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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09 / JAN 2010


staff 발행인 진영길 편집인 안수진
기획책임 진영길 (bbanggil@hanmail.net) 편집책임 안수진 (nuu.goo@gmail.com)
광고책임 하성원 (noa21c@gmail.com) Design 찰스, 오윤정, 한언영
Photography 김태원, 정종원 인쇄인 색채인(주) 조병선 등록번호
경상남도 라06643 등록일 2009. 4. 15 잡지(월간)
대표전화 070-8252-6418 후원문의 010-6418-0081 광고문의 011-9359-3719
대표이메일 springtime.jinju@gmail.com 주소 660-905 경남 진주시 신안동 11-63번지 2층
www.springtime.or.kr www.club.cyworld.com/springtimejinju

contents 04 Brainstorming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6 RESTART
27 Beauty is Blessing
28 Movie
08 Rejoice, Springtime 29 찬스다, 치고 달리자 / Jewelry Column
10 정치의 계절이 온다 4 30 Photo Essay
13 진중권과 함께한 목요일 31 12 Songs
17 Build a Bridge 32 Food Essay
18 동네찍는 마음 5 33 Coupon / Publicity
20 바람따라 여행기 3 34 Editor’
s Note
22 Canada-ing
24 캠퍼스 순례단
26 청춘밴드를 만나다

give out 가좌동_ 엠비씨네 영화관(1544-1122)


경상대 정문_ 구스토(755-8917) 진주시민미디어센터(748-7306)
커피 플라워(752-3737) 할리스 커피(763-3353) 청담화이트(755-4755)
경상대 후문_ 더 웨이닝 커피(755-5225) 사운드 가든(753-6808)
위치스(753-8279)
산업대 정문_ 베스킨라빈스(758-3001) 엔제리너스(762-5353)
폴링인 와플(762-2137) 시크릿가든(759-6463)
신안동_ 롯데리아 신안점(746-0741) 빕스(745-1995) 앨리스(010-4542-1824)
평거동_ 베이비 휴 스튜디오(746-2828) 진주문고(743-4123)
커피 갤러리(748_0773) 꽃담(747-1331) TOM N TOMS COFFEE(748-0660)
망경동_ 커피포트(763-1610)
칠암동_ 구석(070-7151-0828) 문화예술회관(1544-6711) 무현금(759-5225)
베이비 송(743-7471) 아웃백(759-5721)
강남동_ 청혼웨딩스튜디오(758-7988)
본성동_ 커피하우스 民(742-5077)
차 없는 거리_ 다빈치 커피(741-2192) 컨버스(747-3460)
미스터 피자(745-7007) 101 bar(745-7453)
시내지역_ 그린파파야(745-7997) 다원(741-2776) 지오리꼬(741-7776)
프린세스 하우스(741-5218) 컨츄리 공방(746-4245) 현장아트홀(746-7411)
하대동_ 드림문고(759-2680) 던킨도너츠(762-2203) 미스터피자(757-7444)
요거프레소(758-5585)
삼천포_호텔 엘리너스(832-9800)

★ 배포문의 및 신청 070-8252-6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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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_ 오윤정 사진_ 명랑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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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 음악보단엄마말을들읍시다

2010년 경인년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어흥.


이것으로 물리는 성탄 캐럴도 물러가고 그보다 더 물리던 지난해의 지지부진도 일단락이다. 우리에
게 하루, 한 주, 한 달, 그리고 일 년의 단락, 주기, 기한, 매듭이 주어진 건 어쩌면 이렇게라도 애
써 털어 낼만한 계기가 필요했던 까닭이 아닐까.

Editor B 곰 곰 이 생 각 하 니 니 가 곰

새롭게 주어진 한 해의 365일, 당신은 지금 어느 지점에서 restart의 점화를 준비하고 있는가. 여


기, 제각기 다른 위치와 제각기 다른 의미에서 restart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두서와 맥락,
높낮이와 온도마저 다른 세 에디터들의 수다를 통해 무엇보다 당신의 restart, 기왕이면 힘차고 알
차다면 더 좋을 그 새로운 시작을 궁리해보길 바란다.

Editor C 정을주고멍을사온나에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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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A Editor C
돌아왔다. 스물 전까지 내가 썼던 방은 동생 방이 「가령 지금 내가 자기에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
된 지 오래였고 그 뒤로 내 방이 된 문간방도 거의 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그러면 자기는 모든 걸 집
창고 수준이었다. 매일 쓸어도 쌓이는 먼지처럼, 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헐레벌
20년 된 집은 모아둔 것 없는데 버릴 것도 하나 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야'하고
없어 비좁았다. 새벽기도, 이틀에 한 번 정도 걸려 내밀겠지. 그러면 나는 '흥, 이런 건 이제 먹고 싶
오는 전화, 네 배로 많아진 집안 살림을 하는 것만 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거
으로 꾸려지는 일상은, 신기하게도 견딜 만 했다. 야.
희한하게도 괜찮았다. 그래서 오르간을 배울 곳이 난 상대방 남자가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 "알았
생겼을 때 기뻤다. 잔고 이천육백 원짜리 통장 탓 어, 미도리, 내가 잘못했어. 네가 곧 딸기 쇼트케이
에 철없이 엄마 돈으로 십이만 원짜리 오르간 슈 크가 안 먹고 싶어지리라는 것쯤은 짐작했어야 했
즈를 샀다. Editor B 는데. 난 당나귀 똥만큼이나 바보스럽고 무지한 것
같아. 사과할 겸 다시 한 번 다른 걸 사다주지. 뭐
딱히 오르간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좋은 스승과 친구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가 좋아? 초콜릿 무스, 아니면 치즈 케이크?"」
아니다. 오르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고 오르간 축복이다. 그러나 때로 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가
음반 하나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 때 나에게 누군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물감 핥기의 낡은 소설을 읽다 여기서 그만 탁, 책
가 발레를 배우라면 발레 학원을 다녔을 것이고 그들을 친구 같은 스승, 스승 같은 친구라고 부른 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옻칠을 배우라고 해도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 다. 날 위해 헐레벌떡 딸기 쇼트케이크를 사러 달려가
오르간은 재밌을 때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었다. 학기가 끝나는 마지막 수업에서 교수님들은 항상 는, 달려오는, 사과하는, 다시 한 번 뭐가 좋겠냐고
그저 갑자기 튕겨져 나온 일상이 희한해서 무엇이 말씀하셨다. 한글을 깨우쳐 깨알 같은 문자들의 뜻 물어주는 남자란 걸. 그리고 그 어떤 남자도 나에
든 하고 싶었다. 을 해석할 무렵부터 부모님도 말씀하셨다. 인생의 게 딸기 쇼트케이크를 사준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지혜들을 나눠주던 각종 강연회의 강사 분들도 말 사달라는 요구부터가 아예 없었다는 사실을.
실력이 느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연습은 꾸 씀하셨다.‘그것은 우리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친구
준히 갔다. 비슷한 이유로 시작한 커피집 알바가 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어떤 남자도
끝나면 늘 장대동 건너 뒤벼리 길을 걸어 다녔다. 1월은 언제나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하다. 너도나도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주지 않았다.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따로 움직여야 하는 악기라,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운
잡념이 들면 한 소절도 칠 수가 없었다. 그럴 때는 다. 이럴 때 필요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최고의 별 게 다 자랑인 세상이니까 이런 것도 자랑이 될
연습을 시작한 지 십 분도 되지 않아 오르간 뚜껑 스승이자 가장 좋은 친구. 까 모르겠지만 나는 유형화할 수 있는 갖은 종류
을 닫고 집으로 돌아왔다. 걸어오는 길에는 잡념에 의‘나쁜 남자’ 들을 고루 만나보았는데, 한가할 틈
집중했다. 대학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1년 6개월 동안 일을 했 이 없다는 거 하나만은 확실하다. 산짐승도 잠이
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것이 다량의 독서를 의 드는 새벽 2시만 되면 전화로 자는 사람 깨우던
6월에는 갑자기 일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많이. 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책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ㄱ, 뜬금없이 한 달씩 잠수 타다가 생글생글 웃으
오르간을 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을 만큼. 돈을 받 는 충분했다. 해외 배낭여행 준비, 축구 실력을 향 며 돌아오던 ㄴ, 집에 가는 택시비까지 받아가던
고 하는 일도 있고 받지 않고 하는 일도 생겼다. 상시키는 법, 영어 먹통을 탈피할 비법, 심지어 마 ㄷ, 동거녀를 친누나로 소개하던 ㄹ, 술 취한 밤이
나는 이천육백 원보다는 많은 돈이 든 통장을 갖 음에 드는 여자 친구를 만드는 법까지. 그 시절 필 면 어김없이 협박문자 한 통씩 보내던 ㅁ의 양다
게 되었고 시간은 없었다. 훌쩍 이천구년이 지나갔 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도서관의 책 속에 들어있었 리녀…, 그래서 나는 세상 남자들이란 원래 한 번
다. 다. 에 여자 세 명은 기본으로 만나고 원래 약속 따위
절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원래 뽀록났다 싶거들랑
지금은 제일 바쁘던 일 하나가 끝이 났고 작년 이 책은 인간의 집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들을 삼십육계 줄행랑부터 치는 줄 알았지 뭐야.
맘때와 다른 듯 비슷하다. 그리고 간사하게도 다시 눈에 보이는 것으로 기록하겠다는 그 집념이 끝없
오르간 생각이 난다. 지금도 이 일상이 나쁠 것 없 는 책의 장막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그 집념 덕분 그러나 정작 내 마음 아프게 만들었던 건 그들이
지만 작년처럼,‘정다운데 지겨운 사람’ 처럼 희한 에 우리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아니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들의 변명을 궁금해
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괜찮다. 이 스승과 친구를 만나고, 부끄러워 묻지 못했던 것들 하거나 진심으로 화내본 적이 없는 나 자신이지.
제는 오르간을 칠 수 있을 것 같다. 쳐도 된다. 에 대한 답을 얻는다. 그들도 아마 알고 있지 않았을까, 나란 여자, 한순
간도 관계에 집중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연민이나
2010년 1월. 각자가 서있는 새로운 출발선의 종류 체념 섞인 무관심을 너그러움으로 윤색해 왔을 뿐.
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좋은 스승과 가이드를 만
나야 함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렇다면 2010년 그새를 못 참고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참회록이 되
에는 최소 한 달에 하루 이상 서점이나 도서관에 어버린 김에 새해부터는 새 마음 새 뜻으로 새 사
서 뒹굴어보자. 그러다보면 2010년 12월은 훨씬 더 람 되어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아름다워질 것이니. 최고의 스승을 만나본 적이 없 맹세하고 가슴 뭉클한‘예쁜 사랑’한 번 해보겠다
는 사람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짐작조차 고 맘먹은 건 아니고, 다만 자신의 욕망에 먼저 집
할 수 없다. 책은 인생 최고의 스승이자 길이요, 중하겠노라 다짐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누군
진리이니. 그것을 읽는 자는 그 기쁨을 알 것이요. 지, 나는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고 솔직
읽지 않는 자에게는 다만 집 평수를 줄이는 폐휴 하게 알고 싶다고. ⓢ
지일 뿐이니라.

사족.
도서관 아르바이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한
국어에서 영어가 생겨났다고 주장하는 책이었다.
역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은 좋은 책을 고르는
법에 관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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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 Relay INTERVIEW 1

,
Rejoice

Springtime
화창한 어느 날 오후 스프링타임 대표메일로 한 장의 투서가 날아들었다. 뭐하는 누구만 인터뷰 해

주고 흥, 평범한 누구라도 우리 지역 청춘이란 충분한 이유 하나만으로 인터뷰 해달라는 진지한 건

의. 음 일리가 있다.

