ 조운은 오래간만에 만난 석을 처음에 잘 알아보지 못하다.

① ⓐ ②ⓑ ③ⓒ ④ⓓ ⑤ⓔ

16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67쪽

[21001-0160]

02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제3인간형」은 문학에 삶의 가치를 두고 있던 인물들이 6·25 전쟁을 거치며 겪는 고뇌와 변화를
다룬 소설이다. 이 작품에는 전쟁으로 인한 시대적 요구와 관련하여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는 인물
유형, 사명을 포기하고 마는 인물 유형, 사명을 잊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추구하지도 못
하는 인물 유형 등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기 삶의 방향과 상황을 점검하거
나 평가하기도 한다.

① 석은 ‘옴짝달싹 못 하고 기진맥진하고 있는’ 자기 삶의 모습 역시 ‘사변이 빚어낸 한 타입’이


라는 평가를 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② ‘미이가 조운의 마음에 던져 준 충격’은 조운이 자기 삶을 ‘정신적으로 타락의 길을 걷고 있’
는 것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군.
③ 평소와 달리 ‘엄숙한 태도’로 집에 온 석이 ‘그러면 나는? ’이라는 물음을 떠올리는 것은 타인
과의 비교 속에서 자기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④ ‘생활 방편을 위한 것이 아님’에도 ‘제가 취할 길은 이미 작정되었’다고 생각하는 미이는 전
쟁을 계기로 시대적 요구와 관련된 사명을 발견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군.
⑤ ‘사명을 포기치도 그것에 충실치도 못하고 말라 가는’ 석과 비교해 볼 때 조운이 ‘넓은 세계
에 활활 날아다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문학에 삶의 가치를 두는 태도를 포기하지 않
고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21001-0161]

03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조운의 각성을 유발하는 기능을 한다.
② 조운과 미이가 공유하는 추억과 관련이 있다.
③ 미이가 볼 때 조운이 지닌 면모에 부합하는 사물이다.
④ 석이 조운에게 기대하고 있던 삶의 모습과 연관성이 있다.
⑤ 미이에 대한 조운의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음을 보여 주는 소재이다.

[21001-0162]

04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한 인물이 다른 인물에게 하는 말의 형식을 띠고 있다.
② 두 인물의 심리를 번갈아 묘사하여 사건을 객관화하고 있다.
③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을 찾아온 이유에 대한 설명이 들어 있다.
④ 한 인물이 경험한 일과 그것으로부터 느낀 감정이 서술되어 있다.
⑤ 두 인물이 알고 지내던 특정 인물의 근황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5
현대 소설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를 떠올린다. 6·25 전쟁 피란지 부산의 거리에서 원구는 친구 동욱을 만
나는데, 그는 여동생 동옥과 함께 살면서 동옥이 그린 초상화를 미군 부대에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마가 계속되던 어
느 날 원구는 외진 곳의 낡은 목조 건물에 사는 동욱 남매를 찾아가지만, 다리를 심하게 저는 동옥이 자신을 냉담하게 대하는
것을 느낀다. 그 뒤 원구는 종종 동욱의 집에 드나들며 동옥과도 점차 친해진다.

그는 역시 소매와 깃이 다 처진 저고리와 검은 줄이 간 회색 즈봉을 입고 있었다. 옷이라고는 그것밖에 없


는 모양이라 비에 젖은 것을 그냥 짜서 말리곤 해서 여기저기 꾸김살이 져 있었다. 그보다도 괴이한 채플린
식의 그 검정 단화의 주먹 같은 코숭이가 말이 아니었다. 장화 대용으로 진창을 막 밟고 다녀서 온통 흙투성
이였다. 그러한 동욱의 꼴에 원구는 이상하게 정이 갔다. 리어카를 주인집에 가져다 맡기고 와서 저녁을 같
이하자고 원구는 동욱의 손을 끌었다. 동욱은 밥보다도 술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했다. 두 가지 다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원구는 동욱을 안내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 얼근해지자 동욱은 초상화 ‘주문 도리(받음)’를 폐
업했노라고 했다. 요즘은 양키들도 아주 약아져서 까딱하면 돈을 잘리거나 농락당하기가 일쑤라는 것이다.
거기에다 패스 없는 사람의 출입을 각 부대가 엄중히 단속하기 때문에 전처럼 드나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
다. 며칠 전에는 돈 받으러 몰래 들어갔다가 순찰 장교에게 걸려서 하룻밤 멍키 하우스 신세를 지고 나왔다
는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은 국민병 수첩까지 분실했으므로 마음 놓고 거리에 나와 다닐 수도 없다는 것이
다. 분실계를 내고 재교부 신청을 하라니까, 그 때문에 동회로 파출소로 사오 차나 쫓아다녀 봤지만 까다롭
게만 굴고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까짓거 나중에는 삼수갑산엘 갈망정 내버려 둘 테라고 했다. 그
래 차라리 군에라도 들어가 버릴까 싶어, 마침 통역 장교를 모집하기에 그 ㉠원서를 타러 나왔던 길이노라
고 했다. 어디 원서를 좀 구경하자니까 동욱은 닝글닝글 웃으며, 수속이 하도 복잡하고 번거로워 아예 단념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동욱은 한동안 말이 없이 술잔을 빨고 앉았다가, 가끔 찾아와서 동옥을 좀 위로해 주
라는 것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조소하고 멸시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동옥은 맑은 날일지라도
일절 바깥출입을 않고 두더지처럼 방에만 처박혀 산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반감을 품고 있다
는 것이다. 그러한 동옥도 원구만은 자기를 업신여기지 않고 자연스레 대해 준다고 해서 자주 찾아와 주기
를 여간 기다리지 않는다고 했다. 초상화가 팔리지 않게 된 다음부터의 동옥은 초조와 불안 속에서 한층 더
자신의 고독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맨다는 것이었다. 동욱은 그러한 동옥이가 측은해 못 견디겠노라 했다.
언젠가처럼, 내가 자네람 동옥이와 결혼할 테야, 암 하구말구, 하고 동욱은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었다.
술집을 나와서 동욱은 이번에도 원구의 손을 꼭 쥐고 자기는 기어코 목사가 되겠노라고 했다. 동옥을 위해
서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나 그것만이 이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 같다는 것이
었다.
그 뒤에 한번은 딴 볼일로 동래까지 갔던 길에 동욱이네 집에 잠깐 들른 일이 있었다. 역시 그날도 장맛비
는 구질구질 계속되고 있었다. 우산을 접으며 마루에 올라서도 동욱만이 머리를 내밀고 맞아 줄 뿐, 동옥의
기척이 없었다. 방에 들어가 보니 동옥은 담요로 머리까지 푹 뒤집어쓰고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다. 이틀
째나 저러고 자빠져 있다고 하며 동욱은 그 까닭을 설명했다. 동옥은 뒷방에 살고 있는 주인 노파에게, 동욱
이도 모르게 이만 환이나 빚을 주고 있었는데, 노파는 이 집까지도 팔아먹고 귀신같이 도주해 버렸다는 것

16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이다. 어제 아침에 집을 산 사람이 갑자기 이사를 왔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았는데, 이게 또한 어지간히 감
때사나운 자여서, 당장 방을 비워 내라고 위협하듯 한다는 것이다. 말을 마치고 난 동욱은, 요 맹꽁이 같은
년아, 글쎄 이게 집이라구 믿구 돈을 줘, 하고 발길로 동옥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이년아, 이만 환이면 구화
로 얼만 줄 아니, 이백만 환이다, 이백만 환이야, 내 돈을 내가 떼였는데 오빠가 무슨 상관이냐구? 그래 내
가 없으면 네년이 굶어 죽지 않구 살 테냐? 너 같은 병신이 단 한 달을 독력으루 살아? 동욱은 다시 생각을
해도 악이 받치는 모양이었다. 원구를 위해 동욱은 초밥을 만든다고 분주히 부엌으로 들락날락했으나, 원
구는 초밥을 얻어먹자고 그러고 앉아 견딜 수는 없었다. 그보다도 동옥이 이틀 동안이나 아무것도 먹지 않
고 저러고 누워 있다고 하니, 혹시 동욱이가 잠든 틈에라도 몰래 일어나 수면제 같은 것을 먹고 죽어 있지나
않는가 싶어 불안한 생각이 솟았다. 원구는 조금이라도 더 앉아 견디기가 답답해서 자리를 일어서며, 아무
래도 방을 비워 주어야 하겠거든 자기도 어디 구해 보겠노라고 하니까, 동옥이가 인가(人家) 많은 데를 싫어
하기 때문에 이 근처에다 외딴집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는 동욱의 대답이었다.
그 뒤로는 원구도 생활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달 가까이나 장마로 놀고 보니 자연 시원치 않은 장
사 밑천을 그럭저럭 축내게 된 것이다. 원구가 얻어 있는 방도 지리한 비에 습기로 눅눅해졌다. 벗어 놓은
옷가지며 이부자리에까지도 ㉡곰팡이가 끼었다. 그의 마음속에까지 곰팡이가 스는 것 같았다. 이런 날 이
런 음산한 방에 처박혀 있자니, 동욱과 동옥의 일이 자연 무겁고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점심때가 거
진 되어서 원구는 퍼붓는 비를 무릅쓰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동욱이와 마주 앉아 곰팡이 슨 속을 술로 씻어
내리며, 동옥이도 위로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원구는 ㉢술과 통조림을 사 들고 찾아갔다. 낡은 목조 건물
은 전과 마찬가지로 금방 쓰러질 듯이 빗속에 서 있었다. 유리 없는 창문에는 거적도 그대로 드리워 있었다.
그러나, 동욱이, 하고 원구가 불렀을 때, 곰처럼 마루로 기어 나오는 사나이는 동욱이가 아니었다. 이 집에
서 살던 젊은 남녀는 어디 갔느냐는 원구의 물음에, 우락부락하게는 생겼으되 맺힌 데가 없이 어딘가 허술
해 보이는 사십 전후의 그 사나이는, 아하 당신이 정(丁) 뭐라는 사람이냐고 하고, 대답 대신 혼자 머리를 끄
덕끄덕하는 것이었다. 원구가 재차 묻는 말에 사나이는 자기가 이 집 주인이노라 하고 나서, 동욱은 외출한
채 소식 없이 돌아오지 않게 되었고, 그 뒤 동옥 역시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동욱이가
안 돌아오는 지는 열흘이나 되었고, 동옥은 바로 이삼일 전에 나갔다는 것이다. 원구는 더 무슨 말이 없이
서 있었다. 한 손에 보자기 꾸러미를 들고 한 손으로는 우산을 받고 선 채 원구는 사나이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었다. 원구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 몇 걸음 걸어 나가다가 되돌아와 보자기에 싼 물건을 끌러
주인 사나이에게 주었다. 이거 원, 이거 원, 하며 주인 사나이는 대뜸 입이 헤벌어졌다. 그러고는 자기 여편
네와 아이들이 장사 나갔기 때문에 점심 한 그릇 대접할 수는 없으나, 좀 올라와 담배라도 피우고 가라고 권
하는 것이었다. 무슨 재미로 쉬어 가겠느냐고 하며 원구가 돌아서려니까, 주인은, 잠깐만 하고 불러 세우고
나서, 대단히 죄송하게 되었노라고 하며 사실은 동옥이가 정 누구라고 하는 분이 찾아오면 전해 달라고
㉣편지를 맡기고 갔는데, 그만 간수를 잘못해서 아이들이 찢어 없앴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무 말을 않고 멍
청히 서 있는 원구를, 주인 사나이는 무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동욱은 아마 십중팔구 군대에 끌려 나갔을 거
라고 하고, 동옥은 아이들처럼 어머니를 부르며 가끔 밤중에 울기에 뭐라고 좀 나무랐더니 그다음 날 저녁
에 어디론가 나가 버리었다는 것이다. 죽지나 않았을까, 자살을 하든, 굶어 죽든……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7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1대 11

현대 소설 05
거리며 돌아서는 원구의 등에다 대고, ㉤중요한 옷가지랑은 꾸려 가지고 간 모양이니 자살할 의사는 없었
음이 분명하고, 한편 병신이긴 하지만 얼굴이 고만큼 뱐뱐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느
냐고 주인 사나이는 지껄이는 것이었다. 얼굴이 고만큼 뱐뱐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 죽기야 하겠
느냐는 말에 이상하게 원구는 정신이 펄쩍 들어,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고 대들 듯한 격분을 마
음속 한구석에 의식하면서도 천 근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듯한 육체의 중량을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이키었다.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
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 넝쿨 우거진 밭두둑 길을 앓고 난 사람 모양 허전거
리는 다리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 손창섭, 「비 오는 날」

[21001-0163]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외양 묘사를 통해 인물이 처한 상황을 환기하고 있다.
② 서술자의 설명을 통해 특정 인물의 심리를 제시하고 있다.
③ 간접 인용의 방식을 통해 인물의 발화 내용을 열거하고 있다.
④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표현을 통해 복수의 사건을 연결하고 있다.
⑤ 내화와 외화의 서술자를 달리 설정하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사건을 입체화하고 있다.

[21001-0164]

02 문맥을 고려할 때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현실의 난관을 타개하려는 동욱의 노력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동욱이 느
끼는 무력감을 더해 준다.
② ㉡: 장마가 지루하게 계속되는 이 작품의 우울한 분위기와 연관된 것으로, 원구가 동욱 남매
를 만나러 집을 나서는 데 하나의 계기로 작용한다.
③ ㉢: 원구가 동욱 남매를 위로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지만, 본래의 용도와 달리 오히려 원구가
위로를 받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④ ㉣: 유일하게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 준 원구에 대한 동옥의 마음이 담겨 있었으리라고 추
정되지만, 결국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게 된다.
⑤ ㉤: 동옥이 집을 나갔다는 증거인 동시에, 사나이가 동옥에 관한 원구의 짐작이 틀렸을 것이
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16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1

정답과 해설 69쪽

[21001-0165]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손창섭은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삶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1950년대의 혼란과 절망을 소설화하였
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들이 갖게 되는 근원적 절망은 극도의 물질적 궁핍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파
탄에서 오는 배신감에도 기인하는데, 이러한 인물은 인간에 대한 모멸을 느끼고 스스로를 유폐시
키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또 비록 타인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고 교감하려 노력하는 인물이 등장한
다고 할지라도 그 역시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거나 자학하곤 한다. 이는 전망이 부재한 전후의 사회
상에서 비롯된 작가의 허무주의적 주제 의식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① ‘초상화 ‘주문 도리(받음)’를 폐업’한 것과, 군부대에 ‘돈 받으러 몰래 들어갔다가 순찰 장교


에게 걸려서’ 고초를 겪은 동욱의 상황은 당시 빈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극도의 물질적 궁핍
과 관련된다고 하겠군.
② 동옥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조소하고 멸시한다고만 생각하’며 ‘두더지처럼 방에만
처박혀’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해 모멸을 느끼고 스스로를 유폐시킨 것이겠군.
③ 동옥은 자신이 ‘동욱이도 모르게 이만 환이나’ 빌려준 주인 노파가 ‘집까지도 팔아먹고 귀신
같이 도주해 버’린 일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배신을 경험하고 더욱 깊이 절망하게 되었겠군.
④ ‘금방 쓰러질 듯이 빗속에 서 있’는 ‘낡은 목조 건물’은 당시 빈민들이 전쟁으로 인해 처하게
된 훼손된 삶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군.
⑤ 원구가 사나이의 말을 듣고 ‘아무 말을 않고 멍청히 서 있’다가 발길을 돌리면서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한 것은 위선적 행동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도덕적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69
현대 소설 06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웬 사람들이슈? ” / “돈 주께 술 파시오.”
“하하, 여기선 술을 안 파는데요. 이다음 집에 가 보슈.” / “여기선 뭘 파우? ”
“여긴 여인숙이오.” / “정말 그렇군. 간판이 없는데, 낮에 본 간판 말야.”
“여인숙 간판은 있을 거 아냐? ” / “아, 간판 없이 손님을 받죠.”
“그럼 대문이라도 따 놔야지.” / “아홉 시 막버스가 지나가면 손님이 없습죠.”
“우린 손님 아니우? ” / “우린 이 집 손님이 아니지. 이다음 집 손님 아냐? ”
“난 이 집 손님이 됐으면 좋겠어. 한숨 자고 싶은데.”
김 씨는 벌써 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학생. 하, 학생? ”
그러나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마당이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그 저편에 시
커먼 마루가 있고 불빛이 비친 방문이 있다. 그 방문이 열리고 남폿불이 쑥 나온다. 그는 그리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마루에 걸터앉는다. 소년이 남포를 기둥에 걸고 방을 치운다. / “들어가두 괜찮으니? ”
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루 위로 오른다. 걷기보다는 몸을 위로 올리기가 더 힘들다. 바깥이 조용해
진다. 아마 주사와 선생은 술집으로 간 모양이다. 소년이 책 나부랭이를 챙겨 가지고 나온다. 부러진 연필
토막이 희미한 남포 불빛을 받아 눈에 띈다. 그는 비틀거리면서 허리를 굽히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어둡고
냄새가 고약하다. 소년이 불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와 벽 중간께에 있는 못에다가 건다. 호야 *가 양철에 부
딪치면서 소리를 낸다. 소년이 나간다. 그는 불 건너편 벽에 기대앉아서 담배를 피워 문다. 연기를 내뿜는
다. 불꽃이 한참 있다가 흔들린다.
소년이 침구를 안고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그것을 편다. 일어설 때 보니 가슴에 훈장이 달려 있다. 그는
그를 가까이 불러서 그 훈장을 들여다본다. 둥근 바탕에 가로로 5년 2반이라 씌어 있고 그것을 가로질러서
세로로 반장이라 씌어 있다. 조잡한 비닐 제품이다.
“너 공부 잘하는구나.” / “예. 접때두 일등 했어요.”
DIC 377s

아, 이건 뻔뻔스럽구나, 못생기고 남루한 옷을 입은 주제에. / “여기가 너희 집이냐? ”


“아녜요. 여긴 이모부 댁이에요. 저의 집은요, 월출리예요. 여기서 삼십 리나 들어가요.”
가난한 대학생. 덜커덩거리는 밤의 전차. 피곤한 승객들. 목쉰 경적 소리. 종점에 닿으면 전차는 앞뒤
아가리를 벌리고 사람들을 뱉어 낸다. 사람들은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초라한 길가 상점들의 희
미한 불빛들이 그들을 건져 낸다. 그들은 고개들을 가슴에 묻고 조금씩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 은밀히 하나씩 둘씩 골목들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가난한 대학생 앞에 대문이 나타난다. 그는
그 앞에 선다.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망설인다. 아, 이럴 때 꽝꽝 두드릴 수 있는 대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는 주먹을 편다. 편 손바닥으로 대문을 어루만지듯 흔든다. 또 흔든다. 고무신짝 끄는 소리가
[A] 들려온다. 식모의 고무신짝은 겸손하게 소리를 낸다. 그는 안심한다. 안심이 배 속으로 쑥 가라앉는다.
“학굔 여기서 다니냐? ”
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심지를 줄인 남폿불이 눈앞에서 가물거리고 있을 뿐 소년은 보이지 않

17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0쪽

는다. 방바닥이 뜨뜻하다. 술이 점점 더 취해 오른다. 그는 옷을 입은 채 허리를 굽히고 손발을 이부자


리 밑으로 쑤셔 넣는다. 넥타이를 풀어야지. 그러면서 그는 눈을 감는다.
“일등을 했다구? 좋은 일이다. 열심히 공부해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 영국, 불란서 어디든
지 갈 수 있다.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나랏돈이나 남의 돈으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돈 없는 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흔한 것이 장학금이다. 머리와 노력만 있으면 된다. 부지런히 공부해라, 부지런
히. 자신을 가지고.”
그러나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알아들을 수도 없다.
그는 입을 다물고 흥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자 그의 머릿속에는 몽롱한 가운데에 하나의 천재가 열등생으
로 변모해 가는 과정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너는 아마도 너희 학교의 천재일 테지. 중학교에 가선 수재가 되
고, 고등학교에 가선 우등생이 된다. 대학에 가선 보통이다가 차츰 열등생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온다. 결국
이 열등생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고생해 온 셈이다. 차라리 천재이었을 때 삼십 리 산골짝으로 들어가서 땔
나무꾼이 되었던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천재라고 하는 화려한 단어가 결국 촌놈들의 무식한 소견에서 나온
허사였음이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못 된다. 그들은 천재가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하다
가 어느 날 문득 열등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다. ㉠누구나가 다 템스강에 불을 처지를 수야 없는
일이다. 허옇게 색이 바랜 짧은 바지를 입고 읍내까지 몇십 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중학생. 많은 동정과 약간
의 찬탄. 이모 집이나 고모 집이 아니면 삼촌이나 사촌네 집을 전전하면서 고픈 배를 졸라매고 낡고 무거운
구식의 커다란 가죽 가방을 옆구리에다 끼고 다가오는 학기의 등록금을 골똘히 생각하며 밤늦게 도서관으
로부터 돌아오는 핏기 없는 대학생. 그러다 보면 천재는 간 곳이 없고, 비굴하고 피곤하고 오만한 낙오자가
남는다. 그는 출세할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어떠한 것도 주임 교수의 인정을 받는 일보
다 더 중요하지 않다. 외국에 가는 기회는 단 하나도 그의 시도를 받지 않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따라서 그
가 성공할 확률은 대단히 높다. 많은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만 적중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적중하느냐 않
느냐가 아니라 적중하건 안 하건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데에 있다. 적중하건 안 하건 간에 그는 그가
처음 출발할 때에 도달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던 곳으로부터 사뭇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와 있음을 깨닫는
다. 아  ― 되찾을 수 없는 것의 상실임이여!
 - 서정인, 「강」

* 호야: 남포등.

[21001-0166]

01 윗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김 씨는 일행과 헤어져 여인숙에 묵게 된다.
② 김 씨는 자신의 집을 떠나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③ 김 씨는 주사, 선생과 함께 소년이 일하는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④ 소년은 자신의 집인 여인숙에서 일을 도우며 학교에 다니고 있다.
⑤ 김 씨는 소년의 얼굴 생김새를 보고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1
현대 소설 06
[21001-0167]

02 다음을 참고하여 윗글의 ‘김 씨’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윗글에 나타난 ‘김 씨’의 삶을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 ㉯ ㉰
 
중학교 시절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

① 소년과 대화를 하던 중 자신의 ㉮∼㉰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있다.


② ㉮∼㉰의 삶이 결과적으로 낙오자에 이르는 길이었다는 점에서 후회하고 있다.
③ ㉮에서 ㉰로 이어지는 시간을 천재가 열등생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④ ㉰를 겪는 과정에서 출세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살아갈 ㉰의 삶의 모습을 예상하지 못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21001-0168]

03 <보기>는 수업의 한 장면이다. 학생들의 답변 중 선생님의 질문에 부합하는 것만을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선생님 : 이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할 때 서사 진행의 ‘지연’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무의미한 인간관계


와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에요. 여기서 말하는 지연이란 사건 진
행의 시간은 늦춰지고 서술의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서사의 흐름이 멈춰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독자가 예측하는 서사의 흐름이 속도감 있게 나아가지 않는다는 느낌
DIC 377s

을 주는 서술상의 장치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A]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장치를 한


번 찾아볼까요?

[학생들의 답변]
ㄱ. 대화 사이에 한 인물의 회상을 길게 서술함으로써 사건 진행의 흐름을 늦추고 있어요.
ㄴ. 소외된 등장인물들의 지난 경험을 삽화 형식으로 나열함으로써 서사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
어요.
ㄷ. ‌대화 상대 없이 한 인물이 혼잣말을 길게 하는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서사의 흐름의 속도감을
늦추는 효과를 주고 있어요.
ㄹ. ‌현재형 어미와 과거형 어미를 반복하여 시간 진행에 혼란을 줌으로써 서사 진행에 대한 독자의
예측을 방해하고 있어요.

① ㄱ, ㄴ ② ㄱ, ㄷ ③ ㄱ, ㄹ ④ ㄴ, ㄷ ⑤ ㄷ, ㄹ

17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1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71쪽

[21001-0169]

04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자료 조사의 목적]
작중 상황에는 제목과 관련된 ‘강’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템스강’이 언급되고 있는데 작
가가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임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자료를 조사하였다.

•자료 1 : [영어 사전] 템스강에 불을 지르다(set the Thames on fire)


-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다. 대단한 일을 하다.

•자료 2 : [문화 상징 사전] 강(江)


- 창조의 신비, 죽음과 재생, 정화와 구원, 비옥과 성장 등의 원형성을 지녔으며, 시간의 흐름
또는 삶의 과정에 비유되거나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변화와 지속의 표상으로 쓰이기도
한다.

•자료 3 : 「황무지」
- 영국 작가 엘리엇의 작품으로 작가는 기름으로 오염된 ‘템스강’을 생명력과 역동성을 상실한
황무지로 묘사하여, 강을 현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 낸 오욕의 대상으로 묘사하였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① 자료 1을 참고할 때, ㉠에서 ‘템스강’에 불을 지른다는 것은 삶에 대한 개인적 열망이 현실화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② 자료 2를 참고할 때, ㉠에는 ‘강’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의 삶의 과정을 형상화하
고자 하는 인식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③ 자료 3을 참고할 때, ㉠에는 소년을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오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그’의

377s_$[ScreenRuling]
해명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④ 자료 1과 자료 2를 참고할 때, ㉠에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삶에서 아무나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겠군.
⑤ 자료 1과 ‘그’의 심리를 고려하면, ㉠에는 소년의 열망이 미래에는 현실화될 수 없다는 ‘그’
의 비애감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3
현대 소설 07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선장뿐 아니라 뱃사람들도 쳐서, 이 배의 그들 석방자들에 대한 눈치에는, 어느 나름의 은근히 알아준다


는 대목이 있다. 그 대목인즉 그들 석방자들이 제 나라 어느 한쪽도 마다하고, 낯선 땅을 살 곳으로 골랐다
는 데서 제 나라에서 쫓긴 수난자 같은 모습을 저희들대로 그려 낸 탓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일로 그런 눈치
를 채게 될 때마다 턱없는 몫을, 눈을 지레 감으며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부끄러움을 맛본다. 부끄러워하는
자기가 혀를 차고 나무라고 싶게 못마땅하다. 그 마음을 다 파헤치면 뜻밖에 섬뜩한 무엇이 튀어나올 것 같
아 두루뭉술한 손길로 얼버무려 온다.
“어때요, 느낌이? 기대, 두려움?”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없어요.”
명준은 고개를 젓는다. 선장은 연기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훅 뿜어내면서 가볍게 웃는다.
“ 허긴,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야, 자기 나라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고 생판 다른 나라로 가 살겠다는 그
일이 말이지. 부모나 가까운 핏줄이라든지, 아무도 없소? ”
“있어요.” / “누구? 어머니?”
“아니.” / “아버지? ”
명준은 끄덕이면서 왜 어머니부터 물어보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한다.
“애인은? ”
명준은 얼굴이 그렇게 알리도록 금시 해쓱해진다. 선장은 당황한 듯이 오른손 인지를 세우고 고개를 까딱
해 보이면서,
“미안, 미안.”
아픈 데를 건드린 실수를 비는 그런 품에 그들로서는 버릇인지 모르나 퍽 분별 있는 사람의 능란한 몸
짓이 얼핏 스친다. 선장을 잠시나마 거북하게 해서 안됐다. 양쪽으로 트인 창으로 바람이 달려 들어와
[A]
서, 바늘로 꽂아 놓은 해도의 가장자리를 바르르 떨게 한다. 갈매기들은 바로 옆을 날면서 창으로 테두
리진 넓이를 내려가고 치솟으며, 맞모금을 긋고 배꼬리 쪽으로 휙 사라지곤 한다.
햇빛이 한결 환해지면서 멍한 느낌이 팔다리를 타고 흘러간다. 먼 옛날 그의 초라한 삶에서 그래도 무겁
다고 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다가올 때도 그렇더니…… 애인은? 그 말이 아직 이토록 깊고 힘센 울림을 지
니고 있다는 것은.
“애인이 있으면 이렇게 다른 나라로 가겠다고 나설 리가 있습니까? ”
명준은 미안했던 것을 메우기나 하듯, 짐짓 누그러지면서 선장을 건너다본다.
선장은 잠깐 실눈이 되었다가, 문득, 잘라 말한다.
“아니지, 그럴 수도 있지.”
그 몹시 가라앉은 말투에 섬뜩해지면서, 빈 찻잔을 들어 만지작거린다. 저쪽은 다짐하듯,
“아니지, 그럴 수도 있지.” / “글쎄요.”
아까와는 딴판으로, 그 일에 내놓고 티를 보이는 품이 곧아서 좋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남기고도 항구를 떠나야 할 때가 있으니까.”

17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2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1 대-B뒷면__DIC


(중략)
“중립국.”
“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
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는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
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
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와서, 조국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 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
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
일 남한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
명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
직이 말할 것이다.
ⓐ“중립국.”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미군을 돌아볼 것이다. 미군은, 어깨
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
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준다고 바다를 마실 수는 없는 일. 사람이 마시기는 한 사발의 물. 준다는 것도 허황하고 가지거니 함도
철없는 일. 바다와 한 잔의 물. ㉢그 사이에 놓인 골짜기와 눈물과 땀과 피. 그것을 셈할 줄 모르는 데 잘못
이 있었다. 세상에서 뒤진 가난한 땅에 자란 지식 노동자의 슬픈 환장. 과학을 믿은 게 아니라 마술을 믿었

377s_$[ScreenRuling]
던 게지. ㉣바다를 한 잔의 영생수로 바꿔 준다는 마술사의 말을. 그들은 뻔히 알면서 권력이라는 약을 팔
려고 말로 속인 꾀임을. 어리석게 신비한 술잔을 찾아 나섰다가, 낌새를 차리고 항구를 돌아보자, 그들은
항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참을 알고 돌아온 바다의 난파자들을 그들은 감옥에 가둘 것이다.
㉤못된 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서.
 - 최인훈, 「광장」

[21001-0170]

01 ‘명준’과 ‘선장’의 대화가 갖는 서사적 기능을 ‘명준’의 입장에서 바르게 설명한 것은?
① 자신의 처지를 수난자 같은 모습으로 연상하게 한다.
② 석방자들과 뱃사람들이 유대감을 쌓는 방법을 알게 한다.
③ 지난날의 쓰라린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④ 선장에게 자신이 겪어 온 지난날의 삶을 토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⑤ 낯선 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하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5
1

현대 소설 07
[21001-0171]

02 <보기>는 작중 상황에서 윗글 이전에 제시된 부분이다. 윗글과 <보기>를 참고하여 ‘명준’에게 ⓐ가 어


떤 의미일지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제국주의자들의 균을 묻혀 가지고 온 자로서, 일이 있을 적마다 끌려 나와 참회해야 할 것이었


다. 마치 동네 안에 살면서도 사람은 아닌 문둥이처럼. 그런 처지에서 무슨 일을 해 볼 수 있겠는
가. 이것이 돌아갈 수 없는 정말 까닭이었다. 그렇다면? 남녘을 택할 것인가? 명준의 눈에는, 남한
이란, 키르케고르 선생 식으로 말하면,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었다. 미친 믿음
이 무섭다면, 숫제 믿음조차 없는 것은 허망하다. 다만 좋은 데가 있다면, 그곳에는, 타락할 수 있
는 자유와, 게으를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① 진정한 자유를 고민하던 이가 선택한 기대의 공간이다.


② 조국 재건의 일꾼이 되기를 거부하고 떠나는 낯선 공간이다.
③ 제국주의와 같은 이념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다.
④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이 건설되어 있는 공간이다.
⑤ 동일한 공간에 살면서 문둥이 대접을 받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공간이다.

[21001-0172]

03 ‘명준’이 처한 선택 상황을 고려하여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웃음’은 감정을 드러내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득자의 회유를 거절해 낸 것에 대
한 명준의 심정을 담아내고 있다.
② ㉡: ‘바다’는 마실 수 없는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설득자의 허황된 말에
대한 명준의 심리를 담아내고 있다.
③ ㉢: ‘골짜기’는 움푹 파인 공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미덥지 않은 설득자의 말을 들으며 명준
이 느낀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여 있는 위험을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④ ㉣: ‘마술사’는 과학이 아닌 마술을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것으로, 귀가 솔깃할 말로 명준을
꾀려는 설득자를 비유하여 나타내고 있다.
⑤ ㉤: ‘균’은 병을 일으키고 옮기는 요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참을 알고 돌아온 명준을 회유하
려는 설득자의 속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7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2
(문학)_본문(2도)_12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72쪽

[21001-0173]

04 <보기 1>은 윗글이 개작되기 전의 [A]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보기 2>를 바탕으로 [A]와 <보기 1>을 이
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상처를 건드린 실수를 사과하는 그런 태도에 그들로서는 습관인지 모르나 퍽 교양이
있는 사람의 세련된 몸짓이 얼핏 스치는 것을 느꼈다. 선장이 잠시나마 어색한 기분을 가지게 한
것을 명준은 미안스럽게 여겼다. 양쪽으로 트인 창으로 바람이 달려 들어오며 핀으로 꽂은 해도의
가상자리를 바르르 떨게 했다. 갈매기들은 바로 배 옆을 날으면서 창으로 구획진 공간을 우에서 아
래로 강하하고 아래서 우로 치솟으며 대각선을 긋고 선미를 향하여 휙 사라지곤 했다.

최근 「광장」의 열 번째 개작이 있었다. 이전 판에 있던 한자어, 외래어가 많이 바뀌었는데, 이에


대해 작가는 “관례적 표현과 어떤 심상이 오래 결합됨에 따라 심상의 형성 과정–의식과 현실 사
이의 싱싱한 갈등을 표현하는 데 미흡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잘
못된 표기를 바로잡아 글의 완결성을 높였다. 그리고 부호의 사용, 문장의 길이 및 표현의 변화를
통해 문장의 단조로움을 극복하는 한편 문장에 리듬감과 간명함 그리고 참신성을 부여하는 등 이
번 개작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첨예하게 자신의 글을 고쳐 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① 관례적 표현이 지닌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자어를 순우리말로 고친 것은 ‘그런 품에 그


들로서는 버릇인지 모르나’와 같은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군.
② 문장의 길이 변화를 통해 문장에 간명함을 주고 있는 것은 ‘선장을 잠시나마 거북하게 해서
안됐다.’와 같은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군.
③ 부호를 통해 문장에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달려 들어와서,’·‘치솟으며,’와 같은 어휘
뒤에 쓰인 쉼표의 사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군.
④ 완결성을 위해 한 글자 한 글자 바로잡고 있는 것은 ‘가장자리’와 같은 단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군.
⑤ 작가의 의식과 현실 사이의 갈등 표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작한 것은 ‘떨게 한다’, ‘사라
지곤 한다’와 같은 시제의 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7
현대 소설 08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몇 해 전, 해방되던 날만도 아버지는 읍내 사람들과 함께 장터 마당에서 독립 만세를 불렀다. 여름 한낮,


태극기 흔들며 기세껏 독립 만세를 불렀다. 재작년 겨울에 무슨 법이 만들어지고부터 아버지는 갑자기 집
에서는 물론, 읍내에서 사라졌다. 사람을 피해 숨어 다니기 시작했다. 밤중에 살짝 나타났고, 얼굴을 보였
다간 들킬세라 금방 사라졌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맡아 그러고 다니는지 어머니도 잘 모른다. 장터 마당 주
위 사람들이 아버지를 두고 좌익질한다며 쑤군거렸고, 순경이 자주 우리 집을 들랑거렸지만, 재작년 겨울
부터 누구도 아버지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인지, 스스로 무슨 일을 꾸미는지 아버지
에 관해서 그 사연을 들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쌀 한 톨 생기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숨어 다니는 아버지
의 요술을 두고 사람들은 쉬쉬하며 귀엣말을 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읍내 유식꾼 이모부님조차 알면서
모른 체하는지 입을 봉했다. 봄철이 되면 꽃이 피는 이유를, 꽃이 향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내가 모르듯, 이
세상에는 아직 내가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아버지와 들로 산책을 나간 적이 있었다. 안개도 자우룩한 초여름 새벽
이었다. 이슬에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아버지와 나는 들길을 걸었다. 종달새가 새벽부터 하늘을 날며 맑
은 소리로 울었다. 아버지는 풀잎에서 뛰어오르는 청개구리 한 마리를 잡더니,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청개구리의 빛 고운 연두색 등판이 반들거렸고, 얇고 흰 뱃가죽이 팔딱거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요 꼬
[A] 마 놈은 날마다 높이뛰기 연습을 한단 말이야. 첫날은 반 뼘 정도 뛰지만 이튿날은 쬐금 더 높이 뛰거
든. 한 달쯤 뒤면 한 뼘쯤 뛰고, 두 달쯤 뒤면 두 뼘을 뛰고, 그 다음다음 달은……. 그럼 나중엔 하늘에
닿겠네요? 아니지, 하늘에 닿아 보려 뛰지만 하늘에 닿지는 못해. 왜냐하면 하늘은 끝이 없으니깐. 그
럼 청개구리는 죽을 때까지 뛰겠네요? 그렇지, 죽는 날까지 날마다 높이뛰기를 하지. 왜 그런 연습을 해
요? 그건 아버지도 몰라, 청개구리만 알겠지. 아버지는 청개구리를 풀잎에 다시 놓아주었다.
(중략)
……아흔아홉, 백. 나는 벌써 백까지 세었다.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장터 마당으로 가는 다리
쪽에 눈을 준다. ㉠나무다리는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사람이 지나갈 땐 삐거덕 소리를 낸다. 달구지
가 지나갈 땐 찌거덕거린다. 다리 건너에서 만수 동생이 볼록한 배로 혼자 제기차기를 한다. 녀석 집도 우리
집만큼 가난한데 오늘 저녁밥은 오지게 먹은 모양이다. 볼록한 배가 촐랑거린다. 우리 집은 왜 가난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머니 말처럼 모두 아버지 탓이다. 아버지는 농사꾼이 아니요, 장사를 하지 않고, 그렇
다고 월급쟁이도 아니다.
울음소리가 들린다. 누나가 운다. 누나와 분선이가 쪽마루에 걸터앉아 있다. 누나는 집이 떠나가란 듯 큰
소리로 운다. 나는 엉거주춤 일어선다. 허리 굽혀 마당을 질러갈 때 다리가 떨린다. 장독대엔 벌써 어둠이
내렸다. 뒤쪽 ㉡대추나무는 귀신 꼴이다. 곱슬한 머리카락을 풀어 흩뜨린 게 무섬기를 들게 한다. 어두워진
뒤에 대추나무를 보자, 열흘쯤 전날이 떠오른다. 밤이 깊어 잠이 들었을 때였다. 담을 타 넘고 들어왔는지,
순경 둘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신을 신은 채였다. 순경은 소스라쳐 일어난 어머니 가슴팍에 장총
부리를 들이대며 소리쳤다. 조민세 어디로 갔어? 이 방에 있는 걸 봤는데 금세 어디 갔냐 말이다. 이년아,
네 서방 어디 숨겼어? 순경은 어머니 멱살을 틀어쥐며 소리쳤다. 다른 순경이 어머니 허리를 걷어찼다. 호

17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3쪽

각 소리가 집 주위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여러 순경이 집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끝내 아버지를 잡지 못했


다. 그날 밤, 아버지는 집에 오지 않았다. 순경들은 애꿎은 어머니만 데리고 지서로 갔다. 어머니 머리채를
잡아끌며 순경들이 떠나자, 우리 오누이는 갑자기 밀어닥친 두려움으로, 서로 껴안았다. 그날 밤, 누나는
내내 큰 소리로 울었다. ㉢누나의 울음이 무섬기를 덜어 주었다. 누나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분선이와
나는 서로 껴안은 채 밤새 소리 죽여 흐느꼈다. 울기조차 못했다면 분선이와 나는 기절했을 거였다. 봉창이
환해질 때까지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울며 새운 그 밤의 두려움은 지독했다. 죽어 뿌리라, 어데서든 콱
죽고 말아 뿌리라. 나는 아버지를 두고 속말을 되씹었다. 순경들이 뜬금없이 한밤중에 밀어닥쳐 집 안을 뒤
졌다. 그런 날 밤, 나는 아버지가 밉다 못해 원수로 여겨졌다. 이튿날, 학교 갈 생각도 않고 늘어져 누웠을
때, 어머니가 지서에서 풀려났다. 이모님이 어머니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왔다. 어머니 얼굴은 피멍이 들
어 있었다. 어머니는 꺼져 가는 소리로 아버지와 순경을 두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제는 순경들이 집
안으로 밀어닥치지 않을 거였다. 숨어 다니던 아버지가 수산리 장터에서 순경에게 잡혔다. 사람들은 아버
지가 곧 총살당할 거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사람들은 우리 집을 빨갱이 집이라 말하지 않
을 것이다.
대추나무 뒤쪽 하늘은 짙은 ㉣보라색이다. 나는 보라색을 싫어한다. 손톱에 들이는 봉숭아 꽃물도, 닭볏
같은 맨드라미도, 코스모스의 보라색 꽃도 싫다. 어머니 젖꼭지 색깔까지도 싫다. 보라색은 어쩐지 아버지
가 바깥에서 숨어 다니며 하는 그 일과, 어머니의 피멍 든 모습을 떠올려 준다. 말라붙은 피와 깜깜해질 징
조를 보이는 색깔이 보라색이다. 옅은 보라에서 짙은 보라로, 세상의 모든 형체를 어둠으로 지우다, 끝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밤이 온다는 게 두렵다. 이 세상에 밤이 있음이 참으로 무섭다. 밤이 없는 곳이 있다
면 나는 늘 그 땅에서 살고 싶다. 나는 환한 밝음 아래 놀다 그 밝은 세상에서 잠자고 싶다. 아버지는 어둠
속에서 총살당할 것이다. 작년에 지서로 잡혀간 젊은이들도 밤에 총살당했다.
 - 김원일, 「어둠의 혼」

[21001-0174]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장면마다 서술자를 달리하여 분단 상황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② 갈등 상황에 대한 전지적 서술자의 통찰력을 통해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③ 제한된 시선을 지닌 관찰자적 서술자를 통해 민족의 비극적 사건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④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술자의 의식 변화를 통해 등장인물인 서술자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⑤ 미성숙한 서술자의 시선을 통해 민족의 비극을 이데올로기 차원보다는 생활의 차원에서 바
라보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79
현대 소설 08 정답과 해설 73쪽

[21001-0175]

02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② 어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순경들에게 고초를 겪었다.
③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 때문에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④ 아버지는 순경들을 피해 다니다 결국 순경들에게 잡혔다.
⑤ 마을 사람들은 재작년 겨울 이후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21001-0176]

03 ㉠〜㉤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구멍이 숭숭 뚫’리고 ‘삐거덕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나’의 불안정한 심리를 암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② ㉡: ‘귀신 꼴’을 하여 ‘나’에게 ‘무섬기를 들게 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무서운 기억을 떠올리
게 하는 기능을 한다.
③ ㉢: 분선이와 ‘서로 껴안은 채 밤새 소리 죽여 흐느꼈다’는 점에서 ‘나’가 느끼는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기능을 한다.
④ ㉣: ‘피멍 든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깜깜해질 징조’를 보이는 색깔이라는 점에서 암울하고
불길한 분위기를 환기한다.
⑤ ㉤: ‘세상의 모든 형체’를 지우고, 그 시간의 배경에서 사람들이 ‘총살당했다’는 점에서 ‘나’
에게 죽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21001-0177]

04 <보기>를 바탕으로 [A]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제에 의한 강점에서 해방된 직후, 우리 사회는 치열한 이념적 대립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긴 세월 일제에 의해 억압되었던, 사회적 이상에 대한 지식인들의 욕망은 해방 후 자신들만의 이데
올로기를 통해 사회적 진보를 이끌고자 하는 의지로 강하게 표출되었다. 그 의지는 때로는 맹목적
인 것이 되어 다른 진영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지식인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희생되었다. [A]는 이와 같은 해방 정국의 시대상과 그 시대의 지식인이었던 아버
지의 삶을 우의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① 청개구리가 도달하고자 했던 지향인 ‘하늘’은 사회적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겠군.


②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하늘에 닿지 못하는 ‘청개구리’는 아버지의 운명을 떠올리게 하는군.
③ ‘죽는 날까지’ 높이뛰기를 한다는 것은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군.
④ 매일 발전된 높이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높이뛰기 연습’은 사회적 진보를 위한 노력을 말하는
것이군.
⑤ 높이뛰기의 이유를 ‘청개구리만 알’고 있다는 것은 아버지가 필연적으로 다른 진영과 충돌
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군.

18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09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숨 막히는 초조와 불안 속에 이윽고 도지사가 축사를 끝냈다. 나는 땀에 젖은 채 긴장으로 목이 졸려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도지사가 방금 축사를 끝냈으니 다음은 동지들의 입에서 잔기침 소리가
들려올 차례였다. 불안과 초조 속에 그토록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한 거사가 이제야 우렁차게 식장을 진
동시킬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상했다. 아무리 초조하게 기침 소리를 기다려도 식장은 물을 끼얹은 듯
[A]
엄숙하고 고요할 뿐이었다. 의아하고 불안한 나머지 나는 다시 눈을 들어 주위의 동지들을 훔쳐보았다.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니 동지들은 지금쯤 사방에서 기침들을 토해 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하나같이 고개들을 숙인 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꾸중 듣는 어린아이들처럼
그들의 표정 속에는 공포와 불안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내 몸에서 갑자기 모든 불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목을 조르던 공포와 긴장이 뜻밖에도 아주 빠르게
안도와 기쁨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거사는 실패했다. 그리고 거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자, 실패가 오히
려 아주 당연한 귀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불안과 공포에 떤 자신이 나는 이 순간 견딜 수 없이 우스꽝스러
웠다. 지금까지 나를 짓눌러 온 온갖 불안에서 나는 불과 몇십 초 사이에 깨끗하게 해방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때 나는 또 한 번 무서운 공포에 휩싸였다. 그것은 안도감에 잠긴 나를 몽둥이로 내리치듯
이 통렬하게 후려쳤다. 누군가가 돌연 자리를 박차고 두 손을 높이 쳐들며 이렇게 소리쳤기 때문이었다.
“조센 반자이(조선 만세)!” / 기범이었다. 그는 우렁차게 만세를 부른 후, 그대로 앞 좌석에 홀로 대뚝하
게 서 있었다. 장내는 고요했다. 모든 시선이 기범에게 집중되었다. 학생들도 고관들도 헌병들조차도 넋 나
간 표정으로 기범의 얼굴을 뚫어지게 쏘아볼 뿐이었다. 그것은 무서운 폭풍을 내포한 폭발 직전의 서늘한
침묵이었다. 침몰하는 배 위에 올라탄 듯한 한없이 낭패스러운 삭막한 침묵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아주 긴 시간인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시간인 것도 같았다. 식장의 경비를 맡고 있던 헌병
들은 이윽고 긴장된 표정으로 저마다 긴 칼자루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범이 또 한 번 소리치면 식
장에서 당장에 그를 체포할 듯한 험악한 기세였다. 그런데 이때 뜻밖에도 기범의 두 팔이 다시 번쩍 머리 위
로 쳐들렸다. / “닛본 반자이(일본 만세)!”
침묵은 계속되었다. 헌병들은 칼자루에 손을 댄 채 여전히 기범을 쏘아보고 있었고, 기범은 이번에도 만세
후에 여전히 앞 좌석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이번 침묵은 아까와는 약간 성질이 달랐다. 식장에 참석
한 모든 사람들은 이번에는 긴장 대신에 묘한 의문에 사로잡혔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들에 놓여 있지만 그들
은 기범을 향해 똑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왜 조선 만세를 부른 후에 뒤따라 다시 일본 만
세를 불렀는가? 너의 만세는 무슨 뜻인가? 너는 대체 어느 편인가? 그러나 이 의문도 뒤따라 곧 해답을 얻었
다. 기범이 다시 두 팔을 쳐들고 제3의 만세를 외쳤기 때문이었다. / “다이토아 반자이(대동아 만세)!”
식장을 지배해 온 숨 막히던 긴장은 이 세 번째 만세로 깨끗이 해소되었다. 그는 첫 번째 만세로는 동지들
의 체면을 세워 주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의 만세로는 동지들을 위험에서 구해 준 것이다. 나는 사건이 끝
난 한참 후에야 기범이 어째서 거사의 중임을 자청했는가를 깨달았다. 그는 사전에 이미 거사가 실패할 것
을 예견했고, 만일 성공할 기미가 보였다면 처음부터 거사를 실패시킬 목적이었다. 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
아올 때 기범은 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1
현대 소설 09
“ 기침 소리가 들리더군. 그래서 난 계획대루 만세를 불렀지. 첫 번째 만세는 잘된 것 같은데 그 뒤의 만세
들은 나두 모르게 튀어나온 것이었어. 동지들에게 면목이 없네. 나를 모두들 원망하구 있겠지? ”
아무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고맙게 생각했다.
(중략)
일규는 기범과 부닥치자 가장 불길하게 해체되기 시작했다. 그럴듯한 음모였지만 나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 도둑놈아, 억지 쓰지 마라. 너는 파렴치범에 불과하지만 일규는 전신으로 세상을 산 놈이다. 아무리
네가 잡아 흔들어도 일규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는다.”
“ 천만에, 나는 안다. 그놈은 운 좋은 삼류 무사(武士)에 불과했다. 뽑아 본 일 없는 칼을 차고 질 수 없
는 전쟁만 멋들어지게 해 온 놈이다. 나는 세상이 가장 혼탁할 때는 일규가 어디 있는지 본 일이 없
다. 그놈이 칼을 뽑았을 때는 누군가가 위기를 제거해서 세상이 더없이 편안해진 후다. 이것이 바로
무사의 허풍스런 참모습이고 무사가 너희한테 존경과 사랑받는 소치인 것이다.”
[B] “너는 그럼 그런 일규를 왜 허공에서 찾은 거냐? 왜 일규가 없어진 지금 살맛이 없다구 하는 거냐?”
“ 세상은 주인이 필요하다, 광대 같은 주인 말이다. 무대에 누군가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무대를 비
워 둘 순 없지 않냐? 내가 일규를 필요로 하는 건 그 녀석이 무대 위에 서서 너희들이 살아가는 간판
구실을 잘 해내기 때문이다.”
“좋다, 네 쪽은 그렇다 치자. 허지만 일규 쪽에서는 왜 너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냐? ”
“ 무사가 칼을 차고 지나가면 그 뒤엔 그를 칭송할 악사(樂士)가 필요한 법이다. 칼이 허리에서 절그럭
거려서 무사는 자기 입으로는 자찬의 노래를 읊을 수가 없다. 악사는 바로 이런 때를 대비했다가 무
사의 눈짓이 날아올 때 재빨리 악기를 꺼내 황홀한 음악을 탄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사와 악
사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사이좋게 살아가는 우정이다.”
 - 홍성원, 「무사(武士)와 악사(樂士)」

[21001-0178]

01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는 상황에 대한 묘사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고, [B]는 대화를 통해 인물 사이
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② [A]는 관찰자적 시점을 통해 사건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B]는 전지적 시점을 통해 인
물들의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③ [A]는 요약적 서술을 통해 인물 사이의 갈등을 드러내고 있고, [B]는 대화를 통해 인물 사이
의 갈등 해소를 보여 주고 있다.
④ [A]는 심리 묘사를 통해 인물이 행동하지 않은 이유를 드러내고 있고, [B]는 인물의 행동 묘
사를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⑤ [A]는 서술자의 교체를 통해 상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B]는 서술자의 제한된 시선
으로 상황에 대한 추론적 해석이 더해지고 있다.

