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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당신] 못난 딸은 부모님이 궁금해 - 나의


부모님 인터뷰

2022-02-19 16:32 입력

못난 딸은 부모님이 궁금해

난 얼굴 보기 힘든, 못난 딸이다. 정확히는 대학 생활을 하


고 난 후부터.

그 전엔 어땠는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은 나를, 줄


곧 (지금도 이따금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 착하고 순한 아
이여서 (농담 반 진담 반) 케어하기 편했다고들 하셨다. 언
니가 신나게 울어 재낄 때 나는 그런 언니를 말똥말똥 쳐다
보고 있었고, 입이 짧은 언니와 달리 짜장면도 잘 먹고, 나
를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어 이름을 부르며 찾고 있을 땐,
계단에서 리듬 타며 혼자 놀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 앞에
서 웃기는 것에 (어린 나이 임에도) 사활을 걸었고, 칭찬이
좋아 집안일도 많이 했다. 질문과 수다와 애교도 한 아름 이
었다.

은근-한 꼬라지(성질머리의 사투리다.)가 스멀스멀 올라오


기 시작했던 때도 분명 있었으나, 사춘기마저 ‘아주 조용히’
보낸 나는, 20대가 되고 못난 딸이 되었다. ‘못남’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잘 안 나옴’이다.

엄마는 나더러 착한 딸이 달라졌다 하셨지만, 한 성질 머리


하던 언니가 성인이 되어 부모님을 챙기는 게 눈에 보이자
나는 “옛날엔 내가 효도했으니까, 이제 언니가 할 차례야.”
라며 효도 바통터치로 언니와 엄말 설득했다.

부모님을 인터뷰한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보다 가까운 지


인이어서이다. 부모님의 답변이 궁금하기도 하고. 생활적
인 이야기 외에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지는 꽤 되었기
에, 이 기회에 부모님께 물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
이 생겼다. 글을 기고할 시점에 하필, 가족 모두 바빠 긴 인
터뷰에 집요한 질문은 하지 못해, 한 줄 질문에 한 줄 답변
스타일로 인터뷰를 꾸몄다. 한 줄이지만, 부모님의 생각이
충분히 축약되어있어 웃음이 났다. (어느 한 분 서운해 말
라고 답변의 순서는 계속 뒤바꾸었다)

Q. 요즘 재미있어하는 거?
아빠 : 여유 있는 주말을 보내면서 지인들과 담소 나누기
엄마 : 영화감상ㆍ산책ㆍ유아들과의 생활 속에 소소한 웃
음이 있는 생활

Q. 인생은 뭐라고 생각해, 인생을 대하는 태도?


엄마 : 배려와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푼) 사랑의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살아가는 것
아빠 : 자신이 노력했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긍정적인 결
과엔 흡족해하고ㆍ미흡한 결과엔 되돌아보고 방향을 전환
해 가는 것)

아빠의 답변에 놀랐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시각이라


몇 번 곱씹었다.

Q. 20년을 ‘먼저’ 산 소감?


아빠 :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더 잘 다룰 수 있어,
건강ㆍ주변인들과의 관계 형성이 좋아지고 있음에 뿌듯
엄마 : 이 정도까지도 감사하고ㅎ 젊은 나이에‥ 어떤 상황
에서나 최선의 선택을 잘해나간다면 더 나은 삶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

Q. 다른 세계관에서 같은 모습으로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면 무엇을 하고 싶나
엄마 : 사람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용한 한의사
아빠 : 음악인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가
(기타리스트)

질문에 깔린 의도는 ‘부모님이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


인가?’였다. 부모님 세대를 보면, 현실과 가족 챙기기에 열
중한 탓에 본인을 생각할 시간이 없으셨다. 다른 세계관에
서 온전히 본인만의 인생을 산다면 어떨까, 내가 한 질문이
지만 스스로 만족한 질문이기도 하다.

한의사는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이다. 어릴 적, 연약했다는 엄


마는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다. 엄마의 핸드폰 인터넷 창에
는 00에 좋은 음식 등 건강에 관한 검색이 즐비하다. 아빠
는 예술과 전혀 다른 일을 하신다. 친구들과 만나실 때면 기
타가 있는 곳으로 가신다. 두 분의 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울컥했다. 치유하고 감동을 주길 바라는 마음이 공감 돼서
‘DNA 어디 안 가네’ 생각한다. 누군가를 감동하게 하는 건
멋진 일이다. 부모님은 날 감동하게 해주셨으니, 무진장 멋
진 사람들이다.

Q.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아빠 : 많은 친구를 사귀고 여행 많이 다니기
엄마 : 더 노력하면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고 발견하고 싶
음(힘들다고 회피하지 않는 삶?)

두 분의 성향이 드러나는 구간이다. 아빠는 사람을 좋아하


신다. 엄마는 보통 정도다.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해온다면 나
는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이다. 과거는 별로 구미가 당
기지 않는다. 미래로 가서 난 뭐가 되어 있을지는 궁금하다.

Q. 미래로 갈 수 있다면 무엇을 보고 싶나


엄마 : 우리 가족의 삶(가족의 건강과 딸들의, 신앙 속에 행
복한 생활)
아빠 : 무엇에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지.

Q. 2022년의 목표?
아빠 : 건강 속에 직장생활 잘하고 주식에 수익 내기
엄마 : 가족 건강과 성숙한 믿음 생활하기

인터뷰는

답변할 때만큼은 누군가의 부모님이 아닌, 각자의 인생에


집중할 수 있으면 했으나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긴 장문
인터뷰의 틀을 깬 거로 생각하며 한 줄 인터뷰를 감상해본
다. 질문만으로도 부모님께 본인의 삶을 생각하고, 상상할
시간을 드린 것 같아 기분은 좋다. 나 역시 부모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질문을 하는 나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
까. 못난 딸은 부모님이 궁금하다.

[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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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ㅇㅇ 2022.10.17 02:39:49

오 정말 좋은 기사네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요즘 부모님에게 잘


해드리지 못하는데 되돌아 볼 수 있는 글이던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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