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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는 말
1) Francis Turretin, Institutes of Elenctic Theology, 3 vols., tr. George Musgrave Giger, ed.
James T. Dennison, Jr. (Phillipsburg, NJ: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1994).
1.1.8.
2) Louis Berkhof, Introductory Volume to Systematic Theology, in Systematic Theology
(Grand Rapids: Eerdmans, 1996, new ed.), 93.
3) 이는 조직신학의 “introduction”과 동일시된다. Cf. Charles Hodge, Systematic Theology, 3
vols. (Grand Rapids: Eerdmans, 1995, rep.), 1.1-188. 이런 맥락에서 “the principia of
dogmatics”라고 명명되기도 한다. Berkhof, Introductory Volume to Systematic Theology,
93-186.
4) Cf. Byung Soo Han, Symphonia Catholica: The Merger of Patristic and Contemporary
Sources in the Theological Method of Amandus Polanus (1561–1610)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015), 85-94. 여기에서 신학의 원리를 다룬 개혁신학자들의 다음 작품
들이 거론된다. Andrea Hyperius, Methodi theologiae, sive praecipuorum christianae
religionis, 1567, I.24–25; Sibrandus Lubbertus, De principiis christianorum dogmatum libri
VII, 1591, I; Bartholomäus Keckermann, Systema sacrosanctae theologiae, 1602, I.ii; Lucas
Trelcatius, Scholatica et methodica locorum communium, 1604, I.i; Amandus Polanus,
Syntagma theologiae christianae, 1610, 96-103, 207-227; Franciscus Junius, De vera
theologia, in Opuscula theologica selecta, 1613, I–II; Franciscus Gomarus, Disputationes
theologicae, in Opera theologica omnia, vol. 2, 1644, II.xii–xiv.
5) Cf. Richard A. Muller,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vol. 1, Prolegomena to
Theology (Grand Rapids: Eerdmans, 1987), 106-112; 126-136; 한병수, “아만두스 폴라누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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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학자들은 신학의 원리를 계시의 원리(principia revelationis)라고도 칭
하며, 다음 세 가지를 거론한다. 첫째, 존재의 원리(principium essendi)로서, 하나님
자신, 혹은 하나님의 자기계시에 관한다. 둘째, 외적 인식의 원리(principium
cognoscendi externum)로서, 성령의 영감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관
한다. 셋째, 내적 인식의 원리(principium cognoscendi internum)로서, 성령의 조
명과 감화로, 믿음으로, 그 대상을 받아들임(受納)에 관한다.6) 신학의 원리가 대상으
로 삼는 계시는 일반계시(revelatio generalis)와 특별계시(revelatio specialis)를 포
함한다. 일반계시는 피조물, 사람, 국가(사회, 질서)를 계시물(啓示物)로 해서 모든 사
람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서, 창조 혹은 자연의 일반은총에 상응한다.
‘일반은총의 계시적 도구’로서, 모든 사람에게 본성적으로 부여되는 신성에 대한 의식
(sensus divinitatis), 종교의 씨앗(semen religionis), 양심(conscientia)이 다루어진
다.7) 특별계시는 성경을 계시물로 해서 택함 받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을 아
는 지식으로서, 구원의 특별은총에 상응한다. 구원의 믿음(fides salvifica)이 ‘특별은
총의 계시적 도구’로서 다루어진다.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는 계시물은 다르지만, 모두 하나님을 대상으로 하고, 하
나님이 계시주(啓示主)시며,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다. 그러므로 일반계시와 특별계
시의 “계시성(revealedness)”에는 아무 차이도 없는 것인가? 그래서 성경 없이, 혹은
성경을 떠난, 자연(피조물)을 통한 신학도 가능한가?8) 그렇지 않다면, 성경에 신학의
대상이 되는 사실들이 모두 함의되는가?9) 그렇다면, 하나님과 성경은 어떤 관계인
가?10)
이러한 질문들이 “신학의 원리”의 장(場)에 속한 핵심 논제들로서 부각된 것
은 소위 화란의 신(新)칼빈주의(the so-called Dutch Neo Calvinism)를 대변하는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와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에 의해서였다. 카이퍼는 바빙크보다 17년 먼저 났으나, 카이퍼
의 『신학 백과』가 1894년에,11) 바빙크의 『개혁 교의학』 제1권이 1895년에 출판되었
으니,12) 신학의 원리와 서론에 대한 그들의 이들 주요 작품들은 실상 동시대에 속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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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카이퍼와 바빙크의 계시론, 신학적 인식론, 신학과 철학 혹은 계시와 이성의 관계
의 이해 등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도 계속된다. 그들에게 미친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1225-1274)의 영향, 자연신학에 대한 그들의 입장 등과 관련하여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져 있다. 이들의 입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도여베이
