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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창의적 사고 자료•정보 활용 의사소통 공동체•대인 관계 문화 향유 자기 성찰•계발

독서의 방법

( 1 ) 사실적 읽기
과학의 패러다임

(2) 추론적 읽기
속도의 강박증과 춤추는 신체의 시간

(3) 비판적 읽기
윤리적 소비는 효율적인가

(4) 감상적 읽기
신생

(5) 창의적 읽기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
능숙한 독자는 어떻게 글을 읽을까?

능숙한 독자는 독서의 맥락과 글의 특성을 바탕으로


적절하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글을 읽는다.

이 단원에서 배울 내용과 관련된 배경


지식이나 경험을 떠올려 보고, 자신이 잘 ( 1 ) 사실적 읽기 (2) 추론적 읽기
아는 것과 잘 모르는 것을 확인해 보자.
「과학의 패러다임」 「속도의 강박증과 춤추는 신체의 시간」

글의 중심 내용과 주제 파악하기 글쓴이의 의도, 글의 목적 파악하기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파악하기 숨겨진 내용, 생략된 내용 추론하기

잘 모른다. 조금 안다. 잘 안다.

44 2. 독서의 방법
이 단원의 | 핵 | 심 | 학 | 습 | 요 | 소 |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기 비판적 읽기 감상적 읽기 창의적 읽기

오늘날 글이 지닌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글에는 오래 전부터 쌓인 지식과 경험

이 담겨 있기 때문에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글은 세상을 접하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그래서 글을 읽는 것, 특히 글을 제대로 읽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읽기 방법이란 무엇일까?

글을 효과적으로 읽으려면 먼저 글에 드러난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며 중심

내용을 찾아야 한다. 또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숨겨진 주제에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글의 내

용, 글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이념 등이 적절한지도 비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능동적인 독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이다. 때로는 글의 내용에 정서적으로 반

응하거나, 개인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나 대안을 찾아보는 것도 필

요하다. 이처럼 글은 여러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다. 어떤 글을,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목적으로 읽는가에 따라 독서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알맞은 방법을 적용하여 읽는 것이 좋다.

이 단원에서는 효과적으로 글을 읽는 방법을 알아본다. 내용을 파악하고, 추론

하고, 비판하고, 정서적으로 반응하고, 문제 해결 방안이나 창의적인 대안을 찾으

며 글의 의미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 보자.

(3) 비판적 읽기 (4) 감상적 읽기 (5) 창의적 읽기

「윤리적 소비는 효율적인가」 「신생」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

‌관점, 내용, 표현 방법 비판하기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 찾기 문제 해결 방안이나 대안 마련하기


‌글쓴이의 의도나 신념 비판하기 ‌독자마다 정서적 반응이 다름을 창의적으로 문제 해결하기
이해하기

단원의 길잡이 45
( ) 사실적 읽기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중심 내용,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등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는다.

사실적 읽기는 글에 드러난 정


보를 종합하여 글의 의미를 파악
다음과 같이 사실적 읽기와 관련하여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자.
하는 것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읽기 방법이다. 독자는 내용의 중
요도를 살펴 중심 내용과 세부
글을 읽을 때, 무엇에 대해 썼는지 문단별로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
내용을 구분하고, 문단 사이의 관
계를 파악하며, 내용을 종합하고 확인했던 것이 사실적 읽기에 해당하는 을 찾아본 것도 사실적 읽기라고 할 수
재구성하여 글의 내용을 파악해 것 같아. 있겠어.
야 한다.

사실적 읽기의 방법

글의 화제 파악하기 한 편의 글은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 즉 화제를 중심으

로 내용이 전개된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는 먼저 이야깃거리인 화제를 찾아야 한

다. 그런 다음 그 화제와 관련된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중심 내용 파악하기 하나의 문단은 핵심이 되는 중심 내용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세

부 내용으로 구성된다. 중심 내용을 담은 문장을 찾거나 내용을 재구성하여 문단

별로 요지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 전체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글의 주제를 정리할 수 있다.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파악하기 한 편의 글은 보통 여러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문단별로 요지를 정리하고, 그것들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살펴 글의 구

조와 전개 방식을 파악해 보면 글의 전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46 2. 독서의 방법
사람은 누구나 자연에서 물질과 에너지 자원을 얻어 경
제 활동을 하고, 그 경제 활동에서 생겨나는 쓰레기를 다시
자연으로 배출한다. 1996년, 캐나다의 경제학자 마티스 바
커나겔과 윌리엄 리스는 이렇게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연에 남
기는 영향들을 발자국에 빗대어 ‘생태 발자국’이라는 이름을 붙였
다. 생태 발자국은 한정된 인구 또는 경제 단위가 자연 자원을 소
비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땅의 면적을 측정하여 나타낸
다.
생태 발자국을 계산하려면 먼저 대상 지역에 사는 평균적인 한 사람의 소비
생활을 음식, 주거, 교통, 소비재, 서비스 등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소비 생활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공간, 즉 음식을 생산하고, 쓰레기를 흡수하
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길이나 건물, 그리고 다른 기반 시설을 만
드는 데 필요한 논밭과 목초지, 숲 등 모든 공간의 면적을 계산하여 더한 값이
생태 발자국이 된다.
지구가 기본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는 면적 기준은 1인당 1.8헥타르다. 이 면
적이 넓을수록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이
기준점을 넘기 시작했고, 『2012 살아 있는 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는
4.6헥타르에 이르러 149개 나라 가운데 스물아홉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세계의 생태 발자국 평균 수치인 2.7헥타르보다 1.7배 정도가 높고, 2004년 녹
색 연합의 조사 결과보다 더 늘어났다.
 - 김희경 외, 『모두를 위한 환경 개념 사전』

윗글을 사실적으로 읽으려면 먼저 글의 중심 화제를 찾아야 한다. 윗글의 중심

화제는 ‘생태 발자국’이다. 중심 화제를 찾고 나서는 그와 관련하여 어떤 내용이

제시되었는지를 살피면서 문단별로 중심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윗글의 경우, 첫

째 문단은 ‘생태 발자국의 개념’, 둘째 문단은 ‘생태 발자국의 측정 방법’, 셋째 문

단은 ‘우리나라 생태 발자국의 현황’ 정도로 중심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문단별로 중심 내용을 정리하면, 그 내용을 종합하여 글의 전체적인 내

용을 요약하고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또 문단 간의 유기적 관계를 살펴 글의 전

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1 ) 사실적 읽기 47
이 글은 패러다임의 개념
과 정립 과정, 특성 등에 대
한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다.
과학의 패러다임
각 문단의 중심 내용을 파악
하고 문단 간의 연관성을 살
 홍성욱
펴보며 글을 읽어 보자.


읽 기 에 ‘패러다임’이라는 용어에 대해 아는 것을 자유롭게 말해 보자.

1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 사학자 겸 과학 철학자 토머스 쿤이 그의 명저 『과학


패러다임의 개념을 살펴보
자.
혁명의 구조』(1962)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과학자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조작하 5

고, 이해하는 틀입니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과 같습니다.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식으

로 해석합니다. 전근대인에게는 우주가 영적이고 신비로운 유기체지만, 근대인에

게 우주는 복잡한 기계에 가깝습니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이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서로 다른 것이지요. 그렇지만 패러다임을 세계관이라고만 생각 10

하면 안 됩니다. 패러다임은 추상적인 세계관이라기보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이

끌어 주는 모범적인 문제 풀이 방식같이 훨씬 구체적인 것입니다. 패러다임에는

모델, 이론, 법칙, 가설 같은 이론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실험의 방식, 기구, 표준

미국의 과학 사학자 토머스 쿤(Thomas Kuhn). 그가 집필한 『과학 혁명의 구조』는 과학 일반, 철학, 역사학, 인
류학, 사회 과학, 국가 정책에까지 그 영향을 널리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3판 표지.

48 2. 독서의 방법
과 같은 물질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도 얽혀 있습니다.
2 일단 과학자 사회가 하나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면, 그 패러다임은 어떤 문제

가 의미 있는 과학적 문제인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여러 답안 가운데

어떤 답이 더 훌륭한 답인지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제공해 줍니다. 쿤은 하나의


5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과학을 ‘정상 과학’이라고 불렀습니다. 정상 과학은 본질적

으로 패러다임을 완벽하게 하고 확장하는 활동입니다. 퍼즐 풀이와 비슷한 면이

있지요. 그렇지만 패러다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변칙적인 문제들이 연이어 등장하

면 정상 과학은 위기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해서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과학 혁명’이 뒤따릅니다. 쿤은 과학이 정상 과학 상태에서


10 위기를 맞고, 과학 혁명을 겪으며 새로운 정상 과학으로 발전한다고 본 것입니다.
3 패러다임에 기초한 정상 과학에는 흥미로운 과학 철학적 특성이 두 가지 있습

니다. 우선 하나는 패러다임과 잘 맞지 않는 사례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무시 패러다임의 과학 철학적


특성 두 가지를 살펴보자.
되거나 패러다임 안으로 포섭되곤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과학자들은 이론에 역

행하는 관찰이나 실험 결과가 나오면 그 이론을 폐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15 는 한두 가지의 변칙 사례 때문에 패러다임을 포기하는 일은 드뭅니다. 뉴턴의 고

전 물리학 패러다임은 수많은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했지만, 천왕성의 궤도에

대해서는 예상치의 두 배에 달하는 오차가 나서 과학자들이 골머리를 앓았습니

다. 전통적인 과학 철학에 의하면 이럴 때 뉴턴 역학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실제

로 19세기 초에 이 문제를 고민했던 과학자 중에는 뉴턴과 다른 형태로 중력 이론


20 을 제창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과학자 공동체 대다수가 뉴턴 역학을

포기하지 않았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천왕성 다음에 또 다른 행성이 존재할

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 행성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예상된 위치에서 해왕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패러다임은 예상과 다른 한두 가지의 반증 사례로는 폐기되지

않습니다. 반증이 과학의 핵심이라는 생각은 실제 과학 활동과 잘 부합하지 않습


25 니다.
4 두 번째 과학 철학적 특성은 바로 이런 까닭으로, 두 개의 패러다임이 공존하
포섭 상대편을 자기편으로 감
는 과학 혁명기에는 과거의 패러다임을 계속 고수하는 과학자와 새로운 패러다임
싸 끌어들임.
을 받아들인 과학자 사이에 합리적인 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쿤은 이러한 소 반증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
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
통의 어려움을 ‘공약 불가능성’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으로 압축했습니다. 하나의 잣대 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 1 ) 사실적 읽기 49
로 경쟁하는 두 주장을 비교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입니다.) 과거의 패러다임은 많은

자연 현상을 성공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한두 가지의 변칙적인 현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새로운 패러다임은 한두 가지의 변칙적인 현상을 잘 설명하지

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다른 현상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패러다임만큼 잘 설명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성공을 거두었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약간의 5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은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 주면서

도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과거의 패러다임 아래에서 연구

를 수행했던 구세대의 과학자들은 이것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새로운 패러다

임은 젊은 과학자들, 과학의 주류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변방의 과학자들이 받아

들이게 됩니다. 10

5 쿤은 정상 과학 시기에는 패러다임이 복수로 존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

깝다고 주장했습니다. 패러다임의 공존이나 경쟁은 과학 혁명기에나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쿤이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과학자 사회를 만들고 정의하는 것이 바

로 패러다임이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과학자 집단이 패러다임을 공유하게 되

면, 그때부터 그 집단은 외부의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과학자 사회의 정체성을 공 15

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의 과학자 사회가 두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식으로

쪼개지는 상황은 없다는 것이 쿤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패러다임을 습

득하기 이전인 ‘전(前) 패러다임 시기’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상 과학 시

기는 논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이며, 과학 혁명기는 두 패러다임 사이의 공약 불

가능성과 논쟁이 지배하는 전쟁의 시기인 것입니다. 과학은 이렇게 ‘전쟁과 평화’ 20
“과학은 이렇게 ‘전쟁과 평
화’를 반복하면서 발전합니
를 반복하면서 발전합니다.
다.”라는 문장의 의미를 생각
해 보자. 6 패러다임 전환의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설

에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로의 변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에서 갈릴레


플로지스톤 18세기 초에 연소
를 설명하기 위하여 상정하였던 이의 역학으로의 변화, 슈탈의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으로
물질. 물질이 타는 것은 그 물질
에서 이것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의 변화, 뉴턴의 고전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의 변화 등입니 25

라고 보았다. 현재는 부정되고 있


다.
다. 그런데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이렇게 세계관의 변혁을 가져오는 거대한 것만
초전도체 어떤 종류의 금속 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과학 분과 내에서도 작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수없이
는 합금을 냉각할 때,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져 전 많을 수 있습니다.
류가 장애 없이 흐를 수 있는 물
질. 7 예를 들어 물리학의 분과인 고체 물리학에는 초전도체 연구라는 작은 주제가

50 2. 독서의 방법
▲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과학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라부아지에, 아인슈타인.

있는데, 이런 작은 주제 안에서도 얼마든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그리

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모든 과학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고전 물리학

에서 양자 역학으로의 전환은 물리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지만, 화학에는 기술

변화 정도의 영향만 미쳤고, 생물학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5 8 패러다임이 정립되면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을 모델로 삼아서 인접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패러다임을 더 정교하게 하면서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갑니다. 과학이 전

문화되고, 과학 지식이 심원해지는 과정입니다. 과학은 급속하게 어려워집니다.

