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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수용과 생산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2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3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4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단원
길 문학 작품은 어떻게 읽고,


어떻게 써야 할까?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갈래의 문학 작품
과 만난다. 이렇게 만난 문학 작품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
다. 이처럼 문학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
고 있지만, 막상 문학 작품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또 문학 작품은 어떻게 창작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다.
이 단원에서는 문학 수용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
탕으로 하여 문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며,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해 볼 것이다. 또
한 문학이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떠한지,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문학은 어떤 심미적 가치를 갖
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맥락
에서 문학 작품을 수용·생산하며, 문학 문화를 향유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교과 역량

비판적· 자료·정보 의사소통 공동체· 문화 향유 자기

이 단원에서는 창의적
사고
활용 대인 관계 성찰·계발

1 2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작품 1 가는 길 _김소월 작품 1 눈물 _김현승
작품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_성석제 작품 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_조세희
작품 3 
참새 _윤오영
내용과 형식의 관계
작품 감상의 맥락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작품의 공감적·비판적·창의적 수용

문학의
수용과 생산
3 4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작품 1 가 꽃 _김춘수 작품 1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나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위하여 _김혜순
켤 수 있다면 _장정일 작품 2 메밀꽃 필 무렵 _이효석 원작,
작품 2 파수꾼 _이강백 동희선·홍윤정 각본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문학과 매체(창의적 표현 방법,
심미적 가치)

문학 통합과학

창의 융합 활동 한 권 책 읽기
「메밀꽃 필 무렵」 다시 보기 질문으로 깊이 읽기

대단원 길잡이 39
1 [ 학습 목표 ]
•‌문학 작품은 내용과 형식이 긴밀하게 연관되어 이루어짐을 이해한다.
•‌내용과 형식의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하여 문학 작품을 감상한다.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생각해
보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려면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손 글씨로 직접
편지를 써서 내 마음을
고백할 거야.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잘 전달하기 위해 나는 장미꽃 한 송이를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예쁘게 포장해서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선물할 거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고민할까?

4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1 작품 2

_김소월 _성석제

운율과 표현이 화자의 정서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 구성과 시점의 형식적 특징이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기.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하기.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해야 자신의 마음이 잘


전달될지 고민한다. 이처럼 작가들 역시 문학 작품을 창작할 때,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을 고민한다.
이처럼 문학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내용’과 ‘형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내용
은 문학 작품의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 감정 중에서 작가가 구
현하고 싶은 가치관이나 세계관, 주제 의식 등이 바로 문학 작품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내용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작품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게 된
다. 서정, 서사, 극, 교술과 같은 갈래, 비유나 상징과 같은 문학적 표현 방법, 내용을 배
열하고 결합하는 구조 등을 모두 문학 작품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
관되어 있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형
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어떤 형식을 사용하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느냐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가 달라질
것들이 더 있을까?
문학 작품의 형식으로는 어떤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작품의 내용과 형식
의 유기적인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
하며 작품을 수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1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을 진솔하게 표현한 시이다. 운율과 표현이
화자의 정서와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해 보자.

가는 길 김소월

김소월 그립다
(1902~1934)

시인. 본명은 정식(廷湜). 말을 할까 05

1922년 『개벽』에 대표작 「진


하니 그리워
달래꽃」을 발표하였고, 민요
적인 서정시를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산유화」,
「접동새」 등이 있고, 시집으 그냥 갈까
로는 『진달래꽃』, 『소월 시
그래도
초』 등이 있다.

다시 더 한 번……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10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江)물, 뒤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15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4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각 연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연 이별의 안타까움. 2연

3연 떠나기를 재촉하는 까마귀. 4연

내용과 형식의 관계

2 이 작품의 형식이 작품의 내용과 어떤 관련성을 지니는지 알아보자.

도움말 | ‘까마귀 ’가 어 1 화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하여 시어 ‘까마귀’와 ‘강물’이 작품에서 어떤


떻게 지저귀고 있는지,
기능을 하는지 생각해 보자.
‘강물 ’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작품에서 살펴보
화자가 처한 상황
고, 이를 바탕으로 두 시
어의 기능을 생각해 본다. ‘까마귀’와 ‘강물’의
기능

2 가 는 1연이고, 나 는 4연의 일부이다. 가 와 나 의 시행 배열을 다음에 따라 정리해 보

고, 이러한 시행 배열이 주제 전달에 미치는 효과를 말해 보자.

가 그립다 나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말을 할까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하니 그리워

참고 자료 | 음보 가 나
시를 읽을 때 짧은 쉼
운율 한 행이 1음보를 이룸.
을 주어 끊어 읽게 되는
운율의 단위를 말한다. 시행의 길이
대체로 3~5음절이 한
호흡의 속도
음보를 이룬다.( ‘오백
년 / 도읍지를 / 필마로 /
돌아드니’ → 4음보)
이러한 시행 배열이 주제 전달에 미치는 효과: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3
감상 다지기
비판적 . 창의적 사고
3 다음 작품의 형식적 특성과 주제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작품의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
하여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고 자료 | 「슬픔이 기쁨에
게」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이 작품은 ‘슬픔’을 화자로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하여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의
모습을 반성적으로 성찰한 시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이다.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호승, 「슬픔이 기쁨에게」

1 시인이 ‘슬픔’을 화자로 하여 ‘기쁨’에게 말하는 형식을 사용한 의도를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말해 보자.

2 이 작품의 ‘슬픔’이 현재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상상하여 써


보자.

4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을
작품 1 가는 길
마치며

감상의 정리
「가는 길」은 이별한 뒤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화자의 미묘한 심리 상태가 잘 드러난 시
이다. 1~2연에서는 그리움과 아쉬움으로 망설이는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였고, 3~4연
에서는 ‘까마귀’와 ‘강물’을 통해 화자가 떠나기를 재촉하는 외면적 상황을 나타내어, 미련 때
문에 머뭇거리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더욱 부각하여 표현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7·5조
와 3음보의 운율이 나타나며, 유음 ‘ㄹ’과 비음 ‘ㄴ, ㅁ, ㅇ’이 사용되어 음악성과 함께 강물이
흐르는 듯한 시적 효과를 얻고 있다.

지식 창고
정서 표현 방식으로서의 객관적 상관물
객관적 상관물이란 화자가 자신의 정서와 사상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가져오는 바깥
세계의 대상을 이르는 말이다.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의 감정을 대변하는 대상일 때도 있고, 화
자의 감정과 일치하지 않는 대상일 때도 있다. 전자는 대상에 화자의 감정을 담아내는 ‘감정
이입’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김소월의 「길」에서 유랑하는 화자의 심정을 담은 시구 ‘까마귀 까
악까악 울며 새었소’의 ‘까마귀’를 예로 들 수 있다. 후자는 이별에 미련을 보이는 화자의 정서
와 달리 이별을 재촉하고 있는 「가는 길」의 ‘까마귀’와 ‘강물’을 예로 들 수 있다.

더 읽어 보기

화자 김소월
운율

「서경별곡」 작자 미상 「귀촉도」 서정주

서경(지금의 평양)에서 임과 이별하는 3음보의 운율을 바탕으로, 임과 사별


여인의 애틋한 심정을 노래한 고려 가 한 여인의 아픔과 정한을 귀촉도의 처절
요. 이별을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비교 한 울음소리를 빌려 표현한 시. 운율상
하며 감상해 보자. 의 특징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5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농촌 마을에 사는 황만근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작품에 드러난 구성과 시점
의 형식적 특징이 인물의 삶을 드러내는 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성석제 민씨
(1960~) 도시 생활을 하다가
황씨 집성촌인 신대
소설가. 해학과 풍자로 현 1리로 귀농한 인물.
대 사회의 다양한 인간성을
그려 낸 작품을 주로 썼다. 주
요 작품으로는 「새가 되었네」,
「내 고운 벗님」 등이 있다.

황만근 마을 사람들
신대 1리에서 나고 황만근과 같은
자란, 가난하고 동네에 살며, 같은 성을
어수룩한 농부. 가진 인물들.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

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 05

도 열두 시가 될락 말락 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 회관 앞, 황만근이 직접 심어 놓은 등나무 덩굴 아래,

직접 짠 평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이장이 입을 열었다.


‘ 황만근 ’ 이 없어진 것에 “만그인지
 반그인지 그 바보 자석 하나 따문에 소여물도 못 하러 가고 이기 10
대한 ‘ 이장 ’의 반응은 어떠
한가? 뭐라. 스무 바리나 되는 소가 한꺼분에 밥 굶는 기 중요한가, 바보 자석 하

나가 어데 가서 술 처먹고 집에 안 오는 기 중요한가, 써그랄.”

마을에서 연장자 축에 들고 가장 학식이 높아 해마다 한 번씩 지내는 용왕제


바리 ‘마리’의 방언.
초하는 글의 초안을 잡는. (龍王祭)에 축(祝)을 초(草)하는 황재석 씨가 받았다.

4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그래도
 질래 있던 사람이 없어지마 필시 연유가 있는 기라. 사람이 바늘이

라, 모래라. 기양 없어지는 기 어디 있어. 암만 그래도 우리 동네 사람 아이

라. 반그이, 아이다, 만그이가 여게서 나서 사는 동안 한 분도 밖에서 안 들

어온 적이 없는데 말이라.”
05 “아이지요,
 어르신. 가가 군대 간다 캤을 때 여운지 토깨인지 하고 밤새도록

싸우니라고 하루는 안 들어왔심다.”

용왕제에서 집사 역을 하는 황동수가 우스개처럼 말을 이었다. 아침밥을 먹

기도 전 황만근의 아들이 찾아와 황만근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하길래 얼

결에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 민 씨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10 돌아간다 생각하고 참견을 했다.

“어제
 궐기 대회 한다 하고 간 사람이 누구누구십니까. 황만근 씨하고 같이

간 사람은요? 궐기 대회 하는 동안 본 사람은 없나요?”

자리에 모인 대여섯 명의 황 씨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더니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15 “사람이라고
 및 밍이나 되나. 군 전체 사람이 모도 모있다는 기 백 밍이 될라

나 말라나 한데 반그이는 돼지고기 반 근만 해서 그런지 안 보이더라칸께.”

이장은 계속 빈정거리듯 말을 이었다. 민 씨는 이장이 궐기 대회 전날 황만 ‘ 이장 ’이 궐기 대회 전날


‘ 황만근 ’을 따로 불러 건넨
근을 따로 불러 무슨 말을 건네던 것을 기억해 냈다. 말은 무엇인가?
“그제
 밤에 내일 궐기 대회 한다고 사람들 모였을 때 이장님이 황만근 씨에
20 게 뭐라고 하셨죠, 모임 끝난 뒤에.”

이장은 민 씨를 흘기듯 노려보았다.

“왜, 농민보고 농민 궐기 대회 꼭 나오라 캤는데, 뭐가 잘못됐나.”

민 씨는 자기도 모르게 따지는 어조가 되었다. 집사 제사를 진행하는 동


안 필요한 잡무를 담당하는
“군
 전체가 모두 모여도 몇 명 안 되었다면서요. 그런 자리에 황만근 씨가 꼭 사람.

25 가야 합니까. 아니, 황만근 씨만 가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따로 황만근 씨 궐기 대회 어떤 문제에 대


하여 해결책을 촉구하기 위
한테 부탁을 할 정도로.” 하여 뜻있는 사람들이 궐기
하는 모임.
 사람이 뭐라 카는 기라. 이장이 동민한테 농가 부채 탕감 촉구 전국 농
“이
탕감 빚이나 요금, 세금 따
민 총궐기 대회가 있다, 꼭 참석해서 우리의 입장을 밝히자 카는데 뭐가 잘 위의 물어야 할 것을 삭쳐 줌.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7
못됐다 말이라.”

“잘못이라는
 게 아니고요,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왔는데 왜 황만근 씨만 못

오고 있나 하는 겁니다.”

“내가
 아나. 읍에 가 보이 장날이더라고. 보나 마나 어데서 술 처먹고 주질러

앉았을 끼라. 백 리 길을 깅운기를 끌고 갔으이 시간도 마이 걸릴 끼고.” 05

다른 사람들은 말이 없었고 민 씨와 이장만이 공을 주고받는 꼴이 되어 버렸다.


‘ 황만근 ’이 고장 난 경운 “글쎄,
 그 자리에 꼭 황만근 씨만 경운기를 끌고 갔어야 했느냐 이 말입니다.
기를 타고 궐기 대회에 참석
한 것은 무엇을 암시할까? 그것도 고장 난 경운기를.”

“깅운기를
 끌고 오라는 기 내 말이라? 투쟁 방침이 그렇다 카이. 깅운기도

그렇지, 고장은 무신 고장, 만그이가 그걸 하루 이틀 몰았나. 남들이 못 몬다 10

뿌이지.”

“그럼
 이장님은 왜 경운기를 안 타고 가고 트럭을 타고 가셨나요. 이장님부터

솔선수범을 해야지 다른 동민들이 따라 할 텐데, 지금 거꾸로 되었잖습니까.”

“내사
 민사무소에서 인원 점검하고 다른 이장들하고 의논도 해야 되고 울매

나 바쁜 사람인데 깅운기를 타고 언제 가고 말고 자빠졌나. 다른 동네 이장 15

들도 민소 앞에서 모이 가이고 트럭 타고 갔는 거를. 진짜로 깅운기를 끌고

갔으마 군 대회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지. 군청에 갔는데 비가 와 가이고 온

사람도 및 없더마. 소리마 및 분 지르고 왔지. 군청까지 깅운기를 타고 갈 수

나 있던가. 국도에 차들이 미치괘이맨구로 쌩쌩 달리는데 받치만 우얘라고.

다른 동네서는 자가용으로 간 사람도 쌨어.” 20

“그러니까
 국도를 갈 때는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경운기를 여러 대 끌고 가

자는 거였잖습니까. 시위도 하고 의지도 보여 준다면서요. 허허, 나 참.”

“아침부터
 바쁜 사람 불러내 놓더이, 사람 말을 알아듣도 못하고 엉뚱한 소

리만 해 싸. 누구맨구로 반동가리가 났나.”


‘ 민 씨 ’가 ‘ 이장 ’에게 버
럭 소리를 지른 이유는 무엇 기어이 민 씨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25
인가?
“ 반편은 누가 반편입니까. 이장이니 지도자니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방침을
반편 지능이 보통 사람보 정했으면 그대로 해야지, 양복 입고 자가용 타고 간 사람은 오고, 방침대로
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경운기 타고 간 사람은 오지도 않고, 이게 무슨 경우냐구요.” <중략>

4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마을에서 젊은 축에 드는 마흔다섯 살의 황영석은 황만근이 벽돌을 찍고 구 ‘ 황만근 ’이 마을에서 한
일을 ‘ 황영석 ’, ‘ 여씨 노인 ’
덩이를 파서 지은 마을 회관 변소에서 분뇨를 퍼내면서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을 통해 서술한 것은 서술자
되었다. 가 직접 소개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만그이
 자석이 있었으마 내가 돈을 백만 원 준다 캐도 이런 일을 안 할 낀
05 데. 아이구, 이 망할 놈의 똥 냄새. 여리가 싸 놔 그런지 독하기도 하네. 이기

곡석한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도 모르겠구마.”

황만근이 있었으면 군말 없이 했을 일이었다. 늘 그렇듯이 벙글벙글 웃으면서.

“만그이가
 있었으모 저 거름이 우리 밭으로 올 낀데. 만그이가 도대체 어데

갔노.”
10 마을 회관 곁 조그만 밭에 채소를 심어 먹는 여씨 노인도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황만근은 마을 공통의 분뇨를, 역시 자신이 판 마을 공통의 분뇨

장으로 가져가서 충분히 익힌 뒤에,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황영석처럼 제가

펐다고 바로 제 밭에 가져다가 뿌리지는 않았다. 특히 여씨 노인처럼 일찍 남

편을 잃고 혼잣몸이 된 노인들에게는,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더 자주


15 거름을 가져다주었다.

