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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T03674

[제목] 매직타임

[페이지] F01

매직타임

1989.9.

원작 : 제임스 셔먼

번역 : 정우성

번안, 연출 : 장진

주최 : 바탕골 예술관

주관 : 공연기획사 PAPA

[페이지] 001

무대 분장실

[지현] 시작해

[문식] 시작했어. 숨막히는 공간 그 어둡고 길었던 순간을 끝내고 지금막 이리로 옮겨졌지.
투명한 유리의 사방 내동지들의 울부짖음 구경꾼들의 환한 미소가 대비되며 내 세상은 이렇게
시작했지--- 얼마가 지났을까 난 내가 붙어 살아 줘야 할 사람들에게로 안겼고 조금은
답답했던 발목 주기표를 풀었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얘길 하고 싶었어. 노래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하며 꿈꾸고 있는 많은 것들을 지켜주고 싶었지.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되었어. 탄생,
그것은 숭고한 작업이며 결정지을수 없는 무에서의 시작--- 화려할지어라.

((밖에서부터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 들린다. 정은 들어온다.))

[정은] 불 나!
((불켜지고))

[정은] 미쳤나봐--- 왜 그래? 누구 욕을 또 먹일려구--- 마지막 끝날까지 정말 모질게도


사고치네

[지현] 내가 불난댔잖아.

[문식] 새로 쓰고 있는 희곡이거든--- 근데 분위기 있게 리딩한번 하면 한결 달라져서---

[정은] 분위기?--- 그냥 분위기 있게 하루라도 살아봐라--- 삶이 달라질테니까---

[문식]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험악하게 하니---

[정은] 어제 무대에다 커피 쏟은것도 오빠지?

[지현] 맞어 쟤야. 무대 잠못자게 한다고 저 자식이 뿌렸어.

[정은] 무대에다 커피 쏟는다고 무대가 잠을 못자?---

((문식, 나간다.))

[정은] 하균이 오빠는? 어머 안 왔나봐? 잠깐만, 지금 배우들 아무도 안온거예요?

[지현] 난 조명이냐?

((지현, 화장실로 들어간다.))

[정은] 이거 심한거 아냐? 아무리 마지막이라고--- 완벽하게 연극처럼 좀 해보고 끝내자. 어제


칼싸움은 누가 잘못한거야? 하균이 오빠 코가 작살날 뻔했다며?

[지현] (안에서) 정은아 여기 소품이 없어졌다.

((정은 익숙하게 화장지를 문틈으로 던져준다.))

[페이지] 002
[정은] 공연 올라가기 전에 전배우들 모여 무대에서 몸푸는 모습보는게 소원이다.

[지현] 그래--- 배우들이 말야 이렇게들 시간을 안지키니--- 연극은 시간예술이야.

[정은] 오빠는 제발 집에 좀 들어가구--- 분장실에서 잘거면 흔적이나 남기지 말고---


배우캐러에서 숙박비 까면 얼마나 남을까--- 왜 멀쩡한 집 놔두고 여기서 잠을 자. 연극쟁이
태내긴--- (침낭 엇비슷한걸 구석에서 치우며) --- 오늘 공연은 꽉이야. 이 어려운 시기에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터져주니가 신경 좀 써요.

((지현, 나온다.))

[지현] 신경 써야될 사람들 조금 있으면 올테니까 그 대사 이따가 한번만 더 해라.

[정은] 하균이 오빠 오면 알려줘. 그리고 결투장면 리허설은 알아서들 하시고--- 어젠 누가


잘못한거야

[지현] 나야--- 나--- 내가 이 공연 안했으면 그 자식이랑 만나지도 않았을걸--- 내가 좀


생각이 모자랐다.

[정은] 아예 태어나질 말지.--- 오빠가 성질 좀 죽여라---

[지현] 왜 자꾸 죽어 있는 성질한테 구박이야. 그러니까 캐스팅 이런 식으로 하지마--- 참---


마지막 날 무슨 소리야--- 끝나면 그만인걸---

[정은] 학교 다닐땐 친했다며?

[지현] 내가 학교 생활을 후회하는 가장 큰 이유지.

((정은 나간다. 밖에서 정은과 병택의 스치는 인사말 들린다.))

([병택] 안녕. 무감)

([정은] 몇시니?)

([병택] 지금--- 잠깐 내 시계 어디갔지?)


((병택 들어온다.))

[병택] 어제 풀러 놓고 안가져 갔나---

[지현] 오셨수.

[병택] 그래--- 오늘도 분장실 지켰냐?

[지현] 시계 거기 위에 있어.

[병택] (시계를 들고) 어디보자.--- 어제 밤 열한시에 죽었구만. 리허설 했니? 연출이 지랄


지랄 하던대.

[지현] (혼자 칼들고) 햄릿이 안왔어요---

[병택] 어제 안좋았다며--- 끝나고 곧장 병원 가느라고 몰랐는데--- 신경써라 좀 동기라고 딱


둘있는게 왜들 그래?--- 그러다 이빨 나간다.

[지현] 난 연습대로 할뿐이야--- 그 새끼가 자꾸 쓸 때 없는 객끼 부리니까---

[병택] 세익스피어에서 다찌마리 하는게 쉽냐? 김형곤이 관객모독하는거지.

[지현] 지금도 병원 같다 오신거유?

[병택] 응---

[페이지] 003

[지현] 좀 어떠셔?

[병택] 그렇지 뭐---

[지현] 으유--- 누워 있는 사람이나 병 간호하는 사람이나 둘 다 고생이지.

[병택] 궁금해? 누워 있는 사람이 더 고생일까, 병간호하는 사람이 더 고생일까?


[지현] 넉살 부리지 마슈. 눈물 나니까---

[병택] 새끼--- 사람들 오늘 죄다 늦는구나--- 난 내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지현] 군대 말년이나 공연 마지막이나 그게 그거 아니유--- 빠져가기는---

[병택] 다음 작품 잡혔니?

[지현] 한달 동안 복창 터졌으니까--- 당분간 내공이나 좀 쌓을라우.

[병택] 사람 미워 해봤자 너만 고생이야. 마지막인데 누가 먼저든 풀어라.

[지현] 성선설이유?--- 풀고 안풀고 문제가 아니잖아. 근본적으로 그 새끼 노는 꼬라지가


싫은데 그거 풀어봐야 집에가서 억울하기만 하지. 어제 괜히 난도질 한줄 아슈--- 미친 새끼가
칼자루 쥐고 막판 되니까--- 이건 뭐 지가 쾌걸 조로야? 왜 엑스자는 그으면서 폼을 잡고
타이밍을 안맞춰---

[병택] 니들은 총이 어울린다.

((경수 들어온다.))

[경수] 오셨어요--- 밖에 날씨 죽여요--- 사람들 좀 있겠는데--- 가만, 오빠 안왔어요?

[병택] 니네 서방님을 왜 여기서 찾니? 안그래도 기다리는 중인데---

[경수] 아침서부터 통화가 안돼. 호출해도 연락도 없고--- 잠깐만 오늘 일요일이지? 교회 갔나


---

[지현] 그 자식 교회도 다녀? 지갑에 부적 넣어놓은 지 몇 달이나 됐다고---

[경수] 아니--- 배우들 교회모임이 있는데 거기 같이 나가본다고 했었거든---

[지현] 출세길에 종교를 이용하지 말래라---

[경수] 오빠가 얘기 좀 해주라.


[지현] 내가 뭐라 하면 이번엔 십자가 밑에서 한판 뜨자고 할걸.

[병택] 왜--- 종교 생활 하는것도 안나빠.

[경수] 거기 모임 절반이상이 여자들이야. 그것도 젊은 남자 좋아하는 이혼녀 탤런트들이


대부분이고---

[지현] 하나님의 은총으로 젊은 남자의 양기를 쩝쩝쩝--- 햄릿이 바람 피우면 오필리어


돌지. "신의 이름을 두고 아이고 원통해 내신세. 아무리 사내들의 습성이라도 그건 너무도
얄미운 심사"

((정은, 들어온다.))

[정은] 남의 대사 하지 말고 자기꺼 연습 하란 말이야--- 오필리어, 니네 햄릿은?

[경수] 언니, 아침부터 연락이 안돼---

[정은] 그러니까 밤부터 옆에서 지키고 있으면 되잖아.

[페이지] 004

밖에서 문식 대사를 지껄이며 들어온다.

([문식] 죽느냐 사느냐 요것이 문제로다.)

((문식 들어온다.))

[정은] 자기 대사 좀 하고 다녀라--- 무대에서 쓸데없이 전라도 사투리나 픽픽 나오게


하지말고---

[문식] 얘는 왜 나만보면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야---

[정은] 마당극 할 배우가 번역극 와서 여럿 고생시키고 있다---

[문식] (신문을 들고 게시판에 붙이며) 조선 일보 평 나왔다.


((모두, 그리로 모인다.))

[병택] 누구꺼니?

[문식] 대학로 깜장치마---

[경수] 어머--- 이 아줌마 이게 언제적 사진을 붙여놨니? 처녀 시절 사진인가봐? 우리꺼


언제와서 봤대---

[지현] 뭐 이렇게 어려운 말이 많아--- 긴장과 충돌된 세익스피어의 절제--- 그 고독


투성이의 언어들--- 이거 자기도 모르는 말들 투성이야---

[정은] 이거 좋은 말이야 나쁜 말이야---

[병택] 잘 써줬네--- 이 아줌마 평 치고는

[정은] 그럼 진작에 좀 써주지 공연 다끝나가니까---

[지현] 요즘 평보고 관객 오니?

[경수] 근데 무슨 햄릿 공연 평을 쓰면서 햄릿에 대해선 이렇게 얘기가 없어?--- 순 연출


얘기에--- 귀정이 언니 칭찬은 되게 해놨네---

[문식] 키워줄 사람은 냅다 키워야되---

[지현] 햄릿을 맡은 유하균은 그가 종전에 보여 주었던 일상적 화법에서 유형 구축적 연기로의


전이에 실패한 느낌이다. 그것은 기본 학습과 탐구 과정에 실패하는 국내 연기자들의 전형적
경로이다. 이완은 배우 자체에서 시작되고 끝나야 하는것이며 무대에서 배역으로의 모습은
긴장과 이완 그 사이를 자유로이 왕래하여야 한다.

[병택] 하균이가 이거 보면 무슨 말인지 알까?

[지현] 좋은 말이라고 해줘---

((흩어진다.))
[문식] 우리나라는 말이야 확실히 비평가는 있어도 비평문학은 없어. 이 비평이란게 말이야--
- 확실한 화력지원 개념으로 자리잡아야 하는데 말이야--- 그저 평론가들의 개인적 인기 관리
수준에 그친다 이거지--- 통념적 해석--- 그리고 대책없는 흑평들--- 궁극적으로 순차적
발쩐을 꾀할수 있는 평들이 나와서 반성과--- 그 뭐야 회개--- 그리고 시행착오의 인식을
도와 줘야 하는데---

[정은] 대학로의 깜장바지 나왔다.

[페이지] 005

[지현] 제가 정권 바뀌더니 말이 많아졌어.

[경수] 귀정이 언니 칭찬은 되게 많이 해놨다.

[병택] 정책이라니까--- 문화판엔 항상 그 시대를 이끌어 줄 스타가 필요하거든 스타가 없는


판은 죽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의도적으로 스타 연기자, 작자, 연출가가 태어나는거지.
남경주, 윤석화, 안석환--- 걔들이--- 스타다 그러면 걔들을 죽이면 안되는거지--- 대중들이
식상할 무렵 다른 인물로 교체될 때까지 우매한 대중은 우매한 언론이 몰아줘야 하거든---
작가와 연출--- 어떻게 순위를 매기니?--- 개인 창작이고 상대적인걸--- 그런데도 항상 톱의
위치를 풍기는 인물들이 돌아가기 마련이야--- 임영웅 정일성 오태석 강영걸 이윤택으로
차범석 이근삼 이강백 이만희 조광화로---

[경수] 그러니까--- 이제 귀정언니도 그 반열에 오른거라 이거에요?

[병택] 뭐--- 그 비슷한 시기같애.

[경수] 그런데 오빤 그런 생각들을 다 언제 하셨어요?

[병택] (가방을 열며) 한국연극 저번달에 특집기사로 나왔는데 너도 구독해봐---

[지현] 언론에서 누군가를 키워주는 대가로 다른 많은 인간들이 죽어줘야 한다는 것도


사실이요. 다른이들이 조용히 찌그러져야 그 송장들 밟고 올라가는거지.

[문식] 전쟁터이지--- 육이오--- 월남전--- 베트공--- 걸프전---


[정은] 어휴--- 사오정.