동시에 패러다임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패러다임에 맞추려고 애쓰는 과

정이기도 한데, 쿤은 이를 두고 과학이 “자연을 패러다임이라는 상자에 구겨 넣 “자연을 패러다임이라는


상자에 구겨 넣는다.”라는 문
10 는다.”라고 했습니다.
장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9 쿤에 의하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성공을 맛봤던 과학자들은 새로운 패러다

임이 등장한 때에도 과거의 패러다임을 고수합니다. 이들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은


심원하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
과거의 패러다임보다 단순하고 조야하기까지 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큼 깊다.
조야하다 물건 따위가 거칠고
부분도 있습니다. 같은 일이 기술 혁신에서도 발생합니다. 과거에 연속적으로 성 막되다.

( 1 ) 사실적 읽기 51
공을 거두었던 기업은, 자신들의 성공 비결이 ‘패러다임’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합
기술 혁신에서의 패러다임
변화가 과학 분야와 어떤 측 니다. 이것이 언젠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도 못하는
면에서 유사한지 살펴보자.
것이지요. 과학과 마찬가지로, 기술의 영역에서도 과거의 기술은 새로운 기술로

계속해서 대체됩니다. 그리고 과거의 기술에 집착하던 기업들은 신기술로 부상하

는 신생 기업으로 대체됩니다. 과학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과학의 발전을 낳듯 5

이, 기술 혁신에서의 이런 변화 역시 거스르기 힘든 역사의 발전 과정입니다.

홍성욱, 『홍성욱의 에스티에스(STS), 과학을 경청하다』(동아시아, 2016)

52 2. 독서의 방법
내용 정리

읽 은 에

다음의 세 단어를 모두 활용하여 과학 혁명에서의 정상 과학의 변화 과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자.

패러다임 정상 과학 과학 혁명

쿤이 제시한 패러다임에 대한 설명과 일치하는 것에는 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를 해 보자.

❶ ‌패러다임에는 이론적 요소와 물질적 요소, 실험적 요소가 뒤얽혀 있다. ( )


❷ ‌패러다임은 그에 역행하는 반증 사례가 나타나면 즉각 폐기된다. ( )
❸ ‌구세대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 )
❹ ‌정상 과학 시기에는 패러다임이 복수로 존재하기 어렵다. ( )
❺ ‌패러다임의 변화는 항상 거대한 세계관의 변혁을 동반한다. ( )

다음은 이 글에 언급된 ‘지구 중심설에서 태양 중심설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에 나타난 패러
다임의 전환 양상을 설명해 보자.

2세기 무렵에 활동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 중심설에 입각한 이론을 정리하였다. 지구


는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있고, 모든 천체가 원 궤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행성의 이동이나 모양 변화를 설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프톨레마이오스는 복잡한 기하
학을 동원해야 했다. 16세기에 등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이러한 복잡한 우주에 의문을 느끼고, 새로운
가정을 했다. 태양은 정지해 있고, 지구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스스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돌며, 그와
동시에 1년에 한 바퀴씩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태양 중심설이다. 그러나 이 이론
은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행성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데 지구 중심설보다 부정확한 부분도 많
았다. 그러나 이후 천체를 정확하게 관측하게 되고, 케플러가 태양 중심설에 따라 천체의 운동을 제
대로 설명해 내면서 새로운 우주관으로 자리 잡았다.
 - 이종호·박홍규, 『세상을 바꾼 창조자들』

( 1 ) 사실적 읽기 53
목표 학습 1 이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주제를 정리해 보자.

(1) 1 문단을 이루는 각 문장의 중요도를 판단해 보자.

도움말 각 문장을 문단에서


문장 중요도
꼭 있어야 하는 중심 내용
과 그렇지 않은 세부 내용 ① ‌패러다임은 미국의 과학 사학자 겸 과학 철학자 토머스 쿤이 그
으로 가려 본다. 문장과 문 의 명저 『과학 혁명의 구조』(1962)에서 제창한 개념으로, 과학 상 중 하
장 간의 의미 관계를 살펴
중요도를 판단할 수 있다.
자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조작하고, 이해하는 틀입니다.

②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사는 사


상 중 하
람들과 같습니다.

③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은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식으로 해석


상 중 하
합니다.

④ ‌전근대인에게는 우주가 영적이고 신비로운 유기체지만, 근대인


상 중 하
에게 우주는 복잡한 기계에 가깝습니다.

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이 보고 경험하는 세계는 서


상 중 하
로 다른 것이지요.

⑥ 그렇지만 패러다임을 세계관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상 중 하

⑦ ‌패러다임은 추상적인 세계관이라기보다, 과학자들의 연구를 이


끌어 주는 모범적인 문제 풀이 방식같이 훨씬 구체적인 것입니 상 중 하
다.

⑧ ‌패러다임에는 모델, 이론, 법칙, 가설 같은 이론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실험의 방식, 기구, 표준과 같은 물질적이고 실험적인 상 중 하
요소도 얽혀 있습니다.

(2) ( 1 )에서 파악한 중요도가 높은 문장들을 중심으로 1 문단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54 2. 독서의 방법
(3) 앞에서 진행한 방법을 참고하여 각 문단의 중심 내용을 정리해 보자.

도움말 각 문단의 중심 내
문단 중심 내용
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중요도가 높은 문장
1 문단
을 중심으로 내용을 종합하
거나 재구성하여 문단의 중
심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2 문단

정상 과학 시기에는 패러다임과 잘 맞지 않는 사례들이 중요하지 않


3 문단
은 것으로 무시되거나 패러다임 안으로 포섭된다.

4 문단

5 문단

패러다임의 변화에는 세계관의 변혁을 가져오는 거대한 것도 있지만,


6 문단
작은 분과 내에서 일어나는 작은 것도 수없이 많다.

7 문단

8 문단

과학의 패러다임 전환과 같이, 기술 영역에서도 과거의 기술이 새로운


9 문단
기술로 대체되면서 기술 혁신과 발전이 이루어진다.

(4) (3)에서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 전체의 중심 내용을 요약해 보자.

(5) (4)에서 요약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써 보자.

( 1 ) 사실적 읽기 55
2 이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을 파악해 보자.

머리말

패러다임의 개념

본문 1 본문 2 본문 3 본문 4

패러다임의 전 패러다임의 과
환과 과학 혁명 학 철학적 특성

맺음말

( 1 ) 이 글은 위와 같은 구조를 지닌다. 각 부분에 해당하는 문단 번호를 다음 표에 써 넣


어 보자.

머리말 본문 1 본문 2 본문 3 본문 4 맺음말

(2) 다음 질문에 답하며 이 글에 나타난 문단 간의 관계와 역할을 살펴보자.

•문단 3 과 문단 4 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문단 6 과 문단 7 은 이 글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도움말 병렬적 전개 방식은


동일한 위상을 지닌 정보들
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나
(3) 이 글은 패러다임과 관련된 여러 항목을 병렬적으로 배치하여 설명을 전개하고 있
친 나열은 독자의 집중력과
흥미를 저해할 수 있다. 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글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지 평가해 보자.

56 2. 독서의 방법
3 1 ~ 2 를 바탕으로 글을 읽을 때 사실적 읽기가 필요한 까닭과 그것의 중요성을 설명해
보자.

창의 융합

확장 학습 4 다음은 ‘생활 속에서 발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 수업을 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조사하여 소개해 보자.

기존의 ㅁ 자형, ㄴ 자형, ㄷ 자형 횡단보도의 신호 체계는 한쪽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그 외의 도로에서는 차량이 계속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
런데 최근에는 도로 위의 모든 차량을 멈추게 하여 보행자가 안전하게 길을 건너
고 대각선 방향으로도 한 번에 건널 수 있도록 한 × 자형 횡단보도가 많이 생기
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교통 체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생
각합니다.

ㅁ 자형 횡단보도 X 자형 횡단보도

( 1 ) 위 발표에서 소개한 교통 체계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설명해 보자.

(2) 패러다임의 전환과 관련된 또 다른 사례를 일상생활에서 찾아 발표해 보자.

( 1 ) 사실적 읽기 57

어 읽 다음은 클라우스 슈바프의 「4차 산업 혁명의 도전과 기회」의 일부이다. 산업 부문에 나타난
패러다임의 전환 양상을 살펴보며 글을 읽고, 제시된 물음에 답해 보자.

1차 산업 혁명은 물과 증기의 힘을 이용해서 생산을 기계화했다. 2차 산업 혁

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해서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3차 산업 혁명은 전기 및

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을 자동화했다. 이제 4차 산업 혁명이 20세기 중반부

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을 바탕으로 일어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은 물리학과 디

지털, 그리고 생물학 사이에 놓인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융합이 특징이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이 혁명은 3차 산업 혁명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그것

과 구별되는 4차 산업 혁명의 도래라고 보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 가지 까닭이

있다. 바로 그 속도와 범위, 그리고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이다. 현재와 같은 비약

적인 발전 속도는 전례가 없다. 이전의 산업 혁명들과 비교하면, 4차 산업 혁명은

산술급수적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나라에서, 거

의 모든 산업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혁명에 따른 변화의 폭과 깊이는 생산, 관

리, 통제 전반에 걸쳐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전의 산업 혁명들과 마찬가지로 4차 산업 혁명도 지구촌 사람들의 소득 수준

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잠재력이 있다. 지금까지 산업 혁명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에 접근할 수 있고, 디지털 세계를 감당할 능력이

있는 소비자들이었다. 기술은 새롭고 멋진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개인 생활

의 효율성과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택시를 부르고, 비행기를 예약하고, 물건을 사

고, 물건 값을 치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이 모든 일을 이제

원격으로 할 수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장기간에 걸쳐 향상되면서 미래에는 공급 측면에서도 기술

혁신이 기적을 불러올 것이다. 수송 비용과 통신 요금이 절감되고, 물류와 세계적

인 공급망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며, 거래 비용도 줄어든다. 이 모든 일로 새로

운 시장이 열리고 경제 성장이 촉발된다.

이와 같은 전망의 다른 한편으로, 혁명이 더욱 심각한 사회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특히 노동 시장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 경제 전

반에서 노동이 자동화되면 최종적으로 기계가 노동자를 대체하여 자본과 노동 사

58 2. 독서의 방법
이의 수익 차이를 심화시킬 수 있다. 반면, 기술에 의한 노동 대체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보수가 높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낼 수도 있다.

4차 산업 혁명은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도 바꾸게 된다.

사생활에 대한 인식, 소유권의 관념, 소비 유형, 일과 여가에 사용하는 시간, 경

력을 개발하고 기술을 연마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 등 우리의 정체성 및 이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 혁명은 이미 우리의 건강 상태를 변화

시키고 인간을 수치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

도로 증강 인간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변화의 목록은 상상하는 만큼이나 끝이

없다.

클라우스 슈바프 외, 김진희 외 옮김, 『4차 산업 혁명의 충격』(흐름 출판, 2016)

1 1차 ~ 4차 산업 혁명은 산업 발전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 준다. 이 글을 참고하여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1차 산업 혁명 2차 산업 혁명 3차 산업 혁명 4차 산업 혁명
(18세기 후반) (19~20세기 초) (20세기 후반) (21세기 초반~)
증기 기관을 기 전기 에너지를 전기·정보 기술 ( )
반으로 한 생산의 기반으로 한 대량 을 기반으로 한 을 기반으로 한
기계화 생산 ( ) ( )

2 이 글은 다음과 같이 중심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각각에 해당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써


보자.

4차 산업 혁명의 양상 4차 산업 혁명이 가져올 변화


•비약적인 발전 속도



•‌

( 1 ) 사실적 읽기 59
( ) 추론적 읽기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여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
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는다.

추론적 읽기는 글에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예측하며 읽는 것으
다음과 같이 추론적 읽기와 관련하여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자.
로, 글쓴이의 의도나 글의 목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용 등을
파악하는 읽기 방법이다. 사실적
주장하는 글을 읽을 때, 글쓴이가 글 연설문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파
읽기가 글에 명시적으로 제시된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추론 에서 전제한 내용을 파악했던 것이 추 악해 봤던 것도 추론적 읽기라고 할 수
적 읽기는 글에 생략되어 있거나 론적 읽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 있겠어.
암시된 내용을 짐작하고, 함축된
의미까지 읽어 냄으로써 글의 의
미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하는 읽
기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
는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활
용하고, 글의 맥락을 고려하여 내
용을 추론해야 한다.