르트(Herman Dooyeweerd, 1894-1977), 스킬더(Klass Schilder, 1890-1952), 반틸
(Cornelius Van Til, 1895-1987) 등의 견해가 적절한지도 여전히 논란이 된다.13)
무엇보다 이들 주제들을 다룸에 있어서 카이퍼와 바빙크의 일반은총론이 도
마에 올랐다.14) 그렇지만 정작 그 신학적 해법이라고 할, 신학의 원리로 추구되는 계
시의 본질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어떠한지에 대한 전반적 고찰은 찾기 어려웠다.15)
칼빈은 선구적 혜안을 가지고 일반계시와 특별계시의 신학적 상관성(theological
relatedness)에 주목해서 일반은총을 논하며,16) 이런 경향은 카이퍼와 바빙크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17) 그러므로 신학의 원리에 대한 이 둘의 입장을 논구하는 것은
일반은총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 어떠한지를 밝히는 데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카이퍼와 바빙크의 신학의 원리 이해를 위에 언급한 그들의 주저
들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제2장에서는 바빙크의 입장을, 제3장은 카이퍼의 입장을 다
루고, 제4장에서 그 둘을 비교한 후, 제5장에서 여러 논란들과 관련하여 결론적 언급
을 한다. 바빙크를 먼저 다루는 것은 신학의 원리가 그에게서 더욱 ‘신학적으로’ 체계
화되어 부각되기 때문이다.
12) Herman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4 vols. (Kampen: J. H. Kok, 1895–1901; 4th
ed., 1928); Reformed Dogmatics, tr. John Vriend, ed. John Bolt, 4 vols. (Grand Rapids:
Baker, 2003-2008).
13) 다음은 이러한 논쟁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Richard A. Muller, “Kuyper and Bavinck on
Natural Theology,” Bavinck Review 10 (2019), 5-6.
14) Cf. Cornelius Van Til, Common Grace (Philadelphia: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1947), 14-95; William Masselink, General Revelation and Common Grace: A
Defense of the Historic Reformed Faith over against the Theology and Philosophy of the
So-Called “Reconstructionist” Movement (Grand Rapids: Eerdmans, 1953), 11-262; J.
Douma, Common Grace in Kuyper, Schilder, and Calvin: Exposition, Comparison, and
Evaluation, tr. Albert H. Oosterhoff (Hamilton, Canada: Lucerna CRTS Publications, 2017),
3-127.
15) 다음 글은 카이퍼와 바빙크가 신학의 원리에 대한 정통적 입장에 서 있음을 밝힌다. Laurence
O’Donnell, “‘Bavinck’s Bug’ or ‘Van Tilian’ Hypochondria?: An Analysis of Prof. Oliphint’s
Assertion That Cognitive Realism and Reformed Theology Are Incompatible,” in For the
Healing of the Nations: Essays on Creation, Redemption, and Neo-Calvinism, ed. W.
Bradford Littlejohn and Peter Escalante (Moscow, ID: Davenant Trust, 2018, 2nd ed.),
133-166.
16) Cf. Herman Bavinck, “Calvin and Common Grace,” in Calvin and the Reformation, ed.
William P. Armstrong (New York: Fleming H. Revell Co., 1909), 99-130; Benjamin B.
Warfield, “Calvin’s Doctrine of the Knowledge of God,” in Calvin and the Reformation, ed.
Armstrong, 136-151; Herman Kuiper, Calvin on Common Grace (Grand Rapids: Smitter
Book Company, 1928); Douma, Common Grace in Kuyper, Schilder, and Calvin:
Exposition, Comparison, and Evaluation, 233-283.
17) A. Kuyper, De Gemeene Gratie, 3 vols. (Amsterdam/Pretoria: Hoveker & Wormser, 1902-1905);
Herman Bavinck, De algemeene genade (Kampen: G. Ph. Zalsman, 1894). Cf. Cornelius Van Til,
Common Grace and the Gospel (Philadelphia: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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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빙크의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신학의 원리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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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원리는 하나님의 자신을 향하신 절대적 지식, 하나님의 우리를 향
하신 객관적 지식,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는 주관적 지식에 상응한다.26) 이 세 가지
지식은 각각 하나님의 경륜을 고유하게 드러내나, 그 지식 자체는 하나이다. 이러한
신학의 원리에 대한 정의적 고찰을 바빙크는 삼위일체론적 진술로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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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과 주체 사이에는 반드시 상응이나 연관이 있어야 한다. 세상을 비추는
로고스가 또한 자기 빛이 우리의 의식 가운데 비춰지도록 하셔야 한다.
