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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헌법의 의의와 특성

1. 헌법의 의의1)

헌법(憲法, Constitution)은 국가라는 통치단체의 존재를 기반으로 한 기본법으로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작용의
원리를 규율하는 정치규범』이다. 즉, 헌법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
본적 원칙을 선언하고, 국가의 권력관계와 통치구조의 근간을 선언한 국가의 최고
법이다(통설). 한편 이에 대해 헌법이란 사회통합을 실현시키기 위한 공감대적 가치
질서를 규범화한 정치규범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2. 헌법의 특성2)

헌법의 특성이라 함은 형법, 민법, 상법 등의 다른 법규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


이 헌법에서만 나타나거나, 혹은 다른 규범에서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헌법에서 보
다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질을 의미한다. 이러한 헌법의 특성은 사실적 측면과 규범
적 측면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고찰해볼 수 있다.

1) 헌법의 사실적 특성
헌법의 사실적 특성으로는 헌법의 정치성, 이념성, 역사성을 들 수 있다.

(1) 헌법의 정치성


헌법은 조직화되지 않은 공동체에서 정치적 통일을 형성하고 국가를 창설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므로 강한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헌법은, 대통령제를 택할 것인가
의원내각제를 택할 것인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및 수정자본주의를 택할 것인가
중앙계획경제(a centrally planned economy) 내지 중앙통제경제(a command
economy)를 택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를 택할 것인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택할
것인가 등과 같은 정치적 근본 결단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의 정치
성 내지 정치규범성으로 인해 헌법의 해석에는 다른 법규범의 해석과는 달리 정치
적 판단이 상대적으로 넓게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헌법이 정치성을
가진다고 하여도 헌법이 가지는 법규범으로서의 근본 속성은 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면서까지 정치적 편의에 따라서 헌법을 해석하
여서는 안된다.

1) 이흥용 외 2인, 헌법정신⦁경찰행정법, (중앙경찰학교, 2020), 13면.


2) 정회철, 기본강의 헌법, 개정 제4판(도서출판 여산, 2009), 15-18면 참조; 이흥용 외 2
인, 위의 책, 22-25면 참조.

- 1 -
(2) 헌법의 이념성
헌법은 정치투쟁의 산물로서 일정한 정치적 이념과 정치적 가치 질서를 그 내용으
로 하게 된다.

(3) 헌법의 역사성


헌법은 일정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성립된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에 헌법이 그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는 특유의 이념이나 가치질서는 선험적이거나 영원불멸의 것이 아
니며 보편적인 것도 아니다. 따라서 헌법의 이러한 특유의 이념과 가치질서는 그때
그때의 역사적 조건과 상황의 변화에 의하여 제약을 받게 된다.

2) 헌법의 규범적 특성
헌법의 규범적 특성으로는 헌법의 최고규범성, 개방성, 자기보장성, 생활규범성을
들 수 있다.

(1) 헌법의 최고규범성


헌법은, 『헌법-법률-명령-규칙』의 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실정법 체계에서 최고법
의 지위를 가진다(형식적 최고성). 최고법으로서의 헌법은 하위법에 대하여 존재 근
거인 동시에 효력 근거가 된다. 다시 말해 하위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에 위반
될 수 없으며, 헌법에 위반되는 하위법은 효력을 상실한다. 그리고 헌법은 가치적으
로도 최고의 지위를 가지는 규범으로서(실질적 최고성), 입법⦁행정(집행)⦁사법 작
용 등의 모든 국가작용을 기속한다.

(2) 헌법의 개방성


헌법의 많은 규정들은 다른 법령들처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이다. 이는 곧 헌법이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은 최고법이면서 기본법이기 때문에 헌법이 모든 것을 상세하게 다
규정할 수도 없고, 또한 규정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헌법은 모든 상세한 내용까지
확정적으로 규정해놓지 않고 이를 개방된 채로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헌법이 개방하고 있는 영역은 해석을 통하여 보충하게 된다. 다만 헌법의 기본원리
와 기본정신이라든가, 국가의 권력구조와 같은 내용들은 개방이 허용될 수 없고, 반
드시 구속력 있게 확정시켜 놓아야만 한다.

※ 상위법일수록 개방적, 불확정적, 추상적(함축적)


※ 하위법일수록 비개방적(폐쇄적), 확정적, 구체적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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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법
(1) - 1. 헌법 서문(전문)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 . . . 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안전
의 영원한 확보”--> 우리 헌법에 의하여 조직화된 국가가 국민 개인의 안전 확보를 위
하여 항상 노력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부분 --> 국가는 무
엇으로부터 국민 개인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 개방적, 불확정
적, 추상적(함축적)

(1) - 2.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재난]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
다.”--> ‘국가에 의한 각종 재해[재난]의 예방 작용’과 ‘그러한 재해[재난]의 위험으
로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보호 작용’을 근간으로 하여 달성될 수 있는 국가의 헌
법적 의무에 대하여 규정 --> 국가가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각종 재해[재난]에
는 무엇이 있는가? / 어떠한 재해[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
력하여야 하는가? --> 개방적, 불확정적, 추상적(함축적)