18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4쪽

[21001-0179]

02 윗글에서 기범이 부른 ‘세 번의 만세’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첫 번째 만세  ⓑ 두 번째 만세  ⓒ 세 번째 만세

① ⓐ는 기범이 하도록 동지들과 사전에 계획되어 있던 행동이다.


② ⓐ~ⓒ의 연속을 하나로 보면 일제에 찬동하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③ ⓐ와 ⓑ 사이의 침묵이 낭패의 의미라면 ⓑ와 ⓒ 사이의 침묵은 의문의 의미이다.
④ 동지들은 기범이 ⓐ만 외치고 ⓑ와 ⓒ를 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⑤ 기범이 ⓑ와 ⓒ 없이 ⓐ만 외쳤다면 기범과 그 동지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었을 것이다.

[21001-0180]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사와 악사」는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지식인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대중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부조리한 시대에 정의로운 사회
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내던져 투쟁하는 지식인들의 고귀한 모습을 떠올리고 그들에게 존경과 사
랑을 보낸다. 하지만 지식인임을 표방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겉으로는 정의를 부르짖지만 속으로
는 개인의 안위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작품에서 언급된 ‘무사’와 ‘악사’
는 이런 위선적 지식인들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① ‘나’는 기범을 ‘파렴치범’이라 지칭하면서 그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채 개인의 안


위만을 생각하는 위선적 지식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② ‘나’는 일규를 ‘전신으로 세상을 산 놈’이라고 지칭하면서 그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치
열하게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군.
③ 기범은 일규를 ‘무사’로 지칭하면서 그가 일제 강점과 해방 정국의 혼란함 속에서 정의로운
투쟁을 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군.
④ 기범은 일규를 ‘광대 같은 주인’이라고 지칭하면서 그가 허풍스러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존
경과 사랑을 받아 왔다고 주장하고 있군.
⑤ 기범은 자신을 ‘악사’라고 지칭하면서 자신이 일규가 하는 일을 돕고, 그가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게 하는 데 기여한 존재임을 항변하고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2대
12

현대 소설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모님. 내 뽑아 드린 견적서 좀 줘 보세요. ㉠돈이 좀 달라질 겁니다.”


아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견적서를 내밀었다. 인쇄된 정식 견적 용지가 아닌, 분홍 밑그림이 아른아른 내비
치는 유치한 편지지를 사용한 그것을 임 씨가 한참씩이나 들여다보았다. 그와 그의 아내는 임 씨의 입에서
나올 말에 주목하여 잠깐 긴장하였다.
“술을 마셨더니 눈으로는 계산이 잘 안 되네요.”
임 씨는 분홍 편지지 위에 엎드려 아라비아 숫자를 더하고 빼고, 또는 줄을 긋고 하였다.
그는 빈 술병을 흔들어 겨우 반 잔을 채우고는 서둘러 잔을 비웠다. 임 씨의 머릿속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숫자들에 잔뜩 애를 태우고 있는 스스로가 정말이지 역겨웠다.
“ 됐습니다, 사장님. 이게 말입니다. 처음엔 파이프가 어디서 새는지 모르니 전체를 뜯을 작정으로 견적을
뽑았지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일이 썩 간단하게 되었다 이 말씀입니다. 그래서 노임에서 사만 원이 빠
지고 시멘트도 이게 다 안 들었고, 모래도 그렇고, 에, 쓰레기 치울 용달차도 빠지게 되죠. 방수액도 타일
도 반도 못 썼으니 여기서도 요게 빠지고 또…….”
임 씨가 볼펜 심으로 쿡쿡 찔러 가며 조목조목 남는 것들을 설명해 갔지만 그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
았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기분,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어깨의 뻐근함과 함께 그를 짓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모두 칠만 원이면 되겠습니다요.”
선언하듯 임 씨가 ⓐ분홍 편지지를 아내에게 내밀었다. 놀란 것은 그보다 아내 쪽이 더 심했다. ㉢그녀는
분명 칠만 원이란 소리가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칠만 원요? 그럼 옥상은…….”
“옥상에 들어간 재료비도 여기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거야 뭐 몇 푼 되나요.”
“그럼 우리가 너무 미안해서…….”
아내가 이번에는 호소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할 수 없이 그가 끼어들었다.
“계산을 다시 해 봐요. 처음에는 십팔만 원이라고 했지 않소? ”
“ 이거 돈을 더 내시겠다 이 말씀입니까? 에이, 사장님도. 제가 어디 공일 해 줬나요. 조목조목 다 계산에
넣었습니다요. 옥상 일한 품값은 지가 써비스로다가…….”
“써비스? ”
그는 아연해서 임 씨의 말을 되받았다.
“그럼요. 저도 써비스할 때는 써비스도 하지요.”
그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뭐라 대꾸할 말이 없었다.
“ 토끼띠이면서도 사장님이 왜 잘사는가 했더니 역시 그렇구만요. 다른 집에서는 노임 한 푼이라도 더 깎
아 보려고 온갖 트집을 다 잡는데 말입니다. 제가요, 이 무식한 노가다가 한 말씀 드리자면요, ㉣앞으로
이 세상 사시려면 그렇게 마음이 물러서는 안 됩니다요. 저는요, 받을 것 다 받은 거니까 이따 겨울 돌아
오면 우리 연탄이나 갈아주세요.”

18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임 씨는 아내가 내민 칠만 원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 층 현관까지 내려가 임 씨를 배웅하기로 했다. 어두워진 계단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가면서
임 씨는 연장 가방을 몇 번이나 난간에 부딪혔다. 시원한 밤공기가 현관 앞을 나서는 두 사람을 감쌌고 그는
무슨 말로 이 사내를 배웅할 것인가를 궁리해 보았다. 수고했다라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이 사내의 그 ‘써
비스’에 대면 너무 초라하지 않을까.

[중략 부분의 줄거리] 그는 자신의 집수리를 마친 임 씨와 함께 동네 형제 슈퍼에서 맥주를 마시게 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임
씨가 스웨터 공장주에게 연탄값 80만 원을 받지 못한 사정과 연탄값을 떼먹은 공장주가 가리봉동에 큰 공장을 차렸더라는 이
야기를 듣게 된다. 임 씨는 술에 취한 채 떼인 돈 80만 원을 받으러 일감이 없는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형씨, 형씨는 집이 있으니 걱정할 것 없소. 토끼띠면 어쩔 거여. 집이 있는데, 어디 집값이 내리겠소? ”
“저런 것도 집 축에 끼나…….”
이번엔 또 무슨 까탈을 일으킬 것인지, 시도 때도 없이 돈을 삼키는 허술한 집이라고 대꾸하려다가 임 씨
의 말에 가로채여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 난 말요, 이 토끼띠 사내는 말요, 보증금 백오십만 원에 월세 삼만 원짜리 ⓑ지하실 방에서 여섯 식구가
살고 있소. 가리봉동 그 새끼는 곧 죽어도 맨션아파트요, 맨션아파트!”
임 씨는 주먹을 흔들며 맨션아파트라고 외쳤는데 그의 귀에는 꼭 맨손아파트처럼 들렸다.
“ 돈 받으러 갈 시간도 없다구. 마누라는 마누라대로 벽돌 찍는 공장에 나댕기지, 나는 나대로 이 짓 해서
벌어야지. 그래도 달걀 후라이 한 개 마음 놓고 못 먹는 세상!”
임 씨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술이 너무 과하지 않나 해서 그는 선뜻 임 씨에게 잔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 돌고 돌아서 돈이라고? 돌고 도는 돈 본 놈 있음 나와 보래! 우리 같은 신세는 평생 이 지랄로 끝장이야.
돈? 에이! 개수작 말라고 해.”
임 씨가 갑자기 탁자를 내리쳤다. 그 바람에 기우뚱거리던 맥주병이 기어이 바닥으로 나뒹굴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참고 살다 보면 나중에는…….”
㉤“모두 다 소용없는 일이야!”
임 씨의 기세에 눌려 그는 또 말을 맺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중에는 임 씨 역시 맨션아파트에 살게
되고 달걀 프라이쯤은 역겨워서, 곰국은 물배만 채우니 싫어서 갖은 음식 타박에 비 오는 날에는 양주나 찔
끔거리며 사는 인생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천 번 만 번 참는다고 해서 이 두터운 벽이, 오를
수 없는 저 꼭대기가 발밑으로 걸어와 주는 게 아님을 모르는 사람이 그 누구인가.
그는 임 씨의 핏발 선 눈을 마주 보지 못하였다. 엉터리 견적으로 주인 속이는 일꾼이라고 종일토록 의심
하며 손해 볼까 두려워 궁리를 거듭하던 꼴을 눈치채이지는 않았는지, 아무래도 술기운이 확 달아나 버리
는 느낌이었다. 제아무리 탄탄해도 라면 가닥으로 유지되는 사내의 몸뚱이는 술 앞에서 이미 제 기운을 잃
고 있음이 분명했다. 임 씨의 몸이 자꾸만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면서 그는 점차 술이 깨고 있었다.
“ 어떤 놈은 몇 억씩 챙겨 먹고 어떤 놈은 한 달 내내 뼈품을 팔아도 이십만 원 벌이가 달랑달랑한데, 외제
자가용 타고 다니며 꺼덕거리는 놈, 룸싸롱에서 몇십만 원씩 팁 뿌리는 놈은 무슨 재주로 그리 사는 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5
현대 소설 10
야? 죽일 놈들. 죽여! 죽여!”
임 씨의 입에 거품이 물렸다.
“비싼 술 잡숫고 왜 이런당가요, 참으시오. 임 씨 아저씨. 쪼매 참으시오.”
김 반장이 냉큼 달려들어 빈 술병과 잔들을 챙겨 갔다. 임 씨는 탁자에 고개를 처박고서 연신 죽여, 를 되
뇌고 그는 속수무책으로 사내의 빛바랜 얼굴만 쳐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죽일 놈들’ 속에는 그 자신
도 섞여 있는 게 아니냐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이 사내의 어깨에 손을 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 양귀자,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21001-0181]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건의 진행에 따라 서술자를 교체하여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② 인물들의 서로 다른 특성들을 제시한 후 인물들에 대한 서술자의 논평을 드러내고 있다.
③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인물들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조명하여 인물들의 특성을 암시하고 있다.
④ 이야기 속의 인물인 서술자의 과거 회상을 통해 직접 겪은 사건에 대한 가치 판단 과정을 보
여 주고 있다.
⑤ 서술자가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사건을 서술하여 사건의 정황과 그에 대한 인물의 내면 심리
를 함께 보여 주고 있다.
DIC 377s

[21001-0182]

02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그’와 ‘그’의 아내가 임 씨의 말에 긴장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② ㉡: 자신의 예상과 다른 상황에 대해 ‘그’가 느끼는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③ ㉢: ‘그’의 아내 역시 임 씨를 정직한 일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④ ㉣: 임 씨가 ‘그’보다 자신이 도덕적인 우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음을 의미한다.
⑤ ㉤: 쉽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임 씨의 절망을 부각한다.

18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6쪽

[21001-0183]

03 ⓐ와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인물 간의 배려를 반영하는 소재이고, ⓑ는 인물 간의 반목을 암시하는 공간이다.
② ⓐ는 인물 간의 연대를 매개하는 소재이고, ⓑ는 인물 간의 소통이 비롯되는 공간이다.
③ ⓐ는 인물 간의 갈등을 증폭하는 소재이고, ⓑ는 인물 간의 갈등이 해소되는 공간이다.
④ ⓐ는 인물이 지닌 재력을 상징하는 소재이고, ⓑ는 인물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⑤ ⓐ는 인물에 대한 오해 해소에 기여하는 소재이고, ⓑ는 인물의 상황을 통해 인물의 특성을
부각하는 공간이다.

[21001-0184]

04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는 ‘공감의 플롯’을 가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감의
플롯’이란 등장인물이 처음에는 타인을 불신하고 이질감을 느끼다가 특정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거나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점차 타인에 대해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의
미한다. 이 플롯에서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등장인물의 태도 변화, 즉 등장인물이 처음에 가졌
던 이질감이 공감과 이해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이때의 공감과 이해는 단순한 동정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태도를 돌아보는 성찰과 같은 윤리적 태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를
통해 타인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① ‘임 씨의 머릿속에서 굴러다니고 있을 숫자들에 잔뜩 애를 태우고 있는’ 모습에서, ‘그’가 임


씨에 대해 불신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수고했다라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이 사내의 그 ‘써비스’에 대면’ 초라하다고 생각하는 모
습에서, 임 씨의 진실한 태도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③ 임 씨의 내력과 ‘가리봉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그’가 ‘임 씨의 핏발 선 눈을 마주 보지 못
하’는 모습에서, 임 씨에 대한 ‘그’의 공감과 이해가 다시 이질감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④ ‘천 번 만 번 참는다고 해서 이 두터운 벽이, 오를 수 없는 저 꼭대기가 발밑으로 걸어와 주는
게 아님’을 자신 또한 모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그’에게 임 씨의 상황에 대한 이
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술 취한 임 씨를 보며 ‘죽일 놈들’ 속에 ‘자신도 섞여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그’가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적 자세를 바탕으로 임 씨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인정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7
현대 소설 1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만수의 조부는 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개운리에서 숨어 살게 되고, 만수의 부친은 힘들게 농사지으며 살아
간다. 만수의 형인 백수는 대학에 진학하고, 돈을 벌려고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죽는다.

너에게는 아무런 흠도 없었다. 너는 ㉠금강석처럼 단단한 심신에 가족이 너 때문에 무엇을 희생할까 염
려해 혼자 힘으로 입신하려는 의지로 뭉쳐 있었다. 그런데 그토록 강건하던 네가 왜 이국에서 ㉡풍토병으
로 죽는단 말이냐.
군인이라면 전장에서 총검으로 생사를 결하고 눈먼 포탄에 혹 사지가 결딴이 나는 수가 있다. 전우를 구
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으로 적탄 앞에 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렇게 죽어 간 많은 병사들, 장
군도 장교도 아니고 이름 없는 수많은 소모품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진 존재라고 한다면 억울한 중
에도 이해를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젊고 건강한 네가 풍토병에 걸려서 죽었다니, 전장에서 죽지 못하고 병원
에서 죽었다고 명예로운 죽음으로도 치지 않는 병사라는 걸 어찌 믿으란 말이냐.
너의 불쌍한 부모를 어찌하느냐. 너의 가련한 아우들을 어찌하느냐. 짐승과 초목들도 호곡하는구나. 비
바람도 슬프게 흐느끼는구나. 온 식구들이 울고 온 집안의 생명이 울고 온 마을이 울고 땅이 울었다.
아, 하늘이시여, 어찌 늙은 내게 이런 참혹한 슬픔을 주시나이까. 어서 나를 데려가소서. 나를 죽이소서.
내 뼈를 꺾어 바수고 불로 남김없이 태워 재를 만들고 지옥의 바람에 날리소서. 나를 죽이소서. 제발 나를
죽이고 우리 모두의 백수를, 귀하디귀한 금강석을 돌려주소서.

안녕하십니까. 고엽제 피해자 가족 준비 모임입니다. 오늘은 고엽제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베트남 전쟁 기간 중 미국은 베트콩의 은둔지와 무기 비밀 수송로로 이용되어 온 정글을 제거하고 시계를
확보하기 위해, 또 베트콩 경작지의 농작물 제거를 위해 1962년에서 1971년까지 330만 헥타르가 넘는 면적
에 고엽제를 살포했습니다. 이는 베트남 전 경작지의 15퍼센트, 전 삼림의 30퍼센트에 해당합니다. 고엽제
는 미 재향 군인회 추산 약 8,360만 리터,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 추산 9,100만 킬로그램이
살포되었습니다. 고엽제를 지상에서 사람이 직접 뿌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
DIC 377s

으므로 미군은 헬기 등을 통한 공중 살포를 훨씬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손에 의해 직접 가루


형태로 구석구석 효과적으로 뿌려졌으니 그 인간 중에 상당수가 한국군이었습니다.
(중략)
할아버지는 평생 술 한잔을 마신 적이 없었다. 한 방울의 알코올조차 할아버지에게는 소화시킬 수 없는
독이었다. 그런데 오빠의 죽음을 전해 준 우체부가 저녁에 다시 집으로 왔다. 늘 병석에 누워 있다시피 하던
할아버지가 동네 어귀에 있는 유태백네 집까지 가서 그 집 ㉢소주를 얻어 마시고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전
해 주러 온 것이었다. 온 식구가 울고 있는 중에도 누군가는 할아버지를 모시러 가야 했다. 만수를 데리고
일어섰다. 할아버지를 양쪽에서 부축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할아버지는 “백수야, 백수야, 이제 네 부모
를 어찌하느냐. 불쌍한 어린 동기들을 어찌하느냐. 내 어찌 사느냐.” 하며 우셨다. 집으로 들어서서 방에 눕
혀 드리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만수를 앞에 불러 앉혔다.
“이제는 네가 이 집안의 기둥이다.”

18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현대 소설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2 대-A앞면__DIC


할아버지는 만수의 머리통을 끌어 당신의 주름투성이 이마에 만수의 이마를 맞댔다.
“ 네가 형을 대신하여 집안을 지켜야 한다. 비 새는 천장, 연기 솟는 방바닥 같은 네 부모를 떠받치고 수숫
대 담벼락과 같은 형제를 이끌어 줘야 한다. 형이 없는 빈자리를 채울 사람은 만수야, 오로지 너뿐이다.
내 말을 알겠느냐.”
만수는 떨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뭇가지처럼 엉성하고 비쩍 마른 몸에 믿고 의지
할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다 같이 부축을 하고 왔건만 여자인 나는 그저 우는 일밖에 없는 것같이 여
겨졌다. 기분이 이상해서 돌아보니 석수가 어두운 마당 한 켠에 주먹을 쥔 채 서 있었다.
㉣기둥이 부러지고 쓰러져 가는 일밖에 남지 않은 집구석에 새 기둥이 무슨 소용이며 천장은 뭐고 바닥은
뭔가.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울었다.

대학에 다니던 형이 월남에 갔다가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온 이후 우리 집은 납덩이 같은 침묵에 둘러싸였


다. 형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금기시되었다. 월남이나 군인에 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하늘로 가고 없는
형은 우리 육 남매 중 유일하게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람이었고 남아 있는 우리는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서로를 무기력하게 바라보았다.
할아버지는 병환이 심해져서 하루 종일 자리에 누워 있기만 했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간호하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쉬지 않고 일만 했고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자나 깨나 눈물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을 흘리고 있는 게 달랐다.
저녁에는 어두워져도 불을 켜지 않았다. ㉤석유를 사 오곤 하던 형이 생각이 나서인지 아버지가 불을 켜
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어둠 속에서 말없이 저녁을 먹은 우리는 숙제도 하지 못했다. 하지 않아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각자 웅크리고 바람 소리 같은 한숨과 신음을 내뿜었다.

377s_$[ScreenRuling]
공부를 아무리 잘하면 뭘 하나. 형은 공부를 잘했다. 아는 것도 많았다. 물어보면 모르는 게 없었다.
효도를 하면 뭘 하나. 형은 어떤 집에서도 부러워하던 효자였고 모범적인 아들이고 모범적인 손자였다.
글을 잘 쓰면 뭘 하나. 형은 국민학교 때부터 백일장에 나가서 빠짐없이 상을 타 왔다. 어디에 가든 일
기를 썼고 편지도 잘 썼다. 실험도 잘했고 호기심도 많았다. 동생들한테 잘해 주면 뭘 하나. 형은 누나
[A]
들이나 만수, 옥희한테 그럴 수 없이 다정하고 살뜰하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었다. 글이며 노래, 바
둑, 한글을 가르쳐 주고 하모니카를 사 주고 책을 읽게 했다. 나무 이름, 풀이름, 별자리를 가르쳐 주었
다. 어릴 적부터 식구들을 대표해 아버지한테도 할 말을 했다. 우리의 우상이 되었다. 마침내 밤하늘에
올라가 영원히 변치 않고 빛나는 별이 되어 버렸다.
형은 툭하면 꿈에 나타났다. 형은 군복을 입고 혼자 베트콩 일개 연대를 무찌르고 무공 훈장을 탔다.
고시에 패스해서 판사가 되었고 나를 한심한 놈이라고 판결했다. 부모님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
면서 그 기대를 배신하면 감옥에 처넣고 굶겨 죽일 것이라고 했다. 형은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
[B]
어내리면서 삐라를 뿌렸다. 금빛 삐라가 공중에서 날아 내리는 것을 보고 수천 명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뛰어갔다. 형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날아갔다. 알약을 보여 주면서 한 알만 먹으면 일주
일 동안 굶어도 된다고 했다. 형을 볼 때마다 약이 올랐다.
점점 집이 싫어졌다. 집에 가서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게 무섭고 싫었다. 내가 날이 이슥하도록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89
현대 소설 11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 가도 잔소리를 하지 않았지만 관심도 없었다.
 - 성석제, 「투명 인간」

[21001-0185]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작중 인물이 아닌 서술자가 특정 인물의 일생을 요약해서 제시하고 있다.
② 서술자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물의 외양과 행동을 희화화하여 전달하고 있다.
③ 공간의 이동에 따라 서술자를 달리하여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④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교차시켜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⑤ 서술자의 교체를 통해 특정한 상황에 대한 각 서술자의 입장이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21001-0186]

02 문맥상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백수의 내면과 외면이 강인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② ㉡: 백수가 베트남에서 전투 중에 전사한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③ ㉢: 할아버지가 느끼는 슬픔과 괴로움의 깊이를 부각한다.
④ ㉣: 집안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할아버지의 노고를 상징한다.
⑤ ㉤: 밤이 되어도 불을 켜지 않는 이유가 백수와 관련된 것임을 드러낸다.

[21001-0187]

03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와 [B]에는 모두 대상의 우월한 면모가 언급되어 있다.
② [A]와 [B]는 모두 대상의 특정한 모습을 묘사하면서 나열하고 있다.
③ [A]와 달리 [B]에는 대상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의 서술이 포함되어 있다.
④ [B]와 달리 [A]에는 대상의 행위로 인해 유발된 두려움이 부각되어 있다.
⑤ [B]와 달리 [A]는 대상이 실제로 보여 주었던 행동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19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2 대-B뒷면__DIC
정답과 해설 77쪽

[21001-0188]

0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투명 인간」은 지식인 조부와 그의 아들 및 만수를 비롯한 손주들의 삶을 통해 현대사의 굴곡진
여정을 형상화하고 있는 소설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가족 공동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기 인생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만수의 모습과, 무기력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가족
과 개인에게 부과했던 가혹한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인물들이 겪는 사건이 어느 개인
의 특수한 체험이 아니라 한국인이 공유하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공동체적 이야기임을 보여 주
며, 타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윤리가 통용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① 전쟁터에서 죽어 간 병사들을 ‘역사의 수레바퀴에 짓이겨진 존재’라고 표현하거나, 백수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짐승과 초목들도 호곡하는구나.’라고 표현하는 장면에서 만수 조부
가 굴곡진 현대사를 고통스럽게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군.
② 할아버지가 만수에게 ‘부모를 떠받치고’, ‘형제를 이끌’고, ‘형이 없는 빈자리를 채’우라고
말할 때, ‘만수는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거’리는 장면에서 만수가 가족 공동체를 뒷받침하
기 위해 자기 인생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갈 것임을 짐작할 수 있군.
③ 형의 죽음으로 인해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서로를 무기력하게 바라보’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고,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각자 웅크리고 바람 소리 같은 한숨과 신음을 내뿜’는 장면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가족과 개인에게 부과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군.
④ ‘베트남 전쟁 기간 중’ ‘고엽제를 지상에서’ ‘직접 가루 형태로 구석구석’ 뿌린 ‘인간 중에 상
당수가 한국군이었습니다.’라는 장면에서 ‘형이 월남에 갔다가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온’ 사건
이 한국인이 공유하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성격의 이야기임을 짐작할 수 있군.

377s_$[ScreenRuling]
⑤ ‘남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족속들이다.’라고 생각하며 울고,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게 무섭고 싫’다고 느끼는 장면에서 타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윤리가 통용되지 않는 우
리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1
현대 소설 1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음력 섣달 열여드레인 할아버지의 제사에 맞추어 고향인 제주에 내려간 ‘나’는 친척인 순이 삼촌 *이 얼마
전 삼촌 자신의 옴팡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 소식을 계기로 제삿날에 모인 집안 어른들은 ‘나’의
어린 시절에 벌어진, 순이 삼촌의 죽음과 관련 있는 30여 년 전의 양민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기분 같아선 은연중에 서청 *을 변호하는 고모부를 면박 주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래도 내 말은


약간 서슬져서 나왔다.
“고모부님, 고모분 당시 삼십만 도민 중에 진짜 빨갱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햄수꽈? *”
“그것사 만 명쯤 되는 비무장 공비 빼 부리면 얼마 되여? 무장 공비 한 3백 명쯤 되까?”
이 말에 나도 모르게 발끈 성미가 났다.
“ 도대체 비무장 공비란 것이 뭐우꽈? 무장도 안 한 사람을 공비라고 할 수 이서 마씸? * 그 사람들은
중산간 부락 소각으로 갈 곳 잃어 한라산 밑 여기저기 동굴에 숨어 살던 피난민이우다.”
나의 반박하는 말에 고모부는 의외라는 듯이 흠칫 나를 바라보았다.
“ 그건 서울 조캐 말이 맞아. 나도 직접 내 눈으로 봤쥬. 목장 지대서 작전 중인디 아기 울음소리가 들
리길래 덤불 속을 헤쳐 수색해 보난 동굴이 나왔는디 그 속에 비무장 공비 스무남은 명이 들어 있지
않애여.”
“비무장 공비가 아니라 피난민이라 마씸.”
[가]
나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고모부의 말을 수정했다.
“ 맞아, 내가 말을 자꾸 실수해졈져. 그땐 산에 올라간 사람은 무조건 폭도로 봤이니까. 하이간 굴속에
있는 사람은 영 행색이 말이 아니라서. 굶언 피골이 상접헌디다가 한겨울에 젖은 미녕옷 한 벌로 몸
을 가리고 떨고 있는디, 동상 걸려 발구락 모지라진 사람도 더러 있었쥬. 소위 비무장 공비란 것이 이
모냥으로 동굴 속에서 비참한 꼴로 발견되니까 냉중엔 상부에서도 생각을 달리 쓰게 되어서. 구호물
자를 준비한 갱생원 차려 놓고 선무 공작을 썼쥬. 엘 파이브(L-5) 연락기로 한라산 일대에 전단을 뿌
련 투항을 권고하난 하루에도 수십 명씩 떼 지어 귀순자들이 내려와서라.”
“ 바로 그것입쥬. 선무 공작은 왜 진작에 쓰지 못했느냐는 말이우다. 처음부터 선무 공작을 했으면 인
명 피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을 거라 마씸. 폭도도 무섭고 군경도 무서워서 산으로 피난 간 양민
들을 폭도로 간주했이니…….”
“ 겔쎄 말이여. 대유격전이란 것이 본디 정치 7에 군사 3인데…… 이건 정치는 쥐뿔도 없고 무작정 군사
행동만 했이니…… 창설 일 년도 못 된 군대니 오죽할 것고…….”
아, 떼죽음당한 마을이 어디 우리 마을뿐이던가. 이 섬 출신이거든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필시
그의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니면 적어도 사촌까지 중에 누구 한 사람이 그 북새통에 죽었다고 말
하리라. 군경 전사자 몇백과 무장 공비 몇백을 빼고도 3만 명에 이르는 그 막대한 주검은 도대체 무엇인
[A]
가? 대사를 치르려면 사기그릇 좀 깨지게 마련이라는 속담은 이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아니다. 어디 그
게 사기그릇 좀 깨진 정도냐. 아, 멀리 육지에서 바다 건너와 그 자신 적잖은 희생을 치러 가면서 폭동
을 진압해 준 장본인들에게 오히려 원한을 품어야 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인연인가.

1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3
(문학)_본문(2도)_13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극 · 수필
그러나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30년 동안 여태 단 한 번도 고발되어
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도 안 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의 군 지휘관이나 경찰 간부가 아직
도 권력 주변에 머문 채 떨어져 나가지 않았으리라고 섬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들고나왔
다간 빨갱이로 몰릴 것이 두려웠다. 고발할 용기는커녕 합동 위령제 한번 떳떳이 지낼 뱃심조차 없었다. 하
도 무섭게 당했던 그들인지라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코 고발이나 보
복이 아니었다. 다만 합동 위령제를 한번 떳떳하게 올리고 위령비를 세워 억울한 죽음들을 진혼하자는 것
이었다. 그들은 가해자가 쉬쉬해서 30년 동안 각자의 어두운 가슴속에서만 갇힌 채 한 번도 떳떳하게 햇빛
을 못 본 원혼들이 해코지할까 봐 두려웠다.
섣달 열여드레 그날 해 질 녘이 다 되어서 군인들이 두 대의 스리쿼터에 분승해서 떠난 다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그대로 운동장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조회대 뒤 우익 가족이 있는 데로 몰려 살아남은 가족
끼리 서로 붙안고서 마을에서 들려오는 타 죽는 소 울음보다 더 질긴 울음을 입에 물고 있었다. 내 입에
서도 겁먹은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운동장의 진창 흙은 함부로 내달린 스리쿼
[B]
터 바퀴 자국으로 여기저기 무섭게 패어 있고, 벗겨진 만월표 고무신짝들이 수없이 널려 있었다. 그 위
로 불타는 마을의 불빛이 밀려와 땅거죽이 붉게 물들었다. 교실 창이 이내 벌게졌다. 그러나 마을 사람
들은 하늘 가득히 붉은 노을처럼 번져 가는 불기운에 압도되어 더욱 서럽게 곡성을 올릴 뿐 누구 하나
울타리께로 가서 불타는 마을을 직접 내려다보려는 사람은 없었다.
(중략)
그날 밤 사람들은 한기를 피해 모두 한 교실로 몰려 들어가 서로 붙안고 밤을 지새웠는데, 밤중에 우리들
은 두 번 호되게 놀랐었다. 한 번은 마을에서 대밭이 타면서 마구 터지는 폭죽 소리를 총소리로 잘못 알고
놀랐고, 또 한 번은 죽은 줄만 알았던 순이 삼촌이 살아 돌아와 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렸을 때였다. 삼촌은
밤이 이슥해진 그때까지 시체 무더기 속에 파묻혀 까무러쳐 있었던 것이다. 교실 안에 들어선 당신은 이상
하게도 사람들에게 접근하려 들지 않았다. 길수 형이 가서 소매를 잡고 끌어도 막무가내로 뿌리치고 저만
치 홀로 떨어져 웅크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울지도 않았다. 두 아이를 잃고도 울음이 나오지 않은 것
은 공포로 완전히 오관이 봉쇄되어 버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마 울음은 공포가 물러가는 며칠 후에야 둑
이 터지듯 밀려 나올 것이었다.
 - 현기영, 「순이 삼촌」

* 삼촌: 제주도에서 가깝게 지내던 친척을 성별에 상관없이 부르던 명칭.


* 서청: 서북 청년단의 줄임말. 월남한 청년 단체가 조직한 우익 청년 운동 단체.
* 생각햄수꽈? : 생각합니까?
* 마씸? : 말입니까?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3
현대 소설 12
[21001-0189]

01 [가]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는 ‘양민들’이 당시의 상황으로 인해 ‘폭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②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고모부의 견해는 ‘나’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③ 고모부는 ‘나’의 견해를 수용하여 ‘비무장 공비’를 ‘피난민’으로 수정하여 지칭하고 있다.
④ ‘산으로’ 간 ‘양민들’을 ‘나’와 다르게 언급하는 고모부의 표현이 ‘나’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⑤ ‘나’가 생각하는 ‘피난민’과 고모부가 말하는 ‘비무장 공비’가 처해 있었던 당시의 상황은 차
이가 있다.

[21001-0190]

02 [A]와 [B]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는 [B]와 달리 ‘나’의 내적 독백에 가까운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② [B]는 ‘나’가 [A]와 같이 판단하게 되는 근거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③ [A]는 영탄적 표현을 통한 ‘나’의 감정이, [B]는 색채 이미지를 통한 사건의 비극성이 부각되
고 있다.
④ [A]는 ‘나’가 사건 발생 후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의 생각을, [B]는 ‘나’가 발생 당시의 사건
의 정황을 주로 서술하고 있다.
⑤ [A]는 사건을 겪은 인물의 사건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가, [B]는 사건을 겪지 않은 인물의 사
건에 대한 객관적인 묘사가 주로 나타나 있다.

19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79쪽

[21001-0191]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역사적 트라우마란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특정한 사건을 경험한 집단이 느끼게 되는 상실감을
뜻하는 말로, 기존의 인식 구조를 넘어서는 극도의 충격으로 인한 심리적 외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들은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데, 먼저 피해자들이 금기시되었
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외적·공식적으로 증언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충분한 애도의
행위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경험과 기억을 역사의 기록물로 재정립하는 작업을 통해 자신들의 정
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후세대가 긍정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순이 삼촌」은 해방
후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순이 삼촌’으로 상징되는 다수의 제주도민에게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은
제주 4·3 사건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순이 삼촌」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의 형상화와 그
에 대한 치유책 제시 등을 문학적으로 시도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① ‘순이 삼촌’이 깊은 상실감을 가진 다수의 제주도민을 상징한다는 것을 통해 그녀가 받은 정


신적 충격이 개인의 차원이 아닌 집단의 문제임을 알 수 있군.
② ‘나’와 ‘집안 어른들’이 ‘제삿날’에 모여 마을의 ‘떼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피해
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대외적·공식적으로 증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군.
③ ‘합동 위령제’를 ‘떳떳하게 올리고’ 일종의 역사적 기록물인 ‘위령비’를 통해 ‘억울한 죽음들
을 진혼하자는 것’은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소망과 관련 있는 것
으로 볼 수 있군.
④ ‘불기운에 압도’된 마을 사람들이 ‘불타는 마을을 직접 내려다보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은
심리적 외상의 정도가 기존의 인식 구조를 넘어설 정도로 매우 컸기 때문임을 알 수 있군.
⑤ ‘시체 무더기 속’에서 혼자 살아 돌아왔던 ‘순이 삼촌’의 죽음이 ‘30여 년 전의 양민 학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임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현대 소설 195
극 · 수필 01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중중모리>
흥보가 좋아라, 박흥보가 좋아라고, 돈 한 꾸러미를 손에다가 들고 춤을 추면서 논다.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을씨고.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 *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니, 돈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돈 봐라. 여봐라,
큰자식아. 건넛마을 건너가서, 너의 큰아버지 오시래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간에 보자, 얼씨구나 절씨구.
엊그제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더니, 오늘날 부자가 되어 석숭 *이를 부러워하며, 도주공 *을 부러
워하리?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아, 우리 집을 찾아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민 *을 줄란다, 얼씨구나 절씨
구.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네.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아니리>
한참 좋아라고 절굿대춤 *을 추었것다.
“여보시오, 마누라. 우리 굶주리던 속에, 쌀 본 김에 밥이나 좀 해 먹읍시다. ㉡아, 우리 권속 *이 몇이제?
내가 자식 놈들이 어찌 많던지 몇 놈이 된 줄을 모르겄어. 가만히 있자. 음, 아리롱이, 다리롱이, 거맹이,
노랭이, 백산이.”
아, 이 흥보가 아들 이름을 짓는데 개 이름으로 전부 지었것다.
“가만히 있거라. 세 보자. 옳지. 자식이 아홉, 우리 내외 합하니 열하나로구나. 아, 굶던 속에 한 사람 앞
에 쌀 한 섬씩 못 먹겠는가? 쌀 열한 섬만 밥을 해라.”
밥을 해제껴 논 것이 닷 마지기 거름 무더기보다도 더 크것다. 흥보가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 자식 놈들
굶주렸던 속에 함부로 밥을 먹다 탈이 날까 싶어서, 밥 영(令)을 내리는디,
“너 이놈들! 내 영전에 밥을 먹었다가는 밥으로 목을 베리라!”
해 노니까, 그래도 자식 놈들이 자기 아부지 영을 꼭 지켰던가, 내, 그저 왼통 철환 나가듯이 할라고 그냥 팍
쭈그리고 앉아서, 자기 아부지 영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적에,
“너 이놈들! 숨 쉬어 감서 밥 먹어라!”
허니까 왼통 철환 나가듯이 ‘웽’ 소리만 났제, 자식 놈들은 하나도 없어졌것다. 아, 이놈들이 다 어디로 도망
갔을까? 아, 이놈들이 그냥 어떻게 세게 갔던지, 밥 속으로 가서 푹 박혀 가지고, 속에서 벌거지 그저 나무
좀먹듯 먹고 나오는디, 참, 자식 놈들 밥 먹는 것 기가 막히게 먹는구나.
“여보시오, 마누라, 내 평생에 원이니, 나 그 꾀 *를 몽땅 벗고, 나도 밥 속으로 가서 폭 파묻혀서 먹어 볼
라요.”
“아이고, 영감, 그러면 나도 그럴라요.”
“허허, 이 사람아. 자네가 남녀가 유별한디, 행여라도 그렇게 하면 못쓰는 것이니, 자네는 여기서 밥 먹는
구경이나 허고, 조금만치씩 먹소.”
흥보가 밥을 먹는디,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을 똘똘 뭉쳐 가지고 훅 어깨 너머로 던져 가지고 두꺼비
파리 잡듯 딸깍딸깍 받아먹는디, 밥 먹는디 무슨 박자가 있으랴마는, 그 밥 먹는 데도 휘모리로 달아 놓고,
밥을 먹어 보것다.

19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휘모리>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밥을 먹는다. 흥보가 좋아라고 밥을 먹는다. 흥보가 좋아라고 밥을
먹는다. 똘똘 뭉쳐 갖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
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똘똘 뭉쳐 갖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던
져 놓고 받아먹고, 던져 놓고 받아먹고, ㉢어찌 밥을 먹어 놓았던지, 밥이 목구멍까지 차 가지고 정신이 없
고, 눈을 뒤집어 까고 흥보가 죽게 되얐구나. 흥보 마누라 밥을 먹다 가만히 보니, 자기 영감이 죽게 되얐는
디, 흥보 마누라 놀래 가지고,
“아이고, 영감! 밥 먹다 죽다니, 이런 일이 어디가 있소? 어라, 아직도 내가 밥을 먹을라면 내, 쌀 석 섬은
더 먹겠구나.”

<아니리>
흥보 자식들이 밥 먹느라고 자기 아버지 죽는 꼴도 못 보것다. 이때 흥보 큰아들놈이 썩 들어오며 제
낏밥 * 먹듯 허것다.
“여, 밥판이 어떻게 되얐소? ” / “아이고, 이 녀석아. 밥이고 뭣이고, 느그 아부지 죽는다!”
“밥 먹다 죽는 게 뉘 아들놈한테 원망을 헌단 말이오? ”
“너 이 녀석아,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 ”
“아, 밥 먹고 죽으면 죽었제, 쓰겄소, 거? 그래, 아부지 이 배가 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스럽게
생겼으니, 한번 튕겨 봅시다.”
‘탁’ 튕겨 노니까, 어떻게 밥을 먹어 놨던지, 뱃가죽이 장구 가죽 되야 갖고 ‘땡그랑’ 소리가 나게 밥을
[A] 먹었던가 보더라. 배꼽에 있는 때가 녹두 알맹이로 그저 똘똘 뭉쳐서 나가는디, 핑기쳐 나가는 소리가
‘팽 팽’ 소리가 나고, ‘땡그랑’ 소리가 나는디 기가 막히것다. 흥보 자식들이 밥을 먹다 땡그랑 소리에
깜짝 놀래 갖고, 우 달려들어 이놈이 땡그랑 탁 튕기고, 저놈이 튕겨서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장단이 맞게 되얐것다. 흥보 자식들이 어떻게 좋던지, 거 여 배를 누르면서 꾹 누르는 것이, ㉣이
때 흥보가 어디 살았는고 하면 팔량치 재 밑에 살았것다. 똥 줄기가 운봉 연재로 그냥 넘어 달아오니까,
그 농군들이 논에서 일을 하다가, 아, 무지갯살같이 그저 불그스름히 넘어오니까 어떻게 놀래 놨던지,
‘황룡 올라간다.’ 하고 전부 절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그해가 운봉 시절은 그냥 몇 해에 풍년이 들어 갖
고 잘되얐제. 이건 잠시 동안에 소리하는 선생, 잠시 저 재담이었다. 흥보가 좋아라고 둘째 통을 들여놓
고 타는디,

<진양조>
“㉤시리렁 실건, 톱질이로고나. 에여루, 당그여라. 시르르르르르르. 실건 실건으 톱질이야. 이 박을 타거
드면,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서 은금보화가 나오너라! 은금보화가 나오거든 형님 갖다가 드릴란다.”
흥보 마누래 화를 내며, 톱 머리를 시르르르르르르 놓고, 뒤로 주춤 물러서서 자기 영감을 물끄러미 보더
니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안 탈라요. 여보, 영감, 형제간이라 잊었소? 동지섣달 추운 날에, 자식들을 맨발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197
극 · 수필 01
을 벗기여, 몽뎅이 무서워 쫓겨나던 일을 죽어도 못 잊겄소. 나는, 나는 안 탈라요. 안 탈라요.”
 - 작자 미상, 「흥보가(興甫歌)」

* 생살지권: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리. * 석숭, 도주공: 중국의 큰 부자. * 기민: 굶주린 백성.
* 절굿대춤: 팔만 벌리거나 몸의 관절만 움직이거나 또는 아래위로만 움직이며 제멋대로 추는 춤.
* 권속: 한집에 거느리고 사는 식구. * 꾀: 옷. * 제낏밥: 음식을 차려 남을 대접하는 밥.

[21001-0192]

01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 서술자가 개입하여 인물이 부유해진 후 바뀐 태도를 설명하고 있다.
② ㉡: 사투리를 사용하여 인물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다.
③ ㉢: 과장된 표현으로 인물을 희화화하여 장면의 해학성을 높이고 있다.
④ ㉣: 공간 묘사를 통해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물의 심리를 암시하고 있다.
⑤ ㉤: 음성 상징어를 사용하여 인물이 받은 보상의 크기를 강조하고 있다.

[21001-0193]

0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흥보가」의 박타는 장면은 이 작품의 절정으로,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서민들에게 대리 만족과
쾌감을 준다. 당시 서민들이 이 박타는 장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유는 흥보의 박 속에 서민들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흥보가 박을 타자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물건은 흥보
가 소망하는 물건이기도 하지만 당시 가난한 서민들의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기본적인 의식주와
관련되어 있다. 흥보는 가난한 서민들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인물로, 그가
박을 타 얻게 되는 것들에는 최소한의 생존도 해결하지 못했던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① 흥보가 ‘돈 한 꾸러미를 손에다가 들고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며 서민들은 자신들의 소망이 이


루어진 것처럼 대리 만족을 느끼겠군.
② ‘엊그제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더니’를 통해 흥보가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겠군.
③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아, 우리 집을 찾아오소.’를 통해 흥보가 가난한 서민들에게 동병상
련(同病相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군.
④ ‘우리 굶주리던 속에, 쌀 본 김에 밥이나 좀 해 먹읍시다.’를 통해 최소한의 먹을거리도 해결
하지 못한 궁핍한 서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⑤ 흥보가 박을 타면서 ‘은금보화가 나오거든 형님 갖다가 드릴란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다
른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흥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19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극 · 수필 정답과 해설 81쪽

[21001-0194]

03 <보기>를 참고할 때,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재담은 소리꾼이 익살과 재치를 부리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담의 구조 중
대표적인 것이 ‘구조 만들기-구조 무너뜨리기’이다. 이는 ‘구조 만들기’에서 수용자가 인과 관계
에 의해 일반적인 결말을 예상하도록 유도한 다음 ‘구조 무너뜨리기’에서 수용자의 예상과는 다르
게 구조를 무너뜨려, 긴장과 이완을 교차시켜 웃음을 유도하는 것이다. 즉 ‘구조 만들기’에서 고조
된 긴장감이 ‘구조 무너뜨리기’에서의 엉뚱한 결말로 이완되면서 웃음이 발생한다. 「흥보가」에서는
이러한 이야기 구조가 계속 반복되면서 재담을 형성하고 있다.

① 흥보 마누라가 ‘아이고, 이 녀석아. 밥이고 뭣이고, 느그 아부지 죽는다!’라고 소리치는 장면


에서 긴장감이 형성되면서 재담의 ‘구조 만들기’가 시작되는군.
② 흥보의 큰아들이 ‘밥 먹다 죽는 게 뉘 아들놈한테 원망을 헌단 말이오? ’라고 어머니에게 대
드는 장면에서 수용자들은 앞으로의 갈등과 긴장이 고조될 것을 기대하겠군.
③ 흥보 마누라가 ‘너 이 녀석아,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느냐? ’라고 큰아들에게 호통치는 장면
은 긴장감을 더욱 고조하면서 인과 관계에 의한 결말을 예상하도록 유도하는군.
④ 흥보 자식들이 흥보의 뱃가죽을 튕기자 ‘땡그랑’ 소리가 나고 배꼽의 때가 ‘팽 팽’ 튕기는 장
면은 ‘구조 무너뜨리기’로 그동안의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웃음이 유발되겠군.
⑤ 흥보의 배를 누르자 똥 줄기가 나와 운봉 연재를 넘어가고 이를 황룡으로 착각한 농군들이
절을 하는 장면은 수용자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므로 새로운 ‘구조 만들기’에 해당하는군.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19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3대
13

극 · 수필 02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제5과장 양반·선비 마당
초랭이: 양반요, 나온 김에 서로 인사나 하소. (인사하는 행동)
양반: 여보게 선비, 우리 통성명이나 하세. / 선비: 예, 그러시더.

(양반과 선비가 서로 절을 하려고 할 때, 초랭이가 양반 머리 위에 엉덩이를 돌려대고 선비에게 자기가 인사를 한다.)

초랭이: 헤헤…… 니 왔니껴? * / 양반: 옛기, 이놈.


선비: 저놈의 초랭이가 버릇이 없구만요.
(중략)
양반: 어흠, 그래 내가 양반이 아니고 또 머로? 여기에 내보다 더한 양반이 어디 있노?

(선비는 부네를 부르고 자리에 앉는다. 양반도 앉는다. 부네는 가만히 선비에게로 가 선비의 어깨를 주무른다. 선비
는 부네가 주무르는 손을 어루만지며, 양반이 보란 듯이 다정스레 대한다. 양반은 선비의 그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긴
다. 초랭이는 이러한 양반의 마음을 읽고 그를 놀려 주기로 생각한다.)

초랭이: 양반요, 어깨 주물러 주까요?

(양반의 ‘오냐’ 소리에 초랭이는 부네의 흉내를 내듯 양반의 어깨를 몇 차례 주무르다가 무릎으로 양반의 어깨를 짓
누르기 시작한다. 양반은 초랭이의 우악스러운 안마에 더 이상 못 참겠던지 초랭이를 뿌리친다.)

양반: 아이쿠, 이놈 어깨 부서질따.

(초랭이는 뒤로 나동그라진다. 다시 일어서 양반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려는 행동을 한다. 부네는 어깨 주무르는
것을 그만두고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중략)
양반: 얘 부네야, 그래 우리 춤이나 한번 추고 놀아 보자.

(상쇠의 가락에 맞춰 양반, 선비, 부네, 초랭이가 어울려 ‘노는 춤’을 추며 마당은 곧 흥에 넘친다. 그러나 양반과 선
비는 부네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하여 춤은 두 사람이 부네와 같이 춤추려는 내용으로 이어져 간다. 부네는
요염한 춤을 추며 양반과 선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의 심경을 고조시킨다. 이것을 간파한 초랭이는 양반과
선비를 싸움 붙이려는 계략을 꾸민다. 우선 양반에게로 가 무언가를 얘기한다. 이에 양반은 초랭이가 시키는 대로 선비
에게로 가 그를 데리고 그 무언가를 얘기하면 선비는 관중석에서 누군가를 찾기 시작한다. 이를 기회로 양반은 부네와
춤을 계속 추게 된다. 관중 속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던 선비는 부네와 어울려 춤추는 양반을 보고는 ‘속았다’는 생각
에 노발대발하여 양반을 부른다.)

