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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세미나

김영호 교수님
공연영상학과 실용음악전공
2019225512 민예진

물리학과 동양사상,
예술에도 연결시킬 수 있을까?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을 읽고-

예술, 특히나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전공자로서 이 책의 제목은 수업 시간에 소개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눈길을 주지 않았을 만한 주제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클래식 음대

를 위한 입시를 했기 때문에 수학이나 과학과는 이미 멀어도 한참 멀어져 있는 상태였으며, 학

부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그나마 익숙한 사상들은 서양 철학, 서양 미학과 관

련된 것들이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와 목차와 머리말, 역자 서문만 읽었는데도 물음표가 내 머

릿속을 가득 채운 느낌이었던 기억이 난다. 물리학과 관련된 도표들, 종교와 관련된 그림들과

사진은 더더욱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내가 이 책을 잘 소화해 서평까지 써낼 수 있을지 계속해

서 의심이 들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으며, 비록 내가 이 책의 모든 걸 이해하지 못

할지라도 작가 프리초프 카프라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크게라도 확인할 수 있

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의 세계관을 비교하며, 이 두 가지의 원리가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나로서는 이미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의 차이부터 새로운

내용으로 다가왔다. 인간이 자연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해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고전물리학의 시각이었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의 등

장으로 단순히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질들은 현대 물리학, 혹은 양자 물리학에선 더이상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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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는 신비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인간의 감각이 인식할 수 있는 어떤 물질적 실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과학의 입장에서는 현대에 들어서 도입된 이론들이지만, 동

양의 사상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은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이라는 걸 이해하고, 주

로 명상을 통하거나 직관을 수련해서 그것들을 보려고 해왔다. 동양의 고대사상, 불교, 도교, 힌

두교는 허구적인 무언가를 쫓는 것처럼 보이는 신비주의로 분류되어왔지만, 현대에 와서 자연

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니, 그런 신비주의의 시각이 필요했던 것이다.

일본의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츠는 불교에 대해 “본질에 있어서 어의를 초월하고 있는

우리의 내적 경험을 전달하는데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범상한 사고방

식을 그처럼 당혹시키는 모순이 생겨나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하이젠베르크는 원자물리학에

대해 “언어의 문제는 여기에서 심각한 것. 우리는 원자의 구조에 관해 어떤 방식으로든 말하려

하지만 일상 언어로써는 아무래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교와 원자물리학이라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한 말이지만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개념이 ‘일상 언어로 표현하

기에 힘들다’는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동양의 철학자들이 명상과 수련을 통해 신비적인 체험을 한다. 이 신비적인 체험은 시간

과 공간을 초월한 무언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로는 딱 떨어지게 표현할

수 없으며, 또 그걸 경험한 사람에 따라 매우 주관적이다. 현대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은 고전 물

리학에서 주장해왔던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을 부정했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이고, 따라서 시간과 공간, 더

나아가 존재와 본질은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이다.

이와 같이 프리초프 카프라는 계속해서 현대물리학의 근본과 동양사상의 근본 개념의 측

면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근거를 정리하며, 우주의 모든 것은 결국 연결되어있다고 말한다. 내가

이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점은 어떤 한 분야나 학문이 발전하려면, 그 자체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분야와의 상호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분야

가 그 학문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큰 계기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역시나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의 내 예상대로 이 책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물리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누군가는 쉽게 설명한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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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는 그것들을 잘 이해할만한 배경지식이 없었다. 하지만 내 바람대로 프리초프 카프라가 주

장하는. 우주의 모든 것은 하나이며, 연결되어있다는 메시지는 이해했으며, 이는 내가 앞으로의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꽤나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예술과 인문학은 절대 분

리될 수 없는 분야라는 것, 따라서 더욱 깊이 있는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인문학 공부

가 필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실 과학은 큰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학문의 모든 분야는 사실 유기적으로 어떻게든 연결되어있다

는 작가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현대 사

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으로서 현대 과학에 대해서도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다짐하는 나 자신

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앞으로 예술을 하는데 과학에 대한 이해도 가지고 있다면, 더 깊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확신도 가지게 되었

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부분들을 다른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며 프리초프 카프라의 주장에 대한 근거들을 더욱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

간을 가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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