(2) 법률
(2) - 1.
국가는 무엇으로부터 국민 개인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 범죄자
의 범죄로부터 --> 「경찰관 직무집행법」, 「경찰법」 등 /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 「국군조직법」 등

(2) - 2.
국가가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각종 재해[재난]에는 무엇이 있는가? / 어떠한 재
해[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가? --> 자연재
난3) 및 사회재난4)(으로부터) -->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테러방지법」, 「소방기본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가축전염병예
방법」, 「재해구호법」, 「수난구호법」, 「농어업재해대책법」, 「해운법」, 「선원법」,
「선박안전법」, 「유선 및 도선사업법」 등

(3) 명령
(3) - 2.
「테러방지법 시행령」 --> 제1장 총칙 및 국가테러대책기구 / 제1조(목적) / 제2조
(관계기관의 범위) / 제3조(국가테러대책위원회 구성) / 제4조(대책위원회의 운영) /
제5조(테러대책 실무위원회의 구성 등) / 제6조(대테러센터)
제2장 대테러 인권보호관 / 제7조(대테러 인권보호관의 자격 및 임기) / 제8조(인권
보호관의 직무 등) / 제9조(시정 권고) / 제10조(비밀의 엄수)

- 3 -
제3장 전담조직 / 제11조(전담조직) / 제12조(지역 테러대책협의회) / 제13조(공항ㆍ
항만 테러대책협의회) / 제14조(테러사건대책본부) / 제15조(현장지휘본부) / 제16조
(화생방테러대응지원본부 등) / 제17조(테러복구지원본부) / 제18조(대테러특공대 등)
/ 제19조(테러대응구조대) / 제20조(테러정보통합센터) / 제21조(대테러합동조사팀)
제4장 테러 대응 절차 / 제22조(테러경보의 발령) / 제23조(상황 전파 및 초동 조치)
/ 제24조(테러사건 대응)
제5장 테러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대책 / 제25조(테러대상시설 및 테러이용수단 안전
대책 수립) / . . . .

(4) 규칙
(4) - 2.
「테러방지법 시행규칙」 --> 제1조(목적) / 제2조(포상금심사위원회의 구성) / 제3조
(포상금심사위원회의 운영) / 제4조(포상금의 신청 절차) / 제5조(포상금의 지급 결
정 기간 등) / 제6조(포상금의 반환통지 등) / 제7조(치료비 산정) / 제8조(유족의 범
위 및 순위) / 제10조(평균임금의 기준) / 제11조(유족특별위로금의 금액) / 제12조
(장해특별위로금의 금액) / 제13조(중상해특별위로금의 금액) / 제14조(피해지원금
및 특별위로금 지급 신청) / 제15조(지급 결정 통지서 등 서식)

(3) 헌법의 자기보장성


헌법은, 다른 법률들과는 달리, 그 효력을 보장해줄 외부로부터의 강제 수단이 거의
없다. 헌법 이외의 법률은 국가권력에 의해서 적용⦁집행⦁관철되기 때문에 그 효
력이 국가 권력에 의해서 보장된다. 하지만 헌법 조항들은 대부분의 경우 국가권력
자체를 제한하고 구속하려는 규정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이러한 국
가권력 자체에 대한 구속과 제한의 메커니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장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헌법의 자기보장성이라고 한다. 헌법의 자기보장의 대표적 방법
으로는 헌법상의 권력분립(삼권분립) 메커니즘과 헌법재판제도를 들 수 있다.

(4) 헌법의 생활규범성


헌법은, 헌법에 의해서 조직된 국가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헌법이 촉구하는 행동
방식에 따라 생활해 나갈 때, 그 본래의 기능을 잘 발휘하게 된다. 헌법은 결코 관
념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규범이 아니고, 국민의 생활 속에 존재하면서 국민의 일상
생활에 의해서 실현되고 발전되는 규범이기 때문이다.

3)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
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4)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 포함)·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테러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
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그리고 감염병이나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

- 4 -
II.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원리5)

1. 국민주권의 원리

1) 국민주권의 원리의 의의6)


국민주권의 원리라 함은 국가의 최고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원동력인 주권을 국민
이 가진다는 것과 모든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가 국민에게 있다는 원리를 말한
다. 이러한 국민주권의 원리는 미국의 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권선언을 비롯하여
현대 민주국가의 헌법들이 예외 없이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우리 헌
법 제1조 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제헌헌법 이래 줄곧 명문으로 국민주권주의를 규정해해고 있음
을 보게 된다.

2) 주권이론의 변천7)
(1) 군주주권론
근대적 주권이론은 봉건영주에 대하여 군주의 권위를 절대화시키기 위한 군주주권
론에서 출발한다. 군주주권론을 주장한 사람은 보댕(Bodin)과 홉스(Hobbes)였다. 보
댕에 의하면 군주는 신의 대리자로서(왕권신수설) 절대적 권력을 가지며, 특히 국민
의 동의 없이 법률을 제정하고 공포할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홉스에 따르면 모든
시민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사회계약을 통하
여 자신의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군주에게 이양하였으므로 주권자인 군주는 무제한
적으로 법률을 제정・개정・폐지할 수 있는 반면에 그 자신은 법률에 구속되지 아
니한다.

