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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ulseon Meril Ho - Hangaeul
Bomulseon Meril Ho - Hangaeul
한가을 글
차례
제1부 언덕 위의 집
1. 미래에서 걸려온 전화
2. 불청객
3. 이상한 저택
4. 엠엠엘단의 정체
5. 발코니의 여섯 사람
6. 짧은 탐험
제2부 밀항
7. 뜻하지 않은 승선
8. 끝없는 바다
9. 밀항의 끝
10. 폭풍 속에서
제3부 장악당한 선단
11. 기항지의 파티
12. 탈출 계획
13. 항로를 바꾸다
14. 검은 깃발
15. 다시 장악당한 선단
16. 삼각돛 섬의 횃불
17. 세 편으로 나뉜 전투
19. 목숨을 건 탈출
제5부 선원의 거울
22. 수수께끼 원반
23. 다시 걸려온 전화
“네가 슬퍼하거나 기뻐하거나
그것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흘러가지.”
제1부 언덕 위의 집
1. 미래에서 걸려온 전화
전화벨이 울렸다.
"아닌데요."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아닌데요. 여긴 가정집인데요."
나는 조금 짜증난 투로 대답했다.
"3677-3577 맞지 않습니까?"
"번호는 맞는데요."
"그럴 리가……."
"주모이는 제 이름인데요?"
나는 난처했다.
8년 전이라면 내가 여섯 살 때이다.
"늪이요?"
목소리가 물었다.
"……."
나는 머뭇거렸다.
"제발……."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안 돼."
전화가 툭 끊겼다.
학교에서 돌아왔다.
"너, 넌 누, 누구지?"
한참 만에 여자 애가 다시 기어 나왔다.
내가 다시 물었다.
"약 여섯 시간?"
"무슨 길? 길이 왜 내 방 안에 있어?"
"휴 못 찾겠다. 좀 쉬었다 찾아야겠어."
"제길!"
내 손가락에 피가 났다.
여자 애는 애완동물을 쓰다듬었다.
"……."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니?"
"준비한 서류 좀 꺼내봐."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공장을 미는 건 안 돼!"
"자!"
"아프지도 않지."
"뭐하는 거냐?"
"저 언덕 위의 으스스한 빈집 말이야. 저 집이 좀 수상해. 내가 이곳에
죽 머문 뒤부터 우연히 저곳을 지켜보게되었는데, 날마다 고철과 플라
스틱, 그리고 웬 자루를 실어 나른단 말씀이야."
"고물상?"
"반짝이는 저건 뭐지?"
"뭐?"
"왜 그런 눈을 하고 있어?"
"외계인이 아니라고?"
"평행우주라니?"
나는 또 웃었다.
"뭐?"
"네 엄마가 사라질 당시, 혹시 네 엄마처럼 홀연히 집을 나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
"우브라니?"
"UV-609?"
"난 갈 곳이 없어."
마치가 힘없이 대답했다. 치노가 마치의 머리카락 사이로 머리를 내밀
고 커다란 눈을 끔벅이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내손가락을 깨물어 밉살
스런 녀석도 왠지 불쌍해보였다. 우리는 말이 없이 한참동안 서 있었
다.
마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게 뭐야?"
"공주 용 마스터키 같은 거야. 알모타 제국의 공주만이 휴대할 수 있
지. 네 방으로 떨어지며 침대 모서리에 부딪힌 바람에몇 개의 기능이
고장 났어.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초적인 기능은 해낼 수 있을거야."
"그게 뭔데?"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노랑 닭 볏 머리 사내의 목소리였다.
잠시 뒤 아빠가 안방 문을 열고 말했다.
"네, 네.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어느 새 마치가 뒤에 와 있었다.
"세븐투엔티세븐?"
"뭐?"
마치가 얼른 말을 돌렸다.
마치가 나를 부추겼다.
고꾸라져 있던 형이 깨어났다.