그래서 시작한다, 청춘 릴레이 인터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온 세상 청춘들

을 다 만나고 오겠네-♬ 대동여지도 그리는 김정호의 정열로 쉬지 않고 힘차게 나아갈 새 이윽고

우리는 진주시내 청춘들의 인맥 지도 한 장을 손에 넣게 되리라, 결연히 그리고 철없이도 들떠본

다. 그리고 그 첫 주자로 만난 청춘은 그림 그리는 정정민 씨. 그녀는 스프링타임 공식 홈페이지 최

초의 (그리고 유일한) 연재 작가 이자 이번 호부터 잡지 제작에 참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

리고 무엇보다 투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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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소개? 사무실을 더 활용해볼 수 있겠다. 야지, 그렇지 않으면 금방 주위에 휩쓸려버리고


이름 정정민. 물병자리. 본명보다 인터넷 이름인 노트나 달력 같은 문구류, 생활용품 만들기에 관 마니까.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있지만 그걸 인
‘무스’ 가 익숙하다. 無's. 그러니까 무슨 뜻이냐면... 심이 많다. 그런 걸 만들어서 여기서 전시회도 정하되 끊임없이 새롭게 성장하고자 노력할 것.
에이, 아무 뜻 없다. 심지어 가족들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진주의 청춘이 모일 공간, 커뮤니티가 노력이 제일 중요해.
무스라 부른다. 이제는 진짜 내 이름 같다. 무스야, 필요하다. 문화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젊은이를
무스야. 입에 착착 붙지 않나. 모으자.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서울의 스 프 링 타 임 에 바 란 다
가로수 길처럼.
진주 사람? 스프링타임 애독자로 안다.
토박이. 스무 살에 서울로 대학을 갔다가 이 토박 창간호부터 챙겨봤다. 처음에 보고‘이건 뭐야,
이 성향 때문에 1년 반 만에 다시 돌아와 경상대에 20 대 , 후 회 따 위 없 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뺏겼다고 생각했지.(웃음)
다시 들어갔다. 서울은 너무 넓고 바쁜 도시이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거기서 생기를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나에게는 피 진심 스프링타임도 이사 오고 싶다. 당신의 20대 번쯤 이런 진주 잡지나 사진첩을 만들고 싶어
곤하고 각박한 도시일 뿐. 후회는 안 한다. 를 뒤돌아보면? 할 거다.
20대에 나는 항상 특이하다, 왜 그러고 사냐는 사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걸
말을 많이 들었다.‘그래, 예술하는 사람은 종잡 구체적으로 만들어내고 또 계속 이어가는 일이
엄 마 를 원 망 말 고 을 수가 없지, 니 맘대로 살아라, 왜 그렇게 불안 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
하냐, 방황하느냐’그런 말. 지금 생각해보니까
용감하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살던 것처 가장 좋았던 기획은?
내가 나를 아는 거지. 나는 이렇게 살아야만 행복 럼 따라가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아. <정치의 계절이 간다>. 이게 뭔지, 어떻게 해야
한 사람이란 걸 아니까. 주위에 휩쓸리지 않고, 설 물론 실제로 불안하기도 했고 방황도 했지. 내가 하는지 간략하게 설명한 부분이 좋았다. 앞으로
사 휩쓸리더라도 이런 경험도 다 해보네, 넓게 보 나를 모르니까.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원하 도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면 좋겠
는 거지. 그냥 편하게 살려고 한다. 내가 진짜 원 는 게 뭔지를 알고 싶었다. 이것저것 해보고 아 다. 축구를 보려면 축구 룰부터 알아야 하는 거
하는 게 뭔가, 고민하면서 살아야지. 나중에 그 후 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돌아서고, 그런 시행착오 니까.
회와 원망을 누구한테 하려고. 를 거치면서 나 자신을 알아갔다. 스스로를 제대
로 잘 아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 방황이 스프링타임에 요구사항이라면?
주로 엄마한테 하지.(웃음) 그래서 정확한 직업이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청춘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만들어가는 거 아닌
뭔가. 에야 제대로 사랑도 하고 돈도 쓸 줄 아는 거지. 가. 너무 매끈하게 완성된 모습만 보이려 애쓰
전시회 팜플렛, 포스터, CI도 만들고. 사람들이 디 그래서 얻은 내 결론은‘나는 그림을 떠나서는 는 느낌이다. 힘을 빼고,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자인이라고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일은 다 한다고 못 살겠구나’ . 뒤죽박죽 섞여서 서투르고 무모한 모습마저 신
보면 된다. 정확한 정체성이라면‘그림 그리는 사 나는 20대를 충실하게 잘 보냈다. 지금의 내 모 선하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 일반적인 잡지는
람’정도. 습이 너무 좋다. 마음에 든다. 너무 많이 봤으니까 진주의 잡지는 뭔가 달랐으
면 좋겠다는 거지.
일은 재밌나. 그런 말 하기가 쉬운 게 아닌데. 하긴, 뭘 어떻게 해도 요구사항은 많을 거다. 보
주위에서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순 없다고 말 그림 그리는 사람이 펜을 놓으면 금방 손이 굳는 는 눈들이 자꾸 높아지니까. 그래도 그런 요구
하는데, 나는 내가 좋아하고 일과 잘 하는 일과 하 다고 하지. 그런 것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단속해 가 계속 있는 게 바람직한 거겠지. ⓢ
고 싶은 일이 일치한다.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
은 일을 하고 산다. 감사한 일이지. 최대한 단순하
게 살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신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어떻게
하면 그걸 할 수 있는지 집중해서 고민하면 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은

당신에게 2009년은?
다사다난. 전에 일하던 디자인 회사를 나와서 넉
달을 그저 열심히 놀다가 올 9월에 사무실을 열었
다. 하고 싶은 일과 돈 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과 사무실이 요구하는 일이 달라서 아예 내 회사
를 차려버렸지.
영업이란 게 대부분 인맥으로 샤바샤바 술 마시면
서 되는 건데, 나는 그렇게는 안 될 것 같고. 천천
히 가더라도 끝까지 버티면 되겠지. 지금도 아예
일이 없는 건 아니니까. 손가락 쪽쪽 빨더라도 후
회는 없지. 그래도 돈은 좀 돼야할 텐데.(웃음)
그림 _ 無's
사무실이 참 예쁘다. 가좌동 구석에 숨어서 찾기가 무스의 작업은 스프링타임 공식 홈페이지 springtime.or.kr의 연재 코너와
힘들지만. 개인 클럽 club.cyworld.com/dyo909에서,
큰길가로 갈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이 구석까지 숨 가까이는 저 뒤에 칼럼 <12 songs>에서 만날 수 있어요.
어들어온 건 길 가다 불쑥 들어와서 똑같이 베껴
달라는 손님은 받기 싫어서. 시간 낭비다. 돈은 안
돼도 의욕과 열정 넘치는 일이 좋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청춘 릴레이 인터뷰’의 다음 타자는 박환수, 고강훈, 김치봉 씨.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
는 세 남자 이야기는 다음 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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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 온다_4

청춘, Talking
정치를
가지고 놀다 About
POLITICS
오는 6월 2일로 부쩍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어지
정리_ 진영길 사진_ 깈태원
고 있는 <정치의 계절이 온다>는 정치에 대한 소소한 관
장소협찬_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심과 참여가 우리 지역, 나아가 한국사회의 정치와 일상
의 내일까지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주장되는 캠페인
이다. 벌써 네 번째. 이번에는 토론회다. 정치를 이야기
할 때 당신이 말하고 싶은 모든 것!
순탄친 않았다.‘정치’ 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모두들
고개부터 절래절래, 온다던 사람들마저 막판‘미안하다
사랑한다’ 는 문자를 보내왔다. 진정 이 시대 청춘에게 정
치란 더 이상 어떤 관심도 끌 수 없는 철지난 아이템이란
말인가.
아니다. 그래도 다행히 관심 있는 사람도 꽤 많나 보다.
황금 같은 토요일, 그것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무려 6
명의 청춘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야기는 산으로 갔다 들로 갔다 가끔은 바다 구경도 다


녔다. 각자가 휘두르는 칼날들은 이리저리 허공을 가르
며 검무라도 추는 듯 했다. 2시간여의 춤사위가 끝나자
여기저기 상처들이 남았다. 느끼진 못했지만, 꽤나 날카
로운 이야기들이 오갔다는 소리다.

토론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사랑방 수다에 가까


운 분위기. 어쩔 수 없이 약간의 편집과정을 거쳤음을 미
리 밝힌다. 그러나 악의적, 의도적 짜깁기는 없다. 양심
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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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춘 , 정 치 를 논 하 다 봐야 할 것 같아. 요즘은 의정활동이나 정책 실


행여부도 인터넷으로 다 찾아볼 수 있으니까. 훌
영길 : 오늘 여기 뭐 하러 온 건지는 다들 알고 있 륭한 참여를 위한 노력이랄까.
겠지? 전부 녹음해서 국정원에 보낼 예정이니까,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들 이야기해보자고. 영길 : 멋진데? 얼굴 잘생긴 사람 뽑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웃음)
동현 : 난 사실 다른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보려고 왔어.
청춘, 우리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
지인 : 나도 들어보려고.
수진 :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네.
현주 : 나도. 그럼 어떤 문제에 관심이 필요할까?

영길 : 뭐야 이거. 그래도 평소에 정치적 견해? 소 영길 : 요즘 자신이나 주위의 공통된 고민 같은


신? 그것도 아니라면 느낌? 소감? 뭐 이런 건 있 게 뭐지?
지 않을까.
혜숙 : 딱 세 가지로 정리되는 것 같아. 취업, 등
동현 : 이제 나이가 스물여덟인데. 나름 예술이라 록금, 해외연수.
는 것을 하려다 보니 이런저런 제약이 많더라고.
이런저런 규정, 규범, 정책들이 존재하니까. 자연스 정은 : 사실 이게 모두 관련이 있어. 해외연수를
럽게 나와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에 대해서는 손을 안 다녀오면 취업을 못해, 그래서 해외연수 가려
들어주고,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반대도 하고. 그 고 아르바이트를 해, 그런데 아르바이트하면 학
러다 보니 다양한 색깔이 섞여있는 성향이랄까. 점이 떨어져서 장학금을 못 타. 학점이 떨어지면
또 취업에 불리해지고.
현주 : 작년까지는 학생이어서 전체적인 흐름에 별
관심이 없었어. 굳이 말하자면 부모님의 성향을 따 영길 : 결국 돈 문제인가? 개인적으로는 최근 베
랐다고 할까.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일하다보니, 아 이비붐 세대의 은퇴 문제를 관심 있게 보고 있
무래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기 어. 안 그래도 청년층의 취업률이 바닥인데, 기성
회나 관심도 많아졌어.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위 세대의 정년 연장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단 말
의 반응이야. 친구들은 내가 이상해졌다네. 약간 이지.
빨간 기운이 감돈다나?(웃음) 고작 1년인데.
동현 : 난 사범대 출신이라 그런지 교육 문제에
영길 : 홍조가 띤다는 거지.(웃음) 관심이 많은데, 요즘 선생님 되기가 하늘의 별따
기만큼 힘들잖아.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를 다
경태 : 왜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이념문제가 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어.
중심이지?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적 틀 속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단지 자신의 이야기 수진 : 결국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취
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뿐인데. 가끔은 이런 이 업 이야기인 것 같은데. 주위에 보면 선생님, 공
념대립의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하기도 해. 이유를 무원을 제외하면 정규직이 거의 없어. 당장 신분
알아야 중재안도 찾을 테니까. 이 불안하니까 장기적인 계획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러다보니 결혼도 늦고 아이도 못 낳는 거야.
동현 : 따지고 보면, 지금의 <한나라당 vs 민주당>
구도는 삼국시대 <신라 vs 백제> 구도와 같지 않
나? 그만큼 오래된 이야기겠지. 청 춘 , 해 결 책 을 모 색 하 다

지인 : 중소기업에 가라는 이야기. 물론 틀린 말


청춘, 선거라는 거사를 치르다 은 아니야. 하지만, 대우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쉽사리 선택하기는 또 어려운 게 현실
수진 :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거대하게 흐르는데. 이지.
일단‘민주주의의 꽃’ 이라는 선거 이야기를 좀 해
보자고. 2010년 6월에도 선거가 있으니까 말이지. 동현 : 때로는 우리가 기존의 틀 속으로 들어갈
다들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하지? 필요도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해외
에 건설강국 이미지가 있거든. 건설부문에서 외
혜숙 : 나름대로 정책을 많이 보려고 해. 통합적으 화를 많이 벌어들이고. 그렇다면 그 쪽에 포커스
로 아우르는 정책을 가진 사람. 완벽한 사람은 없 를 맞추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필요해. 나도 그림
지만, 그나마 그 중에서 고르는 거지. 송정은(25. 대학생) 을 그리지만, 회사가 내 그림을 좋아하지 않는다
진 발 면 어쩔 수 없잖아. 어찌 보면 현실의 합리화 같
지인 : 그런데 정말 누구를 뽑아도 비슷하지 않나? 김혜숙(23. 대학생) 지만.
그래서 관심도 적어지는 것 같고. 김동현(28. 백수 & 공공미술팀 LY 팀장)
성지인(24. 대학생) 수진 : 그래도 우리 세대가 지나치게 수동적인
동현 : 더군다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큰 영 김경태(18. 고등학생)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모두가 이상적인 삶을 살
향이 없지. 젊은 사람들에게 관심 없기는 모두가 수는 없지만, 최소한 다가가려고 노력은 해봐야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안 편과 지. 이렇다 할 노력도 없이 주어진 틀대로 살아
박현주(24. 진주시민미디어센터 활동가)가 가는 건 문제지.
함께 했다. 마음의 눈으로 보세요.
혜숙 : 맞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따지고 보면
결국 거기서 거기. 영길 : 이상적인 꿈을 향해 도전해야하는 것은
맞아. 그러나 또 동시에 사회와 전혀 다른 길을
동현 : 그래서 지면 뒤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찾아 가면서 배불리 먹고 살고 싶다는 것은 또한 욕심
11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0

일거야.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 진주=00대학교라는


겠지. 명실상부한 대학도시로 말이야.