“만그이한테 물어보자.”

아이들은 소꿉장난을 하다가 황만근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 공평무사한 것 ‘ 황만근 ’ 이 평생의 삶에


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 황만근의 평생의 처사였다. 그에게는 판단 능력이 없는 듯했지만 시비를 무엇인가?
물으러 가면, 가노라면 언제나 공평무사한 자연의 이법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20 분쟁은 종식되었다.

또는 물어보나 마나 명약관화한 일을 두고도 황만근을 들먹였다.

“만그이도 알 끼다.”

또한 동네에 오래도록 내려오는 노래, 구태여 제목을 붙이자면 ‘황만근가’를 자 공평무사한 공평하여 사
사로움이 없는.
기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되면서 사람들은 황만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사 일을 처리함. 또는
25 황만근가, 황만근의 노래, 아니 황만근에 관한 노래는 이렇게 부른다. 먼저 그런 처리.
종식되었다 한때 매우 성
“황” 하고 단호하고 크게 소리쳐서 주의를 끈 다음, 한 박자를 쉰 뒤에 “마안- 하던 현상이나 일이 끝나거
나 없어졌다.
그은” 하고 두 박자로 느릿하게 부른다. 이어서 “백 분[번], 찝 원[십 원], 여 끈
명약관화한 불을 보듯 분
[열 근], 팔 푼, 두 바리[마리]” 하고 빠르게 센다. 마지막으로 “그래, 바안-그 명하고 뻔한.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49
은” 하고 느긋하게 마친다. 이 노래에는 황만근의 일생이 들어 있고 모든 노래

가 그렇다시피 노래를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대체 경험과 정서가 녹아 있다.


‘ 황만근 ’ 이라는 이름이 황은 성을 말한다. 신대 1리는 황씨들이 오십여 호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2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년 전에 귀농한 민 씨 같은 타성바지는 황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노 씨

를 포함 전체에서 두 가구밖에 되지 않는다. 신대(新垈), 새터는 이름이 암시하 05

듯 새로 생긴 마을이다. 황만근의 부친은 전쟁 중에 죽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때 이미 그를 배고 있었는데 남편을 여의고 황만근을 낳은 까닭에 항렬을 따서

이름을 지어 줄 사람이 없어 집에서 우러러보이는 산, 만근산(萬根山)에서 이름

을 받았다. 만근산은 신대 1리에서 3리까지가 띠 모양으로 둘러 있는 천곡지(千

谷池)를 병풍처럼 에워싸서 물을 가두고 또한 사철 물을 대 주게 하는 역할을 하 10

고 있다. 만근산의 천곡이라는 이름의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고 계곡에서

흩어져 사는 사람들을 모아 한곳에 살게 한 곳이 바로 신대리이다. 이쯤만 해도

황만근이라는 이름이 곧 동네의 뿌리를 상징하는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중략>

황만근의 어머니와 아들, 조손은 입맛이 까다로워 비린 반찬이 없으면 먹지를

않는가 하면 비린 반찬이 있으면 밥상머리에서 돌아앉았다. 한 끼에 두 번 상을 15

차리는 일이 예사였다. 어머니 한 상, 아들 한 상이었고 본인은 상이 없이 먹었

다. 황만근은 하루 일이 끝나면 반드시 경운기에 고기를 매달고 집으로 돌아왔

다. 일을 하는 동안 논 주변에서 잡은 붕어나 메기, 미꾸라지, 혹은 메뚜기, 방

아깨비라도 짚에 꿰어 들어왔다. 동네에서 이따금 잡는 소나 돼지, 개, 닭, 오

리, 토끼 같은 가축 모두 숨을 끊는 것에서부터 내장을 손질하고 뼈에서 살을 발 20

집성촌 같은 성(姓)을 가 라내는 포정( 丁)의 업(業)에는 황만근이 반드시 필요했다. 스스로의 필요에
진 사람이 모여 사는 촌락.
의해 오래도록 자주 하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된 것이었다. 그는 그런 일을 해
타성바지 자기와 다른 성
(姓)을 가진 사람. 주고 얻어 온 고기를 뜨고 굽고 찌고 데치고 삶고 끓이는 데도 이골이 났다. 어
포정 소나 개, 돼지 따위
쩌다 그가 만든 음식에 숟가락을 대 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을 하게 마련
를 잡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희한할세, 바보가.” 하는 말을 25
염습 시신을 씻긴 뒤 수의
를 갈아입히고 염포로 묶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만들어져 있는 조미료를 몰랐지만 재료가 가
일.
지고 있는 맛을 흠뻑 우려내어 조화를 시킬 줄 알았다.
산역 시체를 묻고 뫼를 만
들거나 이장하는 일. 황만근은 또한 책에 나오는 예(禮)는 몰라도 염습과 산역(山役)같이 남이

5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꺼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을 섰고 동네 사람들도 서슴없이

그에게 그런 일을 맡겼다. 똥구덩이를 파고 우리를 짓고 벽돌

을 찍는 일 또한 황만근이 동네 사람 누구보다 많이 했다. 마

을 길 풀 깎기, 도랑 청소, 공동 우물 청소……. 용왕제에 쓸


05 돼지를 산 채로 묶어서 내다가 싫다고 요동질하는 돼지에

게 때때옷을 입히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일에는 그가

최고의 전문가였다. 동네의 일, 남의 일, 궂은일에는 언제나 그

가 있었다. 그런 일에 대한 대가는 없거나(동네일인 경우), 반값

이거나(다른 사람의 농사일을 하는 경우), 제값이면(경운기와 함


10 께하는 경우) 공치사가 따랐다.

“반근아,
 너는 우리 동네 아이고 어데 인정 없는 대처 읍내 같은

데 갔으마 진작에 굶어 죽어도 죽었다. 암만

바보라도 고마와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아나

어른이나 너한테는 다 고마운 사람인께 상


15 찡그리지 말고 인사 잘하고 다니라. 아이? ”

황만근은 황재석 씨의 이런 긴 사설을 들

을 때조차 벙글거렸다. 일이 끝나면 굽신굽

신 인사를 했다. 춤을 추듯이, 흥겹게.

그의 집에는 그가 수십 년 동안 만져 온
20 연장이 그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순서

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연장들 역시

그의 집이나 어머니나 아들과 마찬가지

로 그가 매일 돌보는 덕분에 윤기가 흘

렀다. 그는 집에 있는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잘 알고 있
25 어서 대부분의 고장은 스스로 고쳤다. 특히 경운기는 초기에 나온 모델로 지금 공치사 남을 위하여 수고
한 것을 생색내며 스스로 자
은 부품도 제대로 없는 고물 중의 고물이었지만 자주 망가지는 수레만 열 번 넘 랑함.

게 갈았을 뿐, 엔진이 달려 있는 앞부분은 계속 고쳐 썼다. 그의 경운기는 구식 일목요연하게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
인데다 하도 고친 데가 많아서 그가 아니면 운전은커녕 시동조차 걸 수 없었다. 명하고 뚜렷하게.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1
중략 부분 줄거리 그러던 어느 날 농가 부채 해결을 촉구하는 농민 궐기 대회가 열리자, 마을 사람들
은 도청까지 경운기를 타고 가서 농민들의 결의를 보여 주자고 약속하였다. 황만근은 궐기 대회 전날
밤에 민 씨와 술을 마시며 욕심 없이 정직하게 농사를 짓겠다는 소신을 드러내고는, 다음 날 홀로 경
운기를 타고 궐기 대회가 열리는 도청으로 출발한 뒤로 소식이 끊겨 버렸다.

일주일 뒤에 황만근은 돌아왔다. 그의 아들이 그를 안고 돌아왔다. 한 항아 05

리밖에 안 되는 그의 뼈를 담고 돌아왔다. 경운기도 돌아왔다. 수레는 떼어 내

고 머리 부분만 트럭에 실려 돌아왔다. 황만근 아니면 그 누구도 작동시킬 수

없는 그 머리가, 바보처럼 주인을 태우지 않고 돌아왔다.

‘ 황만근 ’ 에 대한 서술자 황만근, 황 선생은 어리석게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가며 차츰 신지


의 서술 방식이 어떻게 바뀌
었는가? (神智)가 돌아왔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따뜻이 덮어 주고 땅이 은혜롭게 부리 10

를 대어 알 껍질을 까 주었다. 그리하여 후년에는 그 누구보다 지혜로웠다. 그

는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듯 그 지혜로 어떤 수고로운 가르침도 함부로

남기지 않았다. 스스로 땅의 자손을 자처하여 늘 부지런하고 근면하였다. 사

람들이 빚만 남는 농사에 공연히 뼈를 상한다고 하였으나 개의치 아니하였다.

사람 사이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나 함께하였고 공에는 자신보다 남을 내세 15

워 뒷사람을 놀라게 했다. 하늘이 내린 효자로서 평생 어머니 봉양을 극진히

했다. 아들에게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은 아버지였고 훈육을 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하여 마음으로 감복시켰다.

선생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였는데 사람들은 선생이 가난한 것은 술 때문이라


신지 신령스럽고 기묘한
고 했다. 선생은 어느 농사꾼보다 부지런했고 농사일에도 익어 있었다. 문중 20
지혜.
자처하여 자기를 어떤 사 땅과 나이가 들어 농사가 힘에 부친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람으로 여겨 그렇게 처신하
여. 짓되 땅에서 억지로 빼앗지 않고 남으면 술을 빚어 가벼운 기운은 하늘에 바치
문중 성과 본이 같은 가까
고 무거운 기운은 땅에 돌려주었다. 그러므로 선생은 술로써 망한 것이 아니라
운 집안.
사직 고대 중국에서, 새로 술의 물감으로 인생을 그려 나간 것이다. 선생이 마시는 막걸리는 밥이면서
나라를 세울 때 천자나 제후
가 제사를 지내던 토지신과
사직(社稷)의 신에게 바치는 헌주였다. 힘의 근원이고 낙천(樂天)의 뼈였다. 25

곡신.
전일에, 선생은 경운기를 끌고 면 소재지로 갔지만 경운기를 타고 온 사람이
낙천 세상과 인생을 즐겁
고 좋은 것으로 여김. 없어 같이 갈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선생은 다시 경운기를 끌고 백 리 길을 달

5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려 약속 장소인 군청까지 갔다. 가는 동안 선생은 여러 번 차에 부딪힐 뻔했다.

마른 봄바람에 섞인 먼지가 눈을 괴롭혔다. 날은 흐렸고 추웠다.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경운기에는 비를 피할 만한 덮개가 없어서 선생은 뼛속까지

젖어 드는 추위에 몸을 떨었다. 선생이 군청 앞까지 갔을 때 이미 대회는 끝나


05 고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에게 가져다줄 생선을 사고 몸을 녹인 선생은 날이

어두워 오는 줄도 모르고 경운기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경운기에는 빠르게 달

리는 차량의 주의를 끌 만한 표지가 없어서 선생은 몇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

했다. 그때마다 멈추었다가 다시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어두

워지면서 경운기는 길옆의 논으로 떨어졌고 수레는 부서졌다. 결국 선생은 그


10 밤 안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선생은 경운기에 실려 있는 땅의

젖에 취하여 경운기 옆에 앉아 경운기를 지켰다. 그러나 경운기는 선생을 지켜

주지 않았다. 추위와 졸음으로부터 선생을 지켜 주지 못했다. 아아, 선생이 좀

더 살았더라면 난세의 혹염에 그늘의 덕을 널리 베푸는 큰 나무가 되었을 것

이다.
15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감탄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 서술자가 ‘ 황만근 ’을 ‘ 하
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윽한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 사람 ’이라고 말한 이유는 무
고 홀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엇인가?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랴.

단기 사천삼백삼십 년 오월 스무날

20 본디 묘지에나 쓰일 것[묘비명(墓碑銘)]이지만 천지를 대영혼의 집으로 삼은

선생인지라 아무 쓸모도 없는 이 글을, 새터 말로 귀농하였다가 이룬 것 없이

다시 도시로 흘러가며, 남해인(南海人) 민순정(閔順晶)이 엎디어 쓰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난세 전쟁이나 무질서한
정치 따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든 세상.
혹염 혹서. 몹시 심한 더위.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3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정리해 보자.


‘황만근’ ‘마을 사람들’ ‘민 씨’

마을의 궂은일을 황만근


에게 맡기면서도 생색을
무시 내거나 당연시하는 이해
타산적인 모습을 보임.
도움말 | 등장인물의 말
과 행동을 근거로, 등장인
물의 성격과 등장인물 간
의 관계를 파악해 본다.

내용과 형식의 관계

2 이 작품에 사용된 구성과 시점을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살펴보자.

도움말 | ‘황만근 ’의 실
1 다음은 이 작품의 시작 부분이다. 주인공인 ‘황만근’의 실종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구
종은 시간 순서상 제일 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처음 일어난 사건이 아님
에도, 작가가 이 부분으로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
작품을 시작한 의도가 무
엇일지 ‘황만근 ’의 삶과 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
관련하여 생각해 본다. 도 열두 시가 될락 말락 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독자 측면의
효과

내용상의
효과

2 이 작품에서 사용한 시점을 파악하고, 해당 시점을 사용한 이유를 주제와 관련하여 말


해 보자.

5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 다지기

3 다음 작품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형식적 특징을 비교해 보고, 이와 같은 형식


이 대상을 형상화하는 데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말해 보자.

참고 자료 | 「공방전」
이 작품은 고려 무신 정권 공방의 사람됨은 겉은 둥그렇고 가운데는 네모나며, 세상의 변화에 잘 대응했
시기의 문인인 임춘이 지은
다. 공방은 한나라에서 벼슬하여 홍려경(鴻 卿)이 되었다. 당시에 오나라 임금
것으로, 돈(엽전)을 의인화하
여 돈의 폐해를 비판한 가전 인 비( )가 교만하고 참람하여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했는데, 공방이 비를 도와
이다. 이익을 취했다. 호제(虎帝) 때에 나라가 텅 비고 창고가 텅 비게 되었는데, 호제가

도움말 | 이 작품은 ‘전(傳)’으 이를 걱정하여 공방을 부민후(富民侯)로 임명했다. 그 무리인 염철승(鹽鐵丞) 근


로, 사람의 일대기를 요약적으 (僅)과 함께 조정에 있었는데, 근이 항상 공방을 가형(家兄)이라고 부르고 이름을
로 서술하여 교훈을 전하는
서사 갈래이다. 전에는 열전,
부르지 않았다. 공방은 성질이 탐욕스럽고 염치가 없었는데, 이미 국가의 재산을
사전, 가전, 탁전 등이 있는데, 총괄하면서 자모(子母)의 경중을 저울질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방은 국가를 이롭
이 중 가전은 사물을 역사적
게 하는 것에는 도자기와 철을 주조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서, 백성들과 함
인물처럼 의인화하여 생애·
성품 등을 기록한 것이다. ‘전’ 께 조그만 이익을 다투고, 물가를 올리고 내리고, 곡식을 천대하고, 화폐를 귀중
이라는 형식적 특징이 두 작 하게 여겼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근본을 버리고 끝을 좇도록 하고, 농사짓는 것을
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방해했다. <중략>
살펴보자.
사신(史臣)은 다음과 같이 논평한다.
“다른
 사람의 신하가 된 사람이 두 마음을 품고 큰 이익을 좇는다면 이 사람은
과연 충신인가? 공방이 때를 잘 만나고 좋은 주인을 만나 정신을 모아서 정중한
약속을 맺었고, 생각지도 못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연히 이로운 일을 생기게
하고 해로운 것을 제거하여 은덕을 갚아야 하지만, 비( )를 도와 권력을 마음
대로 하고 마침내 자신의 무리들을 심었다. 공방의 이러한 행동은 충신은 경계
바깥의 사귐은 없다는 말에 위배되는 것이다. 공방이 죽고 그의 무리들이 다시
송나라에서 기용되어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올바른 사람들을 모함했었다. 비록
길고 짧은 이치가 하늘에 있다고 해도 원제(元帝)가 공우(貢禹)의 말을
받아들여 한꺼번에 공방의 무리들을 죽였다면, 뒷날의 근심을 모
두 없앨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공방의 무리들을 억제하기만 하
홍려경 외국에서 방문한 사
여 후세까지 그 폐단을 미치게 했으니, 어찌 일보다 말이 앞서
신을 접대하는 관직.

