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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 l a t i o n s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2




발 간 등 록 번 호
11-1261021-000003-10

국 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국제정세 변화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전망함으로써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과정에 기여하고, 일반 국민의
국제정치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년 「국제
정세전망」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 책자는 ‘한반도 정세’, ‘주요국 정세’, ‘지역별
정세’,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등 4개 장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은 각 장마다 해당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2021년 한 해 동안의 중요한 상황과
변화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 국제 정세를
전망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2022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2
국제정세전망

인 쇄 2021년 12월 21일


발 행 2021년 12월 21일

발 행 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발 행 인 국립외교원장

주 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572


전 화 02-3497-7760
팩 스 02-575-5245
홈페이지 http://www.knda.go.kr
http://www.ifans.go.kr

인 쇄 처 웃고문화사 Tel. 2267-3956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1


2022
국제정세전망
이 책자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국민외교의
구현과 외교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작성된 것으로서, 외교부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서 문

2021년은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집권해 미·중 경쟁이 오히려 전방위


적으로 더 본격화되기 시작한 해였습니다. 미·중 관계가 트럼프(Donald
Trump) 시기의 체제갈등에서 미래 세계질서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경쟁으로
바뀌기는 했지만, 올해 미·중 경쟁은 단지 미·중 양국의 경쟁만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하면서도
동맹국들과 파트너국가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중국견제에 동참
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은 신기술, 기후변화, 보건,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한·미 간
글로벌 협력에 합의하는 성과를 도출하였습니다.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분야에서
함께 중국을 배제하자는 요청도 거세졌습니다. 또한, 양국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합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모두를 강화해오던 한국의 외교적 방향성에 도전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 문제는 소강국면을 보였습니다. 미국은 조정된 실용적 접근법


이라면서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해오고 있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바이든 행정부라도 지켜 신뢰를 회복하라는
의미로 적대정책 철폐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 모두 교착상황입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남·북·미·중의 한국전 종전선언을 제시하였고, 북한이 조건부로 긍정 입장을
내놓은 이후 한 ·미 양국은 종전선언 내용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 북 ·미
협상의 입구 역할로써 종전선언을 활용하고자 하는 한국의 입장과, 정전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조율이 될지, 또 북한이 이를 수용
할지가 2022년도 신년 벽두 한반도 정세를 가름할 중요사안으로 보여집니다.

2022 국제정세전망 1
그 외에도 2022년도 한국의 외교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3월 한국 대선 이후 북한이 중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한국외교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2월 베이징 올림픽,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3기 집권, 11월 미국 중간선거 등과 연계되어 펼쳐질
미·중 경쟁구도에서 한국의 외교안보전략 및 대북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022 국제정세전망󰡕 발간을 통해 정부의 2022년 외교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국민들의 국제정세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2022 국제정세전망󰡕은 국립외교원의 모든 연구진이 참여하여 각자의


개인적 통찰과 판단을 바탕으로 집대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집필진의 노력이
한국외교가 나아가는 길에 중요한 발판이자 지침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2022 국제정세전망󰡕을 발간하는 데 참여해주신 국립외교원


교수들, 특히 편집을 담당해준 김현욱·인남식·황일도·표나리·조원득 교수,
김영무 부장, 김수겸·이민진·안수린·김영욱 연구원의 노고에 깊이 감사
드립니다.

2021년 12월

국립외교원장 홍 현 익

2 서문
목 차

서문 홍현익

요약

제Ⅰ장 한반도 정세

1. 북한 내부 정세 황일도
가. 상반기 제한적 국경 봉쇄 완화 시작_20
나. ‘통제강화 경제 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만 증가_22
다. 체제 결집을 위한 김정은 위상 절대화_24
라. ‘꺾어지는 해’ 이벤트와 인민군의 역할 강조_25

2. 비핵·평화 프로세스 전봉근


가. 바이든 행정부, 대북 관여정책 지속에도 성과 의문시_27
나. 북한, 핵억제력 증강에 집중하며 대미 ‘전략적 인내’ 기조 지속_30
다. 한국, 정부 교체기에 불구 비핵평화체제 외교 지속_33

3. 남북관계 전반 이상숙
가. 한국 차기 정부 등장 이후 점진적 개선 전망_36
나. 남북 ‘안보 딜레마’의 지속_38
다. 인도적 지원 확대와 산림협력 재개 전망_40
2022 국제정세전망

제Ⅱ장 주요국 정세

1. 동북아시아 최우선
가. 미국의 역내 관여 강화_44
나. 미·중 관계의 경쟁 기조 속 안정화_46
다. 대중 동맹의 점진적 강화와 중·러 협력 지속_48
라. 지역체제 안정성 유지_50

2. 미국 김현욱, 민정훈
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의제 추진과 공화당의 견제 지속_52
나. 미국 경제의 회복세 지속_53
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 성적표인 2022년 중간선거 결과에 주목_55
라. 미·중 경쟁 구도 격화_57
마. 관리 중심의 대북정책 지속_58
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동맹 강화 압박_60

3. 중국 김한권, 표나리, 최진백


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연착륙 모색_61
나. 동계 올림픽, 20차 당 대회, 그리고 시진핑의 3연임_63
다. 미٠중 전략적 경쟁과 중국의 다자외교_65
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수교 30주년의 한·중 관계_67

4. 일본 조양현, 김종학, 윤석정


가. 참의원 선거의 향방과 기시다 정권의 안정 가능성_68
나. 경제 침체의 장기화_70
다. 미·일 동맹 강화와 함께 대중 관계 개선 모색_71
라. 일본 국내 정치와 강제동원판결의 현금화 문제로 한·일 관계의
향방이 좌우_73
5. 러시아 이태림
가. 푸틴 정권, 2024년 대선 앞두고 내부통제 강화 전망_74
나. 미·러 관계 및 중·러 관계의 변화 가능성_75
다. NATO와의 소통 단절, 대 독일 및 인도관계 관리 및 강화_77
라. 한·러 관계는 대체로 안정 기조 유지 전망_78

제Ⅲ장 지역별 정세

1. 동남아시아 최원기, 조원득


가. 미얀마 사태로 인해 시험대에 오른 ASEAN_82
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2022년 ASEAN 의장국 캄보디아의 행보_84
다. CoC 협상 2022년 타결 전망 불투명_85
라. 대통령 선거와 필리핀의 친중노선 탈피 가능성_86

2. 남아시아·대양주 최원기, 조원득


가. 인도·중국 간 국경분쟁 장기화에 따른 갈등 고착화_88
나. Quad 정례화 및 제도화를 통한 인도의 중국 견제 강화 움직임_89
다. 인도 집권 국민당, 정국 주도권 강화 전망_91
라. 파키스탄의 정치·경제 상황 불안정과 대중국 의존 심화 전망_93
마. 남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접근 활성화 전망_94
바. 호주,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안보 협력 한층 강화_96

3. 유럽 전혜원
가.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도래_98
나. 대서양 동맹 부활 시도의 명암_99
2022 국제정세전망

다. 유럽의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 증대_101


라. 한국과의 관계_103

4. 중동 인남식
가.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 기조와 안보 환경의 변화 가시화_105
나. JCPoA 재협상 난항 속 이란핵능력 강화_106
다. 걸프 왕정 국가의 균열과 갈등 요인 지속_108
라. 탈레반 주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미래 불확실성 고조_110

5. 중앙아시아 김정기
가. 안정적 집권체제 구축 속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및 경제발전 주력_112
나. 아프가니스탄발 정정불안 및 안보위협 확산 차단 집중_115
다. 탈레반 재집권 후 강대국들의 중앙아 지역 접근정책 강화 전망_116
라. 한·중앙아 수교 30년 계기 더욱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로의
도약 기대_118

6. 아프리카 김동석
가. 폭력적 극단주의 발호_119
나. 에티오피아 내전의 지속_121
다. 국가 간 갈등 지속 혹은 고조_122
라. 선거 및 쿠데타로 인한 갈등 발생_124

7. 중남미 손혜현
가. 코로나19 회복 지연_126
나. 중남미 선거 정국과 정치지형의 변화_128
다. 미·중 경쟁 심화와 중남미의 실리주의 강화_131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 국제 통상 이효영
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회복세 둔화 전망_136
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 구체화 및 ‘디커플링’
심화 전망_138
다. RCEP 발효 및 CPTPP 가입신청 확대 속 아시아 지역
통상질서 변화 주목_139
라. 제12차 WTO 각료회의 개최 연기 불구 다자무역체제의 기능
복원 기대_141

2. 국제 금융·통화 강선주
가. 포스트 팬데믹 경제로의 전환_144
나. 인플레이션, 통화긴축 그리고 미국 달러화_145
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정체_148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김양희, 유준구


가. 핵심 품목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 지속_151
나. 신뢰가치사슬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의 리더십 발휘가 관건_153
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국제협력 가속화 예상_154
라. 공급망 재편과 신기술 수출통제 시스템 정비_156

4. 국제법 김덕주, 황승현, 남승현, 유준구


가. 신기술과 인권에 관한 논의_157
나. 국내법원에서의 주권면제 원칙 적용 문제_160
다. 사이버안보 국제법 정립의 새로운 시도 구체화_161
라. 남중국해 분쟁 심화 속 CoC 채택 분위기 조성_163
2022 국제정세전망

5. 기후변화·환경·에너지 심상민
가. 기후변화협상 타결로 파리협정 의무이행 본격화_164
나. 미·중 기후변화 협력은 제한적_166
다. 화석연료 공급불안 지속 전망_167
라.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_169

6. 신안보 유준구, 송태은


가. 미·중 마찰 심화 속 신기술 공급망 통제 강화_170
나. AI 활용에 따른 신안보 위협에 대한 규제 논의_172
다. 우주공간의 안보경쟁 심화_173
라. 팬데믹 시기 사이버 위협의 증대와 국제사회의 대응 논의 활성화_174

7. 개발협력 송지선
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SDGs 이행문제 대두_177
나. 외교안보 수단으로써의 개발협력 활용 강화_179
다. 미·중 경쟁의 지속에 따른 공여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_181

부록 | 약어표
2022년도 주요 외교 일정
연구에 참여한 분들

요 약


제Ⅰ장 한반도 정세
[ 북한 내부 정세 ] 2020년 초 이래 북·중 국경 봉쇄라는 유례없는 고립정책을 유지해온 평양은
높은 수준의 사상 강화 캠페인과 주요 재화의 국산화 독려로 악화된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애써왔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부터의 회복 국면을 모색하는 2022년 상반기에는 평양도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나, ‘백신접종 0%’라는 한계로 인해 비료 등 필수 물자의 제한적 수입 재개 수준의 매우 통제된
봉쇄 완화 전략을 택할 공산이 크다. 경제 여건의 획기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며, 이를 위해 평양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김정은주의’의 공식화와 중국 등과의 이념적 공동 정체성 강조, 김정은 주요 직위 취임
10년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군사력 과시 등을 활용할 공산이 크다.

[ 비핵·평화 프로세스 ] 2022년 한반도 정세에서 최고 관심사는 2019년부터 ‘불안정한 안정’


상태를 유지해온 한반도 정세가 위기로 급락할 것인지, 아니면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의 재가동을 통해
비핵평화 프로세스로 이어질 것인가 여부다. 그러나 남·북·미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내의
사회·경제·보건 위기 대응과 국내정치에 집중하면서 현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은 낮다. 새해에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개시되면서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 개최가 예상되지만, 북한은 인도·경제적 지원이 필요함에
따라 대화에 참가하면서도 비핵화에 협조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북한은 미국에게 선(先)양보를 요구하며
당분간 병진노선에 따른 핵 억제력 증강을 지속할 전망이다. 새해에 주목할 큰 정치적 이벤트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와 5월 한국 신정부 출범이 있지만, 이들이 한반도 정세의 큰 전환점이 될 가능성은 낮다.

[ 남북관계 전반 ] 2022년 남북관계는 상반기 한국 신정부의 등장 속에 정체되어 있다가


하반기에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2022년 상반기 서울에서는
대선을 거쳐 차기 정부가 등장할 것이고, 평양은 김정은 집권 10년의 성과 과시에 주력하면서,
남북한이 각각 국내 정치에 집중할 것이다.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따라
낮은 수준에서 협력의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21년과 같이 남북한이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한국의 대선 결과, 차기 정부 등장 이후 한·미 및 한·중
정상회담의 결과, 김정은 집권 10년의 이벤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단, 2022년 남북 교류·협력은
부분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민간 NGO를 통한 대북 식량 및 의료 지원은 2021년 이미 일부
재개되었으므로 2022년에는 교류·협력이 점진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COP26 글래스고
기후합의 채택에 따라 남북의 산림협력이 부분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10 요약
제Ⅱ장 주요국 정세
[ 동북아시아 ] 미국은 아시아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보다 높일 것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의 요
관여를 최소화하면서 보다 분명하게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역내 관여를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유리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혁신과 군사력 재배치를 지속하고, 양자·다자 안보협력을 약
강화하면서, 디지털 무역 체제 형성을 중심으로 역내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격차가 좁혀지면서 본격화된 경쟁은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은 공세적인 견제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완화하기 위해
유화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적극적 외교정책과 군사력 현대화를 지속할
것이다. 한편, 양국은 지역안정에 대한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해 충돌을 피하고 일정한 안정성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과 중·러의 경쟁 관계는 지속되겠지만
냉전적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 미국·호주·인도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중
지역동맹의 형성을 선도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대립적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대항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겠지만 여전히 동맹
결성은 회피할 것이다.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는 역내 세력균형이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여전히 군사충돌을 회피하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세력균형의 변화에 따른
증대되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역체제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 2021년 미국 국내 정치는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의회 사이의 제한적 협력 관계 및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감소로 특징지어진다.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정책
기조로 내걸고 미국의 국내적 역량을 회복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이 공화당의 반대와 여당 내 갈등으로 인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또한 코로나19
대처, 경제 회복, 주요 정책 의제 추진 등에 있어 난항을 겪으며 하락하고 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의
임기 두 번째 해에 국정 운영의 어려움으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 이후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미·중 경쟁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검토가 끝나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군사 전략의 마련으로 인해 군사 부문에서의 경쟁 및 갈등 역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견제 목적으로 한·미 동맹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입김은 내년도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양국 사이에서 글로벌 공급망, 군사 협력 등에서 미국의 편에
서라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국 신행정부에서 다시 미측과 협의할 의제가
될 것이다. 현재 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북한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현상 유지에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2022년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한 채, 미국은 현재와
같이 관리 중심의 대북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1
[ 중국 ] 2021년의 중국은 코로나19의 상황을 통제·관리하며,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통해 당의
정통성과 영도력을 강화했다. 또한 심화되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응해 경제적으로는 ‘쌍순환’
요 정책과 첨단기술의 자립을 추구하고, 군사·안보적으로는 ‘군민융합’을 통한 미국과의 군사·과학·기술
및 군사력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온 한해였다. 2022년에는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한
약 다자외교 무대와 국내정치적으로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걸린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가 연말에
열릴 예정이다.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애국·민족주의 및 공산주의 사상 교육과 SNS의
통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압박 하에서 ‘14.5 규획’을 기반으로 금융과
재정 및 부동산 정책의 변화를 실험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 관계에서도 한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미·중 전략적 경쟁의 주요 현안과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요구와 압박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또한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산업 생태계에서
탈중국 및 일부 첨단산업에서의 중국 배제 상황 하에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이 코로나19의 방역과 경제 활성화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승리한다면, ‘아베 정치’와 차별화되는 안정 정권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에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경기 활성화 대책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본격적인 디플레 탈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미·중
경쟁 시대에 대비하여 미·일 동맹 강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지향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안보전략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이와 함께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할 것이다. 한·일 관계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단시일 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일본의 대한정책의 변화 또한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2022년 한·일 관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 푸틴 정권은 2021년 총선에서 개헌의석을 확보하는 승리를 얻었으나, 저성장 지속과
코로나19 악화 국면 가운데 2022년은 많은 국내적 난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 푸틴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4년 정국을 준비해야 하는 러시아 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흑해 군사력 강화, 서방의 대러 공세 등을 ‘러시아를 약화시키기 위한 서방의 공격’이라고 주장하면서,
푸틴을 중심으로 한 내부단합 강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중 경쟁의 격화 속에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화시키고자 하는 기류 또한 관찰되는 바, 이러한 흐름이
2022년 미·러 관계 혹은 중·러 관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12 요약
제Ⅲ장 지역별 정세
[ 동남아시아 ] 2022년 동남아시아에서 주요 관심 사안은 지역 질서 관리를 위한 ASEAN 중심성 요
및 단결성 유지, 남중국해 행동원칙(CoC) 협상 타결 가능성과 필리핀 대통령 선거와 그에 따른 필리핀
외교정책 변화 가능성 여부이다. 먼저, 미얀마 사태에 대한 ASEAN 차원에서의 효과적 대응 부재로 약
인한 ASEAN의 지역통합체로서의 기능과 적실성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ASEAN 주도 다자협력체에 기반을 두지 않는 AUKUS와 같은 소다자 협의체 부상, 캄보디아의
2022년 ASEAN 의장국 수임 등으로 인해 ASEAN 중심성과 단결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그동안 진행된 ASEAN·중국 간 CoC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보이지 않고 당초
설정했던 2022년 협상 타결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22년 5월에 예정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와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가 대통령 및 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간 중국에 경도되었던 필리핀 외교정책에도 제한적이나마 변화 가능성이
전망된다.

[ 남아시아·대양주 ] 2022년 남아시아에서 주요 관심 사안은 인도·중국 간 국경분쟁 해결 가능성,


인도 모디 정부의 대중국 견제전략 양상, 주 의회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국내정치적 영향, 파키스탄 및
남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의존도 전망 등이다. 2022년에도 인도와 중국 간 히말라야 지역을 둘러싼
국경분쟁이 교착상태에 놓일 것이며 양국의 관계 악화는 당분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견제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온 인도 모디 정부가 2022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등 서방과의 협력을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적으로는 2022년에 7개 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실시되는데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은 선거 승리를 통해 중앙집권적 지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시아에서는 파키스탄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시위 등
정치적·경제적 불안에서 쉽게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파키스탄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타 남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중·인 경쟁을 활용하여 중국의 경제 지원, 인프라 투자 및 국방
협력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양주의 호주는 2022년에 대중국
견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군사·안보 협력 범위와 수준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유럽 ] 2021년은 유럽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해였다.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유럽의 관계


악화를 겪은 후, 2021년 유럽 각국은 바이든 행정부와 새로운 유럽·미국 관계를 시작하길 원했다.
16년 간 독일 총리로서 EU가 여러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했던 메르켈 총리의 시대가
끝나고 9월 독일 총선으로 새로운 총리가 등장하게 되었다. 2022년 봄에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EU 내 새로운 독일·프랑스 지도력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2022년 6월 말에 열릴 NATO
마드리드 정상회의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유럽·미국의 공동 대응을 가시화할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13
[ 중동 ] 중동에서는 미국의 부재가 눈에 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임무전환 및 아프가니스탄
전격 철군이 드리운 파장이 크다. 더 이상 미국의 안보우산에 의존하기 어려운 전통적 동맹국들은
요 새로운 이합집산의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아브라함 협정, 이란핵합의 재논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의 대화 등은 미국의 거리두기에 반응하는 역내 행위자들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022년
약 중동 정세를 견인하는 핵심 변수는 미국의 이란핵합의 복귀 여부 그리고 미군 철군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전개 여부이다. 이란 핵합의 복귀에 실패하고 이란이 핵능력을 강화시킬 경우 자칫 NPT체제의
붕괴를 가시화하는 대혼란의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2022년 중동 정세는 미국, 이란,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주요 행위자 변수로 작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파국을 막기 위한, 그리고
각자의 최대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협상과 타결이 최선이다. 과연 미국과 이란, 탈레반이 이 회복의
포석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중앙아시아 ] 중앙아 국가들은 2021년 10월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지도자들 모두 안정된 집권 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2022년에는 이를 바탕으로 국가경제발전정책
추진에 집중할 것이며, 이에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앙아 5개국은 아프간의
탈레반 재집권으로 인한 안보 위협의 해소에 주력하고, 미·중 패권경쟁 연루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중앙아 전략을 공간을 둘러싼 미·중·러·인도 등 강대국의 각축에 대비하는 한편 이들이 상호
견제하도록 유도해 나갈 것이다. 또한 한·중앙아 관계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교류협력의 제반
합의 사항들을 2022년에도 중단 없이 이행해가는 가운데 수교 3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아프리카 ] 2022년 아프리카 지역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무장활동 및 내전이 여러 국가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사헬 지역의 말리, 부르키나파소,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들의 활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티그레이 반군 간 내전이
지속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자원, 영토 등을 둘러싼 역내
국가들 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나일 강 수자원을 둘러싼 에티오피아, 이집트, 수단 간 갈등, 해상
경계선 획정을 둘러싼 케냐와 소말리아 간 대립, 서부 사하라 문제를 둘러싼 알제리와 모로코 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 실시 과정 및 결과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쿠데타를 겪은 수단, 말리, 기니에서 군부가 과도정부를 운영하면서
민정이양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취약 국가들이 쿠데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쿠데타
발생이 아프리카 지역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퇴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14 요약
[ 중남미 ]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남미가 2022년에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경제위기 극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지만, 투자 감소 및 외채 증가에 따른 재정여건 악화와 비공식
노동 중심의 고용회복이 회복력을 지연시키면서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변화의 절박성이 거듭 강조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보건의료체계의 붕괴, 재정여력 부족, 취약계층 보호 시스템 부재, 정부의 부실 대응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로 집권당을 심판하고자 함에 따라 정권교체 및 집권당 약세가 두드러졌고, 이러한
추세는 2022년 역내 주요 국가들의 선거로 이어져, 좌파우위의 정치지형 변화가 예고된다. 미국이
코로나19로 자국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적시에 신속하게 백신을 제공하며 중남미에서 책임 있는
공공재 제공자로 부상했다. 중국의 백신외교가 화웨이의 5G사업진출과 대만수교국의 전향에 영향을
미치면서 역내 미·중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중남미 국가들은 실리주의 중립노선을 강화할 것이다.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 국제 통상 ] 국제통상 분야에서는 코로나19 이후의 국제경제 및 무역의 성장 회복세로의 반등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의 대상으로, 코로나발(發) 글로벌 경제의 침체는 2021년 성장세로 급반등한 이후
2022년에는 코로나19의 재확산 및 백신 공급 문제 등 다양한 변수의 상존으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와 무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 중 하나는 미·중 패권
갈등의 전개 양상인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경제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하여 다자적
연대를 강화하고 반도체, 철강 등 국가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하며 대중국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2022년 1월 이후 발효될 예정인 RCEP과 함께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CPTPP 가입을 신청한 상황으로,
아시아지역의 통상질서는 매우 역동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제 한국의
CPTPP 가입 문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구상과 맞물리며 전략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약 4년 만에 개최되는 제12차 WTO 각료회의 개최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또 다시 연기되면서 WTO 체제 개혁 문제는 한동안 표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나, 서비스 무역 분야의 복수국간 무역협상이 최근 타결되면서 다자무역체제의 입법적 기능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 금융·통화 ] 포스트 팬데믹 경제 정상화가 시작되지만 그것이 팬데믹 이전의 거시경제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스트 팬데믹 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노동 수급),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고비용의 에너지 전환, 새로운 혁신 기술 투자 등의 요인에 의해 지난
20년을 규정했던 저성장, 저인플레, 소적자 시대를 종결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2022년 여름부터 2022년 말까지 1~2회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5
미국이 통화긴축을 시작하는 것은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것은 FRB의 통화긴축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신흥경제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는 압력이 될 것이다. 2022년에 중국 위안화의 국제적
요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 미국 달러화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러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약 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021년 중반까지 5위로, 2016년부터 계속 5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추세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 외국인 투자자와 중앙은행이 (디지털) 위안화의
채택을 주저하게 하는 중국의 금융통제가 이유이다. 2022년에 미국 FRB의 금리 인상에 대해
중국인민은행(PBOC)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완만한
속도로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 ] 미국 통상정책의 우선순위는 이중용도(dual use)의 신흥·기반 기술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국내의 강력한 산업정책
추진과 우방과의 협력을 결합하고자 한다. 동맹 복원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미 우방의
대중 봉쇄 협력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갈등 구도가 ‘미국 대 중국’에서 ‘미국 진영
대 중국’으로 변모하는 ‘보호주의 진영화’ 양상이 보인다. 이것이 투사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전략은
중국을 배제하고 신뢰할 만한 우방들끼리 새롭게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파악할 수 있다. EU와 일본 등 미국의 동맹과 우방도 적극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어 TVC의
외연이 G7, EU에 더해 Quad, TTC, 글로벌공급망회의, 인태경제협력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TVC
구축은 미국의 리더십 발휘와 참여국 간 신뢰 및 호혜주의 실현, 경제 논리와 안보 논리 간 균형과
조화가 관건이다. 그러나 TVC 참여국간 이해관계 충돌 및 안보 논리 남용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 등을
감안할 때 TVC가 단기간 내에 안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22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미국은 대중 신기술 수출 통제 시스템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중국, EU
및 일본 등 주요국들의 대응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제법 ] 코로나19 팬데믹, 신기술의 발전 및 인권규범의 확산은 2022년에도 국제법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정부가 UN인권이사회에서 주도한 ‘신기술과 인권’ 후속
결의가 2021년 채택됨으로써 신기술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업, 시민단체, 학계 등 여러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국제인권법의 발전에 따라 구제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주권면제 원칙의 적용 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도
OEWG의 위상과 관련하여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된 남중국해 행동규범 협상은 남중국해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16 요약
[ 기후변화·환경·에너지 ] 2022년에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각국의
상향된 감축의무 이행을 위한 본격적 움직임이 나타날 전망이나, 미·중 경쟁으로 인하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 2위인 두 국가 간 기후변화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감축 내지 중단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할 것이나 단기적으로 화석연료
공급불안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중립 달성방안의 하나로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관심은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포함한 신규원전 건설로 이어질 것이다.

[ 신안보 ] 2022년에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은 신기술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역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또한 AI의 활용에
따른 위협을 규제하려는 여러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될, 특히 국제규범 창설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2022년 미·서방과 중·러 간 우주공간에서의 안보 경쟁은 심화될 것인 바,
이에 따라 우주공간의 안보 위협 요인은 심화 및 다양화 될 것이다. 2022년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의 책임 있는 행동의 필요성 등 많은 국가가 UN에서 합의한 바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며 사이버
공격의 주요 진원지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강화될 것이나, 사이버 위협은 계속 새로운 기술을
통해 진화하며 증대될 것이다.

[ 개발협력 ] 본 장에서는 2022년도 개발협력 환경변화를 분석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미·중 경쟁이 지속되고 SDGs 달성까지 10년이 남지 않은 만큼, 글로벌 환경변화의
개발협력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022년 개발협력 분야는 다음과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UN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SDGs 이행지원 논의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기후변화 및 분쟁과 갈등 확산은 개도국의 취약성과 지속가능발전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둘째, 주요 공여국들이 외교안보전략 이행수단으로 개발협력의 전략적 활용을
강화할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미·중 경쟁이 지속됨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가치에 기반한 개발협력과
공여국 간 전략적 협력 추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개발협력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 국제정세전망 17
제 I 장

한반도 정세
1. 북한 내부 정세

2. 비핵·평화 프로세스

3. 남북관계 전반
제Ⅰ장 | 한반도 정세


I

1. 북한 내부 정세

가. 상반기 제한적 국경 봉쇄 완화 시작

2021년 평양은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과 협력 제의를 완강히 거절해왔지만,


외부의 팬데믹 진정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모내기철을 앞두고
관련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통제된 형태의 교역 재개가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인적 교류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제한될 공산이 커 보인다.
2021년 한 해, 북한과 관련한 가장 큰 궁금증은 2020년 연초에 시작된
북·중 국경 봉쇄가 언제 풀릴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주요국에서의
코로나19 상황 개선이 뚜렷했던 가을 들어서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언론들은 ‘변이바이러스 감염자 증가’와 ‘상황 악화’라는 프레임만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이러한 분위기를 주민들에게 전혀 전달하지 않았다.

대신 평양은 그간 팬데믹의 확산을 외부와의 차단을 정당화하는 데 적극


적으로 활용해왔다. ‘자본주의 문화의 침투’를 감염병 병균과 동일시하는
레토릭이 반복적으로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외부의 상황 개선이
점차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폐쇄를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엄격하게 외부 정보 유입을 차단한다 해도 북한만 홀로 코로나19
의 위험에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될 경우 지도자의 능력이나 방침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20 제Ⅰ장 한반도 정세
거꾸로 현재와 같은 준비부족 상황에서 봉쇄를 일시에 해제하는 일 역시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 평양이 가진 선택지는 ▲특정한 계기와 시
점을 정해 ▲식량과 비료 등 전략물자를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인 도입을
추진하되 ▲사람이 국경을 넘는 일은 여전히 매우 엄격하게 차단하는 통제
된 형태의 교류 재개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비교하자면 다른 국가들이
팬데믹의 정점에서 유지했던 수준의 대외활동인 셈이다. 국경 봉쇄 이후

평양이 비료를 비롯한 농업자재 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
I
면, 이러한 조치는 늦어도 상반기 모내기를 앞두고 관련 자재를 수입하는

일로 시작될 공산이 커 보인다.

최소한의 봉쇄 완화를 위해서도 관련 인원의 백신 접종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와의 협력 역시 피할 수 없다. 특정국가에 일방적
으로 종속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해온 북한 체제의 오랜 사고방식을 감안
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개별 국가로부터의 백신 지원보다는 국제기구로
부터의 도입을 선호할 것이다. 강력한 권위주의 통제 시스템을 감안하면
이러한 백신접종 작업에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
로 2006~2007년 홍역 대유행 당시 북한 체제는 십수일 내의 짧은 기간 안
에 대규모 인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적이 있다.

교역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방역 조건이 완료되면 전략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일차적인 후보군은 중국이 될 공산이 크다. 북한 외무성의 적극적인
중국 옹호 성명으로 상징되는 최근의 북·중 밀착 분위기는 이러한 과정을
한층 용이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2년여 간 이어진 교역 중단과 식량부족
으로 악화된 경제 여건을 최소한 수준에서나마 회복함으로써 국내정치적
불안을 최소화하는 작업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코
로나19로부터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나라’라는 선전과 함께 ‘주민들을 위
해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낸’ 지도자의 ‘인민대중제일주의적 결
단’을 강조할 공산이 크다.

2022 국제정세전망 21
나. ‘통제강화 경제 정책’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만 증가

그간의 국경 봉쇄로 소비재 수입이 줄면서 장마당 물가와 환율은 불안정


해졌지만, 제재 이후 누적돼 오던 무역적자의 폭과 외환 고갈의 속도는 오히려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특히 평양은 이를 각 경제주체들의 자율권을
축소하고 중앙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자 애써왔지만, 팬데믹

봉쇄라는 명분이 사라지는 출구 단계에서 이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불만이
I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

그간 평양은 외부와의 차단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적극 활용해왔다. 국경 봉쇄로 인한 교역의 중단을 경제구조의 체질 개선
이나 중앙의 통제력 강화 시도의 명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와 이후 열린 당 중앙위원회·정치국 주요 회의는 그간 암묵적으로
용인돼왔던 사경제 영역의 확장이나 국영 기업소·공장의 사경제 의존 현상
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90년대 이후 인민
군 등 권력기관의 구성원들이 대외교역이나 사경제와의 비즈니스를 통해
개인적 이익을 축적해온 관행을 ‘특수단위의 기관본위주의’라는 명목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외환보유고 문제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었을 것이다. 소비재 수입이 중


단되면서 장마당 물가와 환율의 불안정 현상이 광범위하게 관찰돼왔지만,
거꾸로 해석하자면 외환 고갈의 속도는 큰 폭으로 줄었다고도 할 수 있다.
2017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체제가 완성되면서 석탄·철광석·수산물 등
주요 수출품목의 판매가 모두 중단됐으나, 2019년까지 소비재 수입은 계
속 유지되면서 무역적자는 큰 폭으로 커졌고 그에 따라 외환 역시 빠른 속
도로 감소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러한 상황 악화를 늦춰주
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평양은 그간 주요 생산재와 소비재에 대한 국산화 및 자원 재


활용, 이를 위한 과학기술 진흥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경제체질 개
선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외의존도와 사경제 영역을 큰 폭

22 제Ⅰ장 한반도 정세
으로 줄이고, 각 경제주체에게 암묵적으로 위임됐던 자원배분 권한을 내각
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에 집중하기 위한 통제 중심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열린 대부분의 당 수뇌 회의가 대부분 이를 다그치기
위한 전략 회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발전으로 자력갱생의 항구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계획


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2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구조적으로 완성됐 제
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국경봉쇄가 제한적으로나마 해제될 경우 주요 I
생산재와 소비재의 수입은 당국의 강력한 통제 의지에도 점차 증가할 개연 장
성이 높고, 외환보유고 문제는 다시 김정은 체제의 위기감을 자극할 공산
이 있다. 팬데믹으로 유예됐던 제재의 압박이 다시 커지게 될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평양의 대응은 우선 수입품목의 종류와 수량에 대한


강도 높은 제한에 집중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를 우회 혹은 돌파해 원자재 수출을 재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될 것이다. 특히 석탄 등의 국제시장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중국이
극심한 석탄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최근 상황은 평양의 이러한 욕구
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 제재 문제에서 최소한이나마 돌파구를 찾고자 하
는 북측의 필요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이러한 노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평양은 국내정치적 반발을 피하기 어려


울 것이다. 그간 팬데믹과 국경 봉쇄로 인해 사경제 영역의 축소와 이윤 네
트워크의 해체를 감수해야 했던 각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명분이 흔들릴 경
우 다양한 경로로 각자의 살길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그간 평양은 이러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제강화 경제 정책의 장기화·구조화를 반복적
으로 강조해왔지만, 봉쇄 완화 이후에도 경제 회복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
명하다면 평양으로서는 주민들의 불만을 관리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과
제로 떠오를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23
다. 체제 결집을 위한 김정은 위상 절대화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될수록 사상과 결속을 강조하는 캠페인 담론은


늘어나고, 그 구심점이라는 김정은 총비서의 위상 역시 함께 강화될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주의 ’를 대체하는 ‘김정은주의 ’는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민심을 관리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평양은 대대적인 사상 중시 캠페인을 지속하며 사회
I
주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했다. 통제 강화의 경제정책과 사경제 영

역 축소의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산주의 이상사회 건설이라는 오랜 구
호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시기, 60년대 천리마운동
시기 당시 물리적 어려움을 관념적 자산의 힘으로 이겨낸 이전 세대를 따
라 배워야 한다는 주문과 관련 사례가 관영언론 지면 대부분을 차지했다.

“달걀에 사상을 넣으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구호로 압축되는 이러한 흐


름은 김정은 총비서의 사상의 구심점 혹은 사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강
조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노동신문은 매일 2면 전체를 김정은의 ‘사상적
위대성’을 칭송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은 우상화’ 담론은 집
권 초에 비해 부쩍 늘어났다.

팬데믹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흐름은 다음 단계로 진화


할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김정은주의’ 용어가 공
식화되는 작업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라는
용어가 각각 두 사람의 사후에 공식화된 것에 비하면 이는 분명 이례적인
행보다. 집권 이후 김정은 체제는 ‘주체’로 요약되는 김일성주의와 ‘선군’
으로 요약되는 ‘김정일주의’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체제 이데올로기로 활용해왔지만,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여기서 파생된 지
도자의 애민사상을 ‘김정은주의’로 정식화하고 민심 관리용 이념 도구로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사상적 단결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가속화될수록 외부세계의 문화적 영


향을 차단하려는 체제 차원의 노력 역시 정점을 찍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24 제Ⅰ장 한반도 정세
‘냉혹한 자본주의’와 대조를 이루는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중국과 쿠바 등 사회주의·제3세
계 국가들과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 공유를 강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룰 것
이다. 선대 지도자의 이름 대신 김정은 총비서의 이름을 딴 새로운 체제
이데올로기가 공식화된다고 해도 이는 대내·대외정책의 방향 전환이 아니
라 과거회귀에 더 가까울 수 있는 이유다.

