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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Seoul 2010 September Issue: KIM Young-Ha Interview
Culture+Seoul 2010 September Issue: KIM Young-Ha Interview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돌아온 작가 김영하
젊은 나이에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김영하가 자신이 이룬 문학적 성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땅과 일별하고 홀연 외국으로 떠난 이유는, 오로지 쓰는 일 자체에 순수하게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살며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7월 중순 자신의 아홉
번째 작품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내놓았다.
하지만 잠시 돌아온 것뿐이었다. 다시 미국으로 출국을 앞둔 그를 인터뷰했다.
문화+서울 사람과 사람 Seoul Foundation for Ar t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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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김영하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문단은 뉴 제너레이션의 출현이라 내 작품이 시대적 흐름과 잘 맞아떨어진 면이 있어서 발표할 지면을 많이 얻 어할 것 같은 작품을 꼭 발표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이제 새
고 표현했지만, 독자에게는 오히려 너무 늦게 도착한 엽서였다. 특히나 한국 을 수 있었어요. 그때 잡힌 템포를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설집을 냈으니 일단은 발표하지 않아도 되는 얼마의 시간을 번 셈이죠.”
문학 속에서 공감할 인물을 찾지 못해 겉으로는 문학 냉소자를 자처하거나 다른 일 하지 않고 소설만 쓰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기도 다른 작가들 이번 소설집의 수록작은 몇몇 개를 빼곤 청탁을 받아 쓴 게 아니라
골방에서 외국 소설만 탐독하던 독자들은, 드디어 한국 작가가 쓴 소설에서 에 비해 빨리 찾아왔죠. 또 무엇보다 제가 쓰는 일 자체를 매우 즐겨요.” 김영하가 마음 내킬 때 자발적으로 쓴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김영하가 등
자신의 페르소나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진심으로 열광했다. 습작 기간이 아주 짧았기에 그가 <나는 아름답다>라는 단편 원고를 단 만 15년 만에 꾸미지 않은 민얼굴을 최초로 공개한 작품집처럼 보이기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한국 소설 들고 출판사(문학동네)로 찾아갔을 때, 그 작품말고 딱히 써놓은 작품이 없 한다. 사실 이전까지 그는 장편이든 단편이든, 이런 소재를 이런 소설적 문
문법을 깨뜨리는 책이었다. 파괴할 대상으로 ‘적’이 아닌 ‘나’를 설정했다는 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이후 들어오는 청탁에 족족 응해 새 작품을 써서 넘 법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걸 매번 실험적으로 보여준 작가였다. 그 밀도감의
측면에서 1980년대의 시대정신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던 당대의 지배적 정 겼다. 습작 기간이 꽤나 긴 작가들도 신인 때는 발표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미학이 놀랍기도 했지만, 여러 작품을 모은 단편집에서 그런 야심을 매번 확
서를 도발했고, 분량도 기존 장편에 비해 불경스럽다 싶게 짧았다. 많은데,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인한다는 건 솔직히 피로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문득 자신의 민얼
새삼 이런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오히려 그 이후 김영하의 행보 “등단 무렵 문단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창작과비평’ 굴을 노출한 건 무슨 이유일까. 또 다른 자신감일까 아니면 이젠 승부의 세
가 더욱 남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문학사로 따져보면, 기성 가치관에 대한 이나 ‘문학과사회’라는 문예지가 존재한다는 것도 등단 2년 전에야 알았을 계를 굳이 의식하지 않게 된 초연함일까?
파괴로 등장한 작가가 그리 적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작가들은(국내외 만큼 문학판에는 문외한이었어요. 그래서 무식해서 용감했던 면이 좀 있었 “한국 단편들은 차곡차곡 복잡한 층위를 쌓아가면서 의미들을 발
할 것 없이) 대부분 자기가 내건 파괴의 기치에 발목 잡힌 듯 이후 오랜 침묵 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썼어요. 생시키는 작품이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냥 날것으로 딱 어떤 장면을 던져
기에 돌입하거나, 아예 때 이른 절필을 선언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데 김영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나 싶어요. 당시는 지금과 달리 문학계 주는 단편을 쓰고 싶었어요. 우리가 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정지했을
하는 스스로를 파괴의 길로 내몰지 않았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왕성하게 를 지배하는 지형도가 분명했고, 그래서 문단 어른들이 어른 노릇을 톡톡히 때, 우연히 두 남녀의 싸움을 목격하는 일이 있잖아요. 그들의 얘기가 우리
작품을 생산해냈고, ‘신세대’로 대표되는 김영하가 다룰 것 같지 않았던 우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문단 눈치를 보자면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귀에 들리긴 하지만, 그저 밖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 그냥 그곳을 지나가죠.