이것이 이성의 빛, 지성의 빛이다. 그 빛 자체가 로고스로부터 기원하며, 그
빛은 만물 안에서 로고스를 인식한다.……우리 안의 지식이 사물들이 우리
영혼에 새겨진 것이듯이, 마찬가지로 사물들 안에 하나님의 지식이 여하하게
새겨짐 없이는 형상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하나님 홀로 자기의
신적인 의식으로부터 자기의 피조물들을 통하여 진리에 대한 지식을 우리의
마음에 전해 주신다. 성자에 의해서 성령 안에서 자신을 우리에게 계시하시는
분은 성부(the Father who by the Son and in the Spirit reveals
himself to us)30)이시다.31)
30)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I.207: “de Vader die door den Zoon in den Geest
zich aan ons openbaart.”
31)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3.
32)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1.
33)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1.
34)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2.
35) 칼빈은 일반계시와 일반은총을 논하면서 “이성의 빛”이라는 개념을 누차 언급한다. Cf. 칼빈, 『기독
교 강요』, 1.15.8; 2.2.14-15, 19-21.
36) 헤르만 바빙크, 『기독교 세계관』, 김경필 역 (서울: 다함, 2020), 111-112: “동일한 하나님의 지혜가
사물들에게는 현존을, 우리의 생각에는 객관적 타당성을 부여하고, 사물들에게는 인식가능성을, 우리
의 지성에는 사유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며, 사물들을 실제적이게, 우리의 관념들을(denkbeelden) 참
되게 합니다. 사물들 안의 이해 가능한 것(het intelligibele in de dingen)은 우리 지성의 내용(de
inhoud van ons intellect)입니다. 존재와 앎, 이 두 가지는 모두 말씀 안에 그것들의 근거(ratio)를
가지며,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은 모든 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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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원리는 실재론에 설 때 비로소 수립된다. 다만 그 원리는 신학의 원리에
배치될 수 없다.37) 학문은 피조물에 대한 지식을 존재의 원리로, 피조물 자체를 외적
인식의 원리로, 이성을 내적 인식의 원리로 삼는다. 그런데 피조물에 대한 보편적
지식은 하나님의 지식에서 유래하며, 피조물 자체는 하나님의 작품이며, 이성은
로고스에 참여함으로써 하나님의 빛으로 작용한다. 이 점에서 학문의 원리는 신학의
원리와 동일시할 수 없으되, 다만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와 경륜을 전제하는 신학의
원리에 비추어 다루어져야 한다.38)
이 점은 바빙크가 종교의 원리를 다룰 때에도 부각된다. 그는 객관적
종교(religio objectiva)와 주관적 종교(religio subjectiva) 개념을 개진하여, 전자를
계시와 동일시하며, 후자를 경건, 예배, 믿음, 경외 등으로 파악하며,39) 종교의
자리(sedes)가 지성(주지주의), 도덕(주의주의), 감정(주정주의)으로 획일화될 수
없음을 지적한다.40) 그리고 종교의 원리에 대한 삼위일체론적 결론을 내린다.
37) 그러므로 창조주를 떠난 피조물은 그 지식에 있어서 외양만 있을 뿐 실재가 없다고 바빙크는 말한
다. Herman Bavinck, The Philosophy of Revelation: The Stone Lectures for 1908-1909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London: Forgotten Books, 1901), 90.
38)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1-232. 이와 같이 신학의 원리와 학문의 원리의 상관성에 주
목한 점에 있어서 바빙크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64-430)와 아퀴나스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학을 채색하여 신학의 원리와 학문의 원
리를 획일화하려고 한 아퀴나스의 입장은 분명히 거부된다. Cf. Arvin Vos, “Knowledge According
to Bavinck and Aquinas,” 2 parts, Bavinck Review 6 (2015), 9-36; Bavinck Review 7 (2016),
8-62; Eduardo J. Echeverria, “The Reformed Objection to Natural Theology: A Catholic
Response to Herman Bavinck,” Calvin Theological Journal 45/1 (2010), 87-116.
39)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36-245.
40)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54-269.
41) Bavinck, Gereformeerde Dogmatiek, I.254: “de Vader die door den Zoon in den Geest
zich aan ons openbaart.”
42)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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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도 이를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하고 있음을 파악하였다.43)
43) 이 점에서 바빙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와 계시를 전제하는 변증을 수행하고 있다.
44)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4-305.
45) 바빙크는 신학의 원리를 논하기에 앞서 교의학의 출발을 계시가 아니라 감정에 두는 슐라이어마허
(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나, 윤리에 두는 리츨(Albert Ritschl, 1822-1889)과 프랑
크(F. H. r. von Frank, 1827-1894)나, 종교철학에 두는 트뢸취(E. Troeltsch, 1865-1923)를 비판
하며, 자연신학이나 자연종교는 하나님에 관한 지식(scientia de Deo)을 원천으로 하지도 않고 추구
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08-210.