선비: 여보게 양반 ― / 선비: 여보게 양반,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양반: 허허, 무엇이 어째? 그대는 내한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20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82쪽

선비: 아니, 그라마 그대는 진정 내한테 그럴 수가 있는가.


양반: 허허, 뭣이 어째? 그러면 자네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선비: 아니 그래, 그대 지체가 내보다 낫단 말인가?
양반: 암, 낫고말고. / 선비: 그래, 낫긴 뭐가 나아.
양반: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 / 선비: 아니 뭐라꼬, 사대부?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
양반: 아니, 팔대부? 그래, 팔대부는 뭐로? * / 선비: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뭐가 어째, 어흠, 우리 할뱀 *은 문하시중을 지내셨거든.
선비: 아, 문하시중. 그까짓 것…… 우리 할뱀은 바로 문상시대인걸.
양반: 아니 뭐, 문상시대? 그건 또 머로?
선비: 에헴, 문하보다는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는 시대가 더 크다 이 말일세.
양반: 허허, 그것 참 빌 꼬라지 다 보겠네. 그래,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선비: 에헴, 그라만 또 머가 있단 말인가? / 양반: 학식이 있어야지, 학식이. 나는 사서삼경을 다 읽었다네.
선비: 뭐 그까짓 사서삼경 가지고. 어흠, 나는 팔서육경을 다 읽었네.
양반: 아니, 뭐? 팔서육경? 도대체 팔서는 어디에 있으며 그래 대관절 육경은 또 뭔가?

(초랭이는 여태까지 두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듣다가 잽싸게 끼어든다.)

초랭이: 헤헤헤, 난도 * 아는 육경 그것도 모르니껴. 팔만대장경, 중의 바라경, 봉사의 앤경, 약국의 길경 *,


처녀의 월경, 머슴의 새경 * 말이시더―

(초랭이는 ‘머슴의 새경’을 더욱 강조하여 자신의 새경에 못마땅함을 보인다.)

선비: 그래, 이것도 아는 육경을 양반이라카는 자네가 모른단 말인가?


양반: 여보게 선비, 우리 싸워 봤짜 피장파장이꺼네 저짜 있는 부네나 불러 춤이나 추고 노시더.
선비: (잠시 생각하다가) 암, 좋지 좋아.
 - 작자 미상, 「하회 별신굿 탈놀이」

* 니 왔니껴? : 너, 왔습니까? * 뭐로? : 뭐야? * 할뱀: 할아버지.


* 난도: 나도. * 길경: 도라지. * 새경: 머슴에게 주는 임금.

[21001-0195]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극 중 인물은 품위 있는 대사와 절제된 행동을 보여 주고 있다.
② 공간적 배경의 변화에 따른 극 중 인물의 심리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③ 다양한 무대 장치와 소품을 활용하여 관중이 극 중 현실에 몰입하게 하고 있다.
④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을 나란히 제시하여 장면을 확장하고 있다.
⑤ 무대와 관중석의 구분 없이 공연자가 관중석을 넘나들게 하여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1
극 · 수필 02 정답과 해설 82쪽

[21001-0196]

0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웃음의 이유에 관한 여러 설명 중 우월론, 부조화론, 해방감론이 있다. 우월론은 다른 사람의 어
리석은 언행을 보면서 자신이 상대적인 우위에 있다는 느낌, 즉 우월감이나 자만심을 느낄 때 웃음
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부조화론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하나로 어울려 있을 때 웃음이 생겨난
다고 설명한다. 부조화론에 따르면 모순되는 것들 사이에 불일치의 정도가 심할수록 웃음의 강도
도 높아진다. 해방감론은 사회적 억압에서 해방되어 안도감을 느끼거나 본능적 욕구가 충족될 때
웃음이 터져 나온다고 설명한다.

① 서민인 초랭이가 ‘양반 머리 위에 엉덩이를 돌려대고’, ‘무릎으로 양반의 어깨를 짓누르’는 장


면에서, 조선 시대 서민들은 잠시 지배 계급의 억압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어 웃을 수 있었겠군.
② 양반에게 ‘옛기, 이놈.’ 하고 혼이 나고, 선비에게도 ‘저놈의 초랭이가 버릇이 없구만요.’ 하
고 꾸지람을 당하는 초랭이의 모습에서, 조선 시대 서민들은 자신이 초랭이보다 낫다는 우
월감을 느껴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겠군.
③ ‘여기에 내보다 더한 양반이 어디 있노? ’라며 위엄을 세우는 동시에 부네에게 ‘춤이나 한번
추고 놀아 보자.’라며 점잖지 못한 행동을 하는 양반의 모습에서, 관중은 양반의 언행에 모순
이 있는 것을 보고 웃을 수 있었겠군.
④ ‘나는 사대부의 자손일세.’라는 양반의 진지한 발화를 ‘나는 팔대부의 자손일세.’라며 선비가
말장난으로 대꾸하는 담화 장면에서, 관중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한 장면에 뒤섞여 있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겠군.
⑤ ‘육경’에 대한 초랭이의 엉터리 설명에 ‘이것도 아는 육경을 양반이라카는 자네가 모른단 말
인가? ’ 하고 동조하는 선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관중은 자신이 선비보다 상대적인 우
위에 있다는 느낌을 받아 웃음을 터뜨릴 수 있었겠군.
[21001-0197]

03 윗글에 나타난 주된 갈등을 <보기>와 같이 정리하였다. <보기>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DIC 377s

것은?

㉯ 자신의 지체를 ㉰ 자신의 학식을


㉮ 부네를 차지하려는
 자랑하려는 양반과  자랑하려는 양반과
양반과 선비 사이의 갈등
선비 사이의 갈등 선비 사이의 갈등

① ㉮에서 초랭이의 계략은 양반과 선비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② ㉮에서 양반과 선비를 대하는 부네의 태도는 두 사람의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이다.
③ ㉯에서 자신의 지체를 거론해 선비를 이기려 했던 양반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④ ㉰에서 양반과 선비가 서로 화해하는 데 초랭이의 중재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⑤ ㉯와 ㉰에서 양반과 선비 사이에 생겨난 갈등은 ㉮에 나타난 두 사람의 갈등에서 비롯한다.

20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극 · 수필 03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637년 1월 18일
18일에 홍서봉, 최명길, 윤휘에게 국서를 주어 적진에 보내니 용골대가 “마부대가 다른 데에 나갔으
니 받지 못하노라.” 하고 또 이르기를, “내일이나 모레 두 날 중에 싸우리라.” 했다. 이때 국서의 내용
은 이와 같았다.

조선 국왕 모(某)는 대청국 관온 인성 황제께 글을 올립니다. 엎드려 명지(明旨)를 받으니 간절히 책


망하신 것은 지극하게 가르쳐 주신 것으로서 추상(秋霜)같은 엄한 말 가운데 따뜻한 봄기운의 뜻을 담
으셨으니 엎드려 읽음에 황송하고 감사하여 몸 둘 곳이 없습니다.
대국의 위엄과 덕이 멀리까지 더하고 모든 제후의 나라가 사례해야 마땅하고 천명과 인심이 돌아갔으
니 크나큰 명(命)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입니다. 소방*이 10년 형제로서 도리어 죄한 것이 많으니 미치지
못할 뉘우침이 있습니다. 이제 원하는 것은 다만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어 옛 버릇을 한결같이 씻어
버리고 온 나라가 명을 받들어 여러 제후국과 대등하게 되는 것뿐입니다. 진실로 위태로운 심정을 굽어
살피시어 극진히 구완하시고 스스로 새롭게 되기를 허락해 주신다면 문서(文書)와 예절(禮節)은 당연히
[A] 행해야 할 의식(儀式)이 있으니, 강구하고 정해서 시행하는 것이 오늘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성에서 나오라고 하는 명은 진실로 어진 뜻이지만 포위된 것이 풀리지 않았고 황제의 노여움이 크니
이곳에 있어도 죽고 성에서 나와도 또한 죽을 것입니다. 이러므로 용기(龍旗) *를 우러러보며 죽음의
갈림길에서 결단하자니 그 심정이 또한 서럽습니다. / 소방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가 이러하니 이것이
경계함이요, 명(命)에 따르는 것입니다. 황제께서 바야흐로 만물을 살리는 천지의 마음을 갖고 계신다
면 소방이 어찌 온전히 살려 주고 관대하게 길러 주는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수가 있겠습니까?
황제의 덕이 천지 같으니 감히 실정을 드러내 말하고 공손히 은혜를 기다립니다.

이는 이조 판서 최명길이 지은 것이다. / 예조 판서 김청음(김상헌)이 비국(비변사)에 들어가 이 편지


를 보고 손으로 찢고 실성통곡하니 곡성이 대궐 안에 사무쳤다.
이로 인하여 김 공이 최명길에게 이렇게 일렀다. / “대감이 차마 어찌 이런 일을 하시오? ”
그러자 명길이 가만히 웃으며 말하였다. / “대감이 편지를 찢었으니 우리는 당당히 죽으리라.”
그러고는 종이를 낱낱이 주워 모아 붙였다. / 병조 판서 이성구가 크게 화를 내며 일렀다.
“대감이 전부터 척화하여 나랏일이 이에 이르렀으니 대감이 마땅히 적진에 갔으면 하오.”
김청음이 대답하였다.
“내가 죽고자 했으나 자결하지 못했더니 만일 적진에 보내어져 죽을 곳을 얻으면 이는 그대의 은혜로다.”
김청음은 말을 마치고 하처 *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통곡하기를 그치지 않고 이날부터 밥을 먹지 않고
스스로 죽기를 기약하였다.

1637년 1월 19일
19일에 최명길과 윤휘가 적진에 가서 국서를 전했으나 끝내 답서를 내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우상 * 이하
(以下)가 그냥 돌아오니 참판 한여직이 일렀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3
극 · 수필 03
“ 국서에 한 글자를 쓰지 않았으니 내 이미 답서를 주지 않을 줄 알았노라. 한 글자는 실로 클 ‘거(巨)’ 자
라. 이제 김 공이 하처로 나갔으니 이때를 타서 그 글자를 급히 써야 할 것이오.”
그러자 명길이 “그 말이 옳다.” 하고는 ‘신(臣)’ 자 쓰기를 정하였다. (하략)

1637년 1월 21일
21일 동틀 무렵에 우상 이하가 적진에 가서 국서를 전하고 저녁에 다시 나아가 답서를 받으려 했다. 그러
나 출성하기와 척화 신하들을 잡아 보내는 일을 임금께서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적들이 크게 노하여 국
서를 그냥 보내고 ㉠답을 주지 않았다. (하략)

1637년 1월 23일
23일에 임금에게 병이 있어 몸이 불편하였다. 내국이 가져온 약재가 다만 정기산 열 첩뿐이었다. 정
기산 두 첩을 지어 진어하니 즉시 나으셨다.
적이 척화신을 보내지 않는다고 화친을 허락하지 않으니, 체부 * 중군 신성인과 남양군 홍진도, 구굉
[B]
이 밤새도록 적진에 왕래하며 가만히 의논하였다. 그런 후에 수원, 죽산의 장관(장수) 등과 훈련도감 초
관 수백 명을 부추겨 먼저 체부에 갔다. 그리고 칼을 어루만지며, 임금 앞에 가서 척화신을 내놓으라 할
것을 보챘다. 대개 수원 부사는 구인후요, 죽산 부사는 구인기, 군병은 구굉에게 속했고, 신경진이 훈련
대장이었는데, 이것이 모든 군병의 뜻은 아니었다. (하략)
 - 작자 미상, 「산성일기(山城日記)」

* 소방: 소국(小國). * 용기: 황제를 상징하는 깃발, 또는 황제의 사신이 들고 있는 깃발.


* 하처: 웃어른이나 점잖은 손님이 길을 가다가 머무르는 곳을 높여 부르는 말.
* 우상: 우의정의 다른 말. * 체부: 체찰사가 지방에 나가 일을 보던 관아.

[21001-0198]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닌 것은?


DIC 377s

① 임금의 병을 위한 약재가 충분하지 않았다.


② 김청음은 최명길이 쓴 국서에 대해 반발했다.
③ 척화신을 적에게 보내라고 임금을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④ 최명길과 한여직은 답서를 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생각이 달랐다.
⑤ 이성구는 현재의 상태가 김청음의 주장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21001-0199]

02 ㉠의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조선의 임금이 국서를 직접 쓰지 않았기 때문에
② 지위가 낮은 신하들이 국서를 전하러 왔기 때문에
③ 조선의 척화 신하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④ 청국의 황제를 높이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⑤ 조선의 임금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20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3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83쪽

[21001-0200]

03 국서의 내용 에 드러난 상황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임금은 황제와 자신이 동등한 처지에 놓였다고 생각하고 있군.


② 황제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하지만 실상은 음해하려는 것이군.
③ 출성하라는 청 황제의 명에 대해 임금은 난처한 입장을 밝히고 있군.
④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을 구별하며 조선을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군.
⑤ 임금은 청과 서로 협력하는 것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군.

[21001-0201]

04 <보기>와 [A], [B]를 비교하여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인조실록』 1637년 1월 18일 기사 일부
•최명길이 마침내 국서(國書)를 가지고 비국에 물러가 앉아 다시 수정을 가하였는데, 예조 판서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김상헌이 밖에서 들어와 그 글을 보고는 통곡하면서 찢어 버리고, 인하여 입대(入對)하기를 청
해 아뢰기를, (하략)
•이조 참판 정온(鄭蘊)이 대죄(待罪)하기를, / “신 또한 화친을 배척하였으니, 청나라 진영에 나
아가 죽게 하소서.” / 하니, 상이 따르지 않았다.
•눈이 크게 왔다.

377s_$[ScreenRuling]
㉯ 『인조실록』 1637년 1월 23일 기사 일부
•예조 판서 김상헌이 관을 벗고 대궐 문밖에서 짚을 깔고 엎드려 적진에 나아가 죽게 해 줄 것
을 청하였다.
•세자가 인마(人馬)를 정돈하여 오랑캐 진영에 나가게 하도록 하라고 급히 영을 내리니, 묘당이
회달(回達)하였다. / “신자로서 차마 듣지 못할 일이기에 감히 영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수원(水原)의 장관(將官)들이 정원(政院) 문밖에 모여 화친을 배척한 신하를 내보내도록 청하
였다.

① [A]와 <보기>의 ㉮는 모두 국서를 둘러싼 신하들 간의 갈등을 제시하고 있군.


② [A]와 <보기>의 ㉮는 모두 당시에 벌어졌던 일을 사실적으로 서술함으로써 객관적 성격을
띠고 있군.
③ [B]와 <보기>의 ㉯는 모두 왕명을 거부하는 신하들의 모습을 통해 혼란스러운 사회상이 드
러나고 있군.
④ [B]는 <보기>의 ㉯와 달리 장관들이 벌인 일에 대한 글쓴이의 비판적 태도를 엿볼 수 있군.
⑤ [A]와 [B]는 <보기>와 달리 당대의 상황에 대한 신하들의 대응을 서술함으로써 무능한 임금
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하는군.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5
극 · 수필 04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낙하생(洛下生) *이 사는 집은 높이가 한 길이 못 되고, 너비는 아홉 자가 못 된다. 인사를 하려고 하면 갓


이 천장에 닿고, 잠을 자려고 하면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한여름에 햇빛이 내리쬐면 창문이 뜨겁게 달아오
른다. 그래서 둘러친 담장 밑에 박을 10여 개 심었더니, 넝쿨이 자라 집을 가려 주었다. 그러자 우거진 그늘
때문에 모기와 파리 떼들이 어두운 곳에서 서식하고, 뱀들이 서늘한 곳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 자
주 일어나 등촉을 들고 마당을 살펴보았다. 가만히 있으면 가려움 때문에 긁느라 지치고, 이리저리 움직이
면 쏘아 대는 것이 두렵다. 이를 걱정하고 신경 쓰느라 병이 생겼으니, 소갈증이 심해지고 가슴도 막힌 듯
답답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이러한 사정을 자세히 말하곤 했다.
서울에서 온 어떤 나그네가 내 말을 듣고 위로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예전에 몸소 겪었던 일을 말해 주
었다.
저는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장사를 했습지요. 영남 땅의 나루터, 정자, 역정(驛亭), 여관 그리고 궁벽한 고
을의 작은 주막들에 이르기까지 제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답니다. 무더운 여름철에 여행객과 나그네
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답니다. 수령과 보좌 관원이 먼저 내실을 차지한 채 서늘하게 지내고, 바람 부는 곁채
와 시원한 평상은 아전과 역졸(役卒)들이 차지하지요. 오직 뜨거운 구들과 뜨뜻한 침상에는 벽을 뚫고 관솔
불이 비쳐 들고 대자리를 깎아 빈대를 쫓아내는 곳만이 남게 되지요. 그곳만은 어느 누구도 다투지 않으며,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 이틀 밤을 묵고 지내는 곳이랍니다.
밤이 깊어 사람들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면 마치 가마솥에서 밥이 뜸들 듯한답니다. 게다가 고약한 액취가
나는 사람, 방귀 뀌는 사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사람, 이를 빡빡 가는 사람, 옴이 나서 벽을 긁어 대는
사람, 잠꼬대를 하며 욕하는 사람 등등 갖가지 모습을 연출하니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랍니다. 이리저
리 뒤척거리다가 도저히 견디지 못한 사람은 옷가지를 집어 들고 돗자리를 끼고서 부엌 바닥이나 방앗간,
외양간이나 마구간 등을 찾아다니면서 잠자리를 너댓 번씩 옮깁니다.
그런데 여관집의 노비를 보면 이와 다릅지요. 때가 잔뜩 낀 지저분한 얼굴을 하고 부지런히 소나 말처럼
분주히 오가며 일을 하지요.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빌붙어 아침저녁을 해결하니, 버려진 음식도 달게 먹
는답니다. 그 사람은 취하여 배부르면 눕자마자 잠이 들지요. 우리네들이 예전에 견디지 못하는 것을 그 사
람은 편안하게 여기니, 마치 쌀쌀한 날씨 속에 선선한 방에서 잠자듯 한답니다. 그의 모습을 살펴보면 옷은
다 해지고 여기저기 꿰매었지만 살결은 튼실하고, 특별한 재앙을 겪지 않고 천수를 누리고 있지요.
이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랍니다. 그 사람은 자기가 사는 곳을 여관으로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본래
정해진 운명이라고 여깁니다. 온갖 걱정과 근심으로 자기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없고, 끙끙거리며 탄식
하느라 기운을 허하게 하는 일도 없지요. 그래서 ㉠재앙을 특별히 겪지 않고 천수를 누릴 사람이랍니다.
또 이런 말도 있습지요. 지금 이 세상은 살아 있는 사람을 봉양하고 죽은 사람을 장사 지내는 여관 같은
곳입니다. 그리고 이 여관은 하룻밤이나 이틀을 묵고 가는 곳입니다. 지금 그대는 이러한 여관에 몸을 기탁
해 사는 데다가, 다시 또 멀리 떠나와 궁벽한 골짜기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여관 중의 여관에 머
물고 있는 셈이지요.

20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85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3 대-B뒷면__DIC


저 여관집의 노비는 일자무식한 사람입니다. 다만 그는 여관을 여관으로 여기면서, 음식도 잘 먹고
하루하루를 지내니,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치지 못하고 질병도 해를 입히지 못한답니다. 그런데 그대는
도를 지키고 운명에 순종하며, 소박하고 솔직한 태도로 행하는 분입니다. 그런데 여관 중의 여관에서
[A]
지내면서도 여관을 여관으로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자기 스스로 화를 돋우고 들볶아 원기를 손상시키
니, 병이 생겨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대가 배우기를 바라는 것은 옛날 성현의 말씀인데도,
오히려 여관집의 노비가 하는 것처럼도 하지 못하는구려.

이에 그 말을 서술하여 벽에 적고 「포화옥기」라 하였다.


 - 이학규, 「포화옥기(匏花屋記)」

* 낙하생: 글쓴이의 호.

[21001-0202]

01 ㉠과 같이 판단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①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② 질병에 걸리지 않는 좋은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③ 거처를 정할 때에 다른 사람들과 다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④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만족감을 얻기 때문이다.
⑤ 주변에서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77s_$[ScreenRuling]
[21001-0203]

02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청자의 태도를 높이 평가하며 그에 대한 흠모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② 청자와 지적 수준이 다른 대상을 제시하여 청자의 우세를 예측하고 있다.
③ 청자의 처지에 대해 우려하는 감정을 드러내며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④ 청자가 알고 있는 권위자의 말을 인용하여 자신의 말의 타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⑤ 청자가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비유적으로 제시하여 청자의 생각이 지닌 장점을 언급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7
극 · 수필 04 정답과 해설 86쪽

[21001-0204]

03 윗글의 구조와 맥락을 <보기>와 같이 나타냈을 때, 이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유배지의 옹색한 ㉯ 장사를 했던 ㉰ 옹색한 집에 ‘박꽃이 피는


집에 대해 사대부로서  한 나그네를 만나  집’이라는 뜻으로 ‘포화옥’이라는
가지는 불만을 말함. 이야기를 들음. 이름을 붙이고 이에 대한 기(記)를 씀.

① ㉮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자세히 말하곤 했’던 ‘사정’에는 사대부 출신으로서 좁고 불편


한 집에 사는 유배객의 불평과 불만이 담겨 있군.
② ㉮에서 ‘창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여름철의 문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박을 심은 일은 ㉰
에서 ‘포화옥’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관련이 있군.
③ ㉯에서 만난 나그네가 말한 여관집의 노비는 글쓴이와 달리 ‘옛날 성현의 말씀’에 담긴 진리
를 배우고 이를 받아들여 실천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군.
④ ㉯에서 ‘뜨거운 구들과 뜨뜻한 침상’에서 자지 못하고 잠자리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은 불편
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글쓴이와 유사한 인물들이군.
⑤ ㉮에서 서술한 옹색한 집을 ㉰에서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포화옥’으로 명명한
것은 집이 잠시 머무는 여관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군.

2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4 (문학)_본문(2도)_14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갈래
극 · 수필
복합 05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사병 A: 여러 아주머니들도 잘 아시겠지만 앞으로 대대적으로 공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공비들이 숨을 수


없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려다볼 때 환히 보일 수 있어야만이…….
(군중들은 그 참뜻을 알았다는 듯 수긍을 한다.)

양 씨: 그렇지만 저 대밭만은 안 돼요. 우리 조상 대대로 지켜 내려온 대밭을 내 눈앞에서 불사르다니 그게


될 말이오. 차라리 나를 죽이고 나서 해요.
사병 B: (딱하다는 듯) 몇 차례 설명하면 알겠소? (사병 A에게) 자, 가세.
(두 사람이 우편 대밭 쪽으로 가려고 하자 점례가 길을 가로막는다.)

점례: 가까이 가서는 안 돼요. / 사병 A: 당신은 또 뭐야?


점례: (빌면서) 그 대밭만은 태우지 말아요. 그걸 잃어버리면 우린 다 죽어요. 우리 식구를 살리려거든 대밭
을 살려 주세요.
(점례의 진실한 태도에 모두들 절박감을 느낀다.)

사병 A: 군대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겁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 전체의 뜻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으니


까요. 저리 비키시오. / 점례: 제발! 소원이에요. (하며 매달리자 양 씨는 사병 B에게 매달린다.)
양 씨: 여보시오! 당신네 집에선 제사도 조상도 모르오? 제발 우리 사정 좀 봐줘요. 내 아들이 팔아서 장사
하겠다고 조를 때도 내가 싫다고 우긴 대밭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사병 B: (휙 뿌리치며) 어서 가……. (하며 급히 뛰어가자 사병 A도 급히 뒤를 따른다.)
점례: (미칠 듯이) 안 돼요! 거기 들어가면 안 돼요!
양 씨: 아이고! 우리 집이 망한다! 우리 집이……. (하며 덤비자 옆에서들 말린다.)
(잠시 후 총소리가 연달아 일어나자 대나무에 불붙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퍼져 나온다. 점례와 양 씨는 넋 나간 사람
처럼 말없이 뒷걸음을 쳐 간다. 거기엔 절망이라기보다 공허감이 더 짙다.)

쌀례네: 정말 아까운 대밭이었는데…….


이웃 아낙 을: 이게 얼마 있으면 죽순이 한창일 터인데…… 아깝지…….
이웃 아낙 갑: 어이구…… 우리 살림은 하나씩 없어지기만 하고 느는 것은 나이뿐이니…….
(하늘엔 불꽃이 모란보다 더 곱게 물들어 간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모인다. 훨훨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그저 혀만
차고 있는 허탈한 얼굴들.)

점례: (갑자기 일어서며) 선생님! 선생님! 안 돼요. (하며 뛰어가려 하자 몇 사람이 붙들고 말린다.)
쌀례네: 참어! 점례! 정신을 차리라니까. / 점례: 나도 같이 타 죽을 테야. 대밭으로 보내 줘.
양 씨: (이제 지칠 대로 지쳐서) 아이구, 이 자식아.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때 네 말대로 팔아나 버릴 것을.
(이때 “저놈 잡아라.”, “누구야.” 하며 외치는 군인들의 목소리. 그와 함께 총소리가 연달아 일어난다. 모두들 겁에
질려서 오른편으로 물러간다. 점례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쌀례네: 무슨 소리야? / 이웃 아낙 을: 누가 있었나 보지? (이때 방에서 김 노인이 나온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09
극 · 수필 05
김 노인: 오늘은 귀가 신통히도 잘 들리는구나. 무슨 사냥이냐? 멧돼지 고기에 소주는 제맛이다만…….
(이때 사병 A와 B가 총에 맞아 의식을 잃은 규복을 질질 끌고 나온다. 군중들 사이에 새로운 파동이 퍼진다. 규복을
마당 복판에 눕힌 다음 사병은 군중을 휘돌아본다.)

사병 A: 이 사람이 누구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사병 B : 이 마을 사람이 아니오? / 이웃 아낙 갑 : 우리 동네에서 사내 냄새가 없어진 지는 벌써 이태나 된 걸요.


(사병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뭐라고 수군거린다.)

이웃 아낙 을: 정말 귀신 곡할 일이지. 그 대밭 속에 사내가 숨어 있었다니.


이웃 아낙 갑: 혹시 산에서 내려온 사람이 아닐까?

(사병 A가 급히 한길 쪽으로 퇴장한다.)

사병 B: 대밭에다 움을 파고 오랫동안 살아온 흔적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단 말이오?


(서로가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점례는 멍하니 내려다보고만 있다.)

양 씨: 우리 대밭에 사내가? (점례에게) 너도 못 봤지? / 점례: (고개만 저을 뿐 대답이 없다.)


쌀례네: 이상한 일이지……. (하다 말고 양 씨에게 눈짓을 하자 그것이 무슨 전염병처럼 퍼져 최 씨에게 집중된다.)
(아까부터 반신반의의 상태에 있던 최 씨는 자기에게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의식하자 화를 낸다.)

최 씨: 왜 나만 보고 있어? (사이) 옳지. 내 딸이 이 사내하고 정을 통했단 말이지? 좋아. 그럼, 내가 데리고


나와서 결판을 지을 테니. (하며 사월이 이름을 부르며 자기 집으로 들어간다.)
(이때 가까이 와서 시체를 들여다본 김 노인이 무릎을 탁 치며 소리를 지른다.)

김 노인: ㉠이놈은 바로 새로 들어온 머슴이구먼.


일동 : (약속이나 한 듯) 머슴? / 양 씨 : (큰 소리로) 아버님 아는 사람이에요?
김 노인 : 응…… 우리 집 머슴 아니냐? / 양 씨 : 노망했어, 노망! 우리가 머슴 부릴 팔자예요?
(일동은 크게 웃는다. 이때 최 씨의 비명 소리가 들리며 그녀가 밖을 내다본다.)

최 씨 : 사람 살려요! 우리 딸이…… 우리 딸이……. / 쌀례네 : 사월이가?


(군중들, 우 하니 그쪽으로 몰려간다. 최 씨의 통곡 소리가 높아 가고 아기 우는 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이웃 아낙 갑: 양잿물을 먹었어? 저런…….


(점례는 말없이 규복의 시체 옆에 다가와서 손발을 반듯이 제자리에 놓는다.)

사병 A: 손을 대지 마요.
점례: (거의 무표정하게) 내가 손을 댔다고 시체가 되살아나서 말을 하진 않을 거예요. 모든 것은 재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하며 서서히 일어선다.)
(하늘이 피보다 더 붉게 타오르자 규복의 얼굴에도 반영되어 한결 처참하게 보인다. 멀리서 까치 우는 소리. 마루 끝
에 앉아 있던 김 노인이 또 밥을 재촉한다.)

2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87쪽

김 노인: ㉡밥은 아직 멀었냐? 오늘은 귀가 터진 것 같구나.


(최 씨의 곡성이 높아 간다.)

-막-
 - 차범석, 「산불」

[21001-0205]

01 윗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양 씨는 대밭을 팔려는 아들의 생각을 꺾은 적이 있다.
② 이웃 아낙들은 사내가 대밭에 숨어 있었던 사실을 알지 못했다.
③ 사병 B는 군대의 명령과 점례 가족의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였다.
④ 쌀례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사월과 규복의 관계를 의심하였다.
⑤ 사병 A는 대밭을 불태워야 하는 이유를 마을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21001-0206]

02 <보기>를 참고할 때, ‘대밭’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산불」에서 ‘대밭’은 우연히 빨치산이 되었다 탈출한 교사 출신의 규복을 점례가 숨겨 줌으로써
극의 중심 갈등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결국 불태워짐으로써 극을 파국으로 이끈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대밭’과 다양한 관련을 맺으며 ‘대밭’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① 점례에게는, 자신이 숨겨 준 선생님이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지켜야 할 비밀을 지닌 공간이다.


② 양 씨에게는, 오랫동안 대물림되어 온 곳이라는 점에서 소중하게 지켜야 할 가치를 지닌 공
간이다.
③ 최 씨에게는, 딸의 죽음을 직접 확인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부정하고 싶은 현실과 마주하는
공간이다.
④ 사병을 포함한 군인들에게는,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불태워 없애야 하
는 공간이다.
⑤ 이웃 아낙 갑, 을에게는, 경제적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없어지는 데 아쉬움
을 느끼는 공간이다.
[21001-0207]

03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사건 해결의 단서를 제공해 주고, ㉡은 시간의 경과를 드러낸다.
② ㉠은 급박한 극의 흐름을 지연시키고, ㉡은 극적 상황을 반전시킨다.
③ ㉠은 갈등이 해소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한다.
④ ㉠은 극의 긴장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은 결말의 비극성을 심화한다.
⑤ ㉠은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은 장면을 극대화하여 웃음을 유발한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1
극 · 수필 06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S# 39. 방송국 전경(낮)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흐르는 가운데 방송국 건물이 비에 젖고 있다. 카메라 스튜디오 창가로 다가가면 석영이 창
가에 서서 밖을 보고 있다. 노란 우비를 입은 한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방송국 입구를 지나 방송국 마당으로 들어오
고 있다.

S# 40. 라디오 스튜디오(낮)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계속 흐르고……. 창밖을 보던 석영이 고개를 돌려 부스를 보면 최곤과, 박민수까지 짬뽕을
먹고 있다. 배달부 장 씨, 부스 안에서 최곤의 헤드폰을 끼고 음악에 흠뻑 취해 있다. 석영, 포기하는 표정으로 다시 창
밖을 바라본다. 그때 김 양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김 양: (낭랑한 목소리로) 커피 시키신 분.


박민수: (부스 안에서 마이크 통해) 여기.

하고 손을 흔든다.
(jump* )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 계속 흐르고 있다. 최곤, 김 양이 배달해 온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김 양,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에 젖어 든다. 석영이 최곤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 양: 아저씨, 이 노래 한 번만 더 틀어 주면 안 돼?

최곤, 보면

김 양: 안 돼요? 우리 다방은 리필해 주는데.


최곤: 그러지 뭐.
김 양: 난 이 노래 들으면 엄마 생각나더라. 우리 엄마 십팔번이거든.

그때 석영이 들어온다.

석영: 나와요.
김 양: 손님 다 마실 때까지 옆에 있는 거예요.

노래 끝나 간다. 최곤을 노려보던 석영이 나가려는 순간,

최곤: (석영 들으란 듯) 너 엄마한테 한마디 할래?

최곤 말에 깜짝 놀라는 김 양.

김 양: 아저씨 뭔 이야기를 해?
최곤: 엄마 십팔번이라며. 엄마 이야기해.

2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석영, 멈춰 돌아보고 노래 완전히 끝난다.

최곤: (마이크 올리고) 오늘은 애청자 중 한 분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밖에서 듣고 있던 박민수와 박 기사가 놀란다. 최곤, 김 양에게 얘기하라고 손짓한다. 석영, 화난 표정으로 최곤을
바라본다.

김 양: (마이크 앞으로 다가앉으며) 안녕하세요? 저는 요 앞 터미널 바로 건너편 터미널 다방에 근무하는 김 양


입니다.

INS.* 터미널 다방. 다방 안 스피커에서 김 양의 목소리가 나오자 다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다.

박 양: 김 양이다.
손님 1: 쟤 저기서 뭐하는 거냐?
김 양(E.* ): 저, 먼저…… 평소 터미널 다방을 이용해 주시는 손님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구요.

김 양의 말에 다방 손님들과, 특히 사장이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김 양(E.): 세탁소 김 사장님하고 철물점 박 사장님, 이번 달에는 외상값 꼭 갚아 주세요. 김 사장님 4만 7천


원이구요…….

INS. 영월 시내 세탁소 내부. 세탁소 사장,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얘기를 듣다 놀란다.

김 양: 철물점 박 사장님…… 맨날 쌍화차 드셔서 좀 많은데…… 10만 4천 원인데…… 4천 원 까고 10만 원


만 받을게요.

INS. 영월 시내 철물점. 철물점 사장,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얘기를 듣고 당황한다. 옆에서 철물들을 정리하던
사장의 와이프가 남편을 째려본다.

김 양: 안 갚으시면 제 월급에서 까지는 거 아시죠?

스튜디오, 김 양의 말 계속 이어진다.

김 양: (잠시 뜸들이다) 엄마, 나 선옥인데…… 나 방송 출연했거든. 엄마, 잘 있지?

석영,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최곤을 노려본다. 최곤, 석영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김 양에게 계속 말하
라고 손을 흔든다. 김 양, 잠시 말을 멈추더니 표정이 무거워진다.

김 양: 엄마, 비 오네. 엄마, 기억 나? 나 집 나오던 날도 비 왔는데. 엄마, 알어? 나 엄마 미워서 집 나온 거


아니거든. 그때는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울음을 삼키며) 집 나와서 생각해 보니까 세
상 사람들 다 밉고, 엄마만 안 미웠어……. 그래서 내가 미웠어. 엄마, 나 내가 너무 미워서…… 좀 막
살았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더 미워.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3
극 · 수필 06
김 양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석영의 표정이 동정으로 변한다.
INS. 지국장실. 라디오에서 나오는 김 양의 사연을 듣고 있는 지국장의 표정 슬프다.

김 양: 엄마, 나 비 오면 엄마가 해 주던 부침개 해 보거든. 근데 엄마가 해 주던 것처럼 맛있게 안 돼. 이렇


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봤는데 잘 안 돼. 엄마,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하고는 무너져 테이블에 고개를 묻고 흐느낀다. 최곤이 김 양을 바라보다 김추자의 「빗속의 여인」을 내보낸다. 김 양의
흐느낌이 노래에 묻힌다. 최곤, 부스를 나온다. 석영이 김 양을 측은하게 바라본다. 최곤이 창가에 선 박민수에게 다가
가면 박민수의 눈이 젖어 있다.

최곤: 뭐야?
박민수: 장마가 지려나?

박민수, 괜히 목을 빼고 창밖을 바라본다.

 - 최석환, 「라디오 스타」

* jump : 시나리오 용어. 같은 신 내에서 의도적으로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끊는 편집 방식을 의미함.
* INS.(Insert) : 시나리오 용어. ‘일련의 화면 중간에 삽입된 화면’을 의미함.
* E.(Effect) : 시나리오 용어. ‘효과음’을 의미함.

[21001-0208]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사를 통해 특정 인물의 감정이 고조되어 가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② 상징적인 매개물을 통해 기존의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③ 다양한 일상적 공간을 활용하여 사건이 발생한 역사적 배경을 드러내고 있다.
④ 인물에 대한 지시문의 묘사를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⑤ 연속된 장면들을 역순행적으로 배열하여 중심인물 간 갈등 심화의 원인을 부각하고 있다.

[21001-0209]

02 윗글의 인물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김 양은 엄마를 미워하던 과거를 후회하고 있다.
② 최곤은 충동적으로 김 양을 라디오 진행에 참여시키고 있다.
③ 석영은 김 양의 사연을 듣고 최곤에 대한 호감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④ 박민수는 김 양의 사연으로 인한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최곤에게 숨기려 하고 있다.
⑤ 지국장은 최곤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김 양의 사연에 공감하고 있다.

21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극 · 수필 정답과 해설 88쪽

[21001-0210]

0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시나리오의 구성은 ‘장면의 배치와 연결’로 파악되며, 이러한 구성을 원활하게 하는 요건 중 ‘이
동의 원칙’이 있다. 이동의 원칙은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매개의 요소와 관련된 원칙이다. 한 장
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두 장면을 매개하는 요소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다면, 이야기의 전
개는 위태롭게 된다. 그래서 장면의 전환에는 인물의 등장, 분위기의 조성, 사건과 공간의 배치 등
과 같은 내적 필연성을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① S# 39의 ‘노란 우비를 입은 한 여성’은 S# 40의 김 양과 동일 인물로, 서로 공간을 달리하는


두 장면을 연결하고 있다.
② S# 39의 배경 음악은 S# 40이 끝나는 대목까지 두 번 반복되면서, 두 장면에서 공통된 분위
기를 조성하고 있다.
③ S# 39에서 비 오는 날씨로 설정된 배경은 S# 40에서 김 양이 ‘집 나오던 날’을 회상하게 되
는 계기로 작용함으로써 장면 연결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④ S# 40에서 ‘터미널 다방’에 근무한다며 자신을 소개하는, 효과음으로 처리된 김 양의 목소리는
사연을 듣고 있던 부스 밖 석영의 ‘동정으로 변’하는 표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⑤ S# 40에서 삽입되는 ‘세탁소’, ‘철물점’ 등의 공간들은 ‘스튜디오’에서 말하고 있는 김 양의
대사에 대응된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속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5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4대 14

극 · 수필 07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빚 독촉에 시달리던 남자 김 씨는 한강에서 투신하려다 우연히 살아남아 무인도인 밤섬에서 깨어난다. 밤섬
에서 탈출하려던 남자는 버려진 오리 배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쓰레기 속에서 짜장 라
면 양념 가루를 발견한 남자 김 씨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져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한편 여자 김 씨는 다른 사람과 교류하지 않
고 방에만 틀어박혀 지낸다.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방 안에서 사진 찍기인데, 우연히 밤섬 쪽을 찍다가 남자 김 씨를 발견한다.
그 후 여자 김 씨는 남자 김 씨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와인병을 이용하여 편지를 보내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S# 75. 숲(낮)
숲속.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와인병. 화면 안으로 남자의 손이 드러나며 와인병을 집어 든다. 보면, ㉠한참 동안 숲
을 뒤진 듯 남자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헉헉헉……. 마침내 발견한 와인병에 뛸 듯이 기쁜 남자. 꼴딱 마른침을 삼키고,
급하게 뚜껑을 열어 병 안에 든 종이를 꺼낸다. 마음을 애써 진정하며 돌돌 말린 종이를 펴는 남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다는 듯한 남자의 표정. 남자의 손에 들린 종이 위에는 인쇄된 글씨, ‘FINE, THANK YOU AND YOU? ’가 적혀 있다.

S# 76. 모래사장(낮)
모래사장에 글씨를 쓰고 있는 남자. / 남자가 쓰고 있는 글씨는, ‘FINE, THANK YOU.’

S# 77. 밭(오후)
언제나처럼 말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 그 앞에서 쪼그리고 앉은 남자는 웬일인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고 있다.
뭔가 기억이 안 난다는 듯. 그러던 순간, 기억이 떠오른다.

남자: 아, 맞다. 마니또. 왜 우리 어렸을 때 마니또 게임이라고 있었잖아. 누군지 모르는 애한테서 편지도 받
고, 선물도 받고. 누굴까 궁금해하면서 설레기도 하고. 응? 근데 ㉡누군지 막상 알게 되면, 또 그냥 그
렇고 그래. (배시시) 그러니까, 마니또 게임은 누군지 모르고 있을 때, 딱 그때가 좋은 거야. 그치? 아,
펜팔! 펜팔도 그런 거잖아!
허수아비 : ……. / 남자 : 맞아, 그럼 되는 거야. 그치? 누군지 그런 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안 그래?

이때, 허수아비의 머리가 바람에 슬며시 돌아간다. 그 품새가 영락없는 외면. 남자, 갑자기 정색하며 일어선다.

남자: 근데 이 자식은 요즘, 내 말 부쩍 무시하더라?

남자, 허수아비 얼굴을 잡고 돌리려는데, 허수아비 뒤로 비쭉 튀어나온 잎사귀. 남자가 천천히 허수아비를 뽑으면 어
느 틈에 자란 키 큰 식물은, 이제 막 열매를 맺기 시작한 옥수수. ㉢바라보던 남자의 표정이 점점 환해지기 시작한다.

남자: 옥수수…… 옥수수! (허수아비를 향해) 봤어? 옥수수! 어?


허수아비: ……. / 남자: (다시 가까이 보고는) 우하하! 옥수수!

남자, 허수아비를 번쩍 집어 들고는 와락 껴안는다.

남자: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우리가 기적을 만들었다! 우하하하! 옥수수다아!

남자, 허수아비를 번쩍 들어 왈츠를 추듯 빙글빙글 돈다. / 밭 한가운데 그렇게 빙글빙글 돌며 환호하는 남자와 허수아비.

21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89쪽

(중략)
S# 98. 짜장면 완성(오후)
모래사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면을 그릇에 담는 남자. 양념 가루를 들어 조심스럽게 찢는다. ㉣찢는 손길이 가볍게
떨린다. 툭 툭 툭 양념 가루의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털어 낸다. 잘 익은 노란 면 위에 뿌려지는 검은 양념 가루. 나무젓가
락을 꺼내 쓱쓱 면과 양념 가루를 비비는 남자. 금세 시커멓게 변하는 면발. 마침내 어느 정도 비벼진 면을 잠시 바라보
는 남자. 남자의 표정은 설명할 수 없는 감격으로 가득하다. 작게 벌린 입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호흡이 가늘게 떨린다.
드디어 완성된 남자만의 짜장면을 한 젓가락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후루룩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면발. 우걱우걱 씹
는 남자의 감정이 어느 순간 북받친다. 감정을 누르고 다시 한 젓가락을 입속에 넣는다. 우걱우걱 씹을수록 점점 더 뜨거
워지는 눈시울. 다시 북받치는 감정. 어느새 뚝뚝 떨어지는 굵은 눈물. 남자, 입가가 시커멓게 되도록 짜장면을 욱여넣어
보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참을 길 없다. 애써 웃어 보려 하는데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이제껏 흘려 본 적 없는 눈물. 말
하자면 그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 같은 눈물이다. 그렇게 입안 가득 짜장면을 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남자.

S# 99. 방(오후)
여자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한다.

여자: (미소를 지으며) 콩그래출레이션스…….

㉤남자의 사진들로 도배된 벽면. 방금 인쇄한 남자의 사진을 붙이는 여자. 보면, 짜장면을 한가득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자의 얼굴. 바라보는 여자의 눈가도 투명하게 촉촉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사진 속 남자의 눈물을 쓱 닦
아 주는 여자. 여자의 눈에서 한 줄 ⓑ눈물이 흐른다.

S# 100. 붙박이장 안(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는 여자. 몸이 갑자기 커졌을 리도 없는데. 오늘따라 관같이 비좁게 느껴지는 붙박이장.

S# 101. 방 안(밤)
달빛이 드리운 한밤의 방 안. 드르륵 조용히 미닫이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방 한복판 맨발로 선 여자. 쓰레기들을
한쪽으로 대충 밀치고 자리를 잡고는 천천히 몸을 눕힌다. 부드럽게 하늘거리는 커튼. 창가를 바라보던 여자. 시선이
어느새 평온하게 감긴다.

 - 이해준, 「김 씨 표류기」

[21001-0211]

01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남자는 와인병에 든 종이를 기다렸으며 이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② ㉡: 남자는 편지를 보낸 상대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그것에 내심 설레고 있다.
③ ㉢: 남자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벅차오르고 있다.
④ ㉣: 남자는 염원하던 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⑤ ㉤: 여자는 남자에게 호기심을 갖고 그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7
극 · 수필 07 정답과 해설 89쪽

[21001-0212]

02 ⓐ와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소중한 것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느낀 남자의 보람을, ⓑ는 남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여자의 공감을 의미한다.
② ⓐ는 남자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느끼는 무력감을, ⓑ는 여자가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안쓰러움을 의미한다.
③ ⓐ는 남자가 몰두할 만한 대상이 사라지는 데서 오는 허망함을, ⓑ는 여자가 자신과 유사한
남자의 상황에 대해 느끼는 동정을 의미한다.
④ ⓐ는 남자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느낀 희열을, ⓑ는 남자가 이제껏 해 왔던 행동
들에 대한 여자의 냉소와 무관심을 의미한다.
⑤ ⓐ는 남자가 끝까지 노력하는 과정에서 느낀 기쁨을, ⓑ는 여자가 남자와의 관계에서 기대
할 만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 데서 오는 실망을 의미한다.

[21001-0213]

03 <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영화의 기법 중 셔레이드(charade)는 원래 마주 보고 서서 상대방이 몸짓이나 동작을 통해서 나
타내는 바의 의미를 알아맞히는 제스처 게임(gesture game)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영상 예술에
있어서 셔레이드는 배우의 표정, 동작 등 신체 언어를 통한 의미 표현과 대사 이외의 모든 비언어
적 표현 수단을 동원하여 표현되는 상징적 의미 창조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셔레이드에는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 소도구를 이용하는 방법, 시간, 장소, 상황과 같은 장치들을 동원하는 방법 등이 있
다. 셔레이드는 극적 상황을 직접 드러내는 언어성에서 벗어나 간접적 표현을 통해 관객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 낸다. 「김 씨 표류기」  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대 사
회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비판함과 동시에 소통에 대한 염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셔레이드 기법이 쓰이고 있다.
DIC 377s

① S# 75는 고립의 상황에서도 소통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파묻혀 있는


와인병’, ‘병 안에 든 종이’ 등, 소도구를 이용한 셔레이드를 활용하였군.
② S# 77은 세상과의 단절을 극복하고 예전처럼 타인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드러내기 위해 기쁨
에 겨워 ‘허수아비를 번쩍 들어 왈츠를 추’는 것과 같은, 상황을 이용한 셔레이드를 활용하
였군.
③ S# 99는 남자에 대한 동질감을 바탕으로 남자의 성공에 기뻐하는 여자의 심리를 드러내기 위
해 ‘무언가를 바라보며’ 짓는 여자의 ‘미소’와 같은, 표정을 이용한 셔레이드를 활용하였군.
④ S# 100, 101은 여자의 사회적 고립을 드러내기 위해 여자의 공간을 ‘방 안’으로만 한정하여
제시하는 등, 장소를 이용한 셔레이드를 활용하였군.
⑤ S# 101은 남자와의 교류를 통해 위로를 받으며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된 여자의 심리를 드러내
기 위해 ‘천천히 몸을 눕’히며 편안하게 눈을 감는 여자의 모습과 같은, 행동을 이용한 셔레
이드를 활용하였군.

