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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이 책은 ‘패러다임’, ‘과학혁명’, ‘정상과학’ 등의 개념에 대한 쿤의 과학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으로, 쿤은 패러다임을 한 시대를 지배하는 과학적 인식 및 이론, 관습, 가치관, 관념, 사
고 등이 결합된 개념의 집합체 혹은 틀로 정의하였다. 쿤에 따르면, 과학의 발전은 정상과학
과 패러다임의 교체로 이루어지게 된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발생하면, 이 패러다임에서 나타
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연구 및 탐구를 계속하게 되는데, 이를 ‘정상
과학’이라고 하는 것이다. 과학혁명으로 인해 기존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사라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어, 한 패러다임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닌
생성, 발전, 쇠퇴와 대체의 과정을 통해 과학이 발전하게 된다.
책의 1장인 ‘정상과학에로의 길’은 패러다임과 정상과학의 정의 및 패러다임 수용에 의한 변
화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정상과학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한 기반을
둔 연구를 의미하는데, 여기서 성취란 일정한 기간 동안 특정 과학자 집단이 앞으로의 연구
사업의 기초로 하는 업적들을 의미한다. 쿤은 패러다임이 존재하지 않는 연구에서, 패러다임
에 근거하는 연구로 변모하며 그러한 연구 그룹에는 몇개의 특징적인 변화가 관찰된다고 설명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그 분야의 보다 확고하고 새로운 정의를 내포하고 있으며, 연구 결
과를 전달하는 보고서가 더욱 간단명료하며 전문적인 형태로 변화한다. 또한, 패러다임이 존
재하는 분야의 경우 연구 결과가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장벽이 발생한다는
것 등을 그러한 변화의 예로 볼 수 있다.
‘정상과학의 성격’에서는 정상과학을 사실적 탐구와 이론적 탐구로 분류해 세가지 문제 유형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적 탐구의 세가지 유형은, 첫째로 패러다임에 의해 사물의 본성
을 드러내는데 특히 중요한 것으로 제시된 사실들의 부류가 있다. 두번째 부류는, 통상적이나
첫번째 유형보다 규모가 작아 그 자체로서의 흥미롭건 아니건간에, 패러다임 이론으로부터의
예측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그런 사실들을 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러다임 이론을 명
료화하기 위해서 수행되는 경험적인 연구로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이론적 탐
구의 세가지 유형은, 단순하게 기존 이론을 이용해 고유의 가치를 지닌 사실적 정보를 예측하
는 경우와 이론과 사실의 일치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론을 발전시키는 일, 패러다임 명
료화를 위해 이론적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의 결정, 사실과 이론의 조화, 이론
의 명료화의 세 가지 문제들은 경험적, 이론적 측면에서의 정상 과학 문헌에 나타난 것의 전
부이다. 물론 이것이 과학 연구 전체를 의미하지는 않으나, 대부분의 문제들은 이 세 종류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쿤은 혁명의 분석을 시작하기 전, 그 길에 도달하도록 하는 정상 과학적
추구의 조망을 개관하고 있다.