추론적 읽기의 방법

생략된 내용 추론하기 글쓴이는 모든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어느 정도 글의 내용과 관련된 사실을 안다고 가정한 채 글을 쓴다. 그러므로 독

자는 글쓴이가 글에 직접 드러내지 않은 내용도 스스로 추론하며 글을 읽어야 한

다. 이를 위해서는 글을 구성하는 단어나 문장, 문맥 등을 살피고,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나 목적, 주제 추론하기 글쓴이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글을 쓴

의도나 목적, 주제 등을 숨겨 놓기도 한다. 특히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서는

구체적인 주장 내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문제 상황이나 근거를 중심으로 말

하고자 하는 바를 은연중에 전하기도 한다. 따라서 독자는 글의 맥락을 고려하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글쓴이의 의도나 목적이 무엇인지, 숨겨진 주제 등이 있는

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60 2. 독서의 방법
지난 몇 년 사이에 범죄자를 엄하게 벌해야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
는 논리가 등장했다. 그러면서 인권 운동을 향한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흉악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해 주자고 하면, 그 즉시 “피해자 인권은 안중에 없고, 범
죄자 인권만 중요한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과연 흉악범의 인권을 보장해
주면 안 되는 것일까. 흉악범의 인권을 존중해 주면 그가 저지른 만행을 용서해
주는 셈이 되는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전제를 짚고 넘어가자. 범죄자 인권 존중은 죄를 용서
해 주는 것이 아니며, 처벌을 면제해 주자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인권은 온정
주의와 동의어가 아니다. 흉악범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을 그 사람이 지은 죄
를 무조건 용서해 주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인권 운동은 흉악 범죄자
의 죄를 용서해 주자는 운동이 아니라, 법에 나와 있는 원칙과 절차를 지키면서
처벌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아주 간단한 사실이면서도 흔히 오해되는 점이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
을까. 혹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격언 때문이 아닐까. 이
격언은 도덕적인 인간관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사람을 미워하지 말
라.”라는 가르침이 인권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범죄자를 미워하거나 미워하지
않는 것이 인권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그 사람
을 미워하면서도 그의 인권을 존중하자고 주장할 수 있다.
 - 조효제,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

윗글을 읽는 독자는 ‘흉악 범죄자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 죄를 용서하자는

것은 아니다.’, ‘범죄자에 대한 감정이 인권과 직접 연결되지는 않는다.’와 같은 내

용을 사실적으로 읽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글쓴이가 왜 이러한 내용을 언급했는지

를 추론해 보면, 글쓴이가 ‘흉악 범죄자에 대한 대중의 감정이 그들의 인권 의식

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추론적 읽기는 글에 함축된 의미까지 읽어 내는 읽기 방법이다. 따라서

글을 읽을 때 글쓴이가 글을 쓴 의도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숨겨지거나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읽으면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2) 추론적 읽기 61
이 글은 현대 사회의 경쟁
적인 속도감에 대한 글쓴이
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자
속도의 강박증과 춤추는 신체의 시간
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바
탕으로 글쓴이의 의도나 목
 이진경
적, 숨겨진 주제, 생략된 내
용 등을 추론하며 글을 읽어
보자.


읽 기 에 제목을 바탕으로 이 글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예측해 보자.

움직이는 모든 것은 속도를 갖는다. 속도란 움직임의 속도고, 살아 있음의 속

도다. 어디선가 5년에서 8년 정도를 사는 토끼도, 80년을 사는 인간도, 200년을 5

사는 황소 거북도 평생 쉬는 호흡의 수는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신 토끼는 인간보다 열 배는 빨리 숨을 쉬고, 거북이는 인간보다 2.5배 느리게

숨 쉬는 것이라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끼는 동작이 빠르고 거북이는 움직

글쓴이가 인간, 토끼, 거북


임이 느린 것을 보면, 그 말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이를 언급하며 글을 시작한
움직임의 속도, 이는 단지 행동의 속도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맨눈으로 10
까닭을 생각해 보자.
는 꽃이 피는 것을 보지 못함은 꽃 피는 속도와 우리 지각의 속도 간의 간극 때문

이다. 지각뿐 아니라 생각도 속도를 갖는다. 지각이나 발걸음보다 생각의 속도는

훨씬 더 편차가 크다.

속도와 타이밍

간극 시간 사이의 틈. 함께 산다는 것은 속도를 맞추어 사는 것이다. 걸음걸이의 속도를 맞추지 않고 15

62 2. 독서의 방법
서는 함께 걸을 수 없는 것처럼, 속도를 맞추지 않고서는 함께 행동할 수 없고,

함께 대화할 수 없으며, 함께 생활할 수 없다. 물론 속도를 맞춘다는 것이 숫자로

표시되는 어떤 크기를 같은 값이 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신체와 영혼마

다 각기 다른 속도가 있기에, 그것을 어느 하나에 일치시키려 한다면 ‘일치’는 자


5 기 속도에 대한 억압이 된다.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이를테면 걸음이 빠른 이가

같이 가는 느린 이의 속도에 자기 속도를 맞추려고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완

급을 조절하는 것이며, 앞서갔다면 기다려 주는 것이다. 느린 이도 평소보다는 빨

리 걸으며 속도를 맞추려고 할 것이다.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리듬을 맞추는 것이다. 몸의 리듬, 영혼의 리듬, 말의 리


10 듬, 생각의 리듬 ……. 리듬은 박자와 달라서, 하나의 박자 안에서 다른 속도의 움

직임을 허용한다. 다른 속도를 갖는 것들이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이 리듬이다.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교향곡의 같은 소절을 연주할 때 현과

목관, 금관, 타악기는 각각 다른 속도로 연주하지만 하나의 리듬을 형성한다. 하

나의 소리 안에 상이한 속도들이 공존하고, 느린 속도와 빠른 속도가 하나의 박자


15 안에서 일치할 수 있는 것이다. 리듬을 맞춘다는 것은 허용되는 차이 안에서 서로

에게 속도를 맞추어 응답하는 것이다. 역으로, 응답하는 능력이란 리듬을 맞추는

능력이다. 리듬을 놓치면, 타이밍을 놓치면, 응답은 응답이 아닌 것이 된다.

변속 능력

누구도 혼자 사는 법은 없기에, 산다는 것은 언제나 살면서 만나는 이웃과 리


20 듬을 맞추는 것이다. 농부는 대지의 변화에, 소와 벼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추어야 이웃과 리듬을 맞추는 것
이 어떤 상황을 말하는지 생
하고, 노동자는 벨트 컨베이어의 속도에 신체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속도에는
각해 보자.
허용되는 리듬의 차이가 큰, 여유 있는 속도가 있고, 그게 아주 작은, 조급하고

팍팍한 속도가 있다. 그렇기에 속도와 리듬은 삶의 단면이다. 나의 속도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 준다. 즉, 나에게 요구되는 속도는 내가 어떤 세상에 사는


25 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 삶의 속도와 내가 사는 세상의 속도 간에는 대

개 작지 않은 간극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간극이 크면, 불편함과 불화의 정도가 커

지기 쉽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속도보다 내 삶의 속도가 느릴 때, 그래서 세상이


컨베이어 물건을 연속적으로
요구하는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 때 특히 그렇다. 이동ㆍ운반하는 띠 모양의 장치.

(2) 추론적 읽기 63
물론 빠름을 악덕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것이 미덕인 것만은 아니듯이,

그것이 악덕인 것만도 아니다. 그때마다 필요한 속도가 있다. 다만, 느린 것은 빠

른 것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빠른 것은 느린 것만큼 느리게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다는 것은 능력으로, 느리다는 것은 무능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래서 좀 더

빠른 속도를 얻으려는 노력이 대체로 문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5

공학도, 스포츠도, 교육도, 경제도 좀 더 빠른 속도를 만들고자 한다. 심지어 예

술도 그런 것 같다. 비르투오소(virtuoso, 탁월한 기교의 연주자)의 전통이 강한

서구 예술의 전통 덕분에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도, 기타리스트도 좀 더

빠른 연주 속도에 인생을 건다. 하지만 빠르기만 한 연주는 예술이 아니라 묘기를

자랑하는 서커스에 지나지 않고, 감속할 줄 모르는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는 살인 10

기계에 불과하다. 속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기가 아니라 변속 능력이다. 휴식의

속도와 일의 속도, 연인의 속도와 친구의 속도, 성인의 속도와 아기의 속도에 맞

추어 가속하거나 감속하는 능력이다.

속도의 강박증

‘빨리빨리’나 ‘좀 더 빨리’가 일상어가 된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미친 가속의 15


‘빨리빨리’나 ‘좀 더 빨리’
가 일상어가 된 사회의 모습
체제다. 속도를 빠름의 정도로 간주하기에, 빠름이 미덕이 되고 빠름이 능력이 된
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자.
사회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그 속도에 홀려, 경쟁적인 가속의 흐름에 말려 자

신의 속도를 잃고 달려가고 있다. ‘속도의 자연학’과 손잡은 ‘능력의 윤리학’에서

속도는 단지 미덕이나 능력이 아니라 의무와 강박이 된다. 살아남으려면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20

이 미친 속도의 강박증을 말하면서 자본을 말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누락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속도의 미덕을 강박으로 바꾸고 속도에 사활을 거는 것을 외

적인 강제로 만드는 것은 바로 자본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은 어느

세상에서나 통용되는 윤리적 명제가 아니다. 인디언들에게는 ‘시간’이라는 단어조

차도 없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시간이 돈이 되는 것은, 고용 시간에 따 25

라 돈을 지불하는 관계에 기인한다. 자본주의 이전의 서구에서조차 시간을 돈이

라고 생각했던 이들은 빌려준 시간에 비례하여 대부금의 이자를 받던 고리대금업

통용 일반적으로 두루 씀. 자나 상인들밖에 없었다.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자신이 고용한 시간만큼 돈을 지

64 2. 독서의 방법
불한다. 여덟 시간 고용해 놓고 한 시간을 놀린다면, 한 시간 치의 임금을 그냥

버리는 것이다. 고리대금업자와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돈’이라는 말은 ‘귀중하

다’를 뜻하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글자 그대로 시간이 돈이다.

시간이 돈이기에 같은 시간이면 최대한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 또한 그대로 돈


5 이 된다. 생산도, 유통도, 소비도 모두 빠를수록 돈이 된다. 속도가 돈인 것이다.

점점 빨라져 가는 벨트 컨베이어의 속도를 따라가다 미쳐 버린 「모던 타임스」 속 「모던 타임스」


1936년 제작된 무성 영화로, 기
찰리 채플린의 곤경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계화된 산업 현장에서의 노동자
들의 고통, 인간 소외 등을 다루
우리가 내 돈 주고 내가 필요한 것을 사서 쓰는 소비 또한 이제는 ‘미친’이라는
었다.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런 속도를 갖게 되었다. 미친 듯이 빠르게 생산되
10 는 상품들은 미친 속도로 팔지 않으면 자본을 파멸로 몰고 간다. 휴대 전화는 2년

이면 바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고, 자동차는 3~4년이면 바꿀 생각을 하게 해

야 한다. 사물의 생존 기간을 크게 초과하는 미친 소비의 속도가 우리의 감각을

유혹하고, 그런 식의 감각적 삶을 강요한다. 우리는 대개 그 속도를 따라가며 산

다. 그 속도감 속에서 세상을 본다.


15 한 철학자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속도의 파시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빠른 속도 그 자체는 미덕도 악덕


▲ 위 장면은 벨트 컨베이어에서
도 아니지만, 그것이 누구나 따라가야 할 강제와 강박이 되어 한결같이 빠름을 추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일을 반복
하던 공장 노동자가 기계 안에
구하는 사회는 파시즘적 사회라고 해야 하니까. 그러나 이런 속도의 경쟁을 단지 끌려 들어가서도 나사를 조이는
장면이다.
세상이 내게 강요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게 될지도 모
20 른다. 무엇에 의해 시작되었든 간에 지금 속도란 우리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것이

고, 우리 스스로 추구하는 미덕이란 점에서 속도의 강박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

에, 우리 자신의 내면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세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 우리

의 영혼도 미친 속도를 향해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내 영혼의 속도
25 ‘자신의 속도’라는 것이 있을까? 자기 신체의 속도, 자기 영혼의 속도 같은 것 ‘자신의 속도’에 대한 글쓴
이의 생각을 살펴보자.
이?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것이라고 할 속도가 원래부터 따로 있다기보

다는 자신이 살면서 익숙해진 것이 자신의 속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

와 영혼은 100년 전 사람들의 속도를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

(2) 추론적 읽기 65
신의 속도’라는 말로 무언가를 지칭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그때그때 필요한

것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결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상의 실에 매달려 그 세상이 움직이는 속도로 춤추는 인형에게 그 춤은 자신

의 춤이 아닐 것이다. 자기 속도를 가질 때, 우리의 삶은 춤이 된다. 자신의 삶이

된다. 중력이 작용하는 허공에서 빠르게 낙하하는 것은 자신의 속도를 가졌다고 5

할 수 없다. 그것은 그저 중력에 끌려 추락하는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그 허공에

서는, 정지한 듯 멈추어 선 매야말로 자신의 속도를 갖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의 속도에 그저 따라가고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속도에 따라가기

도 하지만 때로는 정지해서 그렇게 달려가는 세상이나 자신에게 눈을 돌릴 줄 알

때, 우리는 자신의 속도로 춤출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 관성적인 속도에서 벗어 10

‘시간의 여백’이라는 표현
나는 아주 작은 이탈의 성분, 강요되는 속도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치의 변
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자.
속 능력일 것이다.

결부 일정한 사물이나 현상을 그래서 나는 걸핏하면 편두통으로 밀고 가는 일의 속도를 조절하려고 글을 쓸


서로 연관시킴.
엘피반 1분에 33⅓회 회전하는 때면 일부러 엘피반(LP 盤)을 걸어 놓는다. 20분마다 음반을 뒤집으며 ‘순탄하게’
장시간 연주용 음반으로, 턴테이
상승하는 작업의 속도에 일부러 정지를 일으키는 장애물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15
블에 걸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든 디스크이다. 크기는 지름
그 정지의 시간에, 일의 속도에 맞춰 가빠지는 호흡을 수습하여 안단테의 속도로
30cm이고 편면의 연주 시간은
25~30분이다. 1948년에 미국의 돌려놓는다. 그리고 요즘은 시를 일삼아 읽는다. 느린 시인의 시간 속에서, 그 시
콜롬비아 회사에서 팔기 시작했다.
간의 여백 속에서 다른 속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

거 없는 믿음을 갖고. 황급히 써 내려가는 글 사이에 다른 리듬의 글이 끼어들 것

이라는 허황된 믿음을 갖고. 그렇게 변하는 리듬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20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이진경, 『삶을 위한 철학 수업』(문학 동네, 2013)

66 2. 독서의 방법
내용 정리

읽 은 에

이 글의 글쓴이가 말하는 바와 일치하는 것에는 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를 해 보자.