21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극 · 수필 08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와 같이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얼 설명하면서 땅바


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
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거꾸로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
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습니다. 그가 집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붕부터 그려 온 나의
무심함이 부끄러웠습니다. 나의 서가(書架)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낭패감이었습니다. 나는 지금도 책을 읽
다가 ‘건축’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한동안 그 노인의 얼굴을 상기합니다.
차치리(且置履)라는 사람이 어느 날 장에 신발을 사러 가기 위하여 발의 크기를 본(本)으로 떴습니다. 이
를테면 종이 위에 발을 올려놓고 발의 윤곽을 그렸습니다. 한자(漢字)로 그것을 탁(度)이라 합니다. 그러나
막상 그가 장에 갈 때는 깜박 잊고 탁을 집에 두고 갔습니다. 신발 가게 앞에 와서야 탁을 집에다 두고 온 것
을 깨닫고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제법 먼 길을 되돌아가서 탁을 가지고 다시 장에 도착하
였을 때는 이미 장이 파하고 난 뒤였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탁을 가지러 집에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소. 당신의 발로 신어 보면 될 일이 아니오.”
차치리가 대답했습니다.
“아무려면 발이 탁만큼 정확하겠습니까? ”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던 그 노인이 발로 신어 보고 신발을 사는 사람이라면 나는 탁을 가지러 집으로 가
는 사람이었습니다.
탁(度)과 족(足), 교실과 공장, 종이와 망치, 의상(衣裳)과 사람, 화폐와 물건, 임금과 노동력, 이론과
[A] 실천……. 이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는 우리의 사고(思考)를 다시 한번 반성케 하는 교훈이라고 생각
합니다.
나는 당신을 위로하기 위하여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로’는 진정한 애정이 아닙니다. 위로
는 그 위로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가 위로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케 함으로써 다시 한번 좌절하
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이 대학의 강의실에서 이 편지를 읽든 아니면 어느 공장의 작업대 옆에서 읽든 상관하지 않습
니다. 어느 곳에 있건 탁이 아닌 발을 상대하고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당신이 사회의 현장에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살아 있는 발로 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만일 ㉢당
신이 대학의 교정에 있다면 당신은 더 많은 발을 깨달을 수 있는 곳에 서 있는 것입니다. 대학은 기존의 이
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종속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연쇄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의 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동안 못 했던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이 안겨 줄 자유와 낭만에 대한 당신의 꿈을 모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얽매여 있던 당신의 질곡(桎梏)
을 모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러한 꿈이 사라졌다고 실망하고 있지나 않은지 걱정됩니다.
그러나 ‘자유와 낭만’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자유와 낭만은 ‘관계의 건설 공간’이란 말을 나는 좋아합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19
극 · 수필 08
니다. 우리들이 맺는 인간관계의 넓이가 곧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의 크기입니다. 그러기에 그
것은 우리들의 일상(日常)에 내장되어 있는 ‘안이한 연루(連累)’를 결별하고 사회와 역사와 미래를 보듬는
너른 품을 키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당신이 그동안 만들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게 해 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만나는 연대의 장
소입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발의 임자를 깨닫게 하는 ‘교실’입니다. 만약 ㉣당신이 대학이 아닌
다른 현장에 있다면 더 쉽게 그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수능 시험 성적 100점은 그야말로 만점인 100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올해 당
신과 함께 고등학교를 졸업한 67만 5천 명의 평균 점수입니다. 당신은 친구들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간은 풍요한 자리입니다. 수많은 곳,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보다 더 큰 자유와 낭만은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는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더듬다가 넓고 밝은 길로 나오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실개천도 이윽고 강을 만나고 드디어 바다를 만나는 진리를 감사하였습니다. 주춧돌에서부터 집을 그리는
사람들의 견고한 믿음입니다. 당신이 비록 지금은 어둡고 좁은 골목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당신
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발로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한 언젠가는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
리라 믿고 있습니다. 드높은 삶을 ‘예비’하는 진정한 ‘합격자’가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의 어
디쯤에서 당신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신영복, 「새 출발점에 선 당신에게」

[21001-0214]

01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상황의 가정을 통해 극적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
DIC 377s

② 과거와 현재를 대비하여 부정적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③ 고사(故事)를 활용하여 전달하려는 바를 부각하고 있다.
④ ‘당신’과 같은 독자의 설정을 통해 내용의 객관성을 제고하고 있다.
⑤ 시대적 변화를 바탕으로 일상적 행위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21001-0215]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인물이다.
② ‘나’가 경험한 구체적인 일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③ ‘나’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다.
④ ‘나’가 중시하는 삶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이다.
⑤ ‘나’가 겪고 있는 내면적 갈등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22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4 대-A앞면__DIC
정답과 해설 90쪽

[21001-0216]

03 <보기>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A]를 통해 ‘나’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발을 본뜬 것을 가
리키는 ‘탁’은 ‘이론’을, 발을 가리키는 ‘족’은 ‘실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나’는 우리의
사고 속에서 그러한 것들이 뒤바뀌어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을 도출해 내고 있
어요. 즉 ‘이론’이 ‘실천’보다 앞서는 것, 또는 ‘이론’만을 중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음을 말하며
‘족’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① ㉠: ‘대학의 강의실’이나 ‘공장의 작업대’와 같은 장소의 구분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군.
② ㉡: ‘당신’이 만약 대학을 가지 않고 ‘사회’로 진출한 것이라면 실천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현장’에 있다는 의미이군.
③ ㉢: ‘대학의 교정’에서는 ‘더 많은 발’이 의미하는 실천이 아닌, 이론과 실천이 이루는 조화
와 그것의 중요성을 배우는 것이 가장 우선시된다는 의미이군.
④ ㉣: ‘다른 현장’에서는 ‘당신’이 곧 실천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실천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더욱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군.
⑤ ㉤: ‘넓은 길, 넓은 바다’를 만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 속에서의 실천을 통한 노력이 필요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하다는 의미이군.

377s_$[ScreenRuling]

[2부] 적용 학습 _ 극 · 수필 221
갈래 복합 0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뎨 가 뎌 각시 본 듯도 뎌이고
㉠텬샹(天上) 옥경(白玉京)을 엇디야 니별(離別)고
 다 뎌 져믄 날의 눌을 보라 가시고
어와 네여이고 이내 셜 드러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님 괴얌즉 가마 / 엇딘디 날 보시고 네로다 녀기실
나도 님을 미더 군디 젼혀 업서 / 이야 교야 어러이 돗디
[A] 반기시 비치 녜와 엇디 다신고 / 누어 각고 니러 안자 혜여니
내 몸의 지은 죄 뫼티 혀시니 / 하히라 원망며 사이라 허믈랴
셜워 플텨 혜니 조믈(造物)의 타시로다
글란 각 마오 친 일이 이셔이다
님을 뫼셔 이셔 님의 일을 내 알거니 / 믈  얼굴이 편실 적 몃 날일고
츈한고열(春寒苦熱)은 엇디야 디내시며 / 츄일동텬(秋日冬天)은 뉘라셔 뫼셧고
쥭조반(粥早飯) 죠셕(朝夕) 뫼 녜와 티 셰시가 / 기나긴 밤의 은 엇디 자시고
님다히 쇼식(消息)을 아므려나 아쟈 니 / 오도 거의로다 일이나 사 올가
내  둘  업다 어드러로 가쟛 말고 / 잡거니 밀거니 ㉡놉픈 뫼 올라가니
구롬은니와 안개 므 일고 / 산쳔(山川)이 어둡거니 일월(日月)을 엇디 보며
지쳑(咫尺)을 모거든 쳔 리(千里) 라보랴 / 하리 믈의 가 ㉢ 길히나 보랴 니
람이야 믈결이야 어둥졍 된뎌이고 / 샤공은 어 가고 븬 만 걸렷고
강텬(江天)의 혼자 셔셔 디  구버보니 / 님다히 쇼식(消息)이 더옥 아득뎌이고
㉣모쳠(茅簷) 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 반벽쳥등(半壁靑燈)은 눌 위야 갓고
오며 리며 헤며 바자니니 / 져근덧 녁진(力盡)야  픗을 잠간 드니
졍셩(精誠)이 지극야  의 님을 보니 / 옥(玉)  얼굴이 반(半)이 나마 늘거셰라
의 머근 말 슬장 쟈 니 / 눈믈이 바라 나니 말인들 어이며
졍(情)을 못다 야 목이조차 몌여니 / 오뎐된 계셩(鷄聲)의 은 엇디 돗던고
어와 허(虛事)로다 이 님이 어 간고
결의 니러 안자 창(窓)을 열고 라보니 / 어엿븐 그림재 날 조 이로다
하리 싀여디여 낙월(落月)이나 되야 이셔 / 님 겨신 ㉤창(窓) 안 번드시 비최리라
각시님 이야니와 구비나 되쇼셔
 - 정철, 「속미인곡(續美人曲)」

나 가을은 그 가을이 바람 불고 잎 드는데


가신 님 어이하여 돌오실 줄 모르는가
살뜰히 기르신 아이 옷 품 준 줄 아소서 <제1수>

22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92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4 대-B뒷면__DIC


부른 배 골리보고 나은 얼굴 병만 여겨
하루도 열두 시로 곧 어떨까 하시더니
밤송인 쭉으렁 *인 채 그저 달려 삽내다 <제2수>

바릿밥 *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 * 되고 말어라 <제12수>

안방에 불 비치면 하마 님이 계시온 듯


닫힌 창 바삐 열고 몇 번이나 울었던고
산속에 추위 이르니 님을 어이하올고 <제16수>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 풀 욱은 * 오늘 이 살 붙어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나 믿지 마옵소 <제40수>
 - 정인보, 「자모사(慈母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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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송인 쭉으렁: 우리 속담에 ‘쭈그렁밤송이 삼 년 간다’는 말이 있음. 병이 많은 사람이 그대로 목숨을 이어 가는 것에 대한 비유적 표현임.
* 바릿밥: 여자의 밥그릇에 담긴 밥으로, 어머니 몫의 더운밥을 뜻함.
* 보공: 관 속에 시신을 눕힌 다음 관의 빈 곳을 채우는 물건. * 욱은: 우거진.

377s_$[ScreenRuling]
[21001-0217]

01 [A]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자는 자신의 외양보다는 행동이 임에게 사랑받은 계기라고 믿고 있었다.
② 화자는 자신을 반기는 임의 태도에 대해서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③ 화자는 자신을 대하는 임의 표정이 달라지자 직접적으로 임을 원망하고 있다.
④ 임이 화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게 된 상황을 화자는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⑤ 임이 화자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타인의 조언으로 해소되고 있다.

[21001-0218]

02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화자가 지향하는 곳으로서, ㉣과 궁극적으로 동일시되는 공간이다.
② ㉡은 화자가 ㉠의 임을 못 봐서 생기게 된 근심으로 인해 가게 된 공간이다.
③ ㉢은 화자가 ㉡을 경유하여 간 곳으로서, ㉣로 가는 유일한 통로가 되는 공간이다.
④ ㉣은 임이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곳으로서, 화자를 향한 임의 사랑이 충만한 공간이다.
⑤ ㉤은 임이 ㉢을 통해 화자를 만나기 위해 오는 곳으로서, 화자가 임과 재회를 이루는 공간이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3
갈래 복합 01 정답과 해설 93쪽

[21001-0219]

03 (나)에 대한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옷 품’이 줄어든 것은 ‘살뜰히’ 길러 주신 어머니의 정성 덕분에 화자 자신이 육체적으로 성
장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겠군.
② ‘바릿밥’은 남에게 주시는 대신 본인은 ‘찬 것’을 잡수시는 어머니의 행적으로부터 자애롭고
희생적인 모성애를 찾아볼 수 있군.
③ 어머니가 살아생전 좋아하시던 ‘솜치마’를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보공’으로 사용하게 된 것
에 대해 화자는 회한을 느끼고 있군.
④ ‘안방에 불’은 화자에게 어머니가 살아 계신 듯한 착각을 잠시 일으키며 ‘산속에 추위’는 어
머니가 무덤에 계신다는 현실을 떠오르게 하고 있군.
⑤ 어머니의 ‘무덤 풀’이 우거진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살아 있음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어머니의 희생에 감사하는 화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군.

[21001-0220]

04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인식의 차원에서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며 모든 존재가 한번 바뀐 것은 다시는 원
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므로, 순간성에 따라 순행하는 직선적 개념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문학 작품 속에서의 시간은 순행하는 직선적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인위적으로 재구조화되
어 어떤 주기에 따라 반복적인 성격을 가진 순환적 개념으로 파악되기도 하고, 같은 시간도 상황에
따라 더욱 빠르게 혹은 더욱 더디게 인식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인식하는 것은 시간의 순행성
과 순간성을 초월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문학 작품의 아름다움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① (가)의 ‘츈한고열’과 ‘츄일동텬’에서 나타나는 화자의 반응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임


을 향한 화자의 근심이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군.
② (가)의 ‘ 쥭조반’, ‘죠셕 뫼’는 ‘기나긴 밤의 ’과 연결되어 하루라는 주기에 따라 반복되는
임의 일상적 삶을 걱정하는 화자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군.
③ (가)의 ‘잠간’ 동안의 ‘픗’으로 이루어진 임과 만나는 시간은 ‘오뎐된 계셩’으로 인해 순간
에 그쳤으므로 화자에게 실제보다 더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인식되었겠군.
④ (나)의 ‘가을은 그 가을’은 한 해를 주기로 하여 같은 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인식을 나타내
고 있으므로 시간의 흐름을 순환적 개념으로 파악한 것이겠군.
⑤ (나)의 ‘하루도 열두 시’는 하루라는 일정한 시간을 인위적으로 분할하여 반복적으로 겪는
자식의 배고픔과 병증이 한순간에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겠군.

22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5 (문학)_본문(2도)_15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갈래 복합 0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도연명(陶淵明) 죽은 후에 또 연명(淵明)이 나단 말이
밤마을 옛 일홈이 마초아 틀시고
도로와 수졸전원(守拙田園) *이야 긔오 내오 다르랴 <제1곡>

공명(功名)도 잊었노라 부귀(富貴)도 잊었노라


세상 번우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 몸을 내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제2곡>

㉠질가마 조히 씻고 바위 아래  물 길어
팥죽 달게 쑤고 저리짐 끄어내니 *
세상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노라 <제5곡>

어와 저 백구(白鷗)야 무슨 수고 하고냐
갈대숲으로 서성이며 고기 엿보기 하는구나
나같이 군마음 없이 잠만 들면 어떠리 <제6곡>

추강(秋江) 밝은 달에 일엽주(一葉舟) 혼자 저어
낚대를 떨쳐 드니 자는 백구(白鷗) 다 놀란다
어듸셔 ㉡일성어적(一聲漁笛)은 조차 흥(興)을 돕나니 <제9곡>

황하수(黃河水) 다더니 성인(聖人)이 나시도다


초야(草野) 군현(群賢)이 다 이러나단 말가
어즈버 강산 풍월을 눌을 주고 가거니 <제14곡>

최 행수(崔行首) 쑥달임하세 조 동갑(趙同甲) 꽃달임하세


닭찜 게찜 올벼 점심 내 아무조록 담당함세
매일에 이렁굴면 무슨 시름 있으랴 <제17곡>
 - 김광욱, 「율리유곡(栗里遺曲)」

* 수졸전원: 전원에서 옹졸하게 살아감.


* 저리짐 끄어내니: 절인 김치를 끄집어내니.

나 올라가 볼 만한 산천의 경지는 반드시 모두 궁벽하고 거리가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왕자(王


者)의 도성이나 대중이 모인 도회지에도 본래 ㉢좋은 산천이 없는 것이 아니다. 명성을 노리는 사람은 조정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5
갈래 복합 02
에, 이익을 노리는 사람은 시장에 묻혀, 비록 형(衡)·여(廬)·호(湖)·상(湘)이 굽어보고 쳐다볼 수 있는 가
까운 거리에 널려 있어 장차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그런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하
면, 사슴만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고, 돈만 움키느라 사람을 보지 못하고, 아주 작은 것은 살피면서도 수레
의 짐은 보지 못하니, 이는 마음에 쏠리는 일이 있어 눈이 다른 데를 볼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일을 좋아하
는 세력 있는 사람들은 관(關)을 넘고 진(津)을 건너 터를 잡고는 ㉣산수놀이에 몰두하면서 스스로 고매(高
邁)한 체하지만, 강락(康樂)이 길을 내자 주민들이 놀랐고, 허사(許汜)가 집터를 묻자 호사(豪士)들이 꺼렸
으니, 그러지 않는 것이 도리어 고매하다.
서울 남쪽에 너비가 1백 묘(畝)쯤 되는 못이 있는데, 살림하는 여염집들이 빙 둘러 있어 즐비하고, 이거나
지고 타거나 걸어 그 옆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이 앞뒤에 연락부절한다. 어찌 뛰어나게 그윽하고 훤칠하게
넓은 지역이 이 안에 있을 줄 알랴? 후(後) 지원(至元) 정축년 여름 연꽃이 만발했을 때에 현복군(玄福君) 권렴
(權廉)이 보고는 사랑하여 바로 못 동쪽에 땅을 사서 누각 을 세웠다. 높이는 두 길이나 되고, 연장(延長)은
세 발[丈]이나 되는데, 주추가 없이 기둥을 마련하였음은 썩지 않도록 한 것이요, 기와를 덮지 않고 띠로 이었
음은 새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 서까래는 다듬지 않았지만 굵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으며, 벽토는 단청(丹靑)
하지 않았지만 화려하지도 않고 누추하지도 않아 대략 이러한데, ㉤온 못의 연꽃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이에 그의 아버지 길창 공(吉昌公)과 형제·인아(姻婭)들을 초청하여 그 위에서 술을 마시며 화평하고 유
쾌하게 놀아 하루해가 지는데도 돌아갈 줄 몰랐는데, 대자(大字)를 잘 쓰는 아들이 있으므로 ‘운금(雲錦)’ 두
자를 쓰도록 하여 누각 이름으로 걸었었다.
나는 한번 가 보니 향기로운 붉은 꽃과 푸른 잎의 그림자가 가없이 펼쳐져 이슬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
며, 연기 낀 파도에 일렁이어 소문이 헛되지 않다고 할 만했다. 어찌 그것뿐이랴? 푸르른 용산(龍山)의 여러
봉우리가 처마 앞에 몰렸는데 밝은 아침 어두운 저녁이면 매양 형상이 달라지며, 건너편 여염집들의 집자
리 모양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으며, 지거나 이고 타거나 걸어 왕래하는 사람들 중의 달려가는 사람, 쉬
는 사람, 돌아다보는 사람, 손짓해 부르는 사람과 친구를 만나자 서서 이야기하는 사람, 존장(尊長)을 만나
자 달려가 절하는 사람들이 또한 모두 모습을 감출 수 없어 바라보노라면 즐겁기 그지없다. 저쪽에서는 한
갓 못이 있는 것만 보이고 누각이 있음은 알지 못하니, 또한 어찌 누각에 있는 사람을 알겠는가? 진실로 올
라가 구경할 만한 경치가 반드시 궁벽하고 거리가 먼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 조정이나 시장에만 마음
이 쏠리고 눈이 팔려 우연히 만나면서도 있는 줄을 알지 못한 것이며, 또한 하늘이 만들고 땅이 숨겨 경솔히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권렴은 허리에 만호후(萬戶侯)의 병부(兵符)를 차고 외척(外戚)의 권세를 누리면서, 나이는 아직 옛날 강
사(强仕)하던 나이가 채 못 되니, 부귀와 이록(利祿)에 빠져도 취하기 십상인데도 능히 인자(仁者)와 지자
(智者)들이 좋아하던 바를 좋아하며, 주민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도 않고 호사(豪士)들에게 꺼림을 받지도 않
으면서, 갑자기 뛰어나게 그윽하고 훤칠하게 넓은 지역을 시장이나 조정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눈이 미
치지 못하는 곳에서 찾아내어 소유해서 어버이를 즐겁게 하고 손님에게까지 미치며, 자신을 즐겁게 하고
남에게까지 미치니, 이야말로 가상하다. 익재 거사(益齋居士) 아무는 기한다.
 - 이제현, 「운금루기(雲錦樓記)」

22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94쪽

[21001-0221]

01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구체적 지명과 인물을 언급하며 글쓴이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② 부정적 현실을 언급하며 대상에 대한 연민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③ 역사적인 사건을 서술하며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④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며 이상을 지향하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⑤ 운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서술하며 과거와 대조되는 현재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21001-0222]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율리’는 작가가 소유한 논밭이 있던 한양 인근의 지역으로, 작가는 인목 대비 폐모론으로 삭탈
관직된 후 인조반정으로 다시 관직에 나갈 때까지 8년 동안 이곳에서 은거하며 「율리유곡」을 창작
하였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이나 부정을 드러내는 대신 혼탁한 정치 현실에
서 귀거래하는 소회와 은거 생활의 흥취와 단상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는 당쟁을 배경으로 창작된
작품들이 속세의 정치 현실에 대한 긴장감이나 시름, 연군의 정 등을 노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① <제2곡>에서 화자는 세상의 일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잊어버렸다고 말하며 혼탁한 정치


현실에서 벗어난 것에 대한 소회를 나타내고 있다.
② <제5곡>에서 화자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음식 맛에 만족하며 자신의 은거 생활을 남
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③ <제6곡>에서 화자는 고기를 엿보는 백구와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통해 자신이 속세의 정치
현실에서 벗어난 삶을 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④ <제9곡>에서 화자는 홀로 배를 띄우고 낚시를 즐기면서 바라보는 가을 강의 풍경을 제시하
며 은거 생활의 흥취를 드러내고 있다.
⑤ <제17곡>에서 화자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정서를 언급하며 정치 현실에 대한 긴장
감과 거리가 먼 일상생활의 단상을 제시하고 있다.
[21001-0223]

03 (나)의 누각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주민들이나 호사들의 꺼림을 받지 않기 위해 권렴의 가족에게만 방문이 허락되어 있다.
② 그 주위를 여염집들이 둘러싸고 있어 그곳을 왕래하는 이 중에서 누각의 뛰어남과 그윽함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다.
③ 아침과 저녁마다 용산의 봉우리와 달리 연못에서 볼 수 있는 꽃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점에
서 풍경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④ 주추 없이 기둥을 세우고, 기와 대신 띠를 이은 다음 벽토는 단청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누추함보다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고 있다.
⑤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건너편에 위치한 여염집들의 모습과 길가를 지나는 백성들의
생활을 한눈에 살펴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7
갈래 복합 02 정답과 해설 95쪽

[21001-0224]

04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소박하게 살아가는 화자의 일상을 보여 주는 사물이다.
② ㉡: 자연물을 바라보며 느낀 화자의 흥을 고조하는 소리이다.
③ ㉢: 사고를 전환하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고 글쓴이가 생각하는 장소이다.
④ ㉣: 아름다움 대신 편안한 것만을 찾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이다.
⑤ ㉤: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발견할 수 있는 서울 안의 아름다운 경치이다.

[21001-0225]

05 <보기>를 참고하여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가), (나)와 같이 조상들은 작품을 창작할 때 중국의 고사(故事)나 지명을 활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고사나 지명에 대한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
다면 고전 문학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수졸전원 : ‘어리석음을 지켜 전원으로 돌아옴.’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귀전원거


(歸田園居)」라는 작품의 한 구절임. 도연명은 이 작품에서 관직을 사양하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심정과 전원생활의 정취를 노래하였음.
ⓑ 황하수 다더니 성인이 나시도다 : 중국 삼국 시대의 인물인 이강은 흙탕물인 황하는 천 년에 한
번씩 맑아지는데, 그때에는 상서로움에 반응하여 성인이 출현한다고 말함. 한편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바라는 상황을 가리킬 때 ‘황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린다.’라고도 함.
ⓒ 형·여·호·상 : 중국의 형산과 여산, 동정호와 소상강을 일컫는 말로, 이 네 곳은 중국 내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는 곳임.
ⓓ 강락이 길을 ~ 호사들이 꺼렸으니 : 강락은 중국 송나라의 인물로, 경치가 좋은 곳을 보러 가기
위해 길을 닦으니 백성들이 놀라 도적이라 하였다고 함. 허사는 중국 삼국 시대의 인물로, 호사
(豪士: 호방한 사람)들이 자신의 뛰어남을 알지 못하고 박대한다고 비난하자 유비는 허사가 나
라에 충성할 마음 없이 농토나 구하고 집터를 묻고 다니기 때문이라며 그를 비난하였음.
ⓔ 인자와 지자들이 좋아하던 바 : 중국 노나라의 공자는 자신이 지은 『논어』 <옹야편>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라고 말하였음.

① (가)의 화자는 ⓐ를 활용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 이름을 근거로 자신의 귀거래 이후의 삶
이 도연명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② (가)의 화자는 ⓑ를 활용하여 자신이 강산과 풍월이 있는 전원을 떠나야 하는 상황은 일어나
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드러내고 있다.
③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가까운 곳에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 있어도 이를 발견하지 못
하는 당시의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④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강락과 허사와 같이 스스로 고매한 척하는 삶의 태도를 지니
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⑤ (나)의 글쓴이는 ⓔ를 활용하여 속세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사랑하
는 마음을 지닌 권렴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나타내고 있다.

22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03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서생 숙 이라는 자가 서울의 번화하고 부유한 곳에서 생장하였으나 정신이 한가롭고 마음이 고요하여
물건을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과 가산의 유무(有無)가 무슨 일인지 묻지 않으며, 장기와 바둑, 오만함
과 방탕함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오직 문을 닫고 책만 읽을 뿐이었다.
젊은 시절에 일찍이 나에게 글을 배웠는데 중간에 병으로 공부를 중지하였고, 또 황제와 기백의 의술을
익혀서 다소 그 의취를 알았는데, 알고 지내던 유력자에게 만류당하여 고습과 도검 *의 사이에 종사한 지가
10여 년이 되어 절충장군의 품계를 얻었으나 장차 노쇠한 나이에 접어들게 되었다. 그는 개연히 한탄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저는 글을 배웠으나 이루지 못했고, 의술을 배웠으나 통달하지 못했고, 군문에서 일하였으나 또한 공을
세우고 업적을 세우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이가 빠지고 머리가 세었으며 지기(志氣)가 저하되
어 당세에 써먹을 수가 없으니, 차라리 넓고 조용하고 적막한 물가에 스스로 물러나서 한가롭고 편안하
게 소요하면서 제 몸을 마쳐야 할 것입니다. 가평의 조종현 비렴산 아래에 살 곳을 정하니, 이곳에는 큰
냇가에 큰 바위가 솟아 있는데, 두 뿔이 우뚝 솟아 꿈틀꿈틀하여 마치 물을 마시는 용 모양과 같으므로 용
암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저는 그 위에 한 칸의 정자를 짓고 마음대로 구경하며 회포를 부치는 장소로
삼았습니다.
  저는 이미 문장을 잘하지도 못하고 무예를 잘하지도 못하여 한 사람의 곤궁한 늙은이일 뿐이니 이곳이
훌륭한 인물을 만나 명승지로 일컬어지게 할 수가 없으며, 이곳 또한 궁벽한 산중의 황폐한 곳일 뿐 깨끗
하고 수려하며 빼어난 구경거리가 없어서 시인과 일사(逸士)들이 놀고 감상할 장소가 될 수 없으니, 진실
로 시부(詩賦)에 읊조리고 문장에 나타내어 후세에 전할 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지위의 높고 낮
음에 관계없이 자기 뜻을 굽히지 않는 자를 군자라 하고, 땅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남이 빼앗으려고 다
투지 않는 곳을 고요하고 한가롭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진실로 이 땅을 얻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이 땅도 저를 만난 것을 꼭 불행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니, ㉠공은 저를 위하여 용암정 기문을 지어 주
시겠습니까? ”
이에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러고말고. 내 그대의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옛날 내가 병조 판서를 맡았을 때에
그대도 편비가 되었는데, 그때 그대와 같이 있던 무리들 중에는 재주 있고 민첩하여 일을 맡길 만하다고
이름나 그대보다 우위에 있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그 사람들의 소행을 평소 살펴보면 혹
은 파리 머리만 한 작은 이익을 사모하여 죽을 곳으로 달려가 형벌을 받고 질곡에 빠진 자가 있으며, 혹은
분수에 맞지 않는 복을 바라고 무망한 사람 *을 본받아서 끝내 몸을 죽이고야 마는 형벌을 당한 자도 있
다. 그런데 오직 그대만은 홀로 물욕 밖에 초연하여, 살아가는 일을 한 바위 위에 맡겨서 비록 오랫동안
곤궁하고 굶주려도 마음에 달게 여기고 후회함이 없으니, ㉡지난날 재주 있고 민첩하여 일을 맡길 만하
다고 이름났던 자들에게 비한다면 그 득실이 어떠한가?
  내 들으니 용이라는 물건은 본래 숨고 감추는 것을 덕으로 여겨서 혹은 깊은 못 속에 칩거하고 혹은 더
러운 진흙 속에 서려 있으며, 또 혹은 변하여 북이 되고 사람의 손톱 속으로 들어오기도 하는 바 *, 이는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29
갈래 복합 03
모두 자취를 감추어 그 몸을 온전히 하기 위해서라 한다. ㉢지금 그대가 이 정자에 처하기를 깊은 못에
처하고 진흙 속에 처하듯 하고 북 같고 손톱같이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이 정자에 올라 바라볼 때에 산천
이 두 손을 마주 모아 읍하는 듯한 형세와 마주치게 되며 아지랑이와 구름이 변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
다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보지 못하였으니 말할 만한 것이 없고, ㉣비록 말한다 하더라도 또 어찌
그대에게 보탬이 되겠는가.”
서생이 “삼가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하므로 마침내 이것을 써서 용암정 기문으로 삼는 바이다.
 - 남구만, 「용암정기(龍巖亭記)」

* 고습과 도검: 고습은 군복의 아랫도리를, 도검은 두 종류의 병서를 이르는 말로, 병법에 조예가 깊음을 뜻함.
* 무망한 사람: 무망은 의외(意外)와 같은 말로, 바라서는 안 될 것을 바라는 사람을 이름.
* 용이라는 물건은 〜 하는 바: 선율사라는 사람이 손톱을 치니 흑룡 한 마리가 손톱 속에서 나와 날아갔다는 고사를 빌려 옴.

나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제비꽃은 결코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진달래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한껏 꽃피우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아무 말 없이 떠나갑니다. 만
일 제비꽃이 진달래를 부러워하고 진달래가 장미를 부러워한다면 꽃들의 세계에서도 인간들과 똑같은 불
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꽃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방황하지 않습니다. 네가 예
쁘다 내가 예쁘다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그대로 감사하며 열심히 살다가 사라질 뿐입니다.
어떤 꽃을 보고 ‘예쁘다, 예쁘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꽃들이 아닙니다. 바로 인간들입니다. 인간들
이 인간의 잣대로 자기중심적인 평가를 한 것일 뿐입니다. 벌레들을 보고 해충이니 익충이니 구분하는 것
과 마찬가지입니다. 꽃들은 그런 이기적인 평가를 내리는 인간들 앞에서도 그저 스스로 아름다울 뿐입니
다. 스스로 아름다움으로써 인간을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해 줍니다.
만일 ㉤제비꽃이 제비꽃답게 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제비꽃이 제비꽃답게 피어남으로써 세상을 진정한 봄으로 가득 차게 합니다.
(중략)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 나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입니다. 제비꽃이 제비꽃이면 되듯이 나 또한 이대
로 나 자신이면 됩니다. 아무리 남의 장점이 돋보여도 남의 장점을 통해 나의 단점을 찾으려고 노력하
면 어리석습니다. 오히려 그 단점이 장점일 수 있습니다. 남의 장점을 통해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A] 의 단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면 그 또한 어리석은 일입니다. 장점이라고 생각한 그 장점이 경우에
따라서는 단점일 수 있습니다. 남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가져오기에는 나의 어떤 형편이나 환경이
그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
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 인생의 무게와 가치는 똑같습니다.
 - 정호승,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됩니다」

23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96쪽

[21001-0226]

01 (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기인으로 잘 알려진 서생 숙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② 서생 숙의 서화와 용암정에 보관되어 있는 다양한 기물을 소개하고 있다.
③ 건축물의 신축 과정을 제시한 후, 각 단계에서 벌어진 관련 일화를 다루고 있다.
④ 용암정에 가 보지 않은 글쓴이가 해당 건축물을 지은 서생 숙의 인물됨을 밝히고 있다.
⑤ 서생 숙과 용암정을 관찰한 후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객관적 기록만을 정리하고 있다.

[21001-0227]

02 <보기>의 밑줄 친 선생님의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선생님 : 우리는 어떠한 사실을 확인하거나 잘 모르는 내용을 알고 싶을 때 질문을 합니다. 질문이
란 새로운 정보를 요청하는 데 사용되는 언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미 알고 있
는 사실을 질문한 후 스스로 그 답을 정리해 주거나, 쉽게 답할 수 있는 내용을 질문 형식으로 강
조하여 상대방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도 합니다.
한편 질문의 종류를 청자가 대답하기 쉬운 질문인지 아닌지, 청자에게 깨달음이 있는 질문인
지 아닌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의 네 가지 종류]

대답하기 쉽다.

ⓑ ⓐ
깨달음이 없다. 깨달음이 있다.

ⓒ ⓓ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위의 ㉠∼㉤은 각각 어떠한 성격을 지닌 질문인지 말해 볼까요?

① ㉠과 ㉤은 질문을 한 후,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 해당합니다.


② ㉡과 ㉢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을 질문 형식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상대방에게 깨달음
을 준다는 점에서 ⓐ에 해당합니다.
③ ㉠과 ㉣은 잘 모르는 내용을 알고 싶어 던진 질문으로 상대방이 쉽게 대답할 수 있지만, 새
로운 깨달음이 없다는 점에서 ⓑ에 해당합니다.
④ ㉡과 ㉤은 상대방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내용을 질문 형식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별다른 깨
달음이 없다는 점에서 ⓒ에 해당합니다.
⑤ ㉠, ㉢, ㉣은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정리해 주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상대방이 쉽게 대답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므로 ⓓ에 해당합니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5대 15

갈래 복합 03 정답과 해설 96쪽

[21001-0228]

03 [A]와 같은 관점에서 서생 숙 에게 해 줄 수 있는 말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장점이 있으므로 문장을 잘하거나 무예를 잘하는 사람을 굳이 부러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② 당신의 가치를 낮추어 보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러운 조화 속에서 당신의
아름다움도 빛날 것입니다.
③ 당신이 고요하고 한가롭게 지내기로 이미 결심했다면, 자신의 선택을 믿고 더욱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면 될 것입니다.
④ 당신은 곤궁하고 굶주려도 욕심 없이 살아왔으므로 재주 있고 민첩해서 이름을 날렸던 자들
보다 오히려 낫다 할 것입니다.
⑤ 당신이 머리가 세고 지기가 저하되었다 한탄하지만,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가진 단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21001-0229]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 (나)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생소한 개념이나 복잡한 주제를 설명할 때, 친숙한 개념이나 단순한 주제와 하나씩 비교하여 설
명하는 전개 방식을 ‘유추’라고 한다. 예를 들면 ‘A에는 a, b, c, d와 같은 속성이 있고 B에는 a, b,
c와 같은 속성이 있을 때, B에 d와 같은 속성도 있을 것이다.’와 같이 내용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때 개연성이 확보되려면 두 대상의 유사성과 관련성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두 대상을 비교하여 떠올
린 유사성이 적절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또한 두 비교 대상을 모든 측면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대응시
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유추를 활용할 때에는 논리적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와 (나)에도 다음과 같이 두 대상을 비교하여 설명하는 유추가 활용되고 있다.

(A) 글쓴이가 보기에 (B) 글쓴이가 설명하려는


-
친숙한 개념이나 단순한 주제 생소한 개념이나 복잡한 주제
(가) 용 - (가) 서생
(나) 꽃들 - (나) 인간들

① (가)가 ‘은거’라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고 있다면, (나)는 ‘생명이 있는 존재’
라는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대상을 비교하고 있군.
② (가)에서 ‘용’이 지니고 있는 긍정적 속성은 ‘서생’이 앞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덕성과 연결이
되어, 글쓴이가 ‘서생’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활용되고 있군.
③ (가)에서 ‘용’이 변하여 북이 되고 손톱 속에서 지내는 것과 ‘서생’이 자취를 감추어 몸을 온
전히 하는 상황을 유추로 연결하는 과정에는 결함이 나타나고 있군.
④ (나)의 ‘꽃들’이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품성은, 글쓴이에게 수렴되어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여러 가지 품성으로 연결되고 있군.
⑤ (나)의 글쓴이가 말하는 ‘꽃들’에 대한 평가 역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므로, 두
대상의 모든 측면을 동일하게 대응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군.

23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04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산수유나무가 노란 꽃을 터트리고 있다
㉠산수유나무는 그늘도 노랗다
㉡마음의 그늘이 옥말려든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보아라
나무는 그늘을 그냥 드리우는 게 아니다
㉢그늘 또한 나무의 한 해 농사
산수유나무가 그늘 농사를 짓고 있다
㉣꽃은 하늘에 피우지만 그늘은 땅에서 넓어진다
산수유나무가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끌어모으면 벌써 노란 좁쌀 다섯 되 무게의 그늘이다
 - 문태준, 「산수유나무의 농사」

나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
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
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백석, 「수라(修羅) *」

* 수라: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나 고통이 지속되는 세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다 해가 저문 어느 날, 오막살이 토굴에 사는 노승 앞에 더벅머리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버지가 써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3
갈래 복합 04
준 편지를 꺼내면서 그는 사뭇 불안한 표정이었다.
사연인즉, 이 망나니를 학교에서고 집에서고 더 이상 손댈 수 없으니, 스님이 알아서 사람을 만들어 달라
는 것이었다. 물론 노승과 그의 아버지는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편지를 보고 난 노승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소 후원에 나가 늦은 저녁을 지어 왔다. 저녁을 먹인 뒤 발을
씻으라고 대야에 가득 더운물을 떠다 주었다. 이때 더벅머리의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까부터 훈계가 있으리라 은근히 기다려지기까지 했지만 스님은 한마디 말도 없이 시중만을 들어
주는 데에 크게 감동한 것이다. 훈계라면 진저리가 났을 것이다. 그에게는 백천 마디 좋은 말보다는 다사로
운 손길이 그리웠던 것이다.
이제는 가고 안 계신 한 노사(老師)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내게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노사의 모습이다.
산에서 살아 보면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인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
떡 않던 아름드리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들이 눈이 내려 덮이면 꺾이게 된
다. 가지 끝에 사뿐사뿐 내려 쌓이는 그 가볍고 하얀 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A]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 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정
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 앞에서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 난 얼굴처
럼 수척하다.
사밧티의 온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살인귀 앙굴리말라를 귀의시킨 것은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신통
력이 아니었다. 위엄도 권위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자비였다. 아무리 흉악무도한 살인귀라 할지라도
차별 없는 훈훈한 사랑 앞에서는 돌아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이다.
 - 법정, 「설해목」

[21001-0230]

01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DIC 377s

① (가)~(다)는 모두 의인화된 자연물을 통해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있다.


② (가)는 (나)와 달리 화자를 표면에 드러내지 않고 대상에 대한 정서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③ (나)는 (가)와 달리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비극성을 느끼게 하는 시간적 배경을 제시하
고 있다.
④ (가), (나)는 (다)와 달리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게 하는 장면을 제시하며 시상을 전개하
고 있다.
⑤ (다)는 (가), (나)와 달리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삽화 형식으로 제시하여 주제를 형
상화하고 있다.

23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97쪽

[21001-0231]

02 (가)의 ㉠∼㉤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그늘’은 산수유꽃의 속성을 닮은 것으로 일상적 소재를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통념
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② ㉡: ‘마음의 그늘’은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과 대비되는 것으로 농부의 마음을 비유적으로 표
현한 것이다.
③ ㉢: 꽃을 피우고 그 아래 그늘을 드리우는 ‘그늘 농사’는 산수유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과정
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④ ㉣: 땅에서 넓어지는 ‘그늘’은 넉넉함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나무가 짓는 농사의 결과
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⑤ ㉤: ‘노란 좁쌀 다섯 되’는 산수유나무가 농사지은 그늘이 땅에 드리운 정도를 중량감을 활
용하여 표현한 것이다.

[21001-0232]

03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수라」는 방바닥에 내려오는 거미들을 반복적으로 쓸어 버리는 동안 나타나는 화자의 대상에 대
한 인식 변화 과정, 내적 갈등과 정서의 심화 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은 외적 요인으
로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는 이산의 고통을 겪는 거미들의 상황을 수라에 비유함으로써 일제 강점
하 우리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고 공동체 회복에 대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① 1연에서의 ‘거미 새끼’를 2연의 ‘큰 거미’와 헤어진 존재로 여기는 것을 볼 때, ‘방바닥’은 가


족 공동체가 해체되는 공간으로 볼 수 있군.
② 2연에서 화자가 ‘짜릿한다’와 같은 감정을 느낀 것을 1연의 ‘아무 생각 없이’와 비교할 때,
대상이 처한 상황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군.
③ 2연에서 ‘큰 거미’를 버리며 서러움을 느끼는 것을 볼 때, 거미들의 모습을 통해 이산의 고통
을 겪는 우리 민족의 모습이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군.
④ 3연에서 ‘좁쌀알만 한’ 거미를 쓸어 버리며 다른 거미들을 만나기를 기원하는 것은, 해체된
공동체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정서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군.
⑤ 3연에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화자의 손길을 회피하는 모습은, 수라와 같은 비극적 상황
에 처한 당대 민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형상화한 것이라 볼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5
갈래 복합 04 정답과 해설 98쪽

[21001-0233]

04 [A]와 <보기>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천년 바람 사이로
고요히
폭설이 내릴 때
내가 폭설을 너무 힘껏 껴안아
내 팔이 뚝뚝 부러졌을 뿐
부러져도 그대로 아름다울 뿐
아직
단 한 번도 폭설에게
상처받은 적 없다
 - 정호승, 「설해목」

① [A]는 <보기>와 달리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나무’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다.


② <보기>는 [A]와 달리 ‘눈’으로 인한 상처를 사랑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③ [A]는 ‘나무’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기>는 ‘나무’의 변함없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④ [A]는 ‘눈’이 ‘나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보기>는 ‘나무’가 ‘눈’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
해 말하고 있다.
⑤ [A]와 <보기>는 모두 특정한 계절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고 있다.
DIC 377s

[21001-0234]

05 ⓐ와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대상을 무시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는 대상에 대해 번민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② ⓐ는 대상을 배려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는 대상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③ ⓐ는 대상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드러내고, ⓑ는 대상의 태도에 공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④ ⓐ는 대상을 염려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는 대상의 지난 행동을 용서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⑤ ⓐ는 대상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드러내고, ⓑ는 대상을 훈육하지 못한 자책의 마음을 담고
있다.

23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05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5 대-A앞면__DIC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의 줄거리] ‘나’는 ‘철’에게 어느 형제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둔감하고 좀 모자란 형과 그런 형을 외면하며
살아가던 동생은 6·25 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다가 포로로 잡혀 북쪽으로 끌려가던 길에 만나게 된다.

이튿날 저녁도 그 이튿날 저녁도 형은 꼭꼭 그 경비병에게서 ⓐ밥 한 덩이를 얻어 넣었다.


그 사람은 얼굴이 검고 두 눈이 디룩디룩한 게 꽤 익살꾸러기이면서도 한편으로 성미 급한 우악한 데가
있었다. 걸핏하면 너 여기가 어딘 줄 아느냐, 너의 집인 줄 아느냐, 이러면서 형을 후려치는 것이었지만 ㉠형
이 엉엉 울면 너털너털 웃으며 재미있어했다.
이러다가도 저녁이면, / “야, 낮에 때린 값이다…… 네 어머이 노릇을 좀 해야겠다.”
꼭 밥 한 덩이를 더 얻어 주곤 했다.
형은 그것을 점퍼 포켓에 넣어 두었다가, 밤이 깊어서 모두 잠들었을 무렵에야, 동생과 반씩 갈라 먹곤 했다.
거의 매일 밤 이랬다.
차츰 동생도 밤이 어지간하면 형이 얻은 밥 덩이를 은근히 기다리게끔 되었다.
이렇게 밥을 못 얻은 저녁엔, ㉡형은 또 흑흑 흐느껴 우는 것이었다. 울면서 동생에게, 넌 내가 혼자만 먹
은 줄 알구 화가 나서 뾰로통해 있나, 이렇게 못 얻을 때두 있지, 매일 저녁이야 어떻게 얻니, 사람의 일이
한도가 있는 법이지…… 이렇게 넋두리했다. 동생은 역시 대답이 없었다. ㉢형은 더 흐느껴 울었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그러나 이튿날 저녁이면, 형은 더욱 신명이 나서 밥 한 덩이를 전부 동생 앞에 내밀었다.
“자, 너 다 묵어.” / 동생이 반을 가르려 들면,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난, 때때루 아침에두 얻어먹잖니? 아침에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능 거다. 널 안 줄래 안 주는 게 아니구……
다른 새끼덜 눈이 있어 놔서…… 이렇게 밤까지 기대릴람 하루 종일 주머니다 넣어 둬야 되겠으니, 손으로

377s_$[ScreenRuling]
주물럭거려서 손때가 다 옮아 오르구…… 또 사실 견딜 수가 있니? 목이 닳아서, 히히히…….”
동생도 형의 고집을 아는 터라 혼자서 다 먹곤 했다.
㉤형은 벌쭉벌쭉 웃으며, 동생 손에 있는 밥 덩이를 만져 보면서,
“좀 퍼뜩퍼뜩 먹으려무나, 오무작오무작거리지 말구. 어떠니? 오늘 저녁 건 쌀알이 좀 많니? 좀 괜찮은
것 같니? ”
이러면서 침을 꿀컥 삼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엔 이렇게 동생이 한 덩이를 다 먹어 치웠을 때 형은 갑자기 또 울음이 터졌다.
“……? ” / 동생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형은 동생의 허벅다리를 마구 꼬집어 뜯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는 사이에 동생은 이런 형 앞에 지난날 스스로가 간직하고 있었던 오연함을 그대로 유
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이 남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물론, 좀 어처구니없었으
나 이런 형인 까닭으로 해서 도리어 마음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헤죽하게 두 팔을 들어 올리는 싱거운
뒷모습이 오히려 어울리는 형의 모습이긴 하다! 생각하며, 이런 꼬락서니로 형과 만나진 데 쓴웃음을 지으
면서도 이런 형일수록 오히려 형다운 것이, 어처구니없는 즐거움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종래의
모든 것을 철저히 단념해 버리고 잃어버린 지금 마음 밑바닥에 철저한 무관심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자신하면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7
갈래 복합 05
서도 이런 형의 그 마음 가락에 휩쓸려 들어가는 스스로를 의식하며 벅차게 서러워 오고 지난날의 형에 대
한 스스로가 후회되며, 더불어 엉뚱한 향수 같은 것이 즐거움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지금 이런 형에
게서 의지 논리로써 얻어진 신념 같은 것이 멀리 미치지 못할 어떤 위엄 같은 것조차 느껴지는 것이었다.
 - 이호철, 「나상」

나 [앞부분의 줄거리] 트럭에 상자를 옮기는 일을 하는 창고지기 자앙은 꼼꼼하고 성실하지만, 동료인 기임은 일을 대충 처
리한다. 기임은 트럭 운전수의 딸인 다링과 사귀며 술에 취해 들어오고, 자앙은 기임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북어 해장국을 끓
여 준다. 창고지기 생활에 싫증이 난 기임은 상자 하나를 일부러 잘못 실어 보내 놓고 자앙에게 이야기한다. 자앙은 상자 주인
에게 편지를 써서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고, 기임은 다링을 따라 창고를 떠나려고 한다.

(창고 밖으로 상자들을 옮기고 있던 자앙과 트럭 운전수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다. 자앙은 트럭 운전수에게 편지를
전달해 주도록 간청하고 운전수는 목청을 높여 가며 거절의 이유를 설명한다.)

운전수: 그건 미친 짓이야! 일부러 잘못했다고 편지를 보낼 필요는 없어!


자앙: (편지를 운전수에게 내밀며) 제발 보내야 해요!
운전수: 여봐, 내가 상자들을 운반하고 다니니깐 상자 주인과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건 큰 착
각이야. 난 말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싣고 왔다가 그냥 실어 가는 거라구. 실제로 내가 아는
건, 정거장에서 여러 트럭들이 상자를 나눠 받을 때 만나는 분배 반장 딸기코하고, 창고에 보관했다가
다시 나눠 싣고 정거장에 가서 만나는 접수 반장 외눈깔, 그 둘뿐이라구. 딸기코와 외눈깔은 내가 붙
인 별명인데, 물론 진짜 이름이야 있겠지. 하지만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노름꾼이라 하듯이
나도 그들을 별명으로만 불러. 어쨌든 딸기코가 상자를 분배하는 곳은 정거장의 왼쪽이고, 외눈깔이
상자를 접수하는 곳은 정거장의 오른쪽이야. 그래서 그들은 같은 정거장에서 둘 다 상자를 취급하면
서도 서로 얼굴 한 번 볼 수조차 없어.
자앙: 별명이든 이름이든 상관없어요. (편지를 억지로 운전수 손에 쥐어 준다.) 상자를 싣고 가는 곳에 내 편지
를 갖다 주면서,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라고 하면 되거든요.
운전수: 내가 자네 편지를 외눈깔에게 주면, 외눈깔은 그다음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다음 사람은 또 다음 사
람에게…… 계속해서 운반되는 상자들을 따라가 맨 나중엔 주인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거지?
자앙: 네, 바로 그겁니다.
운전수: 그게 또 큰 착각이라구. 부속품이 든 상자들은 말야, 중간중간에서 여러 갈래로 수없이 나눠지거든.
자앙: 부속품 상자들은 결국 한 군데로 모아지는 것이 아닙니까?
운전수: 물론, 모아지는 곳도 있겠지. 상자들이 한 군데에서 나와 여러 군데로 흩어지느냐, 여러 군데에서
나와 한 군데로 모아지느냐……. 그건 그럴 수도 있구,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어쨌든 중간에 있는 우
리가 어떻다고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
자앙: 그래도 상자 주인에게는 반드시 알려 줘야죠. 엉뚱하게 바뀐 상자 하나 때문에 뭔가 잘못 만들어지면
안 되잖아요.
(중략)

23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5 대-B뒷면__DIC
기임: 미안해! 그런데 막상 떠나려니까 조금은 서운하군. (창고 안을 둘러보며) 너하고 여기서 얼마나 살았더
라…… 몇십 년은 훨씬 더 될 거야, 아마…….
자앙: 그래…… 우린 철부지 시절부터 이 창고지기였어.
기임: 언제나 너는 나를 고맙게도 보살펴 줬지.
자앙: 날 의붓어미라고 미워했으면서 뭘…….
기임: 진짜로 미워한 건 아니잖아?
자앙: 나도 알아. (기임을 껴안는다.) 제발 가지 말아! 이 창고도, 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잖아?
기임: 그건 안 돼. 이 창고는 더 이상 내가 살 곳이 아냐.
운전수: 남자들끼리 헤어지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창고 밖으로 나가며) 시간 없어! 나 먼저 트럭에 가
서 있을 테니까 너희는 어서 짐 싸 들고 나와!
다링: (놋쇠 국자로 소리 나게 두드리며) 그만하고, 서로 자기 물건들이나 골라 봐요.
기임: (자앙의 포옹을 풀며) 나 내 물건을 잘 모르겠어. 굼벵아, 네가 골라 줘.
자앙: 아냐, 쓸 만한 게 있거든 모두 네가 가져.
기임: 너는 이 창고 속에서 혼자 살 텐데…….
자앙: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먼저 골라 봐. 그리고 내가 너한테 줄 게 있어. (침대 밑의 상자들 중에서 화려한 색
깔의 ⓑ스웨터를 찾아낸다.) 너의 생일날 주려고 두었던 건데, 헤어지는 날 선물이 됐군.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기임: (자앙에게서 스웨터를 받아 몸에 대본다.) 근사한데!
다링: (자앙의 침대 밑을 바라보며) 좋은 건 이 속에 다 있잖아요! 이걸 가져가도 돼요?
기임 : 안 돼, 그건 손대지 마. / 자앙 : 가져가요.
다링: (자앙의 침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낸다.) 이건 뭐죠?

