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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믿을 수 있는가
* ‘과학적인 것’이란?
과학적이면 칭송되고, 비과하학적이라면 비난받는다. 과학이 대체 뭐 길래, 이렇게 가치를 부
여하는 걸까?
→
1. 귀납주의
인간의 지식에 대해 본질적인 물음을 제기한 위대한 책이 한 권 있다. 데카르트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믿어왔던, 불확실한 지식을 모두 없애버리고 믿을 수 있는 확실한 것을 지식의 토대
로 삼고자 한다. 말하자면 성경의 권위, 성직자의 권위, 철학자의 권위, 고전의 권위, 전통적
관념의 권위를 거부하고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이다. 기존의 모든 불확실한 것을 지우고 나면
무엇이 확실할까? 내가 직접 본 것은 확실하지 않을까? 만약 내가 잘못 봤다면? 환각이나 환
상이라면? 데카르트는 경험 대신에 이성적 판단을 지식의 확실한 기반으로 삼는다.1) 그런데
이성적 판단에서 비롯된 지식도 혹시 악마의 농간은 아닐까? 데카르트는 기존의 지식에 대한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내가 속
아서 틀린 생각을 갖게 되더라도 분명한 것은 속아서 틀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은 존재한다는
점이다. 데카르트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나의 존재’ 뿐이다. 그럼, 혹시 데카르트는 무신
론자? 데카르트는 신이 자애롭고 선하기 때문에 인간을 속이지 않는다고 믿으며, 그런 신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갖는 생각이 옳은 것일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과학적인 지식
의 토대를 마련해주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 이런 이유로 데카르트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합
리주의가 아니라 경험주의 철학에 입각해 실제로 이루어지는 관측을 기반으로 과학지식을 쌓
아나갔다.
갈릴레오, 뉴튼, 보일, 하비 등의 훌륭한 사람들이 17세기 과학대혁명을 이루어냈는데, 그들은
그들의 과학이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이라는 관점을 유지한다. 베이컨은 과학을 하려면
선입견을 버리고 경험을 통한 관측사실을 일반화하여 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데 경험을 통해 축적된 앎은 객관적인 지식이 될 수 있는가? 경험을 전달해주는 인간의 감각
은 신뢰할 수 있을까? 관측 자체가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진리
(이론)을 확정할 수 있을까? 달 표면에 토끼 형상이 보인다고 정말 달나라에 토끼가 산다고
믿을 수 있을까? 토끼 모양이라고 배우지 않아도 토끼 형상이 보일까? 16세기 이전의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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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모든 천체가 완벽한 구형이라고 믿었지만(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가 망원경으
로 본 달은 완벽한 구형도 아니었고 표면도 거칠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오랫동안 신봉해
온 자신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생각만큼 감각이 현실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지
는 않는다.
러셀의 닭
매일 아침 해가 동쪽에서 해가 뜬다고 내일 아침에 또 동쪽에서 해가 뜨리라는 것을 논리적으
로 증명할 수는 없다. ‘모든 백조는 하얗다’는 명제를 증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돌아다니
면서 마주치는 백조가 하얗다는 것을 확인하면 된다. 수 천, 수 만의 백조를 관찰하고 증거를
쌓으면, 이 명제를 확신할 수 있을까? 유럽에는 검은 백조가 없으므로, 사람들은 백조가 하얗
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탐험가 플라밍이 1679년에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보는 순
간, 더 이상 모든 백조는 하얀 색이 아니다. 해는 매일 동쪽에서 뜨지만 북극이나 남극에서는
그렇지 않다. 극지에서는 동서남북의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 닭은 비나 오나 눈이 오나 농
부가 매일 아침 자신에게 모이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똑똑한 닭은 ‘귀납주의’에
따라 관측을 통해 일반화하여 지식을 얻는다. ‘농부는 매일 나한테 모이를 준다.’ 그러나 그
깨달음을 얻는 날 아침, 농부는 모이 대신에 닭의 목을 비틀었다. 이것이 귀납적 추론의 특징
이다.