쓰러져 있던 형이 물었다.
"아빠. 무슨 일 있는 거죠?"
"아니다."
"뭐?"
"뭐?"
마치가 속삭였다.
내가 마치에게 속삭였다.
내가 마치의 등 뒤에 대고 물었다.
"그럼 이걸 쓰면 되겠네."
"뭐?"
7. 뜻하지 않은 승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솔직한 어른들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나는 아빠가 여전히 엄마를 끔
찍이 생각하고 있으며 언제든 다시 돌아오길 고대하고있다고 말해주
기를 바랐던 것 같다.
"잘났군."
"여기 있어!"
"이걸로 갈아입어라."
"잘 가!"
"잘 살아!"
마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며 어두운 숲속을 혼자 기어 올라갔
다. 며칠 전 우리 집에 뜬금없이 나타났던 여자 애는숲으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표범이야!"
"하지만 밧줄 같은 게 필요하겠는데?"
"아!"
"이때야!"
마치가 빨리 나가라고 내 엉덩이를 떠밀었다. 하지만 거대한 철갑 캡
슐 같은 것에 범선이 단단히 둘러쌓이는 듯한 소리가착, 착, 착 들려오
더니 어마어마한 굉음이 뒤따랐다. 위이이이잉― 허리케인 같은 광풍
이 배 주위에 몰아치는 소리가들렸다. 선체가 달달달 떨리기 시작했
다.
마치가 외쳤다.
"안 돼!"
"이 봐! 일어나!"
"성공한 거야?"
"몰라."
"어디야?"
"바다야."
"으아 퉤!"
나는 마신 것을 모조리 내뱉었다.
"왜 그래?"
"네?"
"악마의 바다라니요?"
"어째서요?"
항해사가 물었다.
"바로 이 뱀머리 섬을 지나쳐 곧장 가면 이 섬이 보이지? 알모타 제국
과 비교하면 새발에 피지만 바로 론바르바도섬이야."
"론바르바도요?"
잭 캐치의 사물함
폰체 만, 그라나딜로 곶, 남남동, 1.5마일
위도 17.40. 경도 78.50
"대체 이게 무슨 뜻입지요?"
"보너스요?"
"그건 제가 맡겠습니다요."
"그것 또한 제가 맡겠습니다요."
"아악!"
"왜 그래?"
마치가 다가왔다.
"하하하."
마치가 배를 잡고 웃어댔다.
"그러겠사옵나이다."
"끌고 올라 와."
"대포에 묶어."
사무장이 조수에게 명령했다. 조수는 나를 먼저 대포로 끌고 갔다. 사
무장은 해적들이 동료 선원들을 채벌할 때 쓰는방법으로 우리를 혼내
려는 모양이었다. 해적들 사이에서 '사수의 딸에게 키스하기'라고 부
르는 잔인한 채찍질 말이다!
"난 저 애를 알아요."
조 씨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
조 씨가 내게 물었다.
"저게 뭐지?"
"허리케인이에요!"
"오 하느님!"
"그래! 덤벼라!"
"자!"
"주돛대를 잘라!"
"선장님!"
11. 기항지의 파티
"모이! 괜찮아?"
"폭풍은요?"
조 씨가 내게 말했다.
갑판장도 나를 칭찬했다.
"쥐새끼처럼 음식이나 축내던 녀석에게서 요런 초인적인 용기가 어디
서 나왔을까? 이 항해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기때문이나? 하하하."
"글쎄요. 엿 같은 인생이겠죠."
타앙―!
"그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놈들이라뇨?"
내가 그날 밤 들은 이야기를 말해버렸다.
"유리눈알과 왈왈이?"
"어드벤처 호의 선장과 항해사 말이에요."
한참 뒤 피가 흥건한 감초 씨의 왼쪽 손바닥에는 검은 구슬 같은 두 번
째 탄알이 올려 있었다. 길게 찢은 천으로 어깨아래와 옆구리를 감싸
응급처치를 끝내자, 선장과 감초 씨 모두 기운이 빠져버린 듯했다.