참람하여 분수에 넘쳐 너무 는 사람은 항상 믿지 못할까를 근심하지 않겠는가? ”


지나쳐.  - 임춘, 「공방전(孔方傳)」
염철승 국가가 전매하는 소
금과 철을 담당하는 관료.

자모 원금과 이자를 말함.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5
감상을
작품 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마치며

감상의 정리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199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농부 ‘황만근’의 일대기를 그려 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약간 모자라지만 선량하며 관용과 도량의 정신을 가진 ‘황만근’과, 이기
적이며 이해타산적인 마을 사람들을 대비하여 현대 사회의 비정함과 농촌의 모순된 현실을 비
판하고 있다. 또한 작품의 끝부분에서는 황만근에 대한 묘비명이 제시되는데, 이는 어떤 사람
의 독특한 행적을 기록하고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이는 ‘전(傳)’의 양식과 매우 유사
하다. 이는 전통 서사 양식의 계승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인물의 일대기적 구성 - ‘전(傳)’
‘전(傳)’은 한문 문학 양식의 하나로서 한 인물의 생애와 업적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전하는
글이다. 문학적인 측면보다 기록물적인 측면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으나, 최근에는 문학적인
각도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본래 경전을 올바르게 해석하여 전하려는 목적의 글이었으나, 중국 한나라 때 사마천(司馬
遷)이 집필한 『사기(史記)』 열전(列傳) 이후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기록으로 정착하였다가 문인
들에게 보급되었다. 문인들은 정사(正史)에 기록되지 않은 백성들의 행적을 서술하였고, 사전
(私傳)이나 가전(假傳), 탁전(託傳) 등의 다양한 문장 형태가 등장하게 되었다. 열전이 주로 역
사상의 위인들을 다룬다면 사전은 일반인 중 미덕이나 선행을 베푼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가
전은 동식물이나 사물을 의인화한 전이며, 탁전은 작가 자신의 인생을 가상의 인물에 가탁하
여 서술한 것이다.

더 읽어 보기

구성 인물
성석제

「유자소전」 이문구 「미스터 방」 채만식

현대 사회의 물질 만능 주의 세태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 인


비판한 소설. ‘전(傳)’의 양식을 차용한 물을 다룬 소설. 작품에 그려진 인물의
두 작품의 구성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삶의 모습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5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정리 1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문학 작품의 내용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가치관이나 세계관, 주제 의식 등의


작가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내용을 작품에 담아냄.
생각, 감정 중에서
작가가 선택한 제재 작품의 내용을 읽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을 이해
독자
하게 됨.

문학 작품의 형식
문학 작품의 내용만으로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으므로,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
자 하는 내용을 작품에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적절한 형식을 선택하게 된다.

서정, 서사, 극, 교술과 비유나 상징과 같은 내용을 배열하고


같은 갈래 문학적 표현 방법 결합하는 구조

 학의 형식은 문화적으로 형성된 문학 고유의 체계와 관습에 기반을 둠.



작품에 따라서는 문학 고유의 체계와 관습을 적절히 변형하여, 작품의 개별적 특성이 부각되는 경우도 있음.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형식이 달라질 수 있고, 또 어떤 형식을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은 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용을 전달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 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41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문학 작품의 형식으로는 서정 문학에서의 운율, 서사 문학에서의 배경, 시점, 문체 등을 들 수 있다.

( 1 ) 문학 작품의 내용과 형식 57
2
[ 학습 목표 ]
•‌작품을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
해하고 감상한다.
•‌작품을 공감적·비판적·창의적으로 수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상
호 소통한다.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생각해
보기

가 나

비가 오네!
비가 오네!
우산 사세요!

가 와 나 는 같은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이며,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5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2
작품 1 작품 3

_김현승 _윤오영

_조세희
작가 맥락을 바탕으로 시어 ‘눈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삶의 태
물’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며 작 사회·문화적 배경 맥락을 바 도를 살펴보고, 상호 텍스트성 맥
품을 감상하고 공감적으로 수용 탕으로 갈등의 양상을 파악해 보 락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의적으
하기. 고, 작품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로 수용하기.

가 와 나 에서는 “비가 오네!”라는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가 는 실망감이나 안타까움


이 담긴 것으로, 나 는 기대감이나 즐거움이 담긴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같은 말임에
도 그 의미가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것은, 그 말이 표현된 상황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에 담긴 의미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학 작품도 그것을 둘러싼 작가, 사회·문화
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언어로 형상화하여 표현
한다. 독자는 이렇게 표현된 작가의 생각에 동의하며 작품을 공감적으로 수용해 볼 수 있
다. 그런데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며, 작품에 나타난
작가의 생각이나 가치관 역시 독자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수용할 때는 작
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관점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물음
을 던지면서 비판적·창의적으로 수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용의 결과를 다른 사
람과 소통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개방적이고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포용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다.
무엇일까?
상호 텍스트성 맥락이란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59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화자가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한 시이다. 작가 맥락을 바탕으로 시어 ‘눈물’
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 보고, 작품을 공감적으로 수용해 보자.

눈물 김현승

김현승 더러는
(1913~1975)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05
시인. 초기에는 자연 예찬
의 낭만주의적 경향을 띠다
가 점차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였으며, 후기
흠도 티도
에는 기독교적ㆍ청교도적
금 가지 않은
신앙 세계를 표현하였다. 주
요 시집으로는 『옹호자의 노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래』, 『절대 고독』 등이 있다.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10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것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15

가장 인상적인 시행과 그 이유 나의
옥토 농작물이 잘 자랄 수
감상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좋은
땅.
나아중 나중. 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

6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의 태도와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해 보자.


1 ‘눈물’을 형상화한 표현을 찾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눈물’에 대한 화자의 태도가 어떠
한지 말해 보자.

‘눈물’을 형상화한 표현 화자의 태도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 눈물

2 이 작품에서 서로 대비되어 쓰인 시어를 찾고, 각 시어의 의미를 설명해 보자.

‘나무’ ‘나’ 시어의 의미

열매

작품 감상의 맥락(작가)

2 다음은 작가가 이 작품의 창작 배경을 밝힌 글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작품의 내용


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말해 보자.

도움말 | 문학 작품은 작
이 시는 내가 그렇게도 아끼던 나의 어린 아들을 잃고 나서 애통하던 중 어느 날
가의 체험이나 사상, 감
정 등이 표현된 것이라 문득 얻어진 시다. 나는 내 가슴의 상처를 믿음으로 달래려고, 그러한 심정으로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 썼다. ‘인간이 신 앞에 드릴 것이 있다면 그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변하기 쉬운 웃
작품을 감상할 때는 작가
음이 아니다. 이 지상에 오직 썩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 앞에서 흘리는 눈
의 생애나 가치관 등의
작가 맥락을 고려하며 감 물뿐일 것이다.’라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는 눈
상해야 한다.
물을 좋아하는 나의 타고난 기질에도 잘 맞는다.
 - 김현승, 「나의 시, 그 변모의 과정」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1
감상 다지기

3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화자가 처한 상황과 이를 대하는 화자의 태도를 「눈물」과 비교


해 보자.
참고 자료 | 「유리창 1」
이 작품은 감각적인 이미지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를 구사하여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슬픔과 간절한 그리움을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노래한 시이다.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 정지용, 「유리창 1」

작품의 공감적 수용

4 「눈물」과 「유리창 1」 중 하나를 골라, 화자의 심정에 공감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


보자.

도움말 | 다른 친구들과 편지
를 바꾸어 읽어 보고, 다른 친
님께
구들은 어떤 점에서 해당 화
자에 공감했는지 포용적인 자
세로 이해해 본다.

드림.

6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을
작품 1 눈물
마치며

감상의 정리
「눈물」은 시인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잃은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그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
고 종교적 믿음으로 승화시킨 시이다.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열매’를 맺게 하
려고 신이 지어 준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눈물’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
인은 자신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슬픔을 밝히는 대신, 인간은 기쁨보다는 고통과 슬픔을 통
해서 성숙한다는 삶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지식 창고
사별(死別)을 주제로 한 시
인간의 삶에서 죽음은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주제의 하나로서 오래도록 관심의 대상이
었다. 시가에서 죽음은 대개 ‘혈육과의 사별’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이라는 상황 속에
서 다루어진다. 「눈물」이나 「유리창 1」 외에도 조선 시대 허난설헌의 「곡자」, 김광균의 「은수저」
는 자식과의 사별을 다루고 있다. 또한 신라 시대 월명사의 「제망매가」, 송수권의 「산문에 기대
어」는 형제와의 사별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이용악의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 박목월
의 「만술 아비의 축문」은 부모와의 사별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들에는 사랑하는 혈육의 죽음
을 앞에 두고 느끼는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표현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것을 통해 삶의 진
정한 의미를 성찰하는 화자의 태도가 드러나기도 한다.

더 읽어 보기

작가 김현승
화자

「가을의 기도」 김현승 「낙화」 이형기

가을을 맞아 고독을 통해 삶의 진실을 꽃이 지는 모습을 통해 이별에 대한 통


추구하려는 화자의 소망을 표현한 시. 찰을 표현한 시. 시적 상황이나 대상에
작가가 소재로 사용한 ‘열매’의 의미를 대한 화자의 인식 및 태도를 비교하며 감
‘눈물’의 의미와 비교해 보자. 상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3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산업화 시기 도시 빈민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사회·문
화적 배경 맥락을 바탕으로 갈등의 양상을 파악해 보고, 작품을 비판적으로 수용해 보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

조세희
(1942~)

소설가. 사회의 소외된 계


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
라보는 작품들을 주로 썼다.
어머니
주요 작품으로는 「뫼비우스의
가족을 위해
띠」, 「시간 여행」 등이 있다.
희생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해
노력함.

아버지 영호 ‘나’(영수) 영희
철거민촌에 거주하고 있는 둘째 아들. 공장에서 노동자로 큰아들. 가족의 막내딸. 가족을
난쟁이. 온갖 궂은일을 하며 일하며 자신과 가족이 처한 생계를 위해 학업을 사랑하는 순수한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감. 현실의 문제에 불만을 느낌. 중단하고 공장에서 일함. 성품을 지님.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

쟁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 05

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

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 10
마다 지기만 했다.’가 의미
하는 바는 무엇인가? 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


통장 행정 구역의 단위인 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統)을 대표하여 일을 맡
아보는 사람. “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6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05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

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어머니의 밥상에서 짐작


할 수 있는 ‘ 나 ’의 가족의 처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 지는 어떠한가?
10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주택: 444,1- 197×. 9. 10.

수신:

제목:

15

20 철거 대상 건물 표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구조   건평   평

어머니는 조각 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

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25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
계고장 행정상의 의무 이
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 행을 재촉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
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 바닥을 한 번 치
방죽 물이 밀려들어 오는
고 가슴을 한 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행복동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5
6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자기의 의견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 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

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바깥 게시판에 적혀 있는 공고문을 읽었다. 거기에는 아파트 입주 절 ‘ 주민들 ’과 ‘ 아파트 거간


꾼들 ’이 한데 뒤엉킨 이유는
05 차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경우 탈 수 있는 이주 보조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 무엇인가?
다. 동사무소 주위는 시장 바닥과 같았다. 주민들과 아파트 거간꾼들이 한데

뒤엉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두 동생을 만났

다. 아버지는 도장포 앞에 앉아 있었다. 영호는 내가 방금 물러선 게시판 앞으

로 갔다. 영희는 골목 입구에 세워 놓은 검정색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 아침


10 일찍 일들을 찾아 나섰다가 철거 계고장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돌아온 것이

었다. 누군들 이런 날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버지 옆으로 가 아버지의 공

구들이 들어 있는 부대를 둘러메었다. 영호가 다가오더니 나의 어깨에서 그

부대를 내려 옮겨 메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넘겨주면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영희를 보았다. 영희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몇 사람의


15 거간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아파트 입주권을 팔라고 했다. 아버지가 책을 읽

고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가 책을 읽는 것을 처음 보았다. 표지를 쌌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희가 허리를 굽혀 아버지의 손을 잡아끌

었다. 아버지는 우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쟁이가 간다.”라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말했다.


20 어머니는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표찰을 떼기 위해 식칼로 못을 뽑

고 있었다. 내가 식칼을 받아 반대쪽 못을 뽑았다. 영호는 어머니와 내가 하는 일


공고문 널리 알리려는 의
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 주기를 바랄
도로 쓴 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빨리 거간꾼 사고파는 사람 사


이에 들어 흥정을 붙이는 일
떼어 간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괴로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을 하는 사람.

25 어머니는 손바닥에 놓인 표찰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영희가 이번에는 어 도장포 도장을 돈을 받고


새겨 주는 가게.
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부대 포대(包袋). 종이, 피
륙, 가죽 등으로 만든 큰 자루.
“너희들이 놀게 되지만 않았어도 난 별걱정을 안 했을 거다.”
표찰 거주자의 성명을 써
어머니가 말했다. 서 문 등에 걸어 놓는 표.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7
“스무 날 안에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겠니. 이제 하나하나 정리를 해야지.”
“입주권을 팔려고 그래요? ”
영희가 물었다.
“팔긴 왜 팔아!”
영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05

“그럼 아파트 입주할 돈이 있어야지.”


“아파트로도 안 가.”
“그럼 어떻게 할 거야? ”
“여기서 그냥 사는 거야. 여긴 우리 집이다.”
영호는 성큼성큼 돌계단을 올라가 아버지의 부대를 마루 밑에 놓았다. 10

“한 달 전만 해도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가 내준 철거 계고장을 막 읽고 난 참이었다.
“ 얘긴 그걸로 끝난 거다.” “시에서 아파트를 지어 놨다니까 얘긴 그걸로 끝난 거다.”
라는 아버지의 말은 무슨
의미인가?
“그건 우릴 위해서 지은 게 아녜요.”
영호가 말했다. 15

“돈도 많이 있어야 되잖아요? ”


영희는 마당가 팬지꽃 앞에 서 있었다.
“우린 못 떠나. 갈 곳이 없어. 그렇지 큰오빠? ”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20

“그만둬.”
내가 말했다.

6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아버지 말대로 모든 이야기는 끝나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당가 팬지

꽃 앞에 서 있던 영희가 고개를 돌렸다. 영희는 울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

희는 잘 울었다. 그때 나는 말했다.
05 “울지 마, 영희야.”

“자꾸 울음이 나와.”

“그럼, 소리를 내지 말고 울어.”

“응.”

그러나, 풀밭에서 영희는 소리를 내어 울었다. 나는 손으로 영희의 입을 막았 ‘ 나 ’는 주택가에서 나는


냄새에 대해 어머니에게 왜
10 다. 영희의 몸에서는 풀 냄새가 났다. 개천 건너 주택가 골목에서는 고기 굽는 냄 물어보았을까?
새가 났다. 나는 그것이 고기 굽는 냄새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에게 묻고는 했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

어머니는 말없이 걸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엄마, 이게 무슨 냄새지? ”
15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는 걸음을 빨리하면서 말했다.