‘경제적 어려움은 조만간 해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경제적 I
어려움에도 우리가 더 행복하다’로 요약되는 이러한 메시지가 북한 주민들 장
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경 봉쇄의 부분적 완화 이후
에도 이러한 기조는 강화될 공산이 커 보이고, 그 본질적 한계는 계속해서
체제를 압박하는 근본적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2018년 “경제발전에 유
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협상 국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김정은
총비서의 고민도 함께 커질 것이다.

라. ‘꺾어지는 해’ 이벤트와 인민군의 역할 강조

2022년은 김일성 출생 110주년, 김정일 출생 80주년, 김정은의 주요 직위


공식 취임 10주년에 해당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이들을 기점으로 주요
건설 프로젝트의 완공이나 군사력 강화 과시용 이벤트가 마련되고, 이 과정
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인민군에 대한 찬사는 한층 늘어날 것이다.

2022년은 김일성 출생 110주년, 김정일 출생 80주년, 김정은의 주요 직


위 공식 취임 10주년에 해당하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다. 그간의 전례에
따르면 관련한 주요 기념일을 기점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규모 이벤트가 마
련될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김정은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할 수 있
는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관련한 이벤트로 집중될 공산이 크다. 평양
아파트 1만 세대 건설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주택사업은 5만 세대 건설 사업
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정치적 업적으로 선전될 것이다. 화려한 야간 조명
으로 장식된 고층 아파트는 이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25
문제는 이러한 이벤트가 2021년과 마찬가지로 군사 분야로 이어질 가능
성이 높다는 점이다. 8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
발 5개년 계획은 2년차를 맞이하고, 당시 거론된 신규 개발 무기체계 가운
데 상당수를 어떠한 형식으로든 성과 과시 차원에서 내놓을 공산이 크다.
2021년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신형 체계의 시험발사와 유사한
흐름은 이어질 것이고, 이들 체계의 전람회 행사 또한 연례화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I
장 눈여겨볼 대목은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와 군사력 과시 사업을 전하는 관
영언론 보도에서 인민군의 역할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김
정일 집권기의 선군 체제가 해체되고 전력 구조가 핵·미사일 중심으로 재
편되는 동안 북한군, 특히 재래식 병종의 집단적 위상이나 정치적 영향력
은 빠른 속도로 약화돼 왔다. 이러한 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반감을 달래는
차원에서 인민군에게는 주요 건설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경제적 역할’이 맡
겨졌고, 무기체계 개발 성과에 대한 높은 칭송이 이어졌다. 권력정치 차원
에서의 서열이 하락하는 대신 수사 차원의 찬사는 늘어난 셈이다. 2021년
10월 열병식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보인 눈물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
는 이미지였다.

이러한 인민군 역할 변화의 또 다른 배경에는 경제 여건의 변화가 있다.


사경제 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주민들이 공식 직장에서 이탈해 장마당에서
생계를 해결하는 현상이 상시화 되면서 체제가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의
질과 양에서도 한계가 명확해진 것이다. 2021년 북한 당국은 청년층의 노
동현장 자원 투입을 대대적으로 선동하면서 어려움을 최소화하려 애썼고,
이는 상시적인 청년층 사상 강화 캠페인으로 이어졌지만, 구조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
서 현실적으로 체제가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노동력은 인민군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인민군의 경제적 역할 강조는 2022년에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26 제Ⅰ장 한반도 정세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러한 과시성 이벤트가 안고 있는 자원 배분 왜곡의
위험성이다.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는 가뜩이나 심각한 기초 자재 부족을
압박하고 있고, 이를 정해진 시점 내에 공급해야 하는 금속과 화학 등 기간
산업 분야의 압력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자원 배분의 통제권을 중앙에 집
중시킴으로써 필요한 재화를 적시에 공급한다는 정책방향 역시 이어질 공
산이 크지만, 팬데믹과 국경봉쇄라는 명분이 점차 사라진 후에도 주민들이

이를 감내할지는 김정은 체제로서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팬데믹 국면
I
의 출구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정책결정그룹이 가장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쟁점이다.

2. 비핵·평화 프로세스

가. 바이든 행정부, 대북 관여정책 지속에도 성과 의문시

2022년 북·미 관계에서 최대 관심사는 과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북한의 호응을 얻어 북·미 대화를 개최할 수 있을지 여부다. 바이든 정부는
일부 전망과 달리 ‘전략적 인내’가 아닌 대북 관여정책을 채택하고, ‘조건 없는
대화’를 북한에 제안했다. 새해에는 상호 입장을 타진하기 위한 단발성 북·미
대화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과 비핵화 ‘셈법’ 변경을 요구하던 기존 입장을 견지하여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

『2021 국제정세전망』은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Barack Obama) 행정


부 시기의 대북 ‘전략적 인내’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방지하고 단계적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관여’를 추구할 것
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북·미 관계의
‘사실상 동결’ 상태가 2022년에도 대체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27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2021년의 대북정책을 지
속할 전망이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대응과 국내 정치·경제 위
기 대응에 정치력을 집중하고, 북한 문제는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와 같은 ‘레드라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실무팀에 맡길 것이다.
사실 워싱턴 조야에는 북한(김정은) 혐오증, 북핵문제 피로증, 북핵 협상
무용론, 비핵화 비관론이 팽배하다. 따라서 북핵 협상을 재가동하려면 대

통령의 관심과 정치력이 투입돼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대화 거부
I
방침을 바꾸고 미국 내 반북감정을 극복하려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개입

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대우를 거부


하고, 불량국가와의 대화를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전통적 외교’로 돌아갔다.
2018년 일련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라
는 아웃라이어 정치지도자가 비전통적이고 개인적인 외교 스타일을 고집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실무협상 절차, 외교수단
으로서 제재 중시, 불량국가와의 대화 자체가 보상이라는 인식, 가치·규범
중시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외교로 돌아갈 것을 공언했다. 그가 후보 시
절 김정은을 “폭력배(thug)”라 불렀다는 점을 돌이켜볼 때, 북핵 문제 돌파
를 위해 김정은과 트럼프 식의 정상외교를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셋째,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이 엄중하고 시급한 과


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북·미 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입
장을 갖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북 관여정책은 2021년 5월
21일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의 거부감이 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핵1)폐기(CVID*)’
나 ‘북한 비핵화’ 같은 표현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대체하고, ‘북한
(North Korea)’ 대신에 정식국명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사용해 평양을 배려했다. 또한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과 판문점선언을
계승하면서 남북대화와 협력을 적극 지지했다. 비핵화 접근법으로 제시된

*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28 제Ⅰ장 한반도 정세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에는 단계적
접근법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북한이 ‘행동 대 행동’의 단계적 접근법을
요구해왔고 한국도 단계적 접근법을 선호했음을 감안하면, 모처럼 남·북·
미 3자간 비핵화 접근법이 일치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란핵합의(JCPoA*)를1)참조한 ‘잠정합의(interim agreement)’


방식을 북한에 적용할 것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안토니 블링컨 제
(Antony Blinken) 미 국무장관은 뉴욕타임즈 기고문(“To Win a Nobel, I
Trump Should Look to the Iran Deal(2018년 5월2일)”, “The Best Model 장
for a Nuclear Deal With North Korea? Iran(2018년 6월11일)”)에서
JCPoA 방식에 따라 잠정합의와 본 합의로 구성된 2단계 접근법을 북핵 협
상에 적용할 것을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협
상이 재개되면 ‘잠정 합의’ 방식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새해 미국은 협상 재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북한 핵무장


이라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대북 억제력 강화에도 집중할
전망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약 50개의 핵무기(또는 상당 핵
분열물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핵무기 5~7개 분량의 핵분열물질을 추
가로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2030년까지 100기
이상 핵무기를 확보해 보다 강력한 핵 억제력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경
고한 바 있다. 미국이 비핵화 협상 재개와 군사적 억제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면서, 북·미 회담 개최 여부와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투
명해질 전망이다.

* 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2022 국제정세전망 29
나. 북한, 핵억제력 증강에 집중하며 대미 ‘전략적 인내’ 기조 지속

2022년 북한은 경제제재·자연재해·코로나19(국경봉쇄)의 ‘3중고’에 계속


시달리면서 위기 극복에 국가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병진노선의 다른 한 축인
핵 역량 강화도 지속할 전망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사건을 ‘김정은의
수모’로 생각하고 있는 평양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는 한 미측의

‘무조건 대화’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 북한은 새해에도 핵실험과 중장거리
I
미사일 시험발사를 삼간 채 ‘전략적 인내’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식량·방역 등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외접촉을 확대할 전망이므로,
이에 필요한 수준에서 북·미 대화에 응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국제정세전망’은 북한의 대미 전략에 대해 “코로나19 방역과 경


제 관리의 정면 돌파에 집중하면서 당분간 핵·미사일 도발을 자제하고 미
국의 대응을 관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북한판 전략적 인내’로 보
았다. 당시 다수의 북한 관찰자들은 과거 미국 행정부 교체기의 전례에 따
라 북측이 강도 높은 대미 도발을 단행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하지만 평양
은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경성 도발’을 삼간 채, 단거
리·순항미사일 발사, 신형 전략무기의 전시와 개발계획 발표와 같은 ‘연성
도발’에 그쳤다.

통상 북·미 관계에서 최대 관심사는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또는 북한의 전쟁위협 여부였고, 2022년에도 대형 도발의 발생 여부가 중요한
관심사다. 북한은 ‘하노이 사태’ 이후 “새로운 길”, “크리스마스 선물”, “정
면 돌파” 등의 표현으로 미국을 수시로 위협했지만 막상 이를 실행에 옮기지
는 않았다. 이렇듯 3년 가까이 지속된 대형 도발 중지 상황은 역설적으로
한반도에 ‘폭풍 전야의 고요’ 같은 긴장감을 던지고 있다. 사실 평양은 플
루토늄탄과 고농축우라늄탄, 수소폭탄에서 전술핵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
한 핵탄두를 개발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핵실험 수요가 적지 않다. 2018년
이후 각종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도 크게 진전되어 이들의 시험발사 수요도
많다. 과연 북한은 새해에도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중지할까?

30 제Ⅰ장 한반도 정세
새해에도 북한은 2021년처럼 강경 도발도 대화에도 나서지 않은 채, 자
신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풍계리 핵실험장 폭발 폐쇄,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 중지 등)에 대한 미국의 선(先)양보와
‘새로운 셈법’ 제시를 요구하며 대치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
게 전망하는 배경으로 아래와 같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오늘 북한의 대외행동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기존 경제제재와 제


자연재해의 이중고(二重苦)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위기와 국경봉쇄 I
가 있다. 김정은도 2021년 초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처한 “극악한 제재봉 장
쇄와 혹심한 재난”을 직접 인정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강
도 높은 경제제재가 추가되면서 북한의 그해 경제성장률은 –3.5%, 2018년
에는 –4.1%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던 2020년 경제성장률
은 –4.5%로 10년 내 최악을 기록했다. 북한이 2021년 7월 UN에 제출한 지속
가능발전목표(SDGs*)1)이행을 위한 ‘자발적 국가검토 보고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Voluntary National Review On the
Implementation of the 2030 Agenda)’에 따르면, 곡물생산량이 2018년
에 10년 내 최저 수준인 495만 톤을 기록했다. 2019년에 665만 톤을 생산
했지만, 2020년에는 수해로 다시 552만 톤을 생산했다. 북한은 이런 경제·
식량·보건위기로 인해 체제 생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추가 제재를 초래할
강경 도발에는 나서기 어렵다.

한편 북한이 국제기구에 처음으로 국가경제 보고서를 제출했고, 더욱이


경제사회 통계를 공개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평소 국가기밀
로 간주했던 경제통계를 제출한 것은 근래 김정은이 ‘정상국가화’를 추구
한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증거일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의 국제재정기구
가입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지원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가 경제통계 비
공개였다. 따라서 이번 국가경제통계 공개를 국제사회 재진입을 타진하고
경제지원과 교류협력을 기대하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

*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22 국제정세전망 31
둘째, 북한이 주장하는 ‘핵억제력 확보’ 효과에 주목한다. 북한은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 시기마다 관행적으로 반복했던 핵·미사일 실험 도발을 삼갔
고, 빈번했던 대남 군사도발도 근래에 크게 줄었다. 대남·대미 군사도발을
자제하는 ‘북한판 전략적 인내’ 정책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핵억제력 확보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이 새로이 사용하는 용어와
논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2021년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국방부문에서 조선반도지역의 불안정한 군사적 상황을 안정
I
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라는 표현은 사실 한국 정부가 10년 이상 대북정책 목표의 하나로 제
시했던 것이다. 만약 김 위원장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남북
한 공히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를 목표로 삼게 되는 셈이다.

최근 북한은 한국 또는 한·미 동맹이 한반도와 지역의 안정과 균형을 파괴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미국·남조선 동맹이
계속 강화되는 속에서 종전선언은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조선중앙통
신 2021년 9월 24일자)한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부부장도 한국 측에 “한반
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조선중앙통신,
2021년 9월 25일자). 이에 더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
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 국가가 아니다”(2021년 10월 11일 국방
발전전람회 연설)라고 발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마지막 발언은 매우 파격
적인데, 이는 UN 헌장이 제시한 이상적인 ‘집단안보’ 개념을 빌린 것이다.

이런 북측의 논조는 향후 두 가지 행동을 예측케 한다. 첫째, 북한은 자


신의 핵무장으로 한반도에서 세력균형과 역내 전략적 안정이 유지된다고
주장하며, 북핵에 대비하기 위한 한국의 방위력 증강과 한·미 동맹 강화에
비판 공세를 강화한다. 이때 비핵화협상도 거부할 전망이다. 미·중 전략경
쟁 시대를 맞아 중국 역시 북측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가세할 가능성이 있
다. 둘째, 북한은 핵억제력으로 안전보장을 확보했으므로 향후 경제발전과
국제지위 향상을 위한 대외활동에 적극 나설 수 있다. 새해에는 이러한 북
한의 언동을 빈번하게 볼 전망이다.

32 제Ⅰ장 한반도 정세
다. 한국, 정부 교체기에 불구 비핵평화체제 외교 지속

문재인 정부는 2022년 5월 정부 교체기를 앞두고 평화체제 정책의 구체


적인 성과물이라 할 수 있는 3자(또는 4자) 종전선언을 목표로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를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새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대화를
재개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금지돼 가능성이 낮아졌다. 하지만 북한은 ‘삼중고’로
I
인해 외부지원이 필요하므로 식량·보건 지원,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대화와 북 ·미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있다 . 새해 5월
신 정부가 들어서면 대북정책을 재가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당분간 한반도 정국이 소강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차단돼 있어 달성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중국의 참여와 지지 여부도 불투명한 변수이다.
또한 3월 대선의 결과에 따라 종전선언의 운명도 크게 갈릴 전망이다. 문
재인 정부와 진보 성향 인사들은 평화제체 구축을 최고의 대북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한 ‘입구’로서 종전선언을 중시하므로 계속 추진할 전망
이다. 한편, 보수 성향 인사들은 종전선언이 한·미 동맹, 주한미군, UN사령
부의 존재 근거를 훼손할 것을 우려하고, 또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
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다.

사실 종전선언은 노무현 정부부터 핵심 대북정책 과제로서 추진되었으


나 좌절됐다. 남북 정상은 2018년 판문점선언에서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9월 UN 총회 연설에서 다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
할 것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새해에
종전선언의 가능성은 커질 전망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33
한편 새해에 한국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그
동안 북한은 북·미 담판을 통해 제재 해제를 이끌어냄으로써 경제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으므로 한국의 지원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
만 미국은 제재 해제를 일관되게 반대했고,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로 북·
미 담판의 기회마저 차단됐다. 그러는 동안 UN에 SDGs 이행을 위한 자발
적 국가검토 보고서를 제출하고 자신의 식량사정을 공개하는 등 북한의 행

동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들도 대북 인도적 지원을
I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인도 지원이 ‘민족공동체’와 ‘인간안

보’ 뿐 아니라 남북대화와 북·미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것을
기대하며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남북은 이미 2018년 평양공동선언에서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


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해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
로 합의했으므로 이를 근거로 하는 보건의료협력 재개도 기대된다. 또한
‘동북아 평화협력정책’ 차원에서 2020년 9월 한국 정부가 제안해 가동 중
인 ‘동북아 보건방역 협의체’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북한에 방역 지원을 제
공하는 방법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
체(APEC*)1)화상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이미 해외에 코로나19 백신과 방역
물자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보건의료 개발지원’을 확대할 것
을 약속했었다. 대북 의료보건 지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으며, 새해 초 국
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대북 백신지원도 추진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한반도 평화체제의 진전을 위


해 ‘남북 기본협정’과 ‘비무장지대(DMZ*)2)국제평화지대’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남북 기본협정’은
‘종전선언’과 유사하게 남북의 평화공존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입구이자 핵심 이정표가 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의 화두로 주목받는
상호존중, 내정 불간섭, 불가침, 평화공존 등이 바로 남북기본협정의 핵심

* 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 DMZ: Demilitarized Zone

34 제Ⅰ장 한반도 정세
내용이 된다. 사실 이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데,
그 참조모델이었던 동서독 기본조약처럼 남북관계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남북기본협정의 문안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판문점선
언과 평양공동선언의 내용을 더하면 된다. 따라서 남북기본협정은 남북 정
상의 정치적 의지에 따라 의외로 쉽게 타결될 수도 있다. 참고로, 남북기본
합의서는 1992년 2월에 발효되어, 2022년은 발효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매번 대북정책 주요 과제로 ‘DMZ의 평화적 이용’을 I
제안했지만 북측의 비협조로 오늘까지 관련 공동사업은 남북 철도·도로 연 장
결, 9·19 군사합의서에 따른 감시초소 시범 철수, 유해 발굴 등에 그쳤다.
2018년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2019년 UN 총회 연
설에서 “비무장지대 안에 UN 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 관련 기구 등이 자리
를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되는 명
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DMZ 국제평화
지대는 남북의 평화공존을 가능케 하고, 이는 다시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
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는 대체로
어두운 전망 일색이지만, 인도적 지원, 남북기본협정, DMZ 평화지대화의
진전을 위한 남북대화가 재개되어 ‘한반도의 봄’이 새로이 도래할 가능성
도 기대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35
3. 남북관계 전반

가. 한국 차기 정부 등장 이후 점진적 개선 전망

2022년 남북관계는 상반기 정체 후 하반기부터 사회·문화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2022년 상반기 남북한 모두 국내

정치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은 한계가 있을 것이나, 하반기로
I
들어가면서 남북한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따라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점진적 관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2022년 코로나19 상황의 극복과
한국 대선의 결과가 남북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며, 하반기부터 남북
관계의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다.

2021년은 남북관계 차원에서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이었다. 마냥 정체


되어 있었다기보다는 수면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에
서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한 이래 북한은 내부적으로 자력갱생의 길을 가면
서 상황을 관망했다. 그러나 4월부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존중 및 약


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강조한 이후, 남북한은 7월 27일 우선적으로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 6월 16일 북측이 남북공동연
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한 이래 1년여 만에 이뤄
진 연결 합의였다. 그러나 통신연락선 운영은 8월 10일 북한의 한·미 연합
훈련 비난을 계기로 다시 단절됐다가 9월 4일 복구됐다.

9월 21일 문 대통령이 제76차 UN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의한


것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었다. 9월 24일과 25일 김여정 노동
당 부부장은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상호존중, 이중기준 철회, 공정
성 담보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종전선언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 남북
정상회담 등이 해결될 수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36 제Ⅰ장 한반도 정세
이후 주목할 점은 9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불신과 대결의 불
씨로 되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 행위들
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상대방)에 대
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일단 남북 통

신연락선은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남측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
I
다는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을 우선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첫째, 북·중 국경 개방 가능성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점진적으로
안정화하면서 그간 봉쇄됐던 국경은 점진적으로 왕래가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안정적 개최를 위해 북한과
의 국경을 개방하면서 대북 경제지원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
올림픽위원회(IOC*)는1)이미 북한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한
바 있으므로 북측의 공식 참가가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나, IOC 내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오히려 북·중 경제협력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
을 지연시킬 수 있다.

둘째, 한국의 대선이다. 북한은 2022년 3월 한국의 대선과 5월 차기 정


부의 등장을 전후해 남북관계 개선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평양은 한
국 혹은 미국의 정부 임기 말에 주요 합의를 이룬 뒤 정권교체로 이를 제대
로 추진하지 못한 외교의 경험을 갖고 있다. 2000년 클린턴 행정부 임기
말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2007년 노무현 정부와의 ‘10·4 선언’이 대표적
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국의 정권 초기에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성과
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 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2022 국제정세전망 37
따라서 2022년에는 한국의 대선이 끝나고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
북관계가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새 정부
가 출범하면 남북관계의 상징인 개성 연락사무소의 복원 여부가 차기 정부
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평양이 연락사
무소를 복원한다면 새로운 협상을 준비한다는 신호이고, 평양이 이를 외면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I 한편 2022년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지도자로서의 10년을 평가하고 새로

장 운 10년에 대한 계획과 전략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언급할 공산


이 크다. 김정은 통치 10년을 기념해 ‘김정은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유
일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사회 전체에 ‘김정은주의’를 확산할 것이다. 이 과
정에서 경제 및 대외전략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결과가 남북관
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2022년 7월 4일은 남북 대화와 합의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7·4 남북공동성명의 50주년 기념일로 대화와 협상
을 재개하기에 적합한 시점인 만큼, 우리 정부는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나. 남북 ‘안보 딜레마’의 지속

2022년 남북관계 개선은 남북한이 ‘안보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당규약에 반영한 후 군사력을 고도화시키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전력 강화를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역량 강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 딜레마가
2022년에도 지속될 경우 관계 개선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2021년 남북관계에서는 코로나19 외에도 안보 딜레마의 우려가 상당한


쟁점으로 작동했다.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
장은 보고를 통해 “현실은 국가방위력을 순간도 정체함이 없이 강화하여야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
는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당규약에 반영했다.

38 제Ⅰ장 한반도 정세
2021년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 1월 22일, 2월 21일에 순항미사일, 3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9월 11일과 12일 장거리순항미
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을 이어갔다. 우리 군이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1)시험발사에 성공한 9월
15일에도 북측은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며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
I
창하 국방과학원장은 “남조선이 잠수함 무기체계 개발에 집착하고 있다는

데 주의를 돌리며 그 속내를 주시해보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북한의 일련의 무력시위는 2018년 남북한이 체결한 ‘9·19 군사분야 남


북합의서’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무력시위가 자신들의 ‘국방
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정상적이고 자위적인 활동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해
다른 국가들과 같은 방식으로 국방 발전을 추구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여기에 9월 28일 극초음속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 발사하고 10월 19일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SLBM을 시험 발사하면서 국방력 강화 프로그램
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10월 21일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
발사 등 남측의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비판하면서 자국의 군사력 강화를 합
리화하고 있다. 이러한 안보의 딜레마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대화와 소통
의 구조가 안착하기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의 전작권 환
수 준비과정에 대해 북측이 국방력 증강으로 대응한다면 안보 딜레마는 장
기화될 수 있다. 남북한이 상호 의사소통과 대화를 지속하며 9·19 합의를
복원할 필요성이 있다.

* 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2022 국제정세전망 39
다. 인도적 지원 확대와 산림협력 재개 전망

2022년 남북 교류·협력은 부분적으로 재개될 전망이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중단됐던 대북 인도적 지원이 2021년 하반기부터 일부
재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남아있으므로
대규모 지원보다는 민간 비정부기구(NGO*)를1)통한 점진적 확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글래스고 기후합의 채택에 따라 산림협력이 재개될 전망이다.
I
장 2021년 남북 교류·협력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됨에 따라 9월 이후 부분적으로 인도적
지원이 재개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2021년 7월 30일 북한으로의 물자 반
출 2건이 승인됐고, 9월 24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개최해 대북 영
양보건 협력 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의결했다. 10월 7일에도 민
간단체의 보건 의료협력 물자반출 3건이 승인됐다.

우리의 대북 인도 지원 재개는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 지원 재개와


발을 맞춘 것이다. 9월 말 국제기구의 인도협력 물자가 중국 다롄항에서
남포항으로 운송됐고, 10월에도 코로나19 의료품 운송과 UN아동기금
(UNICEF*)의2)보건(장갑, 마스크, 진단시약 등) 및 영양 물자 운송이 확인
됐다.

그러나 에드윈 살바도르(Edwin Salvador) 세계보건기구(WHO*)3)평양


사무소장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백신 반입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우
리 정부가 국내의 높은 백신 접종률 성과를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를 추진
하면서 백신을 통한 대북 인도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경우 가시적 성과가 나
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인도적 지원 외에 산림협력도 재개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UNFCCC*)4)

*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 UNICE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40 제Ⅰ장 한반도 정세
당사국총회(COP26*)1)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산림협력으로 온실가스 감
축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이중 해외 감축분 5%를 대북 산림 지원
및 협력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산림협력은 그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


었으나 2020년부터 재개 노력이 이뤄진 바 있다. 이미 2019년 12월 북한 제
의 10개 양묘장 건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UN의 제재 면제를 받아 I
놓았으므로, 산림청을 중심으로 북한 지역의 양묘장 건설을 적극화할 계획 장
이다.

북한은 아직 이러한 산림협력 프로그램에 호응하지 않고 있으나 국제기


구나 국제 NGO 등 과는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한스자이델재단(Hanns-Seidel-Stiftung) 한국사무소의 경우 북한 국
토환경보호성과 협력해 ‘산림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8월 18일
에는 ‘북한의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과 산림 인증’을 주제로 화상회의가 열
렸고, 10월 25일과 26일에는 ‘북한에서의 녹색 성장’을 주제로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환경 분야에 대한 북한의 관심 증대는 남북 교류·협력의 한 축으
로 산림협력의 재개를 점칠 수 있는 배경이다.

* COP26: The 26th session of the Conference of the Parties

2022 국제정세전망 41
제 Ⅱ 장

주요국 정세
1. 동북아시아

2. 미국

3. 중국

4. 일본

5. 러시아
제Ⅱ장 | 주요국 정세

1. 동북아시아


가. 미국의 역내 관여 강화
II
장 미국은 아시아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보다 높일 것이다. 미국은 중동지역
에서의 관여를 최소화하면서 보다 분명하게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역내
관여를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유리한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혁신과
군사력 재배치를 지속하고, 양자·다자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무역
체제 형성을 중심으로 역내 경제협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이 미국 국가안보전략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미국은 20여
년에 걸쳐 장기화된 아프간 전쟁을 종식시키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화
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했다.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정책으로 회귀
하면서 역내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안정화시켰다. 한
편, 미국은 2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인도·일본·호주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의1)협력 수준을 높이고 호주·영국과 역내 다자동맹의 선도적 역할
을 할 ‘호주·영국·미국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를2)창설했다. 이와

* 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 AUKUS: Australia,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44 제Ⅱ장 주요국 정세
함께, 미국은 강대국 전쟁을 상정한 ‘합동 전쟁수행 개념(Joint Warfighting
Concept)’을 발전시키고 미래전력 개발을 위한 투자를 증대시켰다.

2022년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관여를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의 대테러 전쟁을 특수작전 중심으로 수행하
면서 이라크·시리아 등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최소화할 것이다. 그리고 ‘준
경쟁자(near-peer competitor)’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자원을 아시아에 집중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
다. 하지만 미국 지도부는 단기적으로 중국과의 군사충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아시아로의 재균형을 추진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러시아·북한·이란·테러리즘보다 상위의 위협이 제


라는 평가에 기초해 중국에 초점을 맞춘 군사혁신과 군사태세 조정을 점차 II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실험과 연습을 통해 ‘합동 전쟁수행 개 장
념’을 보완하면서 고도로 통합된 작전 방식을 개발해 나갈 것이다. 미래 합
동작전의 기초가 될 통합되고 자동화된 지휘통제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
하면서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정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혁신도 지속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최근의 국방예산 편성 추세를 유지하면서 인공
지능(AI) 등 신기술 연구개발 투자와 해·공군 무기 구매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중국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를 지
속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역내 지상군의 전진배치 태세를 유지하고 해군
력과 첨단전력 중심의 점진적인 군사력 증강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최
근 채택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lobal Posture Review)’에 따라
괌·호주·남태평양의 기지, 전력, 보급 체계를 강화하면서 보다 분산된 전력
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22년에도 역내 양자·다자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포함한 역내 동맹을 중국을 염두에 둔 지역동맹으로 전환시
키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Quad와 AUKUS를 중심으로
다자 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미국 지도부는 인도를 포함하는 반중 군
사동맹 결성이 시기상조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실용적 협력을

2022 국제정세전망 45
중심으로 유연하게 협력 수준을 높여가면서 Quad 내부의 단합을 강화하
고 후보 회원국들을 점진적으로 연계시키려 할 것이다. 한편,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다자 군사동맹의 선도적 사례로서 AUKUS의 군사협력을 강화
해 나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치적 제약이 강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으로1)복귀하는 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은 중
요성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무역 체제 형성을 위한 구상을 제안해 역내 무
역 규칙 제정의 주도권을 강화하는 노력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은 또한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다.


II 나. 미·중 관계의 경쟁 기조 속 안정화

미국과 중국의 세력균형 격차가 좁혀지면서 본격화된 경쟁은 지속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은 공세적인 견제정책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완화하기 위해 유화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적극적
외교정책과 군사력 현대화를 지속할 것이다. 한편, 양국은 지역안정에 대한
공동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해 충돌을 피하고 일정한 안정성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좀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공세적


인 견제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의 탈동조화, 군사혁
신, 동맹 강화, 대만과의 관계 강화, 중국의 권위주의와 강압적 행동에 대
한 비판 등을 통해 압박을 증대시켰다. 중국은 갈등의 증폭을 피하기 위해
대체로 유화적인 대미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중국은 주권과 이념 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하고 군사력 현대화와 적극적 주변외교를 추진하면
서 장기적인 경쟁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習近平) 주석은 화상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성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는데 동의하고 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46 제Ⅱ장 주요국 정세
2022년 미국은 공세적인 견제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미국의 주요 목표
는 힘의 우위를 유지하고 중국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
은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보다 광범위하게 차단하고, 중국의 불
공정한 무역관행과 산업정책을 제거하기 위한 압박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
은 중국과의 가치 대립을 활용하면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미국은 또
한 서태평양에서의 공중 우위와 전장네트워크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능력을 극복
하기 위한 군사혁신과 재균형을 지속할 것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세적인



유화정책을 추진하겠지만 주권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
II
망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지나친 갈 장
등을 회피하고, 국제적 이슈들에 대한 협력을 점차 강화하고, 고위급 전략
대화의 재개에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을 결정할 당대회가 개최되는 해에 영토 분쟁, 인권, 대만 문제 등에
대해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축적된 경제력
을 기반으로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 시도하고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2017년 이후 본격화된 경쟁의 추세는 2022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하지


만 미국과 중국은 지역안정에 대한 전략적 공동이익을 기초로 대화와 협력
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국면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경
쟁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관여를 통해 중국과의 일정한 수준의 협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 지도부는 경쟁의 과도한 군사화를 경계하고 중
국의 위협이 임박했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국방비를 현 수준에서 유지
하고 장기적인 우위 확보를 위한 군사기술 발전에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은 중국과의 일반적인 무역과 투자관계를 유지하고
기후변화·전염병·핵확산 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리고 초기 공세를 펼친 바이든 행정부는 고위급 전략대화를 재개

2022 국제정세전망 47
하면서 점차 외교적 관여를 강화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세력관계의 열세
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도 미국과의 섣부른 군비경쟁보다는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
서 중국은 군사기술 발전에 집중하면서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도전
을 피하고 국제적 이슈들에 대한 협력을 증진하면서 관계를 안정시키려 시
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화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략적 안정
성에 관한 장관급 대화는 관계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 균형
에 있어 분명한 열세에 있는 중국이 미래의 옵션을 제약할 실질적인 핵군
축에 합의할 가능성은 없지만,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대화는 우발적 충돌
을 피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II
다. 대중 동맹의 점진적 강화와 중·러 협력 지속

미·일과 중·러의 경쟁 관계는 지속되겠지만 냉전적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은 미국·호주·인도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중 지역동맹의
형성을 선도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대립적 경쟁
속에서도 안정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대항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겠지만 여전히 동맹 결성은 회피할 것이다.

2021년 미국과 일본은 국내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동맹을 유


지했다. 미·일 동맹은 공동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기술협력을 확대했다. 그
리고 양국은 대만 군사충돌 시 공동대응 방안을 구체화하면서 대중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했다. 2022년에도 일본은 미·일 동맹을 기초로 중국을 견
제할 것이다. 일본은 미국·호주와 공조해 Quad에서의 다자 안보협력을 강
화하면서 역내 반중 동맹 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
만 중국의 군사위협이 제한적이고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확고한 상황에서
인도 등을 포함하는 역내 다자 군사동맹의 결성은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
이다. 현 상황에서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와 남중국해 등에 대한 개입
의 부담으로 인해 군사동맹인 AUKUS 가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
으로 예상된다.

48 제Ⅱ장 주요국 정세
2021년 일본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대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정
한 수준에서 관계를 안정화시켰다. 2022년에도 양국은 현상을 유지할 것
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역내 세력균형의 변화는 일본과 중
국의 적대적인 경쟁관계를 지속시킬 것이다. 일본에게 중국은 장기적으로
가장 큰 안보위협이다. 중국에게도 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역
내국가인 일본과의 적대적 관계는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양국은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상당히 강한 동기를 갖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 수준이 아직 제한적인 상황에서 일본은 첨단기술 분야를 제외하고 중
국과의 경제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중국과의 과도한
대립을 피하기 위해 다자 지역동맹 결성의 속도를 조절할 것이다.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일본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고
II
립을 완화하려 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일이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적 관계는 2021년에


도 지속되었다. 하지만 양국 지도자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신전략무기감축
조약(New START*)1)연장에 합의하고 관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
다. 2022년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대립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의 적대적인 대미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여론과 의회의 압력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제약할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2)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국경지역의 전력을 증강하면서 강압하고 있는 러시아가 실제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 전술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를 악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러시아
와의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은 전략적 안정성 유지를
넘어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 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2022 국제정세전망 49
2021년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 공조, 경제 협력, 합동군사훈련과 군사기
술 협력 등을 통해 높은 수준의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2022년에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 수준의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
다. 중국에게 러시아는 미국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함께 미국을 견
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주요국이다. 러시아의 협력은 중국이 영향력을
유지하고 군사력 현대화를 추진하는데 여전히 필수적일 것이다. 미국의 제
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러시아에게 미국의 압박에 공동으로 대응
하고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국가일 것이다. 하지만 양국의 파
트너십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에 대한 힘의 열세
속에 중국은 군사동맹 결성으로 인한 대미 관계의 악화를 우려할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협력 수준을 결정할 때 미국의 추가적인 압박과 인접국
II
가인 중국의 강대국화가 가져올 장기적인 위협을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미·일의 동맹 강화와 중·러의 파트너십이 경쟁적 구도를 지속시키겠지만
냉전적 수준의 대립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라. 지역체제 안정성 유지

미국이 우위를 유지하는 역내 세력균형이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여전히 군사충돌을 회피하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세력균형의 변화에 따른 증대되는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역체제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력의 상승과 함께 중국은 영토분쟁과 주권문제에 대해 공세적인 행태


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 우위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자
제시켜왔다. 2022년에도 미국은 균형자로서 지역안정을 유지하는 데 결정
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군사력 우위와 광범위한 동맹체계를 기초
로 중국을 억제하고, 동맹국들의 분쟁 연루를 제어하고, 위기 시 확전을 통
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50 제Ⅱ장 주요국 정세
중국의 군사력 투사 능력의 증대와 영토분쟁 등이 결합되면서 우발적인
군사충돌의 위험이 증대되어 왔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은 경
우 우발적 충돌이 대규모 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에서의 대규모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낮다. 한반


도에서 제한적 군사충돌의 위험은 상존하지만 현실적으로 상호 핵 억제가
작동하는 상황에서 전면전의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대규모 군사충돌 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재래식 전력의 열세
와 미국의 확장억제의 논리를 알고 있는 북한 역시 대규모 전쟁을 피하기
위해 대단히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해·공군력이 지배하
는 동중국해에서도 중국은 대규모 군사적 충돌을 피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낮다. 미국의 공중 우위(또는 경합)와 조 II
용한 핵잠수함들의 공격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상륙작전은 실패할 장
개연성이 높다. 중국의 침공이 미국·일본 등과의 대규모 전쟁으로 확전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은 전후 엄청난 경제적·외교적 대가를 치러
야 하고 조기에 미국과의 냉전에 직면할 것이다. 대만의 독립 추진이 침공
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대만 정부의 정책, 현상유지에 대한 여론의 강력
한 지지, 미국의 제약 등을 고려할 때 대만이 실제 독립을 추구할 가능성은
낮다. 한편, 대만이 독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중국이 이를 저지
하기 위해 제한적 미사일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효과가 불확실하
거나 확전 위험이 큰 대만 도서의 점령과 해상봉쇄를 중국이 실행할 가능
성은 낮다.