[경수] 그러고 보면 다 운 같아요--- 아니 다는 아니겠지만 다분히 많은 부분이 운인거 같아.


귀정 언니도 배역 하나 잘 맡아서 갑자기 뜬거 아니에요?

[병택] 위험한 생각하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누구 꼴난다.

[정은] 아니 그런데, 너무들 늦네---

[문식] 그만 좀 해라--- 학교 연극이냐?--- 다들 프로인데--- 알아서들 준비하고 공연하고


하는거지.

[정은] 그 말--- 고스란히 연출 앞에서 해봐라. 찌그러져서 궁시렁대지 말고.

[문식] 얘는 정말 사람을 치사하게 만드네--- 내가 샌님 앞에서는 말 못할것 같아?--- 괜히


노인네--- 뒤로 넘어갈까봐 참는거지--- 누군 뭐 불만이 없어서 쌓인게 없어서 이렇게
백지처럼 있는 줄 아나?

[정은] 원래 백치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문식] 후--- 니가 싸움만 못했어도 넌 죽었다.

((귀정 들어온다. 한손엔 신문.))

[귀정] 안녕--- 조선일보에 평나왔다.

((다들 썰렁))

[문식] 어, 그래--- 누구꺼야---

[귀정] 대학로 깜장치마---

[문식] 어, 뭐라고 났어?

[귀정] 어려워--- 거 평론가들끼리만 통하는 고급언어들 있잖아--- 내 얘기 조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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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붙일려다가 붙여진 기사를 본다))

[정은] 빨리 와서 의상 갈아 입고 공연 준비나 하셔. 늦었어.

[귀정] 나 아까왔었어. 근데 다 날씨 때문이야. 태양이 이 따위로 떠버리고 하늘이 저따위로


파란데 이렇게 땅밑으로 난 기어 들어와야 한다는게--- 요 앞 커피깼에 있었어.

[경수] 혼자? 멋있다.

[귀정] 독신의 오후다. 그리고 여기 분장실은 환기가 잘 안되나봐--- 여기 좀 있다가


소리낼려면 목이 칼칼해.

[지현] 배우가 큰일이구만--- 우리나라 극장 분장실의 대부분이 이런 공긴데---

[귀정] 그러게--- 공연 하나 끝내는게 요즘 같아선 완전히 체력 싸움이라니까--- 그래서


그런지 공연이 끝나도 무슨 아쉬움이나 서운함 같은것도 없어지는거 같아. 작품 하는 도중에
벌써 질려가니--- 어, 그렇다고 지금 내가 이 공연에 질려 있다는게 아니에요--- 그런
눈으로들 보지 말아요.

[정은] 빨리 시집을 가. 여자 배우 결혼 안한 채 나이 삼십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마녀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문식] 빗자루를 하나줘--- 가랭이에다 끼고 날라 다니게---

[경수] 마녀도 폼나는 마녀는 얼마나 멋져? 그렇게만 된다면 빗자루가 아니라 쓰레받이라도
끼고 다닐텐데---

[귀정] 오늘 아는 사람들 죄다 올텐데--- 우리 쫑파티 곧장 가야되지?

[정은] 빠지게?

[귀정] 아니--- 그냥 아는 선배나 애들 올거 같아서--- 극성들 있잖아--- 얼굴이라도 뵈줘야


할텐데
[정은] 배우가 무대에서 조명 받아가면서 뵈줬으면 됐지--- 왜?--- 팬클럽 온데?

[귀정] 쪼지마 좀--- 내가 그렇게 밉상이야?

((귀정, 의상을 챙겨보며--- ))

[귀정] 휴--- 이 옷도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가만있자--- 지금까지 의상을 몇 개나


입어봤지?--- 이렇게 자기가 입은 의상들을 죄다 집에 보관해 두면 나중에 이것도 하나의
기록이 될텐데---

[병택] 이번 작품 끝나고 곧장 뭐 또 들어간다구요?

[귀정] 응--- 병택씨--- 그 팀들 아나? 독일 유학파 모임인데--- 임영규씨 하고 대학 젊은


강사들하고 만든 창작 집단인데---

[병택] 아, 이번에 그거해요? 창작극이라던데---

[귀정] 아니--- 독일 작품인데 우리꺼로 많이 뜯어 고치나봐--- 그냥 젊은 연출가랑 해보고


싶었어.

[병택] 뮤지컬은? 연습 아직 안들어 갔어요?

[귀정] 응, 대관 때문에 한달 미뤄졌어--- 놀면 뭐해? 그냥 빈텀이 생겨서 하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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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택] 거--- 유학 갔다온 삼십대 친구들--- 그런 식으로라도 무대 최전방에서 뛰어야지---


죄다들 어디 강사자리나 나면 쑤시고 들어 가는 것 때문에 안돼--- 깨지더라도 중앙무대
판에서 붙어봐야지 어디가 문제고 어디가 가려운지 알고 판을 바꿀 생각을 하지---

[지현] 걔들 현장에서 붙어봐야 뭐 살아 남나? 어디서 카피된 그림이나 만들고---

[문식] 쟤는 태어날 때 도마를 들고 나왔나--- 무조건 입에 걸렸다 하면 씹어대니---

[경수] 언니는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냥 할수 있어?


[귀정]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고--- 계속 섭외는 들어오니까--- 그중에서 스케줄하고
그때 맘이 가는 공연이 있으면 하는거지--- 하고 싶은거 다 할 수 있으면 제작해야지---

[경수] 역시 다르구나--- 반열에 오르면---

((규수, 얼굴에 분장이 된 상태에서 들어온다. 오자마자 얼굴을 지우며))

[규수] 어유, 미안 합니다.

[정은] 어--- 그러고 보니까--- 규수선배도 안왔었네---

[문식] 저 형은 없어도 참 눈에 안띄어.

[경수] 어머, 그런데 선배님 얼굴이 왜그래요?

[규수] 어, 저번에 말했던거 오늘부터 공연인데 첫날부터 단체가 와서 한회를 더했어.

[정은] 더블헤더, 그거 아무나 뛰는거 아닌데---

[지현] 극장이 어딘데?

[규수] 요기 파랑새---

[지현] 아동극에서 세익스피어까지 이 시대의 살아있는 광대다.

[정은] 깜장치마가 평론 써야된다. 규수 선배 연기폭에 대해서---

[규수] 애들 귀여워--- 내가 늑대거든--- 근데 연극 시작한 지 얼마나 됐나고 나만 나오면


울음을 터뜨리고 때리는 애들도 있고--- 고것들 참---

[지현] 솔직한 동참이지---

[문식] 형님--- 나 어제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규수] 어, 어제니?--- 그래 잘나왔디?


[문식] 죽입디다--- 전라도 표준말 팍팍 넣어 가면서--- 그 추격씬 잘찍었대요---

[규수] 야 그날 얼마나 더웠는지 아냐? 그날이 중복이었다 중복--- 계속 엔지가 나서 몇번을


뛰었는데---

[경수] 뭔데--- 뭐 또 나왔어?

[문식] 경찰청 사람들---

[경수] 또 나왔어? 이번엔 뭐였는데?

[문식] 형, 뭐였지? 난 중간부터 봐서---

[규수] 어--- 땅사기꾼---

[정은] 저번엔 강간이었고--- 이번엔 땅사기까지--- 저 연기폭--- 캬---

[지현] 아동극에서 세익스피어--- 그리고 경찰청 사람들까지--- 이 시대의 살아있는


철인이다 철인---

[귀정] 언니가 뭐라고 안해?--- 형 그런거 하면.

[규수] 후후--- 뭐라고 하지?--- 근데--- 대부분 몰라. 그리고 나 아니라고 우길 때도 많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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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 그걸 믿어요?

[규수] 안믿지--- 그래서 또 혼나---

[귀정] 고등학생 애들이 부모 몰래 무슨 음악이나--- 모델된다고 이리저리 하는거 같아---

((지현, 다시 화장실로 들어간다.))


[정은] 자--- 이제 햄릿만 오면 다온거죠?--- 몸들이나 좀 풉시다---

[규수] 난 너무 풀려 있어 따로 안풀어도 될꺼야--- 이거 지우고 씬이나 맞춰볼게.

[귀정] 아동극은 분장 지우는데 꽤 걸리죠?

정은, 나가고 사람들 따라 나간다. 지현, 화장실에서 나온다.

[지현] 담배 태우실래요?

[규수] 어?--- 어.

((둘, 담배를 태운다.))

[지현] 그거 한번하면 얼마나 나와요---

[규수] 어--- 꽤 나와--- 한 백--- 지방가면 한 백오십---

[지현] 형--- 그런거--- 그만해요--- 형수 얼굴도 있고--- 형 그런거 안해도 연극판에서


살아 남잖아요.

[규수] 어?--- 그래--- 그만 해야지---

[지현] 분장 지우고 나오세요---

규수--- 남은 기분--- ? 밖에서 들리는 발성과 노래소리들--- (연극배우들의 흔한 몸푸는


소리) 문식과 정은의 다투는 소리 들린다.

([정은] 나와, 연출 온단 말야)

((문식과 정은 들어온다.))

[문식] 난--- 나름대로 푸는 방법이 있다니까 그러네---

[정은] 그 되도않는 손바닥 바느질 하지말고 나오라니까--- 오늘 마지막이야. 호레이쇼는 뭐


거져 먹냐--- 한번을 제대로 해본적 없으면서--- 조금 흥분되었다 하면 사투리나 삐삑 나오고
--- 세상에 자기 배역을 한번에 발음 못하는 배우는 당신밖에 없을꺼야. 호레이쇼! '
호레이시오이'가 아니고 호레이쇼!

[문식] 야! (무섭다) 이정은--- 이라와 앉아봐---

[정은] 오빠 지금---

[문식] 앉아!!!!

((정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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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식 무서운 얼굴로 그 앞에 앉는다. 정은 앞에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문식] 이거이 뭐여? (이렇게 말이 나오면 안된다) --- 이게 뭐니?

[정은] 소--- 손

[문식]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정은] 손바닥

[문식] 여기가 머리야. 여길 누르면 두통이 없어져--- 왜냐?--- 혈을 눌러주니까--- 여기가


팔--- 다리--- 여길 누르면 팔 다리 근육통이 없어져--- 왜냐?--- 혈을 자극 하니까---
여기가 내장이야--- 위--- 간--- 심장--- 여길 누르면 위 간 심장이 좋아죠--- 왜냐? 혈을
자극 하니까 피가 잘통하잖아. 여기가 목이야--- 여길 누르면 목이 좋아져--- 왜지? 혈들이
뻥뻥 뚫리니까--- 그러니까 발성을 안해도 여길 누르면 돼. 몸을 안풀어도 여길 누르면 되고--
- 예수님 십자가에 못박히고 삼일 만에 부활하셨다--- 왜지? 손바닥에 그 큰 수지침을
놓으셨기 때문이지--- 선생님들이 사랑하는 제자들의 손바닥을 왜 때리지? 오래 살라고---
이게 수지의힘이야--- 이게 나의 힘이여--- 할 말 있냐?

[정은] 그냥--- 한마디---

[문식] (없을텐데)
[정은] 나가서 몸풀어--- 손바닥 다 물어뜯어버리기 전에---

문식?--- 당연히 나가겠지---

[정은] (나가는 문식에게) 다시 들어왔단 손가락 다 오바로크 쳐버린다.

((분장실엔 규수--- 규수의 심정을 정은은 아나?))

[정은] 담배 태우실래요?

[규수] 어?--- 좀전에--- 그래 하나줄래?

[정은] 경찰청 같은거 한번 하면 얼마나 받아요?

[규수] (낯익은 대사다) 어--- 좀전에--- 그--- 그냥 한 백정도--- 지방돌면 한 백오십정도


---

[정은] 규수선배---

[규수] 그런데 그만 돌려고 그래--- 언니 얼굴도 있고 또 연극 해서도 나 정도면 살아남으니까


---

[정은] 왜요?--- 그 좋은걸--- 며칠 간단히 해주고 그정도면 어디야? 석달열흘 뺑이 쳐봐


연극에서 그정도 되나?--- 난 다 똑같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괜히 그런데 나오는거 뭐라하는
연극쟁이들--- 웃겨--- 그건 아무나 하나--- 지들 나가서 해보라고 해--- 제대로 하나?---
연극 순수--- 오로지 무대--- 그거 아니면 타락--- 이런 생각들 가지는 사람들--- 나중에
남는건 패배 의식에 괜히 자기보다 잘되는 사람들이나 미워하고---

[규수] 그래 그렇게 생각해주니까 고맙다.

