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on page 1of 32

신학과 사회 34(2) 2020

pp. 1 - 32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장 호 광*

국문초록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을 객관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교회가 교회로서 역할과


사명을 다하지 못함으로 인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비판의 대상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과거 한때,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해 “앞섬이” 역할을 감당했다면,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변혁시키려는 “뒤섬이”로
밀려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쓰여진 본고의 목적은 제목에서 잘 드러나 있듯이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 그 중에서도 그의 종교적 용어인 “동시성”에 담겨 있는 신학적 의미와 중요성을
드러내어 오늘의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적용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본고는 1 장
“서론”에서 키에르케고어가 동시성의 용어를 사용한 이유, 근거 및 목적을 소개한다. 2 장
“동시성의 다양한 신학적 의미”에서는 네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이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를 소개해 보았다. 첫째, “객관적 불확실성으로서 동시성”으로 신과 신의 계시는
인간의 객관적 지식과 대립한 것으로서 인간 개개인이 처한 자신의 고유한 실존적
상황에서의 신앙적 결단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개된다. 둘째, “절대적
역설로서 신앙적 동시성”으로 신이 인간으로서 우리 가운데 계신다는 사실 자체가 절대적
역설이라는 점과 인간의 ‘오성’의 견해를 거절하며 오직 신앙의 결단을 요구한다는 점을
드러내었다. 셋째, “그리스도의 제자 됨의 동시성”으로 그리스도의 제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을 함께 지고 가는 자를 말하며, 절대적 모험을 감행하는 특정한 행위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려는 인간적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음을 소개해 보았다. 넷째, “계시 획득의

* 안양대 신대원/ 조직신학/ 조교수/ hk2802@hanmail.net


2 신학과 사회 34(2) 2020

모험으로서 동시성”의 제목으로, 실존적 모험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계시를 자신의


실존에서 획득하며 계시가 반복되는 자신의 ‘실존하는 것’에서 구체적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소개해 보았다. 마지막 3 장인 “결론”은 오늘의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적용을
위한 제언형식으로, 키에르케고어 당시의 교회에 대한 그의 비판과 대안제시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마무리 지었다.

주제어: 키에르케고어, 예수 그리스도, 동시성, 역설, 신앙적 결단, 반복, 순간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3

I. 서론

키에르케고어(Sören Kierkegaard)는 자신의 시대에 “기독교적


인 것”을 말하기 위해 다소 복잡하면서도 역동적인 개념을 사용한
다. 다층적이며 입체적인 개념, 즉 함께 연관되어 있고, 다양한 관
점이지만 결국 같은 것을 가리키는 “역설,” “순간” 및 “동시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동시성이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세
개념의 연관성은 다음과 같다. 동시성에 있어 절대적인 “역설”은
예수 그리스도이며, 그분은 인간을 “순간”의 선택으로 안내하며,
이를 통해 동시성은 시대 속에서 정직과 순수성이 요구되는 기독
교를 나타낸다. 그러나 동시성 자체는 전통신학에서 찾아볼 수 없
는 낯선 개념이다. 그럼에도 이 개념은 기독교 신학 전반에 적용
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데, 그 이유와 근거가 계속되는 논의
를 통해 밝혀지게 될 것이다.
사실 키에르케고어의 사상 전반에 있어 주요 개념으로 작용하는
“동시성”은 그것을 수용하는 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특별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동시성의
개념을 사용하려는 키에르케고어의 의도 자체가 전통적 교리로부
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하기 때문이다.1) 키에르케고어가 원칙적

1) “이 속에 키에르케고어의 마법이 들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학파적


전통도 다루지 않으려는 그의 인간성을 말해준다.” Wilhelm Anz, Kierkegaard
4 신학과 사회 34(2) 2020

으로는 “적절한 엄격성을 가진 정통성”2)에서 벗어나려 하진 않지


만, 계몽주의적 회의론과 더불어 자신의 사고 틀에 변화가 생기면
서 그의 사상, 그 중에서도 종교적 사상에서 당시 교회와 신학계
에 다소 긴장감이 감돌 수 있는 개념을 사용한다.
이런 긴장은 키에르케고어의 동시성 개념3)에서 두드러지게 나
타난다. 그러나 그 개념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개념의 관
점, 즉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하나님의 계시와 1800년 이후 그
계시를 믿어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인간 사이에서의 역사적 간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관점이 중요하다.4)
키에르케고어가 동시성으로 인해 역사적 간격을 초월한다고 해
서 그 간격이 신앙을 위해 어떤 의미도 지니지 않는 무익한 것이

und der deutsche Idealismus(Tübingen: Mohr Siebeck, 1956), 8.


2) Sören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hrsg. von Emanuel Hiersch
(Düsseldorf/Köln: Eugen Diederichs, 1957), 270.
3) 덴마크어 “Samtidighed”를 독일어 “Gleichzeitigkeit”로 번역하였지만 실상
정확하게 번역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단어는 “현재,”“더불어 세상” 및
“동시대의 사람들을 뜻하는 “Samtid”와 “동료”를 뜻하는 “Samtidig”의 두
단어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건들의 추상적인 의미와 시간적 차
원에서 동시적 존재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는 한편, 동일한 상황에서 동
시대 사람들과의 동료적 “함께 함”과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러나 독일어 단어인 “Gleichzeitigkeit”은 그런 이중적 의미로 사용되지 않
고, 대개 시간적인 연대적 동시성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키에르케고어의
사상에 있어 동시성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1800
년 전 그리스도”는 “오늘의 그리스도”와 동일하기 때문에 계시로부터의 역사
적 간격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뜻하며,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가 그때
그때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 있는 인간들과 동시대의 사람을 뜻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 역시 그리스도와 동시대적 그리스도인을 뜻한다.
4)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곳 지상으로 내려오신 것은 아마도 1800년 전일 것이
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 과거의 역사 속으로 침전되어 과거의 망각 속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그런 소여성이 아니다. 아니, 이곳 지상에 있는 그분의 현
재성은 결코 과거의 것이 아니며, 그분과 동시대적으로 존재했었던 자들과
같이 과거 속으로 더 이상 침전되지 않는다. 이런 동시성은 신앙의 조건이며,
보다 정확하게는 신앙 그 자체이다.”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Jena: Diederichs, 1933), 5.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5

라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만약 기독교가 변질되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그것은 기독교가 건재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표현임에 틀
림이 없을 것이다. 계시 그 자체는 하나님의 계시로서 시간을 초
월해 모든 시점(時點)에 동일하게 근접해 있다는 전제가 세워져 있
다. 따라서 키에르케고어의 동시성 개념에 함의하는 본질적인 관
점은 단순히 초대교회의 역사 연구 혹은 역사적 예수 연구가 아니
라, 1800년 전 거기에 있었던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의 현재적
그리스도를 향해있다.
이제 이런 그리스도의 영원한 현재성, 즉 ‘동시성’에 담겨 있는
다의적인 의미를 추적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키에르케고어의 시
대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동시성에
담겨 있는 의의와 중요성이 명확해질 것이며, 나아가 그 적용성
(relevance) 또한 암시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II. 동시성의 다양한 신학적 의미

1. 객관적 불확실성으로서 동시성

“동시성”의 개념은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보다 구체적으로 무엇


을 뜻하는가? 그가 그리스도의 편재(遍在)에 관한 루터의 가르침을
단순히 반복하려는 것인가? 그가 기독교를 동시성의 관점에서 보
았다는 것은 현존하는 기독교가 역사적 간격을 바르게 적용하지
않고 왜곡하거나 오용했으며, 심지어 그 간격을 수단으로 삼아 그
리스도를 고난 받는 형상이 아니라 영광의 형상으로만 제시했다는
것을 뜻한다. 키에르케고어의 시대 현존하는 기독교에 있어 “선포
된 그리스도”는 여전히“신화적 형태”를 띠고 있고 인간적 망상에
근거해 있으며, 실재적 그리스도와 일치하지 않는 모형에 불과할
뿐이었다. 키에르케고어에게 동시성의 관점과 “요구”5)는 현재적
6 신학과 사회 34(2) 2020

그리스도와 인간 사이를 분리시키는 모든 것을 없애는 데 있다.