2022 국제정세전망 51
2. 미국

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의제 추진과 공화당의 견제 지속

2022년 미국 국내 정치는 집권 전반기 주요 정책 성과를 달성하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이러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를 견제하기 위한
공화당의 노력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미국 국내 정치는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의회 사이의 제한적 협


력 관계 및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감소로 특징지어진다. 바이든 행정부
는 임기 초반 ‘코로나19 대응, 경제 회복, 사회 통합, 이민, 기후 변화, 글로

벌 리더십 회복’을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미국의 대내외 역량을 회복하기
II
위한 야심 찬 계획에 시동을 걸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정책 기조로 내걸고 미국의 국내적 역량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 ‘미국 일자리 계
획(American Jobs Plan)’,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을 제
시하였다.

1조 9,000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 법안인 미국 구제 계획은 지난


3월 공화당 의원들의 전원 반대표 행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찬
성표에 힘입어 연방의회를 통과함으로써 바이든 정부 출범 후 50일 만에
입법이 완료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임기 초반 미국 구조 계획의 입법이 완
료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는 것 같았으나,
이후 물적 인프라 사업인 미국 일자리 계획과 인적 인프라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미국 가족 계획이 공화당의 반대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저항에 부
딪치며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2조 2,500억 달러 규모로 제안되었던 물적
인프라 법안은 연방 상원에서 초당적 합의를 통해 1조 2,000억 달러 규모
로 축소되어 통과되었으나, 연방 하원에서 물적 인프라 법안과 인적 인프
라 법안을 동시에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라밀라 제야팔(Pramila
Jayapal) 등 급진적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쳐 통과가 지연되

52 제Ⅱ장 주요국 정세
었다. 또한 3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인적 인프라 법안은 예산조정절차
(budget reconciliation)를 통해 민주당 독자적으로 통과시키려 하였으나
대규모 재정투입을 우려하는 조 맨친(Joe Manchin), 키어스틴 시네마(Kyrsten
Sinema) 상원의원의 반대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의제가 공화당의 반대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


의 저항에 부딪쳐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짐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
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를 앞
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의제 추진 및 달성을 견제하려는 공화당
의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자
신의 역점 사업들에 대한 여당 내 이견을 조율하여 입법 통과를 이루어내

는 리더십을 어느 정도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II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을 지나 코로나19 대처, 장
경제 회복, 주요 정책 의제 추진 등에 있어 난항을 겪으며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미국 대통령의 임기 두 번째 해에 국정 운영의 어려움으
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
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
책 의제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 한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 미국 경제의 회복세 지속

미국 경제는 2022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 가능성,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은
경제회복의 불안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경기침체로부터 회복세


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20년 11월
12일 공개한 ‘2021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세계경제가 코
로나19 확산 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2022 국제정세전망 53
전망하였다. 이러한 전망치는 동 기관이 2021 5월 11일 공개한 ‘오늘의
세계경제’ 보고서에서 5.9%로 상향 조정되었다. 이러한 상향 조정은 코로
나19 백신의 보급·접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
하면서 세계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백신의 공급 및 접종자 수 확대, 고용시장의 회복


및 민간 소비 증가, 교역 증가 등에 힘입어 2021년 6.6%의 성장률을 기록
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21년 미국 경제는 경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경기 부양책 시행, 백신 보급 등에 힘입어
소비가 살아나며 빠른 회복세를 보여주었으나, 7월 이후 델타 변이 확산,

노동력 부족,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이 중첩되며 3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II
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델타 변이 확산세 약화,
고용시장 상황 개선 등에 힘입어 4분기에는 미국 경제가 6%대 성장세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상기한 KIEP의 ‘오늘의 세계경제’ 보고서는 2022년 세계경제가 코로나19


백신 보급·접종 확대 및 경기 회복세 지속 등에 힘입어 4.3%의 성장률을 기
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미국경제의 경우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나 노동시장이 정상화되고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지속되면서 3.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변
이 바이러스 발생에 의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충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은 경제 회복의 주요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지목
하였다.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은1)2022년 세계경제와 미국경제가
각각 4.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경제 성장률 전
망치는 2021년 하반기 미국의 경기부양법안 의회 통과, 백신 접종 진전 등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IMF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 경제 회복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재정당국은 경기회복 및 백신 접종 상황을 보
아가며 정책 기조 긴축 전환 계획을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였다.

*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54 제Ⅱ장 주요국 정세
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 성적표인 2022년 중간선거
결과에 주목

최근 실시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의 공화당의 승리가 내년 실시될


중간선거의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2022년 11월 8일에는 중간선거가 실시된다. 내년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전원 435명과 연방 상원 중 3분의 1인 34명의 상원의원이 선출된다.
또한 50개 주(州) 중 39개 주의 주지사를 선출하는 주지사 선거와 지방선거
도 동시에 실시된다. 내년 중간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어 선거 결과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연방 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10월
II
말 현재 연방 상원 100명 중 50명이 공화당 소속이고 민주당 48명과 민주

당 성향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 하원은 435명 중 221명이 민
주당 소속이고 213명이 공화당 소속이다. 중간선거 결과가 대체로 여당에
게 불리하다는 점과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은 민주당을 긴장시
키고 있다. 1946년 이래로 중간선거에서 여당은 평균적으로 25석의 하원
의석을 잃었으며,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하일 경우에는 37석의 하원 의
석을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실시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2021년 11월 초 현재 40% 초반에 머
무르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가
능성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에 실시된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결과에 민주당은 긴장하


고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지역인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현직 주지
사인 필 머피(Phil Murphy) 민주당 후보(51.1% 득표)가 공화당 잭 시아타
랠리(Jack Ciattarelli) 후보(48.2% 득표)에 가까스로 승리했을 뿐 아니라
내년 중간선거의 전초전으로 주목받았던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50.6%의 득표를 한 글렌 영킨(Glenn Youngkin) 공화당 후보가 테리 매컬
리프(Terry McAuliffe) 민주당 후보(48.6% 득표)를 누르고 당선되었기

2022 국제정세전망 55
때문이다. 버지니아 주는 작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10% 차이로 승리했을 뿐 아니라 최근까지 4차례의 주지사 선거
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던 지역이었다는 점을 고
려할 때 영킨 후보의 승리는 작년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게는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2020년 인구총조사(2020 U.S. Census) 결과는 공화당에게 보다 유리한


선거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공화당이 강세인 지역에 인구가
유입되어 해당 주의 하원 의석수와 선거인단 수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인구총조사 결과 텍사스(2석), 플로리다(1석), 노스캐롤라이나(1석),
몬태나(1석), 콜로라도(1석), 오리건(1석) 등 6개 주에 의석이 늘었는데, 오

리건을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이 강세인 지역이다. 반면 캘리포니아, 뉴욕,
II
장 일리노이,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7개 주는
의석이 1석씩 줄었는데,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는 민주당 강세, 펜실
베이니아는 경합주,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는 공화당 강세인 지역이
다. 여당에게 불리한 중간선거의 특성 및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더불어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의석수가 증가한 것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
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2022년 중간선거 결과는 향후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재선 가능성


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이 연방 상·하원 모두 장악하거나 혹은 연방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가져
간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 법안이 연방 의회를 통과하기 매우 어
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 의회 혹은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2024년 바
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견제하기 위해 쟁점 법안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
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처, 경제 회복, 주요 정책 의제 추진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어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석수 손실을 최소화하고 국정 운영 동
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56 제Ⅱ장 주요국 정세
라. 미·중 경쟁 구도 격화

2022년도 미 ·중 경쟁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검토가 끝나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군사전략의 마련으로 인해 군사 부문에서의 경쟁 및
갈등 역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미·중 경쟁은 점점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미국 바


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경쟁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전개되었는
데, 첫 번째는 소다자주의에 기반한 것이었다. Quad, AUKUS, 미·일·호주,
한·미·일 등 미국은 이슈별로 다양한 소다자주의에 기반하여 우방국들을
묶기 시작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여 유연하게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는 글로벌 공급망 구
II
축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Quad 화상 정상회담, 미·일 정상회담, 한·미 정

상회담, 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기후변화, 보건, 신기술 등의 이슈를 중심
으로 여러 국가들과의 관계를 구축하였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여러 국가들
과의 양자 및 다자 간 연합군사훈련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Quad 화상회의에서는 인도의 입장으로 인해 군사 부문 협력이 빠졌지만,
물밑에서 군사훈련을 확장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점차 다자간 훈련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검토 과정이 거의 마무리될 것


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첨단 산업과 관련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좀
더 세밀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 부문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서, 국가안보전략서, 핵태세검토보고서 발간을 통
해 대중국 군사전략을 본 궤도에 올려놓으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러시
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1)협약을 종료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대중국
억지력을 강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한국 등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
일 배치를 추진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전략과 관련하여 선제타격
론을 부인할 것이며, 미국 본토가 위협받는 경우에만 핵을 사용하겠다는

* 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2022 국제정세전망 57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재래식 무기체계 강화와 이에 기반
한 대중국 군사전략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 중국의 반접
근지역거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재래식 무기체계의 현대화 그리고 보다
유연한 역동적 전력전개(Dynamic Force Deployment)에 기반하여 대중국
억지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중간선거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간선거에 대


비하기 위해 강경하게 대중국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
여론에 기반하여 중국정책은 공화, 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강경한 방향으
로 의견을 일치하는 정책이며, 따라서 대중국 강경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

정책은 여전히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며,
II
장 따라서 2021년 말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에게 일정 부분의 양보를 통
해 최소한의 협력구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
에서의 미·중 경쟁 구도는 거세질 것이다.

마. 관리 중심의 대북정책 지속

현 북·미 대화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북한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 따라서 2022년도
북핵문제 해결은 요원한 채, 미국은 현재와 같이 관리 중심의 대북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조율된 실용적 접근법(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에 기반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했지만, 북한은 전제조건을
제시하였다. 즉, 실무협상 시작 이전에 미국이 적대정책 폐기를 북한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
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 시작을 지속적으로 북한에게 요구하였다. 이후 북
한은 다양한 전략무기 실험을 시작하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58 제Ⅱ장 주요국 정세
인해 북·중 간의 경계가 폐쇄되었으며 따라서 북·미 간의 대화에 물꼬가
트이더라도 현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따라서 현
경제 상황 속에서 자력갱생을 추진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부 단속에 매진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무기 실험과 김정은 수령화
를 통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
향성을 정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을 통해 북·미 간 고착상태를 타개


하려 하였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종전선언은 선언적 의미의 종전선언이
었음에 비해, 북한은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실질적 조
치로써 연합훈련 중단, 광물 수출 및 정제유 수입 허용, 민생 관련 제재 해

제를 요구하였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며, 사실상
II
북한 역시 종전선언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
2022년 미국의 대북정책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관리 중심으로 추진될 것
으로 예상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마련을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과 협력하였는데, 한국은 남북관계 강화에, 일본은 대북 억지력
증강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를 수렴하여 미국은 개입과 억지라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대중국 견제 집중이
라는 상황 속에서 ‘억지를 통한 북한 관리’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
은 정책은 2022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의 군사도발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내년도 중국


은 베이징 올림픽과 시진핑 주석 정권연장을 앞두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중국은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은 기
존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1)실험 등과 같은 레드라인을 넘는
군사도발 대신에 다양한 전략무기체계 실험을 통해 한반도에서 긴장 수위를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미국의 사드(THAAD*)2)체계
가 방어할 수 없는 무기체계들을 계속해서 실험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 레드

*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2022 국제정세전망 59
라인을 넘지 않는 북한의 도발은 미·중 양국에게 현상유지를 선호하도록 만들
것이며, 따라서 내년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관리 중심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주된 초점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동맹 강화 압박

중국 견제 목적으로 한·미 동맹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입김은 내년도


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양국 사이에서 글로벌 공급망,
군사협력 등에서 미국의 편에 서라는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국 신행정부에서 다시 미측과 협의할 의제가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구축,
II
대만 문제 등에서의 협력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즉, 한·미 동맹의 전

략적 목표와 위협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한·미 동맹은 북
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었으며, 중국 견제는 한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현 정부 들어 한국은 북한을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으
며, 미국은 북한보다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동맹을 원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은 위협 인식에 대해 공통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과 중국에 대한 위협 인식이 각기 달랐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정상회담은 이 같은 양국의 위협 인식을 공통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
다. 즉, 북한에 대해서 양국은 큰 틀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
였으며, 비록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완전히 합의되지 못했지만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합의하였다. 중국 문제와 관련하
여는 양측이 협력 분야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급망, 대만 문제 등
에 있어서 한·미 양국은 양국의 이익을 공통화시켰다.

내년도 이 같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 협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등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
의 기여를 더욱더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신행정부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역사문제에

60 제Ⅱ장 주요국 정세
있어서 직접적인 개입은 지양하겠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이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대만 이슈이다. 대만 이슈가 불거질수록 한국의


군사적 기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은 올해 여름
부터 미국 중심의 다자간 군사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이 같은 추세
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남중국해 견제를 위한 중거리 미사
일을 한국에 배치하려 할 경우, 한국은 또 한 번 외교적 고민에 빠질 수 있
을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하여 미국은 한국이 독자적 전쟁수행능력이 제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트럼프의 일방적 연합 II
훈련 중단 선언으로 인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작업은 차질을 빚었으며, 따 장
라서 내년도 전작권 전환계획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3. 중국

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경제 연착륙 모색

코로나19와 미국의 압박을 받아온 2021년의 중국 경제는 ‘쌍순환(雙循環)’


정책과 첨단기술의 자립을 강조하며 경제회복을 이루어 왔다. 2022년의
중국 경제는 ‘14.5 규획’을 기반으로 부동산과 금융 및 재정 정책의 변화를
실행하며 경제의 연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중국 사회 전반에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두 개의 사건을


꼽는다면 2019년 12월에 후베이성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감염의 지속과 ‘두 개의 100년’ 가운데 첫 번째인 중국 공산당 창건 100년일
것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전국적인 보건위기와 피해로 인해 초기에는 공
산당 지도부의 리더십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2022 국제정세전망 61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미진한 대응을 보인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황을 수습하면서 초기 비판과는 반대로 오히
려 지도부에 유리한 여론이 중국 내에서 확산되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분위기의 전환을 중국 공산당 지배와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사례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코로나19 현안이 창당
100년의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또한
2021년 2월 25일에는 전국 탈빈곤 총결산 표창대회를 통해 절대적 빈곤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선언했다. 7월 1일에는 시진핑 주석이 천안문 광장
에서 개최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전면적인 샤오캉
(小康) 사회의 실현이라는 첫 번째 100년의 목표를 완성했다고 선포했다.

II 이제 중국이 추구할 목표는 ‘2049년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로
장 넘어가게 되었다 . 그리고 2022년은 중국에게 두 번째 100년의 목표로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지도부는 우선 코로나19의 상
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종결시켜야 한다. 하지만 2022년에도 코로나19
의 종식은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게다가 영국을 시
작으로 덴마크·싱가포르·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대열
에 동참하는 반면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전략을 채택해 소수의 감염 사례만
발생해도 지역 전체를 선제적으로 봉쇄하는 대응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모든 입국자에 대해 3주간의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국경 통제식 방역도 유
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식 방역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렵
다. 중국도 일정 시점에는 새로운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며, 2022년 2월
개최 예정인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연착륙을 준비하는 중국의 2022년 전망은 무엇


보다도 경제 상황에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시진핑 주석은 2021년에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꺼내 들며 중국의 경제에 변화된 내용을 도입하게
되었다. 따라서 과연 2022년 중국의 ‘공동부유’ 경제가 중국의 현실에 부
합하여 안착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62 제Ⅱ장 주요국 정세
이에 더하여 중국은 알리바바를 포함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및
각종 규제를 강화시켰으며, 또한 사교육 시장을 봉쇄시켰다. 무엇보다도
중국 경제의 1/3을 차지하고 있던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개혁 및 제어 조치
로 인해 헝다(恒大) 그룹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어
떤 구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중국이 경제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시행과정에서 예상치 못
한 돌발 상황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동산 보유세를 과연 중국 당국이 얼마나 여러 도시에 도입하게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 결국 2022년의 중국은 포스트 코로나19의
시대를 준비하며 ‘공동부유’를 앞세워 시장 개혁보다는 사회주의 정책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II

나. 동계 올림픽, 20차 당 대회, 그리고 시진핑의 3연임

2021년의 중국은 코로나19와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응해 애국·민족


주의 및 공산주의 사상 교육과 SNS의 통제를 강화해왔다. 2022년의 중국은
교육과 통제를 지속하며 전반기의 동계 올림픽과 하반기에는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걸린 20차 당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시기에도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고 미


국으로부터의 압박이 강화되는 2021년을 지나왔다. 시진핑 지도부는 이에
대응해 내부적으로 애국·민족주의 및 사상 교육을 강화하여 내부적 결집과
대미 대응 의지를 고취시켰다. 또한 SNS의 통제 강화를 통해 민심 이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공산당의 지도력을 제고시켰다. 특히 2021년에 중
국은 차세대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당국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
건설자와 후계자를 육성한다는 소위 ‘홍색 정풍운동(紅色整風運動)’을 추진
해왔다. 현재까지 ▲사교육, ▲대중문화, ▲게임을 비롯한 온라인 콘텐츠
부문에 대한 규제 방안이 발표되었다. 또한 시진핑 지도부는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중점적인 관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 국제정세전망 63
특히 지난 7월에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된 ‘중
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 적합한 신중국
의 젊은 이상은 문약(文弱)을 배격하는 용맹하고 강인한 혁명전사의 모습이
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정상적 심미(審美) 경향’이라고 비판받아온 한국
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중국의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
해 중국 지도부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었다. 따라서 강화되는
중국 내 문화 규제의 조류 속에서 한류(韓流)에 대한 단속은 2022년에도 지
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국은 2022년 2월에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위시로 한 서구 국가들

의 보이콧 가능성과 중국이 ‘제로 코로나’ 대응 방식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
II
장 에서 과연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 나타나고 있다. 하
지만 중국은 이번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공산당 1당 체제가
얼마나 우수하고 안정적인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기회의 장으로 삼을 것
이다.

이어 중국은 2022년 가을에 20차 당 대회의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의 기세를 몰아 20차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하는 중요한 정치 일정을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연임을 확정
하기 전까지 안정적인 대내외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
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2년에도 시진핑은 20차 당 대회가 끝나기 전까지
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외적 외교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차 당 대회는 시 주석의 3연임 이외에도 새로운 지도부의 구성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이어 ▲누가 새로운 총리가
될지, ▲나이 제한으로 이번에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리잔수(栗戦書)와
한정 (韓正)을 대신할 정치국 상무위원은 누구인지 ,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진핑 후계자가 과연 등장하게 될지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4 제Ⅱ장 주요국 정세
하지만 20차 당 대회의 지도부 인선은 계파 간의 합의보다는 시 주석이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잘 이해하고 이를 구현할 안정적이고 신뢰하는 인사
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의 정치적 위상
은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되는 가운데에서도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에 비
해 한 단계 높은 정치적 위상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 미٠중 전략적 경쟁과 중국의 다자외교

2021년의 중국 대외관계는 미국의 전략적 압박에 대응해 러시아 및


우방국과의 협력 및 다자외교를 강화했다. 2022년의 중국은 미국과의 협력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가치와 체제의 ‘다양성’ 및 지경학적 영향력을 앞세워
다자외교 무대에서는 미국과 세력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병행될 것으로
II

전망된다.

2021년 중국은 심화되는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대내외적으로 대응하


기 위해 숨 가쁜 한 해를 지나왔다. 연초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전후하여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과 협력이라는 틀 속에서 개선된 미·중 관계를 기대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현안들을
중심으로 중국을 국제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위협하는 존재로 비판하며 미
국의 리더십을 회복해갔다. 또한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으로 한층 강화된 대중국 압박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과 대만의 전략적, 군사·안보적 협력의 점진적인 강화는 미·중 사이의 민감
한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2021년에 들어 미국의 외교적 압박에 외교적으로 일대일로를 중


심으로 중국의 지경학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백신외교를 중심으로 한 양자
외교 및 국제기구에서의 다자외교를 통한 대응을 펼치며 미국에 대해 강경
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3연임을 앞두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입장에서는 대
미 관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65
2022년에도 중국은 기존의 대미 대응정책을 견지하며 내부적으로는 애
국·민족주의를, 대외적으로는 다자외교를 더욱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외정책 분야에서 중국은 2월에 개최되는 동계 올림픽을 중국의 가
치와 발전을 알리는 다자외교의 장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UN을 포함한 다
양한 국제기구 및 다자외교 무대에서 중국의 ‘신형국제관계’ 및 ‘인류운명
공동체’를 강조하며 중국의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
망된다.

특히 미국 및 서구사회가 강조하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응해


각 국가별 가치 및 체제의 ‘다양성’ 및 ‘주권’과 ‘내정’을 내세우며 국제사
회의 권위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지지와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해 나갈 것

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2022년에는 UN 및 주요 국제기구에서 미·중 간 세력
II
장 대결 및 국가 줄 세우기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2022년의 중국은 미·중 관계에서 경쟁하면서도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특히 미국의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협력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기후변화, ▲핵의 비확산, ▲글로벌 보건안보, ▲군축에서 미국과의 협력
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21년 11월 10일에 미·중이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공동 글래스고 선언(U.S.-China
Joint Glasgow Declaration on Enhancing Climate Action in the 2020s)’
의 합의를 이룬 것에 이어 같은 달 16일(미국 현지시간 15일)에 바이든·시
진핑의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은 중국에게 2022년 미·중 관계의 원만
한 개선 및 협력의 공간 확대에 일정 수준의 긍정적인 함의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미·중의 합의가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 구도에


서 협력 공간의 확대를 의미한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다. 따라서 2022
년의 미·중 관계는 중국이 한편으로는 미국과 협력의 확대와 원만한 관계
개선을 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자외교 무대에서의 대립과 갈등이
높아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6 제Ⅱ장 주요국 정세
라.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수교 30주년의 한·중 관계

2021년의 한·중 관계는 민족주의적인 문화적 충돌과 미٠중 전략적 경쟁의


심화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협력을 증진시켜온 한 해였다. 한·중 관계는
2022년에도 미·중 관계의 변화를 주시하며 수교 30주년을 준비하는 한편,
한국 신정부 출범 이후 양국관계의 재정립을 실험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으로 전망된다.

2022년 8월 24일에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관계이지만, 심화되는


미·중 전략적 경쟁으로 인해 2021년의 한·중 관계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2022년으로 넘길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의 양자관계를 돌아보면 먼저 한·중

간 경제협력이 무역을 중심으로 확대·유지되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
II
다 .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2021년 1~9월 사이 한 ·중 무역액은 2,623억

9천2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4% 증가했다. 2021년 9월까지의 한국의 대
중 수출액은 전년에 비해 22.4% 늘어난 1,549억 8천1백만 달러이며, 수입
액은 26.9% 증가한 1,074억 1천1백만 달러이다.

반면 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복과 김치의 원조 논쟁이 나타나고, ‘조


선구마사’ 드라마의 사례와 같이 중국과의 문화적 논쟁이 불거졌던 점은
한·중 관계의 과제로 남아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논의가 정체되어있는 한·중
FTA*1)후속협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2)관한 한국의 국
회 비준 및 이를 통한 한·중 경제협력의 실질적인 강화 모색은 2022년의
한·중 관계에 과제로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한·중 간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3)가입에 관한 논의도 미국의
CPTPP에 관한 입장과 더불어 한·중 사이의 중요한 현안으로 나타날 것으
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2022년의 한·중 관계는 여전히 미·중 전략적 경쟁에 많은

* FTA: Free Trade Agreement


*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 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2022 국제정세전망 67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견제와 ‘탈중국’ 및 일부 첨단산업의 다자간 산업 생태
계에서의 중국 배제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일단 중국의 기술 추격
의 문제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따라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및 현지 투자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 2차 배터리를 포함하여 첨단산업의 필수 원
료들인 희토류,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의 대중 수입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
다. 하지만 최근 요소 부족 문제에서 나타났듯이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필수 품목에 대한 한국의 생산 능력 및 수입 다변화 정책이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중국이 대미 대응 전략의 차원에서 주요 산업 원료들을 언제

든 전략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유의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II

4. 일본

가. 참의원 선거의 향방과 기시다 정권의 안정 가능성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이 2022년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여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다면, 일본 정치는 본격적인 ‘포스트
아베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10월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퇴진하고, 기시다 후미오


(岸田文雄) 내각이 출범하였다. 10월 말에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
공명의 연립여당이 승리하였고, 11월에 제2차 기시다 내각이 출범하였다.

2021년 10월의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한 배경에는 상황 요


인, 야당 측 선거 전략의 실패, 정치에 대한 무관심층의 증가 및 일본 사회
의 전반적 보수화 등이 있다. 올림픽이라는 ‘악재’가 사라지고, 코로나 사
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지지율이 반등하였다.
야당은 국민에게 정부 여당의 실정과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68 제Ⅱ장 주요국 정세
만들거나 정부 여당과 차별화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참
패’를 자초하였다.

중의원 선거의 결과, ‘자민 대(對) 민주’라는 기존 정당구도에 변화가 예


상된다. 의석수가 대폭 감소한 입헌민주당은 지도부 교체와 좌편향 이념
노선의 수정을 통해 중도 보수층을 포용하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회귀할 가
능성이 있다. 오사카 지역을 석권하고 수도권 등에서 비례대표를 당선시킨
일본유신회는 단독으로 법안 제출이 가능한 21석을 크게 넘는 41석을 얻
어 ‘전국 정당’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고, 개헌, 방위력 강화
등에서 자민당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가 자신의 의지대로 당과 정권을 운영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제


일본 정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 참의원 선거, 2023년에 II
통일지방선거, 2024년에 자민당 총재선 등을 거치면서 기시다 내각은 코 장
로나 사태의 악화, 정권 스캔들의 발생, 경기 침체의 장기화, 연립정권 내
에서 자민-공명 간의 갈등 등에 직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기시다 총리의
구심력이 약화된다면,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내각이
교체될 수 있다. 반대로 연립여당이 참의원 선거에 승리하여 중의원과 참
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한다면,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인사와
정책이 가능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정치’의 부(負)의 유산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포스트


아베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소통형 정치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처럼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는
‘팀의 힘’에 의한 통치, 당정 간의 협의,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과 소통을
중시할 것이다. 그는 당정 관계에 대해서도 아베 및 스가 내각 시기의 관저
주도의 의사결정 행태의 폐해를 지적하고, 주요 정책에 대한 당과 개인 의
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기시다가 약속한 정치 개혁과
당 개혁 관련 조치가 불충분할 경우, 여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고전할 수 있다.

2022 국제정세전망 69
나. 경제 침체의 장기화

2022년에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경기 활성화 대책을 병행


하겠지만, 일본 경제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에 코로나19의 폭발적 확산으로 도쿄와 오사카 등에 4번째 긴급


사태 선언이 발령되고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결과,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었다. 일본 경제의 전년도 대비 GDP 성장률은 2021년 1분기의 마이너
스에서 2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되었지만, 3분기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
였다. 9월 이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2022년에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코로나 사태의 악화 가능성, 글로벌 공급망의 혼

란, 자원 가격의 상승 등의 불확실성을 감안한다면, 2022년에도 일본 정부
II
가 목표로 하는 디플레 탈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은 최대 현안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에서 의료체계의
개편을 축으로 스가 내각의 위기관리대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
해 병상과 의료 인력의 확보, 백신 접종의 확대와 경구 치료제의 조기 상용
화, 백신접종 증명의 디지털화 및 검사 무료화, 방역 체제의 사령탑 기능
강화, 의료 자원 확보를 위한 법률의 개정, 국산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 등
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상된 경제 재생을 위해 비정규 노동자와
육아 세대에 대한 현금 급여 등을 반영한 추가 예산안의 성립을 서두를 것
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은 거시경제정책의 최대 목표를 디플레의 극복에 두고, 대담


한 금융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및 성장전략을 추진한다는 아베 내각 이래
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작용으로 심화된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
의’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는 세제 조치를 통한 임금의 성장, 주거비와 교
육비의 지원, 의료 및 보육 분야의 소득 인상 등을 통해 중산층을 육성하
고, 이들의 소비 확대가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여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70 제Ⅱ장 주요국 정세
기시다 내각은 방역 대책과 경기 회복을 위한 단기 처방을 우선하고 추
가적인 소비세 인상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바,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재정 건전성 및 구조개혁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개선과 생산성 향상, 초고령화 시대의
연금 및 의료비의 재원 확보,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등 포스트 코로나19 시
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으로 보인다.

한편 안보정책과 관련하여 기시다 총리는 자위대의 명기 등을 포함한 개


헌을 추진한다는 입장인 바, 2022년에 의회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가능
성이 있다. 기시다 내각은 적기지 공격능력 등 방위력 강화에 대한 포괄적

검토, 국가안전보장전략 문서와 방위계획대강의 개정, 경제안전보장추진
II
법안(가칭)의 성립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장

다. 미·일 동맹 강화와 함께 대중 관계 개선 모색

2022년의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대외전략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미·중
경쟁 시대에 대비하여 안보전략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기시다 내각이 탄생하면서 일본의 정치 리더십에 변화가 일어났지만 미·일


동맹 중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실현이라는 아베·스가 내각의
대외전략이 지속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자신의 내각 또한 미·일 동맹이 기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양
정상은 동맹 강화의 중요성에 동의하였다. 나아가 일본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Quad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소다자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적극 관여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국가들과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71
일본에게 2022년은 미·중 경쟁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안보
전략을 재정비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2022년에 ‘국가안전
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경우 2013년 아베 정부가 처음 발간한 이후
처음 개정될 예정이다. 개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에는 중국의 군사력 강
화, 미·중 경쟁의 격화 등 그간의 안보 환경 변화가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안보 전략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제안전보장, 적기지 공격능력, 방위비
증강 등의 다양한 안보 쟁점이 논의될 것이다. 각 쟁점에 대해 자민당, 공
명당, 경제계 등이 서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어 일본 내에서 안보 논쟁이 활
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특히 적기지 공격능력과 방위비 증강은 기존의 전

수 방위 및 방위비 GDP 1% 한도 원칙에 변화를 가져와 일본 방위 정책의
II
대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기에 논의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내년 일·중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
기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밝혔듯이 “중국은
일본의 이웃국가이자 최대의 무역 상대국으로 일본에게 중요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10월 6일 일본 정부는 중국군 전투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입
에 대해 중국을 비판한 미국과는 달리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
다”라고 언급하는데 그친 바 있다. 일본의 신중한 발언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었다. 이처럼 일본은 미국의 대중 경쟁에 협력하되 경쟁의 정
도와 수준을 달리함으로써 대중 관계 개선의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한편 일·러 관계는 2021년에도 평화조약 협상을 두고 교착 국면이 지속


될 것이다. 2018년 11월 일·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1956년의 일·소 공동
선언을 기초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고 기시다 총리
또한 이를 계승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작년 7월 러시아 헌법이 영토를
할양하거나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폄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
시한 이후,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함으로써 북방 영토의 주권을 획
득했다는 러시아의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완고한 입장을
고려했을 때 2022년에도 일·러 평화조약 협상이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72 제Ⅱ장 주요국 정세
라. 일본 국내 정치와 강제동원판결의 현금화 문제로 한·일
관계의 향방이 좌우

자민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출범했지만, 단기간


내 대한정책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시다 내각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지 여부는 2022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또한
강제동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2022년의 한·일
관계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한·일 관계는 2021년에도 특별한 개선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갈등


국면이 지속되었다. 미국 바이든 신정부의 출범과 도쿄 올림픽의 개최가

그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II
양국 관계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21년 10월의 제49회 중의원에서 자민·공명의 연립 여당이 승리를 거
두고 11월에 제2차 기시다 내각이 출범하며 일본의 정치 리더십에 변화가
일어났지만, 단기간 내 한·일 관계의 극적인 개선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
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파벌 중 온건파로 분류되는 고치카이
(宏池会) 출신이지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
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라는 기존 일본 정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민당 내 보수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시다 내각이 한·일 관계의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가 예정돼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한·일 정부 모두 양국 관계의 근본적인 개
선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둔다면 내각의 지


지 기반이 확고해지면서, 대한국 외교에서 고치카이 특유의 온건한 외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한 한·일 협력의 중요
성을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취임 후 일본인 납치 및 핵·미사일 개발
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의지를

2022 국제정세전망 73
피력하고 있어,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 할
수 있다. 또한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외국인 입국 완화 조치가 취해지며
한·일 민간 교류가 재개된다면 정부 차원의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일본의 국내 정치 상황 외에 2022년의 한·일 관계를 좌우할 또 다른 중


요 변수는 강제동원 관련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이다. 2018년 11월
한국 대법원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
구권은 1965년의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후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고 2021년 9월 27일 대전지법이 압류된 미쓰비시
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매각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미쓰비시 중공업이

즉시 항고에 나섰는데, 이것이 기각되고 재항고 또한 기각이 된다면 내년
II
장 중으로 매각 명령이 확정되고 현금화가 실현될 것이다. 그럴 경우 일본 정
부는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며 한·일 관계는 격랑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
상 청구소송 항소심의 선고가 잠정적으로 2022년 5월에 예정되어 있는 바,
일본 정부의 이른바 주권면제 주장의 인정 여부 또한 한·일 관계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 러시아

가. 푸틴 정권, 2024년 대선 앞두고 내부통제 강화 전망

푸틴 정권은 2021년 총선 승리를 통해 권력 구도 장기화의 기본 틀을


갖추었으나, 2024년 푸틴의 4기 임기 종료를 앞둔 러시아 집권세력 은 권력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을 완화하기 위해 경제성과 과시에 주력할
것이다.

74 제Ⅱ장 주요국 정세
2021년 9월 국가두마(하원) 선거에서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단독개헌
선인 전체의석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푸틴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 국정 장
악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현 러시아 집권세력은 2024년 차기 대선국면
에서의 권력 구도와 관련해 의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사전에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만을 완화시키기 위해


서는 무엇보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 한층 중요한 과제로 떠오
를 것이다. 특히 총선 직후부터 급격히 악화된 러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11월15일 기준 일일 확진자수가 38,420명, 누적 사망자수가 256,597명에
이르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바, 2022년에도 민생경제와 국민 보건문

제의 정상화가 난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21년 하반기에 시
II
작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재정 문제는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장
한편 2021년 총선 과정에서는 관제 동원 및 부정선거 논란이 적지 않게
불거졌고, 1, 2, 4월 발생한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에 이어 야권 정치인과
독립 언론,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탄압도 강화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2022년 러시아 정부와 국제사회 및 러시아 시민사회 사이의 갈등이 표면
화될지 여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 미·러 관계 및 중·러 관계의 변화 가능성

미국의 새로운 대러 관계 기조가 2022년에도 유지·확대될 경우 미·러


관계와 중·러 관계에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지 주목된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초기 대러 강경노선을 예고했으나 , 2021년 6월


제네바 미·러 정상회담을 주도하고 이를 위한 양국 간 외교 및 안보 고위급
협의 채널을 재가동했다. 정상회담 이후에는 ‘전략적 안정성’ 및 사이버 안보
협력을 위한 협의 채널을 발족시키는 등 양국 관계의 ‘냉각된 안정화’라는
기틀을 세워나갔다. 이러한 미국의 대러 관계 기조가 2022년에도 유지·확대
될 경우 미·러 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75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제재 조치 차원에서 중단시킨 노르트 스트림
(Nord Stream) Ⅱ를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허용한 것 역시 우선은 동맹
독일과의 관계 회복에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의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목적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0월
눌런드(Victoria Nuland) 미 국무부 차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과 다양한 국제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적극성은 이례적인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유보적인 태도 역시 러시아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뜻으로 읽힌다.