[정은] 대표적인 케이스가 여기 있잖아--- 안지현--- 하균이 오빠한테--- 학교 다닐 땐


지현이 오빠가 주연은 도맡아 했대. 근데 하균이 오빤 방송으로 떳고 자기는 무대만을 지켰다-
--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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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햄릿이 낙하산 타고 떨어지니가 저렇게 까탈스럽게 구는거잖아요--- ))

[규수] 그런거 아니겠지--- 지현이 쟤가 그렇게 영리하간디--- 그런거 가리면서 사람대하는


친구 아니야--- 짜장면 똑같이 시켜서 딴놈이 지꺼 한젓가락 더 먹으면 싸움나--- 자기가
마실려고 커피를 뽑아. 근데 다른놈이 고거 홀짝 마시면 난리를 치지--- 하지만 니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로 사람 미워하고 악한 맘 품는 애는 아냐.

((밖에서 지현의 소리 들린다))

([지현] 어떤 싸가지 없는 연극배우가 내 커피 마셨어?)

[규수] ?? 그렇게 영리한 애가 아니야.

[정은] 에휴--- '꽃속에 파묻혀 무덤으로 떠났네 사랑의 눈물은 비오듯 내리네 님은 갔네 영영
내게서 영영 갔네. 머리맡엔 초록 잔디 발치엔 묘지'

[규수] 배우 안할꺼야---

[정은] 접은거엔 미련 없어요. 뭐 그다지 빛이 훤히 보이는것도 아니고---

[규수] 전문 무대 감독으로 돌아선거야--- 완전히.

[정은] 아니--- 무감--- 기획--- 제작--- 쪽 두루두루 배워보고 사실 시스템 매니져가 되고


싶어.

[규수] 어려운거 하네---

[정은] 어려운거 아니에요. 뭐 이건 유학을 갔다 오거나 많이 배운다고 하는것도 아니고---


이런 배우들이 이렇게 모여서 이런 햄릿을 한다. 그러면 이 햄릿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나와야 하는거죠. 이 배우들에게 맞는 연습 환경과 방법, 이 시기에 맞는 홍보 마케팅과 작품
수정. 그리고 이 시대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에 대한 새로운 기획력과 해석들을 누군가가
조정하는거죠. 언제까지 늘 하던 식으로 해서는 공연의 차별성에 기획의 차별성이 함께 가주질
못하는거죠.

[규수] --- 어렵네---


[정은] 글쎄, 몇번 해보니까 알겠더라구--- 연극판은 천재 몇 명 나와서 바뀔 판이
아니더라구요. 궁극적으로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 맨날 이 꼴이라구요.

[규수] 연극에 정말로 애정 있는 사람들이 해줘야 될 일이구나.

[정은] 그렇다고 내가 무슨 남들보다 특별한 애정이 있거나 잘나서 하는 말 아니에요. 그냥


답답하니까--- 이게 아닌거 같은데 자꾸 이렇게들 하니까---

[규수] 그래도 너 보면 아가워--- 네 연기 좋아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니---

[정은] 가끔 그리울 때도 있어요. 선배들 연기하는거 무대 옆에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혼자서 대사를 따라 한다니까--- 그러다간 혼자 도취되서 울다 웃다 화냈다가---
후후후---

[규수] 부담된다--- 우리보다 연기 잘하는 무대감독이 있다는거---

[정은] 괜한 소리 말아요---

[페이지] 011

((귀정 들어온다.))

[귀정] 정은아 연출 샌님이 불러---

[정은] 샌님 오셨어?

[귀정] 응--- 기분은 괜찮아 보이던대---

[정은] (규수에게) 그렇게 부담되면 더 잘해야 되요--- 오늘 노트도 한가득이야---

((정은--- 나간다.))

[귀정] 아까--- 언니랑 전화 통화 했어요.

[규수] 어?--- 어, 그래.


[귀정] 어제 집에 안들어 가셨다구요?---

[규수] 그런 말해?

[귀정] 걱정은 안하는거 같던데--- 후후--- 전화도 안했다면서요? 신기해 하던데--- 그냥


형이 대단히 세졌다면서---

[규수] 그게 다야?

[귀정] 별 얘기 안해요. 사실 언니 밖에선 형 얘기 잘 안하더라구--- 집안 얘기도---

[규수] 고맙군---

((배우들 의상들을 갈아 입는다--- 병택, 들어온다.))

[병택] 우와--- 줄서있네.

[경수] 얼마나?

[병택] 한 사오십명---

[문식] 버스 한 대 분량이구만.

[지현] 배우도 없는데 표팔아도 되는거야---

[병택] 하균이 왔어.

[경수] 어딨어요?

[병택] 매표구에서 표팔고 있어. 완전히 얼굴마담이야--- 사람들이 주위에 몰려 있는게


싸인회 하는거 같아.

((경수, 나간다.))

[지현] 미친놈 추잡한 짓은 혼자 다하고 있네. 여기가 방송국인줄 아나---


[귀정] 나도 미친짓 좀 하러 갈까---

((귀정도 나간다.))

[지현] 형수, 계속 뭐라고 그래요?--- 마지막 날인데 풀지--- 별것도 안닌거 가지고---

[페이지] 012

[규수] 다른 일 때문에 쌓인게 있어서 그래.

[지현] 뭐?--- 또 애기문제야.

[규수] 아냐--- 애긴--- 이제 꿈도 안꿔.

[문식] 왜그런데?--- 결혼하고 어느정도 됐으면 애 낳고 가정 꾸미는거지.

[규수] 거 왜 뮤지컬 '지저스' 있잖아.

[문식] 전당 자체 제작으로 한다는 '지저스 크라이--- 스튜던--- 스'--- 그거 왜?

[규수] 주연 배우 빼놓고 다 오디션이잖아. 자꾸 나더러 보라는거야--- 근데 참아 그것만은


못하겠더라.

[지현] 형수가--- 막달라 마리안가?

[규수] 여편네는 주연 내정되서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난 그 앞에서 이 몸에 다리찢고 빙글빙글


돌며 춤추고 노래할거 생각하니까--- 되도 마누라 입김이란 얘기 듣고 싶지 않고---

[문식] 잘하셨수--- 배우가 가호다시 빼면 죽어야지. 우리가 언제부터 주눅들어 가며 무대에


섣다고---

[규수] 그 사람은 그래--- '경찰청' 나가고 아동극 따블 뛰면서 왜 이건 못하겠다는거냐구?

[문식] 그건 성격이 다르지.


[규수] 화가나서 그래버렸어. '이건 애기들이 와서 웃지도 않고 또 방송나가는것도 아니니까
못하겠다'고--- 시발--- 이렇게 사는게 죄지---

((분장실 분위기.))

[규수] 가끔 그런 생각해--- 이것에 끝은 어디일까--- 이렇게 눅눅한 분장실에서 이 된장들


얼굴에 발랐다--- 지웠다--- 끝나면 술조금--- 집에가서 절망 조금--- 그러다가 다시 된장
바르고 지우고--- 술--- 절망--- 된장 술 절망--- 어차피 끝이 있다면 빨리 좀 끝나버렸으면
좋겠어--- 잘되든 안되든---

[병택] 애기 빨리 가져요. 좀 낫더라구요. 와이프 저렇게 누워있어서 혼자 키우는거나 다름없는


놈이지만 그놈 있어서 그런지 끝이 해볼만 하더라구요---

[규수] 그래, 애새끼라도 하나 있었으면 이 짓꺼리 못하게 감시하는 맛으로 살겠는데---

[지현] 왜?--- 형님하고 형수 사이에서 나면 당연히 배우 시켜야돼.

((밖에서 하균과 경수, 티각태각하는 소리들린다. 둘, 들어온다.))

[경수] 연락이라도 해주면 어디가 덧나?

[하균] 극장안에 있었다니까--- 핸드폰 꺼놓고. 하이 좋은 아침.

[지현] 아침?--- 미친새끼---

[하균] 뭔 인사가 이렇디야?

[지현] 전철이 막혔냐?

[하균] 버스 기사가 길을 잃어버렸다. --- 야, 대학로 왜이렇게 됐냐? 왼통 백댄서들


투성이더구만--- 우리나라에 가수가 저렇게 많아. 아니, 가수는 없는데 웬 백댄서가 저렇게
많아.

[경수] 말돌리지마--- 아니, 사람이 어떻게 그래? 영화를 보러 가려면 같이 가던가--- 아니면
연락을 해주던가, 그리고 꼭 오늘 봐야되는거야 공연 마지막 날 사람들 다 기다리게---
[페이지] 013

[하균] 그만좀 해. 이건 내 관람철학이야. 영화는 개봉일--- 연극은 마지막 공연.

[문식] 무용은?

[하균] 무용은--- 잠 안올 때---

[규수] 빨리 옷이나 갈아 입어--- 너 무대감독 만나면 무대바닥에 패대기 쳐진다.

[하균] 오늘--- 방송국 CP 랑 PD 들 좀 올건데--- 전화해서 오라고 떼를 써놨는데 마지막날


겨우 시간이 맞았네. 잠깐만 정은이 한테 말해서 자리 좀 빼놔야 할텐데---

[지현] 무슨 대통령 오냐? 자리는 무슨--- 줄서서 표사라고 그래.

[하균] 왜이러시나--- 긴장될 사람들 몇될텐데--- 눈에 띄면 줄하나 생기는건데---

[문식] 줄?--- 줄

[하균] 잘해보세요--- 들. 실세들이니까.

[지현] 너나 잘해라. 내 생각에 그 실세들 무대에서 널 보면 다음부터 널 안쓰고 싶어질거


같으니---

((귀정 들어온다.))

[귀정] 하균씨 들어오니까--- 사람들도 흩어지네---

[경수] 언니는 사람들이 잘 못알아보나? 그래도 반열에 올랐는데---

[귀정] 아까부터 무슨 소리야? --- 아무리 그래도 텔레비젼 스타만 하겠어?

[지현] 난 우리나라 말중에 가장 닭살스러운 말이 스타란 말이야. 길어봤자 3 년에서 짧게는 3


개월 짜리들까지 죄다 스타야--- 실력이 기준이 되는것도 아니고 어린애들 기호에 맞춰주느냐
마느냐
[하균] 난--- 시팔 머리가 나빠서 저 말이 꼭 나 욕하는것처럼 들려--- 큰일이야--- 이렇게
나빠서---

[문식] 그래--- 넌 좀 나쁘지---

[하균] 참--- 박 선배, 이거 가지고 왔어. 작은 아부지한테 말해서 부쳐온건데--- 물건은 제일


좋은거야---

[병택] 뭐야 이게?

[문식] 버섯이네.

[하균] 상황 버섯이야--- 암에는 기적이라는거아냐--- 형수 해주슈--- 이거 넣고 물 끓여


마시거나 약재랑 같이 먹어도 되고--- 사실 난 어떻게 해먹는지는 잘 모르는데--- 양의사들도
권장하는거야.

[경수] 왠일로 이런 기특한 짓을 다한대.

[병택] --- 고맙다. 알아 이거--- 많이들 말하더라구--- 근데--- 그사람은

[하균] 암에는 시기가 없는거야. 물론 이건 내 생각이지만--- 정성이고 개척이지--- 운명,


그거 개척하라고 있는거유. 소화가 잘될꺼야--- 음식 거의 못먹지?--- 사실 그게 수술 안하고
곧장 한방에 붙는게 좋았는데--- 칼대면 끝장이래잖수. 식이요법, 한약--- 이런게 왈인데---

[문식] 수지 (손바닥을 눌러 보인다)

[하균] 하긴 식이요법이나 한약도 돈 꽤들어 가더라구--- 우리 작은 아부지--- 간암 말기


한의로 때려잡는데 매달 육백만원씩 시골에 있는 산 하나를 파서 날리더니만 평지로 내려와서
땅까지 이천평 와작 내니까 일어나더라구---

[규수] 연극하는 사람들은 아주 아프면 죽어야겠구만

[페이지] 014
[하균] '감기에 안걸리려면'

[문식] '양치질해요'

[경수] '일찍 자요'

[하균] '그래도 감기에 걸리면'

[문식] '앓으니 죽어요'

[하균] 그래--- 연극 배우가 직장의료보험이 되냐? 직장 상해 보험이 되냐? 무대에 서있다가


조명기 떨어져서 맞아봐? 그거 누가 책임져? 공사판 노가다도 그런일 당하면 대책있지만 우린
아니야--- 불가불가---

[지현] 누가 들으면 연극 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인줄 알겠네.

