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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w ell No.

132 2009 5* 6
향긋한 인터넷카페 동서식품 홈페이지 http://www.dongsuh.co.kr
동서식품 사외보 격월간 2009년 5월 1일 발행 통권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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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 선選

시간 1

커피 잔을
입술에 대는 순간
시간의 소리가 들려 왔다
세월을 마시듯이
커피를 삼킨다

제발 소리를 내지 말아 다오
톱니바퀴에 끼어 돌아가는 시간
모터가 시간을 토막 내고
미치겠구나

나는 강물로 살고 싶은데
나는 구름으로 살고 싶은데
아아 들판 싱그러운 풀로
살고 싶은데

시_박경리∙일러스트_이경국

해 설 소설<토지>의작가박경리선생은누구보다사람을사랑하고, 자연을사랑한분이었다. 그녀는생애를바쳐소설을썼지만한편


아름다운시를쓴시인이기도했다. 타계후에나온시집<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가독자들의열띤사랑을받았던것은주지
하는바와같지만여기에소개하는<시간1>은그전에나온시집<우리들의시간>에실려있는시이다.“내가희망을잃지않았던것은남몰
래시를썼기때문인지도모른다.”
는고백이다시한번아릿하게가슴을파고든다. 이시의호흡으로보아맨끝구절에한구절을넣는다
면…….‘사랑하고싶은데……’
가될것이다. (문정희)
14

16

04
C O N T E N T S

10
맥스웰 향기 | 2009 5*6| No.132
32

02 사랑시 선 시간 1 04 커피 한 잔 하실래요? 야구해설위원 허구연 08 작업실 동서문학상 금상 구본석 10


22

전용성의 해외기행 스페인 산티아고 14 It Coffee 카페라떼 16 테마탐방 양재동 꽃시장 20 이야기로 본 바

표지 그림_김혜경
둑이야기 커피로 효도한 웅이 22 여행길 카페이야기 강원도‘국화꽃 향기’26 커피통신 COFFEE & ART 28

즐거운 문화읽기 영화음악, 음악영화 32 동서레시피 녹차 34 커피에세이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 38 요리조리 커피 더치커피

40 열린글마당 내가 실수한 영어 한마디 46 Old & New 아름다움의 비밀, 화장품 48 안테나 50 독자의 소리 51 광고

통권132호 / 1984년 4월 24일 등록 / 마-1005 (격월간∙비매품) 2009년 5월 1일 발행 / 발행처∙동서식품주식회사(02-3271-0114)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2동 411-1 / 발행인 겸 편집
인∙이창환 / 기획 및 디자인∙(주)미디어월드(02-541-0426) / 사진∙스튜디오 탁스(02-573-4290) / 인쇄∙(주)타라티피에스(02-848-3030)
커피 한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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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허구연표 야구를 보다
야구는 축구나 농구처럼 격렬한 몸싸움이나 골대를 향한 빠른 공수전환이 없다. 오직 공 하나가 향하는 곳을 모두가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그
공이 움직이는 순간 정적이 깨진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 전의 정적과 타자가 공을 향해 배트를 휘두르면서 정적이 깨지는 순간, 그 미세
한 흐름의 변화를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야구해설위원 허구연의 역할이다.
그는 국내야구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까지 시청하고 야구를 분석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하루가 야구로 시작해서 야구
로 끝나는 셈이다. 야구밖에 모르는 그는 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계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어록
까지 있을 정도다.
작년 북경 올림픽 때,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홈런을 보고“독도를 넘어 대마도까지 날아가네요.”라고 해 야구팬들을 열광케 하더니,
이번 WBC 게임에서도 그의 입담은 여전했다. 일본전에서 봉중근의 활약을 보고“봉중근, 안 팔아요.”라며 재치 있게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
에게 열광하던 팬들은 그가 특유의 경상도 억양으로 외치던“대쓰요!(됐어요)”를 제목으로 어록집을 만들기도 했다.
재치 있는 말솜씨 뿐 아니라 철저한 경기분석을 통한 예리한 해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기를 설명할 때‘왜’에 대해서 많이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요.”
오랫동안 현장에서의 경험이 그의 해설을 좀 더 살아있는 해설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선수로 뛰었죠. 감독, 코치도 해보고요. 현장에서 뛰어봤기에 감독, 코치, 선수의 입장에서 더 잘 이
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더 높은 차원에서 경기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라운드에 선 4번 타자
그의 야구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1962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몸짓이 컸던 그는 전력강화를 위해 제1회 부산시장기 초등
학교 야구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처음 잡아 본 야구 배트로 홈런을 치면서 주목 받게 된다. 우연히 잡았던 배트로 그는 야구부에 입단하게 되
고 곧바로 4번 타자를 맡으면서 학교를 우승으로 이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차근차근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있던 1976년, 그는 한일 올스타 경기에서 일본선수에 의해 부상을 입게 되었다.
“많이 힘들었죠. 몸이 따라갈 수가 없어서 야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6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야구를 떠나야 했던 그는 법대 대학원 시험을 치루고 합격 통보를 받는다. 야구밖에 몰랐기에 그
의 합격소식은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법학 강의를 시작하게 되고 한창 강의를 했던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다.
“프로야구가 생겨나자 바로 MBC에서 야구해설을 요청해왔어요. 1978년부터 가끔 동아방송(라디오)에서 아마추어 야구 해설을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저는 강의를 해야 하는 사람인데, 갑자기 해설위원을 해달라고 하니깐 당황스러웠죠.”
강단이냐, 야구냐.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던 야구를 택했다.

야구해설위원
허구연
공하나에울고웃는승부의세계, 때론작은실수에허탈해지고, 몸을아끼지않는호수비에열광하게되는야구. 그생생한현장
을전해주는야구해설위원허구연을만났다. 글_박영화(편집팀) ∙ 사진_탁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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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커피 한잔 하실래요?

“떨지 않고 방송을 하니깐 사람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했기 때문에 야구에 대해서 할 얘기는 많았어요.그래
서 별로 어렵지 않았죠.”
첫 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MBC와 전속계약를 맺게 된다. 특유의 언변으로 야구해설위원으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1985년 봄,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MBC 청룡>에서 그에게 감독직을 부탁해 왔다. 하지만 그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거절한다. 그리고 그
해 11월, <삼미 슈퍼스타스>를 인수한 신생팀 <청보 핀토스>에서 다시 그에게 감독직을 요청해왔고 끈질긴 설득 끝에 감독직을 맡기로 한다.
그러나 당시 꼴지 팀 감독을 맡았던 그가 꼴지 팀에서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탓에 파격적인 대우로 시작한 프로야구 감독직을 떠나
게 된다. 이후 롯데의 수석 코치직을 3년 동안 맡았던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잊지 못할 순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1978년부터 야구중계방송을 한 이후 올해로 32년이 되었다. 32년 동안 수많은 경기 중에 가
장 잊지 못할 경기가 궁금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큰 감동이었어요. 한국야구대표팀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리
고 최근에 끝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그는 최고의 경기, 최고의 순간도 인상적이지만, 경기장 밖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한다.
“한일슈퍼게임 때 이치로가 저에게 봉중근의 볼은 너무 빨라서 알고도 못 치겠다고 말했었죠. 언론에서와 달리 세계적인 스타도 우리나라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솔직하게 얘기하더군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눴죠. 37살인 이치로에게 아이에 대해 물어봤는데 애가 강아지라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고 묻자 강아지를 기르는데 그 강아지가 자기 아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만이 알고 있는 야구 뒷이야기는 그의 넓은 야구계의 인맥을 보여준다. 그의 사무실 KSN(Korea Sports Network)에도 해외 야구스타들
과 찍은 사진들과 사인 볼, 그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대표 스타인 김태균 선수의 사인이 있는 배트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을 야
구와 함께 하였기에,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듯 했다.
“가장 자랑스럽고 보람을 가졌던 일은 야구 용어를 정립한 일이었어요. 1982년은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했던 시기였죠. 그래서 야구경기에
서만이라도 일본 용어를 쓰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야구 용어를 원어나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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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그는‘포볼’을‘볼넷’으로,‘데드볼’을‘몸에 맞는 공’등으로 바꾸었다. 당시 기존의 해설가들
과 야구 기자들은 30대의 젊은 야구 해설가가 생전 처음 듣는 야구 용어를 사용하자 반대가 심했
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가 야구 방송 해설계에 큰 바람을 일으키고
제2회 WBC 중계현장
또한 큰 업적을 세운 것이다.

야구 발전만을 생각한다
야구를 지켜보는 입장에 선 그. 현장으로 돌아가 다시 야구 감독을 하고 싶지는 않을까.
“다시 감독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훌륭한 감독들도 많이 있고요. 각자 자기가 해야 할 역할이 있
으니까요.”
그는 나름대로 야구발전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정치며 사업 등 유혹이 많지만 야구인으로써
야구발전에 힘쓰고 싶다고 한다. 이제 한국야구는 미국, 쿠바, 일본 등 기존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제2회 WBC 일본과 결승직전 이치로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 야구계의 현실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앉으나
서나 야구 발전만을 위해 고민하는 그가 생각하는 과제들은 무엇일까.
“사회인 야구팀이 뛸 장소 마련, 공부와 체육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 돔 구장 건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죠. 특히 요즘 돔 구장 건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죠. 세계 정상급의
경기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 야구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야구뿐 아니라
다른 운동, 문화 공연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돔 구장을 건설해야 합니다. 비가와도 경기나
공연이 취소되지 않게 말이죠. 정책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는 야구팬들에게도 조심스럽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2008년 캄보디아에서 야구교습 현장
자료사진_허구연카페 cafe.daum.net/legendhurbaseball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현장에서 스포츠를 즐기길 바랍니다.”
그는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는 경기장에서 직접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한 팀이 이겼다 졌다가 아닌, 스포츠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
“각 구장마다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죠. 야구장을 같이 응원하고 노래도 부르는 장으로 만들어야 해요. 우린 응원 문화가 독특하잖아요. 광주
에 가면 남행열차가 나오고, 부산에 가면 부산 갈매기가 나오죠. 풍선 방망이나 치어리더 등의 응원 문화도 모두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었죠.”

야구 전도사 허구연
허구연 해설위원은 2007년부터 야구 불모지인 캄보디아에 개인 돈으로 야구방망이와 글러브, 헬멧 등 야구용품을 보내고, 야구를 가르치는
등 야구 보급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는 미국인 선교사가 와서 전해줬죠. 일본의 경우에는 타이완이나 중국 등은 물론이고 가나 등 아프리카, 미얀마 등에서 야구
보급을 위해 노력했죠. 이에 비해 한국 야구는 야구 보급을 위한 활동이 전무해요. 야구가 보급된 100년 동안 우리 야구만 챙긴 거죠.”
그는 캄보디아에 야구를 보급하는 일만큼은 우리나라가 해내길 바라고 있다. 야구를 통해 캄보디아에 희망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야구와 비유한다. 그만큼 야구는 인생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1분 전 패배의 눈물을 흘릴 것 같던 팀이 1분 후 승리의 기
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야구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야구의 매력을 경기장에서 직접 느끼지 못하는 시청자에게 마치 눈앞에서 상황을 지
켜보는 것처럼 전달하는 허구연. 어린 시절부터 야구 인생을 산 그이기에 어쩌면 야구해설위원으로써 가장 적합한 인물일지 모른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하는 그의‘홈~런!’소리가 돔 구장에서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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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작업실

발 닿는 모든 장소가 작품으로 잉태되는 작업실


제9회동서문학상금상수상자

구본석
작가는 감춰진 역사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나 보다. 경주박물관에서 전시된 분황사탑에서 출토되었다는 실패와 바늘을 만나
고, 역사고증을 통해 그 시대의 상황을 유추하고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역사 동화 <연경 침선장>을 끌어낸 것
을보면알수있다. 대단한일이다. 글_박주영(맥심문학회)∙사진_이유나

역사를 통한 동화작가로의 여정 일주일 전에 작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마음이 너무 아파 몸살을 앓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작가를 만났다. 았지요.”
“어린 시절부터 서울 구경을 실컷 하고 싶었는데, 모처럼 서울 나 작가는 환한 웃음과 상냥함으로 처음 만남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들이라 부산에서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가슴이 떨리고 설레었어요. 오랜만에 여유 있는 서울 나들이가 즐겁다며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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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않았다. 며 자연을 가르쳐주신 할머니가 계셨다고 한다. 감꽃 목걸이를 서로
작가에게 동화 금상수상작 <연경 침선장>에서 엿 볼 수 있었던 역 에게 걸어주며 수줍어하는 어린 소녀를 떠올려 본다. 그런 소재로 일
사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자, 물꼬를 튼 듯 역사에 대한 깊은 조예가 흘 제 강점기에 살았던 일본 아이와 우리 아이와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
러나왔다. 도 써 보았다고 한다.
“서울에 오면 만나고 싶었던 숭례문을 만날 수 없어 아쉽네요.” “꿈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가 꿀 수 있지요. 그렇지만 동화 작가
숭례문 화재 소식에 남보다 더 안타깝게 바라봤던 것은 역사 속에 는 아이들의 꿈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
숨어있는 소년을 꺼내 숭례문을 배경 삼아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 요. 그래서 동화를 쓰나 봐요.”
란다. 작가에겐 역사적 모든 공간이 작업실이 된다는 걸 느꼈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좋은 동화를 통하여 보여주
어려서부터 친정어머니에게 전래동화를 즐겨 들었고, 초등학교 4 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꿈을 이루는 순간, 나
학년 담임선생님께 역사 인물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역사 속 도 도전해 보리라는 질투를 느꼈다는 작가. 아마도 그것은 좋은 글을
에서 만난 사람들을 더 알고 싶어 전공을 한 후 얼마간의 교편생활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작가의 바람일 테다.
하다 결혼을 했단다. 마흔이 되기 얼마 전부터 생계 삼아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서 동서커피문학상에 도전했느냐의 물음에
글쓰기를 지도하였고, 동화를 접하게 되면서 막연하게 꿈꾸던 작가 “그저 커피를 좋아하는 친정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서였
가 되고 싶었다 한다. 어요.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고운 가락지를 손가락에 끼워주
“동화가 좋아 동화 쓰는 모임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동화를 는 꿈을 꿔 용기를 냈지요.”
쓰면 쓸수록 어렵고 넘어야 할 산이 끝이 없어 갈등을 많이 했어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활달한 그이도 두 아들에게는 마음이 아프고,
당선 소감에도 밝혔듯이 되돌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동화쓰기를 미안함이 많단다. 얼마 전 작은 아들과 같이 입대한 조인성의 사진을
수없이 반복했다는 작가. 동화 쓰는 일이 즐거움을 지나 고통이 되었 보여주며, 아이처럼 자랑을 한다. 오랜 시간동안 철부지 작가 지망생
지만, 그 고통 속에서 한 편을 퇴고 했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한다. 엄마 때문에 아침밥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두 아들을 생각하면 지
금도 가슴이 아리다는 작가는, 식당 조리사이기도 하다.
단편보다는 장편 동화에 더 마음이 끌린다는 작가 “낮에는 가장으로서 일을 하며, 밤늦도록 글을 쓰면 힘들 때도 있
“동화를 쓰면서 전공한 역사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스 지만, 그것도 제게는 기쁨이고 즐거움이지요.”
쳐 지나온 길마다 역사 속에 살아 있는 고증된 인물을 염두에 두고 동 그런 작가에게도 소박한 행복이 있다.
화에 접목 시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 부산 부전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음반가게에
역사 공부를 해서 일까? 역사를 남다르게 본다. 앞으로 재미있는 가서 음악을 듣는 일이 제게는 행복한 시간이에요.”
이야기처럼 읽히는 역사동화를 많이 써보겠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작품 구상을 하면서 편안하게 음악을 듣는 작가의 모습
작가에게는 잠시 머무는 서울의 이 작은 공원조차 작업실이 된다. 을 상상해 본다.
말하는 중간 중간 근처 지역의 역사를 이야기해 주고 접목시킬 새로 작가에게 듣는 역사 얘기는 남달랐고, 작가가 들려주는 동화는 색
운 작품 구상을 설명해 준다. 발자국 옮기는 곳마다 문학 작업 공간을 달라서 어느새 깊이 중독되었다. <연경 침선장>에서 꿈을 통해 연경
만드는 아주 특별한 재주를 지녔다. 그래서 떠남이 즐겁고, 설렘이 많 이가 선덕 여왕을 만나고 왔듯이, 그이를 통해 새로운 역사 동화 전집
은지 모르겠다. 을 만났다. 내가 그 속에서 동화 작가가 되는 꿈도 꾸었다.
3남 5녀를 다 키우신 후 병으로 투병 하시면서 한 올, 한 올 정성들
꿈을 선물하며 바느질하듯 엮어내는 동화작가 여 마지막으로 자녀들에게 따뜻한 털옷을 짜 주셨던 작가의 어머니
이제 유월이 오면 피게 될 감꽃. 유년시절 누구나 한번쯤 만들어 보았 처럼, 그도 앞으로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 권 한
을 추억의 감꽃 목걸이. 작가에게도 어린 시절 감꽃 목걸이를 걸어주 권 바느질 하듯 동화를 엮어주길 바래본다.