2022년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고 이란 핵 문제나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두 나라가 일정한 협력의 성과를 만들어낸다면,
II
장 공동의 현안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협력의 틀을 확대해가며 보다 안정적이
고 예측 가능한 양자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크라이나 문제가 미·러 관계의 위기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이어 바이든 정부에서도 확대되어온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해 러시아 측의 경고성 무력시위의 수위가 날로 높아진 가
운데 12월 7일 미·러 간 화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으나, 명확한 결론은 맺
지 못했다. 양국 정상이 동 사안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위임한 양측
실무진이 일정한 합의점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여부가 내년 유럽 정세, 나
아가 미·러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미국의 중간 선거도 미·러 관계에 복병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민


주당이 트럼프의 재기에 맞서 러시아의 2016, 2020년 미 대선 개입 문제
를 다시금 꺼내들면서 미국 내의 러시아 혐오 정서(rusophobia)를 자극한
다면, 미·러 관계의 개선 시점은 상당 기간 미뤄질 것이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관계에서 보여준 새로운 기류가 중·러 관계


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진행될지 여부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의 양국 관계를 ‘사상 최고’라고 자평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76 제Ⅱ장 주요국 정세
서의 실질 협력을 심화시켜왔다. 특히 중국은 자국에 대한 가장 큰 위협으
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Quad 구상이 아니라 미·러 관계의 개선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제네바 미·러 정상회
담 개최와 관련해 중국 측이 보인 극히 민감한 반응은 이러한 베이징의 심
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따라서 2022년 중국은 미·러 관계의 전향적 개선을 저지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측에 보다 호혜적인 조건의 협력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반
면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반러 정서가 지배적인 의회와 미국 국내언론 여
건을 감안할 때, 러시아의 ‘다른 행동’을 이끌어낼 만한 ‘선물’을 제시하기
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I
다. NATO와의 소통 단절, 대 독일 및 인도관계 관리 및 강화 장

2022년 러시아는 서방권의 핵심 협력국가인 독일의 새로운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옛 소련 시절부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기 공급 대상
이었던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0월 NATO는 러시아 외교 대표단 중 8명의 활동인가(accreditation)


를 취소했고, 이에 러시아 외교부가 자국 내 NATO 대표사무소 폐쇄로 맞
대응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초유의 국면을 맞았다. 이는 최근 주요 군사 이슈와
관련해 러시아의 실질적인 카운터파트로 NATO가 아닌 미국이 자리매김한
바, 러시아 측으로서는 NATO와의 대화 필요성이 줄어든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2022년에는 군축 및 충돌방지 메커니즘과 관련한 논의가 미국과


러시아 두 나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
다. 한편 NATO군의 흑해 전진 훈련을 명분으로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을 집결시키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연출되고 있으므로, 이
지역의 긴장 고조 문제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2022년 러시아의 대외관계에서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독일 새 정부와 푸틴


정부 사이에 어떤 관계가 형성될 것인지이다. 독일은 그간 러시아와 서방

2022 국제정세전망 77
사이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고, NATO의 핵심국가이면서도
가스 수입과 장비 수출을 중심으로한 러시아와 지속적인 경제협력을 발전
시켜 왔다. 그런데 차기 독일 연립정부에서 녹색당이 외무부 장관 몫을 받
게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동안 녹색당은 노르트 스트림 Ⅱ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고 러시아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바, 독일 정부 내 녹색당의 역할이 양국 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
할지 주목된다.

인도는 러시아산 무기를 소련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등 러시아


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
략과 Quad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함에 따라, 향후 러시아는 인도와의 양자

관계에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결정된 러시아제 첨단 방
II
장 공미사일시스템 S-400의 인도 공급이 2021년 11월 중순 시작됐고, 12월
초에는 푸틴 대통령이 인도를 직접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이러한
러시아의 밀착 관리는 최근 러시아·중국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다소 소원해
졌던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며 이는 당분간 이어질 것
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의 S-400 도입 결정당시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인도를 압박했음을 감안할 때, 러·인도 무기 거래에 대해 향후 미국이
어떤 방식의 ‘개입’을 택할지도 주목된다.

라. 한·러 관계는 대체로 안정 기조 유지 전망

푸틴 정부의 극동개발정책과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 중시 기조에 따라


2022년에도 한·러 관계는 대체로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나,
러·중 간 합동 군사훈련 등 갈등 요인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관계에서 사안별 유연한 접근을 하고 공


동 현안에 대해 대화와 협력을 지향한다면, 이는 한국의 대러 관계에도 긍
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78 제Ⅱ장 주요국 정세
특히 2021년 5월 북극이사회 기간 동안 열린 미·러 외교수장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 문제 역시 두 나라의 협력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으므로, 한국
으로서는 동 사안에 대한 미·러 간의 대화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미·러
간 관련 협력을 전략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 .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8월 한국 정부가 성김(Sung Kim) 미 국무부 특별대표와 마르굴로프(Igor
Morgulov) 러시아 차관 사이의 서울 회담을 주선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
될 수 있다. 향후 북핵 문제 협의 채널이 미·러 양자 차원과 한·미·러 3자 차
원에서 활성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1년은 수교 3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양측 외교수장이 상호 방문


하는 등 고위급 차원의 교류가 활발히 진행된 한 해였다. 양국 국방부 사이

에서도 ‘국방협력협정’이 체결돼 국방관련 교류 협력 프로그램의 제도적
II
기반을 구축했고, 11월에는 숙원 과제였던 한·러 해·공군 간 직통망 설치에 장
합의하는 성과가 있었다. 2022년에도 한반도 주변에서의 러·중 간 공군 합
동 군사훈련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직통망은 한·러 간 우발적 충돌
상황을 사전 예방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푸틴 정권은 2021년 9월 총선을 통해 안정적 집권구도를 확보함에 따라


러시아의 기존 극동개발정책과 아시아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79
제 Ⅲ 장

지역별 정세
1. 동남아시아

2. 남아시아·대양주

3. 유럽

4. 중동

5. 중앙아시아

6. 아프리카

7. 중남미
제Ⅲ장 | 지역별 정세

1. 동남아시아

가. 미얀마 사태로 인해 시험대에 오른 ASEAN

아웅산 수지(Aung San Suu Kyi)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


(NLD*)1)주도의 미얀마 민주정부의 기능을 중단시키고 정국을 다시 군부집권
제 상태로 되돌린 미얀마 군사 쿠데타에 대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III 이2)그동안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함으로써 ASEAN의 지역통합체로서의
장 기능과 적실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


을 거둔 전년도 11월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는 구실
을 들어 미얀마 군부는 2021년 2월 1일 새벽에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감행
했다.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국군 총사령관이 이끄는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등 NLD의 주요 인사 수천 명을 연행·감금함
으로써 NLD 정부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정권을 장악한 것이다.

이로써 미얀마는 또다시 군부가 정국을 장악하는 정치적 암흑기를 맞게


되었다. 그동안 소수민족 간 내전 및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자(Rohingya)
족에 대한 대규모 탄압 등으로 얼룩진 미얀마 정국이 새로운 혼란 상황에

* 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82 제Ⅲ장 지역별 정세
빠지게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군부의 불법 쿠데타에 항의하고 민주정부
인사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말 현재까지
천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고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수천 명이 구금되었
으며, 미얀마 국민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커다란 어려움과 혼란을 겪고 있다.

ASEAN은 의장국 브루나이를 중심으로 회원국의 내정에 불간섭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서 미얀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노력을 착수하여, 미얀마
군부와 ‘5개 합의사항(Five Point Consensus)’을 도출하였다. 즉, 폭력 즉
각 중단, 당사자 간 대화 시작, ASEAN 특사 파견 및 당사자 간 중재,
ASEAN의 인도적 지원, ASEAN 특사의 미얀마 방문 및 당사자 면담 등에
합의하였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미얀마 군부는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탄압 중지 등 합의사항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
다. 이에 따라 의장국 브루나이를 중심으로 한 ASEAN은 지난 10월 개최된
ASEAN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지도자를 초청하지 않는 강경 대응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가 ASEAN과 약속했던 5개 합의사항 및 민간정부로 III
의 정권이양을 이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얀마 군부는 당초의 약속을 장
번복하고 2023년 총선거를 통해 민간정부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다시 공
약한 바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력에도 크게 영향을 받
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미얀마 군부가 계속해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당분간 미얀마 정국의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미얀마 사태와 관련하여 ASEAN 회원국들이 계속해서 분열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고, 이에 따라 ASEAN 차원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
고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 쿠데타 초기부터 태국과 싱가포르는 미얀마 군
부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고, 인도네시아 및 말레이시아가 즉
각 폭력 중단, 구금 인사 석방, 민주주의 회복 등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
만,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미얀마 사태로 인한 ASEAN의 문제 해결 능력과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83
나.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2022년 ASEAN 의장국 캄보디아의 행보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인한 대결구도 강화, 특히 Quad, AUKUS와 같은


ASEAN 주도의 다자협력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소다자 협의체가
부상하고 , 그동안 친중적 행보를 보여 온 캄보디아가 ASEAN 의장국을
수임하게 되어, 2022년 ASEAN이 중심성과 단결성을 유지하는데 심각한
도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Quad 및 AUKUS와 같은 소다자 협의체 결성이 증대되는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ASEAN 중심의 지역 구도가 약화되어 왔다. 여기에 2022년 캄보
디아의 ASEAN 의장직 수임은 캄보디아의 친중 행보를 감안할 때 ASEAN
중심성과 통합성에 또 하나의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ASEAN 중심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십들이

제 맺어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ASEAN 차원의 대응이 미흡하다. 미국·영국·호

III 주가 결성한 역내 안보 협의체 AUKUS에 대해 이미 ASEAN 차원의 일치된

장 대응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ASEAN 회원국마다 각자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AUKUS에 대한 의견 차이를 분명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와 말
레이시아는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 지원을 중심으로 한 AUKUS 협의
체 창설에 대해 역내 군비 경쟁 심화, 군사력 투사 증가와 중국의 군사적
공세 강화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반면, 싱가포르와 필리핀은
AUKUS가 지역 세력 균형의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식하
면서 내심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캄보디아가 2022년 ASEAN 의장국을 맡게 됨에 따라 ASEAN


중심성과 단합성 약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ASEAN 의
장국을 수임하는 캄보디아는 미얀마 사태의 수습, 남중국해 문제 관련
ASEAN의 중국과의 관계 관리, 미·중 경쟁의 심화 등으로 독자적 역할이 약
화되는 ASEAN과 역외 국가들과의 관계 설정 등 산적한 과제를 앞두고 있
다. 2022년 ASEAN 의장국으로서 캄보디아가 모토로 선정한 ‘도전을 함께

84 제Ⅲ장 지역별 정세
해결하고 행동하는 ASEAN(ASEAN Act, Addressing Challenges Together)’
은 의미심장하다. 2012년 당시 ASEAN 의장국을 맡은 캄보디아는 남중국
해 문제를 ASEAN 공동의 문제를 보지 않고 중국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훈 센(Hun Sen) 캄보디아 총리는 2021년 ASEAN 정상회의에서 2022년


의장직을 수임하면서, 캄보디아가 ASEAN 중심성과 단합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가 의장직을 맡게 될 2022년에도
ASEAN은 남중국해 행동원칙(CoC*)1)협상, 미얀마 사태, AUKUS 협의체
등장의 영향 등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직면할 것이다.

다. CoC 협상 2022년 타결 전망 불투명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된 ASEAN·중국 간 CoC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어서 당초 설정했던 2022년 협상 타결 목표가 실현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ASEAN과 중국 간 CoC 협상이 교착상
III
태에 빠졌으며, 2021년 1월 협상 재개와 원칙론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질 장
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목표했던 2022년 CoC 협상 타
결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CoC 협상을 2021년까지 타결하자는 희망을 표명하면서 협상 타결
을 위한 3년 간의 타임라인을 설정한 바 있었다. 하지만 ASEAN과 중국 사
이 지리적 범위, 분쟁 해결 수단, 법적 지위 및 제3자의 역할과 같은 주요
사항에 대해 이견이 뚜렷함에 따라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파라셀 제도의 주권에 대한 상충된 주장을 CoC에 포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베트남과 중국이 이견을 보이며,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제3자 관여를
배제하고 당사국 주의를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 그리고 중국의 남중국해
내 군사훈련이나 석유 자원 시추에 대한 제한 조항 제안 등이 CoC 협상 종
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 CoC: Code of Conduct

2022 국제정세전망 85
이와 함께 미국, 일본, 호주 등 비당사국들은 CoC가 UN 해양법협약
(UNCLOS*)에1)명시한 바와 같이 기존 국제법과 일치해야 하며 국제법에
따라 모든 국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2022년에 캄보디아가 ASEAN 의장국을 맡기 때문에 캄보디아가
CoC 협상 타결과 서명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ASEAN 회원국
중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에 매우 가까운 행보를 보여 온 캄보디아는 2012년
과 2016년에 중국에 불리한 ASEAN 공동 성명 채택을 반대한 바 있으며,
남중국해 분쟁은 관련 당사국과 중국 양자 간 해결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등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캄보디아가 ASEAN 의장국으로서 CoC 협상 타결에 영


향을 미치고자 하더라도 참여국 간 견해차가 여전히 커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의장국 캄보디아가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도
ASEAN이 유지하고 있는 합의에 기반한 의사결정 원칙으로 인해 중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CoC 협상을 마무리 짓기는 어려울 것

으로 전망된다.
III

라. 대통령 선거와 필리핀의 친중노선 탈피 가능성

2022년 5월에 예정된 필리핀 대통령 선거는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Ferdinand “Bongbong” Romualdez Marcos Jr.)와 사라 두테르테-카르피오
(Sara Duterte-Carpio)가 대통령 및 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며,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Rodrigo Duterte) 재임 시 중국에 경도되었던
필리핀의 외교정책에도 제한적이나마 변화 가능성이 전망된다.

2022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부통령 선거에서 전·현직 대통령의


아들과 딸인 마르코스·두테르테-카르피오 연대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
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10월과
11월에 실시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두테르테-카

* UNCLOS: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86 제Ⅲ장 지역별 정세
르피오와의 파트너십과 상관없이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내년 선거
에서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 보인다.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이 부통령
직 출마를 포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고 다시 내년에 상원의원
후보로 출마를 결정하는 등 필리핀 대선 정국은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두테르테 현 필리핀 대통령은 재임 중 마약 및 범죄와의 전쟁을 추진하


는 과정에서 6천 명 이상을 숨지게 하는 반인권적 행위,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대응 실패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권 단체와 야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군다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달리
집권 기간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확실한 친중국 노
선을 견지해 왔다.

두테르테의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과의 해양 영유권 분쟁 상황


에서도 중국을 ‘필리핀의 은인’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필리핀의 손을 들어
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1)2016년 결정을 무력화하는 발언을 서슴 제
지 않는 행보를 보여 왔다. 이와 함께, 두테르테 대통령은 군사훈련을 위해 III
필리핀에 입국한 미군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방문군지위협정(VFA*)2)종료를 장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약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 대선 이후 등장할 신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두테르테 현 대통


령의 친중국 행보에서 일정 정도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필리핀 차기
정부는 중국과의 공고한 협력 관계에서 완전하게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그
간 중국에 과도하게 경도된 외교를 보다 균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여 미국
과의 안보 협력 관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필리핀은 미·중 사이에
서 정책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필리핀이 중국에 협력했음
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공세적 행위를 고수하고 있고 일대일
로를 통해 약속한 투자와 경제 및 인프라 개발이 지연되거나 만족할 만한
정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 VFA: Visiting Forces Agreement

2022 국제정세전망 87
이에 따라 필리핀은 기존 대중국 정책을 재고하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회복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재건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과의 양자 전략대화를 통해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고 국제법 기반 해양 질서 구축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협력
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필리핀 간 ‘21세기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 비전’
성명을 발표하였다. 또한 미국 주도로 결성된 AUKUS 안보 협의체 창설에
적극적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2022년에 발리카탄(Balikatan) 합동 군사 훈
련을 실시하며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1)체결을 우선 협력 사안에 두
기를 결정하였다. 따라서 차기 필리핀 정부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
하는 대중·대미 외교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즉, 보다 균형적으로 미
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 여전히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를 통한 경
제적 실리 추구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III 2. 남아시아·대양주

가. 인도·중국 간 국경분쟁 장기화에 따른 갈등 고착화

인도와 중국 양국 간 히말라야 지역을 둘러싼 국경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이에 따른 군사적 긴장과 갈등이 점차로 고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국경분쟁을 둘러싼 인도와 중국의 관계 악화는 당분간 계속 지속될 전망이다.

2020년 6월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인도와 중국군 간 40여


년 만에 무력충돌이 발생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
고 있다. 인도군 약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한 당시의 무력충돌 이후 양
국은 현지 주둔 군단장급 회담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협의
를 개시하였다. 수차례의 회담을 통해 지난 2월에는 판공초(Pangong Tso)

*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

88 제Ⅲ장 지역별 정세
호수 등 일부 지역에 주둔했던 군대의 철수에 합의하는 등 상황이 긴장완
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7월에 들어서 회담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
면서 양국 군은 전투기와 탱크를 비롯해 각종 중화기를 실질통제선 부근에
집중 배치하는 등 양국이 다시 국경지대로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양국 간
실질통제선(LAC*)을1)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인도군은 중국과 분쟁 중인 국경지대에 치누크 헬기, 곡사포, 라이플,


초음속 순항 미사일과 감시 장비 등 미국산 무기를 새롭게 배치하는 등 군
사력을 대폭 증강시켜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인
도군의 병력 증강 작업도 진행되어 왔는데, 인도는 지난 1년 간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위치한 중국 및 파키스탄과의 동부 분쟁지역에 3만 명의 병력
을 대폭 증강시켰다. 이와 같이 중국과 인도 간 히말라야 국경지대에서의
군사적 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인도
의 전략적 불신감은 더욱 커지고 양국 간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III
나. Quad 정례화 및 제도화를 통한 인도의 중국 견제 강화 장
움직임

인도 모디 총리는 올해 두 차례 Quad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하고 향후


Quad 정상회의의 정례화 및 제도화에도 합의하는 등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 바, 2022년에도 인도의
이러한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등 서방과의 협력 강화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2일 최초로 개최된 미·일·인·호 4개국 Quad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는 Quad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한 중요한 축’이라 언급하며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바 있
으며, 지난 9월 제2차 정상회의에 대면으로 참여하는 등 미국 주도의 Quad

* LAC: Line of Actual Control

2022 국제정세전망 89
협력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인도가 처음부터 Quad 정상회의에 적
극적이지는 않았다. 미국 주도의 ‘반중블록(anti-China bloc)’에 동참한다
는 메시지를 중국에 줄 가능성을 매우 우려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국경분
쟁 등으로 인해 중국 견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군사안보적
으로 적대하겠다는 입장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인도는 향후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Quad를 통한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Quad가 대중국 군사협의체가 아닌 코로나19 대
응,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 기능 분야의 협력 의제를 추구하기 때문에 크게
안보적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Quad를 매개로 한 미국과의 외교안
보적 협력을 통해 현재 인도의 최대 안보위협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
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인도가 Quad를 통해서 미국
과 군사적 동맹관계를 형성하거나, Quad의 안보기구화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는 현재까지는 중국과의 관계를 적절하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
이기 때문이다.

III 이러한 이유에서 향후 Quad 차원의 안보협력의 진전 여부는 인도가 어

장 떠한 태도를 취하는지 여부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Quad에 대한


인도의 태도를 결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중국의 안보적 위협의 지속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향후 중국이 인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인
도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라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개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은 당분간 공세적 대외정책을 유지할 것으
로 전망되고, 인도에 대해서도 히말라야 국경분쟁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도는 향후 Quad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견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인
도는 Quad를 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외교안보적 레버리지(leverage)로
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90 제Ⅲ장 지역별 정세
다. 인도 집권 국민당, 정국 주도권 강화 전망

2022년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haratiya Janata Party)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는데 주력함으로써 2022년 7개
주에서 예정된 주 의회(Vidhan Sabha) 선거에서의 승리를 통해 힌두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중앙집권적 지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코로나19 변종의 대유행으로 당시 실제로 약 3~4백만 명의 인도


인들이 사망하였으며 중앙정부의 대응 실패와 그에 따른 경기 침체로 모디
총리의 지지율은 하향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률 증가와
함께, 내년에는 침체되었던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세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2022년 7개 주 의회 선거에서 완전한 승리를 통해
힌두민족주의 중심의 중앙집권적 지배를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 예상된다.

IMF의 전망을 포함해 다수의 경제 예측 분석이 2022년에 인도 경제가


최소 8.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1)직접투자(FDI*)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으며, 앞으로도 증가 추세
III
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도는 2019년에 RCEP 협상에서 탈퇴하 장
였다. 인도는 중국 영향력 아래 있다고 인식하는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에
대안적 돌파구로, 아랍에미리트, 호주, 영국, 유럽연합, 이스라엘 등과 별
도의 양자 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을 진행 중이며 2022년에 일정 부분 결
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모디 총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등과 Quad


협력을 강화하고 프랑스, 영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국가들과
다층적 연대를 확대했다. 이를 통해 인도의 대외적 위상을 높인 반면, 국내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상당한 취약점을 보여왔다.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은
임기 초기 토지 개혁에 대한 조기 후퇴, 2016년 화폐개혁(demonetization),
2019년 차별적 시민권 법(Citizenship Amendment Bill) 제정, 코로나19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 등 정책 실패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

* 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2022 국제정세전망 91
하고 모디 총리는 임기 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 – 2019년 8월 6일에
82%, 2021년 5월 10일에 63%(코로나19 2차 대유행 시기), 2021년 11월
16일에 70% 등 –을 유지해 왔다.

2022년 인도는 7개 주에서 주의회 선거를 치른다.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 구자라트(Gujarat), 펀자브(Punjab), 우타라칸드(Uttarakhand),
히마찰 프라데시(Himachal Pradesh), 마니푸르(Manipur), 고아(Goa) 등
이다. 일단 2022년 초 선거가 치러지는 우타르 프라데시를 포함한 5개 주
의 2021년 말 여론조사 결과 다른 당에 비해 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지지
율이 가장 높다. 따라서 현재 연방의회 제1야당인1)인도국민회의(INC*)가
집권하고 있는 펀자브 주를 제외한 6개 주에서 인도국민당과 국민민주
동맹(NDA*)이2)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구도가 2022년 주 의회 선거 이후에
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으로 2022년 7개 주 선거에서 여당인 인도국민당과 국민민주동

제 맹의 승리는 모디 총리에게 2024년 차기 총선에서 세 번째 임기를 위한 발

III 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전 요인도 적지 않다. 모디 총리가 2020년 추진

장 했던 농장개혁법에 대한 반발로 인도 농민들이 14개월 동안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농성 시위를 벌여 이에 모디 총리는 결국 세 가지 농장법 철회를 결
정하였다. 이것은 명백하게 내년 초 주 의회 선거를 염두에 둔 모디 총리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인도에서 인구 수가 가장 많은 우타르
프라데시와 인도국민회의가 2017년 장악한 펀자브는 농업에 많이 의존한
다. 따라서 여전히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모디 총리는 농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집권 인도국민당은 2021년 5월 코로나19의 2차 확산 때 치러진 서벵골


주에서 예상치 못하게 패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는
향후 인기영합적인 조치를 망라한 적극적인 선거 대응전략을 통해 내년 총
선에서 인도국민당의 승리를 위한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 INC: Indian National Congress


* 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92 제Ⅲ장 지역별 정세
라. 파키스탄의 정치·경제 상황 불안정과 대중국 의존 심화 전망

2022년에도 파키스탄은 2021년에 겪은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물가


급등, 주요 야당 주도의 대규모 시위 등 정치적·경제적 불안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파키스탄 내 중국인과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테러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심화될 전망이다.

2022년에도 파키스탄의 국내 정치적·경제적 불안정 상황이 쉽사리 호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임란 칸(Imran Khan) 파키스탄 총리
의 집권당 파키스탄 정의운동(PTI*)은1)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연료,
식료품 등 일상 필수품 가격 상승, 미국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 환율 급
락 등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또한 파키스탄 무슬림리그(PML*)2)등이 주
축이 된 파키스탄 민주주의운동(PDM*),3)파키스탄 인민당(PPP*)4)등 주요
야당들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등 파키스탄 정치 상황

역시 불안정하다.
III
임란 칸 총리와 PTI는 높은 부채, 낮은 외환 보유고, 경기 침체 등 경제 장
불안정 종식을 약속하며 2018년 집권하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경제 회
복은커녕 집권 3년 동안 70년 내 가장 극심한 인플레이션, 최근 생필품
18% 이상 가격 급등, 지속되는 IMF 구제금융 지원과 그에 따른 혹독한 경
제 회생 프로그램 시행 등 정부의 무능력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반정부
정서 확산 및 대규모 시위 등 사회적·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러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는 단기간 내 극복되기는 힘들 것이며 향후 PTI
집권당에게 큰 정치적 도전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란 칸의 PTI는 중국의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 참여로 인해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 직면한 정치적·경제적 위기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 PTI: Pakistan Tehreek-e-Insaf


* PML: Pakistan Muslim League
* PDM: Pakistan Democratic Movement
* PPP: Pakistan People’s Party

2022 국제정세전망 93
보다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기존에 추진해 온 전통적
인프라 구축 사업 및 국방·방산 협력뿐만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서
도 중국과 협력을 도모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파키스탄 관계는 ‘전천후 동맹(all-weather allies)’을 넘어 ‘철의


형제(Iron brothers)’ 관계로 부를 정도로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2021년
12월 임란 칸 총리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 참석 초청을 거절하며, 중국과의 외교적 결속의 굳건함
을 보여주었다. 이렇듯, 중국·파키스탄 관계는 기존의 경제 및 인프라 구축
분야 중심에서 벗어나 외교안보, 국방, 방산 및 산업·농업 분야까지 전방위
적 협력으로 강화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1)사업에서 일하는 중


국인과 노동자에 대한 몇 차례의 테러 공격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추진

제 의 지체로 인해 경제회랑이나 양국 전략적 협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III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파키스탄 정부가 코로나19

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해당 경제회랑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 초기에 파키스탄의 총 공공 부
문 외부 부채는 443억 5천만 달러로, 그중 9.3%만이 중국에 대한 채무였
다. 하지만 2021년 4월까지 파키스탄은 총 외부 부채 901억 2천만 달러 중
중국에 대한 부채가 27.4%(247억 달러)를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보면 중국
에 대한 파키스탄의 경제 의존이 얼마나 심화되었는지 잘 보여준다.

마. 남아시아 국가들의 대중국 접근 활성화 전망

남아시아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중·인 경쟁을 활용하여 2022년에는


중국의 경제 지원, 인프라 투자 및 국방 협력을 확보하기 위한 남아시아
국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 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94 제Ⅲ장 지역별 정세
중국의 영향력은 파키스탄뿐만 아니라 인도 주변 남아시아 이웃국가들에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도와 유대관계가 깊던 방글라데시, 몰디브, 네팔,
스리랑카 등 역내 주요국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에 대한 접근
을 강화하면서 점차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와
네팔을 제외하고 모든 남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하
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중국은 남아시아에서 주로 철도, 항만, 고속도
로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 위주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은 이 지역 국가들과 경제 및 군사 관계를 꾸준하게 확장하고 있을 뿐만 아
니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백신 협력도 강화하고 있어서, 앞으로 중국과
남아시아 국가들 간 협력 범위가 상당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은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 시노팜 백신 공급을 확대


하고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와는 시노팜 백신의 제조에 합의하였다. 특히,
중국의 방글라데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라 방글라데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는 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중국 자금을 통한 인프라 개발 사업 건수가 가
III
장 많다. 또한 방글라데시는 2020년 기준으로 총 무기 수입의 70% 이상을

중국에서 구매하는 등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
로 부상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중국은 이미 2020년부터 중국시장에서 방
글라데시 상품의 97%에 대해 관세 면제를 허용하고 있고, 방글라데시의
수출 기반 다각화 및 산업의 가치 사슬로의 전환에 대한 역량 강화를 지원
하고 있다. 또한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몰디브는 최근 중국
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몰디브 우호다리 건설, 공항 확장 등 여러
인프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점점 중국의 영향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
지막으로, 2019년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수반으로는 23년 만에 처음 네
팔 수도 카트만두를 방문하였고 이후 중국과 네팔 관계는 꾸준하게 발전해
오고 있다. 양국은 일대일로에 기반한 20개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히말
라야 횡단 다차원 연결 네트워크(Trans-Himalayan Multi-Dimensional
Connectivity Network)를 통해 연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2 국제정세전망 95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인도 주변의 남아시아 국가들은 향후에도 중국으
로부터 경제지원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강화할 것이어서 향후 이들 남아시
아 국가에 대한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바. 호주,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안보 협력 한층 강화

2022년에 호주 정부는 대중국 견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Quad, AUKUS,


말라바르 연합훈련 등으로 공고화된 대외 안보 협력 토대 위에 미국과의
군사·안보 협력 범위와 수준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에 호주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기원에 대한 독립적 조사 요


청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강한 무역 제재를 겪었다. 이는 대중
국 견제에 대한 호주의 전략적 방향성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따라
서 호주는 대중국 디커플링 노력, Quad 정상회의 제도화, AUKUS 안보 협
의체 결성 등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호주의 미국과의 안보 협력은 남중

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공세 강화, 남태평양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
III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호주 안보 협력 강화 정책에 힘입어 2022년에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Quad 등에도 참여하는 등 미국 주도의 안보 협력 네트워크에 동참하였으
나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서 직접적인 강한 대립에 다소 유보적인
면을 보였다. 특히 호주는 단순히 미국에 편승하여 중국에 대해 경성균형
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며, 전체 수출의 40%에 육박하는 대중국 수출 의존
도를 감안하여 중국과의 다소 양면적(ambivalent) 관계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호주 국내 정치·경제에 대한 중국의 조용한 침투


(silent invasion), 호주가 중시하는 남태평양 제도에 대한 중국의 정치·경
제·외교적 영향력 강화 및 이들 지역에 대한 중국의 군사 기지 건설 가능성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호주의 대중국 위협 인식이 크게 증가하였다.
2021년 6월에 발표된 호주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63%의 응답자가 중국을

96 제Ⅲ장 지역별 정세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90% 이상의 응답자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의 군사적 행동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약 76%
의 호주 응답자가 중국 정부를 불신하며 63%는 호주 정부가 중국에 대응
하는데 있어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호주가 대중국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에는 바이든 미국의 행정부의 대


중국 견제 정책에 대한 신뢰성 증가 역시 중요한 견인 역할을 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관여를 강화하고
동맹과의 신뢰 재구축 노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미국 동맹국에 대한 중
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여 호주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AUKUS 안보 협의체 발족을 통해 호주의 국방 역량 강화에
미국의 지원을 약속하였다. 11월 마무리된 해외 주둔 미군 배치와 관련하
여, 미국 국방부는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 차원에서 호주 기지를 증강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호주는 현재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예 제


를 들어, 호주는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할 수 있 III
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하였으며 미국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 장
교적 보이콧에 동참해 호주 정부 관리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호주는 향후 AUKUS 결성에 따른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넘어 사이버 안


보 역량, AI, 양자 기술 등과 같은 첨단 국방 기술 및 산업 분야로까지 대미
전략적 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보다 확대·강화하고 미국과의 안보 공조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97
3. 유럽

가.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도래

2021년 9월 26일 치러진 제20대 독일 연방하원(Bundestag) 선거(이하


‘독일 총선’)로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의 16년 총리 시절은 막을
내렸다 . 2022년에는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의 소위 신호등 연정에 의한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독일 외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수많은 유럽 및 국제 위기에 대처하며 자


유세계의 화합과 단결을 유지하려 애쓴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2007년 글
로벌 금융 위기, 2010년 유로존(Eurozon) 위기, 2010년대 유럽 국가들에
서 발생한 지속적인 테러 공격, 중동과 아프리카의 대규모 난민 사태,
2014년 러시아의 크리미아 반도 강제 병합, 2016년 브렉시트(Brexit),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메르켈 총리는 위기에 흔들리는 유

럽 및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III
그러므로 2021년 말경 독일 신정부가 수립되면 유럽은 본격적인 포스트

메르켈 시대의 독일 외교와 EU 대외관계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이번 총선
의 결과, 독일 정치는 이전보다 더욱 분절화되었다.1)기독교민주당(기민당,
CDU*)/기독교사회당(기사당, CSU*)2)연합과 사회민주당(사민당, SPD*)이
차지하는3)의석 비율의 합은 이전보다 더욱 감소하였고, 제3위와 제4위인
녹색당과 자민당의 의석 비율은 증가하였다. 앞으로 독일 신정부에서는 거
대 정당들이 소규모 정당과 타협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한 동시에, 이들 소
규모 정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정책 선호도에 부응해야 할 정치적 요구도
커진 것이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최대당이던 기민당/
기사당 연합이 사민당에 최대당 위치를 빼앗긴 상황에서 연립정부는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11월 24일 각각 28%, 16%, 12.5%의 의석을 획득한

* CDU: 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 CSU: Christlich-Soziale Union
* SPD: Sozialdemokratische Partei

98 제Ⅲ장 지역별 정세
사민당(적색), 녹색당(녹색), 자민당(황색)의 소위 ‘신호등 연정’이 177쪽에
달하는 연정합의서에 합의하였다. 이 연정합의서가 각 당에서 승인되면
2021년 12월에 올라프 숄츠(Olaf Scholz) 현 대연정의 부수상이 신호등 연
정의 수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신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
된다.

2022년에 시작될 포스트 메르켈 시대에 독일 외교 정책은 급격한 변화


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 신정부도 독일의 친 EU 및 친 NATO 외교
전통을 이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외교 환경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독일의 대응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포스트 메르켈 시대 외교는
메르켈의 유럽주의 및 대서양주의 원칙은 고수하더라도 이전보다 정책 방
향성을 보다 명확하고 단호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는 녹색당과 자민당이 연정에 참여하
게 되어, 신호등 연정은 이전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미국과

이전보다 협력하려 할 것이다.
III

나. 대서양 동맹 부활 시도의 명암

2021년 바이든 행정부와 대서양 동맹을 회복하고자 했던 유럽의 기대는


제대로 충족되지 못했다. 2022년 유럽·미국 관계는 중국 요인으로 인해
화목하지만은 않게 전개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유럽의 악화를 겪은 후, 2021년 유럽 각국은


공통적으로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환영하고 그간 훼손된 대서양 관계
의 복원을 바랐다. 유럽 측의 이러한 기대는 2020년 12월 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앞두고 발표된 대서양 관계 재건을 위한 EU
의 계획안에 잘 나타났다. ‘EU·미국: 세계 변화를 위한 새로운 범대서양 의
제(A new EU-US agenda for global change)’ 제하 계획안의 주요 내용은
국제 보건, 환경, 기술, 무역, 민주주의 등과 관련한 전방위적 협력 강화를

2022 국제정세전망 99
제안하는 것이었다. 2021년에는 이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인 응답이 정책
적 성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가 EU의 제안으로 성사된 ‘범대서양 무역기술위


원회(TTC*)’이다.1)2021년 6월 EU·미국 정상회의에서 설립이 합의되어 9월
29일에 미 피츠버그에서 범대서양 무역기술위원회 첫 회의가 개최되었다.
TTC의 주요 목표는 양자 무역과 투자 확대·심화, 신규 무역기술장벽 도입
방지, 기술·디지털·공급망 등 주요 이슈 협력, 공동 연구 지원, 호환적이고
국제적인 표준 개발, 규제 협력, 미국과 EU 기업의 혁신과 주도성 증진이
다. 이 위원회는 미국·중국 기술 경쟁 상황과 관련하여 EU·미국 간 양자 통
상 및 기술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하였다. 양측은 TTC가 민주주의적 가치
에 기반한 협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비민주주
의 국가에 대한 견제 의도를 분명히 하기도 하였다. 2022년 이 위원회는
의제에 따라 10개 실무 그룹(Working Group)을 통해 각각 기술표준, 기후
및 청정기술, 안전 공급망,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ICTS)와 경쟁력, 정보

관리 및 플랫폼, 기술 오용 및 인권, 수출 통제, 외국인 투자심사, 중소기업
III
지원 및 디지털 이용, 글로벌 통상 과제를 다룰 것이다.