[하균] 아저씨 하고 나하곤 더 조심해야 한다니까--- (문식을 가르키며) 얘하고 나하고


아저씨하고 같이 서있다. 조명기가 떨어졌다. 누가 더 빨리 맞을 확률이 있겠어--- 우리야---

[문식] 왜하필--- 씨발 그래, 난 조명기 없는 마당극이 편해.

[하균] 만약 어제 아저씨가 칼싸움하다가 내 코를 박살냈다. 그런 난 누구한테 보상을 받아?

[지현] 세익스피어.

[하균] 이거 심각한거야. 연극 배우가 직업으로 하나의 선진화된 공연 작업자로써 우뚝서


있을려면 그 구조와 환경들이 발전해줘야지--- 안그러면 맨날 이지랄이야---

[지현] 그래서 계약안하면 연습안하겠다고 버팅겼냐?

[하균] 후--- 아저씨는 진자 말이 안통하시네요--- 권리라니까. 이게무슨 학교워크숍이냐--


- 국군장병 위문 공연이냐? 관객한테 돈받는 상업연극인데--- 그건 뭐냐?--- 우린 하나의
자본획득을 위한 상품이라니까--- 연극하는 사람들 생각들이 아저씨처럼 그러면 나중에 우리
후배들이나 연극판은 똑같이 후진성을 못면한다니깐요.
[귀정] 찝찝하지만 맞는 얘기 같애. 어차피 그건 척도일수도 있어. 내가 이 무대에서
얼마만큼의 크기를 차지하고 있나를 알수 있는 척도---

[규수] 돈푼 꽤나 받는 사람들은 그럴수 있겠지.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무대에


선다는 그 흥분하나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그거이 멍청하다고 생각 안하는 람들도
많고---

[귀정] 아동극도 흥분 되고 떨리나보지?

[규수] 그래--- 적어도 내 연기를 보는 사람들이 내 모습에 웃고울고 반응해주지--- 솔직하게


--- 거만한 듯 객석에서 다리꼬고 후까시 넣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 더 흥분되지--- 나한테
애새끼가 생기면 난 아동극 많이 보여줄꺼야--- 재미있거든--- 적어도 그 무대는 아이들에게
부모한테 개기고 쓸데없는 고민에 대한 환상은 안심어 주잖아.

[하균] 어, 얘기가 이상하게 흐른다--- 바로잡자--- 여하튼 내 얘기는 조명기는 떨어지면


안돼--- 왜냐?

[경수] 우리 오빠 다치니까---

[하균] 보험이 안되잖아.

((정은 들어온다.))

[정은] 에이--- 마지막 날에 왜이래? 오빠들 몇분만 좀 나와 주실래요? 바텐에서 이엘에스


조명기가 떨어졌거든

[페이지] 015

[문식] 뭐야?

[정은] 무대에 파편이 너무 많이 튀어서 같이 정리 좀 하자.

[지현] 재수 털리는 소리에 박자까지 짝짝 맞춰주네.

[정은] 응? 무슨 소리야?
[문식] 야, 정리하다가 또 떨어지면?

[지현] 옆에 붙어 그럼 내가 먼저 맞아--- 걱정마.

((문식, 지현--- 나간다. 정은 나갔다가 돌아온다.))

[정은] 잠깐만--- 이게 누구시더라---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인데---

[하균] 오늘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었단말야--- 거 왜 살다보면 피치못할 사정 안스러운 사정-


-- 뭐 이런거 있잖아. 전시라던가 계엄령이 떨어져서 꼼짝달싹 못하는거랑 비슷한 상황---
진짜야. 다들 기다렸다는거 알지. 특히 이정은 무대감독이 기다렸다는거 어제 갈 때 특별히
부탁한 말도 기억이나서 나도 미치겠었다구--- 그런데--- 상황이란게--- 무대감독의 삐삐
메시지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핸드폰이 밧데리가 다되서 연락할 수가 없었다구--- (울리는
핸드폰) 여보세요. 이거 밧데리가 없는 핸드폰인데 용케 거셨네요. 지금 공연 한시간 전이기
때문에 사적인 통화를 하는건 배우로서 태도가 아닙니다. 끊습니다. (전화끊는다) 아무말
하지마. 난 지금--- 어--- 조명기가 떨어질까봐 얼마나 걱정되는줄 알아--- 내 맘도
모르면서

((하균 나가려 한다.))

[정은] 어디가!

[하균] 무대 청소하라며---

((나간다.))

[정은] (경수를 보며) 저런 남자가 어디가 좋니?

[귀정] 왜?--- 귀엽잖아.

[정은] 징그러워--- 사고뭉치---

[경수] 언니 너무 미워하지 마라. 오빠는 그래도 이번 작업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정은] 배우가 공연 하려면 스케줄 빼는건 당연한거야. 방송일 몇 개 접어줬다고 절이라도
하랴?

[경수] 난 그래도 우리 오빠가 대견스러워--- 어디서 뭘하더라도 본향을 잃지 않잖아. 그래도


일년에 한두편씩 꼭 무대 작업하는거봐. 오빤 나름대로 자신의 연기에 진지함과 순수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거라구.

[정은] 내가 누구한테 뭘물어---

[귀정] 결혼 안해?

[경수] 언니는--- 무슨--- 벌써--- 결혼이야---

[귀정] 왜--- 사랑하면 결혼하는거지--- 서로 도움받으면서 불편하지 않게--- 함께 일하고


[페이지] 016

께 상의하고---

((규수 나간다.))

[귀정] 하균씨가 뭐라는데?

[경수] 우린 아직그런 얘기 안해.

[귀정] 꼭 말로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거지. 하균씨 나이도 적은 나이는 아니야. 기왕에 지금 이


나이에 둘이 만나는데 결혼 생각도 해야지.

[경수] 난---

[귀정] 약속도 아직 안했어?

[경수] 난--- 정말---


[귀정] 그런 상상 해본적도 없어?

[경수] 상상?

[귀정] 상상--- 사랑하는 남자랑 결혼하는 상상--- 지극히 당연한 상상이야.

[경수] 난--- 늦게 할꺼야. --- 밤 늦게. 그래서 마치 공연처럼 무대에서 조명도 세팅해 놓고
결혼식 대본도 써놓고--- 주례사도 내가 쓸거야--- 그리고 주례선생님도 좋은 배우로 캐스팅
해서 연출하고

[귀정] 7 세미만은 결혼식 못보겠다.

[병택] 식중에는 사진 촬영이나 화환증정도 하면 안되고---

[경수] 그렇지.

[귀정] 서울에서 결혼식 끝나면 지방도 돌면서 하고

[병택] 결혼식에 사람들이 많이 오면 다음달에 앵콜도 하고

[경수] 마치 연극처럼

[귀정] 축가 대신 판토마임은 어때?

[경수] 좋은 생각인걸.

[병택] 신혼여행은 브로드웨이로

[경수] 비자가 없는데

[귀정] 입장도 색다르게

[경수] 색다르게?

[병택] '신부 입장' 하면 음악이 '프리티 우먼'이 나오는거야.


[경수] 멋지다. 음악에 맞춰서 몸도 좀 흔들고--- ? 좀 방정맞나?

[병택] 전혀.

[귀정] '신랑입장'하면--- 음---

[경수] 그땐 멋진 교향곡이 흐르는거야--- 우리 오빠랑 어울리게---

((교향곡이 흐르면 하균은 신랑입장을 하고 분장실은 경수의 상상속에 나온느 결혼식장이 된다.
연극배우가 꿈꿀수 있는 몽환의 세계다.))

<추가 구성>

((신랑과 신부가 입장을 하고--- 주례까지 위치에 선다. 그때, 공연 시작전 홍보와 팜플렛
판매를 하던 진행요원이 똑같이 팜플렛을 판매한다.))

[페이지] 017

[사회자] 지금부터 신랑 햄릿과 신부 오필리어의 결혼식 초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원활한


결혼식 진행을 위해 식중 사진 촬영이나 화환 증정은 가급적이면 삼가 주시고 삐삐나 핸드폰은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주례 선생님의 주례사가 있겠습니다.

[주례]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이제 우리 앞에 서 있는 이 두 남녀는 사랑의 바람을 실어


부부라는 돛단배의 닻을 올렸습니다. 이 둘의 항해에 태풍이 불지라도--- 혹은 허리케인이
불지라도---

[하균] 같은말 아냐?

[경수] 강조야 강조---

[주례] 꿋꿋히 헤쳐 나아갈 것을 우린 믿습니다. 신랑은 신부를 맞아 어떠한 어려움과 힘든일이


있어도 죽는 날까지 사랑하고 함께 할 것을 맹세합니까?

[하균] 힘든 일이란게 예를 들어 어떤 일들을 말하는거죠?


[주례] --- 아내가 붓던 계가 깨지고 아내가 빚보증을 잘못서 집이 홀라당 날아가도 또는
사내가 남편에게 무리한 바램과 요구를 하더라도 그리하여 아내와의 결혼서약에 대한 후회가
드는 때를 맞이하여도 생활의 궁핍으로 아내가 연기를 때려치라 하더라도 그래서 아내가 다른
삶을 선택하라 하여도 아내가 울더라도 아내가 바람을 피우더라도 아내가 가출을 하더라도

[하균] 안해--- 안해--- 뭐가 어째 연기를 때려치우라고--- 다른 삶을 살라고?--- 저거


주례사 니가 썼니? 글발 좋구나--- 딴 놈을 잡던가 너 혼자 해.

[경수] 오빠--- 왜그래?

[지현] 그래 내가 그럴줄 알았어.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것을 못버려요--- 사랑은 폼이라니까-


--

[하균] 너 해라. 너 어울린다.

[지현] 바야흐로 넌 햄릿이다. 자신의 욕망 때문에 사랑을 버린 남자--- 그러다 칼 맞아 죽는


남자---

[경수] 오빠--- 왜그래?--- 오빠 나야--- 나--- 지금 나랑 결혼하는거야. 그럼 됐잖아---

[하균] 부케 빨리 던져라--- 그리고 니가 받아서 또 해라.

((하균 나간다. 결혼식이 난장판이 된다. 돌아온 현실.))

[경수] 그래. 오빠는 자기 꿈과 사랑을 병행시키는 사람이 아냐. 그리고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꿈을 그 사람보다 더 사랑해. 지켜주고 싶어. 부담이나 문제로 옆에 있고 싶지는 않아.

[귀정] 역시 넌 어려--- 니 꿈은?--- 니 꿈이 어느새 그 남자의 꿈이 되버린거니? 그래 지금은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나이를 조금만 먹어봐--- 널 돌이켜 볼 나이가 되었을 때 결국 넌 없고
그저 남자 옆에 있는 여자 하나만 보일꺼니까---

[정은] 그래서 마녀의 모습으로 그렇게 서른을 넘긴 거유?

[귀정] 내 꿈을 담보로 남자를 만나기는 싫어. 그게 뭔데--- 그게 그리 중요해. 그래서 결국 그


남자는 어떻게 되는데? 명확한건 우린 연극을 하는 사람이야. 관객에게 뭔가 더 자극적이고 더
드라마적인걸 보여주지--- 내 인생의 드라마도 마찬가지야. 밋밋하거나 심심하게는

[페이지] 018

끝나고 싶지 않아.

[정은] 가장 평범한 것 속에 가장 멋진 드라마가 생길수도 있어.

[귀정]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하나 써 다오. 내 인생의 희곡--- 니가 써 주면 출연해 볼게.

[정은] 제목은 나왔다 '마녀--- 빗자루를 버리다'

((웃는다. 전화벨))

[정은] 여보세요--- 분장실입니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너 뭐야 임마---


쪼끄만게--- 장난치지마---

((끊는다.))

[정은] 꼬마 놈들이 장난치나봐---

((지현, 하균, 규수, 문식 들어온다.))

[하균] --- 허허허--- 극장 한바퀴 돌았는데---

[문식] 낮 공연 매진이에요.

[경수] 저녁 공연도?

[문식] 글쎄?--- 저분위기면 저녁 공연도 뭐---

[하균] 관객이 꽉 차서 앞에 돗자리 펴고 배우가 튀기는 침 맞아가며 이렇게 공연을 해야


할맛나는데--- 솔직히 방송은 그런맛은 없잖아요?

[규수] 그렇지--- 방송은 그런 맛은 없지--- 내가 하는 무대에서의 표현에 즉각적으로


보여지는 반응--- 그런걸 못느끼니---
[경수] 우린 작품이 뭐 그런거 느끼는 작품인가?--- 사실 하면서도 어려워.