09
MAXWELL MAY/JUN 2009
전용성의 해외기행

스페인산티아고
나는별들의들판에서나를증명했다
모든이들에게이길을걷기를권한다. 혹왜우리나라좋은길놔두고그먼지구반대편까지가서걷느냐고묻는다면
이렇게대답한다.‘집에서멀어질수록더외로워지니까, 먼곳으로갈수록쉽게돌아올수가없으니까,
포기하기가쉽지않으니까.’또어딘가가야되는데, 어딜가지? 글∙사진∙그림_전용성(아트디렉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허름한 판잣집이다. 산티아고 길 첫날 밤 슬리핑백 속에서 생각해봤


내가, 왜 이 길을 가는지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자꾸 묻는다. 산티아 다. 이 길에 뭐가 있을까 뭔가 있을 거야, 있겠지…….
고 길이 어떠냐고. 그러면 나는 한참을 생각해야한다. 그 긴 길을 뭐 그 다음 날 아침 비가 왔다. 우비를 입고 카메라 매고 폼을 잡고 산
라 얘기하나. 34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800Km(실제로는 위로 걸었다. 비는 폭설로 바뀌고 길도 안 보인다. 기다시피 숨을 헐
1200Km정도)를 걸었다는 걸 어떻게 말해야하나? 모든 이들이 산티 떡이고 또 기고, 바람까지. 이젠 오도 가도 못한다. 그냥 올랐다. 또 후
아고 길을 떠나기 전에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떠난다. 모든 사람들이 회를 했다. 이 길 34일 동안 얼마나 많은 후회를 할까. 며칠을 비 맞고
마음을 정리하러, 종교적 믿음으로, 철학적, 예술적으로 등등. 그곳에 걷고 오르고 내리고, 의식이 몽롱해 질 때까지. 론세스 바예스, 쥬비
다녀오면 사람이 달라져 오는 줄 알았다. 나도 그럴 줄 알고 떠났다. 리, 팜프로나, 어느 덧 페르돈 고개를 오르고 있다.
나는 파리를 거쳐 생장피드포르에 도착하여 본 피레네산맥에 기가 발에 물집이 생기고, 무릎도 아프고, 배낭 무게 때문에 허리도 아팠
질렸다. 저걸 넘어서 한 달 넘게 걸어간다고? 늙은 신부가 순례자 증 다. 하루 35~40Km 강행군이다. 뭘 먹고, 뭘 봤는지, 기억이 없다. 그
서를 주면서 왜 이 길을 걷느냐고 물을 때 나는 영적이라고 답했다. 신 저 질척거리는 길을 하루 종일 땅만 보고 걸은 것밖에. 이 길을 걷는
부가 노란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싱숭생숭 노란 봄 많은 사람들, 그들은 왜 이 길을 걸을까. 이 길이 왜 순례의 길인가?
꽃을 보며 산을 올랐다. 오늘부터 나는 순례자다. 속으로 외쳤지만 곧 되돌아 갈 수도 없다. 온갖 사람들한테 자랑을 하고 와서. 어찌됐든
후회하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어김없이 해는 지고, 춥고, 길은 끝없 산티아고에 가야한다. 페르돈 고개 순례자 조각상 앞에서 먼 산을 보
이 이어지고. 첫 번째 알베르게(숙소)는 프랑스와 스페인 경계에 있는 고 있자니, 정신이 좀 든다.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지나간다. 쪼그리고

�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 자랑스러운 순례자 증명서

10
나바레테(Navarrete)에서 나헤라(Najera) 가는 길에 만난 캐나다 커플. 급경 � MAY/JUN 2009 MAXWELL
사를 여자 혼자 휠체어로 오른다. 자갈길이 나오면 기어서 휠체어를 밀고 간다.
� 그라뇬(Granon)에서 토산토스(Tosantos)가는 수직으
로 내려와서 수직으로 오르는 v자계곡. 지금봐도 끔찍
하다.

앉아 차가운 샌드위치를 먹었다. 먹어야 또 걸을 수 있으니까. 한참을 어 키운다. 산티아고 길 필수품이 지팡이인 이유가 개를 물리칠 필수
씹으니 단물이 나온다. 눈물, 콧물이 나온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춥 무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길은 전부 진흙길이기 때문에 비만 조
지도 않다. 그저 죽지 않으려고 먹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끊었 금 오면 진흙탕길이 되서 신발이 빠지면 빼기도 힘들다. 며칠을 진흙
던 담배를 한 개 피 워 물었다. 하늘은 시커멓고, 아는 사람 하나 없고, 탕 길과 씨름하면 다리 힘이 다 빠진다. 그리고 또 하나, 개똥, 소똥,
앞으로 갈 길이 얼만줄도 모르고, 그냥 앉아 있었다. 프랑스 할머니 말똥이 즐비하다. 비가 오면 그 똥들과 진흙의 어울림이 대단하다.
두 분이 웃으며 부엔 카미노(좋은 길이 되기를)하며 손을 흔든다. 일곱 번째 날, 로그로뇨 던 가, 아침 해가 떴다. 부지런히 짐 꾸리고,
신발 끈을 매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오늘 갈 길을 봤다. 끝없는 밀
세상에서 제일 개 같은 길, 산티아고 밭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길에 섰다. 신기했다. 내가 아직 이 길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진짜 별의별 개가 많다. 개를 묶지 않고 전부 풀 을 걷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멀쩡히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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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전용성의 해외기행

아, 아름다운 인간들!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다. 일주일이 지나자 내 몸이 이 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아침 6시쯤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졌고, 굿모닝, 굿모닝 하
며 일어나 발에 파스 붙이고, 양말 두개 신고, 짐 꾸리고, 비타민 먹고,
비상식량과 물 두 통 준비하고, 커피 마시고, 하나 둘 출발한다.
산티아고 길에는 무덤이 참 많다. 순례 길에서 사람이 죽으면 길옆
에 묻어 준다고 한다. 지금도 전담 성당이 있다고 한다. 나헤라 가는
길이던가, 돌무더기에 십자가 3개가 나란히 꽂혀있다. 세분이 같이
가셨나? 그 옆에 작은 흰 꽃들이 피어있다. 지나가던 순례자들이 작
은 돌들을 주워 쌓는다. 나도 거들었다.
오늘이 부활절이란다. 작은 동네에 아주 작고 예쁜 흙으로 만든 성
당에 사람들이 웅성거려 들어가 보니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
자, 손녀와 함께 미사를 보고 있다(이 곳에도 시골에는 젊은이들을 보
기 힘들다). 나도 참석해서 열심히 기도했다. 나는 불교신자에 가깝
다. 이 길을 무사히 잘 걷게 해 주십시오. 웃음이 나왔다. 힘들면 종교
도 바꾸는 인간, 미친놈.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다. 따라서 오후의 무더위는 죽음이다. 뜨거
운 해가 얼굴 정면으로 비춘다. 그 뜨거움이란 상상을 초월한다. 또
언덕이다. 기다시피 오르는데 휠체어 타고 오르는 젊은 여자가 있다.
신기했다. 그 옆에 잘 생긴 젊은 남자가 도와주지 않고 보고만 있다.
그 여자는 온 힘을 다해 휠체어를 S자로 바퀴를 돌리며 오르고 있다.
내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자 찍으라고 했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날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에 있는 13세기에 지은 고딕풍 보며 웃는다.‘부엔 카미노’그 웃음이 참 맑다. 나중에 올라와 물어
다리
�� 알베르게는 보통 이렇게 생겼다. 2층 침대 보통은 3층이다. 나는 허리가 아파 보니 캐나다에서 온 곧 결혼 할 커플이란다. 결혼 전에 이 길을 누구의
보통 바닥에서 잤다.
도움 없이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왔단다. 둘이서 땀 닦으며 석양에 서
� 알베르게에 벗어논 순례자들 신발. 험난한 여정이 보인다.
있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걸 봤다. 계속 그들을 봤다. 그리고 그녀
새소리가 들렸고, 산들바람이 불었다. 파란 풀들이 그 바람에 출렁 를 본 지 4일이 지나 또 그녀를 만났다. 여자가 알베르게에 누워있었
이고 있었다.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꽃들이 다. 힘들어서 오늘 하루 쉰단다.
보였다. 하늘이 보였고 길도 보였다. 사람도 보였다. 내 발에 리듬이
생겼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산티아고로 걷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걸 성 야곱(Saint Jacob)이 이 길을 진짜 걸었을까?
어도 밀밭은 계속됐다.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 빨간 황토길 이제 겨 산티아고 순례 길은 예수님 열두 제자 중 야곱이라는 분이 예루살렘
우 모든 사물들이 제대로 보였다. 내 몸과 머리가 적응하기 시작한 것 에서 이 먼 스페인까지 오셔서 복음을 전한 길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
같다. 옆을 지나는 스페인 사람들과 인사도 나눴다. 부엔 카미노, 부 은 가톨릭 신자들이 이 길을 걸으면 죄의 사함을 받을 수 있다 해서 순
엔 카미노. 올라, 올라. (안녕, 안녕) 례자의 길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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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이 길을 걷는 동기가 불분명했다. 첫 목적은
내 체력 시험이었다.‘과연 내가 이 나이에 이 길을 다 걸을 수 있을
까’였다. 그리고 두 번째가‘이 길을 다 걷고 나면 좀 더 인간이 성숙
되지 않을까’였다. 그런데 그 긴 밀밭 길을 지나 다 저녁 때 무심결에
무거운 배낭을 들다 전부터 좋지 않던 허리가 삐끗했다. 꼼짝을 못했
다. 택시를 불러 토산토스의 폐허 같은 오래된 작은 성당에 갔다. 침
대도 없는 마루바닥이다. 어두컴컴한 바닥에 누웠다. 꼼짝을 못하겠
다. 무서웠다. 젊은 신부가 저녁을 해줘서 먹고 저녁 미사에 참석했
다. 또 열심히 기도했다. 제발 내일 아침에는 허리 아프지 않게 해달
라고.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열심히 기도한 이후 두 번째로 열심히 기
도했다. 잠이 안 왔다. 내일부터 걷지 못하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신
이 나에게 일부러 고난을 주시나.
다음날 아침 기도 덕분인지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약국에서 파스
를 사서 붙이고 걷기 시작했다. 1시간쯤 걸으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
팠다. 길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계속 그 고행이 시작됐다. 쩔뚝쩔뚝
거리며 들판을 걷고 또 걸었다. 그저 걸었다. 아직도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모르겠다. 진짜, 야곱이 이 길을 걸었을까? �� 스페인의 아침은 안개가 심하게 끼는 지역이 많다. 새벽에 큰 십자와 돌무덤.
으스스하다. 아게스(Ages)에서 부르고스(Burgos)가는길
� 길 가운데 서 있는 이정표 위에 돌쌓는 순례자
� 이정표 위에 순례자들이 작은 돌을 모아 자기 뜻을 전한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 더 이상 걸을 곳이 없다
부르고스를 지나고 또 어딜 지나고, 15일이 지난 것 같다. 비가 온다. 착하니 그저 멍해졌다. 이상했다. 딴 사람들은 감격해서 눈물이 쏟아
두 다리를 들고 길에 누웠다. 비가 얼굴에 떨어진다. 허리통증은 점점 진다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다. 그저 멍하니 광장에 주저앉아 담배만
나와 친해져 갔다. 옆 친구들이‘고통 없이 영광 없다’란 티셔츠(No 연거푸 3대를 피웠다. 낯익은 순례자들이 반갑게 다가와 악수하고 엄
pain No glory)를 입고 다닌다. 진짜 그런가? 고통도 통증도 친해지 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서로 축하 해준다.
면 그런대로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묘한 논리가 통하는 것 같다. 또 들 순례자 협회에서 순례자 증명서를 받았다. 자랑스럽다. 보고 또 봤
판과 산을 넘는다. 길들이 눈에 익숙해지고 순례자들도 친해져갔다. 다. 성당에서 정오 미사 때 늙은 신부님이 코리아의 전용성이 순례를
서로 인사하고 나눠먹고, 같이 자고.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 마쳤다고 호명해줬다. 진짜 34일간에 내 생애 처음으로 훌륭한 일을
길에 그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길을 걷는 사람을 해냈다. 순례길이 진짜 오늘로서 끝이다. 그저 폼으로 왔던 이 길을,
보고 있자니. 아, 신들이 이걸 보라고 날 여기에 보냈나, 참으로 기특 누구도 안 믿을 것 같다. 출발 때부터 큰 목표는 없었지만, 무사히 마
한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은 이 사람들로 인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 친 것이 대견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행복해진다. 이 여행은 내가 살아온 여러 날 들 중에 내 생각대로 갈 길을 정하고
산티아고에 도착이다. 걱정 반 설렘 반, 이제 어떻게 하지 마지막으 내 몸으로 내 의지로 보낸 유일한 시간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길과
로 짐을 꾸리고 신발 끈을 동여맸다. 그 동안 아껴 먹었던 마지막 진통 길, 산과 산, 또 길, 산, 눈, 비, 해, 바람, 꽃, 사람……. 지겹고 즐거웠
제도 먹었다. 또 해가 머리 뒤로 뜬다. 한 달하고 나흘 만에 정말 산티 던 이 길에서 나는 환하게 웃던 엄마를 만났고 아버지도 만났다. 늘 미
아고 대성당에 도착했다. 정말 내 생전 처음으로 죽기 살기로 걸었던 안했던 동생도 만났다. 이 길을 걸었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
그 긴 길. 말도 안 되는 괴상한 이유로 시작된 이 순례길. 성당 앞에 도 지는 않다. 또 걸을 것이다. 더 길고 고통스러운 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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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It Coffee

부드러운우유의맛
카페라떼(Cafe Latte)
전세계에서가장많이팔리는커피는무엇일까. 진한농도의에스프레소가신선한우유와어우러져맛과향이부드러운카페라
떼라한다. 그맛의신비는무엇일까? 글_최정하(편집팀)∙사진_박진우∙참고_<커피(잘먹고잘사는법)>(김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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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유럽인의 아침을 여는 카페라떼 넣은 중국식 밀크커피, 소금을 첨가한 서인도풍 밀크커피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커피를 즐기던 유럽 사람들은 아침 등 나라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을 한다.
에 마시는 진한 커피가 위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여 우유 커피 마시는 습관이 일상화되기 이전에 독일이나 미국
를 넣어 마시기 시작했다. 에서는 치커리의 뿌리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우려낸 치커
이렇게 우유를 넣은 커피를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라떼라 리차를 커피 대용의 음료로 마셨다고 한다. 미국 남부의
한다. 라떼는 라틴어로 우유라는 의미로 이탈리아의 카페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카페라떼를 만들 때, 지금도 뜨거운
에서‘라떼’라고만 말하면 우유만 준다. 커피와 우유를 반반씩, 그리고 여기에 치커리를 첨가하여
카페라떼는 나라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 이탈리아에서 색과 쓴맛을 진하게 하여 마시는 풍습이 남아 있다. 미국
는 카페라떼라고 부르지만 영국에서는 밀크커피, 프랑스 에서는 이를 가리켜 루이지애나 브랜드라고 부른다.
인들은 카페오레(cafe au lait), 에스파냐에서는 카페 콘
레체(cafe con leche), 독일에서는 미히르카페(mihir 집에서 카페라떼를
cafe)라고 부른다. ■■■■■■■■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마다 초승달 모양의 크루아상과 맥심 카페의 카페라떼는