(2) 의회주권론・국가주권론(과도기의 주권이론)


영국에서는 군주세력의 약화와 더불어 귀족과 시민의 연합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의
회가 통치의 중심이 되면서, 주권의 보유자는 더 이상 군주가 아니라 의회라는, 소
위 의회주권론이 대두되었다. 의회주권론은 의회제정법의 우위라는 사상을 중심으
로 영국에서 점차 보편화되었고, 의회의 민주화와 더불어 사실상 국민주권에 접근
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한편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대륙에서는 국가를 하나의 독립된 법인격으로 인정함
을 바탕으로 법인으로서의 국가에 주권이 있다고 보는 국가주권론이 나타났다. 그
런데 국가주권론은 당시 대립하고 있던 전제군주・귀족・시민세력 간의 타협의 산
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3) 국민주권론
절대왕정이 시민혁명에 의하여 붕괴됨으로써 국민주권론이 등장하였고, 이제 국민

5) 이흥용 외 2인, 위의 책, 64-79면 참조.


6) 정회철, 위의 책, 103면 참조.
7) 정회철, 위의 책, 103-10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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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념이 되었다. 국민주권론의 정점은 루소
(Rousseau)의 사회계약론에서 찾을 수 있다. 루소에 따르면 주권자는 사회계약의 당
사자인 국민이고, 주권은 ‘일반의사[공공의 이익을 지향하는 국민의 보편적 의사]
의 행사’이므로 양도될 수도 없고 분할될 수도 없다. 법률을 만드는 것도 일반의
사의 행위에 속하며, 사회계약에 의하여 국민의 위임을 받은 자에 불과한 군주도
이러한 법률에 복종하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주권 역시 초기자본주의 하의 근대 입헌주의 헌법에서는 시민계급들만
이 참여하는 참정권의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형식적인 것이었지만, 자본주의의 위
기가 심화되고 이의 해결을 위하여 나타난 사회복지국가의 현대입헌주의 헌법 하에
서는 참정권의 확대, 직접민주제의 가미, 표현의 자유의 보장, 정당제도의 헌법에의
편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실질적 국민주권으로 바뀌었다.

3) 우리 헌법상 실질적 국민주권의 구현8)


(1) 합리적 선거제도에 의한 구현
전체 국민이 주권의 보유자이지만 전체 국민이 국가의사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대
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 따라서 헌법은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여 대부분의 국가의
사를 대표기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대의제(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대
표제 하에서는 무엇보다도 선거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국민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거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이 국민주권의 실
질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헌재판례>
국회의원선거법 제33조 제34조의 위헌심판제청(1989. 9. 8. 88헌가6 전원재판부)

헌법이 국가의 현실적인 정치제도와 국민의 사회적 생활 속에서 활용되고 본래의


취지대로 법률적 기능을 다하기 위하여는, 그에 맞는 해석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헌법의 해석은 헌법이 담고 추구하는 이상과 이념에 따른
역사적, 사회적 요구를 올바르게 수용하여 헌법적 방향을 제시하는 헌법의 창조적
기능을 수행하여 국민적 욕구와 의식에 알맞는 실질적 국민주권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 . . .
여기에 국민주권과 국민대표론에 관한 헌법해석상의 혼동에 대하여 깊은 성찰과 확
실한 방향정립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 헌법상의 국민주권론을 추상적으로 보면 전
체국민이 이념적으로 주권의 근원이라는 전제 아래 형식적인 이론으로 만족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보면 구체적인 주권의 행사는 투표권 행사인 선거를 통하여 이
루어지는 것이다. 실질적 국민주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유권자들이 자기들의 권익과
전체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절하게 주권을 행할 수 있도록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마
련되어야 하고, 국민 각자의 참정권을 합리적이고 합헌적으로 보장하는 선거법을

8) 정회철, 위의 책, 107-108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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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 . .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이 실질적 국민주권론의 원칙을 우리나라의 최고 기
본원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 . .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
나 민주화를 열어가는 지금에 와서는 올바른 선거제도를 확립하는 헌법해석으로 국
민 감정에 맞는 실질적 국민주권론을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사회 건설의 선결
요체가 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직접민주제의 가미
간접민주제의 여러 폐단을 최소로 줄이기 위하여 직접민주제적인 여러 제도가 등장
하였는데, 이를 통하여도 국민주권 원리를 실현할 수 있다. 직접민주정치란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서 현대국가에 있어서는 그 방식으로 국민투표
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제72조에서 중요한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규정하고 있고, 제130조 제2항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제를 규정하고 있다.