그리스도가 동시적이며 인간의 동료6)가 된다는 것은 계시 자체에
의해 근거를 둔 신앙의 전제이다. 계시를 신앙으로 진지하게 받아
들이게 되면, 1800년 전 거기 그대로 존재했었던 “하나님”이 지
금 “이 순간”에도 동시적으로 존재한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그런
데 이런 현실적 동시성에 방해요인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
까?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추적해 보도록 하자.
첫째, 동시성의 요구는 인간이 하나님과 어떤 태도를 취하며,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인간 자신으로부터 안다고 여기는 신
에 관한 지식과 대립해 있다. 따라서 그런 요구는 인간이 신에 관
한 특정한 표상 혹은 상(image)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신과 마주
한 인간적 태도를 다루는 데 있다. 신은 역사적 계시에서 인간과
직접 대면하는, 즉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그 신(der Gott)”7)이
계시를 통해 인간과 마주하게 된다. 키에르케고어는 이 점에 특별
한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동시성의 관점은 신을 객관화시킨 모
든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둘째, 동시성의 관점에서 기독교의 역사를 분석해 볼 경우 신앙
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측면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그
신앙의 의미와 중요성은 반대로 약화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키에르케고어는 역사 속에서 기독교의 진리를 “입증”하려는 경향

5) S. Kierkegaard, Buch Adler, hrsg. von Walter Rest(Köln/Olten: Verlag


Hegner, 1951), 478.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요구’는 다양한 의미를 함의하
지만, 무엇보다 ‘신앙적 결단’을 위한 요구를 말한다.
6)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삶은 동료로서 인간과 함께 하는 삶이었고, 특히 영원한
역사성을 지닌 삶이었다.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64.
7) 키에르케고어는 특히 그의 작품 『철학적 단상(斷想)들에 대한 최종적인 비학
문적 후서』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신”을 말한 것이
아니라 정관사가 덧붙여진 “der Gott,” 즉 “그 신”으로 말한다. 특히 “계
시”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 신”은 기독교와 사변적 철학에서 이해하는
“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다.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7

에 이의를 제기하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 신학 및 교회에 헤겔주


의가 많은 영향을 끼쳐 1800년의 역사와 기독교의 초월적 기원을
입증하려 했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는 역사의 흐름에 있어 이런
헤겔식 정‧반‧합의 변증법적 적용에 이의를 제기한다.8) 왜냐하면
하나님의 계시로 이루어진 역사는 보편적 지식에 기반을 둔 인식
론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이 처한 자신의 고유한 상황
에서의 신앙적 결단에서 추론되기 때문이다.9) 개개 시대, 개개 인
간은 직접적으로 “하나님 앞에” 대면하여 “영원한 것”과 비교하여
실존적 삶을 도출해내지만, 이전 세대 그리스도인과 더불어 어떤
특별한 무엇을 창출해 내지는 않는다.10)
셋째, 동시성의 요구에 따라 계시를 증거하는 “증인들”의 신앙
에 대한 의존성은 사라져야 한다. “증인들”의 세대는 이어지는 세
대에게 계시의 역사적 사실에 관한 보도를 전해줌으로써 이어지는
세대에게 신앙의 결단을 위한 “동기”를 부여할 뿐이다.11) 그러나
신앙의 결단 자체는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동시적 그리스
도와 대면하여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증인들”의 세대에 의해 후손들에게 증거되는 계시는 정
태적(靜態的)인 것이 아니라 동태적(動態的)인 하나의 역사적 사건

8) 헤겔과 키에르케고어의 신앙론 비교를 위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고하라.


최상욱, “헤겔과 키에르케고르에 있어 신앙의 본질,” 「인문과학논집」 3(1977),
49-78; 장호광, “헤겔의 신앙론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의 비판,” 「한국개혁신학」
43(2014), 62-87.
9) Cf.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43. “…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서 기독교의 진리는 보편적인 진리가 아니라 ‘신앙의 진리’이다. 달리 말해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가지는 신앙 안에서의 진리이다. 신앙을
벗어난 보편적 진리는 역동성과 생동성을 잃어버려, 결국 기독교의 본 모습
을 변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장호광, “헤겔의 신앙론에 대한 키에
르케고어의 비판,” 77.
10)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117.
11) S. Kierkegaard, Philosophische Brocken: De Omnibus Dubitandum
Est(Gütersloh: Gütersloher Verlagshaus, 1981), 99.
8 신학과 사회 34(2) 2020

이다. 키에르케고어는 역사적으로 주어진 것에 객관적인 확실성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앙의 개별적 동기는 사건 자
체에 대한 보도 속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이런 동기는 기독교 역
사가 시작된 이래 잠재적이며 암시적으로 이어져왔다. 왜냐하면
인간 예수가 하나님이었다는 사실은 객관적 입증에서 멀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경험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자신을 계시하셨다”는 증인들의 진술을 후손들에게 객관적으로 전
한다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으며, 계시의 사실은 다만 신앙의
형태에서만 전해질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비천한 종
의 형상으로 우리들 중에 사셨으며, 가르쳤으며, 마침내 돌아가셨
다는 것을 믿어왔다.”12) 이런 신앙적 증거를 근거로 해서 후손들
은 기독교의 진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하면 증인들이 신앙을
가졌다는 것만 증거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객관적 입증
에서 벗어나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증인들의 신앙을 토대로 해
서 자신의 신앙의 근거를 세울 수 없으며, 각자 자신이 하나님 앞
에서 신앙의 결단을 통해서만 가능할 뿐이다.
키에르케고어는 모든 객관적 확실성을 무너뜨리려 한다. 초대교
회 신앙의 증거이자 전통의 원천으로서 성서와 그 전통을 전달하
는 매개체로서 교회 역시 기독교의 진리와 초월적 계시의 기원 및
사건을 증명할 수 없으며, 신앙을 토대로 삼아 “순간”에서 일어나
는 자신의 결단을 위한 “동기”가 될 뿐이다.13) 이처럼 키에르케고
어는 객관적 확실성의 도움으로 기독교를 변호하려는 모든 시도에
이의를 제기하며, 성찰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계몽주의적 회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기독교 진리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
하지 않는다는 점, 계시의 모든 사건은 증명에서 벗어나 있다는

12) Ibid.
13) Cf.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19.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9