377s_$[ScreenRuling]
자앙: 북어 대가리죠. 그건 가져가세요. 꼭 필요할 겁니다.
다링: 북어 대가리……?
기임: 이게 왜 필요한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상자를 열어서 북어 대가리를 하나 꺼내 자앙에게 준다.) 난
너한테 이것밖에 줄 게 없군. 내 생각이 날 거야, 항상 곁에 두고 보라구.
자앙: (북어 대가리를 받으며) 그래, 언제나 내 곁에 두고 볼게.

(창고 밖에서 트럭의 재촉하는 경음기가 울린다. 미스 다링은 서둘러서 물건들을 담요에 담는다.)

다링: 아버지가 재촉해요. (상자와 담요를 들며) 어서 들고 나가요.


기임 : (트렁크를 들고, 자앙에게) 그럼 잘 있어. / 자앙 : (마지못해 대답한다.) 잘 가…… 가서 행복해.

(기임과 미스 다링, 창고 밖으로 나간다. 자앙은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놓고, 떠나는 기임을 바라본다. 창고 문 앞
에서 자앙과 기임의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기임: (소리) 이 창고 앞의 상자들은 어쩔 거야? 내가 좀 창고 안에 옮겨 주고 갈까?


자앙: 괜찮아!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39
갈래 복합 05
(창고 밖으로 떠나는 것이 즐겁다는 기임의 환호성이 들린다. 트럭 운전수와 다링의 웃음소리도 들린다. 잠시 후, 트
럭이 경음기를 울리며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창고는 조용해진다. 자앙, 식탁 앞에 힘없이 주저앉는다. 늙고 허약해진
모습이다. 그는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북어 대가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자앙: 그래, 나도 너처럼 머리만 남았군. 그저 쓸쓸하고…… 허무한 생각으로 가득 찬…… 머리만…… 덜
렁…… 남은 거야. (두 손으로 북어 대가리를 집어서 얼굴 가까이 마주 바라보며) 말해 보렴, 네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그토록 오랜 나날…… 나는 이 어둡고 조그만 창고 속에서…… 행복했었다. 상자들
을 옮겨 오고…… 내보내며……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성실하게 잘하고 있다는 뿌듯한…… 그게 내 삶
을 지탱해 왔었는데…… 그러나 만약에…… 세상이 엉뚱하게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창고 속
에서의 성실함이…… 무슨 소용 있는 거지? (사이) 북어 대가리야, 왜 말이 없냐?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 왜 대답이 없어? (북어 대가리를 식탁 위에 내려놓는다.) 아냐, 내 의심은 틀린 거야. 덜렁 남은 머릿속
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잘못됐다구 판단해선 안 돼. (핸들 카에 실린 상자를 서류와 대조하며 혼자서 쌓기
시작한다.) 제자리에 상자들을 옮겨 놓아라! 정확하게 쌓아! 틀리면 안 돼! 단 하나의 착오도 없게. 절
대로 틀려서는 안 된다!

(자앙, 느릿느릿 정성을 다해 상자들을 쌓는다. 무대 조명, 서서히 자앙에게 압축되면서 암전한다.)

-막-
 - 이강백, 「북어 대가리」

[21001-0235]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와 달리 (가)에는 부정적 시대 상황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나타나 있다.
② (나)와 달리 (가)에는 두 공간에서 일어나는 각각의 사건이 교차되어 나타나 있다.
③ (나)와 달리 (가)에는 과거의 태도를 성찰하며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인물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④ (가)와 달리 (나)에는 인물 간의 대립으로 인해 고조되던 갈등의 해소가 나타나 있다.
⑤ (가)와 달리 (나)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과장된 반응이 해학적으로 나타나 있다.

[21001-0236]

02 ㉠~㉤의 이유에 대한 추론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경비병이 행사한 폭력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② ㉡: 밥 덩이를 얻어먹지 못한 배고픔을 참지 못해
③ ㉢: 반응이 없는 동생의 태도에 대한 서운함을 느껴서
④ ㉣: 동생이 자신의 말을 따라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해
⑤ ㉤: 얻어 온 밥 덩이를 동생에게 먹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에

24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6 (문학)_본문(2도)_16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100쪽

[21001-0237]

03 (가), (나)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의 경비병은 성격이 드세면서도 나름의 인정을 베풀 줄 알았다.
② (가)의 동생은 형이 밤마다 몰래 주는 밥 덩이를 기대하고 기다렸다.
③ (나)의 자앙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좋은 물건들을 다 주고 싶어 했다.
④ (나)의 다링은 좋은 것을 다 차지하고 싶어 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지녔다.
⑤ (나)의 기임은 자앙이 자신을 의붓어미처럼 괴롭히면서 미워했다고 생각했다.
[21001-0238]

04 ⓐ와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시발점이고, ⓑ는 희망찬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② ⓐ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고, ⓑ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실마리이다.
③ ⓐ는 상대방에게 위안을 주는 수단이고, ⓑ는 상대방을 체념하게 하는 상징물이다.
④ ⓐ는 관계를 개선하게 하는 매개체이고, ⓑ는 관계의 변화를 확인하게 하는 소재이다.
⑤ ⓐ는 시간적 배경을 알려 주는 지표이고, ⓑ는 계절적 배경이 바뀌었음을 나타내는 기준이다.
[21001-0239]

05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북어 대가리」는 세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나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한 자각 없이, 피상적인 인
간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상실한 채 기계의 부품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모
습을 통해 어떠한 삶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 삶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희곡이다. 주어진 일
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세상일이 자기 생각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
님을 알게 되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소외된 현대인의 무기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① 자앙이 ‘편지를’ ‘제발 보내야 해요!’라고 하면서 ‘상자 주인에게는 반드시 알려 줘야죠. 엉뚱
하게 바뀐 상자 하나 때문에 뭔가 잘못 만들어지면 안 되잖아요.’라고 말하며 걱정하는 것으
로 보아 주어진 일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난 말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싣고 왔다가 그냥 실어 가는 거라구.’라는 운전수의 말
과 ‘제자리에 상자들을 옮겨 놓아라! 정확하게 쌓아! 틀리면 안 돼! 단 하나의 착오도 없게.’라
는 자앙의 말을 통해 기계의 부품처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③ 운전수가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르지 않고 노름꾼이라 하듯이 나도 그들을 별명으로만 불러.’
라고 하면서 ‘분배 반장’을 ‘딸기코’로, ‘접수 반장’을 ‘외눈깔’로 부르는 것을 통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④ ‘막상 떠나려니까 조금은 서운하군.’이라고 하면서 창고를 떠나려는 기임에게 ‘제발 가지 말
아! 이 창고도, 나도, 전혀 달라진 게 없잖아? ’라고 말하며 말리는 것으로 보아 세상과 자신
의 관계에 대해 자각하지 못했던 자앙이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음을 확
인할 수 있군.
⑤ 자앙이 ‘머리만…… 덜렁…… 남은’ ‘북어 대가리를’ 보며 ‘만약에…… 세상이 엉뚱하게 잘
못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창고 속에서의 성실함이…… 무슨 소용 있는 거지? ’라고 말하
는 모습을 통해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는 무기력한 현대인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군.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1
갈래 복합 06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의 줄거리] 남궁에서 생활하던 궁녀 열 명 중 운영과 자란을 비롯한 궁녀 다섯 명이 안평 대군의 명으로 서궁으로
옮긴다. 이로 인해 운영은 김 진사에게 편지를 전할 길이 없어지고, 자란은 빨래를 빌미로 궁 밖으로 소풍을 가는 행사 때, 무녀
를 만나 김 진사에게 편지를 전하는 꾀를 낸다. 하지만 이를 모르는 남궁의 궁녀들은 장소 문제로 서궁 궁녀들과 다투고, 자란
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홀로 남궁을 찾는다.

“사실은 서궁 사람들 다섯 중에 소격서동으로 가자는 것은 나 혼자뿐이란다.”


“그래, 그건 또 무슨 까닭이냐? ”
“내가 들어 보니 소격서동은 바로 옛날 옥황상제께 제사를 드리던 곳으로 달리는 삼청동이라고도 부른단
다. 아마도 우리 열 명은 저 하늘에 있다는 삼청궁에서 선녀로 살다가 실수로 옥황상제께 죄를 지어 인간
세상에 귀양 왔을 것이다.
  속세에 쫓겨 온 이상 인간 세상 어디서 살든 상관은 없는 것이지만 깊고 깊은 궁궐 속에 마치 새장 속의
새처럼 갇히게 되었으니, 나는 꾀꼬리 울음만 들어도 탄식하고 푸른 버들을 두고도 한숨을 짓고 쌍쌍이
나는 제비, 마주 앉아 졸고 있는 산비둘기만 보아도 외로워진단다. ㉠들의 풀에도 합환초가 있고 나무 중
에도 연리지가 있다. 무지한 초목과 지극히 미천한 새들도 음양이 있어 즐거움을 나누는데, 우리는 무슨
죄가 그렇게도 커서 적막한 궁궐 속에 숨어 꽃 피는 봄과 달 뜨는 가을에 등불만 벗하면서 혼을 사르고 청
춘을 썩혀야 한단 말이냐? 인생이란 한번 늙고 나면 다시는 젊어지지 않는 것이니, 생각만 해도 슬픔이
가슴을 비집고 흘러내린단다. 이제 일 년에 한 번뿐인 이런 좋은 때를 맞아 맑은 시내에 가 몸을 깨끗이
하고 옥황상제를 모신 태을사에 들어가 머리가 땅에 닿도록 백 번이라도 절을 하고 손을 모아 빌고 빌어
우리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는 이런 고생을 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
니? 그런 뜻으로 내가 소격서동을 고집한 것이지 여기에 어찌 다른 뜻이 있을 수 있겠니? 우리 열 명은
자매처럼 정을 나누며 지내 왔는데 이런 일로 서로 의심해서야 쓰겠니? 내가 까닭 없이 고집을 피우는 것
은 아니란다.” / 시비를 걸려던 소옥은 오히려 자란의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가 이치에 밝지 못해 네 생각에 못 미쳤구나. 내가 서궁 사람들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은 것은 그 근처
에는 무뢰한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어서 혹시나 욕을 당할까 봐 걱정해서 그런 것이란다. 이제 네 고귀한
뜻을 알았으니, 이후로는 비록 ㉡밝은 대낮에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네 뜻을 따를 것이
며 강이나 바다에 들어간다고 해도 너를 따르리라.”
“무릇 일은 마음이 정해져야 되는데, 지난번 말할 때 마음을 정하지 못하여 두 사람이 밤새도록 논쟁을
벌이고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순리에 따르지 못한 것이요, 궁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군께 알리지
않고 첩들끼리 몰래 모의한 것은 충(忠)에 어긋나는 것이며, 낮 동안 다투던 일을 밤이 채 반도 지나기 전
에 바꾼 것은 신의를 잃는 것이다. 게다가 가을에는 옥같이 맑은 물이 없는 곳이 없거늘 제단이 있다는 이
유 하나로 소격서동을 그렇게 고집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구나. 또 비해당 앞은 물이 맑고 돌도 깨끗해 작
년에도 거기서 빨래를 했는데 왜 새삼스레 다른 곳으로 바꾸려고 하느냐? 다른 사람들이 다 가더라도 나
는 따르지 않겠다.”
부용이 두 사람에게 불만을 보이며 하는 말이었지요. 보련 또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습니다. 다들

24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사리가 분명하고 똑똑한 궁녀들이었으니까요.
“말이라고 하는 것은 문신하는 바늘과 같은 것이다. 조심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화도 생기고 복도 생기는
것이지. 그래서 예로부터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이 말이라고 했다. 내가 옆에서 너희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자란의 말에는 무엇인가 숨겨진 것이 있고 소옥의 말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마지못해 따르는
것이고 부용의 말은 말을 꾸미는 데만 힘을 쓰고 있으니 어느 것도 내 뜻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니 나는
이번 행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 옆에 금련이 있다가 끼어들었습니다.
“오늘 저녁 의논도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구나. 내가 점을 쳐서 하늘의 뜻을 알아보지. 서로 화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금련은 말끝을 흐리며 주역을 펴 놓고 점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곧 한 괘를 얻어 괘 풀이를 하였
지요.
“내일 운영은 반드시 남자를 만날 것이다. 운영은 얼굴과 행동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바가 있어 대군께서
오랫동안 운영에게 마음을 기울였으나, 운영이 대군의 부인을 생각하여 죽음으로 거역하고 있고, 대군
또한 자칫 운영의 몸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 감히 가까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운영이 쓸쓸한 곳을 버리고 화려한 곳으로 가려 하니 장안의 활달한 소년 선비들이 그 미모를 보
고는 넋을 잃고 미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요, 비록 ㉢가까이하지는 못하더라도 손가락질을 하고 눈짓
을 보낼 것이니 이는 수치스러운 일이요, 대군을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에 대군께서
명령하시기를 궁녀가 문을 나가거나 바깥사람이 궁녀의 이름을 알면 죽을 것이라고 했으니, 나 또한 이
런 행차에는 따라갈 수가 없다.”
자란은 일이 그르친 것을 알고 상심하여 어두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요. 그런데 비경이 울면
서 허리를 안고 억지로 붙잡아 앉혔지요. 그러고는 앵무 술잔에 술을 따라 자꾸 권하였지요. 다른 궁녀들도
다들 술잔을 잡았지요. 서로 다투기는 했어도 가슴 저편에 숨은 슬픔이 서로를 전염시켰던 것이겠지요.
 - 작자 미상, 「운영전(雲英傳)」

나 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시이모님의 병문안을 가기로 했다. 한 번쯤은 가 보는 게 도리일 터였다. 어머


니가 합리적이고 강단 있는 분이라 적잖은 의지가 되었다. 어머니는 길도 복잡하니 택시를 타자고 했다. 택
시를 타고 가는 중에 시이모님이 어디가 아프신지 묻자 췌장암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는지, 전이는 안 되었는지 물으려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그만두었다. 택시에서 내려 병원 입
구를 향해 걸어갈 때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우리 언닌,” / 어머니는 잠시 움찔하더니 말을 바꾸었다.
“그러니까 네 시이모님은, 아주 괴팍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정한 편도 아니다. 누구한테 민폐 끼
치는 걸 싫어하고 차라리 자기가 손해를 보고 마는 성격이지.”
나는 그런 점은 자매가 아주 닮았다고 생각했다.
“난 좀 일찍 결혼한 편인데 결혼하고 나서는 친정에 자주 왕래하지 않았다. 친정이 싫었으니까.”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나를 보았다. 이해하겠느냐 묻는 듯도 하고, 너도 그런 건 아니냐 살피는 듯도 했다.
“우리 언닌 평생 직장 생활하면서 결혼도 안 하고 엄마를 모시고 살았다. 그 집에 경철이 녀석이, 그러니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3
갈래 복합 06
까 네 시외삼촌 말이다, 걔가 가끔 들락거렸는데, 걔가 돈 사고 치면, 그래, 이제 너한테 못 할 말이 어디
있겠냐, 그러면 언니가 몇 번 물어 주고 그랬지. 그러다가…….”
우리는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 서너 명이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
다. 어머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후에야 다시 얘기를 이어 나갔다.
“그게 재작년 가을인가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편지 한 장만 써 놓고 사라졌다. 자기를 절대 찾지 마라,
당분간 모든 관계를 끊고 살겠다, 죽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 마음이 변하면 돌아오
겠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참 내용도 놀라웠지만, 그러니까 그게 뭐냐? 너는 글을 쓰니 알겠지. 그걸
뭐라고 그러냐? ” / 나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글에 담긴 기운이라고 해야 하나? 글자도 아니고, 글씨체도 아니고.” / “문체요?”
“문체? 그런 걸 문체라고 하냐? 나는 모르겠다. 우리 언니도 옛날엔 글쟁이가 되고 싶어 했지. 널 보면 반
가워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언니 편지를 읽는데, Ⓐ  문체인지 뭔지에 깃들어 있는 마음이나 기분 같은
게 으스스하게 느껴지는데, 못된 말을 쓴 것도 아니고 다 평범한 말뿐이었는데, 이상하게 무섭고 서럽더
라. 난 그게 뭔지 궁금하다. 도대체 그게…….”

[중략 부분의 줄거리] ‘나’는 시이모님의 집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이모에게 들은 이야기를 태우에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


설이고만 있었다. 이러다 영영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 스스로도 그 겨울밤에 대해 몇 번이
나 되풀이해 얘기했고, 얘기를 할 때마다 뭔가 조금 달라진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고, 나도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곤 했다. 어쩌면 기억이란 매번 말과 시간을 통과할 때마다 살금살금 움직이고 자리를 바꾸도록 구
성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마지막으로 그녀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몹시 쇠약해져 한 번에 몇 마디씩
밖에 하지 못했다. 그때 그녀가 한 말들은 또 이전에 한 말들과도 조금 달랐다.
“나도 애초에, 이렇게 생겨 먹지는, 않았겠지. 불가촉천민처럼, 아무에게도, 가닿지 못하게. 내 탓도 아니
고, 세상 탓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성가시고 귀찮다고, 누굴 죽이지 않은 게, 어디냐? 그냥 좀, 지진
거야. 손바닥이라, 금세 아물었지. 그게 나를, 살게 한 거고.”
그녀는 내게 입술에 물을 축여 달라는 손짓을 했고 나는 거즈에 보리차를 묻혀 그녀의 입에 대 주었다.
“여긴, 책도 없는데, 목이 마르구나.” / 그녀는 어린 강아지처럼 눈을 감은 채 물을 빨았다.
“그런데 그게 뭘까…… 나를 살게 한…… 그 고약한 게…….”
그때 이모의 얼굴은, 예전에 시어머니가 그녀의 편지 얘기를 하면서 그 문체에서 느꼈던 무섭고 서러운
감정이 뭘까, 골똘히 생각하던 표정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이내 잠인지 혼수인지 모를 상태에 빠졌고 시어
머니가 병상을 지키던 다음 날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아파트 보증금과 통장에 남은 현금은 그녀가 유언장에 써 놓은 대로 상속되었다. 원래는 가장 우
선순위인 시외할머니에게 모두 상속되어야 했지만, 그녀는 시외할머니에게 1/3, 시어머니에게 1/3, 그리고
태우와 내게 1/3을 상속한다고 지정해 놓았다. 시외할머니는 우리가 합의하여 맏딸의 유산 전부를 외아들
빚을 갚는 데 쓰기를 바랐지만 시어머니는 단호히 거절하고 우리가 그토록 사양하는데도 우리 부부의 통장
에 이모의 유산을 입금했다.

24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정답과 해설 102쪽

통장에 입금된 숫자를 보고 나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 ㉤한 달에 35만 원씩만 쓰던 그녀가 9년 5개월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오래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여덟 자리 숫자는 그녀와 세상 사이를, 세상과 나 사이를,
마침내는 이 모든 슬픔과 그리움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나 사이를 가르고 있는, 아득하고 불가촉한 거리처
럼도 여겨졌다.
 - 권여선, 「이모」

[21001-0240]

01 (가)에 나타난 갈등을 아래와 같이 도식화할 때,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 서궁의 궁녀들: 찬성
ⓐ ‘소격서동’으로의 소풍 ↗ ↕
남궁의 궁녀들: 반대

① 자란은 전생에 옥황상제에게 지은 죄를 씻기 위해 ⓐ를 제안했다고 말하고 있다.


② 소옥은 ‘소격서동’ 근처에서 곤욕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 때문에 ⓐ를 반대했었다.
③ 부용은 대군에 대한 ‘충(忠)’과 다른 궁녀들 간의 ‘신의’를 들어 ⓐ를 반대하고 있다.
④ 보련은 다른 궁녀들의 ‘말’이 자신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를 반대하고 있다.
⑤ 금련은 운영이 주역의 점괘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을 우려하여 ⓐ를 반대하고 있다.

[21001-0241]

02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자신의 처지와 대비되는 사물들을 나열하여 인물의 외로운 심정을 부각하고 있다.
② ㉡: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여 상대방이 하려는 일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③ ㉢: 인물들의 예상되는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행차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④ ㉣: 더 심한 행동과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정의로운 것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⑤ ㉤: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인물의 삶이 검소하고 절제된 것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21001-0242]

03 Ⓐ의 의미를 추론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족의 부재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독함
② 자신을 보호하지 않은 가족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③ 관계에서 비롯된 실망감과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
④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대한 결단과 그로 인한 불안감
⑤ 이전의 삶과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결연함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5
갈래 복합 06 정답과 해설 103쪽

[21001-0243]

04 <보기>를 바탕으로 (가)와 (나)를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여성 문학에 등장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개별적 존재로서의 욕망을 억압당한 채 사회가 규정한 삶의 방식에 순응할 것을 강요당한다. 그들
이 당하는 억압은 뿌리 깊은 남성 중심주의에 기반하여 제도나 법적으로 강제되는 제도적인 차원
의 차별이나, 법적으로 강제되진 않지만 사회적으로 암묵적으로 강요되는 관습적 차원의 차별에서
비롯된다. 여성 문학 속 여성들은 이런 모순된 사회 현실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주체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이에 저항하여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기
도 한다.

① (가)와 (나)에는 사회 구조의 모순을 인식하고, 이에 저항하여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진취적
인 여성상이 나타난다.
② (가)와 (나)에는 개별적 존재로서 여성의 삶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여성의 삶에 우선하는 사
회적 분위기가 나타난다.
③ (가)에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나)에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부하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난다.
④ (가)에는 불합리한 사회 제도로 인해 개인의 욕망을 억압받는 여성이 등장하고, (나)에는 관
습적 차원에서 남성 중심주의로 차별받는 여성이 등장한다.
⑤ (가)에는 자신의 삶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하고, (나)에는 제도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삶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21001-0244]

05 <보기>를 참고하여 (가)와 (나)의 서술상 특징을 비교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가)는 소풍 장소 문제로 인한 궁녀들의 갈등이 주요 사건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그 사건의 서술
자는 장면 속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궁녀들과 동료 관계에 있는 운영으로 설정되어 있고, (나)는 시
이모님의 기구한 삶이 주요 사건으로 제시되어 있고, 시이모님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나’
가 서술자로 설정되어 있다.

① (가)와 (나)의 서술자는 모두 작품 속 인물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② (가)와 (나)의 서술자는 모두 작품 속 인물은 아니지만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③ (가)의 서술자는 사건 해석에 주관을 강하게 개입시키고 있지만, (나)의 서술자는 사건에 객
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④ (가)의 서술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지만, (나)의 서술자는 자신이 경
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⑤ (가)의 서술자는 제한적인 시선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지만, (나)의 서술자는
전지적인 시선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고 서술하고 있다.

24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07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주관화의 장르인 서정시에서는 대개 자아의 상황과 정서를 중심으로 사물이나 사건 등 외부의 세계를 해
석하고 수용한 결과를 노래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이때 ㉠자아는 외부의 세계를 자신의 상황이나 정서와
동일시하거나, 반대로 서로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배치하게 된다. 그중에서 후자를 일러 주객 대비 구도라
한다면, 이러한 구도를 가진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우리의 문학사에서 이를 가장 먼저 보여 주는 작품은 유리왕이 지은 것으로 전해지는 「황조가」이다.

꾀꼬리는 오락가락 翩翩黃鳥


암수 서로 정다운데 雌雄相依
[A]
외로운 이내 몸은 念我之獨
누구와 함께 돌아갈까? 誰其與歸

불특정 다수의 입으로 전해지는 소박한 민요에 연원을 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짧은 시구에서 확인되는 것
은, 정답게 어울려 노는 꾀꼬리 한 쌍과 외로운 이내 몸의 선명한 대비이다. 충족되고 조화로운 외부의 세계
와 무엇인가가 결핍된 화자 자신의 대비인 셈이다.
이와 같은 발상은 모든 서정시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민요에서도 두루 발견되며, 민요의 흔적을 강하게
지닌 고려 속요에서도 종종 보인다. 가령 「만전춘별사」의 2연은 다음과 같다.

뒤척뒤척 외로운 침상에 어느 잠이 오리오


[B] 서창을 열어 보니 도화(桃花)가 피었도다
도화는 시름없어 봄바람에 웃는도다 봄바람에 웃는도다

이 작품에서도 침상에 홀로 누워 있는 자아와 봄바람에 웃고 있는 도화의 대비가 선명하다. 시인 또는 시


적 자아는 이 도화와 무관하게 결핍을 느끼고 있었겠지만, 충족된 외부 세계와의 대비를 통해 그 결핍을 더
욱 강렬하게 감지하였을 것이고, 그 연장선상에서 독자 또한 한층 강렬한 인상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주객 대비의 구도는 시조나 근대 이후의 서정시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서사 작품에서
인물의 말을 통해 그의 정서를 드러낼 때도 흔하게 발견된다. 「심청가」에서 심 봉사는 아내가 심청을 낳고
며칠 후에 병을 얻어 죽게 되자 다음과 같이 부르짖는다.

아이고, 마누라! 마오, 죽지 마오. 평생의 정한 뜻을 사생동거(死生同居) 보잤더니 염라국이 어디라


고 날 버리고 가랴시오? …(중략)… 해도 졌다 다시 돋고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하늘이 장천구만리로되
[C] 삼경이 되면 이슬 오고 북경이 머다 해도 사신 행차가 왕래헌디 마누라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허는
디 구차히 사자거늘 누굴 믿고 살어나며 동지(冬至) 대한(大寒) 긴긴밤을 젖 먹고자 우는 자식 뉘 젖 멕
여 길러 낼까?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7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6대 16

갈래 복합 07
여기에서 이미 죽은 아내는 해, 꽃, 이슬 등의 자연물과 대비된다. 이러한 대비는 조화를 이룬 세계와 결
핍을 느끼는 인물 간의 대비로 나아가며, 심 봉사의 입장에서 아내와의 사별이라는 상황은 더없이 고독한
삶의 조건으로 각인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대신에 자신을 비추어 줄 거울을 대면하면 자기 자신을 더욱
선명히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한계인 동시에 삶의 이치이다. 이때 자신의 처지와 대비되는 외부의 풍경이
나 사건은 이러한 인간에게 자신의 반면(反面)을 비추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인간의 유한성이나
불완전성이 자연의 무한성이나 완전성과 병렬되면서 대비될 때, 인간은 자연스럽게 비극적 존재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문학에서의 주객 대비 구도는 인간이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신을 보는 시력이 남
을 보는 시력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의 문학적 구현으로 볼 수 있다.

[21001-0245]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정시에서 외부 세계와 자아는 동일시될 수도 있고 대비될 수도 있다.
② 화자와 외부 세계가 동일시되는 작품은 정서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③ 서사 갈래에서도 주객 대비 구도에 기반하여 인물의 정서를 드러낼 수 있다.
④ 자아의 결핍감은 주객 대비 구도를 바탕으로 하여 표현할 때 한층 강한 인상을 자아낸다.
⑤ 주객 대비 구도는 남을 아는 것보다 자신을 아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 삶의 이치임을 보여 준다.

[21001-0246]

02 [A]와 [B]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대화적 어조를 취하고 있다.
② 시간의 변화에 따른 분위기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③ 설의적 표현으로 화자의 정서를 강조하여 나타내고 있다.
④ 화자가 추구하는 윤리적 이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청각적 심상을 통해 시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환기하고 있다.

24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04쪽

[21001-0247]

03 윗글의 맥락에서 [C]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아내의 죽음이 다시 돌아오는 ‘해’, ‘꽃’, ‘이슬’, ‘사신’과 대비됨으로써 심 봉사의 결핍감을
더욱 증폭시켜 드러내는군.
② 아내가 죽어서 가는 ‘염라국’과 ‘사신 행차가 왕래’하는 ‘북경’의 동일시는 심 봉사의 심리적
단절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군.
③ 심 봉사의 입장에서 아내의 죽음과 맞바꾼 ‘젖 먹고자 우는 자식’은 무한한 생명 순환의 이치
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④ 무한한 자연물과 유한한 인생의 대비는 ‘구차히’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심 봉사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위로하는 방편이 되는군.
⑤ ‘해’, ‘꽃’, ‘이슬’이라는 자연물과의 대비로 인해 ‘사생동거’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내를
책망하는 정서가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되는군.

[21001-0248]

04 <보기>를 ㉠의 한 사례라고 할 때, 윗글을 바탕으로 이를 [A]~[C]와 비교하여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


하지 않은 것은?

귀또리 저 귀또리 어여쁘다 저 귀또리


지는 달 새는 밤에 긴 소리 짧은 소리 절절이 슬픈 소리 저 혼자 울어 내어 사창(紗窓) 여윈잠을
살뜰히도 깨우나니
두어라 네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無人) 동방(洞房)에 내 뜻 알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 작자 미상

① [A]의 ‘꾀꼬리’가 화자의 상황과 대비되는 것과 달리, <보기>의 ‘귀또리’는 화자의 ‘뜻’을 알
고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군.
② [A]에서는 ‘꾀꼬리’에 대한 화자의 시선이 단일한 데 비해, <보기>에서는 ‘두어라’를 기점으
로 하여 ‘귀또리’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전환되고 있군.
③ [B]의 ‘도화’와 <보기>의 ‘귀또리’는 모두 조화로운 세계를 표상하는 소재로서 화자의 결핍
된 정서나 상황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군.
④ [C]의 ‘동지 대한 긴긴밤’과 <보기>의 ‘지는 달 새는 밤’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인물이나 화자
의 결핍감과 유기적으로 조응하고 있군.
⑤ [C]에서 ‘마누라’와 사별한 상황과 <보기>에서 화자가 ‘무인 동방’에 놓여 있는 상황은 모두
삶의 유한성이나 불완전성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하겠군.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49
갈래 복합 08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인간상의 형상화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사를 살펴보면 세속화라는 한 가지 흐름이 감지된다. 조선 시대로


국한해서 보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영웅이나 재자가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들이 대부분이지만, 조
선 후기에 들어서면 소설에서는 물론이고 다양한 갈래의 작품에서 세속적인 욕망, 통속적인 인간됨, 방탕
한 허무주의 등을 특성으로 하는 인물들이 형상화된다.
이러한 현상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사례로는 기인(奇人)이나 이인(異人), 거지, 광대 등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기울였던 연암 박지원의 다음 글을 들 수 있다.

어떤 이가 본래 김홍연의 행적을 잘 알아 나에게 얘기해 줬는데, 그에 의하면 김은 곧 왈짜였다. 왈짜


란 대개 여항의 허랑방탕하고 물정 모르는 자를 일컫는 말로서 이른바 검객(劍客)이나 협객(俠客)과 같
은 부류를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여 무과에 합격했으며, 힘이 세어 범을 때려
잡거나 좌우 옆구리에 기생 둘을 끼고 몇 길의 담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쩨쩨하게 벼슬자리
를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집이 본래 부유하여 돈을 물 쓰듯 하였고, 고금의 유명한 서
[A]
첩(書帖)과 좋은 그림, 칼이며 거문고며 골동품, 기이한 꽃과 풀 따위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 혹 하나
라도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천금(千金)을 아끼지 않았으며, 준마(駿馬)와 송골매를 늘 좌우에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늙어 머리가 세었으며, 자루에다 끌과 정을 넣고 다니며 명산에 두루 노니는
데, 이미 한라산에 한 번 올랐고 백두산에 두 번 오른바 그때마다 손수 바위에 자기 이름을 새긴다고 한
다. 이로써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에 자기가 있었음을 알리려고 한다는 거였다.

‘발승암기(髮僧菴記)’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글에서는 김홍연이라는 실존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글


전체의 대의는 이름의 덧없음에 있다 하겠지만, 인용한 대목은 당대 실존했던 ‘왈짜’의 한 전형을 보여 준
다. 연암의 눈에는 돈은 물론 인생을 낭비하는 한 인물의 생애가 안쓰러웠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가에서는 범속(凡俗)한 성격의 인물이나 화자가 나오는 작품이 다수 발견된다.
DIC 377s

임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 나서 대문 나가 문지방 위에 치달아 앉아 이마에 손을 짚고 오는가 가는가 건넛산 바라보니 거
뭇희끗 서 있거늘 저야 임이로다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 벗어 손에 쥐고 곰비임비 임비곰비 천방지방
[B]
지방천방 진 데 마른 데 가리지 말고 워렁충창 건너가서 정(情)엣말 하려 하고 곁눈으로 흘깃 보니 작년
칠월 열사흗날 갉아 벗긴 주추리 삼대 살뜰히도 날 속여거다
모쪼록 밤이기 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웃길 뻔하괘라

세상 사람들이 인생을 둘만 여겨 두고 또 두고 먹고 놀 줄 모르는고


먹고 놀 줄 모르거던 죽을 줄 알랴마는 석숭(石崇)이 죽어 갈 적 누거만재(累巨萬財) 가져가며 유령
[C]
(劉伶)의 무덤 위에 어느 술이 이르렀더니

25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정답과 해설 105쪽

하물며 청춘 일장몽(一場夢)에 백화난만(百花爛漫)하니 이같이 좋은 때에 아니 놀고 어이하리

[B]에는 임을 기다리는 조바심이 장황한 수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임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은
근하게 그려 냈던 전통과는 다르게 이 노래는 부박(浮薄)해 보이는 범속한 행위를 낱낱이 그려 냄으로써 상황
적 정서를 극대화하고 있다. 더욱이 종장에서는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의 정서마저 희화화된 표현으로 드
러낸다. 이러한 인간상의 문학적 형상화는 조선 전기의 노래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양상이다.
[C]에서는 중국 역사상 가장 이름난 거부(巨富)인 석숭과 전설적인 애주가인 유령, 이 두 인물을 근거로 하
여 인생무상을 설파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시적 대상을 향한 비난의 어조가 은근하게 이어지는데, 그 대상이
‘먹고 놀 줄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어서 결국에는 화자 자신이 향락주의에 경도된 범속한 인간임을 드러내게
된다. 이 역시 조선 후기 문학에서 새롭게 출현한 문학적 경향의 일단이다.
이와 같은 범속한 인간형의 출현은 실존 인물이든 문학적으로 가공된 인물이든 모두 조선 후기의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상업 및 유흥 문화의 발달, 화폐 경제의 활성화와 천박한 부자들의 대두, 애정과 같은
현실적 욕망에 대한 긍정, 개인적 삶의 가치에 대한 각성 등이 당대의 사회적 기류를 이루었던 역사적 사실
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조선 후기의 문학 작품을 이러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 비추어 읽는 것도
그 실상에 접근하는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 후기 이전의 문학이 대체로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된 이상적 인간과 이상적 삶을 그려 내는 경향이
우세했다면,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 문학은 한편으로는 그 흐름을 이어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지배적
이념의 권위에 대해 의심이 섞인 질문을 던지면서 일상적 삶에 더욱 가까운 인간을 형상화하는 흐름을 보였
던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나 가치를 보여 주는 이런 인물들이 더욱 다
양한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은 문학적 근대에 다가서는 한 움직임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21001-0249]

01 윗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조선 후기 문학의 세속화는 문학 자체의 가치를 타락시켰다.
② 조선 후기에는 전기에 비해 문학에서 다루는 인간상이 다양해졌다.
③ 조선 후기의 시가 갈래는 여타 갈래에 속하는 작품의 세속화를 이끌었다.
④ 조선 후기 문학의 세속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거부하는 퇴행적 반응의 산물이었다.
⑤ 조선 후기에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하였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1
갈래 복합 08 정답과 해설 106쪽

[21001-0250]

02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구별하여 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② 생소하리라 판단되는 단어의 뜻을 풀이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③ 인물의 특정한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행적들을 배열하고 있다.
④ 타인의 전언을 간접적으로 인용하여 한 인물의 인간됨을 드러내고 있다.
⑤ 개별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명시적으로 드러내어 삶의 궤적을 보여 주고 있다.

[21001-0251]

03 [B]와 [C]에 대한 비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B]와 [C]는 모두 반어적 목소리로 삶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풍자하고 있다.
② [B]와 [C]는 모두 병렬적 진술을 통해 시적 상황에 대한 정감을 부각하고 있다.
③ [B]와 [C]는 모두 과장된 표현을 통해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을 희화화하고 있다.
④ [B]에서는 상대방에게 간청하는 어조가, [C]에서는 상대방을 원망하는 어조가 나타나고 있다.
⑤ [B]는 여성 화자가 남성 청자에게, [C]는 남성 화자가 여성 청자에게 말하는 목소리를 취하고
있다.
DIC 377s

[21001-0252]

04 ㉠을 고려하여 [A]~[C]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A]에서 김홍연이 자신의 취미를 위해 돈을 함부로 낭비하고 있는 것은, 당대 사회에 대두한
천박한 부자의 일면을 보여 준다 하겠군.
② [B]에서 임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인 행위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은, 현실적 욕망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의 한 양상으로 볼 수 있겠군.
③ [C]에서 놀 줄 모르는 사람들을 석숭의 고사를 언급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은, 화폐 경제
의 활성화와 천박한 부자들의 대두를 배경으로 유흥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겠군.
④ [A]에서 김홍연이 바위에 이름을 새기는 것과 [B]에서 화자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개인적 삶의 가치를 옹호하려는 의도의 소산이겠군.
⑤ [A]에서 김홍연이 기생들과 어울리는 것과 [C]에서 화자가 유령의 고사를 언급하며 먹고 노
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당대 유흥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하겠군.

25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09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6 대-A앞면__DIC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사설시조에는 욕망 결핍 및 문제 상황을 적극적으로 토로하거나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일련의 여


성들이 있다. 이들 여성은 작품에 따라 직접 노래 행위의 주체로 등장하기도 하고, 타자의 발화 대상으로 등
장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를 보여 주지만 모두 문제 상황을 체념으로 일관하거나 수용하는 대신, 자신
의 불만 및 욕망을 적극 표출한다는 공통점을 보여 준다.
이러한 사설시조의 여성은 때로는 비극적 상황과 관련을 맺기도 하고, 때로는 희극적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면서 상반된 미학적 함의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남성에 의해 대상화되기만 하
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대상화할 때도 있는 등 다분히 주체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그 과정에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위나 제도, 습속 등을 거부하고 철저히 비판하면서 그것에 대항하는 적극적 여성상이 나타나기
도 한다. 이러한 작품들이 구사하는 비판과 저항의 방식은 준열한 꾸짖음이나 웅변적 저항이 아니라, 말장
난·비유·재담·냉소·조롱 등인 경우가 많다. 이른바 웃음의 미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나 ㉠한숨아 세한숨아 네 어느 틈으로 드러온다


고미장지 * 세살장지 * 가로닫이 여닫이에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쇠 뚝닥 박고 용거북 자물쇠로 수
기수기 채웠는데 병풍(屛風)이라 덜걱 접은 족자(簇子)이라 데데굴 만다 네 어느 틈으로 드러온다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어인지 너 온 날 밤이면 잠 못 들어 하노라
 - 작자 미상

* 고미장지: 고미다락의 장지문.


* 세살장지: 문살이 가는 장지문.

377s_$[ScreenRuling]
다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두루 삼아 감삼다가
가다가 한가운데 똑 끊어지었거늘 호치단순(皓齒丹脣)으로 홈빨며 * 감빨아 *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두
끝 마주 잡아 비부쳐 *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랑 끊어져 갈 제 모시같이 이으리라
 - 작자 미상

* 홈빨며: 흠뻑 빨며.
* 감빨아: 이로 감아 빨아.
* 비부쳐: 비벼서.

라 시어머님 며늘아기 나빠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


빚에 받은 며느린가 값에 쳐 온 며느린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휘초리 *나 같이 알살피신 * 시아버님 볕
쬔 쇠똥같이 되종고신 * 시어머님 삼 년(三年) 결은 망태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당피 * 간
밭에 돌피 * 난 것같이 샛노란 외꽃 * 같은 피똥 누는 아들 하나 두고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3
갈래 복합 09
건 *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 하시는고
 - 작자 미상

* 휘초리: 회초리. 가는 나뭇가지.


* 알살피신: 앙상궂은. 살이 빠져서 뼈만 남을 만큼 매우 바짝 마른.
* 되종고신: 말라빠진.
* 당피: 품질 좋은 곡식.
* 돌피: 품질 낮은 곡식.
* 외꽃: 오이꽃.
* 건: 기름진.

마 ㉡저 건너 흰옷 입은 사람 잔밉고도 * 얄미워라
작은 돌다리 건너 큰 돌다리 넘어 밥 뛰어 * 간다 가로 * 뛰어 가는고 어허 내 서방(書房) 삼고라쟈
진실(眞實)로 내 서방 못 될진데 벗의 님이나 되고라쟈
 - 작자 미상

* 잔밉고도: 몹시 얄밉고도.
* 밥 뛰어: 바삐 뛰어.
* 가로: (다리를) 가로질러.

[21001-0253]

01 (나)의 화자를 여성으로 볼 때, (가)를 바탕으로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화자의 심정을 부각하고 있군.
②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제시하고 있군.
③ 반어적 표현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원망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군.
④ 추상적 대상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하여 화자의 심리를 드러내고 있군.
⑤ 행위를 나열하여 내적 갈등이 해소되기까지의 과정을 점층적으로 보여 주고 있군.

[21001-0254]

02 ㉠, ㉡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이후에 열거되는 행위의 결과로서 대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② ㉡에서 보여 준 대상에 대한 인식은 이후에 제시되는 화자의 바람을 낳고 있다.
③ ㉠과 ㉡은 모두 비유적 표현을 통해 화자가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과 ㉡은 모두 역설적 상황을 제시하여 화자가 느끼는 심리적 갈등을 부각하고 있다.
⑤ ㉠과 ㉡은 모두 영탄법을 사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25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6 대-B뒷면__DIC
정답과 해설 107쪽

[21001-0255]

03 (다)와 (라)를 비교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다)와 (라)는 모두 감각적 표현을 통해 대상을 생생하게 나타내고 있다.
② (다)와 (라)는 모두 중심인물인 여성과 여성의 주변 인물을 대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③ (다)는 일련의 연속적 행위를, (라)는 다양한 인물들을 형상화함으로써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④ (다)는 (라)와 달리 유추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소망하는 것에 대한 희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⑤ (라)는 (다)와 달리 설의적 표현을 통해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21001-0256]

04 (가)를 참고하여 (다), (마)를 감상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다)는 (마)와 달리 여성이 노래 행위의 주체로 등장해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군.
② (마)는 (다)와 달리 남성을 대상화하여 여성의 시선으로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 있군.
③ (다)와 (마)는 모두 여성 화자와 남성 간의 갈등 상황을 제시하여 남성 중심의 기존 질서가
지닌 모순을 비판하고 있군.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④ (다)는 이별이라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화자의 불만을 여성의 노동에 빗대어 희극적으로 표
현하고 있군.
⑤ (마)는 현실에서는 문제 상황의 해결에 실패했지만 체념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적극적 여성상을 제시하고 있군.

377s_$[ScreenRuling]
[21001-0257]

05 (가)를 바탕으로 (라)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알살피신’, ‘되종고신’, ‘뾰족하신’처럼 부정적 어감을 지닌 표현을 사용해 상대에 대한 불
만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② ‘빚에 받은 며느리’, ‘값에 쳐 온 며느리’라는 조롱의 표현을 통해 남성 중심의 질서에 순응
하는 여성을 비판하고 있다.
③ 초라한 시댁 식구들과 기름진 밭의 ‘메꽃’ 같은 생기 넘치는 ‘며느리’를 대비하면서 보다 효
과적으로 대상을 희화화하고 있다.
④ 시댁 식구들을 ‘쇠똥’, ‘망태’, ‘송곳 부리’ 같은 우스꽝스러운 사물에 비유함으로써 남성 중
심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⑤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 하시는고’ 하고 ‘시어머님’에게 반문하는 것을 통해 시어머니와 며느
리의 관계에 대한 당대의 통념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5
갈래 복합 10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나 조금 있으려니, 문이 열리며 역장이 바께쓰를 들고 나타난다. 바께쓰 속엔 톱밥이 가득 들어 있다.


“추위에 고생하십니다요.”
농부가 얼른 인사를 차린다. 그에겐 제복을 입은 사람은 무조건 존경의 대상이 된다.
“뭘요. 그나저나 이거 죄송합니다. 기차가 자꾸 늦어지는군요.”
눈이 오니까 그렇겠지라우, 하고 너그러운 소리를 농부가 또 덧붙인다.
역장은 난로 뚜껑을 열고 안을 살펴본다. 생각보다 톱밥이 꽤 남았다. 바께쓰를 기울여 톱밥을 반쯤 쏟아
넣은 다음 바께쓰는 다시 바닥에 내려놓는다. 역장은 돌아가지 않고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한다. 그
도 역시 무료했으리라.

25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7 (문학)_본문(2도)_17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눈 얘기, 지난 농사와 물가에 관한 얘기, 얼마 전 새로 갈린 면장과 멀잖아 읍내에 생기게 된다는 종합 병


원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화제는 이어진다. 처음엔 역장과 농부가 주연이었지만 차츰 여자들도 끼어들게 된
다. 그들 중 음울한 표정의 젊은 사내만이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로이다.
역장이 나타나는 바람에 자리가 더욱 좁아졌으므로, 중년 사내는 난로 가까이 놓아둔 자신의 작은 보퉁이
를 한켠으로 치워 놓는다. 그 보퉁이엔 ㉡한 두름의 굴비, 그리고 낡고 때 묻은 내복 따위 같은 사내의 옷가
지가 들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사내가 벽돌담 저쪽의 세상에서 가지고 나온 유일한 재산이다.
“선생은 향촌리에 사시우? ” / 늙은 역장이 곁의 중년 사내에게 묻는다.
“아, 아닙니다.” / “그래요. 근데 무슨 일로…….”
“누굴 찾아왔다가 그만 못 만나고 가는 길입지요.”
“누굴 찾으시는데요. 어디 말씀해 보구려. 이 근처 삼십 리 안팎에 있는 동네라면 내가 얼추 다 아니까요.
허허.” / “아, 아닙니다. 제가 주소를 잘못 알았었나 봅니다.”
오, 그래요. 역장은 사내가 뭔가 말하기를 꺼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므로 더 캐묻지 않는다.
톱밥 난로의 열기가 점점 강하게 퍼져 오르고 있다. 역장은 난로의 뚜껑을 닫고 나서 한산도를 꺼내 사내
와 농부에게 권한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사내는 기차를 타기 전, 서울역 앞에서 그 굴비 한 두름을 샀었다. 언젠가 감방에서 허 씨가 흰 쌀밥에 잘
구운 굴비를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록 허 씨 자신은 먹을 수 없겠지만, 홀로
산다는 허 씨의 칠순 노모에게 빈손으로 찾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역 광장의 행상꾼에게서 한 두
름을 샀다. 그리고 밤 내내 완행열차를 타고 이날 새벽 사평역에서 내려 허 씨가 일러준 대로 그 조그마한
산골 마을을 찾아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허 씨의 노모는 이미 만날 수가 없었다. 죽어 묻힌 지가 오 년도 넘었다고 했다. 노모가 죽은 이듬
해, 허 씨의 형도 식솔들을 데리고 훌훌 마을을 떴고, 그 후 그들의 소식은 영영 끊어졌다는 거였다.
그 말을 전해 듣는 순간 사내는 사지의 힘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다. 어느덧 초로에
접어든 허 씨의 쓸쓸한 모습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노모의 죽음조차 모르고 비좁은 벽돌담 안에 갇힌 채
다만 다른 사람들의 것일 따름인 그 숱한 계절들을 맞고 보내다가, 어느 날인가는 푸른 옷에 싸여 죽음을 맞
아야 할 한 늙고 병든 무기수의 얼굴이 사내의 발길을 차마 돌릴 수 없도록 만드는 거였다. 등 뒤에 두고 돌
아서려니, 사내는 그 마을이 바로 자기의 고향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고향은 본디 이북이었지만 피난
통에 가족들과 헤어져 집도 부모도 없이 떠돌아다니며 커 왔던 것이었다.
(중략)
짧은 순간, 사람들은 모두 바깥의 어둠에 귀를 모은다. 분명히 기적 소리다. / 야아, 오는구나.
저마다 눈빛을 빛내며 그들은 서둘러 짐 꾸러미를 찾아 들고 플랫폼을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그러나 맨
앞장선 서울 여자가 유리문에 미처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드르륵 열리며 역장이 나타났다.
“그대로들 계십시오. 저건 특급 열찹니다.”
그렇게 말하고 역장은 문을 다시 닫더니 플랫폼으로 바삐 사라진다.
참, 그러고 보니 저건 하행선이구나. 대합실 안의 사람들은 일시에 맥이 빠진다. 이번에도 특급이야? 뚱
뚱이는 짜증스레 내뱉었고 아낙네들은 욕지거리를 섞어 가며 툴툴대었으며, 노인은 더 심하게 기침을 콜록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7
갈래 복합 10
거렸고, 농부는 이번엔 늙은이의 가슴을 쓸어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년 사내와 청년도 말없이 난롯가로
되돌아갔고 맨 뒤로 몇 발짝 따라 나왔던 미친 여자는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며 도로 의자 위로 엉덩이를 주
저앉힌다.
그사이, 열차는 쿵쾅거리며 플랫폼을 통과하고 있다. 차 내부의 불빛과 승객들의 미라 같은 형상들이 꿈
속에서 보듯 현란한 흔적으로 반짝이다가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위는 아까처럼 다시금 고요해졌
고, 창밖으로 칠흑의 어둠이 잽싸게 제자리를 찾아 들어온다. 열차가 사라진 어둠 저편에서 늙은 역장의 손
전등 불빛이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는 게 보인다. 그 모든 것이 아까와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은 방금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열차의 불빛이 아직 자신의 망막에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것은 어느 찰나에 피어올랐다가 소리 없이 스러져 버린 눈물겨운 아름다움 같은 거였다고 청년은 생각한
다. 어디일까. 단풍잎 같은 차창들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마지막 가 닿
는 곳은 어디쯤일까. 그런 뜻 없는 질문을 홀로 던지며 청년은 깊숙이 가라앉은 시선을 창밖 어둠을 향해 던
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대합실 벽에 붙은 시계가 도착 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넘긴 채 꾸준히
재깍거리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창밖엔 싸륵싸륵 송이눈이 쌓여 가고 유리창마다
흰 보랏빛 성에가 톱밥 난로의 불빛을 은은하게 되비추어 내고 있을 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말을 잊었다. 어쩌면 그들은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중년 사내는 담배를 입에 문 채 성냥불을 댕기려다 말고 멍하니 난로의 불빛을 들여다보
고 있다. 노인을 안고 있는 농부도, 대학생도, 쭈그려 앉은 아낙네들도, 서울 여자도, 머플러를 쓴 춘심이도
저마다 손바닥들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망연한 시선을 난로 위에 모은 채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만치 홀로 떨어져 앉아 있는 미친 여자도 지금은 석고상으로 고요히 정지해 있다. 이따금 노인의 기침 소
리가 났고, 난로 속에서 톱밥이 톡톡 튀어 올랐다.
“흐유. 산다는 게 대체 뭣이간디…….”
불현듯 누군가 나직이 내뱉었다.
 - 임철우, 「사평역」

[21001-0258]

01 ㉠과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은 삶의 암담함을 드러내는 소재이며, ㉡은 인물의 이기심을 부각하는 소재이다.
② ㉠은 가난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소재이며, ㉡은 소시민의 삶을 풍자하는 소재이다.
③ ㉠은 도시의 냉혹함을 강조하는 소재이며, ㉡은 사평역의 신비로움을 강조하는 소재이다.
④ ㉠은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 소재이며, ㉡은 가까운 이를 추모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소재
이다.
⑤ ㉠은 귀향의 기분을 암시하는 소재이며, ㉡은 다른 이의 노모를 찾은 마음을 드러내는 소재
이다.