46) Cf. 바빙크, 『기독교 세계관』, 102: “우리는 사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물들을 알지만, 사물들은
하나님이 그것들을 아셨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만물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창조되었다는 교리는 모
든 지식과 앎에 대한 설명이고, 주체와 객체가 상응한다는 명제의 전제입니다.”
47) Bavinck, Reformed Dogmatics, 1.299.
48)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7.
49)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7. Cf. Steven J. Duby, “Working with the Grain of
Nature: Epistemic Underpinnings for Christian Witness in the Theology of Herman
Bavinck,” Bavinck Review 2 (2012), 60-84.
50)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8.
51)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8.
52) Bavinck, Reformed Dogmatics,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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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계시 가운데 그는 자신을 공간과 시간에 묶으시고, 사람의 언어와
언술을 채용하시며, 그것들을 피조물의 방식으로 활용하신다(창 1:28; 2:16f.,
21f.; 3:8f.).……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순전한 상태에서는 자연계시와
초자연계시가 서로 어울린다. 그것들은 서로 모순되지 않으며
상보적이다.……그것들은 모두 하나님이 자신의 은혜로 사람들에게
낮아지셔서 그들에게 자신을 맞추신다는 생각에 기초한다.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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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드러내셨고, 자신을 완전히 주셨다.63) “계시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인격이다.”64) “성경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성육신의 산물이며 어떤 의미에서
그것의 계속이다. 이로써 그리스도는 교회를 자기의 집으로 삼고 하나님의 충만한
내주의 길을 그곳에서 예비하신다.”65)
바빙크는 이러한 그리스도의 성육신에 비추어 성경의 성령 영감을
개진한다.66) 성령은 이 땅의 성도에게 그리스도의 사역을 적용하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해석하는 사역만 감당한다. 성령은 새로운 가르침을 취하지 않고 모든
가르침을 그리스도에게서 취하신다. 성령의 성경 영감에 있어서 성경의 충족성을
말함은 곧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아들로서 모든 의를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계시와
구원의 완전함과 완성을 말함에 다름 아니다.67) “외적 말씀은 수단이고, 내적 말씀은
목적이다. 성경은 모든 사람이 주님에 의해서 가르침을 받고 성령으로 채워질 때 그
목표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68) “그리스도가 기독교 자체이다.” “그가 그 길
자체이다.”69)
여기에서 보듯이 바빙크는 계시를 그가 신학의 원리를 다룰 때와 다름없이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관점에서 전개된다.70) 특별은총과 일반은총에 대한 그의
이해는 이러한 계시 이해의 지평에서, 그 이전에 신학의 원리의 지평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일반은총 혹은 자연신학에 대한 논란을 다룰 때에도 이 점이 숙고되어야
한다.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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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학문에 있어서는 사유하는 자로부터 대상에 대한 지식이 형성되나, 신학에
있어서는 그 대상인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나온다. “하나님이
계시하시는 것은 그것을 계시하시기 전부터 의식하시는 자신에 관한 지식이다.”73)
“하나님만이 자신을 아신다.” 하나님의 자기의식과 자기계시,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원형적 지식(cognitio Dei archetypa)”이 “계시된,” “하나님에 대한 모형적
지식(cognitio Dei ectypa)”이 신학의 대상이다.74) 영원한 존재는 피조물의 수준에
어울리는 피조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이 자신을 하나님으로 계시하신다.
그리하여 영광을 나타내시고, 영광을 받으신다.75) 하나님은 영이시나, 사람은 영이
아니라, 영적 존재이다.76) 피조성(createdness)은 의존성(dependence)에 그 본질이
있다. 신학은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기뻐하심 “아래에” 의존한다.77)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모든 지식은 모형신학으로서, 원형신학이라고 불리는
하나님의 자기계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하나님 자신이 아니고, 하나님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우리에게 계시하신,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다.”78) “그것은 하나님이 한 하나님께 자신에 대한 지식을 알리시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자기지식을 사람에게 나눠주시는 것이다.” 그 지식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맞추어주신다는 측면에서, 모형계시 가운데 표상되고 각인된 원형계시로서,
의인화된 지식이며 형상화된 지식이지만, 단지 환상이나 상상이 아니라 진리이다.79)
모형계시는 하나님이 자신의 기뻐하신 뜻에 따라 계시하신, 계시된 만큼의 계시이다.