(3) 기본권 보장에 의한 구현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의 이론을 구현하기 위하여 공무원선거권(제24조), 공무담임권
(제25조)을 비롯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청원권(제26조) 등 일련
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 정치적 기본권의 보장은 현대민주국가에
서 국민주권의 원리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4) 정당제도에 의한 구현
선거나 국민투표 등에 의한 국민주권의 원리 구현은 선거 등이 실시되는 경우에만
가능하고, 국민투표가 실시되지 아니하거나 선거와 선거 사이의 기간에는 국민주권
의 원리가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 국
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당제도가 발달한 경우에는 국민은 정당을 통하여 언제나 입
법과 국정수립에 참여하거나 그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5) 지방자치제에 의한 구현
지방자치제는 지방행정을 주민 자신이 자기의 책임 하에서 자기의 기관으로 하여금
처리하게 하는 자율과 자치를 그 본질로 하기 때문에 국민주권을 구현하는데 기여
하는 제도로 간주된다.

<헌재판례>
지방세법 제9조 위헌소원(1998. 4. 30. 96헌바62 전원재판부)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정치의 요체이며 현대의 다원적 복합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의 공동관심사를 자율적으로 처
결함과 동시에 주민의 자치역량을 배양하여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이념구현
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헌재 1991. 3. 11. 91헌마21, 판례집 3,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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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헌법은 제117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
정하고, 제118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
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
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 . . .
그런데 지방자치제도의 헌법적 보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려면 위의 헌법규정
의 규범적 의미 내용을 검토하고 그것에 따라서 지방자치의 이념과 의의를 분명하
게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헌법적 보장은 한마디로 국민주권의 기본
원리에서 출발하여 주권의 지역적 주체로서의 주민에 의한 자기통치의 실현으로 요
약할 수 있고, 이러한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인 핵심영역은 어떠한 경우라도 입법
부나 기타 중앙정부의 침해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6) 직업공무원제도에 의한 구현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정치적 중립성
또한 보장된다(헌법 제7조). 이는 공무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게 봉사하는 것임을 명시한 것으로서 국민주권 실현의 한 요소를 이루는 것이다

<헌재 판례>
국가보위입법회의법 등의 위헌여부에 관한 헌법소원(1989. 12. 18. 89헌마32,33(병합)
전원재판부)

헌법이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


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헌법 제7조,
구 헌법 제6조)라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직업공무원제도가 국민주권
원리에 바탕을 둔 민주적이고 법치주의적인 공직제도임을 천명하고 정권담당자에
따라 영향받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은 정권 하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당하지
않는 것을 불가결의 요건으로 하는 직업공무원제도의 확립을 내용으로 하는 입법의
원리를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서 법률로서 관계규정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헌법의 위
와 같은 기속적 방향(羈束的 方向) 제시에 따라 공무원의 신분보장이라는 본질적 내
용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라는 입법의 한계가 확정되어진 것이라 할 것이다. 그
렇기 때문에 공무원에 대한 기본법인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서도 이 원
리를 받들어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 또는 위 공무원법이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 강임 또는 면직당하지 아니하도록 하고, 직권에
의한 면직사유를 제한적으로 열거하여 직제와 정원의 개폐 또는 예산의 감소 등에
의하여 폐직 또는 과원이 되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공무원의 귀책사유 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운영 및 개편상 불
가피한 경우 외에는 임명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하여 직업공무원에게 면직 등 불
리한 인사 조치를 함부로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에 어긋나는 것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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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는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2. 대의제의 원리

1) 대의제도의 의의9)
대의제도란 국민이 직접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 대표를 통하여 간접적으
로 정치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기관구성의 원리 및 의사결정의 원리를 의미한다. 다
시 말해, 대의제도는 국민이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대신 정책결정을 맡을 대의
기관을 선거를 통해 구성・통제함으로써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국가조직의 구성원리
를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조직에 있어서의 기본원리로서의 대의제도는 국민주
권의 이념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의 대중사회가 안고 있는 민주정치에 대한 여러 가
지 장애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극복하기 위하여 창안된 조직구성의 근본 원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2) 대의제도의 모체인 직접민주주의


(1)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행해진 직접민주주의10)
간접민주주의 대표적 모습인 대의제는 그 원형을 직접민주주의에서 찾게 된다. 그
리고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의 원형은 그리스 고대 도시국가의 민회에서 찾을 수 있
다. 그리스의 고대 도시국가에는 대부분 아크로폴리스가 있었고 이러한 언덕 아래
에는 아고라 광장이 위치하였는데, 이러한 아고라에서는 1년에 약 40여 차례, 9일에
한 번 꼴로 민회를 열었다. 이러한 민회는 당시 계급상의 하층민을 제외한 20세 이
상의 남자들로만 구성되어졌는데 도시국가의 일을 포함한 각종 안건들을 함께 의논
하면서 토의하고 표결을 통하여 결정하기도 하였다.
(2) 현대 스위스의 란츠게마인데(Landsgemeinde)11)
스위스 북동부 아펜첼이너로덴주(州)와 중부 글라루스주(州)의 최고 의결기구가 바
로 란츠게마인데다. 스위스 연방공화국의 26개 주(canton)들12) 가운데 현재는 이 두
주만이 란츠게마인데를 운영하고 있다. 란츠게마인데에서는 참정권을 가진 주민이
매년 한 번씩 모여 주법을 표결하거나 주지사, 주정부 각료 등을 선출하는 것은 물
론 교육・교통・도로・치안・세금 등의 문제도 직접 결정한다. 이전에는 스위스 연
방 가운데 주로 농촌지역인 8개 주에서 행해졌으며, 비밀선거(익명선거)라는 민주주
의의 기본원칙을 지킬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실제 적용 면에
서 발생하는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는 두 주만 빼고는 모두 폐지된 상태다. 글라루
스주에서는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야외광장에서 란츠게마인데가 진행된다. 아펜첼