“고기 굽는 냄새란다. 우리도 나중에 해 먹자.”

“나중에 언제? ”

“자, 빨리 가자.”

어머니는 말했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69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고기도 날마다 먹을 수 있

단다.”

“거짓말!”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내가 말했다.


‘ 나 ’가 아버지를 ‘ 나쁜 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05
람 ’이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
가? 어머니가 우뚝 섰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너 매 좀 맞아야겠구나.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나도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싶어.” 10

“빨리 가자.”

“엄마는
 왜 우리들 옷에 주머니를 안 달아 주지? 돈도 넣어 주지 못하고, 먹

을 것도 넣어 줄 게 없어서 그렇지? ”

“아버지에 대해 말을 막 하면 너 매 맞을 줄 알아라.”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15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알아.”

나는 말했다.

“수백 번도 더 들었어. 그렇지만 이젠 속지 않아.”

“엄마, 큰오빠는 말을 안 들어.” 20

영희는 부엌문 앞에 서서 말했다.

“엄마 몰래 또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대. 나는 안 갔어.”

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영희를 흘겨보았다. 영희는 또 말했다.

“엄마, 큰오빠가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다고 말했더니 때리려고 그래.”

영희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나는 영희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영희 25

를 풀밭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영희를 때려 주고 나는 후회했다. 귀

여운 영희의 얼굴은 눈물로 젖었다. 우리는 그때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철거 계고장을 마루 끝에 놓고 책을 읽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서

7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무엇을 바라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그동안 충분히 일했다. 고생도 충분히 했

다.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들은 아버지보다 더 심한 고생을 했을 수도 있다. 나는 공장에서 이상한 매매


05 문서가 든 원고를 조판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짜기 위해 나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 ‘婢 金伊德의 한 소생 奴 今同 庚寅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비 김 이 덕 노 금 동 경 인 생 노 금 동 노
金今伊 丁卯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德水 己巳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김 금 이 정 묘 생 노 금 동 노 덕 수 기 사 생 노 금 동 노
存世 辛未生, 奴 今同의 양처 소생 奴 永石 癸酉生, 奴 金今伊의 양처 소생 奴
존 세 신 미 생 노 금 동 노 영 석 계 유 생 노 김 금 이 노
鐵壽 丙戌生, 奴 金今伊의 양처 소생 奴 今山 戊子生.’ 나는 그때 이것이 무엇
철 수 병 술 생 노 김 금 이 노 금 산 무 자 생
10 인지 몰랐다. 그 판을 짜고 다음 판을 짜 나가다 겨우 알았다. 노비 매매 문서

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열흘 동안 같은 책을 조판했다. 그 열흘 동안 나는 아

버지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어머 ‘ 나 ’의 가문의 내력은 어


떠한가?
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할머니들이 최

하층의 천인으로서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라고 달라진 것은


15 없었다. 마음 편할 날 없고, 몸으로 치러야 하는 노역은 같았다. 우리의 조상은

세습하여 신역을 바쳤다. 우리의 조상은 상속·매매·기증· 공출의 대상이었

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엄마를 잘못 두어 이 고생이다. 아버지하고는 상관이 없단다.”


조판한 원고에 따라서 골
어머니는 장남인 나에게만 말했다. 외할머니에게 들은 말을 나에게 전한 것 라 뽑은 활자를 원고의 지시
대로 순서, 행수, 자간, 행간,
20 이다. 천년을 두고 우리의 조상은 자손들에게 이 말을 남겼다. 그러나 나는 알
위치 따위를 맞추어 짠.
고 있었다. 아버지도 씨종의 자식이었다. 소생 자기가 낳은 아들이
나 딸.
할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노비제는 사라졌다. 증조부 내외분은 아무것도 몰
양처 어질고 착한 아내.
랐다. 나중에서야 해방을 맞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분이 한 말은 오히려 “저 신역 공천(公賤)과 사천
(私賤)이 치르던 구실. 즉,
희들을 내쫓지 마십시오.”였다.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유습에서 벗
종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
25 어나려고 했다. 늙은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공출 국민이 국가의 수요
에 따라 농업 생산물이나 기
일이었다. 모르는 면에서는 할아버지나 증조부나 같았다. 증조부 대까지는 선 물 따위를 의무적으로 정부
에 내어놓음.
조들이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나 할아버지 대에는 그것이 도움을 주지
유습 유속. 지금까지 남아
못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교육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과 있는 옛날의 풍속.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1
땅을 잃었다.

“할아버지도 난쟁이였어? ”

언젠가 영호가 물었다.

나는 영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좀 큰 영호는 말했다. 05

“왜 지난 일처럼 쉬쉬하는 거야? 변한 것이 없는데 우습지도 않아?”

나는 가만있었다.

영희는 손수건을 꺼내 두 눈에 대었다 떼었다. 아버지는 계속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뒷집 명희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입주권을 “얼마에 파셨어요? ” 10
파는 이유는 무엇인가?
“십칠만 원 받았어요.”

“그럼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얼마 더 받은 셈이죠? ”

“이만 원 더 받았어요. 영희네도 어차피 아파트로 못 갈 거 아녜요? ”

“무슨 돈이 있다구!”

“분양
 아파트는 오십팔만 원이구 임대 아파트는 삼십만 원이래요. 거기다 어 15

느 쪽으로 가든 매달 만 오천 원씩 내야 된대요.”

“그래 입주권을 다들 팔고 있나요? ”

“영희네도 서두르세요.”

어머니는 괴로운 얼굴로 서 있었다.

뒷부분 줄거리 행복동 주민들 대부분은 투기업자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난다. 아파트에 입주 20

할 능력이 안 되는 ‘나’의 가족들 역시 다른 이웃들처럼 입주권을 팔지만, 전세금을 빼 주느라 명희네

에게 빌린 돈을 갚고 나니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사 가기 전날 아버지와 영희는 사라지고, 이

후 영희는 자기네 집 입주권을 산 남자를 따라갔다가 그 남자의 집에서 돈과 입주권을 훔쳐 도망쳐

나온다. 혼자 동사무소에 가서 입주 신청을

한 영희는 예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물과 그 이유 나의 25


감상
가족들은 이미 다른 데로 이사를 가 버린 뒤

다. 영희는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아버지가

그동안 일하던 벽돌 공장 굴뚝에 올라갔다

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7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에서 구분한 공간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과 그


의미를 정리해 보자.

동 공간 철거민 주거지 개천 건너 주택가

공간의
지옥
차이를
고기 굽는 냄새
나타내는
표현 주머니 없는 옷

의미

2 이 작품에서 ‘나’의 가족이 사는 곳을 ‘낙원구 행복동’이라고 이름 붙인 이유에 대해


말해 보자.

작품의 비판적 수용

3 다음은 이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두 학생이 대화한 내용이다. 두 학생의 의견을 참


고하여 작품을 비판적으로 감상해 보고, 친구들의 생각과 비교해 보자.

도움말 | 등장인물들이
나는 이 작품을 읽고 고민이 많았어. 난 생각이 조금 달라.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
처하는지 살펴보고, 자신 철거 계고장을 받은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태도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판할 수 있을까?
의 가치관에 따라 평가해 현실에 체념하는 모습이었어. 꼭 그래야 했을까? 난쟁이 가족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본다. 또한 작품 속 문제 어려운 문제로 보여.
상황의 원인과 그 해결책
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3
감상 다지기
작품 감상의 맥락(사회·문화적 배경)
자료  . 정보 활용
4 다음은 이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의 사회 상황을 다룬 기사의 일부이다. 이 글을 읽
고 당시에 이 작품을 쓴 의도와, 이 작품과 관련된 오늘날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급속한 공업·산업·도시화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1960년대


말부터 거대한 도시 빈민 주거지가 생겨났다. 이들은 서울의 청계천 변과 창신동, 용두동, 봉천
동 등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생활하였다. 이로 인해 여러 도시 문제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이들을 집단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에 350만 평의 땅(광주 대단지)
을 마련했다. 그리고 1969년 9월 1일부터 20평의 땅을 분양해 이곳에 철거민들을 강제 이주시
켰다. 신도시에 철거민을 이주시킬 계획이었으니 언덕이 많은 값싼 대지를 마련한 것이다.
게다가 철거민이 이주할 당시 이곳은 상·하수도 시설은 물론, 공중화장실마저 변변하게
마련돼 있지 않았다. 철거민들은 대충 언덕배기에 천막이나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입

광주 대단지 주권, 즉 딱지가 전매되고 이 딱지를 얻기 위해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단대천 주변에 천막을 치
는 등 부동산 투기가 만연했다. 이렇게 성남시
에 몰린 인구는 1971년에 14만~16만 명까지 늘

었다.
- 『주간 경향』 1130호(2015. 6. 16.)

1 당시의 사회적 배경 맥락을 고려하였을 때, ‘난쟁이’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작


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난쟁이’의 의미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의도

2 오늘날에는 이 작품을 어떤 문제와 관련지을 수 있을지, 최근 보도된 신문 기사나 텔


레비전 뉴스 등에서 찾아 발표해 보자.

7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을
작품 2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마치며

감상의 정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난쟁이 일가를 통해 소외된 도시 빈민들의 애환과 삶을 그
린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가상의 공간인 ‘낙원구 행복동’이라는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도시 빈민들의 비참한 삶과 좌절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사회적
문제인 빈부 격차, 무분별한 재개발로 생기는 피해 등을 적나라하게 묘사함으로써 사회 전반
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소외된 계층에게도 사람다운 삶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식 창고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12편의 소설들이 독립된 제목과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
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이야기가 어울려 하나의 장편을 이루며, 난쟁이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
의 삶을 전달한다. 그중 동명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네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이다. 이처럼 독립적 완결 구조를 갖춘 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내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연쇄적
으로 묶여 있는 형식의 소설을 ‘연작 소설’이라고 한다. 연작 소설은 압축된 구성으로 인생의
한 단면을 제시하는 단편 소설의 장점과,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편 소설의
장점을 아우르는 특징을 가진다.
한국 문학의 대표적인 연작 소설로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비롯해 이문구의 『우리
동네』, 이청준의 『남도 사람』,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김소진의 『장석조네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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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 인물
조세희

「우주여행」 조세희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윤흥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연작 1970년대 불합리한 도시 개발 정책에


소설 가운데 한 편. 작품의 서술 시점을 희생된 인물의 삶을 그린 소설. 작품 속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비교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5
작품
3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참새’를 소재로 한국 전통의 정서를 회고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수필이다. 작품
에 나타난 작가의 삶의 태도를 살펴보고, 상호 텍스트성 맥락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새 윤오영

윤오영 짹짹 짹. 짹 짹. 뭇 참새의 조잘대는 소리. 반가운 소리다. 벌써 아침나절인


(1907~1976)
가. 오늘도 맑고 고운 아침. 울타리에 햇발이 들어 따스하고 명랑한 하루를 예 05
수필가. 수필 창작과 이론
전개에 힘써 현대 수필 문학 고해 주는 귀여운 것들의 조잘대는 소리다. 기지개를 펴며 눈을 비빈다. 캄캄
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
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망이 한 밤이 아닌가. 전등의 스위치를 누르고 책상 위의 시계를 보니, 새로 세 시
깎던 노인」, 「달밤」, 「마고자」,
「곶감과 수필」 등이 있다.
다. 형광등만 훤하다. 다시 눈을 감아도 금방 들렸던 참새 소리는 없다. 눈은

멀거니 천정을 직시한다.

참새는 공작같이 화려하지도, 학같이 고귀하지도 않다. 꾀꼬리의 아름다운 10

노래도, 접동새의 구슬픈 노래도 모른다. 시인의 입에 오르내리지도, 완상가

에게 팔리지도 않는 새다. 그러나 그 조그만 몸매는 귀엽고도 매끈하고, 색깔

은 검소하면서도 조촐하다. 어린 소녀들처럼 모이면 조잘댄다. 아무 기교 없이

솔직하고 가벼운 음성으로 재깔재깔 조잘댄다. 쫓으면 후루룩 날아갔다가 금

방 다시 온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마을마다 집집마다 없는 곳이 없다. 15

진달래꽃을 일명 참꽃이라 부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삼천리강산 가는 곳

마다 이 연연한 꽃이 봄소식을 전해 주지 않는 데가 없어 기쁘든 슬프든 우리

의 생활과 떠날 수 없이 가까웠던 까닭이다.

민요 시인 김소월이 다른 꽃 다 버리고 오직 약산의 진달래를 노래한 것도 다


완상가 즐겨 구경하는 사
람. 이 나라의 시인인 까닭이다. 하고한 새가 많건만 이 새만을 참새라 부르는 것 20

연연한 빛이 엷고 산뜻하 도 같은 뜻에서다. 이 나라의 민요 시인이 새를 노래한다면 당연히 이 새가 앞


며 고운.
하고한 많고 많은. 설 것이다. 우리 집 추녀에서 보금자리를 하고 우리 집 울타리에서 자란 새가
미물 인간에 비하여 보잘 아닌가. 이 새 울음에 동창에 해가 들고 이 새 울음에 지붕에 박꽃이 피었다.
것없는 것이라는 뜻으로,
‘동물’을 이르는 말. 미물들도 우리와 친분이 같지가 않다. 제비는 반갑고 부엉새는 싫다. 까치

7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소리는 반갑고 까마귀 소리는 싫다. 이 참새처럼 한집안 식구같이 살아온 새도 작가가 참새를 ‘ 한집안 식
구 ’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없고, 이 참새 소리처럼 아침의 반가운 소리도 없다. 무엇일까?
“위혀어, 위혀어.” 긴 목소리로 새 쫓는 소리가 가을 들판에 메아리친다. 들

곡식을 축내는 새들을 쫓는 소리다. 그렇게 보면 참새도 우리에게 해로운 새일


05 지 모르지만 봄여름에는 벌레를 잡는다. 논에 허수아비를 해 앉히고 새를 쫓

아, 나락 먹는 것을 금하기는 하지만 쥐 잡듯 잡아 없애지는 않는다. 만일 참새

를 없애자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반드시 추녀 끝에 서식하기 때문이

다. 그러나 그렇게 매몰하지도 않았고, 이삭이나 북데기까리나 겨 속의 낟알,

수채의 밥풀에까지 인색하지는 아니했다. “새를 쫓는다.”라고 하지 않고 “새를


10 본다.”라고 하는 것도 애기같이 귀엽게 여긴 부드러운 말씨다. 그리하여 저녁

때는 다 같이 집으로 돌아온다.