흄의 가설
18세기의 철학자 흄은 귀납적 사고가 논리적으로 정당화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는 일종의 관습이라고 설명한다. 일반화하지 않을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일반화하는 것이
과학방법론의 원칙이다. 문제는 일반화가 옳지 않으니 일반화할 수 없다는 회의주의자가 되기
보다는 ‘일반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백조는 하얗다’는 확정된 진리가 아니라 계속 시험
해 보아야 하는 가설로 보아야 한다.
케플러는 1609년에 조수의 원인이 달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
만, 달의 위치가 밀물과 썰물의 시간과 규칙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관찰했다. 반면 갈릴레
오는 케플러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중력의 개념이 없었으므로 달이 바닷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설명될 수 없다. 따라서 달과 조수 시간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갈릴레오는
지구가 돌면서 바닷물이 출렁거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경험적으로 관측한 내용에서
규칙을 도출한다고 해도, 이론적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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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포퍼3)
귀납적 추론은 그 결과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포퍼는 귀납의 문제를 통해, 자신의 반증주의
철학이 타당하며 귀납주의는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하려는 무모한 철학이라고 비판한다.
귀납주의는 17세기의 과학대혁명을 주도했지만, 더 이상 과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철학이 못
된다.
과학의 정수는 비판정신이다. 이론은 시험을 통해 나온 결과와 일치할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
만약 이론이 사실과 맞지 않으면, 버려야 한다. 과학은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나가는 과정이
므로, 기존의 이론을 포기하고 더 좋은 새 이론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포퍼는 예측을 끌어내
서 이론을 엄격하게 시험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라고 생각했고, 이런 경험을 통해 ‘반
증주의’ 철학이론을 세운다. 반증은 경험적 증거로 이론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어떤 이론에 기
반을 두고 예측했으나 관측이나 실험을 통해 예측이 맞지 않는 경우, 이론이 틀렸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한 것은 반증밖에 없으며, 반증을 통해 잘못된 이론을 버리고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학의 진보라고 보았다. 종교, 정신분석,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추종
하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 대해 비판적이지 못하고 똑같은 주장만 되풀이하지만, 진정한 과
학은 자기 비판적 태도를 통해 끊임없이 뭔가를 배울 수 있고, 발전한다. 그래서 포퍼는 ‘비판
은 이성적 사고의 피와 살’이라고 했다.
3. 쿤
포퍼의 생각과 달리 과학자들은 남은 잘 비판하지만 자기비판은 그렇게 잘 하지 못한다. 실재
과학연구는 포퍼의 생각과 달리 독단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4) 아인슈타인 역시 포퍼가 가졌
던 이미지와 달리, 개기일식 관측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자기 이론이 옳다고 굳게 믿
었다고 한다. 쿤은 오히려 이런 식의 독단성이 과학자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심지어 과학에
필요한 태도라고 주장한다. 쿤은 하나의 전통이 확립되면 과학자들은 그것을 모방하고 충실히
따라간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가끔 혁명적인 일이 일어날 때를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에는 항상 어떤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며, 그 기반 위에서 연구가 이루어진다. 17세기말 뉴
튼의 가장 큰 업적은 태양계 안의 행성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정밀하게 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뉴튼 식’, ‘뉴튼역학 패러다임’이 정상과학으로 이해되었다. 뉴튼 식 물
리학의 방식은, 모든 물체가 질량만 있고 부피는 없는 점과 같은 입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졌다
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뉴튼의 중력법칙과 운동법칙을 적용해 입자들이 운동
하는 궤도를 계산한다. 이때 계산은 하되, 깊은 원인을 찾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뉴튼스타일
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그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
반을 마련하였다.
쿤은 과혁연구의 목적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패러다임의 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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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처음 만들 때,
원자량의 순서대로 원소들을 한 줄로 배열한 후에,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원소들을 쭉 놓이도
록 배열했다. 원자량이 12인 탄소C 옆에, 원자량이 28인 실리콘Si를 배열하는 식이다. 그런데
배열표에는 구멍이 많았다. 왜냐하면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구멍
이 많은 주기율 법칙이 그럴듯하지만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미지의
원소가 있을 테니 찾아보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예측된 원소가 정말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식
으로 패러다임을 정해놓고 따라가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패러다임이 지시하지
않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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