9) 허영, 한국헌법론, 전정 11판(박영사, 2015), 685면 참조.


10) 차병직 외 2인, 지금 다시, 헌법, (로고폴리스, 2016), 250면 참조.
11) Naver 지식백과, 두산백과: 란츠게마인데,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01892&cid=40942&categoryId=40212 (2022. 2. 16.
방문) 참조.
12) 우리나라의 시・군・구에 해당하는 게마인데가 모여 칸톤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26개
의 칸톤이 모인 것이 오늘날의 스위스 연방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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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로덴주는 주도(州都)인 아펜첼의 야외광장에서 란츠게마인데가 열리는데, 시기
는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이며 부활절과 겹치면 한 주일 미루어진다. 참석한 사람
은 누구나 의문점에 관해 논쟁을 할 수 있고, 손을 들어 가부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

3) 대의제도의 필요성13)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모든 국정을 담당하는 직접민주주의가 이상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영토와 인구의 문제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대의민주주의, 다시 말해 대
의제도를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대의제도의 근간에서 국가가 운
영되고 있다. 다만 대의제을 중심으로 하되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첨부하여 대의
제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헌법개정안에 대한 필수적 국민투표제(헌법
제130조 제2항)와 대통령이 부의한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한 임의적인 국
민투표제(제72조)와 같은 것들을 들 수 있겠다.

4) 대의제도의 이념적 기초14)


(1) 기관구성권과 정책결정권의 분리
대의제는 국민이 직접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그 대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만 정치적인 결정에 참여하는 의사결정의 원리이다. 따라서 대의제도 하에서는 치
자와 피치자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치자에게는 정책결정권과 책임을, 피치
자에게는 기관구성권과 통제를 부여하게 된다. 물론 군주제에서도 치자와 피치자가
구별되기는 한다. 하지만 군주제와 대의제의 결정적 차이점은, 군주에서는 기관구성
권과 정책결정권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결합되어 군주가 이를 모두 행사하지만,
대의제는 양자가 서로 분리되어 국민이 기관구성권을 행사한다는 점에 있다.

(2) 정책결정권의 자유위임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대의기관의 구성원 혹은 대표자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국민 개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지시나 명령에 구속되거나 기속
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의기관 구성원 혹은 대표자에게 정책결정권을 위임함에 있어서는
자유위임의 원리가 지배하게 되고 기속적 위임 내지 명령적 위임의 원리는 배제되
게 된다. 이처럼 대의제는 자유위임관계를 본질로 하기 때문에 대의기관의 정책결
정이 설령 국민의 의사에 반한다고 하더라도 다음 선거를 통해서 그 책임을 물을
때까지는 당연히 국민을 기속하고 국민의 추정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5) 대의제도의 본질15)
(1) 대의제도는 국민의 대표기관에 대하여 국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원리이기 때문
에 의회는 국민의 신임에 기초하여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13) 차강진, 헌법입문, (도서출판 (주)학연, 2017), 206-207면 참조.


14) 정회철, 앞의 책, 786면 참조.
15) 성낙인, 헌법학 입문, 제2판(법문사, 2012), 121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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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거에 있어서는 평등・보통・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적 선거제도가 보장되어
야 한다.
(3) 대표는 주권자의 명령에 따른 기속위임이 아니라 자유위임(무기속위임)의 원리
에 따라 자신의 책임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4) 대표는 국민 전체의 대표여야 하기 때문에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여
야 하고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5) 의회는 국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의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어야 한다.
(6) 민주주의의 일반원칙인 다수결 원리에 따라 최종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
지만 소수파 존중의 원리도 지켜져야 한다.