한잔의 카페오레로 아침을 시작한다. 카페오레는 카페라 고급 우유에 커피를 함유
떼와 비슷하지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한 1회용 커피 믹스 제품
이탈리아의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기본으로 하 으로 집에서 특별한 커피
지만, 프랑스의 카페오레는 일반적으로 드립방식으로 진 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80~90℃로 데
하게 추출한 커피를 사용하며 우유의 양이 훨씬 적게 들어 운 100ml의 물을 부어 잘 저어 마시면 우유의 부드러움 속에 갓 볶아
간다. 낸 커피의 고소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카페라떼는 우유를 거의 커피의 두 배 분량으로 넣지만
카페오레는 커피와 우유의 비율을 1:1이나 2:1로 하고, 여 T I P 맥심 카페라떼 한 번 더 즐기기
기에 설탕을 첨가하거나 약간의 휘핑크림, 꿀 등을 넣기도 1 소금, 구기자 가루, 코코아를 이용하여 맥심 카페의 카페라떼로 집
한다. 에서 다양한 나라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2 우유거품을 얹어서 마시면 더욱 맛있는 카페라떼가 만들어진다.
카페라떼 다양하게 즐기기 냄비에 우유를 끓기 직전까지 데우면서 스푼으로 한참을 저으면 풍
이탈리아식 카페라떼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에스프레 부한 거품이 생긴다.
소 커피를 내린다. 우유는 끓기 전까지 데운 후 컵에 에스
프레소 커피와 데운 우유를 1:2의 비율로 붓고 기호에 따 언제 어디서나 카페라떼를
라 시럽을 첨가하기도 한다. 카페라떼는 여름에는 얼음을 ■■■■■ ■■■■■■■■

넣어 차게, 겨울에는 뜨겁게 해서 계절과 관계없이 즐길 즐길 수 있는 방법! 맥심 라떼디토 캔


수 있다. 커피는 카페라떼를 간편하게 캔에
따뜻한 커피 위에는 우유거품을 살짝 얹으면 좋은데, 부 담아 언제 어디서나 맛있게 즐길 수
드러운 거품이 올라갈 때는 커피의 양이 많아져 큰 잔에 있는 커피 음료이다. 최고급 아라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카 원두를 100% 사용하고, 동서식품만의 이탈리안 비법으로 로스
코코아가루를 넣은 하와이언 밀크커피, 구기자 가루를 팅하여 맛이 깊고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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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테마탐방

도심속작은정원
양재동꽃시장
5월은 푸른 잎과 활짝 핀 꽃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5월을 계절의 여왕이
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자태로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는 꽃들을 만나기 위해 양재동 화훼단
지를찾았다. 글_박영화(편집팀)∙사진_박진우∙촬영협조_양재동화훼단지, 헤화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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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양재동 꽃시장 입구 분화온실 입구 분화온실

꽃 삼매경에 빠지다 꽃을 구경하던 아이들도 다양한 꽃들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어 보


청명한 하늘과 코끝을 간질이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찾아간 양재 인다. 꽃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다보면 온몸에 꽃향기가 배어드는
동 꽃시장엔 입구부터 꽃향기가 가득하다. 풀냄새와 섞여 마치 식 기분이 들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물원에 온 듯하다. 하우스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화려한 꽃들의 향 너무 많고 또 너무 아름다워 도
연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빨간색, 노란색 등 형형색색의 화사한 대체 어떤 집에 먼저 가서 뭐부
꽃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터 봐야 할지…….
식물 뿐 아니라 매장마다 토
끼, 거북이의 모습을 한 다양한
물레방아 등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 마치 잘 가꾼 정원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국내 최대 꽃시장
부지 3만 8283평 크기의 양재동 꽃시장은 1991년부터 꽃 도∙소
꽃을 피운 선인장과 꽃 매업이 시작되었다. 입주업체가 406개가 있으며 600여종에 달하
의 여왕인 장미도 눈에 는 꽃을 구비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꽃시장이다. 비닐하우스에서
띈다. 봉오리를 세우 직접 재배한 꽃을 판매하거나 직거래로 들여와 거래하고 있기 때문
며 고고한 자태를 자 에 신선한 꽃을 시중 가격보다는 20~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
랑하는 난과 쌉쌀한 다. 꽃과 크고 작은 꽃나무, 푸른 잎 식물, 묘목과 씨앗, 화분과 정원
향의 각종 허브도 코 용품까지 한곳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를 즐겁게 한다. 청페페, 양재동 꽃시장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먼저 꽃꽂이
핏토리아 등 보지도 듣지도 용 꽃을 파는 생화 도매시장이 있다. 생화 도매시장에는 장미와 튤
못했던 식물들이 즐비하다. 립, 프리지어, 국화, 안개꽃, 백합 등이 가득하다. 색깔이 다른 장미
만 10종류가 넘는다. 오색빛깔의 꽃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구경이 지루하지 않다. 다만 도매시장이라 한 송이씩 팔
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생화 도매시장 맞은편에 있는 분화 온실은 하우스 형태로 가동,
나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주로 난, 야생화, 관엽류 등 화분에 심어
기르는 식물들을 파는 곳이다. 사람보다 키가 큰 식물들이 쭉 늘어
선 온실 안에는 금방 지는 생화와 달리 오래 두고 볼 수 있어 주부들
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분화온실에서 쇼핑할 때의 주의 할 점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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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테마탐방

자재점포의 여러가지 재료들

생화도매시장 튤립 무스카리

부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 난은 빛에 화분매장의 경우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7시까지 영업한다.


예민해 카메라 플래시에 잘못 노출되 플로리스트나 꽃꽂이 수강생, 주부들이 많이 찾는 생화 매장은 오
면 시든다고 한다. 전 1시에 영업을 시작해 다음날 오후 3시를 넘기면 파장 분위기다.
유통센터 지하에는 화환점포가 화환 매장은 꽃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매 동(棟)에 함께 있는데 매주
위치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1시에 열리므로 새벽잠이 없는 사람
게 화환, 꽃다발, 꽃바구니 등을 들에게 이색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생화 시장과 분화 온실이 일요
제작판매하고 있다. 밖에는 다 일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일요일보다는 토
양한 묘목을 파는 곳도 있다. 요일에 방문해야 볼거리가 많
장미의 계절이어서 그런지 다. 양재동 꽃시장에서 꽃
부루군드(장미의 일종)라 나들이를 한 후에는 양
는 묘목이 인기를 얻고 재천이나, 시민의 숲으
있다. 로 발길을 옮긴다면 좋
양재동 꽃시장에서 은 데이트 코스가 될 것
는 다양한 꽃 뿐 아니라 정원용 재료까지 같다. 판매용 씨앗들
화환점포
도 구비되어 있어 집 분위기를 바꾸려는 사람들은 바구니
나 꽃병 등 화훼 관련 액세서리를 파는 자재점포로 향하면 된다.

꽃시장으로 나들이
꽃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거대한 화원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느낌을 한 아름 안게 된다. 다만 방문하기 전에는 시간을 꼭 확인해
야 한다. 매장마다 시간도 다르며 너무 늦게 찾을 경우 제대로 꽃을
구경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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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5월식물기상도 건강을 돕는 꽃
5월은 근로자의 날(1일)부터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석가탄 라벤더는 진정작용이 있어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로
신일(12일), 로즈데이(14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8일), 부 즈마리는 산뜻하고 강한 방향성을 가져서 신경 활동이 활발하
부의 날(21일) 등 각종 기념일 고 머리가 맑아지므로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여준다. 향수의 원
이 줄줄이 이어진 달이 료로 쓰여 온 장미의 달콤한 향은 신경의 긴장을 풀어준다. 장
다. 특별한 날에는 미향은 꽃에서보다 잎이 더 많이 나오므로 꽃꽂이를 할 때 잎
꽃이 빠질 수 없기 을 너무 많이 떼어내지 않도록 한다. 페퍼민트는 소화계 활동
에 5월은 연중 최 을 활발하게 하고 기분을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국화는 발
고의 꽃 성수기라고 한에 따른 두통, 어지러움에 효과가 있고, 눈의 피로에 효과가
볼 수 있다. 로즈데이의 장미 좋다. 피로할 때는 주저 없이 국화를 방에 꽃꽂이해서 향기를
즐기도록 한다.

꽃 선택부터 보관까지
꽃송이를 전문가들은 얼굴이라고 부른다. 꽃송이에 상처가 없
으면서 크고 선명한 게 좋다. 줄기도 굵은 게 좋다. 굵을수록
물이 송이로 잘 올라와 싱싱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줄기부
분이 물러졌다는 것은 꽃을 물에 오래 담가두었다는 의미이므
로 싱싱함이 떨어진다. 아이리스나 백합을 구입할 때면 조금

카랑코에 피어 있는 게 좋다. 잘 피지 않기 때문에 자칫 피지도 않고 죽


는 경우도 있다.
꽃을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손질하여 보관하는 것도 중요
가장 특수를 맞는 꽃은 카네이션과 장미다. 카네이션은 어버이날
하다. 뿌리가 없는 절화(折花:꺾인 꽃)에도 생명이 있다. 단으
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초부터 중순까지 소비가 많지만 하순에는
로 묶인 꽃은 반드시 풀어줘야 넉넉한 공간에서 숨을 쉬어 오
시세하락이 예상된다. 장미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이 주목
래 살 수 있다. 박테리아가 번식해서 물이 금방 썩을 수 있으므
하는 성년의 날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장미를 주고받는 로즈데이
로 물에 잠기는 줄기 부분의 잎은 제거해야 한다. 줄기는 사선
에 장미의 소비가 정점에 오를 예정이다.
으로 자르면 잘린 단면이 넓어져서 물오름이 잘 된다. 물은 이
집 안을 장식하는 식물로는 집 안 공기를 맑게 해주는 기능성 식
틀에 한 번 갈고 수돗물보다 정수가 좋다.
물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공기 정화를 위한 대표적 식물인 산세
베리아는 실내에 남아 있는 이산화탄소를 정화시키거나 몸에 해로
양재동 꽃시장 가는 길
운 화학 물질을 흡수하여 새집증후군 예방효과가 있으며, 아토피
지하철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성남방면) → 성남, 과천방향
피부염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버스 승차 후 양재동 꽃시장에서 하차
4계절 꽃을 볼 수 있는 카랑코에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알록달
∙파랑(간선)버스 : 140, 470, 471, 407, 462
록 작은 꽃이 달린 카랑코에는 물을 적게 주면서 관리가 까다롭지
∙초록(지선)버스 : 4312, 4424, 4432, 4422
않아 아이들 방에서 키우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빨강(광역)버스 : 9404, 9408, 9409, 9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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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이야기로 본 바둑이야기

커피로효도한웅이 글_이홍렬(조선일보바둑전문기자)

“아빠는 커피가 더 좋아, 바둑이 더 좋아?” “요샌 바둑만 두던데 게임기가 필요해?”
여덟 살 웅이가 느닷없이 아빠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러고 보니 웅 “게임기에 대국 프로그램 집어넣고 컴퓨터와 바둑 두니까 재미있
이 아빠는 지금도 커피 잔을 든 채 한창 인터넷 대국에 빠져있다. 평소 더라.”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을 만회한다고 이곳 제주도까지 내려와 놓고 “만약 아빠가 이기면 뭐해줄래?”
도, 평소와 다를 게 없이 시간을 보낸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음… 커피 사줄게. 아빠가 젤 좋아하는 거잖아 ㅎㅎ.”공개대국이
웅이아빠는 컴퓨터를 끄고 웅이와 함께 방을 나섰다. 사실 바둑에 아니어서 대국 실황을 못 보는 게 아쉬웠다.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부
빠진 것으론 웅이도 아빠 못지않다. 자(父子)는 호텔 뒤쪽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사진으로나 보던
“입문 10개월 만에 6급에 오르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대단한 기재 거대한 풍차 날개가 윙윙 돌고 있었다.
입니다.” “아빠, 우리나라에서 박정환이 젤 쎄?”
바둑교실 원장의 칭찬이 아직도 귓가를 울린다. 아내는 그 때 기쁨 “아직 그렇게 볼 수는 없지. 이창호도 있고 이세돌도 있잖아.”
인지, 걱정인지 모를 복잡한 표정을 지었었다. “에이 그 사람들은 9단이지만 박정환은 10단이라고.”
행선지를 제주로 정한 이유는 또 있었다. 9단들만 나오는 정통 타 “아, 그건 타이틀전 이름이란다. 박정환은 아직 4단 밖에 안 돼.”
이틀전의 결승전 2국이 그곳서 열린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 결승전에 “단 높다고 센 게 아니라고? 그럼 단은 왜 있는 거야?”
나선 기사 2명이 모두 웅이가 열렬히 흠모하는 우상이었다. 봄방학 웅이아빠의 이마에 다시 진땀이 번지기 시작한다. 기회만 생기면
중인 웅이는 신이 나서 따라 나섰고 웅이아빠는 월차 휴가를 냈었다. 바둑관련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것이 이 녀석의 버릇이다.
비행기 안에서 부자(父子)는 누가 제주도에서 2국의 승자가 될 것 “웅아, 너 지난 번 바둑교실 리그전서 몇 등 했어?”
인지를 놓고 내기를 했다. 우선권을 부여받은 웅이가 박영훈을 지목 “3등. 그렇지만 혁이나 찬이한테는 내가 그 동안 더 많이 이겼어.
했다. 랭킹이 최철한보다 약간 더 높은데다 작년 대회 우승자란 점에 그냥 점수에서 약간 밀린 거라고. 다음번엔 내가 1등할 자신 있어.”
끌린 모양이었다. 자동적으로 최철한은 웅이아빠 몫이 됐다. “바로 그거야. 1등이니 3등이니 하는 것은 그냥 그 때의 성적표일
“그런데 뭘 거는 거니?” 뿐이란다. 하지만 바둑계 9단은 그냥 우연하게 딸 수 있는 건 아니지.
“아빠가 지면 나 게임기 하나 사 줘.” 많은 경험과 노력이 쌓여야만 9단이 되는 거야.”
“그런데 맥심 커피 배는 뭐고 입신 최강전은 또 뭐야?”
“입신(入神)은 신의 경지에 올랐다는 얘기란다. 신들만 출전해 최
강자를 가린다고 해서 입신 최강전이라고 부르는 거야. 우리나라엔
49명의 바둑 신, 즉 9단이 있는데 이번 대회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몽
땅 나왔지.”
“나도 혹시 이담에 프로기사가 되면 꼭 9단까지 따야겠네.”
“8단에서 9단에 갓 올라간 기사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니?‘맥심
커피 배 출전 자격을 얻게 된 게 제일 기쁘다’고 한단다.”
“지구상에 바둑 신이 모두 몇 명이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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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몇 년 안에 200명이 될 거라더라. 현재 일본이 115명 쯤 되고 중 “갑자기 웬 바둑이지?”
국도 25명 언저리라고 들은 것 같다. 대만에도 1명이 있지.” “응. 저번 제주도 롯데호텔서 벌어졌던 맥심 배 결승 2국이야. 내가
“외국 9단들은 참 불쌍하네? 입신최강전도 없으니까." 아빠 보여주려고 외워왔어.”
웅이도, 웅이아빠도 두 천재 청년의 얼굴을 가까이서 직접 본 것은 “헉. 그날 우리는 한 수도 못 보고 왔잖아.”
처음이었다. 대국을 끝내고 나온 두 사람의 표정만 봐선 누가 이겼는 “인터넷에 기보가 떴어. 바둑교실서 프로바둑 한 판씩 외워오라고
지 구별되지 않았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최철한 쪽에 몰리 숙제 내줬는데 나는 이 판을 고른 거야. 열 번도 넘게 놓아보니까 완전
는 걸로 보아 짐작만 할 뿐이었다. 히 놓아지던데? ㅋㅋ.”
웅이는 내기에 졌는데도 걱정했던 만큼 표정이 어둡지 않았다. 웅 웅이아빠는 이튿날 퇴근하는 길에 전자제품 상가를 들러 게임기를
이아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2009. 2. 10 웅이에게.’두 명의 샀다. 컴퓨터와 대국하다보면 이 녀석 정말로 프로기사 되는 거 아1
바둑 신으로부터 받은 사인지를 바라보는 웅이의 표정은 전쟁이 끝 냐? 기왕 프로가 되려면 꼭 9단까지 가야할 텐데…. 지하철로 향하며
나고 전리품을 점검하는 소대장만큼이나 상기돼 있었다. 히죽히죽 웃는 웅이아빠가 실성한 사람처럼 보였는지 행인들이 힐끗
서울로 돌아온 지 사흘 뒤 웅이가 아빠 방을 노크했다. 손에 노란색 거리며 지나갔다.
커피믹스 세트가 들려있었다. 웅이아빠가 특히 좋아하는 모카 골드
마일드다.
‘녀석이 가열차게 용돈 투쟁하더니 돈 좀 썼군.’
웅이아빠의 입이 함박만 해졌다. 단순히 좋
아하는 커피가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
들에게 효도를 받는 기쁨 때문이다.
가루를 털어 넣고 물 부은 잔을 아빠
에게 건넨 웅이가 빙긋 웃더니 보여
줄 게 또 있다고 했다. 벌떡 일어나
벽장 안에서 바둑판을 꺼내 들고
온다. 그리곤 흑 백의 돌을 차
례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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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여행길 카페이야기