정상적 연구 문제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념적으로나 현상적으로나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
는 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연구 문제를 완결하는 것은 이미 예상되
는 바를 새로운 방법으로 성취하는 것으로, 이러한 과정에는 여러 가지의 복잡한 도구적, 개
념적, 수학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것을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이 퍼즐 풀
이의 전문가임을 입증하는 것으로, 이러한 퍼즐의 도전이 과학자가 문제에 집중하게 하는 하
나의 중요한 사유가 된다. ‘퍼즐(puzzle)’이나 ‘퍼즐 해결자(puzzle-solver)’라는 용어는 몇가
지의 논지를 강조하는데, 여기서 퍼즐이라는 용어는 일상적인 의미로, 해결 과정에서 독창력
과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특수한 종류의 문제를 의미한다. 일련의 개념적, 이론적, 도구적,
방법론적인 강력한 약속들의 존재가 정상 과학을 퍼즐 풀이에 비유할 수 있는 일차적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일정 시기에 과학자들이 채택하는 규칙은 분명히 존재하나, 그러한 규칙들만으
로 전문가들의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것들이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 과
학이 상당히 확정적인 활동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전적으로 규칙에 의해 결정
될 필요성은 없다. 규칙은 패러다임으로부터 유도되는 것이나, 이러한 규칙의 존재 여부와 관
계없이 패러다임이 연구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 언급되는 ‘패러다임의 우선성’은, 위기에 직면시 패러다임이 우선한다는 것이다. 쿤은
패러다임 대체에서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기존의 패러다
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의 근거로 특정한 정상과학 전통을 주도
해온 규칙들을 발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과, 과학 교육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는 것을 들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개념, 법칙, 이론을 그 자체의 형이상학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닌, 그 당시의 기준이 되는 패러다임에 적합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학습하기 때문에 패러
다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하기보다는 문제를 잘 풀어내는 방법에 특화되어 있다. 따라
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패러다임이 우선하게 된다. 실제로 새로운 이론은 자연 현상의
구체적 영역에 대한 적용과 함께 발표되며, 그 이론이 수용되고 나면, 교과서에는 이론과 이
론이 적용되는 사례가 함께 실린다. 또한, 이론 자체를 수용하기보다는 연습문제를 풀거나 실
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론을 깨우칠 수 있다. 실제로 정상과학이 진행되
는 동안 과학자들은 규칙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혁명이 일어나는 것은 광범위하게 발
생하는 것이 아닌, 국소적인 범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패러다임 전체를 수정할 필요
성이 없다.
책의 3장에서는 위기와 과학이론이 바뀌는 과정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새로운 이론이 출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큰 규모의 패러다임 파괴와 정상과학의 문제 및 해법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새로운 이론의 출현은 대개 이와 관련된 전문 분야의 불안정함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선행 시기를 거치게 된다. 정상과학의 의문점들이 확실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패러다임이 불안정한 형태를 띄는 것이다. 위기를 유발할 수 있는 여러 이유들로 인하
여 하나의 변칙현상이 정상과학의 또 다른 퍼즐 이상의 것으로 나타나게 될 때, 위기로, 그리
고 비정상과학으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과학자들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현상들이 나타난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신의 신념을 잃기도 하고, 기존의 패러다임이 옳다고
계속 주장하며 이상현상들을 설명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결국 위기는 기존의 정상과학에 의해
해결되거나 혹은 해결되지 못한 상태로 남게 되거나,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되는
것으로 위기는 종결된다.
이 책의 9장 ‘과학혁명의 성격과 필연성’은, 과학혁명으로부터 출현하는 정상과학의 전통은
선행하는 것과는 양립불가능하며, 실제로 공약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서 ‘공약 불가능(incommensurable)’이란, 서로 다른 패러다임의 경우 공통된 토대가 존
재하지 않아 과학적 실험, 관측, 논리를 통해 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
적으로 서로 다른 두 패러다임이 한 시대에 공존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며, 새로운 패러다
임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대체해 유일한 패러다임이 존재하게 된다. 과학은 항상 과거의 패러
다임에서 이것과 공약불가능한 새롭게 나타난 패러다임으로 건너뛰는 형태로 발전하며, 결론
적으로 과학은 누적적으로 진보하는 것이 아닌, 당대의 상황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과학혁명의 구조>는 과학의 발전을 조명하는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공하였으며, 이는 자
연과학 분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과학, 공학, 경제, 정치, 국제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
서 변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쿤의 패러다임과 정상과학이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과학의 발전을 한층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역
할을 수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되고
있으며, 그의 주장이 이젠 상식이 되어 그의 영향이 21세기에도 계속해서 지속되는 것으로 보
인다. 책을 읽으며 패러다임, 정상과학 등의 용어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고, 현대
의 표준 모형 역시 하나의 패러다임일 뿐,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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