25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10쪽

[21001-0259]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사평역에서」는 화자가 막차를 기다리며 톱밥 난로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으로 시작한다. 점차 그의 시선은 사람들의 내면으로 향하고 고단한 삶을 견디는 그들의 말없음을
헤아린다. 이 과정에서 한 줌의 톱밥을 던지는 행위는 추위에 대한 대응에서 삶에 대한 태도로 그
의미가 변화한다.

①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는 톱밥 난로의 온기를 높여 추위를 견디기 위한 행


동으로 볼 수 있군.
②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는 화자가 헤아린, 말 없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볼 수 있군.
③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는 난로 주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상
징하는 소재로 볼 수 있군.
④ ‘눈꽃의 화음’은 난로 주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의 겨울 풍경을 상징하는 소재로 볼 수
있군.
⑤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는 난로 주변 사람들을 향한 화자의 연민을 상징하는군.
[21001-0260]

03 (나)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농부는 역장에게 건네는 말에서 그에 대한 호의를 드러낸다.
② 역장은 무료함을 이기기 위해 난로 곁에 모인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
③ 사내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역장에게 서운함을 느껴 그를 꺼린다.
④ 허 씨는 그의 가족들이 고향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⑤ 청년은 사라진 열차의 불빛에서 한순간 존재하다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21001-0261]

04 (나)는 (가)를 원작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다음을 (나)의 작가가 쓴 구상 노트라고 가정할 때, (나)에서
실현되지 않은 것은?

창작 「사평역에서」라는 시에서 얻은 감동을 바탕으로 이 시를 한 편의 소설로 창작해야겠어. 원작의


방향 특성을 살리되 소설의 장르적 성격에 맞춰 재구성해야겠군.
인물 원작에서 ‘몇’으로 지칭된 인물을 소설에서는 농부, 중년 사내, 노인 등으로 개별화해야겠군.  ①
원작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상황을 소설에서 유지하되 지나치는 열차를 기다렸던 열차로 오해하
사건
는 일화를 추가해야겠군.  ②
배경 원작의 시·공간인 눈 내리는 밤의 대합실을 소설의 배경으로 설정해야겠군.  ③
원작에서 설정된 1인칭 화자를 소설의 1인칭 서술자로 차용하여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
서술자
야겠군.  ④
원작의 시구를 활용하며 소설의 인물과 공간을 묘사함으로써 원작의 이미지를 소설에서 구현해
분위기
야겠군.  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59
갈래 복합 11
[01~0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메시지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시 텍스트 또한 여타의 의사소통처럼 ‘누가 어떤 상황에서 누군


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의 소통 구조에는 화자, 메시지, 청자, 그리고 맥락
이라는 요소가 존재한다. 여기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인 ‘화자’와 그 말을 듣는 ‘청자’에 대해 정확
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화자와 청자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상황에 있는가, 그리고
㉠다양한 시어들이 화자나 청자와 어떤 관계를 지니는가는 작품의 크고 작은 부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
기 때문이다.
시에서 화자는 다시 ‘드러난 화자’와 ‘숨은 화자’로, 청자 역시 ‘드러난 청자’와 ‘숨은 청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는 메시지 전달과 수용의 주체에 따라 ‘드러난 화자-드러난 청자’ 유형, ‘드러난 화자-숨
은 청자’ 유형, ‘숨은 화자-드러난 청자’ 유형, ‘숨은 화자-숨은 청자’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게 된다.
첫째, ‘드러난 화자-드러난 청자’ 유형은 작품의 표면에 화자와 청자가 각기 명시되어 적어도 형식적으
로는 대화의 국면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자와 청자 간의 소통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둘째,
‘드러난 화자-숨은 청자’ 유형의 경우 청자는 화자와 달리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데, 이 유형의 작
품은 화자의 경험과 그에 따른 생각과 감정이 일방적으로 표출되기 때문에 독백적인 성격의 시일 때가 많
다. 셋째, ‘숨은 화자-드러난 청자’ 유형의 작품들은 화자와 달리 청자만 시의 표면에 드러나므로, 서간체
형식을 띤다든지 권유나 명령의 진술 방식을 통해 주제가 지닌 당위성을 강조할 때가 많다. 끝으로 ‘숨은 화
자-숨은 청자’ 유형은 화자와 청자 모두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이 경우는 단순히 화자의 존재가
표면에 언급되지 않고 청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작품일 때도 많지만, 이른바 사물시나 즉물시처럼
데생을 하듯 대상을 그리는 형식을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자와 청자의 존재를 소거하는 경우도 있다.

나 일어서라 풀아 / 일어서라 풀아
땅 위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 빛나라 너희 터지는
목청 어영차 / 천지에 뿌려라

이제 부는 ⓐ바람들 / 전부 너희 숨소리 지나온 것


이제 꾸는 꿈들 /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
저 바다 집채 파도도 / 너희 이파리 스쳐 왔다
너희 그림자 만지며 왔다

일어서라 풀아 / 일어서라 풀아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 빗물 마시고
흰 눈으로 펑펑 퍼부으면 / 가슴 한아름
쓰러지는 풀아 / 영차 어영차 / 빛나라 너희

26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11쪽

죽은 듯 엎드려 / 실눈 뜨고 있는 것들
 - 강은교, 「일어서라 풀아」

다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 /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 나지 않았더냐
무엇에 쫓기듯 살아가는 이들도 /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는 것을 /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
그것이 부질없는 되풀이라 하더라도 /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
길 따라 그이들을 따라 오르는 일 / 이리 힘들고 어려워도
왜 내가 지금 주저앉아서는 안 되는지를 나는 안다
 - 이성부, 「산길에서」

[21001-0262]

01 (가)를 바탕으로 할 때, (나)와 (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을 있는 대로 고른 것은?


ㄱ. (나)는 청자가 의인화된 존재인 ‘풀’로 특정된 ‘숨은 화자-드러난 청자’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ㄴ. (나)의 ‘일어서라’와 ‘빛나라’는 화자가 청자에게 하는 명령의 진술 방식을 통해 주제가 지닌 당
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ㄷ. (다)는 청자가 특정되지 않은 작품으로, ‘뒤늦게나마 나는 배웠다’에서 표면에 드러난 화자가
자신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ㄹ. (다)의 ‘그때마다 서울을 버리는 일에 신명 나지 않았더냐’는 화자와 청자가 작품의 표면에 드
러나 대화적 국면을 조성하는 유형의 특징을 보여 준다.

① ㄱ, ㄴ, ㄷ ② ㄱ, ㄴ, ㄹ ③ ㄱ, ㄷ, ㄹ ④ ㄴ, ㄷ ⑤ ㄴ, ㄷ, ㄹ

[21001-0263]

02 ㉠을 고려하여 ⓐ와 ⓑ에 대해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화자의 의지적 태도를 상징하고, ⓑ는 화자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② ⓐ는 화자가 자학하는 이유가 되고, ⓑ는 화자가 추구하는 목표가 된다.
③ ⓐ는 화자와 청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는 화자의 심리적 갈등을 강화한다.
④ ⓐ는 청자가 지닌 가치를 부각해 주고, ⓑ는 화자에게 깨달음을 주는 이들을 환기한다.
⑤ ⓐ는 청자의 과거 모습을 가리키고, ⓑ는 화자가 시간을 초월해 나타난 분신에 해당한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1
갈래 복합 11 정답과 해설 112쪽

[21001-0264]

03 (나)와 (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사구로 시상을 종결하여 여운을 강화하고 있다.
② 색채어를 활용하여 대상의 특징을 부각하고 있다.
③ 동일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시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④ 음성 상징어를 활용하여 공간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⑤ 경어체를 구사하여 대상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21001-0265]

04 <보기>를 참고하여 (나),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민중의 고난 극복을 중심으로 역사를 파악하는 ‘고난사관(苦難史觀)’에서는 고난이란 인간이 약
육강식의 단계를 넘어 인간다움을 획득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생명의 원리이며, 인
류의 원죄를 정화하고 승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관점에 따르면 민중은 지배 세력
의 억압에 의한 시련 속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제자리를 지켰고, 자신들의 잠재력과 외부 동력
을 조화시켜 권력의 부패나 외세의 침략에 맞서면서 역사를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① (나)의 ‘일어서라 풀아’와 ‘끈질긴 뿌리로 긁힌 얼굴로 / 빛나라 너희 터지는 / 목청 어영차 /


천지에 뿌려라’에는 민중이 강인한 생명력으로 고난을 극복할 것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고 볼 수 있겠군.
② (나)의 ‘이 세상 숨소리 빗물로 쏟아지면 / 빗물 마시고’와 ‘죽은 듯 엎드려 / 실눈 뜨고 있는
것들’은 민중이 인류의 원죄를 정화하기 위해 마치 약육강식의 질서를 수용한 것처럼 가장
하는 모습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③ (나)의 ‘거름이란 거름 다 모아 / 구름송이 하늘 구름송이들 다 끌어들여’와 ‘이제 꾸는 꿈들 /
전부 너희 몸에 맺혀 있던 것’은 민중이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외부 동력과 자신들의 잠재력
을 조화시키는 점과 관련지어 해석해 볼 수 있겠군.
④ (다)의 ‘짐승처럼 그이들 옛 내음이라도 맡고 싶어 / 나는 자꾸 집을 떠나고’와 ‘길 따라 그이
들을 따라 오르는 일’에는 과거 민중이 보여 준 고난 극복의 의지를 본받겠다는 태도가 드러
난다고 볼 수 있겠군.
⑤ (다)의 ‘힘이 다하여 비칠거리는 발걸음들도 / 무엇 하나씩 저마다 다져 놓고 사라진다’와
‘그 부질없음 쌓이고 쌓여져서 마침내 길을 만들고’는 고난을 이겨 내려 노력한 수많은 무명
의 민중에 의해 역사가 발전하게 된다는 믿음과 관련이 있겠군.

26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12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문학에서 현실을 반영하는 형식 중 하나가 풍자이다. 풍자는 표현의 대상이 되는 현실의 특징, 현실을
바라보는 주체의 태도,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다른 형식과는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풍자가 표현하려
는 것은 현실의 부정적 측면이다. 사회적 모순이나 가치의 전도가 현실의 문제로 인식될수록 문학은 이를 풍
자로 대응하고자 한다. 이때 풍자의 주체가 취하는 태도는 현실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주
체는 인식적·가치적 우위를 바탕으로 현실의 문제를 폭로하고 공격한다. 주목할 점은 풍자에서 비판은 웃음
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풍자의 웃음은 대상을 비웃거나 업신여기는 냉소로, 이를 위해 풍자의 주체는 현실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희화화나 자기 폭로 등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풍자는 현실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독자가 그러한 현실에 냉소하게 하는 문학 양식이다.
이때 풍자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주체는 대부분 서술자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식을 대변하는 서술자
를 내세워 부정적 인물의 행동을 희화화하거나 그러한 인물을 비난하는 다른 인물의 목소리를 부각하
[A]
면서 독자의 비판적 인식을 끌어낸다. 반면 서술자가 풍자의 대상이 되는 작품도 있다. 이런 작품에서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비난이나 조롱은 그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서술자의 부정적 측면은 그의
말하기에서 무지와 부도덕함이 드러나는 자기 폭로의 방식으로 부각되며 독자의 냉소를 끌어낸다.
이러한 풍자를 우리 문학사에서 수준 높게 구사한 작가로 채만식과 이문구를 들 수 있다. 채만식은 「태평
천하」, 「치숙」 등의 작품을 통해 일제 강점기 총독부의 우민화 정책과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전도된 가치
의식을 비판하였다. 채만식의 풍자를 계승하는 이문구는 1970년대 우리 사회가 급속하게 산업화되고 근대
화되면서 농촌 공동체가 연대 의식을 잃고 속물화되는 문제를 소시민적 인물을 통해 드러냄으로써 독자의
냉소를 이끌었다.

나 내 ㉠이상과 계획은 이렇거든요.


우리 집 다이쇼가 나를 자별히 귀애하고 신용을 하니깐 인제 한 십 년만 더 있으면 한밑천 들여서 따로 장
사를 시켜 줄 그런 눈치거든요.
그러거들랑 그것을 언덕 삼아 가지고 나는 삼십 년 동안 예순 살 환갑까지만 장사를 해서 꼭 십만 원을 모
을 작정이지요. 십만 원이면 죄선 부자로 쳐도 천석꾼이니 뭐, 떵떵거리고 살 게 아니라구요?
그리고 우리 다이쇼도 한 말이 있고 하니까 나는 내지인 규수한테로 장가를 들래요. 다이쇼가 다 알아서
얌전한 자리를 골라 중매까지 서 준다고 그랬어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요. / 나는 죄선 여자는 거저 주어도 싫어요.
구식 여자는 얌전은 해도 무식해서 내지인하고 교제하는 데 안됐고, 신식 여자는 식자나 들었다는 게 건
방져서 못쓰고, 도무지 그래서 죄선 여자는 신식이고 구식이고 다 제바리여요.
내지 여자가 참 좋지 뭐. 인물이 개개 일자로 이쁘겠다, 얌전하겠다, 상냥하겠다, 지식이 있어도 건방지
지 않겠다, 좀이나 좋아!
그리고 내지 여자한테 장가만 드는 게 아니라 성명도 내지인 성명으로 갈고 집도 내지인 집에서 살고 옷
도 내지 옷을 입고 밥도 내지식으로 먹고 아이들도 내지인 이름을 지어서 내지인 학교에 보내고…….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7대 17

갈래 복합 12
내지인 학교라야지 죄선 학교는 너절해서 아이들 버려 놓기나 꼭 알맞지요.
그리고 나도 죄선말은 싹 걷어치우고 국어만 쓰고요.
이렇게 다 생활 법식부터도 내지인처럼 해야만 돈도 내지인처럼 잘 모으게 되거든요.
(중략)
“사람이란 것은 누구를 물론허구 말이다,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게 없느니라.” / “아첨이요? ”
“저 위로는 제왕, 밑으로는 걸인, 그 모든 사람이 위선 시방 이 제도의 이 세상에서 말이다, 제가끔 제 분
수대루 살어가는 데 있어서 말이다, 제 개성을 속여 가면서꺼정 ㉡생활에다가 아첨하는 것같이 더러운
것이 없고, 그런 사람같이 가련한 사람은 없느니라. 사람이란 건 밥 두 그릇이 하필 밥 한 그릇보다 더 배
가 부른 건 아니니까.” / “그건 무슨 뜻인데요? ”
“네가 일본인 여자와 결혼을 해서 성명까지 갈고 모든 생활 법도를 일본화하겠다는 것이 말이다.”
“네, 그게 좋잖어요? ”
“그것이 말이다, 진실로 깊은 교양이나 어진 지혜의 판단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면 그도 모를 노릇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보매, 네가 그런다는 것은 다른 뜻으로 그러는 것 같다.”
“다른 뜻이라니요? ” / “네 주인의 비위를 맞추고, 이웃의 비위를 맞추고 하자고…….”
“그야 물론이지요! 다이쇼의 신용을 받어야 하고, 이웃 내지인들하구도 좋게 지내야지요. 그래야 할 게
아니겠어요? ” / “…….”
“아저씨는 아직두 세상 물정 을 모르시오. 나이는 나보담 많구 대학교 공부까지 했어도 일찌감치 고생살
이를 한 나만큼 세상 물정은 모릅니다. 시방이 어느 세상인데 그러시우? ”
“이 애? ” / “네? ”
“네가 방금 세상 물정이랬지? ” / “네.”
“앞길이 환하니 트였다구 그랬지? ” / “네.”
“환갑까지 십만 원 모은다구 그랬지? ” / “네.”
“네가 말하는 세상 물정하구 내가 말하려는 세상 물정하구 내용이 다르기도 하지만, 세상 물정이란 건 그
야말로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 “네? ”
“사람이란 건 제아무리 날구 뛰어도 이 세상에 형적 없이 그러나 세차게 주욱 흘러가는 힘, 그게 말하자
면 세상 물정이겠는데, 결국 그것의 지배하에서 그것을 따라가지 별수가 없는 거다.” / “네? ”
“쉽게 말하면 계획이나 기회를 아무리 억지루 만들어 놓아도 결과가 뜻대루는 안 된단 말이다.”
 - 채만식, 「치숙」

다 그날 반상회는 안양, 시흥 지역의 ㉢수재민 의연금 갹출을 위한 토의가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다.


서울 물도 먹고 했으니 그만한 눈치쯤은 누구보다도 먼저 어림했을 사람이 황이었다. 그러나 황은 성수기
가 되어 값이 채기 * 전에 마을 공동으로 황새기젓을 사야 한다느니 김장에 쓸 소금을 모개 *흥정해다 나누
자느니, 하며 ㉣제 배 불릴 소리만 지껄였던 것이다. 빈말로라도 동네 형편 생각하여 가을에 주기로 하고
값이 솟기 전에 어협에 직접 거간 *을 넣어 헐직하게 떼어다가 나누자는 소리 한마디만 섞었더라도 그다지
밉살맞게 여기지는 않았을지 몰랐다. 이재민 구호품으로 집집이 쌀 두 되, 돈으로 육백 원 이상, 그리고 입

26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던 옷가지와 간장, 된장, 고추장 따위를 얹어 내기로 결정을 본 뒤에도 황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소리만
씨월거렸던 것이다.
(중략)
반상회 이튿날 아침, 어머니회 회장 창근 어매와 부녀회 회장 구충서 아내는 간장, 된장, 고추장, 옷가지
따위를 걷으러 김이 끌어 주는 리어카를 앞세워 나가고, 이장과 새마을 지도자와 반장은 경운기를 빌려 쌀
을 걷으러 나섰는데, TV를 통해 수재민들의 딱한 꼴을 여러 날 본 데다가 반상회의 결의도 있고 하여, ㉤어
느 집을 가도 군소리 한마디 섞지 않고 웃는 낯으로 반겨 주었다. 하지만 리어카를 달고 나섰던 아낙네들은
황선주네 집에 이르러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이 리어카를 끌고 그 집 밭마당에 들어서
는데 황은 안마루에서 자두를 한 소쿠리 따다 놓고 한창 술 담글 채비로 바쁜 중이었다. 김은 내외를 하자는
게 아니라 반찬 추렴 *은 아낙네들 소관이므로 뉘 집에 가도 울안 출입을 삼가고 있었다.
충서 안과 창근 어매가 울안으로 들어간 사이 김은 마당 귀퉁이 대추나무 그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
다. 그런데 들어갔으면 얼른 간장이나 한 양푼하고 입던 옷가지를 얻어 나와야 할 사람들이 담배 한 대를 다
털도록 꿩 구워 먹은 소식이었다. 김은 물꼬를 봐야 하고 손대어야 할 그루밭도 한두 군데 아닌데 웬 늑장인
가 싶어 속이 상했다. 참다못해 김이
“아따 챙근 엄니, 메주를 쑤유 장을 대리유? 왜 그리 꿈지럭그리슈?” /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니
“아니, 수재민들은 빤쓰두 안 입는단 말유? ” / 하는 황의 거친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윽고
“ⓐ그럼 이 돈은 이따 쌀 걷는 사람들이 오걸랑 그리 주셔유. 나는 책음질 수 웂으닝께.”
하며 돈으로 낸 것을 창근 어매가 도로 무르는 소리에 이어, 다시 황이 못마땅한 어조로
“메뚜기 마빡만 헌 동네서 이재민 구호물자 한 볼텡이 것 읃으러 댕기는디 패를 가를 건 뭐여. 오는 사람
성가시구 주는 사람 구찮으니께 온 짐에 아주 받어 가슈.” / 하고 내뱉는 소리가 겹쳤다.
“누구는 이랄 머리 웂어 이러구 댕긴다남유. 어채피 올 테닝께 그리 줘유.”
충서 안에서도 황에게 밀리려 하지 않았다.
“아따, 망건 쓰나 탕건 쓰나 살쩍 밀기는 일반이랍디다. ⓑ읃어 가는 사람이 찬밥 더운밥 가릴 져를 있겄
수. 이 동네 아줌니들은 워째서 이리 까닥스럽다우? ”
황은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 “ 읃어 가다니유? ”
충서 안사람이 부르튼 소리를 하는데 창근 어매 복장 터져 하는 소리가 곁바대로 들렸다.
“춘자 아버지두, 우리가 시방 춘자 아버지 입던 빤쓰를 읃으러 왔단 말유? 희치희치허구 * 낡음낡음헌 흔
빤쓰를…… 빤쓰 장수가 보면 불쌍해서 하나 그저 주게 생긴 걸레를 읃으러 예까장 펄렁그리구 왔대유?
세상에 원…….”
미루어 보건대 이재민 구호 물품이랍시고 황이 입던 팬츠를 내놓은 모양이었다. 김은 구경만 하고 있잠도
아니요, 그렇다고 남의 집 안에 들어가 사내 여편네가 남남끼리 하필 팬츠를 놓고 가갸거겨하는 옆에서 옆
들이 하잠도 아닌 듯하여 부쩌지 못하고 있었다. 황이 말했다.
“챙근 엄니는…… 말을 귀루 안 듣구 입으로 들유? 수재민이라구 홋것 *만 입으라는 벱이 워디 있슈. 그러
면 그 사람들이 한 끄니래두 끓이라구 추렴해 준 양석 팔어 빤쓰버텀 사 입으야 쓰겄수? 게, 다 나두 생각
이 있어 내논 겐디 뎁세 * 나를 트집헐류? 말에 도장 웂다구 함부로 입방아 찧지 마유. 이게 왜 흔 게유.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5
갈래 복합 12
ⓒ남대문 표는 삼 년을 입어두 새물내만 납디다유. 공중 * 넘우세스럽게시리 * 이유 삼지 말구 얼릉 딴 디
나 가 보유.” / “…….”
두 여자는 입이 모자라 말밑을 못 대는지 잠잠했으나, 그냥 두면 나중엔 별 못 할 소리가 없을 것 같았다.
김이 말했다.
“아따나…… 챙근 엄니두 에지간허슈. 애초 저기헌 사람허구 저기했으야 말이지…… 야중 *에 다 저기허
는 수 있으니께 그냥 주는 대루 받어 나오슈. 이러다가는 일 품 매구 해넘이허겄슈.”
그 말을 계제 * 삼아 창근 어매가 말했다.
“ⓓ남댑문이구 앞댑문이구 간에 수재민 고쟁이 걱정허는 사람은 팔도강산에 느티울 춘자 아버지뿐일뀨.
확실히 ⓔ우리게는 꽃동네 새동네여.”
 - 이문구, 「우리 동네 황 씨」

* 채기: 물건값이 오르기. * 모개: 죄다 한데 묶은 수효.


* 거간: 사고파는 사람 사이에 들어 흥정을 붙임. 또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
* 추렴: 모임이나 놀이 또는 잔치 따위의 비용으로 여럿이 각각 얼마씩의 돈을 내어 거둠.
* 희치희치허구: 피륙이나 종이 따위가 군데군데 치이거나 미어진 데가 있고.
* 홋것: 한 겹으로 지은 옷. * 뎁세: ‘도리어’의 방언.
* 공중: 공연히. * 넘우세스럽게시리: 남에게 놀림과 비웃음을 받을 듯하게.
* 야중: ‘나중’의 방언. * 계제: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된 형편이나 기회.

[21001-0266]

01 세상 물정 과 관련된 (가)의 인물의 태도를 설명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는 ‘세상 물정’을 근거로 모든 생활 법도를 일본식으로 바꾸려고 한다.


② ‘나’는 ‘세상 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③ ‘나’는 자신이 학식이 많은 아저씨보다 ‘세상 물정’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DIC 377s

④ 아저씨는 ‘나’에게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는 ‘세상 물정’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⑤ 아저씨는 ‘세상 물정’을 사람의 의지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세계의 지배적인 힘이라고 생각
한다.

[21001-0267]

02 (다)의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황은 수재민 의연금을 내지 않으려고 반상회에 불참한다.
② 이장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운기를 빌려 수재민을 위한 쌀을 걷는다.
③ 김은 황의 집에 들어간 두 여자가 늦도록 나오지 않자 소리를 지르며 재촉한다.
④ 창근 어매는 황이 속옷을 구호 물품으로 내놓은 사실에 분노한다.
⑤ 구충서 아내는 황이 받아 가라며 준 돈을 당장 받지 않으려고 한다.

26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갈래 복합 정답과 해설 113쪽

[21001-0268]

03 <보기>를 바탕으로 ⓐ~ⓔ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문구의 소설이 지닌 특징 중 하나는 개성적인 문체이다. 탈춤, 판소리 사설 등 구어성이 강한
서사의 전통을 잇고 있는 그의 소설은 고유어와 방언, 속담과 관용구 등 우리말의 어휘와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우리 문학의 전통에서 웃음을 위해 활용한 언어유희, 과장, 열거, 반어
등의 표현 방식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① ⓐ: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도와주는 사람이 생긴다.’라는 뜻의 속담으로, 창근 어매가 수재


민을 위해 구호 물품의 기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② ⓑ: ‘어려운 형편에 있으면서 배부른 행동을 한다.’라는 뜻의 관용구를 활용한 말로, 황이 구
호 물품을 걷으러 온 사람들을 비꼬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표현이다.
③ ⓒ: ‘남대문에서 만든 옷은 삼 년이 지나도 깨끗하다.’라는 뜻의 과장된 말로, 황이 자신이
내놓은 구호 물품이 가치가 있음을 강변하는 표현이다.
④ ⓓ: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한 언어유희로, 구호 물품이 가치가 있다는 황의 주장을 무시하는
표현이다.
⑤ ⓔ: ‘정답고 화목한 동네’라는 뜻의 ‘꽃동네’를 반어적으로 쓴 말로, 황의 이기적인 태도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21001-0269]

04 [A]를 바탕으로 (나), (다)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에서 서술자는 자신에 대한 말하기를 통해 풍자의 대상임을 스스로 드러낸다.
② (나)에서 풍자의 대상은 다른 인물을 설명하고 평가하면서 자신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낸다.
③ (다)에서 서술자는 풍자의 주체가 되어 특정 인물을 풍자의 대상으로 부각한다.
④ (다)에서 풍자의 대상은 서술자를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낸다.
⑤ (나)와 (다) 모두 풍자의 대상이 지닌 부정적 측면은 다른 인물의 말을 통해 부각된다.

[21001-0270]

05 (가)를 바탕으로 ㉠~㉤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총독부의 우민화 정책에 따른 친일적 가치관으로, 식민지 시대의 전도된 가치를 드러낸다.
② ㉡: 우민화 정책에 동조하는 인물이 지닌 속물성을 문제 삼는 아저씨의 비판 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③ ㉢: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황 씨가 악용하려는 자리로, 근대화된 농촌의 속물적 인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④ ㉣: 농촌 공동체의 소시민적 인물을 향한 비판과 조롱이 드러난다.
⑤ ㉤: 농촌 공동체의 소통 부재를 비꼬는 표현으로, 독자의 냉소를 자아낸다.

[2부] 적용 학습 _ 갈래 복합 267
DIC 377s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7 대-A앞면__D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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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학습
실전
3부
수능특강 국어영역
실전 학습 1 회

[01~0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버이 자식(子息) 이 하 삼긴 지친(至親)이라


부모곳 아니면 이 몸이 이실소냐
오조(烏鳥)도 반포(反哺) * 니 부모 효도여라 <제1수>

형제(兄弟) 두 몸이나 일기(一氣)로 화시니


인간(人間)의 귀(貴) 거시 이 외(外)예  잇가
갑 주고 못 어들 거 이인가 노라 <제4수>

벗을 사괴오 처음의 삼가야


날도곤 나으 니로 여 사괴여라
종시(終始)히 신의(信義) 딕희여 구이경지(久而敬之) *여라 <제5수>
 - 김상용, 「오륜가(五倫歌)」

* 오조도 반포: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어버이에게 먹이를 먹여 준다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
* 구이경지: 오래도록 공경함.

나 내 말씀 광언이나 저 화상을 구경허게


남촌 한량(閑良) 개똥이 는 부모 덕에 편히 놀고
호의호식 무식허고 미련허고 용통하야
눈은 높고 손은 커서 가량없이 주제넘어
시체(時體) 따라 의관허고 남의 눈만 위허것다
(중략)
명조상 *을 떠세허고 * 세도 구멍 기웃기웃
염량 * 보아 진봉 *허기 재업을 까불리고
허욕으로 장사허기 남의 빚이 태산이라
내 무식은 생각 않고 어진 사람 미워허기
후할 데는 박하야서 한 푼 돈에 땀이 나고
박할 데는 후하야서 수백 냥이 헛것이라
승기자(勝己者)를 염지(厭之)허니 * 반복소인(反覆小人) 허기진다
내 몸에 이(利)할 대로 남의 말을 탄(憚)치 않고
친구 벗은 좋아하며 제 일가(一家)는 불목(不睦)하며
병날 노릇 모다 하고 인삼 녹용 몸 보키와
주색잡기 모도 하야 돈 주정을 무진 허네
부모 조상 돈망 *허여 계집 자식 재물 수탐(搜探)

27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7 대-B뒷면__DIC
일가친척 구박허며 내 인사는 나중이요
남의 흉만 잡아낸다
내 행세는 개차반에 경계판을 짊어지고 *
없는 말도 지어내고 시비의 선봉이라
날 데 없는 용전여수(用錢如水) * 상하탱석(上下撐石)하여 가니
손님은 채객(債客)이요 윤의(倫義)는 내 몰라라
입 구멍이 제일이라 돈 날 노릇 하여 보세
전답 팔아 변돈 주기 종을 팔아 월수 주기
구목(丘木) 베어 장사하기 서책 팔아 빚 주기와
동네 상놈 부역이요 먼 데 사람 행악이며
잡아오라 꺼물려라 자장격지(自將擊之) * 몽둥이질
전당 잡고 세간 뺏기 계집 문서 종 삼기와
사(私) 결박에 소 뺏기와 불호령에 솥 뺏기와
여기저기 간 곳마다 적실인심하겠구나
사람마다 도적이요 원망하는 소리로다

대-B뒷면__Black_$[ScreenRuling]
 - 작자 미상, 「우부가(愚夫歌)」

* 명조상: 이름난 조상.


* 떠세허고: 재물이나 힘 따위를 내세워 젠체하고 억지를 쓰고.
* 염량: 세력의 성함과 쇠함.
* 진봉: 물건을 싸서 임금에게 바침. 여기서는 윗사람에게 바친다는 뜻.

377s_$[ScreenRuling]
* 승기자를 염지허니: 재주가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싫어하니.
* 돈망: 까맣게 잊어버림. * 경계판을 짊어지고: 시비를 가리기 좋아한다는 말.
* 용전여수: 돈을 물처럼 흔하게 씀. * 자장격지: 남에게 시키지 아니하고 손수 함.

다 지난주, 우연히 창고 뒤쪽의 목재를 정리하다가 보았는데, 놀라워라, 잘린 버드나무 몸통에서 싹이


돋아나고 줄기가 뻗어 있었다. 제법 무성했다. 토막 난 버드나무는 외진 데서 살려고 기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도마뱀 꼬리가 눈앞에서 쑥쑥 자란다 한들 이보다 놀랐을까. 나무토막은 “비록 영문 없이 뿌리
는 잃었지만 나, 결단코 죽지 않았다오.”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는 듯했다. 그런 외침보다, 푸르디푸른
잎을 어떻게 하면 햇살을 더 많이 받아 뻗칠 것인가, 오로지 내 할 일은 그뿐이라는 자세였다.
잘 말려서 겨울에 땔감으로 쓰리라는 생각은 그 순간 사라져 버렸고, 악착같이 살겠다는 녀석들을 어
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거기 몰두하게 되었다. 동강 난 몸체만 남았지만 싱싱하게 푸른 잎을 밀어 올
린 버드나무의 생명력은 식물에게도 혼이 있다면, 그것은 결단코 하급의 층위가 아니라는 것을 웅변하
고 있었다. 잎이 특히 무성한 것들만 네 토막을 골라 마당 복판의 작은 우물에 일단 담가 두었다.
아파트 단지든 길거리에서든 눈에 띄는 대로 주워 오는 것은 잘린 버드나무뿐이 아니다. 버린 침대 밑
바닥의 널조각도 외면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개중에는 향이 진동하는 질 좋은 나무도 있다. 깨끗한 자개

[3부] 실전 학습 1 회 271
실전 학습 1 회

상도 벌써 다섯 개나 모아 뒀다. 큰 밥상도 있고, 개다리소반도 있다. 멀쩡한 책상은 왜 그리도 자주 버


리는지 알 수 없다.
(중략)
사람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도시로 몰리고 손끝 하나 까딱 않고 뭐든 쉽게 사들이면서 타고난 손의 기
능은 퇴화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들을 손수 만드는, 바꿀 수 없는 기쁨도 사라져 버렸다. 오래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는 일보다는 새것을 사는 게 더 멋진 삶이라고 광고는 쉴 새 없이 부추겼고, 사람들은
그 거짓말에 쉽게 굴복했다. 유한한 자연 자원과 그것들이 사람한테 오기까지 걸린 시간에 모두들 무감
각해져 버렸다. 이런 무신경과 난폭한 낭비는 정말 벌받을 짓이 아닐 수 없다.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고작 태우거나 묻어 버리는데, 묻어도 능사가 아니지만 태우면 더욱이나 안
되는 것들을 너무 많이 만든다. 이른바, ‘불필요한 생산’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불필요한 생산이라도
돈이 된다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이렇게 과감한 소비 생활은 외양이 아무리 화려해도 문명이라는 이
름의 야만과 어리석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어찌 생각하면, 모두들 허무주의자들 같기도 하다.
㉠“지구라는 우주선에는 승객은 없다. 모두 승무원일 뿐이다.”라고 말한 이는 매클루언이었다. 이 행
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은커녕, 시방 ㉡우리는 오만한 승객인 양 착각의 삶을 살고 있다. 물에 담가 둔
버드나무 토막을 보고 사람들이 ㉢“어쩌면 살겠네!”라고 한마디씩 건넨다. ㉣나무는 아마 자신을 두고
한 소리라 알아듣지 않겠나 싶다. ㉤살든 못 살든, 물이 좀 올랐다 싶으면 대문 옆에 심을 생각이다.
 - 최성각, 「버려진 것들의 생명력」

[21001-0271]

01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구체적인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② 권위자의 말을 인용하여 대상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뜨리고 있다.
③ 윤리적 준거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일깨워 주고 있다.
④ 과거와 대비되는 현재 상황을 제시하여 근심을 느끼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⑤ 의문형의 문장을 활용하여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21001-0272]

02 (가)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하 삼긴 지친’을 통해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② ‘오조도 반포’를 통해 부모를 봉양하는 일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③ ‘갑 주고 못 어들 거 이’을 통해 우애가 지닌 가치를 부각하고 있다.
④ ‘처음의 삼가야’를 통해 벗을 사귈 때 필요한 신중한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⑤ ‘구이경지’를 통해 벗과 오래 교제한 사람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27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8 (문학)_본문(2도)_18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115쪽

[21001-0273]

03 (나)의 개똥이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긴 하지만 스스로 체면을 손상하는 인물이다.
② 돈을 벌어들이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돈을 쓰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인물이다.
③ 덕망 있는 사람을 시기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들과 교제하기를 힘쓰는 인물이다.
④ 타인들에 대해서는 배타적이지만 일가친척에 대해서는 매우 포용적인 인물이다.
⑤ 조상을 섬기는 일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조상 덕을 보려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이다.

[21001-0274]

04 (다)의 문맥을 고려할 때, ㉠〜㉤에 담긴 의도를 이해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 지구에 존재하는 자원을 사용할 권리는 인간에게만 있다.
② ㉡: 사람들은 자연이 본래부터 지닌 재생 능력을 믿고 있다.
③ ㉢: 사람들은 유한한 자연 자원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④ ㉣: 자연은 인간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진화한다.
⑤ ㉤: 생명력이 남아 있는 것은 모두 존중해야 한다.

[21001-0275]

05 <보기>를 참고하여 (나),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설득적인 글에서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대상에 대한 비판과 경계의 메시지를 독
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우선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과 거리 두기를 함으로써 독자의 신뢰를
얻는다. 또한 대상의 부정적 행위를 ㉯나열하거나 ㉰빗대는 방식을 통해 대상의 가치를 추락시
킨다. 동시에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인용하거나 ㉲글쓴이 자신의 생
각을 직접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① ㉮: (나)에서 개똥이를 가리킬 때 ‘저’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인물과 거리를 두어 그의


잘못된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려는 부분으로 볼 수 있겠군.
② ㉯: (나)에서 ‘사 결박에 소 뺏기와 불호령에 솥 뺏기’는, 개똥이의 탐욕적인 행위를 나열
한 부분으로 볼 수 있겠군.
③ ㉰: (다)에서 ‘사람들은 그 거짓말에 쉽게 굴복했다’는, 무분별한 소비 행위에 빠진 현대
인들의 모습을 빗댄 부분으로 볼 수 있겠군.
④ ㉱: (나)에서 ‘사람마다 도적이요’는, 개똥이와 어울리는 자들의 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비난하는 말을 인용한 부분으로 볼 수 있겠군.
⑤ ㉲: (다)에서 ‘문명이라는 이름의 야만과 어리석음의 극치’는, 현대인들의 낭비 행위에
대한 글쓴이의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난 부분으로 볼 수 있겠군.

[3부] 실전 학습 1 회 273
실전 학습 1 회

[06~0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우리 집도 아니고 / 일갓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 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 눈빛 미명은 고요히 /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 최후(最後)의 밤은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 이용악,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나 ㉢어두운 방 안엔 /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27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17쪽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 김종길, 「성탄제」

[21001-0276]

06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는 (나)와 달리 규칙적 음보율을 활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② (가)는 (나)와 달리 계절감을 환기하는 소재를 통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③ (나)는 (가)와 달리 접속어를 활용하여 시상의 반전을 부각하고 있다.
④ (나)는 (가)와 달리 감탄사를 활용하여 화자의 고조된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⑤ (가)와 (나)는 모두 수미상관의 기법을 통해 구조적 안정감을 획득하고 있다.

[21001-0277]

07 이미지의 활용을 중심으로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비유를 활용한 촉각적 이미지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황을 제시했다.
② ㉡: 통곡을 환기하는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가족을 잃은 애상적 정서를 부각했다.
③ ㉢: 색채어를 활용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배경이 되는 공간인 방 안의 분위기를 표현
했다.
④ ㉣: 서로 대비되는 촉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어린 시절의 경험이 주었던 인상을 강조했다.
⑤ ㉤: 색채의 대비를 통한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아버지께 불효한 것에 대한 회한을
표출했다.

[3부] 실전 학습 1 회 275
실전 학습 1 회

[21001-0278]

08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의견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용악은 일제 강점기에 고향을 떠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아야 했던
북방 유이민의 비애를 잘 대변한 시인으로 꼽힌다. 그는 함경북도 경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
어났고 아주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는 큰 슬픔을 겪었다.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러시
아 영토를 넘나들면서 소금 장사를 하는 것으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 나갔다. 이런 점들은 (가)
를 감상하는 데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한다.

① 아버지가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침상 없는 최후 최후의 밤’을 맞이한 것은 북방 유


이민의 비극적인 죽음을 환기한다고 볼 수 있겠군.
②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 한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라는 시구를 보면 시인의 아
버지가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 나가다가 이렇다 할 유언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
고 짐작할 수 있겠군.
③ ‘아무을만의 파선’이나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이라는 시구들은 시인의 아버지가 타국
땅을 넘나들며 소금 장사를 했던 일과 관련이 있겠군.
④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라는 시구에는 아버지가 고
통스러운 삶을 사느라 이루지 못했을 젊은 날의 꿈이 영원히 소멸된 것에 대한 시인의 안
타까움이 반영되어 있겠군.
⑤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를 가르쳤다’라는 시구에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맞
은 시인의 큰 슬픔이 직설적으로 표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군.

[21001-0279]

09 (나)를 영상물로 제작하기 위한 회의에서 세운 계획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영상물 전체를 ‘과거’ 장면과 ‘현재’ 장면으로 나누어 구성하고, 각각의 장면에 들어갈 내
용을 구분하는 데는 시구에 사용된 시제를 참고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
② ‘과거’ 장면에서는 열병을 앓는 어린아이의 머리맡에서 손주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간호
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제시해야 할 것 같아.
③ 회상의 매개와 관련된 시의 발상을 영상으로 구현하려면 ‘현재’ 장면에서 눈을 맞으며 하
늘을 올려다보는 인물의 이마를 비춘 화면을 ‘과거’ 장면과의 연결 고리로 사용하면 될
것 같아.
④ ‘현재’ 장면에서 장년의 인물이 서 있는 공간은 겨울을 맞은 도시의 거리로 설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
⑤ ‘현재’ 장면에서는 그 옛날 아픈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랫동안 출타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장년인 인물의 목소리로 녹음하여 삽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아.

27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18쪽

[10~1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곧장 뒤따라갔으나 소공주동 홍살문 안에 이르러 소녀는 어느 집 중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심생은 멍하니 뭔가 잃어버린 듯이 한참을 서성였다. 그러다가 이웃의 한 노파를 만나 소녀의 사정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노파의 말에 의하면, 그 집은 호조에서 회계 일을 맡아보다 퇴직한 중인의 집으
로, 딸 하나가 있는데 나이가 열예닐곱 살에 아직 시집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소녀가 거처하는 방을
묻자 노파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 골목길로 죽 들어가면 회칠한 담장이 나오고, 담장 안을 보면 곁방이 하나 있을 거유. 거기가
바로 그 처녀가 기거하는 방이라우.”
심생은 이 말을 잘 기억해 두었다. / 저녁이 되자 심생은 집에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같이 공부하는 아무개가 밤을 함께 보내자고 해 오늘 밤에 가 봐야겠습니다.”
마침내 인정(人定) *이 되자 심생은 소녀의 집 담장을 넘어 들어갔다. 엷은 노란색 달이 막 떠오르
고 있었다. 창밖의 꽃나무들이 꽤나 아담하였고, 등불은 창호지를 환히 비추고 있었다. 심생은 벽
에 등을 기댄 채 처마에 의지하고 앉아 숨죽이고 때를 기다렸다. 방 안에는 여종 두 사람이 있었고,
[A] 소녀는 소리를 낮추어 꾀꼬리가 지저귀듯이 한글 소설을 읽고 있었다. / 밤 12시쯤 되자 여종들은
이미 깊이 잠들었고 소녀는 그제야 등불을 불어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한참 동안 잠을 이루
지 못하는 게 전전반측 누군가를 생각하는 성싶었다. 심생은 감히 잠자지도 못하고 또 감히 소리를
내지도 못하며 그대로 앉아 있다가 파루(罷漏) * 종이 울리자 다시 담장을 기어 넘어 밖으로 나왔다.
심생은 이때부터 이 일이 습관처럼 되어, 날이 저물면 소녀의 집에 갔다가 새벽녘에야 집으로 돌
아오는 일을 되풀이했다. 20일 동안이나 이렇게 하고도 여전히 게으름 부리는 일이 없었다.
소녀는 초저녁엔 소설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다가 한밤중이 되면 등불을 끄고 그대로 잠들기도 하고
혹 번뇌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심생이 그런 지 6, 7일째쯤 되는 날, 소녀는 문득 몸이 좋지 않
다며 저녁 8시 무렵부터 자리에 누웠다. 소녀는 자주 손으로 벽을 치며 길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 소리가 창밖까지 들려왔다. 이런 일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 20일째 밤이었다. 소녀는 홀연 대청
마루 뒤로부터 벽을 따라 돌아 나와 심생이 앉아 있는 자리에 나타났다. 심생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
쑥 일어나 소녀를 붙잡았다. 소녀는 조금도 놀라지 않으며 소리를 낮추어 이렇게 말했다.
“낭군은 소광통교에서 만났던 그분 맞죠? 저는 처음부터 낭군이 와 계시는 걸 알고 있었어요. 벌써 스
무 날째 밤이군요. 이 손 좀 놓으셔요. 제가 소릴 지르면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거예요. 제 말대로 하시
면 저쪽 뒷문을 열고 낭군을 맞이할게요. 어서 제 말대로 하셔요.”
심생이 이 말을 믿고 물러서서 기다렸다. 소녀는 다시 벽을 따라 빙 돌아 방으로 들어가더니 여종을
불러 말했다.
“어머니께 가서 주석으로 만든 큰 자물쇠를 좀 가져오너라. 밤이 너무 깜깜해서 누가 들어올까 봐 무
섭구나.”
여종이 내당으로 가더니 얼마 안 있어 자물쇠를 가지고 왔다. 소녀는 ㉠심생과 약속했던 뒷문으로 가
자물쇠를 걸고는 손수 열쇠로 딸가닥 소리를 내며 자물쇠를 채웠다.