"아칸의 보물이래요."
"아칸?"
마치가 대답했다.
감초 씨가 말했다.
데스 선장이 감초 씨를 나무랐다.
"맞아요. 그와 비슷한 말을 왈왈이 항해사와 유리눈알 선장이 했던 것
같아요. 자신들 몫이 작아지면 안 된다고했거든요."
내가 대답했다.
데스 선장이 대답했다.
바비가 제안했다.
첨벙!
범선들이 정박한 바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이미 자정이 넘은 시각이었다.
"감초 씨야."
조 씨가 바비에게 물었다.
내가 감초 씨에게 속삭였다.
바비가 말렸다.
"그래. 순순히 단념하는 게 낫겠어. 조 씨와 데스 선장님이 몸이 성하
다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말이야. 난 역시 되는 게없다고."
바비가 말했다.
감초 씨가 대답했다.
"모두 어딜 갔다 오는 거지?"
바비가 얼버무렸다.
"섬이 나타났어요!"
내가 갑판을 향해 외쳤다.
"론바르바도야!"
"저게 뭐지?"
"범선 같은데요?"
조수가 대답했다.
감초 씨가 속삭였다.
마치가 대답했다.
내가 감초 씨에게 낮게 속삭였다.
"뭐? 정말이니?"
"그렇겠군."
"운이 좋아서죠."
마치가 대답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밤이 찾아왔다.
"철수해야 할 것 같은데요?"
"뭐지?"
"론바르바도의 배는 아닌 것 같은데요!"
"해적 깃발이에요!"
마치가 대답했다.
"전원 전투 준비!"
"저건 무슨 의미지?"
감초 씨가 내게 물었다.
"웬 동양 녀석들이야!"
"현측에 키스하라!"
"가라앉혀줄게!"
"브로드사이드!"
―펑!
―펑!
화약이 터지며 배의 갑판이 뒤흔들리고 포가의 바퀴가 돌며 대포가 뒤
로 쑥 밀려났다. 나는 주위를 살폈다. 메릴 호의 현측대포들 가운데 발
사된 대포는 단 두 대 뿐이었다. 나머지 대포들은 꽁지에서 픽- 픽- 연
기만 자욱하게 피어올릴 뿐이었다.
"싸가지 없는 녀석!"
"으아아!"
"선회포가 남아 있어요!"
"화공선이다!"
"올라오지 마!"
"싸가지 없는 녀석!"
앵무새마저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마치나 김 씨가 그 칼을 잡아주
길 바랐지만 나는 얼떨결에 녀석이 내민 단도를 집어들고 말았다. 마
치가 나를 뒤에서 떠밀었다. 내가 해적용 단도를 들고 이 높은 꼭대기
에서 18세기 초(저 녀석에게는지금이 현재겠지만)의 또래 녀석과 목
숨을 건 싸움을 붙어야 할 상황이 올 줄이야. 아빠가 이런 꼴을 보면
뭐라 하실까.
"저게!"
"싸가지 없는 녀석!"
"우이 씨!"
"죽었어요."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붉은 망토가 내게 물었다.
"넌 가만있어!"
"그리고 뭐지?"
붉은 망토가 나를 재촉했다.
"멕시코나 베네수엘라나, 페루 광산에서 주조된 대형 스페인 금화 세
자루를 건지는 데 성공했죠. 이슬라 데 피노스 호에서나온 것 같았어
요. 막 보물밭을 발견했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들의 습격을 받았어요."
16. 삼각돛 섬의 횃불
"그게 더 쏠쏠하겠어."
"푸하!"
"뭘 발견했나?"
"아무 것도 없어."
발루가 대꾸했다.
"그게 뭐였지?"
발루가 내게 물었다.
"역시 없다니깐."