강원도고성군백도바다가눈앞에보이는카페
마음을향해날아가는
‘국화꽃향기’

금방뽑아낸커피한잔을사이에두고테이블에앉아이야기나눕니다. 카페안에는커피향이퍼지고마당가에는가을에피어날
국화꽃 모종이 남실거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눈빛은 벽에 장식된 집주인의 책표지에 닿았습니다. 바로 <국화꽃 향기>의 작가
김하인 씨 모습입니다. 남편 못지않게 서글서글한 인상의 안주인도 도예, 섬유공예를 하는 예술인 부부입니다. 어느 누구와도
소통이가능한성격임을느끼게하는화통한대화에빠져서제커피는이미두잔째비워지고있습니다. 글∙사진_김금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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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바다마을로 이사를 오다
시골 태생인 나로서는 봇도랑물이나 장마 때 불어나는 계곡물, 그리고 초∙중학교 내내 소풍 가던 팔봉강만 보고 자랐
다. 들판과 야산이 내 놀이터였고, 연극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춘천시내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보니,
그보다 규모가 큰 소양강이 흐르고 북한강 줄기로 합류하는 의암호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춘천(春川)이란 지명
과 썩 잘 어울리는 물의 고장에서 안개와 함께 동거해왔다. 공지천에 나가 작은 쪽배도 저어보고, 그 당시 호수 변에 자
리한 에메랄드하우스, 이디오피아 카페에 들려 젊음을 보내던 시절이 뜬금없이 떠오른다.
그때까지 바다 구경을 하지 못했다. 여름이면 바다로 떠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수영복을 입어야한다는 부끄
러운 생각 때문에 포기해버렸다. 그러고는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부산 해운대 앞바다가 바다구경으로는 처음이었다. 길
고 긴 백사장을 보며 놀라움과 신기함에 더해‘결혼을 참 잘 했구나.’하는 생각에까지 이어진 게 아닌가.
그 후 바다를 동경하는 버릇이 생겼다. 춘천 토박이로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공간이 때로 답답하고 지루해질 때면 시
원한 바다를 마음속에 그리곤 했다. 강물에서 느껴지는 평온함과 느림의 여유도 좋지만 강한 물살로 자극을 받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봄바다, 여름바다, 가을바다, 겨울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바다까지 적합한 이유가 생기면 바다를 찾아 떠났다. 넘실
거리는 파도 가까이 서서 바다가 뱉어놓고 돌아서는 말소리에 내 맘대로 대답해버린 적도 많다. 수평선을 끌어오는 그
큰 힘이 미더웠고 장엄했다.
드디어 동해 최북단 고성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남편의 직장 이동으로 말미암아 마음으로만 그리던 바다마을에서 살
게 된 것이다. 새로운 생활환경에 대한 호기심과 처음 해보는 객지생활에 대한 두려움 등등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잠시 떠나있을 수 있다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터를 잡고 보니,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고 의미가 깊다.
집에서 5분가량 만 나가면 온통 바다가 출렁거리고, 고깃배가 점점이 띄워져 있는 곳, 항구마다 싱싱한 어족들이 헤엄
치는 곳,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다. 금강산 관광길이 막혀 주민들의 경제적 생활이 많이 위축되긴 했어도, 이 고장 사
람들의 순후한 성품과 넉넉한 인심만큼은 고성의 큰 매력이고 자산이다.

진부령미술관을 만나다
아무래도 춘천에 자주 다녀오는 편이다. 모임이 있거나, 경조사 참석 등으로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오르내린다.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세 고개 중에 언제나 진부령 고갯길로 들어선다. 교통량이 적어 한적하기도 하고, 주변 풍경이 무척 아담
하고 운치가 있다. 고성 길로 접어들어 5분 정도 달리면 백두대간 진부령 정상에 자리한 아담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춘천이나 타지에서 손님이 오실 때면 핑계 삼아 진부령미술관까지 마중을 나가기도 한다. 그 분들에게도 미술 관람을
권하고, 문화공간을 소개하는 일이 적으나마 고성 인심에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곳 갤러리에 전시되는 작품은 미술평론가들의 엄선을 거친다고 한다. 작은 미술관이지만 실제 내용은 큼지막한 것
이다. 화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한다. 지금도 지난 4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
제교류전시회로서‘아름다운 동해의 만남展’이라는 타이틀로 한∙러∙일 작가들의 미술품이 전시되고 있다. 호젓한
여행길에서 격조 있는 그림과 조각을 감상하는 것도 큰 행운이리라. 개관초대행사에는 지역주민은 물론 서울에서 버스
를 대절하여 시인, 작가, 화가 등이 찾아와 축하를 해주고 간다. 나도 몇 번 참가하여 고성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공유한
바 있다.
진부령미술관을 지나면 바로 고갯길이다. 이제는 이 길도 친구처럼 느껴진다. 가끔 코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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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여행길 카페이야기

는 날도 있지만, 참 정겨운 길이다. 밤안개가 엄청 심하던 날, 고개를 넘으며 이런 시를 지었다.

속치마 빛깔이다 치맛자락 휘감듯


인조견 까슬한 입술 왼손으로 고개를 말아쥔다
말하지 않아도 내 타이어는 하얀 고무신
짐작으로 눈부시다 시속을 지우고
벗고 입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 뿐 휘발유를 덜어내고
혼자 들어선 길 오리무중 그리움으로 재겨 디딘다
마음을 돌고 돌아 - 진부령안개-

백도(白島) 앞바다‘국화꽃향기’
를 찾아오다
2008년도 겨울 어느 날, 대문 앞 우편함에 초록색 편지가 들어있었다. 나에게 온 것이었다. 그림 같은 글씨체가 예사롭
지 않았다. 김하인 작가가 보내온‘김하인 Art Hall 국화꽃향기’개관 초대장이었다. 서로 일면식도 없지만, 시를 쓴다는
이유로 초대받은 것이라 짐작했다. 선약이 있어 아쉽게도 그날은 참석하지 못했다. 언젠가 날 잡아서 다녀와야지 생각
하고 있다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내가 살고 있는 간성 읍에서 속초 방향으로 10여 분쯤 달리면 백도교차로 이정표가 나
온다.‘국화꽃향기’라는 초록색 현수막도 눈에 들어온다. 좌회전 신호를 받고 화살표를 따라 해안가로 달린다. 바다 한
가운데 두 개의 하얀 바위섬이 눈에 들어온다. 봉긋한 젖가슴처럼 도드라진 바위, 가히 여성적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
보다 거칠지 않고 얌전한 바다가 펼쳐진다.
단아하고 아담한 3층 건물 입구 돌 표지 석에 새겨진‘국화꽃향기’.100만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기록한 김하인의 감
성소설 <국화꽃향기>, 한류드라마의 시발점이 된 <가을동화>의 배경이 된 소설이면서 영화로도 제작된 <국화꽃향기>
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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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그 당시 겨울마당에는 노란 국화화분이 여러 개 도열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이야말로 Art Hall이었다. 그
간 출판된 작가의 책들이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고, 이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벽면에도 책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입
구 좌측으로는 도예작품과 섬유공예 작품 전시실이었다.
혼자서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안주인이 나타났다. 반갑게 맞는 얼굴이 시원해보였다. 즉석에서 뽑은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밀조밀 꾸며놓은 각각의 방에는 타인을 배려한 주인의 마음씨가 엿보였다. 작가의 집필
실인 3층까지 안내해주는 덕분에 비밀의 방을 본 양 설렌다. 작은 쪽 창문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작품을 구상하고 생산
해내는 작업으로 김하인의 분신들이 탄생하는 곳이다.다시 1층으로 내려와 정재남 씨의 작업실을 안내받았다. 도예가
이며 섬유공예가인 정씨는 이 공간을 여성전용으로 꾸며 놓았다. 드레스 룸에는 장롱 가득 화려한 드레스가 30여벌은
족히 되게 걸려있었다. 이 집을 찾는 여성들에게 한껏 공주가 되어보도록 권한다는 것이다. 큰 거울 앞에서 자태를 뽐내
며 공주가 되는 시간, 여성의 자신감과 감성을 일깨워주는 센스가 아름답다.
그곳을 다녀온 지 몇 달 후에 춘천의 작가 두 분을 초청했다. 전상국 소설가와 박계순 소설가와 함께 갔을 때는 마침 김
하인 작가도 카페에 있었다. 천혜의 조경인 백도 앞바다, 그 주변에 야트막한 산들, 하얀 섬 백도를 바라보며 문학과 예
술 이야기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드라마, 영화, 책, 도자기 판매 수익금은 굉장했다. 백도로 정착을 결정하면서, 이들 부부는 이제부터는 이웃을 위해
무언가를 베풀며 살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문화적 접근 기회가 어려웠던 이곳 여성들에게 도예 및 섬유공예를 가르쳐주
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으로 여유로워 보였다.
나 또한 마음의 명소로 점찍고 오늘 다시‘국화꽃향기’를 찾아갔다. 아늑한 주방에서는 커피가 내려지고, 마당가에는
김하인 작가가 국화꽃 모종을 심고 있다. 아기자기한 색깔의 벽돌로 둘레를 마무리하는 섬세함, 가을이면 국화꽃향기가
그 담을 훌쩍 넘어 바다로까지 진동할 것이다. 여름이 되어도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는 백도 해수욕장, 오늘도 바다는 비
어있다. 그러나 충만한 고요와 감성이 넘치는‘국화꽃향기’에는 사람살이의 진풍경이 있다. 그리고 따끈한 커피 향과
아직 어린 국화꽃향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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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통신

COFFEE & ART


수많은예술가들이커피를마시며영감을받아창작활동을해오고있지만, 이제커피를직접이용한다양한장르의예술작품들
이새롭게시도되고있다. 글_최정하(편집팀)∙도움_카페로온봄(02-325-0525)

커피는 이제 단순히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음료가 아니


다. 커피가 예로부터 음악과 문학, 미술 등의 예술 분야에
얼마나 많은 영감을 준 음료였는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
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창작의 영감을 주는데서 벗어나
커피로 직접 만든 작품들을 통해 커피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고 있다.
커피 위에 꽃, 토끼, 하트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라떼 아트가 인기를
끌고, 커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들도 등장하기 시
작했다.
미국의 미술가 캐런 이랜드(Karen Eland)는 커피의 농
도차이를 이용하여 커피로 명화들을 재탄생시킨다. 그녀
의 그림 속에서는 고흐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도, 로댕 무작정 여러 원단에 커피 찌꺼기를 이용하여 염색을 시작
의 생각하는 사람도 커피 잔을 들고 있다. 해 보았다.
뉴욕 타임즈에 연재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퍼 우리의 실생활에 가까이 다가온 커피와 원두커피 찌꺼
니만(Christopher Niemann)은 커피를 사면 항상 끼워주 기로 염색의 색깔을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실크에 염색하
는 냅킨 위에 커피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 심플한 일러 였다. 실크와 만난 커피의 색깔은 참 아름다웠다.
스트와 유머를 버무려 커피에 대한 추억을 표현한 그의 그 커피 염색으로 발색한 금빛 색깔을 머금고 있는 실크의
림일기는 커피와 함께 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피를 의복과 접목시기기도 하고, 커
피로 그린 그림을 찍은 커피 사진 작품 등 새로운 예술적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커피와 실크의 만남
평소에 즐겨 마시던 커피를 디자인에 접목시키면 좋아하
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윤정연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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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하늘거리고 반짝이는 감촉이 조명과 만났을 때 아름다움
은 더욱 빛을 발하였다. 그녀는 작품들을 통해 커피 향과
커피를 마시면서 느껴지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표현해 보
았다.
그림은 맥심커피로 드로잉하고, 커피페이퍼들을 이용하
였다. 그림 속의 액세서리를 떼면 착용할 수 있도록, 그림
과 액세서리와의 조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윤정연 씨의 브랜드 이름은 Atelier del sol. Atelier란 프
랑스말로‘작업실’,del sol은 스페인어로‘태양의’이다.
즉 아침 일출처럼 세상을 밝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만
든 이름이라 한다.

커피를 그린 사진
원대한 씨에게 커피는 어렸을 적 유리로 된 어머니의 커피
병을 안고 식탁 밑에 들어가 손가락으로 커피알갱이를 찍
어먹던 기억, 학창시절에는 밤새 공부하다 한 번 쯤 마셨
을 캔 커피 정도의 추억이었다.
어느덧 대학생이 되면서 친구들과 카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과제도, 회의도, 이야기도, 만남도, 쉼도 커피와
함께 하게 되었다.
어느 새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커피, 그는 어느 날 커
피를 마시다가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에 있던 냅킨에 그림
을 그리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냅킨, 메모지, 노트,
악보 귀퉁이, 가방 속에 마땅한 종이가 없는 날에는 카페
에 있던 드립페이퍼에까지 그림을 그렸다.
홍대의‘카페로 온 봄’,경복궁의‘카페모리’,신사동의
‘mug for rabbit’등 수많은 카페 등을 다니며 볼펜과 색연
필 등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카페에서 함께 한 사람들, 커
피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재료가 없을 땐 커피 얼룩만으로
도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커피 한 잔과 색연필 등과 함께 배경
이 된 카페에서 사진 한 장에 곱게 담았다. 편안하고 즐거
운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 담긴 그의 사진작품에는 커피와
함께 하는 여유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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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즐거운 문화읽기

영화를 위해 만든 음악
음악을 위해 만든 영화
영화 속의 음악은 영상과 밀착된 주인공의 심리, 상황의 분위기를 반영하면서도 때론 그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다. 음악은 귀로
듣지만음악을경험하는것은또다른차원의순간이동을가능하게한다. 글_염혜원(자유기고가)∙사진제공_유니버설뮤직, 강앤뮤직, 오락실

영화의 운명을 좌우한 음악 만약 이 영화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존 윌리엄스의