[3부] 실전 학습 1 회 277
실전 학습 1 회

그러고는 즉시 방으로 돌아가 등불을 불어 껐다. 아무 기척도 내지 않고 깊이 잠든 체했지만 실은 잠


자지 않고 있었다. 심생은 속은 것이 분하면서도 그나마 얼굴이라도 한번 보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겼
다. 그날도 잠긴 문 앞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돌아갔다.
심생은 이튿날에도 가고 그 이튿날에도 갔다. 그러나 감히 잠긴 문을 열어 달라고는 하지 못했다. 비
오는 날이면 비옷을 입고 갔으며 옷자락 젖는 것쯤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또 열흘이 지났다.
한밤중이었다. 온 집안이 모두 달게 잠들었고 소녀 또한 등불을 끈 지 오래였다. 그런데 소녀가 갑자
기 벌떡 일어나더니 여종에게 불을 켜라 이르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오늘 밤은 내당에 가서 자거라!”
두 여종이 문을 나서자, 소녀는 벽 위에서 열쇠를 가져다 ㉡자물쇠를 풀더니 뒷문을 활짝 열고 심생을
불렀다. / “낭군! 방으로 들어오셔요.”
심생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어느새 몸이 먼저 방에 들어와 있었다. 소녀가 다시 문을 잠그고 심생
에게 말했다. / “잠시만 앉아 계셔요.”
마침내 내당으로 가더니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소녀의 부모는 심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녀가 말했다.
“놀라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 보셔요. 제 나이 열일곱, 그동안 문밖에 나가 본 적이 없었지요. 그러다
가 지난달 처음으로 집을 나서 임금님의 행차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소광통교에 이르렀을
때, 불어온 바람에 보자기가 걷혀 올라가 마침 초립을 쓴 낭군 한 분과 얼굴을 마주치게 되었지요. 그
날 밤부터 그분이 매일 밤 오셔서 뒷문 아래 숨어 기다리신 게 오늘로 이미 삼십 일이 되었네요. 비가
와도 오고 추워도 오고 문을 잠가 거절해도 또한 오셨어요.
  제가 이리저리 요량해 본 지 이미 오래되었답니다. 만일 소문이 밖에 퍼져 이웃에서 알게 되었다 쳐
보세요. 저녁에 들어와 새벽에 나가니 누군들 낭군이 그저 창밖의 벽에 기대 있기만 했다고 여기겠어
요? 실제로는 아무 일이 없었건만 저는 추악한 이름을 뒤집어써서 개에게 물린 꿩 신세가 되고 마는
거지요. / 저분은 사대부 가문의 낭군으로, 한창나이에 혈기를 진정하지 못하고 벌과 나비가 꽃을 탐
하는 것만 알아 바람과 이슬 맞는 근심을 돌아보지 않으니 얼마 못 가 병이 들지 않겠어요? 병들면 필
시 일어나지 못할 테니, 그리된다면 제가 죽인 건 아니지만 결국 제가 죽인 셈이 되지요. 남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이에 대한 앙갚음을 당하고 말 거예요.
  게다가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중인 집안의 처녀에 지나지 않지요. 절세의 미모를 가진 것도 아니요,
물고기가 숨고 꽃이 부끄러워할 만큼 아름다운 얼굴도 아니잖아요. 그렇건만 낭군은 못난 솔개를 보
고는 송골매라 여기고 이처럼 제게 지극정성을 다하시니, 이런데도 낭군을 따르지 않는다면 하늘이
저를 미워하고 복이 제게 오지 않을 게 분명해요. / 제 뜻은 결정되었어요. 아버지, 어머니도 걱정 마
셔요. 아아! 부모님은 늙어 가시는데 자식이라곤 저 하나뿐이니, 사위를 맞아 그 사위가 살아 계실 적
엔 봉양을 다하고 돌아가신 뒤엔 제사를 모셔 준다면 더 바랄 게 뭐 있겠어요?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
고 말았지만 이것도 하늘의 뜻입니다. 더 말해 무엇 하겠어요? ”
 - 이옥, 「심생전(沈生傳)」

* 인정: 밤에 통행을 금지하기 위하여 종을 치던 일. * 파루: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

27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19쪽

[21001-0280]

10 [A]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심생이 있는 주변의 자연물을 언급하여 집안에서의 소녀의 지위를 드러내고 있다.
② 심생의 행동이 반복되었음을 서술하여 소녀에 대한 변치 않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③ 심생이 행동하는 시간을 상세히 밝혀 심생이 소녀를 비밀리에 만나고자 함을 강조하고
있다.
④ 심생의 자세와 위치, 행동을 묘사하여 담장을 넘어 들어간 조심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⑤ 담장을 넘기 전의 심생의 행동을 서술하여 그가 소녀를 찾아가고자 계획하고 있음을 드
러내고 있다.
[21001-0281]

11 ㉠과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은 심생의 신분을 의심했기 때문에, ㉡은 심생의 신분을 확인했기 때문에 한 행동이다.
② ㉠은 부모의 허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은 부모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한 행동이다.
③ ㉠은 심생과 인연을 맺지 않겠다는 의도가, ㉡은 심생과 인연을 맺겠다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다.
④ ㉠은 이웃에게 심생의 일을 알리기 위해, ㉡은 이웃에게 심생의 일을 알리지 않기 위해
한 행동이다.
⑤ ㉠은 심생이 밖에서 밤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은 심생이 밖에서 소문내지 않도
록 하기 위해 한 행동이다.
[21001-0282]

12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심생전」  의 후반부에서 심생은 신분의 차이가 있음을 알고도 비밀리에 소녀와의 결연 관계를
이어 가다가 이를 의심한 부모에 의해 강제로 이별을 당하고, 소녀는 외로이 세상을 떠나게 된
다. 신분의 차이가 있는 인물 간 혼인은 금기였기에 사대부 가문의 심생과 중인 신분인 소녀 간
의 연정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관습과 부딪히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 주는 소
설 속에는 특정한 금기가 사회에 작동하고 있음을 인물과 독자들에게 알리는 서사적 장치가 있
기 마련이며, 소설 속 인물들이 당대의 관습과 부딪히며 무엇을 선택하는지가 서사의 줄기를
이루게 된다.

① 소녀는 신분의 차이라는 벽이 심생과의 만남에서 변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② 심생이 소녀에 대한 호감을 부모에게 알리거나 정식 청혼을 하지 않은 것은 관습과의 대
립을 회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③ 노파가 소녀를 중인 집안의 딸이라고 심생에게 알린 것은 신분의 차이라는 두 인물 간의
난관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서사적 장치이다.
④ 소녀는 이웃들이 심생과 자신의 혼인을 알게 될 경우 금기를 어기고 관습에 저항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⑤ 소녀는 자신의 결정이 당대의 관습에 부딪힘에도 불구하고 혼인을 선택할 때 얻게 될 장
점이 있을 것임을 근거로 부모를 설득하고 있다.

[3부] 실전 학습 1 회 279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18대 18

실전 학습 1 회

[13~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마당은 공개적이어서 비밀도 없고 그래서 오래 간직할 추억거리도 없다. 그러나 뒷마당은 그 얼


마나 많은 얘기들을 키워 준 곳이던가. 뒷마당은 그녀 인생의 보물 창고였다. 집이란, 그런 곳이어
야 하지 않을까. 육신이 몸담은 가장 정신적인 곳. 그걸 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뒷마당 없는
[A]
집, 우리 인생의 보물 창고가 되어 줄 공간이 없는 집은 집이 아니라 건물일 뿐이다. 그것은 집이라
는 이름을 단 ‘상품’일 뿐이다. 한데, 지금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고 여겼던 그 ‘집’이 거기 있었다.
정희는 그 집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그날 행복했다.

“뭐? 집을 발견했다구?”
“그렇다니까. 앞마당은 볼품없지만 뒷마당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몰라.”
“무궁무진? 그게 무슨 말이야. 도대체 사람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는 쓰지 말고 좋게 말해 봐.”
정희로서는 ‘무궁무진’이라는 표현이 자기가 써 놓고도 자기가 놀랄 만큼 기가 막힌다고 무릎을 칠 지
경인데 남편은 또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쉬운 말로 좋게 말하란다. 좋게! 나쁘게, 사람 신경질 나는 말로
하지 말라는 거다. / “내 말이 나빠? ”
“기분 나빠. 사람 우습게 만드는 소리 작작 하라구. 집이 있는데 웬 놈의 집? ” / “…….”
정희는 이런 게 ‘집’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는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를 않았다. 대신
눈물만 줄줄 흘러나오는 데는 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정작 환장하겠다는 소리는 남편에게서 나왔다.
“내가 이거 환장하겠구만. 다른 여자들은 말이야, 어떻게 하면 이 집 밑천 삼아 더 좋은 집, 더 큰 집
장만할 생각, 재산 늘릴 생각, 아이들 공부시킬 생각으로 다들 눈이 벌건 세상인데 겨우 집 장만하니
까 이 집 싫다고 딴 집 보러 다녀? 막말로 시골 이사 가면 누가 우리 환영해 준대? 누가 우리 먹여 살
려 준대? ”

[중략 부분의 줄거리] 도시의 집을 세를 준 후 정희의 식구들은 시골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러나 평안하고 조용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골에서도 번개탄 장수의 소음으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 이에 정희는 다시 도시로의 이사를 위해 시내로
나가 집을 보러 다니던 중 무례한 남자에게 봉변을 당하며 분노와 서러움을 느낀다. 정희는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오다 자
신을 불안하게 만들던 소음 중의 하나인 사냥꾼의 총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이봐요, 차를 여기다 대 놓으면 어떡해요.”


정희가 소리쳤을 때 총을 든 사내 중 하나가 흘낏 돌아보고는 가던 길을 그대로 올라갔다.
“이봐요,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요? ”
이번에는 총을 든 모든 사내들이 정희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마치 슬로비디오에서처럼 느린 응답이
돌아왔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웬 여자가 왈왈거리는 거야? ”
“뭐라구요? 아니, 내 집 앞에 차를 대 놓지 말라고 하는 게 왈왈거리는 소리로 들려요?”
“금방 갈 거야, 그리고 거기가 당신 땅이야? ” / “이봐요, 지금 누구한테 반말이에요, 반말이? ”

28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사내들이 히물거리는 느낌에 저치들이 정말 미쳤나, 싶어 좀 더 자세히 사내들 표정을 살펴보려 하는
데 마침 이제 막 퍼지기 시작한 햇살을 받아 사내들이 들고 있는 총구들이 마치 불을 뿜듯 금속성의 빛
을 반사하여 그녀의 눈을 쏘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시어머니가 대문 밖을 빠끔히 내다보다가 황급히 정
희 옷자락을 낚아채서 집 안으로 끌어당겼다.
“야야, 당최 뭔 소리 마라, 총 든 사람들한테 뭔 소리 말어. 무슨 일이 날지 누가 알겄냐.”
바로 그날 오후 ‘무슨 일’은 나고야 말았다. 옆집 할머니가 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갔던
것이다.

마을에서 파란색 작은 트럭이 내려오고 있다. 정희는 제 차를 길가 쪽으로 바짝 붙여 댄다. 차가


가까이 올수록 귀에 익은 노랫소리도 선명하다. 정희는 모른 척하고 왼고개를 튼 채 차가 비켜 가기
를 기다린다. 차가 다 비켜 갔겠지, 싶어 고개를 바로 하는 순간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고개
[B]
를 있는 힘껏 뒤로 젖혀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손을 흔든다. 아이가 타고 있다니. 한 번도 상상
해 보지 않은 일이다. 아이는 마냥 손을 흔든다. 웃는다. 정희는 자동차 경적을 길게 울렸다. 트럭이
멈춘다.
“오늘 아침에는 안 오셨던가요? ”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아침에 안 오더니 기어코 오후에 온 모양이군, 속으로는 삐죽거리는 심보
면서.
“예에, 어제 얘 엄마가 애를 낳았어요. 뭘 드릴까요? ” / “간고등어 있어요? ”
“명태도 있고 갈치도 있어요.” / “번개탄도 있잖아요.”
사내가 씨익 웃는다.
“요새도 분명히 연탄 때는 집이 있는데 번개탄 장수는 안 온다 그래서 갖고 다니지요.”
언제 간을 했는지 부옇게 소금기가 말라붙어 있는 간고등어 한 손만 사려다가 아기를 낳은 엄마 땜에
아빠를 따라다니는 어린것한테 마음이 끌려 아부래기도 산다. 산 것들을 차에 갖다 놓고 지갑을 찾아봐
도 지갑이 없다. / “명수야, 엄마 지갑 못 봤어? ”
지갑이라는 말이 뭔 말인지도 모를 아이한테 지갑 얻다 뒀냐고 건짜증을 낸다.
“찌갑? 찌갑 여기쩌.”
아이가 내미는 것은 내내 손에 쥐고 다니던 장난감 로봇이다. / 낭패다.
“아저씨, 내일 또 와요? ” / “오다마다요.”
“그럼 오늘은 외상을 달아 놓으세요. 저 어디 사는지 아시죠? ” / “알다마다요.”
트럭은 떠났다. 아이가 손을 흔드는데도 같이 흔들어 줄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 또렷이 떠오르는 시내
주차장에서의 일. 진저리가 절로 인다.
차를 몰아 집으로 오며 정희는 다짐한다. 내일부터는 시내 나갈 일도 없을 것이라고. 분수에 맞지도
않는 이놈의 차도 없애 버릴 거라고. 그런데 웬 놈의 눈물 은 그렇게도 쏟아지는지, 정희는 그만 차의
시동을 끄고 말았다.
 - 공선옥, 「한데서 울다」

[3부] 실전 학습 1 회 281
실전 학습 1 회
정답과 해설 120쪽

[21001-0283]

13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 [B]는 모두 현재형의 서술을 통해 긴장된 분위기를 현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② [A], [B]는 모두 인물이 보고 느끼는 바를 인물의 연상 과정 그대로 자세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③ [A]는 인물의 바람이 현실로 실현되기 이전의 시간을, [B]는 이후의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④ [A]는 설의적 표현을 통해, [B]는 대화체의 형식을 통해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⑤ [A]는 ‘집’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B]는 ‘사내’와의 만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드러
내고 있다.
[21001-0284]

14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한데’의 사전적 의미는 ‘사방, 상하를 덮거나 가리지 아니한 곳. 집채의 바깥’으로, 평안하게
살 수 없는 곳을 의미한다. 주인공에게 도시에서의 삶은 계산적이고 폭력적인 한데의 삶으로,
시골에서의 삶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집이나 마을이란 삶의
거주지로서, 그 장소에 관여하는 다른 요소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의미가 형성되는 것이
다. ‘한데’와 따뜻한 ‘집’, 도시와 시골 같은 장소의 구분 역시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이는 오히
려 인간의 의식과 경험, 타인과의 교류 등을 통해 새롭게 의미가 생성되고 구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① 집을 ‘육신이 몸담은 가장 정신적인 곳’으로 인식하는 정희의 모습에서 삶의 거주지로서


집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집을 ‘밑천 삼아 더 좋은 집, 더 큰 집 장만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며 화를 내는 남편으로
인해 정희가 도시의 삶에 대해 느끼는 ‘한데’의 의미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③ 무례한 사내들이 들고 나타난 ‘총구들’이 ‘마치 불을 뿜듯’ 반사하는 ‘금속성의 빛’은 메
DIC 377s

마르고 폭력적인 ‘한데’의 이미지를 부각한다고 볼 수 있군.


④ ‘옆집 할머니’를 오히려 걱정하며 사내들을 두려워하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조용하고 평
화로운 시골에서의 삶이 ‘한데’에서의 삶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⑤ 선뜻 ‘외상’을 주는 ‘사내’의 태도와 ‘어린것’의 천진한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된 정희가, 이
들과의 교류를 통해 시골이라는 장소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군.
[21001-0285]

15 눈물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이 뜻하지 않게 받게 된 위안에 대한 반응이다.


② 인물의 내적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음을 의미한다.
③ 인물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두려움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④ 인물을 억누르고 있던 지금까지의 불안과 서러움을 표현한 것이다.
⑤ 인물이 자신이 내리는 결정에 대한 안도와 후련함을 표현한 것이다.

28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실전 학습 2 회 정답과 해설 122쪽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 내어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 황진이

나 바람에 휘엿노라 굽은 솔 웃지 마라
춘풍(春風)에 피온 꽃이 매양에 고아시라 *
풍표표(風飄飄) 설분분(雪紛紛) *할 제 네야 나를 부르리라 *
 - 인평 대군

* 고아시라: 곱겠느냐.
* 풍표표 설분분: 바람 속에 눈이 펄펄 날림.
* 부르리라: 부러워하리라.

다 백구(白鷗)야 말 물어보자 놀라지 말아스라


명구승지(名區勝地) *를 어디어디 벌였더냐
날더러 자세히 일러든 너와 게 가 놀리라
 - 김천택

* 명구승지: 경치가 좋기로 이름난 곳.

[21001-0286]

01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다)는 모두 자연 친화의 태도를 부각하고 있다.
② (가)~(다)는 모두 시간의 변화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③ (가)와 (나)는 공간의 이동에 따른 정서적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④ (가)와 (다)에서 화자는 상황을 가정하여 자신의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⑤ (나)와 (다)에서 화자는 현실을 회피하고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3부] 실전 학습 2 회 283
실전 학습 2 회

[21001-0287]

02 <보기>를 바탕으로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는 황진이의 시조 중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에는 두 개의 시간이 서
로 대비되어 있는데, 화자는 임과 함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각각을 긍정적 시간과 부정적 시
간으로 다르게 인식한다. 또 임이 부재한 시간과 공간을 비극적으로 인식하고, 시적 상상력을
통해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는 사랑을 인간의 의지대로 움직이거나 성취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랑에 대한 화자의 적극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해
된다.

① ㉠과 ㉣은 서로 대비되는 시간으로 볼 수 있겠군.


② ㉡은 ㉠을 비극적으로 인식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겠군.
③ ㉢은 ㉣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한 시적 상상력의 결과로 볼 수 있겠군.
④ ㉣은 ㉤에 담긴 화자의 의지가 실현되는 긍정적 시간으로 볼 수 있겠군.
⑤ ㉤은 ㉢과 달리 사랑에 대한 화자의 적극적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겠군.

[21001-0288]

03 <보기>를 참고하여 (나), (다)를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조선 시대의 시조에서 화자와 자연의 관계는 다양한 형태로 제시된다. 자연이 세상의 이치를
이상적으로 구현한 조화로운 세계 또는 절대적 존재로 그려지면서 그 안에서 자연과 하나 된
인간의 여유로움과 만족감이 작품을 지배하는 경우는 흔하게 발견된다. 이 밖에 자연이 대상화
된 존재로서 인간의 삶 또는 사회의 맥락에서 다양하게 의미가 부여되거나 작가의 내면을 드러
내 보이기 위한 매개물로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단순하게 심미적 감상의 대상으로 형상
DIC 377s

화될 때도 있다. 이러한 화자와 자연의 다양한 관계 양상은 작품에 따라 독백의 형태로 나타나
기도 하고, 문답이나 대화의 형식을 빌려 제시되기도 한다.

① (나)의 ‘굽은 솔’은 세상의 이치를 구현한 절대적 존재로서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삶의 가
치를 상징하고 있다.
② (나)의 ‘춘풍에 피온 꽃’은 화자가 동질감을 느끼는 대상으로 자연과 하나 된 만족감을 보
여 주고 있다.
③ (다)에서 ‘백구’의 대답은 이상적인 자연에 대한 화자의 동경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④ (다)의 ‘명구승지’는 향유의 대상이 되는 자연으로 화자에게 심미적 감상의 대상이 되고
있다.
⑤ (나)는 (다)와 달리 표면적인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을 통해 체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28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2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8 대-A앞면__DIC


[04~0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임인(壬寅, 기원후 42)년 3월 계욕일(禊浴日)에 아홉 간(干)이 다스리는 땅의 북쪽 구지(龜旨)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백성들이 모였다. 그 소리는 자신을, 하늘이 이곳의 임금으로 명한 존재라고 말하며 백성들이 산봉우리 꼭대
기의 흙을 파며 노래를 부르면 곧 대왕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 했다.

구간(九干) *들은 이 말을 좇아 모두 기뻐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다가 얼마 안 되어 우러러 쳐다보니


다만 자줏빛 줄이 하늘에서 드리워져서 땅에 닿아 있었다. 그 줄의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
으로 만든 상자가 싸여 있으므로 열어 보니 해처럼 둥근 황금 알 여섯 개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기뻐하여 함께 백배(百拜)하고 얼마 있다가 다시 싸안고 아도간의 집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놓아두고 각기 흩어졌다. 이런 지 열두 시간이 지나, 그 이튿날 아침에 여러 사람들이 다시 모
여서 그 상자를 여니 여섯 알은 어린아이로 변해 있었는데 용모가 매우 훤칠했다. 이들을 평상 위에
앉히고 여러 사람들이 절하고 하례하면서 극진히 공경했다.
[A] 이들은 나날이 자라서 10여 일이 지나니 키가 9척으로 은나라 천을(天乙)과 같고 얼굴은 용과 같
아 한나라 고조(高祖)와 같다. 눈썹이 팔자(八字)로 채색이 나는 것은 당나라 고조(高祖)와 같고, 눈
동자가 겹으로 된 것은 우나라 순(舜)과 같았다. 그가 그달 보름에 왕위에 오르니 세상에 처음 나타
났다고 해서 이름을 ㉠수로(首露) 혹은 수릉(首陵)이라고 했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大駕洛)이라 하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고 또 가야국(伽耶國)이라고도 하니, 이는 곧 여섯 가야 중의 하나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각각 가서
다섯 가야의 임금이 되니 동쪽은 황산강, 서남쪽은 창해, 서북쪽은 지리산, 동북쪽은 가야산이며 남
쪽은 나라의 끝이었다. 그는 임시로 대궐을 세우게 하고 거처하면서 다만 질박하고 검소하니 지붕에
이은 이엉을 자르지 않고, 흙으로 쌓은 계단은 겨우 3척이었다.
즉위 2년 계묘(癸卯, 기원후 43)년 정월에 왕이 말하기를, “내가 서울을 정하려 한다.” 그러곤 이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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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궁궐의 남쪽 신답평(新畓坪)에 나가 사방의 산악을 바라보다가 좌우 사람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 땅은 협소하기가 여뀌 잎과 같지만 수려하고 기이하여 가위 십육 나한(羅漢)이 살 만한 곳이다.
더구나 하나에서 셋을 이루고 그 셋에서 일곱을 이루니 일곱 성인(聖人)이 살 곳으로 가장 적합하다.
여기에 의탁하여 강토를 개척해서 마침내 좋은 곳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
여기에 1,500보 둘레의 성과 궁궐과 전당 및 여러 관청의 청사와 무기고와 곡식 창고를 지을 터를 마
련한 뒤에 궁궐로 돌아왔다. 두루 나라 안의 장정과 공장(工匠)들을 불러 모아서 그달 20일에 성 쌓는
일을 시작하여 3월 10일에 공사를 끝냈다. 그 궁궐과 옥사(屋舍)는 농사일에 바쁘지 않은 틈을 이용하니
그해 10월에 비로소 시작해서 갑진(甲辰, 기원후 44)년 2월에 완성되었다. 좋은 날을 가려서 새 궁으로
옮겨 가 모든 정사를 다스리고 여러 일도 부지런히 보살폈다. / 이때 갑자기 완하국(玩夏國) 함달왕(含
達王)의 부인이 아기를 배어 달이 차서 알을 낳으니, 그 알이 변해서 사람이 되어 이름을 ㉡탈해(脫解)라
했는데, 이 탈해가 바다를 따라 가락국에 왔다. 그는 키가 3척이요, 머리둘레가 1척이나 되었다.
그가 기꺼이 대궐로 나가서 왕에게 말하기를,
“나는 왕의 자리를 빼앗으러 왔소.” / 하니 왕이 대답했다.
“하늘이 나를 명해서 왕위에 오르게 한 것은 장차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려 함이니,
감히 하늘의 명을 어겨 왕위를 남에게 줄 수도 없고, 또 우리 백성을 너에게 맡길 수도 없다.”

[3부] 실전 학습 2 회 285
실전 학습 2 회

탈해가 말하기를, / “그렇다면 술법으로 겨뤄 보겠소? ”


하니 왕이 좋다고 하였다. 잠깐 동안에 탈해가 변해서 매가 되니 왕은 변해서 독수리가 되고, 또 탈해가
변해서 참새가 되니 왕은 새매로 변했는데 그 변하는 것이 조금도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탈해가 본모양
으로 돌아오자 왕도 역시 원래 모양이 되었다. 이에 탈해가 엎드려 항복했다.
“내가 술법을 겨루는 마당에 있어서 매가 독수리에게, 참새가 새매에게 잡히기를 면한 것은 모두 성
인(聖人)께서 저의 죽음을 원치 않는 어진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왕과 더불어 왕위를 다툼
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탈해는 문득 왕께 절하고 나가서 이웃 교외의 나루터에 이르러 중국에서 온 배가 오가는 수로(水路)를 따
라 떠났다. 왕은 그가 머물러 있으면서 반란을 일으킬까 염려하여 급히 수군 500척을 보내서 쫓게 하니 탈
해가 계림(鷄林)*의 땅 안으로 달아나므로 수군은 모두 돌아왔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기사(記事)는 신라의
것과는 많이 다르다. / 건무 24년 무신(戊申, 기원후 48)년 7월 27일에 구간 등이 조회할 때 말씀드렸다.
“대왕께서 강림(降臨)하신 후로 좋은 배필을 구하지 못하셨으니 신들 집에 있는 처녀 중에서 가장 예
쁜 사람을 골라서 궁중에 들여보내어 대왕의 짝이 되게 하겠습니다.” / 그러자 왕이 말했다.
“내가 여기에 내려온 것은 하늘의 명령일진대, 나에게 짝을 지어 왕후를 삼게 하는 것도 역시 하늘의
명령이 있을 것이니 경들은 염려 말라.”
왕은 드디어 유천간(留天干)에게 명해서 경주(輕舟) *와 준마(駿馬)를 가지고 망산도(望山島)에 가서
서서 기다리게 하고, 신귀간(神鬼干)에게 명하여 승점(乘岾)으로 가게 했더니 갑자기 바다 서쪽에서 붉
은빛의 돛을 단 배가 붉은 기를 휘날리면서 북쪽을 바라보고 오고 있었다. 유천간 등이 먼저 망산도에서
횃불을 올리니 사람들이 다투어 육지로 내려 뛰어오므로 신귀간은 이것을 바라보다가 대궐로 달려와서
왕께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뻐하여 이내 구간 등을 보내서 목련(木蓮)으로 만든 키를 갖추
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가서 그들을 맞이하여 곧 모시고 대궐로 들어가려 하자 왕후가 말했다.
“나는 본래 너희들을 모르는 터인데 어찌 감히 경솔하게 따라갈 수 있겠느냐.”
유천간 등이 돌아가서 왕후의 말을 전달하니 왕은 옳게 여겨 유사(有司) *를 데리고 행차해서, 대궐 아
래에서 서남쪽으로 60보쯤 되는 산기슭에 장막을 쳐서 임시 궁전을 만들어 놓고 기다렸다.
 - 작자 미상, 「김수로왕(金首露王) 신화」

* 구간: 가야국 초기의 아홉 추장. * 계림: ‘신라’의 다른 이름.


* 경주: 가볍고 빠른 작은 배. * 유사: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직무.

[21001-0289]

04 [A]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수로는 대궐을 임시로 세우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② 구간들은 하늘로부터 땅까지 드리워진 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③ 여러 사람들은 황금 알 여섯 개가 지닌 권위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있다.
④ 알에서 나온 나머지 다섯 명은 다섯 가야를 통합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⑤ 아도간은 자신이 여섯 명의 어린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고 있다.

28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3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18 대-B뒷면__DIC


[21001-0290]

05 <보기>를 참고하여 ㉠과 ㉡을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신화에서 경쟁자는 주인공의 능력을 부각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로, 대개 주인공과 비슷한
조건을 지닌 경우가 많다. 즉 고귀한 혈통, 남다른 성장 과정, 비범한 능력을 지닌 우월한 인물
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자는 결국 주인공과의 경합에서 패하고 주인공의 영토에서
떠나게 된다. 그 결과 경쟁자는 주인공에게 힘의 측면에서 열위에 있는 인물로 판명되고, 이를
통해 주인공의 신성성과 영웅성, 도덕성이 더욱 부각된다.

① ㉠이 경합 전에 ‘백성들’의 ‘편안’을 언급하고 ㉡이 경합 후에 ㉠에 대해 ‘어진 마음’을


가졌다고 말한 데서, ㉠이 지닌 도덕성을 엿볼 수 있군.
② ㉡이 ‘왕위를 다툼은 실로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경합 전부터 ㉠보다 열위
에 놓여 있는 ㉡의 특성이 드러나는군.
③ ㉠과 ㉡이 ‘술법’을 겨루는 과정에서, 이들이 모두 평범하지 않은 면모를 지닌 존재임이
증명되는군.
④ ㉠이 ‘하늘’의 명으로, ㉡이 ‘함달왕의 부인’에게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고귀
한 혈통을 지녔음이 드러나는군.
⑤ ㉠과 ㉡이 모두 ‘알’의 형상에서 ‘사람’으로 변신하였다는 점을 통해, 이들이 모두 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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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출생 과정을 거쳐 성장한 존재임을 알 수 있군.

[21001-0291]

06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377s_$[ScreenRuling]
건국 신화는 나라를 처음 세운 왕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
다. 가야의 건국 신화인 윗글에서도 당대의 사회 모습과 국가의 성립 과정, 생활상이 반영되어 있
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윗글에서 신라의 신화와 다르게 기록된 부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후대 사람들이 건국 신화를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드러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① 왕이 서울의 궁궐을 공사하는 시기를 정하는 과정에서 보인 모습을 통해 가야가 농경을
중시한 사회였음을 알 수 있군.
② 왕이 등장하기 전에 땅을 다스린 사람들의 정체를 통해 가야는 부족 사회를 토대로 형성
된 국가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군.
③ 왕이 수도에 새 궁을 쌓으며 마련한 건물들의 용도를 통해 가야는 건국 초기부터 국가의
사무가 분리된 정치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군.
④ 왕이 임시 궁전을 지어 놓고 왕후를 기다리게 된 이유를 통해 가야는 건국 초기 왕의 세
력과 왕후의 세력 간 갈등으로 인해 혼란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군.
⑤ 왕과 탈해의 만남에 관한 기사를 신라의 것과 비교한 점을 통해 가야인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기록하여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군.

[3부] 실전 학습 2 회 287
실전 학습 2 회

[07~11]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나 오늘, ⓐ북창(北窓)을 열어,


장거릴 * 등지고 산(山)을 향하여 앉은 뜻은
사람은 맨날 변해 쌓지만
㉢태고(太古)로부터 푸르러 온 산이 아니냐.
고요하고 너그러워 수(壽)하는 데다가
보옥(寶玉)을 갖고도 자랑 않는 겸허한 산.
마음이 본시 산을 사랑해 /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네.
그 품안에서 자라나 거기에 가 또 묻히리니
내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에
아아(峨峨)라히 * 뻗쳐 있어 다리 놓는 산.
네 품이 내 고향인 그리운 산아
미역취 한 이파리 상긋한 산 내음새
산에서도 오히려 산을 그리며 / 꿈같은 산정기(山精氣)를 그리며 산다.
 - 김관식, 「거산호(居山好) 2」

28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19 (문학)_본문(2도)_8p_19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8p_19 대-A앞면__DIC


* 장거릴: 장이 서는 거리를. * 아아라히: 산이나 큰 바위 따위가 험하게 우뚝 솟아.

다 밖을 내다보기 위해, 혹은 빛을 끌어들이기 위해 인간들은 집에 창을 낸다. 나도 집 앞 개울 건너 밤


나무 숲을 바라보기 위해 큰 창을 냈다. 창살도 없는 통유리창 때문에 저만치 있는 밤나무 숲이 마치 우
리 집 마당처럼 보인다. 유리창은 이렇게 경치를 빌려 보는 데 편리한 것인 줄만 알았지 유리창을 통해
경치가 집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건 미처 몰랐다.
새벽에 눈을 뜬 지 채 5분도 안 되어서였다. ‘딱’ 하는 생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맹렬한 속도
로 날아온 새가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땅으로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가 보
니 목뼈가 부러져 즉사한 새가 창밖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부였을까,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였다. 무슨
새인지 이름은 알 수 없었다. 크기는 참새보다는 비둘기에 가까웠지만 깃털은 참새와 비슷했다.
작년에도 유리창에 부딪혀 새가 즉사한 불상사가 두 번이나 있었기 때문에 새가 왜 그런 실수를 하는
지 알고 있다. 밖에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면 앞산이 그대로 비쳐 보인다. 낮에는 안의 사물들과 겹쳐
보이지만 해 뜨기 전 어둑신한 새벽녘이면 유리 속은 더 어둡기 때문에 도리어 그 안에 비친 앞산은 실
물보다 훨씬 깊고 신비한 심산유곡처럼 보이는 것이다.
새가 속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새를 속여 먹은 것이다. 산에다 덫을 놓아 오소리나 멧돼지, 산토끼
등을 닥치는 대로 사냥해 그 간을 내먹고 피를 빠는 인간들한테 분노하고 치를 떨 자격이 나한테 있을
까. 이런 자괴심조차 나는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아차산 골짜기에 이 집을 새로 지을 때 자연 친화적인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집을 지으려고 애썼다. 높게 짓지 않으려 했고, 외벽도 흙벽의 부드러운 질감을 닮은 마감재를 썼으며,
황토색과 초가지붕 빛깔의 중간쯤 되는 부드러운 색으로 칠했다. 자연 친화적 좋아하네. ⓑ창살도 없는
통유리창을 어쩔 것인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이렇게 자연을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착취하다가는 결국
인간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이렇게 너스레를 떠는 것을 초목이나 산짐승이 알아듣는다면 그런 인간 우

377s_$[ScreenRuling]
월주의에 아마 구역질이 날 것이다. 자연과 문명은 어차피 적대적인 것이 아닐까.
촌구석에서 태어난 내가 처음으로 문명과 충돌한 것도 유리창을 통해서였다. 어머니에 의해 서울로
끌려오다시피 하다가 경유한 소도시 개성에서 나는 처음으로 유리창이라는 걸 보았다. 석양을 반사한
유리창은 화염을 내뿜는 것 같았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엄마 치마꼬리에 매달렸다. 그전부터 나에게 유
리와 불의 이미지는 따로가 아니었다. 오빠가 읍내 소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받아 온 학용품 중 화경
(火鏡)이 내가 난생 처음 본 유리였다. ㉤하필이면 그 볼록한 유리의 쓸모가 불을 만드는 거라니. 화경을
통해 까만 종이 위에 햇빛을 모으면 연기가 모락모락 나면서 타들어 가 구멍이 생겼다. 그걸 가지고 어
른 몰래 장난을 치다가 짚 더미에 불이 옮겨 붙어 집을 태울 뻔한 일이 있었다. 그 무섭고 불길한 물건으
로 온통 창을 싸바른 기차를 타고 도시로 온 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과 영이별하는 것이었다.
아차산에는 온갖 새들이 산다. 그러나 생긴 걸 보고 이름을 알 수 있는 새는 까치, 참새, 굴뚝새 등 동
네로 자주 내려오는 새들이고, 소리로 무슨 새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소쩍새와 뻐꾹새가 고작이다. 봄부
터 지금까지 산에 온갖 잡새들이 별의별 소리로 지저귀지만 어떻게 생긴 새인지 그 모습을 본 적은 없
다. 나는 혜경이랑 산에 갈 때마다 새소리에 홀린 나머지 죽어서 무언가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새로 태

[3부] 실전 학습 2 회 289
실전 학습 2 회

어나고 싶다는 소리를 여러 번 했다. 우리 집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는 한 쌍이었으니 필시 엄마 아빠


였을 것이다. 둥지에서 먹이를 찾으러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지친 새끼들이 피나게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듣고 즐거워한 온갖 새소리 중에는 그 어린 새끼들의 슬픈 원성도 들어 있었을 것이다. 인
간과 자연을 갈라놓는 건 이런 극복할 수 없는 착각이 아닐까.
 - 박완서, 「죽은 새를 위하여」

[21001-0292]

07 (가)와 (나)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대구를 이루는 문장을 나열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② 역설적 표현을 사용하여 이상향에 대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③ 예찬적 어조로 대상을 묘사하여 삶에 대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④ 자연물에 인격을 부여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를 암시하고 있다.
⑤ 계절을 드러내는 소재들을 대비하여 화자가 놓인 상황을 보여 주고 있다.

[21001-0293]

0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부사어 ‘비로소’를 통해 변화가 이루어지는 시적 상황이 부각되고 있다.
② ㉡: 1인칭 주어를 사용한 명령형 문장을 통해 화자의 의지적 태도가 부각되고 있다.
③ ㉢: 의문형 문장을 통해 산의 변화하는 모습에서 떠올린 화자의 깨달음이 부각되고 있다.
④ ㉣: 사동 표현이 사용된 문장을 통해 새가 죽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부각
되고 있다.
⑤ ㉤: 부사어 ‘하필이면’을 통해 화경의 파괴적 속성에 대한 글쓴이의 거부감이 부각되고
있다.

[21001-0294]

09 ⓐ와 ⓑ의 기능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는 화자가 구속된 상태를 자각하게 하고, ⓑ는 글쓴이가 자유로운 세계를 지향하게 한다.
② ⓐ는 화자가 이웃과 교감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게 한다.
③ ⓐ는 화자가 사물의 본질을 탐구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사물의 영속성을 인식
하게 한다.
④ ⓐ는 화자가 바깥 대상과 통할 수 있게 하고, ⓑ는 글쓴이가 바깥 대상과의 괴리를 확인
하게 한다.
⑤ ⓐ는 화자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는 글쓴이가 미래에 대한 희망적 전망
을 떠올리게 한다.

29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5쪽

[21001-0295]

10 <보기>를 참고하여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한국 문학의 전통 속에서 산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물일 뿐 아니라 혼탁한 인간사로부터
분리된 곳, 자연의 순리나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구현된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나)의 화
자는 여기에서 나아가 산을 통해 자신의 삶과 죽음에 관해 사유하며, 산에 대한 깊은 애착과 지
향을 드러낸다. 이러한 화자의 태도는 가난과 병고에 맞서다 삶을 마감하기 전, 시인이 도달한
정신적 경지와도 맞닿아 있다.

① ‘장거릴 등지고 산을 향하여 앉’는 화자의 모습에서, 혼탁한 인간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


는 지향이 드러나는군.
② 화자가 산을 바라보며 ‘고요’함, ‘너그러’움, ‘겸허’함 등의 덕목을 떠올리는 것에서, 한국
문학의 전통적 자연관을 발견할 수 있겠군.
③ ‘평생 산을 보고 산을 배우’다가 그곳에서 ‘묻히’겠다고 하는 화자의 말에서 죽음을 자연
의 순리로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드러나는군.
④ 화자가 산을 ‘이승의 낮과 저승의 밤’을 ‘다리 놓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이승의 삶
에서 도달할 수 없는 산에 대한 깊은 애착이 드러나는군.
⑤ ‘꿈같은 산정기를 그리며 산다’는 화자의 말에서, 가난과 병고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가치
를 추구하려 하던 시인의 정신적 경지를 읽어 낼 수 있겠군.
[21001-0296]

11 <보기>를 참고하여 (가),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의 공간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된 상징화된 공간으로, 국토가 형성되는 태초의 모
습과 민족사의 전개를 보여 준다. 이 공간에는 암담한 상황 속에서도 역사적 관점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던 작가의 지향이 투영되어 있으므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 강점기라
는 창작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의 공간은 글쓴이가 머무르며 경험한 실재하는 장소이
며, 자연에 대한 현대 문명의 폭력성과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비판적 사
유를 이끌어 내는 단초가 된다. 독자들은 (가)와 (다)에 나타난 공간의 성격을 작품이 창작된 맥
락과 관련지어 이해함으로써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① (가)에서 ‘까마득한 날’의 ‘광야’는 원시적 국토의 모습을 나타낸 공간으로, 일제의 침략
이전 평화를 누리던 민족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는군.
② (가)에서 ‘지금’의 ‘광야’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함축하는 공간으로, 암담한 현실 속에서
도 희망을 좇고자 하는 작가의 지향을 반영하고 있군.
③ (가)에서 ‘천고의 뒤’의 ‘광야’는 조국의 미래를 형상화한 공간으로, 작가가 꿈꾸던 민족
사적 가치가 실현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군.
④ (다)에서 ‘이 집’은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이 되게 하려는 의도에 따라 지어진 공간으로,
글쓴이가 자신의 위선적인 사고방식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장소이기도 하군.
⑤ (다)에서 ‘아차산’은 죽은 새가 살고 있었으리라고 짐작되는 공간으로, 현대 문명의 폭력
성에 의해 침탈되고 있는 자연을 연상하게 하는군.

[3부] 실전 학습 2 회 291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8p_19대 19

실전 학습 2 회

[12~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지방에서 한 달에 한 번 집에 돌아오던 ‘그’는 예정되지 않은 날 귀가하다 아파트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한다. 아내의 귀가를 기다리던 ‘그’는 마침 시골에서 올라온 아버지를 만나 함께 놀이터에서 기다리게 된다.

갑자기 놀이터가 시끌덤벙해졌다. 아이들 한 떼거리가 몰려든 것이다. 계집애들이 재빨리 그네를 차
지해 버리자 사내아이들은 미끄럼틀 쪽으로 우르르 밀려갔다. 지금까지 혼자서 그네에 매달려 있던 꼬
마가 여자애들에게 슬며시 자리를 내주고는 그 옆의 시소로 옮겨 앉았다. 그러고는, 약간 겁먹은 것 같
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표정하며 인상이 조금은 낯익은 기분이어서 그는 은연중에 미소를 띠었다. 노인도 그 모양을 지켜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불쑥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니, 저 아 좀 보래이. 머스마가 우예 저렇기 숫기가 없을꼬? 맴 여린 거 하고, 꼭 니 어릴 때 겉다 카이!”
“제가 말입니까? ”
그도 소리 내어 웃었다.
“하모. 영판 저랬다 아이가. 동네 아이들한테 치이 가주고 삽짝 밖을 잘 안 나갈라 캤디라. 죽은 니 할
매가 마실 갈 때마둥 억지로 데불꼬 댕기고 그랬다 카이. 소핵교 당기면서부텀 쪼매씩 나아지던 거로.”
할머니와 어머니의 치맛자락만 맴돌면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그는 잠시 회상하였다. 하지만 또렷하게
잡혀 나오는 기억은 없었다. 여름 장마철이면 잡풀이 무성하게 돋아나던 안마당이 잠시 떠올랐다. 가을
이면 그곳은 타작마당이 되어 버렸다. 새벽부터 기세 좋게 돌아가곤 하던 탈곡기 소리를, 그는 어렴풋하
게 환청으로 들었다. 언제쯤이던가, 아침에 일어나 뒤란으로 돌아가 보면, 감꽃이 지천으로 떨어져 땅바
닥을 하얗게 뒤덮고 있던 때가? 여름 한철, 높다란 대청마루에 누워서 마음이 흠씬 젖도록 귀 기울이곤
하던 소나기 소리, 매양 코끝에 알싸하게 감겨들던 흙냄새…… 일테면, 삽짝 밖을 벗어나지 않고도 결코
지겹지 않았던 세계다. 그러나 지금은, 문밖에서 나는 좀 피곤하다, 짜증스럽다 하고, 그는 속으로 투덜
댔다.
DIC 377s

아내는 돌아왔을까? 잠긴 문에 비로소 생각이 미쳤다. 두 세계를 견고하게 차단하고 있는 저 철제


[A] 의 문 ― 그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새삼 난감하였다. 아버지만 아니라면 온 길을
되돌아가 버리고 싶어졌다. 그놈의 문을 따고 들어간다고 해서 무슨 신통방통할 게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는 일어섰다. 어쨌거나 다시 한번 확인해 볼 일이었다. 그는 맥 풀린 걸음걸이로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갔다. 그러고는 별반 기대도 없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따르릉, 신호음이 울리기 시
작하였다. 그러자 또 그놈의 엉뚱한 기대감이 울컥 가슴을 치받았다. 굳이 따지자면, 상당한 시간을 죽
인 셈이기는 하였다. 그새 아내가 귀가했을 수도 있다, 아니, 거의 확실히 귀가했을 것이다, 하고 그는
성급하게 단정하는 마음이 되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신호음만 계속 울리고 있었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나온 그는 깊은 곤혹감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방향을 잡아 휘적휘적
걷기 시작하였다. 어쩌면 집 전화가 고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그
런 경우가 없지 않았다. 그는 5층까지의 계단을 단숨에 올랐다. 그러고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한참을 서

29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있었다. 문은 잠긴 그대로였다. 손잡이에 걸어 둔 가방 역시 변함이 없었다. 주인의 부재를, 그것은 분명
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어의 손잡이를 쥐고 가만히 비틀어 보았다. 완강한
저항감이 손바닥에 또렷이 전해져 왔다. 그는 얼른 손을 뺐다. 왠지 목덜미가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자
신의 우스꽝스런 꼬락서니를 누군가가 훔쳐보고 있는 것만 같아 그는 황망히 돌아섰다.
(중략)
“여기 이 상처는 언제 생긴 거지요? ”
때밀이 타올로 그곳을 문지르며 그가 물었다.
“상처라꼬? ”
노인이 새삼 고개를 외로 꼬고 내려다보았다.
“어데, 그런 기 있나? ”
“여기요. 제법 큰 흉턴데요? ”
“아, 이거 말이가? ”
노인이 손으로 더듬더듬 흉터를 확인하더니 대꾸하였다.
“총 맞은 자국 아이가. 육니오 사변 때…….”
“이거가요? ”
그는 반문하였다.
“전쟁 때 입은 상처는 이쪽 거잖아요? ”
“어데? ” / “여기요.”
그는 노인의 손을 끌어다가 겨드랑이께의 ㉠흉터를 만져 보게 하였다.
“이게 바루 그 총상 자국이잖아요. 눈으로 봐도 알겠는데요, 스쳐 지나간 자리가 말입니다. 안 그래요? ”
“그러나? 그래 븨나? ”
노인의 대답이 어눌해졌다. 갑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목소리였다. 기억을 더듬듯이 노인의 아둔한
[B]
손이 흉터를 의심스럽게 더듬어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비뚜름히 고개를 꼬고
한참 생각해 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역시 자신 없는 말투였다.
“니 말이 맞능 거 겉다. 까딱했으마 갈빗대가 몽창 나갈 뿐했다꼬, 니 생모가 늘 그랬디라. 그늠어 불
콩이 쪼매마 더 우예 됐으마 내사 지금 없지러…… 말도 마라, 그늠어 육니오…….”
“그래두 영감님은 괜찮시다.”
갑자기 옆에서 참견해 왔다. 타일 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노인이었다. 아까부터 이쪽 얘기에 귀를 기울
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달갑지 않은 화제 때문에 짐짓 외면해 왔으나 이제 비로소 구미가 당기는 얘깃거
리를 만났다는 식이었다. 탕 속의 노인네까지 참견할 눈치였다.
“동란 때 그만큼도 안 당한 사람이야 이 대한민국에 있겠소? 날 보시오. 사지 육신이야 멀쩡하지. 비
록 쭈그렁바가지가 되긴 했수다만…… 흉측한 상처 같은 거야 없지. 그거이 뭬 대단할 거 있소? 내 말
은, 겉으로 뵈지 않는 ㉡상처가 더 크고 아푸다 그거지요.”
 - 이동하, 「문 앞에서」

[3부] 실전 학습 2 회 293
실전 학습 2 회

[21001-0297]

12 [A]와 [B]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인물이 처한 상황을 서술자가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② [A]와 달리 [B]는 등장인물의 시선에 기대어 서술자가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
③ [B]와 달리 [A]에는 인물의 행위와 관련한 서술자의 논평이 나타나 있다.
④ [A]에는 인물과 인물 간의 갈등이, [B]에는 한 인물의 내적 갈등이 나타나 있다.
⑤ [A]는 한 인물의 내면 의식에, [B]는 인물의 언행에 주목하며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21001-0298]

13 <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이푸 투안(Yi-Fu Tuan)은 공간이 장소보다 추상적 개념이라고 말한다. 공간에 경험과 가치
가 더해지면 그 공간이 하나의 장소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사람들은 같
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누구와 어떤 시간을 가지는가에 따라 각기 전혀 다른 장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상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아파트는 편리성을 지닌 하나의 거주 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작
가는 아파트를 축소된 도시 생태를 표상하는 장소, 즉 기존 가족 관계가 해체된 곳, 소외와 인
간관계의 단절이 있는 곳, 고독감과 외로움이 있는 곳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근본적인 문
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장소 속의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
식을 드러내고 있다.

① 아파트를 사람들이 밀집하여 사는 건물로만 생각하면, 아파트는 ‘그’에게 거주 시설에 해


당하는 하나의 공간이겠군.
② 열쇠가 있어 ‘그’가 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아파트는 ‘그’에게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
감을 해소해 주는 공간이겠군.
③ 자신의 집에 왔지만 문밖에 방치된 듯한 ‘그’의 모습을 고려하면, 아파트는 ‘그’에게 가족
공동체가 해체된 듯한 경험을 하게 하는 장소이겠군.
④ ‘그’가 도어 손잡이를 잡은 후 그것으로부터 완강한 거부감을 경험한 것을 고려하면, 아
파트는 ‘그’에게 단절감을 느끼게 하는 장소이겠군.
⑤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와 가족 구성원과의 만남이 지속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을 본다
면, 아파트는 ‘그’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장소이겠군.

29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6쪽

[21001-0299]

14 ㉠과 ㉡을 이해한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이 아버지가 겪은 동란의 후유증이라면, ㉡은 당대인들이 지닌 전쟁의 후유증에 대한
후대인의 공감을 의미한다.
② ㉠이 아버지가 살아온 굴곡진 삶의 흔적이라면, ㉡은 전쟁으로 육체적 상처를 입은 당대
인들이 느끼는 고통에 해당한다.
③ ㉠이 아버지가 도시 생활에서 겪은 고된 삶의 흔적이라면, ㉡은 전쟁의 후유증을 지닌
당대인들의 내면의 상처를 의미한다.
④ ㉠이 아버지가 전쟁에서 입은 육체적 상처라면, ㉡은 전쟁을 체험한 당대인들이 지닌 정
신적 상처를 형상화한 것에 해당한다.
⑤ ㉠이 아버지가 역사적 상황에서 입은 부상의 흔적이라면, ㉡은 전쟁을 경험한 당대인들
이 도시적 일상에서 입은 내적 상흔을 나타낸다.

[21001-0300]

15 <보기>는 윗글을 읽은 학생이 쓴 감상문이다. 빈칸에 들어갈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허전함을 느꼈다. 현대를 살아
가는 사람들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 과거 유년의 소중한 것들과 멀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충족
되지 못한 허전함은 일상의 작은 틈들 사이에서 멀어진 것들을 소환해 내고 있었다. 작중 상황
을 고려하면서 이러한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 )이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이런 면에서 ‘그’는 나에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
처럼 느껴졌다.

① 꼬마가 여자애들에게 그네를 내주던 것과 같은 배려심


② 구미가 당기는 타인의 대화에 참견하려는, 탕 속 노인의 적극성
③ 노인이 놀이터에서 꼬마를 바라보며 웃음 짓던 것 같은 한가로움
④ 할머니가 치맛자락을 맴도는 손자를 감싸 주었던 것 같은 따뜻한 사랑
⑤ 어렴풋한 과거의 기억을 상기하도록 돕던, 타일 바닥에 누운 노인의 포용심

[3부] 실전 학습 2 회 295
실전 학습 3 회

[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돌담으로 튼튼히 가려 놓은 집 안엔 검은 기와집 종가가 살고 있었다. 충충한 울 속에서 거미 알 터


지듯 흩어져 나가는 이 집의 지손(支孫) *들. 모두 다 싸우고 찢고 헤어져 나가도 오래인 동안 이 집의 광
영(光榮)을 지키어 주는 신주(神主) *들 들은 대머리에 곰팡이가 나도록 알리어지지는 않아도 종가에서
는 무기처럼 아끼며 제삿날이면 갑자기 높아 제상(祭床) 위에 날름히 올라앉는다. 큰집에는 큰아들의 식
구만 살고 있어도 제삿날이면 제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 오조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 손주며느리
칠촌도 팔촌도 한데 얼리어 닝닝거린다. 시집갔다 쫓겨 온 작은딸 과부가 되어 온 큰고모 손꾸락을 빨며
구경하는 이종 언니 이종 오빠. 한참 쩡쩡 울리던 옛날에는 오조 할머니 집에서 동원 뒷밥 *을 먹어 왔다
고 오조 할머니 시아버니도 남편도 동네 백성들을 곧 ― 잘 잡아들여다 모말굴림 *도 시키고 주릿대를 앵
기었다고. 지금도 종가 뒤란에는 중복사 * 나무 밑에서 대구리가 빤들빤들한 달걀귀신이 융융거린다는
마을의 풍설. 종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일을 안 해도 지내 왔었고 대대손손이 아 ― 무런 재주도 물리
어받지는 못하여 종갓집 영감님은 근시 안경을 쓰고 눈을 찝찝거리며 먹을 궁리를 한다고 작인(作人)들
에게 고리대금을 하여 살아 나간다.
 - 오장환, 「종가」

* 지손: 맏이가 아닌 자손에서 갈라져 나간 파의 자손.