❶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각각 다른 속도지만 하나의 리듬을 형성하듯이 느린 속도와 빠른 속도도


하나의 박자 안에서 일치할 수 있다. ( )
❷ ‌느린 것은 빠른 것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문명의 방향은 느림을 지향하며 발전해 왔다. ( )
❸ ‌오늘날의 사회는 생산·유통·소비 모두 ‘빠를수록 돈이 되는’ 가치를 만들어 사회를 미친 가속
의 체제로 만들었다. ( )
❹ ‌강요되는 세상의 속도에 대해 우리는 변속 능력으로 그 속도에 맞게 자신의 속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

이 글에서 글쓴이는 ‘세상의 속도’와 ‘자신의 속도’를 대조하고 있다. 이 두 속도의 특징을 정리해 보자.

세상의 속도 ↔ 자신의 속도

다음을 참고하여 인디언들에게는 ‘시간’이라는 단어조차도 없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미크맥어에는 시간이라는 단어가 없어. 인디언은 시계가 말해 주는 인위적 시간에는 관심이 없다


네. 또 무엇을 하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만일 자네가 무슨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세. 그러면 자
네는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그냥 계속 하면 되는 거야.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거지. 시간 제약은 없
어. 일이 끝나면 끝나는 거지!”
•‌자연의 리듬에 기초한 생물학적 시간이야말로 실제로 존재하는 시간이다. 알곤킨어에서 시간은
대부분 실제로 일어나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 현상으로 묘사된다. 전통적 노인들에게 ‘단풍이
들 때’와 같은 표현은 ‘9월’과 같은 표현보다 훨씬 의미가 크고 가슴에 와 닿는다.
 - 에반 티 프리처드, 『시계가 없는 나라』

(2) 추론적 읽기 67
목표 학습 1 이 글에 생략되어 있거나 숨겨진 내용을 추론해 보자.

( 1 ) 다음에 제기된 의문에 대한 답변을 추론해 보자.

구절 의문 추론한 답변

우리가 맨눈으로는 꽃
이 피는 것을 보지 못함은
지각이나 발걸
꽃 피는 속도와 우리 지각
음보다 생각의 속
의 속도 간의 간극 때문이
도가 훨씬 더 편
다. 지각뿐 아니라 생각도
차가 큰 까닭은
속도를 갖는다. 지각이나
무엇일까?
발걸음보다 생각의 속도
는 훨씬 더 편차가 크다.

글쓴이는 왜
우리 신체와 영혼은 우리 신체와 영혼
100년 전 사람들의 속도 이 100년 전 사람
를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들의 속도를 답답
것이다. 해서 견딜 수 없
다고 했을까?

(2) 밑줄 친 부분에 담긴 의미를 중심으로 글쓴이가 현대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추


론해 보자.

시간이 돈이기에 같은 시간이면 최대한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 또한 그대로


돈이 된다. 생산도, 유통도, 소비도 모두 빠를수록 돈이 된다. 속도가 돈인 것이
다. 점점 빨라져 가는 벨트 컨베이어의 속도를 따라가다 미쳐 버린 「모던 타임
스」 속 찰리 채플린의 곤경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68 2. 독서의 방법
2 다음 구절을 바탕으로 글쓴이가 이 글을 쓴 의도나 목적을 추론해 보자.

•속도를 맞춘다는 것은 허용되는 차이 안에서 서로에게 속도를 맞추어 응답하


는 것이다.
•속도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기가 아니라 변속 능력이다.

‌세상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체, 우리의 영혼도 미친 속도를 향해 치달리고 있
다.
•자기 속도를 가질 때, 우리의 삶은 춤이 된다. 자신의 삶이 된다.

창의 융합

확장 학습 3 다음은 어느 인터넷 동아리에서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관’ 가운데 일부이다. 잘 읽


고, 물음에 답해 보자.

자판기에서 음료가 문이 닫힐 때까지 금방 열리지 않는 웹


나오기도 전에 기계에 ‘닫힘’ 버튼을 누른다. 사이트는 바로 닫아 버
손을 넣고 기다린다. 린다.

( 1 ) 위와 같은 습관이 드러나는 다른 사례를 찾아 친구들과 이야기해 보자.

(2) 글쓴이가 ‘빨리빨리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지 생각해 보자.

(2) 추론적 읽기 69

어 읽 다음은 법정의 「옹달샘에서 달을 긷다」이다. 글쓴이의 삶의 속도를 살펴보며 글을 읽고, 제


시된 물음에 답해 보자.

표고 8백에서 살다가 6백으로 내려오니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 얼마 만에

듣는 계명성(鷄鳴聲)인가. 홰를 치며 새벽을 알려 주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가히

우렁차다. 새벽 세 시면 어김없이 첫닭이 운다. 어떤 때는 다섯 시에 울기도 하는

데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고단한 사람들을 위해서 두 시간 늦게 깨우

는지도 모르겠다.

이와 같이 새벽마다 잠에서 깨어나라고 알려 주는 이 장닭 우는 소리를 듣고 몇

사람이나 깊은 잠에서 깨어날까? 닭 우는 소리는 자명종 시계 소리보다 신경을

거스르게 하지 않고 훨씬 여유가 있어 좋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낸 소리와 자

연의 소리는 이렇듯 다르다.

나는 요즘 옹달샘으로 물 길으러 가는 일에 재미를 누리고 있다. 개울물을 뜨

러 가는 일보다 더 정감이 있다. 가는 길에는 솔가리가 수북이 쌓여 있어 푹신푹

신한 그 감촉이 마치 양탄자 위를 걷는 것 같다.


장닭 ‘수탉’의 방언. 예전 시골에서는 이 솔가리를 갈퀴로 긁어 불쏘시개나 땔감으로 썼다. 장날이
솔가리 말라서 땅에 떨어
져 쌓인 솔잎. 면 솔가리를 지게에 한 짐씩 지고 나와 팔기도 했었다. 나는 땔감보다도 눈으로

보고 발로 밟는 그 맛이 더 좋아 그대로 둔다. 나무들이 떨군 그 잎은 그 나무

아래서 삭아 거름이 되어 다시 뿌리로 돌아간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 법칙이

다. 생(生)과 사(死)의 소식도 바로 이런 데에 있을 것이다.

이 샘에서 물을 길을 때마다 문득 고려 시대 이규보의 시가 연상된다.

산중에 사는 스님 달빛이 너무 좋아 山僧貪月色

물병 속에 함께 길어 담았네 幷汲一甁中

방에 들어와 뒤미처 생각하고 到寺方應覺

병을 기울이니 달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네 甁傾月亦空

물을 길으러 갔다가 때마침 우물에 달이 떠 있는 것을 보고 그 달을

함께 길어 담는다. 아마 청명한 가을밤이었을 것이다.

70 2. 독서의 방법
밤이 이슥하도록 글을 읽다가 출출한 김에 차라도 한잔 마실까 해서 우물로 물

을 길으러 간다. 길어 놓은 물보다 새로 길은 물이라야 차 맛이 새롭다. 차 맛은

곧 물맛에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로 차를 달이는 데 쓰
는 화로. 때마침 둥근달이 우물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바가지로 물과 함께 달을 길어
차관 찻물을 끓이는 그
릇. 담는다. 하던 일을 마저 하다가 뒤늦게 생각이 나서 길어 온 샘물을 끓이려고 다
귀틀집 큰 통나무를 ‘井’
자 모양으로 귀를 맞추어
로의 차관에 물병을 기울이니 함께 길어 온 달은 그새 어디로 새어 나가고 없다.
층층이 얹고 그 틈을 흙으
샘물과 달과 차가 어울린 가을밤 산중의 그윽한 풍류이다. 내가 이 옹달샘의
로 메워 지은 집.
디오게네스 고대 그리스 이름을 급월정(汲月井)이라고 한 것도 이런 정취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의 철학자(기원전 412?~기
원전 323?). 자족과 무치 새로 지은 귀틀집의 방이 얼마나 크냐고 누가 묻기에 두 평짜리 단칸방이라고
(無恥)가 행복에 필요하다
고 말하고, 반문화적이고 했다. 그 방으로 드나드는 문지방 위에 폭 한 자 너비의 선반이 내가 서서 손을
자유로운 생활을 실천하였
다. 통에 들어가 일광욕을
뻗칠 수 있는 높이로 걸려 있다. 그 위에 몇 권의 책과 옷을 담은 광주리가 놓여
하던 중 알렉산더 대왕이
있다. 옛 그리스의 철인 디오게네스의 통에 견준다면 궁궐인 셈이다.
찾아와 원하는 것을 묻자,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 나는 이 새로운 거처에서 더욱 단순해지고, 더욱 진실해지고, 더욱 순수해지
달라고 말했다는 일화로 유
명하다. 고, 더욱 온화해지고, 더욱 친절해지고, 더욱 인정이 깊어지고자 노력할 것이다.

법정, 『아름다운 마무리』(문학의 숲, 2008)

1 이 글에서 추론할 수 있는 글쓴이의 가치관을 말해 보자.

2 「속도의 강박증과 춤추는 신체의 시간」의 글쓴이(㉮)가 엘피반을 걸어 놓는 행위와 이


글의 글쓴이(㉯)가 우물로 물을 뜨러 가는 행위의 공통점을 삶의 속도 측면에서 설명해
보자.

㉮ ㉯

글을 쓸 때 엘피반을 걸어 놓고, 20분 글을 읽다 차라도 마실까 하여 우물로


마다 음반을 뒤집음. 물을 길으러 감.

‌두 행위는 모두 하고 있던 작업의 속도에 ( )을/를 일으키는 행위로, 삶


에서 ( )을/를 찾을 수도 있는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다.

(2) 추론적 읽기 71
( ) 비판적 읽기
학습 목표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 글쓴이의 숨겨진 의도나 사회·
문화적 이념을 비판하며 읽는다.

비판적 읽기는 글에 드러난 관


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
다음과 같이 비판적 읽기와 관련하여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자.
법, 글쓴이의 숨겨진 의도나 글에
담긴 사회·문화적 이념을 비판
하며 읽는 것을 말한다. 사실적
광고를 볼 때, 과장된 부분이 없는 주장하는 글을 읽을 때, 글쓴이의 주
읽기나 추론적 읽기가 글의 내용
파악에 주력한다면, 비판적 읽기 지, 상업성에 치우친 부분이 없는지 등 장이 공정하고 타당한 것인지 따져 본
는 글의 내용을 어떻게 수용할 을 살핀 것이 비판적 읽기 같아. 것도 비판적 읽기겠어.
것인지 따져 보는 것에 중점을
둔다. 독자는 글의 내용이나 형
식, 표현 방법, 자료 등을 비판적
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비판적 읽기의 방법

글에 담긴 관점이나 내용 따지기 글을 읽을 때는 글에 담긴 관점이나 내용이 적절한

지를 따져 봐야 한다. 독자는 글에 제시된 주장이나 의견이 타당한지, 글에서 다

루는 내용이 객관적 사실인지, 글에서 다루는 대상이나 문제에 대한 관점이 공정

한지, 글에서 활용한 자료가 글의 내용에 부합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글에 쓰인 표현 방법 확인하기 같은 내용의 글이라도 표현 방법이 어떠한가에 따라

전달되는 느낌이 달라진다. 독자는 글에 쓰인 표현 방법이 내용 전달에 효과적인

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나 사회·문화적 이념 판단하기 한 편의 글에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

는 바가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독자는 글쓴이의 의도가 합리적인

지, 글의 내용에 함축된 사회·문화적 이념이 적절한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72 2. 독서의 방법
오늘날의 박물관 전시실에서는 최신 조명과 진열장, 최상의 재료와 연출 기
법을 동원한 실내 장식을 선보이며, 이를 위해 우수한 디자이너들을 투입한다.
그렇게 꾸민 전시장은 공항 면세점의 고급스러운 명품 매장이나 박람회의 세련
된 부스처럼 첨단과 신소재, 품격, 우아함 등 좋은 것 일색이다. 이를 보고 보통
은 전시가 잘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무엇이 잘되었다는 것일까?
신기술이 적용된 진열장의 세련됨인지, 글자와 색색의 문양으로 구성된 멋들
어진 설명 패널의 현란함인지, 조명 장치에서 쏟아지는 빛의 파장과 전시품의
형상인지, 얼른 알아채기 힘들다. 여기서
우리는 예술 작품이 주는 미적 환상이나
기품이 사실은 그 자체보다 외적인 연출로
조작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전시가 잘되었다는 말은 처
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박현택, 『보이지 않는 디자인』

윗글에서 글쓴이는 오늘날 최신 조명과 고급스러운 연출 기법 등으로 무장된

박물관의 전시 양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글쓴이의 특정한 관점이나

주장이 제시된 글을 읽을 때는 글에 담긴 관점이나 글의 내용, 표현 방법, 글쓴이

의 의도 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독자는 윗글을 읽으면

서 ‘글쓴이가 오늘날 박물관의 전시 상태나 전시 방법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태도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관람객에게 전달되는 작품의 미적 환상

이나 기품이 정말 박물관의 화려한 전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일까?’와 같이 글

에 드러난 관점이나 글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따져 볼 수 있다.

이렇게 글의 내용에 의문을 품고, 글의 내용을 어떻게 수용할지 따져 보는 것

이 비판적 읽기이다. 독자는 이러한 비판적 읽기 과정을 거쳐 글의 내용에 더욱

공감할 수도 있고, 자기 생각과 다른 점을 찾아 반박할 수도 있다. 이러한 판단을

잘하려면 독자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십분 활용하고, 글에 드러난 정보를 꼼꼼하

게 살펴야 한다.

(3) 비판적 읽기 73
이 글은 윤리적 소비가 세
간의 인식과는 달리 이점이
적다는 글쓴이의 의견을 담
윤리적 소비는 효율적인가
고 있다. 글쓴이의 관점과
의도, 글의 내용, 표현 방법
 윌리엄 매캐스킬
등이 적절한지 판단하며 글
을 읽어 보자.