TTC와 같은 가시적인 대서양 동맹의 복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
정부의 등장이 그간의 대서양 양안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할 가
능성이 크다. 안보 측면에서는 2021년 가을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와
AUKUS설립 과정에서 호주의 프랑스 잠수함 계약 일방 철회와 정보 공유
부족으로 유럽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유럽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2022년 미국이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몰입하면서 동맹의 참여를 요청


하는 반면 유럽이 미국의 대중 대치 정책 추구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경우
미국·유럽 관계는 다시 냉각될 수 있다. 미·중 경쟁 격화가 자명한 상황에
서 대미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유럽의 주요국이나 EU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위상을 획득하고자 시도할 것이다. 물론

* TTC: Trans-Atlantic Trade and Technology Council

100 제Ⅲ장 지역별 정세


미국과의 갈등이 심해진다고 해서 EU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가까워지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공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은 상존할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 유럽과 미국 간 공조를 가늠하는 계기는 2022년에 예정된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인 NATO의 새로운 전략개념이
될 것이다. 이 전략개념은 NATO의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과 인도·
태평양 지역의 관여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2022년에도 EU의 전략적 자율성 심화 및 확대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2021년에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독일 선거로 EU가 전
략적 자율성 강화에 관련하여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1년
AUKUS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질서에서 소외된 인상을 받은 프랑스
는 EU의 단결을 촉구하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더욱 강력하게 주
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신정부 역시, 사민당 하에서 이번 총선 정책
공약집의 외교․안보 분야의 제목 “세계 속 자주적 유럽(A sovereign Europe
in the world)”과 같이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할 것이다. 다만 전략문

화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경제 회복 필요성 등으로 실제 EU가 전략적
III
자율성의 실질적 진전에 필요한 군사력 증강에 적극적이기는 쉽지 않을 것

으로 예상된다.

다. 유럽의 인도·태평양 지역 관여 증대

2021년 유럽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의 관여를 증대하며


글로벌 전략 환경 변화에 대응하였다. 2022년에도 유럽은 인도·태평양 지역
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겠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 방식에 대해 계속
고심할 것이다.

2021년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해상활동을 펼치며


전략적 관여 태도를 분명히 하였다. 영국은 2021년 5월 HMS 퀸 엘리자베
스(Queen Elizabeth) 호가 이끄는 항공모함 타격 그룹을 파견하여 인도,
일본, 한국 및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남중국해를 통과하였다. 이 타격 그룹은

2022 국제정세전망 101


수십 년 만에 영국에서 가장 큰 해외 해군 배치로서 미국 해군 등과 협력
하였다. 프랑스는 2021년 5월 일본 앞바다에서 호주, 일본,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을 벌였다. 독일도 2021년 여름 최초로 호위함 바이에른(Bayern)
호를 6개월 간의 임무 수행을 위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으로 파견하였다. 이 호위함은 중국의 거부로 중국 항구에는 정박하지
못하였다.

유럽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심은 전략 문서의 잇단 발표로도 나타


났다. 영국은 2021년 3월 종합 외교 정책 문서(Integrated Review 2021:
Global Britain in a Competitive Age: Integrated Review of Security,
Defence, Development and Foreign Policy)를 발표하였다. 이 문서의 일
부는 영국 외교 정책의 “인도·태평양 편향(tilt)”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
었다. 이의 이행 일환으로 영국은 2021년 6월 CPTPP에 가입하기 위한 협
상을 시작하였다. 2021년 5월 영국과 인도는 강화된 무역 파트너십과 FTA
협상 의사를 포함한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시하는 “로드맵 2030”

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2021년 4월 기존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갱신하는
III
새로운 프랑스의 인도·태평양 파트너십 전략 문서를 발표하고 이 지역에

대한 관여 의지를 새로이 하였다.

다자적 차원에서 EU도 인도·태평양 전략 수립에 동참하였다. 2021년 4월,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을 위하여 EU 전략에
대한 원칙에 합의하고, EU 집행위원회와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에게
2021년 9월까지 외교, 경제, 안보 및 국방 정책을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을 도출하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EU는 인도·태평양 전략
(The EU strategy for cooperation in the Indo-Pacific)을 발표하였다.

2022년 유럽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이행을 본격화하려 할 것으로 전망


된다. EU는 7개의 정책 영역, 즉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번영, 그린 전환,
대양 거버넌스, 디지털 거버넌스와 파트너십, 연결성, 안보와 방위, 인간
안보에서 아세안, 호주, 인도, 일본, 뉴질랜드, 한국, 영국 및 미국과 협력
하려 할 것이다. EU는 Quad와도 기후변화, 기술, 백신 등 공동의 이해를

102 제Ⅲ장 지역별 정세


갖는 영역에서 협력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도 2021년 AUKUS에
가입한 것을 기회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적 영향력을 확장하고자
할 것이다.

다만, 유럽은 중국에 대한 접근법에 대한 내부 합의의 부재로 때로 일관


성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다면적 관여를 추구하면서 중국
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로운 행위자가 되도록 유도하려 할 것이나
중국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라. 한국과의 관계

2021년 한국은 유럽의 대중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관찰하며 이의


한국에 대한 영향을 숙고하였다. 2022년 한국은 유럽과 본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방향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신정부가 메르켈 시대보다는 중국에 비판적인 자세를 보일 것으
III
로 예상되므로, EU의 대중 비판론도 이전보다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
EU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전면적 대립을 선호하지는 않으나, 가치
문제에 있어 한국 등 민주주의 국가와의 협력을 요구할 것이다. EU는 미국
과 달리 안보 목적으로 경제를 이용하는 것에는 유보적이나, 경제 및 산업
협력 파트너 결정에 있어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 공유를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과 유럽
이 이전보다 중국의 인권이나 국제법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 직
면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의 경제 협력과 글로
벌 차원의 가치 경쟁 문제가 연계될 경우에 대비하는 측면에서 중국과 관
련된 여러 가치 논쟁에 관해 입장을 정립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한국은 이전보다 유럽의 협력 요청을 받을 가능


성이 높다. EU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간 훼손된 대서양 동맹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면서 다극 체제를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2 국제정세전망 103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EU의 관여는 다극 체제를 지향하고 한국과 같은
역내 민주주의 국가의 동참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인도·태평
양 전략을 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및 AUKUS(미국, 영국, 호주)를 중심으로 전
개한다면, 이 세 체제가 모두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모든 유럽 대륙 국가
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유럽 협력의 형식 자체가 모
호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한국도 Quad, Five Eyes, AUKUS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동맹국이자 주요 경제국이면서 민주국가라는 점
에서 독일이나 프랑스와 공유하는 점이 많다. 독일, 프랑스 및 EU는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협력 체제가 모호한 상황에서 한국과의 안보 협력
을 모색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비록 TTC가 EU와 미국 간의 양자 협력이기는 하나 역외


국과의 협력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가 TTC
에서의 합의 사항을 G7이나 그 외 유사 입장 국가들과 공유하고 이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2007년에 비해 미국과 EU의 세계 경제에서의
III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며, 이들의 산업적 우위도 약화되었다. 중국의 부상

에 대한 대응이 미국·EU 양자 협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은 5G나 반도
체 문제만 보더라도 명확하다. 그러므로 한국과 같이 TTC가 표방하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갖춘 국가와의 협력은 미국
과 EU로서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미국·EU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양
자합의를 한국 등 제3국에게 따르게 하기보다는 공조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104 제Ⅲ장 지역별 정세


4. 중동

가.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 기조와 안보 환경의 변화 가시화

미국의 중동 개입 축소가 가시화되고 있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군은 향후 미국의 중동 전략 변화의 전조로 평가 된다. 2022년에는
중동 평화와 안정자 역할을 자임해 온 미국의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 본격화될 모양새다. 이라크 주둔 미군 임무 전환(전투 임무 종료) 및
철군 추진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안보 지원에 의존해 온 역내 국가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게 중동은 더 이상 이전만큼 중요하지 않다. 셰일 혁명(Shale


revolution) 이후 석유의 전략적 가치 하락,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피로도 증가 및 해외발 국내 테러 대비 역량 강화 등이 복합되었기 때문이
다. 굳이 막대한 재원(財源)과 인력(人力)을 투입하여 중동을 관리할 이유가

없어졌다. 바이든 정부는 금번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중동 개입 축소
III
를 명확히 했다.

다만 완전한 철수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역내 균형을 역
외에서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거리를 두고 필요시 관여하되 군사
개입 대신 개발과 외교를 통한 역외 균형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상정하고 있
다. 이를 위해 미국은 두 축선(軸線)을 중심으로 포석을 하고 있다. 하나는
친미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중동 평화구상, 즉 소위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이다. 다른 축은 2015년 타결되었다가 2018년 트
럼프 대통령이 탈퇴(불승인)한 JCPoA의 복귀다. 다자 공간으로 역내외 주
요 행위자들을 이끌어내어 최소한의 안정적 질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로 사이는 좋지 않지만 최소한의 공격행위를 자제하는 이른바 적대적 균
형(balance in hostility)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상정(想定)하면 각자도생의 안보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브라함 협정 및 JCPoA 복귀 협상과는 별개로 주요 국가

2022 국제정세전망 105


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친미와 반미 진영으로 나뉘어있던 중동의 역학구도
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에 따라 전통적 적국이었던 이란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6년 1월
이래 국교 단절 상태였던 양국은 최근 이란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정부 출범 이후 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021년 4차례의 고위급 대
화가 이어졌으며 2021년 11월 8일 양국 간 무역도 재개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견인하던 중동 내 종파 진영 간 갈등에 변화가


생길 경우 전반적인 역내 역학관계도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내전
지역인 시리아와 예멘 및 리비아에서 2022년에는 정치적 해법 모색이 수
면위로 가시화됨을 의미한다.

나. JCPoA 재협상 난항 속 이란핵능력 강화

JCPoA는 2022년 초까지 계속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하반기 이전 미국과



이란 양측의 정치적 결단을 요구받는 시점이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III
양측 모두 핵합의를 통해 얻는 이익이 있고, 의지도 있다. 또한 이란핵합의

재가동을 절실하게 원하는 JCPoA 당사자인 유럽 3개국이 어떻게 협상
의제를 정치(精緻)하게 조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타결 이전까지 이란의
우라늄농축 수준 등 전반적인 핵능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점차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만일 합의에 실패할 경우 중동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트럼프 정부의 이란핵합의 파기를 비판


하며 당선되면 즉각 복귀 협상을 추진하겠노라 밝혔다. 오바마 정부 당시
이란핵합의의 주역들이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 참모로 중용되었고, 이들
역시 핵합의 복귀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2021년 2월 취임 이후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중도파 로하니(Hasan Rouhani) 정부와의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이란 라이시 신정부와 마주하며 숨을 고르다가 2021년 11월 29일 다
시 회담을 시작했다.

106 제Ⅲ장 지역별 정세


양측 모두 협상을 통한 이익과 의지가 있다. 중국 견제를 최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중동에서의 전략 자산 재편을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란
을 중간지대로 견인할 필요가 있다. 만일 현재의 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기
조로 이란 적대시 정책을 유지할 경우 중동 내에서 이란의 공세적 도발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이란은 국가 생존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미국의 대중 압박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대중동 일대
일로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가능한 한 이
란과의 핵협상을 통해 이란·중국 연계 강화를 막고,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는 중동에서 미국의 관여를 축소하는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이다.

제재 복원 이후 심화된 경제난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이란 입장에


서는 빠른 제재 해제 및 동결자산의 확보가 절실하다. 이란은 팬데믹으로
인한 보건위기에 제재로 인한 외환 부족이 중첩되었고, 여기에 아프가니스
탄 혼란으로 인한 난민 문제가 가중되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만일
핵합의에 실패할 경우 경제난이 지속되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특히 라이시 정부는 이전 로하니 정부와 달리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III
(Ayatollah Ali Al Khamenei)의 복심이기에 향후 경제난, 보건위기, 난민

문제 등 3중 위기의 책임 문제에 최고지도자가 정부와 함께 노출된다.

이렇게 양국의 필요 차원에서 볼 때 핵합의 복귀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모두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논쟁 중
인 협상 의제로 이란의 역내 도발 중지, 미사일 개발 문제, 일몰 조항 등이
걸려있고, 미국의 제재 해제 범위 및 시점이 맞물려있다. 바이든 정부는 미
국 내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서 정보 실패로 인해 희생자를 발생시키고, 탈레반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졌
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상황에서 이란에 전폭적인 양보 및 제재 해제를 시
행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다. 특히 중간 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동향을 고
려해 이란에 대해 강경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역시 자
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합의를 깨고 나간 당사자가 미국인데 다시 돌아
오는 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요구 조건을 거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논리다.

2022 국제정세전망 107


무엇보다 혁명수비대 등 보수 세력의 기득권 수호 논리가 경제난 해소 논
리에 우세할 경우 핵합의 대신 극단적 대치 노선으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이란의 핵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고 2022년 상반기 이 추


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핵합의 타결 당시 핵무기보유
예상시간(Break-out Time, BoT)이 1년 내외로 추정되었던 상황에서 2021년
말 약 1~2개월까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란의 핵무
기 보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미국·이란의 강경 대치 국면이 결국 파국
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극적인 타결로 이어질 것인지, 관건은 2022년 초
양국 리더십의 결단에 달려있다.

다. 걸프 왕정 국가의 균열과 갈등 요인 지속

걸프협력이사회(GCC*)1)소속 6개 왕정 국가 간 미묘한 균열과 갈등이 지속



되는 국면이 예상된다. 동질성보다는 이질성, 특히 국가별 이해관계 차이에
III
의해 걸프 왕정 각국은 겉으로는 함께 하나 속으로는 다른 계산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본래 아라비아 반도의 부족문화, 사우디 왕실을 중심으로 한 위계구조,


이슬람 통치이념 및 석유의존 경제 등 공통적 특성으로 오랫동안 단일한
입장을 취해 온 나라들이다. 무엇보다 아랍민족주의에 입각한 공화주의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등 공통의 적(common threat)으로 인해 일종의 준
동맹을 맺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냉전의 종식,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 국면, 그리고 석유의존경


제의 취약성 노정 등 아라비아반도에 도래한 구조적 변화는 GCC의 형해
(形骸)화에 일조했다. 무엇보다 이란의 부상 국면에서 카타르의 독자 행동
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이웃 보수 왕정을 자극했다. 쿠웨이트와 오
만이 중립적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타르의 친이란 행보가 자국

* GCC: Gulf Cooperation Council

108 제Ⅲ장 지역별 정세


안보에 위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타르는 이슬람 정치운동을 주도하다
가 중동 각국 정부로부터 배척받은 유력인사들을 수용했다. 한마디로 보수
이슬람 국가들의 외부 위협(이란)과 국내 위협(이슬람 정치세력) 모두를 카
타르가 보호하다보니 갈등선이 명확해 진 것이다. 2017년 6월 사우디 등
7개국은 카타르와 단교했고, 국경 봉쇄를 통해 생필품 보급도 차단했다.
이란, 터키 등이 카타르 지원에 나섰고 이후 GCC의 역학관계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볼 때, UAE/바레인(친사우디) – 쿠웨이트/오만(중립) - 카타르
(친이란) 3각 구도로 전개되었다. 카타르의 대이란 교역 의존도, 터키 안보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기였다. 더 이상 GCC는 공동운명체로 보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2021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Al Ula)에서 열린 GCC 정상회담을


통해 사우디와 카타르 간 극적인 화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심리적인 앙
금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타르와 UAE 간 관계는 단시
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의 역내 허브 및 이슬람 중심

역할 자리매김에 대해 아부다비와 도하 간 심리적 경쟁상태가 최고조에 이
III
르고 있다. 두바이 엑스포에 이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역시 국제무대 경

쟁외교의 한 단면으로 읽힌다.

이 와중에 예멘 내전 개입 논쟁 등을 둘러싸고 전통적 형제국가인 사우


디와 UAE 간 관계도 이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향후 요동치게 될 중
동의 역학관계의 함수는 가장 공고한 지역공동체이자 국제적 이익집단인
GCC 국가들이 각자도생의 길로 가게 만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22년
이란핵합의 타결 여부, 아브라함 협정의 지속가능성 문제, 아프가니스탄
상황 등이 독립변수로 작동하면서 GCC 각국의 행보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022 국제정세전망 109


라. 탈레반 주도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미래 불확실성 고조

2021년 8월, 20년 간의 전쟁 끝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다시 점령한


탈레반의 미래는 녹록지 않다. 권력 구조, 정부 형태, 헌법 제정 등 일련의
통치 거버넌스 구축 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여기에 탈레반
내부 균열과 갈등도 잠재적 상황 악화요인이다. 2022년 아프가니스탄은
혼란 속에서 내전에 준하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2021년 말 현재 인권, 보건, 식량 등의 부문에서 인도주의적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2월 2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탈레반 회담에서 미국은 철


군을 위한 3가지 조건을 탈레반에 요구했다. 향후 주요 집권 세력이 될 경
우 여성, 아동 등의 인권을 보장할 것, 새 정부 구성에서 북부 여러 민족을
포함 이슬람 포용정부를 구성할 것, 그리고 여하한 경우에도 아프가니스탄
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 세력의 글로벌 지하디즘이 활동하지 못하도록

할 것 등이었다.
III
장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당시 이 합의에 의해 2021년 9·11 테러 20주
기를 철군 완료일로 정하고 철군을 추진했다. 일정은 8월 말로 앞당겨졌고
카불은 탈레반이 장악하게 되었다. 탈레반은 2021년 말 현재 과도 정부를
통해 통치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3가지 조건을
준수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단 압둘 가니 바라다르(Abdul
Ghani Baradar) 등 온건파 지도자들이 탈레반의 변화를 천명하고 국제사
회의 기준에 조응하는 통치행위를 약속했지만 하카니 네트워크(Hakani
Network) 등 탈레반 내 강경 분파들은 여전히 강경 노선과 극단주의 통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내부의 이견과 균열요인은 결국 정부 구성 및 헌법 제정 과정에서 아프


가니스탄 정국의 혼돈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이 강조한 테
러세력 절연과 관련, ‘이슬람 국가 호라산 지부(Islamic State Khorasan,
IS-K)’ 대응 여부가 관건이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 극단주의 세력을 소탕

110 제Ⅲ장 지역별 정세


하고자 하고 있으나, 강경파 탈레반 내부에서 이에 반발하며 심지어 IS-K와
연계하는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과도 내각 구성이 탈레반 일색으로 채워진 데 대하여 국제사회에서는 비


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탈레반의 내부 균열, IS 등 극단주의자들의 발호, 하
자라(Hazara) 족 등 소수민족, 소수종파에 대한 탄압, 여성 교육 제한 등의
징후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과정에서 통치세력을 자임하고 지속가능한
이슬람 정부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탈레반이 어떤 태도와 입장을 취하며
국제사회에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제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미 금융거래는 거의 중단되었으며 교


역 중단으로 인해 실물경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식량계
획(WFP*)은1)이미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95%가 식량 부족 상태에 노출되
어 있다고 분석하고, 2022년 초 아프가니스탄 전체 인구가 빈곤선 이하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자들, 특히 아동 보건 문제가
심각하다. 생활고가 만연하게 되면 여성 인신매매 등 비인권적 행태도 확 제
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과연 이슬람 극단주의 통치이념을 고집하며 III
강경 탈레반이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강경파의 목 장
소리로 인해 온건파의 중도적 행보에 제약이 걸리고 있으나 향후 상황변화
에 따라 이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앞에 두고 탈레반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따라 테러·난민·마약 등 인간안보 위기의 결집 지역이라 할 수 있
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가 달려있는 형국이다.

* WFP: World Food Programme

2022 국제정세전망 111


5. 중앙아시아

가. 안정적 집권체제 구축 속 코로나19 팬데믹 극복 및 경제발전 주력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2021년


10 월 24 일 대선에서 재선됨에 따라 중앙아시아 5 개국 지도자들 모두
안정된 집권체제를 구축했다. 그리고 코로나19 현상도 점차 극복해 가는
추세여서 2022년은 아프가니스탄 변수를 제외하면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며, 이에 경제가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앙아 5개국 지도자들은 안정된 집권체제를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회복시킬 국가발전계획 추진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보면, 2019년 6월 대선을 통해 취임한 카자흐스탄의 토카예프



(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국을 주도할
III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보인다. 그는 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제시하며 무리

없이 국정을 이끌었고, 국부이며 실권자인 전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대통령으로부터 최근 민족회의 의장직을 승계 받는 등 여전
히 지지를 얻고 있다. 또한, 집권 여당인 누르오탄(Nur Otan)당이 2021년
1월 실시된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것도 그의 정국 주도력을 높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으로서는 2022년이 2024년에 있을 차기
대선을 향한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2022년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발생한 사회경제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하며 포괄적이고 질적인 경제발전 보장에 중점을 두고 ‘국가발전
계획 2025’ 추진에 주력할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자원산업 개발 유지,
국제유가 리스크 축소 및 비자원 산업 육성, 기초 인프라 구축, 제조업과
농업·IT산업 육성에 집중할 것이다.

112 제Ⅲ장 지역별 정세


우즈베키스탄의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총 유효투표의 80.31%라는 압
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하였다. 여러 성공 요인 중 핵심적 사안이 지
난 5년 간 추진해온 정책과 미래 국가발전에 대한 대선 공약을 국민이 긍
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는 탄탄한 집권 기반을 조성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6년 집권 후 ‘새로운 우즈베키
스탄(New Uzbekistan)’ 건설을 내세우며 추진했던 정치·경제·사회 부문 등
국가 전반의 개혁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미르지요예프는 대
선 공약으로 내세운 “과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 적극적인 비즈니스 및 재
정 지원 제공을 통한 빈곤 감소, 농업 효율성 증대, 높은 수준의 교육 제공,
의료 개선, 균형 잡힌 지역 개발, 민주주의적·인본주의적·사법적 개혁 지
속, 국가 안보 강화와 적극적인 외교 정책 수행, 문화와 영성(spirituality)
분야 발전” 등을 위한 국내외 정책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imuhamedow)


대통령과 타지키스탄의 라흐몬(Emomali Rahmon) 대통령도 모두 형식적

이긴 하나 선거라는 절차를 거쳐서 권위주의적인 장기 집권체제를 지금
III
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고 부자승계까지 염두에 둔 장기 정치 일

정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다. 이점을 고려할 때 이들은 별다른 국민저항
없이 국정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크며. 오히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집권
으로 인한 정치사회 불안 조성과 안보위협을 내세워 국내통제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건설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아들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Serdar
Berdymukhammedov)의 권력 승계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외국인투자 유치 활성화, 전자문서 관리 시스템 도입, 경제의 디지털
화, 수입 대체산업 성장, 공공 부문 민영화, 민간 부문 발전 등에 중점을 둔
‘2025 투르크메니스탄 국가ㆍ사회ㆍ경제개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
진하여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
된다. 마찬가지로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도 아들인 루스탐(Rustam
Emomali) 국민회의 상원의장에게 권력을 승계시키는 부자상속 작업에

2022 국제정세전망 113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라흐몬은 안정적인 에너지 및 식량 확보,
제조업 육성과 고용 확대, 교통·통신 인프라 확대 등을 통한 국민 생활 수
준 향상 내용의 ‘국가발전전략 2030(National Development Strategy of
the Republic of Tajikistan for the Period up to 2030)’ 추진에 전력을 기
울일 것이며, 이를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혁명으로 잦은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어 안정감이 다소 낮으나


민주적인 정치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경우는 2021년 1월
취임한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대통령이 순조롭게 집권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자파로프는 ‘대통령 권한 강화, 의회 권력 축소, 의원
수 감축(120명→90명), 대통령 임기 5년 중임’ 내용의 대통령제 개헌을 압
도적인 국민 지지로 성사시키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따라서 2022년에
는 주도적인 정국 운영을 통해 코로나19와 2020년 10월 시민혁명으로 타
격을 입은 경제회복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자파로프는
경제성장과 국민 생활여건 개선에 중점을 두고 국가 경쟁력·수출 잠재력

강화, 생산력 증대, 일자리 창출, 관광업 육성, 지역 균형발전 등을 추진해
III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22년도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는 2021년에 비해 경제회복 속도
가 다소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년 대비 -2.3%의 침체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2021년 들어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으로 인해 키르기스스탄을 제외한 4개
국 경제는 2019년 성장 수준을 회복했으며, 2022년에도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러한 회복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4 제Ⅲ장 지역별 정세


나. 아프가니스탄발 정정불안 및 안보위협 확산 차단 집중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내 정정불안 등 상황 악화와 이로 인한 중앙아 지역
으로의 안보 불안 확산 차단 등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 마련에 집중할 것이다.

중앙아 국가들은 탈레반의 정권 재장악 후 테러 사태 빈발,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과 마약의 중앙아 침투, 난민 유입 등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중앙아 국가들이 실제로 두려워하는 것은
탈레반 집권이 권위주의 체제의 중앙아 국가들에서 반정부적 분위기 확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프간 내 탈레반의 폭정이
다시 시작되거나 정정불안이 극심해 지면 이를 빌미로 자국과 아프간 간
국경을 봉쇄하는 한편, 국내통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중앙아 국가들은 2022년에 우선 정상들끼리 연례화된 ‘중앙


아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며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

망된다. 중앙아 국가들이 힘을 합쳐 자체적으로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III
협력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역내 국가 간 우호 협력관계

확대로 이어지면서 국경 및 수자원 문제 등 분쟁·갈등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앙아 정상들은 2021년 8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개최된 ‘제3차 중앙아 정상회의’에서 5개국이 힘을 합쳐 역내 협력질서를
형성하자는데 공감하였다.

둘째, 중앙아 국가들은 미국, 러시아와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아


프가니스탄의 역내 긴장 조성행위를 차단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미국과는
연례 C5+1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아프간을 포함한 역내 안
보와 안정 강화를 위한 미국의 협력과 지원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러시아
와는 아프간 사태의 부정적 파급 차단을 위해 아프간 접경지역 연합군사
훈련 등과 함께 러시아 주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와1)군사안보협력
을 추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2022 국제정세전망 115


셋째, 중앙아 국가들은 지역 다자협력기구인1)상하이협력기구(SCO*)와
도 아프간 사태 관련 안보협력을 추구해 나갈 것이다. SCO는 2021년 7월
에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SCO 외무장관 회의와 SCO·아프간 접촉
그룹 회의를, 9월에는 SCO 정상회의를 연달아 개최하여 아프가니스탄 상
황을 논의하였다. 회원국들은 아프간 내 테러단체 활동을 저지하여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것이 SCO 역내 안보 구축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탈레반의 신장 분리독립단체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의2)중국 내 테러 지원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과는 SCO를
통해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 탈레반 재집권 후 강대국들의 중앙아 지역 접근정책 강화 전망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조직인 탈레반이 정권을 재장악한 사태는 2022년 들어 중앙아 전략 공간을
제 둘러싸고 미·중·러·인도 간 새로운 각축전 전개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III
아프가니스탄 정세변화는 중앙아시아 국가는 물론 인도,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국제질서 변화의 한 동인이 될 수
도 있다. 사실 중앙아시아는 2001년부터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주
도의 군사작전으로 탈레반 등 극단주의 세력의 위협을 국경에서 차단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도 위험을 차단할 수 있었고, 중국과 인도도 아
프간의 불안정으로 인한 신장 위구르 및 카슈미르에서의 분리주의와 테러
리스트의 준동을 저지할 수 있었다. 현재 중·러·인도는 중앙아 내 안보 우
려를 이용하여 접근을 강화하고 있고 중앙아시아는 미·중 패권경쟁구조에
연루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미군 철수 배경의 하나가 중국과의 경쟁에 전념하기


위한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2020년 2월 ‘미국의

* 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 ETIM: 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116 제Ⅲ장 지역별 정세


중앙아시아 전략 2019∼2025’를 통해 미국과 국제 안보를 위한 중앙아시아
의 지정학·지경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앙아 국가와의 협력 증진, 중
앙아 국가들의 특정 국가 의존 혹은 종속을 저지할 의사를 나타냈다. 또한,
미국은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를 발판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앙아시
아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를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전략적 관여를 강
화하여 중·러를 견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아프간 사태 관련 CSTO 중앙아 회원국들에 대한 공세를 용납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중앙아 국가들의 안보 우려를 이용하여 개입 의지
를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간 중앙아시아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간
주하고 미래 ‘유라시아 연합’으로 포괄하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
를 위해 러시아는 중국의 중앙아 진출에 협력적 입장을 나타냈으나, 안보
문제에서는 경계심을 보여 왔다. 러시아는 미국·유럽의 중앙아 접근에도
안보 기반 취약과 영향력 퇴보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아프간
문제를 계기로 중앙아 전략 공간에 대한 미·EU, 중국의 접근을 견제해 나

갈 것으로 보인다.
III
중국은 탈레반의 중국 내 테러 지원 가능성을 우려하여 중앙아 국가에 장
테러 공동대처 제안 등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간 중국은 SCO 등
다자기구 활용과 일대일로 중심 경제통상 협력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진출
했으며, 군사적 역량도 확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
서 중앙아 내 미국의 존재감과 인도의 진출은 중국의 행동반경을 압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은 중앙아 내 미국과 인도를 견제해 나갈 것
이다.

인도는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하여 중앙아시아 진출을 모색해 왔다. 가스,


우라늄 등 에너지 자원 수입 다변화, 파키스탄과 중국의 중앙아 내 입지 강
화 견제 등 정치·경제·안보 차원에서 반탈레반 노선을 견지하며 중앙아 국
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다. 탈레반의 재집권과 미·중·러의 중앙아 진출
강화는 인도로 하여금 중앙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촉진할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117


라. 한·중앙아 수교 30년 계기 더욱 긴밀한 우호협력 관계로의
도약 기대

2022년은 양자 협력관계 발전을 제약했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가운데


한국과 중앙아 국가들이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와
관련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진행되는 수교 기념사업은
한·중앙아 협력관계 발전을 심화·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의 지속으로 인적 교류가 축소된 가운데 대면·비대


면 형식으로 이루어진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급 교류 협력의 제반 합의
사항을 2022년에도 중단 없이 이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월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무역협정 협상 개시 선언과 함께 디지털 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경제협력 확대 및 코로나19 극복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발전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어 8월에는 토카예프 카자흐

스탄 대통령을 방한 초청하여 정상회담을 개최, 24개 분야 협력 강화 방안
III
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부산 주재 카자흐스탄 총영사관 설치와 양국

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 또한, 양국 정부는 정상
과의 합의 사항 이행 후속 조치 차원에서 장관급 회담을 비대면(우즈베키
스탄) 및 대면(카자흐스탄) 형식으로 개최하는 등 이행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이 2021년 4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


베키스탄 등 중앙아 3개국을 방문하여 정상 및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경제
및 안보협력 확대를 당부하고 의회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한편 신북방정
책을 계기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2022년에는 의회 차원에서 한·중앙아 협력을 더욱 확대하게 될 것으로 전
망된다.

또한, 외교부는 2021년 10월 타지키스탄과 4차 경제·기술·과학 협력 공


동위원회를 개최하고 양국이 추진 중인 사업을 점검하였으며, 11월 30일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제14차 한·중앙아시아 협력 포럼도 회원국 모두의 협

118 제Ⅲ장 지역별 정세


력으로 성과를 거두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중앙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
화 기반을 조성하였다. 외교부 장관도 2021년 5월 카자흐스탄, 1월과 7월
우즈베키스탄의 외무장관 등과 회담을 통해 양국 협력방안과 국제현안 등
을 협의하고 2022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 준비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한편,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이 한국과 중앙아 국
가 간 수교 30년의 스토리텔링, 중앙아 5개국 전통 문양의 재해석 등이 담
긴 영상·애니메이션 ‘미디어아트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외교부를 중심으
로 중앙아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여 2022년도 수교 기념행사를 준비해 나
가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와 중앙아 국가들은 2022년에는 2021년에 다양한 회


의를 통해 논의되고 제시된 내용이 협력 사업과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등 정책 발굴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준비된 기념사업들이 양자
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기회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III

6. 아프리카

가. 폭력적 극단주의 발호

2022년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발호가 예상된다. 사헬


지역의 말리, 부르키나파소,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들의 활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폭력적 극단주의는
기니 만(Gulf of Guinea) 인접 국가들 및 중․남부 지역 국가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사헬지역 국가들은 폭력적 극단주의 테러로 인해 몸살을 앓았


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지지1)그룹(JNIM*)’,

* JNIM: Jama’at Nusrat Al Islam wal-Muslimin

2022 국제정세전망 119


IS-대사하라(ISGS*)1)등의 테러공격으로 많은 국민들이 죽고 다치거나 국
내피난민 또는 난민으로 전락하였다. 바르칸(Barkhane)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프랑스는 말리 내 반(反)프랑스 정서 확산, 말리 정부의 러시아 용병
고용 추진 등으로 말리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사헬 주둔 병력의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하람 지도자 아부바카르 세카우
(Abubakar Shekau) 사망 이후 보코하람의 분파로 이슬람국가(IS*)/다에쉬
(Daesh)에2)충성하는 이슬람국가서아프리카지부(ISWAP*)가3)세를 확대하고
있다. ISWAP은 나이지리아 북동부 지역뿐만 아니라 인접국인 카메룬, 니
제르 등에서 테러공격을 자행하였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al-Shabaab)
는 자국 내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인접국 케냐에서도 공격을 전개하였다.
선거 실시를 둘러싼 소말리아 연방정부 내 갈등 고조는 알-샤바브의 활동
공간을 넓히는데 일조하였다.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들은 사헬 지역을 넘어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모잠비크에서도 활동을 전개하였다. 이슬람국가/다에쉬와 연계된 연합민

주군(Allied Democratic Forces)은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에서 민간인
III
살상으로 악명을 떨쳤으며, 최근 우간다에서 여러 건의 자살폭탄공격을 자

행하였다. 모잠비크 북부 카부 델가두(Cabo Delgado) 지역에서 토착 지하
디스트의 의 공격은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르완다 및 남부아
프리카개발공동체(SADC*)4)회원국들의 군사 개입은 지역의 주요 도시 탈
환에 일조했으나, 폭력사태는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폭력적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정부의 부패, 차별과 소외, 만성적인 가난, 실업에 대한 불만
과 분노를 이용하여 세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군사 역량 취약은 무
장조직의 활동을 조장하였다.

폭력적 극단주의 무장활동의 기저에 깔려있는 만성적인 빈곤, 악정(bad


governance), 소외와 차별, 정부의 취약한 군사역량의 문제는 단기간에

* ISGS: Islamic State in the Greater Sahara


* IS: Islamic State
* ISWAP: The Islamic State in West Africa Province
* SADC: 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

120 제Ⅲ장 지역별 정세


해결되기 어렵다. 동시에 프랑스의 군사작전 축소 및 소말리아 주둔 아프
리카연합평화유지군(AMISOM*)1)철수 혹은 임무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2022년에도 나이지리아, 말리, 부르키나파소, 소말리아 등에
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의 활동은 지속 혹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취약 국가가 많은 기니 만(Gulf of Guinea) 연안 및 중․남부 지
역이 폭력적 극단주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나. 에티오피아 내전의 지속

2022년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티그레이인민해방전선(TPLF*)을2)주축


으로 한 반군 세력 간 내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티그레이 주뿐만
아니라 암하라, 아파르와 같은 티그레이 인접 주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
시킬 전망이다. 더 나아가 동아프리카 지역의 정세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에티오피아 연방정부와 티그레이 반군 간 무력충돌은 내전으로 비
III
화하였다. 2020년 11월 전쟁 승리 선언 이후 연방정부군은 티그레이 지역

에서 반군소탕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티그레이 반군은 게릴라 전술을 이용
하여 티그레이 지역 탈환에 성공하였고, 오로모해방군(Oromo Liberation
Army) 등 다른 지역 반군들과 연합하여 암하라(Amhara), 아파르(Afar) 지
역으로 전선을 확대하였다. 심지어 수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로의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사력
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아비 아흐메드(Abiy Ahmed) 총리는 전선에서
군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미국, UN, 아프리카연합, 인접 국가들은 협상을 통한 무력충돌 종결을


촉구하면서 내전 당사자 간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은 에
티오피아가 대테러전쟁 주요 협력국임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정부의

* AMISOM: African Union Mission in Somalia


* TPLF: 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2022 국제정세전망 121


인권유린을 비난하고 이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한 제재 실행을 위협함
으로써 에티오피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모
(Oromo), 암하라 족과 티그레이(Tigray) 족 간 권력투쟁 심화, 인권유린 자
행, 원조유입 방해 등으로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이 고조되면서 양측은 무력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전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
되었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전쟁 당사자들의 군사역량이 엇비슷한 관계로 뚜렷


한 승자가 없는 소모적인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연방정부와 티그레
이 반군 세력 간 적대감 고조는 협상 착수에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
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고 양측의 피해가 증가하면 연방정부와 티
그레이 반군 세력 간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에티오피아
내전은 아프리카 뿔 지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예로 에
티오피아 정부의 역내 분쟁 개입 축소 움직임은 소말리아 정세 불안을 야
기할 수 있다.