점, 그리고 그런 점들은 오성에게 “절대적 역설”이라는 것만을 우


리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넷째, 키에르케고어에 따르면, 동시성의 관점에 있어 계시에 대
한 역사적 세부내용은 제거되어야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상대화시
켜야 한다. 그런 역사적 내용 자체는 신앙의 결단을 위해 큰 도움
으로 작용하지 않는데, 가령 인간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객
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건이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
다. 따라서 동시성의 의미로서 이후 세대가 그런 계시의 사실을
증거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해야 할 것이다.14)
이것은 모든 객관적 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있어서 외적인 단계
에 속한다. 다음 단계는 신이 한 인간의 형상을 입고 시간 속에서
존재했다는 계시의 증거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객관적 소여성과 확신이 제거됨에 따라 다만 이런 계시의 증거만
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부
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1800년이란 세월이 계속 지속되어 왔지
만, 원시교회 당시 일어난 계시와 오늘의 인간 사이에 접속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반면에 긍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역
사적 계시 사실이 신앙을 결정짓는 순간 그리스도와의 현실적 동
시성을 위한 동기가 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키에르케고어에 있
어 객관적인 것의 제거는 그리스도가 동시적으로 존재한다는 전제
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가 동시적
으로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해 모든 객관적인 것을 포기할 수 있
다. 키에르케고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모든 객관
적인 확실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1800년 전 자신을 계시하셨던
“하나님”에 대해 인간이 현재적으로 태도를 취하는 증거임을 뜻하
는 것이라 주장한다.
하나님이 “지금” 이 “순간” 신앙의 형태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

14) S. Kierkegaard, Philosophische Brocken, 101.


10 신학과 사회 34(2) 2020

실은 그분이 이 지상에서 다시 떠나셨다는 것을 동시적으로 암시


한다.15) 하지만 이런 키에르케고어의 동시성의 사상에 있어 성령
의 영향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객관적 확실성
을 제거한다는 점에서 신앙이 주관적으로만 비춰지고 객관성에 대
한 포기가 결국 진리를 위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도사
리고 있다.16) 때문에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객관적인 것의 제거로
인한 동시성의 관점이 어느 정도 계시 자체로부터 요구되는지 보
다 면밀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2. 절대적 역설로서 신앙적 동시성

“절대적 역설”의 개념은 무엇보다 기독교적인 것을 드러내는 대


표적 개념이며, 기독교 진리를 위해 객관적 보증이 필요하지 않는
동시성의 요구와 다른 무엇이 아니다. 1800년 이상의 세월 속에
계속 이어져 온 것은 직접적이며 동시성의 세대적 증거이다. 우리
는 하나님이 한 인간으로서 우리 가운데 계셨다는 사실을 믿어왔
다. 이것이 바로 “절대적 역설”이며, 우리는 이런 역설에 주목해서
살아왔으며, 앞으로 그렇게 살아야 한다. 믿음은 현재 동시성적으
로 그리스도와 마주해 결단하게 한다. 하나님이 인간의 형상을 입
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그런 역사적인 것
은 역설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역설과 더불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살아온 개개인 모두가 신앙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동시

15) Ibid., 31.


16) 물론 키에르케고어는 진리를 위해 객관성 자체를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
는다. “키에르케고르가 진리의 주체성을 강조함으로써 사고자를 떠나 객관
적으로 존재하는 진리를 부정하거나 업신여긴 것은 결코 아니며 … 강조점
은 실존하는 사고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진리에 관계하느냐 하는 데 있
었던 것이다.” 표재명, 『키에르케고르의 단독자 개념』(서광사, 1992),
109-110; 최승일, “하버마스와 키에르케고어에 있어서의 주체성 비교,”
「범한철학」27(2002), 35에서 재인용.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11

성적 존재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개개인


모두는 기독교의 역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17)
키에르케고어는 “역설”의 개념을 오성과 마주해 논쟁하는 어떤
것으로 이해한다.18) 만약 기독교 신앙이 신이 한 인간으로서 우리
가운데 사셨음을 진술하고 그런 견해를 가져야 하는 것에 있다면,
키에르케고어의 역설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
을 것이다. 오히려 키에르케고어는 역설의 도움으로 기독교 신앙
을 “어떤 견해를 가져야 하고 진술해야 하는 것”과 “가치관의 확
신”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엇으로 이해한다. 계시의 역설은 모든
오성의 견해를 거절하며, 그 대신에 “신앙의 결단”을 요구한다. 신
앙은 인간이 자신의 실존에 모험을 거는 행위이다. 신앙의 이런
모험은 인간적인 모든 사유와 견해를 깨뜨린다. 이것은 인간이 하
나님 앞, 즉 계시하시는 하나님 앞에 실존하는 자로 존재한다는
징표이다. 역설은 그리스도와의 동시성에 있어 신앙의 행위이다.
따라서 키에르케고어는 역설을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태도를 결정
짓는 하나의 “범주”라 칭한다. “역설은 용인이 아니라 실존하는 정
신과 영원한 진리 사이에 관계를 표현하는 범주이자 존재론적 규
정이다.”19) 나아가 객관적 불확실성 속에서의 이런 실존의 모험을
키에르케고어는 “주관적 진리”20)라 표현한다.
“기독교적”이라는 것은 신의 면전에서 실존하기 위해 가장 큰
“모험”을 감행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능력이다. 기독교적 신은 역
설적인 계시의 증거에서 만나며, 신에게 객관적으로 다가가려는
인간의 모든 시도와 맞서게 한다. 키에르케고어에 따르면, 신에

17) Cf. S. Kierkegaard, Buch Adler, 478.


18) 이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려면 다음의 논문을 참고하라. 표재명, “키에르케
고르의 역설의 개념,” 「哲學硏究」10(1975), 153-66.
19) S. Kierkegaard, Buch Adler, 11.
20) 이런 “진리는 고통으로 가득 찬 내면성을 얻으려는 객관적 불확실성이다.”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194.
12 신학과 사회 34(2) 2020

이르기 위해 객관적 길을 가게 하는 것과 신에 대한 객관적 확실


성을 추구하게 하는 것은 이교도에게나 가능할 뿐이다. 계시는 이
런 길에 종말을 고하게 한다. 절대적 역설은 객관적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불합리성으로 인간과 맞닥뜨리게 한다. 계시사건 자체가
오성의 견해에 근본적으로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계시가 인간에게
계속해서 전달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죄와 은총이라는 양 개념에
서, 계시의 신의 면전에서 실존하려는 인간적 태도의 가능성이 여
전히 존재한다.
키에르케고어에게 기독교는 본질적으로 기독교적 실존의 지적
측면만을 나타내며, 계시가 실존하는 것의 절대적 모험을 목적으
로 삼는 “실존의 전달”21)이라는 논증을 펼친다. 키에르케고어는
기독교적으로 실존하는 것을 오성에 맞선 모험으로 특징짓는다.
왜냐하면 세속적이고 계몽주의적으로 생각하는 성찰의 시대에 있
어 그리스도인의 존재는 “불합리한” 모험을 시도하는 자이기 때문
이다. 결국 키에르케고어는 역설의 도움으로 신과 세계내적 존재
사이에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신에 대한 인간의 태
도와 세계내적 사물에 대한 태도 사이에도 유사성이 존재하지 않
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한다.
계시의 역설은 “오성의 몰락”22)을 의도하며, 신앙의 결단에 있
어 오성은 “측면으로” 비켜서야 한다. 오성의 본질은 객관적 성찰
이기 때문이다. 객관성은 인간의 세계내적 존재와 마주하고 인간
의 존재에 태도를 취하는 형식이다. 이것은 학문적 관점이며, 자
연과학과 수학23)의 대상이다. “역사적 지식” 또한 객관적 성찰의
일반적인 대상이다. 세상적인 것의 존재에 대한 학문적 태도는 단

21) Ibid., 84.


