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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
제 목 작 가 갈 래
부천 상동
322-4437
두 파산 염상섭 현대소설
1
어머니, 교장 또 오는군요. 날마다 쓸쓸히 나가기야 하지만, 원체 물건이
학교가 파한 뒤라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 길을, 자(細)니까 남는 게 변변해야죠?'
열어 놓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고 등상( 床)에 여주인은 또 마지못해 늘 하는 수작을 뇌었다. 그
앉았던 정례가 눈살을 찌푸리며 돌아다본다. 그렇 러나 오늘은 이 영감이 더 유난히 물건 쌓인 것이
지 않아도 돈 걱정에 팔려서 테이블 앞에 멀거니 며, 진열장에 늘어놓인 것을 눈여겨보는 것이었다.
앉았던 정례 모친도 저절로 양미간이 짜붓하여졌 정례 모녀는 그 뜻을 짐작하겠느니만큼 더욱 불쾌
다. 점방 안에서 학교를 파해 가는 길에 공짜 만화 하였다.
를 보느라고 아이들이 저편 구석 진열대에 옹기종 여기는 여자 중학교와 국민학교가 길 건너로 마주
기 몰려섰다가, 교장이라는 말에 귀 번쩍하였는지 붙은 네거리에서 조금 외진 골목 안이기는 하나,
조그만 얼굴들을 쳐든다. 그러나, 모시 두루마기 자 두 학교를 상대로 하고 벌인 학용품 상점으로는 그
락을 펄럭이며 우둥퉁한 중늙은이가 단장을 짚고 야말로 좌처가 좋은 셈이다. 원래는 선술집이었다
쑥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저희끼리 눈짓을 던가 하는 방 한 칸 달린 이 점방을 작년 봄에 팔
하고 킥킥 웃어버린다. 저희 학교 교장이 나온다는 천 원 월세로 얻어가지고, 이것을 벌이고 앉을 제
줄 알았던 모양이다. 국민학교 앞에는 벌써 매점이 있어서 어떨까도 하
어째 이렇게 쓸쓸하우? 였으나, 여학교만은 시작하기 전부터 아는 선생을
영감은 언제나 오면 하는 버릇으로 상점 안을 휘 세워 놓고, 선전도 하고 특약하다시피 하였던 관계
휘 둘러보며 말을 건다. 인지 이때껏 재미를 보는 편이지, 이 장삿속으로만
어서 오십쇼. 아침 한때와 점심 한나절이 한참 은 꿀리는 셈속은 아니다.
붐비죠. 지금쯤이야 다 파해 가지 않았어요. 이번에 두 달 셈을 한꺼번에 드리쟀더니 또 역
안주인은 일어나지도 않고 앉은 채 무관히 대꾸를 시 꿀립니다그려. 우선 밀린 거 한달치만 받아 가
하였다. 교장은 정례가 앉았던 등상을 내어 주니까 시죠.
대신 걸터앉으며, 정례 어머니는 테이블 위에 놓인 손금고를 땡그렁
딴은 그렇겠군요. 그래도 팔리는 거는 여전하겠 열고서 백 원짜리를 척척 센다.
죠? 이번에는 본전까지 될 줄 알았는데 이자나마 또
하고, 눈이 저절로 테이블 위의 손금고로 갔다. 이 밀리니…… 장사는 깔쭉없이 잘 되는데 그 원, 어
역시 올 때마다 늘 캐어 묻는 말이지마는, 또 무슨 째 그렇단 말씀유?
딴 까닭이 있어 붙이는 수작 같아서 정례 어머니 하며, 영감은 혀를 찬다. 저편에서 만화를 보며 소
는, 근거리던 아이들은 교장이라던 이 늙은이가 본전이
그야 다소 들쭉날쭉야 있죠마는, 원 요새 같아 니 변리니 하는 소리에 눈들이 휘둥그래서 건너다
서는……. 본다.
하고, 시들히 대답을 하여 준다. 칠천오백 원입니다. 세보십쇼. 그러니, 댁 한 군
어쨌든 좌처가 좋으니까…… 하루에 두어 번쯤 데야 말이죠. 제일 무거운 짐이 아시다시피 김옥임
바쁘고 편히 앉아서 네다섯 식구가 뜯어먹구 살면 네 십만 원의 일 할 오 부, 일만 오천 원이죠. 은행
야 아낙네 소일루 그만 장사가 어디 있을까마는, 조건 삼십만원의 이자가 또 있죠. 기껏 벌어서 남
그래 그리구두 빚에 쫄리다니 알 수 없는 일이로 좋은 일 하는 거예요. 당신에게 이자 벌어드리고
군……. 앉았는 셈이죠.
왜 그런지 이 영감이 싫고, 멸시하는 정례는 '누가 영감은 옆에서 주인댁이 하는 말은 귀담아듣지도
해달라는 걱정인감!'하는 생각에 입이 삐죽하 않고 골똘히 돈을 세더니, 커다란 검정 헝겊 주머
니를 허리춤에서 꺼내놓는다. 옆에 섰는 정례는 그
여졌다. 돈이 아깝고 영감의 푸둥푸둥한 손까지 밉기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