III
장 다. 국가 간 갈등 지속 혹은 고조

2022년 아프리카 역내 국가 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수단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나일 강 수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간 군사충돌의
가능성은 낮다. 소말리아와 해상 경계선 획정을 놓고 대립 중인 케냐가 소말
리아에 유리한 국제사법재판소(ICJ*)1)판결 이행을 지체하면서 두 국가 간
대립이 지속될 전망이다. 서부사하라 문제가 진척을 보이지 않는 한 모로코와
알제리의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역내 다른 국가들 간 자원 및 영토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될 전망이다.

* 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122 제Ⅲ장 지역별 정세


2021년 나일 강을 둘러싼 에티오피아, 이집트, 수단 간 갈등이 지속되었다.
에티오피아는 자국 전력수요 충족, 산업 발전, 민족주의 고취를 위해 청나일
강 발원지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을 건설 중이다. 이집트와 수
단은 에티오피아의 청나일 개발이 자국으로의 물 유입을 급격히 감소시켜
자국 경제 및 안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하였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세 국가 간 협상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하지만 물 방류량, 저수 속
도, 분쟁해결 제도 구축 등과 관련하여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에티오피아가 이집트, 수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차 댐 저수를 단행하면
서 갈등은 증폭되었다.

올해 10월 ICJ는 케냐·소말리아 해상 국경선 분쟁 관련 재판에서 소말리


아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소말리아는 육지 남단 국경선을 따라 직선으
로 연결된 해상 국경 설정을 주장하였다. 반면 케냐는 육지 국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위도와 평행한 방향으로 그어진 해상 경계선을 주장하였다. 두
국가가 주장하는 경계선이 겹치는 10만㎢ 수역에 상당량의 원유, 천연가스

가 매장되어 있는 관계로 양국 간 타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ICJ는 소말리
III
아가 이 수역 대부분의 영유권을 갖는다고 판결하였다. 케냐는 이에 반발

하여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였다.

올해 8월 알제리는 서부 사하라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모로코와 외교관


계를 단절하였다. 1970년대부터 서부 사하라 영유권을 주장하는 모로코와
이 지역 독립을 추구하는 폴리사리오 전선(Polisario Front)을 지원하는 알
제리는 갈등 관계에 유지하였다. 최근 UN 주재 모로코 대사가 알제리의 베
르베르인(Berber)들이 거주하는 카빌리(Kabyle) 지역 분리주의를 지지하
는 발언을 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모로코의 알제리 정부 인사
들을 상대로 한 스파이 활동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알제리의 반발을 초래하여 모로코와의 외교 단절로 이어졌다.

2022년 국가 간 자원 및 영토를 둘러싼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전망


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 및 식량 부족,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사정 악화 등은 자원 및 영토를 둘러싼 갈등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2022 국제정세전망 123


에티오피아, 이집트, 수단 지도자들은 국내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여 협상
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전망이다. 하지만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더라도
에티오피아, 이집트 지도자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는
무력사용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케냐는 ICJ 판결을 거부하면서 소말리
아 주바랜드(Jubaland) 지역 내정 간섭 지속, 소말리아 피난민들이 거주하
는 난민촌 폐쇄 등 소말리아 정부를 압박하는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모로
코와 알제리는 외교관계를 복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서부사하라 문제 해결
의 진척이 요원한 관계로 두 나라 외교 관계의 급격한 개선은 어려울 것으
로 예상된다.

라. 선거 및 쿠데타로 인한 갈등 발생

2022년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될 예정이다. 케냐,


앙골라 등에서는 선거진행 과정 및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제 수단, 말리, 기니 등에서는 쿠데타 이후 집권한 군부가 과도정부를 운영하면서
III 민정이양을 위한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부와 민간

지도자들 간 갈등이 정세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2021년 아프리카 역내 선거는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서 정세불안을 야기하였다. 우
간다, 차드, 지부티 등에서 현직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장기집권
을 이어나갔다. 야당, 시민사회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였다. 우간다, 차
드에서는 대통령 선거 전후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였고, 정부의 강경진압으
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티그레이, 소말리(Somali)
등 일부 주를 제외하고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연기되었던 총선이 실시되
었다. 여당인 번영당(Prosperity Party)의 압승은 아흐메드 총리의 개혁정
책 및 티그레이 반군과의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였다. 하지만 티그레이
반군 및 여타 반정부 세력은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무장투쟁을 지속하
였다. 반면 잠비아, 니제르, 카보베르데, 상투메 프린시페 등에서는 대통령

124 제Ⅲ장 지역별 정세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잠비아, 카보베르데는 야당의 선거 승리로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마하마두 이수푸(Mahamadou Issoufou)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삼선 금지를 준수하여 니제르 역사상 첫 평화적인 정권교체
에 일조하였다.

2021년 역내에서 일련의 쿠데타가 발생하였다. 말리에서는 전해 쿠데타로


민선 정부를 축출한 아시미 고이타(Assimi Goïta) 대령이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기니에서는 마마디 둠부야(Mamady
Doumbouya) 대령이 장기집권 시도로 지탄받던 알파 콩데(Alpha Condé)
대통령을 쿠데타로 축출하였다. 10월 수단에서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
(Abdel Fattah al-Burhan) 주권회의 의장이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의
민간 지도자들을 몰아냈다. 민선 혹은 민간 지도자에 대한 실망감 및 분노
로 인한 반정부 시위 확산, 군부의 기득권 수호, 외부의 지원 등이 쿠데타
를 촉발하였다. 말리, 기니에서는 쿠데타 세력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우
세하다. 반면 수단에서는 시민들의 반쿠데타 저항이 격화되었고, 정부의

진압작전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미국, 유럽 국가들, 세계은행은 수
III
단에 대한 원조 중지를 실행 혹은 고려하고 있다. 기니, 수단의 쿠데타 지

도자들은 과도 정부를 구성하였다. 특히 시민들의 저항 및 국제사회의 압
력으로 수단 군부는 압달라 함독(Abdalla Hamdok) 총리를 복귀시켰다. 기
니, 수단, 말리의 쿠데타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
는 우려를 자아냈다.

2022년 아프리카 지역에서 선거를 둘러싼 갈등과 반목이 빚어질 전망이


다. 케냐에서는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 대통령의 후임자를 결정
할 선거가 종족 간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앙골라에서는 집권당 앙
골라 해방인민운동(MPLA*)가1)선거에서 승리하겠지만 MPLA의 장기집권
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기니, 수단, 말리의
쿠데타 지도자들은 민간에 정권 이양을 추진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
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군부와 민간 지도자들 간 혹은

* MPLA: Movimento Popular de Libertação de Angola

2022 국제정세전망 125


군부 내 갈등이 정세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 토대가 취약
하고 안보불안, 저발전에 시달리는 베냉, 부르키나파소 등 취약 국가들이
쿠데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민주주
의가 정착되고 있으며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군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데타의 역내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다.

7. 중남미

가. 코로나19 회복 지연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남미가 2022년에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경제위기 극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지만, 투자 감소 및 외채
증가에 따른 재정여건 악화와 비공식 노동 중심의 고용회복이 회복력을
제 지연시키면서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에 대한 변화의
III 절박성이 거듭 강조될 것이다.
장 전 세계 인구의 8%를 차지하는 중남미 지역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사망자의 30%에 달하는 15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면서 역대 최악
의 보건위기에 직면했다. UN중남미경제위원회(ECLAC*)에1)따르면 경제
적 측면에서 2020년 저성장의 기저효과에 따른 ▲선진국의 수요 및 경제
활동 회복, ▲원자재 가격상승, ▲봉쇄조치 완화와 백신접종률 확대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에 힘입어 2021년 중남미 경제가 5.9% 성장할 것으로 추정
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전부터 경기침체의 원인이 됐던 ▲불평등, ▲빈곤,
▲고용감소, ▲생산다변화 부진, ▲저투자 및 저생산성 등의 구조적 문제
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화되면서 2022년 경제는 올해보다 낮은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 ECLAC: Economic Commission for Latin America and the Caribbean

126 제Ⅲ장 지역별 정세


코로나19의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평균적으로 GDP
의 8.5%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팬데믹의 경
제·사회적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재정능력이 충분치 못했고 효
과도 일시적이었다. 경제활동 중단과 봉쇄조치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2,800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함에 따라 2021년 중남미의 지역 평균 실업률
은 11.1%를 기록했다. 고용감소는 가계의 소득 감소 및 빈곤증가와 직결되
는 바, 팬데믹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회적 불안 및 소요사태 심화가 경제회
복의 지연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이 경기부양 및 공공보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확장


적 재정정책과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해 2021년 GDP의
74.5%까지 증가한 중남미의 공공부채는 2022년 중남미의 회복력에 부정
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재개 및 활성화에 대한 경제주체들
의 기대 상승과 공공지출에 대한 압력 경감을 위해서는 백신접종률을 높이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백신접종이 진행되는 동안 재정지원

연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정균형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
III
상된다. 그리고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 및 포용적 사회정책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남미는 GDP에서 대외부채비중이 56.3%
로 높고 상품 및 서비스 수출에서 대외부채 상환액 비중이 59%에 달하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전환을 가속화하고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재정여력이 필요


하다. 이 지역 많은 국가들의 감염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건
의료시스템을 강화하고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하기
때문에 2022년 중남미 각국 정부는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내외 개
혁을 강구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2 국제정세전망 127


나. 중남미 선거 정국과 정치지형의 변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에서 보건의료체계의


붕괴, 재정여력 부족, 취약계층 보호 시스템 부재, 정부의 부실 대응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로 집권당을 심판하고자 함에 따라 정권교체 및 집권당
약세가 두드러졌고, 이러한 추세는 2022년 역내 주요 국가들의 선거로 이어져,
좌파우위의 정치지형 변화가 예고된다.

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 확산되는 가운데 중남미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의회선거, 지방선거 그리고 제헌의회 선거가 치러졌고,
선거주기는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다. 현재까지 에콰도르, 페루 그리고
니카라과에서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페루, 엘살바도르, 볼리비아, 멕시
코, 아르헨티나 및 칠레에서는 의회선거와 지방선거, 그리고 제헌의회선거
가 있었다.

제 에콰도르에서는 시장중심의 개방경제를 주장하는 기예르모 라소(Guillermo

III Lasso)의 당선으로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고, 비스카라(Martin

장 Vizcarra) 대통령의 탄핵 후 정치적으로 양분된 페루에서는 국가의 경제통


제 강화를 주장하는 페드로 카스티요(Pedro Castillo)가 당선됨으로써 우
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리고 유력 야당후보들을 제거한 상태에
서 선거가 치러진 니카라과의 대통령선거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Daniel
Ortega Saavedra) 대통령이 4회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권력의 영속화가 확
고해졌다. 쿠바에서는 제8차 공산당대회에서 라울 카스트로(Raul Castro)
가 권력에서 물러나고 디아스 카넬(Diaz Canel)대통령이 제1서기로 임명
되면서 포스트 카스트로체제가 출범했다.

엘살바도르 총선에서는 여당인 ‘새로운 생각(NI*)’이1)압승을 거두며 나


입 부켈레(Nayib Bukele) 대통령의 독재 권력이 견고해졌고, 볼리비아의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사회주의운동(MAS*)’이2)9개주 가운데 3개주 그리고

* NI: Nuevas Ideas


* MAS: Movimiento al Socialismo

128 제Ⅲ장 지역별 정세


10개 주요도시 중 1개시 에서만 승리함에 따라 지난해 집권한 루이스 아르
세(Luis Arce)정부의 국정운영이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로페스
오브라도르(Lopez Obrador)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는 멕시
코 총선에서는 여당인 ‘국가재건운동(MORENA*)’이1)의회 과반석 확보에
는 성공했으나, 기존의 개헌 가능성 유지에 실패함으로써 임기후반 국정
동력이 다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외채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중간선거에서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Alberto Fernandez) 대통령이 이끄
는 집권연정이 하원의 제1당 유지에는 간신히 성공했으나 상원에서 과반
석 확보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24개 선거구 중 13개 지역에서 패했다.
칠레는 새로운 헌법안을 작성할 155석의 제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급진
적인 진보성향과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선출됐고 여당은 3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변화의 기로에 선 대표적인 국가는 칠레이다.


칠레는 2019년 반정부 시위 확산을 계기로 치러진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

한 제헌의회선거에서 좌파성향과 무소속 후보의 대거 당선됨으로써 신자
III
유주의 원칙 대신 사회적 권리를 강조하는 새로운 국가시스템이 모색될 것

으로 보인다. 향후 개헌과정과 발전모델에 영향을 미치게 될 이번 대선은
좌우 이념대결 및 기득권세력과 도전세력 간 치열한 경쟁이 될 것으로 예
상된다.

2022년에는 브라질과 콜롬비아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브라질


에서는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전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현 대통령이 대선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극단적인 이념대결 구
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0만 명을 상회하는 사망자 발생, 기초
생필품 가격 급등, 빈곤 및 실업 급증 등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고조 및 ▲상원의 대통령에 대한 기소 결정이 보우
소나루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룰라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야권이 룰라의

* MORENA: Movimiento Regeneracion Nacional

2022 국제정세전망 129


‘노동당(PT*)’을1)중심으로 단결하고 있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한층 높
아졌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 또한 견고한 지지기반을 유지하고 있어
내년 선거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정치적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콜롬비아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고 빈곤층이 급증한 상황에


서 이반 두께(Ivan Duque) 대통령의 세제개혁안이 반정부시위를 촉발하면
서 정권교체와 체제변화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게릴라 출
신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전 보고타시장이 유력한 당선 후보
자로 거론되면서 전통적인 보수양당체제의 붕괴가 전망되고 있다. 만약 정
권교체가 이루어진다면 미국, 중국 그리고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가 재설정
될 것으로 보이며 평화협정이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선거는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


의료체계의 붕괴, ▲재정여력 부족, ▲취약계층 보호 시스템 부재, ▲무능한
방역정책 등에 대한 분노로 2022년 선거는 이념과 상관없이 집권당에게

제 불리할 것이다. 또한 정치적 양극화 및 정당 파편화의 심화로 최종승자는

III 결선투표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문제해결과 현상타파를 주장

장 하며 정치분열을 이용하는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


티나, 멕시코, 볼리비아, 페루에 이어 칠레, 브라질, 콜롬비아에서도 급진
적인 사회정책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좌파정권의 등장이 예상되면서
중남미에서 ‘핑크타이드’ 물결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된다
면 베네수엘라 문제해결을 위해 설립된 리마그룹(Lima Group)은 약화될
것이며, 그동안 정치분열로 무력했던 남미국가연합(UNASUR*)2)및 중남미
국가연합(CELAC*)과3)같은 지역협의체의 영향력이 부활하면서 중남미의
지역통합 노력이 재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PT: Partido dos Trabalhadores


* UNASUR: 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
* CELAC: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aribbean States

130 제Ⅲ장 지역별 정세


다. 미·중 경쟁 심화와 중남미의 실리주의 강화

미국이 코로나19로 자국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적시에 신속하게


백신을 제공하며 중남미에서 책임 있는 공공재 제공자로 부상했다. 중국의
백신외교가 화웨이(Huawei)의 5G사업진출과 대만수교국의 전향에 영향을
미치면서 역내 미·중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중남미 국가들은 실리주의 중립
노선을 강화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중남미에서 미·중 간 경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미국이 코로


나19로 자국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중남미에서 공공재를 제공
해 왔던 미국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 반면 중국은 2억 달러를 상회하는
보건 원조를 제공하며 미국의 공백을 메웠다. 특히 적시에 제공된 중국백
신은 중남미에서 중국의 이미지 및 여론 개선 및 위상 강화에 결정적인 영
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시기 중국의 중앙정부 외에도 지방정부, 국영기업, 민간기업, 제


상공회의소 그리고 화교 커뮤니티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보건외교의 주체로 III
참여하면서 향후 중국·중남미 관계의 다변화가 중국의 대중남미 외교의 새 장
로운 출구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술기업인 화웨이는 핵심 기부자로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설비와 시스템을 기증하고 기술을
지원함으로써 향후 중남미 5G사업 및 기술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을 깔아
놓았다. 특히 5G입찰 자격을 상실했던 브라질에서 화웨이는 농업기업에
5G키트를 제공함으로써 기업가와 생자에 직접 접근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기술기업의 중남미 진출
견제가 강화될수록 기업과 소비자를 통한 상향식 압박이 증가할 것으로 보
인다.

2021년 중국은 브라질과 칠레의 시노백(Sinovac), 아르헨티나와 페루의


시노팜(Sinopharm), 멕시코의 캔시노(CanSino)와 월백스(Walvax)에 대한
임상 시험 완료 후 백신 생산 및 유통에 매진했다. 중국은 자국 백신이 상
용화되기 이전부터 중남미 지역에 10억 달러의 백신 구입비 제공을 약속한

2022 국제정세전망 131


후 조기에 총 3억 2,500만 도즈 이상의 백신을 판매했다. 그리고 양자협정
을 통해 적시에 신속하게 백신을 배포했다. 반면 미국은 코백스(COVAX)
를 통해 백신을 지원하면서 배포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이 백신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중국이 선별적


으로 백신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백신의 효과가 보건을 넘어 정치·
경제적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그간 안보상의 이
유로 브라질의 5G사업자 입찰에서 배제됐던 화웨이가 중국백신 제공을 조
건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됐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온두라스
와 파라과이는 백신확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국과 서방국가들의 추가적인 백신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정치적 압력에
직면한 역내 대만수교국들의 중국으로의 전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남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의 약탈적 경제


행위를 경고하고 있으나, 미국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재정적으로 취

제 약한 역내 포퓰리스트 지도자들이 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제공하는 기회를

III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주요국의 선거가 있는 2022년의 미국의

장 대중남미 정책은 미국에 대한 지역 여론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 전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중남미 국가들의
코로나19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투자, 대출, 원조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중남미 경제의 구조변화를 위한 디지털 및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지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가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고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중남미


국가들은 더 많은 무역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편을 선
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중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중남미 국가
들은 정부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실리주의를 강조하며 중립노선을 유
지하려 할 것이다.

132 제Ⅲ장 지역별 정세



III

2022 국제정세전망 133


제 Ⅳ 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 국제 통상

2. 국제 금융·통화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4. 국제법

5. 기후변화·환경·에너지

6. 신안보

7. 개발협력
제Ⅳ장 |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 국제 통상

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와 무역의 회복세


둔화 전망

2021년 세계경제와 무역은 성장세로 급반등하였으나 백신 보급 및 공급망


불안정, 미·중 갈등, 기후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상존함에 따라 2022년에도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세계경제와 무역은 다소
둔화된 성장 회복세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 코로나19발(發) 글로벌 경제의 침체는 2021년 성장세로 급반등한 이후


2022년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MF는 2021년
IV
장 세계경제 성장률을 5.9%, 2022년은 4.9%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적극적인 재정 확대정책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
에 따른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당초 성장률 전망인 6.0%보다 0.1% 포
인트 낮게 전망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에 따라 세계 무역규모도
2021년 10.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무역성장 수준을
회복하지만, 2022년에는 4.7%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이 2022년도 세계경제와 무역은 여전히 코로나19의 충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다소 둔화된 성장 회복세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36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특히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의 빈부 격차로 인하여 저소득군 국가들의
경제 회복이 더욱 더딘 가운데 내년도 세계경제와 무역의 회복에 부정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지역별
코로나19의 재발 및 변종 확산 여부가 경제 회복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
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와 무역의 성장을 주도해온 아시아 지역
개도국의 제조업 가동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미 불안정한 것으로 드러난 글
로벌 공급망 문제가 더욱 악화되어 세계 경제와 무역의 회복을 지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19발(發) 보건 위기가 더 오래 지속될
수록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력
과 탄력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하여 국가


별 봉쇄조치가 취해지면서 원자재·부품의 생산 및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중국·독일 등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거점국가에서 기상이변으로 인한 대형
재난의 발생으로 국가 간 물류 공급망에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글로벌 경제
에 추가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계속 심화
되는 미·중 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세계무역도 위축될 가능
성이 높다. 최근 중국·호주의 외교적 갈등으로 인하여 중국의 석탄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발생한 중국의 전력난 문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군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국 내 공장들의 생산 활동에 차질을 야기하며 글로벌
IV
공급망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한 우려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봉쇄조치 및 이상기후로 인한 물류 차질 가능
성, 글로벌 생산 차질로 인한 원자재 및 필수부품의 가격 인상 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 차원의 전략적 대비 및 국가 간 공급망 재편
의 성과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기상도가 달라질 것으로 평가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37


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 구체화 및
‘디커플링’ 심화 전망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국가주도형 비시장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자적 연대를 통한 보다 효과적인 압박 및 새로운 통상조치의
활용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서며 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하여
철강·알루미늄 등 국가경제의 인프라 보호 및 경쟁력 유지에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과의‘디커플링(decoupling)’을 더욱 심화 및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개적으로 발표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은 트럼


프 행정부가 추구했던 관세 중심의 일방주의적(unilateral)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다자적 연대를 통한 보다 효과적인 압박을 통해 중국의 국가주도형
경제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적극적 대응에 나서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난
다. 특히 중국의 국영기업을 통한 경쟁 왜곡과 기술 탈취를 통한 미국의 혁신
경쟁력 침해 등 불공정 관행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존의 통상정책 수단 뿐
아니라 새로운 통상조치의 활용을 예고하며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
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여나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



고 있는데, 2021년 미·중 정상 간 화상회담(11.15)의 개최를 통해 양국 간
IV
현재의 갈등 상황을 더욱 고조시키지 않으면서 대화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공통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주요 의제에 대하여 여전히 상호 간의
의견 차이를 확인하면서 향후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조기에 기대하기는 어
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은 인권과 강제노동 등 ‘가치’의 문제를
대중국 외교노선의 핵심으로 삼으면서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중국 의존도
를 줄이고자 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쌍순환’ 경제정책 등을 추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경제를 구현하고자
하고 있어 경제면에서 미·중 간 공통 이해의 범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
다. 금번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만 이

138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루어졌을 뿐 관세 및 무역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하
여 향후 양국 간의 경제적 갈등관계가 일시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
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대만문제 개입에 대한 중국의 경계 입장에 대하여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며 중국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
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여 양국 간 관계 회복을 위한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미국은 대중국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의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 체제를 탈바꿈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통상정책 수단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산업보조금 지원을 통한 철강·알루미늄의 생산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새로운 통상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EU와 함께
공급과잉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하여 시장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조건으
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불공정 관행을 시정하고 탄소배출량 기준에 따라 수
입규제를 부과하여 외국산 철강 제품의 미국시장 진입을 규제할 것으로 전
망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1)같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 규제조치를 활용하여 국내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보호하는
통상정책을 주요국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무역환경은 보호주의가
더욱 심화되고 역내 공급망을 중심으로 내재화가 본격화되면서 지역별 블

록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V

다. RCEP 발효 및 CPTPP 가입신청 확대 속 아시아 지역
통상질서 변화 주목

2022년 1월부터 일부 서명국에서 RCEP 협정이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아시아지역 통상
질서가 역동적인 변화의 상황에 직면하게 됨에 따라 한국의 CPTPP 가입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2022 국제정세전망 139


2022년 1월 1일부터 RCEP이 중국, 일본 등 10개국에서 발효될 예정이
다. 이는 호주, 뉴질랜드가 비준서를 기탁하면서 RCEP 발효에 필요한 최소
기탁국이 달성되면서 비준서 기탁 후 60일 이후인 내년 1월부터 기탁한
RCEP 서명국에서 효력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 등 5개국은 내년
1월 발효국에서 제외되었으며, 현재 RCEP 비준 동의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로 아직 비준서를 기탁하지 못한 상황이다. 15개국 회원국이 모
두 비준서를 기탁하게 되면 발효와 함께 RCEP은 세계 GDP와 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를 기반으로 경제공동체가 탄생하게 된다.
비록 관세 감축 및 규범의 측면에서는 수준이 높지 않지만 향후 발전 가능
성이 큰 ASEAN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중·일이 동시에 참여
하고 있는 첫 FTA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영국에 이어 최근 중국과 대만이 CPTPP에 가입 신청서를 제


출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를1)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가 약화되고 글로벌 공
급망이 주요 지역별 공급망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배
제되어왔던 아시아 주요국들이 새로운 역내 통상질서의 형성 과정에 적극
동참하고자 전략적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가
입 신청 배경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규범 수립 과정에 참여하여 미

국의 중국 견제 의도를 사전에 무력화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
IV
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만은 CPTPP 가입을 통해 역내 무역질서에서의 지

위 확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가입 신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만의 갑작스러운 CPTPP 가입 신청으로 향후 CPTPP를 둘
러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가 한층 복잡한 양상
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미국의 CPTPP 가입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은 부


재한 가운데, 한국의 CPTPP 가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한
국은 미국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CPTPP 가입에 대하여

*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140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부담스러운 입장이었으나, 현재는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으로 상황이 많
이 변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시아 주요
국들이 모두 CPTPP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은 아시아 역내 공급망 형성 과
정에서 한국만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CPTPP 가입 추
진을 위한 기존 회원국들과의 개별적인 양자 협의 등 절차를 진행하며 역
내 통상질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CPTPP 가입을 위한 국내제도의 정비
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미국은 CPTPP 대신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경제 프레임워


크’ 구축을 제안하며 한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의 파트너쉽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1)처음 구상을 발표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공급망, 신기술, 디지털경제, 기후변화 등 신(新)통상 분야에 대한 전략적
공조의 강화를 통해 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여가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CPTPP 가입 추진 문제는 미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연계하여 추진 필요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라. 제12차 WTO 각료회의 개최 연기 불구 다자무역체제의



기능 복원 기대
IV
2021년 11월 30일~12월 3일 개최 예정이던 제12차 WTO 각료회의의 장

개최 연기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무역 분야의 복수국 간 무역협상이 최근


타결되면서 다자무역체제의 입법적 기능 복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제11차 WTO


각료회의 이후 약 4년 만에 개최 예정이던 제12차 WTO 각료회의가 코로
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개최 일정이 연기되면서 WTO 중심의 다자무역

* EAS: East Asia Summit

2022 국제정세전망 141


체제의 향방은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금번 각료회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후 개최되는 첫 WTO 각료회의로서 WTO 기능과 역
할의 복원 여부 뿐 아니라 다자무역체제가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에 효과
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목되었다. 제11차 각료회의에서는 다자
무역체제의 근간으로서 WTO를 인정하는 문구에 대한 회원국 간 합의 불
발로 각료선언문도 채택되지 못한 채 회의가 막을 내리게 된 바 있어 다자
무역체제의 위상이 크게 하락하고 WTO 상소기구의 무력화로 인하여 실질
적인 분쟁해결 기능마저 상실하게 되면서 WTO 체제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12차 각료회의 개최를 앞두고 규범 협상 분야 중 가장 활발하게 논의


가 이루어진 것은 수산보조금 분야로, UN SDGs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일
환으로 어족자원의 보호와 불법적인 어획 활동을 규제하는 구속력 있는 규
범을 마련하고자 추진되어 왔다. 지난 10월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한 수
정 협정문안이 회람되면서 제12차 각료회의 개최 계기 협상 타결을 목표
로 막바지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합의를 도
출하기 어려웠던 개도국 특별대우(Special and Differential Treatment)
조항을 수정한 내용이 새로운 협정문안에 반영되면서 협상 타결의 가능성
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제12차 각료회의에서는 WTO 수산보조금 협

상의 타결 여부가 향후 WTO의 존립 문제를 좌우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으
IV
며 앞으로 다자무역체제가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요한 현안인 기후변화, 환

경, 자원보존 등의 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기대
되었는 바, 향후 협상의 모멘텀 유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하여 다자무역체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백신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WTO 무역관련 지식재산권(TRIPS*)1)협정에 대한 적용 면제(waiver)에 대
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회원국 간 입장 차이로 인하여 논의가 진전
되지 못하였다. 이를 위하여 WTO 회원국 중 한국을 비롯한 27개국은 무역과

* TRIPS: Trade-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142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보건에 관한 WTO 일반이사회 결정(General Council decision) 초안에 서
명하였는데, 필수 의료용품에 대한 수출통제 제한, 무역 원활화, 관세 감
축, 공급망 안정화 등을 내용으로 하였다. 그러나 컨센서스에 기반한 WTO
의사결정 방식으로 인하여 반대 입장이 확고한 회원국들이 있는 상황에서
지재권 면제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WTO의 역할과 의미를 제
고하기 위하여 금번 각료회의의 성과물로 실효성 있는 코로나19 대응 방
안이 채택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후변화 및 환경 보호 분야에서는 WTO 내에서 복수국 간 논의의 형태


로 ‘무역과 환경 지속가능성 협의체(TESSD*)’가1)2020년 11월 출범하여
미국, 중국 등이 모두 참여하고 있다. 비록 현재는 참가국 간 정보 공유와
환경 전반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전반적인 기후변
화 대응 관련 현안을 WTO 내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회원국 간 논의의
장으로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금번 제12차 각료
회의에서는 TESSD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회원국들의 노력을 독려하는
각료선언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외에도 전자상거
래 관련 복수국 간 공동 이니셔티브(JSI*)2)협상, 서비스 국내규제와 관련된
규범 협상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온 만큼 향후 WTO의 입

법 기능을 중심으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 노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IV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비록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하여 제12차 WTO 각료회의가 연기되었
으나 그동안 논의되었던 서비스 무역 분야에서의 국내규제(domestic
regulations)에 대한 JSI 협상이 타결되면서 다자무역체제의 입법적 기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에 대하여 일부 회원국들은 도하 라운
드 출범 이후 25년 만에 타결된 규범 분야의 협상 성과로서 환영하는 입장
인 반면, 개도국을 중심으로 다른 회원국들은 복수국 간 협상 결과를 WTO

* TESSD: Trade and Environmental Sustainability Structured Discussions


* JSI: Joint Statement Initiative

2022 국제정세전망 143


규범의 일부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향
후 회원국들은 연기된 제12차 각료회의 개최 일정(2022년 3월 예상)에 맞
추어 수산보조금 협상의 타결을 위하여 더욱 박차를 가하고 코로나19 팬데
믹 대응을 위한 TRIPS 면제의 허용 문제에 대한 WTO의 공식적 입장을 조
속히 타결하기 위하여 노력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2. 국제 금융·통화

가. 포스트 팬데믹 경제로의 전환

포스트 팬데믹 경제 정상화가 시작되지만 그것이 팬데믹 이전의 거시경제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스트 팬데믹 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노동 수급),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고비용의 에너지 전환,
새로운 혁신 기술 투자 등의 요인에 의해 지난 20년을 규정했던 저성장,
저인플레, 소적자 시대를 종결할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경제의 정상화는 어떤 모습일 것인가?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측면에서 글로벌 경제에 전례 없는 충격을 가져왔고 전대미
제 문의 정책을 시도하게 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IV 가져온 요인들 중 일부는 일시적이지만(예, 봉쇄), 장기 지속될 성격을 가
장 진 요인들(예, 정부 부채의 지속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기후변화와
인구구조와 같은 중요한 트렌드는 현재의 경제 질서의 영구적인 변화로 결
과될 수 있는 긴급한 수준에까지 도달하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경제
는 이와 같은 새로운 요소들에 의해 구성될 것이다.

포스트 팬데믹 경제를 구성할 새로운 요소들은 인구구조의 변화, 국가


자본주의, 고비용의 에너지 전환,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로 보인다. 인구구
조와 관련하여,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인구가 정체되고 있다. 이것은 노동시장 공급 부족으로 이어

144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지고,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협상력을 제공하면서 임금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자동화와 다른 조치
들에 투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전반적으로 정상화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세계 경제성장은 안정적이


기 보다는 변동성이 높을 것이나, 그것이 반드시 과거보다 경제성장률이
낮거나 높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경기의 호황과 침체 사이클이 다시
회복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무역과 낮은 법인세와 같은 자유주의적 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새로운 규제와 세금, 증가된 소득 재분배가
비즈니스에 덜 호의적인 환경과 경제적 변동성을 가져올 수 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지난 20년보다는 높을 것이나 1980년대와 같은 초인플레이
션(hyperinflation)이 일어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후변화 조치, 자동화, 인프라, 신기술에 투자 필요는 노동생산성의 증


가뿐만 아니라 정부 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
과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통화는 금융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
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향후 10년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는 지난 20년
을 규정했던 저성장, 저인플레이션, 소적자 시대의 종결로 특징지어질 것
이며 그 첫 번째 변화가 2022년에 관찰될 것이다.


나. 인플레이션, 통화긴축 그리고 미국 달러화 IV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1)2022년
여름부터 2022년 말까지 1~2회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통화긴축을 시작하는 것은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 이것은 FRB의 통화
긴축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신흥경제국의 경제성장 전망을 낮추는 압력이
될 것이다.

* FRB: Federal Reserve Board

2022 국제정세전망 145


2022년은 이례적인 팬데믹으로부터의 경제회복에서 좀 더 정상적인 경
제성장의 시작으로 이동이 일어나는 과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과도기
에 공급은 증가하지만 수요는 감소할 것이고, 경제는 급속한 성장에서 견
고한 성장으로 이동하고, 경제활동은 상품에서 서비스로 재균형이 일어나
고, 인플레이션도 감소할 것이다. 경제정상화의 속도는 국가마다 다르겠지
만 각 국의 통화정책은 매우 팽창적인 기조에서 좀 더 정상적인 기조로 이
동할 것이다.

경제성장 면에서 2022년은 좋은 해로 보인다. 2021년에 경제회복을 추


동한 요인들은 견고한 수요, 지원적인 재정 및 통화 환경, 코로나19와 관련
된 제약의 지속적인 완화였다. 2021년에 최종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5.8%로
예상되며, 2022년에는 4.3%로 2021년보다는 낮지만 팬데믹 이전의 2.7%
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인플레이션의 가속화는 2021년 경제의 주된 화두였다. 팬데믹은


초기에는 디플레이션 충격을 낳았고, 정부들은 1930년대와 같은 디플레이
션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로 재정 및 통화 공급을 신속
히 단행하였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들이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가
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그것은 다시 팬데믹 혼란과 결합된 상품에 대한 강

제 력한 수요가 공급망을 압도하고 핵심 상품에 대한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


2022년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망 혼란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이 떨어
IV
장 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19년 2.5%, 2021년 3.5%
보다는 더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정상화의 시작이 팬데믹 이전의 거시경제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재정정책, 녹색투자,
더 건전해진 가계 재정으로 인해 장기간 동안 총 수요(aggregate demand)
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강한 수요, 특히 팬데믹의 인플레이션 충격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를 동반한 투자의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와
비교하여 명목금리 인상의 시작을 시사한다.