22) S. Kierkegaard, Philosophische Brocken, 45.
23) “객관적 성찰의 길은 다양한 종류의 추상적 사유, 수학 및 역사적 지식으로
인도한다.”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184.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13

순한 관찰이 아니라 무한하게 펼쳐지는 “생성”의 과정이며, 세계


내적 인과관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이념을 추구하는 계속되는
“접근”이다.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신은 인간의 학문적 대상의 영역에 존재할
수 없다. “신은 인간에 대해 객체일 수 없기 때문에 신은 주체이다.”24)
여기서 신이 주체라는 것은 인간을 위해 단순히 객체일 수 있는 것과
는 질적으로 상이하다는 것을 뜻한다. 신은 학문적 진리의 한 영
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에 관한 확실성은 객관적 확실
성의 근사치에 많게 혹은 적게 다가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
라, 신은 질적으로 다른, 즉 “역설”을 뜻한다.
이것은 신에 대한 인간의 태도 또한 학문적 연구대상에 대한 태
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결과를 낳는다. 인간이 신과 관련하여
객관적 확실성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세계내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신의 인식에 혼란만을 초래하며, 이로 인해 객관적 성찰의
길은 결코 신으로 인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신과 충돌
을 일으키게 할 뿐이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는 이
미 객관적 불확실성을 토대로 삼아 신과 인간 사이에 경계를 발견
했었다. 신에 대한 객관적 확실성을 얻으려는 노력은 경계를 뛰어
넘어서려는 인간의 무익한 시도일 뿐이며, 이런 시도를 키에르케
고어는 이교도적 “기억”이라 칭한다. 이런 노력은 인간의 내부에
서 나오는 신의 투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교도적이며 신화
적인 신의 표상은 인간의 환상에 지나지 않으며, 객관적으로 보증
된 신을 향한 인간의 헛된 노력이며, 신을 학문적 객관성으로 흡
입시키려는 신에 대한 인간의 교만일 뿐이다.
오성은 존재하는 것(창조물)과 마주해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려
는 자율적 인간의 총체를 뜻한다. 인간은 객관적이며 학문적인 인

24) S. Kierkegaard, Eine literarische Anzeige, hrsg. von Emanuel


Hiersch(Düsseldorf/Köln: Eugen Diederichs, 1954), 140.
14 신학과 사회 34(2) 2020

식의 도움으로 세상적인 것을 다스리려고 한다. 그러나 키에르케


고어에 있어 신에 대한 객관성의 적용은 인간이 신을 학문적 대상
과 혼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며 인간이 신에 맞서서 자
신의 통치를 유효하게 하려는 것을 뜻할 뿐이다. 심지어 신에 관
한 그런 객관적 적용은 인간이 신과 같이 되려는 교만일 뿐만 아
니라 신에 대해 자신을 격상시키고 자신을 신에 대한 척도로 삼으
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그런 신의 객관성은 실상 “원죄”25)에
근거를 둔 관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신에 대한 인간의 태도는
오성에 바탕을 둔 인간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절대적 모험이어야
하며, 신 앞에서 스스로 아무것도 되지 않으려는 것이어야 하며,
“죄”에서 죽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체적 존재로서 신과 세계
내적 존재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인정될 경우, 절대적 모험은 인
간이 자신의 실존 전체로 감행하는 인간의 행위이다.
오성의 포기는 신 앞에서 현재적으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증
해주는 신앙 안에서 일어나는 변증법적 동기이다.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바로 이것이 계시의 역설에서 인간과 만나는 “그 신”이다.
하나님 앞에서 신앙의 모험은 동시성적인 그리스도에 마주한 신앙
을 말한다. 신 앞에서 실존하는 것의 관점에서 보자면 하나님과
그리스도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것은 단순히 부르는
칭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에 대해 현실적으로
취하는 태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역설”을 강화하는 것은 신 앞에서 실존하는 것의 신앙을 더욱
돈독히 한다. 왜냐하면 절대적 역설은 신이 현재적인 주체로서 인
간과 마주하는 것을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설의 해체는
기독교가 다시 이교도적 종교성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
다.26) 키에르케고어에게 역설은 학문적이거나 이성적인 관점에 일

25) S. Kierkegaard, Zur Selbstprüfung der Gegenwart empfohlen(Düsseldorf:


Eugen Diederichs, 1953), 76.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15

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


율적이며 학문적인 오성 자체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성
은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며, 역설에 주의를 기울여 실존하는 것의
모험이 시작하는 지점에 유의하게 한다. 따라서 비판적 기능을 가
진 오성은 인간의 종교성을 질적으로 격상시켜주며, 신을 향한 인
간의 열망으로 가득 찬 계시와 연결해준다.
신은 계시의 증언에서 인간과 대면한다. 이것은 현실적 사건에
관한 증언이자 “역설적 사실”에 관한 증언이다. 기독교의 계시는
현재적으로 일어나지만, 그렇다고 객관적 확실성을 동반하지 않는
다. 이처럼 키에르케고어는 계시의 사실성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현재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방점을 찍는다. 계시의 증언은 인간
이 단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동시성 속에 실존
하는 것의 절대적 모험을 감행하게 하는 동기이다.

3. 그리스도의 제자 ‘됨’의 동시성

동시성의 관점에 있어 “절대적 모험”과 관계하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개념이 새로이 등장한다. 이 개념은 키에르케고어의 『그
리스도교의 훈련』(Einübung im Christentum)27)에 있어 특히 두
드러지게 나타나며, 동시성의 용어사용에 있어 “동시성의 상황”이
라는 새로운 개념 또한 『그리스도교의 훈련』에서 발견된다. 동시
성의 상황은 1800년 전 본질적이고 진실 된 상황을 보여주는 초
대교회를 현존하는 기독교와의 대립구도에서 기술된다.
그리스도의 제자와 관련하여 키에르케고어는 교리적 전통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있는 초대교회의 기원을 한 특별한 방식으

26) Cf.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2.Teil, 292.
27)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쇠얀 키에르케고르/임춘갑 옮김, 『그리
스도교의 훈련』(서울: 다산글방, 2005).
16 신학과 사회 34(2) 2020

로 드러내고자 한다. 키에르케고어의 시대 ‘제자’의 용어는 신학과


교회에 있어 새로운 것이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제자”의 개념으
로부터 당시 교회에 대한 비판을 이끌어내었고, 교회의 역사에 대
한 그의 비판 또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사실
을 점점 잊어간다는 사실에 천착해 있었다.28)
이렇게 해서 키에르케고어는 동시성으로부터 제자로 넘어가는
과정을 기술한다. 역사적 간격이 계속 유지되고 “교리”를 포함한
기독교의 전체 역사가 사라진다 해도, 인간 예수는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인간 예수의 “인간적 진리”가 역설적 의미로 존재한다
면, 그분이 세상에 오셨다는 진리 속에 담긴 의미가 보다 명확해
질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가 무엇인지 유일하며 진실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문장들의 모음이나 개념규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있어 그리스도이다.”29)
한 인간이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제자
라는 사실을 이념적으로가 아니라 절대적 모험을 감행하는 특정한
행위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려는 인간적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다.
진정한 ‘앎’은 행위로 인해 형성되는 ‘됨(becoming)’을 동반하기
때문이다.30)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제자가 되는 것에 장애요소로 작
용하는 자신의 모든 발자취 또한 버려야 한다.31) 키에르케고어에

