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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호(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1. 주제의 적실성
1) 개혁주의 언약신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Peter A. Lillback, The Binding of God: Calvin’s
Role in the Development of Covenant Theology (Grand Rapids: Baker, 2001); Willem J. van
Asselt, Introduction to Reformed Scholasticism (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Books, 2011); Chul-won Suh, “A New Thought on Covenant Doctrine,” Chongshin
Theological Journal (1997), 9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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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역사적 언약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언약은 성취와 적용을 아우르는 구속사적-구원론적 개념이다. 그것은 영원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협약에 기초하고, 그것을 성취하고 적용하는 아들의 경륜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또한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개념이 된다. 필자는 개혁주의 언약
신학이 지닌 고유함을 이러한 관점에서부터 찾는다.2) 본고는 무엇보다 죽산 박형룡
박사가 이러한 관점을 어떻게 자신의 신학에 용해 · 심화시켰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그의 관점적 접근이 주요한 논제에 어떻게 전개되어 있는지 주목한다. 그리고 박형룡
의 언약신학이 오늘날 논쟁이 뜨거운 차별 법 문제를 해결하는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지를 일고한다.
본고는 ‘차별 법’을 현상적이나 실존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가
아니라, 오직 교의신학적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이러한 발상은 그리 흔하지 않은
듯하다. 더욱이, 본 사안에 대한 인식조차 불명했던 시대를 살고 가신 죽산의 눈으로
이를 조망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모해 보이기조차 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차
별 법’에 대한 성경적 입장은 모호하기는커녕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성경이 가르
치는 구원은 세속적 차별이 아니라 은혜의 성별 아닌가? 과연 이 양자를 동일한 선상
에서 논할 수 없을진대, 본고의 결론은 분명 세상이 보기에는 미련한 복음의 방식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의 결론은 이미 뚜렷하니, 그것은 은혜의 질서와 부합하는 한
‘차별’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고에서 필자는 이러한 ‘성별’의 조건을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에서 찾는 언
약신학에 문의하며, 죽산이 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고찰한다. 이를 위하여 제2장
에서는 죽산의 언약신학을 정리하고, 제3장에서는 죽산이 이해한 의의 전가의 성격에
관해서 그의 속죄론을 일별하면서 논하며, 제4장에서는 이러한 의의 전가의 대상이
되는 영원한 선택의 은혜와 그렇지 못한 영원한 유기의 저주에 대해서 고찰한다. 그
리고 제5장에서는 이러한 죽산의 언약신학의 입장에서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에 나타
나는 무조건성과 ‘차별법’과 관련된 조건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결론적으로 논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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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은 광의의 은혜언약을 협의의 은혜언약(foedus gratiae)과 구속언약
(pactum salutis)로 나눈다.4) 전자는 하나님이 타락한 인류의 대표들과 맺은 역사상
언약들을 통칭하는 반면 후자는 창세 전에 삼위하나님 간에 있었던 구원의 작정을 뜻
한다. 죽산이 후자를 또 다른 하나의 언약으로 여기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면밀한 고
찰이 필요하다. 이는 성경에 말씀된 새언약(foedus novum)의 성격과 관련해서 중요
한 논제가 된다.
2.1. 행위언약
4) 언약에 해당하는 라틴어는 foedus, pactum, testamentum이 사용된다. 엄밀하게 다루면 어의의 차
이를 말할 수 있으나, 이 셋은 함께 사용된다고 보면 무방하다.
5) 박형룡, 「박형룡박사 저작선집 III. 교의신학 인죄론」 (서울: 한국기독교교육연구원, 1977), 116. 이하
본서는 「교의신학 인죄론」으로 약칭.
6)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19.
7)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16.
8)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17.
9)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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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죽산이 이러한 행위언약의 근저에 흐르는 하나님의 은혜를 마음
에 두고 이후 은혜언약과의 연속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죽산은 행위언약의 존
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불식시키며, 은혜언약의 두 경륜인 구약과 신약의 계시
가 행위언약의 적실성을 추론할 수 있게 한다고 단호히 주장한다. 심지어 죽산은 행
위언약을 은혜언약의 기본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10)
10) 행위언약을 통하여 “자연인”이 “언약인”으로 승격된 은혜에 관하여, Herman Bavinck, Reformed
Dogmatics, Vol. 3: Sin and Salvation in Christ, tr. John Vriend, ed. John Bolt (Grand
Rapids: Baker, 2003), 225, 572-579.