읽 기 에 윤리적 소비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 보자.

‘윤리적 소비’란 제3세계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

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 무역 상품을 사거나 인간, 동물, 환경에 해 5

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는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

‘효율적 이타주의’가 무엇
다. 이제부터 효율적 이타주의라는 관점에서 윤리적 소비가 과연 효율적인지 살
일지 추측해 보자.
펴보자. 특히 노동 착취 공장, 공정 무역, 채식주의의 실효성을 하나씩 짚어 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리적 소비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그리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10

먼저 노동 착취 공장부터 살펴보자. 저임금 노동 착취 공장은 섬유, 장난감, 전

자 기기 등 선진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열악한 작업장이다. 노동자들

이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일주일에 6~7일 일하는 곳도 흔하다. 식사를 하거나 화장

실에 갈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찜통이나 다

름없는 공장이 대다수다. 안전 보건 수칙은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될 뿐만 아니라 15

고용주의 학대 행위도 종종 발생한다.

74 2. 독서의 방법
이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불매

운동을 전개하는 단체들이 제법 있다. 노동 착취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적인 대기업에 대한 반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열악한 노동 조건에 경악을 금

치 못해 반대 운동에 나서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 공장에서 만


5 든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

각해 보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 착취 공장이 경제적 압력에 굴복해 문을 닫으면

기존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반대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노동 착취 공장이 좋은 일자리다. 대안이라 가난한 나라에서는 노동


착취 공장이 좋은 일자리라
고 해 봐야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농장 일꾼, 넝마주이 등 더 형편없는 일자
고 말한 까닭을 살펴보자.
10 리뿐이고, 심지어 실직자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꺼이 일하려는 사람이 많

다는 것은 노동 착취 공장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노동 착취 공장을 택한 노동자들이며, 갖은 애를 쓴 끝에 겨

우 일자리를 얻은 사람들도 있다. 왜 추방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열악한 노동 착

취 공장에서 일하려고 하는지, 선진국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15 선진국에서 불매 운동을 벌인다면 가난한 나라에 사는 빈곤층의 삶은 더 궁핍

해진다. 이는 단순한 가설이 아니다. 1993년 아이오와주 상원 의원 톰 하킨이 아

동 노동 착취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아동 노동 억제법을 발의할 당시, 방

글라데시에는 수많은 아동이 기성복 제조 공장에 고용되어 있었다. 법안 통과를

우려한 공장 측에서는 5만 명에 달하는 아동 노동자를 발 빠르게 해고했는데, 알


20 고 보니 이 아동들은 학교로 돌아가거나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이 아니었

다. 미국 노동부는 “대다수 아동이 더 영세한 미등록 하청 의류 공장이나 기타 업

종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표했다. 다국적 기업의 하청 공장이 현지 하청

업체보다 임금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보니 이들 아동의 생활고는 더 극심해졌다. 방증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


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이 노동자들이 처한 가혹한 노동 환경은 가히 공분을 살 만하다. 그렇다고 노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줌. 또는 그 증거.
25 동 착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대신 국내 생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 상원 양원 제도에서 하원과 더
불어 국회를 구성하는 의원. 영국
니다. 의 상원처럼 특권 계급의 대표자
로 구성되는 것과 미국의 상원처
가난한 나라의 극빈 노동자들을 고용한 기업의 제품은 변함없이 사되, 해당 기
럼 각 주의 대표로 구성되는 것
업에 공정한 근로 기준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노동 착취를 따위가 있다.
공분 공중(公衆)이 다 같이 느
막으면서 극빈층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끼는 분노.

(3) 비판적 읽기 75
소비자가 압력을 행사하여 가난한 나라의 극빈층에게 효율적으로 혜택을 되돌

려 줄 방법이 있다면 최선이다. 하지만 윤리적 소비가 의도한 결과를 낳는지는 의

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가장

널리 확산된 운동인 공정 무역을 살펴보며 이 문제를 좀 더 들여다보자.

공정 무역 인증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해 주는 것을 5


공정 무역 인증의 목적과
혜택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목적으로 하며, 주로 바나나, 초콜릿, 커피, 설탕, 차 등 개발 도상국의 생산 작물

에 적용된다. 공정 무역 인증서는 최저 임금 지급, 구체적인 안전 요건 준수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킨 생산자에게만 부여된다. 공정 무역 인증에는 두 가지 혜

택이 따른다. 첫째, 생산자는 생산 제품에 대해 최저 가격을 보장받는다. 가령 원

래 1파운드당 1.4달러였던 커피의 시장 가격이 추후 그보다 떨어지더라도 커피 10

생산자는 1.4달러를 보장받는다. 둘째, 생산자들은 시장 가격에 붙는 웃돈인 ‘소

셜 프리미엄’을 받는다. 커피 시장 가격이 1.4달러 이상 오르면 생산자들은 파운

드당 20센트를 추가로 받는 식이다. 이 소셜 프리미엄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선

정된 지역 공동체 사업 기금으로 쓰인다.


공정 무역 인증 마크 공정 무역 인증 마크가 처음 등장한 1988년 이후로 공정 무역 상품의 수요는 15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에는 전 세계 공정 무역 인증 상품의 매출이 69억

달러에 육박했다. 타국의 농부가 공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웃돈을 얹어 주면

서까지 상품을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은 감동적이다. 그런데 일반

커피보다 몇 달러 더 주고 공정 무역 커피를 사면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얼마나


▲ 상품의 생산, 수입, 제조, 유통
의 전 과정에서 국제 공정 무역 도움이 될까? 객관적 증거에 따르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20
기구[FLO]가 정한 공정 무역 인
증 기준을 모두 준수한 상품에 첫째, 공정 무역 제품을 산다고 해서 무조건 가난한 나라의 빈곤층에 수익이
붙는다.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공정 무역 인증 기준은 상당히 까다롭다. 가난한 나라의

농부들은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 무역 제품을 사는 것이

농부들에게 더 많은 몫을 되돌려 주는 방법이라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

라의 공정 무역 제품을 사는 것보다 최빈국의 비공정 무역 상품을 사는 것이 더 25

효율적일 수 있다.

둘째, 공정 무역 제품이라는 까닭으로 소비자가 추가로 지급한 돈 가운데 실제

로 농부들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나머지는 중개인이 갖는다. 세

계은행 경제 자문관인 피터 그리피스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추가 금액 가운데

76 2. 독서의 방법
가난한 나라의 커피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1퍼센트 미만이다.

셋째,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그 적은 몫마저 더 많은 임금으로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 공정 무역 인증은 인증받은 단체가 생산한 제품에 더 높은 가격을 쳐 주는

절차이지, 해당 단체에 소속된 생산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


5 니다. 런던 대학교 동양 아프리카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크레이머 교수가 이끈 연

구팀이 4년에 걸쳐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에서 일하는 공정 무역 노동자들의 임금

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비공정 무역 노동자들보다 임금이 더 낮고 노동 조건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정 무역이 큰 성과로 내세우는 지역 공동체 사업에

서도 정작 극빈층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10 이쯤 되면 공정 무역 제품을 살 까닭이 없다. 기껏해야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

라의 노동자에게 아주 미미한 금액을 보태 줄 따름이다. 차라리 더 저렴한 상품을

사고 그렇게 절약한 돈을 비용 효율성이 높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 낫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로 퍼지고 있는 또 다른 소비 형태가 바로

채식주의다. 특히 동물 복지를 위해 채식을 하자는 주장은 근거가 탄탄하다. 가축


15 의 절대다수가 공장식 축산 시설에서 사육되는데, 이들 농가에서는 생산 단가를

약간 낮출 수 있다는 까닭만으로 동물에게 무자비한 학대를 가한다. 공장식 사육

장의 가축이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는 이미 다양한 매체에서 두루 소개되었으

므로 그 끔찍한 환경을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경제학자이자 농업 전문가인 베일리 노우드는 다양한 동물의 복지 수준을 -10


동물의 복지 수준이 무엇

20 을 나타내는 것인지 확인해


점에서 10점까지 점수로 매겨 나타냈는데, 이에 따르면 육우는 6점, 젖소는 4점
보자.
이다. 반면 육계는 -1점, 돼지와 닭장에서 사육되는 암탉은 -5점이다. 닭과 돼지

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으며, 식육용 소는 그나마 나은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닭고기, 달

걀, 돼지고기 순으로 먹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다수 동물이 겪는 최악의


25 고통을 가장 긴 시간 동안 덜어 주게 된다.

동물 복지 옹호론자 중에는 채식이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이점을 내세우는 이

들이 많은데, 이는 어찌 보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논리이다. 주로 소고기를

먹지 말자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소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

되고 적색 고기가 심장병 등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는 까닭으로 소고기를 줄이고

(3) 비판적 읽기 77
일부를 닭고기로 대체한다고 생각해 보자. 동물 복지 옹호론자들의 의도와는 달

리 동물의 고통을 덜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동물의 고통을 덜기 위해
동물의 고통을 덜어 주고 싶다면 식단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동물에게 가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
많이 해를 끼치는 식품(최소한 달걀, 닭고기, 돼지고기만이라도)을 먹지 않거나 채
해 보자.
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쯤에서 멈출 까닭은 없다. 동물의 삶을 더 행 5

복하게 해 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식습관을 바꾸는 것보다 기부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동물 구호 평가회에 따르면 채식주의 전단을 배포하는 단체에

100달러를 기부하면 한 사람이 1년간 육식을 중단하게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데 그다지 효

과가 없다. 가난한 나라의 절대 빈곤층, 동물 복지 등 사안에 따라 어느 단체에 10

얼마를 기부하는지가 무엇을 구매하느냐보다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기부를 하면 당신의 돈을 가장 효율적인 사업에만 집중시킬

수 있다. 최선의 활동과 그럭저럭 좋은 활동의 결과가 다르다는 점만 봐도 효율적

인 기부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윤리적 상품을 더 많이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목표를 정확히 공략하는 방식이 아니다. 15

윤리적 소비 물결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한 까닭이 있다. 바

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도덕적 허가’ 효과 때문이다. 이는 착한 일을 한 번 하고

나면 이후에 선행을 덜 실천하는 것으로 보상받으려 하는 경향을 말한다. 도덕적

허가 효과는 실제로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착해 보이는 것, 착한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20

비효율적인 이타적 행동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착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취하면 이후에 효율적인 이타적 행동을 할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공정 무역 제품을 사라고 권하여 그 사람이 그보다 효율적인 선

행에는 정작 시간과 돈을 덜 쓰게 되었다면 공정 무역 제품의 구매를 장려하는 일

자체가 해로울 수 있다. 이처럼 윤리적 소비는 목표가 분명한 여타 선행보다 이점 25

이 적다.

윌리엄 매캐스킬, 전미영 옮김, 『냉정한 이타주의자』(부키, 2017)

78 2. 독서의 방법
내용 정리

읽 은 에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에는 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를 해 보자.

❶ ‌윤리적 소비는 제3세계의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 무역 상품을 사거나 인간, 동
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는 윤리적 선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다. ( )
❷ ‌노동 착취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은 그 한계가 널리 알려져 최근에는 거의 사라
졌다. ( )
❸ ‌공정 무역 인증을 받으면 생산자는 제품에 대한 최저 가격을 보장받는다. ( )
❹ ‌베일리 노우드는 동물의 복지 수준을 평가하여 채식주의 이론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 )

이 글의 내용을 참고하여 윤리적 소비와 관련한 세 가지 사례와 그것이 지닌 목적을 정리해 보자.

윤리적 소비

사례 ① 사례 ② 사례 ③

노동 착취 공장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나은 동물의 고통을


노동 조건을 제공하고자 함. 덜어 주고자 함.

이 글에서 글쓴이는 윤리적 소비와 기부를 비교하고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두 대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
해 보자.

구분 윤리적 소비 기부

공통점 목적을 지니고 있음.

• 목표를 정확히 공략하기 어려움. • 목표를 정확히 공략할 수 있음.


차이점
• • ‌

(3) 비판적 읽기 79
목표 학습 1 이 글에 드러난 글쓴이의 주장과 근거를 정리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해 보자.

( 1 ) 다음 표의 빈칸을 채우며 이 글의 논지를 정리해 보자.

윤리적 소비는 공정 무역 상품을 사거나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


지 않는 ( )(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운동이다.

그런데 윤리적 소비는 ( )보다 이점이 적다( 비효율적이다 ).

오히려 ( )이/가 세상을 바꾸는 데에 큰 효과가 있다.

(2) ( 1 )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근거를 정리해 보자.

노동 착취 공장의
근거 1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

공정 무역 인증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의 노동자에게


근거 2
제품의 구매 아주 미미한 금액을 보태 줄 뿐임.

근거 3 채식주의 운동

도움말 문제점을 지적하면


서 활용한 논리가 적절한
(3) ( 1 ) ~ (2)를 바탕으로 이 글의 주장과 근거가 합리적인지 판단해 보자.
지, 활용한 자료가 구체성
이 있는지 등을 살펴 타당
성을 판단해 본다.

80 2. 독서의 방법
2 다음은 결론 부분의 내용이다. 제시된 부분에 드러난 글쓴이의 관점, 표현 방법 등이 적
절한지 판단해 보자.

도움말 기부와 윤리적 소비


를 바라보는 글쓴이의 관점 •기부를 하면 당신의 돈을 가장 효율적인 사업에만 집중시킬 수 있다. 최선의
이 공정하고 적절한지, 글
의 표현 방법에 강조나 과
활동과 그럭저럭 좋은 활동의 결과가 다르다는 점만 봐도 효율적인 기부가 얼
장, 축소나 생략, 편집이나 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왜곡 등이 있는지를 살펴보
며 판단해 본다. •윤리적 소비 물결이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할 만한 까닭이 있다. 바
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도덕적 허가’ 효과 때문이다. …… 착한 일을 하는
것보다 ‘착해 보이는 것, 착한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
긴다는 점을 보여 준다.