* 신주: 죽은 사람의 위패.
* 뒷밥: 고사나 제사를 지낸 후 객귀들을 위해 차리는 상.
* 모말굴림: 곡식을 담는 그릇 위에 무릎을 꿇려 무릎이 그 안에 끼이면서 고통을 당하게 하는 형벌.
* 중복사: 승도복숭아. 천도복숭아.

나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날르다 얼른 돌아오라
처마 난간이
늬들 가여운 속삭임을 지음(知音) *터라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아배 간 뒤 머언 날
아들 손자 잠도 깨우리
㉡문틈 사이 늬는 몇 대째 설워 우느뇨

내 집 아니라
늬 집이라
하늘 날던 은행잎이

29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20 (문학)_본문(2도)_20대 수능특강_국어영역 2022_EBS)

정답과 해설 128쪽

㉢좁은 마루 구석에 품인 듯 안겨 든다
자고로 맑은 바람이 거기 살았니라

오! 내 집이라
열 해요 스무 해를
앉았다 누웠달 뿐
㉣문밖에 바쁜 손[客]이
길 잘못 들어 날 찾아오고

손때 살내음도 저뤘을 * 난간이


흔히 나를 안고 한가하다
한두 쪽 흰 구름도 사라지는디
㉤한 두엇 저질러 논 부끄러운 짓
파아란 하늘처럼 아슴푸레하다
 - 김영랑, 「집」

* 지음: 새나 짐승의 울음을 가려 잘 알아들음.


* 저뤘을: 절이어 배어들었을.

[21001-0301]

01 (가)와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와 (나)는 모두 대화체와 독백체를 교차하여 대상과의 친밀감을 높이면서 자연 친화
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② (가)와 (나)는 모두 근경에서 원경으로 시선을 이동하여 공간적 배경의 범위를 확장하면
서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③ (가)는 두 공간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비교하여 그 차이를 부각하고 있고, (나)는 공간에
담긴 과거와 현재의 의미를 대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가)는 어둠과 밝음의 대조를 통해 대상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강조하고 있고, (나)는 밤과
낮의 시간 변화를 통해 대상이 지닌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⑤ (가)는 과거와 현재 상황을 대비적으로 드러내어 시적 상황을 부각하고 있고, (나)는 동일
한 시구의 반복을 통해 화자가 처한 시적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3부] 실전 학습 3 회 297
실전 학습 3 회

[21001-0302]

02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종가」 는 한 문중에서 맏이로만 이어 온 큰집이라는 ‘종가’의 의미를 바탕으로 유교적 권위의
폐해와 혈연 집단의 허위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폐쇄적이고 어두운 종갓집에 대한 묘사
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는 바탕이 되고 있으며, 종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소재를 통해 종가의 위
계와 권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종가의 권위에 억압당하던 주변인들의 모습과 부당했던 종
가의 행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봉건적 지배 질서의 불합리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무능력하면서
도 생계유지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통해 종가에 담긴 허위적인 면을 풍자하고 있다.

① ‘돌담으로 튼튼히 가려 놓은’ ‘검은 기와집’으로 묘사된 종가의 모습을 통해 종가의 폐쇄


적이고 어두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군.
② ‘신주들’을 ‘종가에서’ ‘무기처럼 아’낀다는 표현을 통해 신주는 종가가 중시하는 위계와
권위를 상징하는 소재라고 볼 수 있군.
③ ‘흩어져 나가’ 있는 ‘이 집의 지손들’이 ‘모두 다 싸우고 찢고 헤어져 나가’ 있는 상황을
통해 종가의 권위에 억압당하던 주변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군.
④ ‘한참 쩡쩡 울리던 옛날에’ ‘동네 백성들을 곧 ― 잘 잡아들여다 모말굴림도 시키고 주릿
대를 앵기었다’는 것에서 봉건적 지배 질서의 불합리성을 짐작할 수 있군.
⑤ ‘대대손손이 아 ― 무런 재주도 물리어받지’ 못하고 ‘먹을 궁리를 한다고 작인들에게 고
리대금을 하여 살아 나’가는 ‘종갓집 영감님’에게서 종가에 담긴 허위적인 면을 엿볼 수
있군.

[21001-0303]

03 ㉠~㉤에 대해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늬들’이 현재 집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② ㉡: ‘아배 간 뒤’ 오랜 시간에 걸쳐 느끼는 정서를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③ ㉢: ‘은행잎’과 하나가 되어 적막함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④ ㉣: ‘내 집’이 찾는 이가 없는 고독한 공간임을 인식하고 있다.
⑤ ㉤: ‘흰 구름’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있다.

29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28쪽

[04~0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소설의 여러 정의 중 하나로 소설은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서는 자기 인식의 여정을 형


상화한 이야기라는 것이 있다. 현대 소설에는 여행의 성격과 구조를 사건의 구성으로 활용하여 인물의
자기 이해나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그린 작품이 적지 않다. 이러한 작품을 묶어 여로형 소설이라고
부른다.
여로형 소설의 성격은 ‘여로’라는 용어가 지닌 의미에서 잘 드러난다. 먼저 ‘로(路)’는 길을 의미한다.
길은 출발지와 도착지를 잇는 공간이자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이다. 여로형 소설에서도 길은 주인공이
머물거나 이동하는 공간적 배경이면서 동시에, 낯선 인물을 대면하거나 관계를 맺으며 감정을 느끼고
사건을 겪는 특별한 장소이다. 한편 ‘여(旅)’는 익숙한 곳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하는 나그네를 뜻한다. 나
그네는 길을 걸으면서 출발지를 되돌아보고 도착지를 동경한다. 여로형 소설의 주인공 또한 여정의 과
정을 겪으며 과거의 익숙했던 삶을 성찰하고 미래의 더욱 좋은 삶을 열망한다.
우리의 현대 소설사에서 여로형 소설은 현실의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현실 인식의 변화를 설
득력 있게 형상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1920년대에 발표된 염상섭의 「만세전」 은 그 첫 자리에 놓이는
대표적인 여로형 소설이다. 유학지인 동경에서 출발하여 부산을 거쳐, 김천, 대전, 서울까지 이어지
[A] 는 여정을 통해 주인공 ‘이인화’는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생생하게 목격하며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
면서 민족의식을 자각한다.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 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여로형 소설이다. 이
소설은 공사판을 전전하는 ‘영달’과 ‘정 씨’, 이들과 동행하는 ‘백화’의 여로를 통해 이 시기의 산업
화가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어디까지 훼손하는지를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나 “네, 우리 형님은 아직 군조예요. 니시무라(西村) 군조, 혹 형공도 아시는지? 그런데 형공은 조선에
오래 계신가요? ” / “네. 난 십여 년래로 그저 내 집같이 드나드니까요.”
하고 궐자 *는 시골자를 한참 멀뚱멀뚱 치어다보다가,
“암, 대구 헌병대의 그 양반이야 알구말구요. 그 양반은 나를 모르실지 모르지만…….”
어째 그 말눈치가 안다는 것보다도 모른다는 말 같다.
“어쨌든 십 년이라면 한밑천 잡으셨겠구려.” / 이번에는 상인 비슷한 자가 입을 벌렸다.
“웬걸요. 이젠 조선도 밝아져서 좀처럼 한밑천 잡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조선 사람들은 어때요? ”
“요보 * 말씀요? 젊은 놈들은 그래도 제법들이지마는, 촌에 들어가면 대만(臺灣)의 생번보다는 낫다면
나을까. 인제 가서 보슈…… 하하하.”
‘대만의 생번’이란 말에, 그 욕탕 속에 들어앉았던 사람들은 나만 빼놓고는 모두 껄껄 웃었다. 그러나
나는 기가 막혀 입술을 악물고 치어다보았으나 더운 김이 서리어서 궐자들에게는 분명히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욕객은 차차 꾸역꾸역 쏟아져 들어온다. / 사실 말이지, 나는 그 소위 우국지사는 아니나
자기가 망국 백성이라는 것은 어느 때나 잊지 않고 있기는 하다. 학교나 하숙에서 지내는 데는 일본 사
람과 오히려 서로 통사정을 하느니만큼 좀 낫다. 그러나 그 외의 경우의 고통은 참을 수 없는 때가 많다.

[3부] 실전 학습 3 회 299
실전 학습 3 회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망국 백성이 된 지 벌써 근 십 년 동안 인제는 무관심하도록 주위가 관


대하게 내버려 두었었다. 도리어 소학교 시대에는 일본 교사와 충돌을 하여 퇴학을 하고 조선 역사를 가
르치는 사립 학교로 전학을 한다는 둥, 솔직한 어린 마음에 애국심이 비교적 열렬하였지마는, 차차 지각
이 나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는 간혹 심사 틀리는 일을 당하거나 일 년에 한 번씩 귀국하는 길에
하관에서나 부산·경성에서 조사를 당하고, 성이 가시게 할 때에는 귀찮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지마는
그때뿐이요, 그리 적개심이나 반항심을 일으킬 기회가 적었었다. 적개심이나 반항심이란 것은 압박과
학대에 정비례하는 것이나, 기실 그것은 민족적으로 활로를 얻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러나 칠 년이나 가
까이 일본에 있는 동안에, 경찰관 이외에는 나에게 그다지 민족 관념을 굳게 의식게 하지 않았을 뿐 아
니라, 원래 정치 문제에 흥미가 없는 나는 그런 문제로 머리를 썩여 본 일이 거의 없었다 하여도 가할 만
큼 정신이 마비되었었다. 그러나 요새로 와서 나의 신경은 점점 흥분하여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을
보면 적개심이라든지 반항심이라는 것은 보통 경우에 자동적·이지적이라는 것보다는 피동적·감정적
으로 유발되는 것인 듯하다. 다시 말하면 일본 사람은 지나치는 말 한마디나 그 태도로 말미암아 조선
사람의 억제할 수 없는 반감을 끓어오르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에 조선 사람으로 하여금
민족적 타락에서 스스로를 구하여야 하겠다는 자각을 주는 가장 긴요한 원동력이 될 뿐이다.
ⓐ지금도 목욕탕 속에서 듣는 말마다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이 없지마는, 그것은 될 수 있으면 많은
조선 사람이 듣고, 오랜 몽유병에서 깨어날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자아낼 뿐이다.
(중략)
정거장 문밖으로 나서서 눈을 바삭바삭 밟으며 큰길 거리로 나가니까 칠 년 전에 일본으로 달아날 제,
오정 때 대전에 내려서 점심을 사 먹던 그 집이 어디인지 방면도 알 수 없이 시가(市街)가 변하였다. 길
맞은편으로 쭉 늘어선 것은 빈지를 들였으나 모두가 신축한 일본 사람 상점이다. 우동을 파는 구루마가
쩔렁쩔렁 흔드는 요령 소리만이 괴괴한 거리에 처량하다. 열네다섯쯤에 말도 모르고 단신 일본으로 공
부 간다는 데에 호기심이 있었던지 친절히 대접을 해 주던, 그때의 그 주막집 주인 내외가 그립다.
다시 돌쳐 들어오며 보니, 찻간에서 무슨 대수색을 하는지 승객들은 아직도 아니 들여보내고, 결박을
지은 여자는 업은 아이가 깨어서 보채니까 일어서서 서성거린다. / ‘젖이나 먹이라고 좀 풀어 줄 일이지.’
하는 생각을 하니 곁에 시퍼렇게 얼어서 앉은 순사가 불쌍하다가도 밉살맞다. 목책 안으로 들어오며 건
너다보니까 차장실 속에 있던 두 청년과 헌병도 여전히 이야기를 하고 섰다. 나는 까닭 없이 처량한 생
각이 가슴에 복받쳐 오르면서 한편으로는 무시무시한 공기에 몸이 떨린다.
젊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시든 배춧잎 같고 주눅이 들어서 멀거니 앉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빌붙는 듯
한 천한 웃음이나 ‘헤에’ 하고 싱겁게 웃는 그 표정을 보면 가엾기도 하고, 분이 치밀어 올라와서 소리라
도 버럭 질렀으면 시원할 것 같다. / ‘이게 산다는 꼴인가? 모두 뒈져 버려라!’
찻간 안으로 들어오며 나는 혼자 속으로 외쳤다. / ⓑ‘무덤이다! 구더기가 끓는 무덤이다!’
나는 모자를 벗어서 앉았던 자리 위에 던지고 난로 앞으로 가서 몸을 녹이며 섰었다. 난로는 꽤 달았
다. 뱀의 혀 같은 빨간 불길이 난로 문틈으로 날름날름 내다보인다. 찻간 안의 공기는 담배 연기와 석탄
재의 먼지로 흐릿하면서도 쌀쌀하다. 우중충한 남폿불은 웅크리고 자는 사람들의 머리 위를 지키는 것
같으나 묵직하고도 고요한 압력으로 지그시 내리누르는 것 같다. 나는 한번 휘 돌려다보며,

30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공동묘지다! 공동묘지 속에서 살면서 죽어서 공동묘지에 갈까 봐 애가 말라 하는 갸륵한 백성들이다!’
하고 혼자 코웃음을 쳤다.
 - 염상섭, 「만세전」

* 궐자: ‘그’를 낮잡아 이르는 말. * 요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조선인을 비하하여 부르던 말.

다 강물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곤 해서 우툴두툴한 표면이 그리 미끄럽지


는 않았다. 바람이 불어, 깨어진 살얼음 조각들을 날려 그들의 얼굴을 따갑게 때렸다.
“차라리, 저쪽 다릿목에서 버스나 기다릴 걸 잘못했나 봐요.”
숨을 헉헉 들이켜던 영달이가 투덜대자 정 씨가 말했다.
“자주 끊겨서 언제 올지두 모르오. 그보다두 현금을 아껴야지. 굶어두 돈 있으면 든든하니까.”
“하긴 그래요.” / “월출 가면 남행 열차를 탈 수는 있소. 거기서 기차 타려오? ”
“뭐…… 돼 가는 대루. 그런데 삼포는 어느 쪽입니까.” / 정 씨가 막연하게 남쪽 방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남쪽 끝이오.” / “사람이 많이 사나요, 삼포라는 데는? ”
“한 열 집 살까? 정말 아름다운 섬이오. 비옥한 땅은 남아돌아 가구, 고기두 얼마든지 잡을 수 있구 말
이지.” / 영달이가 얼음 위로 미끄럼을 지치면서 말했다.
㉠“야아, 그럼, 거기 가서 아주 말뚝을 박구 살아 버렸으면 좋겠네.” / “조오치. 하지만 댁은 안 될걸.”
“어째서요.” / “타관 사람이니까.” / 그들은 얼어붙은 강을 건넜다.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중략)
스피커에서 안내하는 소리가 웅얼대고 있었다. 정 씨는 대합실 나무 의자에 피곤하게 기대어 앉은 백
화 쪽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 “같이 가시지. 내 보기엔 좋은 여자 같군.” / “그런 거 같아요.”
㉡“또 알우? 인연이 닿아서 말뚝 박구 살게 될지. 이런 때 아주 뜨내기 신셀 청산해야지.”
영달이는 시무룩해져서 역사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백화는 뭔가 쑤군대고 있는 두 사내를 불안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영달이가 말했다. / “어디 능력이 있어야죠.” /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
“어쨌든…….” / 영달이가 뒷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오백 원짜리 두 장을 꺼냈다.
“저 여잘 보냅시다.” / 영달이는 표를 사고 삼립빵 두 개와 찐 달걀을 샀다. 백화에게 그는 말했다.
“우린 뒤차를 탈 텐데…… 잘 가슈.” /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
여자는 더듬거리며 물었다. / ㉢“아무도…… 안 가나요? ” / “우린 삼포루 갑니다. 거긴 내 고향이오.”
영달이 대신 정 씨가 말했다. 사람들이 개찰구로 나가고 있었다. 백화가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정말,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백화는 개찰구로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백화는 눈이 젖은 채로 웃고 있었다.
“내 이름 백화가 아니에요. 본명은요…… 이점례예요.”
여자는 개찰구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에 기차가 떠났다.
그들은 나무 의자에 기대어 한 시간쯤 잤다. 깨어 보니 대합실 바깥에 다시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기차는 연착이었다. 밤차를 타려는 시골 사람들이 의자마다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를
나눠 피웠다. ㉣먼길을 걷고 나서 잠깐 눈을 붙였더니 더욱 피로해졌던 것이다. 영달이가 혼잣말로,

[3부] 실전 학습 3 회 301
실전 학습 3 회

“쳇, 며칠이나 견디나…….” / “뭐라구? ”


“아뇨, 백화란 여자 말요. 저런 애들…… 한 사날두 촌 생활 못 배겨 나요.”
“사람 나름이지만 하긴 그럴 거요. 요즘 세상에 일이 년 안으루 인정이 휙 변해 가는 판인데…….”
정 씨 옆에 앉았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과 무릎 위의 배낭을 눈여겨 살피더니 말을 걸어 왔다.
“어디 일들 가슈? ” / “아뇨, 고향에 갑니다.” / “고향이 어딘데…….”
“삼포라구 아십니까? ” / “어 알지, 우리 아들놈이 거기서 도자를 끄는데…….”
“삼포에서요? 거 어디 공사 벌일 데나 됩니까? 고작해야 고기잡이나 하구 감자나 매는데요.”
“어허! 몇 년 만에 가는 거요? ” / “십 년.” / 노인은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두 말우, 거긴 지금 육지야. 바다에 방둑을 쌓아 놓구, 추럭이 수십 대씩 돌을 실어 나른다구.”
“뭣 땜에요? ” / ⓓ“낸들 아나. 뭐 관광호텔을 여러 채 짓는담서, 복잡하기가 말할 수 없데.”
“동네는 그대루 있을까요? ” / “그대루가 뭐요. 맨 천지에 공사판 사람들에다 장까지 들어섰는걸.”
“그럼 나룻배두 없어졌겠네요.”
“바다 위로 신작로가 났는데, 나룻배는 뭐에 쓰오. 허허, 사람이 많아지니 변고지. ⓔ사람이 많아지면
하늘을 잊는 법이거든.”
작정하고 벼르다가 찾아가는 고향이었으나, 정 씨에게는 풍문마저 낯설었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
던 영달이가 말했다. / “잘됐군. 우리 거기서 공사판 일이나 잡읍시다.”
그때에 기차가 도착했다. 정 씨는 발걸음이 내키질 않았다. 그는 마음의 정처를 방금 잃어버렸던 때문
이었다. ㉤어느 결에 정 씨는 영달이와 똑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기차가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갔다.
 - 황석영, 「삼포 가는 길」

[21001-0304]

04 (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여러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사건의 의미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② 한 인물의 내면을 지속하여 드러내면서 그의 현실 인식을 부각하고 있다.
③ 이야기 밖의 서술자가 인물과 거리를 두면서 그들의 행동만을 묘사하고 있다.
④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는 인물 간의 대화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⑤ 겉 이야기와 속 이야기로 짜인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인물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을 제
시하고 있다.
[21001-0305]

05 (나), (다)의 공간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의 ‘욕탕’: ‘나’가 다른 사람들의 웃음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공간
② (나)의 ‘목책 안’: ‘나’가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연민과 분노를 느끼는 공간
③ (나)의 ‘찻간 안’: ‘나’가 남폿불에서 시대적 분위기를 느끼며 답답함을 느끼는 공간
④ (다)의 ‘얼어붙은 강’: 정 씨와 영달의 사소한 갈등이 대화의 과정에서 심화되는 공간
⑤ (다)의 ‘대합실’: 백화가 헤어지면서 정 씨와 영달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 공간

30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30쪽

[21001-0306]

06 (가)를 바탕으로, (나), (다)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에서 ‘궐자’와 ‘시골자’는 여로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로, 그들의 대화는 ‘나’가 자신
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② (나)에서 ‘일본’은 여로의 출발지로, ‘나’가 칠 년간 머물면서 익숙해진 공간이다.
③ (나)에서 ‘시가’는 여로의 과정에서 목격한 장소로, ‘나’는 현실의 변화를 확인하며 안타
까움을 느낀다.
④ (다)에서 ‘삼포’는 여로의 목적지로, 영달의 여로는 동경하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의
성격을 지닌다.
⑤ (다)에서 ‘백화’는 영달이 여로의 과정에서 만난 사람으로, ‘빵’과 ‘달걀’은 그녀에 대한
영달의 호의를 드러낸다.

[21001-0307]

07 [A]를 바탕으로 ⓐ~ⓔ를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에서는 여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의식을 자각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② ⓑ에서는 반복된 단어를 통해 식민지 조선에 대한 현실 인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③ ⓒ에서는 동족에 대한 연민과 함께 식민지 조선의 현실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④ ⓓ에서는 과거의 풍경을 잃고 관광지로 급변하는 삼포의 산업화된 모습이 엿보인다.
⑤ ⓔ에서는 산업화로 인해 사람들이 삶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21001-0308]

08 <보기>를 바탕으로 (다)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삼포 가는 길」 의 인물들은 대체로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점에서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뜨내기의 고단함과 함께 안정된 삶을 희구하는 정주(定住)의 열망이 드러난다. 정주
의 열망은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장소에 정주하려는 것과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은 관계에 정
주하려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열망의 좌절과 그 소회가 결말에서 그려지는데, 이는 이
작품의 현실주의적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① ㉠에서 영달은 비옥하고 풍요로운 공간에서 정주하고 싶은 마음을 내보이는군.


② ㉡에서 정 씨는 영달이 관계에 정주하여 뜨내기의 삶을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군.
③ ㉢에서 백화는 관계에 정주하고자 하였으나 그 관계를 계속 잇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군.
④ ㉣에서는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면서 정 씨와 영달이 겪는 뜨내기의 고단함이 엿
보이는군.
⑤ ㉤에서는 정 씨의 좌절에 대한 영달의 공감을 통해 이 작품의 현실주의적 태도를 드러내
는군.

[3부] 실전 학습 3 회 303
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_20대 20

실전 학습 3 회

[09~1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본관이  마리 이곳의 칠보산은


북관 즁 명승지(名勝地)라 금강산과 갓치 치니
칠보산 한번 가셔 방슈심산(訪水尋山) 엇더고
나도 역시 조커니와 의리예 난처다
원지(遠地)에 긴 몸이 형승의 노 일이
분의 *예 미안고 첨령(瞻聆) *의 괴이(怪異)니
의 조컨마 못 가기로 작졍니
주슈(主首)의  마리 그러치 아니다
악양루 황강경(黃岡景)은 왕등의 젹이오 *
적벽강 졔젹(在謫) 놀음 구소의 풍정이니
[A]

김학 칠보산의 무 험이 잇스리오


그 말을 반겨 듯고 황연이 이러셔
나귀예 술을 싣고 칠보산 드러가니
구름 갓 천만 봉이 화도강산 광경이라
(중략)
이 몸이 이른 고지 신션의 지경(地境)이라
젼의 연분으로 경구(經句)의 자취(自取)여
바람의 붓친 다시 이 광경 보고나
연적봉 지 후(後)의 선녀를 라가니
연화봉 졀바회 쳥쳔(靑天)의 소 잇고
바회 셔책봉(書冊峯)은 안젼의 버러 잇고
황봉 보봉은 신션의 굴혈이라
향은 술을 들고 만장운 한 곡조요
군월 안즌 거동(擧動) 아조 분명 치로다
오동 복판 거문고의 금로 쥴을 메와
으로 타 양이 거동도 곱거니와
셤셤(纖纖)한 손길  오이 영농다
네 거동 보고 니 군명(君命)이 엄(嚴)여도 반 번 고나
영웅절(英雄節士) 업단 말은 사(史冊)에 잇니라
 마암 단단나 네게야 큰말랴
본 거시 큰 병(病)이요 안 본 거시 약(藥)이련가
이천 리 졀(絶塞) 즁의 단졍이 몸 가지고
거적(居謫)을 잘 거시 아조 모도 네 덕(德)이라

304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양금을 파 후의 졀집의 려오니
산승(山僧)의 물 보소 정결고 향기 잇다
이튼날 도라오니 호상대 노든 일이
젼인가 몽즁인가 국은(國恩)인가 천은(天恩)인가
천애(天涯)에 이 이 이럴 쥴 아라던가
흥진여 도라와셔 슈노(首奴) 불러 분부되
칠보산 유산시 본관이 보기로
기을 다려스나 도라와 생각니 호화한즁(豪華閑中) 불안다
다시 지휘여 기이 못 오리라
션비만 다리고셔 시쥬(詩酒)의 기록니
청산이 그림 되야 술의 려지고
녹슈 기리 되야 조희 우희 단청이라
군월의 녹의홍상(綠衣紅裳) 엿고나 이로다
 - 김진형, 「북천가(北遷歌)」

* 분의: 자기의 분수에 알맞은 정당한 도리.


* 첨령: 보고 들음. 여기서는 자신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의미함.
* 악양루 황강경은 왕등의 젹이오: 왕등은 왕우와 등자경을 가리킴. 중국의 악양루와 황강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왕우는 황강에
죽루를 지었으며, 등자경은 악양루를 중수하였다고 함.

나 기축년 팔월에 서울을 떠나 구월 초승에 함흥(咸興)으로 오니 다 이르기를 ‘일월출(日月出)이 봄 직


하다.’ 하되 상거(相距) *가 오십 리라 하니 마음에 중란(中亂)하되 기생들이 못내 칭찬하여 거룩함을 일
컬으니 내 마음이 들썩여 원님께 청하니, 사군(使君)이 하시기를
“여자의 출입을 어찌 경(輕)히 하리오.”
하여 뇌거불허(牢拒不許) *하니 하릴없어 그쳤더니 신묘년에 마음이 다시 들썩여 하 간절히 청하니 허락
하고 겸(兼)하여 사군이 동행하여 팔월 이십일 일 동명(東溟)에서 나는 중로손(中路孫) 한명우의 집에 가
자고 거기서 달 보는 ㉠귀경대(龜景臺)가 십오 리라 하기에 그리 가려 했는데, 그때 추위가 오래도록 계
속되어 길 떠나는 날까지 구름이 사면으로 운집하고 땅이 질어 말 발이 빠지되, 이미 내킨 마음이라 동
명으로 가니 그날이 종시 청명(淸明)치 아니하니 새벽달도 못 보고 그저 환아(還衙) *를 하려 하더니, 새
벽에 종이 들어와 ‘이미 날이 좋아졌으니 귀경대로 오르자.’ 간청하기에 죽을 먹고 길에 오르니 이미 먼
동이 트더라.
쌍교마와 종과 기생 탄 말을 바삐 채를 치니 네 굽을 모아 뛰어 달리니 편안하지 못하여 십오 리를 경
각에 행하여 귀경대에 오르니 사면에 애운(靄雲)이 끼고 해 돋는 데 잠깐 터져 겨우 보는 듯 마는 듯하여
인하여 돌아오는데 운전(雲田)에 이르니 날이 쾌청하니 그런 애달픈 일이 없더라.
조반 먹고 돌아올 때 ㉡바닷가에 쌍교를 교부(轎夫)에 메여 세우고 전모를 쓴 종과 군복한 기생을 말
태워 좌우로 갈라 세우고 사공을 시켜 후리질 *을 시키니 후리질하는 모양이 수십 척 장목(長木)을 마주

[3부] 실전 학습 3 회 305
실전 학습 3 회

이어 너비 한 간(間) 배만 한 그물을 노끈으로 얽어 장목을 치고 그물에 다는 추는 백토(白土)로 구워 탕


기(湯器)만큼 한 것을 두루 달고, 동아줄로 끈을 하여 해심(海深)에 후릿그물을 넣어 해변에서 사공 수십
명이 서서 아우성을 치고 당겨 내니, 물소리 광풍이 이는 듯하고 옥 같은 물굽이 노하여 뛰는 것이 하늘
에 닿았으니 그 소리 산악이 움직이는 듯하더라. 일월출을 변변히 못 보고 이런 장관(壯觀)을 한 것으로
위로하였더라. 후릿그물을 끌어내니 연어, 가자미 속(屬)이 그물에 달리어 나왔더라.
보기를 다하고 가마를 돌이켜 돌아올 때 가마 안에서 생각하니 여자의 몸으로 만리창파(萬里滄波)를
보고 바다 고기 잡는 모양을 보니 세상이 헛되지 않음을 자기(自期)하여 십여 리를 오다가 태조 대왕(太
祖大王) 노시던 격구정(擊毬亭)을 바라보니 높은 봉우리 위에 나는 듯한 ㉢정자(亭子)가 있어 가마를 돌
이켜 오르니, 단청이 약간 퇴락한 육칠 간 정자가 있었는데 정자 바닥은 박석(薄石)을 깔았더라.
정자는 그리 좋은 줄 모르겠으되 안계(眼界) 기이하여 앞은 탄탄 훤훤한 벌이요, 뒤는 푸른 바다가 둘
렀으니 안목이 쾌창하고 심신이 상연(爽然)한데 * 바다 한가운데 큰 병풍 같은 바위가 올연(兀然)히 섰으
니 거동이 기이하더라. 이르기를 ㉣선바위라 하더라.
봉(峰) 아래에 악공을 숨겨 앉히고 풍류를 늘어지게 치게 하고 기생을 군복한 채 춤을 추게 하니 또한
봄 직하더라.
(중략)
인하여 돌아 나올 때 본궁(本宮)을 지나니 보고 싶되 별차(別差)가 허락지 아니하기에 못 보고 돌아오
니, 일껏 별러 가서 일월출을 못 보고 무미막심(無味莫甚)하게 * 다녀와 그 가엾기를 어찌 다 이르리오.
그 후 맺혀 다시 보기를 계교하되 사군이 엄히 막아 끊으니 감히 생의(生意)치 못하더니 임진(壬辰) 상
척(喪戚) *을 당하여 종이를 서울 보내어 이미 달이 넘고 고향을 떠나 사 년이 되니 죽은 이는 이의(已矣)
거니와 생면(生面)이 그립고 종이조차 보내어 심우(心憂)를 도우니 회포가 자못 괴로운지라, 원님께 다
시 동명 보기를 청하니 허락지 아니하시거늘 내 하되,
 “인생이 얼마나 되오? 사람이 한번 돌아감에 다시 오는 일이 없고, 심우와 지통(至痛)을 쌓아 매양
[B] 울울(鬱鬱)하니 한번 놀아 심울(心鬱)을 푸는 것이 만금(萬金)에 비하여 바꾸지 못하리니 덕분에 가
고 싶도다.”
DIC 377s

하고 비니, 원님이 역시 일출을 못 보신 고로 허락, 동행하자 하시니 구월 십칠 일로 가기를 정하니, 속


기생(屬妓生) 차섬이·보배 쾌락 대희하여 무한 치장 기구를 성비하는데 차섬이·보배 한 쌍, 이랑이·일
섬이 한 쌍, 계월이하고 가는데 십칠 일 식후에 떠나려 하니 십육 일 밤을 당하여 기생과 비복이 다 잠을
아니 자고 ㉤뜰에 나려 사면을 관망하여 혹 하늘이 흐릴까 애를 쓰니 나 역시 민망하여 한가지로 하늘을
우러러보니 망일(望日)에 월식(月蝕) 끝이라 혹 흑색 구름이 층층하고 진애(塵埃) 기운이 사면에 둘렀으
니 모든 비복과 기생이 발을 굴러 혀를 차 거의 미칠 듯 애를 쓰니 나 또한 초조하여 겨우 새워, 십칠 일
미명에 바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오히려 천색이 쾌치 아니하여 동편에 붉은 기운이 일광을 가리니 흉중
이 요요(搖搖)하여 하늘을 무수히 보니 날이 늦으며 홍운이 걷히고 해 기운이 나니 상하 즐겨 밥을 재촉
하여 먹고 길을 떠나니, 앞에 군복한 기생 두 쌍과 아이 기생 하나가 비룡(飛龍) 같은 말을 타고 섰으니
전립 위의 상모와 공작모 햇빛에 조요(照耀)하고 * 상마(上馬)한 모양이 나는 듯한데, 군악을 교전(轎前)
에서 늘어지게 주(奏)하니 미세한 규중 여자로 거년(去年)에 비록 낭패하였으나 거년 호사(豪奢)를 금년

306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32쪽

차일에 다시 하니 어느 것이 사군의 은혜 아니리오.


 - 의유당, 「동명일기(東溟日記)」

* 상거: 거리. 떨어진 거리. * 뇌거불허: 딱 잘라 거절하여 허락하지 않음.


* 환아: 관아로 돌아감.
* 후리질: 그물을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두 끝을 당겨 물고기를 잡는 것.
* 상연한데: 시원하고 상쾌한데. * 무미막심하게: 매우 재미없게.
* 상척: 친척의 상. * 조요하고: 밝게 비쳐서 빛나는 데가 있고.

[21001-0309]

09 [A]와 [B]에 대한 이해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A]와 [B]는 모두 자신의 궁금증을 언급하여 상대방의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
② [A]는 [B]와 달리 자신의 지위를 언급하여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③ [A]는 [B]와 달리 다른 인물을 언급하여 상대방을 설득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④ [B]는 [A]와 달리 상대방의 역할과 본분을 언급하여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⑤ [B]는 [A]와 달리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를 언급하여 상대방의 생각을 비판하고 있다.

[21001-0310]

10 <보기>를 참고하여 (가)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북천가」 는 작가가 상관의 비리를 고발하는 상소를 올린 후 반대파의 모함에 의해 함경도 명
천으로 유배된 경험을 노래한 유배 가사이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올린 상소에 대해 자부심
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유배 현실에 대한 불만과 현실 복귀로의 열망을 노래하는 대신, 유배
생활에서 느끼는 풍류와 여유로움, 흥취를 노래하며 자신의 호탕한 유배 생활을 과시하고 있
다. 하지만 유배 생활을 지나치게 가볍게 다룬다는 당시 사대부들의 비난을 의식하여, 작가는
사대부의 체면을 앞세워 풍류 생활에 대한 거부와 반성적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① 화자가 칠보산을 ‘방슈심산’하자는 본관의 말을 ‘의리예 난처다’며 거부한 것은 유배당


한 선비로서의 체면과 다른 이들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겠군.
② 화자가 ‘향’의 노래와 ‘군월’의 거문고 연주를 들으며 칠보산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
을 노래한 것은 자신의 호탕한 유배 생활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겠군.
③ 화자가 ‘군명’이 엄함에도 불구하고 ‘영웅절’는 없다고 말하며 ‘군월’의 아름다움을 칭
송하는 모습은 당대 사대부들이 화자의 유배 생활을 비난할 수 있는 이유에 해당하겠군.
④ 화자가 산수 구경을 마치고 내려온 후 ‘산승’이 주는 찻물의 정결함과 향기를 높이 평가
한 것은 유배를 오게 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군.
⑤ 화자가 ‘호화한즁 ’이 불안하다고 하며 다시는 ‘기’이 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하는 것
은 사대부로서의 체면을 내세우며 자신의 풍류 행위를 반성하는 태도에 해당하겠군.

[3부] 실전 학습 3 회 307
실전 학습 3 회

[21001-0311]

11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좋지 않은 기상 상황으로 인해 글쓴이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공간이다.
② ㉡: 자신의 명을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결과를 보며 글쓴이가 위로를 느끼는 공간
이다.
③ ㉢: 퇴락한 느낌을 주지만 그곳에서 보이는 경치를 감상하며 글쓴이가 상쾌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④ ㉣: 거동이 기이하다는 소문에 글쓴이가 호기심을 느껴 직접 찾아가 풍류를 체험하는 공
간이다.
⑤ ㉤: 지난번의 경험이 되풀이될 것을 염려하며 글쓴이가 하늘을 보며 노심초사하는 공간
이다.

[21001-0312]

12 <보기>를 바탕으로 (가), (나)를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조선 시대의 양반 계층 사이에서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국내의 유명한 명승을 찾아다니는 유
람의 풍습이 유행하였다. 이들은 유람을 마친 후에는 유람을 하게 된 경위나 유람 과정, 그리고
유람에서 느낀 점 등을 기술하였는데, 이를 통해 양반 계층이 유람을 경물을 완상(玩賞)하는 행
위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번다한 일상에서 벗어나 탈속과 안분을 체험하고, 역사 현장을 답사하
며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회고하는 계기로 삼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유람 기록에는 유
람자의 성향이나 자연에 대한 관점,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인식 양상 등과 같이 개인별 특
징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드러나기도 한다.

① (가)에서 화자는 자신이 도착한 곳을 ‘신션의 지경’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화자


DIC 377s

가 자연을 탈속의 세계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② (가)에서 화자는 ‘호상대 노든 일’을 ‘국은’과 ‘천은’ 덕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
해 화자가 자신이 경물을 완상하고 안분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임금 덕분에 운명을 극복
했기 때문이라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③ (나)에서 글쓴이는 바다에서 돌아오다 ‘태조 대왕’이 놀던 ‘격구정’을 바라본 후 그곳에
오르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람의 과정에서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현장을 답사하는 경우
도 있었음을 알 수 있군.
④ (나)에서 글쓴이는 친척의 죽음 이후 ‘회포가 자못 괴로’워 원님에게 ‘동명 보기’를 청하
고 있는데, 이를 통해 유람이 복잡하고 번다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도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군.
⑤ (가)의 화자는 ‘칠보산’을, (나)의 글쓴이는 ‘귀경대’를 유람하고 있는데, 이들이 유람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 다른 사람의 추천에 의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군.

308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32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20 대-A앞면__DIC


[13~15]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연화도량의 수행자이던 성진은 금욕적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다가 스승으로부터 꾸중을 듣고 인간 세
상으로 환생하게 된다. 훌륭한 청년 양소유로 자라난 그는 어느 날 과거를 보겠다는 뜻을 밝히고 모친의 만류에도 불구하
고 먼 길을 떠나는데, 한 누각 앞의 아름다운 버드나무를 보고 「양류사(楊柳詞)」를 읊다가 아름다운 여인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워낙 이 미인의 성은 진씨니 진 어사의 딸이요 이름은 채봉이니, 모친이 일찍 죽고 홀로 부친을 모셔


시방 빙폐(聘幣) *한 데 없더라.
이때 어사가 경사에 가고 소저가 홀로 집에 있더니 천만뜻밖에 양생을 만나 보고 마음에 생각하되,
‘여자가 장부를 좇음은 종신의 대사라. 일생 영욕과 고락이 달렸으니, 문군(文君)은 과부라도 오히려
상여를 좇았으니, 이제 나는 처자의 몸이니 비록 스스로 중매하는 혐의(嫌疑) *를 피할 수는 없으나 부
녀의 절행에는 해롭지 아니하고, 하물며 이 사람의 성명과 거주를 알지 못하니 부친께 취품(取稟) *하
여 정한 후 중매를 부리려 하면 동서남북에 어디 가 찾으리오? ’
급급히 화전을 펴고 두어 줄 글을 써 봉하여 유모를 주어 왈,
“이를 가지고 앞 객점(客店)* 중에 가 나귀 타고 내 집 누하에 와 「양류사」 읊던 상공을 찾아 전하고, 내
가 그와 인연을 맺어 일생을 의탁하려 하는 줄을 알게 하되 이는 나의 종신대사니 삼가 허수히 말라. 이

대-A앞면__Black_$[ScreenRuling]
선비가 얼굴이 아름다움이 옥 같아 무리 중에 섞이지 않을 것이니 네 부디 친히 보고 편지를 전하라.”
유랑이 가로되,
“삼가 소저의 명대로 하려니와 타일에 노야가 물으시면 무엇이라 하리이까? ”
소저 왈,

377s_$[ScreenRuling]
“이는 내 감당할 것이니 너는 염려 말라.”
유랑이 나가다가 도로 들어와 가로되,
“만일 낭군이 취처(娶妻) *를 하였거나 정혼한 데 있으면 어이 하리이까? ”
소저가 침음(沈吟) *하다가 이르되,
“불행히 취처하였으면 내 남의 둘째 아내 되기를 혐의치 아니하거니와, 이 사람이 나이가 매우 젊어
뵈니 실가(室家) *가 없을까 하노라.”
유랑이 객점에 가 「양류사」 읊던 상공을 찾으니, 양생이 마침 점문 밖에 나섰다가 나이 많은 부녀가 저
를 찾음을 보고 바삐 묻되,
“「양류사」 지은 수재는 곧 소생이거니와 노랑이 찾음은 무슨 뜻이냐? ”
유랑이 양생의 얼굴을 보고 다시 의심이 없어 다만 이르되,
“이곳이 말할 곳이 아니로소이다.”
양생이 유랑에게 읍하여 객방에 앉히고 온 뜻을 물으니 유랑이 되묻되,
“낭군이 「양류사」를 어디 가서 읊으셨나이까? ”
양생이 답 왈,
“소생은 먼 땅 사람이라. 처음으로 서울에 와 풍경을 두루 구경하더니 큰길 북녘 누각 앞에 수양 수풀

[3부] 실전 학습 3 회 309
실전 학습 3 회

이 극히 아름답거늘 우연히 글을 읊었거니와 노랑의 물음은 어찌한 뜻이오? ”


대답해 가로되,
“낭군이 그때에 누구를 보셨나이까? ”
“소생이 다행히 마침 신선이 누상에 강림한 때를 만났나니, 고운 빛이 오히려 눈에 있고 기이한 향내
옷에 풍겼나이다.”
유랑이 가로되,
“낭군더러 바로 이르나니 그 집은 우리 진 노야 댁이요 그 여자는 우리 집 소저라. 이 소저가 영민 총
혜하되 매우 지인(知人)하는 명감(明鑑) *이 있더니, 낭군을 한 번 보고 문득 일생을 의탁코자 하되, 어
사 노야가 경사에 계시니 품명(稟命) *하노라 하면 낭군이 이미 이 땅을 떠날 것이니, 대해(大海)에 부
평(浮萍)을 어디 가 찾으리오? 이러므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종신대사를 위하여 노신을 보내어 낭군
의 성씨와 향관을 알고 겸하여 혼취 여부를 알아 오라 하시더이다.”
양생이 이 말을 듣고 기쁜 빛이 낯에 가득하여 사례 왈,
“양소유가 소저의 청안으로 돌아봄을 얻으니 몸이 맟도록 은덕을 어이 잊으리오? 소생은 초 사람이
라. 집에 노모가 계시니 화촉의 예는 양가 부모께 아뢰고 행하려니와 혼인 언약은 이제 한 말로 정하
나니, 화산이 길이 푸르렀고 위수가 끊어지지 않았느니라.”
유랑이 또한 소매에서 매우 작은 종이 봉한 것을 내어 주거늘 양생이 떼어 보니 「양류사」 한 수라. 그
글에 하였으되,

누각 앞에 버들을 심어 樓頭種楊柳
낭군의 말을 매어 머물게 하렸더니 擬繫郞馬住
[A]
어찌하여 꺾어 채를 만들어 如何折作鞭
재촉하여 장대 * 길로 내려가뇨. 催下章臺路

양생이 보기를 마침에 그 글의 청신, 완곡함에 크게 감복하여 기려 이르되,


“비록 옛 시 잘하던 왕우승과 최학사라도 이보다 낫지 못하리로다.”
하고, 즉시 화전을 떨치고 한 수를 지어 유랑을 주니 그 글에 하였으되,

버들이 천만 실이나 하니 楊柳千萬絲


실마다 마음 굽이에 맺혔도다. 絲絲結心曲
[B]
원컨대 월하노인의 노끈을 만들어 願作月下繩
봄소식을 매어 정하고자 하노라. 係定春消息

유랑이 받아 몸에 감추고 점문을 나서니 양생이 도로 불러 이르되,


“소저는 진 사람이요 나는 초에 있으니 한번 돌아간 후는 산천이 만연하여 소식도 통키 어렵고, 하물
며 오늘 일은 어진 중매인이 없으니, 소생의 마음에 마침내 짚이는 곳이 없으니 오늘 밤 달빛을 타 능

310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정답과 해설 133쪽

작업명:2022_EBS) 수능특강_국어영역 (문학)_본문(2도) 20 대-B뒷면__DIC


히 소저의 안색을 보랴? 소저의 시에 또한 이 뜻이 있으니 노랑은 소저께 취품하라.”
유랑이 가더니 즉시 도로 와 회보하되,
“우리 소저가 낭군의 회답한 글을 보고 십분 감격하여 하시며 낭군이 달빛 아래 만나려 하는 것을 전
하니 소저가 이르되, ‘남녀가 혼인 전에 서로 봄이 예의가 아닌 줄을 알되 바야흐로 그 사람에게 의탁
하려 하며 어이 그 뜻을 순종치 않으리오마는, 밤에 서로 보면 사람의 의심이 있을 것이요 부친이 들
으셔도 더욱 그릇 여기실 것이니, 밝는 날로 중당에서 잠깐 보고 언약을 정하사이다.’ 하시더이다.”
양생이 차탄하여 가로되,
“소저의 밝은 소견과 정다운 뜻은 소생이 미칠 바가 아니로소이다.”
유랑이 재삼 당부함을 듣고 가니라.
 - 김만중, 「구운몽(九雲夢)」

* 빙폐: 혼인 전에 신랑 집이 신부 집에 보내는 채단(采緞), 폐백(幣帛), 납폐(納幣).


* 혐의: 꺼리고 싫어함.
* 취품: 웃어른께 여쭈어서 그 의견을 기다림.
* 객점: 예전에, 오가는 길손이 음식을 사 먹거나 쉬던 집.
* 취처: 장가를 들어 아내를 얻음.
* 침음: 속으로 깊이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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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가: 집, 가족, 아내 등을 뜻함. 여기서는 아내.
* 명감: 뛰어난 식견.
* 품명: 윗사람의 명령을 받는 일.
* 장대: 한나라 때 번화가가 있던 곳으로, 기방이 많았던 거리로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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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1-0313]

13 윗글의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진채봉은 유모에게 글을 전해 줄 것을 부탁하며 양소유에게 줄 편지의 주요 내용을 언급
했다.
② 유랑은 양소유에게 이미 혼약을 맺은 상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진채봉의 결정을 만
류했다.
③ 진채봉은 양소유를 다시 찾는 일이 어려울 것이 걱정되어 자신의 뜻을 서둘러 전하기로
결정했다.
④ 양소유는 부모에게 먼저 아뢰는 것이 혼인의 예라고 생각하면서도 혼인 약속을 스스로
결정했다.
⑤ 양소유는 자신이 떠나면 소식을 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진채봉에게 밤에 만날 것
을 요청했다.

[3부] 실전 학습 3 회 311
실전 학습 3 회
정답과 해설 133쪽

[21001-0314]

14 <보기>의 선생님의 말을 바탕으로 [A], [B]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선생님 : 버드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예로부터 우리와 친근하여 이와 관
련된 설화나 상징적 의미가 활발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옛 소설에는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시를 활용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때 우리 민족에게 친근했던 ‘버들’이 시의 소재
로 자주 쓰였습니다. 버드나무는 봄의 상징이자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미녀를 나타내는 소재
로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버들가지를 묶어 매듭을 만드는 것으로 사랑을 확인하는 ‘동심결
(同心結)’이라고 불리는 풍습이 있었으며, 버들을 의미하는 글자 ‘버드나무 류(柳)’는 ‘머물 류
(留)’와 음이 같아 버들가지를 꺾어 건네며 이별을 슬퍼하는 마음을 전하던 풍습도 있었습니
다. 진채봉과 양소유가 주고받은 시의 의미를 생각해 봅시다.

① [A]에는 양생이 자신의 곁에 함께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군.


② [A]에는 양생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군.
③ [B]에는 진채봉에게 마음을 두었음을 확인시켜 주고자 하는 양생의 뜻이 담겨 있군.
④ [B]에서는 양생이 많은 여인 중에서 진채봉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았음을 표현하려고 하는군.
⑤ [A], [B]는 버들가지 드리운 봄을 계절적 배경으로 양생과 진채봉의 사랑이 시작되었음
을 그려 내고 있군.

[21001-0315]

15 <보기>를 중심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구운몽」에서 한 남성이 여러 여성과 만남을 이루는 줄거리는 당대의 동아시아 여러 국가의
애정 소설에서 발견되는 흥미 유발 방법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과정을 여성들이 주도한다
는 점에서 다른 소설들과 큰 차이가 있다. 또 남녀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까지의 복잡한 과
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도 타 소설과 다른 흥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구운몽」 은 또한 이 결연의
과정을 주인공이 승상에 오르는 입신양명의 과정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재미를 더했다.

① 진채봉의 아버지가 출타 중인 것은 진채봉이 만남의 과정에 적극성을 띠게 하는 조건이


되는군.
② 과거를 보러 떠난 양소유가 혼사에서 난관을 겪는 것은 승상에 오르는 과정의 통과 의례
로 볼 수 있군.
③ 양소유와 진채봉이 바로 혼례를 올리지 못하는 것은 남녀 결연 과정의 하나로 읽는 재미
를 주고 있군.
④ 양소유가 진채봉의 청을 통해 혼인 언약을 승낙한 것은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 여성이 주
도하는 모습이라 볼 수 있군.
⑤ 진채봉과 양소유가 눈빛이 마주친 후 유랑을 통해 언약을 맺는 과정을 제시한 것은 남녀
가 만나는 과정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군.

312 EBS 수능특강 국어영역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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