모형계시는 우리에게 맞추어진 계시(revelatio accommodata)로서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주어지나 우리에게 완전하고 충분한 진리(veritas)이다.80)
지상의 신학(theologia stadii)은 본향의 신학(theologia patriae)과는 달리
영화가 아니라 성화 과정에 부합한다.81) 우리의 신학은 모형신학으로서 모형계시로
신학하며, 그 계시 자체가 “종교의 대동맥”이다.82) 이는 피조물에 일반적으로, 성경에
특별히 계시되며, 믿음으로써 의식된다. 믿음으로써 하나님에 “관한(about)” 지식이
“우리 안의(within us)” 지식으로 “새겨지며,” 우리에게 “구체적 지식(concrete
knowledge)”이 된다. 이 지식은 하나님의 형상을 한 우리에게 종교적 씨앗(se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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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is)이 부여되어 받아들이게 되는, “타고난 지식(innate knowledge)”이다.
사람은 이 지식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점에서 우주라는
계시의 극장에 있는 관객이자 배우이다. “사람은 그 자신이 가장 부요한 도구이다.
하나님은 사람 안에서 사람에 의해서 자신을 계시하신다.”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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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중심 계시(a central Revelation)”로서 자연 가운데 그리고 자연 너머로
작용하는 “아주 특별한 섭리(providentia specialissima)”를 말한다.88) 이 특별한
섭리는, 내적 증거로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게 하는, 하나님의
자기계시를 신자들에게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성령의 특별한 역사에 따른다.89) 이
특별한 섭리에 있어서, 성경은 성령의 역사로 그리스도를 구원주로 비추는 도구이다.
이 경우에도 성경의 계시는, 그 질료는 일반적 섭리에 있어서와 다르지만,
“위로부터(a;vnwqen)” 하나님으로부터 그리스도에 의해서 주어진다.90)
영감(inspiratio)으로, 사람의 영(the spirit of man)은 하나님의 영(the
Spirit of God)과 교통한다. 사람의 영은 하나님의 형상의 인격성을 지니되 피조물의
의존성 가운데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의 감동을 받아야 하나님의 자기의식 혹은
자기지식을 받아들여 의식하고 알게 된다. 이러한 “영감에 대한
개방성(Inspirationsfähigkeit)”은 성경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와 자연을 통한
하나님의 계시에 모두 미친다. 계시물이 성경이든 자연이든 간에 그것들을 통하여
계시하시는 계시주는 한 분 하나님으로서 동일하시며, 그것들을 통한 계시에
있어서의 하나님의 감동도 동일하기 때문이다.91) 이 경우에 있어서도, 그 감동은
그것이 작용하는 형상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으나 그것의 대상이 되는 질료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다만 그 모든 질료에 있어서의 영감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다.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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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상 사람은 [타락 전에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능동적으로 취할 수
없었다. 타락 후 사람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심지어 수동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을 수조차 없게 되었다.”94) 하나님에 의해 주어지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그
내용에 있어서 타락 전과 후에 달라지지만, 그것이 언제나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나옴에 있어서는 다름이 없다. 즉 질료적으로는(materialiter) 그 섭리에 있어서 타락
전의 자연의 은혜와 타락 후의 중생의 은혜 사이에 차이가 있지만,
형상적으로는(formaliter) 그 모두가 하나님의 선물로 주어짐에 있어서 변함이 없다.
여기서 타락 전과 타락 후의 차이를 자연과 은혜의 차이로 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죄는 존재(essence, esse)가 아니라 존재의 양식(modality, to,
esse)이며, 중생은 다른 존재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갱생되고 완성되어 이상적인
존재의 양식에 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존재의 원리는 타락 전과 후에
있어서 다르지 않으며, 언제나 은혜의 영역에 있다고 해서 자연의 영역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신학의 주제를 자연과 은혜로 양분해서는 안 된다. 은혜를 떠난
자연이 없기 때문이다.95)
“특별한 신학은 한시도 자연적 신학 없이 고려될 수 없으며, 자연적 신학은
그 자체로 하나님을 아는 어떤 순수한 지식도 제공할 수 없다.”96) 카이퍼가 말하는
“자연적 신학(theologia naturalis)”은 “자연적 원리(principium naturale)”에
상응하는 것으로서,97) 자연을 은혜에 배치시키거나 자연을 은혜로 보되 자연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기는, 오늘날 학계에서 회자되는 이성주의자들의
자연신학과는 분명히 그 궤가 다르다.98) 카이퍼는 자연적 원리가 본래의 원리이며
특별한 원리는 타락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더하여져서 자연적 원리를
도우며, “더 상위의 하나됨(a higher unity)”으로 자연적 원리를 완성한다고 본다.99)
이 점에서 모든 은혜는 자연적 원리에서 비롯되며, 특별한 원리는 은혜의 고양을
의미한다. 타락 전 인류에게는 자연적 은혜가 그 자체로 존재했으나, 타락한
인류에게는 고양된 특별한 은혜가 없는 자연적 은혜는 존재할 수 없다.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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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연적 원리에 있어서의 은혜와 특별한 원리에 있어서의 은혜는
어떻게 ‘원리상’ 하나가 되는가? 카이퍼는 그 보편성(universality)을 그리스도에게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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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됨이 원형계시와 모형계시로서 계시성을 갖게 되는바, 이 이중적 하나됨에
있어서, 그리스도가 계시된, 하나님의 자기계시의 보편적 주제가 되신다. 그리스도가
계시의 존재 자체에 있어서, 그 기록인 성경에 있어서, 머리(caput)이시며
중심(centrum)이시다. 그의 성육신에 의해서 그 지식이 변증법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구체적으로, 주관적으로, 달리 말해서, 신학적으로, 신학의 원리에
부합하게, 추구된다. 카이퍼는 이를 “연합의 신학(theologia unionis)”이라고
칭한다.105) 이 신학이 성령으로 거듭난 인성에 보편적인 주제가 된다. 그러므로
자연신학을 통하여 그 어떤 보편성을 추구하는 것은 거부된다.106) 유일한 계시의
통로는 이 하나됨의 문을 지나야 한다. 신학의 원리는 이를 논구한다.