11)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20.
12)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18, 125-127.
13) 박형룡, 「교의신학 인죄론」,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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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주어지는 선물인 영생의 어떠함을 역으로 비추어준다. 이 영생이 아담의 순종에
대하여 약속된 바라고 또한 바라보게 된다. 이렇듯 첫 언약의 열매인 영생은 은혜언
약의 기초가 되고, 은혜언약은 그것을 뚜렷이 계시하게 된다.14)
행위언약과 은혜언약에 대한 이러한 역동적 이해 가운데 죽산은, “행위언약이
영생을 얻는 실제적 방법으로는 해소되었으나 그 방법의 기본원리로서는 남아있으니
즉 율법을 지켜 삶을 얻는다는 것이다.”15) 라는 결론에 이른다. 언약의 조건으로 부
과된 율법에의 순종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타락 후 인류는 그 누구도 스스로 순종
할 수 없으니 또 다른 방면의 언약이 필요하다. 그것은 조건을 성취하되 그 공로를
인류에게 돌리는 것이어야 한다. 즉 공로 없이 상급을 받게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행위언약을 통한 “언약적 통치”는 계속된다. 다만 그것이 이제 전적인 은혜로 이루어
진다.16) 혹자는 행위언약을 부정하고 은혜언약만 인정한다. 그 경우 은혜언약은 언약
의 기반을 잃게 된다. 분명 죽산은 이를 통찰하고 있다.
2.2. 구속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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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언약은 구원의 계획이 언약의 방식으로 수립되었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22) 구속
언약은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으로 오셔서 구원을 다 이루심으로 은혜언약의 약속을
성취하실 영원한 작정이라는 측면에서만 모종의 언약적 성격을 지닌다.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 31에서 은혜언약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또는 그 안에서 그의 후손인 모든
피택자들과 더불어” 수립되었다고 한 것을 죽산이 인용한 취지가 여기에 있다.23)
구속언약을 또 하나의 언약으로 볼 수 있는가? 물론 구속언약에도 당사자, 약
속, 조건이라는 언약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경에서 통상 사용하는 “언약”이
라는 말(tyriB,. diaqh,kh)이 담고 있는 역사성(historicity)과 상호성(mutuality)을 결여하
고 있다. 그것은 역사상,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체결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성부 하
나님과 성자 하나님 사이에서—삼위일체 내적으로—체결된 것이기 때문이다.24) 구속
언약은 또 다른 은혜언약이라기 보다는 ‘은혜언약에 관한’ 하나님의 내적 협약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죽산도 이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 다만 그는 영원한 구속
언약에 기초하지 않고는 역사적 은혜언약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구속언약의 “언약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은혜언약의 일방적 약정(diaqh,kh)
이 삼위하나님의 협정(sunqh,kh)에 따른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25) 죽산은 구
속언약이라는 개념으로 영원한 구원협약과 역사상 새 언약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
리하여 여느 신학자들과는 달리 새 언약을 별도로 다루지 않는다.26) 이는 죽산이 그
리스도 안에서 모든 언약들이 하나라는 사실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27)
구속언약의 당사자는 성부와 성자시며, 이 경우 성자는 인류 구속의 보증
(e;gguoj)으로서 당사자가 되신다. 그런데 창세 전 구속언약에 있어서 성부와 성자 사이
에 협정된 약속이 인류의 불순종을 조건으로 하는지 어떤지가 논란이 된다. 인류의
불순종에 따른 조건적 보증(fideiussor)을 말하는 경우 하나님의 영원한 구원 작정이
결국 부인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 경우 하나님은 타락을 예지하지 못하신 것이
되며 그렇다면 타락 전의 작정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콕체우스는 이를 과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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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일반화하여 구약 백성들은 여전히 자신의 행위로 순종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을 위
하여서는 죄에 대한 간과(pa,resij)가 있었을 뿐 사죄(a;fesij)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
러나 죽산은 그리스도는 성부와 그의 백성들 사이의 중보로서 보증이 되시기 때문에
성부의 간과는 사죄와 별도로 논의될 수 없다고 본다. 사죄 외에는 간과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자의 무조건적인 은혜는 성부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함께 역사한다.
