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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철학과 양명 철학이 갖고 있는 곤경의식적 문제는 주자와 양명이 계승한 유학의

어떤 성선(性善)적인 내용의 오해에서 기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베버는 유학의 윤


리에는 윤리적 요구와 인간의 결함 사이에서 생기는 긴장이 없다고 말한다. 도덕적
긴장이 없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에는 윤리적으로 선한 경향이 있다는 어떤 성선적인
유학의 전제 때문에 어떤 도덕적 긴장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체하여 변화하지
않는 유학 이념”은 ‘원리상’ 현상 세계를 초월하려는 면도 있지만, 그 초점이 정치적
상황과 유리된 윤리 질서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칫하면 내재적 도덕 역량을
개발하려는 자아의 노력 배후의 곤경 의식을 보기 힘들다고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주자와 양명의 철학이 마냥 성선의 전망 속에서 인간의 도덕
적 완성과 사회의 원만한 질서를 낙관한 체계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신유학자들의 이상이나 목표와 주어진 세계에 대한 이들의 지각의 관계를 이해해야만
신유학자들의 곤경 의식을 이해할 수 있다.
이들에게 선이 주어져서 내재해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인간이 선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존재인 것도 맞다. 유학자들은 선이 구체적 자아에 내재해있다면 이 본성이 어
떤 사고나 의지없이 발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신유학자들이 이 사고의 틀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심은 너무 미묘하다고 말하거나 부단히 솟아
나는 도덕의 느낌은 단예에 불과하다며 선한 우주적 역량을 붙잡아 두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주장한다. 신유학자들은 오히려 선뿐만 아니라 악도 주어진 것이라고 보았
다. 왜냐 이들에게 있어서 악은 너무 자명한 사실이고 악은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기가 움직이는 과정속에서 악이 발생하며 오히려 인간의 의지 없이는 선한 자원을 개
발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신유학자들의 인간관에서 하늘이 인간에게 명하여서 준 것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주어진 천명이 있다고 해서 어떤 윤리적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
다. 천명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사람의 수명과 같이 물에 우연히 부여된
것으로 기피할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의 타고난 지성과 도덕 성향으로 내적
으로 품수된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변할 수 있지만, 돼지가 인간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한계가 존재한다. 세 번째는 도덕 명령으로 도덕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게 명령
으로서 부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첫 번째 두 번째는 오히려 세 번째를 실현하
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이다. 즉, 도덕적 역량의 원천, 사용을 명령하는 것과 도
덕 역량 사용을 방해하는 하늘의 두 가지 모습인 것이다. 그렇기에 신유가들은 오히
려 이 주어진 것과 싸우고 수양론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학, 심학, 도문학,
등 들이 나오는 것은 신유학자들에게 곤경 의식이 있었음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윤리적 정화와 관련된 상투어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가령 유정유일, 궁리, 지
선의 상태에 도달해서도 조금도 중단하지 않고 항상 도덕적 노력을 하지 않으면 호리
지차 천지리류를 면하기 어려움 등, 이러한 상투어구들을 살펴본다면 신유학자들이
절대적인 것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절대적인 존천리 정신은 사
라질 지경에 있는 어떤 것을 붙들기 위한 절대주의 경각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결국 신유학의 목표는 도덕적 정화를 이룸과 함께 우주가 일관되게 연결된 전체라
는 점을 포괄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우주적 합일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살
아 있는 방법으로 파악해야하는 것이며, 지식의 기계적 전달이 아닌 실천적으로 접근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으며 실제로 그런 모습
들이 신유학자들이 사용하는 말에 잘 드러나고 있다.
주어진 성선으로서의 소재 때문에 생겨난 곤경 의식은, 신유학에 사실 성선만 주어
진 것이 아니라 다른 여타의 악의 요소들도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결함으로 인해 윤리관과 인간 사이의 긴장감을 드러내주었다. 그리고 이 긴장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도덕적으로 부단히 노력하는 인간의 의지
를 드러내며 멈춰있는 학문이 아니라 살아있는 학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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