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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7 2023. 04. 03.

이공계의 질적 위기,
우수인재의 의학계열 선호 현상 가속화 시켜
• 박기범 선임연구위원

다만,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이공계 기피는 실제보다 과장된 우려.


이공계 유입 촉진이 아니라 이공계를 선택한 인재의 교육의 질 제고와
경력 개발의 안정성 제고가 우선되어야

다시 점화된 우수인재의 이공계 기피 현상

l 최근 입시에서는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기피가 다시 주목받고 있음


- 소위 ‘의치한약수’로 불리는 의학계열 쏠림이 더욱 두드러지고 반도체, AI 등 미래유망기술로 평가되거나
대기업 채용이 연계된 학과에서도 1차 합격자 다수가 등록을 포기하고 의학계열로 진학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의 전체 등록 포기율은 33.0%이며 대부분 의학계열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디지털타임스, 2023.
2. 22, “반도체 인재 ‘15만 양성론’ 무색, 1차 합격자 무더기 의대로”)
* 지난 5년간 국내 최고 연구중심대학인 4대 과기원과 포스텍 학생 중 자퇴생은 1,105명에 달하며 마찬가지로 대부분 의학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추정(동아일보, 2023. 2. 16, “이공계 블랙홀된 의대”)

l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진로에서의 이탈은 2000년대 초반에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어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제정(2004)과 「과학기술인재 육성․
지원 기본계획」의 수립(2006)으로 이어진 바 있음

l 이공계 기피 현상의 재현은 지난 20년간 과학기술인재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로 의학계열 선호


현상의 본질과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과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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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 Brief

2000년대 초반의 이공계 기피 논의

l 당시 이공계 위기는 “이공계 인력의 질적 하락”과 “우수인력의 이공계 기피”로 요약


*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공계”는 의약학 계열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당시 논의에서 이공계는 의약학 계열을 제외하고 이학과
공학을 가리키는 제한적인 의미로 규정되었는데 이는 이공계 기피의 상당 부분을 우수 학생의 의대 선호 현상이 차지하였으므로
이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었음

l 기피의 결과로 이공계 지원 감소, 이공계 학생 수준 저하, 기존 이공계 인력의 이탈, 이공계 인력
역량의 사회적 수요와의 불일치 등이 문제가 제기되었고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공계 인력의 사회
경제적 지위 하락이 지적되었으나 명확한 근거는 제시된 바 없음
- 실제 자연계열 지원자 감소는 없었고 이공계 학생의 전반적인 수준이 저하하였거나 이공계 인력의 객관적인
사회적 지위 하락을 보여주는 결과도 없었음(김태일, 2004; 한경희, 2004; 박기범 외, 2008)
- 국가적 위기였던 IMF를 전후로 이공계 인력의 직장 유지율이 하락하였음은 일부 확인되었으나 타 분야
대비 상대적인 경제적 지위 하락의 근거는 찾지 못하였음(류재우, 2004; 박성준, 2004)

l IMF 위기 이후 이공계 경력의 불안정성, 경제체제의 전환으로 인한 공공부문 노동시장(교수, 정출연


연구자 등) 축소 등 이공계 현실의 위기 또는 위기에 대한 인식이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의학계
진학,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 과정에서의 이탈 등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
- 의학계열 등 안정적 직업 선호는 주요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인 현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수했던 과거 70~80년대의 과학기술인재 상황과의 비교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

l 이러한 논의의 결과로 과학기술인재에 대한 법과 기본계획이 마련되었고 본격적인 과학기술인재


정책이 시작됨

이공계는 정말 위기인가?

l 초기 과학기술인재정책은 청소년 단계의 과학교육 정책과 과학기술자 사기진작 대책으로 구성되며


기본방향은 “이공계 인력에 대한 지위와 처우 개선을 통해 우수인력을 유도”로 요약
- 이후 육성을 넘어 인재의 성장 지원, 생태계 구축, 생애주기적 지원으로 대상과 과제가 확대되었음

l 그런데, 인문․사회계열 노동시장의 악화가 더욱 두드러지면서 고교 이공계 지원, 대학의 이공계


비중 등은 확대되었으며, 이공계 석박사 배출, 과학기술인력 규모 등 양적인 측면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공계 박사의 공급 과잉과 이로 인한 노동시장 악화가 더욱 심각한 상황
- 지역 대학과 중소형 대학 이공계 대학원도 양적 규모는 큰 변화가 없으며, 질적 하락은 이미 10년 전부터
지적되고 있으나 이는 대졸 이후 취업 선호, 상위권 대학원으로의 연쇄적 이탈 등이 주된 원인(박기범 외,
2022)
- 학령인구 대비 이공계 대학생 비중은 1999년 13.6%에서 2021년 18.6%까지 지속 상승(박기범 외, 2022)

l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의학계열 선호는 확대되고 있으나 영재고와 과학고의 효과를 고려할 때


우수인재의 의학계열 쏠림은 다소 과장된 해석
- 과학고와 영재고 입학생은 중등 단계에서 의학계열 진학생과 비교해도 최상위 인재이며 학교 정원은
2022년 기준 각각 1,638명과 669명으로 경쟁률도 3.5 대 1과 6.21 대 1로 높은 상황
* 2006년 이후 2022년까지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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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의 질적 위기, 우수인재의 의학계열 선호 현상 가속화시켜

- 과학고․영재고에서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의 비중은 자퇴, 전학, 재수, 대학 입학 후 재수 등 측정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나 입시 단계에서는 약 10% 수준으로 대부분 학생은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
- 또한, 수시에서 최대 6개, 정시에서 3개의 학과를 지원할 수 있는 현재 입시 체제에서 최초합격자의 등록
포기가 마치 이공계 학과 미달로 비춰지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