[문식] 그렇지. 그런거지. 배우도 모르는 난해함과 원인없는 고민들--- 이런 작품이 이 시대에
왜 나와야 하냐구?--- 쉽게 보고--- 쉽게 느끼고--- 이런 만족을 고루 느끼게 하는 작품이
좋지--- 예를 들어 '들통' 같은거 얼마나 부담없어---

[경수] 들통?--- 누구꺼드라.

[문식] 어, 내가 새로쓰고 있는 희곡인데--- 두루두루 한번들 읽어보슈. 대중과 함께 가는 올


최고의 희곡 '들통'

[지현] 꼴통---

[경수] 여하튼 주인공이 죽는데 눈물 안나는 연극은 좀 이상해. 햄릿이 죽는데 왜 눈물이
안나게 만드냐고--- 햄릿만 죽어? 마지막 장면에 주연 조연 네명이 왕창 죽는데--- 누가
울어? 재미없어.

[하균] 야, 엄마 없는 하늘 아래냐? 얘는 예술하고 신파하고 구분을 못해.

[문식] 그래--- 비극 아니면 희극--- 난 명확하게 센게 좋아--- 들어봐--- 자기가 대사를


치는데--- 내가 지금 사람을 울리는 중이구나---

[경수] 오빠도 사람을 울려봤어?

[페이지] 019

[문식] 얘는 사람을 뭐로 보고? 한번 징하게 울렸었지. 그때가 언제야--- 제작년인가---


홍도야 우지마라 할 때--- 비록 신파극이지만---

[경수] 오빠가 그것도 했었어?

[병택] 그때 쟤가 음향 봤지--- 아마---

[문식] 그때--- 홍도 마지막에 끌려갈 때--- 내가 음악 트는 순간--- 극장 난리났다. 울음


바다였다구---
[규수] 그렇게 우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사람들이 꽉차니까 괜찮네---
기분.

[귀정] 뿌린 초대권 막날에 다 오는구만. 사람들 심리가 참 이상해. 연극 초대권 가지고 뭐 그리


가호 잡을 일이 많다고--- 지갑에 만오천원이라고 써놓은 초대권이라도 한 장 가지고 있으면
그게 무슨 현찰이라도 되는 듯이 간직하고 있다.

((문식 자기 지갑을 들춰본다.))

[병택] 우리야 같은 연극쟁이니까--- 그냥 싸바싸바해서 들어가니 뭐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하냐만 그냥 일반인들은 아닌거야. 그러다가 그 기한이 다되는것에 무슨 불안한걸
느끼나봐. 만오천원 날아가니? (문식에게) 몇 장이나 있니?

[문식] 어?--- 열한장---

[병택] 대학로 연극 티켓은 다있구나---

[문식] 아냐--- 다 끝난 것도 몇돼.

[지현] 이런 초대권--- 이거 다 없어져야 돼. 괜히 무대 값어치만 떨어지고--- 뒷골목 연극은


초대권으로 사람들 모아서 팜플렛 강매해서 먹고 산다니까--- 그러니 멋모르고 연극보러 온
사람들 대학로 수준이 이거다 생각할꺼 아냐---

[규수] 그러지마--- 여하튼 무대를 만들고 싶은 맘은 똑같은거야--- 거기 서있는 배우는 배우


아니야---

[지현] 배우 아닌 애들도 많아---

[문식] 니기미--- 연극 재미있으면 오지말래도 다 와--- 텔레비 보다 재미없으니까


안오는거야--- 만원 넘게 내고 이런거 볼라면 육천원 내고 미제 영화보는게 훨씬더 나으니까-
-- 안오는거여. 다 우리들 책임이야--- 좋은 연극 왜 못만들어--- 왜 오지않는 관객들 욕해.

[하균] 옳소.

[지현] 그러니까 네가 잘하면 좋아져.


[하균] 옳소.

[문식] 저 새끼가--- 지금 토론하고 있잖아--- 토론--- 좋은 얘기--- 이게 농담이야?

[지현] 그래 임마 진지하게 얘기하는거야--- 너만 잘하면 좋아져.

[문식] 어--- 그래 나만 잘하면 좋아지고--- 너만 안하면 끝내주겠다.

[하균] 브라보.

[병택] 사람들이 연극의 진정한 재미를 알아서 오는게 얼마나 될까--- 왜 사람들이 무대를
찾겠습니까?

[규수] 재미있잖아.

[경수] 데이트.

[지현] 초대권이 생겼거든.

[하균] 나 보려고---

[페이지] 020

[귀정] 지적 욕구의 충족

[병택] 딩동댕--- 내 생각엔--- 우리 사회에 가득한 문화열등의식 때문이 커--- 자기도


연극을 보러 왔다는 도취에 빠지는거지. 연극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엘리트 문화활동이야.
극장이란 공간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적 권위의식을 주기 때문이야.

[문식] 어--- 이 이야긴 한국연극 몇월호에 나왔어?

[규수] 그런 의미에서 따지면 우리 연극도 사람들이 줄창 나야되는데--- 아니, 햄릿을 그래도


우리나라 대가리급 연출이 실험적으로 재구성해서 보여 준다는데--- 이렇게 지적이고
수준있는 공연이 왜 안드냐? 솔직히 품바도 이거보단 많다.
[문식] 어이구--- 형님은 햄릿이 뭐요?--- 우리야 햄릿하면 아, 그 새끼--- 아버지
복수하려다--- 지도 죽고 남도 죽이고--- 멋진 대사 멋진 장면--- 뭐 이렇게 술술 나오지---
일반인들은 햄릿은 알아도 햄릿이 뭔 이야기인줄은 몰라요. 햄릿에 사는 햄릿이란 애가
햄릿이란 과자를 먹고 햄릿 현상을 나타내 지금 햄릿 병원에 있어요--- 해도 '아--- 그 햄릿-
-- ' 이런다니까요--- 그걸 재구성하는게 뭐그리 관심이 있습니까--- 원본을 모르는데
재구성은 당치않소--- 춘향전이라면 모를까--- 나 잘가는 나이트클럽 있어요. 거기 웨이터가
이름이 '로미오'인데--- 내가 한번은 오빠 로미오가 누가 쓴 줄 알아? 하고 물으니까--- 어떤
씨발놈이 내 이름을 또 써? 어느 나이트에 있는 놈이야?--- 합디다--- 그런 사람이 태반인데
햄릿을 재구성하는게 뭐그리 대단하단 말이요--- 배비장전이면 몰라도.

[규수] 넌 나랑 마당극 하자.

[문식] 아닌게 아니라 햄릿 마당극으로 하는게 낫다니까--- 무턱대고 웃고 즐기게---

(구성 / 마당극 햄릿)

((마당극으로 구성되는 햄릿))

사물 소리로 장악된 무대.

((가운데, 햄릿이 왕의 등뒤에서 칼을 들고 서 있다.))

[해설] 지금 햄릿 보러 왔는디 뜬금없이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사시미 들고 어른 등뒤에서


뭐하는 작태인가--- 이 폼이 뭔 폼인가 하고 어리둥절 하실 사람 숫할 거시요만--- 사실 현대
감각에 맞게 압축과 생략으로 여서부터 이야기를 펼칠가 하요. 그럴라 하면 해설자의 사설을
놓치면 줄거리를 따라 잡기 힘들겄제--- 수많은 연극인들이 세익스피어 작품을 올리면서
되도않는 정극으로 혹은 드립다 뒤집어 까고 헤집어 놓고 재해석이니 실험이니 지랄들을
해놔서 정작 세익스피어 보러왔던 사람들--- 에라 돌로 쳐죽일 것들 하면서 속으로 욕하며
등돌려버린거 사실이요--- 그라면서 속으로 생각하지라--- 저리도 재미없는 작품을 뭐빨아
먹을거 있다고 저지랄들을 떠는것일까 하고--- 허나--- 세익스피어는 위대한 양반이고 또한
타고난 얘기꾼이라는 것은 사실이요. 얘기가 좀 길어--- 그렇게 긴거 누가 함부러 쓸수
있겄소.

[햄릿] 힘들어 죽겄다--- 언능 하자.


[해설] 여거 사시미 들고 있는 놈이 햄릿이요. 덴마크의 왕자. 여거 칼자루 밑에 불쌍하게 눈을
감고 있는 양반이 왕이요. 긍께--- 야가 왕자 요 양반이 왕인께--- 서로는 부자지간---
그란디 아들이 아부지를 찌를라허니--- 천하의 몹쓸놈 박한상이를 떠올리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

[페이지] 021

다만 사연이 있소--- 햄릿의 아버지였던 선왕이 동생인 왕--- 작품속 성명 플로니어스에게


독살 당하고 원한에 사무쳐 유령의 모습으로 햄릿 앞에 나타나---

[햄릿] 압지가 내게 그러셨지라---

[해설] 잠깐. 근디--- 나야 마당극으로 풀려니께 걸쭉허니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지만


햄릿까지 그렇게 사투리를 써불믄 이거이 영 맛이 요상허게 된당께.

[햄릿] 제 8 공화국 버젼이요--- 정권에 맞게 말리지 마쇼--- 나도 정권의 비호 쪼까 받아


봅시다. 아버지가 내게 그러셨지라.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 유령인디--- 햄릿아, 요시끼가 나
자고 있는디 내 귓구멍에 몹쓸 약을 끄찌러 가꼬 나가 죽어부렀다. 원통해 미치겄다. 이 말을
들은 나의 심정 어떻컸소? 돌아버리제이--- 그것뿐이요--- 우리 엄니까지--- 요런 상녀러
자식이 차지해버리지 않았소--- 긍께 나가 지금 사시미 들고 이지랄병을 떨고 있는 것 아니요-
--

[해설] 아무리 그려도 젊은 친구가 이성적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을 해부러야제--- 그렇게
성질 앞세우면 인생 조지는것이여--- 여거 모인 손님들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

[햄릿] --- 실험적이구만---

[해설] 거 왜, 요즘 테레비 드라마도 시청자 의견에 따라 줄거리가 변항께--- 시류에 맞게


햄릿이 복수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거수--- 거수라고 항께 모르는구만--- 칼로
냅다 찌르는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 드쇼이!--- (관객을 보다가) 독한 사람들 많구만---
그라문 한번 봐주라 햄릿아, 칼 접어라 라고 생각하는 사람 드쇼이--- (세어보고--- ) 햄릿--
-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찔러!---

[햄릿] 찔러!--- (멈춘다)


[해설] 찌르려다 멈추는 햄릿! 이리하여 비극이 시작되는도다. 햄릿이 세익스피어 최고의
비극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이 장면 때문이지라. 한방이면 끝날 이야기를 지지부진하게
만든 이 햄릿의 우유분단--- --- 어이--- 왕--- 이제 그만 인나--- 들어가--- 다음장
할텐께--- 햄릿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그때 상황을 가장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햄릿의 칼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수 있다. 칼 등장---

((칼, 등장한다.))

[해설] 햄릿과는 언제부터 함께 댕겼소?

[칼] 글쎄요--- 잘 기억이 안납니다.

[해설] 햄릿이 그날 왕을 찌르려고 했을 때 못지른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칼] 글쎄요--- 저도 찌를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못찔렀다는 것을 나중에 들어서


알았습니다.

[해설] 니가 칼인디 워터게 그따위 소릴한디야?--- 구리치면 죽일껴---

[칼] 글쎄요--- 잘 기억이 안납니다--- 정말입니다.

[해설] 그 당시 햄릿의 맘속에서 어떤 충동이 있었는지 아는대로 말해보쇼?

[칼] 긍께--- 그날 잘 가다가 예정에도 없이 나를 숙 빼더니만 왕 등뒤로 갔었지라--- 그리고


마치 찌를 듯이 한참을 폼을 잡다가--- 이래--- 이래--- 잡다가--- 나가 원체 자세가
잘나오는 칼인께--- 폼은 괜찮았지라--- 그대까지만 혀도 찌르는 줄 알았어라--- 근께---
나도 앞대가리에 힘딱주고 날세웠지라--- 칼이라는 것이 거 맹긴 다음에 사람 몇이나
찌르겄소--- 건달주인 안만나면 평생가도 사람 못질러 보는 것잉께. 그란디 막 등을 쑤실
참이었는디--- 햄릿이 그러는거여--- 혼잣말로

[페이지] 022

[해설] 독백.

[칼] 뭔--- 백?
[해설] 혼자말하는거--- 연극에서 독백--- 햄릿 특기여---

[칼] 그려--- 그걸 하는디 요렇게 들어본께--- 그럽디다--- '나가 시방 이놈아 찔러부리면


기도하고 있다 황천가는거시일텐데 백이면 백 극락으로 갈것인디--- 그라믄 안되제--- 이런
못된놈의 자식을 극락으로 보내면 안되제--- 그라더니 나한테 그럽디다. 칼아, 집으로 잠시
들어가 쉬어라. 그러다가 요놈 술쳐먹고 주사 부릴 때나 헛된 오입질할 때 그런 때를 골라
쑤시자--- 그라믄 요놈은 지옥 간다--- 그라던 것이요' 이게 다요--- 난 더 이상은 몰라요--
- 그도 그렇지. 아무리 궁금혀도 물어볼 사람이 따로 있지--- 워째 나한테 물어볼 발상을
하셨소--- 나 들어갈라요.