해안가 피서지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이 음악이 없었다면 <죠스>라는 영화 자체를 기억할 확률은
자 스티븐 스필버그를 단번에 미국 최고 흥행감독의 반열 매우 낮을 것이다. 당시 제작사 측에서도 신출내기 영화감
에 오르게 한 작품은 바로 <죠스>이다. 한가로운 뉴잉글 독과 엉성한 모형상어를 영 시원찮게 여기고 있었는데 존
랜드의 작은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식 윌리엄스가 영화에 참여하면서 가까스로 영화의 모양새
인상어. 영화 포스터와 스크린 전체를 압도한 무시무시한 는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정도였다. <죠스>의 성
이빨의 장본인은 바다의 최고 강자이자 할리우드 해양 공 공 이후 <인디아나 존스>시리즈나 <E.T.>에서부터 <쉰
포영화로는 처음으로 1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게 한 최 들러 리스트> 등에 이르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거의 모든
고의 흥행배우였다. 영화음악을 존 윌리엄스가 맡고 있다.
이러한 그의 존재감을 당시로서는 전문 영화
단박에 완성한 것이 존 윌 음악가로만 경력을 쌓은
리엄스의 영화음악이다. 사람은 별로 없었던 시
‘빠~밤~ 빠~밤~’죠스의 기였지만 그는 전문 영
등장을 암시하는 첼로의 화음악 작곡가로서의 명
힘 있고 음산한 선율은 주 성을 쌓기 이전부터 영
인공의 존재와 동일시된 화음악의 파급력을 인지
다. 음악만 나와도 관객 하고 있었다. 그는 클래
들은 스크린에는 등장하 식과 대중음악의 간격을
지도 않은 이 전투력 강한 좁히는 데 영화음악을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하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고야 만다. 음악의 강렬 오랜 시간이 흘러 영화
함이 영화 한 편의 인상을 의 줄거리나 출연배우들
결정한 셈이다. 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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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더라도 음악적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한 데 있다. 그것은 19세기 초, 유럽의 질풍노도와 같은 시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작곡가의 재능을 영화에 쏟아 부을 기에서 시작된 계몽주의철학을 잇는 자유, 평등, 박애의
수 있다는 것을‘꿈을 꿀 수 있는 최상의 선물’로 받아들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였다. 물론 영화라는 장르가 지속되는 한 그의 선물은 계 이 영화의 백미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초연
속 이어질 것이다. 하는 장면이다. 베토벤은 납중독으로 인해 말년에는 청력
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했고 시력도 좋지 않았다. 이 교향
신은 베토벤의 귀를 멀게 했다 곡의 초연 당시 베토벤은 지휘를 마치고도 열광하는 관중
1824년 비엔나. 마차에 탄 한 여자가 창가 너머로 전개되 들에게 바로 답례를 할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여성 성악
는 풍경을 주의 깊게 응시하고 있다. 이때 천천히 베토벤 가 한 명이 그를 지휘대에서 이끌고 내려와 관중들의 모습
의 현악 4중주 17번‘대 푸가’가 흐르면서 그녀의 시선은 을 보여주고 나서야 그가 인사를 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점점 빨라진다. 양떼가 무리지어 있는 언덕을 지나고 숲 였다.
속의 오솔길을 건너, 빈 들판에 선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 <카핑 베토벤>에서는 배우들의 연기와 편집상의 배치
이 교차되면서 음악은 고조된다. 음악은 이제 막 지나간 를 통해 이 교향곡의 감동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세대 다음으로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암시하는 듯 급격한 있다. 특히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실제 연주는 이 영화
변주의 연속과 현악기의 현란함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안 의 소장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섬세한 음
에는 어떤 신념과 같은 불굴의 의지가 읽혀진다. 역의 표현,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카메라의 시선, 빛
영화 <카핑 베토벤>은 악성 베토벤의 말년의 일화를 중 의 움직임, 편집 등은 베토벤뿐 아니라 관중들, 연주자들
심으로‘안나 홀츠’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 의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4악장에서
개하고 있다. 그녀는 작곡가 지망생으로 베토벤의 악보를 합창이 시작되는‘친구여! 기쁨에 넘치는 노래를 하노라’
정리하고 그와 음악적 영 는 많은 투쟁을 경험하
감을 통해 교감하는 인물 고 이를 극복해 나가야
로 그려지는 데 실제 베토 하는 인간의 의지를 북
벤에게는 안톤 신틀러라 돋우면서도 생의 기쁨으
는 충실한 제자가 있었 로서 환희에 찬 세계관
다. 물론 영화적 허구와 을 들려주는 데 이 장면
실제 베토벤의 생애와는 이야말로 실제 베토벤의
거리가 있어 영화를 보면 신념을 대표하는 것이자
다소 오해의 소지가 될 수 궁극으로 이를 완성한
있는 부분도 없지는 않 것이기도 하다.
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 영화에서 베토벤은 말
덕은, 베토벤 그가 평생 한다. 이제 음악은 영원
관철시키고자 한 음악에 히 바뀔 것이라고. 기존
대한 사상과 철학을 반영 교향곡의 형식을 깬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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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문화읽기

는 새로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자신의 귀가 하는 영화음악의 전형인 셈이다. 영화를 세계적으로 알리
멀기 전까지는 듣지 못했던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쇠 게 한 이 주제곡은 비장하면서도 쓸쓸한 전자기타와 휘파
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고요함이라고. 이것은 베토벤이 람만으로 완성시켰는데 이는 당시 음악계에서도 신선한
산책하던 오스트리아 비인 숲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영화 자극이었다.
에서는 베토벤의 음악적 감수성을 숲에서 들려오는 대자 그가 작곡한 <미션>이나 <시네마 천국> 등은 영화음악
연의 생명과 소리로 이끌어내는 장면에서 더 확고해진다. 애청자들의 탑 순위에 늘 머무르는 곡들이다. 그는 많은
베토벤으로 분한 애드 해리스는 이 괴팍한 음악의 성인 영화의 음악을 맡았지만 자신의 색깔을 분명하게 가지고
을 인간적인 면모를 살린 따뜻한 인물로 보여주고 있다. 있다. 그는 수많은 악기군 가운데서도 그가 창출하는 독특
게리 올드만이 <불멸의 연인>에서 보여준 강도 높은 집중 한 음색을 통해 영화 전반의 흐름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력과 광기와는 또 다른 면모를 통해 그는 베토벤의 진실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접근하고 있다. 애디 해리스는 자신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황야의 무법자>를
맡은 <폴락>에서 실제로 뛰어난 미술적 재능을 보여주었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국
는데 <카핑 베토벤>에서도 이 배우의 지적인 성실함과 베 내 개봉 당시 영화 절반의 상연분이 삭제된 채 개봉되었다
토벤의 감수성에 다가가고자 한 진실한 노력을 느낄 수가 가 2003년이 돼서야 온전한 상영물로 만날 수가 있었다.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초기 이탈리아 이주민의 역사
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영화의 명장면은 거대한 부룩클
영화음악의 거장은 괴팍하다? 린 다리를 배경으로 한 도시 빈민가를 다섯 명의 소년들이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음악가를 꼽는 거닐고 있는 장면이다.
다면 바로 엔니오 모리꼬네일 것이다. 혹여 그의 이름이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의 품위를 완성시키는 서정적인
익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가 작곡한 영화음악만큼 선율과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상에서도 서두의 한 줄기 길
은 익숙한 곡들일 것이다. 게 뻗어나가는 팬 플루
클래식 정통파였던 그가 트의 음색을 통해 소년
재미 삼아 작곡한 서부 고 들의 운명을 극명하게
전극인 <황야의 무법자> 표현한다. 낭만과 추
에서는 휘파람으로도 부 억, 배신과 후회 그리고
를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 사랑의 감정들이 음악
를 통해 영화의 모든 것이 을 통해 분출된다. 그
결정이 났다. 서부 개척 시 는 멜로디의 서정성, 오
대의 총잡이들의 삶을 표 케스트라와의 조화를
현하는데 이보다 더 분명 유지하면서도 때론 야
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음 수와 같은 예리함이나
악이 나올지가 미지수인 분열증에 걸린 듯한 신
만큼 하나의 장르를 대표 경을 건드리는 음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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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을 오간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대중과의 친화력을 <라이온 킹>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인도네시아나
동반하면서도 음악의 난해함을 동시에 지닌, 그야말로 미 일본 등 아시아의 가면이나 인형극에 매료되었는데 뮤지
스테리한 음악이다. 컬 <라이온 킹>에서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접목시켰다.
그녀의 또 다른 영화 <리처드 3세> 역시 셰익스피어의 희
영원한‘댄스 퀸’ 곡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무대적인 발상을 적극 사용했
영화 <맘마미아>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아바’ 다. 하지만 음악영화라는 장르에서 음악 이상을 능가하는
의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기획한 뮤지컬을 영화화 극적 장치나 영상을 포착하기는 어려웠을 일이라고 짐작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뮤지컬로 먼저 접하게 되어 많은 은 간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된 그리스의 아름다운 해안
관객들을 동원한 바 있는 데 영화에서는 메릴 스트립 뿐 가와 섬의 풍경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영화를 감상하는 내
아니라 피어스 브로스넌, 해리 브라이트 등 초호화 캐스팅 내 자연만 감상할 수는 없을 게 아니겠는가.

이 참여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소피와 그녀의


70년대를 풍미한 아바의 음악은 결혼을 앞둔 스무 살 소 엄마 도나가 세대 간의 간극 없이 부를 수 있는 아바의 음
피의 아빠 찾기라는 로맨틱 뮤지컬로도 이어지기에 전혀 악이다. 영국에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가 있
부족하지가 않다. 아니, 음악이 좋기에 어떤 이야기도 가 다면 스웨덴에는 바로 아바가 있다. 1982년 아바가 해체
능할 것이라는 게 더 맞는 된 이후에도 세계적인
얘기일 것이다. 아바의 음반사와 팬들은 이들
음악에 관한 한 어떤 얘기 의 재결성을 요청하고
를 보탤 수가 있을까 만은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실제 영화가 개봉되었을 요지부동이다.
때 평단에서는 시큰둥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
반응이었다. 지만 영화 <맘마미아
이 영화는 뮤지컬 무대 >에서의 투명한 에메
의 기법을 고스란히 스크 랄드 빛 바다를 배경
린에 담고 있다. 프로듀 으로 이들의 주옥같은
서를 맡은 쥴리 테이머는 음악을 다시 느껴보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 것도 괜찮은 선택이
션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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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레시피

녹 차
1. 오이, 표고버섯, 당근을 채썬다.

2. 계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하여


지단을 부친다.

3. 쇠고기, 표고버섯을 밑간해서 각


각 볶는다.

4. 오이, 당근 껍질을 벗긴 후 반으
로 자른 새우를 각각 볶는다.

5. 숙주 데쳐서 소금과 후추, 참기


름으로 간을 한다.

녹차 구절판
재 료 밀가루 1컵, 물 1컵, 녹차가루 1큰술, 소금 1작은술 6. 녹차를 전병재료에 섞어서 프라
소스 _유자 1큰술, 꿀 1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소금 약간 이팬에 얇고 동그랗게 부친다.

밑간소스 _간장 1큰술, 매실즙 1/2작은술, 참기름 약간, 소금,


후추, 꿀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작은술
당근, 오이, 지단, 표고버섯, 쇠고기(우둔), 새우, 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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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있는음식에가루녹차를살짝뿌리는것만으로도느끼한맛이말끔히사라지고, 밀가루요리에넣으면반죽이더욱쫄깃
해진다. 독특한향의녹차가다른요리재료를만났을때, 요리는더욱특별해진다.
글_이안(편집팀)∙사진_이유나∙요리도움_이지현(bakingathome.cyworld.com)

1.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녹차 1큰
술, 참기름 약간, 맛술 1큰술, 옥
수수(혹은 너츠류)를 잘 섞는다.

2. 적당한 크기로 녹차 미트볼 반죽


한다.

3. 녹차 미트볼을 200℃로 예열된


오븐에서 25분간 굽는다.

4. 모닝빵을 컷팅하고, 윗면에 계란


물을 바른 후 깨를 뿌려 180℃로
예열된 오븐에서 10분간 굽는다.

5. 야채, 토마토 등 적당한 크기로


썬다.

6. 빵에 딥을 바르고 햄버거로 셋팅 녹차밋볼 버거


한다. 재 료 쇠고기+돼지고기=1:1, 녹차 1큰술, 참기름 약간, 맛술 1
큰술, 모닝빵, 야채, 토마토
딥 _씨머스터드 1/2작은술, 마요네즈 2큰술, 꿀 1큰술, 소금,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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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에세이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

노후생활을풍요롭고,
윤택하게하는매력
커피를 사랑하기에 내 나이 노년기에 접어든지 오래이건만 아직도 마음은 이팔청춘처럼 젊고 건
강하게 행복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내가 커피를 사랑하게 된 지는 참으로 오래 전 일이다. 1960년
대 후반, 포르투갈 리스본 시의 국제회의장 호텔에서 난생 처음으로 맛본 카페오레 모닝커피와 스
웨덴 스톡홀름의 메인 스트리트의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의 로브스타커피콩을 이탈리안 로스트로 진
하게 배전하여 테미타스 잔에 서빙 받은 일이다. 돌이켜보면 쓴맛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그 분위기에 매혹당한 것만은 사실이었던 같다.
사실 리스본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로 카페오레를 주문하게 된 것은 나의 의도와는 거
리가 멀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영어보다는 불어나 스페인어에 능통한 그들 종업원과의
의사소통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보다 더 난처했던 것은 커피 메뉴에 대해서 나 자신 아
는 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찰나에 구세주로 나타난 사람이 바로 대만 대학에
서 온 여교수 닥터 구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불어
가 능통한 것은 기본이었고 프랑스인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기호음료인 커
피에 익숙해 있었다. 그녀의 도움으로 나는 커피와 우유를 반반씩 섞은 카페오레에 크
로와상과 몇 쪽의 과실을 곁들인 멋진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서빙
직전에 진하게 볶은 향기가 호텔 안에 가득했던 추출커피 포트는 오른손에, 뜨거운 우
유 포트는 왼손에 들고 보통 커피 잔의 2배가량 크기의 커다란 잔에 동시에 따라주던 종
업원의 모습이다.
스톡홀름에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연히 에스프레소 커피에 접하게 되었다. 이탈리
안 콩을 에스프레소 기기를 사용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메뉴에 대해서 들어보지도 마셔보지
도 못한 나였다. 따라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접하게 된 것은 너무도 우연이었다. 국제
학회장인 노교수에게서 이탈리아에서는 보편적으로 마시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얻어 마신 것
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는 피자처럼 기름기가 강한 식사 후에 데미타스 잔으로 블랙커피
를 마시는 것에 익숙한 분이었다.
그렇게 커피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사랑하게 된 나는 커피로 인해서 현재 한양대의
커피전문가 과정의 주임교수로서 보람된 정년퇴임 생활을 하고 있으니 커피는 나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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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끊을 수 없는 멋진 파트너로 등장한 셈이다. 정년퇴임 후에 커피 교육을 하고 싶고 또 나의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판
단 한 것은 오로지 독일 원로 교수들의 아이디어가 발상이었다. 지난 1970대 후반에 나는 이화여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지금은 작고하신 서울대 교수였던 남편을 따라서 독일의 모교에서 객원교수로 지낸 일이 있다. 그 당시 독일의 원로 교
수들은 몇 년 후에 있을 정년퇴임 후의 소일거리를 미리 계획하고 구상하는 것이 상식화 되었으나 그 당시 젊고 패기가
넘쳤던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퇴임이 코앞에 닥치고 나서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분들의 선견지명에 힌트를 얻어서 나는 커피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커피 마니아들과 노후 생활을
유익하고 풍요롭게 살고 있게 된 셈이다.
그밖에도 커피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말하자면 고생스럽고 외롭기만 하던 나의 1950년도 후반에 시작
된 독일 유학생활에서 향수를 달래 주던 커피 타임 때문이다. 전공에 실력이 모자라고 좌절감이 클 뿐만 아니라 쓸쓸하
던 타향살이에 나에게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했던 커피 타임의 추억이 있다. 나
의 기숙사 방 창가에 흑장미 몇 송이를 꽂아놓고, 음악을 들으며 커피의 풍미를 느끼면서 내 자
신에게 희망과 의욕을 돋우고 위안을 삼곤 했었다.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 때의 커
피타임의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커피를 사랑하게 되면서 나는 커피용품의 수집가로서 또한 행복함을 누리게 되었다. 커피의 향
과 무드를 연상시키는 나의 커피 컬렉션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커피는 생산국에 따라서 각각 그의
민족성이나 개성이 나타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특성 있는 커피용품의 수집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의 일이다. 커피 관련 잡지사에서 내가 열정을 쏟아서 모은 커피용품을 취
재하여 기사화한 일이 있다. 표지의 제목은“한양대학교 고영수 명예교수의
커피 박물관을 가다”이었고 맨 앞장의 편집국장의 칼럼 제목은“가치의 재
발견”이였으며 그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요지는 커피라는 소재의 쓰임새
와 응용 분야가 그렇게 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줄 미처 몰랐던 데서 비롯
된 놀라움이며 그것도 한 개인이 20년도 넘는 긴 세월 동안 분신인양 닦고
쓰다듬으며 손 떼 묻힌 것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감탄스럽기까지 하
다는 글이다. 특히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순을 훌쩍 넘긴, 한 인생의 여정 반백
년 가까이 교단생활을 걸어온 엘리트 외길 학자의 달고 쓴 경험들이 은은하게 스
며들어 있기 때문인 것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커피용품이 그저 좋아서 수중에 넣고, 보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틈 생기고 기회 닿을 때 마다 기념으로, 또 교육 자료로 사 놓은
것 인데, 이 물품들이 황혼에 접어든 내 외로운 삶에 이렇듯 많은 기쁨을 안겨 줄지는 미처
예측치 못 하였던 것 같다.
커피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예술가나 학자, 정치가들이 즐겨 마신 기록이 나와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대 작곡가 바흐를 비롯하여 나폴레옹 황제, 루이
15세의 애처 폰파도르 후작부인과 같은 세계적 인물들이 커피의 음용역사에 등장하고 있
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커피를 사랑하게 된 인연이 맺어준 지금의 커피 과정이 8년째를 맞
이하여 나의 노후 생활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주고 있다. 글_고영수 (한양대학교 커피 전문가 과정 주임교수,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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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에세이