28) “그래서 교회 속에 존재하는 기독교는 세대를 넘어서 인간적 관심으로 점점


이기적으로 변질되어 간다. 화해는 제자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간다.”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195. 무엇보다 키에르케고
어가 당시 교회를 강하게 비판하는데, 그 주된 이유는 “이 교회가 국가와
결탁했을 뿐만 아니라, 신도들이 물질적 이익증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관료
체계에 지배당함으로써 철저하게 세속적인 제도로 타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오신택, “키에르케고어를 읽는 한 방법,” 「현대유럽철학연구」 40집(2016), 91.
29)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195.
30) 장호광, “키에르케고어의 사랑의 역사에서 드러난 상호주체성의 기독교 사회
윤리학적 의미,” 「기독교사회윤리」 34집(2016), 187.
31)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230.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17

있어 제자는 제자가 되기 위해 따라야 하는 특정한 도덕적 이념이


아니라, 그리스도에게 속하는 것이며 그분에게 자신을 매이게 한
다는 의미에서 존재론적이며, “참된 인간”32)으로서의 그분을 모범
삼아 그분과 동일하게 되려는 열망으로 가득 찬 삶의 태도를 뜻한다.
예수의 생애와 역사적인 세부적 내용의 핵심은 키에르케고어의
『그리스도교의 훈련』, 그 중에서도 예수의 신적 존재로서가 아니
라 “Ecce homo,” 즉 “이 사람을 보라”(요 19:5)는 말씀에서 그
대표적 실례를 찾을 수 있다. 그리스도를 표현하는 모든 것은 그
리스도인들의 삶 속에 오롯이 녹아 스며들어야 한다. 키에르케고
어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의 삶 속에서 “이 사람을 보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33) 예수
의 생애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인간적 존재의 실례를 키에르케고
어는 가장 비천한 자로서 삶을 사셨고 인간 종족 중에 가장 큰 고
통을 당하셨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그에게 제자는 그리스
도의 “고통”과 함께 하는 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제자는 “신앙”을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키
에르케고어에 있어 신앙은 존재론적 개념34)이며, 하나님 앞에서
실존하는 자의 모습으로 하나님 혹은 그리스도에 대한 “참여”로
그려진다. 따라서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신앙과 그리스도인의 존재
는 동일한 뜻을 가지며 제자는 그리스도인의 존재의 구체적인 표
현이기 때문에 “신앙”과 다른 무엇이 아니다.35)

32) Ibid., 173.


33) Cf. ibid., 70.
34) 키에르케고어는 신앙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 있어서도 인간의 외적인 행
위보다 내면적 존재론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윤리적인 실존이 내적
인 자기 동일성을 추구한다는 차원에서 키에르케고어의 윤리는 본질적으로
행위론에 그 무게가 있지 않고, 존재론에 그 무게가 있다. 즉 내가 윤리적
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선행을 실천하거나 의로운 행위를 하는 것에 있
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이 어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 하는 내적인 양
태에 달려있다.” 이명곤, “키에르케고르: 윤리적 실존의 양상과 사랑의
윤리학,” 「철학연구」 129집(2014), 177.
18 신학과 사회 34(2) 2020

그리스도는 이 땅에서 가장 비천한 자로 사시면서 동시에 가장


높은 자가 되셨으며, 그분의 삶은 인간의 삶일 뿐만 아니라 동시
에 구속자의 삶이었다. 키에르케고어는 이런 역설적인 양 측면에
있어 조화와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스도께서 “지금 여
기서(nunc et hic)” 현재적인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높은 존재라
는 것은 제자를 위한 전제를 형성한다. 제자는 존재론적 개념이자
높아진 자로의 참여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동시성의 관점에 있어
높아진 자는 동시적으로 낮아진 자라는 사실은 높아진 자에게 속
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패러다임”36)이다. 키에르
케고어는 자신의 삶을 높아짐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자신의 삶을
동시에 낮아짐으로 끌어내리는 시도를 감행한다. “그분은 여기 이
땅에 사셨고, 이런 그의 삶이 모범이 되셨다. 이를 통해 그분은
높음으로 올라가셔서 인간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
너희들은 이런 모범과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시작해라.”37) 키
에르케고어에 있어 모범과 구속자는 같은 의미이다. 즉 그리스도
는 모범이면서 동시에 구속자이다.38) 그분은 인간을 구속할 목적,
즉 하나님께 참여하는 삶의 의미에서 모범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그것은 모범과의 일치를 향한 노력으로 반영된다.
율법과 복음, 그리고 요구와 은혜는 동시성의 관점에 있어 함께
연루되어 있다. 구속자와 높아진 자에 속하는 은혜는 동시에 비천
한 자의 모범을 따르라는 요구이다. 동시성에 대한 일반적 관점은

35) “이는 종교적 실존, 곧 신앙(동시성) 속에서 인간이 진정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함의한다.” 이정배, “한국교회를 향한 돌의 소리들,” 「신학사상」
156 (2012), 53.
36) “여기 이 땅에서 그리스도의 삶은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나는 나의 삶을 그
분과의 동일성을 형성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102.
37) Ibid., 192.
38) “그리스도는 세상을 구원하려는 의도로 이 세상에 오셨으며, 동시에 모범이
되시려는 의도 역시 내포되어 있다.” Ibid., 229.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19

모든 객관적 확실성의 제거이다. “훈련”의 관점과 관련하여 객관


적인 것의 제거는 높아진 자 혹은 구속자에 대한 실존적인 참여이
며, 이런 참여의 유일한 보증은 제자로서의 삶에 있다. 그리고 높
아진 자의 현재성을 위한 유일한 보증은 비천한 자의 제자로서 실
존하는 것 속에 있다. 이런 실존 자체가 “절대적 모험”이며, 그리
스도의 제자로서 그리스도인의 존재는 기독교적인 것의 역설에서
만 표현될 뿐이다.

4. 계시 획득의 모험으로서 동시성

모든 객관적 확실성이 제거될 경우, 인간은 동시성의 지평에서


역설적 계시 증언에 마주하게 되며, 동시에 하나님의 계시이자 구
세주인 인간 예수와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인간 예수와의 마주함
속에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신앙적 태도를 정하며, 그분 앞에서
자신의 전 실존에 모험을 감행하며, 하나님 앞에 선 인간으로 실
존하기 위한 가능성을 가진 상황을 초래한다.
여기서 실존의 이런 모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여지는지에 대
한 질문이 제기된다. 키에르케고어에 따르면, 그리스도인은 “기독
교 때문에” 자신의 실존에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이런 실존적 모
험이 신앙의 첫 번째 걸음이며,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계시에 대
해 현재적으로 태도를 취하기 위한 기준이다. 이런 모험을 통해
그리스도인은 계시를 자신의 실존에서 획득하며 계시가 반복되는
자신의 “실존하는 것”39)에서 구체적으로 전개된다.
이렇듯 그리스도인의 계시 획득의 첫 번째 걸음은 그것의 객관
적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계시의 주장에 모험을 감행하는 것에
있다. 그는 계시의 사실(fact)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확실성에 도달

39) Cf.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2.Teil, 1.
20 신학과 사회 34(2) 2020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계시가 현재적으로 일어남을 전제하