성육신하신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자기계시의 로고스(Logos)로서, 특별한
원리에 따른 특별한 계시의 실체이시다. 성경은 그 실체의 계시의 기록이며, 성령은
그 계시를 통하여 그 실체를 인류 각자에게 계시한다. 이러한 성경의 특별한,
재창조의 원리는 자연적 원리에 배치되지 않고, 이를 함의하고, 고양시키며,
완성시킨다. 이 점에서 칼빈과 개혁신학자들이 그랬듯이, 오실 그리스도와 오신
그리스도에 대한 기록인 성경을 유일한 신학의 원리라고 부름이 합당하다.107)
105) Kuyper, Principles of Sacred Theology, 283-288. 연합의 신학에 대해서, Muller,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vol. 1, Prolegomena to Theology, 145-153.
106) Kuyper, Principles of Sacred Theology, 296-299, 302, 309-311.
107) Kuyper, Principles of Sacred Theology, 402-403, 41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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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를 실체로 삼는 성경이 계시의 유일한 원리가 된다. 이와 같이 바빙크는 신
학의 원리를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관점에서 파악하며, 학문의 원리와 종교의 원리
도 그 관점에서 전개한다.
카이퍼는 바빙크의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이해를 기본적으로 공유하되, 이를
계시의 원리에 더욱 특화한다. 신학은 하나님에 ‘관한(about)’ 학문이며 하나님‘으로
부터 나온(from)’ 학문, 즉 하나님‘의(of)’ 학문으로서, 지상의 신학은 하나님의 원형
적 지식이 아니라 모형적 지식을 대상으로 하는 모형신학이다. 신학을 함에 있어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그리하여 우리가 알게 되는, 하나님을 아는 모
든 지식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의존의 유일한 효과적 도구가 성경이다. 성경은 자연과
구원에 대한 계시를 담고 있으며, 그 계시가 전하는 은총이 일반적인 일반계시와 그
은총이 특별한 특별계시로 구별된다. 성경은 그 은총에 대한 진리를 유일하게 담고
있으며, 그 은총이 성경의 질료이다. 그 은총은 성부와 하나가 된 성자 안에서 성령
의 역사로 주어지며, 성령의 영감에 따라 자연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구원을 통하여
특별히 베풀어진다. 이러한 자연적 원리와 특별한 원리는 경륜과 섭리가 다를 뿐, 그
계시와 은총의 실체는 그리스도로서 동일하다. 카이퍼는 이 점에서 모든 계시의 보편
성을 찾는다. 이와 관련하여 성육신한 그리스도의 중심성과 개방성이 중점적으로 부
각된다. 그 중심성은 창조의 자연적 원리와 구원의 특별한 원리에 있어서 성자
(Logos)가 성부와 하나가 되심에, 그 개방성은 성육신 하신 그 성자와, 자연이든 구
원이든 모두 은혜로써, 하나가 됨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자연적 원리와 특별한 원리
가 모두 연합의 신학에 돌려진다. 이와 같이 연합의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와 경륜과 성육신한 그리스도의 구원의 특별한 은혜를 전제한다. 자연은 이 은혜에서
배제되지 않지만, 자연이 그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성주의자들의 자연
신학에는 그 어떤 여지도 남지 않는다. 바빙크와 다름없이 카이퍼 역시 그리스도를
언약의 머리로서 계시와 은총의 시작과 정점, 즉 중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108) Bavinck, The Philosophy of Revelation: The Stone Lectures for 1908-1909 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3ff.