지금 생각하면 황금빛 들판에서 푸른 하늘을 향하여 “위혀어, 위혀어.” 새

쫓는 소리도 유장하기만 하다. 새보는 일은 대개 소녀들의 일이다. 문득 목단

이 모습이 떠오른다. 목단이는 우리 집 앞 논에 새를 보러 매일 오는 아랫말 처


15 녀다. 나는 웃는 목단이가 공주 같다고 생각한 일이 있다. 나보다 너댓 살 손위

라 누나라고 불러 달라고 했지만, 나는 굳이 목단이라고 부르고 누나라고 불러

주지 아니했다. 그는 가끔 삶은 밤을 까서 나를 주곤 했다. 혼자서는 종일 심심

한 까닭에 내가 날마다 와서 같이 놀아 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도 만일 지

금 살아 있다면 물론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20 패가한 집을 가리켜 “참새 한 마리 안 와 앉는 집”이라고 한다. 또 참새 많이 참새가 모이는 마을을 ‘ 복
마을 ’ 이라고 하는 이유는
모이는 마을을 복 마을이라고도 한다. 후덕스러운 말이요, 이유 있는 말이기 무엇인가?
도 하다. 참새는 양지바르고 잔풍한 곳을 택한다. 여러 집이 오밀조밀 모인 대
북데기 짚이나 풀 따위가

촌(大村)을 택하고 낟알이 풍족하고 방앗간이라도 있는 부유한 마을을 택하니 함부로 뒤섞여 엉클어진 뭉
텅이.
복지일 법도 하다. 풍족한 마을에서는 새한테도 각박하지가 않다. 언제인가 나 유장하기만 급하지 않고
느릿하기만.
25 는 어느 새 장수와 만난 적이 있었다. 조롱(鳥籠) 안에는 십자매, 잉꼬, 문조,
후덕스러운 보기에 덕이
카나리아 기타 이름 모를 새들도 많았다. 나는 “참새만 없네.” 하다가, 즉시 뉘 후한 데가 있는.
잔풍한 고요하고 잔잔한
우쳤다. 실은 참새가 잡히지 아니해서 다행인 것을……. 나는 어려서 조롱을
바람이 부는 듯한.
본 일이 없다. 시골서 새를 조롱에 넣어 기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제비 조롱 새장.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7
는 찾아와서 『논어』를 읽어 주고, 까치는 찾아와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고, 꾀

꼬리는 문 앞 버들가지로 오르내리며 “머리 곱게 빗고 담배밭에 김매러 가라.”


괴석 괴상하게 생긴 돌. 라고 일깨워 주고, 또한 참새는 한집의 한 식구인데 조롱이 무엇이 필요하랴.
비명 슬피 욺. 또는 그런
뒷문을 열면 진달래 개나리가 창으로 들어오고, 발을 걷으면 복사꽃 살구꽃 가
울음소리.
살풍경 보잘것없이 메마 지각색 꽃이 철 따라 날고, 뜰 앞에 괴석에는 푸른 이끼가 이슬을 머금고 있다. 05
르고 스산한 풍경.
여기에 만일 꽃꽂이를 한다고 꽃가지를 꺾어 방 안에서 시들리고, 돌을 방구석
명맥 맥(脈)이나 목숨이
유지되는 근본. 에 옮겨 놓고 먼지를 앉혀 이끼를 말리고 또 새를 잡아 가두어 놓고 그 비명을
하계 천상계에 상대하여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을 이르
향락하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악취미요, 그것은 살풍경이었을 것이다.
는 말.
그런데 이제는 이 참새도 씨가 져서 천연기념물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는
양소유 조선 시대 김만중
이 지은 소설 『구운몽(九雲 이야기다. 세상에 참새들조차 명맥을 보존할 수가 없게 되었는가. 그동안 이 10

夢)』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의 이름.
렇게 세상이 변했는가. 생각하면 메마르고 삭막하고 윤기 없는 세상이다.
사바 괴로움이 많은 인간 달 속의 돌멩이까지 캐내도록 악착같이 발전해 가는 인간의 지혜가 위대하
세계.
다면 무한히 위대하지만, 한편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한 마리의 참새나마 다시
풍상 많이 겪은 세상의 어
려움과 고생을 비유적으로 금 아쉽고 그립지 아니한가.
이르는 말.
석장 승려가 짚고 다니는 연화봉(蓮花峯)에서 하계로 쫓겨난 양소유(楊少遊)가 사바 풍상을 다 겪 15

지팡이.
고 또 부귀공명을 한껏 누리다가, 석장(錫杖) 짚은 노승의 “성진아.” 한 마디
황연대각 환하게 모두 깨
달음. 에 황연대각, 옛 연화봉이 그리워 다시 연화봉으로 돌아갔다.

7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짹 짹 짹. 잠결에 스쳐 간 참새 소리는 나에게 무엇을 깨우쳐

주려는 것인가. 날더러 어디로 돌아가라는 것인가. 사십 년간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네 소리. 무슨 인연으로 사십 년

전 옛 추억`-. 가 버린 소년 시절, 고향 풍경을 이 오밤중에


05 불러일으켜 놓고 어디로 자취를 감춘 것이냐. 잠결에 몽롱하던

두 눈은 이제 씻은 듯 깨끗하다.

나는 문득 일어나 불을 피워 차를 달이며 고요히 책상머리에

앉는다.

작품을 감상한 후 나의 한 줄 느낌 나의
감상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79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참새’에 관련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자.

동 ‘참새’의 이미지
조그만 몸매가 귀엽고도 매끈함,
색깔이 검소하면서도 조촐함, 아무 기교 없이
‘참새’라 불린 까닭

솔직하고 가벼운 음성으로 조잘댐,


우리나라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음.

‘참새’를 대하던 ‘참새’와


 관련된
우리 민족의 태도 어린 시절의 추억

2 오늘날 ‘참새’의 현실에 대해 작가가 서술한 부분을 찾고, 그 부분에 담긴 작가의 태도


에 대해 말해 보자.

오늘날 ‘참새’에 대한 작가의 서술 작가의 태도

3 2의 내용을 고려하여, 작가가 ‘참새’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바를 파악해 보자.


도움말 | 대상에 대한 작
가의 관점이나 태도는 작
품의 주제와 긴밀히 연결
되어 있다. 과거와 오늘날
의 ‘참새’를 바라보는 작
가의 태도에 주목하여, 작
품의 주제를 파악해 본다.

8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감상의 맥락(상호 텍스트성)

4 다음은 이 작품에 수용되어 있는 고전 소설 「구운몽」의 줄거리이다. 작가가 「구운몽」


의 독서 경험을 「참새」에 반영한 까닭을 이야기해 보자.

참고 자료 | 「구운몽」 중국 당나라 때 연화봉에서 육관 대사(六觀大師)를 스승으로 모시고 불도(佛道)를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에
닦던 성진(性眞)은 스승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다녀오다가, 남악 위부인의 시녀인 팔
문인 김만중이 지은 장편 소
설이다. 인생의 덧없음과 불법 선녀를 만나 복숭아꽃으로 구슬을 만들어 준다. 성진은 팔선녀를 그리워하며 속세
(佛法)을 통한 허무의 극복을 의 부귀영화를 생각하다가, 육관 대사의 명으로 팔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
주제로 하고 있다.
되어 양소유(楊小游)로 환생한다.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한 후 여러 공을 세우며 승상의 지위에 오르는 동안 팔선녀
가 환생한 사람을 차례로 만나 인연을 맺고 화려한 삶을 누린다. 벼슬에서도 물러나
한가로이 여생을 즐기던 양소유는 어느 가을날,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는 때
마침 찾아온 한 도승에게 불도에 귀의할 뜻을 밝힌다. 도승이 흔쾌히 승낙하며 짚고
온 지팡이로 난간을 두드리자,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에 염주를 들고 중의 머리를
한 성진만이 남아 있다.
그 모든 부귀영화가 하룻밤의 꿈이었음을 깨달은 성진은 육관 대사의 법을 물려
받는다. 역시 육관 대사의 제자가 된 팔선녀도 성진과 함께 도를 잘 닦아 후에 아홉
사람은 모두 극락세계로 돌아간다.

감상 다지기
작품의 창의적 수용
비판적 . 창의적 사고
5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참새’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참새」를 창의적으로 수용해 보자.

참고 자료 | 「사리화」
이 작품은 고려 말기 학자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黃雀何方來去飛
인 이제현이 민간에서 불리던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一年農事不曾知
노래를 한시로 번역한 것이다.
관(官)의 수탈 때문에 백성이 늙은 홀아비 홀로 갈고 맸는데 鰥翁獨自耕耘了
가난해지는 것을 참새가 곡식 밭의 벼며 기장을 다 없애다니 耗盡田中禾黍爲
을 쪼아 먹는 데에 비유하여
 - 이제현, 「사리화(沙里花)」
풍자하였다.

1 이 작품의 화자가 ‘참새’를 대하는 태도를 「참새」의 작가와 비교해 보자.

2 「참새」의 작가가 이 작품의 화자와 ‘참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고 상상해 보고, 대화 내용을 적어 보자.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81
감상을
작품 3 참새
마치며

감상의 정리
「참새」는 사라져 가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메마르고 삭막해서 윤기마저 사라진 현대 사회
에 대한 비판을 ‘참새’라는 소재를 통해 소박하게 그려 낸 수필이다. 한밤중에 들린 참새 소리
로 시작된 작가의 다양한 상념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 ‘참새’가 어떤 존재인지를 예리한 관
찰력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조명하고 있다. 또한 ‘참새’라는 작고 보잘것없는 미물에게도 애정
과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그의 따뜻한 마음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지식 창고
윤오영의 수필 세계
‘자연, 향수, 고독’은 윤오영의 수필 세계를 이루는 주요 주제이다. 「달밤」, 「산」, 「붕어」, 「까치」,
「조약돌」, 「염소」 등에서는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자연 친화적 삶의 의미를 되짚
어 보게 한다. 「방망이 깎던 노인」, 「마고자」, 「촌가의 사랑방」, 「온돌의 정」 등에서는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이 깃든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향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
화」, 「와병 수감」 등에서는 인간이 지닌 근원적인 고독과 그것의 의미를 통찰해 내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짙은 향토성과 서정적 이미지가 느껴지는 문장, 압축미를 느끼게 하는 간
결한 문체, 적절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또한 윤오영의 수필은 평범한 생
활에서 얻은 발견이나 깨달음을 독자에게 단순히 전달하거나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독자의 정
서를 환기함으로써 독자가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더 읽어 보기

소재 윤오영
주제

「짜장면」 정진권 「설」 전숙희

짜장면에 대한 작가 자신의 경험과 추 ‘설’을 준비하던 어머니의 모습을 회


억을 잔잔하게 그려 낸 수필. 중심 소재 상하며, ‘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정서를 비교하며 수필. 작품에 담긴 작가의 주제 의식을
감상해 보자.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8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정리 2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맥락을 고려한 문학 작품의 수용
문학 작품은 작가, 사회·문화적 배경, 상호 텍스트성 등 다양한 맥락과 연관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맥락들
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

작가 맥락 작품을 창작한 작가의 삶과 가치관, 관심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함.

창작 당시의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배경, 문화적 현상 등을 고려하여 작품을


사회·문화적 배경 맥락
감상해야 함.

상호 텍스트성 맥락 여러 작품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고려하여 작품을 감상해야 함.

문학 작품을 꼼꼼히 읽으면서


작품과 관련된 여러 맥락에서 이해·감상·평가해야 함.

문학 작품의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 수용

 정 상황에 놓인 작품 속 등장인물의 태도나 생각, 행동 등에 대해 이해함.



공감적 수용
작품 속에 나타난 작가의 관점이나 가치관 등에 대해 동의하거나 공감함.

 가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작품의 주제를 해석하



비판적 수용 고 평가하며 수용함.
작품의 주제뿐 아니라 작품의 형식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비판하며 수용함.

창의적 수용 자신의 개성 있는 안목에 따라 작품의 미적 가치를 찾아내며 수용함.

작품 수용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상호 소통


자신이 미처 이해하지 못했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에 대해 폭넓게 알 수 있어 작품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음.
자신의 생각에만 갇히지 않고, 다른 사람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갖출 수 있음.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59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상호 텍스트성 맥락이란 하나의 글이 다른 글과 맺고 있는 관계나 연관을 의미한다.

( 2 )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 83
3 [ 학습 목표 ]
•‌문학 작품을 읽고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한다.
•‌문학 작품을 읽고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한다.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생각해
보기

보테로의 그림은
원작보다 정교함이 나도 원작을 재구성하여
덜하지만, 고등학생 「모나리자」를
친근감이 느껴져. 창작해 보고 싶어.

위의 사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그것을 재해석하여 표현한 보테로의 그림이다.
원작과 그것을 패러디한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8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1 작품 2

가 _김춘수 나 _이강백

_장정일
우화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작품을 통해,
작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며, 원 등장인물의 특성과 작품의 창작 의도를 파악하며 작품
작과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하기. 을 감상하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패러디한 보테로의 작품에서는 원작의 인물보다 풍


만함이 느껴진다. 그림의 의도를 묻는 사람들에게 보테로는 대상의 규모를 크게 하여 형
태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해 볼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면
서 얻게 된 다양한 문학적 경험은 새로운 문학 생산 활동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을 감상한 뒤에 다양한 시각에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는 것은 적극적인
문학 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품을 재구성할 때는 원작의 내용이나, 형식, 표
현 등을 참신하게 바꾸어 볼 수 있다. 또는 작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달리하여 맥락을
바꾸어 보거나, 작품이 소통되는 매체를 다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자신이 상상하거나 체험한 내용을 주체적인 관점에서 문학 작품으로 창작
해 볼 수 있다. 문학은 일상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나 정서, 생각을 담은 것이기에 우리와
밀접하고 가깝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창작하
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주변을 섬세하게 관 해 보자.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찰하고, 자신이 발견한 참신한 의미를 다양하 할까?
어떤 과정에 따라 써야
문학 작품을 창작하려면
게 표현해 보면서 작품 창작의 실마리를 얻으
려고 노력해야 한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5
작품
1
감상 열기 가는 원작이고, 나는 가를 패러디한 시이다. 작품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생각하
며 두 작품을 비교하여 감상해 보자.

꽃 김춘수

김춘수
(1922~2004)

시인. 존재에 대한 본질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인 의미를 탐구하는 시를 주
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그는 다만 05

「꽃의 소묘」, 「샤갈의 마을에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리는 눈」 등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10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15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8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 김춘수의 꽃 을 변주하여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05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장정일
(1962~)

시인, 소설가. 소비 사회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독창
적으로 형상화하는 작품을
그는 나에게로 와서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전파가 되었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 「길


안에서의 택시 잡기」 등이
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10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15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감상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7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작품 가를 감상하고, ‘존재’의 의미와 인식의 변화를 고려하여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연 사물을 인식하기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

2연

3연

4연

2 작품 나는 작품 가를 재구성한 것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고, 작품 나의 재구성 방


법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작품 가 의시
1 작품 가의 시구에 대응하는 것을 작품 나의 시구에서 찾아 정리해 보자.
구가 위치한 시행을 참고
하여 작품 나 와 비교해 가 몸짓 꽃 이름을 불러 준 것 무엇
본다.

2 작품 가의 시구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과 대응하는 시구를 작품 나 에서 찾고,


그 의미를 바탕으로 각 작품에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생각해 보자.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

도움말 | 시의 시상 전개
3 작품 가에 대해서, 작품 나가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 말해 보자.
과정, 문장의 구조, 상징
적 표현 방법 등 형식적
인 측면에서 비교해 본다.

3 원작 시를 재구성한 작품 나의 효과를 독자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 보자.

8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 다지기
작품의 재구성
비판적 . 창의적 사고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구조와 표현 방법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창
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참고 자료 | 「프란츠 카프카」
이 작품은 세계적인 작가와 ― MENU ―
인문학자의 이름을 일상생활
에서 흔히 접하는 메뉴판의 샤를 보들레르 800원
형식을 빌려 나열한 시이다.
칼 샌드버그 800원
예술과 문학을 물질적 가치로
만 평가하는 오늘날의 황금만 프란츠 카프카 800원
능 시대를 풍자하고 있다.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 오규원, 「프란츠 카프카」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89
감상을
작품 1 꽃/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마치며

감상의 정리
「꽃」은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인정받고, 존재의 본질에 가닿고자 하는 소
망을 표현한 시이다. 이러한 소망은 ‘나’에서 ‘우리’로 확대되는데, 이는 진정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삶에 대한 소망을 드러낸 것이다. 즉
이 작품에서 ‘꽃’은 구체적 실체가 아니라 관념으로서의 꽃으로, 존재 사이의 관계와 의
미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은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시이다. 이 작품은
원작의 소재였던 ‘꽃’ 대신, ‘라디오’와 ‘버튼’, ‘전파’ 등 현대 문명이 발명한 소재를 활용
하여 관념적인 의미를 드러내었다. 이를 통해 라디오를 쉽게 켜고 끄는 행위처럼,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현대인들의 가벼운 사랑을 풍자한 것이다.