여, 계시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의 실존을 위해
그 계시로부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이처럼 인간이 “진리 속에 실존하기 위해”40) 진리에 대
한 주관적이며 실존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나를 위한 진리”에 대
한 주관적인 질문과 계시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의 해석에 있어 적
용되는 기본적인 원리는 “실존적인 해석”41)이며 그의 모든 작품에
적용되는 원리이다.
신앙으로 인한 계시 획득에 있어 두 번째 걸음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을 위한 계시로부터 나온 결과를 선택하는 신앙의 결단이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계시에 자신의 전 실존을 내맡
기는 모험을 감행한다. 이와 함께 실존적인 해석은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실존에 대해 계시가 전하는 것에 전적으로 내맡기는 모험
을 감행하는 신앙의 행위이다. 이런 모험을 감행하려는 태도는 먼
저 의미의 지평을 형성시킨다.
이런 실존적 지평에 있어 계시의 획득을 위해 아무 의미를 지니
지 않은 것들은 제외된다. 먼저 “1800”년의 역사적 간격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역사적 간격을 초월한 실존적인 관심은 인간이 계
시의 내용을 “객관적이며 실증적으로” 표상하려는 시도를 불가능
하게 한다. 계시의 사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를 위한 계시는 인간으로서 나의 실존에 있어 무엇
을 의미하는가?” 실존적인 관심은 동시성에 일치하여 인간이 처한
“지금 이 순간”42)이 지닌 의미를 전제한다. 인간이 신과 대면해

40)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1.Teil, 181.
41) 그런 그의 실존적인 해석은 사람들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실존적인 해석”이라
칭하는 것과 차이를 이룬다. 이런 차이는 무엇보다 성서적 케리그마에서 나
타나는 새로운 인간적 자기 이해에 대한 질문에서 발견된다. 키에르케고어
는 이를 위해 계시의 사실로부터 출발하여 나를 위한(pro me) 결과에 대해
질문한다.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21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 신 앞에서 자신의 실존에 대한 관심 속에서


계시의 의미에 대한 지속적인 질문을 제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키에르케고어는 자신의 작품인 『철학적 단상(斷想)들에 대한 최
종적인 비학문적 후서』에서 신앙의 결단을 기독교의 “객관적” 진
리가 주관적 진리로 되어가는 과정으로 표현한다. 심지어 그는 객
관적 진리란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진리는 오직 주관적 실존의
행위에서 해명될 뿐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관성”은 실존에서
이루어지는 모험을 위한 결정적인 개념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은 키에르케고어가 『죽음에 이르는 병』(Die Krankheit zum
Tode)43)에서 사용한 “투명성”이다. 그리스도인이 계시에 의해 의
미를 가지는 자신의 실존을 택하려한다면, 그는 하나님과 대면하
여 자신의 투명성에서만 가능하며, 하나님 앞에서 계시에 의해 비
춰지는 그 모습 그대로의 자신이 의식된다. 이런 자기의식은 내적

42)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순간”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데, 우선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생성하는 “됨”의 철학적 범주를 뜻하며, 질적인 변화를 나타내며,
“운동과 고요” 사이에서 “넘어감”을 뜻한다. S. Kierkegaard, Der Begriff
Angst(Gütersloh: Gütersloher Verlaghaus, 1991), 84. 인간과 관련해서
순간은 가능태로부터 현실태로의 넘어감이다. 그러나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순간은 이론적으로는 더 이상 파악할 수 없는 “내적 결정”의 지점이며, 사
유가 중단되거나 차단되며, 다만 생각에 머물렀던 것을 결단의 행위를 통해
실현시키는 질적인 “도약”으로 이해한다.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2.Teil, 46. 따라서 순간은 형식적으로는 “사유된 것”과 “가능태”와 동일시
되는 “실존”의 범주이지만, 역사적인 측면에 있어 순간은 “시간 속에서 영원
한 것”이며, 기독교의 역사적인 것으로서 계시를 나타내며, 결국 신앙의 결
단으로 이어진다. 또한 역사의 흐름 속에 침투하는 계시는 인간의 구체적이
며 시간적인 지금을 결단의 “순간”으로 그 의미를 가진다. “순간이란 곧 과
거와 현재 미래하는 도식대로 양화되어진 물리적 자연의 시간 속에 들어온
이질적인 시간 그래서 시간이랄 수도 없는 영원의 시간이다. 여기서도 순간
은 시간과 영원이 서로 접촉하는 양의성이며 이런 양의성과 더불어 비로소
시간성(Zeitlichkeit)이 정립된다고 그는 말한다.” 홍경실, “키에르케고어
와 레비나스의 주체성 비교,” 「철학연구」 27(2004), 150.
43) 이 책은 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쇠얀 키에케고르/임규정 옮김, 『죽음에
이르는 병』(서울:한길사, 2007).
22 신학과 사회 34(2) 2020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자기관찰 혹은 자기 고찰이 아니라, 인간이


계시와 마주한 신앙의 결단에서 모험을 감행하는 투명성이다.
이를 위해 계속되는 중요한 개념은 인간 “자신”44)의 “됨”이다.
인간이 모험의 행위에서 선택하는 것은 인간 자신이지만, 그러나
그가 존재하는 그대로가 아닌 계시를 바탕삼아 하나님 앞에 서 있
는 자신의 존재를 말한다. 계시를 획득하려는 모험에 있어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자신과 경험하는 자아 사이에서의 동일성
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신앙은 “실존규정”
이며 “계시의 진리에서의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선택
하고 하나님의 면전에서 자기 자신이 온전히 드러날 정도로 투명
하게 하는 계시의 사실로부터 도출되는 결과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첫째, 하나님이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내가 하나님의 면전에서 존
재함으로 얻게 되는 결과는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로부
터 나온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친히 인간이 되심으로 인간과
“공동체”를 형성하며, 결국 “일치”를 원하시는 신으로서 자신을 계
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는 “은혜”와 동시에 “요구”로서 이해되
며, 양자는 실존적인 지평에서 융해된다.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현존하고 계시를 통해 하나님의 면전에서
현존할 수 있는 인간을 위해 육화(肉化)하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
다. 키에르케고어에 따르면, 하나님의 면전에서 현존하는 가능성을
인간에게 제공하는 것은 “구원의 소식”으로서 기독교의 핵심 중
핵심이다.45) 은혜와 더불어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현존하는 인간
을 향한 “요구,” 즉 신앙의 결단이 또한 동시에 존재한다. 신앙의

44) 여기서 “자신”이라는 개념은 “정신”의 개념과 동일하다.