109) Bavinck, Reformed Dogmatics,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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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를 전제하는 개념의 보편성을 말하는 신학-원리적
실재론이다. 이는 스스로 계시고 스스로 자신에게 지식이신 하나님이 자신을
계시하시고자 자신의 형상을 한 인류를 창조하시고 자신을 계시하셔서 인류가 계시를
수납함으로 자신을 알게 하신다는, 고유한 계시-원리적 인식론을 칭한다.110) 신학을
“하나님에 관한 조직화된 지식(the systematized knowledge of God)”이라고
정의하면서,111) 이를 하나님, 인간, 계시의 세 가지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워필드(Benjamin B. Warfield, 1851-1921)도 동일한 궤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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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지와 다름없이 성경의 사실들만이 신학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으며,119) 반틸과
다름없이 성경적 사실들이 모든 사실을 함의한다고 보았다.120) 이 점은 카이퍼에
의해서도 집중적으로 부각되었다.
카이퍼는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경륜에 있어서, 그것이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의 창조 중보에 따른 것인지 성육신하신 그 아들의 구원
중보에 따른 것인지 차이는 있지만, 둘 모두 그리스도를 중보자로 한다는 점에서
다름이 없음을 지적한다.121) 이러한 기독론적 이해 가운데, 자연과 은혜가 서로
하나이며 자연이 없으면 은혜가 있을 수 없으며 은혜가 자연을 풍성히 한다는 점에
주목해서, 자연과 은혜의 상이함보다 창조와 재창조의 고유한 특성을 더욱
부각시킨다.122) 이 점에 비추어, 카이퍼가 로고스론에 입각해서 실재론을 보편적으로
세우려고 한 약점이 있다고 보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적절치 않다.123) 카이퍼는
바빙크와 다름없이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관점에서 신학의 원리를 세우고 그
일환으로 로고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124)
바빙크와 카이퍼에 있어서 자연신학과 초자연신학은 신학의 원리의 한 체계
안에 함의되는 것이지, “서로 제한하는 개념들”은 아니다.125) 그러나
유니우스(Francis Junius, 1545-1602)나 뚤레틴(Francis Turretin, 1623-1687)의
경우와 다름없이, 바빙크와 카이퍼는 자연신학 혹은 자연적 신학을 적극적으로
다루되, 이성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오직 거듭난 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구원의
은총의 일환으로서 그리한다.126)
118) Thomas Aquinas, Summa contra Gentiles, tr. Anton C. Pegis (Notre Dame, IN: Notre
Dame University Press, 1957), 1.63.
119) Hodge, Systematic Theology, 1.18.
120) 그러므로 바빙크와 아퀴나스가 공히 실재론에 서 있다며 그들의 인식론을 동일시하는 경향은 경계
해야 한다. 다음 글은 이런 오류에 빠져있다. David S. Sytsma, “Herman Bavinck's Thomistic
Epistemology: The Argument and Sources of his Principia of Science,” in Five Studies in
the Thought of Herman Bavinck, A Creator of Modern Dutch Theology, ed. John Bolt
(Lewinston, NY: Edwin Mellen Press, 2011), 16-48.
121) Kuyper, De Gemeene Gratie, II. 631, 642. 그리스도의 이중적 중보에 대해서, Abraham Kuyper,
Dictaten Dogmatiek: college-dictaat van een der studenten, niet in den handel. 5 Vols.
(Grand Rapids: J. B. Hulst, 1910), III, Locus de Christo, I-II.
122) Cf. 박태현, “아브라함 카이퍼의 일반은총론 소고,” 「개혁논총」 31(2014), 173-179.
123) Cf. Jacob Klapwijk, “Abraham Kuyper on Science, Theology and University,” Philosophia
Reformata 78 (2013), 24-27, 29-33, 43-45.
124) 다음 글은 카이퍼의 일반은총론을, 특히 특별은총론의 관계에 있어서의 기독론적 접근에 있어서,
그의 신학 전체에서 신중하게 파악해야 함을 지적한다. S. U. Zuidema, “Common Grace and
Christian Action in Abraham Kuyper,” in On Kuyper: A Collection of Readings on the
Life, Work & Legacy of Abraham Kuyper, ed. Steve Bishop and John H. Kok (Sioux
Center, IO: Dordt College Press, 2103), 253-269, 272-278, 280-286.
125) Cornelius Van Til, An Introduction to Systematic Theology (Nutley, NJ: Presbyterian and
Reformed Publishing, 1974), 74.