[해설] 칼의 생생한 증언에서 우리가 엿보는 세익스피어의 비극성--- 우매한 주인공의


결정으로 이야기와 인물들은 비극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바로 이런 것인디---

[배우 1] 그런 사람들 많지라. 그런 것이 비극성이라면 이 나라에도 햄릿 뺨치는 비극성을 지닌


인간들 숫허요. 대한민국 건국이래 나랏님을 지낸 양반들은 햄릿 저리가라요. 그뿐이요?---
그때마다 한자리씩 하고 있다 정권 바뀌면 옥살이하는 양반들도 비극성의 대표지라.

[해설] 캬--- 어떤 이야기를 혀도 저 시사성과 사회성을 담으려는 자세--- 제발 남 대사할 때


끼여들지만 않았으면--- 자--- 이 비극성이란 공식이 완벽에 가깝게 지켜지고 있다라는것에
우리는 세익스피어와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에게 경의를 보내는 이유인 것입니다. 자, 이번엔
작품 햄릿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 중에 햄릿의 모친--- 애인--- 친구--- 애인의 오빠---
애인의 아버지--- 그밖에 기타 등등--- 많은디--- 햄릿의 인간적 관계를 알기 위하여
이분법적 기호로 나눠 볼텐께--- 햄릿편은 요짝으로 오시고 햄릿과 반대편 되는 팀은
조짝으로 가시오--- 자, 다시말해 좋은놈은 요작 나쁜놈은 조짝---

((음악에 맞춰--- 배우들의 이동--- 왕만 빼놓고--- 모두 햄릿 편으로 와있다.))

[왕] 나 뭣 좀 하나 물읍시다. 기어이 뭘 기준으로 나누거시오? 나만 그렇게 몹쓸놈이라


이거요? 시방---

[왕비] 나야--- 죽어도 아들 편이지라--- 세상의 엄니들이란게 다 이런거 아니것소. 지


젖물려 키워 놨는디--- 쪼매 스토리가 꼬였다 하더라도 아들편이지라. 이건 원본을 해석해도
나오는 거여라.

[오필리어] 나는 햄릿의 애인인디 여 서는건 당연하지라. 사실 이 사람 날 겁나게 좋아했지라-


-- 비록 우리 이이가 나한테 험한 소리 해불고 나가 그런 연유로 죽어 부렀다 하더라도 서방
버리고 어먼짓하며 벼락 맞아불지라--- 작품 끝나고 햄릿 2 탄 나와 불믄 첫장면이 나가 죽은
뒤 세워진 열녀문에서 이 사람 반성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으지라.

[플로니어스] 나는 내 딸이 와서 왔지라--- 내 사위 햄릿한테 억하 심정 같은거 없지라.

[레어티즈] 우리 아부지 내 오누이 다 여 와서 섰는데--- 나가 저짝으로 가면 집안 파토나불제


--- 여가 내 자리 맞소.

[칼] --- 워째--- 나라도 가 드려부려요?

[왕] 시끄러--- 지미럴--- 긍께--- 햄릿에서 나쁜놈은 나 혼자고 댁들 다 좋은 사람이라 이

[페이지] 023

거요?--- 솔직히 딱 까놓고 얘기혀서 아자씨(플로니어스에게) , 아자씨 왜 거기 가 있소? 3 막


4 장에서 왕비한테 뭐라고 혔소?--- 햄릿 고 어린 것이 장난을 혀도 분수가 있지 너무한다
안혔소? 그라고는 커튼 뒤에 숨어가 몰래 엿듣다 햄릿의 칼에 찔려 죽지 않았소?--- 근디---
인제와서 햄릿편에 들러 붙어 있으면 안되지라?

[플로니어스] 뭔가 오해가 있는거 같은디--- 나의 속마음을 그렇께 몰라주니 쪼까 서운할


따름입니다. 나가 커튼 뒤에 숨어 있을 때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행간들이 있었지라. 긍께
대본에 나오지 않은 나의 속마음--- 그거이 독백으로 치면 대본으로 서너장은 족히 될꺼요.
그거이 대부분이 햄릿에 대한 나의 애정이었지라---

[왕] 이런 지미럴--- 아니 작가도 모르고 연출도 모르고 관객도 모르는 행간이 그거이
행간이여? 니 혼자 딸딸이지.

[플로니어스] 워매--- 험한 말 쓰지 마쇼--- 남의 진실에 대해---

[해설] 시방 의견 대립이 나분께--- 어쩔수 없구만. 해설자의 권한으로 3 막 4 장 재현이요.

무대는 3 막 4 장으로 재현된다. 왕비의 침실. 플로니어스와 왕비가 있다.

[플로니어스] 왕자께서 곧 들어오십니다. 단단히 타이르십시오. 장난을 해도 분수가 있어야


되지 않습니까? 폐하의 역정을 새중간에서 겨우 막아냈노라고 말씀하십시오. 저는 여기 숨어
있겠습니다. 제발 혼내 주십시오.

[햄릿] (밖에서 소리 들린다) 어머니,--- 어머니---

[왕비] 염려마오, 내 걱정은 말고 숨어요. 왕자가 오는 소리가 들리니---

((플로니어스 커튼 뒤로 숨는다. 햄릿 등장--- ))

[햄릿] 어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왕비] 아버님은 너 때문에 대단히 화가 나셨다.

[햄릿] 어머니 때문에 우리 아버지도

[왕비] 얘야, 그렇게 엉뚱한 대꾸가 어딨니?

[햄릿] 그런 사치스러운 반문이 어디있습니까?

[왕비]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햄릿] 그게 무슨 말이라뇨?

[왕비] 넌 나를 잊었느냐?

[햄릿] 잊다뇨? 천만에요. 왕비이시며 남편 동생의 아내이십니다. 그리고 사실이 아니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저의 어머니시죠.

[왕비] 정 그렇다면 널 야단칠 사람을 부르겠다.

[햄릿] 자--- 자 앉으십쇼. 꼼짝하지 마시고 자, 마음속을 훤히 비춰보이게 해드릴테니--- 그


전에는 한발짝도 떼지 못하십니다.

[왕비] 이거 어쩌자는 거냐? 나를 죽이자는 거냐? 오, 여봐라!

[플로니어스] 큰일 났구나--- 큰일 났어!--- 사람 살리시오--- 사람!


[햄릿] 음--- 이것 뭐냐? 쥐냐?--- 뒈져라--- 뒈져.

[페이지] 024

((플로니어스--- 쓰러진다.))

[플로니어스] (햄릿) 오--- 햄릿 왕자--- 결국 내가 내 무덤을 파는구려--- 왕자의 칼에 내가


--- 하지만 난 당신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를 뺏기고--- 당신의
노여움에 내 죽어서라도 드릴 수 있는 은혜를 드리리다--- (죽는다)

[햄릿] 오 플로니어스--- 당신은 결국 우리편이었구려---

왕--- 뛰쳐나온다---

[왕] 이런--- 지미럴--- 시방 뭔대사를 하는거여--- 당신 칼에 찔렸으면 그냥 죽는 것인디


뭔 말도 안되는 말을 지껄이는거여? (햄릿에게) 니는 시벌--- 뭐가 니네 편이여--- 대본에도
없는 소리들을 왜 자꾸 해싸는가--- 이거 세익스피어 허락받고 하는 것이여---

[플로니어스] 나의 속마음이라니까 그러시네--- 참말로---

[레어티즈] 자--- 햄릿편 요짝으로 정위치 하시오---

[왕] 너--- 임마--- (레어티즈를 가르키며) 넌 또 왜 거기 가 있냐? 햄릿을 죽인게 누구여?


나한테 달라붙어서 칼 끝에 독약 묻혀가 햄릿을 황천 보낸건 결국 니놈의 칼 끝이여--- 근디
니가 왜 거기 가있냐?

[레어티즈] 허리구--- 고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지라--- 내가 당신 꾀임에 넘어가 어쩔수 없이


햄릿을 죽였지만 나의 속마음은 그렇지가 않았지라. 1 막 3 장에 나가 나의 여동생이자 햄릿의
애인인 오필리어에게 하는 나의 그 긴 대사를 살펴보면 나가 햄릿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나오는디 뭔소리 당가요? 재현 한번 해볼까요?

[왕] --- 관둬--- 시벌 놈들아--- 나만 죽일놈이다--- 그려.

[해설] 자, 이렇게 햄릿 속에서 이분법적 오엑스의 기호로 좋은 놈 나쁜놈을 가려봤는디---


이것 또한 세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매력적인 구조요. 주인공과 대립되는 매체는 단일
구조요--- 이 단일구조가 확대 되어가며 주인공과 대등한 대결 구조로 성립되어진다
이거지라. 그리고 아까 말했던 주인공의 우매한 실수와 결정으로 비극성을 최절정으로
맹그러준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결론은--- 주인공 역시 냉철한 의미에서는 동정받을 수 없는
것이며 사회구조가 만들어 내는 재앙이나 동기가 아닌 인간에 의해 인간이 멸한다라는
원시적이고도 영원불멸적인 철학을 담고 있는것이지라---

[배우 1] 인자 어려운 말 좀 그만 허쇼이. 저 뒷사람들은 존다 졸아.

[해설] 자--- 인자 등장인물 들이 말하는 햄릿 이야기--- 무작위로 보여 주시요이---

((햄릿 무대 가운데로 나오고--- ))

[햄릿] 죽어불까--- 살아불까--- 요것이 문제여--- 술을 마셔볼까--- 병을 깨불까---


요것이 문제이지라--- 엄니가 더 미워. 뭔 아녀자가 그리 지조 없이 홀라당 딴 남자 품으로
가버린다냐? 나의 복수가 결말을 내릴 때까지 난 미친놈으로 혹은 부랑아로 찍히는 것이제.

((오필리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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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어] 나도라 당신 맘 모르는건 아니제. 그렇다고 사람이 그런 독한 짓을 모의하면 나중에


천벌받지라.

[햄릿] 나가 가장 싫어하는 것중에 하나가 대장부 하는일에 여자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제--- 계속 그럴라 하믄 어디 절간에라도 들어가부러!

[오필리어] 늘 이런식이었지라--- 당채 말을 안들어요--- 저 고지식하고 답답한 성질머리--


- 남들은 햄릿에서 오필리어는 마치 로미오와 쥴리엣 맹키로 햄릿하고는 엄청난 연인 사이로
생각하는디 속 뒤집히요. 실상은 다르지라--- 저 양반, 나에 대해 애정있는 말 한마디
해본적이 없어라--- 긍께 나가 미쳤지라--- 사람들은 내 아부지가 저 사람 손에 죽어서 나가
미친줄 아는데 그게 아녀라--- 여자가 세상 살며 바라는게 몇 되간디요? --- 사랑 못받아
미쳤지라---

((오필리어의 노래--- ))

[왕비] 여인네들의 탄식을 가장 독허게 말한 것이 햄릿입니다. 이렇게 슬플수가 없지라---


나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은 페미니즘이요--- 햄릿--- 적은 복터진 놈이요--- 여하튼 지
성질대로 다 해부렀응께--- 원은 없지라. 여거 어린 오필리어--- 그라고--- 나, 우린--- 할
말 많은 여자들이어라. 어쩔수 없는 운명에 억울한 울음뿐이제---

((햄릿, 다른쪽에서 다시 등장.))

[햄릿] 몹쓸 여인네의 몹쓸 말이로고--- 아녀자 도덕성을 짓밟고 어먼 놈 품에서 놀아난 여인


뭔 잡소리가 그렇게 많다요.

[왕비] 저 잡것 하는 말좀 보소--- 저 놈 하는 말중에 태반이 저 지랄이랑께---

[햄릿] 나도 할 말 많소--- 자기 엄니가 아부지한테 등돌리고 딴 놈 품에서 허우적대는데 그


꼴 보고 돌지 않으면 인간이요?

[왕비] 긍께 그건 에미도 미치겠다고 안하냐? 니도 그렇게 된 사연 다 알면서 자꾸 왜 에미


속을 긁냐?

[햄릿] 미치면 뭐하요?--- 그 돼아지 같은 놈 이불속에서 넋놓고 또 뒹굴러 댈꺼 아뇨?