6) 대의제도의 기능
(1) 책임정치 실현기능
대의기관은 일단 선출된 후에는 국민의 경험적인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양식과
판단에 따라 정책결정에 임하게 된다. 따라서 정책결정이 설령 국민의 의사에 반한
다 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 책임과 신임을 물을 때까지는 당연히 국민의 추정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책임정치’의 실현에 크게 기여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2) 국가기관 조직의 기초적 구성원리로서의 기능
대의제도는 그 본질상 국민의 정책결정 참여가 아닌 정책의 통제 내지 정당화에 의
존하는 국가기관 조직의 구성원리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권력통제의 메커니즘과 선
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화를 그 필수적인 부속장치로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대의제
도는 합리적인 선거제도의 정착 및 발전에 기여하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3) 전문정치 실현기능
대의제도는 기관구성과 정책결정을 분리해서 정책결정을 위한 전문기관을 따로 설
치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하기 때문에 현대와 같은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전
문적인 정책결정을 보장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제도 하에
서는 대의기관의 기능이 단순한 정치적인 정책결정 기능에서 전문적인 정책결정 기
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4) 제한정치 및 공개정치의 실현기능
대의기관의 권능은 다음 선거에서 그 신임과 책임을 물어 그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
받아야 되는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성질의 것으로서 제한정치의 실현에 크게 이바지
하는 기능을 갖는다. 또한 대의제도 하에서는 국가권력의 행사가 국민의 통제에 의
해서 순화되고 정당화되어야 하는 까닭에 대의기관의 정책결정 기능을 국민에게 공
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대의제도는 공개정치의 실현과 ‘언론・출판
의 자유(헌법 제21조 1항)’의 신장에 기여하는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5) 사회통합기능
대의기관은 일부 국민의 경험적인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 국민의 추정적인 의
사에 따라 공동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하기 때문에 결국 대의제도
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다 함께 인정할 수 있는 가치를 존중하는 결과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하여 사회통합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는 기능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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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있다.

7) 대의제도와 현대의 정당국가화 경향

<헌재판례>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2003. 10. 30. 2002헌라1 전원재판부)

4. 가.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


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의 자유로운 지위가 전제되지 않으
면 안 된다. 즉,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다.
나. 현대의 민주주의가 종래의 순수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국가적 민주주의의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다만,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보다는
오늘날 복수정당제하에서 실제적으로 정당에 의하여 국회가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강
조하려는 견해와, 반대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중시하고 정당국가적 현실은 기
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전체국민대표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하려는 입
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국회의원의 원내활동을 기본적으로 각자에 맡기는 자유위
임은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당내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정
당의 독재화 또는 과두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자유위임은 의회 내
에서의 정치의사형성에 정당의 협력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며, 의원이 정당과 교섭
단체의 지시에 기속되는 것을 배제하는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정당기속 내지
는 교섭단체의 결정(소위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
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소속 국회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 전
임(사·보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내부
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또한 오늘날 교섭단체가 정당국가에서 의원의 정당기속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
단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소속 의원들의 원내 행동통일을 기함으로써 정당의
정책을 의안심의에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능도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議事)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
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
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국회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청구인이 소속된 OOO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서면으로 받고 이 사건 사·보임행위를 한 것으로서 하등 헌법이나 법률
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바가 없다.

- 12 -
3. 권력분립의 원리16)

1) 권력분립의 의의
권력분립이란 국가권력을 그 성질에 따라 여러 국가기관에 분산시킴으로써 권력 상
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국가조직의 구성원
리를 말한다. 특히 고전적 권력 분립제는 근대 시민혁명이 성공한 이후 각국의 헌
법원리로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2) 고전적 권력분립제
(1) 고전적 권력분립제의 의의와 특징
고전적 권력분립제는 기능의 분리, 조직의 분리, 견제와 균형을 그 특징으로 한다. 즉
국가작용을 기능적 관점에서 입법・집행・사법작용으로 구분하고(기능의 분리), 이들
작용을 각기 분리・독립된 입법부・집행부・사법부에 귀속시키되, 이들 각 기관은 자
신에게 귀속된 국가작용만을 행사하면서 다른 기관에게 귀속된 국가작용은 행사할 수
없다(조직의 분리). 그리고 이들 국가기관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관계를 성립케 함으로
써 권력의 집중을 막는다(견제와 균형). 더 나아가 기능의 분리, 조직의 분리,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한다. 고전적 권력분립론
에서는, 국가의 기능을 분리하고 그 기능을 맡을 국가기관의 조직을 분리하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국가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2) 고전적 권력분립론의 전개
로크의 권력분립이론 몽테스키외의 권력분립이론
영국은 명예혁명(1688) 이후
한편으로는 의회제정법률에
의해서 전제군주의 권한이
제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의 정신’에서 정립된 몽테스키외의 권력
의회의 권한이 강화되어 의
배 분립론은 영국헌정의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기
회가 통치의 실질적 중심이
경 보다는 영국헌정을 모델로 하여 새로운 권력
되는 등 정치체계가 변화하
분립론을 정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였는데, 로크의 권력분립론은
이러한 영국의 정치체계의
변화를 정당화하고 변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로크는 국가권력을 입법 몽테스키외는 국가권력을 입법권・집행권・사
권・집행권・외교권・대권 법권의 셋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다른 국가기
내 의 네 가지로 나누고 이 네 관에 나누어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
용 가지 권한이 국왕과 의회의 유는 입법권과 집행권을 동일한 국가기관에
두 기관에 의해서 행사된다 맡기는 경우에는 전제적인 법률을 만들어 전
는 점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제적으로 집행할 것이 명백하고, 입법권과 사