창의 융합

확장 학습 3 다음은 ‘코즈 마케팅’의 한 사례이다. 보기 를 참고하여 이와 같은 광고에 숨겨진 사


회·문화적 배경을 생각해 보자.

아이들의 수호 천사가 되어 주세요!


희망 빵, 행복 우유 나눔 캠페인
희망 빵 두 개가 팔릴 때마다 맛있는 빵 한 개가,
행복 우유 두 팩이 팔릴 때마다 맛있는 우유 한 팩이
아동 복지 시설에 전달됩니다.

보기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은 기업의 경영 활동과 사회 문제를 연계하


는 것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사익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익을 동시에 얻는 것이
목표다. 환경과 보건, 빈곤 등과 같이 소비자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이를 마케팅에 결합하여 제품 판매와 기부를 연결
하는 것이 코즈 마케팅의 주요한 특징이다.
 - 김환표, 『트렌드 지식 사전』

(3) 비판적 읽기 81

어 읽 다음은 「공정 여행이 지구를 살린다」의 일부이다. 윤리적 소비 가운데 하나인 공정 여행에
대한 글쓴이의 관점과 태도를 살펴보며 글을 읽고, 제시된 물음에 답해 보자.

비행기를 타고 여행 안내인의 깃발을 쫓아다니며 호텔에서 잠을 자고 호텔 식

당에서 식사하며, 대형 쇼핑센터에서 국적 불명의 상품을 구매하고 관광용으로

잘 꾸며진 경관을 구경하는 것, 이것이 일반적인 단체 해외여행의 모습이다. 사람

들은 이 모든 것이 평소에 자신이 경험하는 일상과 다르다는 까닭으로 그냥 받아

들인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여행 행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이산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보다 도보나 자전거, 기차를 이용한 여행을

즐긴다. 또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이용하고 현지인이 즐겨 먹는 전통 음

식을 맛본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현지인이 만든 의미 있는 물건을 정당

한 대가를 지급하고 산다. 이른바 ‘공정 여행’이다.

공정 여행이란 현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으로, ‘착한 여행’, ‘책임 여행’이라고도 불린다. 1980년대에 유럽 일부 국가

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2009년 초 중국 윈난의

소수 민족을 만나는 ‘공정 여행 1호’ 상품이 나오면서 대중화의 첫발을 떼었다.

공정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움직인다는 것은 누군가가 써야 할 자원

을 사용하는 것이고, 나에게 편리하다는

것은 누군가가 불편을 감내하고 수고한

다는 것임을 잊지 않고 여행하면 된다.

여행을 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숙박, 음

식, 관광과 같은 것에 대한 기준을 ‘어느

것이 더 저렴한가?’에서 ‘어느 것이 더 공

정한가?’로 바꾸면 된다. ‘어디로’ 여행할

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할지를 고민하

면 된다. 지금까지의 자신의 여행 행태를

되돌아보았을 때 지역의 현지 주민에게,

82 2. 독서의 방법
자연에, 지구에 무엇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공정 여행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전국 지리 교사 연합회, 『살아 있는 지리 교과서 2』(휴머니스트, 2011)

1 이 글을 바탕으로 공정 여행의 특징과 공정 여행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공정 여행의 특징

•이산화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보다 도보, 자전거, 기차를 이용함.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를 이용함.

글쓴이의 생각

2 이 글에 담긴 글쓴이의 의도나 관점, 내용, 표현 등을 비판적으로 이해해 보고, 이와 관


련한 자신의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도움말 ‘공정 여행’과 ‘일반


적인 단체 여행’에 대한 글
쓴이의 관점과 태도를 살피
며 비판적으로 이해해 본
다.

3 이타주의의 관점에서 ‘공정 여행’은 윤리적 소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 글의 입장과


「윤리적 소비는 효율적인가」의 입장을 비교해 보고, 어느 쪽에 더 공감되는지 이야기해
보자.

(3) 비판적 읽기 83
( ) 감상적 읽기
학습 목표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
음을 수용하며 읽는다.

감상적 읽기는 독자가 글에 대


해 정서적으로 반응하며 읽는 것
다음과 같이 감상적 읽기와 관련하여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자.
을 말한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기쁨, 즐거움, 슬픔과 같은 감정
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교훈이나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 안타까
사색이 담긴 글을 읽으면서 교훈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이렇듯 글 움과 슬픔을 느낀 적이 있어. 이렇게 정
을 읽고 다양한 감동과 교훈을 나 깨달음을 얻으며 나를 성찰한 것도
서적으로 반응하며 읽는 것이 감상적
얻는 것은 감정이 정화되는 과정 감상적 읽기라고 볼 수 있겠어.
이자, 삶을 성숙하게 하는 특별한 읽기 같아.
경험이 된다. 감상적 읽기는 문학
작품이나 정서적인 글은 물론, 설
명문과 논설문, 연설문 등 다양한
글에 적용할 수 있는 읽기 방법
이다.

감상적 읽기의 방법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 찾기 감상적 읽기는 기본적으로 사실적 읽기, 추론적 읽

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정보를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거나 교훈이나 깨달

음을 얻기도 한다. 이처럼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그

까닭을 생각해 보면 글에 대한 정서적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

서적 반응은 독자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내면화하기 글을 읽으면서 얻게 된 다양한 정서적 반응

은 지식 습득과는 다른 측면에서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글을 읽

으면서 경험한 정서적 반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다양한 해석과 가치 부여를

경험하거나 자신의 정서적 반응을 되새겨 보는 것은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84 2. 독서의 방법
제법 큰 야산을 끼고 있는 동네여서 산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산책로가 길게
이어졌다. 한적한 길을 걷다 보면 한 단계씩 낮아지는 음계처럼 어둠이 짙어졌
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관 뚜껑을 열고 나오는 드라큘라처럼 집을 빠져나오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걷기 바람 탓인가, 오직 빠르게 걷기에 열중한 사람
들도 심심찮게 만나게 마련이다.
[중략]
밤의 풍경은 낮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역설적으로, 어두워져야 더 잘 보
이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달과 별이 그러하고 어두운 허공 속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들의 자태가 그러하고 혼자 걷는 사람의 마음이 그러하였다.
인적이 없는 길에서는 간혹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우줄우줄 따라
오는 내 그림자를 보면서 걷는 동안 마음은 끈 풀린 연처럼 허허해지고 걸음은
정처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밤길을 걸으면 이상하게 불안감이 사라졌다. 혼자 걷는 자의 외로움은 고양
감으로, 일종의 자부심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때때로 찾아오는 이런 유의 쓸
쓸함과 호젓함을, 그에 따라 정화되고 고양되는 느낌을 생은 기실 얼마나 필요
로 하는 것이랴.
 - 오정희, 「밤의 순례」

윗글에는 밤길을 걷는 글쓴이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이를 사실적으로 읽는다

면 ‘산책로가 큰 야산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길게 펼쳐져 있다.’, ‘어두워지기 시작

하면 사람들이 산책로에 나온다.’, ‘밤에는 낮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와 같

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파악 외에도 독자는 윗글을 읽고

글쓴이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밤길의 풍경과 그때 느끼는 감정을 떠올릴 수 있다.

‌‘어둠이 짙어지는 시간의 변화를 음계의 변화로 표현하다니!’, ‘맞아. 밤길을 걸

을 때 가끔 하늘을 보면 별이 참 밝게 빛나곤 했었지.’, ‘밤길을 걸으면 불안할 때

도 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적도 있었어.’

이처럼 글의 내용에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으면서 글에 정서적으로 반

응하는 것이 감상적 읽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읽기는 읽기가 단순한 정보 습

득을 넘어서는 것임을 알게 해 주며, 글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다.

(4) 감상적 읽기 85
이 글은 글쓴이가 봄을 맞
이하며 떠올린 신생의 이미
지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신생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
을 찾으며 글을 읽어 보자.
 현기영


읽 기 에 위의 두 사진 속 대상이 지닌 공통점을 생각해 보자.

봄이 저만치 오고 있다. 꽃샘추위가 차갑게 옷소매 속을 파고들지만, 그 추위

를 뚫고 봄이 꾸준히 진군해 오고 있다. 봄이 무대 전면에 등장하려고, 지금 한창 5

리허설을 하고 있는 것이다.

봄, 하면 나에게 먼저 생각나는 것이 노란 봄 병아리다. 물론 봄철엔 장닭도 눈

에 띄게 아름다워진다. 봄볕에 벼슬과 깃털의 붉은색이 더욱 짙어지는데, 발로 흙

을 헤집어 벌레를 잡아 놓고 암탉과 병아리들을 부르는 그 자랑스러운 모습이라

니! 가장 노릇은 이렇게 하렷다, 라고 인간에게 가르치는 것 같다. 아직 꽁지가 덜 10

자란 풋닭도 꺼벙해 보이지만, 하는 짓이 예쁘다. 남한테 빼앗기지 않으려고 지렁

이를 물고 내달리는 걸 보면 꼭 갓 입학한 중학생 꼴이어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신생의 봄과 가장 어울리기는 노랑 병아리일 것이다.


서리병아리가 봄 병아리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서리병아리라고 해서 가을에도 병아리가 있긴

했지만, 모습이 추레하고 병에 잘 걸렸던 것 같다. 콧병 들어 비슬비슬 졸고 있는 15


서리병아리 이른 가을에 알에
서 깬 병아리. 병아리처럼 애처로운 모습도 없으리라. 그런 것들을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꽁무

86 2. 독서의 방법
니에다 입김을 불어 넣던 어머니의 낭패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서리병아리

와 달리, 새봄과 더불어 탄생하는 봄 병아리는 아름답고 튼튼하다. 병아리들을 거

느리고, 앞에서 실한 궁뎅이를 내두르며 아그작 아그작 걷는 어미 닭의 당찬 모습

도, 봄빛이 무르녹은 푸른 하늘에 병아리를 노리는 솔개가 소용돌이 물에 뜬 낙엽


5 처럼 큰 원을 그리며 천천히 감도는 모습도 눈에 선하다. 어미 닭은 매나 솔개가

하늘에 뜨거나 매운바람이 몰아치거나 하면 얼른 날개를 펴 제 새끼들을 거두어

안았는데, 그 따뜻하고 넉넉한 모성애는 궁핍한 시절에 자식 넷을 먹여 살려야 했

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했다. 어리기가 병아리만 했을 때 나는 어머니의 치마 글쓴이가 어미 닭을 보고


자기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
꼬리를 잡고 나들이에 따라나서곤 했는데, 도중에 갑자기 비가 오거나 흙바람이
린 까닭을 생각해 보자.
10 불거나 하면 어미 닭이 그러하듯이 어머니는 넉넉한 치마폭을 펼쳐 나를 감싸주

곤 했던 것이다. 오일장에 곡식과 달걀을 팔러 가는 어머니를 따라가곤 했는데,

어머니의 등에 짊어진 바구니에는 좁쌀이 가득 담기고 그 위에 달걀이 열 개쯤 심

겨 있었다.

아무튼 노란 봄빛, 속 노란 병아리 떼의 모습은 나에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신


15 생의 이미지다.

겨우내 썰렁했던 동네 골목길들이 아이들의 명랑한 목소리로 넘쳐 나는 계절이

다. 요즘의 도시 아이들은 그림책에서나 병아리를 보았을 뿐 실물로 볼 기회가 별

로 없을 것이다. 시골에서도 재래식으로 닭을 놓아먹이는 집이 드문지라, 병아리

를 구경하려면 양계장이나 찾아가야 할 형편이 되어 버렸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20 른 봄, 집 근처 시장에 가면 팔려고 내놓은 노란 봄 병아리들이 있어서, 엄마 따

라 장 보러 온 어린아이들의 좋은 눈요깃감이 되곤 했다. 노란 털공처럼 보글보글

털북숭이인 병아리들을 아이들은 여간 신기하고 귀여워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예쁜 병아리인 줄 모른다. 엄마의 치마꼬리를 붙잡고서 종종 봄

나들이 다니는 어린이들은 얼마나 예쁜가.


25 “엄마, 이게 무어야?”

“그것도 몰라? 그림책에서 봤잖아. 이것이 크면 꼬꼬닭이 되지. 그럼 뭐게?”

“음, 닭 새끼.”

하긴 쌀과 벼를 관념적으로만 익힌 도시 아이들이 정작 실물을 보자, 벼를 ‘쌀


매운바람 살을 엘 듯이 몹시 찬
나무’라고 하듯이 엉겁결에 병아리를 ‘닭 새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람.

(4) 감상적 읽기 87
닭 새끼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병아리를 ‘닭의 새끼’ 혹은 소

리 나는 그대로 ‘달구 새끼’라고 하기도 한다. 닭을 ‘독’이라고 부르는 제주의 방언

으로 따지자면, 닭 새끼는 ‘독새기’가 되는 셈인데, 그러나 독새기는 달걀의 제주

방언이지 병아리라는 뜻은 아니다.