45) “기독교는 남자와 여자, 시녀, 사제, 사업가, 이발사 및 학생 등 이런 저런
인간은 하나님을 위해 그 자리에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개개 인간은 일전
에 왕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뿌듯해 할 수도 있
으며 … 그는 하나님을 위해 현존함으로 자신이 원하는 모든 순간에 그분과
담소를 나눌 수도 있다 …” S. Kierkegaard, Die Krankheit zum Tode(Hamburg:
Reinbek, 1964), 84.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23

결단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선택하는 행위이며, 이것은 하나님 앞


에 서 있는 자로서 자아의 고유한 행위이다. 그는 하나님의 면전
에서 자신의 고유한 현존을 선택한다. 이런 선택은 그것의 실재성
에 대한 객관적인 확실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모험이
다. 인간은 인간됨의 역설적 사실로부터 나오는 결과만을 선택할
뿐이다. 하나님은 이런 선택에서야 비로소 인간의 현존을 보게 되
며, 인간은 자신의 본래적인 존재, 즉 하나님의 면전에서의 현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실존 속에서 계
시의 실존적 획득을 이루는 가운데 실존하기를 시작한다.
둘째,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인간됨”으로부터 이 땅에 현존하
는 신의 실존의 결과가 도출되며, 인간은 자신의 실존 속에서 신
앞에 서 있는 그런 결과가 도출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인간의
추상적 이념에 응하신 것이 아니라 시간 속으로 침투하여 한 인간
이 되셨으며, 인간이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해 몸
소 아버지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심지어 복종하심으로 시간
성 속에서 자신을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나를 위해 현존한다는 사실은 “은혜”와 “요구”로 이해
된다. “은혜”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어느 곳에든지 현존해 있다
는 사실에 있으며, “요구”는 지금 내가 하나님 앞에서 인간으로서
나의 존재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 왜냐하면 계시가
시간성 속에 있는 인간존재를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존재로 만들었
기 때문이다. 신앙의 결단을 위한 모험은 인간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현존으로서 이 땅에 실존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하며, 이로
인해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투명하게 세우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
는 선택으로서 자신을 구체화시킨다.46) 하나님은 인간을 당신 앞
에 서 있는 존재로 만드셨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구체적인 실존
에 있어 그 어떤 것도 소흘히 해서는 안 된다.

46) S. Kierkegaard, Die Krankheit zum Tode, 26.


24 신학과 사회 34(2) 2020

셋째, 인간적 실존이 죄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계시의 사실로부터 나온 결과이다. 여기서 우리는 키에르케
고어가 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무자격
으로서 실존에 대한 이해, 즉 죄성은 단순히 인간됨의 사실로부터
나온 결과이다. 하나님이 인간과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비천한
길, 즉 종의 형상을 입으신 것이 필연적이었다면, 그것은 인간의
실존 자체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존재라는 사실과 하나님과 공동
체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나온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역사의 어느 한 특정한 지점에 현존해 있다는 사실로부
터 역사 자체는 그 어떤 영원한 것을 가지지 못하며, 내재적이며
형이상학적 의미를 지니지 못하며, 영원한 것과 모순을 보이는
“시간성”이 존재한다는 결과가 나온다.47)
네 번째 결과 역시 “은혜”와 “요구”에서 나온 것이다. 신은 죄로
물들어 있는 인간과의 공동체를 추구하기 때문에 신이 인간이 되
고 인간을 위해 현존한다. 이를 통해 신은 “죄의 용서”를 인간에
게 제공한다. 용서의 힘으로 신은 스스로 가치를 지니지 않는 인
간의 실존을 위해, 그리고 시간성 속에서 신 앞에서의 존재를 위
해 가치가 있는 존재로 만드셨다. 실존의 죄성은 이 땅의 세상적
실존 속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
지만, 용서는 은혜의 힘으로 신 앞에 실존하게 하는 요구와 자신
의 투명성을 얻게 하는 구체적 요구를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계
시의 토대에서 죄성으로 인해 무가치한 실존으로서 자신을 받아들
이는 모험을 감행하지만, 동시에 죄용서의 도움으로 이런 실존 그

47) “역설적인 특성을 가진 종교적인 것은 실존과 영원한 것 사이에서 절대적


모순을 나타낸다. 영원한 것이 특정한 시간의 순간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실
존이 영원한 것이 은닉된 내재로부터 떠나 있다는 것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S. Kierkegaard,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2.Teil, 283. “영원한 것 자체가 시간
속에 침입하여 거기서 가까움을 형성하려 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것과 영원
한 것 사이에 내재적으로 기초한 가까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Ibid., 284.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25

자체로 신 앞에 서려는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가 계시 획득의 전 과정을 개관해 본다면 그것은 신앙하는
실존으로부터 나온 획득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인간이 획득해
야 하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전 실존에 있어 신의 면전에서 존
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시이다. 이런 계시의 획득은 인간을
무존재로부터 존재로 넘어가게 한다. 키에르케고어는 이전에 신
앞에 서 있지 않았던 자신의 존재가 신앙의 결단으로 현존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실존방식에 있어 질적 변화가
일어나며, 죄가 제거되고, 그런 죄의 위치에 신앙이 대신하게 된
다. 따라서 신은 인간에게 단순히 “이념적 사실”48)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현존하는 새로운 실존방식으로 반영된다.

III. 결론: 적용성을 위한 제언

키에르케고어가 자신의 시대 현존하는 교회에 대한 비판은 하나


님의 계시로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삶속에
실존적으로 반복해서 나타나지 않음을 향해 있다. 그러나 키에르
케고어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단순히 부정적인 방향에만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선교와 교회를 위한 “갱신”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맞춰져 있다.49) 때문에 그의 교회에 대한 비판은 기독교
의 위기의식에서 나온 사랑의 발로로 볼 수 있으며, 결국 기독교

48) 신은 현실 속에서 현존하지 않는 단순히 이념적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계시의 획득과 관련하여 키에르케고어가 본래적으로 의도한 것은 구원의 확
실성에 대한 관심이다. 즉 인간의 구원은 신을 단지 교리적 지식으로만 받
아들이는 것에 있지 않고, 계시의 획득을 바탕삼아 자신의 신앙적 결단의
경험에서 구체적으로 반영되어져야 가능하다.
49) 나아가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교회는 “단독자 범주 속에서 이해된 ‘성령의
공동체’로서 그리스도의 동시성이 실현되는 공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
다.” 이정배, “한국교회를 향한 돌의 소리들,” 55.
26 신학과 사회 34(2) 2020

적 실존이 재조명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키에르케고어의 기독


교적 사상에 있어 주요 개념인 역설, 반복 및 순간 등은 그 당시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와 신학을 위해서도 재조명
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개개 인간과 개개 시대는 현재적 그리스
도에 동일한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실존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진
리는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다. 이렇듯 키에르케고어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의 근거와 본질적
인 척도를 “동시성의 사상”에서 찾는다.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동시성,” “시대” 및 “역사적인 간격의 제
거”는 그 의미와 미치는 영향에 있어 구분되지 않고 동일한 개념
이라 할 수 있으며, 개개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실존적인 존재를
향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계시의 객관적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실존하기 위해 계시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의 실존론적 해석이 어떻
게 “모험”으로 진행되는지를 모색해 보았으며, 시대와 동시성 사
이에서의 내적 관계 또한 모색해 보았다.
환언하여 요약한다면, 키에르케고어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교회
를 향한 주된 비판은 개개인에 대한 “실존론적 저항”뿐만 아니라
동시에 교회사 전반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에 맞춰져 있다. 왜
냐하면 초대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교회의 실
존적인 모습과 개개 그리스도인의 삶은 도그마(dogma)에 갇힌 채
형식적이며, 권위적이며, 사회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화석
화된 형태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키에르케고어는 기독교의 참된 척도 내지 선포를 구약성서보다
신약성서에서 발견한다. 그는 신약성서에 나타나는 기독교의 본
모습, 그 중에서 신의 계시를 역사적이며 철학의 사변적인 해석으
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상황,” 즉 예수가 낮은 자로서 “사람들
곁에 서 있는” 동시성의 상황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인간 예수
는 불의를 참지 못하여 의분(義憤)을 일으키는 자이며, 마침내 인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27