16) 정회철, 앞의 책, 796-802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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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권이 한 손에 들어가면 법관이 동시에 입법
자가 되어 자의적인 재판이 가능하게 되며, 집
로크의 권력분립은 기능중 행권과 사법권이 함께 주어지면 집행권의 자
심으로 이해할 때에는 4권 의적 권한 행사에 대한 법관의 통제가 불가능
분립이지만, 기관중심으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해할 때에는 2권 분립으 그리고 몽테스키외는 억제와 균형이 특히 문
로 볼 수 있다. 한편 로크는
제되는 것은 입법부와 집행부 간이고, 사법권
입법권과 집행권은 분리하 에 관해서는 오히려 소극적 독립성을 강조하
면서, 집행권과 외교권(동맹였다. 즉 사법작용은 입법이나 행정작용과는
권)은 동일인의 수중에 두어달리 소극성을 본질적 속성으로 하므로 입법
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부나 집행부로부터 일체의 간섭을 배제하고
소극적으로 독립하여 재판만 할 수 있으면 된
다고 하였다.
로크의 권력분립론은 영국의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론은 미국의 헌법제정

헌정에 영향을 미쳐 의원내 에 영향을 미쳐 대통령제 이론으로 발전하였

각제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다.

3) 고전적 권력분립제의 위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현대국가는 고전적 권력분립제의 적용과 유지 외에도, 학문적
인 측면에서 다른 형태의 권력분립제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고전적 권력분립제에 대한 수정적 수용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모색을
의미한다. 이처럼 고전적 권력분립제가 소위 위기를 맞이하게 된 원인들로는 다음
과 같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다.
(1) 정당국가화 현상
정당정치의 발달로 인한 권력통합현상을 우선 들 수 있다. 다수당이 입법과 행정
등 국가의 전반적인 권력을 장악함에 따라 모든 국가작용은 집권당의 수뇌부로 집
중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2) 행정국가화 현상
사회국가이념의 실현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집행부 우위의 권력구조가 생
겨났다. 또한 사회국가의 요청에 의한 급부국가적 기능의 확대는 행정입법의 증대
와 처분적 법률의 증가를 가져왔다.
(3) 위기정부화 현상
천재지변, 전쟁, 경제위기 등의 국가긴급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의 집중이 현대
국가에서는 불가피한데, 오늘날 이러한 다양한 위기의 만성화로 인해 권력집중의
장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는 현대국가의 주요한 특질을 이루고 있다.
(4) 사법국가화 현상
헌법재판제도의 강화로 인한 사법국가화 경향도 역시 주된 원인으로 들 수 있겠다.
국가기능의 중점이 사법권으로 모아지는 시대 상황 아래에서 사법권을 경시하는 고
전적 삼권분립론이 현대 국가조직의 구성원리로서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다소 무리
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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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권력분립론의 모색
고전적 권력분립제는 그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능의 합리적 분할이라는 제
도적 의의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학계에서는 권력의 집중과 통합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된 현대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군력분립제의 전면적
폐지가 아니라 권력분립 장치를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져
야 한다고 주장한다.
(1) 동태적 권력분립론
뢰벤슈타인(Karl Löwenstein)의 ‘동태적 권력분립론’에서는 국가의 기능을 정책결
정・정책집행・정책통제로 구분한다. 또한 해당 이론에서는 이와 같은 국가기능이
하나의 권력주체에 의해 독점되지 않고 여러 권력주체에게 분산되도록 하면서 여러
권력주체 상호간에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뢰벤슈타인의 해당 이론에 따르면, 오늘날 국가기관을 그
기능에 따라 획일적으로 입법기관・집행기관・사법기관으로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의 기능을 정책결정기능・정책집행기능・정책통제기능의 세
가지로 나누고 이러한 국가기능이 어떤 국가기관에 의해서 행해지든 그 기능의 내용
과 비중에 상응하는 통제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처럼 뢰벤슈
타인의 동태적 권력분립론은 기능의 분류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기능 분
류를 바탕으로 한 기능의 분산과 기능의 통제를 실현시켜 국가권력을 효과적으로 통
제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2) 기능적 권력통제이론
기능적 권력통제이론에 따르면, 오늘날의 국가조직 하에서는 국가과제의 효율적 구
현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집중과 통합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본다. 따라
서 국가기관이 서로 기능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간의 기능을 적절히 통
제하는 ‘협동’과 ‘통제’의 메커니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계적
이고 획일적인 ‘권력분리’보다는 목적지향적이고 유동적인 ‘기능분리’로 바뀌
어야 하고, ‘권력 간의 대립적인 제한관계’가 ‘기관 간의 협동적인 통제관계’
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영역에 속해 있지 아니한 요소들에 의한 권
력 통제, 예를 들면 야당의 여당에 대한 견제, 국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 등까지
포함하여 권력통제를 글자 그대로 ‘기능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재판례>
대통령후보 이명박 특검법 제3조[대법원장으로 하여금 특별검사 후보자 2인을 추천
하도록 한 특검법 제3조가 권력분립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기각] 위헌확인(2008.
1. 10. 2007헌마1468 전원재판부)