리 민족사를 소재로 <검은 꽃>과 <빛의 제국>이라는 장편을 써내 젊은 나이 그런 걸 잘 몰랐기 때문에, 지금 보면 내가 봐도 과감했다 싶은 작품들을 두 바로 그런 찰나의 순간을 담은 단편을 쓰고 싶었어요. 내가 그때 거기서 내
에 굵직한 문학상을 여럿 독식하기도 했다. 려움 없이 발표한 것 같아요.” 려 ‘여보세요, 싸우지 마세요’ 하며 그들의 얘기에 개입하면, 그때부턴 장편
2년 전 작가로 성공한 이 땅에서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발표만 안 했지, 캐나다와 미국에 체류하던 지난 2년 동안 그는 새 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그저 작은 돌 하나를 던질 뿐이고 그 돌
홀연 외국으로 떠난 이유도, 오로지 쓰는 일 자체에 순수하게 몰두하기 위해 장편 하나도 끝냈다. 당연히 출간 일정이 잡혀 있을 것 같아 물었더니 엉뚱 이 어떤 파문을 만들지는 독자에게 맡기는, 그런 단편을 쓰고 싶었어요. 그
서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7월 중순 자신의 아홉 번째 작품집 <무슨 한 대답이 돌아온다. 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10년 가까이 장편에만 몰입했기 때문인 것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내놓았다. 하지만 잠시 돌아온 것뿐이었다. “언제 발표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쓸 때는 즐거운 같아요. 장편을 오래 쓰자, 단편의
8월 말 다시 미국 출국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난 건 8월 4일. 이미 대 데 발표할 생각을 하면 좀 복잡하거든요. 발표를 하는 순간 그 작품은 독자 본질이 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장
부분의 짐을 미국으로 부친 상태였던 그는 배낭 하나를 메고 약속 장소인 카 의 것이 되고 나에게서는 끝나는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떠나보내기 싫은 작 편은 말하자면 두바이에 큰 정유
페로 들어섰다. 평균 1.5년 만에 작품집을 출간하던 그가 이번에는 3년 만에 품이 있어요. 또 다른 장편도 하나 쓰고 있는데, 그 작품 역시 떠나보내기가 공장을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 소설을 출간했기에, 감회가 각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 싫어요. 방대한 작업이에요. 하지만 단편
은 다소 심드렁했다. 정말 돈이 많은 작가라면 쓴 작품의 반도 발표 안 할 것 같아요. 샐린 은 그야말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점점 더 출간과 관련된 일은 후딱 지 저 같은 사람이 그런 행운을 누린 경우죠. <호밀밭의 파수꾼>이 성공하고 난 생각을 포착해 쓰는 거죠. 그런데
나갔으면 좋겠어요. 소설은 쓸 때는 좋은데, 낼 때가 되면 기분이 좀 불편해 다음에 발표한 두 작품이 사람들에게 욕을 먹자, 이후부터 발표를 안 했죠. 단편만 쓰는 작가들은 장편에 들일
요. 어서 빨리 이 시기가 지나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 사람들은 그가 절필한 걸로 알고 있었지만, 10여 년 전에 한 인터뷰를 보면 에너지를 단편에 써서 기획도 하고
겠어요.” 실상은 전혀 달라요. 그는 ‘난 매일 쓴다. 예전과 비슷한 템포로 쓰고 있으며 구성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한국 작가로서는 몇 안 되는 생산성 높은 작가인데, 그건 혹시 작가 그 원고들은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그리고 난 지금 무척 행복하다. 작품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아요.
가 될 때부터 계획한 행보였을까. 발표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했어요. 난 그게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하지만 저는 단편만이 던져줄 수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스티븐 킹한테 누가 당신은 상당히 다작하 알아요. 있는매력에집중하고싶었어요.
는 작가라고 했더니, ‘자꾸 날더러 그렇게 말하는데 오히려 과작인 작가들한 물론 난 샐린저처럼 살 순 없겠지만 최대한 발표를 유예하고 싶어 그런데 그 때문에 짜증내
테 묻고 싶다, 안 쓸 때 뭐하느냐고’ 했다잖아요. 나는 스티븐 킹 정도는 아니 요. 이미 완성한 장편과 지금 쓰고 있는 장편 두 개 다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는 독자도 있어요. 이번 소설집엔
지만, 비교적 소설에만 집중하면서 살았어요. 사실 운이 좋아서이기도 해요. 어둠에 관한 이야기라, 독자들이 크게 재미있어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도무지 줄을 그을 만한 문장이 없다
작가로서의 운은 대체로 등단 때의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등단 당시 나는 재미있어서 가끔 집에서 다시 읽어봐요. 나는 재미있지만 독자들은 싫 고 하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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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존재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말로 하면 요즘 화제가 되고 있 나도 없어요. 그래서 애들은 내가 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을 떼는 법을
는 영화의 제목처럼 <인셉션> 같은 거죠. 내가 그 영화의 감독이었다면, 이 빨리배우지않으면힘들수있는삶을살았기에지금도그렇게사는것같아요.