달걀 속의 병아리는 반드시 자신의 힘으로 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한다. 5

언 대지를 녹이는 봄기운이 초목의 싹을 틔우고, 얼었던 강이 풀리기 시작하

면, 돌 맞은 유리창처럼, 두꺼운 얼음판 위에 방사선 모양의 길고 날카로운 빗금

의 균열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강가에는 빙렬(氷裂) 현상이 일어난다. 얼음장들이

자글자글 낮은 소리를 내며 그물처럼 수많은 균열을 만들어 내는데, 그 자글거리

는 소리가 어미 닭의 오랜 포란(抱卵)의 인고가 끝나고 십여 개의 달걀들이 부화 10

할 때, 알 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여린 부리로 껍데기를 깨면서 어

미를 부르는 낮은 울음소리와 흡사하다. 알 속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어미 닭은

즉시 병아리를 위해서 밖에서 껍질을 쪼아 준다. 이렇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에

‘줄탁동시’가 지니는 의미
서 밖에서 동시에 쪼아 껍데기를 깨뜨리는 일을 줄탁동시라고 했다.
를 생각해 보자. 15
헤르만 헤세는 그의 아름다운 소설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는 알을 깨

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

다.” 자신이 안주해 왔던 한 세계를 깨는 두려움을 극복한 자만이 더 넓은 세계를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딱딱한 알껍데기를 연약한 부리로 깨뜨리는 그 힘이 놀

랍다. 병아리뿐만 아니라 모든 태어나는 것들의 생명력이 그렇다. 여린 새싹이 어

떻게 저 딱딱하게 굳은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지 정말 불가사의하다. 무력해 보이 20

는 것 속에 상상하기 어려운 강인한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병아리뿐만 아

니라, 무릇 신생의 첫 빛깔이 가녀린 노란색인 것도 흥미롭다. 봄의 햇살도 그렇

고, 초목의 새싹·햇순·속잎도 처음에는 노란색에 가까운 연두색이다.

이렇게 언 땅 위에 겨우내 시르죽어 있던 햇빛이 노란색으로 되살아나기 시작

하면 나는 으레 골목 안에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시끌짝한 소리와 함께 노란 털북 25


빙렬 얼음의 표면에 이리저리
갈라진 금 모양의 무늬. 숭이 봄 병아리가 생각나곤 하는데, 그것은 바로 그 아름다운 신생의 이미지 때문
포란 부화하기 위하여 암새가
알을 품어 따뜻하게 하는 일. 이다.

현기영,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다산 책방, 2016)

88 2. 독서의 방법
내용 정리

읽 은 에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에는 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를 해 보자.

❶ ‌글쓴이는 신생의 봄과 가장 어울리는 것은 서리병아리라고 생각한다. ( )


❷ ‌글쓴이는 위험한 상황에서 새끼들을 안는 어미 닭의 모습에서 어머니를 떠올렸다. ( )
❸ ‌글쓴이는 도시 아이들은 병아리, 쌀, 벼를 실물로 볼 기회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 )
❹ ‌글쓴이는 신생에 어울리는 빛깔은 초록색이라고 생각한다. ( )

이 글에서 유사한 속성을 지닌 대상을 짝지어 보고, 그 유사점을 정리해 보자.

봄 병아리

유사점:

어머니

유사점:

글쓴이가 다음의 두 대상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 보자.

딱딱한 알껍데기를 연약한 부리로


알 속의 병아리
깨뜨림.

여린 새싹 딱딱하게 굳은 땅을 뚫고 솟아오름.

(4) 감상적 읽기 89
목표 학습 1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내용을 내면화해 보자.

( 1 )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을 쓰고, 그 까닭을 말해 보자.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 까닭

(2) ( 1 )의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친구들이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과 그 까닭을


듣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이름 :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 까닭 나의 생각

이름 :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 까닭 나의 생각

이름 :

공감하거나 감동받은 부분 까닭 나의 생각

(3) ( 1 ) ~ (2)를 바탕으로 글에서 얻은 즐거움과 깨달음이 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생각해 보자.

90 2. 독서의 방법
2 1을 바탕으로 ‘감상적 읽기’가 ‘사실적 읽기’나 ‘비판적 읽기’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
지 말해 보자.

창의 융합

확장 학습 3 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상을 고르고, 이를 소재로 짧은 글을 써 보자.

( 1 ) 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상을 생각해 보자.

신생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대상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

(2) ( 1 )을 바탕으로 ‘신생’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써 보자.

도움말 짧은 글이나 시 등
자신이 쓰고 싶은 형식의
글로 자유롭게 써 본다.

(4) 감상적 읽기 91

어 읽 다음은 신영복의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갑니다」의 일부이다. 글쓴이


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생각하며 읽고, 제시된 물음에 답해 보자.

온달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는 당시에 부(富)를 축적한 평민 계층이 지배 체제의

개편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사회 변동기였다는 사료로 거론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보 온달’이라는 별명도 사실은 온달의 미천한 출신에

대한 지배 계층의 경멸과 경계심이 만들어 낸 이름이라고 분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창작하고 그 후 더 많은 사람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승낙한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이야기를 믿습니다. 다른 어떠한 실증적

사실(史實)보다도 당시의 정서를 더 정확히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

다. 완고한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미천한 출신의 바보 온달을 선택한 평강 공주의

결단과 마침내 온달을 용맹한 장수로 일어서게 한 평강 공주의 주체적 삶에는 민

중들의 소망과 언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온달 설화가 당대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한 농촌 청년의 우

직한 충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까닭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가능성은 이처럼 과거를 뛰어넘고 사회의 벽을 뛰어넘고 드디어 자기를 뛰어넘는

비약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평가되는 능력이란 인간적 품성이 도외시된 ‘경쟁적 능력’입니

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낙오와 좌절 이후에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한마디로 숨

92 2. 독서의 방법
겨진 칼처럼 매우 비정한 것입니다. 그러한 능력의 품속에 안주하려는 우리의 소

망이 과연 어떤 실상을 갖는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을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

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

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

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1996)

1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한 문장이나 구절과 관련된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만들어서 친구에
게 선물해 보자.

제작 계획서

•공감한 문장이나 구절:


•제작 매체: 사진   영상   기타:
•장면 구상 미리 해 보기

2 이 글은 「신생」과 달리 편지글의 형식으로 쓰였다. 이러한 서술 방식이 「신생」의 서술


방식과 비교할 때 감동과 교훈의 전달 면에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생각해 보자.

(4) 감상적 읽기 93
( ) 창의적 읽기
학습 목표 글에서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글쓴이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
으며 창의적으로 읽는다.

창의적 읽기는 자신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글쓴
다음과 같이 창의적 읽기와 관련하여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자.
이의 생각에 대한 대안을 찾으며
읽는 것이다. 이는 글에 제시된
다양한 문제 상황과 해결 방법을 소음 문제를 다룬 글을 읽고 층간 소 문화재 보호에 대한 글을 읽고 글쓴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대 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은 적이 이와는 다른 보호 방안을 떠올린 적이
안을 탐색함으로써 삶의 문제를
있어. 이런 것이 창의적 읽기인 것 같 있는데, 이런 것도 창의적 읽기인 것 같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읽기 방법
이라고 할 수 있다. 아. 아.

창의적 읽기의 방법

자신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찾기 개인이나 사회 모두 해결하기 어려운

어떤 문제 상황에 부딪힐 때가 많다. 이때 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글에는 어떤 문제 상황에 대응하는 글쓴이의 경험이나 가치관, 방법 등

이 폭넓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글에 담긴 정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

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글쓴이의 생각에 대한 대안 찾기 글에서 찾은 문제의 해결 방안이 유일하고 완벽하

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글쓴이의 지식이나 생각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문제의

수준이나 구체적인 현실 상황, 해결 방안의 지향성 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독자

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다른

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94 2. 독서의 방법
모든 재료와 형태는 어떠한 행동을 유도한다. 유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깨고
싶게 만들거나, 조심하도록 만든다. 평평하고 텅 빈 벽면은 낙서하고 싶은 충동
을 일으킨다. 돌출이 되어 있으면 만지거나 누르고 싶어진다. 이처럼 특정한 재
료와 질감, 모양은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유발한다. 그것이 하나의 메시지
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건축이든 공공 환경이든 가구든 전자 제품이든 이러한
행동 유도성에 유념하여 디자인을 해야 한다.
아래 사진의 제품은 사용자들이 특정 행동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도록 디자
인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 행동을 유도한
디자인의 좋은 사례이다.

▲ 불빛이 들어오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면 점수가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많은 시민이 이에 재미를 느껴 스스


로 쓰레기를 분리하여 버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 채승진 외, 『에코 문화 디자인을 교육하다 II 』

윗글은 행동 유도성 디자인에 대해 설명한 글로, 쓰레기 투기 문제를 해결하려

고 게임 형식으로 디자인한 외국의 쓰레기통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나 마

을에서 무단으로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라면 윗글을 읽고 이와

같은 성격의 쓰레기통을 만들면 되겠다는 해결 방안을 찾거나, 이를 변형한 새로

운 쓰레기통을 개발하거나 행동 유도에 초점을 둔 다른 쓰레기통을 개발하겠다는

대안을 창의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글에서 자신이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글쓴이의 생각에 대

한 대안을 찾으며 글을 창의적으로 읽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5) 창의적 읽기 95
이 글은 바람직한 도시 재
생의 방향에 대한 글쓴이의
의견을 담고 있다. 도시 재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
개발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방안
 정석
이나 대안을 생각하며 글을
읽어 보자.


읽 기 에 오래된 도시나 거리를 다시 꾸민다고 할 때, 어떤 점에 방향성을 두고 진

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말해 보자.

‘리비히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필수 영양소 가 5

운데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넘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부족한 요소라는 이론이


유스투스 리비히(Justus 다. 독일의 화학자 유스투스 리비히가 1840년에 주장했고, 다른 말로 ‘최소량의
Liebig, 1803~1873)

독일의 화학자. 유기 화합물의 분


법칙’이라 부른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성장에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 석회 등
자 구조 연구로 유기 화학에 큰
여러 요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부족하게 되면 다른 것들이 아무리
영향을 주었으며, 벤조산기ㆍ에
틸기를 발견하였다. 대학 구내에 많아도 소용없다는 이야기다. 즉, 많은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이 성장을 결정한다 10
근대적 화학 실험실을 개설하고,
새로운 화학 교육을 창시하여 많 는 것이다.
은 연구자를 양성하기도 하였다.
어디 식물에만 해당하는 법칙이겠는가? 동물의 성장, 인간의 성장과 발달도 다

르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나 국가의 역량도 최소량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생태계의 삶과 지속 가능성에도 리비히의 법칙은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그랜빌섬. 원래는 공장과 창고가 있던 낡고 오래된 공장 지대였으나, 1970년 이후 재개
발되면서 예술 공간이자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양곡 창고로 쓰였던 곳을 새롭게 꾸며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조성한 담빛 예술 창고의 실내 전시 공간.

96 2. 독서의 방법
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은 최하위 존재에 달려 있다. 도시도 생태계다.

도시가 건강하게 지속 가능하려면 상위 포식자들만 먹고살아서는 안 된다. 도시

생태계의 바탕을 이루는 하위 존재들도 먹고살아야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에 비싼 집, 새 집, 큰 집만 있다면 살아가기 힘들 것


5 이다. 싼 집, 헌 집, 그리고 작은 집이 함께 있어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도 들어가 살 집이 있고, 젊은 사업가들이 창업을 위한 공간도 마련할 수

있다.

파리 리옹역 동북쪽 바스티유 광장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도메닐 거리에 ‘예

술의 다리’라 불리는 비아뒤크 데 자르가 있다. 고급 상가들이 들어선 멋진 예술


10 의 거리로 유명한 이곳도 원래는 고가 철도의 폐선 부지였다. 1970년대에 철도

운행이 중단되어 폐허처럼 남겨진 이곳에 대해 개발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80년


‘비아뒤크 데 자르’가 어떻
대부터였다. 파리시와 지역 주민이 개발 방향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한 끝 게 탈바꿈하였는지 살펴보
자.
에 1990년 파리시 의회는 비아뒤크의 재개발 결정을 내리게 된다. 중세 시대 때

부터 다양한 공예품을 제조하던 이 지역의


15 역사성을 살려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

한 채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그 결과 199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약 1년 만에 비아뒤크 데 자르의 재탄생이

이루어졌다.
20 1킬로미터에 달하는 상부 철길은 나무와

꽃이 우거진 산책로로 바뀌었고, 철길 하부

10미터 높이의 아치형 공간은 고급 상가로

개조되었다. 고급 상가에서는 미술품, 패

션, 전시 기획, 조명 기구, 자수, 무대 장치,


25 귀금속, 유리 공예, 고급 가구, 디자인 용품

등을 판매하거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

품들을 전시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낡은 건물이나 시설, 장소를


▲ 프랑스의 비아뒤크 데 자르의 옛 모습과 오늘날의 모습.
싹 쓸어내고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어

(5) 창의적 읽기 97
버리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기존의 구조물을 거의 그대로 둔 채 조금씩 덧붙

이거나 고치고 다듬어 생명력이 넘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 가면 아주 오래된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어른을 존중하고 공경

해야 하는 것처럼 오래된 건물과 가게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것이 예의이고 도리일 테니까. 그런 맥락에서 중국인 5

들은 예부터 오래된 가게를 존중해 왔다. 베이징시와 중국 정부는 100년 이상 된

가게에 ‘라오쯔하오’라는 명패를 달아 준다. 이 명패가 걸린 식당에 들어가 식사

를 하면 ‘내가 지금 100년 된 가게에서 밥을 먹는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게 된

다.