[왕비] --- 에미가 복창이 터진께--- 에미가 죽일년이다--- 그려---

((왕비의 노래.))

레어티즈의 고함 소리

[레어티즈] 햄릿 어딨는겨?--- 나가 죽여버릴텐께--- 언능 나와 맞장 까보장께.

((레어티즈와 왕의 등장))

[왕] 아야--- 흥분하지 말고 나가 하는 말 들어라--- 시방 햄릿을 요절내고 싶은 사람 숫허다.


느그 집안의 원한--- 풀자--- 풀어---

[페이지] 026

[레어티즈] 아버지가 그놈 손에 죽었어라--- 내 오누이가 그놈 때문시 미쳐 돌다가 죽었으라-


-- 그려요--- 풉시다--- 풀어야지라--- (다시 소리친다) 햄릿 어딨능겨--- 맞장 가잔께---
[왕] 아야--- 좀--- 조용히 좀 허고--- 야는 성질 머리가 햄릿 저리가라여--- 거시기---
니가 칼 잘쓰는 것은 산지사방에서 익히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고 이 나라가 다 알고 있어---
자네가 적수가 없는 칼잡이라는 것에 말을 안해서 그렇지--- 햄릿 고거이 자네에 대해 대단히
샘이 나있는거 역시 사실이여--- 그리하야 나의 계략은 나가 자연스럽게--- 자네와 결투
자리를 마련해 그 놈은 요절 내는 것인디--- 한방에 끝나게 하기 위하여---

[레어티즈] 목을 자르지라---

[왕] 그렇게 힘 쓸 필요도 없어--- 칼 끝에다 겁나게 잘듣는 독을 묻혀 갔고 살짝만 건드려---


그 즉시 황천잉께---

[레어티즈] 주인공 죽이는거 간단하구만--- 그러면 하나 묻겄는디 햄릿을 죽인 것은


임금님이요--- 아니면 나요--- 그것도 아니면 독이요?

[왕] 지--- 운명이제---

((결투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진다.))

[햄릿] 운명--- 그러제--- 내 운명이제--- 긍께--- 사주팔자--- 올해 토정비결을 봤는디


칼맞아 죽을 팔자라고 혔는디 그 칼이 니 칼인가벼---

[레어티즈] 워메 왕자님 시방 뭔소리를 하신다요. 워째 제가 왕자님께 칼을 겨우겄소. 본시랑은


틀리게 사람 몹쓸놈 만든다요?

[햄릿] 자네가 그렇게 칼을 잘쓴다고?

[레어티즈] 두부 정도 자르지라---

[햄릿] 인간이 육신이 두부만 하간디?--- 나가 시방 자네 칼 솜씨에 말을 안혀서 그렇지


대단히 샘을 내고 있어. 긍께--- 왕께서 자연스럽게 자네와 결투를 주선해 갔고 날 요절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혔는디--- 그라문 자네는 목을 잘라 버리지라고 말할 성질이고 그렇게
나오면 왕께선 그렇게 힘 쓸 필요 뭐있겠냐고 야단 치셨겄제--- 그라고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예를 들어 칼 끝에 겁나게 잘듣는 독을 묻혀갔고 살짝만 건드리면 그 즉시 황천이란
듯이 언급하셨겄제. 캬--- 주인공 죽는거 간단하구만---
[레어티즈] 돗자리 까쇼이.

[햄릿] 만약 그렇게 나가 죽어불믄 날 죽인건 자네여 왕이여, 그것도 아니면 독이여?--- 그려


나의 운명일수도 있겄제--- 내 팔자--- 그라문 팔자 따라 한번 가보드라구---

[레어티즈] 아~--- 꼭 이럴 필요까진 없었는디--- 나가 실상은 멍석을 깔면 잘 못허는


성격이라--- 그라도 최선을 다해 볼라요---

((햄릿과 레어티즈 퇴장--- 나머지 그 둘의 결투를 바라보며--- ))

[왕] 햄릿은 인자 황천이요--- 잘가그라 비운의 신세대여!

[왕비] 저대로 보내면 누가 울거나--- 아들아 에미 눈 앞에서 너 죽어불믄--- 에미도 못산다-


-- 같이 죽자. 우리 다같이 죽자.

[오필리어] 난 이미 죽었어라--- 언능 나 있는대로 오시오. 여, 좋소. 극락이 우리 땅이

[페이지] 027

요--- 이승에서 못해본 사랑--- 여서 맺어 봅시다.

[해설] 뭐여? 이거이 전설의 고향이여?

[플로니어스] 아서라--- 저 사람. 아무리 내 아들과의 결투라지만 아직은 저승 올때 안됐다.


죽어있는 우리가 내려가서라도 살리고 싶은 저 햄릿의 운명--- 어쩔까나.

[해설] 참으시오들. 운명 따라가는 것이제--- 귀신들 죄다 내려 가믄 야그가 갑자기


퇴마록되요.

[왕비] 어머--- 햄릿이 한방 먹였으라--- 우리 아들 장허다. 날 뾰쪽 세워 한방에 보내라.

[왕] 이 여자도 호전적이구만---

[오필리어] 햄릿, 피하는 것 좀 보시오. 칼날의 매서움은 과거 강감찬을 연상시키고 칼 피하는


몸놀림은 전성기때의 김유신을 떠올리게 하는구만--- 브이 아이 씨티오알와이 햄릿 햄릿
빅토리 야!

[플로니어스] 장기전으로 가믄 햄릿이 불리한디--- 지구력에 약하잖여.

[왕] 그려 햄릿 칼 놓쳤다--- 찔러--- 레어티즈--- 찔러.

[왕비] 치사혀--- 영화도 안봤능가--- 칼 줍고 다시혀.

[왕] 그런게 어딨는가--- 찔러--- 찔러---

((어느새인가 공간은 다시 분장실로 돌아와 있다.))

((정은 들어오며, 판은 깨진다.))

[정은] 뭐하는거야!--- 난리를 빠개는구나 빠개---

[문식] 아냐--- 우린 그냥 몸도 풀겸--- 작품 해석도 할겸---

[정은] 공연 마지막 날 무슨 작품 해석이냐?--- 10 분 후에 관객들 입장입니다. 소품


확인하실분들 확인하시고요--- 관객 꽉 찬거 오래간만이니까 소리에 신경 좀 써 주시고요.
평소보다 조금은 크게 가주시고

[문식] 그런건 본능이지---

[정은] 당신이 제일로 걱정돼.

[규수]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슬슬 아쉬워 지려고 하는데---

[경수] 그것도 본능이죠.

[정은] 그렇게 아쉬워 하지 말라고 그런가--- 자 들어보세요--- 앵콜 공연 얘기가 있는데


배우들끼리 협의해서 결정해 주기 바래요. 괜히 갈래 의견 나와서 분위기 깨지면 좀 그러니까-
-- 선배님들 주측으로 의견 수렴해서 하나된 결정으로 밀어 주세요.

[문식] 요번거 캐러 받아보고 결정 하자---


[정은] 어이구--- 받을짓 했나보지---

[귀정] 난 못하는데--- 지방 공연도 억지로 빼는건데---

[병택] 나도 병원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정은] 그래요--- 결정해서 나중에 쫑파티때 얘기해 주세요---

((정은, 나간다.))

[귀정] 갑자기 무슨 앵콜 공연--- 진작에 좀 얘기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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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택] 문제다 문제--- 막판에 조금 드는거 같으니까--- 아쉬워진다 이거지---

[규수] 여러명 못하나---

[문식] 하균이랑 지현이 둘 중에 하난 반드시 안할꺼구---

[병택] 극단들이 다 문제야--- 재공연의 의미를 보충과 재작업에 두는게 아니구--- 오로지
상업적 득실로만 생각하니---

[문식] 문제가 한두개요--- 솔직히 우리나라 내로라하는 극단들 대표 죽으면 문닫아요---


그게 무슨 나라 대표 극단들입니까--- 대표가 죄다 연출하고 대표가 죄다 주연하고--- 이러니
찢어질대로 찢어져--- 차세대 작업자들은 점점 좁아져 너나나나 독립해서 뿌리도 없이
한두작품 하다가 사라지고 문제 많지---

[규수] 그나저나--- 다들 좀 있어야지 무슨 결정을 내리지---

[귀정] 아니 근데--- 하균씨랑 지현씨는 왜 안보여?

[경수] 무대에서 칼싸움 연습하고 있어요---

[귀정] --- 둘이서만---


((지현, 하균, 정은 들어온다. 둘은 손에 칼을 들고 있다.))

[정은] 왜들 그래--- 그만 좀해.

[지현] 왜--- 더해보자구--- 왜꼬리를 빼 씹쌔야.

[하균] 아저씨는 너무 험해요---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지현] 연습대로만 하면 네 쌍판도 안전해--- 까죽대지 좀 말구--- 작품 잘 나가다 마지막


칼싸움에서 스타의식 느끼니? 왜 되도않는 방정은---

[하균] 난 배우야 너 같은 칼잡이가 아니구.

[병택] 왜들이래 또?

[정은] 제발 좀 마지막날까지 이러지 좀 말자구. 오빠들 때문에 공연 분위기 여태까지


흐려졌으면 됐지--- 파장날까지들 이럴꺼야?

[하균] 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 공연이 분위기가 그렇게 흐렸었고

[지현] 좇같았지.

[하균] 조용히 해. 그렇게 흐려진 분위기에 대한 책임이 우리들 때문이다.

[지현] 햄릿이 좆같아지는건 햄릿 때문이야.

[하균] 조용히 하세요 아저씨 이빨 찢어버리기 전에--- 무대감독님, 난 여기 분장실에


들어오면 역겨운 냄새가 나. 저 씹탱구리가 풍기는 패배의식의 냄새야--- 그러면서도 저거이
나갈구는거 보지?--- 내가 언제 먼저 겐지 건적 있어? 없지?--- 그거 참으면서 그 많은
대사를 하는데 씨발 햄릿이 대사가 좀 많아. 그거 참으면서 대사를 해. 근데 왜 아무도 나의
인내심과 고운 심성에 대해선 칭찬을 해주거나 상을 주지 않고 저 추한 꼬라지와 날 같다고
얘기하는거야?

[지현] 너--- 어떻게 하니? 오늘 넌 죽었다.


[하균] 난 매일 죽잖아 씨발놈아. 어이, 무대감독 우리 공연 분위기가 흐려있다고 해. 근데 그게
내 책임이라구? 어제 내 코가 와작 날뻔한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시는거요?--- 저 씨발놈
칼에 내 코가 뭉게지느니 차라리 조명기가 머리 위로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무대세트에 깔려
죽는게 나아.

[지현] 대사 좆나게 기네--- 연극은 이래서 나빠--- 모든걸 말로 다할려고 그래--- 말을


가르쳐

[페이지] 029

놨거든 그러니 죄다가 말로 해. 야 배우 유하균--- 89 년 졸업 작품 '춘향전' 할 때 나


이몽룡이었고 넌 이방이었다. 근데 그 이바이 방송에서 헤픈짓 몇구다리로 컸다고 햄릿이 됐지.
근데 난 아직도 이몽룡 같고 넌 그저 이방처럼 보여. 그러니 내가 얼마나 쪽팔려. 이몽룡이
이방하고 칼싸움을 하고 있으니---

[하균] 춘향전 줄거리 오늘자로 봐낀다. 이몽룡, 이방 칼에 찔려 죽는다.

((하균, 지현과의 싸움--- 무대가 변하며 햄릿의 마지막 장이 된다.))

햄릿과 레어티즈의 칼싸움.

[햄릿] 한 대!

[레어티즈] 아니오.

[햄릿] 심판?

[심판] 한 대. 정통으로 한 대입니다.

[레어티즈] 자 2 회전을!

[왕] 잠깐 기다려. 술을 부어라. 햄릿, 이 진주는 너의 것이다. 너를 위하여 축배를 들갰다. 자,


햄릿에게 이잔을---

[햄릿] 먼저 승부부터 겨루겠습니다. 잔을 잠시 놓아 두십시오.


((2 회전.))

[햄릿] 또 한 대, 어떤가?

[레어티즈] 약간 tm 쳤을 뿐입니다. 정말 약간입니다.

[왕] 햄릿이 이길 것 같은데.

[왕비] 땀투성이에요. 숨이 가쁜가봐요. 아, 햄릿. 이 수건으로 이마를 씻어라. 햄릿 네 행운을


위하여 왕비가 축배를 들겠다.

[햄릿] 감사합니다.

[왕] 왕비 그건 마시면 안되오.

[왕비] 폐하 마시겠어요. 용서 하세요.