시를 꼭 영화 속에 삽입했을 것 같아요. TV도 안 나오는 전방에서 오래 살았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의 짐작
호랑이 자신은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작업하고 나가지만, 과는 달리, 저는 대중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게 거의 없어요. <킹콩>이나 <스
사람들에게는 호랑이를 본 꿈이 생생하게 존재하죠. 그게 바로 소설의 본질 타워즈>를 극장에서 봤다거나 하는, 동세대들이 공통적으로 누린 대중문화
인 거예요. 사람들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는 소설도, 사실은 독자의 체험 같은 게 없어요. 만약 그 관점에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다시 해석한다
깊은 무의식 속에 어떤 인상을 남겨놓고 퇴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 면, 제 소설의 밑천은 오래된 그림이나 오래된 소설의 흔적이란 걸 알 수 있
고 그게 요즘 내가 생각하는 잘 쓴 소설의 경지예요. 누군가의 백일몽 속에 을 거예요. <흡혈귀> 같은 작품도 흡혈귀를 소재로 한 영화의 영향이 아니
조용히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것,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던 나의 존재가 라, 푸시킨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뿌리로 한 작품이죠.”
혹여 방해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것, 어떤 인상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 그는 소설가라는 직업은 세월이 흐를수록 인격적인 발전을 이룰 수
그러니까 소설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니라 소리 없는 인셉션이랄까? 그런 있는 몇 안 되는 훌륭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상머리에서 소설을 쓸
고민을 하던 와중이라 소설집 제목으로 이 시의 제목을 떠올린 것 같아요.”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진심으로 말한다. 그럼에도 그가 참지 못하고 세상 밖
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바로 ‘파더 피겨(father figure)’가 인간의 인격과
유전하는 유랑의 삶 선택의 기회를 침해할 때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그는 다시 미국으로 떠난다. 군인의 아들로 태 얼마 전에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린 문제로 정색을 하고 저항한
어나 어릴 적부터 떠도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다 큰 그가 왜 스스로 신산스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는 거시적인 문제는 차갑게
러운 떠남의 방식을 택한 것일까? 넘기고, 미시적인 문제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어릴 때부터 그랬고 마흔을 넘
“어린 시절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한곳에 오래 있으면 지겨워 긴 나이에도 거기에는 변함이 없다. 어쩌면 스스로가 잠깐만 정신을 놓아도
지고, 또 낯선 곳에 가면 정신이 예민해지는 것이 좋아요. 서울에서의 삶은, 또 다른 ‘파더 피겨’가 될 만한 위치에 올랐기에 더욱 결벽증적으로 세상에
내게 익숙한 것들로만 환경을 구성하니까 내가 누구인지를 잘 모르는 무딘 대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요. 그런데 외국에서는 난데없이 감당하기 힘든 일에 부닥쳐요. 이 그래서 문득 궁금해진다. 김영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과거
민국에 가서 서류를 만들어야 하기도 하고,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의 뉴 제너레이션이, 요즘도 스스로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지금의 김영
뭔가를 해명해야 하기도 하고, 또 난데없이 위험한 존재로 지목되기도 해요. 하처럼 긴장하며 살고 있을까.
그런 과정에서 선연해지는 삶의 감각을 느끼는 게 자극이 돼요.”
<검은 꽃>의 창작 배경을 들어보면 그의 유랑하는 삶이 군인이던
아버지를 넘어 이전 세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가족력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얘기가 더 듣고 싶었다. 한 도시 안에서 자주 이사하는 삶
만 해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데, 그는 전국 각지를 떠도는 군인의 아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문학동네 | 2010년 7월 21일
었다. 어느 곳에서든 마음을 붙일 여유가 없어 친구도 없었을 것 같은데, 그 ‘지금-여기’의 새로운 세대, 가장 젊은 감각을 대변하는 작가 김영하의 신작 소설집. 단편소설로는
는 그 시절을 무엇에 마음 붙이고 살았을까? <오빠가 돌아왔다>(창비, 2004) 이후 6년 만이다. 간결하고도 명쾌한 문장에 실려 있는
날카로운 현실인식과 유쾌한 상상력, 섬뜩한 아이러니가 매력적이다. 그중 몇 편은 오랜 시간
“가장 많이 한 것은 역시나 소설을 읽는 거였어요. 계몽사 세계명작
문예지 등에 발표된 것들을 묶는 기존의 단편집과 달리 어떤 지면을 통해서도 선보인 적이 없는
같은 걸 여러 번에 걸쳐 탐독했어요(그러니까 문학 소년들이 읽는 본격 문학 미발표작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