성자는 이러한 성부의 사랑조차 보증한다. 그리하여 무조건적인 보증(expromissor)이
되신다.28) 이렇듯 죽산은 구원의 계획을 언약적 차원에서 심오하게 고찰하고 있다.
하나님의 영원한 선택이 이러한 구속의 언약에 기초하여 존재하게 되었다. 하
나님의 자녀들에 대한 영원한 선택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언약적 선택이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순종을 의로 삼는 선택이었다. 첫 언약의 조건인 순종이 이미 타락 전에
그리스도에게로 돌려졌다. 그러므로 구속언약은 은혜언약의 “영원한 기초요 원형”일
뿐만 아니라 행위언약에 선행한다. 그리스도의 “대리적 수법(守法)과 수벌(受罰)”이
영원 전에 이미 작정되었다.29) 주목할 만하게도 죽산은 구속언약의 협약이 단지 그리
스도의 구원의 완성에 그치지 않고 영화롭게 되셔서 보혜사 성령으로 우리 안에 거하
게 되시는 것에 대한 작정에까지 미친다는 사실이다. 이는 죽산이 그리스도의 의의
가치를 다루는 속죄론의 본질을 언약적으로 파악하고 있음을 뚜렷이 각인시키고 있
다.30)
2.3. 은혜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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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36) 구속언약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중보가 무조건적인
보증이 된다고 보는 관점에서 죽산은 은혜언약에 있어서 공로적 조건은 오직 그리스
도의 순종 밖에 없으며 신앙은 “비공로적(非功勞的)”이라고 여긴다.37)
은혜언약은 하나님이 노아, 아브라함, 모세 등 역사상 특정한 인물을 대표로
삼아 체결하셨다.38) 이러한 제 언약들은 창세기 3:15에 계시된 원시복음을 구현하며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의가 전가되는 새 언약의 중보(눅 23:20; 고전
11:25; 히 10:4)에 의해서 완성된다.39) 모세와 맺은 시내산 언약도 언약의 본질적 조
건이 되는 율법에의 순종을 상기시키지만 그리스도의 은혜를 질료인으로 삼는 언약임
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를 새로운 행위언약으로 볼 수는 없다.40)
죽산은 은혜언약이 구속언약의 역사적 구현이라는 점을 시종 강조한다. 그는
중보라는 말(mesi,thj)이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주목한다. 먼저 “보증(evgguoj)의
중보격”이(히 7:22) 있다. 이로써 그리스도는 죄의 삯인 사망의 형벌을 치름으로 성도
의 구원의 의를 획득하신다. 그리고 “접근(prosagwgh,)의 중보격”이(롬 5:2) 있다. 이로
써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사람 양편을 모두 중보함으로 서로 화목에 이르는 길 즉 성
도의 성화의 길을 여신다.41) 죽산은 다음과 같이 은혜언약을 정의함에 있어서 이러한
그리스도의 중보의 양상에 의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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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44) 이는 죽산이 그리스도의 의와 그것의 전가를 언약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단(一端)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또한 원죄의 언약적 전가를 상정할 수 있
다. 죽산의 언약관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전가’ 개념이 필히 논의되어야 할 소이가 여
기에 있다.
3. 죄와 의의 언약적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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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를 말하는 간접 전가론은 그릇되다.51)
죽산은 원죄가 죄책(reatus)과 오염(corruptio)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누차 강
조한다. 오염은 전적인 무능과 전적인 부패로 이루어진다.52) 그리고 죄책은 “책치적
죄상(責値的 罪狀, reatus culpae)”과 “벌치적 죄상(罰値的 罪狀, reatus poenae)”
이 있다. 전자는 죄에 대한 도덕적 가책을 뜻한다. 이는 내적이며 지속성을 지닌다.