146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2022년 경제 전망에 대해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
가? 그것은 새롭거나 감염력이 더 높은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의 등장에 의
해 팬데믹이 다시 악화되는 것이다. 북반구에서 겨울이 다가오므로 이 가
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반면에 개발 중인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 인센티브를 더욱 낮추고,
이미 백신 접종을 했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인구에
서 공포심을 감소시킬 것이다. 그 결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발
생하는 상황에서도 경제활동은 활발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것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이 새로운 바이러스 폭발 때문에 경제


가 다시 침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수급 불균형과 과잉 임금 압력에 의한
인플레이션임을 의미한다. 2022년 하반기에는 상품 공급의 상당 부분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될지라도, 현재로서는 공급망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반도체, 내구재, 에너지 시장에서 재고가 낮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폭발적 증가로 생산 중단, 한파와 관련된 에너지 수
요의 급격한 증가, 또는 다른 단기적 혼란이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가져
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요


인들이 존재한다. 그중의 하나가 노동시장이다. 2021년에 경제회복은 많 제
은 국가에서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고용을 회복하고 실업률을 낮추었다.
IV
2022년에 서비스업의 회복이 기대되는 가운데 인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노 장
동시장 공급이 더 부족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금 상승 압력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과거 경기순환보다 더 큰 금융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된 노동자들이 임금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근무 조건과 개인적인
만족감 측면에서 그들의 직장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규범의
변화를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 특히 미국 FRB의 통화긴축


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들의 2022년
목표치를 상회함에 따라(미국은 4.5%, 유로존 지역은 2.8%로 예측), 중앙

2022 국제정세전망 147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 앞서 자산 매입을 축소하기 시작할 것이다. 미국
FRB가 2021년 말에 가장 먼저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 FRB는
2022년 여름부터 2022년 말까지 1~2회의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
다. 그렇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1)금리 인상까지 가지는 않고 자산 매
입 축소에 그칠 것이다.

미국이 통화긴축을 시작하는 것은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 미국 달러화


는 2022년에 인플레이션에 보다 수용적인 일본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강
세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통화긴축은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위
험이 있다. 일시적인(transitory) 인플레이션을 다루기 위한 금리 인상이 경
제침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라도 세계적 위험
자산 기피와 안전자산 선호 때문에 미국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이
것은 FRB의 통화긴축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신흥경제국의 경제성장 전
망을 낮추는 압력이 될 것이다.

다.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 정체

2022년에 중국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하는 등 위안화의

국제화, 미국 달러화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러나 국제은행간
IV 통신협회(SWIFT*)의2)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021년 중반까지

5 위로, 2016년부터 계속 5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추세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은 낮다. 외국인 투자자와 중앙은행이 (디지털)위안화의
채택을 주저하게 하는 중국의 금융통제가 이유이다. 2022년에 미국 FRB의
금리 인상에 대해 중국인민은행(PBOC*)이3)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는
다면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완만한 속도로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 ECB: European Central Bank


* SWIFT: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 PBOC: People’s Bank of China

148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2022년에 중국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020년 이후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
하였다. SWIFT의 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2021년 중반까지 2.46%
로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하였다. 2021년 중반까지 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5위로, 2010년에 35위에서 2016년에 5위로 상승한 이후
계속 5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위
안화의 비중은 2.5%이고, IMF의 특별인출권(SDR*)1)바스켓에서 위안화 비
중은 1.4%이다.

2021년에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에 진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5년


부터 운영하고 있는 위안화 전용 국제결제체제(CIPS*)를2)통한 국제결제는
45.2조 위안(미화 6.5조 달러)로 5년 만에 급성장하였다. CIPS 경유 국제결
제를 포함한다면 국제결제에서 위안화의 비중은 SWIFT의 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의 중국 내 투자 증가도 2021년에 위안화 국제화에
도움을 주었다. 2021년에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3.4조 위안으로
2016년보다 5배 증가하였고, 50조 달러 규모의 중국의 금융시장의 개방에
서도 진전이 있었다.

한편, 중국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디지털 위안화도 도입하였는데,


현재까지 위안화의 국제화를 크게 촉진시키고 있지는 않다. 2014년부터 제
PBOC는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추진해왔다. 디지털 위안화는 PBOC가 발
IV
행하고, 실물 위안화처럼 법정화폐이며 실물 위안화와 공존한다. 2019년 장
말부터 PBOC는 중국 내에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을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2021년 말 현재 11대 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거래에 이용되고, 올해
6월까지 132만회의 거래에 총 5.4조 달러가 사용되었다. 디지털 위안화는
2022년 2월에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글로벌 사용을 선보일
것이다.

* SDR: Special Drawing Rights


* CIP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

2022 국제정세전망 149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가 저비용으로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미국 달러
화에 대안이 될 것으로 선전하였지만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은 국내 금융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처
럼 보인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정부에게 자금의 흐름과 무질서한 확장
을 감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장래에는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 거래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디지털 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사용되기 위
해서는 다른 중앙은행들도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야 한다. 86%의 중앙은행
들이 디지털 통화 발생을 검토하고 있는 반면에, 향후 6년 내에 실제로 디
지털 통화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는 중앙은행의 숫자는 증가하지 않고 있
다. 중앙은행들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이다. 디지털 위안화의 유통 규모가 쉽게 증대되지 않을 것이다.

국제금융통화에서 중국 위안화의 역할이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2022년


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회복하는 시기가 될 것이므로 중국에 해외 자금의
유입,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30%가 향후 1~2년 동안 위안화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2021년에 6.9% 절상되었고, 위안화 환율의 변동도 양방향으로
허용되고 있다. 위안화 환율의 증가된 유연성은 위안화 가치를 지지해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FRB가 2022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인

반면에 PBOC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면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에 대해
IV
완만한 속도로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중국 위안화의 국제화에는 상당한 장애가 존재한다. 중
국 정부의 금융시장 통제, 디지털 위안화 사용처의 제한, 중국의 데이터 보
안에 대한 민감성과 규제 수용 강조는 외국인 투자자와 정부가 위안화 채
택을 주저하게 한다. 이것은 중국이 역내 무역 파트너에 대해 공세적인 외
교정책으로 발생시킨 불신에 의해 더욱 악화된다.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화
되려면 미국 달러화는 물론이고 국제결제에서 위안화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보다 나은 대안임을 증명해야 할 것
이다.

150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 핵심 품목에 대한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 지속

코로나19 발발과 기후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경제안보에 핵심적인 품목의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탈중국화에 사활을 걸고 강력한 산업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경제 논리에 입각해 구축된 고도의 상호의존성이 안보 논리에 맞춰
단기간 내에 재편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2022년에도 애로가 예상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후인 2월에 핵심품목의 대중의존 실태


를 검토하라는 행정명령 제14017호를 발동했다. 그 결과 6월에 공개된 중
간보고서는 핵심 4대 품목(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공급
망의 과도한 대중 의존성을 지적하고 국내 제조역량 재건과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산업정책과 우방과의 협력을 정책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동 보고서는
이후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의 지침서가 되었다. 이를 토대로 1년 내에
6대 품목(군수, 보건제약, 정보통신, 에너지, 운수, 농·식품)에 대한 최종 보
고서도 작성할 것임을 밝혔다.

미국 상원은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1)통과시켰다. 이는 미국 반도
체 산업 육성과 공급망 안정화 등 7개 법안에 2026년까지 5년간 2,0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대한 패키지 법안으로 미국 산업정책의 부활을 상징하
IV
며 현재 하원에서 법안 심의 중이다. 미국 정부는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 장
상 등을 배경으로 9월 23일 반도체 공급망의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표
명하고 다음날 상무부가 11일 8일까지 삼성전자, TSMC사(社) 등 자국 내
모든 반도체 관계자에 세밀한 영업비밀의 제공을 요구해 민간기업을 당혹
스럽게 했다. 결국 일부 기업의 반발은 있었으나 대부분 고객 정보와 같은
민감 정보를 제외한 자료를 제출하였다.

* USICA: The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2022 국제정세전망 151


2022년에 기술한 6대 품목의 공급망 재편 방안이 추가되고 USICA도 하
원을 통과한다면 미국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공격적인 산업정책 추진이 가
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통상정책의 기조도 전환되고 있다. 중국의
CPTPP 가입 신청과 그에 따른 일본의 CPTPP 가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
국은 현재 그보다 우방국과의 반도체, 공급망, 디지털 경제, 수출통제, 투
자심사 등을 위한 분야별 협력체 결성에 주력할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1)만료와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노동계
의 CPTPP에 대한 반발 기류로 인해 사실상 가입이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
한다. 반중 공급망 재편 수단으로는 CPTPP가 적절하지 않으며, 방대한 분
야에 대해 장기간 협상해야 하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연착륙하려면 경제 논리와 안보 논리 간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작동 논리가 효율 일변도에서 회복력
중시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경제 논리에 입각해 형성된 고도의 상호의존성
의 전면적인 전환은 쉽지 않으며, 안보 논리에 입각한 국산화 일변도 정책
은 부작용도 우려된다. 예컨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2)각국이 폐쇄
적인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경우 추가 투자비용은 최소 1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반도체 가격의 35~65% 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자국 기
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경쟁과 그로 인한 과잉 생산은 무역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기반을 두
IV
어 우방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에도 쿼터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자국

에 진출한 외국계 민간 기업에 내밀한 기업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행
태도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TPA: Trade Promotion Authority


* SIA: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152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나. 신뢰가치사슬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의 리더십 발휘가 관건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전략은 ‘신뢰가치사슬(Trusted Value Chain)’


형성 시도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참여국 간 신뢰 구축 및
호혜주의 실현과 미국의 리더십 발휘다. 그러나 미국의 행태와 우방국 간 잠재
적인 갈등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단시일 내에 결실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동맹 복원을 기치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미국과 우방의 공급망


재편 협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구도가 ‘미국
대 중국’에서 ‘미국 진영 대 중국’으로 변모하는 ‘보호주의 진영화’ 양상이
보인다. 이것이 투사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전략은 ‘신뢰가치사슬
(Trusted Value Chain)’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신뢰(trust)’와
‘가치(value)’를 공유하는 ‘유사국(like-minded countries)’이 모여 기존의
글로벌가치사슬(GVC*)에서1)중국을 배제하고 새롭게 가치사슬을 재편하
고자 한다. 이를 TVC라 할 수 있다. 중국 견제 필요성에 직면한 미 우방도
이에 호응함에 따라 최근 전통적인 G7, EU에 Quad, TTC, 글로벌공급망회
의, 인태경제협력틀 등 새로운 협력체들이 속속 추가되면서 TVC 외연이
중층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G20을 계기로 10월 31일에 미국은 14개국(한국, 일본, 호주, 인도, 인도



네시아, 싱가포르, 캐나다, 멕시코,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영
IV
국, 콩고) 및 EU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회의를 개최했다. RCEP에 이어

CPTPP 가입을 신청한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미국은 11월 EAS에서
Quad에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 싱가포르 등을 추가한 ‘인태경제프레임워
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구상을 밝혔다.

미국 주도하에 일본이나 EU 등이 핵심 기술품목의 탈중국화에 나서는


TVC 구축 움직임은 2022년에도 활발해 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갈등 구도가
이어지는한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해 첨단 신흥 기반 기술 및 품목의 경우
세계의 공장과 시장, 표준, 규범이 크게 양분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 GVC: Global Value Chain

2022 국제정세전망 153


그러나 TVC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TVC
구축에는 우방국 간 상호 신뢰 구축이 관건이나, 아직 그 기반은 취약해 보
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의 동맹복원 구호는 미국의 쇠퇴를 반증하는
만큼 미국이 상호 신뢰와 호혜주의를 실현하고자 솔선수범해야 우방은 동
참할 유인이 생긴다. 따라서 TVC에 합류하는 나라들은 안보로 포장된 자
국우선주의와 같은 안보의 남용 여지를 최소화하고 국제 규범에 합치된 예
측 가능한 TVC 운용을 위한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지구상의 가치
사슬은 GVC와 지역가치사슬(RVC*),1)국내가치사슬(DVC*)에2)TVC 대두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양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위한 국제협력 가속화 예상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EU 및 일본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도 기술별, 품목별
특징에 맞는 공급망의 분산 배치와 상호 연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U도 핵심품목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Global


Gateway’ 전략 하에 가치 공유국과 협력해 인태 지역에서 무역연계 및 그
린·디지털 기술 투자 확대, 인권과 안보에 민감한 이중용도 기술·품목의 공

급망 재편에 나섰다. EU의 공급망 재편 대상 일 순위는 반도체다. EU 집행
IV 위는 3월 ‘2030 Digital Compass’ 전략 발표, 6월 ‘유럽반도체산업동맹

(The Alliance on Processors and Semiconductor Technologies)’ 출범
등을 통해 현재 10%에 불과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지원하고자 내년 상반기에는 ‘European Chips
Act’ 입법 제안서를 출간할 예정이다. EU는 이를 위한 핵심 협력 파트너인
미국 측에 TTC 결성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양측은 9월 24일, TTC 첫 회의
를 개최해 대중 공동봉쇄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수출통제, 투자 심사 등

* RVC: Regional Value Chain


* DVC: Domestic Value Chain

154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0개 작업반 구성에 합의하였다. TTC는 기술표준, 기후변화 및 클린테크,
수출통제, AI,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국 외 여타 우방과의 협력 공간을
열어두고 있다.

일본은 2020년에 내각관방 내 국가안전보장국(NSS*)에1)경제반을 신설


한 바 있다. 올 10월에는 내각부에 경제안보담당 특명장관직을 두고 기시
다 총리 취임 후인 11월에는 경제안보추진회의를 신설하는 등 공급망 재
편을 위시한 경제안보전략 추진체계를 정비하였다. 일본의 공급망 재편전
략은 반도체, 5G, 배터리 등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나 일본 또한 그 핵심
은 반도체다. 지난 6월 공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은 제조 장비 및 소
재 강국이자 우방국의 신뢰를 받는 입지적 우위를 기반으로 국내 산업기반
강화를 도모한다. 이를 위한 대외협력의 최대 성과는 경산성의 보조금 지
급을 지렛대로 하는 대만 TSMC의 연구소 및 파운드리 팹의 일본 내 투자
유치다. 일본은 11월 17일 ‘인태경제프레임워크’의 측면지원, 지역 및 다
자무대에서의 노동 및 환경, 디지털 전환, 무역 원활화 등에서의 협력 강화를
목표로 ‘미·일 통상 협력 틀(USJP*)’을2)출범시켰다. 일본은 Quad, ASEAN,
G7, EU 등 유사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반도체에서 그간 효율적인 분
업구조를 구축해 온 한국은 역사 및 무역 갈등으로 인해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 기술별 품목별 특징에 맞게 GVC, RVC 및 DVC와 TVC에 분산



배치하고 이들을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한편 각각의 최적의 협력 파트
IV
너를 선정하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의 기후변

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을 좌우할 첨단 이중용도 기술의 경우, 기술 강국이
모인 TVC 합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회원국이자 G7에 초대받은
한국의 합리적인 선택지로, 이는 우리의 대외 협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
이다. 기후변화, 코로나, 격차 해소 등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이며
GVC나 RVC에서 여전히 중요한 세계의 공장이자 시장인 근린국 중국과의
협력도 긴요하다.

* 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 USJP: United States-Japan Partnership on Trade
* OECD: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2022 국제정세전망 155


라. 공급망 재편과 신기술 수출통제 시스템 정비

2022년 미국의 공급망 재편 시도는 신기술 수출 통제를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인 바, 이에 대해 중국, EU 등 주요국들의 대응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미국 등 주요국은 관련 신기술 수출통제 시스템 정비를 보다 구체
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2018년 수출통제개혁법
(ECRA*)을1)제정하여 신흥 및 기반기술(EFT*)을2)지정하여 본격적으로 신
기술 수출통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이를 2022년에 구체화 할 것이다.
즉, 바이든 행정부 출범 시부터 상기 이슈와 관련하여 전임 트럼프 대통령
과 정책적 차이가 주목되었던 바,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는 기존 정책에 대
한 점검에 치우치는 등 관망하는 입장을 취했다. 2021년부터 바이든 행정
부는 기존 행정명령을 철회·수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신기술 통제정책을 구
체화하고 있다. 다만, EFT의 정의와 범주가 아직 구체적으로 지정되지 않
은 관계로 실제 EFT는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 2022년 이를 확정하여 이행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신기술 통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EU 및 일본의



대응 역시 2022년에도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중국은 최근
IV
미국의 신기술 수출통제 및 대중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발표

하여 점차 수세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는 바, 2022년
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2020년 9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한 규칙’을 통해 중국의 주권, 안전, 발전이익을 침해하
거나 자국 기업에 피해를 초래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무역 및 투자활동 그
리고 입국 및 체류를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20년
10월 17일(동년 12월 1일 발효) ‘수출통제법’을 최종 채택한 바, 이는 개별

* 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


* EFT: Emerging and Fundamental Technologies

156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분야별 수출통제법을 총괄하는 법령으로 이를 2022년 실제 집행할 가능
성이 있다. 특히, 중국은 2021년 1월 상무부 명령 제1호인 ‘부당한 외국법령
의 영토 외 적용에 대한 대응 규칙 및 기타조치’를 발표하여 미국 등 외국
의 역외적용에 대한 대항입법을 수립한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수위를 고려하여 이를 2022년 확대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은 2021년 7월 최초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2021년
6월 제정한 ‘반외국제재법’에 따라 미국 전 상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인사
7명을 제재 리스트에 등재하여 중국 입국·체류 제한, 중국 내 자산 차압·
압수·동결 및 중국 기업·개인과의 거래금지 등의 조치를 시행하였다.

EU 역시 미국에 비해 신기술통제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


라 2022년에는 2021년 5월 개정된 수출통제법을 기반을 두어 적극적인 신
기술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
제 EU는 미·EU 간 무역기술위원회를 2021년 설치하여 글로벌 공급망 재
편 차원의 신기술통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바, 이를 2022년 더욱 활성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EU는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대이란 제
재 등 주요 이슈 및 미국의 수출통제의 역외적용 조치에 대한 대응은 적극
적일 가능성이 있다.

4. 국제법 IV

가. 신기술과 인권에 관한 논의

한국 정부가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UN인권이사회에서 신기술과


인권 관련 결의를 채택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바, 앞으로 프라이버시권,
코로나19가 신기술과 인권에 미친 영향과 디지털 신원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57


4차 산업혁명의 발달에 따라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은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인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신기술의
활용 통해 교육, 보건 및 개인의 자유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악화시킴으로써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의제를 국제적 차원에서 이끌어가기 위하여 한국 정부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2019년 7월, UN인권이사회 제41차 회
기에서 ‘신기술과 인권(New and emerging digital technologies and
human rights)’결의를 컨센서스로 채택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총 78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으며, 그 이후 2021년 7월에 개최된 UN인권이사회 제47차 회기에서
도 후속 결의가 채택되었다. 두 결의는 모두 신기술의 기회 및 도전에 대응
하는 데 있어서 총체적, 포용적, 포괄적 접근방식(holistic, inclusive and
comprehensive approach)을 강조하고 있는 바, 여러 국제기구, 시민단체
및 학계 전문가 등 관련 이해관계자 간 긴밀한 협력 통해 다양한 논의가 진
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 특히, 프라이버시권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화


와 AI 기술은 이미 교육과 의료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이미 유용하게 사
IV
장 용되고 있지만, 동시에 사람의 행동을 추적, 분석 그리고 예측까지 할 수 있
다는 점에서 프라이시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UN에서 2018년 9월에
발표한 ‘신기술에 관한 UN 사무총장 전략(Secretary General’s Strategy
on New Technologies)’에서도 신기술로 인해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하나의 주요 인권 이슈로 내세우며 이러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마련할 필
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UN인권이사회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도 비테
크(B-Tech) 프로젝트를 개시하여 디지털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침해
를 예방하기 위한 인권 실사(due diligence) 및 기업의 책임과 규제 방안을

158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검토하고 있으므로 UN의 ‘기업과 인권이행지침(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과 관련된 기업의 규제 정책도 함께 지속
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신기술이 인권에 미친 영향에 관


한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병하자 디지털
신기술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게 함으로
써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지만, 개인의 프라
이버시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UN 사무총
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도 2020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인권은 가장 전면적이고 중심적인(front and centre) 이슈로 다
뤄져야 한다고 한 바, 여러 국가의 방역체계가 국제인권법을 준수하고 있
는지 여부에 관한 논의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는 동안 UN에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신원(digital identity)에 관한 논의도 크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한 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디지털 신원은 개인정보를 사용자의 디바이스에 저장하
고 인증에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제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신원은 개인이 제
직접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자기주권 신원
IV
(self-sovereign identity)’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인권보호에 기여하는 장
측면도 있지만, 정보가 노출되거나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디지털 신원의 안전성 및 인권보호 문제가 주요 이슈로 계속 논의될 것으
로 예상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59


나. 국내법원에서의 주권면제 원칙 적용 문제

국제법 위반행위로 다른 국가를 국내법원에서 제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국제 추세에 따라 앞으로 국내법원에서의 주권면제 원칙 적용 문제가
계속 대두될 것이다. 특히, 국제인권법의 발전에 따라 구제 받을 권리가
강조되면서 이러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법 위반행위로 가해국을 국내법원에서 제소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


함에 따라 국제인권법에서 강조되고 있는 구제 받을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국가의 주권면제가 제한될 수 있는지 여부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이슈로 논
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권면제의 원칙은 여러 국가의 관행을 통해 국제관습법으로 발전하였


다. 주권면제 이론의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이 한 국가는
타국 법원의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절대적 주권면제론이 지지를 받
았지만,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국가의 주권적 행위에 대해서만 면
제를 인정하고 상업적 행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제한적 주권면
제론이 더 지지를 받고 있는 추세이다. 2004년 ‘국가 및 그 재산의 관할권
면제에 관한 UN 협약’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제한적 주권면제론을 따
르고 있다.

IV 그러나 주권면제가 어디까지 제한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통일

장 된 해석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및 그 재산의 관할권 면제


에 관한 UN 협약’은 현재 발효되지 않았고, 국가 관행도 계속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법원의 페리니(Ferrini) 사건에서와 같이, 강
행규범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주권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 관행
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슈에 대해서 2012년 ICJ는 강행규범은 실
체법적인 문제인 반면, 주권면제는 절차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두 개념은
충돌할 수 없으므로 주권면제를 적용하는 데 있어서 강행규범의 위반 여부
는 무관하다고 판시함에 따라 많은 논란이 된 바 있다.

160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이러한 가운데 인권규범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구제 받을 권리도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 바, 주권면제의 인정 범위에 대
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 사이버안보 국제법 정립의 새로운 시도 구체화

2022년에는 UN을 중심으로 미·서방과 중·러 간 사이버안보 관련 국제법


및 국제규범 형성을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고 사이버안보 국제규범
논의 방식의 윤곽이 들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안보 국제법 형성 논의의 경우 2022년에는 2021년 정부전문가그


룹(GGE*)1)및 개방형실무그룹(OEWG*)2)보고서 채택의 성과를 바탕으로
OEWG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특히 사이버안보 거버넌스의 실질
적 핵심 논의기제로서 OEWG의 위상과 관련하여 진영 간 대립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2022년에는 2021~25년 5년 회의의 OEWG가 UN 내
사이버안보 논의의 핵심 기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미·서
방의 대항 협의체인 행동계획(PoA*)3)제안이 구체화 될 것이다. 실제로,
2021년 GGE와 OEWG가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GGE 지속여부가 불투명
한 상황에서 모든 UN 회원국과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OEWG가 UN 내

사이버규범 형성 논의의 주요 논의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1년 제
1차 OEWG 보고서는 국제법과 규범에 대해 기존 GGE 보고서를 확인·지지
IV

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2022년 이후 부터는 주권, 국가책임, 대응조치,
데이터 안보, 글로벌 공급망 등 GGE에서 진영 간 이견이 있거나 합의되지
못했던 국제법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더욱이
2022년부터 OEWG 주요 사이버 강국들은 OEWG 논의 방식을 법, 군사,
기술 등 개별 영역 전문가 중심의 하위 워킹그룹으로 나누어 논의할 가능
성이 있다. 이 경우 참여 국가들 간의 역량격차가 극명하게 들어날 것인 바,

* GGE: Group of Governmental Experts


* OEWG: Open-Ended Working Group
* PoA: Programme of Action

2022 국제정세전망 161


국제법 및 규범 형성 논의가 주요국 중심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사이버공간에 적용되는 새로운 국제법 및 규범과 관련하여 데이터
안보 및 관할권,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 등 신규의제에 대한 진영, 국가 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상기 이슈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가 있는 바, 주권
을 강조하면서 데이터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중·러 및 개도국의
입장과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지하는 미·서방의 입장 대립이 현저하
다. ICT 글로벌 안정망의 경우 5G 이슈에서처럼 미·서방은 중국이 ICT 안
정성을 훼손하는 기술을 개발 이용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는 반면 중·러
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전체 글로벌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변경한다고 주
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미국 등 주요 서방국가들의 경우 UN 차원의


논의와는 별개로 개별국가, 소다자 및 유사입장그룹 차원의 사이버안보
관련 법제도 강화조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Five Eyes 확대를 통해서 사이버안보 억제전략을 수립·추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전략이 2022년에는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
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2년에는 사이버공간을 규율하는 국제법 창설과
관련한 대립이 기존 GGE 및 OEWG와는 별개로 UN 제3위원회에서 본격
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즉, 2019년 12월 새로운 사이버범죄 조약 창설을

전제로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규정한 중·러 주도 사이버 사이버범죄
IV
결의안이 통과되어 코로나19 이후 지연된 회의가 2022년에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동 결의안의 의제가 사이버범죄를 포함하여 사이버안보 전반
을 다루고 있는 바, 미·서방은 조약 창설에 대해 완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162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라. 남중국해 분쟁 심화 속 CoC 채택 분위기 조성

2022년에는 대만해협 등 남중국해 분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지연된 남중국해 CoC 협상과 최종채택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캄보디아가 ASEAN 의장국을 수임하는 2022년은 중국과 ASEAN이 남중


국해 행동선언(DoC*)을1)채택한지 20주년이 되는 바, 중국은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ASEAN 국가와 CoC 협상을 서두
를 유인이 크다. 현재 행동규범 협상 초안(2018)에 대한 2차 검독을 완료한
상황에서 규범의 적용범위, 법적 구속력 여부, 역외 국가들의 활동, 분쟁해
결절차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ASEAN 국가와 중국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전히 상기 쟁점에 대해 이견이 현저한 상황이지만 대만
해협 및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2022년 모멘텀을 십분 활용하여 CoC를 전략적 지렛대로 삼고자할 것이
다. 실제로 2018년 11월, 중국 리커창 총리는 3년 이내에 협상을 매듭지기
를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행동규범 채택에 적극적이었지만, 상기 쟁점에
대한 이견과 코로나19 상황에서 2020년에는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다. 또
한, 남중국해에서 미국 및 동맹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이 구체화되면서
2021년 중국은 CoC 협상 재개를 공식적으로 촉구하기 시작하였다.

중국과 ASEAN 양측 모두 CoC 타결을 희망하고 있지만 양측의 기본적
IV
목적이 다르고 주요 국제법적 쟁점에 대한 이견이 현저한 바, 2022년 연내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2022년 협상에서 민감한 부분을 제외하
고 2012년 DoC에서 일부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여 DoC의 2.0 형태의 법적
문서를 도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 DoC: Declaration of Conduct

2022 국제정세전망 163


5. 기후변화·환경·에너지

가. 기후변화협상 타결로 파리협정 의무이행 본격화

2022년에는 파리협정상 각국이 제출한 감축의무 이행이 본격화되고


감축의무의 갱신 내지 상향에 대한 국제적 압력도 증대할 전망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2021년 10월 31일 개최된 COP26에 참석한 197개 회


원국은 폐회일정을 하루 넘긴 11월 13일,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였다.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당사국총회 역사상 처음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합의문에 포함시킨
것으로서 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주요 원인인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
축하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합의하
였다. 그리고 각국은 2022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Sharm El-Sheikh)에서
개최될 제27차 당사국총회 때까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1)
파리협정의 기온상승 제한목표에 부합하게 재검토 및 강화하여 제출하기
로 했다. 파리협정에서는 금세기 말까지 기온상승폭을 2℃로 제한하는 것
을 목표로 하되, 기온상승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추가적 노력을 경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과학자들은 금세기 말까지 기온상승폭을 1.5℃

로 제한하지 않을 경우 재앙적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
IV 업화 때부터 현재까지의 대기기온 상승폭이 이미 1.1℃에 달한 상황에서

상당수의 국가들이 기온상승폭의 1.5℃로의 제한에 부합하지 않는 NDC를
제출하였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여 2022년에 제출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는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적응을 돕기 위한


지원금을 2019년 200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까지 최소 두 배로 늘리기
로 하였고, 파리협정 제6조 국제 탄소시장 의제, 투명성 의제 등 파리협정
이행규칙 중 미결부분에 대한 협상도 완료함으로써 신기후체제로 통칭되
는 파리협정의 이행은 2022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국제 탄소시

*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164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장의 경우 제도정비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한다면 실제 이행은 몇 년
뒤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22년에는 온실가스 배출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선도적 노력이 다양


한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경제에서 재생
에너지 등 저탄소연료 기반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탈탄소화
(decarbonization) 정책의 추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각국
NDC의 달성가능 여부를 사전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투명성 의제의 협상
이 완료됨에 따라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선진국들
과 개도국에 공통으로 적용될 보고의무의 이행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정보
등 파리협정의 규정에 따라 각국이 제공할 정보의 양과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협정 채택 이후 선진국들은 개
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재
원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현재 조성된 재원은 총 8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재원 조성에 관한 선진국들의 노력도 배가될 전망이다.

다만 2022년 말로 시한이 잡혀 있는 각국 감축의무의 상향은 각국의 정


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내용의 충실도 면에서 편차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
다. 현재까지 제출된 다수 국가들의 NDC의 경우 구체적 내용 없이 추상적
목표 설정에만 그친 사례가 많은데, 이들 국가가 선진국들의 기술적 지원 제
을 제공받더라도 1년 남짓한 기간에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내용이 강화된
IV
NDC를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022년 말, 제27차 기후 장
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일부 국가들의 모범사례를 제외한다면 갱신하
여 제출될 NDC의 내용은 여전히 추상적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되며,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기온상승폭을 1.5℃로 제한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2 국제정세전망 165


나. 미·중 기후변화 협력은 제한적

2022년 미국과 중국은 상호 간에 국내 기후변화정책의 추진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수준의 제한적 협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 전 세계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


는 국가들이며, 21세기 패권경쟁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는 그
나마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의제 중 하나로 언급되어 왔다. 다만 이를 향
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는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
회 회기기간 중 양국은 2020년대 기후변화 행동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전기를 마련하였다. 2021년 11월 10일 발표된 성명에서 양
국은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파리협정상 목표인 기
온상승폭 1.5℃로의 제한 달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기후특사도 양국 정
상이 양국 간 실질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위기에 관해서는 협력하
겠다는 희망을 표시했다며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양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관한 규제체제 및 환경기


준, 청정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편익 극대화, 탈탄소화 및 최종소비자 부문
전기화(electrification) 장려정책, 녹색디자인 및 재생자원 활용 등 순환경

제 주요부문, 온실가스 포집·활용·저장 및 대기 중 온실가스 직접포집 등에
IV
서 협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양국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기온 상승에의 영

향력이 더 큰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해서도 협력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양국은 2022년 상반기에 메탄 배출량 측정 및 감축을 위한 회합을 갖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양국은 기후행동 강화를 위한 작업반을 설립하기로 하
였으며, 여기에서는 정책 및 기술적 정보교환, 상호 간 관심사항인 프로그
램 및 사업 식별, 정부·비정부 전문가 간 회의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
하고 다자채널을 통해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
다. 또한 양국은 2025년까지 203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갱신하기로 합
의하였다.

166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무역, 첨단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첨예한 입장대립을 보여 왔던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부문에서만큼은 협력의 틀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이 분
야가 미·중 간 구체적 협력의 드문 사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 간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다면 대규모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이루
어낼 수 있으므로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
러나 현실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기후변화 협력의 폭은 기술개발, 정보교
환 등의 분야에 국한될 전망이고, 구체적인 수량 목표에 대한 합의 및 정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10일의 공동성명에서도 수량 목표
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기후변화정책 조율 및 기술적 공동연구에 관한 협
력을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이어서, 양국의 협력이 작업반 구성 외에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 중국은 공동성명에서
석탄소비 감축을 제15차 5개년 규획(2026~2030년)에 시행하기로 하였으나,
현재의 전력난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중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에 도달하고, 2060년


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자국 NDC의 국내 이행에 치중할 것이며,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배출량 기준 50~52% 감축
하겠다는 자국의 NDC 이행 및 다양한 수단을 통한 중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욕 상향 장려를 모색할 것이지만 양국의 기후변화 협력에 관한 한 2022
IV
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 화석연료 공급불안 지속 전망

2022년에는 화석연료의 퇴출 분위기 속에서 전 세계 화석연료 공급불안이


지속될 것이나, 일부 국가들은 경제적 이유로 화석연료 생산을 강화할 전망
이다.

COP26을 전후하여 세계 국가들은 화석연료에 관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였다.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는 탄소저감장치가 없는(unabated)

2022 국제정세전망 167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down) 및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phase-out)를 가속화하기로 명문화하였다. 또한 총회기간 중인
11월 4일, 한국과 영국, 폴란드, 우크라이나 등 46개 국가와 지역인 선진국
은 2030년대에, 개도국은 2040년대까지 석탄 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데 합의하였다. 그 외에 미국, 영국, 덴마크 등 20여 개국 및 금융
기관들은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의 투자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하는 별
도의 합의를 체결하였다.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 및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저탄소에너지로의 전환


에 관한 구체적인 시한이 제시되면서 세계 각국의 에너지기업 및 금융기관
들은 2022년부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신규채굴 및 개발, 이에 관련된
금융지원을 중단하거나 비중을 축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기업들이 석탄발전소 등의 신규건설을 감행할 경우 이들 발전소는 완공시
점에 에너지정책의 변화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된 전력의 판매가 불
가능해지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좌초자산(straddled assets)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이 강화되면서 중장기적으
로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단기적으
로는 화석연료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전 세계에 공급불안의 지속 내
지 악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은 단시일 내에 완성되기 어

려운 과제임을 감안한다면 향후 일정 정도의 화석연료 사용은 불가피한 것
IV
인바,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의 화석연료 신규채굴·개발 회피는 장래 화

석연료 공급능력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화석연료의 공급불안 및 가격인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석탄 소비 및 생산량이 많은 국가
들은 이번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지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들 국가
들은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국내
석탄생산을 계속할 전망이다.

168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라.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

기후변화 대응수단으로서 원자력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2022년


에는 모듈형 소형원자로(SMR*)를1)포함, 원자력발전에 대한 신규투자 및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COP26에서 원자력에 관한 공식적 논의는 없었지만, 2021년에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원자력의 역할을 인정하는 다양한 움직
임이 관찰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2)2021년 5월에 출간된 ‘탄소중
립 2050: 전 세계 에너지부문에 관한 로드맵’이라는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 비중이 현재보다 2배가 되어야 한
다고 지적하였다. 6월 21일 G7정상회의에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탄소무배
출 에너지 활용을 가속화하기로 하는 한편으로 원자력 이용을 선택한 국가
들의 노력을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11월 9일에는 프랑스 마크롱
(Emmanuel Macron) 대통령이 대국민연설을 통해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 70%에서 2035년까지 50%로 감축하겠다는 정책을 변경하며 프
랑스 에너지자립, 안정적 전력공급,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하여 원자
력발전소 신규건설을 공약하였다.