동현 : 무엇보다 없는 문제를 새롭게 던지는 게 정은 : 아까 해외연수 이야기가 나왔는데, 해외


필요하지 않을까. 솔직히 이제 기존의 자리는 연수가 필수인 시대에 그런 돈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가 꽉 차 있잖아. 그렇다면 새로운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지. 일정한 기준을 가
자리를 만드는 게 대안이겠지. 젊은이다운 창조 진 학생들에게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
적 발상으로. 으면 좋겠어. 인재를 키우는 차원에서.

혜숙 : 아는 언니 중에 컵케익을 만드는 언니가 혜숙 : 시청에서 운영하는 강좌들을 좀 늘려주


있어. 처음에는 학교도 그만두는 열정으로 뉴욕 면 좋겠어. 대부분 낮 시간에 몰려있는데, 저녁
에 패션공부를 하러 갔대. 그런데 너무 힘들고 시간에도 그러한 강좌가 운영될 수 있다면 좀
이건 아니다 싶어서 돌아왔더니 할 일이 없는 더 배움의 기회가 많아질 수 있겠지.
거야. 생각나는 게 컵케익 밖에 없어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에 팔다보니 대박이 났어. 지 영길 : 이야기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는데, 이
금은 서울에 체인점만 8개야. 어찌 보면 그 언 제 슬슬 마무리 해야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니도 새로운 자리를 만든 거겠지.
혜숙 :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이제 곧 우리의 시
수진 : 얼마 전에 나를 만나고 싶다는 후배 몇 대가 오겠지. 우리 세대가 권력을 가질 시대도
명을 소개받았는데, 왜 만나고 싶었냐니까 아무 올 거야. 우리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
이유가 없어. 그냥 만나보고 싶었대. 하고 싶은 을 가지고 잘 준비해야지.
게 뭐냐니까 그것도 모른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무슨 조언을 해줘. 정은 : 이전 세대와 비교해서 젊은 세대가 가진
최대 강점은 창의력이잖아. 그 창의력을 가지고
영길 : 사실 인생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순 계속해서 도전해야겠지. 우리가 사회의 주도자
간순간 선택의 문제밖에 없잖아. 그런데 지금 인 것을 잊지 말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선택을 못하는 인간을 만드
는 것 같아. 항상 부모님과 선생님이 선택을 해 경태 : 결국 정치가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주셨잖아. 때로는 과외선생님까지 붙어서 문제 가장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인 듯싶어. 이 문
를 푸는 순서에 심지어 답을 찾는 방법까지 선 제에 좀 더 깊이 신경 써 줬으면 좋겠네.
택해줬으니까. 결과적으로 정작 내 문제조차 스
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 그 지인 : 일단 투표부터 하자는 마음을 먹어야겠
래서 항상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아. 나를 대신해 지. 일단 마음을 먹으면 관심이 생기고 또 다시
서 선택해 줄 사람. 참여도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테니까.

정은 : 홍세화 씨가 우리나라는‘왜’라는 질문을


못하게 하는 교육이라고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
토론은 서열이 없기 때문에 서열화를 위해서는
토론수업이 불가능하다는 거지. 각자의 색깔이
나 확신이 없는 건 정말 사실인 듯싶어.

경태 : 학교에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친구 “진주 시민 미디어센터 식당방. 무릎을 세우


정치학 개론서에는 정치를‘한정된 자원
들이 다 피해. 꿈이라는 이야기조차 서로에게 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잔망스레 쫑알거리노
의 권위적 배분’
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라니 친구네 자취방이 따로 없다.”
부담스러운 이야기가 되어버린 거지. 결국 스스
로 자신을 개혁해나가는 힘을 키워나가는 게 답 있다. 결국 정치란 세상의 자원이 나를
이 아닐까. 나 스스로를 고인 물에 가두지 말고,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애쓰는 끝없는 설
계속해서 흘러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변해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득작업의 다름 아니다. 즉, 남 얘기가 아
니라는 것. 2010년 6월에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
청춘, 아이디어에서 길을 찾다

수진 : 창조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


은데, 혹시 평소 생각하는 아이디어라도 있나.

동현 : 진주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살롱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여러 커피숍을
하나의 주제로 묶는 전시회를 기획하는 거지.
오가는 거리나 남강다리도 연결공간으로 함께
꾸미고 말이지. 커피숍 같은 공간들이 새로운
살롱이 될 수 있겠지.

영길 : 진주의 강점은 대학이 많다는 거야. 그런


데 해가 갈수록 지방대학의 위기는 심해질 것이
분명해. 진주의 6개 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연
계 혹은 통합하면 어떨까. 물론 쉽지는 않겠지
만, 진주시 전역을 하나의 대학으로 묶고, 시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지역도 대학도 함께 살 수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1

INTERVIEW

진중권과 함께한
목요일
글_ 안수진 사
진_ 진영길

지난 12월 17일 목
요일, 우리 시대
논객 진중권이 진 를 대표하는
주를 방문했다.
니고 강연하러. 놀러온 건 아
먼저 진주MBC 시
와 곧바로 이어진 민교양강좌
경상대학교 대학
초청강연까지 두 원 학생회
번. 그리고 <스프
그를 좇았다. 링타임>이
이것은 강연의 요
약본이 아니다.
안에서, 비행기를 이동하는 차
기다리는 공항 로
틈을 이용해 나누 비에서 그
었던 짧은 대화의
다. 농담으로 범 기록들이
벅이 된 수다이다
대해 좀 더 알고 . 진중권에
싶다면 당신은 무
책을 읽고 그의 엇보다 그의
강연을 들어야 한
색만으로도 거의 다. 인터넷 검
대부분 같은 많은
될 것이다. 이 글 것을 알게
은 다만 당신으로
정도의 노력을 끌 하여금 그
어내길 원하는 희
망 야심으로 쓰여 망 소망 야
졌다.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2

오후 2시 진주 청소년 수련회 (손에 든 커피를 가리키며) 평소에 커피


관 다목적 강당에서 진주MBC가 는 뭘 마셔요?
주최한 시민교양강좌가 열렸다. 주는 거 마셔요. 주로 자판기 커피. 학
50여 명이 강의를 듣기 위해 자 교에서는 200원, 150원 짜리도 마시고.
리를 메웠고 오디오 설치 문제로
15분 정도 지연됐다. 진중권은 참, 외국 간다더니?
‘미디어 아트’ 에 대한 간략한 소 2월 중순에 필리핀 세부로 떠나요. 대충
개와 질의응답으로 2시간의 강연 3년 기한인데, 자주 들어와야 해요. 미
을 마쳤다. 디어 아트 관련해서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기술미학 포럼을 운영하는데, 개
오후 4시 강의 후 사람들이 몰 인적으로라도 계속 하려고 해요. 또 내
려들어 사진촬영과 사인을 부탁 년이 선거라 당에서 부르면 얼굴도 팔
했다. 익숙하게 응하는 모습이 아줘야 하고. 나름 얼굴마담이라.(웃음)
늠름. 다음은 경상대학교로 이동
하는 차 안에서 나눈 대화이다. 3년 뒤면 저절로 mb out이네요. 다음
타자는 어찌 될까요.
진주는 두 번째라구요? 나도 모르죠. 뭐가 되던 이것보다 나쁠
동기 하나가 선배랑 결혼해서 진주로 왔 순 없다능. 설마 이것보단 낫겠죠. 지금
는데, 그 선배가 경상대 교수일 거예요, 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니까.
25년 전에 한 번 놀러왔어요. 걔가 우리
동기들이 사회주의적 공동소유를 선언 ‘만인에 대한 혼자의 투쟁’같은 모습
한 앤데, 결국 선배가 채가는 바람에 이 이 인상적입니다. 같은 편인줄 알았더
럴 수 있느냐고 공분했죠.(웃음) 그 때 만 그새 또 싸우자고 덤비고.(웃음) 외
논개 사당 구경하고, 멀리서 보니까 목 롭지는 않나요?
욕탕 굴뚝 밖에 안 보이는데 모양이 하 글쎄, 외로운 건 의미가 없죠. 먹물은
나같이 똑같아서‘저건 개인 양식이다’ 원래 누구나 다 외로워요. 먹물이 자기
면서 웃었던 기억이 나요. 끼리 하는 얘기는 사실 남들은 못 알아
듣고 심지어 자기들도 모르니까.(웃음)
점심은 뭐 드셨어요? 진주 MBC에서 맛 쉴러가 그랬어요. '지식인은 대중이 듣
있는 거 사주던가요? 고 싶어 하는 얘기가 아니라, 들어야 하
시간이 없어서 근처에서 육개장 먹었어 는 얘기를 해야 한다'. 먹물이라면 누구
요. 맛있었어요. 나 배운 말을 해야 합니다. 배웠으면 밥
값을 해야지.
TV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왜소하죠? 대학수업이 다 정리됐죠?
네. 아우, 이런 일 당하고 나니까 애들
실물이 더 좋으신데요. 아까 본 바와 같 가르치는 것도, 대학에 있다는 것도 다
은 여성들의 열렬한 환영, 그 비결이 뭘 짜증이 나요. 대학이 어쩌다 이 모양이
까요? 됐나.
잘 생겨서?(웃음)
그래도 결국 다시 돌아올 것 아니에요.
전에 어떤 강연에서‘나더러 뇌 주름이 필리핀에서 교관으로 초빙한다더라구
섹시한 남자라더라’ 는 소문을 본인 입 요. 직업을 바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으로 아주 적극적으로 내시던데, 흡족 어차피 인터넷으로 할 거 다 하니까. 필
한 표정이셨어요. 리핀 좋아요. 순박하고 여유 있어서.
내가 물어봤죠, 나는 키도 작고 짝눈에
다 말할 때 제스처도 많아서 중후한 멋 혼자?
도 없는데 왜 그래 좋아하냐고. 그랬더 그럼 누구랑? 매력적인 여성들이 얼마
니 뇌 주름이 섹시해서 좋대. 나 많을까, 기대돼요.

지금 경대로 가면 대학생들을 많이 만 말도 안 통하는데 무슨.


나게 될 거에요. 대학생을 포함한 20대 언어는 세컨드고. 바디랭귀지, 눈빛, 감
에 대한 비관적인 평가가 많은데, 어떻 성이 있잖아요.
게 보세요?
동의하지 않아요. 지금 20대는 우리 때 오호, 나만의 비장의 무기?
와 상황이 달라요. 그땐 대학 졸업장 있 당연히 그런 거 있죠.‘보통 사람과는
고 데모 주동해서 구속만 되지 않았으 좀 다르다’는 느낌. 나한테 그런 매력을
면 취직되는 완전 고용상태였잖아요. 느끼는 사람이 더러 있더라구요. 다는
또 대학생 뿐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민 아니고.(웃음)
주화란 과제에 동의했고, 그 보편적 동
의를 억누른 정권에 대항해 싸우는 게 어쨌든 긍정적으로 보시네요.
모든 대학생의 과제라는 동의도 있었어 막히면 돌아간다. 붙어서 싸우는 것도
요. 이제는 그 과제가 사라지고 취직 문 방법이지만 슬쩍 우회하는 것도 방법이
제가 다급해졌죠. 20대의 상황이 달라 죠.
진 거예요.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3

필리핀행도 우회인가요? 좀 통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


그렇죠. 굳이 복수하겠다는 것보다‘내 리 노는 데 끼워줄게- 그런 뜻이
가 더 행복하게 살란다, 약 오르지?’이 잖아?”. 신나게 웃는 모습은 영
런 거. 락없는 아이다.
그리고 같은 장소에서 곧바로 이
장기하 식으로라면‘별일 없이 산다’ 네 어진 다음 강연의 주인공, 홍세
요. 이 시대를 향한 우리 세대 최대의 화 선생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다
복수는 그런 식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 시 강의실을 찾은 진중권이 허리
어요. 를 깊이 숙여가며 정중하게 악수
역사를 돌아보면 항상 진 것 같지만 더 를 청하는 모습에 청중석에서 작
넓게 보면 우린 항상 이겨왔어요. 부분 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적인 굴곡과 반동은 있었지만 우리가 외
쳤던 것들-민주주의 같은 것들이 결국 저녁 7시 반 경상대에서 사천
다 실현됐더라구요. 전두환도 견뎠는데 비행장을 향해 출발. 서울행 비
이명박 쯤이야. 행기 시간이 8시 반이라 남은 시
간이 제법 넉넉했다. 수속을 밟
근데 가방 하나 없이 맨손으로 오셨네 고도 공항 로비에 자리를 잡고
요. 앉아 꽤나 긴 대화를 나눌 수 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가방 하나를 매도 을 만큼.
어깨가 아파요.(웃음) 일정이 끝난 뒤라 그런지 그의
얼굴에서 옅은 긴장이 걷혔고 기
오늘 옷, 신경 좀 쓴 건가요? 분 좋은 노곤함에 한층 여유로워
아니, 난 양복이 없으니까. 어제는 항공 보였다. 웃을 때면 온 얼굴 근육
잠바 입고 강연 갔는데. 이 한꺼번에 활짝 피고 지고, 노
상 웃는 밝은 갈색 눈동자는 도
오후 4시 반 항공잠바에 킥킥 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도록
대며 차에서 내렸다. 경상대 법 마치 소년과 같았다. 농담과 함
대 건물 앞. 담배 한 대 피우고 께 반말이 늘었다. 그 와중에서
들어가자는 진중권을 알아본 학 도 좀체 흐트러지지 않는 단단한
생들이 사인과 사진촬영을 부탁 에고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했다. 학생들의 수줍은 태도는