126) Cf. G. C. Berkouwer, General Revelation (Grand Rapids: Eerdmans, 1955), 168; Jue,
“Theologia Naturalis: A Reformed Tradition,” 176-182. 이 점에 비추어 반틸은, 바빙크와 카이
퍼가 자신들이 칼빈을 좇아서 로마 가톨릭의 자연신학과 단절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기독교적 방
법인 경험주의 및 추상적 보편성을 견지하는 이성주의와 느슨한 고리로나마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한’ 하나님이 아니라 삼위일체 ‘그’ 하나님의 전제에 올바르게 서 있지 못하다고 비판하며, 심지어
이들에게 전적타락 교리에 배치되는, 일반은총의 항구성과 진화성에 대한 사상마저 엿보인다고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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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트는 칼빈주의자들이 타락 전 예정설에 서서 그리스도의 구원 중보를
창조 중보에 종속시킨다고 비판하고, 그리스도의 구원 중보가 모든 창조, 모든 인류에
미친다고 보아, 보편구원론을 주장하는데, 카이퍼의 신론과 기독론을 일반은총론의
시각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이러한 바르트의 입장과 카이퍼의 입장의 유사함을
말하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발상이다.127) 카이퍼가 견지하는 신학의 원리는 바빙크의
경우와 다름없이 바르트식의 변증법적 해석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카이퍼나 바빙크가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의 근거를 동일하게
그리스도에게서 찾되,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의 신성에만 주목하고 그의 인성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있으나, 이 역시 일반은총론으로 모든 신학을 획일화하려는
자의성에서 비롯되는 오류이다. 왜냐하면 카이퍼와 바빙크는 칼빈과 정통
개혁신학자들의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계시 이해에 근거해서 신학의 원리를
개진하고 있으며.128) 그들의 기독론은 중보자의 인격에 있어서의 신인양성의 위격적
연합과 그 가운데서의 위격적 사역에 충실히 서 있기 때문이다.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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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Grace, 16-18, 58.
127) Cf. Cambria Janae Kaltwasser, “Assessing the Christological Foundation of Kuyper's
Doctrine of Common Grace,” in Revelation and Common Grace, ed. John Bowlin (Grand
Rapids: Eerdmans, 2011), 200-219.
128) Cf. 문병호, “칼빈의 계시론: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 이해,” 『칼빈신학: 근본 성경교리 해석』 (서울:
지평서원, 2015), 85-115.
129) Cf. Jeremy Begbie, “Creation, Christ, and Culture in Dutch Neo-Calvinism,” in Christ in
Our Place: The Humanity of God in Christ for the Reconciliation of the World: Essays
Presented to Professor James Torrance, ed. Trevor A. Hart and Daniel P. Thimell (Ex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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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문병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조직신학
- 22 -
계시론과 은총론에 기초하여 신학의 서론을 체계적으로 수립한 개혁신학자들에 의해서
개진되었다. 이는 일차적으로 신학적 인식론을 지칭하지만, 그 지평은 신학 교리 전반에
미친다. 바빙크는 신학의 세 가지 원리―존재의 원리인 하나님, 외적 인식의 원리인 성경,
내적 인식의 원리인 성령 혹은 믿음―를 삼위일체론적-기독론적으로 파악하고, 그 관점에서
계시와 은총과 영감을 다루고 있는바, 카이퍼 역시 동일한 궤에 서 있다. 다만 산학의 원리
자체로부터, 그 존재의 원리가 되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전제로, 계시과 은총의 신학적
상관성을 도출하는 데 좀 더 주안점을 두는 바빙크와는 달리, 카이퍼는 일반적 원리와
특별한 원리를 계시와 은총의 상관성에 기초해서 보편화시키고 그 가운데 일반계시와
특별계시 및 일반은총과 특별은총의 관계를 문화적으로 파악하는 데 좀 더 주안점을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빙크와 카이퍼는 그리스도(로고스)가 계시와 은총의 시작(initium)이자
정점(culmen)으로서 중심(centrum)이 된다고 보고 신학의 원리를 계시의 원리로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이에 주목하게 될 때, 그동안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카이퍼와
바빙크의 일반은총론과 일반계시론이, 자연신학을 거부하는 개혁신학자들의 정통적 입장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신학적 답이 주어지게 될 것이다.
[영문초록]
Moon, Byung Ho
Professor of Systematic Theology,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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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pective of the relevance of revelation and grace in general and on the whole,
and Bavinck’s focus is more on deducing systematic theological significance of
revelation, grace, and inspir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principa theologiae in se.
Notwithstanding, both are in the same stance in the light of the fact that they
establish principia theologiae on the basis of principia revelationis with reference to
the fact that Christ(Logos) is the center(centrum) as the beginning(initium) and
climax(culmen) of theology. In this respect, we can find that Bavinck’s and Kuyper’s
understanding of general revelation and common grace are not in contradiction with
Reformed theologians’ orthodox position of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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