의학계열 선호와 이공계 위기의 근본 원인

l 의학계열 선호의 원인은 대부분의 언론 기사에서도 지적하듯이 이공계 대비 직업 안정성과 고소득에


있으며 이는 자연스러운 사회경제적 변화
- 의료체계가 다른 일부 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의학계열의 인기는 선진국의 공통된 현상이며 미국(의학전문
대학원 체제)과 일본(의과대학 체제)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등록금 수준임을 감안할 필요

l 우수인재의 이공계 이탈 혹은 의학계열 선호는 대학-대학원-포닥을 거쳐 교수/연구원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선형적 경력개발 경로가 깨어지고 경력개발(취업) 확률이 크게 낮아진 것에 기인함
- 이공계 박사 배출 대비 박사급 과학기술인력 일자리 증가 규모는 90년대 약 2.6배에 달했으나 ‘05~’10년
경에는 약 0.7로 하락하였고 현재는 약 50% 수준에 불과

• 표 1 • 이공계 박사인력 배출과 연구개발 일자리 증가


(단위: 명)

시기 이공계 박사인력 배출(A) 박사급 연구개발인력 증가(B) 일자리의 상대적 비중(B/A)


1991~1995 6,716 17,443 2.60
1996~2000 11,214 11,041 0.95
2001~2005 16,267 11,796 0.73
2016~2020 31,020 16,804 0.54

자료: 고등교육통계, 연구개발활동조사 각년호(1991~2005년 수치는 박기범(2010)에서 재인용)

l 반면, 의학계열의 경우 대학에만 입학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 미국의 경우, 최우수 인재가 지속적으로 이공계로 유입되는 것은 글로벌화의 영향도 있지만 창업 및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살아 있기 때문

l 이러한 이공계 노동시장 악화가 의학계열 일자리의 안정성 및 고소득과 비교되면서 고교 성적


우수학생의 의학계열 진학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는 상황
-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할 때 소위 ‘의-치-한-약-수-서울대’의 순서는 점점 더 두드러지는 경향

시사점 1 의학계열 선호는 일정 부분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공계 위기는 양이 아닌 질적 문제

2000년도 초반이나 지금이나 이공계 위기의 본질은 이공계 인력이 아니라 “이공계 인력이 되고자하는 인력”의
위기이며, 인재 확보의 위기는 전체 과학기술인력이 아닌 최상위 인력의 문제임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과학고․영재고를 통한 우수인재의 유입 효과를 고려할 때 현재의 의대 쏠림은


다소 과장된 사회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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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책 Brief

시사점 2 과학기술인재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

현재의 과학기술 투자와 과학기술인력 규모가 유지되는 가운데 배출인력이 줄어든다면 노동시장 여건은
개선될 수 있으며 이는 정보전달 시차*를 거쳐 인재의 이공계 유입을 유도할 것
- 2000년대까지 질적 양적으로 과학기술인재가 풍부했던 국가적 상황이 개인에게는 오히려 위기로 작용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
* 인재양성에 걸리는 긴 시간 때문에 노동시장의 상황이 학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와 차이가 필연적으로 발생

과학기술인재 확보의 더 큰 위험은 의학계열 선호가 아니라 급속한 인구감소에 있음


- 현재의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공계 대학원 규모는 2040년경부터 현재의 절반 이하가 될 전망이며
이 경우 대학은 물론, 출연연과 기업도 과학기술인재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임

과학기술인력 노동시장은 본질적으로 정보 전달의 시차가 존재하여 정부의 과도한 개입(정원 조정 등)은
항상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으며 과학기술인력에도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

시사점 3 과학기술 경력의 안정성과 역동성 제고

우리나라가 과거 고도성장기에 경험했던 역동성을 다시 구현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최우수인재에 대해서는


경력개발의 안정성과 역동성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함

우수학생의 이공계 유입 촉진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이공계를 선택한 인재에 대한
교육의 질 제고와 함께 최상위 인재의 경력 경로를 더욱 안정적으로 제공하여야 할 필요
- 핵심인재의 경우, 학부-대학원-박사후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이어지는 경로의 안정성 제공

이공계 석박사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우리 기업 R&D 생태계가 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작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역량 제고와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
- 성과에 대한 보상체계와 창업생태계 활성화 노력도 필요

[ 참고문헌 ]
김태일 (2004), ‘이공계 위기의 현황과 정책 대안 - 대학 교육의 개혁을 중심으로’, 한국정책학회보 제14권 1호, pp211-240.
류재우 (2004), ‘과학기술 인력의 노동시장 성과 및 근래의 변화’, 한국노동경제논집 27권 107-134.
박기범 외(2008), 「이공계 위기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박사인력의 특성과 수급 현황 분석」,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기범 (2010), “박사인력 수급현황 분석을 통한 이공계 위기의 재해석”. 한국교육 v37, n1, pp225-250.
박기범 외(2022), 「대학 구조개혁과 이공계 대학원 혁신의 연계 방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성준 (2004),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 이공계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연구원.
한경희 (2004), ‘이공계 위기의 재해석과 엔지니어의 자기성찰’, 한국사회학 제38집 제4호 73-99

•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mail: soli@stepi.re.kr / Tel: 044-287-2134)

발행처ㅣ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발행인ㅣ문미옥
ISSNㅣ2672-0280 문 의ㅣ대외협력팀 044-287-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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