사천공항 로비에서 서울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영락없는 락스타 앞의 틴에이저.
어쩐지 재밌는 광경이다. 진중권
은 그런 부탁에 일일이 그리고
흔쾌히 응하면서도 여전히 차분
했다.
5시가 되기 전 경상대 학생을 대
상으로 한 강연이 시작됐다. 그
리 넓은 강의실은 아니어서 강의
실 구석구석까지 몰려든 학생들
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앞선 시
민교양강좌와는 달리 이번 강연
은 현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첫 번째 강연이 경비행기 운전은 뭐가 그리 좋아요?
경상대에서의 강연 모습. 빈 공간마다 빽빽하게 들어선 미학자로서 진중권이었다면 두 직접 타 봐요. 경남에도 작은 항공 클럽
이들이 강연 내내 서서 경청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번째는 비평가 혹은 독설가 진중 이 있을 텐데. 타면 그 맛을 알죠.
권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셈.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 얼마나 탔어요?
간이 이어졌다. 제비새끼 먹이 3년 반.
보채듯 학생들의 팔이 불쑥불쑥
솟아났다. 주의 깊게 질문을 듣 그거 가지고 시비 거는 사람 많죠?
고 성의껏 대답하는 모습이 인상 뭔가 대단한 걸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적이었다. 경비행기 표준형 신형이 2500만 원이에
요. 천만 원 아래도 있고. 보통 중고를
사죠. 비싼 것도 많지만 그래도 내 비행
저녁 7시 강연이 마무리됐다. 기가 제일 좋지.
서울행 비행기 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틈만 나면 담배 자동차는 면허도 없잖아요?
부터 찾는 모습이 영락없는 골 차는 별로. 피곤해요. 하늘에는 일단 부
초. 강의실 밖으로 나와 질의응 딪히는 게 없으니까.
답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던 대학
생과 맞담배를 피우며, 진중권은 무섭지 않나?
젊은 네티즌들이 자신을 부르는 아니. 사실 내가 바이킹도 못 타는데, 비
‘중권 횽아’ 란 호칭이 마음에 든 행기는 일단 스틱을 잡으면 안정감 있어.
다고 말했다.“꼰대는 아니다, 말 내가 직접 잡고 몰면 맛이 또 달라요.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4

보고 싶겠다. 선생님만 쿨한 거 아냐?


필리핀 일정이 3년이랬죠? 이제 다 커서 뭐. 초등학교 4학년이에 피차 쇼라는 걸 아니까. 그 중에서도 전
살기 좋으면 조기 은퇴할까 싶기도 하 요. 착해요.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원책 씨가 귀여워요. 보수주의자는 항상
고. 진짜 교관 시켜주면 관광객 실어주 피가 어디 가나.(웃음) 끈적한 물질적 이해관계가 있는데 이 사
면서 돈 벌고. 글이야 인터넷으로 쓰면 람은 그게 없어. 유일한 관계라면 네티즌
되니까. 이명박 이 나쁜 놈아 나 잡아봐 다행이네. 어릴 때 인기 없는 애들이 커 이 붙여준‘전거성’ 이라는 애칭.‘전거
라 메롱, 이러면서. 서 꼭 삐뚤어지더라. 성’이라 불러주는 걸 너무 좋아해. 애 같
걔가 좀 보호본능을 일으켜. 나이 많은 애. 팀킬을 자주하는 이유가 그거라니까.
요원 급파하면 어쩌려고. 아이리스 요 여자애들이 엄마처럼 손잡고 다니면서 소년 같은 순수함이 있지. 네티즌에 칭찬
원. 아까 필리핀 미인 얘기도 했는데, 보호해주고 뽀뽀해주고. 간택을 당하더 받는 걸 되게 좋아해.(웃음)
여자 볼 때 기준이 어떻게 돼요? 라고.
그런 거 없어요. 여자가 다 다른데. 꽃마 칭찬은 전거성도 움직인다!
다 향기가 다르고 여자마다 맛이 다른데 혹시 아빠가 어릴 때 그런 타입? 나머지야 정치꾼들이니까. 본인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이 어딨어. 이 여잔 이래서 전혀. 어릴 때 나는 사람들의 관심을 사 당의 얘기를 하는 거고.
예쁘고 저 여잔 저래서 예쁘고 저 여잔 는 타입이 아니라, 있는지 없는지 티도
눈이 작아서 예쁘고 이 여잔 눈이 커서 안 나는 조용한 아이. 혼자 노는 걸 좋 결국 먹고사니즘이네. 그런 점에서 낮에
예쁘고 누군 통통해서 예쁘고 누군 말라 아했어요. 이야기했던 대로 좀 외로울 필요가 있겠
서 예쁜데. 나는 취향이 없어요. 여자친 다. 진보신당을 등에 업고 있지만 진보신
구들의 공통점도 없고. 내가 사귄 여자 성격이 바뀐 계기가 있어요? 당을 깔 수 있는 외로움. 그럼 사적으로
들의 공통점이 있긴 한데, 피아니스트가 고2때 성격을 완전히 바꿨어요, 깡패로. 는 외롭지 않아요?
되려다 만 아가씨들. 그것도 세 번째까 정학을 세 번 받고 졸업했으니까. 대학 난 원래 어릴 때부터 혼자 잘 놀아. 김밥
지만 그렇고 그 뒤로는 또 전혀 달라. 가서 또 푹 가라앉다가 운동하면서 또 싸는 얇은 나무 도시락이 있어. 그걸 사
바뀌고. 그런데 그 조용한 성격이 지금 다가 다락방에서 디자인하고 오리고 본
몇 명이나 사겨봤어요? 까지 그대로 남아있긴 해요. 독일 가서 드로 붙여서 비행기 만들고.
아이 뭘 그런 걸 또. 물들었나봐. 독일은 분위기가 그래. 지
금도 나는 직접 전화 거는 사람이 다섯 기계에 관심이 많나 봐요?
홍세화 선생님은 잘 아시죠? 명이 안 돼요. 사적인 자리에서 낯선 사 많지. 내가 어릴 때 미디어 아트가 있었
그럼요, 아주 대찬 분이야. 전에 고종석 람 만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해요. 으면 진작 했지. 딱 내 취향이야.
선생이랑 셋이 술을 마셨어요. 밤늦게까
지 가다가다 술집도 문을 다 닫아서 갈 지금 무지 힘든 거 아니에요?(웃음) 앗, 시간 다 됐다. 이제 들어가셔야겠네요.
데가 없더라구. 그래서 내가 룸살롱 가 아냐, 지금은 또 아냐. 원래 내성적이라.
자 그랬지. 여자만 안 부르면 되는 거 ‘무릎팍 도사’ 에서 나오라는데 안 나가 저녁 8시 20분 자리에서 벌떡
아니냐 했더니 홍세화 선생님이 절대 안 는 이유가 사적인 이야기를 하게 만들잖 일어난 진중권이 게이트를 향해
된다고 딱 자르시더라고. 아. 난 그게 아주 싫어. 언제 가장 슬프 걸어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뚜
고 언제 가장 기쁘냐, 그래서 심정이 어 벅뚜벅. 번쩍 손을 들어 흔들어본
그래서? 떠냐, 무릎팍이 그러잖아. 난 그런 거랑 다. 안녕, 잘 가요. 어제 보고 또
결국 안 들어갔지. 은 완전 상극이거든. 내가 왜 공적인 자 보는 얼굴, 내일 또 볼 것처럼. 뒤
리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사적인 돌아 손 흔드는 진중권의 얼굴 역
왜, 가서 상담도 좀 해주고. 이야기를 해야 해? 중앙일보 이나리 기 시 평안하다. 우리는 오늘 처음
나는 혼자 가도 괜찮아요. 마사지 업소 자라고, 사흘을 쫓아다니면서 인터뷰한 만난 사이지만 때가 되면 다시 만
도 혼자 가봤어. 근데 나는 정말 모르고 기자가 있는데, 그때 그러더라고. 다른 날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내는
갔거든. 나도 깜짝 놀랐지. 어쨌든 마사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적인 이 가장 뜨거운 청춘, 진중권을 만났
지나 좀 해 달랬더니 이야, 정말 못 하 야기가 저절로 나오는데 나는 굳이 물어 다. 그리고 우리는 때가 되면 어
더라고. 마사지를 해본 적이 없대. 피차 봐도 딱 그 대답만 하고 더 나가질 않는 련히 알아서 다시 만날 것이다.
난감한 거지. 전공이 그게 아니잖아.(웃 다고. 그 부분이 힘들다고. 각자의 자리에서‘내가 더 별일
음) 요즘은 제대로 찾아가는 노하우가 없이 행복하련다. 약 오르지? 메
생겼어요. 단골도 생기고. 남자나 아줌 … 나 아까 몇 명 사겨봤냐고 물어본 롱’을 외치다가. ⓢ
마가 확실히 손힘이 있어서 좋아. 건, 악착같이 꼭 알아야겠다고 한 말은
아니에요. 이런 건 또 급하게 변명해줘
마사지 매니아시네. 야 해.(웃음) 근데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
잠깐 쉴 틈이 생길 때 가요. 마사지 받 서 웃을 때 보면 소년의 얼굴이 남아있
으면서 자러. 잠이 늘 부족하니까. 맨날 네요.
은 아니고 1, 2주에 한 번씩. 철이 안 들면 돼요. 다들 왜 차 안 사냐
고 그러는데 난 그게 안 중요하니까. 나
그거 말고 다른 즐거움은 없어요? 는 비행기가 사고 싶다, 그러면 비행기
다른 게 있나 뭐. 를 사자, 그게 애잖아. 필요와 욕망이 다
를 때 확 저질러 버리는 거. 그런 게 얼
세부는 언제 가요? 굴에 남아있는 거 같아요.
2월 중순? 몰라 나도.
동안이 오래 산대요.(웃음)‘100분 토
다음에 또 봐요, 안녕.

아들은 자주 봐요? 론’끝나면 뭐 해요?


독일에 있는 애를 자주 보나. 1년에 한 10분쯤 잠깐 얘기해요. 인사도 하고.
두 번.
심하게 언쟁이 오가면 뒤끝이 남진 않나.
전혀. 끝나면 다들 악수하고 농담도 하고.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7 Page 15