[왕] 저건 독을 넣은 술인데--- 이젠 늦었어.

[햄릿] 좀 기다리십쇼. 어머니 다 마시죠.

[왕비] 자, 네 얼굴을 씻어주마

[레어티즈] 이번엔 꼭한대 먹이렵니다.

[왕] 글쎄, 그렇게 안될걸

[레어티즈] 암만해도 양심에 꺼림직하군.

[햄릿] 자, 레어티즈, 3 회전이네. 자넨 힘이 빠진 것 같군 좀 맹렬히 찔러봐 날 어린애 취급하지


말구.

[페이지] 030

((3 회전))
[심판] 무승부

[레어티즈] (갑자기) 자, 한 대

((어느새 둘, 칼이 바귄다.))

[왕] 뜯어 말려라. 흥분하고 있구나.

[햄릿] 자, 다시.

((왕비 쓰러진다.))

[오즈리크] 왕비마마---

((햄릿 레어티즈를 지른다.))

[호레이쇼] 피를 양쪽이 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십니까. 전하!

[오즈리크]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요? 레어티즈

[레어티즈] 오즈리크, 왜가리 모양으로 내 덫에 걸렷어. 바로 내가 꾸민 술책에 내가 죽게


되었어.

[햄릿] 왕비마마, 이게 어찌된 일이십니까?

[왕비] 아니다. 아니다. 저 술--- 아, 햄릿. 저 술. 저 술--- 독이---

[햄릿] 음모다--- 에잇 문을 잠궈라--- 흉계다 범인을 잡아라.

[레어티즈] 범인은 여기 있습니다. 왕자전하 전하의 목숨도 잃게 됩니다. 이젠 이 세상의 어던


약도 소용이 없게 되었습鎨다. 앞으로 반시간도 견뎌 내시지 못하십니다. 흉기는 전하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칼끝이 뾰족하고 독약이 묻어 있는 그 흉기는, 흉계는 결국 나 자신한테
돌아왔습니다. 보십시오. 나는 이렇게 쓰러진 채 다신 일어나지 못합니다. 왕비마마께선 독약을
--- 이젠 더 말할 기력이 없습니다. 장본인은 저 왕--- 저 왕---
[햄릿] 칼끗에 독을 그렇다면 그 독약의 맛을 보아라.

((왕을 찌른다.))

[왕] 아--- 날--- 나를 보호해라. 상처는 대단치 않으니---

[햄릿] 자--- 독약을 마셔라. 살인 강간을 한 이 악마 같은 덴마크 왕 같으니--- 어때,


진주알은 이거란 말이냐? 내 어머니를 따라 가라.

[레어티즈] 자기손으로 제조한 독주 아, 천벌입니다. 우리 서로를 용서 합시다 햄릿 전하, 저나


아버님의 죽음은 전하께 죄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전하의 죽음이 죄가 되지 않기를--- (
죽는다)

[햄릿] 하느님이 자네 죄를 용서하옵기를--- 나도 자네 뒤를 따라가네---

((무대는 자연스럽게 공연 후로 전환된다.))

[페이지] 031

((하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지현에게 물린다.))

[하균] 참 오래간 만인거 같다. 무대 바닥에 떨어진 내 땀을 보는거--- 아주 오래동안 이런


기분을 잊고 산거 같아.

[지현] 그리웠냐?--- 그거 그리 좋은거 아니다. 무대에 떨어진 땀을 보면 초라해지고 힘들어질


때도 많다. 땀은 이렇게 흘리는데 왜 이것에 대한 대가는 없을까 하고--- 관객 두명 앉혀놓고
그 열배가 넘는 수무 몇 명이 무대에서 아우성을 친적도 많아--- 그래, 그건 한마디로
아우성이었다--- 자기 자신들에게 퍼붓는 욕설과 자해였다. 근데 그것도 순수라는 말로
열의라는 말로 연극배우라는 이유로 치유해야 한다는게 더 드럽더라구. --- 힘드냐? ---

[하균] 무슨 욕을 먹으라고 힘들다고 하냐?--- 난 그래도 무대에 설때는 부르조아 취급을


받는걸--- 가끔--- 밖에 일 때문에 연습에 못올 때 얼마나 불안한지 아냐? 혹시 나 대신 네가
햄릿 대사를 읽어주진 않을까 대신 연기하고 있진 않을까--- 넌 정말로 연기를 잘하는
놈이잖아--- 그러다가 다음날 내가 와서 그 연기를 하면 대놓고 너랑 비교 당하는건데---
솔직히 자신이 없거든---
[지현] 넌--- 내가 본 햄릿 중에 최고였다.

[하균] ---

[지현] 최고로 특이했지---

[하균] 학교 다닐 때 같은 기분이 좋았는데--- 돈안벌어도--- 누가 봐주는 사람 없어도 혼자


대본들고 뭔가 외치고 있다라는 자체가--- 그런데 이젠 이 모든 짓꺼리들에 대해 대가를 받지.
한시간에 얼마--- 한달에 얼마--- 그러다보면 한달 동안 나의 노력과 순수가 돈몇푼에 결정이
된다--- 그래도 행복하다고 해야 되지. 그 대가조차 엄두도 못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까---

[지현] 이제 마지막 저녁 공연이 남았나---

[지현] ---

[하균] 준비해야겠다--- 분장도 고치고--- ---

((남은 지현--- ))

분장실/

((하균 들어온다. 사람들 분장을 고치고 있다.))

[경수] 오빠 어디 갔었어? 저녁 안먹었잖아.

[하균] 어--- 쫑파티때 많이 먹으려고---

[문식] 쫑파티 어디서 한데?

[페이지] 032

[경수] 동숭 불고기.

[문식] 또--- ?
[경수] 왜 거기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문식] 작품 경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말이야 쫑파티는 조금더 실험적으로 하고


싶어하는거야---

[규수] 야, 근데--- 우리 남긴 남은 공연이냐?---

[문식] 이번거 돈벌었어요. 이게 돈들어 갈게 얼마나 있다구?

[병택] 본전 정도 했을꺼야--- 배우 개런티하고 극장 잔금 주면 없을걸---

[문식] 개런티는 뭘 얼마나 준다고--- 내가 진짜--- 이번에 쫑파티때 깐다---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까가지고 내가 세어 본다.

[병택] 하긴 너야 세어보는데 그리 오래걸리진 않을꺼야---

[문식] 형님은 날 너무 무시해.

((귀정 들어온다--- 꽃다발 가득))

[경수] 어머, 언니 그게 다 이번 공연 끝나고 받은거야. 응? 와 이쁘다.

[귀정] 마지막이라 몰리는거야.

[문식] 나는 그런 꽃다발 같은것도 대단한 사치 같아. 추귀정님은 그거 받아가지고


사나흘갑니까? 그걸 몇만원씩 사가지고 와서는 꼭 들어올때는 공짜로 들어온다니까--- 차라리
빵--- 음료수--- 이런게 더 좋잖아.

[경수] 촌시러워---

[귀정] (꽃한다발을 규수에게 주며) 언니가 전해 주래.

[규수] 그 사람 왔어.

[귀정] 맨 앞자리에 앉아 있어. 대사 한 마디라도 씹으면 집에 들어올 생각 아예 하지마래.


((지현, 정은 들어온다.))

[정은] 자--- 마지막 공연 준비하시구요--- 마지막 공연도 매진입니다---

[하균] 와우---

[정은] 죄다 초대입니다--- 그리고 또하나 지방공연 스케줄 확정되었습니다. 혹시


어려우신분들--- 미리미리 말씀해 주시구요---

[문식] 지방 내려가서는 마당극으로 하는거지?

[정은] 입닥치시구요--- 자 무대 감독으로써--- 마지막 노트입니다.

전화---

((하균 받는다--- ))

[하균] 여보세요--- 마지막 햄릿의 분장실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끊어졌다)


--- 박선배 전화 같은데--- 애기 목소리야.

[병택] 뭐라는데?

[페이지] 033

[하균] 아빠래요.

[병택] 여기 외선 전화가 안되지?--- 잠깐만--- 정은아--- 금방 갔다 올게---

[정은] 자 그럼 다른 분들 먼저 할께요--- 햄릿--- 결투장면 좋았구요---

[하균] 레어티즈가 잘받쳐주니까---

[정은] 마지막에 죽을 때 조명 좀 잘 찾아가서 쓰러져요. 조명기 안떨어지니까--- 규수 아저씨


--- 4 막 1 장에 긴대사--- 그거 좀 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침튀기는게 무대 잠기겠어요
---
[규수] 그렇게 많이 튀겨.

[정은] 오필리어

[경수] 네---

[정은] 아까 의상 뒤에 쭻어져서 엉덩이 보일뻔 한거 알아요?

[하균] 뭐야?--- 그땐 빨리 조명을 거버려야지--- 몇놈이나 봤어--- 그 놈들 다 죽인다.

[정은] 그놈들 다 죽일려면 낮공연 관객들 죄다죽여야 할껄--- 그리고 1 막 3 장 오필리어


첫등장--- 아무리 남들 대사가 길어서 리액션 받기 지루하더라도 딴 생깍을 하면 안되요---
관객석에서 다알아요--- 마지막이라고 너무 들뜬 모양인데 공연에만 몰입해요---

[경수] 공연에만 몰입한거야--- 언니--- 내내 마지막인데 좀더 다른 어떤 방법으로 리액션을


받아볼까 생각하고 있었다구---

[정은] 하던대로 해요--- 그리고 귀정 언니--- 마지막에 술잔 들이킬 때--- 오버하지 마세요
--- 까닥하면 술잔비우고 "캬"소리 날 뻔했어요. 옆에 오징어라도 한 마리 놔드려요?---

[귀정] 아차--- 깜박했는데--- 누구야 아까 거기다 진자 술 집어놓은 사람---

[정은] 저에요--- 마지막인데 장난 좀 쳐야죠. 재미있잖아요.

[귀정] 뭐?

[하균] 멋있는 여자야.

[정은] 그 다음 우리 작품의 주인공 호레이쇼---

[문식] 낮 공연 좋은거 같던데--- 뭐 좀 --- 보기 그런데가 있었나---

[정은] 없어요--- 완벽해요---

[문식] 그치?--- 그러게 배우로써 느낌이란게 있잖아--- 근데 공연이 딱 끝나는 순간--- 그


전율 같은거 있잖아--- 그런게 막 느껴졌다니까---

[정은] 다 좋으니까--- 제발 무대 뒤에서 떠들지 좀마 죽여버리기 전에--- 오죽하면


조명실까지 다들려.

[문식] 네---

((병택, 들어온다.))

[정은] 박 선배님---

[병택] 어---

[정은] 커튼 뒤에서 찔리실 때 어차피 안보이시니까--- 너무 열심히 안하셔도 됩니다--- 무대


뒤로 넘어 갈뻔 했어요---

[병택] --- 그래--- 미안해---

[정은] 자, 한달 간의 긴 서울 고연을 마치는 햄릿, 마지막 공연--- 화이팅 합시다. 밖에는


모든 자리에 우릴 보려고 와있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교감 명상 갖고 나가죠---

사람들 서로 손을 잡고 눈을 감는다.

[페이지] 034

[문식] 늘 그랬듯이 완벽하다고 믿읍시다. 내 옆사람이 우리 모두가 최고라고 믿읍시다.

[지현] 지금 외치는 대사한마디 표정 하나까지도 이젠 다신 할수 없다라는 것에 슬퍼합시다--


- 그리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합시다.

[경수] 사랑합시다--- 무대에서 벌어질 모든 것들을 --- 껏을 바라볼 모든 관객들의


숨소리까지--- 미워해야 되는것까지 모두 사랑합시다.

[귀정] 이 공연이 끝난후에도 우린 늘 그랬던 것처럼 술 먹고 놉시다---

[규수] 나--- 이제--- 아빠 됐다---


[병택] --- 이 공연은 --- 최고의 공연이 되어야 합니다--- 가장 멋진 공연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게 모두 도와 주십쇼. 왜냐면 --- 지금 이극장 어딘가에서 사랑하는 제 아내가
이 공연을 보고 있을테니까요. 비록 죽은 영혼의 관객으로 왔지만 그래서 표를 끊을수도
편안하게 자리에 앉을수도 공연이 끝난후 꽃다발도 못주겠지만 그 사람은 분명 여기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공연이었고 저 역시 그 사람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지금 이 공연은 정말로 이 세상 가장 멋진 공연이 되어야 합니다.

[하균] 그래요--- 언제나 그렇듯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듭시다--- 그게 우리가 세상에서 서있는


방법이잖아요.

[정은] 자--- 가지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모두--- ))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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