"개자식!"
"진주 목걸이야!"
"다른 배는 찾지 못했나?"
두목이 물었다.
모두가 반대했다.
"……KILL YOU!"
"그럼 우린 어떡해야죠?"
"왜 그래?"
"이것 봐요!"
"이게 무슨 뜻이죠?"
"보트를 박살 내버려!"
"노, 놈의 전갈이에요!"
"어떻게 된 거지?"
"갑판장 코너야."
누군가 말했다. 감초 씨는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보트에서 그들의 행
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놀라운 속도로뭔가를 생각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다섯은 서로를 쳐다보며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저 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잠수부 녀석이야!"
"습격이다!"
갑자기 붉은 망토가 한손에 든 소총을 하늘로 쏘며 외쳤다. 총소리가
밤의 고요를 갈라놓았다. 바로 그때 감초 씨가엄지손가락으로 바다 속
으로 뛰어내리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놈들이 무기를 들고 보트를 뛰어
다니며 부산을 떨어대는 바로 그순간 우리는 어둠 속으로 자맥질했다.
우리는 어둠 속에 떠 있는 작은 산호초 섬을 향해 죽어라 헤엄쳤다. 어
둠이 우리를가려주었고, 놈들은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들은 바다 밑을 향해 맹렬히 총질을 해대고 나서 물속으로 첨벙첨벙뛰
어들었다.
감초 씨가 말했다.
"치노가 도울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 찝찝하지."
"뒤를 봐!"
"네."
"우리는 메릴 호를 그 산호초 섬 너머, 수풀로 우거진 섬의 뒤쪽 만에
숨길 거야. 여기서는 만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그곳에서 돛을 수리하
고 날이 밝는 대로 이 바다를 뜰 거야. 하지만 현재로선 여기서 멀리
달아날 순 없어. 전투 때문에돛이 성한 게 별로 없거든. 할 수 있겠지?"
"같이 가요."
나는 혼자가 되는 게 무서웠다.
"누군가 해야 해."
"알았어요!"
'저게 뭐지?'
바로 엘 드라곤 호였다!
"저게 뭘깝쇼?"
"흠-"
"나의 사물함……."
나는 정신을 잃으며 사물함 쪽으로 손을 뻗었다…….
"살아 있었군요?"
조 씨가 대답했다.
메릴 호는 항로를 틀지 않은 채 계속 나아갔다.
"독신자의 모험 호예요!"
내가 대답했다.
"저게 뭐지?!"
"서펜트 아녀?"
"파야―!"
"피해요! 염산 똥이에요!"
"이번엔 또 뭐지?"
"안 돼요!"
내가 데스 선장을 말렸다.
"네?"
"네. 너무 많아 셀 수도 없어요!"
내가 물었다.
"출항!"
"모두 눈을 떠도 좋아!"
우리는 눈을 떴다.
메릴 호는 드디어 닻을 내렸다.
조 씨가 나섰다.
제독이 딱 잘라 말했다.
"누가 둘까요?"
"제가 두겠어요."
"누가 먼저 둘까?"
"여왕이 먼저 두세요."
"내가 졌군."
"넌 왜 내게 먼저 두게 했니?"
"저, 실례합니다."
이제 가야할 시간이었다.
"마치?"
"서둘러요!"
"이걸 가져 가!"
"갚을 돈을 마련했나요?"
"오케이!"
주정뱅이가 대답했다.
"어느 세계이죠?"
"여자 친구?"
마치는 잘 있을까?
*한가을의 다른 책
-잠꾸니 루미 1, 2, 3
보물선 메릴 호
종이책 첫판 1쇄 펴낸날 2008년 9월 16일
지은이 한가을
편집 윤이누
디자인 주미영
펴낸곳 엔블록
전화 02-2253-5385
팩시밀리 02-2237-2077
이메일 nblock@paran.com
ISBN 89-960477-4-2-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