Build a Bridge

I don’ t always know how to talk about“my people,”or “my genera- 난 항상 "내 사람들", "나와 동세대를 사는 이들" 혹은 이미 지난 세
tion,”or the generations that came before. I find group labels and 대들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어느 무리의 사람들을 한
identities strange, yet fascinating. 데 묶거나 정체성을 규정짓는 일이 내겐 좀 별스러워서다. 하지만
When I was young I remember hearing stories about cultures and
그것도 그 나름대로 흥미롭긴 하다.
ways of living that I was unfamiliar with. I would often read the phrase
“my people,”and as I came of age I began to wonder what that 어렸을 때, 어떤 삶의 방식들과 문화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저 생
meant. When I looked around and thought about my people, I thought 소하기만 했던 걸 기억한다. "내 사람들"이란 단어는 나이가 차면서
of the people that I knew. I thought of the people I saw around me, 야 그 진짜 의미를 고민해 보게 된 경우다. 나에게 '내 사람들'이란
the people with whom I shared cultural experiences like television 내가 '알던 사람들'이었다. 이를테면 나와 같은 TV쇼를 보고 책을 읽
shows, and books, but also value systems and social sensibilities. 는 등의 문화적인 경험은 물론 가치관이나 사회적 감성도 공유하는
However, as I grew older, definitions and boundaries began to shift. I 소위 지인, 혹은 주변인들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뭇 가치들
suddenly found myself in a very different ideological landscape. One in 에 대한 나의 판단과 기준들이 변했고 어느 순간, 이전과는 아주 많
which appearances began to count for a lot more than they had when
이 달라져 있었다. 자신감과 정체성이 강력한 도구가 되는 겉모습을
I was a child, a terrain in which self confidence and identity became
increasingly powerful tools. 중요시하게 된 거였다.(역주: 필자에 따르면, 이 때 '겉모습'이란 단순
I studied theatre, a dicipline that demands an awarness of as many 히 신체적 조건이 아니라 외모와 국적, 직업 등을 포함하는 생의 모
perspectives as possible. Hence, I began to explore ethnic studies, 든 환경을 뜻한다. 루저 발언도 있고 조심해야지;)
and thus to reconnect with my own ethnic heritage. 연극을 공부하면서는 민족학을 탐하기도 했다. 연극이야말로 생의
I had decided to come to Korea to teach English, as it seemed to be 그 다양한 속속들을 알아내야 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
the path of least resistance. Having been born in Chuncheon and 내 뿌리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됐고 춘천에서 태어나 갓난아이
adopted as an infant I wanted to, like many adoptees, learn a little 적에 입양된 나로서는 한국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about the culture, the history, and the people.
문화, 역사, 민족에 대해 좀 알고 싶었다. 다른 여느 입양아들처럼
My experiences have been very positive. I have met some wonderful
people who have been very kind and understanding. I have also been 말이다. 해서, 비교적 쉬운 방편인 영어교사로 한국에 왔다.
able to participate in cross-cultural projects primarily of an artistic na- 이곳에서의 내 경험들은 꽤 긍정적이다. 이해심 많고 친절했던 좋은
ture. The people I have had the great privilege to work with have 사람들을 만났고 예술분야의 다문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었
been loving, creative, and passionate. Yet we remain on opposite 다. 모두들 애정과 창조력, 열정이 넘쳤고, 함께 일했다는 게 특권처
sides of reality staring at one another across a vast cultural ocean. 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가 너무 컸다. 지금도 여전
Is it possible to bridge such gaps? Can we really connect with each 하다. 완전히 반대편에 선 문화들은 마치 대양을 사이에 둔 것처럼
other? Can we overcome our cultural differences? Are those differ- 멀게 느껴진다.
ences even something we have to overcome? Maybe those differ-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서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ences or idiosyncrasies are the keys to seeing the humanity in one
another.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런 차이들은 정말 우리가 극복해야만
I want to have a space in which our dialogues can flourish. I want to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 차이와 개성들은 우리가 서로를 인간 그 자
participate in community conversations about how we want to live with 체로 바라보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이런 대화를
one another. About the global communities we want to create and be 나눌 장이 생기면 좋겠다.
a part of. We must not attempt to change each other; I do not want to 우리가 함께 잘 사는 길과, 우리가 만들고 함께 누릴 세계화된 커뮤
change you, I do not want you to change me. I want us to accept 니티에 관한 지역적인 논의가 있다면 참여하고도 싶다.
that we will be changed as a result of our experiences together. 하지만 우리는 결코 서로를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다른 사람
I might never know how to identify or define the beauty that is re-
을 바꾸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이 나를 바꾸려 하는 것도 싫다. 함
leased through the momentous experiences that shape and redefine
every aspect of every single moment of our complexly interconnected 께 경험을 쌓아가면서 그 결과로 인해 바뀌어질 모습을 서로 받아들
existences. 였으면 좋겠다.
My people are Artistic Giants ? Liberal Lions ? Compassionate Families 조밀히 연결된 우리들의 삶을 다듬어 가는 경험들, 생의 찰나들 속
standing in solidarity with one another. We provoke and support one 에서 빚어지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어떤 명확한 이야기도 할 수
another. We bring out the best and the worst ? the humanity in one 없을 것 같다.
another. We are not naive, but idealistic. We still reach for the stars. 다만, 나와 닿아있는 사람들은 단단히 뭉쳐진 예술의 대가들이자 자
We express our vulnerabilities with candor and grace, as we move to 유롭고 인정 많은 가족들임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서로를 자극하고
conquer semantic divisions. We embrace the true and contradictory
지지한다. 순진한 게 아니라 이상적인 거다. 끊임없이 별을 향해 손
nuances of pluralism, as we invite rigorous expressions of advocacy.
We are not hypnotized by cynicism or hypocrisy. We seek to define 을 뻗는다. 모르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약한
our lives on our own terms. We embrace the challenge of putting forth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인정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the effort to try to understand, to empathize, to build bridges. 는 강한 지지를 보내면서도 다원주의의 진실과 미묘한 모순을 품을
We are only what we allow ourselves to be. 줄 안다. 치기어린 냉소나 위선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하고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려운
과정이지만 그조차 감싸 안을 수 있다.
우리는 다만 우리 스스로 되고자 할 때 그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Heath Houghton
raised michigan, theater actor, curious and energetic. i like apples. 번역_시매양
미시간에서 자란 연극 배우, 호기심과 에너지 충만, 사과를 좋아함. 참 좋은 진주 시민, 사과를 좋아함,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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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찍는 마음 - 5
다섯번째 우리 동네, 동성동.

글/사진_ 정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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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한

녕 합
다 시
천 다

산 글
.

방 /




스무 살 무렵, 야매 사주쟁이가 손금을 봐준 적이 있다. 나더러‘물장사’


를 해야 성공한다고 했던 그 말이 조
금은 들어 맞아가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좋다는 찻집 찾아 다양한 마실거리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눈깨비가 흩어지는 회색의 어느 날, 창녕으로 갔다. 아는 사람만 알고 단골만 찾아 들어간다는 찻집,‘다천


산방’
. 짙은, 하늘도, 날씨도 기운도 모두 짙은 그런 날은 따뜻한 마실거리가 더 그리워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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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여행기3
지난 봄, 억새풀 화재 참변을 겪었던 화왕산 내려서 보니 영락없는 폐가(廢家)다. 오두막 아쉬운 대로 그 아랫집‘감로다원’
으로 내
자락은 변함없이 마을 어귀로 기어 내려와 이라면 딱 좋을 판자집 주변으로 풀과 나무 려가 대추차 한 잔을 마셨다. 나무난로의 훈
조용히 엎디어 있고, 소문만 무성했다. 올 가 모두 쇠해 있고, 사람의 기운이란 느껴지 기가 들어오는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놓
가을, 송이 값이 치솟은 덕분에 중국산이 국 지 않는다. 버려진 곳 아닌가, 하는 의심은 여 있는 주전자 2개도, 난로의 열린 문틈으
산으로 둔갑해 몇 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정성스레 말려둔 시래기와 한 달은 너끈히 로 보이는 불꽃도 해질녘 언 마음을 달래준
는 소문이. 사람은 또 그렇게 어떻게든 산 버틸 수 있을 만큼 잔뜩 장만해 둔 장작들 때 다. 주인이 정성스레 직접 달였다는 대추차
다. 문에 사라졌지만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입구 는 달지 않고 걸쭉해서 차 한 잔에 속이 든
서글픈 화왕산 자락을 따라 가다보니 청국 에도 ‘영업합니다’ 팻말을 붙여두어서, 오 든해진다. 달콤하게 튀긴 건빵을 입가심 삼
장 파는 집이 모여 있는 곳을 만났다. 청국 늘 마침 잘 찾아왔다, 싶었는데 문은 잠겨 있 아 아작아작 씹어 먹고 보니 오늘의 목적지
장 길 끝에 화왕산 국립공원 입구가 있다. 었다. 다천산방을 못 간 것을 셈하더라도 꽤 괜찮
그 끝에 관룡사가 있다. 청국장 가게 팻말에 이래저래 자유로운 이 집 주인에 대해선 온 은 여행길이 되었다 싶다.
정신이 팔려 관룡사까지 올라간 바람에 다 갖 추측이 난무하다. 주인이 돈이 없어서 직
천산방을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쳤다. 다시 접 나무로 집을 지어 살아 초라한 꼴이 됐지 마음이 온통 엉켜버려 도저히 풀 수 없을 때
돌아 내려와 천천히 살펴보니‘다천산방’
이 만, 차 맛은 일품이라는 이야기 하나. 주인집 는 차 향(茶香) 찾아 잠간 떠나보는 것도 좋
라 적힌 작은 팻말이 눈에 띈다. 좁은 골목 은 따로 있고 취미 삼아 운영한 집이 입소문 겠다. 사람 냄새 진득하게 묻어나는 찻집을
으로 들어선다. 반대쪽에서 오는 차라도 한 을 타고 퍼져 의외로 장사가 잘 되었다는 이 찾아 따뜻한 차 한 잔에 삶의 무게를 덜어
대 만나면 꼼짝없이 후진으로 물러서야 할 야기 둘. 전 주인이 지금의 주인에게 여길 넘 놓고 돌아오면, 또 한동안은 살아낼 수 있
만큼 좁은 골목이다. 그 골목 중간에 또‘다 기고 큰 도시로 넘어가 똑같은 찻집을 내었 을 테니. ⓢ
천산방’
이라 적힌 작은 팻말이 있다. 골목 는데 지금은 망했다는 이야기 셋. 어느 것이
끝에 넓은 공터가 있다. 차를 세우며 보니 진실인지 모르겠다. 주인을 만나 이야기 들
참 헷갈리게 해뒀다.‘오늘은 쉽니다’
와‘영 어보면 좋을 것을 만나기 어려우니 그만 다
업합니다’팻말 2개가 나란히 붙었다. 음으로 미뤄둘 수밖에.

이 집은 시래기가 보물이다. 요즘 구하기 힘


들다는 무 시래기가 곳곳에 묶여 있다. 겨울
의 시작을 알리는 냄새가 물씬 풍겨 온다. 회
색으로 물들어 가는 집도, 땅도, 바람도, 노
을도. 간만의 인기척에 놀란 인근 개들이 난
리가 났다. 제일 난리난 개를 한참 노려보고
있으니 개집 지붕 위에 노랗게 말라붙은 늙
은 호박이 예쁘고 우스워 그만 돌아섰다.

개집 위의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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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ing
여행이 시작되다.
D-1.
# 진주를 떠나며
사람 많은 북적이는 곳의 공기도 좋아하고, 2PM의 Heartbeat와 같은 빠 막연한 슬픔들이 있었다. 그렇게 이별에는 서툰 모습으로, 마음에는 거대
른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것도 좋아하지만 루시드 폴의 새 앨범 한 물음표를 안고 떠나왔다.
이 나올 날짜를 기다리고, 그가 나올 첫 방송을 기다리는 일에 가슴이 동경을 경유, 11시간이 걸려 캐나다에 도착했다. 무거운 짐을 두고 낑낑
더 뛰는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가는 곳이 있었다. 거리고 있으니 일본인 아저씨가 짐을 들어주신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내가 가는 이유. 그 이유를 사람들은 많이도 궁금해 했고, 잠깐의 여행 내가 앞으로 지내게 될 사랑하는 나의 su양이 사는 칠리왁은 공항에서 2
이 아니기에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옷을 챙기며 나도 내 자신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했다. 대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해야하
게 묻곤 했다. 나의 것으로 여기던 것들과 이별해야 하는, 슬픔을 동반 는 이 곳. 그러나 온통 자연의 푸름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이제 한국보다
한 그 떠남의 이유를. 16시간이 느린 시간 속에서 살게 되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10장의 스탬프가 모여 덤으로 받은 핫초코를 마
셨다. 빈 종이에는 앞으로 내가 찾아 나서야 할 꿈이 나열되었다. 비가
내렸고, 잠들지 못한 새벽하늘에 많은 마음을 풀어 놓았었다. 미처 인사 D+ . .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안녕. # MT. Rocky
이곳에 오면 su양과 제일 먼저 가기로 했던 로키 산맥. 가이드 아저씨와
관광객 30명과 3박4일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로키는 남쪽의 밴프와 북쪽
D-day. 의 재스퍼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고 남북의 길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로
# 공항 이어져 있어서 로키의 아름다움을 애써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차가 달리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를 보면, 설렘과 슬픔이 교차되는 공항을 그리며 는 내내 바라볼 수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그림이라 감탄사
그 안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제 정말 떠 연발, 사진 찍는 속도가 한 템포 느렸다. 그런데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야 하는 순간이 왔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 도 무언가 흔적을 남기지 않아도 내 안에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았다. 웅
께 비행을 시작해야하는데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대로 크리고 있던 마음이 고개를 들고 고개 숙이고 있던 꿈마저 다시 꽃 피우
가면 영영 다시는 못볼 것 같고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무언가에 대한 는.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1

3,750m ,얼음두께 약 365m, 빙하전체가 한반도의 약 1.5배.콜롬비아 산에서 흐


르는 빙하물로 이루어진 얼음평원. 닥터 지바고를 촬영한 장소.

부르스터의 셔틀을 타고 빙하의 중간지점인 해발 2,133m까지 올라가서 스노코


치로 갈아타고 수백 미터 깊이의 크레바스와 얼음으로 뒤덮인 빙하 위를 달렸
다. 콜롬비아 빙원과 주변 빙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용도에 사용 할 수 있
도록 맑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거대한 냉동저장소 역할을 하는데 듣던 대로
물이 아주 깨끗해보였다. 그러나 바로 석회질 때문에 위험하니까 절대로 마시면
안 된다.


콜롬비아 대빙

3박4일간 수
고하신 가이드 아저
씨와 우리 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작게 레이 크 루이스가 보인다. 푸른 하늘 하얀 빙원이 모두
보이는 설상차 안에서.