프랑스와 같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서약한 국가들의 수가



70여 개국에 달하는 상황에서, 2022년에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탄소무배출
IV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이용 확대가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현재 51기의 원

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제14차 5개년 규획(2021~2025년)에서 2025년
까지 20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포함시켰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 달
성을 위해 향후 15년간 최소 15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는 과거 35년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이 건설한 원전의 수보다 많다. 러시
아의 경우 현재 38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데 2030년까지 8기의 원전을 추
가 건설할 계획이며, 인도의 경우 2030년까지 21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 SMR: Small Modular Reactor


*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2 국제정세전망 169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도 2019년 기준 6%에 그친 원자력 발전비중을
2030년에는 20~22%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기
준 5위 내에 속하는 이들 4개국이 원전 증설 내지 이용확대 계획을 갖고 있
다는 사실은 향후 원자력이 전 세계 탈탄소화 이행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2022년부터의 원자력 이용 확대는 대형원전 건설 외에 SMR 설계 및 건


설의 형태로도 나타날 전망이다. SMR은 발전용량 300메가와트(MW) 이하
의 소규모 원전으로서 모듈의 형태로 제작되어 단독으로 혹은 집단으로 발
전에 사용될 수 있는 구조이며, 새로운 안전기술을 채택하여 방사능누출
사고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현재 러시아가 2기의 SMR을 해상부
유시설에 탑재한 형태로 운영 중이고, 미국은 뉴스케일(NuScale)사가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SMR 설계 인증을 획득한 상태
에서 아이오와 주에 2023년 12기의 SMR을 건설할 예정이며, 마이크로소
프트(Microsoft)사가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사도 2024년부터 아이
오와 주에서 SMR의 한 형태인 고속 소듐 냉각로를 건설할 예정이다. 영국
은 롤스로이스(Rolls-Royce)사가 2030년대 16기의 SMR 건설을 목표로 사
업을 진행 중이다. 건설의 확대로 SMR에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어 경제성
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SMR에 대한 관심은 보다 광범위한 투자

및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IV

6. 신안보

가. 미·중 마찰 심화 속 신기술 공급망 통제 강화

2022년에는 미·중 간 신기술안보 마찰이 심화하는 가운데 핵심 신기술의


공급망 통제를 강화하는 시도가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협의체를 통해 본격적
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170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2022년에는 5G, 데이터, 컴퓨팅, 반도체 등 신기술 활용에 따른 새로운
안보위협이 증대되고 이에 대한 미·중 간 신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
다. 특히, 신기술 패권 경쟁과 관련 2022년 미국은 Quad, Five Eyes 등 기
존 동맹 협의체를 활용 중국의 신기술 확보 저지를 위한 공급망 통제 정책
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미국의 신기술 공급망 통제 전략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활용할 것인 바, 수출통제, 무형기술이전통제, 공동연구제
한, 비자제한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22년 미국은 기존 동
맹국 협의체에 사안별로 참여국을 확대하는 누층적인 대중국 동맹 협의체
를 강화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기존 Quad, Five Eyes 등 기존 동맹
협의체에서 비우방국 신기술통제를 강화함은 물론 파트너 국가도 참여
하는 보다 포괄적인 형태의 협의체도 활용할 것이다. 실제 미국은 2018년
10여개 기술선진국들과 함께 ‘민감기술에 대한 다자조치(MAST*)’1)이니셔
티브를 출범시킨 바, 2022년 동 협의체에서 다양한 형태의 비우호국 신기
술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기존 바세나르체제가 컨센
서스 방식의 운영으로 이중용도 신기술 수출통제의 경우 합의가 이루어지
기 쉽지 않은 관계로 미국은 유사입장그룹 중심의 협의체 운영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이러한 미국의 공세적인 신기술안보 공급망 통제 정책에 대응



하기 위해 다자지역 협의체에서 중국의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노력과 병행
IV
하여 미국의 신기술 수출통제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즉, 중국

은 2020년 수출통제 법안을 정비하고 2021년에는 미국의 신기술 수출통
제에 대응하기 위한 ‘외국 법령의 부당한 역외적용에 대한 대응 규칙’을 공
포하였다. 동 법안의 핵심 내용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대중국 수출 통제를 이행한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
이다. EU 역시 미·EU 무역기술위원회를 신설하여 신기술 수출통제에서 미
국과 공조를 취하면서도 2021년 수출통제법을 개정하는 등 독자적인 신기
술 수출통제 시스템을 정비하였다.

* MAST: Multilateral Action on Sensitive Technologies

2022 국제정세전망 171


나. AI 활용에 따른 신안보 위협에 대한 규제 논의

2022년에는 AI의 상업적, 군사적 활용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위협이 점증하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려는 국제사회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AI 및 사물인터넷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동 기술의 상업적, 군사적 활용에 따른 새로운 위협을 국제적으로 규제하
려는 논의가 2022년에도 제네바 군축회의(CD*),1)EU 등 국제기구에서 활
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현재 AI의 군사적 활용의2)경우 CD의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자율살상무기체제(LAWS*) GGE에서3)논의
되고 있는데 동 논의에서 미·중·러 등 기술선도국과 비동맹4)운동(NAM*) 간
입장차가 현저하다. 진영 간 입장차와 관련 주목할 점은 AI 군사적 이용 시
인간의 통제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NAM과 AI의 군사적 활용 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보다 완화된 인간-기계 상호작용으로 명시하자
는 기술선도국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편 2021년 제3차 GGE 회의에
서도 향후 작업과 관련하여 ▲법적 구속력 있는 규범을 마련하자는 입장,
▲정치적 선언을 채택하자는 견해 및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한 국가 간 이견이 있어서 구체적인 방향성은 결정되지 않았다.
2022년에도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으나 점차 UN 차원의

정치적 선언을 채택하자는 압력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AI의 상업
IV 적 활용에서 파생되는 위협의 경우 주로 윤리적 측면에서 OECD 가이드라

인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으나 2022년에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이 체결될
가능성이 있다. 즉, EU는 2021년 AI의 위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AI 협
정을 채택한 바, 현재 발효를 위한 회원국 비준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동
협정은 AI의 비군사적 활용을 규제하는 최초의 국제적인 협정으로 채택 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동 협정은 AI 기술을 위험수준에 따라 4가

* CD: Conference on Disarmament


* CCW: Convention on Certain Conventional Weapons
* 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 NAM: Non-Alignment Movement

172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지로 구분하여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인 바, 향후 AI 기술의 활용 시 EU와
연계되면 일종의 적정성 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EU의 개인정
보보호규정(GDPR*)1)발효 시 EU 역외 국가들이 EU와 적정성 평가를 위한
협상이 진행된 방식과 유사한 바, 2022년 이후 AI의 상업적 활용 시 국제
적으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 우주공간의 안보경쟁 심화

최근 주요국들이 우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2022년


미·서방과 중·러 간 우주안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우주안보 관련 우주기술을 활용 인공위성 등 우주자산을 위


협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논의가 진영 간 대립을 통해 심화될 전망이다. 즉,
2020년 미·서방 진영은 중·러 주도의 기존 우주안보 이니셔티브에 대항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우주에서의 책임 있는 행동 결의안’을 상정하
여 채택하였다. 동 결의안은 반위성요격미사일(ASAT*),2)사이버해킹 및 교
란, 전자기파, 지향성무기, 랑데부근접작전(RPO*)3)등 신기술을 활용하여
우주자산을 위협하는 행위를 규제하자는 내용이 핵심인 바, 기존 중·러의
구상인 ‘외기권군비경쟁방지(PAROS*)’4)및 ‘외기권 무기 선제 불배치’와

경쟁·갈등이 증대할 것이다. 특히, 우주안보 규범과 관련하여 중·러는 포괄
적인 우주안보조약을 창설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미·서방의 경우 중·러가
IV

제안한 외기권무기배치금지조약(PPWT*)은5)기본적으로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평가하면서, 동 제안은 우주무기 배치 금지 의무의 구체적
범위 및 검증의 내용이 부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미·서방은 중·러 등
우주안보 경쟁국들이 최근 수년간 대외적으로는 우주의 무기화, 전장화에

*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 ASAT: Anti-Satellite Weapons
* RPO: Rendezvous and Proximity Operation
* PAROS: Prevention of Arms Race in Outer Space
* PPWT: Treaty on the Prevention of the Placement of Weapons in Outer Space, the
Threat or Use of Force Against Outer Space Objects

2022 국제정세전망 173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위성공격미사일, 레이저 발사
무기, 우주로봇, 주파수 교란, 사이버 등 다양한 수단을 개발, 전력화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2022년 우주안보 다자협의체서 규범화 성과가 지체
되는 가운데 국가관행을 확인하는 차원의 국제규범화 작업이 주목되는 바,
이는 2022년 우메라(Woomera) 매뉴얼과 밀라모스(MILAMOS*)1)매뉴얼
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2022년에도 2021년과 같이 바이든 행정부의 우주안보 전략·정책


이 새로이 정립될 예정인 바, 우주정책지침(SPD**)의2)형태로 전략·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즉, 최근 수년간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우주안보 정책인 우주상황인식(SSA*),3)우주교통관리(STM*)는4)물론, 우주
에서의 핵능력 제고, 위성항법시스템 등 핵심적인 우주정책지침이 2021년
에 발표된 바, 2022년에도 계속해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자주
의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반영 미국의 핵심적 우주안보 전략은 2022년 다자협의체에서 유사입장그
룹을 통해 보다 강력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라. 팬데믹 시기 사이버 위협의 증대와 국제사회의 대응 논의


활성화

IV 팬데믹 시기 사이버 공격 활동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사이버 공간에서
장 국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할 국제사회의 규범화 작업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나, 그만큼 사이버 공격의 기술은 더욱 첨단화되며 2022년 사이버 위협은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 MILAMOS: Manual on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to Military Uses of Outer Space


** SPD: Space Policy Directive
* SSA: Space Situational Awareness
* STM: Space Traffic Management

174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2021년 진행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논의와
규범형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은 오히려 크
게 증가했고, 특히 그러한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더욱 강화되었다.
사이버 위협 조사기관인 체크포인트리서치(Check Point Research)에 의
하면 2020년 10월과 비교할 때 2021년 10월 전 세계의 다양한 기관에 대
한 사이버 공격은 40%가 증가했고, 61개 기관은 매주 랜섬웨어의 공격을
받고 있다.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사이버 공격대상으로서 가장 큰 폭으
로 증가한 지역은 유럽과 북미였다. 전 세계적인 랜섬웨어 공격의 주요 진
원지는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으로서 주로 서방과 외교적 갈등관계에 있
는 권위주의 레짐이다. 특히 북한 발 사이버 범죄가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함께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악화된 경제상황을 북한이
암호화폐 혹은 블록체인 신생 기업을 가장한 사이버 절도를 통해 만회하려
는 공격적인 시도를 대거 취한 것도 일조했다.

세계적인 사이버 위협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


의 우호국들과 적극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2021년 10월 14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1)랜섬웨어 위협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0여 개국과
‘랜섬웨어 대응 이니셔티브 회의(Counter Ransomware Initiative Meeting)’
를 발족시켰다. 이 회의의 공동선언문은 각국의 핵심 인프라, 에너지 및 보

건기관 등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과 금전적 이익을 위한 랜섬웨어 공격을
IV
규탄하고 각국이 국내의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랜섬웨어 공격을 차단

할 수 있는 역량을 증대시키고 각국이 자국 내 랜섬웨어 공격주체들에 대
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주문은 특히 세계의 다양한 랜셈웨어 공격의 근원


지가 되고 있는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의 정부가 사이버 위협 문제와
관련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것으로서,
특히 앞으로 미국이 러시아와 해당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6월 16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바이든 대통령과

* 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2022 국제정세전망 175


푸틴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도 그동안 양국 간 교착된 관계로부터 대화
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사이버 공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범 형성
노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러한 사례로서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2021년 5월 UN 산하 정보통


신 및 사이버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인 UNGGE가 25개국의 만장일치로
보고서를 채택하였는데, 이는 2015년 GGE의 마지막 보고서 채택 이후
6년만의 보고서 채택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2021년 10월 15일 미국
과 러시아의 후원으로 53개국이 UN에 제출한 ‘공동 사이버안보 이니셔티
브(Joint Cybersecurity Initiative)’는 GGE와 GGE의 경쟁 협의체인 러시
아 중심의 OEWG가 제출한 보고서의 제안을 모두 포함시킨 것을 들 수 있
다. GGE와 OEWG가 각각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있는 경쟁적인 협의
체이므로 사이버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선언문이 두 협의체의
제안을 담은 것은 앞으로 국제사회의 사이버 위협과 관련된 규범 형성 논
의가 좀 더 우호적인 여건 속에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둔 의미를 갖는다.

2022년에도 팬데믹 기간 사이버 공간에서 맹위를 떨쳤던 랜섬웨어 공격


은 계속될 것이고 그만큼 각국의 공격적인 사이버 기술도 더욱 강화될 것
이다. 특히 사이버 공격에 AI 기술이 적용되는 등 공격의 방식이 한층 복잡

제 해지고 교묘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바,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협력이 더 다양하고 강화된 의제와 이니셔티브를 도출시키기 위해
IV
장 분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격화되고 있는 미·중 기술패권경쟁과 민
주주의 국가군과 권위주의 국가군 간의 진영화 추세 및 국가군 내부에서의
사이버 정책과 관련된 이견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
공조가 얼마나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

176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7. 개발협력

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SDGs 이행문제 대두

글로벌 팬데믹과 그 여파로 인해 개도국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SDGs 이행 진전이 역행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격차가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만큼 개도국의 SDGs 이행 지원의
중요성이 재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UN을 중심으로 개발재원
확대 및 SDGs 이행 지원 활성화를 위한 여러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분쟁과 갈등 증가는 인도적 지원 확대 필요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UN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글로벌 경제침체로 인해 1998년부터 지속적


으로 감소해온 극빈곤층의 수가 2020년 7,100만 명 가량 다시 늘어났고,
특히 남아시아와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의 빈곤이 심화될 것으로 추정
된다. 또한, 개도국의 재정악화와 부채부담 급증은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특히 여성, 아동, 난민 등과 같은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더불어 기후변화, 식량위기 및 FDI와 해외송금을 비롯한 개발재원 감소 등
은 개도국의 SDGs 이행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의 한정된 개발재원과 일부 공여국의 공적개발원조(ODA*)1)감소 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UN, 개도국,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SDGs IV
이행의 추동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특히 SDGs 목표 달성 시점이 10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공여국의 0.7%
ODA/GNI 목표 달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
불어 개발효과성 제고를 위해 수원국의 수요와 상황에 기반을 둔 개발협력
이 강조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UN은 SDGs 이행 가속화를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UN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분쟁 및 갈등이 확산하는

*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2022 국제정세전망 177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발전
담론을 주도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정당성과 연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SDGs
관련 논의를 재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UN은 이미 2030년까지의 마지막
10년을 ‘행동을 위한 10년(Decade of Action)’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2022년에는 정례 고위급정치포럼(High Level Political Forum) 외에도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제5차 최빈개도국회의(LDC5*)가1)개최될 예정이며
제3차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PEDC*)2)고위급회의인
2022 개발효과성 정상회담(2022 Summit on Development Effectiveness)
도 예정되어 있다. 이 외에도 UN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서 요구되는
다양하고, 포용적이며, 지속가능한 대책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국제사회
의 연대를 증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사료된다. 단, UN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발협력을 위한 재원의 부족 및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주의적 접근에 대한 도전 등을
감안할 때, SDGs 이행관련 국제협력이 획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수요와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 전반에 걸쳐 분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폴란
드·벨라루스의 난민 분쟁,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상황의
IV
지속과 확대 가능성은 SDGs 이행에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이

러한 차원에서 인도주의-개발-평화 넥서스(HDP Nexus*)3)논의가 더욱 활
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개발재원 확대가 요구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공여국들은 분쟁취약국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국제기구 및 NGO를 통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아프가니
스탄 철수 후 약 4억 7,400만 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WHO, UNICEF 등을

* LDC: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he Least Developed Countries


* GPEDC: 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Development Co-operation
* HDP Nexus: Humanitarian-Development-Peacebuilding Nexus

178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통해 제공할 것을 발표하였고, 한국도 WFP와 UN개발계획(UNDP*)을1)
통해 3,2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임을 결정한 바 있다.
공여국들의 국제분쟁관련 대외정책과 인도지원 및 개발정책 간 연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 외교안보 수단으로써의 개발협력 활용 강화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한 공여국의 국내 경제침체와 영국, 호주 등에서의


보수정당 집권 등으로 인해 주요 공여국들은 외교안보전략 이행수단으로
OD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자국의 주요 협력국을
대상으로 원조를 전략적으로 제공하고 자국의 외교적 이니셔티브와 연계된 원조
형태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공여국 개발협력사업의 개발
효과성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

국제사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기보다 자국 중심적 전략을 선
택하였다. 그 기조는 올해에도 지속되어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부각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개발협력 분야에도 나타났으며,
단기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자국의 이익에 기반을 둔

개발협력은 공여국의 외교안보전략의 수단으로써 개발협력 활용 강화와
IV
일부 공여국의 개발원조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공여국은 외교안보전략과 일관된 개발협력을 시행하고, 해당 전략에서
강조하는 중점협력지역 및 분야에 개발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2020년 9월 자국의 외교안보전략과 개발협력의 일치성
(alignment) 강화와 원조효과성 제고를 위해 개발협력 전담부처인2)국제개
발부(DFID*)를 외교·영연방·개발부(FCDO*)로3)통합하였다. 영국은 개발원조

* 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 DFID: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 FCDO: Foreign, Commonwealth & Development Office

2022 국제정세전망 179


위원회(DAC*)1)회원국 중 유일하게 개발협력 전담부처가 있던 국가로, 이
러한 변화는 공여국이 개발협력을 외교안보전략의 수단으로의 활용을 확대
할 것임을 시사한다. 현 미국 국제개발처(USAID*)2)사만다 파워(Samantha
Power) 처장은 미국 NSC에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첫 국제개발처장으
로, 이는 곧 미국의 외교안보전략과 개발원조 간 연계성 강화를 의미한다
고 볼 수 있다.

동시에 개발원조 감소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일부 공여국들은 코로


나19로 국내 경제가 위축되고, 자국 경제 분양을 우선시함에 따라 국제개
발협력보다 국내 재정을 집중적으로 확대하였다. 예로, 영국은 0.7%
ODA/GNI를 법제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침체를 이유로 올해 이를
0.5%로 감소하였다. 호주도 국내 지원을 위해 2022년 ODA 예산을 약 5%
삭감할 계획이다. 인도, 브라질 등 남남협력국 또한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
해 개발협력 예산을 축소하고, 당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
다. 이에 전체 공여국의 전반적 ODA 규모 추이를 예상하기는 어려우나, 영
국, 호주 등 일부 핵심 공여국들은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원조규모를 축
소하였으며, 글로벌 경제위축이 지속될 경우 단기적으로 기존 수치를 회복
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오히려 한국과 같이 차년도 ODA 규모가 확대되는
경우가 예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협력 요인의 변화가 국제규범에 반하는 이분법적인
IV
장 형태로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UN
인권위원회와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하였고 WHO 탈퇴 절차 중단을
발표하는 등 민주주의, 인권, 평등을 중심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
을 시사하였다. 더불어 미국, 영국, EU 등 주요 공여국은 외교전략문서를
통해 인권, 민주주의, 성평등, 법치주의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둔 개발
협력을 지속·확대할 것을 언급하였다.

* 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 USAID: The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180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공여국들의 변화하는 개발협력 환경 속에서 개발효과성 논의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개도국들은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개발성과를 도모할 수
있다. 2021년 ‘UN 남남협력 현황보고서(State of South-South Cooperation:
Report of the Secretary-General)’에 따르면 코로나19 시대에 남남협력과
삼각협력 이니셔티브 참여가 확대되었으며 참여방법 또한 임시(ad hoc)에
서 보다 체계적인 방법으로 변화하였다. 이 외에도 2021년 방글라데시,
UAE, 우루과이가 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의 회원으로 가입
하는 등 개도국 간 연대가 점차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신남방정책


플러스 등 외교정책 이행과정에서 개발협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도
SDGs와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개발효과성 원칙과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원
조를 제공하며, 동시에 개발성과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가 요구되는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다. 미·중 경쟁의 지속에 따른 공여국 간 전략적 협력 강화

미·중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항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인프라, 디지털,

기후변화, 보건, 민주주의 등 글로벌 의제와 가치에 기반을 둔 국제적 연대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공여국 간 전략적 연대와 다자
IV

기구와의 협력 문제가 공여국 간 중점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영국, 호주, EU 등 주요 공여국들은 경제 및 외교안보 요충


지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유관 국가
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전략을 수립, 발표하고 있다. 특히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리더십을
제고하기 위해 G7과 G20 회원국 등 우방국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확대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다자주의 약화 경험을 토대로, 일정
수준 국제협력과 공조 복원 차원에서 유사입장국가 또는 우방국과의 협력

2022 국제정세전망 181


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로, EU는 자체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SDGs
달성을 위한 글로벌 연대가 긴요함을 강조하고,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임을 언급하였다. 또한, 브렉시트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회원국 간의 연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팀 유럽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개
발재원 수단인 근린관계, 개발원조 및 국제협력(NDICI*)을1)보다 적극적으
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공여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의 중요한 요인으로 개발협력의 필


요성을 제시함에 따라 해당 지역에 ODA를 비롯한 여러 개발재원이 집중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중 경쟁 심화가 인프라 분야에도 반영되면서
동 분야에 대한 공여국의 지원과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양
질의 지속가능한 인프라 제공을 포함한 2017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을 발표하였고, 2019년에는
호주, 일본과 함께 푸른 점 네트워크(BDN*)를2)공표하였다. 또한, 2021년
G7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과 글로벌 인프라 계획인 ‘더 나은 세계 재건
(B3W*)’3)추진에 합의하였다. EU과 영국도 외교전략 문서를 통해 개발원
조를 활용한 역내 인프라 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미·중 갈등은 개도국의 부채경감 논의에서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중

제 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개도국의 부채부담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


는데, 미국 윌리엄앤매리(William & Mary) 대학의 에이드데이터(AidData)
IV
장 연구소는 일대일로에 참여한 개도국의 비공개 부채가 약 3,850억 달러에
이른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최빈국의 부채부담이
심화되면서 G7과 G20 회원국들은 중국을 공동견제하고 개도국의 경제위
기 극복을 위해 2020년 저소득국의 채무상환을 유예하고 재조정하는 공동
의 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미국은 2021년 7월 동 채무 유예 및 동결
체제에 중국의 참여를 촉구하였다.

* NDICI: Neighbourhood, Development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Instrument


* BDN: Blue Dot Network
* B3W: Build Back Better World

182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이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유사입장 국가들은 일정 수준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의 협력을 요구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개발협력 전략 및 사
업 단위에서 미국, EU 등과의 전략적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
에 인권, 민주주의, 성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와 기후, 인프라, 디지털, 부
채경감 등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를 중심으로 개발재원 지원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IV

2022 국제정세전망 183


부 록

약어표
A

소말리아 주둔
AMISOM African Union Mission in Somalia
아프리카연합평화유지군
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SAT Anti-Satellite Weapons 반위성요격미사일
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ustrailia, the United Kingdom and 호주, 영국, 미국 3자
AUKUS
the United States 안보협의체

B3W Build Back Better World 더 나은 세계 재건


BDN Blue Dot Network 푸른점네트워크

Carbon Border Adjustment


CBAM 탄소국경조정제도
Mechanism
Convention on Certain Conventional
CCW 특정재래식무기 금지협약
Weapons
CD Conference on Disarmament 제네바군축회의
CDU 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기독교민주당
Community of Latin American and
CELAC 중남미국가연합
Caribbean States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CIPS 국제결제체제
System

약 CoC Code of Conduct 행동규범

어 The 26th session of the Conference of


COP26 제26차 당사국총회
the Parties

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포괄적·점진적
CPTPP Agreement for Trans-Pacific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Partnership
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 집단안보조약기구

186 부록 약어표
CSU Christlich-Soziale Union 기독교사회당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CVID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DAC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개발원조위원회

Department for International


DFID 국제개발부
Development

DMZ 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

DoC Declaration of Conduct 행동선언

DVC Domestic Value Chain 국내 가치사슬

EAS East Asia Summit 동아시아정상회의

ECB European Central Bank 유럽중앙은행

Economic Commission for Latin


ECLAC 중남미·카리브해경제위원회
America and the Caribbean

ECRA Export Control Reform Act 수출통제개혁법

Emerging and Fundamental


EFT 신흥 및 기반기술
Technologies

ETIM 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

F 약

Foreign, Commonwealth &
FCDO
Development Office
외교·영연방·개발부 표

FDI Foreign Direct Investment 해외직접투자


FRB Federal Reserve Board 연방준비위원회
FTA 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

2022 국제정세전망 187


G

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걸프협력이사회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EU 개인정보보호 규정
GGE Group of Governmental Experts 정부전문가그룹
Global Partnership for Effective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GPEDC
Development Co-operation 글로벌 파트너십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Information Agreement
GVC Global Value Chain 글로벌 가치사슬

Humanitarian-Development-
HDP Nexus 인도주의-개발-평화 넥서스
Peacebuilding Nexus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국제사법재판소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국제에너지기구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INC Indian National Congress 인도국민회의
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중거리 핵전력
IOC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제올림픽위원회
IS 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약 ISGS Islamic State in the Greater Sahara IS-대사하라
어 The Islamic State in West Africa
ISWAP 이슬람 국가 서아프리카 지부
표 Province

포괄적공동행동계획
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이란 핵협정)

188 부록 약어표
JNIM Jama’at Nusrat Al Islam wal-Muslimin 이슬람과 무슬림지지 그룹
JSI Joint Statement Initiative 공동 이니셔티브

LAC Line of Actual Control 실질통제선


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자율살상무기체제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he
LDC 최빈개도국회의
Least Developed Countries

Multilateral Action on Sensitive


MAST 민감기술에 대한 다자조치
Technologies

Manualon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우주공간의 군사적 이용에


MILAMOS
to Military Uses of Outer Space 적용 가능한 매뉴얼

Movimento Popular de Libertação de


MPLA 앙골라 해방인민운동
Angola

NAM Non-Alignment Movement 비동맹 운동

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

NDA National Democratic Alliance 국민민주동맹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결정기여

Neighborhood, Development and 근린관계, 개발원조 및


NDICI
International Cooperation Instrument 국제협력

New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신전략무기감축조약 어
START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기구 표


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민주주의 민족동맹

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국가안보회의

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 국가안전보장국

2022 국제정세전망 189


O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Organization for Economic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WG Open-Ended Working Group 개방형실무그룹

Prevention of Arms Race in Outer


PAROS 외기권군비경쟁방지
Space

PBOC People’s Bank of China 중국인민은행

PCA 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상설중재재판소

PDM Pakistan Democratic Movement 파키스탄 민주주의운동

PML Pakistan Muslim League 파키스탄 무슬림리그

PoA Programme of Action 행동계획

PPP Pakistan People’s Party 파키스탄 인민당

Treaty on Prevention of the Placement


of Weapons in Outer Space and of the
PPWT 외기권무기배치금지조약
Threat or Use of Force against Outer
Space Objects

PTI Pakistan Tehreek-e-Insaf 파키스탄 정의운동

Quad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미·일·호·인 4자 협의체



어 R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RCE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Partnership
RPO Rendezvous and Proximity Operation 랑데부근접작전
RVC Regional Value Chain 지역 가치사슬

190 부록 약어표
S

Southern African Development


SADC 남부아프리카개발공동체
Community

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상하이협력기구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개발목표

SDR 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

SIA Semicondutor Industry Association 미국반도체산업협회

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MR 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 원자로

SPD Sozialdemokratische Partei 사회민주당

SPD Space Policy Directive 우주정책지침

SSA Space Situational Awareness 우주상황인식

STM Space Traffic Management 우주교통관리

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
Financial Telecommunication

Trade and Environmental 무역과 환경 지속가능성


TESSD
Sustainability Structured Discussions 협의체

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TPA Trade Promotion Authority 무역촉진권한

TPLF Tigray People’s Liberation Front 티그레이 인민해방전선 약

TPP Trans-Pacific Partnershi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TRIPS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Property Rights

Trans-Atlantic Trade and Technology


TTC 범대서양 무역기술위원회
Council

2022 국제정세전망 191


U

UNASUR Union of South American Nations 남미국가연합


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UNCLOS UN해양법협약
of the Sea
United Nations Development
UNDP UN개발계획
Programme
UNICEF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 UN아동기금
The United States Agency for
USAID 미국 국제개발처
International Development
The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USICA 미국혁신경쟁법
Competition Act
United States-Japan Partnership on
USJP 미‧일 통상 협력 틀
Trade

VFA Visiting Forces Agreement 방문군지위협정

WFP World Food Programme 세계식량계획


WHO 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
WTO 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



192 부록 약어표
2022년도 주요 외교 일정

기간 장소 행사

1.4. 이탈리아 대선

1.15.-16. 아부다비 제12차 국제재생에너지(IRENA) 총회

1.17.-21. 다보스 2022년 다보스 포럼

1.23.-27. 도하 제5차 유엔 최저개발국(LDC) 총회

1.26. 한-멕시코 수교 60주년

1.26. 한-니카라과 수교 60주년

1.27. 테구시갈파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

1.30. 포르투갈 조기 총선

1.31.-2.3. 프롬쇠 북극 프론티어 회의

1월 피지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및 대화상대국회의

1월 브레스트 One Ocean Summit

1월 뉴욕 제10차 핵비확산조약(NPT) 평가회의

2.2.-3. 파리 2022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

2.4.-20. 베이징 베이징 동계올림픽

2.6. 코스타리카 대선 및 총선

2.9. 서울 OECD 동남아지역프로그램(SEARP) 각료 컨퍼런스

2.15. 한-아르헨티나 수교 60주년

2.16.-17. 팔라우 제7차 UN Our Ocean Conference

2.18.-20. 뮌헨 제58차 뮌헨안보대화

2.8.-11. 파리 제15차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정부간위원회

2월 서울 제2차 한-네덜란드 경제공동위

2월 제네바 제네바군축회의(CD) 고위급 회기

2월 아디스아바바 제35차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2월 제네바 제49차 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


2022 국제정세전망

기간 장소 행사

2월 파리 제32기 6차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

2월(잠정) 미정 제20차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

3.3.-18.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BBNJ) 보전 및


뉴욕
(잠정) 지속가능 이용 관련 제4차 정부간회의

3.4.-13. 베이징 베이징 패럴림픽

3.7.-8. 런던 CEPI 재정공약정상회의

3.10. 한-콜롬비아 수교 60주년

3.11. 산티아고 칠레 대통령 취임식

3.21.-26. 다카르 제9차 세계 물 포럼

3.27. 홍콩 홍콩 행정장관 선거

3.27. 레바논 총선

중국 양회
3월 베이징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3월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3월 동티모르 대선

4.1. 한-온두라스 수교 60주년

4.10. 프랑스 대선

4.18. 한-칠레 수교 60주년

4.22. 감비아 총선

4.24. 프랑스 대선

4.25.-5.8. 쿤밍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4월 세르비아 대선

4월 헝가리 총선
2022년도 주요 외교 일정

기간 장소 행사

5.8. 산호세 코스타리카 대통령 취임식

5.9. 필리핀 대선, 상원의원 선거 및 지방선거

5.9. 러시아 전승기념일

5.23.-27. 방콕 제78차 UN ESCAP 총회

5.23.-6.2. 베를린 제44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M) 회의

5.29. 콜롬비아 대선 및 총선

5월 파리 OECD 각료이사회

6.6. 한-도미니카공화국 수교 60주년

6.10.-12. 싱가포르 제19차 샹그릴라 대화

6.15 한-파라과이 수교 60주년

6.22.-7.1. 리스본 제2차 UN Ocean Conference

6.27.-7.15. 뉴욕 제55차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본회의

6월 파나마 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

6월 미정 ODSG(OCHA 공여국 그룹) 고위급 회의

6월 바르샤바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총회

6월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6월 비엔나 외기권 평화적 이용에 관한 위원회(COPUOS) 본회의

탄도미사일 확산방지를 위한 헤이그


6월 비엔나
행동규범(HCOC)총회

6월 파리 호주그룹(AG) 총회

6월 제네바 제50차 유엔 인권이사회

6월 파리 제33기 1차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23-24) 및 ECOSOC


6월 뉴욕
이사국(2023-25) 선거
2022 국제정세전망

기간 장소 행사

상반기 독일 G7 정상회의

상반기 호주 총선

상반기 파리 국제에너지기구(IEA) 이사회

상반기 두샨베 제2차 UN 물 행동 10년 고위급 회의

상반기 브뤼셀 제6차 AU-EU 정상회의

상반기 파리 제170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7월 카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

8.7. 보고타 콜롬비아 대통령 취임식

8.15. 한-코스타리카 수교 60주년

8.30. 한-엘살바도르 수교60주년

9.15.-16. 우즈베키스탄 SCO 정상회의

9.20.-26. 뉴욕 제77차 유엔총회 고위급주간

9.22. 한-아이티 수교 60주년

9.27.-10.7. 몬트리올 제41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

9.30. 한-파나마 수교 60주년

9월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및 이사회

9월 제네바 제51차 유엔 인권이사회

10.2. 브라질 대선 및 총선

10.5. 한-에콰도르 수교 60주년

10.12.-14. 누르술탄 제6차 CICA 정상회의

10.13. 한-자메이카 수교 60주년

10.18.-19. 아부다비 제24차 국제재생에너지(IRENA) 이사회

10.24. 한-과테말라 수교 60주년


2022년도 주요 외교 일정

기간 장소 행사

10.27. 서울 GGGI 제11차 총회 및 제15차 이사회

10월 워싱턴 IAEA 원자력발전 각료급 회의

10월 제네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총회

10월 파리 제33기 2차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

11.8. 미국 중간선거

11.16.-17. 제네바 제48차 글로벌펀드 이사회

11.21.-12.18. 카타르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11월 제르바 제18차 불어권정상회의

11월 샤름엘셰이크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11월 비엔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12월 산토도밍고 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

12월 미정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고위급 회의

12월 미정 OCHA 공여국 그룹(ODSG) 고위급 회의

12월 헤이그 제21차 ICC 당사국 총회

12월 로마 제81차 국제사법통일연구소(UNIDROIT) 총회

12월 비엔나 바세나르 체제 총회

12월 바르샤바 제29차 OSCE 각료이사회

하반기 미국 제7차 Global Fund 재정공약회의

하반기 파리 국제에너지기구(IEA) 이사회

하반기 서울 CAOFA 제1차 당사국총회

하반기 튀니스 제18차 불어권국제기구 정상회의

하반기 파리 제171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하반기 프라하 제4차 프라하 5G 안보 컨퍼런스


연구에 참여한 분들

|집필진 | 서 문 (홍현익 원장)

제Ⅰ장 한반도 정세
1. 북한 내부 정세 (황일도 교수)
2. 비핵·평화 프로세스 (전봉근 교수)
3. 남북관계 전반 (이상숙 연구교수)

제Ⅱ장 주요국 정세
1. 동북아시아 (최우선 교수)
2. 미국 (김현욱·민정훈 교수)
3. 중국 (김한권·표나리 교수, 최진백 연구교수)
4. 일본 (조양현·김종학 교수, 윤석정 연구교수)
5. 러시아 (이태림 교수)

제Ⅲ장 지역별 정세
1. 동남아시아 (최원기 교수, 조원득 연구교수)
2. 남아시아·대양주 (최원기 교수, 조원득 연구교수)
3. 유럽 (전혜원 교수)
4. 중동 (인남식 교수)
5. 중앙아시아 (김정기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교수)
6. 아프리카 (김동석 교수)
7. 중남미 (손혜현 연구교수)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1. 국제 통상 (이효영 교수)
2. 국제 금융·통화 (강선주 교수)
3. 글로벌 공급망 재편 (김양희 연구부장, 유준구 연구교수)
4. 국제법 (김덕주·황승현·남승현 교수, 유준구 연구교수)
5. 기후변화·환경·에너지 (심상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6. 신안보 (유준구·송태은 연구교수)
7. 개발협력 (송지선 교수)

| 편집진 | 김현욱·인남식·황일도·표나리·조원득 교수, 김영무 부장,


김수겸·이민진·안수린·김영욱 연구원
ISSN 2005-8691

국 립외교원은 58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 교육 및 연구 중심 기관
으로서 그동안 「선진정예 외교관의 산실」 및 「외교·
안보 구상의 산실」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적·국민적 요구에 적극 부응 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운용 중입니다.
제Ⅰ장
한반도 정세

제Ⅱ장
주요국 정세

제Ⅲ장
지역별 정세

제Ⅳ장
글로벌 이슈와 거버넌스

이 책자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바탕으로 국민외교의


구현과 외교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자료로 작성된 것으로서, 외교부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572 (우)06750
Tel. (02) 3497-7600 Fax. (02) 575-5245
http://www.ifan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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