(3) 권력분립원칙 위반 여부
(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이란 국가권력의 기계적 분립과 엄격한 절연을 의미하
는 것이 아니라, 권력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국가기관을 구성함에 있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그 권
한을 나누어 가지거나 기능적인 분담을 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

- 15 -
아니라 권력분립의 원칙을 실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할 때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고(헌법 제86조 제1항, 제104조 제1항, 제111조 제4항),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에 대통령, 국회 및 대법원장이 공동으로 관여하도록 하
고 있는 것이다(헌법 제111조 제3항, 제114조 제2항).
(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특별검사제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로서 권력형 부정사건 및 정치적 성격이 강한 사건에서 대통
령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특별검사에 의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공소유지가
되게 함으로써 법의 공정성 및 사법적 정의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본질
적으로 권력통제의 기능을 가진 특별검사제도의 취지와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특별
검사제도의 도입 여부를 입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권
한을 헌법기관 간에 분산시키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다) 한편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대법원장의 지위에 비추어 볼 때,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게 될 특별검사의 임명에 대법원장을 관여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국회의 이러한 정치적․
정책적 판단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거나 입법재량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라) 결국 이 사건 법률 제3조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청구
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헌재판례>
지방의회의원선거법 제28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1991. 3. 11. 90헌마28 전원재판부)

3. 권력분립(權力分立)의 원리(原理)는 인적(人的) 측면에서도 입법(立法)과 행정(行


政)의 분리(分離)를 요청하고, 만일 행정공무원(行政公務員)이 지방입법기관(地方立法
機關)에서라도 입법(立法)에 참여하면 권력분립(權力分立)의 원칙(原則)에 배치되게
되는 것으로, 공무원(公務員)의 경우는 지방의회의원(地方議會議員)의 입후보제한(立
候補制限)이나 겸직금지(兼職禁止)가 필요하다.

<헌재판례>
한방의료제도운용과 침구사업권에 대한 헌법소원(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1993. 11.
25. 90헌마209)

1.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에 관한 당재판소(當裁判所)의 재판관할권(裁判管轄權)은


권력분립(權力分立)의 구조상 극히 한정적(限定的)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
으로 헌법(憲法)에서 기본권(基本權) 보장(保障)을 위하여 법령(法令)에 그 입법(立法)
을 위임(委任)하였을 때 또는 헌법해석상(憲法解釋上) 특정인(特定人)에게 구체적(具
體的)인 기본권(基本權)이 생겨 이를 보장(保障)하기 위한 국가(國家)의 행위의무(行
爲義務) 내지 보호의무(保護義務)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立法
者)가 전혀 아무런 조치(措置)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 국한한다고 할 것인바, . . . .

- 16 -
4. 법치주의의 원리17)

1) 법치주의의 의의
법치주의원리 혹은 법치국가원리라 함은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 할 때에는 반드시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제
정한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법치는
특정한 개인에 의한 지배 내지 통치를 의미하는 인치와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이러
한 법치주의가 실질적 대의제 등과 결합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
장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또한 실질적으로
확보해줄 수 있게 된다.

2)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형식적 법치주의는 형식적인 합법성만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형식적 법치주의에서
는 의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을 제정하기만 했다면 그 법의 목적이나 내용은
문제 삼을 수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적 법치주의를 법치주의로 위장하
여 비민주적 정권이 의도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데 있다. 사악한 정부가 기존의
법률 안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들을 감행하고자 할 경우 해당 정부는 우선 법치주
의적인 외형을 갖추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로 하여금 해당 정부가
원하는 내용의 법률을 제정 혹은 개정하게 만든다. 그 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에서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법률이 제정 내지 개정되었기 때문에, 해당 법률의 목
적이나 내용과는 관계 없이 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선전・선동하는 방식을 택하
게 된다. 히틀러의 수권법(授權法)18)이 대표적이다. 히틀러가 1933년 총리가 된 후
행정부(집행부)가 입법권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권법을,
의원들에 대한 협박과 위협, 그리고 회유를 통하여 제정하게 된다. 이러한 수권법은
국회에 의하여 제정되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법치주의의 외양을 갖추고 있었지
만, 그 실질에 있어서는 복수정당제를 금지하고, 인간의 인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며,
불법적 침략과 전쟁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후속 법률들을 양산할 수 있도록 형식적
법치주의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결국 형식만 법치일 뿐 그 목적과
내용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법적 정의의 관념에는 전혀 합치되지 않는 부당한 법률
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인 의
회에 의하여 법률의 제정과, 수정, 그리고 폐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의 형식적
법치에 더해, 그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 및 정의의 관념에 분명
히 합치되는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의 실질적 법치가 이론상・제도상으로도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7) 차강진, 앞의 책, 209면 참조; 정회철, 앞의 책, 116-141 참조.


18) 전권위임법(全權委任法)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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