내가 커피를 사랑하는 이유

아~ 인생! 이라고읊고싶어서
이게 비정상인지는 몰라도 나는 가끔 뜬금없이 나를 닮은(실은 별로 닮지도 않았다) 내 딸에 대한 애정이 용솟음치듯
폭발할 때가 있다. 저렇게 어여쁘고 고귀한 딸을 내가 낳았다는 사실부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신기하고 감사하여
어쩔 줄을 모르겠다. 문제는 일 년 삼백육십오일 다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어제는 그렇게 소중하다가도 오늘 딸가닥, 하고 뭔가가 맘에 걸리면 또 저것을 내가 낳았다
는 이유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웬수’가 되고 만다. 그러면 당장에 어미의 응징이 시작된
다. 응징은 일차적으로 밥을 주지 않는 치사한 방법을 시작으로 그동안 딸에게 폭탄처럼 퍼붓
던 사랑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오가는 걸음에 쌩~하는 찬바람이 짧게는 사흘, 길게는 보름 이상
간다. 늙어서인지 요즘 그 기간도 점점 길어지는 경향이다. 막상 딸은 별 반응도 없다. 어미가
애정이 폭발하여 스콜 같은 사랑을 퍼붓든 치사한 응징을 시작하든‘니 맘대로 하세요!’하는 식
이다. 다만 한번 씩 어미의 응징이 시작될 때마다 속엣 말로 그런단다.
‘또 재랄이 나셨구나!’
이 말은 물론 어미의 사랑이 폭발했을 때 딸이 직접 들려준 말이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는 휴일마다 이른 저녁을 해먹고 딸과 함께 커피
외출을 한다. 야외커피를 즐기기에 그지없이 좋은 계절이란 탓으로. 늘 우리들의 데이트에
낙오되는 딸의 아비는 번번이‘집 놔두고’뭔 짓이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하지만 이해
가 안 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이고~ 바람이 좋네~ 저, 저 분홍구름 좀 봐라! 얘, 우리 원숭이네 갈래?
저녁을 먹고 창밖을 내다보며 잠깐이나마 막무가내로‘아, 인생!’이라고 읊고 싶어질
때 나는 딸과 연인처럼 손을 잡고 길을 건너 아랫동네‘원숭이네’로 간다.
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는 지나칠 만큼 좋은 동네다. 교통이 좋거나,
집값이 비싸다는 그런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집에서 삼백 혹은 사백여 미터 쯤 아
랫동네로 내려가면 일 년 내내 불야성이다. 자정에 나가 봐도 와글와글 시끌시끌, 혼이 잠시
출장을 나가도록 번잡하니 이 아니 좋은 동네인가. 뜨르르한 세계적 커피전문점도 다 들어와
있다. 그 중에서도 딸과 나는 일본브랜드인‘세븐 몽키스’를 좋아한다(우리는 그 집을 그냥 원숭
이네로 부른다).
그 가게 앞에는 예쁜 커플의자들이 나와 있다. 우리는 꼭 길 가의 그 커플의자에 앉는다. 경상도 억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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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수다를 떨어도 좋고, 화제가 뜸할 때는 지나가는 사람 관상보기도 빠트릴 수 없는 좋은 점이다.‘차암, 저렴하
게 생기셨네! 아니야, 저런 관상에 인복이 들었단다…….’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이런 말도 주고받는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는 동안 안에서 흘러나오는 그 고급한 커피 향기는 또 무어란 말인가. 살아있음이 축복이라는 감동
이 절로 솟는 순간이다.
- 엄마, 엄마는 어떻게 결혼했어요?
- 으응, 그거? 그거 아무나 못해~ 그건 훌륭한 사람만 하는 거야!
이런 대화가 오가는 곳도 그곳에서다. 나는 부디 딸이 하루빨리‘훌륭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하므로, 어느 날 집안끼리 샅샅이 잘 아는 청년을 딸에
게 소개해 주었다. 젊은 두 사람은 처음 만나자마자 신이 났다. 만나면 재
미있다고 데이트에서 돌아오는 딸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
는 딸의 귀가를 곧잘‘원숭이네’서 기다렸다가 데이트 상황을 빠
짐없이 보고 받는다.
그래그래? 그랬더니? 그랬더니 걔는 뭐라디? 걔는 이렇
게 저렇게 말했어요. 그래서? 그래서 너는 또 뭐라캤는데?
나는 이렇게, 이렇게 말했어요. 그래그래! 잘했다! 다음에
는 이렇게, 이렇게 말 하거라……. 모녀는 머리를 짜서 그
날의 데이트를 분석하고 다음 데이트를 계획했다. 딸보다
어미가 더 신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애의 빛나던 얼굴에 여드름이 좌아악 올라왔
다. 그 청년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어쩐 일인지 그 청년보다 내 딸
이 그 청년을 더 좋아하는 것이 보였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것인가. 내 딸
은 유쾌한 아이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조신한척 네에……, 이러지를 못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일 잘하고 유능한 아이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어느 날 딸은 목소
리를 떨면서 말했다.
- 엄마, 그 남자 말이, 내가 재미있고 귀엽고 능력 있고 다 좋은데, 제 여자라는 필이 안 온대…….
- 나쁜 자식! 지는 뭐가 그리 잘나서! 난쟁이 똥자루만한 제 키에 맞춰주려고 일부러 납작한 단화만
신어준 줄도 모르고! 이렇게 어여쁜 내 딸을 몰라봐도 분수가 있지…….
나는 그만 목이 메어 황급히 커피 잔을 든다. 그럴 때 메인 목을 무마해주는 커피는 또 얼마나 고맙
던가. 커피는 이렇게 딸과 내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희로애락 그 한가운데서, 쓰고 달고 진하고 부드
럽게 함께 한다.
하지만 어찌 커피가 딸과 나 사이에만 있을 것인가. 하루 중 무언가 자, 이제부터 시작해 볼까! 하며 두
손바닥을 비빌 때, 아래층 새댁이 아가를 데리고 놀러와 줄때,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또 기름진
음식을 먹어 입가가 개운치 않을 때, 혹은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심란한 소식을 들었을 때, 허기진 내 영혼이‘아,
인생!’을 읊조릴 때, 커피는 내게 반드시 필요한 일용할 양식이다. 글_유선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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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조리커피

더치커피
17세기네덜란드의식민지였던인도네시아의자바섬에서사용되어지던커피추출방식으로
네덜란드상인들에의해전해졌다고하여더치커피(Dutch coffee)라불려진커피가있다. 글∙일러스트_박상희(자유기고가)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이 아닌 실온에서 8~12시간 차가운


물로 우려내는 커피로 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뜨거운 물에
서 추출할 때에는 낼 수 없는 고유의 독특한 향을 지니며,
잔 맛 없이 깔끔하면서도 커피 안에 내재된 모든 성품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열에 의한 변질
이 없어 떫은 맛이 적고, 고온에서 추출되는 카페인 또한
적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더치커피의 원리를 이용한 기구들은 과학 실험기구를
연상시킬 만큼 화려하고 복잡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
심을 자극한다. 차가운 물을 커피에 한 방울 한 방울 떨어
뜨려 장시간 우려내는 커피라 하여 cold brew coffee 또
는 cold water drip coffee라고도 하는데, 반나절의 시
간을 투자하여야만 만들 수 있는 까닭에 불편하게 여겨지
나 기다림만큼 그 맑고 풍부한, 일반 추출방식으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하면서 높은 품질로 맛을 보상해준다.
더치커피 추출기가 워터 드립방식이라고 해서 전부 화
려한 실험기구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제품에 의해서만 추
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일회용 플라스
틱 컵을 이용해서도 추출이 가능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대신 비커나 페트병을 이용해도 좋다. 용량도 400ml, 2시
간이면 추출 가능한 심플 형이다.
맨 위에 올려질 첫 번째 플라스틱 컵은 물탱크 역할이다. 컵

일회용플라스틱컵으로만든워커드립제작법 1 바닥에 바늘로 구멍을 뚫는다. 구멍이 크면 물이 너무 빨리 떨

일회용 플라스틱 컵 2개, 플라스틱 컵 뚜껑, 바늘, 유리병, 커피원두 어지고 작으면 잘 떨어지지 않으므로 적당한 크기가 중요하다. 테스

준비물 트를 하면서 키워가는 것도 좋다.


두 번째 플라스틱 컵이 커피 드리퍼 역할로 커피가 담길 컵이
2 다. 바닥에 바늘로 3~5개의 구멍을 뚫는다. 커피 빠짐이 원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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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을 때에는 추가로 몇 개 더 뚫어주면 된다. 구멍이 크면 커피 다. 커피 1: 물 5의 비율로 농축액을 만들면 추출 후, 추출
의 가루가 걸러지지 않게 되고 구멍이 작으면 커피가 추출되지 않는 액 1: 뜨거운 물 2로 희석하여 마셔도 좋다. 즉, 커피 40g
다. 에 물 220ml로 200ml의 농축액을 만드는 것이다.
플라스틱 컵 뚜껑 가운데를 컵 바닥 크기보다 조금 큰 원형으 다 추출된 커피는 한번 저어주어 농도를 고르게 만들어 준
3 로 오려낸다. 뚜껑위에 컵을 올려놓기 위한 장치이다. 오려진 다. 차가운 물로 추출된 커피는 냉장상태에서 약 2주간 신
원형 판 역시 버리지 않고 구멍을 많이 뚫어주어 물을 골고루 퍼지게 선도가 유지되므로 장기간 보관도 가능하다. 냉장고에 보
하는 종이나 천 필터 대용으로 사용할 것이다. 준비물 완성! 관할 때에는 냉장고의 다른 음식냄새가 배어나지 않도록
유리병위에 두 번째 플라스틱 컵을 끼어 넣고 커피를 담는다. 유의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
4 커피는 흐트러짐 없이 평평하게 꾹꾹 눌러 담는다. 준비해 놓 이렇게 추출된 더치커피는 전자렌지나 중탕을 이용하여
은 뚜껑에서 잘려 나온 원형 판을 커피위에 올려놓는다. 물이 커피 위 따뜻하게 마시거나, 얼음과 함께 아이스커피로 즐기면 끝.
에 떨어질 때 커피를 흩뜨리지 않고 물을 고르게 주기 위한 장치이다. 단, 직접 커피를 불에 가열하는 것은 삼가. 커피 고유의 특
원형 구멍이 파여 있는 뚜껑을 닫는다. 성을 잘 뽑아내는 방식으로 커피 종류에 따라, 물이 떨어
그 위에 물탱크용 플라스틱 컵을 끼어 넣고 물을 붓는다. 커 지는 속도에 따라 그 맛 차이가 달라진다. 달콤한 초콜릿
5 피의 양은 추출되어질 커피의 100ml당 10g을 사용하고, 전
체 물은 추출되어질 물의 10%를 더한다. 결과는 400ml의 커피를 추
출하고자 할 때에는 40g의 커피와 440ml의 물을 사용한다. 물이 커
피 층을 통과하여 유리병에 추출될 때까지 실온에다 방치한다.

커피를 통과한 커피물이 유리병에 떨어지는 속도보다 물


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르게 되면 커피 층 위에 물이 고이
기 시작한다. 이때 커피 위에 얹어 놓았던 뚜껑 자투리 필
터에 의해 물은 커피에 충격을 주지 않고 그 위에 서서히
맑은 물 그대로 쌓이게 된다. 물을 커피 층 위에 와락 부어
버리거나 필터가 없을 경우, 커피와 물방울이 충돌하면서
뿌옇게 섞여버리면 커피가 깔끔하게 추출되지 않는다. 한
방울 한 방울 서서히 떨어져 쌓여야만 한다.
물은 1분에 40~50회 정도 떨어지면 적당하지만, 커피 층
이 좁고 깊은 경우에는 속도가 훨씬 떨어지게 된다. 물이
커피에 머물렀다가 추출되는 시간이 짧은 것보다는 긴 것
이 훨씬 더 풍부한 커피의 맛과 향을 우려내지만 많은 양
의 커피를 사용할 시에도 최대 12시간이상 소요되지 않도
록 적당한 속도를 만드는 것이 관건! 맛이 나는가하면 코냑과 같은 향이 나기도한다. 깊은 듯
추출 시간이 짧으면 커피가 묽고 신맛이 강하고, 추출 시 깔끔하고 강한 듯 부드럽다. 막 추출된 더치커피는 맑은
간이 길면 커피의 맛이 깊어지나 쓴맛이 강해지므로 자신 맛이 나지만, 추출된 후 하루가 지나면 더 깊은 맛을 낸다.
의 기호에 맞게 적정 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 시간이 커피를 고풍스럽게 만드는 최고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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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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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수한 영어 한 마디
다음 호 <열린 글마당> 주제_절대 잊지 못할 여행기 보내실 때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꼭 적어 주세요. 원고가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원고
매수_200자 원고지 4-5매(시는 원고 매수에 상관없음) 원고 마감일_2009년 7월 6일 보내실 곳_(121- 040)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546번지 동서빌딩 동서식품
(주)홍보팀‘열린 글마당’담당자 앞. 이메일로도 원고 받습니다. ( forum@hanmail . net ) 중복 기고, 혹은 표절로 밝혀질 경우 무효처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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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바비큐 파티는 언제 시작하나요?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신 이모 덕분에 우리 부부는 신혼여행을 뉴질랜드로 가기로 했다.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잔득 부
풀어 오른 기대만큼 낯선 사람, 낯선 나라에 대한 두려움도 컸었다. 이모가 그곳에서 10년 이상 있으면서 현지인과 다름
없는 삶을 누리고 있었기에 이모만 믿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보니 마중 나와 있겠다던 이모가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인지 중국인인지 분간할 수 없는 동양인이 더
러 눈에 띄긴 했지만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모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참을 낯선 풍경 속에 있다 보니
그제 서야 비행기로 10시간이 넘는 남반구의 섬나라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이모의 안내로 뉴질랜드 여행이 시작되었다. 퀸스타운에서는 번지점프를, 폭스 빙하지역에서는 빙벽
등반을,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크루즈여행을 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 와중에 웃지 못 할 황당한 사건이 크루즈 여행에서 터져버렸다. 뉴질랜드 여행사를 통해 크루즈 여행을 계획했는데
영어가 서툰 우리 부부를 대신해 이모가 여행사 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모와 현지
인이 나누는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여행 계약을 끝낸 이모는 무척 즐거워보였다.
“너희들 너무 좋겠다. 크루즈 도중에 배 위에서 특별 이벤트로 바비큐 파티를 한다네. 부럽다.”
이모와 현지인의 대화중에‘바베큐인지 바비큐인지 하는 단어가 몇 번 튀어 나왔는데 이 얘기 였구나.’라고 생각하며
선상파티에 대한 기대를 키워나갔다. 배가 부르면 바비큐 파티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못할 것이 라는 우려 때문에 아침
을 건성으로 먹고 선착장으로 데려다줄 순환버스를 탔다. 선착장에 도착하기 30분쯤 전, 버스 기사는 돌연 승객들을 내
리게 한 후 버스에서 그릴을 꺼내더니 길쭉한 소시지를 구워 샐러드와 함께 빙 둘러 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아침
을 간단하게 먹어 배가 고팠지만 곧 있을 선상파티를 위해 식욕을 꾹꾹 눌러놓았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배를 탔는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파티를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기질 정도로 기운이
없어질 무렵 배 속에서 끝없이 이어지는‘꼬르륵’소리를 참지 못해 배위의 승무원에게 말을 건넸다. 생각나는 영어 단
어를 주섬주섬 엮어 어눌한 발음으로 바비큐 파티는 언제 하
는지 물었다.
“What?”
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승무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
고 되물었다. 여행사에서 들은 바비큐가 바비큐의 제
대로 된 발음인가 생각하며 바비큐 파티라고 힘주어 말
했다. 내 말을 받아 뭐라고 얘기하는 승무원의 말 속에
바베큐인지 비비큐인지 한 단어가 몇 번 나왔지만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애석하게도
배에서 내릴 때까지 끝끝내 파티는 열리지 않았다.
우리를 데려다주었던 버스가 우리를 다시 태우
고 돌아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버스 옆면
에 적힌 영어 단어를 보는 순간, 내 눈이 심봉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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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번쩍 뜨였다.‘BBQ PARTY BUS’!