제인 제이컵스가 강조한 도시의 생명력과 다양성은, 이른바 우리가 사는 도시 10


제인 제이컵스가 도시의
생명력과 다양성을 강조한
도 생태계와 같으니 물건 다루듯 하지 말고, 도시 생태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해야
까닭을 추측해 보자.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낡은 집이나 오래된 건물을 무조건 철거하지
제인 제이컵스(Jane Jacobs,
1916~2006) 말고 잘 살려서 오래 쓰라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의 도시학자. 1961년 출간한
미국의 도시도, 유럽의 도시도 요즘 공통적인 경향은 되살리기이다. 오래된 건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미국의 도시 재생 정책을 날카롭 물, 오래된 장소, 또 산업 시대 유산을 지혜롭게 고치고, 새로운 기능을 담아 되 15
게 비평하였다. 이후 도시 계획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도시의 살려 내고 있다. 미국의 도시학자 도너번 립케마는 오래된 건물을 고쳐 쓰는 활동
다양성과 생명력을 살리는 일에
평생을 헌신하였다. 이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컴퓨터 또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일보다 훨씬 더 경제적

이라는 것을 데이터로 입증하면서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였다.

오래된 공업 지역을 되살린 도쿄의 ‘오오타 크리에이티브 타운’ 사례는 우리가

마음만 먹고 지혜를 모으면, 아무리 낡고 생기 없는 곳이라 해도 잘 살려 오래오 20

래 쓸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쇠퇴하는 공장 지역을 되살리려는 노력은 공장주들

의 모임인 공업 협동조합을 주축으로, 여기에 오오타 관광 협회와 대학이 함께 힘

을 모았다. 2009년에 세 주체가 참여하는 연구회가 만들어졌고, 지역 주민과 공


라오쯔하오 노포(老鋪). ‘대대 장주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여 ‘오오타 오픈 팩토리’, 즉 공장 개방 이벤트라는
로 내려오는 전통 있는 가게’라는
뜻의 중국어.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운 빠진 공장 지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5

오픈 팩토리 행사를 하는 까닭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마을 만들기’이다. 주

민들이 스스로 공장과 마을을 살려 나간다는 취지이다. 그다음은 ‘관광 진흥’이

다. 지역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을 마을과 공장으로 초대하여 마을에 생기를 되

찾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산업 진흥’이다. 공장 지대를 단순한 관광지로

98 2. 독서의 방법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고 생명력 넘치는 산업 공간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포

부가 담겨 있다.

공장 개방 행사에 참여하는 주최자들은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어

린이와 청소년들은 자기 마을에 대해 공부하고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5 제조업에 종사하는 공장주와 직원들은 서로의 기술을 교류하면서 사업적 기회를

넓혀 간다. 또한 주민들은 공장 지역이 애물단지가 아닌 보물단지임을 깨닫고 자

기 마을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은 오오타 오픈 팩토리가 우


리나라의 오래된 공업 지역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같은 크리에이티브 타운 을 되살리는 데 어떤 점에서
참고가 될지 생각해 보자.
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공업 지역을 되살리는 데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10 도시의 낡고 오래된 것을 기막히게 되살린 최고의 반전 사례로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있는 호스텔 첼리차를 꼽는다. 과거 감옥이었던 건물을 호텔로

개조한 아주 흥미로운 건물이다. 방마다 각기 다른 건축가가 설계하여 2인용 객

실의 디자인이 모두 다르다.

호스텔 첼리차는 디자인보다도 그 역사가 특별하다. 이 건물은 애초 군부대 안

▲ ‌호스텔 첼리차의 변화 모습. 이곳은 감옥일 때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면서 개조하여 특별한 역사적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 되었다.

(5) 창의적 읽기 99
의 감옥이었다고 한다. 1883년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의 군대 감옥으로 처음

지어졌으며, 그 뒤에는 유고 연방의 군대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1991년 슬로베니

아가 독립을 선언한 뒤 군인들이 물러난 이곳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는데, 그 때문에 군부대 시설을 철거하려는 류블랴나시 당국과 갈등을 겪어


유고 연방 유고슬라비아. 유럽
야 했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예술가들은 끝까지 버텼고, 똘똘 뭉친 5
동남쪽 발칸반도에 있던 사회주
의 연방 공화국. 1918년 통일 국 이들 예술가와 시민 운동가, 그리고 류블랴나 대학 학생들까지 나서 결국 철거 계
가가 성립되고 1945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이 성립되었다가, 획은 철회되었다. 그 덕분에 감옥과 군부대 시설은 청년들을 위한 문화 공간과 호
1990년대에 들어 슬로베니아, 크
로아티아,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텔로 바뀌게 되었고, 지금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다.
헤르체고비나가 각각 분리ㆍ독
립하여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오래된 건물과 장소를 없애고 새로 짓는 것은 어렵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공화국은 소멸하였다. 이때 남아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진짜 어려운 일은 오래된 것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 10
있던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연대하여 새로운 유고슬라비아 것이 진정한 건축이고, 참한 도시 설계이다. 지혜와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섬세
연방 공화국을 성립하였으나
2006년 각각 분리 독립하였다. 한 손길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석, 『도시의 발견』(메디치 미디어, 2016)

100 2. 독서의 방법
내용 정리

읽 은 에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것에는 를, 일치하지 않는 것에는 ×를 해 보자.

❶ ‌글쓴이는 리비히의 법칙이 식물은 물론 생태계, 도시에까지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 )


❷ ‌비아뒤크 데 자르는 중세 시대 때부터 다양한 공예품을 제조하던 지역이었다. ( )
❸ ‌중국 베이징시와 중국 정부는 100년 이상 된 가게에 ‘라오쯔하오’라는 명패를 달아 준다. ( )
❹ ‌오오타 크리에이티브 타운은 오래된 공업 지역을 되살리는 좋은 참고 사례이다. ( )
❺ ‌호스텔 첼리차는 시와 예술가들, 대학생들의 오랜 협력 끝에 새롭게 탈바꿈하였다. ( )

이 글에는 ‘되살리기’와 관련된 여러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각각의 사례에서 드러나는 특징을 정리해 보자.

구분 특징

사례 1 비아뒤크 데 자르 기존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한 채 예술의 거리로 바꿈.

사례 2 오오타 크리에이티브 타운

사례 3 호스텔 첼리차

글쓴이가 이 글에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이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을 생각해 보자.

( 1 ) 글쓴이는 도시에 어떤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해 보자.

(2) ( 1 )을 바탕으로 글쓴이가 이 글에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이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을 설명해 보자.

(5) 창의적 읽기 101


목표 학습 1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정리해 보자.

( 1 ) 다음을 참고하여 이 글에서 다루는 도시 재생이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정리해 보자.

도시 재생은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물리적·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치유


하려는 모든 행위를 말하며, 도시 개발, 도시 재활성화, 도시 쇄신 등을 포괄하
는 광의의 개념이다. 산업 구조의 변화 및 신도시·신시가지 위주의 도시 확장
으로 상대적으로 쇠퇴한 기존 도시 지역을 물리·환경적, 경제적, 생활·문화적
으로 개선하여 활력이 저하된 기능을 회복함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환경으로 재
창조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구본호, 『공공 미술, 도시의 지속성을 논하다』

(2) ( 1 )의 문제에 대한 글쓴이의 해결 방안이나 생각을 정리해 보자.

도시의 낡고 오래된 것을

고친다.

(3) 오래된 건물이나 거리, 장소 등을 고치는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도움말 글쓴이의 견해에 동


의하여 글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도 있고, 글
쓴이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제
시할 수도 있다.

102 2. 독서의 방법
창의 융합

확장 학습 2 다음은 이 글을 읽은 학생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잘 읽고, 물음에 답해 보자.

이 글을 읽으니까 서울특별시 연남동에 있는


경의선 숲길이 생각나. 예전에 철길이었던 곳을 산
책로로 조성한 공원이야. 옛 철길을 따라 만들어진
1킬로미터에 달하는 은행나무 길이 정취를 자아내
고, 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기찻길 흔적을 따라 걸
으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또 산책로 양 옆으로
찻집과 맛집, 예술가의 공방 등이 있어 사람
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해.

나는 할머니 댁 근처인 전라남도 담양군에 있는 담빛 예술 창


고가 생각났어. 이곳은 본래 양곡 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는데,
그 기능을 상실하고 활동이 정지된 곳이었어. 그런데 이 공간이 미
술 전시실을 비롯하여 문예 찻집, 체험 공간 등으로 탈바꿈해서
지역민은 물론 방문객들의 휴식과 문화 예술의 공간이 되었지.
복합 전시실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미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문예 찻집에서는
대나무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감상할 수
도 있어.

( 1 ) ‘되살리기’의 측면에서 경의선 숲길과 담빛 예술 창고를 평가해 보자.

(2) 위와 같이 기존의 건물이나 시설을 되살린 사례를 더 찾아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자.

(3) (2)에서 공유한 사례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면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자.

(5) 창의적 읽기 103


어 읽 다음은 조한혜정의 「보행 길의 발견과 새로운 삶의 시작」의 일부이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


기 위해 글쓴이가 제안하는 해결 방안을 살펴보며 글을 읽고, 제시된 물음에 답해 보자.

초고속 근대화 과정을 거친 우리는 세계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낸 기후

변화와 같은 지구촌 위험의 문제를 풀어야 함과 동시에 초고속 불균형 발전으로

파탄이 난 삶의 질을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시민들이 서로 신뢰하면서

돕고, 재난 시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면서 문제 해결을 하는 시민적 훈련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간 수동적으로 살아온, 그리고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된 사람들에게 그간의 삶을 근원적으로 성찰해 보자는 말은 매우 낯

선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소외된 삶, 그리고 이에 따라 더는 성숙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마을 살이와 관련해 내가 동네에 사는 주민이 맞는지, 동네를 다니면서 마주치

면 인사하는 동네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단골 가게가 몇 개나 있는지, 급할 때

에스오에스를 칠 이웃이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들을 안

전하게 키우고 있는지, 동네 어둑한 곳을 한 평짜리 공원으로라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하고 싶어지는지, 마을버스를 좀 더

작은 소형 버스로 대체하면 마을이 좀 더 아늑

하고 안전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지, 마

을 방송국을 차려볼 생각을 해 봤는지, 돈 없

이도 며칠은 마을에서 그런대로 먹고살 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가늠해 본다. 이런 관계적

인 삶은 갑자기 정전이나 수해와 같은 재난 사고

나 폭력 사태가 일어나도 공포에 빠지지 않고 문제 해결

을 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이 되는 관계다. 일상에서 관계가

살아 있는 삶을 살아 냄으로써 현대의 파편화되고 적대적인

삶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바라건대 동네에서 느린 시간을 보내고, 단골 장소

에 머무르며, 느슨하나 지속적인 환대의 관계를 맺어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지역 자체가 계급으로 나뉘어 버린 시점에

104 2. 독서의 방법
무슨 계급을 고착시킬 논의냐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인간적 삶의 가장 근

본은 사회를 형성하는 것이고, 지금은 바로 그 사회가 실종되고 있는 위기이기에

관계의 회복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웃과 인사하는 것, 그리고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정을 붙이는 것은 다시 우리 안에 사회를 회복하고 사회적 감각을

회복하는 시작점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이 들어 병들고 죽어 가는 인간의 삶

은 가족을 이루고 이웃과 더불어 상부상조하는 삶에서 시작하고, 이런 이웃 간 느

슨한 유대가 바로 시민적 공공성을 형성해 내는 바탕이다.

앞으로 올 난세를 잘 살아 내고 싶다면 슬슬 동네를 산책하러 나가 보기를 권한

다.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 내는 것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고 소소

한 관계들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고, 많은 고민은 익숙한 길을 걸어 다니는 가운데

서 풀리는 것이다. 걷는 것이 즐거운 마을, 사람과 삶, 그리고 곡선이 되살아나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본다.

박소현 외, 『동네 걷기 동네 계획』(공간 서가, 2015)

1 이 글에서 다음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자.

•관계가 살아 있는 삶
•곡선이 되살아나는 대한민국

2 이 글과 「도시 생태계와 종 다양성」의 내용을 바탕으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에는 무엇이 있을지 말해 보자.

(5) 창의적 읽기 105


정리와 점검 이 단원에서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성취도를 점검해 보자.

독서의 방법

단원 학습 내용

(1) 사실적 글에 드러난 사실적 내용을 파악하며 읽기


읽기 - 글의 중심 내용과 주제,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 파악하기

(2) 추론적 글에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며 읽기


읽기 - 글쓴이의 의도나 목적, 글에 숨겨지거나 생략된 내용 파악하기

글의 내용과 형식 등을 비판하며 읽기
(3) 비판적
읽기 - ‌글에 드러난 관점이나 내용, 글에 쓰인 표현 방법, 글쓴이의 숨겨진 의
도나 사회·문화적 이념 비판하기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으며 읽기


(4) 감상적
읽기 -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용하고 내면화하기
- 글에 대한 정서적 반응의 다양성 알기

문제 해결 방안이나 대안을 찾으며 창의적으로 읽기


(5) 창의적
읽기 - 글에 드러난 문제 해결 방안 찾기
-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결 방안이나 대안 마련하기

돌아보기 1. 이 단원을 학습하면서 알게 된 점이나 느낀 점, 더 알고 싶은 점 등을 정리해 보자.

106 2. 독서의 방법
점검 항목 평가

글을 읽고 중심 내용과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글을 읽고 글의 구조와 전개 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글쓴이의 의도, 목적을 추론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숨겨진 내용이나 생략된 내용을 추론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관점, 내용, 표현 방법, 의도를 판단하며 글을 읽을 수 있다.

강조·과장, 축소·생략, 편집·왜곡된 내용을 찾으며 글을 읽을 수 있다.

글에서 공감하거나 감동적인 부분을 찾고 글이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을 수


용할 수 있다.

독자마다 정서적 반응이 다를 수 있음을 안다.

글을 읽고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글을 읽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다.

2. 이 단원을 학습하면서 어떤 역량을 기를 수 있었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자.

단원의 마무리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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