캐나다 최초 국립공원인 밴프에 있는 폭포. 마를린 먼


로 주연의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
보우폭포

말없이 별빛 하늘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 마음


이 충만했던 우리. 그러고 보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아쉬움에 발길 돌리기 어
레이크 루이스 려워했다. 함께 나눈 추억으로 우리는 다시 보
아도 어색하지 않을 사이가 되었다. 여행의 힘.
세계 10대 절경중 하나인 호수.
로키의 호수는 수없이 많지만 호수 중의
호수라 하여 레이크가 앞에 붙었다고 한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

선글라스 없이는 하늘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날들의 연속이었다.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구름과 뜨거운 햇살을 머금은 하늘, 물감으로 풀어놓은 듯 한 초록의 호수,
끝없이 펼쳐져 답답했다가 한편으로 위로가 되었던 사막.

가을에 느껴본 겨울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선명했고 그 속에서 내 기억은 멈춰버린 어느 시간의 끝을


바라본다. 떠오르는 마음을 저 멀리 보내던 내 서툴던 그 시간의 끝을. 좀 더 나다운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16시간이 느린 시간, 더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만큼 조급해 말
고, 놓치고 잃어버렸던 것 하나하나 돌아보기로.
불어오는 바람 속에 두 팔을 벌린다. 떠나왔기에 알게 된, 비워진 마음속에 햇살을 가득 담는다. 내 마
음의 하늘아 숲아 밝아져라. 아직 수많은 물음표와 쉼표들을 찍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 외친다. '청춘
아, 꽃 피우자!!' ⓢ

글/ 사진_ 조현진
꿈을 먹고 사는 아이. 빵 굽는 여행자.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저무는 곳에서 하루는 비, 하루는 눈과 함께 겨울을 나고 있어요.
2010년이네요. 우리 모두 몸도 마음도 씩씩하게!
고마워요 : 나와 늘 함께하시는 God, 돕는 천사 가족. 사랑하는 내동생, 내 걸음에 힘을 주는 이들.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2

캠퍼스 순례단은 우리지역 대학생들이 기획부터 취재, 편집에 이르기까지 모두 진행하는 꼭지입니다.

1월의 캠퍼스. 열 혈
그대들이 토익 책을 배게 삼아 잠을 청하고, 자격증을 붙들고 몸부림치는 사이, 누군가는 젊은 날의 열정
으로 세상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오늘도 힘차게 내일을 준비하는 대학생 열혈 장사꾼. 오늘보다 빛나는
내일이 있을 것이니 1월의 칼날 같은 바람과 이 정도의 추위가 대수겠는가. 뜨거운 열정으로 겨울의 추위
를 날려버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1.일류는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가게죠.


2.한번 시작했다면 지독하게 물어뜯어야죠.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04학번 최진
(퓨전선술집 '벙커' 운영)

산업대학교 식품과학과 00학번 하병욱


(옷가게 '면도하는 총각' 운영)

일을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옷가게를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거쳐 부사장을 지내면서 가게를 운영하는 고등학교 때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파트타임을 일하면서
법을 배웠어요. 작년 여름부터 사장으로 모든 가게 운영을 하게 되 창업에 대한 꿈을 꿨죠.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일을 했었어요. 퇴근
었죠. 고등학교 때 일일 찻집을 시작으로 고구마, 호떡, 음료, 아이 하면 다른 지역으로 옷을 떼러가고 날이 밝으면 출근하고. 학업을
스크림 장사를 하면서, 장사를 눈으로 익히고 몸으로 배워왔어요. 병행하는 지금도 수면 부족이 가장 힘들어요. 그래도 저희 가게 옷
준비된 장사꾼이라고 할까요. 을 입은 사람들이나 손님을 맞을 때면 보람을 느껴요. 제가 좋아하
는 일이니까요.
2010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요,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하죠. 하고 싶은 창업을 계획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나요?
일들이 너무 많지만, 목표를 위해 열정을 품고 가게에서 청춘을 보 경험 삼아 한번 해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시작한다면 지독
내고 있어요. 365일 일한다는 마음가짐. 지금은 365일이 검은색이 하게 물어뜯어야죠. 독기가 필요해요. '경험 삼아'란 말은 현재에 안
지만, 훗날 저의 365일을 모두 빨간색이 될 겁니다. 올해 이루고 주하게 만들거든요. 창업을 하겠다면 큰 미래를 꿈꾸는 만큼 더 부
싶은 목표는, 가좌동 술집 중에서 1등이 되는 거. 지런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벙커마차'라는 가게이름은 무슨 뜻이죠? 추천하는 스타일링?


처음 가게를 열 때 주 타깃이 예비역이었어요. 스타크래프트 게임 3년 내내 경기가 어렵다보니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본적인 아이템
에서 벙커는 마린을 보호해주잖아요. 그것처럼 예비역들이 모이고 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블레이저, 패딩, 코트가 적당한 아이템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지금은 시즌2로 확장하면 이죠. 어떤 아이템이든 스타일링의 기술이 중요해요. 잡지 같은 매
서, 진주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만나고 즐기는 공간이 되 체와 지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고 배우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었지만 말이죠. 야 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찾고 그 목표를 위해 모든 초점을 맞추는 게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주머니 속에 넣은 송곳은 가만
중요해요. 멋모르고 뛰어들면 경쟁의 파도에 휩쓸리기 십상이죠. 히 있어도 그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말이에요. 능력과 재주
충분한 사전조사와 차분한 준비가 필요해요. 장사를 하는 사람은 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이죠. 제가 가진 능
일류에서 삼류가 있어요. 삼류는 싸고 많이 파는 가게, 이류는 좋 력 역시 언젠가는 드러날 거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은 위치에 맛있는 가게, 일류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가게에요. 저 게 더욱 겸손해지려 해요. 이제껏 해온 일들 모두가 많은 이들의 도
는 일류의 인간미 물씬 풍기는 '장사꾼'이 되고 싶어요. 움이 있었기에 가능했거든요. 언제나 힘이되어 도와주시는 많은 분
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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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대학생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네요. 오호라. 기대가 되죠?

장 사 꾼 캠퍼스 순례단;
박다정, 최윤정, 하희영, 김선영, 이현주,
김기현, 홍성현, 서영수, 정소라, 오동현.

3.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경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01학번 김성동
(현재 산업대학교 벤처창업학과 1학년,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 '가온길' 운영)

4.이론에만 얽매이지 마세요.


산업대학교 작물생명과학과 09학번 강종수
(농작물 생산 및 판매업)

창업을 시작한 계기가 뭔가요?


사람들이 컴퓨터를 구입할 때 이것저것 물어보는 일을 도와주면
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싸게 구입하고 A/S
까지 쉽게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컴퓨
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른 거죠. 일을 시작한 계기는 뭔가요?
아버지께서 농작물 생산과 판매를 하고 계세요. 가세가 기울면서
‘가온길'은 어떤 회사인가요? 시작한 일이였는데 가계의 주 소득원이 되면서 자연스레 농업을
컴퓨터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하는 회사죠. 단순한 성능 업그레 접하게 되었죠. 가업을 물려받기로 결심한 후 직접 이 일에 뛰어
이드 외에도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그린 컴퓨터'를 만들고 있어 들었어요.
요. 2009년 9월에 정식으로 시작해서 11월부터 매출을 내기 시작
했어요. 지금은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 일찍 시작한 장단점이 있다면?
에게만 판매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매장도 내고 인터넷 쇼핑몰까 장점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는 점. 길고 큰 계획을 세
지 진출할 계획이에요. 울 수 있다는 점, 기발하고 유연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게 가
장 큰 장점 같아요. 단점이라면 나이가 어린데다 아직 대학 졸업
일을 시작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을 못해서 능력만큼 인정받기 힘들다는 거.
대학교 2학년 때 팥빙수와 컵치킨 등을 팔았고 3학년 때는 컨텐
츠와 관련된 일을 한 경험이 있는데, 수익성이 낮아 결국 포기해 에피소드가 있나요?
야 했죠. 벌써 두 번의 실패가 있다 보니 부모님의 걱정도 컸어요. 처음에는 농작물에 대한 지식이 없었어요. 양파를 시작한 첫 해,
하지만‘가온길’ 의 경우 창업보육센터에서 운영자금이 나오는 상 무작정 많이 심어 놓고 놀아버렸던 거죠. 양파가 아기 머리 정도
태에서 시작해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걱정을 줄여 나 크기가 돼야 하는데 이건 알사탕만한 거예요. 양파는 썩어 가는데
가고 있어요. 학업과 병행하다보니 시간에 쫓겨 잠이 부족하다는 보관은 어렵고 어떻게든 팔아야겠고…, 결국 동네 구석구석을 찾
게 힘들어요. 아 헐값에 팔아야 했어요. 큰 교훈을 얻었죠.

앞으로의 목표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교과서 속의 이론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요. 현장에서 직접
수익창출이 우선이겠죠. 나중에는 라면 사먹을 돈조차 없더라구 부딪히며 배우는 게 못지않게 중요해요. 그리고 목표를 향해 용감
요.(웃음) 사회적 책임까지 다할 수 있게 되면 모교의 유학생을 지 하게 뛰어들었으면 좋겠어요. 꿈이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건 꿈
원해주고 싶어요. 뛰어난 유학생이 약간의 도움을 받지 못해 고국 이 없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 같아요. 앞으로 저도 더 많은 농
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능력 있는 후배에게 힘이 되는 업인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선진국의 영농기술을 배우면서 전문
선배가 되고 싶어요. 영농 경영인의 꿈을 향해 달려갈 겁니다. ⓢ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4

청춘밴드를 만나다

TALKING TALKING 글_ 편집팀 사진_ 정종원

투서가 날아왔다. 모처럼 날아온 투서,“청춘밴드는 이미지 밖에 없나, 밴드의


음악 이야기를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독자 여러분, 아니 이름 모를
딱 한 분의 의견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장 밴드 연습실인 펄스 뮤직아카데미
를 습격, 7명의 멤버 중 4인을 만나보았다. 그러나 무심한 듯 시크한 이노무 집
구석, 청춘밴드는 합주실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심드렁하게 편집팀을 맞는데…

일어나 바로 앉아봐라. 인터뷰다. 그럼 자작곡부터 속히 만들지어다.


뭐가 또 알고 싶나. 각자 하나씩은 가져와서 공동작업 중이다. 속도는 더
밴드라면 당연히 음악이지. 당신의 음악 이야기가 궁금 디다. 그나마 꽤 진행된 건 두어 곡?
하단 독자 요구가 있었다. 야 맹근호 눕지 마라.(버럭) 청춘밴드가 어느새 반 년이나 됐다. 청춘밴드 첫 번째 자작곡
쟤는 롯*리아 가서도 눕는 남자다. 지금까지 계속 됐다는 자체가 대박이다. 중간에 싸우
진정한 차도남이로다. 혹시 지금 연주하던 게 청춘밴드 든지 재미가 없어지든지 잡지가 망하든지 해서 해체할
자작곡인가. 줄 알았다. 마지막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지만. 제목: 개털이다
그렇다. 완성된 건 아니지만 조금씩 깨작거리는 곡은 꽤 오디션 볼 땐 그래도 계속 한댔잖아. 만든 이: 이형숙 그리고 청춘밴드
된다. 말이 그렇지. 그래도 공연을 두 번 하다 보니까 밴드
1절)
잘 살고 있었나. 의 정체성까지는 아니라도 우리끼리 조금씩 맞춰가는
은아: 시험기간에다 4학년이라 바쁘다. 방학하면 밴드고 정체성은 생기는 거 같다.
오빠 개털이다 뭘 더 원해
공부고 열심히 해야지. 실력도 늘었지?
생일 지났잖아 왜 또 그래
근호: 고향인 대구에서 진주까지 왔다 갔다 하느라 되 근데 요즘 정체기야. 공연이라는 눈앞의 목표가 있으 이도 싫다 저도 싫다
다. 2월에 대학원 복학해야지. 니까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달렸다. 하지만 요즘은 곡 어느 박에 춤을 추랴
김진: 나는 요즘 하루에 2시간씩 기타 연습한다. 딱히 작업도 느슨하고.
할 일이 없다. 요즘은 무슨 음악 듣나. 예쁘면 그만이냐 (아놔)
형숙: 이번에 졸업이다. 조만간 서울 간다. 김진: 재즈. 요즘 레슨 받는 블루스 장르. 불여우 같은 똥강생이 (오빠)
형숙: 재즈 편곡 곡. 팝송. 박효신. 인디 음악은 정훈이 아 그래 뭐가 갖고 싶어
그럼 밴드는 계속할 수 있나.
오빠 정말 괜찮다
큰 상관없을 듯. 작업이야 컴퓨터로 하면 되고, 보컬도 오빠 추천.
두 명이고. 은아: 나도 정훈 오빠가 추천해준 인디 밴드.
우우웅
팀 인원이 많아서 어려운 점 없나. 근호: 나도 정훈이 선곡 앨범.‘내 몸은 너를 지웠다’
오빠 핸드백 (없어)
아니, 딱 좋은데. 라는 리쌍 곡이 있다. 이거 아무리 봐도 나 엿 먹이려 오빠 목걸이 (없어 No No)
팀내 갈등 없나. 는 선곡. 오빠 등골 휜다
없다. 원하는 모양인데. 한정훈이가 공급책이구만. 여기 없는 멤버들을 씹어보 하나뿐인 맘으론 안 되겠니
연애는 잘 하나. 자.
신나게 잘 깨지고 있다. M, J, K 등이 각자의 애인들과 근호: 정훈이는 잠재력 있는 아이다. 소울이 충만하다. 2절)
시원하게 갈라섰고 아참, L에게 새 애인이 생겼다. 한의 덩어리다, 한의 화신. 그러니까 恨정훈이지.
이 커플 또 싸우네 (Oh yes Oh yes)
팀내 커플은? 근호가 한 명 사겨줘라. 이슈가 필요하다. 김진: 아참, 근호가 나더러 할매랬다.
댁들은 행복한줄 아슈 (우훙)
쉬운 남자 아니다. 호락호락 사겨줄 수 없지. 근호: 아니 어머니. 너는 우리 밴드의 어머니야.
솔로 인생 어언 어언 5년째
밴드는 재밌나. 김진은 팀의 어머니이자 리더로서 하는 일이 뭐 있나.
애인보단 치킨과 맥주 (캬)
응. 합주도 재밌고 곡 만드는 것도 재밌고. 보살처럼 방실방실 웃기만 하고. 있는 자의 여유들
사실 니들 정체성은 대학밴드에 가깝지. (방실방실) 감사할 줄 알아야지
정확히는 동네 밴드.
전문밴드는? …됐고, 지금은 곡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이자 계획 우우웅
되자 한다고 그냥 되는 것도 아니고, 스케치북이나 공 이겠다. 1년 되기 전에는 작은 EP라도 만들어서 발매 오빠 저사람! (이상해)
기념 공연도 하고. 음악 얘기 많이 했다. 나머지 세 명 혼자 궁시렁! (솔로네)
감, 헬로루키 이런 데 나가고 싶다.
우리 조금씩 양보하면서
은 2월 호에서 인터뷰 하겠다. 자리에 없는 멤버들에
예쁜 사랑해가요
대한 뒷담화에 집중하겠다. 아참, 음악 얘기도 하고.
시마이! ⓢ