그랬다. 바비큐 파티, 즉 버스기사가 구워준 소시지 간식이 바로 내가 그렇게도 기다렸던 선상파티였던 것이다. 10년
을 살고 계신 이모마저도 관광사 직원의 원어 발음에 혼돈을 하셨던 것이었다. 귄애경(울산시 중구 반구1동)

크~ 놀랬지?
나 어릴 때는 열 살 위의 큰 형님이 정말 영어를 잘 하는 줄 알았다. 미군이 지나가면 넉살 좋게 다가가서“김미 껌 짭짭”
해서 껌을 얻어오고, 화장실이‘W.C’인건 큰 일 보는 엉덩이 모양이 W처럼 생겨서이고 소변볼 때‘쉬~’하기 때문에 C
라고 쓰는 거라는 엉터리 설명에도 순진한 나는 다 그런 줄만 알았었다. 그 후 학교에서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면서 형의
‘무늬만 영어’를 우습게 보기 시작했지만, 사실 초등학교만 나온 형으로선 최대한 유창한 영어실력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보면 중학교에 입학하여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였지만, 그렇다고 영어를 잘한 건 아니었
다. 예나 지금이나 영어는 나를 얼어붙게 만드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이었으니, 중학교 2학년 시절 영어시간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보면 내 엄살을 이해할 수 있으실까?
어려서부터 눈치 5단에 요령이 6단이던 내가 영어책을 읽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충 독일어 발음 흉내
내듯 하면 조금 틀려도 선생님이 교정해 줬으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잘 한대서 내 별명이‘구렁이’였다. 헌데 이런 요령
에서 제일 골치인 것이 바로 묵음이었다. 그렇게까지 내공이 오르지 못했던 나는 Island를‘이스랜드’라 읽었고
Wednesday를‘웨드네스데이’로 발음했다. 이런 까닭에 정확한 별명은‘독일 구렁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선생님이 우리 분단에 책을 읽으라고 주문하셨고 앞 친구를 거쳐 내 순서가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난 태연하게 읽어 내렸는데 한 순간 정말 낯설고 긴 단어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정체 모를 이 녀석을 잠시 째려보다가
난 아무렇지도 않게 읽었다. 순간 교실에는 핵폭탄에 맞먹는 규모의 폭소가 터져 나오면서 배꼽을 잡고 구르는 녀석에
책상을 팡팡~ 내려치는 친구들까지 가관이었다. 얼마간 소동이 진정되자 선생님이 어이없다는 투로 내 머리에 꿀밤을
날리시며“그래, 놀랬다 임마. 엄청 놀랬어!”하며 어이없어 하신다.
무슨 단어를 어떻게 읽었기에 일어난 소동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짐작 하셨나 모르겠지만, Knowledge라는 단
어였다. 중2 어리버리 학생에겐 과연 어려운 단어가 아닐까? 하여간 난 그 단어를“크노우레디지?”라고 읽었던 건데, 듣
는 사람 귀에는“크, 놀랬지?”로 전달되었던가 보다. 단순히 묵음을 무시했던 실수를 넘어서는 코미디 한 편으로 인해
그날 이후 내 별명은 다시‘놀란 구렁이’로 명찰을 바꿔 달고 말았다. 박희옥(인천시 부평구 산곡3동)

동물원 입장료는 200원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82년 가을,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학을 갔다. 그때만 해도 서울에
서 전학 온 아이는 약간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반 친구들은 내 이름 대신‘서울내기’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나의 모든
행동이 화제가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신비한 존재로 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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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금정산으로 가을소풍을 갔다. 그
곳에 있는 동물원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는데
관람객이 많아서인지 지루한 기다림이 이어졌다. 그때‘서
울내기’인 나는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얘들아, 너희들 이 동물원 입장료가 얼만지 아니?”
끝을 한껏 올린 나의 서울식(?) 물음에 아이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내가 말했다.
“이 동물원의 입장료는 200원이야!”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얘들아, 저기 동물원 입구 간판을 봐. 200원이라고 써있잖아.
너희들은 그것도 못 봤니?”
아이들은 미처 못 봤다는 듯이 일제히 동물원 입구의 큰 간판을 쳐다
보았다. 아마 이글을 읽는 분들은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내가 자신 있게‘입장료 200원’이라고 했던 것은 동물원의 영
어 표기‘ZOO’였던 것이었다. 영어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이면‘ZOO’같은 단어는 아마 유치원 수준에서 익히는 필수
단어가 아닐까. 하지만 그 시절에는 초등학교 3학년이라도‘ZOO’가 동물원을 뜻한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없었다.
그때 한 아이가 담임선생님께 쪼르르 가더니 물어보았다.
“선생님, 이 동물원 입장료가 200원 맞습니꺼? 서울내기가 입장료가 200원이라고 하던데….”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
랬는지, 그 당시 동물원 입장료는 정확히 200원이었다.
“야, 서울내기 말이 딱 맞네. 동물원 입장료는 200원이데이~.”
순간 모두들 감탄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의 근거 없는 확신(?)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가 영어시간이 되어서야 동물원 입구에 써있던‘ZOO’가 동물원을 뜻하는 영어단어임을 알게 되
었다. 그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혼자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예전에‘서울내기’에게 속았던 친구들이 지
금쯤 얼마나 날 비웃고 있을까 싶었다. 27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그 친구들에게 고백하고 싶다.
“얘들아, 잘난 척하던 서울내기를 용서해 주라.‘ZOO’는 200원이 아니었대.”최진희(서울시 금천구 시흥본동)

카투사에서 벌어진 일
군대 시절, 카투사에 근무할 때 부대 내 대대장 검열(B.C.I)이라는게 있었다. 원래 군대내 검열은 미군이나 한국군이나
아주 엄격하고 긴장된다.
우리는 군장을 메고 대대장이나 대대선임하사의 검열을 받았다. 단독군장을 꾸린다는 것은 병사 개인이 전시에 어디
로든 총을 들고 나가 즉시 싸울 수 있는 완전한 장비와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소총과 대검, 전투식량, 방독면은 물론 사
실상의 의식주를 다 해결할 수준의 배낭까지 말이다. 그 자체만으로 군기가 팍 들 수 밖에 없다.
검열중 미군 대대장이나 대대선임하사가 돌면서 사병들에게 질문을 하는데 그 내용 중 예를 들면“대대장 이름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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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 육군 특무상사가 누구냐? 대대 선임하사가 누구냐?”이런 것들이었다. 물론 영어로 질문을 한다.


내가 근무할 당시 우리 대대장 이름은 로드(Road)였다. 우리끼리는‘길거리’라고 놀려대며 키득거렸다. 그런데 사람
이란, 긴장을 하게 되면 말도 안 나오고 빳빳이 굳어 곰탱이 짓을 한다는게 사실인가 보다.
대대 검열 한달 전 쯤 우리 소대에 신참이 왔고, 아직 부대 사정에 익숙하지도 않았다. 그런 와중에 검열을 하는데 대대
일등상사가(미군) 갓 들어온 신참에게 질문을 던졌다.
“What’s the name of Battalion Commander?”(우리 부대 대대장의 이름이 뭐냐?)
그런데 퍼뜩 튀어 나올 줄 알았던 그 일병의 입에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옆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던 내가 곁
눈질로 슬쩍 보니 그저 큰 눈만 껌벅거리며 멀뚱히 서 있었다. 너무나 긴장해서인 듯 했다. 그러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짧은 순간 내 속이 바짝 탔다. 다시 일등상사가 목청을 높여 고래고래 소리치며 물었다.
“What’s the name of Battalion Commander!!??”
그러나‘Road’라고 튀어 나와야 할 대답은 여전히 안 나왔고, 그 신참은 알면 안다, 모르면 모른다는 말조차 안한 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서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내가 통역을 해주는 척 하면서
“얌마. 대대장 이름 묻잖아. 그‘길거리’몰라?‘길거리’말야”하면서 슬쩍 답(?)을 알려줬다.
그제서야 이 신참은 얼굴에 화색이 돌며 크고 우렁차게 복창했다.
“넵. Colonel Street... Sergeant.”
그것도 모자랐는지 자신 있게 한번 더 외쳤다.“Colonel name is Street... Ser.”
그날 우리는 완전 뒤집어졌다. 이학섭(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무늬만 영문과
어린 나이에 시집 와서 애 둘 낳고 살아보니 머리는 아직도 팽팽 잘 돌아가고 마음은 풋풋한 청춘이다. 그래서 애만 들쳐
업었을 뿐이지 아직도 삼삼오오 모여 호프집에서 시원하게 생맥주를 걸치는 젊은 청춘 남, 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막 그
틈에 끼어들어가 같이 웃으며 마시는 상상을 곧잘 하곤 한다. 사정이 이러니,“이봐요, 아줌마!”라고 누군가가 부르기라
도 하면 반항심이 생겨 절대 고개를 안 돌리고, 소중하고 고귀한 내 실명으로 불리길 원했다.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을 만
나면 여느 주부들이 흔히 하는 얘기처럼 남편자랑, 시댁 욕, 아이 자랑 등등을 일체 하지 않고, 괜히“제너레이션 갭”,
“라이프스타일”등 혀를 굴려가며 신세대인척 영어를 슬쩍 대화에 섞곤 했었다. 또 학교 때 공부하던 영미 소설 원서들
을 집에 일부러 전시해놓고는 아줌마들에게“제가 영어영문과 전공이었어요. 호호!”라고 은근히 과시하곤 했었다.
하지만 실제 영문과 시절 내 모습은 별명이‘무늬만 영문과’였을 정도로 도서관은 시험에 아주 임박해서야 가곤 했었
다. 그리고 잠 오고 따분하다는 이유로 싫은 교수님이 담당하는 수업은 친구들에게 대신 출석을 부탁하곤 했다. 물론 이
런 나의 일급비밀인 그 과거는 굳이 이웃 아줌마들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어느 날, 친한 이웃 아줌마랑 함께 남대문 아동복 도매상가로 가서 애들 옷을 장만했다. 남대문이란 곳이 다들 알겠지
만, 내국인들도 많지만 특히 외국인 쇼핑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나는 남대문 시장에서 산 아이 옷을 이웃 엄마랑
함께 꺼내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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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se me.”라고 한 외국인이 이웃엄마한테 첫 운을 떼
더니, 뭐라 뭐라 영어로 유창하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당황
해서 홍당무가 된 이웃 엄마는 나보고,
“영문학과 나왔다고 저번에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얼른 얘
기 좀 해봐.”
라고 나한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그 순간에 대학시절 공부도 지지리도 안하고
놀기만 일삼던 그때가 마구 떠오르면서 가슴이 요동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껏 이웃들에게 영어 관계
학과 나왔다고 심히 잘난 척 해대왔으니, 이 아줌마가 내
옆에 있으니 겉으로는 아주 노련하고 침착하게 연기 할 수밖
에 없었다. 어수룩한 영어 발음으로 먼저,“Hi”라고 운을 떼면
서 그 외국인이 질문하는 것을 고개 끄덕거리며 잘 알아듣는 척 해댔
다. 외국인은“Restroom이 어디냐?”계속 묻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Restroom이란 단어가 도통 생각이 안 나는 것이
다. 계속“I see.”라고 고개 끄덕거리며 시간을 끌면서 다급하게 단어 뜻을 찾고 있었다. 갑자기 Rest가 휴식을 뜻하고
있다는 것이 떠올랐고 그와 바로 연관되어 머릿속에‘알겠다! 이 외국인은 휴식 방이 어디냐고 지금 나한테 묻고 있는 거
지? 뭐긴 뭐야, 가끔 불륜 드라마에서도 자주 나오잖아. 거기서 보면 곧잘 두 남녀가 두 시간만 쉬었다 가겠다고 말하잖
아! ㅋㅋ. 모텔을 바로 이 외국인이 찾고 있구나. 역시 내 머리는 아직도 식질 않았어.’란 생각이 강하게 떠오르면서 나
는 자신 있게,“I see. 모텔? O.K?”라고 하니, 외국인은 나를 황당스레 쳐다보며“NO”라고 내뱉는 것이다. 그게 아니니
나는 더 이상 연상되는 것이 없어, 그 이후로“Restroom이 노래방이냐 아님 찜질방이냐?”라고 마구 손짓 발짓 해대며
말했다. 외국인은 못 알아듣고는 계속 얘기를 하니깐,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쩌렁쩌렁하게 혼잣말로,
“뭐야, 왜 자꾸 짜증나게 뭐라 뭐라 나한테 묻고 난리야?”
라고 상스런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외국인은 무안한 듯 붉게 얼굴이 상기되어,“I’m sorry.”란 말을 마지막으로 건네면서 황급히 떠났다.
이 황당한 상황들을 전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보던 이웃 주부는 한참을 배를 잡고 웃어대더니,
“영문과 나왔다고 나한테 저번에 자랑하지 않았어? 근데 왜 영어가 그 모양이야? 오늘 사건 완전 명품감이야.”
나는 그 상황에서도“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도 있다고.”라고 아직도 개떡 같은 그 자존심으로 얼른 만회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내 마음은 쥐구멍 아니 바늘구멍에라도 들어가서 그날 하루 종일 은둔해 있고 싶었다. 집에 돌아와서 무
엇 때문에 외국인이 못 알아 들었나 궁금해서 사전을 얼른 찾아보니,‘Restroom’이 바로‘화장실’을 의미하는 단어였
던 것이다. 그걸 두고 모텔이냐 노래방이냐 그것도 아님 찜질방이냐고 오만 엉터리 영어를 외국인에게 사용했으니….
그 이후로 나는 주위 엄마들의 비웃음을 죽도록 들어야 했고, 암흑 같았던 그 이후 절실히 내 무식함을 인정하고 각성
해 주부 소그룹으로 운영하는 영어 동아리에 들어가 회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지금은 그
때 보다 영어를 쬐끔 더 잘한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엄마가 지금 영어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중에 엄마의 판타스틱하고 럭셔리한 회화 실력을 기
대해 줘. 또 너희들 외국 여행갈 때 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가이드가 되어줄게. 알았지?’정아진(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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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 New

아름다움의비밀, 화장품
아름다워지고자하는여성들의마음은옛날이나지금이나, 동양이나서양이나마찬가지일것이다. 먼옛날의여성들은예뻐보
이기위해어떤화장품을썼을까? 글_이안(편집팀)∙참고_<메이크업예술기법>(이상훈, 도서출판들샘), <우리나라여성들은어떻게살았을까>(이배용, 청년사), <화장
품화학>(하병조, 수문사), <뜻밖의한국사>(김경훈, 오늘의책)∙사진제공_더페이스샵, 코리아나화장박물관

Old 곰과 호랑이도 화장하던 시절 조선시대에는 백분, 연지, 화장수와 같은 화장품들이 중국의 사신


인간이 되고자 했던 곰과 호랑이가 100일 동안 햇빛을 피하며 쑥과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 왔다. 구한말 개화의 물결이 밀려와 특
마늘을 먹었다는 단군신화에는 고대 한국인의 화장 이야기가 숨겨져 수 계층의 여성들만이 쓰던 것으로 인식되었던 화장품이 보편화되기
있다. 햇빛을 피하는 행동이나 미백효과가 뛰어난 미용재료인 쑥과 시작하면서 1916년, 우리나라 제1호 화장품인‘박가분’이 탄생했
마늘을 먹은 것은 모두 흰 피부를 위한 주술이라 해석된다. 결국 인내 다. 이름 그대로 박가분은‘박가(朴家)가 만든 분으로, 하얀 가루를 물
심이 강했던 곰은 흰 피부를 가진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했고, 환웅과 에 개어 피부에 발라 피부를 희게 하는 형태였는데 인기가 많아 하루
의 사이에서 단군 왕검을 낳았으니 쑥과 마늘의 미백효과는 고조선 에 5만 갑이나 팔렸다.
의 건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동동 구리무’라는 크림도 인기가 많았는데 손수레 행상들이 골목