지식 창고
문학 작품에서의 패러디
‘패러디’란 한 작가의 스타일이나 기법 등을 흉내 내 원작을 우스꽝스럽게 개작하거나 변형
하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패러디는 특정 작품의 모방이되 원작과는 차이를 지닌 모방으로써,
원작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재기능화하는 방법이다. 한때 패러디가 창조적 재능과 생명력
있는 독창성에 대한 교양 없는 적이라 하여 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지만, 최근 패러디
가 자기 반영의 중요한 형식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국어 교육학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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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형식
김춘수/장정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사평역」 임철우

샤갈의 그림 「나와 마을」을 소재로 그 간이역 대합실의 풍경을 이야기한 것


림에 대한 감상을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 으로,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바탕
한 시. 작가의 작품 경향을 파악하며 감 으로 쓴 소설. 시를 소설로 재구성한 방
상해 보자. 식을 비교하며 감상해 보자.

9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양치기 소년과 늑대」 우화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희곡이다. 등장인물의
특성과 작품의 창작 의도를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파수꾼 이강백

파수꾼 ‘가’ 파수꾼 ‘나’


망루 위에서 경계를 양철 북을 쳐서 마을 사람들에게
서다가 이리 떼가 이리 떼의 습격을 알리는 일을 함. 이강백
(1947~)
나타나면 소리를
질러 마을 사람들에게 촌장 극작가. 우화적인 기법을
알리는 일을 함. 마을을 다스리는 활용하여 현실 비판 의식을
통치자임. 드러내는 작품을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북어 대가
리」, 「결혼」, 「느낌, 극락 같
파수꾼 ‘다’
은」 등이 있다.
파수꾼이 되기 위해
새로 파견됨.

앞부분 줄거리 파수꾼들은 마을 밖 황야에 세워진 망루에서 이리 떼가 나타나는지를 끊임없이 감


05 시한다. 마을 사람들은 파수꾼이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양철 북을 두드리면 언제라도 대피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다’는 망루 아래서 이리 떼의 습격을 감시하는 일을
하는데,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선임 파수꾼 ‘가’의 외침과 북소리에 항상 겁먹고 긴장한다. 마을에서
는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에 겁을 먹고 피하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한 아
이가 우물에 빠지는 일도 일어난다. 어느 날 저녁, 파수꾼 ‘다’는 다른 파수꾼들이 잠을 자는 사이에
10 망루에 올라갔다가 파수꾼 ‘가’가 외치는 이리 떼의 정체가 흰 구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충격에
빠진다. 파수꾼 ‘다’는 촌장에게 편지를 써 이리 떼의 정체가 거짓임을 알린다.

해설자, 촌장이 되어 등장. 검은 옷차림. 이해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과 정중한 태

도. 낮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한다.

촌장 수고하시는군요, 파수꾼님.

15 나 아, 촌장님. 여긴 웬일이십니까? 파수꾼 경계하여 지키는


일을 하는 사람.
촌장 추억을 더듬으러 왔습니다. 이 황야는 내가 어린 시절 야생 딸기를 따러 망루 적이나 주위의 동정
을 살피기 위해 높이 지은
오곤 했던 곳이지요. 그땐 이리가 무섭지도 않았나 봐요. 여기저기 덫이 깔
다락집.
려 있고 망루 위의 파수꾼이 외치는데도 어린 난 딸기 따기에만 열중했었으 황야 버려두어 거친 들판.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1
‘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 니까요. 그 즐거웠던 옛 추억, 오늘 아침 나는 그 추억을 상기시켜 주는 편지
지 ’의 내용은 무엇인가?
를 받았습니다. 그래 이곳엘 찾아온 겁니다.
나 잘 오셨습니다, 촌장님.

촌장 오래 뵙지 못했더니 그동안 흰머리가 더 많아지셨군요.

나 촌장님도요, 더 늙으셨어요. 05

촌장 오다 보니까 저쪽 덫에 이리가 치어 있었습니다.

나 이리요? 어느 쪽이죠?

촌장 저쪽요, 저쪽. 찔레 덩굴 밑이던가요…….

나 드디어 붙잡는군요!

파수꾼 ‘나’ 퇴장. 촌장은 편지를 꺼내 ‘다’에게 보인다. 10

촌장 이것, 네가 보낸 거냐?

다 네, 촌장님.

촌장 나를 이곳에 오도록 해서 고맙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이 편지를 가

져온 운반인이 도중에 읽어 본 모양이더라. ‘이리 떼는 없고, 흰 구름뿐.’ 그

수다쟁이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있단다. 조금 후엔 모두들 이곳으로 몰려 15

올 거야. 물론 네 탓은 아니다. 몰려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불청객이지.

더구나 그들은 화가 나서 도끼라든가 망치를 들고 올 거다.


다 도끼와 망치는 왜 들고 와요?

촌장 망루를 부수려고 그러겠지. 그 성난 사람들만 오지 않는다면 난 너하고

딸기라도 따러 가고 싶다. 난 어디에 딸기가 많은지 알고 있거든. 이리 떼를 20

주의하라는 팻말 밑엔 으레 잘 익은 딸기가 가득하단다.


다 촌장님은 이리가 무섭지 않으세요?

촌장 없는 걸 왜 무서워하겠냐?

다 촌장님도 아시는군요?
유감스러운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 촌장 난 알고 있지. 25

러운 느낌이 남아 있는 듯한.
다 아셨으면서 왜 숨기셨죠? 모든 사람들에게, 저 덫을 보러 간 파수꾼에게,
불청객 오라고 청하지 않았
는데도 스스로 찾아온 손님. 왜 말하지 않는 거예요?

9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촌장 말해 주지 않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다 거짓말 마세요, 촌장님! 일생을 이 쓸쓸한 곳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아요?

사람들도 그렇죠! ‘이리 떼가 몰려온다.’ 이 헛된 두려움에 시달리고 사는 게

그게 더 좋아요?
05 촌장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 촌장 ’이 말하는 ‘ 질서 ’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

다. 난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 개


10 의 쓸모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 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

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

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

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고,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린다. 얘야,


15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다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 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뭐라고? (잠시 동안 굳은 표정으로 침묵)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20 뭐냐? 있지도 않은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고,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고, 양철 북도 두들기고,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

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내가 이런 거짓 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

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대항하기 굽히거나 지지
다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고 함께 외치세요. 않으려고 맞서서 버티거나
항거하기.
25 촌장 그래, 외치마.
단결했다 많은 사람이 마
다 아, 이젠 됐어요! 음과 힘을 한데 뭉쳤다.
충직한 충성스럽고 정직한.
촌장 (혼잣말처럼) …… 그러나 잘 될까? 흰 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으로 마을
허사 헛일. 보람을 얻지 못
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하고 쓸데없이 한 노력.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3
다 뭘 망설이시죠?

촌장 아냐, 아무것도……. 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사람들은 망루를 부

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고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흰 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05

다 살인이라고요?
‘ 촌장 ’ 은 파수꾼 ‘ 다 ’ 를 촌장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히고 망치로 얻어맞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고 있
는가? 는 내 모습을. 살은 찢기고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찍해. 얘, 너는 내

가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다 아니에요, 그건! 10

촌장 아니라고?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

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던가, 그걸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할 거야.
다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허나 지금은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 구름이라 외칠 거 15

고,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고,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


리로) 얘, 네가 본 그 흰 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다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고 싶어요.

촌장 그것 봐. 넌 내가 끔찍하게 죽는 것을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 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 20

고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다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 촌장 ’이 진실을 말하려는 촌장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


파수꾼 ‘ 다 ’ 에게 내일까지
기다리라고 한 이유는 무엇
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 구름이라 외칠
일까? 테니. 25

다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물론 약속하지.

다 정말이죠, 정말?

9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촌장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나 또,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 보면 달아나

고 없어요.
05 촌장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나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고 싶었는

데…….
촌장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나 (촌장에게 안겨 있는 ‘다’를 가리키며)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10 촌장 네. 열이 있는 것 같군요.

다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어요.

촌장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나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 줘야 하는 건데. (‘다’에게) 얘야, 난 널

좋아해. 아픈 것 빨리 좀 나아 주렴.
15 다 고마워요…….

나 (관객석 쪽으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죠? 파수꾼 ‘ 나 ’가 관객석 쪽으


로 돌아선 의도는 무엇인가?
촌장 마을 사람들이죠.

나 마을 사람들요?

촌장 (관객들을 향해) 어서 오십시오, 주민 여

20 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꾼입니다.

저기 편지를 공개한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

림없지요? 네,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아니면 흰 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25 파수꾼 ‘다’,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나’가 근심스럽게 쫓아간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5
나 얘야, 괜찮겠니?

다 …… 네.

나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이인

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05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응?


촌장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다 이리 떼다, 이리 떼!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 북 10

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가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

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

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 15

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

이 운반인의 처벌을 논의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

을 물어뜯으러 옵니다. 20

망루 위에서 파수꾼 ‘다’가 내려온다.

나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

은 몰랐구나.
촌장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

다. 25

9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나 아냐, 난 몰랐던 건 아니었어. 넌 나에

게 용감한 사람이 되마고 약속

하질 않았니? 난 그때 이미 알

아본 거야, 넌 꼭 훌륭한 파수꾼이

05 될 거라고.
촌장 얘,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다 …… 네?

촌장 마을엔 오지 말아라.

10 바람 부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촌장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 촌장 ’이 파수꾼 ‘ 다 ’에게


마을에 오지 말라고 한 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유는 무엇일까?

사이.

촌장 ……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

15 사이.

촌장 그럼, 잘 있거라.

나 가시려고요, 촌장님?

촌장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나 제가 저만큼 바래다 드리지요. 덫도 좀 살펴볼 겸 해서요. (함께 걸어가며)

20 그런데 말입니다, 양철 북을 치던 내 모습이 멋있지 않던가요?

촌장과 파수꾼 ‘나’, 퇴장한다. 바람 소리만이 더욱 거칠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와 그 이유 나의
감상
진다. 잠시 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다!’ 외친다. 파수

꾼 ‘다’는 양철 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막-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7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을 감상하고, 등장인물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인물 특성

촌장 ‘ 이리 떼 ’가 존재한다는 거짓말로 공포심을 조장하여 권력을 유지하는 인물.

파수꾼 ‘나’

파수꾼 ‘다’

마을 사람들

2 이 작품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것이다. 두 작품


의 내용을 비교해 보고, 작가가 이 작품을 창작한 의도를 생각해 보자.

참고 자료 | 「양치기 소
1 다음에 따라 두 작품의 내용을 비교해 보자.
년과 늑대」
「양치기 소년과 늑대」 「파수꾼」
양치기 소년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 거짓말을 주도하고 있는
여 마을 사람들을 놀리다 인물과 그 이유
가, 실제로 늑대가 나타
거짓말 때문에
났을 때는 아무도 소년의 일어나는 결과
말을 믿지 않았다는 내용
의 우화이다.

도움말 | 이 작품은 국가
2 작가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원작으로 하여 새롭게 작품을 창작한 의도를 생
가 국민을 통제하려 했던 각해 보고, 그 효과를 말해 보자.
1970년대의 정치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임을 고
려해 본다.
공동체  .대인 관계
3 파수꾼 ‘다’처럼 대립되는 상황에서 한 가지만 선택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떠올려
보고, 그때 자신이 했던 선택에 대해 평가해 보자.

내가 처한 선택의 결과와 나의 평가
상황

나의 선택

9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 다지기
작품의 창작

4 3의 활동을 바탕으로, ‘나의 선택’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창작해 보자.

계획 1 자신이 창작할 작품을 구체적으로 구상해 보자.


하기

어떤 갈래의 작품을 창작할 것인지 선택하고, 그 갈래로 작


품을 완성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문학의 요소가 무엇인지 알
아보아야 해. 예를 들어, 소설을 창작하기로 결정했다면 주제,
인물, 사건, 배경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하지.

표현 2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자.


하기

고쳐 3 ⑵에서 창작한 작품에 자신이 의도한 내용이 잘 드러났는지 살펴보고 고쳐 써 보자.


쓰기

공유 4 자신이 쓴 작품을 학급 누리집에 게시하여 다른 친구들과 공유해 보자.


하기

친구들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이)야.

기억에 남는 이유는

때문이야.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99
감상을
작품 2 파수꾼
마치며

감상의 정리
「파수꾼」은 우화적인 기법을 활용하여 1970년대의 사회 상황을 풍자하는 희곡이다. 이 작품
은 실재하지 않는 ‘이리 떼’를 악용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고 마을을 통제하는 ‘촌장’의 모습을
통해,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여 국민들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했던 권력자의 본모습을
간접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또한 촌장의 교묘한 논리에 결국 진실을 왜곡하게 되는 파수꾼
‘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찾은 진실의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
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극적으로 드러나 있다.

지식 창고
우화적 희곡 「파수꾼」
「파수꾼」은 우화 「양치기 소년과 늑대」를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미 널리 알려
진 우화를 활용하여, 진실이 통하지 않는 현실의 부조리한 세태를 풍자하며 작품의 주제 의식
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였다.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서는 양치기 소년이 진실을 왜
곡하는 주체가 되어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한다. 이것은 심심풀이로 사람들을 놀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결과로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소년을 도와주지
않는다. 반면 「파수꾼」에서는 ‘촌장’이 진실을 왜곡하는 주체로 등장하여,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리 떼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을 부추기고 공포심을 증폭하여 마을을 독재적으로 통치
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더 읽어 보기

작가 이강백
갈등

「북어 대가리」 이강백 「성난 기계」 차범석

‘자앙’과 ‘기임’이라는 두 창고지기를 현대 물질문명에 젖은 의사가 비정한


통해 현대 산업 사회의 획일화된 삶의 인간에게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성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는 희곡. 작가의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희곡. 작품
작품 세계에 주목하여 감상해 보자. 에 나타난 갈등의 양상을 비교해 보자.

10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정리 3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문학 작품의 재구성

작품의 내용을 바꾸어 보는 것으로, 시에서는 시구의 내용에 변화를 주어 주제를 바꾸어 볼
내용
수 있고 소설에서는 인물의 성격이나 결말 등을 바꾸어 볼 수 있음.

작품의 표현 방식이나 형식을 바꾸어 보는 것으로, 시에서는 운율이나 어조에 변화를 줄 수


표현과 형식
있고 소설에서는 시점을 바꾸어 볼 수 있음.

맥락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작품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꾸어 재구성
맥락
해 볼 수 있음.

작품이 소통되는 매체를 바꾸어 보는 것으로, 인쇄 매체로 감상한 원작을 라디오, 인터넷, 영
매체
화 등의 매체로 바꾸어 볼 수 있음.

문학 작품의 창작 과정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

일상적인 경험에서 가치를 작품으로 표현하기 위해 초고를 살펴보며 자신이


발견하여 주제와 소재를 선택한 갈래의 특징을 표현하려는 주제가 잘
결정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고려하여 실제로 드러났는지 점검하고,
틀을 구상해 봄. 문학 작품을 써 봄. 부족한 부분을 고쳐 써 봄.

갈래별 문학 작품의 창작

자신의 일상에서 글감을 찾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어나



표현 기법, 운율 등을 고려하여 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인물, 사건, 배경 등을 설정하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점


소설
이나 서술 방식 등을 고려하여 씀.