칭얼칭얼 사랑스런 똥강아지 그녀와 허


리는 휘어도 해주고 싶은 건 많은‘오
빠’, 그리고 그런 커플에 훈수를 마다
않는 솔로 부대 쓰리스타 이야기. 가벼
운 어쿠스틱에 빛깔과 질감이 무척이나
풍부한 형숙이의 음성으로 직접 들으면
마냥 재밌게 유쾌하기만 하다. 이 노래
를 무대에서 직접 듣게 될 머지않은 그
날을 손꼽아가며 즐겁게 기다려본다.
이 곡의 저작권은 청춘밴드에 있다.
이형숙 김진 조은아 맹근호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5

Beauty is Blessing

부드럽고 탄력 있는 피부는 아름답다. 한 점 티 없이 깨끗한 피부는 맑고 밝다. 매끄러운 결을 따라 반


짝반짝 흐르는 윤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살짝 만져보고 싶다. 저 여자는 뭘 먹고 피부가 저래, 부러움과
질투의 교차로에서 갈팡질팡. 다시 한 번 눈이 간다.
걱정 말아요. 클로즈업이 두렵지 않은 미실 세주의 위풍당당 아기 피부에서 얻은 깨달음이 있어 스프링
타임과 청담 화이트 의원이 두 손 꼭 부여잡고 마련한 대망의 프로젝트 <Beauty is Blessing>이 그 막을
올린다. 신청자 중 선택된 1인에 한 해 청담 화이트 의원에서 제공하는 피부와 체형관리 등 매달 정해진
무료 관리권을 제공하겠다.

“아름다움은 축복,
단 내 손으로 만들어가는 부단한 자기관리의 기쁨.
노력하는 자,
그 이름이 바로 미인이어라.
아멘.”

당장 2월부터 진행되는 관리목록은 다음과 같다.

2월 여드름 흉터
3월 주근깨 잡티
4월 여드름 붉은 자국
5월 얼굴 살 빼기
6월 겨드랑이 제모, 피어싱
7월 체형관리
8월 여드름 흉터
9월 기미 잡티 오타모반
10월 두피, 탈모 관리
11월 코 필러
12월 표정 주름
나 보톡스로 표정 주름 좀 펴봐야겠다 싶으면 멀리 11월 중에, 여드
름 흉터가 지우고 싶다면 당장 1월 20일까지 스프링타임 공식메일
springtime.jinju@gmail.com으로 신청 메일을 띄우자. 수많은 경쟁자
중에서도 하필이면 내가 꼭 당첨되어야만 하는 지극히 타당한 이유
를 육하원칙에 의거해 또박또박 강하게 우겨줄 것.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6

Movie

아바타(AVATAR) 감독: 제임스 카메론 / 출연: 샘 워딩턴, 조 셀다나, 시고니 위버 / 162분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이야기를 위해 그림을 구성하는 것. 영화의 구분은 때론 단순하다.‘제임스


카메론’ 이라는 이름 앞에선 그 구분이 보다 명확해진다. 그는 독창적 이야기꾼이라기보다는 상투적(혹은 고전적
인) 이야기를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에 기대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감독이다.‘뻔한’이야기인줄 알지만, 그
기술적 진보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게끔 만드는 감독이기도 하다.

<아바타>의 줄거리 역시 크게 새로울 것은 없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침탈해 만든 미국 건국의 역사일수도 있고,
현재 아마존을 위협하는 자본과 개발의 논리일 수도 있다.‘나비’족이 중심이 되어 살고 있는 행성‘판도라’ 의자
원을 가지겠다는 인간의 욕망으로 치환되어 나타난다. 최근 영화 <디스트릭트 9>처럼 관객은 인간이 아닌 인간에
의해 억압받는 외계 생명체에 공감을 느낀다는 설정 역시 비슷하다. 판도라를 공격하는 것이 인류 전체의 보편적
인 욕망이 아니라 한 개발업체와 그 용역군인이라는 사실에서 엷게 얹어진 영화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아
바타 역시 5000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사용되었다)

장르간 융합은 어느덧 콘텐츠 산업의 대세가 되었다.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 조정하는‘아
바타’프로그램은 한 편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보는 것과도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풍의 일본 에니메이션에서 영
향을 받은 로봇과‘판도라’의 묘사 역시“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창작의 아이러니를 떠올리게 한다. 볼
거리의 진보를 찬양하면서도, 가슴의 울림을 전하는 것은 그‘이야기와 메시지’에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본다.

박성민

똥파리(2008) 감독: 양익준 / 출연: 양익준, 김꽃비 / 130분

세상은 엿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


똥파리는 가족 이야기다. 많은 가족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불편하다. 게다가 영화 내내 욕설이 난무하고, 어머
니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하지만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역시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얹힌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어서 그런 것 일지도. 이 영화는‘가족’ 이
라는 틀 안의 외면하고 싶은 아픔을 가진‘상훈’과‘연희’ 를 통해 그들의 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30회 청룡영화상 수상식에서 가장 빛난 커플이 있다.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똥파리>의 양익준과
김꽃비. 주연이자 감독인 양익준은 신인감독상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청룡영화제에서 독립영화가 이토록 주목
받은 것도 놀랍지만, 알고 보니 세계의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어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니
더욱 지난 2009년은 300만 관객을 돌파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로 독립 다큐멘터리의 새 역사를 열었다면 <
똥파리>의 가세로 독립영화의 한 해를 완성했다 봐도 부족함이 없을것.
그러나 2010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사업자를 공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 31일 최초
의 독립영화전용관‘인디스페이스’ 가 문을 닫으면서, 그 동안 독립영화인들이 쌓은 놓은 소중한 성과가 그대로
묻혀버릴 위기에 처했다. 2010년 독립영화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듯.

진주 시민미디어센터 제작팀
박현주 016-795-9150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7

12월. 겨울이다. 사람들에게 겨울은 차분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시기이지만 독립영화에게 12월은 흥겨운 축제의 시작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막을 여는 서울 독립영화제, 일명 서·독·제 덕분이다.
서·독·제는 국내 수많은 독립영화제 중에서도 최대 규모로, 올해로 35회 째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번 서·독·제 2009의 슬로건
은 <치고 달리기>. 영화‘워낭소리’의 300만 관객 동원과‘똥파리’
의 16개 국제영화제 수상 등 바야흐로 독립영화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올해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가겠다는 작전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연속 홈런에 이어 쉼없이 치고 달리는 역동적인
뜀박질은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그 치열한 그라운드로 함께 달려보자.

짧지만 알차게, 시선은 스크린 고정!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내가 서독제를 찾는 이유의 첫 번째는 역시 진주에서 독립영화 상영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독립영화를 지역 관
객들에게 선물해야 하는 사명감이고, 전국에서 모여든 상영 활동가들과의 즐거운 조우가 두 번째, 세 번째는 당연히 영화 자체의 즐거움.
이번 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는 14개. 단편과 3개의 장편, 이렇게 총 열일곱 작품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앉아서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고 보면 되겠다. 그 중에
서도 진주 시민미디어센터의 장비 지원을 통해 제작된 영화도 꽤 있는데, 엔딩크레딧에 올라온 진주센터 이름에 절로 반가운 손인사가 나왔다.

영화, 보지만 말란 마리오~

서독제에는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거의 모든 상영에는 감독과 배우가 상영관을 직접 찾아 관객과 만나는 GV가 진행됐고, 지난 서울 독립영화제
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을 DVD에 담아 판매하기도 했다. 또 조조상영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주린 배를 움켜쥐고 극장을 찾을 관객을 위해 커피와 빵을 무
료로 나눠주는 센스 만점 서비스까지.
독립영화관계자나 상영활동가를 위한 시간도 마련되었다. 서·독·제 기간 중 <독립영화인의 밤>은 독립영화 감독, 제작자, 배급사 그리고 상영활동가들이 한자
리에 모여 상영활동에 필요한 정보도 나누고 보석 같은 인맥을 형성하는 요긴한 자리이다. 또 관련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 등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진정한 의미의 한판‘축제’ 가 벌어진다.

즐거움과 서글픔 사이에서

그리고 지난 18일, 8일간 진행된 영화축제가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아쉽지만 폐막식을 볼 시간이 없어 홈페이지를 통해 본선 수상작을 살펴볼 수 있었
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 진주 미디어센터에서 상영장비를 지원해준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가 대상을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얼마 후 서독제가 열리는 장소이자 영화관등록법 기준으로 국내 유일의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 스페이스가 결국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
운 소식이 메일로 도착했다. 국내 독립영화 발전에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이 공간이 정부의 지원불가 방침에 따라 12월 31일을 끝으로 폐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 계산기로 두들겨 셈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이대로 사라져 버리는 건지, 독립영화의 다음 행보가 걱정스러워진다.

그렇지만 독립영화가 가진 최대의 무기인 불온한 상상력과 신선한 자극을 탑재한 끝없는 에너지의 힘찬 뜀박질은 그 누구도 감히 붙들어 맬 수 없음을, 이 한바
탕 난장을 통해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위기가 곧 기회, 찬스다. 치고 달리자!

Jewelry Column 글_ 서숙경(핸드메이드 장신구 전문점.쥬얼리`선인장'대표/금속공예가/보석 감정사) 문의:055-747-8489

유기질 혹은 무기질 광물로 이루어진` 보석'은 1월: 진실과 우정, 불변의 진리-가닛
오랜 인고의 세월,"자연의 은혜"로 생성되고 2월: 신의 하늘빛과 인간의 핏빛이 만나 만들어진 신비로운 빛,
인간에 의해 채굴, 수집, 연마, 컷팅, 처리되 슬프지만 아름다운-자수정
어진다. "인간의 지혜"를 빌어 비로소 `아름다 3월: 바다의 꽃-산호, 영원한 젊음의 상징-아콰마린
움의 결정체'인 `보석'이라는 찬란한 이름을 갖 4월: 순수한 아름다움-다이아몬드
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탄생석'에 5월: 시들지 않는 잎-에메랄드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데 이는 아마도 `나'와 6월: 보석의 여왕-진주, 달빛이 응고되어 만들어진 보석-문스톤
전혀 무관치 않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 아닐 7월: 태양의 돌-루비
까. 18c에 이르러 일반화된 탄생석에 대한 기 8월: 어둠과 공포로 부터의 해방-페리도트
원은 유대인들이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와 신 9월: 바다를 담은-사파이어
약성서의 요한묵시록에 등장하는 보석을 바 10월: 무지갯빛 아름다운 희망과 순결-오팔
탕으로 12가지 탄생석을 골랐다는 데서 비롯 11월: 헤어진 뒤 그리움의 빛-시트린, 토파즈
되었다는 설이 가장 일반적이다. 12월: 성공을 예언하는-라피스 라줄리,터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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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새벽에 용서란 말은 듣기도 싫었다"

지난 11월의 베니스.
계절은 돌고돌아 마침내 겨울로 들어서던 그 때,
흐르는 물결 위의 수상버스마저 흔들렸다.
조용한 그러나 분연한 와락.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용서를 거절하기로 결심했다.