박가분, 20세기 초
을 누비고 다니면서 고객이 원하는 양만큼 크림을 덜어서 판매했다.
청자상감모자합, 고려시대
행상들이 북을 둥둥 치고 다녀서‘동동’,크림을 일본식으로 발음하
여‘구리무’라 하여 동동 구리무라고 불리었다.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
고대 이집트에서 화장은 남녀, 계급을 떠나 보편화되어 있었는데, 특
사진 제공ⓒ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히 부유한 가정의 여성들은 몸을 깨끗이 씻고 노예를 시켜 온몸에 향
우리의 옛 여성들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활용하여 화장 유를 바른 후, 긴 시간 동안 정성들여 화장을 하였다. 공작석 가루를
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화장을 하기 시작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 이용하여 눈가에 약간 굵게 검은색 테를 그려 눈을 강조했는데, 눈초
는 없지만, 고대유적에서 발견된 장신구와 청동거울에서 화장의 흔 리 부분을 길게 연장하여 물고기 꼬리 모양으로 그렸다. 눈썹은 까맣
적을 엿볼 수 있다. 게 먹칠을 하고 입술연지와 볼연지도 사용했으며, 손톱에는 식물성
삼국시대에는 얼굴을 희게 보이게 하며 잔주름과 얼굴의 결점들을 염료인 헤나를 써서 진한 오렌지색으로 매니큐어를 하기도 했다.
감추어 주는 백분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쌀을 맷돌에 비잔틴의 여성들은 눈썹을 모두 뽑은 후, 먹을 이용하여 새로 그렸
갈은 후 고운체에 쳐 여기에 조개껍질을 곱게 갈아 섞은 백분을 작은 으며, 볼과 입술을 불그스레하게 장밋빛으로 꾸밈으로써 그들의 화
사기 분합에 담아 아주 소중하게 보관하다가 화장을 할 때 물에 잘 개 려한 의상에 잘 어울리도록 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창백하고 하
어 누에고치에 묻혀 얼굴에 부드럽게 펴 바랐다. 얀 피부를 선호하여 분칠을 진하게 했으며, 넓은 이마를 표현하기 위
백분에 버금갈 정도로‘연지’도 크게 대중화되었다. 젊음과 건강 해 머리 선을 면도하기도 하였다.
한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입술과 볼, 이마에 붉은 색깔의 연지를 발랐 바로크 시대에는 애교점이 유행을 하였는데, 원래 얼굴 흉터나 여
다. 이때 연지는 잇꽃이라고도 불리는 홍화와 돼지기름 등을 혼합하 드름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던 것이 점차 이성을 유혹하는 목적으로
여 만들었다. 사용되었다. 애교 점은 별, 다이아몬드, 초승달 등의 모양으로 이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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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JUN 2009 MAXWELL
붙여 위엄을 나타내거나, 눈가나 입가에 붙여 요염함을 나타내었다.
20세기에는 의학, 화학, 과학 등과 더불어 화장품 제조 기술 역시
발달하여, 값싸고 품질 좋은 화장품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었다. 또 7가지 한방 원료를

한 신문, 잡지, 영화, 방송 등 대중매체로 인해 유행의 변화 또한 빨라 달여 만든 한방화장품


에코서트(ECO-CERT) 인증을 받은 유기농화장품

졌다. 1910년대, 영화배우들은 대중의 우상이었으며 사람들은 이들


을 모방하였다. 마사지크림이 생산되어 크게 인기를 얻었고 샴푸, 매 한 해조와 식물에서 추출한 재료, 세계 청정 지역에서 가져온 청정 워
니큐어 등이 생산되었다. 이후 돌려서 올리는 립스틱과 속눈썹 컬러 터 등의 가지각색의 희귀한 최상급 천연소재를 사용하는 화장품도
(curler), 크림 타입의 마스카라가 히트를 쳤다. 1950년대에는 영화 생겨났다.
나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색이 있는 화장품이 중요시되었는데, 이 시 2006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여성들은 아침에만 기초화
기에 이르러 화장품은 이미 모든 여성의 필수품이 되었다. 장품 4.2개, 색조화장품 5.6개를 바를 정도로 수많은 화장품에 둘러
싸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제 화장품은 단순한 미적효과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지켜주고, 개인의 기호와 지성
을 표현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거울을 보는 남자
여성뿐만 아니라 화장을 하는 남성들
도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2009년
의 블루슈머(Blue Ocean Consumer)

크림 타입의 마스카라와 립스틱


10’중 하나로 거울을 보는 남성을 선정하기도 했다. 외모에 대한
남성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남성용 색조 화장품이나 기능성 제
품들을 구매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블루슈머’
New 건강한 화장품
란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블루오션’과‘컨슈머(소비
10여 년 전부터는 과학과 의학 등의 발달로 피부 노화 방지, 미백, 자
자)’의 합성어로 블루오션의 새로운 소비자를 뜻한다.
외선 차단, 잔주름 예방 등의 기능적인 측면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이 만들어져서 주목을 받았으나 요즘은 화장품 중 기능성 제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품이 아닌 게 없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의사들이 만든 화장품이 인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한국 옛 여인의 화장문화를 보존하고, 널
기를 얻고 있으며 나노기술이나 생명공학, 줄기세포 등을 이용한 화
리 알리고자 설립한 국내
장품까지 나타났다.
최대 규모의 전문 화장박
몸에 좋다는 성분들은 모두 화장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술이 건
물관이다. 남녀 화장도구
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자 쌀로 만들어진 사케, 폴리페
를 비롯하여 화장용기, 장
놀 성분이 풍부하다는 와인 등을 이용한 화장품도 등장했다. 천연한
신구 및 생활문화에 관련
방재료로 만드는 한방화장품은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된 유물 300여 점을 전시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엔 기능성 화장품에
하여 한국 화장의 역사와
이어 친환경 화장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식물과 과일 등의 자연에서
문화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채취한 성분을 이용한 친환경 화장품들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수 있다. 문의 02 - 547 - 9111
순수 빙하와 사막 오지에서 나는 식물 추출물, 세계 각지에서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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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WELL MAY/JUN 2009
안테나

제10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


당사는 지난 3월 24일(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제 과 1천 만원의 상금이 전달됐다.
10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당사는 지난 1999년부터 국내 바둑 토너먼트 대회
이번 행사는 지난해 9월부터 금년 2월까지 6개월 인‘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을 실시, 팬클럽 라이벌
간 펼쳐졌으며 사상최초로 바둑계 입신 48명 전원이 전, 아름다운 가게 기증식 등의 다양한 연계를 통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사회공헌 행사로 확대
벌여왔다. 또한 올해로 해왔다. 이 대회는 신의
10주년을 맞는 이번 맥 경지에 올랐다는 9단만
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이 출전 자격이 있으며
입신의 경지에 들어선 최규병 9단, 유창혁 9
기사가 크게 늘어난 데 단, 장주주 9단, 루이나
따라 최초로 예선전을 이웨이 9단, 이세돌 9
도입한 만큼 최철한 9단 단, 박영훈 9단 등 우수
의 우승 또한 의미가 크다. 한 역대 우승자들을 배출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이 날 시상식은 동서식품 이창환 사장, 한국기원 이번 대회는 바둑문화의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하고
김인 상임이사, 바둑TV 심용섭 사장 등 주최사와 바 있으며, 바둑 기사도 수가 많이 늘어 올해는 최초로
둑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0회 우승자인 최철한 예선전까지 치르는 결과를 낳으며 권위 있는 대회로
9단과 준우승한 박영훈 9단에게 각각 2천 5백 만원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랑의 연탄 나르기’행사
당사는 지난 2월 20일(금), 과천 꿀벌마을에서 동서 동서식품은 2007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으며
식품 임직원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사랑의 연탄 현재는 한 달에 한번 직원참여를 통한 자원봉사가
나르기’행사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한 잔의 커피 이루어지고 있다. 동절기에는‘사랑의 연탄 나르
처럼 내 주변의 이웃에게 기’를 진행하며, 그 외에
따뜻한 마음을 나누자는 는 직원들이 등산객들에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게 쓰레기 봉투를 나줘 주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 고 청소도 하는‘함께 가
눔 재단’과 함께 한 이번 꾸는 산’이란 봉사활동을
행사에서는 약 3000천장 진행한다. 이 외에도 동
의 연탄을 과천에 위치한 서식품은 매년 어려운 학
꿀벌마을에 전달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꿀벌마을은 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동서식품 장학
비닐하우스촌으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동서식품 회’를 진행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뻗
의 훈훈한 손길을 더욱 반갑게 맞이했다. 고 있다.
식수난을 겪는 태백시에‘차 음료로 나누는 사랑’실천
당사는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난을
겪고 있는 태백시에 5,000만원 상 태백시는 최근 유래 없는 가뭄으로
당의‘동서 차에세이 보리’와‘동 정부가 비상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서 차에세이 옥수수’3,200박스를 것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
전달했다. 이 날 전달식엔 당사의 터 식수를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
한동철 이사와 태백시의 박종기 시 다. 이에 당사는 자사에서 생산하
장이 참석했으며, 기부 제품은 식수 곤란을 겪고 있는 고 있는 제품을 통해 태백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
태백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을 주기 위해 이번 기부를 결정하였다.

맥심 카페 5종 출시
카페라떼, 모카라떼, 카라멜 마키아또, 카푸치노 헤이즐넛, 카푸
치노 바닐라 총 5가지 제품으로 발매된 맥심카페는 고급 커피에
우유를 함유하여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가진 1회용 커피 믹스 제
품으로 특별한 커피로 기분 전환이나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소비
자들을 위해 출시되었다.

■카페라떼, 모카라떼, 카라멜마끼아또 145g(10개입)/ 290g(20개입)


■카푸치노헤이즐넛, 바닐라 150g(10개입)/ 300g(20개입)

맥심 T.O.P 더 블랙 출시
당사는 프리미엄 에스프레소 커피음료‘맥심 T.O.P’는 설탕과
크림이 첨가되지 않은 아메리카노 스타일의‘더 블랙’을 출시했
다. 최근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달지 않고 커피 본연의 맛과 향
을 즐길 수 있는 블랙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짐에 따라, 동서식
품만의‘가압 추출방식’으로 에스프레소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린
‘더 블랙’을 출시하게 되었다.
275ml NB캔 200ml 캔

지난해 6월,‘마스터블렌드’와‘스위트아메리카노’2종을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첫 선을 보인‘맥심 T.O.P’는


콜롬비아, 케냐, 브라질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에서 재배한 최고급 100% 아라비카 원두만을 사용한 프리
미엄 에스프레소 커피음료이다.
독자의 소리

장하숙 대구시 달서구 월성1동 김우진 전남 장흥군 장흥읍 기양리


<It Coffee> 에스프레소에 관한 내용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커피보다 진해서 <동서레시피> 시리얼 라이스 핫도그 만드는 법 잘 배웠습니다. 이런 요리법도 있
작은 잔에 마시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저처럼 커피에 대해서 잘 다니... 무조건 밀가루로 하는 것보다 우리 쌀로 하는 것이 더 영양가도 았고 맛있
모르는 사람들에게 커피상식이나 종류, 예절 등을 많이 소개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을 것 같습니다. 특히 시리얼로 빵가루를 대신하는 법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특이
같네요. 했습니다. 앞으로도 동서레시피에서 소개된 요리 많이 활용 할께요.

신미선 경남 김해시 진영읍 진영리 정순애 서울시 양천구 목6동


<여행길 카페이야기> 제주도와 무인카페‘5월의 꽃’에 대한 소개가 좋았다. 믿음 <요리조리커피> 홈로스팅이 인상적이네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도구를 이용
이 상실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제주도라는 아름다운 곳에 이러한 무인카페가 있다 해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특이했어요. 소개 된 방법으로 커피를 만들어봤는
는 것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이 카페를 방 데, 처음이라 조금 어설펐지만 처음치고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맥스웰향기에서
문해보고 싶다. 만 만나 볼 수 있는 정보 같아서 좋네요.

이민지 인천시 중구 운서동 박혜영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즐거운 문화읽기>‘얀 베르메르의 회화 속 음악’기사가 너무 좋았어요. 그림은 <Old & New> 자판기에 대한 기사가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항상 우리 주변 가
어디선가 봤었지만 작가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 그림 속의 숨은 뜻도 잘 몰랐었거 까이에 있었던 자판기에 대해서 잘 몰랐었는데,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세상엔
든요. 이번 기사를 통해 소중한 정보를 얻었고,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느낌을 받았 정말 독특한 자판기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어떤 자판기가
어요. 문화 소식 많이 소개해주세요. 나올까 궁금하고 기대도 되네요.

QUIZ
이번 호 문제 에스프레소에 신선한 우유가 어우러져 맛과 향이 부드러운 커피는?
(14페이지를 참조해 애독자 엽서로 응모하세요. 엽서 마감일은 6월 7일입니다.)
지난 호 정답 찰스 다윈 (2009년 3, 4월호 퀴즈에 응모해주신 정답은 855통입니다.)

독자 엽서 당첨자_커피 선물 세트

강성주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손명진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최미남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신능리
김병연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손서경 전남 순천시 해룡면 상삼리 최수미 서울시 관악구 신림8동
김복례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손승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최우용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
김선경 서울시 중구 신당6동 손지영 경북 경산시 진량읍 선화리 최은영 울산시 남구 무거동
김선영 충남 공주시 웅진동 송정근 광주시 북구 용봉동 최인숙 대구시 달서군 다사읍 매곡리
김선옥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신은경 경북 경산시 백천동 최지윤 경북 김천시 남산동
김수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안영선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하인자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김승옥 서울시 노원구 상계7동 윤샘결 전북 부안군 행안면 대초리 한호섭 충남 공주시 산성동
김영주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윤정현 서울시 송파구 거여1동 허주희 서울시 강북구 수유2동
김지은 서울시 마포구 신곡덕동 윤주영 대전시 동구 홍도동 황남선 경남 창원시 반지동
김진옥 서울시 양천구 신월2동 이진아 부산시 북구 구포동
김현희 경북 포항시 북구 흥애읍 성곡3리 장낙희 경북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
노영애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장서정 인천시 남동구 간석2동
류진희 광주시 서구 금호동 전희정 경북 경산시 백천동 ※선물은 당사 재고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박순미 서울시 성동구 도선동 정다운 서울시 도봉구 창1동
박용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탑동 정성례 울산시 중구 옥교동 주소변경 시에는 이메일(hyuny002@naver.com)로 연락
박정숙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2동 정정숙 서울시 중랑구 면목4동 주시거나, 우편엽서를 보내주십시요.
박효림 대구시 남구 봉덕2동 조윤주 서울시 양천구 목동 인터넷으로도 우편엽서 접수가 가능합니다.
서광열 부산시 동구 좌천동 주미정 대전시 서구 배재로 동서식품 홈페이지(www.dongsuh.co.kr)의 웹진 맥스웰
서여은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최경영 서울시 노원구 상계6동 향기(맥스웰 독자광장의 애독자 엽서코너)
과즙분말을 넣어
더욱 진한맛!
카페에서 느꼈던 바로 그 맛!
이젠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습니다
과즙 분말을 넣은 동서 아이스티!
아이스티의 더 깊고 진한 맛을 마음껏 즐기세요
맥스웰향기를 구독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회원들께 감사 드립니다.
동서식품에서는 2009년 맥스웰향기 구독회원의
편리한 구독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등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등록기간 : 2009.3.4 ~ 2009.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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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등록 기간 : 2009.3.4 ~ 2009.6.30


�당첨자 발표 : 2009.7.15 발표 + 매월 4일 10분께 커피선물세트 증정
(본사 홈페이지에 공지. 해당 경품에 대한 제세공과금은 본인부담입니다.)

10만원 상당 외식상품권 : 5명

디오스 광파오븐 :1명 Wii Fit :1명 커피선물세트 : 매월10명

커피선물세트 : 2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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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독자번호 N12345678
확 인
�독자성명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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