후자는 치러야 할 범법에 대한 보상을 뜻한다. 이는 법정적으로 다루어진다.53)
이러한 죄책과 오염 전체가 그리스도의 의로 말미암아 속량된다. 성경은 그리
스도의 의의 전가에 대한 말씀을 숱하게 담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죄의 전가의 양상
을 헤아릴 수 있다. 이는 마치 은혜언약으로 행위언약을 역조명하는 것과 같다. 그리
스도가 우리의 죄를 담당하셨다(사 53:6, 12; 요 1:29; 고후 5:21; 갈 3:13; 히 9:28;
벧전 2:24). 그는 죄가 없으신 분으로서 우리의 죄책을 안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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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요구를 모두 만족시킨다고 본다. 하나님이 모든 인류에게 본연적으로 부과
하신 자연적 요구, 선택된 백성에게 특별히 명령하신 언약적 요구, 그리고 타락한 인
류에게 예외 없이 부착된 형벌적 요구가 주님의 대리적 속죄로 모두 충족된다.58)
이러한 그리스도의 의는 구원의 전 영역에 미친다. 주님의 속죄는 성도의 신
분뿐만 아니라 삶과 관계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속죄는 단지 생명의 구원에만 관
계된다고 보는 편협한 객관적 속죄설과59) 그것이 단지 생활의 모범을 제시할 뿐이라
는 주관적 속죄설은 죽산에 의해서 단호히 거부된다. 그리스도는 삶의 영역에 있어서
조차 하나의 모범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60) 그리스도의 의는 생(vita)의 전체 양상에
미친다. 그것은 생명과 생활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61) 주님의 속죄는 주관적 동의나
신비적 체험을 요소로 하지 않는다.62) 그것은 불가항력적이며 객관적이다.
4. 영원한 선택과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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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은 엡 1:4의 “그리스도 안에서의 선택”을 제시하면서, 하나님의 언약이
영원한 구원의 작정을 성취한 역사적 경륜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64) 선택은
무조건적이다. 칼빈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하나님의 자유로운 자비의 샘물에서 흘러
나온다.”65)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은 선견된 신앙이나 선행을 전제하지 않는다. 그것
은 무조건적이다.66) 죽산이 선택의 불가항력적인 은혜를 말할 때, 그는 이 교리가 객
관적 죄의 전가와 객관적 의의 전가 교리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67)
선택(electio)이 이렇듯 무조건적인 은혜라면 유기(reprobatio)는 무조건적인
저주를 뜻하는가? 이 질문은 전택설과 후택설에 관한 논의와 결부된다.68) 전택설은
선택과 유기의 작정이 구원협약 이전에 있다고 보게 되므로 언약의 은혜를 설명하는
데 난점이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죽산은 비록 자신이 후택설을 기본적으로
지지하지만 전택설에 대한 이러한 비난은 근거가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구속에 관한
아버지의 뜻은 아들의 은혜와 별도로 논의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
택설의 장점도 포용하고자 한다.69)
유기에 있어서 하나님의 작정은 간과(看過, preterition)와 정죄(定罪,
condemnation 혹은 precondemnation)에 모두 미친다. 간과는 단지 방임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하나님의 기뻐하신 뜻에 따른 것이다.70) 죽산의 이러한 입장은
그가 전택설의 핵심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기가 단지 무조건적이지 않으며 인류의 죄에 대한 마땅한 형벌이라고 보는데 있어서
죽산은 분명 후택설을 지지하고 있다.71) 이러한 죽산의 입장은 그가 용의주도하지 않
거나 학문적 결단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작정과 섭리를 그분의 속성 가운
데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산이 인용한 바빙크의 말에 주목하자.
64) 칼빈과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핵심 논제인 예정론이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 교리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언약적 지평을 갖는다고 보는 점에 관해서, Richard A. Muller, Christ and the Decree:
Christology and Predestination in Reformed Theology from Calvin to Perkins (Grand
Rapids: Baker, 1986), 1-38.
65)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286. Cf. Calvin, Inst. 3.21.1 (CO 2.679).
66)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287-288.
67)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290-291.
68)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309-316.
69)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312, 316.
70)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299-303.
71) 박형룡, 「교의신학 신론」, 294. 이러한 입장은 선택은 “무조건적인 은혜(gratia immerita)”에 따르
나 유기는 “마땅한 형벌(poena debita)”로 인한 것이라는 칼빈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Calvin,
Inst. 3.23.8 (CO 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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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차별금지법, 교리적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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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받으셨다. 그리하여 모든 막힌 담을 허시고 자신의 몸으로 하나가 되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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