주제를 정한 뒤 이를 잘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설정하고 구성 단계를 나누어 이야기를 배치


희곡
하며, 대사와 지시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표현함.

자신의 경험 가운데 가치 있는 내용을 적절하게 선정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체로 진솔하


수필
게 표현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85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일반적으로 계획하기, 표현하기, 고쳐쓰기의 과정에 따라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

( 3 ) 문학 작품의 재구성과 창작 101


4
[ 학습 목표 ]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며 평가
한다.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
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한다.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생각해
보기

그렇다면
‘ 병자호란 ’이라는
내가 감명 깊게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읽은 소설 「남한산성」이 있겠구나.
영화로 상영된다니
기대돼.

위의 사진은 소설 「남한산성」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포스터이다. 이 작품을 영화로 감상할 때와
책으로 감상할 때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또, 이 작품과 관계를 맺고 있는 인접 분야는 무엇일까?

10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1 작품 2

_김혜순 _이효석 원작, 동희선·홍윤정 각본

문학이 미술이라는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를 바 매체의 성격에 따라 문학이 구현되는 방식을 비교하
탕으로, 박수근의 그림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며 며 작품을 감상하기.
작품을 감상하기.

소설 「남한산성」 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영화 「남한산성」이 제작되었다. 이처럼 문학은 인접한 분야와
서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구현되기도 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언어 활동이라는 점에서 역사와 철학 등 인문 분야와 관
련을 맺고 있으며,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사
회나 문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문학은 원시 종합 예술에서 분화된 언어 예술로
서,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등 다른 예술 분야의 동향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변화
해 왔다. 따라서 문학 작품을 깊이 있게 수용하고 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학이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문학 작품의 수용과 소통은 문자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서적뿐만 아니라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애니메이션, 인터넷, 휴대 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런 여러 가지 매체는 각각의 특성이 있으므로,
해 보자.
같은 문학 작품이라도 어떤 매체로 구현되었 알고 싶은 것을 질문
스스로 질문 이 단원 학습을 통해
는지에 따라 미적 특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 는 무엇일까?
른 예술 분야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유
문학이 다
라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
를 살펴볼 때는 전달 매체의 특성도 함께 고려
해야 한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3


작품
1
감상 열기 이 작품은 박수근의 화법을 제재로 한 시이다. 문학이 미술이라는 인접 분야와 맺고 있는 관
계를 바탕으로, 박수근의 그림이 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김혜순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1955~)
한 며칠 눌렀다가 05
시인, 대학교수. 풍부한 상
상력과 경쾌한 어조로 일상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의 부조리나 현실의 부정성
을 표현한 작품을 주로 썼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주요 작품으로는 「별을 굽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다」, 「나의 우파니샤드, 서
울」, 「당신의 첫」 등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10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15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장 인상적인 표현과 그 이유 나의 20


감상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 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10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 박수근, 「세 여인」(위)·
「귀로」(왼쪽 아래)·
「아기 보는 소녀」(오른쪽 아래)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5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박수근의 그림을 본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 보자.

동 그림 속 인물 및 인물의 행동:
색깔 및 질감:
전체적인 느낌과 생각: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2 박수근의 그림과 이 작품을 감상하고, 문학과 다른 예술 분야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1 이 작품에서 시인이 박수근의 화법을 표현한 시구를 써 보자.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 한 며칠 눌렀다가


화법을
표현한 시구

2 이 작품에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시인이 박수근의 화법에 주목한 이유와
이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의미를 말해 보자.

3 105쪽에 제시된 박수근의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의 감상이나 해석을 담아 삼


행의 시로 써 보자.

도움말 | 그림에 담긴 내
용을 주체적으로 해석한
후 짧은 시를 써 보며, 미
술을 문학으로 변환하는
활동을 해 본다.

10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감상 다지기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

4 다음 작품을 감상하고, 문학과 다른 인문 분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참고 자료 | 「예덕선생전」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실학 앞부분 줄거리 선귤자(蟬橘子)에게는 예덕선생(穢德先生)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똥을
자인 연암 박지원이 지은 한문 져 나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역부의 우두머리 엄 행수였다. 선귤자의 제자인 자목(子牧)은
소설이다. 똥을 져서 나르는
스승이 사대부가 아닌 비천한 엄 행수와 친하게 지내는 것에 불만의 뜻을 표시한다. 이에 선귤
일을 하는 ‘엄 행수’라는 인물
자는 웃으며 말한다.
을 ‘예덕선생’이라 높이 칭하
며, 무위도식하면서 허욕에 찬
“엄
 행수는 똥을 져서 밥을 먹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하겠으나 그가 밥벌이
양반들의 생활을 비판하였다.
하는 일의 내용을 따져 보자면 지극히 향기로운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몸가짐은
더럽기 짝이 없지만 의로움을 지키는 자세는 가장 꿋꿋하다. 그러한 뜻을 확대
해 나간다면 비록 만종(萬鍾)의 녹봉을 받게 되더라도 지조를 바꾸지 않을 것
이다. 이 점에서 보면 깨끗한 가운데 불결한 것이 있고 더러운 가운데 청결한
것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에 곤란을 당해서 견디기 어려운 경우에는 매양 나보다 곤
궁한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엄 행수를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다. 참으로
마음속에 도둑질할 뜻이 없는 사람이라면 엄 행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이것을 확대해 나간다면 가히 성인의 경지에도 이를 것이다. 대저 선비
선귤자 「예덕선생전」에 등
가 궁한 생활이 얼굴에 드러나면 부끄러운 일이고 뜻을 얻어 출세하매 온몸에
장하는 학자. 조선 후기 실학
자인 이덕무의 별호이기도 함. 표가 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다.
역부 삯을 받고 남의 일을   저 엄 행수를 보고 얼굴을 붉히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엄
해 주는 사람.
행수를 선생이라 부르는 것이다. 어찌 감히 벗이라 하겠느냐. 그래서 나는 엄 행
만종 만 가지 종류. 즉 많은
종류를 뜻함. 수에 대해서 감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예덕선생’이란 칭호를 바친 것이다.”
매양 번번이.  - 박지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대저 대체로 보아서.

1 ‘선귤자’가 ‘엄 행수’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2 다음은 작가가 강조했던 실학 이념인 ‘이용후생’에 관한 내용이다. 이를 참고하여 작


가의 사상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이용후생 학파는 봉건적 신분 질서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타파와 능력에 따


른 신분의 재편성을 주장했고, 상(商)을 중심으로 한 국가 경제 체제를 지향했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7


감상을
작품 1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마치며

감상의 정리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는 박수근의 화법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시이다. 이 작
품은 박수근의 표현 기법에 주목하여 그의 그림이 입체적인 세상의 모습을 납작하게 눌러놓았
다고 표현하고, 그림 속에 형상화된 인간의 모습에서 서민들의 삶의 애환과 그에 대한 연민을
읽어 낸다. 또한 각 연에서 ‘보시기 어떻습니까? ’, ‘보시니 마땅합니까? ’와 같은 설의적 표현을
통해 서민들의 힘겨운 삶이 마땅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미술 작품을 주요 제재
로 삼았다는 점과 미술 작품에서 나타나는 표현상의 기법을 시 속에서 언어로 형상화했다는
점에서, 문학이 다른 예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지식 창고
박수근 그림의 특징
박수근 그림의 특징은 ‘인물’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가 그린 인물들은 닫힌 공간이 아니
라 열린 공간, 즉 바깥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바닥이 아니면 길 위에서 물건을 파는 사
람들,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 길 위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박수
근의 관심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박수근이 화가가 된 동기와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다.
박수근이 밀레의 「만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자신도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는 유명한 일화는 그가 그림을 통해 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짐작하게 한다. 밀레
가 애정 어린 눈으로 농민의 삶을 바라보고 있듯이, 박수근 역시 애정 짙은 대상으로서 서민의
삶을 구현한 것이다.

더 읽어 보기

소재 표현
김혜순

「박수근의 그림」 황동규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박수근의 그림을 통해 희망을 버리지 가난하기 때문에 인간이 가지고 누릴


않는 서민들의 삶을 노래한 시. 동일한 수 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화자의
대상에 대하여 화자가 주목하는 점을 비 아픔을 노래한 시. 설의법의 효과에 주목
교하며 감상해 보자. 하며 감상해 보자.

10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작품
2
감상 열기 이 작품은 이효석 원작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각색한 시나리오이다. 매체의 성격
에 따라 문학이 구현되는 방식을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해 보자.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원작, 동희선·홍윤정 각본

원도 봉평 이효석
0년대 강
~ 194
배경 1920 백근이
(1907~1942)

허 생원의 늙은 나귀로, 허 소설가. 초기에는 사회 문


생원의 사랑을 듬뿍 받음. 제를 드러내는 작품을 발표

조 선달(50대) 하다가, 점차 자연과의 교감


허 생원의 친구로 오랜 시간 을 묘사한 서정적인 작품을
동안 함께 장을 돌아다니면서 주로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물건을 팖. 「노령근해」, 「들」, 「화분」 등
이 있다.

허 생원(52세)
장돌림으로, 젊은 날 우연히 성 동희선·홍윤정
서방네 처녀와 하룻밤을 지냈던 시나리오 작가. 영화 「수
추억을 평생 동안 잊지 못함. 동이(24세) 상한 그녀」의 각본을 썼으며,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제19회 춘사 영화상 ’을 수
장돌림 생활을 하는 청년
상하였다.
임.

앞부분 줄거리 장돌림인 허 생원과 조 선달은 봉평 장에 도착한다. 허 생원은 객줏집에서 어린 장


05 돌림 동이가 충주댁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 혼을 낸다. 허 생원에게 혼이 나고 밖으로 나간 동이는 곧
돌아와 허 생원의 나귀가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날 밤 허 생원과 조
선달은 짐을 싸서 대화 장으로 떠나고, 동이가 그 뒤를 따라온다.

S# 42. 메밀밭 사잇길(밤)


장돌림 여러 장으로 돌아
넓은 메밀밭을 가로지르는 끝없는 길. 그 위를 허 생원과 백근이, 조 선달이 지나고 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장수.

10 있고 그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귀를 데리고 따라오는 동이가 보인다. 틸트업 객줏집 예전에, 길 가는 나
그네들에게 술이나 음식을
(tiltup). 팔고 손님을 재우는 영업을
하던 집.

조 선달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놀란다.) 저, 저, 저, 동이 놈 아니야? 틸트업(tiltup) 카메라를


수직으로 위를 향하여 움직
허 생원 (조 선달의 시선을 따라 본다.) 어? 이면서 촬영하는 기법.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09


동이가 메밀밭을 둘러보며 자신의 나귀를 끌고 걸어오고 있다.

S#
43
S# 43. 메밀밭 다른 길(밤)
다른 구도의 메밀밭 오버랩(OL). 서두르며 길을 걷고 있는 허 생원과 조 선달.

허 생원 (숨차 하며) 아, 아직도 따라오는가?

조 선달 동이 녀석 속을 모르겠네. 도대체 왜 따라오는 거여? 05

허 생원 아, 저 녀석도 대화 장에 가려나?
조선달 걸음도 빠르고 힘도 센 녀석이 충주댁에서 자고 내일 동이 틀 무렵에

발을 놔도 될 것을…….
허생원 (놀란 목소리로) 아니 그럼 아까 충주집에서 나한테 따귀 맞은

그 일 때문에? 10

조선달 (힐끗 뒤를 돌아보며) 그러게나 말이야. 저 녀석이 뒤따라오

면서 돌부리를 들고서 해코지를 하면 당해 낼 재간이 없잖여.


허 생원 (탄식하며) 아유.

허 생원과 조 선달, 더욱 빠르게 걷는다. 동이가 멈춰 서 허리를 숙인다.

조 선달 (뒤돌아서 동이를 가리키며) 어, 저, 저, 저, 저놈이. 15

허 생원과 조 선달이 놀란 표정으로 동이를 바라본다. 동이가 신발을 벗어 돌을 털

어 내고 있다.

조 선달 (허 생원을 바라보며) 우리가 걱정이 너무 심했나?

허 생원 (머쓱한 표정으로 숨을 고른다.)

조 선달 (동이를 향해 큰 소리로) 이거 봐, 동이! 20

동이 (계속 신발을 턴다.)

조 선달 (큰 소리로) 어딜 가나? 어느 장에 가냐고?


오버랩(OL: overlap) 하나
의 화면이 끝나기 전에 다음 동이 아직 안 정했어유. 생원 쪽은요?
화면이 겹치면서 먼저 화면
이 차차 사라지게 하는 기법. 조 선달 우리는, 저, (허 생원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우리들 신경 쓰지 말고 동이

11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가는 데로 가라고! ‘ 조 선달 ’과 ‘ 허 생원 ’이
‘ 동이 ’를 신경 쓰는 이유는
동이 여기는 뭐 어차피 다 같이 빠져나가야 되는데요, 뭘. 무엇인가?
조 선달 (허 생원을 보며)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닌가 보네.

허 생원 (헛기침을 한다.)

05 허 생원과 조 선달은 다시 길을 걷는다.

조 선달 저, 동이 녀석 신경 쓰지 말고 (하늘을 가리키며) 이렇게 달 밝은 밤이

면 하는 이야기 있잖아. 그 이야기나 한 자락 뽑아 보지그려?


허 생원 (웃으며) 아, 물리지도 않았어? 허허.

조 선달 (웃으며) 물렸지, 물렸어. 허허. 그래도 이 달 밝은 밤에 그 이야기를

10 안 들으면 서운해서 아침에 동트기가 참 섭섭하네.


허 생원 (허공을 보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알 수

가 없어.

S# 44. 봉평 마을 입구(과거, 낮) S# 44
뙤약볕이 비춘다.

15 허 생원 ( 내레이션) 그날도 어지간히 더웠지.

젊은 허 생원이 백근이의 등에 짐을 싣고 걸어가

고 있다. 길 양옆으로 하얀 메밀꽃이 빼곡하다.

중략 부분 줄거리 이십 년 전, 봉평 장에서 허 생원은 형편이 어려워진 성 서방네의 헌 옷감을 손해


를 보고 사 준다. 그날 밤 더위를 식히러 간 물레방앗간에서 울고 있는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난 허 생
20 원은 손재주로 지푸라기를 꼬아 복조리를 만들어 주며 그녀를 위로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룻밤의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다음 날 성 서방네 온 가족은 야반도주를 하고,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를 찾 내레이션 장면에 나타나
지 않으면서 장면의 진행에
아 장을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 닮은 여인이 임신하여 배가 불러 있었다
따라 그 내용이나 줄거리를
는 이야기를 장에서 우연히 듣고 좌절하여 울음을 터뜨린다. 조 선달은 허 생원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장외(場外)에서 해설하는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위로를 한다. 일. 또는 그런 해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1


S# 69. 메밀밭(현재, 밤)
고즈넉해진 얼굴로 걷고 있는 허 생원과 조 선달.

‘ 조 선달 ’이 ‘ 허 생원 ’에게 허 생원 자네 그 말이 그때는 나한테 참으로 많은 위안이 됐었다네.


해 주었던 말은 무엇이었을
까?
조 선달 지금은?
허 생원 한 이십 년 찾아도 없으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05

말이야.
조 선달 그런데 말이야. 혹시 그때 그 사람이 성 서방네 처녀는 아닐까?
허 생원 누구?
조 선달 그 배불렀다는 딸 말이야.

허 생원 (픽 웃고) 사람, 싱겁기는! 10

조 선달 웃을 일이 아니라 정말로, 만에 하나 생원 애가 자라고 있다면 나이가

스물 서넛은 되었나? (뒤돌아보며) 저 정도 나이는 됐겠구먼. 생각해 보게. 저

런 아들 하나 있으면 어떨까 하고 말이야.