친절, 관대, 어른스러움 따위의 덕목을 단호히 거부하고
다정하기 짝이 없는 화목에의 강요를 뿌리치고
내키는 대로 마음껏 퉁명스러우리라 다짐했다.
새벽에 용서란 말은 듣기도 싫었다.

사진_woogoon
비오면 인터넷 끊기는, 일주일에 엿새는 비오는 런던에 있다.
카메라는 canon 400D, 렌즈는 번들.

글_선희
청순이라 쓰고 청승이라 읽는 글 전문. 무끼다.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29

12 SONGS
글_m / 그림_무스 경상대 정문에서 유턴, 파리바케트 사이 골목을 지나 풍
경채 쪽으로 직진-이 집으로 오는 길이다. 정문 오기 전
굴다리에서 좌회전하는, 조금 빠른 길이 있긴 하지만 그
쪽은 어두운 기운이 불타는 하이에나들의 집단 거주지라
내키지 않는다.

진주성 달 밝은 밤에 시즌 하나 입에 물고 오늘따라 챙
겨 입은 회색 슈트 위로 담뱃재라도 떨어질까 조심하며
베이루트의 낭트를 부른다. 정훈이 말로는 성대모사라는
데, '빠야빰빰 빠야빰빰' 부분만 빼고 앨범 버전으로 정성
껏 불렀다. 기억이 치밀어 올라 혼을 쏙 빼놓는 순간의
배경음악으로 낭뜨만한 곡이 있었던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없나보다.

남자의 문제는 9할이 여자라 했던가? 그런가 보다. 지금


이라도 종아리 굵은 롱챔프가 전화를 걸어와 케로로 빵
에서 또 기로로 스티커가 나왔다며 투덜댈 것 같다. 기
로로만 벌써 8장이야 뭔가 대책을 세워줘 이렇게 중요한
문제 말고 대체 뭣에 신경을 쓰고 다니는 거야! 진심으
로 화낼 것 같다. 그리움으로 말하자면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다 녹아 버터가 돼버릴 만큼 그립다. 도대체 왜
기로로만 8장인거야. 현대 산업자본의 어처구니없는 횡
포에 진심으로 화가 치민다. 이럴 때 부를만한 노래는 없
나? 없나보다.

편의점에 들러 케로로 빵 하나 사들고 다시 낭뜨를 부르


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씨발 나 어떡해. 또 기로로다.

Nante (Beirut)

Well it's been a long time, long time now

since I've seen you smile.

And I'll gamble away my fright.

And I'll gamble away my time.

And in a year, a year or so

this will slip into the sea

Well, it's been a long time, long time now

since I've seen you smile

Nobody raise their voices

Just another night in nantes

Nobody raise their voices



Just another night in nantes

문제적 인물, m 씨가 그새 '이노무 집구석'을 집어치우고 새로운 작업에 나섰네요. 대외적으로는 새해 탓, 진실은 죽 끓이는 m 씨의 변덕 탓입니다. 외압 따윈 없어요. 기대
말아요. 새로운 코너 <12 songs>에서는 매달 선정된 노래 한 곡에서 흘러나온 갖은 단상을 담게 될 겁니다. 스프링타임 싸이클럽 DJ로 맹활약 중인 m 씨의 선곡 능력을 가
늠해 보도록 합시다. 그와 함께 sory에 이어 새로운 파트너로 나선 스프링타임 홈페이지 연재작가 무스의 일러스트도 함께 기대해 봅시다. 일단 두고 보자구요, 에헴.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30

Food Essay

“얼마 전 그 사람과 내가 처음 만났던 날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 난


일기를 쓸 때, 만난 사람이 뭘 입고 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심지어 나
와 있을 때 화장실을 몇 번이나 갔었는지 같은 것도 적고 그래. 거의 노
동에 가깝지. 그런 버릇 때문인지, 난 그 사람을 처음 만난 날도 많은 것
을 기억하고 있었어. 아마 난 그 때부터 그 사람이 좀 특별하게 보였을
거야. 그 사람의 말투나 손짓 같은 것들도 다 기억하는 걸 보면. 그 사람
한테 그 때 왜 그런 말을 했었는지, 행동을 했었는지 물어봤어. 근데 그
사람은 조금 난처해하는 거야. 사실 그 날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어. 그 때 그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는 이제 영영 알 수 없게
된 거야.”
기억
혼자 기억한다는 건, 텅 빈 동네에 혼자 있는 기분일 것이다. 중학생 때,
수학자가 되어 자신만의 수학공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던 친구의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꿈이 정말 멋있어서 내 친구라는 게 괜히 자랑
스럽기까지 했었다. 대학입학이 한참 이루어질 때쯤, 그 친구는 공대를 갔
다. 난 친구에게 너의 꿈이 수학자이던 때가 있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 때
참 멋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난 그런 일이 전혀 기억나

마음
지 않아, 라고.
솔직히 난, 그 애에게 떡볶이를 만들어준 기억이 없다. 그 때가 지금처럼
겨울이었고, 매운 것이 먹고 싶다던 그 애에게, 집에 남은 떡국 떡이 많으
니 떡볶이를 만들어주겠다고 내가 말했다는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
글_ 채정화
못하는 걸 들키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요즘 만들어먹는 것과 뭐가 다
사진_ 진영길 르겠나 싶어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애 말에 따르면 그때는 천 년 묵
은 고추장이라도 쓴 듯싶다.

“한 친구가 나한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대. 그 때 내가, 넌 시험 공부해


“이건 정말 그 때 그 맛이 아니야.”벌써 한 시간 째,
야지 무슨 영화냐며 퇴짜를 놓았대. 그 친구는 그게 굉장한 상처였대. 그
그 애는 과거에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듯 나의 요
말이 훈계처럼 느껴졌나 봐. 하지만 난 진심으로 사과할 수 없었어. 그 일
리에서 옛날 맛을 운운하고 있다. 1년 전에 만든 음식
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거든.”
맛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할까. 나의 요리법을 탓하기
전에 너의 혀부터 의심해보라 했지만, 혀는 거짓말하지
떡볶이 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그릇의 설거지가 끝날 때쯤, 그 애도 가버
않는다고 큰소리다. 내가 그 때와 똑같이 요리했다고
렸다. 나는 아직도 그 애를 나의 친한 친구로 소개해야 할지, 아는 동생
장담할 수는 없다. 거창한 요리도 아닌 떡볶이를 계량
정도로 소개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 애에 대한 나의 기억은 뒤죽
기로 눈금 맞춰가며 만들지는 않았다. 그 때는 한 스푼
박죽이다. 과제물을 챙겨줬을 때 고맙다며 쥐어줬던 캔 커피는 추운 날씨
들어간 설탕이 오늘은 반 스푼 들어갔을 수도 있다.
에 꽁꽁 얼어 있었던 내 손이 기억한다. 자리 좀 맡아달라는 나의 문자에
“그리운 것들이 있잖아. 가끔 예기치 않게. 음식 맛도
학생들이 이미 많이 들어와서 그러긴 힘들 것 같아요- 라는 답장은 지각
그런 것 같아. 나는 지금 정말 딱 그 때의 떡볶이 맛이
하지 않으려고 휘청거리도록 달리던 다리가 기억하고 있다.
그리워.”괜한 트집을 잡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애의
나지막한 고백 같은 말투에 내 마음도 잠잠해졌다. 그
나도 기억 못하는 내 요리를 그리워해준다는 건 묘한 기분이다. 친구의
때 떡볶이는 어떤 맛이었는지 물어봤다.“말로 표현하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에서 내 이름이라도 발견한 기분이다. 나는 오늘의
긴 힘들어. 하지만 그 때와 분명히 다른 맛이야. 그리고
그 애를 기억할 것 같다. 그 애는 오늘의 나를 기억할까. 한참 시간이 흐
난 그 때 그 맛의 떡볶이를 어디서도 먹어본 적이 없
른 후, 그 애가 친한 친구가 되었을 때 오늘의 일을 물어보고 싶어질 것
어.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데, 다시 찾을 수 없다니 아쉬
같다. 너는 왜 갑자기 내 떡볶이를 그리워했니? 라고. ⓢ
워.”
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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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스스스1스스스스2:스스스스스12스스스스 2010-01-12 스스 10:08 Page 32

Editor’s Note

1.
이제는 좀 차도가 있다 싶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백컨대 그 유명한 커피집 죽순이였다. 아니다. 그건 좀 교양 없어 보이고,‘커피
의 맛과 멋, 인생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이 시대 참다운 모던 걸’정도로 할까나. 커피의 진정한 맛은… 음 뭐니 뭐니 해도 뜨거운 거겠죠. 커피
가 뜨거우면 됐지 뭘 더 바래. 그나저나.
이 사진은 햇수로 4년 전, 당시 한창 출근하던 진주시내 모 커피집에서 찍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겠고 당시 한창 함
께 출근하던‘동료’ 가 찰칵, 찍어줬겠다. 너구리굴에 들어앉아 나라와 민족과 인류의 부귀영화를 고민했을 리는 없고, 당연하지만, 별 같잖은 시
시콜콜 세상만사 뒷담화 따위에 희희낙락했을 것이다.
컴퓨터 포맷 전에 폴더를 정리하다 발견했다. 지금보다‘어쩐지’생기 있어 보이고 지금보다‘어쩐지’즐거워 보이는, 그러나 맨정신을 가지고 조
금만 생각해보아도 도무지 그럴 이유가 없는 자기기만적 정신승리법일 뿐이란 걸 알면서도 기어이 손길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지
나간 어느 지점의 사진 하나. 물론 이 때만 해도 표정주름 걱정할 일은 없었으니 지금보다 약간 더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

2.
이렇게 해서 한 살 더 먹었다. 머물러 있는 청춘,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더니, 세상에, 점점 더 멀어지고 조금씩 잊혀져 가는구나. 이 기막힌
사태를 참으로 담담하게도 노래한 김광석의 말대로“일정 부분 포기하고 일정 부분 인정하고 지내다보면 나이에 니은 자 붙는 나이, 스스로의 한
계도 인정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도 더 이상 재미있거나 신기하지도 못한 나이, 서른 즈음이 된다” .
김광석 외 기타등등이 하도 으름장을 놓길래 나는 서른 쯤 되면 우울증이라도 걸려야 되는 줄 알았다. 천재는 요절, 미인은 박명이라는데 결국
이도저도 아니란 사실이 저절로 밝혀지는 마당에 내심 서운함도 없잖아 있었겠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나는 여기 이렇게 살아남았다는
거다. 번듯한 직함에 묵직한 통장은 없어도, 하느라 했다. 새로운 해의 첫 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듬뿍 격려하고 싶다.

3.
고등학생에게 어른은 스무 살이다. 스물에게 어른은 돈 버는 사람이다. 돈 벌 즈음에게 어른은‘어른 같은 어른’ 이다. 민증도 있고 면허증도 있고
직장에 처자식까지 딸려있어도 어른 아닌 어른,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은 대체 얼마나 얼마나 많나.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른스러워지는 게
아니란 사실을 너무 많은 어른들이 너도나도 앞을 다퉈 굳이 보여주고야 만다.
물론 실망도 했다. 당신은 왜 이것 밖에 안 되는 거야, 나이는 어느 구멍으로 잡쉈어? 한 번 물어볼까 싶은 적도 두엇 있지만 대신‘일정 부분 포
기하고 일정 부분 인정하는’법을 배웠다. 동시에 어른 같은 어른, 어른스러운 어른은 쉼 없이, 예를 들어 죽을 때까지, 그것도 아주 힘껏 애를 쓰
며 다듬어 완성시켜나가야 하는 노력의 산물이란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적어도 포기하지 않는 한 평생에 걸쳐 우리는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사
실도.
그래서 나는 가까스로 이 철없는 어른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밑천 아예 드러내고 사는 저는 또 얼마나 기막힌 화닥증에 몸 떨 거야,
아량 같은 여유마저 생겼다. 정확히는 한다고 해봐도 도무지 왜 이것 밖에 안 되는 우리에 대한 연민으로, 닥치는 썰물처럼 온통을 범람하는 이
연민으로 미움 섞인 비아냥도 와락 덮여버렸다.‘우리’ 에는 당연히 나부터 포함된다.
서른 즈음에, 이제는 심지어 너무 많은‘후배’ 들이 생겼다. 실망과 상처, 비난과 미움을 주고 받을까봐 걱정해야 할 나이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
다 나는 나대로 잘 살아보겠다. 너희들은 각자 알아서 싸우고 배우고 성장해라.‘선배님’ 들도 분발하세요. 모든‘애들’ 은 원래 싸가지가 없는 법
이잖아요. 내 말은, 떡국 나이 한 살씩 더 먹었으니까 우리 모두 나잇값 하고 살자는 거예요. 어른 같은 어른이 되려고 애라도 써보자는 거예요.
무엇보다 행복해지자는 거예요.

편집장 안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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