간의 구원을 위해 비천한 자로 자처하여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자로써, 하나님의 계시와 불변의 진리로써 모든 상황과 시대에 실
존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동시성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와 동시성의 상황에서 그분을 따르는 제자로
써 고난까지도 함께 짊어지고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키에르케고
어에 따르면, 교회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면 비천의
실존적 형태에서 출발했지만 점차로 “타락”50)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고, 타락의 그런 역사의 정점을 키에르케고어 당시의 현존하는
기독교에서 발견한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닮아가는 이런 타락의 형태는 기독교의 세속화에서 그 배경을 발
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점점
잃어버려 갔다. 그러나 키에르케고어에 있어 동일성은 특별히 신
앙적이며 교회적인 어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실존에서 나오는 시민적 정직성51)을 요구하며, 그리스도인의 존재
표현으로서 시민적 정의의 실현을 요구한다.
진리 및 계시의 실존적 반복52)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
어진 필연적인 시대적 요청이다. 키에르케고어가 “역사의 시간 및
공간의 간격”과 객관적 확실성을 제거하려 한 주된 이유는 개개
시대가 요구하는 필연성과 당위성에 따른 것이다. 왜냐하면 진리
로서 계시는 어느 한 지점에 멈춰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 여건
및 환경에 따라 적합한 실존적 적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

50) Cf. Hermann Diem, Die Existenzdialektik von Sören Kierkegaard


(Zollikon-Zürich: Evangelischer Verlag AG, 1950), 173.
51) S. Kierkegaard, Einübung im Christentum, 107.
52) 오신택은 교회를 향한 시대적 요청을 위해 ‘실존적 반복’을 넘어 ‘실존적 소통’ 으로
까지 확장시킨다. “…기독교는 교리가 아니라 실존소통(existence-communication)
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으로써 그는 기독교가 개인과 소통한다는 사실은
기독교에 관한 지식(knowledge)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형태의 인간
존재인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시간 속에서 하나님과 영원과의 관계를 통하
여 진정으로 실존하려는 내면의 능력(inward capability)이라는 사실을 뜻하
고 있다.” 오신택, “키에르케고어를 읽는 한 방법,” 78-79.
28 신학과 사회 34(2) 2020

라서 동시성의 상황은 “지금,” “여기서” 진리를 선포하는 예수 그


리스도에 근거를 둔 일회적인 상황이다. 키에르케고어의 기독교
사상 전반에 나타나는 주된 특징은 그리스도인의 존재는 동시성의
관점에 의거한 실존적인 신앙의 결단에 따라 역설적인 모험을 감
행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개개 시대는 영원한 것과 시간적인
것, 저 하늘의 것과 이 땅의 것, 그리고 거룩한 것과 세상적인 것
의 동시성과 역설을 토대 삼는 기독교의 실존적 본질을 드러낸다.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29

참고문헌

오신택. “키에르케고어를 읽는 한 방법.” 「현대유럽철학연구」 40집(2016),


63-96.
이명곤. “키에르케고르: 윤리적 실존의 양상과 사랑의 윤리학.” 「철학연구」
129집(2014), 167-191.
이정배. “한국교회를 향한 돌의 소리들.” 「신학사상」 156(2012), 45-65.
장호광. “키에르케고어의 사랑의 역사에서 드러난 상호주체성의 기독교 사회
윤리학적 의미.” 「기독교사회윤리」 34집(2016), 175-207.
. “헤겔의 신앙론에 대한 키에르케고어의 비판.” 「한국개혁신학」
43(2014), 62-87.
최상욱. “헤겔과 키에르케고르에 있어 신앙의 본질.” 「인문과학논집」 3(1977),
49-78.
최승일. “하버마스와 키에르케고어에 있어서의 주체성 비교.” 「범한철학」
27(2002), 31-49.
표재명. 『키에르케고르의 단독자 개념』. 서울:서광사. 1992.
. “키에르케고르의 역설의 개념.” 「哲學硏究」 10(1975), 153-66.
홍경실. “키에르케고어와 레비나스의 주체성 비교.” 「철학연구」 27(2004),
143-72.

Anz, Wilhelm. Kierkegaard und der deutsche Idealismus. Tübingen:


Mohr Siebeck, 1956.
Diem, Hermann. Die Existenzdialektik von Sören Kierkegaard.
Zollikon-Zuerich: Evangelischer Verlag AG, 1950.
Kierkegaard, Sören. Der Begriff Angst. Gütersloh: Gütersloher
Verlaghaus, 1991.
. Philosophische Brocken: De Omnibus Dubitandum Est.
Gütersloh: Gütersloher Verlagshaus, 1981.
. Die Krankheit zum Tode. Hamburg: Reinbek, 1964.
. Abschliessende unwissenschaftliche Nachschrift zu den
philosophischen Brocken. Erster und zweiter Teil. hrsg. von
30 신학과 사회 34(2) 2020

Emanuel Hiersch. Düsseldorf/Köln: Eugen Diederichs, 1957.


. Eine literarische Anzeige. hrsg. von Emanuel Hiersch.
Düsseldorf/Köln: Eugen Diederichs, 1954.
. Zur Selbstprüfung der Gegenwart empfohlen. Düsseldorf:
Eugen Diederichs, 1953.
. Buch Adler. hrsg. von Walter Rest. Köln/Olten: Verlag
Hegner, 1951.
. Einübung im Christentum. Jena: Diederichs, 1933.
키에르케고어의 철학사상에 있어 “동시성”의 신학적 의의와 그 적용성 - 장호광 31

Abstract

The Theological Significance and Relevance of


"Simultaneity" in Kierkegaard's Philosophical Thought

Ho-Koang, Jang
(Anyang University/Systematic Theology)

Looking into the situation of the Korean church today


from an objective perspective, the church failed to fulfill
the role and mission of light and salt as a church, and it
became a target of disgust beyond the object of criticism
from the world. In the past, if you once played a “leading”
role to transform not only the Korean church, but also
Korean society, now the society is trying to transform the
church.
The purpose of this article, written in this context, is to
implicitly apply Kierkegaard's philosophical thought, especially
the theological significance contained in his religious term
“simultaneity,” to today's Korean churches and Christians.
To do this, this article introduces the reason, basis, and
purpose of Kierkegaard's terminology of simultaneity in
Chapter 1, “Introduction.” Chapter 2 “Diverse Theological
Meaning of simultaneity” was divided into four perspectives
to introduce the various meanings contained in it. First, the
introduction of the fact that God and God's revelation as
32 신학과 사회 34(2) 2020

“simultaneity as objective uncertainty” is in conflict with


human objective knowledge, and is accessible only through
the determination of faith in the unique existential
situation of each human being. Second, "simultaneity of
faith as absolute paradox" revealed that the fact that God
is among us as human beings is an absolute paradox, and
rejects the view of man's "understanding" and demands only
a determination of faith. Third, as “the simultaneity of
Christ's discipleship,” Christ's disciples are those who carry
the crucifixion of Christ together, and introduced that they
depend on human will and effort to sustain themselves
through certain actions of absolute adventure. Fourth, with
the title of “simultaneity as the adventure of gaining
revelation,” Christians introduced that through the
existential adventure, revelation acquires revelation from
their existence. The last three chapters, “Conclusion,”
concluded by reminding us that his criticism of the Church
at the time of Kierkegaard is still valid today as a form of
application for Korean churches and Christians.

Key Words: Kierkegaard, Jesus Christ, simultaneity, paradox,


determination of faith, repeat, moment

논문투고일자: 2020. 04. 14


논문수정일자: 2020. 05. 21
게재확정일자: 2020. 05. 22

You might also 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