허 생원도 뒤돌아본다. 아직도 뚜벅뚜벅, 저만치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는 동이

가 보인다. 15

S# 75. 길(밤)
절뚝이며 걸어가는 세 사람.

허 생원 계부 밑에서 자랐다니 생부는 어쩌다가 돌아가셨나?


동이 생부요? 애당초 없었구만유.
조 선달 생부가 없다니. 그런 법이 어딨어? 20

동이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이라니께유. 제천에서 달도 차

지 않은 저를 낳고 어머니는 친정에서 쫓겨났대유. 친아버지 얼굴은 본 적도


계부 의붓아버지. 어머니가
없구유. 그러니 애당초 없는 게 아니겠슈?
개가함으로써 생긴 아버지.
생부 친아버지. 조 선달 (안타까운 듯) 오, 그랬구만.

11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S# 77. 개울(밤)
난감한 표정으로 개울을 바라보고 선 세 사람.

허 생원 지난 장마 통에 떠내려간 널다리가 아직도 걸리지

않았구먼그래.
05 조 선달 (바지의 아랫부분을 접어 올리며) 할 수 없지, 뭐.

조 선달이 먼저 자신의 나귀를 끌고 강을 건넌다.

조 선달 (강을 다 건너고 뒤돌아보며) 어여 건너와.

허 생원 그려.

허 생원이 동이를 따라 강을 건넌다. 허 생원은 자신의 허벅지

10 까지 오는 강물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한다.

S# 77
허 생원 모친은 원래 제천 분이신가?
동이 웬걸요. 원래부터 제천에 살지는 않으셨대유.
허 생원 (울렁거린다.) 아, 그럼 모친 고향이 어디야?

동이 시원스럽게 말은 안 해 주는데 봉평이라는 것만 들었슈.


15 허 생원 (놀라며) 봉평? 그럼 아버지 성씨는 뭔가?

동이 보지도 못했는데 알 수 있나요? 지푸라기로 뭘 잘 만들었다고 해서 초

서방이라고 했던가?
허 생원 (당황하며) 초, 초 서방?

순간, 허 생원이 발을 헛디뎌 풍덩 앞으로 고꾸라진다. 놀라는 동이. 허 생원이 물

20 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동이가 허 생원을 잡아 일으켜 준다.

동이 안 되겠구먼유. 자, 업혀유. 널다리 널빤지를 깔아서


놓은 다리.
허 생원 아, 괜찮아.
고꾸라진다 앞으로 고부
동이 아, 괜찮아유. 어서유. 라져 쓰러진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3


동이, 쉽게 허 생원을 들쳐 업는다.

동이 생각보다 해깝네유.

허 생원, 동이의 등이 편하다. 슬쩍 못 이기는 척 기댄다.

허 생원 이렇게까지 돼서 미안하네. 내가 오늘은 메밀꽃 향기에 듬뿍 취한 모

양일세. 05

동이 (그냥 웃는다.)

‘ 허 생원 ’ 이 ‘ 동이 ’ 에게 허 생원 그래, 모친은 아비를 찾지 않는 눈치인가?


모친에 관해 질문하는 이유
는 무엇일까?
동이 늘 한번 만나고 싶다고는 했는데…….
허 생원 그래, 지금 모친은 어디 계신가?
동이 아직 제천에 있지유. 가을에는 봉평에 모시고 올 생각인데유. 이를 물고 10

벌면 우리 두 식구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지유.

내내 조심조심 물을 건너는 동이와 그 등에 업힌 허 생원.

S# 78
S# 78. 모닥불 근처(밤)
타닥타닥 타고 있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젖은 옷

을 벗어 말리고 있는 세 사람. 15

조선달 (웃으며) 오늘 참 이상하네. 어찌 물에

까지 빠지고 말이야. 무엇 때문에 그랬디야?


허 생원 실은 아까 나귀 생각을 했었어.
조 선달 (백근이를 쳐다보며) 나귀?

허 생원 그려. 저 못난 꼴을 해 가지고 새끼를 얻었잖아. 그것도 마을에서 제 20

일가는 피마에게서 말이야.


조 선달 (웃으며) 맞아. 생원이 장가가는 것보다 더 좋아했지.

허 생원 저 백근이 새끼 봤지? 귀를 쫑긋 세우고 달랑달랑 뛰어다니는 것이


해깝네유 가볍네요.
피마 다 자란 암말. 어찌나 귀여운지 말이야.

114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동이 (웃으며) 그래유?

조 선달 봉평에만 오면 슬그머니 없어지는 게 그것 때문이잖여.


동이 (웃으며) 아, 예.

허 생원 자, 가다가 보면 대충 마를 테니 부지런히들 가세나. 내일 대화 장 보


05 고는 제천으로 가세.
동이 생원도 제천으로유?
허 생원 어, 그래. 모처럼 한번 가 보고 싶구만. 같이 동행하려나, 동이?
동이 아, 그러지유. 가는 김에 어머니도 뵙구유.

동이, 먼저 돌아 왼손으로 나귀의 고삐를 잡는다.

10 조 선달 동이도 자네처럼 왼손잡이인가 보네.


동이 예, 어머니가 제 생부도 왼손잡이라고 그러셨어유.
조 선달 (놀란 표정으로) 그려?

허 생원 (놀란다.)

세 사람은 다시 길을 걷는다.

15 동이 다음에 나귀 새끼 보러 가실 때 저도 좀 데려가 주세유. 보고 싶네유.


허 생원 어, 이제는 나귀 새끼 같은 건 안 봐도 될 것 같네. 나귀 새끼를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 허 생원 ’의 말에서
조 선달 (웃으며) 왜? 팔렸나?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허 생원 (웃으며) 허허, 글쎄.

조 선달 원, 사람도.
20 허 생원 나도 이제부터는 자네처럼 땅뙈기나 좀 사 볼까?

조 선달 자네가 땅을 사? 허허,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
가장 인상적인 대사와 그 이유 나의
하게 울린다. 세 사람이 가벼운 걸음
감상
땅뙈기 얼마 안 되는 자그
마한 땅. 주로 논밭을 가리
으로 달빛 기울어진 길을 걸어간다. 킨다.
청청하게 소리가 맑고 깨
끗하게.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5


학습 감상 모으기

활 1 이 작품에서 ‘허 생원’과 ‘동이’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정리하고, 두 사람의 관계


를 써 보자.

동 ‘ 동이 ’의 어머니가 ‘ 동이 ’의 친아버지를 ‘ 초 서방 ’이라고 불렀다는 것.


사건

따라서 ‘ 허 생원 ’과 ‘ 동이 ’는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문학과 매체

2 전달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살펴보자.

도움말 | ‘S# 42~S# 44’


1 다음은 이 작품의 원작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일부분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같은
의 장면과 비교해 보며, 작품을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로 감상했을 때의 차이점을 말해 보자.
동일한 작품이라도 전달
하는 매체의 성격에 따라
“달밤이었으나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두 도무지 알 수 없어.”
심미적인 특성이나 감상
내용이 달라지는 것을 살 허 생원은 오늘 밤도 또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이다. 조 선달은 친구
펴본다. 가 된 이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다. 그렇다고 싫증을 낼 수도 없었으나
허 생원은 시침을 떼고 되풀이할 대로는 되풀이하고야 말았다.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거든.”
조 선달 편을 바라는 보았으나 물론 미안해서가 아니라 달빛에 감동하여서
였다.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
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
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
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
가제 갓. 이제 막.
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대궁 ‘대 ’의 방언. ‘대 ’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는 식물의 줄기.

116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2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영상 매체로 바꾸면서 나타난 창의적 표현 방식을 찾아보자.

‘ 틸트업 ’의 촬영 방식을 활용하여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의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감상 다지기
문학과 매체

3 다음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만화로 제작한 것이다. 제시된 만화의 뒷부분을 그려


보고, 만화 매체의 특성을 생각해 보자.

도움말 | 제시된 만화는 ‘S#


77’의 장면이므로, 이어지는
장면을 그릴 때 해당 부분의
내용을 참고한다.

자료  . 정보 활용
4 문학 작품이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경우를 조사하고 발표해 보자.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7


감상을
작품 2 메밀꽃 필 무렵
마치며

감상의 정리
시나리오 「메밀꽃 필 무렵」은 원작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특히 인물 간 관계에 대한 서사를
구체화함으로써 인물의 행동의 이유를 보다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또한 주인공 ‘허 생원’의
순수한 인물됨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함으로써 인물에게 보다 강조점을 두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은 장돌림의 삶을 통해 떠돌이 삶의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메밀꽃이
핀 달밤의 풍경 묘사를 통해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길 위에서 나누
는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남녀 간의 만남과 헤어짐, 혈육의 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배경인 메밀꽃이 핀 달밤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남녀 간 사랑의
추억을 아름답게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지식 창고
소설과 시나리오의 차이점
소설과 시나리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서술자의 존재 유무에 있다. 소설은 서술자가 사건의
내부 또는 외부에서 이를 기록하여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에 비해 시나리오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서술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직접 대사와 행동을 통해 관객에게 사
건을 전달하게 된다. 또한 소설은 문자를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므로, 독자는 소설의 내용을 다
양한 사고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감상해야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가 기반이 된 영화는 시·청
각적 방법을 통해 이야기가 전달되므로, 독자는 시나리오 속 장면을 보다 감각적으로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더 읽어 보기

인물 이효석 원작  / 배경
동희선·홍윤정 각본

「역마」 김동리 「서울, 1964년 겨울」 김승옥

토속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연대감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현대 사


사랑과 운명을 그린 소설. 운명에 대한 회의 인간 소외 현상을 이야기한 소설.
인물의 인식과 태도를 비교하며 감상해 작품 속 배경의 의미와 기능을 비교하며
보자. 감상해 보자.

118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정리 4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문학과 인접 분야

문학은 언어 예술이라는 점에서 문화의 한 영역으로 존재하며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무용
문학과 예술
등 다른 예술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음.

문학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고 인간 문제에 대한 사유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역사, 철학 등 인


문학과 인문
문 분야와 관련을 맺음.

문학은 인간을 둘러싼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반영하고 비판한다는 점에서 사회·문화 현상


문학과 사회
등과 관련을 맺음.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문학의 외연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입체적인 태도로 문학의 수용과 생산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

다매체 시대와 문학의 소통

다매체 시대의 특성 같은 작품이라도


오늘날 문학 작품은 신문, 잡지, 단행본 등 기존의 매체 외에 텔레비전, 매체의 성격에 따라
영화, 애니메이션, 라디오, 인터넷, 휴대 전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 작품의 미적인 특성이나
함. 감상 내용이 달라짐.

매체의 특성을 고려한 문학 작품의 수용

컷의 길이, 촬영 각도, 장면의 배치, 효과음 등 영화적 장치를 통해 구현되는 심미적 가치를 고
영화
려하여 수용해야 함.

만화 생략적인 수법으로 표현된 내용을 상상해 보고, 창의적인 표현 방식에 주목하여 수용해야 함.

음성 언어에만 의존하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배


라디오
경 음악이나 효과음 등을 살피며 수용해야 함.

스스로 정리 이 단원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을 바탕으로 103쪽에서 질문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문학이 인간의 가치 있는 체험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 4 ) 문학의 인접 분야와 매체 119


창의 문학 통합과학

융합 메밀꽃 필 무렵 다시 보기
활동 다음 활동을 통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을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
기해 보고, 소설의 결말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1 다음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결말 부분이다. ‘동이’와 ‘허 생원’의 혈연관계를


왼손잡이로 암시하는 설정에 대해,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자.

허 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둥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물을 끓여 주고. 내일 대화 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
“오래간만에 가 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
시니같이 눈이 어둡던 허 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
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도움말 | 통합과학에서 학습
1 왼손잡이의 유전에 대한 다양한 가설과 연구를 찾아보자.
한 유전자와 관련한 내용을
떠올려 본다.

아브라함 교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협동 작업이 오른손잡이


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특정 작업을 할 때 도구를 함께 쓰려면 같은
방향의 손을 쓰는 것이 효율이 좋기 때문에 왼손잡이라도 오른손잡
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인류가 처음 활동할 당시에는 왼손·오른손잡
이가 제각각이었는데, 진화하면서 큰 집단을 이뤄 협동할 일이 많아지
자 같은 쪽을 사용하도록 변화했다. <중략> 물론 왼손잡이에 대한 연구
는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유전적인 것인지, 환경적인 것인지 따지는 수많은
가설이 있고, 가설을 증명하려는 연구도 그만큼 많다. - 『과학 동아』 325호 (2013년 1월)

2 ⑴을 바탕으로, 소설에서 혈연관계를 왼손잡이로 암시하는 설정에 대해 자유롭


게 이야기해 보자.

120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2 생물학적 특성이 유전되는 경우를 찾아보고, 소설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해 보자.

1 생물학적 특성이 유전되는 경우를 찾아보자.

2 ⑴의 내용을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반영하여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재구성해


보자.

소설의 내용을
어떻게 바꾸어
볼까?

3 자신이 재구성한 글을 전달할 매체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표현 방법을 정리해 보자.

선정 매체

매체를 고려한
구체적인 표현 방법

4 자신이 재구성한 글을 3에서 정리한 내용에 따라 창의적으로 표현해 보고, 친구


들과 함께 감상해 보자.

창의 융합 활동 121
대단원
스스로 점검하기
마무리
자기 점검 별점 주기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 내용과 형식 및 다양한 맥락을 고려할 수 있는가?

공감적·비판적·창의적으로 문학 작품을 수용하고 상호 소통할 수 있는가?

다양한 시각에서 문학 작품을 재구성하거나 주체적인 관점에서 창작할


수 있는가?

문학과 인접 분야의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가?

다양한 매체로 구현된 작품의 창의적 표현 방법과 심미적 가치를 문학적


관점에서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

스스로
보충하기 나는 이 단원에서
 내용을 더 학습하고 싶어.
이 내용을 더 학습하기 위해

해야겠어.

스스로
확장하기 한국 영상 자료원 (4)단원의 「메밀꽃 필 무렵」과 관련하여
‘한국 영상 자료원’을 방문해 볼 수 있어. 이
곳의 ‘영상 도서관’에서는 희망하는 영화를
감상하거나 영화의 시나리오를 찾아볼 수
있고, ‘한국 영화 박물관’에서는 영화와 관련
된 전시물을 관람하고 교육에 참여해 볼 수
있단다. 특히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직접 영
화를 만들어 보는 체험 활동도 있으니,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신청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관련 누리집 https://www.koreafilm.or.kr

122 2. 문학의 수용과 생산


한 권 책 읽기 질문으로 깊이 읽기
다음 활동을 통해 책 내용에 대해
모둠원들과 서로 질문을 하며
이야기를 나눠 보자.

1 ‘한 권 책 읽기’를 계획대로 실행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점검해 보자.

모둠원들이 읽은 분량을
확인하고 활동할
책을 읽지 못한 모둠원에게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적당한
2
부분을 정한다. 독서 분량을 정해 시간을 준다.
3
나는   쪽부터   쪽까지 책을 읽었어. 4
우리 모둠이 활동할 부분은 책의 쪽부터 까지야.

5
2 자신이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시 훑어보면서 책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만들어 보자.

친구들과
질문 1.  자신이 읽었던 책에
이야기해 보고 싶은
표시해 둔 내용을
내용을 질문으로
다시 훑어본다.
질문 2.  만들어 본다.

질문 3. 

3 서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질문을 발표하고, 제시된 질문에 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본다.

도서실이나
컴퓨터실을 이용하여
질문에 대한 답을
보충해 본다.
모둠원들의 발표를 듣고 가장
인상 깊은 질문을 선정해 본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야.

대단원 마무리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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